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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토록 소중한 47개의 평범한 일상들

    이토록 소중한 47개의 평범한 일상들

    광장·옥상·사무실·코인노래방 등47개 일상 짧은 이야기로 이어져마스크 없던 그 시절 그리움 몽글서울시극단이 19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선보이는 연극 ‘천만 개의 도시’는 우리의 이야기 그 자체다. 일관된 서사로 극이 전개되는 방식이 아닌 47개 장면이 쇼트폼 형태로 쉼 없이 이어진다. 누군가에게는 지극히 평범한 일상이 나에게는 특별하고, 하나 마나 한 생각일지라도 머리를 스치는 그 순간만큼은 진지한 누구나의 삶이 무대에서 그려진다. 광장부터 시작해 옥상 테라스, 야외 운동시설, 사무실, 코인노래방, 시내버스, 공연장 로비, 거실, 빨래방, 횡단보도까지. 47곳의 장소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이야기를 165분 동안 촘촘하게 직조했다. 골목길에서 길을 잃어버린 친구들, 연봉을 걱정하는 직장인, 공연을 기다리다 예비 시어머니에게 걸려온 전화로 고민하는 커플, 화단에서 햇볕이 더 잘 드는 자리로 신경전을 벌이는 고양이들. 누구든 경험하고 또는 스쳐 갔을 시간들을 생생하게 풀어낸다. 서울시극단은 시민들의 일상의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 다양한 나이대와 직종을 가진 시민들을 직접 만나 인터뷰하는 리서치 프로젝트도 진행했다. 지난 1년간 사전 작업을 가진 뒤 지난 2월부터 넉 달에 걸쳐 인터뷰를 한 내용을 무대에서 실감 나게 살렸다. 지난해 ‘스푸트니크’, ‘도덕의 계보학’ 등 섬세한 연출과 남다른 관점으로 호평을 받고, 지난해 김상열연극상을 수상한 박해성 연출가가 연출을 맡았으며, ‘동시대인’ 등을 집필한 전성현 작가가 극본을 썼다. 사운드 아티스트 카입(Kayip)이 음악감독으로 참여해 음악으로 일상의 공간을 훨씬 다채롭게 꾸몄다.배우 13명이 100여개 캐릭터를 연기한다. 대사를 하지 않아도 늘 무대 위를 걷거나 움직이고 있는 모습마저 관객 모두가 어디서든 만날 수 있는 장면이 된다. 무대 위에서만큼은 국적과 장애, 성별, 나이, 심지어 사람과 동물의 경계마저 옅다. 외국인은 물론 장애인 배우도 출연해 극 중 중국 유학생이나 청각장애인, 지체장애인들의 생활도 자연스럽게 녹였고, 강아지, 고양이, 새, 연못 속 잉어까지 동물들의 마음을 연기하며 더욱 친근감을 준다. 더 많은 관객들이 작품 속 일상을 나눌 수 있도록 무장애(배리어 프리) 장치를 두었다. 모든 공연에서 대사를 자막으로 제공한다. 일부 회차에선 수어 통역사 두 명이 마치 그림자처럼 배우들의 동선을 따라 움직이면서 수어 통역을 한다. 많은 이야기를 나의 것으로 공감하다 보면 어느덧 작고 평범한 그 시간들에도 얼마나 큰 의미가 있는지 와닿기도 한다. 더욱이 마스크 없이 수많은 사람들을 스쳐 가고 얼굴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던 그 시간이 그리운 때 아닌가. 무대에서 쉴 새 없이 지나가는 지극히 평범한 47개의 일상은 그래서 더 특별하게 읽힌다.
  • 뜨거운 지구서 살아남아라… 앵무새 부리 10%나 커졌다

    뜨거운 지구서 살아남아라… 앵무새 부리 10%나 커졌다

    산업화 이후 전 세계 기온 1.09도 상승이상고온 발생 지역 포유류·조류 연구몸속 열 발산 쉬운 부리·꼬리 더 커져 美 시애틀에 섭씨 42도 폭염 덮치자새끼 새들 둥지서 뛰어내려 떼죽음이상기후에 갈수록 세지는 허리케인제방 쌓아도 불안… ‘기후 이주’ 고민‘낯선 정적이 감돌았다. 새들은 도대체 어디로 가 버린 것일까. 죽은 듯 고요한 봄이 온 것이다.’ 1962년 출간된 ‘침묵의 봄’에서 레이철 카슨은 DDT 살충제에 타격을 입어 사라져 버렸거나 노래하지 못하는 새들에 관해 이야기했다. 전 세계에 환경보호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킨 이 책이 나온 지 60년 가까이 지난 2021년의 환경문제는 귀뿐 아니라 눈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6일 막을 내린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54차 총회’에서 지구 온도가 산업화 이전에 비해 1.09도 높아졌고 해수면은 1901년보다 0.2m 상승했다고 규정한 지금, 새들은 부리와 다리의 생김새를 바꾸며 새로운 기후에 응전하고 있다. 포유류의 말단 부위, 그러니까 귀, 다리, 꼬리, 날개의 생김새도 달라졌다. ●지구가 더 더워지면 ‘덤보’ 나타날 것 호주 디킨대학의 조류학자 세라 라이딩 박사가 이끈 연구팀은 지구온난화가 심화되면서 여름 이상고온 현상이 발생한 지역을 중심으로 여러 종의 새 부리가 커졌다고 과학저널인 ‘생태와 진화 동향’에 지난 7일 발표했다. 예컨대 호주 동부에 서식하는 큰장수앵무새의 부리 크기는 1871년 이후 4~10% 커졌다. 포유류인 나무쥐와 잿빛뒤쥐는 꼬리와 다리가 길어졌고 박쥐의 날개 크기도 커졌다. 라이딩 박사는 “동물들의 신체 말단 크기의 변화 폭이 작아 보일 수 있지만, 지구가 더 더워진다면 머지않은 미래에 (귀가 날개처럼 큰 아기 코끼리 캐릭터인) 덤보들이 나타날 것”이라고 밝혔다고 가디언이 전했다. 그는 “동물들의 변화는 생존을 위한 진화의 일종”이라면서 “적응과 생존에 성공하는 동물이 얼마나 많을지는 확신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왜 하필 부리, 꼬리, 다리의 생김새가 바뀔까. 이에 관한 답은 1877년 자신의 이름을 딴 ‘앨런의 법칙’을 세운 미국의 생물학자 조엘 애샙 앨런이 진작에 규명했다. 이 법칙에 따르면 온난한 기후에 서식하는 동물일수록 체온 배출 기관이 크다. 몸의 말단에 있으면서 털로 덮이지 않아 몸속 열을 발산하기 좋은 부리와 꼬리의 크기가 클수록 더운 기후에서 살기 쉬워지는 것이다. 열대우림 앵무새의 큰 부리, 사막여우의 큰 귀, 심지어 한반도에 혼재된 북방형과 남방형의 외모 구별만 연상해도 납득이 되는 법칙이다. 처한 환경에 따라 말단 부위의 형태가 다르다는 점 역시 찰스 다윈이 1859년 저작인 ‘종의 기원’의 핵심 아이디어로 제시한 바다. 갈라파고스 군도에 서식하는 핀치새가 섬마다의 환경에 따라 다른 부리와 다리를 갖게 되는 것이다. 다만 갈라파고스 핀치새들이 강우량과 먹이 종류에 따라 적합한 부리를 찾는 진화 과정을 거쳤다면 지금의 새들은 지구가 더워지는 총체적 변화와 맞서고 있다는 점을 차이점으로 꼽을 수 있겠다.●약자에게 더 가혹한 기후변화 부리로 체온조절을 하는 모습을 한 단어로 묘사하면 ‘헐떡거린다’란 표현이 어울린다. 더운 날 강아지가 혀를 쭉 빼고 헐떡거리는 것처럼 새들은 깃털로 덮이지 않은 부리에 모인 신체의 열을 헐떡거리며 배출한다. 이 과정은 새의 몸 전체를 움직이는 근육운동을 동반시킨다. 체력 소진이 큰 움직임이다. 그리고 이 대목에서 동물들은 인간들과 똑같이 모순적인 현실에 직면하게 된다.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가 상대적으로 약자들에게 더 가혹해지는, 피해의 양극화 징후가 나타나는 것이다. 1905년 설립된 미국의 비영리 환경단체인 오듀본은 올해 초여름 동안 폭염으로 뜨거웠던 북미 지역에서 벌어진 일을 기후변화로 인한 동물 세계의 양극화 현상으로 소개했다. 섭씨 42도의 폭염이 덮쳤던 지난 6월 28일 워싱턴주 시애틀의 태평양 연안에선 아직 날지 못하는 새끼 제비갈매기 수십 마리가 가옥 지붕의 둥지에서 스스로 뛰어내리는 일이 벌어졌다. 오듀본의 케르스티 뮬 연구원은 “둥지 속 폭염을 참지 못한 새끼새 들이 뛰어내렸지만, 그들이 떨어진 콘크리트는 섭씨 63도까지 온도가 치솟은 곳이었다”면서 “다리뼈가 부러진 새들이 콘크리트에 떨어져 있는 장면은 끔찍했다”고 회상했다. 만일 둥지가 숲속에 있었다면 새끼새들이 직사광선을 피할 그늘을 찾을 수도 있었겠지만, 도시화가 심화될수록 인공 구조물이나 벌판에 홀로 선 나무 위에 짓는 둥지가 늘고 있다고 뮬 연구원은 설명했다. 당시 떨어진 새끼새 중 52마리가 구조돼 야생동물센터에서 치료를 받았지만 이들 중 약 절반은 생존하지 못했다. 이날 벌어진 새끼새들의 추락만큼 끔찍한 상황은 아니더라도 새들은 점점 더 자주 더위 스트레스에 노출될 것이라는 게 생태학자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새들은 땀을 흘리지 않기 때문에 이례적으로 더워진 서식지를 견디려면 숨을 헐떡일 수밖에 없는데 이로 인해 다시 체열이 높아지는 악순환이 벌어진다. 남아프리카 케이프타운에 위치한 피츠패트릭 아프리카 조류학연구소의 조류 생리학자인 앤드루 매케치니는 “특히 물새들의 경우 방수 깃털이 몸에 쌓인 체열을 가둬 두기 때문에 극한의 조건에서 헐떡일 때 열병에 걸리기 쉽다”고 했다. ●적응 못 하면 죽거나 떠나거나 대기 기온이 올라 고통받는 새들처럼 바닷속에도 수온이 올라서 고통받는 생물이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총천연색 산호초 지대로 유명한 그레이트배리어리프는 산호가 하얗게 죽어 가는 백화현상으로 고통받고 있다. 백화현상이 일단 일어나면 영화 ‘니모를 찾아서’에서처럼 산호초를 은신처로 삼은 다양한 색깔의 물고기 대신 죽은 산호를 덮은 조류를 먹는 비늘돔류 물고기들만 남게 된다. 2016년과 2017년 따뜻한 물의 급습으로 백화현상을 겪은 이곳의 산호들은 아직 부서지지 않고 형태를 유지한 채이지만, 태풍이라도 불면 무너질 정도로 생명력을 잃었다. 동물들보다 더 치열하게 인간들도 사투를 벌이고 있다. 기후 때문에 삶의 터전을 옮길 날이 올 것이라던 경고가 현실이 되고 있는데, 이런 일이 벌어지는 곳은 남태평양의 외딴섬이 아니라 미국 남부이다. 당장 지난달 29일 미국 남부 루이지애나주를 강타하고 북쪽으로 진격해 뉴욕 일대까지 물바다로 만든 4급 허리케인 아이다를 경험한 이들은 제방을 쌓을지, 이주를 할지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됐다. 뉴욕타임스는 이번에 아이다 진행 경로에 위치했음에도 제방과 둑, 양수 시스템을 적절하게 구축해 허리케인 피해에서 비켜 간 뉴올리언스의 사례를 전했다. 그러면서도 이미 ‘기후 이주’가 시작돼 인구가 줄기 시작한 지역에 제방을 쌓는 전통적 방식이 과연 효율적 방법인지에 대해선 의문을 제기했는데, 이유는 이렇다. 미국 동남부엔 특유의 늪 지대인 ‘바이우 지형’이 형성돼 허리케인 피해를 완충시키는 역할을 해 왔다. 그런데 허리케인의 위력이 점점 더 강력해지면서 바이우 지형의 완충 역량에 한계가 가해지고 있다. 뉴올리언스처럼 허리케인을 막기 위해 둑과 제방을 쌓으면 인공적인 구조물을 만들어 자연적으로 형성된 바이우 지형을 대체하는 것인데, 이렇게 한들 점점 더 강해지는 허리케인을 막을 수 있을지 의구심이 커지는 것이다. 기상학자들이 바람 세기에 따라 현 5단계인 허리케인의 등급에 5단계보다 더 강한 6단계 등급을 신설해야 하는지 토론 중일 정도로 허리케인의 위력은 점점 더 강해지는 추세여서다. 루이지애나 관리들은 2017년부터 해수면 상승에 대비, 해안가의 수천명을 이주시키는 계획을 수립하기 시작했다. 이미 기후위기는 삶 속의 문제가 됐고, 지난 세기 내내 인간의 해법이었던 둑과 제방은 효력을 잃어 가고 있음을 방증하는 단면이다. ■2010년대 주요 2개국(G2)으로 도약한 중국의 여정을 담았던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스코프’ 연재의 후속으로 ‘홍희경 기자의 기후변화 스코프’ 연재를 시작합니다. 이상기후 징후부터 각국의 역학 관계까지 기후변화와 관련된 움직임을 다양한 관점으로 전하겠습니다.
  • [책꽂이]

