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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文대통령 신년회견] “최저임금 부담 기업에 4대보험 지원… 정착 땐 일자리 늘 것”

    [文대통령 신년회견] “최저임금 부담 기업에 4대보험 지원… 정착 땐 일자리 늘 것”

    자영업자 등 4대보험 세액공제 정부마련 대책 이용 땐 도움 될 것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2~3%대 성장을 우리의 새로운 노멀한 상태로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이미 상당한 경제성장을 이룬 상태이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고도성장을 해 나가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는 ‘올해 3%대 경제성장률을 전망하는데 글로벌 평균은 4%로 격차가 있다’는 지적에 대한 답변으로 “세계 평균 성장률이 목표가 될 수는 없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상위권의 성장률을 유지할 수 있다면 만족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의 잠재성장률을 최대한 높여 실질성장률을 잠재성장률에 부합하게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그렇게 본다면 지난해에 3.2% 성장률을 이뤘을 것으로 잠정판단하는데 새해에도 3% 성장은 지속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이날 신년사에서 “8년 만의 대타협으로 올해 최저임금 인상률을 16.4%로 결정했다”며 “올해 이런 변화들을 확산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저임금 인상의 후폭풍이 작지 않다’는 지적에 문 대통령은 “‘최저임금 인상이 일자리를 줄일 것’이라는 염려들을 직접 거론하면서 오히려 이 제도가 정착되면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라고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최저임금 두 자릿수 인상이 처음이 아니다. 1월에 다소 혼란스러운 일이라든지 걱정이 있을 수 있을 것 같다. 여러 한계기업, 특히 아파트 경비원이나 청소하는 분들, 취약계층 쪽의 고용이 위협받을 소지가 있다고 본다. 외국에서도 최저임금을 새로 도입하거나 대폭 올리는 일이 있는데 그럴 때마다 고용의 영향이나 상관관계가 늘 논의된다면서, 정착이 되면 오히려 경제가 살아나고 일자리가 늘어난다는 것이 대체적인 경향이다.” 문 대통령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부담에 대해서는 정부가 이미 대책을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일자리 안정자금 3조원을 예산으로 확보해 고용보험으로 들어오기만 하면 증가되는 임금만큼을 정부가 직접 지원하고, 4대 보험료를 지원하며, 4대 보험료에 대해 세액공제 혜택도 준다는 것이다. 정부가 만들어 놓은 대책을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이용하라는 것이다.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자영업자의 부담을 지원해도 4대 보험 가입이 더 무섭다는 비판적인 여론에 ‘정부가 4대 보험도 지원하고 세액공제 혜택도 부여한다’고 해명한 것이다. 정부 지원 대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회보험 바깥에 머무는 노동자들에 대해 문 대통령은 “청와대와 정부가 최선을 다해서 그분들이 제도권에 들어가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신년사에서 “올해 우리는 국민소득 3만불 시대를 맞이할 것이나 3만이라는 수치가 중요하지 않다. 국민소득 3만불에 걸맞은 삶의 질을 우리 국민이 실제로 누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와 치매 국가책임제 도입, 법정 최고금리 24%로 인하, 정책금융기관의 연대보증제도 전면 폐지, 노동자 휴가지원제도 시행, 8600억원 규모의 모태펀드와 혁신모험펀드 출범, 어르신 기초연금 25만원으로 인상, 아동수당 지급 등 삶의 변화를 이끌 수 있는 주요 정책들의 사례를 제시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사설] 북핵 논의 못했지만 화해 물꼬 튼 남북 회담

    남북이 어제 고위급 당국 회담을 열어 평창동계올림픽 북측 선수단 참가, 군사회담 개최, 다양한 분야의 교류와 협력 등 3개항의 공동보도문을 채택했다. 이로써 평창올림픽은 단순한 세계 스포츠 축제 차원을 넘어 지구촌의 평화를 기원하는 제전으로 발돋움하는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 북핵 위기로 동북아의 긴장이 최고조에 이른 상황에서 꽃 피운 반전이라는 점에서 환영할 일이다. 25개월 만에 재개된 어제 남북 대화는 그러나 첫술로 배를 채울 수 없듯 기대와 우려가 함께한 자리로 평가된다. 무엇보다 북측이 평창올림픽에 대규모 방문단 파견 의사를 밝히며 적극적인 자세를 보인 점과 우리 측이 제안한 군사당국회담을 수용한 점이 주목된다. 북측은 어제 회담에서 선수단뿐 아니라 고위급 대표단과 응원단, 예술단, 참관단, 태권도 시범단, 기자단 등을 열거하며 우리 측에 수용 의사를 물었다. 예술단 파견 등은 과거에도 있었으나 이름조차 생소한 참관단까지 포함한 다방면의 대규모 파견단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특히 북한의 권력서열 2위로 평가되는 최룡해 노동당 부위원장을 북이 대표단 단장으로 내세운다면 이는 남북 대화의 새로운 변곡점이 될 수도 있다. 북이 평창올림픽을 최대한 자신들의 선전장으로 활용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남북 간 화해와 북핵 위기 해소를 위한 실질적 조치 없이 평창올림픽을 한낱 북의 선전장으로 전락시킬 수는 없다는 점에서 향후 정부의 각별한 대응이 요구된다. 북이 군사당국회담은 수용하면서도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회담은 거부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 할 것이다. 우리 정부는 남북 간 우발적 무력 충돌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는 조치들을 논의한다는 방침이나, 북은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과 비무장지대 확성기 방송 중단을 요구하며 우리 측을 압박할 게 뻔하다. 한마디로 자신들에게 유리한 논의의 장만 취하고, 이산가족 상봉과 같은 껄끄러운 교류 협력은 마다하겠다는 심산을 내보인 것이다. 우리 수석대표인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기조발언을 통해 “조속한 시일 내에 한반도 비핵화 등 평화정착을 위한 제반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대화 재개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데 대해 북측 수석대표인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강하게 반발했다. 결국 어제 채택한 공동보도문에 남북 간 현안을 우리 민족끼리 해결해 나간다는 합의만 담겼을 뿐 북핵의 ‘핵’자도 언급하지 못한 점은 회담의 향배를 우려하게 만드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당장의 화해 분위기 조성이 시급하다지만 북의 핵·미사일 개발에 대한 논의가 원천봉쇄되는 회담이라면 우리는 대체 무엇을 위해 대화를 하는 것인지 심각하게 묻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남북 간 화해협력의 대전제가 북의 핵 개발 중단에 있음을 일순간도 잊지 말아야 한다. 섣부른 주고받기로 대화의 목적을 잃어선 안 된다.
  • [씨줄날줄] 가상화폐 광풍/임창용 논설위원

    [씨줄날줄] 가상화폐 광풍/임창용 논설위원

    어딜 가나 가상화폐 이야기다. 직장이나 친구 모임은 물론 이젠 학교 교실에서까지 가상화폐 투자 무용담이 춤을 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지인의 친구가 떼돈을 벌었다는 식의 간접 투자담이었다. 하나 이젠 “친구나 지인이 얼마를 투자해 한 달 만에 몇 배의 수익을 올렸다”는 직접 경험담이 많아졌다. 가상화폐만 생각하면 괜히 손해 보는 것 같다거나 갑자기 우울해진다는 사람도 많다. 가히 가상화폐 광풍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다.비트코인을 선두 주자로 한 가상화폐가 돈을 빨아들이고 있다. 엊그제 가상화폐 시가총액 가치가 8000억 달러(약 852조원)를 돌파했다고 한다. 대체 가상화폐가 어떤 마력을 지녔기에 블랙홀처럼 돈을 빨아들이는 걸까. 가상화폐는 표현대로만 보면 진짜 화폐가 아니다. 블록체인 코드로 컴퓨터 속에 존재할 뿐 아무런 실제 가치가 없으니 그럴 수도 있다. 한데 그런 논리라면 원화나 달러, 유로화도 종이에 불과하니 마찬가지다. 다만 국가의 담보 아래 노동의 산물인 물건이나 서비스로 바꿀 수 있을 뿐이다. 가상화폐도 기업이나 개인들의 약속에 의해 교환 기능을 부여받으면 기존 화폐와 다를 게 없어진다. 이미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리플 등 대표 가상화폐들은 부분적으로 이런 용도로 쓰이고 있다. 가상화폐는 화폐 사용과 거래에 참여하는 개인들 사이의 계약이다. 뚫리지 않는다는 블록체인으로 이루어진 디지털 계약이다. 국가를 넘어선 개인들이 발행하니 태생적으로 국제 화폐다. 현재의 블록체인 기술이 더 발달하고, 가상화폐를 매개로 한 상품과 서비스 교환이 보편화된다면 개별 국가가 발행하는 화폐의 지위를 넘볼 수도 있다. 종이 화폐에 비해 발행 비용이 제로에 가깝고, 거래 비용이 훨씬 낮으며, 국경을 넘나드는 속도와 편의성이 높기 때문이다. 정부의 간섭을 받지 않는 자유시장 경제에 딱 들어맞는다고 주장하는 경제학자들도 있다. 하지만 이런 강점은 화폐로서의 안정성이 담보될 때에 한해 작동한다. 국가의 신용 담보가 없는 만큼 불안정성이 너무 강해 거기 기생하는 투기 광풍이 상존할 수밖에 없다. 미국이나 유럽 국가들이 자국 화폐를 위협하는 가상화폐에 신용을 담보해 줄 리도 없다. 며칠 전 한 대학생이 등록금을 가상화폐에 투자해 수십 배의 수익을 올리자 그 부모가 다시 목돈을 끌어다 맡겼다는 소식을 들었다. 10대, 20대 청년들이 너도나도 용돈을 가상화폐에 넣고 밤을 지새운다고 한다. 젊은이들에게 노력의 가치, 노동의 의미를 설명해 주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것 같다. sdragon@seoul.co.kr
  • “가상화폐 채굴해 김일성 대학 서버로 보내는 악성코드 발견”

    “가상화폐 채굴해 김일성 대학 서버로 보내는 악성코드 발견”

    가상화폐 ‘모네로’(Monero) 채굴을 지시해 채굴된 모네로를 북한으로 송금하는 악성 코드가 발견됐다는 보도가 나왔다.9일(한국시간) 연합뉴스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로이터통신을 인용해 미국의 사이버 보안업체 ‘에일리언볼트’의 분석결과를 보도했다. 에일리언볼트의 엔지니어인 크리스 도만은 구글의 ‘바이러스토털’이 수집한 ‘바이러스 데이터베이스’에서 이 악성 코드를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악성 코드는 감염된 컴퓨터에 모네로를 채굴하도록 한 뒤 채굴된 모네로를 자동으로 북한 김일성대학 서버로 보내도록 설계됐다. 또한 해커가 사용하는 김일성대학 서버 암호는 ‘KJU’이며, 이는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이니셜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WSJ은 악성 코드에 대해 “북한 정권이나 배후가 북한으로 알려진 해킹그룹 라자루스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지는 입증할 수는 없지만, 국제사회의 제재를 상쇄하기 위한 대체 돈벌이 방안을 찾고 있는 북한이 가상화폐에 관심이 있다는 또 다른 사례”라고 전했다. 지난해 6월 한국 내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에서 발생한 3만여 명의 회원정보 유출 사건 등 가상화폐 거래소 해킹 사건과 관련해 국가정보원은 북한이 관련됐다는 증거를 확보해 검찰에 넘긴 바 있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백지연의 생각의 창] 만두 빚는 시간

    [백지연의 생각의 창] 만두 빚는 시간

    나이가 들어 새롭게 알게 된 음식 중에 납작만두가 있다. 대구 지역의 별미라는 납작만두를 처음 본 순간 ‘이것을 무슨 맛으로 먹지?’라는 생각을 했다. 이름 그대로 만두 안에 당면 몇 가닥 외에는 거의 속 재료가 없었다. 얇고 반들반들하게 구워진 납작만두는 파와 양파, 고춧가루, 양념간장과 함께 먹어야 한다. 납작만두는 만두 속이 바깥의 싱싱한 채소와 양념으로 대체되는 독특한 맛을 갖고 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별것 없는 듯한 그 허전한 맛이 나름 중독성이 있어서 대구에 갈 일이 있으면 으레 교동 시장의 납작만두 가게를 찾게 된다. 가게의 할머니들이 구워 주시는 기름진 납작만두는 집에 가져가면 좀처럼 재현되지 않는 고유한 맛을 지니고 있다. 철판에 진한 기름을 두르고 여러 장의 만두를 빠르게 굽는 할머니의 손맛은 직접 가서 먹어야 느낄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독특한 풍미의 납작만두를 좋아하게 됐지만 만두를 생각하면 여전히 그 속에 풍성하게 들어 있는 김치, 두부, 고기, 부추, 당면 등을 떠올리게 된다. 그러나 맛있는 음식이 대체로 그렇듯이 김치와 만두, 잡채나 송편은 여러 가지 노동을 필요로 한다. 만두만 하더라도 두부와 김치의 물기를 꼭꼭 짜고 재료들에 간을 적절히 해야 하는 번거로운 과정을 거친다. 여기에 만두피까지 따로 만들면 일은 더 늘어난다. 만두소 역시 간을 맞추는 것이 쉽지 않다. 자칫하면 굉장히 싱거워지거나 입안에서 여러 재료의 맛과 간이 겉돌기 쉽다. 잘 빚어 놓고 한번 쪄서 식혀 놓지 않으면 터져 버리기 쉬운 은근히 까다로운 음식이 바로 만두다.만두 빚는 이야기를 하면 슬며시 떠오르는 소설의 한 장면이 있다. 황정은의 소설 ‘계속해보겠습니다’(창비·2014)에는 김장철이 다가오기 전 묵은 김치를 비우는 연례행사로 사람들이 모여 만두를 빚는 장면이 나온다. 만두를 빚는 사람은 모두 네 사람이다. 집주인인 순자와 아들 나기, 그리고 예전에 세입자로 한 공간에 살았던 소라와 나나 자매다. 이렇게 가족과 세입자 이웃이 함께 어울려 해마다 만두를 빚게 된 배경은 과연 무엇일까. 이들의 만두 빚기에는 곡진한 사연이 담겨 있다. 소라와 나나 자매는 어린 나이에 끔찍한 산재 사고로 아버지를 잃고 어머니와 함께 낯선 곳으로 이사 간다. 어머니 애자는 남편을 잃고 난 후 삶의 의욕을 놓아 버리고 딸들을 돌볼 힘을 갖지 못한다. 이사 간 집에는 공동 세입자로 과일 행상을 하는 순자와 그의 아들 나기가 살고 있었다. 배고픈 소라 자매가 쉰 떡을 쪄서 먹는 장면을 우연히 목격한 순자는 자신의 부엌에 데려와 아이들에게 밥을 차려 준다. 순자는 아이들이 부끄러워하지 않도록 자존심을 지켜 주면서 말없이 도시락을 싸서 신발장 위에 놓아 둔다. 홀로 아들을 키우면서 생계를 잇는 고단한 형편이면서도 순자는 매일 도시락 싸는 것을 잊지 않는다. 김장철이 오기 전 순자와 함께 묵은 김치로 만두를 빚는 시간은 자매가 은근히 기다리는 연례행사가 된다. 성인이 된 소라 자매가 엄마를 대신해 사랑을 준 순자와 음식을 만들고 나누는 일은 “즐겁고 애틋하고 두렵고 외롭고 미안하고 기쁜 마음”을 벅차게 느끼는 시간이기도 하다. 소라 자매가 순자의 이름 한 글자를 따서 붙인 ‘순만두’는 특별한 레시피가 없다. 만두소는 “고기 듬뿍, 두부 듬뿍, 김치를 듬뿍 사용해 만드는데 듬뿍의 기준은 어디까지나 아주머니의 손어림”에 따르고, 만두피는 나기가 정성껏 반죽해 만든다. 소설을 읽고 있으면 땀 흘리며 만두를 만들고 찌고 쟁반에 놓고 만둣국을 끓여 먹는 사람들의 모습이 눈앞에 그려지듯 생생하게 다가온다. 누군가와 스스럼없이 나누는 따뜻한 음식만큼 마음을 녹이는 것은 없다. 우리는 만나고 헤어지는 인사로 ‘언제 한번 만나서 밥 먹자’라는 말을 종종 건네곤 한다. 습관처럼 미래를 기약하는 이 말이 형식적이라고 느끼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밥을 먹자’는 말만큼 정답고 폭넓게 쓰이는 말도 없을 것이다. 부디 새해에는 반복적인 노동에 지친 의례적인 식사만이 아닌, 편안한 마음으로 음식을 나누는 귀한 시간들이 조금씩이라도 늘어날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 공생하지 않으면 멸종…인생 실험실의 깨우침

