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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에서 ‘미혼모’ 명칭 사라진다…6일부터 27일까지 새 이름 공모

    서울에서 ‘미혼모’ 명칭 사라진다…6일부터 27일까지 새 이름 공모

    미혼모. 아직까지 한국 사회에서 그 이름은 ‘낙인’이다. 지우기 힘든 주홍글씨다. 검정고시를 통과하고 제과점 주인을 꿈꾸던 ‘17세 미혼모 성은이의 희망 노래’<2010년 9월 29일 자 11면> 보도 이후에도 그랬다. 격려와 희망의 메시지도 많았지만 악플도 적지 않았다. 누가 이들에게 ‘죄인’의 굴레를 씌웠을까. 서울신문과 서울시한부모가족지원센터가 가정의 달을 맞아 미혼모에 대한 우리 사회의 부정적인 인식을 조금이나마 바꿔 보려고 한다. 그들을 어엿한 사회 구성원으로 따뜻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시민단체도 함께 나섰다. 본지는 미혼모에 대한 사회의 인식 전환을 위해 명칭 공모와 함께 홀로서기에 성공한 그녀들의 이야기, 부족한 지원책, 대안 등을 모두 5회에 걸쳐 시리즈로 싣는다. 미혼모에 대한 새 이름 짓기 공모전은 6일부터 오는 27일까지 진행된다. 서울시한부모가족지원센터(http://seoulhanbumo.or.kr)에서 참가 신청서를 내려받아 온라인(hanbumo@seoul.go.kr)이나 우편으로 접수하면 된다. 대상 1명에게는 50만원, 우수상 1명에게는 30만원, 가작 2명에게는 각각 10만원 상당의 상품권이 제공된다. 대상작은 서울시한부모가족지원센터와 미혼모 관련 단체 등에서 ‘미혼모’를 대체하는 단어로 사용될 예정이다. 백민경·윤샘이나기자 white@seoul.co.kr ■ ‘주홍글씨’ 된 명칭 ‘미혼모’ 이제는 바꿀 때다  ‘대부분 10대 임신으로 교육적 경제적 정도가 낮아 충분한 건강관리를 받을 수 없으며 부모로서의 발달과업을 달성할 수 없다.’, ‘신체적인 미숙과 영양 부족으로 유산, 조산, 저체중아 출산 등 고위험 임산부와 고위험 태아 및 신생아가 된다.’  보건복지부가 운영하는 ‘건강길라잡이’ 사이트에 소개된 미혼모의 정의다. 이렇듯 아직 정부나 공공기관에서 조차 미혼모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뿌리 깊게 박혀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미혼모는 ‘결혼하지 않은 몸으로 아이를 가진 여자’로 기재돼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생명에 대한 존엄성을 강조하는 사회·문화적 환경 속에서, 결혼제도를 통한 출산만이 합법적인 것으로 규정돼 편견을 낳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지나친 고정관념 탓에 제도화된 결혼관계가 아닌 미혼 남녀의 출산이 모두 죄악시 되고 있다는 것이다. 친구·동료·가족까지 외면하는 그들의 현실  실제 생활에서 그 ‘주홍글씨’는 더 짙다. 김혜림(31·가명)씨도 혹독한 과정을 겪었다. 2008년 임신 사실을 알게 된 김씨는 결혼을 약속했던 남자친구에게 아이에 대한 소식을 전했다. 남자친구 역시 “책임지겠다.”며 그를 안심시켰다. 그러나 말뿐이었다. 남자친구는 자신의 부모에게도 김씨의 임신과 출산을 알리지 않았다. 김씨는 철저히 혼자가 됐다. 갓난 아이만이 유일한 안식처였다. 그는 직장에 다니면서도 동료들에게 미혼모라는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 그러다 우연히 동네에서 아기를 안고 있는 모습을 직장 동료가 보고 말았다. 당황했지만 그는 친한 동료라 믿고 사실대로 모든 것을 털어놨다. 그러나 말로는 이해한다던 동료는 점차 변했다. 시선이 달라졌고, 연락도 받지 않았다. 마치 김씨가 ‘죄인’이라도 된 듯이. 결혼해서 자녀가 있는 친구들은 다를 것이라 생각했다. 어머니도 없는 그에게는 위안의 손길이 절실했다. 출산하기 바로 몇 달 전 그는 친구에게 임신 사실을 토로했다. 돌아온 대답은 “낙태해.”였다. 결국 그 친구와도 연락이 끊겼다.  믿었던 동료나 친한 친구 조차도 외면하는 모습을 보고 김씨는 세상에 미혼모라는 사실을 드러내지 않기로 했다. 그는 “사람들은 미혼모라고 하면 그냥 나쁘게만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어머니 대신 딸처럼 대해주던 외숙모와 외삼촌도 등을 돌렸다. 외삼촌은 “도와주지 말라.”며 외숙모와 그를 가까이 하지 못하게 했다.  이것이 대한민국에서 살고 있는 미혼모들의 현주소다. 무슨 사연이 있든, 어떤 과정을 겪었든 사람들은 미혼모를 일단 색안경부터 끼고 본다. 사회적 낙인, 생활고, 가족·친구와의 단절까지 삼중고를 떠안고 제 자식을 택한 엄마를 ‘단죄’하려 든다. 취재 과정에 만난 대다수의 미혼모들은 가장 어려운 것이 “사회의 따가운 시선”이라고 입을 모은다.  가족의 형태로 인정해야낙태, 입양 문제도 해결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조사한 ‘미혼모·부에 대한 한국인의 태도와 인식’ 보고서에 따르면 미혼모는 3.18점을 기록, 동성애자(3.48점) 다음으로 차별을 받는 집단으로 조사됐다. 이어 외국인 노동자(3.17점), 장애인(3.09점), 미혼부(3.07점), 영세민 (2.88점), 결혼이주자(2.78점), 이혼자(2.71점), 여성(2.50점) 등의 순이었다. 남기철 동덕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이러한 사회적 편견은 여성 개인의 시민적, 모성적 권리를 부인하고 낙태와 입양으로 연결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남 교수는 “선진국에서는 미혼모·부를 개인적 삶의 선택으로 존중하고, 가족의 형태로 인정한다.”고 말했다.  미혼모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개선되면 입양, 낙태 문제가 적지 않게 해소될 것이라는 의견도 많다. 박근혜 서울시한부모가족지원센터 팀장은 “당당하게 아이를 키우는 환경이 조성되면 자연스레 입양과 낙태 대신 출산을 결정하는 여성이 늘고, 결국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저출산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언론과 공공기관, 시민단체가 미혼모에 대한 인식 전환을 위해 함께 나섰다. 서울시한부모가족지원센터와 20여곳의 미혼모관련 단체들은 지난달 28일 ‘미혼모지원단체협의체’를 발족했다. 구세군 두리홈, 구세군 한아름, 마음자리, 마포클로버, 보아스아동, 청소년 상담 센터, 샤인힐, 서울특별시아동복지센터, 성동구건강가정지원센터, 생명누리의 집, 아름뜰, 안산시건강가정지원센터, 열린집, 영락모자원, 착한벗선우랑 심리상담센터, 한국미혼모가족협회,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해오름빌, 창신모자원, ㈔지혜로운 여성, 동국대학교 사이프 동아리 등이 자리했다. 이들은 ‘미혼모의 새 이름을 지어주세요’ 캠페인 사업 준비와 선포식, 향후 계획 등을 논의했다. 이 날 발족식에는 서울시청, 여성가족재단, 한국미혼모가족협회등 총 18개 기관 관계자들도 참석했다. 본지와 이 단체들은 미혼모에 대한 인식개선 캠페인을 진행하기로 했다. 핵심은 미혼모의 새명칭 공모다. 또 캠페인 공모전과 더불어 다음(daum) 아고라에서 토론과 응원서명도 동시에 진행할 예정이다.  백민경·윤샘이나기자 white@seoul.co.kr ■ 미혼모가 말하는 미혼모… “미혼모는 OO이다” “제가 미혼모라는 걸 아는 순간부터 사람들 눈빛이 변해요. 아이를 대하는 것도 달라지고요. 저희는 변한게 없는데.”  ‘편견 가득한 눈빛과 싸늘한 반응’. 미혼모들이 느끼는 우리사회의 따가운 시선이다. 특히 미혼모를 ‘우리와 다른 사람’으로 보는 편견이 이들을 더 위축되게 만든다.  지난해 홀로 자녀를 출산한 최서원(30·가명)씨. 그녀는 미혼모를 무책임한 여성으로 여기는 주변의 시선 때문에 여러번 상처를 받았다고 했다. 최씨는 “주변에서 미혼모라고 하면 언제든 아이를 두고 도망갈 수도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충격을 받았다.”면서 “ ‘살다보면 한번쯤 큰일이 닥칠텐데 그 때 도망가는거 아니냐.’고 되물어올 때 가장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녀는 미혼모를 “가장 후회 없는 삶을 선택한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자신의 소중한 아이를 지키고 책임지기 위해 세상의 편견에 맞서 아이를 택한 사람이라는 뜻에서다.  미혼모들은 무엇보다 일상 속에서 부딪히는 주변인들의 눈초리가 가장 견디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이들은 “미혼모의 자식이라고 홀대하거나 차별할까봐 가장 두렵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미혼모는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에서 열린 부모교육에 참석했다가 다른 학부모들로부터 싸늘한 시선을 느꼈다며 울먹였다. 그녀는 “자기소개를 하는데 특이한 내 성씨를 딴 아이의 이름을 함께 말하자 나를 보는 시선이 차가워졌다.”면서 “혹시 내 아이에게 신경을 덜 쓰거나 차별을 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에 마음을 졸인다.”고 말했다.  서울 청림동에서 사는 미혼모 박소은(19·가명)씨 역시 홀로 아이를 키우면서 부딪히는 장벽이 예상 외로 높다고 말했다. 미혼모라는 이유로 취직이 잘 되지 않아 경제적인 어려움도 크다. 8개월 된 자녀를 키우는 박씨는 “대부분 미혼모들은 출산하고 빨리 아이를 맡기고 돈을 벌러 나가는데 보육시설이 턱없이 부족해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아이를 낳지 않는 부부도 많은데 우리같은 미혼모들은 더 힘든 상황에서도 꿋꿋이 아이를 낳고 기르니 슈퍼우먼이지요.” 박씨는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윤샘이나기자 sam@seoul.co.kr
  • “가계 도움” “저소득층 되레 차별”

    만 5세 어린이를 가진 부모에게 최대 30만원의 교육비를 지원하고 현행 유치원과 어린이집으로 나눈 교육과정을 하나로 통합하는 내용을 담은 정부의 이번 발표에 대해 학부모와 교육계는 대체로 반겼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무상급식 같은 선심성 복지로 저소득층의 혜택이 상대적으로 줄어든다는 우려와 함께 교육과학기술부, 보건복지부로 이원화된 구조에서 정책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학부모 김지은(36)씨는 “한달에 40만~50만원에 달하는 어린이집 비용 때문에 자식 한명을 키우는 데도 허리가 휠 지경인데, 앞으로는 소득에 상관없이 비용을 지원해준다고 하니 실제 가계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직장인 안정식(34)씨는 “맞벌이 부부는 자식이 태어난 이후 곧바로 어린이집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자식 갖기가 꺼려졌는데, 이번 조치로 어느 정도 경제적인 부담은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교원단체들은 정부의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구체적인 예산 확보 방안과 제도 운용 합리화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유아교육비 지원 확대를 통해 유아교육 공교육화의 첫발을 내디뎠다는 점은 높이 평가한다.”면서 “다만 보육교사 간의 능력 편차가 큰 만큼 교원 양성기관에 대한 질적 관리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동훈찬 대변인은 “연간 8000억원에 육박하는 재원을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만 의존할 경우 다른 교육부문 예산이 부족해질 수 있다.”면서 “유치원과 어린이집으로 이원화된 교육과정을 통합하는 과정에서 교과부와 복지부 간에 정책 충돌 가능성도 있는 만큼 부처 간의 체계적인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종로의 한 사립유치원 대표는 “유치원비와 보육비 지원을 전 소득계층으로 확대할 경우 저소득층은 기존에 받던 혜택에 비해 지원이 떨어져 상대적으로 차별을 받을 수 있다.”면서 “간식비, 체험활동비 같은 실비에 대해서도 계층별로 추가적인 지원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립유치원연합회 관계자는 “바우처 같은 직접 지원에 예산이 쏠리면서 학부모들이 간절히 바라는 병설유치원 신·증설이나 열악한 사립유치원 시설 개선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면서 “또 경영상 어려움을 겪는 유치원에서 낮은 임금에 시달리는 교원의 처우 개선과 교사 연수 확대 등이 동반돼야 정부가 추진하는 유아교육의 질적 개선이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최재헌기자 goseoul@seoul.co.kr
  • 日·中 역사왜곡 대응 취지…교과내용도 쉽고 재미있게

    日·中 역사왜곡 대응 취지…교과내용도 쉽고 재미있게

    정부의 한국사 교육 강화는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이나 중국의 동북공정 등 주변국의 역사교육 강화 추세와 영토 도발 등에 대응하려면 역사교육을 강화하는 것이 필수라는 판단에 근거하고 있다. 22일 역사교육 강화 방안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과 역사 왜곡으로 국민의 올바른 역사 인식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면서 “이번 역사교육 강화 방안은 학생들이 우리 역사를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영토 수호 의지를 갖게 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배용 역사교육과정개발추진위원회 위원장도 “정부의 이번 국사교육 강화 방안은 차세대에게 건전한 역사관과 국가관을 심어주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며 이 장관의 설명에 가세했다. ●초·중생 교과서 시대별 구성 탈피 교육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한국사 교육이 한층 쉽고 재미있게 바뀐다. 지금까지의 한국사 교과서는 선사시대∼현대로 이어지는 시대별 구성으로, 딱딱하고 재미없다는 인식이 많았다. 이에 따라 초등학교에서는 일화나 역사인물의 이야기를, 중학교에서는 정치 및 문화사건 중심으로 가르치고, 고교에서는 시대별 사회구조를 종합적으로 파악하게 하는 방식으로 내용을 학교 급별에 따라 차별화한다. 아울러 박물관 관람과 역사강좌 등 역사체험 프로그램을 확대해 역사교육의 현장성도 강화하기로 했다. 같은 맥락에서 현재 선택과목인 한국사도 2012학년 고교 신입생부터는 필수과목으로 바꾸기로 했다. 선택과목이지만 현재 대부분의 고교에서는 한국사를 가르치고 있다. 하지만 선택과목이어서 한국사를 가르치지 않는 학교도 없지 않다는 판단에 따라 필수과목으로 바꿔 모든 학생들이 한국사에 대한 기본적인 소양을 갖출 수 있도록 했다. ●“수능 필수과목 지정은 좀더 검토” 다만 정부는 한국사를 대학입시나 수학능력시험과 연계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이 장관은 “한국사가 중요하지만 정부 입시정책의 큰 기조는 학생들의 수능 부담을 가능하면 줄이자는 것”이라며 “한국사를 수능 필수과목으로 정하면 입시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 따라서 계속 검토는 하겠지만 이번 방안에는 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교육계는 역사교육 강화 방안을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의 김동석 대변인은 이번 방안과 관련해 “우리의 뿌리를 찾고, 학생들이 자긍심을 기를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당연히 필요한 것”이라며 “다만 세계사 등 역사과목을 함께 가르치는 조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역사교사모임의 오세운 회장은 “정부는 새삼 한국사 교육을 강조하지만 일선 학교에서는 국·영·수 때문에 다른 과목들이 위축되고 있다.”면서 후속 대책을 주문했다. 그런가 하면 다른 사회교과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철우(경북대 교수) 한국지리학회장은 “영토에 대한 깊은 이해 없이 역사만 공부하라는 것은 껍데기만 중시하는 발상에 가깝다.”면서 “한국사만이 아니라 사회 교과를 전반적으로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눈치보며 휴가 쓰세요? 기업논리에 발목 잡혔군요

    눈치보며 휴가 쓰세요? 기업논리에 발목 잡혔군요

    100년이 넘는 자본주의 역사는, 아주 단순화시켜 말하면 ‘노동시간’을 둘러싸고 노동과 자본, 그리고 국가가 벌여온 지난한 싸움의 과정이었다. 그 결과, 하루 12~15시간씩 이어지던 중노동은 8시간 노동으로 법제화됐다. 일주일에 5일만 일하는 주 5일제도 자리잡았다. 이제 21세기는 ‘휴가 시간’을 둘러싼 싸움이다. 싸움? 상식에 어긋나는 표현이다. 정기휴가, 생리휴가, 대체휴가, 연차휴가, 경조휴가, 휴가명령제 등 이미 법과 제도로 보장된 각종 휴가들이 엄연히 있는데 무슨 싸움이란 말인가. 하지만 현실은 싸움이다. 직장 상사, 동료들의 눈치를 치열하게 살펴야 하는 싸움이다. 눈치 싸움 끝에 제대로 누리지 못한 휴가는 인사부 담당자의 컴퓨터에 켜켜이 쌓여 있다가 연말이 되면 허공으로 날아가 버리고 만다. ‘잃어버린 10일’(김영선 지음, 이학사 펴냄)은 휴가를 ‘사실상’ 반납한 채 이뤄지는 한국 사회의 장시간 노동 시스템에 반기를 든다. 그리고 성장, 생산성, 경쟁력의 담론 안에 갇혀 있는 ‘휴가의 해방’을 과감히 선포한다. ‘경영 담론으로 본 한국의 휴가 정치’라는 꽤 어려워 보이는 부제를 달고 있다. 그러나 요지는 복잡하지 않다. 당연히 자본의 입장에서 휴가를 고민하고 있는 경영자들은 물론, 노동자 역시 자본의 입장에서 휴가를 바라보고 있는 이율배반적인 현실을 책은 직시한다. 뭇 직장인들은 늘 쭈뼛거리며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그러나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경영자총협회(경총) 등에서는 늘 너무 많다고 아우성치는 ‘휴가의 이율배반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전환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돌이켜 보자. 마음 놓고 연차휴가 10일, 혹은 20일을 ‘쭈욱’ 쓰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 아닌가. 하루이틀씩 쪼개서 쉬며 ‘재생산의 시간’으로 애써 자위하고 있지 않는가. 길게 휴가를 썼다는 이유로 상사나 동료들에게 눈총을 받은 기억은 없는가. 휴가를 꼬박꼬박 챙기는 동료나 후배를 부러워하거나 욕한 적은 없는가. ‘그렇다’라는 답이라면 우리는 자본의 입장에서 만들어놓은 휴가에 대한 인식의 울타리(담론) 안에 여전히 머물고 있는 것이다. 서울과학종합대학원 레저경영대학원 겸임교수인 저자는 어떻게 해서 ‘쉴 수 있는 휴가는 많은데 쉰 휴가는 별로 없는 현실’이 만들어지고 있는지 역사적으로, 사회학적으로, 그리고 정치학적으로 접근한다. 한국의 기업은 여전히 장시간 노동문화를 기반으로 삼고 생산성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 2009년 기준 한국의 연간 노동시간은 2316시간이다. 다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과 비교해 보면 1년에 최소 500시간에서 1000시간 이상 더 일하고 있다. 하루 8시간 노동을 기준으로 비교해 보면 1년에 2달 이상을 덤으로 일하고 있는 셈이다. 선진국에 비해 뒤떨어지지 않는 온갖 휴가들이 즐비하게 보장돼 있고, 법으로 주 40시간 노동을 규정하고 있음에도 왜 이런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할까. 과거의 휴가는 단순한 노동을 위한 피로 회복의 도구이면서 국가와 자본의 입장에서는 통제와 관리의 영역이었다. 그러나 최근의 휴가는 더 많은 생산성, 더 높은 경쟁력을 위한 수단이자 노동을 위한 재생산의 시간으로 변했다. 구성원들의 반론도 변변치 않다. 기업의 논리와 가치로 이뤄진 지배담론이 한국 사회를 사실상 장악했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나아가 휴가에 대한 가치가 발전과 성장, 그리고 경쟁과 생산성의 가치에 뒷전으로 밀려남으로써 인해서 휴가 제도와 현실 사이에 비동조화 현상이 지속되고, 실질적 민주화 또한 계속 지연되고 있음을 결론적으로 얘기한다. 안타까운 점은 일반 노동자들의 삶과 이해관계와 밀접히 연관된 문제를 다루고 있음에도 이들의 이해를 도울 수 있는 대중교양서 형식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책의 구성과 문장 등이 학술 논문 형식을 띠고 있어 편안한 독서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1만 9000원. 글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그래픽 이혜선기자 okong@seoul.co.kr
  • [Weekly Healthy Issue] (53) 증상없는 치명적 질환 ‘복부대동맥류’

    [Weekly Healthy Issue] (53) 증상없는 치명적 질환 ‘복부대동맥류’

    생소하지만 치명적인 질환 가운데 복부대동맥류가 있다. 인체의 모든 혈관은 이상 변화를 일으킬 수 있지만 특히 이 복부대동맥류가 주목받는 것은 증상이 없고 치명적이어서다. 일단 증상이 나타나면 열명 중 여섯명은 병원에 도착하기도 전에 숨지고, 수술을 받는 나머지 네명도 생명을 담보할 수 없다. 천재 물리학자 아인슈타인과 1세대 영화배우 조지 스캇의 목숨을 앗아간 복부대동맥류는 그 위험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최근 유병률이 크게 늘고 있는 복부대동맥류에 대해 강동경희대병원 심장혈관센터 조진현 교수로부터 듣는다. ●복부대동맥류란 어떤 질환인가. 동맥류란 정상 동맥보다 직경이 50% 이상 증가하는 상태를 말한다. 간단하게 말하면 동맥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는 것이다. 뱃속에 있으면서, 인체에서 가장 큰 동맥인 복부대동맥의 정상 직경은 약 2㎝다. 그런데 이 복부대동맥이 50% 이상 굵어져 3㎝ 이상이 되면 복부대동맥류로 본다. ●복부대동맥류가 왜 문제가 되는가. 복부대동맥류는 특이 증상이 없어 대부분 자신에게 그런 병증이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지나간다. 그러다가 대동맥류의 크기가 더 커지면 파열되는데, 이 경우 60% 정도가 병원 도착 전에 사망한다. 또 병원에 도착해 수술적 치료가 이뤄지는 나머지 40%도 사망률이 30∼90%에 이른다. ●국내 유병률과 특징적인 발병 추이는. 전체적인 복부대동맥류의 빈도를 조사한 보고는 현재까지 없다. 유사한 사례를 다룬 영국의 부검조사에 따르면 전체 유병률이 1.3%에서 많게는 12.7%까지 보고되고 있다. 증상이 없는 복부대동맥류의 유병률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연인원 10만명당 3명에서 많게는 117명까지 보고되고 있다. 이런 복부대동맥류는 남성보다 여성에게 5배나 많은데, 남성의 경우 50세부터 급증해 80세에 가장 많다가 이후 빈도가 낮아진다. 여성은 발병 빈도가 남성보다 10여년이 늦은 60세 이후에 급증한다. 남녀 공히 60세 이상인 사람의 5%가 복부대동맥류를 가지고 있을 정도로 흔하다. 최근 강동경희대병원이 50세 이상 성인 남녀와 복부대동맥류 가족력을 가진 일반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국내 복부대동맥류 유병률은 1.1%로 나타났다. 특히 복부대동맥류 고위험군인 흡연력이 있는 65세 이상 남성의 경우 유병률이 4.9%로 무척 높았다. 발병 추이는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심평원에 의뢰해 2004년 이후 5년간 복부대동맥류를 포함한 동맥류로 치료받은 환자를 조사한 결과 2004년 1872명, 2006년 2489명, 2008년에 3658명 등으로 5년 사이 2배 이상 증가세를 보였다. ●원인은 무엇인가. 동맥류는 인체의 혈류역학적 문제와 생화학적 변화, 유전성 등 복합적인 요인에 의해 발생한다. 혈류역학적 원인이란 심장 박동에 따른 스트레스가 동맥벽에 지속적으로 전달돼 혈관 벽이 약해지면서 동맥류가 형성되는 경우로, 젊은 층보다 60세 이상의 고령층에 많다. 또 동맥벽을 구성하는 결체조직을 분해하는 효소인 ‘기질단백분해효소(matrix metalloproteinase)’가 증가해 동맥류를 만들기도 한다. 물론 인체에는 이런 효소의 작용을 억제하는 물질이 있지만, 그 양이 부족하면 적절하게 분해효소를 통제하지 못해 동맥류가 발생하게 된다. 유전성도 무시할 수 없다. 가족 구성원 중에 동맥류 환자가 있으면 다른 가족에게서 동맥류 발생 확률이 무려 18배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증상과 자가검진은 어떻게. 복부대동맥류는 거의 증상을 보이지 않으며, 증상을 보일 때면 상당한 병증의 진행이 있다고 봐야 한다. 일부 환자는 배에서 박동성 종괴(덩어리)가 만져지기도 한다. 또 간혹 경미한 복통 또는 허리 통증을 호소하기도 하는데, 이는 대동맥류 후벽의 침식에 의한 증상으로, 반드시 파열 가능성을 확인해 봐야 한다. 복부대동맥류가 파열되면 혈압이 떨어지고, 안색이 창백해지며, 심한 불안감과 함께 점차 의식을 잃는다. 복부대동맥류를 가진 사람에게서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지체없이 수술을 해야 한다. 자가검진을 위해서는 편안히 누운 상태에서 무릎을 굽히고 명치 끝과 배꼽 사이를 손으로 가볍게 만졌을 때, 심장처럼 박동하는 멍울이 만져지면 복부대동맥류를 의심해 볼 수 있다. ●검사 및 진단방법은. 동맥류는 대부분 건강검진 등 다른 검사 중에 우연히 발견된다. 동맥류를 검사하는 방법으로는 비침습적인 초음파검사가 우선이며, 여기에서 동맥류가 관찰되면 컴퓨터 단층촬영(CT)이나 자기공명영상(MRI)검사를 시행한다. ●치료는 어떻게… 치료법 효용과 한계는. 치료는 개복해 동맥류 발생 부위를 인조혈관으로 대체하는 고전적 방법과 방사선으로 투시하면서 스텐트·도관을 삽입하는 방법으로 나뉜다. 개복복원술은 개복에 따른 복강 및 폐·심혈관계 합병증이 스텐트·도관삽입술보다 높지만, 안정적인 수술이 이뤄지면 이후 5년 내에 CT검사를 통한 주위 대동맥의 변화를 관찰만 하면 된다. 스텐트·도관삽입술은 개복복원술에 비해 비교적 안전한 방법으로 조기회복·조기퇴원이 가능하고, 수술에 따른 합병증이 거의 없다. 그러나 시술 후 6∼12개월 간격으로 초음파나 CT를 통한 추적관찰이 필요하다. ●위해성과 정책적 대안은. 고령사회로 진입하면서 노인 건강은 국가사회에 엄청난 부담이 되고 있다. 당연히 노인들의 건강관리 비용뿐 아니라 그들의 노동력을 사회에 환원시키는 것은 중요한 문제다. 이런 관점에서 복부대동맥류로 인한 노동력 및 사회경제적 손실을 줄이기 위해서는 정확한 전수조사를 통해 유병률과 발병 패턴, 치료 및 예방법을 개발·관리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행정의 달인 29인을 말하다] (8) 농업 분야

