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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정규직 3대 키워드‘죽음·해고·가짜사장’

    비정규직 3대 키워드‘죽음·해고·가짜사장’

    노동절을 나흘 앞둔 27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전국기간제교사노동조합 등 16개 비정규직 노조와 김용균재단 등 7개 시민사회단체가 ‘죽음·해고·가짜사장’이 적힌 현수막을 들고 ‘비정규직 노동자의 현실을 상징하는 3대 키워드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글로벌 In&Out] 3·8국제부녀절과 북한/바실리 V 레베데프 도쿄대 인문사회계연구과 박사과정

    [글로벌 In&Out] 3·8국제부녀절과 북한/바실리 V 레베데프 도쿄대 인문사회계연구과 박사과정

    북한은 기념일이 많은 나라이다. 북한의 조선말대사전에서 ‘명절’이란 단어를 검색하면 첫 번째 뜻으로 ‘나라와 민족에 의의 깊고 경사스러운 날로서 국가적으로나 사회적으로 경축, 기념하는 날’이라는 말이 나온다. 공휴일은 아니지만 3·1운동을 기념하는 ‘반일인민봉기일’이나 1947년 8월 20일 김일성이 북한 역사상 최초의 비행대를 창설한 것을 기념하는 ‘공군절’ 같은 기념일들이 가장 대표적이다. 하지만 북한은 이러한 민족적 기념일뿐만 아니라 사회주의 운동의 영향으로 도입된 국제기념일도 있다. 보통 사회주의 명절이라 하면 제일 먼저 꼽히는 것이 5·1 노동절이지만 한 가지 더 대표적인 것이 있다. 바로 여성의 날, 일명 ‘3·8국제부녀절’이다. ‘여성의 날’의 역사는 20세기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요일이었던 1909년 2월 28일, 미국 사회당이 여성의 날을 처음 선포하고 전국에서 시위를 벌였다. 그 후 여성의 날은 유럽의 여러 나라에도 퍼졌으며 국제적인 기념일로 승격됐다. 여성의 날을 기념하는 행사들은 당시 유럽에 큰 영향을 미쳤으며 로마노프 왕조를 무너뜨린 1917년 3월 8일(구력 2월 23일) 러시아 2월 혁명의 배경까지 됐다. 하지만 2월 혁명이 러시아 국민의 염원에 응답하지 못하자 10월 혁명이 일어나 레닌을 수반으로 하는 소비에트 정권이 수립됐다. 사상 최초 노농정권인 레닌 정부는 1919년 이를 국가 기념일로 지정하고 ‘국제 근로여성의 날’이라 명명했다. 여성의 날이 한국에 들어온 것은 1920년대이다. 동아일보에 따르면 러시아 혁명을 비롯한 유럽 사회주의 운동의 영향을 받은 조선프롤레타리아예술가동맹의 모체였던 염군사가 1924년 3월 8일 종로 청년회관에서 ‘국제 부인 데이 기념강연’의 개최를 시도했으나 일제경찰에 의해 해산됐다. 하지만 이러한 정치 탄압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일부 지식인들이 국제부인절을 계속 기념해 나갔다. 해방이 되자 상황은 급변했다. 국제 여성의 날을 공식화하려던 지식인들의 노력이 남한에서 미군정에 의해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지만, 북한에서는 반대로 소련군의 지지와 지원을 얻었다. 1946년 3월 8일, 조선공산당 북조선 분국 기관지인 ‘정로’에서 국제부녀절을 기념하는 일련의 기사가 발표되고 일부 지역에서 각종 행사도 진행됐다. 공산당 기관지이지만, 김일성이나 당을 찬양하는 내용이 극히 적었다. 재미있게도 북한에서 명절의 국제성을 강조하기 위해 이 기념일이 유럽에서 등장한 1911년을 원년으로 해서 해마다 ‘3·8국제부녀절 ○○돐’이라고 한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북한에서 국제부녀절의 의미도 변화했다. 1920년대 한반도에 들어온 국제부녀절은 근대화의 상징으로 봉건적 전통으로부터의 해방을 의미했다. 1945~1948년 건국 시기의 북한은 민족의 통일과 ‘민주국가 건설에 민족영웅’이 돼야 한다는 뜻이 강조되고 있었다. 한국전쟁 직후 북한 국제부녀절 행사에서는 북한 여성들도 사회주의 건설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선전이 비교적 강했다. 북한이 기념하는 국제부녀절의 특징이 한국전쟁 이후 나타나기 시작했다. 1950~1960년대 초 국내·소련·연안파가 숙청되고 김일성의 우상화가 진행된다. 1960년대 유일사상체계가 확립되면서 여성의 날은 여성 해방뿐만 아니라 김일성의 혁명활동과 관련된다. 이 과정이 본격화되면서 1970년대 이후 여성 해방이 김일성의 송가로 바뀐다. 이러한 추세는 나날이 강화되면서 오늘날까지 지속돼 왔다. 2020년 3월 8일 노동신문이 북한의 여성을 ‘영도자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심을 지니고 일편단심 충직하게 받들어 나가는 참된 혁명가’라고 한 것을 보면 그 변화가 얼마나 컸는지 느낄 수 있다.
  • [데스크 시각] ‘근친상간’ 아니고 ‘친족성폭력’이다/홍희경 국제부 차장

    [데스크 시각] ‘근친상간’ 아니고 ‘친족성폭력’이다/홍희경 국제부 차장

    ‘프랑스가 근친상간 처벌법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저명한 정치학자가 30여년 전 미성년자인 의붓아들을 상대로 성폭력 범죄를 저질렀다는 폭로에 분노한 결과다.’ 이 문장 중 무엇을 잘못 썼는지 제목에 나와있다. ‘상간’이 아니라 ‘강간’ 혹은 ‘성폭력’이다. 피해자가 동의하지 않았으니 ‘상간’이 될 수 없다. 이 한 줄 설명에 설복되는 오류인데도 지적받기 전에는 몰랐다. 몇 해 전 ‘친족 성폭력 공소시효 폐지를 위한 행동’(공폐단단) 활동을 했다는 독자들의 이메일을 본 뒤에야 잘못을 알았다. “피해자 혹은 생존자는 가정 내 권력관계에서 동등하지 않기에 상간이라기보다 강간이라는 말을 써 주십사 의견 드립니다.” 지난달 기사가 나간 뒤 바로 받은 메일을 놓쳤다 3주나 지나 메일함을 정리하던 중 발견했다. 늦어도 너무 늦었다. 그래도 부적절한 용어를 그대로 두면 안 되겠다 싶어 잘못 쓴 말을 바꿨다. 공폐단단의 활동 덕분일까. 보도되던 당시 꽤 있었던 ‘근친상간’이란 용어가 다른 언론사 뉴스에서도 현저하게 준 것 같다. 표준국어대사전에는 ‘근친강간’이나 ‘친족성폭력’ 같은 단어는 없고, ‘근친상간’이란 단어만 있는데도 말이다. 단 대사전에 있는 ‘근친상간’은 프랑스에서 벌어진 의붓아들 성폭력 범죄와는 결이 다른 뜻이다. 용어에는 인식이 담긴다. ‘근로자의 날’을 ‘노동절’로 부르고, ‘나영이 사건’이라고 하지 않고 ‘조두순 사건’이라 칭하고, ‘조선족·탈북자’ 대신 ‘중국동포·북한이탈주민’이라고 바꿔서 쓰려는 노력은 중요하다. 새 용어가 이질적이라면 어떤 대상에 대한 존중과 응원을 담는 행위가 이질적으로 느껴지는 이유를 한 번 더 생각할 일이다. 그러다 어느 순간 새 용어가 더이상 거북하지 않다면 드디어 진짜 변화를 위한 세부 계획을 수립할 단계가 된 것이다. 예컨대 미국의 조 바이든 행정부는 이민개혁 첫 행보로 관련 법의 용어를 불법체류자 이미지가 강한 ‘외국인 체류자’(alien)에서 ‘비시민권자’(noncitizen)로 대체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새 단어에 익숙해질 때쯤 이민자를 포용하는 미국의 새로운 시스템이 본격 가동될 것이다. 막 출범한 정권이 새 용어로 정책 동력을 얻는 일은 이제 생경하지 않다. 누구도 혼자서는 용어를 만들 수 없다. 용어는 태생적으로 집단지성으로 만드는 콘텐츠다. 그래서 혐오와 비하의 뜻을 담은 용어는 견제받고, 그런 용어를 습관적으로 쓰는 집단은 고립되기 마련이다. 종국에 혐오와 비하의 말은 존중과 응원을 담은 새로운 용어로 대체된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문제는 좋은 용어일수록 생긴다. 민주주의, 공정, 정의…. 과거 어느 시점의 강력한 이미지에 박제된 이 용어들을 집단마다 저마다의 뜻으로 활용한다. 우리나라 ‘민주주의’는 1987년 모델에만 있는지, 여야는 왜 양쪽 다 서로에게 ‘공정하라’고 윽박지르는지, 공수처와 검찰은 왜 한쪽만 ‘정의’라는지 모를 일이다. 설명할 용어를 찾는 게 아니라 좋은 용어에 자신들을 끼워 맞추려는 쟁탈전이 어지럽다. 오랫동안 한국인의 꿈이었던 ‘중산층’이란 말 앞에선 난감하다. 남들보다 더 벌어 안정을 찾는 계층인 줄 알았더니, 세상이 멈추면 함께 멈출 수밖에 없는 기반 약한 계층임을 코로나19로 인해 각성했다. 이번에도 일단 또 용어가 앞서 나갔다. 코로나19로 줄어든 노동·사업소득과 다르게 자산소득은 불어나자 다들 ‘벼락거지’를 경계하며 ‘동학개미’ 여정에 나서려 한다. 코로나19 이후엔 세상이 더 획기적으로 변한다니 늘 쓰는 용어부터 정비해야겠다. 나쁜 용어는 가다듬고, 좋은 용어엔 경계심을 갖겠다. saloo@seoul.co.kr
  • [데스크 시각] ‘근친상간’ 아니고 ‘친족성폭력’이다/홍희경 국제부 차장

