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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로 떠나는 선생님… 배관공이 대체 교사로

    코로나로 떠나는 선생님… 배관공이 대체 교사로

    코로나19에 따른 미국 교사들의 대량 사직으로 공립학교 직원 수가 2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학교 정상화의 걸림돌로 부상하고 있다. 미 노동통계국은 올해 초 800만명을 넘던 공립학교 직원 수가 지난 5월 730만 8000명으로 줄었다고 19일(현지시간) 밝혔다. 2000년 8월(729만 8100명) 이후 약 20년 만에 가장 적은 수치다. 이후 8월(768만명)까지 다시 늘었던 직원 수는 최근 ‘암울한 겨울’에 비견되는 코로나19 재확산으로 11월 735만 4000명을 기록하며 3개월 만에 32만명이 감소했다. 코로나19에도 대면 수업을 강행한 지역을 중심으로 바이러스에 취약한 고령 교사들이 대거 조기퇴직을 했고, 코로나19 확진으로 격리된 이들도 있다. 리서치 업체인 호러스맨이 지난달 미국 교사 1240명을 조사한 결과 4명 중에 1명꼴(26.6%)로 조기퇴직·이직·휴직 등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또 77.1%가 예년보다 노동 강도가 세졌다고 답했다. 10명 중 7명꼴(73.1%)로 전면 혹은 부분적 대면수업을 하고 있다고 답해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교사들의 우려가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주정부들은 대체 교사를 충원하기 위해 각종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애리조나주에서는 총 6만여명의 교사 중 지난 8월 기준으로 6145개의 공석이 발생했고, 이에 대해 22%만 정식 자격증이 있는 교사로 채웠다고 전했다. 그나마 3080명은 외국 인력이나 대학 재학생을 임시교사로 채용했지만 1728명은 결국 못 채워 교실 통폐합을 단행했다. WSJ는 “한 초등학교는 전직 경찰, 식당 매니저, 배관공 등을 대체 교사로 채용해 아이들을 가르치며 관련 학위를 받도록 했다”며 “버스 운전기사가 교실의 아이들을 돌보게 하거나 코로나19가 확진됐지만 무증상 교사의 출근을 검토하는 곳도 있다”고 전했다. 미주리주는 학사 학위가 없어도 60시간의 온라인 교육과정을 이수하면 대체 교사에 지원할 수 있게 했다. 이곳 현지 언론은 대체 교사들이 통상 하루에 100달러(약 11만원)를 번다고 전했다. 또 아이오와주는 교사 지원 연령을 21세에서 20세로 낮췄다. 교육계는 빠르게 교사들의 백신 접종을 진행해야 교사 충원 및 학교 정상화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뉴욕타임스(NYT)는 “교사는 필수 업종 근로자이나 (경찰, 식당근로자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전해 조기 접종 대상에서 빼자는 보건 전문가들도 있다”고 했다.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kdlrudwn@seoul.co.kr
  • [서울광장] 노동의 종말과 부유세/김상연 논설위원

    [서울광장] 노동의 종말과 부유세/김상연 논설위원

    삶이 너무 완벽한 나머지 무료하기까지 해서 좀 우울해지고 싶다면 제러미 리프킨이 쓴 ‘노동의 종말’(The end of work)을 읽으면 된다. 거기에는 일자리가 급속히 사라지는 지구의 디스토피아가 그려져 있다. 기술 향상과 생산성 증가에 따른 기계화가 인간을 직장에서 내모는 실태를 읽다 보면 인류의 앞날이 걱정돼 밥이 제대로 넘어가지 않을 정도다. 과거엔 농업의 기계화에 따른 실업자를 제조업이 받아 주고 제조업의 기계화에 따른 실업자를 서비스업이 수용했는데, 지금은 제조업은 물론 서비스업까지, 블루칼라는 물론 화이트칼라까지 급격한 컴퓨터화로 일자리를 잃고 있다. 굳이 책을 들춰 볼 필요도 없이 이미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기계가 인간을 대체한 풍경을 접하고 있다. 아파트 경비 무인화, 공항 비행기표 발권 무인화는 물론 주문을 터치 스크린식 컴퓨터로 받는 만두가게까지 등장했다. 앞으로 인공지능(AI)까지 보편화되면 전문직을 포함해 거의 모든 일자리에서 인간의 노동력은 쓸모가 없어질 것이다. 새로운 성장 산업이 구세주처럼 나타나 고용을 떠받쳐 줄 것이라는 낙관론은 여전히 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예전과 같은 대규모 일자리 창출은 힘들 것이라는 비관론이 우세하다.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직원이 한 명도 없이 돌아가는 공장도 등장할 것이다. 그렇다면 직원을 감축한 기업의 수익은 누가 가져갈까. 기업 오너와 최고경영진에게 돌아갈 것이다. 실제 미국에서 1979년 최고경영자의 수입은 평균 제조업체 노동자 소득의 29배였는데 1988년에는 무려 93배를 벌었다. 기업이 사상 최고 실적을 기록해도 체감 경기가 좋아지지 않는 것은 양질의 일자리가 줄고 있기 때문이다. 이 우울한 현실에 대한 해법들은 눈물겹다. 우선 노동 시간을 단축해 여러 사람이 일자리를 나눠 갖는다는 발상이다. 문재인 정부가 주 52시간 정책을 펴자 반발이 적지 않았지만, 유럽은 이미 주 30시간 내지 35시간을 채택하는 나라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민간기업의 고용이 한계를 보이자 공공부문이 떠맡는 것도 한국만의 현상은 아니다. 오늘날 세계적으로 최대 고용주는 정부다. 심지어 2019년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출마한 카멀라 해리스(차기 부통령 당선인)와 버니 샌더스 등은 ‘연방정부의 고용 보장’이라는 공약까지 내걸었다. 누구든 일을 원하는 미국인에게는 연방정부가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한다는 혁명적 발상이다. 리프킨은 아예 기업 일자리는 기계에 넘겨주고 인간은 제3부분, 즉 자원봉사 단체 같은 데서 일거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해법을 제시한다. 노동의 종말을 ‘노동의 해방’으로 변환해 자아실현의 기회로 활용하자는 아이디어로 읽힌다. 어떤 해법을 채택하든 문제는 재원이다. 리프킨은 하이테크 제품에 부가가치세를 매기자고 제안하지만 제품 원가를 상승시킬 우려가 있다는 게 단점이다. ‘로봇세’ 도입도 어디까지를 기계로 보고 어디까지를 로봇으로 봐야 할지 구분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당장은 고소득자의 최종 소득에 중과세를 하는 게 가장 현실적인 해법 같다. 그런 측면에서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6일 “소득 최상위층을 대상으로 하는 ‘부유세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힌 건 주목할 만하다. 당시 이 의원의 제안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법안을 둘러싼 여야 간 대립에 묻혔지만, 사실은 법무부 장관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무슨 책을 읽고 있었느냐보다 훨씬 중요한 뉴스였다. 다만 이 의원이 경제적으로 그다지 본받을 게 없어 보이는 아르헨티나 대신 미국의 예를 들었다면 더 조명을 받았을 것이다. 엘리자베스 워런 민주당 상원의원이 5000만 달러 이상의 자산을 가진 국민에게 2%, 10억 달러 이상의 자산을 가진 국민에게는 3%의 부유세를 걷는 조세 개혁안을 지난해 제안하는 등 미국에서도 부유세 도입 논의가 이미 불붙었다. 사실 부유세는 당사자인 부자들이 먼저 제안해야 한다. 실업자가 늘어 빈부격차가 커지면 부자도 살기 위험한 나라가 되기 때문이다. 유타대학 연구에 따르면 미국에서 1%의 실업률 상승으로 살인 6.7%, 폭력 3.4%, 재산 범죄는 2.4%가 늘었다. 실제 미국에서는 현명한 부자들이 나서 부유세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애국적 백만장자’ 그룹 회장인 모리스 펄은 뉴욕 주의회 청문회에서 연간 500만 달러 이상의 소득을 올리는 가계에 ‘백만장자세(稅)’를 부과하자고 제안했다. 아직 한국에서는 자진해서 부유세를 도입하자고 나서는 부자가 한 명도 없다. carlos@seoul.co.kr
  • 2022년 1월에 쌍둥이 낳은 부모, 지원금 총 620만원 받을 수 있다

    2022년 1월에 쌍둥이 낳은 부모, 지원금 총 620만원 받을 수 있다

    정부가 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지난 15일 내놨다. ‘영아수당’과 ‘3+3 육아 휴직제’를 신설해 출생 후 24개월까지 부모에 대한 지원을 확대했다. 보건복지부와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도움을 얻어 궁금증을 해소해봤다. ●부모 두 번째 육아휴직 월 150만원 1년 지급 Q. 내년 4월에 아기가 태어난다. 영아수당을 받을 수 있나. A. 못 받는다. 2022년 출생아부터 받을 수 있다. 부모는 아이 24개월까지 수당을 받을 수 있다. 다만 현재까지 정해진 건 2022년생 아이는 12개월 미만까지 월 30만원, 12~24개월은 30만원+알파(α), 2025년생 아이는 24개월까지 월 50만원을 지급한다는 내용이다. 단계적으로 영아수당이 2023년, 2024년에 얼마나 늘어날지는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 기본적으로 30만원보다 줄어드는 일은 없도록 원칙을 세웠다. Q. 앞으로 영아수당 대상자는 양육수당을 못 받는건가. A. 맞다. 현재 양육수당은 가정보육을 하는 부모에게 12개월 미만까지는 월 20만원, 12~24개월은 월 15만원을 지급한다. 어린이집 이용할 때는 양육수당 없이 어린이집 보육료로 월 47만원을 지급한다. 앞으로 영아수당 대상자는 영아수당만 받고, 개인이 선택한 양육방식에 따라 어린이집이나 시간제보육 등에 비용을 직접 지불하면 된다. 2022년 출생아는 ‘영아수당(30만 원)만으로 어린이집 보육료가 충당이 안 된다’고 불만이 나올 수 있지만 정부는 부모가 그 비용을 추가적으로 내도록 하지는 않겠다는 방침이다. Q. 쌍둥이, 삼둥이 등 다태아는 혜택이 어떻게 다른가. A. 현재 임신부에 지급하는 국민행복카드의 사용한도는 다태아의 경우 100만원이다. 이를 140만원으로 올린다. 그 외에 2022년에 신설되는 ‘첫만남 꾸러미’ 제도(출산 시 200만원 지급)나 영아수당은 아동 숫자에 맞춰 지급한다. 예를 들어 2022년 1월 쌍둥이를 낳은 부모라면 첫 달에는 140만원(국민행복카드)+400만원(첫만남 꾸러미)+60만원(영아수당)+20만원(아동수당) 등 총 620만원을 받을 수 있는 셈이다. Q. 3+3 육아휴직은 언제부터 도입하나. A. 2022년 1월부터 시행한다. 생후 12개월 미만 아이를 가진 부모가 대상이다. 다만 아직 적용 대상은 정해지지 않았다. 시행 시점, 그러니까 2022년 1월에 아이가 12개월 미만이면 되는 건지, 2022년 1월 출생아부터 적용할지 등을 논의해야 한다. 예를 들어 2021년 4월에 출생한 아이가 시간이 흘러 시행 시점인 2022년 1월에 9개월이 됐다 치자. 해당 부모가 남은 3개월 동안 3+3 육아휴직 제도를 쓸 수 있을지는 구체적인 계획이 나와봐야 안다. Q. 남편으로서 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이 되면 육아휴직을 1년간 쓰려고 했다. 이제 ‘아빠 육아휴직 보너스제’는 사라지나. A. 사라진다. 현재는 부모 가운데 두 번째로 육아휴직을 사용하면 휴직 첫 3개월 동안 통상임금 100%(월 상한 250만원)를 지급하고 4~12개월은 통상임금의 50%(월 상한 120만원)를 지급한다. 아빠들도 육아휴직을 많이 사용하도록 장려하기 위한 지원책이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는 보너스제가 사라지는 대신 통상임금이 50%에서 80%로 올라가기 때문에 매달 150만원씩 1년간 받을 수 있게 된다. ●석달 육아휴직 우선지원 기업에 1인 200만원 Q. 결국 육아휴직은 사업주 눈치를 봐야 하는 게 문제 아닌가. A. 2022년부터 우선지원 대상기업이 3개월간 직원에게 육아휴직을 주면 1인당 200만원을 지원한다. 이전에는 1개월에 30만원씩 주고, 육아휴직 중인 직원의 대체인력을 뽑으면 월 80만원을 또 줬다. 더하면 110만원이었는데 이제는 인력 채용 없이도 200만원을 주는 것이다. 또한 내년부터는 중소기업에서 6개월 이상 육아휴직 후 복직해 1년 이상 고용 유지한 노동자의 1년간 인건비의 30%(중견기업은 15%)를 세액공제 해준다. 지금보다 3배 수준이다. Q. 고용보험에 가입한 예술인이다. 육아휴직급여를 받을 수 있나. A. 아직은 아니다. 현재 고용보험 대상자는 출산전후급여(출산 휴가 90일간 최대 월 200만원), 실업급여를 받는다. 정부는 향후 예술인들도 육아휴직급여를 받을 수 있게 확대 추진할 예정이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中企 근로자도 내년부터 근로시간 단축 청구권

