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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주민·여성···중첩된 혐오 피해자 정치인 이자스민이 견딘 20년

    이주민·여성···중첩된 혐오 피해자 정치인 이자스민이 견딘 20년

    <정중하고, 세련된 혐오의 사회> 5회 이주민 국회의원 1호 이자스민 인터뷰‘너네 나라로 돌아가라’ 끊이지 않는 혐오“2세들이 받을 상처가 가장 큰 걱정”‘임시 방패’ 차별금지법 제정해야‘내가 하는 말 차별인가?’ 조심했으면이주민이자 여성, 두 아이를 키우는 싱글맘. 근 10년간 한국 사회에서 그만큼 모진 혐오와 차별을 견뎌온 사람이 또 있을까. 겹겹이 쌓인 소수자 정체성은 보수 정당에 속했던 과거에도, 진보 정당에 속한 현재도 그를 공격하는 꼬투리가 됐다. 전직 국회의원 이자스민(45) 얘기다. 그는 지난달 27일 윤석열정부의 대통령 직속 1호 위원회인 국민통합위원회의 사회·문화분과 위원으로 합류했다. ‘정중하고, 세련된 혐오의 사회’ 5회에서는 우리 사회의 대표적 혐오 피해자인 이 전 의원에게 지난 20여 년 간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거듭된 혐오 앞에 좌절하기보다 약 245만 명(2022년 6월·법무부 기준)의 국내 체류 외국인과 한국 사회가 어떻게 공존할지 고민하느라 바빴다. 인터뷰는 17일 서울 마포구 에스플렉스 센터에서 진행했다. 그를 내내 괴롭혀온 혐오 댓글에 대해서부터 물었다. -너무 심한 악플(악성 댓글) 탓에 국회의원 시절 블로그 댓글 창을 닫은 적이 있었지요. “저는 악플 쓰는 사람들 입장도 궁금해서 다 읽는 편이에요. 그런데 어느 날 메일 한통이 왔어요. ‘의원님 활동을 응원하고 싶어 종종 블로그를 보는데 우리(이주민)를 대표하는 사람이 혐오와 비난을 당하는 게 마음 아파요. 더는 블로그를 못 볼 것 같아요’라는 내용이었죠. 이주민, 특히 그 2세들은 그런 댓글을 보며 ‘한국인들이 우리를 정말 미워하나 보다’라고 생각하고 깊은 후유증을 앓게 되죠. 악플 하나가 남기는 파장이 그만큼 큽니다.” 악플은 10년째 계속되고 있다. 이 전 의원이 국민통합위에 합류한다는 기사에도 ‘불법체류자에 혜택 주자는 여자를 왜 좋은 자리에 앉히느냐’, ‘너네 나라로 돌아가라’는 댓글이 달렸다. 그는 “아마 이 인터뷰 기사에도 같은 악플이 달릴 것”이라고 했다. -왜 유독 악플이 심할까요. “이유 없는 미움이야 없을 테지요. (악플 다는 사람들도) 각자 가진 상처가 있어서 그런 것이라고 이해해요. 다만, 예전에 한 대학생이 저를 심하게 비난하는 글을 써서 제3자로부터 신고당한 일이 있었어요. 수사 과정에서 그 학생과 통화했는데 왜 그랬냐고 물었더니 예상 못 한 답이 돌아왔죠. ‘블로그에 다른 글을 올리면 호응이 없는데 이자스민을 욕하면 관심 받는다’고요. 한편으론 안타까웠죠.” -국내 이주민이 자신들을 다룬 뉴스의 댓글이나 온라인 커뮤니티 글도 찾아보나요. “당연하죠. 유학생이나 이주노동자처럼 언젠가 자신의 나라로 돌아가는 사람들이 미움을 안고 떠나는 게 문제죠. 한류가 외국에서 사랑받고 있지만 막상 살아본 사람들이 한국에 대해 다른 이야기를 한다면 국가적 위상도 떨어집니다.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랐음에도 차별받는 2세 중에는 사회를 원망하는 아이들이 있어요.”-20여 년간 이주민을 향한 혐오는 양상이 좀 달라졌나요? “여전히 어떠한 설명을 해도 사람들은 들으려 하지 않아요. 아무리 설명을 해도 ‘너네 나라로 돌아가라. 왜 한국에서 그러느냐’라고만 말하죠. 어느 순간 부정적인 댓글이 대체로 ‘복붙(복사, 붙여넣기)’ 형태가 많은 거에요. 같은 사람들이 계속 여러 기사들에 읽지도 않고 똑같은 악플을 다는구나 싶었어요. ‘이런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예전보다 줄어든 것은 아닐까’하는 기대를 하기도 해요.” -한국에서 자녀를 키우며 상처받은 일은 없었나요.(이 전 의원은 아들(1996년생)과 딸(2000년생)을 둔 엄마다.) “잘못된 배려가 상처가 되기도 했어요. 제 딸이 초등학교 2학년 때 개학식에 갔는데 선생님이 출석 부르면서 ‘얘는 다문화 가정이니까 잘 지내라’라고 했대요. 그 말을 듣고는 친구들이 오히려 놀리더래요. 딸이 나중에 그러더라고요. ‘엄마, 나 좀 그냥 내버려두라고 선생님한테 말해줘’라고. 제 아들에게는 다문화 가정이라는 이유로 주말마다 경복궁 체험 등 역사 공부를 과하게 시키려고 했어요. 정말 필요한 도움인지 고민 없이 ‘다문화’라는 생각만 머릿속에 있는 거죠.” 그는 2012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에서 정치를 시작했다. 이주민 출신의 최초 국회의원. 보수정당의 깜짝 공천에 신선하다는 평이 많았지만, 그때뿐이었다. 4년간의 의정 활동 내내 보수와 진보 구분없이 그를 냉대했다. 행동과 발언이 움츠러들었다. 지나고 보니 ‘조금 더 적극적이었어야 했나?’ 싶었다. 2019년 11월, 이 전 의원은 21대 총선을 앞두고 정의당에 입당한다. -정치와 거리를 두다가 정의당에 입당했는데요. “새누리당에서 국회의원이 된 건 당시 새누리당 빼고는 먼저 제의한 당이 없었기 때문이에요. 이주민 이슈는 당과 무관해요. 모든 당에 이주민 정치인이 있어야 합니다. 이주민 정책에 관심 있는 정치인은 없어요. 힘들고, 표가 안되니까요. 정의당이 소수자 문제에 강한 당이지만 (제가 입당하기 전) 이주민위원회도, 이주민을 위한 정책도 없었어요.”-정의당에 입당하자마자 차별금지법 제정을 주장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차별금지법은 임시방패 같은 거예요. 이 법이 생기면 누구나 ‘내가 하는 말이 차별인가?’하고 더 조심하게 되죠. 한국은 특히 외국인이나 성소수자에게 배타적이죠. 한국에 처음 왔을 때 가장 놀랐던 말이 ‘여기는 게이가 없어’였어요. 말이 되나요? 필리핀은 가톨릭 국가지만 모든 사람의 성적 정체성을 존중해요. 외국을 보면 성소수자가 정체성을 당당히 밝히고 각 분야에서 능력을 발휘합니다. 각자 가진 능력을 발휘하도록 돕는 게 국가의 의무죠.” 최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외국인 이민 정책을 총괄하는 ‘이민청’ 설립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보수·진보 세력 모두 이 계획을 환영했다. 이민청 설립은 이 전 의원이 이미 6년 전 제안했던 정책이다. 그는 국민통합위에서 다문화·이주민 통합 방안을 모색한다. -국민통합위에 참여했는데 목표가 있나요. “정부가 바뀔 때마다 이주민 정책이 달라져요. 장기 계획을 갖고 체계적 정책을 세우기 어렵죠. 우리 사회는 이미 저출산 고령화 문제가 심각해 조만간 인력 부족을 겪게 될 겁니다. 특히, 박사급 인력은 많은데 수출기업 공장에서 일할 사람이 부족하죠. 이 문제의 답이 이주민에게 있어요. 정부는 ‘어떤 이주민을, 얼마나, 어떻게 데려와 어떤 일을 맡길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만 고민하면 돼요. 법무부가 이민청 설립을 하겠다고 해서 기대되는데 제 생각을 잘 전하려고 해요.” 이 전 의원은 “이 이야기를 꼭 하고 싶었다”며 인터뷰 끝에 가해자가 중국 동포인 범죄 기사들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우리 언론은 가해자가 중국 동포일 때 꼭 제목에 ‘조선족 출신’을 붙이더라고요. 그 자체가 ‘우리’와 ‘남’을 나누는 거잖아요. 이런 관례에 익숙해져서는 안 되지 않을까요.”스콘랩
  • 尹, ‘민정수석실 폐지’ 성과로 내세워…‘경찰국 논란’·‘상왕 부처’ 언급은 없어

