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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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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드로 읽는책] 2020 미래한국/이주헌 등 지음

    ‘김 과장은 10만명이 모여사는 구름위의 도시 ‘스카이시티’ 아파트에 산다.200층 높이의 건물 안엔 놀이공원과 극장, 수영장, 백화점, 농구장, 헬기장 등 없는 게 없다. 베란다를 확장해 만든, 집 절반 크기의 정원에선 야채를 길러 먹고 독서와 운동도 한다. 오늘 전자 종이로 배달된 조간신문의 1면 머리기사는 청와대와 주석궁에 화상 회담실이 설치됐다는 내용. 김 과장은 출근하면서 로봇에게 청소를 지시한다. 로봇은 청소는 물론, 낯선 침입자가 들어오면 주인에게 알려주고 경보를 울린다. 그가 타는 차는 휘발유 대신 수소를 연료로 해서 달린다. 연료전지 내에서 수소와 산소를 반응시키면 전기와 물만 나올 뿐 매연이나, 배기가스가 전혀 없다. 김 과장의 직업은 유전자 상담사. 그는 고객의 유전자를 해독해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자문해준다. 지금으로부터 15년 뒤인 2020년 한 도시인의 일상을 상상해본 것이다.‘2020 미래한국’(이주헌 등 지음, 한길사 펴냄)은 이처럼 구체적이면서 사실적으로 미래를 그려낸 미래예측서다. 재미있는 점은, 본격적 연구결과를 그대로 담기보다는 책의 부제에서 알 수 있듯 ‘창조적 상상력으로 그려내는 내일의 모습’을 다뤘다는 것. 한국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과 한길사는 이를 위해 미래학 전문가가 아닌 각 분야의 전문가 30명에게 ‘우리의 미래는 과연 어떨 것인가.’란 화두를 제시했다. 이주헌 정보통신정책연구원장, 유향숙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단장, 이우경 한국항공대 교수 등 첨단과학을 연구하는 전문가들부터 곽수일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김선희 이화여대 철학과 교수,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최성 국회의원, 함인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 한기호 출판마케팅연구소장 등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언론 출판 등 거의 모든 분야를 망라하고 있다. 이들은 과언 어떤 미래의 상을 제시하고 있을까. 앞서 소개했듯 미래는 첨단 과학이 핵심 키워드가 되는 세상이다. 음성인식컴퓨터가 보급되면서 사투리가 사라지고, 혈액 한 방울로 수천가지 질병을 진단하는 DNA칩이 인기를 끈다. 줄기세포를 이용해 췌장조직을 복제해 당뇨병을 완치한다. 하지만 우리 미래가 그렇게 장밋빛 일색은 아니다. 이에 따라 책은 매우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미래의 풍경을 그리는 한편, 아울러 예측가능한 위험에 대한 경고도 늦추지 않는다. 일상 속에 들어온 로봇 때분에 노동자들의 생존권이 위협받고, 첨단 유전자 기술 발달은 개인의 존엄성을 훼손한다. 한반도가 동북아 평화의 허브가 될 수도 있지만, 핵 문제가 결국 전쟁으로 이어지고, 한반도 경제를 붕괴시키는 시나리오도 배제하지 않는다. 책이 전하는 메시지는 ‘미래가 정확히 이렇게 될 것이다.’가 아니다. 그보다는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것을 창조하는 것’이라는 피터 드러커의 말처럼, 우리의 미래를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가에 대해 꿈꾸고 선택하며, 그것을 향해 달려가라는 의미로 읽혀진다.1만 5000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분신·방화… ‘가자’ 철거 극렬저항

    TEXT 가자지구 21곳과 요르단강 서안지구 4곳의 유대인 정착촌에 대한 강제 철수 작업이 17일 시작된 가운데 한 여성(54)이 자신의 몸에 불을 질러 중태에 빠지는 등 철거에 대한 저항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서안지구 정착촌 쉴로에서는 한 이스라엘 기업의 운전기사가 철거에 항의하는 뜻으로 자신의 차에 태운 팔레스타인 노동자들을 향해 총기를 난사해 최소 3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이스라엘 군과 경찰은 계획대로 철거를 계속한다는 방침이지만 이처럼 예기치 않은 불상사도 속출하면서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분신을 시도한 서안지구의 여성은 이스라엘 남부의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온몸의 70% 가량 화상을 입어 생명이 위태로운 상태라고 경찰은 전했다. 이 여성은 이날 아침부터 남부 도시 네티보트의 한 마을에 설치된 바리케이드 앞에서 ‘샤론을 군법에 회부하라.’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있었다. 정착촌 모라그에서는 한 군인이 퇴거를 거부하는 한 여성 정착민을 끌어내다 이 여성이 휘두른 의료용 바늘에 찔려 부상을 입기도 했다. 또 모라그의 일부 거주민들은 지붕 위로 올라간 채 집 입구에 쓰레기통과 나뭇가지, 돌 등으로 바리케이드를 설치해 군·경의 출입을 저지했다. 네베 데칼림을 비롯한 몇몇 정착촌에는 약 5000명의 극우 유대세력이 남아 유대인 교회(시나고그) 주변에 땅을 파고, 가시철사 등으로 바리케이드를 친 뒤 군·경에 맞서고 있다. 앞서 군·경은 이날 아침 8시(현지시간)쯤부터 대형 버스와 트럭에 나눠 타고 최대 정착촌인 네베 데칼림을 비롯해 모라그, 가네이 탈, 베돌라 등 4개 주요 정착촌에 진입, 철수 작업에 돌입했다. 네베 데칼림에는 수백명의 비무장 군인과 경찰이 불도저를 앞세워 바리케이드를 부수고 들어가 거주민들을 버스에 강제로 태워 철수시키고 있다. 군·경은 인간 사슬 띠 대형을 만들어 주민들을 밀어붙이고 있다. 군 관계자는 네베 데칼림에 1만명을 비롯해 이번 철수 작전에 4만명의 병력을 투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샤울 모파즈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가지지구 내 21개 정착촌에 대한 철거 작업이 2주 안에 마무리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철수 작업이 완전히 마무리되기까지는 약 한달 정도가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는 격렬한 저항으로 군·경이 곤경에 빠졌다는 소식에 “철수에 대한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다.”면서 “나를 공격하십시오.”라고 TV 연설을 통해 말했다. 모셰 카차브 대통령은 이 말이 암살을 유도할 우려가 있어 “공격하라는 게 아니고 비판하라는 뜻이죠.”라고 용어를 정정했다.김균미기자 외신 kmkim@seoul.co.kr
  • [열린세상]언니의 눈으로 역사를 다시 보자/최광기 전문MC

    어색하다는 생각도 없이 늘 그렇게 불렀다. 나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 그렇게 불렀을 것이다.‘유관순 누나’라고.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 속의 여성인물은 그렇게 누구의 누이이고 누구의 마누라이며 누구의 어머니인 것이다. 사대부를 향한 저항으로 몸부림쳤던 정난정도, 신분사회에 맞선 여종의 딸 장희빈도, 분수를 모르고 권력을 탐해 결국 죽음으로 무너져 내리는 여인으로 비춰지고, 여성의 억압적 상황과 불평등한 현실사회에 저항했던 허난설헌도 허균의 누이로 더 우리에게 익숙해져 있다. 여성들의 역사는 독립적으로 인정되고 평가받지 못할 뿐만 아니라 남성의 시각으로 역사 속에 남아있는 것이다. 일제하 식민지 시대와 광복 후 근대사 속에서 여성은 묵묵히, 때로는 적극적으로 자신의 역할을 다하며 오늘의 기적을 일구어 왔다. 그러나 우리는 독립운동가 혹은 열사로 남성들만 기억하고 있다. 우리의 역사는 늘 남성의 눈으로 보고, 남성의 손으로 쓰여지고 있기 때문이다. 빼앗긴 나라를 되찾는 일에 남성만 앞장 섰겠는가! 보이는 곳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사선을 넘으며 나라의 독립을 위해 애써 온 수많은 여성들의 역할에 대한 평가가 진지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국가로부터 포상받은 독립운동가 가운데 여성은 거의 전무하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9694명의 독립유공자가 있다. 이 가운데 여성은 154명으로 1.59%에 불과하다. 독립운동의 역사 속에서 여성들에 대한 인식이 어느 정도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이제라도 알려지지 않은 여성독립운동가를 발굴하는 한편, 그들의 역할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하다고 본다. 한편으로는 민족의 비극을 온 몸으로 안고 사는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이 생존해 계신다. 지난 10일에는 500여명이 모여 광복 60주년을 맞이해 전쟁범죄를 규탄하며 전세계 10개국 각지에서 역대 최대 규모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촉구하는 집회가 동시에 열렸다. 전쟁범죄 피해의 실상을 알리고 진실규명과 명예회복, 일본 정부의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하며 14년간 매주 수요시위를 하면서 역사를 다시 쓰고 있는 군위안부 할머니들의 피나는 노력의 결실이리라. 이제 누나의 역사 속에서 이름없이 사라져간 우리 언니들의 역사를 다시 찾는 광복 60주년이 되어야 할 것이다. 광복과 전쟁의 상처를 딛고 한강의 기적을 만든 여성 노동자들을 기억하고 있는가? 주린 배를 움켜쥐고 공순이라는 사회적인 편견 속에서도 그녀들의 힘은 놀랍고 무서웠다. 시골에 있는 동생들과 오빠들의 학비를 대고 가족의 생활을 책임지는 가장의 역할을 했다. 그 열악한 산업현장에서 지금의 눈부신 경제발전과 노동운동의 원동력이 되었던 우리의 ‘언니’들이 있었다. 어디 그뿐인가? 1980년대 이후 지금까지 정치·경제·문화·스포츠 등 사회 각 영역에서 뚜렷한 활약상을 보이며 여성의 지위를 향상시키고 있고, 호주제 폐지 등의 반봉건적인 악습을 타파하는 쾌거를 이루기도 하지 않았는가! 여성의 힘은 나라의 힘이며, 민족의 힘이다. 면면히 흘러오는 언니들의 역사속에서 우리는 미래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광복 60주년을 맞이하는 우리는 8·15 광복과 한강의 기적, 호주제 폐지를 이루기까지 가정에서 사회에서 산업현장에서 나라를 찾고 나라를 일으키는 데 헌신적으로 노력한 여성들의 삶을 재조명함으로써 주변에 머물러 있던 여성사를 제자리로 찾아주어야 할 시점이 되었다. 더 늦기 전에 역사 속에서 이름없이 사라져간, 그리고 아직도 풀지 못한 우리 언니들의 역사를 되찾을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최광기 전문MC
  • [송두율칼럼] ‘이민시대’의 윤리

