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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후 선도국가 자리매김… 1000명 고용·1500억 경제효과 기대

    기후 선도국가 자리매김… 1000명 고용·1500억 경제효과 기대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2021 P4G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에서 2023년에 열리는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유치전에 나설 것을 공표한 것은 기후변화 대응 선도국으로 자리매김하는 한편 경제적 측면에 대한 고려도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는 1995년 이후 해마다 열리며 197개국 2만여명이 참석하는 기후환경 분야 최대 국제회의다. 인천, 부산, 전남 여수, 경기 고양, 제주 등이 1500억원 이상 경제유발 효과와 1000여명 안팎의 고용창출 등을 기대하고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COP28 사무국은 내년에 개최지를 선정한다. 또한 문 대통령이 900만 달러(약 100억원) 규모의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 그린뉴딜 펀드 신탁기금 신설 및 P4G(녹색성장 및 글로벌목표 2030을 위한 연대) 기금 신규 공여를 약속한 것은 개발도상국의 기후변화 대응 지원에 초점을 둔 회의 취지에 맞춰 국제사회에 ‘그린리더십’을 다지겠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2010년 개도국의 녹색성장을 지원하고자 설립된 GGGI는 한국이 주도한 첫 번째 국제기구다. 참여국들의 공여자금으로 운영되는 협의체인 P4G에 한국은 그동안 분담금을 내지 않았다. 1회 정상회의를 주최한 덴마크는 2018~22년 3870만 달러(약 433억원)의 기여를 약속했었다. 문 대통령이 “한국이 국제사회 지원 속에서 산림 회복을 이룬 것처럼 개도국과 적극 협력하겠다”면서 “나라마다 경제발전 단계가 다르고 석탄화력 의존도에 큰 차이가 있기 때문에 저탄소 경제 전환을 위해서는 개도국에 대한 선진국들의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것은 중견 국가의 책임을 다하겠다는 의미다. 녹색·기후 공적개발원조(ODA) 비중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이상으로 대폭 늘리는 계획을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2015~19년 OECD의 관련 ODA 비중 평균은 28.1%인 데 비해 한국은 19.6%에 머물렀다.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 대신 참여한 리커창 총리는 화상 연설에서 “지속가능한 녹색 발전을 위해서는 국제 협력이 필수적이며 코로나 종식을 위한 협력, 저탄소 전환을 위한 노력, 공통되지만 차별화된 책임하에 개도국의 고충 해결 지원이 특히 중요하다”면서 “중국은 세계 최대 개도국으로 2060년 이전 탄소중립 달성 공약 등 녹색회복 달성을 위해 기여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기후대응 등 글로벌 도전 과제 달성을 위해 한국의 해외 석탄발전 공적금융 지원 중단 선언과 같은 구체적 이행 정책을 각국이 발표하길 기대한다”면서 “개도국의 기후 적응을 위해 (한국처럼) 주요 7개국의 공여금 확대 등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개회식에서 문 대통령은 금강송 고사목으로 만든 연단에서 올라 눈길을 끌었다. 청와대는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강조하기 위해 재선충 피해목을 활용한 것”이라고 했다. 연설 중에는 멸종위기종 사향노루, 따오기, 왕은점표범나비 등의 모습이 증강현실(AR) 기술로 구현됐다. 한편 문 대통령은 덴마크 메테 프레데릭센 총리와의 화상 정상회담에서 양국 관계를 ‘포괄적 녹색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해 기후·환경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中, 코로나19 첫 발병 전 대대적인 동물 바이러스 검사”

    “中, 코로나19 첫 발병 전 대대적인 동물 바이러스 검사”

    중국이 코로나19 첫 공식 발병 즈음 광범위한 동물 조사에 나섰던 사실 등 코로나19 기원 조사와 관련해 미심쩍은 점이 세계보건기구(WHO) 과학자들에 의해 여럿 지적됐으나 간과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른바 ‘중국 기원설’을 파악할 단서가 담긴 자료가 지난 3월 WHO 패널이 발간한 보고서의 부록에 포함돼 있었다고 CNN방송이 소식통을 인용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200쪽에 달하는 부록에는 중국이 코로나19 바이러스 발생 시기를 포함한 정보를 갖고 있었다는 점을 시사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첫 발병 전 대대적인 동물 바이러스 조사 WHO 보고서 부록에는 2019년 12월 첫째 주에 이뤄진 중국 당국의 광범위한 동물 검사에 대한 언급이 있다. 부록 98쪽에는 2019년 12월 7일 중국 당국이 마카크원숭이, 숲사향노루, 고슴도치, 대나무쥐 등 69종의 동물에서 표본을 채취했다고 밝히고 있다. 중국이 코로나19 첫 공식 발병으로 인정한 사례는 바로 그 다음날인 2019년 12월 8일 감염된 우한의 40대 남성이다. 우한에서 ‘원인불명의 폐렴’이 유행 중이라는 보도가 나온 것은 12월 말 즈음이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가 우한에 도착해 조사를 시작한 것이 2019년 12월 31일이다. 즉, 중국 당국이 당시 우한에서 확산하고 있던 폐렴이 신종 전염병일 가능성에 주목해 조사에 나섰던 시점보다 24일, 이후 추적을 통해 첫 확진자로 파악한 남성의 발병 시점 하루 전에 앞서 바이러스와 관련해 광범위한 조사에 나섰던 셈이다. 중국 당국의 광범위한 동물 바이러스 표본 수집 시기가 코로나19 첫 발병 시기와 우연히 맞아 떨어지자 WHO 패널들 사이에서는 “이상하다”라는 의견이 나왔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코로나19 환자 발생을 파악했기 때문에 당국이 바이러스 전파 가능성이 있는 동물 표본 검사에 나선 것 아니었겠느냐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중국 국가보건위원회(NHC)는 해당 표본이 “2월과 2019년 12월 사이에 채취된 것”이라며 “코로나19 발생 이전까지 관련 부서가 후베이성 야생동물 인공증식 공장에서 주요 동물성 질환을 적극적으로 관찰해온 것”이라는 성명을 내놨다. 또 2020년 2월 이 표본들에 대해 코로나19 검사를 한 결과 음성으로 나왔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CNN은 “2020년 2월에 검사를 한 표본이 12월 7일부터 채취된 것을 가리키는 것인지, 아니면 2019년에 더 긴 기간 동안 검사된 것인지 분명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CNN에 이를 전한 소식통은 “중국 당국의 입장이 서툴렀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당시 WHO 패널들은 “(코로나19 발병과 관련 없는) 정기조사였다”는 중국의 설명을 받아들이긴 했지만, 동물을 조사한 원자료를 요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우한의 초과 사망률…상당 기간 바이러스 확산됐나 CNN은 또 의심할 대목으로 코로나19가 처음 보고된 지역을 중심으로 사망률이 평상시보다 높아졌다는 점을 주목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2020년 1월 셋째주 우한의 사망률이 올라가고, 곧이어 후베이성 전체에서도 같은 현상이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이 지역에 이미 상당 기간 코로나19가 확산한 결과가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중국이 발병 초기 우한의 신화병원에서 추출한 바이러스 표본을 2020년 봄에 폐기한 사실도 WHO 보고서에 적시돼 있다. 소식통에 따르면 WHO 조사팀은 신화병원의 초기 바이러스 표본이 파괴된 사실을 확인했으며 이에 대해 “유감”이라고 언급했다. 보고서 부록은 중국의 사생활보호법 때문에 초기 표본들이 보관되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신화병원에서 2019년 12월 발열에 따른 외래 환자가 2018년 12월에 비해 40%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여러 자료에서 2019년 말 후베이성과 주변 지역에서 광범위한 독감(인플루엔자) 발생이 확인되고 있다. 독감 환자가 큰 폭으로 증가한 원인은 불분명하지만, 코로나19 발생과 독감 환자 급증이 거의 동시에 일어나면서 12월과 1월 초의 코로나19 발병 사례를 구분해내는 데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언급됐다. 특이사항 없는 첫 확진자…또다른 ‘0번 감염자’ 가능성 WHO 보고서 부록은 12월 8일 첫 확진자로 파악된 사례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면서도 과연 그가 첫번째 감염자일지 의문도 제기했다. 가족회사에서 회계사로 일하는 40대 남성으로 알려진 ‘1호 확진자’는 야생동물이나 집단모임, 여행 등 고위험 노출 관련 증거가 없다고 적시했다. 대중교통을 이용했지만 그즈음 우한 밖을 다녀온 적이 없었고, 유증상자와 접촉한 바도 없었다. 특히 발원지로 지목되는 화난재래시장을 방문하지도 않았다. 보고서는 초기 환자 가운데 3분의 1만 재래시장에 노출됐고, 또 이 시장과 접촉한 환자 중 4분의 1은 다른 27개 시장과도 접촉이 있었다고 밝혔다. 즉 화난시장과 코로나19 발생이 직접적인 연관을 맺고 있다고 단정짓기는 어려운 셈이다. 그러나 당시 심각한 증세를 보인 환자만 보고됐기 때문에 경증 환자에 대한 추가 조사를 통해 코로나19의 기원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따라 WHO 패널은 비중증 환자 조사를 포함해 더욱 정밀한 연구를 원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길섶에서] 고양시, ‘왕의 놀이터’/이종락 논설위원

