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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욱(사업)씨 모친상 조성진(스포츠서울 광고기획제작부장)씨 빙모상 17일 전남 담양새마을장례식장, 발인 19일 오전 10시 (061)381-0444 정우영(혼다코리아 사장)씨 부친상 18일 분당 서울대병원, 발인 20일 오전 9시 (031)787-1503 추도호(하나측량종합기술단 대표)재호(대아타포린 〃)진호(하나은행 부행장)봉호(사업)씨 모친상 박종복(사업)이국희(〃)씨 빙모상 17일 경북대병원, 발인 20일 오전 9시 (053)420-6141 김희남(SBS인터내셔널 부국장)씨 빙부상 17일 고대구로병원, 발인 20일 오전 5시 (02)2626-1444 이중갑(충북도청 공보관)씨 모친상 18일 청주의료원, 발인 20일 오전 8시 (043)279-2770 이규홍(전 풍산 부사장)씨 모친상 도윤(노루표페인트 대리)씨 조모상 18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20일 오전 9시 (02)3410-6920 배석봉(한국광고영상제작사협회 사무국장)석동(국민은행 독립문지점 차장)씨 모친상 민경덕(사업)씨 빙모상 18일 건국대병원, 발인 20일 오전 8시 (02)2030-7903 이성택(GS칼텍스 부장)진택(송진항공 부장)씨 부친상 하영봉(LG상사 부사장)씨 빙부상 18일 이대목동병원, 발인 20일 오전 7시 (02)2650-2741 임세용(자영업)세권(미래에셋생명)씨 부친상 김남흥(동의대 총무과장)씨 빙부상 18일 부산 동의의료원, 발인 20일 오전 8시 011-866-2294 김장성(회사원)남실(교사)용성(부산MBC 정경부장)씨 부친상 정구도(광운대 교수)씨 빙부상 18일 부산 보훈병원, 발인 20일 오전 7시 (051)601-6797 김동욱(군산시 예비군동대장)동범(캐나다 거주)씨 부친상 조명식(디지털타임스 대표이사 사장)전정찬(ING압구정지점 부지점장)씨 빙부상 김선숙(고양 행남초 교사)씨 시부상 18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21일 오전 9시 (02)3010-2262 박경근(전북은행 부행장)씨 부친상 18일 군산 금강장례식장, 발인 21일 오전 8시 011-9436-7151 정봉열(산업은행 부장)씨 부친상 18일 부산 한중프라임장례식장, 발인 21일 오전 7시 (051)305-4000
  • [현진오의 꽃따라 산따라] (20) 강원도 태백시 금대봉

    [현진오의 꽃따라 산따라] (20) 강원도 태백시 금대봉

    태백시와 정선군의 경계를 이루며 백두대간에 솟은 금대봉(1418m)은 백두대간과 낙동정맥이 갈라지는 삼수령 피재에서 가까운 곳에 있다. 피재와 금대봉 사이에는 고랭지채소밭으로 유명한 매봉산이 자리잡고 있고, 남쪽으로는 백두대간을 따라 함백산, 태백산이 연이어진다. 이 산과 북쪽의 대덕산(1307m) 능선을 경계로 하여 안쪽의 계곡일대가 1993년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되었다. 면적 4.2㎢인 보전지역은 태백시에 속하며, 이 안에 한강 발원지인 검용소가 자리잡고 있다. ●백두산의 나도범의귀 자생해 학계 들썩 보전지역 지정 당시에 환경부 정밀조사를 통해 가시오갈피나무, 개병풍, 한계령풀 등의 법정보호종과 개불알꽃, 골고사리, 대성쓴풀, 털댕강나무, 홀아비바람꽃 등의 희귀식물이 금대봉 일대에서 자생하는 것으로 밝혀진 바 있다. 이 밖에도 구슬댕댕이, 나도씨눈난, 날개하늘나리, 넓은잎노랑투구꽃, 두메닥나무, 산마늘, 선백미꽃, 세잎승마, 인가목조팝나무, 참여로, 큰제비고깔 등의 희귀식물이 자라고 있다. 지금까지도 금대봉의 희귀식물이 하나둘씩 새로 발견되고 있는데, 최근에는 백두산 일대에서만 자라는 것으로 알려져 온 나도범의귀가 이곳에서 발견되어 학계를 놀라게 했다. 이 식물이 남한에 자생하리라고는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만큼 의의가 큰 일이었다. 남한에는 이곳에서만 유일하게 자라는 것으로 알려져 온 대성쓴풀, 넓은잎노랑투구꽃에 이어 또 하나의 귀한 북방계식물이 발견된 것으로서, 금대봉 일대가 식물 지리분포에서 얼마나 중요한 곳인지를 새삼 일깨워 주는 쾌거라 할 수 있다. 개병풍은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육상식물 가운데 잎이 가장 크다. 잘 자라면 지름이 1m에 이르고, 잎 아래쪽 중앙에 길이 1m 이상 되는 긴 잎자루가 달려 있으므로 잎 하나가 우산으로 써도 될 정도의 크기다. 세계적으로 만주와 한반도에만 자라는 희귀식물이고, 남한에서 5곳 정도의 자생지만이 알려져 있기 때문에 야생동식물보호법에 의해 멸종위기야생식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등산객 발길에 귀한 종 훼손… 대책 시급 대성쓴풀은 몽골 등 북반구의 고위도지방에 자라는 식물로서 이곳에서 발견될 때까지는 우리나라에서는 북부지방에서조차 기록된 적이 없는 희귀식물이다. 학자들은 이런 식물이 금대봉 계곡에서 자라는 것은 언뜻 이해하기 어려운 수수께끼 같은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20여 년 전에 처음 발견되었을 때 우리말이름이 붙여졌는데, 이에 얽힌 에피소드가 있다. 당시까지만 해도 국립지리원이 발행한 지형도에 금대봉이라는 산이름이 없었고, 생태조사에 나선 학자들은 정선 쪽 산자락에 대성초등학교가 있다는 데서 대성산이라고 임의로 불렀다. 이 때문에 대성쓴풀을 발견한 학자도 ‘대성산에 사는 쓴풀’이라는 뜻으로 대성쓴풀이라고 명명했던 것이다. 당시에 산이름이 제대로 알려져 있었다면, 이 식물의 이름은 대성쓴풀이 아니라 금대쓴풀이 되었을 법하다. 금대봉 일대는 보전지역으로 지정되어 있어 일차적으로 이곳에 사는 희귀식물들을 보호할 수 있는 법적장치가 마련되어 있는 셈이다. 하지만, 현장을 찾아가보면 위태로운 모습이 한둘이 아니어서 안타깝다. 대성쓴풀은 한해살이풀이기 때문에 번식실패가 멸종으로 이어지기 쉬운 식물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 발길에 밟히기 일쑤이고, 날개하늘나리는 남한에 분포하는지조차 모를 정도로 정보가 부족한 가운데 이곳에서 발견된 적이 있는데 지금은 생존여부가 불투명하다. 식물을 포함한 생물종 다양성이 높이 평가되어 그것을 보전하기 위해 지정된 법정 보전지역임에도 불구하고, 법정보호종을 비롯한 보전대상 식물에 대한 관리가 철저히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강원도는 이곳에 30억원의 국비를 들여 생태학습장을 조성하기로 하고 지난 4월 타당성 검토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생태탐방로, 야생식물 학습장과 증식장을 만들어 체계적인 관리를 위한 시설을 확보하여 학생들에게 현장학습 기회를 제공하고 주민 소득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최소한의 시설을 설치해 생태계와 생물다양성을 보전하겠다는 계획은 좋지만, 그에 앞서 보전해야 할 식물의 명세와 보전방안을 먼저 내놓는 게 순서일 듯싶다. 늦은 감은 있지만 지금이라도 시설계획 수립에 앞서 보전해야 할 식물이 어디에 어떻게 생육하고 있는지에 대해 파악해야 하는 게 옳을 것이다. 이용을 위한 시설 위주로 이번 사업을 벌인다면 희귀식물 보전에 문제가 발생할 게 분명하다. 보전지역 관리의 주체인 태백시는 길이 없던 나도범의귀 자생지에 새로 나무계단을 설치하며 이 희귀식물의 개체군을 둘로 가르고, 계단 설치 장소에 살던 개체들을 훼손한 전력이 있다. 보전을 내세워 예산을 확보한 뒤, 결과적으로 금대봉의 생물다양성을 파괴하는 개발행위를 하는 일을 되풀이해서야 되겠는가. 금대봉을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한 취지를 되새겨서 귀하디귀한 금대봉 식물들이 보전되는 계기가 마련되기를 기대해 본다. 금대봉에는 지금 여름꽃들이 피어 있다. 가는기린초, 둥근이질풀, 미역줄나무, 산수국, 솔나리, 숙은노루오줌, 여로, 하늘나리, 하늘말나리가 언제나처럼 아무 말 없이, 아무 것도 모른 채 피어 있다. 동북아식물연구소장
  • [현진오의 꽃따라 산따라] (19) 강원도 태백시 백병산

