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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속가능한 지방재정 지방정부 헌법상 권리”

    “지속가능한 지방재정 지방정부 헌법상 권리”

    “지방 정부는 믿을 수 있고 지속 가능한 재정 기반이 필요한데, 이는 지방정부가 중앙정부에 대해 갖는 헌법상의 권리입니다.” 울리히 카르펜(77) 세계입법학회 부회장은 9일 “현재 예산 부족과 부채 증가는 많은 국가에서 공통적인 상황으로 시민들은 이 같은 문제를 이미 알고 있다”면서 “중앙과 지방 간에 재정의 균형 배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에 행정업무를 시키고 책임을 지우려면 그만큼 재정도 균형 있게 지원해야 한다는 의미다. 노령연금, 누리과정 재원 등 복지지출을 두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반목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상황에 시사점을 준다. 카르펜 부회장은 “특히 재정을 하위 부서에 주는 만큼 행정적 책임도 하위 부서 및 개인에게 양도해야 한다”면서 “직원들에 대한 교육 및 월급을 제공해 청렴성을 높이고 부패를 방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서울특별시의회가 10일 오후 2시 서울시청에서 여는 콘퍼런스 ‘재정건전성을 위한 지방의회의 역할’에 참여해 기조연설을 할 예정이다. 그는 함부르크 대학원 교수로서 독일 입법학회 회장, 함부르크 주 의회 의원, 세계입법학회 의장 등을 역임한 바 있다. 이번 행사를 개최하는 박래학 서울시의회 의장은 “재정건전성을 회복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는 중앙정부로부터, 지방의회는 집행부로부터 재정적 자율성을 가져야 한다”면서 “이번 콘퍼런스를 계기로 상설기구인 ‘세계 지방의회협의체’ 구성을 제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도돌이표’ 무상복지 논란

    “증세는 최후의 수단이다.”(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무상복지 구조조정은 있을 수 없다.”(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원내대표) ‘증세 없는 복지’를 둘러싼 논쟁이 6일 여야 입장차를 확인하는 방향으로 흘렀다. 지난 2일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당선된 뒤 여당이 ‘솔직한 증세 논의’에, 야당이 ‘무상복지 구조조정’에 전향적 자세를 취하는 듯하던 기류는 오래가지 못했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부터 촉발된 보편적 복지에 대한 논쟁, 이른바 무상급식·보육에 관한 여야 입장차만 거듭 확인했을 뿐이다. 새정치연합은 전날 우윤근 원내대표가 라디오에서 “무상급식 등 기본적 복지는 축소되면 안 되지만, 다른 부분들의 선별적 복지에 찬성한다”고 한 발언이 복지 축소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되자 선을 그었다. 우 원내대표는 논란 직후 확대간부회의에서 “지금 시대 정신은 복지국가 실현이고, 우리 당 강령엔 보편적 복지를 통한 정의로운 복지국가를 지향하되 선별적 복지와의 전략적 조합으로 지속 가능한 복지 정책을 추진한다고 명시돼 있다”고 전날 발언을 부연했다. 이미 실시 중인 무상급식·무상복지와 같은 보편적 복지를 유지하는 게 당론이란 뜻이다. 우 원내대표는 이어 “우리나라 복지 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최하위 수준인데, 새누리당이 조세 개혁을 복지 논쟁으로 유도하려는 듯한 분위기가 감지된다”고 일갈했다. 야당 의원들은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일제히 해명에 나섰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간사인 윤호중 의원은 “복지 확대가 필요하다는 것이 저희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말했다. 민병두 의원은 “새정치연합이 주장한 반값등록금, 기초노령연금도 (전부를 대상으로 하지 않는) 선별적 복지”라며 야당에 입장 변화가 없음을 강조했다. 전날 새누리당 김 대표가 ‘복지 과잉으로 가면 국민이 나태해진다’고 한 데 대해 전병헌 의원은 “우리 국민이 나태해질 정도로 복지 혜택을 받고 있지 않다”고 즉각 반박했다. 무상복지 실시를 위한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안 등도 야당 의원입법으로 발의돼 있다. 반면 최근 ‘중부담·중복지’, ‘증세 없는 복지’ 논란을 이끄는 새누리당 속내엔 무상급식·보육 구조조정에 대한 의지가 담겨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김 대표는 지난해 11월 당에 ‘무상급식·무상보육 태스크포스(TF)’를 설치했고, 유 원내대표 역시 이날 “무상급식·무상보육 TF 결과 보고서가 나오면 정책위원회를 중심으로 당내 의견을 수렴해 나가겠다”며 다소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공무원연금 개혁·포퓰리즘 대수술해야” 새누리 도대체 왜?

    “공무원연금 개혁·포퓰리즘 대수술해야” 새누리 도대체 왜?

    공무원연금 개혁 “공무원연금 개혁·포퓰리즘 대수술해야” 새누리 도대체 왜? 새누리당이 지난 총선과 대선을 계기로 급격히 확대돼온 무상 복지와 그에 수반되는 증세 추이에 강력히 브레이크를 걸고 나섰다. ’증세 없는 복지’를 대선 공약으로 내건 데 대한 자성론과 ‘증세 없는 복지는 불가능하다’는 공감대가 지도부와 핵심 의원들 사이에서 확산하는 데 따른 경계심에서다. 이는 특히 국정 운영에서 당이 주도권을 잡겠다는 최근 기류와 맞물려 공개적인 비판의 목소리로 분출하고 있다. 28일 열린 최고위원·중진연석회의에서는 정부가 무상 복지 확대에 따른 세수 부족을 증세로만 메우려는 데 대한 쓴소리가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 수도권 중진인 심재철 의원이 비판의 선봉에 섰다. 심 의원은 인천 어린이집 유아 학대 사건의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배경은 결국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에 따른 무상 보육의 무분별한 확대라고 주장했다. 소득 격차와 주부의 취업 여부조차 따지지 않고 모든 가정에 무상 지원을 하다 보니 정서 발달상 절대적으로 모성이 필요한 0~2세 ‘젖먹이’까지도 대거 보육 시설에 맡겨지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게 심 의원의 지적이다. 심 의원은 “엄마의 취업 여부나 소득을 따지지 않고 무조건 똑같이 지원하는 나라는 한국 빼고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고 주장했다.이와 관련, 여권 관계자는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신다’는 속담까지 있는 우리 문화에서 누군가 제동을 걸지 않는다면 무상 시리즈는 ‘표(票)퓰리즘’과 맞물려 한없이 확대될 수밖에 없다”면서 “젖먹이조차 어린이집에 맡기는 나라는 북한과 우리나라밖에 없게 될 것이란 점을 두려워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인제 최고위원도 회의에서 인천 어린이집 폭행 사건을 언급, “이는 한 보육교사의 문제에만 초점을 맞춰서는 안 된다. 그동안 무분별하게 양적 팽창을 해온 우리 보육 정책의 구조적 문제”라고 가세했다. 이 최고위원은 “이 기회에 보육 정책을 전면적으로 개혁하는 노력을 우리 당이 선도해야 한다”며 심재철 의원을 중심으로 개혁 작업에 착수할 것을 주문했다. 김태호 최고위원도 “표를 의식한 포퓰리즘 정책이 우리 미래를 망치고 있다”면서 “무상보육, 무상급식, 반값 등록금, 기초노령연금 등 표를 의식해 국가 재정, 국가 상황을 고려하지 않는 포퓰리즘 정책이 오늘의 이런 현실을 낳았고 우리 미래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최고위원은 “우리 당이라도 여론 지지도를 따질 게 아니다”라면서 “우리가 집권하는 이유가 뭐냐, 정치하는 이유가 뭐냐에 대해 한번 심각하게 돌아봐야 한다. 표만을 의식하는 이런 정치는 이제 도움이 안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무원연금 개혁과 복지 포퓰리즘적 결과들에 대해 과감하게 대수술의 장을 열어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무성 대표 역시 증세를 고려하기 전에 예산이 무분별하게 집행되는 부분이 있는지 먼저 따져봐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특히 김 대표는 “증세를 마치 전가의 보도처럼 인식하는 것은 무감각하고 무책임한 일”이라며 정부를 향해 강력한 경고를 보냈다. 그러면서 “정부는 증세를 언급하기 전에 지방과 중앙정부의 예산이 비효율적으로 집행하거나 누수 현상이 나타나는 부분은 없는지 꼼꼼히 살피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원내대표 경선에서도 무상 복지와 증세 문제가 핫 이슈로 부상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경선에 출마한 유승민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에 출연해 “증세 없는 복지는 불가능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무상 보육에 대해서도 “백화점식 정책으로 돈은 많이 쓰면서 문제는 계속 발생하므로 원내대표가 되면 전면적 재검토에 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공무원연금 개혁·포퓰리즘 결과 과감하게 대수술해야”

    “공무원연금 개혁·포퓰리즘 결과 과감하게 대수술해야”

    공무원연금 개혁 ”공무원연금 개혁·포퓰리즘 결과 과감하게 대수술해야” 새누리당이 지난 총선과 대선을 계기로 급격히 확대돼온 무상 복지와 그에 수반되는 증세 추이에 강력히 브레이크를 걸고 나섰다. ’증세 없는 복지’를 대선 공약으로 내건 데 대한 자성론과 ‘증세 없는 복지는 불가능하다’는 공감대가 지도부와 핵심 의원들 사이에서 확산하는 데 따른 경계심에서다. 이는 특히 국정 운영에서 당이 주도권을 잡겠다는 최근 기류와 맞물려 공개적인 비판의 목소리로 분출하고 있다. 28일 열린 최고위원·중진연석회의에서는 정부가 무상 복지 확대에 따른 세수 부족을 증세로만 메우려는 데 대한 쓴소리가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 수도권 중진인 심재철 의원이 비판의 선봉에 섰다. 심 의원은 인천 어린이집 유아 학대 사건의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배경은 결국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에 따른 무상 보육의 무분별한 확대라고 주장했다. 소득 격차와 주부의 취업 여부조차 따지지 않고 모든 가정에 무상 지원을 하다 보니 정서 발달상 절대적으로 모성이 필요한 0~2세 ‘젖먹이’까지도 대거 보육 시설에 맡겨지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게 심 의원의 지적이다. 심 의원은 “엄마의 취업 여부나 소득을 따지지 않고 무조건 똑같이 지원하는 나라는 한국 빼고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고 주장했다.이와 관련, 여권 관계자는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신다’는 속담까지 있는 우리 문화에서 누군가 제동을 걸지 않는다면 무상 시리즈는 ‘표(票)퓰리즘’과 맞물려 한없이 확대될 수밖에 없다”면서 “젖먹이조차 어린이집에 맡기는 나라는 북한과 우리나라밖에 없게 될 것이란 점을 두려워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인제 최고위원도 회의에서 인천 어린이집 폭행 사건을 언급, “이는 한 보육교사의 문제에만 초점을 맞춰서는 안 된다. 그동안 무분별하게 양적 팽창을 해온 우리 보육 정책의 구조적 문제”라고 가세했다. 이 최고위원은 “이 기회에 보육 정책을 전면적으로 개혁하는 노력을 우리 당이 선도해야 한다”며 심재철 의원을 중심으로 개혁 작업에 착수할 것을 주문했다. 김태호 최고위원도 “표를 의식한 포퓰리즘 정책이 우리 미래를 망치고 있다”면서 “무상보육, 무상급식, 반값 등록금, 기초노령연금 등 표를 의식해 국가 재정, 국가 상황을 고려하지 않는 포퓰리즘 정책이 오늘의 이런 현실을 낳았고 우리 미래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최고위원은 “우리 당이라도 여론 지지도를 따질 게 아니다”라면서 “우리가 집권하는 이유가 뭐냐, 정치하는 이유가 뭐냐에 대해 한번 심각하게 돌아봐야 한다. 표만을 의식하는 이런 정치는 이제 도움이 안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무원연금 개혁과 복지 포퓰리즘적 결과들에 대해 과감하게 대수술의 장을 열어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무성 대표 역시 증세를 고려하기 전에 예산이 무분별하게 집행되는 부분이 있는지 먼저 따져봐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특히 김 대표는 “증세를 마치 전가의 보도처럼 인식하는 것은 무감각하고 무책임한 일”이라며 정부를 향해 강력한 경고를 보냈다. 그러면서 “정부는 증세를 언급하기 전에 지방과 중앙정부의 예산이 비효율적으로 집행하거나 누수 현상이 나타나는 부분은 없는지 꼼꼼히 살피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원내대표 경선에서도 무상 복지와 증세 문제가 핫 이슈로 부상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경선에 출마한 유승민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에 출연해 “증세 없는 복지는 불가능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무상 보육에 대해서도 “백화점식 정책으로 돈은 많이 쓰면서 문제는 계속 발생하므로 원내대표가 되면 전면적 재검토에 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삼시세끼 3000원… 밥상이 풀밭이다

