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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드로 읽는책] ‘기적의 신약’ 그 이면의 음모

    제약회사의 신약개발은 모든 인류에게 축복일까.‘몸 사냥꾼’(소니아 샤 지음, 정해영 옮김, 마티 펴냄)은 신약에 관한 일반인의 상식과 믿음을 여지없이 날려버린다. 환자를 치유하는 ‘기적의 신약’ 같은 신화 이면에는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한 거대 제약회사의 추악한 음모가 도사리고 있음을 낱낱히 파헤친다. 인도 출신의 여성운동가이자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우선 임상실험이라는 명목하에 거대 제약회사가 저지르는 비인륜적인 행위를 고발한다. 서구의 제약회사는 자국에서 신약의 피험자를 찾기 어려워지자 가난하고 척박한 곳으로 눈을 돌렸다.3D 제조업체가 개발도상국의 노동자들을 이용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 과정에서 위탁계약연구기관(CRo)들은 임상실험을 원하는 제약회사의 주문에 따라 실험지역과 실험대상, 실험규모를 결정하고, 연구 결과물을 학술지 논문으로 엮어내기까지 한다. 가난한 나라에서 행해지는 위약 대조실험은 제약회사의 부도덕함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위약 대조실험에 참여한 환자들 가운데 절반은 어떠한 치료도 받지 못하고 설탕물로 만든 위약만 제공받을 뿐이다. 의료진의 우선순위가 환자가 아니라 제약회사에서 의뢰한 실험결과를 위한 실험대상이라는 사실은 경악스럽다. 생명윤리학자 솔로몬 베나타의 말을 인용하면 “개발도상국에서 행해지는 임상실험은 피험자를 위한 것이 아니다. 학술적으로나 사업적으로 가치있는 것은 바로 데이터다.” 저자는 해마다 신약이 쏟아져 나오지만 전세계 절반 이상이 30년 전과 똑같은 질병으로 죽어가는 현상에 주목한다. 이는 제약회사들이 건강하지 못한 생활습관을 고치게 하기보다는 그런 생활습관에 적응하도록 만드는 신약개발에 더 열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비판한다. 이유는 물론 지속적으로 약을 팔아 먹기 위한 것이다. 또 발기 부전이라는 용어 대신 성기능 장애라는 애매한 용어로 ‘비아그라’의 상품력을 높이는 사례처럼 의도적으로 질병의 위급함을 왜곡하는 사태의 심각성도 지적한다. 그렇다면 왜 국가 기관이 나서서 거대 제약회사의 횡포를 막지 않는 것일까. 미국의 의약산업계는 현재 미국 사회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이익단체 중 하나다. 도널드 럼즈펠드 미국 국방부 장관이 제약회사 CEO 출신이라는 점은 그 단적인 예다. 저자의 고발은 먼 타국의 일이 아니다. 우리 역시 먹잇감을 노리는 몸 사냥꾼의 수색망에서 피할 수 없다는 사실에 오싹해진다.1만 5000원.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北 핵실험 파장] “오빠 살고있는데… 방사능 나왔으면 어쩌나”

    “내 고향에서 핵이 터질 줄이야, 오빠랑 올케 언니랑 조카들 정말 별 탈 없어야 할 텐데….” 지난 9일 핵 실험이 이뤄진 것으로 유력시되는 함경북도 김책시 상평리 인접지역에서 살았던 새터민(탈북주민)들은 고향에 남아 있는 가족들의 생사를 걱정하며 분통을 터트렸다.2000년을 전후로 김책시와 인접 길주군 등지에서 빠져 나온 새터민 3명은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고향에 군사시설이 있었지만 그게 핵 실험에 이용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함북 김책시에서 30년 가까이 살다가 1999년 혈혈단신 탈북한 A(여)씨는 “핵 실험을 했을 가능성이 가장 높은 상평리는 우리 고향에서 겨우 20∼30리 떨어져 있어 걸어서 한 시간이면 간다.”면서 “오빠 세 명이랑 올케 언니들, 조카들까지 살고 있는데 방사능이라도 나온다면 어떤 일이 생길지 몰라 걱정”이라고 말했다. “여기서는 이렇게 멀리 떨어져 있는데도 방사능이니 뭐니 걱정하는데 만일 무슨 일이라도 있었으면 어떡해요. 가족들한테 연락도 못하고 있으니 너무 답답해요.” 길주군에서 2000년에 탈북한 B(여)씨는 “엄청 큰 군수 공장이 지하에 만들어지는 것을 내 눈으로 직접 봤는데 그게 핵과 연관돼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고 전했다.그는 자기 동생이 그 공장에서 일하고 있는데 방사능 문제가 아니라고 해도 폐쇄된 북한사회에서 핵 실험 사실 자체를 알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불이익을 당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라고 했다. 그는 “이미 오래 전부터 풍계리 산 밑에 노동자들을 동원해 엄청난 ‘지하기지’를 만들어 놓았었다.”고 증언했다. 길주군에 몇 년간 살았다는 C씨도 “근처에 미사일 발사 기지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내가 북한에 있을 때도 김정일이 ‘우리가 지면 땅덩어리 없앨 것이다.’고 항상 얘기했기 때문에 핵 실험을 언제 해도 할 거라고 생각은 했다.”며 씁쓸해 했다.서재희기자 s123@seoul.co.kr
  • MBC ‘W’ 태국 쿠데타 심층취재

    MBC의 국제시사프로그램 ‘W’가 지난 19일 쿠데타가 일어난 태국 현지를 심층취재했다. 쿠데타의 직접적인 원인은 탁신 전 총리가 주식거래로 19억달러의 이득을 보면서 세금은 내지 않았다는 데 있다.푸미폰 국왕의 추인에다 여론조사 결과도 쿠데타 지지율이 84%에 이른다. 그럼에도 어쨌든 선거를 통해 선출된 민주정부를 이런 식으로 뒤집어야 하느냐는 반론도 있다. 우리식 민주주의의 폐해를 딛고 일어서서, 우리식 사회주의의 실패를 목격하고 있는 우리들로서는 관심이 가는 사안이 아닐 수 없다.W는 쿠데타 지도부를 비롯, 탁신·쿠데타 모두에 반대한다는 아시아인권협회 관계자들과 탁신을 여전히 지지하는 일부 노동자들을 모두 만났다.29일 오후 11시50분 방영.
  • 세계적 지식석학 3인의 ‘한국 발전’ 조언

    세계적 지식석학 3인의 ‘한국 발전’ 조언

    세계적 지식석학들이 한국의 미래사회 모델을 내부에서 찾으라고 충고했다.‘스웨덴식 복지모델’,‘네덜란드식 노사관계 모델’ 등이 아니라 내부의 목소리, 잊어버린 한국적 전통에 귀를 기울이면 답을 얻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지식경영의 창시자’로 인정받는 칼 에릭 스베이비(핀란드 한켄경영대학원 교수) 박사는 “외부에서 들어온 것은 한국 상황에 맞지 않고 힘을 잃게 마련”이라며 “안에서 스스로 발전한 모델만이 구성원들에게 확고한 힘을 가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논쟁, 대화 등을 통해 지적자본의 형성과 발전을 유도하고, 이를 통해 미래의 지향점을 발견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레이프 에드빈슨(스웨덴 룬트대학교 교수) 박사는 ‘지식정원’이나 ‘지식카페’ 등을 통해 사회 구성원들이 공동으로 지향하는 바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출신의 지식경영 전문 컨설턴트인 베르나 앨리 대표는 “좋은 네트워크만 갖고 있다면 지적 자본들을 사회적 자본으로 만들어 낼 수 있다.”며 ‘가치 네트워크’를 강조했다. 이들은 최근 한국지식경영학회가 주최한 지식경영 국제학술대회에 참석한 뒤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미래경영개발연구원에서 서울신문과 5시간에 걸쳐 단독 대담을 갖고 지식경영과 미래사회의 모습인 지식사회에서의 조직과 노동자들의 역할 등에 대해 토론을 벌였다. 이들은 이 자리에서 ‘국민총생산(GDP) 몇 % 성장’에 대한 집착도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앨리 대표는 “GDP가 얼마나 성장했느냐에 앞서 삶의 질이 얼마나 나아졌는가를 자문해봐야 한다.”며 “한가지만 가질 수 있다는 생각에서 두가지를 함께 이룰 수는 없는지에 대한 고민을 시작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에드빈슨 박사와 스베이비 박사는 “GDP 계산에는 무형자산, 여성의 가사노동, 환경오염 등이 포함되지 않는 문제점 등을 갖고 있다.”며 “GDP가 만능 척도가 아닌 만큼 지적자본과 같이 이를 보완할 수 있는 경제지표를 사회적 동의과정을 통해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외국인 노동자와 노숙인들의 든든한 벗