    [책꽂이]

    황현산 전위와 고전(황현산 지음, 김인환 외 10인 엮음, 수류산방 펴냄) 불문학자 황현산 고려대 명예교수의 3주기를 맞아 그가 생전에 시민을 대상으로 남긴 프랑스 상징주의와 초현실주의 시 강의를 지인과 제자들이 엮었다. 베를렌의 ‘가을의 노래’, 아폴리네르의 ‘미라보 다리’ 등이 어떻게 우리 문학계에 영향을 미쳤는지 설명한다. 648쪽. 2만 9000원.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 읽기(박철 지음, 세창미디어 펴냄) 국내 최초로 스페인 고전 ‘돈키호테’를 완역한 박철 전 한국외대 총장이 작가인 미겔 데 세르반테스의 문학 세계와 소설의 의미를 독자들이 알기 쉽게 펼쳐 냈다. 세르반테스는 ‘돈키호테’를 통해 귀족들의 세습 제도를 비판하고, 남녀평등을 외치며 인간의 자유와 명예를 수호하는 유토피아를 그렸다. 220쪽. 9000원.사다 보면 끝이 있겠지요(최규화 지음, 산지니 펴냄) 포항 사투리로 자신의 생애를 풀어 가는 1929년생 김두리 할머니의 이야기를 기자 출신 손자가 기록했다. 일제강점기 수탈에서 6·25전쟁으로 군대에 끌려간 남편,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죽은 딸 등 참혹한 현대사를 견뎌 낸 가족의 삶이 오롯이 담겼다. 240쪽. 1만 6000원.이전 세계의 연대기(존 맥피 지음, 김정은 옮김, 글항아리 펴냄) ‘미국 논픽션의 대가’로 꼽히는 존 맥피 작가가 지리학자들과 미국을 횡단하며 쓴 지구 지질학에 대한 보고서를 엮었다. 1999년 퓰리처상 수상작인 이 책은 뉴욕 센트럴파크의 운모, 샌앤드레이어스 단층 등 다양한 지질의 변화 과정을 산문을 감상하듯 보여 준다. 960쪽. 4만 9000원.슬로다운(대니 돌링 지음, 김필규 옮김, 지식의날개 펴냄) 영국 지리학자인 저자가 지난 160여년간 인류의 급속한 발전상을 분석하고, 앞으로의 발전 속도는 예전보다 못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스마트폰이 혁신적이라도 전화, 컴퓨터가 처음 출현했을 때와 비교하면 소소할 뿐이다. 대신 인류는 더욱 평화로운 세상에 살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568쪽. 2만 9000원.57번 버스(대슈카 슬레이터 지음, 김충선 옮김, 돌베개 펴냄) 미국 저널리스트의 시각으로 2013년 11월 캘리포니아 오클랜드에서 벌어진 ‘혐오 범죄’를 집중 조명했다. 57번 버스 안에서 흑인 소년 리처드가 백인 성소수자 소년 사샤의 다리에 라이터로 불을 붙여 리처드는 성인범으로 기소되나, 저자는 사법 당국의 형평성에 문제를 제기한다. 364쪽. 1만 5000원.
  • 카불 여성 시위 취재하다 탈레반에게 채찍질당한 기자들

    카불 여성 시위 취재하다 탈레반에게 채찍질당한 기자들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뒤 20년 전과는 다르게 여성들을 존중하겠다고 밝힌 탈레반 조직원들이 여성 시위 소식을 전하던 기자들에게 채찍을 휘둘러 이렇게 참혹한 상처를 냈다. 현지 일간 에틸라트로스의 사진기자 네마툴라 나크디와 기자 타키 다랴비가 지난 8일 카불에서 일어난 소규모 여성 시위를 취재하다 경찰서로 연행돼 경찰봉과 전깃줄, 채찍으로 구타했다고 영국 BBC가 다음날 보도했다. 몇 시간 뒤 이들은 아무런 설명 없이 풀려났다고 했다. 언론인보호위원회(CPJ)는 탈레반에게 기자들이 자유롭게 취재할 수 있도록 허용하라고 촉구했다. 방송은 매체 이름과 기자들 이름을 적시했다. 신변에 어떤 위해가 가해지지 않을까 걱정할 수 있는데 방송이 이렇게 이름까지 밝혔을 때는 어떤 신변 보호가 취해진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 통신도 10여장의 사진을 공개했다. 한 기자는 “우리는 기자들이라고 외쳤지만 그들은 상관하지 않았다”며 “그들은 우리를 죽이려 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심지어 학교에 가다가 시위를 지켜보는 청소년까지 온몸이 멍투성이가 되도록 두들겨 팼다는 증언도 나왔다. 미국 기자도 채찍을 휘두르려고 준비하는 탈레반 조직원들에게 둘러싸여 위협을 받았으나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구타는 피했다. CPJ에 따르면 BBC 등 여러 매체의 취재가 금지됐고, 이틀 동안 체포된 언론인이 14명에 이른다. 이런 강경 진압은 여성 인권에 대한 아프간 정부의 인식과 향후 태도를 보여주는 단면으로 인식되고 있다. 여성권 주장 자체를 극도로 예민하게 여기고 차단하고 있는 점이 재확인됐기 때문이다. 시위에 참여한 여성들의 주장은 남자 뿐인 정부에 반발해 아프간 정치, 경제, 사회에 참여하도록 해달라는 게 골자였다. 플래카드에는 “여성에게 자리가 없는 정부는 없다”, “나는 계속 자유를 노래하겠다”라는 글이 새겨져 있었다. 한 여성 시위자는 “탈레반이 채찍으로 때리면서 집에 가서 이슬람 토후국(아프간 새 정권)을 받아들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탈레반 과도정부는 내무부, 법무부 등 정부로부터 허가받지 않은 모든 시위는 금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탈레반 과도정부 내무부는 9일 성명을 통해 승인 없이 시위한 이들에 대한 결과는 그 시위대의 책임이라며 이같이 경고했다. 새 정부가 여성들의 스포츠 경기 출전을 금지할 것이라는 소식도 전해졌다. 아흐마둘라 와시크 탈레반 문화위원회 부위원장은 호주 SBS 방송 인터뷰에서 “여자는 크리켓 경기를 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크리켓 경기 출전이 허용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경기 중에 여성들의 얼굴과 몸이 노출되는 상황이 있을 수 있으며 이는 이슬람 율법에 반한다는 게 금지 사유였다. 와시크는 “사진과 동영상이 도는 미디어 시대에 사람들이 그런 모습을 지켜볼 것”이라며 “이슬람과 토후국(아프간)은 여자들이 노출되는 크리켓이나 그런 종류의 스포츠를 허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미국인 수십명과 다른 외국인들을 태운 항공기가 아프가니스탄 카불 공항에서 이륙했다고 AP 통신이 9일 보도했다. 지난달 30일 미국의 아프간 철수 후 처음으로 이뤄진 대규모 출국이라고 통신은 덧붙였다. AFP 통신도 미군 철군 후 카불에서 처음으로 민간인 대피 비행편이 이륙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스푸트니크 통신도 이날 첫 번째 상업용 비행편이 카불에서 카타르 도하로 떠났다는 보도들이 나온다고 전했다.
  •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1977년 게이 찬가 부른 칼 빈과 2011년 레이디 가가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1977년 게이 찬가 부른 칼 빈과 2011년 레이디 가가

