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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월 항쟁 20주년 ‘그날의 함성’ 그 이후] (12)끝 좌담 “절차적 민주 진전에 안주말고 더많은 ‘운동’ 필요”

    [6월 항쟁 20주년 ‘그날의 함성’ 그 이후] (12)끝 좌담 “절차적 민주 진전에 안주말고 더많은 ‘운동’ 필요”

    “6월 항쟁의 성과로 이룩한 최소한의 민주화가 지체되고 악화되고 있습니다. 국민들의 일상 생활부터 변화시킬 수 있는 다양한 범주의 운동이 필요합니다.” 서울신문이 6월 항쟁 20주년을 맞아 기획 연재한 ‘6월 항쟁 20주년 그날의 함성 그 이후’ 시리즈를 마치면서 마련한 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은 6월 항쟁의 평가와 우리 사회가 6월 항쟁을 어떻게 계승·발전시킬 것인가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지난 20일 서울신문 4층 편집국에서 열린 좌담회는 지역 ‘풀뿌리운동’을 활발히 벌이고 있는 하승수(39·변호사) 제주대 법학부 교수의 사회로 정해구(53)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 인권운동가인 오창익(39) 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 노동문제 전문가인 은수미(44·노동사회학 박사)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이 참석했다. -하승수 교수 많은 언론 매체와 시민·사회단체들이 6월 항쟁과 관련해 다양한 평가를 했다. 물론 올해가 6월 항쟁 20주년이 되는 해라는 의미도 있겠지만 한국 사회를 돌아본다는 의미도 있다. -정해구 교수 절차적 민주주의 측면에서는 성공적이었다. 국가보안법이 여전히 살아 있고 인권보장이 안 되는 면이 분명히 있지만 전체적으로 자유라는 면에서는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 참여라는 틀로 보면 형식적 참여는 늘었지만 실질적 참여는 미흡하다.1997년 외환 위기를 계기로 평등은 지체됐고 악화되는 측면도 있다. -은수미 연구원 많게는 800만명, 적게는 240만명이 비정규직이다. 그들이 느끼는 6월 항쟁 20년이 바로 민주화의 현재 모습을 보여 주는 단면이다.6월 항쟁은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수준까지 나아가지 못했고 구(舊)질서에 정당성을 쥐어 줬다.6월 항쟁 이전에 권위를 가졌던 사람들은 형식적인 정당성에 입각해서 지금도 여전히 그런 권위를 누린다. ●‘박제가 돼 버린’ 6월 항쟁 기념 -오창익 사무국장 각종 기념행사들이 별 감흥을 못준다. 올해부터 국가기념일이 되면서 6월 항쟁도 이제 ‘박제(剝製)’가 돼버린다는 느낌도 받는다.‘절차적 민주화는 많이 이뤘지만 실질적 민주화는 미흡했다.’는 평가에 반대한다.6월 항쟁을 계기로 우리는 야만에서 벗어났다. 그걸 ‘상당한 진전’으로 평가할 수 있을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저지범국민운동본부에 연속으로 집회 금지 통보를 한 것에서 보듯 국민들은 여전히 실질적인 집회시위 자유를 누리지 못한다. 이제 고문은 없어졌다고 하지만 20년 전 박종철 열사가 고문을 받다 숨졌던 남영동 보안분실을 빼고는 지금도 보안분실은 그대로 남아 있다. -하 교수 그 부분은 나도 고민이 있다. 자유권(시민적·정치적 권리)이 확고하게 뿌리내린 것도 아니고 사회권(경제·사회·문화적 권리)은 더 열악해졌다. 최근 사회경제적 문제가 한국 민주주의를 지체시키는 근본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어떻게 보나. -정 교수 정치적 민주화가 사회경제적 민주화로 연결돼야 하는데 한국은 정치적 민주주의 진전이 실생활로 제대로 이어지지 못했다. 그 결과 민주주의가 ‘형해(形骸·내용없는 뼈대)화’되고 사람들은 민주주의에 일정한 회의를 가진다.‘민주주의가 밥 먹여 주느냐.’는 말은 굉장히 중요하게 고민해야 할 말이다. 그것이 바로 민주화 20년이라는 지금 시점에서 새롭게 일어나는 문제다. -오 사무국장 ‘자유는 진전, 평등은 부족’이라는 이분법으로 평가하는 경우를 자주 본다. 이미 구질서에 편입됐고 집회나 시위를 할 필요가 없어진 ‘전직 민주화 운동가’들은 후일담 소설을 쓰듯이 굉장히 편하게 말한다.6월 항쟁을 정당하게 평가하고 남은 과제를 제대로 보려면 ‘빵과 장미’를 분리해서 보면 안 된다. -은 연구원 80년대와 똑같은 풍경을 지금도 본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그들의 이해를 대변할 어떤 장치도 없다. 곧바로 크레인으로 올라가는 식으로 ‘불법저항’을 하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더 심한 경우 분신 자살을 한다. 더 슬픈 건 사람들이 그런 문제에 별 관심을 안 둔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다같이 고생했으니까 공감이라는 게 있었다. 지금은 먹고 사는 수준이 양극화되듯 자유나 권리도 양극화되고 있다. ●‘기억과 계승’인가 ‘단절’인가 -정 교수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에서 6월 항쟁 20년 기업사업을 하면서 사람들이 6월 항쟁을 잊어가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고민이 많았다. 새로운 세대에게 역사적 사실을 기억시키고 그걸 통해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가르쳐야 한다. 기억과 기념을 민주시민교육과 연결시켜야 한다. 현재 문제도 중요하지만 과거 기억과 단절되면 안 된다. 과거의 중요한 역사적 사건들은 기억하고 의미를 새기고 문화나 교육으로 남겨야 한다. -오 사무국장 지금 필요한 건 공공성과 연대성을 회복하는 민주화운동이다. 그런데 양극화의 원인인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소위 ‘전직 민주세력’이 주도한다는 게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든다. 그들이 대중에게 민주주의와 운동에 대한 염증과 피로감을 불러 일으킨다. 한때 민주화운동세력이었지만 지금은 요직을 차지하거나 운동 기득권층이 된 사람들과 지금 민주화운동세력을 명확하게 구별해야 한다. 기념과 계승이 아니라 단절이 더 급하다. -하 교수 경험을 공유하고 의미도 되새겨야 하지만 현재 부딪치는 문제와 연결되지 않으면 6월 항쟁의 의미가 퇴색해지고 박제화된 기억으로만 남게 된다. 제주에선 해군기지 문제와 6월 항쟁을 연결시킨 행사를 했다. 현재와 과거를 연결시켜 고민하게 하는 기획이었다. 그럼 지금까지 했던 평가를 바탕으로 이제 우리 사회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를 논의해 보자. -은 연구원 87년 민주화 이후 10년 만에 외환 위기가 있었다. 그로 인한 구조조정은 대규모 실업 사태를 뜻했다. 당시 실업을 경험한 사람과 그걸 지켜본 사람의 경험은 지금도 깊은 상처로 남아 있다. 그 상처가 지금의 모든 걸 설명해 준다. 노동시간과 급여를 줄이려는 논의도 있었지만 결국 노동계조차 ‘같이 죽고 같이 살자.’를 택하지 않고 ‘누구는 죽고 누구는 살자.’를 택했다. 밀려난 사람은 비정규직이 되거나 노숙자가 됐고 남은 사람들은 ‘나도 저렇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 속에서 눈 앞에 있는 임금만 신경 쓰게 된 10년이었다.87년에 함께 길거리에 모이면서 작게나마 형성됐던 연대의식은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정 교수 누적된 모순이 6월 항쟁으로 폭발했듯이 97년 체제가 만들어낸 양극화 압력도 언젠가 폭발할 수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운동보다 오히려 정치가 더 중요하다. 과거 운동이 맡았던 역할을 이제는 정당이 해야 한다. 민주세력의 연장선에 있는 중도개혁 정당들이 서구의 사회민주당 같은 구실을 해야 하는데 실제로는 서구의 보수당 구실을 하면서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 구별이 없어졌다. 특히 민주세력의 연장선에 있는 중도개혁세력이 혼란에 빠져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정치권을 재정립해야 한다. -오 사무국장 중도개혁세력이라는 말에 의문을 제기한다. 지금 정권이 무슨 개혁 성과가 있는가. 과거사정리를 예로 들어 보자. 피해자를 위한 진상규명이나 명예회복, 책임자 처벌 같은 과거사정리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게 더 중요하다. 보안분실에서 인권을 유린당한 피해자들을 구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보안분실을 없애고 보안경찰을 민생경찰로 바꾸는 게 더 중요하다.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은 ‘나는 민주 대통령이니까 오용하지 않는다.’는 말로 실질적인 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는다. 2004년엔 20만명이 현행법상 불법인데도 야간에 아무 제약 없이 탄핵반대집회를 했다. 참석 인원이 5000명도 안 되는 한·미 FTA 반대집회는 계속 금지당한다. 대통령지지 집회는 되고 대통령 반대 집회는 못하게 한다. 그런 기본적인 것도 안 되는데 뭐가 개혁인가. 개혁이 아니라 ‘개혁 이미지’가 있을 뿐이다. 지금 정권 핵심부가 민주화운동을 계승하는 세력인가? 범여권에서 이른바 운동을 했던 사람이 얼마나 되나. 실제로는 구체제 관료들, 전문 집단들, 상공인들이 주도한다. -정 교수 큰 흐름을 봐야 한다. 민주화 이후 흐름을 볼 때 나는 그들이 중도개혁세력이라고 본다. 중도개혁세력은 자유, 인권, 더 나아가 평화를 정착시키는데 이바지했다. 특히 평화라는 측면에선 헤게모니를 갖게 됐다. 문제는 그런 측면과 경제적 측면이 다르다는 것이다. 중도개혁세력이 경제적으로는 보수적이다. 신자유주의 성향이 강한 것도 사실이다. -오 사무국장 인권 상황이 좋아졌다는 건 착시 효과다. 그 착시를 ‘전직 민주화운동가’들이 부추긴다. 평화정착과 인권·개혁을 위해 중도개혁세력이 중요하고, 그러니까 한나라당 집권을 반대한다? 그건 난센스다.6월 항쟁 이후 문제는 민주화운동세력이 정책을 견인하거나 통제하지 못하고 스스로 무장해제하고 투항하면서 전선이 무너졌다는 데 있다. 그들이 말하는 민주화 진전은 박제화된 민주화일 뿐이다. 가령 보안경찰은 이제 아무나 잡아들이지 않는다. 교보문고에서 ‘태백산맥’을 사는 사람은 건드리지 않는다. 이 책을 헌책방에서 사고 파는 사람들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조사한다. 사실 내가 일하는 인권연대만 해도 집회·시위 때문에 스트레스받는 일이 별로 없다. 하지만 뉴코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집회를 하려 하면 집회 신고조차 안 받아 준다. -하 교수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현재 우리 모습을 명확히 평가해야 한다. 앞으로 우리 사회가 민주주의와 인권 진전을 위해 어떻게 할 것인가를 얘기하면서 마무리해 보자. ●“더 많은 민주화운동이 필요하다” -은 연구원 비정규직 관련 입법이라는 정치 과정을 보면 2.8%밖에 안 되는 비정규직 조직률을 그대로 반영한다.‘비정규직이 스스로 자기 목소리를 내지 않는 한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게 내가 내린 결론이다. 87년 이후 20년간 운동에서 정치로 너무 많이 간 게 아닐까 싶다. 이제는 운동과 정치가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전직 민주화세력’은 ‘국가와 민족’ 같은 정치적 문제만 생각했다. 나도 예외가 아니다. 생활에서 묻어난 고민들을 모으지 못하고 추상적인 고민만 했던 게 아닐까 싶다. 중도개혁이든 아니든 사람들의 인권을 보호하고 경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운동 영역을 회복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회를 개방해야 한다. 국가도 집회시위를 다 보장해 줘야 하고 시민들도 눈 앞의 불편을 참아 줘야 한다. -오 사무국장 운동이 종횡(縱橫)으로 훨씬 더 활성화돼야 한다. 이제는 절박하게 밑바닥부터 다지는 ‘진지전’을 해야 한다. 자녀들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학교 통학로에 인도와 차도를 나누는 운동도 학부모와 주민들이 스스로 조직하면 가능하다.‘현실적인 힘’이 되도록 하는 게 가장 시급하다. 아파트 주민이건, 비정규직이건, 학부형이건 자기에게 필요한 운동을 개발하고 적극적으로 조직하는 것이다. 조금 더 이기적이어도 좋다. 우리에겐 훨씬 더 많은 운동이 필요하다. 운동은 그걸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하게 돼있다. 시위를 해야 할 절박한 필요를 못 느끼는 사람은 시위를 안 한다. 나이에 따른 세대가 아니라 지금 시점에서 운동이 필요한 사람들이 새로운 운동 주체가 된다. 운동은 계속 이어진다. -정 교수 운동도 중요하고 공론장도 중요하지만 정치도 중요하다. 운동이나 공론장에서 나온 얘기를 정치가 정책으로 다듬고 그걸 다시 토론하는 연결고리가 끊어졌다. 정당이 사회와 단절돼 있다. 운동과 공론장, 정치가 다 단절돼 있다는 건 민주주의 시스템이 고장나 있다는 걸 뜻한다. 무너진 시스템을 어떻게 재구축할 것인가. 그것이 한국사회의 과제다. 과거에는 독재만 아니면 된다고 생각했다. 이제는 형식적으로는 민주정부가 됐다. 그런데 자기 지지 기반에 반하는 정책을 편다. 그래서야 어떻게 민주정부라고 하겠나. 한·미 FTA가 대표적이다. ●“노동·시민운동 등 분야별 힘 모아야” -은 연구원 운동을 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을 사회가 양산하고 있다. 지원은 안할지언정 그들을 막지는 말아야 한다. 그게 정치가 해야 할 역할이다. 운동간 소통은 정말 심각한 문제다. 시민단체들이 비정규직 문제를 주제로 개최한 토론회에서 발표를 한 적이 있다. 참석자들이 내 발표에 다들 생소하다는 반응을 보이는 것에 많이 놀랐다. 그 정도일 줄은 정말 몰랐다. 사회적 양극화는 시민·노동운동 모두에게 중요한 과제인데도 시민운동과 노동운동이 다른 길을 너무 오랫동안 걸어 왔다. -하 교수 동시에 변하면 더 좋겠지만 나는 운동이 더 중요하다는 데 방점을 둔다. 요즘은 시민운동은 시민운동의 논리만 있고, 노동운동은 노동운동의 논리만 있고, 정치는 정치논리만 있다. 다양한 목소리가 서로 오고 가면서 하나로 모여야 하는데 그게 부족하다. 다양한 운동이 서로 힘을 모으지 못하면 정치로 이어지지 않는다. 정리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6월항쟁 세력 평가’ 엇갈린 시각 서울신문이 마련한 ‘6월 항쟁 20주년 그날의 함성 그 이후’ 시리즈를 마무리하는 좌담회에서는 과거 민주화운동 세력과 단절하자는 주장이 뜨거운 논쟁거리로 부각됐다. 좌담회에서는 오창익 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이 먼저 이 문제에 대한 포문을 열었다. 오 사무국장은 “한때 민주화운동 세력이었던 사람들이 지금은 요직을 차지한 채 ‘과거운동’을 회고하고 찬양하지만 현재의 운동에 대해서는 경제발전 저해와 시민불편, 교통체증, 사회불안이란 이유로 폄하하고 있다.”면서 “6월 항쟁 정신을 계승하고 지체된 민주주의를 진전시키기 위해서는 과거 민주화운동 세력과 단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해구 성공회대 교수는 “87년 이후 국민의 의지로 정부를 구성할 수 있게 됐다는 측면에서 절차적 민주주의는 성공했다고 본다.”면서 “중도 개혁세력은 평등이란 관점에서는 부족했지만 국가인권위원회 설립과 6·15회담 등 자유와 인권, 평화 정착에는 적지 않은 기여를 했다.”고 다소 엇갈린 평가를 내렸다. 이에 대해 오 국장은 “자유가 진전됐다는 데 결코 동의할 수 없다.”며 현재 집회·시위에 대한 중도 개혁세력이라 불리는 과거 민주화운동 세력들의 행태를 꼬집었다. 오 국장은 “2004년 탄핵 반대집회를 야간에 20만명이 했는데도 경찰은 제지하지 않았지만 현재 2000명도 안 되는 사람들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집회를 하면 사전에 봉쇄하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정 교수는 “민주화 흐름 속에서 한국 민주화 세력이 다 진보 세력은 아니지만 중도 개혁 세력으로는 볼 수 있다.”면서 “이들의 역할을 인정해야 할 부분이 분명히 있다.”고 재반박했다. 오 국장도 “운동 진영에서 전직 민주화운동가들이 과잉 대표성을 띠면서 정권에 정당성을 부여했다.”고 날을 세웠다. 그는 “더 이상 집회·시위를 할 필요가 없는 ‘전직 민주화운동가들’과 단절을 명확히 하지 않는 한 6월 항쟁의 정신은 기억과 계승이 아닌 박제화에 불과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 좌담 참석자 하승수 제주대 교수(사회자) 정해구 성공회 교수 오창익 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 은수미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 [씨줄날줄] 나들섬과 마중물/구본영 논설위원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상황을 흔히 딜레마(dilemma)라고 한다. 하지만 구어체 영어에선 희랍어에서 유래한 이 단어보다 더 많이 쓰는 관용어법이 있다. 즉 “I’m in a catch-22 situation.”(난 진퇴양난에 빠졌다.)라는 표현이 그것이다. ‘catch-22’는 제2차세계대전 당시 지중해의 미 공군기지를 배경으로 한 조지프 헬러의 소설 제목이었다. 전사율이 높은 폭격기를 그만 타려면 정신병자 판정을 받아야 하는데, 비행기를 그만 타겠다고 신고하는 순간 미치지 않았다고 간주되는 주인공의 처지가 소설의 핵심이었다. 북한 체제가 개혁·개방에 관한 한 이 소설 주인공과 같은 처지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당면한 경제난을 해결하려면 과감히 개방을 해야 하나 그럴 경우 외부 사조의 유입으로 체제가 흔들릴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점에서다. 북한이 금강산특구를 열어놓고도 남측 관광객과 현지 북한주민의 접촉을 철저히 차단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개성공단의 남측 중소기업으로 출퇴근하는 북한 노동자들이 ‘콩나물 시루’같은 만원버스에 시달리는 사정도 이와 무관치 않다. 북측이 경의선 통근열차 운행을 거부하는 이면에도 개방에 대한 불안감이 깔려 있는 것이다. 한나라당 대선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한강 하구 퇴적지를 매립, 인공섬을 만들어 남북경협단지를 건설하는 구상을 발표했다. 남북이 오가는 장(場)이라는 뜻에서 섬 이름을 ‘나들섬’으로 짓겠다고 했다. 경제성은 전문가들이 따져 보겠지만, 북한을 개방시킨다는 측면에선 금강산관광이나 개성공단보다 더 파격적이다. 북한 노동자들이 대거 남쪽으로 출근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외개방이 딜레마인 북한이 호응할지는 미지수라는 게 문제다.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은 그제 탈당하면서 대통합의 ‘마중물’이 되겠다고 했다. 대통합은 범여권의 바람이겠지만, 북한의 개방과 남북관계 개선은 온국민의 소망이다. 꼭 나들섬 프로젝트가 아니라도 좋다. 한 바가지의 물을 펌프에 부어 샘물을 길어올릴 때처럼 북한의 개방을 촉진하는 마중물 같은 다양한 정책공약들이 나왔으면 싶다. 구본영 논설위원 kby7@seoul.co.kr
  • 세상을 움직이는 힘, 감동/화남 펴냄