    [현진오의 꽃따라 산따라] (19) 강원도 태백시 백병산

    태백은 백두대간과 낙동정맥으로 둘러싸인 도시다. 태백시 북쪽의 삼수령 피재에서 두 갈래로 갈라진 백두대간과 낙동정맥 산줄기가 시내를 호위하는 듯한 모습이다. 시내 중심부에서 솟아난 황지연못은 낙동강이 되어 낙동정맥과 나란히 흘러간다. 낙동정맥은 낙동강 동쪽을 따라 흐르는 산줄기로서 태백에서 시작되어 부산 다대포까지 분수령(分水嶺)을 이루며 이어진다. 낙동정맥이 피재에서 갈래친 후 힘을 모아 높이 솟궈 올린 산이 백병산(1259m)이다. 낙동정맥에서 가장 높은 산으로 태백시 통동과 삼척시 도계읍의 경계를 이루며 솟아 있다. 삼척 쪽으로는 급경사를 이루고 있어 등산로가 발달되어 있지 않지만, 산 중턱에는 질 좋은 목재로 이름 높은 금강소나무가 숲을 이뤄 자라고 있다. 이 산은 삼척 오십천의 발원지이기도 한데, 산 북쪽에서 시작된 물줄기가 미인폭포를 빚은 후 도계를 거쳐 삼척으로 흘러든다. ●백병산의 원래 이름은 白山 흰 바위가 병풍을 두른 듯 서 있어서 백병산이라고 부른다는 그럴듯한 산이름 유래가 있지만, 원래 이 산은 백산(白山)으로 불렸으며 일제 강점기 이후 근대식 지형도가 제작되면서 백병산이라 표기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백병산의 남서쪽 주능선에는 촛대바위, 병풍바위, 마고할미바위 등 바위지대가 발달해 있는데 이 때문에 흰 산 또는 흰 병풍산으로 불려도 손색이 없다. 태백시 통동의 원통골에서 출발하여 이곳으로 돌아오는 원점회귀 산행이 가능하다. 산의 북동쪽에는 고비덕이라는 곳이 있는데, 일설에는 고사리의 일종인 고비가 많이 자라는 언덕이라는 데서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하지만 이 역시 믿기 어려운데, 이 일대는 습기가 많아 여러 종류의 풀꽃들이 자라고 있기는 하지만 고비가 특별히 많지는 않기 때문이다. ●북방계 약재식물 군락 이뤄 장마철인 이맘때 비가 잦아든 틈새를 이용해 백병산을 둘러보면 가는기린초, 노루오줌, 딱지꽃, 물꽈리아재비, 물레나물, 산꿩의다리, 쉬땅나무, 쥐다래 열매, 하늘나리 등을 계곡에서 만날 수 있다. 까치박달, 다릅나무, 복자기 등이 들어찬 낙엽활엽수림 바닥을 가득 메우고 있는 관중 대군락을 만날 수 있고, 원통골 위쪽에서는 정선황기와 함께 갈고리층층둥굴레도 발견된다. 갈고리층층둥굴레는 북한에만 자생하는 북방계식물로서 이곳의 것은 약재로 재배하던 것이 야생처럼 퍼진 것이다. 능선에서는 겨우살이, 딱총나무 열매, 동자꽃, 물레나물, 미역줄나무, 바위채송화, 산일엽초, 속리기린초, 여로, 조록싸리 등을 볼 수 있다. 운이 좋으면 꽃은 이미 졌지만 개불알꽃의 대군락을 만날 수도 있다. 정선황기는 강원도와 경상북도 일대의 산자락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이다. 정선에서 발견되어 우리말이름을 얻었으며, 바닷가 가까운 산지에서 곧잘 발견되므로 해변황기라고도 한다. 과거에는 한국특산식물로 일컬어지기도 했으나, 최근의 연구에서 일본 시코쿠 지방에 자라는 것과 같은 종으로 밝혀졌다. 일본에서는 자생지에서 이미 절멸하여 없고 식물원에 키우는 것만이 남아 있는 매우 희귀한 식물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드문 편이기는 하지만 석회암지대에서 곧잘 발견된다. 물꽈리아재비는 물가의 습지에서 비교적 드물게 발견되는 여러해살이풀이다. 줄기는 높이 20㎝쯤으로서 네모가 지고 연약하다. 우리나라에는 묘향산 이남에 자라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세계적으로는 일본과 대만에 분포한다. 백병산에서는 원통골 위쪽의 계곡 주변에서 볼 수 있다. ●하늘 향해 꽃피우는 하늘나리 하늘나리는 지리산 이북에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이다. 줄기는 높이 30∼70㎝로서 우리나라에 자라는 나리종류들 가운데 키가 작은 편에 속한다. 꽃은 하늘을 향해 피며, 고산지역의 풀밭 등 생육조건이 나쁜 곳에서는 1개씩 피지만 저지대의 숲 가장자리 등 조건이 좋은 곳에서는 5개까지 피기도 한다. 큰까치수염은 큰까치수영이라고도 부르는 여러해살이풀로 이맘때부터 늦여름까지 전국의 산과 들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작고 흰 꽃들이 빽빽하게 붙어서 긴 꽃차례를 이루는데, 꽃들이 한쪽으로만 붙어 있다. 꽃 하나하나도 아름답지만 꽃차례 전체의 모습이 더욱 아름답다. 꽃에는 꽃가루와 꿀이 많아서 벌과 나비가 앉아 있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다. 백병산에서는 서쪽 능선의 양지바른 임도에 무리를 지어 자라고 있다. 장마철에 피는 꽃은 꽃가루받이가 어렵다. 줄기차게 쏟아지는 장맛비 속에서 활동하는 벌과 나비가 없으니 충매(蟲媒)가 어렵고, 빗물에 젖은 꽃가루가 풍매(風媒)되기도 불가능하다. 이처럼 어려운 상황에서도, 먹구름 사이로 잠깐잠깐 고개를 내미는 해님 덕에 꽃들은 꽃가루받이에 성공할 수 있다. 장마철에도 쉴 새 없이 꽃은 핀다. 동북아식물연구소장
  • [백지숙의 미술산책] 일상속의 미술, 미술속의 일상

    [백지숙의 미술산책] 일상속의 미술, 미술속의 일상

    걸어가면서 보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익숙하지 않은 길을 걸을 때는 발밑에 신경을 쓰느라 멀리 보지 못하고, 익숙한 길을 걸을 때는 잡생각에 빠져서 바깥을 보지 못한다. 그렇지만 걷는 사이, 틈틈이, 우리는 또한 본다. 걷다 쉬는 사이 우리 눈앞에 낯선 풍경이 끼어들기도 하고, 냄새나 소리가 사념 바깥으로 우리를 끌어내 보게 만들기도 한다. 적어도 미술이 보는 방법과 관련된 삶의 태도를 숙련시킨다는 주장에 동의한다면, 미술은 그렇게도 우리 일상 속에 있다 말할 수 있다. 즉흥적으로 제주도행 비행기를 탔다. 즉흥적이라고는 했지만, 제주도 관광을 해 본 적이 없던 나로서는 몇 년 동안 마음속으로 혼자 별러 온 일이기도 했다. 때 맞춰 여름 물이 잔뜩 오른 나무 숲길을 따라 한라산에 올랐다. 노루도 만나고 백록담도 보았다. 대장금 촬영장소로 중국 단체 관광객들을 모으고 있는 외돌개는 바다 속에 우뚝 서 있는 그 자태가 예상 밖으로 멋들어졌다. 무엇보다 검은 절벽과 깊은 물이 범상치 않은 기운을 뿜어냈던 쇠소깍은 전해 내려온다는 설화와 함께 이번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은 장소다. 미술관 일로 ‘열 받은’ 머리를 식힌다고 떠난 길이었지만, 직업병인지, 삼다도 제주도의 사다(四多)라는 미술관, 박물관을 지나치진 못했다. 제주 돌박물관의 ‘하늘 연못’은 압도적인 크기와 단순화로 설문대할망의 전설을 시각화하고 있었고, 재일교포 건축가 이타미 준이 설계했다는 바람, 물, 돌 미술관은 현대미술의 어법을 따라 제주도의 풍경을 깔끔하게 추상화하고 있었다. 이렇게 볼거리가 많은 제주도에서 가끔 한가롭게 길을 걷고 있는 사람들과 마주 치는데, 하나 같이 외국인들이다. 내국인들은 다 렌터카를 타고 관광지를 돌기 때문이다. 멀리 제주도까지 와서 홀로 걷고 있는 저 사람들은 과연 무얼 보는 걸까? 마침, 여행에서 돌아오니 제주도에 있는 외국인들의 일상과 꿈을 포착한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다. 김옥선의 사진전 ‘함일(‘하멜’의 한국어 표현)의 배’(금호미술관)는, 제주도를 관광하는 외국인들보다는, 거기서 살고 있는 외국인들을 주인공으로 한다. 사진 속에서 이들은 어색하지만 편해 보이고, 순진하지만 피곤해 보인다. 제주도에 표류해 왔다가 13년 만에 배를 타고 기어이 조선을 탈출했다는 저 옛날의 하멜 일행과 달리, 오늘날의 이 함일들은 ‘자발적으로’ 제주도에 정착한다. 제주도에 산 지 13년이라는 작가 김옥선은 이들의 존재와 자신의 시선을 교차시킨다. 그가 찍은 사진 속에서 제주도는 더 이상 그저 아름다운 ‘이국적’ 관광지만은 아니다. 여행의 가치가 있다면 그것은 소중하고 즐거운 기억을 간직하는 것뿐이 아니다. 일상으로 돌아와 마치 관광객과 같은 집중력과 호기심으로 주위를 돌아보게 하는 것이기도 하다면,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너무 구린 이야기인가? 아니면 촛불시위 현장 옆에서 너무 한가로운 소리인가? 아르코미술관 관장
  • [현진오의 꽃따라 산따라] (18) 강원도 인제군 점봉산

    [현진오의 꽃따라 산따라] (18) 강원도 인제군 점봉산

    설악산 대청봉에서 백두대간을 따라 남쪽으로 한계령, 망대암산을 넘으면 점봉산(1424m)에 이른다. 오색약수로 더욱 유명한 산으로 주릉 북쪽은 설악산국립공원에 포함되어 있다. 산의 남쪽에는 태곳적 신비에 싸인 생태계로 유명한 진동계곡이 자리잡고 있다. 점봉산은 산역이 넓어 골짜기마다 수량이 풍부하다. 더욱이 그 물들은 어떤 오염원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사시사철 깨끗하다. 이 덕에 진동계곡을 비롯한 골짜기들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청정계곡으로 일컬어지며, 맑은 계곡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희귀 담수어류인 열목어가 떼 지어 살고 있다. ●박달령 일대 습지많아 다양한 꽃밭형성 점봉산 정상에서 백두대간은 동쪽으로 방향을 바꾸어, 왼쪽에 오색약수터, 오른쪽에 진동마을을 놓고 단목령을 향해 내려간다. 단목령은 오색마을과 진동리를 잇는 백두대간 고갯마루로 박달령이라 부르기도 한다. 이 일대는 고도의 높낮이 변화가 거의 없는 평지에 습지가 형성되고 있어 생태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해발 800∼1000m에 이르는 이곳에는 곳곳에 크고 작은 습지가 발달해 있는데, 고도가 높을 뿐만 아니라 위도도 남한에서는 북쪽에 치우쳐 있는 지역이어서 생태적 의미가 크다. 경사가 완만한 남쪽으로 너르니골, 숨은골, 북암골 등의 완만한 골짜기들이 발달해 있다. 이들 골짜기 주변에 발달한 습지들에는 갈퀴현호색, 꿩의바람꽃, 도깨비부채, 동의나물, 속새, 얼레지, 홀아비바람꽃 등이 무리를 지어 자라고 있다. 봄철에 때를 맞추어 찾아가면 동의나물과 얼레지 꽃밭이 장관이다. 이맘때에는 구실바위취, 눈개승마, 애기앉은부채, 참조팝나무, 천마, 초롱꽃, 터리풀, 함박꽃나무 등이 피어난다. 이맘때 숲 속에서 꽃을 피우는 애기앉은부채는 눈 속에서 새싹을 피워 올리는 부지런한 식물이다. 동면에서 깨어난 반달가슴곰이 새싹을 먹는다고 하여 주민들은 ‘곰풀’이라 부르기도 한다. 일찍 돋아난 잎은 6월이 되면 시들어 없어지고, 대신 그때에 맞추어 꽃이 핀다. 꽃과 잎이 서로 만나지 못해 서로를 그리워한다는 상사화의 생태적 습성과 같다. 잎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낙엽 색깔과 비슷한 꽃이 땅바닥에서 피기 때문에 눈여겨 찾아야 한다. 일단 한 송이를 찾으면 주변에서 여러 송이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데, 진동계곡 어느 곳에나 많은 개체가 자라고 있기 때문이다. ●장마 끝날 때부터 가을까지 형형색색 단목령에서 백두대간을 따라 동쪽으로 더 내려가면 북암령이라는 고개에 이른다. 이 일대는 여름이나 가을보다 봄철에 꽃이 좋다. 봄과 겨울이 공존하는 4월에 이곳을 찾으면 금강제비꽃, 꿩의바람꽃, 너도바람꽃, 노랑제비꽃, 노루귀, 복수초, 붉은참반디, 연령초, 올괴불나무, 왜미나리아재비, 처녀치마, 피나물, 한계령풀들이 형형색색의 꽃과 새 잎을 달고 봄의 향연을 펼친다. 점봉산에서 꽃이 많기로 유명한 또 한 곳은 곰배령이다. 진동마을에서 강선리계곡을 따라서 두 시간 남짓이면 올라설 수 있는 곳이다. 고갯마루에 초원이 드넓게 펼쳐지고 이곳에서 꽃들이 군락을 이루어 핀다. 장마가 끝이 날 즈음 본격적으로 여름 꽃이 피어나기 시작해 가을까지 종류를 달리하며 꽃을 피운다. 식물학적으로 중요한 종은 그리 많지 않지만, 고려엉겅퀴, 까실쑥부쟁이, 둥근이질풀, 말나리, 참산부추, 참취, 터리풀이 대군락을 이루어 꽃을 피우고, 그 앞으로 점봉산 능선들과 골짜기들이 어우러져 빚어내는 풍광도 멋지다. ●가장 긴 진동계곡 용머리 등 희귀종도 만나 곰배령에서 진동리 쪽으로 흐르는 강선리계곡은 점봉산 정상 부근에서 시작되는 골짜기 중에서 가장 긴 골짜기로서 진동계곡의 원류라 할 수 있다. 이곳에도 봄이면 나도제비난, 모데미풀, 속새, 한계령풀 등이 피어나고, 여름에는 노루오줌, 도깨비부채, 물양지꽃, 산꿩의다리, 속단, 숙은노루오줌, 요강나물, 초롱꽃, 터리풀 등이 피어난다. 점봉산 자락의 진동마을은 기린면 소재지인 현리에서 방태천, 진동계곡을 거슬러 들어갈 수 있다. 지금은 말끔하게 포장이 되어 쉽게 갈 수 있는 곳이지만,10여년 전만 해도 비포장길을 1시간 이상 어렵게 올라가야 하는 오지마을이었다. 이런 곳이다 보니 마을을 찾아가는 길가나 계곡가에서도 많은 여름꽃이 피어난다. 개회나무, 꼬리조팝나무, 꿀풀, 노루오줌, 석잠풀, 쉬땅나무, 털중나리, 활량나물 등은 흔하게 볼 수 있고, 가끔은 용머리, 참좁쌀풀 같은 희귀한 여름꽃도 만날 수 있다. 점봉산 진동계곡은 이제 예전의 모습을 많이 잃어버리고 말았다. 생태계 파괴를 우려하는 반대여론에도 불구하고 양수댐이 건설되었고, 그 여파로 진동계곡 일대는 빠른 속도로 개발되었다. 아름다운 꽃들과 잘 어울리던 징검다리, 흙길, 저녁연기, 옛집, 습지, 시골인심 같은 아름다운 것들이 사라진 것을 보면 개발은 대가를 요구하는 것이 분명하다. 동북아식물연구소장
  • 서초구 양재천변 새단장