    [데스크 시각] ‘근친상간’ 아니고 ‘친족성폭력’이다/홍희경 국제부 차장

    ‘프랑스가 근친상간 처벌법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저명한 정치학자가 30여년 전 미성년자인 의붓아들을 상대로 성폭력 범죄를 저질렀다는 폭로에 분노한 결과다.’ 이 문장 중 무엇을 잘못 썼는지 제목에 나와있다. ‘상간’이 아니라 ‘강간’ 혹은 ‘성폭력’이다. 피해자가 동의하지 않았으니 ‘상간’이 될 수 없다. 이 한 줄 설명에 설복되는 오류인데도 지적받기 전에는 몰랐다. 몇 해 전 ‘친족 성폭력 공소시효 폐지를 위한 행동’(공폐단단) 활동을 했다는 독자들의 이메일을 본 뒤에야 잘못을 알았다. “피해자 혹은 생존자는 가정 내 권력관계에서 동등하지 않기에 상간이라기보다 강간이라는 말을 써 주십사 의견 드립니다.” 지난달 기사가 나간 뒤 바로 받은 메일을 놓쳤다 3주나 지나 메일함을 정리하던 중 발견했다. 늦어도 너무 늦었다. 그래도 부적절한 용어를 그대로 두면 안 되겠다 싶어 잘못 쓴 말을 바꿨다. 공폐단단의 활동 덕분일까. 보도되던 당시 꽤 있었던 ‘근친상간’이란 용어가 다른 언론사 뉴스에서도 현저하게 준 것 같다. 표준국어대사전에는 ‘근친강간’이나 ‘친족성폭력’ 같은 단어는 없고, ‘근친상간’이란 단어만 있는데도 말이다. 단 대사전에 있는 ‘근친상간’은 프랑스에서 벌어진 의붓아들 성폭력 범죄와는 결이 다른 뜻이다. 용어에는 인식이 담긴다. ‘근로자의 날’을 ‘노동절’로 부르고, ‘나영이 사건’이라고 하지 않고 ‘조두순 사건’이라 칭하고, ‘조선족·탈북자’ 대신 ‘중국동포·북한이탈주민’이라고 바꿔서 쓰려는 노력은 중요하다. 새 용어가 이질적이라면 어떤 대상에 대한 존중과 응원을 담는 행위가 이질적으로 느껴지는 이유를 한 번 더 생각할 일이다. 그러다 어느 순간 새 용어가 더이상 거북하지 않다면 드디어 진짜 변화를 위한 세부 계획을 수립할 단계가 된 것이다. 예컨대 미국의 조 바이든 행정부는 이민개혁 첫 행보로 관련 법의 용어를 불법체류자 이미지가 강한 ‘외국인 체류자’(alien)에서 ‘비시민권자’(noncitizen)로 대체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새 단어에 익숙해질 때쯤 이민자를 포용하는 미국의 새로운 시스템이 본격 가동될 것이다. 막 출범한 정권이 새 용어로 정책 동력을 얻는 일은 이제 생경하지 않다. 누구도 혼자서는 용어를 만들 수 없다. 용어는 태생적으로 집단지성으로 만드는 콘텐츠다. 그래서 혐오와 비하의 뜻을 담은 용어는 견제받고, 그런 용어를 습관적으로 쓰는 집단은 고립되기 마련이다. 종국에 혐오와 비하의 말은 존중과 응원을 담은 새로운 용어로 대체된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문제는 좋은 용어일수록 생긴다. 민주주의, 공정, 정의…. 과거 어느 시점의 강력한 이미지에 박제된 이 용어들을 집단마다 저마다의 뜻으로 활용한다. 우리나라 ‘민주주의’는 1987년 모델에만 있는지, 여야는 왜 양쪽 다 서로에게 ‘공정하라’고 윽박지르는지, 공수처와 검찰은 왜 한쪽만 ‘정의’라는지 모를 일이다. 설명할 용어를 찾는 게 아니라 좋은 용어에 자신들을 끼워 맞추려는 쟁탈전이 어지럽다. 오랫동안 한국인의 꿈이었던 ‘중산층’이란 말 앞에선 난감하다. 남들보다 더 벌어 안정을 찾는 계층인 줄 알았더니, 세상이 멈추면 함께 멈출 수밖에 없는 기반 약한 계층임을 코로나19로 인해 각성했다. 이번에도 일단 또 용어가 앞서 나갔다. 코로나19로 줄어든 노동·사업소득과 다르게 자산소득은 불어나자 다들 ‘벼락거지’를 경계하며 ‘동학개미’ 여정에 나서려 한다. 코로나19 이후엔 세상이 더 획기적으로 변한다니 늘 쓰는 용어부터 정비해야겠다. 나쁜 용어는 가다듬고, 좋은 용어엔 경계심을 갖겠다. saloo@seoul.co.kr
  • 트럼프 ‘기저귀찬돈’ 해시태그에 격분 “트위터는 안보에 위협”

    트럼프 ‘기저귀찬돈’ 해시태그에 격분 “트위터는 안보에 위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돌연 트위터가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공격했다. ‘기저귀찬돈’(#DiaperDon)이란 해시태그가 급격히 퍼진 것에 분노한 것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27일(이하 현지시간) 아주 이른 아침에 “트위터는 실제로 세상에서 일어난 일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는 완전히 잘못된 트렌드 순위를 내보내고 이다. 그들은 가짜를 만들어내고, 오직 부정적인 것들로 채워넣는다”고 개탄했다. 그는 이어 국가 안보를 위한다면 섹션 230을 즉각 폐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조항은 1996년 콘텐트 이용지가 게시한 내용을 갖고 홈페이지를 함부로 소송을 걸지 못하게 보호하는 법률을 가리킨다. 이런 보호 장치를 어떤 식으로 바꾸든 인터넷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근본적으로 바꾸게 된다고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전했다.  이 해시태그가 유행한 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이었다. 추수감사절인 전날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명절을 가족과 보내지 못하고 해외에서 임무를 수행 중인 미군 장병을 격려하는 통화를 가졌는데 보통 결의안이나 협정에 서명할 때 쓰는 레절루션 데스크 대신 미니어처 같은 데스크에 앉았기 때문이었다. 조금 옹색해 보인다. 왜 이렇게 작은 데스크를 썼는지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른 하나의 사연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패배 이후 처음으로 백악관 출입기자들과 가진 문답 과정에서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에 대규모 조작이 있었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로이터 통신의 백악관 출입기자인 제프 메이슨이 승복할 것인지를 재차 묻자 트럼프 대통령은 “나한테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말라”고 쏘아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신은 그저 시시한 사람(lightweight)이다. 나한테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말라”고 인신공격을 했다. 손가락을 들어 올려 삿대질까지 했다. 그러더니 “나는 미국의 대통령이다. 대통령에게 절대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말라”고 한 뒤 다른 기자에게 질문권을 넘겨버렸다.  메이슨 기자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공개적으로 면박을 당한 것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9월 7일 노동절 기자회견 도중 마스크를 벗고 질문하라고 두 번씩이나 얘기했는데도 메이슨이 이를 거절하고 마스크를 벗지 않은 채 질문했다. 지난달 28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백악관을 찾았을 때도 그가 마스크를 쓴 것을 두고 트럼프 대통령은 “내가 지금까지 보아온 가장 큰 마스크”라고 말하는가 하면 네타냐후 총리에게 질문을 제때 하지 못하고 머뭇거리자 “이 사람이 바로 제프 메이슨”라고 대놓고 조롱했다.  그 뒤 다른 기자들에게 마찬가지였다. 차기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할 것인지 등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질문을 하는 기자들을 애써 외면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트위터 이용자들은 대통령의 반응이 고압적이며 유치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내가 대통령’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영상을 올리며 ‘얼마 안 남았다’, ‘어떤 대통령도 그런 식으로 말해선 안 된다’, ‘대통령이면 대통령답게 행동하라’ 등의 트윗을 남겼다. CNN 워싱턴 지국장인 제이크 태퍼는 트위터에 메이슨이 “훌륭한 기자”라면서 “내년 1월 20일 (취임식) 뒤에도 여전히 백악관에서 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 스타워즈의 스타 마크 해밀의 트위터 글이다. “대통령이 대통령답게 군다면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훼손하는 거짓말을 멈추고 자신이 얼마나 불공정한 대우를 받는지 징징거리지 말고 나라를 위해 좋은 일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일일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덩치만 커다란 소년의 책상에 앉게 될 것이다.”  한편 트럼프 캠프가 펜실베이니아주의 개표 결과 인증을 막기 위해 낸 소송이 연방 2심에서도 실패했다. 캠프 측은 연방 대법원에 상고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펜실베이니아 제3연방고등법원은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승자로 선언되는 것을 막아달라는 소송에 대해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는 우리 민주주의의 생명선”이라며 캠프 측이 주장한 혐의는 심각하다면서도 “선거가 불공정하다고 주장한다고 그렇게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혐의에는 구체적인 주장과 증거가 필요하다. 여기에는 아무것도 없다”며 “캠프의 주장은 가치가 없다”고 질타했다.  재판부는 “변호사가 아니라 유권자들이 대통령을 선택한다”며 “소송 서면이 아니라 투표가 선거를 결정한다. 연금술이라도 납을 금으로 바꿀 수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캠프 법무팀의 제나 엘리스 변호사는 트위터에 “미국 연방 대법원으로!”라고 적어 상고 방침을 밝히고 법원이 대규모 사기 혐의를 계속 은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AP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 측은 6개 경합주에서 소송을 쏟아냈는데 지금까지 10여곳의 다른 법원에서도 패소했다. 50개 주는 선거인단 투표일인 12월 14일 이전에 대선 결과를 인증해야 하며 이에 대한 이의 제기는 같은 달 8일까지 해소해야 한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수십만 명 죽어도… 미국인들 왜 마스크 안 쓸까