    내년부터 중소기업에도 근로시간 단축청구권 제도가 확대 시행된다. 이 제도는 노동자가 사업주에게 근로시간 단축을 신청할 수 있는 권리를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것으로, 올해 공공기관과 300인 이상 대기업에서 처음 시행됐다. 17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내년에 30인 이상 300인 미만 사업장의 노동자도 가족돌봄, 본인건강, 은퇴준비(55세 이상), 학업 등의 사유로 근로시간 단축을 신청할 수 있으며, 사용주는 이를 허용해야 한다. 단축한 근로시간에 해당하는 임금은 무급으로 처리한다. 단축 범위는 주당 15시간 이상 30시간 이내, 단축 기간은 최소 1년 이내다. 1회 연장이 가능하지만 최대 2년(학업 사유는 1년)을 넘겨선 안 된다. 사업주는 근로시간 단축을 이유로 해고나 불리한 처우를 할 수 없으며, 단축 기간이 끝나면 단축 전과 같은 업무 또는 같은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는 직무로 복귀시켜야 한다. 경제계에서는 내년에 주 52시간제와 근로시간 단축청구권 제도가 함께 적용되면 중소기업의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고용부는 대체인력 채용이 어렵거나 사업을 정상적으로 운영하는 데 중대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면 사업주가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워라밸일자리장려금’도 지원해 부담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근로시간 단축을 허용한 사업주는 간접노무비, 임금감소액 보전금, 대체인력 인건비를 받을 수 있으며, 노동자는 사업주를 통해 임금감소액 보전금을 지원받게 된다. 오히려 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하는 상황에서 근로시간 단축청구권 제도가 기업의 고용 위기 극복 수단으로 활용될 수도 있다고도 강조했다. 지난해까진 임신, 육아 등의 사유로 근로시간을 단축하고 워라밸일자리장려금을 지원받은 이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올해는 기타사유(12.9%)가 크게 늘었다. 기타사유는 코로나19 예방, 노사 합의에 따른 고용 유지 조치 등이다. 정부는 2022년까지 이 제도를 1인 이상 전체사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출산하면 200만원 드려요”…0∼1세 영아수당 월30만원(종합)

    “출산하면 200만원 드려요”…0∼1세 영아수당 월30만원(종합)

    부모 동시 육아휴직, 최대 300만원2022년부터 월 30만원 영아수당다자녀가구 3→2자녀로성평등 경영 공표제도 정부가 오는 2022년부터 생후 12개월 이하 아동의 부모가 동시에 3개월간 육아휴직을 쓰면 부부 각자에게 최대 월 300만원까지 지원하는 ‘부모 모두 3개월+3개월 육아 휴직제’를 도입한다. 임신·출산 전후 양육 부담을 줄이기 위해 2022년부터 모든 0세와 1세에게 1명당 양육수당을 지급한다. 월 30만원으로 시작해 2025년 50만원까지 확대한다. 또 높은 주택가격과 관련해선 ‘신혼희망타운’을 통해 35만4000호 공공임대 주택을 공급하고 다자녀가구 기준을 3자녀에서 2자녀로 낮춰 다자녀가구부터 임대주택을 2만7500호 공급한다. 2022년부턴 학자금 지원 기준 소득 하위 80%의 경우 셋째 자녀부터 등록금을 전액 지원한다. 부모 3개월 동시 육아휴직, 각각에 월 300만원 지원 정부는 향후 5년간 인구 정책의 근간이 될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2021~2025년)을 15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에서 심의·확정했다. 이번 4차 기본계획은 개인을 노동력·생산력 관점에서 보는 ‘국가 발전 전략’에서 개인의 ‘삶의 질 제고 전략’으로 전환하고 ‘모든 세대가 함께 행복한 지속가능 사회’를 구현한다는 청사진 아래 ‘개인의 삶의 질 향상’, ‘성평등하고 공정한 사회’, ‘인구변화 대응 사회 혁신’을 목표로 제시했다. 저출산·고령화에 대응한 개인의 권리 보장을 위해 ▲함께 일하고 함께 돌보는 사회 조성 ▲건강하고 능동적인 고령사회 구축을, 인구구조 변화에 대한 사회의 대응력 제고 ▲모두의 역량이 고루 발휘되는 사회 ▲인구구조 변화에 대한 적응을 추진 전략으로 삼아 4대 추진 전략 20개 대과제, 180여개 중과제로 도출했다. 저출산과 관련해선 결혼·출산이 청년세대 삶을 가로막거나 한쪽의 부담이 되지 않도록 함께 일하고 함께 돌보는 사회 여건 조성에 집중한다. 2022년부터 생후 12개월 내 자녀가 있는 부모가 모두 3개월 육아휴직을 신청하면 각자에게 통상임금의 100%를 최대 월 300만원까지 지원하는 ‘부모 모두 3개월+3개월 육아휴직제’를 신설한다. 현재 생후 1~3개월은 첫번째 육아휴직은 통상임금 80%를 월 150만원까지, 두번째 때는 100%를 월 250만원까지 지원하고 생후 4~12개월은 통상임금의 50%에 대해 월 120만원까지만 지원하고 있다. 앞으론 1~3개월에 육아휴직을 부모가 모두 사용하면 통상임금 100%를 1개월엔 월 200만원, 2개월엔 월 250만원, 3개월엔 월 300만원까지 부부 각자에게 지원한다. 한 사람만 사용하는 경우는 지금과 같이 통상임금 80%를 월 150만원까지 지원해 부부가 동시에 육아휴직을 쓰는 편이 훨씬 지원 수준이 크다. 생후 4~12개월 때도 육아휴직 소득대체율을 현재 통상임금의 50%에서 80%로 높여 월 150만원까지 지원한다. 아빠 육아휴직을 활성화해 자녀 양육시간 확보가 특히 중요한 영아기 부모의 육아 참여를 적극적으로 지원하자는 취지다. 중소기업에서도 업무 공백이나 비용 부담 등으로 눈치 보지 않는 육아휴직 사용을 위해 노동자가 만 0세 이하 자녀에 대해 3개월 이상 육아휴직 사용 시, 우선지원 대상기업에 육아휴직 지원금을 현행 월 30만원(대채인력 미채용시)에서 3개월간 월 200만원 지원하기로 했다. 중소·중견기업에서 6개월 이상 육아휴직 후 복직해 1년 이상 고용을 유지하면 1년간 인건비의 30%(중견 15%)까지 세액 공제를 확대해 경력 단절을 막는다. 아울러 출산급여와 육아휴직급여 대상을 일하는 사람 모두에게로 확대한다. 정부는 이런 육아휴직 확대 정책을 통해 2019년 10만5000명 수준인 육아휴직 이용자가 2025년 20만명까지 5년 안에 2배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20만명 가운데 12만명이 ‘3개월+3개월 육아휴직제’를 활용하는 게 목표다. 현재 1조3000억원 수준인 육아휴직 관련 예산은 ‘3개월+3개월 육아휴직제’가 시행되는 2022년부터 2025년까지 3조6000억원 추가 투입이 필요하다. 재원은 일반회계 전입금 확대 및 고용보험 등을 통해 전 사회가 공동으로 부담하며 한부모의 경우 형평성을 고려해 지원 체계를 검토해 나가기로 했다. 2022년 출생아부터 0~1세 영아 수당, 2025년 월 50만원 아동 양육과 관련해선 임신·출산 전후부터 지원을 강화하고 다자녀가구 기준을 2자녀로 완화해 주택 지원 등에 나선다. 현재 어린이집 이용시 보육료 지원, 가정 양육시 양육수당(0세 월 20만원, 1세 월 15만원)을 지원하던 제도를 영아수당으로 통합해 부모가 돌봄서비스를 이용할지, 직접 육아를 할지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 모든 0세, 1세 영아를 대상으로 2022년도 출생아부터 월 30만원 수준으로 도입하고 2025년에는 월 50만원까지 단계적으로 높여나가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 5년 동안 필요한 예산은 3조원 규모로 예상된다. 태아와 산모의 건강 관리를 위한 건강보험 임신·출산 진료비 지원(국민행복카드)을 2022년부터 6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인상하고 기저귀, 분유 등 부담 경감을 위해 출산 시 용도 제한이 없는 일시금 200만원을 신규 지급한다.신혼희망타운, 다자녀가구 기준 ‘3자녀→2자녀’ 현재 공급되는 신혼희망타운 등을 통한 신혼부부 맞춤형 통합공공임대 물량을 총 35만4000가구까지 확대한다. 4인 가구가 선호하는 전용 60∼85㎡ 규모 평형도 2021년 1000호, 2023년 1만8000호, 2025년 2만호까지 확대한다. 거주 기간은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도록 현재 자녀가 있는 신혼부부의 경우 10년을 살 수 있지만 소득·자산 요건만 충족하면 30년까지 살 수 있게 된다. 다자녀 가구에 대한 지원 강화로 지원 기준을 2자녀로 단계적으로 확대한다. 이를 통해 2자녀 이상 다자녀 가구 전용 임대주택 약 2만7500호를 매입임대·전세 임대 방식으로 공급한다. 공공임대주택 거주 중 출산 등으로 2자녀 이상이 되면 한 단계 넓은 평형으로 이주 시 우선권을 부여하고 노후 공공임대주택 중 연접한 소형평형 2세대를 1세대로 그린리모델링(2021년 150호, 2022년 200호)해 다자녀 가구에 우선 공급한다. 또 2022년부터 소득 구간 8구간 이하에 대해선 셋째 자녀부터 등록금을 전액 지원하기로 했다. 의료기관에서 국가기관에 출생사실을 통보하면 국가기관이 통보 자료와 출생 신고 내용을 대조해 누락된 아동을 보호하는 출생통보제를 도입한다. 정보 공유·연계 등 아동학대 대응체계와 가정형 보호 확대, 전문가정위탁 정비 등 아동 보호 체계도 강화한다.기업내 성별 격차 해소, 여성 건강 차원서 임신·출산 접근 이번 4차 기본계획에선 여성이 결혼·출산에 따른 불이익 없이 지속적으로 자신의 경력을 유지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평등하게 일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채용 기피, 승진 배제 등 드러나지 않는 성차별 해소를 위해 우선 기업 내 성별 격차를 종합 공개하는 성평등 경영 공표제를 신설한다. 기업의 경영공시 항목 중 성별 고용정보를 ‘채용-임직원-임금’으로 체계화하고 비교해 성차별 예방 및 성평등 경영문화 확산 계기 마련한다. 적극적 고용개선조치(AA)에 채용 성비 항목을 추가하고 적용 사업장을 확대하는 등 운영을 강화한다. 대표적인 여성집중 업종이자 저평가 분야인 돌봄일자리 질 개선을 위한 위원회를 구성하고 사회서비스원을 올해 10월 8개에서 2021년 14개, 2022년 17개 전국 시·도로 확대한다. 또 생애 건강 전반에 걸친 성·재생산 권리를 포괄적으로 보장한다. 상호존중 및 평등한 관점의 성교육 강화, 디지털 성폭력 등 젠더 폭력으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고 여성·영유아 등의 포괄적 건강보장 등의 내용으로 모자보건법도 개정한다. 이와 관련해 건강하고 안전한 피임과 임신의 유지·종결을 위한 사회적 지원 강화, 생리휴가·결석사용, 월경용품 안전성 등 월경 건강 보장 등이 추진된다. 고위험 임산부 지원범위 확대, 임산부·영아 건강관리 가정방문 서비스 확충, 수요자 중심 안전한 난임 지원 강화 등 건강한 임신과 출산을 지원하는 방안도 함께 추진한다.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2022년부터 임신·출산 시 300만원...0~1세 영아수당 지급