    공생하지 않으면 멸종…인생 실험실의 깨우침

    덥수룩한 턱수염이 인상적인 ‘털보 과학자’ 이정모(55) 서울시립과학관장은 어느 날 어머니 집의 안방 침대가 대각선으로 놓여 있는 희한한 광경을 목격했다. 어머니는 “아니 글쎄, 안방에 수맥이 흐르지 않니. 그거 피하느라 이렇게 뒀지”라고 말했다. “아파트 12층에 수맥이라고요?” 동네 문화센터에서 수맥 탐지법을 배우고, 고가의 탐지봉까지 산 모친은 수맥 탐사에 흠뻑 빠졌다. 한참 과학적 설명을 하며 원래대로 침대를 돌려놓던 그에게 모친이 역정을 냈다. “으이구, 니네 과학자들이 뭘 안다고 그래. 그냥 놔둬!”사기꾼 퇴치법부터 우주 이민까지 과학 지식과 유머를 차지게 버무려 놓은 그의 신간 ‘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다만’에 나오는 얘기다. 인공지능(AI)과 4차 산업혁명이 시대의 화두인 ‘과학의 시대’라고 하지만 과학은 종종 세상물정보다도 한 수 아래 취급을 받는다.●과학적 지식 빨리 퍼져도 일상 속 잘못된 상식은 중세 수준 과학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 쓰는 저술에 능한 그가 ‘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다만’이라는 반어적 제목을 붙인 것도, 부제가 ‘털보 과학관장이 들려주는 세상물정의 과학’인 이유도 여전히 과학을 세상물정보다 못한 것으로 여기는 세태에 대한 불만을 넌지시 드러내기 위한 게 아닐까. 지난 3일 서울 노원구 서울시립과학관에서 만난 이 관장은 “과학적 지식은 빨리 퍼지는데 과학적 삶의 태도는 중세시대나 지금이나 거의 바뀌지 않았다”며 “잘못된 상식이 과학적 지식으로 대체된다면 우리 삶도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그중 전자레인지의 전자기파가 발암 물질을 만들고, 인체 세포를 손상시킨다는 괴담이 대표적이다. 이 관장은 “전자레인지 전자기파는 정형외과에서 쓰는 적외선보다도 에너지가 약하다”며 “헤어드라이어의 전자기파는 전자레인지에 코를 대고 들여다볼 때 쬐는 것보다 10배가량 높고, 3㎝ 두께의 요를 깐 전기장판도 훨씬 많은 전자기파를 방출한다”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가습기의 전자기파는 전자레인지의 14배에 달하고 화장실 비데의 전자기파는 20배나 된다. 이 관장은 “이런 식으로 따지면 세계보건기구(WHO)의 발암등급표에 휴대전화와 동일한 등급(2B)으로 올라 있는 김치도 먹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책에는 그가 평범한 일상에서 건져 올린 번뜩이는 과학적 통찰이 담겨 있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물을 흐린다’는 표현도 과학의 눈으로 해석하면 전혀 다른 의미가 된다. “미꾸라지가 흙탕물을 일으켜 산소를 공급하지 않으면 웅덩이는 썩어서 아무것도 살지 못하죠. 직장에 미꾸라지 같은 직원이 들어와 갈등을 일으키는 게 아니라, 갈등 요인이 많은 조직에서 바른말을 하며 썩지 않게 만드는 것입니다.” 과학 지식은 우리 일상 속에서 접점을 맺고 세상을 다른 눈으로 사고하게 만드는 유용한 도구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태도는 과학과는 여전히 거리가 멀다. 그는 “얼마 전 장관 후보자가 청문회에서 6000년이라는 신앙적 지구 나이와 46억년이라는 과학적 지구 나이가 따로 있다는 이야기를 하는 걸 듣고 참담했다”며 “더 놀라운 건 그런 발언이 전혀 심각한 것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고 말했다. 인생이라는 큰 실험실에서 그가 깨닫는 세상물정의 이치는 명료하다. ‘공생(共生) 즉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각자도생하면 각자 망한다. “자연사는 멸종의 역사예요. 공생하지 않으면 멸종하고, 공생한 생명만이 진화로 이어집니다. 그동안 지구는 백악기 시대의 공룡 멸종 등 다섯 번의 대멸종기를 거쳤고, 이제 여섯 번째 대멸종기가 진행되고 있어요. 다섯 번의 대멸종을 보면 그 시대의 지배종은 다 멸종했어요. 과학자들은 여섯 번째 대멸종기가 빠르면 500년, 길면 1만년 내 완성될 것으로 봐요. 인간 정도 크기의 생명체라면 150만년은 존재해야 정상인데, 호모사피엔스가 등장한 지 겨우 20만년 만에 대멸종을 걱정하는 신세가 된 거예요.” 이 관장은 지구를 사수하며 겸허하게 사는 삶을 연습하자고 제안한다. 그는 “스티븐 호킹 박사나 인터스텔라 같은 영화를 보면 새로운 행성을 개척하는 이야기가 나오지만 그건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인간의 생존에는 수만종의 미생물과 동식물이 어울린 생태계가 필요하지만 1ℓ짜리 물 한 병을 지구 밖으로 운반하는 비용만 수십 억원이기 때문이다. 그는 작은 봄꽃들도 수정하고 번식하기 위해 무리를 지어 핀다고 말한다. 벌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다. “만약 자잘한 꽃들이 각자도생하겠다고 나서면 죽을 힘을 다해 꽃을 피워 봤자 생존할 수 없어요. 마찬가지로 인간도 살아남으려면 눈에 보이는 주변 생명들과 잘 어울려 살고 연대해야 하는데, 우리가 가장 많이 보고 가깝게 접하는 생명체가 바로 인간입니다. 대학 청소노동자들에게서 휴식 공간을 뺏고 화장실에서 밥을 먹게 하거나 아파트 경비원을 노예처럼 다루는 인간들이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 달팽이나 도롱뇽, 풍뎅이랑 어떻게 어울려 살 수 있겠어요?” ●한국처럼 자원 쓰면 지구 8개 필요… 낭비하는 삶의 자세 끝내야 지구 인구 75억명을 다 모으려면 가로세로 높이 2㎞인 상자가 필요하다. 1800년에 10억명이던 인간은 2000년 60억명, 2045년이면 90억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인간 종 하나가 생태계에서 차지하는 생물양은 거대한 인구압이 돼 대멸종을 일으키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이 관장은 “더 효율적인 기술 개발로 더이상 자원을 낭비하지 않고, 조금 먹고 조금 쓰는 식으로 삶의 자세를 바꿔야 한다”며 “현재 지구에서 국토 면적당 생태 자원을 가장 많이 소모하는 나라가 대한민국이고 한국 사람처럼 생태자원을 쓰려면 지구가 8.4개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스스로를 과학자와 시민 사이에 서 있는 ‘거간꾼’으로 표현하는 그는 양자 사이의 거리를 좁히겠다는 꿈을 자신이 관장으로 일하는 과학관에서 실험한다. 서울시립과학관 전시실에는 ‘만지지 마시오’, ‘떠들지 마시오’ 같은 팻말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과장하자면 전시물을 상상도 하지 못할 방법으로 망가뜨려 놓으면 이 관장은 기뻐한다. 그는 “과학관은 ‘보는’(Seeing) 곳이 아니라 ‘(하지 말라는 것도 시도)하는’(Doing) 곳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학은 지식이 아니라 세상을 대하는 태도입니다. 과학적 태도를 생활어로 번역하면 ‘남의 말에 휘둘리지 않고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이미 우리는 과학에 대한 강력한 욕구를 갖고 있는 셈이지요.”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무인주문기 대당 300만원, 알바 2명 해고” 최저임금 인상 빌미…인간 대체하는 기계

    “무인주문기 대당 300만원, 알바 2명 해고” 최저임금 인상 빌미…인간 대체하는 기계

    과학 기술의 진보가 ‘시간당 최저임금 인상’과 맞물리면서 종업원이 없이 운영하는 ‘무인 점포’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대표적인 아르바이트 업종인 주유소와 패스트푸드점에서부터 ‘무인 결제 시스템’(키오스크)이 도입돼 음식점과 편의점 등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일각에서는 부작용이 더욱 심화될 경우 21세기판 ‘러다이트(기계 파괴) 운동’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8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 고시촌의 한 분식 체인점에는 점심을 먹으려는 ‘공시생’(공무원시험 준비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하지만 홀에 직원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공시생들은 카운터 대신 설치된 키오스크에서 음식을 주문했고, 주문 번호가 울리면 주방에서 자신의 음식을 가져다 먹었다. 직원 3명은 주방에서 음식을 만드는 데에만 집중했다. 간혹 설거지를 하던 직원이 홀에 나와 테이블을 정리했다. 점주인 방모(52)씨는 “노량진에서는 주 고객층이 호주머니 사정이 열악한 공시생이다 보니 음식값을 낮게 유지할 수밖에 없는데 최저임금이 매년 올라 비용을 절감할 방법을 찾다가 무인 주문 시스템을 도입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키오스크 1대 가격은 약 300만원으로 직원 1명의 한두 달 월급밖에 안 된다”고 했다. 다른 돈가스 전문점도 직원 대신 키오스크가 주문을 받고 있었다. 직원 김모(33)씨는 “하루 주문이 200건 정도 되는데 무인 주문 시스템을 설치하면서 직원이 3명에서 1명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인상 이후 아파트 경비원에 대한 해고가 잇따르는 것도 결국엔 경비원 업무를 기계가 대신할 수 있기 때문으로 인식된다. 아파트와 건물의 출입문 보안이 강화되면서 굳이 경비원이 없어도 거동 수상자에 대한 출입 통제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과거 버스 출입문이 자동화되면서 ‘버스 안내양’이라는 직업이 사라진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이젠 편의점마저 ‘무인 점포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손님이 물건을 고른 뒤 직접 계산하는 시스템이다. 모두 최저임금 상승에 따른 인건비를 줄이기 위한 조치로 볼 수 있다. 로봇이 음식을 나르고 무인 택시가 등장할 날이 머지않았다는 얘기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최저임금 인상 초기인 만큼 조금 더 지켜보자”는 입장과 “부작용이 더 확산되기 전에 막아야 한다”는 입장으로 엇갈린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물가 상승이나 고용 감소는 이미 예견됐던 일”이라면서 “정부가 일자리 안정 지원금 등 후속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효과가 미미하고 각종 꼼수까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영세 자영업자와 노동자 모두의 피해를 줄이려면 우선은 내년도 최저임금을 동결하거나 인상률을 낮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김성희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자영업자 3명 가운데 2명은 피고용인이 없고, 인건비 비중은 15~20%에 불과하다”면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고용 감소나 물가 상승 효과는 통계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았고 현재 과장돼 유포되는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부작용 호소를 최소화하려면 정부가 건물주나 프랜차이즈 본사가 임대료나 프랜차이즈 비용을 과도하게 올리는 것을 규제해 영세 자영업자의 경영 비용을 낮춰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고용주가 휴게 시간을 조정하고 시간 외 수당이나 상여금을 최저임금에 포함시키는 등 포괄임금제를 악용하지 못하도록 해 노동자가 최저임금 인상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커버스토리] 송년회·신년회 어땠나요…세종청사 시대 달라진 관가 풍경