    수십만 명 죽어도… 미국인들 왜 마스크 안 쓸까

    미국 워싱턴DC 및 인근에서 마스크 착용은 상식이다. 인적이 없는 곳에서 산책을 하다가도 타인이 다가오면 재빨리 마스크를 쓰면서 거리를 두는 경우를 쉽게 볼 수 있다. 반면 교외지역은 상황이 다르다. 지난 주말 찾은 오하이오주 에리 호수의 헌팅턴비치에서 마스크를 쓴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노동절 연휴를 맞아 막바지 일광욕을 즐기는 인파가 몰리면서 주차장은 가득 찼지만 일부 노인들을 제외하면 실내 시설에도 마스크 없이 들어가는 경우가 꽤 많았다. 오하이오주의 코로나19 확진자는 11만 2140명으로 인구 87명당 한 명꼴이다. 미국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화가 워싱턴DC 및 34개 주로 확산되고 있지만 이를 수용하지 못하는 시민들 때문에 각종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마스크의 효과에 의문을 제기하며 착용을 거부한 통학버스 운전사는 직무에서 배제됐고, 마스크 착용이 곧 범죄자를 연상시키다며 법원 내 마스크 착용을 거부하는 경우도 있었다. 지난 4월부터 대중교통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던 뉴욕시가 14일(현지시간)부터 지하철이나 버스 탑승 시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50달러(약 5만 9000원)의 벌금을 매기기로 했다고 미국 공영라디오 NPR이 보도했다. 마스크 착용 여부는 역무원이나 경찰이 검사한다. 적발 시 무료 마스크를 먼저 제공하는데 이를 거부하면 벌금이 부과된다. 규제 강화 이유는 마스크 의무화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는 지적 때문이다. 지난 7월 뉴욕 버스 노조는 일부 노선에서 탑승자의 60%만 마스크를 쓴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일부는 마스크가 바이러스를 차단한다는 의학적 사실을 믿지 못한다. 뉴저지 지역 언론들은 레이크우드에서 지난 9일 13명의 학생들을 태운 통학버스 운전사가 이틀간 마스크를 쓰지 않은 것이 적발돼 해당 업무에서 배제됐다고 보도했다. 운전사는 마스크가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막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9일 학교 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논의하기 위해 열린 버지니아비치의 교육 이사회에도 이사 중 한 명이 ‘의학적 의심’을 이유로 회의장 내 마스크 착용을 거부한 채 퇴장했다. 마스크 착용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도 문제다. abc방송은 살인혐의로 메인주 법정에서 재판을 받는 흑인 캐린 리브스가 마스크를 쓰면 배심원들에게 범죄자라는 인상을 줄 수 있다며 착용을 거부했다고 전했다. 리브스의 변호사는 ‘흑인이 마스크를 쓰면 인종적으로 (부정적인) 평가를 받는다’는 학계의 연구 결과를 제출했다. 반면 판사는 코로나19로 법원 내 마스크 착용은 의무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마스크 착용에 대한 잘못된 상식도 여전하다. 인기드라마 ‘빅뱅이론’에 출연했던 칼리 쿠오코는 최근 인스타그램에 마스크를 쓰고 줄넘기를 하는 동영상을 올렸는데 “운동할 때는 마스크가 필요 없다”거나 “마스크를 쓴 채 운동하면 건강을 위협한다”는 등의 댓글이 줄을 이었다. 이에 쿠오코는 “다른 이와 밀폐된 공간에 있다면 언제나 마스크를 써야 한다”며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원칙에 준해 답했다. 의사인 로버트 클리츠만은 최근 뉴욕타임스 기고에서 초대받은 생일파티에서 마스크 착용자가 자신뿐이어서 민망했던 경험을 토대로 “많은 사람들은 다른 이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할까를 걱정하며 집단의 암묵적 압박 때문에 마스크를 쓰지 않는다”며 마스크 착용이 새로운 규범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정부가 노력해야 한다고 전했다.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kdlrudwn@seoul.co.kr
  • 미 중시 거품 터졌나?…테슬라 21% 폭락 등 기술주 중심 나스닥 4%대 급락

    미 중시 거품 터졌나?…테슬라 21% 폭락 등 기술주 중심 나스닥 4%대 급락

    미국 뉴욕증시가 노동절 연휴 직후 곤두박질쳤다. 기술주에 대한 버블 우려가 커지며 기술주를 중심으로 무조건 팔고 보자는 투매 현상이 증시를 끌어내렸다. 8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전날보다 465.44포인트(4.11%) 급락한 10,847.69를 기록했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632.42포인트(2.25%) 하락한 27,500.89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95.12포인트(2.78%) 떨어진 3331.84에 각각 거래를 마쳤다. 특히 지난 2일 사상 최초로 1만 2000선을 돌파한 나스닥은 사흘 동안 10%가량 폭락했다. 전기차 업체 테슬라는 전날보다 무려 21.1% 수직 하락했다. 지난주 S&P 500지수 편입 좌절이 주가에 악재로 작용했다. 애플은 이날 신제품 공개 일정을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6.7% 떨어졌고, 마이크로소프트(MS·-5.4%), 아마존(-4.4%), 페이스북(-4.1%), 구글 모회사 알파벳(-3.7%) 등 나머지 대형 기술주들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주요 반도체주도 일제히 하락했다. 엔비디아가 5.6%, 마이크론이 3.2%,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가 8.7% 각각 떨어졌다. 이날 주가 하락은 미중 무역갈등 재점화 우려가 커져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날 중국과의 ‘디커플링’을 선언하고, 중국도 미국의 공세에 맞서 데이터 안보의 국제 기준을 정하기 위한 자체 구상인 ‘글로벌 데이터 안보’ 이니셔티브를 발표하면서 갈등이 다시 심화됐다. 여기에다 소프트뱅크가 대규모 기술주 콜옵션(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 매수로 주요 기술주들이 급등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주가 과열에 대한 우려감이 확산되며 투자심리 위축으로 이어졌다. 미 투자관리업체 인베스코 소속 크리스티나 후퍼 수석글로벌마켓전략가는 CNBC에 “일부에선 이번 하락이 이른바 ‘테크 버블’이 터졌던 2000년 봄과 유사한 극적인 매도세의 시작이라고 본다”라고 경고했다. 국제유가도 큰 폭으로 내렸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0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7.6% 내린 36.76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WTI는 지난 6월 이후 가장 낮은 가격이다. 코로나19 사태 재확산 속에서 글로벌 원유 수요 부진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아시아 수입국들에 석유 판매가를 낮추기로 했다는 소식이 수요 약세의 조짐으로 해석됐고, 중국의 8월 일평균 원유 수입은 1123만 배럴로 6월(1299만 배럴)과 7월(1213만 배럴)보다 눈에 띄게 줄었다. 이 때문에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은 오름세를 보였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12월 인도분 금은 온스당 0.5%(8.90달러) 상승한 1911.7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믿을 건 中 때리기·백신뿐… 트럼프 “중국 의존 끊겠다”

    믿을 건 中 때리기·백신뿐… 트럼프 “중국 의존 끊겠다”