    외국인 노동자와 노숙인들의 든든한 벗

    취재, 글 신주영 기자 사진 한영희 무심한 시선이 더 고마울 때가 있다. 울고 있는데, 왜 우느냐고 묻기보다는 슬며시 손수건 한 장 갖다 놓고 사라지는 벗처럼. 외국인 노동자와 노숙인들을 위한 복지재단 ‘작은 손길’을 운영하고 있는 김광하(54세) 대표는 굳이 번드르르한 말을 하지 않고도 상대를 배려하는 법을 그는 아는 듯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어느 오후, 서울 동대문구 신설동 허름한 건물 2층에 자리한 ‘사명당의 집’에 들어서자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풍경은 빨래를 너는 남자들이었다. 방금 목욕을 마쳤는지 사람들의 표정이 개운해 보였다. 이곳은 ‘작은 손길’이 운영하는 노숙인 상담보호센터, 하루 평균 사오십여 명의 노숙인들이 쉬어가는 공간이다. 잠자리가 일정치 않은 이들에겐 행인들의 눈치를 볼 필요 없이 낮 동안이라도 편히 눈 붙일 수 있는 집이고 놀이터고 쉼터다. “여기선 아무것도 묻지 않는 걸 원칙으로 해요. 이름이 뭔지, 어디서 살았는지, 무슨 일을 했는지, 나이가 몇인지…. 서로에 대해 궁금해하지 않는 것이 예의라고나 할까요. 다들 사연 많은 인생들이라는 것만 암묵적으로 느낄 뿐이지요. 고단한 심신, 여기서만은 그냥 마음 푹 놓고 쉬어가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노숙인들끼리 서로들 자원봉사를 하시니까 저희가 특별히 하는 건 없어요.” 사명당의 집 한 켠 쪽방에서 만난 ‘작은 손길’ 대표 김광하 씨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원래 그의 본업은 자원중개상이다. 수입이 생기면서부터 봉사 단체에 후원금을 내오던 그는 사재를 털어 아예 ‘작은 손길’이라는 사단법인을 꾸렸다. 그러나 사람 마음이 다 내 맘 같지는 않은 법. 어렵사리 괜찮은 건물을 구해도 노숙인들이 들어오면 집값이 떨어지고 범죄 우려도 있다면서 집주인들이 세주기를 꺼렸다. 여섯 달 동안 발품 팔아서 구한 지금 쉼터도 몇 달 동안 주민들이 항의를 하는 바람에 여러 번 방을 뺄 뻔했다. 김광하 대표는 사람들의 이런 시선이 이해가 되면서도 아쉽다고 했다. “저도 처음엔 편견이 없었던 건 아니예요. 그런데 대부분은 사회의 손길을 못 받아서 본의 아니게 이렇게 된 분들이 많아요. 나는 그래도 부모 잘 만나서 공부도 하고 직장도 얻고 악다구니처럼 살았어요. 경쟁에 익숙했던 체질이었고요. 이분들은 공부를 많이 하지는 않았지만 성품이 저보다 낫습니다. 욕심이 없어요. 여분의 옷을 놓고 가져가라 해도 자신이 입을 옷 딱 한 벌만 챙겨갈 정도로 순수하죠. 그래서 어쩌면 경쟁에서 도태된 것일지 모르지만, 참으로 정직하고 순박합니다.” 김광하 대표가 이웃과 함께하는 삶을 택한 데에는 조용히 남을 돕고도 늘 말이 없던 장모의 영향이 컸다고 한다. 그는 소설가 박완서 씨의 둘째 사위다. ‘작은 손길’이라는 이름도 장모가 지어준 것이다. “누구나 남을 돕고 싶다는 생각은 많이 하잖아요. 그런데 실제로 그렇게 하는 분이 가까이에 있으면 아무래도 많이 배우게 되더군요. 제 장모님이 보이지 않게 봉사를 많이 하시거든요. 그분 사시는 모습 보면서 인간이 혼자서만 잘 사는 게 도리가 아니다 싶은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이런 얘기한 걸 아시면 절 가만두지 않으실 텐데….(웃음)” 2003년 출범한 ‘작은 손길’의 회원 수는 현재 2백여 명. ‘작은 손길’은 정부나 종교 단체의 재정적 지원을 받는 단체들과는 달리 회원들이 매달 오천 원에서 만 원씩 보내주는 성금과 물품으로만 운영된다. 공공기관의 지원을 받기 시작하면 사람을 머릿수로만 보게 될 것을 우려해서다. ‘작은 손길’이 역점을 두고 있는 또 다른 일은 외국인 노동자들의 인권보호와 문화교류다. 이전부터 외국인 상담소를 운영해오던 김광하 대표는 부천에 ‘아시아인권문화연대’라는 이름의 외국인 노동자를 위한 문화 공간을 만들었다. 얼마 전에는 부천 강남 시장에 도서관을 마련, 외국인 노동자들이 본국으로 돌아갔을 때 쉽게 정착을 할 수 있도록 미얀마나 태국 등 현지 책을 구비해놓고 대여해주고 있다. “저는 해외에서 좋은 대접을 받으면서 편하게 사업을 해왔는데, 우리나라 들어오는 외국인들은 그렇지 못합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일반인들이 특별히 외국인 노동자들의 인권에 관심을 갖기는 어렵잖습니까. 저같이 외국 나가서 덕을 많이 본 사람이 이런 일에 나서야지요.” 그가 건네는 손은 작을지 몰라도 그 가슴의 깊이는 보통 사람의 그것으로는 헤아리기 어려울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월간<샘터>2006.09
  • [‘하늘길’ 탄 中華대장정] (중) 시닝에서 라싸까지

    [‘하늘길’ 탄 中華대장정] (중) 시닝에서 라싸까지

    “감기에 걸렸다.”고 하니, 기자단 일행과 라싸까지 동행할 중국 외교부 직원이 깜짝 놀란다.“위험한데….” 얼굴 표정까지 자못 심각한 게 ‘굳이 뭐하러 가려느냐.’는 식이다. 감기는 고산지대에서 위험한 증세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산소가 희박해 폐수종, 뇌수종으로 빠르게 발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칭짱철도 개통이후 공식적인 첫 사망자도 감기로 시작된 폐수종이 원인이었다. 지난 11일 낮 그렇게 베이징 공항에서 칭하이(靑海)성 시닝(西寧)으로 떠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차창밖엔 원시(原始)의 풍광 줄줄이 시닝역을 출발한 건 저녁 8시,10시간 남짓 달려 어스름한 아침 무렵에야 거얼무(格爾木)역에 도착했다. 기관차를 고원지대용으로 바꾸는 것이 보였다.‘세계의 지붕’을 달리는 칭짱철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것이다. 동이 터오면서 차창에는 온갖 풍경들이 스쳐 지나간다. 초원과 늪, 툰드라 지대의 야릇한 풀들과 설산(雪山), 저마다 빛깔이 다른 크고 작은 강과 호수들. 곳곳에 뛰노는 양과 들소, 노루…. 하다못해 세계에서 가장 높다는 해발 5072m의 탕구라산역 표지판 자체도 구경거리다. 곳곳에서 카메라 플래시가 터진다. 거얼무 통과 후 열 몇시간 이어지는 그림들이 지겨울 만해지면 고원의 날씨가 변화를 준다. 순간 눈보라가 치더니, 얼마 안돼 무지개가 뜬다. ‘원시(原始)의 풍광’을 별 노력없이 그저 차창 밖으로 볼 수 있는 것은 침목 하나하나에 깃든 중국인, 특히 티베트인들의 피땀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960㎞ 구간의 동토구역과 4500m 고지에 철로를 부설하는 대공사에 얼마만큼의 희생자가 발생했는지는 알려지지 않는다. 다만 “50년 전 인민해방군 18군이 도로를 낼 때 많은 군인들이 희생됐다.”는 주민들의 전언을 통해 상당한 인명 피해를 짐작할 따름이다. 미국과 캐나다의 횡단철도가 사실상 중국인 노동력에 의해 부설된 200년전 역사를 생각하면, 중국인과 철도는 각별한 관계가 아닐 수 없다.“미국의 서부 철도 침목 밑에는 중국인 유골이 하나씩 묻혀 있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당시의 피해도 적지 않았다. 특히 캐나다 횡단철도는 동부 5대호(湖) 지역을 넘어가는 3000m 이상 고원지대에서 엄청난 노동자들이 희생됐다. ●‘어떻게 살아왔을까’ 하지만 이따금 눈에 띄는 철로가의 목동, 민가, 유목민의 모습은 그저 목가적이지만은 않은 현실로 다가온다.‘어떻게 살아 왔을까.’하는 궁금증과 함께. 시짱(西藏·티베트)자치구 정부는 올해부터 건축비의 절반 이상을 지원하며 유목민에 대한 ‘정주(定住) 정책’을 본격 실시하는 중이다.“티베트 전통식으로 집을 짓되, 위생을 고려해 집안에 가축을 들여서는 안 된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다행히 밤새 감기는 나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머리가 아프다거나 가슴이 답답하다는 이들이 늘어난다. 고산병약 ‘홍경천’의 효험이 없다고 투덜대는 이도 있다. 경험자들은 홍경천을 2∼3일 전부터 복용해야 한다고 하고, 비아그라가 고산병에 좋다고도 소개한다. ‘딱딱한 좌석(硬座)’칸에는 백발 성성한 일본 관광객들이 열차 곳곳에 마련된 산소 호스를 꽂고 있다. 그만큼 아직은 라싸행 열차표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밤 10시30분, 기차는 긴 경적을 울리며 해발 고도 3600m의 라싸(拉薩)역에 멈춰섰다. ●부다라궁 관람 하루 2000명 제한 12일 아침 티베트의 상징 부다라(布達拉)궁. 시짱자치구 외사판공실의 배려가 없었다면 관람은 어림도 없었다. 아침 7시부터 나와 줄을 서고 있다는 한 외국인 투어 책임자는 “사흘 뒤 표를 사게 됐다.”며 투덜댔다. 최근 급증한 외국 관광객을 많이 수용하고는 있지만 하루 2000명을 넘기지는 않는다고 한다. 대신 티베트 농목(農牧)민에겐 제한이 없다. 신앙을 위해 찾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저마다 손에는 야크 버터가 든 비닐봉지와 1자오(角)짜리지만 지폐 수십장이 정성스레 쥐어져 있다. 버터는 불상 앞에 놓인 촛대에 쓸 기름이다. 만나는 불상마다 1자오씩 봉헌하다 보면 입장료 1위안(120원)의 몇배를 내는 일도 예삿일이다. 두 무릎과 팔꿈치, 이마 등 몸의 다섯 군데를 땅에 닿게 하는 오체투지(五體投地)의 장면도 흔하다. 고원의 태양은 라싸의 색을 시시각각 바꿔놓는다. 부다라궁의 단청에서부터 무너져가는 옛 건물의 조그만 창문에 이르기까지 도시 곳곳을 채색한 화려함은, 이른 아침 비내린 우중충한 하늘 아래에서도 바래지 않는다. 그러나 라싸에서의 여정은 이때부터 조금씩 다른 모습을 띠게 된다. 아름다운 풍광을 보여주던 열차 차창과는 달리, 열차가 일으키는 바람에 휩쓸려온 것들은 상혼과 매연, 경쟁의 냄새였다. 글 사진 라싸(拉薩) 이지운특파원 jj@seoul.co.kr
  • 연차휴가 늪에 빠진 샐러리맨들