    [송두율칼럼] ‘이민시대’의 윤리

    며칠 전 외국인이 밀집해서 사는 베를린의 한 구역에서 화재가 발생, 터키와 폴란드 출신의 이주자 9명이 숨지고 많은 사람이 중화상을 입은 불상사가 발생했다. 책임소재를 둘러싼 논란 중에 외국인들이 소방관의 지시를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피해가 컸다면서 앞으로는 외국인의 거주를 허가할 때 독일어 해득능력을 철저히 시험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에 대하여 불의의 상황 속에서는 독일사람도 사태판단을 잘못해서 피할 수 있는 재난도 당할 수 있기 때문에 그 같은 주장들은 설득력이 없다고 반박했다. 또 9월 중순에 있을 총선에서 외국인문제를 쟁점화해서 유권자의 표를 더 얻어 보겠다는 얄팍한 발상이 낳은 무책임하고 비인간적인 작태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물론 언어는 원활한 상호이해를 위한 극히 중요한 수단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 필자는 뉴욕의 한국식당을 찾을 때 그곳서 일하는 멕시코 출신의 종업원들의 능숙한 우리말 구사력에 종종 놀란다. 독일에서도 한국식당에서 일하는 네팔출신의 요리사를 본 적이 있다. 의사소통에 있어서 큰 문제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들과 한국인 고용주사이의 갈등도 적지 않고, 불법고용과 저임금문제 때문에 현지의 경찰이나 노조와의 분쟁도 자주 있다. 문화적 요소들이 경제적 이해관계와 얽혀, 인종간의 갈등을 증폭시키기 때문이다. 소수민족으로서 우리 동포들이 겪은 1992년 4월의 로스앤젤레스의 흑인폭동은 이러한 갈등을 대표적으로 보여주었던 사건이다. 물론 외국 땅에서만 이같은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 30만이 넘는 외국인노동자들이 살고있는 한국에서도 임금체불이나 인권침해로 인해 여러 가지로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이러한 갈등의 근저에는 물론 외국인, 그것도 특히 가난한 나라에서 온 노동자들에 대한 한국사회의 부정적인 정서나 편견도 놓여 있다. 지하철에서 외국인노동자가 앉아 있으면 그 옆자리가 설사 비어 있어도 그 자리를 애써 피하려는 광경을 자주 목격했던 아내에게도 이 경험은 쉽사리 지울 수 없는 서울의 어두운 인상 가운데 하나였다. 독일의 외국인노동자나 이주민정책을 참고할 만하다고 해서 서울로부터 기자나 시민운동가들이 종종 독일을 방문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곳 역시 문제는 많다. 특히 통일이후 옛 동독지역에서 외국인이주자들에 대한 테러사건이 아직도 발생하고 있다. 물론 옛 서독지역의 상황이 이와 비교해서 크게 양호하다는 것은 아니다. 사실 옛 동독지역에서 휴가를 한번 보내고 싶었으나 아직까지 필자가 이를 실행에 옮기지 못한 이유 중에 하나도 우발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그러한 사태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이는 옛 서독지역보다는 외국인들과 접촉기회가 적었던 이 지역이 통일 이후에 누적되고 있는 상대적 박탈감 속에서 외국인이주자들을 쉽게 속죄양으로 만들 수 있는 분위기가 아직도 있다. 현재 자국내 취업인구의 10% 전후를 외국인노동자가 차지하는 서유럽사회와 비교할 때 한국사회에서 외국인노동자가 제기하는 문제는 아직은 덜 심각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한국도 이제는 외국인노동자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신자유주의는 국경을 넘는 자본이동의 자유에 대해서는 목소리를 높이지만 노동력의 이동문제에 대해서는 아예 고개를 돌리는 모순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이미 시작된 빈국에서 부국으로 향한 인간의 대이동행렬은 까다로운 출입국수속절차나 밀입국저지를 위해서 만든 캘리포니아와 멕시코 사이의 높은 장벽과 같은 물리적 수단만으로 통제할 수 없게 되었다. 오히려 현재 실시되고 있는 부국의 이주통제정책은 지구적 범위의 불평등을 강화하고 있다고 옥스퍼드대학의 이민문제전문가 스티픈 캐슬(S. Castle)은 지적하고 있다.‘이민(移民)의 시대’(Age of Migration)가 제기하는 새로운 지구적 과제해결에 한국도 이제는 동참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어떤 경우에든지 외국인노동자를 노동력으로서가 아니라 같은 인간으로서 바라보는 확고한 자세야말로 과제해결의 근본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 80년 ‘사북항쟁’ 민주화운동 인정

    1980년 탄광노동자들의 생존권 투쟁인 사북 노동항쟁이 25년 만에 민주화 운동으로 인정받았다. 15일 정선군에 따르면 국무총리 소속 민주화운동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가 최근 사북사건 당시 항쟁지도부였던 이원갑(66·정선군 고한읍), 신경(64)씨 등 2명의 명예회복 신청을 받아들여 민주화운동 관련 인정자로 확정, 발표했다. 사북항쟁 당시 항쟁지도부 협상대표와 대의원으로 활동했던 이들은 이번 심의 결과로 폭도에서 민주화 운동가로 거듭나게 됐다. 이외에도 당시 탄광근로자 10여명이 2차로 명예회복 신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사북 노동항쟁은 1980년 4월21∼24일 회사측의 착취와 어용 노조에 반발해 정선군 사북읍 일대에서 발생한 탄광근로자들의 총파업 사건으로 당시 경찰 1명이 사망하고 80여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계엄사령부는 주모자 등 81명을 계엄포고령법위반 등 혐의로 구속했으며 이씨 등 7명은 실형을 선고받았다. 정선 고한·사북·남면지역 살리기 공동추진위원회 송재범 위원장은 “폭도들의 난동이라는 굴레를 짊어졌던 사북 노동항쟁이 이제야 민주화운동으로 재평가 받아 다행”이라면서 “온갖 고문과 폭행으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피해자들이 적절한 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정선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월드이슈] 세계화·IT혁명…몰락하는 20세기형 노동운동