    조선시대 한양에서 의주까지 가는 길이 ‘의주대로’였다. 정동 사거리에 있던 돈화문(서대문)에서 출발해 무악재, 구파발을 거쳐 고양, 파주, 개성, 평양을 지나 의주까지 가는 432㎞(1080리)의 길이었다. 의주를 지나면 베이징까지 연결됐는데 지금의 국도 78번과 56번이 난 길이다. 하지만 경기문화재단이 의주길 경기옛길을 복원하면서 인도가 없는 국도를 우회해 여러 문화유적지를 거치게 한 새 길을 만들었다. 고양시 덕양구 대자16동 일대인 의주길 경기옛길 제2길을 걷다 보면 ‘연산군시대 금표비’를 만난다. 연산군이 유흥을 즐기는 곳에 일반인들이 드나드는 것을 금지하기 위해 세워 놓은 비다. 비문에는 “이 금표 안으로 들어오는 사람은 왕명을 어긴 것으로 봐 처벌을 할 것”이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 조정은 왕과 함께 호랑이 같은 맹수를 잡는 군사훈련을 하는 지역이라고 둘러댔지만 노루나 꿩 등 위협적이지 않은 동물들만 사냥해 백성들의 원성이 자자했다고 한다. 고양군은 1504년(연산군 10년) 왕의 유흥지가 됐다가 1506년 중종반정으로 다시 군으로 복귀됐다. 군 자체가 왕의 놀이터가 돼 민간인 출입을 금지했다는 사실에서 연산군의 폭정을 실감한다. 고양시는 폭군의 말로를 웅변하는 곳이기도 하다.
  • [똑똑 우리말] ‘채’, ‘체’, ‘째’의 쓰임/오명숙 어문부장

    비슷한 발음과 형태 때문에 헷갈리는 말들이 꽤 있다. ‘채’와 ‘체’, ‘째’도 빼놓을 수 없는 예에 해당한다. ‘사과를 통째로 먹다’가 맞는지 ‘통채로 먹다’가 맞는지, 띄어쓰기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헷갈리는 게 아주 많다. 먼저 ‘채’를 살펴보자. ‘채’는 ‘이미 있는 상태 그대로’라는 뜻을 나타내며 ‘-ㄴ/은/는 채’의 꼴로 주로 쓰인다. ‘옷을 입은 채로 물에 들어갔다’, ‘노루를 산 채로 잡았다’, ‘벽에 기대앉은 채로 잠이 들었다’ 등과 같이 쓰인다. ‘체’는 ‘그럴듯하게 꾸미는 거짓 태도나 모양’을 뜻한다. ‘보고도 못 본 체 딴전을 부리다’, ‘알지도 못하면서 아는 체는 왜 하니’, ‘모르는 체하며 고개를 돌리다’ 등과 같이 쓰인다. ‘애써 태연한 척을 하다’, ‘못 이기는 척 자리에 앉다’에 쓰인 ‘척’과 동의어다. ‘채’와 마찬가지로 주로 ‘-ㄴ/은/는 체’ 꼴로 쓰이기 때문에 둘을 혼동해 쓰는 경우가 있다. 문법적으로 봤을 때는 둘 다 의존명사이기 때문에 앞말과 띄어서 쓴다. ‘-째’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그대로’, ‘전부’, ‘모조리’라는 뜻으로 의미상으로는 ‘채’와 비슷한 면이 있다. 그러나 앞에 오는 말의 품사와 띄어쓰기에서 차이를 보인다. ‘채’는 의존명사라 동사나 형용사 뒤에서 띄어 쓰는 반면 ‘-째’는 접미사라 명사 뒤에 붙여서 쓴다. 그래서 ‘냄비째 가져오다’, ‘사과를 통째로 먹다’ 등과 같이 쓴다. ‘냄비채’, ‘통채’ 등은 잘못된 표현이다. oms30@seoul.co.kr
  • [부고] 정지영씨 부친상, 김미림씨 부친상, 이득수씨 별세

    ■ 정지영(신한생명 재무팀장)씨 부친상 △ 정무영씨 별세, 정지영(신한생명 재무팀장)씨 부친상, 5일, 인천 국제성모병원 장례식장 6호실, 발인 7일 오전 5시30분, 장지 서호추모공원. 032-290-3516 ■ 김미림(매경비즈 교육팀장)씨 부친상 △ 김상화(전 신광골재 대표)씨 별세, 김미림(매경비즈 교육팀장)씨 부친상, 황태민(노루페인트 공업2팀 차장)씨 장인상, 5일 오전 10시10분, 경북 포항의료원 장례식장 1호실, 발인 7일 오전 9시, 장지 경주공원묘원. 054-245-0421 ■ 이득수(전 부산 서구 총무국장)씨 별세 △ 이득수(전 부산 서구 총무국장)씨 별세, 홍성순 남편상, 이정석(삼성엔지니어링 부장)·슬비씨 부친상, 박상미 시부상, 김도연 빙부상, 5일 0시, 울산 울주군 언양읍 서울산보람병원 장례식장 VIP 2호, 발인 7일 오전 8시. 010-3816-5771
  • 땅의 발자취, 느릿느릿… 봄바람 살랑, 쉬엄쉬엄

    땅의 발자취, 느릿느릿… 봄바람 살랑, 쉬엄쉬엄

    경북 청송은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이다. 관내 일부 지역만이 아니라 군 전역이 그렇다. 지질공원에 관한 한, 지형적 특성이 잘 드러나는 계절은 겨울이다. 온 산하가 헐벗을 때라야 감춰진 풍경들이 온전히 드러난다. 여기에 눈이라도 살짝 덮이면 금상첨화다. 나뭇가지에 애기 손톱만 한 이파리가 파릇파릇 돋아나는 초봄도 겨울 못지않게 좋다. 살풍경한 단색조의 지형들이 이때 비로소 생동감 넘치는 풍경으로 변한다. 이도 저도 아닌 어정쩡한 이 계절에 청송을 찾은 건 이 때문이다.청송이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에 지정된 건 2017년이다. 꽃무늬를 드러내는 돌(구과상 유문암) 가운데 단연 세계 최고로 꼽히는 ‘청송꽃돌’이 큰 몫을 했고, 세계에서도 손꼽힐 만큼 두꺼운 화산재층으로 구성된 주왕산 기암 단애, 신성계곡 일대의 퇴적암층 등이 힘을 보탰다. 4년마다 재심의를 하는 유네스코 규정상 올해 다시 심의를 받아야 하지만, 여전히 ‘자연학습장’으로서 지위 변동은 없다. 청송 전역이 국제슬로시티연맹이 인증한 슬로시티이기도 하다. 그러니 두 국제기구가 주목한 청송의 아름다움에 공감하려면 ‘지질 명소’들을 ‘느리게’ 돌아봐야 할 터다. 사실 지질은 매우 어렵고 복잡하다. 몇 해에 걸쳐 공부해도 알기 어려운 걸 한나절 걸음으로 파악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 안에 담긴 무수한 시간들을 상상할 수는 있다. ‘땅의 역사’와 마주한다는 것만으로도 지질공원을 찾는 값어치는 충분히 하지 않을까 싶다. 청송의 지질명소는 모두 24곳이다. 9곳이 몰려 있는 주왕산 권역과 4곳의 지질명소를 순환하는 ‘녹색길’이 조성된 신성계곡 권역 등이 핵심으로 꼽힌다. 주왕산 권역에서 가장 인기 있는 탐방로는 주왕산 입구에서 용추폭포까지 왕복 5.8㎞ 구간이다. 3시간 정도면 넉넉하게 돌아볼 수 있다. 휠체어도 오갈 수 있는 무장애길로 조성됐다. 주왕산은 화산 폭발로 형성된 다양한 지질 현상을 목격할 수 있는 곳이다. 공룡들이 뛰놀았던 중생대 백악기 때 주왕산은 화산 활동이 왕성한 곳이었다. 주왕산 일대에 500m 이상 쌓인 화산재는 단단하게 굳어 응회암이 됐고, 식는 과정에서 부피가 수축하고 암석이 떨어져 나가(절리)며 폭 150m에 달하는 웅장한 형태의 암벽을 이루게 됐다. 지질명소 1경으로 꼽히는 기암단애는 이렇게 만들어졌다. 기암(旗巖)은 중국 당나라에서 신라로 도망쳐 온 ‘주왕’의 전설에서 비롯된 이름이다. 당시 신라 장수 마일성 등은 당나라의 요청으로 반역에 실패한 주왕을 잡은 뒤, 주왕산 첫 봉우리(巖)에 깃발(旗)을 꽂았다. 그곳이 바로 기암단애다. 기암단애와 어우러진 절집 대전사를 지나면 암석 속 파편이 후추처럼 보인다는 주방천 페퍼라이트, 다양한 주상절리와 만날 수 있는 연화굴, 수직 절리가 발달한 용추협곡, 3개의 하식 동굴이 있는 용연폭포 등이 줄줄이 펼쳐진다. 주방천 계곡과 이웃한 절골협곡 방면에도 주산지, 급수대 주상절리 등의 명소가 있다. 다만 편도 20~30분 거리의 주산지를 제외하면 서너 시간 넘게 소요돼 시간 안배를 잘해야 한다.기암단애 건너편엔 노루용추 계곡, 달기약수 등이 있다. 주왕산 자락에 있긴 해도 입구는 다르다. 월외탐방안내소를 거쳐 올라야 한다. 노루용추 계곡은 크고 작은 폭포와 폭호가 발달한 곳이다. 핵심은 높이 11m에 달하는 달기폭포다. 월외탐방안내소에서 왕복 2시간 안팎이 걸린다.신성계곡 권역은 풍화와 침식, 융기 등 지질작용이 만든 퇴적암층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지질명소 4곳을 걸어서 돌아볼 수 있는 ‘녹색길’도 조성돼 있다. 전체 길이는 12㎞, 세 코스로 구성됐다. 1코스 들머리는 방호정(감입곡류)이다. 하지만 걷지 않고 드라이브스루로 지나는 관광객이라면 청송 시내에서 가까운 백석탄부터 둘러봐도 무방하다.방호정(方壺亭)은 1619년 조선 광해군 11년에 방호 조준도가 어머니의 묘를 볼 수 있는 절벽 위에 세운 정자다. 절벽 아래로는 길안천이 뱀처럼 휘돌아 흘러간다. 이를 ‘감입곡류’(嵌入曲流)라고 한다. 구불구불 휘어진 강물(曲流)이 흐르다 조각칼처럼 하천 바닥을 파내(嵌入)며 만들어졌다.방호정 맞은편엔 신성리 공룡발자국 화석지가 있다. 경남 고성 등에서 흔히 보는 화석지와 달리 비스듬하게 경사진 산자락에 형성된 게 이채롭다. 2003년 태풍 매미가 청송을 할퀼 때 발생한 산사태로 산 사면을 덮고 있던 퇴적층이 미끄러지면서 화석층이 드러났다.방호정에서 4㎞ 남짓 떨어진 곳엔 만안자암 단애가 있다. 만안 지역에 있는 붉은 바위(紫巖) 절벽(斷崖)이란 뜻이다. 철 성분이 많이 포함된 암석이 산화되면서 중국의 적벽처럼 붉은빛을 띠게 됐다. 신성계곡의 절정은 백석탄이다. 말 그대로 ‘하얀 돌이 반짝거리는 개울’이다. 냇가엔 수천, 수만 년의 시간이 깎고 다듬은 흰 바위들이 널려 있다. 돌에 함유된 성분에 따라 희다 못해 푸른 빛이 감돈다. 항아리 모양의 오목한 구멍이 뚫린 바위도 있다. 이를 포트홀이라 부른다. 포트홀은 물이 오랜 세월 동안 소용돌이치며 깎아낸 흔적이다. 요강만 한 바위 구멍에 대체 얼마나 긴 시간이 담겨 있는 것인지 가늠조차 어렵다.청송의 자랑인 꽃돌은 청송군수석꽃돌박물관에서 만날 수 있다. 다양한 형태의 꽃돌이 전시돼 있다. 실내공간이지만 거리두기가 완화되면서 재개관했다. 주왕산관광단지 안에 있다. 청송 여정에서 꼭 찾아야 할 곳 하나만 덧붙이자. 야송미술관은 한국화가인 야송 이원좌(1939~2019) 화백의 작품 등을 소장해 전시하고 있는 군립미술관이다. 폐교된 초등학교를 미술관으로 리모델링했다. 여기에 한국 최대 동양화로 꼽히는 청량대운도(淸凉大雲圖)가 전시돼 있다. 길이 46m, 높이 6.7m에 달하는 실경산수화다. 야송이 봉화의 청량산을 주제로 1989년부터 1992년까지 3년에 걸쳐 그렸다. 워낙 규모가 커 청량대운도만 전시하는 전시관을 따로 뒀다. 그림 왼쪽 하단엔 예의 낙관이 찍혀 있다. 야송이 두 손과 얼굴, 두 발을 동원해 찍은 이른바 ‘오체투지’ 낙관이다. 당연히 일반적인 낙관에 비해 크기가 남다를 수밖에. 하지만 이조차 청량대운도의 높이에 비하면 채 3분의1이 못 된다. 이곳 역시 코로나19로 폐쇄됐다가 지난달 다시 문을 열었다. 글 사진 청송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장관 자리 계속 늘리는 日스가…‘인기도 3%’ 극복 위한 고육책