    바쁘게 하루하루 살다 보면 법으로 보장된 연차휴가를 제 때 쓰기 어려운 게 직장인들의 현실. 하지만 못간 휴가를 돈으로 보상해 줘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적잖은 비용부담으로 이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9·10월은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휴가사용 촉진기간이어서 요즘 기업마다 연차휴가 소진을 둘러싸고 진통이 적잖다. 일부 기업들은 10월1일부터 추석 연휴까지 이어지는 징검다리 근무일을 연차휴가를 떨어버릴 절호의 기회로 보고 사실상 ‘강제휴가’를 적용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일 때문에 쉬지 못하는 직장인들은 자칫 휴가도 못가고 수당도 못 받게 생겼다며 볼멘 소리를 낸다. ●징검다리 근무일 무조건 써라? 국내 유명 이동통신사 영업사원 A(29)씨는 지난달 말 인사팀의 공문을 받고 깜짝 놀랐다. 일요일(10월1일)-개천절(3일)-추석연휴(5∼8일) 사이에 낀 2일과 4일을 연차휴가일로 등록할 테니 무조건 쉬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현장 팀장은 “대체 인력이 없으니 그냥 일하라.”고 지시했다. 결국 A씨는 꼬박 이틀의 연차를 쓰면서 일은 일대로 하게 됐다. 노사간 서면 합의를 전제로 징검다리 연휴에 끼인 근무일을 연차로 일괄 소진할 수는 있지만 A씨의 회사는 노조와 합의도 하지 않았다. 결국 노조의 반발로 이 공문은 취소됐지만 한참 동안 이 사실을 모르고 있던 A씨는 “현장 일을 하면 눈치가 보여 연차 쓰기가 거의 불가능한데 회사에서 꼼수를 쓰니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여름휴가를 연차로 대체하라니… 유통회사에 다니는 B(31)씨는 연차 15일 중 6일을 여름휴가로 바꿔치기해야 한다. 지난해 7월 주5일 근무제가 적용되면서 사측은 당초 3일간이던 여름휴가를 없애고 대신 연차휴가 6일을 무조건 여름휴가로 대체하라고 지시했다. 여름에 연차로 쓰지 않으면 이듬해 대체수당은 물건너가게 된다. 현행 근로기준법상 시기를 정해 연차휴가를 강제로 적용하면 불법이지만 B씨는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회사 방침에 따라야 했다.“멀쩡한 연차휴가가 15일에서 9일로 줄어든 것 아닙니까. 안 그래도 업무에 바빠 연차를 쓸 생각도 못하고 있는데 정말 힘 빠집니다.” ●”나도 안가니 너희도 가지마” 유명 전자회사의 영업사원 C(34)씨는 일 욕심 많은 팀장을 만난 죄로 연차를 쓰지 못했다. 팀장은 종종 팀원들에게 농담처럼 “목표만큼 매출이 나오지 않는데 어떻게 휴가를 쓰겠나. 목표를 달성하면 그때 쓰자.”고 말해 왔다. 이 때문에 연차는커녕 정기휴가조차 겨울이 돼서야 겨우 사흘 다녀온 적도 있었다.C씨는 “팀장은 ‘나도 안가니 너희도 가지 말라.’는 식이었다. 법적으로 보장된 연차를 팀장의 성향 때문에 못 가는 게 억울했지만 아무도 반항하지 못한다.”고 하소연했다. ●24시간 대기조 연차는 꿈 서비스가 빠르기로 소문난 보험회사에 다니는 D(31)씨는 최근 연차 예정일을 이틀 앞두고 고스란히 이를 반납해야 했다. 보상을 맡고 있는 그가 담당하는 병원으로 가입자가 들어오면 1주일씩 보상 처리에 매달려야 하는 탓이다. 사고는 예고 없이 접수되기 때문에 연차 사용은 무산되기 일쑤다. 그는 “고객만족 시스템만 있을 뿐 직원들이 휴가를 쓸 수 있게 배려해 주는 시스템은 전혀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기업들은 일단 사원들의 복지를 강조한다. 웅진식품 정진서(36) 인사과장은 “회사로서도 연차를 활용해 직원들이 휴식을 취하고 의욕을 얻게 하는 게 목표다. 동료에게 연차 사용에 따른 피해를 주지 않도록 업무를 분담하고 한달에 한번, 또는 꼭 필요한 날 연차를 써 당당하게 자신의 권리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동부 임금근로시간정책팀 김양현 팀장은 “장시간 근로가 미덕인 시대는 가고 적절한 휴가와 재충전이 필수인 시대가 왔기 때문에 사측은 최대한 연차휴가를 사용할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하고 노동자들은 적극적으로 권리를 찾아야 한다. 만약 사측이 법에 저촉되는 규정을 강요할 경우 노동부 감독관에게 권리규제요청을 할 수 있다는 점도 명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주5일시대 바뀐 휴가제도 ‘촉진제’ 도입 사용안해도 수당없어 올 7월부터 100인 이상 사업장으로 주5일 근무가 확대됐지만 함께 바뀐 연차휴가제의 내용은 자세히 알려지지 않아 곳곳에서 혼선이 일고 있다. ●연차휴가 일수는 종전과 비슷 개정 근로기준법은 ▲매년 근무일의 80% 이상 출근한 노동자에게 15일의 연차휴가를 주고 ▲3년차부터 2년마다 1일씩 추가하도록 규정(주5일 사업장에만 적용)하고 있다.종전에는 ▲100% 출근하면 10일,90% 이상 출근하면 8일의 휴가를 준 뒤 2년차부터 1년마다 1일씩 늘었다. ●대체수당은 종전과 큰 차이 개정법에 추가된 ‘휴가사용촉진제도’는 사용자가 매년 9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남은 연차 일수를 공지하고 ‘10일 이내에 구체적인 연차 사용 계획을 제출하라.’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노동자가 연차를 쓰지 않으면 이듬해 대체수당을 안줘도 된다고 규정한다.종전에는 연차휴가를 소진하지 못하면 이듬해 수당으로 줬다. 올 추석처럼 연휴 사이에 낀 근무일을 노사 합의하에 연차휴가로 지정하는 ‘유급휴가 대체조항’도 있다.근무 효율이 떨어지는 징검다리 근무일에 단체로 연차휴가를 쓰는 제도다. 한편 하계·동계휴가는 노사간 합의에 의해 주어지는 약정휴가로 연차와는 다른 개념이다.이 때문에 약정휴가를 연차휴가로 대체하도록 강제할 수 없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세계의 싱크탱크] (8) 미국 국제경제연구소(IIE)

    [세계의 싱크탱크] (8) 미국 국제경제연구소(IIE)

