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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억대 연봉 금융노조의 임금 파업, 누가 공감하겠나

    [사설]억대 연봉 금융노조의 임금 파업, 누가 공감하겠나

    시중은행 노조 중심의 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이 어제 예고했던 파업을 강행했다. 서울 광화문과 용산 일대에서 차도를 막고 집회와 가두행진을 벌여 극심한 교통 체증이 빚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파업 참여율이 지극히 낮아 각 은행 업무는 모두 정상적으로 이뤄졌다고 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금융노조 소속 17개 은행 전체 직원의 파업 참가율은 9.4%다. 산업·기업·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 노조원들의 파업 참가율이 50% 전후로 높았으나 5대(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 시중은행 직원 중 파업에 참여한 인원은 0.8%, 노조원만 따져도 13.6%에 그쳤다고 한다. 상당수 노조원들이 총파업에 등을 돌린 셈이다.  금융노조의 요구사항은 임금 5.2% 인상, 근로시간 단축, 임금피크제 개선, 금융 공공기관 혁신안 중단, 산업은행 부산 이전 중단 등이다. 은행들은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한 거리두기에 동참한다며 지난해 7월부터 영업시간을 1시간 줄였다. 올 4월 거리두기가 해제됐지만 업무시간을 원상복구하기는 커녕 근로시간을 더 줄여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은행원 평균 연봉이 1억원이 넘는 터에 일은 덜 해야겠고, 돈은 더 받아야겠다고 한다.  임금 인상 요구의 명분은 은행의 사상 최대 이익이다. 올 상반기 5대 시중은행의 이자이익은 18조 6000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15조 4600억원)보다 20.3%나 늘었다. 일을 잘해서가 아니라 미친 집값에 금리가 계속 오르면서 땅 짚고 헤엄치기식 이자 장사로 돈을 벌었기 때문이다. 가계부채와 주택담보대출을 끌어안은 일반 고객들이 고금리에 따른 고통에 허덕이고 있는 마당에 고액연봉 은행 노조원들은 고금리로 늘어난 수익을 임금으로 더 내놓으라고 목청을 높인 것이다. 어제 서울 도심에서 벌인 대규모 시위로 빚어진 극심한 교통 체증과 불편을 온몸으로 감수해야 했던 다수 시민들이 대체 어떤 시선으로 자신들을 바라봤을 것이라 생각하는지 금융노조에 묻지 않을 수 없다.  세계 10위권의 경제규모에도 불구하고 국내 은행들의 국제적 경쟁력은 여전히 낮다. 하지만 우리 은행 직원들은 1인당 국내총생산(GDP)에 견줘볼 때 금융 선진국인 미국이나 영국의 은행 직원들보다 더 많은 임금을 받는다. 호봉제 등 우리만의 특수한 임금 구조와 관치금융의 폐해가 맞물린 때문이다.  노조는 태생적으로 노조원의 이익과 권리를 보장하는 조직이지만 사회적 책임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 민간기업도 사회적 책임이 요구되는 시대다. 특히 은행은 외환위기 때 86조 9000억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돼 기사회생했다. 1800조원이 넘는 빚을 진 가계는 계속 오르는 금리에 허리가 휜다. 염치가 있는 집단이라면 사상 최대 이익을 코로나로 벼랑 끝에 몰린 취약계층을 돕는데 어떻게 활용할 지 머리를 맞대야 한다. 총파업을 이끈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은 어제 “금융의 공공성을 사수해야 한다”고 했다. 대체 그가 말하는 금융의 공공성이 무엇인지 알 길이 없다. 노조원은 물론 우리 사회 전체가 공감할 금융의 공공성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기 바란다.
  • 김경 서울시의원, ‘미래소득보장제도:안심소득vs기본소득 토론회’ 참석

    김경 서울시의원, ‘미래소득보장제도:안심소득vs기본소득 토론회’ 참석

    서울특별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 김경 의원(더불어민주당, 강서1)은 지난 6일 서울시의회 제2대회의실에서 ‘미래소득보장제도 : 기본소득 vs 안심소득’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금번 토론회는 미래소득보장제도로서 거론되고 있는 기본소득과 서울시에서 시범사업으로 진행하고 있는 안심소득 두 가지 제도에 대한 전문가들의 토론을 통해 미래 소득보장제도의 발전적 방향에 대해 논의하고자 개최되됐다. 김 의원은 “기존에 생계급여를 받고 있는 중위소득 30% 이하 기초생활수급자들의 경우 안심소득이든 현재의 생계급여제도든 별 차이가 없다” 고 지적하며, “차이가 있다면 제도의 대상이 중위소득 85%이하로 늘어나는 것뿐이다. 또한 현재 안심소득 실험을 위해 선정된 선정가구와 비교집단 사이 변인이 많아 일반화의 오류 가능성이 충분히 존재한다”고 안심소득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김 의원은 “4차 산업혁명에 따라 기술이 노동을 대체하면서 노동수요가 줄어들게 되고 기본소득이건 안심소득이건 이런 미래형 소득보장제도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며, “어느 제도가 보다 미래사회에 적합한 소득보장제도인지 서울시의 안심소득 실험을 통해 철저히 검증하는 것이 필요하며, 앞으로의 의정활동을 통해 견제해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 “감옥서 암매장되는 北 수감자들…영양실조로 사망자 급증” 주장 나와

    “감옥서 암매장되는 北 수감자들…영양실조로 사망자 급증” 주장 나와

    코로나19가 확산한 북한에서 지난 7월 한 달 간 최소 35명의 수감자가 영양실조로 사망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이 북한 소식통을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평양 북부의 교도소에 복역 중이던 북한 여성 최소 35명이 영양실조로 사망했다. 평안남도 개천 제1교화소(교도소)는 수감자들에게 식사를 제공했지만, 매일 장시간 노동을 강요당하는 수감자들에게는 터무니없는 양으로 알려졌다. 이에 수감자들은 가족이 면회올 때 가져다주는 음식으로 부족한 식사량을 대체해 왔다. 그러나 지난 5월 코로나19가 대규모로 확산한 뒤 엄격한 이동 통제령이 내려졌고, 수감자들은 한동안 가족으로부터 추가 식량을 전달받지 못하면서 영양실조 사례가 급증했다.함경북도의 한 주민은 RFA와 익명으로 한 인터뷰에서 “개천 제1교화소에 수감 중인 여동생을 방문했는데, 그곳에서 한달 동안 수감자 20명이 아사했다고 들었다”면서 “코로나19 확산 전에는 교도소 내에서 사망하는 수감자의 평균 수는 3~4명이었다”고 전했다.RFA에 따르면, 현재 교도소에 수감중인 익명의 제보자 가족은 탈북 후 한국에 정착한 또 다른 가족과 연락을 주고받다 적발돼 징역 5년 형을 선고 받고 복역 중이다. 해당 제보자는 “여성 교도소에서 영양실조 진단을 받은 수감자는 50명이 넘는다고 들었다. 병이 든 수감자들은 따로 격리되어있으며, 일어나거나 앉을 수도 없다고 한다. 죽기만을 기다리는 것 같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수감자가 영양실조를 앓다 사망하면 교도관이 시신을 한쪽에 모아둔다고 한다. 그리고 매달 말이 되면 수감자들은 시신을 들것에 실어 교화소 뒤에 있는 산에 묻으라는 지시를 받는다”고 덧붙였다. 또 “교화소가 수감자들에게 제공하는 끼니는 하루에 주먹밥 하나 정도다. 수감자들이 이것만 먹고는 고된 노동을 견디질 못한다”면서 “영양실조로 사망하는 수감자가 늘어난 것은 코로나19로 인한 이동 제한 때문”이라고 말했다. 평안남도의 또 다른 교도소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속출한다는 제보도 있다. 익명의 제보자는 RFA와 인터뷰에서 “코로나19 통제령으로 청산 교도소에 있는 수감자들이 가족들로부터 음식을 받지 못했다. 가까운 곳에 가족이 사는 수감자들은 간신히 먹을 것을 얻었지만, 외부로부터 음식을 지원받지 못한 수감자들은 영양실조로 사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지난 7월 한 달 동안 해당 교도소에서 영양실조로 사망한 수감자만 15명이라고 들었다”면서 “수감자가 사망하면 교화소 측은 수감자의 가족에게 시신을 인계하라고 연락한다. 문제는 가족이 코로나19 통제령 때문에 제시간에 도착하지 못하면, 시신은 밀짚 가방에 담겨 교화소 주변에 아무렇게나 묻힌다는 사실”이라고 주장했다.한편, 북한은 지난 5월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인 스텔스 오미크론 환자가 발생했다고 밝히며 최대비상방역체계에 돌입했다. 북한 당국이 집계한 코로나19 관련 일일 발열자 수는 한때 39만여 명까지 치솟기도 했지만, 북한은 “방역형세가 안정적”이라며 상황이 관리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최대비상방역체계 가동 91일째였던 지난달 10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주재 전국비상방역총화회의에서 ‘방역 승리’를 선언했다. 종식 선언 13일 만에 의심환자가 발생했지만, 모두 독감 환자로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 님비로 주름진 지자체… 작을수록, 같이 다함께 ‘경제주름’ 잡아라[마강래의 함께 살아가는 땅]

    님비로 주름진 지자체… 작을수록, 같이 다함께 ‘경제주름’ 잡아라[마강래의 함께 살아가는 땅]