    삼시세끼 3000원… 밥상이 풀밭이다

    ■ 대한민국 상위 1% 부유층과 하위 9.1% 절대빈곤층의 카트에 담긴 먹거리는 어떻게 다를까. 소득 격차에 따른 식료품 구입 패턴 차이 등을 면밀히 분석한 인터랙티브 기사인 ‘카트 속 다른 세상’을 감상하세요. ☞<카트 속 다른 세상> 보러 가기 클릭 (http://interactive.newsjel.ly/seoulnews) “못사는 집 엄마들은 5000원 넘게 사 가는 일이 거의 없어. 국물 낼 때 꼭 필요한 청양고추 정도나 사 간다니까.” 경기 광명의 한 전통시장 채소가게인 ‘G상회’ 주인 정모(61)씨는 “가난한 사람들이 어떤 물건을 많이 사느냐”는 기자의 물음에 이렇게 답했다. 이곳에는 주변 임대아파트 등에 사는 극빈층 주부들이 장을 보러 많이 온다. 정씨는 10년 넘게 시장통에서 장사하면서 “허름한 옷차림의 주부가 사가는 채소라고는 기껏해야 고추나 값싼 푸성귀 정도”라는 사실을 경험적으로 깨달았다. 이 가게에서는 800g짜리 무 1개에 1000원, 양파 2㎏에 2000원, 당근 1㎏에 2000원 등 주변 마트보다 싸게 판다. 하지만 극빈층 주부들은 이마저 부담스럽다. 그는 “20일에 한번씩 와서 나물 1000~2000원어치만 사 가는 할머니가 있는데 아픈 다리를 질질 끌며 오시는 모습을 보면 ‘장 봐줄 자식도 없나’ 싶어 한 줌이라도 더 드린다”고 했다. 같은 시간 시장 내 생선가게 종업원이 “동태 한 손(2마리)에 5000원!”이라고 목청껏 외치며 손님을 끌었지만 주부들의 지갑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한 정육점 주인은 “형편이 어려운 분들은 국거리용으로 돼지고기 뒷다리를 사 가거나 삼겹살을 사는 게 전부”라고 했다. 절대빈곤층의 식탁에서 보기 힘든 대표적 식품은 육류다. 경기도의 한 임대아파트에 사는 주부 김모(42)씨는 월 90만원인 수급비 중 10만원을 식료품비로 쓴다. 식구 4명(김씨와 남편, 중학생, 고등학생인 두 딸)이 넉넉히 먹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돈이다. 이 때문에 김씨 가족은 김치찌개, 된장찌개 등 양을 최대한 불려 네 식구가 함께 먹을 수 있는 반찬을 선호한다. 찌개에 넣는 재료라고 해봐야 김치, 된장 외에 호박, 양파 등이 고작이다. 아이들은 엄마에게 “고기 반찬을 해 달라”고 투정하지만 빠듯한 살림 탓에 시장에 가도 고기에 손이 가지 않는다. 기초생활수급비가 나오는 매달 20일에 삼겹살을 사다 먹는 게 김씨 가족이 누리는 최고의 호사다. 그는 “인근 재래시장에서는 삼겹살 두 근을 마트보다 싸게 1만원이면 살 수 있다”면서 “소고기는 아이들 생일 때 미역국에 넣으려고 1년에 딱 두 번 산다”고 했다. 과일도 형편이 어려운 이들에게는 좀처럼 구경하기 어려운 식재료다. 독거 빈곤층인 임모(41)씨는 막노동 등으로 매달 80만~90만원을 버는 것이 전부라 과일을 사 먹은 적이 거의 없다. 식당에서 과일 한 쪽을 후식으로 내놓는 행운이라도 만나면 간신히 맛만 보는 수준이다. 임씨는 설, 추석 등 명절에 택배 아르바이트를 곧잘 하는데 과일 선물을 배달하다 보면 먹고 싶은 욕구를 참기 어렵다. 그는 “택배 물품으로 귤박스가 들어오면 살짝 뜯어 5~6개를 빼먹고는 다시 테이프로 붙여 놓은 적도 있다”고 털어놨다. 서울 동작구의 한 마트 관계자는 “혼자 가난하게 사시는 할머니인데 마트에 와 과일을 사지는 못하고 만지작거리기만 하는 분들도 계신다”면서 “마음이 편치 않아 멍든 과일을 공짜로 드리기도 한다”고 했다. 절대빈곤층에게 ‘외식’이란 단어의 말뜻은 ‘참아야 한다’는 것에 가깝다. 서울의 한 임대아파트에 사는 주부 윤모(44)씨는 TV 맛집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게 낙이다. 그렇다고 소개된 맛집을 찾아간 적은 한 번도 없다. 윤씨는 “비싼 음식을 사 먹을 돈도 없고 차 타고 멀리 나갈 형편도 안 된다”면서 “맛있는 음식을 보는 것만으로도 식욕이 조금 해결되는 것 같다”고 위안했다. 극빈층은 싼 가격을 선호하다 보니 품질이 낮거나 건강에 이롭지 않은 식품을 사 먹을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다. 광명시장의 H과일가게 주인은 “사과를 싸게 팔기 위해 흠이 난 ‘하(下)품’을 조금 가져다 놨다”면서 “사과 6~7개를 5000원에 팔 수 있는 비결”이라고 했다. 동작구 상도동의 D마트 직원은 “바나나 중 시간이 지나 껍질이 검게 변한(갈변현상) 제품은 원래 판매가보다 2000원 싼 2800원에 판다”고 했다. 빈곤층 고객이 많은 서울 용산구 청파동의 G마트 관계자는 “대형마트가 버스로 두 정거장 거리에 있어 가격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면서 “물건을 대량으로 떼어와 가격을 낮춰 20~30% 정도 싸게 판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모든 상품이 그런 건 아니지만 저렴한 물건을 떼어 오기 위해 유통기한이 상대적으로 짧게 남은 물건도 들여온다”면서 “물건 자체에 흠이 있지는 않고 상품 회전이 빠르기 때문에 문제 될 게 없다”고 했다. 배고픔을 참지 못해 법을 어기는 현대판 ‘장발장’들도 있다. 광명시장 내 한 슈퍼마켓은 지난해 매장에 설치된 폐쇄회로(CC) TV를 고화질로 교체했다. 슈퍼 물건을 조금씩 가져가는 좀도둑 탓이다. 슈퍼 직원은 “우리 가게의 좀도둑은 다른 곳과 좀 다르다”고 했다. 일반적으로 어린아이가 과자나 음료수를 훔치다 붙잡히는데 이곳에서는 40~60대 성인들이 물건을 몰래 챙기려다 곧잘 적발된다는 것이다. 고작 몇천원짜리 물건을 살 형편이 되지 못해서다. 이 직원은 “하루에 한 번꼴로 인공조미료 등을 훔치려다 걸리는 어른들이 있다”고 했다. 먹거리 취약계층은 방학 기간 아동·청소년들이 대표적이다. 초교 6학년인 고모(12·서울 구로구)양은 다른 또래처럼 방학을 마냥 반길 수 없다. 먹는 문제 때문이다. 학기 중에는 그나마 영양을 갖춘 무상 급식을 점심으로 먹을 수 있지만 방학에는 라면, 과자 등을 주식 삼아 버텨야 한다. 공사장에서 일하는 아버지가 버는 월 70만~80만원의 소득으로 고양과 부모, 2살 어린 동생이 한 달을 버텨야 해 넉넉히 사 먹을 형편이 못 된다. 고양의 어머니도 아르바이트로 배달일 등을 해 아이의 끼니를 제때 챙겨 주기 어렵다. 고양처럼 방학철 먹는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학생이 제법 많다는 게 현장의 얘기다. 김은정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아동복지연구소장은 “부모가 낮시간 집을 비우는 저소득층 아동에게는 지방자치단체가 한 끼에 3000~5500원가량의 음식 쿠폰을 준다”면서 “하지만 시골 아이들은 이 쿠폰을 쓸 수 있는 식당이나 편의점을 찾기 어려워 굶기도 한다”고 전했다. 세심한 건강관리가 필요한 노인도 돈이 없으면 먹을거리를 제대로 챙겨 먹기 어렵다. 서울 동작구의 달동네인 ‘밤골마을’의 독거 노인 윤모(84·여)씨는 하루 세 끼를 쌀죽으로 해결한다. 아들 2명과는 명절 때도 보기 어렵지만 부양 능력을 갖춘 자녀가 있다는 이유로 기초생활보장수급권자 신청에서 번번이 탈락했다. 이 때문에 윤씨의 수입은 기초노령연금 20만원과 서울시의 지원금 15만원 등 35만원이 전부다. 이 돈으로는 마트에서 식재료를 제대로 사 먹기 어렵다. 인근 N교회에서 김치와 무조림 등 밑반찬을 가끔 가져다주는 것을 그나마 죽에 곁들여 먹는다. 윤씨는 “아는 과일장수가 가끔 바나나를 가져다주는데 이 과일을 잘 으깨어 죽에 넣어 먹는 것이 내가 먹는 제일 맛있는 음식”이라고 했다. 장년층 남성도 먹는 문제에 취약하다. 서울의 한 주민센터 관계자는 “특히 50~64세의 혼자 사는 남성이 먹는 문제를 잘 해결하지 못한다”면서 “65세가 넘으면 복지관에서 밑반찬 서비스라도 받지만, 그 직전 나이대는 전혀 관리대상이 안 된다”고 했다. 이들 남성은 공사장에서 일할 때는 ‘함바집’(건설현장의 간이식당) 밥이라도 먹지만 평소에는 집에서 찬물에 밥 말아 김치를 올려 먹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대학생 등 청년빈곤층도 먹는 문제 앞에서 서러움을 겪는 건 마찬가지다. 대학 입학 후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절대빈곤층으로 추락한 대학생 이모(26)씨는 아르바이트가 끝난 뒤 지쳤을 때 맥주 한 모금이 절실하지만 늘 주머니 사정 때문에 머뭇거린다. 큰 맘 먹은 날에는 을지로 3가의 허름한 맥줏집을 찾아가는데, 그가 시키는 안주는 늘 1000원짜리 ‘노가리’다. 자기 돈으로 ‘치맥’(치킨과 맥주)을 주문하는 것은 꿈도 못꾼다. 이씨는 “친구들에게 자주 얻어먹다 보니 이젠 미안함을 넘어 자괴감이 든다”고 했다. 또 다른 극빈층 ‘스튜던트 푸어’인 서울의 한 사립대생 정모(24)씨는 두 달에 한 번씩 꼭 헌혈을 한다. 햄버거 교환권이나 영화 관람권을 주기 때문이다. 정씨는 “평소에는 1000~2000원이 아까워 햄버거가 먹고 싶어도 편의점 샌드위치로 점심을 때우는 일이 많다”면서 “가끔 친구들이 5000~6000원 하는 순대국을 먹으러 가자고 하면 돈 없다고 하기가 자존심이 상해서 난감하다”고 했다. 유대근 이두걸 송수연 기자 dynamic@seoul.co.kr
  • 月10만원이라도 저축 쪽방의 재테크는 희망 [2015 대한민국 빈부 리포트 ‘貧’] 절대 빈곤층의 재산 관리

