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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권 사각’ 在韓 외국인] (1) 출입국관리소 보호시설 실태

    재한 외국인의 ‘코리언 드림’이 무색해지고 있다. 지난 11일 여수출입국사무소에서 발생한 외국인 참사는 우리나라 인권 보호 수준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불법체류자들을 범죄자처럼 ‘감옥’과 같은 수용시설에 수감한 데 대한 비난과 이들에 대한 오해와 편견에서 빚어진 참사라는 반성의 목소리도 들린다. 외국인 노동자들의 인권 실태와 문제점, 개선 방안 등을 3차례에 걸쳐 시리즈로 짚어본다. “수감자들은 이 곳을 ‘닭장’이라거나 ‘깡통에 죽은 물고기들’ 이라고 부릅니다. 음식은 밥과 야채만 조금 있는 멀건 국으로 ‘돼지를 위한 것’ 같습니다.(중략) 잠자는 곳은 언제나 꽉 차 있고, 시끄러우며 대단히 지저분합니다. 담요 세탁은 1년에 한 번 합니다. 연행된 사람들은 여기가 어딘지조차 모릅니다. 저는 (비인간적 대우에 항의해) 이곳에서 무기한 단식투쟁을 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오늘로 억류된 지 5주째입니다.”2005년 8월 관광비자로 들어왔다가 체포돼 서울출입국관리소에 억류됐던 독일인 크리스티앙 칼은 강제 출국된 뒤 이주노동자 노동조합으로 보낸 편지에서 당시 출입국관리소 보호시설의 인권 실태를 적나라하게 고발했다. 그로부터 1년 6개월이 지났지만 달라진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곳곳에선 불법체류 외국인 이주노동자들이 단지 출입국관리법을 위반한 행정사범임에도 불구하고 ‘감옥’ 같은 장소에 구금돼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 2004년 4월 산업연수생으로 국내에 들어와 대구에 있는 한 자동차용품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파키스탄인 아식 호센(28)은 지난해 12월의 악몽을 잊지 못하고 있다. 그는 폐병이 악화돼 한국말이 유창한 한 불법체류 이주노동자 친구와 함께 병원으로 가다 거리에서 경찰에 단속됐다. 불법체류자 친구가 호센은 합법체류자라고 호소했지만 경찰은 믿어주지 않았다. 인천출입국사무소로 붙잡혀 갔지만 생활 환경은 엉망이었다.10명이 들어갈까말까한 방에 40명까지 수용하는 바람에 앉아서 잠을 청해야 했다. 수용실 안에 화장실이 딸려 있는 데다 칸막이도 없어 냄새가 코를 찔렀다. 그는 이주노동자 인권단체의 도움으로 3일 만에 겨우 풀려날 수 있었다. “창문이 없어 환기가 되지 않아 폐가 점점 아파오는 바람에 직원에게 통증을 호소했지만 들은 척도 하지 않았어요. 돈을 벌러 한국에 왔지만 얼마 벌지도 못하고 아픈 몸으로 고향에 돌아갈 생각을 하면 너무 마음이 아팠어요.” 우즈베키스탄인 A(31)씨는 부산 출입국관리소에서 수갑이 채워지고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고 한다. 고용허가제 비자를 받고 2003년 입국했지만 업체 변경 과정에서 노동부의 신청 절차를 밟지 않아 불법체류 신분이 됐다가 2005년 1월21일 부산출입국관리사무소에 수용됐다.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해 직원들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지만 한 직원은 “말이 많다.”며 오히려 그의 팔목에 수갑을 채웠다. 경기도의 한 욕조공장에서 일하는 네팔 출신 불법체류자 B(40)씨는 97년 2월 산업연수생으로 입국했다가 출국하지 않아 불법체류 신분으로 전락했다. 그는 “언제 단속에 걸려들지 몰라 불안한 마음 속에 살고 있는데 어제 인터넷 TV로 참사 소식을 접하고 같은 ‘코리안드림’을 꿈꾸던 사람들이 어이없이 죽음에 이르게 된 것을 보고 너무 마음이 아팠다.”면서 “오래 머물렀지만 돈을 많이 벌지 못해 보호소에 수감돼도 비행기 표를 살 돈조차 없다. 결국 오랫동안 보호소에 머물 수밖에 없는데 여수 화재를 보면서 단속이 더욱 더 겁이 나고 불안한 마음이 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2면에 계속/관련기사 8면
  • “이주노동자 무시 여수참사 불러”

    “1년 동안 보호시설에 머무른 뒤 우울증까지 앓게 됐습니다.” 12일 서울 중구 예관동 이주노동자노동조합 사무실에서 만난 방글라데시 출신 아노아르 후세인(36) 전 위원장은 지금도 병원에서 정신질환 치료를 받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2005년 4월24일 이주노조를 설립하고 초대 위원장으로 오른 아노아르는 불법체류 등으로 경찰에 체포돼 청주출입국관리사무소에 수용됐다가 지난해 4월24일 풀려났다. 외국인과 관련해 처리되지 못한 진정 등이 있으면 출국되지 않는다는 규정 때문에 딱 1년이 흘렀다. 아노아르는 “출입국관리사무소의 환경과 안전문제를 계속 제기했지만 정부는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면서 “여수참사는 한국 정부가 이주노동자들을 가난한 나라에서 왔다고 무시했던 결과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노아르에게 보호소 경험은 혹독했다. 직원들은 욕설을 서슴지 않았고 폭행도 저질렀다. 출입국관리법과는 별개의 문제인 임금체불을 호소해도 묵묵부답이었다. 이중으로 된 쇠철문으로 구금한 데다 복도에도 자물쇠로 잠겨 있었는 감옥이었다. 화재경보시설도 없었다.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신연숙 대기자의 금요초대석] 이석행 민주노총 5대위원장

    [신연숙 대기자의 금요초대석] 이석행 민주노총 5대위원장

    이석행(48) 신임 민주노총 위원장은 온건파인가, 강경파인가. 이 위원장을 온건파로 알고 있었던 사람들은 29일 그의 첫 기자회견 뉴스를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온건파라더니 아니네.” 이 위원장은 회견에서 “파업투쟁을 통해서 노동자의 조직역량이 강해져야만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와의 대화 조건으로 장기투쟁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와 180명의 구속자 문제 해결을 내걸었다. 마오쩌둥을 연상시키는 ‘현장대장정’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그동안 잦은 파업, 강경시위는 시민들만 짜증나게 했을 뿐 아무런 위력이나 실익도 주지 못했다. 오히려 지도부 비리사건, 내부 폭력사태 등과 겹쳐져 민주노총의 위기론까지 자초했던 터다. 이 상황에서 이른바 ‘온건파’의 당선은 변화를 기대케 하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이 위원장은 ‘꽤 센´ 발언으로 이런 예상에 물음표를 찍게 했다. 약간의 긴장감을 갖고 서울 영등포 민주노총 위원장실에서 만난 이 위원장은 뜻밖에 사람좋은 ‘배추장수´ 인상이었다. 충청도 억양, 내려간 눈꼬리에 시종 미소가 입가를 떠나지 않아 외모로만 본다면 분명 그는 ‘온건’했다. ▶해고노동자 출신인데 어떻게 해고됐습니까. “대동중공업이 두원그룹으로 매각된 다음 해인 1991년 해고됐습니다. 당시 윤석양 이병이 양심선언을 하고 보안사의 정치사찰 문서를 공개한 사건이 발생했는데 제가 267번째로 나왔습니다. 조합원 20명의 임금을 옷장에서 훔쳐 해고됐다는 내용이었는데, 이게 ‘말’지는 물론 주간 노동자신문에 박스기사로 실린 거예요. 너무 분하고 황당하여 보안사 앞에 가서 ‘보안사 해체하라’고 유인물을 돌리며 항의했죠.” 회사는 항의하는 그를 오히려 ‘회사 무단이탈’‘회사 명예훼손’을 이유로 해고했다. 더욱 황당해져 법에 호소했지만 대법원까지 가서 졌다. 그때는 젊은 정열이 넘쳤고, 법은 만인 앞에 평등하다고 믿던 때였다. 사법부에 대한 절망과 불신감이 들었다고 했다. ▶처음 노조와는 어떻게 인연을 맺었나요. “전북기계공고를 나왔습니다. 정밀가공사 자격증만 따 나가면 잘 살 수 있다고 해 그런 줄 알았습니다. 졸업하고 상공부장관 추천을 받아 진주 대동중공업에 취직했는데 이게 딴판이에요. 일당이 770원이었는데 월급으로 10만원을 받았습니다. 일요일도 없었고, 연장근무를 얼마나 했으면 이만 한 돈을 받았겠습니까. 누가 와서 노조 만들면 일요일과 ‘4대절’ 빨간날은 모두 놀 수 있다고 말해 따라가서 교육부장 맡았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지금 같은 ‘강성’이 됐나요. “1984년도에 한국노총 1주일 코스 ‘새마을 교육’을 받고 깜짝 놀랐어요. 이름만 ‘새마을 교육’이지 노동 교육이었어요. 김금수(전 노사정위원장), 천영세(민주노동당 의원)씨가 강사로 나왔고, 함께 교육을 받았던 여성노동자들이 서울에 한번 놀러 오라고 해요. 청춘이라 1주일 후 서울로 올라갔죠.” 그때 여성들이 서울대 다니다 현장에 들어온 ‘학출’운동가였다. 노조운동은 이렇게 하는 것이 아니라며 혼을 냈고 이때부터 월2회,1박2일씩 상경 학습이 시작됐다. 다음 해에는 문성현(민주노동당 대표)씨 등을 만났고 이불 속에서 ‘불온서적’을 탐독하기에 이르렀다. 본격적으로 파업을 주도하거나 연대투쟁에 가담하는 운동가가 되었다. ▶해고노동자인데 어떻게 민주노총 조합원 자격이 있었지요. “제가 전과 7범이라 정식 취직은 못합니다. 대신 비정규직으로 작은 공장에서 선반공으로 일하며 서울 동부 금속지역노조에 가입했죠. 비정규직으로 위원장이 된 것은 제가 처음입니다.” 이 위원장은 선반공으로서 촉망받는 기술자였다. 해고된 뒤는 물론,2005년 민주노총 사무총장을 그만두고 나서도 금형공장으로 돌아가 선삭 일을 하였다.‘엄마냄새 ’다음으로 ‘기름냄새’가 좋다는 그는 죽을 때까지 현장 노동자로 살아갈 것이라고 했다. ▶‘현장’을 강조하고 계신데 ‘현장’의 힘을 몰아 더욱 세게 나가는 것 아닌가 걱정됩니다. “맞습니다. 힘이 되는 만큼 교섭을 요구할 겁니다. 지금 걱정이 ‘제조업 공동화’입니다. 남아 있는 굴뚝산업 자동차, 조선, 반도체 정도입니다. 이거라도 제대로 지키는 민주노총이 돼야 합니다. 제조업들이 외국가는데 정부는 서비스산업, 관광산업 외치다 실업률이 이렇게 됐습니다. 힘을 갖고, 정부 정책 초기단계서부터 개입해 들어갈 겁니다. 이렇게 되자면 민주노총이 파업을 해도 콧방귀 뀌는 상황으론 안 됩니다.” 그러나 파업은 수단이지 목적은 될 수 없다고 못박는다. 이 일로 내부에선 욕먹지만 이론이 아니라 체험으로 굳어진 신념이기에 현장에 힘을 기울이기로 했다. 현장대장정은 앞으로 6개월간 텐트를 들고 떠나려 한다. 우선 2월 한달간 서울 사무직을 순회한 후에는 20만 조합원이 파업 안되면 촛불집회라도 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낼 작정이다. ▶이수호 전 위원장 때 추진했던 사회적 교섭 재개를 기대해도 될까요. “우리 의견을 반영하는 시스템이 되면 전체 조합원의 찬반투표를 거쳐 그 힘을 받아 들어가겠습니다. 정부가 틀 만들어놓고, 받을래 안 받을래 하는 식으론 안 됩니다. 현장에는 교섭하자는 소리가 높습니다.2004년 당시, 정부와 민노총 간에는 노사정·노정의 중층적 교섭틀이 합의돼 가고 있었습니다. 실무자들이 대화를 거부해 깨졌지요. 이의 유효성을 확인하는 데서부터 작업을 시작하겠습니다.” ▶폭력적인 거리 시위에 시민들이 지쳐 있는데요. “비정규 법안, 자유무역협정(FTA) 거리 시위는 이해해 주셔야 합니다. 비정규직 노동자가 한 가족에 한 명 꼴이나 되고 FTA는 민족 정체성과도 관련된 일입니다. 또 임금인상 요구만으로는 민주노총 존재의미가 없습니다. 제도개선, 정치운동을 통해 소외 계층의 공감을 얻어야지요. 다만 폭력시위는 다분히 유도된 측면도 있지만, 오는 8일 공식 취임식 때 비폭력투쟁을 선언하겠습니다. 경찰이 밟고, 잡아가도 저항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경영계는 산별 교섭을 거부하고 있는데 이들을 테이블로 끌어낼 복안은 있습니까. “산별노조가 정착되면 기업의 부담이 줄어든다는 것을 설득하겠습니다. 주택, 교육, 의료비 등 기업의 후생복지비 지출이 얼마나 많습니까. 이런 부분을 정부와 함께 교섭하면 기업이나 노동자나 걱정없이 일할 수 있게 되지 않겠습니다. 이를 위해 우선 노동장관을 만나겠고, 산자부, 행자부, 교육부 등 누구라도 찾아가겠습니다.” 이 위원장은 누구와도 대화를 피하지 않겠다며, 자신은 ‘더디게 발전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열려 있음을 뜻하는 이 말은 온건파로 분류되는 이유인 듯도 싶었다. yshin@seoul.co.kr ■ 이석행 위원장은 1958년 충남 청양 출생. 광산노동자의 아들로 태어나 초등학교 3학년 때 아버지를 여의었다. 그 이후 기성회비를 한번도 못내고 초등학교를 졸업했다.14세 때 광산에 들어가 아침 여섯시부터 노동자로 일하고 밤 1시까지 재건학교에서 공부한 뒤 귀가하는 생활 끝에 학비를 모아 중학교에 들어갔다. 그러나 학비를 보태주던 누나가 결핵에 걸리는 바람에 서울로 올라가 구두닦이를 했다. 또다시 2년간 돈을 벌어 고향에 내려와 중학교를 졸업했다. 고등학교는 박정희 대통령 때 방위산업 육성을 위해 정책적으로 세운 전북기계공고(익산)를 다녔다. 돈이 안 들고 취직 걱정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1977년 대동공업에 병역특례자로 입사해 이때부터 금속노동자가 됐다.1980년 노동조합을 만들었고 위원장을 2회 지냈다. 해고된 뒤 민주노총의 전신인 전국노동조합협의회 사무차장, 전국자동차산업연맹 부위원장을 지냈고 1988년 전국금속산업연맹 부위원장을 거쳐 2004년 민주노총 4기 이수호 위원장의 러닝메이트로 사무총장이 됐다.2005년 민주노총 내 금품비리 혐의로 지도부가 총사퇴할 때 물러났다. 민주노총 내 온건파인 국민파로 5기위원장 당선. 월수 150만원 정도의 선반공 임금과 강의료, 아내가 액세서리에 구슬을 붙여주고 받는 돈 60만원으로 살아가는 노동자다.
  • [한승원 토굴살이] 사랑하다 죽어버려라

