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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를부탁해]남북정상의 진한 인사는 ‘형제의 포옹’이었다

    [뉴스를부탁해]남북정상의 진한 인사는 ‘형제의 포옹’이었다

    스위스 유학파라서 볼 뽀뽀 ‘비쥬’?동지애·우정 상징하는 ‘형제의 포옹’김정은, 2번 만난 시진핑과는 포옹 안 해김정일은 2000년 남북회담 때 DJ와 포옹‘40년 우정’ 김일성과 덩샤오핑도… 누구도 예상 못 했던 제2차 남북정상회담이 지난 26일 토요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열렸습니다.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의 개최 여부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핫라인(직통전화) 통화도 건너뛰고 한 달 만에 다시 성사된 남북 정상의 만남에 전 세계가 놀라워했습니다.인상적인 장면이 있었습니다. 김 위원장은 2시간가량 회담이 끝난 뒤 남측으로 돌아가는 문 대통령을 환송했습니다. 온 얼굴에 환한 웃음을 피운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의 손을 잡았다가 그것만으론 안 되겠다는 듯 와락 문 대통령을 안았습니다. 한 번이 아니었습니다. 왼쪽, 오른쪽, 다시 왼쪽, 번갈아가며 3번을 포옹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미처 예상치 못한 김 위원장의 인사에 당황한 듯 잠시 머뭇거렸지만 이내 따뜻한 포옹을 나눴습니다. 언론들은 이를 두고 김 위원장이 프랑스에서 유래한 인사법인 비쥬(Bisous·볼 뽀뽀)로 문 대통령에 친근함을 표현한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비쥬는 상대방과 양쪽 볼을 번갈아 맞대는 인사법입니다. 뺨에다 입을 맞추진 않고 입으로만 ‘쪽’ 소리를 내는 것이 예의입니다. 처음 만나는 사이에서 비쥬를 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혈연관계나 친한 친구 사이에서 주로 하는 친밀함의 표현입니다. 남자들끼리는 비쥬를 거의 하지 않지만, 격의 없이 친한 사이에서는 하기도 한답니다.오른쪽 볼부터 시작해 왼쪽 볼까지 각 1번씩 2번을 하는 것이 일반적인 비쥬이지만 프랑스 남부와 이탈리아, 스위스 등 일부 유럽 국가에서는 3번 이상 볼 키스를 하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에게 3번 포옹하는 비쥬 인사를 한 것은 김 위원장이 어릴 때 스위스 베른 국제학교에서 공부한 유학파이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왔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지난 기사와 사진, 동영상 자료를 뒤적여봤습니다. 그 결과 김 위원장이 스위스 유학파여서 포옹 인사를 한 것은 아니었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하나씩 차근히 설명해보겠습니다. 김 위원장은 올해 초까지만 해도 베일에 싸인 은둔의 지도자였습니다. 2012년 공식 집권 이후 6년간 북한 밖을 벗어 본 적이 없습니다. 그가 만난 외국 정상은 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2명뿐입니다.올 들어 2번 북·중 정상회담을 가진 김 위원장과 시 주석은 공식석상에서 악수만 했을 뿐 포옹하지는 않았습니다. 지난 3월 26일 김 위원장이 특별열차 편으로 중국 베이징을 방문했을 때, 그리고 지난 7~8일 중국 랴오닝성 다롄에서 2차 북·중 회담을 가졌을 때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방송이 공개한 편집 영상에서 두 정상은 여러 차례 만나 3~5초간 양손을 포개어 잡고 있긴 했지만 그 이상의 스킨십은 없었습니다. 김 위원장이 중국을 떠날 때에도 담백하게 악수만 하고 손을 흔들며 헤어졌습니다. 김 위원장은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지난 2일 방북했을 때, 또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두 차례 평양을 찾았을 때에도 악수로 맞이하고 배웅한 바 있습니다. 볼 키스나 포옹 등의 친밀한 표현은 조선중앙TV 영상 속에서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그런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을 잇달아 세 번 껴안았으니 남다른 의미를 부여하는 것도 지나친 해석은 아닐 겁니다. 일부에서는 남북 정상의 별명을 들어 ‘이니(문 대통령의 애칭) 삼촌’과 ‘으니(김 위원장을 지칭) 조카’의 애정표현이라고 하더군요. 실제 삼촌과 조카뻘만큼 나이 차(31세)가 나는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1차 남북정상회담에서도 비쥬식 포옹을 나눴습니다. 판문점 공동선언문에 서명한 뒤 악수하고 기념 촬영을 위해 잡은 손을 위로 들어 올렸던 남북 정상은 문 대통령의 제의로 2번 연달아 포옹했습니다.역대 북한 최고지도자들의 포옹 인사는 자주 있었던 일입니다. 김 위원장의 선친인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과 조부인 김일성 국가주석도 동맹국가 정상들과 만날 때 진한 포옹으로 우정을 과시했습니다. 김정일 전 위원장을 먼저 예로 들어볼까요. 2000년 6월 13일, 분단 이후 첫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됐습니다.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한 김대중 전 대통령을 김정일 전 위원장이 직접 맞이했습니다. 붉은색 꽃 장식을 흔드는 평양시민들과 도열한 북한군 의장대를 배경으로 두 정상이 환한 얼굴로 손을 마주 잡고 오랫동안 흔들었던 장면이 아마 가장 먼저 떠올리실 겁니다.2박 3일의 방북 일정을 마치고 김 전 대통령이 서울로 돌아갈 때, 두 남북 정상은 세 번 연속 포옹 했습니다. 김정일 전 위원장은 “또 만납시다”라며 김 전 대통령을 떠나 보냈습니다. 김 전 위원장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도 세 번 껴안으며 뺨을 맞대는 인사로 친밀함을 과시했고, 후진타오 전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에서도 포옹으로 인사를 대신했습니다. 김일성 전 주석은 마오쩌둥, 저우언라이, 덩샤오핑 등 중국 최고지도자와 교류했는데 역시 진한 세 번 포옹으로 우정을 쌓았습니다. 특히 김 전 주석과 덩샤오핑 전 주석과의 관계는 조선중앙TV가 제작한 기록영화를 보면 매우 특별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두 사람은 1953년 이후 1991년까지 수십 차례 만날 때마다 포옹 인사를 나눴습니다. 김 전 주석은 41차례 중국을 방문했고, 덩 전 주석은 5차례 이상 북한을 방문했습니다.중국의 시사주간지 ‘세계지식’ 보도에 따르면 두 사람의 마지막 만남은 1991년 10월 5일이었는데 구순을 앞두고 공직을 떠난 덩 전 주석은 만나자마자 김 전 주석을 뜨겁게 포옹하며 오랜 친구를 반갑게 맞이했다고 합니다. 특히 두 사람은 그냥 포옹만 하지 않고 뺨과 뺨을 맞대는 비쥬식 인사도 했습니다. 김 전 주석이 1994년 7월 사망하고 덩 전 주석이 2년 뒤인 1997년 2월 세상을 떠나면서 두 사람의 각별한 우정도 끝을 맺었습니다. 이전에도 북한 지도자들이 포옹이라는 외교적 인사를 통해 다른 국가 정상과 우애를 표현한 점에 미뤄볼 때 김정은 위원장이 문 대통령을 껴안은 것은 스위스 유학파여서라기보다는 선대와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추론이 더 설득력이 있습니다.한 장의 그림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독일 베를린의 동쪽에 있는 벽화 말입니다. 중년의 서양남성 두 사람이 진하게 입을 맞추는 모습을 그래피티로 표현한 ‘신이시여, 이 치명적인 사랑에서 저를 구원하소서’(My God, Help Me to Survive This Deadly Love)라는 제목의 그림입니다. 레오니트 브레즈네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1979년 10월 초 동독 정권 수립 30주년을 맞아 동독을 방문한 뒤 에리히 호네커 동독 공산당 서기장과 반가운 나머지 키스로 인사한 장면을 그린 것이지요. 볼 키스와 포옹은 사회주의 국가권의 독특한 인사입니다. ‘형제의 키스’(fraternal kiss) 또는 ‘형제의 포옹’(fraternal embrace)이라고 부릅니다. 공산주의 국가 정상들이 특별한 유대관계를 드러내고 상대방에 대한 호감과 동지애를 표현할 때 쓰는 인사법입니다. 형제의 키스는 양쪽 뺨을 번갈아가며 3번 맞대는 행동입니다. 볼에 입을 맞추지는 않지만 아주 예외적으로 정말 가까운 사이라면 볼에 입을 맞추기도 한답니다. 형제의 포옹은 3번의 진한 포옹을 뜻하는데 왼쪽과 오른쪽을 번갈아가며 하되 볼을 맞대지는 않습니다. 이 방법은 아시아 사회주의 국가 정상들이 주로 쓰는 인사법입니다. 냉전기간 중국, 북한 등 아시아 사회주의권 국가 정상들이 유럽, 쿠바처럼 스킨십 문화가 있는 정상들과 교류하면서 형제의 포옹은 받아들이되 볼 키스는 뺐다는 게 대체적인 추측입니다. 1990년대 들어 구소련을 비롯한 동유럽에서 공산주의 정권이 붕괴하면서 형제의 키스 문화는 사라졌지만 아시아 사회주의 국가에는 이런 풍습이 남은 것으로 보입니다. 형제의 키스 또는 형제의 포옹은 19세기 중반 노동자 계급의 투쟁에서 비롯됐다고 합니다. 공산주의자들이 유산계급을 상대로 벌인 험난하고 외로운 투쟁과정에서 서로를 격려하고 동지애를 표현하는 특별한 의미를 담은 인사였던 것입니다. 평등과 형제애, 연대와 결속의 상징을 뜻하는 형제의 포옹은 유럽식 인사법인 비쥬와는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김 위원장이 ‘형제의 포옹’을 문 대통령과 나눴다는 것은 남북이 그만큼 이념을 뛰어넘을 만큼 가까운 사이라는 걸 강조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요. 어쩌면 ‘혈맹’ 관계인 중국의 시진핑 주석보다 더 친밀한 사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친구 간의 평범한 일상처럼 이루어진 이번 회담에 매우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남북은 이렇게 만나야 한다는 것이 제 생각”이라고 했던 문 대통령의 담화가 ‘형제의 포옹’으로 한껏 더 와 닿습니다. 우리는 세계 평화와 한반도 비핵화의 중요한 이정표가 될 역사적인 만남을 앞두고 있습니다. 예정대로 다음 달 12일 싱가포르에서 사상 최초의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다면 김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어떤 인사를 나누게 될지 자못 궁금해집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정보수장 ‘서·김 라인’ 한반도 국면 이끄는 실세로