    尹, ‘민정수석실 폐지’ 성과로 내세워…‘경찰국 논란’·‘상왕 부처’ 언급은 없어

    윤석열 대통령은 민정수석실을 폐지해 ‘사정 컨트롤타워 권한’을 내려놓은 것을 취임 100일 주요 성과로 내세웠다. 하지만 민정수석실의 인사 검증·경찰 통제 기능을 이전하기 위해 만든 행정안전부 경찰국이나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을 둘러싼 잡음에 대해선 별다른 언급이 없었다. 윤 대통령은 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과거 민정수석실은 국가 사정권력의 컨트롤타워로서 대통령 권력을 헌법과 법 위에 올려놨다는 평가를 받았다”라며 “저는 민정수석을 폐지해 사정 컨트롤타워 권한을 포기했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민정수석실 폐지 공약을 취임 직후 이행했다. 하지만 인사검증 기능을 이어받은 법무부는 ‘상왕 부처’ 논란이 일었고 경찰 통제를 위해 경찰국을 설치하는 과정에서는 일선 경찰들의 격렬한 저항에 부딪혔다. 일련의 논란은 대통령 지지율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하지만 윤 대통령은 이날 경찰국에 대해선 “비공식적 청와대 통제 관행을 벗어나 국민과 국회에 의해 (경찰이) 민주적 통제를 받게 했다”고 의의를 설명했다. 국가경찰위원회와 야당에서 법적 대응을 예고한 가운데 직접 경찰국의 정당성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인사정보관리단에 대해선 “인사혁신처 출신의 독립적인 인사전문가가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동문제에 대해선 “정부가 법과 원칙이라고 하는 것을 노사를 불문하고 일관되게 유지한다는 그 원칙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16일 화물연대 소속 조합원들이 하이트진로 본사를 점거한 것과 관련해서도 이 같은 원칙이 적용될 수 있다고 시사한 것이다.윤 대통령은 노동 개혁과 관련해 “노동의 공급도 수요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하지 못하면 경쟁력이 떨어지고 노동자의 소득이 줄어들 것”이라며 ‘노동 유연성 강화’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정부는 지난달 출범한 전문가 논의 기구인 ‘미래노동시장 연구회’을 중심으로 노동개혁을 추진중이다. 다만 노동 유연성을 강조하면서도 하청노동자 문제를 외면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 대통령은 “같은 기업에서 정규직과 파견근로자, 대기업과 소기업 사이에서의 노동시장 양극화는 노동 보상에 대한 공정성의 측면해서 개선해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 2회 남긴 ‘우영우’, 판타지로 메시지…“자폐 알린 점 높이 평가”

    2회 남긴 ‘우영우’, 판타지로 메시지…“자폐 알린 점 높이 평가”

    ‘우영우’, 무엇을 남겼나사회적 약자 조명부터주변인 다루며 현실적 시선 그려최고 인기 드라마로 종영까지 2차례 방영만 남겨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는 시청자들에게 의미 있는 질문을 던지며 웃음과 감동을 안겼다. 방송가에서는 ‘우영우’가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누린 이유로 그동안 우리 사회에 존재하지만 들춰보지 않은 문제들을 수면 위로 끌어올려 공감을 샀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기본 바탕은 법정물인 ‘우영우’는 에피소드마다 여성, 어린이, 영세업자, 성소수자, 탈북민 등 사회적 약자들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또 천연기념물 지정, 문화재관람료 폐지 등의 사건을 다뤘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와 천재적 두뇌를 동시에 가진 주인공 우영우(박은빈 분)와 동료 변호사 최수연(하윤경)·권민우(주종혁)를 통해서는 장애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상반된 시선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 잊고 있던 가치 향한 시선 ‘우영우’는 우리 사회가 잊고 있는 가치를 조명했다. 1회에서는 치매 남편을 돌보다가 순간적으로 폭력을 행한 70대 부인 사건을 통해 가족에게만 맡겨진 노인 돌봄의 현실을 짚었다. 폭언을 일삼는 남편을 홀로 돌보는 노인이 참다못해 울분을 토하는 장면은 초고령화 사회에 접어들었지만, 돌봄에 대한 부담을 개인에 전가하는 현실을 조명했다. 7·8회에서는 마을 한가운데 도로가 놓이게 된 소덕동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며 무형의 아름다움을 지닌 마을 가치를 전했다. 마을 중앙을 지키는 당산나무인 팽나무는 화제가 됐다. 12회에서는 교묘하게 여직원들에게 사직을 권고한 사건을 소재로 해 여성 차별 이슈를 다뤘다. 1999년 ‘농협 사내 부부 해고 사건’을 모티브로 한 이 에피소드는 업무 능력과 별개로 내조를 강요받은 여성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전했다. ● “우영우는 약자가 아니다” 동료 변호사 최수연과 권민우는 사회를 살아가며 마주하는 인물로 나온다. 최수연은 ‘봄날의 햇살’이란 별명처럼 우영우가 회전문에 갇혀 나오지 못하면 문을 잡고, 재료가 눈에 보이는 김밥만 먹길 고집하는 우영우에게 구내식당에 김밥이 나오는 날을 공유한다. 다만 그가 오지랖 넓고 마냥 약자를 배려하는 인물은 아니다. 어설픈 모습이 안쓰러워서 도와주다 보면 우영우는 1등을 하고, 자신은 뒤처진다고 하소연하기도 한다. 반면 ‘권모술수 권민우’란 별명을 가진 권민우는 천재적인 두뇌를 가진 우영우를 질투하며, 우영우가 약자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 자폐 사회적 관심 상승 드라마를 본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당사자, 가족 사이서도 여러 반응이 나왔다. 지나치게 허구적이라는 일부 지적도 있었지만, 자폐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끌어올리고 인식을 개선했다는 점이 호평받기도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자폐인이 위험하고 기피해야 할 대상이 아니란 점을 알린 측면에서 높이 평가한다”, “자폐 아들을 키우는데 드라마 시작하고부터는 측은하다는 시선이 덜하다”는 등의 반응이 눈에 띈다. 극중 우영우는 “저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갖고 있어 여러분이 보기에 말이 어눌하고 행동이 어색할 수 있습니다”라고 담담하게 자폐를 설명한다. 자폐인의 특징을 반영해 헤드폰을 쓰고 출퇴근을 하고, 속 재료를 확인할 수 있는 김밥만 먹고, 고래에 대한 집착적인 관심을 나타내는 모습도 표현했다.
  • [열린세상] 읽기와 쓰기라는 연대/박산호 번역가

    [열린세상] 읽기와 쓰기라는 연대/박산호 번역가

    아침에 일어나 이불을 개고 거실로 나가면 자고 있던 시바견이 일어나 꼬리를 흔든다. 재회의 기쁨에 배를 북북 긁어 주면 희고 검은 털이 바닥으로 우수수 떨어진다. 늙은 고양이 밥을 주고 어린 강아지 밥을 준 다음 아침 커피를 끓인다. 문밖에 떨어진 신문을 들고 와 커피를 마시며 헤드라인들만 읽어도 벌써 분노가 치민다. 요즘은 분노가 일상이다. 아침만 먹었는데 어느새 싱크대에 가득 찬 그릇을 설거지하고, 밤새 바닥에 눈처럼 내린 반려동물들의 털을 청소기로 빨아들이고. 거기서 나는 수상한 냄새에 ‘오늘은 꼭 청소기를 분해해 필터를 청소해야지’라고 백만 스물두 번째 결심한다. 여름이라 하루에 두 번씩 벗어 대는 옷과 양말, 수건을 세탁기에 돌렸다가 건조대에 널면 어느새 정오가 당도했고, 벌써 반쯤 지쳐 있다. “한국 사람들은 좋아하는 사람이 결혼했다고 좋아하기를 중단합니까?”라는 영화 대사처럼 아침에 먹었다고 밥을 그만 먹고 어제 청소했다고 오늘 청소를 안 할 수는 없는 일. 그 사이사이에 생계를 책임지는 번역과 글쓰기라는 엄중한 일을 해야 한다. 이토록 무한 반복되는 노동에 지치고 우울해질 무렵 한 권의 책을 만났다. 이혼 후 청소라는 힘들고 고단한 노동으로 다섯 아이를 키우는 와중에 초등학교 졸업 후 인연이 끊어졌던 학교를 다시 늦은 나이에 다니며 책을 읽고 글을 썼던 청소 노동자이자 작가인 마이아 에켈뢰브의 ‘수없이 많은 바닥을 닦으며’라는 책이다. 다들 내 인생이 제일 힘들고, 다들 내 자식이 제일 키우기 어렵다고 생각하기 마련이지만, 이 책을 읽으며 완벽한 패배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작가 마이아는 성년이 됐어도 끊임없이 다치거나 사고를 당하거나 실직해 엄마의 집으로 돌아오는 자식들을 건사하며 새벽 4시부터 일어나 건물 청소를 다니고, 집안일을 하고. 밤에는 학교에서 스웨덴어 문법과 역사와 의회 정치를 배우고,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와 읽고 글을 쓴다. 책이 있다면 고치지 못할 우울증은 없다고 말하는 그는 돈이 없어 휴가는 못 가도 책을 통해 “티베트에서 기름등잔의 연기를 느끼고, 라싸에서 기도 깃발이 펄럭이는 소리를 듣고, 중국의 동굴에서 거주하고, 미국과 아시아의 대도시 빈민가에서 비좁게 살았다”고 일기에 썼다. 그는 복지 천국 스웨덴에서 아이들이 추운 겨울에 입어야 할 옷과 구두, 시력이 나빠진 아이들을 위한 안경, 미래를 꿈꾸는 아들을 위한 학자금 대출 신청, 뼈가 휘는 노동 끝에 이제는 노동 능력이 저하됐다는 증명서를 받아 모처럼 쉬게 되는 며칠의 휴가…. 이처럼 없어선 안 될 필수품이자 권리를 신청하며 굴욕을 느끼는 한편으로 바깥세상에 존재하는 빈곤과 폭력과 고통에 대한 기사를 찾아 읽고, 공감하고, 그 불의에 항의하는 시위를 나갔다. 여름에는 손발이 퉁퉁 붓고, 겨울에는 손이 터서 제대로 펜도 잡을 수 없고. 타자기가 없어 자신이 청소하는 건물의 타자기를 몰래 쓰기 위해 평소 기상 시간보다 1시간 앞당겨 새벽 3시에 일어나야 했지만, 언제나 읽고 쓰는 생활에 마음을 의지했던 그를 보니 그저 고개가 숙여질 따름이었다. “똑똑한 머리와 날카로운 팔꿈치”로 자기보다 약한 자를 밀치고 끝없이 위로 올라가는 사람들이 자기를 딱하게 여긴다는 것을 아는 작가는 오히려 그들을 딱하게 여기며 말했다. 절대 꺾이지 않는 소유욕을 가진 그들이지만 나같이 멋진 감정 경험을 한 적이 있는지 궁금하다고. 가난의 결핍을 온몸으로 끌어안고 살아가면서도 고통받는 인류에 대한 연대를 멈추지 않았던 마이아 에켈뢰브의 글을 읽다 보니 수해로 고통받는 이들을 강 건너 불구경 하듯 지나간 우리 사회의 “날카로운 팔꿈치”를 가진 이들이 떠올랐다. 과연 진짜 딱한 사람은 누구일까.
  • 지방 KTX역 상당수, 공터에 덩그러니… 역세권 살려야 청년 모인다 [마강래의 함께 살아가는 땅]