    국내 최초의 ‘광부시인’ 성희직(50)씨의 왼손 검지와 중지는 마디가 하나씩 없이 뭉툭하다.1990년 탄광노동자들의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하던 시위중에 그는 자신의 생때같은 손가락 두 개를 잘랐다. 사업에 실패한 뒤 강원도 막장으로 흘러들어간 시인은 5년간 광부로 일하다 시인이 됐고, 처절한 노동자대투쟁을 거쳐 강원도의회 의원으로 세 번 내리 당선됐다. 생면부지의 이웃을 위해 자신의 신장 한쪽을 주저없이 기증했는가 하면, 생계를 위해 도의원 시절 중국음식점에서 그릇도 닦았다.1980년대 후반 이후 그는 이처럼 치열하게 살아왔다. 지난해 6월 그는 강원랜드복지재단 상임이사 자리에서 해임됐다. 현 여권실세를 등에 업은 ‘낙하산’이 그의 자리를 꿰차기로 되어 있었단다. 그래서 그는 또 분연히 일어섰다. 폐광촌 주민들의 복지를 위해 만들어진 재단이 정치권의 ‘장기판’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서 해임무효 법정투쟁을 벌이고 있다. 일년여간 시인은 그동안의 삶을 되돌아봤고, 세상에 감동의 물결을 일으키겠다는 생각으로 글을 썼다.‘세상을 움직이는 힘, 감동’(화남 펴냄)에는 ‘막장정신’으로 살아온 시인이 감동하고, 감동을 준 사연들이 15편의 에세이로 실려 있다. “탄광노동자였던 내가 시인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감동 때문이었다. 약자의 고통에 가슴아파하고 사회적 모순에 분노한 시간들…. 눈물과 감정이 많다 보니 그런 일에 곧잘 감동받곤 했는데 연소되고 남은 결정체가 시가 되었다. 나의 시와 감동은 막장정신에서 나올 때가 많았다. 막장정신이란 목숨 걸고 하는 치열함이다.”(‘여는 글’에서) 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 현대車노조 反FTA 파업 역풍

    오는 25일부터 29일까지 예정된 현대차노조(금속노조 현대자동차 지부)의 파업에 대한 역풍이 거세다. 울산시민은 규탄집회를 준비하고, 노조 내부에서도 파업거부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행복도시 울산 만들기 범시민협의회’(행울협)는 17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 반대하는 금속노조의 지침에 따른 현대차 노조의 파업은 정치파업이라며 이를 저지하겠다고 밝혔다.지역 내 140개 시민·사회·경제단체로 구성된 행울협은 공동위원장 긴급회의를 갖고 현대차노조의 파업이 회사와 지역·국가 경제에 엄청난 타격을 준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행울협은 현대차노조가 끝내 금속노조의 총파업에 동참하면 회사 앞 피켓시위, 가두캠페인, 규탄대회 등을 통해 노조의 부당성을 알릴 계획이다. 노조원들 간에도 파업 반대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이번 파업이 조합원들의 찬반투표를 거치지 않았으며, 조합원들의 권익과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노조간부 이모씨는 16일 “조합원이 정치파업에 부담을 느끼고 국민여론이 따갑다.”며 대의원직을 사퇴했다. 지난 15일 3공장 식당 게시판에는 파업을 비난하는 대자보가 붙었으나 일부 조합원에 의해 내려졌다. 이와 관련, 현대차노조 장규호 부장은 “이번 파업은 결코 정치파업이 아니다.”라며 “한·미 FTA협정으로 우려되는 고용불안을 사전에 방지하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또 현대자동차노조신문을 통해 “이번 파업은 현대차지부만의 파업이 아니라 15만 금속노동자 전체가 함께 참여하는 파업이고, 노동자들의 고용과 직결되는 중대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울산 강원식기자 kws@seoul.co.kr
  • [열린세상] 고용허가제는 현대판 노예제인가/설동훈 전북대 사회학 교수

