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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많은 그리스인 탈세”… 라가르드 발언 파문

    크리스틴 라가르드(56)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그리스인의 납세를 촉구하는 발언을 하자 그리스가 발끈하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연립정부 구성에 실패한 그리스 정치 지도자들까지 라가르드 발언을 반박하는 데 가세했다고 AFP와 영국 일간 가디언 등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발단은 26일자 가디언과의 라가르드 인터뷰. 라가르드는 “나는 그리스 위기보다 아프리카 어린이의 빈곤을 더 걱정한다.”면서 “많은 그리스인이 세금을 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인터뷰 내용이 보도되자 그리스가 들고 일어났다. 라가르드의 페이스북에 순식간에 1만 건이 넘는 반박 메시지가 붙었고, ‘그리스인은 라가르드에 반대한다’는 제목의 새로운 페이지까지 등장했다. 사회당의 에반겔로스 베니젤로스 대표는 라가르드가 그리스를 “모욕했다.”고 흥분했고, 급진좌파연합인 시리자의 알렉시스 치프라스 대표는 “그리스 노동자들은 감당할 수 없을 만큼의 세금을 낸다.”고 반박했다. 한 그리스인은 “당신이 누구길래 나한테 세금을 내라고 하나.”라며 “집사람은 4년째, 나는 5개월째 실직 상태이며, 4개월 된 아기까지 있다.”고 밝혔다. 퇴직 공무원이라는 한 여성은 “단 한 푼도 탈세한 적이 없다.”며 “나와 우리 가족을 당신은 세금 도둑과 똑같이 취급했으니 사과하라.”는 글을 올렸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라가르드가 해명에 나섰다. 그는 27일 페이스북에서 “나는 그리스 국민과 그들이 직면한 도전을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 “그리스가 시련을 극복하도록 IMF가 지원하는 것도 이런 이유”라고 강조했다. 라가르드는 세금과 관련, “그리스가 위기를 극복하고 회복하기 위해서는 모든 이가 공정하게 부담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혜택을 많이 받는 사람들이 세금을 내야 한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라가르드의 해명에 대해 그리스 정계의 반응은 엇갈렸다. 사회당의 베니젤로스는 “위기를 겪고 있지만 어느 누구도 그리스를 모욕할 수 없다.”며 라가르드의 해명을 받아들였다. 반면 시리자의 치프라스는 “그리스는 라가르드의 연민을 구해야 할 처지가 됐다.”면서 “탈세라면 (당사자인) 부자들은 손도 대지 않고, 노동자들만 추적한 사회당이나 신민당이 설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기철기자 chuli@seoul.co.kr
  • [씨줄날줄] 달러 봉지/주병철 논설위원