    정보수장 ‘서·김 라인’ 한반도 국면 이끄는 실세로

    극비 만남 조율…회담 배석 유일주무 부처 통일부·외교부 배제 정의용·임종석 실장도 동행 안 해극비로 진행된 5·26 남북 정상회담은 서훈(왼쪽) 국가정보원장과 김영철(오른쪽)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등 남북 정보 수장이 유일한 배석자로 참석했다. 정상 간 극비 만남이 ‘서훈·김영철 라인’을 통해 조율됐다는 이유도 있었지만 현 한반도 국면을 이끌어 가는 외교·안보 라인의 핵심 실세가 양측 정보 수장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27일 보도한 사진에는 남측 수행원단으로 서 원장과 주영훈 대통령 경호처장, 김상균 국정원 2차장, 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송인배 청와대 제1부속비서관 등 최소 인원으로만 구성됐다. 서 원장을 비롯한 국정원 라인을 제외하면 문 대통령의 경호와 수행을 위한 최측근 인사만이 판문점 북측 지역인 통일각으로 향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남북 관계의 주무 부처인 통일부와 대미 외교를 책임지는 외교부는 배제된 모습이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도 극비 정상회담에는 동행하지 않았다. 그동안 남북 물밑 접촉의 주 창구였던 서 원장과 김 통전부장의 정보 라인은 이번 정상회담 성사에도 역할을 했다. 이들은 미국 국무장관에 임명된 마이크 폼페이오 전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과의 소통 라인을 유지하면서 남·북·미 ‘3각 정보 라인’을 통해 다음달 12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물밑 접촉도 해 왔다는 게 대체적 시각이다. 일각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진행하고 있다고 밝힌 북·미 간 사전 접촉이 서 원장과 김 통전부장을 포함한 남·북·미 간 접촉으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논의가 잘 진행되고 있다고 언급했는데 이는 고위급 접촉일 가능성이 높다”며 “판문점에 김 통전부장이 남아서 서 원장과 폼페이오 장관이 함께 3자 대면을 하고 있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북측 수행원은 지난 4·27 남북 정상회담에도 배석했던 김 통전부장과 김여정 당 중앙위 제1부부장으로 구성됐다. 김 위원장의 여동생이기도 한 김 제1부부장은 문 대통령이 통일각에 도착했을 때 직접 의전에 나서며 남북 관계의 가교 역할을 했다. 최근 북한 외무성 라인을 통한 담화가 북·미 간 불협화음을 야기했던 만큼 북·미 외교를 직접 담당하는 외무성 라인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김 통전부장은 남북 관계뿐 아니라 대중·대미 관계 등 폭넓은 외교 현장에 모습을 드러내며 핵심 실세라는 평가를 굳히게 됐다. 정부 관계자는 “비핵화를 논의하는 현 국면에서 남북 간 공식 창구보다 물밑 접촉이 더 활발한 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 공식 창구 한계에 남북 물밑 접촉, 뉴욕 채널도 가동… 재차 방북 요청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 취재를 위한 한국 기자단이 23일 방북하기까지 정부는 긴박하게 움직였다. 한국 취재진 8명은 전날 중국 베이징에서 대기하면서도 남북 당국 간 물밑 접촉 결과를 기다리며 북측에 대한 직접 접촉을 삼갔다. 북한은 지난 22일 오전 남측을 제외한 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등 외신 취재진을 서우두공항에서 전용기 편으로 방북시키는 과정에서 한국 취재진의 방북에 대한 여지를 남겼다. ●베이징 주재 北 기자 “좋은 소식” 암시 서우두공항 현장에 안내를 위해 나왔던 베이징 주재 북한 노동신문 원종혁 기자는 한국 취재진에게 전용기 편으로는 불가능하지만 남측 취재진의 방북이 가능할 것이라는 것을 암시했다. 원 기자는 “날짜도 23~25일이고 날씨를 보고 하기 때문에 지금 이 비행기에 못 탄다고 해도 내일이든 (한국 기자가 갈) 가능성은 있다”며 “지금 당장은 불가능한 것은 뻔한 것이고 우리야 파격적으로 하니까 제가 보기에는 희망을 품고 내일까지 기다려 보면 좋은 소식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북한 기자가 개인적인 의견을 외신 기자들에게 말한다는 것은 금기사항인 만큼 이 같은 발언의 배경에 남북 당국 간 비공개 접촉의 진행 상황을 염두에 둔 발언이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남북 간 물밑 접촉이 본격화된 것은 지난 16일 북한이 ‘맥스선더’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문제 삼으며 남북 고위급회담을 무기 연기되면서다. 북측은 이후 18일부터 한국 취재진의 방북 명단 접수를 거부하며 한국을 제외한 외신 취재진의 방북 절차만을 진행했다. 청와대는 남북 관계 경색 국면에서 남북 간 모든 채널을 동원해 북한의 의중을 파악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서훈 원장·김영철 통전부장 라인 접촉” 결국 남북 간 공식 창구인 판문점 연락채널을 통한 소통이 한계에 부딪히면서 서훈 국가정보원장과 김영철 통일전선부장 라인의 물밑 접촉이 이뤄졌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대북 소식통은 “그런 국면을 풀어내는 것은 통일부가 절대 못하는 일”이라며 “서 원장과 김 통전부장 라인이 접촉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정부 관계자는 “비핵화 국면인 현 상황에서는 남북 간 공식 창구보다 물밑 접촉이 더 역할을 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22일 오전 외신 기자단만을 태운 북한 고려항공 전세기가 원산으로 향하면서 정부는 통일부 장관 명의의 유감 표명과 함께 북측의 긍정적 조치를 촉구했다. 그러면서도 북측이 공약한 비핵화의 초기 조치인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가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는 점을 높이 평가하고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돕겠다는 뜻을 재차 밝혔다. 일각에서는 남북 간 물밑 접촉뿐 아니라 22일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뉴욕 채널’을 통한 접촉이 이뤄졌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정부는 이 과정에서 한·미 간 사전 협의를 통해 정부 수송기를 통한 방북 절차를 마치기도 했다. 정부는 이후 22일 오후 9시 30분쯤 북측에 재차 방북 명단을 제출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23일 새벽 이뤄진 한·미 정상회담 결과에 따라 북측도 긍정적인 응답을 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 노후보장 못하는 퇴직연금…수령자 98%가 일시금 받아

    노후보장 못하는 퇴직연금…수령자 98%가 일시금 받아

    5인 미만 사업장 가입률 11%뿐유명무실한 퇴직연금 제도가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연금’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퇴직연금 수급자의 98%는 일시금으로 퇴직금을 수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황이 이런데도 퇴직연금 운용사들은 연간 1조원이 넘는 수수료를 챙기고 있다. 또 가입자 대부분이 대기업 노동자여서 ‘노후소득의 첨병’이라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다. 정창률 단국대 교수가 22일 국민연금연구원에 제출한 ‘다층노후소득보장체계 내 퇴직연금의 역할과 향후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기준 퇴직연금 수령 대상인 27만 2255명 중 연금 수급자는 5866명(2.2%)에 불과했다. 나머지 26만 6389명(97.8%)은 일시금으로 돈을 받았다. 2005년 처음 제도를 도입해 13년이 됐지만 사실상 노후소득보장 기능을 전혀 못 하고 있다. 퇴직연금을 연금 형태로 받을 경우 소득대체율은 20%다. 1984년생의 경우 확정급여(DB)형 퇴직연금의 소득대체율은 18.94%, 확정기여(DC)형은 20.99%로 추산됐다. DB형은 회사가 운영을 책임지고 받는 금액(급여)이 정해진 형태이며 DC형은 회사가 내는 금액(기여)은 정해져 있고 노동자가 운영하는 형태이다. 여기에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30%를 더하면 노후에 일하지 않아도 50%가량의 소득을 보전할 수 있다.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2016년 기준 퇴직연금 가입자는 581만명으로 상용직의 절반이다. 300인 이상 대기업 가입률은 88.1%다. 반면 5인 미만 사업장 가입률은 10.9%에 그친다. 전체 사업장으로 보면 26.9%만 가입한 상태다. 이런 형태가 유지된다면 고소득자가 많은 대기업 노동자와 저소득층이 많은 중소기업 노동자의 노후 소득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 이런 상황에도 연금 관리 수수료는 매우 높다. 정 교수는 “금융사별로 차이가 있지만 수수료는 운용금액의 0.6~0.7% 수준으로 1년에 1조원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국민연금의 적립금 대비 관리운영비가 0.1%인 것에 비해 훨씬 높은 수준이다. 정 교수는 “이 문제에 대해 정부가 무개입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비판했다. 부처별로 연금 관리영역이 구분돼 있다 보니 체계적인 다층 노후소득보장 전략을 마련하기 쉽지 않다. 현재 국민연금은 보건복지부, 퇴직연금은 고용노동부, 개인연금은 금융위원회 소관이다. 정 교수는 “고용부는 퇴직연금을 기존 퇴직금 제도의 연장선상에서 임금의 일부로 간주할 뿐 국민연금을 보완하는 노후소득보장 수단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연금에 버금가는 핵심적인 노후소득보장 수단임을 인식하고 그에 걸맞은 적용 대상과 수급권 보장 수단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커버스토리] 국민소통, 잘 되고 있습니까