    서초구 양재천변 새단장

    최근 양재천변에 가면 녹색의 그늘 사이로 보라색의 물결을 만날 수 있다. 꽃범의 꼬리, 노루오줌, 부처꽃 등 기다란 꽃대위로 오롯이 피어난 꽃망울들이 바람을 따라 산책 나온 이들에게 손짓을 한다.2년여간 새 단장을 마치고 새롭게 변신한 양재천의 모습이다. 봄에는 개나리와 조팝나무, 벚나무, 아이리스, 금계국이 봄바람에 하늘거린다. 가을에는 쑥부쟁이, 벌개미취, 상사화 등이 피고, 초겨울에는 은빛 물억새와 자줏빛 흰줄무늬 갈대가 바람에 넘실거린다. 이렇게 양재천에선 사계절 꽃놀이가 펼쳐진다. ●논두렁 따라가면 아이리스화원 양재천에선 1996년 생태하천조성사업을 통해 1차 수술이 감행됐다. 자연형 하천으로 복원이 목표였다. 하지만 강 바닥을 파내는 준설작업 과정에서 오히려 물억새와 같은 토종의 생태계가 감소하는 대신 돼지풀과 서양등골나물, 환삼덩굴 같은 외래식물이 인근을 뒤덮었다. 이에 따라 서초구는 지난해부터 24억원을 투자해 영동1교부터 2교 사이 생태계 복원에 나섰다. 고향 하천의 느낌이 나도록 버드나무와 갯버들, 갈대 등을 심어 고향 하천의 느낌을 살리는 한편 외래식물은 속아냈다. 또 이용자가 적었던 농구장 자리에는 꽃밭과 논을 조성했다. 영동1교 옆에 위치한 아이리스화원은 6130㎡에 노랑꽃창포와 무지개붓꽃, 제비붓꽃 등 총 7종 14만 5900포기의 꽃을 심었다. 시골풍경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 한 삐뚤빼뚤한 논두렁도 만들었다. 도시 아이들이 농사 체험을 할 수 있도록 만든 이곳에선 지난해부터 철원 오대벼가 생산된다. 무농약 유기농법인 덕에 논두렁을 따라 걷다 보면 우렁쉥이나 미꾸라지를 어렵잖게 볼 수 있다. ●영동1교와 2교 사이에 와인 거리 조성 변화의 노력이 이어지면서 현재 양재천에는 백로와 박새, 딱따구리, 지빠귀 등 36종 조류와 토종 물고기들이 살고 있다. 구청은 생물들을 위한 배려로 자전거도로를 최대한 수로에서 멀리 떨어지게 하고 하천을 따라 버드나무와 갈대, 물억새 군락도 조성했다. 새들의 쉴 공간을 위해 팽나무를 비롯해 흰줄무늬갈대, 붉은띠, 소라버들 등을 옮겨 심었다. 물론 사람을 위한 배려도 잊지 않았다. 기존의 낡은 운동시설을 교체하는 한편 산책로 곳곳에는 쉴 수 있는 의자를 마련했다. 또 자전거도로와 산책로를 분리해 이용자가 서로 부딪치는 일이 없도록 했고 도로폭도 넓혔다. 산책로 바닥에 푹신한 고무칩을 깔아 이용자들의 무릎 보호에 나서는가 하면 길가를 따라 키 큰 나무를 심어 자연의 그늘을 마련했다. 요즘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양재천 야외수영장(영동1교∼양재시민의 숲 사이)도 변화를 갈구한 노력의 대가다. 하루 1000여명이 이용하는 수영장은 지난해 개장 이후 지역 주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양재천을 따라 일어나는 변화는 현재진행형이다. 구는 추가 예산 등을 편성해 양재천의 변화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그중 하나가 우선 영동1교와 2교 사이 680m 구간에 조성할 와인거리다. 박성중 구청장은 “결국 자연을 위한 변화가 사람을 위한 변화로 자리잡게 된다.”면서 “생태하천으로 자리잡게 된 양재천이 주민들의 마음을 시원하게 적실 수 있을 때까지 업그레이드는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고구려 호로고루서 제사도 지냈다”

    한강과 임진강 주변에는 적지 않은 고구려의 유적이 남아 있다. 대부분이 군사시설로 한강변에는 1997년 이후 집중발굴이 이루어진 서울 구의동보루와 홍련봉보루·구리 아차산보루, 임진강변에는 2000년 발굴된 경기 연천의 호로고루(瓠蘆古壘)와 은대리성·전곡리토성·당포성 등이 있다. 그런데 한강변에서는 고구려의 전방 요새인 홍련봉1보루, 임진강변에서는 성곽형태의 기지인 호로고루가 군사적 기능뿐 아니라 천신(天神)이나 수신(水神)을 제사하는 역할까지 수행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 나왔다. 백종오 충주대 교수는 한국고대학회와 서울 광진구가 지난 13일 광진문화예술회관에서 가진 ‘2008 고구려역사문화계승을 위한 학술대회’에서 ‘남한 내 고구려 유적·유물의 새로운 이해’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기와전문가인 백 교수는 “기와는 남한 지역에서 확인된 90곳의 고구려 유적 가운데 10곳에서만 확인됐을 만큼 계층적 위계질서를 보여주는 매우 중요한 건축 부재”라면서 “특히 호로고루와 홍련봉1보루에서만 나온 수막새는 모두 가장자리인 주연부를 인위적 타격을 가하여 조심스럽게 떼어낸 흔적이 뚜렷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수막새는 고구려 고분 위에 선왕을 추모하고자 세운 총상건물(塚上建物) 등 국가적 의례에 주로 사용됐다.”면서 “어떤 의례를 위하여 수막새의 주연부를 떼어내는 현상은 집안의 서대묘, 태왕릉, 장군총 등에서도 확인되는 만큼 홍련봉1보루나 호로고루에서 나온 수막새의 양상도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백 교수는 “호로고루의 지하시설에서 나온 소, 말, 맷돼지, 개, 사슴, 노루의 동물뼈도 고구려 시조전승에 나타난 동물과 일치한다는 점에서도 각종 제의의 희생물로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소는 대부분의 뼈가 수습되었음에도 발굽만 남아 있지 않은 것은 전쟁의 승패를 예측하고자 소를 죽여 발굽의 모양을 보는 우제점(牛蹄占)을 쳤음을 알려주는 증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호로고루에서 나온 관모형(冠帽形) 토제품과 토제 삼족 벼루, 토제와 석제 저울추와 홍련봉1보루에서 출토된 솥모양 토기 등도 일상적인 생활용품이라기보다는 의례 행위에 사용되는 특수기물일 것으로 추정했다. 백 교수는 “고구려에서 ‘동맹’과 같은 제의가 이루어졌다면 호로고루나 홍련봉1보루처럼 지역의 중심의 위계가 높은 건물에서 행해졌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두 유적은 군사적 기능도 있지만 오히려 상징적인 의례행위가 이루어진 공간이라는 의미도 부각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서동철 문화전문기자 dcsuh@seoul.co.kr
  • [현진오의 꽃따라 산따라] (16) 강원도 평창 능경봉