    |워싱턴 이도운특파원|“연구의 질과 양식이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가장 탁월한 싱크탱크가 국제경제연구소(IIE)이다.”(폴 크루그먼 프린스턴 대학 경제학과 교수) “IIE는 워싱턴 최고의 국제경제 연구소다.”(워싱턴포스트) IIE는 국제경제 정책을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싱크탱크이다.IIE는 상무장관과 대통령 국제경제보좌관을 역임했던 피터 피터슨 블랙스톤 그룹 회장 등에 의해 1982년 설립됐다. 피터슨 회장은 지금도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IIE는 국제경제 분야에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이슈들을 미리 파악해 공공의 논쟁을 유도할 수 있는 실질적인 아이디어와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연구소의 목적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버드 대학 총장을 지냈던 로렌스 서머스 전 재무장관은 “정치인들의 의회 발언에는 싱크탱크의 연구 결과가 빈번하게 인용되며 그 가운데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기관이 IIE”라고 말한 바 있다. IIE가 21세기로 넘어오면서 중점을 두고 있는 연구 과제는 국제 거시경제, 국제 자금과 금융, 무역, 투자, 그리고 기술의 발전이 국제사회에 미치는 영향이다. 특히 올해의 경우에는 ▲중국 ▲세계화 및 그에 대한 반작용 ▲아웃소싱 ▲국제금융기구 개편 ▲다자·양자·지역별 통상협상을 핵심 연구 과제로 선정했다. IIE의 연구 결과가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상대적으로 정치적 이데올로기에서 자유롭다는 점이다. 국제경제 전문지인 ‘인터내셔널 이코노미’가 지난해 미국 주요 싱크탱크의 정치성향을 분석한 결과 IIE는 비당파적이며, 중립적인 것으로 평가됐다. 미국의 20대 주요 싱크탱크 가운데 이같은 평가를 받은 곳은 IIE와 전략국제연구소(CSIS)뿐이다. IIE는 매달 한 권 이상의 책과 장문의 정책 분석 논문, 짧은 정책 보고서 및 실무 정책 분석서를 발간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이와 함께 거의 매주 국제경제 이슈와 관련한 각종 세미나와 토론회를 개최한다.IIE의 웹사이트는 매달 30만이 넘는 페이지 뷰를 기록 중이다. 주요 수입원은 각종 재단과 기업, 개인의 기부금(85%)이며 수입의 4분의3 정도가 연구비로 지출된다고 IIE는 밝혔다. dawn@seoul.co.kr ■ 한반도 전문가, 한·미FTA 연구 담당 |워싱턴 이도운특파원|국제경제연구소(IIE)의 대표적인 한반도 전문가는 마르커스 놀란드 선임연구원이다. 놀란드 연구원은 한·미관계와 미·북관계, 남북관계, 그리고 한·미 경제통상 분야까지 연구의 관심 범위에 포함시키고 있다. 그는 1993년부터 94년까지 대통령 경제자문위원회의 선임 경제학자를 역임한 바 있다. 또 존스홉킨스대, 남가주대 등 미국의 대학뿐만 아니라 도쿄대 등 외국의 대학에서 초빙 연구원을 지내기도 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방문 연구원을 지냈던 경험이 한반도 전문가로 자리매김하는 데 계기가 됐다. 그는 지난 2004년 발간한 ‘김정일 이후의 한국’은 북한의 붕괴와 한국의 흡수 통일 가능성을 제기해 관심을 모았다. 컬럼비아대와 듀크대, 매사추세츠공대(MIT) 등에서 경제·경영학을 강의했던 에드워드 그레이엄 선임연구원도 한국 문제에 정통하다. 그레이엄 연구원은 미 재무부의 국제투자국에서 국제경제연구원을 맡은 바 있으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기획평가담당관도 역임해 학문과 실무 모두 경험이 풍부하다. 그는 2003년에 ‘한국 재벌의 개혁’이라는 저서를 발간했다. IIE는 올해 외교통상부 산하기관인 국제교류재단으로부터 지원금을 받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바람직한 방향 등을 연구하고 있다. 이 연구는 프레드 버그스텐 소장이 직접 지휘하고 있다.1982년 연구소 창립 때부터 소장을 맡아온 버그스텐은 미 재무부의 국제담당 차관보를 역임했으며, 헨리 키신저 국가안보보좌관의 국제경제 담당 보좌관도 지낸 바 있다. 버그스텐 소장은 현재 ‘동아시아에서의 경제지역주의’라는 제목의 저서를 준비 중이다. 한·미 FTA 연구의 실질적 담당자는 제프리 쇼트 선임연구원이다. 쇼트 연구원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과 우루과이라운드 등 국제 통상협상과, 미국의 양자 통상 협상 분야의 최고 전문가 가운데 한 사람이다. 쇼트 연구원도 미 재무부에서 경제연구원을 지냈다.‘경제제재의 재고’라는 저서를 낸 바 있는 쇼트 연구원은 대북 제재 분야에서도 전문성을 갖고 있다. IIE에는 지금까지 3명의 한국인을 초빙 연구원으로 받아들였다. 조순 전 경제부총리와 사공일 전 재무장관, 최인범 경기도경제단체연합회 사무처장 등이다. dawn@seoul.co.kr ■ “IMF개혁 유도등 국내외 영향 발휘” |워싱턴 이도운특파원|국제경제연구소(IIE)의 브래드포드 젠슨 부소장은 서울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IIE의 운영 방향 등을 설명했다. 스탠퍼드 대학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젠슨 부소장은 미 인구통계국(센서스) 경제연구센터 소장을 지냈으며, 카네기멜론 대학 센서스리서치데이터센터 소장도 역임했다. ▶IIE가 다른 싱크탱크와 차별화되는 경쟁력은 무엇인가. -IIE는 브루킹스나 미국기업연구소(AEI)와 같은 종합적인 연구소와 달리 국제경제 분야를 중점적으로 연구한다. 또 국제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국가와 지역의 정세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고 있다. 분야를 좁혔기 때문에 전문성이 강하다. 또 최고의 연구진이 포진했다는 것도 IIE의 강점이다. ▶연구원을 뽑는 특별한 기준이 있는가. -기본적으로 박사학위를 소유하고, 행정부에서 일한 경험도 갖고 있는 인물을 선발한다. 박사학위는 지적으로 뛰어나며 훈련이 되어 있음을 말해주며 정부 경험은 그 분야에서 서비스하겠다는 정신과 현실감각을 알려주는 것이다. 박사학위가 없는 연구원의 경우에는 그 분야에서 탁월한 연구 실적이나 성취를 이룬 사람들이다. ▶연구의 주제는 연구소가 정하나, 연구원이 정하나. -두 가지의 결합이라고 보면 된다. 기본적으로는 연구원이 관심을 갖고 있는 연구 과제를 정하고 독자적으로 연구를 수행한다. 매주 금요일에 연구원들끼리 만나는 회의가 있다. 이 자리에서 연구원들은 자신이 수행중인 연구에 대해 보고를 한다. 그러면 해당 분야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의 연구원들도 의견을 밝힌다. ▶IIE의 연구 성과가 실제로 국내외의 경제에 영향을 미친 사례는? -지난 2004년 미 의회는 부시 행정부에 대외무역협상 권한을 계속 부여하는 문제를 둘러싸고 열띤 논쟁을 벌였다. 무역자유화가 미국의 노동자들에게 어떤 이익과 불이익을 주는가에 대한 기본적인 데이터가 없었다. 그때 IIE의 연구진이 미 노동자들이 이익을 얻었다는 실증적인 연구 결과를 내놓았고 부시 행정부는 협상권을 유지하게 된 것이다. 또 IIE는 지난 10년 동안 국제금융기구의 개혁 문제를 집중연구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 등의 구체적인 개혁 방안에 대해 중점적인 연구와 토론을 주도했다. 그 결과 IMF의 개혁이 이뤄진 것이다. 한국도 그에 따라 지분이 늘어나지 않았는가. ▶IIE는 진보인가, 보수인가. -양쪽 다 아니다. 혹은 양쪽 모두라고도 할 수 있다.IIE의 이데올로기는 주류신고전경제주의라고 할 수 있다.IIE는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싱크탱크이다. 선거에서 특정한 당이나 후보를 지원하지 않는다. ▶정부와의 관계는 어떻게 유지하는가. -IIE는 정부로부터는 지원금을 한 푼도 받지 않는다. 독립성을 위한 것이다. 그러나 연구원들은 정부 관리들과 늘 접촉하면서 정책의 동향을 살핀다. 특히 재무부나 무역대표부(USTR)의 관리들은 수시로 우리 연구소를 찾아 자문을 구하기도 한다. ▶미국에 훌륭한 싱크탱크가 많은 이유는 무엇인가.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실질적인 것은 세금 제도라고 본다. 미국의 세제는 싱크탱크와 같은 비영리단체에 기부를 할 경우 그만큼 세금을 감면해준다. 따라서 부자들의 기부가 다른 나라에 비해 많다. ▶싱크탱크의 역할은 변한다고 보는가. -그렇다. 그러나 꼭 좋은 방향만은 아니다. 최근 들어 정부 부처들은 예산의 압박 때문에 기관 안에 연구소를 두기 어렵다. 그 때문에 필요한 연구를 외부의 전문 기관에 의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그런데 일부 싱크탱크의 경우는 정부의 입맛에 맞춰 연구를 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다. 또 최근 들어 워싱턴에는 특정한 이데올로기를 옹호하는 연구소들이 생겨나고 있다. dawn@seoul.co.kr
  • 北, 개성공단 우리은행에 계좌개설 요청했었다

    미국의 금융제재가 시작된 이후 북한이 개성공단내 ‘우리은행’에 계좌개설을 요청했던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통일부 관계자는 “북한이 지난 연말 개성공단내 노동자들의 임금지급 편의 등을 위해 우리은행에 계좌를 개설해달라고 우리측에요청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우리은행이 이 요청을 거부했고 정부도 우리은행의 입장을 존중해 개설불가 방침을 확정했으며, 이에 대해북한도 양해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개성공단내 우리은행은 국내와도 온라인 연결이 안되는만큼 제3국 입출금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위폐자금도피처나 자금세탁용 계좌 가능성을 부인했다. 노컷뉴스(www.nocut.co.kr)
  • “외국인 노동자에게 병원은 너무나 먼 곳”

    “외국인 노동자에게 병원은 너무나 먼 곳”