    지방 KTX역 상당수, 공터에 덩그러니… 역세권 살려야 청년 모인다 [마강래의 함께 살아가는 땅]

    며칠 전 유에코(UECO)로 불리는 울산전시컨벤션센터에서 학술행사가 있었다. 행사장은 울산역에서 걸어서 15분 거리에 있었다. 역세권이라기엔 좀 애매했다. 황량한 벌판과 보도블록 사이로 삐죽삐죽 튀어나온 들풀을 보며 걸었다. 행사가 끝난 뒤 주최 측 임원이 말했다. “울산 시내에서 행사가 있었다면 오늘 참석한 사람들의 절반도 안 왔을 거예요.”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울산 시내는 울산역에서 택시로 가도 30분이나 걸린다. 학술행사 참석자 대다수가 울산은 처음이라고 했다. 이들은 행사장에만 머물다가 다시 울산역으로 향했다. 많은 KTX 기차역이 시내와 떨어져 있다. 한번은 지인과 경주 여행 얘기를 하다가 경주국립박물관은 신경주역에서 택시로 30분 걸린다는 말을 했더니 “박물관이 그리 시골에 있느냐”는 대답이 돌아왔다. 나는 “기차역이 시골에 있다”고 말해 줬다. 서울 사람들에게 익숙한 KTX 역세권은 고층 건물이 숲을 이루고 사원증을 목에 건 직장인들과 여행 가방을 둘러멘 젊은이들이 뒤섞여 복작대는 곳이다. 그래서인지 울산역, 신경주역뿐만 아니라 오송역, 김천역, 여수엑스포역에 도착해 아무것도 없는 공터를 볼 때마다 어색하기 짝이 없다. 지방 KTX역은 입지 선정 단계부터 기본을 지키지 못했다. 도시와 또 다른 도시를 연결하는 광역철도는 ‘도어 투 도어’ 서비스가 아니다. 기차를 타기 전과 내린 후에 걸리는 시간도 꽤 된다. 그래서 철도역은 사람과 기업이 밀집된 도심에 위치해야 한다. 서울은 역세권 활용성을 더욱 높이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얼마 전 오세훈 서울시장이 발표한 용산정비창 국제업무지구 개발구상이다. 용산 국제업무지구는 용산역 서측에 위치해 있다. 예전에 철도를 제조하고 수리하던 정비창 부지로 사용하던 곳이다. 축구장 60개가 넘는 엄청난 넓이다. 서울시는 이곳에 잠실 롯데월드타워보다 높은 초고층 건물을 짓고 용산을 아시아의 실리콘밸리로 키우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오 시장이 개발구상을 발표하던 날 한 신문기자한테 전화 인터뷰 요청을 받았다. 이 계획이 성공할 것인지, 강북 활성화에 도움이 될지 묻기에 간단히 대답했다. “용산정비창은 이런 질문에 어울리지 않는 땅이에요. 우리나라 최고 요충지 가운데 하나예요. 저밀도로 개발하든 고밀도로 개발하든, 주택 중심으로 개발하든 일자리 중심으로 개발하든 이곳의 수요는 폭발적일 겁니다.” ‘운칠기삼’(運七技三)이라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아무리 좋은 재주를 가졌어도 그 역할은 30%뿐이고 나머지 70%는 운이 결과를 좌우한다는 뜻이다. 도시계획가들도 비슷한 말을 하곤 한다. ‘입칠계삼’(立七計三)이라고 개발사업의 성공은 계획이 30% 정도 좌우하고, 나머지 70%는 입지가 결정한다는 뜻이다. 도시계획가들은 아무리 좋은 도시계획을 만들어도 입지가 나쁘면 결코 성공할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입지가 좋으면 아무리 엉성하게 도시계획을 세워도 수요가 폭발한다. 이런 곳은 대한민국에 그리 많지 않다. ● 용산역 서부 공영주차장 부지도 정비 용산 역세권은 서울뿐 아니라 전국을 통틀어 중심성이 매우 높은 노른자 땅이다. 전국 도시들을 연계하는 ‘광역’ 교통망의 결절점이기 때문이다. 입지 측면에서 최상위 위계를 가지고 있는 곳이다. 두 개의 수도권 전철 노선이 겹치는 데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B노선도 추가될 예정이다. 남쪽으로는 호남선 KTX, 동측으로는 경춘선 ITX도 뻗어 나간다. 용산 역세권 개발사업은 정비창 부지에 국한되지 않는다. 용산역 서부의 공영주차장 부지에서는 도시재생 혁신지구 사업이 진행 중이다. 여기에 창업기술센터와 청년주택이 들어설 예정이다. 또 다른 메가톤급 사업인 용산전자상가 일대 재개발 역시 시간문제다. 내친김에 서울에서 가장 ‘주목받고’ ‘값비싼’ 개발사업들이 대기하고 있는 곳이 어딘지 한번 주목해 보자. 대부분 역세권에 몰려 있다. 서울역 북측에 업무, 숙박, 판매, MICE, 오피스텔이 결합된 복합시설이 들어서는 서울역 북부역세권 개발사업이 곧 시작되는 게 대표적이다. 철도 부지를 일반상업지역으로 용도 변경하고 용적률 800%를 적용해 최고 38층 건물 5개를 짓는다. 서울국제교류복합지구 개발사업의 중심엔 코엑스로 유명한 삼성역이 있다. 삼성역은 GTX A와 C노선이 교차하는 곳이다. GTX A를 완공한 뒤 SRT 출발역인 수서역까지 연결할 것이다. 이처럼 서울의 변화는 역세권의 변화와 궤를 같이하고 있다. ● 교통 중심지에 인구·일자리 집결 광역교통의 결절점에 ‘젊은 인구’와 ‘일자리’가 모이는 현상은 전 세계적인 흐름이다. 수많은 사례가 있지만 여기서는 산업혁명 당시 물류 이동의 중심지였던 영국 런던 킹스크로스만 간략히 소개하고자 한다. 내가 박사과정을 했던 런던대학교는 이 킹스크로스 역에서 도보로 15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다. 박사과정 내내 나는 역 주변을 제대로 걸어 본 적이 없다. 동양인이 범죄의 표적이 되기 딱 좋은 어둠침침한 도로로 둘러싸인 ‘버려진 땅’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발생 직전 출장으로 런던을 다시 방문한 적이 있다. 함께 박사과정을 밟았던 연구실 동료 두세 명이 모두 런던대 교수로 임용됐다. 함께 고생했던 친구라 그런지 미안할 정도로 나를 반겼다. 이들이 런던에서 가장 잘나가는 곳 중 하나라며 데리고 간 곳이 킹스크로스역 인근 카페와 레스토랑이었다. 2007년부터 시작된 킹스크로스 역세권 재개발사업은 이곳을 완전한 신세계로 바꿔 놓았다. 구글, 유니버설뮤직, 루이비통 같은 거대 기업뿐만 아니라 예술·디자인 분야에서 세계적 명성을 지닌 센트럴세인트마틴스대학도 들어섰다. 삼성전자도 이곳에 대규모 복합문화공간인 ‘삼성 킹스크로스’를 설치했다. 이제 킹스크로스역 인근은 디자이너, 예술가, 정보기술 기업 종사자가 넘치는 런던에서 가장 창의적이고 역동적인 지역이 됐다. 역세권을 이리도 구구절절 얘기하는 건 그만한 이유가 있다. 역세권을 효과적으로 이용하는 지역은 시간이 지날수록 과거와는 다른 강력한 힘을 갖게 된다. 왜일까. 역세권은 혁신공간에 필요한 ‘다양성’, ‘밀도’, ‘소통’이라는 세 가지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역세권은 사방팔방에서 몰려든 사람과 자원이 집결되는 곳으로, ‘다양성’이 가장 높은 공간 중 하나다. 서로 다른 물질이 만나야 폭발적 에너지를 내는 것처럼 이질적인 사람이 섞인 공간은 역동적일 수밖에 없다. 우연히 만나 마음 설레는 지적 자극을 줬던 사람이라면 십중팔구 당신과 다른 삶의 궤적을 그려 온 사람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학계에서 종종 창조적 공동체를 평가하는 지표로서 보헤미안 지수, 게이 지수, 도가니 지수를 언급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가난한 예술가와 문학가, 성소수자 등이 거주할 수 있는 공간은 그만큼 포용적인 곳이다. 포용적일수록 유연한 생각이 가능하고, 유연할수록 혁신적 아이디어도 피어난다.● 주거·상업지 등 경계 허무는 도시계획 둘째로 역세권은 다른 곳에 비해 ‘밀도’가 높다. 혁신적 공간이 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이들의 ‘숫자’가 많아야 한다. 마치 ‘양질(量質) 전환의 법칙’처럼 공간도 일정 수준의 양(量)을 확보하면 어느 순간 질(質)적인 변화가 이뤄진다. 다양한 기능이 빽빽하게 배치된 공간은 질적으로 도약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 도시계획에서는 ‘비욘드 조닝’이라는 개념이 뜨고 있다. 도시를 주거지역, 상업지역, 공업지역, 녹지지역으로 구분해 계획하던 지금까지의 조닝(용도지역제)에서 이제는 용적률을 높이고 경계를 허물어 한곳에 몰아넣는 방식으로 변하고 있다. 역세권이 뜨는 마지막 이유는 ‘소통’을 극대화할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빽빽하게 모여 있는 다양한 사람이 서로 교류하면 화학적 작용이 일어난다. 휴대전화를 설계하는 사람이 시인을, 시인이 생물학자를, 생물학자가 기업 임원을, 기업 임원이 역사학자를 만나 수다를 떨다 보면 각자 가진 내공을 전수하고 전수받는다. 역세권은 소통하려는 의지를 가진 주체들이 가장 쉽게 모일 수 있는 곳이다. 그래서 역세권엔 회의실과 카페가 많을 수밖에 없다. 최근에는 기업과 대학, 공공기관이 서로 소통할 수 있도록 일하고, 머물고, 노는 다양한 활동이 섞이는 공간이 역세권을 중심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서울 역세권은 청년들이 선호하는 일자리를 중심으로, 교육, 문화, 상업 기능이 어우러진 곳으로 진화하고 있다. 다양한 인재가 교류하는 복합적 공간이 되고 있다. 여기에 정보기술이나 바이오 같은 첨단 업체들이 모여든다. 역세권의 발전은 또다시 교통망 확대로 이어져 왔고, 서울은 경기도와 인천, 심지어는 강원도 영서 지역까지 영향력을 확대해 가고 있다. 수도권의 흡입력은 앞으로 역세권 개발을 통해 더욱 커질 것이다. 이와 정반대로 비수도권에선 역세권을 그저 교통 좋은 곳으로만 생각하는 듯하다. 역세권 개발 토지이용계획도를 보면 KTX역 주변에 아파트 단지만 빼곡하다. 첨단 정보기술 기업을 유치하겠다며 그린벨트까지 풀어 도시 외곽에 대규모 산업단지를 조성하는 지자체도 있다. 성공 가능성은 과연 얼마나 될까. 지방 중소도시의 인구 감소 위기는 이제 손을 쓰기 힘들 정도로 깊숙하게 진행됐다. 광역시마저 매해 1~2%의 청년이 수도권으로 유출되고 있다. 이들을 붙잡고 싶다면, 더 나아가 수도권 청년들을 끌어들이고 싶다면 도시 외곽 빈 땅을 개발해 첨단 산업을 유치하겠다는 애먼 노력을 그만 멈춰야 한다. 도시에서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결절점을 활성화해야 한다. 한의학에 비유하면 역세권은 ‘경혈’(經穴)로서 기(氣)와 혈(血)의 흐름이 강한 곳이라고 할 수 있다. 도시는 교통망의 중심부를 통해 외부 에너지를 받아들이고 뿜어낸다. 외부 에너지를 흡수하려면 ‘공간적 뼈대’를 튼튼하게 구축해야 한다. 뼈대를 만드는 작업은 광역교통체계를 방사·순환형으로 구축한 후 역세권을 중심으로 혁신공간을 조성하는 것이다. 혁신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은 일하면서 놀고, 놀면서 배우고, 배우면서 성장하는 그런 환경을 원한다. 이들을 끌어들이는 도시계획의 핵심은 일터, 놀터, 삶터, 배움터가 얽히고설킨 ‘재미있는 공간’을 구축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적합한 공간은 역세권이다. 아무리 좋은 계획을 세워도 교통 결절점이 아니면 성공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지방에선 입칠계삼의 경험치는 가능성이 아닌 필연에 가깝기 때문이다.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
  • 시너 든 화물연대 조합원, 하이트진로 본사 점거·옥상 무기한 농성