    [현진오의 꽃따라 산따라] (16) 강원도 평창 능경봉

    영동과 영서를 이어주는 대관령은 백두대간에 놓인 고개다. 백두대간 산줄기를 따라 북쪽으로는 오대산 노인봉(1338m)에 이르고, 남쪽으로는 고루포기산(1238m)으로 연결된다. 능경봉(1123m)은 대관령과 고루포기산 사이에 솟은 산으로서 고루포기산과는 횡계현 고개를 사이에 두고 있다. 대관령휴게소에서 백두대간 등산로를 따라 1시간30분 남짓이면 정상에 오를 수 있다. 능선에는 신갈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으며, 물푸레나무, 복자기, 피나무 같은 큰키나무들이 섞여 자란다. 능선에서 소나무를 거의 만날 수 없는 것도 이 산의 특징이다. 노린재나무, 시닥나무, 함박꽃나무, 회나무 같은 떨기나무들이 숲의 중간층을 이루어 자란다. 숲 바닥에는 감자난초, 관중, 광릉갈퀴, 노루삼, 눈빛승마, 도깨비부채, 삿갓나물, 선괭이눈, 애기앉은부채, 옥잠난초, 쥐오줌풀, 투구꽃, 큰괭이밥 등의 풀꽃들이 살고 있다. ●골짜기 습지 애기앉은부채꽃 등 희귀식물 많아 횡계현에서 횡계마을 쪽으로 내려서는 골짜기인 왕산골이나 대관령휴게소 일대에서 정상 쪽으로 이어지는 골짜기들에 귀한 식물이 많다. 휴게소 일대의 골짜기 습지에 놋젓가락나물, 애기앉은부채, 제비동자꽃 등의 희귀식물이 살고 있다. 계곡을 따라 곳곳에 습지가 형성되어 있는 왕산골에도 꽃창포, 노루오줌, 붓꽃, 산비장이, 애기원추리, 참좁쌀풀, 초롱꽃, 할미밀망 등이 자라고 있다. 능경봉 산자락이라 할 수 있는 대관령에서 횡계마을로 이어지는 지방도로 주변에도 금꿩의다리, 단풍터리풀, 생열귀나무, 범꼬리 같은 귀한 꽃들이 많다. 도로를 정비하거나 확장할 때에 이런 중요한 식물들이 있는지조차 모른 상태에서 훼손되지 않을까 걱정되는 곳이기도 하다. 단풍터리풀이나 제비동자꽃은 백두산을 비롯하여 만주, 몽골, 시베리아, 캄차카 등 고위도 지방에 분포하는 북방계 식물로서 남한에서는 이 일대를 비롯하여 강원도 몇몇 곳에서만 발견된다. 이곳에 살고 있는 생열귀나무도 남한에서는 좀처럼 발견되지 않는 식물이다. 장미과에 속하는 떨기나무로서 높은 산에 자라는 민둥인가목에 비해서 꽃빛깔이 훨씬 진하고, 열매는 길쭉하지 않고 동글동글하게 생겼다. 강원도와 경상북도의 산 중턱 이하에서 드물게 볼 수 있다. 바닷가에 자라는 해당화와 비슷하게 생겼는데, 능경봉 자락의 자생지 부근에는 심어 놓은 해당화가 근처에 있으므로 헷갈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쥐오줌풀은 길가나 숲 속 어디서나 흔하게 볼 수 있다. 길가에 자라는 것은 보랏빛이 도는 꽃을 피우고, 숲 속에서 햇빛을 조금만 받고 자라는 것은 흰 꽃을 피운다. ●5월~6월 하순 함박꽃나무 ‘함박웃음´ 붓꽃은 꽃이 피기 전의 봉오리 모습이 글씨를 쓰는 붓을 꼭 닮았다. 꽃잎 아래쪽에 있는 노란 줄무늬는 곤충들이 잘 앉을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 한다. 전국의 숲 가장자리, 풀밭 근처 등에서 볼 수 있는데,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자생 붓꽃속(屬) 식물 가운데 비교적 흔하다. 숲의 중간층을 이루는 노린재나무는 작은 꽃들이 여러 개 모여서 화려한 흰 꽃을 피운다. 많은 수술이 꽃잎 밖으로 나와서 꽃이 더욱 화려하게 보인다. 줄기를 태우고 나면 남는 재의 빛깔이 노란색이어서 노린재나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가을에 남색으로 익는 열매도 볼 만한다. 이맘때 산 속에서 크고 탐스러운 흰 꽃을 피우는 함박꽃나무를 산목련이라고 부르는 이들이 많다. 식물학적으로도 목련과 같은 속(屬)에 속하므로 일리가 있지만, 학술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우리말이름일 뿐만 아니라 큰 꽃이 특징을 잘 반영하고 있는 함박꽃나무라는 이름으로 통일해 부르는 게 좋을 듯하다. 꽃이 클 뿐만 아니라 잎도 크고 시원스럽게 생겨서 관상가치가 높다. 한라산을 비롯해서 우리나라 전 지역에 자라며, 사는 곳의 해발고도에 따라서 5월 하순부터 6월 하순까지 꽃을 피운다. 북한에서는 국화로 지정하여 도시의 공원에도 많이 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북아식물연구소장
  • [현진오의 꽃따라 산따라] (15) 전북 부안 변산반도

    [현진오의 꽃따라 산따라] (15) 전북 부안 변산반도

    변산은 전라북도 부안군 변산면에 자리잡은 반도(半島)이자, 이 반도에 솟은 의상봉(509m), 관음봉(424m) 등의 산봉우리들이 이루는 산역을 일컫기도 한다. 변산반도를 대표할 만한 식물은 변산바람꽃이다.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에만 자라는 특산식물로서 이곳에서 처음 발견되었다. 변산반도에서 처음 채집되어 세상에 알려졌기 때문에 ‘변산’이란 이름도 얻었다. 미나리아재비과의 여러해살이풀인 이 식물은 2월 중순부터 매우 일찍 꽃이 피기 때문에 학자들 눈에 띄지 않다가 1993년에야 비로소 발견되었다. 지리산 이북의 깊은 산에 자라는 너도바람꽃과 비슷하지만 꽃이 더욱 크고 아름다우며 꽃잎의 모양도 다르다. 일본에 나는 것과 같은 것으로 보는 이들도 있으나, 꽃잎의 모양이 아주 달라서 확연히 구분된다. 우리나라에는 제주도, 마이산, 여수 등 남부지방에 주로 자라지만, 동해안을 따라서 경주, 설악산, 서해안을 따라서 풍도, 안양 등지의 산기슭까지 올라와 자란다. 산과 바다가 공존하는 변산반도는 바닷가 식물과 산지 식물이 모두 풍부하다는 식물학적 특징을 보인다. 또한 이곳 식물들 중에는 남쪽에서 이곳까지 올라와 자라고 있는 식물들이 많다는 것도 특기할 만하다. 바닷가 식물로는 갯기름나물, 갯까치수염, 갯메꽃, 갯방풍, 갯쇠보리, 갯완두, 갯장구채, 갯질경이, 나문재, 도깨비고비, 모래지치, 반디지치, 벌노랑이, 사철쑥, 순비기나무, 초종용, 칠면초, 통보리사초, 퉁퉁마디, 해국, 해당화, 해홍나물 등이 자라고 있는데, 이맘때에는 갯까치수염, 갯메꽃, 갯방풍, 갯완두, 모래지치, 초종용 등이 꽃을 피운다. 산 속에 사는 식물 중에서 중요한 것으로는 변산바람꽃 외에도 노랑붓꽃, 때죽나무, 미선나무, 방울비짜루, 백작약, 보춘화, 붉노랑상사화, 산딸나무, 장딸기, 정금나무 등을 꼽을 수 있다.4월에 꽃이 피는 노랑붓꽃과 미선나무는 국내에서도 분포지가 몇 곳밖에 없는 특산식물들로서 두 식물 모두 환경부가 멸종위기야생식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미선나무군락은 천연기념물 370호로 지정되어 있기도 하다. 남쪽에서 올라와 자라는 식물로는 개족도리, 계요등, 꽝꽝나무, 나도밤나무, 나도히초미, 도깨비고비, 마삭줄, 보춘화, 뻐꾹나리, 사람주나무, 상산, 새끼노루귀, 새비나무, 쇠고비, 실거리나무, 예덕나무, 정금나무, 좀가지풀, 층꽃나무, 팥꽃나무, 큰천남성, 합다리나무, 호자덩굴, 후박나무 등이 있다. 변산 일대가 분포의 북방한계선이 되는 남방계식물들도 있는데, 천연기념물 124호로 지정된 중계리 꽝꽝나무군락,123호인 격포 후박나무군락,122호인 도청리 호랑가시나무군락 등은 분포의 북방한계선이라는 점이 인정돼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다. 변산반도의 바닷가에서 이맘때 흔하게 볼 수 있는 식물 가운데 하나가 갯메꽃이다.5∼6월에 나팔꽃처럼 생긴 예쁜 꽃을 피우며, 진초록으로서 윤기가 반질반질하게 흐르는 둥근 잎도 보기 좋다. 땅 위는 물론이고 모래땅 속에서도 길게 뻗은 줄기가 있어서 강한 해풍에도 끄덕하지 않는다. 전국 어느 해안에서나 무리지어 자라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모래땅에 살고 있는 갯방풍도 이맘때 만날 수 있다. 바람에 날려 온 모래에 줄기는 물론이고 꽃까지 파묻혀 자라는 경우가 많은데, 그 모습이 독특하다. 땅 속 깊이 박혀 있는 뿌리가 중풍을 예방하는 약으로 쓰이므로 ‘바닷가(갯)에 사는 중풍(풍)을 막는(방,防) 식물’이라는 데서 우리말이름이 붙여졌다. 이런 약효 때문에 수난을 당해 점점 보기 어려워지고 있다. 초종용은 더욱 보기 어렵다. 바닷가 모래땅이라면 전국 어디에서나 사는 식물이지만, 여간해서는 볼 수 없게 되었다. 매우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기 때문인데, 멸종속도가 빠른 것은 각종 개발에 의해 생육지 자체가 사라지는 탓이 크지만 이 식물의 생태적 습성도 한몫을 한다. 약으로 쓰기 위한 채취 때문에 사라지는 갯방풍, 해수욕장과 항구의 확장을 위해 모래땅을 매립함으로써 살 곳을 잃어 가는 초종용에서 볼 수 있듯이 변산반도의 많은 바닷가 식물들이 위기에 놓여 있다. 하지만, 바닷가 일부 지역만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어, 기본적인 보호장치도 마련되지 않은 처지여서 안타까운 상황이다. 해마다 갯방풍과 초종용의 아름다운 꽃을 볼 수 있는 해수욕장 만들기가 그렇게도 어려운 일일까? 동북아식물연구소장
  • [현진오의 꽃따라 산따라] (12) 경북 문경 주흘산