    1990년대 말까지만 해도 밀반출·밀반입이란 말은 국제적인 상거래의 하나로 여겼다. 능력(?) 있으면 가능하고, 없으면 불가능한 일로 통했다. 그래서 맘만 먹으면 감시망을 뚫고 다니는 건 별로 어렵지 않았다. 이런저런 윗선(?)의 도움을 받으면 눈 감고 헤엄치기였다. 그래서 공공연한 비밀쯤으로 알았다. 해외 교포들이 엔화 뭉치를 가방에 잔뜩 넣어 국내로 들여와 오늘날 국내 굴지의 모 금융그룹이 태동한 것도 이런 예다. 적발돼도 빠져나갈 구멍이 많았다. 외화 뭉치나 고가품 등을 들고 들어오다 공항 감시대에 적발되면 규정을 잘 몰랐다며 ‘모르쇠’로 일관해 빠져나가기도 하고, 미리 그물을 쳐 둔 인맥을 등에 업고 유유히 통과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상상을 초월하는 규모의 고가품을 국내로 들여와 자신의 무용담을 늘어놓으며 영향력을 과시한 얼빠진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힘깨나 쓰는 거물들은 아예 통관 절차를 거치지 않고 귀빈들이 이용하는 ‘더블 도어’(Double Door)를 통해 사라졌다. 밀반입 가운데 민감한 것은 마약이었다. 수법이 참 독특했다. 국제 소포로 보내오는 게 대부분이었는데, 김치통 한가운데 마약봉지를 넣거나 성경책 가운데를 도려내고 마약을 집어넣어 들여오다 적발되기도 했다. 양복 깃 속이나 몸 속 깊은 곳에 숨겨 들여오기도 했다. 특정 국가를 드나드는 보따리장수나 귀국하는 일반인이 자의반 타의반 ‘마약 밀반입 도우미’로 악용됐던 적도 있다. 밀반출은 주로 달러 등 외화가 대부분이었다. 감시망이 느슨할 때는 공항 상주기관 등과 짜고 외화를 빼돌리는 일이 잦았다. 단속이 강화돼 1인당 외화 1만 달러 이상 갖고 해외로 나갈 때는 신고를 해야 했다. 이럴 때는 여러 사람이 1만 달러 미만을 나눠 갖고 출국해 거액을 빼돌렸다. 규정을 역이용한 것이다. 규모가 훨씬 크면 외국에 유령회사를 거느린 회사를 통해 밀반출했다. 얼마 전 필리핀 불법체류자가 국내 거주 필리핀 노동자들이 번 돈을 라면 봉지에 100달러짜리를 넣어 빼돌리려다 적발됐다. 지난 8년 동안 한번도 공항 X레이에 포착되지 않았는데, 규모만 160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기발한 아이디어가 놀랍기도 하지만 이들을 붙잡은 공항 감시대의 추적 능력도 대단하다. 저축은행 회장이 200억원가량을 챙겨 밀항하려 드는 세상 아닌가.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다고 했다. 달러 밀반출이 라면봉지뿐이겠는가. 공항 감시대가 좀 더 눈을 부릅떠야겠다. 주병철 논설위원 bcjoo@seoul.co.kr
  • 4대강 사업 40억 횡령·상납

    대구지검 특수부(부장검사 최경규)는 24일 4대강 사업과 관련, 공사비를 부풀리는 등의 방법으로 40억원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한 전 낙동강 칠곡보 현장책임자인 대우건설 상무 지모(55)씨와 하청업체 대표 백모(55)씨 등 7명을 업무상 횡령 혐의로 구속했다. 검찰은 또 공사 관리감독기관인 부산지방국토관리청 소속 공무원 5급 김모(53)씨와 6급 이모(51)씨 등 2명이 이들로부터 수천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국토부는 이들 직원을 이날 직위해제 했다. 구속된 지씨 등은 노동자들에게 서류상 임금을 지급하는 수법으로 4년여 동안 비자금 40억원을 조성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조사 결과 이들은 원청업체인 대우건설이 인건비 등을 부풀려 공사를 발주하면 하청업체가 돈을 남겨 거꾸로 대우건설에 상납하는 수법을 써왔다. 대구 한찬규기자 cghan@seoul.co.kr
  • 라면 봉지 뜯어보니 ‘달러 봉지’

    라면 봉지 뜯어보니 ‘달러 봉지’

    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23일 160억원대 외화를 라면 봉지에 숨겨 필리핀으로 밀반출한 필리핀인 불법 체류자 L(58)을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또 L 밑에서 송금 의뢰를 받거나 필리핀으로 직접 운반하는 역할을 맡았던 필리핀인 M(29) 등 6명을 입건했다. 경찰은 한패인 35명을 추적하고 있다. L은 1991년 관광비자로 입국한 뒤 1993년부터 지금까지 불법 체류하면서 M 등과 함께 2004년 1월부터 지난 16일까지 9년 동안 필리핀 노동자 2만 5000여명으로부터 가족들에게 보내 주겠다며 맡은 돈을 달러로 환전해 필리핀으로 송금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액수는 무려 160억원에 달했다. 이들은전국적으로 조직망을 갖추고 각지의 필리핀 노동자들에게 1회 송금 때 5000원의 수수료를 받고 의뢰받은 원화를 서울 용산구 이태원 등의 불법 환전소에서 100달러권으로 바꿨다. 이어 라면 봉지 안에 3000~5000달러씩 얇게 깐 뒤 비닐테이프로 다시 밀봉, 다른 짐 속에 감춰 인천공항 검색대를 통과한 다음 필리핀 마닐라 공항에서 현지 환전업자에게 전달했다. 김진아기자 jin@seoul.co.kr
  • 임상수 “이번에도 빈손이면 섭섭하겠죠”