    “도심에 병원이 넘쳐나 망하는 곳이 속출한다지만 외국인 노동자들은 도움 받을 수 있는 병원 하나 찾기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인천 중구에 위치한 외국인노동자를 위한 무료병원 선학무료진료소 조행식(47·항문과 전문의) 소장은 소외된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해 2003년 9월부터 매주 일요일 진료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간호사·물리치료사 등 식구 25명 그동안 도움을 받은 외국인 노동자는 어림잡아 4500여명. 알음알음 주변 의사와 간호사들을 모아 시작한 무료진료소 식구도 그 사이 25명까지 늘어났다. 그는 “지역 의사와 간호사, 물리치료사, 도우미까지 어려운 외국인 노동자를 돕는 일에 모두 자기 시간과 주머니를 털었다.”면서 “큰 수술은 어렵지만 외과, 내과, 치과까지 어지간한 진료는 할 수 있는 체계를 갖췄다.”고 말했다. 조 소장을 찾는 환자 대부분은 사실 불법 체류자다. 외국인 노동자의 인권이 나아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불법체류자들에게 아직 ‘병원 가는 길’은 멀기만 하다.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겪는 경제적 부담은 결코 적지 않다. 게다가 자칫 병원에 갔다가 불법체류자의 신분이 드러나 추방당할 수 있다는 불안감도 존재한다. 실제로 지난 5월 부산에서는 교통사고로 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퇴원하는 파키스탄 출신 30세 이주노동자가 경찰에 연행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입소문이 나면서 인천 외 다른 지역에서 이곳을 찾아오는 사람도 적지 않다. 그래서 다음달 완공을 목표로 진료소 크기를 70평 정도로 넓히는 공사를 진행 중이다. 그는 공과대학 3학년을 중퇴하고 1981년 의과대학에 다시 입학했다. 어떻게 살 것인가 고민하며 무작정 소록도로 떠난 봉사활동이 계기가 됐다.“당시에는 의술을 익혀 수도자로 살며 봉사활동도 하고 싶다는 꿈에서 들어간 의과대학인데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 살다보니 내가 왜 이 직업을 선택했었나 하는 것도 잊고 살았던 것 같아요.” ●‘선생님´이기보다는 도움 주는 ‘형´으로 40대 중반에 출발점을 돌아보게 한 것은 외국인 노동자 관련 TV프로그램이었다. 그는 “경기도 외곽 공장지대만 해도 병원 한번 갈 생각 못하고 숨어서 앓기만 하는 외국인 노동자가 부지기수입니다.” 그는 ‘선생님’이기보다는 뭔가 도움을 줄 수 있는 ‘형’으로 불리는 것이 좋다. 한국에 시집 온 외국인 여성들에게는 가사는 물론, 제사 등 풍습을 알려주기도 하고 매년 한번씩 음식축제를 열어 축제의 장을 만드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얼마 전 고향으로 돌아간다는 한 외국인 노동자가 인사를 왔더군요. 형 덕분에 몸도 다 나았고 돈도 벌어 고향 가면 사장님 소리 들을 수 있게 됐다고 너스레를 떨면서 마지막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싶다고 하더군요. 평생 가장 자연스럽게 기쁜 미소를 지을 수 있었던 사진이었던 것 같아요.”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Book Review] 신성의 상징에서 창작의 벗으로

    ‘인간은 연기를 마시는 동물’이라고 한다면 지나친 표현일까. 하지만 분명한 건 인간이 수천년 동안 담배뿐 아니라 아편, 대마초, 코카인 등 뭔가 끊임없이 들이마셔 왔다는 사실이다. 고대 마야인들은 담배를 신의 화신으로까지 여겼다. 미국 일리노이대 의대 샌더 길먼 교수 등이 쓴 ‘흡연의 문화사’(이수영 옮김, 이마고 펴냄)는 고대 마야의 종교의식에서 미술과 오페라 속 흡연 이미지에 이르기까지 ‘흡연’을 문화사적 관점에서 꼼꼼하게 다룬 백과사전적인 성격의 책이다. 아즈텍 사람들은 담배를 생식과 출산의 여신 시우아코아틀의 화신으로 보았다. 그들은 이 여신의 몸이 담배로 이뤄졌다고 믿었다. 담배, 담배박(tobacco gourd), 담배쌈지는 다른 중앙아메리카 민족들 사이에서도 신성의 상징으로 통했다. 그들의 흡연 풍습은 신대륙을 발견한 유럽인들에 의해 유럽으로 확산됐다.16세기 영국에 들어온 담배는 처음엔 치료제로 소개됐지만 그 중독성 쾌락으로 인해 삽시간에 퍼져 나갔다.1604년 극렬한 흡연 비판자였던 제임스 1세가 담배세를 4000%나 인상했지만 ‘황홀하도록 편안한 느낌’을 주는 담배의 인기는 식을 줄 몰랐다. 유럽인들은 아프리카, 아시아 등으로 담배문화를 퍼뜨렸다. 이들 지역에는 담배가 전해지기 이전에도 이미 다양한 흡연 관습이 존재했다. 아프리카에서는 남성들이 호전성을 기르는 주요 방편으로 대마초를 피웠으며, 인도에선 아유르베다 전통의학을 통해 3000년 전부터 흡연을 질병의 치료와 예방에 이용했다.16∼17세기경 기독교와 함께 담배를 받아들인 일본에서는 다도와 흡연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발전했다. 에도시대에 이르러 담배는 유흥가의 필수품이 됐다. 한편 중국에 전파된 담배는 남녀노소 모두를 사로잡았다. 한때 크게 유행한 아편이 도덕적·정치적으로 압박받을 때도 담배는 꾸준히 인기를 이어갔다. ‘창작의 벗’ 담배는 예술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예술가들의 담배 사랑은 가히 고질(痼疾)이라 할 만하다. 작가 오스카 와일드는 담배에 “완벽한 기쁨의 완벽한 형태”라는 극도의 찬사를 보냈다. 이 책은 예술작품 속의 흡연 이미지를 소상히 살핀다.17세기 네덜란드 화가들은 흡연을 가난한 이들의 오락으로 묘사했으며,20세기 입체파 화가들은 파이프에 몰입했다.19세기 오페라에서는 흡연 장면을 통해 남성의 폭력성과 질투, 관능적인 쾌락과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표현했다. 흡연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오페라를 들라면 단연 비제의 ‘카르멘’(1874년)이 꼽힌다. 세비야 여송연 공장의 여성 노동자들이 담배를 꼬나물고 서로 싸워대며 합창하는 장면은 많은 이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흡연의 개념에는 담배뿐만 아니라 아편, 마리화나 같은 것을 피우는 것도 포함된다. 아편전쟁이 상징하듯, 아편은 근대 중국을 좀먹은 원인 가운데 하나였다. 중국에 전략적으로 아편을 퍼뜨린 유럽도 물론 아편의 유혹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영국 이스트엔드의 음침한 아편굴, 프랑스 몽마르트를 중심으로 예술가들 사이에 퍼진 아편 때문에 유럽은 심한 몸살을 앓았다. 한편 자메이카에서 단절된 아프리카 정신을 잇는 정체성 회복의 수단이었던 마리화나는 그래도 미국 뉴올리언스의 재즈문화를 살찌우는 데 일조한 ‘공’이 있다. 오늘날 담배는 옛 영광을 뒤로한 채 점점 공공의 적 신세로 전락해 가고 있다.‘흡연자의 천국’이라는 프랑스에서도 이제 공공장소에서는 흡연을 하기가 어렵게 됐다. 암과 담배의 합성어인 ‘캔서레트(cancerette, 암배)’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흡연무상이라 아니 할 수 없다.3만 5000원.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미국의 ‘삶이 피곤한’ 사람들 2제] 단순노동직 실업률 늘고 월급은 줄어…

    ‘외화내빈(外華內貧)속의 부익부 빈익빈?’ 제조업 일자리는 줄고, 전문직과의 소득격차는 벌어지면서 미국 노동자들의 어깨는 갈수록 처지고 있다고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CSM) 등이 전했다.4일 미국 노동자의 날을 즈음해 이 신문들은 “겉으로는 상황이 나아진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양극화 늪에 빠져들었다.”고 진단했다. 지난 1일자 CSM은 전문직들은 업무량이 늘면서 과다한 일 부담을 호소하고 있지만 단순직 블루칼라들은 낮은 급료와 일할 시간 부족에 애를 태우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속에서 2001년 이후 경제는 12% 성장했지만 중간층의 가계 소득은 오히려 0.5% 떨어졌다. 지난해 상위 20%의 가계 소득은 2% 느는데 비해 중간층 소득은 0.9% 증가에 불과했다.학사학위 소지자의 실업률은 2.3%지만 고졸 이하 학력 소지자의 실업률은 6.7%인 것도 양극화의 한 모습이라고 신문은 지적했다. 또 연금을 받는 민간기업 직원도 10년 전보다 6%포인트나 줄어든 18%. 노동자에 대한 혜택이 줄어들고 있음을 보여 준다.CSM은 비용절감 차원에서 어지간한 업무는 중국, 인도, 동남아시아 등 해외로 아웃소싱되고 작업환경이 컴퓨터 중심으로 변화되면서 전문직의 활용도는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반면 단순 노동직은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는 것이다.이석우기자 jun88@seoul.co.kr
  • [코드로 읽는책] 미국역사 허울을 벗기다

    노암 촘스키와 더불어 ‘미국의 양심’으로 통하는 실천적 지식인 하워드 진.1922년 뉴욕의 빈민가에서 태어나 조선소 노동자로 떠돌다 2차 세계대전 때는 공군 폭격수로 직접 전쟁의 참화를 겪기도 한 그는 현재 여든네살의 나이임에도 여전히 역사학자, 급진적 사회운동가로 맹렬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국내에도 적잖은 그의 저서들(‘오만한 제국’‘달리는 기차에 중립은 없다’‘전쟁에 반대한다’‘불복종의 이유’등)이 번역돼 있어 낯설지 않다. 여기에 다시 두 권의 책이 목록에 올랐다. 평전 ‘하워드 진’(데이비스 조이스 지음, 안종설 옮김, 열대림 펴냄)과 역사서 ‘미국 민중사1·2’(하워드 진 지음, 유강은 옮김, 시울 펴냄). ‘하워드 진’이 민권운동과 반전운동에 초점을 맞춰 하워드 진의 ‘지사적’ 삶을 조망한 책이라면,‘미국 민중사’는 ‘아래로부터의 역사’를 추구하는 저자의 관점이 그대로 드러나 있는 방대한 볼륨의 역작이다. ‘미국민중사’는 미국에서 100만부가 넘게 팔렸고 수많은 고등학교와 대학에서 교재로 사용하고 있는 고전적인 저작. 이 책에는 역사학자 하워드 진의 입장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유명한 구절이 있다.“나는 아라와크 인디언의 시각으로 본 미국, 노예의 입장에서 본 미국 헌법, 체로키 인디언의 눈에 비친 앤드루 잭슨, 뉴욕의 아일랜드인들이 바라본 남북전쟁, 스코트 부대 탈영병의 관점으로 본 멕시코 전쟁…남부 농민들의 시각에서 본 ‘도금시대’, 할렘 흑인들의 눈에 비친 뉴딜의 역사, 라틴아메리카 날품팔이 노동자들이 느낀 전후 미 제국의 역사 등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그렇게 함으로써 비록 제한된 시각으로나마 남의 입장에서 역사를 바라보는 일이 가능해진다고 믿기 때문이다.” ‘역사는 아래로부터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일관된 자세를 지켜온 비판적 지성. 그의 책은 ‘역사는 곧 관점이다.’라는 말을 실감케 한다.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근로 빈곤층 10억… 하루 2달러도 못벌어

