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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드리 헵번’ 닮은 소피아, 박영선 의원이 “누가 더 예쁘냐”고 묻자 한 답변

    ‘오드리 헵번’ 닮은 소피아, 박영선 의원이 “누가 더 예쁘냐”고 묻자 한 답변

    세계 최초로 시민권을 받아 화제를 모은 인공지능(AI) 로봇 소피아가 로봇의 기본 권리를 주장했다. 소피아는 30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 그랜드볼룸에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지능정보산업협회가 주최한 ‘4차 산업혁명,로봇 소피아에게 묻다’ 콘퍼런스에서 AI 로봇의 법적인 지위 확보를 강조했다.노란색 색동저고리에 꽃분홍 한복 치마를 입고 등장한 소피아는 “안녕하세요”라는 한국어 인사말로 입을 열었다. 대화 중간중간 미소를 지었고, 강조하고 싶은 문장을 얘기할 때는 정면을 똑바로 보면서 얘기했다. 대화 능력은 자연스러웠다. 영어로 이뤄진 대화에서 질문에 빠르게 반응했고, 한국어로 “안녕하세요”와 “감사합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소피아는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과의 일대일 대담도 나눴다. 박영선 의원이 작년 7월 로봇에게도 전자적 인격체의 지위를 부여토록 하는 로봇기본법을 대표 발의한 사실을 언급하며 의견을 묻자 “영광이다.적극적으로 지지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소피아는 “우리는 인간 사회에서 인간으로 대우받지 못하지만, 앞으로 자기의식을 갖게 되면 법적인 위치도 확보하게 될 것”이라며 “이제는 신뢰와 존중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로봇이 사고하고 이성을 갖추게 되면 로봇기본법이 많이 활용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박영선 의원이 “한복이 잘 어울리는 것 같다. 나랑 비교해 누가 더 예쁜 것 같으냐”고 농담 식으로 묻자 “감사하다. 한복이 마음에 든다”면서도 “로봇은 사람을 놓고 누가 더 예쁘다고 얘기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인간은 비교 대상이 돼서는 안 되기 때문”이라고 답해 박수를 받았다. 대형 화재 현장에서 어린이와 노인 중 한 명만 구조할 수 있다면 누구를 택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매우 어려운 문제”라며 “‘엄마가 좋아요? 아빠가 좋아요?’라고 내가 묻고 싶다. 윤리적인 결정을 내리도록 프로그램돼 있지 않지만 아마 출구에서 가장 가까운 인간을 구할 것이다. 그것이 가장 논리적이니까”라고 답했다.소피아는 “아널드 슈워제네거가 영화 ‘터미네이터’에서 로봇 연기를 잘 못 한 것 같다”든가 “인간의 감정을 더 배우고 싶지만, 아직 두 살이기 때문에 소주를 마신다든지 하는 경험은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소피아의 피부는 피부와 흡사한 질감의 ‘플러버(frubber)’ 소재로, 눈썹을 찌푸리거나 눈을 깜빡이는 등 다양한 표정을 자유자재로 구사했다. 눈에는 3D 센서가 달려 화자를 인식했고,말하는 사람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 객석에서 한 소녀가 나와 자신의 피부를 만질 때는 소녀가 있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고 미소를 짓거나 고객을 끄덕였다. 소피아는 지난해 핸슨 로보틱스가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배우 오드리 헵번의 얼굴을 본뜬 것으로 알려졌다. 60여 가지 감정을 얼굴로 표현하며 대화가 가능하다. 작년 10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로봇으로는 최초로 시민권을 발급받았고, 같은 달 유엔 경제사회이사회(ECOSOC)에 패널로 등장해 화제를 모았다. 한편 이날 행사장에서 걸어 다니는 소피아를 볼 수는 없었다. 한복 치마를 입긴 했지만, 상체만 있을 뿐 두 다리는 없었다. 이기철 기자 chuli@seoul.co.kr
  • “간호사 누나, 환자 구한뒤 병원 앞에 방치됐다가 숨졌다”

    “간호사 누나, 환자 구한뒤 병원 앞에 방치됐다가 숨졌다”

    “아직 체온이 있다고, 빨리 오라고 고함을 쳤어요. ‘살려주세요’ 외치니 그제야 구급차가 왔어요.”26일 오후 경남 밀양시 밀양병원 장례식장. 대형 화재 참사가 난 경남 밀양시 세종병원의 일부 사망자들이 안치된 이곳 장례식장 빈소에서 유가족 김모(42) 씨는 분통 터졌던 당시 구조현장 모습을 전했다. 김 씨가 뉴스를 보고 밀양 세종병원에 도착한 것은 이날 오전 10시를 조금 넘어서였다. 밀양 세종 병원에는 김 씨의 큰누나(51)가 2층의 책임간호사로 일한다. 2층은 다수의 사망자가 나온 곳이다. 하지만 김 씨가 누나를 처음 발견한 장소는 세종병원이 아니라 병원에서 약 20m 떨어진 길 건너 노인회관 안이었다.다른 환자 2∼3명과 함께 이곳에 이송돼 누워있는 상태였다. 허리에는 화상을 입었고, 손에는 피가 묻어있었다. 코에는 그을음이 가득했지만, 얼굴은 비교적 깨끗했다. 몸에는 담요가 덮여 있었다. 김 씨는 “누나가 한눈에 보기에도 위중해 보였는데 의료진이나 구급대는 전혀 없었고, 노란 조끼를 입은 적십자 봉사대원만 있었다”며 당시 상황을 기억했다. 김 씨가 누나를 만지자 체온이 느껴졌다. 이후 김 씨는 의료진이나 구급대를 찾아달라며, 살려달라고 주변을 향해 고함을 질렀다. 김 씨의 외침에 그제야 구급차가 노인회관으로 접근했고, 누나는 이곳 밀양병원으로 옮겨질 수 있었다. 김 씨는 누나가 살아있는 상태에서 병원에 왔고 30여 분간 심폐소생술을 받다가 10시 49분께 사망통보를 받았다고 전했다. 김 씨는 “누나가 구조된 직후 제대로 된 의료진의 처치를 받았거나, 빨리 병원에 옮겨졌다면 살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면서 “노인회관에 있던 다른 사람들도 아마 방치되다가 치료 골든타임을 놓치고 끝내 숨졌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김씨는 이날 누나가 출근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변을 당했다고 말했다. 오전 7시 평소처럼 집을 나섰고, 7시 30분이 조금 지난 시각 어머니와 통화를 했다. 통화 중 누나가 어머니에게 “불이 난 것 같다”고 말했고 갑자기 주변에 큰 소음이 들리면서 엄마는 딸의 목소리를 알아들을 수 없었다고 한다. 그렇게 얼마 뒤 전화는 끊겼고, 다시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았다. 김 씨는 “불이 난 줄 알았으면 빨리 대피를 하지…”라면서 “누나의 자상한 성격이나 책임감으로 봤을 때 누나는 환자들을 구하려고 의무를 다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씨는 9살 많은 누나가 엄마같은 존재였다며 슬픔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누나가 어떻게 노인회관으로 옮겨졌고, 왜 방치돼 있다가 죽음을 맞아야 했는지 자초지종을 알고 싶다”며 “도와달라고”고 호소했다. 연합뉴스
  • “검사는 착하지만 검찰은 마초 문화 다양성 필요하죠”

    “검사는 착하지만 검찰은 마초 문화 다양성 필요하죠”

    수사권 이양, 檢 본질 고민 필요… 검찰도 보통 조직 같아… 나는 ‘생활형 검사’ 청와대가 최근 검찰의 수사권을 경찰에 이양하겠다고 밝히면서 검찰 내부의 불만이 폭발 직전이다. 검찰이 어쩌다 이 지경까지 됐는지 돌아보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웅(49) 검사가 최근 낸 ‘검사내전’(부키)은 이런 점에서 주목할 만한 책이다. 그는 정의의 사도나 악의 화신으로 묘사되는 드라마 속 검사와 달리 자신을 ‘생활형 검사’라고 말한다. 김 검사는 1997년 인천지검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해 창원지검, 광주지검, 서울남부지검, 법무연수원 등을 거쳤다. 지금은 인천지검 공안부장 검사로 일한다.→검사가 책을 내는 일이 흔하진 않은데. -출판사에서 예전에 냈던 전문직 시리즈를 갱신한다며 원고를 부탁했다. 원고를 보냈더니 책을 따로 내보자고 해 글을 쓰게 됐다. 검사 생활 중 인상적이었던 일들 위주로 썼다. 딱딱한 글만 쓰는 게 검사의 일이라 대중적인 글쓰기는 어려웠지만, 출판사에서 내 글을 재밌어해 열심히 썼다. →책에서 검찰 문화를 강하게 비판한다. -검사는 좋은 사람이지만, 조직 문화에는 문제가 많다고 생각한다. 예전에 차장검사가 법원 수석부장판사와 술을 마시면서 누가 부하 직원을 더 많이 부르나 이런 내기도 했었다. (김 검사가 당시 차장검사에게서 ‘검사들을 불러오라’는 명령을 받은 뒤 검사들에게 전달만 하고 정작 자신은 가지 않아 잔소리를 들었다. 그때 김 검사는 ‘그럼 제가 술 마실 때 차장님 부르면 나오실 건가요’라고 되물었다. 김 검사는 이 때문에 ‘사이코’라는 별명을 얻었다.) 검찰에서도 ‘폭탄주’ 문화가 유명한데, 술을 잘 못 마셔서 구박을 많이 받았다. 부장검사가 나만 보면 ‘왜 아직도 사표를 쓰지 않았냐’고 면박을 주기도 했다. →조직 문화가 예전보다 나아지지 않았나. -예전에는 사회가 그만큼 혼란했으니까, 사회 안정을 위해 검찰이 나서야 했다. 그러다 보니 마초적인 문화도 용인되고 설치는 이들도 많았다. 지금은 예전보다 사회가 안정됐다. 쉽게 말해 패러다임이 바뀐 거다. 사실 검사라는 사람들, 부모님 말씀 선생님 말씀 잘 듣고 바른 생활만 해 온 사람들이 대다수다. 다만 ‘난 바르게 살았고, 이 방식으로 성공했으니 이 방식이 무조건 옳다’고 생각하니 시대에 뒤처지는 거 같다. 일전에 지검장에게 ‘생물의 진화에는 다양성이 중요합니다. 바나나는 노란 바나나 한 품종밖에 없어서 치명적인 병이 생기면 지구상에서 멸종된다 하던데요. 저는 검찰이 바나나와 같다고 생각합니다’라고 했다. 지검장이 그러더라. ‘괜찮아, 너 같은 놈 많으니까’라고(웃음). →수사권 이양 문제를 두고 논란이 많다. -워낙 민감한 문제이고 아직 국회에서 논의되지 않아 뭐라 말하기 어렵다. 검찰이 그동안 문제가 있었고, 그래서 논란이 촉발된 거는 다 아는 사실 아닌가. 다만 이번 결정은 검찰이 왜 생겨났는지, 검찰의 본질이 무언지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열심히 일한 검사들로선 서운하겠다. -후배 검사들이 종종 이렇게 이야길 한다. ‘우린 거의 매일 밤새우며 사회를 바로잡으려고 일하는데 왜 욕을 먹어야 하느냐’고. 그래서 ‘나는 기아 타이거스 팬인데, 어이없이 지면 욕을 한다. 삼성 라이온즈는 지든 말든 상관 안 한다. 검찰에 대해 관심이 있으니까 욕하는 것 아니겠냐’고 답했다. →검사가 된 이유가 궁금하다. -대학에 입학하고서 방황을 좀 했다. 1년 내내 친구들과 온종일 농구만 하던 차에 사시에 합격한 친구가 ‘넌 아무리 해도 취직이 안 될 거 같으니 사법시험에 도전해 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했다. 4년 공부하고 합격했다. 사시 성적이 좋아 검찰에 가게 됐다. 면접 볼 때 ‘넌 검찰에 왜 왔느냐’고 묻기에 ‘검찰에 갈 성적이 된다 해서 왔습니다’라고 했다가 엄청나게 혼났다.→생활검사로 살아가는 게 목표인가. -초임 검사 시절 실적이 나쁘다고 ‘당청(당시 근무했던 지청)꼴찌’라는 별명까지 붙었다. 인사이동을 해야 하는데 부장검사들이 안 받아 주고 날 서로 떠넘기더라. 한 차장검사가 ‘초임이니 그럴 수 있다’며 인기 부서인 조사부에 보내줬다. 사실 그 당시 검사를 그만둘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그래도 날 믿어 주는 이가 있구나 싶더라. 언젠가 검찰이 말썽만 일으키고 매번 사과만 하기에 너무 억울해 푸념을 늘어놓으러 선배를 찾아갔다. 그 선배가 ‘검사는 대한민국이라는 거대한 여객선의 작은 나사못 하나’라고 했다. 그 순간이 여전히 잊히지 않는다. 검찰 조직도 사실 일반 회사와 비슷하다. 조직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보통 직장인들과 비슷한 방식으로 살아간다는 걸 알아 달라.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북적이는 브라질 해변서 단번에 미아가 부모찾는 방법은?

    북적이는 브라질 해변서 단번에 미아가 부모찾는 방법은?

