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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진오의 꽃따라 산따라] (12) 경북 문경 주흘산

    [현진오의 꽃따라 산따라] (12) 경북 문경 주흘산

    영남대로의 가장 큰 고갯길 문경새재는 동쪽으로 주흘산(1075m), 서쪽으로 조령산(1026m)을 거느리고 있다. 두 산 모두 이름 난 산행지로서 산행객들에게 인기가 높다. 백두대간에 솟은 조령산은 험난한 바위능선을 가져 수준급 등산인들이 즐겨 찾는다. 문경의 진산 주흘산은 바위로 이루어진 정상 일대를 제외하면 대부분이 부드러운 육산의 모습을 하고 있어 초심자들도 쉽게 오르내릴 수 있다. 최근 주흘산 아래, 문경새재에 사극 세트장이 들어서면서 이 곳을 찾는 관광객이 부쩍 늘어났다. ●여궁폭포서 2관문 계곡따라 봄꽃 관찰 주흘산은 귀한 봄꽃이 많이 자라고 있는 산이다. 백두대간의 길목에 자리잡아서인지 귀한 식물들이 유난히 많고, 이들 대부분은 봄에 꽃이 핀다. 주흘산 봄꽃을 관찰하기 위한 꽃산행은 여궁폭포, 혜국사, 대궐터를 거쳐 정상에 오른 후에 2관문계곡을 따라 하산하는 코스를 잡으면 좋다. 새재길을 벗어나 여궁폭포를 향하자마자 식물 종류가 달라지기 시작한다. 새재길에는 인공적으로 심은 나무가 많고, 외국에서 들어온 귀화식물도 많다. 하지만 새재길을 벗어나 주흘산 등산로로 접어들면 사정이 달라진다. 커다랗게 자란 자생 느티나무들이 운치를 더하는 가운데 비목나무, 굴참나무, 물푸레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다. 개비자나무, 꼬리진달래, 산조팝나무 같은 귀한 떨기나무들도 만날 수 있다. 계곡 주변에는 매화말발도리, 물참대, 병꽃나무, 으름덩굴 등의 떨기나무가 꽃을 피우고 있다. 숲 속에서는 미나리냉이, 벌깨덩굴, 알록제비꽃, 용둥굴레, 윤판나물, 큰꽃으아리 같은 풀꽃들이 보인다. 혜국사를 옆으로 스쳐 지나서 철쭉나무 많은 길을 잠깐 오르면 대궐터에 닿는다. 공민왕이 잠시 피란했다고 전해지는 곳으로 산중에 너른 터가 있고, 샘물이 솟아난다. 일대에는 노랑제비꽃이 지천으로 피어 있다. 대궐터에서부터 나타나기 시작하는 봄꽃들을 좇아 오르기를 한동안 하여, 숨을 몰아쉴 때쯤이 되면 고갯마루에 올라선다. 정상이 지척인 곳이다. 이 고개를 전후로 각시붓꽃, 박새, 벌깨덩굴, 붉은참반디, 선밀나물, 피나물 등의 봄꽃과 풀꽃들이 자라고 있다. 땅은 습기가 많고 기름지다. ●정상아래 사면까지가 꽃산행의 백미 고개부터 정상 아래쪽 사면까지가 주흘산 꽃산행의 백미다. 신갈나무가 주종을 이루는 숲이 훌륭하다. 숲 바닥에는 놀라울 정도로 많은 풀꽃이 자라고 있다. 자연성이 높다, 살아 있다는 것을 실감한다. 낙엽활엽수림 아래에는 나도바람꽃, 너도바람꽃, 꿩의바람꽃, 만주바람꽃, 홀아비바람꽃, 회리바람꽃 등 바람꽃 종류가 많다. 너도바람꽃처럼 3월 중순부터 피는 것도 있지만 나도바람꽃, 홀아비바람꽃, 회리바람꽃 등은 이맘때도 꽃이 조금 남아 있다. 바람꽃 종류들 외에도 금강애기나리, 꿩의다리아재비, 노루삼, 민눈양지꽃, 병풍쌈, 복수초, 삿갓나물, 족도리풀들이 자라고 있다. 정상에 올랐다가 다시 조금 돌아내려와 2관문계곡으로 길을 잡으면 앞의 봄꽃 좋은 숲의 가장자리를 지난다.2관문계곡 하산길에는 진달래가 눈길을 끈다. 계곡 중간쯤에 있는 꽃밭서들이라는 너덜지대에는 순군락에 가까울 정도로 많은 진달래가 자라고 있다. 미치광이풀이 계곡 전체에 퍼져 있으며, 금괭이눈, 애기괭이눈, 뫼제비꽃, 참개별꽃 등도 하산 도중에 만날 수 있다. 벌깨덩굴은 봄철에 흔하게 볼 수 있는 여러해살이 풀꽃이다. 흔하기는 하지만 어느 정도 높은 산에만 살므로 도시 근처의 낮은 산에서는 볼 수 없다. 꽃부리 끝이 아랫입술과 윗입술로 갈라지는데 아래쪽 입술 끝은 나비가 앉은 것 같은 모양이다. 꽃이 지고 나면 줄기가 1m 가까이 덩굴지어 크게 자란다. ●꽃 구경 뒤 온천서 여독푸는 또 다른 맛 금강애기나리는 진부애기나리라고도 불리는 백합과의 여러해살이풀이다. 주로 강원도 이북의 높은 산에 자라지만 중부 이남의 높은 산에서도 발견된다. 이맘때 꽃이 피는데, 줄기 끝에서 1∼3개의 꽃자루가 나와서 그 끝에 꽃이 하나씩 핀다. 지름 1㎝ 이하의 작은 꽃이지만 가까이서 들여다보면 화피, 꽃밥, 암술의 모습에서 균형 잡힌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병꽃나무는 꽃이 생김새가 병(甁)을 닮아서 붙여진 이름이다. 북부지방과 남해안을 제외한 지역의 산과 들에 비교적 흔하게 자라는 떨기나무다. 세계적으로는 우리나라에만 자라는 특산식물이다. 병꽃나무도 붉은 빛 꽃을 피울 때가 있기 때문에 붉은병꽃나무와 혼동하는 경우가 있지만, 꽃받침이 끝까지 가늘게 갈라지는 특징으로 중간까지만 갈라지는 붉은병꽃나무와 구분할 수 있다. 길이 100㎞에 이르는 백두대간이 도시 전체를 에워싸며 흐르는 문경시에는 조령산, 백화산, 대야산, 희양산, 대미산, 황장산 등 고도 1000m를 넘나드는 산봉우리가 즐비하다. 게다가 문경새재, 문경온천 등 사람들을 불러 모을만한 매력적인 요소들도 갖추고 있다. 이 봄이 다 가기 전에 산의 고장 문경을 찾아 주흘산 꽃산행에 나서보면 어떨까. 동북아식물연구소장
  • [Let´s Go]꽃바람 난 한라산