    근로 빈곤층 10억… 하루 2달러도 못벌어

    ILO 아태지역 총회 참석자들은 ILO 사무총장의 보고서를 토대로 앞으로 5년간 아태지역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한 사업 방향을 모색하게 된다. 특히 아태지역 40개 ILO회원국의 정부, 사용자 및 근로자 대표들은 경쟁력 제고, 생산성 향상, 노동이주 관리, 아시아에서의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다양한 도전과제에 대해 논의하게 된다. 이번 총회를 계기로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아시아 각국의 노동시장 동향과 우리 정부의 정책방향을 짚어본다. ●신규 근로자 2억 5000만명 ILO의 새로운 보고서에 따르면 아태지역은 앞으로 10년 동안 약 2억 5000만명의 신규 근로자가 일자리를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무역, 투자 및 생산의 활발한 성장은 노동력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실업률 증가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아시아에서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라는 제목의 이 보고서는 아시아의 10억 이상 근로빈곤층은 1인당 1일 2달러 미만으로 생활하고 있으며,1일 1달러 미만의 극빈자 생활을 하는 인구도 3억 3000만명에 이른다고 보고했다.ILO 후안 소마비아 사무총장은 “성장과 일자리 창출간의 격차가 양질의 일자리 부족을 초래하고 빈곤감소 노력에 제동을 걸고 있다.”고 말했다. ●청년실업 4160만명 ILO는 아태지역의 가장 심각한 노동문제로 청년층의 실업증가를 꼽았다.2005년 아시아의 청년 실업률은 48%로 총 4160만명으로 집계하고 있다.2005년 청년 노동인구는 전체의 20.5%를 차지하는 데 반해, 실업자의 절반에 해당하는 47.7%가 청년층이라는 것이다. 청년실업률은 동아시아가 7.8%, 남아시아 11.3%, 태평양 군도국가를 포함한 동남아시아는 무려 16.9%에 이른다. 대부분 국가에서 15~24세의 청년실업률은 25세 이상의 성인실업률의 최소 2배에 이른다. 인도, 한국, 필리핀, 베트남에서는 3배를 웃돌고 있고 방글라데시, 태국, 스리랑카의 경우 4배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ILO는 청년실업률을 반으로 줄일 경우, 동아시아 국가 GDP가 1.5∼2.5%, 동남아시아는 4.6∼7.4%, 남아시아는 4.2∼6.7%씩 각각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노조 가입률 갈수록 떨어져 ILO 보고서는 노조의 쇠락을 우려하고 있다. 공통적인 현상으로 노조가 세계화, 구조조정, 민영화, 일자리의 비정형화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아태지역 전체 경제활동인구 대비 노조가입률은 낮은 수준이며 그나마도 계속 줄고 있다. 한국을 비롯해 방글라데시, 태국, 말레이시아 등지의 노조가입률은 평균 3∼8% 수준에 머물고 뉴질랜드, 호주, 싱가포르 등 높은 지역도 16∼19%에 불과하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노조의 단체교섭 역량도 갈수록 제한되고 있고 사용자 단체 또한 사용자 단체에 가입하지 않은 다국적 기업의 증가로 노사관계에 여러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ILO는 분석하고 있다. 보고서는 아태지역에서의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각국에 노동시장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결사의 자유와 관련된 상황은 우려스러운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몇몇 국가는 노동자들에게 미칠 수 있는 영향은 간과한 채 경제나 교역 목적에만 맞추어 노동법을 개정하기도 했다고 비난했다. ●근로자 290만명 외국으로 ILO는 아시아 노동자의 이동은 송출국내 노동력 증가에 비해 평균 2배 이상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최근 아시아 지역 근로자 260만∼290만명이 일자리를 찾아 본국을 떠난 것으로 조사됐다. 이주 노동자의 50% 이상이 남아시아 출신으로 인도,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스리랑카 등지가 고향이다. 나머지는 주로 인도네시아와 필리핀과 같은 동남아시아 및 태평양 국가 출신이다. 이들 이주노동자의 40% 정도를 역내에서 소화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매년 100만명 이상의 신규 이주노동자가 일본, 타이완, 한국, 홍콩,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지로 유입되고 있다.ILO 보고서는 “비정형·비공식 근로 합의하에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은 착취와 학대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돼 있다.”면서 이들의 보호대책을 회원국에 요구했다. 이동구기자 yidonggu@seoul.co.kr
  • 中 시장경제적 기업파산법 제정

    |베이징 이지운특파원| 중국에서 기업 파산 때 채권자의 권익을 우선 보장하는 내용의 기업파산법을 제정, 내년 6월부터 시행키로 했다. 시장논리에 입각해 기업 퇴출을 진행하고 은행이 파산기업에 대해 근로자 임금에 앞서 채무청산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추가됐다. 새 파산법은 국영기업뿐 아니라 민영기업이 파산할 경우 부채를 어떻게 청산해야 할지 규정했다. 기존 법에는 국영기업만이 규정돼 있었다.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는 27일 12장 306조로 구성된 이같은 내용의 새 파산법을 통과시켰다. 이 법은 금융기관이 담보대출에 대해 우선권을 갖고 변제 받을 수 있도록 보장했다. 근로자는 대출담보가 아닌 자산으로 임금을 보전 받도록 했다. 법원이 파산기업에 관리인을 임명, 법에 따른 파산을 진행하도록 했다. 1986년 제정된 파산법을 시장논리에 따라 수정한 것이다. 이전 법률에 포함되지 않았던 민영기업을 포함시킨 것이 특징이다. 새 법은 국유기업 파산을 위해 정부 승인을 받고 사업장 노동자들의 신규 일자리를 의무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이전 법률 조항도 삭제했다. 특히 국무원이 직접 관할 통제하는 2,000개 국유기업을 제외한 10만개 국영기업들이 이 법률의 규정을 따르도록 해 상당수 국영기업과 민영기업의 퇴출이 시장논리에 따라 이뤄지게 됐다. 이는 중국 국유기업 구조조정과 국유기업에 대한 외자 유입을 촉진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날 전인대는 상위 인민대표대회가 하위 인민대표대회의 의결 사항을 취소하고 동급의 행정 및 사법기관 주요 책임자를 해임할 수 있는 ‘감독법’을 통과시켰다. 이같은 내용은 내년 1월부터 시행된다. 법률은 각급 인민대표대회가 특정 사안에 대해 행정·사법 기관을 조사할 수 있도록 했다. 또 구체적 행정내용과 사법 해석을 ‘조정’할 수 있게 했다. 문제가 있을 때는 부성장·부시장·자치구부주석·입법원 부원장 등을 직무 해임 할 수 있도록 했다. 최고인민법원과 최고인민검찰원 등 ‘양고(兩高)’가 내린 사법해석도 전인대 상무위 보고를 의무화했다. 전인대는 양고의 사법해석을 심사해 구체적 규정을 내놓을 수 있다. 1987년 초안 마련 이후 19년만에 제정된 이 법안에 대해 국가 지도자들은 ‘권력 분립’을 강조했으나, 정치적으로는 지방에 대한 ‘중앙’의 통제권이 한층 강화된 점이 더욱 큰 의미를 갖는다. 현 4세대 지도부와 ‘상하이방(上海邦)’을 중심으로 하는 3세대 지도부간의 알력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전인대를 비롯해 각급 인민대표의 대부분이 공산당원이어서 결국 행정·사법기관에 대한 당의 관리·감독이라는 근본 틀에는 변화가 없다.jj@seoul.co.kr
  • “교과서, 노동자를 폭력집단 묘사”