    [한승원 토굴살이] 사랑하다 죽어버려라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 정호승 시인의 이 시 한 구절은,‘완벽한 사랑’을 구가하는 축복의 말이지만,‘사랑하지 못하고 죽어버려라’는 저주의 말이다. 글에 엎어져 복상사한다는 생각으로 밤새워 집필하는 풋 늙은이 소설 노동자에게는, 세상의 모든 재주넘는 손오공들의 간사함을 뚫어보는 부처님 손바닥 안경 하나가 있다. 일본에서 유학하다가, 죽어가는 한 사람을 구하고 산화해버린 한 청년의 일을 영화로 만들어 개봉했다. 그의 순수한 정신을 하나의 희망으로서 영원히 인류사에 남게 하려는 의지일 터이다. 그것은 사랑하다가 죽어버리기의 정신이다. 가정법원에 갔다가 희한한 일을 보았다고 한 친구가 말했다. 젊은 부부가 이혼을 하고 나서 아기 하나를 서로 상대방에게 떠넘기려고 악다구니를 쓰는 슬픈 꼬락서니. 전국교직원 노동조합 지도부가 성과급지급을 거부하고, 자기들을 평가하겠다고 하는 교육 당국의 시책을 무산시키려고 벌이는 연가투쟁을 나는 그와 비슷한 수준으로 슬퍼한다. 교육공무원의 성실의무는 몸이 아파 죽을 지경이 되더라도 학생들을 한 시간도 허비하지 않고 끌어안는 것, 그것이 사랑하다가 죽어버리겠다는 정신 아닐까.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창녀가 몸을 깨끗하게 씻고 화장하고 화사한 옷으로 치장하는 것이, 고객에게 최대한으로 봉사하기 위한 좋은 상품 만들기이듯, 노동자들 가운데 진보적인 그룹이 색깔 조끼 입고 붉은 머리띠 두르고 주먹 치켜올려 하늘 찍는 행위는 자기라는 상품의 질 높이기이다. 교육노동자들은 자기의 이익을 챙기기 위하여 편법으로 노동현장을 이탈함으로 인해 생산되는 불량품을 어떻게 책임질까. 세상의 모든 사람들은 자기를 평가(증명)받을 권리와 의무가 있다. 대학교수 노동자들은 생산성 주체인 학생들로부터 평가 받고, 소설 노동자들은 독자와 잡지사와 출판사의 편집인들로부터 평가받는다. 사랑하다가 죽어버릴 각오로 쓰지 않은 글은 불량하고 열악한 제품이고 그것은 금방 독자들에게 들통이 난다. 열린우리당은 대통령의 탄핵으로 인해 불안해진 하늘(국민)이 급조해준 튼튼한 배이다. 그 배의 선장이나 선원들은 하늘을 사랑하다 죽어버리겠다는 정신으로 일했어야 옳다. 그런데 그들이 오만하기만 했으므로 하늘은 그 배가 다음 항구에 닿자마자 폐기하겠다는 뜻을 늘 보여 왔다. 그 배의 선장과 선원들은 자기들의 배가 다음 항구에 도착하자마자 전설 속의 타이타닉처럼 좌초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자기들의 배를 급조해준 하늘(국민)의 신세는 나 몰라라 하고, 그 배에서 뛰어내려야 한다고 야단들이다. 한 축은 구명보트를 타려 하고, 어떤 자는 구명조끼차림으로, 어떤 자는 자기의 수영실력 하나만 믿고 개구리처럼 뛰어내리려 한다. 선장은 선원들에게, 우리는 공동운명체이니까 이 배가 진정으로 싫다면 나랑 함께 물로 뛰어내려 함께 새로운 배 하나를 짓자고 한다. 선장은 다음 항구에 도착한 다음에 자기가 좌지우지할 배 한 척을 소유하려 하는 듯싶다. 선원들에게서는, 승객들을 끝까지 사랑하다가 죽어야 한다는 정신을 찾아볼 수 없고, 다음 항구에서 선원으로서 다시 채용되느냐 그러지 않느냐에 신경을 쓰고 있을 뿐이다. 선장의 비서들은 사랑하다가 죽어버릴 각오로 선장에게 쓰디쓴 간언을 하려 하지 않고, 불안해하는 승객들을 상대로 원고 없는 변설을 하게 하고도 모두가 ‘잘하셨습니다.’를 일삼을 뿐이다. 다음 항구에 도착한 배가 좌초될 때 되더라도 ‘사랑하다가 죽어버리겠다’는 각오로 배와 승객을 끝까지 끌어안고 있으면 그 성실성이 고마워서, 다시 선원으로 선택해줄 수도 있을 터인데도, 그들은 뛰어내린 다음 감쪽같이 급조한 도깨비 같은 배를 타고 보무당당하게 나타날 궁리만 하고 있다. 하늘이 속속들이 지켜보고 있는데.呵呵呵.
  • ‘찌그러진’ 포드車

    ‘찌그러진’ 포드車

    |워싱턴 이도운특파원|미국의 포드 자동차가 103년 기업 역사상 최악의 경영실적을 기록했다. 포드가 25일(현지시간) 발표한 지난해 경영실적에 따르면 적자 규모는 무려 127억달러(약 12조원)나 됐다. 차량 한 대를 팔 때마다 1925달러(190만원)씩 손해를 보고,1분마다 2400만달러(약 2300만원)씩 손실을 보는 최악의 불량기업이 된 것이다. 더욱 가관인 것은 시장의 반응이다. 이날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포드 자동차의 주가는 오히려 0.02달러(0.24%) 올라 8.2달러로 마감했다. 그나마 적자 규모가 우려했던 최악의 수준보다는 조금 나았다는 신호다. 포드의 최고경영자(CEO)인 앨런 멀랠리는 경영실적을 발표한 뒤 “우리는 현실을 직시하고 있으며, 회생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멀랠리는 그러나 앞으로도 2년간은 큰 폭의 적자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조립라인을 이용한 생산이라는 세계 경제사에 남을 혁신을 이룩했고, 회사의 이름 자체가 미국의 자동차 산업을 의미했던 포드가 이렇게까지 나락으로 곤두박질친 이유는 무엇일까? 미 언론들은 소비자와 시대의 변화를 읽지 못한 경영과 노조에 대한 과도한 혜택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포드 자동차는 지난해 주력 차종인 픽업 트럭 분야에서 극심한 판매 부진을 겪었다. 고유가 시대를 맞아 ‘기름 먹는 하마’로 불리는 가정용 트럭의 판매는 2005년보다 무려 10만대나 줄었다. 한때 포드의 가장 인기있는 승용차였던 토러스도 경쟁 모델에 뒤처져 지난해 단종되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이와 함께 포드는 GM과 크라이슬러 등 미국의 다른 메이저 자동차업체와 함께 과도한 노동 비용이라는 부담을 안고 있다. 픽업트럭의 판매 부진으로 포드의 공장 가동률은 떨어졌지만 노조에 가입한 시간제 노동자들도 정규직원들과 거의 비슷한 임금을 받았다고 CNN은 지적했다. 또 워싱턴의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포드를 비롯한 미 자동차 업체들은 현 직원은 물론 전 직원의 가족에 대한 의료보험료까지 지불하고 있다고 밝혔다. 포드가 지난해 의료보험에 지불한 금액은 31억달러(약 3조원). 이는 자동차 한 대당 1200달러(약 110만원)에 해당한다. 포드는 지난해 구조조정을 위해 16개 공장의 문을 닫았고 직원들에 대한 퇴직 프로그램을 실행했다. 지난해 정규직원 4만 2700명 가운데 5000명이, 시간제 노동자 8만 5900명 가운데 8000명이 감원됐다. 포드는 2008년까지 9000명의 정규직원과 2만명의 시간제 노동자를 더 줄일 계획이다. dawn@seoul.co.kr
  • [프렌치 리포트] (14) 못말리는 시위 마니아들