    미국 대선이 두 달도 남지 않은 가운데 지지율 열세를 보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 ‘백신’ 이슈에 올인해 경쟁자인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를 강하게 몰아붙이고 있다. 그는 중국과의 관계를 완전히 정리하고 대선 전 코로나19 백신을 내놓겠다고 거듭 강조하며 바이든 후보를 ‘멍청이’, ‘중국의 노리개’라고 하는 등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7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가진 노동절 기자회견에서 “미국을 전 세계 제조업 초강대국으로 만들겠다”며 “중국에 대한 의존을 끊겠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처럼 우리(미국)를 뜯어먹은 나라는 역사상 없었다”면서 “중국은 우리가 준 돈을 군사력 강화에 쓴다. ‘디커플’(탈동조화)은 꽤 흥미로운 단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들은 우리 돈으로 (우리를 공격할 수도 있는) 항공기와 선박, 로켓, 미사일을 만든다. 조 바이든은 중국의 노리개”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보건 전문가들의 우려에도 대선 전 감염병 백신을 내놓겠다는 의지를 재차 피력했다. 그는 “매우 특별한 날짜 전에 백신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며 “(버락) 오바마 행정부였다면 3년은 걸렸을 것이다. 어쩌면 아예 만들지 못했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곧 백신을 맞을 수 있다. 내가 어떤 날짜를 말하는지 다들 잘 알 것”이라고 덧붙였다. 날짜를 적시하지는 않았지만 대선일인 11월 3일을 말하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앞서 그는 지난 4일 백악관 기자회견에서도 ‘대선 때까지 바이러스 백신 개발이 가능하겠느냐’는 질문에 “그럴 수 있다”고 답해 논란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후보를 ‘멍청이’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후보를 ‘무능한 사람’으로 싸잡아 비난한 뒤 “바이든은 우리나라가 바이러스에 굴복하고 우리 일자리를 중국에 내주기를 원한다”고 역설했다. 심지어 그를 ‘중국의 (체스) 졸때기’로 폄하했다. 바이든 후보도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프레임’에서 빠져나오려는 듯 “대통령이 되면 티베트 문제에 대해 중국의 책임을 묻겠다”고 선언했다. 둘 중 누가 당선돼도 중국과의 관계가 쉽지 않을 것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8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바이든 후보는 최근 발표한 성명에서 “차기 미 대통령이 되면 티베트 인권 유린 문제와 연관된 중국 관리를 제재하겠다”고 말했다.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를 만나고 중국이 티베트 대표들과 회담하라고 동맹국들과 함께 압박을 가하겠다고 약속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신가영의 장호원 이야기] 함께 깃들여 살아가는 곳

    [신가영의 장호원 이야기] 함께 깃들여 살아가는 곳

    여름 철새 후투티가 마당 안으로 날아들었다. 작년에 처음 보고 또 오리라 생각하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한 마리가 아닌 두 마리다. 근처에 둥지가 있는 모양이다. 화려한 모습을 보면 사람을 피해 숨을 듯한데 의외로 사람에 대한 경계가 심하지 않은 새다. 반가운 손님인 양 나가서 사진을 찍는데 이리저리 움직이는 모습을 보더니 후르르 날아가 버린다. 후투티는 일부러 둥지를 만들지 않고 만들어져 있는 나무 구멍이나 지붕 처마 등에 알을 낳는다는데 숲이 가까이 있고 딱따구리가 자주 보이는 동네니 둥지 틀 자리는 많을 듯하다. 오디새라고도 하는데 집에 뽕나무가 있어서 찾아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점차 벌, 나비도 많이 날아들고 파리, 모기뿐 아니라 온갖 벌레들도 왕성해지는 계절이다. 꾀꼬리는 벌써부터 깃들여 노래를 하고 있고 뻐꾸기와 검은등뻐꾸기도 등장해 계절을 알리고 있다.문득 나는 주인일까 손님일까. 손님이란 다른 곳에서 주인을 찾아온 사람을 말한다. 승객이나 고객처럼 잠시 이용하고 떠나는 사람을 지칭하기도 한다. 손님이 떠나도 주인은 뒷설거지하고 내일을 준비하는 사람이다. 아무리 사람이 주인이라 해도 그들이 보기에 손님처럼 보일 것이고, 손님처럼 찾아들었어도 이곳을 터전 삼아 살아가니 그들은 또 다른 주인인 셈이다. 잠시 머물다 간다 하여 손님이라 할 수 없다. 마당에 깃들이는 생명들, 찾으면 찾을수록 그 수가 적지 않음에 새삼 놀라곤 한다. 몇 해를 넘기고도 잡초를 매다 보면 이름 모를 풀이 새로이 보이고, 언제 봤던가 싶은 새들과 아리송한 벌, 나비들과 애벌레들이 등장한다. 사람이 살든 살지 않든 이곳에서 살아가며 이곳을 이루는 그들이다. 언젠가 나도 떠나겠지만 사는 동안 그들처럼 자연스럽게 깃들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될 수 있게 주변을 살피며 드나드는 그들이 손님이 아닌 주인으로 함께하기를 바란다. 오월은 챙겨야 할 날이 많은 달이다. 노동절을 시작해서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날, 성년의날 등등 그리고 5·18민주화운동기념일. 살펴보면 모두 사람을 위하는 날이다. 오월이 그러한 것은 만물이 소생하는 시기에 서로 살피는 마음 잃지 말고 인간다움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자는 의미 아닐까. 우리는 모두 손님이면서 주인이기에.
  • “잊지말자” 최루탄 아이스크림 등장…불씨 되살아난 홍콩시위

    “잊지말자” 최루탄 아이스크림 등장…불씨 되살아난 홍콩시위

    코로나19 확산세가 한풀 꺾이면서 반정부 시위가 재개된 홍콩에 최루탄 맛이 나는 아이스크림이 등장했다. 15일(현지시간) AP통신은 홍콩의 한 아이스크림 가게가 반정부 시위를 독려하기 위해 ‘최루탄 아이스크림’을 내놓았다고 보도했다. 한 컵에 6000원 정도 하는 아이스크림은 특유의 톡 쏘는 향이 최루가스와 비슷하다. 지난해 시위에 참여했던 한 여성은 아이스크림을 맛본 뒤 “진짜 최루가스 맛이다. 한입 먹자마자 숨쉬기가 힘들다. 정말 자극적이고 짜증스러운 맛이라 바로 물을 마시고 싶어진다”라고 전했다. “우리가 얼마나 힘들게 시위를 했는지 일깨우는 플래시백 같다”라고도 말했다.신변의 위협을 경계해 방독면을 쓰고 익명을 전제로 인터뷰에 응한 가게 주인은 코로나19 사태로 수그러든 반정부 시위의 불씨를 되살리고 싶었다고 밝혔다. 주인은 “열의를 잃지 않고 저항하도록 하는 아이스크림을 개발하고 싶었다. 지난 시위에서 보여준 열정을 상기시키고 싶었다”라고 설명했다. 최루탄과 비슷한 맛을 내기 위해 가게 주인은 후추와 겨자, 고추냉이 등 다양한 재료를 사용했다. 그중 볶은 후추를 갈아 이탈리아에서 즐겨 먹는 젤라토 스타일의 아이스크림이 최루탄 맛과 가장 비슷했다고 한다. 최루탄 아이스크림은 하루 20~30개 사이로 판매되고 있다.격렬했던 홍콩 내 반정부 시위는 코로나19 사태와 함께 잠잠해졌다. 그러나 이달 들어 공공장소 모임 인원 제한이 4명에서 8명으로 완화되는 등 규제가 잇따라 해제되면서 반정부 시위가 재개됐다. 노동절이었던 지난 1일 집회를 시작으로 불씨가 되살아난 반정부 시위는 지난 주말 ‘플래시몹’ 형태로 번졌다. 10일 침사추이와 몽콕 등 홍콩 시내 10여 곳의 쇼핑몰에는 각각 수십 명에서 수백 명에 이르는 시위대가 모여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5대 요구 중 어느 하나도 빼놓을 수 없다’는 구호와 함께 시위 주제가인 ‘홍콩에 영광을’을 부르며 경찰과 대치를 벌였다.들불처럼 번지는 시위에 경찰은 강경 진압으로 맞대응했다. 하버시티 쇼핑몰 내에서 학생기자 신분으로 현장을 취재하던 13살 남학생과 16살 여학생을 검거하고, 일부 시민에게는 벌금 딱지를 발부했다. 현장에 있던 10여 명의 기자를 무릎 꿇린 뒤 최루 스프레이를 마구 뿌려댔으며, 반중국 성향 신문인 ‘빈과일보’ 여기자의 목을 조르기도 했다. 피해 기자는 쇼크 상태에 빠져 앰뷸런스에 실려 병원으로 이송됐다. 15일 신도시 정관오 쇼핑몰과 16일 샤틴 지역 뉴타운 플라자에 모인 수백여 명의 시위대도 경찰과 충돌했다. 블룸버그통신은 15일 최루탄과 고무탄으로 무장한 경찰은 시위에 참여한 8명을 불법 집회, 경찰관 폭행, 공무집행 방해 등의 혐의로 체포했다고 보도했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코로나19 가라앉자…홍콩 ‘플래시몹’ 민주화 시위 재개