    장관 자리 계속 늘리는 日스가…‘인기도 3%’ 극복 위한 고육책

    지난해 말 이후 줄곧 지지율 위기에 시달리고 있는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정권의 지지율의 하락세는 약간 주춤해졌지만, 개인의 인기는 여전히 바닥권에 머물고 있는 상태에서 오는 9월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연임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국민들에게 내세울 만한 성과를 반드시 만들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10일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스가 총리는 지난 9일 기후변동담당상이라는 자리를 신설하고, 여기에 고이즈미 신지로 환경상을 앉혔다. 자신이 간판으로 내건 ‘탈탄소’ 정책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다. 스가 총리는 앞서 지난 1월에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총괄하는 장관직을 신설하고 여기에 고노 다로(전 외무상) 행정개혁상을 임명했다. 지난달에는 사카모토 데쓰시 1억총활약담당상에게 새로 만든 고독·고립대책담당상을 겸임시켰다. 정부 남녀공동참여추진본부 합동회의에서도 ‘제5차 남녀공동참여기본계획’에 담긴 여성 발탁 확대를 위한 정책목표를 6월까지 마련하라고 마루카와 다마요 남녀공동참여담당상에게 지시했다. 총리가 다루기에는 미세해 보이는 부분에까지 직접 손을 대고 있다. 도쿄 올림픽·패럴림픽 코로나19 방역대책 차원에서 개발 중인 해외 입국자 대상 스마트폰 앱 개발 전담 책임자로 기하라 미노루 총리 보좌관을 지명한 게 대표적이다. 스가 정권은 법에 정해진 대신(장관)의 수를 꽉 채운 상태여서 추가로 인원수를 늘리는 것이 어려운 상황이다. 그렇다 보니 전에없이 겸직 대신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가시적인 성과를 노려 기존의 체계가 흔들리는 부작용이 나타난다는 지적도 있다. 고노 행정개혁상을 백신접종담당상에 앉힌 데 대해 “보건의료를 담당하는 후생노동상이 하면 될 일인데 왜 별도의 장관직을 만드나”와 같은 비판이 나왔다. 신속한 백신 접종 성공에 정권의 명운이 걸린 만큼 대중적 인기가 높은 고노를 선택한 것이지만, 오히려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 것이다. 스가 총리의 일련의 ‘업무 지정’에는 정권은 물론이고 자신의 존재감을 높여야 하는 절박함이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이 지난 8일 공표한 3월 여론조사 결과에서 스가 정권 지지율은 48%를 기록해 전월대비 9% 포인트 상승했지만, 스가 총리 인기도는 바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스가 정권을 지지한다고 밝힌 응답자 중 57%가 ‘다른 적합한 인물이 없기 때문’이라고 밝힌 가운데 ‘누가 차기 총리로 적합한가‘에서 스가 총리는 응답자 3%의 선택을 받는 데 그쳤다. 1위인 고노 행정개혁상(26%)의 13분의 1, 2위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19%) 및 3위 고이즈미 신지로 환경상(17%)의 6분의 1 수준이다. 전임자인 아베 신조 전 총리(9%)보다도 크게 낮았다.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그가 오는 9월 다음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소속 의원들과 당원들의 선택을 받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24시간 무인점포서 절도 행각 10대 3명 덜미

    24시간 무인점포서 절도 행각 10대 3명 덜미

    서울 등 수도권의 24시간 무인점포에서 절도 행각을 벌인 10대 3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기 분당경찰서는 특수절도 혐의로 A(17) 군과 또래 2명 등 모두 3명을 긴급체포했다고 8일 밝혔다. A군 등은 지난달 20일 성남시 분당구의 한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에 들어가 노루발장도리(일명 빠루)로 현금 계산기를 부수고 현금을 훔쳐 달아나는 등 비슷한 수법으로 최근 서울과 용인, 분당 등 수도권 일대 무인점포 10여곳을 턴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심야 시간대에 검은색 롱패딩과 마스크 등으로 자신의 모습을 가린 채 망보기, 현금 계산기 부수기 등 역할을 나눠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CCTV 분석 등을 통해 이들을 추적해 이날 A군을 경기 안산에서, 나머지 2명은 부산에서 체포했다. A군은 범행을 자백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조사를 해봐야 확실하지만 현재까지 최소 10여 차례 범행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A군 등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해 여죄 수사를 철저히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동원 기자 asadal@seoul.co.kr
  • 굽이굽이 산골이 품은 설국