    [열린세상] 고용허가제는 현대판 노예제인가/설동훈 전북대 사회학 교수

    오는 8월17일이면 외국인 고용허가제가 실시된 지 만 3년이 된다. 고용허가제는 외국인노동자를 ‘근로자’로 인정하지 않고 ‘산업연수생’으로 위장하여 채용해 온 산업연수제를 대체한 제도로, 외국인 노동자에게 노동법상 ‘근로자’ 신분을 부여하고 있다. 세계 각국의 국제이주 전공 학자들과, 국제이주기구(International Organization for Migration) 등 국제기구의 전문가들은 한국의 고용허가제를 ‘전지구적 인권규범’을 준수하는 선진적 제도로 평가하고 있다. 한국의 경제성장을 위해 외국인 노동자의 권리를 어느 정도 제약하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개발국가들의 논리를 탈피하여, 선진국들이 채택하고 있는 보편적 제도를 도입한 것이다. 그런데 국내 일부 사회단체에서는 고용허가제를 ‘현대판 노예제’라고 폄하하고 있다.3년을 단위로 한 생산기능직 이주노동자의 교체순환, 사업장 이동 제한 등으로 인해 실질적 노동권이 전혀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이 사회단체들의 주장이다. 사회단체들은 또 정부의 불법체류자 단속을 ‘인간 사냥’이라고 비난하며, 외국인 근로자들의 인권 보호를 위해 불법체류자 사면을 실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국제노동기구(ILO) 등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국제기구에서는 ‘이주노동자 교체순환 원칙’에 대해서 시비를 걸지 않는다.‘이주노동자의 사업장 이동 제한’은 한국인 노동자의 일자리 잠식을 방지하기 위해 도입된 조항으로, 그 요건과 절차가 분명히 정해져 있다. 다시 말해, 이주노동자에 대해 가해지는 일정 정도의 제약은 ‘국내 노동시장 보호’와 ‘외국인노동자 인권 보호’라는 두 가지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기 위한 방책으로서, 국제사회에서 인정하고 있다. 정부가 출입국관리법을 위반한 외국인들을 단속하여 강제 퇴거하는 것은 주권국가의 정당한 권리 행사이지,‘인권 침해’가 아닌 것이다. 출입국관리법에 정해진 절차의 준수 여부를 문제 삼을 수 있겠지만, 불법체류자 단속 행위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얘기다. 흔히 불법체류자로 불리는 ‘외국인 미등록노동자’로 구성된 노동조합에서 이같은 주장을 하는 것은 노동조합의 이익단체로서의 속성을 고려할 때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미국의 경제학자 리처드 프리먼과 제임스 메도프가 ‘노동조합은 무슨 일을 하고 있나?(What Do Unions Do?)’에서 명쾌하게 밝힌 것처럼, 노동조합은 자기 조직원의 이해관계를 우선적으로 추구하는 조직으로, 경우에 따라서는 기업과 사회의 이익에 반하는 행동을 할 수 있다. 불안정한 체류자격을 가진 미등록노동자들이 ‘사면’을 절실히 바라고 있으므로, 그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노동조합이 그러한 발언을 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국내 몇몇 사회단체에서 그들의 주장에 동조하는 것은, 미국 정치학자 게리 프리먼의 ‘고객 정치’ 개념을 대입하면 쉽게 설명할 수 있다. 이주노동자 상담소의 경우 그곳을 찾는 주요 고객이 미등록 노동자들이므로, 그 단체들은 미등록 노동자의 이익을 반영하는 정책을 지지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 개념을 활용하면, 국내 이주노동자 지원단체들이 실현 가능성이 희박한 ‘불법체류자 사면’을 몇 년째 반복하여 외치고 있는 이유를 알 수 있다.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이익집단이 이해관계를 위하여 다른 견해를 비판하며 자신의 주장을 하는 행위는 당연히 존중되어야 하지만, 근거 없는 억지 주장을 방치해서도 안된다. 과연 고용허가제가 현대판 노예제인가? 만약 그렇다면 그 비난은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사회를 막론하고 이주노동자를 받아들이는 나라들 모두의 몫일 것이다. 시민사회의 냉철한 판단이 절실하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 교수
  • 연수원생에게 전하는 공공기관·기업 변호사의 조언

    연수원생에게 전하는 공공기관·기업 변호사의 조언

    ● 외교통상부 이지형 사무관 “이제 3년차인데 국가적인 관심이 쏠려 있는 일을 전담하다니, 신기하고 뿌듯하죠.” 외교통상부 자유무역협정(FTA) 추진단 FTA 이행과에 근무하고 있는 이지형(32·여·34기) 사무관은 지난 2005년 2월 입사한 외교부 1기(일반직) 변호사. 연수원에 들어가면서 판·검사에는 관심이 없었다.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하고 능동적인 일을 원해서 처음부터 변호사를 염두에 뒀다. 이 사무관은 “4학기 11월에 외교부의 설명회를 듣고 통상교섭이 나한테 잘 맞는 것 같았고, 결국 교섭의 결과로 만들어지는 것이 법이기 때문에 법률가로서 적당한 일이라고 생각해 지원했다.”고 말했다. 연수원생 가운데 50여명이 외교부에 지원해 3명이 관문을 통과했다. 이 사무관은 “면접에서는 지원동기와 비전 등을 중점적으로 물었고, 기본적인 법률지식도 물었지만 비중은 많지 않았다.”면서 “영어 면접은 어렵지 않았고, 한국어로 대답한 내용을 영어로 다시 해보라는 질문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연수원에서 국제통상법학회 활동을 한 것이 도움이 됐다.”면서 “합격자 3명 모두 공교롭게도 통상법학회 출신”이라고 전했다. 이 사무관은 연수원 후배들에게 취업 정보 취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연수원에서는 성적 스트레스 등으로 미래를 준비한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만큼 특강의 강사들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면서 “선택과목이나 학회 세미나 초청 강연 등에는 다양한 분야의 강사들이 오고, 공무원의 경우 보통 과장급 실무자가 오는데 궁금한 사항도 많이 묻고 최대한 많은 정보를 얻으라.”고 조언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LG필립스 법무팀 주범석 과장 “아무리 변호사라고 해도 한 번도 본 적 없는 법률을 들고 와 자문해 달라고 할 때는 난감하죠. 회사 변호사는 기업법무에 대한 ‘스페셜리스트(전문가)’인 동시에 기업과 관련된 모든 분야를 알아야 하는 ‘제너럴리스트’입니다.” 사법연수원 36기의 LG필립스 법무팀 주범석(30) 변호사는 올해 연수원을 수료하고 입사한 ‘새내기 과장’이다. 그는 “일반 송무는 단순해 보이고 지엽적인 것 같아 처음부터 큰 흥미가 없었고 회사 변호사에 관심이 많았다.”면서 “기업에 들어가서 일하면 규모 자체가 다르고 일도 역동적일 것이라고 기대했다.”고 말했다. 입사 과정은 서류지원과 면접으로 이뤄지는데, 법률적인 지식보다는 열의를 중시한다고 한다. 주 변호사는 “연봉을 낮춰도 일하겠는지, 할당 영업량이 있는데 그런 것도 잘할 수 있는지 등의 질문을 받고 약간 난감했지만, 그래도 열심히 하겠다는 의지를 보여 무난히 넘어갔다.”고 소개했다. 법무팀의 역할은 계약서 검토 업무가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가장 많다. 회사에 손해가 날 만한 불리한 조항은 없는지, 공정거래법이나 하도급법 등 관련법에 저촉되지 않는지 등을 주로 살펴야 한다. 문제 발생시 자문 등이 업무의 3분의1 정도를 차지하고, 중요한 사건의 경우 외부 로펌에 아웃소싱을 준 뒤 회사와 연결해주는 역할도 법무팀이 한다. 그는 “아무래도 조직 생활 경험이 없고 고시 준비하던 사람들은 고집도, 자존심도 세서 회사 문화에 적응을 잘 못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일반적으로 사내변호사들은 경력직이다 보니 다른 직원들과 화합하는 데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금속산업노조 정현우 변호사 “일단 사법시험에 합격하면 모두 사회 정의를 구현하겠다고 하죠. 하지만 실제로 사회적 약자를 위해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변호사는 별로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전국금속산업노동조합 법률원에 근무하고 있는 연수원 35기의 정현우(32) 변호사는 사시를 준비할 때부터 진보와 사회적 약자를 위한 법률가를 꿈꿔왔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법률자원 만큼 분배가 불균형적으로 이뤄지는 영역도 없다.”면서 “연수원 1년차 때부터 추상적인 꿈을 가장 현실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분야가 무엇인지 고민한 끝에 금속노조에 들어오게 됐다.”고 말했다. 정 변호사는 “연수원에서 노동법학회 활동은 하지 않았지만, 금속노조 법률원에서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주최하는 법률학교에 참여했다가 면접을 보게 됐다.”면서 “법률원 직원 전원이 면접관으로 나섰고, 경제적인 문제 등으로 의지가 꺾이지 않겠는지를 가장 중요하게 물었다.”고 말했다. 노조 법률원에서는 주로 해고, 임금, 산업재해 관련 소송을 맡고, 노동법에 대한 자문도 해주고 있다. 아무리 노력을 해도 가장 어려운 것은 산재 사건. 그래서 의뢰인이 “이길 수 있어요?”라고 절박하게 물을 때가 가장 난감하다고 한다. 그는 “법을 다루는 이들이 고용주와 피고용자 사이의 불균형한 힘의 관계를 고려하는 노동법적 시각으로 접근하지 않고, 단순히 재산상의 관계나 계약을 규율하는 민법적 시각으로 임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권고사직의 경우 사실상 강제에 의해 사인을 한 피고용자의 입장을 생각해야 하는데, 사인을 하지 않아도 됐을 상황을 원고에게 입증하라고 하는 식”이라고 지적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자장커 신작 ‘스틸 라이프’