    1977년에 ‘아이 워즈 번 디스 웨이’란 제목의 디스코 노래를 모타운 레코드에서 발표한 칼 빈이 77세를 일기로 지난 7일(현지시간) 세상을 떠났다고 영국 BBC가 다음날 전했다. 사망한 장소나 사인은 밝히지 않고 오랜 질환 끝에 숨졌다고만 했다. 레이디 가가의 2011년 노래 ‘번 디스 웨이’에 영감을 준 노래다. 가가는 빈의 노래가 “설교 강론처럼 들린다”고 했다. 눈치채셨겠지만 게이들에게 국가처럼 여겨지는 노래란다. 가사 후렴구를 보자.“난 행복해, 난 괜찮아, 난 이런 식으로 태어났어” 가가가 자신의 노래에 영감을 받은 노래를 발표했다는 소식에 “목숨을 살리는 일이 계속된다”며 “여러분도 알다시피 이 노래는 내 인생에 은총 같은 것이었다. 그리고 가가가 다시 만든 노래를 통해 다른 세대의 삶에 또다시 은총이 되고 있다”고 반겼다. 음악 경력의 최정점이었을 때 빈은 디온 워윅, 새미 데이비스 주니어, 버트 바카락, 마일스 데이비스 등과 함께 작업할 정도로 상당한 입지를 갖고 있었다. 모타운 레코드 사는 그에게 상업적으로 달큰한 사랑 노래를 불러달라고 요청했지만 대신 그는 에이즈 환자 권리 운동가로 나선 뒤 나중에 성적소수자(LGBT) 교회 네트워크를 만들었다. 유니티 펠로십 교회운동연합은 성명을 내 “빈 추기경은 존중받지 못하는 사람들과 LGBTQ의 해방을 위해 끊임없이 일했고 전 세계 많은 이들이 영혼과 믿음으로 돌아가는 길을 찾게 도왔다”고 밝혔다. 1944년 볼티모어에서 태어난 고인은 어머니가 낙태 도중 세상을 뜨자 이웃집에 맡겨져 자라났다. 일찍이 교회 일을 열심히 했고, 흑인 민권운동에도 어린 나이에 참여했다. “난 예수를 일을 벌이는 민중 선동가로 소개받았다. 아웃사이더로서 예수의 이미지는 모든 사람들을 포용하는 것이어서 내게 뭐든 받아들이라는 교훈으로 다가왔다.” 10대 시절 이웃 소년들에게 끌린다는 사실을 알게 됐는데 후견인의 형제에게 겁탈을 당했다. 위탁 가정에 솔직히 두 사실을 털어놓았더니 오히려 쫓겨났다. 극단을 택했다가 실패해 큰 병원의 정신병동에 갇히는 신세가 됐다. 병원은 전기충격 요법으로 그를 치유했다고 주장했지만 빈은 독일인 여성 상담의와 얘기를 나누며 성적 정체성을 확인했다. “그녀는 ‘너 같은 사람 많아. 네 부모들이 원하는 것처럼 널 이성애자로 만들 수는 없어. 하지만 네가 어떤 사람이고, 네 꿈을 좇을 수 있도록 받아들이게 도울 수는 있어’라고 말하더라”면서 “그 말은 내게 빛이 됐으며 스스로를 받아들이는 기회가 됐다. 다른 의사를 만났더라면 난 아마도 다른 짐승이 됐을지 모른다.” 퇴원한 뒤 음악이 위안이 됐다. 볼티모어 일대의 가스펠 가수로 데뷔한 뒤 열여섯 살 때 뉴욕으로 이주해 할렘 교회들 무대에 섰다. 로스앤젤레스로 옮겨와선 그룹 ‘칼 빈과 유니버설 러브’를 결성했으나 얼마 안 있어 해체됐다. 그의 말마따나 “너무 시류를 앞서 있었다”. 그는 자서전에서 리듬 앤드 블루스와 가스펠의 경계를 허무는 일을 하고 있었다. 이 밴드의 1974년 노래 ‘갓타 비 섬 체인지’가 모타운 레코드의 프로듀서들 귀에 꽂혀 버니 존스가 가사를 붙인 ‘아이 워즈 번 디스 웨이’를 레코딩하자는 제의를 받았다. 프로듀서들은 가스펠 느낌을 살리고 싶어 빈을 떠올린 것인데 빈 역시 자신에게 완벽히 들어맞는다고 느꼈다. 가사는 요즘 들어도 뜨악할 수 있는데 얼마 뒤 빌리지 피플이 디스코를 동성애와 결부시키곤 했다. (그런데 동성애를 혐오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빌리지 피플의 ‘YMCA’ 같은 노래에 맞춰 어색하게 몸을 흔드는 것 같은 웃기는 일이 벌어지곤 했다.) 모타운을 떠나 1982년부터 교회를 세우기 시작했다. 모토는 “하나님은 사랑이며 사랑은 모두에게 내려온다”였다. 미국 뿐만아니라 카리브해 연안에도 비슷한 교회를 세우자는 요청이 빗발쳤다. “그들에게 ‘열 명의 흑인 게이와 레즈비언만 모이고 커밍아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내가 가서 설교할 것’이라고 말하곤 했다. 몇년 동안 많은 도시들을 돌아다니느라 LA에는 1995년에야 돌아왔다.” 에이즈란 질병에 무지했던 흑인들에게 교육을 시키는 단체를 1985년 만들어 활동한 것도 기억해야 할 일이다.
  • “자유 노래하겠다” 女시위대에 무자비하게 채찍 휘두른 탈레반

    “자유 노래하겠다” 女시위대에 무자비하게 채찍 휘두른 탈레반

    20년 만에 아프가니스탄을 다시 장악한 이슬람 무장세력 탈레반이 “여성을 존중하겠다”는 선언을 뒤집고 무자비하게 여성 시위를 진압하고 있다. 아프간 여성들은 과거 탈레반의 통치 시절 받았던 억압을 다시 받지 않기 위해 스스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8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은 탈레반 조직원들이 아프간 카불에서 시위에 나선 여성들에게 채찍과 몽둥이를 휘둘렀다고 보도했다. 이날 여성들은 탈레반이 남성으로만 구성된 과도정부를 만든 데 항의하기 위해 거리에 나섰다. 시위에 참여한 여성들은 “여성에게 자리가 없는 정부는 없다”, “나는 계속 자유를 노래하겠다” 등의 글이 새겨진 플래카드를 들었다. 여성들을 정치, 경제, 사회에 참여하도록 해달라는 외침이었다. 탈레반 대원들은 시위를 벌인 여성들에게 채찍과 곤봉을 휘둘렀다. 심지어 시위를 지켜보는 청소년까지 온몸에 멍투성이가 되도록 구타했다. 시위에 참여한 한 여성은 “탈레반이 채찍으로 때리면서 집에 가서 아프간 새 정권을 받아들이라고 했다”고 말했다.탈레반의 이런 강경 진압은 여성 인권에 대한 인식과 향후 태도를 보여주는 단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탈레반은 지난 7일 전부 남자로만 채워진 내각 구성을 발표했다. 지난 6일 발흐주의 주도 마자르이샤리프에서 열린 여성 권리 보장 촉구 시위에서 탈레반이 최루탄을 터트리고 경고사격을 하면서 시위대 중 2명이 숨지고 8명이 다치기도 했다. 현지 의료진은 “시위가 벌어졌던 장소에서 시신들이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모두 총상을 입은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당시 여성 시위대는 “과거로 후퇴할 수는 없다”며 “새 정부 구성 모든 계층에 여성을 참여시켜 달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90년대로 돌아갈 수는 없다”, “내각에 여성을 포함해달라”, “여성이 빠진 새 정부는 무의미할 것” 등의 구호를 외쳤다. 아프간 여성들은 지난달 15일 탈레반 재집권 후 대부분 집 안에 머물며 외출을 삼가다 이달 들어 점차 목소리를 내는 상황이다.
  • 들었다 놨다… 깊어진 조성진의 쇼팽