    [Let´s Go]꽃바람 난 한라산

    제주 사람에게 물었다. 한라산은 언제 가야 가장 좋으냐고. 그 사람은 힐난하듯 되물었다. 지금 가면 무엇이 좋으냐 물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우문에 현답이다. 언제가도 아름다운 곳이 한라산인 것을. 이맘때 가면 무엇을 볼 수 있느냐고 물었어야 옳았다.5월의 한라산은 분홍빛이다. 겨우내 앙상했던 나뭇가지에 잎이 채 나오기도 전 털진달래가 연분홍 꽃망울을 터뜨리며 산자락을 붉게 물들인다. 특히 백록담 바로 아래 선작지왓의 털진달래는 이 맘때 한라산을 대표하는 얼굴.5월 하순부터는 철쭉이 바통을 이어받는다. # 키작은 봄꽃들의 향연 한라산의 봄꽃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꽃이 무얼까. 눈 사이로 함초롬히 피어난 복수초가 앞줄에 서고 털진달래와 산철쭉 등이 뒤를 이을 게다. 풍성한 꽃술을 자랑하는 분단나무꽃도 빼놓으면 섭섭해 할 듯. 모질고 차가운 산바람을 이겨내고 피어난 꽃들이니 강인함은 물론, 빼어난 아름다움까지 갖췄다. 어디 그뿐일까. 허리굽혀 눈길을 조금만 아래로 줘보시라. 개별꽃, 제비꽃, 각시붓꽃 등에 제주도 특산식물 좀민들레까지, 등산로 곳곳마다 작고 앙증맞은 들꽃들이 등산객들을 반긴다. 영실휴게소에서 시작된 숲길은 비교적 평탄했다. 붉은 빛 감도는 금강소나무가 봄꽃들의 군무와 어우러지며 기세좋게 하늘을 향해 뻗어 있다.30∼40분쯤 걸었을까. 숨이 턱까지 차 오를 때 쯤 시야가 확 트이면서 오른쪽으로 오백나한이 모습을 드러냈다. 제주 10경의 하나인 영실기암(靈室奇岩)의 시작이다. 오백나한 왼쪽의 병풍바위는 높이가 50m도 넘는다. 거인이 힘주어 쑥 뽑아 올린 듯한 수직의 바위에서 강한 역동성이 느껴진다. 영실전망대에 서서 오던 길을 되짚어 보니 서귀포 칠십리 해안과 산방산 등이 옅은 안개 속에서 고운 자태를 드러냈다. 바닷가까지 흘러내린 산자락 곳곳마다 새별오름 등 알통처럼 불거진 크고 작은 오름들도 뚜렷이 드러났다. 독특하고 이국적인 풍광이다. # 산상 정원 ‘선작지왓´ 구상나무 숲길을 벗어나자 백록담의 외벽 ‘부악’이 거느린 거대한 평원이 펼쳐졌다. 우리나라 최고(最高)의 고산초원, 선작지왓이다. 제주말로 ‘선’은 서있다,‘작’은 자갈,‘왓’은 밭이란 뜻이니 선작지왓은 ‘작은 자갈들이 서있는 밭’이란 뜻일 게다. 드넓은 평원을 점령한 ‘난쟁이 대나무’ 제주조릿대(한국 특산종)사이로 연분홍 진달래가 흐드러지게 피어났다. 보통 4월 말부터 피기 시작하는데 올해는 초봄까지 계속된 잦은 한파로 개화시기가 늦어졌다. 산철쭉들은 이제야 꽃망울을 맺기 시작했지만, 진달래꽃의 선연한 분홍빛만으로도 한라산 주변은 불타는 듯하다. 제주 최고의 풍경을 일컫는 영주10경 중 ‘영구춘화(瀛丘春花)’가 이럴까. 원래 산철쭉 곱게 핀 제주시 고등동 방선문 일대를 가리키는 말이긴 하나, 예전과 환경이 많이 달라진 오늘날 선작지왓의 진달래꽃 핀 풍경이 그 자리를 꿰찬다해서 문제될 것은 없어 보인다. 한라산 진달래의 정확한 이름은 털진달래다. 고산지대에서 자라는 진달래의 변종. 잎과 어린 가지에 털이 나있는 모습에서 일반 진달래와 구분된다. 고산식물이기 때문에 개화시기 또한 늦다. 진달래는 잎이 돋기 전 꽃이 먼저 핀다. 철쭉은 그 반대. 잎이 먼저 돋아난 후 꽃이 핀다. 잎이 없으면 진달래, 잎 사이로 꽃이 피었으면 철쭉이라 보면 된다. 진달래의 고운 자태에 취한 등산객들이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것이 한라산 노루다. 털이 윗세오름 주변 산자락의 빛깔을 닮은 탓에 눈에 잘 띄지는 않지만, 노루샘 주변을 차분하게 살펴보면 채 30m가 넘지 않는 곳에서 풀을 뜯고 있는 녀석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윗세오름 휴게소가 산행의 종착지다. 휴게소 위쪽으로도 털진달래가 흐드러지게 피었을 텐데, 더 오를 수는 없다. 자연휴식년제 때문이다. 어리목 방향으로 내려가거나, 다시 영실쪽으로 돌아 내려와야 한다. 하산길에 한번쯤은 뒤를 돌아 보시라. 운이 좋다면 한라산이 안배한 마지막 풍경의 유희와 마주하게 된다. 여성처럼 부드러운 곡선을 그린 흰구름이 은가락지 모양으로 부악을 감싸 안으며 한바탕 질펀하게 희롱을 벌인다.5∼6월이면 자주 나타나는 광경. 기류를 따라 하강했다가는 이내 남성적인 부악의 근육들 하나하나를 보듬으며 솟구쳐 오른다. 웅장한 자연의 서사시를 바라보며 ‘남녀상열지사’를 떠올린 불경스러움에 이방인의 볼은 진달래꽃처럼 붉게붉게 물들어 간다. 글 사진 제주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여행수첩(지역번호 064) ▶가는 길 : 영실 입구(지방도 1139호선·해발 1000m)→2.5㎞→영실매표소(한라산국립공원)→2.5㎞→영실휴게실(해발 1280m)→3.7㎞→윗세오름 대피소(해발 1700m). 소요시간은 영실휴게소∼윗세오름 편도 1시간 40분. 봄꽃들을 완상하며 걷다 보면 다소 길어진다. 어리목광장∼사제비동산∼만세동산∼윗세오름으로 이어지는 어리목 코스는 1시간 소요. 영실에서 윗세오름을 거쳐 어리목으로 내려가는 코스도 각별한 맛이 있다.hallasan.go.kr, 어리목매표소 713-9950, 영실매표소 747-9950. ▶주차료 : 승용차 1800원. 자동차가 평일에는 휴게실까지 오른다. 입장료는 없다. ▶맛집 : 신제주 연동 주택은행 앞 유리네식당은 허름하지만, 식사시간이면 줄을 서야 할 정도로 알려진 제주 토속음식 전문식당이다. 갈치구이·고등어구이·성게 미역국 등이 주종목. 옥돔미역국·갈치국·자리물회도 맛있다.748-0890.
  • “노루·사슴 노는 고향 땅서 편히 잠드소서”

    대하소설 ‘토지’의 작가 고(故) 박경리 선생이 9일 고인의 고향인 경남 통영의 미륵산 자락에 영면했다. 고인의 유해는 이날 오후 외동딸인 김영주 토지문화관장과 사위 김지하 시인 등 유족과 전국의 문인, 통영 시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통영 앞바다와 한산도가 한눈에 들어오는 산양읍 신전리 양지농원의 미륵산 자락에 안장됐다. 오후 1시쯤 양지농원에 도착한 유해는 영혼을 좋은 곳으로 인도하는 남해안별신굿 보존회의 들채굿과 마지막 작별을 고하는 유족, 지인들의 큰 절을 뒤로 하관됐다. 이어 유족들과 강원도 원주, 경남 하동 문인들이 고인이 소설 ‘토지’를 완간한 강원도 원주시 단구동 옛집의 흙과 타계 전까지 살았던 원주 토지문화관 텃밭의 흙, 최참판댁이 있는 하동 평사리의 흙을 관위에 뿌리는 ‘허토’ 의식이 열렸다. 고인이 2003년 전남 함평나비축제 명예대회장을 했던 인연으로 함평에서 가져온 하얀 나비 수십마리가 하늘로 날아 오르는 가운데 고인은 양지바른 산자락에 영원히 육신을 눕혔다. 앞서 오전 통영시내 강구안 문화마당과 충렬사 주차장에서 추모제와 노제가 열렸다. 유해가 실린 꽃상여와 200여개의 만장(輓章)이 어릴 적 고인이 뛰놀던 통영시내 1㎞를 이동하는 동안 13만여명의 고향 주민들은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추모했다. 진의장 통영시장은 “선생의 타계로 문학의 힘이 얼마나 크고 위대한 것인가를 우리는 깨닫게 됐다.”면서 “이순신 장군의 독전 소리가 저렁저렁하던 한산 앞바다가 훤히 내려다 뵈는 양지바른 곳, 선생님이 좋아하셨던 그곳은 노루와 사슴이 쉬었다 가는 좋은 땅, 평화로운 땅이다. 그곳에서 편안히 잠드소서.”라고 추모사를 했다. 한편 통영시는 지난해 12월24일 고인이 81번째 생일을 기념해 외손자 2명과 통영을 찾아 시에 전달했던 유품 수백여점을 이날 시청 강당에서 공개했다. 공개 유품에는 ‘박경리문학상 제작에 관하여’ 육필원고(23장), 본명인 ‘박금이’(朴今伊)로 된 여권, 진주여고 재학당시 친구들과 함께 찍은 사진,‘김약국의 딸들’ 영역본, 외손자 등과 주고 받은 엽서와 편지,‘토지’ 완간 10주년 특별대담 DVD세트, 충무시 문화상 수상패, 고인의 연필 드로잉, 액세서리 주머니, 신문 스크랩 등이 포함돼 있다. 고인이 생전에 “나의 생활이요, 나의 문학이요, 나의 예술”이라며 가장 아꼈던 3가지 물품인 재봉틀과 국어사전, 통영 소목장(小木匠·목재로 만든 세간)은 들어 있지 않았다. 통영시는 유품을 2010년 개관 예정인 통영 박경리문학관에 전시할 계획이다. 통영 이정규기자 jeong@seoul.co.kr
  • 들개의 역습, 그 피해 현장속으로

    공포의 무법자인가 생태 조절자인가.2008년 봄, 천혜의 땅 제주도에 비상이 걸렸다. 들개들이 제주의 대표적인 야생동물인 노루와 가축들을 무차별적으로 물어 죽이고 있는 것.30일 오후 10시 KBS 1TV에서 방송되는 ‘환경스페셜-현장 추적, 들개의 역습’에서는 날로 늘어가는 들개에 의한 피해현장을 밀착 취재, 그 해결 방법을 찾아본다. 해발 200m가 넘는 제주 산간 지역에 공포의 무법자 들개가 나타났다. 들개들은 쥐도 새도 모르게 침입해 노루를 비롯해 양, 염소, 송아지, 망아지 등 가축을 가리지 않고 공격한 뒤 바람처럼 사라진다. 주민들이 축사에 철망과 철문을 두르고 제주시가 야생동물 구제단과 함께 대대적인 포획작업을 벌였지만 모두 허사였다. 아름답고 평화로운 제주섬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 넣고 있는 들개. 과연 이들은 어떻게 살아가며 어떤 형태로 사냥감을 공격하는 것일까. 목격자들에 따르면 들개는 한반도에서 멸종된 늑대와 유사한 부분이 많다. 둘 다 무리를 지어 생활하며 우두머리가 존재하고 그 밑에 무리들은 우두머리의 명령에 복종하는 집단생활을 한다. 또한 들개는 배가 불러도 끊임없이 사냥하는 기질이 늑대와 다르다. 그런 만큼 노루의 멸종뿐 아니라 생태계 전반의 파괴에 대한 우려를 더해주고 있다. 심각한 환경오염지역에서 청정수역으로 변모한 시화호에서도 ‘들개 비상’이 걸렸다. 대규모 산업단지 조성을 앞두고 갈대가 제거되면서 환경단체의 보호를 받던 고라니가 들개의 공격에 떼죽음을 당하고 있다. 이에 환경단체가 올무와 마취총 등을 이용한 포획에 나섰지만 갈대숲 일대가 너무 광활해 사실상 총기를 사용하지 않고는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그러나 총기 사용 또한 쉽지 않은 실정이다. 동물보호법상 개는 학대하거나 죽일 수 없다. 또한 야생화된 동물은 관리동물로 지정해 포획할 수 있지만 개는 야생화된 동물로도 볼 수 없다.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들개문제의 해법은 과연 없는 것일까.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어린이 책꽂이]