    굽이굽이 산골이 품은 설국

    한겨울이면 빙하기와 같은 풍경이 만들어지는 곳들이 있다. 괴산, 단양, 충주 등 충북 내륙의 산골마을들이 그렇다. ‘북극 한파’가 몰려온다는 소식 뒤에 찾아가면 거의 예외 없이 빙하기 때 풍경과 마주하게 된다. 문제는 예전과 달리 자주 볼 수 없다는 것. 지구온난화 때문이다. 서울신문 보도 <1월 26일자 25면>에 따르면 봄의 전령 복수초가 예년보다 한 달 먼저 피었다고 한다. 1985년 관측 이래 여섯 번째 현상이라고 기사는 전하고 있다. 이러다 얼음 언 호수 풍경이 한겨울에 아주 잠깐 보이고 마는 ‘한정판 풍경’이 되고 마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 이들 지역 대부분은 겨울철에 많은 이들이 찾는 곳이 아니다. 다만 괴산 산막이옛길의 경우 겨울에도 관광객의 방문이 꾸준하다. 오갈 때 방역 수칙 준수는 필수다. ●물안개·노을 품은 연하구곡, 그 구곡 삼킨 괴산호 괴산은 전형적인 산악 지형이다. 거친 산들이 사방을 둘러쳤다. 그 사이로 ‘달래강’(공식 명칭은 달천) 등 남한강의 수많은 지류들이 흘러간다. 겨울이 되면 대부분의 물줄기들은 ‘빙(氷)줄기’로 변한다. 그 가운데 산막이옛길이 있는 괴산호의 겨울 풍경이 특히 볼만하다.괴산호를 만든 건 괴산댐이다. 현지인들이 흔히 ‘칠성댐’이라 부르는 곳이다. 괴산댐은 국내 최초의 수력발전용 댐이다. 1952년 착공해 1957년 완공됐다. 괴산댐이 만들어지면서 자연스레 수몰지역도 생겼다. 대표적인 곳이 연하구곡(煙霞九曲)이다. 바위벼랑에 이는 물안개와 노을이 아름다웠다는 곳. 괴산호(칠성호)는 그 연하구곡을 삼키며 생긴 호수다. 나라를 대표하는 명소가 된 산막이옛길은 바로 이 괴산호를 따라 이어져 있다. ‘산막이’란 여러 겹의 산에 둘러싸여 있다는 뜻이라고 한다. 괴산호가 생기면서 마을 진입로가 사라지게 됐고, 마을을 둘러친 산자락을 따라 길이 생겼는데, 그게 산막이옛길이다. 옛길은 주차장에서 산막이 마을, 연하협구름다리 등을 지나 신랑바위까지, 얼추 7㎞ 정도 이어져 있다. 하지만 관광객 대부분은 산책 삼아 산막이마을까지 다녀오고, 연하협구름다리 등은 차로 돌아보는 게 보통이다. 옛길 중간쯤에선 등잔봉(450m) 등으로 오르는 등산로도 연결된다. 괴산호를 굽어볼 수 있는 봉우리다. ●사랑목·정사목~꾀꼬리 전망대까지 짜릿한 설렘 산막이옛길 표지판이 들머리다. 여기서 야트막한 언덕을 지나면 연리지 나무 ‘사랑목’이 나온다. 나무 밑동 두 개가 이어져 H자 모양을 하고 있는 참나무다. 연리지가 가진 ‘사랑’의 상징성 때문인지 나무 아래서 빌면 사랑을 이룬다거나 자식을 얻는다는 등의 이야기가 전해진다.옛길 초입엔 유난히 소나무가 많다. 언덕마다 솔숲이 이어져 있다. 노골적인 이름의 소나무도 있다. 남녀가 사랑을 나누는 모양을 닮았다는 ‘정사목’이다. 안내판에 따르면 “십억 주에 한 그루 나올까 말까 한 ‘음양수’”란다. 솔숲 중간에는 출렁다리가 있다. 길이는 약 100m 정도. ‘흔들지 마세요’라고 쓰인 안내판이 있지만, 흔들지 않는 사람은 없다. 흔들거리는 게 이 다리의 가장 큰 매력이니 말이다.곧바로 연화담, 노루샘, 호랑이굴, 여우비바위굴, 앉은뱅이 약수, 괴산바위, 꾀꼬리 전망대, 마흔고개 등의 볼거리들이 줄줄이 이어진다. 이들에 얽힌 사연은 각각의 푯말들에 간략히 적혀 있다. 옛길 끝자락의 꾀꼬리 전망대는 반드시 들어가 볼 것. 스릴 만점의 전망 데크다. 바위 절벽에서 호수 쪽으로 길게 전망대를 낸 뒤 바닥에 강화유리를 깔았다. 짜릿한 고도감이 느껴진다. 40개 나무 계단으로 이뤄진 ‘마흔 계단’과 ‘돌 굴러가유’ 푯말을 지나면 산막이마을이다. 대부분의 관광객이 여기서 발걸음을 돌리지만 노수신적소(수월정)까지 이어 붙여 걷는 이들도 있다. 산막이마을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들머리까지 되돌아갈 수도 있는데, 현재는 괴산호가 얼어 유람선 운행이 중지됐다. ●구름다리 밑 달래강, 김홍도 그림 ‘수옥폭포’도 꽁꽁 연하협구름다리는 산막이마을 위, 그러니까 괴산호 상류에 있다. 댐이 완공되기 전 연하협(烟霞峽)이라 불렸던 협곡에 세워졌다. 갈론계곡에서 내려온 계곡수가 달래강과 합류되는 지점 언저리다. 차는 오갈 수 없고 도보 전용으로만 쓰인다. 구름다리 아래로 달래강이 흐른다. 깊고 맑은 물이다. 한겨울엔 흐르는 강물도 꽁꽁 언다. 빙하기로 돌아간 듯한 풍경 속에서 겨울바람을 맞는 재미가 꽤 각별하다. 볼을 때리는 바람의 냉기 속에 겨울의 정수가 흐르고 있는 듯하다. 구름다리 한쪽의 갈론계곡은 한국관광공사 선정 비대면 관광지 100선 중 하나다. 충북 지역의 강소형 관광지로 뽑히기도 했다. 쉽게 말해 ‘명소’라는 뜻이다. 갈은구곡이라고도 불린다. 갈은(葛隱)은 한자 그대로 ‘칡뿌리(葛)를 캐먹으며 숨어지내는(隱) 곳’이다. 그만큼 오지라는 뜻일 터다. 여름 성수기엔 갈은구곡만 찾는 이들도 많다.꽁꽁 언 수옥폭포를 보는 재미도 각별하다. 조선의 풍속화가인 단원 김홍도가 괴산 연풍현감을 지내며 그린 ‘모정풍류’의 배경이 된 곳이다. 수옥폭포는 3단 형태다. 한여름 물맞이 폭포로 유명한 곳인데 겨울 풍경도 그에 못지않다. 쏟아 내리던 맑은 폭포수가 그대로 얼어붙어 희디흰 얼음기둥을 만들었다. 수평절리 형태를 이룬 주변 바위 절벽과 어울려 빼어난 경치를 선물하고 있다. 수옥폭포 바로 아래엔 ‘원풍리 마애이불병좌상’(보물 97호)이 있다. 거대한 바위에 조각된 2구의 불상이 인상적인 고려시대 마애불이다. 괴산 읍내 ‘홍범식 고택’은 괴산 여정에서 꼭 찾아야 할 명소다. 1910년 한일병탄에 분개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홍범식(1871~1910)의 생가다. 조선시대 중부지방 양반 가옥의 특징을 잘 보여 주는 옛집이다. 일제강점기엔 괴산 지역의 3·1만세 시위 준비 장소로 쓰이기도 했다. 홍범식의 아들은 소설 ‘임꺽정’을 쓴 벽초 홍명희(1888∼1968)이다. 일제강점기에 독립운동을 하다 해방 뒤 월북해 북한의 부총리까지 올랐다. 홍범식의 아버지 홍승목(1847~1925)은 친일파로 꼽히는 인물이다. 이 집안 남자들에게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한 집안 3대의 엇갈린 인생 행보가 애처롭다. 글 사진 괴산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야생 백두산호랑이 발자국 선명…노루 쫓아 중러 국경 넘어 (영상)

    야생 백두산호랑이 발자국 선명…노루 쫓아 중러 국경 넘어 (영상)

    중러 접경지역에서 멸종위기 백두산호랑이의 흔적이 발견됐다. 21일 중궈신원왕은 중국 헤이룽장성 전바오섬(러시아명 다만스키섬) 인근에서 야생 백두산호랑이 발자국이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중국 국경수비대는 20일 국경 순찰 도중 범상치 않은 족적을 발견했다. 성인남성 주먹보다 큰 발자국은 러시아에서 중국 방향으로 나 있었다. 주민 안전을 위해 관련당국과 서둘러 조사를 진행한 공안은 눈밭에 어지럽게 찍혀있는 발자국이 몸길이 1.5m의 암컷 백두산호랑이 새끼의 것임을 확인했다. 발 길이는 13~14㎝, 너비는 12㎝ 정도로 추정했다.현지언론은 코로나19 방역 기간 강화된 국경통제에 따라 밀입국 및 불법조업 단속을 위해 순찰을 돌던 국경수비대가 러시아에서 중국으로 들어온 백두산호랑이 발자국을 포착했다고 전했다. 발자국이 관찰된 곳과 1㎞ 떨어진 산림지대에서는 노루와 호랑이 족적이 나란히 발견됐다. 인근에는 다시 러시아 쪽으로 향하는 호랑이 발자국도 찍혀 있었다. 습지관리국은 노루를 쫓아 우수리강을 건너 국경을 넘은 호랑이가 사냥에 실패해 다시 러시아 영토로 돌아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2011년 람사르 협약에 따라 습지로 등록된 전바오섬은 우수리강(러시아명 아무르강)을 사이에 두고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 지난해 백두산호랑이가 곰을 잡아 먹은 흔적이 발견된 타이핑거우 자연보호구역과도 연결돼 있다. 국가급 호랑이 보호구역인 타이핑거우 자연보호구역에는 최근 몇 년 사이 러시아에서 호랑이들이 유입되기 시작했다. 습지관리국 관계자는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백두산호랑이 발자국이 발견된 것은 중러 국경지역의 생태환경과 자연자원이 효과적으로 보호되고 있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시베리아호랑이, 아무르호랑이, 중국에서는 ‘둥베이후’(동북호랑이)라 불리는 백두산호랑이는 호랑이 중에서도 가장 몸집이 크고 용맹하다. 1900년대에는 한반도를 비롯해 만주와 몽골, 러시아 극동지방에 분포했지만 서식지 파괴와 밀렵 등으로 개체 수가 급감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일제강점기 무차별 학살에 밀려 종적을 감췄다. 1921년 10월 경주 대덕산에서 수컷 한 마리가 붙잡힌 것이 마지막 공식 기록이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가만있어봐라’ 일상을 녹였다 음악이 되었다