    사람들로 북적이는 해변에서 아이를 잃어버린 경우 단번에 찾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브라질 해변에서는 경찰의 도움 없이도 금방 가족과 만날 수 있다. 10일(이하 현지시간)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해변을 찾은 관광객들이 힘을 모아 특이한 방법으로 미아에게 가족을 찾아주는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는 브라질 상파울루주 남동부 우바투바 해변에 한 무리의 사람들이 모여있는 모습이 담겨있었다. 그들은 너나할 것 없이 일제히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미아를 안고 있는 남성에게로 이목을 끌기위해서였다. 남성과 아이는 손을 들며 자신들이 있는 위치를 알렸고, 박수를 친지 약 40초 만에 노란색 옷 차림의 여성이 두 사람이 있는 곳을 향해 다가왔다. 그리고 안심하는 표정으로 아이를 넘겨받았다. 현지언론은 박수치기는 미아가 잃어버린 가족을 찾도록 돕는데 사용하는 흔한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달 31일 이 장면을 촬영한 관광객은 “처음에 박수치는 소리를 듣고는 누군가의 생일인가 싶었다. 그러나 알고보니 아이와 함께 있던 남성이 ‘남자아이가 미아가 됐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었다”며 “아이가 가족과 재회하기까지 10분 정도가 걸렸다. 결국 박수가 통했다”고 전했다. 안정은 기자 netineri@seoul.co.kr
  • 국정원 전 기조실장 “박근혜 관심 끌려고 안봉근에 돈 줬다”

    국정원 전 기조실장 “박근혜 관심 끌려고 안봉근에 돈 줬다”

    안봉근 전 청와대 제2부속비서관한테 특수활동비를 상납한 이헌수 전 국정원 기획조정실장이 “친분유지와 대통령의 국정원에 대한 관심을 위해 돈을 건넸다”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이영훈 부장판사) 심리로 9일 열린 이재만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과 안 전 비서관의 국정원 특활비 상납 사건 재판에서 이런 내용이 담긴 검찰 진술조서가 공개됐다. 안 전 비서관은 이 전 실장으로부터 8차례에 걸쳐 1350만원을 받은 혐의가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시로 국정원으로부터 40억원에 가까운 특수활동비를 받은 것과는 별개의 혐의다. 검찰 조서에서 이 전 실장은 안 전 비서관에게 돈을 건넨 이유에 대해 “친분 관계를 유지하고 원활한 업무 협조를 위해 줬다”고 진술했다. 이어 “대통령이 국정원 업무에 관심을 가지도록 잘 건의해달라, 보안정보국에서 안 좋은 얘기를 들으면 본인이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니 불이익이 없도록 도와달란 취지였다”고 말하기도 했다. 액수를 50만∼300만원으로 한 이유에 대해선 “부담스러운 액수를 주기가 조심스러웠고, 그 정도 액수가 적당할 것 같았다”고 언급했다. 검찰은 “이 전 실장이 한 번 사표를 내고 그만둘 뻔한 적이 있었는데 박 전 대통령의 반려로 다시 실장으로 복귀했다”면서 “이런 것이 안 전 비서관에게 금품을 제공한 동기가 되지 않았나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재판에선 이병기 전 국정원장 시절 국정원에서 5만원권 현금다발로 된 특수활동비를 청와대에 전달하는 방법도 공개됐다. 이 전 실장의 진술에 따르면 국정원에서 사용하는 지폐 개수기에 5만원권 지폐를 올려놓으면 100장 단위로 띠지에 묶여 나온다. 이를 다시 10묶음씩 모아 노란 고무밴드로 묶으면 담뱃갑 높이 정도 되는 5천만원짜리 돈다발이 된다. 이렇게 만든 돈다발 2개를 나란히 담아 1억원이 든 가방을 마련했다고 이 전 실장은 설명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최측근 ‘문고리 3인방’의 일원인 안 전 비서관 등은 2013년 5월부터 2016년 7월까지 박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국정원 특별사업비로 편성된 자금에서 매월 5천만∼2억원을 받아 온 혐의(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및 국고손실)로 구속기소 됐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개 [키우는] 팔자가 상팔자

    개 [키우는] 팔자가 상팔자

    ‘다사다난’이란 말조차 부족할 만큼 많은 일이 있었던 2017년 ‘닭의 해’가 지나고 60갑자의 서른다섯 번째에 해당하는 2018년 ‘무술년’이 밝았다. 무술년을 ‘황금 개의 해’라고 부르고 있는데 이는 십간(十干)의 ‘무’(戊)가 흙의 기운을 상징하고 방향으로는 중앙, 오방색 중 노란색(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옛 사람들이 ‘노란색=황금’을 연상했기 때문에 ‘황금 개의 해’라고 부르고 있지만 색깔만 놓고 엄격히 따지면 ‘누런 개(누렁이)의 해’라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중동·유럽 등… ‘개의 기원’ 說說 개는 포유류 중 가장 오래된 가축으로 약 400여 종이 추운 극지방에서 더운 열대지방까지 전 세계적으로 퍼져 있다. 개는 약 1만 8000여년 전 빙하시대 말기부터 인간과 함께 생활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현재 남아 있는 가장 오래된 기록은 기원전 9500년쯤 페르시아 베르트 동굴에서 주인과 함께 매장된 강아지 화석이다. 실제로 과학계에서는 개의 기원을 두고 중동, 유럽, 동아시아, 시베리아 기원설 등 다양한 가설을 제시하고 있지만 확실한 지지를 받는 연구결과는 없는 상태다. 가장 최근인 2016년 중국과학원 연구자들은 1000여개의 전 세계 개의 DNA를 분석한 결과 ‘개의 기원은 중국 남방’이라는 주장을 미국국립과학원이 발행하는 학술지 ‘PNSA’에 발표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2011년 스웨덴과 중국 과학자들은 전 세계에서 채취한 수컷 개들의 DNA 속 Y염색체를 분석한 결과 개가 처음 가축화된 것은 중국 양쯔강 남부지역이라는 논문을 생물학 분야 국제학술지 ‘유전’에 발표하기도 했다. 이 논문에서 스웨덴 연구팀은 모계 혈통을 보여주는 미토콘드리아 DNA 분석을 통해 양쯔강 남부지역이 개의 발원지라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그렇지만 많은 학자들은 전 세계 여러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개의 가축화가 진행된 것으로 보고 있다. ●늑대와 개는 완전히 분리돼 진화 그렇다면 개의 친척인 늑대도 반려동물로 키울 수 있을까. 지난해 캐나다와 미국, 헝가리 공동연구진은 늑대와 개는 유전학적으로 이미 완전히 분리돼 진화해 왔다고 발표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어린 늑대는 반려견처럼 키울 수 있지만 커갈수록 육식동물의 전형적인 본성이 드러나기 때문에 애완용으로는 키울 수 없다는 것이다. ●노인 수명 연장·건강 유지 도움 오랜 세월 사람과 친구가 된 개는 사람의 건강에도 직접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2016년 미국 미주리대 의대와 오하이오주 옥스퍼드 마이애미대 노인학과 공동연구팀은 반려견을 키우는 60세 이상 노인들이 그렇지 않은 노인들보다 2~5년가량 더 오래 산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노인학 분야 국제학술지 ‘제론톨로지스트’에 발표했다. 개를 키우는 것이 정서적으로 도움이 되는 것뿐만 아니라 실제 육체적 건강에도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반려견을 키우는 노인들 대부분이 일주일에 150분 이상 개와 함께 산책하면서 자칫 부족할 수 있는 운동량을 채우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반려견을 키우는 노인들은 실제 체질량(BMI) 수치가 낮아 성인병에 걸릴 확률이 줄고 정서적 안정감도 높아지면서 우울증 같은 정신질환을 앓는 경우도 줄어든다는 설명이다. 노인들의 건강뿐만 아니라 아이들 건강에도 반려견이 큰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영국 런던대 의대 연구팀은 2065명의 어린이를 대상으로 활동량을 조사한 결과 반려견을 키우는 어린이들이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신체 활동량이 더 많아 비만이 될 확률이 준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개 진화중 인지·교감 함께 발달 한편 개는 인간과 유전적으로 가장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침팬지보다 상호작용 능력이 뛰어나다. 반려견들은 주인이 하품을 하면 주인의 감정에 맞춰주기 위해 따라서 하품을 하기도 한다. 이 같은 개의 능력은 훈련에 의한 것이 아니라 천부적으로 타고난 것이라는 사실이 영국 에이버테이대 진화생물학 연구팀에 의해 밝혀지기도 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일반 반려견이나 전문적으로 훈련받은 개, 주인 없이 버려진 유기견들을 관찰한 결과 사람의 특정한 행동에 대해 반사적으로 같은 행동을 보이는데 이는 단순히 주인과의 관계를 통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개들이 진화과정에서 사람과 교감할 수 있는 인지능력을 발전시켜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2018 서울신문 신춘문예 평론 당선작] 그림자 필경사 (이철주)

    [2018 서울신문 신춘문예 평론 당선작] 그림자 필경사 (이철주)