    들었다 놨다… 깊어진 조성진의 쇼팽

    다시 쇼팽으로 돌아온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무대는 깊은 바다 같았다. 일렁이는 물결이 마음을 간질이다가도 강한 파도로 휩쓸어 심연으로 파고들도록 이끌었다. 시간의 흐름으로 무르익었다 하기엔 감정의 폭이 무척 넓다. 한참 뜨겁다가도 이내 냉정을 찾듯 절제된 선율과 발랄했다가도 묵직한 힘이 실린 타건이 넘실거렸다. 조성진은 지난 7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쇼팽 스케르초 전곡으로 자신의 귀환을 알렸다. 2015년 쇼팽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 다음해 도이치 그라모폰(DG) 데뷔 앨범으로 쇼팽을 노래한 뒤 5년 만이다. 지난 3일 기자들과 만난 그는 “쇼팽 스페셜리스트로 각인되는 걸 원하지 않아서 의식적으로 쇼팽을 녹음하지 않았다”면서도 “5년쯤 지나면 이제 다시 해도 충분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의 설명대로, 완벽히 계산이라도 한 듯한 연주였다. 쇼팽 콩쿠르 세미파이널에서도 충분히 에너지 가득한 스케르초 2번을 선보였지만, 거기에 지난 5년 시간을 한층 깊이 입혔다. 섬세한 드뷔시(2017), 생기 있는 모차르트(2018), 슈베르트, 베르그, 리스트(2020)로 더한 화려함이 변화무쌍한 스케르초를 풀어냈다. 정작 조성진은 “쇼팽을 다르게 연주하려고 한 적은 없다”면서 “얼마나, 어떻게 달라졌는지 잘 모른다”고 했다. 다만 “거울로 보는 제 얼굴은 늘 똑같아 보이는데, 남들은 늙었다고 하는 것처럼 연주 스타일도 많이 바뀌었을 것”이라며 웃었다. 그의 바다는 쇼팽뿐 아니라 스케르초에 앞서 1부에서 선보인 야나체크와 라벨부터 남달랐다. 야나체크가 1905년 10월 1일 체코 한 대학에서 시위 중 총검으로 사살당한 노동자를 기리고자 쓴 작품을 맨 앞에 걸었다. 서정적인 선율은 피아니시시모(ppp)까지 여려지며 깊은 슬픔과 우울을 노래하다 포르테시시모(fff)까지 거친 한탄을 내뱉는다. 조성진이 “테크닉으로 어려운 곡으로 유명해 음악적인 특별함을 인지하지 못하는 일도 있는 것 같은데 이 곡은 음악적으로도 거의 완벽한 곡”이라고 소개한 라벨의 ‘밤의 가스파르’는 그의 완벽한 무결점 연주의 정수를 제대로 보여 준다. 물방울을 튀기듯 영롱한 ‘옹딘’(물의 요정) 첫 선율부터 ‘교수대’, ‘스카르보’로 이어지는 여정을 진중하게 이어 갔다. 모든 연주를 마친 뒤 객석에 선물한 라벨의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와 쇼팽의 에튀드 중 ‘혁명’이 이날 무대의 성격을 압축적으로 다시 드러냈다. “제가 행복했으면 좋겠는데 좋은 연주를 하는 게 저에게 많은 행복을 주는 것 같다”고 한 그의 말처럼 한층 그의 뜨거워진 에너지를 나눈 객석에서도 행복한 박수가 터져 나왔다.
  • 인도에서 가뭄오면 어린 소녀들 발가벗겨 마을 행진시키는 이유

    인도에서 가뭄오면 어린 소녀들 발가벗겨 마을 행진시키는 이유

    가뭄에 시달리는 인도 중부의 한 지역에서 비를 내리게 하는 의식이라며 어린 소녀 여러 명을 발가벗겨 마을을 걷게 했다. 8일(현지시각) 영국 BBC와 인도 NDTV 등에 따르면 인도 중부 마디아프라데시주 분델칸드 지역의 바니야 마을에서는 가뭄 현상이 이어질 때 어린 소녀를 찾는다. 5세 전후의 어린 소녀 6명을 발가벗긴 채 마을을 행진하게 하는 의식을 치뤄야 하기 때문이다. 이곳 마을 주민들은 어린 소녀들의 어깨에 개구리를 묶은 무거운 나무 기둥을 얹어 놓고 옷을 벗겨 마을을 걷게 한다. 5세 남짓한 소녀들을 앞세우고 성인 여성들이 따라가며 비의 신에게 바치는 노래를 부른다. 이들은 집집마다 밀가루나 콩 등 곡식을 얻어오는 역할을 한다. 마을 주민들은 어린 소녀들로 의식을 치르면 비의 신이 기뻐해 비를 내린다고 굳게 믿고 있다. 이 사실을 알게된 인도 국가아동권리보호위원회(NCPCR)은 지역 행정부에 마을을 신고했다. 해당 지역의 한 관계자는 “마을 사람들 중 누구도 기우제에 대해 불평하지 않았다. 소녀들의 부모도 의식에 동의했고, 함께 참여했다”며 “주민들에게 미신의 무익함을 알리고, 의식이 원하는 결과를 가져오지 못한다는 걸 이해시키는 것밖에 할 수 없다”고 했다. 분델칸트의 경찰청장은 “해당 지역은 적은 강우량 때문에 아이들의 동의를 얻어 매년 이런 의식을 치른다”며 “만약 아이들에게 강제로 이 행위를 시키는 것이라면 법적 조취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 ‘다시 쇼팽’ 조성진, 냉정과 열정 오가며 거침없이 이끈 무대

    ‘다시 쇼팽’ 조성진, 냉정과 열정 오가며 거침없이 이끈 무대

    다시 쇼팽으로 돌아온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무대는 깊은 바다 같았다. 일렁이는 물결이 마음을 간질이다가도 강한 파도로 휩쓸어 심연으로 한없이 파고들도록 이끌었다. 시간의 흐름으로 무르익었다 하기엔 감정의 폭이 무척 넓다. 한참 뜨겁다가도 이내 냉정을 찾듯 절제된 선율과 발랄했다가도 묵직한 힘이 실린 타건이 넘실거렸다. 조성진은 지난 7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쇼팽 스케르초 전곡으로 자신의 귀환을 알렸다. 2015년 쇼팽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 다음해 도이치 그라모폰(DG) 데뷔 앨범으로 쇼팽을 노래한 뒤 5년 만이다. 지난 3일 기자들과 만난 그는 “쇼팽 스페셜리스트로 각인되는 걸 원하지 않아서 의식적으로 쇼팽을 녹음하지 않았다”면서도 “5년쯤 지나면 이제 다시 해도 충분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의 설명대로, 완벽히 계산이라도 한 듯한 연주였다. 쇼팽 콩쿠르 세미파이널에서도 충분히 에너지 가득한 스케르초 2번을 선보였지만, 거기에 지난 5년 시간을 한층 깊이 입혔다. 섬세한 드뷔시(2017), 생기 있는 모차르트(2018), 슈베르트, 베르그, 리스트(2020)로 더한 화려함이 변화무쌍한 스케르초를 풀어냈다.정작 조성진은 “쇼팽을 다르게 연주하려고 한 적은 없다”면서 “얼마나, 어떻게 달라졌는지 잘 모른다”고 했다. 다만 “거울로 보는 제 얼굴은 늘 똑같아 보이는데, 남들은 늙었다고 하는 것처럼 연주 스타일도 많이 바뀌었을 것”이라며 웃었다. “콩쿠르 당시에는 조금 경직됐다면 그 이후부턴 좀더 자유롭게 제 음악을 할 수 있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의 바다는 쇼팽뿐 아니라 스케르초에 앞서 1부에서 선보인 야나체크와 라벨부터 남달랐다. 야나체크가 1905년 10월 1일 체코 한 대학에서 시위 중 총검으로 사살당한 노동자를 기리고자 쓴 작품을 맨 앞에 걸었다. 서정적인 선율은 피아니시시모(ppp)까지 여려지며 깊은 슬픔과 우울을 노래하다 포르테시시모(fff)까지 거친 한탄을 내뱉는다. “피아니스트들 사이에선 이미 유명한 곡이지만 대중적으로는 잘 안 알려진 곡”을 소개하는 시간은 역시 거침이 없었다.조성진이 “테크닉으로 어려운 곡으로 유명해 음악적인 특별함을 인지하지 못하는 일도 있는 것 같은데 이 곡은 음악적으로도 거의 완벽한 곡”이라고 소개한 라벨의 ‘밤의 가스파르’는 그의 완벽한 무결점 연주의 정수를 제대로 보여 준다. 물방울을 튀기듯 영롱한 ‘옹딘’(물의 요정) 첫 선율부터 ‘교수대’, ‘스카르보’로 이어지는 여정을 진중하게 이어 갔다. 최고 난이도를 자랑하는 기교가 화려한 ‘스카르보’에선 온 힘을 다해 건반의 양 극단을 오가며 괴기한 분위기마저 느끼게 했고 연주가 끝나자마자 몸을 일으켜 호흡을 할 때까지 기분좋은 긴장을 주었다. 모든 연주를 마친 뒤 객석에 선물한 라벨의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와 쇼팽의 에튀드 중 ‘혁명’이 이날 무대의 성격을 압축적으로 다시 드러냈다. “제가 행복했으면 좋겠는데 좋은 연주를 하는 게 저에게 많은 행복을 주는 것 같다”고 한 그의 말처럼 한층 그의 뜨거워진 에너지를 나눈 객석에서도 행복한 박수가 터져 나왔다.
  • ‘엄마 뮤지션’이란 제약, 노래가 됐다...“엄마들에게 힘이 됐으면”

    ‘엄마 뮤지션’이란 제약, 노래가 됐다...“엄마들에게 힘이 됐으면”