    [프렌치 리포트] (14) 못말리는 시위 마니아들

    지난 연말 보도됐던 재미있는 해외 뉴스 한토막. 프랑스의 포나콩(FONACON·새해반대전선)이라는 조직이 12월31일 밤 서부도시 낭트에서 2007년이 오는 것을 축하하지 말고 저항하자고 촉구하며 시위를 벌인다는 것이다.“세월의 흐름을 축하하는 행위는 비논리적이다. 한해를 마감하면 무덤으로 한발짝 더 다가가는 것이다. 이는 기뻐해야 할 일이 아니라 비극이다.” 이런 주장을 하면서 포나콩은 자기들의 뜻에 동참하는 사람들은 모두 거리에 나와 2007년이 오는 것에 반대하자고 촉구했다. 오는 해를 막겠다니, 참 기가 막힐 노릇이라고 하겠지만 프랑스인들의 시위 문화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그리 놀랄 일도 아니다. 프랑스인들은 정말 아무도 말릴 수 없는 시위 마니아들이다. ●시위는 신성한 국민의 권리 프랑스인들이 새해 반대 시위를 한다는 소식을 전한 영국의 일간 인디펜던트는 “프랑스인들은 불가피한 일에도 저항하는 아주 오랜 ‘훌륭한’ 전통을 자랑한다.”고 비아냥하면서 장폴 사르트르가 작고했을 때의 일화를 소개했다. 프랑스인들의 존경을 받았던 좌파 철학자 사르트르가 땅에 묻힌 1980년 4월19일 5만여명의 파리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사르트르의 죽음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기 위해서였다. 프랑스인들처럼 시위를 많이 하는 사람들은 세상에 아마 없을 것이다.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에 대한 학술적 연구가 있었다는 얘기는 들은 바 없지만 프랑스에서 살아 본 사람이라면 이들의 시위문화가 독특한 프랑스인들의 기질에서 비롯된 것임을 이해할 수 있다. 프랑스인들은 사사건건 따지기를 좋아하고, 불평거리를 찾아내는 데 능숙하다. 그리고 자신의 신념과 감정을 무척 중시하고 이를 관철하기 위해 논쟁을 서슴지 않는다. 권리 주장이 강하다. 시위는 이런 프랑스인들에게 자신의 의지와 신념을 강력하게 표현할 수 있는 기회다. 같은 뜻을 가진 사람들이 여럿이 모이면 의미전달은 더욱 효과적이다. 정치적 성향, 남녀노소, 직업을 떠나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자유와 권리를 가진다. 이 때문에 프랑스에서 시위는 자유·평등의 정신에 따른 신성한 국민의 권리로 인정된다. 프랑스에서 시위가 많을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민주주의 발전의 에너지 프랑스가 ‘혁명의 나라’가 된 것도 프랑스인들이 시위를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얘기할 수 있다. 영국의 역사가 로저 프라이스가 프랑스의 근대정치사를 ‘혁명과 반동의 역사’라고 했을 정도다. 국민주권 시대를 연 1789년의 대혁명을 비롯해 의회민주주의 발전의 토대를 닦은 1830년 7월 혁명, 보통선거제를 확립한 1848년 2월 혁명, 노동자 권리신장으로 이어지는 1870∼1871년 파리코뮌 등이 대표적이다.2차대전에서는 나치 독일에 항거하는 레지스탕스 운동으로 주권을 지켰으며 1968년 5월의 ‘68혁명’을 통해 기성세대가 일궈놓은 자본주의 산업사회와 권위주의에 도전했다.68혁명은 프랑스 정치는 물론 사회·문화적 변화를 수반하면서 2차대전 이후 프랑스 역사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된다.2002년 대선에서 네오파시스트로 불리는 국민전선의 장마리 르펜 당수가 2차 결선투표에 진출했을 때 그를 반대하기 위해 벌어진 대규모 시위도 역사의 한장으로 기록됐다. 프랑스인들의 저항정신이 빚은 시위문화는 오늘날 민주주의가 단단하게 뿌리내릴 수 있게 한 토양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최근 들어 지나치게 잦은 시위로 인한 사회·경제적 부담과 함께 일부 시위가 폭력양상을 띠는 데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축제 같은 시위, 그러나… 파리에서 시위는 주로 주말 오후에 열린다. 그래야 업무에 지장을 주지 않고, 특히 내 주장을 펴기 위해 뜻에 동참하지 않는 사람들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파리에서는 주로 주말에 크고 작은 시위가 여기저기서 열리는데 이를 하루 평균으로 계산하면 매일 3건씩 벌어지는 셈이라고 한다.1년이면 1000건 이상이라는 얘기다. 워낙 시위가 많다 보니 시위하는 사람들이 다양하고, 주장도 다양하고, 방식도 다양하다. 노동자들은 안정된 일자리를 요구하며 정부의 개혁안을 반대한다. 경찰이나 공무원도 각자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시위한다. 학생들은 교육여건을 개선해 달라고 한다. 매춘부들의 시위도 간혹 있는데 이들은 자신들의 노동권을 보장하라고 주장한다. 외국인들은 인종차별을 반대하고, 불법 이민자들은 거주증명서를 달라고, 집없는 사람들은 거주권을 달라고 주장한다. 각양각색이다. 그런데 우리와는 달리 프랑스의 시위는 대부분 평화적으로 진행된다. 화창한 날 어린아이를 무동 태우거나 유모차를 밀고 나와 시위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축제에 참가하는 분위기마저 풍긴다. 인상적이었던 시위 중의 하나는 게이 퍼레이드다. 동성애자들 수천명이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하며 가장행렬을 하는데 각 단체별로 꾸미고 나온 모습들이나 주장하는 바가 정말 다양했다.‘동성애자에 대한 사회의 차별을 철폐하라’‘에이즈확산반대 동성애자단체에 재정지원을 해달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금발에 짙은 화장, 금방 터질 듯 과장된 가슴과 엉덩이가 다 드러날 초미니 스커트,20㎝는 족히 될 높은 굽의 부츠를 신고 나온 여장 남자 등 수많은 볼거리를 제공하기 때문에 게이퍼레이드는 매년 엄청난 인파를 불러 모은다. 시위에 대응하는 방식도 조직화됐다. 시위 진압을 전문적으로 하는 경찰도 있다. 시위진압전문경찰은 공화국안전수비대(CRS)라고 하는데 이들의 임무는 ‘시위로부터 시위대를 보호하는 것’이다. 시위도중 불상사를 막아주는 것 외에 진압경찰은 평화적인 시위대가 예정된 코스로 이동하도록 교통을 막아주기도 한다. 한번은 영·미국식 학제도입에 반대하는 대학생들의 시위를 취재하며 끝까지 따라가 본 적이 있다. 파리의 대학건물들이 모여 있는 생미셸 지역에서 시작해 교육부까지 행진하는 것이었다.CRS는 시위대가 대열에서 이탈되지 않고 폭력사태로 번지지 않도록 감시의 눈을 번득였지만 충돌은 없었다. 시위대의 꼬리 부분을 보니 200m 정도 사이를 두고 청소차와 청소원들이 따라오면서 시위대가 흘리고 간 전단이나 쓰레기를 흔적도 남기지 않고 치우고 있었다. 시민들은 시위하고, 경찰은 보호하고, 청소부들은 치우고…정말 재미난 나라다.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퍼나리의 조각품 도난당해

    미국 공황기 노동자들의 ‘위태로운 점심 식사’ 장면을 묘사한 뉴욕 소호가의 유명 조각작품이 도난당했다고 BBC방송 인터넷판이 19일 전했다.사라진 조각품은 맨해튼에서 활동하는 조각가 세르지오 퍼나리가 유명 사진작가 찰스 에베츠에 대한 오마주(헌정을 의미하는 프랑스어)로 만든 것이다. 퍼나리의 픽업 트럭에 설치된 조각품은 브로드웨이 등 맨해튼 소호 거리 곳곳을 이동하며 전시된 작품으로 가격은 5000∼1만달러 정도다.20세기 최고 걸작 중 하나이자 에베츠의 대표작 ‘마천루에서 점심을 먹는 노동자들’ 사진(위)과 도난당한 퍼나리의 조각품(아래).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 [여의도in] 손학규 “현대차는 최고 직장중 하나”

    한나라당 대권주자인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12일 박유기 현대자동차 노조위원장에게 공개 서한을 띄워 파업 계획 철회를 촉구했다. 손 전 지사는 서한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노사분규”라며 “지금 현대차 노조에서 하는 것처럼 작은 일로 파업을 일삼는다면 어떤 외국기업이 한국에 투자하겠느냐.”고 개탄했다.그는 “메탈다인이라는 현대차 협력회사 직원 100여명이 현대차의 파업 때문에 일손을 놓고 있다.”며 “도지사 시절 유치했던 외국인투자 기업 중 하나가 노사분규로 인해 철수한다는 얘기를 듣고는 가슴이 찢어지는 듯했다.”고 말했다.손 전 지사는 또 “현대차는 우리나라 최고 직장 중 하나이고 급여 역시 우리나라 노동자들이 받을 수 있는 최고 수준의 금액으로 알고 있다.”고 전제한 뒤 “월급 받을 만큼 받는 사람들이 ‘얼마되지 않는 돈’을 더 달라고 생떼쓰는 것처럼 하고 있어서야 되겠느냐.”며 되물었다.그는 이어 “국민이 현대차 노조를 ‘귀족노조’라고 하는 것은 다 같이 어려울 때 작은 고통도 분담하지 않는 ‘비노동자적’ 노조라는 뜻”이라며 회사측과 대화를 통해 갈등을 해결할 것을 주문했다.이종락기자 jrlee@seoul.co.kr
  • [‘과학 한국’의 희망-국가석학에 듣는다] (2) 냄새 연구자 김기현 세종대 교수