    [현진오의 꽃따라 산따라] (12) 경북 문경 주흘산

    영남대로의 가장 큰 고갯길 문경새재는 동쪽으로 주흘산(1075m), 서쪽으로 조령산(1026m)을 거느리고 있다. 두 산 모두 이름 난 산행지로서 산행객들에게 인기가 높다. 백두대간에 솟은 조령산은 험난한 바위능선을 가져 수준급 등산인들이 즐겨 찾는다. 문경의 진산 주흘산은 바위로 이루어진 정상 일대를 제외하면 대부분이 부드러운 육산의 모습을 하고 있어 초심자들도 쉽게 오르내릴 수 있다. 최근 주흘산 아래, 문경새재에 사극 세트장이 들어서면서 이 곳을 찾는 관광객이 부쩍 늘어났다. ●여궁폭포서 2관문 계곡따라 봄꽃 관찰 주흘산은 귀한 봄꽃이 많이 자라고 있는 산이다. 백두대간의 길목에 자리잡아서인지 귀한 식물들이 유난히 많고, 이들 대부분은 봄에 꽃이 핀다. 주흘산 봄꽃을 관찰하기 위한 꽃산행은 여궁폭포, 혜국사, 대궐터를 거쳐 정상에 오른 후에 2관문계곡을 따라 하산하는 코스를 잡으면 좋다. 새재길을 벗어나 여궁폭포를 향하자마자 식물 종류가 달라지기 시작한다. 새재길에는 인공적으로 심은 나무가 많고, 외국에서 들어온 귀화식물도 많다. 하지만 새재길을 벗어나 주흘산 등산로로 접어들면 사정이 달라진다. 커다랗게 자란 자생 느티나무들이 운치를 더하는 가운데 비목나무, 굴참나무, 물푸레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다. 개비자나무, 꼬리진달래, 산조팝나무 같은 귀한 떨기나무들도 만날 수 있다. 계곡 주변에는 매화말발도리, 물참대, 병꽃나무, 으름덩굴 등의 떨기나무가 꽃을 피우고 있다. 숲 속에서는 미나리냉이, 벌깨덩굴, 알록제비꽃, 용둥굴레, 윤판나물, 큰꽃으아리 같은 풀꽃들이 보인다. 혜국사를 옆으로 스쳐 지나서 철쭉나무 많은 길을 잠깐 오르면 대궐터에 닿는다. 공민왕이 잠시 피란했다고 전해지는 곳으로 산중에 너른 터가 있고, 샘물이 솟아난다. 일대에는 노랑제비꽃이 지천으로 피어 있다. 대궐터에서부터 나타나기 시작하는 봄꽃들을 좇아 오르기를 한동안 하여, 숨을 몰아쉴 때쯤이 되면 고갯마루에 올라선다. 정상이 지척인 곳이다. 이 고개를 전후로 각시붓꽃, 박새, 벌깨덩굴, 붉은참반디, 선밀나물, 피나물 등의 봄꽃과 풀꽃들이 자라고 있다. 땅은 습기가 많고 기름지다. ●정상아래 사면까지가 꽃산행의 백미 고개부터 정상 아래쪽 사면까지가 주흘산 꽃산행의 백미다. 신갈나무가 주종을 이루는 숲이 훌륭하다. 숲 바닥에는 놀라울 정도로 많은 풀꽃이 자라고 있다. 자연성이 높다, 살아 있다는 것을 실감한다. 낙엽활엽수림 아래에는 나도바람꽃, 너도바람꽃, 꿩의바람꽃, 만주바람꽃, 홀아비바람꽃, 회리바람꽃 등 바람꽃 종류가 많다. 너도바람꽃처럼 3월 중순부터 피는 것도 있지만 나도바람꽃, 홀아비바람꽃, 회리바람꽃 등은 이맘때도 꽃이 조금 남아 있다. 바람꽃 종류들 외에도 금강애기나리, 꿩의다리아재비, 노루삼, 민눈양지꽃, 병풍쌈, 복수초, 삿갓나물, 족도리풀들이 자라고 있다. 정상에 올랐다가 다시 조금 돌아내려와 2관문계곡으로 길을 잡으면 앞의 봄꽃 좋은 숲의 가장자리를 지난다.2관문계곡 하산길에는 진달래가 눈길을 끈다. 계곡 중간쯤에 있는 꽃밭서들이라는 너덜지대에는 순군락에 가까울 정도로 많은 진달래가 자라고 있다. 미치광이풀이 계곡 전체에 퍼져 있으며, 금괭이눈, 애기괭이눈, 뫼제비꽃, 참개별꽃 등도 하산 도중에 만날 수 있다. 벌깨덩굴은 봄철에 흔하게 볼 수 있는 여러해살이 풀꽃이다. 흔하기는 하지만 어느 정도 높은 산에만 살므로 도시 근처의 낮은 산에서는 볼 수 없다. 꽃부리 끝이 아랫입술과 윗입술로 갈라지는데 아래쪽 입술 끝은 나비가 앉은 것 같은 모양이다. 꽃이 지고 나면 줄기가 1m 가까이 덩굴지어 크게 자란다. ●꽃 구경 뒤 온천서 여독푸는 또 다른 맛 금강애기나리는 진부애기나리라고도 불리는 백합과의 여러해살이풀이다. 주로 강원도 이북의 높은 산에 자라지만 중부 이남의 높은 산에서도 발견된다. 이맘때 꽃이 피는데, 줄기 끝에서 1∼3개의 꽃자루가 나와서 그 끝에 꽃이 하나씩 핀다. 지름 1㎝ 이하의 작은 꽃이지만 가까이서 들여다보면 화피, 꽃밥, 암술의 모습에서 균형 잡힌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병꽃나무는 꽃이 생김새가 병(甁)을 닮아서 붙여진 이름이다. 북부지방과 남해안을 제외한 지역의 산과 들에 비교적 흔하게 자라는 떨기나무다. 세계적으로는 우리나라에만 자라는 특산식물이다. 병꽃나무도 붉은 빛 꽃을 피울 때가 있기 때문에 붉은병꽃나무와 혼동하는 경우가 있지만, 꽃받침이 끝까지 가늘게 갈라지는 특징으로 중간까지만 갈라지는 붉은병꽃나무와 구분할 수 있다. 길이 100㎞에 이르는 백두대간이 도시 전체를 에워싸며 흐르는 문경시에는 조령산, 백화산, 대야산, 희양산, 대미산, 황장산 등 고도 1000m를 넘나드는 산봉우리가 즐비하다. 게다가 문경새재, 문경온천 등 사람들을 불러 모을만한 매력적인 요소들도 갖추고 있다. 이 봄이 다 가기 전에 산의 고장 문경을 찾아 주흘산 꽃산행에 나서보면 어떨까. 동북아식물연구소장
  • [Let´s Go]꽃바람 난 한라산

    [Let´s Go]꽃바람 난 한라산

    제주 사람에게 물었다. 한라산은 언제 가야 가장 좋으냐고. 그 사람은 힐난하듯 되물었다. 지금 가면 무엇이 좋으냐 물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우문에 현답이다. 언제가도 아름다운 곳이 한라산인 것을. 이맘때 가면 무엇을 볼 수 있느냐고 물었어야 옳았다.5월의 한라산은 분홍빛이다. 겨우내 앙상했던 나뭇가지에 잎이 채 나오기도 전 털진달래가 연분홍 꽃망울을 터뜨리며 산자락을 붉게 물들인다. 특히 백록담 바로 아래 선작지왓의 털진달래는 이 맘때 한라산을 대표하는 얼굴.5월 하순부터는 철쭉이 바통을 이어받는다. # 키작은 봄꽃들의 향연 한라산의 봄꽃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꽃이 무얼까. 눈 사이로 함초롬히 피어난 복수초가 앞줄에 서고 털진달래와 산철쭉 등이 뒤를 이을 게다. 풍성한 꽃술을 자랑하는 분단나무꽃도 빼놓으면 섭섭해 할 듯. 모질고 차가운 산바람을 이겨내고 피어난 꽃들이니 강인함은 물론, 빼어난 아름다움까지 갖췄다. 어디 그뿐일까. 허리굽혀 눈길을 조금만 아래로 줘보시라. 개별꽃, 제비꽃, 각시붓꽃 등에 제주도 특산식물 좀민들레까지, 등산로 곳곳마다 작고 앙증맞은 들꽃들이 등산객들을 반긴다. 영실휴게소에서 시작된 숲길은 비교적 평탄했다. 붉은 빛 감도는 금강소나무가 봄꽃들의 군무와 어우러지며 기세좋게 하늘을 향해 뻗어 있다.30∼40분쯤 걸었을까. 숨이 턱까지 차 오를 때 쯤 시야가 확 트이면서 오른쪽으로 오백나한이 모습을 드러냈다. 제주 10경의 하나인 영실기암(靈室奇岩)의 시작이다. 오백나한 왼쪽의 병풍바위는 높이가 50m도 넘는다. 거인이 힘주어 쑥 뽑아 올린 듯한 수직의 바위에서 강한 역동성이 느껴진다. 영실전망대에 서서 오던 길을 되짚어 보니 서귀포 칠십리 해안과 산방산 등이 옅은 안개 속에서 고운 자태를 드러냈다. 바닷가까지 흘러내린 산자락 곳곳마다 새별오름 등 알통처럼 불거진 크고 작은 오름들도 뚜렷이 드러났다. 독특하고 이국적인 풍광이다. # 산상 정원 ‘선작지왓´ 구상나무 숲길을 벗어나자 백록담의 외벽 ‘부악’이 거느린 거대한 평원이 펼쳐졌다. 우리나라 최고(最高)의 고산초원, 선작지왓이다. 제주말로 ‘선’은 서있다,‘작’은 자갈,‘왓’은 밭이란 뜻이니 선작지왓은 ‘작은 자갈들이 서있는 밭’이란 뜻일 게다. 드넓은 평원을 점령한 ‘난쟁이 대나무’ 제주조릿대(한국 특산종)사이로 연분홍 진달래가 흐드러지게 피어났다. 보통 4월 말부터 피기 시작하는데 올해는 초봄까지 계속된 잦은 한파로 개화시기가 늦어졌다. 산철쭉들은 이제야 꽃망울을 맺기 시작했지만, 진달래꽃의 선연한 분홍빛만으로도 한라산 주변은 불타는 듯하다. 제주 최고의 풍경을 일컫는 영주10경 중 ‘영구춘화(瀛丘春花)’가 이럴까. 원래 산철쭉 곱게 핀 제주시 고등동 방선문 일대를 가리키는 말이긴 하나, 예전과 환경이 많이 달라진 오늘날 선작지왓의 진달래꽃 핀 풍경이 그 자리를 꿰찬다해서 문제될 것은 없어 보인다. 한라산 진달래의 정확한 이름은 털진달래다. 고산지대에서 자라는 진달래의 변종. 잎과 어린 가지에 털이 나있는 모습에서 일반 진달래와 구분된다. 고산식물이기 때문에 개화시기 또한 늦다. 진달래는 잎이 돋기 전 꽃이 먼저 핀다. 철쭉은 그 반대. 잎이 먼저 돋아난 후 꽃이 핀다. 잎이 없으면 진달래, 잎 사이로 꽃이 피었으면 철쭉이라 보면 된다. 진달래의 고운 자태에 취한 등산객들이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것이 한라산 노루다. 털이 윗세오름 주변 산자락의 빛깔을 닮은 탓에 눈에 잘 띄지는 않지만, 노루샘 주변을 차분하게 살펴보면 채 30m가 넘지 않는 곳에서 풀을 뜯고 있는 녀석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윗세오름 휴게소가 산행의 종착지다. 휴게소 위쪽으로도 털진달래가 흐드러지게 피었을 텐데, 더 오를 수는 없다. 자연휴식년제 때문이다. 어리목 방향으로 내려가거나, 다시 영실쪽으로 돌아 내려와야 한다. 하산길에 한번쯤은 뒤를 돌아 보시라. 운이 좋다면 한라산이 안배한 마지막 풍경의 유희와 마주하게 된다. 여성처럼 부드러운 곡선을 그린 흰구름이 은가락지 모양으로 부악을 감싸 안으며 한바탕 질펀하게 희롱을 벌인다.5∼6월이면 자주 나타나는 광경. 기류를 따라 하강했다가는 이내 남성적인 부악의 근육들 하나하나를 보듬으며 솟구쳐 오른다. 웅장한 자연의 서사시를 바라보며 ‘남녀상열지사’를 떠올린 불경스러움에 이방인의 볼은 진달래꽃처럼 붉게붉게 물들어 간다. 글 사진 제주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여행수첩(지역번호 064) ▶가는 길 : 영실 입구(지방도 1139호선·해발 1000m)→2.5㎞→영실매표소(한라산국립공원)→2.5㎞→영실휴게실(해발 1280m)→3.7㎞→윗세오름 대피소(해발 1700m). 소요시간은 영실휴게소∼윗세오름 편도 1시간 40분. 봄꽃들을 완상하며 걷다 보면 다소 길어진다. 어리목광장∼사제비동산∼만세동산∼윗세오름으로 이어지는 어리목 코스는 1시간 소요. 영실에서 윗세오름을 거쳐 어리목으로 내려가는 코스도 각별한 맛이 있다.hallasan.go.kr, 어리목매표소 713-9950, 영실매표소 747-9950. ▶주차료 : 승용차 1800원. 자동차가 평일에는 휴게실까지 오른다. 입장료는 없다. ▶맛집 : 신제주 연동 주택은행 앞 유리네식당은 허름하지만, 식사시간이면 줄을 서야 할 정도로 알려진 제주 토속음식 전문식당이다. 갈치구이·고등어구이·성게 미역국 등이 주종목. 옥돔미역국·갈치국·자리물회도 맛있다.748-0890.
  • “노루·사슴 노는 고향 땅서 편히 잠드소서”