    말로·강허달림 등 엄마 11명 의기투합딸이 “엄마도 음악 다시 해” 응원해줘 육아로 포기하는 후배들 안타까워 기획오빠 조동익도 “이 앨범은 명반될 것”일반인 엄마들 ‘작사학교’ 가사도 담겨싱어송라이터이자 레이블 최소우주를 이끄는 조동희 대표는 세 아이의 엄마다. 딸과 연년생으로 태어난 쌍둥이 아들을 ‘독박 육아’했다. 1993년 데뷔한 이후부터 “음악가로 죽고 싶다”는 생각이었지만 노는 아이들의 발에 차여 기타는 부러졌고 음악을 잠시 놓았다. 그러다 아이들을 키워 낸 마음과 경험을 노래로 피워 냈다. “집 앞 나무 작고 빨간 꽃사과/ 하나둘씩 익어갈 때/ 나는 행복했어/ 너와 함께 한/ 진공관 속의 투명한 시간들/ 온맘을 다하는/ 사랑을 주어 고마워”(‘꽃사과’) 꽃사과 나무 아래를 아이들과 오가던 시절은 오롯이 가사가 됐고, 경기도어린이박물관 개관 10주년 프로젝트 중 하나인 ‘엄마의 노래’ 음반의 한 부분을 장식했다.최근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만난 조 대표는 “음악하는 데 제약이었던 조건이 오히려 노래를 탄생시켰다”며 “이번 작업은 큰 사랑의 프로젝트”라고 소개했다. 아이를 통해 경험한 사랑과 감정들을 엄마들이 선물처럼 공유했기 때문이다. 조 대표와 의기투합한 다른 ‘엄마 뮤지션’까지 11명이 만든 10곡의 음원은 지난 8월 30일까지 두 차례에 걸쳐 발매됐다. 프로젝트의 아이디어는 조 대표가 동료들과 경험을 나누며 시작됐다. “엄마 뮤지션들은 ‘애는 어떻게 하고 음악을 하느냐’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고 전한 그는 “주변 시선을 극복하면서 일과 꿈을 이어 갈 방법이 없을지 늘 고민했다”고 말했다. 밤낮 구분 없이 음악 작업이 이어지다 보니 두 개의 삶은 양립하기 어려웠고, 음악을 놓는 뮤지션이 많아지는 게 안타까웠다. 전쟁처럼 아이들을 기르던 그에게 기타를 다시 잡을 용기를 준 사람은 당시 일곱 살이던 딸이다.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엄마 이름을 검색해 본 딸은 엄마가 가수라는 걸 알았고 “우리 이제 유치원 다니니까 엄마도 음악 다시 하라”고 힘을 줬다. 지금은 고등학생으로 음악에 취미를 붙여 엄마와 음악 이야기를 나눌 정도다. 오빠 조동진도 생전에 “멈추지 않으면 할 수 있다”고 격려했다. 그렇게 2011년 첫 솔로 정규 앨범이 나왔다.후배들도 그에게 고민을 털어놓았다. 조 대표는 “뮤지션으로서는 음악을 못 할까 봐 불안하고, 엄마로서 아이에게 미안해한다”며 “멈추지만 않으면 할 수 있다는 용기와 그 음악으로 사랑을 표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엄마의 노래’에 이름을 올린 뮤지션들은 말로, 박새별, 유발이, 허윤정(블랙스트링), 강허달림, 융진, 임주연, 박혜리, 장필순 등 쟁쟁하다. ‘초보’부터 베테랑까지 엄마로서의 경험도 다양하고 재즈, 포크, 국악 등 장르도 다채롭다. 조 대표는 “엄마는 물론 아이의 입장에서 쓸 수 있는 가사들도 있다”면서 “아이와 같은 눈높이로 풀과 개미를 보면서 맑고 소중한 것들을 찾게 되는 것도 장점”이라고 했다. 믹싱과 마스터링을 도맡은 ‘포크 대부’이자 둘째 오빠인 조동익이 “이 앨범은 명반이 될 것”이라며 칭찬한 일화도 전했다.마지막 퍼즐인 11번째 곡은 어린이박물관에서 진행한 작사학교에서 일반인 엄마들이 쓴 가사를 토대로 만든 자장가다. ‘나의 외로움이 널 부를 때’ 등 많은 명곡의 작사가인 조 대표가 10주간 직접 진행했다. 참가자들이 그간 쌓아 온 자기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좋은 노랫말을 완성했다. 엄마인 뮤지션 마더바이브의 비브라폰 연주도 함께한다. 9월 중에는 ‘엄마의 노래’ CD를 내고 공연을 하며, 수익 일부를 미혼모 시설 등에 기부할 계획도 있다. 28년간 정규 앨범 2장, EP 1장 등 과작을 했던 그에게 이번 활동은 어떤 의미일까. 할 이야기 차올라 기획한 프로젝트라고 힘주어 말한 그는 “어렵게 육아를 하고 있는 엄마들과 아티스트들에게 힘이 되고 싶다”며 “가장 아끼는 앨범이 될 것 같다”고 활짝 웃었다.
  • [김선자의 신화로 문화읽기]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이 쓸 새로운 이주의 역사/연세대 중국연구원 전문연구원

    [김선자의 신화로 문화읽기]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이 쓸 새로운 이주의 역사/연세대 중국연구원 전문연구원

    중국의 윈난성에는 이주의 역사를 가진 많은 민족이 거주한다. 머나먼 서북쪽 티베트 고원에서 지내던 사람들이 전쟁이나 기근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자신들이 살던 곳을 떠나 남쪽으로 이주했다. 물론 그곳도 해발고도가 2000미터를 웃도는 척박한 땅이지만 원래 살던 데에 비하면 한결 나은지라, 산지를 개간해 농사를 지으며 지금까지 살아오고 있다. 그래서 그들이 전승하는 창세 서사시에는 민족 이주의 기억이 들어 있다. 문자를 가진 민족은 종교의 경전 속에, 문자를 가지지 않은 민족은 사제들의 노래 속에 이주의 기억을 아로새겼다. 나시족은 높은 산을 넘어 이주해 온 자신들의 조상이 “하늘에서 내려왔다”고 말한다. 하늘에서 내려온 천신의 딸이 인간 세상의 용감한 청년을 자신의 배우자로 점찍고, 아버지인 천신에게 보여 주기 위해 하얀 새를 타고 함께 하늘로 올라간다. 인간 남자 따위는 여신의 짝이 될 수 없다는 아버지의 완고함 때문에 청년은 죽을 뻔했지만, 천신은 결국 청년을 시험해 보기로 한다. 천신은 하룻밤 사이에 아흔아홉 개 산의 나무를 모두 베고, 씨를 뿌리며, 곡식을 거둬 오라는 등의 어려운 시험 문제를 냈다. 청년은 지혜로운 천신의 딸 덕분에 모든 시험을 무사히 통과하고, 천신에게서 곡식 종자와 가축들을 받아 여신과 함께 무사히 지상으로 내려온다. 나시족 사람들은 3000미터가 넘는 높은 산들을 지나고, 험하고 깊은 협곡지대를 건너 지금의 리장까지 이주해 온 그들의 역사를 이렇게 하늘에서 내려온 신들의 이야기로 경전에 기록했다. “아버지의 영력이 위대하고, 아들의 영력은 더욱 위대한 가족. 어머니의 영력이 위대하고, 딸의 영력은 더 위대한 가문.” 나시족의 신화는 자신들을 이렇게 묘사한다. 인구가 30만명밖에 되지 않는 나시족이 강성한 티베트족과 경계를 이루고 살면서도 지금까지 꿋꿋하게 버텨 올 수 있었던 바탕에는 바로 이러한 신화가 있다. 이주의 기억을 담은 그 신화들이 민족의 정체성을 잃지 않게 해 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얼마 전 카불을 탈출한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이 무사히 한국에 도착했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아프가니스탄이 품고 있는 오래된 역사와 빛나는 문화를 생각해 보면 지금 카불이 겪는 혼돈 상태가 참으로 안타깝다. 파슈툰족을 비롯한 몇 개의 종족이 집단 형태를 유지하면서 살아가던 아프가니스탄에서 강대국의 이익이 첨예하게 맞부딪치며 긴 전쟁이 시작됐고, 그 고통은 고스란히 그곳 ‘사람’들의 것이 되고 있다. 2001년 탈레반에 의해 바미얀 석불이 폭파되는 충격적 사건이 일어났을 때 영화 ‘칸다하르’를 만든 모센 마흐말바프 감독은 “아프가니스탄의 불상은 파괴된 것이 아니다. 치욕스러운 나머지 무너져 버린 것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그는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파괴된 불상이 아니라 전쟁과 기아로 고통받는 ‘사람’이라고 했다. 탈레반의 배후에 파키스탄의 은밀하고 강력한 지원이 있었다지만, 탈레반을 불러낸 것은 칸다하르 근처 무자헤딘 군벌들의 횡포였다. 물라 오마르의 제자인 ‘마드라사의 학생’을 가리키는 ‘탈레반’의 출현이 무자헤딘 군벌에게 고통받는 소녀들을 구해 낼 목적이었다는 게 사실인지는 알 수 없으나, 적어도 그곳 사람들이 부패한 무자헤딘 군벌의 통치가 소련군의 그것보다 나을 게 없다고 여겼던 건 사실인 듯하다. 하지만 ‘소녀를 위해’ 행동했던 탈레반은 결국 아프가니스탄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는 여성들을 부르카라는 ‘0.1평의 감옥’에 가두어 버렸다. “다음 세상에 여자로 태어날 바에는 차라리 돌이 되게 해 달라”고 신에게 간청하는 여성의 나라가 됐다. 지금 그 탈레반이 20년 만에 귀환했다. 그리고 그들의 통치를 피해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이 한국에 왔다. 나시족 사람들이 그러했듯 그들 역시 새롭게 쓸 이주의 역사를 통해 강하게 버텨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미고자라드(Migozaradㆍ지나가리라).
  • “중동 현실과 삶의 비대칭… 우리는 포용할 수 있을까”

    “중동 현실과 삶의 비대칭… 우리는 포용할 수 있을까”