    [커버스토리] 국민소통, 잘 되고 있습니까

    “소통은 공감입니다. 항공사 오너 가족의 갑질에 평범한 직장인이 분노하는 것도 같은 근로자로서 공감인 거죠.” 서울 광화문 외교부 청사 1층 ‘소통공간’에서 지난 11일 열린 ‘광화문1번가 열린소통포럼’에서 홍서윤(31) 장애인여행문화연구소장은 시민 50여명에게 ‘행복을 바라보는 다양한 각도’에 대해 강연했다. 휠체어에 앉은 홍 소장은 앞에 놓아 둔 경사로를 가뿐히 올라섰다. “저는 장애인입니다. 장애인의 기준은 뭘까요. 영국에서는 안경도 의학보조기기여서 시력이 안 좋으면 장애인입니다. 상대적이라는 거죠. 우리 사회에는 ‘일반인과 장애인’이 아니라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있는 겁니다. 또 이 경사로는 유모차를 미는 엄마, 택배기사 등도 이용합니다. 처음부터 확장된 생각을 토대로 만들어야 하는 겁니다. 공감이 없으면 다양성을 고민하지 못해요.” 그는 이어 장애인 주차 구역에 불법 주차한 차량 사진 두 장을 보여 줬다. 홍 소장은 “한국에서는 차량 주인이 오히려 목소리를 높이지만, 남미에서는 시민들이 파란 접착식 메모지로 해당 차량을 도배하고 조롱했다”며 “시민들의 공감과 소통 방식을 보여 준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기초수급자 아이에게 후원자가 유행하는 롱패딩을 사주었는데 정작 아이는 학교에서 놀림을 받았다”며 “타인에게 ‘행복 상한선’을 정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다양한 정책 제안 공간…국민과 정부 가교 역할 이날 강연은 행정안전부가 주최한 ‘열린소통포럼’이었다. 지난 4일 출범한 뒤 두 번째 자리다. 6명의 강연자가 발표를 했고 시민들과 대화를 나눴다. 국민과 정부 간 소통 및 참여의 가교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목표다. 이 포럼은 지난해 문재인 정부 국민인수위원회 ‘광화문1번가’가 전신이다. 당시 국민들은 18만 705건의 정책 제안을 했고, 이 중 군납 비리 근절, 코스닥 공매도 제도 폐지 등 167개가 실제 정책 과제로 선정됐다. 문 정부의 ‘국민소통’이 2년째를 맞았다.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소통 플랫폼’ 페이지 조회 수는 1억뷰를 넘었다. 외교부 국민외교센터, 국방부 국민참여예산 등 그동안 국민 참여가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졌던 안보 분야에서도 소통이 시작됐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국민소통 만족도 지수를 만드는 방안을 진행 중이다. 이제는 소통을 늘리는 한편 소통의 질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 외교부 ‘국민외교 앱’ 개발해 이슈 공유 외교부는 올해 2대 국정과제로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평화체제 구축’과 함께 ‘국민과 함께하는 외교’를 정했다. 우선 열린소통포럼과 공유하는 청사 1층 소통공간에 지난 4일 국민외교센터를 열었다. 이곳에서 ‘외교정책 원탁회의’를 연다. 중장기 외교정책과 관련해 전문가와의 소통 채널을 구축하는 자리다. 또 주요 외교 현안에 대해 전문가들과 수시로 대화를 나누는 ‘이슈별 전문가 간담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국민외교센터는 이 밖에 여론조사 및 국민외교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 외교 이슈에 대한 국민 관심사를 확인할 방침이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개소식 축사에서 “외교에서도 민주적 정당성이 중요해지는 시대가 도래했다”며 “(외교부는) 정책 결정 과정에서 국민과의 소통을 강화할 것이며, 이로써 하나하나 정책마다 민주적 정당성이 제고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처음 실시한 ‘국민외교 정책제안 국민 공모전’도 해마다 계속된다. 올해 공모전에서는 온라인 국민외교 학당, 외교부의 대국민 서비스 향상을 위한 블록체인 기술 접목 등이 제안됐다. 국방부도 지난 11일 송영무 장관 주관으로 국방컨벤션에서 ‘국민참여 국방예산 대토론회’를 열었다. 국민참여단, 장병참여단, 전문가참여단 등 220여명이 모여 국민과 장병이 제안한 국방예산 사업에 대해 토론했다. 모든 장병에게 패딩형 동계 점퍼를 지급하는 방안, 예비군 훈련비 인상, 병·휴가자 교통비 지원 확대, 사이버전 전문가 양성, 예비군 피복 지원 등이 많은 지지를 받았다. 한 참가자는 “다양한 연령대의 국민들이 군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며 “평소 전문적이고 어려운 분야라고 생각했는데, 군대를 다녀와서 그런지 예상보다 쉽게 이해하고 참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노동·복지 등 대민 서비스가 아닌 외교·안보 분야에서 국민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 언제나 합리적일 수는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과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로 갈등을 빚는 순간에도 기업의 수출 등 대중통상 문제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고, 북한 비핵화 과정에서 중국의 역할도 고려해야 한다. 남북 관계 진전에도 국민 정서와 달리 국방예산을 대폭 늘려 군사력을 강화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국민 참여의 주제나 역할을 현명하게 조절하면 될 것으로 보인다”며 “그보다 관련 사업을 위한 예산, 부처 내 관심 제고 등 현실적 문제가 더 크다”고 말했다. 실제 열린소통포럼과 국민외교센터가 들어선 외교부 청사 1층 소통 공간은 15억원의 예산이 심의 단계에서 5억원으로 줄어들면서 임대료 및 공사비 마련이 힘들어진 상태에서 막판에 정해진 장소다. 또 이 공간에 민간인이 출입하려면 정부 청사 경비를 담당하고 있는 경찰의 신분증 및 방문 목적 확인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하고, 차량을 이용할 때는 차량 등록 및 승인이 필요하다. 국민들이 지나면서 쉽게 들를 수 있는 사랑방 같은 곳은 아니라는 의미다. 특히 국민외교는 세계적으로 비슷한 사례를 찾기 힘들다. 호주 정도가 지난해 말 발표한 ‘국민참여 외교백서’를 위해 국민 작업반을 한시적으로 운영했다. 호주 외교부가 6개 핵심 과제를 제시하고, 호주 국민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는 방식이었다. 그만큼 쉽지 않은 도전이다.# 문체부, 소통의 질 향상 위해 만족도지수 추진 국민소통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은 중장기적으로 중요한 과제다. 모든 정권이 소통을 강조했지만 정작 스스로의 불통을 인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해 하반기 ‘국민소통만족도 조사 소통지수 및 측정모델 개발 연구’ 용역보고서를 발주했다. 국민소통만족도 지수를 개발하고 측정 모델을 만들기 위한 준비작업이었다. 향후 지수가 개발되면 각 부처는 정책에 대한 국민의 만족도를 가늠할 수 있다. 다만 소통에 대한 주관적 만족도를 신뢰도 높은 객관적 수치로 만드는 방법이 관건이다. # 비판적 시각 가진 국민에게도 귀 기울여야 이번 정부의 온라인 소통은 대체적으로 과거 어느 정부보다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청와대 국민소통 플랫폼은 지난해 9월부터 올해 4월까지 8개월간 1억 페이지뷰를 넘었고, 특히 지난 2월 방문자 수는 727만명으로 백악관 홈페이지 방문자 수를 앞지르기도 했다. ‘국민청원 및 제안’이 전체 페이지뷰의 80%로 가장 많았고,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청원은 ‘김보름, 박지우 선수 자격 박탈’(315만 3834회)이 기록했다. 조두순 출소 반대(219만 7570회)가 2위였고, 소년법 개정(192만 703회), 가상화폐 규제 반대(145만 4,851회), 삼성증권 시스템 규제와 공매도 금지(117만 401회) 순이었다. 정부 각 부처도 홈페이지 게시를 넘어 블로그, 페이스북 등 SNS 홍보에 적극적이다. 보건복지부의 페이스북 라이브방송 알용쇼(알기 쉬운 보건복지용어), 수많은 ‘좋아요’ 클릭 수로 유명한 경찰청의 ‘폴인러브’, 환경부 운영자의 친절 답글 등은 모범 사례로 꼽힌다. 다만 많은 부처가 아직도 국민과의 상호작용보다 기관에 대한 정보 확산에만 집중한다는 비판도 있다. 국민의 알권리를 실현하기 위해 정부에 우호적인 국민뿐 아니라 비판적 시각을 지닌 국민과도 소통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한 정부 관리는 “국민의 세금으로 정책 홍보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각 부처에 한정하지 말고 협업이나 연계 홍보활동도 필요한 것 같다”며 “행정용어를 쉽게 풀어 주는 것도 예전보다는 많이 나아졌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임금 덤핑·값싼 도급·찢어진 안전망… 어라, 한국 아닌 독일이네

    임금 덤핑·값싼 도급·찢어진 안전망… 어라, 한국 아닌 독일이네

    버려진 노동/귄터 발라프 지음/이승희 옮김 나눔의집/396쪽/1만 5000원 노동4.0/이명호 지음/스리체어스/116쪽/1만 2000원 독일은 한국과 닮은꼴이다. 전쟁·분단 체제를 경험했고, 근면 성실함과 제조업 수출 중심의 경제 구조까지 유사하다.두 책은 독일의 노동 현실에 대한 각기 다른 관점을 제시한다. 르포 작가인 귄터 발라프는 유럽 최대 저임금 국가인 독일의 노동 착취 행태를 강제노역장에 비유해 폭로한다. 그가 고발한 독일의 민낯과 마주하면 우리가 ‘롤모델’로 삼았던 그 독일이 맞나 싶을 정도다. 귄터가 목격한 독일 노동자 4명 중 1명은 법정 빈곤선에 걸쳐 있거나 그 아래로 추락한 상태다. 사다리의 하위 절반인 4000만명은 경제총자산의 1%를 점유하고 있고, 최하위 25%는 가진 게 없다. 찢어진 사회적 보호망 속에 방치된 노동 환경은 더 열악하다. 거대 기업은 3계급체계(정직원-파견직-도급계약직)로 노동자들을 차별한다. 도마에 오른 기업들은 메르세데스벤츠, 잘란도, 버거킹, DHL, 아마존 등 거의 모든 업종을 망라한다. 독점 사업자 아마존은 배송 노동자를 기간제만 고용한다. 그중 6개월은 수습 기간인데 2년 안에 세 번이나 연장한다. 임금 덤핑은 만연하고, 경영진의 반노조 정책에 대한 저항은 쉽지 않다. 독일아마존은 2012년 65억 유로의 매출을 올렸지만 세금은 320만 유로만 납부했다. 벤츠도 정규직을 값싼 도급 계약노동자로 대체하고 있지만 고용보호는 무력화된 상황이다. DHL 같은 택배 업체들은 배송 노동자를 소자영업자로 위장해 푼돈만 준다. 그가 취재하고 고발한 사례들은 한국 노동 현실과 판박이다. 귄터는 이 같은 현상을 돈으로 조작한 선량한 이미지 뒤에 숨은 거대 기업들의 ‘탈규제화 사기술’이라고 명명한다. 저자가 왜 ‘유연해진 노동시장에서 전망 없이, 뼈 빠지게 일하기’라는 직설적 부제를 붙였는지 이해할 만하다. ‘노동4.0’은 인공지능 등 4차 산업혁명의 파고를 헤쳐 갈 노동의 미래를 논한다. 지난해 독일 정부가 출간한 ‘노동4.0 백서’를 이명호 여시재 솔루션 디자이너가 해설했다. 노동4.0은 노동 시간·장소의 유연성과 노동자 결정권을 높이는 방식으로 ‘국민 100% 노동’을 목표로 제시한다. 발단은 노동이 소외된 현상에 대한 경계심이었다. 저자는 한국도 이제 사회적 대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제언한다. 미래 대비는 당연하다. 그러나 인간의 노동 가치가 경시되는 당면한 현실부터 바꾸는 게 ‘좋은 노동’의 출발점 아닐까.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경제 성적 B”… 3%대 성장 양호했지만 청년들 웃음 사라져