    月10만원이라도 저축 쪽방의 재테크는 희망 [2015 대한민국 빈부 리포트 ‘貧’] 절대 빈곤층의 재산 관리

    경기 하남시에 사는 싱글맘 A(39)씨는 세 자녀 명의로 한 달에 총 10만원의 생명보험료를 내고 있다. 저축성 보험이라 비상시에 대비하면서도 돈까지 모을 수 있다. 여기에 가급적 매달 10만원씩 저축을 하려 노력하고 있다. 팍팍한 살림 탓에 아직까지 100만원밖에 모으지 못했다. 그러나 A씨는 아라비아 숫자 ‘0’이 6개 일렬로 찍힌 통장 잔고를 보면 마음이 뿌듯하다. 보험료와 저축액을 합해 매달 많아야 20만원이 나가는 정도지만 A씨에게는 쥐꼬리만 한 수입의 6분의1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큰돈이다. A씨의 한 달 수입은 월 130만여원의 기초생활보장수급비가 전부다. 이 중 지금 살고 있는 15평 빌라 월세로 41만원이 나간다. 여기에 생후 8개월인 막내딸이 쓰는 기저귀 등 육아용품으로 20만원, 본인과 초등학교 6학년 아들이 쓰는 휴대전화 요금으로 10만원, 아들의 태권도 학원비 12만원, 큰딸(4살)의 어린이집 특별활동비 8만원 등이 더해진다. 식비로는 20만원 정도 쓴다. 수급권자로서 전기나 수도 등 각종 공과금 할인 혜택을 받는 게 그나마 다행이다. A씨는 “가족의 미래를 위해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저축을 하지만 ‘그 돈이면 큰아이를 학원에 보낼 수도 있는데’ 하는 고민이 떠나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서울 노원구 중계동에 사는 간호조무사 B(45·여)씨도 매달 15만원의 정기 적금을 붓는다. 간호조무사 월급 135만원에 주말 일본어 과외로 버는 24만원, 정부에서 극빈층 모자 가정의 초등학생 이하 자녀에게 한 명당 5만원씩 지급하는 지원금까지 합쳐 B씨의 한달 총수입은 174만원이다. B씨는 “고등학생을 포함한 자녀 4명과 함께 어떻게든 먹고살기 위해 매일 전쟁을 벌이지만 저축마저 안 하면 살아갈 의욕을 잃을 것 같다”고 했다. B씨의 간호조무사 업무 시간은 오전 7시 20분부터 오후 7시까지다. 출퇴근 시간까지 합치면 하루 14시간 넘게 일에 쏟아붓고 있다. 토요일은 쉬지만 일요일에는 격주로 출근한다. 이렇게 해서 매달 30만원의 월세 외에도 전기비, 수도비 등으로 30만원을 낸다. 한창 크는 아이들은 무섭게 먹는다. 아무리 못해도 식비로 60만원은 써야 한다. 둘째와 셋째 태권도 학원비로 19만원, 막내 어린이집 독서교실 비용으로 5만원을 쓴다. 중계동의 판자촌 ‘백사마을’에서 부인과 함께 살고 있는 C(73)씨도 없는 살림 가운데서도 조금씩을 쪼개 저축하고 있다. 매달 부부가 받는 노령연금 40만원과 조금씩 나오는 국민연금이 수입의 전부다. 이 중 20만원을 매달 은행에 넣고 있다. 좀 더 괜찮은 곳으로 집을 옮기고 싶어서다. C씨는 “우리도 이제 제대로 된 전세를 살아야겠다는 생각에 돈을 조금씩 비축하는 중”이라며 “서울을 벗어나면 전세가 좀 싸니까 꾸준히 모으면 이사를 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했다. 그는 “여기 사는 사람들이 다 어렵게 살지만 그래도 좋은 곳으로 전세를 얻어갈 꿈을 가진 사람도 있다”고 했다. C씨는 현재 살고 있는 판잣집에 1500만원의 보증금을 집주인한테 주고 들어왔다. 전세 보증금 격이지만 엄밀히 말하면 보통의 전세 개념은 아니다. 비가 새고 무너질듯한 낡은 집에 집주인이 1500만원만 받고 사실상 무한정 살도록 한 것이다. 그러니 일반 전세와 달리 집 수리도 다 C씨의 돈으로 해야 한다. 그는 “그래도 다른 데 가면 못해도 7000만~8000만원은 줘야 전세를 얻는데 여기는 이렇게 (구호단체에서) 연탄도 날라 주고 하니 당장 어려운 사람들한테는 이런 데가 없다”고 했다. C씨는 매달 두 부부 휴대전화(폴더폰) 요금과 식비 등을 빼면 특별히 나가는 돈이 없어 저축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앞에서 소개한 세 사람의 경우와 같이 하루하루 먹고살 일을 걱정해야 하는 절대빈곤층 중에서도 없는 돈을 쪼개 저축하는 가구가 서울신문 취재 결과 아주 적게나마 있었다. 내일에 대한 희망마저 버릴 수는 없기 때문이다. 빈곤층 중에서도 남성보다는 여성이 저축을 하는 사례가 많은 것도 특징이다. 부천시오정노인복지관 관계자는 “할머니들은 기초생활수급자라도 수급비를 통장에 알뜰하게 모아 두지만 할아버지들은 며칠 만에 다 써버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했다. 서대문구에 사는 극빈층 남성 D(44)씨는 한때 지방 공사현장이나 양계장 등에서 일할 때는 한 달에 400만원을 벌기도 했다. 하지만 주머니에 일단 돈이 들어오면 남김 없이 쓰는 습성 탓에 돈을 모으지 못했다. 한 달 수입이 90만원에 불과한 요즘도 그는 주머니 사정이 좀 괜찮다 싶으면 한 그릇에 3만원이 넘는 ‘전복 삼계탕’을 사먹는다. 배우자가 없는 D씨는 돈을 관리해 주는 사람이 주변에 없을 뿐 아니라 돈에 대한 개념도 익히지 못했다고 한다. 그는 “건강이 안 좋아져 일을 못할 때를 대비해 돈을 쌓아 둬야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저축 습관이 들지 않아 주머니에 일단 돈이 들어오면 쓰는 편”이라고 했다. D씨는 한 달 평균 10일 정도 건설 현장에서 막노동을 한다. 날씨가 나쁘거나 일자리가 바로 나타나지 않아 더 많은 날을 일하고 싶어도 하지 못한다. 일당 10만원에서 직업소개소 소개비로 1만원을 뗀 9만원이 그의 하루 수입이다. 매달 생활비는 40만~50만원 정도 들어간다. 현재 살고 있는 빌라 임대료는 월 17만원. 지난해 11월에 전기비 3만 1050원, 수도비 1만 2950원, 디지털TV 요금 3만 2890원, 도시가스 요금 3100원을 썼다. 이를 함께 사는 지인과 나눠 낸다. 식료품과 각종 용품 등을 사면 남는 돈은 매달 10만원 정도인데 이 돈은 PC방 요금 등 여가 비용으로 쓴다. 하지만 남녀를 막론하고 최저생계비 이하의 생활을 이어가느라 허덕이는 다수의 빈곤층에게 저축은 ‘사치’에 가깝다. 경기 부천시 원미구에 사는 E(65·여)씨의 최근 한 달 수입은 50만원이 채 안 된다. 이 돈으로 초등학교 6학년과 2학년인 손자 2명과 연명하는 처지다. 노령연금 20만원과 복지단체의 조손가정 지원금 24만원이 전부다. 노령연금이 나오기 전에는 한 달에 10만원으로 생활한 적도 있다. E씨는 한겨울에도 가스 난방을 하지 않는다. 대신 잘 때만 전기장판을 잠시 튼다. 가스비는 1000원 이하, 전기비와 수도비도 각각 1만원 남짓만 나온다. 식비는 아무리 안 먹어도 한 달에 20만원은 써야 한다. 동네 마트의 ‘떨이 상품’을 주로 산다. 그나마 주변의 도움이 있어 어떻게든 버티고 있다. 지역 복지관에서 밑반찬을 지원받고 10㎏에 2만 2900원 하는 정부미를 동사무소 등에서 구매할 수 있다. 주의력 결핍 및 과잉행동 장애(ADHD) 증세를 보이는 큰손자는 초등학교 교사의 지원으로 매달 8만원을 내야 하는 태권도를 무료로 다닌다. 작은손자는 전에 다니던 어린이집 원장이 철마다 옷을 사준다. E씨는 “남편이 세상을 떠난 2010년 이전에는 매달 20만원 정도 저축을 했지만 이젠 다 까먹고 남의 얘기가 돼 버렸다”고 했다. E씨의 현재 생활형편만 보면 기초생활보장 수급권자가 되고도 남지만 지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 강원도에 땅이 조금 있기 때문이다. E씨는 “남편이 사망하면서 유산으로 나하고 두 아들한테 공동 명의로 땅이 상속됐다”며 “그러나 아들들이 사이가 안 좋은 데다 작은아들은 감옥에 들어가 있어 땅을 처분하지도 못하는 상태”라고 했다. 경기 광명시에 사는 F(91·여)씨도 노령연금 20만원에 공장에 다니는 손녀딸이 보내주는 30만원 등 50만원으로 근근이 생활한다. 이 돈으로 인근에 사는 수양딸이 F씨를 봉양한다. 매달 각종 약값만 10만원이 나간다. F씨는 “젊었을 때 장사하러 돌아다니느라 하도 고생을 해서 골다공증에 걸려 파스 없이는 한시도 못 견딘다”면서 “여기에 우울증약과 우황청심환 등을 사면 남는 돈이 없다”고 했다. 빈곤층의 경우 상속은 꿈도 못 꾼다. 자식들에게 손을 벌리지 않으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현실은 이를 종종 배반한다. 부천에 사는 독거노인 G(82)씨는 자식들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진다. 60대인 두 아들이 변변한 직업이 없는데도 매달 그에게 10만원씩 부쳐 준다. 음식은 주말마다 집에 들르는 둘째 며느리 몫이다. 의복 역시 복지관에서 얻어 입거나 며느리가 가져온 옷을 입는다. G씨의 한 달 수입은 노령연금 20만원과 아들들이 부쳐 주는 돈을 합해 30만원이 전부다. 한때 서울 성북구 장위동에 10여평의 집도 갖고 있었지만 부인 병치레 등으로 다 날렸다. G씨는 “노령연금으로 가스비 등 각종 공과금을 내면 남는 게 없다”고 했다. 어렵게 사는 와중에 자식들로부터 부양은 못 받을망정 시달림을 받는 노인들도 보인다. 강남구 개포동의 판자촌 ‘구룡마을’에 사는 70대 후반의 H씨는 “가끔씩 자식들이 찾아와서 (그나마 있는 돈을) 싹 뒤져서 가져간다”면서 “그래봤자 워낙 가진 돈이 없으니 가져가는 돈도 별로 없다”고 했다. 이두걸 유대근 송수연기자 douzirl@seoul.co.kr 서울 성북구 성북동에 사는 300억원대 자산가 H(92)씨는 구순(九旬)이 넘은 나이에도 매일 새벽 빠짐없이 일어나 외신을 꼼꼼히 챙겨 보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CNN 등 방송은 물론 월스트리트저널과 파이낸셜타임스 등 경제 전문지도 태블릿PC로 살핀다. 속칭 ‘슈퍼 개미’인 그는 오전 9시 본인 소유의 강북 지역 빌딩에 있는 사무실로 출근해 국내 금융시장을 꼼꼼히 체크한다. 오후 6시 퇴근 시간 전까지 투자 전략을 짜고 투자를 단행한다. 개미 투자자들이 속절없이 나가떨어졌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에도 장기 투자를 통해 짭짤한 수익을 올렸다. 그의 성공가도에서 가장 위력적인 ‘무기’는 영어였다. 그는 그 나이 또래에 몇 안 되는 ‘미국 유학파’다.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뒤에는 미군을 상대로 사업을 벌여 큰돈을 벌었다. 영어를 통해 얻은 정보가 ‘일확천금’으로 이어지던 시절이었다. 이를 토대로 부동산과 주식으로 투자 범위를 넓혀 본격적으로 재산을 축적했다. 그는 요즘 연 10억원 가까운 빌딩 임대료 수익을 얻지만 여전히 영어를 토대로 한 국제 감각을 활용해 돈을 번다. 그의 투자 대상은 우리나라를 벗어난다. 해외 금융시장뿐 아니라 미국 로스앤젤레스 지역의 부동산 투자를 위해 미국행 비행기를 종종 탄다. 체력 유지도 필수적이다. 매일 새벽 일어나 맨손 체조를 한 뒤 인근 야산을 오르내린다. 여간해서는 엘리베이터도 타지 않는다. 과다한 운동으로 얼마 전에는 발목 수술을 받았을 정도다. H씨는 “규칙적인 생활을 하면서 전 세계에서 돈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감각을 유지하니 돈이 수중으로 들어왔다”고 말했다. H씨의 경우 100% ‘개천에서 용 난’ 사례로 볼 수는 없지만 본인의 노력이 상당 부분 작용한 자수성가형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H씨 이후 세대 중에서는 부모로부터 직접적으로 받는 상속이 부를 형성하는 추세가 짙어지고 있다. 경기 고양에 사는 I(41)씨는 1년 전 부모로부터 시가 30여억원의 공장 부지를 물려받았다. 부모가 손주들 교육비에 보태 쓰라면서 증여를 시작한 것이다. 부동산 증여는 고소득으로 이어졌다. 그는 부지 내 5곳의 공장으로부터 매달 750만원의 임대료를 받는다. 가만히 앉아서 올리는 임대 수입만 한 해 9000만원으로 웬만한 고액 연봉자 수준이다. 돈이 돈을 버는 ‘행운아’ 반열에 오른 것이다. 그의 부모는 공직 생활 도중 틈틈이 땅을 사 모은 덕에 100억원대의 재산을 모았다. 그가 부모의 도움을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여러 차례 사업 밑천을 대준 것은 물론 사업이 망했을 때 뒷감당도 부모 몫이었다. 일반인에게 인생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패자부활전’을 그는 부모 덕에 여러 차례 치른 셈이다. 강남구 압구정동에 사는 J(38·여)씨는 최근 2년간 증여세만 2억원 넘게 냈다. 시댁으로부터 10억원 이상을 물려받았다. 주식과 토지, 현금 등 형태도 다양하다. 패션 업종 중견 업체를 경영하는 시댁은 앞으로도 틈틈이 증여해 줄 가능성이 높다. 지금 살고 있는 압구정동의 상가 건물 역시 J씨 부부의 소유가 될 것으로 보인다. 부부가 맞벌이를 하고 있지만 부모로부터 물려받지 않는 한 꿈도 꿀 수 없는 금액이다. J씨는 증여받은 재산을 시댁에서 소개해 준 시중은행 프라이빗 뱅커(PB)에게 맡겨 관리한다. 금융상품의 수익률은 연 5% 정도다. 10%가 넘었던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수준에는 못 미치지만 최근 불경기와 저금리 상황을 생각하면 이 정도도 적지 않다. 월급 말고도 연 5000만원은 통장에 꼬박꼬박 들어온다. J씨는 “시부모께서 과거에 세금 문제 때문에 곤란했던 경험이 있는 데다 자식들이 일찌감치 돈을 굴리는 경험을 쌓게 하기 위해 재산을 미리 나눠 주고 있다”고 했다. 전직 대학교수인 K(68)씨는 3년 전 정년퇴직을 하면서 100억원대 재산 중 70억원 정도를 2남 1녀인 자식들에게 나눠 줬다. 서울 반포 특급호텔 헬스 회원권과 K씨 부부의 실버타운 생활비, 1년에 한 번 정도 해외여행을 떠날 수 있는 비용 등 총 30억원이 그에게 남은 전부다. K씨는 “셋 중 형편이 좀 안 좋은 아들 한 명에게 증여를 더 하려고 했지만 딸이나 사위 눈치가 보여 똑같이 재산을 나눠 줬다”면서 “그래도 죽기 전에 ‘숙제’를 마친 것 같아 편안하게 여생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외국계 기업 한국지사장인 L(44)씨의 사례는 부모의 재산과 개인의 능력이 만났을 때의 시너지 효과가 얼마나 클 수 있는지를 보여 주는 사례다. 그의 연봉은 10억원이 넘는다. 미국 본사에 근무할 당시에는 성과급까지 합쳐 연 200만 달러를 넘게 번 적도 있다. 현재 그의 자산은 100억원대다. 그러나 이를 모두 연봉만으로 모은 건 아니다. 부모의 증여가 큰 뒷받침이 됐다. 그의 부친은 한때 국내 굴지의 건설사 최고경영자(CEO)를 지냈다. 칠순이 넘는 나이에도 여전히 관련 기업의 CEO로 재직 중이다. L씨의 부친은 아직까지 그에게 본격적인 상속을 시작하지 않았다. 그러나 벌써 예금과 보험 등을 활용해 20억원 가깝게 물려준 상태다. L씨는 자신의 연봉과 이를 종잣돈 삼아 금융상품에 직접 투자한다. 미국과 싱가포르, 홍콩 등의 금융시장이 주 무대다. 현재 거주 중인 서울 용산의 15억원대 아파트와 함께 싱가포르에 주상복합주택을 소유하고 있다. 그가 미국의 유명 사립고와 명문대를 졸업한 뒤 소위 ‘잘나갈 수’ 있었던 것도 부모의 막대한 교육비 투자가 ‘마중물’이 됐다. L씨는 “몇 년 전에는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큰 선물옵션에서도 짭짤한 수익을 올렸다”면서 “건설업에 종사하는 부친과 투자 정보를 교환한다”고 말했다. L씨의 경우처럼 단순히 돈을 주는 것뿐 아니라 ‘노하우’를 전수하는 부자도 보인다. ‘물고기’ 대신 ‘낚시하는 법’을 가르쳐 부모 세대가 물려준 부를 효과적으로 늘리고 향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중소 제조업체 사장 M(64)씨는 아들이 미국에 유학 중일 때는 학비와 생활비를 전액 지원해 줬다. 그러나 방학 때 한국으로 들어오면 용돈을 한 푼도 주지 않았다. 표면적인 이유는 “네 유흥비는 네가 벌어서 써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돈이 얼마나 소중한지 자식에게 알려주기 위해서였다. 아들은 방학 기간에는 화장품 공장 등에서 틈틈이 일해 용돈을 벌었다. M씨는 “외환위기 직후 서울 강남이나 대전 등으로 땅을 보러 갈 때 당시 초등학교 고학년이던 아들을 꼭 데리고 갔다”면서 “부동산뿐 아니라 좋은 ‘물건’을 어떻게 판별하는지 현장에서 직접 알려준다는 취지였다”고 했다. 재산 관리를 위해 ‘정치판’에 뛰어드는 부유층도 발견된다. 특히 ‘상위 0.1% 부자’들은 재산을 지키기 위해 어느 정도는 사회적 영향력이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500억원대 자산가인 N(44)씨는 불과 5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은행맨’이었다. 대학 졸업 뒤 15년 가까이 국내 대형 시중은행에서 근무했다. 본점에서 쭉 일할 정도로 능력도 인정받았다. 하지만 글로벌 경제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초 직장을 제 발로 걸어나갔다. 부동산 관리업을 하던 부친에게 ‘노하우’를 전수받기 위해서다. 마침 당시 금융권의 분위기도 어수선했다. 요즘엔 수도권 지역의 여당 당원협의회 활동에도 적극적이다. ‘명예직’에 가깝지만 산하 위원회 위원장 자리도 맡았다. N씨는 “경제력을 갖췄으니 정치적 영향력을 갖고 싶다는 생각도 없지 않지만 우리 집안의 부를 지키기 위한 ‘방패’를 얻는 게 정치 활동의 일차적 목표”라며 “재산이 일정 정도 넘어서면 정치적 힘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반면 ‘부의 대물림’ 시기를 최대한 늦추는 상위 1% 부자도 많다. 돈은 무엇보다 강력한 ‘권력’인 만큼 가능한 한 오랫동안 손에 쥐려는 심리가 강하다는 것이다. 한 시중은행 PB는 “부자들은 돈의 통제권을 놓지 않으려고 하는 데다 자식이나 주변 사람들이 이를 권하기도 쉽지 않아 미리 증여를 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증여 시점이 늦어질수록 그리고 분산하지 않고 한꺼번에 할수록 증여세 부담은 커진다. 그는 “고객 중 한 명이 얼마 전에 시가 130억원짜리 빌딩을 매각했지만 증여세 등을 떼고 나니 결국 자식에게는 50억원 정도밖에 돌아가지 않았다”고 전했다. 자식에게 재산을 물려주는 대신 기부를 선택하는 자산가도 없지 않다. 명품 패션 브랜드 업체 대표인 O(59)씨는 얼마 전 두 명의 자식들에게 “재산의 20%만 상속하겠다”고 천명했다. 자식이 물려준 재산을 관리하지 못하면 결과적으로 자식을 망치는 일인 만큼 본인 스스로 돈 버는 재미를 느끼고 성공을 체험하기 위해서는 일정 금액 이상은 악효과를 낸다는 것이다. O씨는 “재산의 20% 정도면 20여년 전 800만원으로 사업을 시작한 나보다 훨씬 여유 있게 시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두걸 유대근 송수연 기자 douzirl@seoul.co.kr
  • 기초수급 어르신들 이웃돕기 마음은 ‘알부자’