    대하소설 ‘토지’의 작가 고(故) 박경리 선생이 9일 고인의 고향인 경남 통영의 미륵산 자락에 영면했다. 고인의 유해는 이날 오후 외동딸인 김영주 토지문화관장과 사위 김지하 시인 등 유족과 전국의 문인, 통영 시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통영 앞바다와 한산도가 한눈에 들어오는 산양읍 신전리 양지농원의 미륵산 자락에 안장됐다. 오후 1시쯤 양지농원에 도착한 유해는 영혼을 좋은 곳으로 인도하는 남해안별신굿 보존회의 들채굿과 마지막 작별을 고하는 유족, 지인들의 큰 절을 뒤로 하관됐다. 이어 유족들과 강원도 원주, 경남 하동 문인들이 고인이 소설 ‘토지’를 완간한 강원도 원주시 단구동 옛집의 흙과 타계 전까지 살았던 원주 토지문화관 텃밭의 흙, 최참판댁이 있는 하동 평사리의 흙을 관위에 뿌리는 ‘허토’ 의식이 열렸다. 고인이 2003년 전남 함평나비축제 명예대회장을 했던 인연으로 함평에서 가져온 하얀 나비 수십마리가 하늘로 날아 오르는 가운데 고인은 양지바른 산자락에 영원히 육신을 눕혔다. 앞서 오전 통영시내 강구안 문화마당과 충렬사 주차장에서 추모제와 노제가 열렸다. 유해가 실린 꽃상여와 200여개의 만장(輓章)이 어릴 적 고인이 뛰놀던 통영시내 1㎞를 이동하는 동안 13만여명의 고향 주민들은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추모했다. 진의장 통영시장은 “선생의 타계로 문학의 힘이 얼마나 크고 위대한 것인가를 우리는 깨닫게 됐다.”면서 “이순신 장군의 독전 소리가 저렁저렁하던 한산 앞바다가 훤히 내려다 뵈는 양지바른 곳, 선생님이 좋아하셨던 그곳은 노루와 사슴이 쉬었다 가는 좋은 땅, 평화로운 땅이다. 그곳에서 편안히 잠드소서.”라고 추모사를 했다. 한편 통영시는 지난해 12월24일 고인이 81번째 생일을 기념해 외손자 2명과 통영을 찾아 시에 전달했던 유품 수백여점을 이날 시청 강당에서 공개했다. 공개 유품에는 ‘박경리문학상 제작에 관하여’ 육필원고(23장), 본명인 ‘박금이’(朴今伊)로 된 여권, 진주여고 재학당시 친구들과 함께 찍은 사진,‘김약국의 딸들’ 영역본, 외손자 등과 주고 받은 엽서와 편지,‘토지’ 완간 10주년 특별대담 DVD세트, 충무시 문화상 수상패, 고인의 연필 드로잉, 액세서리 주머니, 신문 스크랩 등이 포함돼 있다. 고인이 생전에 “나의 생활이요, 나의 문학이요, 나의 예술”이라며 가장 아꼈던 3가지 물품인 재봉틀과 국어사전, 통영 소목장(小木匠·목재로 만든 세간)은 들어 있지 않았다. 통영시는 유품을 2010년 개관 예정인 통영 박경리문학관에 전시할 계획이다. 통영 이정규기자 jeong@seoul.co.kr
  • 들개의 역습, 그 피해 현장속으로

    공포의 무법자인가 생태 조절자인가.2008년 봄, 천혜의 땅 제주도에 비상이 걸렸다. 들개들이 제주의 대표적인 야생동물인 노루와 가축들을 무차별적으로 물어 죽이고 있는 것.30일 오후 10시 KBS 1TV에서 방송되는 ‘환경스페셜-현장 추적, 들개의 역습’에서는 날로 늘어가는 들개에 의한 피해현장을 밀착 취재, 그 해결 방법을 찾아본다. 해발 200m가 넘는 제주 산간 지역에 공포의 무법자 들개가 나타났다. 들개들은 쥐도 새도 모르게 침입해 노루를 비롯해 양, 염소, 송아지, 망아지 등 가축을 가리지 않고 공격한 뒤 바람처럼 사라진다. 주민들이 축사에 철망과 철문을 두르고 제주시가 야생동물 구제단과 함께 대대적인 포획작업을 벌였지만 모두 허사였다. 아름답고 평화로운 제주섬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 넣고 있는 들개. 과연 이들은 어떻게 살아가며 어떤 형태로 사냥감을 공격하는 것일까. 목격자들에 따르면 들개는 한반도에서 멸종된 늑대와 유사한 부분이 많다. 둘 다 무리를 지어 생활하며 우두머리가 존재하고 그 밑에 무리들은 우두머리의 명령에 복종하는 집단생활을 한다. 또한 들개는 배가 불러도 끊임없이 사냥하는 기질이 늑대와 다르다. 그런 만큼 노루의 멸종뿐 아니라 생태계 전반의 파괴에 대한 우려를 더해주고 있다. 심각한 환경오염지역에서 청정수역으로 변모한 시화호에서도 ‘들개 비상’이 걸렸다. 대규모 산업단지 조성을 앞두고 갈대가 제거되면서 환경단체의 보호를 받던 고라니가 들개의 공격에 떼죽음을 당하고 있다. 이에 환경단체가 올무와 마취총 등을 이용한 포획에 나섰지만 갈대숲 일대가 너무 광활해 사실상 총기를 사용하지 않고는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그러나 총기 사용 또한 쉽지 않은 실정이다. 동물보호법상 개는 학대하거나 죽일 수 없다. 또한 야생화된 동물은 관리동물로 지정해 포획할 수 있지만 개는 야생화된 동물로도 볼 수 없다.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들개문제의 해법은 과연 없는 것일까.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어린이 책꽂이]

    ●우리는 친구(앤서니 브라운 글·그림, 장미란 옮김, 웅진주니어 펴냄) 인기 그림책 작가 앤서니 브라운의 최신작. 고난의 순간에 약점을 덮어주는 이가 진정한 친구라는 사실을 고릴라와 고양이의 우정으로 웅변.4∼7세.1만원.●어린이 역사인물사전(김정미 글, 유희선 그림, 청년사 펴냄) 단군부터 백남준까지 한국사를 빛낸 170여명의 역사인물 조명. 교과서에 나오는 인물 위주로 관련 사진과 그림들을 덧붙여 이해를 도왔다. 초등고학년.2만 3000원.●옹달샘 꽃누름(송수권 글, 백남호 그림, 문학사상사 펴냄) 송수권 시인의 장편동화. 시골마을을 배경으로 무공해 사계가 수채화처럼 펼쳐진다. 부모 없이 할머니와 함께 사는 소년 가장의 이야기. 초등생.8000원.●이야기 한국사(전2권)(이이화 글, 파란하늘 펴냄) 역사학자 이이화가 초등생 눈높이에 맞춰 쓴 한국사. 왕조 중심이 아닌, 백성의 생활상을 주축으로 역사를 기술했다는 점이 특색있다.‘구석기∼조선 초기’(1권) ‘조선 중기∼근대’(2권) 초등3년 이상. 각권 1만 1000원.●숲속 산책(토마스 뮐러 글·그림, 김경연 옮김, 은나팔 펴냄) 나무와 숲, 그 속에 만화경처럼 펼쳐지는 생태를 들여다보는 생태그림책.노루, 붉은솔개, 나무좀, 광대버섯…. 숲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동식물들의 다양한 모습이 경이롭다.7세 이상.1만 2000원.
  • ‘검은공포’ 여름도 삼키나

    대형 기름유출사고로 어로행위가 제한됐던 태안군 일대에서 어선의 조업이 재개됐지만 굴을 비롯한 패류의 채취는 불가능하다. 올여름 해수욕장의 개장 여부도 불투명하다. ●어패류 채취는 아직 불가능 국토해양부는 18일 이같은 내용의 ‘해양오염영향조사 제1차 중간결과’를 발표했다. 심원준 한국해양연구원 해양환경위해성 연구사업단장은 “전체적으로 해양부분은 빠르게 회복되고 있으나 갯벌이나 바위지역 등에서의 생태계 회복은 아직 미흡한 수준”이라면서 “올여름 해수욕장의 개장문제는 앞으로 복원 추세를 더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오염 피해를 입은 28개 해수욕장의 모랫물을 지난해 12월부터 3월까지 조사한 결과 3월에는 전체의 46%인 13곳에서 기준치를 초과했다. 기준치를 넘어선 해수욕장은 구례포, 신두리, 신노루, 구름포, 천리포, 방주골, 모항항, 어은돌, 파도리, 청도대, 빗개, 꽃지 등이다. 특히 신노루, 구름포, 의항리, 방주골, 천리포 해수욕장은 2월보다 오염도가 높아져 적극적인 방제작업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연안 고기잡이는 전면허용 조사는 해수, 해양퇴적물, 어패류 등에 대한 유류오염정도와 생물 독성, 수산물의 인체위해성, 해양생태계 변화 등으로 나눠 진행됐다. 해양에서의 유분(TPH)농도는 정상치를 회복하고 있으나 해안지역은 유류오염 기준을 여전히 초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굴의 경우 유해물질(PAHs:벤조피렌 등 암발생 가능한 독성물질) 농도가 사고 이전보다 평균 3.5배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어류의 경우 청정지역(거제도)과 유사할 정도로 정상화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조사결과에 따라 농림수산식품부는 이날부터 태안군 관내 모든 어선어업을 대상으로 조업재개를 허락했다. 그러나 태안군 연안에서는 바닥을 끄는 어법(형망)사용 및 패류채취는 금지키로 했다. 또 이곳에서 생산된 수산물은 안흥·연포 등 국립수산물품질검사원이 파견된 7곳의 지정위판장을 통해서만 유통되도록 했다. 해양생태계는 갯벌과 갯바위뿐 아니라 조하대(물에 잠기는 연안지역)의 생물 서식밀도가 사고 전에 비해 절반 수준에도 못미치고 있었다. 이번 조사는 사고 이후 지난달 28일까지 사고지점에서 12∼14㎞ 정도 떨어진 태안군의 연안지역에서 실시됐다. 나머지 지역에 대한 조사와 최종결과는 오는 10월까지 3차례에 걸친 계절별 조사를 마친 뒤 발표할 예정이다. 한편 피해주민에 대한 보상문제는 조업 중단 시기까지 피해액을 합산해 청구를 하면 국제유류보상기금(IOPC)이 평가 후 수주 내에 지급된다. 정부 관계자는 “특별법 시행에 따라서 6월부터 국내에서 일단 평가 금액에 대해 보상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동구기자 yidonggu@seoul.co.kr
  • 영등포, 자연생태교실 운영

    영등포구는 이번 주부터 가족이 함께 자연 속에서 생태를 보고 배우는 안양천환경교실과 자연생태교실을 운영한다고 16일 밝혔다. 안양천환경교실은 환경 전문가와 함께 도심 속 하천의 중요성을 알아 보고, 안양천을 터전 삼아 살고 있는 새와 식물을 관찰한다. 자연의 정수 원리를 체험하고, 갈대잎 배를 만들어 냇물에 띄워 보는 시간도 마련된다. 자연생태교실은 전문해설가의 재미있는 설명을 들으며 집 근처 생태계를 보고 느끼는 프로그램이다. 두 프로그램 모두 오는 10월까지 첫 번째와 세 번째 토요일에 진행한다. 구는 안양천을 찾는 시민들이 자연을 체험할 수 있도록 지난해 11월 안양천생태운영센터를 열고 자연학습장을 운영 중이다.자연학습장에서는 개미취, 산꼬리풀, 노루오줌, 물레나무풀, 석잠풀 등 19종이 식재되어 있으며, 식물 안내판이 설치돼 초보자도 쉽게 관찰할 수 있다. 학생과 시민은 누구나 무료로 참여할 수 있으며 인터넷홈페이지(ecoinfo.seoul.go.kr) 또는 전화(2670-4131∼2)로 신청하면 된다. 환경교실에는 중·고등학교 단체(20명 내외) 접수가 가능하다.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현진오의 꽃따라산따라](7) 울릉도