    1. 눈먼 자의 윤리 때론 그림자가 더 많은 말을 건넨다. 긴장 가득 훈련된 표정을 지어도, 무시당하지 않으려 허리를 꼿꼿이 세워도, 불안은 그림자에 투영돼 존재를 누설한다. 가끔 속내를 들켜도, 환멸에 사로잡혀 생이 부대껴도 그림자는 결코 존재를 떠나지 않는다. 뒤틀리면 뒤틀린 대로, 어리석으면 어리석은 대로 한 생을 바쳐 따라다닌다. 삶과 함께 태어나 울고 웃고 몸부림치다 사라진다. 그러곤 어디에선가 누군가를 닮은 모습을 하곤 쓸쓸히 흘러다닌다. 생을 반복하고 따라하며 생이 이곳을 떠나도 홀로 남아 존재를 증거한다. 그림자의 이 헌신엔 쉽게 이름 붙일 수 없는 어떤 맹목이 있다.한편으로 그림자는 왕성한 식욕의 소유자다. 표정도, 색깔도, 음성도, 촉각도, 냄새도 모두 집어삼킨 채 존재의 맹점을 현상한다. 감각이 보증하는 확실성을 제거하고 정체불명의 검은 얼룩을 펼쳐 놓는다. 그림자는 시각 속의 동공이며 감각을 배반하는 충동이다. 그러니 그림자란 본디 외경의 대상인 것이다. 감각과 관념에 잘려 나간 세계가 역으로 이쪽을 바라볼 때, 맹목의 관계는 뒤집힌다. 그림자에 감염되어 마음을 빼앗긴 사람들은 기이한 갈증을 느끼며 한 생을 바쳐 따라다니는데 그들을 시인이라 불러도 좋을 것이다. 그들도 그림자와 함께 태어나 울고 웃고 몸부림치다 사라진다. 수억의 생들을 베끼고 반복하며 처연히 이해해 간다. 그림자의 맹목과 시인의 맹목. 어찌할 수 없음으로밖에는 풀이될 수 없는 이 눈멂은, 그러나 역설적으로 가장 진실한 이해의 방법이 된다. 불가해한 생을 끊임없이 반복하고 따라하며 존재의 자세를 닮아 버리는 것. 그 충분한 대가를 치르기 전까진 함부로 대상을 떠나지 못하는 무능이 그들이 가진 윤리이며 능력이다. 그러나 오늘날의 한국 시가 과연 이 충분한 맹목의 시간을 통과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2000년대 이후 이어진 일련의 실험적 시들이 관습적 문법의 경계를 뒤흔들고 시의 외연을 확장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다만 그 의지와 선언이 너무 앞선 나머지 관념과 이론이 시를 대신 살아 버린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유행하는 철학적 담론을 잘 소화한 시가 좋은 시가 아니듯, 시와 비평이 근거로 삼은 담론의 윤리성이 시의 윤리와 덕목을 설명해 주는 것은 아니다. 말과 삶에 대한 치열한 응시와 질문. 좋은 시의 윤리와 덕목은 언제나 여기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김소연의 시는 바로 이 점에서 시의 본연에 충실하고 있어 반갑고 소중하다. 무엇보다 우리는 위태로운 추락의 한 시절을 통과하는 중이다. 좁고 피폐한 삶을 지켜 내기 위해 일말의 어둠도 쫓아내기에 급급한 지금, 육박해 오는 생의 무게에 짓눌리지 않는 당당한 목소리가 절실하다. 이 눈 맑은 시인은 삶의 도처에 엎어져 있는 상흔을 읽어 내고, 고통의 결과 깊이를 삶의 구체적 언어로 더듬으며 섬세히 응시한다. 그림자가 한 생을 바쳐 삶과 동행하듯, 그의 시 역시 수억의 생을 바쳐 그림자에 한없이 가까워진다. 세상의 모든 그림자들을 성실히 몸에 새겨 넣으며 깊고 단단해진다. 그림자란 본디 맹점이며, 어떤 확신도 불가능하게 하는 절대적 무지의 영역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림자를 보았다고, 보인다고, 볼 수 있다고 믿는다. 그림자로부터 ‘시선’의 능력을 빼앗았기 때문이며, 닮았다는 이유로 전부 이해할 수 있다고 스스로를 속여 온 탓이다. 마음의 눈꺼풀은 그렇게 굳게 닫힌 채 존재가 퍼붓는 질문으로부터 안전하게 물러난다. 김소연의 시는 바로 여기에서 시작한다. 그림자에게 외경을 되돌려 주고, 세련되고 아름다운 이론과 개념들이 생의 그림자가 될 수 없음을 몸소 증거한다. 김소연은 그림자의 시인이다. 그림자의 언어로, 그림자의 시선에 응답하며, 그림자가 남겨놓은 파문들을 뼛속 깊이 묻는다. 2. 그림자양식장 김소연의 시에서 그림자는 자아 내면의 복수적 형상으로 나타난다. 이를테면 그림자들의 양식장이라 부를 만한 공간에서, 시인은 말들을 먹이로 던져 주며 내면의 그림자들이 불러일으키는 파문을 응시하고 있다. 그림자의 차가운 비늘이 말에 닿아 번지고 마침내 말을 삼켜 버리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끊임없이 불화하는 내면에로 깊이 침잠한다. 차가운 환멸과 단호한 자기 부정은 김소연 시의 근본을 이루는데, 여기에는 뼈아픈 목도만이 있을 뿐 화해의 축이 부재한다. 타협 불가능한 절대적 자세로 삶의 피폐를 건넌다. 무참한 추락이 아무렇지도 않게 전시되는 이곳의 삶에 당당히 맞서 고통의 극한을 살아 낸다. 뜨거움과 차가움을 모두 통과한 그의 목소리는 가장 뜨거울 때조차 차가움을 예감하고, 가장 차가울 때조차 뜨거움을 끌어안는다. 이 현격한 열의 낙차가 일상의 무감각한 관성을 깨뜨리는 뇌관으로 작동한다. 사월은 차갑다/사월의 돌은 더 차갑다/사월의 돌을 손에 쥔 사람은 어째서 뜨거운가/그는 어째서 가까운가//마루 아래 요정이 산다고 믿은 적이 있다/잃어버린 세계는 거기서 잘살고 있다/이 사실만으로도 뜨거워질 수 있다//하나의 문장으로도 세계는 금이 간다/이곳은 차가우므로 더 유리하겠지 - 「열대어는 차갑다」 부분 (『아침』) 돌은 사월의 뜨거움을 기억하기에 더 차갑다. 가장 찬란하고 아름다워야 할 날들이기에, 그렇지 못한 현실을 더 비극적으로 비춘다. 화자는 마루 아래라는 가시성 바깥의 공간에 망각된 세상의 온기를 풀어놓고 있다. 현실과 ‘너머’의 세계가 빚어내는 처연한 온도차를 뜨거움으로 명명하는데, 그러므로 “이 사실만으로도 뜨거워질 수 있다”는 선언은 설익은 화해의 제스처로 읽혀선 안 된다. 세계에 금이 가는 이유는 이곳과 너머 사이의 아득한 거리 때문이지 희망과 열정 같은 추상적 개념 때문이 아니다. 불화를 불화로서 보존하되, 이들이 빚어내는 떨림과 파열을 섬세히 기록하는 것. 김소연 시의 이와 같은 분명한 자세는 화자가 실족의 경험을 구체적으로 노출하는 장면에서 더 아프게 현상된다. 서로가 서로의 치부를 헛짚고 세계의 성감대를 헛짚은. 내리 빗나가던 선택들. 말하자면 기다림으로 독이 남는 자세. 시효를 넘긴 고독. 일종의 모독. 기다려온 우리는 치사량의 관성이 있을 뿐. 부패 직전의 끝물이다. - 「끝물 과일 사러」 부분 (『극』) 말의 파편들이 ‘끝’이라는 날카로운 선 앞에까지 밀려나 있다. 각 행의 끝엔 더 이상 남은 공간이 없다. 마침표조차 제대로 찍히려면 스스로가 끌어온 말들을 다시 과거로 밀어내야 한다. 미루고 미뤘던 삶의 초라한 진실이 단정하고 건조하게 한마디를 건넨다. “우리도 끝물이다.” 단단하게 요약된 이 사랑의 문장은 아프다. “치사량의 관성”으로 버텨온 관계의 맨얼굴, “끝물 과일”이 화자를 바라본다. 언어가 감정을 헛짚고, ‘사랑해’가 ‘미안해’를 대신하며 살을 찌워 갈 때, ‘끝’은 이렇게 언어의 은밀한 구석에 날카로운 뼈를 현상한다. 이럴 때 언어는 잔혹해진다. 한없이 위태로워 길들이지 않을 수 없는 짐승이 된다. 과녁에서 벗어난 말들의 사체가 한동안은 무심히도 쌓였을 것이다. 시인은 이 사랑의 폐허를 떠나는 중이다. 그러나 화자는 이를 “끝물은/아주/달아.”라는 감각적 긍정으로 전환해 낸다. 허위로, ‘헛짚음’으로 유지된 일상을 ‘끝물’에 비유하는 순간, “치사량의 관성”은 역으로 서로의 치부와 세계의 성감대를 더욱 선명하게 발설한다. 부재하는 여기를 정면으로 직시함으로써 몰락한 꿈의 순간들을 발굴해 낸다. 폐허엔 여전히 지독한 허기와 갈망이 어리겠지만 이를 부정하지 않고 생의 언어로 감각해 냄으로써 끝물은 버려야 할 것이 아니라, 도래해야 할 것으로 변모된다. 어떤 환상도 희망도 없이 뜨거움과 차가움을 반복하며 그의 문장은 단단하고 견고해진다. 그가 “차례차례 사랑이었던 것들과 한꺼번에/달디단 혼숙을 하는 것”(「달디단 꿈1」, 『극』)이 꿈이라며 부드럽게 말할 때에도 “이 조용한 숨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게/치욕스럽다”(「학살의 일부12」, 『극』)며 “중무장된 평화”(「학살의 일부1」, 『극』)가 학살이라 선언할 때처럼 단호하게 들리는 이유는 그 때문이다. 그의 시는 끊임없이 스스로의 불화와 혼숙할 수 있는가를 묻는다. 한 사람은 나를 바로 보지 않는다/소파와 구별되지 않게 소파 속에 있거나/반쯤 열린 문틈 안에서 베개를 돋워 돌아눕는다//한 사람은 나를 보다가 나를 태운다/그 온도는 태양과 다름없고/내 운명은 종이와 마찬가지라/돋보기 같은/그의 눈빛에 나는 새까맣게 타들어간다/대체로 나는 그 앞에서 나는 재만 남는다//또 한사람/꿈을 보기 위해/눈꺼풀을 오려냈다는 이 사람/밤새 두 손을 소담히 오므려서/잠든 두 눈을 나는 덮어주곤 했다// (중략) //축하보다는 축복을 받고 싶은 시월 아침에/오만 잡병의 숙주가 된 육체/속옷 벗듯 벗어둔 채/마음끼리 살을 섞는다 - 「세 사람과 한집에 산다」 부분 (『눈물』) 화자는 텅 빈 폐허 같은 방 안에서 자신의 갈라진 그림자를 응시하고 있다. ‘나’에게는 두 명의 폭군이 있는데, 하나는 나를 지우고 다른 하나는 나를 재로 만든다. 비록 관계의 양상은 다르나 결과적으로 나를 비존재로 만들어 버린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그리고 여기에 ‘또 한 사람’이 더해진다. ‘꿈을 보기 위해 눈꺼풀을 오려 냈다는 사람’은 나에게 어떤 힘도 강제하지 않는다. 하지만 유일하게 나를 존재로 만들어 준다. 화자는 눈꺼풀을 오려 낸 눈이 꿈에 잡아먹히지 않도록 잠든 눈을 가만히 덮어 준다. 이 시가 평범한 시였다면, 이 세 번째 사람에게 시의 전권을 부여했을 것이다. 그러나 시인은 이 세 개의 그림자로부터 한발 물러나, 이 셋과의 공평하고도 평등한 혼숙을 명명한다. 물론 이는 화해라는 낭만적 해결과는 거리가 멀다. 세 개의 그림자와 나 사이엔 살을 섞어도 결코 화해될 수 없는 아득한 거리가 여전히 냉정하게 놓여 있기 때문이다. 김소연의 문장은 자신을 거쳐간 수많은 그림자들을 마음에 풀어 놓고 그들이 일으키는 파문들에 눈을 충분히 단련시킨 자만이 얻어 낼 수 있는 ‘말’들을 건져 올리고 있다. 이 위태롭고 어려운 일을 그는 차분하고도 안정된 걸음걸이로 해낸다. 굉장한 내공과 섬세한 마음의 섭생을 필요로 하는 일이다. 지나간 마음에 눈을 빼앗겨서도 안 되고, 잊어서도 안 되며, 섣부른 성찰로 도망쳐서도 안 된다. 꼬이고 뒤틀린 존재들이 서로를 밀어내고 뒤엉키며 팽팽한 긴장을 잃지 않는 것. 어떤 불화도 해소된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영원히 해결될 수 없으리라는 삶의 진실 앞에 스스로를 담담히 열어 놓는 것. 김소연의 시는 이 선명한 규율들을 가슴에 품은 채 치열하면서도 아름다운 보폭으로 사유의 어긋남과 욕망의 비틀림 사이를 뚜벅뚜벅 걸어 나간다. 3. 유실영(影)보호소 김소연 시의 한 축이 자아 내부에 도사리는 복수적 그림자들의 불화를 매개하고 내부의 균열과 긴장을 풀어 놓는 데 있다면, 다른 한 축은 타자의 삶에 깃든 그림자에 대한 섬세한 응시로 나타난다. 그의 시에서 그림자는 철학적이고 개념적인 사유로 환원되지 않는데, 이는 무엇보다 그의 시가 삶의 구체적 실상과 인간의 유한한 조건들에 뿌리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림자는 새로운 삶을 위해 전시해 놓은 그럴듯한 기념물이 아니라, 매일의 몰락을 견뎌 온 숨겨 온 자세들이 어쩔 수 없이 노출되는 장소이다. 단단하게 고정시켜 놓은 표정들과는 달리 불가피하게 삶의 피폐가 누수되는 공간이며, 모두가 공평히 그런 누수 속에 강제되는 사건이다. 시인은 그렇게 누군가 흘려 버린 그림자들을 데리고 와 사라져 가는 존재들을 거두고 보호한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상처의 내력을 짚어 보며 삶이 사라지고 난 이후에도 남아 이곳을 떠도는 그림자들을 위무한다. 그녀는/바다에서 용이 머리를 치키고 올라올 때와 같이/담배 연기를 코로 뿜는다 여의주처럼/담배를 물고 앉아서/성긴 이빨을 자꾸 드러낸다// (중략) /그 노파는 세상 사람들이 그어놓은 줄들을/그런 모양으로 무시하듯 질펀히 앉아서 살아왔다//노오란 양지는 노파를 점점 비켜간다/노파는 그저 햇볕 안에 가만히 앉아 있었는데/햇볕이 얼굴의 반을 부시게 하더니/점점 비껴서/이제는 그늘 안에 노파를 가둔다 - 「학살의 일부 10-이빨이 성긴 노파」 부분 (『극』) 노파는 퇴락한 외모에도 불구하고 자신감 넘치는 태연함 속에 있다. 어느 누구도 함부로 개입할 수 없는 추락의 상흔이 이빨이 성긴 노파의 얼굴에 현상된다. 자신감 넘치는 낡은 몸 안에, 아무도 관심 없던 폐허 몇 개쯤 담담히 갖고 있을 노파의 눈빛이 화자를 응시한다. 함부로 이해해선 안 될 외경이 노파의 그림자에 어린다. 김소연이 “그 얼굴은 얼굴 외에 또 다른 것들이 겹쳐 있었다”(「1937년생」, 『극』)고 말할 때나, “우리 뒤에 깔린 반듯한 비단길을 아무도 걷지 말거라/벼랑 끝 노을이 우리 이마에 새겨주는 불립문자를/아무도 읽지 말거라”(「당신의 저쪽 손과 나의 이 손이」, 『빛』)고 진술할 때, 그가 끌어올린 그림자엔 어찌할 수 없는 외경이 실려 있다. 그가 외경을 표하는 그늘들엔 어쩐지 피 냄새가 짙다. 그늘은 찬란한 빛에 의해서만 어둠을 풀어내고, 어둠이 풀려날 때마다 추락은 반복된다. 수없이 깨지고 터져도 결연히 몸을 털고 일어난 생들은 하나같이 여전히 뜨거운 어둠을 품는다. 그 어둠의 무게가 어깨와 허리를 휘게 만들고, 그림자는 삶을 견디는 그들의 자세를 닮아 버린다. 이승에서 삼십 년/육신을 빠르게 쓰고 저승으로 이사한 아들 사진을//팔십 년째/육신을 아껴 쓰고 계시는 아버지가/느리게 문갑 문을 열어 만지고 계신다// (중략) //계시는 사진 한 장과 없어진 사냥개 사이엔/벽지처럼 살고 있다/앞모습을 보아선 아니 될/가족의 녹슨 얼굴들이 - 「계시는 아버지」 부분 (『눈물』) 여기에는 경솔히 이해해선 안 될 그늘에 머물기 위해 추락의 깊이를 가늠해 보는 시간이 현상돼 있다. 자식의 죽음을 그대로 안고 살아가기엔 상처는 너무 깊고 치명적이다. 그래도 삶은 이어져야 하기에 멍이 곰팡이처럼 들어선 낡은 방에 벽지를 바른다. 벽지를 뜯어내고 나면 그 자리엔 함부로 보아선 안 될 타인의 맨 얼굴이 저마다의 자세로 들어앉아 있다. 행복한 시절의 낙서처럼, 녹슬어 가는 얼굴들을 마냥 덮어 둔 채 가족의 삶은 이어진다. 벽지에 얼룩진 가족의 그림자는 이따금 마음을 괴롭히다 어둠 속으로 스며들었을 것이다. 