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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감 후] 윤석열 정부 경제정책 콘셉트 실종사건 / 이영준 세종취재본부 차장

    [마감 후] 윤석열 정부 경제정책 콘셉트 실종사건 / 이영준 세종취재본부 차장

    콘셉트 하나에 제품 광고나 예술 작품의 흥망이 좌우되듯 정부의 정책도 콘셉트가 중요하다. 정책 콘셉트에 국정 운영 철학과 정체성이 오롯이 담기기 때문이다. 콘셉트를 어떻게 잡느냐에 민심이 움직이고 대통령의 지지율도 출렁인다. 더 나아가 정권 교체냐 유지냐를 결정짓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2008년 출범한 이명박 정부는 작은정부로 대표되는 신자유주의를 추구하며 ‘녹색성장’을 경제정책 콘셉트로 잡았다. 당시 녹색성장은 하나의 정책 이념으로 여겨졌다. 그때 설치된 녹색성장위원회는 현재 2050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로, 그때 제정된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은 현재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으로 각각 진화했다. ‘이명박 정부’ 하면 ‘녹색성장’이 떠오를 정도로 콘셉트를 잘 잡았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2013년 닻을 올린 박근혜 정부는 ‘창조경제’를 정책 콘셉트로 제시했다. 창의성을 바탕으로 한 정보·과학기술을 산업과 융합해 새로운 일자리와 시장을 창출함으로써 경제성장을 이룬다는 개념이었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신설되기도 했다. 개념이 모호하고 실체가 없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지만, 정책의 성공 여부를 떠나 콘셉트는 나쁘지 않았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문재인 정부가 설계한 ‘소득주도성장’은 노동자 임금을 늘리면 소비가 확대돼 내수가 살아나고 기업이 투자를 늘려 노동자 소득 증가로 이어진다는 구조의 성장 이론이었다. 비록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고용이 줄어드는 부작용을 낳았다는 비판도 거셌지만 국민 뇌리에 박히는 데는 성공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출범 10개월이 지나도록 이렇다 할 정책 콘셉트를 잡지 못하고 있다. 방향성이 오락가락한다는 평가도 심심찮게 들린다. 임기 첫해 규제·세제 완화라는 선물을 조건으로 기업의 투자를 유도하는 ‘민간주도성장’을 내세웠었는데, 임기 2년 차에 접어들면서 콘셉트가 많이 흐려졌다. 윤 대통령은 성과급 잔치를 벌인 금융업계의 독과점 폐해를 조사하라고 지시하는가 하면 노동개혁을 비롯해 각종 사회 현안을 직접 핸들링하기 시작했다. 통신업계에는 “5G 중간 요금제를 출시하라”, 주류업계에는 “술값 인상을 자제하라”는 압박을 가하기도 했다. 당면 이슈에 대한 윤 대통령의 장악력이 세지자 재계에서는 “민간주도성장이 아니라 민간압박성장이냐”는 푸념이 쏟아졌다. 정부의 과도한 민간 개입에 신(新)관치 논란도 일었다. 경제정책의 콘셉트 혹은 브랜드가 부재하다는 지적에 정부는 ‘신성장 4.0’을 꺼내 들었다. 임팩트는 약했다. “각 부처 추진 사업을 한데 모아 놓은 수준”이라는 박한 평가도 국책연구원 관계자로부터 나왔다. 정부가 정책 콘셉트 잡기에 실패했다는 얘기다. 이제 윤석열 정부도 경제정책 철학을 함축한 용어 하나쯤은 있어야 할 시기가 됐다. ‘윤석열 정부’ 하면 국민 누구나 떠올릴 법한 정책 콘셉트나 브랜드가 있으면 후대에 큰 족적을 남긴 정부로 기억되는 데 수월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소신 있게 밀고 나가야 한다. 포퓰리즘의 유혹에 빠지거나 내년 총선을 의식해 기조를 그때그때 바꾸면 정책의 진정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일관된 태도로 국민을 위하고 정책에 진심인 정부가 훗날 성공한 정부로 평가받을 것이란 대명제를 간과하지 않길 바란다.
  • “이민자 받아 저출산 해결”…인구 100만명 급증한 캐나다

    “이민자 받아 저출산 해결”…인구 100만명 급증한 캐나다

    캐나다가 ‘이민’에 힘입어 1년 만에 인구가 100만명 이상 증가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23일(한국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캐나다 역사상 처음으로 2022년 한해 인구가 100만명 이상 증가했다. 캐나다 통계청은 “이러한 증가 속도를 유지한다면 향후 26년 안에 인구가 지금의 2배로 늘어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 인구가 전년 동기 대비 105만명 늘어 3957만명을 기록했다. 캐나다 인구가 1년간 100만명 이상 늘어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증가율로 보면 2.7%로, 주요 7개국(G7) 중 가장 가파르다. “캐나나 늘어난 인구의 96%는 이민자” 늘어난 인구의 96%는 이민자로 집계됐다. 지난해 임시 이민자는 60만 7782명 늘었다. 영주권 발급 이민자는 43만 7180명으로 집계됐다. 캐나다는 2015년 쥐스탱 트뤼도 총리 집권 이래 적극적인 이민자 유입 정책을 펼쳐왔다. 캐나다 환경관리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이민자 유입에 대한 캐나다 시민들의 인식도 대체로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캐나다 이민부에 따르면 노동력 사실상 100%를 이민자들이 차지하고 있으며, 2036년에는 캐나다 전체 인구의 30%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기존 목표치를 늘려 이민자 수용(영주권 발급)을 올해 46만5000명, 2025년 50만명까지 확대하겠다는 발표한 바 있다. 한국은 물론이고, 주요 선진국들이 인구 둔화로 골머리를 앓는 것과는 대조적이다.“이민자 받아 저출산 해결” 독일 역시 이민자 유입이 인구를 떠받쳐주는 원인 중 하나로 분석됐다. 독일 인구는 지난해 8430만명으로 최고 기록을 세웠다. 독일은 총인구 가운데 65세 이상 고령자 비율이 21.98%로 초고령사회로 분류된다. 아울러 출산율이 1.58명으로 인구 유지를 위한 출산율(2.1명)에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독일 인구는 꾸준히 증가해 8500만 명을 눈앞에 두고 있다. 독일 연방 통계청에 따르면 다른 나라에서 출생한 뒤 독일서 거주하고 있는 이민 1세대의 인구 비중은 17.3%였다. 또 이민자의 자녀까지 합치면 그 비중은 23%까지 올라간다. 독일 정부는 이민 문을 더욱 열어둘 계획이다. 이민 장애물을 줄이고 아직 확고한 일자리가 없는 전문가에게도 비자를 부여하는 포인트 기반 시스템의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포인트 기반 이민시스템은 비시민권자의 이민 자격이 교육 수준, 재산, 언어의 유창성, 기존 채용 제안 또는 다른 요소를 포함할 수 있는 점수 체계 안에서 일정 점수 이상의 점수를 받을 수 있는지에 의해 결정되는 이민 제도다. 캐나다와 호주가 대표적인 포인트 기반 시스템을 운영하는 국가다. 절대적으로 인구가 부족한 캐나다와 호주의 이민 정책을 독일 정부가 수용한 셈이다. 한편 지난해 9월 독일 정부는 유럽 최대 경제 대국을 유지하기 위해 유럽연합(EU) 외부에 구직 시장을 개방하는 이민법 개혁 계획에 동의했다. 독일 정부는 인구 고령화가 공적 연금 시스템에 압력을 가하는 가운데 성장이 약화하고 있는 시기에 독일 경제를 짓누르는 기술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이민과 훈련을 늘리려고 하는 것이다.
  • [사설] 근로시간 개편, 노동현장 더 면밀한 점검을

    [사설] 근로시간 개편, 노동현장 더 면밀한 점검을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로 정부가 근로시간 개편안에 대해 전면전인 재점검에 들어갔다. 근로시간 유연화라는 취지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근로자의 건강권을 보다 확실히 담보할 수 있는 보완책이 나와야겠다. 무엇보다 ‘주 최대 69시간 근로’가 부각되면서 장시간 노동을 조장한다는 반발에 부딪혔다는 점에서 휴식시간 보장 방안을 강화하고 설득하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2018년 주52시간제 도입 이후 산업현장의 노동 경직성은 노사 모두에 크고 작은 어려움을 안겨 준 게 사실이다. 지난 정부가 탄력근로제와 선택근로제를 일부 도입했으나 주52시간제의 골간을 유지해 효과가 제한적이었다. 그런 점에서 현 정부가 근로시간 관리 단위를 주에서 월, 분기, 반기, 연 단위로 바꿔 바쁠 때 몰아서 일하고 그 시간만큼 충분히 쉴 수 있도록 한 방향은 타당하다. 문제는 과연 눈치보지 않고 장시간의 휴식을 보장받을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를 보면 2021년 기준 직장인들은 연차 휴가의 30%를 쓰지 못했다. 대체인력 부족과 업무량 과다, 조직 분위기 등이 주된 이유였다. 이러니 양대 노총은 물론 MZ세대 근로자들로부터 현장을 모르는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것이다.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개편안의 진의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 69시간이라는 극단적인 프레임이 씌워졌다”고 어제 고위당정회의에서 말했다. 일부 수긍할 진단이지만 노동현장 반발에 대한 궁극적 책임은 정부가 져야 할 일이다. 현장의 의견을 듣고 보완하겠다고 했는데 포괄임금제 오남용을 막을 실효성 있는 조치가 보완돼야겠다. 노조가 없는 회사에서도 사업주가 일방적으로 근로시간제를 바꾸지 못하도록 할 안전장치도 필요하다.
  • 정치를 놓아버린 민주주의 ‘악수’[박상훈의 호모 폴리티쿠스]

    정치를 놓아버린 민주주의 ‘악수’[박상훈의 호모 폴리티쿠스]