    [행정의 달인 29인을 말하다] (8) 농업 분야

    이번에 소개하는 달인은 농업분야 달인이다. 이준배 경기농업기술원 농촌지도사는 맞춤형 지도로 농민들의 소득증대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고, 피옥자 연기군 농촌지도사는 농산물 상품화의 1등 공신으로 통한다. 나양기 전남농업기술원 농업연구사는 국내석류 분야 1인자로, 강보원 보령시 농촌지도사는 친환경농업의 달인으로 통한다. 류정기 경북도 농업연구사는 농자재 개발로 농민들의 수입증대에 기여하고 있다. 5명의 달인 모두가 우리 농촌의 버팀목이 되고 있는 공무원들이다. 다음달 7일에는 달인코너 마지막회로 산업분야의 달인 4명을 소개한다. ■ ‘국회의장 공관의 석류나무 기적’ 나양기 전남 농업기술원 농업연구사 농업분야에서 행정의 달인으로 선정된 나양기(57) 농업연구사는 ‘국내 석류 분야 1인자’로 불린다.  2009년 김형오 당시 국회의장이 서울 한남동 국회의장 공관에 있는 석류나무에 열매를 맺혀보려고 전국에 수소문한 일이 있다. 연락이 닿은 나 연구사가 이 나무를 관찰하고 30분에 걸쳐 컨설팅을 해준 이후 김 전 의장은 전년도에 하나도 보지 못했던 석류를 그해엔 무려 15개나 거둘 수 있었다. 농학박사인 그는 이후 한국방송공사 ‘아름다운 정원’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석류재배 기술을 전국에 전파했다. 나 연구사는 1974년 농촌지도사 근무를 시작으로 1992년 농업연구사로 전직을 한 이래 한결같이 과수산업 발전에 공헌해 왔다. 1992년 광주에서 현 나주로 이설한 농업기술원 과수시험포장 2만 7000㎡를 조성해 과수연구기반을 구축했다. 1994년부터는 5년간 농업기술원 과수연구소 초대육종재배연구실장으로 일하면서 신품종 참다래 10종류를 개발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했다. 매실 권위자로서 재배기술 연구 등 매실산업 발전에도 공헌했다. 농촌진흥청에서는 나 연구사의 강의내용을 ‘고품질 매실 생산기술’ 이라는 DVD로 만들어 농민교육자료로 활용을 하기도 했다. 그는 또 ‘천수’라는 배 명품브랜드를 만들기도 했다. 나주, 곡성 등지의 대미 수출 배단지에 기술지원을 해 수출증대에 기여한 공으로 2008년 한국유통공사사장의 감사패를 받았고, 2010년에는 모범공무원(국무총리)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네이버 등 인터넷에서 ‘나양기’나 ‘석류재배기술’ 검색어를 입력시 수십건의 자료가 추출되기도 하며, 석류재배기술 등을 정리 이용하고 있는 ‘다락골 사랑’이라는 블로그에서도 그의 농업 재배 성과는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나 연구사는 국내에 석류재배 기술에 대한 자료가 전무해 중국의 산동성, 섬서성과 일본의 대형 서점, 석류 수입국인 우즈베키스탄의 대형서점 등을 찾아다니는 등 석류 자료와 기술서를 확보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기도 했었다.  나 연구사는 “아직도 미정립 단계에 있는 나무 가지치는 방법 개선 및 유기재배 매뉴얼개발 등 알기쉽게 활용 가능한 석류재배와 관련된 책자를 발간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주 최종필기자 choijp@seoul.co.kr ■ ‘농민 맞춤형 지도 호평’ 이준배 경기 농업기술원 농촌지도사 “한국과 칠레의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될 때 칠레산 과일의 물량공세로 국내 과수농가가 설 자리를 잃을 것이라는 걱정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우리 과수농가는 품질 강화로 경쟁에서 살아 남았습니다. 품질 향상만이 우리 농가가 세계 경쟁에서 살아남을 유일한 방안입니다.”  과수·원예기술의 달인으로 뽑힌 이준배(43) 경기 농업기술원 농촌지도사의 목소리에는 우리 농업을 지키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담겨 있었다. 아무리 값싼 농산물이 들어오더라도 지금은 돈을 더 주더라도 맛있고 몸에 좋은 제품이 지갑을 열게 한다는 게 이 지도사의 지론이다.  이 지도사는 농민 지도분야의 ‘표창 제조기’로 통한다.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이 지도사에게 기술을 배운 농민 21명과 5개 단체가 각종 제품 평가회를 휩쓸며 정부 표창 및 상장을 받았다. 이 지도사는 뛰어난 지도력을 인정받아 07년 포도품질평가 대상수상 유공 공무원 표창을 받기도 했다.  이 지도사의 남다른 교육 비결은 철저한 농민 맞춤형 지도에 있었다. 그는 “대부분의 농민들은 과학적인 이론이 아닌 단순 경험치를 바탕으로 농사를 지어왔기 때문에 아무리 이론 교육을 많이 하더라도 농사 기법을 바꾸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관할 지역의 모든 농가를 일일이 찾아가 물은 며칠에 한 번씩 줘야 하는지, 한 번 줄 때는 몇 리터의 물을 줘야 하는지 등을 직접 시범보이며 알리기 시작했고, 이 지사의 능력을 의심하던 마을 어른들도 그의 열정과 노력에 마음을 열고 그를 믿고 따르기 시작했다.  그 결과, 06년 전국 최고 과일(Top-Fruit) 품평회에서 배 부문 2위, 07년 포도 부문 1위를 경기도 농가가 차지하며 배, 포도, 사과, 복숭아 등을 경기도 농업의 주요 업종으로 끌어 올렸다. 그는 또 07년 전국 최초로 ‘중량 선별기 부착형 비파괴 당도선별기’를 개발·보급해 농가소득 증대를 이끌었다. 이 기계를 통해 과일 출하 시 무게 및 크기별로 분류하는 동시에 과일을 파괴하지 않고 당도를 확인할 수 있다.  이 지도사는 “농민에게 외국 농가와의 경쟁에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는 지도사가 되기 위해 더욱 분발할 것”이라면서 “우리 농업 부흥을 위해 후배 양성에도 나서고 싶다.”고 말했다. 박성국기자 psk@seoul.co.kr ■ ‘보령=EM 메카’ 이끈 강보원 충남 보령시농업기술센터 농촌지도사 충남 보령이 유용미생물(EM·Effective Microorganisms) 메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국내 최대의 EM 생산시설과 생선아미노액비생산시설, EM발효비료공장이 가동 중이다.  대천해수욕장과 모세의 기적으로 유명한 무창포해수욕장 등을 보유한 관광도시 보령의 변화 중심에는 ‘친환경 농업의 달인’ 강보원(52) 보령시농업기술센터 농촌지도사가 있다.  그는 “은행잎이나 두충 등에는 특이한 냄새가 있어 벌레가 안생기는 것을 생각하면 된다.”면서 “보령에서는 구제역 방제와 소독용으로 EM 80t을 사용하는 등 활용도를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 지도사는 ‘EM 전도사’다. 유기농업기사까지 취득하며 친환경 농업을 실현하는데 필수조건으로 EM을 설파하고 있다. EM이 농작물의 저항성을 높이고 생육을 활성화한다는 믿음이 확고하다.  2004년 11월 기술센터에 500ℓ 규모 EM 배양기 3대를 설치, 매주 1.5t을 생산해 농민들에게 무료 공급하면서 자신감을 찾았다. 당시 20ℓ씩 75명에게 제공했는데 효과가 입증되자 수요가 급증했다. 지자체는 해외 사용 현장을 돌아보면서 실효성을 확인한 후 EM 공장 신축과 농민 교육 등을 진행했다. 농민들도 연구회를 조직해 친환경 농자재 구입 및 판매 등에 나서며 뒷받침했다.  2007년 연간 1800t을 생산할 수 있는 EM 생산시설을 필두로 2009년 생산규모 100t의 생선아미노액비생산시설, 지난해 3000t을 생산할 수 있는 발효비료 공장이 잇따라 준공됐다. 생선아미노액비는 불가사리와 잡어, 생선부산물 등을 발효시켜 고가의 아미노액비를 생산해 지역민에게 저렴하게(10ℓ 기준 2만원) 공급할 수 있게 됐다.  보령시는 2008년 4월 국내 최초로 ‘EM 생산공급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이어 비료관리법에 혼합유기질 및 부숙비료 등 3종을 발효비료로 등록시켜 안정적인 공급 체계도 갖췄다.  2007년 농업진흥공무원 교육과정에 EM 교육과정이 신설됐고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에 실시하는 교육에는 농민과 학생 등 8600여명이 수강했다. 강 지도사는 “농촌의 경쟁력은 친환경 농업”이라며 “EM 활용으로 인증 농가가 배출되고 경제적 효과도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보령 박승기기자 skpark@seoul.co.kr ■ ‘농산물 상품화 앞장’ 피옥자 충남 연기군농업기술센터 농촌지도사 충남 연기에는 ‘피옥자’라는 농산물 브랜드가 있다. “믿고 살 수 있는 농산물”의 상징이다. 연기군농업기술센터 피옥자(여) 지방농촌지도사의 닉네임이다. 그는 ‘농산물 상품화의 달인’으로 통한다.  충북 음성에서 1만평 고추 농사를 짓는 농군의 딸로서, 원예 박사와 종자기사·식물보호기사·종자관리사 등 자격을 겸비했다.  피 지도사는 복숭아의 고장에서 ‘토다메 감자’라는 틈새를 개척했다. 1996년 공직을 시작한 피 지도사는 3월 씨감자가 부족해 외지에서 고가에 구입하는 농민들의 어려움을 목격했다. 자체 공급을 고민했고 우수한 종자를 보급하자는 생각에 씨감자 연구에 나섰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전국 최초로 무병 씨감자를 농가에 보급할 수 있게 됐다. 씨감자는 실내 조직배양실에서 묘를 키워 수경재배를 거친 뒤 망실에서 증식하는 3단계를 거쳐 농가에 공급한다. 명품 감자 생산을 위해 칼슘처리 및 질산(10㎏)과 황산(㎏)을 섞어 내부 변색이 적고 전분함량이 높은 최고 상품을 얻을 수 있는 새로운 재배법도 찾아냈다.  터널재배 신기술이 더해지면서 한달 앞당긴 5월 출하를 실현했다.  무병 씨감자는 생산량이 10a(300평) 기준 4350㎏으로 일반감자보다 27% 많고, 소득도 176만 5000원으로 65% 증가했다.  피 지도사는 기존 감자와의 차별화를 위해 2004년 상표를 출원했다. ‘흙담 밑의 소중한’이란 뜻의 토다메가 탄생했다. 감자는 20㎏ 포장이라는 고정관념도 깨트렸다. 독신, 소가족화 추세에 맞춰 4·5·10㎏ 소포장을 선보였다. 토다메 감자는 10㎏에 1만 4000원으로 일반감자보다 25% 비싸지만 매년 가격이 동일하다. 지난해 생산된 200t은 출하 한달만에 소진하며 명성을 확인시켰다.  2009년 선보인 ‘친정맘 절임배추’와 고추 주산단지였던 전의·소정지역의 옛 명성 회복에 나선 ‘으뜸이 고추’도 농가 소득을 올리는 데 일조하고 있다. 이같은 노력으로 그는 2005년 농촌지도대상, 2010년 충남 포장디자인 대상을 수상했다. 피 지도사는 “농민이 웃을 때 가장 기쁘고 보람스럽다.”면서 “잘 할 수 있는 일이기에 새로운 도전과 시도가 두렵지 않다.”고 말했다. 연기 박승기기자 skpark@seoul.co.kr ■ ’농자재 개발 명장’ 류정기 경북 농업기술원 농업연구사 농업분야 달인으로 선정된 류정기(43) 경북도 농업기술원 농업연구사는 농자재 개발의 명장이다. 항상 농민 편에서 생각하고 연구해 실제 농삿일에 도움이 되는 농자재를 기발하게 만들어 내고 있기 때문이다.  류씨는 농자재 관련 특허 24건을 비롯해 실용신안, 디자인(의장) 등 35건의 산업재산권을 갖고 있다. 이 분야 공직자가 보유한 산업재산권으로는 가장 많다. 전문 생산업체에 의해 실용화된 농작업용 가위칼 등 9개 제품은 농가들로부터 절대적인 호평을 받고 있다. 덩달아 제품 생산업체들도 즐거운 비명이다.  그가 개발한 농자재는 일반 농자재보다 무게는 훨씬 가벼운 반면 기능은 월등해 남녀노소 누구나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데다 노동력도 크게 절감시켜 주고 있다. 품질에 비해 가격 또한 저렴하다. 특히 그의 특허 제품인 농작업용 가위칼과 미끄럼방지용 가지치기 가위는 200억원대에 달하는 국내 농작업용 가위 시장에서 외국산 가위 수입 대체 효과를 얻고 있다. 전문 생산업체에 기술을 이전해 경북도의 세외 수입도 올려 주고 있다.  그가 농자재 개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사용이 불편하고 힘든 농자재로 인한 농민들의 애로사항을 자주 접한 것이 계기가 됐다. 1995년 농촌 지도직에서 연구직으로 직종을 전환하면서 보다 사용이 편리하고 간편한 농자재를 만들어 농민들에게 보급해야 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이 때부터 류씨는 주로 주말에 농민들을 찾아 각종 농자재에 대한 개선 의견을 수렴하고 밤샘 연구·개발 작업에 몰두했다. 농자재 생산업체들도 찾아가 자신이 연구·개발한 신제품 생산에 대한 의사를 타진하길 반복했다. 처음엔 이들로부터 ‘산업 스파이가 아니냐.’는 등의 엉뚱한 오해도 받았다. 하지만 이 같은 오해는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그의 연구·개발한 특허 제품이 하나, 둘 탄생하고 농민과 언론 등으로부터 각광을 받으면서 유명 인사가 됐다.  그의 연구·개발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류씨는 “시기성이 요구되는 제품을 우선 실용화하고 특허 출원했다.”면서 “나머지는 좀 더 다듬고 보완해 농민들에게 최상의 상품으로 인정받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대구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철밥통 ‘국립’이 변했다! 도대체 무슨 일 있었기에

    철밥통 ‘국립’이 변했다! 도대체 무슨 일 있었기에

    공연계가 수군댄다. “철밥통 국립이 변했다.”고. 쑥덕공론 뒤에는 긴장감이 묻어난다. 도대체 국립 공연단체에 무슨 일이 일어났기에…. 그도 그럴 것이 연초부터 국립현대무용단, 국립극단, 국립발레단의 정기공연이 잇따라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전례 없는 일이다. “간판(국립)만 그럴듯할 뿐 공연은 재미없다.”며 냉소하던 민간 단체들이 ‘국립’을 의식하기 시작했다. 이 같은 변화를 이끌어낸 힘은 무엇일까. 1 캐스팅 개혁 국립현대무용단과 국립극단은 지난해 7월과 8월 각각 재단법인으로 전환했다. 일부 단원들의 반발 등 진통도 따랐지만 법인 전환 이후 두 단체는 맨 먼저 ‘철밥통 단원제’를 수술했다. 재창단한 국립현대무용단은 오디션을 거쳐 단원(비상근)을 새로 뽑았다. 국립극단도 백성희·장민호 두 원로배우만 빼고 기존 단원을 모두 내보냈다. 종전에는 전속 형태이다 보니 공연에 관계없이 꼬박꼬박 월급이 나왔고, 쫓겨날 염려도 없었다. 일부 배역도 ‘짬밥’에 따라 주어졌다. 하지만 이제는 공연 때마다 오디션을 거쳐야 한다. 실력이 없으면 배역도, 수입도 기대할 수 없다. 2 재밌는 공연 그렇게 해서 뽑힌 짱짱한 출연진은 극의 재미로 이어졌다. 이변의 신호탄은 국립현대무용단이 쐈다. 지난달 29~30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무대에 올린 창단공연 ‘블랙 박스’가 무용, 그것도 현대무용 공연으로는 이례적으로 추가 공연까지 완전 매진된 것. 현대무용은 난해하다는 편견을 깨고 이미 검증된 8개의 작품을 갈라쇼처럼 재미있게 엮은 것이 주효했다. 국립극단의 법인 전환 뒤 첫 작품 ‘오이디스푸스’(1월 20일~2월 13일) 역시 재미있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묵직한 주제에도 불구하고 표가 동났다. 국립극단 공연이 매진되기는 2001년 인기스타 김석훈 주연의 ‘햄릿’ 이후 10년 만이다. 3 착한 가격 법인 후발 주자인 ‘연극’과 ‘현대무용’의 선전에 위기의식을 느낀 것은 ‘발레’였다. 10년 전 일찌감치 재단법인으로 전환한 국립발레단은 발상의 전환으로 승부수를 걸었다. 고전발레의 정수 ‘지젤’을 준비하면서 프랑스 파리오페라발레단 버전을 선택한 것이다. 파리 버전이 국내 무대에 오르기는 처음이다. 그 결과 공연(2월 24~27일)도 전에 전회 전석 매진 기록을 세웠다. 1962년 창단 이래 약 5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가격도 거품을 뺐다. 추가 판매에 들어간 좌석은 시야 확보가 덜 되는 단점을 감안해 5000원으로 책정했다. 앞서 국립현대무용단은 좌석 구분 없이 모든 자리를 1만원에 판매하는 파격 시도를 감행했다. 국립극단도 전 좌석 1만원 균일가의 사전 공연(프리뷰)을 가졌다. 4 단체간 경쟁 국립극장 관계자는 “국립극장 산하에 있다가 법인 등으로 독립하다 보니 단체 간 경쟁 심리도 작용한 것 같다.”고 풀이했다. 실제 국립극단은 홍보 예산을 대폭 늘렸다. 국립극장 시절 편당 1000만원 쓰던 홍보비를 ‘오이디푸스’ 때는 3~4배 더 썼다는 후문이다. 공연 시작 전부터 서울 대학로·명동 등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에서 빨간색 ‘오이디푸스’ 홍보 깃발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5 실력파 감독 국립 단체들은 단원뿐 아니라 ‘머리’도 바꿨다. 국립현대무용단과 국립극단은 초대 예술감독으로 홍승엽과 손진책을 각각 영입했다. 모두 공연판에서는 알아주는 실력파들이다. 30년 이끌어온 극단 ‘미추’를 아내(김성녀)에게 맡기고 국립극단에 합류한 손 감독은 신고작에 한태숙(연출가), 박정자·서이숙·이상직(주연배우) 등 이름값 하는 스타들을 끌어들였다. 연임에 성공한 최태지 국립발레단장은 파리오페라발레단 수석무용수를 ‘지젤’ 남녀 주역에 특별 출연시키는 저력을 발휘했다. 6 그러나… ‘매진 거품’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일부 단체는 자체 예산으로 일정 분량 표를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15일 “국립단체에 변화의 바람이 부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지나친 경쟁 구도 유도는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너무 상업적으로 흐를 경우 예술노동자들의 권익이 침해될 수 있고 (작품의) 예술적 품격도 훼손될 수 있다.”고 경계했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中, 그 많던 농민공 다 어디 갔나

    중국 전역이 노동력 부족으로 아우성이다. 경제발전을 이끌었던 동부 연안 지역은 물론이고, 서부 대개발로 노동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중·서부 거점 지역들도 인력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2억 4000만명에 이르는 농민공(농촌 출신 도시 일용직 노동자)들이 고향으로 돌아간 춘제(春節·설) 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구인난은 창장(長江)·주장(珠江) 삼각주 등 동부 연안 지역이 가장 심하다. 특히 광둥성에서는 선전 20만명, 광저우 9만명 등 모두 100만명 이상의 노동자가 부족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회사 단위로 쓰촨성 청두(成都), 허베이성 정저우(鄭州) 등 농민공들의 고향에서 ‘농민공 모시기’에 나서고 있지만 30~40% 인상된 임금을 제시해도 농민공들은 쉽사리 움직이지 않고 있다. 지난 12일 후베이성 우한(武漢)의 한 인력시장에서는 목공 월급이 3000위안(약 51만원)까지 치솟았다. 농민공들의 고향인 중·서부 지역도 그들을 붙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춘제 이후 현지에서 열리는 ‘구인 캠페인’은 그야말로 동부와 중·서부의 치열한 노동자 쟁탈전과 다름없다. 중·서부 지역은 고향에 가깝다는 이점과 동부 연안과 별 차이 없는 임금 등을 제시하며 농민공들을 주저앉히고 있다. 올 춘제 이후 중국 노동시장의 변화를 일각에서는 전통산업의 서부 이전, 동부 연안의 첨단산업화 등 산업구조조정 차원에서 긍정적으로 해석하기도 하지만, 저임금으로 경제성장을 이끌었던 잉여 노동력 시대의 종언이 다가온 것 아니냐는 분석도 설득력 있게 제기된다. 실제 지난 3년간 농민공 수는 3000만명 이상 줄었고,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고향 등에서 창업한 것으로 조사됐다. 베이징 박홍환특파원 stinger@seoul.co.kr
  • “돈이 뭔지 알고 개처럼 버는 겁니까?”

    “돈이 뭔지 알고 개처럼 버는 겁니까?”