    “경제 성적 B”… 3%대 성장 양호했지만 청년들 웃음 사라져

    집권 1년을 맞는 문재인 정부의 1년간 경제 성적표는 어느 수준일까. 진보와 보수를 망라한 경제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일자리·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 공정경제 등 3대 경제정책을 중심으로 심층 인터뷰한 결과 총론과 방향성에서는 양호한 평가를 받았다. 반면 세부적으로 일자리·소득주도성장 등 분야에선 냉정한 평가도 많았다. 당장 보이는 성적표도 중요하지만 집권 5년 동안의 청사진 속에서 지속적·구조적 개혁에 힘써야 한다는 분석도 적지 않았다.8일 서울신문이 10명의 경제학자 심층 인터뷰를 진행한 결과 8명이 “성적으로 치면 B학점”(B+ 2명 포함), 두 명은 A학점을 부여했다. 진보나 보수 같은 성향에 따른 차이는 없었다. 양호한 경제성장률, 부동산시장 안정화, 양호한 세수전망 등에선 높은 평가를 받았다. 반면 청년고용, 구조개혁 등에선 아쉽다는 평가가 많았다. 여소야대라는 우호적이지 않은 정치환경을 지적하는 의견도 있었다. 장점(S), 약점(W), 기회(O), 위협(T)을 파악해 경영 전략을 수립하는 데 많이 활용하는 분석기법인 SWOT 분석을 적용한 결과 이들이 지적한 강점으로는 대체로 우수한 인적 자원과 축적된 기술력을, 약점으로는 빈부 격차와 사회·경제적 양극화와 수출경쟁력 약화와 구조조정 지체를 지목했다. 대다수가 남북관계 진전과 동남아 등 신흥시장 부상을 기회로 꼽았고 미국이 촉발시킨 보호무역주의와 통상마찰, 중국의 추격을 위협요인으로 지목했다. ●2명 ‘A’ 8명 ‘B’… 총점 양호, 각론은 글쎄 좋은 점수를 받은 핵심 요인으로 꼽힌 건 전반적으로 양호한 거시지표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3% 성장이 확실해 보이는 데다 국민소득 3만 달러 진입이 유력하다. 4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1.6% 상승으로 전체적으론 안정세다. 1·4분기 산업생산과 소비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0.6%와 5.0% 증가했다. 지난 3월 경상수지 흑자가 52억 달러로 73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 중이다. 조영철 전 국회예산정책처 사업평가국장(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은 “탄핵 등 정치적 혼란 속에서 집권한 것을 감안하면 결코 나쁜 성적표라고 볼 수 없다”면서 “만약 억지로 경기부양을 한 결과라면 물가가 올라가야 하는데 그렇지도 않다”고 평가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제성장률과 경상수지 흑자, 소비자물가지수 같은 거시경제 지표상으로 볼 때 그래도 괜찮지 않나 생각한다”면서 “공정거래라든지 노동자의 후생을 높이는 것도 긍정적인 측면”이라고 말했다. 경제정책의 패러다임을 전환한 것은 총론 차원에선 미묘하게 의견이 엇갈렸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총평을 한다면 방향을 잘 잡은 걸 높이 평가한다”면서 “다만 속도가 더디고 강도가 약하다. 경제상황 자체가 여러 가지 위협요인이 많아서 신중한 모습이다”고 말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소득주도성장이나 혁신성장 모두 시대적 과제를 잘 반영한 것으로 평가한다”면서도 “구조개혁 측면에선 아쉬운 게 많다. 문재인 정부가 너무 신중한 게 아닌가 싶다. 좀더 속도를 내고 과감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책방향에 있어서는 필요한 부분이 있었음에도 현실적인 측면과 괴리된 부분이 없지 않다”고 지적했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역시 “정책의 기준을 효율성에서 일자리 창출 중심으로 패러다임을 바꾼 것 자체는 진일보한 모습”이라면서도 규제 완화가 더딘 점과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혼란 등을 지적하며 비판적인 견해를 내놨다. ●최저임금·일자리… 최대 아킬레스건 문재인 정부가 직면한 아킬레스건은 고용 문제다. 올해부터 시간당 최저임금을 7530원으로 16.4% 인상해 17년 만에 최대 폭으로 끌어올렸다.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목표도 변함이 없다. 취약계층 소득 개선 등으로 지난해 4분기 가계 실질소득은 9분기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고, 악화일로였던 분배지표도 8분기 만에 개선되는 효과도 있었다. 그럼에도 최저임금 인상을 둘러싼 논란은 끊이지 않는다. 당장 올 들어 서민들이 대다수인 임시·일용직 일자리가 18만개 넘게 줄어들었다. 감소 폭은 유럽발 재정위기 여파에 시달리던 2013년 1분기 이후 5년 만에 가장 크다. ‘서민 자영업’으로 꼽히는 숙박·음식업의 감소 폭이 약 2만명 확대됐다. 하지만 정부는 숙박·음식업 취업자 수 감소는 기저효과와 중국인 관광객 감소 때문이라며, 아직 최저임금으로 인한 고용 영향을 판단하기에는 이르다고 반박한다. 이런 이유로 우리 경제가 직면한 약점으로 양극화와 일자리 문제를 지목하는 목소리가 높다. 김진방 교수는 “경제가 너무 특정 소수기업·업종에 쏠려 있다”면서 “경제구조 자체도 약점이지만 동시에 소득분배 문제도 일으킨다”고 지적했다. 그는 “소득·자산 분배가 국민들이 수용할 수 있는 범위를 점점 벗어나고 있다. 그것이 불만이나 혼란, 개혁 요구 등으로 경제를 흔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인적자원·기술력 4차산업 도약 기회로 이번 심층 인터뷰에선 우수한 인적 자원과 축적된 기술력이 현재 한국 경제가 갖고 있는 강점이라는 인식을 확인할 수 있었다. 김진방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 경제는 여전히 노동과 자본 모두 질과 양에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성태윤 교수 역시 “여전히 인적 자본이 갖는 충실성은 상당한 강점”이라고 말했다. 김정식 교수는 “그동안 축적된 기술력을 4차 산업에서 잘 활용한다면 한국경제가 한 번 더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맞게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 무역구조 다변화(김진방 교수), 중소벤처기업 성장(정세은 교수) 등이 강점으로 꼽혔다. 일부 전문가들은 외부 요인에 주목하기도 했다. 남북관계 개선은 “앞으로 북·미 간 협상이 잘돼서 안보에 대한 불안감이 없어지면 지정학적 리스크가 줄게 된다”(김정식 교수)는 언급처럼 외국인투자 확대, 남북경협 등으로 이어질 것이란 평가가 많았다. 동남아 등 신흥시장이 부상하는 것 역시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외부 위협요인으로는 미국발 보호무역주의와 미·중 통상마찰, 중국의 추격을 꼽는 데 이견이 없었다. 이는 자연스럽게 “지나친 해외노출도”(하준경 교수)와 맞물려 문재인 정부가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산업정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주문으로 이어졌다. 홍준표 위원은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와 중국의 부상은 한국 경제가 직면한 가장 큰 위협”이라고 지목했다. 성태윤 교수는 “한국 경제가 자유무역체제에서 성장했는데 보호무역이나 통상마찰 등으로 자유무역체제가 약화되는 것 자체가 상당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세종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서울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서울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 어버이날 공휴일 지정, 여성보다 남성이 더 ‘찬성’

    어버이날 공휴일 지정, 여성보다 남성이 더 ‘찬성’

    어버이날을 공휴일로 지정하는 데 대해 남성이 여성보다 더 많이 찬성한다고 답했다. 공휴일로 지정되면 친지 방문, 가사노동 등 부담이 늘어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리얼미터가 4일 전국 성인 500명을 상대로 어버이날의 공휴일 지정과 관련해 조사한 결과(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4%p), 응답자의 65.8%가 ‘찬성한다’고 답했다. 이는 지난해 제헌절 공휴일 재지정과 관련한 조사에서 나온 찬성 비율(78.4%)보다는 낮은 수치다. 어버이날의 공휴일 지정에 반대한다는 답변은 27.0%였다. 남성의 찬성비율은 70.6%로 여성의 찬성비율(61%)보다 10%포인트 가까이 높았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어버이날이 공휴일로 지정되면 설이나 추석 명절과 마찬가지로 여성들이 시가, 친지 등을 방문해 가사노동을 해야 하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편 7일이 어린이날 대체공휴일로 지정되면서 노동자들의 휴무 여부와 근무시 수당 적용 등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보통 ‘빨간 날’이라 부르는 법정공휴일은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대통령령)에 따른 휴일이다. 대체공휴일 제도는 2013년 11월 5일부터 설·추석 연휴와 어린이날에 한해 도입됐다. 설날과 추석 연휴가 일요일을 포함한 다른 공휴일과 겹칠 때는 연휴 다음 첫번째 평일을 대체공휴일로 하고, 어린이날이 다른 공휴일이나 토요일과 겹칠 경우 그 다음 첫번째 평일을 대체공휴일로 한다.하지만 모두가 대체공휴일을 반기는 건 아니다. 문제는 민간 기업이다. 대체휴일제는 관공서에만 해당하고, 그 외의 기업은 재량에 따라 운영되기 때문이다. 최근 1주일 사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평등한 휴일’을 원한다며 누구를 위한 대체공휴일이냐는 내용의 청원이 40건 이상 올라왔다. 청원인들은 “5월 7일이 대체휴일로 지정됐지만 중소기업 직원, 유치원 교사 등은 여전히 출근한다”면서 “이들 중 휴일 수당 혜택을 받는 이들이 얼마나 있을까요. 누구는 쉬고, 누구는 수당받고, 누구는 상관없이 노동을 착취당해야 하냐”고 주장했다. 대체공휴일에 근무하면 원칙적으로 가산임금, 즉 휴일수당을 적용받기 때문에 통상임금의 50%에 해당하는 수당을 별도로 받을 수 있다. 단, 보상휴가제를 통해 가산임금 대신 휴가를 부여할 수도 있다. 이처럼 기준이 들쭉날쭉한 탓에 법정공휴일 제도를 전면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2016년 정부는 일부 법정 공휴일을 특정 요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법정 공휴일을 월·금요일로 지정해 ‘연휴’가 되면 국민의 편의성이나 경제·기업 활동의 예측가능성이 높아지고 내수진작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봐서다.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 페이지에는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날을 폐지하자’, ‘가족의 날로 통합하자’, ‘청소년의 날을 만들자’ 등 다양한 청원이 올라와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한국, 통일되면 2050년 국민소득 미국 이어 세계 2위”

    “한국, 통일되면 2050년 국민소득 미국 이어 세계 2위”

    월가 최대의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가 지난 2007년, 2009년 “한국이 통일되면 2050년엔 국민 소득 8만 7000달러로 미국에 이어 세계 2위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 사실이 재조명되고 있다.참조은경제연구소 이인철 소장은 4일 SBS 라디오(FM 103.5) ‘김성준의 시사전망대-경제포커스’에 출연해 남북정상회담에서 채택된 판문점 선언을 계기로 세계 3대 신용평가사로부터 한국이 역대 가장 좋은 국가 신용도를 얻었다고 밝혔다. 이는 국가부채가 상당히 높은 일본에 비해 한국은 재정 건정성이 양호하고, 경상수지 흑자가 70개월 연속 이어지고 있는 것이 반영된 결과로, 금융시장에서는 남북경협주가 3월 중순부터 뛰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인철 소장은 “동해안, 서해안, 비무장지대인 DMZ를 경제벨트로 연결해 한반도의 신성장동력을 확보한다는 것인데 이를 통해 남한에서 북한, 중국, 유럽, 러시아까지 철도 이용이 가능해지면서 물류비도 1/3 이상 줄어들고 가스비 또한 1/4 수준에서 이용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남북이 통일은 안 되더라도 경제 공동체를 이루면 인구 8000만명에 국민 소득 3만 달러로 경제 규모가 커진다”며 경제 협력의 필요성을 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이 소장은 “골드만삭스 역시 한국이 통일되면 2050년 국민소득 8만 7000달러로 미국에 이어서 세계 2위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그는 “이미 2004년에 연결된 경의선을 복원할 경우 평양, 신의주를 지나 중국 횡단 철도와 연결이 가능하다. 정부는 유엔 대북제재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공공 인프라를 준비하겠다고 한다. 제재가 완화되면 가장 먼저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가 시행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임금이 월 20만원 정도인 개성공단의 값싼 노동력과 북한의 천연자원, 우리의 자본과 기술이 합쳐지면 시너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영국의 지질학자는 북한의 원유 매장량이 40억에서 50억 배럴이라고 추정했고 중국의 해양석유총공사 역시 2005년 북한 황해도 서한만 분지에 약 600억 배럴의 원유가 매장됐다고 발표했다. 뿐만 아니라 광물자원공사의 자료에 따르면 북한의 금 매장량은 세계 7위, 철광석은 10위, 아연 5위, 흑연 4위, 스마트폰과 수소전지, 전기차에 들어가서 4차 산업혁명의 중요한 자원으로 알려진 희토류가 6위로 알려져있다. 광물소비가 세계 5위권인데도 92%를 전량 수입하는 우리 남한 사정을 볼 때 광물수입이 북한으로 대체되면 45조원 이상의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文 “모든 성장은 노동자 위한 성장이어야”