    2022년부터 임신·출산 시 300만원...0~1세 영아수당 지급

    정부가 오는 2022년부터 0~1세 영아에게 월 30만원의 ‘영아수당’을 지급하고, 금액을 오는 2025년까지 50만원으로 인상한다. 또한 출산하면 200만원을 일시금으로 지급하고, 만 1세 미만 자녀를 둔 부모가 3개월씩 육아휴직을 할 경우 양쪽에 최대 월 300만원의 휴직급여를 주기로 했다. 15일 정부는 이러한 내용을 담은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확정했다. 이는 내년부터 2025년까지 추진될 인구 정책의 기반이 된다. 2022년 영아수당 도입...50만원까지 단계적 인상 정부는 아동 성장에 필요한 비용 지원을 위해 오는 2022년에 영아 수당을 도입한다. ‘영아 수당’이란 모든 만 0~1세 영아에게 매월 일정 수당을 지급하는 것으로, 현재 만 7세 미만에게 지급되는 ‘아동수당’(월 10만원)과는 별개다. 첫해 30만원에서 시작해 2025년 50만원까지 단계적으로 인상된다. 현재 영아는 어린이집 이용시 보육료를 전액 지원받고 가정에서 지낼 때는 양육수당(0세 월 20만원·1세 월 15만원)을 받고 있는데 앞으로 영아수당을 받는 부모는 선택한 양육방식에 따라 어린이집이나 시간제보육 등에 비용을 지불하면 된다. 출산시 200만원을 지급하는 제도도 2022년에 도입된다. 지원금의 사용 용도에는 제한이 없다. 임신부에 지급되는 국민행복카드의 사용한도도 6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올린다. 출산 일시금과 국민행복카드를 합치면 의료비와 초기 육아비용으로 지급되는 돈은 총 300만원이다. 정부는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을 보장하기 위해 2019년 10만5000명 규모였던 육아휴직자를 2025년 20만명으로 늘리기로 하고, ‘3+3 육아휴직제’를 신설하기로 했다. 생후 12개월 미만 자녀가 있는 부모가 모두 3개월씩 육아휴직을 할 경우 각각 월 최대 300만원(통상임금 100%)을 지급하는 것으로, 부모 중 한 명만 휴직할 때보다 육아휴직급여가 많아진다. 정부는 부모 양쪽의 육아휴직 기간이 각각 1개월(월 최대 200만원)이나 2개월(월 최대 250만원)에 그치더라도 한쪽만 휴직한 경우보다 더 많은 급여를 받게 해 부모 공동육아를 확산시키겠다는 계획이다. 또한 출산 후 소득 감소를 완화하기 위해 육아휴직급여 소득대체율도 높인다. 현재 휴직 1~3개월은 통상임금의 80%(월 최대 150만원), 4∼12개월은 50%(월 120만원)를 지급했지만, 앞으로는 기간에 상관없이 일괄적으로 80%를 적용한다. 영아 돌봄을 위해 휴직하는 근로자가 있는 중소기업에 3개월간 월 200만원의 지원금을 주고 육아휴직 복귀자의 고용을 1년 이상 유지한 중소·중견기업에는 세액공제 혜택(5∼10→15∼30%)을 확대해준다. 육아휴직을 보편적 권리로 확립하기 위해 정부는 임금근로자뿐만 아니라 특수근로종사자와 예술인, 플랫폼노동자, 프리랜서, 자영업자 등도 육아휴직을 이용할 수 있게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다자녀 가구 지원 확대...저소득가구 셋째부터 등록금 지원 다자녀 가구에 대한 지원도 기존에 비해 확대된다. 2025년까지 다자녀 전용임대주택 2만7500호를 공급하고 공공임대주택 거주 중 다자녀(2자녀 이상)가 되면 한 단계 넓은 평형으로 이주를 원할 때 우선권을 부여한다. 정부는 각종 지원책의 기준이 되는 다자녀를 현행 3자녀에서 2자녀로 변경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저소득 가구의 경우 셋째 이상 자녀에 대해서는 대학 등록금을 전액 지원한다. 이와 함께 국공립 어린이집을 매년 550개씩 만들어 5년 후 공보육 이용률 50%를 달성할 계획이다. 정부는 여성이 결혼·출산에 따른 불이익 없이 지속해서 경력을 유지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다양한 장치도 도입한다. 기업이 경영공시를 통해 채용과 임직원, 임금 영역에서의 성별격차를 종합적으로 공개하도록 하고, 성차별·성희롱 피해자를 실질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노동위원회를 통해 징벌적 손해배상제 등 구제절차도 신설하기로 했다. 정부는 고령사회 대책에 대해서는 고령자가 살던 곳에서 편안한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기본생활에 대한 국가책임을 강화하고 지역사회의 통합돌봄체계를 완성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생계급여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노인 일자리 확충, 기초연금 확대, 퇴직연금 의무화 단계적 추진, 주택연금 가입 확대, 방문형 의료 활성화, 장기요양보험 수급노인 확대, 고령자 복지주택 2만호 공급 등 기존 대책을 기반으로 공공신탁을 활용한 자산보호, 건강개선 노력에 대한 보상을 담은 건강인센티브제도 등을 추진한다. “저출산, 사회 구조적 요인에 집중해 회복할 수 있도록” 이번 대책을 주도한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이 0.92까지 떨어진 초저출산 현상에 대해 “저출산은 문제라기보다는 ‘결과’라는 측면에서 바라봐야 한다”면서 “불안전한 고용과 높은 주거 비용, 과도한 경쟁 및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없는 사회구조 속에 많은 청년세대들이 결혼과 출산에 어려움을 겪거나 더 이상 필수적인 것으로 여기지 않게 됐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저출산을 어느 정도 극복했다고 하는 유럽 주요국의 경우 출산율 안정화에 통상 20여년이 걸렸고, 이 과정에서 가족지출로 상당한 투자를 했다”며 “저출산을 심각하고 엄중하게 받아들이되 사회 구조적 요인에 집중해 삶의 질을 높이고 미래에 대한 긍정적 전망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4차 기본계획의 비전을 ‘모든 세대가 함께 행복한 지속가능 사회’로 제시했다. 위원회는 “우리 사회가 다양한 가족, 연령 통합, 지역 상생, 고령친화경제 등 인구구조 변화에 적응하면서 도약의 기반을 마련하려면 사회시스템을 혁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美무역전쟁 ‘지피지기’ 전략… USTR 대표에 중국계 내정

    美무역전쟁 ‘지피지기’ 전략… USTR 대표에 중국계 내정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에서 통상정책을 총괄하는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에 중국계 미국인 캐서린 타이(45) 하원 조세무역위원회 민주당 수석 무역고문이 내정됐다. 중국계이지만 대중 강경파로 알려진 타이 고문이 인준을 통과하면 최초의 여성 유색인종 USTR 수장이 된다. 9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은 타이 고문을 USTR 대표로 지명할 예정이며 의회 참모인 그를 무역 담당 최고위직으로 발탁한 이례적 인사라고 평가했다. 미 코네티컷주에서 태어나 워싱턴에서 자란 타이 내정자는 워싱턴 명문 사립 시드웰 프렌즈 스쿨을 졸업하고 예일대와 하버드 로스쿨에서 학위를 받았다. 1996~1998년엔 중국 광둥성 광저우에 있는 중산대학에서 영어를 가르치기도 했다. 중국어에 능통한 그의 경력은 정부와 의회에서의 활동이 대부분이다. 2007~2014년 USTR에서 중국 담당 변호사로 일했고 의회에서 전문위원으로 근무했다. 타이 내정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대체해 새로 체결한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에 민주당이 주장한 노동자보호 조항을 넣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말 민주당 하원의원 10명은 바이든 당선인에게 타이 고문을 USTR 대표로 임명할 것을 요구하는 공개서한을 보낸 바 있다. 타이가 USTR 대표로 임명되면 트럼프 행정부의 기존 통상정책들을 조정하거나 변화시키는 역할을 해야 한다. 지난 7월부터 정식 발효된 USMCA의 이행 문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우선주의’ 통상 정책을 관철하기 위해 과도하게 부과한 관세 이행 또는 조정하는 문제 등이 당면 과제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에서 계속된 미중 무역전쟁과 관련해 중국에 부과한 막대한 관세를 지속할지, 아니면 조정할지도 관심사다. 타이는 지난해 싱크탱크 미국진보센터의 행사에 참석해 “중국과의 경쟁과 관련해 공격적이고 대담한 조치를 위해 정말 강력한 정치적 지지가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타이 내정자가 평소 중국에 대해 강력하고도 전략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해 왔다고 전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문현웅의 공정사회] 가상 ‘2020 검사와의 대화’

    [문현웅의 공정사회] 가상 ‘2020 검사와의 대화’

    국민: 전국 59개 지방검찰청 및 지청의 평검사들 모두가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직무집행정지가 위법부당하다는 취지의 성명을 냈고, 지검과 고검 검사장 17명도 같은 취지의 성명을 냈죠? 검사: 네, 법무부 장관의 윤 총장에 대한 직무 배제 및 징계 청구는 검찰 업무의 독립성과 법치주의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으로 위법 부당하다고 판단해 검사들이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국민: 국가공무원법 제66조 제1항은 ‘공무원은 노동운동이나 그 밖에 공무 외의 일을 위한 집단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이를 위반하면 형사 처벌하도록 돼 있죠? 검사: 네. 공무원이 공무 외의 일을 위한 집단행위를 하면 형사 처벌하도록 돼 있습니다. 가깝게는 2014년 세월호 참사 직후 시국선언 발표에 참가했던 교원들이 집단행위 금지 조항 위반을 이유로 형사 처벌받았고 2009년 이명박 정부의 국정 쇄신을 촉구하는 시국선언 발표에 참가했던 교원들도 같은 조항을 위반해 형사 처벌받은 사례가 있습니다. 국민: 교원들의 시국선언 발표가 형사 처벌 대상이 되는 집단행위인데 이번 검사들의 집단적인 성명 발표는 국가공무원법이 금지하고 있는 집단행위에 해당하지 않는 것인가요? 검사: 집단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있겠죠. 그러나 상급자가 법치주의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처분을 하는 것을 보고 방관한다면 정의를 바로 세우는 검사의 태도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검사가 불의를 보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는 것이죠. 국민: 세월호 시국선언이나 이명박 정부의 국정 쇄신을 촉구하는 시국선언도 민주주의 및 법치주의 원리의 심각한 훼손을 보다 못한 교원들이 자기 집단의 이익이 아닌 오로지 공익을 위해 집단행위를 한 것인데 이러한 행위는 민주공화국 시민으로서 매우 바람직한 모습이라 평가될 수 있는 것 아닌가요? 검사: 교원들의 시국선언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한 것으로 검사들의 집단 성명 발표와는 그 결을 달리하는 것입니다. 국민: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했다고 하셨는데 교원의 시국선언이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했다고 보는 근거는 도대체 무엇인가요? 검사: 특정 정파의 이익에 복무하는 집단행위는 정치적 중립성을 위반하는 것입니다. 당시의 시국선언은 특정 정파의 의견과 그 결론을 같이하는 것으로 특정 정파의 이익에 복무하는 것으로 평가받아 마땅한 것이었습니다. 국민: 공적 논의에 관한 것은 불가피하게 정치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고 교원들의 시국선언이 일부 정치집단이나 세력과 의견이 같아 보이더라도 특정 정치집단에 대한 규탄이나 지지를 위해 행해진 것이라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나타나 있지 않는 한 정치적 중립성을 위반했다고 쉽사리 단정해서는 안 될 것 같은데요. 검사: 당시의 시국선언은 집권세력에 반대하는 정치세력과 그 의견을 같이하는 것으로 명백한 정치적 중립성 위반입니다. 공무원은 자신의 신분에 맞게 정치적 중립성을 철저히 지켜야 합니다. 국민: 그런 논리로 보자면 이번 검사들의 집단적인 성명 발표도 야당 정치세력과 의견을 같이하는 것으로 정치적 중립성을 위반한 것이라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교원들의 시국선언이 결과적으로 특정 정파의 의견과 같아 정치적 중립성을 위반했다고 평가한다면 검사들의 집단적 성명 발표도 특정 정파의 의견과 결론에서 일치하고 있으니 정치적 중립성을 위반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을 것 같아요. 검사: 검사들의 집단 성명 발표는 오로지 법치주의를 바로 세우기 위한 충정이었음을 숙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국민: 법치주의를 바로 세우기 위한다는 명목으로 법을 위반하는 것이 검사의 본분에 부합하는 행위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번 검사들의 성명 발표는 자신들의 수장인 검찰총장의 신상과 관련한 것으로 공무원인 검사들이 자기 집단의 이익을 대변함으로써 국민 전체의 이익 추구에 장애가 되는 경우에 해당해 법이 금지하는 집단행위의 개념과 일치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검사님들이 더 잘 아실 것 같은데요.
  • “코로나·집값은 못잡고 왜 애꿎은 기업만 잡나”…경제3법 통과에 재계 부글