    ●우리는 친구(앤서니 브라운 글·그림, 장미란 옮김, 웅진주니어 펴냄) 인기 그림책 작가 앤서니 브라운의 최신작. 고난의 순간에 약점을 덮어주는 이가 진정한 친구라는 사실을 고릴라와 고양이의 우정으로 웅변.4∼7세.1만원.●어린이 역사인물사전(김정미 글, 유희선 그림, 청년사 펴냄) 단군부터 백남준까지 한국사를 빛낸 170여명의 역사인물 조명. 교과서에 나오는 인물 위주로 관련 사진과 그림들을 덧붙여 이해를 도왔다. 초등고학년.2만 3000원.●옹달샘 꽃누름(송수권 글, 백남호 그림, 문학사상사 펴냄) 송수권 시인의 장편동화. 시골마을을 배경으로 무공해 사계가 수채화처럼 펼쳐진다. 부모 없이 할머니와 함께 사는 소년 가장의 이야기. 초등생.8000원.●이야기 한국사(전2권)(이이화 글, 파란하늘 펴냄) 역사학자 이이화가 초등생 눈높이에 맞춰 쓴 한국사. 왕조 중심이 아닌, 백성의 생활상을 주축으로 역사를 기술했다는 점이 특색있다.‘구석기∼조선 초기’(1권) ‘조선 중기∼근대’(2권) 초등3년 이상. 각권 1만 1000원.●숲속 산책(토마스 뮐러 글·그림, 김경연 옮김, 은나팔 펴냄) 나무와 숲, 그 속에 만화경처럼 펼쳐지는 생태를 들여다보는 생태그림책.노루, 붉은솔개, 나무좀, 광대버섯…. 숲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동식물들의 다양한 모습이 경이롭다.7세 이상.1만 2000원.
  • ‘검은공포’ 여름도 삼키나

    대형 기름유출사고로 어로행위가 제한됐던 태안군 일대에서 어선의 조업이 재개됐지만 굴을 비롯한 패류의 채취는 불가능하다. 올여름 해수욕장의 개장 여부도 불투명하다. ●어패류 채취는 아직 불가능 국토해양부는 18일 이같은 내용의 ‘해양오염영향조사 제1차 중간결과’를 발표했다. 심원준 한국해양연구원 해양환경위해성 연구사업단장은 “전체적으로 해양부분은 빠르게 회복되고 있으나 갯벌이나 바위지역 등에서의 생태계 회복은 아직 미흡한 수준”이라면서 “올여름 해수욕장의 개장문제는 앞으로 복원 추세를 더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오염 피해를 입은 28개 해수욕장의 모랫물을 지난해 12월부터 3월까지 조사한 결과 3월에는 전체의 46%인 13곳에서 기준치를 초과했다. 기준치를 넘어선 해수욕장은 구례포, 신두리, 신노루, 구름포, 천리포, 방주골, 모항항, 어은돌, 파도리, 청도대, 빗개, 꽃지 등이다. 특히 신노루, 구름포, 의항리, 방주골, 천리포 해수욕장은 2월보다 오염도가 높아져 적극적인 방제작업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연안 고기잡이는 전면허용 조사는 해수, 해양퇴적물, 어패류 등에 대한 유류오염정도와 생물 독성, 수산물의 인체위해성, 해양생태계 변화 등으로 나눠 진행됐다. 해양에서의 유분(TPH)농도는 정상치를 회복하고 있으나 해안지역은 유류오염 기준을 여전히 초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굴의 경우 유해물질(PAHs:벤조피렌 등 암발생 가능한 독성물질) 농도가 사고 이전보다 평균 3.5배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어류의 경우 청정지역(거제도)과 유사할 정도로 정상화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조사결과에 따라 농림수산식품부는 이날부터 태안군 관내 모든 어선어업을 대상으로 조업재개를 허락했다. 그러나 태안군 연안에서는 바닥을 끄는 어법(형망)사용 및 패류채취는 금지키로 했다. 또 이곳에서 생산된 수산물은 안흥·연포 등 국립수산물품질검사원이 파견된 7곳의 지정위판장을 통해서만 유통되도록 했다. 해양생태계는 갯벌과 갯바위뿐 아니라 조하대(물에 잠기는 연안지역)의 생물 서식밀도가 사고 전에 비해 절반 수준에도 못미치고 있었다. 이번 조사는 사고 이후 지난달 28일까지 사고지점에서 12∼14㎞ 정도 떨어진 태안군의 연안지역에서 실시됐다. 나머지 지역에 대한 조사와 최종결과는 오는 10월까지 3차례에 걸친 계절별 조사를 마친 뒤 발표할 예정이다. 한편 피해주민에 대한 보상문제는 조업 중단 시기까지 피해액을 합산해 청구를 하면 국제유류보상기금(IOPC)이 평가 후 수주 내에 지급된다. 정부 관계자는 “특별법 시행에 따라서 6월부터 국내에서 일단 평가 금액에 대해 보상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동구기자 yidonggu@seoul.co.kr
  • 영등포, 자연생태교실 운영

    영등포구는 이번 주부터 가족이 함께 자연 속에서 생태를 보고 배우는 안양천환경교실과 자연생태교실을 운영한다고 16일 밝혔다. 안양천환경교실은 환경 전문가와 함께 도심 속 하천의 중요성을 알아 보고, 안양천을 터전 삼아 살고 있는 새와 식물을 관찰한다. 자연의 정수 원리를 체험하고, 갈대잎 배를 만들어 냇물에 띄워 보는 시간도 마련된다. 자연생태교실은 전문해설가의 재미있는 설명을 들으며 집 근처 생태계를 보고 느끼는 프로그램이다. 두 프로그램 모두 오는 10월까지 첫 번째와 세 번째 토요일에 진행한다. 구는 안양천을 찾는 시민들이 자연을 체험할 수 있도록 지난해 11월 안양천생태운영센터를 열고 자연학습장을 운영 중이다.자연학습장에서는 개미취, 산꼬리풀, 노루오줌, 물레나무풀, 석잠풀 등 19종이 식재되어 있으며, 식물 안내판이 설치돼 초보자도 쉽게 관찰할 수 있다. 학생과 시민은 누구나 무료로 참여할 수 있으며 인터넷홈페이지(ecoinfo.seoul.go.kr) 또는 전화(2670-4131∼2)로 신청하면 된다. 환경교실에는 중·고등학교 단체(20명 내외) 접수가 가능하다.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현진오의 꽃따라산따라](7) 울릉도

    [현진오의 꽃따라산따라](7) 울릉도

    울릉도는 아주 특별한 화산섬이다. 동해 바다 한가운데서 불쑥 솟아오른 이후 단 한번도 육지와 연결된 적이 없는 대양섬이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도 하와이 등 몇 안 되는 대양섬 중의 하나이자 우리나라에서는 유일한 대양섬이다. 더욱이 지금으로부터 약 300만년 전에 생성되어 지질학적으로 짧은 역사를 가졌기 때문에 세계의 대양섬들 중에서도 젊은 대양섬으로 여겨진다. 이런 이유로 울릉도는 세계 식물학계로부터 진화생물학 연구대상지로서 주목받고 있다. ●남방계열·북방계열 등 고루 분포 한반도, 연해주, 일본 등지로부터 들어와 울릉도에 정착한 식물들은 오랜 기간에 걸쳐 이곳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왔다. 이 과정에서 울릉도로 이주한 식물들은 독특한 적응현상을 보이게 되는데, 그 결과가 바로 울릉도 특산식물의 출현이다. 특산식물이라는 것은 일정한 지역에서만 자라는 것을 말하므로 울릉도 특산식물은 세계적으로 오직 울릉도에만 자생하는 식물을 뜻한다. 이렇게 탄생한 울릉도 특산식물은 너도밤나무, 섬개야광나무, 섬나무딸기, 섬남성, 섬노루귀, 섬단풍, 섬바디, 섬백리향, 섬시호, 섬쑥부쟁이, 섬자리공, 섬댕강나무, 섬현삼, 섬현호색, 우산고로쇠, 우산제비꽃, 울릉국화 등 40여 종류에 이른다.‘섬’ ‘울릉’ ‘우산’ 등이 붙은 식물은 대부분 울릉도 특산식물이다. 독특한 환경에 적응한 특산식물이 많다는 점 외에도 이곳 식물들이 보여주는 신기한 현상들이 있다. 잎과 꽃이 크다는 것은 잘 알려진 울릉도 식물의 첫 번째 특징이다. 넓은잎쥐오줌풀, 섬백리향, 왕매발톱, 왕해국, 왕호장근 등 대형인 식물이 많다. 잎이나 꽃, 줄기가 커서 다른 종으로 구분하는 것들도 있고, 학술적으로는 우리나라 다른 지역의 것과 구별하지는 않지만 언뜻 보기에 차이를 느낄 수 있을 만큼 크기가 큰 것이 많다. 또한 울릉도에는 남쪽에 고향을 둔 식물뿐만 아니라 북쪽이 고향인 식물도 많이 자라는 특징이 있다. 위도상으로 북위 37도에 자리잡고 있지만 굴거리나무, 동백나무, 식나무, 후박나무 등 상록활엽수들과 사철난, 새우난초, 섬사철난, 연화바위솔, 털머위 등 남방계열 식물이 많다는 것은 울릉도가 난류의 영향을 받는 해양성기후임을 감안하면 이해가 가는 일이다. 하지만 이런 기후조건을 가진 울릉도에 북방계 고산식물이 많이 자란다는 것은 언뜻 이해할 수 없는 일인데, 덩굴용담, 두메오리나무, 만병초, 분꽃나무, 선갈퀴, 주름제비난, 큰연령초, 화솔나무 등이 그런 식물이다. 더욱이 이들 북방계 식물들은 성인봉 정상부의 높은 곳뿐만이 아니라 저지대에서도 잘 자라는 경향을 보여준다. 또 하나 울릉도 식물들이 보여주는 특징이 있다면, 울릉도 환경에 일단 적응한 식물이라면 개체수가 매우 많다는 것이다. 섬노루귀는 세계적으로 울릉도에만 자라는 특산식물인데, 울릉도의 숲 속에서는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을 정도로 흔하다. 고추냉이, 개종용, 너도밤나무, 넓은잎산마늘, 두메오리나무, 등수국, 땅두릅, 바위수국, 섬나무딸기, 섬노루귀, 섬바디, 주름제비란, 큰두루미꽃, 향나무 등이 모두 이런 예에 해당한다. ●80여종 식물 사시사철 꽃피워 울릉도에는 800여 종류의 식물이 자라고 있다. 이들은 사시사철 형형색색의 꽃을 피워 우리를 반긴다. 봄철 사수채송화와 갯메꽃이 해안가를 아름답게 수놓는 것으로 시작되는 꽃축제는 겨울의 문턱이라 할 11월까지 계속된다. 여름에는 참나리와 섬말나리, 가을에는 섬쑥부쟁이, 털머위, 해국이 섬 전체를 뒤덮는다. 귀하고 독특한 울릉도 식물들은 철 따라 변하는 경관의 아름다움과 함께 울릉도가 ‘신비의 섬’으로 거듭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주고 있는 셈이다. 옛날 울릉도 사람들이 춘궁기를 이겨낼 수 있게 해주었던 것도 바로 식물이다. 울릉도 산과 들에 지천으로 돋아나는 넓은잎산마늘은 춘궁기때 사람들의 목숨을 잇게 해주었다는 뜻에서 ‘목숨 명’자를 써서 명이 또는 멩이라고 부른다. 오늘날에도 취나물(울릉미역취), 부지깽이나물(섬쑥부쟁이), 삼나물(눈개승마), 참고비(섬고사리) 같은 식물들이 고소득 나물로 재배되어 주민들의 생활을 윤택하게 해주고 있다. 지금 울릉도에서는 개종용, 고추냉이, 섬남성, 섬노루귀, 우산고로쇠, 큰연령초 같은 귀한 봄꽃들이 지천으로 피어나고 있다. 동북아식물연구소장
  • [현진오의 꽃따라 산따라] (4) 강원도 삼척시 덕항산