    정치 아웃사이더에게 당 헌납 1. 2016년 촛불집회 이후 꽤 긴 시간이 지났다. 정권은 두 번 바뀌었다. 정치를 해서는 안 되도록 법으로 규정된 국가기관(검찰)의 수장이 대통령이 되는 놀라운 일도 있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고속 승진’과 ‘파격 인사’를 통해 검찰총장으로 발탁해 ‘적폐청산’을 맡겼던 이가 문재인과 민주당의 ‘적폐’를 문제 삼아 통치자가 됐다. 이명박, 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을 감옥에 보내는 데 핵심 역할을 했던 수사기관의 장이 그 두 대통령이 속했던 정당에서 대통령이 됐다는 사실도 특별하다. 정당이 자신의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든 게 아니라 정치의 아웃사이더에게 정당 스스로 자신을 헌납한 것 같은 느낌이었다. 미국의 트럼프나 이탈리아의 베를루스코니가 집권한 것 못지않게 세계 정치학계가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큰 사건이 한국에서도 발생했다. 민주화 이후 ‘3김’ 시대 과제 조정 2. 조금 긴 맥락에서 생각해 보자. 분명 우리에게도 정치의 시대는 있었다. 경쟁하면서도 공존했던 과거 ‘3김(김영삼, 김대중, 김종필) 시대’가 대표적이다. 그들은 뼛속 깊이 정치가였다. 군부 권위주의 체제에서 그들이 정치가로서 역할을 했기 때문에 한국의 민주화가 다른 나라들의 사례에 비해 비교적 덜 폭력적으로 마무리될 수 있었다. 민주화 이후에도 3김은 정치적으로 경쟁했다. 정치적으로 다퉜고, 결정적인 순간에는 정치적으로 협력했다. 그 덕분에 한국의 민주화는 붕괴나 파국, 역전의 위기를 맞지 않고 조기에 안정될 수 있었다. 군을 조용히 병영으로 돌려보냈고, 대규모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어 낼 수 있었으며, 야당이 10년 만에 집권을 할 수 있었다. 3김은 자신들이 감당했어야 할 시대의 과제를 잘 마무리한 정치 지도자였다. 전현직 대통령의 생사투쟁 변질 3. 그 이후가 문제였다. 정치의 기능과 역할은 점차 사라져 갔다. 어느 날 돌아보니 모든 것이 ‘전임·현임·차기 대통령 사이의 생사 투쟁’으로 바뀌었다. 노무현·이명박·박근혜·문재인에 이어 윤석열 대통령의 승리에 이르기까지 한국 정치는 ‘대통령 복수전’에 모든 것을 거는 절체절명의 권력투쟁으로 퇴락해 갔다. 누구의 잘못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평가가 다를 수 있겠지만, 3김 이후 정치를 하지 않는 대통령의 시대로 옮겨 갔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기 어렵다. 정치를 직업이자 소명으로 삼는 이가 아니라 어쩌다 정치가가 된 사람들이 대통령이 됐다. 정치가로서의 경험과 실력으로 집권하고 대통령 노릇을 하는 게 아니었다. 정치가이기보다는 기업가 같은 대통령, 전직 통치자의 후광에 힘입은 대통령, 오로지 대통령이 되기 위한 수단으로 국회의원과 당대표를 요식 행위처럼 거친 대통령이 출현했다. 뒤이어 검사가 대통령이 되고 정당도 장악하는 시대가 왔다. 대통령이 된 뒤 그들은 ‘정치 위’ 혹은 ‘정치 밖’에서 일하려 했다. 정치의 세계 안으로 들어와 정치 지도자로서의 역할을 하려 하지 않았다. 그들은 검찰과 경찰, 국정원과 비서, 참모, 관료, 지식인들에 둘러싸여 일했지 동료 정치가들과 합을 맞춰 일하지 않았다. 정치가와 대통령의 분리야말로 3김 이후 시대의 가장 큰 문제였다. 정당·의회 언론마저 역할 잃어 4. 정치가 전현직 대통령들의 싸움으로 전락하면서 정당도 의회도 독립적인 역할을 할 수 없었다. 의회에서의 싸움은 대통령 문제로 귀착됐다. 정당도 마찬가지다. 여당 안에서는 대통령의 의지를 중심으로, 야당 안에서는 당대표나 차기 대통령 문제를 두고 열정이 불러일으켜진다. 왜 정치를 하고 어떤 정치를 하고자 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오로지 관심은 권력 투쟁의 승자가 누구냐에 있다. 신념도 가치도 없이 그야말로 계통 없이 싸우는 게 우리식 정당 정치가 됐다. 언론들도 문제였다. 그들은 의회민주주의나 정당민주주의에는 관심이 없었다. 정치가 나빠야 자신들의 권위가 올라간다고 여기는 듯 정치를 야유할 거리를 찾아다녔다. 우리 언론은 사회 속의 권력기관이자 사회 속의 정치 세력에 가깝다.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운 독립 언론 같은 것은 없다. 과거에는 보수 언론만 그런 줄 알았는데 이제는 진보 언론도 자유롭지 못하다. 더 큰 문제는 기성 언론을 권력집단으로 비판하면서 등장한 신종 ‘자유’ 언론들이다. 그들은 언론 권력에 맞설 대안 언론을 표방하며 나섰지만, 결과적으로 그들은 더욱더 권력적이었다. 당 기관지 같이 느껴질 정도로 편협하고 파당적이라는 점에서는 일종의 ‘권력 언론’에 가까웠다. 지나칠 정도로 이견이나 반대 의견에 공격적이라는 점에서는 반(反)다원주의적이었다. 파당적인 여론을 사업 아이템으로 전환해 냈다는 점에서 그들은 정치 권력과 돈의 힘을 새롭게 결합해 낸 위험한 언론으로 발전해 갔다. 지식사회나 시민사회도 대통령 전쟁의 부속물이 된 지 오래다. 대통령 선거 캠프에 이름이 올라 있는 시민단체 인사나 대학교수 명단을 보고 있노라면 전통적인 의미의 시민사회나 지식사회 같은 것은 사라진 느낌이다. 그들의 관심도 권력에 있다. 그들은 정당이나 국회를 존중하지 않는다. 그들은 대통령 근처나 행정부 산하 기관장은 되고 싶어 해도 정작 민주 정치의 현장에서는 일하려 하지 않는다. 정당과 국회를 비난하는 것으로 자신을 과시하고자 하는 지식인과 시민운동 인사들이 보여 준 행태야말로 영향력을 가진 사람들의 위선이 얼마나 유해한지를 실증해 주는 것 같았다. 정치엔 결국 힘의 논리만 작용 5. 윤석열의 집권은 이 모든 것의 귀결이다. 정치의 제 기능이 발휘되지 못하면 결국 힘의 논리가 지배한다. 적폐 청산론은 힘의 논리를 위장하는 기능을 했다. 윤석열 집권 이전에 이미 정치의 논리가 아니라 힘의 논리에 이끌리는 민주주의가 돼 있었다. ‘팬덤 정치’, ‘열혈지지자 동원 정치’라고 불리는 현상은 권력 정치가 지배하는 시대의 산물이다. 결국 정치는 실종되고 힘과 여론, 권력을 쫓는 민주주의가 우리 앞에 남았다. 이재명 후보는 우연히 대통령 선거에서 졌을 뿐 그의 정치 방식 역시 힘과 여론의 논리에 의존적이었다는 점에서 다를 바 없었다. 정치의 실종은 민주주의를 공허하게 만든다. 어느 정당에서도 지도자다운 정치가를 찾아볼 수가 없다. 정치력이나 균형감을 발휘하는 중진 정치가도 없다. 경험도 지혜도 경륜도 존중받지 못하는 게 지금 우리의 정당과 국회의 모습이다. 물갈이와 영입이 지배하는 정치다. 매 선거마다 의원의 절반 가까이가 물갈이됐는데, 그렇게 들어온 사람들 가운데 법률가 출신과 언론인 출신 초재선 의원들이 정치를 참을 수 없이 경박한 곳으로 만들었다. 청년 정치마저 현대판 귀족 전락 6. 허영심만 가득했던 청년 정치의 실패도 한몫했다. 정당과 지역에서 정치 활동을 조직하고자 분투하는 청년 정치 같은 것은 없었다. 선거와 당선, 즉 공천받고 출마하고 의원이 되는 것을 청년 정치로 착각했다. 선거 참여가 청년 정치의 끝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의원으로 청년 정치를 시작하고 싶어 하는 청년들이 정치를 나쁘게 만들었다. 그들은 세상이 자신들을 알아봐 주길 바랐을 뿐 자신들이 세상을 바꿀 수 있음을 실증한 적은 없었다. 그들 역시 여론의 주목을 받는 셀럽, 다시 말해 현대판 신흥 귀족이 되고자 했다. 그들이 어떤 정치를 하고자 하는지는 알 수가 없다. 민중 정치, 시민 정치, 지역 정치, 노동 정치가 아닌 것은 알겠는데 그것을 넘어 그들이 하겠다는 정치의 모습은 모호했다. 막연히 기성 정치에 대한 냉소에 의존해 내용 없는 세대교체론과 젊은 세대에 대한 온정주의적 태도만을 부추겼다. 시대 탓, 세대 탓으로 주체적 책임 의식을 회피하게 만들었다. 모두 소통 말하지만 소통은 ‘먹통’ 7. 모두가 ‘소통’을 말하는데, 상대와의 소통은 없었다. 여야 모두 ‘협치’를 말하지만 여야 어느 쪽도 진심인 적이 없었다. 성실한 인간관계 같은 것은 이제 옛이야기가 됐다. “당신이 남으로부터 대접받고자 하는 방식으로 남을 대접하라”는 것은 ‘내로남불’ 앞에서 무기력한 계율이 되고 말았다. 여야 정당, 여야 시민 가운데 과거 자신이 한 말, 자신이 한 행동을 돌아볼 의사가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궁금하다. 상대에게 더 세게 상처 주고자 하는 헛된 욕구를 버리지 않으면 세상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야유조나 조롱조 언어가 일상인 시대다. 주변이 자기기만투성이다. 누가 누굴 속이는 게 아니다. 과거의 자기가 오늘의 자신을 속이는데, 놀랍게도 화는 남에게 낸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 무엇이 합당하고 타당한 것인지 알 수 없게 됐다는 점에서 지금의 정치는 무규범 상태에 가깝다. 끝을 보고 나서야 지금의 ‘정치 같지 않은 정치’가 멈추게 될까. 지금의 관성대로라면 세상을 증오와 적대로 양분하는 것에서 이득을 얻는 사람들이 앞으로도 위세를 떨칠 것이다. 의회 정치, 정당 정치에 상찬할 만한 것이 무엇이 있나를 생각하면 마음이 답답해진다. 대다수의 의원과 정당 활동가들의 헌신과 노력은 계속되고 있고, 그 덕분에 민주 정치의 기본은 지켜지고 있다. 하지만 국회의 권위나 정당의 존재감을 생각한다면 턱없이 부족하다. 돌아보면 10분의1도 안 되는 의원들이 정치를 함부로 한 결과다. 그들은 저열하게 말하고 끼리끼리 몰려다니며 억지 논란을 조장해 왔다. 그들에게 책임감이나 소명의식 같은 것은 없다. 그들이 만든 것은 ‘혁명의 시대’도 아니고 ‘공화의 시대’도 ‘민주의 시대’도 아니다. 무엇을 위해 정치를 하는지를 알 수 없는 그들은 자신만 망친 것이 아니라 정치 자체를 망쳐 놓았다. 상대 안중 없는 ‘독단 민주주의’로 8. 오래전 정치학자 에드워드 벤필드는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습성이나 태도의 한 특징을 ‘무도덕적 가족주의’라고 표현한 바 있다. 지금 우리 정치가 그렇다. 자기 ‘패밀리’만 잘되면 된다. 분명 그런 태도에는 헌신성도 있고 열정도 있고 성실성도 있다. 다만 그런 헌신성, 열정, 성실성이 자기 편에게만 일방적이고 타자에게는 독단적이라는 데 문제가 있다. 독단은 민주주의의 적이고, 정치의 순기능을 파괴하는 질병이다. 누가 사태를 이렇게 만들었을까.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아쉬운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지난 촛불집회나 대통령 탄핵은 한국 민주주의의 역사에 한 획을 긋는 큰 사건이었다. 많은 이들이 더 나은 민주주의에 대한 기대를 최대로 표출했던 시간이었다. 촛불 이후 더 나아질 줄 알았지 나빠질 거라 본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런 기대나 바람은 실현되지 않았다. 오히려 극단적인 시민 분열로 이어졌다. 어떤 의제든 합의는커녕 기본적인 사실에 대한 이해도 공유도 안 되는 세상이 됐다. 이제는 촛불을 말하면 조롱거리가 되는 시대가 됐다. 尹의 집권은 文의 긴 그림자 9. 문재인 시대를 돌아보면 허탈해진다. 혁명과 청산의 구호를 앞세운 사람들은 자신들이 한 일을 어떻게 돌아보고 있을까. 그들은 무엇인가 일이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느끼기는 했을까. 아니면 잘못된 것은 없었다고 생각한 것은 아닐까. 얼마 못 있을 자리에 연연하고 여전히 자신을 위한 기회를 잡고자 열의를 발휘하는 그들을 지켜보며 그들이 하려 했던 혁명과 청산은 무엇이었나를 생각해 본다. 다시금 좋은 변화를 꿈꾼다면 문재인 시대 5년간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차분히 돌아봐야 한다. 루소의 일반의지가 구현된 것 같았던 촛불집회는 일찍이 경험하지 못했던 수준의 정치 양극화로 이어졌다. 대통령이 의회 정치와 정당 정치를 존중하지 않자 여야는 사나워졌고 견해를 달리하는 지지자들은 서로에 대해 무례해졌다. 이 과정에서 복수심과 적대 의식을 불러일으켜 이득을 취한 정치 파괴자들과 기회주의적인 야심가들이 양산됐다. 민주주의는 민주주의로되 정치의 기능과 역할이 사라진 민주주의, 일종의 형용모순이라 할 수 있는 ‘정치 없는 민주주의’가 도래했다. 그런데도 여권 안에서 아무런 경고음도 나오지 않았다. 당내 이견은 허용되지 않았고, 팬덤 정치의 부정적 양상은 그때도 심했다. 어찌 됐든 여론조사 결과만 좋으면 되는 세상 같았다. 정치인도 정당도 의회도 제 역할을 할 수 없는 이상한 민주주의를 그때 했다. 윤석열의 집권은 앞선 정치 실패의 귀결이다. 정치 없는 민주주의가 정치를 해서는 안 되는 집단에 야심을 가질 기회를 준 결과다. 결국 우리는 윤석열 시대만이 아니라 문재인 시대의 과오를 같이 뛰어넘어야 하는, 두 배나 어려운 과제를 안게 됐다. 이 문제를 진지하게 고찰하는 사람이 윤석열 이후는 물론 정치의 미래를 열 것이라고 본다. 윤석열의 집권은 문재인 시대의 긴 그림자 안에서 일어난 일이기 때문이다. 정치발전소 학교장
  • “일한 만큼 몰아 쉬는 문화부터” “유연화 좋지만 기준은 40시간”