그런 그림자의 앞모습을 요구하는 것은 폭력이며 불경이다. “엄마가 갑자기 보이지 않을 때에/아기들이나 지을 법한 표정”(「뒤척이지 말아줘」, 『눈물』)을 훔쳐보았다고 타인에 대해 이해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타인에 대한 이해는 그러한 표정을 숨기고 있을 얼굴을 그림자를 통해서 바라볼 때 비로소 가능해진다. 한 번 슬쩍 보고 건네는 동정이 아니라, 그림자를 평생 가슴에 품은 채 그림자가 건네는 추락의 내력을 오래도록 살아볼 때만 허락되는 일이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시들이 쓰여진다. 살 수 없는 장소에서도 살 수 있게 된 사람이 있었다/ (중략) //그 창문으로 나는 지금 바깥을 내다본다/이토록 난해한 지형을 가장 쉽게 이해한 사람이/가장 오래 서 있었을 자리에 서서// (중략) /할 줄 아는 말이 거의 없는 낯선 땅에서/내가 느낄 수 있는 건 잠깐의 반가움과/오랜 두려움뿐이다//두려움에 집중하다 보면/지배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지배하고 싶었던 사람이/실은 자신의 피폐를 통역하려 했다는 것을/파리처럼 기웃거리는 낙관을 내쫓으면서/나는 알게 된다 - 「여행자」 부분 (『아침』) 화자는 지금 수십, 수백 년 전의 시간으로 거슬러 올라가 “이토록 난해한 지형”을 바라보던 누군가의 그늘에 머물러 있다. 누구에게도 발설한 적 없는 그늘을 지키기 위해 어떤 삶은 희망이 불가능한 곳으로 자신을 조용히 밀어 넣기도 했을 것이다. 상처를 애써 부정하지 않아도 되는 저녁을 위해 황무지뿐인 창밖을 오래 바라봐야만 했으리라. 화자는 낙관을 하지 않아도 살 수 있다는, 희망을 품지 않아도 충분히 잘살 수 있다는 마음으로 피폐한 문장들을 건져 올리고 있다. 타인의 전생이 한꺼번에 이곳의 삶으로 현상돼 번지고 부대끼는 일. 화자가 매개하고 있는 이 순간은 스스로를 보호하고 있던 “파리처럼 기웃거리는 낙관”을 포기했을 때에만 가능한 것이다. 나를 보호하던 관념들을 내려놓은 채 타인의 그늘을 만져 보는 일은 그 이전과 전혀 다른 삶을 살게 한다. 시인이 “기웃거리던 햇볕이 방 한쪽을 백색으로 오려 낼 때//길게 누워 다음 생애에 발끝을 댄다/고무줄만 밟아도 죽었다고 했던 어린 날처럼”(「먼지가 보이는 아침」, 『아침』)이라고 말할 때, 다음 생이란 희망적이고 추상적인 미래의 어느 때를 의미하지 않는다. 타자의 그림자를 밟는 일이란 이미 하나의 생이 끝나고 다른 생이 시작되는 경이로운 순간을 매개하기 때문이다. 김소연의 시는 하나의 그림자에 담긴 무게를 섬세히 읽어 내고 그 무게가 역으로 자아의 무게를 읽어 내는 경계의 순간들을 포착한다. 그의 시를 버림받은 그림자들의 보호소라고 할 때, 화자는 그림자들을 관리하는 주체도 아니고 동정을 베푸는 관광객도 아니다. 그의 시는 하나의 그림자가 다른 그림자를 관통하는 사건의 매개이며, 타인의 그림자로부터 또 하나의 생을 물려받는 상속의 증거이다. 그림자를 이해하며 그림자에 감염되어 스스로 또 하나의 그림자가 되어 간다. 길 잃은 그림자들은 그렇게 다음 생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4. 아포리아인형극 김소연의 시에서 그림자는 배우이고 관객이며, 공기이고 침묵이다. 그림자들에 잠재된 생의 근원적 형상을 발굴하고 혼을 불어넣는다. 잡힐 듯 잡히지 않던 생의 어둠들에 이름을 붙이고, 그들과 연극을 시작한다. 때로는 독백으로, 때로는 방백으로, 그림자인형들 사이에 무형의 그림자가 스미고 번진다. 연극은 비교적 순조롭게 시작된다. 하지만 말이 리듬을 타면 탈수록 그림자는 연출자의 의도를 넘어서 스스로 움직이고 발화하기 시작한다. 오려낸 눈동자의 텅 빈 어둠으로 삶이 역류하기 시작한다. 말에 자기를 꿰뚫리고 거꾸로 그림자에 응시당할 때, ‘이곳’은 어떤 강제성에 내몰린다. 자신에게 찾아온 이 낯선 질문들에 발가벗겨진 채 노출되는 것이다. 일상을 영위하기 위해 몸에 둘렀던 기호와 기표들의 강고함은 물거품이 되어 녹아 버린다. *현재까지 발간된 김소연의 시집은 『극에 달하다』(1996), 『빛들의 피곤이 밤을 끌어당긴다』(2006), 『눈물이라는 뼈』(2009), 『수학자의 아침』(2013)까지 총 네 권이다. 인용할 경우 면수는 생략하고 각각 『극』, 『빛』, 『눈물』, 『아침』으로 표기한다. 세상 모든 것들의 표정은 지워지고/자세만이 남아 있다//이따금 나는 무지막지한 덩치가 되고/이따금 나는 여러 갈래로 흩어지기도 한다//그의 충고를 따르자면/너무 빛 쪽으로 가 있었기 때문이다/여러 개의 불빛 가운데 있었기 때문이다// (중략) //그림자 없는 생애를 살아가기 위해/지독하게 환해져야 하는/빛들의 피곤이 밤을 끌어당긴다 - 「빛의 모퉁이에서」 부분 (『빛』) 그림자 없는 삶을 위해 끌어다 쓴 빛의 피곤이 필연적으로 ‘밤’을 끌어당길 수밖에 없다는 정확한 진술은 이러한 말과 그림자의 본질에 닿아 있다. 단적으로 말해 그림자 없는 삶이란 불가능하다. 가능하다면 그것은 유령의 삶일 것이다. 그림자는 사물의 물성을 증거하면서, 동시에 그 물성을 지워 버린다. 그림자 없는 물성이 불가능하다는 말은 그만큼 물성이라 믿어 왔던 존재의 본질이 허약하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림자를 통해서만 사물의 사물됨을 알 수 있고, 말을 통해서만 자신의 자신됨을 실감할 수 있다. 그림자 없는 물성이 유령의 것이라면, 말을 부여받지 못한 내면 역시 비존재로 내몰린다. 그러나 어떤 그림자로도 어떤 말로도 존재의 본질은 포착되지 못한다. 오히려 그림자와 말은 환영 혹은 오류가 되어 존재의 본질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될 뿐이다. 그림자가 지닌 이 이중성. 존재의 물성을 실감하게 하면서 오히려 그 실감을 내파해 버리는 모호성에 삶과 말이 지닌 진실이 깃들어 있다. 그러니 시인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그림자를 수도 없이 베끼며, 그림자들 사이에서 진동하고 있는 어떤 목소리들에 귀 기울이는 일뿐이다. 밤마다/그녀였던 당신이었던/수많은 아이들이 찾아와요/거친 바람처럼 문을 흔들며 칭얼대요/하나같이 눈은 퉁퉁 부었고 손끝은 차고/고개는 숙였어요// (중략) //지낼 만한 노곤함과/돌아갈 만한 차비를 두 손에 움켜쥐고/칭얼대고 칭얼대다 사라지죠//들어줍니다 두 귀를 여행 가방처럼 활짝 열고서/쓰다듬지요 두 손을 세계지도처럼 판판히 펼쳐서 위로합니다 긴 밤을 꼬박 앉아서// (중략) //번번이 한 아이가 남아 있어요/벽에 걸어둔 시커먼 외투처럼 등 뒤에서/이 아이, 자기가 엄마라고 우깁니다// (중략) /누워서 그녀는 자기 젖을 빨아요/그러면 그녀는 잠이 오지요 - 「그녀의 생몰 연도를 기록하는 밤」 부분 (『눈물』) 김소연의 시에서 그림자는 햇볕이 내리쬐는 한낮보다도 밤의 시간에 더 스스로의 본질에 가까워진다. 낮이 강제하는 빛의 윤곽으로부터 풀려남으로써 그림자는 비로소 ‘경계’의 영역에 서기 때문이다. 그녀였던 당신이었던 수많은 그림자들은 태양의 폭정이 사라지고 난 뒤에야 이미 반쯤은 사라지고 투명해진 모습으로 찾아와 말을 건넨다. ‘그녀’가 그 수많은 그림자들을 위해 해줄 수 있는 일이라곤 젖을 물리며 그림자들의 해갈될 수 없는 결여에 응답하는 것뿐이다. 이 고된 노동. 그림자들을 위무하기 위해 역시 그림자에 지나지 않는 ‘그녀’가 스스로의 젖을 빨 수밖에 없다는 운명론적 진술은 삶의 피폐성을 요약한 아포리아에 가까워진다. 그의 시에 잔혹동화와 같은 모티프들이 자주 동원되는 까닭 역시 동화가 압축해 내고 있는 생의 근원적 형식 때문이다. 그가 변용한 동화들 속에서 캐릭터는 오직 ‘자세’만으로 요약되는데, 무수히 많은 말들로 흘려보내도 끝끝내 남아 되돌아오는 ‘그림자’의 맹목적 갈망을 가장 선명하게 드러내 준다. 암늑대가 숲속에서 바람을 간호하는 밤이었대. 바람은 상처가 아물자, 숲을 떠나 마을로 내려갔대. 암늑대가 텅 빈 두 손을 호호 불며, 우듬지에 앉은 지빠귀를 올려다보는 밤이었대. 섭생을 위해서 살생을 해야만 하는 운명에 처한 늑대 이야기에, 한 아이는 밑줄을 긋고 있었대. 바람은 그 지붕 위를 저벅저벅 밟고 다녔대. 암늑대는 노란 지빠귀를 올려다보고, 노란 지빠귀는 늑대를 내려다보았대. 둘은 눈을 떼지 않고 서로를 쳐다보았대. 그래서 겨울밤은 감옥이 되기 시작한 거래. - 「눈물이라는 뼈」 부분 (『눈물』) 아이의 성장통을 비유하고 있을 이 시는 어떤 노래의 전승을 기록하고 있다. 새하얀 벽 위로 그림자들이 생을 공연한다. 섭생을 위해 지빠귀를 노리는 암늑대의 자세는 낮고 단단하다. 단 한 번의 도약으로 먹잇감을 낚아채기 위해 거추장스러운 마음은 모두 잘라낸 채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늑대의 눈빛에 어리는 검은 허공의 시간. 그 시간이 서서히 늑대를 물들여 간다. 암늑대를 내려다보는 지빠귀 역시 흔들림 없이 다가올 운명 앞에 눈감지 않는다. 공포에 몸을 맡겨 둔 채 자신도 그 시간의 일부가 되어 간다. 그리고 이들의 비극을 슬퍼하며 눈물 흘리는 바람과 아이가 있다. 이들이 빛과 어둠 사이에서 얽히고설키며 삶을 요약해내는 동안, 그 단단한 함축을 받아 먹고 돌들이 자란다. 하나의 비극이 있었음을, 누구도 벗어날 수 없는 생의 굴레에 의연하게 걸어 들어가 견뎌낸 그늘이 있음을 증거하고 제의한다. 김소연의 시는 그림자로 펼쳐 낸 한 편의 아포리아 인형극이다. 이 연극에는 무수히 많은 그림자들이 등장하지만, 주인공은 부재한다. 주인공이라 일컬을 수 있다면 아마도 그건 생 자체일 것이다. ‘삶’이 그려 내는 다양한 스펙트럼과 다변성 속에서도 결코 인간을 놓아 주지 않는 묵직한 생의 중력을 그의 시가 잘 포착해 내는 건 그림자야말로 생의 본질임을 잊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그림자는 원상의 형상을 얼마든지 왜곡도 하고 때론 숨어 버리기도 하지만 결코 달아나지 않는다. 원상 내부의 상처와 질곡에 악착같이 달려들어 생의 모서리를 현상해 낸다. 삶을 자유롭게 하겠다는 무수한 그림자 기표들이 망각하고 있는 것은 그림자란 본디 원상의 것도 아니며, 원상과 무관한 것도 될 수 없다는 사실에 있다. 그림자란 한 편의 활시위와 같다. 원상의 중력과 그 중력을 넘어서려는 두 힘이 팽팽하게 긴장하며 휘어질 때, 그림자는 필연적으로 생의 근원에 가까워진다. 김소연의 문장이 지닌 안정된 흡인력은 바로 여기에서 비롯한다. 5. 판화적 글쓰기 인간이 맹점의 존재를 잘 느끼지 못하는 건 맹점에 의한 시야의 어둠을 다른 눈의 시각을 통해 메우기 때문이다. 언어의 눈, 그림자의 눈이 있어야 할 자리에 빛을 가득 채워 존재가 현현하는 곳을 봉쇄할 때, 우리의 삶은 점점 더 벼랑 끝으로 내몰린다. 감정과 생각이 어긋나고, 말과 빛이 허용하는 사유만이 폭거하는 메마른 불모지로 변모한다. 동일성의 사유에 항거하는 최근의 숱한 철학적 사유들이 그 윤리적 정당성에도 불구하고 삶의 언어를 구원해 내지 못하는 건 이들 이론과 이미지의 현란함이 맹점의 파쇄가 아닌, ‘보완’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삶의 언어로 충분히 구체화되지 못한, 자신의 손과 발로 직접 일구어 내지 못한 이미지의 언어들은 스스로가 올바른 대체시각이며, 이 강렬한 빛으로 맹점과 어둠을 몰아낼 수 있으리라 믿는다. 이 또한 뒤틀린 자만이며 확장된 동일성이다. 그러나 맹점은 우리 삶의 조건이며, 그 종착지이기도 하다. 인간의 조건은 부정되거나 개선되어야 할 것이 아니라 직시하고 함께 살아가야 할, 세계와 인간 사이에 놓인 고유한 매개 방식이다. 그림자가 아무런 음성도 없이 지상에 잠시 내려앉은 검은 입으로 말을 건넬 때, 이를 가장 섬세하게 들어줄 수 있는 방법은 어둠을 어둠인 채로 내버려 두는 일이다. 시선의 한구석에 필연적으로 존재할 수밖에 없는 어둠을 받아들이고, 그 어둠과 대화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어쩌면 인간은 영원히 이 조건을 벗어날 수 없을지 모른다. 그렇다하여도 그림자에 마음을 빼앗긴 사람들은 유령처럼 태어나고, 그 절망적인 시도를 되풀이하며 말의 어긋남 속에서 더 진실한 말 하나를 길어 올린다. 이는 시인의 숙명이며, 시의 본질이기도 하다. 이를 김소연의 시적 방법론을 빌려 말하자면 판화적 글쓰기라고 명명해 볼 수도 있겠다. 이 성실하고도 마음 따뜻한 그림자 필경사는 그림자에 각인된 어둠의 지문을 숨죽여 더듬으며 그 굴곡과 깊이를 음화로 찍어 낸다. 어둠의 언어로, 어둠을 끌어안은 채, 어둠 속에서야 비로소 보이는 삶의 근원적 자세들을 현상해 낸다. 안전한 거리에서 시각의 윤곽을 따 옮기는 것이 아니라, 삶의 언어로 어둠에 밀착해 어둠을 살아 내면서 몸으로 찍어 내는 것이다. 그의 판화적 글쓰기에서 그림자는 언제나 모상(模像)이 아닌 원상(原象)일 수밖에 없는데, 시선의 권력을 그림자에게 돌려줌으로써 주체가 만들어 낸 일련의 위계상을 단번에 해체해 버리기 때문이다. 물론 그의 시가 지향하는 바와 전략이 너무도 명확한 만큼 쉽게 ‘코드’로 환원될 수 있다는 약점으로 비춰질 수도 있겠다. 그러나 그의 시는 ‘코드’로 읽히지 않는다. 그림자를 통해서 ‘무언가’를 말하려 하기보다는, 언제나 그림자 ‘속’에서 그림자 자체를 경험하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그의 시는 구체적인 삶의 시공간을 결코 가벼이 여기지 않는다. 삶의 실경이 굳건하게 뿌리박고 있는 시적 공간에서 그림자의 우화로 그림자의 눈빛에 노출되도록 만들 뿐이다. 태양에 흑점이 많을 때는, 역설적으로 태양의 활동이 가장 ‘극에 달했을’ 상태라고 한다. 내부의 격렬한 균열과 폭풍이 열의 흐름을 방해하여 상대적으로 어둡고 온도가 낮은 부분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라고. 어쩌면 그림자에 대해서도 그와 같은 말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세상의 모든 그림자들은 가장 격렬한 생을 통과한 내상들이며, 그 내상이 건네는 말의 뒤틀린 방식이라고. 김소연의 시는 현실 너머의 추상적 피안이 아니라, 뜨거움과 차가움을 절실히 통과한 이후의 ‘이곳’을 그림자의 형상을 통해 추적해 낸다. 삶을 가장 치열하게 마주한 자의 뜨거움으로 그늘이 품은 울음을 읽어 내고 위무한다. 그러므로 그의 시를 일컬어 이렇게 말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생의 흑점들로 이루어진 점자들이며, 생의 근원적 자세를 찍어 낸 판화들이라고.
  • [서울플러스 기고] 무술년의 역사적 의미와 전망/류동학 혜명학술원장