    자장커의 2006년작 ‘스틸 라이프’의 원제는 ‘세 협곡의 좋은 사람(三峽好人)’. 그 제목이 사람에 초점을 맞췄다면 영어제목 ‘스틸 라이프(Still life)’는 정물화 같은 전체적인 풍경을 암시한다. 영화에는 이 두 가지 성격이 함께 조합돼 있다.‘복잡한 인간사가 이다지도 고요히 그려질 수 있다니….’ 영화 마디마디 그런 탄복이 절로 배어나오는 작품이다. 영화는 댐 속으로 곧 사라지고 말 도시, 중국의 ‘싼샤’를 배경으로 한다. 중국의 싼샤댐은 지난해 양쯔강 중상류에 건설된 세계 최대 규모의 댐. 잊혀질만 하면 신문 국제면을 장식하곤 한다. 이곳에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던 때, 한 남자와 여자가 당도한다. 남자는 16년 전 자신을 떠난 아내를 찾기 위해 들어왔고, 여자는 2년 전 일하러 떠난 뒤 소식이 끊긴 남편을 찾기 위해 길을 떠나온 것이다. 둘은 영화 속에서 한번도 마주치지 않는다. 다만 관객으로 하여금 둘을 떼놓고 생각할 수 없도록 하는 감정선을 연출할 뿐이다. 인간이란 죽지 않는 한 만나게 되는 법. 중요한 건 만남이 아니다. 어떻게 상처를 치유하고 미래로 나아가느냐 하는 것이다. 끊임없이 과거를 파괴하는 도시 싼샤. 수십층 건물이 한순간에 사라지고 돌벽이 망치질 아래 여지없이 무너진다. 그런 가운데 천진난만했던 소년마저 처참한 죽음을 당하는 이 도시는 그래서인지 늘 정적이 죽음처럼 깔린다. 하지만 이런 무지막지한 행태가 거꾸로 깨달음을 안겨준 것일까. 남자는 아내를 만나 재결합을 제안하고, 여자는 남편에 대한 미련을 접고 새 반려자를 향해 걸어간다. 자장커는 전작 ‘세계(2004)’에서 그랬던 것처럼 이 영화에서도 희미하게나마 삶의 희망을 남겨둔다. 그가 희망을 제시하는 방식은 마치 동양화에서 난의 마지막 잎을 치듯 아스라하면서도 명징하다. 자장커는 싼샤의 노동자들을 그리는 화가를 다큐(‘동’,2006)에 담기 위해 싼샤에 왔다가 극영화 ‘스틸 라이프’까지 구상하게 됐다고 한다.‘소무’‘플랫폼’ 등 그의 작품은 중국 사회의 변모를 처연하리만치 차분하고 예리하게 잡아낸다는 평가를 받아왔다.‘스틸 라이프’는 지난해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하기도 했다.14일 개봉 예정.12세 관람가.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탐사보도-석면의 공포 (상)] ‘조용한 살인’ 시작됐다

    [탐사보도-석면의 공포 (상)] ‘조용한 살인’ 시작됐다

    우리나라에도 ‘죽음의 섬유´로 불리는 석면 피해가 가시화하고 있다. 충남 홍성군의 옛 석면 광산과 부산 연제구의 옛 석면 공장에서 일했던 노동자들에게 집단 석면 피해가 발생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1995년 일본 열도를 석면 공포에 몰아넣었던 ‘구보타 사태’가 한국에서도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신문이 일제시대 아시아 최대의 석면 광산이었던 홍성군 광천읍 상정리 덕정마을을 현지 취재한 결과, 석면광산에서 근무했던 주민들 가운데 상당수가 폐 질환 등으로 일찍 사망한 것으로 7일 드러났다. 일제가 1937년 중·일전쟁 때 본격 개발한 덕정마을 석면광산(광천석면광산)은 1941년을 전후해 최대 채광량을 기록했다. 광산 바로 아래에는 원석을 분쇄해 석면을 뽑아내는 공장도 있었다. 폐광 주변에는 지금도 석면을 함유한 원석이 뒹굴고 있다. ●덕정마을에 악상(惡喪)이 많은 이유 취재팀이 과거 광산에서 근무한 가족 구성원(4촌 이내)이 있는 35가구를 자체 조사한 결과 60세 이전에 사망한 가족 구성원이 있는 가구가 10가구였다. 오래 전에 사망해 건강검진기록 등을 확인할 수는 없으나 유족들은 “기침을 많이 했고, 폐가 좋지 않았다. 석면 때문에 사망한 것 같다.”고 증언했다. 홍순표(49)씨의 경우 광산에서 일했던 아버지, 큰아버지, 고모, 고모부가 60세를 전후해 세상을 떠났다. 김윤화(60)씨의 남편은 2002년 57세에 서울 세브란스병원에서 폐암으로 숨졌다. 김씨는 “남편은 술과 담배를 거의 하지 않았고, 사망 9개월 전까지만 해도 건강했다.”면서 “병원에 가니 의사가 먼저 ‘석면과 관련된 일을 하지 않았냐.’고 물어봤다.”고 말했다. 징용으로 끌려와 광산에서 30년을 일한 김요련(89·마을 최고령)씨는 “광산과 공장에서 일했던 동료들 가운데 환갑을 넘긴 경우가 드물었다.”고 회고했다. 국립암센터에 자료를 요청한 결과 1998년 이후 5년동안 홍성군의 폐암 환자는 517명이었다. 인구가 9만여명으로 비슷한 이웃 예산군의 458명보다 훨씬 많았다. 석면으로 발병하는 암인 악성 중피종 환자는 홍성군에서 2명이었고, 예산군에서는 전무했다. ●부산 옛 석면공장 피해자 잇단 발생 덕정마을의 석면 피해가 묻혀진 과거라면 부산 연제구 연산동의 옛 제일화학 노동자들의 피해 사례는 현재진행형이다.1970∼80년대 국내 최대 규모의 석면제품 생산공장이었던 제일화학에서 근무했던 노동자 사이에서 중피종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제일화학에서 18년간 근무했던 전복남(여·1993년 사망·당시 55세)씨는 사망직전 악성 중피종 산재피해자 판정을 받았다. 국내 최초였다. 한국산업안전공단의 조사에서 연사공(練絲工)으로 일한 전씨는 1992년부터 정확한 병명조차 알지 못하고 가슴 통증에 시달린 것으로 밝혀졌다. 전씨는 1993년 5월 중피종 판정을 받은 후 3개월 만에 사망했다. 1971년부터 2년여간 같은 공장에서 근무했던 하이숙(54·여)씨도 2005년에 중피종 판정을 받고, 투병 중이다. 함께 일한 하씨의 여동생은 11년 전 석면폐(진폐증의 일종)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1976년부터 5년간 근무했던 A씨는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역시 같은 공장에서 일했던 A씨의 아내는 지난해 중피종으로 숨졌다. 원진노동환경연구소 최상준 책임연구원은 “미국·영국·프랑스·일본 등 우리보다 산업화가 앞섰던 국가들이 대규모 석면 피해를 이미 경험했으며, 우리나라도 그 시기가 곧 도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홍성 이창구·김민희기자 window2@seoul.co.kr
  • [6월 항쟁 20주년 ‘그날의 함성’ 그 이후] (8) 당시 외신기자가 본 6월 항쟁