    초·중·고 교과서에 노동자가 폭력적인 집단으로 묘사되거나, 노조에 부정적 편견을 갖게 하는 내용이 실려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국노동교육원은 24일 “초·중·고 교과서 72종을 수거해 분석해 보니 일부 교과서에 감수성이 예민한 학생들에게 편견을 조장하거나, 직업의 귀천의식을 심어줄 우려가 있는 내용이 서술돼 있다.”고 밝혔다. 교학사에서 만든 중2 사회교과서 170쪽에는 사회법이 생겨난 배경을 설명한 네 칸짜리 삽화에 국가가 “노동자와 사업주 간의 문제를 이대로 방치하다가는 노동자들이 폭동을 일으키겠어.”라며 고민하는 대사가 실렸다.고교 ‘사회·문화’(대한교과서 187쪽)는 노동자들의 집회사진을 싣고 “이와 같은 혼란을 계속 겪어왔다.”고 표현했다. 이동구기자 yidonggu@seoul.co.kr
  • made in 차이나 가고 베트남 오나

    made in 차이나 가고 베트남 오나

    |베이징 이지운특파원|‘메이드인 베트남’이 ‘메이드인 차이나’의 경쟁자가 될까. 농득마잉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이 중국을 방문 중인 가운데,‘세계의 공장’이 중국을 떠나 베트남으로 향할지에 대한 중국의 관심이 뜨겁다. 23일 중국 언론들은 “베트남에는 이미 방직공장이 100만개나 생겨났으며 세계 의류시장은 ‘메이드인 베트남’으로 뒤덮이고 있다.”고 경계했다. 나아가 한국의 LG, 일본의 캐논, 타이완의 제조기업 등이 베트남에 터를 닦고 있는 등 이미 하이테크 공장들도 속속 진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특히 이번 가을 베트남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다면, 세계 기업들의 본격적인 베트남 러시가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에는 해외 투자도 급증, 베트남은 지난해 58억달러의 해외 투자를 유치했다. 이는 2004년보다 17억달러 늘어난 액수로 인구가 11배가 많은 인도보다 20억달러 적은 수치다. 지난 2월 최저임금을 40%이상 인상한 뒤에도 공장 노동자들의 평균 임금이 50∼60달러로 중국의 절반 밖에 되지 않고 토지 임대료도 저렴한 때문이다. 베트남의 1인당 GDP는 600달러로 상승했으며 빈곤율은 1993년 58%에서 현재 19%로 떨어지는 등 기업 환경도 좋아지고 있다. 국내 소비도 지난해 20% 포인트 상승했다. 다분히 베트남의 부상을 경계하고 견제하는 분위기다. 그러면서도 중국 언론들은 베트남은 아직 중국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고 분석했다. 중국이나 인도와 같은 경제 규모를 갖고 있지 못하고, 기술 인력이 크게 부족하다는 점에서다. 또한 국유기업 비율이 높고 부패 문제가 경제 성장의 위협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jj@seoul.co.kr
  • [씨줄날줄] 메르켈과 유럽병/육철수 논설위원

    “2차 세계대전 직후 패전국 독일의 산업시설은 35%가 파괴됐고, 대도시의 주택은 60%가 없어져 550만명이 길거리에 나앉았다. 어른 1인당 하루 식량배급량은 예전의 절반인 1100㎉로, 기아와 질병을 겨우 면할 수준이었다. 패전국 국민에겐 말 그대로 절망(Stunde Null)뿐이었다.”(정해본 저 ‘독일현대사회경제사’) 그런 독일이 재기할 수 있었던 것은 마셜플랜과 한국전쟁 특수,GATT 가입, 유럽석탄철강공동체의 창설 덕분이다. 이어 1955년 주권회복과 함께 10년 동안 그 유명한 ‘라인강의 기적’을 이루어낸다.1963년,‘경제기적의 아버지’로 불리는 경제장관 에르하르트는 “전후시대의 종결”과 “정돈된 사회건설”을 선언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이때 이미 독일은 성장둔화와 함께 한쪽에선 병들어가고 있었다. 당시 영국의 이코노미스트는 “독일경제에 ‘영국병’이 스며들 조짐이 보인다.”고 간파했다. 배 부르고 등이 따스하면 게을러진다던가. 독일은 60년대 초 노동자들의 ‘인간화 운동’으로 근로시간 단축, 임금인상 목소리가 높아졌다. 노동시장의 유연성은 깨지고 개혁은 주춤거렸으며, 실업률은 1972년 1.1%에서 1982년 8%까지 치솟았다. 복지지출도 70년대 중반엔 재정의 34%까지 확대되었다. 놀고 먹는 복지 ‘독일병’은 이후 20년 이상 독일경제를 괴롭혔다. 그래서 독일의 경제학자 기르슈는 영국병과 독일병을 뭉뚱그려 저성장과 고실업을 일컫는 ‘유럽병’이란 말을 만들어낸다. 이 병이 만연한 독일·영국·프랑스 등 유럽경제의 3대 축은 대표적 ‘환자’였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총리는 최근 실업률이 떨어지고 성장률이 오르자 “독일은 더 이상 유럽병 환자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는 정부가 법인세 인하, 기업 세액공제 확대, 노조의 경영참여 축소 등 친(親)시장정책을 꾸준히 추진한 결과라는 것이다. 동독 출신 메르켈이 좌파정책을 멀리하고 시장경제를 뚝심있게 살려나가는 리더십을 어디서 배웠는지 궁금하다. 그가 유럽병을 고쳐 ‘독일의 대처’가 될지는 더 지켜봐야 겠다. 메르켈의 경제정책은 한국의 국가지도자와 노조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을 것 같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쿠바는 지금] (상) ‘피델’ 없이도 차분한 아바나