    언론 인터뷰가 어렵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특히 전화 인터뷰는 사전에 질문을 주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답변을 준비할 시간이 없다. 가끔은 내 전문 분야에서 살짝 벗어난 걸 묻기도 한다. 그런 인터뷰가 끝나고 나면 ‘아, 설명이 부족했구나’, ‘혹시 내 말을 오해하진 않았을까’, ‘이 말은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하는 아쉬운 생각이 들 때가 많다. 그래서 요즘은 매번 속으로 되뇐다. 내가 근거를 가지고 있는 게 아니면, ‘전문가란 이름’으로 발언하면 안 되겠구나. 최근엔 한 언론인한테서 이런 질문을 받았다. “교수님은 지방을 살리려면 메가시티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시는데,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이들도 많더라고요. 어떤 분들은 뜬구름 잡는 얘기라고 하던데요. 메가시티라는 유령에 홀리지 말아야 된다고도 하고요.” 나는 이들이 메가시티의 개념을 잘못 이해하고 있거나, 아니면 ‘메가’(mega)라는 단어의 이미지에 함몰돼 근거 없는 비판을 하고 있는 것이라 답했다. 표심에 메가시티 ‘흔들’ 선거 이후 부울경 연합 좌초위기소도시 위주 좋은 일자리는 한계광역 단위 산업생태계 구축해야日·英·佛 초광역 협력 통해 성장 안타깝긴 하지만 지방자치단체 단체장이 이런 반대 목소리를 내는 건 이해가 되는 측면도 있다. 메가시티는 지자체를 뛰어넘는 거대한 대도시권을 의미한다. 메가시티를 만들려면 여러 지자체가 협력해야만 한다. 공동 이익을 도모하는 과정이라지만 힘이 약한 지자체가 불리해지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표를 먹고 사는 정치인의 속성을 고려한다면 메가시티를 선뜻 찬성하기 힘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아니나 다를까. 지방선거 이후 메가시티 움직임이 바람 빠진 쭈글이 풍선처럼 시들해졌다. 부울경 특별연합도 좌초 위기다. 일부 단체장들은 메가시티의 ‘메’자도 꺼내지 말라며 으름장을 놓았단다. ● 양질의 일자리 위해선 인프라 중요 전문가란 이름으로 메가시티를 뜬구름 취급하는 건 이해할 수 없다. 메가시티가 지역을 착취할 것이라는 둥, 메가시티라는 추상적인 개념으론 지역이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거라는 이야기를 하는 건 자유다. 무엇이든 모르면 흐릿해 보이기 마련이다. 메가시티가 왜 필요한지 이해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질문이면 족하다. 이에 대한 답도 이미 수많은 이들이 내놓은 상태다. 그러니 메가시티가 유령처럼 보이는 분들은, 아래 세 가지 질문에 답을 가지고 있는지 살펴보면 좋겠다. 첫 번째 질문부터 보자. 왜 청년들이 고향을 떠나는가. 전문가들 사이에 이견이 없다. 문제는 ‘일자리’다. 특히 젊은층이 선호하는 일자리가 지방에 부족하기 때문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청년들에게 지방을 떠나는 이유를 물으면 크게 두 가지로 대답한다. 하나는 ‘일자리’, 또 다른 하나는 ‘교육’이다. 하지만 두 번째로 많은 답변을 한 교육적 이유도, 그 속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일자리와 관련이 있다. 수도권에서 교육을 받으면 수도권 일자리를 얻을 가능성이 높아진다.수도권이 일자리를 통해 지방 인재를 흡수하면 할수록 지방은 더 허약해진다. 특히 2015년부터는 청년들의 지방 유출에 가속이 붙었다. 지방 광역시에서도 매해 청년 100명 중 2명 정도가 떠나고 있다. 이제 지방 붕괴는 예측이 아닌 운명 같은 미래에 가까워졌다. 첫 번째 질문을 통해 지방이 집중해야 할 부분이 선명해진다. ‘일자리 격차’ 때문에 지방이 쇠퇴한다면, 해결책도 일자리 격차를 줄이는 쪽으로 설계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건 일자리, 두 번째로 중요한 것도 일자리, 세 번째로 중요한 것도 일자리다. 일자리만이 살길이다. 두 번째 질문을 해 본다. 왜 수도권에만 청년들이 선호하는 일자리가 몰리는가. 최근에 많은 연구는 ‘산업구조 변화’에 주목한다. 쉽게 말해 주력 산업이 달라졌다는 뜻이다. 시장은 이미 온갖 상품으로 포화상태다. 공급과잉은 기업의 채산성을 낮췄다. 이제 기업은 혁신적 아이디어로 새로운 걸 내놓지 않고서는 버티기 힘든 세상이 됐다. 그럼 기업의 혁신적 아이디어는 어디서 나오나. 혁신인재를 통해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첨단 기업엔 말 그대로 ‘사람이 전부’다. 그러니 첨단기업들은 인재를 쉽게 구할 수 있는 수도권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지방 인재도 일자리를 좇아 수도권으로 이주해야 하는 상황이다. 기업은 청년을 좇고, 청년은 기업을 좇고 있다. 양자가 물고 물리면서 수도권은 강력한 슈퍼 메가시티가 됐다. ‘산업구조 변화’는 전 세계 공통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2018년에 출간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에서는 산업구조 변화로 공간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나타나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특히 OECD 회원국에서 제일 잘나가는 도시로 일자리가 더욱 쏠리고 있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이 보고서에는 한국에 대한 분석도 담고 있다. 가장 잘나가는 곳은 수도권이고 가장 뒤처진 곳은 경북이다.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수도권 밖 모든 지역이 경북과 별반 다르지 않은 처지라는 걸. 이렇게 수도권과 지방이 심하게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바뀐 이유는 산업구조 변화 속에서 첨단 기업들이 혁신인재가 모여 있는 대도시, 수도권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방도 혁신인재와 첨단기업들을 위한 대도시 인프라를 제대로 갖추는 데 노력을 집중해야 한다.● 해외선 협력 통해 지방소멸 위기 넘어 그럼 세 번째 질문으로 넘어가 보자. 어떻게 지방에 일자리를 만들어야 하는가. 지역 격차 완화를 위한 다른 선진국 경험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먼저 이웃 나라 일본을 보자. 일본에서는 도쿄와 그 주변이 인구와 산업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된 지 오래다. 오사카 지역 지자체 12곳이 연합해 ‘간사이 연합’이라는 ‘특별지방자치단체’를 만들었다. 12개 지자체를 모으면 인구가 2000만명이 넘는다. 목적도 뚜렷하다. 뭉치지 않으면 도쿄에 먹힐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이들은 초광역 협력사업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려 노력하고 있다. 방재, 관광·문화·스포츠 진흥, 산업진흥, 의료, 환경보전, 자격시험·면허, 직원연수 등 7가지 사무를 공동으로 처리한다. 영국에서도 런던 권역의 위세에 위기감을 느낀 맨체스터, 리버풀, 리즈, 브리스톨, 버밍엄 등 지방 핵심도시들이 주변도시들과 연합해 도시권을 형성하는 방식으로 뭉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맨체스터 도시권이다. 맨체스터 도시권은 8개 지자체를 통합한 뒤 광역교통체계 구축을 최우선 과제로 처리했다. 공간계획뿐만 아니라 주택 계획도 광역 차원에서 함께 세우고 있다. 고용 훈련도 함께 하는데, 특히 낙후된 북부지역 노동자에 대한 직업교육을 통해 맨체스터 도시권 내부 격차를 줄이려는 시도도 하고 있다. 프랑스도 마찬가지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수도인 파리로 인구와 산업이 집중됐다. 지역 격차가 커지자 프랑스도 지방자치단체개혁법을 제정하면서 기초지자체가 힘을 모으도록 유도하는 정책을 폈다. 프랑스 기초지자체를 코뮌이라고 부르는데, 코뮌 연합체가 메트로폴이다. 현재 프랑스에는 14곳의 메트로폴이 구성돼 있다. 이 중 규모가 큰 대표적인 3대 메트로폴은 그랑파리, 엑스·마르세유·프로방스, 리옹이다. 이들은 다른 메트로폴과 달리 특수한 지위를 갖고 있다. 인구가 140만명이나 되는 리옹 메트로폴은 중부지역 59개 코뮌이 함께하고 있다. 리옹 메트로폴은 교통인프라 계획뿐만 아니라 경제개발, 문화, 교육, 주거 계획 등을 세우는 특별지자체이다.● 이웃 지자체와 갈등으로 얽혀 세상은 이렇게 바뀌고 있다. 기업 활동의 공간적 범위가 넓어졌다. 주민들의 생활 반경도 광역화됐다. 일자리를 만들려면 기업을 유치해야 하고, 기업을 유치하려면 제대로 된 산업생태계가 필요하다. 산업생태계를 구축하는 건 광역 단위 협력 없이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지자체가 서로 협력하기보다 반목하고 질투하는 경우가 더 많다. 10여년 전 행정구역통합 붐이 일었던 때가 있었다. 지자체 46곳이 18개 지자체로 통폐합하겠다는 건의서를 중앙정부에 제출했다. 통합 논의를 시작한 지자체들은 모두 역사·문화적으로 이웃사촌이라 볼 수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들 중 상당수는 이웃과 크고 작은 갈등으로 얽혀 있다. 몇 가지 사례만 보자. 충북 괴산군과 증평군은 광역생활폐기물 문제로 갈등을 겪었다. 괴산에 있는 소각장 인근 주민들이 증평군에서 발생하는 쓰레기가 수분이 많다는 이유로 반입을 반대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초기 충남 천안시와 아산시는 중국 우한 교민들의 격리 수용지 결정을 둘러싸고 신경전을 벌였다. 천안시 정치인들이 반대하자 수용지는 아산시로 바뀌었다. 이에 아산시 주민들은 왜 아산시냐며 극렬한 반대운동을 벌였다. 전북 전주시와 완주군은 오래전부터 경쟁 관계다. 혁신도시 중심지구 배치를 놓고, 기업유치, 국도대체우회도로 건설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은 바 있다. 얼마 전에는 육군 항공대대 헬기 비행노선을 두고도 부딪쳤다. 전남 목포시, 무안군, 신안군도 마찬가지다. 목포시는 목포대양산단 인근에 쓰레기 소각장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인근 무안군 14개 마을 주민들이 이에 반대하는 탄원서를 냈다. 무안군은 소각장 설치는 소각장에 반대하는 주민들과 충분히 협의한 후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목포시에 전달했다. 무안군과 목포시는 남악신도시 택시 사업구역 문제로도 갈등하고 있다. 신안군과 무안군은 두 지역을 잇는 다리 이름을 놓고 갈등했다. 해결을 못하자 국가지명위원회에 의뢰했다. 결국 ‘김대중 대교’로 정해졌다. 이웃도시와 상생은 필수 전주·완주 혁신 도시 중심지 갈등 목포·무안·신안 소각장 두고 몸살 광역철도 재원 분담 두고 다툼도 ‘뭉쳐야 산다’ 가치로 머리 맞대야 ● 메가시티로 중앙 권한 이양받아야 상황이 이러한데 어찌 지방에 수도권과 같은 거대 교통 인프라를 깔 수 있겠는가. 앞으로 지방에 권역별 광역철도를 설치하고 활성화하는 건 정말 중요한 과제다. 하지만 행정구역 두 곳 이상을 오가는 광역철도는 지역 갈등의 단골메뉴다. 노선이나 재원분담을 둘러싸고 다투는 경우가 흔하다. 앞으로 2차 공공기관 이전을 놓고 지자체끼리 갈등하고 다툴 가능성이 높다. 지난 정부에서 2차 공공기관 이전에 손을 놨던 가장 큰 이유도 지역 간 갈등 때문이 아니었던가. 메가시티가 유령이나 뜬구름으로 보이는 분들께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메가시티의 가장 중요한 핵심 가치는 연계와 협력을 통해 ‘같이 살자’는 것이다. 초광역협력사업은 상생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것이다. 여러 지자체가 머리를 맞대고 도시권 계획과 신산업 계획을 함께 짜고, 1∼2시간의 생활권을 구축하기 위해 인프라를 설계하고, 지역 대학들이 연계된 공유대학을 만들고, 공간의 거점체계를 구상하고, 핵심 거점에 기업 유치를 위한 인센티브를 설계하는 것이 메가시티가 지향하는 바다. 더 나아가 연합한 지자체가 중앙이 가진 권한을 이양받아 스스로의 미래를 설계하는 시도도 해 볼 수 있다. 이런 사업들조차 손에 잡히지 않는 모호한 개념으로 다가온다면, 그래서 메가시티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면, 지방의 붕괴를 막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
  • 美전기차 차별 따지러 간 통상본부장 “유럽·日과 법적 절차도 공조”

    美전기차 차별 따지러 간 통상본부장 “유럽·日과 법적 절차도 공조”

    한국, 독일, 영국, 일본, 스웨덴 등 주요 5개국 정부가 최근 ‘북미산 전기차’에만 7500달러(약 1000만원) 상당의 보조금을 지원하는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시행에 따른 해외 조립 전기차 보조금 차별 문제에 함께 대응하기 위한 실무급 공동협의<서울신문 9월 6일자 1면>를 가진 가운데 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이 법적 절차까지 공조할 뜻을 밝혔다. 반면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미국산’을 거듭 강조하며 현재의 보호무역 기조를 고수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안 본부장은 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인근 덜레스공항에서 기자들을 만나 IRA 피해국인 독일·영국·일본·스웨덴 등과의 공동대응에 대해 “사실상 우리와 거의 같은 상황으로, 입장을 공유하고 향후 필요할 경우 정부 간 협력과 기타 법적 절차 등을 공조하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북미산’에만 7500달러의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IRA 조항 수정, 올해 말에 나올 관련 시행령 속에 우리나라에 대한 적용 예외 신설,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등 사실상 모든 대응책에 대해 5개국 공조 가능성을 열어 둔 것이다. 안 본부장은 또 7일 예정된 캐서린 타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의 면담에 대해 IRA와 관련한 첫 각료급 대면 협의라는 점을 강조한 뒤 “국내에선 제가 합동대책반 반장을 맡고 있고, 미국은 USTR이 맡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협의 채널을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가동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 본부장은 “타이 대표도 사안의 심각성을 잘 알고 있을 것으로 본다”며 IRA 조항 개정을 요구할 것임을 전했다. 이어 “조기 법 개정은 어려운 상황이지만 입법적으로 풀 수 있는 부분, 정부 차원에서 풀 수 있는 문제 등 다각적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백악관, 상무부, 상·하원, 싱크탱크 등도 접촉한다. 이외 안 본부장은 “IRA는 한미 간 산업통상 관계에서 굉장히 중요하고 시금석이 되는 사안”이라며 “향후 한미 간 산업 생태계 구축에 있어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메시지를 전하고 만족할 만한 해결책을 찾도록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에서 진행한 노동절 연설에서 “미국과 전 세계를 돕는 위대한 제조 시설이 미국에 있을 수 없다고 도대체 어디에 쓰여 있느냐”며 ‘미국우선주의’(American First)를 강조했다. 오는 11월 8일 중간선거를 앞두고 지난달 16일부터 발효된 IRA를 최대 치적으로 홍보하는 가운데 지지율도 상승하고 있다. 앞선 위스콘신주 밀워키 연설에서는 “한국, 일본 등 전 세계 제조업들이 미국으로 몰려오고 있다. 한국 기업 대표가 나에게 그들이 미국에 오려는 이유를 뭐라고 설명했는지 아느냐. 우리가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환경과 가장 우수한 노동자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미래의 미국은 미국 노동자가 미국 공장에서 만든 미국산 제품을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경기도의료원 6개 병원 노조 파업 철회