    [‘과학 한국’의 희망-국가석학에 듣는다] (2) 냄새 연구자 김기현 세종대 교수

    ‘악취는 어떤 냄새일까.’ 직관이나 상식만으로도 충분히 해결될 것 같은 이 질문에 끊임없는 과학적 해답을 찾으려는 과학자. 김기현(46·세종대학교 지구환경과학과 교수) 박사는 국내에서 냄새의 실체를 가장 깊이 파헤친 연구자다. 그는 지난달 교육인적자원부와 한국학술진흥재단이 선정한 ‘2006 국가석학(Star Faculty)’으로 선정됐다. 악취 등 냄새 물질의 감지 기술 관련 연구로 가까운 미래에 노벨상 수상이 기대된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불쾌감을 주는 냄새가 악취라는 건 삼척동자도 알지만 불쾌감의 실체는 상당 부분 베일에 가려 있다.”면서 “실체 파악을 통해 악취 제어가 가능해지면 현대인의 삶의 질은 한 단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삶의 질 높이는 ‘악취’연구 김 교수의 주요 연구 대상은 ‘냄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좋지 않은 냄새, 즉 ‘악취’다. 굳이 악취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뭘까. 그는 처음에 온실기체와 지구온난화, 오염물질의 이동, 산성비, 성층권의 오존층 파괴와 같은 지구 차원의 대기 현상을 연구했다. 실내 오염과 새집증후군과 같은 문제에도 관심을 가졌다. 미국 유학 시절 석·박사 과정을 밟으면서 해양화학 분야를 연구했다.1994년 귀국해 대학 강단에 선 뒤로 수은, 납, 카드뮴, 황사 등 독성물질 연구에 몰두했다. 그러다 최근 뜻깊은 기회를 접했다. 경기 안산시에서 발주한 용역 연구를 수행하면서 반월공단 현장을 심층 연구하게 됐고, 그 곳에서 악취 문제의 심각성을 피부로 느끼게 됐다. “공장 밖 주민들이 악취로 고생한다지만, 공장안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악취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었죠. 그러나 정부나 업주의 관심은 부족했어요.” 김 교수는 “연구자 개인의 흥미도 중요한 학문적 이유이지만, 사회적 요구충족이야말로 학문 탐구의 중요한 목표”라고 힘주어 말했다. ●‘냄새’제어 연구 상용화 목표 냄새 연구는 세계적으로도 연구·조사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미개척 분야다. 때문에 연구의 필요성이 더 높다. 게다가 악취물질은 기기적으로 측정이 어려운 부분도 많다. “악취 물질은 존재 파악조차 안되는 경우가 많죠. 한번 맡으면 이내 사라져 버리기 일쑤인 경우도 많습니다.” 특히 김 교수는 “기계 측정과 사람이 느끼는 악취 감지는 연관성이 없는 경우가 많다.”면서 “기기로 측정은 안되는데 사람은 악취를 느끼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기 오염 분야와 달리 악취 연구는 ‘변방연구’에 머물고 있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러나 그는 “깨끗한 공기를 찾는 사람들의 욕구가 늘면서 악취 등 냄새연구가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향후 연구 계획을 묻자 여전히 “냄새 연구”라는 답이 돌아온다. 그는 “냄새가 어떻게 하면 쉽게 달라붙고 떨어지는가 가에 대한 메커니즘을 찾는 ‘냄새의 거동(Behavior)’연구를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예컨대 고기냄새, 담배냄새, 술냄새 같은 좋지 않은 냄새는 빨리 떨어지고, 향기 같은 좋은 냄새는 오래 달라붙도록 해주는 제어 기술을 찾아내는 것이다. 연구 성과의 상용화 가능성도 높다고 김 교수는 덧붙였다. ●“‘귀에 걸면 귀걸이’식 연구비 심사 개선 시급” 김 교수는 국내 기초 과학의 발전을 위해서는 지원 체계의 개선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고 진단했다. 무엇보다 연구비 심사 기준의 불합리성을 지적했다. 김 교수는 “학술진흥재단과 과학재단 등의 연구사업 심사가 심사 패널의 주관적 판단이나 개인적 취향에 따라 결정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꼬집었다. 특히 그는 그룹 단위 심사로 인해 마치 ‘대학 학부제’처럼 비인기 학문이 소외 받는 구조적 폐단을 지적했다. 예컨대 해양, 지질, 대기과학, 천문학 등을 하나로 묶어 심사하는 것이다. 김 교수는 “연구과제의 성격에 맞춰 좀더 세부 분야로 나눠 심사·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석사 졸업 상주 연구자인 이른바 ‘랩(Lab) 테크니션’에 대한 지원 필요성도 강조했다. 학생 신분이 아니라고 해서 연구비 중 일부를 지원하지 못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지적이다. 글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 김기현 교수는 한양대 자원공학과를 졸업한 김 교수는 1992년 남플로리다주립대(University of South Florida)에서 화학해양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94년 귀국해 교원대 초빙과학자, 상지대 생명과학대 교수를 거쳐 99년부터 세종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2003년 한국과학재단 지원 우수연구과제에 선정되고 같은해 한국과학기술단체 총연합회 선정 ‘제13회 과학기술우수논문상’ 등을 수상했다.
  • “비정규직 양산 노무현 정부는 우파”

    “비정규직 양산 노무현 정부는 우파”

    국내 대표적인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인 김수행(65)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노무현 정부를 우파로 규정하고, 정부의 경제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김 교수는 “노무현 정부는 집권 이래 장기불황의 극복 전략으로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를 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면서 “실업자와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농민을 희생시키는 것은 우파이지 좌파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10일 ‘자본론´ 번역·출간 20주년을 맞아 열리는 ‘한국의 맑스주의 지형연구´ 강좌에서 현 정부의 우파적 성향에 대해 강의한다. 9일 미리 배포한 ‘한국사회와 자본의 세계화´라는 주제의 강의자료에서 그는 “노무현 정부는 신자유주의적 세계화 전략을 추진하기 위해 보수대연합 등을 통해 노동자·민중을 제압할 수 있는 헤게모니를 구축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현 정부의 잘못된 경제정책으로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모토로 한 정책 정비 ▲비정규직 관련법 제정 ▲노동의 유연화와 노동운동의 무력화 ▲여러 국가와 자유무역협정 추진 등을 꼽았다. 김 교수는 “재벌을 앞장 세워 한국경제를 부흥시킨다는 아이디어는 한심하기 짝이 없다.”고 힐난한 뒤 “재벌은 국내에서 이윤을 낼 수 없다면 언제든 한국 땅을 떠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비정규직 확대 등 노동자를 ‘임금노예´로 만들어 고용을 증가시키려는 정부의 시도는 성공할 수 없다.”면서 “노동자들이 건전한 소비자가 될 수 있도록 고용과 임금을 보호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유럽의 선진국들은 1945년에 이미 복지국가를 건설했는데 한국은 지금도 자살, 범죄, 인권유린이 판치는 야만상태에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양극화 해소→내수기반 확충→안정적 경제성장→인권유린과 증오의 해소→사회적 타협의 확대´라는 유럽 선진국의 길을 따라야 한다고 제시했다. 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김수행 교수는 대구상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와 서울대에서 경제학 석사, 런던대에서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1982년 귀국, 한신대에서 강의하다 87년부터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그는 “사회과학 서적 가운데 가장 중요한 책은 ‘자본론’”이라고 말할 정도로 국내 대표적인 마르크스 경제학자이다.
  • [지방시대] 지방에서부터 희망을/최형재 전주아름다운가게 공동대표

    지방은 어렵다. 정말 어렵다. 차별과 낙후를 얘기하며 선심 쓰듯 도와 달라고 떼쓰기 위해 어렵다고 하는 것이 아니다. 지방분권과 자치시대임을 인정하고 지역특화사업을 통해 내발적 발전전략을 가지려 해도 수도권에 비해 경쟁력과 여론 전파력이 부족하다. 제도도 갖춰지지 않았고 인력도 태부족이다. 그래도 지방에서부터 희망을 얘기해야 한다. 창조적인 도전을 하고 시행착오를 거치면서도 이를 두려워하지 않아야 한다. 지역에는 여전히 많은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아니 지방이 살아야 대한민국이 살기 때문이다. 연말연시 우리 지역에서는 우리나라 대표기업이며 민주노조 운동의 구심이고 우리 지역 노동자들에게 부러움을 받는 현대자동차 전주공장의 노사협상 결과가 주민들을 웃고 울렸다. 현대차 전주공장은 노사공동위원회를 구성해 주문이 밀려드는 버스 생산을 늘리기 위해 노사협상을 벌였다. 쟁점은 간단했지만 협상은 늘어졌다. 주야간 맞교대를 통해 버스 생산을 늘리자는 것이 사측의 주장이고 심야작업은 건강을 해치니 시설투자를 확대해 고용을 창출하면서 생산량도 늘리자는 것이 노조 주장이다. 224일간의 장기교섭을 통해 연말에 어렵게 맞교대를 하기로 잠정 합의했다. 전라북도와 친행정사회단체 그리고 지역 언론은 마치 합의가 완성된 양 환호했고 노사를 극찬했다. 안타깝게도 연초에 치러진 조합원 투표에서 잠정합의안이 부결되고 말았다. 도민의 여론은 싸늘해졌고 도민의 염원을 외면했다며 조합원을 원망했다. 노사협상 결과에 도민들이 웃고 울게 된 것은 현대차가 지역에서 차지하는 경제적 영향력이 지대할 뿐 아니라 현대자동차 문제 해결 여부가 향후 기업유치 등 지역경제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적극적인 중재에 나서 지역의 중대 현안이 되었기 때문이다. 안타까운 결과가 나온 것은 소통의 부재로 보인다. 전라북도와 도민들은 낙후와 차별을 딛고 잘살아 보는 것이 한 서린 염원이다. 기존의 기업이 잘 돌아가고 대기업을 유치하는 것이 고용도 창출되고 부자 되는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협상이 잘 안 되면 공장이 이전될 것이라는 소문이 있고 대기업 유치에도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불안감이 타결을 강제하는 쪽으로 발전했다. 노조는 도민의 이러한 요구가 ‘변형된 3자 개입’이며 생색내기 위해 나서는 것이라고 폄하해 버린다. 조합원들이 심야근무 위험성이나 부당함을 소리 높여 얘기하면 ‘귀족노조’의 배부른 소리라고 도민들은 귀를 막는다. 우리는 지역에서부터 희망을 만들기 위해 공동체 정신을 살려야 한다. 분노와 감정보다 화해와 상생의 마음으로 상대방의 처지가 돼 봐야 한다. 사용자는 도민의 염원을 조합원을 압박하는 수단으로만 활용해서는 안 된다. 시설투자 요구에 인색해서도 안 된다. 시설확충 없이 생산성만 높이려니 마찰이 생기는 것이다. 노조의 요구를 진지하게 들을 줄 아는 파트너가 돼야 한다. 노동조합도 회사의 미래에 대해 고민하는 성숙함을 보여야 한다. 지역주민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 지역사회와 함께해야 한다. 전라북도의 중재도 이해해야 한다. 시간을 분초로 나누어 쓰는 도지사가 이 문제에 개입하는 것은 도민의 요구가 강하기 때문이다. 이런 노력을 폄하한다면 기본을 무시하는 것이다. 도민들도 현대차노조를 이해해야 한다. 민주노조 운동의 간판으로 처신이 어려운 점도 고려할 줄 알아야 한다. 노조 내의 복잡한 사정과 고민에 대해 평소에 관심도 없다가 표출된 사건에 대해 갑자기 전문가가 된 것처럼 압박하면 조합에서 서운해하는 것은 당연지사다. 이러한 작은 실천을 모아 큰 희망을 전북에서부터 만들어 나가자. 최형재 전주아름다운가게 공동대표
  • [프렌치 리포트] (11) 경쟁 싫어… 개혁도 싫어