    코로나19 가라앉자…홍콩 ‘플래시몹’ 민주화 시위 재개

    코로나19가 잠잠해진 홍콩에서 반정부 시위가 재개됐다. 로이터와 AFP통신 등은 10일(현지시간) 홍콩 몽콕 등지에서 ‘플래시몹’ 형태의 민주화 시위가 벌어졌다고 전했다. 홍콩 정부는 이달 들어 잇따라 코로나19 제한조치를 해제했다. 4일부터 테니스코트 등 체육 공간을 개방했고, 운전면허 시험과 수업 등 서비스도 재개했다. 8일부터는 공공장소 모임 허용 인원 제한을 4명에서 8명으로 완화했다. 헬스장, 미용실, 마사지업소, 술집 등도 일부 제약을 둔 채 영업을 허용했다.그러자 민주화 시위도 재개 움직임을 보였다. 코로나19 제한조치 완화 후 첫 주말 홍콩 시내 곳곳에서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했다. 10일에는 침사추이 지역 하버시티 쇼핑몰, 몽콕 지역 모코홀 등 최소 10곳의 대형 쇼핑몰에서 플래시몹 시위가 이어졌다. 마스크를 쓴 시위대는 쇼핑몰 각 층에서 대열을 형성하고 캐리 람 행정수반의 하야를 요구했다. '5대 요구 중 어느것도 빼놓을 수 없다'는 구호를 외치고, 시위 주제가인 '홍콩에 영광을'을 불렀다.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는 문구가 적힌 플랜카드를 든 시민도 보였다.AFP통신은 최루탄과 고무탄으로 무장한 홍콩 경찰이 후추 스프레이를 뿌리며 야유를 퍼붓는 시위대와 쇼핑객을 해산시켰다고 전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최소 3명을 체포했으며, 8명 이상 모임 금지 조치를 위반한 혐의로 몇몇 시위대에게 즉석에서 2천 홍콩달러(약 31만원)의 벌금 딱지를 발부하기도 했다. 홍콩에서는 노동절이었던 지난 1일에도 산발적인 시위가 벌어졌다. 민주 진영에 속하는 노동단체 홍콩직공회연맹(CTU)은 경찰 불허에도 1일 노동절 집회를 강행했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과 이에 따른 경기 불황으로 참여 열기는 예전만 못했다. 메신저 ‘텔레그램’에서는 몽콕과 코즈웨이베이, 사이잉푼, 타이포, 쿤통 등 5개 지역에서 플래시몹 형태의 시위를 벌이자는 제안도 있었지만 실현되지는 않았다.그러나 제한 조치가 완화된 만큼 시위대는 지난해만큼은 아니어도 더 많은 시민이 시위에 동참하도록 독려할 계획이다. 자신을 ‘B’라고 칭한 한 대학생은 AFP와의 인터뷰에서 “이것은 준비운동일 뿐이다. 시위는 다시 시작돼야 한다”라고 밝혔다. 홍콩 재야단체인 민간인권전선도 다음 달 4일과 10일 7월 1일에 대규모 시위를 계획하고 있다. 한편 오는 27일 학교 재개학을 앞둔 홍콩 당국은 코로나19 최대 잠복기인 14일이 두 번 지나는 28일 내내 새로운 지역사회 감염이 없으면 코로나19 전염 중단을 선언할 계획이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코로나 덮친 뉴욕 “420만원 월세는 탐욕”

    코로나 덮친 뉴욕 “420만원 월세는 탐욕”

    경제 악화에 세입자 40% 미납 전망 납부 유예 끝나면 퇴거 줄소송 예상 월세 거부 시위, 다른 대도시로 확산 “집세 면제 임대인 저금리 대출 필요”코로나19의 최대 피해 지역인 미국 뉴욕에서 평균 420만원에 달하는 월세를 내지 않도록 해 달라는 목소리가 터져 나온 데 이어 타 지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최근 6주간 약 3000만명이 실직을 당해 구직급여를 청구한 상황에서 이들에게 고가의 월세를 받는 것은 탐욕이라는 주장이다. 2011년 빈부격차 심화와 금융기관의 부도덕성에 반발하며 일어났던 반월가 시위의 전철을 밟을지 관심이 쏠린다. 지난 1일 미국 뉴욕시 타임스스퀘어에 등장한 노동절 시위대가 외친 건 ‘캔슬 렌트’(cancel rent)였다. 보스턴, 로스앤젤레스(LA), 시카고 등 여러 대도시에서도 월세 거부를 주장하는 가두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시민들은 “일자리가 없으면 월세도 없다”, “펜데믹 월세는 탐욕” 등의 구호를 쓴 천이나 종이를 차량에 부착했다. 유색인종들이 상대적으로 더 큰 어려움에 처하자 이들을 대표하는 의원들도 나섰다. 아시아계로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였던 앤드루 양은 “월세난은 이제 시작됐다. 정부가 월세를 대신 부담해야 한다”고 트위터에 썼다. 남미계인 알렉산드리아 아카시오 코르테즈 하원의원도 페이스북에 “불가능한 게 아니다. 세입자를 도울 정치인이 부족한 것”이라고 했고, 소말리아계 첫 하원의원인 일한 오마르도 “우리는 탐욕에 중독돼 있다. 풀뿌리 봉기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아파트 중개 사이트인 렌트정글에 따르면 뉴욕시의 올해 4월 아파트 평균 월세는 3450달러(약 422만원)로 지난해 같은 달(3519달러·약 430만원)보다 2.0% 떨어졌지만, 2017년 4월(3074달러)과 비교하면 3년 만에 12.2%가 올랐다. 샌프란시스코의 지난달 평균 아파트 월세는 3767달러(약 460만원)였고, LA도 2665달러(약 326만원)에 달했다.뉴욕의 경우 세입자의 40%가 월세를 내지 못할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뉴욕의 세입자 수는 540만여명으로 전세 시민의 3분의2다. 뉴욕은 오는 6월 20일까지 90일간, 캘리포니아주는 60일간 월세 미납을 이유로 세입자를 강제 퇴거하지 못하게 했다. 코로나19 확진환자에게도 역시 강제 퇴거를 요구할 수 없다. 하지만 이는 월세 납부를 유예해 주는 조치다. 즉 이 기간이 지나면 세입자는 밀린 월세를 납부하기 위해 더 큰 빚을 내야 한다. 뉴욕 평균 가격의 아파트 월세를 6개월간 밀린다면 2500만원이나 된다. 집주인들의 강제 퇴거 소송이 줄을 이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미 행정부가 마련한 슈퍼경기부양책 역시 부동산업체를 지원하는 데 집중됐고, 세입자 지원은 거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 지역은 코로나19로 집주인이 월세를 못 내는 세입자를 상대로 성희롱을 한다는 신고가 늘고 있다며 주의를 당부하고 나섰다. 이번 월세거부운동이 반월가 시위와 마찬가지로 가진 자의 탐욕을 공론화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집주인 공격에만 열을 올리는 것은 해결책이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임대료가 밥줄인 영세 임대인도 있고, 월세 거부에는 우호적이지 않아도 자신의 세입자를 선의로 도우려는 임대인도 꽤 있다는 것이다. 시카고선타임스는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임차인의 월세를 일정 기간 면제해 주는 임대인에게 저리로 대출을 해주는 식의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보도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화색이 돌기 시작하는 중국 자동차 시장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화색이 돌기 시작하는 중국 자동차 시장