    설날 뒤끝이다. 아이들이 가장 풍요롭게 흥청거리는 때다. 연 2조원에 이른다는 풍성한 세뱃돈이 세상에 돌아다니는 때이기도 하다. 아이들은 두둑한 주머니를 앞세워 평소에 갖고 싶었던 물건을 사거나 친구들과 어울려 PC방 등에서 게임머니를 구입한다. 부모들은 공부에 지친 아이들에게 소비를 통한 잠시의 일탈을 만끽하도록 허용한다. 굳이 설날이 아니라도 평소 제대로 돌보고 대화 나누지 못하는 미안함을 돈으로 보상하곤 한다. 전통사회에서 부모의 농사를 돕고, 소 여물 베며 노동의 주체로서 경제활동에 참여하던 아이들은, 현대사회에서 철저히 소비의 주체로 우뚝 선다. 한국투명성기구의 2008년 조사에 따르면 ‘10년 감옥 사는 한이 있어도 10억원을 번다면 부패를 저지를 수 있다’고 응답한 중고생이 17.7%를 차지했다. 또한 어느 설문조사는 ‘아버지에게 원하는 것은 재력 뿐’이라는 대학생이 44%라는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여기에 데이트할 때마다 포기된 아르바이트 시급 4000원이 떠올라 결국 연애를 포기한 ‘88만원 세대’의 서글픈 청춘의 풍경들도 있다. 이런 풍경도 있다. 미국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결혼식장을 폭격해 무고한 민간인 50여명의 목숨을 빼앗아갔다. 그 보상금은 가족당 200달러였다. 9·11테러 희생자들에게 지급한 보상금의 6800분의1에 불과하다. 가까운 예도 있다. 회사가 보너스를 줬다. 아싸! 그런데 동료들은 100만원을 받았는데, 나만 90만원을 받았다. 기분이 심히 울적해진다. 하지만 이 경우는 어떤가. 동료들은 모두 70만원을 받았는데, 나만 80만원을 받았다. 내색은 하지 않지만 속으로는 쾌재를 부른다. 이렇듯 우리네 삶은 쉼 없이 돈을 욕망하고, 돈에 상처받고, 돈과 관계를 맺고, 많은 가치들을 돈으로 환산한다. 대체 돈이 무엇이기에. ‘돈의 인문학’(김찬호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은 인간의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어온 돈의 실체에 둘러 쳐진 껍데기를 한 꺼풀씩 벗겨낸다. 부자되는 법, 대박 터뜨리는 법 등을 다루는 재테크 책이 난무하고, 책과 신문, TV, 그리고 퇴근 뒤 술자리에서도 돈에 대한 궁상과 허세가 함께 떠들어진다. 그러나 정작 돈이 나에게 무엇인지는 얘기되지 않고 있다. ‘돈은 최상의 하인이고, 최악의 주인’이라는 프랜시스 베이컨의 아포리즘까지 굳이 언급할 필요없다. ‘개처럼 벌어서 정승처럼 쓴다.’는 우리 속담만 상기해도 돈이 갖고 있는 양면성은 명확하다. 정승처럼 쓰는 방법을 배우지 못한 채 개처럼 버는 법만 부지런히 좇는 시대이니 더욱 그러하다. ‘거리의 인문학자’로 통하며 강단 안팎을 오가면서 강의하는 김찬호 성공회대 교양학부 초빙교수는 눈 부릅뜬 채 인문학과 사회학의 현미경과 망원경을 통해 돈의 실체를 들여다본다. 인문학적 접근을 한다고 해서 어려운 이론을 앞세우지 않는다. 재미있는 구체적 사례를 제시하며 누구나 삶 속에서 쉽게 사유할 수 있도록 했다. 돌돈-크고 무거울수록 가치가 높았다-을 썼던 남태평양 미크로네시아 캐롤라인 군도 야프 섬 사람들 이야기, 농담이나 불법, 사기가 아니라 진지하게 달의 토지를 분양해 떼돈을 번 미국 남자 이야기, 영화와 시, 소설이 곳곳에서 적절하게 불쑥불쑥 등장한다. 그는 “인문학적 사유가 지금 닥친 금전적 어려움에 직접적 해결책을 주지는 못한다. 그러나 성찰의 끈을 놓아버리면 우리는 더욱 무기력하게 돈의 위력에 휩쓸리고 빨려들게 된다.”면서 “인문학은 돈과의 관계를 리모델링하는 지혜와 용기를 불어넣을 수 있다.”고 말했다. 책에서는 마지막으로 질문을 던진다. 자녀(혹은 남)에게 돈 이외에 주고 있는, 줄 수 있는 ‘그것’이 있는가. 자녀(혹은 남)도 ‘그것’을 감사하게 받고 있는가. 그리고 대답하며 결론짓는다. 당신의 삶에 ‘그것’이 있다면 당신은 아주 행복한 사람이다,라고. 1만 3000원.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전문·연구직 여성공무원들 육아휴직은 ‘그림의 떡’

    전문·연구직 여성공무원들 육아휴직은 ‘그림의 떡’

    여성 공무원들의 출산휴가나 육아휴직시 대체인력 운영시스템을 보완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일반 행정업무를 맡는 여성 공무원들은 출산·육아휴직으로 자리를 비울 경우 인력풀제가 운영돼 부담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연구직 등 전문분야는 대체인력 수급이 어려워 출산·육아휴직이라는 말조차 꺼내기 어려운 실정이다. 출산휴가 및 육아휴직을 활성화하기 위해 부처별 인력풀 강화나 퇴직자 활용방안 등 보완책 마련이 필요하다. 30일 정부 부처와 소속 기관 등에 따르면 6개월 이상인 육아휴직의 경우 별도 정원을 인정해 인력을 충원할 수 있지만 실제로 이를 활용하는 경우는 많지 않고 대부분 동료 직원들이 업무를 떠맡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출산휴가(90일)도 대부분 다른 직원이 업무를 떠안고 있었다. ●대부분 다른 직원들이 떠안아 환경부 소속 기관인 환경과학원이나 유역환경청의 경우 연구의 연속성과 현장점검 등의 업무 특성 때문에 육아휴직이 생기면 별도 정원으로 충원하기보다 동료 직원들이 업무를 나눠서 하는 실정이다. 기획재정부의 경우 5급 사무관 10명 등 모두 20명이 출산휴가 중이지만 휴가자의 업무는 동료들이 떠안고 있다. 재정부 관계자는 “실무직이라고 해도 정책입안에 관련된 업무인 만큼 대체인력을 쓰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조달청과 특허청 역시 조달계약과 등록·출원 등 비밀문서를 다룬다는 점 때문에 출산휴가자의 업무는 동료들에게 고스란히 짐이 되고 있다. 출산휴가자의 일을 대체근무로 떠안으면 매월 5만원의 업무대행 수당이 지급된다. 여러 명이 나눠 맡을 경우에는 각각 3만원으로 낮아진다. 대체근무자들은 “늘어난 업무부담과 함께 책임이 따른다는 점에서 부담이 크지만 동료를 생각하면 마냥 발뺌할 수만도 없다.”고 말했다. 사회부처 소속기관의 연구사 이모(여·35)씨는 “늦은 나이에 첫아이를 가져 석달간 출산휴가를 다녀왔지만 육아휴직은 꿈도 못 꾼다.”면서 “장기간 자리를 비우게 되면 팀워크가 흔들려 진행 중인 프로젝트에 차질이 생기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문직의 경우 인력풀을 활용해 맞춤형 대체인력을 찾으면 된다지만 말처럼 쉽지 않다. 무엇보다 업무파악에 시간이 필요하고, 어느 정도 알 만하면 그만둬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환경공단은 출산·육아 휴직자가 20명에 달하지만 대체인력 투입이나, 업무를 대신하는 근무자에게 수당지급도 안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단 관계자는 “출산에 따른 휴직으로 대체인력을 투입하는 것은 중앙부처나 가능하지 공단의 구조 특성상 쉽지 않다.”고 귀띔했다. 산림청과 통계청의 경우 대체 인력풀제를 운용 중이다. 그러나 서울·경기·대전지역뿐이고 다른 지역은 자체적으로 결원을 메우고 있다. 문제는 대체인력은 한시 채용이다 보니 일을 가르치다 보면 채용기간이 끝나 버린다. 이런 이유로 차라리 업무를 알고 있는 다른 직원에게 휴가자의 일을 떠안도록 종용하기도 한다. ●올부터 한시계약직 공무원 채용 이런 문제점이 제기되자 행정안전부는 지난해 9월 법을 개정해 ‘한시계약직 공무원’을 채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했다. 이들을 대체인력으로 투입해 업무공백을 최소화하겠다는 복안이다. 지난해 일부 기관에서 선발했지만 실질적으로는 올해부터 채용이 본격화된다. 고용노동부는 2007년 직업상담직(옛 콜센터) 여직원들을 공무원 8~9급으로 전환 임용했다. 직업상담직 직렬은 전체 1397명 중 200여명이 육아휴직 중이어서 지방청 중심으로 대체인력 충원을 진행 중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대체인력뱅크 구성과 한시계약직 도입 등의 제도 정비를 거치면서 지난해 9월부터 대체인력을 뽑지 못했다.”면서 “선발 공고를 냈기 때문에 2월 말이면 인력풀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환경부는 본부와 소속 기관을 합해 출산·육아휴직자가 63명인데 이 가운데 본부 결원인원 11명을 한시계약직으로 선발할 예정이다. 방송통신위원회의 경우 육아휴직자 20명 가운데 11명을 한시계약직으로 운용하고 있다. 최근 한시계약직 대체인력으로 중앙 부처에서 근무 중인 김모(39·여)씨는 “개인적으로 일할 기회가 생기고, 경력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해 지원했다.”면서 “근무지에서 업무와 새로운 얼굴을 익히느라 정신이 없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은 오죽하겠느냐” 출산·육아휴직을 경험한 여성공무원들은 “말로는 출산장려 운운하면서도 색안경을 쓰고 보는 시각은 달라지지 않고 있다.”면서 “공무원들의 사정이 이런데 민간 중소기업의 여성 근로자 고충은 오죽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전문가들은 “여성 공무원들이 눈치 보지 않고 출산·육아휴직을 갈 수 있도록 부처별 인력풀을 강화해야 한다.”며 “한시계약직 운영 활성화와 함께 보안과 전문성이 요구되는 전문직의 경우 동일직렬에 근무한 퇴직 근로자들을 활용하는 방안 등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부처종합·유진상기자 jsr@seoul.co.kr
  • 이광재 강원지사 대법 판결전 본지 격정토로 “면직 슬픈게 아니라 현실이 눈물난다”

    이광재 강원지사 대법 판결전 본지 격정토로 “면직 슬픈게 아니라 현실이 눈물난다”