    “일한 만큼 몰아 쉬는 문화부터” “유연화 좋지만 기준은 40시간”

    ‘주 최대 69시간’으로 논란이 된 정부의 근로시간 개편안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이 재검토를 지시함에 따라 16일 주무 부처인 고용노동부와 정부·여당이 각계각층의 의견 수렴에 나섰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지난 15일 ‘MZ 노조’로 불리는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 소속 노조를 만난 데 이어 16일에도 ‘2030 자문단’과 간담회를 열고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의견을 들었다. 이 장관은 “이번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에 대한 청년 세대의 우려를 충분히 알고 있다”면서 “현재 입법예고기간인 만큼 각계각층의 의견을 겸허히 들어 보완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간담회에는 청년보좌역을 비롯해 대학생, 직장인, 스타트업 대표, 전문직 등 총 13명의 2030 자문단원이 참석해 현장에서 느끼는 근로시간 개편 방안에 대한 인식을 공유했다.한 참석자는 “몰아서 일한 만큼 제대로 쉴 수 있는 제도가 엄격하게 시행될 것이라는 국민의 믿음을 얻어내는 것이 우선”이라며 “해당 부분이 개선이 된 상황에서 근로시간 개편이 진행돼야 국민들도 수긍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지금도 포괄임금제가 널리 퍼져 있는데 사장이 돈을 주겠냐는 걱정도 많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이 자리에서는 눈치 보지 않고 휴가를 쓸 수 있는 문화가 정착되도록 연차휴가 활성화를 위한 대국민 휴가 사용 캠페인 홍보 및 대체인력 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국민의힘도 이날 ‘근로시간 제도 개편 방향 토론회’를 열고 노동계와 경영계, 정부 인사들을 국회로 불러 의견을 청취했다. 정부·여당은 이번 개편안에 대해 사용자와 노동자의 근로시간 선택권을 보장하며 현행 포괄임금제가 초래하고 있는 ‘공짜 야근’ 등의 부작용을 해결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MZ세대 노조 측은 개편안의 방향성과 실현 가능성에 있어 동의할 수 없다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토론회를 주최한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은 “비현실적 가정에 바탕해 개편안이 장시간 근로를 유발한다고 오해받고 있다”면서 “근무 연장은 노동자의 동의가 있어야 가능하고, 근로자 대표와 서면 합의가 돼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 측 인사로 참여한 권기섭 고용부 차관도 “현장에서 정당한 보상 없이 연장근무를 하거나 제도가 악용되지 않을지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많은 의견을 주면 입법예고기간에 잘 반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MZ 노조로 불리는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의 유준환 의장은 허용 노동시간을 늘리는 방향성 자체에 부정적 의견을 피력했다. 유 의장은 “주 근로시간이 52시간을 초과해야 한다는 주장은 적어도 노동자 쪽의 주장은 아니다”라며 “근로시간 유연화라는 취지에는 많은 노동자가 공감하겠지만 그 기준은 주 40시간 기준이지 연장근로를 기준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임 의원은 토론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의 재검토 지시는 입법예고기간인 다음달 17일까지 많은 얘기를 듣고 우려를 불식시키라는 얘기 아니겠나. 우려스러운 부분을 경청해 보완할 부분은 보완할 것”이라고 말했다.
  • 고용노동부의 ‘올바른 나만의 가상 근무표’?…직장인들은 분노

    고용노동부의 ‘올바른 나만의 가상 근무표’?…직장인들은 분노

    ‘주 69시간 근로’를 가능하게 하는 근로시간 개편안에 대해 정부가 이제야 직장인 의견을 듣고 주 최대 근로 상한을 검토하는 등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부작용에 대한 우려를 ‘거짓’이라고 반박하며 정책 홍보에만 매진했던 고용노동부에 대한 비판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고용부는 지난해 11월 미래노동시장 연구회의 근로시간 개편안 발표 이후 늘어나는 주당 근로시간에 대한 비판 의견도 귀담아듣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는다. 16일 노동계에 따르면 고용부는 지난 13일 페이스북에 ‘야근, 야근, 야근…기절, 가상근무표 이게 진짜야?’라는 제목의 정책 홍보 자료를 게재했다. 지난 6일 고용부가 근로시간 개편방안을 발표한 이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된 ‘69시간 근무표’를 반박하는 내용이다. ‘69시간 근무표’는 근로시간 개편안이 시행돼 주 최대 69시간 노동할 경우를 가정한 가상의 직장인 일과표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오전 9시에 출근해 새벽 1시까지 근무하고, 주말에는 ‘기절’, 망가진 건강으로 인한 ‘병원’이 일과표에 포함돼 있다. 고용부는 ‘거짓 없는 월 단위 연장근로 도입 근무표’라는 제목으로 가상의 시간표를 제시했다. 첫번째 주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출근해 주 62시간 근무를 하고, 두번째 주 역시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출근해 53시간 일한다. 세번째 주 목요일과 금요일은 근로시간저축계좌 휴가를 사용하고, 마지막주 금요일은 휴가를 사용해 주 3일, 주 4일을 한다는 내용이다. 댓글이 10개 이하인 다른 게시물과 달리 이 게시물에는 ‘고용부만의 상상 근무시간표’, ‘덜 빡빡한 것처럼 보이려고 69시간이 아닌 62시간으로 시간표 만들었네’, ‘어떻게 포장해도 일하는 시간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늘어난다는 것’ 등 100개가 넘는 비판 댓글이 달렸다. 직장인 우모(38)씨는 “고용부가 토요일 근무를 권장하고 있다는 점이 놀라웠다”며 “하루 연차 쓰는 것도 온갖 눈치를 다 봐야 하는데, 저렇게 일하고 나서 2주 연속 연차를 사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서지윤(36)씨는 “거짓없는 근무표라고는 하지만, 휴가 사용이 어려운 현실은 외면하고, 부작용도 가린 근무표”라고 지적했다. 장시간 저임금 노동이 굳어진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직장인들의 반발도 더 거세다. 최성수(33)씨는 “첫번째 주와 두번째 주 시간표는 바로 시행되겠지만, 세번째와 네번째 주 시간표는 도입이 불가능할 것”이라며 “대체인력이 없는 상황에서 이틀 이상 자리를 비우게 두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 서울 지하철, 개찰구 잠깐 나갔다 오면 요금 안 내도록

    서울 지하철, 개찰구 잠깐 나갔다 오면 요금 안 내도록

    지하철 이용 중 화장실이 급하거나 방향을 잘못 찾아 개찰구 밖을 나가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이때 역무원을 호출해 비상문을 이용하게 되는데 앞으로 이런 수고를 덜 수 있게 된다. 하차 후 일정시간 내에 동일한 역에서 재승차할 경우 추가로 요금을 내지 않도록 하는 방안이 추진되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지하철 서비스 개선 방안 등 14건의 ‘창의행정’ 우수 사례를 연내 시행한다고 15일 밝혔다. 앞서 서울시는 창의행정 실현의 첫걸음으로 직원 공모를 거쳐 113건의 시민 민원 개선 아이디어를 찾았고, 이 중 우수 사례 14건을 선정해 이날 공개했다. 도착역 안내 시간 늘리고 스크린도어 뒷면에 역명 스티커 1호 사례는 ‘더욱 편리한 지하철 이용 환경 구축’이다. 지난해 제기된 지하철 서비스 민원 1만 3000여건을 분석해 내놓은 해결책이다. 지난해 최다 지하철 관련 민원은 ‘지하철 도착역 정보 안내 부족’(819건)이다. 그동안 지하철 도착역 안내화면 표시가 너무 짧거나, 역에 도착한 뒤 역사 기둥이나 광고판, 차량 창문틀 등에 시야가 가려 역명이 보이지 않아 불편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에 서울시는 지하철 내 도착역을 쉽게 알 수 있도록 내부 안내표시기의 표출 시간과 빈도를 늘리고, 스크린도어 뒷면에 역명 스티커를 붙이기로 했다.‘지하철 반대 방향 재탑승 시 추가 요금 지불’ 관련 민원도 514건이나 됐다. 실수로 내릴 역을 지나쳤거나 방향을 착각해 되돌아가려고 하면 중앙 승강장이 아닌 역에서는 개찰구를 통과해야 반대편 승강장을 갈 수 있다. 또 화장실이 개찰구 밖에 있는 경우엔 이용이 어려운 점도 있다. 대체로 개찰구 옆 비상벨을 눌러 역무원을 호출해 비상문을 이용하곤 하지만, 역무원이 없을 땐 어쩔 수 없이 개찰구를 통과해 다시 기본요금을 내고 들어와야 한다. 서울시는 이로 인한 시민의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인천·경기 등 관련 지방자치단체, 철도기관과의 협의를 거쳐 시스템 개선에 나서기로 했다. 이에 따라 하차 후 동일한 역에서 일정 시간 내에 다시 승차하면 기본요금을 면제하고 환승을 적용하는 방안을 이르면 올해 하반기 중 시행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요금을 면제하는 재승차 시간을 ‘10분 이내’로 검토 중이다. 중앙정류소에 횡단보도 추가…세금고지서 큰글씨로 버스 이용자의 불편을 줄이고 무단횡단을 예방하기 위해 중앙버스 정류소에 횡단보도를 추가로 설치하자는 아이디어도 실행에 옮긴다. 서울시는 우선 환승 인원이 많은 버스정류장 1∼2곳에 시범적으로 운영해보고 효과에 따라 내년부터 점진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고령화 시대에 발맞춰 세금고지서 디자인을 큰 글씨로 변경해 고지 내용과 납부 방법을 쉽게 인지할 수 있게 하는 아이디어도 우수사례로 선정됐다. 이 개선안은 6월 정기분 자동차세 고지서 발송분부터 차례로 시행해 올해 정기분 세금고지서 총 1340만건에 적용될 예정이다. ‘뽁뽁이 대체 단열용 덧유리 시공’ 아이디어는 하반기에 중점적으로 추진한다. 기포가 들어간 필름인 뽁뽁이 대신 단열용 덧유리를 시공해 에너지 취약계층이 매년 뽁뽁이를 반복적으로 붙이는 수고를 덜고 떼어내면서 발생하는 막대한 쓰레기도 줄이는 대책이다. 서울시는 ‘에너지 서울 동행단’(가칭)을 운영해 노인·장애인 등 에너지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덧유리 설치를 지원할 방침이다. 이용률이 저조한 서울시 공영주차장 일부의 정기권 요금은 상반기 중 최대 50% 내외로 내려 시민의 주차요금 부담을 덜어준다. 시 공영주차장은 주변 민영주차장과 주차요금이 큰 차이가 없어 전체 131곳의 이용률이 55%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는 시 세입 감소에도 영향을 미쳐 개선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공공임대주택 입주가 확정된 노약자·장애인 등 주거 취약계층이 신규입주 계약을 체결하는 장소는 기존 서울주택도시공사(SH) 본사 한곳에서 25개 자치구에 있는 주거안심종합센터로 상반기부터 차례로 확대한다. 이외에도 ▲공원유실물 조회·보관 서비스와 경찰청 유실물 포털 서비스(LOST112) 연계 ▲고질적 상습정체·사고위험 도로 단계적 개선 ▲특수고용직 등 노동약자 대상 서울형 입원생활비 제도의 신청·심사 절차 간소화 등을 추진한다. 서울시는 창의행정 제안이 시민 체감 등 성과로 이어지는 데 기여한 직원에게 포상금 최대 500만원 지급, 특별휴가, 승진 가점 등의 충분한 보상을 하기로 했다. 정수용 서울시 기획조정실장은 “시민의 작은 목소리에도 귀 기울이는 창의행정 노력이 시의 전 업무영역에서 더 잘 뿌리내리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사설] 노동 현장의 상식 되찾기, 거부할 명분 없다