    [현진오의 꽃따라 산따라] (4) 강원도 삼척시 덕항산

    위도가 높은 곳에 자리잡은 강원도 산들에는 봄이 늦게 찾아온다. 백두대간에 놓인 산들은 해발고도가 높기 때문에 봄이 더욱 늦다. 이런 환경에도 불구하고 강원도의 몇몇 산지에서는 생각지도 못할 정도로 봄꽃소식이 일찍 전해져 온다. 개복수초라고도 부르는 가지복수초는 삼척시 자생지에서 1월 중순부터 꽃을 피워 봄꽃인지 겨울꽃인지 우리를 헷갈리게 한다. 설악산 자락에 사는 변산바람꽃도 3월 중순이면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한다. 남부지방에 비해 겨울이 긴 강원도에서 봄꽃들이 이처럼 일찍 꽃을 피울 수 있는 것은 해양성 기후 덕분이다. 제주도와 남해안에 사는 보춘화나 대흥란 같은 난초들이 강원도 지방까지 올라와 자라는 것도 같은 이유라 할 수 있다. 환선굴과 대금굴로 유명한 삼척시 덕항산에서도 이른 봄에 서둘러 꽃을 피우는 식물들을 만날 수 있다. 덕항산은 백두대간에 솟은 높이 1073m의 산으로서 북쪽의 두타산과 남쪽의 함백산 중간 지점에 놓여 있다. 금강산부터 줄곧 동해안을 따라 달리던 백두대간이 내륙 쪽으로 꺾여 들어가기 직전에 위치한 산으로서 동해바다에서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으므로 해양성 기후의 영향을 받는다. 덕항산 같은 강원도 백두대간 산들에는 3월 하순이나 4월 초순에 눈이 내리는 일이 많다. 이런 곳들에서는 ‘눈을 녹이며 피는 꽃’이 아니라 ‘눈에 파묻힌 꽃’을 볼 수 있다. 이른 봄에 일찍 꽃을 피운 식물들이 때늦은 눈을 만나 그 속에 갇히는 상황이 벌어진다. 덕항산 산자락에는 일찍 피는 봄꽃이 많으므로, 이들이 눈 속에 파묻힐 가능성이 그만큼 높다.3월 하순이 되면 이곳에서는 얼레지, 노루귀, 산괴불주머니, 생강나무 같은 봄꽃들이 피어나기 시작한다. 몇 해 전 나는 이곳에서 여러 가지 봄꽃들이 때늦은 함박눈을 만나 눈 속에 파묻힌 희한한 장면을 목격했다.4월 초순에 갑자기 눈이 내려 ‘한겨울에 피어난 봄꽃’이 연출되었던 것이다. 덕항산에서 눈을 뒤집어쓴 모습을 보여주었던 봄꽃 가운데는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민대극이 포함되어 있다. 과거에는 우리나라에 살고 있다는 사실조차 잘 알려지지 않았을 정도로 귀한 식물이다. 새싹이 날 때 붉은빛을 띤 것이 많기 때문에 ‘붉은대극’이라고도 불린다. 꽃을 일찍 피우는 봄꽃들의 에너지가 어디에서 솟아나는지 아리송할 때가 많은데, 민대극의 에너지원은 쉽게 알아챌 수 있다. 뿌리가 잘 생긴 6년근인삼을 2배쯤 확대한 모습인데, 무 뿌리 정도로 크기도 크고 생김새도 힘차 보인다. 산자락에 있는 환선굴과 대금굴이 석회동굴이라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덕항산은 석회암으로 이루어진 산이다. 산 전체가 석회암 덩어리라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흙의 깊이가 얕기 때문에 바위가 드러난 곳이 많고, 물 빠짐이 매우 좋은 게 석회암 지대의 환경적 특성이다. 이 때문에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식물이 많이 자란다. 석회암 지대를 좋아하는 식물들은 호석회식물이라 하여 일반적인 환경에서 자라는 식물들과 구분한다. 이름도 낯선 갈기조팝나무, 사창분취, 산토끼고사리, 자병취, 지치, 털댕강나무, 회양목 같은 것들이 그런 종류다. 석회암 지대에서 북방계식물이 많이 자라는 것도 재미있는 현상이다.2005년에 이루어진 한국교사식물연구회의 덕항산 조사에서 확인된 가는대나물, 개병풍, 만주바람꽃, 바위솜나물, 벌깨풀, 산새콩, 솔체꽃, 청닭의난초, 큰제비고깔 등이 이런 식물이다. 벌깨풀은 남한에서는 사는 곳이 한두 곳에 불과한 북방계 희귀식물이다. 남한에서 발견된 곳은 모두 석회암벽이 발달한 산이다. 연구회 교사들의 조사에서 이처럼 중요한 식물의 새로운 자생지가 밝혀진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석회암 지대에 대한 최근 조사에서는 넓은잎제비꽃이나 바이칼꿩의다리 같은, 그동안 남한에는 없는 것으로 알려져 온 북한 식물들도 발견되고 있다. 석회암 지역이 식물 생육지로서 다른 어떤 환경보다 중요한 곳이라는 증거들이 하나둘씩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안타깝게도 그곳에 살고 있는 희귀식물들에 대한 연구도 덜 된 상태에서 우리나라의 석회암 지대는 대부분이 망가지고 말았다. 남은 석회암 산지라도 보전에 힘을 쏟아야 소중한 식물들을 살릴 수 있는 절박한 상황에 놓여 있다. 석회암 지대처럼 귀한 식물이 많이 자라는 곳을 보전하는 일은 한반도의 생물다양성을 지키는 지름길이다. 동북아식물연구소장
  • [한국의 토종](3) 삽살개·진돗개·동경이

    [한국의 토종](3) 삽살개·진돗개·동경이

    “개야 개야 삽살개야, 너에게 밥을 줄 때 먹기 싫어 너를 줬냐. 윗집 총각 오시거든 짖지 마라 너를 줬지.” 연인들의 은밀한 사랑놀음이 개 짖는 소리에 들통 날까 조바심을 내는 내용의 전래민요의 한 소절이다. 삽살개를 비롯해 진돗개, 동경이 등 토종개 이야기는 옛 민요나 시조·민화 등에 종종 등장한다. 신라 김유신 장군의 충견(忠犬)이던 삽살개가 군견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했다는 전설도 전해진다. 일본 사찰의 수호신 동물석상인 ‘고마이누´(高麗개)도 이 땅에서 건너간 ‘삽살개´가 뿌리라고 한다. 온몸에 털이 복슬복슬한 삽살개. 눈과 귀를 덮은 긴 털이 야성적이면서도 해학적인 느낌을 준다.‘삽´은 퍼낸다, 없앤다는 뜻이며 ‘살(煞)´은 액운을 의미하니, 삽살개란 액운을 물리치는 개라는 뜻이다. 이렇듯 우리의 선조들과 희로애락을 함께해온 삽살개의 개체 수가 급격히 준 것은 일제시대 때였다는 게 한국일(41) 한국삽살개보존협회 육종연구소장의 말이다. 태평양전쟁을 일으킨 일본이 총독부 산하에 ‘조선원피주식회사´를 세우고 군용 모피로 견피(犬皮)를 연간 10만장에서 많게는 50만장까지 수집했기 때문이다. 이 결과 전국의 개가 몰살하다시피 했다는 것. 한 소장은 삽살개가 천연기념물 368호로 지정된 1992년부터 삽살개의 체계적인 혈통관리와 연구를 해오고 있다. 오랜기간 우리 풍토에 적응해온 삽살개는 우리와 정서적으로 매우 잘 통하며 질병에도 강하고, 주의력이 깊고 복종심이 뛰어나다. 최근 애완견을 이용한 정서장애 치료법이 유행인데 삽살개가 좋은 치료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다만 애완견치고는 다소 몸집이 큰 게 흠이어서 삽살개를 작게 만드는 육종연구가 필요하다는 게 한 소장의 주장이다. 삽살개와 자웅을 겨루는, 또 하나의 명견인 진돗개. 진돗개는 섬이라는 ‘진도´의 특수성 때문에 순수 혈통이 비교적 잘 보존돼 왔다. 평야와 산야지대가 적절하게 어우러진 진도. 그곳에서 노루, 토끼, 너구리 등을 사냥하며 승부근성 및 민첩성을 발달시켜온 대표적인 토종견이다. 진돗개축산사업소는 진돗개를 세계적인 명견으로 우뚝 서게 하려는 야심찬 계획에 따라 우수 혈통을 얻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전남 진도군이 진돗개 혈통 보존과 보호육성을 위해 설립한 이곳에서 현재 18명의 연구자들이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윤한성(50) 소장은 “주인에게는 한없이 순하지만, 위험 앞에서는 결코 물러서지 않는 용맹함을 갖췄다.”며 특히 멀리 대전까지 팔려 갔다가 진도의 주인에게로 돌아온 ‘백구 이야기´에서 알 수 있듯 경이적인 귀소본능까지 갖췄다고 칭찬했다. 냄새가 거의 없는 청결한 개이기도 하다. 진도군은 2005년 세계 최고 권위의 개 등록기관인 영국의 케넬클럽(KC)에 진돗개를 등록시켰다. 한국에도 고유 품종의 국견(國犬)이 있다는 것을 세계에 알린 것이다. 동경이(東京犬)는 숨겨진 토종견이다. 조선 순종 때 발행된 증보문헌비고(增補文獻備考)에 “동경(경주를 말함)에 꼬리가 없거나 이상한 개가 많았다. 그래서 이들을 동경견이라고 불렀다.”는 기록이 있다. 한때는 꼬리가 잘린 개거나 돌연변이로 취급 받았다. 그러던 동경이가 최석규(51) 서라벌대학 동경이보전연구소 소장에 의해 천연기념물 지정이 추진되고 있다. 최 소장은 “동경이가 토종개 가운데 문헌기록으로 가장 오래된 개”라면서 “주인과 함께 있으면 낯선 사람에게 절대 짖지 않는 성품을 지녔다.”고 칭찬했다. 이어 “우리의 중요한 생물자원인 동경이의 혈통을 보존하기 위해 체계적인 관리와 육종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요즈음 근본도 알 수 없는 수입견들이 국내 애완견 시장을 독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외국견들은 대부분 인위적으로 개량한 작출견(作出犬)인 데 비해, 우리의 토종개는 우리의 환경이 만들어낸 자연산 그대로다. 최근 멸종위기에 처했던 우리의 토종개들이 DNA 지문법이나 혈청분석법, 역사적인 고찰 등을 통해 복원, 육성되고 있다. 우수 토종견을 보급하는 일은 새로운 국가산업이 될 수 있다. 아울러 잃어버린 고향의 마음을 되찾는 일이기도 하다. ‘바둑이도 같이 돌자, 동네 한 바퀴….´ 사진 글 도준석기자 pado@seoul.co.kr
  • [태안 기름 유출 100일] 갯벌이 무덤으로… 갈매기도 떠났다