    경기도의료원 6개 병원 노조 파업 철회

    경기도의료원 산하 수원·안성·이천·파주·의정부·포천 등 6개 병원 노조가 1일 예고한 총파업을 2시간 30분 앞두고 철회했다. 경기도의료원 노조가 인력충원 등에 합의함에 따라 1일 오전 7시를 기해 예고했던 총파업을 극적으로 철회했다. 전국보건의료노조 경기도의료원 6개 병원 지부는 파업 예고일을 하루 앞둔 지난달 31일 오후 1시부터 경기도청에서 도 담당 부서와 노정 교섭에 들어가 이날 오전 1시쯤 쟁점 사항들에 대해 이견을 좁혔다. 이어 도 의료원 노사는 오전 4시 30분쯤 경기지방노동위원회의 조정안을 수용하며 임단협을 타결했다. 총파업 돌입 시점인 이날 오전 7시를 2시간 30분 앞두고서다. 핵심 쟁점이었던 인력 확충의 경우 이달 말까지 1단계로 39명을 증원하고 2단계로 병상 가동률이 병원별 60~70% 도달 시 병상 운영 필요인력인 간호사·간호조무사 증원을 협의·승인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간호사 14명, 공공보건사업실 6명, 에너지관리사 5명, 방사선사·물리치료사 각 4명, 간호조무사 3명, 임상병리사 2명, 기계설비기사 1명이다. 주요 합의사항은 수익성 위주였던 경영평가를 운영평가로 대체, 의료인력 확충을 위한 정원 증원, 간호사의 육아휴직자 대체를 정규직으로 채용 검토, 9월 내로 경기도 공공의료 협의체 거버넌스 구성 방안 논의 등이다.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서 동시에 진행된 임단협 조정에서도 임금 1.4% 인상에 대한 조정 합의가 이뤄졌다. 그동안 불승인됐던 직급 상향도 내년 말까지 단계적으로 이루기로 했다. 노조는 간호인력을 중심으로 154명의 정원 증원을 도가 불승인한 탓에 인력수급이 한계상태에 달했다고 호소해 왔다. 특히 안성병원 식당의 경우 파출부를 일용직으로 고용하고, 파주병원은 병동의 절반만 열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아울러 노조의 주요 요구 사항이었던 수익성 위주 경영평가 폐기에 합의하고, 보건복지부가 진행하는 운영평가만 받기로 했다. 운영평가는 경영평가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공공성 지표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도의료원은 올해 도가 실시한 산하기관 경영평가에서 최하위 등급을 받았다. 이럴 경우 향후 인력 확충과 사업 예산 확보가 어렵게 된다. 노조 관계자는 “이번 합의사항이 충실히 이행되도록 경기도와 정책협의, 사회적 대화를 지속적으로 이어나가기로 했다”며 “의료현장에서 경기도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더욱더 헌신하고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노조는 지난 8월16일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을 신청했다. 이후 22~24일 파업 찬반투표 결과 총 조합원 1271명 중 1031명이 투표에 참여해 81.1%의 투표율을 보였고 이중 92.4%인 953명이 파업에 찬성했다. 지부가 총파업을 결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노조가 총파업에 들어갈 경우 응급실, 중환자실, 수술실 등의 필수인력을 제외한 700~800명이 참여하게 돼 외래환자 진료 중단과 입원 환자의 전원·퇴원 등의 공공의료 공백 사태가 우려됐다.
  • “월급 168만원 참담”…2030 공무원들 상복 입었다

    “월급 168만원 참담”…2030 공무원들 상복 입었다

    정부가 공무원 보수 인상을 발표했지만, 일부 공무원은 거세게 반발했다. 기획재정부는 내년도 5급 이하 공무원의 임금을 1.7% 올리겠다고 발표했지만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하 공무원노조)은 당초 주장했던 임금 7.4% 인상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성명서를 발표하며 각 지역에서 집회를 열었다. 2030 젊은 공무원들은 상복을 입고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영정 사진 틀위에 ‘나의 월급’, ‘나의 워라밸’이라고 쓰인 종이를 들고 구기거나 떨어트리는 퍼포먼스도 진행했다. 서울시공무원노동조합 역시 “시 신규 공무원 9급 1호봉의 올해 8월 급여 실수령액은 168만원 수준이다. 지급총액 201만원가량이지만 세금과 건강보험료, 기여금 등 공제총액이 36만여원이어서 순 지급액은 160만원대로 줄었다”라며 “한마디로 참담한 수준이다. 이 나라의 하위직 공무원은 대체 어찌 살아가야 하나. 기가 막힐 노릇”이라고 호소했다. 공무원노조 경기지역본부 경기도청지부는 “지난해 소비자 물가가 2.5%, 최저임금 인상률이 1.5% 오를 때 공무원 임금 인상률은 0.9%에 그쳤다”며 “정부가 공무원에게 경제적인 사유로 고통 분담을 반복적으로 강요했는지를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160만원 참담” vs “수당 왜 빼냐” 9급 공무원들의 반발이 거세지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상여금, 당직 등 각종 수당까지 포함하면 실질적으로 받아가는 수령액이 더 많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공무원들의 집단행동에 “기본급만 얘기하면 당연히 적어 보인다” “상여금, 당직 등 수당까지 더해지면 더 많이 가져가는 것 아니냐. 원천징수를 공개하라” “퇴직걱정도 안하면서 돈 많이 받아가겠다는 심사냐” 등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의견도 많았다. 그러나 전국의 공무원노조들은 “정부안을 적용하면 내년도 9급 1호봉 급여는 171만5170원에 불과하다. 최저임금 201만580원에 턱없이 부족한 것”이라며 “수당 등을 포함해도 200만원을 넘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에 처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5년 간 공무원 보수 평균 인상률은 1.9%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생활물가 상승률이 3.9%임을 감안하면 공무원 보수는 지난 5년간 실질적으로 하락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전직 공무원이라는 한 직장인은 “공무원은 호봉제로 매년 기본급이 인상된다. 실제 인상률은 (언론에) 공개된 수치보다 높다”며 “하위직 공무원의 연봉이 당연히 20년 이상 근무한 사람보다 적다. 하지만 자신들의 연봉이 적다는 발언은 일반 대기업과 비교하면 그렇다는 꼴인데 기업과 공무원의 월급은 비교해선 안 된다”고 반박했다. 국내 대기업 전자업계 종사자 또한 “우리 회사도 수당 빼면 기본급 초임 180만원대다”라고 주장했다. 다른 직장인 역시 “퇴직걱정 없는 공무원에 호봉제는 왜 언급을 안 하는지 이해 안된다. 최저임금보다 낮은 수준이라고 지적하지만 최저임금과 세후금액은 애당초 비교할 수 없는 수치다”라고 동조했다.
  • [2022 쟁점 분석] 업종·급여수준 불문 인력난 전방위 확산…외국인 인력 늘리고 자동·무인화 나서야

    [2022 쟁점 분석] 업종·급여수준 불문 인력난 전방위 확산…외국인 인력 늘리고 자동·무인화 나서야

    사람이 없어지고 있다. 전체 산업과 사회에서의 인력 부족 현상이 본격화되고 있다. 천연자원은 빈약하지만 풍부한 인적 자원을 토대로 경제를 발전시켜 왔던 우리의 성장모델이 근본적인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과거 인력 부족은 특정 산업 분야의 호황에 따른 수요공급 불일치로 인해 나타나거나, 저임금 및 근로조건이 열악한 분야를 중심으로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업종과 급여 수준을 가리지 않고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다. 다른 업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을 지급하는 반도체 산업에서의 인력 부족 현상은 이런 흐름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업계 추산에 따르면 반도체 분야의 경우 해마다 3000명 규모의 인력이 부족하며, 인공지능·빅데이터 등 정보기술(IT) 분야에서도 당장 올해 부족한 인력만 1만 5000명으로 추산된다. 제약·바이오 부문 역시 직종과 직무를 가리지 않고 인력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인력부족 비율 3.6% 미래 산업의 핵심으로 간주되는 2차전지·바이오·전기차 등 첨단 산업 현장에서도 같은 하소연이 이어지고 있다. 전통적인 제조업의 경우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조선업의 경우 수주는 계속 이어지고 있지만 근무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2014년 20만명 넘게 종사하던 조선 산업 인력은 2021년 말 9만 2000명 규모로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올 하반기에만 1만명 가까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된다. 제조업의 근간이 되는 주조·금형·표면처리 등 뿌리산업 분야의 경우 2018년 55만명이던 종사자가 2020년 말 49만명으로 감소하는 등 인력 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건설인력의 경우도 올해 약 21만 5000명이 부족한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건설업의 경우 다른 산업에 비해 고령화 현상도 심화돼 50대가 35.4%로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다. 서비스업 분야의 부족도 심각하다. 밤마다 이어지는 택시 잡기 전쟁도 따지고 보면 택시기사가 부족해서 생기는 현상이다. 요식·숙박 분야의 경우 인력 확보가 업장의 최우선 과제가 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농업의 경우 그동안 주요한 역할을 담당했던 외국인 노동자 확보가 여의치 않아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지만 뾰족한 대책은 없다. 공공 부문 역시 점차 인력 부족 상황에 당면하고 있다. 구인공고를 내면 어렵지 않게 필요 인력을 확보할 수 있던 학교조차도 최근 기간제 교사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곳이 많아지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직업 안정성이라는 장점을 기반으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공무원 역시 경쟁률이 낮아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대규모 퇴직이 이어지고 있다. 인플레이션에 따른 급여 인상 추세를 따라가기 어려운 공공 부문 특성상 일각에서는 조만간 교육 및 사회복지 분야를 중심으로 인력 부족 사태에 직면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고용노동부의 산업별·직종별·사업체 규모별 노동력 수요동향 조사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5인 이상 사업체를 대상으로 할 때 인력부족 비율은 3.6%로 나타났다. 1년 전인 2021년 상반기 2.4%에 비해 1.2% 포인트 상승한 것이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상대적으로 저임금 구조가 일반적인 숙박·음식점업이 6.5%로 가장 높은 부족률을 보이고 있다. 운수·창고업(5.5%), 정보통신업(4.9%), 제조업 (4.5%) 등이 뒤따른다. 전방위적인 인력 부족 현상의 원인으로는 여러 가지가 거론되지만 일차적인 원인으로는 인구구조의 불균형에 따른 영향이 가장 크다. 2000년대 들어 본격화된 저출산 시기에 태어난 세대가 노동시장에 진입하고는 있으나 진입에 비해 퇴장 규모가 훨씬 크기 때문에 절대적인 노동인구는 감소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추세가 급격하게 가속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조만간 은퇴연령에 도달하는 만 55~59세의 경우 423만명 규모이지만 노동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하는 만 20~24세는 338만명으로 향후 5년간 약 80만명의 인력 감소가 예상된다. 만 50~54세의 경우 433만명인 데 비해 만 15~19세의 경우 251만명으로 차이는 182만명으로 확대된다. 향후 10년간 최소한 260만명의 인력이 부족한 것이다. 만 15~65세의 생산가능인구 내에서의 변동에서도 만 15~24세 비중은 2020년 11.4%에서 2025년 9.4%로 감소한다. 인력 부족 및 고령화 추세가 더욱 가속화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인구구조의 변화와 더불어 업종별 상황도 인력 확보를 어렵게 한다. 첨단산업 등 직능수준이 높은 부문의 경우 사업체에서 요구하는 경력·학력·자격을 갖춘 지원자가 부족한 상황이다. 반대로 직능 수준이 낮은 부문은 임금 등 근로조건이 구직자의 기대를 충족하지 못한다. 이 때문에 구인난과 구직난이 동시에 발생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서울 및 수도권과 지방 산업도시의 정주 여건 격차 확대로 인해 지방근무 기피 경향이 확대되고 있는 것 역시 인력 부족을 심화시키고 있다. ● 사회인식·대책 과거에 머물러 절대적인 인력 부족 상황이 점차 심해지고 있지만 이에 대한 인식과 대책은 아직 과거에 머무르고 있다. 정부는 특정 산업 분야에서 인력이 부족하다는 이야기가 나오면 해당 산업 인력 양성을 위한 계획 및 프로그램을 발표한다. IT 인력이 부족하다고 하면 ‘100만 디지털 인재 양성’을, 반도체 분야 인력이 부족하다고 하면 ‘반도체 관련 인재 양성’을 발표하는 식이다. 대학에 학과를 신설하거나 기존 학과의 정원을 늘리는 이런 방식은 특정 산업 분야의 성장에 따른 일시적 부족 현상을 타개하는 데 효과를 거둘 수 있지만 사회 전반의 인력 부족 상황에서는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인구 감소와 인력 부족을 우리 사회와 경제가 직면하는 상시적 위협요인으로 간주하고 적응을 준비해야 하지만 우리 사회는 여전히 실패한 저출산 극복에만 매달리고 있다. 사회적 인식 역시 과거에 머무르고 있다. 전통적인 직업인식에 매몰돼 배달업 등 특정 직업의 고임금화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인력 부족 상황에서는 당연히 더 많은 급여를 주는 곳으로 빠르게 이동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바람직하다. 시장 수요에 부합하는 합리적인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고 대신 업무의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일 수 있도록 업무수행 방식을 개선하고 핵심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하지만 이에 대한 관심은 낮다. ● 다분야 적응력 갖춘 인력 양성해야 인력 부족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단기적으로 외국인 인력의 양적 확대가 불가피하다. 이에 따른 비자 및 영주권을 비롯한 각종 제도의 정비도 필요하다. 일시적 체류가 아닌 장기적 차원에서의 인력 활용을 위해 외국인 인력의 경력 관리·숙련도 향상 등을 위한 지원과 체제 정비 역시 요구된다. 일시적으로 필요한 존재가 아닌 향후 우리와 함께 미래를 살아갈 존재라는 관점의 전환이 필요한 시기이다.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산업현장의 경우 자동화·무인화에 대한 적극적 지원과 투자가 요구된다. 센서 및 로봇 관련 기술의 개발·보급과 더불어 스마트팩토리 전환 등의 지원이 확대돼야 한다. 로봇과 사람이 함께 일할 수 있도록 제도적 개선도 선제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기존 교육 및 인력 양성 체계를 대체할 수 있는 다양하고 좀더 효율적인 체계를 도입함과 동시에 다양한 분야의 적응력을 갖춘 인력을 어떻게 양성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어쩌면 가장 필요한 것은 ‘이제 사람은 귀하고 비싸다’는 인식일 것이다. 모든 것이 바뀌어야 할 시기가 도래했다.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 尹대통령, 내년 연봉 삭감된다…5급 이하는 1.7% 인상