    임상수 “이번에도 빈손이면 섭섭하겠죠”

    “이번에도 빈손으로 돌아온다면 조금 섭섭할 것 같네요.(웃음)” 영화 ‘하녀’에 이어 ‘돈의 맛’으로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두 번째로 진출한 임상수(50) 감독. 그의 화법은 자신의 영화처럼 직설적이고 거침이 없었다. ‘바람난 가족’, ‘그때 그 사람들’ 등 사회성 짙은 작품을 내놨던 그는 영화에서 재벌가를 배경으로 돈을 향한 무모한 질주를 하고 있는 한국 사회의 이면을 날카롭게 비판했다. 지난 16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임 감독을 만났다. →돈에 관한 이야기를 하게 된 계기가 있나. -돈 있는 사람들은 더 가지려고 싸움박질을 하고, 없는 사람은 처절하게 생존하려는 공포 속에서 ‘돈, 돈’ 하는 세상이지 않나. 돈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모욕을 주고 모욕을 받는 사회의 단면을 들춰보고 싶었다. →‘하녀’에 이어 상류층 재벌가의 위선과 탐욕을 꼬집고 있다. 특정 재벌을 겨냥한 것인가. -사실 부자만 위선적인 것도 아니고, 부자들을 비판하고 욕하려고 만든 영화는 아니다. 입장 차이만 있을 뿐, 그 사람들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지 않겠는가. 특정 재벌을 그렸다면 진심으로 전달하고 싶은 내용이 스캔들에 묻힐 텐데 어리석은 행동 아닌가. 여기저기서 소스를 모아서 썼다. 내가 갖고 있는 의문은 없는 사람은 없어서 불행하고, 있는 사람은 있어서 불행하다는 것이었다. →‘하녀’의 일부 장면이 등장하거나 윤나미(김효진)의 대사에 ‘하녀’를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 있다. -‘하녀’를 만들면서 이 영화를 만들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하녀’의 리메이크작을 만들지 않았다면, ‘돈의 맛’을 만들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하녀’는 틀어질 자격이 있고, 당연히 원작인 김기영 감독의 ‘하녀’도 생각났다. ‘하녀’가 어떤 기획된 틀에서 약간 연극적이고 우화적인 냄새가 풍겼다면, ‘돈의 맛’은 명랑하고 웃기는 원래 내 스타일이 살아있는 영화다. →영화 속 캐릭터의 선이 분명하다. 특히 재벌가 사람들은 그다지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는데. -그렇다. 돈 때문에 백금옥(윤여정)과 결혼한 윤 회장(백윤식)은 마지막 사랑인 필리핀 하녀를 만나 돈의 모욕에서 해방되고자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고, 그런 남편에게 상처받아 외롭고 힘든 나날을 보내던 금옥은 충동적으로 젊은 육체를 탐하게 된다. 사랑하지만 경쟁하고 질투하면서 역전을 거듭하는 두 사람의 캐릭터가 영화의 주요 뼈대다. →점점 돈의 맛에 빠져드는 주인공 주영작(김강우)은 어떻게 표현하려고 했나. -‘하녀’는 상징성이 강한 영화였기 때문에 주인공인 하녀 은이에게 감정 이입을 하지 못한 분들이 많았다면 이번에는 초반부터 영작을 통해 편안하고 명랑한 분위기에서 영화를 쫓아갈 수 있게 설계했다. 