    “코로나·집값은 못잡고 왜 애꿎은 기업만 잡나”…경제3법 통과에 재계 부글

    9일 ‘경제3법’(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이 재계 의견을 거의 반영하지 않은 채 통과되자 재계에서는 “코로나, 집값은 못 잡으면서 왜 애꿎은 기업만 잡느냐”며 분노와 무력감을 토로했다. 특히 상법 개정안에서 사외이사인 감사위원 선임시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주식 의결권을 각각 3%로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상법 개정안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크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합산 3%에서 개별 3%로 바뀌어도 대상 기업만 일부 줄어든 것이지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가 어려워질 거란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며 “법안의 부작용을 오랫동안 피력해왔는데 결국 통과되니 기업들은 무력감에 휩싸여 있다”고 말했다. 국내 4대 대기업 임원은 “감사위원 선임 때 대주주 의결권이 제한되면서 투기자본이 특정 의도를 가지고 개입이 개입하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신성장동력 산업인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분야에서 영업기밀이 유출되는 위험요인이 될 것”이라며 “경제 버팀목인 기업 활동에 이렇게 제약을 주면 결국 투자와 고용도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의 요구에 따라 지배구조가 단순한 지주회사로 전환한 주요 그룹들의 경우에는 개별 방식으로 의결권을 제한할 경우 오히려 더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주회사의 계열사는 최대주주나 특수관계인이 지주회사 한 곳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이사회 멤버인 감사위원을 선임하는데 대주주 의결권을 3%로 묶는다는 건 감사 제도 개선이 아닌 이사 선임 제도 개악이나 마찬가지로, 세계 어느 나라에도 유례가 없다”며 “최소한의 요구마저 받아들여지지 않으니 더 이상 호소한다는 게 비굴하게 느껴질 정도”라고 토로했다. 상법 개정안에서 모회사 주주가 자회사 이사를 상대로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게 하는 다중대표소송제의 경우 상장사 요건은 0.01%에서 0.5%로 강화됐다. 하지만 경제계에서는 소송이 남발될 수 있고 중소·중견기업에 피해가 집중될 거란 시각이 여전히 팽배하다. 기업들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에서 지주회사의 자회사 의무 지분율 강화도 우려 요인으로 꼽는다. 개정안에 따르면 지주회사의 자회사 의무 지분율은 상장사 30%, 비상장사 50%로 상향된다. 한 예로 SK그룹의 경우 반도체, 인공지능(AI) 등을 결합한 정보기술(IT) 회사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는 SK텔레콤의 중간지주회사 전환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신설 법인이 만들어지면 현재 20.1%인 SK하이닉스 지분율을 30% 이상으로 올려야 한다. 이에 필요한 비용은 6~7조원으로 추산되는데 기업 입장에서는 큰 부담이라는 주장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이날 경제3법과 노동관계법 개정안에 대해 시행 시기를 1년씩 연기해달라고 요청하는 긴급 호소문을 냈다. 전경련은 “급박한 시행으로 인한 기업 현장에서의 혼란을 시정하기 위한 경영권 방어수단 도입, 노조 파업시 대체 근로 허용과 같은 보완 대책 마련을 위해 각 법안의 시행 시기를 1년씩 늦춰 달라”고 요구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美대선 사기…트럼프가 이겼다” 외치는 일본인들, 대체 왜?

    “美대선 사기…트럼프가 이겼다” 외치는 일본인들, 대체 왜?

    #1. 지난달 25일 저녁 일본 도쿄도 지요다구 히비야공원에서는 ‘일본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응원하자’라는 이름의 집회가 열렸다. 약 150여명의 참가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응원하자”, “미국 대선 부정선거는 민주주의의 붕괴”, “미국·일본 언론은 진실을 보도하자”, “중국의 위협에서 일본을 지켜라” 등 구호를 외친 뒤 번화가인 긴자 쪽으로 가두행진을 했다. 주최측은 트위터, 페이스북, 유튜브 등을 통해 집회 참가를 독려했다. #2. 미국의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가 유럽과 동아시아의 13개국 유권자를 대상으로 조사해 지난 9월 발표한 데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신뢰한다고 밝힌 응답자 비율이 일본이 25%로 가장 높았다. 전체 평균치인 16%를 9%포인트나 웃돈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낙선이 확정적인 가운데 그에 대한 지지가 다른 나라에 비해 일본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은 9일 “한 나라의 정치 지도자가 다른 나라에서 인기를 얻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현재 ‘트럼프 인기’의 강도는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례적인 현상에 대해 집중분석을 했다. 지난달 트럼프 지지 집회 참가를 위해 오사카시에서 신칸센으로 왔다는 50대 남성 회사원은 마이니치에 “트럼프 대통령이 법정 투쟁을 열심히 해서 반드시 부정선거를 밝혀내기 바란다”며 “음모론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실제는 맞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의 감세 등 경제정책과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침범하는 중국에 대한 포위망 구축 등을 높이 평가한다”고 했다. 이 남성처럼 일본내 트럼프 지지는 중국에 대한 반발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마이니치는 “주변국을 위협하는 중국의 수법은 야쿠자(지정폭력단) 같은 것이다. 나의 손자를 지켜주고 싶다”(60대 사이타마현 거주 남성), “중국 정부는 티벳과 신장위구르자치구에서 억압적인 정책을 펴고 있다”(요코하마시 거주 60대 여성) 등 의견을 소개했다.도쿄대 사회과학연구소가 2018년 일본인 약 338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에 호감을 느끼는 계층은 20~30대가 많고, 이들은 ▲자민당·일본유신회 지지 ▲인터넷 매체에 대한 높은 신뢰 ▲ 외교 중시 등 성향을 보였다. 이는 보수파는 보수파와 통한다는 일반적인 연결고리 외에도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와 각별한 관계를 유지했던 것, 일본의 라이벌인 중국에 대해 엄격한 태도를 취했던 것 등이 종합적으로 반영된 결과로 분석되고 있다. 젊은 여성들 사이에 친트럼프 경향이 강하게 나타난 것은 흥미로운 대목이다. 쓰쿠바대 도나미 아키 교수가 젊은 여성 전용 SNS ‘걸스 채널’에 올라온 글들을 분석한 결과 트럼프에 대한 호감을 나타내는 글들이 상당수에 달했다. 지난달 초 개설된 ‘트럼프 대 바이든, 누구를 지지합니까’라는 제목의 의견교환 게시판에는 “트럼프가 어쨌든 좋다”거나 중국에 대한 강경 자세와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 대처에 공감을 표하는 글들이 각각 10% 이상을 차지했다. 반대로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에 대해서는 고령을 문제 삼는 글과 함께 음모론자들이 퍼뜨린 비방성 정보를 그대로 인용하는 경우들이 보였다. 와타나베 야스시 게이오대 교수는 “일본인 중에 일정 수준의 트럼프 지지자들이 있다는 것은 그리 놀랄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미국내 트럼프 지지자들 중에는 기득권층에 반발하는 백인 노동자들이 많은데, 이들은 트럼프가 좋지 않은 제도나 관행을 깨주는 것을 보며 후련함을 느끼는 사람들”이라면서 “마찬가지로 일본에도 ‘싸우는 트럼프’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시론] 누구를 위한 보호출산제인가/이영호 서울시한부모가족지원센터장

    [시론] 누구를 위한 보호출산제인가/이영호 서울시한부모가족지원센터장

    유난히 가슴 시린 연말을 보내고 있다. 인천의 라면 형제, 모바일 중고거래 앱 ‘당근마켓’에 올라온 제주의 미혼모와 영아, 서울 양천구의 아동학대 사망 사건과 여수의 출생신고 안 된 영아의 냉동 시신까지 일련의 사건들이 연일 매스컴에 등장했다. 모든 사건에는 부모가 있다. 친부모, 입양부모, 한부모, 미혼모가 등장한다. 아이를 임신, 출산하고 양육하는 전 과정에 여성과 남성이 존재했고, 존재해야 하지만 뉴스에선 주로 여성에게 초점이 맞춰진다. 미혼모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남자친구가 임신 사실을 알았을 때 이별을 고하거나 전화번호를 바꾸고 연락을 두절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10대에 자녀를 임신해 양육하는 미혼모 102명을 대상으로 출산 당시와 출산 직후, 그리고 아이가 세 살인 시기를 비교한 최근 논문에 따르면 출산 당시 남자친구가 병원에 같이 있었다는 응답은 23명, 출산 후에 함께 살았다는 응답은 17명, 아이가 세 살 정도 됐을 때 남자친구와 함께 살았다는 응답은 11명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조사 시점까지 남자친구가 버팀목이 돼 준 경우는 4명이었다고 한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아이의 생부가 떠나가는 과정이 보이는 조사 결과였다. 이들은 처음부터 자신의 아이와 아이를 낳은 여자친구를 떠나려고 했을까. 아니면 떠나는 것이 더 낫다거나 떠나도 손가락질받지 않는다는 사실을 점차 알게 된 것일까. ‘리셋(reset) 증후군’이라는 용어가 있다. 컴퓨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 ‘리셋’ 버튼만 누르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것처럼 현실세계에서도 ‘리셋’이 가능할 것으로 착각하는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실제로 출산을 앞둔 미혼모에게 사람들이 으레 건네는 조언은 “혼자서 아이를 어떻게 키우려고. 네 인생도 생각해야지. 새출발하자”라는 내용이다. 아이를 출산해 양육하는 게 멍에가 아니듯, 입양을 보내는 건 ‘리셋’이 아니다. 아이를 입양 보내고 과거를 지운 채 없었던 일처럼 사는 게 가능할까. 누군가에게는 평생 지울 수 없는 상처를 가슴에 새기는 일이다. 지워지기는커녕 가슴과 머리가 알고, 몸이 알고, 입양을 간 아이가 알고 있다. 출산을 앞두고 수많은 고민과 권유 속에서 괴로워하는 엄마들이 홀가분하게 입양을 보내는 경우는 없다. 그 번민의 시간들은 ‘내 아이를 내가 키우고 싶다’는 방증이다. 당근마켓의 영아 매매사건의 경우 출산이 임박해서야 임신 사실을 알았다고 한다. 앞의 논문에서도 미혼모들은 대체로 임신 인지 시기가 늦었다. 평균 12주 정도였지만 24주가 돼서야 인지한 경우도 있었다. 임신 인지가 늦다는 점은 청소년 산모의 특징이다. 이는 곧 산부인과 초진 시기가 늦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잘 몰라서, 혹은 경제적인 이유로 진료를 받지 못한 경우도 많다. 모성의 재생산건강과 아동의 건강을 위협하는 명백한 위기의 임신 상태에서 출산을 하는 셈이다. 그런데 여성가족부와 법무부, 보건복지부, 교육부, 고용노동부가 최근에 합동으로 발표한 ‘미혼모 등 한부모가족 지원 대책’ 중에 정부는 우선 산모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보호출산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보호출산제란 출생신고 단계에서 산모의 정보를 비공개하는 방안이다. 비밀출산제라고도 한다. 미혼모의 임신과 출산 과정에 필요한 모든 지원 중 가장 시급한 조치가 ‘떳떳하지 않음’을 전제로 한 익명성 보장일까. 위기 상태의 미혼모에게 가장 필요한 지원은 당황하지 않고 합리적으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누구로부터 어떤 정보를 접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는 일생일대의 중요한 시점에 국가와 지자체의 다양한 지원 정책을 접할 수 있도록 해 줘야 한다.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해 줘야 하며, 안심하고 필요한 진료를 받은 후에 미래를 설계할 수 있어야 한다. 처음부터 입양을 생각했다면 고민이 필요 없다. 고민하는 과정은 곧 ‘아이를 내가 키우겠다’는 의지와 그 의지를 접어야 하는 고통의 과정이다. 이들이 의지를 단념하지 않도록 본연의 목소리에 응해서 아이를 키울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산모와 아이, 그리고 사회를 보호하는 방법이다. 대한민국의 누구라도 자신의 아이를 양육하는 것이 떳떳해야 하고, 이 세상에 존재하는 어떤 형태의 가정도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 한다. 정책의 우선순위가 ‘손쉬운 입양’에 맞춰져선 안 된다. 리셋증후군에서 벗어나 우리 스스로 질문을 던져야 할 때다. 보호출산제는 과연 누구를 보호할 수 있을까. 산모인가, 아기인가.
  • [단독] 친환경차 의무생산 ‘보급목표제’ 도입…산업부 반대 뚫어