    [사설] 노동 현장의 상식 되찾기, 거부할 명분 없다

    윤석열 정부가 역점을 두어 추진하는 노동개혁의 윤곽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정부와 국민의힘이 그제 노동조합법 개정 방향을 논의하고 협의 내용을 공개한 것이다. 당정은 “대한민국 미래를 위한 3대 개혁 가운데 노동개혁은 가장 시급한 과제”라면서 “그 가운데서도 회계 투명성 강화는 기본 중의 기본”이라는 데 뜻을 같이했다고 한다. 그런데 노동개혁을 담은 당정의 노동조합법 개정 방향을 아무리 뜯어봐도 도대체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자단체들이 무엇 때문에 격렬하게 반대하고 있는지 보통사람의 상식으로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 정부와 여당은 개정안에 노동조합원 절반 이상이 요구하거나 횡령·배임 같은 범죄행위가 개입되면 노조 회계를 반드시 공시토록 하는 내용을 담도록 했다. 노조의 재정에 관한 서류는 노조원이 언제든 확인할 수 있도록 열람권을 강화하고 일정 규모 이상 노조는 공인회계사 참여를 의무화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폭력을 동원해 노조 가입·탈퇴를 강요·방해하거나 조합원 또는 조합원 자녀의 우선 채용을 강요하는 행위, 부당한 금품을 요구하며 태업하거나 사용자의 정상적 업무를 방해하는 행위를 막아야 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고 본다. 정부의 노동개혁 추진 방향은 그야말로 상식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오히려 우리 사회에 오래전에 정착된 상식이 유독 노동조합에만 통용되지 않는 현실이 의아스럽기만 하다. 노동개혁이 노조 탄압이라는 비판에는 민간전문가들도 “당연한 제도적 장치를 다른 부문과 형평성에 맞도록 실행하는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한마디로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혁 방향은 ‘노동 현장의 상식 되찾기’가 아닐 수 없다. 노조단체들도 시대에 뒤떨어진 특권의식을 버리고 노동개혁에 동참하기 바란다.
  • 美언론 “한국, 이미 ‘일 중독’…과로사 늘 수 있다는 우려도”(WP)

    美언론 “한국, 이미 ‘일 중독’…과로사 늘 수 있다는 우려도”(WP)

    정부가 주 최대 69시간 근로가 가능한 근로시간제도 개편안을 발표한 뒤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 워싱턴포스트도 이를 집중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의 11일(이하 현지시간)자 ‘한국 정부가 이미 긴 52시간 근무에서 늘어난 69시간 근무제도를 제안하다’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이미 ‘일 중독’으로 잘 알려진 한국에서 주 최대 69시간 근로제는 일과 삶의 균형을 망칠 것이라 우려하는 야당과 근로자들의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고 전했다.  이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21년 통계를 인용해 미국인의 연간 노동시간은 1791시간, 프랑스는 1490시간 등이지만, 한국은 1915시간이라고 전하면서 “한국인은 이미 많은 외국인들보다 더 많은 시간 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윤석열 정부는 여론을 흔들기 위해, 일부 근로자는 새로운 규정에 따라 더 많은 자유시간을 가질 수 있다고 말한다. 또 주 60시간 이상 연속 3주 근무하는 것에 제한이 있을 것이라 설명한다”면서 주 최대 69시간 근로제를 통해 주4일 근무가 가능하다는 이정식 고용노동부장관의 말을 전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의) 이러한 제안은 고용주에게 특정 시기에 더 많이 일하게 하는 법적인 근거를 줄 수 있다고 우려하는 근로자들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고 덧붙였다.  익명의 삼성 계열사 직원(34)은 워싱턴포스트에 “정부는 (주 최대 69시간 근로제를 통해) 우리의 연간 노동시간이 유지되거나 더 줄어들 것이라고 말한다”면서 “그러나 언제나 해야 할 일이 (근무시간보다) 많다. 주 69시간 근무제가 시행된다면 과로로 인한 사망자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해당 인터뷰에 이어 OECD 통계를 인용한 한국의 출산율과 자살률을 비교했다.  이 매체는 OECD를 인용해 “긴 노동 시간은 세계에서 가장 낮은 한국의 출산율(0.78명)의 원인으로 꼽힌다. 반면 한국의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 당 24.1명으로 세계에서 높은 수치를 기록하는 국가 중 하나”라고 전했다. 이어 “세계보건기구(WHO)는 장시간 노동이 뇌졸중과 심장병의 위험 증가와 연관이 있다고 말한다”면서 “2021년 WHO 측은 일주일에 55시간 일하는 것은 건강에 심각한 위험을 준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주 최대 69시간 근로제가 일부 근로자에게는 ‘공허’하게 들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내놓았다.  LG계열사의 한 직원은 워싱턴포스트에 “밤 9시 또는 밤 10시까지 일하는 것은 내게 일상이다. 주52시간 근무제는 내가 더 긴 시간을 일하는 걸 막지 못했다”면서 “그래서 주 69시간 근무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언론 기사를 보면 공감이 가지 않는다. 어쨌든 나는 (이미) 장시간 노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MZ세대가 선호한다는 주69시간 근로제, 정작 MZ노조는 “반대” 정부의 근로시간제 개편안은 주 단위로 관리되던 연장근로시간을 노사가 합의할 경우 '월·분기·반기·연' 단위 총량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 경우 주당 최대 69시간까지 근로가 가능해진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정부는 근로시간제 개편안에 대한 반발이 목소리가 나오자 MZ세대를 ‘방패막’으로 활용했다.  지난 2일 한덕수 국무총리는 "(청년들이) 일할 때는 열심히 일하고 쉴 때는 확실히 쉴 수 있도록 근로시간을 유연화하겠다“고 밝혔고,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7일 “20‧30 청년층 같은 경우도 다들 좋아한다”고 언급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도 지난 6일 “요즘 MZ세대는 기성세대와 달리 '부회장 나와라, 회장 나와라, 성과급이 무슨 근거로 이렇게 됐냐' (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권리 의식이 굉장히 뛰어나다”면서 “적극적인 권리 의식이 법의 실효성을 있게 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의 기대와 달리 MZ노조로 불리는 ‘새로고침노동자협의회’(새로고침)은 9일 공식 입장문에서 “연장근로 관리단위 확대는 노동자의 근로조건을 개선해왔던 국제사회의 노력과 역사적 발전 과정에 역행한다”며 “연장근로 관리단위 확대를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나라는 OECD 가입국 38개 중 평균 근로시간이 2021년 기준 4위로 장시간 노동에 대한 지적이 있어 왔다”면서 “우리나라는 연장 근로 상한이 높고, 산업 현장에서 연장근로가 빈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MZ세대를 주축으로 한 신생 노조 새로고침은 LG전자 '사람중심사무직노조', 서울교통공사 '올바른노조' 등 8개 사업장 노동조합의 연대체로 지난달 21일 "정치적 구호가 아닌 노조 본질에 맞는 목소리를 내고 노사가 상생하는 사회를 만들겠다"며 공식 출범했다.
  • 이민옥 서울시의원 “서울시 청년 정책 지원 및 전달체계 안정과 새로운 미래 의제 모색 필요해”

    이민옥 서울시의원 “서울시 청년 정책 지원 및 전달체계 안정과 새로운 미래 의제 모색 필요해”

    서울시의회 이민옥 의원(성동3·더불어민주당)이 지난 7일 ‘경쟁특별시 서울, 진짜 청년 정책의 길을 묻다’ 토론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이 좌장을 맡아 참여한 이번 토론회는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 민생정책위원회 차원에서 진행하고 있는 ‘서울시정 평가 및 진단 기획토론회’의 연속선상에서 개최된 것이다. 이 의원은 “서울시의 지난 청년 정책 10년을 돌아보며 오세훈 시장 취임 이후 진행된 청년 정책의 현주소를 살펴보고 앞으로 서울시 청년 정책이 추구해야 할 방향들에 대해 고민해보는 소중한 기회가 되었다”라며 “특히 정책 수요자인 청년들이 직접 시정에 참여하는 기회와 공간 확대, 중앙정부, 광역 및 기초 지방정부의 새로운 역할 정립, 급변하는 미래 환경 속에서의 새로운 혁신적 시도 필요성 등에 대해 많은 부분 공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토론회는 기현주 내가만드는 복지국가 공동대표와 김종진 일하는 시민연구소 소장의 발제에 이어, 이주형 전국청년네트워크 대표, 김지현 청년유니온 정책팀장, 정준영 불평등과 시민성연구소 연구원, 한채훈 의왕시의회 의원이 토론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첫 번째 발제를 맡은 기 대표는 청년 정책의 발전 경과와 환경 변화 양상을 정리하고 중앙정부와 서울시 청년 정책 기본계획의 변화를 함께 비교․진단했으며 ▲중앙-지방정부의 새로운 청년 정책 포지셔닝 필요성 ▲청년 정책 실효성 제고를 위한 청년특화 지원 및 전달체계의 안정화 ▲새로운 의제에 대한 도전 및 혁신적 시도의 중요성 등을 강조했다. 이어 발제를 진행한 김 소장은 코로나19 이후 전 세계 청년 문제와 상황, 일자리 프로젝트 등을 한국, 특히 서울시의 경우와 비교하여 소개하고 청년 노동과 일자리 환경 변화에 대한 제도와 정책적 조응에 대한 비판적 개선 필요성을 주장했으며, 기후 위기 등 새로운 미래 의제에 대한 서울시의 적극적인 노력을 촉구했다. 특히 두 발제자 모두 고립․은둔 청년 발굴 및 지원에 기초한 서울시 청년 정책 변화에 대해, 니트 청년 전반을 아우르는 수요 대상 확대와 지원 강화를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토론자로 나선 4명의 청년 패널들 역시 각자의 시선에서 바라본 서울시 청년 정책의 문제점을 공유하고 개선 및 보완 방향을 논의했다. 이 대표는 “단순히 현재 청년들이 놓인 삶의 다양한 문제 해결을 넘어 미래의 다양한 환경 변화 등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공적 논의 과정으로 재설계되어야 한다”라며 “‘누가 더 취약한 청년인가’를 찾는 경쟁 일변도의 아이디어 대결을 넘어서야 한다”고 비판했다. 김 팀장은 “서울시가 당사자성에 기반한 청년 참여에 있어 소극적으로 변화했다”며 “서울시 일자리 정책이 교육․훈련 등의 예산을 증액한 것 등은 긍정적이나, 직접 일자리 사업 축소 등에 대해서는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정 연구원은 “‘권리’ 기반의 서울시 청년 정책이 과연 유효한 것인지 성찰적 차원의 고민이 필요하다”라며 “정치와 정책 사이에서 흔들리지 않고 추진할 수 있는 방안은 없는지, 시선을 바꿔 기초 지방정부가 새롭게 시도할 수 있는 것은 없는지 모색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 의원은 “청년들 스스로 계획을 수립하거나 제안한 정책들의 총량이 줄어드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며 “서울시가 청년 당사자들과 충분히 숙의하고 소통하며 내놓은 정책인지 의회 차원의 적극적인 모니터링과 감시․견제가 필요하다”는 제언을 던졌다.발제와 토론 이후 이어진 질의응답에서는 청년 수당 등 기존 서울시 청년 정책에서 한 발 더 내디딜 수 있는 방향은 무엇인지, 서울시가 사용하고 있는 ‘은둔 청년’이라는 단어를 대체할 수 있는 단어는 없는지, 10년간의 청년 정책을 성찰해볼 때 부족했던 부분은 무엇인지 등에 대한 심도 있는 내용이 오고 가기도 했다. 끝으로 이 의원은 “이번 토론회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생각으로 더불어민주당 의원 모두와 함께 서울시의 미래를 짊어질 청년들이 진짜 바라는 정책을 만들어 나가겠다”라며 “특히 정책 수요자인 청년들과 함께 소통하고 고민하며 그들의 손으로 일궈내는 혁신을 정책에 담아내겠다”는 말로 토론회를 마무리했다.
  • 이재명 “尹 강제징용 배상안, 대일 항복 문서…최악 굴욕·수치”