    [커버스토리] 송년회·신년회 어땠나요…세종청사 시대 달라진 관가 풍경

    10여년 전만 해도 과천정부청사 일대 유흥가는 11월 하순부터 한 달 동안 예약이 꽉 찼다. 저녁 7시 무렵이면 고깃집, 술집, 노래방에서 빈자리를 찾기가 어려웠다. 관가 송년회가 꼬리를 물고 이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2012년 말 세종청사 시대가 열리면서 연말연시 풍경도 크게 바뀌었다. 송년회와 신년회에서 술·격식·3차가 사라지는 ‘3무(無) 문화’가 대세로 자리잡았다.# 서울로 퇴근 직원들 많아… 3차 회식은 없다 정부 부처들 사이에서는 무(無)알코올 또는 저(低)알코올 송년회가 인기다. 경제부처 A 사무관은 “지난 송년회 때 획일화된 ‘삼겹살에 소주’ 공식을 탈피하고자 젊은 직원들이 좋아하는 뷔페 레스토랑에서 술 없는 회식을 했다”면서 “분위기가 화기애애했고 의외로 연차가 높은 선배들의 반응이 좋았다”고 전했다. 그는 “올해에는 연극 관람 등 좀더 재미있는 아이템을 가미하기로 동료들과 합의했다”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B사무관도 “직원들과 영화감상, 볼링 등을 즐긴 뒤 간단히 술을 마시는 송년회가 대세”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세종청사 이전 초창기와 비교해도 송년회 분위기가 상당히 달라졌다는 게 공무원들의 평가다. 해양수산부 C과장은 “2012년 말만 해도 세종청사 근처에 변변한 식당이 없어 아파트 공사 현장의 함바집에서 삼겹살과 소주 파티가 벌어졌다”면서 “최근에는 청사 가까운 곳에서 점심을 하거나 간단히 저녁을 먹는 것으로 송년회를 대체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송년회 문화가 달라진 것은 과천·서울에 비해 세종청사 주변 유흥가 규모가 작은 탓도 있지만 사생활과 가족을 중시하는 젊은 직원들이 많아진 이유가 더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송년회가 밤늦게까지 이어지면 서울이나 대전 등에서 출퇴근하는 직원들이 귀가하기 어려워 자연스럽게 술을 오래 많이 마시는 송년회가 사라졌다는 해석도 나온다. # “연말연시 가족과”… 서구식 문화로 변해 기획재정부 D과장은 “과천 주변에는 인덕원, 강남 등 유흥가가 많고 송년회를 하면 새벽까지 술자리가 이어지곤 했다”면서 “3차까지는 기본이고 4, 5차를 넘기는 경우도 적지 않았는데 세종에 온 뒤로는 대부분의 송년회가 밤 9~10시 사이에 끝난다”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 E과장은 “평소에도 퇴근 시간 이후에 사무실에 잘 남아 있으려 하지 않고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려는 젊은 직원들이 많다”면서 “연말을 가족과 함께 보내는 서구식 직장 문화로 옮겨 가는 과정에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취기 어린 진한 송년회 문화가 사라진 것을 아쉬워하는 목소리도 있다. 경제부처 F국장은 “술자리를 깊이 가져봐야 본성이 드러나고 속 깊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데 요즘 젊은 친구들이 부담스러워한다”면서 “일만큼 가정과 사생활을 중시하는 변화에 적응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업무 상황 때문에 송년회를 꺼리는 부처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곳이 농림축산식품부다. 겨울이면 기승을 부리는 조류인플루엔자(AI), 구제역 등 가축 전염병 때문에 2000년 후반 이후 제대로 된 송년회가 실종되다시피 했다. 농식품부 G국장은 “가축 전염병이 확산되고 농가들은 가축들을 파묻는 상황에서 담당 부처 공무원들이 ‘부어라, 마셔라’ 하는 모습을 보이는 건 부적절하지 않은가”라면서 “AI와 연관된 방역정책국, 축산정책국뿐만 아니라 다른 실ㆍ국도 송년 만찬을 자제하자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경제부처들은 경기가 좋지 않거나 북한 리스크(위험)가 있으면 송년회를 취소하거나 최소화했다. 기재부 H과장은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 2011년 김정일 사망 등의 큰 사건이 터질 때에는 예정된 송년회도 모두 취소하고 비상 근무를 했었다”면서 “경기가 나쁘면 국무총리실의 공직기강 감찰 강도도 세져서 과음으로 인한 품위 손상 행위 등을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 기재부의 탈권위… 산하기관장 참석도 없애 새 정부 들어 할 일이 많아진 고용노동부도 송년회 규모를 예년에 비해 축소했다. 고용부 I 사무관은 “일자리 안정자금 집행, 최저임금 인상, 출퇴근 재해 인정 등 업무가 늘어나면서 회식 자체를 자제하거나 1차로 끝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전 직원이 강당에 모여 장관의 훈화를 듣는 시무식도 점차 사라지는 추세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2일 시무식 행사를 따로 치르지 않고 직원들에게 보내는 편지로 갈음했다. 형식에 구애받지 말고 기존 관행도 탈피하자는 김 부총리의 의중이 반영됐다. 시무식을 할 때마다 통계청, 조달청 등 외청장과 산하기관장이 참석하는 문화도 사라졌다. 직원들은 권위적인 관료사회 문화가 개선되는 것이라며 반겼다. 뜻깊은 이색 송년·신년회를 치른 부처들도 있다. 국토교통부는 2008년부터 송년회를 연말 소외계층 및 지역사회 기부를 위한 성금 모금 행사로 대체했다. 지난달 29일에도 국토부 직원들이 모여 덕담을 나누고 600여만원의 성금을 모았다. 모금에 앞서 직원들의 재능 기부 공연도 펼쳐졌다. 국토부 관계자는 “설 명절 등에 전통시장에서 물품을 구입해 소외이웃에 게 전달할 계획”이라면서 “상인도 돕고 형편이 어려운 이웃에게도 좋은 일거양득의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산림청 국립자연휴양림관리소는 ‘행복 저금통’ 나눔 행사와 충남대와의 ‘청년 산림일자리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으로 시무식을 대신했다. 직원들에게 나눠 준 행복저금통은 연말 이웃사랑 나눔 행사에 기증할 계획이다. 법제처는 학구적인 분위기의 송년회를 치렀다. 법제처 J 사무관은 “지난 1년간 매달 외부 교수를 초빙해 법철학 강의를 진행했는데 지난달 마지막 강의를 마치고 교수와 함께 국 송년회를 진행했다”면서 “술을 마시는 자리였지만 강요하지 않고 개개인이 원하는 음료를 마실 수 있어 편안했다”고 말했다. 세종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서울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대전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특파원 칼럼] 베이징 친구들에게 띄우는 작별 편지/이창구 베이징 특파원

    [특파원 칼럼] 베이징 친구들에게 띄우는 작별 편지/이창구 베이징 특파원

    대성산관 은실 동무 3년 전 우리 가족이 낯선 베이징에 도착한 날 집 근처 대성산관이라는 북한 식당에 갔어요. 건반을 멋들어지게 치는 당신 모습에 초등학교에 다니던 딸이 금방 반해 버렸죠. 북한 언니들을 처음 본 딸은 감격에 겨워 눈물을 흘렸죠. 은실 동무는 딸의 머리를 쓰다듬어 줬고, 친절하게 셀카도 찍었어요.1년이 지나 핵 위기가 터지고 제재안이 계속 나오고 한국 손님이 끊어지자 대성산관은 변두리로 옮겨 갔죠. 지금은 아마 은실 동무가 북한으로 들어갔을 수도 있겠네요. 외화벌이니 무기 개발 자금이니 이런 생각 없이 그냥 편하게 은실 동무 건반 연주에 맞춰 대동강 맥주 다시 마실 날을 기다립니다. 조선중앙통신 기자 동무 현행법 때문에 따로 만날 수는 없었지만, 취재 현장에서 만나면 반갑게 인사를 주고받던 친구. 동갑인 우리는 생일도 하루 차이였죠. 자식 교육 걱정도 한마음이었고, 농구를 좋아하는 취미도 같았지요. 제가 매일 하루 한 꼭지 이상 기사를 쓴다고 했을 때, “저는 일주일에 한 건 쓸까 말깝네다”라며 머리를 긁적거리던 모습이 기억나요. 다른 나라 기자들이 이상한 눈으로 쳐다봐도 전혀 신경 쓰지 않던 당당한 친구. 중국어 실력은 내가 만난 기자 중 최고였다오. 동무는 내게 “나이보다 늙어 보인다”고 말했지만, 사실 그쪽도 만만치 않아요. 남북 공동행사 취재 현장에서 다시 만나자는 약속 꼭 이뤄지길 빌게요. 택배 노동자 쑨멍 산시성이 고향인 당신은 우리 아파트 단지에 오는 소포를 전담하는 노동자였죠. 당신의 얼굴보다 칼바람에 부르튼 손이 더 기억에 남아요. 중국이 전자상거래 천국, 모바일 결제 천국이 된 밑바탕에는 쑨멍씨 같은 노동자가 있기 때문입니다. 기억하시죠? 지난 연말 베이징시 정부가 농민공 거주지를 다 밀어 버렸을 때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를. 택배 노동자들이 삶의 터전을 잃고 떠나자 물류가 멈춰 버린 겁니다. 주제넘은 말일지 몰라도 노동자를 착취하는 지금의 구조는 위선적으로 보입니다. 중국 노동자들이 단결하고 있다는 소식 전해지길 기다릴게요. 스터디 친구 윈샤 당신과 함께 읽고 토론한 책이 7권이네요. 중국의 역사, 문화, 철학에서 구궁(자금성) 건축의 비밀까지. 민초의 삶과 권력의 흥망성쇠가 담긴 후퉁(전통 골목)의 사연까지 두루 읽고 얘기했죠. 중국 역사를 공부할수록 “대체 한국 고유의 것은 뭐가 있을까” 하는 자괴감이 밀려오기도 했죠. 청년 공산당원인 윈샤, 하나만 당부할게요. 공산당 통치에 대한 과도한 신념은 위험해요. 많은 중국 인민들이 “통치는 주석과 당에 맡기고 인민들은 풍족한 삶만 누리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러나 맹목적 신뢰는 무관심의 다른 표현일 뿐이에요. 인민이 감시하지 않는 체제는 오래가지 못합니다. 산둥사회과학원 소장학자 자칭 북한이 핵·미사일 도발을 했을 때나,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당했을 때,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 당신은 어김없이 칭다오에서 나를 찾아왔어요. 30대 젊은 학자가 한 장짜리 보고서 작성을 위해 뛰어다니는 모습이 참 인상 깊었어요. 한국어를 배우겠다는 약속은 꼭 지켰으면 해요. 한국은 정보 공개 범위가 넓어 한국어를 알면 훨씬 깊이 있는 연구를 할 수 있을 겁니다. 아무 연구도 안 하고 20~30년째 한반도 전문가인 척하는 학자들을 당신 같은 소장파가 이젠 대체할 때가 됐어요. window2@seoul.co.kr
  • [월요 정책마당] 자율과 창의가 살아 숨 쉬는 병영/이남우 국방부 인사복지실장

    [월요 정책마당] 자율과 창의가 살아 숨 쉬는 병영/이남우 국방부 인사복지실장

    군은 군 문화 개선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민관군 합동의 병영문화개선위원회도 운영하고 군 내부의 자정 노력도 지속한 결과 각종 사고가 급감하는 등 적지 않은 성과를 거뒀다. 그럼에도 군에는 과거의 권위주의적 문화가 남아 있는 것이 사실이다. 진정 강한 군은 장병 개개인의 자율과 창의를 기반으로 하는 한 차원 높은 수준의 기강으로 만들어진다. 외형적으로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군사강국이 된 우리는 이제 군사력 운용시스템과 장병 개개인의 창의력 등과 같은 소프트파워 강화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 이를 위해 국방부는 몇 가지 방향으로 군문화 개혁을 추진할 예정이다. 첫째, 병사를 독립된 인격체로 대우한다. 그간 군에서 병사는 자율적 판단의 주체라기보다 피동적 관리감독의 대상이었다. 통제하지 않으면 사고를 낼 수 있는 존재였고 혼자 있게 둬서는 안 되는 존재였다. 그래서 병사들은 개인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없고 병원에 가더라도 인솔자가 동행해야 했으며, 일과 후 생활도 일일이 통제를 받았다. 간부와 병사가 분리돼서는 강한 군이 될 수 없다. 지휘관에 대한 존경과 신뢰 없이 강한 군이 만들어질 수 없고, 지휘관에 대한 존경과 신뢰는 강압과 통제가 아니라 솔선수범과 부하에 대한 인격적 존중에서 나온다. 국방부는 병사에 대한 차별적 인식에 근거한 관행을 개선해 나갈 예정이다. 시범부대를 선정해 일과 후 일정시간 개인 휴대전화 사용을 허용해 보고, 인솔자 없이 병원에 다녀오는 시범사업도 확대할 예정이다. 병사에게도 출퇴근 개념을 도입해 일과 이후 병영 내에서의 개인생활은 최대한 보장하는 방향으로 병영문화를 개선해 나갈 것이다. 둘째, 병사를 값싼 노동력으로 대하지 않는다. 병사는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는 존재다. 병사의 임무는 국가 방위와 관련된 임무로 한정돼야 하며 결코 값싼 노동력으로 취급되어 허드렛일에 동원되어서는 안 된다. 국방부는 이런 방향으로 부대 운영 시스템 전반을 개선해 나갈 예정이다. 공관병 제도는 이미 폐지했다. 부대 복지회관이나 마트에서 일하는 병사도 단계적으로 민간인력으로 대체해 나간다. 부대 청소나 잡초 제거 등 그간 병사가 해왔던 사역행위도 앞으로는 용역 등을 통해 단계적으로 폐지해 나갈 예정이다. 셋째, 폭력과 억압의 대물림을 끊는다. 군의 지속적인 근절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병영 내 크고 작은 폭력은 뿌리 뽑히지 않고 있다. 물론 군만의 책임은 아니다. 20대 초반의 혈기 넘치는 젊은이가 모여 있는 곳이니 불가항력적 측면도 있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다. 매년 20만명이 넘는 장병이 입대하고 전역하는 상황에서 지금까지 해오던 노력을 한시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그에 더해 외부 군인권보호관 임명 등 사회와의 소통 확대를 통해 장병 개개인의 인권 의식을 한 차원 높임으로써 인권이 존중되는 병영문화를 조성해 나갈 것이다. 넷째, 군인은 제복 입은 국민으로 헌법상 권리와 의무의 온전한 주체다. 장병 스스로도 우리 사회의 일원이라는 인식을 보다 분명히 해야 한다. 군인으로서 제한되는 기본권은 헌법에 근거한 매우 한정적 범위에 국한되고 국민으로서의 다른 모든 기본권은 제한 없이 향유한다. 반대로 정치적 중립과 같은 헌법상 의무는 어떤 경우에도 지켜야 한다. 사관학교 등의 군인 양성과정은 전사 양성과정이자 민주시민 양성과정이라는 성격을 분명히 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국방부는 교과과정뿐 아니라 훈육과정 전반에 비민주적 요소는 없는지 점검하고 정비해 나갈 것이다. 국방개혁이 추구하는 병영은 장병 개개인의 개성과 창의성, 자율성이 존중되는 가운데 엄정한 기강이 살아 있는 병영이다. 국방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자유가 제한되는 상황이지만 군복무기간이 민주시민으로서의 자긍심을 키우고 개인적으로도 성장하는 보람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하는 것이 국방부의 바람이다.
  • 장·차관만 3명…판 커지는 남북회담

    장·차관만 3명…판 커지는 남북회담

    통일장관·차관 첫 동시 투입 우리 측 명단 전달 하루 만에 北, 리선권 등 ‘급’ 맞춰 통보9일 열리는 남북 고위급 회담을 이틀 앞둔 7일 북한이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이하 조평통) 위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5명의 명단을 통보하면서 회담 개시를 위한 준비가 사실상 마무리됐다. 전날 우리 측이 보낸 대표단 명단과 ‘급’을 맞춰 불필요한 논란을 피했고, 양측 모두 평창동계올림픽 외에 남북 관계 전반에 대해 논의할 수 있도록 참석자를 구성했다. 통일부는 이날 오후 북측이 판문점 연락 채널을 통해 리 위원장과 전종수 조평통 부위원장, 원길우 체육성 부상, 황충성 조평통 부장, 리경식 민족올림픽조직위원회 위원 등 5명의 고위급 회담 대표단 명단을 보내왔다고 밝혔다. 우리 측은 지난 6일 조명균 통일부 장관을 수석대표로, 천해성 통일부 차관,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 안문현 국무총리실 심의관, 김기홍 평창동계올림픽 대회 및 동계패럴림픽 대회 조직위원회 기획사무차장 등 5명의 참석자 명단을 북측에 보냈다. 남측 대표에 처음으로 통일부 장·차관이 동시에 들어간 데다 장·차관만 3명이 포함됐지만, 북측은 별다른 이견 없이 대체로 급을 맞췄다. 북측의 평창올림픽 참가 의제뿐 아니라 향후 남북 관계 전반에 관한 실무 협의로 연결할 수 있다는 의향을 서로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과거 남북 장관급회담 당시 우리 측은 통상 장관을 수석대표로 하고 관계 부처 실·국장을 대표단에 포함시켰다. 과거 노동당의 외곽 단체인 조평통이 통일부의 카운터파트가 될 수 있느냐는 논란이 있었지만 2016년 6월 국가기구로 격상되면서 문제가 해소된 상태다. 백태헌 통일부 대변인은 “대표단 구성으로 남북 회담 개시를 위한 절차 준비는 사실상 마무리됐다”며 “회담 시간이나 회담 편의 제공 등 세부 사항 등은 관례에 따라 정리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통상 양측 대표단은 회담 당일 출발해 오전 10시쯤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전체회의를 시작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북한, 조평통 위원장 리선권 단장으로 대표단 5명 통보