영작을 통해 동일시도 이뤄지고 슬픔과 분노는 물론 안타까움까지 느끼도록 했다. 영작을 다소 찌질하게 그린 것은 비현실인 카타르시스 보다 적나라한 민낯을 보여주고 그것을 바탕으로 뭔가를 느끼게 하도록 한 장치였다. →자극적이고 파격적인 정사신 등 ‘센’ 장면들이 화제를 모으고 있는데. -평소 돈의 맛을 잘 못 보시는 분들에게 임상수가 그리는 ‘돈의 맛’을 좀 보여드리고 싶었다.(웃음) 무조건 자극적으로만 그리려고 한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금옥과 영작의 관계는 늙은 여자에게도 욕망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중년의 부자 남자와 예쁘고 늘씬한 젊은 여자가 등장하는 장면은 익숙하지 않은가. 그 반대라고 보면 된다. →‘돈의 맛’이란 결국 씁쓸한 것인가. -꼭 그렇지는 않다. 열심히 일해서 노동의 대가로서의 돈은 어떤 면에서 자유롭게 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돈을 주머니에 넣으려면 아무리 철면피라도 모욕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영화는 우리가 과연 남이 보지 않는다면 그런 모욕을 버리고 위엄있는 삶을 택할 수 있을 것인지를 묻고 있다. 우리는 돈만 좀 더 있다면 행복해질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우리가 불행한 것은 돈이 없어서가 아닐지도 모른다. 그런 행복의 의미와 가치 판단의 기준을 묻고자 한 것이다. →장자연 사건과 쌍용차 노조 시위 장면 등 사회적인 문제를 언급한 장면도 눈에 띈다. -사실은 (고)장자연이라는 여성뿐만 아니라 한국의 유흥업소 종사자들의 대부분이 딸 같은 20대들 아닌가. 그런데 40~50대들이 20대들이 취직하기 어려운 상황을 만들어 놓고 그들에게 매춘을 시키는 것은 사회의 추악한 면이라고 봤다. 쌍용차 노조 시위 장면도 정치인이나 재벌들이 노동자들을 사지로 몰아넣고 모른 척하는 것은 리더로서 자질이나 사회적 책임 의식이 부족하다는 맥락에서 넣었다.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두번이나 진출한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아마 ‘하녀’와 비슷하다면 또다시 칸에 초대되지 못했을 것이다. 칸 영화제는 돈을 많이 버는 할리우드 영화와 상관없이 지적이고 세련된 현대 영화의 답을 내리는 영화제다. 티에리 프레모 칸 영화제 집행위원장이 들어오면서 상징이 많고 모호한 유럽식 아트하우스 영화보다 재미있고 풍성한 이야기에 순수한 영화적 쾌감을 주는 영화 쪽으로 추세가 좀 바뀌고 있는 것 같다. →수상 가능성은 어떻게 예상하나. -‘하녀’때는 칸에 간 것만으로 좋았고 상을 못 타고 돌아올 때 섭섭한 마음이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 빈손으로 온다면 좀 섭섭할 것 같다. 아직 현지 상영을 안 했기 때문에 예상은 할 수 없지만, 작은 상이라도 하나 받을 것 같은 근거없는 모호한 예감이 든다.(웃음)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문화마당] 보수와 진보의 새로운 풍경을 기대하며/신동호 시인