    이재명 “尹 강제징용 배상안, 대일 항복 문서…최악 굴욕·수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8일 정부의 ‘제3자 변제’ 일제 강제징용 피해배상 해법에 “사실상 대일(對日) 항복 문서”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윤석열 정권의 굴욕적인 강제동원 배상안에 국민들의 분노가 뜨겁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정부는 대승적 결단, 한국주도 해결책이라는 궤변을 내놓고 있고 대통령실은 일본이 할 수 있는 한계치였다는 표현을 했는데, 도대체 일본이 뭘 했느냐”며 “기가 막힐 일”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강제동원 배상안은 일본 입장에서는 최대의 승리이고 대한민국 입장에서는 최악의 굴욕이자 수치”라며 “친일 매국정권이라고 해도 할 말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망국적 강제동원 배상안의 대가로 일본이 한일 정상회담과 G7(주요 7개국) 초청을 고려 중이라고 한다”며 “일본행 티켓을 위해서 피해자를 제물 삼는, 그리고 국민의 자존심을 저버리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이 대표는 “민주당은 윤석열 정권의 반역사적이고 반인륜적이고 반인권적인 야합과 굴종에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맞서겠다”며 “국회 차원에서 ‘굴욕적 강제동원 배상안 처리 규탄 결의안’ 추진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대표는 또 “정부가 주당 노동시간을 최대 69시간으로 늘리는 노동 개악을 강행하겠다고 한다”며 “윤석열 정권에 노동자는 국민이 아닌 착취의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동시간을 늘려서 생산을 늘리자는 그런 시대는 이미 끝났다”며 “정부는 시대착오적인 반노동적 경제관을 버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홍근 “尹 ‘주 120시간 노동’ 실언이 현실로…과로사회 조장” 이날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도 이날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윤석열 정부의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배상 해법안을 두고 “1998년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은 오히려 퇴색됐다”며 “지금이라도 철회하고 피해자 의견과 일본 정부의 사죄가 들어간 정당한 해법을 원점에서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정부의 근로시간 제도개편안에 대해서도 “(대선 과정에서) 실언인 줄 알았던 윤 대통령의 ‘주 120시간 노동’이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아 현실이 됐다”며 “윤석열 정부가 과로사회를 조장하겠다고 나섰다”고 꼬집었다. 박 원내대표는 “정부 개편안에 따르면 주당 52시간인 노동시간이 최대 80.5시간까지 늘어난다고 한다”며 “연장근로 관리단위를 분기로 늘리면 ‘과로사 수준’까지 장시간 노동을 강제할 수 있게 됐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윤석열 정부의 일방통행식 노동개악안은 내용도 잘못됐지만 절차도 잘못됐다. 국민의 저녁을 뒤바꿀 중차대한 민생 정책이지만 사회적 공론화 절차는 없었다. 입법적 뒷받침이 필요한 사항인데 국회와 사전 논의도 하지 않았다”며 “집권당이라면 ‘묻지 마 윤심(尹心)’을 버리고 당정 협의를 통해 국민이 납득할 만한 발전된 안을 새로 제시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 ‘나는 신이다’ 조성현 PD “선정적이라고? 실제의 10분의 1”

    ‘나는 신이다’ 조성현 PD “선정적이라고? 실제의 10분의 1”

    지난 3일 넷플릭스에 공개된 ‘나는 신이다-신이 배신한 사람들’을 통해 정명석(78) 기독교복음선교회(JMS) 총재의 추악한 성범죄가 낱낱이 공개되면서 파장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이 시리즈를 만든 조성현 MBC PD가 7일 MBC 표준FM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JMS 측으로부터 미행이나 협박을 당한 사연, 왜 MBC가 아니라 넷플릭스에 제작 협조를 제안하게 됐는지를 비롯해 제작 과정에 있었던 일들에 대해 상세하게 털어놓아 눈길을 끈다. 조 PD의 발언 요지를 그대로 옮긴다. “원래는 MBC에서 트는 팩츄얼 콘텐츠로 생각을 했었는데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 회사에 대한 디스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서 힘들 것 같고요. 그래서 넷플릭스에 제안했고 넷플릭스가 100% 투자를 결정해 진행하게 됐습니다. 결과적으로는 그런(전화위복이 된) 것 같아요. 2년 정도 걸렸습니다. 기획 촬영 그리고 후반작업까지 다 해서요. 일단 제 차에 가보면 삼단봉과 전기충격기가 구비돼 있어요. 이게 저도 PD 생활 15년 중에 처음 하고 있는 일입니다. 실제로 제가 집에 차를 몰고 갈 때 30분 정도 뒤에 무슨 차가 따라오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봤는데 계속 따라오는 거예요. 처남의 집 아파트 주차장까지 일부러 들어갔다가 차가 오지 않는 걸 보고 저희 집으로 다시 되돌아간 적도 있었고요. 출연자 중에 한 명은 홍콩인이에요. 홍콩인 친구가 한국에 저희와 인터뷰를 하기 위해 입국을 준비하고 있는데 비행기 표나 이런 것들을 저희가 다 시간을 바꿨어요. 세 번을 바꿨는데 그 때마다 신도들이 나와서 홍콩공항에서 한국으로 들어오는 비행기를 못 타게 막고 있는다든가 했죠. 감시했다는 이야기죠. 감시했고 해킹을 당했고 어떻게 이런 정보가 상대편에게 넘어갔을까 궁금한 상황이 정말 많이 있었어요.출연자와 저희가 촬영을 하고 있는데 마침 창 밖에 비가 와서 저희 출연자가 창밖을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어서 그거를 촬영하고 있는 도중에 갑자기 문자 하나가 띵! 하고 왔어요. 무슨 문자인지 봤더니 너도 지금 창밖 보고 있니, 비 오고 있네, 라고 돼 있었어요. 이게 우연이었을까? 과연 우연이었다면 이런 일들이 어떻게 계속해서 벌어질까? 다른 호주인 피해자가 있었어요. 그 친구는 저희와 영상 인터뷰를 준비하는데 5분 전쯤 인터뷰 응하지 말라는 문자와 전화를 받았어요. 저희끼리도 모든 일정을 공유하지 않고, 팀 내부에 (JMS와 내통하는) 신도들이 있는 건 아닌가 싶어서 역정보도 흘려보고 온갖 방법을 다 써봤는데. 결국에는 모두를 의심하게 되는 상황에 도달하게 되더라고요. 이 다큐에는 여성과 남성에 대한 성적 착취가 나오고요. 그리고 아동학대, 노동력 착취 같은 인간의 존엄성이 훼손된 상황들이 정말 많이 나와요. 그런데 지금까지 보신 분들이 가장 반응을 많이 하는 건 여성에 대한 성적 학대인 것 같아요. 정말로 어느 집 딸에게 벌어졌던 피해사실이라는 것을, 진짜 사실이라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실제 수위의 10분의1 정도밖에 다루지 못한 것이라고 생각하고요. 오히려 방송이 나간 뒤에 피해자들이, 전화 통화로 아쉬움을 표시하는 분들이 의외로 많아요. 왜 그런 이야기들은 담지 않았느냐, 왜 이런 이야기는 하지 않았느냐 하고요. 그런데 보기 불편하신 분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저도 생각을 해보면 저희 팀 사람들이 촬영을 한 번 갔다오면 일주일 동안 앓아눕기도 하고요. 너무 충격적인, 정신적 충격을 받으니까요. 피해자 대다수는 그냥 과거와 단절된 삶, 그냥 남편을 잘 만나고 이렇게 생활하고 계시지만 그 자신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얘기하지 못하는, 하나의 덩어리가 있는 상태인 거죠. 성적인 착취와 학대가 방송에서 다뤘던 것들하고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아주 심각한 내용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대한민국 3대 로펌이라고 불리는 곳 중 한 곳을 선임했고요. 그래서 아주 변론을 열심히 해주시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JMS 신도인 검사가 있었어요. 대한민국 검사 중에 최초로 면직을 당한 기록을 세운 검사 한 분이 계셨어요. 어쨌든 아직까지도 문제의 교회 신도 1만명은 넘는, 무척 열심히 그쪽을 믿고 있는 신도들이 있는 걸로는 확인했습니다. MBC가 아닌 넷플릭스 쪽에 사실증명을 보내셨어요. 이 방송을 그대로 우리가 공개를 강행한다면, 문화적인 운동을 벌이겠다고 하겠어요. 더불어 종교단체 안에 있는 미성년자 학생들 중고등학생들이 받을 충격 피해, 이런 것들을 고려해 달라고 말씀하셨어요. 정명석 출소 후 미성년 피해자들이 발생했어요. 그런데 도대체 이 종교단체에서는 왜 그렇게까지 자신들의 중고등학생들이 소중하다면 중고등학생 피해자들이 있는데 그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관심을 갖지 않는지, 지금도 말씀드리면서 분노가 솟아오르네요. 넷플릭스 쪽에서도 남녀 반응이 갈리는 부분들도 있는 것 같고요. 어느 정도로 이런 성적인 부분에 대해서 예민하느냐 마느냐에 따라 보는 분들의 불편함이 좀 다른 것 같아요. 그런데 제가 그때마다 드렸던 말씀은 반사회적인 어떤 행동을 친사회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오히려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사람들에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즘 인터넷 들어가 보면 왜 이런 종교는 안 다뤘어 라면서 아쉬움을 표시하는 곳들이 있어요. 정확하게 말씀드리면 MBC 앞에 또 진 치실 것 같아가지고 말씀 못 드리겠지만 준비하고 있습니다.”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나는 신이다에 나온 JMS 전국 교회 주소’라는 제목의 글이 빠르게 옮겨지고 있다. 지난 5일 JMS 피해자 카페에 올라온 글로 전국 17개 시도에 있는 90여곳 교회 이름과 주소가 망라돼 있다. 글쓴 이는 “전국 교회 주소를 입수하게 돼서 올린다. 여기저기 마구 뿌려주고 ‘여기가 만명 성폭행을 목표한 교주 믿는 교회’라고 홍보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 누리꾼은 댓글을 통해 35개의 주소를 덧붙이면서 피해를 막아야 한다고 동조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교회 로고가 희한한 교주 필기체로 쓰여 있다”면서 “기독교인 척하면서 섭리사, 섭리역사 이런 식으로 자기들을 칭한다”고 자세히 설명했다. 이 글은 또 “중고등부 예배를 콘서트처럼 엄청 신경쓰기 때문에 동생, 아들딸, 조카 등이 혹하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면서 “교회 리스트가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이유는 (교회를) 짓기 위해 신도들 피눈물 흘리도록 돈을 뜯어서 그렇다”고 덧붙였다. 이어 “당당하게 일반 교회인 척 유튜브도 운영하더라”며 “시모임이라고 해서 갔더니 정명석의 시를 홍보했고 이를 가사로 만든 인디 뮤지션이나 댄스팀도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고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한편 정명석은 1990년대 후반, 2000년대 초반 성추문으로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2001년 3월 해외로 도피했다. 2001년부터 2006년까지 말레이시아, 홍콩, 중국 등에서 병을 고쳐준다면서 한국인 여신도 5명 등을 성폭행하고 추행했다. 이 혐의로 2007년 5월 중국 공안에 체포돼 2008년 2월 국내로 송환됐다. 징역 10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한 뒤 2018년 2월 만기 출소한 정씨는 출소 직후부터 2021년 9월까지 충남 금산 수련원 등에서 20대 외국인 여성 신도를 17회 준강간·준유사강간했다. 아울러 2018년 7~12월 30대 외국인 여성 신도를 다섯 차례 강제 추행한 혐의가 확인돼 지난해 10월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정씨가 재판을 통해 엄정한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검찰이 최선을 다해 임하라고 특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 근로시간 개편 반발에 곤혹스런 고용부…험난한 법 개정 예고