    <원고지 89장 분량 인터뷰 전문 수록> 이광재 강원도지사는 대법원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확정 판결로 지사직을 잃은 27일 강원도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재판 절차와 결과에 실망스럽다.”면서 “지사직을 잃어서 슬픈 것이 아니라 현실이 가슴 아프고, 도민들을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판결 바로 전날인 26일 서울신문과 단독 인터뷰를 가졌다. 이 지사는 인터뷰에서 대법원 판결과 참여정부에 대한 평가, 정치 현안, 2012년 대통령 선거 등에 대해 견해를 밝혔다. 이 지사는 참여정부가 출범한 2003년 이후 언론과의 인터뷰를 자제해 왔으며, 지난해 6월 강원도지사에 당선된 뒤에도 도정과 관련한 인터뷰만 해 왔다. 정치 현안 전반에 대해 구체적으로 의견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인터뷰는 서교동에 자리잡은 강원도 서울사무소 5층 회의실에서 이도운 정치부장과의 대담으로 오전 11시부터 1시간 40분동안 이어졌다. ●대법 상고심 결과 →대법원 판결이 이 지사의 정치적 운명을 결정한다고 보나. -지금까지도 백척간두 위에서 한 걸음 더 내딛는 심정으로 살아왔다. 다 잘될 거라 본다. 불교 경전에 나오듯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이 상황을 더 잘 극복할 거라 생각한다. →‘정치적 탄압’이라고 말하고 싶나.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라고 생각한다. 누구를 미워하거나 원망하거나 상처내는 일을 하고 싶지 않다. 한 세상 살다 가면서 선한 생각만 가져도 세상을 구제하지 못하는데 남을 해하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참여정부의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이 됐을 때 수많은 제보가 쏟아져 들어왔다. 이런 저런 정보들이 많았지만 사람을 해할 수 있는 건 하지 말자고 했다. →10년 동안 피선거권을 갖지 못하게 된다. 정치인 이광재의 미래는 어떻게 되나. -항상 새로운 미래에 도전했고 시련도 많았지만 좋은 일도 많았다. 내 운명에 대해 낙관적으로 생각하는 편이다. 항상 웃는 그런 나를 보고 근거 없는 낙관주의자라고 얘기하는데, 나중엔 내 말이 맞았다. →이번 판결을 맡은 박시환·신영철·안대희 대법관과 개인적인 인연이 있나. -없다. →박시환 대법관을 만난 적이 있나. -없다. 기본적으로 의회·행정·사법 등 삼권이 분리돼 있고 내 처지로 볼 때 공정하게 가는 게 맞다고 본다. →엄기영 전 MBC 사장이 강원도지사 직에 도전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엄 사장이 당선될 것으로 보나. -내가 알 수가 있나. 어쨌든 엄 사장한테 내가 인간적으로, 정치적으로 도울 수 있는 최선의 길을 가야 될 것 같다. 그런데 그 분이 나에게는 정치를 안 한다고 했는데. 언론인의 길을 가고 싶다고 그렇게 말했다. ●참여정부와 노무현 대통령 →참여정부는 성공했다고 보나 실패했다고 보나. -절반의 성공이 있었고, 절반의 실패가 있었다. →성공했다고 보는 것은 어떤 부분인가. -깨끗한 정치를 만드는 데 기여했다. 또 서민 대통령이었고, 권위주의를 타파했고, 지역균형발전도 이뤘다. 무엇보다 높이 평가하는 것은 ‘자기 지지자와 싸울 수 있는 대통령’이었다는 점이다. 지지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했고, 대추리 문제를 극복하고, 수십년간 적체됐던 방폐장과 천성산 터널 문제도 해결했다. →실패한 절반은 무엇인가. -당시 우리가 갖고 있던 세력에 비해 너무 큰 어젠다를 가졌고, 그러다 보니 너무 큰 상처가 났다. 예를 들어 행정중심복합도시만 해도 세번의 선거 동안 내건 공약이었는데도 헌법재판소까지 갔다가 뒤집혀 다시 국회로 왔다. 우리나라 대통령이 실제로 바꿀 수 있는 부분은 작다. 국가의 5% 정도밖에는 바꿀 수 없다고 본다. →노 대통령과 참여정부의 적통을 잇는 정치인은 누구라고 생각하나. -아… 그런 사람이 또 있을까. 노 대통령은 노 대통령이고, 또 다른 사람은 또 다른 사람이다. 제3의 무엇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정치인은 진화해야 한다고 본다. →참여정부의 정부 조직시스템을 현 정부가 많이 바꿨다. 무엇이 잘됐고, 무엇이 잘못됐나. -현 정권 들어 항상 인사 문제가 불거지고, 위기관리에서도 허점을 드러냈다. 그러다 홍보수석, 인사수석, 위기관리 시스템도 다 복구했다. 기존 것을 인정하고 잘할 수 있는 것에 매달려서 임기를 마치는 게 올바른 태도라고 본다.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 가장 큰 이유가 뭘까. -내가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한 이유와 같은 게 아닐까 싶다. 인간의 얼굴을 한 대통령, 봉사하는 태도,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 그게 가장 좋았다. 보통 사람들의 정서를 잘 이해했다. 노 전 대통령은 ‘자기 원고를 스스로 쓸 수 있는 사람이 지도자가 된다’고 했다. 노 전 대통령이 그런 사람이었고, 그를 대통령으로 만들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노 전 대통령은 임기 내내 ‘투쟁’하는 정치인이었다. 가장 힘들었던 싸움은 무엇이었다고 보나. -언론과의 관계가 가장 힘들었던 게 아닌가 싶다. 참 가슴 아픈 일이었다. 그런 말도 있지 않나. 언론과 부인과 성직자와는 싸우지 말라고…, 그러나 그걸 알면서도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었기 때문에 한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이 어려워지니 열린우리당 사람들도 다 돌아섰다. 그때 심정이 어땠나. -노 대통령은 스스로를 ‘경계인’이라 했다. 변호사로 기득권층에 진입했지만 사건을 맡기 어려워 직접 찾아가는 인권변호사가 됐고, 호남 가면 영남 사람, 영남 가면 배신자라고 했다. 항상 빈 들에 서 있는 노무현을 봤다. (믿었던 사람들이 돌아선 것은) 마음 아픈 일이다. 노 대통령을 비판하다가 서거하고 나서 국민적인 열기가 있으니까 또다시… 정치가 좀 담백했으면 좋겠다. →참여정부에 많은 386세대들이 참여했다. 그 당시 386들은 국가를 경영할 준비가 돼 있었다고 보나. -노 대통령 정부가 아마추어 정권이라 폄하하기 위해 그런 말들을 만들어낸 측면이 있다. 노 대통령도 50대 중반이었고 386이라 해 봐야 전체 수석비서관 중에 나와 천호선 둘 정도였다. 1958년 개띠가 12명이나 됐다. 그렇게 따지면 김종필 총재도 30대에 정권의 2인자가 아니었나. 미국 대통령 나이가 평균 53.1세다. 미국 역사의 전환기 당시 대통령은 루스벨트, 케네디, 클린턴이 있었는데 모두 40대 초반이었다. 내적 역량이 강한가 그렇지 않은가가 중요한 것이다. →386 정치인들에게 여전히 공통된 지향점이 남아 있나. -세대의 에너지라는 것이 있다. 김영삼·김대중 대통령이 주창한 40대 기수론이 먹혔던 이유가 뭔가. 그 세대들은 한참 감수성이 예민할 때 8·15와 6·25를 겪었다. 그러니 생명력이 얼마나 강하겠나. 386세대도 마찬가지다. 데모를 하고 안 하고를 떠나 80년대에 광주가 얼마나 가슴 아팠나. 척박한 현실에서 몸으로 앞서 나가고 마음으로 동조한 세대가 386이다. 목숨을 걸고 한 시대를 타개하려 했던 강력한 에너지를 가진 사람들이다. ●안희정, 유시민, 김두관, 문재인 →김두관 경남지사가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참여정부의 지분 가운데 60%는 노 대통령이, 나머지 40%는 안희정·이광재 지사가 반반씩 갖고 있다고 했다. 동의하나. -과분한 말이다. 나는 오히려 빚을 많이 갚아야 할 처지에 있는데 지분이 어디 있겠나. →참여정부의 부채를 떠맡기 싫어서 지분을 안 가지려는 건 아닌가. -의리가 제일 중요하다고 본다. 사랑했기에 대통령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고, 그 생각에 변함이 없다. 386세대에 미안한 것은 나를 많이 사랑했던 분들에게 내가 모자란 점이 많다는 것이다. 갚아야 한다. →이 지사와 안 지사, 김 지사,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문재인 전 비서실장 중에서 노 대통령이 인간적으로 제일 좋아했던 사람은 누구였나. -문재인 실장이다. 그러니까 민정수석도 시키고, 비서실장도 시켰지.(웃음) →문 실장이 언젠가 정치를 할 거라고 보나. -(30초 넘게 고심을 하다가) 잘 모르겠지만, 문재인 실장이 손학규 대표와 대통령 후보 경선을 했으면 좋겠다. 물론 정세균·정동영 최고위원도 함께했으면 좋겠지.(웃음) →유시민 전 장관은 참여정부의 지분이 없나. -그렇지 않다. 노 대통령이 각별한 애정을 가졌던 분이다. 다만 지금은 민주당이 아니니까. →다섯분 가운데 정치 지도자로서의 재능이나 역량은 누가 가장 낫나고 보나. -여태까지는 노 대통령의 그늘 속에 있었고, 이제 처음으로 안희정·김두관 지사도 시험대 위에 오른 거다. 중요한 건 본인의 비전과 경영능력이다. 지금은 평가를 하기에는 이른 시기다. →안희정 지사와는 협력 관계인가, 경쟁 관계인가. -안 지사나 김 지사나 나나 실질적으로 의미 있는 결과를 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 모든 걸 다 걸고 전력투구해야 할 시기 아닌가. ●정치현안과 2012년 대선 →개헌 얘기가 계속 나온다. 어떤 생각을 갖고 있나. -개헌은 해야 하지만, 시점을 놓쳐 버렸다. 이미 권력 후반기가 아닌가. 어떤 개헌이 필요한 가는 진지하게 준비해야 한다. →개헌 이슈가 한동안 갈 것으로 보나. -한나라당 원희룡·남경필 의원 등 60년대생 정치인, 시·도 지사들과 여야를 떠나 대한민국의 문제에 천착하는 모임을 만들어 보고 싶다. 내년은 세계사적으로, 특히 동북아 지역의 명운을 가르는 해다. 남북 정세 변화와 에너지·자원 문제를 둘러싼 극동의 관리를 어떻게 운영하느냐가 향후 10~20년을 좌우할 것이다. 이 문제에 정치권 전체가 몰두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지금 개헌 문제로 지지고 볶아서야 되겠나.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50%를 웃돈다. 이 지사는 몇점을 주겠나. -이미 대통령인데, 지지율이 70%면 어떻고 30%면 어떤가. 남북 정상회담이 필요한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또 서민경제가 어렵다. 이 대통령이 임기 마지막까지 이 두 가지 문제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이 지사 본인에게는 몇점을 주고 싶나. -나는 지사 업무 수행한 지가 얼마 되지 않았다. 한 50점쯤 주겠다. 강원도에서 나의 지지율도 그 정도다. →이명박 대통령의 정책 중에 가장 아쉬운 것은 무엇인가. -포용과 통합이다. 국민통합은 정치적 수사가 아니고 생존의 전략이다. →2012년 대선의 가장 중요한 어젠다는 무엇일까. -일자리, 교육, 복지라고 본다. 또 동북아 평화와 물류 문제를 생각해야 한다. →‘박근혜 대세론’이 강하다. 야당이 박 전 대표를 넘기 어렵다고 보나. -박 전 대표는 지난 2007년 경선 패배를 깨끗하게 승복하고 이명박 대통령을 지지하는 순간 이미 지도자 반열에 올랐다고 본다. 앞으로 대통령의 비즈니스 역할이 커져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영국에서 공부도 했고, 도지사·장관도 했고, 비교적 안정감 있고 예측가능한 후보라 생각한다. 박 전 대표와 손 대표가, 문재인 실장도 경선에 나설지 모르겠지만, 멋진 승부를 벌이지 않을까 싶다. →박 전 대표는 무리 없이 한나라당 후보가 될 거라 보나. -한나라당에서는 박 전 대표가 되는 게 순리가 아닐까 싶다. 예측가능한 정치를 해야 한다. →현재 박 전 대표와 1대1로 붙을 때 가장 경쟁력 있는 후보는 누구라고 보나. -그걸 말할 수 있나. 나도 강원도지사 선거에서 지지율 23%포인트까지 뒤졌다가 13%포인트 차이로 이겼다. 결국 말을 많이 듣는 사람, 애정을 가진 사람이 승리자가 된다고 본다. ●정치인 이광재 →이념적으로 진보인가, 보수인가. -나는 이데올로기를 믿지 않고 진화를 선택했다. 오류를 빨리 극복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는 게 진정한 진화다. →정치권이 좌파와 우파로 나뉘었는데, 이데올로기가 없으면 정치 기반을 무시하는 것 아닌가. -경제만 봐도 신자유주의부터 소련체제, 복지국가 모델이 정부 발전을 이끌고 왔는데 어떻게 어느 하나가 옳을 수 있나. 공존하려는 통합의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 정치에서 진보와 보수, 좌파와 우파는 황당한 얘기다. →공무원들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나.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할 때 각 부처 최고의 엘리트들과 일한 경험이 있다. 공무원들은 유능하고, 문제 해결 능력이 있다. 그런데 처음에 무슨 얘기하면 안 된다고 한다. 다시 한번 취지를 잘 설명하면 반드시 답을 찾아온다. →불교신자다. 본인의 종교가 정치 활동에 영향을 미치나. -로마의 멸망 원인 중 하나가 종교 탄압이다. 인도와 무굴제국이 가장 왕성한 때는 종교를 모두 허용했을 때다. →참여정부 때 실세여서 강원도에 예산을 많이 주도록 했다는데, 사실인가. -그렇다. 많이 따려고 노력했다. 다만 나는 예산 딸 때 사무관, 과장부터 일일이 다 설득한다. 정치적으로 결정하면 그때뿐이다. 정권이 바뀌면 가위표가 된다. 생명력과 일관성 있게 정책을 유지하려면 주무 사무관과 과장의 확신을 얻어내야 한다. →강원도분들이 보수적인데 왜 작년에 민주당 후보인 이 지사를 선택했다고 보나. -첫째, 강원도를 위해 일을 잘할 것 같다는 것. 둘째,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해봐서 국가도 좀 알고, 국회의원도 두번 해서 국회도 안다는 점. 셋째, 그래서 도지사 시켜 일하게 한 다음 강원도를 대표하는 인물로 키워야겠다는 거 아니겠나. →강원도지사 선거 때 공언한 대로 10년 후 대통령 선거에 나올 건가. -난 정말 강원도민에게 큰 신세를 졌다. 강원도지사로 최선을 다해서 성과를 내고 싶다. 안희정·김두관 지사도 성공해서 나중에 대통령 선거 후보 경선에 나와 멋있게 경쟁하고, 멋있게 후보 단일화하고, 그것도 멋진 일이다. 대담 이도운 정치부장 정리 구혜영·강주리기자 koohy@seoul.co.kr ■ 이광재 격정토로 인터뷰 전문 (200자 원고지 89장) 이광재 강원지사가 27일 대법원 상고심에서 유죄를 선고받고 지사직을 잃었다. 2년만에 막을 내린 박연차 게이트의 종착역에서 끝내 내리지 못한 채 “선고 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 도민들께 죄송하다.”며 고개를 떨궜다.  이 인터뷰는 선고 전날 진행됐다. 이 지사는 서울신문과 인터뷰에서 우여곡절 많았던 취임 이후의 소회와 정치관,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관계, 2012년 대선 등 정치 전반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인터뷰는 이도운 정치부장과 대담 형식으로 서울 서교동 강원도민회관 4층 회의실에서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됐다. ●강원지사 강원지사가 중앙 정치권에서 크게 주목받는 자리가 아니다. 그런데 이 지사가 당선되고 나서 관심이 높아진 것 같다. 얼마나 중요한 자리인가. -강원도는 대륙 국가로 가는 전진기지다. 올해 23개국을 다룬 ‘세계 흥망사’라는 책을 내려고 한다. 2025년이 되면 우리나라도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하게 된다. 결국 한반도 평화체제와 남북을 관통하는 철도 문제, 중국·러시아의 자원과 에너지 문제를 해결할 때 신성장 동력이 나온다. 서울 중심의 서쪽으로 기울어진 배가 동쪽으로 균형을 잡는 극동아시아 시대가 온다. 지금은 강원도의 역사가 부상하는, 매우 중요한 시기다. 국가 및 강원도의 발전 전략이 일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치권에서 흔한 말로 ‘호남은 푸대접, 강원도는 무대접’이라고 한다. 현 정권의 내각과 청와대 수석에 강원도 출신 없다. 도민들이 지역 차별을 느끼나.  -있는 것 같다. 참여정부만 해도 강원도 출신 장·차관들이 많았는데 현 정권에는 아무도 없어 안타까움이 많은 것 같다. 1년에 9000만여명이 강원도에 온다. 우리가 더 잘하면 그 분들이 강원도를 더 사랑할 수 있게 된다. ●대법원 상고심 27일 대법원 판결이 이 지사의 정치적 운명을 결정한다고 보나.  -잘 될거라 본다. 기본적으로 불교 경전에 나오는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이 상황을 더 잘 극복할 거라 생각한다. 증거가 없고 , 궁박한 처지에 있는 한 사람 말에 따라 유·무죄 결정이 났는데 이미 그중에서도 절반 정도가 무죄가 난 상황이다. 여당 의원들은 무죄가 났고, 나는 절반의 혐의에 대해 무죄가 났다. 더 결정적으로는 재판정에 박연차 씨가 나와 진술하겠다고 밝혔는데도 재판장이 불러주지 않은 것도 문제다. 더군다나 한 차례가 아니고, 대여섯 차례에 걸쳐 돈을 10억원 넘게 거절한 건 내가 유일한 사람이다. 잘 될 거라 본다. 어떤 판결이 나오더라도 수용할 건가.  -백척간두 위에서 항상 진일보하는 인생을 살아왔고 잘 될 거라 본다. 원하는 결과가 나오면 털고 지사직에 전념할 건가, 아니면 ‘정치적 탄압’이라는 부분을 짚고 넘어갈 건가.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라고 생각한다. 불리한 상황이 극복되기를 희망한다. 누구를 미워하거나 원망하거나 상처내는 일을 하고 싶지 않다. 한 세상 살다가는 건데 내가 선한 생각만 갖고 살아도 세상을 구제 못하는데 남을 해하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참여정부의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됐을 때 수많은 제보가 쏟아졌다. 이런 저런 정보들이 많았지만 사람을 해할 수 있는 건 하지 말자고 했다. 유죄가 확정되면 10년 동안 피선거권을 갖지 못한다. 정치인 이광재의 미래는.  -정치인 이광재까지는 모르겠지만 잘 풀릴 거라 본다. 항상 새로운 미래에 도전했고 항상 시련도 많았지만 좋은 일도 많았다. 내 운명에 대해 낙관적으로 생각하는 편이다. 항상 웃는 그런 날 보고 근거없는 낙관주의자라고 얘기하는데, 나중엔 내 말이 맞았다. (유죄 파기환송될 경우) 시한부 임기인데 도정의 안정성을 해치는 건 아닌가.  -그렇지는 않다. 나는 기본적으로 무죄를 확신한다. 취임 이후 직무가 정지되는 어려운 와중에서도 짧은 기간 동안 빠른 속도로 도정이 안정됐고 변화됐다는 것을 읽을 수 있었다. 도정 업무는 훨씬 더 강화되고 추진 속도가 붙을 거라고 본다. 언론에서 박시환 대법관과 이 지사의 관계를 부각시키는데 어떤 의도가 있다고 보나.  -모르겠다. 박시환·신영철·안대희 대법관과 개인적인 인연은.  -없다. 박시환 대법관과 만난 적은.  -없다. 기본적으로 의회·행정·사법 등 삼권이 분리돼 있고 내 처지로 볼 때 공정하게 가는 게 맞다고 본다. 엄기영 전 MBC 사장이 열심히 지역을 돌고 있다는데 어떤가. 엄 사장이 당선가능성 있나.  -내가 알 수가 있나. 어쨌든 엄 사장한테 내가 인간적으로, 정치적으로 도울 수 있는 최선의 길을 가야될 것 같다. 그런데 그 분이 나에게는 정치를 안 한다고 했는데. 언론인의 길을 가고 싶다고 그렇게 말했다.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구제역 판결이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에 영향을 주게 되나. 아니면 동계올림픽 유치가 판결에 영향을 줄까.  -그건 모르겠다. 오는 7월 6일에 평창 동계올림픽이 유치돼야 한다. 연평도 사건도 그렇고 서민들의 생계도 어려워 국민들이 힘 빠져 있다. IMF 구제금융 당시 박세리 선수가 우승해 희망을 줬는데 이번에 평창이 희망을 줄 필요가 있다. 강원도는 이미 두 번이나 울었다. 이번에는 강원도 ‘감자바우’들이 하는 일도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신화를 써야 자신감을 갖고 살아가지 않을까. 꼭 될 거라고 본다. 이건희 삼성회장이 유치활동에 얼마나 큰 도움을 줬나.  -IOC위원회에서 워낙 평이 좋으시고 결정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이건희 회장은 IOC내 존경받는 분이고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 구제역 발생으로 고심이 많은데 강원도 민심은 어떤가.  -구제역 현장을 돌아보면서 느끼는 건 이제 우리나라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 돼야 할 단계에 왔다는 거다. 첫째, 앞으로 질병이 위기관리 시스템 차원에서 관리될 필요가 있다. 둘째, 아직 구제역 연구소조차 없다. 미국은 케네디대통령이 1961년에 만들었는데 우리는 백신조차 만들어내지 못하고 영국에 연락해서 공급받고 백신 자체도 모자란다. 구제역 연구소를 국가 차원에서 만들 필요가 있고 전반적인 정비를 해야 한다. 셋째, 가축을 키울 때 근본적인 전환책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오스트리아에 가보니 동물을 일정 기간 이상 가둬서 키우지 않았다. 초지에서 방목하고, 불가피하게 가둬놓고 키우면 철저히 관리한다. 시스템의 변화가 필요하다.  한편으로는 구제역을 막는 것과 시장을 활성화 시켜 농민에게 도움을 주는 건 다른 문제다. 강원도는 빨리 출하할 수 있도록 조치를 했다. 다들 재래시장에 못 나와 물건을 못 파니까 어렵다. 어차피 제수 상품을 사야 하니까 도청 공무원 월급의 일정액을 떼서 대대적인 상품권 구매운동을 벌여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아직 우리는 선진국이라고 말할 수 없다. 새끼가 젖을 물면 1분 이내에 쓰러지는데 오랫동안 버티다 쓰러지는 소를 보며 또 한번 생명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했다. 이제는 한 단계 도약할 때가 왔다는 걸 절실하게 느낀 사건이었다. ●참여정부와 고 노무현 대통령 참여정부는 성공했다고 보나 실패했다고 보나.  -절반의 성공이 있었고, 절반의 실패가 있었다. 절반의 성공은.  -깨끗한 정치를 만드는 데 기여했다. 서민 대통령이었고 권위주의 타파했고, 지역균형발전도 이뤘다. 무엇보다 높이 평가하는 것은 ‘자기 지지자와 싸울 수 있는 대통령’이라는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문제에 대한 대응을 아주 높게 평가한다. 용산 미군기지를 이전시키면서 대추리 문제를 극복하고 수십년간 적체됐던 방폐장 문제도 박수 받고 해결했다. 천성산 터널 문제도 해결됐다. 모든 것은 자기 지지자들과 했던 싸움이다. 자기 지지자와 싸우지 않고 어떻게 대통령이 될 수 있나. 진보라고 진보의 정책을 다 쓸 수 없고, 보수라고 보수의 정책을 다 쓸 수 없다. 대통령은 중간을 가게 돼 있다. 내가 청와대 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방폐장 문제 다음 정권에 넘기자, 약체 정권인데 지지자들과 싸워서 별로 얻을 게 없다’라고 했다. 그러자 노 대통령이 ‘그럴 바에 왜 대통령을 하나. 내가 있을 때 어려운 문제를 하나씩 돌파해야 나라가 진전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자기 지지자와 싸우는 것, 이것이 가장 의미있다고 본다. 절반의 실패는 무엇인가.  -우리가 갖고 있던 세력에 비해 너무 큰 어젠다를 가졌고, 또 너무 상처가 났다. 행정중심 복합도시만 해도 세번의 선거 동안 내건 공약이었는데도 헌법재판소까지 갔다가 뒤집혀 다시 이번 국회로 오게 됐다. 노 대통령은 정치가보다 사상가적인 측면이 있었다고 본다. 자신의 힘에 비해 너무 거대한 어젠다를 세웠다.하지만 행복도시를 통해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거대한 화두의 일부를 내보였다. 물론 이 부분에 대한 평가는 반반이다. 노 대통령과 참여정부의 적통을 잇는 정치인은.  -아, 그런 사람 또 있을까. 노 대통령은 노 대통령이고, 또 다른 사람은 또다른 사람이다. 노 대통령을 좋아하고 사랑했던 사람들이 있는 건 사실이다. 적통이라기 보다 제 3의 무엇이 있지 않을까. 결국 진화하는 것이라고 본다. 참여정부가 만들었던 청와대와 정부 조직시스템을 현 정부가 많이 바꿨다. 잘했거나, 잘못했다고 생각한 부분은.  -참여정부가 했던 시스템을 현 정부가 다 반대하다가 다시 돌아갔다. 홍보수석 폐지했다가 다시 만들고, 인사수석·위기관리 시스템도 다 복구했다. 존재하는 건 다 이유가 있어 존재한다. 과거가 없는 현재는 없다. 노 대통령은 밀어붙이는 스타일이긴 하지만 공직자와 수많은 논의를 통해 합리적으로 의사를 결정한다. 그렇기에 그런 시스템 나오는 것이다. 그런데 현 정권 들어 항상 인사 문제가 불거지고, 위기관리 체제에서도 허점을 드러냈다. 그런 문제 볼 때마다 아쉬움이 있다.  나도 전임 도지사를 절대 비판하지 않고 다 안고 있다. 차차 점진적인 변화를 시도한다. 인사는 보수적으로 하고 일은 혁신적으로 한다. 책을 쓰면서 23개국을 연구해 보니 몇 가지 공통점은 제조업이 강하고 기술이 강해야 나라가 강해진다는 것이다. 그런데 과학과 정보통신부가 없어지는 걸 보며 가슴 아프게 생각했다. 결국 다시 되돌아가고 있다. 정권은 유한하지만 나라는 무한하다는 생각이 필요하다.  앨빈 토플러가 ‘미국 대통령 되면 미국을 얼마나 변화시킬까. 5% 정도다’라고 말했다. 실제 많은 걸 못 바꾼다. 오히려 기존 것을 인정하고 내가 아주 잘할 수 있는 한두 가지에 매달려서 임기를 마치는 게 올바른 태도다. 노 대통령을 추모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 어떤 이유라고 보나.  -요즘 주말이면 봉하마을에 1만명이 온다고 한다. 놀랍다. 