    [문화마당] 보수와 진보의 새로운 풍경을 기대하며/신동호 시인

    반복은 지루하다. 그러나 일상을 구성하는 것은 그 지루한 반복이다. 잠에서 깨고, 일하고, 또 집으로 돌아오는 일상. 저녁의 포장마차나 가족들의 단란한 밥상은 그 일상이 주는 선물쯤이라 여겨도 될 것이다. 일상이 켜켜이 쌓여 하나의 삶을 온전히 구성할 때 일탈 또한 의미를 부여받는다. 일상이 없는데 변화가 있을 수 없다. 개인의 삶도 그렇고 집단의 변화도 마찬가지다. 변화가 아름답다고 여기던 내가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는 데는 참으로 오랜 시간이 걸렸다. 헤겔이 ‘법철학’ 서문에서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황혼 무렵이 되어서야 날아오른다.’고 했을 때 모든 이론은 무력해진다. 인간은 이론으로 살지 않는다. 그냥 산다. 한 시대가 지나간 황혼 무렵에 비로소 그 삶은 의미화된다. ‘미네르바의 부엉이’로 상징되는 진리란 그때야 알게 될 터인데, 누군가는 낡은 진리를 가지고 다투느라 일상을 소홀히 하거나 일상의 기본적인 절차를 무시한다. 일상이 반복될 때 변화의 필요성을 깨닫게 되는 것 아닌가. 노동자들을 만나면 언제나 숙연해진다. 먼저 그들의 거친 손과 손톱에 낀 기름때 때문에 그렇다. 하루 이틀의 노동으로 만들어진 손이 아니다. 그 손이 두툼해질수록 더 겸손해지는 것 같다. 대화 도중에도 그들의 손은 망가진 의자를 고치고 망가진 가슴을 어루만져 준다. 노동자의 반복된 버릇은 생산하는 곳에 있지 파괴하는 곳에 있지 않다. 그 일상이 외부에 의해 위협받았을 때 분연히 단결할 뿐이다. 노동자들은 일을 지속하고 일의 가치를 존속하려고 파업하는 것이지 파업을 하려고 노동자가 된 것은 아니다. 일제식민지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부활시킨 홍명희의 ‘임꺽정’을 폄하할 마음은 전혀 없다. 단지 임꺽정이 진보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 건 최근에 벌어진 통합진보당 사건 때문이다. 젊은 시절 임꺽정은 내게 진보의 아이콘이었다. 낡은 봉건의 틀을 전복하고 버림받은 사람들이 주인이 되는 유쾌한 반란, 임꺽정과 그의 친구들이 모인 청석골은 답답한 시절의 유토피아였다. 그러나 진보는 일상을 외면한 반란에 있지 않다. 제도 안에서 몸부림치는 사람들, 국가라는 거대 조직과 법의 울타리 안에서 반은 감사하고 그 반은 불만인 사람들. 하루에도 몇 번씩 보수와 진보 사이를 오가는 사람들. 그들의 마음 안에 진보가 있고, 그 진보가 움직일 때 훗날 시대가 변화했다고 기록되지 않을까 싶다. 주자성리학이 지배이념이었던 조선시대, 유교경전을 주자를 따라서 해석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해석한 소위 ‘사문난적’(斯文亂賊)들, 윤휴 같은 이들이야말로 시대의 진보주의자였다. 양반 지주들의 극렬한 반대에도 굴하지 않고 끝내 ‘대동법’을 이루고 만 김육 같은 선비, 종부세 하나 관철하지 못하는 우리 시대의 처지에서 보면 그야말로 혁명적 개혁주의자라 불릴 만하다. 성경의 해석을 독점했던 중세를 벗어나니 르네상스가 열렸고, 주자의 유교 해석 독점에서 벗어나니 진경시대가 열렸다. 그것이 마르크스주의든 주체사상이든 사상에 갇혀 있는 순간 그 누구도 진보라 불릴 수 없는 이유이다. 민영규 선생의 ‘강화학 최후의 풍경’에서 나는 보수의 웅혼한 광경을 목격했다. 이웃나라로부터 부를 구하지 않겠다는 양명학의 거두 이건창, 그가 열다섯일 때 조부 이시원은 병인양요를 목도하고 목숨을 끊었으며 그 또한 장엄하게 무너져 가는 조선과 함께 저물었다. 경술국치가 나자 그의 아우 이건승이 노구를 이끌고 독립운동을 위해 만주로 떠날 때였다. 큰조카가 지게에 이불을 얹고 따라나섰다. 숙부님이 한데에서 주무실까, 그것이 걱정되어서였다고 한다. 오래된 가치를 이렇게 내면화시킨 보수는 황혼처럼 아름답다. 수레바퀴 위의 한쪽은 보수 혹은 전통, 다른 한쪽은 진보 혹은 개혁으로 이뤄져 있다. 한쪽이 지나치게 구르면 제자리만 맴돈다. 일상이 구축한 보수에서 진보가 나오고 진보가 이룬 변화 뒤에는 또 일상이 지속된다. ‘수구꼴통’이나 ‘종북’이란 언어에서 하루빨리 벗어나길 기대하는 건, 오늘 아침에도 어제와 다름없이 일터로 나서는 이들의 마음이다.
  • [Weekend inside] ☎1332… 불법사금융 피해신고센터에서 본 서민금융 실태