    근로시간 개편 반발에 곤혹스런 고용부…험난한 법 개정 예고

    노사 합의시 주당 최대 69시간 또는 64시간 근로 허용 및 주 4일 근무가 가능한 선택근로제 확대 등을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을 놓고 찬반 논란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정부는 이같은 내용의 근로시간 제도 개편방안을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지난 6일 입법예고하고 속도감있는 추진 방침을 밝혔으나 노동계와 야당이 반대하는 데다 국민 여론이 엇갈리면서 법 개정에 난항이 예상된다. 7일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근로시간 개편안은 주 52시간제의 근간은 유지하되 1주 단위 연장근로 단위를 월·분기·반기·연 단위로 확대해 근로시간 유연성을 확대하는 방식이다. 근로일간 11시간 연속 휴식안의 경우 월 기준 한주에 최대 69시간(6일 근무 기준 연장 29시간) 근무가 가능해진다. 1주 64시간(연장 24시간) 상한제 방식에서는 월 기준시 2주는 64시간을 근무할 수 있다. 휴식권 보장을 위해 유명무실한 보상휴가제를 ‘근로시간저축계좌제’로 대체·강화하고 연장·야간·휴일근로의 적립 및 사용방법, 정산원칙 등을 법제화해 장기 휴가를 뒷받침할 계획이다. 임금 감소없이 근무일 조정을 통해 주 4일 또는 주 4.5일 근무가 가능한 ‘선택근로제’도 확대키로 했다. 개편안이 공개되자 반발이 거세게 일고 있다. 반대 논리의 대부분은 사업주의 ‘악용’에 따른 장시간 근로에 대한 우려가 많았다. 특히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없는, 근로시간 유연화는 중소기업과 같은 소규모 업체 근로자들에 피해가 집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 근로시간저축계좌제와 관련해서도 ‘그림의 떡’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현 제도조차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것에 대한 반발심이 반영됐다. 고용부 관계자는 “근로자가 연장근로시간 등을 임금으로 받을지 휴가로 사용할지 선택하는 제도로 근로자의 선택권을 근로기준법에 명시했다”며 “저축휴가로 사용하지 않고 남은 시간은 임금으로 정산·지급하지 않으면 임금체불이 된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무리한 추진에 대한 지적도 잇따른다. 노동계와 야당의 반대가 예견된 심한 상황에서 당정 협의 등을 통한 속도조절이 필요했다는 지적이다.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내달 17일까지 40일간 입법예고를 거친 뒤 규제 및 법제처 심사 등을 거쳐 6~7월 중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근로자 건강권 보호 강화가 규제심사에서 다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정부 부처 관계자는 “근로시간 개편과 관련한 당정협의는 없었지만 여당과 지속적인 협의가 이뤄졌다”며 “정부 부처들의 의견수렴을 마쳤지만 입법예고기간 검토하지 못했던 사안에 대해서는 적극 반영한다는 방침”이라고 밝혔다.
  • “日, 원했던 대로 됐다” 기업 강제기금 선 그어

    “日, 원했던 대로 됐다” 기업 강제기금 선 그어

    한국 정부가 6일 발표한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해결책은 미쓰비시중공업과 일본제철 등 일본 가해 기업의 배상 참여와 사죄 등 피해자 측이 요구해 왔던 핵심 내용이 빠지면서 일본 측이 원했던 대로 해결책이 만들어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은 한국 정부의 해결책 발표 뒤 약식 기자회견을 열고 “한일 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되돌리는 것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그는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에 의해 (강제동원 배상 문제 해결을) 해 나가는 것에 대한 일관적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그동안 강제동원 배상 문제는 당시 협정을 통해 해결됐고 2018년 일본 가해 기업에 배상 책임이 있다는 대법원 판결에 대해 한국 정부가 해결책을 제시하라는 입장이었다. 하야시 외무상의 발언은 그동안의 일본 입장을 반영한 해결책이 나왔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는 ‘일본 기업의 자발적 한국 재단 기부를 용인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이번 한국 정부가 발표한 조치는 일본 기업의 거출을 전제로 하지 않는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정부로서는 민간인 또는 민간 기업에 의한 국내외의 자발적인 기부 활동 등에 대해서는 특별한 입장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일본 가해 기업들도 이날 한국 정부의 해결책 발표와는 관련이 없다는 태도를 고수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미쓰비시중공업은 “옛 조선반도 출신 노동자(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일본 표현) 문제는 한일청구권협정에 따라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해결됐다는 것이 당사 입장으로 (해결책 발표에 대해) 언급할 입장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일본제철도 같은 입장을 밝히는 데 그쳤다. 일본 정부가 식민 지배를 반성한다는 내용이 담긴 과거 담화를 계승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대체한 사과도 진정성이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이날 참의원 예산위원회 질의에서 집권당인 자민당의 사토 마사히사 의원이 ‘반성과 사과’를 총리가 직접 말해서는 안 된다고 하자 “양국 외교당국 간에 조율이 이뤄지고 있어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말을 아꼈다. 기시다 총리와 하야시 외무상 모두 직접적으로 ‘사죄’를 언급하는 대신 한일 관계와 관련된 과거 담화를 계승한다고만 했다. 한일 공동선언에는 일본의 식민지 지배에 대해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라고 했는데 이 표현을 언급하지 않고 ‘담화 계승’이라며 직접 사죄하는 방식을 피한 것이다. 일본 정부와 각을 세우던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이 한국의 해결책에 환영한 것을 보더라도 이번 발표가 일본에 긍정적인 해결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입헌민주당의 이즈미 겐타 대표는 “미래 세대를 위한 한국 측의 노력이 엿보이며 일본 측도 원리원칙을 지켰다”고 평가했다.
  • 배상도 사과도 빠진 강제동원 해결책…日 “한일 관계 건전하게 되돌려”

    배상도 사과도 빠진 강제동원 해결책…日 “한일 관계 건전하게 되돌려”

    한국 정부가 6일 발표한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해결책은 미쓰비시중공업과 일본제철 등 일본 가해 기업의 배상 참여와 사죄 등 피해자 측이 요구해왔던 핵심 내용이 빠지면서 일본 측이 원했던 대로 해결책이 만들어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이날 참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해 한국 정부의 해결책 발표에 대해 “역사 인식에 관해서는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해왔고 앞으로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도 한국 정부의 해결책 발표 후 기자회견을 열고 “한일 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되돌리는 것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그는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에 의해 (강제동원 배상 문제 해결을) 해 나가는 것에 대한 일관적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그동안 강제동원 배상 문제는 당시 협정을 통해 해결됐고 2018년 일본 가해 기업에 배상 책임이 있다는 대법원 판결에 대해 한국 정부가 해결책을 제시하라는 입장이었다. 그는 ‘일본 기업의 자발적 한국 재단 기부를 용인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이번 한국 정부가 발표한 조치는 일본 기업의 재단에 대한 거출 등을 전제로 하지 않는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정부로서는 민간인 또는 민간 기업에 의한 국내외의 자발적인 기부 활동 등에 대해서는 특별한 입장을 가지고 있지 않다”며 “본건에 대해서도 특별한 입장이 없다”라고 말했다. 일본 가해 기업들도 이미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끝난 문제로 이날 한국 정부의 해결책 발표와는 관련이 없다는 태도를 고수하기만 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미쓰비시중공업은 “옛 조선반도 출신 노동자(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일본 내 표현) 문제는 한일청구권협정에 따라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해결됐다는 것이 당사 입장으로 (해결책 발표에 대해) 언급할 입장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일본제철도 “당사는 이 문제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해결된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한국 정부의 국내 조치에 대해 언급할 입장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데 그쳤다. 일본 정부가 식민 지배를 반성한다는 내용이 담긴 과거 담화를 계승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대체한 사과도 진정성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일본 정부는 1998년 10월 발표된 한일 공동선언(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을 포함해 역사 인식에 관한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하고 있다고 확인한다”고 말했다. 특히 기시다 총리는 집권당인 자민당의 사토 마사히사 의원이 ‘반성과 사과’를 총리가 직접 말해서는 안 된다고 하자 “양국 외교당국 간에 조율이 이뤄지고 있어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구체적 답변을 피했다. 하야시 외무상은 “한일은 국제사회의 다양한 과제 대응에 협력해가야 할 중요한 이웃 나라”라며 “일본 정부는 현재 전략 환경을 감안해 안보 측면을 포함해 한일, 한미일의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한국의 해결책) 발표를 계기로 정치, 경제, 문화 등 분야에서 교류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기시다 총리와 하야시 외무상 모두 직접적으로 ‘사죄’를 언급하는 대신 한일 관계와 관련된 과거 담화를 계승한다고만 했다. 한일 공동선언에는 일본의 식민지 지배에 대해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라고 했는데 일본 정부가 이를 계승한다고 밝히면서 일본 가해 기업의 사죄를 사실상 대신하고 한국 측에 최소한의 성의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한일 최대 현안인 강제동원 배상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나오면서 한일 정상 간 정례적으로 상대국을 방문하는 ‘셔틀 외교’ 재개 여부도 일본 정부는 명확한 답변을 피하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오는 5월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윤석열 대통령을 초대할지 대해 “초대 국가 또는 초대 기관에 대해서는 검토 중으로 현재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았다”라고 말을 아꼈다. 하야시 외무상도 “한일 정상 간 향후 외교 일정에 대해서는 정해진 것이 없다”고 했다.
  • “유럽식 장기 휴가를 가라고요?”…직장인 분노만 키웠다

    “유럽식 장기 휴가를 가라고요?”…직장인 분노만 키웠다

    정부는 6일 근로시간 제도 개편방안을 발표하면서 충분한 휴식권 보장을 유독 강조했다. 주 52시간 근로라는 큰 틀을 주 64시간 근로로 바꾸면서 연장·야간·휴일근로에 임금 대신 휴가를 부여할 수 있는 근로시간저축계좌제 도입, 장기 휴가 활성화 등을 통해 ‘일할 땐 일하고 쉴 땐 자유롭게 쉬는’ 문화를 만들겠다는 취지다. 직장인들은 현재 시행 중인 연차 제도조차 제대로 사용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정부가 휴식권 보장이라며 내세운 제도가 유명무실하다고 봤다. 직장인 최상진(37)씨는 “지난해에도 연차 휴가를 절반 정도밖에 못 썼고, 연차수당으로 주는 5일 외에 나머지는 모두 날렸다”며 “현실을 모르는 정부가 장기 휴가 같은 소리를 하는 것을 보니 기가 찬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우리나라 근로자의 연차 소진율은 76.1% 수준이다. 연차 사용이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회사에서 근무하는 위모(28)씨는 “연차뿐 아니라 근로시간저축계좌제와 같은 보상제도는 미사용 연차에 대한 수당 지급 의무화 등 강제성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당 연장근로를 늘리는 근로시간 개편과는 달리 휴식권 보장과 관련해서는 대국민 캠페인과 같은 강제성 없는 조치들만 수둑룩하다. 이현구(33)씨도 “근로시간이 늘어나는 것과 비교하면 휴식권 보장관련 대책은 미약한 조치”라며 “일할 때 하고 쉴 때 쉬는 것이 지금과 같은 직장 분위기에서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휴식권 보장과 관련한 입법 사안인 근로시간저축계좌제는 현실에서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또 시행되더라도 연장·야간·휴일근로 수당을 제대로 주지 않고 휴가로 대체되는 꼼수로 변질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지은(38)씨는 “그나마 수당이라도 받기 때문에 연장근로를 하면서 버티고 있다”며 “연장근로수당 대신 휴가를 주고 나서 회사는 나 몰라라 하면 그만이다. 이런 것까지 고용부가 단속할 것도 아니지 않냐”고 말했다. 김승진(28)씨는 “이제야 주 52시간에 적응해 인력이나 근무 일정 등이 자리를 잡는 상황에서 다시 오래 일하는 게 당연한 분위기로 돌아가게 되는 것”이라며 “주 64시간 일을 시키는 회사가 근로시간저축계좌제를 도입해 휴가를 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고용부가 제시한 안을 보면,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전 9시에 출근해 자정에 퇴근해도 앞으로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분기(3개월) 단위로 연장근로를 관리하게 되면 이런 노동이 4주 연속 가능해진다. 유치원생 자녀를 둔 김보현(34)씨는 “매일 자정까지 한 달 가까이 일하면서 아이를 방치한 다음 장기 휴가를 가는 게 무슨 의미냐”며 “몇백조를 투입해도 저출산이 해결되지 않는 이유를 관료들만 모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노동조합이 없는 중소기업, 영세사업장에 다니는 직장인들의 걱정은 더 크다. 고용부는 제도 개편을 통해 과반수 노조가 없으면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이나 전체 직원의 투표로 뽑힌 직원에게 근로자 대표 지위를 부여할 수 있도록 했다. 회사 측에 우호적인 근로자 대표를 뽑아 회사가 원하는 대로 근로시간을 조정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이유다. 오계택 한국노동연구원 임금직무혁신센터 소장은 “근무 시간이 업종에 따라 유연해지긴 해야겠지만, 일반적으로 교섭력이 약한 중소기업이나 노조가 없는 사업장에서는 이번 제도 개편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도 “정보기술(IT) 분야 스타트업이나 제조업 같은 경우 업무가 과중하게 몰리는 시기에 과로나 산업재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양대노총도 이날 성명을 내고 장시간 노동을 가능하게 하고 휴식권은 충분히 보장하지 않는다며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노동자의 건강과 휴식은 없고, 오직 사업주의 이익만 있는 개편안”이라며 “노조가 없는 대다수 노동 현장에는 노동자에게 선택권이 없다. 결국 사측의 경영상 효율성 제고와 노동자 통제를 강화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노총도 “11시간 연속휴식을 하고 싶으면 주 69시간 이상을 일하던가, 그렇지 않으면 1주 64시간까지 일하라는 것”이라며 “노동자들은 기계가 아니다. 특정한 시기에 집중적으로 일하고 그 후 휴식과 안정을 취한다고 해서 절대 건강을 유지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MZ세대 노조라 불리는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의 유준환 위원장도 “근로시간 개편은 노사 합의가 이뤄져야 하는데 노조가 있는 사업장에서는 현실적으로 주 64시간을 받아들일 수 없지 않겠냐”며 “근로시간저축계좌제 등이 있으니 장시간 근로 이후 휴식할 수 있다는 점도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 윤석열 정부가 가장 잘한 중기정책…“노동개혁 원칙 수립”