노 대통령을 대통령으로 만들어야 되겠다고 결심한 이유가 아닐까 싶다. 인간의 얼굴을 한 대통령, 인간의 얼굴을 한 정치, 서민 대통령. 내가 노 대통령을 대통령으로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한 계기는 1988년 5공 비리 청문회를 준비하는 과정이었다. 그 때 노 대통령은 어쨌든 법 테두리 안에 들어와 있기 때문에 법을 배워야 한다, 리걸 마인드가 있어야 한다면서 아침 7시에 불러 헌법 공부를 시켰다. 집이 인천이라 국회 근처에 방을 잡고 밤새며 일을 했다. 청문회에서 대단한 국민적 사랑을 받았다.  노 대통령의 연설이나 글은 굉장히 쉽다. 어디서 이렇게 보통 사람이 살아가는 언어를 배웠냐고 물었다. 노 대통령은 ‘변호사들이 판·검사를 접대하는 문화가 있었는데 그걸 하지 말자고 했다. 그 뒤 사건이 안 들어와서 직접 상담을 했다’고 말했다. 상담을 하다 보니 ‘인생이 말야, 남녀가 모든 걸 버리며 사랑하다가도 막상 헤어지고 나면 1만원짜리 하나 갖고 싸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 말 듣고 확 와닿는 느낌이 있었다. 처음 대정부 질의 원고가 굉장히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러면서 ‘자기 원고를 스스로 쓸 수 있는 사람이 지도자가 된다’고 하더라. 그 말을 들으면서 이 사람은 참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이 사람이면 대통령을 만들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 갖고 있다가 1992년 김대중 대통령이 대선에서 패하면서 호남 사람들 이 의원회관실로 울며 전화하더니 애를 더 낳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노 대통령은 ‘내가 영남 사람이지만 이렇게 나라가 분열되면 안 된다’고 했다. 내가 노 대통령을 대통령으로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한 걸 말씀드렸고 민주당 최고위원 선거에 나가자고 하니 나가도 되겠냐고 되물었다. 김대중 대통령의 대선을 치르면서 최고위원 선거 준비했고 대선 나간다고 계획 세웠다. 1993년 12월 결혼하고 신혼여행 가서 완전히 생각을 굳혔다. 갔다 와서 안희정 씨를 만나 노 대통령을 대통령으로 만들자고 제안했다. 총선에서 낙선한 처지라 현역 국회의원 대상으로 계보 만들기가 어려우니 지방자치 실무연구소를 만들고 싱크탱크를 만들자고 했다.  노 대통령에게 가장 감동을 받은 건 인간의 얼굴을 한 정치인이고 권력을 행사하기 보다는 봉사하는 태도,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 그게 가장 좋았다. 노 대통령은 계속 투쟁하는 정치인이었다. 가장 힘들었던 싸움은.  -아마 언론과의 관계가 가장 힘들었던 게 아닌가 싶다. 참 가슴 아픈 일이었다. 이런 농담이 있다. 언론과 부인과 성직자와는 싸우지 말라는. 양면성이 있다. 분노는 사랑에서 나온다. 노 대통령이 국회의원 시절에 노동자와 서민을 변호하는 활동을 많이 했다. 국민을 대표하는 의원이 노동자와 서민을 대표하는 사람이냐고 비판을 많이 받았다. 그랬더니 노 대통령이 ‘나도 대한민국 사법고시에서 50명 뽑을 때 된 사람이다. 판사도 됐고 기득권 세력이다. 그러나 국회라는 게 뭐냐, 나같은 사람이 나서서 노동자들의 편을 들어줘야 균형을 잡는 거 아니냐’고 했다. 그러면서 ‘나는 뭐 쉬운 길을 가냐. 나는 뭐 좋냐. 내가 무슨 바보냐’고 했다. 항상 유대인에 관한 얘기를 많이 했다. 처음에 공산주의자 나치가 공산주의자 선언할 때 나는 공산주의자가 아니기에 가만 있었다, 그러나 나치가 나를 체포하러 왔을 때는 아무도 없었다는 말을 강연에서 많이 했다. 그러면서 우리에게 정세분석 하지 말라고 했다. 참모들은 참아야 기회가 온다고 조언하는데 ‘내가 왜 도구가 되겠다는 생각은 안 하냐’고 따졌다. 이러면 참모들은 힘들다. 1995년 부산시장 선거, 15대 총선 종로에서 떨어지고 정말 막막했다. 두 번 떨어지고 나서 내가 노 대통령에게 종로로 가자고 말했다. 여론조사를 해보니 이명박·이종찬 후보에게 다 지는 걸로 나왔다. 그러나 이기고 지는 게 전부는 아니지 않나, 대한민국 정치 1번지에서 의미있는 전사를 해도 정치인은 살 수 있는 거 아니냐고 그랬다. 천신만고 끝에 현역이 됐다. 그 뒤에 부산에 가겠다는 거다. 왜 거기로 가느냐고 했다. 그랬더니 ‘사람은 무엇이 되는 걸 생각하는데 도구가 된다고 생각하라’고 했다.  나는 사람을 사랑한 한 남자를 사랑했고 그 분이 계속 어려우니까 떠날 수가 없었다. 사람이 좋을 때 떠나지, 어려울 때 못 떠난다. 계속 같이 있다 보니 내가 세속적인 출세를 한 거다. 내가 큰 역량이 있어서가 아니다. 인터뷰하러 오면서 택시 기사가 하는 말이 ‘노 대통령이 어려워지니 사람들이 다 돌아서더라. 열린우리당 사람들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그 때 심정이 어땠나.  -노 대통령은 스스로 ‘경계인’이라고 했다. 변호사로서 대한민국 기득권에 진입했지만 인권변호사가 됐고, 경상도 사람으로 민주당에 소속돼 호남 가면 영남 사람, 영남 가면 배신자라고 했다. 이런 얘기할 때 가슴 아팠다. 항상 빈 들에 서 있는 노무현을 봤다. 제일 중요한 게 의리라고 생각한다. (믿었던 사람들이 돌아서는 것은) 마음 아픈 일이다. 그렇게 노 대통령을 비판하다 서거하고 나서 국민적인 열기가 있으니까. 좀 정치가 담백했으면 좋겠다. ●386과 486 참여정부에 많은 386세대들이 정권에 참여했다. 국가를 장악할 준비가 돼 있었나.  -두 가지 측면이 있다. 노 대통령 정부가 아마추어 정권이라 폄하하기 위해 그런 말을 만들어낸 측면이 있다. 노 대통령도 50대 중반이었고 386이라 해봐야 전체 비서관 중에 나와 천호선 비서관 둘 빼면 58년 개띠가 12명이나 됐다. 이 사람들이 주력 부대였다. 수석이 대체로 50대 중반, 노 대통령과 같거나 조금 많거나 적었다.  또 김종필 총재가 30대에 공화당 의장하지 않았나. 미국 대통령 나이가 평균 53.1세다. 미국 역사에서 큰 전환점이 세 번 오는데 공황기, 동서 냉전기, 신자유주의 물결이 들어서기 직전이다. 한번은 루즈벨트, 한번은 케네디, 한번은 클린턴이 있었는데 모두 40대 초반의 대통령이다. 나이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얼마만큼의 준비가 돼 있느냐, 내적 역량이 강한가 그렇지 않은가가 중요한 것이라고 본다.  정리하자면 너무 과하게 폄하하려 하는 의도 속에서 본질에 맞지 않는 비난이 있었고, 나이만으로 모든 걸 얘기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사회 변화 속도가 빨라 신구 조화가 필요하다. 당시 나쁜 배합 아니었다. 386 정치인들은 현재 공통된 지향점이 있나.  -세대 에너지가 있다고 본다. 김영삼·김대중 대통령이 주창한 40대 기수론이 먹혔던 것은 그 당시 세대들은 한참 감수성이 예민할 때 8·15와 6·25 전쟁을 치렀다. 석회석과 다이아몬드는 성분이 똑같다. 그런데 어떤 압축과 고열과정 겪느냐에 따라 석회석이 되기도 하고 다이아몬드가 되기도 한다. 6·25 전쟁과 8·15 해방을 겪으면서 살아남은 사람들의 생명력이 얼마나 강하겠나. 그 에너지가 있었기에 40대 기수론이 가능했고 살아가는 힘이 있었기에 전쟁의 잿더미에서 살아보자는 열망이 가능했다. 박정희라는 지도자도 있었지만 그 때문에 경제 발전도 가능했다.  데모를 하고 안하고를 떠나 80년대 광주가 얼마나 가슴 아팠나. 데모를 하든 안 하든 척박한 현실에 몸으로 앞서 나간 사람, 마음으로 동조한 세대가 386이다. 수백만이다. 학생운동 한 사람은 극히 소수다. 386으로 폄하될 일이 아니라 목숨을 걸고 한 시대를 타개해 나가려 했던 강력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런 중에 학생 운동 한 사람들은 소수였다. 당시 70만명씩 대학갈 때다. 80년대 학번부터 87년까지 보면 490만명의 대졸자를 갖고 있다. 취직을 많이 못해서 문화운동을 이끈 사람들도 이 주류들이다. 강한 386에너지가 있다. 운동만 한 386이 아니고, 80년대라는 군사독재 시절을 살아간 강력한 에너지가 존재한다. 이제 486이라고 하는데 용어는 어떤가. 386 상징성 때문에 쓰는 게 낫나.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본다. 세대 에너지를 좀더 얘기하자면 68년도에 유럽의 학생운동을 이끈 6·8세대들이 다 유럽의 대통령이 됐다. 그만큼 세대 에너지가 강하다고 본다. 존중될 필요가 있다. 다만 나처럼 못난 사람이 정치하게 되면서 정치권에 대해 조금 안 좋은 이미지를 갖게 되는데 부채 의식을 느낀다. 그러나 386 세대는 충분히 의미있는 세대다. 40대가 우리 경제의 주류 아닌가. 회사의 과장, 부장으로 일하면서 사회와 경제를 끌고 가는 강력한 세대다. 내가 그 세대가 갖고 있는 에너지 만큼 못한 게 미안하다. 올해 70세 넘은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영화제위원장을 강원도 문화예술제전 이사장으로 모셨다. 김 위원장은 1년 반을 해외에 있었다. 20대 청년에 절대 뒤지지 않는다.  세대간 벽을 두기보다 신구 조화를 강력히 꾀해야 할 때다. 중국이란 나라의 역동적 힘은 젊은 사람을 키워주고 권력자들은 전 정권 권력자들과 협력하고 타협하는 데서 나온다. 난 이것이 오늘날 중국의 강력한 동력이라 본다. ●친노세력 김두관 경남지사가 서울신문과 인터뷰에서 참여정부의 지분 60%은 노 대통령에게, 나머지 40%는 안희정·이광재 지사가 반반 가지고 있다고 했다. 동의하나.  -과분하다. 내가 노 대통령과 가장 오래 있었고, 노 대통령의 가족과 영원히 함께 해야 하는 게 내 숙제다. 참여정부에 빚을 많이 지고 있다. 빚을 많이 갚아야 할 처지에 있는데 지분이 어디 있겠나. 부채를 떠맡기 싫어서 지분을 안 가지려는 건 아닌가.  -사람이 사는데 의리가 제일 중요하다고 본다. 사랑했기에 대통령을 만들어겠다고 생각했고 또 그건 변함없다. 386세대에 미안한 것은 나를 많이 사랑했던 분들에게 내가 모자란 점이 많다는 것이다. 갚아야 한다. 이 지사, 안희정 지사, 김두관 지사, 유시민 전 장관, 문재인 비서실장 중에서노 대통령은 누구를 인간적으로 제일 좋아했나.  -문재인 실장이다. 그러니까 민정수석도 시키고, 비서실장도 시키지(웃음) 문 실장은 언젠가 정치를 할 거라고 보나.  -(한참을 생각하다)잘 모르겠지만 손학규 대표와 문재인 변호사가 잘 경선했으면 좋겠다.(웃음) 정세균·정동영 최고위원도 함께 경선했으면 좋겠다. 김두관 지사 말을 들어보면 유시민 전 장관은 참여정부의 지분 없나.  -그렇지는 않다. 노 대통령이 각별한 애정을 가졌다. 특별한 애정 가졌던 분이다. 지금 민주당은 아니니까. 지사 제외하고 나머지 분 중 정치적인 지도자로서 재능이나 역량은 누가 낫나.  -여태까지는 노 대통령의 그늘 속에 있었고 이제 처음으로 안희정·김두관 지사도 시험대 위에 오른 거다. 중요한 건 본인의 비전과 경영능력에서 시작되는 거다. 지금은 평가를 하기에는 이른 시기라고 본다. 2012년 대통령 선거에 5명 가운데 누가 대표 주자로 출마하면 좋을까. 문재인 실장인가.  -손 대표, 문 실장, 정동영 최고위원도 하겠지. 안희정 지사와는 경쟁 관계인가.  -둘다 의미있는 결과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일자리, 교육, 복지 세 가지 영역에 지사직을 걸었다. 안 지사나 김 지사나 나나 실질적으로 의미있는 결과를 내야 한다. 정치가는 희망을 파는 상인인데 국민들은 너무 위대하고 똑똑하다. 실질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 모든 걸 다 걸고 전력투구해야 할 시기 아닌가. 그래야 정치를 얘기할 수 있다. 난 분명히 그렇게 할 거다. ●정치 현안 개헌 얘기가 계속 나온다. 이 지사의 생각은.  -도 지사가 그런 얘기도 해야 하나(웃음). 개헌은 해야 하지만 노 대통령이 개헌하자고 했을 때 해야 했는데 그게 아쉽다. 노 대통령이 하자고 했던 시기에 했으면 전체 대통령의 임기나 여러가지 의미가 있었을텐데 시점을 놓쳐버렸다. 이미 권력 후반기다. 국회의원 임기도 얼마 안 남았다. 어떤 개헌 방향이 필요한 것인지 진지하게 성찰하고 준비해야 한다. 지금은 시기를 놓쳐버렸다. 그런데도 여당에서 개헌을 계속 추진하는 이유는 뭐라고 보나.  -(고개를 저으며) 모르겠다. 개헌 이슈가 한동안 갈 것 같나.  -광저우 아시안게임 개막전 보면서 거대한 힘이 밀려오는 느낌을 받았다. 한나라당 원희룡·남경필 의원 등 60년대생 시도 지사들과 여야를 떠나 진짜 대한민국 문제에 천착하는 모임을 만들어 볼 생각이다. 지금 굉장히 중요한 시기라고 본다. 내년은 세계사적으로 명운을 가르는 해다. 북한은 권력 교체기고 우리는 대통령 선거다. 중국 지도자가 바뀐다. 러시아와 미국의 대통령 선거 있다. 아시아 전반에도 남북 문제를 둘러싼 큰 틀의 변화가 오는 시기다. 남북 문제를 어떻게 푸느냐가 대한민국 명운을 끌고 갈 거라고 생각한다.  중국의 장길도 계획이라는게, 나진선봉으로 바다로 나오는 것이다. 내년 10월되면 푸틴 대통령이 만든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가 블라디보스톡에서 열린다. 얼마 전에는 몽골의 석탄을 한·중·러가 철도를 놔주는 조건으로 입찰에 참여했다. 몽골 자원이 동해안으로 나오게 된다. 지구 온난화 때문에 캄차카 반도 위로 북극 항로가 100~120일 열린다. 남북 정세 변화와 에너지 자원 문제를 둘러싼 극동의 관리를 어떻게 운영하느냐가 한국 10~20년을 좌우할 것이다. 이 문제에 정치권 전체가 천착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동계올림픽 유치에 전력 투구하고 여야를 떠나 내년 10월 APEC 의제는 단연코 남북의 정세를 어떻게 하고 어떻게 관리할 거냐, 북한을 경유하는 철도는 어떻게 될 거냐, 몽골·북한의 엄청난 광물 자원 어떻게 가져갈 거냐, 북한 물류 변화를 어떻게 만들어 낼 거냐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 극동아시아의 변화에 여야를 떠나 모든 정파가 외교에 진력해야 한다. 130년 전 구한말 상황이 온 것이다. 강원도가 여기에 한 축이 있다. 지사직을 걸었다.  무상복지 논란을 얘기를 많이 하는데 복지 하면 무상이다. 그런데 성장 없는 복지가 어디 있고, 복지를 생각하지 않는 성장이 어디 있나. 지금처럼 주택 문제, 사교육비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2020년 저출산 고령화 상황에서 성장률이 떨어지는 건 불 보듯 뻔하다. 그 동안 성장동력 만들어야 한다. 어려운 서민들을 어떻게 할 건가를 놓고 머리 맞댈 일이지 지금 개헌으로 지지고 볶아서야 되겠나.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 50%를 웃돈다. 100점 만점에 몇점 정도 주겠나.  -글쎄. 난 통일보단 평화를 원한다. 남북정상회담이 필요한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서민경제 부분에 집중해줬으면 한다. 지금 서민들이 살기 너무 어렵다. 고용없는 성장과 거대한 눈부신 지표는 존재하는데 서민 삶은 거기에 없다. 임기 마지막에 두 가지를 집중해야 한다. 대통령 지지율이 70%면 어떻고 30%면 어떤가. 어차피 대통령인데. 물론 국민 원성 사면 안 되지만 너무 인기에 연연하지 말고 자기가 잘할 수 있는 한두 가지를 역사와 승부하면서 자기 지지자와 싸우는 게 중요하다.. 평화보다 통일 원하는 거 맞나.  -그럼, 당장의 통일보다는 평화가 중요하다. 자신에게 점수를 매긴다면. 지지율 조사하면 어느 정도.  -한 50% 나올 거다. 이명박 대통령의 정책 중에 가장 잘못하는 것 하나를 꼽는다면.  -시오노 나나미가 쓴 로마이야기에 로마의 번성 요인에 관한 글이 있는데 하나는 포용이다. 로마가 일어났던 건 이민족에 대한 포용, 로마인이 아닌데도 시민권을 주고 외부 사람도 황제가 될 수 있게 했다. 두번째 통합이다. 국민통합이란 건 정치적인 수사가 아니고 생존의 전략이다. 그래야 이 나라가 잘 되고 서민경제가 잘 된다. 내년 10월 APEC 정상회담을 반드시 국가의 전 역량을 모아야 한다. 틀의 변화는 임기 후반기에 있다. ●민주당 전적으로 공감한다. 민주당의 3대 무상 정책에 찬성하나.  -일자리, 교육 문제를 통해 건강한 중산층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게 국가 전체적으로 복지다. 이를 어떻게 끌고 갈 거냐의 문제와 또 하나는 진짜 어려운 사람들을 어떻게 도와주는가의 문제를 같이 생각해야 한다.  강원도는 이렇게 정했다. 일자리를 만드는 기업투자, 들어오는 기업에 특혜를 확실히 주겠다는 게 내 주장이다. 상장 회사 3개를 유치했다. 일자리 만드는 부분을 해 나가는 거다. 교육 분야는 초등학교를 졸업하면 영어와 중국어를, 강릉 영동지역은 영어와 러시아를 시범학교를 정해 집중할 생각이다. 연세대학교 초·중·고를 원주에 만든다든지 해서 교육 부분을 굉장히 강화하려 한다. 복지 예산은 늘었는데 많은 걸 못한다. 시범사업을 해보는 거다. 시범사업을 해서 내 가설이 맞으면 확대하고 국가 전체적으로도 확대할 수 있다. 2018년 돼야 연금시대 열린다. 2018년에 연금 받을 정도로 연세드신 분은 노후 준비가 안돼 있다. 경로당에 집중하자. 복지의 인프라라고 생각하면 경로당 사업을 강화해야 한다.  소 한마리에 200만원, 키우면 한 달에 1만 5000원을 준다. 100마리를 키우면 150만원인데 이걸 경로당 짓는데 쓰자. 소가 새끼 낳으면 소 한마리 800만~1000만원 하는데 그 돈으로 경로당을 도와줄 수 있다. 3년 지나면 소를 팔고 송아지 한 마리가 생긴다. 증식의 모델을 만드는 거다. 농촌형 복지다. 이걸 시범사업으로 해서 사회적 참여를 이끌어야 한다.  부모가 있으면 세액공제를 받는다. 그러지 말고 효도통장을 만들어 부모님에게 일정액을 자식 월급에서 10만원 떼 주자.  노인들 쓰레기 줍는거 말고 유럽처럼 꽃을 가꾸게 하고, 도시형 같은 경우 할아버지들이 도시의 쓰레기, 명함 등을 수거해오면 계산해서 주고 경로당 운영비를 주고 그렇게 해보면 어떨까.  논쟁할 때 서로 존중할 필요있다. 인간이 제도로 만들어낸 게 투표(정치)와 화폐(경제)다. 성장과 불평등은 쌍둥이 자식이다. 경제에서 성장은 미덕이다. 그러나 결과는 불평등이 존재한다. 그걸 해소하려는 게 평등이고, 그게 정치다. 인간이 완전하지 않기에 서로 닮으려고 한다. 이기적, 이타적 유전자가 큰 논란을 일으키는데 성장과 복지라는게 그런 측면이 있다. 지혜를 모아야 한다. 철학적인 답변이다. 손학규 대표, 박지원 원내대표 리더십에 만족하나.  -내가 그것까지 얘기할 건 아닌 것 같은데.(웃음) 가급적 일에 몰두하는 편이고 강원도 일에 성과를 내는 게 도리인 것 같다. 여의도와 정치판을 기웃거리지도 않는다. 그래서 정보도 없다. ●2012년 대선 2012년 대선의 가장 중요한 어젠다는.  -도정의 목표이기도 하지만 일자리, 교육, 복지라고 본다. 국가 전체적으로 보면 동북아의 평화 정세와 물류 문제에 생각을 많이 해야 한다. 극동아시아가 천연가스 50%를 갖고 있다. 북한도 그렇다. 철길, 뱃길로 어떻게 연결해서 해나갈 건가를 생각해야 한다. 이것이 한국 신성장 동력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대선 후보 선호도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다. 대세론이 강한데 야당이 박 전 대표를 넘기 어렵다고 보나.  -박 전 대표는 좋은 분이다. 지난 번 경선에서 졌을 때 깨끗하게 승복하고 이명박 대통령을 지지할 때 이미 지도자 반열에 올랐다고 본다. 국민 마음 속에 섰다. 앞으로 점점 더 비즈니스 대통령의 역할이 커져야 한다. 국민들은 예측가능한 미래와 예측가능한 대통령을 원하고 세계 속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대통령을 원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손학규 대표는 영국에서 공부도 했고 도지사도 했고, 장관도 했고, 비교적 안정감 있고 예측가능한 미래의 좋은 후보라 생각한다. 박 전 대표와 손 대표(문재인 실장도 경선에 나설지 안 나설지 모르겠지만) 두 분의 멋진 승부가 되지 않을까 싶다. 박 전 대표는 무리없이한나라당 후보가 될 거라 보나.  -박 전 대표가 되는 게 순리가 아닐까 싶다. 박 전 대표와 일 대 일로 붙어 가장 경쟁력 있는 후보는.  -그걸 말할 수 있나. 하지만 이런 것 같다. 내가 지지도 마이너스 23%였다가 플러스 13%로 이겼다. 박연차 게이트로 찜찜한 게 있으면 국회의원 안 나갔다. 내가 감옥갔을 때 강원도민들이 사랑으로 모든 걸 거는 거라는 느낌을 받았다. 결국은 말을 많이 듣는 사람, 애정을 갖고 있는사람이 승리자가 된다고 본다. 거기서 에너지가 나온다. 선거를 예단할 수 없다. 내가 이길 거라고 누가 봤겠나. 노 대통령을 찍었던 사람들이 다음 대선에서 공통된 표심을 가질 수 있을까.  -분명한 건 노 대통령을 지지하는 분들이 많은 건 사실이다. 누가 됐든 대통령 후보로 나오는 사람은 이젠 예측가능한 미래를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정치인 이광재 이념적으로 진보인가, 보수인가.  -나는 이데올로기를 믿지 않고 진화를 선택했다. 난 항상 오류가 있다. 오류를 빨리 극복할 수있는 시스템을 갖는 게 진정한 진화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정치판이 온통 좌파 우파니 하는데 이데올로기를 믿지 않으면 정치 기반을 무시하는 것 아닌가.  -경제 발전만 봐도 갈라놓고 싸우는 게 얼마나 웃기는 일인가. 1950년대 소위 소련 체제가 경제발전을 획기적으로 이뤘다. 미국이 과학자 양성을 위해 수월성 학교교육으로 완전히 바꿨다. 70년대 들어 유럽형 복지모델이 얼마나 강력한 성장모델 됐나. 제 3세계 아시아의 용들은 독재국가라는 비판받으면서도 얼마나 성장했나. 미국 경제도 신자유주의가 얼마나 융성했나. 그러나 이제는 서서히 어려움을 겪지 않나. 경제 발전만 봐도 이렇듯 신자유주의부터 소련체제, 복지국가 모델이 경제발전을 이끌고 왔는데 어떻게 이것이 옳다고 하나. 역사가 말하지만 진보 보수 관점이 중요한 게 아니고 공존하려는 통합의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 미국 경제사 이론을 보더라도 국가의 시장 개입이 진보였는데 한때는 개입하지 않는 게 진보였다가 지금은 또 개입하려고 하지 않나. 위대한 사상가들은 모르겠지만 정치로 얘기하면 진보 보수, 좌파 우파는 황당한 얘기다. 개인적으로 아주 공감한다. 언론관은 노 대통령과 같나.  -극도로 언론 노출을 피해왔다. 내가 노 대통령을 모시는 사람이었는데 모시는 사람은 자기 일이 없는 거다. 노 대통령 모실 때 문고리 잡고 인의 장막을 치지 않았다. 많은 사람을 소개했지만 내 스스로 인터뷰한 적이 없었다. 청와대에서도 근무했는데 공무원과 사이는 어땠나.  -잘 지내는 편이다. 국정상황실장 할 때 부처 고시 성적 최고였던 분들과 일했다. 공무원들은 유능하고 문제해결 능력이 있다. 그런데 공무원들은 처음에 무슨 얘기하면 안 된다고 한다. 다시 한 번 취지를 잘 설명하면 반드시 답을 찾아온다. 유능하다. 인사는 보수적으로, 일은 혁신적으로 하는데 사람을 너무 자주 바꾸는 건 옳지 않다. 에너지를 어떻게 끌어 올리느냐가 중요하다. 아침 운동을 과장이랑 걷고, 국장이랑 밥을 먹고, 한 사람씩 알아가고 있다. 조직은 마음으로 일하는 거지 명령으로 일하는 게 아니다. 공무원들에게 나한테 충성하지 말고 강원도민에게 충성하라고 한다. 종교가 불교다. 정치에 영향을 미치나.  -잘 모르겠다. 로마의 멸망 원인 중 하나가 종교 탄압이다. 인도와 무굴제국이 가장 왕성한 때는 다른 종교를 모두 허용했을 때다. 존재하는 모든 것은 이유가 있다. 프란체스카 수도사가 한 말이 너무 와닿는다. 5세기 때 쓴 책인가. ‘수도원의 역사’란 책에서 넌 왜 풀이나 바위와 나무에 영혼이 없다고 생각하느냐, 왜 인간만 영혼이 있다고 보냐. 나무에도 산에도 생명이 있다는 말이 있다. 칭기스칸 아들은 신이 10가지 손가락을 준 이유는 다른 생각을 할 수 있고, 다른 종교를 핍박하지 말라는 뜻이라고 했다. 참여정부 실세라 강원도 예산이 많이 늘었다고 하는데 동의하나.  -그렇다. 많이 따려고 노력했다. 국회 와서 처음한 게 내가 담당하는 산하기관을 전부 돈 것이다. 예산 딸 때 사무관, 과장부터 일일이 다 설득한다. 그래서 예산을 따는 거다. 물론 힘이 든다. 담당 사무관이 제일 중요하다. 수백대 일의 경쟁력을 뚫은 공직자를 설득해야 생명력을 갖고 일할 수 있다. 정치적으로 결정하면 정권이 바뀌면 가위표가 된다. 생명력 있게 일관성 갖고 정책을 유지하려면 주무 사무관과 과장의 확신을 얻어내야 한다. 강원도가 보수적인데 왜 이 지사를 유권자들이 선택했다고 보나.  -강원도를 위해 일을 잘할 것 같다는 것과 또 하나는 청와대의 국정상황실장을 해봐서 국가도 좀 알고 국회의원도 두번 해서 국회도 알고 그래서 도지사 시켜 강원도를 위해 일 시킨 다음에 강원도를 대표하는 인물을 키워야겠다는 거 아니겠나. 내가 선거 때 마지막 연설에서 ‘청와대 국정경험, 국회의원 경험 살려서 10년이 지나면 대통령에 나가겠다’고 한 연설이 시청률 20%까지 올라갔다. 10분짜리 연설인데 나도 놀랐다. 인구는 적은데 적이 없는 데가 강원도다. 이광재를 키워 대통령까지 가보자는 열망이 컸던 거 같다. 10년 후 대통령 나올 건가.  -도 지사를 잘해야 한다. 난 정말 강원도민에게 큰 신세를 졌다. 강원도지사로 최선을 다해서 성과를 내고 싶다. 그것 외에는 뭐. 대통령을 옆에서 많이 봤고 그 자리가 얼마나 외로운 자리인지 안다. 자리를 탐할 일은 아니다. 지금은 강원도 일에 욕심을 내겠다. 박지원 원내대표가 도지사 선거 때 이광재 지사가 정말 연설을 잘하더라고 하더라. 얼마 전에도 차기 대선에서 이광재는 왜 안 되고 김두관은 왜 안되겠느냐고 하더라. 10년 약속이 5년으로 당겨질 수도 있나.  -나는 산에서 잘 잔다. 산에서 자면 바람소리가 들린다. 바람도 다 자기 가는 길이 있다. 큰 배가 가는 바다에도 길이 있다. 넓은 창공 같지만 두루미도 가는 길이 있다. 너무 삶에 애달복달 말고 주어진 일에 하루하루 살면서 그 길을 가는 거다. 내가 너무 노 대통령과 어렸을 적부터 큰 일을 하다보니 세상 사는 게 담담해졌다고나 할까. 만약 이 지사가 대통령이 되면 노 대통령 같은 사람 될까.  -왜 그러나. 강원도를 위해 일해야 한다. 안희정·김두관 지사도 성공해서 나중에 대통령 선거 나와서 멋있게 경쟁하고, 멋있게 후보 단일화하고, 그것도 멋진 일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지금은 지사 일을 잘해야 한다.  정리 구혜영·강주리기자 koohy@seoul.co.kr
  • 이광재 격정토로 인터뷰