    [6월 항쟁 20주년 ‘그날의 함성’ 그 이후] (8) 당시 외신기자가 본 6월 항쟁

    시위대와 전투 경찰의 벼랑끝 대치, 호헌철폐 구호와 최루탄으로 뒤덮였던 1987년 6월의 거리에는 언제나 푸른 눈의 기록자들이 있었다. 독재 정권에 재갈이 물렸던 국내 언론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현장을 누비며 민주화에 대한 한국 민중의 목마름을 전세계로 타전했던 외신 기자들이 그들이다.6월 항쟁 20주년을 맞아 한국을 다시 찾은 스펜서 애덤 셔먼(51) 전 UPI통신 한국지국장과 로렌스 슈크 맥도널드(53) 전 AFP통신 기자를 7일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만나 87년의 뜨거웠던 여름에 대해 들어봤다. 두 전직 저널리스트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이사장 함세웅)가 6월 항쟁 20주년을 맞아 8∼9일 개최하는 ‘국제언론인 세미나’의 토론자로 초대됐다.87년 봄 나란히 종로구 안국동 사무실에 부임하면서 20년 지기의 정을 이어온 이들은 “인터뷰는 많이 해봤지만 인터뷰 당하기는 처음이라 떨린다.”며 말문을 열었다. ●“87년 6월은 내 생애 가장 극적인 기억” 87년 6월은 이방인들의 뇌리 속에 어떤 잔상으로 남아 있을지가 가장 궁금했다. 셔먼은 “6월23일쯤부터 이상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제2의 광주 사태가 될 것이라는 등 갖가지 소문에 뒤숭숭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하지만 29일 노태우씨가 6·29선언을 했고 군사 독재는 종식됐다. 한국인의 바람이 실현되고 자유를 얻은 그날이, 한국인뿐 아니라 내 인생에서도 가장 극적이고 기억에 남는 순간”이라고 회고했다. 맥도널드는 울산 등에서 파업 현장을 취재했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경찰이 최루탄을 쏘아대며 각종 진압 장비로 압박하면 노동자들도 중장비를 동원해 맞섰다. 마치 전투를 앞두고 두 나라의 군대가 대치한 것 같았다. 중간에서 숨가쁘게 취재를 하면서 일촉즉발의 위기감을 느끼곤 했다.”고 회상했다. 군부독재가 막바지로 치닫던 당시 한국의 상황은 외신기자에게도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셔먼과 맥도널드는 “정보요원(당시 국가안전기획부)이 한 달에 한 번씩 사무실에 들러 동정을 살피곤 했다. 그들은 늘 우리를 의심했고 어떻게든 통제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다행히 소속사의 한국인 동료들과 기자들이 시위 현장으로 안내하곤 했다며 감사를 표시했다. ●“학생·가정주부 등 민중의 힘 크게 작용” 6월 항쟁의 성과에 대해 두 사람은 의견을 같이했다.“아시아의 다른 국가들과 달리 한국은 피플파워로 민주화를 이뤄냈다고 본다. 학생들은 물론 회사원, 가정주부, 상인 등 민중의 힘이 크게 작용했다.”고 입을 모았다. 다른 아시아의 독재정권들이 꿋꿋하게 버틴 것과 달리 한국에서 어느 정도 민주화 운동이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또 다른 요인으로 88서울올림픽을 꼽았다. 맥도널드는 “전두환(전 대통령)은 서울올림픽 유치가 자신에게 ‘왕관’을 씌워줄 거라고 생각했다(장기 집권의 든든한 견인차가 될 것이라는 의미). 하지만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올림픽을 앞두고 시민들의 민주화 요구가 거세지면서 군사 정권이 어쩔 수 없이 수용한 측면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수출지상주의 경제정책도 본의 아니게(?) 민주화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왔다. 셔먼은 “내수 위주의 폐쇄적인 경제정책을 유지한 필리핀 등과 달리 수출에 목숨을 건 한국의 독재자들은 외부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美 언론의 잘못된 길을 답습하지 않길…” 두 사람이 90년대초 항공편 환승을 위해 하루 정도 머물렀던 것을 제외하면 20년 만에 다시 찾은 한국은 많이 달라져 있었다. 지난 4일밤 입국해 서울 곳곳을 누비며 옛 기억을 더듬었던 셔먼과 맥도널드가 가장 놀란 점은 일본 식민지배의 잔재인 건축물들이 철거되고 도심이 ‘리빌딩’됐다는 점이다. 반면 80년대 후반 허허벌판에 가까웠던 강남이 역설적으로 일본 도쿄의 긴자처럼 변한 것 같다고 이들은 밝혔다. 기자실 통폐합 논란에 대해서는 일본에서 기자 생활을 했던 셔먼이 입을 열었다. 그는 “한국과 일본의 기자실 시스템이 비슷하다고 알고 있다. 일본의 기자단은 경쟁을 원천적으로 제한하며 정부와 유착돼 있는 끔찍한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맥도널드는 “정확하게 알지 못해 말하기 곤란하다.”면서도 “인터넷 매체의 발달 등에 따라 변화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한국 사회와 언론에 대해서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셔먼은 “미국의 미디어는 거대 자본에 잠식되면서 독립성을 잃어가고 있다. 자본의 이해관계를 반영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면서 “역동적인 민주 사회인 한국은 미국 언론이 저지른 과오를 답습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맥도널드도 “저널리스트는 일체의 외부 간섭으로부터 독립된 영혼을 가져야 하며 자유를 위해 끊임없이 싸워야 한다.”고 충고했다. 글 사진 임일영 류지영기자 argus@seoul.co.kr ■‘6·10항쟁’ 통한 언론 반성과 역할 “6월 항쟁은 ‘정부는 언론을 장악할 수도 없고 장악하려고 시도해서도 안 된다.’는 내용의 6·29선언을 이끌어 냈습니다. 이제 언론은 6월 항쟁의 정신을 되새기고 그 부채를 갚아야 할 시점입니다.” 김창룡 인제대 언론정치학부 교수는 7일 언론재단·기자협회·언론정보학회 주최로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6·10항쟁 20주년, 언론의 반성과 역할’ 토론회에서 한국 언론의 현재와 미래를 진단했다. 김 교수는 ‘6·10항쟁의 정신과 한국언론의 오늘과 내일’이라는 글에서 “6월 항쟁의 기폭제가 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통해 언론이 진실을 찾는 모습을 보였고 이후 5공 보도지침에 대한 작은 반란이 시작됐다.”면서 “앞으로 언론은 정의 구현과 진실 추구, 인권 수호, 민주주의로 요약되는 6월 항쟁의 정신을 되새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기자협회가 지난해 8월 전국 기자 3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신뢰하는 언론사가 없다.’는 답변이 무려 45%에 달하는 등 일선 기자들조차 언론을 불신한다면 누가 언론을 신뢰하겠느냐.”면서 “신뢰 회복을 위한 조치로 언론인을 위한 윤리강령과 보도강령 준수를 고용의 전제 조건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6·10항쟁 정신 계승을 위한 5가지 제언’을 통해 언론의 자기 반성과 다짐을 요구했다. 그는 “세월이 바뀌었지만 권력 기관이나 출입처 보도자료에만 충실하며 영웅 만들기와 신화 창조에 앞장서는 관행은 여전하다.”면서 “그런 보도 태도는 전두환 전 대통령을 ‘민족의 위대한 영도자’ ‘육사의 혼이 빚은 지도자’로 홍보했던 5공 시대 언론이 떠올라 참담할 뿐”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진실 추구는 게을리하면서 호들갑만 떠는 것은 한순간 눈길을 잡을 수는 있지만 6월 항쟁 정신에는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역설했다. 그는 지난해 일심회 사건으로 구속된 장민호씨나 2003년 송두율 교수 구속 사건에 대해 일부 언론들은 수사 결과가 나오기 전부터 ‘간첩’이라고 단정짓는 보도를 내보냈다고 지적하면서 “정치적 편향이나 이념 문제로 인권이 무참하게 짓밟혀 여론 재판을 당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언론은 어떤 경우에도 인권 수호의 보루가 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영방송이 상업주의에 물드는 것 아니냐는 뼈아픈 충고도 있었다. 그는 “5공화국 당시 공영방송은 ‘땡전뉴스’로 시청자를 기만했고 이런 권언유착의 폐해는 국민이 떠안아야 했다.”면서 “이제는 권언유착 문제가 해소된 대신 일부 상업주의 폐해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내부감시 시스템 구축과 조직내 대화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김 교수는 “언론사는 홍보기관이 아니고 진실 추구를 생명으로 한다.”면서 “6월 항쟁의 이면에는 언론으로부터 진실에 목말라했던 시대적 배경이 있었던 만큼 진정한 민의의 대변자, 주장보다 사실에 충실하고 과장보다 진실을 추구하는 언론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고 말을 맺었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6월 항쟁 20주년 ‘그날의 함성’ 그 이후] (7) 한국민주주의 운동 토론회-지상중계 (하)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이사장 함세웅)가 4∼5일 이틀간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6월 민주항쟁 20주년 기념 학술토론회에서는 외국 학자들이 본 한국 민주주의에 대한 발표회가 참석자들로부터 큰 주목을 받았다. 에드워드 베이커 하버드대 옌칭연구소 자문위원과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 홀거 하이데 독일 브레멘대 명예 교수 등은 한국 민주주의 운동의 의미와 과제 등에 대해 발표했다. ●6월 항쟁은 민주주의 운동이자 근대화 운동 하이데 교수는 5일 ‘한국민주주의 운동에 대한 개인적 단상’이라는 기조 발제에서 “1986∼87년 민주화운동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것이 민주주의 운동인 동시에 근대화 운동이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하이데 교수는 ‘민주화와 근대화’라는 ‘발전의 양면성’을 통해 민주화 20년을 조망했다. 그는 “6월 항쟁은 더 많은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세력과 더 근대화된 사회를 원하는 세력이 힘을 합쳐 전두환 정권에 대항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진단하고 “이런 맥락에서 6·29선언은 민주화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던 권력 엘리트들의 전술적 후퇴였으며 동시에 근대화론자들의 부분적인 승리였다.”고 평가했다. 권력 엘리트 가운데 근대화론자들과 형식적 민주화를 요구하던 자유주의 정치세력이 6·29선언의 최대 수혜자가 됐다는 것이다. 반면 6·29선언 이후 실질적인 민주화를 위한 첫 단계로 민주노조를 건설하려던 노동자들은 즉각 극심한 탄압에 부딪쳤다고 꼬집었다. ●외환위기 민주주의 운동 취약점 드러나 하이데 교수는 “1997년 발생한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김대중 정부가 추진한 근대화의 범위를 통해 민주주의 운동의 취약점이 분명하게 드러났다.”고 말했다. 그가 지적하는 취약점은 노동계급운동 진영이 ‘민족주주의-보수주의자’와 ‘신보수주의자’ 사이에서 적절히 대응하기가 쉽지 않았다는 데 있다. 민족주의-보수주의자들은 한국 국가자본의 경쟁력을 위해 노동조건을 제한하려 했고, 신보수주의자들은 ‘시장’을 노동조건 문제의 해결 수단으로 내세우며 세계시장을 개방할 것을 촉구했다. 그러면서도 “신세대 사이에서는 신기술로 가능해진 기회를 활용해 전혀 새로운 운동이 싹텄다.”면서 “그 징후는 노무현 후보 당선과 탄핵을 물리치는 데 성공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한국 민주주의 도전 과제 많다’ 베이커 자문위원은 지난 4일 ‘한국 민주화에 대한 고찰과 결론’에 대한 기조발제에서 “한국 국민들은 유신반대운동, 광주항쟁,6월 항쟁 등을 자체적으로 잘 풀어왔고, 이제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국가”라며 한국 민주화 운동의 성과를 높이 평가했다. 하루키 교수는 ‘한국의 민주혁명 30년과 일본’을 주제로 한 기조강연에서 “광주 항쟁은 운동의 비폭력적 성격과 모순되지 않는 비폭력 운동의 혁명성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라면서 “6월 항쟁은 유신체제의 폐지를 얻어냈다.”고 평가했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손호철교수 ‘민주화 진영’ 비판 “민주화운동 출신 대통령과 정치인들이 최소한 겸손한 자세만 보였어도 지금과 같은 위기는 자초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손호철 서강대 교수는 5일 발표한 ‘한국 민주주의 20년, 성과와 한계 그리고 위기’를 통해 민주화 운동세력과 노무현 정권을 거세게 비판했다. 손 교수는 “민주화 20주년을 맞아 민주화운동과 민주주의는 심각한 위기, 어쩌면 최대 위기에 처해 있다.”며 도덕성 추락과 무능을 지목했다. 하지만 그는 “국민들에게 정말로 용서받을 수 없는 것은 바로 ‘오만과 독선’일 것”이라고 개탄했다. 손 교수는 “정통성을 과신한 김영삼 정권의 오만과 독선은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거치면서 오히려 증폭됐다.”면서 “이를 가장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청개구리마냥 자신의 노선을 고집하는 한편 오히려 국민을 비판하고 원망하는 노 대통령과 측근들”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노 대통령은 내용은 별로 없고 정책은 보수적이면서도 스타일만 급진적이어서 빈 수레만 요란한 개혁으로 잡음을 일으키고 기득권 세력의 불안감을 조성해 사회 갈등을 불필요하게 증폭시킨다.”고 주장했다. 그는 “민주화운동 진영이 그동안 절대적으로 누려왔던 도덕적 우위가 무너졌다.”면서 “대표적인 것이 각종 비리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와 정치권뿐 아니라 민주노총도 현장 지회는 말할 것도 없이 중앙지도부까지 비리에 연루될 정도니 할 말이 없다.”고 꼬집었다. 손 교수는 민주화운동 진영이 위기를 겪게 된 구조적인 원인으로 신자유주의를 꼽았다. 그는 “자유주의정권인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서민과 중산층의 정부를 표방했음에도 불구하고 신자유주의 정책을 펴면서 최악의 사회 양극화를 초래했다.”면서 “군사독재정권들보다 더 빈부 격차를 심화시킨 가장 반서민적인 정권이 되고 말았다.”고 밝혔다. 그는 “민주화운동 진영이 그동안 북한 인권문제와 민주주의에 침묵하는 이중성을 보인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면서 “북한 문제도 대중들이 민주화운동 진영의 진실성과 헌신을 의심하게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이젠 포스트 BRICs] (16) 카자흐스탄 (하)

    [이젠 포스트 BRICs] (16) 카자흐스탄 (하)