    북한, 조평통 위원장 리선권 단장으로 대표단 5명 통보

    2년여 만에 열리는 남북 고위급 회담 대표단 구성이 완료됐다. 북한은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이하 조평통) 위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5명의 대표단 명단을 남측에 7일 통보했다.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오후 북측이 판문점 연락채널을 통해 리 위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고위급 회담 대표단 명단을 남측에 보내왔다고 밝혔다. 북측 대표단에는 리 위원장과 함께 전종수 조평통 부위원장, 원길우 체육성 부상, 황충성 조평통 부장, 리경식 민족올림픽조직위원회 위원이 포함됐다. 이는 조명균 통일부 장관을 수석대표로 천해성 통일부 차관과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등 장·차관만 3명이 포함된 남측 대표단과 대체로 급을 맞춘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조평통은 과거 노동당 외곽단체라는 지위 탓에 통일부의 카운터파트가 될 수 있느냐는 논란이 있었지만 2016년 6월 국가기구로 격상돼 이런 논란은 사실상 해소됐다. 통일부 당국자는 “남북이 균형을 맞춰 대표단을 결정한 것으로 본다”면서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 문제를 논의하고 가능하다면 남북관계 개선도 논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위급 남북당국회담 일정과 관련된 세부 사항들을 판문점 채널을 통해 계속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전날 조 장관을 수석대표로 하는 5명의 대표단 명단을 북측에 통보하면서 북측의 대표단 명단도 조속히 전달해 달라고 요청했다. 남측 대표단에는 조 장관과 천 차관, 노 차관 외에 안문현 국무총리실 심의관, 김기홍 평창 동계올림픽대회 및 동계패럴림픽대회 조직위원회 기획사무차장이 포함됐다. 남측 대표단은 과거 남북 장관급회담 당시 통상 장관을 수석대표로 하고 관계부처 실·국장이 대표단에 포함됐던 것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다. 특히 통일부 장·차관이 나란히 대표단에 들어간 것은 처음이다. 한편 통일부는 이날 오전 9시 30분쯤 판문점 연락 채널을 통해 남북이 업무개시 통화를 했다고 밝혔다. 통일부는 북한과 오는 9일로 예정된 남북 고위급 회담 대표단 구성을 계속 논의해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문경근의 서울&평양 리포트]북한 미녀응원단, 평창서도 볼 수 있을까

    [문경근의 서울&평양 리포트]북한 미녀응원단, 평창서도 볼 수 있을까

    방한 걸림돌은...? ‘탈북 트라우마’가 한몫北 관료들, ‘탈북’ 변수에 민감한 반응 예상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1일 신년사에서 한국에서 열리는 ‘평창 동계올림픽에 대표단을 파견할 용의가 있다’는 깜짝 발언이후 북한 미녀 응원단이 대표단과 함께 방한할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북한이 먼저 올림픽 참가 의사를 피력한 만큼 남한에서 인기가 높은 미녀응원단을 보내 ‘체제 선전’에 활용할 수 있다는 분석과 함께 혹시 있을 탈북 위험 때문에 아예 응원단 자체를 구성 하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4일 고위 탈북민 박모(54)씨는 “북한은 이미 2016년 중국 북한 식당 여종업원 집단 탈북이라는 ‘학습효과’가 있기 때문에, 한류에 빠져 있는 젊은층을 남한으로 내려보는 모험을 시도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만약 대표단 내에서 한명이라도 탈북을 시도할 경우 대표단 구성에 관여했던 모든 사람이 문책을 당하는 사안이다”며 “보신주의가 만연한 북한 관료들이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모를 일을 하려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소장도 “북한이 대표단을 파견해도 적정수준에서 구성하려 할 것이고, 탈북 등 리스크가 동반되는 사안은 최대한 배제하려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북한에서는 이미 한류가 보편화 됐다는 것이 탈북민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북중 국경이 맞닿아 있는 평안북도, 양강도, 함경북도 등 지역은 1990년대 부터 남한 영화와 드라마가 유통 됐고, 2000년대 들어와서는 평양 등 내륙 지역도 한류에 고스란히 노출된 것으로 전해진다. 김화순 이화여자대학교 통일학연구원 연구위원도 2011년 탈북 주민 197명(20세 이상)을 대상으로 한 심층 면접을 통한 한류가 북한주민에 미치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여기에서 김 연구위원은 북한 주민들이 한류물을 접하면서 남한 주민들의 생활상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갖게 되며 이는 탈북의 동기가 된다고 분석했다. 이렇듯 남한사회에 대한 동경이 북한 젊은 층 사이에서 들불처럼 번지는 상황이어서 북한 당국도 굳이 무리한 시도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안팎의 지적이다. 여기에 더해 짜임새 있는 움직임과 응원 구호가 트레이드 마크인 북한 미녀 응원단이 평창 올림픽을 겨냥해 충분한 훈련을 했는지 여부도 또 다른 불참 요인이다. 북한이 대표단 파견을 결정함과 동시에 급히 응원단을 구성했다고 해도 올림픽 개막까지는 한달 가량의 시간 밖에 없다. 보통 전국 각지의 예술선전대에서 응원단원 후보들을 소집해 본격적인 합숙 훈련을 통해 최종 응원단을 구성하는 북한 특성상, 결코 충분한 시간이 아니라는 것이 탈북민들의 증언이다. 이같은 이유들 때문에 북한 미녀응원단이 방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해석도 일부 있지만, 북한의 최고 권력자인 김 위원장의 결단이 내려진다면 전혀 불가능하지 않다는 지적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최고 지도자의 말 한마디로 모든 것이 결정되는 것이 북한 체제의 특징이다”면서 “김 위원장의 최종 선택이 어찌될지는 좀 지켜봐야 알 것”이라고 말했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사설] 최저임금 인상이 저임금 근로자 울리는 현실

    최저임금 대폭 인상에 따른 후폭풍을 우려는 했으나, 파장은 예상보다 훨씬 크다. 새해 벽두부터 고용 현장 근로자들의 아우성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올해부터 시간당 최저임금이 7530원으로 껑충 뛰면서 당장 영세 사업장에서는 고용주와 아르바이트 노동자 모두 장탄식을 쏟아낸다. 업주들은 “최저임금에 맞추면 장사를 접어야 할 판”이라고 한숨 쉬고, 알바생들은 높아진 시급에 일자리를 잃을까 봐 전전긍긍한다. 역대 최고 인상 폭을 기록한 최저임금은 정작 열악한 근로환경의 노동자들을 더 위축시킨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경비원이나 미화원들은 혜택을 받기는커녕 있던 자리에서마저 밀려나는 실정이다. 최저임금이 오른 만큼 아르바이트로 대체되거나 억지로 휴식시간을 늘리는 역설적인 상황에 내몰렸다. 최저임금의 취지를 누구보다 잘 알 만한 대학교들조차 앞다퉈 파트타임 근로자로 기존 인력을 대체한다니 더 말할 것도 없다. 이런 현실은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이 피부로 먼저 느끼고 있었다. 며칠 전 구인·구직 포털인 알바천국의 조사에 따르면 아르바이트 노동자 10명 중 7명은 올해 크게 오른 최저임금 때문에 일자리가 줄거나 해고될 거라고 우려했다. 응답자의 84%는 고용주의 어려움에 동감한다고도 답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일자리 불안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뜻이다. 최저임금 인상이 며칠이나 됐다고 누구를 위한 정책이냐는 비판이 벌써 들린다. 최저임금을 높이면 근로자의 소득이 늘어나 소비활성화로 경제가 되살아난다는 것이 정부의 소득성장 논리였다. 이대로라면 절박한 생계형 노동자들끼리 좁아진 일자리를 놓고 먹고 먹히는 먹이사슬을 엮을 판이다. 연쇄반응으로 시중 물가는 물가대로 줄줄이 꿈틀대니 걱정이 태산이다. 지금으로서는 인건비 상승분을 지원하는 일자리 안정자금으로 후유증을 최소화하는 방책이 최선이다. 제약 요건이 많아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지만, 기왕에 마련한 기금이 적재적소에 공급될 수 있도록 행정력을 쏟아부어야 한다. 세금 지원이 절실한 영세 사업자들과 근로자들이 직접적인 혜택을 볼 수 있도록 적극적인 정책 홍보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최저임금 산입 범위를 융통성 있게 넓히는 보완책을 마련해야 함은 물론이다.
  • 알바생 절반 “최저임금 올라 고용 불안”

    알바생 절반 “최저임금 올라 고용 불안”

    “최저임금 인상 후 일 줄어” 25% 83%는 “고용주 어려움에 공감”아르바이트 노동자 10명 가운데 7명은 올해 크게 오른 최저임금(7530원) 때문에 일자리가 줄거나 해고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간당 최저임금이 지난해 6470원보다 16.4% 오르면서 사업체들이 기존 아르바이트생을 줄이는 등 고용축소 움직임이 나타나자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이 위기감을 느끼는 것으로 분석된다. 2일 구인·구직 포털인 알바천국이 지난달 21~29일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우려되는 상황이 있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72%가 ‘그렇다’고 답했다. 조사는 온라인을 통해 전국 아르바이트생 1458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은 ‘어떤 상황이 우려되느냐’는 질문에 구직난(33.3%)을 가장 걱정했다. 이어 ‘갑작스러운 해고·근무시간 단축 통보가 있을 것’(20.2%), ‘아르바이트 근무 강도가 높아질 것’(16.9%), ‘인건비 상승으로 가게 사정이 악화될 것’(9.9%), ‘고용주와 아르바이트생 사이 갈등이 깊어질 것’(8.7%), ‘임금체불 빈도가 높아질 것’(7.9%) 순으로 답했다. 아울러 응답자 4명 가운데 1명은 지난해 7월 최저임금 인상이 결정된 뒤 실제로 고용주로부터 해고나 근무시간 단축 통보를 받은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 조사 대상자 가운데 16.9%(246명)는 근무 시간이 줄었고 9.0%(131명)는 해고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해고 경험이 있는 응답자 가운데 95명은 사업장에서 무인기계를 도입해 일자리를 잃었다고 답했다. 한편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고용주의 어려움에 대해 대체로 공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응답자의 66.7%(972명)는 고용주의 어려움에 대해 ‘어느 정도 공감한다’고 답했고 ‘매우 공감한다’(17.1%)는 응답도 많았다. 상대적으로 ‘공감하지 못하겠다’(9.2%), ‘전혀 공감할 수 없다’(4.9%)고 답한 경우는 적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2018 서울신문 신춘문예 평론 당선작] 그림자 필경사 (이철주)

    [2018 서울신문 신춘문예 평론 당선작] 그림자 필경사 (이철주)