    ‘가만있어봐라’ 일상을 녹였다 음악이 되었다

    “가만히 있다.” 움직임이나 말이 없다는 사전적 의미에서 강산에는 한 가지를 더 발견한다. “머릿속 복잡한 순간을 잠시 멈춰 보자.” 그가 평소 버릇처럼 하는 말도 “가만있어 봐라”라는 문장이다. 2011년 4월 이후 약 10년 만에 미니앨범 ‘가만있어봐라’를 낸 강산에는 서면 인터뷰에서 “제주 생활과 함께 멈춤의 시간이 새 환경에 들어왔다”고 앨범의 풍경을 설명했다. “사람들은 대부분 평소에 온갖 생각을 하며 멈추지 않고 살잖아요. 패턴화한 도시생활에서 벗어나 만난 멈춤이 아주 특별하고 새로운 순간임을 느낀 적이 많아요.” 이러한 감정과 자신의 일상 언어가 만나 제목이 낙점됐다. ●“제주 삶과 멈춤의 시간… 갈증으로 만든 앨범” “예전부터 곡의 영감은 일상 속 말이나 상황”이라고 했지만, 5년 전 시작한 제주살이는 그에게 변화를 가져다줬다. 바다, 오름 등 자연은 물론 중산간의 적당한 불편도 누릴 수 있게 됐다. 자신에게 할애하는 시간도 많아졌다. 10년 만의 신보도 “나의 삶의 속도에 맞춰 작업을 했다”고 밝힌 그는 “갈증이 목까지 차서 자연스럽게 표현된 앨범”이라고 했다. 제주로 삶을 옮긴 초창기, 그는 노래에 대한 갈증을 공터에서 풀었다고 한다. ‘양보’(Yield) 교통 표지판이 있는 로터리 한편, 그가 ‘일드클럽’이라 이름 붙인 곳에서다. 그러다 어느 날 극도로 평화로운 순간을 만났다. 바람 소리, 노루 소리도 들리지 않고 달빛, 별빛, 고깃배 불빛만 존재할 뿐이었다. 뜻하지 않은 진공상태 같은 시간은 설명할 수 없을 만큼 평화로웠다. 앨범에는 평화롭고 평범한 일상이 ‘강산에스럽게’ 녹아 있다. 밝고 경쾌한 곡 ‘툭툭탁’은 벌레 한 마리도 놓치지 않는다. ‘감쪽같이 숨는 기술만큼은 모기들을 따라갈 수가 없고/ 천장 구석 모서리 좋아하는 거미들을 따라갈 수 없네/(중략)/ 벌써 서너 장의 앨범 정도는 내고도 남았었겠는데/ 결국 계획대로 하지 못하는/ 나를 역시 따라갈 수 없네/(중략)/ 삶이 나를 살고 있는지 내가 삶을 살고 있는지’ 시골집에서 관찰하고 사유한 것을 그대로 꺼냈다. ●“다양한 방법으로 소통… 조만간 신곡 나와” 두 번째 곡 ‘성의김밥’은 마트 다녀오던 길 허기를 채운 김밥에 “성의가 있다 있다, 맛있다”고 고마움을 건넨다. 절친한 후배 장기하가 “성공에, 과시에, 혹은 생존에 목을 매는 노래들이 매일 쏟아져 나온다”면서 “그런 요즘이라 강산에의 새 노래는 유난히 귀에 쏙쏙 들어온다”고 한 소개글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공연을 못 하는 갈증도 온전히 받아들이고 있다”는 그의 바람은 노래를 듣는 이들과 여유를 나누는 것이다. 툭 내려놓고 그 안에서 놀자는 제안이다. 앞으로는 다양한 방법으로 대중과의 소통도 늘려 갈 계획이다. 조만간 또 다른 신곡 ‘동거’와 ‘콜을 불렀죠’를 통해 그의 일상을 다시 만날 수 있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평범하고 고요한 일상마저…강산에를 만나 음악이 되다

    평범하고 고요한 일상마저…강산에를 만나 음악이 되다

    10년 만에 미니앨범 ‘가만있어봐라’ 발매소소한 일상과 사유 녹여낸 두 곡 실어“제주서 만난 멈춤, 아주 특별하고 새로워잠시 내려놓고 여유 갖자는 마음 담았죠”“가만히 있다.” 움직임이나 말이 없다는 사전적 의미에서 가수 강산에는 한 가지를 더 발견한다. “머릿속 복잡한 순간을 잠시 멈춰 보자.” 그가 평소 버릇처럼 하는 말도 “가만있어 봐라”라는 문장이다. 2011년 4월 이후 약 10년 만에 미니앨범 ‘가만있어봐라’를 낸 강산에는 서울신문과 서면 인터뷰에서 “제주 생활과 함께 멈춤의 시간이 새 환경에 들어왔다”고 앨범의 풍경을 설명했다. “사람들은 대부분 평소에 온갖 생각을 하며 멈추지 않고 살잖아요. 패턴화한 도시생활에서 벗어나 만난 멈춤이 아주 특별하고 새로운 순간임을 느낀 적이 많아요.” 이러한 감정과 자신의 일상 언어가 만나 제목이 낙점됐다. “예전부터 곡의 영감은 일상 속 말이나 상황”이라고 했지만, 5년 전 시작한 제주살이는 그에게 변화를 가져왔다. 바다, 오름, 숲길 등 자연은 물론 중산간의 적당한 불편까지 누릴 수 있게 됐다. 자신에게 할애하는 시간도 많아졌다. 5~6년 전부터 구상한 10년 만의 신보도 “나의 삶의 속도에 맞춰 작업을 했다”는 “갈증이 목까지 차서 자연스럽게 표현된 앨범”이라고 밝혔다. 제주로 삶을 옮긴 초창기, 그는 노래에 대한 갈증을 공터에서 풀었다고 한다. ‘양보’(Yield) 교통 표지판이 있는 로터리 한편, 그가 ‘일드클럽’이라 이름 붙인 곳에서다. 그러다 어느 날 극도로 평화로운 순간을 만났다. 바람 소리, 노루 소리도 들리지 않고 달빛, 별빛, 고깃배 불빛만 존재할 뿐이었다. 뜻하지 않은 진공상태 같은 시간은 설명할 수 없을 만큼 평화로웠다. 앨범에는 평화롭고 평범한 일상이 ‘강산에스럽게’ 녹아 있다. 밝고 경쾌한 곡 ‘툭툭탁’은 벌레 한 마리도 놓치지 않는다. ‘감쪽같이 숨는 기술만큼은 모기들을 따라갈 수가 없고/ 천장 구석 모서리 좋아하는 거미들을 따라갈 수 없네/(중략)/ 벌써 서너 장의 앨범 정도는 내고도 남았었겠는데/ 결국 계획대로 하지 못하는/ 나를 역시 따라갈 수 없네/(중략)/ 삶이 나를 살고 있는지 내가 삶을 살고 있는지’ 틈도 많고 벌레도 많은 시골집에서 그가 관찰하고 사유한 것들을 그대로 꺼냈다. 두 번째 수록곡 ‘성의김밥’은 마트 다녀오던 길에 허기를 채워 준 김밥에 “성의가 있다 있다, 맛있다”고 고마움을 건넨다. 절친한 후배 가수 장기하가 “성공에, 과시에, 혹은 생존에 목을 매는 노래들이 매일매일 쏟아져 나온다. 때로는 감당하기 어려워 나도 모르게 귀를 막을 때도 있다. 그런 요즘이라 그런지 강산에의 새 노래는 유난히 귀에 쏙쏙 들어온다”고 한 소개글에 고개를 끄덕거리게 된다. “공연을 못 하는 갈증도 온전히 받아들이고 있다”는 그의 바람은 노래를 듣는 이들과 여유를 나누는 것이다. 일부러 놀기 위해서가 아닌, 툭 내려놓고 그 안에서 놀자는 제안이다. 앞으로는 소통도 활발히 할 생각이다. “그동안 계속 음악도 공연도 한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매체에 노출이 안되다 보니 대중의 생각은 다르더라고요. 이제는 다양한 도구를 통해 소통하고 싶습니다.” 조만간 또 다른 신곡 ‘동거’와 ‘콜을 불렀죠’를 통해 그의 일상을 또 만날 수 있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경찰, 금은방 털어 달아난 용의자 추적

    경찰, 금은방 털어 달아난 용의자 추적

    광주에서 새벽시간을 틈타 누군가 금은방 유리창을 깨고 침입, 귀금속을 훔쳐 달아나 경찰이 용의자 검거에 나섰다. 18일 광주 남부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4시쯤 광주 남구 월산동 모 금은방에서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사람이 공구(노루말 못뽑이)로 유리창을 깬 뒤 침입, 귀금속을 훔쳐 달아났다. 용의자는 침입 1분여 만에 금반지 등 500만~1000만 원 상당(추정)의 귀금속을 훔쳐 달아났다. 침입 직후 보안 경보음이 울렸지만 사설 경비업체가 현장에 출동했을 때에는 이미 범행을 마치고 도주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범행 당시 용의자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주변 폐쇄회로(CC)TV 영상 분석 결과 등을 토대로 용의자를 뒤쫓고 있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모임 자제 당부한 스가, 90분 뒤 ‘8인 송년회’ 참석

    모임 자제 당부한 스가, 90분 뒤 ‘8인 송년회’ 참석

    코로나19 부실대응으로 취임 3개월 만에 여론 지지율이 급락한 스가 요시히데(얼굴) 일본 총리가 이번에는 많은 사람이 모인 송년회에 참석했다. 총리 스스로 방역수칙을 어긴 것은 물론이고 ‘말 따로, 행동 따로’라는 비난이 나왔다. 16일 마이니치신문 등에 따르면 스가 총리는 지난 14일 밤 니카이 도시히로 자민당 간사장 등 7명과 함께 도쿄 번화가 긴자의 고급식당에서 송년회를 가졌다. 모임에는 한국에 ‘왕정치’로 잘 알려진 오 사다하루 프로야구 소프트뱅크 회장을 비롯해 배우 스기 료타로, 정치평론가 모리타 미노루, 방송인 미노몬타 등이 참석했다. 88세의 모리타를 비롯해 참석자 전원이 코로나19 중증화 취약층인 70세 이상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정부는 “회식을 통한 코로나19 집단감염 중 5인 이상 모임이 80%를 차지한다”(니시무라 야스토시 경제재생상)며 줄곧 ‘4명 이하 모임’을 강조해 왔다. 스가 총리도 이날 자리에 참석하기 1시간 30분 전 대국민 호소를 통해 “연말연시를 조용히 보내 코로나19 감염을 어떻게든 막는 데 협력해 주시기 바란다“며 송년회 자제를 당부했다. 그래 놓고 정작 자신은 이에 따르지 않은 셈이다. 이에 대해 연립여당인 공명당의 야마구치 나쓰오 대표조차 “(총리의 행동에는) 국민에 대한 일정한 메시지가 담겨 있는 만큼 앞으로는 이를 잘 헤아리기 바란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스가 총리의 지지율은 취임 초 60~70%대에서 최근 40%대로 급락했다. 지난 11일 “안녕하세요. 가스(자신의 별명)입니다”라고 웃는 동영상으로 반전을 꾀했지만, 오히려 “코로나19 위기 속 무능함에 대한 반성 없이 실실 웃기나 하고 있다”고 비난받는 등 구설에 오르는 일이 부쩍 잦아졌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안양시, 도시위험 사전 차단 대형 재난 막는다.