    尹대통령, 내년 연봉 삭감된다…5급 이하는 1.7% 인상

    정부가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해 장·차관급 이상 공무원의 보수 10%를 반납하기로 했다. 30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3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1급부터 4급까지 공무원들은 보수를 동결하며, 9급 공무원은 1.7%의 보수 인상률이 확정됐다. 9급 공무원 1호봉 기준 보수는 올해 168만 6500원에서 171만 5170원으로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장·차관급 이상 공무원, 보수 10% 반납 장·차관급 이상 공무원은 보수의 10%를 반납하며, 윤 대통령과 한덕수 국무총리 등도 동참할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대통령 보수는 2억 4064만원, 국무총리는 1억 8656만원, 부총리는 1억 4114만원 등이다. 공공 부문에서 내년 공무원 임금 인상을 최소화하기로 한 정부의 이같은 결정은 지출을 최대한 줄여, 재원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전해졌다.앞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말 공공기관 혁신 가이드라인 발표 자리에서 ‘공공기관 임직원 수 감축’, ‘각종 수당 폐지’ 등의 방안을 말하며 임금을 조정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같이 정부가 하위직 보수만 인상한 것은 “공무원 사회도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는 취지와 “하위직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모두 감안한 조치로 파악된다.서울시공무원노동조합 “이 돈으로 어찌 살라고” 서울시공무원노동조합(서공노)은 이날 하위직 공무원들이 받는 급여가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너무 적다면서 물가 상승률 등을 감안해 보수가 합리적인 수준으로 인상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공노가 서울시 신규 공무원의 급여 세부 내역을 확보해 분석한 결과, 9급 1호봉 한 달 봉급 실수령액이 168만원 수준이었다. 이에 서공노는 “한 마디로 참담한 수준”이라며 “이 나라의 하위직 공무원은 대체 어찌 살아가야 하나. 기가 막힐 노릇”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도 정부는 내년 공무원 보수인상을 1% 안팎에서 조율하고 있다”며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폭거이고, 강력한 저항을 자초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서공노는 물가상승률을 감안해 합리적인 보수 인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용수 서공노 위원장은 “서공노는 상급 단체인 공무원연맹과 연대해 지난주부터 릴레이 1인 시위를 시작했다”며 “내년 공무원 보수 인상률이 합당한 수준에서 결정될 때까지 지속적인 투쟁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 [단독] 거꾸로 간 경기… 코로나 전담 도의료원에 4년 내리 ‘경영평가 최저점’

    [단독] 거꾸로 간 경기… 코로나 전담 도의료원에 4년 내리 ‘경영평가 최저점’

    경기도의료원이 경기도가 실시하는 경영평가에서 매번 낙제점을 받고 있다. 총액인건비를 지키지 못한 영향인데, 의료원 종사자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29일 경기도와 전국보건의료노동조합 등에 따르면 경기도의료원은 올해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라’등급을 받았다. 도는 경영평가 점수에 따라 출자·출연기관에 가~마등급 평가를 매기는데, 마등급을 받은 기관은 없다. 사실상 경기도의료원은 경영 상태에서 ‘낙제’를 받은 셈이다. 경기도의료원은 2019년부터 경영평가에서 최하등급을 받고 있다. 2019년과 2020년에는 C등급(A~C등급), 2021년과 2022년에는 라등급(가~라등급)을 받았다. 이는 공공기관 경영평가상 ‘수익성’ 지표에서 최하점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경기도의료원 의료 수익은 2020년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지정돼 장례식장 운영을 중단하면서 반토막 났다. 도의료원 산하 6개 병원의 총 의료 수익은 2017년도 1239억 4500만원, 2018년도 1364억 2900만원, 2019년 1521억 9800만원 등으로 개선되고 있었으나 코로나19 대응으로 인해 2020년에는 826억 8000만원으로 45.6%나 줄었다. 코로나19 비상체제를 운영하는 와중에도 신규 업무 발굴과 기존 업무 이해도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총 30.4점이 배정된 특정지표 달성도에서 25.27점을 받았다. 전국보건의료노동조합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정신없이 바쁜 상황을 보냈는데, 도는 경영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주고 이렇게 평가했다고 언론에 알리기까지 한다”며 “의료원 직원 입장에서는 경영평가 결과에 큰 상처를 입고 화가 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보건의료노조 경기도의료원 6개 병원 지부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31일 오전까지 경기도와 도의료원이 요구사항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예고한 대로 다음달 1일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노조는 인력 확충을 최우선으로 요구하고 있다. 경기도 관계자는 “관련 규정상 인건비를 줄이려는 노력이 있어야 하는데, 계속해서 인상률을 위반하며 인건비가 늘어나 낮은 점수를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경기도의료원과 달리 서울의료원 등 다른 지역 의료원들은 최우수 등급을 받았다. 코로나19 대응을 공로로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대구의료원은 출연기관 경영실적 평가에서 최하 등급인 ‘라’등급을 받았으나 대구시가 정상을 참작해 ‘나’등급으로 상향해 주기도 했다. 순천의료원과 강진의료원은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해 전남도 공공기관 경영평가 대신 보건복지부 운영평가로 대체하고 있다. 전국종합
  • 코로나19 일선 맡았지만 돌아온 건 ‘낙제생’ 낙인...공공의료에 씌인 경영압박

    코로나19 일선 맡았지만 돌아온 건 ‘낙제생’ 낙인...공공의료에 씌인 경영압박

    경기도의료원이 경기도가 실시하는 경영평가에서 매번 낙제점을 받고 있다. 총액인건비를 지키지 못한 영향인데, 의료원 종사자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29일 경기도와 전국보건의료노동조합 등에 따르면 경기도의료원은 올해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라’등급을 받았다. 도는 경영평가 점수에 따라 출자·출연기관에 가~마등급 평가를 매기는데, 마등급을 받은 기관은 없다. 사실상 경기도의료원은 경영 상태에서 ‘낙제’를 받은 셈이다. 경기도의료원은 2019년부터 경영평가에서 최하등급을 받고 있다. 2019년과 2020년에는 C등급(A~C등급), 2021년과 2022년에는 라등급(가~라등급)을 받았다. 이는 공공기관 경영평가상 ‘수익성’ 지표에서 최하점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경기도의료원 의료 수익은 2020년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지정돼 장례식장 운영을 중단하면서 반토막 났다. 도의료원 산하 6개 병원의 총 의료 수익은 2017년도 1239억 4500만원, 2018년도 1364억 2900만원, 2019년 1521억 9800만원 등으로 개선되고 있었으나 코로나19 대응으로 인해 2020년에는 826억 8000만원으로 45.6%나 줄었다. 코로나19 비상체제를 운영하는 와중에도 신규 업무 발굴과 기존 업무 이해도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총 30.4점이 배정된 특정지표 달성도에서 25.27점을 받았다. 전국보건의료노동조합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정신없이 바쁜 상황을 보냈는데, 도는 경영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주고 이렇게 평가했다고 언론에 알리기까지 한다”며 “의료원 직원 입장에서는 경영평가 결과에 큰 상처를 입고 화가 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보건의료노조 경기도의료원 6개 병원 지부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31일 오전까지 경기도와 도의료원이 요구사항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예고한 대로 다음달 1일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노조는 인력 확충을 최우선으로 요구하고 있다. 경기도 관계자는 “관련 규정상 인건비를 줄이려는 노력이 있어야 하는데, 계속해서 인상률을 위반하며 인건비가 늘어나 낮은 점수를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경기도의료원과 달리 서울의료원 등 다른 지역 의료원들은 최우수 등급을 받았다. 코로나19 대응을 공로로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대구의료원은 출연기관 경영실적 평가에서 최하 등급인 ‘라’등급을 받았으나 대구시가 정상을 참작해 ‘나’등급으로 상향해 주기도 했다. 순천의료원과 강진의료원은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해 전남도 공공기관 경영평가 대신 보건복지부 운영평가로 대체하고 있다.
  • “수당 많이 받는다?”…‘실수령액 168만원’ 급여명세서 공개한 공무원들

    “수당 많이 받는다?”…‘실수령액 168만원’ 급여명세서 공개한 공무원들

    서울시공무원노동조합(서공노)은 하위직 공무원의 급여를 공개하며 고물가 시대에 합리적인 수준의 보수 인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29일 서공노에 따르면 서울시 신규 공무원인 9급 1호봉의 8월 급여 실수령액은 168만원 수준으로 조사됐다. 지급 총액은 200만원이 조금 넘지만, 세금과 건강보험료, 기여금 등 공제총액이 36만여원이어서 순 지급액은 160만원대로 줄었다. 7급 1호봉(9급 3호봉)도 9급 1호봉보다 7만원 정도 많은 175만원 안팎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급 총액은 220여만원이지만, 공제 총액이 53만여 원에 달해 순 지급액이 170만원대로 나타났다. 서공노는 논평을 통해 “한 마디로 참담한 수준”이라며 “이 나라의 하위직 공무원은 대체 어찌 살아가야 하나. 기가 막힐 노릇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정부는 내년 공무원 보수인상을 1% 안팎에서 조율하고 있다.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폭거이고, 강력한 저항을 자초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서공노는 “일각에서는 공무원이 기본급은 적어도 수당을 많이 받지 않느냐는 논리를 펴기도 하지만, 보수의 20∼30%가 제세공과금으로 공제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며 “공무원 평균 보수가 높다는 착시현상 때문에 하위직 공무원의 낮은 보수에 누구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서공노는 “올해 물가 인상률은 5%를 초과할 것으로 예상되고, 내년 최저임금도 올해 대비 5%(9160원→9620원) 인상키로 결정된 바 있다. 민간 대기업의 경우는 10%를 상회하는 수준에서 임단협이 체결되고 있다”며 물가상승률을 감안해 더 합리적인 인상안이 나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지금 전국적으로 거센 저항의 불길이 타오르고 있다”면서 “내년도 공무원 보수 인상률이 합당한 수준에서 결정될 때까지 지속적인 투쟁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앞서 27일 정부에 따르면 행정안전부는 공무원 임금인상률에 대해 1.7~2.9%의 임금인상률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적으로 기획재정부가 제시한 인상률보다 낮은 수준으로 결정하는 것을 고려할 때 내년 공무원 임금은 1%대로 제한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 [최원목의 글로벌한국] 삼류 정부, 먼저 이류로 키워야/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최원목의 글로벌한국] 삼류 정부, 먼저 이류로 키워야/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이다”는 말이 있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먼저 세계적인 것을 한국적으로 만들 수 있어야 한다. 최고 수준의 포용력과 협력정신, 창조력 말이다. 방탄소년단(BTS) 신화를 만든 케이팝 산업은 일찌감치 세계적인 것을 한국적으로 만들었다. 여러 나라, 여러 세대의 작곡가, 안무가, 연주가, 코러스 전문가, 음반 제작자들이 소통하고 협업해 하나의 작품을 만든다. 누구든지 창조적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집단토론을 통해 좀더 나은 걸 결정한다.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것도 한국 속에 세계가 있기 때문이었다. 빈부격차, 사회계층화, 취업고민 등 세계적 이슈들을 세계적 마인드를 지닌 제작진이 블랙유머와 극적인 반전으로 그려 냈다. 그래서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를 제패했다. 아직도 한국 사회에는 위계질서, 관료주의, 연공서열이 존재하는 부문들이 많다. 공공부문이 대표적이다. 민간부문으로 스카우트되는 우수 공직자들은 부러움의 대상이다. 명색이 글로벌 기업이라 불리는 대기업들도 속사정은 관료주의적이다. 눈부신 기술 발전을 이룬 삼성이 애플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이유도 바로 조직문화 때문일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불확실성이 최고 수준이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면서 대규모 실업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새 산업의 원료를 확보하려는 다툼은 원료공급 대란을 주기적으로 촉발할 것이다. 인공지능 산업의 최종 승자는 미국보다는 중국이 될 가능성이 높다. 국가 주도로 돈을 쏟아붓고 있고, 우수 인력과 데이터의 양 측면에서 중국은 압도적이다. 중국이 지배하는 인공지능 시대는 불확실성이 더 커질 것이다. 케이팝은 일류, 기업은 이류, 정부는 삼류인 나라를 불확실성 시대에 어떻게 세계적으로 키워 나갈 수 있나? 먼저 세계 최고 수준의 포용력과 협력정신, 그리고 창조력을 한국의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민간부문은 알아서 그쪽으로 나아가고 있으니 공공부문 혁신이 필요하다. 대대적인 정부 및 공사조직 개편은 기본이다. 중복된 업무를 없애 버리고, 불필요한 규제를 과감히 철폐해야 한다. 공직문화를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는 아이디어들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정책 결정 과정에서 가장 많은 이견과 비판을 제기한 공무원을 포상하거나 특별 승진시키는 제도 같은 것 말이다. 대통령실이 앞장서면 모든 부처가 따를 것이다. 불확실할수록 선택 가능한 대안을 도출하고 최선의 대안을 선택해야 한다. 선입관을 만들거나 토론을 금기시해서는 안 된다. 정치적 금기를 깨는 진실 파악 노력을 봉쇄하는 정치 관행도 버려야 한다. 대외적으로 민감한 사안일수록 객관적 사실을 조기에 확정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위안부 및 강제징용 배상금 문제가 한일 협력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지금이라도 국제 중재에 회부해 구속력 있는 판결을 받아 내야 한다. 대중국 관계도 마찬가지다. 우리의 안보 가치를 명확히 정의하고, 안보를 수호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행위도 마다하지 않되 배치되지 않는 것은 과감하게 포용해야 한다.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반도체 공급망대화(칩4) 등에 참여한다고 해서 미국의 요구를 모두 수용하겠다는 게 아니다. 국가안보에 배치되지 않는 한 중국의 요구 사항도 포용해 IPEF·칩4 활동을 전개해 나가야 한다. 한중 외교장관 회의에서 중국 측이 제시한 ‘3불 1한’(사드 추가배치 금지, 한미일 군사동맹 불참 등 3불과 사드 운용 제한의 1한)도 이러한 일관된 기준에 입각해 경우에 따라 수용하거나 거부할 것임을 말해야 한다. 공공부문이 민간부문을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국내외 갈등을 부추겨 ‘정부 리스크’를 낳는 일을 더이상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일류는 못 될지언정 자기 몫은 하는 이류는 돼야 한다.
  • [열린세상] 망국을 피하는 방법/김세연 전 국회의원