    [월드이슈] 세계화·IT혁명…몰락하는 20세기형 노동운동

    노조는 쇠퇴하는가. 미국, 프랑스, 독일 등 선진국 노조들이 급격한 조합원 감소와 내부 불화 등으로 추락하고 있다. 여전히 막강한 정치적 영향력을 휘두르고 있는 브라질 등 제3세계 노조도 ‘성장 우선 정책’이란 대세 속에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정보화 진전 등 산업구조의 변화와 세계화, 시장주의를 앞세운 ‘신 자유주의’의 거센 격랑 속에 격변의 문턱에 있는 세계 주요 국가 노조들의 변신을 살펴본다. |워싱턴 이도운특파원|미국의 노동조합 퇴조 현상은 미국노동자연맹(AFL)-산업노동자회의(CIO)의 분열에서 상징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의 노동단체라는 AFL-CIO는 산하 노조의 잇따른 탈퇴로 통합 50년 만에 최대 위기에 봉착해 있다. 140만명의 조합원을 거느린 식품상업노조가 지난달 29일 탈퇴를 선언했으며, 이에 앞서 지난달 25일에는 서비스노조국제연맹(조합원 180만명)과 전미트럭운전자조합(조합원 140만명)도 이탈을 발표했다. 이로써 조합원 규모가 가장 큰 3개 산하 노조가 모두 이탈했고 호텔레스토랑노조(조합원 45만명)의 탈퇴도 기정사실화된 상태다. AFL-CIO는 1935년 대공장 숙련 노동자 중심의 AFL에서 탈퇴한 자동차, 철강 등 당시로서는 신산업 노동자들이 결성한 CIO가 1955년 AFL과 다시 통합하면서 이뤄진 단체다.AFL-CIO는 70년대까지 미국 정치·경제·사회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AFL-CIO는 지난 대선에서도 민주당의 존 케리 후보를 지지했으나 당선시키는 데 실패했다. 그렇다면 AFL-CIO의 퇴조 원인은 무엇일까? 미국 언론들은 존 스와니 위원장의 3선 도전과 그에 반대하는 서비스노조국제연맹 앤드루 스턴 위원장 간의 갈등을 우선적인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노조 지도부가 전체 노동자의 권익 향상보다는 정치적 영향력 확대에 골몰하고 근무여건이 상대적으로 좋은 일부 조합원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등 기득권화·노동귀족화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노조 퇴조는 지도부 내부의 갈등을 넘어선 보다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원인을 안고 있다. 주미 대사관의 전운배 노동관은 ▲산업구조의 변화 ▲새로운 경영기법의 등장 ▲보수적인 공화당의 장기 집권 등을 중요한 요인으로 꼽았다. 우선 AFL-CIO가 결성돼 영향력을 행사하던 시기의 중추산업은 중후장대형 제조업이나 광산업 등이었다. 그러나 20세기 후반부터 산업의 중심이 서비스, 정보통신 등 새로운 분야로 넘어가고 여성·외국인 근로자도 늘어나면서 노조에 대한 관심이 덜한 계층이 산업의 주요 분야를 차지하게 됐다. 이와 함께 20세기 말부터 갖가지 신경영 기법이 등장하면서 경영진이 노조를 관리하는 방법도 매우 전략적이고 세련돼졌다고 할 수 있다. 근로자의 고충을 미리 해결해 노조에 대한 관심을 저하시킨다거나, 아예 회사를 노조운동이 활발하지 않은 남부 지역으로 옮겨가는 상황이 나타났다. 또 지난 80년대 이후 로널드 레이건, 조지 H W 부시, 조지 W 부시 등 공화당 출신의 대통령이 계속 당선되면서 상대적으로 기업 경쟁력 강화와 분배 대신 성장 위주의 정책을 펴온 것도 중요한 원인으로 지적된다. 공화당 출신 대통령들은 우리나라의 중앙노동위원회에 해당하는 전국노동관계위원회(NLRB·판정 기능)와 연방중재화해국(FMCS·중재 기능)에 대부분 보수적인 인사들을 임명했다. 미국의 진보진영에서는 이들이 노조 설립을 제한하는 등 노동운동을 제약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dawn@seoul.co.kr ■ “분배보다 성장” 실용주의 확산 제 3세계의 노조도 변화의 물결을 타고 있다. 세계화의 거센 파고 속에 대부분의 국가들이 ‘경제발전 제일주의 정책’을 채택하면서 변신을 강요당하고 있는 것이다. 제 3세계 노조들은 아직 미국, 유럽국가들처럼 조합원이 급감하고 영향력이 추락하는 상황은 아니다. 극심한 빈부격차, 저개발, 대중주의적인 정치유산 등으로 노동조합의 영향력은 건재하다. 그러나 국제 경쟁의 격화 속에 노동자의 권익 향상과 노조활동의 보호보다는 경제발전의 속도를 끌어올리기 위한 성장 정책에 각국 정부들이 집중하면서 노조운동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지나치게 경직된 노동관련 법안들이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는 것이 이들 정부의 시각이다. 노동자와 빈곤층을 위한 ‘복지위주 정책’이 친기업적인 ‘시장자유주의’로 방향을 바꾸고 있는 것도 맥을 같이한다. 좌파 정권이란 든든한 배경을 가진 브라질이나, 좌파적인 경제정책의 보호막 속에 있던 인도에서도 이같은 경향은 두드러지고 있다. 복지확대보다 긴축재정, 수출신장, 경제성장 기반구축에 중점을 두는 ‘좌파 실용주의’란 대세 속에 경제발전과 효율성이 더욱 강조되는 까닭이다. 외국 투자유치를 확대하고 자국의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경직된 노동관계법을 고쳐 고용과 해고를 손쉽게 해 노동시장을 유연하게 만들어 나가자는 자세다. 파업권, 단체행동권, 정부의 개입 등 노동권을 일정부분 제약하더라도 기업부담을 줄이고 기업 경쟁력을 높여나가겠다는 것이다. 2002년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을 권좌에 올려놓고 첫 좌파정권을 탄생시킨 집권 노동자당(PT)은 금속 노조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PT는 현재 하원에서 전체 의석(553석)의 17.7%(91석)를 차지하는 제1당이기도 하다. 그러나 PT는 기존 노동법을 개정, 노동자의 파업권을 제한하고 정부 개입을 확대하려 하고 있다. 또 복수노조를 전면 허용하고 기업이 부담하는 조합세를 기부금으로 대체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룰라 정부는 2006년 전면적인 노동개혁을 추진할 계획이다. 히카르도 베르조니 브라질 노동부 장관은 “의회 논의와 수렴을 통해 개혁안을 연내에 마무리할 것”이라면서 노조의 반대를 일축하고 있다. 평균 14시간에 노조 1개씩 늘어나는 노조 난립이 자칫 노동자 해이와 비효율을 만연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룰라 정부의 노동법 개혁안에 깔려 있다. 룰라 대통령은 지난 5월1일 상파울루시에서 열린 노동절 기념행사에 불참하고 인근 상 베르나르도 도 캄포시에 위치한 폴크스바겐 공장을 찾아가 근로자들을 격려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한편 신흥 잠재 경제강국인 ‘브릭스’(BRICs)의 일원인 인도도 경제발전을 가속화시키기 위해 노동시장의 유연성 등을 목표로 하는 개혁드라이브 정책을 추진 중이다. 이석우기자 jun88@seoul.co.kr ■ “임금 양보해 일자리 지키자” |파리 함혜리특파원|독일 하노버에 있는 폴크스바겐자동차 생산공장의 근로자들은 지난해보다 시간당 9% 정도 낮은 보수를 받고 있다. 노사가 지난 연말 임금상승 없는 근로시간 연장에 합의한 탓이다. 지멘스와 다임러크라이슬러, 도이체 텔레콤 등도 주당 근로시간을 임금보전 없이 35시간에서 40시간으로 연장하는 데 합의했다. 독일 근로자연합에 따르면 중간규모의 기업 50여개도 이같은 노사협약을 체결했다. 독일 최대 노조조직인 금속노조(IG메탈)가 지난 1984년부터 견지해온 근로시간 감축 노선을 ‘폐기 처분’한 이같은 노사협상은 산별노조의 전통이 강한 서유럽 국가 노조의 힘과 영향력이 예전에 비해 현격하게 줄었음을 보여주는 증거로 받아들여졌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은 “독일기업의 노조가 일자리를 보장하는 대가로 급여 삭감을 받아들인 것은 노조 권력의 약화를 반증하는 것”이라며 최근 몇년간 거의 모든 유럽 국가들에서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노조가입 비율이 떨어지는 등 노동운동이 침체에 빠지고 있다고 전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표부의 정형우 노무관은 유럽의 노조세력이 약화되고 있는 결정적인 원인으로 세계화에 따른 경쟁 심화를 꼽았다. 정 노무관은 “글로벌 경쟁환경에서 기업이 탄력적으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 산별교섭보다는 개별 기업의 특수성을 감안한 노사협상에 힘이 실리는 추세”라고 말했다. 프랑스가 주 35시간 근로제를 폐지하면서 연간 연장근로시간 한도를 180시간에서 220시간으로 늘리되 기업별로 노사합의 아래 그 이상도 가능하도록 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장기적인 경기침체와 높은 실업률도 노조의 세력을 약화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유럽연합(EU) 확대로 새로 회원국이 된 동유럽 국가들이나 중국과 비교해 유럽국가는 노동경쟁력이 크게 떨어져 많은 기업들이 공장의 해외이전을 계획 중이다. 노조는 공장이전으로 일자리를 잃는 것보다는 사측의 제의를 받아들이는 편을 택하고 있다. 따라서 최근 노동운동의 쟁점은 임금협상에서 일자리 문제로 옮겨가고 있으며, 노사관계는 투쟁보다는 상생의 길을 모색하는 쪽으로 추세가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다. 각국 정부는 일자리 창출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강도높은 노동시장 개혁정책을 추진 중이다. 독일의 집권 슈뢰더 정부는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를 위한 노동권 축소를 골자로 한 ‘어젠다 2010’을 수립했다. 프랑스 정부는 최근 기업주에게 고용·해고 재량권을 부여하는 ‘새 고용계약서’ 도입 등을 포함한 고용촉진법령을 승인했다. 이같은 정부의 개혁정책이 노동계의 반발을 사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대다수 여론은 “노조의 힘이 더 약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기존의 강성 노조는 갈수록 설 땅을 잃고 있는 셈이다. lotus@seoul.co.kr
  • “이번에는 외국인” 카드마케팅 ‘확장’

    경기도 안산 공단에서 2년째 일하고 있는 파키스탄 출신의 외국인 노동자 마헤드 후얀은 요즘 자신의 은행 잔고 이내에서 신용카드처럼 쓸 수 있는 체크카드의 묘미에 흠뻑 빠졌다. 파키스탄에서는 통장조차 없었지만 한국 생활이 길어질수록 카드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체크카드에 교통카드 기능이 있어 지하철을 탈 때마다 표를 사지 않아도 된다. 무엇보다 유용한 것은 고국의 가족에게 돈을 보낼 때 환전 및 송금 수수료가 할인된다는 점이다. 서울의 대형 로펌에서 변호사로 일하고 있는 미국인 존 스미스도 한국의 플래티늄급 신용카드를 발급받아 사용하고 있다. 미국에서 쓰던 카드로는 한국에서 아무런 혜택을 받지 못했지만 이 카드는 항공권은 물론 호텔이나 골프장 이용료까지 할인됐다. 그러나 카드가 다 좋은 것은 아니었다. 후얀은 “예전에는 지갑에 돈이 없으면 아예 쓸 생각을 하지 않았는데, 카드를 만든 뒤부터는 일단 사고 보자는 생각이 많이 든다.”고 말했다. 스미스도 “한국의 신용카드 혜택이 미국보다 훨씬 풍부하지만 결국은 소비촉진제”라고 말했다.●카드사들, 외국인이 블루오션? 신용카드사들이 외국인들에게 공을 들이고 있다. 언제 떠날지 모르는 외국인들에게 카드 발급을 꺼렸던 종전과는 달리 다양한 신용 평가를 바탕으로 외국인 전용카드까지 내놓고 있다. 외국인이 국내 카드사의 틈새시장으로 자리잡고 있다. 전업계 카드사는 대사관 등 외국정부기관이나 금융기관 및 다국적기업 종사자, 의사·변호사·컨설턴트와 같은 전문직 외국인들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예금업무인 수신 기능이 없기 때문에 신용이 확실하고 소득과 소비 수준이 모두 높은 외국인을 겨냥하고 있는 셈이다. 반면 은행 계좌를 활용할 수 있는 은행계 카드사는 예금을 담보로 잡을 수 있기 때문에 전문직 종사자는 물론 이주노동자들에게까지 마케팅을 확대하고 있다. 기업은행은 지난해 외국인노동자 전용 체크카드를 출시했다. 연회비가 없고, 사용액의 0.5%를 현금으로 돌려 주며 환전 우대 혜택이 있는 이 카드의 사용자는 지난해 말 3000여명에서 올해 7월말 현재 5600여명으로 늘었다. 사용액도 4억원에서 10억원으로 증가했다. 외환카드는 지난달 외국인 전용 플래티늄카드인 ‘엑스팻’을 내놨다. 일정 기준 이상의 자격을 갖춘 고소득 외국인에게 월 최소 200만원 이상의 신용한도를 부여하고 있다. 고소득층을 겨냥한 엑스팻이 성공을 거두자 외환카드는 다음달 외국인 노동자 전용 신용카드인 ‘코리안드림(가칭)’을 출시할 계획이다.●외국인 노동자 과소비 우려 카드사들의 마케팅 강화로 외국인들의 국내 카드 사용액은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해 2·4분기 외국인의 외환카드 사용액은 146억원이었지만 올 2·4분기에는 163억원에 육박했다.KB카드의 올 2·4분기 외국인 사용액은 87억원으로 전분기 79억원보다 8억원 증가했다. 비씨카드의 경우 지난해 말 19억원에 머물렀던 외국인 사용액이 올 6월말 현재 44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카드사 관계자는 “외국인들은 한국 카드사들이 제공하는 다양한 혜택을 누리고 있고, 카드사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어 외국인을 상대로 한 마케팅은 ‘윈윈 전략’인 셈”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직 고소득자가 아닌 이주 노동자의 카드 사용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견해도 많다. 신용 개념이 거의 없는 이들이 한국에서 무분별한 카드 사용으로 신용불량 상태로 빠질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외국인 노동자 지원단체에는 도박이나 경마 등으로 힘들 게 번 돈을 탕진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속출하고 있어 카드 과소비까지 겹치면 또 다른 사회 문제를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서울외국인노동자센터 관계자는 “불법체류와 임금체불 등 인권문제가 여전히 풀리지 않은 상황에서 신용불량 문제까지 겹치면 외국인 노동자들의 설 자리는 더욱 좁아질 것”이라고 걱정했다. 이 관계자는 “카드사들이 교통카드 등 생활에 꼭 필요한 부분은 첨가하고, 과소비를 부추기는 부분은 최대한 자제하는 쪽으로 마케팅 전략을 짜야 한다.”고 강조했다.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인권선진국으로 가는 길] (4) 이주노동자도 다같은 노동자(독일)