    윤석열 정부가 가장 잘한 중기정책…“노동개혁 원칙 수립”

    윤석열 정부가 가장 잘한 중소기업 정책은 노동개혁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중기인들은 정부의 중기정책에 대해 대체로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기중앙회가 6일 발표한 ‘현장이 원하는 중소기업 정책과제 의견조사’에 따르면 정부의 중소기업 정책에 대해 중기인들이 만족한다는 응답이 70.6%로, 불만족(29.4%)을 크게 웃돌았다. 조사는 지난달 17~28일 중소기업 5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됐다. 특히 중기인들이 꼽은 정부가 가장 잘한 중소기업 정책으로 ‘근로시간 유연화 등 노동개혁 원칙 수립’(57.0%·복수응답)으로 조사됐다. 이어 납품단가 연동제 법제화 등 제값받기 환경조성(44.2%), 기업을 힘들게 하는 규제개선 노력(30.2%) 등 순으로 답했다. 한국 경제가 당면한 최우선 해결 과제로는 ▲경직된 노동시장(34.0%) ▲저출산·고령화 심화(20.8%) ▲과도한 규제(19.4%)를 거론했다. 중소기업의 당면 애로사항(복수응답)으로는 ▲원자재 가격 인상(47.0%) ▲인력난 심화(46.4%) ▲인건비 상승(39.8%) 등을 꼽았다. 중기인들이 보는 한국 경제의 문제점이나 중기 애로사항에서 노동 및 인력과 관련된 사항이 높았다. 김기문 “확실한 노동 개혁…협동조합 활성화” 중기중앙회는 이날 이같은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정부가 중소기업의 역동성 회복을 위해 추진해야 할 6대 분야 15개 실행과제를 제시했다. 먼저 ▲고용친화적 노동개혁 추진 과제로 주52시간제 유연화 및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 항구 적용과 함께 외국인 근로자 쿼터제 폐지 및 중소기업 고용지원 정책 강화 등을 제안했다. 또 ▲대·중소기업 상생문화 정착을 위해 납품단가 연동제 관련 상생협력법·하도급법 시행령에 중소기업계 의견을 적극 반영할 것과 다수공급자계약(MAS) 2단계 경쟁 기준금액 및 낙찰하한율 상향 등을 주문했다. 이어 ▲중소기업 성장 및 투자 촉진을 위해 업종변경 제한요건 폐지 등 중소기업 기업승계 활성화, 뿌리 중소기업 전용 전기료 도입과 함께 ▲중소기업 금융정책 선진화를 위한 금융권 예대마진 축소, 국내 시중은행의 투자은행(IB) 겸업 허용 등 방안을 제시했다. 이와 함께 ▲중소기업 수출 활성화에는 수출 중소기업에 해외인증 취득 및 마케팅 지원 확대 등이 ▲협동조합의 중소기업 성장 플랫폼화에는 공정거래법상 협동조합 공동행위 허용기준 명확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와 관련,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중소기업들은 코로나 이후 원자재가격 폭등과 인력난, 최근의 고금리까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중소기업의 역동성 회복을 위해 확실한 노동과 규제개혁 추진, 중소기업 성장 플랫폼으로서 협동조합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낳다 보면 거지꼴 못 면한다’는 청년의 불안감… 문제는 ‘수도권 쏠림’ [마강래의 함께 살아가는 땅]

    ‘낳다 보면 거지꼴 못 면한다’는 청년의 불안감… 문제는 ‘수도권 쏠림’ [마강래의 함께 살아가는 땅]

    0.78명으로 추락한 합계출산율OECD평균의 절반 안되는 ‘꼴찌’20년 후면 세계서 ‘가장 늙은 국가’경제 활력 잃고 높은 세금 불가피日인기소설 ‘70세 사망법안, 가결’상상 치부하기에는 절절한 공감살려 몰리는 ‘수도권 쏠림’ 악순환육아수당과 출산보조금 준다고출산율 높이는 데 별 도움 안 돼‘사회경제적 환경’부터 개선해야 내 주변엔 우리의 미래를 밝게 전망하는 이들보다 어둡게 보는 이들이 더 많다. 일부는 높은 물가가 한동안 지속돼 내수가 위축될 것이라 말한다. 또 다른 이들은 글로벌 경기침체로 수출이 부진해 경기침체가 올 것이라 말한다. 하지만 이런 위기 속에서도 조그만 희망이라도 품을 수 있는 건 돌고 도는 ‘사이클’이 있기 때문이다. 마치 사계절이 순환하듯이 봄을 지나 여름과 가을을 보내면 겨울이 오고, 또다시 봄을 맞는다. 인생도 얼추 비슷하다. 좋은 시절을 지나 어려운 때를 맞고, 어려운 시절을 견디면 더 성숙해진 자신을 발견하기도 한다.우리가 정말 두려워해야 하는 건 계속 나빠지기만 하는 한 방향의 흐름이다. 일명 ‘악순환의 고리’다. 경기가 나빠지면 많은 이들이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다. 빚이 늘면 이자도 는다. 이자가 커지면 생활비가 적어지고 이를 충당을 위해 더 많은 은행 빚을 내야 한다. 이 고리를 끊지 못하면 어느 시점에선 무너진다. 이건 개인에게만 국한되는 문제는 아니다. 나라도 마찬가지다. 악순환의 흐름을 막지 못하면 쓰러지는 건 시간문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나라를 무너뜨릴 수 있는 거대한 한 방향의 흐름이 있다. 바로 ‘아이를 낳지 않는 현상’이다. 오래전부터 전개돼 온 저출산의 흐름을 이해하기 위해 잠시 60년 전으로 돌아가 보자. 1960년엔 합계출산율이 6명에 달했다. 당시 남녀의 평균 초혼 연령은 각각 25세와 22세 정도. 부부가 평생 6명의 아이를 낳으려면 20대의 젊은 시절을 애 낳고 기르고를 반복해야 했다. 1960년대 초 정부의 산아제한 캠페인에 삽입됐던 광고를 보자. “똑딱하는 이 순간 지구에는 3명씩의 새로운 생명이 자꾸 태어나고 있습니다. 인구 증가율로는 우리나라가 어느 나라보다도 앞서서 거의 폭발적인 것입니다. 해마다 대구시만 한 인구가 늘고 있어 100년 후면은 6억 인구가 됩니다. 그러나 우리가 먹고 살 땅도 똑딱하는 순간마다 자꾸 늘어야 할 텐데 그렇진 않구요. … 덮어 놓고 낳다 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 당시 정부는 ‘적게 낳는 게 모두가 살길’임을 천명하며 가족계획을 발표했다. 국가가 팔을 걷어붙이고 한 가정에 가장 ‘알맞은 가족수’를 지정해 주었다. 말이 가족계획이지 이건 인구계획이었다. 이후 출산율은 주야장천 내려갔다. 1970년엔 4.53명에서 1980년 2.82명으로 줄었다. 이후에도 정부는 가족계획을 밀어붙였다. 1977년에는 정관수술을 받은 사람들에게 아파트 청약 시 우선권도 줬다. 서울의 대표적 고가 아파트인 반포주공아파트는 청약을 위한 정관수술이 화제가 되며 ‘고자 아파트’라는 놀림도 받았다. 1984년엔 합계출산율이 1.74로 내려가고 ‘2명’이 깨지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평균 아래로 내려갔다. 2명은 인구가 대체될 수 있는 최소한의 수치다. 출산율이 이 수치보다 낮으면 인구는 줄어든다. 출산율 하락에는 다양한 요인이 영향을 준다. 앞선 예처럼 정부의 인구정책도 출산율에 영향을 준다. 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사회에서도 출산율이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 한 개인이 경쟁력을 갖추도록 교육하려면 너무나 긴 시간과 비용이 투입되기 때문이다. 노동시장의 여성 참여율도 출산율에 영향을 준다. 교육 수준과 여성의 노동참여율이 높아질수록 출산율이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 OECD 국가들도 1980년에 2.25명에서 2020년 1.59명으로 출산율이 서서히 낮아졌다. 하지만 같은 기간 우리나라는 2.82명에서 0.84명으로 대폭 줄었다. 그리고 얼마 전 발표된 합계출산율은 0.78명이었다.OECD 국가 평균 출산율의 반토막 정도다. 전 세계 꼴찌였는데, 이제는 압도적인 꼴찌가 됐다. 이건 우리 사회가 뭔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는 걸 의미한다.●‘종족보존’ 압도한 ‘자기보존’ 욕구 모든 살아 있는 생명체는 ‘자기보존’뿐만 아니라 ‘종족보존’의 욕구가 있다. 리처드 도킨스가 ‘이기적 유전자’를 통해 말했던 것처럼 인류가 지금까지 생존할 수 있었던 건 유전자에 각인된 ‘생명 의지’일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과 같은 합계출산율이 지속되면 우리나라 인구는 소멸한다. 지금처럼 종족보존 욕구가 나타나지 않는 건 본인부터 살아남아야 하는 ‘자기보존’ 욕구가 압도해 버렸기 때문이다. 자기를 보존하기 위해 너무 많은 시간과 비용을 소모하면 상대적으로 ‘종족보존’을 위해 쓸 에너지가 남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출산율 하락이 ‘공포 스토리’에 가까운 건 전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출산율 하락’이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베이비붐세대(1955년부터 1974년에 태어난 세대)의 ‘고령인구 편입’과 맞물려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신생아가 태어나지 않는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3분의1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거대 인구 계층인 베이비붐세대가 65세 이상 고령인구로 편입되기 시작했다. 앞으로 20년간 매해 60만~80만명의 인구가 고령자로 편입된다. 그러면 지금부터 20년 후의 미래는? 쉽게 그려 볼 수 있다. 인구학자 조영태 교수가 강조하지 않았는가. 20년 정도의 인구변화는 비교적 정확히 예측할 수 있기에 인구변화에 따른 사회변화도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다고. 그렇다. 20년 후 세계에서 가장 늙은 국가가 되는 건 ‘정해진 미래’다. 혹자는 고령화가 우리나라의 문제만은 아니지 않겠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다. 전 세계에서 가장 고령자 비중이 높은 나라인 일본과 이탈리아를 보자. 2022년 현재 우리나라의 고령자 비중은 17.5% 정도다. 일본과 이탈리아는 29.9%, 24.1%로 우리나라보다 훨씬 고령화된 사회다. 문제는 지금이 아니다. 앞으로가 문제다.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는 너무 빠르다. 유엔에서 발표한 인구 예측 결과를 보자. 2045년 정도, 그러니까 앞으로 20년 후면 우리나라는 고령화 측면에서 일본과 이탈리아를 앞서게 된다. 앞으로 20년 후면 전 세계에서 가장 늙은 국가가 되는 것이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고령화율이 2045년을 넘어서도 계속 증가한다는 점이다. 일본과 이탈리아는 2045년을 넘어서면서 고령자 비중이 38% 정도에 수렴하는 경향을 보인다. 우리나라는 2080년 초 정도에 47% 정도를 찍고 이후에는 45%에 수렴하는 것으로 예측됐다.●복지비용도 천문학적으로 늘어날 것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까? 그리 복잡한 계산이 필요하지 않다.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드니 경제는 활력을 잃을 것이다. 줄어든 생산가능인구가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하니 이들의 소비력은 낮아질 것이다. 고령자로 가득한 사회에서 태어나는 건 축복이 아닐 수 있다. 복지비용 또한 천문학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2022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사회복지’ 분야 지출 비중은 15% 정도로 OECD 평균(21%)에 비해 크게 낮다. 코로나19로 인해 예전보다 예산이 크게 늘긴 했지만, 아직도 OECD 국가 중 꼴찌에 가깝다. OECD 국가 평균 정도까지만이라도 복지비용을 끌어올릴 수 있을까? 앞으로의 인구 구조 변화를 고려하건대 쉽지는 않을 것이다. 새로 태어나는 이들보다 더 걱정되는 건 오래 사는 이들이다. 젊은이들이 더이상 노인을 부양하지 않겠다고 들고일어날 가능성이 커졌다. 장수는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리스크로 작용할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가. 고령화를 촉진하는 표면적인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애가 적게 태어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예전보다 오래 산다는 것’이다. 하지만 고령화 충격을 흡수할 큰 방향은 애를 더 낳는 것 한 가지뿐이다. 노인이 오래 살지 못하도록 정책을 펼 순 없지 않은가. 하지만 고령화가 정말 심각해지면 이런 말도 안 되는 소리가 우리의 상상 속에 들어오기도 한다. 고령자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일찌감치 대두된 일본에서 베스트셀러에 오른 소설 ‘70세 사망법안, 가결’에서의 상황 설정을 보자. “이에 따라 이 나라 국적을 지닌 자는 누구나 70세가 되는 생일로부터 30일 이내에 반드시 죽어야 한다. … 정부 추산에 따르면 이 법안이 시행되면 고령화에 부수되는 국가 재정의 파탄이 일시에 해소된다고 한다.” 이 책이 가슴을 아프게 하는 건 소설 속 젊은이들과 노인들의 고통이 너무나도 공감된다는 점이다.●도시·지방 모두의 삶이 팍팍해져 지금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과제는 출산율이 낮아지는 근본적인 이유를 살피는 것이다. 많은 전문가가 이구동성으로 얘기하지만 애를 낳지 않는 이유는 ‘젊은이들이 불안해하기’ 때문이다. 불안감은 팍팍한 현실 속에서 오는 것이고 이런 현실을 만든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수도권 쏠림 현상’이다. 공간 쏠림 현상은 밀도가 높아지는 쪽과 밀도가 낮아지는 쪽 모두 청년들의 삶을 팍팍하게 만든다. 밀도가 높아질수록 한정된 자원을 향한 경쟁의 강도는 높아진다. 한정된 공간에 인구가 모여들면 수요가 커진다. 집값이 뛸 수밖에 없다. 높아지는 집값을 목도한 젊은이들은 살아남기 위한 전략을 짜야 한다. 연애를 포기한다. 결혼을 포기하거나 미룬다. 출산율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최근 저명 학술지인 ‘아메리칸 사이콜로지스트’에 ‘인구밀도’와 ‘출산율’의 관계에 관한 연구 결과가 실렸다. 이 연구는 174개국을 대상으로 1950년 이후 69년 동안 인구밀도가 출산율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살폈다. 연구 결과는 언론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았다. 저자인 로텔라는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 연구에 따르면 출산율이 감소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사람들이 인구밀도가 높은 도시에 살기 위해 농촌을 떠나고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출산율에 관한 논의에서 인구밀도는 종종 제외되는데 이 연구가 정책 입안자, 기관, 또는 모든 이해관계자가 인구구조 변동을 계획할 때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물론 인구밀도가 출산율에 부정적 효과만을 주는 건 아니다. 인구와 산업이 집중된 곳이라야 기업은 집적의 이익을 누릴 수 있다. 사람이든 기업이든 서로 가까이 있어야 지식도 빠르게 공유되고 주변의 도로, 편의시설 등의 인프라도 함께 쓸 수 있다. 협업뿐만 아니라 분업도 가능해진다. 이를 통해 기업은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기업이 와서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면 근로자들의 소득수준이 높아진다. 소득수준이 높아지면 출산율도 늘어난다. 하지만 밀도가 너무 낮아지게 되면 이러한 집적의 이익이 사라지게 된다. 이게 바로 우리나라 지방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지금도 인구 감소 지역의 악전고투를 지켜보고 있지 않은가. 인구가 줄어들면 병원이 버틸 수 없다. 영화관도 사라진다. 그러면 인구는 또 빠져나간다. 그러면 대도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영화관이나 프랜차이즈 커피숍도 들어올 수 없다. 출산율 하락의 원인은 ‘살아남기 힘든 환경’과 이를 바라보는 ‘청년들의 불안감’이기 때문이다. 이를 외면한 아동수당, 육아수당, 출산보조금 등의 정책은 출산율을 높이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러니 불안감을 조성하는 사회경제적 환경을 고쳐야 한다. 서은국 교수는 ‘행복의 진화’라는 책을 통해 ‘삶의 궁극적 목적은 행복이 아니라 생존하는 것’임을 강조했다. 행복한 자가 생존 확률이 높기에 인류는 행복을 좇고 있다는 것이다. 책에서 가장 마음에 와닿았던 구절을 인용해 본다. “호모사피엔스 중 일부만이 우리의 조상이 되었는데, 그들은 목숨 걸고 사냥을 하고 기회가 생길 때마다 짝짓기에 힘쓴 자들이다. 무엇을 위해? 삶의 의미를 찾아서? 자아성취? 아니다. 고기를 씹을 때, 이성과 살이 닿을 때, 한마디로 느낌이 완전 ‘굿’이었기 때문이다. 우리의 조상이 된 자들은 이 강렬한 기분을 느끼고 또 느끼기 위해 일평생 사냥과 이성 찾기에 전념했다. 이 과정에서 그들은 자신의 유전자를 남기게 된다.” 작금의 청년들은 연애와 결혼, 심지어는 자녀 출산이 자신의 생존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걸 느끼고 있는 듯하다. ‘덮어 놓고 낳다 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는 60년대의 캠페인 구호가 현재를 살고 있는 청년들이 품고 있는 생각이 아닐까 싶다. 생존을 위해 일자리를 찾아 청년들은 수도권으로 향하고 있다. 이들의 이동은 더 행복해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덜 불행해지기 위한 선택의 결과다. 살아남기 위해 수도권으로 거처를 옮기고, 결혼과 아이를 포기한 청년들을 어느 누가 탓할 수 있겠는가. 많은 젊은이가 ‘나의 삶이 자식 세대에서 재현되는 걸 보는 것도 고통일 것’이라 말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청년들의 마음 한구석에 자리잡은 불안감의 실체를 대면해야 한다. 불안감을 만드는 환경적 조건을 살펴야 한다. 하루하루가 위태로운 이들에게 2세를 강요한 건 나라가 할 짓이 아니다.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
  • 환경오염·고용대책 불씨 남긴 채… 화순·장성광업소 폐광 서두른다