    대형 재난으로 이이질 수 있는 폭발물과 가스 누출 등 위험요인을 감지하는 첨단시스템이 안양 지역에 갖춰진다. 시는 지역 내 여섯 곳에 4차 산업혁명 신기술을 적용한 폭발물·가스·구조물 감지기를 설치한다고 24일 밝혔다. 스마트안전을 실용화한 감지시스템 설치는 도시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를 사전에 인지해 대형재난을 방지하는 도시의 안전지킴이 역할을 한다. 시에서 구축하는 사물인터넷(IoT) 통신망도 검증한다. IoT 감지시스템은 주요 시설에서 폭발물이나 가스유출 징후를 감지하면 안양시 IoT통신망을 통해 곧바로 재난 안전IoT모니터링 컴퓨터에 이를 경고해 즉각 대응, 조치에 나설 수 있다. 먼저 안양아트센터와 평촌아트홀 두 곳에 설치하는 폭발물감지기는 검색대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폭발물 등 인명살상 무기 소지 여부를 자동 검색한다. 몸수색을 하는 기존의 인위적 방식과는 차별화 된 최첨단 시스템이다. 최근 세계 각국에서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폭발사건은 국내에서도 예외일 수 없어 이에 대처하기 위한 조치다. 가스감지기는 누출 위험이 상존하는 평안동 열병합발전소, 박달동 노루페인트 2곳에 설치한다. 2014년 노루페인트는 악취를 풍기는 수증기 유출사고가 발생해 도시 안전을 위협했던 시설이다. 해당 공장에서 발생한 수증기는 인근 광명시와 서울 구로구까지 번져 눈 따가움을 호소하는 시민들의 민원이 이어졌다. 이 장치 역시 IoT 통신망을 통해 실시간 인체유해 가스를 감지한다. 자동탐지 기능을 보유한 감지기는 사태발생 시 신속한 대응을 돕는다. 동안구청 2개 곳에 새로 설치하는 구조물감지기는 지진 등의 재난 발생 시 시설물 진동이나 충격을 재빠르게 감지해 붕괴, 전도 사태에 대비할 수 있다. 남상인 기자 sanginn@seoul.co.kr
  • 갑자기 튀어나온 노루에 ‘쾅, 쾅’ 6중 추돌…노루는 즉사

    갑자기 튀어나온 노루에 ‘쾅, 쾅’ 6중 추돌…노루는 즉사

    제주에서 도로로 갑자기 뛰어든 노루를 피하려다 6중 추돌사고가 발생했다. 15일 제주 동부소방서와 동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16분쯤 제주시 조천읍 와흘리 와흘교차로 서쪽 도로를 달리던 카니발 차량 앞으로 뛰어들었다. 카니발 차량이 노루에 부딪히며 급정거하면서 뒤따라 오던 차량 6대도 잇따라 추돌한 것으로 조사됐다. 차량 탑승자 3명이 경상을 입고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차량과 충돌한 노루는 현장에서 즉사했다. 다른 운전자 및 탑승자 11명은 상대적으로 건강 상태가 양호한 것으로 파악됐다. 제주 동부경찰서 관계자는 “노루가 튀어나오며 최초 교통사고가 발생한 뒤 이어 주행하던 차량이 충분히 안전거리를 확보하지 않아 연쇄 추돌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日도쿄 “코로나19 방역수칙 위반에 과태료” 추진 논란

    日도쿄 “코로나19 방역수칙 위반에 과태료” 추진 논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일본 도쿄도 의회의 여당에 해당하는 ‘도민퍼스트회’가 방역 수칙을 어긴 개인이나 업소에 벌칙을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해 논란이 일고 있다. 도민퍼스트회는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가 만든 지역정당으로 도의회 전체 의석 127석 중 50석을 차지하고 있다. 23일 도쿄신문에 따르면 도민퍼스트회는 코로나19 방역수칙 위반에 대해 5만엔(약 55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리는 벌칙부과 조례의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도민퍼스트회 이토 유 정무조사회장대리는 지난 9일 기자 회견을 열고 “법에는 강제력이나 규제 권한이 충분하지 않다”며 조례안 초안을 공개했다. 코로나19 감염 의심이 있는 사람이 검사를 거부한 경우, 감염자가 취업제한·외출자제 요청을 어기고 타인을 감염시킨 경우, 점포 등 사업자가 휴업요청 등에 따르지 않아 일정규모 이상 감염자를 발생시킨 경우 등 3가지 중 하나에 해당하면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이다. 조례 추진은 방역수칙 위반이 잇따르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보건소가 감염자 밀접 접촉자에게 검사를 받으라고 해도 응하지 않거나 당국의 휴업 요청 중에 영업을 해 갈등을 일으키는 사례가 있었다. 그러나 이런 조례 제정 움직임에 대해 정작 도쿄도청이나 다른 정당들은 반대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이들은 우선 “벌칙을 부과해 인권과 자유를 제한할 정도로 크게 문제가 된 사례는 많지 않았다”는 점을 이유로 들고 있다. 또 감염자가 다른 사람에게 바이러스를 옮겼는지를 어떻게 증명해 벌칙을 부과할 것이냐는 현실적 걸림돌도 있다. 자민당 소속 도의원은 “휴업 요청이라는 것은 강제성이 없는데 거기에 벌칙을 부과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 입헌민주당 도의원은 “실효성이라는 관점은 이해하지만, 그렇다고 무슨 일이든 다 해도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도쿄신문에 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리고 있다. 오바야시 게이고 지바대 대학원 교수(헌법학)는 “현재의 코로나19 확산 상황이 과태료를 부과해 개인의 권리를 엄격히 제한할 정도로 심각한가“라며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되는 기준도 모호해 좀더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이즈이시 미노루 간토가쿠인대 교수(지방자치론)는 “코로나19는 생명에 관계된 것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개인에 대한 제한이 불가피하다”며 “충분한 논의가 전제돼야겠지만, 벌칙 규정은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원래는 국가가 법 개정을 통해 대응해야 할 문제이지만, 국가가 직무를 태만히 해 결국 지방자치단체가 나서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3반 프리미엄’이 만든 日 세습 불패 신화… 또 멀어진 새정치