    [열린세상] 망국을 피하는 방법/김세연 전 국회의원

    “이렇게 나라가 망해 가는 것인가?” 많은 이들의 머릿속에 맴돌고 있으나 차마 입으로는 뱉지 못하는 탄식이 아닐까. 모든 것이 뒤엉켜 버린 채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야심차게 닻을 올린 윤석열호는 출항 직후부터 표류하고 있다. 괜찮지 않은 것은 알겠는데 어찌할 바를 모르는 모양새다. 근심과 우려의 단계를 넘어서고 있다. 누가 쓴소리하고 말고가 더이상 중요치 않은 상황이다. 정치는 저질화, 언론은 황색화되고 있다. 정치의 원동력이 ‘공동선(共同善)의 지향’이 아니라 ‘상대 진영에 대한 복수심’이 됐다. 정치를 바라보는 창문이어야 할 언론은 말과 감정 싸움의 현장 중계인 정도로 역할을 스스로 격하시킨다. 정치적 중립이 요구되는 행정부조차 직역별로 각 진영에 편입되는 경향이 보이고, 그에 속하지 않은 이들은 무위(無爲)를 새로운 미덕으로 삼는다. 지방선거 때의 풍문들은 정치와 행정의 일부가 거대한 매관매직의 체계로 타락하고 있는 것 같은 의구심까지 들게 한다. 적대적 공생관계의 양대 정당에 이젠 혐오감까지 느껴진다고 한다. 국민의힘에서 비주류는 다시 한번 뿌리째 뽑혀 나가는 중이다. 건강한 토론이 일상이어야 할 정당에서 원외 청년들의 항변과 주류 대리인들의 반박을 제외하곤 대체로 침묵만 흐른다.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선 1위 후보가 압도적 득표율을 기록하나 그만큼 낮은 투표율로 열기는 상쇄된다. 열혈 지지층을 제외한 다수 당원의 투표 불참은 정치적 무기력증이라 볼 수 있다. 합리적 이성과 소명의식으로 단단히 무장한 일부를 제외하고는 총선 공천을 위해 침묵을 통한 자발적 복종을 택하거나 노골적 충성경쟁으로 고득점을 시도한다. 어떻게 풀 것인가? 우리에게 출구는 없는가? 아무리 봐도 시민들의 활발한 정치참여 외엔 답이 없다. 직업정치인은 생업에 바쁜 다수 시민을 대신해 정책 입안과 갈등 조율을 본업으로 인식하며 늘 몸가짐, 마음가짐에 삼가는 자세를 가져야 할 텐데 일전에 수해복구 현장에서 실상이 드러났듯 국민 일반의 관점과 유리된 모습이 종종 나온다. ‘정치계급’이 돼 버린 기성 정치인들과는 다른 경로로 시민의 정치참여 통로가 확보될 필요가 있다. 일각의 논의와 같이 행정부 감시와 견제를 사명으로 하는 입법부를 또다시 견제, 보완하기 위해 ‘제4부’를 만드는 것은 옥상옥의 결과가 될 수 있다. 우리 정치의 문제는 ‘국회의 문제’라기보다는 국회의원을 배출하는 ‘정당의 문제’로 보는 것이 맞겠다. 신당 창당을 논외로 한다면 수명 다한 양대 정당의 정상화에 관심과 노력이 집중될 필요가 있다. 정당 내 극단주의 배격과 이를 통한 합리성의 회복이 필요하다. 총선 공천은 지도부가 결정하고 지도부는 전당대회에서 당원들이 주로 결정한다. 따라서 정당의 체질을 바꾸기 위해선 의원 물갈이가 아니라 당원 물갈이가 더 근본적 과제가 된다. 그런데 당을 해체하지 않고선 기존 당원을 나가라고 하기가 어렵다. 남은 방법은 상식적인 시민들이 정당에 적극 참여해 양당이 극단적 견해를 가진 세력들에 점령당하지 않게 하는 것이다. 그래야 의원들도 ‘친아무개’식의 패거리 정치에서 벗어나 제대로 된 정책 노선 경쟁이 가능해진다. 세상 변화를 민감하게 읽고 적응하고 있는 다음 세대 전문가 집단의 적극적인 정치참여가 절실하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예외가 아니다. 냉철한 지성의 소유자들이 공동체 담론의 형성과 해법 마련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기후위기, 연금개혁 같은 시급한 문제는 물론 무인화 시대에 필요한 노동 및 복지 정책 대안도 만들어야 한다. 정치가 남의 일이 아니라 내 일이라고 인식하고 정치에 참여해야 나라가 망하는 운명을 피할 수 있다.
  • ‘적과 나의 싸움’으로 인식… 무례한 시민에 민주주의는 길을 잃는다[박상훈의 호모 폴리티쿠스]

    ‘적과 나의 싸움’으로 인식… 무례한 시민에 민주주의는 길을 잃는다[박상훈의 호모 폴리티쿠스]

    팬덤이 없으면 대선 후보가 되기 어려운 시대다. 팬덤은 정치 여론을 지배하고 돈도 표도 만들어 낸다. 정치인들은 팬덤을 비판하기보다 팬덤에 아첨하는 정치를 한다. ‘개딸’과 ‘개아빠’가 시민의 역할, 지도자의 모델이 됐다. 그에 비례해 정치 언어는 저열해졌다. 서로 침 뱉고 모욕하는 정치다. 적을 만들고 적을 섬멸하는 게 정치의 목적처럼 됐다. 무례한 시민, 사나운 정치인의 세상이다. 정당 정치, 의회 정치가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민주주의가 됐다. 1 팬덤 지지자의 관점에서 본다면, 팬덤 정치는 익명의 대중적 열정을 통해 정치 과정에 영향을 미치고자 하는 일종의 ‘시민적 효능감’을 표출하는 행위다. 단순히 선호나 지지 성향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절차나 과정을 무시해서라도 정치를 지배하고 주도하려 한다는 점에서 전에 없던 ‘새로운 종류의 압력 정치’다. 팬덤은 불만에 찬 시민 혹은 사실상 활동가들이다. 그들의 신념은 현상 유지보다는 현상 타파에 가깝다. 용납할 수 없는 적을 통해 자신의 존재와 행동을 정당화한다. 그들은 확신에 차 있다. 주저함이 없다. 옳고 그름, 선과 악을 판단할 때도 단호하기 짝이 없다. 자신의 의지대로 따르지 않는 정치가는 개혁에 반대하는 구악이요, 저주받아 마땅한 적폐 세력이 된다. 그들은 오로지 하나의 정당 혹은 그 정당을 지배하게 될 팬덤 지도자와 그를 따르는 사람들만 인정한다. 다당제가 아니라 사실상 일당제를 지지하는 심리상태라고 할 수 있다.2 팬덤 정치는 조건적이다. 지지자들의 열정을 집약시키는 팬덤 지도자가 없다면 팬덤 지지도 없다. 인격화된 팬덤 지도자는 조직화돼 있지 않은 무정형적 집합행동을 가능케 하는 초점 요인이다. 조직화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춰 준다. 하지만 팬덤 지도자의 역할은 거기서 끝난다. 조건에 따라 팬덤의 동력은 빠르게 약화되기도 하고 새로운 지도자를 찾아 옮겨 가기도 한다.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친문(친문재인) 팬덤과 친박(친박근혜) 팬덤의 빠른 약화, 친명(친이재명) 팬덤과 친윤(친윤석열) 팬덤의 빠른 성장에서 보듯 팬덤은 지도자 개인에 고정된 현상이 아니다. 바로 이 점 때문에 특정한 인물에 대한 절대적 헌신과 의존을 특징으로 하는 ‘영도자 현상’과도 다르다. 반엘리트주의가 강한 포퓰리즘과도 다른 것이 팬덤 정치다. 이는 팬덤을 구성하는 전형적인 세 집단의 유형을 나눠서 살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첫 번째 유형은 ‘추종형 팬덤’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팬덤 지도자를 신뢰하고 헌신하는 ‘콘크리트 지지층’이다. 이들이 다수라면 팬덤 현상의 이동과 변화는 크지 않을 것이고, 팬덤 정치는 영도자 추종 현상에 가까워진다. 이들 역시 상황이 바뀌면 정치 효능감을 얻고자 새로운 팬덤 지도자를 찾긴 하지만 이동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주저하며 옮겨 간다. 넓은 의미에서 보면 이들은 팬덤 지도자 개인보다는 정당에 충성하는 집단이다. 두 번째 유형은 ‘편익 추구형 팬덤’이다. 이들은 팬덤 지도자의 성공을 통해 영향력을 추구한다. 주로 정치 영역에 있는 내부자인 이들은 사실상 팬덤 정치를 기획하고 움직이는 ‘팬덤 활동가’다. 이들에게 팬덤 정치란 일종의 합리적 투자행위이고 팬덤 지도자는 목표를 위한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팬덤 지도자가 힘을 잃거나 기대하던 편익을 얻을 수 없게 되면 가장 먼저 떠나 버린다. 흥미로운 것은 세 번째 유형이다. 이들은 팬덤 활동을 통해 정치 참여의 효용을 극대화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일종의 ‘정치 효능감 추구형 팬덤’이다. 이들을 행위에 나서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공격 대상을 향한 적대감이다. 자신들이 나서지 않으면 막을 수 없다고 여기는 친일세력, 적폐세력, 빨갱이, 좌파, 반개혁세력이 이들을 움직이게 한다. 이들은 정치 영역 밖에서 활동하고, 지위나 편익을 추구하지 않으며, 팬덤 지도자가 영향력을 유지할 때만 팬덤을 지속한다는 점에서 다른 두 유형과 구분된다. 팬덤 정치의 가변성은 편익 추구형 팬덤 활동가들과 정치 효능감 추구형 팬덤 지지자들에게서 발원한다. 팬덤 현상이 절대적이고 맹목적인 지지 양상으로 나타나다가도 상황이 바뀌면 유동성을 갖게 되는 것은 바로 이들의 존재 때문이다. 이것이 말해 주는 바는 이렇다. 팬덤 지도자와 팬덤 지지자가 서로를 필요로 하는 조건에서만 강한 팬덤이 작동한다. 상호 욕구나 조건이 만족되지 않으면 팬덤의 이동과 새 팬덤의 형성으로 이어진다. 3 팬덤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정치를 원하는 대로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익명의 적극적 시민층이 폭넓게 형성됐기 때문이다. 이들은 팬덤 지도자를 스스로 만들 능력이 있다. 이들은 조직이나 단체를 만들고 사무실을 열고 활동가를 고용하고 회비를 내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일하지 않는다. 익명의 활동에서는 전통적인 방식의 참여와 의사 표출과 달리 규범과 문화적 제약을 깨고 무시해도 된다는 쾌감이 있다. 팬덤 시민은 새로운 유형의 적극적 시민이다. 그들은 빠른 민주주의를 원한다. 빠른 결과를 얻기 위해 서슴없이 행동한다. 신뢰를 바탕으로 한 절차와 과정을 기다리지 못한다. 그들은 집단행동을 한다. 하지만 전통적인 집단행동과는 달리 책임 있는 조직 주체나 지도부, 소재지가 있는 결사체를 만들 생각은 없다. 자신과 다른 상대 집단과 대화나 토론 같은 상호작용을 할 마음도 없다. 그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위해 자신들이 원하는 방식대로 행동할 뿐이다. 팬덤 시민들의 마음 상태는 혁명이 벌어질 때 나타나는 대중적 현상과 유사하다. 기존 체제에 대한 반감에서 시작해, 영향력을 갖게 된 뒤에는 적대 세력 혹은 이적 세력을 분쇄하는 것이 중요하다. 집권에 성공한 이후에는 야당과 당내 온건파를 적대시하는 열정이 이들을 지배한다. 집권에 실패해 야당이 되면 당내 온건파를 제압하기 위해 ‘투쟁야당’이라는 전통을 불러낸다. 이들은 ‘적(敵)과 아(我)의 싸움’으로 정치를 인식한다.4 오늘날 민주주의는 반(反)민주주의자들이 아니라 새롭게 등장한 이 시민 집단 때문에 위협받을 수 있다. 이들은 열렬한 민주주의자들이지만 동시에 민주주의를 오해하는 사람들이다. 민주주의이기에 시민이 직접 자유롭게 주권을 실현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행동에 나선 이들은 민주주의자이기보다는 민주주의의 지배자이고자 한다. 문명이 도시에서 국가 그리고 이제는 세계화나 지구화를 통해 확대되고, 교육받은 도시 중산층이 시민의 다수가 되고, 소통기술의 발전으로 모두가 인터넷 지식으로 무장한 초연결사회가 도래하고, 지구상의 절반 이상의 나라가 민주화가 되면서 이들의 자신감은 극대화됐다. 그들은 의견이 다른 동료 시민들에게 무례하다. 생각이 다른 정당이나 정치가를 공격할 때 절제가 없다. 오늘날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건 쿠데타나 혁명보다는 “민주주의를 정당과 정치인한테서 구출해 사회나 국민, 시민에게 가져다주자”고 하는 사람들, 국민의 직접 정치에 희망을 걸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 정치(정치인, 정당, 의회 등)의 자율적인 역할 없이 기술과 제도를 통해 민심을 있는 그대로 재현해 낼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다. 이들로 인해 세상은 새로운 대중운동의 전성기를 맞게 됐다. 그들은 조직화의 비용을 치르지 않고도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소통 기술을 갖게 됐다. 지도자나 활동가의 수고 없이도 집단행동을 이끌 수 있다는 희열도 경험했다. 정당도 의회도 언론도 지식사회도 하다못해 기업도 움직일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 이들을 움직이는 것은 적대감과 분노다. 고발은 모두를 흥분시키고 초연결망을 따라 집단행동에 나서게 한다. 폭로와 좌표 찍기만이 문제가 아니다. 그보다는 손쉬운 모금과 대규모 지지표 동원도 문제다. 언론도 정치인도 정당도 알아서 굴복하게 만든 힘은 바로 여기에 있다. 5 인간은 이성보다는 열정, 합리성보다는 정념에 더 쉽게 영향을 받는 존재다. 개인보다 공중이 정념의 노예가 되기가 더 쉽다. 인간의 역사는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들로 넘쳐난다. 정념을 제어할 합리적 이성의 작동은 힘들고 긴 과정의 산물이다. 해결해야 할 정책 사안이 떠올랐다 하더라도, 그 사안이 어떤 문제인지를 정의하기 위해서는 그것이 어디에서 비롯되는지에 대한 인과론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분류와 유형화가 필요하다. 다른 나라와 비교도 해 봐야 한다. 그러고 나서도 다른 사안들보다 얼마나 중요하고 시급한 일인지도 따져 봐야 하고, 필요한 예산과 정책 수단도 살펴야 한다. 뛰어난 개인 혼자 감당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정보를 선별하고 지식을 공유하고 대안을 조직할 수 있는 권위 있는 시민 조직 없이 이런 일은 감당하기 어렵다. 정당과 국회가 그런 시민 조직이다. 적법하게 권위를 인정받은 시민 기구다. 인류가 이를 받아들이기까지 수많은 착각과 시행착오를 감수해야 했다. 그런 정당과 국회가 힘을 잃으면 정치만 나빠지는 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일반 대중이 힘을 갖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국가 관료제와 사회경제적 강자들이 더 큰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은 물론이고 정치가 해야 할 사회 보호와 갈등 관리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가 없다. 그 피해자는 힘 약하고 목소리 작은 시민들이다. 대중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것만으로도 돈이 되고 표가 되는 환경에서 합리적 이성보다 공중의 정념을 자극하는 사람들이 승자가 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들은 사안의 한 단면만 강조함으로써 사람들의 분노와 흥분을 불러일으킨다. 이들은 인간의 성급함을 누구보다 잘 악용한다. 이들은 조급하다. 너무 분명한 대안이 있는데 왜 당장 조치를 취하지 않느냐고 화를 낸다. 어떤 때는 정치인들의 음모나 특권의식 때문에 그렇다고 하고, 어떤 때는 관료들의 기득권 때문이라고 하고, 어떤 때는 노동조합의 집단이기주의 때문이라고 한다. 어떤 때는 대의민주주의 때문이라며 직접 민주주의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시민참여, 대중지성, 집단지성, 국민주권은 그들의 신조다. ‘통치받는 민주주의’가 아니라 ‘통치하는 민주주의’여야 한다는 것이 그들의 믿음이다. 정치에 참여하고 책임을 분담하기보다 정치를 지배하고 싶어 한다. 정치적 실력이나 통치의 능력을 키우는 일의 중요성을 생각하지 않은 채 그들은 언제나 성급한 공격 행동에 나선다. 그들은 언제나 지나치다. 작은 조직, 작은 정당 하나를 제대로 만드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경험하거나 생각할 기회를 갖지 못한 채, 외부에서 지시하고 명령하고 강요하는 데 익숙하다. 세상은 증오와 적대, 의심과 음모론으로 병들어 가는데, 대체 왜 일이 이렇게 됐는지 잠시 멈춰 생각할 줄 모른다. 그들이 지금 팬덤 정치라는 이름으로 상대를 모욕하는 정치, 침 뱉는 민주주의를 주도한다. 정당만이 아니라 시민도 침착하지 않으면 민주주의는 길을 잃기 쉽다는 것을 팬덤 정치가 깨닫게 해 준다. 정치발전소 학교장
  • “이주민 등 소수자 반복된 혐오… 다문화 고민 없는 배려, 상처 되기도” [정중하고, 세련된 혐오사회]