    [프렌치 리포트] (11) 경쟁 싫어… 개혁도 싫어

    프랑스인들은 불안하다. 지금까지는 치열하게 경쟁하지 않아도 먹고 사는데 큰 지장이 없었는데, 앞으로는 아등바등 살아도 편안한 삶을 보장받지 못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에서다. 일반적으로 프랑스인들은 경쟁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돈을 좀 더 많이 벌고, 좀 더 잘 살기 위해 악착같이 사는 것은 인간의 존엄성에 금이 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골치 아픈 정치와 경제는 엘리트들에게 맡기고, 국민들은 안정된 직장에서 주어진 일을 하면서 국가가 제공하는 의료·복지·교육의 혜택을 받기만 하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이런 장밋빛 인생도 이제는 종말을 고해야 한다. 과잉복지로 인한 재정부담이 날로 가중되는데다 경제가 저성장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면서 본질적인 변화가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분배와 사회적 평등을 우선시하는 프랑스식 사회주의 경제 모델은 세계화의 거대한 흐름속에서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프랑스인들은 곳곳에서 경쟁을 강요받는다. 프랑스인들의 개혁 거부 증세도 심각해지고 있다. ●변화에 대한 강한 거부 2005년 상반기 프랑스에서 최대의 이슈는 유럽연합(EU) 헌법 비준을 묻는 국민투표였다. 그해 5월29일 치러진 국민투표에서 프랑스 국민의 55%가 유럽연합 헌법에 반대표를 던졌다. 유럽헌법은 25개 회원국 모두 찬성해야 공식발효되기 때문에 유럽헌법은 사형선고를 받은 셈이었다. 경제적으로 통합된 유럽을 정치적으로도 통합해 미합중국에 대적할 수 있는 유럽 합중국을 이룩한다는 원대한 계획에도 급제동이 걸렸다. 프랑스는 유럽헌법을 발의한 나라이며 유럽통합을 선도해온 나라다. 프랑스가 유럽헌법을 부결시킨 것은 아이러니 그 자체였다. 그럼에도 반대표를 던진 데 대해 르몽드 등 프랑스 언론은 ‘민심의 표출’이라고 평가했다. 시라크 정권에 대한 불만과 유럽통합 작업에 대한 반대여론이 합쳐진 결과라는 것이다. 프랑스인들은 EU가 중·동부 유럽으로 확대되면서 동유럽의 근로자들이 몰려와 이들에게 일자리를 빼앗길 것을 우려했다. 실업률이 10% 가까이 되는데도 동유럽의 저가 노동력에 서비스 시장을 열어주겠다는 정부의 태도가 마음에 들 리 없다. 노동자들은 특히 유럽헌법의 도입으로 프랑스가 신(新)자유주의의 국제질서에 편입된다는 데 강한 거부감을 표했다. 프랑스의 좌파들은 유럽헌법이 EU 내에 자유시장 경제를 급속히 파급시켜 지금까지 쌓아온 전통적 사회보장망을 파괴할 것이라고 예단했다. 프랑스인들이 갖고 있는 ‘변화에 대한 거부감’을 자극한 셈이다. ●한계에 달한 프랑스식 사회경제 모델 유럽헌법 국민투표를 계기로 유럽에서는 앞으로 어떤 사회로 갈 것인지에 대한 토론에 불이 붙었다. 같은 해 10월27일 EU 정상들은 런던에서 비공식회담을 열어 유럽의 미래를 논의했다. 당시 순번제 의장국이었던 영국의 토니 블레어 총리는 이 자리에서 회원국 정상들에게 유럽 발전을 위해서는 앵글로색슨 모델을 선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앵글로색슨 모델은 개방과 경쟁만 유도할 뿐 평등과 분배를 외면한다고 비판했다. 시라크 대통령은 프랑스 국민의 여론을 의식해 이렇게 강변했지만 속마음은 정반대였을 것이다. 사회보장 비용 때문에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재정적자와 경기침체에 따른 높은 실업률을 생각하면 하루라도 빨리 경제시스템을 개혁해야 했기 때문이다. 프랑스는 독일과 함께 분배와 사회적 평등을 우선시하는 ‘라인란트 모델’의 양축을 이뤄왔다.2차 대전 이후 도입된 라인란트 모델은 지속 성장만 담보된다면 가장 이상적인 모델이지만 장기적인 경기침체와 세계화의 소용돌이속에서는 더 이상 유지가 어렵다. 복지비용 부담에 따른 프랑스의 공공부채 규모는 2006년 국내총생산(GDP)의 65%나 된다.2006년 재정적자는 380억∼390억유로에 이를 전망이다. 의료·연금·가족 보험 등 사회보장 비용은 2004년 119억유로,2005년 116억유로의 적자를 기록했다. 도미니크 드 빌팽 총리가 이끄는 중도우파 정부가 복지와 분배에 우선을 둔 경제정책을 포기할 수 밖에 없는 배경이다. ●번번이 실패한 개혁시도 드 빌팽 정부는 경제시스템의 비효율성을 제거하고 국가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 개혁의 칼날을 뽑아들었다. 고용창출을 위한 국가 재정운용, 소규모 기업의 고용확대, 실업자의 노동시장 복귀를 위한 인센티브제 도입을 정책과제로 제시하고는 비장의 카드를 내밀었다.‘최초고용계약(CPE)’제 도입이었다. 고용주가 26세 미만의 직원을 채용할 경우 처음 2년간 자유롭게 해고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 골자다. 기업주에게 투자의욕을 고취시키고 실업자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두 가지 효과를 동시에 노린 선택이었다. 프랑스의 청년 실업률은 23%에 달하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필요하다는 것이 드 빌팽 총리의 생각이었다. 하지만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않고 불쑥 내민 이 제도에 대학생들과 노동계는 거세게 반발했다. 정년을 보장받고 편히 살아온 프랑스인들에게 이 제도는 라인란트 모델의 포기를 의미했으며, 또한 무한경쟁을 의미했다. 소르본대학의 점거농성으로 시작된 반대시위는 2006년 봄 프랑스 전역을 강타했고 결국 정부는 이 제도의 도입을 백지화했다. 정치평론가 자크 아탈리의 ‘미테랑 평전’에 따르면 사회당 정권에서도 저성장, 높은 실업률, 이민자 문제, 주택난이 심각했다. 그래서 80년대부터 여러번 개혁을 시도했지만 그때마다 국민들의 거센 저항 때문에 포기했다. 그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고 1995년 집권한 중도우파 정부는 수차례 개혁을 시도했으나 2003년의 연금제도 개혁 외에는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지 못했다. 르 몽드는 “프랑스인은 65%가 실업을 걱정하고 영국과 덴마크의 높은 성장을 부러워한다. 그러면서도 기존의 복지모델을 고수하겠다는 것은 심각한 모순이다.”라고 꼬집었다.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지금 경기도에선] 의약품 온라인 나누기 ‘팜뱅크’

    [지금 경기도에선] 의약품 온라인 나누기 ‘팜뱅크’

    “아이들이 손꼽아 기다리던 영양제 잘 받았습니다. 늘 그랬듯이 보내주신 귀한 사랑 너무 감사합니다.”“의약품을 받아가는 분들의 한 마디 한 마디가 저희를 감동시키고 있습니다. 가장 큰 보람은 보내준 의약품을 값지게 사용할 때입니다.”경기도내에서 활발히 전개되고 있는 인터넷을 통한 의약품 나눔사업이 세밑을 훈훈하게 만들고 있다. 저소득계층과 노인, 노숙인, 외국인 노동자 등 의료취약계층에게 의약품을 무료로 나눠 주는 창구는 팜뱅크(pharmbank.gg.go.kr)다. 팜뱅크는 약국이나 제약회사가 잉여 의약품을 인터넷상에서 기탁하면 이를 필요로 하는 사회복지시설이나 국내외 의료봉사단 등에 의약품을 배송해 주는 의약품 공급 정보망이다. 2004년 12월 경기도가 전국에서 처음으로 도입했다. 도입 동기는 그해 4월 북한에서 발생한 용천역 폭발사고. 당시 경기도는 북한동포들을 위해 도비로 의료지원에 필요한 필수 의약품을 구입, 지원했는데 이 때 제약 및 의료계 관계자들로부터 잉여 의약품을 활용하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받았다. 사실 의약분업 이후 제약회사나 약국에서는 재고의약품이 증가해 폐기처분하는 데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도는 이 같은 고민을 해결하면서 동시에 의료취약계층을 돕는 사업을 모색하던 중 팜뱅크란 아이디어를 찾게 됐다. 특히 경기도는 전국 제약업계의 40%, 약국의 20%가 몰려 있어 잉여의약품 확보가 쉬웠다. 의약품 기탁과 전달 과정은 다음과 같다. 먼저 제약회사나 약국에서 기탁하고 싶은 의약품의 목록과 물량을 팜뱅크 홈페이지에 올려 놓으면 수요자들이 이를 보고 필요한 품목을 신청한다. 경기도 팜뱅크 담당자는 공급 및 수요 물량을 따져 적절하게 배분한 뒤 매월 넷째주 화요일 배분 현황을 홈페이지에 띄운다. 이어 배송업체를 통해 제약회사 등을 방문, 의약품을 수거해 보건소를 통해 신청자에게 전달한다. 기탁자들은 홈페이지에서 자신이 기탁한 의약품이 언제 어느 시설에 전달됐는지 확인할 수 있다. 팜뱅크를 통해 제공되는 의약품은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소중하게 쓰여진다.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 안양2동 해관보육원 원생들은 팜뱅크에서 보낸 의약품이 도착하는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소속된 원생은 모두 116명으로, 영양제 등 약값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김금희(35) 간호사는 “충분한 영양공급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영양제를 1년내내 먹일 수 있어 너무 기쁘다.”면서 “건강검진에서 빈혈이 있다고 진단 받은 아이들이 있으면 팜뱅크에 빈혈약을 신청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소화제, 지사제, 거즈밴드 등도 소중하게 쓰이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를 위해 무료진료활동을 펴고 있는 안양의 샘안양병원도 팜뱅크로부터 큰 도움을 받고 있다. 매주 첫째, 셋째주 일요일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내과·외과·한방과·치과에서 무료진료활동을 펴고 있다. 하루 40∼50명의 외국인 노동자들이 찾는다. 이 병원 사회복지사 황설아(26)씨는 “병원을 방문하는 외국인 노동자뿐 아니라 아프가니스탄 등 제3세계 의료선교활동에도 팜뱅크에서 보내준 의약품을 쓰고 있어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2년째 이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경기도 화성시 향남면 상신리 (주)드림파마는 매달 500여만원 상당의 의약품을 팜뱅크에 올려 놓는다. 종류도 영양제, 소화제, 항생제 등 15가지 품목에 달한다. 이 회사 백성진(33) 대리는 “처음에는 잉여의약품 위주로 기탁했지만 요즘에는 생산한 지 1년도 안되는 다양한 제품을 올려 놓는다.”면서 “팜뱅크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도움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재 42곳의 제약회사와 약국이 의약품을 기탁하고 있으며 190곳의 사회복지시설과 의료자원봉사단 등에서 이를 제공받고 있다. 팜뱅크를 통한 의약품 지원량은 10월말 현재 12만 4735갑으로 12억 9200만원에 달한다. 이 중 3만 2086갑, 3억 9500만원 상당의 의약품이 해외의료지원봉사단에 보내졌다. 경기도가 농업기술을 지도해 주고 있는 북한의 평양 당곡리에도 5500만원 상당의 의약품을 지원했다. 의약품을 기탁하는 제약회사나 약국 등에 대해서는 소득공제 혜택까지 주고 있다. 경기도 보건위생과 왕영애 의약업무담당은 “팜뱅크는 남는 의약품을 활용한다는 차원을 넘어 의료사각지대에 놓인 소외계층을 돕고 자원봉사활동의 저변을 넓혀 준다는 1석3조의 효과가 기대되는 프로그램”이라고 강조했다. 수원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의료·약화사고 걱정마세요 ‘인터넷상에서 의약품을 주고 받을 경우 다른 목적으로 사용되지는 않을까. 만일 유통기한이 지났거나 엉뚱한 의약품이 제공돼 의료·약화사고가 발생한다면’ 의약품나눔 사업인 팜뱅크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일이 발생하지는 않을까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이런 걱정은 안해도 된다는 게 경기도측의 설명이다. 우선 의약품은 유통기한이 6개월에서 1년 이상 남은 것만 기탁받는다. 인터넷 상에 올려지는 기탁의약품은 반드시 제조번호, 유통기간 등을 기록하도록 했다. 냉장 및 차광보존 등 안정성 확보가 요구되는 의약품을 대상에서 제외시켰다. 수거 및 배송과정에서 이를 철저하게 확인하고 있으며 혹시라고 발생할 지 모르는 사고에 대비, 배상책임보험에도 가입했다. 특히 온라인에서 나눔이 이뤄지는 점을 감안해 홈페이지 수요자 등록을 하기전에 보건소 확인을 통해 고유 ID를 부여받도록 했다. 의약품 수거는 배송전문업체에서 맡고 있지만 수요자에게 전달할 때는 반드시 보건소를 거치도록 했다. 보건소는 인터넷을 통해 수요자가 신청한 의약품이 맞는지 확인한 후 직원을 해당 시설이나 기관에 보내 직접 전달한다. 사회복지시설 등에서 전문의약품을 사용할 때는 처방전이 없는 만큼 촉탁 의사의 지시에 따라 투여토록 하고 있다. 경기도 보건위생정책과 이은영씨는 “이처럼 이중 삼중의 안전장치를 해놨기 때문에 지금까지 작은 사고 한 번 없었다.”며 “그래도 혹시 발생할지 모를 사고에 대비해 모든 시스템을 꼼꼼히 챙기고 있다.”고 말했다. 수원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윤성균 경기도 복지건강국장 “건강 나눔 문화 사업 전국 확대” “팜뱅크는 주민들을 위해 공공기관의 생각이 어떻게 바뀌고 어떤 서비스를 창조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사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윤성균 경기도 복지건강국장은 “이 사업은 의약품 기탁자나 수요자의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모두가 건강하게 사는 ‘건강 나눔문화’를 정착시키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회복지 시설에서는 약품이 모자라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제약회사에서는 재고로 쌓인 약을 폐기 처분하는 데 해마다 엄청난 비용을 들인다고 합니다.” 윤 국장은 “의약품은 산업폐기물로 분류되기 때문”이라며 “따라서 재고량을 사전에 예측해 팜뱅크에 기탁하면 의료취약계층을 돕는 나눔사업에 참여하게 될 뿐 아니라 처리비용을 절감하고, 소득공제 등의 혜택도 얻게된다.”고 말했다. 팜뱅크 사업은 이런 공익적 효과 때문에 ‘2006 지방행정혁신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국무총리상을 받았다. 또 행정자치부로부터 지방행정 혁신 브랜드 사업으로 선정돼, 지난해 8000만원, 올해 5000만원 등 모두 1억 3000만원을 지원받았다. 그러나 개선할 점도 있다. “사실 팜뱅크 사업이 공급자 위주로 운영되는 문제점은 있습니다. 제약업체에서 재고가 예상되는 품목을 올리고 이를 본 수요자들이 신청하는 방식이지요.”윤 국장은 따라서 “앞으로는 시회복지시설이나 의료봉사활동 단체에서 필요한 의약품을 인터넷에 올리면 제약회사에서 이를 공급해 주는 수요자위주의 운영시스템으로 전환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 사업을 전국적으로 확대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원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불법체류자 위해 스페인어 성탄미사