    [태안 기름 유출 100일] 갯벌이 무덤으로… 갈매기도 떠났다

    지난해 12월7일 유조선 원유유출사고가 발생한 충남 태안에서는 최근 어민들의 조업지역이 하루가 다르게 북상하며 기지개를 켜고 있다. 하지만 기름띠가 강타한 태안군 소원면, 근흥면, 원북면은 생계 걱정 때문에 여전히 시름에 잠겨 있다.15일로 사고 발생 100일을 맞는 태안 지역을 서산태안환경운동연합 관계자들과 함께 둘러봤다. ●아직도 해변에는 바다생물 사체들 천지 ‘배를 들어내고 죽은 설개(갯가재), 누렇게 썩어 밀물에 떠내려온 잘피, 빈 고둥 껍데기….’ 13일 태안군 소원면 의항2리 신노루 해변에는 바다 생물의 흉한 사체들이 널려 있었다. 설개는 갯벌에 구멍을 뚫고 사는 저서생물로 유출된 기름에 직접적 피해를 입은 듯했다. 백사장에는 그 어떤 생명체의 움직임도 없다. 동행한 환경운동연합 이평주 사무국장은 “잘피는 바닷속에 숲을 만드는 수중식물인데 몸이 기름에 녹아 잘려 나가고 있다.”면서 “모래를 기어다니던 비단고둥도 전혀 안 보인다.”고 안타까워했다. 해변의 모래 속에는 은행알만한 기름덩이들이 뒤섞여 있다. 기름 냄새가 코 끝에서 감돌았다. 백사장으로 밀려오는 파도의 끝자락에 엷은 유막이 형성돼 물결에 흔들렸다. 근처의 뎅갈막 해변에는 기름띠가 바위에 덕지덕지 붙어 있고 따개비는 보이지 않았다. 파도에 기름 찌꺼기가 섞여 있다. 우리나라 사구(모래언덕) 가운데 최초로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신두리 해변에는 죽은 성게가 하얗게 변한 채 널브러져 있고 연탄가루 같은 검은 띠가 여러개 그어져 있다. 만리포해수욕장도 유막이 계속해서 생겨 모래를 뒤집고 흡착포를 씌워 놓았다. 흔하던 흑비단고둥, 똘장게 등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먹잇감이 사라지니 수천 마리에 이르던 갈매기도 한마리 날아오지 않았다. 이 사무국장은 “날씨가 더워지면 해변 곳곳에 묻혀있는 기름덩이가 녹아 생태계가 얼마나 더 파괴될지, 언제쯤 회복될지 가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태안에는 지금도 하루에 수천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찾아온다. 피해가 가장 컸던 소원·근흥·원북면 해안과 섬 지역은 지금도 기름끼가 많이 남아 있다. 태안해경은 이달 말까지 방제작업을 마친다. 해수욕장의 개장은 불투명하다. ●조업지역 안흥항까지 북상…출항 놓고 옥신각신 태안해양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현재 조업을 재개한 곳은 남쪽에서 안흥항까지다. 어선들은 해상크레인 선단이 유조선을 들이받은 지점에서 불과 3.7㎞ 떨어진 연안에서 물메기, 주꾸미, 도다리, 간재미 등을 잡아 올리고 있다. 조업에 나선 어선은 90여척으로 지난해 이맘 때 150여척보다는 적다. 남면 몽산포항은 지난 7일부터 30∼40척의 어선이 주꾸미를 잡기 시작했다. 어선들은 10㎞쯤 남쪽 거아도 주변에서 조업을 하고 있다. 어촌계장 문승국(43)씨는 “3개월간 잡지를 않았더니 주꾸미들이 지천”이라면서 “기름 찌꺼기나 냄새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마을 횟집이나 전국으로 팔려가는 가격도 물량이 모자라 1㎏에 1만 6000원 이상을 호가하고 있다.1만원도 안되던 지난해보다 비싼 가격이다. 국립수산과학원 측은 “소원면 파도리와 의항리의 양식 굴을 분석한 결과 껍데기에서 기름냄새는 조금 났지만 유해성분은 없었다.”면서 “태안 연안에서 잡은 물고기는 유해성분도, 냄새도 없었다.”고 밝혔다. 문씨는 “다음달 중순부터 꽃게를 그물로 잡아보면 기름덩이가 나올지도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천수만에 위치한 서산 간월도에서도 굴 채취를 시작했다. 젓갈을 팔던 이재교(65·여)씨는 “딸이 5일 전부터 굴을 따는데 팔 수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횟집에도 손님이 조금씩 늘고 있다고 상인들은 입을 모았다. 하지만 사고지점 안쪽 해상과 근소만의 통개에서 가로림만 입구인 만대까지는 아직도 조업이 전면 중단되고 있다. 천리포와 학암포 등에 있는 500척의 어선들이 조업을 모두 포기한 채 방제작업에 나서고 있는 상태다. 이 지역에서는 조업시작 여부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모항항 주민 송옥인(56)씨는 “‘나가자’‘나가지 말자’며 어민끼리 옥신각신하고 있다.”면서 “행동을 같이하자고 해서 조업을 않고 있지만 답답하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그는 “국제유류오염보상기금(IOPC)의 배상추정액에서 방제비를 빼면 한 집에 280만∼310만원밖에 안 되는데도 ‘고기잡이를 하면 배상금이 적어진다.’며 이러고 있다.”고 혀를 찼다. ●먼 배상…100일 행사 기름피해 배상작업 진척도 시원스럽지가 않다. 서산수협은 내년 3월까지 피해조사 용역을 마칠 예정이다. 최용기 지도과장은 “조사가 끝나야 배상 협의를 시작하는데 그 때까지 어떻게 살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소원면 의항2리 주민 김일수(55)씨는 “생계비와 방제작업비도 다 썼다.”며 “사고 전에 벌어놓은 돈이나 수협에서 돈을 빌려 간신히 살아가고 있다.”고 걱정했다. 태안지역 어민들은 남자 7만원, 여자 6만원의 일당을 받고 기름방제작업에 참가하고 있다. 태안군은 이날 100일 행사를 앞당겨 열고 자원봉사자들과 국민에게 감사의 절을 올린 뒤 태안산 회 시식 행사도 가졌다. 태안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현진오의 꽃따라 산따라] (1)제주도