    노동이 홀대받지 않는 세상 생각 이념 아닌 우리의 가치와 존엄 최저임금 인상 노동의 질 높여 노동권 강화 개헌 무산 아쉬워 문재인 대통령은 1일 “모든 성장은 노동자를 위한 성장이어야 한다”면서 “노동의 가치와 존엄성보다 더 큰 성장은 없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또한 “노동의 가치와 존엄은 이념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우리들 자신이, 부모들이, 아들딸들이 바로 노동자들이기 때문이며 노동의 가치와 존엄은 바로 우리 자신의 가치와 존엄”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근로자의 날’ 메시지에서 이렇게 강조한 뒤 “노동이 제도에 의해, 또는 힘 있는 사람들에 의해 홀대받고 모욕받지 않는 세상을 생각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노동은 숭고하다”면서 “아버지의 손톱에 낀 기름때는 삶을 지탱하고, 어머니의 손톱 밑 흙에서는 희망처럼 곡식이 자란다”면서 현 정부의 핵심 국정 기조가 ‘노동 존중’임을 거듭 밝혔다. 앞서 문 대통령은 대선 공약에서 ‘한국형 사회적 대화기구’를 만들어 노동존중사회 기본계획을 수립하겠다고 약속했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오늘 ‘노동 존중’을 새 정부의 핵심 국정 기조로 삼겠다고 약속하고, 새 정부 출범 후 노동계의 숙원이었던 양대 지침 폐지부터 시작했다”면서 “최저임금 인상과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등을 통해 노동의 질을 높이고, 격차를 줄이는 조처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동기본권’ 강화를 담은 개헌 국민투표가 무산된 데 대한 아쉬움도 토로했다. 문 대통령은 “(개헌안은) ‘근로’를 ‘노동’으로 대체하고 공무원의 노동 3권 보장,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단체행동권 강화 등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면서 “지방선거 동시 개헌 국민투표가 무산된 것이 무척 아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헌 취지를 구체적 정책과 제도로 최대한 뒷받침할 것이며 노동존중 사회를 위한 정부의 노력은 지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저출산·고령화, 청년 실업, 양극화도 결국 노동 문제가 핵심”이라며 “정부 의지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며 사회 구성원들이 양보하고 타협하는 사회적 대화만이 근본적 변화를 끌어낼 수 있다”고 주문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대출·카드 신청 등 ‘AI 대체’ 늘어…금융사 인력은 3년새 1만명 감소

    대출·카드 신청 등 ‘AI 대체’ 늘어…금융사 인력은 3년새 1만명 감소

    로봇이나 인공지능(AI), 디지털 시스템이 금융사 직원들의 업무를 대신하는 영역이 늘어나고 있다. 은행과 카드, 증권, 보험 등 금융권 전반에 걸쳐 단순 반복 업무는 기계에 맡기는 작업이 확산되는 것이다. 사람이 하는 업무 부담을 줄여 효율을 높이려는 것이지만 결국은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많다.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지난해 대출 업무에 도입한 로봇프로세스자동화(RPA)를 확대해 3분기 중 은행업무 전반에 도입할 예정이다. RPA는 사람이 반복적으로 처리하는 단순 업무를 로보틱 소프트웨어를 통해 자동화하는 기술이다. 신한은행은 대출 업무 중 고객이 제출한 소득 및 재직증명서 등의 내용을 입력하는 단순 작업은 이미 RPA로 대체했다. 앞으로 외환송금 수수료와 퇴직연금 지급 접수 등록, 파생거래 한도 점검 등으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RPA 확대로 연간 수억원의 경비절감과 신속하고 정확한 업무 처리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KB국민은행도 기업대출 신청 시 업체 현황과 사업계획서 등 비재무적 서류도 온라인으로 제출할 수 있는 서비스를 구축한다고 밝혔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출시한 디지털 시스템 ‘스마트 FATI’(Financial And Tax Information)를 통해 기업 여신 심사에 필요한 재무제표와 세무증명서 등의 서류를 온라인으로 받고 있는데 확대한 것이다. 이에 따라 직원들은 업무 효율을 높이고 서류 위·변조에 따른 사기대출 위험도 줄어든다. 대출 고객도 서류를 떼거나 제출하기 위해 공공기관 및 은행을 직접 방문하는 불편함을 던다. 삼성카드는 오토론 차량 출고와 제휴카드 신청 접수 및 발급, 카드 모집인 성과 보상금 지급 등 9개 업무를 RPA로 처리하고 있다. 이를 통해 절감한 노동력은 한 달에 1328시간이다. 신한카드도 지난 1월부터 카드 분실 신고와 습득 카드 처리 등 13개 단순 업무에 RPA 시스템을 적용했다. 로봇이 한 달에 1700시간의 사람 근무량을 대신한다. KB증권은 비대면 계좌 개설 시 직원이 하던 이름이나 생년월일 입력 등을 로봇에 맡겼다. ING생명도 고객관리나 보험상품 관리 등의 업무에 RPA를 시범 적용했다. 회계법인 삼정KPMG는 보고서를 통해 오는 2021년까지 RPA 시장 규모가 6배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이런 변화가 결국 인간의 일자리를 로봇에 뺏기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많다. 금융위원회가 외부기관에 맡겨 조사하는 ‘금융인력 기초통계 분석’에 따르면 국내 금융기관 인력 현황은 2013년 29만 1456명에서 해마다 감소해 2016년에는 28만 2132명으로 줄었다. 이희정 삼정KPMG RPA본부 상무는 “RPA 도입은 단기적으로는 인력대체로 볼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업무방식의 디지털화를 통한 혁신”이라며 “일자리 감축이 아닌 임직원의 업무 효율과 성과 창출을 높이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커버스토리] “퇴직선배 인연 끊기냐” VS “전관예우 고리 끊어야”

    [커버스토리] “퇴직선배 인연 끊기냐” VS “전관예우 고리 끊어야”