    [인권선진국으로 가는 길] (4) 이주노동자도 다같은 노동자(독일)

    독일은 이주노동자의 선진국으로 꼽힌다. 노동시장의 문을 조금씩 열어, 지금은 자국민과 같은 수준의 대우와 적극적인 사회통합 정책을 통해 그들을 받아들이고 있다. 지난 1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새 이민법을 낳기까지 외국에서 노동인력을 대량으로 받아들인 1970년대 이후 숱한 시행착오를 겪은 결과이다. 지금은 이주노동자들이 참정권을 갖고 국회 진출도 모색할 정도로 그들의 인권은 앞서 가고 있다. |베를린·본 구혜영특파원| 독일 연방고용사무소가 조사한 지난해 9월30일 현재 전체 취업인구는 2690여만명이다. 이 가운데 이주노동자는 8%에 이르는 180여만명을 차지한다. 이 정도면 단순한 독일 산업현장의 모자라는 곳을 메우는 ‘노동인력’이 아니라 독일 곳곳에 스며든 ‘사회구성원’이라고 해도 족하다. ●‘다름이 아름다운’ 차별 없는 사회 독일 노동청 직업알선중앙본부의 사라 프리쉬(25·여)는 “한때 이주노동자 취업인구가 10%를 넘긴 적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독일의 실업률이 높아지면서 취업인구가 줄어들긴 했어도 내·외국인 차별로 (이들의 비율이) 준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일자리가 줄어들자 이주노동자를 자국민에 앞서 해고했다기보다, 이주노동자 숫자의 감소 등으로 비율이 낮아졌을 뿐이라는 뜻이다. 독일은 1960∼70년대 초반까지 상당수의 이주노동자를 받아들였다. 독일 경제노동부 외국인노동자 고용과의 총책임자인 루트빈 마찬트(56) 참사관은 “당시 송출국과 협력을 맺으면서 이주노동자의 노동 조건을 동일한 수준으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사용자들 입장에서 값싼 임금의 이주노동자를 골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자국민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잠식하지 않게 하는 장치였다. 30년 전부터 자동차 회사 ‘오펠’에 근무하고 있는 이탈리아 출신의 이주노동자 구이로 카수(55·뤼셀하임 거주)는 “독일은 노동·체류허가를 받으면 내국인과 동등한 노동권을 가진다. 독일이 필요한 외국인력을 받아들였기 때문에 이주노동자들이라는 이유로 저임금 분야에 종사하지는 않는다.”고 전했다. 그는 “독일에서는 스스로 노력하면 능력에 따라 임금을 받고 사회보장 혜택을 받는다.”고 덧붙였다. 본에 있는 연방고용사무소 직원인 우도 마리네트(46)는 “사회복지사가 고용돼 직업재활교육을 시행하고 실업 이주노동자들에게도 실업수당을 지급하면서 직업상담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상적인 자본주의 발달과정을 거친 독일의 입장에서는 ‘생산성’을 중시한 결과이기도 하지만 이주노동자를 들여오는 과정에서부터 저임금 노동인구를 받아들이며 체불임금과 노동력 착취로 비난받고 있는 한국과는 너무도 다른 현실이었다. ●함께 나눈 경험을 중시하는 ‘통합’정책 독일도 한때는 이주노동자를 배격하는 정책을 취하기도 했다. 독일 튀빙겐대에서 사회학을 전공한 이승협(성공회대 연구교수) 박사는 “독일은 2차대전 이후 전후복구를 위해 이주노동자를 받아들일 때 ‘노동력’만 받아들였지 ‘인력’으로서의 고민은 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손님 노동자’라는 말이 이를 방증한다.1969년 독일에 건너온 터키 출신의 이주노동자 이브라힘 에센(61·프랑크푸르트 거주)은 “1974년 외국인력 도입 중단을 선언한 이후 이주민 귀환을 장려하는 등 독일정부가 나서 내국인과 이주노동자의 융화를 차단하기도 했다.”고 돌아봤다. 귀환하면 1년치 월급인 2만 4000마르크를 퇴직기금에서 지급하기도 했다고 그는 전했다. 지난달 9일은 프랑크푸르트에 거주하는 터키인들의 보금자리인 ‘터키 민중의 집’ 40주년 건립 기념일이었다. 독일에 거주하는 외국인 736만여명 가운데 터키인은 전체 15%에 이르는 200여만명으로 가장 많다. 이곳에서 태어난 2,3세대들에게 터키 민속춤과 전통악기 연주법, 독일어도 가르치며 스스로 소외되지 않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민중의 집’ 회원인 뮤닥 알박(38)은 “한달 집세 3600유로(한화 440만원) 가운데 1600유로를 프랑크푸르트 시당국에서 지급하고 사회사업가들을 배치해 컴퓨터와 독일어 강습 등을 지원할 뿐 아니라 탁아소를 지어 직원들도 보내주고 있다.”고 소개했다. 독일 사회의 대표적인 이주민 융화를 위해 노력한 계층은 이주노동자는 물론 노조운동가, 학생계층이었다. 베를린에서 만난 독일노총연맹 빌리하예크(56) 사회교육위원은 “독일 사회에 1970년대부터 이주노동자들의 인권옹호를 위한 투쟁이 본격화됐다.”면서 “우리도 독일사회의 한 부분이라는 자의식이 강해지면서 이들의 통합이 사회문제로 대두됐다.”고 말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이주노동자 인권확보’라는 구호에만 그치지 않고 정치의 장으로 등장하는 결실을 보게 됐다. 독일 철강산별노조 대표로 오는 9월 총선에 출마하는 터키 출신의 하칸 도가나이(43)는 “이데올로기나 정책보다는 함께 사는 연습이 통합을 이끄는 힘”이라면서 “특히 이주노동자들이 독일 사회를 이루고 있다는 자각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연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독일 국적을 취득하면 참정권을 주고 10명의 직원을 채용하면 고용주로 인정하는 나라. 국가가 나서서 이주노동자들에게 독일 언어·문화를 가르치고 전문인력에게 문호를 연 나라. 노동력을 파는 ‘노동자’가 아닌 어깨를 맞댄 ‘이웃’으로 받아들이려고 하는 독일 이주노동자의 현주소였다. koohy@seoul.co.kr ■ “시민 34%가 외국인… 사회 세력화 지원” |프랑크푸르트 구혜영특파원| 프랑크푸르트 시청 산하의 ‘다문화사회 연구소’는 독일 내 이주민들을 자국민으로 통합하기 위해 지원하는 대표적인 기관으로 유명하다. 1989년 문을 연 이 연구소에는 19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다른 인종으로 다양한 업종에 종사한 경험을 갖고 있다. 팀 자체가 프랑크푸르트 사회의 축소판인 셈이다. 지난 2001년부터 총책임을 맡고 있는 프라우 나겔(58·여) 소장은 “개소할 때 캐나다식 모델을 참고했다. 연간 10만여명의 이주민을 받아들이는 캐나다의 사회융합정책을 연구하면서 전문가들의 조언을 받았다.”고 말했다. 현재 프랑크푸르트시민 가운데 외국인 비율은 약 27%. 이중국적 소유자 1만 4000여명(약 7%)까지 합하면 외국인은 약 34%에 이른다. 나겔 소장은 “이 정도면 독일 자국민들은 이미 다수파의 모습을 잃어간다고 할 수 있다.”며 다민족사회를 피부로 느끼고 있음을 강조했다. 연구소에서는 이웃과의 갈등과 체류조건·직업문제, 거주와 노동·문화적 갈등 해소 등 외국인들의 생활정책 전반을 다루고 있다. 한해 예산은 약 300만유로(37억 6000만원). 전액 시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다. 이주노동자들의 경우 2세들의 교육권과 근로 동등권 문제가 특히 부각되고 있다고 한다.2세 교육권 문제에 대해서는 “학부모를 대상으로 독일의 교육과정과 언어학습, 실태 등 정보를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2세 문제의 경우 ‘근로의 동등권’과도 연결된다. 주정부 차원에서 적극 받아들인 이주노동자는 주로 비전문직, 비정규 노동계층이다. 이 때문에 청소년 시절부터 직업교육을 강화하지 않으면 요식업계와 단순노동직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 연구소의 판단이다. 연구소의 최종 목표는 사회 구성원으로 자립하는 것이다. 독일사회와 융화하는 것에만 초점을 두지 않는다. 나겔 소장은 “자신을 그대로 드러내며 살 수 있는 사회적 기반을 만들어주며 점점 이 사회에 가시화된 세력으로 등장하게 하는 것”이 진정한 ‘지원’이라고 강조했다. koohy@seoul.co.kr ■ [기고] 외국인 불법체류 10만 개선책 적극 모색할 때 지구상에는 자신이 태어난 땅을 떠나 다른 나라에서 일하며 살고 있는 이주노동자가 약 5000만∼6000만명에 이르고 있다. 이중 한국에는 35만 5000여명이 살고 있다. 1980년대 중반 이후 제조업과 건설업, 광업에서 일손이 크게 모자라 눈감아주며 시작된 외국인 취업은 1991년에 이르러 산업연수생제도 도입으로 귀결되면서 많은 문제를 재생산했다. ‘노동자이면서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산업연수생제도를 수정해 고용허가제를 도입한 지 1년. 불법체류 10만명이라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단속 강화와 자진 귀국 시 범칙금 면제 및 재입국 유예기간을 단축해주는 ‘채찍과 당근’ 정책은 별반 효과를 거두지 못한 것 같다. 한국은 외국인에 대해 배타적인가, 아니면 우호적인가. 어쩔 수 없어 외국 인력을 받아들였지만 얼마간 일하다 돌아가 주기를 바라는 나라, 값이 싼 노동력을 선택해 3D직종의 인력난을 해결했지만 시민으로서의 권리 부여에 인색한 나라,‘때리지 마세요, 월급주세요.’라는 말을 필수적으로 익혀야 살아갈 수 있는 나라, 외국 인력의 사회통합에 국가 대신 종교·시민단체가 나서서 지원하는 나라. 이 정도면 한국은 외국인에게 배타적인 나라임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지구는 다인종·다문화 공동체로 재편되고 있고, 고용허가제와 국제결혼, 고령화, 저출산 등 달라지는 사회는 단일민족의 순기능만을 웅변하기 어려울 만큼 다른 세상으로 변하고 있다. 상품과 자본만이 아니라 사람도 함께 각국의 경계를 넘어 전 세계로 흘러가고 있다. 이제는 장기체류 외국인노동자를 한국사회에 어떻게 편입시킬 것인가를 심각하게 논의할 때가 된 건 아닌가. 이미 한국의 경제에 참여하고 있는 공동체의 구성원임을 인정하고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연습을 시작해야 할 때이다. 정강자 인권위 상임위원
  • 외국인 노동자, 직접 마이크 잡았다