    시너 든 화물연대 조합원, 하이트진로 본사 점거·옥상 무기한 농성

    유가 폭등에 따른 운송료 현실화를 요구하며 지난 6월 초부터 파업을 벌이고 있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16일 하이트진로 서울 본사를 점거하고 옥상 농성을 시작했다. 파업 97일째인데도 노사가 타협점을 찾지 못한 채 강대강으로 치닫다가 결국 본사 점거 상황까지 오게 된 것이다. 화물연대 조합원 100여명은 이날 오전 6시 10분쯤 서울 강남구 청담동 하이트진로 본사 사옥에 진입해 1층 로비와 옥상을 점거했다. 이 중 건물 내부에는 조합원 70여명이 남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옥상에도 10여명의 조합원이 올라갔고, 옥상에 설치된 광고판 등에 ‘노조탄압 분쇄, 손배가압류 철회, 해고 철회 전원복직’ 등 세 가지 요구 사항을 담은 대형 현수막 3개를 내걸었다. 한때 1층 현관이 봉쇄되면서 본사 직원의 출근길이 막혀 혼란이 빚어졌다. 일부 조합원은 “경찰이 진압한다면 뛰어내리겠다”, “시너를 들고 올라왔다”고 해 긴장이 고조되기도 했다. 소방당국은 본사 앞에 에어매트를 설치했고 경찰도 돌발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300여명을 현장에 배치했다. 화물연대는 기자회견을 열고 “130여명의 집단해고, 28억여원의 손해배상 소송 제기, 부동산·자동차 가압류, 75명의 조합원 연행, 3명 구속이라는 극단적인 결과로 귀결될 뿐 아무런 해결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면서 사측에서 요구안을 수용할 때까지 농성을 이어 가겠다고 밝혔다. 점거 농성에 들어간 조합원은 “죽어도 여기서 죽어야 한다는 각오를 하고 참담한 심정으로 왔다”고 말했다. 하이트진로 경기 이천·충북 청주 공장의 화물운송위탁사인 수양물류 소속 노동자들은 지난 3월 화물연대에 가입한 뒤 운송료 30% 인상 등을 요구하며 지난 6월 2일 파업에 돌입했다. 사측은 파업에 참가한 조합원 132명에 대해 계약해지를 통보하고 이천·청주공장 집회와 관련해 업무방해가처분 신청을 냈다. 일부 조합원에 대해선 손해배상청구 소송도 제기했다. 화물연대는 지난달 22∼23일 두 공장에서 집회를 진행했고 이달 2일부터는 강원 홍천에 있는 하이트진로 강원공장에서도 집회를 이어 가고 있다. 하이트진로 공장 3곳에서는 소주와 맥주 등 주류 출하가 아예 중단되기도 했다. 이후 노사 간 대화가 시작됐고 지난주까지 11차 교섭이 진행됐으나 사측이 태도를 바꿔 모든 걸 원점으로 되돌렸다고 화물연대 측은 주장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경찰에 공권력을 투입하도록 요청했지만 물리적 충돌 우려 때문에 저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협상이 진행 중인데 이런 농성은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 “재난도 격차따라”…폭우로 희생된 취약계층 추모분향소에 시민 발길