    이광재 격정토로 인터뷰

    이광재 강원지사가 27일 대법원 상고심에서 유죄를 선고받고 지사직을 잃었다. 2년만에 막을 내린 박연차 게이트의 종착역에서 끝내 내리지 못한 채 “선고 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 도민들께 죄송하다.”며 고개를 떨궜다.  이 인터뷰는 선고 전날 진행됐다. 이 지사는 서울신문과 인터뷰에서 우여곡절 많았던 취임 이후의 소회와 정치관,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관계, 2012년 대선 등 정치 전반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인터뷰는 이도운 정치부장과 대담 형식으로 서울 서교동 강원도민회관 4층 회의실에서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됐다.   ●강원지사 강원지사가 중앙 정치권에서 크게 주목받는 자리가 아니다. 그런데 이 지사가 당선되고 나서 관심이 높아진 것 같다. 얼마나 중요한 자리인가.  -강원도는 대륙 국가로 가는 전진기지다. 올해 23개국을 다룬 ‘세계 흥망사’라는 책을 내려고 한다. 2025년이 되면 우리나라도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하게 된다. 결국 한반도 평화체제와 남북을 관통하는 철도 문제, 중국·러시아의 자원과 에너지 문제를 해결할 때 신성장 동력이 나온다. 서울 중심의 서쪽으로 기울어진 배가 동쪽으로 균형을 잡는 극동아시아 시대가 온다. 지금은 강원도의 역사가 부상하는, 매우 중요한 시기다. 국가 및 강원도의 발전 전략이 일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치권에서 흔한 말로 ‘호남은 푸대접, 강원도는 무대접’이라고 한다. 현 정권의 내각과 청와대 수석에 강원도 출신 없다. 도민들이 지역 차별을 느끼나.  -있는 것 같다. 참여정부만 해도 강원도 출신 장·차관들이 많았는데 현 정권에는 아무도 없어 안타까움이 많은 것 같다. 1년에 9000만여명이 강원도에 온다. 우리가 더 잘하면 그 분들이 강원도를 더 사랑할 수 있게 된다. ●대법원 상고심 27일 대법원 판결이 이 지사의 정치적 운명을 결정한다고 보나.  -잘 될거라 본다. 기본적으로 불교 경전에 나오는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이 상황을 더 잘 극복할 거라 생각한다. 증거가 없고 , 궁박한 처지에 있는 한 사람 말에 따라 유·무죄 결정이 났는데 이미 그중에서도 절반 정도가 무죄가 난 상황이다. 여당 의원들은 무죄가 났고, 나는 절반의 혐의에 대해 무죄가 났다. 더 결정적으로는 재판정에 박연차 씨가 나와 진술하겠다고 밝혔는데도 재판장이 불러주지 않은 것도 문제다. 더군다나 한 차례가 아니고, 대여섯 차례에 걸쳐 돈을 10억원 넘게 거절한 건 내가 유일한 사람이다. 잘 될 거라 본다. 어떤 판결이 나오더라도 수용할 건가.  -백척간두 위에서 항상 진일보하는 인생을 살아왔고 잘 될 거라 본다. 원하는 결과가 나오면 털고 지사직에 전념할 건가, 아니면 ‘정치적 탄압’이라는 부분을 짚고 넘어갈 건가.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라고 생각한다. 불리한 상황이 극복되기를 희망한다. 누구를 미워하거나 원망하거나 상처내는 일을 하고 싶지 않다. 한 세상 살다가는 건데 내가 선한 생각만 갖고 살아도 세상을 구제 못하는데 남을 해하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참여정부의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됐을 때 수많은 제보가 쏟아졌다. 이런 저런 정보들이 많았지만 사람을 해할 수 있는 건 하지 말자고 했다. 유죄가 확정되면 10년 동안 피선거권을 갖지 못한다. 정치인 이광재의 미래는.  -정치인 이광재까지는 모르겠지만 잘 풀릴 거라 본다. 항상 새로운 미래에 도전했고 항상 시련도 많았지만 좋은 일도 많았다. 내 운명에 대해 낙관적으로 생각하는 편이다. 항상 웃는 그런 날 보고 근거없는 낙관주의자라고 얘기하는데, 나중엔 내 말이 맞았다. (유죄 파기환송될 경우) 시한부 임기인데 도정의 안정성을 해치는 건 아닌가.  -그렇지는 않다. 나는 기본적으로 무죄를 확신한다. 취임 이후 직무가 정지되는 어려운 와중에서도 짧은 기간 동안 빠른 속도로 도정이 안정됐고 변화됐다는 것을 읽을 수 있었다. 도정 업무는 훨씬 더 강화되고 추진 속도가 붙을 거라고 본다. 언론에서 박시환 대법관과 이 지사의 관계를 부각시키는데 어떤 의도가 있다고 보나.  -모르겠다. 박시환·신영철·안대희 대법관과 개인적인 인연은.  -없다. 박시환 대법관과 만난 적은.  -없다. 기본적으로 의회·행정·사법 등 삼권이 분리돼 있고 내 처지로 볼 때 공정하게 가는 게 맞다고 본다. 엄기영 전 MBC 사장이 열심히 지역을 돌고 있다는데 어떤가. 엄 사장이 당선가능성 있나.  -내가 알 수가 있나. 어쨌든 엄 사장한테 내가 인간적으로, 정치적으로 도울 수 있는 최선의 길을 가야될 것 같다. 그런데 그 분이 나에게는 정치를 안 한다고 했는데. 언론인의 길을 가고 싶다고 그렇게 말했다.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구제역 판결이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에 영향을 주게 되나. 아니면 동계올림픽 유치가 판결에 영향을 줄까.  -그건 모르겠다. 오는 7월 6일에 평창 동계올림픽이 유치돼야 한다. 연평도 사건도 그렇고 서민들의 생계도 어려워 국민들이 힘 빠져 있다. IMF 구제금융 당시 박세리 선수가 우승해 희망을 줬는데 이번에 평창이 희망을 줄 필요가 있다. 강원도는 이미 두 번이나 울었다. 이번에는 강원도 ‘감자바우’들이 하는 일도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신화를 써야 자신감을 갖고 살아가지 않을까. 꼭 될 거라고 본다. 이건희 삼성회장이 유치활동에 얼마나 큰 도움을 줬나.  -IOC위원회에서 워낙 평이 좋으시고 결정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이건희 회장은 IOC내 존경받는 분이고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 구제역 발생으로 고심이 많은데 강원도 민심은 어떤가.  -구제역 현장을 돌아보면서 느끼는 건 이제 우리나라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 돼야 할 단계에 왔다는 거다. 첫째, 앞으로 질병이 위기관리 시스템 차원에서 관리될 필요가 있다. 둘째, 아직 구제역 연구소조차 없다. 미국은 케네디대통령이 1961년에 만들었는데 우리는 백신조차 만들어내지 못하고 영국에 연락해서 공급받고 백신 자체도 모자란다. 구제역 연구소를 국가 차원에서 만들 필요가 있고 전반적인 정비를 해야 한다. 셋째, 가축을 키울 때 근본적인 전환책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오스트리아에 가보니 동물을 일정 기간 이상 가둬서 키우지 않았다. 초지에서 방목하고, 불가피하게 가둬놓고 키우면 철저히 관리한다. 시스템의 변화가 필요하다.  한편으로는 구제역을 막는 것과 시장을 활성화 시켜 농민에게 도움을 주는 건 다른 문제다. 강원도는 빨리 출하할 수 있도록 조치를 했다. 다들 재래시장에 못 나와 물건을 못 파니까 어렵다. 어차피 제수 상품을 사야 하니까 도청 공무원 월급의 일정액을 떼서 대대적인 상품권 구매운동을 벌여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아직 우리는 선진국이라고 말할 수 없다. 새끼가 젖을 물면 1분 이내에 쓰러지는데 오랫동안 버티다 쓰러지는 소를 보며 또 한번 생명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했다. 이제는 한 단계 도약할 때가 왔다는 걸 절실하게 느낀 사건이었다. ●참여정부와 고 노무현 대통령 참여정부는 성공했다고 보나 실패했다고 보나.  -절반의 성공이 있었고, 절반의 실패가 있었다. 절반의 성공은.  -깨끗한 정치를 만드는 데 기여했다. 서민 대통령이었고 권위주의 타파했고, 지역균형발전도 이뤘다. 무엇보다 높이 평가하는 것은 ‘자기 지지자와 싸울 수 있는 대통령’이라는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문제에 대한 대응을 아주 높게 평가한다. 용산 미군기지를 이전시키면서 대추리 문제를 극복하고 수십년간 적체됐던 방폐장 문제도 박수 받고 해결했다. 천성산 터널 문제도 해결됐다. 모든 것은 자기 지지자들과 했던 싸움이다. 자기 지지자와 싸우지 않고 어떻게 대통령이 될 수 있나. 진보라고 진보의 정책을 다 쓸 수 없고, 보수라고 보수의 정책을 다 쓸 수 없다. 대통령은 중간을 가게 돼 있다. 내가 청와대 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방폐장 문제 다음 정권에 넘기자, 약체 정권인데 지지자들과 싸워서 별로 얻을 게 없다’라고 했다. 그러자 노 대통령이 ‘그럴 바에 왜 대통령을 하나. 내가 있을 때 어려운 문제를 하나씩 돌파해야 나라가 진전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자기 지지자와 싸우는 것, 이것이 가장 의미있다고 본다. 절반의 실패는 무엇인가.  -우리가 갖고 있던 세력에 비해 너무 큰 어젠다를 가졌고, 또 너무 상처가 났다. 행정중심 복합도시만 해도 세번의 선거 동안 내건 공약이었는데도 헌법재판소까지 갔다가 뒤집혀 다시 이번 국회로 오게 됐다. 노 대통령은 정치가보다 사상가적인 측면이 있었다고 본다. 자신의 힘에 비해 너무 거대한 어젠다를 세웠다.하지만 행복도시를 통해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거대한 화두의 일부를 내보였다. 물론 이 부분에 대한 평가는 반반이다. 노 대통령과 참여정부의 적통을 잇는 정치인은.  -아, 그런 사람 또 있을까. 노 대통령은 노 대통령이고, 또 다른 사람은 또다른 사람이다. 노 대통령을 좋아하고 사랑했던 사람들이 있는 건 사실이다. 적통이라기 보다 제 3의 무엇이 있지 않을까. 결국 진화하는 것이라고 본다. 참여정부가 만들었던 청와대와 정부 조직시스템을 현 정부가 많이 바꿨다. 잘했거나, 잘못했다고 생각한 부분은.  -참여정부가 했던 시스템을 현 정부가 다 반대하다가 다시 돌아갔다. 홍보수석 폐지했다가 다시 만들고, 인사수석·위기관리 시스템도 다 복구했다. 존재하는 건 다 이유가 있어 존재한다. 과거가 없는 현재는 없다. 노 대통령은 밀어붙이는 스타일이긴 하지만 공직자와 수많은 논의를 통해 합리적으로 의사를 결정한다. 그렇기에 그런 시스템 나오는 것이다. 그런데 현 정권 들어 항상 인사 문제가 불거지고, 위기관리 체제에서도 허점을 드러냈다. 그런 문제 볼 때마다 아쉬움이 있다.  나도 전임 도지사를 절대 비판하지 않고 다 안고 있다. 차차 점진적인 변화를 시도한다. 인사는 보수적으로 하고 일은 혁신적으로 한다. 책을 쓰면서 23개국을 연구해 보니 몇 가지 공통점은 제조업이 강하고 기술이 강해야 나라가 강해진다는 것이다. 그런데 과학과 정보통신부가 없어지는 걸 보며 가슴 아프게 생각했다. 결국 다시 되돌아가고 있다. 정권은 유한하지만 나라는 무한하다는 생각이 필요하다.  앨빈 토플러가 ‘미국 대통령 되면 미국을 얼마나 변화시킬까. 5% 정도다’라고 말했다. 실제 많은 걸 못 바꾼다. 오히려 기존 것을 인정하고 내가 아주 잘할 수 있는 한두 가지에 매달려서 임기를 마치는 게 올바른 태도다. 노 대통령을 추모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 어떤 이유라고 보나.  -요즘 주말이면 봉하마을에 1만명이 온다고 한다. 놀랍다. 노 대통령을 대통령으로 만들어야 되겠다고 결심한 이유가 아닐까 싶다. 인간의 얼굴을 한 대통령, 인간의 얼굴을 한 정치, 서민 대통령. 내가 노 대통령을 대통령으로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한 계기는 1988년 5공 비리 청문회를 준비하는 과정이었다. 그 때 노 대통령은 어쨌든 법 테두리 안에 들어와 있기 때문에 법을 배워야 한다, 리걸 마인드가 있어야 한다면서 아침 7시에 불러 헌법 공부를 시켰다. 집이 인천이라 국회 근처에 방을 잡고 밤새며 일을 했다. 청문회에서 대단한 국민적 사랑을 받았다.  노 대통령의 연설이나 글은 굉장히 쉽다. 어디서 이렇게 보통 사람이 살아가는 언어를 배웠냐고 물었다. 노 대통령은 ‘변호사들이 판·검사를 접대하는 문화가 있었는데 그걸 하지 말자고 했다. 그 뒤 사건이 안 들어와서 직접 상담을 했다’고 말했다. 상담을 하다 보니 ‘인생이 말야, 남녀가 모든 걸 버리며 사랑하다가도 막상 헤어지고 나면 1만원짜리 하나 갖고 싸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 말 듣고 확 와닿는 느낌이 있었다. 처음 대정부 질의 원고가 굉장히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러면서 ‘자기 원고를 스스로 쓸 수 있는 사람이 지도자가 된다’고 하더라. 그 말을 들으면서 이 사람은 참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이 사람이면 대통령을 만들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 갖고 있다가 1992년 김대중 대통령이 대선에서 패하면서 호남 사람들 이 의원회관실로 울며 전화하더니 애를 더 낳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노 대통령은 ‘내가 영남 사람이지만 이렇게 나라가 분열되면 안 된다’고 했다. 내가 노 대통령을 대통령으로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한 걸 말씀드렸고 민주당 최고위원 선거에 나가자고 하니 나가도 되겠냐고 되물었다. 김대중 대통령의 대선을 치르면서 최고위원 선거 준비했고 대선 나간다고 계획 세웠다. 1993년 12월 결혼하고 신혼여행 가서 완전히 생각을 굳혔다. 갔다 와서 안희정 씨를 만나 노 대통령을 대통령으로 만들자고 제안했다. 총선에서 낙선한 처지라 현역 국회의원 대상으로 계보 만들기가 어려우니 지방자치 실무연구소를 만들고 싱크탱크를 만들자고 했다.  노 대통령에게 가장 감동을 받은 건 인간의 얼굴을 한 정치인이고 권력을 행사하기 보다는 봉사하는 태도,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 그게 가장 좋았다. 노 대통령은 계속 투쟁하는 정치인이었다. 가장 힘들었던 싸움은.  -아마 언론과의 관계가 가장 힘들었던 게 아닌가 싶다. 참 가슴 아픈 일이었다. 이런 농담이 있다. 언론과 부인과 성직자와는 싸우지 말라는. 양면성이 있다. 분노는 사랑에서 나온다. 노 대통령이 국회의원 시절에 노동자와 서민을 변호하는 활동을 많이 했다. 국민을 대표하는 의원이 노동자와 서민을 대표하는 사람이냐고 비판을 많이 받았다. 그랬더니 노 대통령이 ‘나도 대한민국 사법고시에서 50명 뽑을 때 된 사람이다. 판사도 됐고 기득권 세력이다. 그러나 국회라는 게 뭐냐, 나같은 사람이 나서서 노동자들의 편을 들어줘야 균형을 잡는 거 아니냐’고 했다. 그러면서 ‘나는 뭐 쉬운 길을 가냐. 나는 뭐 좋냐. 내가 무슨 바보냐’고 했다. 항상 유대인에 관한 얘기를 많이 했다. 처음에 공산주의자 나치가 공산주의자 선언할 때 나는 공산주의자가 아니기에 가만 있었다, 그러나 나치가 나를 체포하러 왔을 때는 아무도 없었다는 말을 강연에서 많이 했다. 그러면서 우리에게 정세분석 하지 말라고 했다. 참모들은 참아야 기회가 온다고 조언하는데 ‘내가 왜 도구가 되겠다는 생각은 안 하냐’고 따졌다. 이러면 참모들은 힘들다. 1995년 부산시장 선거, 15대 총선 종로에서 떨어지고 정말 막막했다. 두 번 떨어지고 나서 내가 노 대통령에게 종로로 가자고 말했다. 여론조사를 해보니 이명박·이종찬 후보에게 다 지는 걸로 나왔다. 그러나 이기고 지는 게 전부는 아니지 않나, 대한민국 정치 1번지에서 의미있는 전사를 해도 정치인은 살 수 있는 거 아니냐고 그랬다. 천신만고 끝에 현역이 됐다. 그 뒤에 부산에 가겠다는 거다. 왜 거기로 가느냐고 했다. 그랬더니 ‘사람은 무엇이 되는 걸 생각하는데 도구가 된다고 생각하라’고 했다.  나는 사람을 사랑한 한 남자를 사랑했고 그 분이 계속 어려우니까 떠날 수가 없었다. 사람이 좋을 때 떠나지, 어려울 때 못 떠난다. 계속 같이 있다 보니 내가 세속적인 출세를 한 거다. 내가 큰 역량이 있어서가 아니다. 인터뷰하러 오면서 택시 기사가 하는 말이 ‘노 대통령이 어려워지니 사람들이 다 돌아서더라. 열린우리당 사람들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그 때 심정이 어땠나.  -노 대통령은 스스로 ‘경계인’이라고 했다. 변호사로서 대한민국 기득권에 진입했지만 인권변호사가 됐고, 경상도 사람으로 민주당에 소속돼 호남 가면 영남 사람, 영남 가면 배신자라고 했다. 이런 얘기할 때 가슴 아팠다. 항상 빈 들에 서 있는 노무현을 봤다. 제일 중요한 게 의리라고 생각한다. (믿었던 사람들이 돌아서는 것은) 마음 아픈 일이다. 그렇게 노 대통령을 비판하다 서거하고 나서 국민적인 열기가 있으니까. 좀 정치가 담백했으면 좋겠다. ●386과 486 참여정부에 많은 386세대들이 정권에 참여했다. 국가를 장악할 준비가 돼 있었나.  -두 가지 측면이 있다. 노 대통령 정부가 아마추어 정권이라 폄하하기 위해 그런 말을 만들어낸 측면이 있다. 노 대통령도 50대 중반이었고 386이라 해봐야 전체 비서관 중에 나와 천호선 비서관 둘 빼면 58년 개띠가 12명이나 됐다. 이 사람들이 주력 부대였다. 수석이 대체로 50대 중반, 노 대통령과 같거나 조금 많거나 적었다.  또 김종필 총재가 30대에 공화당 의장하지 않았나. 미국 대통령 나이가 평균 53.1세다. 미국 역사에서 큰 전환점이 세 번 오는데 공황기, 동서 냉전기, 신자유주의 물결이 들어서기 직전이다. 한번은 루즈벨트, 한번은 케네디, 한번은 클린턴이 있었는데 모두 40대 초반의 대통령이다. 나이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얼마만큼의 준비가 돼 있느냐, 내적 역량이 강한가 그렇지 않은가가 중요한 것이라고 본다.  정리하자면 너무 과하게 폄하하려 하는 의도 속에서 본질에 맞지 않는 비난이 있었고, 나이만으로 모든 걸 얘기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사회 변화 속도가 빨라 신구 조화가 필요하다. 당시 나쁜 배합 아니었다. 386 정치인들은 현재 공통된 지향점이 있나.  -세대 에너지가 있다고 본다. 김영삼·김대중 대통령이 주창한 40대 기수론이 먹혔던 것은 그 당시 세대들은 한참 감수성이 예민할 때 8·15와 6·25 전쟁을 치렀다. 석회석과 다이아몬드는 성분이 똑같다. 그런데 어떤 압축과 고열과정 겪느냐에 따라 석회석이 되기도 하고 다이아몬드가 되기도 한다. 6·25 전쟁과 8·15 해방을 겪으면서 살아남은 사람들의 생명력이 얼마나 강하겠나. 그 에너지가 있었기에 40대 기수론이 가능했고 살아가는 힘이 있었기에 전쟁의 잿더미에서 살아보자는 열망이 가능했다. 박정희라는 지도자도 있었지만 그 때문에 경제 발전도 가능했다.  데모를 하고 안하고를 떠나 80년대 광주가 얼마나 가슴 아팠나. 데모를 하든 안 하든 척박한 현실에 몸으로 앞서 나간 사람, 마음으로 동조한 세대가 386이다. 수백만이다. 학생운동 한 사람은 극히 소수다. 386으로 폄하될 일이 아니라 목숨을 걸고 한 시대를 타개해 나가려 했던 강력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런 중에 학생 운동 한 사람들은 소수였다. 당시 70만명씩 대학갈 때다. 80년대 학번부터 87년까지 보면 490만명의 대졸자를 갖고 있다. 취직을 많이 못해서 문화운동을 이끈 사람들도 이 주류들이다. 강한 386에너지가 있다. 운동만 한 386이 아니고, 80년대라는 군사독재 시절을 살아간 강력한 에너지가 존재한다. 이제 486이라고 하는데 용어는 어떤가. 386 상징성 때문에 쓰는 게 낫나.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본다. 세대 에너지를 좀더 얘기하자면 68년도에 유럽의 학생운동을 이끈 6·8세대들이 다 유럽의 대통령이 됐다. 그만큼 세대 에너지가 강하다고 본다. 존중될 필요가 있다. 다만 나처럼 못난 사람이 정치하게 되면서 정치권에 대해 조금 안 좋은 이미지를 갖게 되는데 부채 의식을 느낀다. 그러나 386 세대는 충분히 의미있는 세대다. 40대가 우리 경제의 주류 아닌가. 회사의 과장, 부장으로 일하면서 사회와 경제를 끌고 가는 강력한 세대다. 내가 그 세대가 갖고 있는 에너지 만큼 못한 게 미안하다. 올해 70세 넘은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영화제위원장을 강원도 문화예술제전 이사장으로 모셨다. 김 위원장은 1년 반을 해외에 있었다. 20대 청년에 절대 뒤지지 않는다.  세대간 벽을 두기보다 신구 조화를 강력히 꾀해야 할 때다. 중국이란 나라의 역동적 힘은 젊은 사람을 키워주고 권력자들은 전 정권 권력자들과 협력하고 타협하는 데서 나온다. 난 이것이 오늘날 중국의 강력한 동력이라 본다. ●친노세력 김두관 경남지사가 서울신문과 인터뷰에서 참여정부의 지분 60%은 노 대통령에게, 나머지 40%는 안희정·이광재 지사가 반반 가지고 있다고 했다. 동의하나.  -과분하다. 내가 노 대통령과 가장 오래 있었고, 노 대통령의 가족과 영원히 함께 해야 하는 게 내 숙제다. 참여정부에 빚을 많이 지고 있다. 빚을 많이 갚아야 할 처지에 있는데 지분이 어디 있겠나. 부채를 떠맡기 싫어서 지분을 안 가지려는 건 아닌가.  -사람이 사는데 의리가 제일 중요하다고 본다. 사랑했기에 대통령을 만들어겠다고 생각했고 또 그건 변함없다. 386세대에 미안한 것은 나를 많이 사랑했던 분들에게 내가 모자란 점이 많다는 것이다. 갚아야 한다. 이 지사, 안희정 지사, 김두관 지사, 유시민 전 장관, 문재인 비서실장 중에서노 대통령은 누구를 인간적으로 제일 좋아했나.  -문재인 실장이다. 그러니까 민정수석도 시키고, 비서실장도 시키지(웃음) 문 실장은 언젠가 정치를 할 거라고 보나.  -(한참을 생각하다)잘 모르겠지만 손학규 대표와 문재인 변호사가 잘 경선했으면 좋겠다.(웃음) 정세균·정동영 최고위원도 함께 경선했으면 좋겠다. 김두관 지사 말을 들어보면 유시민 전 장관은 참여정부의 지분 없나.  -그렇지는 않다. 노 대통령이 각별한 애정을 가졌다. 특별한 애정 가졌던 분이다. 지금 민주당은 아니니까. 지사 제외하고 나머지 분 중 정치적인 지도자로서 재능이나 역량은 누가 낫나.  -여태까지는 노 대통령의 그늘 속에 있었고 이제 처음으로 안희정·김두관 지사도 시험대 위에 오른 거다. 중요한 건 본인의 비전과 경영능력에서 시작되는 거다. 지금은 평가를 하기에는 이른 시기라고 본다. 2012년 대통령 선거에 5명 가운데 누가 대표 주자로 출마하면 좋을까. 문재인 실장인가.  -손 대표, 문 실장, 정동영 최고위원도 하겠지. 안희정 지사와는 경쟁 관계인가.  -둘다 의미있는 결과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일자리, 교육, 복지 세 가지 영역에 지사직을 걸었다. 안 지사나 김 지사나 나나 실질적으로 의미있는 결과를 내야 한다. 정치가는 희망을 파는 상인인데 국민들은 너무 위대하고 똑똑하다. 실질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 모든 걸 다 걸고 전력투구해야 할 시기 아닌가. 그래야 정치를 얘기할 수 있다. 난 분명히 그렇게 할 거다. ●정치 현안 개헌 얘기가 계속 나온다. 이 지사의 생각은.  -도 지사가 그런 얘기도 해야 하나(웃음). 개헌은 해야 하지만 노 대통령이 개헌하자고 했을 때 해야 했는데 그게 아쉽다. 노 대통령이 하자고 했던 시기에 했으면 전체 대통령의 임기나 여러가지 의미가 있었을텐데 시점을 놓쳐버렸다. 이미 권력 후반기다. 국회의원 임기도 얼마 안 남았다. 어떤 개헌 방향이 필요한 것인지 진지하게 성찰하고 준비해야 한다. 지금은 시기를 놓쳐버렸다. 그런데도 여당에서 개헌을 계속 추진하는 이유는 뭐라고 보나.  -(고개를 저으며) 모르겠다. 개헌 이슈가 한동안 갈 것 같나.  -광저우 아시안게임 개막전 보면서 거대한 힘이 밀려오는 느낌을 받았다. 한나라당 원희룡·남경필 의원 등 60년대생 시도 지사들과 여야를 떠나 진짜 대한민국 문제에 천착하는 모임을 만들어 볼 생각이다. 지금 굉장히 중요한 시기라고 본다. 내년은 세계사적으로 명운을 가르는 해다. 북한은 권력 교체기고 우리는 대통령 선거다. 중국 지도자가 바뀐다. 러시아와 미국의 대통령 선거 있다. 아시아 전반에도 남북 문제를 둘러싼 큰 틀의 변화가 오는 시기다. 남북 문제를 어떻게 푸느냐가 대한민국 명운을 끌고 갈 거라고 생각한다.  중국의 장길도 계획이라는게, 나진선봉으로 바다로 나오는 것이다. 내년 10월되면 푸틴 대통령이 만든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가 블라디보스톡에서 열린다. 얼마 전에는 몽골의 석탄을 한·중·러가 철도를 놔주는 조건으로 입찰에 참여했다. 몽골 자원이 동해안으로 나오게 된다. 지구 온난화 때문에 캄차카 반도 위로 북극 항로가 100~120일 열린다. 남북 정세 변화와 에너지 자원 문제를 둘러싼 극동의 관리를 어떻게 운영하느냐가 한국 10~20년을 좌우할 것이다. 이 문제에 정치권 전체가 천착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동계올림픽 유치에 전력 투구하고 여야를 떠나 내년 10월 APEC 의제는 단연코 남북의 정세를 어떻게 하고 어떻게 관리할 거냐, 북한을 경유하는 철도는 어떻게 될 거냐, 몽골·북한의 엄청난 광물 자원 어떻게 가져갈 거냐, 북한 물류 변화를 어떻게 만들어 낼 거냐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 극동아시아의 변화에 여야를 떠나 모든 정파가 외교에 진력해야 한다. 130년 전 구한말 상황이 온 것이다. 강원도가 여기에 한 축이 있다. 지사직을 걸었다.  무상복지 논란을 얘기를 많이 하는데 복지 하면 무상이다. 그런데 성장 없는 복지가 어디 있고, 복지를 생각하지 않는 성장이 어디 있나. 지금처럼 주택 문제, 사교육비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2020년 저출산 고령화 상황에서 성장률이 떨어지는 건 불 보듯 뻔하다. 그 동안 성장동력 만들어야 한다. 어려운 서민들을 어떻게 할 건가를 놓고 머리 맞댈 일이지 지금 개헌으로 지지고 볶아서야 되겠나.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 50%를 웃돈다. 100점 만점에 몇점 정도 주겠나.  -글쎄. 난 통일보단 평화를 원한다. 남북정상회담이 필요한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서민경제 부분에 집중해줬으면 한다. 지금 서민들이 살기 너무 어렵다. 고용없는 성장과 거대한 눈부신 지표는 존재하는데 서민 삶은 거기에 없다. 임기 마지막에 두 가지를 집중해야 한다. 대통령 지지율이 70%면 어떻고 30%면 어떤가. 어차피 대통령인데. 물론 국민 원성 사면 안 되지만 너무 인기에 연연하지 말고 자기가 잘할 수 있는 한두 가지를 역사와 승부하면서 자기 지지자와 싸우는 게 중요하다.. 평화보다 통일 원하는 거 맞나.  -그럼, 당장의 통일보다는 평화가 중요하다. 자신에게 점수를 매긴다면. 지지율 조사하면 어느 정도.  -한 50% 나올 거다. 이명박 대통령의 정책 중에 가장 잘못하는 것 하나를 꼽는다면.  -시오노 나나미가 쓴 로마이야기에 로마의 번성 요인에 관한 글이 있는데 하나는 포용이다. 로마가 일어났던 건 이민족에 대한 포용, 로마인이 아닌데도 시민권을 주고 외부 사람도 황제가 될 수 있게 했다. 두번째 통합이다. 국민통합이란 건 정치적인 수사가 아니고 생존의 전략이다. 그래야 이 나라가 잘 되고 서민경제가 잘 된다. 내년 10월 APEC 정상회담을 반드시 국가의 전 역량을 모아야 한다. 틀의 변화는 임기 후반기에 있다. ●민주당 전적으로 공감한다. 민주당의 3대 무상 정책에 찬성하나.  -일자리, 교육 문제를 통해 건강한 중산층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게 국가 전체적으로 복지다. 이를 어떻게 끌고 갈 거냐의 문제와 또 하나는 진짜 어려운 사람들을 어떻게 도와주는가의 문제를 같이 생각해야 한다.  강원도는 이렇게 정했다. 일자리를 만드는 기업투자, 들어오는 기업에 특혜를 확실히 주겠다는 게 내 주장이다. 상장 회사 3개를 유치했다. 일자리 만드는 부분을 해 나가는 거다. 교육 분야는 초등학교를 졸업하면 영어와 중국어를, 강릉 영동지역은 영어와 러시아를 시범학교를 정해 집중할 생각이다. 연세대학교 초·중·고를 원주에 만든다든지 해서 교육 부분을 굉장히 강화하려 한다. 복지 예산은 늘었는데 많은 걸 못한다. 시범사업을 해보는 거다. 시범사업을 해서 내 가설이 맞으면 확대하고 국가 전체적으로도 확대할 수 있다. 2018년 돼야 연금시대 열린다. 2018년에 연금 받을 정도로 연세드신 분은 노후 준비가 안돼 있다. 경로당에 집중하자. 복지의 인프라라고 생각하면 경로당 사업을 강화해야 한다.  소 한마리에 200만원, 키우면 한 달에 1만 5000원을 준다. 100마리를 키우면 150만원인데 이걸 경로당 짓는데 쓰자. 소가 새끼 낳으면 소 한마리 800만~1000만원 하는데 그 돈으로 경로당을 도와줄 수 있다. 3년 지나면 소를 팔고 송아지 한 마리가 생긴다. 증식의 모델을 만드는 거다. 농촌형 복지다. 이걸 시범사업으로 해서 사회적 참여를 이끌어야 한다.  부모가 있으면 세액공제를 받는다. 그러지 말고 효도통장을 만들어 부모님에게 일정액을 자식 월급에서 10만원 떼 주자.  노인들 쓰레기 줍는거 말고 유럽처럼 꽃을 가꾸게 하고, 도시형 같은 경우 할아버지들이 도시의 쓰레기, 명함 등을 수거해오면 계산해서 주고 경로당 운영비를 주고 그렇게 해보면 어떨까.  논쟁할 때 서로 존중할 필요있다. 인간이 제도로 만들어낸 게 투표(정치)와 화폐(경제)다. 성장과 불평등은 쌍둥이 자식이다. 경제에서 성장은 미덕이다. 그러나 결과는 불평등이 존재한다. 그걸 해소하려는 게 평등이고, 그게 정치다. 인간이 완전하지 않기에 서로 닮으려고 한다. 이기적, 이타적 유전자가 큰 논란을 일으키는데 성장과 복지라는게 그런 측면이 있다. 지혜를 모아야 한다. 철학적인 답변이다. 손학규 대표, 박지원 원내대표 리더십에 만족하나.  -내가 그것까지 얘기할 건 아닌 것 같은데.(웃음) 가급적 일에 몰두하는 편이고 강원도 일에 성과를 내는 게 도리인 것 같다. 여의도와 정치판을 기웃거리지도 않는다. 그래서 정보도 없다. ●2012년 대선 2012년 대선의 가장 중요한 어젠다는.  -도정의 목표이기도 하지만 일자리, 교육, 복지라고 본다. 국가 전체적으로 보면 동북아의 평화 정세와 물류 문제에 생각을 많이 해야 한다. 극동아시아가 천연가스 50%를 갖고 있다. 북한도 그렇다. 철길, 뱃길로 어떻게 연결해서 해나갈 건가를 생각해야 한다. 이것이 한국 신성장 동력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대선 후보 선호도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다. 대세론이 강한데 야당이 박 전 대표를 넘기 어렵다고 보나.  -박 전 대표는 좋은 분이다. 지난 번 경선에서 졌을 때 깨끗하게 승복하고 이명박 대통령을 지지할 때 이미 지도자 반열에 올랐다고 본다. 국민 마음 속에 섰다. 앞으로 점점 더 비즈니스 대통령의 역할이 커져야 한다. 국민들은 예측가능한 미래와 예측가능한 대통령을 원하고 세계 속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대통령을 원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손학규 대표는 영국에서 공부도 했고 도지사도 했고, 장관도 했고, 비교적 안정감 있고 예측가능한 미래의 좋은 후보라 생각한다. 박 전 대표와 손 대표(문재인 실장도 경선에 나설지 안 나설지 모르겠지만) 두 분의 멋진 승부가 되지 않을까 싶다. 박 전 대표는 무리없이한나라당 후보가 될 거라 보나.  -박 전 대표가 되는 게 순리가 아닐까 싶다. 박 전 대표와 일 대 일로 붙어 가장 경쟁력 있는 후보는.  -그걸 말할 수 있나. 하지만 이런 것 같다. 내가 지지도 마이너스 23%였다가 플러스 13%로 이겼다. 박연차 게이트로 찜찜한 게 있으면 국회의원 안 나갔다. 내가 감옥갔을 때 강원도민들이 사랑으로 모든 걸 거는 거라는 느낌을 받았다. 결국은 말을 많이 듣는 사람, 애정을 갖고 있는사람이 승리자가 된다고 본다. 거기서 에너지가 나온다. 선거를 예단할 수 없다. 내가 이길 거라고 누가 봤겠나. 노 대통령을 찍었던 사람들이 다음 대선에서 공통된 표심을 가질 수 있을까.  -분명한 건 노 대통령을 지지하는 분들이 많은 건 사실이다. 누가 됐든 대통령 후보로 나오는 사람은 이젠 예측가능한 미래를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정치인 이광재 이념적으로 진보인가, 보수인가.  -나는 이데올로기를 믿지 않고 진화를 선택했다. 난 항상 오류가 있다. 오류를 빨리 극복할 수있는 시스템을 갖는 게 진정한 진화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정치판이 온통 좌파 우파니 하는데 이데올로기를 믿지 않으면 정치 기반을 무시하는 것 아닌가.  -경제 발전만 봐도 갈라놓고 싸우는 게 얼마나 웃기는 일인가. 1950년대 소위 소련 체제가 경제발전을 획기적으로 이뤘다. 미국이 과학자 양성을 위해 수월성 학교교육으로 완전히 바꿨다. 70년대 들어 유럽형 복지모델이 얼마나 강력한 성장모델 됐나. 제 3세계 아시아의 용들은 독재국가라는 비판받으면서도 얼마나 성장했나. 미국 경제도 신자유주의가 얼마나 융성했나. 그러나 이제는 서서히 어려움을 겪지 않나. 경제 발전만 봐도 이렇듯 신자유주의부터 소련체제, 복지국가 모델이 경제발전을 이끌고 왔는데 어떻게 이것이 옳다고 하나. 역사가 말하지만 진보 보수 관점이 중요한 게 아니고 공존하려는 통합의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 미국 경제사 이론을 보더라도 국가의 시장 개입이 진보였는데 한때는 개입하지 않는 게 진보였다가 지금은 또 개입하려고 하지 않나. 위대한 사상가들은 모르겠지만 정치로 얘기하면 진보 보수, 좌파 우파는 황당한 얘기다. 개인적으로 아주 공감한다. 언론관은 노 대통령과 같나.  -극도로 언론 노출을 피해왔다. 내가 노 대통령을 모시는 사람이었는데 모시는 사람은 자기 일이 없는 거다. 노 대통령 모실 때 문고리 잡고 인의 장막을 치지 않았다. 많은 사람을 소개했지만 내 스스로 인터뷰한 적이 없었다. 청와대에서도 근무했는데 공무원과 사이는 어땠나.  -잘 지내는 편이다. 국정상황실장 할 때 부처 고시 성적 최고였던 분들과 일했다. 공무원들은 유능하고 문제해결 능력이 있다. 그런데 공무원들은 처음에 무슨 얘기하면 안 된다고 한다. 다시 한 번 취지를 잘 설명하면 반드시 답을 찾아온다. 유능하다. 인사는 보수적으로, 일은 혁신적으로 하는데 사람을 너무 자주 바꾸는 건 옳지 않다. 에너지를 어떻게 끌어 올리느냐가 중요하다. 아침 운동을 과장이랑 걷고, 국장이랑 밥을 먹고, 한 사람씩 알아가고 있다. 조직은 마음으로 일하는 거지 명령으로 일하는 게 아니다. 공무원들에게 나한테 충성하지 말고 강원도민에게 충성하라고 한다. 종교가 불교다. 정치에 영향을 미치나.  -잘 모르겠다. 로마의 멸망 원인 중 하나가 종교 탄압이다. 인도와 무굴제국이 가장 왕성한 때는 다른 종교를 모두 허용했을 때다. 존재하는 모든 것은 이유가 있다. 프란체스카 수도사가 한 말이 너무 와닿는다. 5세기 때 쓴 책인가. ‘수도원의 역사’란 책에서 넌 왜 풀이나 바위와 나무에 영혼이 없다고 생각하느냐, 왜 인간만 영혼이 있다고 보냐. 나무에도 산에도 생명이 있다는 말이 있다. 칭기스칸 아들은 신이 10가지 손가락을 준 이유는 다른 생각을 할 수 있고, 다른 종교를 핍박하지 말라는 뜻이라고 했다. 참여정부 실세라 강원도 예산이 많이 늘었다고 하는데 동의하나.  -그렇다. 많이 따려고 노력했다. 국회 와서 처음한 게 내가 담당하는 산하기관을 전부 돈 것이다. 예산 딸 때 사무관, 과장부터 일일이 다 설득한다. 그래서 예산을 따는 거다. 물론 힘이 든다. 담당 사무관이 제일 중요하다. 수백대 일의 경쟁력을 뚫은 공직자를 설득해야 생명력을 갖고 일할 수 있다. 정치적으로 결정하면 정권이 바뀌면 가위표가 된다. 생명력 있게 일관성 갖고 정책을 유지하려면 주무 사무관과 과장의 확신을 얻어내야 한다. 강원도가 보수적인데 왜 이 지사를 유권자들이 선택했다고 보나.  -강원도를 위해 일을 잘할 것 같다는 것과 또 하나는 청와대의 국정상황실장을 해봐서 국가도 좀 알고 국회의원도 두번 해서 국회도 알고 그래서 도지사 시켜 강원도를 위해 일 시킨 다음에 강원도를 대표하는 인물을 키워야겠다는 거 아니겠나. 내가 선거 때 마지막 연설에서 ‘청와대 국정경험, 국회의원 경험 살려서 10년이 지나면 대통령에 나가겠다’고 한 연설이 시청률 20%까지 올라갔다. 10분짜리 연설인데 나도 놀랐다. 인구는 적은데 적이 없는 데가 강원도다. 이광재를 키워 대통령까지 가보자는 열망이 컸던 거 같다. 10년 후 대통령 나올 건가.  -도 지사를 잘해야 한다. 난 정말 강원도민에게 큰 신세를 졌다. 강원도지사로 최선을 다해서 성과를 내고 싶다. 그것 외에는 뭐. 대통령을 옆에서 많이 봤고 그 자리가 얼마나 외로운 자리인지 안다. 자리를 탐할 일은 아니다. 지금은 강원도 일에 욕심을 내겠다. 박지원 원내대표가 도지사 선거 때 이광재 지사가 정말 연설을 잘하더라고 하더라. 얼마 전에도 차기 대선에서 이광재는 왜 안 되고 김두관은 왜 안되겠느냐고 하더라. 10년 약속이 5년으로 당겨질 수도 있나.  -나는 산에서 잘 잔다. 산에서 자면 바람소리가 들린다. 바람도 다 자기 가는 길이 있다. 큰 배가 가는 바다에도 길이 있다. 넓은 창공 같지만 두루미도 가는 길이 있다. 너무 삶에 애달복달 말고 주어진 일에 하루하루 살면서 그 길을 가는 거다. 내가 너무 노 대통령과 어렸을 적부터 큰 일을 하다보니 세상 사는 게 담담해졌다고나 할까. 만약 이 지사가 대통령이 되면 노 대통령 같은 사람 될까.  -왜 그러나. 강원도를 위해 일해야 한다. 안희정·김두관 지사도 성공해서 나중에 대통령 선거 나와서 멋있게 경쟁하고, 멋있게 후보 단일화하고, 그것도 멋진 일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지금은 지사 일을 잘해야 한다.  정리 구혜영·강주리기자 kooh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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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무총리실 ◇국장급 전보 △평가관리관 권동태△공보지원비서관 임충연◇과장급 전보△일반행정정책관실 행정관리과장 나치만△안전환경정책관실 안전지원팀장 이병우△평가관리관실 성과관리2팀장 정은영△공직복무관리관실 5팀장 문기웅△민정민원비서관실 민정민원1행정관 이영근<파견>△국가보훈처 행정관리담당관 전종우△녹색성장위원회 이성도△용산공원조성추진기획단 강동기△지방행정체제개편위원회 공병도 ■기획재정부 △국토해양예산과장 강승준△국제조세제도〃 장재형 ■법무부 ◇검찰직 <서기관 승진>△법무연수원 연구개발팀장 김승현[집행과장]△서울북부지검 강윤형△인천지검 김형곤△춘천지검 정규수△청주지검 최완식△울산지검 김점근[검사직무대리]△인천지검 김용욱△수원지검 이학철△대전지검 이상용△창원지검 류경철[수사과장]△부산지검 동부지청 허섭△창원지검 구자승[총무과장]△춘천지검 임상화[사건과장]△전주지검 양동실[공안과장]△울산지검 박봉희<서기관 전보>△법무부(국무총리실) 강갑진[대검찰청]△검찰총장 비서관(국제협력단) 이성범△범죄정보기획관실(성남지청 검사직무대리) 팽지현△운영지원과 복두규[서울고검]△사건과장 최석봉△소송사무제1〃 유승준△소송사무제2〃 김평환[대전고검]△사건과장 최연식[광주고검]△사건과장 이득수[서울중앙지검]△기록관리과장 전홍섭△공안〃 김정△수사제2〃 최원식△검사직무대리 홍현기 이진원[서울남부지검]△조사과장 신순구[서울서부지검]△집행과장 김동석[의정부지검]△사건과장 김익규△검사직무대리 방극민△고양지청 사무과장 신태선[인천지검]△총무과장 김정봉△사건〃 허웅△조사〃 이강윤△검사직무대리 이정범[수원지검]△사건과장 장병인△조사〃 박일진△성남지청 사무과장 전수민△안산지청 〃 이용식△안양지청 〃 장해기[춘천지검]△수사과장 곽명규[대전지검]△총무과장 윤보희△수사〃 이동기△홍성지청 사무〃 박동묵[청주지검]△검사직무대리 김성식[대구지검]△집행과장 김종빈△경주지청 사무〃 김형동[부산지검]△집행과장 문희곤△기록관리〃 원용인△수사지원〃 박상욱△조직범죄수사〃 박규종△검사직무대리(서울남부지검 검사직무대리) 임원주△동부지청 총무과장 김종일[창원지검]△총무과장 배종궐△사건〃 진흥현△집행〃 엄익삼[전주지검]△총무과장 원도연△정읍지청 사무〃 박창수[제주지검]△총무과장 강재성△사건〃 강팔성△집행〃 함영휘 (2월 7일자) ■고용노동부 ◇고위공무원 전보 △고용정책실 인력수급정책관 한창훈 ■국가보훈처 ◇일반직 고위공무원 △보훈선양국장 민병원△부산지방보훈청장 오진영◇부이사관 승진△운영지원과장 김주용△보훈선양국 공훈심사과장 김선기△제대군인국 제대군인정책과장 하유성◇전보△광주지방보훈청장 안중현△기획조정관실 기획재정담당관 이남일△대변인 홍인표<보상정책국>△보상정책과장 장정교△보상관리〃 김종규<보훈선양국>△나라사랑정책과장 조몽환△기념사업〃 허부성<복지증진국>△보훈의료과장 임규호<제대군인국>△제대군인지원과장 김기호<보훈심사위원회 사무국>△전상심사과장 박창표△공상심사〃 홍창호<보훈지청장>△서울남부 윤두섭△서울북부 신명철△수원 손용호△춘천 문태선 ■방위사업청 ◇본부장 임용 △계약관리본부장 김대식 ■특허청 ◇일반직고위공무원 전보 △기획조정관 권혁중△정보기획국장 박정렬△전기전자심사〃 제대식△정보통신심사〃 김재홍△특허심판원 심판장 이태근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과장급 <도시건축국>△도시발전정책과장 조수창△주택건축〃 하도환<기반시설국>△사업관리총괄과장 윤성오△교통계획〃 이해영△정보인프라〃 황용길△4대강살리기지원팀장 최형욱<소·단장>△서울사무소 윤승일△공공시설건축추진단 홍순연 ■금융위원회 ◇과장급 <과장>△행정인사 정완규△금융정책 김태현△금융시장분석 이윤수△산업금융 윤창호△은행 성대규△보험 신현준△자본시장 김학수△자산운용 권대영△공정시장 김인<팀장>△정책홍보 김진홍△의사운영정보 전요섭△금융제도 손주형△국제협력 남병호△서민금융 안형익<담당관>△기획재정 최준우△규제개혁법무 박광<금융정보분석원>△기획행정실장 김근익<공자위>△운용기획팀장 박정훈△회수관리〃 박민우<파견>△국방대 교육 원중희△G20 기획조정단 윤영은△대통령실(예정) 최명수 신진창 최용호△미래기획위원회 윤상기<전출>△기획재정부 이재선 ■SH공사 △고객지원본부장 이용덕 ■코트라 ◇전보 △고객센터장 김성수△투자종합상담〃 조정아△경기보트쇼전담반장 김건영△e-Trade 팀장 김선화△창업지원〃 김양성△신흥자본유치〃 이민호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실장>△주식운용 하영호△리스크관리 장재하△채권운용 윤영목△해외증권 안효준△해외대체 이윤표 ■한전KDN ◇처장급 전보 <처장>△ICT기획 유명준△정보통신사업 최원해△정보시스템사업 박용우△배전사업 배재종<센터장>△그룹사IT 이해영△정보보호 권희제◇지사장급 전보 <지사장>△인천 이동석△경기북부 윤복한△경기 김인수△강원 이여송△충남 김석기△전남 국중관△부산 강현칠△경남 이형우 ■한국금융결제원 ◇부서장 승진 △e사업전산실장 조화건△비서〃 임재욱◇부서장 전보△고객지원실장 정길용△IT개발부장 전융△IT운영〃 서석주△e사업실장 신동원△국방대 연수파견 이근황 ■연세대 △경영대학장(경영전문대학원장 겸임) 박상용△사회복지대학원장 김재엽△약학대학장 안영수△인문예술〃 김명복△원주의료원장(원주기독병원장 겸임) 송재만△원주의과대학장 박주영△강남세브란스병원장 이병석△원주입학홍보처장 하은호△원주학술정보원장 박영철△미래융합기술연구소장 이기태△이승만연구원장 류석춘 ■경남대 △관리처장 이종근△한마생활관장 김경진 ■대신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 오동기
  • [고전톡톡 다시읽기] (51) 체르니셰프스키 ‘무엇을 할 것인가’