    [쿠바는 지금] (상) ‘피델’ 없이도 차분한 아바나

    중남미 사회혁명의 전초기지 쿠바는 어디로 가는가. 피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이 권력을 일시 이양한 지 20여일이 흘렀지만, 쿠바의 향배는 명확해지지 않고 있다. 미국은 민주화 프로그램을 작동한다고 공언하고 플로리다만의 망명객들은 카스트로 정권의 붕괴를 목하 기대하고 있지만, 쿠바는 여전히 정중동(靜中動)이다.‘포스트 카스트로’의 향배를 아바나 현지 르포로 2회에 걸쳐 살펴본다. |아바나(쿠바) 최병규특파원|“피델은 매우 강한 사람이지요. 우린 사회주의자도 공산주의자도 아닌, 피델주의자입니다.” 지난 8월20일.6시간이나 출발이 지연된 ‘아에로 유로파’의 여객기는 스페인 마드리드의 바라하스 공항을 떠난 지 꼭 10시간만에 아바나의 호세 마르티 공항에 안착했다. 그렇지 않아도 좁다란 청사가 밤 12시를 넘겨 도착한 250여명의 인파로 북새통을 이뤘다. 하지만 공항 관리들은 매캐한 담배연기 속에 삼삼오오 TV 앞에 모여 위성으로 방영되는 미국의 쇼 프로그램을 보며 깔깔대기만 한다.“사회주의의 맹점은 자본과 물질보다는 시스템 부족에 있다.”는 누군가의 말이 새삼스럽게 와닿았다. “어디서 왔느냐.”는 확인 질문에 ”코레아 델 수르(Corea del sur·남한)라고 간단히 대답한 뒤 굳게 닫혀진 입국심사대 쪽문을 연다. 공항 도착 2시간만이다. ●쿠바와 피델주의자들, 지금은 ‘정중동’ 후텁지근한 바람을 맞으며 나선 청사 앞에서 마리아 로드리게스(48)와 작별인사를 나눴다. 마드리드공항 탑승구역에서 비행기를 기다리는 동안 꽤 여러 차례 얼굴을 마주쳤지만 그와 얘기를 시작한 건 아바나 도착 30분 전쯤부터였다. 통로 건너편에 앉아 있던 그에게 넌지시 “피델(카스트로)은 괜찮은 것 같냐.”고 묻자 “피델은 매우 강한 사람”이라면서 “내 자신은 물론 주변의 사람들도 그가 곧 병실을 박차고 나올 것으로 믿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쿠바 사람들은 사회주의자가 아니라 ‘피델주의자’”라고 강조했다. 서울을 떠나기 전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은 “그의 신변에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미국 행정부의 전망을 비웃기라도 하듯 여러 장의 신문 사진을 통해 건재함을 과시했다.‘사진 조작설’이 나돌자 이번엔 자신의 80세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방문한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과의 기념사진으로 ‘설’을 일축해 버렸다. 그러나 지금 카스트로의 동향 기사는 종적을 감췄다.‘카스트로 와병’ 이후 비교적 상세하게 그의 근황을 전하던 스페인 일간지 ‘엘 파이스’에 관련 기사는 더 이상 실리지 않는다. 아바나의 숙소에서 어렵게 받아든 ‘그란마’,‘후벤투드 레벨데’ 등 쿠바 공산당 기관지들도 그의 동정엔 입을 꾹 다물고 있다. 그리고 카스트로가 다시 침묵에 들어간 지금 쿠바의 모습은 여전히 지난 47년간의 철권통치에 길들여진 ‘평온함’과 미국의 경제봉쇄 조치 이후 계속된, 그리고 치열한 ‘생존 투쟁’이 뒤섞인 ‘정중동’의 상태다. ●불법, 더 이상 불법 아니다 비행기 안에서 만난 마리아는 쿠바 사회주의 혁명의 발원지인 ‘산티아고 데 쿠바’ 출신이다. 아바나국립대학을 졸업한 뒤 한동안 학교 교사를 했던 그는 지금은 아바나항구 주변 ‘아바나 비에하(올드 아바나)’ 구역에서 기념품 장사를 하고 있다. 의사와 교사 등 전문직을 포함한 노동자들의 한 달 평균 임금은 많아야 625페소(약 25달러) 정도다. 그래서 차라리 외국 돈을 만질 수 있는 장사를 하기로 했다. 부업도 있다. 스페인 북부 빌바오에 살고 있는 외가쪽 먼 친척이 1년에 두 차례씩 초청장을 보내온다. 물론 돌아올 때는 짐이 한 보따리다. 극심한 물자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쿠바에서 짭짤한 수입을 올릴 수 있는 방법 중의 하나는 ‘보따리 장사’다. 세관의 ‘입막음 장치’는 필수적이다. 사실 이같은 불법은 ‘쿠바노’들에겐 더 이상 불법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50년 가까운 혁명과정에서 누적된 서민경제의 피곤함이 불러온,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아바나항 입구 ‘모로요새’에서 만난 루이스 알레한드로(44)는 불법택시를 몰고 있다.‘파나택시’와 ‘OK택시’ 이외에는 전부 불법이다. 그러나 칠이 다 벗겨진 그의 54년형 크라이슬러 지붕에는 버젓이 ‘TAXI’ 간판이 달려 있다. 그 역시 한때 정부 기관에서 통계 연구원으로 일하던 공무원이었지만 5년 전부터 ‘불법’에 뛰어들었다. 그는 “퇴직한 2001년 당시 쿠바 가정의 90% 이상이 한 달을 보내기 위해 불법에 의존하고 있었다.”면서 “‘불법의 일상화’는 요즘 사회 전체에 더 만연돼 있다.”고 털어놓았다. 아들과 딸을 포함해 돈을 버는 네 식구 가운데 고급 호텔에서 팁으로 외국 돈을 만지는 아내가 가장 고소득자라는 말도 빼놓지 않는다. ●말레콘,‘아바노’들의 마음의 고향 새벽의 ‘말레콘’은 쿠바의 앞날과는 관계없다는 듯 평온하기만 하다. 말레콘은 인구 200만명의 아바나시 4개 구역을 연결하는 약 7㎞의 방파제 해안도로다. 서쪽 미국 특수이익대표부(SIEU)에서 시작, 동쪽의 아바나항구까지 이어지는 이 도로는 관광객들에게는 한 번쯤은 걸어야 하는 명소다. 서민들에겐 일상의 피곤을 터는 휴식처이고, 혁명을 겪지 못한 젊은 세대들에겐 둘도 없는 데이트 장소다. 외교관저 밀집지역인 ‘미라마르’를 출발, 동쪽으로 내디딘 새벽 발걸음이 신흥 개발 구역인 ‘베다도’에 이르자 지난밤 흥겨움과 부산함에 들썩이던 ‘아바노’들의 모습이 나타난다. 대표적인 쿠바 맥주 ‘부카네로’의 빈 깡통이 나뒹구는 널찍한 방파제 위에서는 아직도 젊은 남녀들이 몸을 비비고 있다. 다음달 결혼을 앞두고 있는 카를로스(27)는 “쿠바가 분명 천국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옥은 더더욱 아니다.”면서 “그건 우리에게 말레콘이 있기 때문”이라는 말을 내던진 뒤 구 소련제 소형차인 ‘라다’에 약혼녀를 태우고 떠나버린다. 떠오르는 해를 마주보며 동쪽으로 갈수록 아바노들의 지친 삶이 그대로 드러난다. 방파제를 따라 인구 밀집 지역인 ‘센트로’ 구역으로 들어서자 부시 미국 대통령과 아돌프 히틀러의 얼굴을 합성시킨 기괴한 모습의 간판 밑으로 출근 행렬이 이어진다. 건너편 방파제 밑 바닷가에서는 허름한 반바지 차림의 헤수스 파라(66)가 물고기를 잡고 있는 모습이 대조적이다. 그는 지난 1959년 혁명군 소속으로 마에스트라 산맥에서의 게릴라 활동에 이어 아바나 입성까지 카스트로를 따라간 쿠바혁명의 산증인이다. 그는 “미국의 경제봉쇄가 아니었다면 쿠바는 지금 많이 달라졌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피델과 말레콘이 있는 이상 지금 별다른 아쉬움은 없다.”고 말했다. cbk91065@seoul.co.kr ■ 카스트로 근황은 지난달 31일 장 출혈 증세로 수술을 받은 피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의 근황은 베일에 가려 있다. 다만 그의 건강이 회복되고 있다는 주변 인사들의 간접 증언이 있을 뿐이다. AP통신은 지난 19일(이하 현지시간) 형(兄)으로부터 권력을 이양받은 동생 라울 국방장관과 공산당 기관지 그란마의 인터뷰를 인용해 보도했다. 라울 장관은 “형이 점차 회복되고 있고 치료 과정도 매우 만족스럽다.”고 밝혔다. 14일 그란마 인터넷판에 공개된 두번째 병상 사진이 가장 최근의 모습이다. 전날 80세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카스트로 의장을 방문한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라울 장관이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다소 창백한 모습에도 밝은 표정을 지으며 차베스 대통령과 웃음을 주고 받는 장면이었다. 국영TV도 같은 날 카스트로 의장이 차베스 대통령과 환담하는 장면을 방영했다. 앞서 13일 공개된 아디다스 운동복 차림의 카스트로 사진도 화제를 모았다. 주먹을 불끈 쥐거나 전화통화를 하는 일상 생활이 드러나 있다. 카스트로를 방문했던 차베스 대통령이 그러나 “생존투쟁을 벌이고 있다.”고 표현하는 등 고령의 나이를 감안할 때 회복을 낙관하기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집권 47년 동안 “혁명가에게 은퇴란 없다.”며 원기를 자랑하던 카스트로의 만년 와병은 쿠바의 변화를 예고하는 전주곡으로 작용하고 있다. 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 “한미 FTA·뉴딜은 엇갈림 정책”

    “한미 FTA·뉴딜은 엇갈림 정책”

    요즘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뉴딜’을 내걸고 있다. 성장과 분배를 동시에 잡겠다는 목적은 같은데,FTA는 외부의 충격을 강조하고 뉴딜은 내부의 타협을 더 중요시 하는 정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런 엇갈림에 대해 이국영 성균관대 교수의 의견을 들었다. 이 교수는 독일에서 제3세계 발전이론을 전공한 정치학자다. 평등과 분배를 중시하는 복지국가야말로 자본주의 성장의 원동력이었다는 ‘자본주의의 역설’이라는 책을 내기도 했다. ●‘종속 vs 쇄국’, 생산적 FTA 논의를 막는다 “한·미FTA 하면 싼 제품이 들어오니까 노동자들의 실질임금이 올라간다는 말은 맞습니다. 그러나 이는 뒤집어 말해 비싸게 생산해오던 기존 일자리는 줄어든다는 얘기입니다. 이 플러스 마이너스를 실제 비교해봤는지 궁금합니다.” 그래서 한·미FTA 논란에서 가장 위험한 논리는 ‘안 하면 바보된다.’,‘하면 종속된다.’는 식의 극단적 주장이다. “유럽연합(EU)으로 상징되는 유럽경제통합과정을 보면 경제통합으로 인한 수혜자가 누구냐, 피해자는 누구냐, 그렇다면 수혜자의 이득을 어떻게 피해자들에게 나눠주느냐가 논쟁의 핵심이었습니다. 이를 두고 정치인들은 정책을 내놨고 국민투표를 통해 승인받았습니다. 이런 생산적 논쟁을 전혀 못하고 있다는 게 제일 큰 문제입니다. 극단적인 반대론도 문제지만, 밀어붙이기식으로 FTA를 추진하면서 ‘그러면 쇄국하자는 것이냐.’는 식으로 이들을 몰아세운 정부와 시장주의자들의 책임이 더 큽니다.” 이 교수는 ‘안 하면 바보된다.’는 논리에도 그다지 높은 점수를 주지 않았다.“정부에서는 중국·일본·한국·타이완 빼고는 다 FTA를 했다 하는데, 거꾸로 말하면 이들 나라는 성공적인 수출드라이브 때문에 굳이 FTA를 할 필요가 없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외려 이들 국가에 밀리거나 밀릴 것 같으니까 미국이나 유럽은 NAFTA나 EU 방식의 경제통합이라는, 다른 방법을 찾았다는 설명도 가능합니다.” ●진정한 ‘뉴딜’이나 고심하라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이 요즘 들고나온 ‘뉴딜’에 대해서도 이 교수는 강하게 비판했다. 대공황기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식의 ‘족보있는 정책’인 줄 알았는데 내용을 보니 재계와 노동계의 타협안에 불과하더라는 것. 그런 수준의 뉴딜이라면 “그걸 하겠다고 나선 기존의 노사정위원회가 왜 실패했는지부터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 교수는 진정한 뉴딜 정책을 하고 싶다면,‘작은 정부’·‘균형재정’의 신화에서 벗어나라고 주문했다. 복지비용을 ‘낭비’가 아닌 ‘투자’로 보는 인식의 전환이 필수라는 것.“대기업 노조 얘기가 나오면 흔히 안정적인 고임금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독식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들도 그 월급으로 집 사고, 애들 키우고, 가르치려면 빠듯하다고 합니다. 잘리면 갈 곳도 마땅치 않습니다. 주택비·양육비·교육비에다 실업대책까지 모두 개인 부담이라 그렇습니다. 국가가 탁아소나 양로원을 확대하고, 장기임대주택을 늘리고 실업대책도 세운다면 이런 사회적 비용 부담이 줄게 되고, 그러면 임금을 조정할 수 있는 여지도 더 커집니다.” 또 모두가 그토록 애타게 부르짖는 ‘일자리 창출’도 사회복지 부문에서 대대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 이런 개념이 진지하게 논의된 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 서구 선진국에서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복지예산 비중이 최소 15∼17%(미국·일본)에서 최대 25∼30%(유럽)에 이르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이 1980년에 이미 19%였는데 한국은 고작 6∼7% 수준이다. 그렇게 목매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가장 못미치는 분야가 바로 복지부문이라는 것. 대안으로서 이 교수는 비례대표제 확대를 제안했다.“어차피 1년반 임기내 사회경제적 개혁을 못하겠다면 그 기반이 될 수 있는 비례대표제를 확대하는 것만 해도 충분하다고 봅니다.” 글 사진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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