    “재난도 격차따라”…폭우로 희생된 취약계층 추모분향소에 시민 발길

    최근 수도권 집중호우 피해가 반지하에 사는 주거취약계층에게 집중되면서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약자를 가장 먼저 희생시키는 불평등한 재난 사회를 해결하라고 요구가 나왔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주거권네트워크 등 177개 단체는 16일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후위기의 불평등한 고통 분담 문제에 대해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이들은 ‘폭우참사로 희생된 주거취약계층·발달장애인·빈곤층·노동자 추모공동행동’을 결성해 23일까지 활동한다. 추모행동 측은 “수해로 집에서 희생된 두 가족 모두 반지하에 살고 있었고 발달장애인과 기초생활수급자가 있는 여성 가족이었다”면서 “서울시는 반지하 금지 대책을 내놨지만 실효성조차 의심스러울 뿐더러 주거취약계층에게 더 나은 주택을 보장하기 위한 대안이 담겨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권달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는 “지하에서 약자로 사는 것도 서러운데 대한민국에서는 재난이 올 때마다 이렇게 최약체가 희생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추모행동 측은 회견을 마친 뒤 서울시의회 청사 앞에 시민분향소를 마련했다. 분향소 안에는 신림동 40대 발달장애인 일가족 3명과 동작구에서 희생된 50대 발달장애인의 영정 그림이 걸렸다. 현수막과 함께 “불평등이 재난이다”, “폭우참사 재발방지 대책 마련하라”고 적힌 피켓도 곳곳에 붙었다. 분향소에는 국화를 헌화하고 향을 피우며 고인을 추모하는 시민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곳을 찾은 이모씨는 방명록에 “잊지 않겠습니다 불평등 재난이 사라질 수 있도록 행동하겠습니다”라고 적었다. 추모행동은 19일 분향소 앞에서 추모문화제를 진행할 예정이다.
  • 결국 하이트진로 본사 점거한 화물연대…“노조 탄압 멈춰라”

    결국 하이트진로 본사 점거한 화물연대…“노조 탄압 멈춰라”

    유가 폭등에 따른 운송료 현실화를 요구하며 지난 6월 초부터 파업을 벌이고 있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16일 하이트진로 서울 본사를 점거하고 옥상 농성을 시작했다. 파업 97일째인데도 노사가 타협점을 찾지 못한 채 강대강으로 치닫다가 결국 본사 점거 상황까지 오게 된 것이다. 화물연대 조합원 100여명은 이날 오전 6시 10분쯤 서울 강남구 청담동 하이트진로 본사 사옥에 진입해 1층 로비와 옥상을 점거했다. 이중 건물 내부에는 조합원 70여명이 남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옥상에도 10여명의 조합원이 올라갔고 옥상에 설치된 광고판 등에 ‘노조탄압 분쇄, 손배가압류 철회, 해고 철회 전원복직’ 등 세 가지 요구사항을 담은 대형 현수막 3개를 내걸었다. 한때 1층 현관이 봉쇄되면서 본사 직원 출근길이 막혀 혼란이 빚어졌다. 일부 조합원은 “경찰이 진압한다면 뛰어내리겠다”, “시너를 들고 올라왔다”고 해 긴장이 고조되기도 했다. 소방당국은 본사 앞에 에어매트를 설치했고 경찰도 돌발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300여명을 현장에 배치했다.화물연대는 기자회견을 열고 “130여명의 집단해고, 28억여원의 손해배상소송 제기, 부동산·자동차 가압류, 75명의 조합원 연행, 3명 구속이라는 극단적인 결과로 귀결될 뿐 아무런 해결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면서 즉각 노조 탄압을 중단하고 책임감 있는 자세로 사태 해결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점거 농성에 들어간 조합원은 “죽어도 여기서 죽어야 한다는 각오를 하고 참담한 심정으로 왔다”고 말했다. 하이트진로 경기 이천·충북 청주 공장의 화물운송위탁사인 수양물류 소속 노동자들은 지난 3월 화물연대에 가입한 뒤 운송료 30% 인상 등을 요구하며 지난 6월 2일 파업에 돌입했다. 사측은 파업에 참가한 조합원 132명에 대해 계약해지를 통보하고 이천·청주공장 집회 관련 업무방해가처분 신청을 냈다. 일부 조합원에 대해선 손해배상청구 소송도 제기했다. 화물연대는 지난달 22∼23일 두 공장에서 집회를 진행했고 이달 2일부터는 강원 홍천에 있는 하이트진로 강원공장에서도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하이트진로 3곳 공장에서는 소주와 맥주 등 주류 출하가 아예 중단되기도 했다. 이후 노사간 대화가 시작됐고 지난주까지 11차 교섭이 진행됐으나 사측이 태도를 바꿔 모든 걸 원점으로 되돌렸다고 화물연대 측은 주장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경찰에 공권력을 투입하도록 요청했지만 물리적 충돌 우려 때문에 저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협상이 진행 중인데 이런 농성은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 푸틴 “서방 패권에 굴하지 않는 동맹국에 최첨단 무기 제공”

    푸틴 “서방 패권에 굴하지 않는 동맹국에 최첨단 무기 제공”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중남미와 아시아, 아프리카 동맹국들에게 최첨단 무기를 제공하고 군대를 훈련시킬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타스 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모스크바 외곽 파트리오트 공원에서 막을 올린 국제군사기술포럼 ‘군대(Army)-2022’ 개막식 연설을 통해 “우리는 다른 대륙에 많은 동맹국, 협력국,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높이 평가한다”며 “이른바 ‘패권’에 굴복하지 않는 나라들이고, 그 지도자들은 굴복하지 않을 배짱이 있다”고 치켜세웠다. 그는 이어 “러시아는 중남미와 아시아, 아프리카 국가들과 역사적으로 강력하고 우호적이며 진정으로 신뢰에 기반한 관계를 소중히 여기고 있다”며 “이들 동맹국 및 협력국에 소형 무기와 장갑차, 대포, 작전용 항공기, 무인 항공기에 이르기까지 최첨단 무기를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행사는 72개국 군 대표단이 참석한 가운데 러시아 30여 곳에서 오는 21일까지 진행된다. 푸틴 대통령의 발언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광복절 계기 축전을 교환한 지 하루 만에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두 정상은 전날 축전에서 전통적인 협력 관계를 토대로 양국 관계를 더욱 확대하기로 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오늘날 적대세력들의 군사적 위협과 도발, 강권과 전횡을 짓부수기 위한 공동전선에서 두 나라 사이의 전략 전술적 협동과 지지 연대는 새로운 높은 단계에 올라서고 있다”고 지적했고, 푸틴 대통령은 “양국 간 긴밀한 관계는 양국의 이익에 부합하고 한반도와 동북아 지역 안보 및 안정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의 이날 발언이 북한을 특별히 지칭한 것은 아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을 둘러싸고 세계적으로 신냉전 구도가 고착화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나온 것이라 주목된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푸틴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북한과의 관계 확대를 제안한 지 하루 만에 나온 것”이라고 지적했고, 미국 CNN은 푸틴 대통령이 동맹국에 첨단 무기를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언급한 것에 주목했다. 특히 북한은 최근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친러시아 분리주의 세력인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한스크인민공화국(LPR)을 공식 국가로 인정, 외교 관계 수립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이들 세력을 독립 국가로 인정한 것은 러시아를 비롯해 남오세티야, 압하지야, 시리아 등 4개국 뿐이다. 특히 북한은 DPR 재건을 돕기 위한 건설 노동자를 지원하기 위해 조만간 대표단을 파견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와 중국은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에 대응하는 반서방 연대 구축을 가속화하고 있다. 두 나라 중심의 브릭스(BRICS)와 상하이협력기구(SCO) 등을 통해 참여국 협력과 외연 확대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 지자체, 뭐든지 한다… 도시인·외국인·기계… 농촌 일손만 된다면

    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농촌지역의 고질병이 된 일손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들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도시민 가운데 농촌에서 일할 사람을 모집하고 외국에서 농업연수생을 데려오는 등 대책을 마련하느라 분주하다. 충북도는 오는 10월부터 ‘충북형 도시농부 시범사업’을 추진한다고 15일 밝혔다. 도시에 거주하는 20~75세의 유휴노동자, 은퇴자, 주부 중에서 신청을 받아 농가에 투입하는 시책이다. 이들은 사전에 농촌이해 이론 교육, 작물 수확 방법, 농기계 안전사고 예방법 등을 3일간 농업기술원에서 교육받는다. 도시농부 수당은 4시간 기준 6만원이다. 이 가운데 2만 4000원은 도가 지원하고 나머지는 농가가 부담할 예정이다. 도 관계자는 “우선 청주시를 대상으로 50~100명 정도의 도시농부를 모집해 운영할 예정”이라며 “성과가 있으면 내년부터 도내 전 시군으로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경북 경주시는 캄보디아 현지에서 농업연수원을 운영하는 국제구호단체와 손을 잡고 외국인 농업연수생 제도를 추진한다. 지자체 주도로 이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경주시가 처음이다. 연수생 규모는 최대 100명으로 다음달 말부터 차례로 입국해 3개월간 지역 농가에서 선진 농업 기술을 배우며 농번기 일손을 돕게 된다. 연수생은 농가에서 최저임금 수준의 연수비를 받는다. 항공료와 여권, 비자 발급 비용은 연수생 본인이, 한국 입국 전 캄보디아 현지 기초 교육 비용은 경주시가 낸다. 시는 연말까지 제도를 운영한 뒤 확대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농기계로 일손 해결에 나서기도 한다. 전북 익산시는 먼 곳에 사는 농민을 위해 농기계 배달 운송료를 9만원까지 지원하기로 했다. 농민은 1만원 정도의 운송료만 내면 농기계를 빌릴 수 있다. 시는 6억여원을 들여 농번기 대기자가 밀려 사용 순서를 기다려야 했던 인기 기종 105대를 추가로 확보했다. 경남도는 66억원을 투입해 창녕·함양군의 마늘·양파 작목반 등에 376대의 농기계를 장기 임대해 주기로 했다. 도 관계자는 “지난해 근로자 부족과 인건비 상승으로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해 수확 작업이 늦어졌다”며 “이 사업으로 인력난 해소와 농작업 효율성 극대화까지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1 농림어업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우리나라 농가 인구는 221만 5000명이었다. 전년도 231만 4000명에 비해 4.3%(9만 9000명) 줄었다. 농가 인구 3명 중 1명은 70대다.
  • ‘도시에서 해외에서’ 농촌에서 일할 사람 찾는 지자체들