    [현진오의 꽃따라 산따라] (1)제주도

    떠난 님이 반갑게 다시 찾아오듯 봄꽃 소식에 화들짝 놀라는 계절입니다. 하여, 이번 3월1일자부터 매주 토요일 ‘꽃따라 산따라’를 새로 연재합니다. 동서남북 산마다 들마다 만화방창 널려 있는 게 꽃이겠지만 어떻게 감상하느냐에 따라 그 기쁨은 달라지게 마련이겠지요. 예를 들어 동백나무, 세복수초, 수선화 하면 제주도 한라산이 생각납니다. 또 변산바람꽃-백암산, 앉은부채-천마산, 홍도원추리-홍도, 제비동자꽃-대관령, 물매화-진도, 팔손이-유달산 등으로 연결됩니다. 독자 여러분이 일일이 다니지 않아도, 혹은 가고 싶은 독자들을 위해 많은 정보와 즐거움을 제공하려는 뜻에서 국내 처음으로 기획·연재하게 됐지요. 자, 이제 한라에서 백두를 거쳐 몽골, 연해주, 캄차카반도까지 긴 여정을 독자와 함께 떠나려 합니다. 지난 1년동안 서울신문에 야생화를 연재해 온 동북아식물연구소의 현진오 박사와 함께! -편집자 주 제주도는 우리나라에서 꽃이 피는 기간이 가장 긴 곳이다.2월 중순부터 봄꽃이 피기 시작해 12월 하순까지 가을꽃을 볼 수 있다. 겨울에 꽃을 피우는 식물도 많기 때문에 사시사철 꽃이 핀다고 할 수 있다. 겨울철에는 상동나무, 송악, 우묵사스레피, 비파나무, 팔손이, 한란 같은 아열대성 식물이 꽃을 피운다. 또한, 남한 최고봉 한라산이 섬 중앙에 버티고 있어 한대성 식물들도 많다. 산솜방망이, 손바닥난초, 시로미, 암매, 흰땃딸기 같은 식물들이 북쪽에서 내려와 자라는 북방계 식물이다. 이처럼 제주도나 한라산은 남방계와 북방계 식물들이 함께 모여 사는 곳으로 가히 식물의 보고라고 할 만한다. 귀한 식물들이 많은 곳에서 나고 자란 나는 지금도 부모님 계시는 이곳에 언제나 달려갈 수 있어 좋다. 부모님을 뵙고 싶어서 간다기보다는 식물을 보러 가는 일이 더 많아서 부끄럽고 죄송스럽기 짝이 없지만, 제주를 향할 때면 언제나 신바람이 난다. 서울에서는 아직 한기를 느끼는 시기에 제주도로 달려가는 이유는 봄꽃 가운데 가장 일찍 꽃을 피우는 세복수초를 만나기 위해서다. 세복수초는 중부지방의 복수초와 비슷한 식물이지만, 잎자루가 더욱 짧고 꽃받침잎은 숫자가 적으므로 구분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제주도에만 자라고, 세계적으로는 일본에도 분포한다. 산 속에는 세복수초와 함께 새끼노루귀가 꽃을 피운다. 중부지방에 자라는 노루귀에 비해서 전체가 작고, 잎에 보통 흰색 무늬가 있어서 구분된다. 꽃빛깔은 분홍색, 보라색, 흰색 등으로 다양하다. 제주도와 남해안에 주로 자라며, 서해안을 따라서 인천 앞바다의 섬에까지 분포하고 있다. 세계적으로는 우리나라에만 자라는 희귀 특산식물이다. 이맘때는 동백나무도 꽃망울을 한껏 부풀린다. 동백나무는 겨울꽃이라 하기도 하고, 봄꽃이라고도 하는데, 사실은 가을, 겨울, 봄에 걸쳐 피는 꽃이다.11월부터 피기 시작해 늦은 것은 5월까지 꽃을 피우니 참으로 꽃 피는 기간이 긴 식물이다. 날씨가 더욱 따뜻해지는 봄철에 가장 많이 피는 것은 물론이다. 한라산에는 아직 눈이 몇 미터씩 쌓여 있는 시기지만 바닷가 양지바른 곳에서는 봄꽃이 한창이다. 개구리발톱은 꽃이 이미 지고 열매가 달린 것도 있다. 우리말 이름은 열매 모양이 개구리의 발톱을 닮아서 붙여졌다. 주로 남쪽에서 자라지만 서해안을 따라서는 안면도까지도 올라와 자란다. 개구리발톱 옆에서는 귀화식물인 큰개불알풀 꽃이 제철이다. 이 식물 역시 이미 열매가 달린 것들도 있는데, 양쪽에 서로 붙어서 달린 둥근 열매의 모습이 특이하다. 개구리발톱이나 큰개불알풀이 잘 자라는 곳은 밭둑, 무덤 주변 같은 곳이다. 이곳에서 자라는 또 다른 식물로는 자주괴불주머니가 있다. 중부지방까지 올라와 자라는 것을 드물게 볼 수 있기는 하지만, 역시 남부지방에 주로 자란다. 두해살이풀이기 때문에 가을철에 싹이 터서 겨울을 나는데, 날씨가 따뜻하면 겨울에도 꽃을 피운다. 서울 근교에서는 5월 초순에나 꽃이 핀다. 수선화는 바닷가 마을에서 만날 수 있다. 초가집 담장 아래서 수줍은 듯 꽃을 피운 모습이 우리네 정서와 딱 맞아서 정겹다. 하지만 이 꽃은 지중해 해안지방 원산의 외래식물로서 원예식물로 들여다 심은 것이다. 제주도에서는 거의 야생 상태로 퍼져 자라고 있으므로 귀화식물이라 해야 할 정도다. 씨가 잘 맺지 않으며, 땅속의 비늘줄기로 번식한다. 제주도는 어느 계절에 꽃을 보러 가도 좋은 곳이다.2월 하순부터는 본격적으로 봄꽃을 만날 수 있다.2월 중순 세복수초가 피어나는 것을 시작으로 초여름에 이를 때까지 봄꽃잔치가 이어진다. 제주도를 시작으로 꽃따라 산따라의 계절이 시작되었다. 시즌 오픈이다. 산과 들판, 섬으로 꽃을 따라 떠나자. 동북아식물연구소장
  • [Local] 야생동물 피해보상 조례 추진

    야생동물에 의한 가축 및 농작물 피해를 제도적으로 보상받을 수 있게 된다. 제주도의회는 13일 ‘제주도 야생동물에 의한 가축 및 농작물 등 피해보상 조례’ 제정을 의원 입법으로 추진중이라고 밝혔다. 이 조례에는 다른 지역에는 없는 야생화된 ‘들개 피해’도 포함됐다. 가축피해는 최대 1000만원까지 현금으로 보상된다. 농작물은 피해면적이 100㎡ 미만이거나 전체 피해금액이 30만원 미만일 때는 보상 대상에서 제외된다. 제주 지역에서는 올들어 9월까지 노루에 의한 농작물 피해 면적이 13.8㎢(799농가)로 지난해 12.8㎢(828농가)보다 증가했다. 까치 등 조류에 의한 단감과수원 피해도 0.2㎢가 발생했다.제주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 “보이는 곳만 하나”

    “보이는 곳만 하나”

    태안 일대가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됐지만 방제 시스템은 여전히 ‘불통’이다. 방제작업이 유명 해수욕장에 집중되고 외진 섬에는 복구의 손길이 닿지 않아 ‘전시용 방제작업’이란 불만이 터져 나온다. 특히 현장에서는 복구 장비가 없다고 아우성이지만 어느 국가기관 하나도 체계적으로 장비 지급을 담당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같은 현장에서 복구작업을 하는데 누구는 일당을 받고, 누구는 받지 못하는 웃지 못할 해프닝도 벌어지고 있다. ●이 난리에 전시 복구가 웬말 11일 만리포에는 3000여명이 지원돼 해수욕장을 가득 채웠다.1만 1233명의 전체 인력 가운데 30%가 만리포에 집중돼 있는 것이다. 반면 관광객이 덜 찾는 해안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소원면 의항2리 주민 김관수(56)씨는 “신노루, 두멍재 등 3㎞의 해안은 복구 작업이 전혀 이뤄지지 않는다.”며 안타까워했다. 섬 사정도 마찬가지다. 근흥면 가의도리 주민 주동복(75)씨는 “섬 주변의 해안이 10㎞에 이르고 피해도 만리포와 비교될 정도로 큰데 지원인력은 고작 20명”이라면서 “작업복은 물론 흡착포도 오지 않는다. 고 불만을 터뜨렸다. ●장비 관할 정부 기관 없어 소원면 파도리는 인력이 넘치는데 장비가 없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전날 400명에 불과하던 지원인력이 이날 1200명으로 불어났다. 주민 박대연(60)씨는 “계획 없이 지원인력만 밀려오고 있다.”면서 “장비가 없어 그냥 바다만 바라본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방제복, 장갑, 고무장화, 양동이, 마스크 등 개인 장비를 공급하고 관리하는 정부 기관은 없었다. 해양방제를 책임지고 있는 해양경찰청은 거대한 장비는 책임지지만 개인장비까지는 신경쓸 수 없다는 입장이다. 태안군청은 “흡착포만 지급할 뿐 개인장비는 방제조합에 문의하라.”고 밝혔다. 그러나 방제조합은 “해경의 지시에 따라 전문장비를 공급할 뿐 개인장비는 공급하지 않는다.”며 다시 해경으로 전화를 돌렸다. 재해를 총괄하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관계자는 “장비공급 및 관리를 책임지는 기관이 아니다.”고 밝혔다. ●관련 부처 네 탓 공방 초기 대응 미숙이라는 비판에 해양수산부는 “기상청 예보보다 바람이 강해 예측이 힘들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기상청은 “사고 당일 풍랑주의보를 발효했으며, 사고지점인 격렬비도에서 측정한 예보치와 실측치를 비교한 결과 풍향과 풍속의 예보치가 정확했다.”고 맞받아쳤다. ●현장 지휘 체계 아직도 감감 자원봉사자들은 두통과 울렁증을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작업 가이드라인은 없다. 방제 작업을 관리하는 현장 센터도 여전히 보이지 않는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일당을 놓고 반목이 발생하기도 한다.11일 꾸리나무골해수욕장에서 방제 작업을 한 주민들은 남자 7만원, 여자 6만원의 일당을 받았지만, 인근 해수욕장에서 일한 주민들은 받지 못했다. 더 의아한 것은 일당이 방제조합에서 나온 것인지, 군청에서 나온 것인지, 사고 회사에서 지급한 것인지 아무도 모른다는 점이다. 태안 이천열 이경주 신혜원기자 sky@seoul.co.kr
  • 2색 컬렉션서 본 내년 봄·여름 패션 트렌드