    ‘우리는 이제 잠재적 범죄자가 된 것인가?’ 지난 17일부터 시행 중인 열 번째 개정판 ‘공무원 행동강령’을 보며 일부 공무원이 자조를 섞어 하는 말이다. 국민권익위원회가 개정한 이번 행동강령은 불법 청탁을 원천 차단하자는 취지의 윤리 규정이다. 부정의 소지를 아예 없애야 한다는 사회 분위기에 맞춰 규정이 대폭 강화됐다. 공무원 입장에서는 그만큼 당혹스럽다. 벌써 한 지역 교육감은 제주수련원 객실을 수년간 무료로 사용해 온 것이 공무원 행동강령을 어긴 것 아니냐는 논란에 휘말렸다. 새 행동강령을 위반했다고 해서 형사처벌 대상이 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일단 걸려들면 징계를 피할 수 없고 심하면 파면도 감수해야 한다. 새 행동강령에 울고 웃는 공직사회 모습을 살펴봤다.# 부정부패 사전 예방 취지 이해하지만… 사생활 침해 우려도 이번 공무원 행동강령에서 가장 큰 이슈가 되는 부분은 ‘직무 관련자가 퇴직 2년 이내 해당 기관 퇴직자와 사적인 만남을 가질 때 기관장에게 보고해야 한다’는 조항이다. 직무 관련성을 따지기에 앞서 퇴직 선배를 만난다는 사실을 장관에게 알려야 하는 것 자체가 부담일 수밖에 없다. 사실상 퇴직 공무원과 사적 접촉을 차단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부정부패 요소를 막자는 취지에는 대부분 공감하지만 순수한 친목 모임까지도 미리 신고하라는 것은 사생활 침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권익위는 “비위·부패 발생을 사전 예방하는 동시에 공무원으로서 지켜야 할 선을 규정한 것”이라며 사전 신고만 잘하면 문제 될 게 없다고 강조한다. 사적 접촉 제한은 골프나 사행성 오락, 여행, 직무 관련자가 제공하는 향응을 받는 것을 말하는 것이어서 공무원이 예우 차원에서 퇴직자를 만나거나 대접하는 것은 무방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관가에서는 일단 퇴직 선배와의 개인 약속을 취소하고 상황을 지켜보자는 분위기다. 세종청사 한 고위공무원은 “새 행동강령이 나온 뒤부터 (관행적으로 이어지던) 퇴직 선배와의 식사 약속을 잡지 않고 있다”면서 “시행 초기이다 보니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있어 조심하고 있다. 좋은 뜻으로 만났다가 나중에 서로 얼굴을 붉히게 될 수 있지 않겠느냐”고 설명했다. 일부 부처는 퇴직 공무원이 산하기관장으로 자리잡은 사례가 많아 업무 차질도 우려된다. 행정안전부 한 사무관은 “많은 부처 1급 출신 선배들이 다른 부처나 산하기관장 등으로 활동 중”이라면서 “이들과 만나 업무협의를 해야 하고 또 개인적으로 쌓은 친분을 확인해야 할 필요도 있는데, 어느 만남까지가 보고 대상인지 몰라 요즘은 모바일 메신저 프로그램으로 대화만 한다”고 전했다.# 기관장 된 퇴직자들과 협의할 때도 있는데… 현장 정보 차단되나 안 그래도 제약이 많은 공무원 인간관계가 더욱 협소해질 것이라는 불만도 나온다. 문화체육관광부 한 주무관은 “직무와 관련한 퇴직 공무원들과 친목 차원에서 정기적으로 만나는 기회가 적지 않다”면서 “기관장에게 사전 신고하면 된다고 하지만 밥 한 끼 먹으려고 누가 신고까지 해가며 약속을 잡으려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행안부 고위 관계자는 “퇴직 선배를 만나면 공직 전체를 거시적 안목으로 바라보며 조언을 해주거나 공무원으로 있을 때 보지 못하던 사각지대를 짚어 줘 고마을 때가 있다”면서 “지금도 공무원이 ‘현장과 괴리돼 있다’는 지적을 받는데 새 공무원 행동강령으로 현장 정보가 아예 차단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 퇴직 공무원들도 “퇴직자들에게 후배들과의 만남은 남은 인생의 큰 즐거움인데 (새 행동강령 때문에) ‘식사 한 번 하자’고 말하기도 불편해졌다”면서 “새 행동강령에 ‘2년 이내 퇴직 공무원’이라고 못 박은 것은 부처를 떠나면 사실상 인간관계를 끊으라는 뜻 아니냐”라고 서운해했다. 주창범 동국대 행정학과 교수는 “새 행동강령 하나로 공무원이 모든 퇴직자들과의 만남을 하나도 빠짐없이 보고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술 한잔하면서 슬그머니 청탁… 법으로 막아 고질병 청산할 때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공무원 행동강령 개정으로 대한민국의 고질적 적폐인 부정청탁 문화가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도 내놓는다. 부정부패가 발생하지 않도록 미리 선을 긋는 ‘명분’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2016년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부정청탁금지법) 시행에 이어 지난 17일 시행된 공무원 행동강령을 통해 전관예우 관행을 뿌리뽑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기획재정부 한 서기관은 “인간적으로 크게 친하지 않은 퇴직 선배가 어느 날 갑자기 연락해 만나자고 하면 다 이유가 있었다. 대부분은 뭔가 청탁을 하려는 것”이라면서 “이런 로비 부탁에 대해 ‘새 행동강령상 직무 관련 퇴직 공무원을 만나면 안 된다’는 핑계를 댈 수 있어 다행스럽다”고 반겼다. 한 경제 부처 공무원은 “퇴직 선후배가 술이나 한잔하자고 해서 나가면 민간업체 사장 등을 소개해 주는 식”이라면서 “우리 정서상 차갑게 거절하기가 어려운 측면이 있는데 법적으로 이런 만남 자체를 막으면 서로 불편한 일이 줄어들 것 같다”고 말했다. 사정기관 관계자는 “이번 기회에 퇴직공무원이 대형 로펌이나 대기업으로 자리를 옮겨 ‘친정 후배’를 상대로 로비를 일삼던 문화를 바로잡아야 한다”면서 “공무원들이 향응·접대를 받았다가 해임·정직 처분을 받는 사례가 끊이지 않는 공직사회 전반의 체질을 개선할 기회”라고 기대했다. # 공신력 있는 외부 학회·협회가 주기적으로 행동강령 갱신해야 지역에서도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부 퇴직한 지방 공무원이 ‘전관’이라는 미명하에 관급공사 관련 업체 임원을 맡아 도청과 시·군청을 다니며 ‘로비스트’ 역할을 하는 현실을 깨야 한다는 설명이다. 일부 지자체에서 특정 업체가 관급공사를 도맡아 수주하는 ‘싹쓸이 현상’의 이면에는 전직 공무원이 주축이 된 ‘건설 마피아’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 한 지역 건설업제 관계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전 세계에 자리잡은 이 시대에 ‘새 행동강령이 퇴직 선배와의 식사 약속을 막아 인간관계를 끊어 버린다’는 주장은 너무도 시대착오적이다. 뭔가 찔리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라면서 “왜 유독 관가에서만 여전히 ‘퇴직 선배와의 끈끈한 정’을 강조하는지 이해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최무현 상지대 행정학과 교수는 “공신력있는 행정 관련 학회나 협회가 공무원 행동강령을 주기적으로 갱신하는 미국처럼 우리도 학회나 이해관계자들과 긴밀히 협력해 탁상공론에 불과하다는 비판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역설했다. # 사적 노무 요구 금지·민간활동 내역 제출 범위 세부 규정 필요 이 밖에도 새 행동강령에 따라 공무원의 ‘사적 노무 요구 금지’ 조항 규제 범위를 어디까지 봐야 하는지도 쟁점이다. 앞으로는 직무 권한이나 지위·직책을 이용, 영향력을 행사해 직무 관련자 또는 직무 관련 공무원에게 사적 노무를 제공받아서는 안 된다. ‘공관병 갑질’ 사건처럼 부하 직원의 노동력을 사적으로 사용하는 관행을 뿌리 뽑겠다는 취지다. 간부 공무원 애경사 때 부하 직원들이 행사 기간 동안 축의금·조의금 접수를 맡기거나 잡일을 하는 것은 오랜 관행이다. 하지만 이 역시도 부당 행위에 속할 수 있다. 고위 공무원들은 자녀 결혼식이나 부모 장례식을 계기로 무더기 징계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는 만큼 조심해야 하는 상황이다. 또 차관급 이상 개방형 고위공직자는 임용되기 전 3년 안에 민간 분야에서 활동한 내역을 기관장에게 제출해야 하는데, 이에 대해서도 이견이 있다. 공무원이 퇴직한 뒤 민간단체에서 활동하다가 다시 차관 등 고위직으로 임용되기도 하는데 이 경우 관련 단체에서 활동한 것이 되레 임용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퇴직 뒤 열심히 일하다가 뭔가 문제를 만드는 것보다는 차라리 아무것도 안 하고 노는 게 낫다는 시그널을 준다는 것이다. 이창길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는 “전체 원칙은 유지하되 직급·직종별로 좀더 세분화된 규정이 나올 필요가 있다”면서 “구체적인 내용을 규정해 공무원들이 실질적으로 행동규범을 지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박주용의 생각 담은 공부] 암기 공부의 역습

    [박주용의 생각 담은 공부] 암기 공부의 역습

    이젠 정말 변화해야 할 때다. 입시나 취업에서 경험하는 경제적 부담과 주관적 고통에 추가해 국제 비교 연구 결과를 통해 본 객관적 교육 성과가 참담하기 때문이다. 만 15세일 때는 최상위 수준의 학업 성취도를 보인다. 그런데 그때를 정점으로 줄곧 하락해 50~60대의 경우 조사 대상인 21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20위가 된다. ‘압력밥솥’ 수준의 공부 압력 속에서 암기에 몰입해 학창 시절을 보낸 결과가 부메랑이 돼 대부분의 한국인이 졸업 후에는 공부를 하지 않는 것이다. 이런 현실은 더 방치될 수 없다.도대체 공부가 뭘까. 넓게 보면 공부는 자기주도적 탐구 활동이다. 자신이 누구이고 왜 사는지를 알고자 하는 노력이다. 이런 노력은 자연스럽게 인간으로, 문화와 역사, 그리고 우주만물로 그 탐구 범위를 넓히게 한다. 우리 각자는 이런 탐구를 통해 일관성 있는 삶을 추구하게 되고, 다른 사람보다 내가 더 낫다는 착각을 줄이는 한편 더불어 사는 삶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다. 이런 맥락에서 소크라테스는 “성찰을 하지 않는 삶은 살 가치가 없다”고 단언했던 것 같다. 오늘날의 공부에서는 인류가 그동안 축적해 온 지식을 배우는 비중이 훨씬 커졌다. 즉 학습의 의미가 강해졌다. 그런데 사교육은 우리 학생들의 자기주도성을 저해한다. 통계청의 최근 조사 결과에 따르면 주당 사교육 참여 시간의 경우 초등학생과 중학생은 6.4시간, 고등학생은 4.1시간이다. 이런 사교육에 드는 가계 지출은 17조 8000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이런 수치가 실제보다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이처럼 큰 비용과 시간을 들여 배우느라 스스로 탐구할 시간은커녕 잠잘 시간도 없다. 이 과정에서 공부의 의미는 암기 활동으로 축소됐다. 그렇지만 이미 오래전 공자가 지적했듯이 배우지만 생각하지 않으면 남는 게 없고, 생각하되 배우지 않으면 위험하다(學而不思則罔, 思而不學則殆ㆍ위정편). 배운 지식은 사용되지 않으면 쉽게 망각되는데, 너무 많이 배우다 보니 생각할 시간이 없다. 결국 남는 게 없는 공부를 하는 것이 지금 우리 상황이다. 암기 중심 공부는 대학에서도 지속된다. 학벌을 중시해 적성이나 관심보다는 점수에 맞추어 전공을 선택하다 보니 내적 동기에 의해 자기주도적으로 공부하는 학생이 많지 않다.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으로 영어 공부를 비롯한 소위 스펙 쌓기에 신경을 쓰다 보면 전공 영역을 공부하는 시간 자체도 많지 않다. 이런 학생들에게 또다시 많은 양의 정보가 강의를 통해 전달된다. 대학에서조차 단편적인 지식을 묻는 방식으로 평가가 이루어진다. 학생들 입장에서 보면 그동안 갈고 닦은 암기 실력을 발휘하면 어느 정도 학점이 나오는데, 더 깊게 알려고 파고들면 오히려 손해를 볼 수도 있는 것이다. 전공 필수 과목을 어떻게든 이수한 다음에는 재미있고 성적도 잘 나오는 ‘꿀강의’를 수소문해 찾아 듣고 학점을 채우면 졸업장을 받고 사회에 진출하는 것이다. 이런 식의 공부로 인해 우리 사회는 다양한 후유증을 앓고 있다. 개인적인 수준에서는 학교를 졸업하면 공부와 담을 쌓는 사람이 많아진다는 것이다. 그 증거는 문화체육관광부의 2017년 국민독서실태 조사와 통계청의 2017년 사회조사 결과에서 볼 수 있는데, 성인의 40% 이상이 1년에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다. 산업계의 경우 다른 나라의 기술을 받아들여 빠른 추적자로서 성공했지만, 여전히 들이는 시간에 비해 노동 생산성이 낮고 새로운 산업을 만들어 내는 선도자로서의 역할을 해내지 못하고 있다. 학계에서도 많은 논문이 발표되지만 논쟁도 없고 새로운 이론을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다. 사회 각계의 리더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그 자리에 걸맞게 구성원들의 참여를 독려해 새로운 혁신을 만들어 내지 못한다. 안전하게 자리를 보전하거나 국가나 조직보다는 부서의 이익이나 심지어 사익을 추구하는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지 않다. 그 결과 현재 많은 사람이 우리 사회의 미래에 대해 희망보다는 두려움을 더 크게 느끼고 있다. 어디서부터 변화를 시작해야 할까. 바로 평가다. 이 주제를 포함해 생각을 담는 공부를 하기 위해 필요한 여러 내용들을 이 칼럼을 통해 살펴보고자 한다.
  • 장정남 전 무력부장, 9일 만에 3등급 승진... 도대체 무슨 일이?

    장정남 전 무력부장, 9일 만에 3등급 승진... 도대체 무슨 일이?