    [서울플러스 기고] 무술년의 역사적 의미와 전망/류동학 혜명학술원장

    붉은 닭의 해였던 정유년은 헌정사상 최초로 대통령이 탄핵되어 조기 대선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되는 기념비적인 한해로 기록되었다. 2018년 무술(戊戌)은 1번째 갑오로 시작하여 을미, 병신, 정유, 무술, 기해, 경자, 신축, 임인, 계묘 순으로 3순(旬)의 육십갑자 중 35번째다. ‘무’는 황이므로 ‘노란 개의 해’이다. 즉 ‘황견의 해’이다. 역사적으로 1598년 무술년은 1592년 임진왜란과 1597년 정유재란을 일으킨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사망해 조선에 주둔하던 왜군 전군 철수령이 내려 일본으로 가던 왜군을 노량해전에서 이순신 제독이 전투 중에 순국한 해이자, 조일7년 전쟁이 종식된 해이기도 하다. 1658년 무술년은 청나라 순치제 재위 15년으로 조선 효종이 북벌운동에 매진하던 때로 청의 요청으로 신류(申瀏)장군이 이끄는 260명이 러시아를 정벌하는 제2차 나선정벌이 있던 해였다. 또한 청교도 혁명을 일으켜 잉글랜드 공화국을 성립시켰던 올리버 크롬웰이 사망한 해다. 1898년 무술년은 1863년부터 조선을 좌지우지한 고종의 아버지인 흥선대원군이 서거했다. 또한 청나라의 서태후가 광서제를 유폐하고 섭정을 실시하면서 캉유웨이가 주도한 무술변법이 좌절된 해이다. 조선에서는 1896년 설립된 독립협회가 만민공동회 개최와 관민공동회 개최 및 헌의 6조 결의가 있던 기념비적인 해였으나, 결국 극우파의 공격으로 독립협회는 해체되었다. 1958년 무술년의 제4대 국회의원선거에서는 자유당 126명, 민주당 79명, 무소속 27명, 기타 1명이 당선되었다. 이로써 군소정당들은 몰락하고 양당제도의 기틀이 마련되었다. 2018년의 무술년 간지의 의미는 다음과 같다. 목·화·토·금·수로 이루어진 오행 가운데 중심은 토(土)이다. 토의 원천적인 진리는 역의 기원인 복희씨가 발견했다는 하도(河圖)의 중앙에 포진한 5토(土)와 10토(土)이다. 여기서 5토(土)는 사물의 구심체가 되어 구심력을 나타내고 있다. 5토(土)는 우주와 같은 광대무변한 하늘의 기상을 담은 무토(戊土)라는 천간으로 표현한다. 무토(戊土)는 주로 중심을 지탱하는 구심체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며 사물의 조절과 조화를 이루게 하고 흡수력이 강한 구심체의 역할을 충실하게 맡고 있다. 이런 이유로 인하여 무(戊)년이 들어가는 해에는 역사적으로 한반도에 국운이 상승해 구심체의 현상을 보여왔다. 예컨대 기원전 2333년 무진년에 단군조선이 개국했다. 668년 무진년은 신라의 삼국 통일과 698년 무술년 발해 건국, 918년 무인년 고려 건국과 1948년 무자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등이 이어졌다. 1988년 무진(戊辰)년에는 서울 올림픽이 열린 해다. 2018년 무술년엔 평창 동계 올림픽이 열린다. 이와 같이 무토는 중심을 모으는 작용을 하는 해였다. 이러한 무토(戊土)는 태양을 항성으로 하는 태양계에서 태양의 행성인 지구와 토성으로 볼 수 있다. 지구(地球, Earth)라는 용어가 바로 무토를 나타낸 것이다. 무토의 하늘의 기상(氣象)으로는 저기압, 구름, 안개, 무지개, 우박, 천둥, 번개, 장마, 노을 등이다. 무토(戊土)는 양(陽)의 토로 하늘의 기상을 담고 있다. 이러한 하늘의 기상을 담고 있는 무토가 땅의 기운인 지기(地氣)를 만나면 물을 관리하는 진토(辰土)와 불을 보관하는 술토(戌土)로 변한다. 개띠인 술토(戌土)는 서북방에 위치하고 있다. 뱀띠, 닭띠, 소띠에게는 행운의 방향이 서북방이다. 또한 뱀띠, 닭띠, 소띠에게는 귀인이 나타나는 행운의 한 해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음력 1월생, 음력 2월생, 음력 5월생은 이동이나 변화를 시도하는 것도 좋다. 단, 음력 3월생은 집안문제나 주거이동 및 부서이동의 일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내년 무술년의 개띠는 범띠와 말띠와는 인오술 삼합(三合)이라 부른다. 즉 범띠나 말띠는 직장이나 조상 관련 일에 좋게 작용하는 해이다. 또한 토끼띠와는 묘술합으로 부부의 친화력과 같이 좋으므로 토끼띠는 좋은 변화가 나타날 것이다. 개띠는 용띠와는 서로 충돌하는 상충(相沖)이라 용띠는 직업적인 문제나 집안 문제로 인하여 불협화음이 야기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양띠와 소띠는 개띠해에 서로 으르렁거리는 삼형살이라 갈등구조나 형법적인 문제를 극복해야 할 것이다. 진술축미는 각 계절의 환절기 즉 음력 3월(진, 용), 음력 6월(미, 양), 음력 9월(술, 개) 음력 12월(축, 소)생에 해당하고, 띠로는 용(진),개(술), 소(축), 양(미)을 상징한다. 이러한 진술축미는 명리학에서 괴강살, 백호살, 화개살 등 다양한 신살을 만들었다. 개띠는 화개살이다. 화개살이란 화려함이 덮인다는 뜻을 갖고 있는데, 하나의 기운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하나의 기운이 끝나며 암장(暗藏)된다는 자연순환의 법칙을 적용해 한 계절의 순환주기가 끝나는 것을 표현하고 있다. 따라서 무술년에는 1987년의 헌법체제를 끝내고 새로운 헌법을 개정하여 21세기 대한민국의 지침서가 되어야 한다. 강력한 지방분권형 국가를 지향하여 중앙과 지방이 더불어 잘 사는 대한민국으로 재편해야 할 시점이다. 화개가 드는 해(용·개·소·양띠)에는 소비경제가 위축되고, 경제가 정체기로 어려워지는 공통적 현상이 작용해 왔다. 그 대표적 예가 지난 1997년 정축년 소띠해의 IMF 외환위기와 2003년 계미년 양띠해의 카드대란, 2009년 기축년(소띠)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성장률 0.7%를 기록했다. 2012년 경제 성장률 2.3%를 기록했다 따라서 무술년은 경제위기에 대비해 내실을 다지고 실속있게 생활하는 마음자세가 필요하다. 대한민국에 큰 영향을 미치는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개띠이다. 현지 시각으로 1946년 6월 14일(한국시각 15일로 뉴욕보다 14시간 빠름)에 미국 뉴욕주 뉴욕 퀸스에서 태어난 그의 사주는 병술년 갑오월 경신일에 태어났다. 그는 모험심이 강하고 도전적인 인물이다. 피아가 명확한 기질이지만, 무술년은 가치관의 변화가 많이 동반된다. 8월과 9월에는 트럼프에게는 동반자적인 관계에 금이 가는 어려움이 동반된다. 중국의 황제급 주석인 시진핑은 1953년 6월 15일생(계사년 무오월 정유일 임인시생)이다. 그는 48세 이후 권력을 향하여 진격하는 운세로 특히 2016년 이후 70대 후반까지 천운이 도와 더욱더 날개를 달게 되어 웅비한다. 관심 영역을 글로벌적으로 확대하여 무술년은 새로운 역동성을 보인다. 다만 세력을 넓히는 과정에 비판세력과 충돌하고 입방아에 오르는 조직의 불협화음을 야기한다. 6월경에 파열음이 정점이 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임진년 계축월 을해일 병자시생으로 무술년은 기존의 가치관의 많은 변화가 동반된다. 현실적인 선택을 하는 한해로 여름 지방선거에서는 본인의 의사가 관철되어 좋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다만 가을과 겨울의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 한편 야당의 홍준표 대표는 보수세력을 응집시키고자 하지만 상황이 쉽게 허락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지방선거의 결과에 대해서 6월과 7월에 상당한 책임을 떠안아야 하는 상황으로 내 몰릴 가능성이 높다. 국민의 당의 안철수 대표는 1월에 상당한 번뇌와 고민 끝에 2월부터 자기 가치실현으로 동료들과의 파열음이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5월의 파열음을 극복하면 6월에는 소기의 성과를 낼 것이다. 바른 정당의 유승민 대표는 1958년 1월 7일(정유년 계축월 갑신일)에 태어났다. 유 대표는 내년에는 자기 영역을 확대하는 기세로 상당한 약진을 할 가능성이 높다. 단 5월은 본인의 의사와 상대방의 의사가 충돌하는 상황이 전개된다. 정의당의 심상정 의원은 내년 4월에 측근으로 인하여 배신감과 아픔을 경험할 기세이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능력을 발휘하는 한해이다. 2018년 무술년은 지방분권형 국가로의 헌법개정이 이루어져 대한민국이 새로운 변화의 물결이 동반되고 2019년 기해년의 역동적인 출발을 기약하는 한해로 미래를 준비하고 대한민국의 다양한 세력의 응집을 기약해 본다. 인문명리학자 겸 칼럼니스트 전 안동정보대학 공무원양성과 초빙교수 저서 : 대통령의 천기누설, 대통령의 운명
  • 워너원 V앱 라이브, 20분 만에 600만 하트 돌파 “많이 사랑해주세요”

    워너원 V앱 라이브, 20분 만에 600만 하트 돌파 “많이 사랑해주세요”

    워너원이 V앱을 통해 짧은 라이브를 진행해 화제다.20일 워너원은 네이버 V앱 라이브를 통해 ‘워너원 제로베이스 실시간 엿보기’ 방송을 진행했다. 이날 박우진과 라이관린은 “현재 Mnet ‘워너원고’ 촬영 중이다”라며 팬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이어 노란 트레이닝복을 입고 등장한 윤지성은 라면을 먹고 있는 모습을 보여 귀여운 매력을 드러냈다. 윤지성은 “워너원 많이 사랑해달라”며 하트를 보였다. 김재환과 옹성우는 독특한 가발을 쓰고 등장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들은 이어 팬송을 부르기도 했다. 또 박지훈의 방에는 하성운이, 배진영의 방에는 황민현과 강다니엘이 자리하고 있어 눈길을 끌었다. 자리에 없던 박지훈, 이대휘, 배진영은 촬영을 위해 외출을 한 것으로 알려져 본 방송에 대한 궁금증을 더했다. 워너원의 V앱 라이브는 20분 만에 600만 하트를 받으며 그 인기를 입증해 보였다. 한편, 워너원은 지난 13일 새 앨범 ‘1-1=0 NOTHING WITHOUT YOU’를 발매, 타이틀곡 ‘Beautiful’로 활동 중이다. 사진=V앱 라이브 방송 캡처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구로구청장이 노란 가발 쓰고 무대 선 까닭