    [현진오의 꽃따라산따라](7) 울릉도

    울릉도는 아주 특별한 화산섬이다. 동해 바다 한가운데서 불쑥 솟아오른 이후 단 한번도 육지와 연결된 적이 없는 대양섬이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도 하와이 등 몇 안 되는 대양섬 중의 하나이자 우리나라에서는 유일한 대양섬이다. 더욱이 지금으로부터 약 300만년 전에 생성되어 지질학적으로 짧은 역사를 가졌기 때문에 세계의 대양섬들 중에서도 젊은 대양섬으로 여겨진다. 이런 이유로 울릉도는 세계 식물학계로부터 진화생물학 연구대상지로서 주목받고 있다. ●남방계열·북방계열 등 고루 분포 한반도, 연해주, 일본 등지로부터 들어와 울릉도에 정착한 식물들은 오랜 기간에 걸쳐 이곳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왔다. 이 과정에서 울릉도로 이주한 식물들은 독특한 적응현상을 보이게 되는데, 그 결과가 바로 울릉도 특산식물의 출현이다. 특산식물이라는 것은 일정한 지역에서만 자라는 것을 말하므로 울릉도 특산식물은 세계적으로 오직 울릉도에만 자생하는 식물을 뜻한다. 이렇게 탄생한 울릉도 특산식물은 너도밤나무, 섬개야광나무, 섬나무딸기, 섬남성, 섬노루귀, 섬단풍, 섬바디, 섬백리향, 섬시호, 섬쑥부쟁이, 섬자리공, 섬댕강나무, 섬현삼, 섬현호색, 우산고로쇠, 우산제비꽃, 울릉국화 등 40여 종류에 이른다.‘섬’ ‘울릉’ ‘우산’ 등이 붙은 식물은 대부분 울릉도 특산식물이다. 독특한 환경에 적응한 특산식물이 많다는 점 외에도 이곳 식물들이 보여주는 신기한 현상들이 있다. 잎과 꽃이 크다는 것은 잘 알려진 울릉도 식물의 첫 번째 특징이다. 넓은잎쥐오줌풀, 섬백리향, 왕매발톱, 왕해국, 왕호장근 등 대형인 식물이 많다. 잎이나 꽃, 줄기가 커서 다른 종으로 구분하는 것들도 있고, 학술적으로는 우리나라 다른 지역의 것과 구별하지는 않지만 언뜻 보기에 차이를 느낄 수 있을 만큼 크기가 큰 것이 많다. 또한 울릉도에는 남쪽에 고향을 둔 식물뿐만 아니라 북쪽이 고향인 식물도 많이 자라는 특징이 있다. 위도상으로 북위 37도에 자리잡고 있지만 굴거리나무, 동백나무, 식나무, 후박나무 등 상록활엽수들과 사철난, 새우난초, 섬사철난, 연화바위솔, 털머위 등 남방계열 식물이 많다는 것은 울릉도가 난류의 영향을 받는 해양성기후임을 감안하면 이해가 가는 일이다. 하지만 이런 기후조건을 가진 울릉도에 북방계 고산식물이 많이 자란다는 것은 언뜻 이해할 수 없는 일인데, 덩굴용담, 두메오리나무, 만병초, 분꽃나무, 선갈퀴, 주름제비난, 큰연령초, 화솔나무 등이 그런 식물이다. 더욱이 이들 북방계 식물들은 성인봉 정상부의 높은 곳뿐만이 아니라 저지대에서도 잘 자라는 경향을 보여준다. 또 하나 울릉도 식물들이 보여주는 특징이 있다면, 울릉도 환경에 일단 적응한 식물이라면 개체수가 매우 많다는 것이다. 섬노루귀는 세계적으로 울릉도에만 자라는 특산식물인데, 울릉도의 숲 속에서는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을 정도로 흔하다. 고추냉이, 개종용, 너도밤나무, 넓은잎산마늘, 두메오리나무, 등수국, 땅두릅, 바위수국, 섬나무딸기, 섬노루귀, 섬바디, 주름제비란, 큰두루미꽃, 향나무 등이 모두 이런 예에 해당한다. ●80여종 식물 사시사철 꽃피워 울릉도에는 800여 종류의 식물이 자라고 있다. 이들은 사시사철 형형색색의 꽃을 피워 우리를 반긴다. 봄철 사수채송화와 갯메꽃이 해안가를 아름답게 수놓는 것으로 시작되는 꽃축제는 겨울의 문턱이라 할 11월까지 계속된다. 여름에는 참나리와 섬말나리, 가을에는 섬쑥부쟁이, 털머위, 해국이 섬 전체를 뒤덮는다. 귀하고 독특한 울릉도 식물들은 철 따라 변하는 경관의 아름다움과 함께 울릉도가 ‘신비의 섬’으로 거듭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주고 있는 셈이다. 옛날 울릉도 사람들이 춘궁기를 이겨낼 수 있게 해주었던 것도 바로 식물이다. 울릉도 산과 들에 지천으로 돋아나는 넓은잎산마늘은 춘궁기때 사람들의 목숨을 잇게 해주었다는 뜻에서 ‘목숨 명’자를 써서 명이 또는 멩이라고 부른다. 오늘날에도 취나물(울릉미역취), 부지깽이나물(섬쑥부쟁이), 삼나물(눈개승마), 참고비(섬고사리) 같은 식물들이 고소득 나물로 재배되어 주민들의 생활을 윤택하게 해주고 있다. 지금 울릉도에서는 개종용, 고추냉이, 섬남성, 섬노루귀, 우산고로쇠, 큰연령초 같은 귀한 봄꽃들이 지천으로 피어나고 있다. 동북아식물연구소장
  • [현진오의 꽃따라 산따라] (4) 강원도 삼척시 덕항산

    [현진오의 꽃따라 산따라] (4) 강원도 삼척시 덕항산

    위도가 높은 곳에 자리잡은 강원도 산들에는 봄이 늦게 찾아온다. 백두대간에 놓인 산들은 해발고도가 높기 때문에 봄이 더욱 늦다. 이런 환경에도 불구하고 강원도의 몇몇 산지에서는 생각지도 못할 정도로 봄꽃소식이 일찍 전해져 온다. 개복수초라고도 부르는 가지복수초는 삼척시 자생지에서 1월 중순부터 꽃을 피워 봄꽃인지 겨울꽃인지 우리를 헷갈리게 한다. 설악산 자락에 사는 변산바람꽃도 3월 중순이면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한다. 남부지방에 비해 겨울이 긴 강원도에서 봄꽃들이 이처럼 일찍 꽃을 피울 수 있는 것은 해양성 기후 덕분이다. 제주도와 남해안에 사는 보춘화나 대흥란 같은 난초들이 강원도 지방까지 올라와 자라는 것도 같은 이유라 할 수 있다. 환선굴과 대금굴로 유명한 삼척시 덕항산에서도 이른 봄에 서둘러 꽃을 피우는 식물들을 만날 수 있다. 덕항산은 백두대간에 솟은 높이 1073m의 산으로서 북쪽의 두타산과 남쪽의 함백산 중간 지점에 놓여 있다. 금강산부터 줄곧 동해안을 따라 달리던 백두대간이 내륙 쪽으로 꺾여 들어가기 직전에 위치한 산으로서 동해바다에서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으므로 해양성 기후의 영향을 받는다. 덕항산 같은 강원도 백두대간 산들에는 3월 하순이나 4월 초순에 눈이 내리는 일이 많다. 이런 곳들에서는 ‘눈을 녹이며 피는 꽃’이 아니라 ‘눈에 파묻힌 꽃’을 볼 수 있다. 이른 봄에 일찍 꽃을 피운 식물들이 때늦은 눈을 만나 그 속에 갇히는 상황이 벌어진다. 덕항산 산자락에는 일찍 피는 봄꽃이 많으므로, 이들이 눈 속에 파묻힐 가능성이 그만큼 높다.3월 하순이 되면 이곳에서는 얼레지, 노루귀, 산괴불주머니, 생강나무 같은 봄꽃들이 피어나기 시작한다. 몇 해 전 나는 이곳에서 여러 가지 봄꽃들이 때늦은 함박눈을 만나 눈 속에 파묻힌 희한한 장면을 목격했다.4월 초순에 갑자기 눈이 내려 ‘한겨울에 피어난 봄꽃’이 연출되었던 것이다. 덕항산에서 눈을 뒤집어쓴 모습을 보여주었던 봄꽃 가운데는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민대극이 포함되어 있다. 과거에는 우리나라에 살고 있다는 사실조차 잘 알려지지 않았을 정도로 귀한 식물이다. 새싹이 날 때 붉은빛을 띤 것이 많기 때문에 ‘붉은대극’이라고도 불린다. 꽃을 일찍 피우는 봄꽃들의 에너지가 어디에서 솟아나는지 아리송할 때가 많은데, 민대극의 에너지원은 쉽게 알아챌 수 있다. 뿌리가 잘 생긴 6년근인삼을 2배쯤 확대한 모습인데, 무 뿌리 정도로 크기도 크고 생김새도 힘차 보인다. 산자락에 있는 환선굴과 대금굴이 석회동굴이라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덕항산은 석회암으로 이루어진 산이다. 산 전체가 석회암 덩어리라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흙의 깊이가 얕기 때문에 바위가 드러난 곳이 많고, 물 빠짐이 매우 좋은 게 석회암 지대의 환경적 특성이다. 이 때문에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식물이 많이 자란다. 석회암 지대를 좋아하는 식물들은 호석회식물이라 하여 일반적인 환경에서 자라는 식물들과 구분한다. 이름도 낯선 갈기조팝나무, 사창분취, 산토끼고사리, 자병취, 지치, 털댕강나무, 회양목 같은 것들이 그런 종류다. 석회암 지대에서 북방계식물이 많이 자라는 것도 재미있는 현상이다.2005년에 이루어진 한국교사식물연구회의 덕항산 조사에서 확인된 가는대나물, 개병풍, 만주바람꽃, 바위솜나물, 벌깨풀, 산새콩, 솔체꽃, 청닭의난초, 큰제비고깔 등이 이런 식물이다. 벌깨풀은 남한에서는 사는 곳이 한두 곳에 불과한 북방계 희귀식물이다. 남한에서 발견된 곳은 모두 석회암벽이 발달한 산이다. 연구회 교사들의 조사에서 이처럼 중요한 식물의 새로운 자생지가 밝혀진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석회암 지대에 대한 최근 조사에서는 넓은잎제비꽃이나 바이칼꿩의다리 같은, 그동안 남한에는 없는 것으로 알려져 온 북한 식물들도 발견되고 있다. 석회암 지역이 식물 생육지로서 다른 어떤 환경보다 중요한 곳이라는 증거들이 하나둘씩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안타깝게도 그곳에 살고 있는 희귀식물들에 대한 연구도 덜 된 상태에서 우리나라의 석회암 지대는 대부분이 망가지고 말았다. 남은 석회암 산지라도 보전에 힘을 쏟아야 소중한 식물들을 살릴 수 있는 절박한 상황에 놓여 있다. 석회암 지대처럼 귀한 식물이 많이 자라는 곳을 보전하는 일은 한반도의 생물다양성을 지키는 지름길이다. 동북아식물연구소장
  • [한국의 토종](3) 삽살개·진돗개·동경이