    지난 11일 대좌(우리의 대령급) 계급장을 달고 행사장에 등장했던 장정남 전 북한군 인민무력부장이 9일 만에 상장(별 3개)을 달고 공식 석상에 나온 것이 23일 확인됐다.조선중앙TV가 전날 방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3차 전원회의 영상에서는 장정남이 상장 계급장을 달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발언을 경청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장정남은 이달 11일 평양에서 열린 김정은 ‘최고수위’ 추대 6돌 경축 중앙보고대회 행사장에서 영관급인 대좌 계급장을 달고 야전 지휘관들 속에 섞여 앉아 있는 모습이 확인된 바 있다. 이로 미뤄볼 때 장정남이 특정한 사유로 강등됐다가 다시 승진하는 우여곡절을 겪은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군부 소장파 출신의 장정남은 김정은 정권 초기인 2013년 5월 김격식 후임으로 인민무력부장에 임명돼 한때 대장(별 4개)으로 승진했었다. 그는 인민무력부장(국방 장관 격)에 오르면서 당시 최고 권력기구였던 국방위원회 위원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김정은 위원장의 군부대 시찰 등을 밀착 수행하며 한동안 존재감을 과시했던 장정남은 2014년 6월 인민무력부장에서 물러나 동부전선 5군단장을 맡은 것으로 알려졌고, 계급도 상장으로 한 등급 내려앉았다. 이후 북한 매체에서 종적을 감췄던 장정남은 3년여 만인 지난 11일 3등급이나 내려앉은 대좌 계급장을 달고 행사장에 나타나 눈길을 끌었다. 한 관계자는 “김정은 체제 들어 군 장성들이 별 2∼3개를 한 번에 떼였다가 다시 붙여지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며 “김정은은 그런 ‘별 정치’로 군부를 길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당 중앙위원회 위원 자격으로 제7기 3차 전원회의에 참석한 장정남은 손철주 총정치국 조직부국장, 오금철 총참모부 부총참모장 등 북한군 지휘부의 고위간부들과 같은 줄에 나란히 앉아 있던 점에 비춰볼 때 군 지휘부로 보직 이동하면서 상장으로 진급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이런 가운데 노동당 전원회의 영상에서는 최근 총정치국에 대한 검열로 혁명화 교육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던 조남진 전 총정치국 조직부국장의 모습도 확인됐다. 국가정보원은 지난 2월 초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지난해 10월부터 3개월간 노동당 조직지도부의 주도로 총정치국에 대한 검열이 진행됐다”면서 “검열 결과 황병서는 총정치국장에서 해임됐고 부국장 렴철성과 조남진은 강등 후 혁명화 교육을 받는 등 다수 간부가 해임 또는 처형됐다”고 보고했다. 그럼에도 조남진은 이번 전원회의에서 북한군 핵심 간부들과 나란히 앉아 건재함을 과시했다. 다만 총정치국 조직부국장 재임 때 상장이었던 조남진은 이번에 2등급 내려앉은 소장(별 1개) 계급장을 달고 등장했다. 총정치국 검열로 군복을 벗은 황병서는 이번 전원회의에서 김경옥 노동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과 리재일 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 사이에 앉았다. 그는 총정치국장에서 물러난 이후 당내 주요 보직을 맡은 것으로 추정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1년에 수천마리씩 꿀꺽~ 조선의 ‘소고기 사랑’

    1년에 수천마리씩 꿀꺽~ 조선의 ‘소고기 사랑’

    조선, 소고기 맛에 빠지다/김동진 지음/위즈덤하우스/264쪽/1만 5000원 새삼스럽게 보면 식탁 위의 모든 것이 신기하다. 도대체 누가 처음 작은 씨앗을 쪼개어 그 속에 먹을 만한 것이 있다는 걸 발견하고 밥그릇에 담을 궁리를 했을까? 도대체 누가 처음 미끄덩거리고 이상해 보이는 괴물체를 맛있게 먹고 ‘굴’이라고 이름 붙였을까? 도대체 누가 풀떼기를 짠물에 담가 숨을 죽이고 묵히면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아냈을까? 도대체 누가 순하게 눈을 끔벅이는 이로운 동물인 소를 신성시하면서도 동시에 맛있게 먹어 치울 염을 냈을까?조선 시대, 소고기는 특별한 음식이었다. 소의 존재 자체가 그러했다. 백성 대부분이 농업에 종사하는 상황에서 소는 거의 절대적이다시피 했다. 저자는 말한다. “소는 농사의 성패를 가를 만큼 절대적으로 중요한 요소였다. 소 한 마리가 가는 논과 밭을 사람이 대신하려면 적어도 여덟아홉명에서 십여명까지 달라붙어야 했다. 더구나 소는 며칠 동안 쉬지 않고 논밭을 갈 수 있지만 사람은 한나절 만에 탈이 나기 일쑤다.” 더군다나 질척한 논은 푸슬푸슬한 밭과 달리 소의 노동력이 꼭 필요했다. 조선 시대에 소의 숫자를 늘리기 위한 노력은 다양한 흔적으로 남아 있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조선 시대는 소를 탐식한 시대이기도 하다. 소고기는 특별한 음식이면서 동시에 대중적인 음식이었다. 임금은 반드시 소고기를 먹었다. 임금이 되려 하거나 대리하는 자도 소고기를 먹음으로써 자신의 권력을 과시했다. 당연히 나라의 허락 없이 소고기를 먹으려 드는 것은 왕위 찬탈을 도모하는 역적과 마찬가지였다. 그러는 한편, 소고기의 풍부한 영양은 나라의 인재들에게 꼭 필요한 것이었다. 성균관 유생들은 일상적으로 소고기를 제공받았다. 서울 도성 내에서 유일하게 소를 잡아도 된다는 허락을 받은 곳이 성균관이었다. 그렇다면 가난한 백성은 소고기 맛을 보지 못했던 것일까? “귀신에게 제사하고, 또 손님을 대접하는 데 쓰거나 먹기 위해 끊임없이 소를 잡는데 1년 동안 잡은 소가 수천 마리에 이르렀다”는 세종실록의 기록이 말하듯 백성들도 명절마다 소를 잡아 ‘이밥에 괴기국’을 먹었다. 이 책은 우리 역사에 남아 있는 소고기의 흔적을 샅샅이 찾아 들려준다. 각종 행정기록을 참고하여 당시 소의 사육 환경과 소의 숫자를 헤아려 보는가 하면, 소고기를 보관하고 요리하는 법, 소고기를 약으로 쓰는 법, 염소와 돼지와 사슴고기와의 관계까지 가늠해 본다. 먹을 것을 따라가다 보면 역사가 보인다. 흔연한 식탁이 예사롭지 않다. 박사 북칼럼니스트
  • 한미연구소 논란에 전문가들 “예산 중단은 미숙한 것”

    한미연구소 논란에 전문가들 “예산 중단은 미숙한 것”

    미국 존스홉킨스대 국제대학원(SAIS) 산하 한미연구소(USKI)에 대한 지원 중단 결정과 관련,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는 가운데 일부 외교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번 결정이 ‘미숙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더욱이 비판의 초점은 정부 지원 기관에 정부의 개입 자체보다는 지원 중단이란 극단적 선택에 문제가 있다는 데에 맞춰진다. 대미 공공외교에 대한 여파를 우려해서다.김준동 KIEP 부원장은 9일 일부 매체들의 청와대 개입 보도를 재차 부인하며 “(USKI 측에)개선 방안을 그동안 꾸준히 지적했는데 요구 사안을 듣질 않으니까 더 이상의 국고 지원은 세금을 의미없는 데에 지원하는 것이 되겠다고 판단해 결정을 내린 것이다”고 말했다. KIEP 측은 전날에도 해명자료를 내고 “KIEP가 사업목표에 맞게 USKI에 본원의 의견을 전달한 것은 결코 청와대 개입이나 정치적 의도가 아닌 본원의 결정에 따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2006년 설립된 USKI는 한미 관계를 연구하는 싱크탱크다. KIEP는 매년 USKI에 예산을 지원해왔다. 올해 예산 규모는 20억원이었다. 하지만 올해 5월까지만 예산을 지원하기로 지난달 이사회에서 결정했다. KIEP는 국회의 요구를 받아여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KIEP에 대한 관리, 감독을 맡고 있는 국무조정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경사연)의 성경륭 이사장도 이와 관련해 지난 8일 언론 인터뷰에서 “연구소 측이 개선안을 수용할 의사가 없기에 최종적으로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가에선 한미연구소 지원 중단과 구재회 소장 교체 요구에 정부의 입김이 어떤 식으로든 작용했다는 데에 대체적으로 동의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외교 전문가는 ”정부 입맛에 안 맞는 것에 대한 간접적 압력 행사 아니겠나“라고 조심스럽게 논평했다. 대화를 통해 북한 문제를 풀어가려는 정부 입장에서 북한에 대해 USKI의 보수적 입장이 달갑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제니 타운 부소장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세워야 한다고 주장해온 인물이다. 또 다른 전문가는 정부가 바뀌면 정부 방침에 맞는 연구가 진행되길 바란다면서 이것 자체가 잘못된 결정은 아니라는 인식을 드러냈다. 다만 그는 ”(연구소에) 진보 목소리를 내주길 바라는 것“이라며 ”예산지원을 중단하기로 결정한 것은 미숙한 것이다“고 꼬집었다. 이번 결정이 대미 공공외교에 부정적 여파를 미칠 것이란 점에는 대체적으로 의견이 같았다. 한 외교 전문가는 ”공공외교는 우리의 이미지를 만드는 것이다. 한국의 이미지가 정치적으로 학술연구를 이용하려 한다는 이미지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워싱턴D.C (외교가) 분위기가 좋지 않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성태윤의 경제 인사이트] 자영업자는 사실상 노동자다