    “이주민 등 소수자 반복된 혐오… 다문화 고민 없는 배려, 상처 되기도” [정중하고, 세련된 혐오사회]

    10년째 끊이지 않는 악플에 고통직접 만난 악플러 “관심받으려고”이주민들 미움 안고 떠나니 문제아이들 학교선 다문화가정 놀려주말마다 역사 공부 도움 될지… 국회 4년간 보수·진보 모두 냉대정의당 입당 뒤 차별금지법 주장이민청 추진·인력난 해소 목소리국민통합위 참여해 통합안 모색이주민이자 여성, 두 아이를 키우는 싱글맘. 겹겹이 쌓인 소수자 정체성은 보수 정당에 속했던 과거에도, 진보 정당에 속한 현재도 그를 공격하는 꼬투리가 됐다. 전직 국회의원 이자스민(45) 얘기다. 그는 지난달 27일 윤석열 정부의 대통령 직속 1호 위원회인 국민통합위원회 사회·문화분과 위원으로 합류했다. ‘정중하고, 세련된 혐오의 사회’ 5회에서는 우리 사회의 대표적 혐오 피해자인 이 전 의원에게 지난 20여년간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거듭된 혐오 앞에 좌절하기보다 약 245만명(2022년 6월·법무부 기준)의 국내 체류 외국인과 한국 사회가 어떻게 공존할지 고민하느라 바빴다. 인터뷰는 17일 서울 마포구 에스플렉스센터에서 진행했다. 그를 내내 괴롭혀 온 혐오 댓글에 대한 의견부터 물었다. -너무 심한 악플(악성 댓글) 탓에 국회의원 시절 블로그 댓글창을 닫은 적이 있었지요. “저는 악플 쓰는 사람들 입장도 궁금해서 다 읽는 편이에요. 그런데 어느 날 메일 한 통이 왔어요. ‘의원님 활동을 응원하고 싶어 종종 블로그를 보는데 우리(이주민)를 대표하는 사람이, 국회의원이 됐는데도 혐오와 비난을 당하는 게 마음 아파요. 더는 블로그를 못 볼 것 같아요’라는 내용이었죠. 이주민, 특히 그 2세들은 그런 댓글을 보며 ‘한국인들이 우리를 정말 미워하나 보다’라고 생각하고 깊은 후유증을 앓게 되죠. 악플 하나가 남기는 파장이 그만큼 큽니다.” 필리핀에서 태어난 이 전 의원은 한국인이다. 1995년 한국 남성과 결혼한 뒤 1998년 우리 국적을 취득했기 때문이다. 2011년 서울시 이주여성 공무원 1호로 화제를 모았고, 같은 해 출연한 영화 ‘완득이’가 흥행하면서 주목받았다. 이때까지 여론은 그에게 온정적이었다. 하지만 이듬해 국회의원이 되자 악플이 달리기 시작했다. 벌써 10년째 계속되고 있다. 이 전 의원이 국민통합위에 합류한다는 기사에도 ‘불법체류자에게 혜택 주자는 여자를 왜 좋은 자리에 앉히느냐’, ‘너네 나라로 돌아가라’는 댓글이 달렸다. 늘 비슷한 패턴이다. 그는 “아마 이 인터뷰 기사에도 같은 악플이 달릴 것”이라고 했다. -왜 유독 악플이 심할까요. “이유 없는 미움이야 없을 테지요. (악플 다는 사람들도) 각자 가진 상처가 있어서 그런 것이라고 이해해요. 다만 예전에 한 대학생이 저를 심하게 비난하는 글을 써서 제3자로부터 신고당한 일이 있었어요. 수사 과정에서 그 학생과 통화했는데 왜 그랬냐고 물었더니 예상 못 한 답이 돌아왔죠. ‘블로그에 다른 글을 올리면 호응이 없는데 이자스민을 욕하면 관심받는다’고요. 한편으론 안타까웠죠.”-다른 이주민들도 자신들을 다룬 뉴스의 댓글이나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찾아보나요. “당연하죠. 유학생이나 이주노동자처럼 언젠가 자신의 나라로 돌아가는 사람들이 미움을 안고 떠나는 게 문제죠. 한류 콘텐츠가 외국에서 사랑받고 있지만 막상 살아 본 사람들이 한국에 대해 다른 이야기를 한다면 국가적 위상이 떨어집니다.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랐음에도 차별받는 2세 중에는 사회를 원망하는 아이들이 있어요.” -20여년간 이주민을 향한 혐오는 양상이 좀 달라졌나요? “여전히 어떠한 설명을 해도 사람들은 들으려 하지 않아요. 어느 순간 부정적인 댓글이 대체로 ‘복붙’(복사, 붙여넣기) 형태가 많은 거예요. 같은 사람들이 계속 여러 기사들에 읽지도 않고 똑같은 악플을 다는구나 싶었어요. 이런 걸 감안하면 ‘실제 혐오 목소리를 내는 사람은 예전보다 줄어든 것은 아닐까’ 하는 기대를 하기도 해요.” -한국에서 자녀를 키우며 상처받은 일은 없었나요.(이 전 의원은 아들(1996년생)과 딸(2000년생)을 둔 엄마다) “잘못된 배려가 상처가 되기도 했어요. 제 딸이 겪은 일인데요. 초등학교 2학년 첫 수업 때 선생님이 출석 부르면서 ‘얘는 다문화가정이니까 잘 지내라’라고 했대요. 그 말을 듣고는 친구들이 오히려 놀리더래요. 딸이 나중에 그러더라고요. ‘엄마, 나 좀 그냥 내버려 두라고 선생님한테 말해 줘’라고. 제 아들에게는 다문화가정이라는 이유로 주말마다 경복궁 체험 등 역사 공부를 과하게 시키려고 했어요. 배려를 하지 말라는 것은 아니지만 정말 그게 필요한 도움인지 고민해 보지 않고 ‘다문화’라는 생각만 다들 머릿속에 가지고 있는 거죠.” 그는 2012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에서 정치를 시작했다. 이주민 출신의 최초 국회의원. 보수정당의 깜짝 공천에 신선하다는 평이 많았지만 그때뿐이었다. 4년간의 의정활동 내내 보수와 진보 구분 없이 그를 냉대했다. 행동과 발언이 움츠러들었다. 지나고 보니 ‘조금 더 적극적이었어야 했나’ 싶었다. 2019년 11월, 이 전 의원은 21대 총선을 앞두고 진보정당인 정의당에 입당한다. -정치와 거리를 두다가 정의당에 입당했는데요. “새누리당에서 국회의원이 된 건 당시 새누리당 빼고는 먼저 제의한 당이 없었기 때문이에요. 이주민 이슈는 당과 무관해요. 모든 당에 이주민 정치인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주민 정책에 관심 있는 정치인은 없어요. 힘들고 표가 안 되니까요. 정의당이 소수자 문제에 강한 당이지만 (제가 입당하기 전) 이주민위원회도, 이주민을 위한 정책도 없었어요.” -정의당에 입당하자마자 차별금지법 제정을 주장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차별금지법은 임시방패 같은 거예요. 이 법이 생기면 누구나 ‘내가 하는 말이 차별인가?’ 하고 더 조심하게 되죠. 한국은 특히 외국인이나 성소수자에게 배타적이죠. 한국에 처음 왔을 때 가장 놀랐던 말이 ‘여기는 게이가 없어’였어요. 말이 되나요? 필리핀은 가톨릭 국가지만 모든 사람의 성적 정체성을 존중해요. 외국을 보면 성소수자가 정체성을 당당히 밝히고 각 분야에서 능력을 발휘합니다. 각자 가진 능력을 발휘하도록 돕는 게 국가의 의무죠.” 최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외국인 이민 정책을 총괄하는 ‘이민청’ 설립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보수·진보 세력 모두 이 계획을 환영했다. 이민청 설립은 이 전 의원이 이미 6년 전 제안했던 정책이다. 그는 국민통합위에서 다문화·이주민 통합 방안을 모색한다. -국민통합위에 참여했는데 목표가 있나요. “정부가 바뀔 때마다 이주민 정책이 달라져요. 장기 계획을 갖고 체계적 정책을 세우기 어렵죠. 우리 사회는 이미 저출산 고령화 문제가 심각해 조만간 인력 부족을 겪게 될 겁니다. 특히 박사급 인력은 많은데 수출기업 공장에서 일할 사람이 부족하죠. 이 문제의 답이 이주민에게 있어요. 정부는 ‘어떤 이주민을, 얼마나, 어떻게 데려와 어떤 일을 맡길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만 고민하면 돼요. 법무부가 이민청 설립을 하겠다고 해서 기대를 하고 있는데, 제 생각을 잘 전하려고 해요.” 이 전 의원은 “이 이야기를 꼭 하고 싶었다”며 인터뷰 끝에 가해자가 중국 동포인 범죄 기사들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우리 언론은 가해자가 중국 동포일 때 꼭 제목에 ‘조선족 출신’을 붙이더라고요. 그 자체가 ‘우리’와 ‘남’을 나누는 거잖아요. 이런 관례에 익숙해져서는 안 되지 않을까요.”
  • 이주민·여성···중첩된 혐오 피해자 정치인 이자스민이 견딘 20년