    외국인 노동자, 직접 마이크 잡았다

    이주노동자가 직접 진행하는 다국어 뉴스프로그램 시대가 열린다. RTV 시민방송(스카이라이프 채널 154)은 8일 오후 10시부터 2주마다 ‘이주노동자의 방송’(MWTV)이 직접 제작, 진행하는 다국어 뉴스방송 ‘다국어 이주노동자뉴스’를 내보낸다. 한국어에 서툴어 한국 사회에 대한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에게 한국의 현 상황과 자국의 뉴스, 공동체 소식 등을 전해주게 된다. 이주노동자들의 자발적으로 참여해 제작되는 점이 눈에 띈다.‘다국어 이주노동자뉴스’에 참여한 진행자들의 면면이 다양하다. 몽골에서 유학 온 나라,‘한국버마행동’에서 활동하고 있는 윈라이, 이주노동자 밴드 ‘스탑 크랙다운’에서 보컬을 맡고 있는 네팔의 미노드 목단,MWTV를 통해 미디어운동에 전력을 다하고 있는 방글라데시의 마붑, 그리고 영어권 시청자를 위한 미국인 네빈이 그들이다. 2주일 동안 있었던 주요 뉴스 가운데 이주노동자 관련소식 위주로 방송할 예정이며, 네팔 몽골 방글라데시 미얀마 등 아시아 네 나라의 언어와 영어가 익숙한 이주노동자를 위해 영어 뉴스를 전한다. RTV를 통해 매월 셋째주 토요일 오후 10시에 방송되는 ‘이주노동자 세상’을 만들고 있는 MWTV의 두 번째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제작진은 “언어 소통으로 어려움을 겪는 많은 이주노동자들을 위해 시작한 다국어 뉴스방송이 본격적인 다문화시대를 여는 첫 걸음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계급간 타협이 ‘시장발전의 원동력’

    계급간 타협이 ‘시장발전의 원동력’

    마르크스와 베버. 흔히 자본주의의 ‘기원’을 따지다 보면 이들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마르크스는 생산력과 생산관계라는 경제 개념(궁핍)을, 베버는 프로테스탄트 윤리라는 문화 개념(절제)을 답으로 제시했다. 후대에 다양한 버전이 이어졌지만 큰 틀에서는 벗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이들 주장이 자본주의 기원과 발전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끊임없이 나왔다. 독일의 정치경제학자이자 네오마르크스주의자 하르트무트 엘젠한스의 목소리를 빌려 그 비판을 정리한 책이 나왔다. 바로 성균관대 사회과학부 이국영 교수의 ‘자본주의의 역설:계급균형과 대중시장’(양림 펴냄)이다. 책의 요지는 “자본주의가 불평등을 전제로 한 체제라는 생각은 역사적 사실과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외려 “평등해야 발달할 수 있는 게 바로 자본주의 체제”라고 정의한다. 우리의 상식과 근본적으로 궤를 달리한다. 방법은 비교정치학이다. ●계급‘차별’이 아니라 계급‘평등’이 자본주의의 원동력 ‘원조’ 자본주의 국가는 영국이다. 그렇다면 영국은 자본주의로 바뀔 당시 유럽 최고의 국가였을까. 아니었다. 오히려 식민지 개발에는 포르투갈과 스페인에, 생산기술이나 국가주도의 산업정책에서는 프랑스에 한참 뒤져 있었다. 그런데 어떻게 이들 모두를 추월했는가. 엘젠한스는 ‘계급간 균형’을 그 원인으로 짚는다. 다른 나라들은 지배계급이 강대했다. 그러다 보니 신분제를 바탕으로 피지배층을 잔인하게 착취할 수 있었다. 손쉽게 돈을 번 지배층은 사치와 향략으로 이를 탕진해버렸다. 포르투갈·스페인·프랑스가 재정흑자를 바탕으로 강력한 산업진흥정책을 폈다곤 하지만, 생산물은 지배계급을 위한 사치품뿐이었고 피지배계급은 소비력이 전혀 없었다. 자본의 축적이니, 시장이니 하는 개념 자체가 성립하지 못한 것이다. 그나마 혁명으로 이런 상황을 돌파한 프랑스는 자본주의의 길로 접어들었지만 그렇지 못했던 포르투갈·스페인은 3류국가로 전락해버렸다. 이에 반해 영국은 잇따른 역병과 전쟁 때문에 지배계급의 지배력이 크게 약화됐다. 피지배계급을 착취하려 들었다가는 국가 자체가 붕괴될 지경이었다. 이 때문에 피지배계급에게 양보를 거듭하는데 이것의 정점이 바로 명예혁명의 실체라는 설명이다. 착취 안 하고 임노동 계약을 맺는다는 것 자체가 지배계급으로서는 큰 양보라는 것. 간단히 생각해 보아도, 돈 있는 사람이야 권력을 끼고 앉아 땅이나 사고 매점매석하는 게 속 편하지, 애써 공장 지어서 뭘 만들고 노동자들과 씨름하는 게 나을 리 없다는 것이다. 즉, 자본주의는 자본가의 혹독한 착취(마르크스) 때문도 아니고, 유달리 종교적이고 근면성실한(베버) 유럽인의 특징 때문이 아니라 피지배계급과 지배계급간 타협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못 가진 자의 시기와 질투가 곧 성장엔진이다 기원에 대한 이런 설명은 자본주의 발달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우리나라의 성장주의자들은 분배니, 평등이니 하는 개념을 못마땅히 여기는 경향이 있다. 일부 보수언론의 칼럼에서는 이를 ‘못 가진 자들의 시기와 질투’로 매도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그러나 엘젠한스의 논리에 따르자면 ‘못 가진 자들의 시기와 질투’, 여기에 이은 계급간 갈등, 그리고 타협이야말로 자본주의 성장의 원동력이었다. 엘젠한스는 이 메커니즘을 ‘대중시장’이라 이름붙였다. 쉽게 말해 ‘노동자들이 월급 올려달라고 또 파업하네.’라고 말하는 것은 자본가 시각의 1차원적 논리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 임금 상승은 생산비를 늘리지만 동시에 그만큼 소비자의 구매력도 강화시킨다. 이런 신진대사가 일어나는 과정이 바로 대중시장인 것이다. 이는 박정희시대 고속성장의 원인에 대해서도 해명의 실마리를 던져준다. 박정희시대를 다른 나라와 비교한 국제비교연구 결과를 보면 고속성장에도 불구하고 분배는 그럭저럭 괜찮았던 것으로 나타난다. 보수주의자들은 성장 위주 정책 때문에 ‘떡고물’이 위에서 아래로 떨어졌다고 설명하지만, 엘젠한스 논리에서는 정반대다. 박정희시대 고속성장은 상대적으로 양호했던 소득분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냉전과 독재의 영향도 있었다.2차대전 이후 복지국가 정착과 함께 세계적 호황이 찾아왔다는 사실도 하나의 증거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 kr
  • [논술이 술술] 게으름에 대한 찬양/글쓴이 : 버트런드 러셀

    ‘시간은 돈’임을 강조하며, 무조건적인 부지런함과 성실함을 미덕으로 강요하는 현대 사회에서 ‘게으름에 대한 찬양’이라는 제목은 무척 도발적이다. 현대 사회의 지배적인 가치에 전면으로 맞서는 불온함마저 느끼게 한다. 하지만 그 도발과 불온함은 기존의 사회적 통념과 가치를 되짚어보면서,‘독단에 언제든 의문을 제기하는 마음가짐과 모든 다양한 관점들에 공정할 수 있는 자유로운 정신’을 맛볼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버트런드 러셀은 다양한 분야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한 20세기의 대표적인 지식인 가운데 한 명이다. 그는 현대 수학의 중요한 경향 중의 하나인 논리주의의 구상을 체계화한 수학자이자 논리학자이며, 현대철학에 큰 영향을 끼치기도 했다. 동시에 노벨문학상(1950년)을 수상한 문학가이기도 하며, 평생 반전·평화운동을 일관되게 펼친 사회사상가이자 운동가이기도 하다. 그는 몇 차례의 투옥을 감수하면서 교육과 여성 문제 등 다양한 사회 문제에 참여해 왔다. 특히 1955년에 아인슈타인과 함께 발표한 ‘러셀·아인슈타인 성명’은 핵전쟁의 위험을 감시하고 경고하며, 과학기술의 평화적 이용을 모색하는 ‘퍼그워시회의’가 창립하는 데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이 책은 이처럼 다방면에서 활동한 러셀이 다양한 문제들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쓴 철학적 수필집이다. 모든 형태의 전체주의적 독단에 반대하는 그의 정치 사상을 엿볼 수 있는 글도 있고, 문화에 대한 비판적 단상을 서술하고 있는 글도 있다. 하지만 가장 눈길을 끌고 깊은 공감을 이끌어내는 것은 현대 서구 문명을 비판하는 글들이다. 그는 이 글들을 통해 실용적 지식과 가치만을 강조하며, 인간을 어떤 다른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시키고 있는 현대 문명의 본질을 날카롭게 비판한다. 모든 도덕적 자질 가운데 세상이 필요로 하는 것은 선한 본성이다. 그러나 이것은 힘들게 살아가는 데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편안함과 안전에서 나온다. 하루 네 시간 정도 필요한 일을 하면서 남는 시간은 스스로 알아서 적절한 곳에 사용할 때 문명은 발전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현대 기술 문명이 노동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지만,‘근로가 미덕’이라는 고정 관념 때문에 과잉 생산을 거듭하며, 노동자들을 일자리에서 쫓아내고 있다. 여기에서 그는 게으름에 대해 느끼는 원초적인 가책을 용감하게 떨쳐버려야 사회와 개인이 행복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유용함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사색하면서 ‘무용한’ 지식에 관심을 가지고 그것을 창출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역설한다.‘무용한’ 지식이야말로 인생을 진지하게 만들고, 자신에 대한 성찰을 가능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결국 그는 사람은 게으를 수 있을 때 비로소 마음이 가벼워지고 스스로가 선택한 창조적인 활동에 몰두할 수 있으므로, 인간의 진정한 자유와 주체성을 위해서는 누구든지 게으를 권리가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러셀의 이러한 지적은 60여년이 지난 오늘날에 와서 더욱 설득력을 지닌다. 눈부신 기술의 발달로 오늘날 인류는 그 어느 시대보다도 눈부신 생산력의 발달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그 기술의 발달이 오히려 ‘노동의 종말’이라고 할 만큼의 심각한 실업 문제를 불러일으키고 있고,‘과로사’라는 말이 낯설지 않도록 노동 강도를 더욱 강화시키고 있다. 러셀의 말처럼 과연 우리는 제 정신을 갖고 살고 있는 것일까. 혹시 집단적 광기에 휩쓸려 파멸을 향해 경쟁적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 책의 가치는 이처럼 우리의 현실을 진지하게 되돌아 보도록 이끌고 있다는 데 있다. 유니드림 대학입시연구소(www.unidream.co.kr) ■ 독서 지도시 참고사항 -대상 학년:중1∼고3 -관련 교과:고등 사회, 윤리와 사상, 사회문화 -함께 읽어 볼 책:모모(미카엘 엔데), 느림(밀란 쿤데라), 월든(소로), 맥도날드 그리고 맥도날드화(조지 리처), 조화로운 삶(헬렌 니어링·스코트 니어링),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피에르 상소), 무소유(법정) -기출논제:연세대 2003학년도 자연계 정시 논술, 고려대 2002학년도 정시 논술, 인하대 2002학년도 수시1·2학기 논술 ■ 생각해보기-실용적 지식만을 강조하는 요즘 세태가 지니는 문제점은 무엇일까. -인문학이 지니는 의의와 가치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써보자. -기술의 발달이 사회에 미치는 긍정적·부정적 영향을 써보자. -기술 발달의 혜택이 사회에 골고루 분배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 [이사람] 해마다 해외의료봉사 실천 홍경섭 원장