    [단독] 친환경차 의무생산 ‘보급목표제’ 도입…산업부 반대 뚫어

    저공해자동차를 목표한만큼 생산하지 않으면 생산업체를 제재하는 ‘저공해자동차 보급목표제’가 도입된다. 하지만 제도 도입 시기와 실적이 미진한 업체에 부과하는 기여금을 제도를 추진한 환경부와 이를 반대해온 산업통상자원부가 협의하도록 해 원안보다 후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심사소위는 더불어민주당 안호영 의원이 발의한 이 같은 내용의 대기환경기본법 개정안을 지난 1일 합의 처리한 것으로 2일 확인됐다. 저공해차 보급목표제는 완성차 업체가 전체 판매량 중 정부가 정한 비율만큼은 전기차, 수소차 등 친환경차로 판매하도록 하는 제도다. 판매 차종에 따라 친환경차 보급 실적을 점수화해 비율 충족 여부를 판단한다. 법안은 특히 보급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업체에는 기여금 등 제재를 부과한다. 이 때문에 재계는 자동차업체의 부담을 들어 법안 처리에 반대해왔다. 이에 환노위는 보급목표제를 도입하는 대신 기여금 수준을 환경부와 산업부가 협의하도록 하는 식으로 한발 물러났다. 환노위 소속 한 의원은 통화에서 “산업부가 기여금 수준에 대해 미리 협의한다는 조건을 건다면 해당 법안에 동의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도입시기 역시 환경부와 산업부가 협의하기로 했다. 환노위 소속 다른 의원은 “내년에 공포해서 2022년에 시행되면 2022년도의 실적과 결과물을 가지고 2023년부터 시행될 것”이라면서도 “정확한 일정은 산업부와 협의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또 하이브리드 자동차도 저공해차에 포함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수소차·전기차 뿐 아니라 하이브리드 차 역시 저공해차로 분류돼 보급실적에 포함될 예정이다. 이 또한 하이브리드 차를 저공해차로 분류할 수 없다는 의견이 상임위 내에서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정의당 강은미 의원은 하이브리드 차를 저공해차에서 제외하는 법안을 조만간 발의할 예정이다. 이번 결정을 두고 환경단체 등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대기환경기본법 개정을 내내 반대해왔던 산업부가 제도 도입 시기 및 기여금의 협의 주체로 나설 경우 제도의 취지가 훼손할 우려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27일 문재인 대통령이 산업부에 에너지 전담 차관을 신설하는 방안을 제시하기 직전 당정 사전 협의에서조차 산업부는 저공해차 보급목표제에 대해 반대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여야는 환노위 전체회의 일정이 잡히는대로 대기환경기본법을 통과시킬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환경부에서는 “‘부처들과 협의한다’는 조항을 ‘산업부 등 부처들과 협의한다’로 수정한 것으로 원안과 큰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당청은 그린뉴딜과 관련한 일정을 지속적으로 소화할 예정이다. 미래전환K-뉴딜위원회 소속 민주당 안호영 의원은 이명박 정부 당시 만들어진 저탄소녹색성장 기본법을 대체하는 기후위기대응법을 지난 1일 발의했다. 문 대통령은 오는 12일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세계기후정상회담에서 2050 저탄소 발전전략(LEDS)과 관련한 선언을 공식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 택배기사 90% 하루 10시간 이상 노동… 점심·휴식 겨우 30분

    택배기사 90% 하루 10시간 이상 노동… 점심·휴식 겨우 30분

    62.6%가 “성수기 5시간 이상 분류 작업”20.4%만 “택배사·대리점이 분류비 부담” 성수기에 대체인력 고용은 19.4% 불과배송량 늘면 77.7%가 밤늦게 본인 배달택배기사 10명 중 9명은 하루 10시간 이상 일하며, 택배 물량이 몰리는 명절 등 성수기에는 41.6%가 14시간이 넘는 과중한 노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점심 등 휴게시간은 하루 30분도 되지 않았다. 고용노동부는 1일 CJ대한통운 등 주요 택배사 4곳의 택배기사 1862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1~13일 시행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성수기 하루 350~400개 배송” 20.5% 응답 성수기 택배기사의 하루 근무 시간은 14시간 이상이라는 응답이 41.6%로 가장 많았고, 12~14시간 미만(34.7%)이 뒤를 이었다. 비성수기 근무량도 별 차이가 없었다. 42.3%가 하루 12~14시간 미만 일한다고 답했으며, 10~12시간 미만(28.6%), 14시간 이상(17.6%) 순으로 조사됐다. 성수기에는 92.9%가, 비성수기에는 88.5%가 10시간 이상 노동했다. 성수기 주당 업무 일수는 6일(84.9%)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지만 일주일 내내 일한다는 택배기사도 12.4%나 됐다. 비성수기에도 95.2%가 주당 6일 일한다고 답했다. 대다수 사업장에서 주 5일제이지만 택배기사에게는 그림의 떡인 셈이다. 택배 분류 작업 시간은 5시간 이상이라는 응답이 성수기(62.6%), 비성수기(44.3%)를 통틀어 가장 많았다. 택배 분류는 택배기사의 과로 원인으로 지목돼왔다. 22.0%는 별도 분류 인력이 있다고 답했지만 그 인력비를 ‘택배기사 본인이 부담한다’(44.6%)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택배사나 대리점이 별도 분류 인력비를 부담한다는 응답은 20.4%에 불과했다. 택배기사들은 ‘배송 건당 수수료’를 받기 때문에 택배 분류가 자신들의 일이 아니라고 하지만, 택배회사들은 배송 수수료에 분류 수당도 포함돼 있다고 주장한다.●37% “배송 지연 시 다음 계약 때 불이익” 하루 배송물량은 성수기 350~400개(20.5%), 비성수기 250~300개(24.2%)란 응답이 가장 많았다. 아무리 적어도 하루 200개 이상의 택배를 날랐다. 성수기 배송 물량이 급증하면 택배기사의 77.7%가 밤늦게까지 본인이 모두 배송한다고 답했다. 대체인력 고용은 19.4%에 불과했다. 택배 지연 배송은 고용 불안으로 이어졌다. 배송 지연 시 평점 관리 등으로 다음 계약 때 불이익을 받는다는 응답(37.0%)이 가장 많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88.8%는 점심조차 30분 안에 해결했다. ●점심식사는 39.5%가 업무 차량 안에서 때워 식사 장소는 업무용 차량(39.5%), 편의점(23.3%) 등이었다. 건강검진 결과 이상이 있어도 응답자의 75.9%는 업무량 조정 등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답했다. 안전조치 위반도 수두룩했다. 고용부가 10월 21일~11월 13일 택배사 4곳과 협력업체, 대리점 등을 대상으로 산업안전보건 감독을 한 결과 서브터미널에서 컨베이어 방호장치를 설치하지 않는 등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위반한 건이 126건 적발돼 사법처리됐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나쁜 노동에 사회적 공감 늘리고 기업익 감소 이끌어야”

    “나쁜 노동에 사회적 공감 늘리고 기업익 감소 이끌어야”