    기초수급 어르신들 이웃돕기 마음은 ‘알부자’

    “이 정도면 나는 많이 부자야. 맨날 받기만 하는데 나눠 쓰고 싶어.” ‘개미마을’ 기초생활수급자 정연인(왼쪽·81) 할머니는 6일 꼬깃꼬깃한 1만 원권 한 장을 주머니에서 꺼내 통장 이선옥(57)씨에게 건넸다. 6·25 전쟁 때 피란민들의 임시 거처였던 개미마을은 서울 서대문구 홍제3동 인왕산 중턱에 형성된 무허가 판자촌으로, 서울에 남은 몇 안 되는 달동네 가운데 한 곳이다. 수은주가 영하 4도까지 내려간 6일 개미마을에서 만난 정 할머니의 손은 차디찬 수돗물로 빨래를 하느라 꽁꽁 얼어 있었다. 집 앞 빨랫줄에는 칼바람을 맞아 고드름이 맺힌 옷가지들이 널려 있었다. 2평 남짓한 정 할머니 집을 연탄이 빼곡히 채웠다. 이씨의 손을 맞잡은 정 할머니는 “더 내고 싶지만 만 원만 낼게”라며 환하게 웃었다. 할아버지는 수년 전 돌아가시고 아들은 직업을 잃고 멀리 떨어져 산다. 개미마을 24통 통장 8년차인 이씨는 7년 전부터 사회에서 받은 도움에 조금이나마 보답하고자 십시일반으로 이웃 돕기 성금을 모금해 왔다. 이씨는 “추운 날에도 경사진 골목길을 걸어서 어르신 한 분 한 분을 만났다”며 “작은 방에서 겨우 연탄불로 겨울을 나는 어르신들이지만 500~1000원이라도 꼭 쥐여 주신다”고 전했다. 정 할머니는 기초생활수급자이면서도 모금을 시작한 2008년부터 한 해도 빠지지 않고 ‘통 큰’ 기부를 해 왔다. 이씨는 “주민센터에서도 모금자 명단에 적힌 정 할머니의 이름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곰팡이가 핀 집에서 한평생을 어렵게 살아오신 분”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씨는 “마을의 겉모습은 허름하고 남루하기 짝이 없지만 시골 마을처럼 끈끈한 인심은 이곳의 큰 자랑”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주민 절반 이상이 독거노인으로 기초노령연금에 기대어 살아간다”며 “모금액은 30만원 정도로 크지 않지만 요즘 같은 세상에 10만~40여만원으로 한 달을 생활하는 개미마을 사람들에게는 적지 않은 액수”라고 강조했다. 이어 “해마다 가구당 연탄 400장, 쌀 20㎏이 돌아갈 수 있게 된 것은 이웃들이 보내준 온정의 손길 덕분”이라며 “십시일반으로라도 은혜를 조금씩 갚아나가고 싶다”고 밝혔다. 글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국민연금 400만 찍었지만… 여전히 불안한 ‘노후 지킴이’

    국민연금 400만 찍었지만… 여전히 불안한 ‘노후 지킴이’