    [이사람] 해마다 해외의료봉사 실천 홍경섭 원장

    자고로 곳간에서 인심난다고 했다. 있는 사람들이 베풀 줄도 안다. 이런 이유에서일까. 부자들이 베푸는 삶에 대해 당연하게 받아들일 때도 있다. 서울 신촌의 의춘당한의원 홍경섭(70) 원장. 그는 돈을 벌 만큼 벌었다고 밝혔다. 신촌에서 30년 동안 한의원을 운영하고 있고, 부인은 바로 옆에서 약국을 했었다. 젊었을 때 열심히 일한 끝에 서울 신촌에 5층짜리 건물도 소유하고 있다. 한의원도 그 건물 3층에 있다. 걱정거리라고는 없어 보이는 홍 원장은 매년 국내외에서 의료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여기까지만 놓고 보면 주변에서 종종 볼 수 있는 가진 자들의 베푸는 삶 정도로 치부될 수 있다. 그가 인터뷰 도중 부인과 자식에게 평생 숨겨왔던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기 전까지는 흔한 미담의 주인공 가운데 한사람 정도로 생각되어졌다. ●”식후 3번 복용이라는 말을 이해못해” 홍 원장은 해외봉사활동으로 말문을 열었다. “국내 외국인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무료 봉사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2000년부터 중국·베트남·캄보디아·방글라데시의 오지로 눈을 돌리게 됐습니다.” 국내에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은 의술을 접할 기회라도 있지만 이들 나라의 오지에 있는, 평생 약이나 치료 한번 제대로 받지 못해 도움이 더 필요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홍 원장은 지난해 네팔에서 만난 한 환자의 기억을 떠올렸다. “진료를 마친 뒤 하루 식후 3번 약을 먹으라고 처방을 해줬습니다. 그랬더니 식후 3번이라는 말을 이해하지 못하더라고요. 하루에 한끼조차도 먹기 어려운데 식후 3번 복용이란 개념이 와닿을리 없죠.” 홍 원장은 이같은 환자들이 눈에 밟혀 의료봉사활동을 지속적으로 펼치겠다는 각오다. 하지만 그 역시도 뇌경색증이 있는 등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다. 그렇다 보니 가족들은 의료봉사활동을 그만두라고 성화다. 하지만 가족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매년 보름 가까이 해외 의료봉사활동에 집착하는 이유는 바로 선친 때문이다. ●작고하신 부친 때문에 의학공부 시작 “중학교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습니다. 당시 아버지가 무슨 이유로 돌아가셨는지 이유를 알 수 없었습니다. 아버지의 사인이 궁금해서 의학을 공부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병명도 모른 채 돌아가셔 가족들의 슬픔도 배가 될 수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의학을 공부하겠다는 목표는 쉽게 세웠지만 실행에 옮기기는 고난의 연속이었다. 시골에서 농사를 짓는 어머니로서는 누나와 10살 아래 동생 등 3남매의 끼니를 해결하는 것조차 역부족이었다. 홍 원장은 1956년 경북 상주농잠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무작정 서울로 올라왔다. 의학을 공부하겠다는 일념으로 4∼5년 동안 가정교사 등 온갖 일을 한 뒤 동양의학대학(경희대 의대 전신)에 입학했다. 남들보다 늦은 나이인 20대 중반에서야 의대에 진학한 것. 늦은 만큼 세월을 따라잡기 위해 더욱 열심히 공부해야만 했다. 그러나 홍 원장의 기쁨도 잠시. 입학 1년여 만에 동양의학대학이 재정적인 이유 등으로 폐교됐다. 그로서는 앞이 캄캄했다. 하지만 ‘인생의 계획을 조금 수정하면 된다. 늦더라도 조금 돌아가면 되는 것 아닌가.’라고 자위하며 재도전에 나섰다. 그는 야간대학 상업과에 다시 진학했다. 상업과에 다니면서 중등교사 자격증을 따냈다. 교사생활을 하면서 돈을 번 뒤 의학공부를 다시 시작하겠다는 생각에서 교사 자격증을 딴 것이다. ●“꿈은 이루어진다” 준비하는 자에게 기회가 온다고 했던가. 홍 원장에게 의학을 전공할 기회가 다시 찾아왔다.30살이 되던 해 경희대 한의대 편입학에 성공한 것이다. 한의대에 편입학했을 때는 이미 지금의 부인 전정숙씨를 만나 결혼까지 한 상태였다. 그는 학부 졸업 후 석사, 박사과정도 마쳤다. 다만 석사와 박사과정은 한의학이 아닌 양의학을 택했다. 석사학위는 연세대 보건대학원에서, 박사학위는 일본 도호대학에서 예방의학을 전공했다. 한의원을 개업한 것은 40살이 돼서다. ●“평생 숨겨왔던 비밀, 이제는 공개하고 싶어” 홍 원장은 인터뷰 도중에 불쑥 부인과 자식에게 숨겨왔던 비밀 한 가지를 털어놓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갑속에 감춰놨던 시각장애 6급이라고 적힌 복지카드를 빼냈다. “중학교 때 사고로 왼쪽 눈을 실명했습니다. 부인과 자식들에게 괜한 짐을 안기기 싫어서 이제껏 말을 안 했습니다. 하지만 나는 나에게 주어진 여건에서 최선을 다했습니다. 이제는 가족들에게 떳떳하게 밝혀야 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한쪽 눈이 실명된 이후 여러 차례 좌절도 겪었다고 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의대에 진학하겠다고 했더니 담임선생님이 문학을 하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권하더군요. 담임선생님은 내가 사고로 한쪽 눈이 실명된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고집을 부려 결국 경북대 의대에 지원했습니다. 결과는 신체검사에서 탈락이었습니다.” 홍 원장은 그때도 의학에 대한 꿈을 접지 않았다. 언젠가는 기회가 다시 올 것이라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한쪽 눈이 안 보이니까 책을 오랫동안 볼 수도 없었다. 그래서 한의대에 입학한 뒤에도 남들보다 2배 이상 공부할 수밖에 없었다. 한쪽 눈으로는 현미경을 통해 세포를 관찰하면서 다른 한쪽 눈으로는 세포 그림을 그리는 시간이면 정말이지 공부를 포기하고 싶을 때도 여러 번 있었다고 했다. ●“한의원을 물려주지 못하는 것이 아쉬워” 홍 원장은 중매로 부인을 만나 29살 때 결혼했다. 부인은 서울대 약대를 졸업한 재원이었지만 결혼 당시만 해도 홍 원장은 특별히 내세울 것이 없었다. 주변에서 홍 원장의 성실함을 알아줘 부인과 결혼까지 하게됐다고 자랑했다. 3남매 중 큰아들 영준(40)씨는 원자력병원 의사다. 둘째딸 영선(39)씨는 이화여대 의대 교수다. 사위 역시 정형외과 개업의사로 가족 모두 의료인이다. 막내 영모(36)씨는 신학을 전공했다. 홍 원장은 “내심 자식 중 한 명은 한의학을 전공해 내가 갖고 있는 서적이나 의술을 물려주고 싶지만 뜻대로 안 된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강충식기자 chungsik@seoul.co.kr
  • 고용보험 편법급여로 샌다

    고용보험 편법급여로 샌다

    일부 공기업과 공공기관 등이 실업자들의 구직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국가가 지원하는 실업급여를 ‘유사 퇴직금’으로 활용하거나, 급여의 보조수단으로 악용해 실업급여가 새나가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서울신문은 20일 열린우리당 제5정조위원장인 이목희 의원과 노동부로부터 입수한 ‘최근 3년간 고용보험의 수급자 중 2회 이상 실업급여를 탄 근로자’ 3만 2200명의 자료를 분석해 특정 사업장으로부터 고용과 해고를 반복하며 실업급여를 받고 있는 노동자가 5004명에 이른다는 특이점을 찾아냈다. 이는 2회 이상 실업급여를 받은 노동자의 15.54%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들 중에는 만 36개월이란 짧은 기간 동안 최고 4회 이상 동일 사업장으로부터 고용과 해고를 반복해 경험한 노동자도 43명이나 된다. 이목희 의원측은 “재직상황을 아주 기계적으로 비교했기 때문에 동일회사로부터 2회 이상 고용·해고된 근로자는 5000명 선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고용과 해고를 반복하고 있는 사업장은 일반 사기업들뿐만 아니라 한국마사회, 국민연금관리공단, 동래구보건소, 동래구청, 작물과학원호남농업연구원,KT&G, 창원시청, 국립공원관리공단, 국립수의과학검역원, 국회 후생복지위원회, 대한민국영일만신항개발외곽시설, 독립기념관, 인천남동구청, 부산 연제구청, 울산 울주군청 등 공공기관과 공기업들도 포함돼 있다. 이에 따라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와 비정규직 양산 등 논란이 예상된다. 이 현상에 대해 서울 강남의 한 인력파견업체 관계자는 “특정회사에 비정규직인 사원들을 파견할 때 실질적으로 1년을 채용하지만, 서류상으로는 회사가 ‘6개월+1일’은 고용하고 나머지 ‘5개월 29일’은 권고사직한 것으로 처리해 실업급여를 급여의 보조수단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제보했다. 이목희 의원실은 “상시적으로 직원들에게 고용과 해고를 반복하는 공공기관이나 공기업은 1년 이상 고용할 경우 ‘퇴직금’을 지급해야 하는 점 때문에 직원을 채용할 때 근무기간을 1년 미만인 9개월 정도로 산정한 뒤 나머지 2∼3개월은 실업급여를 받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이처럼 편법적으로 실업급여를 활용할 경우, 노동자들은 퇴직금은 물론 연월차 수당을 받지 못하게 될 뿐만 아니라 노동자들이 특정한 직급에 묶여 있게 돼 인금인상, 승진 등에도 제약을 받게 된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위장해고후 월급절반 실업급여로