    “강제 출국이라는 두려움 속에 사는 한국 내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들이 정식 고용허가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역만리 낯선 땅에서 추운 겨울을 보내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해 특별한 성탄전야를 준비한 프랑스인 신부가 있어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서울 성북구 보문동 천주교노동사목위원회 외국인노동자상담소 홍세안(60) 신부. 이름만 들으면 한국인으로 보이지만 홍 신부는 ‘미셸 롱상’이라는 이름을 가진 프랑스인이다. 유창한 한국어와 스페인어 실력으로 곤경에 처한 중남미 출신 불법 체류 노동자들을 도와주면서 ‘천사 신부님’으로 통한다. 이번 크리스마스 때도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한 특별한 선물을 마련했다.24일 보문동 노동사목회관과 동두천성당에서 중남미 출신 노동자를 위해 스페인어로 성탄미사와 오붓한 성탄잔치를 열었다. 홍 신부가 머나먼 한국의 외국인 노동자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1974년 선교사 자격으로 처음 방한하면서부터다. 선교활동을 하면서 그는 갈수록 늘어나는 한국 내 외국인 노동자들이 불법 체류자란 점 때문에 말할 수 없는 고통과 차별을 겪는 것을 보고 깊은 관심을 갖게 됐다. 1992년부터 2000년까지 벨기에 가톨릭노동장년회에서 국제지도신부로 재직하면서 스페인어를 배운 뒤 2001년 한국에 돌아왔다. 6년 간 외국인 노동자들을 상담해오면서 그들의 열악한 삶을 직접 목격해 온 홍 신부는 앞으로 외국인 노동자를 불법 체류 신분으로 내모는 노동법을 개선하기 위한 활동에 적극 참여할 생각이다. 홍 신부는 “며칠 전 페루 남자가 ‘아내가 화성보호소에 있다. 오늘 강제 출국하는데 꼭 한 번 만나고 싶다.’며 도움을 요청했는데 아내에게 직접 연락을 하려다가 남편마저 붙잡혔다.”고 전한 뒤 “주위를 돌아보면 안타까운 사연을 가진 외국인 노동자가 많으니 따뜻한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했다.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 [중계석] 日 양극화 원인/고바야시 게이이치로 日 경제산업硏 연구원

    |도쿄 이춘규특파원|일본에서는 ‘양극화’ 해소가 국가적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양극화 원인을 둘러싼 논쟁도 뜨겁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정권의 규제완화 때문이냐, 아니면 글로벌화의 후유증이냐는 것이다. 그런데 양극화의 원인에 대해 고바야시 게이이치로 일본 경제산업연구소 연구원은 “기업이 2001년부터 커뮤니티(공동체) 기능을 포기했기 때문”이라고 다소 독특한 분석을 내놓았다. 도쿄대 수리공학 석사, 미 시카고대 경제학 박사 출신으로 통산성 관료를 지낸 그는 아사히신문 객원논설위원과 주오대공공정책연구과 객원교수, 닛케이신문 기고자로 활동한 논객이다. 그는 최근 일본 주재 외국특파원들에게 2007년 일본경제 전망을 브리핑한 자리에서 “일본 사회에서 기업, 특히 대기업들은 2차세계 대전이 끝난 뒤 40∼50년 동안 공동체 유지 기능을 수행해 왔다.”고 진단했다. 기업이 소속원들을 평생 보호해 줘야 한다는, 즉 공동체기능을 수행해야 한다는 강한 사회적인 압력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것은 사회 전체의 흐름이요, 분위기였다는 설명이다. 특히 1990년 일본의 거품경제 붕괴 이후에도 10년 이상 대기업들은 공동체 기능 수행의 압력을 받아 평생고용 원칙에 매달려 구조조정을 하지 못해 고전했다. 이에 따라 이 기간 노동자가 요구하는 직장과 기업이 요구하는 노동자 사이의 불일치(미스매치) 현상이 깊어졌다. 노동의 비효율화도 심화됐다. 이 기간 일본 노동자들은 노동력에 비해 훨씬 많은 보수를 받아 기업을 어렵게 만들었다. 결국 2001년에야 기업들이 공동체 기능을 포기하면서부터 기업들이 짐을 덜고 이후 5년간 실적이 크게 좋아졌다. 하지만 반작용으로 해고노동자가 양산되고 비정규직 급증 등 고용 측면에서 기업의 입김이 강해지면서, 빈곤계층이 급증하고 양극화 문제가 사회적 과제로 떠올랐다. 물론 현재도 정부규제에 의해 지켜진 산업들은 공동체 기능을 맡고 있다. 공무원이 지키는 중앙·지방 정부도 공동체 기능을 계속 수행하고 있다. 반면 대부분의 중소기업은 수십년전부터 고용과 해고를 반복하면서 공동체 기능을 수행하지 못했다. 결국 기업들이 맡았던 공동체 유지 기능이 무너지면서 현재 일본 사회에서는 양극화 심화 해소를 위해 공동체를 복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중에서도 누가, 어떻게 공동체 기능을 수행해야 하느냐 하는 것이 초점이다. 아베 신조 정권은 국가의 공동체 역할을 주장하고, 좌파·혁신계도 공동체 복원에 정부의 역할을 요구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공동체 복원 역할을 국가에 맡기려는 풍조가 강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정부가 아닌 (비영리기구 등) 단체가 공동체를 만들어 시장경제가 효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제언했다. taein@seoul.co.kr
  • 인권변호사는 ‘변신중’

    인권변호사는 ‘변신중’