    |알마티(카자흐스탄) 김효섭특파원|호수임에도 불구하고 바다라는 호칭을 뒤에 붙이는 세계 최대의 호수 카스피해. 카자흐스탄의 카스피해는 지금 불타고 있다. 석유 시추공에서 나오는 불도 있지만 원유확보를 위한 보이지 않는 ‘석유전쟁’도 벌어지고 있다. ●최대 유전지대 악토베 중국서 싹쓸이 카스피해 일대는 ‘제2의 중동’으로 불린다. 원유 추정매장량은 2600억배럴로 전세계가 10년 간 사용할 수 있는 분량이다. 천연가스 추정매장량은 239조입방피트로 전세계가 9년 간 쓸 수 있는 양이다. 특히 카자흐스탄의 채굴가능 원유매장량은 396억배럴로 인근의 아제르바이잔(70억배럴), 우즈베키스탄(6억배럴), 투르크메니스탄(5억배럴) 등 이웃한 국가들을 합한 것보다 훨씬 많다. 때문에 카자흐스탄엔 세브론·엑손모빌·셸·토털 등 석유 메이저사들이 적극 진출하고 있다. 미국, 러시아, 중국, 인도, 일본 등 주요 국가들이 2005년 카자흐스탄 유전에 투자한 금액은 46억달러. 외국인 전체투자금액의 70%에 달하는 돈이 석유에 몰려들고 있는 것이다. 특히 경제성장을 위한 원유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중국의 기세가 무섭다. 곽정일 한국석유공사 카자흐스탄 사무소장은 “원유확보에 비상이 걸린 중국의 경우 돈으로 유전을 싹쓸이 한다”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라면서 “카자흐스탄 최대의 유전지대 중 하나인 악토베는 완전 중국판”이라고 말했다. 중국 최대의 국영석유회사 CNPC는 카자흐스탄의 석유기업인 페트로카자흐스탄을 42억달러 주고 통째로 인수했다. 중국 투자기업인 씨틱은 3억 5000만배럴 규모의 유전을 19억달러에 매입했다. 또 카자흐스탄 아타수와 중국의 두산쯔를 연결하는 길이 1000㎞의 송유관을 완공하기도 했다. 중국의 공세가 강화되면서 이를 견제하는 움직임도 생기고 있다. 곽 소장은 “카자흐스탄 정부는 페트로카자흐스탄이 인수된 뒤인 2005년 말 유전광구 등을 거래할 때는 정부가 우선적으로 인수할 수 있는 정부선취권을 부여하는 법안을 만들기도 했다.”고 말했다. ●러시아로 연결되는 송유관 건설 나서 매장량은 넘쳐나지만 문제는 운반하는 방법이다. 카스피해는 북쪽으로는 러시아와 카자흐스탄, 서쪽으로 아제르바이잔, 동쪽으로 투르크메니스탄, 남쪽으로 이란 등에 가로막혀 있다. 카자흐스탄에서 석유를 수출하려면 결국 송유관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소련시절에 건설된 송유관은 러시아를 지나 동유럽으로 향하도록 설계돼 서구자본이 들어오지 못했다. 때문에 미국 등 서방 석유 메이저 회사들은 아제르바이잔의 수도 바쿠에서 그루지야 트빌리시를 지나 터키의 세이한항을 연결하는 BTC 송유관을 건설했다. 중앙아시아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러시아는 카자흐스탄의 텡기즈 유전에서 러시아 노보로시스크로 연결되는 CPC 송유관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러시아는 또 최근 카자흐스탄과 투르크메니스탄 등에서 러시아를 직접 연결하는 새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건설에 합의했다. ●석유공사등 국내업체도 광구탐사 현재 카자흐스탄엔 석유공사를 비롯해 LG상사,SK㈜, 삼성물산 등이 석유를 비롯한 자원개발에 나서고 있다. 카자흐스탄 북부의 아다(ADA)광구의 경우 1억 7000만배럴의 석유가 매장되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한해 동안 사용되는 석유 소비량 8억배럴의 5분의1을 조금 넘는다. 또 아다 외에도 잠빌, 사우스 카르포프스키 등 카스피해 인근 4곳에서 탐사를 진행 중이다. 잠빌의 경우 석유 매장량은 10억배럴 이상으로 추정된다. 이는 해외에서 확보한 유전 가운데 20억배럴의 매장량을 가진 나이지리아 해상광구 다음으로 큰 것이다. 또 사우스 카르포프스키의 가스 매장량은 4600만t으로 추정된다. 이는 국내 연간 LNG 도입량 2300만t의 2배가 넘는 규모의 어머어마한 양이다. 곽 소장은 “카자흐스탄은 지질학적으로도 석유가 발견되기 쉬운 땅”이라며 “또한 상대적으로 생산원가가 저렴한 육상광구가 많다는 점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newworld@seoul.co.kr ■ “세제등 국내외 투자 차별없어” |알마티(카자흐스탄) 김효섭특파원|“예전엔 해외투자에 특혜가 있었지만 지금은 해외투자나 국내투자나 법적으론 똑같다고 봐야 합니다.” 카자흐스탄의 대형로펌 중 하나인 아에퀴타스(AEQUITAS) 파트너 변호사 나탈리아 브라이니나는 이같이 말했다. 그는 5년 전만 해도 특별법 등을 통해 외국인 투자에 세제나 금융상의 특혜를 제공했지만 외국인 투자가 늘어나면서 이 같은 조건은 해마다 줄어들어 현재는 외국인 투자와 국내투자가 동등한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카자흐스탄의 로펌들은 석유메이저, 금융회사들을 담당하는 비교적 대형로펌과 카자흐스탄 무역회사 등 작은 기업들을 상대하는 중간규모의 로펌으로 구분할 수 있다.1993년에 만들어진 아에퀴타스는 런던에 상장, 큰 반응을 불러왔던 구리생산업체 카작무스 등의 법률자문을 하고 있다. 또 우림건설 등 건설붐을 타고 들어온 건설업체를 포함해 5∼6곳의 한국기업과도 일을 같이 했다. 브라이니나는 “카자흐스탄의 문화와 법률은 계속 변화하고 있다.”면서 “변화의 방향은 물론 개방의 정도를 높이고 자유경제를 지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카자흐스탄 법률시장은 금융법과 노동법이 중심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카자흐스탄은 알마티를 지역금융허브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브라이니나는 “정부가 경제의 중심을 자원에서 금융으로 변화시키려 하고 있다.”면서 “해외채권 발행, 기업공개(IPO) 등 금융시장이 커질 것이고 이에 대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노동자들의 권리도 계속 확대되면서 근로조건, 노사문제 등 노동법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카자흐스탄은 아직 개발되지 않는 부분이 많은 잠재력이 큰 기회의 땅”이라고 강조했다. newworld@seoul.co.kr ■ “카자흐스탄은 제2의 중동” |알마티(카자흐스탄) 김효섭특파원|카자흐스탄의 경제수도로 불리는 알마티는 카자흐스탄 말로 ‘사과(알마)의 아버지(아티)’라는 뜻이다. 이 말처럼 알마티에는 사과나무가 많았다. 하지만 사과밭은 이제 아파트나 개인주택으로 변하고 있다. 성원건설 김이곤 알마티 1공구 현장소장은 “우리나라의 강남개발과 같은 식”이라며 “강남이 논과 밭이었다면 여긴 사과밭이라는 점만 다를 뿐”이라고 말했다. 김 소장의 말처럼 카자흐스탄 부동산 시장은 개발을 넘어 과열양상까지 보이고 있다. 신흥 부유층이 생겨나면서 돈은 넘쳐 나지만 마땅한 투자처가 없기 때문에 빚어지는 현상이다. 물론 아직까지는 알마티나 아스타나 등 대도시 등으로 한정된 일이다. 카자흐스탄의 부동산 열기는 가격에서도 확인된다. 알마티에서 한창 건설 중인 메리어트 레지던스의 평당가격은 2만 5000∼3만달러. 우리돈으로(환율기준 931원) 평당 2300만∼2700여만원이다. 기준 평형인 50평은 10억원이 훌쩍 넘는다. 소련시절인 20∼30년 전에 지어진 20∼30평짜리 주상복합 아파트도 2억∼3억원이 넘는다. 우리 건설업체들의 진출도 늘어나고 있다. 동일 하이빌, 우림건설, 성원건설 등 중견 건설업체들은 아파트 건설을 진행 중이고 또 최근엔 국내 대형건설업체들도 현지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80년대 중동 이후 ‘제2의 해외건설 붐’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다. 알마티 톈산(天山) 국립공원 인근 4000여평 부지에 지하 2층, 지상 20층의 5개동 270여가구의 주상복합아파트와 12동 180여가구의 고급 아파트를 짓고 있는 성원건설 이광섭 차장은 “카자흐스탄은 상류층의 고급 주택 수요와 중산층의 이전 수요 등으로 공급이 부족한 상태”라며 “한국의 고급 주택문화를 카자흐스탄에 전파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국내 건설사들은 카자흐스탄 진출을 중앙아시아 진출 교두보로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무조건 장밋빛 전망만을 가져서는 곤란하다. 일단 우리나라와 제도가 틀리다. 우리처럼 ‘선분양 후완공’제이지만 분양가가 고정되어 있지 않다. 또 분양도 층이 올라갈 때마다 부분부분 이뤄지는 식이다. 아울러 건설사는 골조공사까지만 하고 내부 인테리어공사는 입주자가 별도로 한다. 성원건설 전승덕 차장은 “한국 건설사들이 진출초기에 고급 인테리어나 편리성을 강조하고 싶었지만 이 같은 현지특성 때문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또 바지스와 쿠아트 등 현지업체의 시장지배력도 막강하다. 다리와 도로 등 대규모 토목공사는 일본과 카자흐스탄 건설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터키업체들이 선점하고 있다. 사회주의 시절 관료주의의 잔재가 남아 있어 인·허가 과정이 까다로운 점은 여전히 문제다. 아울러 국내 업체들의 진출이 늘면서 “국내 업체들간의 과열경쟁으로 부동산 가격만 올리는 부작용을 불러 올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newworld@seoul.co.kr ■ “전자시장 매년 2배 증가 한국제품이 60% 점유” |알마티(카자흐스탄) 김효섭특파원| “대형 드럼세탁기가 잘 나갑니다.” 알마티 최대의 쇼핑몰 메가에서 가장 큰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전자유통업체 ‘술팍(Sulpak)’의 직영 매장 판매직원 디아나(여·21)는 최근 판매실적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대형이라고 하면 10㎏이상인 우리와 달리 현지에선 5㎏이상이면 대형으로 통한다. 하지만 매장 한편엔 드럼세탁기와 함께 세탁과 따로 탈수하는 구형 세탁기도 여전히 인기를 끌고 있다. 또 600만원이 넘는 52인치 대형 LCD TV와 함께 30인치 브라운관 TV가 나란히 진열돼 있다. 카자흐스탄 전자시장은 이처럼 양극화되어 있다. 부유층은 LCD,PDP TV 등 첨단제품을 구매하지만 도시를 벗어나면 여전히 브라운관 TV가 가장 많이 팔리고 있다. 카자흐스탄은 또 러시아 경제권 전체에서의 위상도 높아지고 있다. 술팍엔 러시아 최대의 전자유통회사 엘도라도가 투자했다. 엘도라도는 러시아에서만 1000여개의 전자매장을 갖고 있다. 술팍의 회장 세르게이 리는 “시장이 해마다 2배 가까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카자흐스탄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거의 모든 제품을 주도하고 있고 브랜드 이미지도 좋다고 평가했다. 실제 매년 소비자와 전문가가 뽑는 ‘올해의 제품’에서 한국제품이 전 부문을 석권하고 있을 정도다.LG전자 카자흐스탄 법인의 김춘기 부장은 “한국제품이 시장의 60% 정도를 점유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카자흐스탄 전자시장은 고급화되고 있다.TV의 경우 현재는 브라운관 TV의 판매량이 높지만 올 연말쯤에는 LCD,PDP TV의 판매량이 이를 능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때문에 우리 업체들도 프리미엄 전략으로 나가고 있다. 카자흐스탄 현지에 공장을 가지고 있는 LG전자의 경우도 장기적으로 현재 생산중인 브라운관 TV 생산라인을 PDP TV 생산라인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고심 중이다. 김 부장은 “현재도 프리미엄 전략으로 나가고 있고 앞으론 이를 더 강화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이른바 불법통관 상품에 신경을 쓰고 있다. 휴대전화나 전자제품 중에서 정식통관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세금이 없는 두바이 자유무역지대 등에서 건너온 물건이 카자흐스탄에 흘러들고 있는 것이다. 오래된 모델이나 같은 상품이라도 낮은 가격으로 매장에서 팔리는 것은 ‘삼성’이라는 브랜드에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 카자흐스탄법인의 장석진 차장은 “두바이나 중국 등에서 들어오는 밀수물량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newworld@seoul.co.kr 기획시리즈 ‘이젠 포스트 브릭스’는 카자흐스탄을 마지막으로 현장 취재를 모두 마칩니다. 포스트 브릭스는 다음주 취재방담과 전문가 대담을 한 뒤 대단원의 막을 내립니다.
  • 외국인근로자 현대판 노예?