    중국 자동차 시장에 화색이 돌기 시작했다. 후베이(胡北)성 우한(武漢)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파로 크게 위축됐던 중국에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노동절 연휴 여행객 수가 지난해 수준에 근접할 정도로 활기를 되찾음에 따라 중국 자동차 시장이 코로나19 충격을 딛고 본격 회복세에 접어든 것 아니냐는 희망 섞인 분석이 나온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 4월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중국 내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GM과 중국 최대 자동차 업체 상하이자동차(上海汽車)의 합작사 상하이GM은 4월 중국에서 전년보다 13.6%가 증가한 11만 1155대를 내다팔았다. GM과 상하이자동차, 우링자동차(五菱汽車)가 합작한 상하이GM우링(SGMW)의 지난달 판매량도 지난달보다 13.5% 증가한 12만 7000대에 이른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올 1분기 판매량이 43.3% 줄어들었던 점과 비교하면 확연히 개선된 실적이다. GM은 해외 완성차 업체 가운데 독일 폭스바겐에 이어 중국에서 두 번째로 판매량이 많다. GM 실적을 고려했을 때 폭스바겐의 지난달 판매량도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 닛산자동차도 지난달 중국 시장 판매가 전년 수준을 회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닛산의 4월 판매량은 지난해 4월과 비슷한 수준(12만 1000대)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월까지만 해도 중국 현지 공장 생산이 차질을 빚으면서 닛산의 중국 내 판매량은 전년보다 80.3%, 3월엔 44.9% 각각 급감했다. 중국 자동차 시장은 2000년 이후 연간 20%가 넘는 폭발적인 성장률을 지속하며 탄탄대로를 달렸다. 이에 힘입어 2009년에는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의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그러나 2018년 미중 무역전쟁이 본격화하면서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바람에 뚜렷한 침체 현상을 보였다. 이 바람에 중국 자동차 시장은 2018년과 2019년 두 해 연속 역성장을 기록하는 등 큰 폭으로 뒷걸음질쳤다. 올들어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중국 시장의 자동차 판매량은 곤두박질쳤다. 중국자동차제조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자동차 생산량 및 판매량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45.2%, 42.4% 줄어든 347만 4000대와 367만 2000대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 2월 중국 자동차 판매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78.5%나 급감한 25만 2000대에 그쳤다.이처럼 추락하던 중국 자동차 시장은 4월 들어 서서히 회복세를 보였다. 중국승용차연석회의(CPCA)에 따르면 4월 2주차 중국 주간 자동차 하루 평균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나 증가한 3만 3438대를 기록했다. 올해 1월 3·4주차 하루 평균 판매량(3만 8611대)이 전년보다 49% 감소한 이후 주간 기준으로 3개월 만에 반등에 성공한 것이다. 중신건투(中信建投) 증권은 “4월 자동차 판매 추이는 평년 수준에 근접할 예정이고 5월부터 마이너스 성장세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낙관론을 폈다. 노동절 연휴 기간(5월 1~5일) 여행객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중국 문화관광부에 따르면 연휴 첫날인 지난 1일 2319만 명이었던 중국 내 관광객 수는 3일 3094만명으로 큰 폭으로 늘었다. 이들이 창출한 관광 수입은 124억 4000만 위안(약 2조 1500억원)에 이른다. 이날 전국 고속도로 차량 통행량은 4591만여 대, 철도 이용객은 470만 명으로 파악됐다. 이에 따라 1일부터 3일까지 8500만명이 국내 여행을 했으며 관광 수입은 350억 6000만위안으로 집계됐다. 관광수입은 지난 달 청명절 연휴(4월 4~6일) 때 82억 6000만위안보다 4배 이상, 관광객은 2배 이상 증가한 규모다. 중국 여행업계에선 이번 노동절 연휴 기간 관광객 수는 1억 50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지난해 노동절 연휴 4일간 관광객은 1억 9500만 명, 관광 수입은 1176억위안을 기록한 점을 고려하면 중국 경제의 회복세를 뚜렷한 셈이다. 향후 전망은 더욱 밝다. 중국 정부가 국민들에게 빚을 내 자동차를 사라는 메시지까지 보낼 정도로 두팔 걷고 나섰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국내총생산(GDP)의 10%를 차지하는 자동차 산업을 살리기 위해 당초 올해까지만 유지하기로 했던 신에너지 자동차 구매 보조금 제도를 2022년까지 2년 더 연장하는 지원 대책을 발표했다. 중국 재정부와 공업정보화부 등은 지난달 23일 올해로 종료할 계획이었던 신에너지 자동차에 대한 취득세 면세 조치와 대당 1만 위안(약 172만원) 이상의 전기차 보조금 지급을 2022년까지 연장하는 방안을 내놓은 것이다. 이번에 발표된 방안에 따르면 2020~2022년 3년 동안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을 지급하되, 보조금 지급 규모는 해마다 단계적으로 전년도 대비 10%, 20%, 30% 삭감하기로 했다. 보조금 지급 대상은 판매가 30만 위안 이하 차량으로 제한했다. 이 기준이 발표된 후 미국 테슬라가 모델3의 판매가를 두 번에 걸쳐 인하했다. 보조금 지급 기준을 맞추기 위해 29만 1800만 위안으로 조정한데 이어 다시 27만 155위안으로 내렸다. 중국 정부의 보조금 지급 연장과 테슬라의 가격 할인 등 이슈로 뜨거워진 전기차 시장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커졌고 높아진 관심은 실제 구매로 이어지고 있다.중국 베이징 등 대도시에서 신규 번호판 발급 제한을 대폭 완화하고 폐차 지원금 부여 등과 같은 정부의 소비부양책도 시작했다. 베이징 등 대도시에서는 대기오염을 줄이기 위해 자동차를 구매하더라도 자동차 번호판을 별도로 추첨을 통해서 받을 수 있다. 자동차 번호판 추첨에 당첨되기까지 길게는 1년 이상 걸려 자동차 번호판 임대 서비스가 성행할 정도다. 베이징시는 전기차나 하이브리드차(PHV)에 한해 10만 개의 자동차 번호판 추가 발행 검토에 들어갔다. 이 같은 수치는 200억 위안 규모의 신차 판매가 가능할 전망이다. 광저우시도 매달 1만 개 이상의 번호판을 추가로 발행할 예정이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 등 정부 부처들은 금융 대출을 통한 자동차 소비 진작 계획을 발표했다. 중국 정부는 금융 기관의 자동차 구매 자금 대출을 적극적으로 격려한다면서 적용 이자를 낮추고 대출 기간은 늘리는 등의 방식으로 개인 소비자들 지원 노력을 강화하라고 금융기관에 지시한 것이다. 특히 중국 정부는 자동차 배기가스 기준 상향 계획도 연기하기로 했다. 중국 정부는 대기 오염 방지를 위해 올해 7월부터 가장 높은 배기가스 기준인 ‘국육’(國六)을 적용하기로 했지만 적용 시점을 내년 1월로 6개월 연기했다. 중국 지방정부도 거들고 나섰다. 지방정부는 자동차 산업 부양책을 통해 이달 초부터 본격 시행하면서 중국 소비자들이 속속 자동차 구매 행렬에 동참하도록 부추기고 있다. 광둥(廣東)성 광저우(廣州)시 등 9개 도시에서는 신차 구입 보조금 지급도 시작됐다. 자동차 공장이 집중된 광저우시는 4억 5000만 위안의 예산을 배정해 새 배기가스 규제에 부합하는 차량에 3000위안 가량의 구입 보조금을 지급한다. 국영 자동차업체인 중국제일자동차그룹(FAW)의 공장이 있는 지린(吉林)성 창춘(長春)시도 신차 구입에 4000위안의 보조금을 제공한다. 베이징과 상하이, 광저우·저장(浙江)성 항저우(杭州)를 중심으로 번호판 규제도 점차 완화하고 있다. 이 밖에 중국 정부는 우리나라의 부가가치세에 해당하는 증치세(增置稅) 인하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플랫폼·프리랜서 노조 보장법 만들 것”

    “플랫폼·프리랜서 노조 보장법 만들 것”

    “민주당의 스펙트럼이 다양한데 최고위원 중에 제가 노동 관련 목소리를 내 당의 신뢰도가 생겼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의원이 돼서도 꾸준히 취약계층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말하겠습니다.”●10년 넘게 민주당·노동계 가교 역할 비례대표로 21대 국회에 입성하게 된 더불어시민당 이수진(51) 당선자는 5일 서울신문 인터뷰에서 이렇게 포부를 밝혔다. 이 당선자는 2011년 연세의료노동조합 위원장을 맡으며 노동계에 이름을 알렸다. 2016년 12월부터 2018년 8월까지는 더불어민주당 전국노동위원장을 역임했고 이해찬 대표 체제에서 최고위원을 맡았다. 이 당선자는 민주당과 노동계를 연결하는 일을 10년 넘게 이어 왔다고 자부한다. 이 당선자는 21대 국회에서 처리하고 싶은 법안에 대한 아이디어가 머릿속에 이미 가득하다. 그는 “51플랜을 진전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51플랜은 ‘5월 1일 노동절, 플랫폼 노동, 프리랜서’에서 한 글자씩 따온 것이다. 이 당선자는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는 5인 미만 사업장에 법을 확대적용하고, 플랫폼 노동자와 프리랜서 노동자 등에게도 노조할 권리를 보장하는 법안을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의료계 女노동자 사회적 안전망 마련” 이 당선자는 1년 6개월이 넘게 이어 온 최고위원 경력이 의정 활동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예 다른 일을 하다 국회에 들어온 초선 의원들과 달리 저는 당 활동을 10년 이상 이어 왔기에 국회 적응이 조금은 덜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의료계의 노동자로 일했던 만큼 이 당선자가 몸담고 싶은 상임위원회는 보건복지위원회와 환경노동위원회 두 곳이다. 그가 가장 신경쓰는 부분은 ‘여성노동자’의 사회안전망이다. 이 당선자는 “의료계의 경우 여성노동자가 85%에 달하는데 모성보호 등 사회안전망이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다”며 “보건의료 인력과 관련한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민노총·한노총 관계 새로 수립해야” 이 당선자는 민주노총과 한국노총과의 관계도 새로 수립해야 한다고 했다. 이 당선자는 “민주노총도 코로나19 이후 경제위기 관련 노사정 협의가 필요하다고 제안한 만큼 당은 당대로 역할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전에는 야당의 반대라는 핑계가 가능했지만 이제는 이런 변명의 여지도 없다”고 덧붙였다. 다음 초선 버킷 챌린지 후보로는 정의당 배진교 당선자를 추천했다. 이 당선자는 “노동자와 사회적 약자들을 위했고 앞으로 활동이 기대된다”고 추천 이유를 밝혔다. 또 시민당 윤미향 당선자, 민주당 최기상 당선자도 주목하는 초선 동료로 뽑았다. 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 나들이 부추기는 이른 더위, 코로나 종식 걸림돌 되나