    [고전톡톡 다시읽기] (51) 체르니셰프스키 ‘무엇을 할 것인가’

    체르니셰프스키의 ‘무엇을 할 것인가’는 시대와 삶을 질문하는 모든 청년들을 위한 책이다. 작가는 새로운 시대의 자유와 혁명을 말하는데, 놀랍게도 이 과정이 사랑과 결혼을 통해 이루어진다. 바리케이드 앞이나 공장의 파업 현장이 아니라 사랑과 결혼을 통해 혁명을 한다? 그런 혁명이 대체 어떻게 가능한가. ●‘지하실’에서의 삶 “나는 자유롭고 싶어요!” 소설은 ‘자유’를 향한 베라 파블로브나의 당찬 외침과 함께 시작한다. 하지만 그녀의 외침은 현실 앞에서 공허하기만 하다. 가난하고 비천한 집안 출신의 어린 여성, 19세기 중반 러시아에서 그런 여자에게 허락된 삶이란 자신을 구원해 줄 남자를 기다리거나 하급 노동자가 되는 것뿐이다. 이미 정해진 삶의 행보만이 강요되는 곳, 누구도 다른 삶의 가능성을 말하지 않는 곳, 베라는 이런 자신의 현실을 ‘지하실’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지하실’에는 ‘사랑’이 넘친다. 아니 바로 이 ‘사랑’이 곧 그녀를 구속하는 지하실의 정체다. 흔히 사랑한다면 상대방을 위해 기꺼이 자신을 희생하고, 서로가 서로에게 의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것은 사랑이 아니라 상대에 대한 집착과 소유욕에 불과하다. 베라의 어머니가 모성애를 내세워 자신이 원하는 삶을 딸에게 강요하고, 부잣집 도련님 이반이 오로지 헌신적으로 남편을 보필해줄 여성을 배우자로 찾는 것처럼 말이다. 이런 모순투성이의 관계를 지속하는 한 우리에게 자유란 불가능하다. 그래서 베라는 이 ‘지하실’로부터 탈출하기 위해 전혀 다른 방식의 사랑의 모험을 감행한다. ●이기적 유물론자의 사랑법 베라와 사랑에 빠지게 될 두 남자 로푸호프와 키르사노프. 그들은 언제나 자신의 이익에 따라 행동하는 이기적 유물론자들이다. 물론 여기서 ‘이익’은 화폐적 척도로 계산되는 무엇이 아니라 존재를 충만하게 하고 삶을 고양시키는 선택을 말한다. 이를 위해 그들은 원하는 것들의 ‘무게를 하나씩 달아’보고 ‘그중에서 가장 유리한 것을 선택’한다. 사랑도 마찬가지다. 동정, 연민, 희생으로 점철된 관계는 서로를 구속하고 괴롭게 한다. 그러니 오로지 저 자신을 위하여 사랑하고, 일하고, 관계하라! 이 이기적 계산법에 따라 베라는 집을 나오고 새로운 시대를 앞당기고자 노력하는 신청년, 로푸호프와 결혼을 한다. 베라와 로푸호프의 사랑은 그 자체가 지하실로부터, 강요된 삶의 행보로부터 탈출하는 일이며 동시에 새로운 삶을 구성하는 일이기도 하다. 두 사람의 부부 관계는 아주 파격적이다. 그들은 서로에 대한 존경과 신뢰를 유지하기 위하여 각방을 썼고, 심지어 ‘중립의 방’이라는 공간을 만들어 외부와 소통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또한 베라는 자신의 취미와 꿈을 살려 가난한 여자들과 함께 운영하는 ‘봉제공장’을 만든다. 구성원 모두가 공장의 주인이기에 그들은 각자의 관심과 능력에 따라 소비조합, 공동주택, 배움터 등의 새로운 관계와 생활들을 조직해 간다. 공장은 이제 단순히 생계를 위한 노동의 현장이 아니다. 그곳은 새로운 관계와 실험 속에서 가난한 여성들이 삶을 바꾸고 존재를 충만하게 하는 자유와 해방의 공간이 되어 있었다. 베라와 로푸호프는 단지 스스로의 자유와 행복을 위해 노력했다. 그런데 그 일련의 행보들이 구체제를 타도하기 위해 바꾸고 외쳤던 바로 그 혁명의 실천이 된 것이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무엇을 할 것인가’의 혁명성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작가는 이제 사회를 바꾸고, 일상을 바꾸는 것을 넘어 존재의 근본적인 고양을 시도한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것은 베라와 로푸호프의 결별 과정 속에서 이루어진다. 언제나 그러하듯이 이들의 사랑 또한 머무르지 않는다. 로푸호프의 ‘절친’ 키르사노프와 베라가 사랑에 빠진 것이다. 이 경우 보통은 서로에 대한 극한 분노와 질투, 자기 비하로 얼룩진 파국을 맞이하기 마련이다. ‘영원한 사랑’에 대한 믿음이 온갖 망상들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베라 역시 처음에는 죄책감으로 괴로워하고 자신의 새로운 사랑을 부정하기까지 한다. 하지만 로푸호프는 그렇지 않았다. 그는 절망에 사로잡히기는커녕 베라를 헤아려 주고 그녀가 새로운 사랑을 시작할 수 있도록 적극 돕는다. 심지어 베라와 키르사노프가 타인들로부터 비난받지 않도록 치밀한 자살극을 꾸미기까지 한다. 이렇게까지 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사랑의 무상성을 깊이 통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은 다 거기에 맞는 시간을 갖고 있는 법이오.” “당신은 오직 한 종류의 사랑에 만족했지만 지금은 다른 것을 원하고 있는 게 틀림없어.” 그에게는 이별의 아픔마저도 자신의 삶을 고양시키는 수련의 과정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로푸호프의 노력으로 두 사람은 자기 자신과 정직하게 대면할 수 있었다. 베라는 그동안 자신을 지하실로부터 탈출할 수 있도록 이끌어준 로푸호프에게 의존하여 생활을 꾸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에게 의존한 채로는 살아갈 수 없다. 자기가 자기 삶의 주인이 되지 못하는 한 사랑과 삶의 변화 앞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흔들리기 때문이다. 이 깨달음을 얻은 베라는 자신의 두 번째 사랑이 단순히 파트너를 바꾼 관계가 아니라 진정으로 독립한 두 남녀의 결합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 그녀는 의사가 되는 수련을 받기로 결심하는데, 당시로선 가히 혁명적인 이 도전은 베라가 자기 존재의 축을 세우는 일이었다. 그녀는 그렇게 모든 의존으로부터 벗어나 자기 삶을 한가운데로 도약시키고 있었다. ‘완전한 독립 없이는 진정한 행복이란 불가능하다.’ 혼자서 가는 사람만이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고, 또 그런 사랑만이 통상적인 삶의 습속을 바꾸는 혁명이 될 수 있다. 무엇을 할 것인가. 시대의 격변 속에서 길을 찾는 모든 청년들에게 체르니셰프스키는 이렇게 답한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그것만이 사랑과 혁명이 조우하는 길이라고. 박수영(수유너머 남산 연구원)
  • 한국 경제자유 35위… 4단계↓