    이주민·여성···중첩된 혐오 피해자 정치인 이자스민이 견딘 20년

    <정중하고, 세련된 혐오의 사회> 5회 이주민 국회의원 1호 이자스민 인터뷰‘너네 나라로 돌아가라’ 끊이지 않는 혐오“2세들이 받을 상처가 가장 큰 걱정”‘임시 방패’ 차별금지법 제정해야‘내가 하는 말 차별인가?’ 조심했으면이주민이자 여성, 두 아이를 키우는 싱글맘. 근 10년간 한국 사회에서 그만큼 모진 혐오와 차별을 견뎌온 사람이 또 있을까. 겹겹이 쌓인 소수자 정체성은 보수 정당에 속했던 과거에도, 진보 정당에 속한 현재도 그를 공격하는 꼬투리가 됐다. 전직 국회의원 이자스민(45) 얘기다. 그는 지난달 27일 윤석열정부의 대통령 직속 1호 위원회인 국민통합위원회의 사회·문화분과 위원으로 합류했다. ‘정중하고, 세련된 혐오의 사회’ 5회에서는 우리 사회의 대표적 혐오 피해자인 이 전 의원에게 지난 20여 년 간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거듭된 혐오 앞에 좌절하기보다 약 245만 명(2022년 6월·법무부 기준)의 국내 체류 외국인과 한국 사회가 어떻게 공존할지 고민하느라 바빴다. 인터뷰는 17일 서울 마포구 에스플렉스 센터에서 진행했다. 그를 내내 괴롭혀온 혐오 댓글에 대해서부터 물었다. -너무 심한 악플(악성 댓글) 탓에 국회의원 시절 블로그 댓글 창을 닫은 적이 있었지요. “저는 악플 쓰는 사람들 입장도 궁금해서 다 읽는 편이에요. 그런데 어느 날 메일 한통이 왔어요. ‘의원님 활동을 응원하고 싶어 종종 블로그를 보는데 우리(이주민)를 대표하는 사람이 혐오와 비난을 당하는 게 마음 아파요. 더는 블로그를 못 볼 것 같아요’라는 내용이었죠. 이주민, 특히 그 2세들은 그런 댓글을 보며 ‘한국인들이 우리를 정말 미워하나 보다’라고 생각하고 깊은 후유증을 앓게 되죠. 악플 하나가 남기는 파장이 그만큼 큽니다.” 악플은 10년째 계속되고 있다. 이 전 의원이 국민통합위에 합류한다는 기사에도 ‘불법체류자에 혜택 주자는 여자를 왜 좋은 자리에 앉히느냐’, ‘너네 나라로 돌아가라’는 댓글이 달렸다. 그는 “아마 이 인터뷰 기사에도 같은 악플이 달릴 것”이라고 했다. -왜 유독 악플이 심할까요. “이유 없는 미움이야 없을 테지요. (악플 다는 사람들도) 각자 가진 상처가 있어서 그런 것이라고 이해해요. 다만, 예전에 한 대학생이 저를 심하게 비난하는 글을 써서 제3자로부터 신고당한 일이 있었어요. 수사 과정에서 그 학생과 통화했는데 왜 그랬냐고 물었더니 예상 못 한 답이 돌아왔죠. ‘블로그에 다른 글을 올리면 호응이 없는데 이자스민을 욕하면 관심 받는다’고요. 한편으론 안타까웠죠.” -국내 이주민이 자신들을 다룬 뉴스의 댓글이나 온라인 커뮤니티 글도 찾아보나요. “당연하죠. 유학생이나 이주노동자처럼 언젠가 자신의 나라로 돌아가는 사람들이 미움을 안고 떠나는 게 문제죠. 한류가 외국에서 사랑받고 있지만 막상 살아본 사람들이 한국에 대해 다른 이야기를 한다면 국가적 위상도 떨어집니다.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랐음에도 차별받는 2세 중에는 사회를 원망하는 아이들이 있어요.”-20여 년간 이주민을 향한 혐오는 양상이 좀 달라졌나요? “여전히 어떠한 설명을 해도 사람들은 들으려 하지 않아요. 아무리 설명을 해도 ‘너네 나라로 돌아가라. 왜 한국에서 그러느냐’라고만 말하죠. 어느 순간 부정적인 댓글이 대체로 ‘복붙(복사, 붙여넣기)’ 형태가 많은 거에요. 같은 사람들이 계속 여러 기사들에 읽지도 않고 똑같은 악플을 다는구나 싶었어요. ‘이런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예전보다 줄어든 것은 아닐까’하는 기대를 하기도 해요.” -한국에서 자녀를 키우며 상처받은 일은 없었나요.(이 전 의원은 아들(1996년생)과 딸(2000년생)을 둔 엄마다.) “잘못된 배려가 상처가 되기도 했어요. 제 딸이 초등학교 2학년 때 개학식에 갔는데 선생님이 출석 부르면서 ‘얘는 다문화 가정이니까 잘 지내라’라고 했대요. 그 말을 듣고는 친구들이 오히려 놀리더래요. 딸이 나중에 그러더라고요. ‘엄마, 나 좀 그냥 내버려두라고 선생님한테 말해줘’라고. 제 아들에게는 다문화 가정이라는 이유로 주말마다 경복궁 체험 등 역사 공부를 과하게 시키려고 했어요. 정말 필요한 도움인지 고민 없이 ‘다문화’라는 생각만 머릿속에 있는 거죠.” 그는 2012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에서 정치를 시작했다. 이주민 출신의 최초 국회의원. 보수정당의 깜짝 공천에 신선하다는 평이 많았지만, 그때뿐이었다. 4년간의 의정 활동 내내 보수와 진보 구분없이 그를 냉대했다. 행동과 발언이 움츠러들었다. 지나고 보니 ‘조금 더 적극적이었어야 했나?’ 싶었다. 2019년 11월, 이 전 의원은 21대 총선을 앞두고 정의당에 입당한다. -정치와 거리를 두다가 정의당에 입당했는데요. “새누리당에서 국회의원이 된 건 당시 새누리당 빼고는 먼저 제의한 당이 없었기 때문이에요. 이주민 이슈는 당과 무관해요. 모든 당에 이주민 정치인이 있어야 합니다. 이주민 정책에 관심 있는 정치인은 없어요. 힘들고, 표가 안되니까요. 정의당이 소수자 문제에 강한 당이지만 (제가 입당하기 전) 이주민위원회도, 이주민을 위한 정책도 없었어요.”-정의당에 입당하자마자 차별금지법 제정을 주장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차별금지법은 임시방패 같은 거예요. 이 법이 생기면 누구나 ‘내가 하는 말이 차별인가?’하고 더 조심하게 되죠. 한국은 특히 외국인이나 성소수자에게 배타적이죠. 한국에 처음 왔을 때 가장 놀랐던 말이 ‘여기는 게이가 없어’였어요. 말이 되나요? 필리핀은 가톨릭 국가지만 모든 사람의 성적 정체성을 존중해요. 외국을 보면 성소수자가 정체성을 당당히 밝히고 각 분야에서 능력을 발휘합니다. 각자 가진 능력을 발휘하도록 돕는 게 국가의 의무죠.” 최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외국인 이민 정책을 총괄하는 ‘이민청’ 설립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보수·진보 세력 모두 이 계획을 환영했다. 이민청 설립은 이 전 의원이 이미 6년 전 제안했던 정책이다. 그는 국민통합위에서 다문화·이주민 통합 방안을 모색한다. -국민통합위에 참여했는데 목표가 있나요. “정부가 바뀔 때마다 이주민 정책이 달라져요. 장기 계획을 갖고 체계적 정책을 세우기 어렵죠. 우리 사회는 이미 저출산 고령화 문제가 심각해 조만간 인력 부족을 겪게 될 겁니다. 특히, 박사급 인력은 많은데 수출기업 공장에서 일할 사람이 부족하죠. 이 문제의 답이 이주민에게 있어요. 정부는 ‘어떤 이주민을, 얼마나, 어떻게 데려와 어떤 일을 맡길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만 고민하면 돼요. 법무부가 이민청 설립을 하겠다고 해서 기대되는데 제 생각을 잘 전하려고 해요.” 이 전 의원은 “이 이야기를 꼭 하고 싶었다”며 인터뷰 끝에 가해자가 중국 동포인 범죄 기사들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우리 언론은 가해자가 중국 동포일 때 꼭 제목에 ‘조선족 출신’을 붙이더라고요. 그 자체가 ‘우리’와 ‘남’을 나누는 거잖아요. 이런 관례에 익숙해져서는 안 되지 않을까요.”스콘랩
  • 미생물로 노안·백내장 치료 물질 만든다

    미생물로 노안·백내장 치료 물질 만든다

    생물공학 분야 석학 이상엽 카이스트 특훈교수팀이 시력 개선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진 루테인을 생산할 수 있는 미생물을 만들었다. 카이스트 생명화학공학과 연구팀은 노안, 백내장 등 예방·치료 효과로 주목받고 있는 루테인이라는 물질을 생산할 수 있는 미생물 균주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고 17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화학 분야 국제학술지 ‘네이처 촉매’에 실렸다. 계란 노른자와 과일에 주로 포함돼 있는 루테인은 눈을 산화 손상과 자외선에서 보호해 눈 영양제 성분으로 많이 쓰이고 있다. 최근에는 고령화와 스마트 기기 사용시간이 늘어나면서 눈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루테인 수요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시판되고 있는 눈 영양제에 포함된 루테인은 주로 금잔화 꽃에서 추출한 것이다. 문제는 금잔화 꽃을 재배하기 위해서는 땅, 시간, 노동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대량 공급이 쉽지 않다. 이 때문에 화학 합성법도 제시돼 왔지만 루테인의 화학구조가 비대칭적이고, 분자식은 같지만 구조가 달라 물리적, 화학적 성질 자체가 다른 이성질체도 많아 분리 공정이 필요해 이 또한 비효율적이다. 이에 연구팀은 미생물의 대사회로를 변화시키는 시스템 대사공학으로 대장균의 대사회로를 바꿔 저렴한 바이오매스의 주원료인 글리세롤로 루테인을 만들 수 있도록 했다. 대사회로를 바꾸더라도 여러 생화학적 반응에 관여하는 효소가 원하는 물질 생산 흐름을 방해하기 때문에 일정량 이상 생산하기 어려운 것이 보통이다. 연구팀은 이 같은 병목 현상을 없애는 기질 채널링, 전자 채널링 효과로 루테인 생산을 위한 대사흐름을 강화시켜 다량의 루테인을 생산할 수 있게 했다. 연구팀은 전자 채널링 기술을 활용해 대장균에서 자몽향 성분인 누카톤과 항노화 천연화합물인 아피게닌을 만드는데도 성공했다. 이번 연구 제1저자인 박선영 LG화학 박사는 “이번 연구는 천연자원의 비효율적 추출법을 대체할 수 있는 미생물 기반 고효율 루테인 생산 기술을 개발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며 “이번 기술을 활용하면 미생물 기반의 의약품, 건강보조식품 등 제조법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3高에 재정·규제 풀어 고군분투… 정책 쌓이는데 장바구니는 ‘텅텅’ [INTO]

    3高에 재정·규제 풀어 고군분투… 정책 쌓이는데 장바구니는 ‘텅텅’ [INTO]