    ‘3반 프리미엄’이 만든 日 세습 불패 신화… 또 멀어진 새정치

    지난 14일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해 일본의 제99대 총리가 된 스가 요시히데(72)는 선거 기간 중 마이크를 잡고 단상에 오를 때마다 “저는 아키타현 농가의 장남으로 태어났습니다”라는 말을 빼놓지 않았다. 아버지 등으로부터 기반을 물려받는 세습 국회의원 중심의 정치 풍토에서 자신은 밑바닥부터 시작해 현재 위치까지 한 발 한 발 올라왔음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는 ‘2세, 3세 정치인의 의원 입후보 제한’을 당내에서 누구보다 강하게 주장해 온 인물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에 그가 구성한 내각에서도 각료(장관)의 절반 이상은 세습 의원으로 채워졌다. 능력과 경력, 파벌 등을 두루 감안하는 과정에서 정치 가문 출신들을 중용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일본 세습 정치의 현실에 대해 알아봤다. 지난 16일 스가 정권 출범과 함께 주인이 가려진 내각의 각료 자리는 재무상, 법무상, 외무상 등 총 20개. 이 중 60%에 해당하는 12개가 집안으로부터 정치적 기반과 자산을 물려받은 세습 의원들에게 돌아갔다. 가장 고령인 아소 다로(80) 부총리 겸 재무상은 현대 일본정치의 기틀을 만들었다고 평가받는 요시다 시게루 전 총리의 외손자다. 장인은 스즈키 젠코 전 총리다. 메이지유신을 성공시킨 ‘유신 3걸’의 주역 오쿠보 도시미치의 5대손이기도 하다. 이번에 처음 방위상으로 입각한 기시 노부오(61)는 아베 신조(66) 전 총리의 친동생이다. 외할아버지인 기시 노부스케와 그의 동생 사토 에이사쿠 형제가 총리를 지냈으며, 아버지 아베 신타로도 병으로 세상을 뜨기 전 유력한 총리 후보였다. 고이즈미 신지로(39) 환경상은 아베 이전의 장기 집권(2001~2006년) 총리였던 고이즈미 준이치로의 차남이다. 고이즈미 준이치로의 외할아버지(고이즈미 마타지로)는 중의원 부의장, 아버지(고이즈미 준야)는 방위청 장관을 지냈다. 방위상에서 행정개혁상으로 옮긴 고노 다로(57)는 할아버지가 건설상·농림상을 지냈던 고노 이치로, 아버지는 관방장관·자민당 총재·외무상을 역임한 고노 요헤이다. 고노 요헤이는 위안부 동원에 대해 한국에 사과한 ‘고노 담화’(1993년)의 주인공이다.유임된 가지야마 히로시(65) 경제산업상은 스가 총리가 필생의 정치 스승으로 떠받들어 온 가지야마 세이로쿠 전 자민당 간사장의 아들이다. 오코노기 하치로(55) 국가공안위원장은 스가 총리가 정치 인생을 시작할 때 비서로 보좌했던 오코노기 히코사부로 전 통상산업상·건설상의 아들이다. 후생노동상에 두 번째 임명된 다무라 노리히사(56)도 할아버지(다무라 미노루)가 중의원, 큰아버지(다무라 하지메)는 중의원 의장을 지낸 정치 명문가 출신이다. 이번에 관방장관으로 기용되며 위상이 크게 뛴 가토 가쓰노부(65)와 코로나19 대책을 총괄하는 니시무라 야스토시(58) 경제재생상은 장인들이 각각 중의원 의원이었다. 정치의 세습은 좁은 의미로는 부모, 조부모 등 3촌(친가·처가·시가·외가) 이내 친족이 의원을 지낸 선거구에서 당선되는 것을 뜻한다. 정당보다 지역 개념이 더 강해 아버지의 지역구에서 정당을 바꿔 당선되면 세습으로 인정하지만, 같은 정당이어도 아버지와 다른 지역구에서 당선되면 세습으로 치지 않는 편이다. 세습 정치인은 이른바 ‘3반’의 프리미엄을 갖는다. 일본어 발음으로 ‘지반’(아버지 등이 닦아 놓은 지역 기반), ‘간반’(간판·지명도), ‘가반’(돈가방·자금력)의 세 가지다. 할아버지나 아버지 등으로부터 후원회는 물론이고 자금관리 조직까지 물려받기 때문에 처음 입후보할 때부터 남들보다 우위에 서게 된다. 일본의 세습 의원 비중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직전에 치러졌던 2017년 10월 중의원 선거에서는 전체 당선자 465명의 26%인 120명이 세습이었다. 연립여당인 공명당과 일본공산당 등에는 세습이 거의 없기 때문에 자민당으로 범위를 좁히면 비중이 34%까지 늘어난다. 이는 똑같이 의원내각제를 채택하고 있는 영국 하원의 세습 의원 비중(약 10%)의 3배가 넘는 것이다. 지난 4·15 총선에서 문희상 전 국회의장의 아들이 아버지의 지역구를 물려받아 출마하려다 좌절된 데서 알 수 있듯 한국은 정치 세습을 용납하지 않는 정서가 강한 반면, 일본에서는 정치 세습 가문을 자기 고장의 자랑으로 인식하는 경향까지 나타난다. 이는 지방으로 갈수록 두드러진다. 이를테면 군마현의 경우 ‘후쿠다 가문’(일본의 첫 부자 총리인 후쿠다 다케오·후쿠다 야스오), ‘나카소네 가문’(나카소네 야스히로 전 총리·나카소네 히로후미 참의원 부자), ‘오부치 가문’(오부치 게이조 전 총리·오부치 유코 중의원 부녀) 등은 절대적 위세를 자랑한다. 한 정가 소식통은 “자기 지역의 삶의 질 개선은 지방의원들이 하는 일이고, 중의원·참의원 등 국회의원은 중앙 정가에서 지역의 명성을 드높일 수 있는 사람을 뽑으려는 경향이 강하다”며 “그렇다 보니 선거 때 스가 총리와 같은 자수성가형 정치인이 아베 전 총리 같은 세습 후보의 이름값을 뛰어넘기가 힘든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는 ‘세습 불패’의 신화로 이어진다. 자민당이 역사적 참패를 당해 정권을 빼앗겼던 2009년 8월 중의원 선거에서도 세습 정치인들은 당선자 119명 중 42%(50명)를 차지했을 만큼 높은 생환율을 기록했다. 기반이 탄탄하기 때문에 당장 눈앞의 선거나 이익에 휘둘리지 않고 소신껏 자기주장을 펼 수 있다는 것이 세습 정치인의 장점으로 꼽힌다. 어릴 때부터 정치인 가족을 보며 자랐기 때문에 정치에 대한 소양과 식견을 갖추고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강하다. 비교적 젊은 나이에 초선에 성공하기 때문에 일찍부터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기도 하다. 일본의 한 언론인은 “2세, 3세 정치인들이 바닥에서부터 시작하는 정치인들보다 상대적으로 부정부패가 적을 것으로 믿는 경향이 유권자들 사이에 강하다”고 말했다. 카지노형 리조트 입법 과정에서 검은돈을 받은 혐의로 지난해 12월 구속된 아키모토 쓰카사 의원, 자기 지역구에서 불법 선거운동을 한 혐의가 드러나 지난해 10월 경제산업상에서 사실상 경질된 스가와라 잇슈 의원 등이 잘못된 길로 접어들기 쉬운 자수성가형 의원들의 사례로 회자된다. 정가 소식통은 “세습 정치인이라고 해서 완전한 ‘무임승차’는 아니다”라고 했다. 지역 유권자들 사이에 “고등학교까지는 이곳에서 나와야 우리 고장 사람”이라는 정서가 강하기 때문에 정치인 아버지를 따라 도쿄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다든지 하는 경우에는 주말마다 더 열심히 지역구로 내려와 지역행사, 결혼식장, 상가 등을 발로 뛰어야 한다. 서울 특파원 출신의 한 일본 기자는 “한일 양국을 직접적으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정치가라는 직업을 힘들고 자기 생활도 없고 고생을 많이 하는 직업으로 인식하는 분위기가 한국보다 일본 국민들 사이에 더 강한 것 같다”고 전했다. 세습 의원이 너무 많아 인재의 다양성에 문제가 생기고 변화하는 시대 흐름에 대한 대응이 약해지고 있다는 우려는 일본에서도 적지 않다. 정가 소식통은 “집안을 계승함으로써 현재의 자신이 있게 된 만큼 뭔가를 지키려는 성향, 즉 보수 편향이 나타나기 쉽다”며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드러난 일본 디지털 수준의 후진성은 그로 인한 결과가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대개 유복하게 자랐기 때문에 중산·서민층의 어려움을 모른다는 점도 지적된다. 코로나19 와중에 아베 전 총리가 집에서 유유자적하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올려 국민적 비난을 자초한 게 대표적이다. 비세습 의원들은 “정치 입문의 문턱을 낮춰 국회의원의 다양성을 담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스가 총리도 이런 의원들의 선두에 있었다. 자민당은 2018년 지역구 세습을 제한하는 내용의 개선안 마련을 추진하기도 했다. 그러나 세습 의원들의 반발에 밀려 반쪽짜리에 그쳤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자연 닮은 이준관의 동시… 슬픔의 치유자와 만나다