    ‘아무도 쓰지 않은 부고’의 비극이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매일 3명의 노동자들이 일하다 숨지는 참담한 현실은 반세기 전 청년 전태일의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라는 외침을 이 시대의 울림으로 환기시킨다. 코로나19라는 재난적 상황에 가려진 야간노동자의 노동은 고단하고 불안하다. 올 들어 알려진 택배노동자 죽음만 16명. 서울신문이 지난 12일부터 연재해 온 ‘당신이 잠든 사이, 달빛노동 리포트’를 통해 들춰 본 우리의 야간노동 양상은 노동자를 갈아 넣는 ‘나쁜 노동’이다. 마지막 회에서는 야간노동의 법적·제도적 사각지대를 진단하고 대안을 모색한다.지난 12일 서울신문 대회의실에서 열린 좌담에는 김영선 노동시간연구센터 연구위원, 박병일 한국외대 경영학부 교수, 진경호 택배노동자 과로사대책위 집행위원장, 최은희 을지대 간호학과 교수(가나다순)가 참석했다. 안동환 서울신문 탐사기획부장이 좌담 진행을 맡았다.-야간노동의 법적 정의와 법규가 미비하다. 박 교수 “국내법에서 야간노동과 관련한 규정은 제한적이다. 근로기준법의 조항 3개가 전부다. 제56조 연장·야간 및 휴일근로, 57조 보상 휴가제, 70조 야간근로와 휴일근로 제한인데, 각각 야간 추가수당으로 주간 임금의 50%를 지급하도록 하고 이를 휴가 제공으로 대체하는 내용, 그리고 18세 미만 미성년자와 임산부의 야간노동을 제한하는 내용이 끝이다. 우리 사회가 야간노동에 충분히 관심을 갖고 있지 않다는 방증이다.” 김 위원 “현재 많은 나라들이 보편적으로 공유하는 국제노동기구(ILO) 협약만 좇아도 야간노동에 대한 유의미한 기준이 확립될 수 있다. ILO의 171호 ‘야간근로 협약´에는 야간노동자들이 무료 정기 건강검진을 받을 권리, 건강 악화 시 주간근무로의 대체 및 임금수준 유지 보장, 임산부의 특별 보호 조치까지 포괄적으로 담겨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결사의 자유, 강제 노동 금지, 아동 노동 금지, 차별 금지 등 4개 분야에 걸친 8개 ‘ILO 핵심협약’조차도 현 정부 들어 비준이 난망하다. ILO의 야간노동 협약부터 비준하고 이에 근거해 우리의 근로기준법을 개정해야 한다. 특히 임금노동자만을 대상으로 한 근로기준법을 탈피해 특수고용노동자 등 모든 취업자들을 대상으로 확대하는 방식으로, 야간노동에 대한 법적 정비를 개선해야 한다.” 최 교수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상 야간노동의 기준은 6개월간 월평균 4회 이상 밤 12시~오전 5시에 일하거나 6개월간 오후 10시~오전 6시에 월평균 60시간 이상의 노동을 말한다. 그런데 이 60시간을 하루 8시간 기준으로 나누면 7.5일이다. 이게 맞는 기준인지 잘 모르겠다. 미국은 일상적 사회 생활이 가능한 시간 외에는 모두 야간노동으로 판정한다. 우리의 일상 시간과 대비해 야간노동을 언제로 판정해야 할지 고민이 필요하다”-야간노동이 일상화된 노동 형태의 경향이 짙어진다. 박 교수 “젊은 사람들은 야간노동을 하다 건강이 나빠지면 조용히 그만둔다. 야간노동은 어찌 보면 미래의 노동력을 아주 빠른 속도로 갉아먹는 형태다. 기업에서는 노동자가 그만두면 새로운 노동자로 대체한다. 야간노동으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은 노동자 개인과 사회가 부담할 뿐, 기업은 부담하지 않는다. 위험한 화학물질을 다루는 회사는 노동자들에게 위험성을 고지한다. 하지만 야간노동은 위험성 고지가 없다. 소비자 자신도 생각해보면 노동자인데, 새벽 배송이 생기면서 노동자가 자신의 편익을 위해 다른 노동자의 건강과 시간의 결핍을 강요하는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 진 위원장 “지난달 쿠팡 칠곡물류센터에서 숨진 장덕준(27)씨는 태권도 유단자에 키 190㎝의 건장한 청년이었다. 작년부터 1년 4개월을 주당 40시간씩 야간 고정으로 일했다. 이런 청년도 야간노동으로 죽음에 이르렀는데, 산재 심사 때 야간 근무시간을 주간에 비해 30% 할증해서 계산해도 주 52시간밖에 되지 않아 산재 인증이 어렵다고 한다. 이건 문제가 많다. 누가 봐도 야간노동에 의한 과로사가 명백한데 기계적 근무시간 대입으로 보면 산재 심사에서 떨어질 가능성이 높은 거다.” 김 위원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수면 부족이 심각한 나라다. 야간노동의 심화는 수면 부족을 증대하고 사회 전체의 우울증과 정신질환 유병률을 높인다. 개인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문제로 흐르고 있지만 사회적 경각심이 크지 않다. 단기적인 편익과 이윤의 측면에서 바라보기 때문이다.” -통상임금의 1.5배를 지급하는 야간노동 보수 규정은 문제가 없나. 김 위원 “24시간 굴러가는 사회경제 시스템 자체가 우리나라만의 특수한 현상이다. 야간 가산임금 1.5배 기준도 야간의 높은 노동 강도에 대한 노동계 반발을 무마시키는 역사 속에서 형성됐다. 현행 노동환경에서 안전 보장이나 휴식 조치, 보상 휴가제 등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는 상황에서 1.5배 가산임금은 크지 않다. 야간 서비스에 대한 수익이 폭증하고 있는 기업으로선 싼값의 비용이다.” 진 위원장 “택배업계가 굴러가려면 물류센터에서 누군가는 야간에 화물 대분류를 먼저 해야 한다. 통상의 1.5배 야간수당이 노동자들을 야간 노동시장으로 유인한다고만 보기는 어렵다. 최소한의 노동조건을 유지하는 비용이다. 코로나 재난으로 인해 배송 물량이 폭증하는 상황에서 오히려 2배 이상 인상해야 한다. 사업주들이 야간노동을 시킬수록 이윤이 안 되는 구조가 되어야 하고, 야간노동이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나쁜 노동’이라는 사회적 공감대도 커져야 한다.” 박 교수 “1.5배라는 수치의 양면성을 보자. 야간노동에 대한 보상적 성격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야간노동에 대한 규제적 성격도 있다. 애초의 규제 의도와 달리 지금은 야간노동 자체가 저임금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기업으로선 1.5배 수당이라는 추가 임금을 주기만 하면 된다. 야간노동을 하도록 유인하는 수단이 되는 셈이다.” -기업의 투입 비용 부담은 수익에 비해 크지 않은 반면 위험 비용은 노동자에게 전가되는 구조다. 김 위원 “이 현상은 우리나라만 그렇다. 노동권이 강한 프랑스 등 유럽은 이미 야간노동을 법적으로 엄격히 규제한다. 반생태적 노동이라는 사회적 합의가 있기 때문이다. 계속해서 사고와 질환 등 산재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데도 야간노동을 문제시하지 않으려고 한다. 노동계와 시민사회가 목소리를 내고 의제화하지 않으면 야간노동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다.” 진 위원장 “택배노동자는 낮 12시에 까대기(택 배 분류)를 시작해 오후 5~6시에 첫 배송을 나선다. 이 시스템에서는 화물을 제시간에 다 소화하려면 새벽 3,4시까지 배송할 수밖에 없다. 택배노동자는 갑자기 아파도 용차(용달화물차)를 구해 업무를 메워야 한다. 내가 화물 1건당 700원을 받는데 용차비는 건당 2000원이다. 쉴 엄두를 내지 못한다. 아프면 쉴 수 있는 구조로 바뀌어야 한다.” -정부 통계로는 야간노동자의 규모나 재해 실태를 파악하기 어렵다. 최 교수 “관련 연구를 위해 찾아봐도 국가통계에서 야간노동과 관련된 조사 자료는 매우 부족하거나 없다. 데이터를 새로 만들고 축적하지 않는 이상 야간노동과 업무상 질병 간의 상관관계를 증명하기 어렵다. 그나마 국민건강영양조사나 근로환경조사에서 야간노동에 대한 질문 항목이 있지만 이마저도 야간노동의 유무만 확인하는 정도다. 개별 노동시간의 데이터가 부족하다. 2012년 야간노동을 하는 간호사들의 건강 문제를 조사했지만 상당수의 유산과 불임에 대한 업무상 증명이 어려웠다.” -야간노동에 대한 정책·제도적 보완점은. 최 교수 “서울신문 탐사기획부와 공동으로 야간노동의 사회적 손실비용을 분석<서울신문 11월 12일자 4면>하면서 의문도 있었다. 야간 시간에만 일하는 고정근무뿐 아니라 주야간을 교대로 일하는 노동자의 실태도 같이 살펴봐야 할 이유다. 개별 노동자들의 노동 형태에 따른 조사로 바뀌어 다. 현재는 야간노동 후 직접적으로 연관된 질환은 특수건강진단으로 확인하지만 야간노동이 매개가 된 주간에 발생하는 문제들은 아예 조사조차 하지 않는다.” 진 위원장 “특수고용노동자들은 산재보험과 관련해 이중 차별을 받는다. 일반노동자들은 회사에서 산재보험료를 100% 내주지만 특고직은 하청업체와 노동자 본인이 각각 50%씩 분담한다. 원청 업체는 한 푼도 부담하지 않는다. CJ대한통운의 택배기사가 1만 8000명인데 대리점주만 2000명이다. 기사 9명씩 데리고 있는 점주들은 1인당 2만 2000원씩 하는 20만원의 보험료가 부담스러워 산재 적용 제외 신청서를 쓰라고 한다. 산재 심사에서 야간 근무시간을 주간보다 30% 할증하고 있지만, 임금은 50% 더 주는데 시간은 왜 30%만 가산하는지도 의문이다.” 이태권 기자 rights@seoul.co.kr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탐사기획부안동환 부장, 박재홍·송수연·고혜지·이태권 기자스마트폰 카메라로 QR 코드를 스캔하면 동영상 기사가 포함된 ‘달빛노동 리포트’ 인터랙티브 기사를 보실 수 있습니다.
  • 文대통령 “인공지능 편리함과 동시에 어두운 측면도 고민해야”

    文대통령 “인공지능 편리함과 동시에 어두운 측면도 고민해야”

    문재인 대통령은 25일 “우리는 인공지능(AI)이 가져올 편리함과 동시에 사람의 소외를 초래할지도 모를 어두운 측면도 무겁게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경기 고양시 일산킨텍스에서 AI 업계·전문가 등이 참석한 가운데 ‘한국판 뉴딜, 대한민국 인공지능을 만나다’ 행사에서 “아무리 인공지능과 로봇이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인다 해도 사람을 대체할 수는 없으며 경제적 가치와 함께 사람 중심의 가치의 중요성을 생각하며 미래를 설계해야 할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의 목표는 단지 인공지능 기술력 1등 국가가 아니라 인공지능으로 국민 모두 행복한 나라가 되는 것”이라며 “우리나라는 연간 노동시간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세 번째로 길지만 노동생산성은 하위권에 속하고, 교육 수준은 최고지만, 공동체와 환경, 일과 삶의 균형은 하위권”이라고 밝혔다. 이어 “인공지능은 우리가 꿈꿔온 일상을 실현하고, 우리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어 줄 수 있을 것”이라며 “데이터 가공인력, 디지털 강사, 인공지능 개발자 같은 직접적 일자리는 물론 파생되는 새로운 일자리를 많이 창출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AI 기술이 발달할수록 기존 일자리는 잠식되고, 사회안전망이 촘촘하게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삶의 질이 악화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인공지능 기술혁신 속도를 높여 인공지능 반도체를 제2의 D램으로 키우도록 규제 개선과 기업 혁신을 돕고 ▲한국판 뉴딜로 인공지능 인력을 총 10만명으로 늘리는 등 인재양성과 함께 산업현장 노동자들에 대한 교육을 확대하며 ▲한국판 뉴딜의 대표사업인 ‘데이터 댐’ 사업을 통해 자율차, 로봇, 스마트공장, 스마트팜 등 산업 분야별 혁신 방안과 연계해 데이터 활용 속도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는 문재인 정부의 인공지능 기본구상과 국가전략 수립 이후 1년 간의 성과와 비전을 공유하고 기업을 격려하는 자리였다. 문 대통령이 한국판 뉴딜을 국가전략 비전으로 설정한 뒤 여덟번째 현장 행보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새 길 닦고 건물 세우는 보람… 수학·역학 능숙한 공대 졸업생에게 추천