    ‘도시에서 해외에서’ 농촌에서 일할 사람 찾는 지자체들

    고령화와 인구감소로 농촌지역의 고질병인 된 일손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들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도시민 가운데 농촌에서 일할 사람을 모집하고 외국에서 농업연수생을 모셔오는 등 대책을 마련하느라 분주하다. 충북도는 오는 10월부터 ‘충북형 도시농부 시범사업’을 추진한다고 15일 밝혔다. 도시에 거주하는 20세~75세 사이의 유휴노동자, 은퇴자, 주부 가운데 신청을 받아 농가에 투입하는 시책이다. 이들은 사전에 농촌이해 이론교육, 작물수확방법, 농기계 안전사고 예방법 등을 중심으로 3일간 농업기술원에서 교육을 받는다. 도시농부 수당은 4시간 기준 6만원이다. 이 가운데 2만4000원은 도가 지원하고 나머지는 농가가 부담할 예정이다. 도 관계자는 “우선 청주시를 대상으로 50~100명 정도의 도시농부를 모집해 운영할 예정”이라며 “성과가 있으면 내년부터 도내 전 시군으로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경주시는 캄보디아 현지에서 농업연수원을 운영하고 있는 국제구호단체와 손을 잡고 외국인 농업연수생 제도를 추진한다. 지자체 주도로 이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경주시가 처음이다. 연수생 규모는 최대 100명으로 다음달 말부터 순차적으로 입국해 3개월 간 지역 농가에서 선진 농업기술을 배우며 농번기 일손을 돕게 된다. 연수생은 최저임금 수준의 연수비를 농가에서 받는다. 항공료와 여권, 비자발급 비용은 연수생 본인이, 국내 입국 전 캄보디아 현지 기초 교육비용은 경주시가 낸다. 시는 올 연말까지 제도를 운영한 뒤 확대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농기계를 통해 일손 해결에 나서는 지자체도 있다. 전북 익산시는 거리가 멀어 이용에 불편을 호소하는 농민을 위해 농기계 배달운송료를 최대 9만원까지 지원키로 했다. 농민은 1만원 정도의 운송료만 내면 현장에서 농기계를 받아 쓸 수 있다. 시는 6억여원을 들여 농번기 대기자가 밀려 사용순서를 기다려야 했던 인기 기종 105대를 추가로 확보했다. 경남도는 66억원을 투입해 창녕·함양군의 마늘·양파 작목반 등에 376대의 농기계를 장기임대해 주기로 했다. 도 관계자는 “지난해 근로자 부족과 인건비 상승으로 일할사람을 구하지 못해 수확작업이 늦어졌다”며 “이 사업으로 인력난 해소와 농작업 효율성 극대화까지 기대할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남 나주시는 지난 12일 동신대와 농촌봉사 등 지역상생을 위해 힘을 모으기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1 농림어업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우리나라 농가 인구는 221만5000명이다. 전년도 231만4000명에 비해 4.3%(9만9000명) 줄었다. 농가 인구 3명 중 1명은 70대다.
  •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열심히 고민한 당신, 피곤한 이유 있었네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열심히 고민한 당신, 피곤한 이유 있었네

    누구나 한 번쯤 심하게 운동을 하거나 육체 노동을 한 뒤 통증과 함께 극심한 피로를 느낀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이는 젖산(lactate)이 근육에 쌓이기 때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2000년대 들어서 근육 피로가 젖산 때문이 아니라 체내 칼륨(K) 이온 변화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들이 나오기도 했지만 육체 피로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도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글루탐산 과다 분비로 인지 피로 발생 그런데 책상 앞에 오래 앉아 있는 학생이나 사무직 노동자들도 공부나 업무가 끝난 뒤 육체 노동을 한 것만큼이나 피로감과 두통을 느끼는 경우가 있습니다. 오랜 시간 열심히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사람을 지치고 피곤하게 만드는 원인에 대해서는 육체 피로만큼 연구되지 않고 있었습니다. 프랑스 피티 살페트리에대학병원, 파리 뇌연구소(ICM), 뉴로이미징연구센터(CENIR), 소르본대, 파리 정신과·신경과학 대학병원그룹(GHU) 공동 연구팀은 오랜 시간 정신적 노동에 시달리면 ‘글루탐산’(glutamate)이 과다하게 분비돼 ‘인지 피로’(cognitive fatigue)가 발생할 수 있다고 14일 밝혔습니다. 이 같은 연구 결과는 생명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 8월 12일자에 실렸습니다. 연구팀은 20~39세의 남녀 40명을 두 집단으로 나눠 한 그룹은 복잡한 내용을 암기하고 계산하도록 했고 다른 집단은 상대적으로 더 쉬운 문제를 해결하도록 한 뒤 자기공명분광법(MRS)으로 뇌의 움직임을 측정했습니다. 자기공명영상법(MRI)은 뇌의 해부학적, 구조적 변화를 찾을 때 활용하고, MRS는 뇌의 화학적 변화를 파악할 때 사용하는 검사법입니다. ●글루탐산 뇌 축적 땐 인지기능 저하 그 결과 복잡한 계산과 암기를 했던 집단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뇌 전전두엽 피질의 시냅스에 글루탐산의 농도가 높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글루탐산이 뇌에 과도하게 쌓여 있는 경우 불안감, 우울감이 증가하고 계산이나 암기 정확도도 현저하게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강도 깊은 사고활동 시간이 길어지면 뇌에서 신경전달물질인 글루탐산이 많이 분비되고, 글루탐산 부산물이 축적되면서 뇌 독성이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이 반복적으로 장기화하면 시냅스 연결까지 약화시켜 기억력 감퇴, 인지조절 능력 상실 같은 문제를 유발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심할 경우 뇌종양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연구팀은 뇌의 과도한 활동으로 인한 인지기능 저하를 막을 수 있는 방법도 제시했습니다. 바로 충분한 휴식과 수면입니다. 수면이나 휴식을 취하면 신경세포와 시냅스에 과다하게 쌓인 글루탐산이 제거된다는 것입니다. 또 많은 사람들이 일이나 공부를 잠깐 쉬고 휴식을 취할 때도 뭔가 다른 특별한 행동을 해야 한다는 강박까지 갖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지만 연구팀은 쉴 때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멍 때리는 것’이 뇌에 과다하게 축적된 글루탐산 제거에 효과적이라고 조언했습니다. ●충분한 수면·휴식으로 뇌 쉬게 해야 연구를 이끈 안토니우스 빌러 프랑스 살페트리에대학병원 박사(인지신경과학)는 “이번 연구는 피곤할 때 중요한 결정을 내리지 말아야 하는 이유를 보여 주고 있다”며 “전두엽에서 만들어 내는 대사물질을 측정함으로써 번아웃(탈진) 예측 및 예방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연구를 보면서 문득 과도한 경쟁 사회인 한국에서 쉴 새 없이 뇌를 혹사하는 직장인과 학생들의 뇌는 괜찮을지 걱정이 됩니다.
  • 폭우에 2분 지각했는데… “시말서 내라”

    폭우에 2분 지각했는데… “시말서 내라”