    국민연금 수급자가 1988년 제도 도입 이후 27년 만에 처음으로 400만명을 넘어섰다고 22일 국민연금공단이 밝혔다. 고령 인구의 급격한 증가로 2003년 100만명, 2007년 200만명, 2010년 300만명을 넘어선 데 이어 4년 만에 100만명이 더 늘어난 것이다. 연금공단은 “연금 수급 연령인 61세 이상 국민 848만명 가운데 36.3%인 307만 6000명이 국민연금을 받고 있으며 수급 연령이 되기 전 연금을 신청한 조기노령연금 수급자를 포함하면 324만명에 이른다”고 말했다. 여기에 더해 14만명이 장애연금을, 62만명이 유족연금을 받고 있다. 연금공단은 앞으로 연금 수급자가 빠르게 증가해 2020년 593만명, 2025년 799만명, 2030년 1000만명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국민연금 가입률이 꾸준히 늘면서 제도가 조금씩 성숙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민연금은 공적연금으로서 불안한 노후의 안전판 역할을 하기에 아직 미흡한 수준이라는 지적이 많다. 지난 10월 기준 국민연금 수급자의 월평균 수령액은 33만 3230원으로, 1인 가구 최저생계비 60만 4300원의 절반을 조금 웃돈다. 평균 220만원에 달하는 공무원연금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다. 20년 이상 국민연금에 가입한 사람은 10월 기준 월평균 86만 8560원을 받고 있지만 이렇게 연금을 받는 사람은 25만 6000여명(6.4%)에 불과하다. 나머지 20년 미만 가입자들은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국민연금에 기대 생활하고 있는 것이다. 통계청의 고령화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빈곤율은 48.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다. ‘국민연금 바로세우기 국민행동’ 김잔디 간사는 “정부가 나서 연금액을 적어도 최저생계비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다양한 사회적 논의를 추진해야 한다”며 “재정 논리로만 국민연금을 바라보면 갈수록 심각해질 고령화 사회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국민연금 재정 불안도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다. 순천향대 금융보험학과 김용하 교수는 최근 한국연금학회 정책토론회에서 “2013년 가입자 수 대비 수급자 비율은 15% 수준에 불과하지만 2060년에는 100%를 넘게 된다”며 “적립기금이 소진되는 시점 이전에 국민연금 제도를 개선하지 못하면 연금보험료를 21.4%까지 올려야 하는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100세 시대 퇴직연금 다시 보자] 입출금·적립·거치식…중장년층 전용 상품

    기업은행이 올해 8월 출시한 ‘IBK평생설계통장’은 만 40대 이상 중장년층 고객 전용 상품이다. IBK 은퇴브랜드 이름을 딴 첫 상품이기도 하다. 입출금식과 적립식, 거치식(일반·연금형) 등으로 구성돼 있다. 입출금식은 은퇴 후 연금이나 용돈, 월세소득 등 고정 수입이 있는 고객에게 유리한 상품이다. 4대 연금이나 기초노령연금 등을 이 통장으로 받으면 50만원 이하 잔액에 대해 연 1.85%의 금리를 제공한다. 또 타행 자동화기기 출금수수료(월 5회)와 기업은행 자동화기기 타행이체 수수료, 전자금융수수료 등을 면제받는다. 목돈 마련을 위한 적립식은 월 1만원에서 50만원까지 가입이 가능하다. 목돈 운용을 위한 거치식은 원금과 이자를 만기에 찾는 일반형과 목돈 예치 후 매달 일정한 금액을 지급받는 연금형 중 선택할 수 있다. 적립식과 거치식 일반형은 회갑·칠순·팔순 등의 사유로 만기 이전에 해지할 경우 특별중도해지 이율을 적용받는다. 이 밖에 이 상품의 입출금식 통장으로 연금을 받거나 적립식·거치식 상품에 가입하면 1000만원(피해금액의 70%)까지 보장되는 전화금융사기 피해보상 보험 무료가입 혜택이 주어진다. 장년층의 여가 생활을 지원해 주는 상품도 있다. ‘IBK꽃보다청춘통장’은 금리우대와 각종 여행 관련 부가 서비스를 제공해 준다. 99세까지 건강하게 살자는 의미를 지닌 ‘IBK9988장수통장’은 전화금융사기 피해보상 보험, 회갑·칠순 등의 이유로 해지 시 특별중도해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추첨을 통해 장수기원 축하금을 제공한다. ‘IBK보험품은정기예금’은 은퇴 후 연금수령까지 공백기를 위한 가교 상품이다. 정기예금 가입 후 예금의 원금과 이자가 이자소득 비과세 상품인 저축성 보험에 매월 자동 납입돼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우수하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 빚내서 빚 막는 서울시

    서울시가 5년 전 발행한 지방채를 갚을 여력이 없어서 또다시 3000억원의 지방채를 발행하기로 했다고 9일 밝혔다. 시는 2009년 12월 사회간접자본(SOC) 건설과 일자리 창출에 쓰려고 5년 거치 일시상환 조건으로 3000억원의 공모채를 발행했으며 이달 18일 만기가 도래한다. 그런데 당시 예상과 달리, 최근 부동산 침체로 세수가 감소하고 각종 복지비 증가로 재정 여건이 어려워지면서 3000억원을 갚기 힘들어진 것이다. 시가 예상하는 금리는 2.4%, 연 이자액은 72억원이며 조건은 5년 거치 일시상환이다. 시 관계자는 “모집공채는 금융차입에 비해 중도 상환이나 차입기간 연장은 어렵지만 최근 1% 포인트 이상의 현저한 금리 차이로 이자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데다 앞으로 금리가 오를 수도 있어 고정금리로 진행할 것”이라면서 “기초노령연금 등 늘어나는 복지비가 서울 발전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재정 운영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 [100세 시대 퇴직연금 다시 보자] 이젠 퇴직연금이 ‘잇 아이템’이다

    [100세 시대 퇴직연금 다시 보자] 이젠 퇴직연금이 ‘잇 아이템’이다

    늙을수록 빈곤으로 추락하기 쉽다. 한번 떨어지면 헤어나지도 못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60세 이상 100가구 중 16가구(15.8%)가 지난해에 빈곤하지 않았는데 올해 빈곤해졌다. 60세 이상 가구 중 소득 최하위층에 머무는 비율도 86.8%나 된다. 그래서 노후생활비는 한창 벌 때 넉넉하게 준비해둬야 한다. 요즘에는 국민연금만으로는 안 된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개인연금 가입이 늘어나는 추세이지만 이 두 가지로도 충분하지는 않다. 퇴직연금까지 제대로 준비해둬야 비로소 행복한 노후의 필수조건이라는 ‘연금 3단 구조’가 완성된다. 퇴직연금이 왜 중요하고 과거 퇴직금 제도와는 어떻게 다르며 어떤 상품이 있는지 등을 짚어본다. 시장의 고수들에게 퇴직연금을 어떻게 굴려야 하는지도 들어 보았다. 법에서 정한 정년이 55세라지만 실제 퇴직연령은 53세 정도다. 오는 2016년부터 정년이 60세로 늘어나면 퇴직 연령이 3~4년 정도 늦춰질 거라고 전문가들은 본다. 그동안 반강제로 부어왔던 국민연금은 지금은 대부분 은퇴한 1952년생까지만 만 60세부터 받았다. 그 이후 출생자들은 단계적으로 수령 시기가 늦춰져 1969년생부터는 만 65세부터 받는다. 사교육비에 이런저런 대출로 노후 준비를 제대로 해두지 않았다면 10년 가까운 소득 공백기가 발생할 수 있다.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 세대들에게 ‘공포의 크레바스’(빙하의 좁고 깊은 틈)로 불리는 구간이다. 이제 개인적인 연금 마련은 필수다. 한국은행과 통계청, 금융감독원이 공동조사해 발표한 ‘2014 가계금융·복지 조사’에서 은퇴한 가구주에게 생활비가 충분하냐고 물었다. “(매우) 부족하다”고 답한 비율이 63.1%, “(충분히) 여유 있다”가 6.7%, “보통이다”는 30.2%였다. 여유 있다고 답한 사람은 지난해보다 줄고 부족하다고 답한 사람은 늘었다. 생활비를 마련하는 방법은 ‘기초노령연금 등 기타’가 36.3%로 가장 많았다. 이어 ‘가족, 친지 등의 용돈’이 34.3%, ‘공적연금’ 23.5%, ‘기존의 개인저축액’ 10.2%다. 지난해보다 공적연금이나 개인저축에 의존하는 비율은 줄고 용돈이나 기초노령연금 등에 의존하는 비중이 높아졌다. 그만큼 노후 생활이 경제적으로 불안해졌다는 의미이다. 특히 50대 초·중반에 주된 일자리에서 은퇴하면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을 때까지 다달이 들어가는 생활비 마련이 어렵다. 재취업이 되면 좋지만 대부분 비정규직으로 일자리의 질이 떨어지고 받는 돈도 줄어든다. 갑작스레 생활비를 줄일 수 없으므로 돈을 벌더라도 일정 부분은 다른 곳에서 채워야 한다. 재취업마저 안 된다면 일할 때 준비해 둔 연금에만 기댈 수 있다. 그동안 이 공백을 연금저축이 주로 채워왔다. 연금저축은 세법 개정으로 2013년 이후 가입자는 5년만 납입해도 55세부터 받을 수 있다. 이전 가입자는 납입 기간 10년을 채워야 한다. 연금저축은 연금저축신탁, 연금저축보험, 연금저축펀드 등 상품을 어느 금융업종에서 만들었느냐에 따라 상품구조가 조금씩 다르지만 400만원까지 납입액에 대해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 개인의 선택에 노후의 경제적 안정을 맡기고 있는 것이다. 이에 정부는 2005년 12월 퇴직연금을 도입했다. 국민연금·개인연금·퇴직연금 등 노후 소득의 3층 구조를 마련한 것이다. 퇴직연금은 회사가 내부에 적립해 왔던 퇴직금을 외부에 적립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근로자의 추가 부담은 없다. 퇴직연금 도입은 노사합의 사항이다. 회사가 일정액만 내고 운용 책임은 근로자가 지는 확정기여(DC)형을 할 것인지, 근로자가 퇴직할 때 받을 퇴직금을 정해놓고 회사가 운용의 책임을 지는 확정급여(DB)형을 고를 지도 합의하게 된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현재 퇴직연금에 가입한 회사는 가입 대상 회사의 16.1%에 불과하다. 300인 이상 대기업의 도입률은 76.3%인 반면 중소기업 도입률은 16.0%에 불과하다. 근로자를 기준으로 하면 51.0%로 절반 수준이다. 퇴직연금 등 사적 연금은 공적연금을 받을 때도 필요하다. 국민연금공단이 밝힌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은 2008년까지 50%였다. 이후 매년 0.5% 포인트씩 내려 2028년부터는 40%에 머문다. 소득대체율이란 평생평균소득 대비 국민연금이 차지하는 비율이다. 얼핏 보면 높지만 이 소득대체율은 국민연금을 40년 동안 부었을 경우이다. 40년간 국민연금을 낼 가능성은 매우 적다. 전문가들은 실제 소득대체율이 30% 수준인 것으로 보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권장하는 노후의 소득대체율은 60~70%다. 국민연금만 바라볼 수 없는 상황인 셈이다. 전경하 기자 lark3@seoul.co.kr
  • [이도운의 빅! 아이디어] 박근혜 정부 3년차,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이도운의 빅! 아이디어] 박근혜 정부 3년차,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2015년은 박근혜 정부의 성패를 가르는 해라고 말할 수 있다. 2016년 국회의원 선거, 2017년 대통령 선거를 감안하면 박근혜 정부가 새로운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마지막 해가 될 가능성이 크다. 청와대로서는 정권 차원에서 어떤 유산을 남길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박근혜 정부 임기 첫해는 국정원 댓글 사건 때문에, 둘째 해는 세월호 침몰사건 때문에 그냥 흘려보냈다는 말들을 많이 한다. 그런 측면이 있었다. 그래도 주목할 만한 성과나 변화도 있었다. 13억 시장을 여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타결됐고, 캐나다·호주·뉴질랜드와의 FTA 협상도 마무리돼 우리의 ‘경제 영토’를 크게 확장했다. 또 누리예산이 여야의 핵심 쟁점이 된 데서 보듯이 어느덧 복지가 국정의 한가운데 자리 잡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 2014년 12월이 2015년을 좌우한다. 연말에 현 정권이 공언한 대로 공무원연금이 개혁되고 규제개혁과 공공기업 개혁에서도 성과가 난다면, 현 정부의 중요한 업적으로 기록될 것이다. 또 박근혜 정부는 어느 정도 탄력을 받은 상태에서 임기 3년차를 맞게 될 것이다. 그러나 공무원연금 개혁 등이 여의치 않으면 현 정부의 임기 3년차는 무거운 발걸음이 될 것을 각오해야 한다. 그래서 다가오는 12월이 중요하다. 현재 진행중인 개혁을 확실하게 마무리해야 하고, 내년에 국정을 어떻게 이끌어 갈 것인가에 대한 비전도 제시해야 한다. 관계자들의 얘기를 들으면 청와대는 내년에 특별한 국정 목표 같은 것을 제시할 생각이 없는 것 같다. 기초노령연금 정착 등 해 오던 것 잘 마무리하겠다는 뜻인 듯하다. 그러나 기업은 물론이고 개인조차도 지금쯤이면 내년도 계획을 세우고 있을 것이다. 청와대도 내년에 우리나라를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 갈 것인가를 국민에게 자세하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 정치적 리더십이다. 박 대통령은 올해 1월 6일 기자회견을 통해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내년 초에 박 대통령이 어떤 테마를 내놓을지 궁금하다. 개인적으로는 박 대통령이 사회통합에 대한 메시지를 던지길 기대한다. 사회통합의 중요한 수단 가운데 하나가 정부 및 공공기관의 인사다. 특정 지역·학교·계층·직업군에 편중된 인사가 대다수 국민의 소외감을 자극하고, 그것이 사회 분열의 불씨가 돼 왔다. 마침 인사혁신처가 새로 출범했다. 혁신적인 인사를 통한 사회통합을 기대해 본다. # 이병기 국정원장을 북한에 보내야 박 대통령이 정치적 유산을 남기기 위해 남북 관계를 개선할 필요는 없다. 그런 식의 대북 접근을 국민도 바라지 않는다. 그러나 북한이 외교안보 측면에서나 경제산업 측면에서나 우리에게 큰 기회가 될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의 방북을 앞두고 이 여사를 박 대통령의 특사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대통령 특사를 보내려면 이병기 국정원장을 보내야 한다. 북한의 최룡해·황병서·김양건도 아무 조건 없이 방남해 우리 측 고위 당국자들을 만나고 돌아갔다. 미국의 제임스 클래퍼 국가정보국장도 평양을 방문해 억류된 미국인들을 데리고 돌아갔다. 이 원장이 가지 못할 이유가 없다. 인간의 커뮤니케이션은 70%가 ‘넌버벌’(Non-Verbal)이라고 한다. 이 원장이 직접 북측의 고위 당국자들과 만나 대화하면 그들의 말투와 표정, 몸짓 하나하나에서 생생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북한 정권이 핵을 포기할 가능성이 있는지, 남북 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가 있는가를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 원장은 역대 국정원장 가운데 정치 및 외교 분야의 경험이 가장 많고 여야 모두가 인정하는 합리적인 인물이다. 이 원장이 방북한다면 김정은 정권도 반대하지 않을 것이다. 이 원장의 방북이 대북 유화책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 원장의 평양 방문을 계기로 박근혜 정부 3년차의 대북 정책 방향을 좀 더 확고하게 가다듬는 기회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 서초, 내년 허리띠 졸라맨다