    2색 컬렉션서 본 내년 봄·여름 패션 트렌드

    부쩍 패션쇼가 많아졌다. 지난달 서울컬렉션에 이어 이번달 부산과 서울에서 또 한차례 런웨이가 놓인다.‘프레타 포르테 부산 컬렉션’과 서울패션아티스트협의회(SFAA) 소속 디자이너들이 꾸미는 ‘SFAA 컬렉션’이 그것.SFAA는 2004년부터 매년 두 차례 서울시가 주최하는 서울컬렉션에 참여해 왔지만 올해는 주최측과의 이견으로 별도의 패션쇼를 마련했다. 좁은 땅덩이에서 해외 바이어의 방문도 드문데 컬렉션이 너무 많다는 비판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그렇더라고 내년 봄·여름 패션 경향에 남다른 촉수를 갖고 있는 여성들과 패션 전공 학생들에게는 즐거운 기회가 아닐 수 없다. ■그녀, 더 짧게 올해부터 나름대로 컬렉션의 면모를 갖춘 ‘프레타 포르테 부산 컬렉션’은 29∼30일 부산 벡스코 컨벤션홀에서 열린다. 부산시, 부산섬유패션산업연합회, 부산패션섬유산업사업협동조합이 주최하고 모델센터,KOTRA, 부산 패션협회가 공동 주관한다. 주최측은 2002년부터 열려 온 이 행사가 국내뿐 아니라 해외 디자이너들이 참가하는 국제적인 컬렉션이라는 데 대한 자부심이 남다르다. 이번에는 서울, 부산, 파리, 도쿄, 베이징 출신의 디자이너 10팀이 참가해 이틀간 총 8차례의 패션쇼를 펼친다. 보통 사흘 일정으로 열렸으나 올해 연 2회로 늘어나면서 예산 확충이 여의치 않아 행사 기간이 줄어들었다. 해외 참가자 중 눈길을 끄는 인물은 프랑스의 젊은 디자이너 크리스토프 귀아메다.1999년 자신의 이름을 건 독립 브랜드를 런칭한 그는 전통과 최신 유행을 넘나드는 독특한 패션으로 유럽과 미국 등지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28세 젊은 나이에 18번째 개인 컬렉션을 열 정도로 열정과 실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레드 카펫 위의 여배우들이 그의 옷을 사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쇼에서는 일본 기모노 소매를 이용해 인어의 모습을 연상시키는 의상을 다수 선보인다. 파리에서 활동 중인 한국 디자이너 제이슨과 부산에서 활동하는 부부 디자이너 이종철과 라세영의 쇼도 눈여겨 볼 만하다. 제이슨은 ‘베르사유의 밤’이라는 주제로 우아하고 여성스러운 의상들을 소개하며, 이종철과 라세영은 변화무쌍한 빈티지 의상들을 펼쳐 보일 예정이다. 중국 디자이너 프랭키 세는 비행기 여승무원, 혹은 50∼60년대 소녀 스타일을 연상시키는 경쾌한 미니 드레스와 짧은 반바지들을 선보인다. 이 밖에 일본 디자이너 미노루 아다치와 서순남, 이영희, 이미경, 정영원, 두즈, 박춘무 등 국내에서 활동 중인 디자이너들이 참여해 무대를 더욱 풍성하게 꾸민다. 티켓 신청은 인터넷 홈페이지(www.papbusan.com)에서 할 수 있다.(02)528-0888∼9. ■자연을 입다 이에 앞서 20일부터 3일간 서울 국립극장 야외무대인 별오름극장에서는 SFAA의 ‘2008 봄·여름 시즌 컬렉션’이 펼쳐진다. 이번 행사에는 김동순, 루비나, 박윤수, 박재원, 박항치, 설윤형, 신장경, 오은환, 이규례, 장광효, 진태옥, 최연옥 등 SFAA 정회원과 이주영, 김규식, 김형철 등 준회원, 신인 김지운 등 총 16명의 디자이너가 개성 넘치는 의상들을 선보인다. 이번 컬렉션의 주요 주제는 자연. 봄·여름 옷을 선보이는 만큼 소재와 색상은 사랑스러운 파스텔 색상들이 주를 이루며, 소재의 경우 고급스러운 천연 또는 친환경 소재들이 대거 등장할 예정이다. 자연주의 소재를 활용한 의상들은 활동성을 고려한 다소 편안한 스타일이 대세를 이뤄 눈길을 끌 것으로 보인다. 이규례는 소용돌이치는 듯한 독특한 실루엣의 의상으로 무대를 꾸밀 예정이며, 김지운은 ‘유령신부’라는 주제로 슬프면서도 사랑스러운 소녀의 모습을 표현한다. 박항치는 정형화된 틀에서 벗어나 활동적이고 역동적인 실루엣의 여성복을 선보이며, 남성복 ‘카루소’의 디자이너 장광효는 ‘옷 짓는 남자’를 테마로 브랜드 20주년을 기념하는 무대를 마련한다. 컬렉션 티켓은 티켓파크(www.ticketpark.com,1544-1555)에서 구입할 수 있다.1회 티켓 7000원,1일권 2만5000∼3만원이다.(02)514-8667.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열린세상] 늦가을 부여를 유람하다/황규호 ‘한국의 고고학’ 상임편집위원

    [열린세상] 늦가을 부여를 유람하다/황규호 ‘한국의 고고학’ 상임편집위원

    단풍이 끝물에 접어든 지난 주말 백제의 마지막 도읍지 사비의 자리인 충남 부여를 찾았다. 나잇살이나 든 은행나무는 유독 가지를 더 흔들어 빛깔 바랜 이파리를 부러 털어낸 참이었을까. 그렇게 은행잎이 마구 쏟아져내리는 주말이었다. 한 시절을 인문학 분야 학술에만 매달려 글을 쓴 몇몇 후배와 동행을 했으니, 그런대로 그림도 괜찮았다. 어떤 일거리를 딱히 찍은 여행이 아니었던 터라, 굳이 길을 재촉하지도 않았다. 그래서 한나절이 실하게 기울어서야 백마강 건너 규암이라는 부여 땅에 다다랐다. 서기 577년 백제 위덕왕이 절을 지은 사연을 분명하게 적은 새김글씨(銘文·명문) 사리기 세트를 발굴한 왕흥사터가 바로 규암에 있다. 그러고 보면, 문화유적학과 등을 거느린 한국전통문화학교가 일찍 규암에 자리잡은 까닭을 알아차릴 만하다. 왕흥사를 삼국사기 기록보다 3년이나 앞서 위덕왕이 창건했고, 죽은 왕자를 위해 지었다는 새김글씨 내용은 얼마전 크게 매스컴을 탔다. 이는 고고학이 거둔 빛나는 학술적 성과가 틀림없다. 그러나 고고학과 역사학이 충돌할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아직은 문헌사학에 매달려야 하는 역사학을 뒷받침할 인문학끼리의 협력적 보완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1971년 공주에서 발굴한 백제 무령왕릉이 한국고대사에서 아리송한 부분을 메웠다는 사실은 매우 중요한 대목이다. 어떻든 백제 무왕이 뒷날 위덕왕의 원찰(願刹)인 왕흥사 법회에 참석할 때는 강 건너 규암 쪽에 먼저 합장한 다음 나룻배를 타고, 백마강을 건넜다는 이야기가 역사에 나온다. 그 나루터를 약간 비켜 지금은 백제대교가 덩그렁 지나간다. 우리 일행은 이미 백마강을 건넜다는 핑계로 규암에서 하룻밤을 묵을 요량을 대고, 이웃 무량사 유람에 나섰다. 노루꼬리만도 못한 늦가을 짧은 해가 도량 뒷자락 만수산 산마루를 걸터앉기가 무섭게 산 그림자가 저무는 해를 냉큼 삼켜버렸다. 그리고 삼태기처럼 생긴 무량사 골짜기에 이내 어둠이 깔렸다. 이 좋은 날, 어찌 술 한잔을 걸치지 않으랴. 무량사 들머리에 문을 연 대폿집을 찾아들었다. 감칠맛 나는 약주 서너 옹배기를 술꾼 셋이서 게 눈 감추듯 비웠다. 그러나 무량사에 주석한 동안 나무열매로 술을 빚어 늘 마시면서, 도도한 시심을 펼쳤다는 조선 중기의 진묵(震默) 스님 주량을 따라잡지는 못했을 것이다. 규암으로 나와 고고학 연구자들의 무슨 세미나를 위해 개방한 한국전통문화학교 외빈 숙소에서 업어가도 모를 깊은 잠에 빠져들고 말았다. 천성이 온화하기로 소문난 한국전통문화학교 총장 이종철 박사는 작취미성의 술꾼들을 훌몰아 성흥산성으로 끌어냈다. 위사좌평 백가가 동성왕을 시해한 모반의 자리였고, 백제부흥군의 우두머리 괴실복신이 활약한 근거지였다고 한다. 날이 활짝 개었을 때는 백강 하구 군산까지 한눈에 들어온다는 성흥산성의 바람은 상쾌하다 못해 곧 달았다. 이왕 나선 김에 국립부여박물관이 소장한 백제금동향로를 구경하지 못하면, 필경 후회할 것이라는 이 총장의 성화를 뿌리치지 못했다. 문화재를 전담하던 대기자 시절에도 실물을 만나지 못한 ‘앉은뱅이 기사’를 썼거니와, 실은 부여박물관에 들른 적이 없다. 그런데 박물관 전시실 동선을 따라 돌면서 깜짝 놀랐다. 조명이 밝은 진열장에서 좀 떨어진 어두컴컴한 바닥에 털썩 주저앉은 올망졸망한 아이들의 빛나는 눈동자와 부닥친 것이다. 박물관 큐레이터인지, 또는 인솔교사인지는 모른다. 어떻든 그들의 설명을 주시하는 수많은 눈동자를 만나는 순간 울컥 솟아오른 감격을 말로 표현할 길이 없다. 인문학적 요소를 다분히 함축한 박물관에서 실사구시의 진리를 일찍 터득한 아이들 표정을 빌려 학문의 장래를 보았다. 황규호 ‘한국의 고고학’ 상임편집위원
  • 연천 호로고루城서 탄화곡물 다량 발견

    연천 호로고루城서 탄화곡물 다량 발견

    경기도 연천 호로고루 고구려성에서 동물뼈와 탄화곡물이 다량으로 남아있는 지하시설물이 발견됐다. 소, 말, 개, 사슴, 노루, 멧돼지의 뼈와 쌀, 조, 콩, 팥 등 곡물은 고구려 군대의 식생활을 복원하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토지박물관은 31일 호로고루 2차 발굴보고서를 내고 성 내부에 대한 시굴 및 발굴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호로고루는 5세기 후반에서 6세기 초에 고구려가 목책의 형태로 처음 축조한 뒤 6세기 중엽 고구려가 한강 유역을 상실하자 임진강 유역에 새로운 방어선을 구축하면서 대대적인 토목공사를 벌인 성으로 추정된다. 이때 기와건물과 지하시설물 등을 갖춘 복합 방어시설로 재정비되어 고구려가 멸망할 때까지 신라세력을 방어하는 전략적 거점으로 활용되었으며, 신라가 장악한 뒤에는 당나라와 전투에 대비하여 고구려 성벽에 새로운 성벽을 덧붙여 보강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호로 지역에 있는 옛 성이라는 뜻의 호로고루(瓠蘆古壘)는 삼국시대 호로하로 불린 임진강 중상류에 있다. 말을 타고 강을 건널 수 있는 이곳은 현재도 전략적 요충지로 꼽힌다. 서동철 문화전문기자 dcsuh@seoul.co.kr
  • 노루 피하려다 대형 교통사고