    [성태윤의 경제 인사이트] 자영업자는 사실상 노동자다

    국민소득에서 노동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을 ‘노동소득분배율’이라고 한다. 전체 소득 가운데 자본에 돌아가는 부분을 제외하고 임금과 같이 노동자에게 분배되는 몫을 나타낸다. 간단한 개념 같지만 실제 계산하는 것은 쉽지 않다. 특히 어려운 게 자영업자인데 자기 자신을 고용하고 있어서 자본과 노동의 몫을 명확히 구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처럼 전체 고용에서 자영업자가 큰 비중을 차지하면 경제 전체에서 자본ㆍ노동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을 판단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현실의 노동소득분배율은 여러 방법으로 추정해 산출한 것이다. 예를 들면 자영업자가 아닌 일반 기업은 임금으로 지급되는 것과 다른 부분을 비교적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러한 일반 기업의 자본·노동소득 비중을 기준으로 자영업자 소득을 분류하는 것이 한 방법이다. 일견 타당해 보이지만 자영업과 비자영업의 산업 구조가 다른 경우는 적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대규모 자본 투자와 함께 임금근로자를 고용한 일반 기업의 자본ㆍ노동소득 비중을 거의 자본 없이 사업하는 자영업자에 대입해 계산하면 실제보다 자본소득이 높고 노동소득이 낮은 것처럼 나타난다. 물론 이를 세분해서 그래도 서로 비슷한 특성이 있는 경우에 적용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이 경우도 자영업자는 일반 기업과 달리 자기 근로 중심으로 사업을 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결국 이 방식도 자본소득 비중을 과대평가하고 노동소득분배율을 낮게 추정할 가능성이 있다. 또 다른 방법은 자영업자와 유사한 특성을 지니는 일반 근로자가 평균임금으로 얼마 받는지를 기준으로 자영업자가 동일한 임금을 받는다고 가정하고 자본ㆍ노동소득 비중을 나누는 것이다. 이 방법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사용하는 추정 방법으로, 국제 비교를 위한 적합성은 있지만 한계도 있다. 개업한 의사ㆍ변호사 등 특정 고소득 자영업자의 노동소득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할 수 있고, 반대로 비자영업 기업 근로자의 임금이 전체적으로 높으면 오히려 해당 업종 자영업자의 노동소득분배율을 높게 추정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자영업자가 실제 놓인 상황이다. 올 2월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자영업자(약 550만명 추정)를 포함한 비임금(非賃金) 근로자는 650만명으로 추산되는데, 이 가운데 ‘1인 자영업자’와 임금을 받지 않는 ‘무급(無給) 가족 종사자’를 합한 인원이 480만명 정도로 약 4분의3이다. 이들을 자본가나 기업가로 보기는 어렵다. 이들은 본인 또는 가족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 성격이 강하다. 심지어 나머지 4분의1도 의미 있는 자본소득을 발생시키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지난해 자영업자 숫자가 1% 증가할 때, 자영업자 대출 잔액이 11% 늘어났다는 사실은 자영업의 대출 의존도가 커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또한 주택담보대출 상당 부분도 자영업자 사업ㆍ생계자금으로 추정된다. 더구나 금리 인상에 따른 자영업자 폐업 확률이 높고 이런 상황에서 대출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음은 실제로 자영업자가 한계상황임을 의미한다. 결국 자본소득을 거두고 있다기보다 여타 방법으로 소득을 얻을 수 없어 부득이 자영업을 영위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최근 식료품, 외식비 등 자영업자들이 주로 종사하는 업종을 중심으로 물가가 상승하는 것 역시 이와 관계 있다. 경기가 활성화되고 그 결과 관련 상품 가격이 오르고 있다면 사실 큰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현재는 어려움에 부닥친 자영업자들이 추가적인 비용 증가로 고용을 유지할 수 없어서 고용을 줄여 자기 근로로 대체하거나, 아니면 가격을 올려 대응하면서 가격이 오르고 있다. 물론 그도 어려우면 결국 폐업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를 고려하지 않고 자영업자가 많은 자본소득을 얻고 있다고 가정하거나, 우리처럼 자영업 비중이 높아서 추정에 한계를 가지는 노동소득분배율 지표에 근거해 노동소득분배가 부족하므로 이를 노동소득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방향으로 접근해서는 곤란하다. 이 경우 실제로는 사실상 동일 노동소득 계층 간 이전이거나 이미 한계 상황에 있는 사람의 소득을 거두어 소득이 더 낮은 사람한테 옮기는 결과가 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오히려 경제의 위험은 증가할 수 있다.
  • 남북·북미 정상회담서 ‘北인권’ 거론 여부 촉각

    남북·북미 정상회담서 ‘北인권’ 거론 여부 촉각

    최근 국내외 여러 북한 인권 관계자들이 오는 4, 5월 열리는 남북·북미 정상회담에서 북 인권 문제를 거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그것이 현실화 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미국 인권 전문가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에게 직접 북한의 인권 상황 개선을 촉구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5일 미국의소리(VOA) 방송의 보도에 따르면 워싱턴의 민간단체 북한인권위원회(HRNK)의 그레그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이번 북미 정상회담에서 인권 문제가 논의되지 않고 해결되지 않는다면, 북한 비핵화 문제가 해결되더라도 미국의 대북 제재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북한의 구금시설, 정치범관리소, 교화소, 거기서부터 해결을 해야지 해결하기 쉬운 이슈부터 시작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북한이 최악의 인권 유린을 해결해야 21세기 문명세계에 합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로버르타 코헨 전 국무부 인권담당 부차관보도 트럼프 대통령이 무엇보다 시급하게 다루어야 할 과제로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 3명의 석방 문제와 미국 내 한인들의 이산가족 상봉 문제를 꼽았다. 북한 인권 개선에 대한 요구는 국내서도 흘러 나오고 있다. 지난달 말 북한 인권 관련 시민단체들은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27일 열릴 남북 정상회담에서 북한 인권 문제가 꼭 의제로 채택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 인권을 외면한 북핵 문제 해결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문재인 정부는 현재 남북 회담을 북미 회담의 물꼬를 트기 위한 마중물로 만든다는 구상을 하고 있는 만큼 남북 회담에서 북한 인권 문제가 거론된다면 북미 회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가 있다. 그러나 북한은 여전히 인권에 대한 언급을 내정간섭으로 치부하고 강하게 거부감을 표시하고 있다. 북한은 전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을 통해 우리 정부가 최근 유엔인권이사회(UNHRC)의 북한인권결의 채택에 환영 입장을 표명한 것에 대해 “상대방을 자극하는 인권 모략소동이 북남관계의 살얼음장에 돌을 던지는 것으로 된다는 것을 똑똑히 알아야 한다”고 비난했다. 이런 상황에 정부 역시 인권 문제에 대한 남북 간 논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북한이 비핵화 논의의 문은 열어두면서도 인권 문제만큼은 격하게 반응하는 상황에 정부가 당장 이 문제를 회담 테이블에 올리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전날 내신 기자 브리핑에서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 우리 정부의 확고한 기본입장이 있다”며 “서로 합의한 의제에 따라서 대화를 해나가기 때문에 이 문제를 지금 남북 대화에 포함한다는 문제에서는 정부 차원에서 준비가 더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 역시 대체적으로 이번 회담에서 한미 양국이 북한을 상대로 인권에 대한 얘기를 꺼내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북한이 외부에서 제기하는 인권 문제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하고 있는데다가 이번 회담의 핵심 의제가 이미 비핵화로 굳어진 만큼 돌발적으로 다른 의제를 꺼내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관측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고용유지 지원 하루 한도 7만원으로 늘려

    휴직 때 실제수당 90%까지 생활안정대부 대상도 늘려 정부는 구조조정으로 인해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된 군산, 거제, 통영, 고성군, 창원 진해구, 울산 동구 등에 추가경정예산(추경) 1조원을 투입해 단기적인 충격을 흡수한다는 방침이다. 근로자의 고용 유지와 실직자의 재취업 등을 실질적으로 지원하고, 지역기업과 협력업체 지원 및 소상공인 지원 등을 통한 지역경제 회복에 초점을 맞췄다. 올해 6월 30일 종료 예정이었던 조선업 특별고용지원 업종 지정 기간은 6개월 연장된다. 5일 기획재정부와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우선 고용위기지역의 고용 유지와 생계 지원을 위해 고용유지지원금을 확대할 예정이다. 유급 휴업이나 휴직을 할 때 지원 수준을 실지급수당의 66.7%에서 90%로 확대하고, 하루 지원 한도를 6만원에서 7만원으로 늘린다. 근로자의 생계 보호를 위한 생활안정대부도 연 소득 제한을 4420만원에서 5430만원으로 완화하고 한도도 확대한다. 실직자 지원책은 숙련·기술 인력과 비숙련 인력으로 나눠 지원한다. 자동차업계의 생산직 숙련 인력 실직자는 업종 전환 교육(500명)과 지역 유망업종 등에 재취업 지원(400명)을 받을 수 있다. 조선업계에는 설계·도장 등 전문 기술 인력 재교육(500명)과 해양플랜트·항공 등 연관업종 재취업을 지원(200명)한다. 비숙련 근로자 훈련과 채용도 확대한다. 국가전략산업 훈련 인원을 6000명 늘리고, 내일배움카드는 자부담을 면제하고 한도를 연 20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상향한다. 직업능력개발 수당도 5800원에서 7530원으로 인상한다. 직업훈련생계비 지원 규모도 850명 더 늘리고, 대부 한도도 1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확대한다. 소상공인과 전통시장을 위한 지원책도 마련했다. 정부는 소상공인융자 1000억원을 추가로 공급해 금리를 우대하며, 지역 신보 특례보증 1000억원을 공급할 계획이다. 지역 투자·관광·인프라 지원에도 나섰다. 위기 지역에 공장 신설·증설 등 민간투자를 확대하기 위해 지방투자촉진 보조금을 250억원 확대하고 지원 비율도 최대 2배 이상 높인다. 대체로 추경 필요성에는 공감하는 분위기지만, 추경을 통한 실직자 재취업 지원에는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구조조정으로 인해 실업이 늘어난 지역에 대해 특별히 지원을 늘리는 것은 바람직한 정책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고용위기지역 내 중소기업에 그 지역 실업자들을 위한 일자리가 얼마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세종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 같이 노력해야” 인권위 미투 연속 토론회 열려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 같이 노력해야” 인권위 미투 연속 토론회 열려

    “김생민씨 사건이 보도되자, ‘버티면 피해자가 꽃뱀 됐을텐데 왜 인정했을까’라는 댓글이 달렸습니다. 우리 미투 운동의 현주소입니다.” “하지만 이제 시작입니다. 우리가 노력할 때, 다가올 사회는 우리가 원하는 세상과 많이 닮아있을 것입니다.”국가인권위원회는 5일 서울 중구 서울YWCA회관 대강당에서 성폭력과 성차별의 근본적인 진단과 정책 대안을 제시하기 위한 ‘제1차 미투 운동 토론회-미투로 연대했다!’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일상화된 젠더 폭력 실태와 여성혐오 현상을 통해 미투 운동의 의미를 짚고, 직장과 미디어 안에서 성희롱·폭력이 어떻게 재현되는지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토론회에서는 “시민들은 성폭력과 차별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있는 반면, 정부의 대안 마련은 미흡하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여성과 시민들은 변했는데 정부는 성범죄 대책으로 처벌 강화만 제시하고 실효성 없는 신고 센터만 넘쳐난다”고 꼬집었다. 또한 “성폭력의 법적 정의도 국제 기준을 따라 ‘폭행과 협박’이 아닌 ‘동의 여부’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직장 내 성폭력이 반복되는 원인이 조직 구조의 문제에 있다는 진단도 나왔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여성도 조직에 들어가야 하는 현 사회에서 이미 형성된 조직의 주류·헤게모니를 쥐고 있는 남성들이 소수자에게 폭력·차별적 압박을 가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박봉정숙 한국여성단체연합 성평등연구소장도 “여성 인력이 소수일 때, 관리 대상이 된다”면서 ”우리 사회에 노동시장 자체가 이미 젠더화돼있는 상황은 성별 차원의 한 두가지 대안으로 개선될 수 없으며, 이를 전체 노동시장의 문제로 접근하는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언론의 잘못된 보도 관행이 사회 젠더 감수성 형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홍지아 경희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언론이 가해 남성을 일반인과 구별된 괴물로 재현하는 것은 성폭력을 사회적 구조의 문제가 아닌 개인의 문제로 인식하게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언론의 보도 관행은 우리 사회에 살고있는 여성이라면 성범죄를 언제 어디서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것이라는 사실을 축소하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말했다. 이에 배나은 민주언론시민연합 활동가는 “좋은 보도를 하는 기사나 언론사에게 차별적 정보를 제공한다거나, 뉴욕타임즈의 젠더 에디터라는 직업 등을 참고해 언론 환경에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올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번 행사는 미투 운동을 정밀하게 진단하고 실제적인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해 3차에 걸쳐 진행되며, 오는 12일에는 ‘도대체 법제도는 어디에?’, 19일에는 ‘문화예술계 성폭력, 원인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개최될 예정이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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