    환경오염·고용대책 불씨 남긴 채… 화순·장성광업소 폐광 서두른다

    대한석탄공사가 전남 화순광업소와 강원 장성광업소 조기 폐광을 서두르고 있다. 1일 석탄공사 등에 따르면 정부의 탈석탄 정책에 따라 화순광업소는 오는 6월 말, 장성광업소는 내년, 강원 도계광업소는 2025년에 폐광하기로 노사가 사실상 합의했다. 우리나라 1호 탄광인 화순광업소는 100년 넘게 채탄해 매장량이 바닥나 올해 말 폐광할 예정이었지만 6개월 앞당겨 6월에 문을 닫기로 했다. 하지만 화순광업소 직원들은 석탄공사가 폐광에 따른 특별위로금과 부지 매입비를 지불할 의지도 없이 일방적으로 폐광을 밀어붙이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화순군도 당혹스러운 처지다. 당초 화순군은 광해방지대책 수립 용역 결과가 나오면 이를 토대로 관련 대책을 세울 계획이었다. 광해방지대책을 세우기 전에 문을 닫으면 환경오염 피해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광해는 광업 활동으로 생기는 피해로 유독 가스, 폐수, 지표 함몰 등을 말한다. 화순광업소의 석탄을 실어 나르던 복암선(화순읍~동면 복암역) 총 10㎞ 구간은 2014년 12월부터 현재까지 10년 가까이 방치돼 흉물로 변했다. 류기준 전남도 의원은 “광해방지대책 없이 문을 닫으면 갱도 내부 시설물 철거와 분진 처리 등은 오롯이 화순군이 떠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화순광업소가 문을 닫으면 260여명의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고 지역경제 타격도 불가피하다”면서 “대체 산업 육성뿐 아니라 환경오염 해결을 위한 방안도 적극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원 태백지역의 경제를 지탱해 온 장성광업소도 협력 업체들이 지난 2월 말 계약을 해지하면서 폐광이 가시화하고 있다. 장성광업소는 굴진과 갱내 보수 업무를 맡은 협력 업체가 지난해 연말 계약을 해지하면서 많은 근무자가 광업소를 떠났고, 목욕장과 경비 등 소수 인력을 고용하던 나머지 협력 업체도 2월 말로 계약 기간이 끝났다. 지난해 초까지 800여명이 근무했던 장성광업소는 현재 450여명만 남았고, 이들도 곧 떠날 예정이다. 지난해 장성광업소에서는 12만 8000t의 무연탄을 생산했지만 올해는 10만t 이하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까지 채탄이 가능할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석탄공사 관계자는 “화순광업소와 장성광업소는 생산한계에 도달한 상황이어서 폐광이 불가피하다”면서 “노사 합의를 통해 순차적으로 폐광 절차를 진행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 [사설] 일 안 하고도 한 달 수백만원, ‘건폭’의 끝은 어디인가

    [사설] 일 안 하고도 한 달 수백만원, ‘건폭’의 끝은 어디인가

    건설 현장에 일하지 않고 돈만 챙기는 ‘가짜 팀장’과 ‘가짜 반장’이 득실거린다고 한다. 원희룡 국토건설부 장관이 그제 서울·경기·인천 철근콘크리트 사용자연합회와 가진 간담회에서 밝힌 내용이다. 이들은 한 달 평균 560만원을 받고, 많게는 1800만원까지도 챙긴다. 대부분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산하 건설노조 소속이다. ‘채용 강요’, ‘전임비’, ‘월례비’에 이어 ‘가짜 팀·반장’까지 건설 현장에서 노조 이름으로 저질러지는 불법과 비리는 대체 그 끝이 어디인지 놀랍고 개탄스러울 뿐이다. 이들의 행태를 보면 윤석열 대통령이 지칭한 ‘건폭’이라는 표현이 조금도 과장이 아니다. 지금 건설 현장에선 건설노조가 채용을 강요하며 작업반을 투입하는 게 관행이 되다시피 했다고 한다. 이 작업반에 ‘일 안 하는 팀장·반장’이 평균 3명, 많게는 8명이 있고 이들은 현장에 평균 9개월 동안 머물며 망치질 한 번 안 하고 돈만 챙겨 간다는 것이다. 원 장관의 표현대로 이들의 폐해는 정직하게 일하는 노동자와 아파트를 분양받은 국민이 떠안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건설노조 관계자는 원 장관을 향해 “장관이라는 위치에서 입을 그렇게 함부로 놀리시면 안 된다”고 했다. 조폭이 따로 없다.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어제도 “윤 대통령이 ‘건폭’으로 매도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고 한다. 갖가지 폭력적 행태로 이미 국민의 신뢰가 바닥까지 곤두박질쳤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음을 자인하는 꼴이다. 원 장관 말처럼 “법보다 주먹이 가까운 이들이 노조라는 간판을 쓰고 무법지대로 만드는” 행태는 사라져야 한다. 자정(自淨)이 불가능하다면 정부도 엄격한 법 집행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 이런 세상의 이치를 건설노조는 늦었지만 이제라도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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