    새 길 닦고 건물 세우는 보람… 수학·역학 능숙한 공대 졸업생에게 추천

    국도 건설 감독하고 행정 민원도 접수토목기사 자격 공부, 시험 내용과 겹쳐면접 땐 싱크홀 질문… 솔직히 답해야 올해 국가공무원 9급 공개경쟁채용에선 시설직 일반토목(일반) 분야 98명, 건축(일반) 분야 83명을 뽑는다. 지난 7월 치러진 필기시험에는 일반토목 140명, 건축 123명이 합격했다. 도로 유지·보수와 건축 등 전문 분야를 다루다 보니 합격자 가운데 관련 자격증 소지자가 지난해 기준으로 일반토목 94.1%, 건축은 100%에 달한다. 24일 인사혁신처의 도움으로 부산지방국토관리청 도로공사1과 김한솔 주무관, 건설관리과 배병기 주무관에게 현장 이야기와 공부 팁을 들었다.-시설직은 일반토목과 건축으로 나뉘던데 어떤 분야에 지원했나. 김한솔(이하 김) “대학에서 토목공학을 전공해 일반토목으로 지원했다.” 배병기(이하 배) “일반토목으로 지원했다. 전공은 기계공학이지만, 우리나라 기반시설을 만들고 관리하는 토목직에 매력을 느껴 지원했다.” -시설직 합격자들은 어느 곳에서 일하나. 김 “주로 국토교통부, 고용노동부로 배치받는다. 국토부를 중심으로 각 지방에 5대 국토관리청이 있는데, 9급 공무원은 주로 국토관리청 소속 기관인 국토사무소로 배치받는다. 지난해에는 이례적으로 9급 공무원도 국토관리청으로 많이 배치받았다. 9급과 7급의 업무 차이는 크지 않다. 모두 국토건설공사 부감독을 하며 국도 신설과 국가하천 정비 사업의 행정적·기술적 업무를 맡는다.” -현재 근무 부서에선 어떤 일을 하고 있나. 김 “일반국도 도로 건설을 감독하며 공사 관련 행정 업무를 처리하고 민원도 받는다. 주로 공사 소음, 농로 변경에 따른 민원 등 도로 유지·보수와 관련한 민원이 많이 들어온다.” 배 “근무 부서는 건설안전국 건설관리과다. 국토관리청의 사업을 지원하고 점검하는 것이 건설관리과의 주된 업무다. 사업 시행부터 종료까지 자문과 심의를 위한 위원회를 운영하고, 사업 품질관리와 사업 완료 후 건설기술용역 및 시공평가 업무도 하고 있다. 영남권 지하안전관리 업무도 한다.” -근무 여건은 어떤가. 김 “처음에는 민원 전화받는 게 어려웠다. 민원인이 화를 내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라 난감하기도 했다. 근무 여건은 좋은 편이다. 공무원시험을 보고 자격증을 취득하며 얻은 전문 지식에 실무 경험을 쌓아 나가면 잘 적응하며 일할 수 있다.”배 “주로 점검 업무를 하다 보니 출장이 잦다. 부산국토관리청은 영남권을 담당하기 때문에 멀리 출장을 가는 일도 많다. 법령과 지침에 따라 전문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정확히 점검해야 해서 쉬운 업무는 아니다.” -시설직의 매력은 무엇인가. 김 “건설이 어떤 절차를 밟아 이뤄지는지 배우고, 현장을 체험할 수 있다는 게 매력적이다. 공무원시험에 합격하기 전에는 시설직 공무원이 단순히 건설, 공사에만 관여한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일해 보니 도로 유지관리 업무가 더 많다. 국민의 안전을 위해 더 무게감 있는 업무를 하고 있다.” 배 “누구나 알지만 누구도 겪지 못할 큰 공사를 직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 또한 사회간접자본 구축에 참여할 수 있어 자부심을 느낄 수 있다.” -자격증이 있으면 기술직 공무원시험에서 가산점을 얻을 수 있는데, 어떤 자격증을 땄나. 김 “토목기사 자격증을 땄다. 다른 수험생들도 대체로 토목기사 자격증을 딴다. 자격증 난도가 높아 합격률이 낮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응시 자격도 까다로워서 실무 경력이 있는 유사 분야 기술자격 소지자, 관련 전공자, 동일·유사 분야에서 다년간 실무 경력을 쌓은 사람이 응시할 수 있다.” 배 “나도 토목기사 자격증을 땄다. 토목 관련 전문 용어가 낯선 이들에게는 자격증 공부가 다소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토목직렬을 준비하거나 관련한 일을 사람이라면 기본적으로 이 자격증이 있어야 더 수월하게 업무를 할 수 있다.”-필기시험에서 일반토목은 응용역학과 토목설계를 본다는데, 어떻게 공부해야 하나. 김 “기존 출제 경향과 유사한 문제가 많이 나와 기출 문제를 100% 파악하고 시험을 봐야 한다. 토목설계는 그다지 어려운 편이 아닌데, 다들 응용역학을 어려워하는 편이다. 비전공자는 물론 전공자에게도 어렵다.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배 “응용역학은 제한된 시간에 복잡한 수학적 계산을 해야 하는 과목이다. 정확한 계산 능력을 기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문제를 보고 곧바로 공식이 나올 만큼 숙달돼야 한다. 모르는 문제를 잡고 있기보다 아는 문제를 정확히 푼다는 생각으로 시험에 대비해야 한다. 토목기사 자격증을 준비하면서 용어에 충분히 익숙해지고 기출 문제를 풀며 모르는 것부터 차근차근 배워 나간다면 충분히 도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관련 전공자가 아니어도 시험 준비에 어려움은 없을까. 배 “토목직렬은 합격 점수가 다른 직렬보다 다소 낮다. 전공 시험이 어렵고, 문제 풀이에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학, 역학에 자신 있고 공대 졸업자라면 도전해 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온라인 강의도 있나. 김 “다른 공무원시험에 비해 많은 편이 아니다. 나는 토목기사 자격증을 취득할 때 이미 온라인 강의를 들었다. 공무원시험을 준비할 때는 기출 문제 풀이 위주로 혼자서 공부했다.” -자격증과 시설직 공무원 필기시험 공부 내용이 비슷한가. 김 “많이 겹친다. 그래서 시설직 공무원 시험을 준비할 때 토목기사 자격증 공부를 하면 확실히 도움이 많이 된다. 토목기사 자격증은 시설직 7급 공무원시험 내용과도 겹친다.” -나만의 공부 팁은. 배 “먼저 낯선 용어에 익숙해지고, 빠르고 정확히 문제를 풀 수 있도록 반복 학습을 했다. 행정직 등 다른 직렬의 합격 수기를 읽으며 나만의 공부 계획을 짜고 목표를 만들어 실행해 나가려고 노력했다.” -면접에서는 주로 어떤 질문이 나왔고, 어떻게 준비했나. 김 “면접 강의를 들으며 후기를 찾아보고 면접 문제집을 참고했다. 면접 문제집에 시설 직류 관련 예상 질문이 따로 있는데, 그게 가장 많은 도움이 됐다. 또한 내 경험이나 최근 이슈가 된 직무 관련 주제를 공부했다. 실제 면접에서는 기존 출제 경향과 유사한 질문이 많이 나왔다. 상황을 제시하고서 의견과 경험을 물었다. 최대한 솔직하게 대답하는 게 가장 좋다. 도로 건설 중 발생한 민원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싱크홀을 어떻게 생각하느냐 등의 질문이 기억에 남는다.” 배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자료를 수집했다. 또 국가직 면접 준비 서적을 구입해 면접 유형을 파악하고서 지금까지 나온 기출 자료를 토대로 준비했다. 배우자가 면접관 역할을 하며 수시로 면접 연습을 했다. 실제 면접에서는 공직 가치, 일반토목 공무원이 처할 법한 상황을 제시하고 대처 방법을 묻는 문제 등이 나왔다. 나만의 공직 가치관을 세우고, 경험을 정확하고 깊게 생각하며 준비했다. 특히 건설 관련 이슈를 찾아 숙지하고 관련 정책 공부를 한 것이 많은 도움이 됐다.” -수험생에게 조언을 해 준다면. 김 “시설직은 기술직 공무원 중에서도 많은 인원을 뽑고, 합격률도 높다. 공무원시험 준비는 장기전이기 때문에 너무 조급해하지도, 남들과도 비교하지도 말고 자신의 호흡을 유지하며 계획대로 공부하는 게 좋다.” 배 “계획과 목표 없이 공부하면 방향을 잡지 못해 실패한다. 우선 공부 계획부터 체계적으로 세워야 한다. 합격 수기의 경험담을 참고해 내 공부 방법을 수정하고 완성해 나가는 것도 좋다.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한다. 나는 기계직렬 공무원을 준비하다 일반토목으로 전환하는 바람에 2년 6개월을 공부하고 비로소 빛을 봤다. 당장 합격이 안 되더라도 언젠가는 된다는 믿음을 갖고 공부해야 한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내년부터 30인 이상 기업에 ‘빨간 날’ 유급휴일 적용

    내년부터 30인 이상 기업에 ‘빨간 날’ 유급휴일 적용

    내년 1월부터 30인 이상 300인 미만 기업의 근로자도 흔히 ‘빨간 날’로 불리는 관공서 공휴일을 유급휴일로 보장받는다. 고용노동부는 올해 300인 이상 기업과 공공기관에 우선 시행된 관공서 공휴일의 민간 적용이 내년에는 30인 이상 300인 미만 기업에서도 시행된다고 23일 밝혔다. 2022년에는 5인 이상 30인 미만 기업도 관공서 공휴일을 유급휴일로 운영해야 한다. 2018년에 개정된 근로기준법에 따른 것이다. 다만 5인 미만 사업장은 관공서 공휴일 적용 대상이 아니다. 5인 미만 사업장에는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아 노동법의 사각지대라는 지적이 나온다. 관공서 공휴일은 3·1절, 광복절, 개천절, 한글날, 신정, 설·추석 연휴, 석가탄신일, 성탄절, 어린이날, 현충일, 공직선거법상 선거일, 수시로 지정되는 임시 공휴일 등으로 모두 합해 연간 15일 이상이다. 과거에도 많은 민간부문이 대기업을 중심으로 관공서 공휴일을 유급휴일로 운영해왔지만 그렇지 않은 기업도 많아 모두 공평하게 유급 휴일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30인 이상 300인 미만 기업은 내년부터 공휴일을 유급휴일로 부여해야 하지만, 불가피하게 근무할 수 밖에 없다면 공휴일에 근무하는 대신 다른 근로일을 특정해 유급휴일을 부여해야 한다. 만약 휴일 대체를 하지 않고 근로자가 공휴일(대체공휴일 포함)에 근로했다면 휴일근로 가산수당을 포함한 임금을 추가로 지급해야 한다. 고용부는 관공서 공휴일 민간 적용으로 부담이 증가한 기업에 대해 향후 각종 정부 정책 참여 시 우대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공모형 고용장려금, 스마트공장 보급사업 지원대상 선정 시 가점을 부여하고, 농·식품 분야 인력지원과 관광중소기업 대상 혁신바우처 등도 우대 지원한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사설] 방역위기 속 민주노총 총파업 국민 공감 얻겠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오는 25일 총파업에 돌입하기로 결정했다. 총파업을 통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노동조합법 개정을 저지하고, 노동자 권익 강화를 위한 이른바 ‘전태일 3법’ 입법을 압박하겠다는 것이다. 코로나19 3차 대유행이 본격화된 상황에서 자칫 이번 총파업이 보수단체의 광복절 집회 때와 마찬가지로 감염 확산의 또다른 기폭제가 되지 않을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제 코로나19 신규 환자가 330명 발생하는 등 닷새 연속 300명을 넘었고, 일부 방역 전문가들은 하루 확진 환자가 600명, 1000명을 넘는 것도 시간문제라고 하는 것 아닌가. 민주노총은 총파업 당일 노조 간부와 파업 참가자들을 중심으로 전국 동시다발 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라는데 사회 모든 구성원들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방역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는 상황에서 다중이 참여하는 집회가 가져올 부정적 영향을 알고도 이런 결정을 내렸는지 민주노총 간부들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이에 앞서 민주노총은 지난 14일에도 전국 동시다발 집회를 열어 국민의 우려를 산 바가 있다. 때문에 민주노총이 이번에 총파업과 집회를 강행한다면 상당한 비판 여론에 직면할 수 있다. 노동조합법 개정 등에 대한 노동계의 걱정과 우려를 모르는 바는 아니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노동조합법 개정안은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것으로 대체적으로 노동자의 결사의 자유를 확대하는 내용이지만 파업 시 사업장 주요 시설 점거 금지 등 경영계 요구도 일부 반영하고 있다. 이른바 ‘전태일 3법’도 정당 간 입장이 달라 언제 처리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그래도 지금의 총파업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다. 코로나19 사태로 경기가 최악인데 일시적이나마 생산활동 중단을 초래하는 파업은 한국경제에 무거운 짐 하나를 더 얹는 것이다. 노동계 내부에서조차 관성적인 총파업 비판 목소리가 나오는 판에 국민이 과연 공감하겠는가. 노동계를 포함해 전 국민이 방역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할 상황이다. 신규 확진자 1000명이 시간문제인 까닭에 정세균 국무총리가 “가급적이면 집에 머물러 있어 달라”고 호소할 정도가 아닌가. 대학가, 학원가, 직장, 동호인 모임 등 산발적인 일상감염이 확산되는 만큼 총파업을 비롯한 집단행동은 자발적으로라도 자제해야 한다. 소비·여행쿠폰 지급 등 소비진작 정책도 당분간 중단해야 마땅하다. 경제와 방역, 결사의 자유 모두 소중하지만 지금은 방역에 더 방점을 찍어야 할 중차대한 시기다.
  • 中인민해방군 돈줄 차단… 트럼프 ‘피니시 블로’ 날렸다