    위장해고후 월급절반 실업급여로

    ‘181일’을 근무한 노동자가 정리해고될 경우 최소 3개월에서 8개월간 월급의 50%를 실업급여로 지급하는 고용보험의 규정을 악용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일부 사업장들이 20일 처음으로 파악됐다. 서울신문은 지난달 초 서울 강남에서 소형 사업장을 운영하는 한 회사 대표로부터 독특한 제보를 받았다.“직원들이 7∼8개월 근무한 뒤 사표를 내면서 정리해고를 요청하는 경우가 지난 3년간 5차례였다.”면서 “고용보험의 절반을 사업주가 부담하는데 실업 급여의 ‘누수’를 막아달라.”는 내용이었다. 그는 “소규모 사업장의 경영자들에게는 이같은 억울함이 있다.”고 덧붙였다. 본지는 열린우리당 이목희 제5정조위원장과 공동으로 지난 한달 동안 노동부로부터 ‘2002∼2004년 실업급여 수급자 중 2회 이상 수급자의 고용보험 재직현황’을 제출받아 정밀 분석작업에 착수했다.20∼30대 노동자들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에 대한 사회적 환기를 위한 취지에서 출발했다. ●최고 4회까지 고용·해고 반복 이 과정에서 노동자를 2회부터 최고 4회까지 반복적으로 고용·해고하는 특정 사업장들이 적잖게 포착됐다. 특히 한국마사회, 국민연금관리공단, 작물과학원호남농업연구원,KT&G, 국립공원관리공단 등 공기업과 동래구청, 동내구보건소, 인천 남동구청 등 공공기관들이 다수 끼어 있었다. 실업급여를 ‘유사퇴직금’ 또는 ‘유사급여’ 등으로 전용·악용하고 있다는 판단 아래 해당 사업장들을 상대로 일일이 전화 문의에 들어갔다. 인천 남동구청측은 “직원들을 1년 이상 고용할 경우 퇴직금을 줘야 하기 때문에 1년 미만인 9개월 정도 고용하고,3∼4개월간 고용보험 적용을 받도록 한 뒤 재고용하고 있다.”고 실토했다. 즉 고용보험을 ‘유사퇴직금’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특정 근로자를 36개월 동안 4차례 고용한 사례가 8건으로 파악된 작물과학원 호남농업연구원은 “주로 농번기에 고용해 농한기에 해고하기 때문에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정 근로자를 36개월 동안 4차례까지 고용한 사례가 5건이 있었던 한국마사회는 “조경직의 경우 겨울에는 인력이 필요없기 때문에 3월에서 12월까지만 고용하고, 그 다음해에 재고용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KT&G의 경우는 “퇴직금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실토한 뒤 “과거보다 작업량이 2분의1로 줄어 고용을 줄여야 하지만, 직원들이 6개월씩 교대로 작업하겠다고 해서 고용·해고가 반복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인천남동구청 ‘유사퇴직금´ 악용 실토 인력아웃소싱 회사에서 근무했던 A씨는 “20∼30명의 직원을 둔 영세기업이 저임금의 여성 인력을 비정규직으로 뽑을 때 이중 계약서를 작성하는 것은 업계의 관행”이라며 “만약 월급 200만원에 계약했다면, 첫 6개월은 200만원을 지급하고 나머지 6개월은 권고사직한 것으로 서류를 꾸며 회사가 100만원, 고용보험에서 100만원을 지급하는 형식을 취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측은 “영세업자들에게 인건비가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편법적으로 실업급여를 활용하는 사례들이 있는 것 같다.”고 분석한 뒤 “그러나 공기업과 공공기관이 나서서 비정규직을 양산하며 실업급여를 남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자료를 분석해 의심이 가는 사업장에 대해서는 실사 등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노는만큼 성공한다/김정운 지음

    ‘하루 더 놀면 이혼이 늘어난다?’ 1994년 자동차회사 폴크스바겐사의 노동자들이 주로 사는 독일의 볼프스부르크시의 이혼율이 70%나 늘어났다. 폴크스바겐사가 주 4일 탄력 근무제를 실시한 데 따른 후유증이었다. 평소 바쁘다는 핑계로 잠잠하던 부부간의 갈등이 여가시간의 증가로 수면 위로 불거졌다. ‘노는 만큼 성공한다’(김정운 지음,21세기 북스 펴냄)에서 저자(명지대 교수)는 주 5일 근무제로 인한 사회·문화적 변화를 다양한 측면에서 꼼꼼히 살피고 있다. 그는 우리나라가 직면한 가장 심각한 문제는 경제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삶의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집단 심리학 차원의 질병, 즉 ‘놀면 불안해 지는 병’에 걸린 것이 더 큰 문제라는 것이다. 천박한 여가문화는 개인은 물론 국가경쟁력의 발목을 잡는다고 강조한다. 창의적인 마인드가 바로 건전한 여가에서 나오기 때문.‘잘 노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라는 지론을 펴는 그는 정부의 여가정책 마련을 누구보다 역설한다.1만 2000원. 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 이주노동자 뉴스 새달 방송

    이주노동자가 직접 진행하는 다국어 뉴스 방송 ‘이주노동자 뉴스’가 이달말부터 RTV시민방송(스카이라이프 채널 154)을 통해 방송된다.‘이주노동자 뉴스’ 제작에는 한국어가 서투른 이주노동자들에게 한국의 현재 상황과 고향 뉴스, 공동체 소식 등을 알리고자 하는 이주노동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우선 네팔과 몽골, 방글라데시,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국가들의 언어로 뉴스가 제공되며, 영어가 익숙한 이주노동자를 위해 영어 뉴스도 함께 이뤄진다.
  • 삶 그 치열한 ‘순간’에 대하여

    통역이나 번역이 필요 없는 언어, 사진. 디지털시대에 아날로그 사진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된다.20세기 최고의 다큐멘터리 사진가 세바스티앙 살가도(61)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갖는 전시회. 그의 사진은 보도와 기록이라는 다큐멘터리 사진의 특성을 넘어선다. 지역과 계층을 초월, 깊은 영혼을 뒤흔들며 감동을 준다. 무엇보다 그의 작품에는 사람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머문다. 휴머니즘의 사진가로 평가받는 이유가 거기 있다. #1 풀 한포기 찾아 볼 수 없는 황량한 모래벌판에 서 있는 한 아이. 그가 의지하는 손에 쥔 마른 나뭇가지는 흡사 그의 앙상한 뼈만 남은 몸과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야위어 있다. 굶주림으로 죽어가는 그 아이의 눈은 초롱초롱 먼 곳을 응시한다. 그의 깊은 눈속에서 우리는 희망을 포기할 수 없게 된다. 살가도는 기아와 질병으로 고통받는 아프리카의 모습을 가감없이 전달한다. 카메라 앞에 선 이들의 무시할 수 없는 인격의 존엄성도 날카롭게 포착한다. 몇주씩 그곳에 살며 현지 사람들을 카메라에 담아 낸 결과다. 그는 “사진은 촬영하는 사람들과의 관계가 어떠냐에 따라서 좋거나 나쁜 사진이 만들어진다.”며 피사체와의 긴밀한 교감을 강조한다. 브라질 출신의 그는 원래 경제학을 전공했다. 프랑스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커피 재배 현황을 조사하기 위해 아프리카를 방문한 것이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극심한 가뭄과 기아로 고통받는 아프리카를 세상에 알리는 것은 경제학 보고서보다 사진이 더 낫다고 결심한 것. 1970년대 중반 그는 첫번째 프로젝트로 자신의 고향인 라틴 아메리카를 시작으로 아프리카 등 전 세계를 돌며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사진에 담아냈다. #2 브라질 금광에서 천 한조각만 몸에 두른 채 금을 캐기 위해 일하는 노동자들. 하루 3만명의 인간 군상들이 생존의 치열함을 느끼게 한다. 작업 도중 나무토막에 잠시 기대어 있는 한 남자의 얼굴에서 우리는 마치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님을 연상하게 된다. 그의 사진에는 세계와 인간을 바라보는 시각이 뚜렷이 나타난다. 조관연 한신대 교수는 “예수가 복음을 전파하기 위해 이땅에 온 것이 아니라 소외된 자들을 대변하고 구제하기 위해 온 것이라는 이른바 ‘종속이론’, ‘근대화이론’등이 그의 작품 세계에는 짙게 깔려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진을 통해 지구 저편 주변부에 사는 사람들의 고통과 질곡을 알리는 일에 안주하지 않고 실제로 유니세프, 국경없는 의사회 등에 참여하는 ‘행동하는 예술가’다. 이번 전시회에는 1977년부터 2001년까지 24년간 찍은 그의 작품중 174점이 선보인다.▲라틴 아메리카 ▲노동자 ▲이민·난민 ▲기아·의료 등 네가지 주제를 한꺼번에 전시, 그의 작품세계를 한눈에 펼쳐 보인다. 7월8일∼9월3일 프레스센터 서울갤러리(02)733-6331.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 [대한민국은 산재공화국] 안전망 ‘구멍’…10년간 손실 86조