    지난 13일 아침 8시, 법무법인 ‘공감’ 소속 황필규(38) 변호사는 오후에 있을 ‘난민법 재개정을 위한 토론회’를 앞두고 자료를 한번 더 꼼꼼히 챙겼다. 만반의 준비를 위해서였다. 순간, 지난 2월 서울행정법원에서 자신이 대리한 미얀마인 8명이 법무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난민지위 불허처분을 취소하라.”는 승소 판결을 받아낸 것을 머릿속에 떠올렸다. 항소심 소장을 작성한 지도 꽤 됐으니,2심 판결이 어떻게 날지 긴장된다. 그런 생각도 잠시, 국회 공청회 활동을 하면서 안면을 터놓았던 사람들을 오후 토론회에서 다시 만난다는 생각이 미치자 웃음이 절로 난다. 그날 토론회는 예상대로 길어졌고, 저녁 늦게 집에 도착했다. 곧바로 난민법 재개정안 정리작업에 들어갔다. 하지만 “새벽 1시 전에 자야만 내일 예정된 난민단체 법률상담을 할 수 있을 텐데”라며 시간과의 싸움을 벌여야 했다. 한때 인권변호사들에게 따라붙었던 ‘시국사건 전담 변호사’란 별명이 이제는 옛말이 돼가고 있다. 시국사건에서 노동·환경·복지·장애인 등 공익성이 강한 분야로 확대하면서 이들의 역할과 위상도 날로 높아가고 있다. 재판부 왼편 피고인 대리석에 앉아 법정이 떠나갈 듯 한 기백으로 변론을 하고 끝내 패소 판결을 감내해야 했던 선배 인권변호사들의 모습은 후배들에겐 낯선 풍경이 됐다. 젊은 후배들은 이제 재판부의 왼쪽이 아닌 오른쪽, 즉 재판을 청구하는 원고 자리에 앉는 예가 많다. 노동사건만 맡는 민주노총 법률원도 형사사건을 포함, 피고를 대리하는 사건은 3분의 2정도에 불과하다. 항상 ‘지는’ 변호사라는 꼬리표도 이들에게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공감의 염형국 변호사는 “사건의 80∼90%는 공감측에 일부 승소라도 내려진다.”고 자신했다. 민주노총 법률원은 “노동자들에게 불리한 대법원 판례를 깨고 우리 법률원 의뢰인에게 유리한 하급심 판결도 종종 나온다.”고 귀띔했다. 반면 시국사건 변론은 이들의 업무에서 아주 적은 비중을 차지하기 시작했다. 이들이 변신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됐다. 더구나 시대적 흐름이 노동 환경 등 공익소송분야의 수요가 더 늘고 있다는 점도 변신을 서두르게 한 배경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민변 사무차장 송호창 변호사는 “민변 전체 활동에서 시국사건 관련 송무는 10%에도 못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민변은 간첩 사건인 일심회 사건 변호인단을 구성할 때 민변이라는 이름을 쓰지 않고, 회원 변호사들 가운데 자원자를 모으는 방식을 택했다. 송 변호사는 “소속 변호사들의 스펙트럼이 다양해, 앞으로 민변 이름으로 시국사건 대리를 하는 일은 보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권변호사들은 스스로 자신들의 역할에 대해 “국가 등으로부터 침해당한 개인의 ‘자유권’을 지키는 입장에서 한 단계 높은 차원의 권리인 ‘사회권’을 요구하고 지키는 쪽으로 바뀌었다.”고 평가한다. 이를 반영하듯 최근 인권변호사들의 관심은 소수자 문제로 바뀌고 있다. 민변은 미군과 통일위원회 외에 여성·복지, 환경, 노동, 언론, 사법, 과거사청산, 민생경제, 공익소송 위원회 등을 두고 있다. 올해에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와 평택 미군기지 이전 반대 활동에 주력했다. 공감은 장애인과 여성, 노숙인, 이주여성·노동자, 난민 관련 활동을 한다. 인권변호사 모임인 민변의 회원수는 현재 546명이다. 여기다 지방의 법무법인 등에 소속된 사람들까지 포함하면 700∼800여명에 이른다. 민주노총 법률원과 공감 등 전일제로 공익변론 활동을 하는 변호사들은 대부분 민변 소속이다. 이 가운데 10% 정도인 50여명이 시민단체에 소속되거나 연계해 활동하고 있다. 이밖에 민주노동당과 연계해 서민파산 등에 대해 법률상담을 해주는 변호사단도 시대에 적응한 인권변호사로서 활동중이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임일영 특파원의 천일야화] 아랍냄새 물씬나는 ‘수크’

    수크(SOUQ)는 아랍 전통시장을 뜻하는 보통명사. 아름다운 해변이 7㎞나 이어지는 알 코니시 스트리트와 그랜드 하마드 스트리트가 교차하는 지점에 대부분의 수크가 밀집해 있다. 가장 유명한 시장은 ‘올드 수크(수크 와키프)’. 이곳은 원래 베두인족이 양고기와 양털, 우유 등을 낙타에 싣고 와서 사막에서 필요한 생필품들을 교환해 가던 주말 장터였다.하지만 지금은 회반죽으로 덮인 하얀색 혹은 아이보리색 건물 사이로 미로처럼 얽히고 설킨 좁은 골목을 따라 상점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오후 4∼5시가 되면 붉은 빛이 회반죽 빛과 어우러져 아라비안나이트의 한 장면에라도 들어온 듯하다. 카페에 들어가 아랍식 커피와 물담배(시샤)를 한 모금 빨아보는 것도 괜찮을 터. 전통의상과 공예품, 카펫, 향신료 등 아랍 색이 물씬 풍겨 넋놓고 골목을 따라가다 길을 잃은 곳에는 대서소가 다닥다닥 붙어 있다.문맹률이 높은 이슬람 형제국에서 온 노동자들이 고향에 보낼 편지를 써주는 곳. 넋을 잃고 구경하다 길을 잃었다고 울상지을 필요는 없다. 자기 가게를 비워둔 채 수백미터를 걸어가서 길을 찾아주는 오만 사람 자심씨 같은 친절한 이들이 의외로 많다. 길을 건너 한 블록쯤 가면 보석상가인 ‘골드수크’가 있다. 서울의 종로4가를 떠올리면 될 듯싶다. 골드수크의 상권은 인도인들의 몫이다. 카타르 전체 인구의 20%에 달하는 인도인들은 그들만의 영역을 구축했다.방글라데시, 스리랑카, 네팔 등에서 온 사람들이 주로 건설현장이나 식당 등에서 허드렛일을 하는 반면, 외국어와 상술이 좋은 인도인들 대부분은 상업에 종사한다. 서글서글한 외모에 능란한 화술을 가진 인도 상인들은 손님이 부담 갖지 않도록 호객하는 특별난 재주가 있다. 만만치 않은 쇼핑 고수와 인도 상인의 신경전은 심심치 않은 재미를 준다. 밀고 당기기를 계속하던 인도 상인이 마지막에 던지는 말은 “(이 물건을 위해) 얼마까지 낼 생각이 있냐?“는 것. 판을 깰 정도만 아니라면 적당히 후려쳐도 괜찮다.여기서 취급하는 제품은 백금과 금 제품부터 다이아몬드에 이르기까지 가격대가 천차만별. 처음 부른 값에서 30%를 깎았다면 바가지를 쓰지 않았다고 생각하며 발뻗고 잠을 자도 좋을 듯싶다.도하에서 argus@seoul.co.kr
  • [임일영 특파원의 천일야화] 도하의 해방구 ‘큐브’

    수하임 빈 하마드 거리에 위치한 라마다호텔. 전 세계 젊은이들의 ‘로망’인 재규어 승용차가 시쳇말로 깔려 있는 이곳은 부자도시 도하에서도 가장 번화한 곳이다.이 호텔 뒤편의 어두컴컴한 골목으로 들어가면 ‘도하의 해방구’ 큐브(CUBE)가 있다. 밤 문화에 대한 엄격한 규제가 존재하는 이 나라에서 술과 춤, 낯선 이성과의 ‘즉석 만남(?)’이 허용된 유일한 곳. 주말에는 입장을 기다리는 줄이 늘어선다. 출입문에서 덩치가 산 만한 경비원들에게 신분증을 제시하고 금속탐지기를 통과한 뒤에야 은밀한 그 곳에 발을 디딜 수 있다. 평일(일∼목) 입장료는 60리얄(1만 5000원)이지만, 주말(금∼토)에는 90리얄(2만 3000원)을 내야 한다. 카운터에서 두 장의 종이티켓을 손에 쥐면 생맥주와 데킬라, 위스키 등 주종에 관계없이 딱 두 잔을 마실 수 있다.두주불사로 덤벼드는 외국인에겐 성이 차지 않겠지만 이곳 사람들은 못 들어가 안달이다. 무대에선 라이브 밴드와 백업댄서들의 공연이 펼쳐지고 제법 널찍한 홀에는 음악에 맞춰 춤을 추거나 술 마시는 사람들로 발디딜 틈이 없다. 소문을 듣고 찾아온 관광객이나 모처럼 기분을 내러 온 외국인 노동자들이 대부분이다. ‘수질(?)’은 그다지 좋은 편이 못 된다. 하지만 남녀 비율이 6∼7대 1에 달할 정도여서 여자 손님 주위에는 언제나 한 무리의 남자들이 진을 치고 있다.원칙적으로 카타리(카타르인)들은 입장이 제한되지만 금단의 영역을 넘고자하는 인간의 욕망은 어쩔 수 없는 터라 편법으로 들어온 이들을 종종 만날 수 있다. 물론 이 곳 외에도 은밀히 운영되는 유흥 시설은 있다. 다만 카타르 군이나 경찰 고위층 등에 끈이 닿지 않으면 외국인들은 구경조차 하기 힘들다. 이슬람 율법 샤리아에 따르면 절도와 이자놀이, 뇌물 등과 함께 음주 역시 하람(금기)으로 규정돼 있다. 비교적 출입통제가 잘 되는 호텔내 외국인 전용바나 멤버십 클럽이 아닌 ‘큐브’는 존재해서는 안 되는 곳. 하지만 카타르 경제를 지탱하기 위해선 자국민보다 훨씬 많은 외국인들의 도움이 불가피하고, 이들의 욕망을 조금이나마 배출할 ‘큐브’도 필요악인 셈이다.도하에서 argus@seoul.co.kr
  • [기획]‘양심적 병역거부’ 문제 이렇게 풀자