    직원이 지각했다는 이유로 연차를 차감하는 것은 근로기준법 위반인데도 일부 회사는 자체 규정에 따라 연차를 깎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최근 폭우로 출근대란이 벌어진 날에도 직원이 지각한 걸 문제 삼아 시말서를 요구한 회사도 있었다. 직장갑질119는 지난 8일부터 이어진 집중호우로 직장인 지각이 속출한 것과 관련해 그동안 이 단체에 접수된 제보 내용을 14일 공개했다. 직장인 A씨는 이번 폭우 때 2분을 지각했고 죄송하다고도 했지만 “회사에 놀러 다니느냐”, “시말서를 제출하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 지난달에는 “회사가 ‘지각 1회에 반차 차감, 2회에 월차 차감’이란 방침을 정했다는데 문제 없느냐”는 제보가 접수됐다. 직장갑질119는 “지각은 직원 평가의 기준이 될 수 있고 잦은 지각은 징계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면서도 “지각을 이유로 시말서를 강요하면 직장 내 괴롭힘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시말서가 단순히 사건 경위 보고에 그치지 않고 잘못을 반성하고 사죄하는 반성문을 의미하는 것이라면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댔다. 지각을 이유로 연차를 깎는 것에 대해서도 “근로기준법 위반”이라고 했다. 지각, 조퇴, 결근은 해당 시간만큼 월급에서 공제하는 게 원칙이라는 것이다. 이 단체는 “노동자가 원하는 기간에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한다는 연차유급휴가의 원칙에도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 與 “민주노총 대놓고 정치선동… 국민 밉상”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지난 13일 서울 중구에서 진행한 ‘8·15 전국노동자대회’에 대해 국민의힘이 “시대착오적 정치 투쟁”으로 규정하고 일제히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양금희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14일 “민노총은 시대착오적 정치 투쟁을 멈추고, 노동조합 본연의 역할에 충실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양 원내대변인은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 집회에서 ‘이 나라를 전쟁의 화염 속에 몰아넣으려는 윤석열 정부를 용납할 수 없다’, ‘한반도의 운명을 쥐락펴락하는 미국에 맞서 싸워야 한다’, ‘노동조합의 힘으로 불평등한 한미동맹을 끝내자’ 등을 발언했다고 전하면서 “가히 시대착오적이며, 2022년도 대한민국 노동자들의 주장이 맞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동료 근로자들의 생계를 어렵게 하며, 낡은 이념의 정치 투쟁에만 열을 올리고 있지는 않은가”라고 덧붙였다. 같은 당 김기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우리 사회의 슈퍼갑으로 변질된 민노총은 이제 그 존재 자체가 국민밉상이 되었다”면서 “어제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열린 민노총 집회는 그야말로 국민 민폐였다”고 꼬집었다. 그는 “마치 체제 전복을 위한 북한 노동당의 정치선동 집회를 보는 듯했다. 대놓고 정치선동을 하며 체제전복을 추구하는 권력집단으로 변질된 것”이라며 “민노총이 죽어야 이 나라가 살고 청년들이 산다”고 주장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전날 페이스북에 “외피만 노동자대회일 뿐, 본질은 정치투쟁이고 반미투쟁”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주노총과 같은 강성노조는 이미 사회의 기득권 세력”이라며 “강성노조의 반미투쟁은 그 자체로 모순이다. 노동자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이 혜택을 입어 왔던 한미동맹을 스스로 부정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 與 “민주노총 시대착오적 정치 투쟁…국민 밉상”

    與 “민주노총 시대착오적 정치 투쟁…국민 밉상”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지난 13일 서울 중구에서 진행한 ‘8·15 전국노동자대회‘에 대해 국민의힘이 “시대착오적 정치 투쟁”으로 규정하고 일제히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양금희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14일 “민노총은 시대착오적 정치 투쟁을 멈추고, 노동조합 본연의 역할에 충실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양 원내대변인은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 집회에서 ‘이 나라를 전쟁의 화염 속에 몰아넣으려는 윤석열 정부를 용납할 수 없다’, ‘한반도의 운명을 쥐락펴락하는 미국에 맞서 싸워야 한다’, ‘노동조합의 힘으로 불평등한 한미동맹을 끝내자’ 등을 발언했다고 전하면서 “가히 시대착오적이며, 2022년도 대한민국 노동자들의 주장이 맞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동료 근로자들의 생계를 어렵게 하며, 낡은 이념의 정치 투쟁에만 열을 올리고 있지는 않은가”라고 덧붙였다. 같은 당 김기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우리 사회의 슈퍼갑으로 변질된 민노총은 이제 그 존재 자체가 국민밉상이 되었다”면서 “어제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열린 민노총 집회는 그야말로 국민 민폐였다”고 꼬집었다. 그는 “마치 체제 전복을 위한 북한 노동당의 정치선동 집회를 보는 듯했다. 대놓고 정치선동을 하며 체제전복을 추구하는 권력집단으로 변질된 것”이라며 “민노총이 죽어야 이 나라가 살고 청년들이 산다”고 주장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전날 페이스북에 “외피만 노동자대회일 뿐, 본질은 정치투쟁이고 반미투쟁”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주노총과 같은 강성노조는 이미 사회의 기득권 세력”이라며 “강성노조의 반미투쟁은 그 자체로 모순이다. 노동자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이 혜택을 입어 왔던 한미동맹을 스스로 부정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 천재지변 ‘폭우’에 2분 지각했는데 시말서 작성에 “회사 놀러다니냐”

    천재지변 ‘폭우’에 2분 지각했는데 시말서 작성에 “회사 놀러다니냐”

    지각 1회에 ‘연차·반차 차감’ 회사도직장갑질119 “근로기준법에 위반”직원이 지각했다는 이유로 연차를 차감하는 것은 근로기준법 위반인데도 일부 회사는 자체 규정에 따라 연차를 깎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최근 폭우로 출근대란이 벌어진 날에도 직원이 지각한 걸 문제 삼아 시말서를 요구한 회사도 있었다. 직장갑질119는 지난 8일부터 이어진 집중호우로 직장인 지각이 속출한 것과 관련해 그동안 이 단체에 접수된 제보 내용을 14일 공개했다. 직장인 A씨는 이번 폭우 때 2분을 지각했고 죄송하다고도 했지만 “회사에 놀러 다니느냐”, “시말서를 제출하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 지난달에는 “회사가 ‘지각 1회에 반차 차감, 2회에 월차 차감’이란 방침을 정했다는데 문제 없느냐”는 제보가 접수됐다. 직장갑질119는 “지각은 직원 평가의 기준이 될 수 있고 잦은 지각은 징계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면서도 “지각을 이유로 시말서를 강요하면 직장 내 괴롭힘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시말서가 단순히 사건 경위 보고에 그치지 않고 잘못을 반성하고 사죄하는 반성문을 의미하는 것이라면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댔다. 지각을 이유로 연차를 깎는 것에 대해서도 “근로기준법 위반”이라고 했다. 지각, 조퇴, 결근은 해당 시간만큼 월급에서 공제하는 게 원칙이라는 것이다. 이 단체는 “노동자가 원하는 기간에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한다는 연차유급휴가의 원칙에도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지각이 누적되면 연차 차감 대신 결근 1회로 처리하는 것도 “근로기준법 위반”이라면서 “고용노동부는 지각했더라도 그날 출근해 근무했다면 소정근로일수를 개근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고 했다.
  • “폭우에 2분 지각했다고 시말서”… 직장갑질 천태만상

    “폭우에 2분 지각했다고 시말서”… 직장갑질 천태만상

    직장인 5명 중 1명은 근무시간 외 출퇴근 중에도 일을 한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직장갑질119와 공공상생연대기금은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6월 10~16일 사이 전국 만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출퇴근과 관련해 설문(95% 신뢰 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한 결과를 14일 발표했다. 발표에 따르면 직장까지 출퇴근 시간이 1시간 이상 걸리는 사람은 전체 응답자 중 17.6%였다. 이 가운데 인천·경기 거주자가 29.1%로 가장 높았고, 서울 거주 직장인도 22.1%가 출퇴근에 1시간 이상 걸린다고 응답했다. 수도권 거주 직장인의 대다수는 출퇴근에 30분에서 1시간 미만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거주자의 52.1%, 인천·경기 거주자의 41.5%도 여기에 해당했다. 특히 직장인 20.4%는 출퇴근 중에도 일을 한다고 응답했다. 정규직(17.3%)보다는 비정규직(25.0%) 근로자의 출퇴근 업무 비중이 더 높았다. 직장갑질119는 “출퇴근 시간에 고객 통화, 민원 처리 등 업무를 하는 직장인들이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일부 회사는 출퇴근 시간 준수를 과도한 인사 평가 기준으로 삼는다는 제보도 잇따랐다. 직장인 A씨는 직장갑질119에 “계약직이다. 폭우로 2분 지각해 죄송하다고 인사하며 들어왔는데 회사에 놀러 다니냐고 소리를 지르면서 시말서를 제출하라고 했다”고 제보했다. 직장인 B씨는 “대중교통 지연, 지문 인식 오류 등으로 1분이라도 지각하면 경위서를 작성해야 하고, 연말 평가에서도 인사에 반영되는 건 어쩔 수 없는 건가”라고 호소했다. 직장갑질119는 “근로계약서에 명시된 근무시간을 지키는 것은 노동자와 회사의 약속이라 정시에 출근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잦은 지각은 징계의 원인이 될 수도 있지만, 지각을 이유로 시말서를 강요하면 직장 내 괴롭힘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각, 조퇴, 결근은 해당 시간만큼 월급에서 공제하는 것이 원칙이지, 지각 횟수로 연차를 차감하는 것은 근로기준법 위반”이라고 설명했다.
  • 물에 잠긴 한강공원…보행로 낚시? 철수 방송에도 강태공 ‘굳건’ [포착]

    물에 잠긴 한강공원…보행로 낚시? 철수 방송에도 강태공 ‘굳건’ [포착]