    #사례1 베트남에서 건너와 인천 서구 A공업회사에서 근무하고 있는 웬 반륭(34)은 지난 3월 작업지시에 따르지 않는다는 이유로 현장소장에게 몽둥이로 구타를 당해 왼팔이 부러져 전치 8주의 진단을 받았다. 하지만 현장소장은 형사상 책임은 물론, 치료비 지급마저 거부하고 있다.#사례2 역시 베트남 출신인 쩐 디마이티엡(24·여)은 경북 경산시 B섬유회사에서 근무하던 중 지난해 7월 추락 사고를 당해 8개월 가까이 병원 신세를 졌다. 하지만 고용주는 산업재해 보상신청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병원비 1000여만원을 대납했다는 이유로 예금과 급여를 압류했다.#사례3 이란인 압둘 후세인은 불법 체류자 신분이어서 수개월 동안 임금을 체불한 사업주를 고발조차 못하고 있다.“임금 체불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강제 출국되지 않는다.”는 설명에도 신분을 밝히기를 꺼리고, 황급히 자리를 떴다.#사례4 인천 서구 C기업체에서 일하고 있는 베트남인 하 득빈은 사장에게 보증금 명목으로 700만원을 지급했다. 하지만 사장은 반환 요청을 묵살하고 있다. 국내에 있는 외국인 근로자들의 어두운 그림자다. 이들은 일부 악덕 고용주에 의해 기본권마저도 짓밟히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 국민고충처리위원회가 지난 4월과 5월 서울 가리봉동 ‘외국인 노동자의 집’, 인천 도화동 ‘외국인 노동자 센터’에서 실시한 현장 순회상담에서 드러났다. 웬은 고충위의 도움으로 산업재해 신청을 마쳤으며, 소송을 제기하는 문제도 검토하고 있다. 쩐을 비롯한 나머지 외국인 노동자들의 문제도 고충위에 접수돼 현재 처리 절차를 밟고 있다. 30일 고충위에 따르면 외국인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두 차례 순회상담을 통해 모두 142건의 민원을 접수, 처리했다. 이 중 임금·퇴직금 체불이 전체의 42.2%인 60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고용주가 사업장 이탈방지를 이유로 여권을 압수한 뒤 돌려주지 않는 등 출입국 관련 문제 48건, 산업재해 및 민·형사상 문제가 14건 등이다. 고충위 관계자는 “언어 소통이 안 되고, 절차를 몰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여전히 많다.”면서 “오는 7월 대구,9월 경기,10월 충북 등에서도 외국인 근로자를 대상으로 순회상담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충위는 최근 외국인 근로자 전용 민원상담전화(1588-1517)도 개설, 운영에 들어갔다.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위안화 5%절상땐 일자리 350만개 잃어”

    |베이징 이지운특파원|위안화가 5% 이상 더 상승한다면 섬유·방직·신발·장난감·오토바이 등 5개 분야에서만 35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중국 노동사회보장국의 최근 연구보고서를 인용,30일 중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나아가 보고서는 이 직종에서 부분적으로 종사하고 있는 1000만명의 농민들에게도 큰 타격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노동집약적이고 수출 위주인 이 분야에서는 지속적인 환율 상승으로 이익이 이미 최소 3∼5% 감소한 상태이다. 때문에 2005년 기준으로 이 분야의 취업인구 2400만명 가운데 350만명은 감원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외경제무역 발전에서 위안화 절상 문제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라는 제목의 상무부 보고서는 올 한해 동안 위안화가 4∼5% 절상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어, 이같은 전망은 현실로 나타날 가능성이 커졌다. 저우스젠(周世儉) 중국 WTO 연구회 상무이사는 “어떠한 구조조정이든 손해를 보는 사람이 생겨나게 마련이며 특히, 부가가치가 낮은 노동집약적 산업이 이번 조정의 희생양이 될 것”이라면서 “위안화가 5% 절상될 때 수출 증가율 4% 감소, 외국인 투자 증가율 5% 하락,345억위안의 GDP(국내총생산·마이너스)와 고용자수 190만 6000명에게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했다. 류페이(劉沛) 지난(濟南)대학교 경제대학 금융학과 부교수는 위안화가 1% 절상될 때마다 섬유업 매출 이윤은 2∼6% 떨어지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판강(樊綱) 중국개혁재단 국민경제연구소 소장은 “위안화 절상의 피해는 농민·노동자가 가장 크게 입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중국 민영기업 수출가격이 올라가면 미국은 가격이 낮은 국가로부터 물건을 구입할 것이고, 그 결과 민영기업이 문을 닫거나 조업을 단축하면 이들의 생계가 가장 먼저 위협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위안화 절상 후 농민 노동자들의 임금은 조금도 오르지 않았고 오히려 취업난에 직면하게 됐다. 이는 중국의 도시화 작업도 영향을 받는 등 사회 전반에 연쇄 반응을 일으킬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말 현재 도시화율 43.9%를 기록하고 향후 30년간 도시화 수준을 매년 1% 이상 높이는 장기 프로젝트를 갖고 있으나, 도시화의 최대의 적을 ‘실업’으로 상정하고 있다. 왕광타오(汪光燾) 건설부 부장도 “도시화를 제대로 실현하려면 일자리 증대가 전제되어야 한다.”고 강조했었다.jj@seoul.co.kr
  • 막내린 ‘생리휴가’ 전쟁

    한국씨티은행이 미지급 생리휴가수당 지급과 관련된 소송에서 상고를 포기했다. 이에 따라 관련 소송이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경우 소송 규모가 수천억원대에 이를 전망이다. 한국씨티은행은 28일 “지난해 8월 1심이 끝난 후 원고들에게 18억 7000만원(1인당 144만원)의 수당을 지급한데다 상고할 실익도 없다고 판단, 상고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서울고법 민사15부는 지난 4일 항소심에서 “회사는 원고들에게 총 15억 8900만원을 지급하라.”면서 1심과 같이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했다. 생휴 소송이 시작된 것은 2005년 9월. 씨티은행 전·현직 직원 1298명은 주5일 근무제 도입에 따른 근로기준법 개정 때 기존에 유급이었던 생리휴가가 무급 규정으로 바뀌면서 개정법 적용 전인 2002년 6월부터 2004년 6월까지 생리휴가를 쓰지 않은 기간의 수당을 달라며 소송을 냈었다. 이번 씨티은행 생휴 소송은 은행권의 대표 소송으로 진행됐다. 이에 따라 금융노조 산하 여직원(비정규직 포함) 6만여명에게 소송 결과가 적용되면서 모두 850억여원이 올해 안에 생휴수당으로 지급될 전망이다. 구 한미은행 노조 진창근 홍보국장은 “보건노조 등 다른 업종에서도 소송이 이어지면 수천억원의 생휴수당 미지급분이 여성 노동자들에게 지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울며 겨자먹기식 ‘저가 수주전’ 부실 초래

    울며 겨자먹기식 ‘저가 수주전’ 부실 초래

    우리나라 건설 산업은 ‘을(乙)이 갑(甲)이 돼 또 다른 을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수직적 중첩구조다.‘발주자-원청업체(시공회사)-하도급자…하도급자-시공참여자(비정규직 근로자)’라는 다단계 구조속에서 공사가 진행된다. 원도급자는 대부분 대기업들이며, 하도급자는 주로 이들의 협력업체인 중소 전문건설업체들이 많다. 그런데 대기업은 국가 등 발주자에게는 ‘을’의 입장이지만, 하도급을 따내려는 전문건설업체들 위에 군림하는 ‘갑’으로서 무소불위의 힘을 휘두른다. 하도급업체들도 건설 현장에서는 대기업 이상의 횡포로 노동자들을 울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은 다단계 하도급을 2단계까지만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7월 발생한 ‘포스코 건설 사태’에서 보듯 잘 지켜지지 않는다. 지난해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하도급 실태조사에 따르면 건설현장에서 불법 다단계 하도급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70%에 이른다. 특히 응답자의 69.8%가 3단계 이상의 불법 하도급 단계에서 일하고 있었다.5단계 하도급에 종사하는 경우도 18.7%로 나타났다. 때문에 하도급이 불법적으로 여러 단계를 거치게 되면서 실공사비가 누수되고,‘로비’등 불공정한 거래속에 부실 시공이 초래되기 일쑤다. 하도급업체들이 모인 대한전문건설협회가 지난해 하도급업자 111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하도급 불공정거래의 주요 유형은 ▲초저가 하도급 단가 책정 ▲불공정 계약 조건 강요 ▲하도급 업자 선정시 우월적 지위 이용한 금품 수수 ▲건설공사의 전매행위·일괄하도급 ▲불공정한 하도금대금 지급관행 등으로 나타났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대 경제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다단계 하도급으로 중간단계 업체들이 수수료 등을 떼어가 최종 공사 단계에서는 최초 공사비의 48%수준까지 감소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한전문건설협회 관계자는 “저가 낙찰이 하도급자에게 모두 전가되면서 마지막 단계에서는 입찰 예정가의 30%수준(토목공사)까지 하도급액이 추락하고 있다.”면서 “차라리 공사를 안하는게 남는 경우도 부지기수”라고 꼬집었다. 그러나 하도급 업체들은 원청업체의 이 같은 횡포를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감수하며 저가 수주 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다. 하도급업체들은 “원청업체에 한번 ‘찍히면’ 다시는 공사를 수주할 수 없다.”고 한 목소리를 낸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경제 불평등 이제 그만] (4) 불법 부르는 건설 ‘다단계 하청’

    [경제 불평등 이제 그만] (4) 불법 부르는 건설 ‘다단계 하청’