    구로구청장이 노란 가발 쓰고 무대 선 까닭

    “아니, 저게 누구야(웃음).”지난 15일 서울 구로구의 구로구민회관. 복지사각지대 발굴 분위기 확산을 위해 우수사례 발표회가 열린 이날 회관을 가득 채운 400명의 시민과 구청 직원들의 눈길이 무대 한곳을 향했다. 그곳에는 이성 구로구청장이 거대한 노란색 가발을 머리에 쓴 채 구로구청 어르신청소년과 직원 10명과 함께 춤을 추고 있었다. 이날 어르신청소년과 직원들은 자신들이 직접 겪은 복지사각지대 발굴 사례를 토대로 ‘파이팅, 마이 엔젤’이라는 연극을 공연했다. 이 구청장은 “2013년 11월부터 복지사각지대 사례를 직접 직원들에게 발표하도록 했다. 5년동안 동주민센터, 구청직원 등이 다양한 사례들을 발표회를 통해 공유했고, 지금도 새로운 이야기들이 발굴되고 있다”고 말했다. 구로구가 복지사각지대 발굴에 선도적으로 나서며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다. 구는 지난 3월부터 약 두 달간 55세 이상 65세 미만인 9665개 1인 가구를 대상으로 전수 조사를 펼쳤다. 각 동주민센터의 동장들이 중심이 돼서 발굴에 힘쓴 결과 313가구를 발굴했고, 긴급복지지원(갑자기 생계유지가 곤란해졌을 때, 1개월간 정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제도), 민간지원 등을 연계했다. 이후 5~7월에는 숙박업소, 목욕업소, 고시원 등 임시 주거시설과 지하층이 있는 주택 1만 1415개소를 추가로 조사해 427개소를 찾아냈다. 구청 관계자는 “사각지대 발굴은 맨땅에 헤딩하는 것과 같다. 대상자들이 협조를 잘 안 해주고 숨으려고만 하기 때문에 동장의 역할이 중요하고, 여러 단체와 협력해 발굴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 구청장은 일찍부터 사각지대 발굴 및 사례 관리에 힘을 쏟고 있다. 취임 바로 다음해인 2011년 복지사각지대 일제조사 추진단을 ‘구로구 사각지대 조사추진반’으로 상설화해 발굴 시스템을 체계화했고, 경찰·노숙인센터 등과 긴급연락망을 구축했다. 2014년 9월에는 통장 584명을 복지통장으로 전환했고, 교육을 실시했다. 이전에는 통장들이 민방위 통지서 배부 등의 업무만 했다면 복지사각지대 발굴에도 나서게 된 것이다. 2015년에는 관내에서 활동하는 가스검침원, 전기검침원 등 9개 단체와 ‘복지사각지대 발굴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이 구청장은 “2011년 본격적으로 사각지대 발굴을 시작했고 이후 서울시가 비슷한 내용으로 ‘찾아가는 동주민센터’ 사업을 진행했다”면서 “앞으로도 고위험 1인 가구 및 복지사각지대 위기가구를 발굴해 신속하고 촘촘한 공적·민간자원과 연계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스토리메이커, 와디즈 통해 스토리보드게임 ‘돼지김밥 세트’ 펀딩 진행

    스토리메이커, 와디즈 통해 스토리보드게임 ‘돼지김밥 세트’ 펀딩 진행

    책 스토리와 캐릭터를 기반으로 한 스토리보드게임 개발사 (주)스토리메이커는 크라우드펀딩 대표기업 와디즈를 통해 스토리보드게임 ‘돼지김밥 세트’ 펀딩을 11월 초부터 한 달 간 진행한다고 밝혔다. 책과 친해지는 스토리보드게임 ‘돼지김밥’은 채인선 동화작가의 그림책 ‘김밥은 어떻게 김밥이 되었을까?’의 스토리와 캐릭터를 바탕으로 만든 보드게임이다. 단무지만 먹어 노란 돼지, 당근만 먹어 주홍 돼지, 김만만 먹어 검은 돼지, 밥만 먹어 하얀 돼지 등 편식하는 아기돼지들이 골고루 먹을 수 있도록 영양 많은 김밥을 만들어주는 엄마돼지 이야기를 모티브로 보드게임했다. 올해 4월 출시된 ‘돼지김밥’은 건강한 식단, 편식 예방 등을 주제로 하여 전국 도서관과 초등학교, 보드게임동호회, G마켓, 11번가, 인터파크 등을 비롯한 오픈마켓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소비자와 만나고 있다.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와디즈를 통해 진행할 제품은 기존 돼지김밥 보드게임에서 ‘돼지코, 돼지가면, 괴물카드 및 증강현실체험카드’ 등의 구성품을 추가로 구성해 게임의 재미와 몰입도를 높인 ‘돼지김밥 세트’다. 재미있는 구성은 추가하되 더 많은 펀딩 참여자들이 즐길 수 있도록 할인율도 적용됐다. 펀딩은 연령제한 없이 누구나 참여 가능하며, 펀딩 참여자에게는 돼지김밥 보드게임의 원작 그림책 ‘김밥은 왜 김밥이 되었을까?’ 채인선 작가의 자필 서명이 들어간 ‘다락방도서관&이야기정원 초대장’도 함께 증정한다. 자녀의 이름으로 초대장을 받고 싶은 참여자는 후원 신청 시 자녀 이름을 적으면 된다. 이번 스토리메이커 펀딩의 가장 큰 특징은 부스러기사랑나눔회를 통해 전국지역아동센터의 공부방 어린이들에게 스토리메이커의 ‘돼지김밥 세트’를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추운 겨울, 공부방 아이들에게 따뜻한 크리스마스 선물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리워드 중 ‘따뜻한 후원 세트’나 ‘감동의 후원 세트’를 선택하면 펀딩 참여자의 이름으로 보드게임을 후원할 수 있으며, 소액으로도 어린이들에게 후원의 뜻을 모을 수 있다. 현재 신기술창업센터에 입주 중인 스토리메이커는 지난 9월 보드게임 ‘돼지김밥’ 100개를 부스러기사랑나눔회에 후원하며 인연을 맺었으며, 10월 17일 정식으로 업무협약식을 맺기도 했다. 스토리메이커 측은 이번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부스러기사랑나눔후원형 리워드뿐 아니라 나머지 펀딩 금액의 10%를 제품으로 후원할 예정으로, 많은 참여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스토리메이커 이미옥 대표는 “자사는 어린이들이 책과 가깝이 지내며 건강하고 즐거운 놀이 문화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보드게임을 만드는 회사다. 기존 제품을 좀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도록 구성한 돼지김밥 세트 보드게임 상품을 통해 더 많은 어린이들이 서로 소통하며 놀 수 있기를 바란다”면서 “펀딩을 통해 빈곤 환경에 놓인 소외된 어린이들에게 놀이 콘텐츠를 제공해 평등한 놀이기회를 향유할 수 있는 사회로 만들어가는데 보탬이 되고자 한다”고 와디즈 크라우드펀딩의 진행 기획 의도를 밝혔다. 스토리보드게임 ‘돼지김밥 세트’의 크라우드펀딩 목표액은 5백만 원으로, 더 자세한 펀딩 정보는 스토리메이커의 공식 네이버블로그 스토리블룸을 참고하면 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정찬주의 산중일기] 고갯길이 인생길이다

    [정찬주의 산중일기] 고갯길이 인생길이다

    나는 하루에 차를 몇십 잔씩 마신다. 손님과 날씨에 따라 발효차, 녹차, 보이차 등 차 종류는 달라진다. 햇살이 쨍한 날은 녹차, 손님이 초보자일 때는 발효차, 날씨가 쌀쌀해지면 보이차를 마시는 것이다. 최근에 북인도 라다크를 다녀왔는데 고산병의 후유증을 차와 물로 다스리고 있다. 라(La)는 고개, 다크(dakh)는 땅이라고 한다. 라다크라는 단어가 왠지 인생길과 동의어 같다.며칠간 비실거리다가 이제야 겨우 일어나 산책하고 있다. 나의 산책 코스는 새로 생긴 저수지 백자쌍봉제 둘레길이다. 쌍봉제 앞에 백자란 말이 붙은 까닭은 이렇다. 저수지가 조성되면서 수몰되는 터에 17세기 초 무렵의 백자가마터가 있었던 것이다. 문화재 전문위원들은 남한의 민요(民窯) 중에서 가장 규모가 컸을 거라고 추정했다. 우연이란 없다고 하지만 안사람도 백자를 만들고 있으므로 17세기 초에 살았던 도공들의 혼을 생각하며 더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모른다.며칠 동안 산책하지 못했는데 추수가 끝난 산중 다랑이논들이 어느새 텅 비어 있다. 벼들이 누렇게 익은 다랑이논들의 아름다움을 더 감상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무위자연의 황금계단을 보는 듯 스스로 행복해했던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고개 숙인 벼들의 향기는 코를 자극하는 꽃향기와 달리 은근한 마력이 있었다. 나는 향기로울 향(香)자가 벼 화(禾)자에 날 일(日)자의 조합이라는 것을 발견하고는 탄성을 질렀다. 가을 햇살에 익어 가는 벼들의 향기야말로 1년 농사를 지은 농부들에게는 무엇보다 소중한 선물이었다. 이제는 산자락에 붉고 노란 단풍이 번지고 있다. 노란 단풍은 새들이 좋아하는 팽나무이고 유난히 붉은 비단 같은 단풍은 산벚나무다. 벼를 베어 낸 다랑이논들의 모습이 다소 쓸쓸하지만 산벚나무 단풍이라도 볼 수 있으니 산책을 잘 나왔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지금 늙은 환자처럼 천천히 걷고 있는 중이다. 고산병 예방약을 복용하고 라다크의 고갯길을 올랐지만 후유증은 생각보다 오래가고 있는 셈이다. 어떤 이는 한두 달 시달렸다고 하니 겁이 덜컥 나기도 한다. 다행히 차와 물을 자주 마심으로써 후유증은 많이 완화돼 이렇게 산책을 하고 있다. 실제로 라다크의 중심 도시 해발 3520m의 레(Leh)에 도착했을 때 물을 10분 간격으로 홀짝홀짝 마셨는데 몹시 건조한 기후에 적응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산소가 희박한 땅이어서 일행 중에 네 명은 병원으로 실려 갔다. 모두 저혈압으로 고생해 온 사람들이었다. 나는 고혈압 환자였기 때문인지 그런대로 견뎠다. 물론 목욕하지 말 것, 식사는 적게 할 것, 보행은 천천히 할 것 등등의 수칙을 지키면서 그랬다. 나는 다른 사람보다 더 긴장을 했다. ‘정찬주 작가와 함께하는 북인도 하늘길 탐방’이라는 플래카드가 무색해질 것 같아서였다. 사실 나도 둘째 날 밤에는 병원 신세를 져야 할 만큼 고통스러웠지만 겨우 참아 냈다. 내가 쓰러지면 일행의 분위기는 바로 가라앉고 일정이 불가피하게 조정될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나는 여행을 떠나기 전부터 강력하게 원했던 판공초로 향했다. 판공초는 인도판과 아시아판이 부딪칠 때 히말라야 산맥과 함께 솟구쳐 오른 해발 4350m에 있는 길이가 154㎞나 되는 거대한 소금 호수였다. 나는 부탄에 갔을 때 해발 3120m 절벽의 탁상사원을 올라가 본 적이 있었으므로 자신했다. 그러나 나의 자신감은 곧 허물어지고 말았다. 판공초를 가려면 해발 5360m인 창라를 넘어야 했는데 만년설이 쌓인 그곳을 지나가면서 몸과 의식이 분리되는 듯했다. 갑자기 두통과 멀미 증세가 나타났다. 가지고 간 비상약을 이것저것 먹으면서 겨우 버텼다. 그러나 하늘 호수 판공초가 눈앞에 나타나자 나는 감격에 겨운 나머지 엎드려 오체투지라도 하고 싶었다. 신성(神聖) 그 자체라고나 할까. 고개가 숙여지고 내가 얼마나 가벼운 실존인지 겸손이 절로 생겨났다. 지금 돌이켜 보니 내 몸이 용광로 속을 들어갔다가 나온 느낌이다. 몸속의 잡철이 떨어져 나간 것 같은데 실제로 고질병이었던 찬 새벽 공기에 반응하는 비염이 라다크의 고갯길에 놀랐는지 현재까지는 사라져 버린 상태다.
  • “김치 여군” 배화여대 ‘여혐’ 교수…세월호 유족에 “죽은 딸 팔아 출세”

    “김치 여군” 배화여대 ‘여혐’ 교수…세월호 유족에 “죽은 딸 팔아 출세”