    [한국의 토종](3) 삽살개·진돗개·동경이

    “개야 개야 삽살개야, 너에게 밥을 줄 때 먹기 싫어 너를 줬냐. 윗집 총각 오시거든 짖지 마라 너를 줬지.” 연인들의 은밀한 사랑놀음이 개 짖는 소리에 들통 날까 조바심을 내는 내용의 전래민요의 한 소절이다. 삽살개를 비롯해 진돗개, 동경이 등 토종개 이야기는 옛 민요나 시조·민화 등에 종종 등장한다. 신라 김유신 장군의 충견(忠犬)이던 삽살개가 군견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했다는 전설도 전해진다. 일본 사찰의 수호신 동물석상인 ‘고마이누´(高麗개)도 이 땅에서 건너간 ‘삽살개´가 뿌리라고 한다. 온몸에 털이 복슬복슬한 삽살개. 눈과 귀를 덮은 긴 털이 야성적이면서도 해학적인 느낌을 준다.‘삽´은 퍼낸다, 없앤다는 뜻이며 ‘살(煞)´은 액운을 의미하니, 삽살개란 액운을 물리치는 개라는 뜻이다. 이렇듯 우리의 선조들과 희로애락을 함께해온 삽살개의 개체 수가 급격히 준 것은 일제시대 때였다는 게 한국일(41) 한국삽살개보존협회 육종연구소장의 말이다. 태평양전쟁을 일으킨 일본이 총독부 산하에 ‘조선원피주식회사´를 세우고 군용 모피로 견피(犬皮)를 연간 10만장에서 많게는 50만장까지 수집했기 때문이다. 이 결과 전국의 개가 몰살하다시피 했다는 것. 한 소장은 삽살개가 천연기념물 368호로 지정된 1992년부터 삽살개의 체계적인 혈통관리와 연구를 해오고 있다. 오랜기간 우리 풍토에 적응해온 삽살개는 우리와 정서적으로 매우 잘 통하며 질병에도 강하고, 주의력이 깊고 복종심이 뛰어나다. 최근 애완견을 이용한 정서장애 치료법이 유행인데 삽살개가 좋은 치료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다만 애완견치고는 다소 몸집이 큰 게 흠이어서 삽살개를 작게 만드는 육종연구가 필요하다는 게 한 소장의 주장이다. 삽살개와 자웅을 겨루는, 또 하나의 명견인 진돗개. 진돗개는 섬이라는 ‘진도´의 특수성 때문에 순수 혈통이 비교적 잘 보존돼 왔다. 평야와 산야지대가 적절하게 어우러진 진도. 그곳에서 노루, 토끼, 너구리 등을 사냥하며 승부근성 및 민첩성을 발달시켜온 대표적인 토종견이다. 진돗개축산사업소는 진돗개를 세계적인 명견으로 우뚝 서게 하려는 야심찬 계획에 따라 우수 혈통을 얻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전남 진도군이 진돗개 혈통 보존과 보호육성을 위해 설립한 이곳에서 현재 18명의 연구자들이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윤한성(50) 소장은 “주인에게는 한없이 순하지만, 위험 앞에서는 결코 물러서지 않는 용맹함을 갖췄다.”며 특히 멀리 대전까지 팔려 갔다가 진도의 주인에게로 돌아온 ‘백구 이야기´에서 알 수 있듯 경이적인 귀소본능까지 갖췄다고 칭찬했다. 냄새가 거의 없는 청결한 개이기도 하다. 진도군은 2005년 세계 최고 권위의 개 등록기관인 영국의 케넬클럽(KC)에 진돗개를 등록시켰다. 한국에도 고유 품종의 국견(國犬)이 있다는 것을 세계에 알린 것이다. 동경이(東京犬)는 숨겨진 토종견이다. 조선 순종 때 발행된 증보문헌비고(增補文獻備考)에 “동경(경주를 말함)에 꼬리가 없거나 이상한 개가 많았다. 그래서 이들을 동경견이라고 불렀다.”는 기록이 있다. 한때는 꼬리가 잘린 개거나 돌연변이로 취급 받았다. 그러던 동경이가 최석규(51) 서라벌대학 동경이보전연구소 소장에 의해 천연기념물 지정이 추진되고 있다. 최 소장은 “동경이가 토종개 가운데 문헌기록으로 가장 오래된 개”라면서 “주인과 함께 있으면 낯선 사람에게 절대 짖지 않는 성품을 지녔다.”고 칭찬했다. 이어 “우리의 중요한 생물자원인 동경이의 혈통을 보존하기 위해 체계적인 관리와 육종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요즈음 근본도 알 수 없는 수입견들이 국내 애완견 시장을 독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외국견들은 대부분 인위적으로 개량한 작출견(作出犬)인 데 비해, 우리의 토종개는 우리의 환경이 만들어낸 자연산 그대로다. 최근 멸종위기에 처했던 우리의 토종개들이 DNA 지문법이나 혈청분석법, 역사적인 고찰 등을 통해 복원, 육성되고 있다. 우수 토종견을 보급하는 일은 새로운 국가산업이 될 수 있다. 아울러 잃어버린 고향의 마음을 되찾는 일이기도 하다. ‘바둑이도 같이 돌자, 동네 한 바퀴….´ 사진 글 도준석기자 pado@seoul.co.kr
  • [태안 기름 유출 100일] 갯벌이 무덤으로… 갈매기도 떠났다

    [태안 기름 유출 100일] 갯벌이 무덤으로… 갈매기도 떠났다

    지난해 12월7일 유조선 원유유출사고가 발생한 충남 태안에서는 최근 어민들의 조업지역이 하루가 다르게 북상하며 기지개를 켜고 있다. 하지만 기름띠가 강타한 태안군 소원면, 근흥면, 원북면은 생계 걱정 때문에 여전히 시름에 잠겨 있다.15일로 사고 발생 100일을 맞는 태안 지역을 서산태안환경운동연합 관계자들과 함께 둘러봤다. ●아직도 해변에는 바다생물 사체들 천지 ‘배를 들어내고 죽은 설개(갯가재), 누렇게 썩어 밀물에 떠내려온 잘피, 빈 고둥 껍데기….’ 13일 태안군 소원면 의항2리 신노루 해변에는 바다 생물의 흉한 사체들이 널려 있었다. 설개는 갯벌에 구멍을 뚫고 사는 저서생물로 유출된 기름에 직접적 피해를 입은 듯했다. 백사장에는 그 어떤 생명체의 움직임도 없다. 동행한 환경운동연합 이평주 사무국장은 “잘피는 바닷속에 숲을 만드는 수중식물인데 몸이 기름에 녹아 잘려 나가고 있다.”면서 “모래를 기어다니던 비단고둥도 전혀 안 보인다.”고 안타까워했다. 해변의 모래 속에는 은행알만한 기름덩이들이 뒤섞여 있다. 기름 냄새가 코 끝에서 감돌았다. 백사장으로 밀려오는 파도의 끝자락에 엷은 유막이 형성돼 물결에 흔들렸다. 근처의 뎅갈막 해변에는 기름띠가 바위에 덕지덕지 붙어 있고 따개비는 보이지 않았다. 파도에 기름 찌꺼기가 섞여 있다. 우리나라 사구(모래언덕) 가운데 최초로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신두리 해변에는 죽은 성게가 하얗게 변한 채 널브러져 있고 연탄가루 같은 검은 띠가 여러개 그어져 있다. 만리포해수욕장도 유막이 계속해서 생겨 모래를 뒤집고 흡착포를 씌워 놓았다. 흔하던 흑비단고둥, 똘장게 등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먹잇감이 사라지니 수천 마리에 이르던 갈매기도 한마리 날아오지 않았다. 이 사무국장은 “날씨가 더워지면 해변 곳곳에 묻혀있는 기름덩이가 녹아 생태계가 얼마나 더 파괴될지, 언제쯤 회복될지 가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태안에는 지금도 하루에 수천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찾아온다. 피해가 가장 컸던 소원·근흥·원북면 해안과 섬 지역은 지금도 기름끼가 많이 남아 있다. 태안해경은 이달 말까지 방제작업을 마친다. 해수욕장의 개장은 불투명하다. ●조업지역 안흥항까지 북상…출항 놓고 옥신각신 태안해양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현재 조업을 재개한 곳은 남쪽에서 안흥항까지다. 어선들은 해상크레인 선단이 유조선을 들이받은 지점에서 불과 3.7㎞ 떨어진 연안에서 물메기, 주꾸미, 도다리, 간재미 등을 잡아 올리고 있다. 조업에 나선 어선은 90여척으로 지난해 이맘 때 150여척보다는 적다. 남면 몽산포항은 지난 7일부터 30∼40척의 어선이 주꾸미를 잡기 시작했다. 어선들은 10㎞쯤 남쪽 거아도 주변에서 조업을 하고 있다. 어촌계장 문승국(43)씨는 “3개월간 잡지를 않았더니 주꾸미들이 지천”이라면서 “기름 찌꺼기나 냄새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마을 횟집이나 전국으로 팔려가는 가격도 물량이 모자라 1㎏에 1만 6000원 이상을 호가하고 있다.1만원도 안되던 지난해보다 비싼 가격이다. 국립수산과학원 측은 “소원면 파도리와 의항리의 양식 굴을 분석한 결과 껍데기에서 기름냄새는 조금 났지만 유해성분은 없었다.”면서 “태안 연안에서 잡은 물고기는 유해성분도, 냄새도 없었다.”고 밝혔다. 문씨는 “다음달 중순부터 꽃게를 그물로 잡아보면 기름덩이가 나올지도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천수만에 위치한 서산 간월도에서도 굴 채취를 시작했다. 젓갈을 팔던 이재교(65·여)씨는 “딸이 5일 전부터 굴을 따는데 팔 수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횟집에도 손님이 조금씩 늘고 있다고 상인들은 입을 모았다. 하지만 사고지점 안쪽 해상과 근소만의 통개에서 가로림만 입구인 만대까지는 아직도 조업이 전면 중단되고 있다. 천리포와 학암포 등에 있는 500척의 어선들이 조업을 모두 포기한 채 방제작업에 나서고 있는 상태다. 이 지역에서는 조업시작 여부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모항항 주민 송옥인(56)씨는 “‘나가자’‘나가지 말자’며 어민끼리 옥신각신하고 있다.”면서 “행동을 같이하자고 해서 조업을 않고 있지만 답답하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그는 “국제유류오염보상기금(IOPC)의 배상추정액에서 방제비를 빼면 한 집에 280만∼310만원밖에 안 되는데도 ‘고기잡이를 하면 배상금이 적어진다.’며 이러고 있다.”고 혀를 찼다. ●먼 배상…100일 행사 기름피해 배상작업 진척도 시원스럽지가 않다. 서산수협은 내년 3월까지 피해조사 용역을 마칠 예정이다. 최용기 지도과장은 “조사가 끝나야 배상 협의를 시작하는데 그 때까지 어떻게 살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소원면 의항2리 주민 김일수(55)씨는 “생계비와 방제작업비도 다 썼다.”며 “사고 전에 벌어놓은 돈이나 수협에서 돈을 빌려 간신히 살아가고 있다.”고 걱정했다. 태안지역 어민들은 남자 7만원, 여자 6만원의 일당을 받고 기름방제작업에 참가하고 있다. 태안군은 이날 100일 행사를 앞당겨 열고 자원봉사자들과 국민에게 감사의 절을 올린 뒤 태안산 회 시식 행사도 가졌다. 태안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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