    A업체 직원 김진영(가명)씨는 ‘하도급’이란 말만 들어도 치가 떨린다고 했다.A업체는 최근 S건설 측에 ‘공상처리비’ 지급 독촉 내용증명을 보냈다. 이 업체는 S건설과 2004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서울 대치동의 보습학원, 가락동과 월계동 아파트 등 6건의 콘크리트 신축공사에 대해 하도급 계약을 체결했다. 그런데 예기치 못한 안전사고들이 발생했고, 합의금과 병원비로 2억 3000여만원을 관련 인부들에게 지급했다. ●불공정 노예계약에 피멍 이 일로 A업체는 자금난을 이기지 못하고 부도를 내고 말았다. 김씨는 “S건설은 이미 전문건설공제조합에서 수십억원의 계약보증금을 현금으로 지급받아 이익을 챙겼다.”면서 “건설공사 안전사고는 산재보험에 가입한 사업주인 원청업체가 처리해야 하는데도 하청업체에 떠넘겼다.”고 했다. 국내 건설업은 다단계 하도급 구조다. 대형 건설업체에서 시작, 하도급업체들을 점층적으로 옥죈다. 결국 맨 아래 단계의 하도급 업체와 노동자들이 큰 피해를 입는다. 재주는 하도급 업체가 부리고 돈은 원청업체가 챙기는 격이다. 불법 다단계 하도급으로 부실업체가 난립, 근로환경이 악화되고 부실공사의 가능성이 높아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B기업은 2002년 6월 K건설이 조달청으로부터 수주한 강원도 고속도로 건설공사 하도급 계약을 따냈다. 최저가낙찰제 공사로 도급금액은 892억원이며 예정가 대비 낙찰률은 65.6% 수준이었다. 그러나 B기업은 하도급 대금을 제때 받지 못했고 2005년 5월 부도를 냈다.K건설을 상대로 85억원을 달라는 소송을 법원에 냈다.B기업 관계자는 “K건설이 물가변동분 7억원을 선급금 명목으로 받는 조건으로 ‘일체의 비용을 청구하지 않는다.’는 각서를 요구했는데, 거래단절이나 수주기회 박탈 등 불이익을 우려해 울며겨자먹기로 도장을 찍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K건설은 “선급금을 발주처로부터 받아 전달한 게 아니라 자체적으로 제공하는 등 손해를 감수했다.”고 반박했다. C기업도 대기업의 횡포 속에 최근 부도가 났다.C기업은 한국도로공사가 발주한 광주지역 고속도로 우회도로 공사를 따낸 H건설과 2001년 7월 36억 7000만원 규모의 하도급 계약을 맺었다. ●대기업의 도덕적 해이도 심각 그러나 C기업은 “공사 중 현장 여건이 변해 공사기간이 두 배로 늘어나고,H건설의 추가작업 지시에 따라 18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했다.”면서 “계약 내용과 실제 공사 분량이 많이 달랐다.”고 주장했다. 대기업 하도급 공사현장에서만 15년을 일했다는 이상직(가명)씨는 “최저가 낙찰제로 하도급업체들이 다 죽어난다.”고 했다. 대기업 등 원청업체는 도급단가를 떨어뜨려 수지를 맞추지만, 하도급업체들은 인건비를 깎거나 고용조정을 하는 출혈을 감내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실제 공사를 담당하는 업체에 떨어지는 시공비가 턱없이 낮아져 임금체불이나 노사분규가 발생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 따르면 지난해 건설교통부와 건설산업연맹에 접수된 체불임금 관련 786건 가운데 하도급 과정에서 발생한 체불이 576건으로 73%를 차지했다. 계약서를 이중으로 작성하는 일도 빈번하다. 인천연대에 따르면 포스코건설은 얼마전 환경관리공단이 발주한 강화도 하수관거정비공사 입찰에서 실시설계적격자로 선정되는 과정에서 특혜 의혹을 사고 있다. 인천연대측은 “일부 심사위원이 심사 전 포스코 컨소시엄측으로부터 현금이 들어 있는 카드를 받은 사실이 수사당국에 의해 현장에서 적발됐다.”면서 “환경관리공단이 포스코건설에 ‘입찰과정에서 비리가 드러날 경우 결정을 취소한다.’는 청렴계약이행서약서를 작성토록 했음에도 특혜를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美, FTA자문위 평가 보고서 공개] 노동·자동차·쇠고기협상 ‘불만’

    |워싱턴 이도운특파원|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25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합의문을 공개한 데 이어 미국 업계들의 반응을 담은 자문위원회의 보고서를 공개했다. 자문위 보고서는 FTA에 포함된 각 산업별로 27개가 USTR에 제출됐다. 보고서는 대체로 한·미 FTA가 양국의 통상을 증진시켜 상호 이익을 가져올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노동과 자동차, 농업 등의 분야에서는 부정적인 평가가 나왔다. 자문위의 보고서는 미 정부의 공식 입장이 아니지만 정책 결정의 참고가 된다고 워싱턴의 고위 통상 소식통이 26일(현지시간) 설명했다. 추가협상 내용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노동 분야에 대해서는 상반된 평가 결과가 나왔다. 강성노조 지도자로 구성된 미 노동자문위원회(LAC)는 “한·미 FTA가 한·미 노동자들의 근로조건을 악화시키고 미국에서 일자리를 감소시킬 수 있다.”며 부시 대통령이 FTA 협정문에 서명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검토 결과를 USTR에 제출했다. LAC는 보고서에서 한국 정부의 ‘노동 탄압’을 부각시키려는 듯 올해 1월 현재 노동운동과 관련해서 투옥된 한국 노동자 61명의 명단까지 첨부했다. 의회에도 비준동의 거부를 권고했다. 반면, 주요기업 경영인들로 구성된 통상정책협상자문위원회(ACTPN)는 의회가 신통상정책에 따라 새로운 노동 의무를 부과하려고 하지만 “그런 노력이 한·미 FTA를 과도하게 지연시켜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환경분야도 ACTPN은 기본적으로 한·미 FTA의 합의문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농업무역정책자문위(APAC)는 한국 쇠고기 시장의 완전 개방과 수입 절차 개선 등을 촉구했다.APAC는 한국이 쇠고기 수입 절차에 있어 국제과학기준을 준수해야 하며 상호 동등한 현지 가공공장 조사와 수입 증명 및 미 농무부 검증프로그램을 인정할 것을 촉구했다. 또 쌀이 이번 협정에서 제외된 데 대해 실망을 표명했다. 산업무역자문위원회(ITAC)는 한·미 FTA가 양국의 자동차 산업에 도움이 되겠지만 한국이 더 많은 혜택을 누리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국에서 GM대우 브랜드로 자동차를 생산하는 GM보다 한국 내 판매기반이 취약한 포드의 불만이 큰 것으로 ITAC 보고서에 나타났다. 포드는 미국에 수출되는 한국산 자동차 관세 철폐를 미국산 자동차에 대한 한국의 시장개방과 연계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점을 노골적으로 불평했다. 한편 미 의회와 정부가 합의한 신통상정책에 따라 한·미 FTA 합의문은 노동, 환경 조항 등을 손질하기 위한 추가 협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의 고위 통상소식통은 한·미 양국의 FTA 추가협상이 6월 이후에나 시작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6월20일로 예정된 미 국제무역위원회(ITC)의 한·미 FTA 공청회가 미 정부측의 정책결정에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dawn@seoul.co.kr
  • “직접 시공제 확대…불법땐 입찰 불이익 줘야”

    “직접 시공제 확대…불법땐 입찰 불이익 줘야”

    전문가와 시민단체들은 불법 다단계 하도급 폐해를 막을 대안 중 하나로 직접시공제의 확대 도입을 주장한다. 신영철 경제정의실천시민연대 정책위원은 “원청업체인 대기업이 하도급업체를 거치지 않고 직접 시공참여자인 건설노동자들을 고용하도록 하면 기술력과 건축물 품질의 향상, 노동자 권익 보호를 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4만 5000개에 이르는 하도급업체 대표들은 반발할지 모르지만, 많은 건설현장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제대로 확보하는 혜택을 입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직접시공제도를 도입하고 있는 독일의 경우 원도급자가 65%,1차 하도급자가 35% 정도 공사를 담당할 뿐 그 이하 하도급은 없다. 정부의 ‘솜방망이 처벌’ 관행이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이서구 대한전문건설협회 실장은 “과징금과 과태료를 법정 최고금액이나 계약금액의 2∼3배 수준으로 대폭 올려 ‘범법의 이익’보다 ‘준법의 이익’을 크게 해야 예방 효과를 거둔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정부 등 발주자는 하도급 금액을 높게 책정하는 원도급자에게 향후 입찰에 우선권을 주는 ‘인센티브제’ 도입도 필요하다고 이 실장은 강조했다. 박정구 숙명여대 법학과 교수는 “불법 하도급이 ‘경영 관행’이 아닌 불법행위라는 인식이 확대되도록 엄격한 하도급법 및 공정거래법의 집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박 교수는 “업체간 정보네트워크를 강화해 정부발주공사만이라도 불법, 비리를 저지른 업체는 다시는 입찰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페널티를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올 하반기 하도급법 전면 개편을 추진해 상습적으로 법을 위반하는 사업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방안을 도입할 방침”이라면서 “과징금 수준도 현실화하고 불공정 하도급 거래행위에 대한 신고포상금제 도입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달 27일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내년부터 시행된다. 불법하도급에 대한 엄격한 처벌 등을 담고 있다. 건설현장 임금 체불의 수단으로 악용돼 온 시공참여자제도가 폐지된다. 건설 노동자에 대한 4대 사회보험 적용도 강화된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한국 이주노동자 폭력·차별 노출”

    “한국 이주노동자 폭력·차별 노출”

    국제앰네스티(AI·국제사면위원회)가 한국은 이주노동자들이 폭력과 차별에 노출돼 있으며, 북한은 식량권과 생명권에 대한 인권 침해가 여전하다는 내용을 담은 연례보고서를 23일 발표했다. 앰네스티는 전세계 153개 국가 2억 2000만명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는 최대 규모의 인권단체로 이번 보고서에는 전세계 153개국의 인권 현황이 담겨 있다. 국제앰네스티는 한국의 경우 이주노동자와 양심적 병역거부자, 사형제도, 국가보안법, 평택 대추리 주민 강제 퇴거 등 5개 부문의 인권 쟁점을 거론했다. ●한국, 국가보안법 등 인권 침해 한국에 대한 보고서에서 국제앰네스티는 “한국에는 지난해 8월 기준으로 18만 9000명의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이 구금과 추방에 직면하고 있다.”면서 “이주노동자들은 여전히 일터에서 언어·신체적 폭력을 당하고 있으며 인종 차별에 노출되고 정기적으로 급여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무분별한 체포 역시 문제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형제도에 대해서는 “2006년 말 기준으로 63명의 사형수가 집행을 기다리고 있지만 사형제도를 폐지하기 위한 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논의 이상 진전을 보지 못했다.”고 적었다. ●북한주민 12% 기아 시달려 북한에 대해서는 “식량권과 생명권을 포함한 인권 침해가 여전하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보고서는 “지난해 몇 차례의 대형 홍수로 인해 농작물 수확이 감소해 같은 해 10월 기준으로 12%의 주민들이 굶주리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는 등 식량난이 더욱 심각해졌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또 “이동, 표현, 집회에 대한 자유가 심각하게 억압되고 있으며, 특히 10만여명의 탈북자들이 추방에 대한 공포 속에서 중국에 숨어 살고 있으며 이중 150∼300명 정도의 탈북자들이 매주 북한으로 송환되고 있다.”며 중국 내 탈북자들의 처지를 우려했다. ●세계 여성 3명 중 1명 학대당해 국제앰네스티는 이밖에 전세계적으로 너무나 많은 지도자들이 이주민들의 주거지 장악으로 인한 공포와 테러 및 대량 살상무기에 대한 공포를 정치에 이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전세계 여성 3명 중 1명이 평생 남자친구 또는 남편으로부터 학대당하고 있으며,200만명이 매년 인신매매를 당하는 데 대다수가 여성이었다고 지적했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구로구 ‘벌집촌’ 아파트 단지로 변신

    구로공단 근로자들의 애환이 서려 있는 구로구 제7구역의 ‘벌집촌’(위 사진)이 대규모 아파트 단지로 바뀌었다. 서울시내의 마지막 대규모 ‘구호주택’이 20∼32평형 아파트촌으로 변모한 것이다.2.5∼4평 규모의 판잣집 1250가구가 다닥다닥 붙어 벌집촌으로 불렸던 구로3동 773의1 일대는 지난 40여년간 공단 근로자들의 터전이었다. 구로구는 23일 구로3동 773의1 일대의 주택재개발사업 준공식을 가졌다. 부지 1만 8349㎡에 11∼19층으로 구성된 총 7개동 498가구가 들어섰다. 1963년 구로공단 설립과 함께 청계천, 흑석동 일대 철거민들의 이주 단지로 자리잡았던 구로3동 일대는 70∼80년대 구로공단 노동자들의 월세방으로 이용됐다.90년대 후반부터는 외국인 근로자와 일용직 노동자들의 주거촌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구로구는 ‘구로 발전을 위해 구로3동 개발이 필수’라는 지역 주민들의 의견에 따라 1998년부터 재개발구역으로 지정해 주택재개발사업을 시작했다. 구 관계자는 “30년 숙원사업이 해결됐다.”면서 “특히 벌집촌으로 불리던 주거 불량 지역이 아파트촌으로 바뀌어 그 의미가 남다르다.”고 말했다.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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