    “현재 아프가니스탄 상황과 마찬가지로 서방이 중동 문제에 개입하면서 여전히 무력감과 슬픔을 느낀다. 9·11테러, 미국의 이라크 전쟁을 거쳐 지금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정말 우리 자신과 아주 달라 보이는 사람의 삶을 이해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 2018년 뉴욕타임스, 뉴요커 등이 선정한 ‘올해의 책’으로 미국 사회에 반향을 일으킨 소설 ‘비대칭’(현대문학)의 작가 리사 할리데이(45)는 최근 서울신문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시대를 초월해 독자들에게 전쟁의 복합성과 아픔을 보여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할리데이는 첫 장편소설인 이 책으로 2017년 유망한 신인 작가에게 수여되는 ‘화이팅상’(Whiting award)을 받았다. ‘비대칭’은 소설가 지망생인 20대 기독교도 백인 여성 앨리스와 이슬람교도인 이라크계 미국인 경제학자 아마르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 시대 힘의 불균형 문제를 다룬다. 아무 관련 없어 보이던 두 사람의 접점은 뜻밖에 앨리스의 연인이자 70대 유명 소설가 에즈라 블레이저를 통해 드러난다. 할리데이는 이야기에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들어 심화한 미국 배타주의를 비판하는 한편, 인간은 무수한 ‘비대칭’에도 불구하고 타인에 대한 관심과 문학, 예술을 통해 서로 이해하고 포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라크 국민의 불안정한 삶을 보여 주며 중동에 대한 미국의 무지와 대외정책 실패를 꼬집는다. 앨리스와 아마르의 운명 비대칭을 그린 작가는 “자신의 외모나 말투, 종교 때문에 정체성을 의심받고 억류당한 아마르에게 내 감정과 정치적 의견이 많이 투영됐다”면서 “미국이 개입한 이라크와 아프간 등 중동의 현실에 마음이 편치 않다”고 부연했다. 이탈리아계 미국인으로 하버드대에서 미술사학을 전공한 할리데이의 원래 꿈은 피아노 앞에 앉아 노래하는 가수가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글쓰기를 통해 충만한 삶의 재미를 알게 됐고, 이 세상을 떠났을 때 자신의 일부를 남겨 놓고 싶다는 생각에 작가의 길에 들어서게 됐다. 그는 “다음 작품으로는 이탈리아와 미국을 배경으로 음모론과 진실에 관한 소설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 한 번도 오진 않았지만 한국의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은 높다. 그는 “이문열 작가의 군더더기 없고 힘이 느껴지는 문체를 존경한다”고 한 데 이어 “지휘자인 성시연과 김은선, 첼리스트 장한나 같은 한국인 음악가에 대한 책을 읽고 있다”고 관심을 전했다.
  • 7일은 우리나라가 제안·채택된 제2회 푸른 하늘의 날

    7일은 우리나라가 제안·채택된 제2회 푸른 하늘의 날

    환경부와 외교부는 7일 ‘제2회 푸른 하늘의 날’을 맞아 온라인 기념식을 개최한다.9월 7일 푸른 하늘의 날은 2019년 우리나라가 제안해 채택된 최초의 유엔 기념일이자 국가기념일이다. 올해 주제는 유엔환경계획(UNEP)에서 정한 ‘건강한 공기, 건강한 지구’이다. 푸른 하늘의 날을 기념해 ‘미세먼지 대책을 촉구합니다’ 시민모임 이미옥 대표 등 대기환경 보전 공로자 5명에 대한 정부포상도 이뤄진다. 국민이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부대행사도 선보인다. 외교부는 7일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푸른 하늘의 날 기념 ‘월경성 대기오염 대응 국제포럼’을 개최한다. 환경부는 미세먼지 저감 실천의 중요성 확산을 위해 7~24일 ‘푸른 하늘의 날 달리기(레이스)’와 ‘푸른 하늘의 날 노래(캠페인송) 공모전’ 등을 환경부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에서 진행한다. 전국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미세먼지 줄이기 운동과 청정대기 국제포럼, 환경토크쇼 및 환경영화 상영회 등을 갖는다.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도 기념식이 열리고, 케냐 나이로비 유엔환경계획 본부에서는 잉거 앤더슨 사무총장 주재로 고위급회의를 진행한다.
  • 윤석열, 이준석과 면담...“정치공작, 국민들이 좌시하지 않을 것”

    윤석열, 이준석과 면담...“정치공작, 국민들이 좌시하지 않을 것”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이른바 ‘고발사주 의혹’ 논란에 대해 “(여권이) 프레임을 만들어서 하는 것이니 국민들이 보고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6일 윤 전 총장은 이준석 대표와 국회에서 비공개 면담을 가진 뒤 기자들과 만낭“제가 검찰총장이었던 시절에 검찰총장을 고립시켜서 일부 정치 검사들과 여권이 소통하며 수사 사건들을 처리해나간 것 자체가 정치공작 아닌가”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여권 인사들을 향해 “그것(정치공작)을 상시로 해온 사람들”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이날 윤 전 총장은 약 1시간 동안 이 대표와 면담했다. 이번 면담은 윤 전 총장의 요청으로 자리가 마련됐으며, 배석자는 없었다. 이 대표는 “윤 후보와 오랜만에 공개적인 자리에서 만나게 돼 참 좋았다”며 “경선버스 출발 전까지는 다소 국민, 당원께 우려스러운 모습을 비쳤다면 앞으로는 화합하며 즐겁게 노래도 좀 틀고 버스가 앞으로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은 “내일부터 비전발표회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경선이 시작되면 지도부를 자주 뵙기도 어려울 것 같아서 인사도 드리고 전반적으로 돌아가는 이야기도 들었다”고 말했다. 이날 면담 자리에서는 고발사주 의혹 관련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그런 대화는 전혀 나눌 계제가 아니었다”며 “(제가) 지난번에 의원들에게 정기국회 과정에서 여러 공격에 적극 대처하라는 주문을 했고 의원들이 앞으로 대응할 것이다. 후보들과 개별 상의할 부분이 있겠나”라고 말했다. 윤 전 총장도 “오늘 대표님과 그런 말씀은 나누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 ‘비대칭’ 작가 할리데이의 질문 “시대, 인종, 지역을 초월한 포용이란”

    ‘비대칭’ 작가 할리데이의 질문 “시대, 인종, 지역을 초월한 포용이란”

    “현재 아프가니스탄 상황과 마찬가지로 서방이 중동 문제에 개입하면서 여전히 무력감과 슬픔을 느낀다. 9·11 테러, 미국의 이라크 전쟁을 거쳐 지금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정말 우리 자신과 아주 달라보이는 사람의 삶을 이해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 2018년 뉴욕타임스, 뉴요커 등이 선정한 ‘올해의 책’으로 미국 사회에 반향을 일으킨 소설 ‘비대칭’(현대문학)의 작가 리사 할리데이(45)는 최근 서울신문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시대를 초월해 독자들에게 전쟁의 복합성과 아픔을 보여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할리데이는 첫 장편소설인 이 책으로 2017년 유망한 신인 작가에게 주는 ‘화이팅 상’(whiting award)을 받았다. 관계 없는 듯한 두 사건의 절묘한 연결인종·성별·부·권력 등 힘의 역학 풀어내‘비대칭’은 소설가 지망생인 20대 기독교도 백인 여성 앨리스와 이슬람교도인 이라크계 미국인 경제학자 아마르의 이야기를를 통해 우리 시대 힘의 불균형 문제를 다룬다. 1장에서 앨리스는 선망의 대상이던 70대 유명 소설가 에즈라 블레이저의 연인이 되지만 그를 통해 열등감과 무력감도 함께 느낀다. 2장에서는 아마르가 가족을 만나러 이라크로 가다 경유지인 영국에서 테러범으로 몰려 억류되고 자신의 정체성을 돌아보게 된다. 얼핏 관련이 없어 보이는 두 사람의 이야기는 3장에서 앨리스의 연인 블레이저의 입을 통해 연결고리가 드러난다. 할리데이는 이를 통해 트럼프 행정부 들어 심화한 미국의 배타주의를 비판하는 한편, 인간은 무수한 ‘비대칭’에도 불구하고 타인에 대한 관심과 문학과 예술을 통해 서로 이해하고 포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아울러 미국의 이라크 전쟁 이후에도 나아지지 않는 이라크 국민의 불안정한 삶을 보여주며 중동에 대한 미국의 무지와 대외정책 실패를 꼬집는다. 그는 “앨리스와 아마르의 이야기를 대조적으로 보여주며 두 사람 운명의 비대칭을 강조하고 싶었다”면서 “자신의 외모나 말투, 종교 때문에 정체성을 의심받고 억류당한 아마르의 모습을 형상화하려고 저 자신의 감정과 정치적 의견을 많이 투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동 문제는 복잡하지만 이라크와 아프간이 현재 평화롭고 민주적인 국가가 되지 못한 상황에 대해 마음이 편치 않다”고 전했다. 이탈리아계 미국인으로 하버드대에서 미술사학을 전공한 할리데이의 원래 꿈은 피아노 앞에 앉아 노래하는 가수가 되는 것이었다. 다음 이야기는 음모론과 진실에 관해군더더기 없는 이문열 작가 문체 존경 하지만 글쓰기를 통해 충만한 삶의 재미를 알게 됐고, 이 세상을 떠났을 때 자신의 일부를 남겨놓고 싶다는 생각에 작가의 길에 들어서게 됐다. 그는 “다음 작품으로는 이탈리아와 미국을 배경으로 음모론과 진실에 관한 소설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는 가본 적 없지만 언젠가는 꼭 가보고 싶다”며 “이문열 작가의 군더더기 없고 힘이 느껴지는 문체를 존경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 집필 중인 소설을 위해 자료 조사를 하다가 성시연, 장한나, 김은선 같은 한국인 음악가에 대한 책을 읽고 있다”고 관심을 전했다.
  • “동성애 조장”…파키스탄 정치인 황당 주장에 BTS 정국 광고판 철거