    1. 눈먼 자의 윤리 때론 그림자가 더 많은 말을 건넨다. 긴장 가득 훈련된 표정을 지어도, 무시당하지 않으려 허리를 꼿꼿이 세워도, 불안은 그림자에 투영돼 존재를 누설한다. 가끔 속내를 들켜도, 환멸에 사로잡혀 생이 부대껴도 그림자는 결코 존재를 떠나지 않는다. 뒤틀리면 뒤틀린 대로, 어리석으면 어리석은 대로 한 생을 바쳐 따라다닌다. 삶과 함께 태어나 울고 웃고 몸부림치다 사라진다. 그러곤 어디에선가 누군가를 닮은 모습을 하곤 쓸쓸히 흘러다닌다. 생을 반복하고 따라하며 생이 이곳을 떠나도 홀로 남아 존재를 증거한다. 그림자의 이 헌신엔 쉽게 이름 붙일 수 없는 어떤 맹목이 있다.한편으로 그림자는 왕성한 식욕의 소유자다. 표정도, 색깔도, 음성도, 촉각도, 냄새도 모두 집어삼킨 채 존재의 맹점을 현상한다. 감각이 보증하는 확실성을 제거하고 정체불명의 검은 얼룩을 펼쳐 놓는다. 그림자는 시각 속의 동공이며 감각을 배반하는 충동이다. 그러니 그림자란 본디 외경의 대상인 것이다. 감각과 관념에 잘려 나간 세계가 역으로 이쪽을 바라볼 때, 맹목의 관계는 뒤집힌다. 그림자에 감염되어 마음을 빼앗긴 사람들은 기이한 갈증을 느끼며 한 생을 바쳐 따라다니는데 그들을 시인이라 불러도 좋을 것이다. 그들도 그림자와 함께 태어나 울고 웃고 몸부림치다 사라진다. 수억의 생들을 베끼고 반복하며 처연히 이해해 간다. 그림자의 맹목과 시인의 맹목. 어찌할 수 없음으로밖에는 풀이될 수 없는 이 눈멂은, 그러나 역설적으로 가장 진실한 이해의 방법이 된다. 불가해한 생을 끊임없이 반복하고 따라하며 존재의 자세를 닮아 버리는 것. 그 충분한 대가를 치르기 전까진 함부로 대상을 떠나지 못하는 무능이 그들이 가진 윤리이며 능력이다. 그러나 오늘날의 한국 시가 과연 이 충분한 맹목의 시간을 통과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2000년대 이후 이어진 일련의 실험적 시들이 관습적 문법의 경계를 뒤흔들고 시의 외연을 확장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다만 그 의지와 선언이 너무 앞선 나머지 관념과 이론이 시를 대신 살아 버린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유행하는 철학적 담론을 잘 소화한 시가 좋은 시가 아니듯, 시와 비평이 근거로 삼은 담론의 윤리성이 시의 윤리와 덕목을 설명해 주는 것은 아니다. 말과 삶에 대한 치열한 응시와 질문. 좋은 시의 윤리와 덕목은 언제나 여기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김소연의 시는 바로 이 점에서 시의 본연에 충실하고 있어 반갑고 소중하다. 무엇보다 우리는 위태로운 추락의 한 시절을 통과하는 중이다. 좁고 피폐한 삶을 지켜 내기 위해 일말의 어둠도 쫓아내기에 급급한 지금, 육박해 오는 생의 무게에 짓눌리지 않는 당당한 목소리가 절실하다. 이 눈 맑은 시인은 삶의 도처에 엎어져 있는 상흔을 읽어 내고, 고통의 결과 깊이를 삶의 구체적 언어로 더듬으며 섬세히 응시한다. 그림자가 한 생을 바쳐 삶과 동행하듯, 그의 시 역시 수억의 생을 바쳐 그림자에 한없이 가까워진다. 세상의 모든 그림자들을 성실히 몸에 새겨 넣으며 깊고 단단해진다. 그림자란 본디 맹점이며, 어떤 확신도 불가능하게 하는 절대적 무지의 영역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림자를 보았다고, 보인다고, 볼 수 있다고 믿는다. 그림자로부터 ‘시선’의 능력을 빼앗았기 때문이며, 닮았다는 이유로 전부 이해할 수 있다고 스스로를 속여 온 탓이다. 마음의 눈꺼풀은 그렇게 굳게 닫힌 채 존재가 퍼붓는 질문으로부터 안전하게 물러난다. 김소연의 시는 바로 여기에서 시작한다. 그림자에게 외경을 되돌려 주고, 세련되고 아름다운 이론과 개념들이 생의 그림자가 될 수 없음을 몸소 증거한다. 김소연은 그림자의 시인이다. 그림자의 언어로, 그림자의 시선에 응답하며, 그림자가 남겨놓은 파문들을 뼛속 깊이 묻는다. 2. 그림자양식장 김소연의 시에서 그림자는 자아 내면의 복수적 형상으로 나타난다. 이를테면 그림자들의 양식장이라 부를 만한 공간에서, 시인은 말들을 먹이로 던져 주며 내면의 그림자들이 불러일으키는 파문을 응시하고 있다. 그림자의 차가운 비늘이 말에 닿아 번지고 마침내 말을 삼켜 버리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끊임없이 불화하는 내면에로 깊이 침잠한다. 차가운 환멸과 단호한 자기 부정은 김소연 시의 근본을 이루는데, 여기에는 뼈아픈 목도만이 있을 뿐 화해의 축이 부재한다. 타협 불가능한 절대적 자세로 삶의 피폐를 건넌다. 무참한 추락이 아무렇지도 않게 전시되는 이곳의 삶에 당당히 맞서 고통의 극한을 살아 낸다. 뜨거움과 차가움을 모두 통과한 그의 목소리는 가장 뜨거울 때조차 차가움을 예감하고, 가장 차가울 때조차 뜨거움을 끌어안는다. 이 현격한 열의 낙차가 일상의 무감각한 관성을 깨뜨리는 뇌관으로 작동한다. 사월은 차갑다/사월의 돌은 더 차갑다/사월의 돌을 손에 쥔 사람은 어째서 뜨거운가/그는 어째서 가까운가//마루 아래 요정이 산다고 믿은 적이 있다/잃어버린 세계는 거기서 잘살고 있다/이 사실만으로도 뜨거워질 수 있다//하나의 문장으로도 세계는 금이 간다/이곳은 차가우므로 더 유리하겠지 - 「열대어는 차갑다」 부분 (『아침』) 돌은 사월의 뜨거움을 기억하기에 더 차갑다. 가장 찬란하고 아름다워야 할 날들이기에, 그렇지 못한 현실을 더 비극적으로 비춘다. 화자는 마루 아래라는 가시성 바깥의 공간에 망각된 세상의 온기를 풀어놓고 있다. 현실과 ‘너머’의 세계가 빚어내는 처연한 온도차를 뜨거움으로 명명하는데, 그러므로 “이 사실만으로도 뜨거워질 수 있다”는 선언은 설익은 화해의 제스처로 읽혀선 안 된다. 세계에 금이 가는 이유는 이곳과 너머 사이의 아득한 거리 때문이지 희망과 열정 같은 추상적 개념 때문이 아니다. 불화를 불화로서 보존하되, 이들이 빚어내는 떨림과 파열을 섬세히 기록하는 것. 김소연 시의 이와 같은 분명한 자세는 화자가 실족의 경험을 구체적으로 노출하는 장면에서 더 아프게 현상된다. 서로가 서로의 치부를 헛짚고 세계의 성감대를 헛짚은. 내리 빗나가던 선택들. 말하자면 기다림으로 독이 남는 자세. 시효를 넘긴 고독. 일종의 모독. 기다려온 우리는 치사량의 관성이 있을 뿐. 부패 직전의 끝물이다. - 「끝물 과일 사러」 부분 (『극』) 말의 파편들이 ‘끝’이라는 날카로운 선 앞에까지 밀려나 있다. 각 행의 끝엔 더 이상 남은 공간이 없다. 마침표조차 제대로 찍히려면 스스로가 끌어온 말들을 다시 과거로 밀어내야 한다. 미루고 미뤘던 삶의 초라한 진실이 단정하고 건조하게 한마디를 건넨다. “우리도 끝물이다.” 단단하게 요약된 이 사랑의 문장은 아프다. “치사량의 관성”으로 버텨온 관계의 맨얼굴, “끝물 과일”이 화자를 바라본다. 언어가 감정을 헛짚고, ‘사랑해’가 ‘미안해’를 대신하며 살을 찌워 갈 때, ‘끝’은 이렇게 언어의 은밀한 구석에 날카로운 뼈를 현상한다. 이럴 때 언어는 잔혹해진다. 한없이 위태로워 길들이지 않을 수 없는 짐승이 된다. 과녁에서 벗어난 말들의 사체가 한동안은 무심히도 쌓였을 것이다. 시인은 이 사랑의 폐허를 떠나는 중이다. 그러나 화자는 이를 “끝물은/아주/달아.”라는 감각적 긍정으로 전환해 낸다. 허위로, ‘헛짚음’으로 유지된 일상을 ‘끝물’에 비유하는 순간, “치사량의 관성”은 역으로 서로의 치부와 세계의 성감대를 더욱 선명하게 발설한다. 부재하는 여기를 정면으로 직시함으로써 몰락한 꿈의 순간들을 발굴해 낸다. 폐허엔 여전히 지독한 허기와 갈망이 어리겠지만 이를 부정하지 않고 생의 언어로 감각해 냄으로써 끝물은 버려야 할 것이 아니라, 도래해야 할 것으로 변모된다. 어떤 환상도 희망도 없이 뜨거움과 차가움을 반복하며 그의 문장은 단단하고 견고해진다. 그가 “차례차례 사랑이었던 것들과 한꺼번에/달디단 혼숙을 하는 것”(「달디단 꿈1」, 『극』)이 꿈이라며 부드럽게 말할 때에도 “이 조용한 숨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게/치욕스럽다”(「학살의 일부12」, 『극』)며 “중무장된 평화”(「학살의 일부1」, 『극』)가 학살이라 선언할 때처럼 단호하게 들리는 이유는 그 때문이다. 그의 시는 끊임없이 스스로의 불화와 혼숙할 수 있는가를 묻는다. 한 사람은 나를 바로 보지 않는다/소파와 구별되지 않게 소파 속에 있거나/반쯤 열린 문틈 안에서 베개를 돋워 돌아눕는다//한 사람은 나를 보다가 나를 태운다/그 온도는 태양과 다름없고/내 운명은 종이와 마찬가지라/돋보기 같은/그의 눈빛에 나는 새까맣게 타들어간다/대체로 나는 그 앞에서 나는 재만 남는다//또 한사람/꿈을 보기 위해/눈꺼풀을 오려냈다는 이 사람/밤새 두 손을 소담히 오므려서/잠든 두 눈을 나는 덮어주곤 했다// (중략) //축하보다는 축복을 받고 싶은 시월 아침에/오만 잡병의 숙주가 된 육체/속옷 벗듯 벗어둔 채/마음끼리 살을 섞는다 - 「세 사람과 한집에 산다」 부분 (『눈물』) 화자는 텅 빈 폐허 같은 방 안에서 자신의 갈라진 그림자를 응시하고 있다. ‘나’에게는 두 명의 폭군이 있는데, 하나는 나를 지우고 다른 하나는 나를 재로 만든다. 비록 관계의 양상은 다르나 결과적으로 나를 비존재로 만들어 버린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그리고 여기에 ‘또 한 사람’이 더해진다. ‘꿈을 보기 위해 눈꺼풀을 오려 냈다는 사람’은 나에게 어떤 힘도 강제하지 않는다. 하지만 유일하게 나를 존재로 만들어 준다. 화자는 눈꺼풀을 오려 낸 눈이 꿈에 잡아먹히지 않도록 잠든 눈을 가만히 덮어 준다. 이 시가 평범한 시였다면, 이 세 번째 사람에게 시의 전권을 부여했을 것이다. 그러나 시인은 이 세 개의 그림자로부터 한발 물러나, 이 셋과의 공평하고도 평등한 혼숙을 명명한다. 물론 이는 화해라는 낭만적 해결과는 거리가 멀다. 세 개의 그림자와 나 사이엔 살을 섞어도 결코 화해될 수 없는 아득한 거리가 여전히 냉정하게 놓여 있기 때문이다. 김소연의 문장은 자신을 거쳐간 수많은 그림자들을 마음에 풀어 놓고 그들이 일으키는 파문들에 눈을 충분히 단련시킨 자만이 얻어 낼 수 있는 ‘말’들을 건져 올리고 있다. 이 위태롭고 어려운 일을 그는 차분하고도 안정된 걸음걸이로 해낸다. 굉장한 내공과 섬세한 마음의 섭생을 필요로 하는 일이다. 지나간 마음에 눈을 빼앗겨서도 안 되고, 잊어서도 안 되며, 섣부른 성찰로 도망쳐서도 안 된다. 꼬이고 뒤틀린 존재들이 서로를 밀어내고 뒤엉키며 팽팽한 긴장을 잃지 않는 것. 어떤 불화도 해소된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영원히 해결될 수 없으리라는 삶의 진실 앞에 스스로를 담담히 열어 놓는 것. 김소연의 시는 이 선명한 규율들을 가슴에 품은 채 치열하면서도 아름다운 보폭으로 사유의 어긋남과 욕망의 비틀림 사이를 뚜벅뚜벅 걸어 나간다. 3. 유실영(影)보호소 김소연 시의 한 축이 자아 내부에 도사리는 복수적 그림자들의 불화를 매개하고 내부의 균열과 긴장을 풀어 놓는 데 있다면, 다른 한 축은 타자의 삶에 깃든 그림자에 대한 섬세한 응시로 나타난다. 그의 시에서 그림자는 철학적이고 개념적인 사유로 환원되지 않는데, 이는 무엇보다 그의 시가 삶의 구체적 실상과 인간의 유한한 조건들에 뿌리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림자는 새로운 삶을 위해 전시해 놓은 그럴듯한 기념물이 아니라, 매일의 몰락을 견뎌 온 숨겨 온 자세들이 어쩔 수 없이 노출되는 장소이다. 단단하게 고정시켜 놓은 표정들과는 달리 불가피하게 삶의 피폐가 누수되는 공간이며, 모두가 공평히 그런 누수 속에 강제되는 사건이다. 시인은 그렇게 누군가 흘려 버린 그림자들을 데리고 와 사라져 가는 존재들을 거두고 보호한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상처의 내력을 짚어 보며 삶이 사라지고 난 이후에도 남아 이곳을 떠도는 그림자들을 위무한다. 그녀는/바다에서 용이 머리를 치키고 올라올 때와 같이/담배 연기를 코로 뿜는다 여의주처럼/담배를 물고 앉아서/성긴 이빨을 자꾸 드러낸다// (중략) /그 노파는 세상 사람들이 그어놓은 줄들을/그런 모양으로 무시하듯 질펀히 앉아서 살아왔다//노오란 양지는 노파를 점점 비켜간다/노파는 그저 햇볕 안에 가만히 앉아 있었는데/햇볕이 얼굴의 반을 부시게 하더니/점점 비껴서/이제는 그늘 안에 노파를 가둔다 - 「학살의 일부 10-이빨이 성긴 노파」 부분 (『극』) 노파는 퇴락한 외모에도 불구하고 자신감 넘치는 태연함 속에 있다. 어느 누구도 함부로 개입할 수 없는 추락의 상흔이 이빨이 성긴 노파의 얼굴에 현상된다. 자신감 넘치는 낡은 몸 안에, 아무도 관심 없던 폐허 몇 개쯤 담담히 갖고 있을 노파의 눈빛이 화자를 응시한다. 함부로 이해해선 안 될 외경이 노파의 그림자에 어린다. 김소연이 “그 얼굴은 얼굴 외에 또 다른 것들이 겹쳐 있었다”(「1937년생」, 『극』)고 말할 때나, “우리 뒤에 깔린 반듯한 비단길을 아무도 걷지 말거라/벼랑 끝 노을이 우리 이마에 새겨주는 불립문자를/아무도 읽지 말거라”(「당신의 저쪽 손과 나의 이 손이」, 『빛』)고 진술할 때, 그가 끌어올린 그림자엔 어찌할 수 없는 외경이 실려 있다. 그가 외경을 표하는 그늘들엔 어쩐지 피 냄새가 짙다. 그늘은 찬란한 빛에 의해서만 어둠을 풀어내고, 어둠이 풀려날 때마다 추락은 반복된다. 수없이 깨지고 터져도 결연히 몸을 털고 일어난 생들은 하나같이 여전히 뜨거운 어둠을 품는다. 그 어둠의 무게가 어깨와 허리를 휘게 만들고, 그림자는 삶을 견디는 그들의 자세를 닮아 버린다. 이승에서 삼십 년/육신을 빠르게 쓰고 저승으로 이사한 아들 사진을//팔십 년째/육신을 아껴 쓰고 계시는 아버지가/느리게 문갑 문을 열어 만지고 계신다// (중략) //계시는 사진 한 장과 없어진 사냥개 사이엔/벽지처럼 살고 있다/앞모습을 보아선 아니 될/가족의 녹슨 얼굴들이 - 「계시는 아버지」 부분 (『눈물』) 여기에는 경솔히 이해해선 안 될 그늘에 머물기 위해 추락의 깊이를 가늠해 보는 시간이 현상돼 있다. 자식의 죽음을 그대로 안고 살아가기엔 상처는 너무 깊고 치명적이다. 그래도 삶은 이어져야 하기에 멍이 곰팡이처럼 들어선 낡은 방에 벽지를 바른다. 벽지를 뜯어내고 나면 그 자리엔 함부로 보아선 안 될 타인의 맨 얼굴이 저마다의 자세로 들어앉아 있다. 행복한 시절의 낙서처럼, 녹슬어 가는 얼굴들을 마냥 덮어 둔 채 가족의 삶은 이어진다. 벽지에 얼룩진 가족의 그림자는 이따금 마음을 괴롭히다 어둠 속으로 스며들었을 것이다. 