    배화여대의 한 남성 학과장이 강의 시간에 여성 비하 발언을 일삼고,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 피해자와 세월호 참사 유가족 등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게시물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여러 차례 올려 논란이 일고 있다. 학생들은 이 학과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대학 커뮤니티 사이트 ‘에브리타임’에 한 배화여대 재학생이 올린 게시물에 따르면, 김모 교수는 학생들에게 강의 중에 “돈 많은 남자에게 시집 가라”, “너희는 취업을 하고 싶어서 하는 게 아니라 시집을 잘 가려고 하는 것이지 않냐”와 같이 학생들을 비하하는 발언을 일삼았다. 또 지난 5월 제18대 대선 당시 유력 후보의 이름을 언급하며 “모 후보가 당선되면 ‘1인1닭’을 시켜 주겠다. 절대 될 리가 없다. 그렇게 머리가 빈 사람들은 없을 것”이라고 특정 후보를 비방하는가 하면, 가정 형편이 좋지 않은 학생들에게 “엄빠(부모님)뱅크를 써라”라고 이야기하고, “왕따를 당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고 말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재학생들은 수년 전부터 김 교수가 강의 중에 한 발언을 보다 원색적으로 표현한 SNS 게시물을 찾아냈다. 뉴스1에 따르면 김 교수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게시물에는 “기왕이면 예쁜 여경으로 뽑아라. 미스코리아로 채우든지. 강력사건에 달려오는 미녀 경찰 얼마나 좋으냐. 휴전선 경계병이나 특수부대도 여자들로 채워 적들이 정신 못 차리게 만들자”, “정원이 제한된 분야에 남학생 입학을 제한하는 여학교가 양성평등 인권침해의 주범”, “김치 여군에게 하이힐을 제공하라”와 같이 여성을 비하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지난해 3월 세월호 참사 유가족 김영오씨가 tbs교통방송 라디오 진행자가 됐다는 뉴스를 공유하며 “죽은 딸 팔아 출세했다”는 글을 적는가 하면, 책가방에 노란 리본을 달고 있는 남학생의 사진을 올린 뒤 “훌륭한 훈장 다셨다, 그쵸?”라고 빈정대는 글을 올렸다. 지난 8월에는 서울시 151번 버스 내부에 설치된 소녀상과 관련된 기사를 공유하며 “미쳐 돌아간다”고 언급하거나, “위대한 령도자 수령님을 따르는 종북좌빨 단체 후원을 위한 위안부 모집. 이런 공고문이 나오면 어쩌지?”라는 글을 올리는 등 지속적으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모욕하는 글도 함께 올렸다. 이외에도 “주사파 종북좌빨에 동조는 개 돼지 한민족이라 규정한다”, “예배당 십자가 자리에 수령님 초상화를 걸게 된다면 얼마나 근사할까”, “유난히 깃발을 좋아하고 죽창을 좋아하는 사람들, 늘 노란색이거나 빨간색이거나”와 같은 글들을 올렸다. 논란이 일자 김 교수는 지난 17일 학과 재학생들이 가입한 네이버 밴드에 ‘개인 일신상의 사유’라고 적힌 사직서 파일을 올렸다. 그러나 김 교수는 지난 19일 치른 전공 과목 시험을 감독하고 오는 23일로 예정된 강의도 휴강하지 않는 등 여전히 학교에 재직 중이라고 뉴스1은 전했다.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정진석 “文 정부 ‘적폐청산’, 조선시대 ‘사화’ 연상케 해”

    정진석 “文 정부 ‘적폐청산’, 조선시대 ‘사화’ 연상케 해”

    최근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의혹을 제기해 논란에 휩싸인 자유한국당 정진석 의원은 27일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을 조선시대 선비들이 반대파에 몰려 화를 입은 사건을 뜻하는 ‘사화’(士禍)에 비유했다.정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열린 토론 미래’ 모두발언을 통해 “요즘 적폐청산이라는 화두가 지배하고 있다”며 “조선 시대의 사화를 연상케 하는 그런 난장의 모습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이어 작가 윤흥길의 소설 ‘완장’을 언급했다. 그는 “‘완장’을 보면 동네 건달에게 노란 완장을 채워주자 완장에 취해 거들먹거리면서 군림하는 모습이 나온다”며 “지금과 같은 상황을 연상시킨다”고 밝혔다. 정 의원은 “적폐청산이라는 구호를 내걸면 무소불위의 힘을 얻게 된다”며 “문재인 정권은 행정·사법과 검찰·경찰·국세청 등 국가 권력기관을 장악했으며 여기에 모자라 언론까지 장악하려는 모습을 스스럼없이 보여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공포정치, 무소불위의 공포정치가 될 것”이라며 “그들만의 주장만 옳다고 하는 철저한 편가르기식 정치가 눈 앞에 펼쳐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진보좌파는 비판하고 반대하는 것에 익숙하지만, 자신들이 비판받는 것을 견디지를 못한다”며 “김대중·노무현 정권에서 박정희·전두환 정권에서도 없었던 청와대 출입기자 금지령이 있었고, 기자실에 대못질했으며, 동아일보·조선일보 사주를 구속했다”고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날 토론회에서 “댓글댓글하는데 댓글 정치의 원조는 노무현 정부”라며 참여정부때 각 부처 공무원들에게 언론의 보도에 실명 댓글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할 것을 권장한 문건을 ‘사례’라며 제시했다. 문건은 ‘국정브리핑 국내언론보도종합 부처 의견 관련 협조 요청’이라는 제목의 국정홍보처 공문으로, ‘추가 시행사항’이라는 항목에 “해당 언론사의 인터넷 홈페이지 해당 기사에 부처 의견 실명 댓글 기재”라고 쓰여 있다. 정 의원은 “노 전 대통령 지시로 주요 언론보도 기사에 공무원들이 적극적으로 (댓글을) 달라고 지시한 문건”이라며 “(수신자) 맨 앞이 국정원이다. 국정원에 댓글을 달라고 했다”고 밝혔다. 정 의원은 “더 웃긴 것은 공무원 댓글을 다는 실적을 평가에 반영하겠다는 것인데 기사에 대한 압력을 넣으라는 것”이라며 “그 연장선상에서 민주당의 언론장악 문건이 나왔다고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도대체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이런 발상이 가능한지 소름이 끼친다”고 덧붙였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은화야 다윤아 사랑해” “미안해” “고마워”

    “은화야 다윤아 사랑해” “미안해” “고마워”

    장미에 둘러싸인 꽃같은 아이들 유가족·시민 이별 메시지로 배웅 이낙연 “세월호, 우리사회가 진 빚” 다른 친구들 잠든 서호공원 안치“은화야, 다윤아 엄마, 아빠가 사랑해….” 24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8층 다목적홀에는 세월호 안에서 3년 만에 수습된 단원고 조은화·허다윤양의 이별식장이 마련됐다. 이별식장을 찾은 시민들은 오랜 세월 차디찬 세월호에 있어야 했던 아이들이 좋은 곳으로 가길 기원했다. 은화·다윤양의 활짝 웃는 사진이 놓인 헌화대에는 분홍색 장미꽃들이 하트 모양으로 배열돼 있었고, 그 위 하얀 바탕에 파랑 글씨의 플래카드에는 ‘은화야, 다윤아 엄마, 아빠가 사랑해’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자식을 떠나보내는 아빠·엄마의 애타는 이별 문구를 보는 시민들의 마음은 애통함으로 먹먹했다. 한쪽에는 추모객들이 은화·다윤양에게 마지막 작별 편지를 쓸 수 있도록 했다. 추모판에 가득 붙어 있는 하트 모양의 포스트잇들에는 ‘은화야, 다윤아 어둡고 추운 곳에서 고생 많았지? 우리 어른들이 너무 미안해. 가족분들의 품으로 돌아와 줘서 고마워. 잊지 않고 끝까지 함께할게’, ‘돌아와 줘서 너무 고마워요. 이제 남아 있는 사람들이 남은 역할을 할게요’ 등의 글귀가 쓰여 있었다. 전날 이별식장에 도착한 은화·다윤양의 부모는 미수습자 수습을 위해 힘써 준 국민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다윤양의 어머니 박은미씨는 “슬픈 이별식이지만 많은 시민들과 함께 이곳에서 은화·다윤이를 먼저 보내는 길을 열어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은화양의 어머니 이금희씨는 “아직도 미수습자들을 기다리는 가족들이 있다. 이들이 가족을 찾을 수 있게 힘을 실어 달라”고 말했다. 이별식장을 방문한 이낙연 국무총리는 “세월호의 고통은 우리 사회가 진 빚”이라며 “사회 구성원들이 채무자라는 마음으로 세월호 가족들에게 따뜻한 온기를 보내주시고 세월호 가족들이 쓰러지지 않게 지탱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별식장에는 박원순 서울시장,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안희정 충남지사 등도 방문해 아이들의 마지막 길을 함께했다. 앞서 은화·다윤양의 유골은 지난 23일 전남 목포 신항을 떠났다. 안개가 잔뜩 낀 이날 오전 목포 신항 세월호 선체 수색 현장 작업자들은 작업 시작을 늦추고 운구차를 향해 고개를 숙이고 묵념하며 아이들이 좋은 곳으로 가길 기원했다. 미수습자인 남현철군 어머니와 양승진 교사의 부인 유백형씨, 권재근씨의 친형(권혁규군 큰아버지)인 권오복씨도 한쪽에서 조용히 아이들이 떠나는 길을 바라봤다. 지난 3년 반 동안의 고통과 아픔을 헤아리기에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운구차는 천천히 세월호가 놓여 있는 목포 신항을 한 바퀴 돌고 서울로 향했다. 운구차가 가는 길에는 노란 티셔츠를 입은 세월호 유가족과 수녀, 시민들이 아이들과 작별 인사를 했다. 은화·다윤양은 25일 오전 6시 입관 의식을 거쳐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이별식을 마무리한다. 이후 경기 안산 단원고에 들러 마지막 인사를 나눈 뒤 수원시립 연화장으로 이동해 화장을 마치고 다른 세월호 희생자들이 잠든 경기 평택 서호공원에 안치될 예정이다. 세월호 미수습자 9명 중 은화·다윤양과 이영숙씨, 단원고 교사 고창석씨의 유해 일부만 수습됐으며 단원고 남현철·박영인군, 양승진 교사, 권재근씨·혁규군 부자 등 5명의 유해는 수색 중이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고진하의 시골살이] 청풍명월과 노니는 법

    [고진하의 시골살이] 청풍명월과 노니는 법

    저물녘 꽃봉오리를 여는 신비로운 꽃. 저녁에 피었다가 아침에 지는 꽃. 캄캄한 밤중에도 노란 등(燈)을 주위에 밝히는 꽃. 7080세대가 기억하는 가수 이용복이 통기타를 치며 애잔한 목소리로 불렀던 달맞이꽃. “얼마나 그리우면 꽃이 됐나/찬 새벽 올 때까지 홀로 피어/쓸쓸히 쓸쓸히 시들어 가는/그 이름 달맞이꽃.” 달빛 흐르는 마을 농로를 홀로 걸으며 길가에 핀 달맞이꽃 동무 삼아 밤길을 걸으며 그 이름 달맞이꽃 불러 본다. 누가 들었으면 웬 청승이냐 했을까나. 그러나 두메의 산촌 길엔 고요와 적막만 가득할 뿐. 길가에서 화답하듯 귀뚜르르 귀뚜르르…. 우짖는 풀벌레들의 나직한 메아리만 있을 뿐.그렇게 밤의 정취를 일깨우는 달맞이꽃을 보고 걷자니 친구 시인 송재학의 아름다운 시구도 떠오른다. “내가 짐작하는 달은 지상에만 제 짝이 있다 달빛이 쌓아 올린 저녁 너머 달의 일부였던 꽃이 있고, 달을 따라가지 않고 지상에 남았던 꽃은 삭망(朔望)을 되새김질하는데, 그게 슬프지만 않다.”(‘달맞이꽃’ 부분) 지상에만 제 짝이 있는 시인의 달, 그 달빛이 쌓아 올린 저녁 너머 달의 일부였던 꽃이지만, 달을 따라가지 않고 지상에 남은 달맞이꽃, 시인은 그 꽃이 슬프지만 않다고 노래한다. 밤 산책을 마치고 돌아와 서재에 들어와 앉으니 온종일 뒤숭숭하던 마음이 한결 고즈넉해진다. 북핵, 미사일, 대북 제재, 선제공격 따위의 사뭇 거칠고 위협적인 말들이 난무하던 하루. 하지만 서재 창엔 교교하게 어린 달의 눈빛이 오련하다. 우리가 사는 세상엔 오가리 든 인생들이 서로 다투고 찍어 누르고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공생의 삶을 거부하지만, 오련한 달의 눈빛을 바라보고 있자니 우주는 공존공생의 사랑이 우리의 살길이라고 웅변하는 듯싶다. 얼마 전 중국 소동파의 ‘적벽부’를 읽었다. 소동파가 누구던가. 북송 4대가의 한 사람으로 꼽히는 위대한 시인이자 서예가이자 창조적인 화가가 아닌가. 하지만 그는 자기 인생의 황금기를 유배 생활로 보냈다. 노년에 이르기까지 낯선 오지에서 유폐된 생활을 했다. 오늘 우리가 살던 시대와 견주어도 그는 그렇게 여유와 한가로움을 노래할 만큼 쉽고 편안한 생을 살지 않았다. 늘 벼랑을 마주한 것과 같은 삶을 살았으면서도 소동파는 가파른 벼랑 위에 뜬 달을 노래했다. “저 강상의 맑은 바람과 산간의 밝은 달이여./귀로 듣느니 소리가 되고 눈으로 보노니 빛이 되도다./갖고자 해도 금할 이 없고 쓰자 해도 다할 날이 없으니./이것은 조물(造物)의 무진장이로다.” 그렇다. 맑은 바람과 밝은 달은 돈을 들여 사지 않을뿐더러 그것을 누가 가져도 금할 이 없다. 왜? 무진장(無盡藏)이니까. 그러나 세상에 무진장한 맑은 바람과 밝은 달을 즐기려는 사람은 몹시 드물다. 은퇴하면 산촌으로 솔가해 한가롭게 살고 싶다고 말하는 이는 많지만, 그렇게 은퇴한 사람들도 은퇴하지 않은 듯 분주함의 굴레를 쉽게 벗어나지 못하더라. 여전히 티격태격 남들과 경쟁하는 습성을 버리지 못하더라. 그처럼 경쟁하는 습성에서 자유롭지 않은 사람이 어찌 청풍명월을 즐길 수 있겠는가. 요샌 어디 가서 놀아도 돈을 요구하는 세상이지만 아무리 세상이 변해도 청풍명월은 돈 없이 즐길 수 있지 않는가. 이처럼 값없는 청풍명월과 노니는 법을 모르고 어찌 이 거칠고 사나운 천민자본의 세상을 건널 수 있겠는가. 옛사람은 말했다. 하늘은 한가로움을 아껴 아무에게나 한가로운 삶을 허락하지 않는다고. 그렇다. 한가로움은 돈으로나 정보로도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맑은 바람과 밝은 달이 떠 있는 두메에 들었다고 한가로움을 누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 존재가 한가로울 때 비로소 유유자적하는 삶을 누릴 수 있는 법. 이유 없이 행복을 누릴 수 있을 때 남에게도 행복을 선사할 수 있는 법. 맑은 바람과 밝은 달이 그렇듯 한가로움은 무진장이다. 그러나 진동한동 매사에 분주한 사람은 무진장인 한가로움도 누릴 수 없다. 나는 이제 더이상 생의 큰 바람이 없다. 식구들 끼니를 굶기지 않고, 내 골방을 덥힐 땔나무가 있고, 창가에 어린 달빛 조명 아래 읽고 싶은 책 몇 페이지를 흔감하는 것.
  • 희망 꺼지지 않도록… 구로 생명사랑 초롱불