    도로의 노루를 피하던 관광버스가 마주 오는 차량 4대와 잇따라 충돌해 5명이 숨지고 13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28일 오후 3시10분쯤 경남 하동군 화개면 부춘리 검두마을 앞 국도 19호선 도로에서 승객 28명을 태우고 화개 방면에서 하동읍 방향으로 달리던 관광버스(운전자 김모씨·33)가 마주 오던 카니발 승합차, 세피아·산타페 승용차 등 차량 4대와 잇따라 충돌했다. 이 사고로 카니발 승합차와 세피아 승용차 등 차량 2대에서 먼저 불이 나면서 타고 있던 5명이 그 자리에서 숨졌다. 또 관광버스에 타고 있던 운전자 김씨 등 승객 13명이 다쳐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관광버스와 싼타페 승용차에도 불이 옮겨 붙었지만 다행히 승객들이 급히 탈출해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았다. 경찰은 이날 사고가 화개에서 하동읍 방면으로 달리던 관광버스가 도로 오른쪽에서 갑자기 뛰어든 노루를 피하기 위해 편도 1차로인 중앙선을 넘었다가 마주 오던 차량들과 충돌했다는 운전자의 진술을 확보하고 목격자 등을 상대로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사망자가 발생한 차량이 완전 전소되고 심하게 구겨져 번호판조차 확인이 불가능해 승객들의 신원 파악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하동 이정규기자 jeong@seoul.co.kr
  • 거센 개발바람 DMZ일대 ‘생태 보고’ 위협

    거센 개발바람 DMZ일대 ‘생태 보고’ 위협

    비무장지대(DMZ)의 긴장이 서서히 풀리고 있다. 그러나 반세기 넘도록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아 거의 온전하게 남아 있는 DMZ자연은 되레 위험에 처했다. 체계적인 조사도 이뤄지지 않은 채 ‘생태 개발’이라는 허울 아래 무분별한 파괴가 우려된다. 전문가들은 기존 개발·보존의 틀을 뛰어넘는 미래를 내다보는 보전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천고의 세월동안 원형 그대로 간직 강원도 인제 서화면 DMZ 철책 ○○통문 아래 인북천. 우리나라에서 보기 드문 사행천(蛇行川)을 형성하고 있다. 자연 지형을 따라 굽이굽이 물줄기를 그리는 하천에는 모래톱이 잘 발달됐고 물 깊이에 따라 초본식물과 목본식물이 골고루 섞여있다. 나무 그늘 아래는 물고기가 살기에 안성맞춤이다. 김귀곤 서울대 조경학과 교수는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자연하천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며 “국내에서 보기 드문 보존가치가 높은 자연유산”이라고 말했다. 부근 돈평습지도 반세기 동안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아 다양한 식물이 살고 있다. 버드나무, 신나무, 물박달 등이 무성하다. 동물의 천국이기도 하다. 습지 주변 이곳저곳에 동물 배설물이 쌓여 있는 것으로 보아 포유류 이동 길목임을 짐작케한다. 고라니, 노루 등 초식동물은 쉽게 만날 수 있다. 밤에는 삵과 같은 맹수도 목격된다고 한다. 산양, 사향노루, 수달 등 20여종의 포유류가 서식한다. 황호섭 생태지평연구소 연구원은 “DMZ일원에는 가는돌고기, 돌상어와 같은 멸종위기 어류와 천연기념물인 어름치 등 100여종이 살고있다.”고 설명했다. 화천 평화의 댐 안쪽도 생태계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양의대에서 바라본 파라호 상류 습지는 수중 식물과 잡목이 무성하다. 물고기의 산란처인 동시에 근처 야산에 사는 포유류들이 내려와 물을 마시는 생명의 샘이다. 칠성부대 이광수 선임부사관은 “고라니, 노루는 낮에도 자주 만나고 운이 좋으면 산양도 가끔 발견된다.”고 말했다. ●남북한 보존방안 마련 절실 DMZ는 군사지역으로 자연환경보전법에서 자연유보지역으로 지정돼 생태계 보전지역에 준해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남북긴장완화·경협확대 분위기를 타고 개발압력도 거세다. 장기 국토개발계획에 따른 도로·철도는 DMZ일원을 지나도록 수립됐으며, 지자체가 추진하는 사업 가운데 개발을 염두에 둔 것이 많다. 민통선이 10㎞북상 조정되면 개발붐이 더욱 번질 것으로 보인다. 서재철 녹색연합 녹색사회국장은 “개성공단 오폐수 문제나 송전탑 건립처럼 평화와 화해를 내세워 환경영향평가를 무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 국장은 “비록 냉전의 아픔으로 보존된 생태계지만 세계적인 유산이 될 수 있는 자산인 만큼 훼손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았다고 생태계가 온전히 보존되는 것은 아니다. 북한강 상류는 북한 임남댐(금강산댐)건설 이후 연간 20억∼30억t의 수량이 줄어들었고 물길이 끊겨 남북을 자유롭게 오가야 할 물고기들도 활동을 제한받고 있다. 멸종위기 동물이 위험에 처해도 구호활동이 여의치 않다. 칠성부대 권승호 대대 작전과장은 “작전 중 독수리가 다친 것을 발견했지만 손을 쓸 수 없어 결국 죽고 말았다.”고 말했다. 박진섭 생태지평연구소 부소장은 “정부는 DMZ일원의 생태계를 보존한다는 원칙만 세웠을 뿐 구체적인 방향은 아직도 모호하고, 기초 생태조사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라며 “남북한 공동으로 시급히 DMZ 일원 보전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제·화천 글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 인간 없는 세상/앨런 와이즈먼 지음

    2일 뒤:뉴욕의 지하철역과 통로에 물이 들어차 통행이 불가능해진다. 1년 뒤:무전 송수신탑의 경고등이 꺼지고, 고압전선에 전류가 차단된다. 3년 뒤:도시의 따뜻한 환경에 살던 바퀴벌레들은 멸종된다. 100년 뒤:코끼리의 개체수가 스무배로 늘어난다. 300년 뒤:흙이 차오르면서 세계 곳곳의 댐들이 무너지기 시작한다. 500년 뒤:플라스틱은 여전히 멀쩡하다. 50억년 뒤:죽어가는 태양이 내행성들을 감싸면서 지구는 불타 버린다. 이상은 구약성경에서 창조주가 인류와 천지만물을 만드는 7일간의 일지와 정반대로 인간이 지구상에서 사라지면 어떻게 될지를 가상한 시나리오다. 이처럼 기발하면서도 끔찍한 생각을 과학적으로 풀어나간 이는 미국 애리조나대 국제 저널리즘 교수인 앨런 와이즈먼. 그는 한국의 비무장지대를 비롯해 폴란드-벨로루시 국경의 원시림, 체르노빌, 미크로네시아, 아프리카, 아마존, 북극 등 지구 곳곳을 발로 누비며 ‘인간 없는 세상(이한중 옮김·랜덤하우스코리아 펴냄)’을 썼다. 인간이 사라진 바로 다음날, 자연은 집 청소부터 하기 시작한다. 우리가 살던 집은 아마도 50년, 길어야 100년이면 주저앉을 것이다. 인간이 없어지면 가장 먼저 혜택을 보는 것은 모기다. 다양한 맛을 즐길 줄 아는 미식가인 모기는 살충제가 사라지고, 고향인 습지가 복원되면서 포유류, 파충류, 새의 피뿐 아니라 꽃의 꿀까지 빨아 먹으며 번성할 것이다. 인간이 없어서 슬퍼할 존재는 우리를 주식으로 해 살도록 진화된 ‘페디쿨루수 후마누스 카피티스’와 ‘페디쿨루수 후마누스 후마누스’다. 전자는 이, 후자는 진드기다. 200여종의 박테리아도 인간을 자기네 집이라 부른다. 수백마리의 작은 포도상구균이 우리 피부 어느 곳에나 살며, 겨드랑이와 가랑이와 발가락 사이에는 더 많이 산다. 대부분 유전적으로 인간한테서만 잘살 수 있도록 진화했기 때문에 우리가 없어지면 그들도 사라질 것이다. 와이즈먼은 환경운동연합팀과 함께 길이 241㎞에 폭 4㎞의 한국 비무장지대(DMZ)도 방문했다. 인간이 사라지자, 한때 동족이 원수가 돼 싸우던 지옥은 오갈 데 없는 생물들이 가득한 곳으로 변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위험천만하던 곳이 사라질 뻔했던 야생동물들의 피난처가 된 것이다. 반달가슴곰, 스라소니, 사향노루, 고라니, 담비, 멸종 위기의 산양, 거의 사라졌던 아무르표범이 매우 제한된 이곳의 환경에 의지해 산다. 만일 비무장지대의 남과 북이 모두 인간 없는 세상으로 변한다면, 이들은 다른 곳으로 퍼져 수를 늘리고 번성할 수 있을 것이다. 과학자들의 국제연맹 단체 DMZ포럼의 공동 창립자인 하버드대 생물학자 E O 윌슨은 “한국에 게티즈버그와 요세미티를 합친 것 같은 곳이 만들어지는 것”이라며 지뢰를 제거하는 데 막대한 비용이 들겠지만, 관광 수입은 한층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DMZ가 “한국 사람들이 가장 아끼는 유산이자 전세계의 모범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인간의 수는 세계적으로 나흘마다 100만명씩 늘고 있다. 우리가 없어도 지구는 계속 남는다. 하지만 지구가 없다면 인간은 존재할 수 없다.50억년 뒤면 파괴될 지구라지만, 그 영겁의 세월 동안 인간이 지구에게 주는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는 지혜를 이 책은 생생하게 전한다.2만 3000원.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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