    서초, 내년 허리띠 졸라맨다

    서울 서초구가 내년 예산편성을 위해 허리띠를 졸라맸다. 외부 전문가와 주민들까지 참여해 불필요한 예산을 절감하는 등 ‘서초형 알뜰예산’의 새로운 이정표 만들기에 나서고 있다. 서초구는 늘어나는 복지비 등으로 어려운 구 살림살이의 숨통을 트기 위해 2015년 예산편성 단계부터 주민과 외부 전문가의 검토를 받는 등 ‘서초형 알뜰예산안’을 마련했다고 20일 밝혔다. 무상보육과 무상급식에 이어 기초노령연금까지 복지비가 늘어나면서 서울에서 가장 잘산다는 서초구도 내년 예산편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 마찬가지다.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살림살이를 책임져야 하는 입장에서 지역을 위해 투자할 예산이 크게 모자라는 게 안타깝다”며 “하지만 아끼고 줄여서 지역 발전의 기반을 만들 재원을 찾아내겠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서초구는 효율적인 예산운영을 위해 세출구조를 3단계로 강도 높게 조정했다. 우선 예산편성 1차 단계인 실무부서에서 자체 조정 시 모든 사업을 원점에서 검토했다. 3년 동안 집행한 내용과 타 지자체 현황 사례 등을 꼼꼼하게 비교·분석한 후 처음 요구액보다 371억원을 절감했다. 또 재정 분야, 정보통신 분야 등 새로운 시각을 가진 외부 전문가가 참여한 2차 검토 단계를 거쳐 583건의 사업이 전면 재검토됐다. 해마다 반복되는 사업에 대해 연간 단가 조사와 기반시설 분야의 전면적인 재검토가 이뤄졌다. 관행적으로 이어졌던 사업과 의례적인 계절 행사 등은 과감히 줄이거나 삭제하는 방식으로 41억원을 추가로 줄였다. 이후 국별 조정 사업 대상 중 47건의 사업이 재검토돼 13억원이 추가 절감됐다. 각계 전문가들의 손질로 다듬어진 예산안은 최종적으로 다시 주민 4명과 학계 인사 및 재정 전문가, 구청 직원 등으로 구성된 ‘알뜰살림추진단’에 맡겼다. ‘알뜰살림추진단’은 재정운영 투명성 강화를 위해 11월에 구성된 위원회다. 3단계에 걸친 2015년 일반회계 세출예산안은 처음 요구된 금액보다 425억원이 절감된 3813억원이며 구의회 예산안 심의를 거쳐 다음달 9일 확정된다. 예산안에는 비효율적인 사업과 전시성 행사 경비는 과감하게 삭제하거나 축소하고 주민에게 먼저 필요한 분야를 우선순위에 두겠다는 계획이 반영됐다. 조 구청장은 “한정된 예산에서 선택과 집중을 통해 소모성 경비를 줄이고 주민 실생활과 밀접한 안전과 복지 분야를 우선으로 편성했다”며 “앞으로도 세입을 늘리기 위해 구유재산 적극 임대, 탈루 세원 발굴, 체납 징수 강화 등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 [세종로의 아침] 꼴불견스러운 주거복지 논쟁/류찬희 산업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꼴불견스러운 주거복지 논쟁/류찬희 산업부 선임기자

    사회 전반에 복지 논쟁이 한창이다. 무상급식, 무상보육, 기초노령연금 등에 이어 주거복지 논쟁도 뜨거워지고 있다. 소외 계층에 더 편안한 삶의 공간을 제공하겠다는 주거복지 논쟁은 환영받을 일이다. 그런데 요즘의 주거복지 논쟁은 정치적 수사만 난무할 뿐 진정 소외 계층을 위한 목소리인지 의아하게 한다. 야당은 정부의 주택정책을 모조리 거짓말 정책, 빈껍데기 주거복지 정책으로 깎아내리는 데 혈안이고, 여당은 야당이 내놓은 대안을 비현실적인 포퓰리즘으로만 치부한 채 아예 마주 앉을 자세를 보이지 않는다. 상대방의 주장을 무조건 선악으로만 재단할 뿐 함께 고민하고 대안을 마련해 보고자 하는 노력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편향된 사고와 논리를 앞세워 상대방을 헐뜯는 데만 몰두해 있는 것 같아 참으로 안타깝다. 야당이 주장하고 있는 신혼부부 주거복지 정책만 해도 그렇다. 내용만을 놓고 보면 신혼부부에게 일정 기간 임대주택을 공급해 사회 초년생들의 주거 어려움을 해소하고 출산율도 높이자는 좋은 정책이다. 하지만 여당은 신혼부부 한 쌍에게 집 한 채를 무상으로 안겨 주는 정책이라며 무상복지 물타기를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국민들도 신혼부부에게 공짜로 집 한 채를 주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먼저 야당은 정책 발표에 조급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 같다. 야당으로서는 억울하겠지만 정책을 내놓기에 앞서 실현 가능성에 대해 전문가들의 검증과 다양한 의견을 들었어야 했다. 정부와 머리를 맞대고 기존에 추진하고 있는 주거복지 정책에 확대·흡수할 수 있는 방안은 없었는지 협의했다면 더 좋은 정책으로 발전했을 수도 있다. 실현성도 꼼꼼히 검증했어야 했다. 정책은 예산이 뒤따라야 실천에 옮길 수 있다. 예산은 집권 정부가 정책을 실현하는 수단이다. 예산은 국민의 세금이다. 재원 규모나 재원 마련 방안을 정부가 감내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정책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형평성도 따져 봐야 한다. 과연 신혼부부를 주거복지 우선순위에 내세울 수 있는지, 효과는 기대할 수 있는지 시뮬레이션을 마친 뒤 제시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여당이나 정부도 마찬가지다. 야당이 주장하는 전·월세 계약 갱신 청구권, 전·월세 상한제(이상 주택임대차보호법) 이야기만 나오면 경기를 일으킨다. 자유경제시장을 한순간에 무너뜨릴 수 있는 위험한 폭탄놀이쯤으로만 여기는 것 같다. 야당의 주장을 잘 손질하면 기대 이상의 효과를 볼 수도 있다. 여당 일각에서도 야당의 주장을 긍정적으로 검토하자는 국회의원이 있는 만큼 결코 헛된 포퓰리즘 주거복지 정책만은 아닌 것 같다. 모름지기 정책은 결정에 앞서 논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의제를 채택한 뒤 목표를 설정하고 대안을 내놓는 절차가 필요하다. 어떤 대안이 가장 실현 가능하고 효과적인지 비교·분석하는 노력도 뒤따라야 한다. 다양한 의견을 듣다 보면 편향된 내용은 고치고, 날선 부분은 다듬어지면서 여러 사람이 반기는 정책이 된다. 자신의 주장만 최고인 양 여론을 몰아가려는 여야의 주거복지 논쟁은 꼴불견이다. chani@seoul.co.kr
  • 남이 버린 것 먹는… 버림받은 복지