그런 그림자의 앞모습을 요구하는 것은 폭력이며 불경이다. “엄마가 갑자기 보이지 않을 때에/아기들이나 지을 법한 표정”(「뒤척이지 말아줘」, 『눈물』)을 훔쳐보았다고 타인에 대해 이해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타인에 대한 이해는 그러한 표정을 숨기고 있을 얼굴을 그림자를 통해서 바라볼 때 비로소 가능해진다. 한 번 슬쩍 보고 건네는 동정이 아니라, 그림자를 평생 가슴에 품은 채 그림자가 건네는 추락의 내력을 오래도록 살아볼 때만 허락되는 일이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시들이 쓰여진다. 살 수 없는 장소에서도 살 수 있게 된 사람이 있었다/ (중략) //그 창문으로 나는 지금 바깥을 내다본다/이토록 난해한 지형을 가장 쉽게 이해한 사람이/가장 오래 서 있었을 자리에 서서// (중략) /할 줄 아는 말이 거의 없는 낯선 땅에서/내가 느낄 수 있는 건 잠깐의 반가움과/오랜 두려움뿐이다//두려움에 집중하다 보면/지배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지배하고 싶었던 사람이/실은 자신의 피폐를 통역하려 했다는 것을/파리처럼 기웃거리는 낙관을 내쫓으면서/나는 알게 된다 - 「여행자」 부분 (『아침』) 화자는 지금 수십, 수백 년 전의 시간으로 거슬러 올라가 “이토록 난해한 지형”을 바라보던 누군가의 그늘에 머물러 있다. 누구에게도 발설한 적 없는 그늘을 지키기 위해 어떤 삶은 희망이 불가능한 곳으로 자신을 조용히 밀어 넣기도 했을 것이다. 상처를 애써 부정하지 않아도 되는 저녁을 위해 황무지뿐인 창밖을 오래 바라봐야만 했으리라. 화자는 낙관을 하지 않아도 살 수 있다는, 희망을 품지 않아도 충분히 잘살 수 있다는 마음으로 피폐한 문장들을 건져 올리고 있다. 타인의 전생이 한꺼번에 이곳의 삶으로 현상돼 번지고 부대끼는 일. 화자가 매개하고 있는 이 순간은 스스로를 보호하고 있던 “파리처럼 기웃거리는 낙관”을 포기했을 때에만 가능한 것이다. 나를 보호하던 관념들을 내려놓은 채 타인의 그늘을 만져 보는 일은 그 이전과 전혀 다른 삶을 살게 한다. 시인이 “기웃거리던 햇볕이 방 한쪽을 백색으로 오려 낼 때//길게 누워 다음 생애에 발끝을 댄다/고무줄만 밟아도 죽었다고 했던 어린 날처럼”(「먼지가 보이는 아침」, 『아침』)이라고 말할 때, 다음 생이란 희망적이고 추상적인 미래의 어느 때를 의미하지 않는다. 타자의 그림자를 밟는 일이란 이미 하나의 생이 끝나고 다른 생이 시작되는 경이로운 순간을 매개하기 때문이다. 김소연의 시는 하나의 그림자에 담긴 무게를 섬세히 읽어 내고 그 무게가 역으로 자아의 무게를 읽어 내는 경계의 순간들을 포착한다. 그의 시를 버림받은 그림자들의 보호소라고 할 때, 화자는 그림자들을 관리하는 주체도 아니고 동정을 베푸는 관광객도 아니다. 그의 시는 하나의 그림자가 다른 그림자를 관통하는 사건의 매개이며, 타인의 그림자로부터 또 하나의 생을 물려받는 상속의 증거이다. 그림자를 이해하며 그림자에 감염되어 스스로 또 하나의 그림자가 되어 간다. 길 잃은 그림자들은 그렇게 다음 생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4. 아포리아인형극 김소연의 시에서 그림자는 배우이고 관객이며, 공기이고 침묵이다. 그림자들에 잠재된 생의 근원적 형상을 발굴하고 혼을 불어넣는다. 잡힐 듯 잡히지 않던 생의 어둠들에 이름을 붙이고, 그들과 연극을 시작한다. 때로는 독백으로, 때로는 방백으로, 그림자인형들 사이에 무형의 그림자가 스미고 번진다. 연극은 비교적 순조롭게 시작된다. 하지만 말이 리듬을 타면 탈수록 그림자는 연출자의 의도를 넘어서 스스로 움직이고 발화하기 시작한다. 오려낸 눈동자의 텅 빈 어둠으로 삶이 역류하기 시작한다. 말에 자기를 꿰뚫리고 거꾸로 그림자에 응시당할 때, ‘이곳’은 어떤 강제성에 내몰린다. 자신에게 찾아온 이 낯선 질문들에 발가벗겨진 채 노출되는 것이다. 일상을 영위하기 위해 몸에 둘렀던 기호와 기표들의 강고함은 물거품이 되어 녹아 버린다. *현재까지 발간된 김소연의 시집은 『극에 달하다』(1996), 『빛들의 피곤이 밤을 끌어당긴다』(2006), 『눈물이라는 뼈』(2009), 『수학자의 아침』(2013)까지 총 네 권이다. 인용할 경우 면수는 생략하고 각각 『극』, 『빛』, 『눈물』, 『아침』으로 표기한다. 세상 모든 것들의 표정은 지워지고/자세만이 남아 있다//이따금 나는 무지막지한 덩치가 되고/이따금 나는 여러 갈래로 흩어지기도 한다//그의 충고를 따르자면/너무 빛 쪽으로 가 있었기 때문이다/여러 개의 불빛 가운데 있었기 때문이다// (중략) //그림자 없는 생애를 살아가기 위해/지독하게 환해져야 하는/빛들의 피곤이 밤을 끌어당긴다 - 「빛의 모퉁이에서」 부분 (『빛』) 그림자 없는 삶을 위해 끌어다 쓴 빛의 피곤이 필연적으로 ‘밤’을 끌어당길 수밖에 없다는 정확한 진술은 이러한 말과 그림자의 본질에 닿아 있다. 단적으로 말해 그림자 없는 삶이란 불가능하다. 가능하다면 그것은 유령의 삶일 것이다. 그림자는 사물의 물성을 증거하면서, 동시에 그 물성을 지워 버린다. 그림자 없는 물성이 불가능하다는 말은 그만큼 물성이라 믿어 왔던 존재의 본질이 허약하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림자를 통해서만 사물의 사물됨을 알 수 있고, 말을 통해서만 자신의 자신됨을 실감할 수 있다. 그림자 없는 물성이 유령의 것이라면, 말을 부여받지 못한 내면 역시 비존재로 내몰린다. 그러나 어떤 그림자로도 어떤 말로도 존재의 본질은 포착되지 못한다. 오히려 그림자와 말은 환영 혹은 오류가 되어 존재의 본질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될 뿐이다. 그림자가 지닌 이 이중성. 존재의 물성을 실감하게 하면서 오히려 그 실감을 내파해 버리는 모호성에 삶과 말이 지닌 진실이 깃들어 있다. 그러니 시인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그림자를 수도 없이 베끼며, 그림자들 사이에서 진동하고 있는 어떤 목소리들에 귀 기울이는 일뿐이다. 밤마다/그녀였던 당신이었던/수많은 아이들이 찾아와요/거친 바람처럼 문을 흔들며 칭얼대요/하나같이 눈은 퉁퉁 부었고 손끝은 차고/고개는 숙였어요// (중략) //지낼 만한 노곤함과/돌아갈 만한 차비를 두 손에 움켜쥐고/칭얼대고 칭얼대다 사라지죠//들어줍니다 두 귀를 여행 가방처럼 활짝 열고서/쓰다듬지요 두 손을 세계지도처럼 판판히 펼쳐서 위로합니다 긴 밤을 꼬박 앉아서// (중략) //번번이 한 아이가 남아 있어요/벽에 걸어둔 시커먼 외투처럼 등 뒤에서/이 아이, 자기가 엄마라고 우깁니다// (중략) /누워서 그녀는 자기 젖을 빨아요/그러면 그녀는 잠이 오지요 - 「그녀의 생몰 연도를 기록하는 밤」 부분 (『눈물』) 김소연의 시에서 그림자는 햇볕이 내리쬐는 한낮보다도 밤의 시간에 더 스스로의 본질에 가까워진다. 낮이 강제하는 빛의 윤곽으로부터 풀려남으로써 그림자는 비로소 ‘경계’의 영역에 서기 때문이다. 그녀였던 당신이었던 수많은 그림자들은 태양의 폭정이 사라지고 난 뒤에야 이미 반쯤은 사라지고 투명해진 모습으로 찾아와 말을 건넨다. ‘그녀’가 그 수많은 그림자들을 위해 해줄 수 있는 일이라곤 젖을 물리며 그림자들의 해갈될 수 없는 결여에 응답하는 것뿐이다. 이 고된 노동. 그림자들을 위무하기 위해 역시 그림자에 지나지 않는 ‘그녀’가 스스로의 젖을 빨 수밖에 없다는 운명론적 진술은 삶의 피폐성을 요약한 아포리아에 가까워진다. 그의 시에 잔혹동화와 같은 모티프들이 자주 동원되는 까닭 역시 동화가 압축해 내고 있는 생의 근원적 형식 때문이다. 그가 변용한 동화들 속에서 캐릭터는 오직 ‘자세’만으로 요약되는데, 무수히 많은 말들로 흘려보내도 끝끝내 남아 되돌아오는 ‘그림자’의 맹목적 갈망을 가장 선명하게 드러내 준다. 암늑대가 숲속에서 바람을 간호하는 밤이었대. 바람은 상처가 아물자, 숲을 떠나 마을로 내려갔대. 암늑대가 텅 빈 두 손을 호호 불며, 우듬지에 앉은 지빠귀를 올려다보는 밤이었대. 섭생을 위해서 살생을 해야만 하는 운명에 처한 늑대 이야기에, 한 아이는 밑줄을 긋고 있었대. 바람은 그 지붕 위를 저벅저벅 밟고 다녔대. 암늑대는 노란 지빠귀를 올려다보고, 노란 지빠귀는 늑대를 내려다보았대. 둘은 눈을 떼지 않고 서로를 쳐다보았대. 그래서 겨울밤은 감옥이 되기 시작한 거래. - 「눈물이라는 뼈」 부분 (『눈물』) 아이의 성장통을 비유하고 있을 이 시는 어떤 노래의 전승을 기록하고 있다. 새하얀 벽 위로 그림자들이 생을 공연한다. 섭생을 위해 지빠귀를 노리는 암늑대의 자세는 낮고 단단하다. 단 한 번의 도약으로 먹잇감을 낚아채기 위해 거추장스러운 마음은 모두 잘라낸 채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늑대의 눈빛에 어리는 검은 허공의 시간. 그 시간이 서서히 늑대를 물들여 간다. 암늑대를 내려다보는 지빠귀 역시 흔들림 없이 다가올 운명 앞에 눈감지 않는다. 공포에 몸을 맡겨 둔 채 자신도 그 시간의 일부가 되어 간다. 그리고 이들의 비극을 슬퍼하며 눈물 흘리는 바람과 아이가 있다. 이들이 빛과 어둠 사이에서 얽히고설키며 삶을 요약해내는 동안, 그 단단한 함축을 받아 먹고 돌들이 자란다. 하나의 비극이 있었음을, 누구도 벗어날 수 없는 생의 굴레에 의연하게 걸어 들어가 견뎌낸 그늘이 있음을 증거하고 제의한다. 김소연의 시는 그림자로 펼쳐 낸 한 편의 아포리아 인형극이다. 이 연극에는 무수히 많은 그림자들이 등장하지만, 주인공은 부재한다. 주인공이라 일컬을 수 있다면 아마도 그건 생 자체일 것이다. ‘삶’이 그려 내는 다양한 스펙트럼과 다변성 속에서도 결코 인간을 놓아 주지 않는 묵직한 생의 중력을 그의 시가 잘 포착해 내는 건 그림자야말로 생의 본질임을 잊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그림자는 원상의 형상을 얼마든지 왜곡도 하고 때론 숨어 버리기도 하지만 결코 달아나지 않는다. 원상 내부의 상처와 질곡에 악착같이 달려들어 생의 모서리를 현상해 낸다. 삶을 자유롭게 하겠다는 무수한 그림자 기표들이 망각하고 있는 것은 그림자란 본디 원상의 것도 아니며, 원상과 무관한 것도 될 수 없다는 사실에 있다. 그림자란 한 편의 활시위와 같다. 원상의 중력과 그 중력을 넘어서려는 두 힘이 팽팽하게 긴장하며 휘어질 때, 그림자는 필연적으로 생의 근원에 가까워진다. 김소연의 문장이 지닌 안정된 흡인력은 바로 여기에서 비롯한다. 5. 판화적 글쓰기 인간이 맹점의 존재를 잘 느끼지 못하는 건 맹점에 의한 시야의 어둠을 다른 눈의 시각을 통해 메우기 때문이다. 언어의 눈, 그림자의 눈이 있어야 할 자리에 빛을 가득 채워 존재가 현현하는 곳을 봉쇄할 때, 우리의 삶은 점점 더 벼랑 끝으로 내몰린다. 감정과 생각이 어긋나고, 말과 빛이 허용하는 사유만이 폭거하는 메마른 불모지로 변모한다. 동일성의 사유에 항거하는 최근의 숱한 철학적 사유들이 그 윤리적 정당성에도 불구하고 삶의 언어를 구원해 내지 못하는 건 이들 이론과 이미지의 현란함이 맹점의 파쇄가 아닌, ‘보완’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삶의 언어로 충분히 구체화되지 못한, 자신의 손과 발로 직접 일구어 내지 못한 이미지의 언어들은 스스로가 올바른 대체시각이며, 이 강렬한 빛으로 맹점과 어둠을 몰아낼 수 있으리라 믿는다. 이 또한 뒤틀린 자만이며 확장된 동일성이다. 그러나 맹점은 우리 삶의 조건이며, 그 종착지이기도 하다. 인간의 조건은 부정되거나 개선되어야 할 것이 아니라 직시하고 함께 살아가야 할, 세계와 인간 사이에 놓인 고유한 매개 방식이다. 그림자가 아무런 음성도 없이 지상에 잠시 내려앉은 검은 입으로 말을 건넬 때, 이를 가장 섬세하게 들어줄 수 있는 방법은 어둠을 어둠인 채로 내버려 두는 일이다. 시선의 한구석에 필연적으로 존재할 수밖에 없는 어둠을 받아들이고, 그 어둠과 대화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어쩌면 인간은 영원히 이 조건을 벗어날 수 없을지 모른다. 그렇다하여도 그림자에 마음을 빼앗긴 사람들은 유령처럼 태어나고, 그 절망적인 시도를 되풀이하며 말의 어긋남 속에서 더 진실한 말 하나를 길어 올린다. 이는 시인의 숙명이며, 시의 본질이기도 하다. 이를 김소연의 시적 방법론을 빌려 말하자면 판화적 글쓰기라고 명명해 볼 수도 있겠다. 이 성실하고도 마음 따뜻한 그림자 필경사는 그림자에 각인된 어둠의 지문을 숨죽여 더듬으며 그 굴곡과 깊이를 음화로 찍어 낸다. 어둠의 언어로, 어둠을 끌어안은 채, 어둠 속에서야 비로소 보이는 삶의 근원적 자세들을 현상해 낸다. 안전한 거리에서 시각의 윤곽을 따 옮기는 것이 아니라, 삶의 언어로 어둠에 밀착해 어둠을 살아 내면서 몸으로 찍어 내는 것이다. 그의 판화적 글쓰기에서 그림자는 언제나 모상(模像)이 아닌 원상(原象)일 수밖에 없는데, 시선의 권력을 그림자에게 돌려줌으로써 주체가 만들어 낸 일련의 위계상을 단번에 해체해 버리기 때문이다. 물론 그의 시가 지향하는 바와 전략이 너무도 명확한 만큼 쉽게 ‘코드’로 환원될 수 있다는 약점으로 비춰질 수도 있겠다. 그러나 그의 시는 ‘코드’로 읽히지 않는다. 그림자를 통해서 ‘무언가’를 말하려 하기보다는, 언제나 그림자 ‘속’에서 그림자 자체를 경험하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그의 시는 구체적인 삶의 시공간을 결코 가벼이 여기지 않는다. 삶의 실경이 굳건하게 뿌리박고 있는 시적 공간에서 그림자의 우화로 그림자의 눈빛에 노출되도록 만들 뿐이다. 태양에 흑점이 많을 때는, 역설적으로 태양의 활동이 가장 ‘극에 달했을’ 상태라고 한다. 내부의 격렬한 균열과 폭풍이 열의 흐름을 방해하여 상대적으로 어둡고 온도가 낮은 부분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라고. 어쩌면 그림자에 대해서도 그와 같은 말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세상의 모든 그림자들은 가장 격렬한 생을 통과한 내상들이며, 그 내상이 건네는 말의 뒤틀린 방식이라고. 김소연의 시는 현실 너머의 추상적 피안이 아니라, 뜨거움과 차가움을 절실히 통과한 이후의 ‘이곳’을 그림자의 형상을 통해 추적해 낸다. 삶을 가장 치열하게 마주한 자의 뜨거움으로 그늘이 품은 울음을 읽어 내고 위무한다. 그러므로 그의 시를 일컬어 이렇게 말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생의 흑점들로 이루어진 점자들이며, 생의 근원적 자세를 찍어 낸 판화들이라고.
  • [새해 달라지는 것들] 소방차에 길 양보 안 하면 과태료 10배 인상… 근로자 휴가비 지급