    나들이 부추기는 이른 더위, 코로나 종식 걸림돌 되나

    美, 나들이 인파 몰려 해변 다시 폐쇄 中, 주말 하루 관광객 3000만명 넘어 전문가 “방심 땐 가을 대규모 전염 폭발”기온이 오르면 코로나19가 사라지거나 전염력이 떨어진다는 주장을 둘러싼 학계 논란은 끝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른 더위로 북반구 곳곳에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느슨해진 것은 확실해 보인다. 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이동제한령 해제와 가파른 기온상승이 겹치면서 각국이 ‘나들이 인구 단속’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 주말 미국 뉴욕·뉴저지의 기온이 섭씨 20도를 넘자 야외 나들이 인파가 쏟아졌다. 뉴욕 센트럴파크는 소풍객으로 북적였고, 뉴저지 리버티 주립공원도 붐볐다.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산책로,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 야외 공원이나 플로리다주 해변도 마찬가지였다. 캘리포니아주는 마스크도 쓰지 않은 인파가 쏠리자 오렌지카운티 해변을 다시 폐쇄했고, 앤드루 쿠오모 뉴욕 주지사는 “외부에 나가도 사회적으로 책임감 있게 행동해 달라”며 마스크 착용을 수차례 강조했다. 중국 역시 5일까지 이어지는 노동절 연휴를 즐기려는 인파가 주요 관광지에 몰렸다. 문화여유부 집계에 따르면 지난 2일에는 전국 관광객 수가 3085만 7000여명에 달했다. 이동제한령을 단계적으로 풀고 있는 유럽 역시 고민에 빠졌다. 스웨덴 남부도시 룬드는 지난달 말 ‘발푸르기스의 밤’ 축제 인파를 막겠다며 중앙공원 잔디밭에 닭똥 1t을 뿌리는 엽기적인 방법을 택하기도 했다. 그 결과 축제는 조용히 지나갔고 현지언론은 시의 전략이 “쓰레기 같았지만 훌륭했다”고 보도했다. 보건당국과 전문가들은 아직 긴장을 풀기엔 이르다며 주의를 촉구했다. 스콧 고틀립 미 식품의약국 전 국장은 CBS에 출연해 “올여름 하루 2만~3만명의 확진자가 꾸준히 유입돼 하루 1000명씩 사망하는 등 코로나19는 지속적으로 확산할 수 있다”면서 “방심한 채 가을을 맞아 학교와 직장에 복귀하면 느리게 부글부글 끓는 소리가 다시 새롭게 대규모 전염으로 폭발하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태영호 “국민께 사과…말 한마디 영향 절실히 실감했다”

    태영호 “국민께 사과…말 한마디 영향 절실히 실감했다”

    “이번 일 계기로 더 신중하게 의정활동”태영호 미래통합당 당선인이 4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신변이상설로 논란을 일으킨 데 대해 공개 사과했다. 태 당선인은 이날 페이스북에 “김정은 등장 이후 지난 이틀 동안 많은 질책을 받으면서 제 말 한마디가 미치는 영향을 절실히 실감했다”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민 여러분께 사과 말씀 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국민 여러분께서 저 태영호를 국회의원으로 선택해주신 이유 중 하나가 북한 문제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전망에 대한 기대라는 것을 알고 있다”며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이 컸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는 “국민 여러분의 질책과 무거운 책임감을 뼈저리게 느낀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더욱 신중하고 겸손한 의정활동을 펼쳐 나가겠다는 약속을 드린다”고 말했다. 앞서 태 당선인은 지난달 28일 미국 CNN과 인터뷰에서 “수술 여부는 확신할 수 없으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김 위원장이 스스로 일어서거나 제대로 걷지 못하는 상태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노동절인 지난 1일 평안남도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모습을 다음 날 관영매체를 통해 공개함으로써 잠행 기간 제기된 수술 후 중태설, 사망설 등을 잠재웠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사설] ‘김정은 사망설’ 허위정보 양산한 태영호·지성호 당선자

    건강이상설·사망설이 난무하던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건재를 과시하며 나타났다. 지난 2일 조선중앙방송은 1일 노동절에 평안남도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김 위원장의 비교적 건강한 모습을 보도했다. 지난달 21일 미국 CNN 방송에서 시작된 ‘김정은 건강이상설’을 불식시켰다. 북한 최고지도자 사망설이 오보로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87년에도 ‘김일성 피살설’이 있었다. 당시와 다른 점은 해당 오보는 3일 만에 끝났지만 이번에는 상당히 오랫동안 왜곡된 정보가 전염병처럼 퍼지는 전형적인 ‘인포데믹’의 양상을 보였다는 것이다. 특히 ‘대북 소식통’을 자처하는 탈북민의 주장이 북한 관련 정보에 어두운 외신들에 의해 ‘신빙성 있는 사실’로 둔갑했다가 다시 보수매체가 재인용하는 확대재생산의 악순환이 이번에도 재현됐다. 허위조작정보의 중심에는 탈북민 출신인 미래통합당 태영호, 미래한국당 지성호 제21대 국회 당선자가 있어 사태를 더 악화시켰다. 태 당선자는 지난달 28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분명한 것은 김 위원장이 스스로 일어서거나 제대로 걷지 못하는 상태라는 것”이라고 밝혔고 지 당선자는 한술 더 떠 “김 위원장 사망을 99% 확신한다”고 발언했다. 김정은 사망설이 불식된 뒤에도 ‘건강에 아무 이상이 없던 것일까’(태 당선자)·‘속단 말고 좀더 지켜보자’(지 당선자)는 식의 반응으로 일관했다. 두 당선자는 잘못된 정보로 혼란과 혼선을 가중시킨 상황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김 위원장이 복귀한 직후 북한군이 어제 강원도 비무장지대(DMZ) 한국군 감시초소(GP)에 총격을 가하는 사건이 벌어져다. 이는 남북이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한 9·19 남북군사합의를 위반한 것이 틀림없는 만큼 정부는 북한에 대한 엄중한 항의와 함께 재발 방지에 대한 분명한 약속을 받아 내야 한다.
  • [이경우의 언파만파] 노동과 근로 사이

    [이경우의 언파만파] 노동과 근로 사이

    이름은 은유다. 모든 이름이 다 은유다. ‘내 마음은 호수요’는 ‘내 마음’에 새로운 이름 ‘호수’를 붙인 은유다. 은유의 결과로 상대는 ‘내 마음’을 알고 이해를 넓혀 간다. 그러고 보면 이름을 붙이는 행위는 각각의 대상을 구별해 이해시키는 일이기도 하다. 그래서 끊임없이 이름들이 붙어 간다. 어떤 이는 자기 ‘마음’에 ‘갈대’라는 이름을, 어떤 이는 ‘바람’이라는 이름을 붙이기도 한다. 이처럼 저마다의 이름은 단순히 부르기 위한 용도가 아니다. 더 중요한 목적은 상대와 사물을 구별하고 이해하는 데 있다. 그러니 모두의 이름이 은유다. 그 이름들에는 뜻이 있고, 소리와 울림들이 각기 다르게 있다. 이것들은 은유의 도구가 된다. 이름은 사람이나 사물, 그 주변에만 해당하지 않는다. 사건이나 사실, 현상에도 이름이 붙는다. 이때는 이것의 내용과 관련 있는 표지가 이름으로 선택된다. 사실을 적절하게 반영하고 설명할 수 있는 이름이어야 한다는 약속들이 있다. 공자의 ‘정명’, 즉 이름을 바르게 하는 것은 이런 약속을 다짐하듯 정리한 것이라 할 만하다. 그는 정치를 할 때도 ‘정명’을 가장 먼저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래야 사회의 질서가 유지되고 사람들이 구실을 제대로 하게 된다는 것이다. 5월 1일은 ‘근로자의 날’이었다. 국제적인 용어는 ‘노동절’이다. 전 세계 노동자들이 서로 연대하며 단결하고 권익을 높이기 위해 만들어진 날이다. 그래서 우리도 한때는 ‘노동절’이라는 이름으로 노동의 의미와 가치를 새기며 이날을 기념했다. 그러다 1963년 ‘근로자의 날’로 바뀌어 지금까지 이어 오고 있다. ‘근로’가 가진 사전적 의미는 “부지런히 일함”이다. ‘부지런히’라는 가치가 들어 있다. 가치중립적이지 않고 사용자 중심의 용어라는 비판을 받는다. 거기에다 ‘근로자’는 자영업자, 주부, 농민 등 모든 노동자를 담지 않는다. 우린 ‘일하러 간다’고 하지 ‘근로하러 간다’고 말하지 않는다. ‘노동’은 “사람이 생활에 필요한 물자를 얻기 위하여 육체적 노력이나 정신적 노력을 들이는 행위”를 뜻한다. ‘노동’에는 일하고 노동하는 가치까지 담고 있다. 그렇지만 ‘근로’에는 밝고 긍정적인 이미지가 씌어져 있고, ‘노동’에는 무겁고 어두우며 부정적인 이미지가 덧씌워져 있다. 노동자들의 연대를 달가워하지 않고 노동의 가치를 외면하려는 시선들이 낳은 결과다. 현상과 현실을 올바르게 반영한 언어가 공감을 얻는다. 이런 은유라야 소통할 수 있다. wlee@seoul.co.kr
  • ‘인포데믹’ 비웃듯… 웃으며 걸어나온 김정은