    자연 닮은 이준관의 동시… 슬픔의 치유자와 만나다

    이준관 시인의 눈망울은 선한 사슴의 그것을 닮았다. 하늘 높은 초가을, 한국시인협회 사무실에서 만난 시인의 눈동자는 동시를 평생 써온 맑음과 깊이를 온전하게 담고 있었다. 올해로 시력(詩歷) 50년째를 맞는 시인은 여전히 수줍은 미소로 자신이 세상에 흘려보낸 아름다운 순간들을 꼼꼼하게 회상해주었다. 척박하기만 했던 우리 아동문학 현장에서 ‘이준관’이라는 이름은 탁하고 거친 세상의 흐름을 역류하여 평생 동시를 써온 뚜렷한 지표로 우뚝하다. 지금 같은 코로나 팬데믹 시대에 그의 동시가 치유의 손길을 건네는 순간이 거기 있었다. 그의 어린 시절은 어떠했을까.“전북 정읍 이평면 하송리, 배들평야라고 부르는 평야 지대가 제 고향입니다. 동학혁명 발상지였고 전봉준 장군 집이 근처에 있었어요. 혁명의 시발점이 되었던 만석보와 혁명군이 첫 승리를 거둔 황토현도 가까이 있었습니다.” 시인은 동학혁명과 백제가요 ‘정읍사’가 자신의 문학적 젖줄이 되었노라고 고백한다. “어릴 때 통신표를 보면 담임 의견란에 하나같이 온순하고 묵묵하게 자기 일을 하는 책임감이 강한 아이라고 적혀 있어요. 공부보다는 들녘을 뛰어다니는 일에만 정신이 팔렸던 하루하루가 축제와 같던 시절이었지요. 고향의 자연 체험이 훗날 제 동시의 밑바탕이 되어주었습니다.” 시인의 아버지는 온유하고 자애로운 분으로 청빈한 선비의 삶을 살다 가셨다. 어머니는 활달하고 이웃에게 베풀기를 좋아한 분이었다. 어머니의 교육열로 전주고등학교에 진학했지만 이준관 시인은 가정형편으로 한 학기만 다니고 중퇴했다. “인생의 가장 고통스러운 시절에 시를 만났습니다. 호롱불 밑에서 북받쳐 오르는 슬픔을 참으며 아무 종이에나 글을 썼습니다. 그것이 제가 처음 쓴 시였습니다.” 교대를 졸업하고 초등학교 교사가 된 뒤 아이들과 어울리면서 아이들을 좋아하는 마음과 그 자신 속에 있는 천진한 동심을 발견했다고 떠올렸다. 글짓기를 지도하면서 자신도 동시를 함께 써보았는데, 그것이 순수서정을 좋아했던 자신의 성정과 고스란히 맞았다고 한다. 그에게 ‘동시’란 무엇이었을까?“197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동시 부문에 당선되어 동시인으로 등단했습니다. 어효선 선생이 뽑아주셨어요. 그리고 박목월 선생이 창간한 ‘심상’에 시가 당선되어 1974년에 시인으로도 등단했습니다.” 하지만 시인은 자신이 ‘아동문학가’로 남기를 원했다. 등단 후 반세기 동안 그는 동시를 쓰면서 나이도 잊어버리고 언제나 ‘어른 아이’로 살아왔고, 자신은 결국 아름다운 동시를 세상에 남긴 사람으로 기록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컸다. “시는 제게 구원입니다. 제가 시를 통해 슬픔을 치유했듯이 제가 쓴 시를 읽고 사람들이 슬픔을 치유하기 바랍니다. 특별히 저의 동시는 따뜻한 긍정과 희망과 사랑의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제 따뜻한 동시가 사람들의 슬픔을 치유하여 삶의 구원이 되기를 소망해봅니다.” 그런데 신춘문예 당선작 ‘초록색 크레용 하나로’는 기존 동시의 틀을 깨뜨린 작품이었다. 마냥 즐거운 동심이 그려져 있기보다는 “휴전선/ 녹슨 철조망 위에도/ 아, 끊임없이 펄럭이는/ 푸르른/ 남북 없는 깃발의/ 물결” 같은 구절은 당대로서는 매우 이례적인 공동체적 표현을 담고 있었다. 그의 동심에는 남북으로 나뉜 현실에 대한 아픔도 흐르고 있었고, ‘정읍사’도 ‘전봉준’도 다 들어 있었던 셈이다. 그에게 ‘동심’이란 원형적이고 훼손되지 않은 순수한 기억과 함께, 아름다운 삶을 가능하게 하는 근원적 힘이기도 했던 것이다. “초등학교 교사가 되었을 때 칠판에 썼던 것이 ‘마음이 아름다운 사람이 되자’였습니다. 제 시가 추구하는 것은 자연과 인간과 동심의 아름다움입니다.” 그의 동시는 초기에는 고향의 아름다운 자연을 크레파스 그림 같은 이미지로 묘사했다. 그 후에 서울로 직장을 옮기면서는 골목길 아이들의 일상을 대화체와 구어체로 생동감 있게 담아냈다. 초기에 자연이 친구였다면 후기에는 아이들이 친구가 되어 함께 호흡하는 동시를 쓴 것이다. 서울로 올라와 처음 자리 잡은 곳이 하필이면 초등학교 후문 쪽이었는데 아이들이 늦도록 숨바꼭질을 하고 ‘우리집에 왜 왔니 왜 왔니’를 노래하면서 놀았는데 시인의 귀에는 그것이 소음이 아니라 행복하게 노는 모습으로 다가왔다. “이후로도 아이들 세계를 알아보려고 퇴근하면 놀이터로 달려가 아이들과 어울렸습니다. 그네도 미끄럼도 함께 타고 잠자리도 함께 잡으러 다녔습니다. 공터에 꽃씨도 함께 심고요. 아이들이 저를 ‘아찌’라는 애칭으로 불러주었을 때가 가장 행복했습니다.” ‘이준관의 동시’는 ‘아이들과 함께 웃고 울고 신나게 뛰어노는, 아이들의 친구가 되는 맑고 순수한 마음의 동시’라고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동심을 바탕으로 하되 시적 요건을 갖춘 동시를 그는 지향한다. 아이들의 마음을 맑고 깨끗하게 해주고, 세상의 아름다움을 깨닫게 해주는 따뜻하고 사랑으로 가득 찬 동시 말이다. 특별히 마흔 살 때 만난 프로스트의 시 ‘가지 않은 길’을 통해 그는 자연과 삶이 한데 녹아 있는 소박하고 진솔하고 따뜻한 긍정의 세계를 발견한다. 그때부터 자연과 인간과 동심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시를 쓰자고 마음먹었다. 시쓰기는 세상의 아름다움을 찾는 일이며 빌딩 창문에 매달려 유리창을 닦는 사람처럼 이 세상 모든 창문의 혼탁한 먼지를 닦아 아름다운 풍경을 찾는 일이라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고등학교 중퇴하고 암담한 시간을 보내던 때 박목월 선생의 ‘청노루’를 만났습니다. 저에게 많은 위로를 준 그 작품을 통해 저는 청운사에 봄눈 녹듯이 슬픔이 녹기를 바랐던 것이죠.”그는 박목월 선생을 1974년 ‘심상’ 신인상 시상식에서 만났다. 목월 선생은 크고 부드러운 손으로 그의 손을 잡아주었다. 시와 동시 분야에서 뛰어난 작품을 남긴 선생은 그때로부터 이준관 시인의 선행 모델이 돼주었다. 동시의 스승으로는 어효선 선생을 들었다. 신춘문예 심사위원이었던 선생은 정읍까지 오셔서 결혼 주례까지 해주셨다. 선생이 별세하기 하루 전날 인터뷰를 했는데 그게 선생과의 마지막 만남이 되고 말았다. 시인은 스승을 추모하기 위해 해마다 ‘어효선 동요 음악회’를 개최하여 선생이 지은 유명 동요 ‘파란 마음 하얀 마음’, ‘꽃밭에서’, ‘과꽃’을 사람들과 함께 부르고 있다. 그렇다면 정작 자신의 대표작으로는 무엇을 꼽을까. “‘씀바귀꽃’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초기 동시집이고 ‘우리 나라 아이들이 좋아서’는 골목길 아이들의 일상을 쓴 중기 동시집입니다. ‘내가 채송화꽃처럼 조그마했을 때‘는 자연과 아이들이 조화를 이룬 후기 동시집이고요. 이 세 권이 대표작이 아닐까 조심스레 생각해봅니다.” 아끼는 작품으로는 ‘길을 가다’, ‘별 하나’, ‘나비’, ‘내가 채송화꽃처럼 조그마했을 때’를 들었다. “길을 가다 문득/ 혼자 놀고 있는 아기새를 만나면/ 다가가 그 곁에 가만히 서 보고 싶다./ 잎들이 다 지고 하늘이 하나/ 빈 가지 끝에 걸려 떨고 있는/ 그런 가을날,/ 혼자 놀고 있는 아기새를 만나면/ 내 어깨와/ 아기새의 그 작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어디든 걸어 보고 싶다./ 걸어 보고 싶다.”(‘길을 가다’) 이준관 동시는 초등학교 국어교과서에 모두 열세 편이 실려 있을 정도로 인기가 있고 정편이 나 있다.또한 그의 ‘구부러진 길’은 ‘광화문 글판’ 30년을 맞이하여 그동안 발표된 시 중에서 독자 투표로 10편을 선정했는데 나태주 시인의 ‘풀꽃’과 함께 뽑힌 명편이다. 들꽃도 피어 있고 별도 떠 있는 구부러진 길처럼 느리고 아름다운 그의 동심이 읽히는 듯하다. 그에겐 “훗날 한국어린이문학관을 만들어 어린이들에게 아동문학을 알리고 어린이들의 종합 문학공간으로 삼고 싶다”는 바람이 있다. 시인은 어린이는 물론 어른들에게도 사랑받는 아동문학을 위해 지금도 동분서주하고 있다. “그때만 해도 동시를 쓴다고 하면 주변에서 그까짓 것 뭐 하러 쓰느냐고 타박하기 일쑤였습니다.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50년을 꾸준히 한눈팔지 않고 동시를 써왔네요. 작은 힘이나마 동시 발전에 기여했다는 보람을 느낍니다.” 시인은 앞으로도 항상 어린이다운 마음과 감성으로 동시를 써서 어린이에서 어른에 이르기까지 모든 세대의 사랑을 받는 서정시의 파수꾼이 되고자 한다. 아닌 게 아니라 우리는 삶이 힘들어질 때마다 이준관의 동시를 읽으면서 그가 흘려준 동심의 세계를 통해 잃어버린 시간을 내내 그리워할 것이다. 깊고도 지속적인 그의 치유와 긍정의 시쓰기가 요즘 같은 감염병 시대에 근원적 존재 탐구와 치유로 끝없이 이어져갈 것을 믿게 되는 순간이었다. 문학평론가·한양대 교수
  • 여명 서울시의원, ‘서울시 은둔형외톨이’ 지원 모색 토론회 열어

    여명 서울시의원, ‘서울시 은둔형외톨이’ 지원 모색 토론회 열어

    지난 22일 서울시의회 주최, 여명 서울시의원(국민의힘·비례) 주관으로 서울시의회 의원회관 제2대회의실에서 “서울시 은둔형 외톨이 현황과 지원 방안” 토론회가 열렸다. 무관중 유튜브 생중계로 진행한 이날 토론회는 윤철경 G’L 학교밖청소년연구소 소장이 발제를 맡고 오오쿠사 미노루 K2인터내셔널코리아 교육팀장, 김혜원 호서대학교 교수, 배영길 꿈터가정형대안학교 대표, 주상희 한국은둔형외톨이부모협회 대표, 유승규 당사자 청년 토론자, 임성수 국무조정실 청년정책추진단 청년참여단 등 다양한 전문가 및 활동가가 토론자로 참여했다. 은둔형외톨이(히키코모리)는 ‘6개월 이상, 방 또는 집에서 나가지 않고 가족 이외에는(심지어 가족과도) 친밀한 대인관계를 맺지 못하는 사람’ 이다. 일본에서는 사회적 고립 상태의 청년문제가 크게 대두된 이후 인간의 기본권과 더불어 미취업 상태의 청년들이 야기한 사회적 비용이 공론화가 되었다. 1988년 이래로 정부의 지원 아래 공공과 민간영역이 함께 히키코모리의 자활을 돕기 위한 활발한 사업을 이어오고 있다. 한국에서는 은둔형외톨이 현상의 공론화가 되고 있지 않은 관계로 △ 당사자에 대한 법적 지원근거가 없음 △ 대상자의 상태를 가정의 문제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음 △ 당사자 부모들 역시 은둔형외톨이의 상태에 대한 인식 부재로 자식의 정신적 문제라고 치부하며 상황을 악화시킴 △ 맞춤형 지원제도 부실하다는 총체적 문제에 놓여 있다. 당연히 현황 파악도 제대로 돼 있지 않다. 이에 여 의원은 관련 조례를 제정해 △ 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정의 △ 서울시장의 매해 서울시 은둔형 외톨이 상태의 청년 현황 파악 및 지원체계 수립의 의무 △ 당사자 가족에 대한 치유 회복 프로그램 마련 △ 당사자의 자활을 돕기 위한 전문 인력 양성 등의 내용을 담을 예정이다. 여 의원은 “우리 모두는 졸업과 동시에 사회에 내동댕이쳐진다. 세상은 점점 더 파편화되고 개인화 됐으며 경직된 노동시장은 청년들의 취업 준비상태를 근 10년으로 늘려 놨다. 우리 대부분이 전체로부터의 자유를 만끽할 동안 누군가는 길고 어두운 터널에서 헤매고 있다. 그리고 코로나19사태는 이런 상황을 악화시킬 것이다. 청년들이 경제활동을 하지 않음으로서 야기하는 사회적 비용 역시 무시할 수 없다. 늦었지만 우리 서울시에도 관련 조례를 제정해 차근차근 지원체계를 마련해보려 한다.” 고 토론회 취지를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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