    한국의 경제자유지수(IEF)가 지난해보다 4단계 하락한 35위를 기록했다. 미국 헤리티지재단과 월스트리트저널이 12일(현지시간) 발표한 ‘2011년 경제자유지수’에 따르면 한국은 100점 만점에 69.8점을 받았다. 60점대는 ‘적절히 자유로움’에 해당한다. 한국은 지난해 전년 대비 9계단 상승, 31위를 기록했으나 이번에는 10개 항목 가운데 ▲기업 규제 ▲정부 재정 건전도 ▲부패 지수 ▲노동 유연성 등 4개 항목에서 0.3~1.9점이 떨어졌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41개 국가 중에서는 8위다. 1위는 홍콩이 17년 연속 차지했고, 이어 싱가포르, 호주, 뉴질랜드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2~4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5위였던 아일랜드는 심각한 재정난으로 7위에 머물렀다. 미국 역시 과도한 정부 지출로 한 단계 하락한 8위에 그쳤다. 중동과 북아프리카 국가 중 IEF가 가장 높은 바레인은 지난해보다 3단계 뛰어올라, 10위에 이름을 올렸다. 중국은 지난해 140위에서 135위로 5단계 올랐다. 총점은 52점으로 여전히 ‘대체로 자유롭지 않음’에 해당하는 국가다. 북한은 믿을 만한 통계치를 얻을 수 없어 순위에서 제외된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리히텐슈타인, 수단을 제외한 조사 대상 179개국 가운데 올해도 꼴찌에 이름을 올렸다. 헤리티지재단과 월스트리저널은 1995년부터 각국의 무역 및 투자에 대한 개방성, 금융 정책 등 10개 항목에 대한 자유화 정도를 수치화해 매년 초 발표하고 있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펀더멘털 강화해 10년 전설 이루자”

    “펀더멘털 강화해 10년 전설 이루자”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12일 열린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올해는 위기극복 이후 세계 각국이 펀더멘털(기초여건)로 경쟁하는 진검승부가 이뤄질 것”이라며 “역사에 남을 ‘전설의 10년’이 될 수 있도록 근본적 과제를 해결하는 노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 들어 처음 열린 경제정책조정회의는 지난 2년반 동안 열린 위기관리대책회의를 대체한 것이다. 앞으로는 대규모 경제 정책의 기능을 강화하고 정책 조정과 토론을 활성화하기 위해 격주로 열릴 예정이다. 윤 장관은 “그동안 경제성장에서 우리 경제를 견인해 온 개발 패러다임을 넘어 이제는 성숙하고 선진화된 경제 패러다임을 새롭게 구축해 나가는 노력을 계속할 필요가 있다.”며 “경제원칙을 확고히 세우고 효율성을 높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올해 조정회의에서 중점적으로 논의할 사안은 ▲5% 경제성장 ▲3% 물가안정 ▲일자리 창출 및 서민생활 안정 ▲동반성장 체제 확립 ▲서비스산업 선진화 및 성장잠재력 확충이다. 각각의 과제를 위해 국토해양부의 세계적 종합물류기업 육성방안, 지식경제부의 공산품 유통구조 개선방안, 고용노동부의 베이비붐 세대 고용대책, 농림수산식품부의 농어촌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 등이 조정회의에서 논의된다. 또 앞으로 연간 500억원 또는 총지출 2000억원 이상이 투입되는 중·장기계획은 조정회의를 거치게 된다. 갈등·쟁점 과제는 차관조정회의와 실무조정회의를 열어 조정 기능을 강화하기로 했다. 지방자치단체는 분기별, 전문가는 매월 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신년 특별대담] 향후 10년… 한국의 미래를 말하다

    [신년 특별대담] 향후 10년… 한국의 미래를 말하다

    유럽을 대표하는 지성으로 꼽히는 자크 아탈리 플래닛 파이낸스 회장과 차세대 한국의 성장동력으로 불리는 과학 비즈니스벨트를 구상한 민동필 기초기술연구회 이사장은 9일 서울신문과의 신년 특별대담에서 ‘창조적 인재 육성’이 모든 국가의 당면 과제라고 입을 모았다. 과거의 사회구조에서 생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시스템 자체를 바꿔야 하며, 더 나은 비전을 제시하는 사람의 확보 여부가 국가와 기업의 성패를 가른다는 것이다. ☞[신년 특별대담] ‘자크 아탈리-민동필’ 한국의 미래를 말하다 이번 특별대담은 전 세계적으로 각 부문에 걸쳐 위기와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2011년 한국의 생존 방향을 모색해 보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두 사람은 향후 10년을 전 세계의 권력이 급격히 아시아로 이동하는 역사적인 분기점으로 봤다. 아탈리 회장은 “아시아는 많은 내부 문제에도 불구하고 양적인 면에서 이미 서구를 넘어섰고, 질적인 면에서도 급속히 미국을 따라잡고 있다.”면서 “시민의식이나 노동문화가 정착하면 더욱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민 이사장은 “아시아에 부족한 것은 오직 창의성뿐”이라며 “성장을 주도하는 리더십은 결국 창의성에 의해 지배되는 만큼 아시아가 서구를 넘어서는 시기는 창의성의 발전 속도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중국과 일본이라는 두 거대 강국 사이에 놓인 한국의 발전 전략으로 두 사람은 ‘특화’와 ‘강소형 산업(Specialization·Small and strong business)’을 꼽았다. 아탈리 회장은 “앞선 나라를 따라잡기보다는 금융과 산업 모두에서 한국의 언어와 문화를 사용할 수 있는 독특한 분야를 만들라.”고 조언했다. 민 이사장은 “물량으로 도전하는 중국, 양과 질의 어중간한 위치에 있는 일본과 차별화하기 위해 우리는 완벽한 질로 승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탈리 회장은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적인 산업의 화두로 떠오른 녹색(Green)기술에 대해 보다 강력한 정책을 도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기술이 개발되기만 기다려서는 절대 변화를 이끌 수 없다.”면서 “탄소세를 도입해 화석연료 절감을 촉구하고, 장거리 여행이나 출장을 대체할 수 있는 3차원 입체 영상이나 홀로그램 같은 파생기술도 적극적으로 개발하라.”고 주문했다. 이에 대해 민 이사장은 “정확하게 어느 기술이 우위에 있는지 명확하지 않을 때에는 가능성이 있는 모든 기술을 타진하는 현 정부의 정책이 바람직하다.”면서도 “다만 에너지와 물 관련 기술은 삶과 직결되는 만큼 빨리 선택과 집중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문화마당] 자유는 생명의 본질이다/현기영 소설가

    [문화마당] 자유는 생명의 본질이다/현기영 소설가

    무한질주. 모두가 달려간다. 우승열패의 이 속도전 속에서 낙오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 우리는 모두가 정신없이 죽을둥 살둥 달려간다. 도대체 이 속도 이데올로기는 우리를 어떤 파국으로 데려가고 있는 것일까? 지금 우리 정부와 기업들은 속도 이외의 어떠한 이데올로기도 허락하지 않고 있다. 이 이데올로기 속에서 빈부 격차는 더욱 심해지고 실업자들은 양산된다. 일터를 갖고 있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가혹한 노동력 착취에 시달려야 한다. 세계 최장의 노동시간, 이것이 우리가 처한 상황이다. 여기에서 인간은 목적이 아니라 도구일 뿐이다. 이 무한질주의 무서운 속도는 인간뿐만 아니라 자연도 망가뜨려 강과 숲, 논밭의 아름다운 풍경을 폭력적으로 뚫고 내달리면서 시멘트의 회색 풍경으로 만들어 버린다. 강이 콘크리트 수로로 만들어지듯. 인간의 자유도, 강의 자유도 없다. 자유는 생명의 본질이다. 강은 자유롭게 흘러야 하고 인간은 강가의 푸른 풀밭에서 자유롭게 놀 수 있어야 한다. 인간은 인간으로부터 왔지만, 본디는 자연으로부터 왔다. 요즈음엔 인간이 인간을 낳고 기르지만, 과거에는 인간과 자연이 함께 인간을 낳고 길렀다. 내면에 축소된 자연을 늘 간직하고 있는 인간, 그것이 본연의 인간일 것이다. 자연스러운 생각, 자연스러운 행동은 바로 그러한 내면이 만들어 낸다. 4대 강, 그 강들이야말로 인간을 낳고 키워낸 모태가 아닌가. 그런데 지금의 형편은 어떤가. 인간은 자유를 빼앗긴 도구적 인간이 되어버렸고, 수만년을 유유히 흐르며 인간을 낳고 키워 온 저 어머니 강들은 무도한 폭력 앞에 흐름의 자유를 잃고 강이 아닌 다른 무엇이 되어 버릴 위기에 처해 있다. ‘앞 강물, 뒷 강물’하고 노래했던 소월의 음률도 더 이상 없고,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고’ 라는 비유도 더 이상 소용없게 될 판이다. 수만년의 유구한 시간이 만들어 놓은 대자연의 질서를 어찌 비틀고 왜곡할 수 있단 말인가. 제 어미에게 칼을 들이대는 패륜행위나 다름없지 않은가. ‘창조의 질서를 거스르는 행위’라고 질타한 종교인들의 말씀이 가슴을 친다. 도구적 인간만을 강요하는 사회는 비리에 둔감하고 눈물도 고갈되어 있기 마련이다. 공감 능력이 결여되어, 예컨대 용산 참사를 바라보는 심정도 그저 무덤덤하기만 하다. 정신없이 돌아가는 일상에서 타자의 슬픔과 고통을 이해하기란 어렵다. 아니, 그 슬픔과 고통을 애써 외면하고 싶은 것이 우리의 솔직한 심정일 것이다. 그래서 공감 없고, 슬픔 없는 세상을 한탄하여 어느 시인은 이렇게 말했다. “나는 아무도 하지 못한 일을 했다. 그것은 내가 가끔씩 울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4대 강의 슬픔이 어찌 타자만의 슬픔이겠는가. 저 강들은 타자가 아니라 바로 우리를 낳은 모태이며, 우리가 도구적 인간으로 떨어지지 않기 위해서 늘 지향해야 할 정신적 지표로 존재한다. 우리가 아무리 눈물에 둔감하더라도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솟을 때가 있다. 예컨대 강둑에 홀로 서서 서편 하늘과 강물 위에 붉게 번진 장엄한 낙조를 볼 때 느닷없이, 까닭없이 눈물이 솟구치는 수가 있다. 우리의 내면에 남아 있던 자연의 조그만 흔적이 몸 밖의 대자연과 제대로 만나는 순간의 감동인 것이다. 내가 저 대자연의 어쩔 수 없는 일부로구나, 하는 자각이 눈물을 솟구치게 한다. 그렇다. 우리는 저 강이 낳은 자식이다. 어머니 강을 방관만 할 수 없는 이유다. 그동안 우리가 너무 무심했다. 더 늦기 전에 어서 달려가야겠다. 온갖 생명을 보듬은 자연인 저 강들은 자연을 허물어 세운 도시보다 더 잘 꾸며지고 더 아름답고 더 자유롭고 더 평화롭다. 강이 가르치는 그 정교함과 아름다움, 자유와 평화를 본받기 위해서라도 강의 흐름은 손상되어서는 안 되겠다. 어서 가야겠다. 저 어머니 강을 만나기 위해 급히 달려가야겠다. 우리의 자유를 위해서.
  • [서울신문 신년특집] 지나간 10년, 다가올 10년 - 2011년 가장 운좋은 정치인 정당

    [서울신문 신년특집] 지나간 10년, 다가올 10년 - 2011년 가장 운좋은 정치인 정당

    한나라당 - 전국단위 선거 등 이슈없어 ‘호재’ ‘대체로 맑고 때때로 흐림’ 4월 재·보선지역 ‘친여권’ FTA비준 문제는 악재로 한나라당의 새해 기상도는 ‘대체로 맑은 가운데 때때로 흐림’으로 관측된다. 대형 이슈가 없어 국정운영에 매진할 수 있는 해이지만, 몇몇 악재가 도사리고 있는 게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국 단위 선거 등 대형 이슈가 없다는 게 집권여당으로선 가장 큰 호재다. 2012년에 총선과 대선이 몰려있어 새해에는 상대적으로 한 박자 쉬어 가며 전열을 가다듬을 수 있는 여유가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정치 이슈 등 외부 여건에 지장을 받지 않고 국정운영에 매진할 수 있고, 집권여당인 한나라당으로서도 반사이익을 기대해볼 만하다. 대선을 앞두고 대권주자들의 행보가 본격화되면 정국 주도권을 틀어쥘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야권 후보들에 비해 인지도와 지명도를 키운 잠룡들이 많다는 이유다. 다만 상대적으로 대선 캠프들을 중심으로 ‘헤쳐 모여’가 심화될 경우 국정운영의 저항 요소로 변질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통령 등지고 잘된 정치인 없다.’는 오랜 교훈이 어느 정도나 효험을 발휘할지가 관건이다. 남북 관계의 호전 가능성도 잠재적 호재로 남겨둘 여지가 있다. 천안함 사태,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로 남북관계가 바닥을 쳤다는 전망에 기대 본다면 북한이 남북 정상회담 등을 먼저 제안해올 수도 있다는 다소 낙관론적인 접근법에 따른 것이다. 반대로 북한이 추가도발을 감행해올 경우 남북관계 경색에 따른 정권 책임론, 안보의식 강화에 따른 보수 지지세 사이를 오락가락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4월 재·보선도 표면적으론 호재로 분류된다. 국회의원 재·보선이 확정된 경기 분당을·경남 김해을이 지역적으론 친여권으로 구분되기 때문이다. 기초단체장 재·보선도 최소 5곳 이상으로 예정돼 있어 6·2 지방선거의 참패를 설욕할 기회다. 하지만 김해을의 경우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인 봉하마을이 포함돼 있어 승패를 장담할 수 없을 것이란 전망도 만만치 않다. 기초단체장 재·보선마저 참패한다면 당지도부가 책임론에 직면할 수도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처리 문제는 악재로 분류된다.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인 남경필 의원을 비롯한 당내 소장파 의원들이 19대 총선 불출마까지 거론하며 강행처리에 반대하는 데다 야권과의 협상도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또 현경병 의원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의원직 상실위기에 몰린 데다 박진 의원도 상고심을 남겨 두고 있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와 함께 이명박 정부 출범 초기 대폭 물갈이했던 공기업 및 공공기관 임원들 대부분이 임기 3년을 채우면서 후속 인사에 따른 물밑 경쟁과 탈락자들의 반감 고조도 여당으로선 부담 요인이 될 전망이다. 홍성규기자 cool@seoul.co.kr 민주당 - 집권당 레임덕 가속화 최대변수 2012년 대선 승리를 노리는 민주당에게 이명박 대통령의 ‘레임덕’(권력 누수 현상)’ 가속화는 승패를 가늠할 최대 변수로 꼽힌다. 특히 청와대 ‘대포폰’ 파문은 대표적 호재로, ‘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청목회) 입법로비 사건, 공천권 갈등은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민주당에 유리한 요소는 곳곳에 있다. 단기적으로는 한나라당의 예산안 및 법안 단독 강행 처리에 대한 여론이 민주당에 우호적이다. 보수·진보 언론들이 예산안 수정의 필요성을 한목소리로 강조한 건 이례적이다. 민주당이 서민·복지예산 삭감 등을 강조하며 내년 2월 임시국회까지 동력을 끌고 가야 하는 이유다. 장기적으로는 정부의 민간인 사찰과 ‘부자감세’를 꼽을 수 있다.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사찰에 청와대가 대포폰을 지급하고 고위직과 이인규 전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이 만났다는 증거와 자백들이 쏟아지는 만큼 국정조사, 특검 요구는 계속될 전망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에 계류된 소득세 추가 인하 법안도 ‘롱런’할 이슈다. 지방 재정적자가 최악인 데다 연소득 1억 3000만원 이상 고소득자의 세금을 깎아 주자는 취지가 국민 정서와 대치되기 때문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도 ‘원안에 손대지 않겠다.’는 정부 측 약속이 깨진 셈이어서 야당에 유리하다. 그러나 ‘레임덕’과 ‘안보 문제’는 어느 한 손을 들기 힘들다. 정권 교체를 원하는 민주당에 있어 레임덕은 여권 내 분열 등이 야기될 호재임에 분명하지만 북한의 기습 도발로 한반도 정세가 불안해지면서 ‘레임덕’ 효과는 극히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안보 불안을 만든 세력에 등돌린 민심이 북한 도발로 공분을 사면 보수 강경파로 다시 돌아설 수 있다. 레임덕을 막기 위해 야당 대권주자들에 대한 ‘흠집내기식’ 전방위 사정 정국이 펼쳐질 수도 있다. 여기에 현 정권에 실망한 민심이 야당이 아닌 대선후보 선호도 1위를 달리는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에게 전이될 경우 최대의 악재가 될 수 있다. 민주당 내 마땅히 각인된 후보가 없는 상태에서 민주 세력의 결집이 나타나지 않으면 박 전 대표가 ‘어부지리’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청목회의 대가성 자금 후원 문제도 발목을 잡고 있다. 검찰이 줄소환을 예고한 데다 여론도 우호적이지 않다. 현재 진행중인 당내 공천권 결정 방향에 대한 지도부의 내분도 잠재돼 있다. 집단지도체제하에서 ‘손학규·정동영·정세균’ 삼파전 갈등이 표면화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당의 원심력을 최소화하고 구심력을 강화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동당·진보신당·국민참여당 등 소수 진보개혁정당의 ‘비(非)민주당’ 연대 대통합도 변수다. 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자유선진당 - 원내 교섭단체 구성 최적기로 “충청권이 뭉쳐야” 여론땐 심대평·이인제 함께할 것 과학벨트 유치되면 호재로 자유선진당의 2011년 목표는 ‘당력 강화’다. 그러나 곳곳에 악재가 도사리고 있어 당 내부적으로도 고민이 크다. 선진당은 2011년을 19대 총선 및 대선을 앞두고 원내 교섭단체 구성의 최적기의 해로 판단하고 있다. 선진당의 한 관계자는 “19대 총선 등을 앞두고 충청권이 뭉쳐야 한다는 여론이 조성되면 심대평 국민중심연합 대표와 이인제 의원 등이 선진당과 함께할 여지가 충분하다.”면서 “창조한국당 등과도 물밑으로 관련 논의를 하며 암묵적으로 뜻을 함께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당내에선 원내교섭단체 입성 여부를 둘러싸고 부정적인 입장도 나타나고 있다. 선진당의 또 다른 관계자는 “2011년에 당력 강화에 실패해 원내교섭단체로 입성하지 못하면 또다시 원내교섭단체 협상이나 상임위 간사직 등에서 배제된다. 가뜩이나 소수 야당인 선진당이 19대 총선 등을 앞두고 국민의 시야에서 더욱 소외될 수밖에 없다.”면서 “당력 강화로 인한 원내교섭단체 입성 여부에 따라 당의 생명력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선진당은 과학비즈니스벨트 충청권 유치가 확정될 경우 충청권 민심 강화와 당력 강화에 호재가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악재는 ‘현상 유지’ 여부다. 일부 소속 의원들의 경우 19대 총선 등을 앞두고 탈당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진당의 한 관계자는 “총선과 대선 등을 앞두고 사람들이 많이 모여야 당력이 강화되는 게 사실인데 현상 유지를 할 수 있는지 여부가 가장 큰 고민”이라면서 “현재 수준으로 계속 이어 간다고 해도 사실 선진당의 발전 여부는 그리 밝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고민을 토로했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진보개혁 정당들 - 소수 정당 가장 큰 화두 ‘대통합’ 민주노동당·진보신당·국민참여당 등 소수 진보개혁 정당들의 내년 가장 큰 화두는 ‘대통합’이다. 거대 여당인 한나라당에 맞서 2012년 정권 교체를 이루기 위해서는 진보세력 간 ‘대동단결’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아직은 연대냐 통합이냐의 갈림길에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상태다. 대통합의 시너지는 호재가 될 수 있으면서도 도로 악재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선 민노당과 진보신당은 분당한 지 2년 10개월 만인 지난 7일 ‘진보정치 대통합과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에 합의했다. 다양한 진보세력들과 연석회의를 추진하고 총선(4월) 일정을 감안해 늦어도 내년 하반기까지는 결론을 내린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일부 진보단체가 민주당에서 분당한 친노무현계 인사들로 구성된 국참당의 참여를 권유하면서 진보세력 대통합 논의는 한층 가열되는 양상이다. 국참당 관계자는 “민노당·진보신당만 합치면 ‘도로 민노당’이 돼 진보통합의 의미가 없지 않느냐며 제안해와 최고위와 당내에서 의견을 수렴 중”이라고 밝혔다. 만약 3개 정당과 여타 진보세력 등 ‘비(非)민주당’으로 합쳐진다면 새로운 진보세력의 구심점을 기대해 볼 수 있다. 내년 4월 열릴 재보궐 선거에서 당선자를 낸다면 힘은 더욱 실린다. 하지만 대통합을 통해 집권당에 맞설 야권 단일화는 쉽지 않아 보인다. 누가 연대와 대통합을 주도할지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는 데다 통합하고서도 대북관, 비정규직, 한·미 자유무역협정 등에 관한 문제에 대해 당간 합의점을 찾아내지 못하면 분열은 시간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럴 경우 대통합에 기대했던 지지층들의 실망으로 집권을 위한 동력 자체를 상실할 우려도 있다. 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 [사설] ‘주적’을 ‘주적’으로 부르지 않는다면…

    2010년 국방백서에 ‘주적’(主敵)이라는 표현이 들어 있지 않다고 한다. 국방부는 “주적이라는 직접적인 표현 대신 북한정권과 북한군은 우리의 적”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고 어제 밝혔다. 북한정권과 북한군으로 주적개념을 최소화·차별화한 것이다. 주적은 1995년 국방백서에 처음 등장했으며 2004년 국방백서에서 ‘현존하는 북한의 군사적 위협’으로 대체됐다. 이명박 정부 들어 출간된 2008년 국방백서에서는 ‘우리 안보에 직접적이고 심각한 위협’이라고 에둘러 표현됐다. 군이 주적이라는 간단하고도 당당한 표현을 사용하지 않은 이유가 의아하다. 주적 대신에 흐릿하고, 애매모호한 표현에 만족하면서 애써 회피하는 듯한 인상이 든다. 군 주변에서는 북한군과 김정일 정권이 우리의 적이라는 사실이 명확한 상황에서 굳이 국방백서에 주적이라는 직접적 표현을 사용해 자극할 필요가 없으며, 군 내부 자료에서 이미 ‘제1의 적’ ‘핵심적인 적’으로 호칭하고 있어 겹친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감이 잡힌다. 군인답지 않은 해석이다. 군의 의견이 정치적으로 굴절된 결과가 아닌가 한다. 김관진 신임 국방장관의 소신과도 다르다. 김 장관은 국회 인사청문회장에서 “북한 지도부와 북한군은 우리의 주적임이 분명하다.”라면서 국방백서에 명문화하는 방안을 재판단하겠다고 답했다. 무엇이 김 장관의 소신을 접게 하였나? 아무래도 남북정상회담 성사 등 남북관계 개선 가능성에 주적개념의 부활이 걸림돌이 될지도 모른다는 정치적 입김이 작용한 것 같다. 북한군은 미제 침략군, 일본 자위대, 남조선 괴뢰도당을 주적이라고 밝힌다. 북한군은 철두철미 노동당의 지도를 받고 있고, 노동당 규약은 헌법을 우선하는 최상위 규범이다. 그 노동당 규약에 ‘대남적화통일’을 명시하고 있는 한 우리 군의 주적이 북한이라는 사실은 회피할 수도, 바뀔 수도 없다.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가 지적했듯이 군은 정치권 눈치 보기를 중단하라. 2년마다 발간되는 대표적인 군사전략 문서에 주적을 표현하지 않으면 어디에다 표기하려 하는가. 천안함이 가라앉고, 연평도에서 그만큼 당하고도 아직 정신을 못 차렸는가. ‘우리의 적’이 뭔가. 발간을 미뤄서라도 주적이 제대로 표기된 국방백서를 국민 앞에 내놓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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