    남이 버린 것 먹는… 버림받은 복지

    #1. 전북의 한부모 지원 시설에서 두 돌 된 아들과 사는 임모(22·여)씨는 재혼한 어머니와 새아버지의 소득 때문에 기초생활수급 대상에서 제외됐다. 아이 아버지는 군 입대 후 소식이 끊겼다. 4명의 동생을 키우느라 여유가 없는 어머니와 새아버지는 임씨를 도울 여건이 안 된다. 어머니가 눈치를 보며 가끔 반찬이나 옷, 쌀, 김치 등을 갖다 주는 게 전부. 임씨는 “아기가 아픈데 돈이 없어 병원에 가지 못할 때 가장 괴롭다”고 토로했다. #2. 경기도에 사는 조모(72·여)씨는 지적장애 2급 손자를 키우고 있다. 이혼 뒤 손자를 떠넘기고 연락이 끊긴 아들 때문에 기초생활수급 대상에서 제외됐다. 딸도 둘 있지만, 이혼 뒤 자녀를 키우느라 형편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조씨는 위염과 식도염 진단을 받았지만 치료받을 시간도, 돈도 없다. 월 20만원의 기초노령연금으로 간신히 공과금을 내지만, 집세는 밀린 지 오래다. 교회에서 배달해 주는 반찬으로 간신히 먹고산다. #3. 수년 전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오른팔·다리를 못 쓰는 황모(59)씨는 경기도의 임대아파트에서 아내와 산다. 아들의 수입이 부양의무자 기준을 넘는다는 이유로 기초생활 수급자에 선정되지 못했다. 하지만 지방 중소기업에서 근무하는 아들은 제 앞가림도 버겁다. 대형마트 계산원으로 일하는 아내의 월급 100만원이 유일한 수입이다. 그는 “획일적 기준으로 수급 대상을 정할 것이 아니라 실상을 파악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호소했다. 13일 국가인권위원회의 ‘최저생계비 이하 비수급 빈곤층 인권상황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소득 수준이 최저생계비에 못 미치는데도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 대상이 되지 않는 ‘비수급 빈곤층’의 살림살이는 수급자보다 훨씬 팍팍했다. 특히 비수급 빈곤층은 난방과 교육, 의료 등 기본적인 복지조차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최근 1년간 돈이 없어 식사를 거른 경험이 있다’고 답한 비수급 빈곤층은 19.9%로, 수급 빈곤층(11.1%)을 웃돌았다. ‘돈이 없어 난방을 하지 못한 적이 있다’는 응답 역시 36.8%로, 수급 빈곤층(25.3%)보다 높았다. ‘돈이 없어 병원에 가지 못했던 경험이 있다’는 비수급 빈곤층은 36.85%로 수급 빈곤층(22.2%)보다 많았다. 빈곤의 대물림을 끊을 수 있는 교육 여건도 차이를 보였다. 비수급 빈곤층의 42.4%는 ‘고등교육을 시킬 수 없다’고 답했다. 같은 질문에 대한 다른 조사에서 전체 평균은 5.7%에 불과했다. 학교 폭력이나 따돌림을 당한 경험도 평균치보다 많았다. ‘자녀가 지난 2년간 놀림이나 조롱을 당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비수급 빈곤층은 21.2%, 수급 빈곤층은 23.8%였다. 전체 평균은 9.3%다. 사회안전망에서 외면받는 이들은 기댈 언덕도 턱없이 부족했다. ‘물질적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친척, 친구가 없다’고 응답한 비율은 수급 빈곤층의 90.9%, 비수급 빈곤층의 85.4%에 이른다. 국민 전체 평균은 18.5%다. 심지어 비수급 빈곤층 5명 중 1명(20.2%)은 경제적 어려움으로 자살을 생각해 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김진욱 서강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비수급 빈곤층 가운데 남이 버린 것을 먹고, 입으며 응급실에 실려 갈 정도가 아니면 병원에도 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들은 심층면접 과정에서 몹시 높은 스트레스와 분노를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인권위는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의견 수렴을 거쳐 빈곤층 보호를 위한 정책 개선을 정부에 권고할 계획이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스님 수행연금 포기 싸고 조계종 시끌시끌

    스님 수행연금 포기 싸고 조계종 시끌시끌

    최근 공무원 연금 개혁안에 대한 당사자들의 반발이 심한 가운데 불교계에서도 노령 연금을 둘러싼 논란이 일어 주목된다. 조계종이 그동안 시행을 미뤄온 수행연금(노령연금)을 결국 포기한 데 따른 것이다. 대신 승려들의 의료요양서비스 제공을 늘렸다. 이에 따라 조계종 스님들은 “기대만 부풀려 놓아 허탈하다”는 의견과 “아쉽지만 노후 복지가 나아져 다행”이란 주장을 엇갈리게 내놓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수행연금’은 현 총무원장 자승 스님이 2009년 총무원장에 당선될 때 “승려 노후 복지는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중차대한 과제”라며 핵심 공약으로 내걸었던 사안. 총무원은 2011년 승려복지법을 제정해 2014년 4월부터 무소득·무소임의 65세 이상 승려에게 수행연금과 의료비를 지원키로 했었다. 그러나 그동안 ‘지원대상과 방법이 불명확하고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를 들어 시행을 미루다가 수행연금 제도를 사실상 폐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승려복지법 개정안’을 최근 입법예고했다. ‘승려복지법 개정안’은 수행연금제를 폐지하는 대신 의료비, 장기요양비, 건강보험, 국민연금 등 네 가지 항목을 ‘종단 등록사찰 거주 승려 중 결계신고를 마친 모든 구족계 수지자’에 지원키로 했다. 종전 ‘세납 65세 이상 무소득·무소임자’로 한정했던 지원대상을 대폭 확대했다고 볼 수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입원진료비·장기요양급여비는 2015년 1월 1일, 건강보험료는 2015년 4월 1일, 국민연금보험료는 2017년 1월 1일부터 각각 지원된다. 조계종이 ‘수행연금제를 없었던 것으로 하자’며 폐기한 데는 예산 마련 등 재정 문제가 큰 요인이라는 게 중론이다. 지난해 11월 총무원은 종회에 수행연금 지급을 1년 연기하는 개정안을 제출하면서 “65세 이상 스님 1530명 중 보시를 받지 않는 317명에게 매월 20만원씩 지급하면 연간 5억 7000만원이 소요된다”며 “특별한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수행연금은 지속하기 어렵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개정안에 따라 의료요양서비스 지원이 시작되면 8190명이 혜택을 보게 될 것으로 분석된다. 조계종은 2015년 21억, 2016년 22억, 국민연금보험료 지급이 개시되는 2017년에는 55억원의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 같은 ‘승려복지법 개정안’의 입법예고 사실이 알려지면서 조계종 스님들은 찬반양론으로 나뉜 채 의견이 분분하다. 한 스님은 이와 관련해 “수행연금제는 예산 대책 없이 말만 앞세운 선심 공약으로 판명 났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 스님은 특히 “새로 시행되는 의료요양서비스 부담을 종단과 교구가 50%씩 부담한다면 교구 말사들의 부담이 늘어날 게 뻔하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와는 달리 일각에선 “승려들의 건강이 사실상 노후생활에 가장 중요한 사안인 만큼 법적으로 노후 건강을 보장하고 대상을 확대해 더 나아진 측면이 있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한편 조계종 총무원은 입법예고한 승려복지법 개정안에 대해 종단의 의견을 수렴한 뒤 다음달 11일 시작되는 중앙종회 정기회에 상정할 예정이어서 어떤 결정이 내려질지 주목된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국고보조금 기준보조율 산정 원칙이 없다”

    “국고보조금 기준보조율 산정 원칙이 없다”

    국회 정책연구기관도 정부가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상황을 무시한 채 원칙 없는 기준을 잣대로 삼아 국고보조사업을 집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30년(1986년 도입) 가까이 된 지방재정 정책이 제 기능을 못할 때에는 재설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서울신문 10월 1일자 27면>에 동의한 것이다. 21일 국회예산정책처가 최근 발간한 ‘2015년도 정부성과계획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에서 국고보조사업이 차지하는 금액은 총 44조 2925억원이다. 여기에 지자체가 부담해야 할 예산액은 21조 6774억원(32.9%)에 이른다. 정부 지원금과 지방 예산을 합쳐 진행하는 국고보조사업의 지자체 부담은 2011년 17조 5429억원에서 4년 만에 4조원 가까이 증가했다. 이 때문에 지자체에선 국고보조사업에 허리가 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지방에 떠넘기는 탓에 정작 지역민을 위해 긴요하게 할 일을 못하고 있다는 볼멘소리다. 올해만 해도 지자체는 국고보조사업을 위해 20조 6911억원을 집행했다. 기초노령연금과 기초연금 지급에 1조 7229억원, 기초생활수급자를 위한 의료급여 보조에 1조 4152억원, 영·유아보육료 지원(무상보육)에 1조 7409억원, 기초생활수급자를 위한 생계급여에 6397억원 등 국가 사무가 명백한 사업에 들어간 예산이 6조 1949억원이나 된다. 더구나 기초연금과 무상보육은 정부와 지자체 사이에 첨예한 갈등이 계속되는 사업이다. 사업비 규모의 급증보다 더 큰 문제는 국고보조사업 보조율 결정 자체가 주먹구구식이라는 점이다. 정부가 구체적인 기준에 근거한 보조율 산정원칙 자체를 공개하지 않는 점을 보고서는 비판했다. 보고서는 “정부가 합리적인 산출 근거를 제시하지 않음에 따라 지자체는 현행 기준보조율의 적정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으며, 자신들이 부담해야 할 ‘대응지방비’ 규모에 논리적인 측면에서 수긍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지자체 사이의 재정 여력에 따라 보조율에 차등을 두는 ‘차등보조율’을 적용한다. 무상보육에 대해 서울 35%, 지방 65% 등 보조율을 적용하는 게 대표적이다. 지자체 재정 여력을 측정하는 ‘재정자주도’ 자체가 분류 구간이 편중돼 있기 때문에 지자체 실정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기초연금이나 무상보육사업에서 재정자주도 ‘80 미만’을 ‘재정 형편이 어려운 지자체’로 분류했지만 재정자주도가 ‘79’인 서울 강남구를 포함해 240개 지자체가 이 기준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보고서는 “자치구는 현행 기준을 따르면 지역개발 등 다양한 자체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시·군보다 자체 사업 비중이 매우 낮은데도 국고보조사업 보조율은 더 낮게 책정되는 등 이중으로 피해를 입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보고서는 정부가 국고보조사업을 위한 지방비 부담 규모를 파악해 현실에 맞게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지방재정법 제정, 지방재정영향평가제 실시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이슈&논쟁] 공무원연금 정부 개혁 방향