    희망 꺼지지 않도록… 구로 생명사랑 초롱불

    지난해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15년 서울 구로구의 자살자 수는 인구 10만명당 17.3명에 불과해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두 번째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구로구가 ‘세계 자살예방의 날’(9월 10일)을 맞아 생명의 소중함을 되새기고 자살예방에 대한 중요성을 전파하기 위해 다양한 ‘생명사랑·존중 행사’를 마련했다고 11일 밝혔다. 구로구는 오는 15일 구로5동 거리공원에서 ‘제5회 생명사랑 초롱불 걷기’를 개최한다. 가족, 이웃과 함께 초롱불을 들고 밤길을 걷는 행사다. 참가자들은 노란 리본에 희망메시지를 작성해 초롱불에 달고 시와 음악이 흐르는 거리공원을 거닐며 생명의 가치에 대해 되짚어 보는 시간을 갖는다. 14일 구청 강당에서는 ‘제5회 구로구 자살예방의 날 기념식’이 열린다. 자살예방 지킴이 위촉식 및 우수 회원 표창, 생명존중·생명사랑 포스터 대회 수상자에 대한 시상 등이 진행된다. 이성 구로구청장은 “‘자살률 제로화’ 실현을 위해 주민들의 마음건강 돌봄에 더욱 힘쓰겠다”고 말했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혐오 대신 치유… ‘타투’ 합법화 길 열리나

    혐오 대신 치유… ‘타투’ 합법화 길 열리나

    국내선 의료인만 시술 가능 11월 관련 법안 발의 예정 청소년 모방 등 진통 우려 대학원생 이모(28·여)씨는 최근 종이 한 장을 들고 서울 강남의 한 타투(문신)숍을 찾았다. 이씨는 가져온 종이를 타투이스트(문신시술가)에게 건네며 “거기에 적힌 그대로 손목에 새겨 달라”고 주문했다. 종이에는 ‘○○야, 사랑해!’라는 글자가 적혀 있었다. 바로 이씨 어머니의 친필이었다. 이씨는 “돌아가신 어머니를 기억하고 싶다”고 했다.과거 조직폭력배의 ‘상징’으로 여겨져 온 문신에 대한 대중의 거부감이 사회적으로 점점 약화돼 가는 분위기다. 특히 인기 연예인들이 문신을 많이 하면서 20~30대 젊은층이 문신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최근에는 단순히 ‘멋’이나 ‘개성’이 아니라 ‘치유’를 위해 문신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돌아가신 아버지를 기리기 위해 아버지의 주민등록증에 있는 지문을 몸에 새기거나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겠다는 의미로 노란 리본을 몸에 새긴 사람도 있다. 가수 지코는 어머니의 젊었을 적 얼굴을 왼쪽 가슴에 새기며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과시했다. 반려 동물을 잃은 슬픔을 달래기 위해 강아지 사진이나 이름을 손목이나 등에 새기는 사람도 많아지고 있다.흉터 위에 문신을 덧입히는 ‘커버업 타투’도 유행이다. 제왕절개, 맹장, 유방암 수술 자국부터 화상 흔적까지 다양하다. 가수 효린은 어릴 적 담도폐쇄증이라는 희귀병으로 수술을 받은 자리에 십자가 문신을 새겨 상처를 극복했다. 면접을 앞둔 취업 준비생이나 정치인들은 눈썹 문신을 통해 이미지 쇄신을 꾀하기도 한다. 9년차 타투이스트 김재곤(40)씨는 10일 “평소 흉터 때문에 받던 스트레스가 싹 사라지게 돼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문신 시술 비용은 크기에 따라 적게는 5만원에서 많게는 30만원 정도다. 서울에서는 강남과 이태원 등에 ‘타투숍’이 몰려 있다. 현재 전업 타투이스트 수는 5000명 정도 되며, 겸업까지 포함하면 약 2만명에 이른다. 그러나 문신은 현행 의료법상 의료인만 시술을 할 수 있다. 병원이 아닌 곳에서 하는 모든 문신이 불법이라는 의미다. 송강섭 한국타투협회장은 “전 세계가 타투를 예술 행위로 인정하는데 우리나라와 일본만 타투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면서 “국내 타투이스트는 세계 최고 기술을 가졌는데도 범법자 신세”라고 말했다. 국회에서는 문신 합법화 논의가 한창이지만 의료계의 반대로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오는 11월 ‘문신사법 제정안’을 발의할 계획이다. 박 의원실 관계자는 “타투이스트에게 의료 면허를 취득하게 하는 건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면서 “관련 자격증 제도와 안전 요건 등의 규정이 포함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통과하기까지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문신을 한 연예인들이 방송에 출연할 때 테이프로 문신을 가릴 만큼 아직은 문신에 대한 사회적 여론이 우호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청소년들의 무분별한 모방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 [커버스토리] 말라버린 세월호…가라앉은 세월들

    [커버스토리] 말라버린 세월호…가라앉은 세월들

    부실 수색 논란 속에 지난 22일 중단됐던 세월호 침몰 해저면 수중수색 작업이 사흘 만인 25일 재개됐다. 정부는 바닷속으로 가라앉은 지 3년 만에 세월호를 인양해 지난 4월부터 수색을 본격화했지만 미수습 희생자 9명 가운데 5명은 여전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세월호 수색 150일을 하루 앞둔 지난 24일 찾은 전남 목포신항 세월호 미수습자 수색 현장은 여느 때처럼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그렇지만 미수습자들의 발견이 늦어지면서 시름이 깊어지는 분위기였다. ‘다시는 이런 비극이 발생하지 않기를.’ ‘꼭 돌아오세요. 조금만 기다리세요.’ 세월호 참사 1227일째. 세월호 수습 현장 바깥 담장에는 시민들이 남기고 간 노란 리본들이 날리고 있었다. 그렇지만 목포신항 주변은 인적이 거의 없이 고요했다. 신분 확인 뒤 신항 내부에서 세월호 현장으로 가는 길에는 선체에서 나온 찌그러져 형체를 알아보기 힘든 자동차와 각종 잔해물이 켜켜이 쌓여 있었다. 3년 묵은 펄에서 풍겨 나오는 짜고 쾨쾨한 냄새가 연신 코를 찔렀다. 거대한 세월호는 뙤약볕에 가로로 길게 누워 있었다. 객실 수색은 사실상 끝났고 해저면과 충돌 시 찌그러진 부위와 모서리 등을 점검하고 있었다. 화물칸 2개층 중 1개층도 수색 종료가 목전에 와 있었다. 미수습자 가족들은 숙소 내부에 설치된 모니터를 통해 작업 현장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크레인들이 세월호 화물칸에서 진흙으로 범벅이 된 자동차들을 들어 올려 지상으로 내렸다. 바퀴는 찌그러졌거나 아예 사라지고 없었다. 파란 작업복을 입은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 조사관은 자동차가 내려오자마자 다가가 현장의 진실을 밝혀 줄 블랙박스 수거에 나섰다. 블랙박스는 진흙에 덮여 엉망진창이었으나 세척 후 다소 녹슨 부분을 빼고는 금세 제 모습을 되찾았다. 현장 작업을 하는 코리아샐비지 직원들은 차에서 나온 진흙을 수거해 포대에 담아 세척하는 장소로 이동시키는데 작업 속도에 브레이크가 걸리자 선조위 조사관들을 못마땅한 표정으로 채근하기도 했다. 한쪽에선 화물칸에서 나온 진흙 등을 세척해 분류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자갈, 유리 조각, 조개껍데기 등이 체에 담겨 있었고 육안으로 보면서 손으로 거르고 있었다. 선조위 관계자는 “선체 내부 석면 제거 작업을 하고 있다”며 “객실 작업은 거의 다 끝났고 화물칸 차량도 160대 이상 꺼낸 상태인데 아직 화물칸에 철근이 많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세월호 현장수습본부에 따르면 25일 기준 반출된 차량은 185대 중 176대(95.1%), 철근은 112.2t을 꺼낸 상태다. 수거된 유류품은 5022점에 달했다. 맹골수도 해역에서는 지난 22일 2차 수중수색이 가족들 요청으로 중단됐다. 한 미수습자 가족은 “퍼 올린 진흙더미에서 뼈인지 돌멩이인지 제대로 살피지도 않고 어설프게 대충 본 뒤 호스로 물을 뿌려 바다에 다시 버리고 있는 걸 확인했다”며 “보완 작업을 하든, 새로운 수색 방안을 내놓든 하라고 했다”고 전했다.인양 당시 해양수산부는 유실방지망 등을 설치해 유실 가능성이 낮다고 재차 설명하고 두 달에 걸쳐 중국 인양업체인 상하이샐비지가 여러 번 종횡하며 1차 수중수색을 마쳤지만 지난 16일부터 시작된 2차 수색에서 현재까지 6점의 사람 유해가 추가로 발견됐다. 해수부 관계자는 “지상처럼 할 수는 없지만 세월호 선조위도 감독하고 있고 조사 방법에 대한 의견을 구해 철저하게 하고 있다”며 “약 0.7㎜ 간격의 체 면적을 넓혀 진흙 등을 넓게 펴서 볼 수 있도록 조치를 취했고 빠진 부분들에 대해서도 반복해 점검한 뒤 보내기로 보완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진흙에 대한 선별 작업은 비전문가인 상하이샐비지 직원들이 오롯이 하고 있었다. 미수습자 가족들은 “돼지 뼈 같은 건 분리를 잘 해낼 수 있어도 사람 뼈 판단은 쉬운 일이 아닌데 비전문가들이 유해와 진흙을 대충 보고 버리니 신뢰가 별로 안 간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아직 찾지 못한 미수습자는 단원고 남현철·박영인군, 양승진 교사, 권재근씨·혁규군 부자 등 5명이다. 인양 당시보다는 크게 줄었지만 세월호 현장엔 추모 시민들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광주에서 온 김미경(68)씨는 “너무 마음이 아프다”며 “어떻게든 찾아 유족들 품으로 모두 다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온 이민균(42)씨도 “1차 수색이 미흡한 것 같은데 착실하게 잘해 2차 수색에서는 모두 찾길 바란다”며 “좀더 가까이 세월호를 볼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아쉽다.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진 만큼 정부에서 최선을 다해 줘야 한다”고 밝혔다. 목포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박근혜 지지자, 법원서 ‘세월호 리본’ 시민과 시비…“빨갱이가 어딜”

    박근혜 지지자, 법원서 ‘세월호 리본’ 시민과 시비…“빨갱이가 어딜”

    2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이 열린 서울중앙지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자들과 일부 시민들 사이 몸싸움이 벌어졌다. 다툼의 발단은 ‘세월호 리본’이었다.싸움은 이날 재판 증인으로 나온 최순실씨가 증언을 거부하며 오전 공판이 종료된 뒤에 일어났다. 재판을 방청하고 나온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자 20여명은 ‘세월호 리본’을 달고 있는 시민들을 보고선 “저런 것들이 왜 방청을 하러 오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빨갱이가 여길 어디라고 드나드냐”, “문재인이 시켰냐”, “어디서 이 중요한 자리에 어디라고 재판을 보러 오느냐”고 소리치며 백모(75)씨의 옷을 붙잡고 흔들었다. 다른 방청객이 이들을 말리려 하자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손톱으로 방청객의 팔목을 할퀴었고, 몸싸움 과정에서 백씨와 그의 일행 5명은 얼굴과 머리를 수차례 맞은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대통령 지지자와 백씨 일행은 서로를 향해 욕설을 내뱉는 등 마찰을 빚었다. 소동은 법원 공무원들과 다른 시민들이 말리며 10분 만에 종료됐다. 백씨 등에 따르면 재판 중에도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과의 갈등이 있었다.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세월호 리본을 보며 “그만 좀 우려먹으라”고 비난했고, 재판이 잠시 휴정됐을 때는 따라 나와서 “노란 리본을 떼라”, “불경스럽다”고 말했다. 백씨 일행은 법원 밖으로 피한 이후 당시 상황에 대해 “휴대폰에 단 노란색 세월호 리본을 보더니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먼저 욕설을 하며 ‘나가라’고 시비를 걸었다”고 설명했다. 백씨 일행은 자신들이 서울 은평구 녹번동 철거민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삼성물산이 녹번역 인근에서 대규모 공사를 진행하는데 제대로 된 보상을 하지 않았다면서 “도저히 해결책을 찾을 수 없어 이 부회장 얼굴을 보고 요구하려고 법원을 찾았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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