    기록적인 폭우로 잠겨버린 한강공원서 보행로 낚시꾼 등 불청객도 등장했다. 한강공원 내에는 폭우 이후 낚시를 지양하라는 방송이 나오고 있다. 이달 8일 수도권을 강타한 폭우가 이어지면서 한강유역 수심도 높아졌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 기상청 관측소의 하루 강수량은 381.5㎜에 달했다. 공식 기록상 서울 1일 강수량 최고치인 354.7㎜(1920년 8월 2일)를 뛰어넘은 기록이다. 한강 수위가 상승하자 보행로에 낚시대를 설치하는 낚시꾼들도 생겼다. 한강에선 정해진 구역에서만 낚시를 할 수 있다. 한강공원 내부 표지판에는 낚시 금지 구역이 표시돼 있으며 낚시 가능 지역은 표지판으로 안내하고 있다.이날 이후 한강공원 내 관리센터 안내방송에는 안전을 위해 낚시를 하지 말고 철수하라는 방송이 나오고 있다. 또한 물에 잠긴 벤치, 식당, 카페, 편의점 등으로 가는 길을 복구하려는 관리자, 노동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이들 곁에 낚시대를 드리운 ‘강태공’들이 등장한 것이다. 한강관리본부 차량이 오가며 이들에게 철수를 요청하고 사진을 찍어 가지만 별다른 수가 없다.이날 한강공원은 급격히 상승한 수위에 잠겼고 인근 도로는 통제됐다. 보행자들이 걸어다녀야 할 산책로는 물 안으로 자취를 감췄다. 한강사업본부에 따르면 한강공원(광나루 제외 10개 한강공원) 호안에서는 낚시가 가능하다. 이 경우에도 규칙이 있다. 서울시 한강공원 보전 및 이용에 관한 조례 제15호에 따르면 한강 금지구역 내 낚시, 은어 포획, 낚시대 4대 이상 사용, 갈고리 낚시 등을 위반하면 재범 여부에 따라 50만원~3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어분, 떡밥 사용도 금지 행위다. 이 역시 위반시 같은 범위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대피 명령이 내려졌을 경우, 보행자 통로와 인접한 곳에서는 낚시가 금지된다.
  • [정형준의 희망 의학] 자율이 아니라 생명/녹색병원 재활의학과장

    [정형준의 희망 의학] 자율이 아니라 생명/녹색병원 재활의학과장

    정권이 바뀌면서 코로나 대유행 대응기조가 ‘과학방역’으로 선전됐다. 어떤 ‘과학’을 말하는 것인지 궁금하던 찰나 또 다른 방역기조가 나왔는데 바로 ‘자율방역’이다. 과학과 자율이 어떻게 연결되는지도 모르겠으나 자율방역은 그 이름에 걸맞게 정부와 사회의 역할을 줄이는 방향성이 분명했다. 우선 코로나 검사 비용이 부활하거나 늘었다. 코로나 확진자 치료 비용도 늘고 무상 치료 날짜도 줄었다. ‘자율’은 개개인의 선택이기 때문에 공적 지원은 축소한다는 논리다. 문제는 현실에서 벌어지는 난맥상이다. 우선 숨은 확진자가 늘고 있다. 과거 밀접접촉자 및 무증상자에게 무상으로 제공된 선별검사를 유료화하면서 증상이 없는 접촉자들은 검사를 꺼리고 있다. 확진자 생활지원금이 거의 없어져 자가키트에서 양성이 나와도 일을 하는 확진자도 늘었다. 자영업자, 플랫폼노동자 등 유급병가를 쓸 수 없는 사람들은 지원금도 없으니 확진을 숨기고 일하기를 선호한다. 아프면 쉴 수 있는 상병수당제도는 아직도 몇몇 지역에서만 소규모 시범사업뿐이고, 유급휴가는 정규직 일부만 기능한다. 이렇다 보니 유행 규모가 실제 어느 정도인지도 명확지 않다. 숨은 확진자는 계속 연쇄감염을 일으키고, 집단면역수준에 도달하는 순간까지 줄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유행규모를 통제한다는 측면에서 ‘자율’방역은 방역도 아니고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증상이 없거나 경증인 확진자들에게 검사비나 생활지원금을 주는 게 아깝다는 생각이라면 소탐대실이다. 코로나가 감기 수준의 질환이 아닌 이상 국민의 의료비 등 부담은 크게 증가할 것이기 때문이다. 당장 정부의 재정긴축에 도움이 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는 가계로 부담을 전가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치료 부분에서도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확진자 진료를 하는 임상현장이 양극화된다. 치료비도 제대로 지원되지 않고, 지원금도 없는데 굳이 경증으로 병원을 찾을 리 없다. 생활치료센터도 거의 없어져 고위험군을 모니터링하는 체계도 붕괴했다. 이 때문에 전달체계가 작동하지 않아 위중증환자 병실은 여유가 생기는 착시효과가 발생한다. 하지만 경증에서 시작해서 증상이 악화하는 환자들이 날로 늘고 있다. 이들은 제때 치료를 시작하지 못해서 갑자기 악화된다. 대부분 노인, 기저질환자들이다. 애초에 확진이 되자마자 치료제를 투약했다면 악화되지 않을 환자들이 포함된 셈이다. 통계상 드러나는 환자보다 숨은 중증환자가 늘어나는데, 중등도환자는 없는 것처럼 보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물론 환자가 더 늘어도 아마 중환자병상은 이전처럼 포화상태는 아닐 것이다. 자율방역 속에서는 요양원, 요양병원에서 확진돼 격리되다가 악화된 환자들은 치료비용이 무서워서라도 기꺼이 죽음을 선택할 것이기 때문이다. 애초부터 노동 능력이 없고 힘을 잃어 타인의 도움이 필요해 입소한 시설과 병원에서도 비용 때문에 눈치를 보던 사람들이다. 이쯤 되면 이 방역정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방임이라고 불러야 한다. 방임의 여파는 당장 드러나지 않는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2~4월 코로나 유행으로 65세 이상 초과사망율이 전년 대비 31.4% 늘었다. 아마 이번 유행이 끝나면 65세 이상 초과사망은 크게 증가할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자유’를 35번이나 이야기했다. 방역체계에서 이 자유의 의미가 명확해졌다. 바로 국가와 사회의 책임방기다. 방임이 자율로 포장되는 순간부터 우리는 제대로 된 방역체계, 치료체계를 갖췄다면 살릴 수 있었던 사람들을 죽이고 있다. 치명률이 낮고, 위중증병상이 충분하다는 데이터가 아니라 살릴 수 있는 사람들을 살리는 길은 자율과 방임으로는 도달할 수 없다.
  • [책꽂이]

    [책꽂이]

    의회의 조레스 당의 조레스 노동자의 조레스(노서경 지음, 마농지 펴냄) ‘민중의 호민관’으로 불리며 프랑스인들이 사랑했던 정치인 장 조레스(1859~1914)의 삶과 사상을 기록한 책. 조레스는 계급이라는 추상이 아니라 인간을 바라보고 그 인간의 자유를 사회주의와 결합한 인본 사회주의자로 ‘정치, 그리고 정치인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600쪽. 3만 2000원.전쟁과 목욕탕(야스다 고이치 글, 가나이 마키 그림, 정영희 옮김, 이유출판 펴냄) 일본 사회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두 일본인 저자가 한국, 오키나와, 태국 등의 온천을 여행한다. 부산 동래 온천에서 만난 할머니에게서 ‘일본인에겐 이름을 가르쳐 주고 싶지 않다’는 대답을 듣는 등 일제의 상흔을 마주하고 마음이 무거워진다. 일본의 만행에 대한 사죄의 심정으로 썼다. 384쪽. 1만 8000원.클래식이 알고 싶다: 고전의 전당 편(안인모 지음, 위즈덤하우스 펴냄) 인기 클래식 콘텐츠 제작자이자 스토리텔러로 평가받는 저자의 베스트셀러 시리즈의 두 번째 책. 솔직하고 자유로운 비발디, 힘겹고 치열한 삶을 산 바흐, 벼락치기의 명수 모차르트, 병약했지만 자신감 넘치는 베토벤 등 음악가들의 인생 이야기를 생동감 넘치게 서술했다. 394쪽. 1만 7500원. 낙인이라는 광기(스티븐 힌쇼 지음, 신소희 옮김, 아몬드 펴냄) 정신의학자인 저자가 정신질환을 앓았던 아버지에 대한 추억을 담아 쓴 회고록. 어린 소년이 아버지의 병을 몰랐다가 알게 되는 과정과 아버지가 병을 숨길 수밖에 없었던 근본적 원인을 심리·정신의학적 관점에서 파헤치며 ‘낙인’이야말로 그 어떤 정신질환보다 나쁜 최악의 광기라고 단언한다. 453쪽. 2만 5000원.불편한 편의점2(김호연 지음, 나무옆의자 펴냄) 70만 독자가 빠져든 김호연 작가의 소설 ‘불편한 편의점’이 두 번째 이야기로 다시 찾아왔다. 청파동 골목의 작은 편의점을 무대로 아들과의 불화로 답답해하는 점장 선숙과 경영에는 관심 없는 사장 민식, 새로운 40대 야간 알바의 이야기로 고난과 단절을 넘어 희망을 이야기한다. 320쪽. 1만 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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