    [새해 달라지는 것들] 소방차에 길 양보 안 하면 과태료 10배 인상… 근로자 휴가비 지급

    기초수급 아동 연령 만 17세 [2018 보건·복지·교육] ●의료비 본인 부담 상한액 인하 저소득층 연간 의료비 본인 부담 상한액이 80만∼150만원으로 낮아져 건강보험 혜택이 강화된다. ●재난적 의료비 지원 확대 재난적 의료비 지원 대상을 암과 심장 질환 등 중증 질환에서 모든 질환으로 확대하고 연간 최대 2000만원까지 지원한다. ●공중화장실 휴지통 제거 공중화장실 대변기 옆 휴지통을 모두 없앤다. 사용한 휴지는 변기에 버리면 된다. ●전공의 수련시간 주당 80시간 제한 전공의들의 수련 환경 개선을 위해 수련시간을 주당 80시간으로 제한한다. ●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 확대 생계급여 수급자 선정 기준이 상향돼 기존에는 4인 가구 기준 소득인정액이 134만원 이하인 경우 받을 수 있었지만 내년에는 135만 6000원 이하 가구로 확대한다. ●기초수급가구 아동 가입 범위 확대 만 12세와 13세로 한정했던 기초수급가구 아동의 가입 연령을 만 17세까지 확대해 자립 지원을 강화한다. ●경증치매 어르신 인지지원등급 신설 경증치매 어르신이 장기요양보험 대상자가 될 수 있도록 인지지원등급을 신설한다. ●장애인건강검진기관 지정 편의시설, 장애인용 검진장비, 수화통역 등을 갖춘 장애인건강검진기관 10곳을 지정·운영한다. ●위생용품 안전관리 강화 내년 4월부터 관리의 사각지대에 있던 세척제, 헹굼보조제, 위생물수건, 물티슈, 일회용 컵, 숟가락, 젓가락, 포크, 기저귀 등 17개 제품을 위생용품으로 지정해 안전관리를 강화한다. ●이혼 후 낳은 아이 소송 없이 생부 아이로 출생신고 내년 2월부터 이혼 후 300일 이내에 태어난 자녀에 대해 소송 없이 간단한 허가 청구를 통해 전남편이 아닌 생부(生父)를 아버지로 출생신고할 수 있다. ●아이돌봄 서비스 이용료 시간당 7800원으로 인상 돌보미가 집으로 찾아가 만 3개월~12세 아동을 돌봐 주는 아이돌봄 서비스 요금이 시간당 6500원에서 7800원으로 20% 인상된다. 종일제(0~1세·200시간 기준) 이용료도 월 130만원에서 156만원으로 오른다. ‘시간제 돌봄’ 年 600시간으로 [2018 여성·가족·권익] ●한부모가족 아동양육비 인상 내년부터 지원 대상이 만 13세 미만에서 만 14세 미만으로 확대된다. 지원액도 월 12만원에서 13만원으로 인상된다. 청소년 한부모 아동양육비는 월 18만원으로 인상된다. ●시간제 돌봄 서비스 시간 확대 정부 지원 시간이 연 480시간에서 연 600시간으로 늘어나고, 정부 지원 비율도 5% 포인트 상향된다. ●공동육아나눔터 확대 이웃 간 자녀돌봄과 가족품앗이 활동 등을 지원하는 나눔터가 113개 지역으로 확대되고, 취약 위기가족 지원 기관도 61곳으로 늘어난다.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종합서비스 시행 지원기관을 통해 유포 영상물에 대한 삭제 및 경찰 신고에 필요한 피해사례 수집, 사후 모니터링을 지원한다. 여성긴급전화 ‘1366’이 디지털 성범죄 피해상담 창구로 운영된다. ●성폭력·성매매·가정폭력 지원시설 확대 성폭력·가정폭력 통합상담소(10→20곳), 성매매피해상담소(27→29곳), 해바라기센터(38→39곳)가 확대되고, 피해자 보호 및 자립자활을 위한 폭력피해 이주여성 쉼터(26→28곳), 폭력피해여성 주거지원시설(295→315호)도 늘어난다. ●성매매 피해아동·청소년 전담지원센터 신설 내년 상반기 7곳이 신규 지정·운영되며, 청소년 밀집지역을 중심으로 또래상담, 일시보호, 치료회복, 진로상담, 직업훈련 등의 서비스가 제공된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 및 기념사업 확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생활안정지원금이 월 133만 7000원으로, 간병비는 월 112만원, 건강치료비는 78만원으로 인상된다. 피해자 명예회복을 위한 기념사업 예산도 19억원으로 늘어났다. ●위기청소년 지원시설·전문인력 확대 청소년쉼터(123→130곳), 지역사회청소년 통합지원체계(224→226곳)가 늘어나고 위기청소년에게 심리·정서적 안정을 지원하는 청소년동반자(1146→1261명)도 확대된다. 신혼부부 전세 대출 비율 70→80%로 확대 [2018 금융·재정·조세] ●소득세 최고세율 상향 종합소득과세표준 3억원 초과 5억원 이하 구간은 세율이 38%에서 40%로, 5억원 초과 구간은 세율이 40%에서 42%로 높아진다. ●법인세 최고세율 인상 1월 1일부터 개시하는 사업연도분부터 과세표준이 3000억원이 넘는 구간은 법인세율이 22%에서 25%로 인상된다. ●고액 상습체납자 명단 공개 확대 자진 납부를 유도하기 위해 공개 대상 기준 체납액을 3억원에서 2억원으로 낮춘다. ●상속·증여세 신고세액공제 축소 세액공제율이 기존 7%에서 5%로 낮아진다. 2019년 이후에는 3%로 더 축소된다. ●전통시장·도서·공연 지출 소득공제 확대 전통시장과 대중교통에 대한 신용카드 소득공제율이 30%에서 40%로 높아진다. 총급여 7000만원 이하 근로자의 도서·공연비 지출은 공제율 30%를 적용하되 7월부터 한도가 100만원 늘어난다. ●주식양도세 누진세율 적용 대주주의 주식 양도소득은 과세표준 3억원을 초과하는 구간의 세율이 20%에서 25%로 높인다. 중소기업은 2019년부터 적용한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제도 개선 총급여 5000만원 이하 근로자와 종합소득금액 3500만원 이하 사업자는 ISA 만기 인출할 때 비과세 한도가 이자소득액 기준 현행 250만원에서 400만원으로 늘어난다. 농어민은 200만원에서 400만원으로 늘어난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세 2주택 보유자가 서울·세종시 등 조정대상지역에 있는 주택을 양도할 때는 기본세율에 10% 포인트(3주택 이상이면 20% 포인트)를 가산한다. 양도소득세 중과 주택을 양도하는 경우 장기보유특별공제도 받을 수 없다. 보유 기간과 관계없이 분양권 전매 시 50%의 양도소득세율을 적용한다. 적용은 4월 1일부터다. ●신혼부부 대출 금리 우대 신혼부부 전용 전세 대출을 받을 때 대출 비율을 70%에서 80%로 확대하고 대출한도도 수도권 기준 1억 4000만원에서 1억 7000만원으로 상향된다. 금리도 기존 우대금리(0.7% 포인트)에 더해 최대 0.4% 포인트 추가된다. ●고용증대세제 신설 별도 투자가 없더라도 고용 증가 인원 1인당 300만∼1100만원을 공제해 준다. ●맥주 재료 범위 확대 발아된 맥류·녹말을 포함한 재료로 확대한다. 이에 따라 귀리·호밀 맥주나 고구마·메밀·밤 등이 함유된 맥주를 제조할 수 있게 된다. ●중소기업의 사회보험 신규 가입자에 대한 세액공제 신설 요건을 갖춘 중소기업의 사회보험 신규 가입자에 대해 2년 동안 사회보험료의 50%를 세액 공제해 준다. ●법정 최고금리 인하 2월 8일부터 법정 최고금리가 24%로 낮아진다. ●공공조달 사회책임 강화 공공입찰 때 최저임금 위반으로 유죄 확정판결을 받으면 신인도 평가에서 감점한다. 고용창출 우수기업, 일·학습병행제 참여기업, 사회적기업의 가점 상한은 높인다. 육아로 근로 단축 땐 임금의 80% 지급 [2018 근로] ●최저임금 7530원 인상, 일자리안정자금 지원 시급은 7530원, 주 40시간 기준(주당 유급주휴 8시간 포함) 월급은 157만 3770원이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경영상 어려움에 처하는 30인 미만 고용 사업주에게 직원 1명당 월 13만원(월급 190만원 미만 노동자 대상)을 지원한다. 고용보험에 가입돼 있어야 지원되며, 1월 2일부터 신청·접수를 시작해 2월 1일부터 지급된다. ●산업재해 은폐 시 형사처벌 산재 은폐 사실이 적발되면 원·하청업체 모두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이와 별도로 고용노동부에 산재 사실을 보고하지 않는 ‘보고 의무 위반행위’ 과태료도 기존 1000만원에서 1500만원으로 상향된다. 중대 재해를 보고하지 않으면 과태료 3000만원이 부과된다. ●연차휴가 대상자 확대 신입사원도 입사 1년차에 최대 11일, 2년차에 15일의 연차유급휴가를 보장받는다. 연차휴가 일수를 산정할 때 육아휴직 기간도 출근한 것으로 간주된다. ●출퇴근 사고 ‘업무상 재해’ 인정 업무상 재해의 보상 범위가 대중교통, 자가용, 자전거, 도보 등 다양한 수단을 이용해 ‘통상적 경로와 방법으로 출퇴근하는 중 발생한 사고’로 확대된다. 일용품 구입, 병원 진료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행위도 출퇴근 중 재해로 인정된다. ●출산 전후 휴가급여,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급여 인상 출산 전후 휴가나 유산·사산휴가를 쓴 노동자에게 주는 출산 전후 휴가급여 상한액이 월 150만원에서 160만원으로 오른다. 만 8세 이하 자녀를 둔 노동자가 육아를 위해 근로시간을 줄일 때 고용보험 지원액이 통상임금의 60%에서 80%로 오른다. ●10인 미만 기업 노동자 사회보험료 지원 확대 10인 미만 기업 노동자 가운데 월급이 140만원 미만인 경우 사회보험료의 40~60%를 지원했지만, 새해부터 월급이 190만원 미만인 경우 보험료의 40~90%를 지원한다. ●실업급여 상한액 5만→6만원 실업급여 하루 상한액이 5만원에서 6만원으로 오른다. 월 최대 180만원까지 지급된다. ●장애인 의무고용 부담금 월 최소 94만 5000원 상시근로자 100인 이상 고용 공공기관과 민간기업 중 장애인 의무고용률에 미달하는 경우 사업주는 1인당 최소 월 94만 5000원을 부담해야 한다. ●생활안정자금 혼례비 융자 한도 1250만원으로 상향 저소득 청년 노동자 생계 지원 강화를 위해 생활안정자금 혼례비 융자 한도액을 1000만원에서 1250만원으로 상향 조정한다. ●1인 영세 소상공인 고용보험료 지원 자영업자 고용보험에 가입 기준보수 1등급(154만원)인 1인 영세 소상공인은 월 고용보험료의 30%를 지원받을 수 있다. 자동차 부품 결함 땐 교체·환불·재매입 [2018 환경] ●자동차 배출가스 부품 결함 시 교체·환불·재매입 내년부터 제작 자동차 부품 결함에 따른 소비자 불편 최소화를 위해 환경부 장관은 해당 차량의 교체·환불·재매입을 명할 수 있다. 제작자가 배출가스 관련 리콜 명령을 이행하지 않았거나 리콜로 배출가스 검사 불합격 원인을 시정할 수 없는 경우 명령을 내릴 수 있다. ●배출가스 인증 위반 과징금 부과율·상한액 상향 자동차 제작자가 배출가스 인증 위반 시 과징금 부과율이 3%에서 5%로, 상한액이 차종당 100억원에서 500억원으로 각각 상향된다. 처분 강도를 높여 위법 행위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서다. ●어린이 활동공간 환경안전관리 강화 어린이 건강 보호를 위해 환경안전관리 기준 적용 대상이 소규모 어린이집·유치원으로 확대된다. 2009년 이전 설립된 430㎡ 미만 사립 어린이집과 유치원은 관리 대상에서 제외했으나 내년부터는 모든 어린이 활동공간이 관련 기준을 준수해야 한다. ●환경오염시설 통합관리 대상 확대 대기·수질 등 환경오염 분야별로 분산돼 있는 인허가 제도를 통합해 과학적으로 관리하는 통합환경관리제도가 2017년 발전·증기공급·소각업에 이어 내년에는 철강·비철금속·유기화학 제조업종까지 확대된다. 기존 폐수·매연 등 오염물질 배출 형태에 따라 최대 10개까지 인허가가 필요했으나 통합관리 적용 시 사업장당 1개의 인허가만 받으면 된다. 통합환경관리는 2021년까지 석유정제, 반도체, 전자제품 등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큰 19개 업종으로 확대된다. ●유해화학물질 통신판매 시 본인인증 인터넷 등으로 유해화학물질 판매 시 구매자의 실명·연령 확인 및 본인 인증을 거쳐야 한다. 위반 시 6개월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일반 하이브리드 자동차 구매보조금 축소 100만원에서 50만원으로 축소된다. 적용 대상은 1월 1일 이후 출고되는 차량부터다. 다만 보급 초기 단계인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는 현행처럼 1대당 500만원의 구매보조금을 지원한다. 청년농업인 月100만원 지원 [2018 농림·해양·수산] ●초등 방과후교실 과일 간식 전국 초등학교 방과후 돌봄교실을 이용하는 학생 24만여명에게 친환경 또는 농산물우수관리(GAP) 인증을 받은 제철 과일을 주 1회 연간 30회 무상 제공한다. ●청년농업인 영농정착금 만 40세 미만, 독립경영 3년 이하인 청년농업인 중 영농 의지가 큰 농업인 1200명을 선발해 월 최대 100만원의 생활안정자금을 지원한다. ●논에 타 작물 재배 시 보조금 쌀 공급 과잉 문제를 해소하고자 올해 5만㏊를 대상으로 쌀 생산조정제를 도입한다. 쌀 재배 농가가 논에 벼 대신 다른 작물을 키우면 ㏊당 평균 340만원을 지원한다. ●가금 밀집지역 축사 이전 시 전폭 지원 닭과 오리 등 가금 밀집지역이나 방역 취약지역에 있는 가금 축사를 안전지역으로 이전하면 축사 신축 비용의 80%를 정부가 지원한다.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 위험을 낮추고 발생 시 대규모 피해를 막기 위해서다. ●반려동물 영업 추가 및 생산업 허가제 전환 동물 생산·판매·수입·장묘업 외에 전시업(동물카페), 위탁관리업(호텔, 유치원, 훈련원 등), 미용업, 운송업(동물택시 등) 등 반려동물 관련 4개 업종이 추가된다. 동물생산업은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전환된다. 미허가·미신고 시 5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수산직불금 5만원 인상 어업 생산성 및 정주 여건이 불리한 도서 지역의 어가를 대상으로 수산직불금을 기존보다 5만원 올려 60만원을 지급한다. ●친환경선박 전환 보조금 외항 화물운송사업자가 선령 20년 이상의 국적선을 해체 또는 매각하고 친환경 선박으로 대체 건조할 경우 비용의 10%를 보조금으로 지원한다. ●나무의사 자격제 도입 아파트, 학교, 공원 등 생활권에 있는 수목의 병충해 등을 진단·처방하는 나무의사가 활동할 수 있게 된다. 나무의사 양성교육기관에서 교육을 받은 뒤 국가자격시험을 통과하면 된다. 구조·구급 방해 벌금 대폭 강화 [2018 공공안전·질서] ●소방차에 길 터주지 않으면 벌금 200만원 화재 진압 및 구조를 위해 현장에 출동하는 소방차에 길을 양보하지 않은 차량 운전자에게 부과되는 과태료가 2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크게 오른다. 소방관과 구조대원의 구조·구급 활동을 방해하는 경우에도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서 5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대폭 강화된다. ●전기자전거도 자전거도로 운행 가능 3월 22일부터 전기자전거도 기존 자전거도로를 달릴 수 있다. 전체 중량 30㎏ 미만 페달보조방식(사람이 페달을 밟을 때만 전동기 작동) 자전거로 시속 25㎞ 이상일 경우 전동기가 차단되는 경우만 허용된다. 안전요건에 부합하지 않거나 불법 개조된 전기자전거는 통행이 불가능하다. ●각 지자체가 자유롭게 과(課) 단위 조직 설치·운영 각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정원을 늘리고 모든 지자체가 자유롭게 과 단위 이하 기구를 설치할 수 있다. 중앙정부가 일부나마 지자체에 인력 관리 권한을 넘겨주는 건 건국 이후 처음이다. 소외 계층 문화지원금 인상 [2018 문화] ●한국형 체크 바캉스 하반기 중 시행된다. 정부와 기업이 함께 노동자에게 휴가비를 지원하는 제도다. 휴가 가는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는 한편 내수 진작을 도모하고자 도입됐다. 기업(25%)과 직원(50%)이 공동으로 휴가비를 적립하면 정부(25%)에서 1인당 최대 10만원까지 지원한다. 1인 이상 300인 미만 중소기업 직원 2만명 정도가 우선 혜택을 본다. ●문화누리카드 지원 상향 소외 계층의 문화생활을 지원하기 위한 지원금이 2월 1일부터 1인당 연 6만원에서 7만원으로 인상된다. 정부는 2021년까지 1인당 10만원까지 올려 나갈 계획이다. 카드 디자인을 일반 카드와 구분되지 않도록 개선해 이용자 불편을 최소화한다.
  • 임신 중에도 10개월 육아휴직… 근로시간 하루 2시간 줄인다