    [기획]‘양심적 병역거부’ 문제 이렇게 풀자

    유엔 인권기구가 우리나라 정부에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에 대해 보상할 것을 권고하면서 양심적 병역 거부 문제가 다시 뜨거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양심적 병역 거부를 인정해 대체복무 등의 대책을 세울 것을 권고한 데 이어 관련 시민단체와 인권 변호사 등도 후속 대책을 세울 것을 촉구하고 있다.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온 전문가 2명을 만나 유엔 권고 이후 국내 이행방안 등에 대해 들어봤다. ■ ‘양심따른 병역거부 실현 연대회의’ 한홍구교수 인터뷰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권 실현과 대체복무제도 개선을 위한 연대회의’ 한홍구(47·성공회대 교수) 공동집행위원장을 만났다. ▶유엔 인권기구가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에 대해 보상하라고 권고한 것은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는가. -사실 좀 망신스럽다. 권고 자체가 피해 당사자들한테 유리하게 나온 건 좋지만 우리 정부가 일을 못해서 외부에서 보상 권고까지 한 것은 망신이다. 전세계에서 병역 거부로 인해 징역을 살고 있는 사람이 1100여명인데 이 가운데 95%인 1000명 이상이 한국에서 나왔다.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했다고 좋아할 일만은 아니다. 이번 권고안은 두 명에 해당하지만, 정부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매일매일 보상을 해야 할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90일 이내에 재발 방지 의무와 구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어떤 후속 조치가 있을 것으로 보는가. -유엔 인권기구의 권고는 병역법을 개정하라는 의미다. 대체복무제도를 도입해 더 이상 형사 처벌받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 간단하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광범위한 대체복무제도를 이미 갖추고 있다. 공익근무요원, 주차단속요원, 산업체요원, 상근예비역, 전경, 의경 등이다. 대체복무에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을 위한 자리를 만들어 주고 4주간 군사훈련만 면제해 주면 된다. ▶형사 처벌을 받은 사람들이 너도나도 개인청원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몇 명이나 되며 어떤 양상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는가. -1950년대 중반부터 지금까지 대략 1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집단적 움직임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대책을 빨리 세우면 집단 행동은 없을 것으로 본다. ▶우리나라에서 군대를 안 간다는 것은 ‘주홍글씨’ 성격이 짙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기본적으로 군 복무 하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많은 손해를 보는 구조 때문이라고 본다. 우리나라에서 군대에 갔다 오는 것은 굉장한 불이익을 안게 돼 있다. 현역으로 군 복무 하는 사람들은 몸으로 현물세를 내고 있다는 의미다. 이같은 불이익을 바로잡아야 한다. ▶병역 거부에 대한 논란만 있고 제도가 빨리 도입되지 않는 이유는. -병역 문제에 대해 굉장히 잘못된 인식이 있다. 국가주의·군사주의·반공주의가 팽배해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살생을 금지하는 불교조차 군사주의에 예속돼 병역 거부 문제가 심각하게 구제되지 못하고 있다. ▶양심의 자유보다 국방의무가 더 중요하다는 주장에 대한 생각은. -두 개의 가치가 충돌할 때 어떤 게 우위를 점하는 게 아니라 서로 조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면 된다. 국방의 의무나 양심의 자유도 분명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교집합이 있다고 본다.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 차지훈 변호사 ‘유엔인권기구 권고 이행방안’ 보고서 “유엔 인권 관련 위원회의 권고를 계기로 양심적 병역 거부자에게 재심을 청구할 수 있는 사후시스템을 만들고, 이에 근거하여 보상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합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회장 백승헌)이 11일 주최한 ‘2006 한국인권보고대회’에서 참석한 차지훈(43·민변 국제연대위원회) 변호사는 양심적 병역 거부자에 대한 유엔 권고와 관련해 이같이 밝혔다. 차 변호사는 인권보고대회에서 ‘국제인권기구 권고에 대한 국내 이행방안’ 보고서를 냈다. 차 변호사는 “그동안 정부는 유엔 인권이사회의 권고를 법원이 확정 판결한 사안이고, 국내 실정법과 충돌한다는 이유로 무시해왔다.”면서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한 국가가 된 이 시점에서 예전과 같은 대응은 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인권이사회의 권고를 이행한 외국 사례는 ▲시혜적으로 보상금 지급 ▲이행법률을 새로 제정 ▲기존 국내 절차에서 처리한 경우 등 크게 3가지로 나뉜다. 네덜란드, 우루과이, 에콰도르 등의 국가는 시혜적 보상제도를 이용한다. 보상제도는 손해배상제도와는 달리 위법성이나 관련 공무원의 고의·과실이 없어도 이루어질 수 있어 국내법과의 충돌을 줄일 수 있다. 네덜란드는 ‘반 알펜’ 사건에서 “인권이사회의 결정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히면서도 그 결정을 존중,5000길더의 보상금을 지급했다. 콜롬비아는 인권이사회가 결정한 사안에 대한 보상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을 제정, 시행하고 있다. 인권이사회의 결정이 나면 사법부는 보상 액수만을 결정하는 데 관여하게 된다. 우리나라는 민주화운동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 등으로 국가행위의 위법 여부를 개별적으로 판단하지 않고 일괄해 구제하는 보상제도가 있다. 인권이사회의 금전 보상에 대한 권고가 있는 경우 콜롬비아나 보상관련 법률을 참고해 보상 여부를 결정·집행할 수 있는 특별법을 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스페인 헌법재판소는 인권이사회의 결정이 재심 사유로서 ‘새로운 사실’에 해당한다고 판시, 기존 절차와 조화를 이뤘다. 핀란드 정부도 인권이사회의 보상 권고에 따른 행정소송을 받아주고 있다. 우리나라는 비상상고와 같은 비상구제 절차가 있지만, 인권이사회의 권고를 재심 인정 사유로 존중해 인정하는 법 규정을 만들 필요가 있다. 인권이사회의 규약 위반 판단이 있으면 검찰총장이 대법원에 비상상고하도록 법률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 차 변호사는 “인권이사회의 권고는 법령의 개정 등 입법적 측면까지 걸쳐 있어 이행하기가 쉽지는 않다.”면서 “하지만 인권옹호 국가를 지향하면서 이런 상태를 계속 유지한다는 것은 대단히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밝혔다. 임광욱기자 limi@seoul.co.kr ■ ‘민변 2006인권보고서’ 요약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11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개최한 ‘2006 한국인권보고대회’에서 “수도권지역의 주택가격이 올라 서민생활에 압박을 주어 국민의 주거 기본보호를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민변은 “경기침체로 임대료와 관리비 체납이 급증하고 있는데도 대한주택공사는 매년 임대료 5% 이상을 고수하고 있다.”면서 “징수유예조치 등을 통해 경제회생을 지원해야 하며, 개발예정지역의 강제 철거로 빚어지는 인권유린 행위를 근절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인권보고서 요약. ●노동분야 임금 노동자의 50%를 넘어선 비정규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 보장은 여전히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비정규 노동자들은 그 절박함에 극단적인 투쟁 방법을 선택하는데, 정부는 강제 진압·대량 구속에만 열을 올린다. 특히 근로계약 내용에 관한 실질적인 결정권을 가지는 원청 사업주의 사용자성 문제는 제도적으로 풀어야 한다. 건설노동자가 자주적으로 결성한 노조가 자율적인 단체교섭을 거쳐 노조단결활동에 필요한 ‘전임비’를 확보한 것에 대해 ‘공갈죄’를 적용, 노조 간부들을 구속하는 것은 노사관계를 19세기로 돌려놓는 것이다. 복수노조 금지 제도는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단결권의 핵심 내용인데, 노사정 합의라는 이름으로 다시 유예됐다. 공무원 노조를 ‘불법 단체’라고 하면서 사무실을 강제로 폐쇄하는 조치를 취한 것은 유감이다. ●교육분야 고등교육에 대한 정부의 재정적 지원은 줄어드는 반면, 대학교육기회의 불평등과 지나친 성적 경쟁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학교환경위생정화 구역 내에서 재개발·재건축이 시행되고 있거나, 계획되고 있는 곳이 무려 900곳이 넘어 학생들의 학습환경권이 심각하게 침해받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대규모 식중독과 같은 문제가 발생할 때에도 사후약방문 격으로 대책이 논의되는 실정이다. ●주한미군 관련 평택미군기지 예정지인 대추리·도두리 농지 일대에 철조망을 설치하고 군사시설보호구역을 설정, 주민의 영농 행위를 차단하고 출입통제 등 인권침해 행위가 자행됐다. 올해 9월과 10월에는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논란이 벌어졌다. 보수진영은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자체를 반대하면서 전쟁위협론과 한·미동맹유지론을 다시금 제기했다. 그러나 주권국가로서 작전통제권을 가지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는 여론이 형성되고 미국측이 조기환수를 요구하면서 이런 주장은 설득력을 잃고 말았다. ●여성 KTX여승무원 불법도급 문제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가 차별 시정을 권고했으나 시정하지 않았다. 성매매방지법 시행 2년이 지났지만 업주 처벌이 약식 명령에 그치고, 몰수 등 추징규정도 약해 성매매 근절에 충분한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언론 박근혜 피습사건과 일심회 간첩 의혹사건 보도에서 언론은 선정적인 보도와 왜곡보도를 일삼아 피의자의 인권을 침해했다. 사립학교법 개정에서는 여당과 야당의 정쟁에 초점을 둬 양비론적 입장에서 보도하는 데만 그쳤다. 포스코 사태 보도에서는 근본 원인이라 할 수 있는 왜곡된 하도급 구조, 그에 따른 비정규 건설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조건에 대해서는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한 채 노조에 대한 일방적인 매도만 있었다. 임광욱기자 limi@seoul.co.kr
  • [이창구기자의 호찌민 르포] 젊은 노동·시장주의 무서운 ‘베트남의 힘’

    [이창구기자의 호찌민 르포] 젊은 노동·시장주의 무서운 ‘베트남의 힘’

    지난 3일 밤 베트남 호찌민 국제공항. 현지 공항 직원들과 한국 관광객들이 TV 앞에 모였다. 한국과 베트남의 아시안게임 축구 경기가 한창이었다. 한국 관광객들은 “어떻게 베트남에 쩔쩔 맬 수 있냐.”며 분통을 떠뜨렸다. 하지만 베트남 사람들은 “이길 수 있는 경기인데 아쉽게 졌다.”는 반응이었다. 베트남의 프로축구 구단이 30여개에 이르고, 다양한 국적의 선수들이 베트남 리그에서 뛰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나면 더 이상 베트남 축구를 ‘동네 축구’로 평가절하하기는 어렵다. ●젊은 베트남의 힘 괄목상대할 변화는 축구뿐이 아니다. 이른 새벽부터 쉴 새 없이 어디론가 달려가는 호찌민 시내의 오토바이 행렬은 베트남의 역동성을 웅변한다. 지난 2일 아침 호찌민의 레전드호텔 지배인에게 “젊은이들이 오토바이를 타고 도대체 어디로 가느냐.”고 물었더니, 돌아온 대답은 “일터로 가거나, 공부하러 간다.”는 것이었다. 베트남은 1인당 국민소득(2003년 기준)이 620달러에 불과한 빈국이다. 그러나 경제 중심지인 호찌민시의 1인당 소득은 2500달러에 이르고, 국민 8000만명의 평균 연령이 24.5세로 세계에서 가장 젊은 나라다. 우리나라보다 11살이나 젊다. 앞선 세대의 젊은이들이 독립과 통일을 위해 싸웠다면, 지금은 ‘잘 살기 위해’ 싸우고 있다. 베트남 현지인 1만 3500명을 고용해 나이키 운동화를 생산하는 한국기업의 현지법인인 태광비나의 공장에서 만난 생산직 노동자들은 60∼70년대 서울 구로공단의 노동자들과 비슷한 일을 하고 있었지만, 얼굴에는 희망이 가득찼다. 태광비나 유재성 사장은 “직원 가운데는 대학생이 많다.”면서 “학비 마련과 대학원 진학을 위해 월 80달러를 받고 기꺼이 땀을 흘릴 줄 아는 이들을 보면 베트남이 무서워진다.”고 말했다. ●공산주의가 자본주의를 지원 KOTRA 호찌민무역관에 따르면 베트남은 1986년 대외개방 정책인 도이머이(쇄신) 정책 이후 연 평균 7% 이상의 경제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세계무역기구(WTO)의 150번째 회원국으로 가입했다. 무역관의 이성훈 관장은 “사회주의국가인 베트남에서 어설픈 자유민주주의 국가보다 시장원리가 더 확실하게 작동한다.”면서 “공산주의가 자본주의를 제대로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은행 호찌민지점 한용성 지점장도 “공직부패는 찾아볼 수 없다.”면서 “‘인민이 동의하지 않으면 하지 말라.’는 호찌민의 유언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밝혔다. 베트남은 2000년 국영기업의 민영화 과정에서 부패에 연루된 정치인과 기업인을 대거 숙청해 자본주의의 적은 ‘부패’라는 사실을 국민과 관료들에게 각인시켰다. 외세의 침입과 분단을 겪은 베트남에는 경제 개발이 늦기는 했지만 한국이 부러워할 만한 점이 많다. 남북이 공산주의와 자본주의로 갈렸지만 동족상잔의 비극은 겪지 않았다.15인의 정치국원 중에서 당서기장과 대통령, 총리 등 권력의 ‘빅 3’가 나오기 때문에 예측가능한 정치를 한다. 한용성 지점장은 “수많은 전쟁을 치른 베트남 사람들이 역설적으로, 정치에 전혀 관심이 없다.”면서 “하지만 이 무관심은 혐오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신뢰에서 나온다.”고 분석했다. window2@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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