    [이슈&논쟁] 공무원연금 정부 개혁 방향

    정부가 재정 위기에 놓인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내놓았다. 공무원노조를 비롯해 각계각층에서는 다양한 논의가 쏟아지고 있다. “개혁은 필요하지만 이번 정부 개혁안은 문제가 많다”는 비판론도 만만찮다. 주은선 경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정부가 목표로 하는 것은 공적연금 축소와 사적연금 확대일 뿐’이라고 비판한다. 공공성에 기반한 노후 소득보장 권리를 개혁론의 중심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김현숙 새누리당 위원은 재정 적자 문제와 너무 높은 보장률 등을 지적하며 고통 분담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의 형평성과 함께 공직에 대한 국민의 신뢰회복을 위한 방안으로서 공무원연금 개혁을 역설했다. [贊]김현숙 새누리당 의원 “저부담 고급여 수급 재정적자 불가피…10년간 53조 국민혈세로 메워야 하나” 최근 들어 공무원연금개혁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날로 커지고 있다. 공무원 노조 측은 강한 반발을 표시하고 있지만, 이런 노조의 태도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그리 달가워 보이지는 않는다. 사실 공무원연금개혁은 비단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었다. 앞서 1995년 개혁을 시작으로 몇 차례 대대적인 개혁이 시도됐지만 매번 공무원노조의 반대와 정부의 셀프개혁 방식으로 인해 결국은 수박 겉핥기에 그쳐온 것이다. 그 결과 공무원연금 재정의 적자규모는 지금까지도 확대일로에 있으며, 이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돼 버렸다. 그 와중에 지금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 경제가 저성장 기류에 빠지면서, 국민 모두가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 그 과정에서 국민연금보다 상대적으로 매우 유리한 공무원연금의 적자를 메우기 위해 보전해 줘야 하는 금액이 내년부터 3조원이 넘고, 향후 10년 동안 약 53조원의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고 하니 국민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를 내버려뒀을 때 전반적인 충당부채 추정치는 거의 500조원 가까이 된다. 더구나 연금 총액과 보험료 총액을 나눈 수익비를 비교해 보면, 공무원연금의 수익비는 약 2.4이지만 국민연금의 수익비는 약 1.6에 불과하다. 이를 방증하듯 최근 한 주요 언론사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국민의 70% 이상이 공무원연금 개혁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 이와 같은 국민 여론이 아니더라도, 현재의 공무원연금제도는 심각한 저부담·고급여 수급 구조로 인해 장기적으로는 재정 문제를 발생시킬 수밖에 없다. 공무원은 재직 시절 공무원연금공단에 평균 1억 4000만원을 납입하고 퇴직하면 5억원이 넘는 연금을 받는다는 분석도 나왔다. 여기에 우리 사회의 급속한 고령화 추세가 문제를 더욱 악화를 더욱 가속화시킨 것이다. 공무원연금개혁에 대해 공무원노조는 외환위기 당시 정부가 공무원연금 기금을 목적에 맞지 않게 일정 부분 사용했다는 점, 공무원의 낮은 임금 수준 등을 근거로 반론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공무원연금기금을 목적에 맞지 않게 사용했던 것은 일정부분 사실이지만 지금까지 보전한 약 9.8조원의 공무원연금 적자규모, 그리고 향후 발생할 적자규모를 고려한다면 이는 개혁을 멈출 수 있는 근거가 되지 못한다. 또 공무원의 낮은 임금수준도 지난 90년 이후 꾸준히 현실화되고 있다는 점, 60세라는 안정적인 정년보장을 고려한다면, 이를 근거로 공무원노조가 국민들을 설득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사실 공무원연금은 매년 2조원 이상의 적자를 내 왔고 그 적자가 해가 갈수록 눈덩이처럼 불어나 이를 국민들의 혈세로 메워온 처지다. 또 이를 앞으로도 계속 메워 가야 해 국가재정에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민 혈세가 매년 3조~4조원, 심할 때는 몇십조원씩 드는 해도 있다. 앞서 어느 정부도 공무원들의 반발과 선거에서의 악영향을 이유로 공무원연금 개혁을 결행하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이 이를 감수하면서까지 공무원연금 개혁에 착수한 것은 어찌 보면 악역을 떠맡은 측면도 있다. 현재 안전행정부에서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과거 정부가 직접 실시한 공무원연금 개혁이 셀프개혁이라는 비판을 받으며 결국 실패로 돌아간 점을 고려할 때 혁신적이고 강도 높은 개혁안이 아니라면 국민들이 납득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제출된 안에 대해서 새누리당은 당정협의를 통해 공무원 노조는 물론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거칠 것이다. 이미 1988년 도입된 국민연금은 20년 만에 소득대체율을 70%에서 40%로 인하하는 불이익을 감수했다. 이제 공무원 사회도 한발 양보하고 자녀 세대들에게 부담이 되지 않게 고통을 분담하는 자세로 공무원연금 개혁이라는 폭탄 돌리기를 멈추는 데 동참해야 할 것이다. [反]주은선 경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공적연금 축소, 사적연금 확대는 안돼…기금없이 퇴직연금 늘리면 재정 악화” 공무원연금 개혁의 필요성에는 반대하지 않는다. 다만 박근혜 정부의 공무원연금 개혁 추진에 대해선 문제가 많다. 정부가 개혁안을 폐쇄적으로 논의하고 있는 마당에 내용에 대한 비판이 가능할까. 그러나 공무원연금 태스크포스(TF) 논의 내용과 한국연금학회 발표안의 접근 방식을 논하는 것은 가능하다. 우선 공무원연금 개혁을 통해 현재 공무원연금이 직면한 문제를 합리적으로 풀어나가는 것은 정부의 목표가 아닌 것 같다. 정부는 공적연금 축소와 사적연금 확대라는 방향 속에서 공무원연금 급여 삭감을 추구하고 있다. 그 논리는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의 형평성이며, 제시하는 방안은 공무원연금 급여를 국민연금 수준으로 낮추는 것이다. 물론 형평성은 중요하다. 문제는 하필이면 ‘저급여’ 상황인 국민연금이 형평성을 맞추는 기준이라는 것이다. 국민연금의 노령연금급여액 평균은 30만원대에 불과해 제대로 된 소득보장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7년 국민연금 급여를 대폭 삭감한 결과, 30년 가입 때 소득대체율은 30%에 불과하며, 실질소득대체율은 25% 이하다. 정부는 이를 사연금으로 메우도록 권장한다. 그럼에도 국민연금의 넓은 사각지대와 저급여 문제는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으로 보완되지 않는다. 그 결과가 바로 49%를 넘는 노인 빈곤율이다. 이런 국민연금을 따라 배워야 할 대상으로 삼아야 할 것인가. 2010년 공무원연금 개혁 이후 공무원연금은 30년 기여 때 평생 평균소득의 약 57% 수준으로 하향 조정됐다. 많은 복지국가에서 이미 보장하는 수준이다. 지금 한국의 노인복지 현실을 볼 때 기초연금과 국민연금 조합이 공무원연금을 벤치마킹 대상으로 해 형평성을 추구하는 것이 더 적합하지 않은가. 공적연금 개혁이 연금 급여의 적절성을 희생하면서까지 이뤄져서는 안 된다는 것은 연금개혁의 중요 원칙이다. 정부안은 공무원들에 대한 공적연금 축소를 퇴직수당 확충을 통해 보완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별다른 적립기금 없는 퇴직연금 확대는 재정상태를 악화시킨다. 퇴직수당을 퇴직연금으로 돌린다면, 정부의 퇴직연금 기여분 8.3%를 굳이 사적연금에 투입해야 하는 이유도 모호하다. 공적연금이 가지는 인플레 대비 급여 안정성, 책임성, 재분배 가능성과 퇴직연금의 불안정성을 대비해볼 때 이는 의아하다. 같은 비용을 들여 공무원에게 불안정한 연금을 제공하는 것이 과연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길일까. 공무원연금 개혁은 갈 길이 멀다. 우선 어느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것은 재정적 지속가능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때의 원칙은 사용자로서 정부, 가입자, 은퇴자의 재정 책임을 명확히 하는 것이다. 우선 7%인 피용자 보험료와 11.2%인 사용자 보험료를 올려야 한다. 민간 부문 사용자의 퇴직금 부담분 8.3% 책임을 정부가 오랫동안 회피했지만 이만큼의 기여 책임은 필수적이다. 또 기여율 상한 제거와, 노사 기본 기여율 7% 인상도 검토할 수 있다. 더불어 은퇴자들의 재정책임 분담도 불가피하다. 최고급여액 규제는 강화될 필요가 있으며 물가조정 방식도 변경 가능하다. 또 공적연금임에도 재분배 장치를 결여하고 있는 것은 공무원연금의 큰 문제점이다. 2010년 연금개혁 이후 하위직급 공무원들의 급여 수준은 국민연금에 비해 큰 이점이 없다. 추가 급여 하락은 부당하다. 재분배 장치의 도입을 통한 내부 형평성 확보가 필요하다. 공무원연금의 지속 가능성과 합리성 확보, 평등의 제고는 공적연금 중심의 노후보장 원칙에서 가능하다. 적절한 수준의 노후보장은 특혜가 아니다. 사회적 권리이다. 아울러 국민연금이든, 공무원연금이든 어떤 공적연금에서든 당연히 추구해야 할 목표다. 기초연금 개혁에서 정부는 소득, 세대에 따른 국민 분할을 추구했다. 공무원연금 개혁을 통해서는 공공과 민간 사이의 대립을 조장한다. 이는 국민연금 인상을 통한 적정 노후보장 가능성의 포기이자 복지국가 전망의 포기를 낳는다. 서로의 권리를 지켜주는 협력이 필요하다. ‘바닥을 향한 질주’를 멈출 때다.
  • “공무원연금 개혁방안, 적자 구조 개선 대책 마련하라” 새누리, 안행부에 촉구

    “공무원연금 개혁방안, 적자 구조 개선 대책 마련하라” 새누리, 안행부에 촉구

    ‘공무원연금 개혁방안’ 공무원연금 개혁방안을 안전행정부가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새누리당 의원들이 공무원연금 적자 구조를 개선할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박인숙 새누리당 의원은 7일 오전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안행부 국정감사에서 “올해에는 2조원, 2020년에는 6조원으로 공무원연금 적자를 정부가 보전해야 하는 현 구조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이런 식으로 가면 공무원 노후를 국민이 책임지고 미래 세대에 ‘빚폭탄’을 안기게 된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공무원연금을 지속 가능하게 하려면 하후상박 구조로 가야 한다”면서 “군인, 경찰, 소방공무원 등 특정직에 대한 특별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도 공무원연금 개혁이 늦었다”며 “정부가 설득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기윤 새누리당 의원은 “사기업의 임금피크제처럼 소득대체율을 연령에 따라 낮추는 것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며 “65세 소득대체율을 100%라고 한다면 70에는 95%, 80에는 80%로 소득대체율을 낮춰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제안은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 격차를 조정해 형평성을 맞추자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생애평균소득 대비 연금의 비율인 소득대체율은 공무원연금의 경우 33년 재직 시 62.7%인 반면 국민연금 40년 가입자의 소득대체율은 40%에 불과하다. 안행부 측은 “국민과 공직사회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대안을 마련하겠다”는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정종섭 장관은 “공무원 입장에서 감내해야 하는 부분도 있다. 미래 세대의 인구가 줄고, 연금을 받게 되는 노령연금자가 늘어나는 문제가 심각하다. 연금개혁을 미룰 수 없는 상황”이라며 “가장 중요한 것은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수렴해 공론장을 거쳐 합당한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안행부는 전문가와 노조 등의 의견을 수렴한 뒤 이달 중순쯤 공무원연금 개편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빨간불 켜진 균형재정… ‘최경환 노믹스’의 덫

    빨간불 켜진 균형재정… ‘최경환 노믹스’의 덫

    정부가 내년 예산을 올해 대비 5% 정도 늘리기로 하면서 재정 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당장 내년에 재정건전성의 척도인 관리재정수지가 실질 국내총생산(GDP) 대비 2.1% 적자를 기록하고, 임기 내 균형재정 달성이라는 박근혜 정부의 목표도 물 건너가게 됐다. 10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당정은 2015년 예산안을 올해보다 5% 정도 증액하기로 합의하고 세부안을 마련하고 있다. 내년 예산안은 오는 18일 국무회의에서 통과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내년 예산은 올해 357조 7000억원에서 373조원 정도로 17조~18조원 남짓 늘어날 전망이다. 이는 지난해 발표한 2013~2017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제시했던 3.5% 증가율보다 5조원 정도 늘어난 수치다. 최근 경기 회복 조짐이 미약한 데다 소비 등 내수 부진은 여전한 만큼, 41조원의 자금 투입과 더불어 확장적 재정정책으로 경기를 살리겠다는 ‘최경환 노믹스’가 가시화되는 셈이다. 세부적으로는 내년 복지 예산은 10% 이상 늘리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올해 106조 4000억원에서 내년에는 120조원에 육박하게 된다. 기초노령연금과 4대 연금 등 의무지출이 늘어나는데다 반값 등록금, 저소득층 대상 에너지 바우처 도입 등에 따른 결과다. 일자리 관련 예산은 13조 2000억원에서 14조 3000억원으로 7.6% 늘린다.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 지원금과 소상공인진흥기금을 신설할 예정이다. 문제는 경기 침체에 따라 국세 수입 등 벌이는 변변찮은데 예산 등 씀씀이를 늘리면서 나라 곳간 사정이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국세는 당초 계획보다 8조 5000억원 정도 덜 걷히면서 3년 연속 ‘세수 펑크’가 확실시되고 있다. 이는 통상적인 불용액(쓰지 않은 예산)으로 충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터라 상당 부분 향후 국가부채 등으로 처리해야 한다. 여기에 내년 예산을 5조원 정도 늘리면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은 당초 계획한 17조원에서 30조 5000억원 정도로 늘어날 전망이다. 내년 실질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비율 역시 재정계획상 -1.1%에서 -2.1%로 1% 포인트 가까이 악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예산이 연평균 3.5% 증가하고, 실질 GDP 성장률이 4% 정도를 기록한다고 가정한다면 2017년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은 20조원 내외,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비율은 -1.3%가 된다. 이마저도 국세 수입이 연평균 6.5% 늘어난다는 ‘낙관론’을 전제로 한 수치다. 결국 박근혜 정부의 목표인 임기 마지막 해인 2017년까지 균형재정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이 무산되는 것은 물론, 나라 살림살이를 걱정해야 할 처지인 셈이다. 균형재정은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비율 ±0.5% 정도를 뜻한다. 이에 따라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재정을 확대하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나라 살림의 큰 틀을 제시하는 능력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기재부가 성장률이나 재정운용계획 등에 ‘희망 사항’을 과도하게 반영, 계획과 현실 사이의 괴리가 커지면서 시장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고 꼬집었다. 박기백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최근 저소득층에게 부담이 커질 수 있는 담뱃세 인상이 거론되고 있는 만큼, 이에 대응해 소비세와 법인세 등 ‘부자 증세’로 계층 간 세 부담 균형을 맞추는 방식으로 재정을 확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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