    윤석열 정부는 최악의 경제 위기 속에 출범했다. 고물가·고환율·고금리에 저성장까지 경제적 악조건이 한꺼번에 몰아닥쳤다. 지난해까지 2년 가까이 코로나19 대응에 재정 지출을 늘리면서 국가채무가 1000조원을 돌파하는 등 재정 상황도 최악으로 치달았다. 이에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필두로 한 새 정부 경제팀이 꺼져 가는 한국 경제의 불씨를 살리기 위한 구원투수로 나섰다. 지난 100일간 각종 민생·물가 안정 대책을 숨 가쁘게 쏟아 내며 고군분투했다. 정치 분야에 비해 경제 분야를 향한 여론의 비판도 덜했다. 하지만 출범 3개월이 지나도록 국민이 체감할 만한 성과가 나타나지 않으면서 추경호 경제팀과 민심 간 ‘허니문’은 17일 출범 100일을 맞아 차츰 끝나 가는 분위기다. 아직은 피부에 안 와닿는 대책 정부는 출범하자마자 사상 최대액인 62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하고 정부의 코로나19 방역조치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에게 손실보전금부터 지급했다. 시장에 돈이 풀리면 물가가 더 치솟을 수 있다는 우려 속에서도 윤 대통령의 대선 공약 이행에 집중했다. 당시 공개된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8%로 5%대 진입이 예고된 상황이었다. 추경 이후 물가 상승률은 5월 5.4%, 6월 6.0%, 7월 6.3%로 계속 올랐다. 정부는 추경이 물가 상승의 촉매제가 될 것이란 지적을 불식시키고자 ‘긴급 민생안정 10대 프로젝트’(5월 30일)라는 물가 대책을 함께 내놨다. 수입 돼지고기·소고기·식용유 등에 할당관세를 적용해 수입 원가를 낮추고 5세대 이동통신(5G) 중간요금제 출시를 유도하는 등의 생계비 완화책을 담았다. 이어 공공·노동·교육·금융개혁 등 국정과제와 유류세 30% 인하 등 물가 대책이 총망라된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6월 13일)을 대대적으로 발표했고, 기름값이 계속 치솟자 유류세 인하 폭을 최대 37%까지 늘리는 내용의 ‘당면 민생 물가안정 대책’(6월 19일)을 내놨다. 1주택 상생임대인의 양도세 비과세 거주 요건을 완화하는 내용의 ‘임대차 시장 안정 방안’(6월 21일)도 잇따라 공개했다. 정부의 대책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지난달 21일 소득세·종합부동산세·법인세 완화 등 13조원 규모의 감세안을 담은 세제개편안에 이어 지난 11일에는 명절 성수품 공급량을 역대급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추석 민생안정대책을 발표했다. 16일에는 첫 주택 공급대책을 공개하고 부동산 시장 안정화에도 팔을 걷어붙였다. 정부가 100일간 8차례 이상 쏟아 낸 물가·민생·부동산 대책은 그야말로 다채로웠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국제 공급망 교란 등 손을 쓸 수 없는 대외적 경제 상황이 워낙 좋지 않아 각종 대책의 효과가 당장 나타나지 않아도 여론은 비교적 관대한 편이었다. 일각에선 “윤석열 정부가 경제정책에서는 할 만큼 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출범 100일에 이르자 경제 정책에 대해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하나둘씩 나오기 시작했다. 물가 상승률이 6%대 고공행진을 멈추지 않고 있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추석을 한 달여 앞두고 내린 폭우는 장바구니 물가를 한층 더 자극했다. 야당은 정부가 ‘세제 정상화’라고 강조한 감세 정책을 ‘슈퍼리치 감세’라고 규정하고 공격에 나섰다. 특히 세제개편안은 ‘여소야대’ 지형의 국회 문턱을 넘기 전엔 모두 미정인 상태이다 보니 올해 종부세는 얼마를 내야 하는지 국민의 불확실성만 커지고 있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는 “여러 가지 대책이 백화점식으로 많이 나온다고 해서 충분한 건 아니다”라면서 “윤석열 정부는 감세 정책에 우선순위를 뒀는데, 세계적으로 봐도 시급한 정책은 아니다. 기술 패권경쟁을 비롯한 산업정책 부활이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인수위 때부터 친기업 기조 천명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단계부터 ‘친기업 기조’를 천명한 윤석열 정부는 민간이 주도하는 경제활성화로 침체된 경기를 회복하겠다는 목표에 맞춰 움직이고 있다. 먼저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낮추기로 했다. 추 부총리가 팀장을 맡은 경제 규제혁신 태스크포스(TF)는 기업경영의 발목을 붙잡는 각종 규제를 발굴하고 개선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방기선 기재부 1차관과 이노공 법무부 차관이 공동팀장을 맡은 경제 형벌규정 개선 TF는 불합리한 경제형벌을 행정제재로 전환하는 방안을 모색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대기업 총수를 규제하는 친족 범위를 현행 ‘혈족 6촌·인척 4촌 이내’에서 ‘혈족 4촌·인척 3촌 이내’로 축소하기로 했다. 정부는 기업이 자발적으로 투자와 일자리를 늘려야 경제가 선순환할 것으로 보고 기업에 채워진 모래주머니 벗기기 작업에 나섰다. 일종의 낙수효과를 기대하는 경제 정책으로 ‘민간주도 성장’이란 별칭이 붙었다. 정부는 향후 5년간 16조원 플러스 알파(+α) 규모의 방치된 국유재산을 매각하려는 이유에 대해서도 “민간 주도의 경제 선순환 효과를 유도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의 친기업 기조와 규제완화 움직임을 바라보는 정치권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야당은 “기업과 부자만 신경 쓰다 취약계층이 정책에서 소외될 우려가 크다”고 비판한다. 특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유재산 민영화는 소수 특권층 배 불리기”라며 정부의 국유재산 매각을 ‘민영화’로 규정하고 강하게 비판했다. 추 부총리는 “뜬금없는 지적이다. 근거 없는 상상력은 어디서 나오나”라고 강하게 반박하며 민영화가 아니라고 거듭 강조했지만, 여론은 썩 우호적이지 않은 분위기다. 유력 경제학자들은 윤석열 정부가 가장 잘한 정책으로 소상공인 손실보전을 위한 추경과 재정건전성 강화를 꼽았다. ABCD로 점수를 매겼을 땐 일제히 ‘B’라고 답했다. “경제적 악조건 속에서 나름대로 선전했지만, 뚜렷한 성과가 나타나지 않아 A를 받기엔 모자라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이를테면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글로벌 경제위기 상황에서 국민의 부담을 줄이면서도 재정을 건전화하겠다는 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하는 방안이 특히 부족했던 것 같다”고 진단했다. 앞으로의 경제정책 운용 방향에 대해 김정식 연세대 명예교수는 “초점을 신산업 육성에 맞춰 경제 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 전략을 쓰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조언했다.
  • 경제정책은 할 만큼 했다지만… 끝나가는 尹정부 ‘허니문’

    경제정책은 할 만큼 했다지만… 끝나가는 尹정부 ‘허니문’

    윤석열 정부는 최악의 경제 위기 속에 출범했다. 고물가·고환율·고금리에 저성장까지 경제적 악조건이 한꺼번에 몰아닥쳤다. 지난해까지 2년 가까이 코로나19 대응에 재정 지출을 늘리면서 국가채무가 1000조원을 돌파하는 등 재정 상황도 최악으로 치달았다. 이에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필두로 한 새 정부 경제팀이 꺼져 가는 한국 경제의 불씨를 살리기 위한 구원투수로 나섰다. 지난 100일간 각종 민생·물가 안정 대책을 숨 가쁘게 쏟아 내며 고군분투했다. 정치 분야에 비해 경제 분야를 향한 여론의 비판도 덜했다. 하지만 출범 3개월이 지나도록 국민이 체감할 만한 성과가 나타나지 않으면서 추경호 경제팀과 민심 간 ‘허니문’은 17일 출범 100일을 맞아 차츰 끝나 가는 분위기다. 아직은 피부에 안 와닿는 민생대책 정부는 출범하자마자 사상 최대액인 62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하고 정부의 코로나19 방역조치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에게 손실보전금부터 지급했다. 시장에 돈이 풀리면 물가가 더 치솟을 수 있다는 우려 속에서도 윤 대통령의 대선 공약 이행에 집중했다. 당시 공개된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8%로 5%대 진입이 예고된 상황이었다. 추경 이후 물가 상승률은 5월 5.4%, 6월 6.0%, 7월 6.3%로 계속 올랐다. 정부는 추경이 물가 상승의 촉매제가 될 것이란 지적을 불식시키고자 ‘긴급 민생안정 10대 프로젝트’(5월 30일)라는 물가 대책을 함께 내놨다. 수입 돼지고기·소고기·식용유 등에 할당관세를 적용해 수입 원가를 낮추고 5세대 이동통신(5G) 중간요금제 출시를 유도하는 등의 생계비 완화책을 담았다. 이어 공공·노동·교육·금융개혁 등 국정과제와 유류세 30% 인하 등 물가 대책이 총망라된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6월 13일)을 대대적으로 발표했고, 기름값이 계속 치솟자 유류세 인하 폭을 최대 37%까지 늘리는 내용의 ‘당면 민생 물가안정 대책’(6월 19일)을 내놨다. 1주택 상생임대인의 양도세 비과세 거주 요건을 완화하는 내용의 ‘임대차 시장 안정 방안’(6월 21일)도 잇따라 공개했다. 정부의 대책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지난달 21일 소득세·종합부동산세·법인세 완화 등 13조원 규모의 감세안을 담은 세제개편안에 이어 지난 11일에는 명절 성수품 공급량을 역대급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추석 민생안정대책을 발표했다. 16일에는 첫 주택 공급대책을 공개하고 부동산 시장 안정화에도 팔을 걷어붙였다. 정부가 100일간 8차례 이상 쏟아 낸 물가·민생·부동산 대책은 그야말로 다채로웠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국제 공급망 교란 등 손을 쓸 수 없는 대외적 경제 상황이 워낙 좋지 않아 각종 대책의 효과가 당장 나타나지 않아도 여론은 비교적 관대한 편이었다. 일각에선 “윤석열 정부가 경제정책에서는 할 만큼 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출범 100일에 이르자 경제 정책에 대해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하나둘씩 나오기 시작했다. 물가 상승률이 6%대 고공행진을 멈추지 않고 있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추석을 한 달여 앞두고 내린 폭우는 장바구니 물가를 한층 더 자극했다. 야당은 정부가 ‘세제 정상화’라고 강조한 감세 정책을 ‘슈퍼리치 감세’라고 규정하고 공격에 나섰다. 특히 세제개편안은 ‘여소야대’ 지형의 국회 문턱을 넘기 전엔 모두 미정인 상태이다 보니 올해 종부세는 얼마를 내야 하는지 국민의 불확실성만 커지고 있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는 “여러 가지 대책이 백화점식으로 많이 나온다고 해서 충분한 건 아니다”라면서 “윤석열 정부는 감세 정책에 우선순위를 뒀는데, 세계적으로 봐도 시급한 정책은 아니다. 기술 패권경쟁을 비롯한 산업정책 부활이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인수위 때부터 ‘친기업’ 기조 천명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단계부터 ‘친기업 기조’를 천명한 윤석열 정부는 민간이 주도하는 경제활성화로 침체된 경기를 회복하겠다는 목표에 맞춰 움직이고 있다. 먼저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낮추기로 했다. 추 부총리가 팀장을 맡은 경제 규제혁신 태스크포스(TF)는 기업경영의 발목을 붙잡는 각종 규제를 발굴하고 개선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방기선 기재부 1차관과 이노공 법무부 차관이 공동팀장을 맡은 경제 형벌규정 개선 TF는 불합리한 경제형벌을 행정제재로 전환하는 방안을 모색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대기업 총수를 규제하는 친족 범위를 현행 ‘혈족 6촌·인척 4촌 이내’에서 ‘혈족 4촌·인척 3촌 이내’로 축소하기로 했다. 정부는 기업이 자발적으로 투자와 일자리를 늘려야 경제가 선순환할 것으로 보고 기업에 채워진 모래주머니 벗기기 작업에 나섰다. 일종의 낙수효과를 기대하는 경제 정책으로 ‘민간주도 성장’이란 별칭이 붙었다. 정부는 향후 5년간 16조원 플러스 알파(+α) 규모의 방치된 국유재산을 매각하려는 이유에 대해서도 “민간 주도의 경제 선순환 효과를 유도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의 친기업 기조와 규제완화 움직임을 바라보는 정치권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야당은 “기업과 부자만 신경 쓰다 취약계층이 정책에서 소외될 우려가 크다”고 비판한다. 특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유재산 민영화는 소수 특권층 배 불리기”라며 정부의 국유재산 매각을 ‘민영화’로 규정하고 강하게 비판했다. 추 부총리는 “뜬금없는 지적이다. 근거 없는 상상력은 어디서 나오나”라고 강하게 반박하며 민영화가 아니라고 거듭 강조했지만, 여론은 썩 우호적이지 않은 분위기다. 유력 경제학자들은 윤석열 정부가 가장 잘한 정책으로 소상공인 손실보전을 위한 추경과 재정건전성 강화를 꼽았다. ABCD로 점수를 매겼을 땐 일제히 ‘B’라고 답했다. “경제적 악조건 속에서 나름대로 선전했지만, 뚜렷한 성과가 나타나지 않아 A를 받기엔 모자라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이를테면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글로벌 경제위기 상황에서 국민의 부담을 줄이면서도 재정을 건전화하겠다는 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하는 방안이 특히 부족했던 것 같다”고 진단했다. 앞으로의 경제정책 운용 방향에 대해 김정식 연세대 명예교수는 “초점을 신산업 육성에 맞춰 경제 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 전략을 쓰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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