    임신 중에도 10개월 육아휴직… 근로시간 하루 2시간 줄인다

    내년 하반기부터 임신 중인 여성 근로자는 육아휴직 1년 중 최대 10개월을 임신 기간 내에 쓸 수 있다. 2020년부터는 임신 주수에 상관없이 임신 모든 기간 동안 근로시간을 하루 2시간 줄일 수 있다. 육아휴직급여도 2019년부터 늘어난다.고용노동부는 여성가족부, 보건복지부, 기획재정부 등과 함께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제6차 남녀고용평등 및 일·가정 양립 기본계획’을 26일 발표했다. 육아휴직을 활성화하기 위해 2019년부터 육아휴직자의 소득대체율을 육아휴직급여 첫 3개월은 통상임금의 80%로 올리고, 이후 9개월은 2019년까지 50%로 올린다. 육아휴직급여 상한액은 100만원에서 120만원으로, 하한액은 50만원에서 70만원으로 높인다. 부부 공동육아를 장려하기 위해 배우자 유급 출산 휴가를 2022년까지 3일에서 10일로 확대하고, 사용자의 90%가 남성인 두 번째 육아휴직자에 대한 인센티브 상한액을 내년 7월부터 15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인상한다. 임신, 출산, 육아 등으로 여성의 경력이 단절되는 걸 막기 위해 임신기에도 육아휴직을 쓸 수 있도록 남녀고용평등법을 개정한다. 임신 중 육아휴직 기간의 최대 10개월까지 쓸 수 있으며, 잔여분은 출산휴가 후 사용할 수 있다. 임신 12주 이전과 36주 이후에만 쓸 수 있던 ‘근로단축청구권’을 임신 기간 전체에 걸쳐 쓸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은 현재는 최대 1년간 육아휴직 기간에서 실제 사용치를 제외하고 남은 기간에만 허용됐다. 앞으로는 남은 기간의 2배 내에서 근로시간 단축이 가능해진다. 이를 위해 근로시간 단축 급여 지원 수준도 내년부터 60%에서 80%로 확대된다. 육아휴직 사용 요건도 재직 기간 1년 이상에서 6개월 이상으로 완화된다. 기간제 근로자의 경우 출산 전후 90일 중 계약 기간이 끝나도 출산휴가 급여(통상임금 100%, 160만원 상한)를 받을 수 있도록 내년에 고용보험법 개정이 추진된다. 육아휴직 대체인력 채용 활성화를 위해 대체인력지원금 지급 요건을 개선하고 대체인력 채용 지원을 내년까지 1만명으로 확대한다. 보육 사각지대에 놓인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를 위해 내년 2월부터 이들 자녀를 우선 입소하도록 직장어린이집 설치·운영 규정을 개정한다. 지방자치단체와 근로복지공단 간 업무협약 등을 추진해 2022년까지 중소기업 공동직장어린이집 100개소를 신설한다. 대규모 사업장(여성 노동자 300인 이상, 노동자 500인 이상)의 ‘직장 어린이집 의무이행제도’를 개편해 실제 보육 수요에 맞는 어린이집을 설치토록 할 계획이다. 보육 수요에 턱없이 모자란 어린이집을 설치해도 의무 이행으로 간주되는 경우를 막기 위해서다. 경력단절여성 재고용·고용 유지를 위해 내년부터 인건비 세액공제 적용 대상을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까지 확대한다. 중소기업 공제율은 10%에서 30%로 올리고, 중견기업은 15%로 신설한다. 전문직 수요가 큰 30대 고학력 경력단절여성에 특화된 직업훈련 및 취업 지원도 강화한다. 가사·돌봄서비스 시장을 제도화해 아이돌보미를 좋은 일자리로 개선하고, 시간선택제 일자리 지원 수준도 상향한다. 성차별 고용 관행을 없애기 위해 2019년부터는 영세사업장을 포함한 모든 사업장에 남녀고용평등법의 모든 조항이 적용되며, 근로기준법상 여성보호조항도 전면 적용이 검토될 예정이다. 이번에 마련한 여성 일자리 대책의 실효성 있는 이행을 위해 정부는 내년 2월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에 여성고용 분과를 설치, 진행 상황을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문제점 개선에 나설 계획이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 학교비정규직 근로조건 대폭 개선…부산시교육청 임금·단체협약 타결

    부산지역 학교 비정규직의 근로조건 및 임금체계가 대폭 개선된다. 부산시교육청은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와 27일 오후 5시 30분 시교육청 5층 중회의실에서 2017년 임금·단체협약 임금 및 단체협약을 일괄 체결한다고 26일 밝혔다. 양측은 지난 3월 29일 단체교섭을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10개월간 13차례의 단체교섭과 25차례의 부수적 협의를 가진 끝에 총 144조(단체협약 125개 조, 임금협약 19개 조)에 대한 합의점을 도출했다. 구체적인 합의 내용을 보면 근로자의 자기개발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해외유학 휴직을 신설하고, 근로자 건강관리를 위해 유급병가일수를 21일에서 25일로 늘리기로 했다. 또 급식실 근로자의 노동강도 저하를 위한 배치기준 확대, 자유로운 휴가, 휴일사용을 위한 대체인력풀제 효율화 등 근로조건을 크게 개선했다. 특히 자녀 군입영 휴가, 고등학교 이하 자녀돌봄 휴가 및 배우자동반 휴직을 신설해 교육공무직원의 일·가정 양립을 지원하는 대책을 마련했다. 또 다른 공공기관과 동일한 임금산정 기준을 위해 임금산정시간을 현행 월 243시간에서 월 209시간으로 변경하기로 합의했다. 장기 근무자의 사기 진작을 위해 근속수당 지급 대상을 3년 이상 근속자에서 1년 이상 근속자까지 확대하고, 상한금액을 월 35만원(18년 근속)에서 60만원(20년 근속)으로 인상하기로 했다. 이밖에 정기상여금을 현행 45만원에서 60만원으로 인상하고, 가족 수당의 지급 기준을 상향해 둘째 자녀의 경우 월 6만원, 셋째 이후 자녀의 경우 월 10만원으로 인상한 금액을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부산시교육청은 이번에 노동조합과 타결한 단체협약의 효력을 조합원 뿐 아니라 비조합원에게까지 확대하기 위해 ‘교육공무직원(교육행정기관 및 학교에 근무하는 공무원이 아닌 근로자) 관리 종합계획’을 시행한다. 이 종합계획은 노동조합과 체결한 단체협약의 내용을 바탕으로 하여 휴직·휴가 등 상향된 근로조건을 동일하게 적용하고, 임금 지급기준을 개선하며, 현장의 조직문화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구성한다. 부산 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 여소야대에 개혁입법 하나도 못했다

    여소야대에 개혁입법 하나도 못했다

    한국당 반대로 타협점 못 찾아 1월 임시국회도 처리 불투명 근로기준법은 민주당 내 혼선 더불어민주당이 12월 임시국회에서 역점 추진했던 개혁법안인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법, 국가정보원법, 방송법, 근로기준법 개정안 등이 이렇다 할 논의조차도 못한 채 연내 처리가 불가능해졌다. 근로기준법은 여당인 민주당 내 혼선 때문이기도 하지만 다른 법안들은 자유한국당의 완강한 반대로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24일 민주당과 청와대는 검찰 개혁 차원에서 공수처 설치법을 최우선으로 통과시키기 위해 총력전을 펼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특별감찰관은 폐지 가능성까지 언급하고 있다. 현재 계류 중인 공수처법은 4건이지만 대체로 고위공직자나 권력기관의 비리를 수사하는 독립적인 ‘제2 사정기관’을 만들어 지나치게 비대해진 검찰의 힘을 빼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상임위에 계류 중인 법안은 세부 내용을 조율하기보다 여야 간 찬반 토론만 계속하고 있다. 이는 제1야당인 한국당이 공수처 신설보다는 제도 개선이 답이라며 공수처 신설에 부정적인 입장을 갖고 있는 것도 원인이다. 따라서 1월 임시국회까지 논의 시간을 연장해도 처리 여부는 불투명하다. 민주당 진선미 의원과 국민의당 천정배 의원이 각각 지난 6월과 7월에 대표 발의한 국가정보원법 개정안도 국정원 이름을 바꾸고 국내 직무 범위를 제한하며 수사권을 폐지하는 내용 등으로, 현 정부의 기조를 반영하고 있다.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가 국정원을 통해 정보위원회에 제시한 개정안도 이름을 ‘대외안보정보원’으로 바꾸고 직무 범위에서 국내 보안정보를 삭제하며, 대공수사권을 다른 기관으로 이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국당 김성태 의원은 지난달 ‘비밀활동비’를 다른 기관의 예산에 얹는 관행을 금지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한국당은 “국정원이 대공수사권을 이관하면 간첩수사를 포기하자는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지난달 말 정보위는 국정원 개혁 소위를 구성해 모든 국정원 개혁법안을 검토하기로 했지만 별다른 진척은 없다. 다만 국회 정보위 관계자는 “야당이 반대하는 부분에 관해 세세한 내용까지 대안이 준비돼 있다”면서 “논의만 시작되면 처리가 빠르게 추진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당 최대 노동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여야 간사의 잠정합의안에 여당이 반대하면서 논의가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근로시간을 줄이되 기업 규모에 따라 시행 시기에 차이를 두는 내용의 합의안에는 야당 주장대로 휴일노동 임금을 통상임금의 150%로 지급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에 200%로 인상을 주장해 온 민주당 일부 의원과 정의당 등이 반대해서 합의가 무산됐다. 지난 21일 환노위원장인 민주당 홍영표 의원은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해 기자간담회를 열 계획이었지만 취소했다. 개정안 처리는 내년 2월 임시국회로 미뤄졌지만 여야 합의는 쉽지 않아 보인다. 민주당이 야당 시절 당론으로 발의한 방송법은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입법 공조로 추진하기로 한 법안이다. KBS와 MBC 등 공영방송 이사회를 여당 추천 7명, 야당 추천 6명으로 구성하고 사장 선출 때는 이사 3분의2 이상이 찬성해야 하는 특별다수제를 도입하는 것이 골자다. 내년 1월 9일까지 연장된 12월 임시국회는 물론 1월 임시국회를 열어도 회기 안에 이들 법안을 처리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민주당 관계자는 “국민 대다수가 찬성하고 있는 법안의 발목을 잡고 있는 야당이 입장을 바꾸지 않는 한 별다른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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