    ‘인포데믹’ 비웃듯… 웃으며 걸어나온 김정은

    北, 다음날 남측GP 총격… 우발에 무게 靑 “金, 수술 물론 시술도 받지 않은 듯”신변이상설에 휩싸였던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잠행’ 20일 만에 공개 활동을 재개하며 건재를 과시했다. 태영호·지성호 등 탈북자 출신 총선 당선자를 비롯한 미래통합당과 극우 유튜버, 일부 매체의 아니면 말고 식의 무책임한 주장과 보도에서 비롯된 ‘인포데믹’(거짓정보 유행병)도 사그라지게 됐다. 다만 북한은 3일 강원도 비무장지대(DMZ) 한국군 감시초소(GP)에 총격을 가해 남쪽을 긴장시켰다. 우리 군은 의도적 도발보다는 우발적 총격에 무게를 두고 있다. 조선중앙방송 등 북한 관영매체는 지난 2일 김 위원장이 노동절(5·1절)이었던 전날 평안남도 순천린(인)비료공장 준공식에 참석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공개 행보에 나선 것은 지난달 11일 평양의 노동당 중앙위 본부청사에서 당 정치국 회의를 주재한 이후 처음이다. 순천린비료공장은 북한이 농업생산을 늘려 식량난을 해소하고자 2017년 7월 착공했으며, 김 위원장이 지난 1월 올해 첫 현지지도를 했던 상징적 장소다. 노동절을 맞아 민생을 챙기고, 제재에 따른 경제난을 자력 돌파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참석자들을 향해 여유롭게 손을 흔들었고, 부축이나 지팡이 등 도움 없이 혼자 걷고, 담배를 피우는 모습도 공개했다. 김 위원장의 복귀 이후에도 일각에서 걸음걸이 등을 이유로 수술 가능성을 제기하는 데 대해 청와대는 “김 위원장이 수술은 물론 가벼운 시술도 받지 않은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15일 김일성 주석의 생일에 김 위원장이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하지 않은 이유가 말끔하게 해소되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건강 이상은 아니라고 선을 그은 셈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트위터에 김 위원장의 준공식 참석 사진 3장을 올린 다른 이의 트윗을 리트윗하고 “그가 돌아온 것, 그리고 건강한 것을 보게 돼서 기쁘다”고 밝혔다. 한편 북한군 총격과 관련, 합동참모본부는 “오전 7시 41분쯤 중부전선 GP에 대해 북측 총탄 수발(4발)이 피탄되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군은 안개가 짙었던 기상 상황, 당시 북한 GP 인근 영농 지역에서의 일상적인 영농 활동, 도발에 불리한 지형, 유효 사거리 밖에서 발사된 것으로 보이는 탄흔 등을 근거로 도발 가능성을 낮게 봤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 “김정은 특이동향 없다” 적중…‘대북정보력 입증’ 평가(종합)

    “김정은 특이동향 없다” 적중…‘대북정보력 입증’ 평가(종합)

    정부의 대북정보 수집 경로·역량 주목 위성 띄우고 정찰기로 ‘이상 신호’ 감지북한 매체 보도 분석하고 휴민트도 활용“자신 있게 말씀드릴 정도로 역량 갖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둘러싼 ‘건강 이상설’로 전 세계가 들썩이던 상황에서 한국 정부는 “특이동향이 없다. 우리 정부 입장을 확고하게 믿어 달라”는 입장을 일관되게 내놓았다. 20일 만에 잠행을 깬 김 위원장이 아무런 불편함 없이 공식 일정을 소화하는 모습이 전파를 타면서 정부의 대북정보 수집 경로와 역량에도 관심이 쏠린다. 3일 군 등 정보당국 관계자에 따르면 정부가 북한 최고지도자의 동향을 포함한 대북정보를 수집하는 방식은 인공위성, 감청·영상 정보(시긴트), 인적정보(휴민트), 공개정보 등 크게 4가지다. 인공위성의 경우 김 위원장 전용 열차의 이동 상황 등을 파악하는 데 활용되는데, 정부가 활용하는 상업위성의 경우 해상도가 낮아 정확한 판단과 분석을 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런 이유로 정부는 군사위성을 운용하는 미국과 대북정보 공조 체제를 유지한다. 실제 한미 당국은 이번 김 위원장이 공개 활동을 중단한 기간 위성 정보를 바탕으로 그가 원산에 체류한 사실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정부가 위성정보를 미국에 의존하다 보니 파악한 정보를 공개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자칫 미국이 제공한 정보에 근거한 판단을 공개하면 미국 측에서 자료를 실시간으로 주지 않거나 제공하는 정보의 양을 줄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북한 내부의 ‘이상 신호’를 감지하는 데 유용하게 활용되는 방식으로는 ‘시긴트’가 꼽힌다. 군은 백두·금강 정찰기를 통해 평양 이남에서 군사분계선(MDL)까지의 군사시설에서 발신되는 무선 통신을 감청하고 각종 영상 정보를 수집한다. 실제로 한미 당국자들은 신호정보를 통해 평양에서 특이한 통신량의 증가 등이 발생하지 않으면서 김 위원장이 사망했다는 루머에 대해 회의적이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일(현지시간) 관련 상황에 정통한 인사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북한 관영매체를 중심으로 쏟아지는 ‘공개 정보’ 분석에도 공을 들인다. 북한 체제 특성상 신문이나 방송을 주민들의 선전·선동 도구로 활용하는 측면이 크기 때문에 북한 지도부의 정책 결정이나 정세 판단을 읽을 수 있어서다. 이번에도 북한 매체들은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설에 대해선 침묵했지만, 통상적인 수준의 업무 관련 보도를 통해 정상적인 국정운영을 우회적으로 알렸다. 김 위원장이 모범 주민에게 감사의 뜻을 전달하거나 외국 수반과 축전을 주고받은 것을 비롯해 노동절(5월 1일) 기념 사설에서 “김 위원장만 믿고 따르자”고 독려한 보도 등이 대표적이다.이 밖에 한국 정부가 확보한 탈북자 네트워크나 북·중 접경지역 등의 휴민트도 빼놓을 수 없는 주된 대북정보 수집 경로다. 다만 이번의 경우 북한 최고지도자의 건강 상태는 대북정보 중에서도 ‘1급’에 가까워 탈북자는 물론 ‘내부 소식통’이라고 불리는 휴민트의 역할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정부는 김 위원장의 사망설이 ‘가짜뉴스’로 판명된 뒤에도 대북정보의 민감성 등을 고려해 구체적인 언급은 삼가는 분위기이지만, 이번 해프닝을 계기로 대북정보 수집력과 판단이 ‘적중’했음을 입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지난달 2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김 위원장의 특이동향이 없다고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을 정도로 한국 측은 정보역량을 갖췄다”고 강조했다.청와대 “김정은, 수술 받지 않은 것으로 판단” “가벼운 시술도 안 받았나” 질문에 “그렇다”“종합적 판단…근거 있지만 밝히기 어려워” 이날 청와대는 김 위원장에 제기됐던 건강이상설과 관련해 “김 위원장이 수술을 받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기자들을 만나 ‘김 위원장의 태양절 행사 불참의 배경은 분석이 됐나’라는 물음에 “김 위원장의 걸음걸이가 달라졌다는 이유 등을 들며 수술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보도가 있었다”면서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가벼운 시술도 받지 않은 것인가’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김 위원장의 재등장 이후에도 일각에서 계속됐던 수술설, 시술설 등에 대해 청와대가 확실하게 선을 그은 셈이다. 그는 “청와대의 판단은 특이동향이 없다고 밝혔을 때와 동일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위원장이 수술을 받지 않았다고 판단한 근거는 있지만, 그 근거를 밝히기는 어렵다. 종합적인 판단은 그러하다는 것”이라면서 “정보기관에서도 그런 판단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靑, 태영호·지성호에 “깨끗하게 사과했으면” “근거 없는 주장 유감…정보당국 신뢰해야” 아울러 청와대는 미래통합당 태영호·미래한국당 지성호 당선인의 언급을 비롯해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설과 관련한 부정확한 정보가 유통된 것에 대해 “상당히 유감”이라고 밝혔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날 기자들을 만나 태 당선인과 지 당선인을 향해 “깨끗하게 사과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면서 “이 상황에서도 근거 없는 주장을 한 것은 상당히 유감스럽다”고 비판했다. 이는 태 당선인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설에 대해 “(제 주장이) 다소 빗나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김 위원장이 사용한 카트가 부친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와병 중 사용한 것이라며 “의문이 말끔히 지워지지 않았다”고 한 점을 비판한 것이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 역시 이날 기자들을 만나 이번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설 관련 논란에 대해 “이른바 ‘대북소식통’ 보다는 ‘한국 정보당국’을 신뢰해야 한다는 것을 언론이 확인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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