    [대한민국은 산재공화국] 안전망 ‘구멍’…10년간 손실 86조

    산업현장 안전망에 구멍이 뚫려 있다. 지난 10년간 산업재해 손실액이 86조원에 이르는 등 경제적 비용이 엄청나다. 이같은 손실액은 해마다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어 기업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때문에 산업현장에 ‘안전 원칙’이 지켜지는 풍토 조성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안전에 빨간불이 켜진 산업현장의 상황과 이에 따른 정부의 대책 등을 알아본다. ●지난해 손실액 인천공항 2개 건설비용 한국산업안전공단에 따르면 지난 10년간(1995∼2004년) 산재로 인한 인적·물적 손실은 실로 어마어마하다. 재해자수는 73만 9390명으로 의정부시(39만)와 평택시(37만)의 인구를 합한 규모에 해당한다. 이 가운데 2만 6206명이 사망했다. 이 기간동안 경제적 손실액은 86조 6655억원에 이른다. 산재발생이 최고조를 이룬 지난해 통계 수치를 보면 산재로 인한 손실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쉽게 알 수 있다. 재해자 8만 8874명(하루 243명꼴) 중 하루 7.7명꼴인 2825명이 사망했다. 이는 경제규모가 비슷한 선진국과 비교하면 아주 높은 수치다. 우리나라의 사망만인율(근로자 1만명당 사망률)은 2.70으로 독일(0.26). 일본(0.31), 미국(0.40)에 비해 6∼10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경제적 손실액은 14조 3000억원으로 노사분규로 인한 생산차질액 2조 4972억원의 약 5배에 달한다. 이는 100억원짜리 공장을 1420개, 인천국제공항을 2개 건설할 수 있는 금액이다. 한국노동연구원 선한승 선임연구위원은 “기업이 경쟁력을 갖기 위해선 산업현장의 안전보건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경제의 주역인 노동자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직장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재, 건설·제조업에 집중 우리나라의 산재발생 구조는 취약하기 짝이 없다.50인 미만 사업장이 전체 산재의 7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전체 재해자 8만 8874명 가운데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6만 423명(68%)이 발생했다.“전문인력 부족, 열악한 작업환경 등이 주된 이유”라고 노동부 정순호 안전정책과장은 분석했다. 산재 사망자의 절반 정도가 건설업에 집중돼 있으며 제조업이 그 뒤를 잇고 있다. 또 고령화시대가 가속화되면서 50세 이상 고령노동자의 재해발생도 점차 늘고 있다. 연령별 산업재해 발생현황(2002∼2004년)을 보면 전체 산업재해 발생건수 중 50세 이상 고령노동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25.1%에서 2001년 27.6%,2002년 29.7%,2003년 30.0%,2004년 30.7%로 점차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또한 50세 이상 고령자의 산재 사망 비중도 산재 사망자 대비 2000년 42.5%에서 매년 증가해 2004년 46.4%로 거의 절반에 육박하고 있다. 여성근로자 재해 발생도 늘어나는 추세다. 또 입사 6개월 미만자가 전체 재해자수의 절반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팔 걷고 나선 정부 노동부는 산업현장의 안전확보를 통한 산재발생을 줄이기 위해 법률 개정작업에 나섰다. 사업주의 안전·보건조치 강화가 포인트다. 안전보건조치 소홀로 인한 근로자 사망시 사업주에 대한 처벌수준을 현행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에서 ‘10년 이하 징역 또는 5억원 이하 벌금’으로 대폭 상향조정하기로 했다. 또 사망사고가 다발하는 건설 및 제조업에 대해서는 특별관리키로 했다. 노동부는 이같은 내용의 ‘산업안전보건법 개정법률안’을 지난달 13일 입법예고했으며 개정법률안을 오는 9월 정기국회에 제출, 내년 9월부터 시행할 방침이다. 안전보호구 착용의 생활화를 통한 재해 예방에도 적극 노력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지난달부터 대대적으로 안전보호구 착용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최용규기자 ykchoi@seoul.co.kr ■ 산업안전보건 강조주간 행사 풍성 노동부와 한국산업안전공단(이사장 박길상)은 1∼7일을 산업안전보건 강조주간으로 설정하고 다채로운 행사를 벌이고 있다. 일본과 미국, 독일에서도 매년 10월 우리나라와 비슷한 행사를 개최한다. 일본에서는 전국노동안전위생대회, 미국에서는 산업안전보건청(OSHA) 주관으로 전미안전대회, 독일에서는 연방산재예방기관연합회가 산업안전보건대회를 연다. 국내 행사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지난달 29일부터 2일까지 서울 코엑스(COEX) 태평양홀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안전기기·작업환경개선·소방산업 전시회’다. 올해가 23회째인 이번 전시회에는 우리나라를 비롯,13개국에서 178개 안전 관련 업체가 참가하고 있다. 전시회에서는 첨단 안전장비와 작업환경개선 설비를 한눈에 보면서 국내외 기술 수준을 비교할 수 있다. 1일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는 산재예방유공자에 대한 포상이 있다. 동탑산업훈장을 받은 청림산업(주) 박태복(52) 사장은 1999년 10월 회사설립 이후 5년여 동안 무재해를 기록했다. 또 같은 날 코엑스 콘퍼런스센터에서는 산업안전공단 주관으로 안전보건분야 기술 세미나가 열린다. 모두 7가지 주제로 나뉘어진 세미나에서는 산재 감소를 위한 건설안전 제도 개선과 산재 은폐의 원인 및 대안 등이 다각도로 논의된다. 롯데월드호텔 크리스탈볼룸에서 1일까지 3일간 열리고 있는 제4차 아·태지구 건설안전 국제회의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3대 주제는 ▲건설업의 안전보건경영 시스템 ▲추락, 낙하·비래, 감전 및 붕괴방지 대책 ▲아·태 안전보건 공동조직 구성 및 활동 등이다. 최용규기자 ykchoi@seoul.co.kr
  • [조영증의 킥오프] 박지성 첫 인상이 중요

    한국인 최초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입단한 박지성 선수에게 축하를 보낸다. 128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잉글랜드 최고 명가인 맨체스터는 리그 15회와 FA컵 11회, 유럽 챔피언스컵 2회 우승 등 90년대부터 프리미어리그 최강팀으로 군림하고 있다. 특히 98∼99시즌에는 프리미어리그와 FA컵, 챔피언스컵, 도요타컵 등 4개 대회를 석권하며 명실상부한 세계 최강으로 위용을 떨치기도 하였다. 1878년 철도 노동자들에 의해 창단된 맨체스터는 1910년에 지어진 이후 6만 7650석 전 좌석이 거의 항상 만원사례를 이루는 올드 트래포드 홈구장을 소유한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명문 구단으로도 정평이 나 있다. 축구선수라면 누구라도 한번쯤 뛰어보고 싶고 도전해볼 가치가 있는 팀일 것이다. 이런 면에서 그동안 고뇌 끝에 내린 박지성의 결정은 현명한 판단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PSV에인트호벤에서의 박지성은 다소 어렵고 힘든 시기에도 히딩크 감독이 든든하게 보호막을 쳐주었다. 그리고 히딩크 감독은 그를 유럽무대에서 통하는 특급선수로 만들어냈다. 이제 박지성은 PSV에인트호벤에 진출할 때보다 부담이 더 클 것이다. 노장 긱스나 로이킨,C 호나우도 등 기라성같은 동료들과 치열한 경쟁에서 주전을 꿰 차야한다. 또한 어려울 때 말동무가 될 수 있는 이영표같은 동료도 팀 내에는 없다. 여기에 진저리날 정도의 습한 기후와 유럽의 여느 리그에 비하여 훨씬 많은 70경기를 치러야 되는 체력의 안배와 컨디션을 조절하는 것 자체가 부담일 수 있다. 그렇지만 박지성은 누구보다 성실하고 활동량이 많고 부지런한 선수다. 영국선수들에 비하여 왜소한 체력을 가진 선수이지만 뛰고 또 뛴다. 그런 면에서 인상적이며 특별한 선수이다. 그동안 박지성의 존재를 잘 알지 못했던 맨체스터 팬들은 대단한 지지를 보내면서 긱스나 로이 킨의 대타로 손색이 없는 후계자감이라며 쌍수를 들고 환영하고 있다. 아울러 알렉스 퍼거슨 감독 역시 내심 거액을 들여 젊고 유능한 선수를 영입한 이상 시즌 초반에 선발로 출장시킬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어떤 포지션이 주어질지 모르지만 중요한 것은 첫 인상이다. 영입 초기에 좋은 활약을 펼치면 주전 자리를 확보 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못하면 상당한 어려움이 따를 수도 있다. 박지성 또한 각오가 대단하다. 세계 최고의 명문 팀에 입단할 수 있어 영광이면서 한국인으로서 모든 것을 실력으로 보여 주겠다며 남다른 야망을 펼쳤다. 국제축구연맹(FIFA) 기술위원 youngj-cho@hanmail.net
  • “일왕 사이판 전몰자 위령방문 日 협박에 못이겨 환영합니다”

    일왕 사이판 위령방문을 반대하는 기고를 쓰고, 플래카드를 내거는 등 방문 저지 운동에 나섰던 김승백(44) 사이판 한인회장은 27일 오후 1시 당초 계획을 바꿔 ‘일왕의 사이판 방문을 환영한다.’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그는 그간의 행적에 반대되는 기자회견에 대해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아키히토(明仁) 일왕 부처는 이날 오후 사이판을 방문해 28일 ‘반자이 클립’(만세절벽 혹은 자살절벽)을 방문해 위령제를 지낸다.김 회장은 “일본에서는 수백 명의 기자가 취재경쟁에 들어갔고, 정부 관계자들도 엄청나게 왔다.”면서 “일왕 사이판 방문 저지를 위해 지난달 고국을 찾아 정부와 언론 등에 협조를 요청했지만 약속이나 한 듯 아무도 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사이판 주민과 경찰, 일본 경호원 등이 찾아와 협박을 하는 등 거의 테러 수준의 시달림을 받았다.”면서 “먹고 살 일이 갑갑해 어쩔 수 없이 방문 환영 기자회견을 열겠다는 약속을 했다.”고 가슴을 쳤다.김 회장은 이어 “역사의 현장에 살고 있는 한인으로 최소한의 양심을 지키려고 방문 저지 운동을 펼쳤는데….”라며 “조국 대한민국은 뭣이냐. 너무하는 것 아니냐.”고 울분을 터뜨렸다. 그는 “일제시대 때 5000명∼1만명의 한국 노동자들이 사이판과 티니안에 끌려와 처절히 죽어간 역사를 잊어서는 안 된다.”면서 “일왕의 방문이 일본의 전몰자들만을 위한 추모가 아니고 사이판과 티니안에서 2차 세계대전 때 목숨을 잃은 모든 민족을 위한 추모의 방문으로 확장되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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