    “동성애 조장”…파키스탄 정치인 황당 주장에 BTS 정국 광고판 철거

    파키스탄에서 방탄소년단(BTS) 멤버 정국의 생일축하 광고판이 ‘동성애를 조장한다’는 황당한 이유로 철거돼 현지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미국 인터넷 매체 바이스에 따르면 지난 1일(현지시간) 파키스탄 펀자브주 소재 구지란왈라 번화가에 BTS 정국의 생일을 축하하는 광고판이 설치됐지만, 설치 몇 시간이 채 되지 않아 철거됐다. 이 광고판은 정국의 사진과 함께 ‘24번째 생일을 축하합니다. 구지란왈라 아미(Army·BTS 팬클럽 명칭) 일동’ 등의 문구가 적혀 있었다. 이슬람 정당 당원이자 지방의회 의원 후보로 나선 푸르칸 아지즈 버트는 자신이 광고판 철거에 관여했다고 밝혔다. 그는 바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 도시엔 젊은이들이 있다. BTS는 그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잘못된 행동을 조장한다. 그들은 동성애를 조장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왜 여기에 이걸 올려놓나? BTS는 이곳에 상표가 없으며 제품을 판매하지도 않는다”면서 “광고판을 설치한 이들은 스스로를 ‘구지란왈라 군대(army)’라고 부른다. 이곳엔 파키스탄 군대만이 있을 뿐이다”라고 말했다.그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도 “우리의 종교도시 구지란왈라가 동성애 등의 온상이 되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썼다. 광고판 철거가 현지 BTS 팬들의 분노와 실망감을 불러일으켰다고 바이스는 전했다. 한 현지 BTS 팬은 트위터에 소식을 전하면서 “BTS는 자신들의 노래에 저속한 구절을 사용한 적이 없다. BTS는 그저 ‘자신을 사랑하고, 행복하라’고 말할 뿐”이라며 “그 정치인이 파키스탄의 이미지를 얼마나 망치고 있는지 모른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기성세대들은 BTS의 외모나 옷차림이 너무 말랐고, 화장을 했다는 이유로 너무 여성스럽다는 의견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 천상의 포장마차 같은… 귀천 시인의 ‘세상 소풍’ 마지막 그곳

    천상의 포장마차 같은… 귀천 시인의 ‘세상 소풍’ 마지막 그곳

    귀천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본디 하늘의 사람이었으나 잠시 이곳에 왔다 간 이들이 있다. 시인 천상병도 그중의 하나이다. 아니 그 반대의 경우일까. 그렇다면 땅과 하늘 중에 어느 곳이 ‘소풍’의 자리인가. 천상병은 1930년 1월 일본 효고현 히메지시에서 태어났다. 간사이에서 초등학교까지 졸업하고 해방과 동시에 부모와 함께 귀국했다. 경남 마산에서 중학교에 입학하고 그곳에서 국어 교사로 재직 중이던 김춘수 시인의 주선으로 시 ‘강물’이 문예지에 추천돼 등단했다. 1950년 한국전쟁 당시에는 미국 통역관으로 근무하기도 했다. 1951년 서울대 상과대학 경제학과에 입학했으나 4학년 때 중퇴를 한다. 부산시장의 공보실장으로 일하다가 1967년 ‘동백림(동베를린) 사건’에 연루됐다. 친구인 강빈구에게 막걸리값으로 빌려 썼던 돈 3만 6500원을 중앙정보부에서 정치 공작금의 일부로 과장해 그를 연루시켜 버린 것이다. 모진 고문을 당하고 6개월간 옥고를 치렀다. 선고 유예로 풀려난 후에도 4년 동안 행려병자로 살다가 영양실조로 쓰러진 뒤에 1970년에 서울시립정신병원에 수용됐다. 지인들은 천상병의 소식을 알 길이 없자 그가 죽었다고 생각해서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 시집 ‘새’를 묶었다. 이 소식이 신문에 실려 널리 퍼지자 서울시립정신병원에서 천상병의 입원 소식을 알려왔다. 친구들이 부랴부랴 그를 찾아갔을 때 그들의 손에는 ‘유고시집’인 ‘새’가 매우 고급스러운 양장본으로 나와 있으니 병실에서 피차 얼마나 기가 막혔겠는가. 천상병은 말없이 그것을 쓰다듬었다고 했다. 그러고는 매우 건강한 목소리로 일갈한다. “내 인세는 어찌 되었노?” ‘외롭게 살다/ 외롭게 죽을/ 내 영혼의 빈터에/ 새 날이 와, 새가 울고 꽃잎 필 때는/ 내가 죽는 날,/ 그다음 날,// 산다는 것과/ 아름다운 것과/ 사랑한다는 것과의 노래가/ 한창인 때에/ 나는 도랑과 나뭇가지에 앉은/ 한 마리 새// 정감에 그득 찬 계절/ 슬픔과 기쁨의 주일, 알고 모르고 잊고 하는 사이에/ 새여 너는/ 낡은 목청을 뽑아라// 살아서/ 좋은 일도 있었다고/ 나쁜 일도 있었다고/ 그렇게 우는 한 마리 새’(천상병, ‘새’) 버젓이 살아 있는데 뜬금없이 유고시집이 생겼지만, 그는 이 시기에 친구 동생인 목순옥씨가 간병을 해 준 인연을 계기로 1972년에 그와 결혼을 했다. 입때껏 가난하게 살아왔지만 아내가 찻집을 해 얻은 수입으로 조금은 생활이 나아졌다고 한다. 그래도 고문의 후유증과 술에 의탁하는 습관 때문에 그의 건강은 날로 나빠질 수밖에 없었고, 1988년 간경변으로 춘천의료원에 입원하기에 이른다. 천상병은 1993년에 간질환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가 세상을 떠났을 당시에 부의금으로 800만원이 들어왔는데, 늘 곤궁하게 살아왔던 그들의 생활에서 가장 크게 만져 봤을 그 돈을 장모가 잘 숨겨 둔다고 숨긴 곳이 바로 아궁이. 또 그의 아내가 불을 지핀 곳도 아궁이. 타고 남은 것 중에서 그나마 건진 돈이 절반가량이었다고 한다. 그의 장모는 딸인 목순옥의 장례까지 치르고도 더 살다가 이듬해인 2011년 4월 딸과 사위를 따라 소천했다. 천상병이 평소 장모의 장례비 걱정을 하며 지냈다는데, 그때 장모의 통장에 남아 있던 돈이 꼭 장례비만큼이었다고 한다. 목씨가 운영했던 인사동 카페 ‘귀천’은 2010년 목씨가 죽은 뒤에도 그의 조카가 이어받아 2호점을 운영하고 있다. 지금은 파주 출판도시에 귀천 3호점이 있다. 천상병의 시와 그의 자취를 그리워하는 이들이 꾸준히 찾고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목씨의 모과차 담그는 솜씨가 일품이어서 전국적으로 그 맛과 천상병의 시를 함께 찾는 이들로 늘 문전성시였다.시인은 생전에 의정부 수락산 자락에 터를 잡고 살았다. 열 평 남짓한 슬레이트 지붕의 전형적인 도시 빈민 가옥이었다고 한다. 그곳에서 장모와 처제도 함께 살았다. 고문의 후유증 탓에 자식도 없고, 크게 일군 재산도 없이 세상을 뜬 그가 남긴 것이라고는 시집 몇 권이 전부였다. 그러니 그가 죽었을 때 그를 기리기 위한 어떤 자취도 제대로 남겨지거나 기려진 것이 없었다. 국가적으로나 의정부시에서도 문화적인 행사나 인물을 제때 의미화하지도 않던 시기이기도 했다. 그런데 충남 안면도에 살던 천상병 시인의 오랜 팬인 모종인씨가 발벗고 나섰다. 농사를 짓고 시를 쓰며 살던 그가 아무 인연도 없던 천상병 시인을 위해 의정부까지 찾아가 그의 집에 있던 문틀과 냄비, 남아 있던 수저 하나까지도 가져와 고택을 고스란히 복원했다. 유족의 허락을 받아 생전의 살림살이들을 가져오고, 시인의 사진과 시 ‘귀천’의 액자를 걸어 두어 천상병과 그의 시를 오가는 이들이 느끼게끔 해두었다. 오가던 이들은 천상병의 생전의 일들을 기억하며 1000원, 2000원씩 그 문틈에 꽂아 두고 가기도 한다. 막걸리값, 노잣돈, 하늘 어딘가에 열고 있을 포장마차의 개시 돈이라고도 한다.“허허, 내가 죽으면 천국과 지옥의 갈림길에서 포장마차를 하고 있을 테니 오거든 갚을 만큼의 공짜술을 주겠네”(천상병의 ‘유언’) 천상병의 마지막 거처는 안면도가 됐다. 먼저 하늘로 돌아가는 길목에서 포장마차나 열고 공짜술을 주겠다던 시인이 마지막으로 시와 펜을 남긴 곳이 하필이면 아무 연고도 없는 안면도. 시인의 마지막 공간이 그가 그토록 가고자 했던 바다의 곁이라는 것만으로도 안면도가, 그의 뜻을 이어 준 모종인씨가 고마워지는 순간이다. 남편의 사후에도 끊임없이 시인의 고택을 관리하며 무료로 관람객들을 맞이하는 모종인씨의 아내 역시도 품이 넉넉한 사람이었다. 얼마든지 취재하라며, 단지 올여름 장맛비에 곰팡이가 슨 벽지를 아직 일꾼을 구하지 못해 새로 바르지 못해서 면구하다며 애써 손사래를 치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지는 못했다. 그마저도 천상병 시의 일부분같이 느껴지는 것은 바다와 시와, 그 시를 사랑하는 독자가 옮겨 온 고택의 정겨움을 닮은 어떤 것이라 여겨졌다.그렇게 이어온 시인과 시의 마음이 있어 더욱 풍요로운 시인의 땅이 되는 것이 아닌가 되짚어 본 안면도행이었다. 이 세상 소풍 끝나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한다던 시인은, 지금쯤 어느 포장마차의 천막을 걷고 있을까. 아니 어느 때고 기분에 따라 장사를 접으며 언제고 자신을 위한 잔에 술을 가득 따르고 있지 않을까. 언제고 열 수 있는 구름 냉장고에 가득 들어 있는 막걸리를 꺼내며 낮밤 상관없이 찾아든 문우에게 ‘자네 이제야 왔는가’ 하며.그 목소리가 참 맑았다는 사람, 눈웃음이 술잔에 채워진 술처럼 휘어 있던 사람, 안면도의 노을진 수평선처럼 둥글게 둥글게 빙글빙글 돌아도 가며 어딘가로 소풍 떠난 그 사람, 내 사람이 아름답다고 말하며 새를 타고 하늘로 가버린 시인 천상병의 마지막 집이다. 소설가 이은선
  • ‘#변호사비 공개’ 저격 현수막에 눈살… 지지자·취재진 뒤엉켜 방역 아슬아슬