    中인민해방군 돈줄 차단… 트럼프 ‘피니시 블로’ 날렸다

    미국 대선에서 패배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임기 60여일을 남겨두고 중국에 대해 ‘피니시 블로’(결정타)를 날렸다. 중국 인민해방군(PLA)과 직간접적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판단하는 중국 기업 31곳에 대해 미국인의 투자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것이다. 미 백악관은 지난 12일 홈페이지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인민해방군 조직이 소유하거나 통제하는 중국 기업에 대해 미국의 투자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고 공개했다. 백악관이 공개한 행정명령은 미국 기업과 개인들이 중국군의 발전을 돕는다고 트럼프 행정부가 인식하는 중국 기업들의 주식을 직간접적으로 소유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명령을 통해 “중국은 군과 정보기관 등 국가안보 조직의 발전과 현대화를 가능하게 하고 이들에 재원을 제공하기 위해 점점 더 미국 자본을 착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미국인의 투자자금이 중국 기업을 통해 중국 군사력을 높이는 데 쓰이고 군사능력을 증강한 중국군이 미 본토와 해외 주둔 미군을 직접 위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중국이 ‘민군융합’이라는 국가전략을 통해 민간기업이 군사 및 정보활동을 지원하게 함으로써 군산복합체의 규모를 키운다고 트럼프 대통령은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들 기업은 표면적으로는 개인과 민간의 영역으로 남아 있지만 직접적으로 중국군, 정보활동, 정보기관의 발전과 현대화를 지원한다”고 덧붙였다.●美 “중국군 관련 기업 시총 최소 553조원”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이 기업들은 국내외 증권거래소에 주식을 상장해 미 투자자들에게 주식을 팔고, 미국 자본에 접근하려는 여러 행위를 함으로써 자본을 끌어모은다”며 “그런 방식으로 중국은 미 투자자들을 이용해 자국 군사의 발전과 현대화를 위한 자금을 댄다”고 비판했다. 결국 미국 자본이 미국과 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중국의 대량살상무기(WMD)와 첨단 재래식 무기개발 및 사용, 사이버 공격 지원에 쓰여 부메랑이 돼 되돌아오고 있다는 게 미국 정부의 기본 인식이다. 이번 행정명령은 미 정부가 올해 중국군의 현대화 작업을 지원하는 ‘중국군 관련 군사기업’ 명단을 발표한 뒤 이뤄진 후속 조치다. 미 국방부는 지난 6월과 7월 두 차례에 걸쳐 중국 공산당과 인민해방군을 직간접적으로 지원하는 31개 중국 기업 명단을 의회에 제출한 바 있다.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은 이들 중국 기업과 그 자회사들의 시가총액이 최소 5000억 달러(약 553조 3000억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나바로 국장은 “이번 행정명령은 미국 자본이 중국군으로 흘러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한 획기적 조치”라고 설명했다. 행정명령 대상기업 31곳은 중국의 첨단 테크기업을 비롯해 에너지, 통신, 건설 등 광범위한 업종이 총망라됐다.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華爲)를 비롯해 중국 최대 통신회사 중국전신(電信)그룹(China Telecom·China Telecommunications), 최대 이동통신 회사 중국이동통신그룹(CMCC·China Mobile Communications) 등 대기업과 국유기업 등이 대거 포함됐다. 여기에다 세계 최대 폐쇄회로(CC)TV 카메라 업체 하이캉웨이스(海康威視·HIKVISION), 세계 5위 컴퓨터 서버업체 랑차오(浪潮)그룹(Inspur Group) 등 첨단 테크기업들도 상당수 올라 있다. 미국의 이번 조치는 트럼프 대통령이 임기를 마치기 전 대중국 압박에 고삐를 죄기 위한 조치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31개 기업 가운데 상당수는 홍콩 증권거래소를 비롯해 중국 상하이·선전 두 증권거래소에 상장돼 거래되고 있다. 중국전신그룹과 중국이동통신그룹은 미 뉴욕 증시에 상장돼 있다. 일부 기업들은 뮤추얼펀드(투자회사)에 편입돼 미 기업이나 개인들에 의해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고 WSJ는 분석했다.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대통령의 조치는 의도치 않게 중국군이나 중국 정보기관의 역량 강화에 자본을 제공하는 것으로부터 미국 투자자들을 보호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中인권 이유로 추가 제재 가능성 행정명령에 따르면 내년 1월 11일 발효되면 미국 투자자나 기관은 해당 기업 주식을 소유하거나 관련 펀드에 투자해서는 안 된다. 미 투자자들은 이들 업체의 주식을 거래할 수 없게 되는 만큼 이들 기업의 주식을 보유한 기관이나 개인은 내년 1월 11일까지 모두 처분해야 한다. 미 국방부가 중국 군부와 관련돼 있다고 추가로 지정하는 기업의 주식은 지정 60일 뒤부터 매매가 금지된다. CNN에 따르면 이 명단에는 연기금 거래도 금지 대상이다. 백악관은 지난 5월 연방공무원퇴직연금(TSP)을 총괄하는 노동부에 대중 투자를 중단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백악관이 미국 기업이나 개인의 투자액이 얼마인지 공개하지 않아 정확한 규모는 파악하기 힘든 것으로 알려졌다. 행정명령이 발효되면 앞으로 미국 기업이나 개인들의 중국 기업에 대한 투자가 크게 위축될 것으로 분석된다. 미 시장조사업체 CFRA의 토드 로젠블루스 상장지수펀드 리서치 부문 선임이사는 “이번 조치는 중국 자산 투자에 대한 미 투자자들의 관심을 약화시킬 수 있다”며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등을 비롯해 금융시장 전반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내다봤다. 행정명령이 언제 종료될 것인지도 불분명하다. 물론 내년 1월 20일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수많은 행정명령을 철회하기 위한 별도의 행정명령을 내릴 가능성이 있다. 바이든 당선인 측은 그러나 관련 사안에 대해 아직 구체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1월까지 남은 임기 10주 동안 중국에 대한 강경책을 더 많이 쏟아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가 중국에 대한 추가 제재를 강행하는 것은 바이든 행정부가 뒤집기 어려운 정책을 끝까지 밀어붙임으로써 자신의 정치적 유산을 공고히 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미 인터넷매체 악시오스(Axios)는 지난 15일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서북부 신장(新疆)위구르 자치구와 홍콩에서의 인권 탄압과 미국 국가안보 위협을 이유로 더 많은 중국 기업과 정부 기관, 관료를 제재하거나 거래를 제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를 위해 트럼프 행정부는 대중 강경파 인사들을 정부 고위직으로 이동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존 울리엇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중국이 방침을 뒤집고 국제 무대에서 책임감 있는 플레이어가 되지 않는다면, 미래의 미국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의 역사적인 행동을 뒤집는 건 정치적으로 자멸을 초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中 “중국기업 합법적인 권익 수호할 것” 이에 중국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미국에 “안보를 구실로 멋대로 중국 기업을 탄압하는 것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왕원빈(汪文斌)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13일 정례브리핑에서 “미국 정부는 중국의 군민융합 발전 정책을 악의적으로 비방한다”면서 “우리는 중국 기업의 정당하고 합법적인 권익을 확고히 수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GT)는 16일 트럼프 대통령이 10주간 남은 재임 기간에 일련의 강경한 대중국 정책을 발표할 것이라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마지막 ‘광기’(madness)에 대비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신창(信强) 푸단대 미국연구센터 부주임은 “대중국 강경정책은 트럼프의 외교적 성과로 평가되고 미국에서 널리 찬사를 받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입장을 전환하는 것은 사람들을 실망시키는 행위에 해당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남은 재임 기간은 대중국 카드의 영향력을 최대한으로 사용할 수 있는 마지막 시기”라고 주장했다. khkim@seoul.co.kr ■이 기사는 서울신문 홈페이지에 연재 중인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를 재구성한 것입니다. 인터넷에서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goo.gl/sdFgOq)의 전문을 만날 수 있습니다.
  • 성매매도 편들어야 되니… 자본주의, 너 도대체 뭐니?

    성매매도 편들어야 되니… 자본주의, 너 도대체 뭐니?

    “저와 함께 쓸 수 있는 방이 있습니다. 침대는 한 개이고 내 거예요. 산수를 해 보면 답이 나오겠지요?”미국 온라인 벼룩시장인 크레이그리스트에 한 남성이 올린 광고다. 월세 임차인을 찾는 이 광고는 인간의 몸이 지불 수단으로 치환되는 현장을 적나라하게 보여 주는 장면으로도 해석된다. ●‘슈거’라는 이름의 성매매… 경제적 이성 찾아야 피터 플레밍 런던대 교수는 신간 ‘슈거 대디 자본주의’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 이유를 자본주의의 속성으로 설명한다. 책 제목의 ‘슈거 대디’는 ‘슈거대디닷컴’이라는 데이트 주선 사이트에서 따왔다. 부유한 중년 남성이 생활비나 학비를 마련하지 못해 힘들어하는 젊은 여성인 ‘슈거 베이비’를 만날 수 있다고 하지만, 크레이그리스트의 광고와 마찬가지로 그럴듯한 수식어로 성매매를 포장한다. 저자는 지금 자본주의에서 민간 영역이 공공 영역까지 팽창하면서 ‘금전을 매개로 한 결합’이 경제를 지배하는 형태로 가고 있다고 설명한다. 노동의 기준, 법적인 노동자 보호 장치들이 사실상 이 새로운 경제에서는 속절없이 무너졌다. 특히 최근 플랫폼 노동이 활성화되면서 이런 현상이 더욱 강화됐다. 런던 배달 노동자가 정해진 노동 시간이 명시되지 않은 계약인 ‘제로 아워’ 형태로 일하다 사망한 2018년 사건을 예로 든다. 대체 인력을 찾지 않으면 회사가 매일 150파운드(약 22만원)의 벌금을 부과했고, 당뇨가 있는 그는 일자리가 사라질까 두려워 병원조차 가지 못하다 스러졌다. 이런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경제적 이성’을 다시 획득하는 일이다. 저자는 “이런 종류의 경제학을 역사의 쓰레받기에 버리고 덜 추잡한 이론과 모델을 개발하자”고 목소리를 높인다.●자본주의의 호혜성, 윤리 위에 다시 세우자 폴 콜리어 옥스퍼드대 교수의 신간 ‘자본주의의 미래’는 앞선 책이 주장한 ‘덜 추잡한 이론과 모델’의 사례로 ‘윤리적인 자본주의’를 내세운다. 그는 합리적 인간에 호소하면서 실패한 자본주의를 호혜성의 윤리 위에 다시 세워야 한다고 제시한다. 저자는 대학교수이자 IMF 자문, 기사 작위 수여 등 성공 가도를 달린 자신과 비슷한 또래의 사촌의 삶을 비교하면서 양극화를 우려한다. 영화 ‘풀 몬티’(1998)에서 묘사했듯, 그의 고향인 셰필드는 철강산업 붕괴로 망가진 도시다. 여기에 사는 사촌은 열네 살 때 부친을 잃고 미혼모가 됐다. 저자는 가족은 물론 도시, 그리고 국가 간 양극화 현상을 극복하지 못하면 미래가 불투명할 것이라 경고한다. 그는 정치로 해결할 수 없다고 단언한다. 이데올로기만 내세우는 좌파, 인기에 호소하는 대중영합주의 정치가는 선전 구호만 반복하며 공허한 공수표만 날린다. 국가가 나서서 자본주의의 윤리적 토대를 설계하고, 나아가 육아 보조와 실업급여 제공, 고용 및 은퇴 안정성 보장, 대도시 과세, 기업 신뢰 회복 방안, 빈국과 부국 간 재분배 등의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것이다. 이 주장의 근간에는 현재 경제학이 내세우는 ‘합리적인 인간’, 즉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려고 노력하는 이기적인 존재가 있다. 그러나 저자는 인간이 다른 사람들에 대한 의무를 느끼며, 경제적인 이득보다 사람들 사이의 존중을 통해서 효용을 얻는 존재이기도 하다고 말한다. 결국 두 책의 지향점은 너무나도 분명하다. “자본주의가 인간성을 회복해야 우리가 모두 인간답게 살 수 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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