    ‘#변호사비 공개’ 저격 현수막에 눈살… 지지자·취재진 뒤엉켜 방역 아슬아슬

    “같은 당이면 식구나 마찬가지인데 이렇게 하면 되겠습니까.” 5일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충북·세종 지역 투표가 진행된 충북 청주 CJB컨벤션센터 앞. 이낙연 전 대표 측 지지자들이 이재명 경기지사를 비판하는 현수막을 내건 것을 본 박현(64)씨는 “네거티브 하지 않는 지도자가 나왔으면 좋겠습니다”라며 이렇게 말했다. 이날 이 전 대표의 지지자들은 이 지사의 무료변론 의혹을 저격한 ‘#변호사비 공개하라’ 등과 같은 공격적인 플래카드를 들고 나왔다. 전날 대전·충남 순회경선에서 이낙연 캠프의 설훈 선거대책위원장과 이 지사 측 지지자 간에 고함이 오갔는데, 이틀째 양측의 신경전이 이어진 것이다. 양측의 신경전을 놓고 다른 후보의 지지자들은 “선을 넘었다”며 비판했다. 추미애 전 장관을 지지한다는 전미영(50)씨는 “민주당이 지향하는 원팀이 현장에서 이뤄져야 하는데 끝까지 상대방 후보를 추악하게 네거티브하는 현장이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간다”며 “적과 싸우는 느낌이다. 민주당 후보가 맞는지 의심되고 눈살이 찌푸려진다”고 비판했다. 이날 경선장은 코로나19 방역조치에도 불구하고 지지자들의 열기로 가득 찼다. 후보들이 도착할 때마다 지지자들이 몰려들어 함성을 지르는 등 현장은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이 지사가 도착하면서 지지자들이 몰려들자 진행 요원들이 막아서면서 지지자와 취재진 몇몇이 넘어지는 소동도 있었다. 열기가 과열되자 행사 진행자들은 “사회적 거리를 지켜 달라”는 등의 요구를 하기도 했다. 이틀째 순회경선도 이 지사의 압승으로 끝나자 이 지사 측 지지자는 다 함께 원을 그리고 노래를 부르며 승리를 자축했다. 이 지사는 이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호응했다. 반면 이 전 대표 지지자들은 결과가 나오자 탄성을 뱉으며 아쉬움을 삼켰다. 지지자들은 이 전 대표가 행사장에서 나오자 위로했다. 추 전 장관이 7.09%의 득표율을 거둬 정세균 전 국무총리를 제치고 충북·세종 지역 투표에서 3위로 올라선 것을 두고 추 전 장관의 지지자들이 기쁨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 이재명 “윤석열, 청산돼야 할 적폐 세력 그 자체”

    이재명 “윤석열, 청산돼야 할 적폐 세력 그 자체”

    “‘부정식품 자유’는 자유 가장한 억압”경선 결과엔 “일희일비 안 하겠다” 더불어민주당 대권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야권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해 “(윤 전 총장이) 검찰권을 사적으로 남용하는 데 개입했다는 의혹이 지금 계속 나오고 있다”며 “본인이 적폐 그 자체였던 것 같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지사는 5일 오전 대구상공회의소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진실이 아니길 바라지만, 알고도 방치했다면 민주주의 질서 자체를 위협하는 국정농단 그 자체이고 본인이 청산돼야 할 적폐 세력 자체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윤 전 총장의 대선후보 자질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표했다. 이 지사는 “(윤 전 총장이) 100일이 지나고 보니 선생을 잘못 만나신 건지, 아니면 공부를 안 하신 건지”라며 “납득할 수 없는 얘기들을 자주 한다”고 지적했다.특히 윤 전 총장의 부정식품 관련 발언을 들며 “부정 식품이라도 먹을 수 있는 자유를 주자. 이건 자유가 아니다, 죽음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는 자유를 가장한 억압”이라고 꼬집었다. 첫 경선지인 대전·충남에서의 압승에 대해선 몸을 낮췄다. 이 지사는 경선 결과에 대해 “일희일비 안 하겠다.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되 결과에는 연연 안 하겠다”며 “언제나 마지막 한순간까지 마지막 한 톨의 땀까지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 대구·경북발전을 위한 6개 공약도 밝혔다. 미래형 자동차산업과 로봇산업 등 신성장산업 육성, 구미·대구·포항권에 이차전지 소재산업 벨트 구축, 글로벌 백신·의료산업 벨트 조성, 동서남북을 잇는 사통팔달 철도망 구축, 대구·경북 통합 신공항·울릉공항 성공적 추진, 낙동강 수질 개선 및 물 산업 육성 등을 이뤄내겠다고 약속했다. 공약을 발표하기에 앞서 ‘경북도민의 노래’를 부르며 고향에 대한 애정을 나타낸 이 지사는 “국민의 집단 지성을 믿고 정치는 국민이 한다는 생각으로 정치를 하겠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 “한국 춤이 나아갈 방향”…에너지 가득한 국립무용단 신작 ‘다섯 오’

    “한국 춤이 나아갈 방향”…에너지 가득한 국립무용단 신작 ‘다섯 오’

    국립무용단이 2일부터 서울 중구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선보이는 신작 ‘다섯 오’는 전통과 현재를 아우른 다채로운 에너지를 뿜는다. 지금의 환경 문제에 대한 안무가의 시선을 동양 전통사상인 음양오행에 덧대 풀어냈고, 춤사위도 처용무, 승무, 씻김굿 등 전통과 현대무용을 넘나든다. 자연이 흐름대로 이어가고 서로 연결되듯 강렬한 몸짓과 섬세한 선도 결국 하나가 됐다. 2019년 부임한 뒤 첫 안무작으로 ‘다섯 오’를 내놓은 손인영 국립무용단 예술감독은 “한국 춤이 나아갈 방향”이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지난 2일 개막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손 감독은 “미세먼지로 고생을 많이 해서 우리 삶이 피폐해지고 힘들었던 걸 작품으로 풀어보기로 했다”면서 “처용이라는 인물이 역병을 몰아내고 자연 흐름을 이야기하기도 하니 처용을 소환해서 기본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면 어떨까 했다”고 소개했다. 작품은 만물의 순환과 조화가 깨진 가운데 환경 파괴로 고통 받는 현대인들 앞에 다섯 처용이 오방처용무를 내보이며 시작한다. 동양의 자연관을 상징하는 다섯 명의 처용이 대안적 가치로 오행론을 제시한다.이어 2막에서는 목-화-수-토-금 순서로 음양오행의 에너지가 무대에 오른다. 새로운 생명과 성장을 상징하는 목(木)은 현대무용 몸짓으로, 화(火)는 승무에서 춤사위를 따왔다. 불을 떠올리게 하는 새빨간 의상을 입은 무용수들이 팔을 내저을 때마다 불꽃이 튀어 나가듯 한다. 이어 죽음을 뜻하는 수(水)는 꺼진 불씨를 씻김굿으로 다독이며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다. 균형을 의미하는 토(土)는 택견에서 영감을 받아 남성 무용수들이 절도있게 움직이고 금(金)의 힘과 생명력은 에너지 넘치는 군무로 그렸다. 흑과 백으로 상징한 음과 양은 남녀 듀엣을 중심으로 조화로움을 강조했다. 이후 음양오행 세계를 여행하고 돌아온 다섯 처용은 인류가 자연과 공존하며 건강한 일상으로 회복하기를 바라는 희망을 노래한다. 손 감독은 “불은 확장하는 에너지라 승무의 가락이 날리는 동작을 차용했고 택견에서도 지신놀이처럼 땅을 다지는 산무를 가져와 흙을 다지는 느낌을 냈다”면서 “씻김굿은 불이 죽고 다시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는 흐름을 이야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처럼 전통이라는 느낌이 안 들면서도 들게끔, 전통의 호흡이 있지 않으면 이런 힘이 나오지 않아 현대적 움직임들이 있지만 무게와 뿌리는 전통에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덧붙였다.손 감독은 또 “한국 춤은 밑에서부터 올라오는 에너지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현대무용할 땐 그렇지 않고 발을 많이 뻗으라고 한다”면서 “무용수들에게 밑에 있는 에너지를 강하게 끌어오도록 하면서도 자연과 더불어 가는 움직임을 더 자연스럽게 보여주기 위해 아주 부드러운 몸짓 속에 엑기스가 가득 찬 힘을 보여주길 원했다”고도 말했다. 2막 6장에서 듀엣 무대로 음양의 조화를 표현한 박기환 무용수는 “감독님께서 동작과 움직임을 예측하지 말라고 주문하셨다”면서 “음과 양이 만났을 때 서로 주고받는 에너지를 예측하면 우연이라는 게 생기지 않으니까 몸이 부딪히는 것도 예측하지 말고 표현하는 몸짓이 그대로 춤이 되도록 하라고 말씀하셨고, 그걸 찾아가는 게 큰 경험이고 큰 가르침으로 남을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특히 음양오행 에너지를 몸으로 표현할 때 무대는 흰색 바탕에 빨간색(火), 검은색(水), 주황색(土) 등 원색의 짙은 색상으로도 상징성을 더했고 여기에 다양한 기하학적인 패턴이 반복되는 영상을 덧대는 것도 독특하다. 주로 제례악에 사용되는 전통악기들이 음양오행의 요소들마다 다르게 사용되며 힘을 보태기도 한다. 무대는 정민선, 음악은 라예송 감독이 각각 꾸몄다. 환경 문제를 비롯해 코로나19라는 악재까지 겹쳐 고된 시간을 보내는 관객들에게 ‘다섯 오’는 위로를 건네는 동시에 공존에 대한 숙제도 던진다. 공연은 5일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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