    [Weekend inside] ☎1332… 불법사금융 피해신고센터에서 본 서민금융 실태

    11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7층 불법사금융 피해신고센터에는 전화벨이 계속 울렸다. 피해신고 전화번호 1332로 신고되는 건수는 하루 평균 1000여건. 지난달 18일 신고센터가 문을 연 뒤 이날까지 접수된 신고는 모두 2만 879건이다. 금융회사에서 파견된 경력 10년 이상의 베테랑 상담인력만 100명이다. 유형별로 살펴보면 돈을 빌려준다며 수수료, 선이자 등을 요구하고 떼먹는 대출 사기가 20.2%로 가장 많고 이어 고금리 15.4%, 보이스피싱 8.1%, 불법 채권추심 4.3% 등이다. 자정까지 전화를 받는 신고센터의 대규모 운영은 이달 말까지지만, 금융 민원 상담을 받는 1332번은 영구적으로 운영된다. 상담원 A씨는 “대출해 준다는 문자를 받고 보증료나 선이자를 입금했다가 날렸다는 전화를 하루에 700~800통씩 받으면 사람들이 참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하지만 그만큼 서민들이 은행 문을 넘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2일 금감원을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과의 간담회에도 참석했지만, 당시에는 하지 못했던 말을 모두 쏟아냈다. 먼저 신고센터에 가장 많이 접수되는 상담사례를 소개했다. 급전이 필요한 B씨는 돈을 빌려준다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받고 전화를 걸었다가 신용등급이 낮으니 보증서 발급비 18만원을 입금하란 요구에 돈을 부쳤다. 이어 연체가 없으면 3개월 뒤 돌려준다는 말에 3개월치 대출이자 200만원가량을 추가로 입금했다. 하지만 대출금은 손에 쥐어보지도 못하고 남는 것은 070으로 시작하는 전화번호와 입금한 통장기록뿐. 단돈 60만원이 급했던 C씨는 스마트폰 3~4대를 개통하면 돈을 빌려준다는 이야기에 대리점을 돌아다니며 휴대전화를 구입했다. 휴대전화는 3개월 뒤 해지하면 된다며 사기꾼은 퀵서비스로 전화기를 회수해 가버렸다. 60만원은 통장에 들어왔지만 자신의 명의로 개통한 스마트폰은 베트남 등지로 팔렸다. 그에게는 수백만원의 휴대전화 할부금만 남았다. 이명박 대통령은 “사채업자에 대한 소송을 국가가 대신해 줘야 한다.”고 제안했지만, 상담원 A씨의 생각은 다르다. 불법 사채업자에게 민사소송을 걸면 100% 재판에 출석하지 않고, 재산도 모두 차명으로 숨겨놓아 강제집행도 안 된다는 것이다. 사채업자에게 2년 징역이나 1000만원 벌금형이 선고되더라도 몸통은 숨어 있고, 깃털이 잠깐 교도소에 갔다 나온다며 “구조는 놔두고 결과만 없애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불법사채업은 형사처벌이 아니라 세금누락액과 범죄수익금 환수에 초점을 맞춰 “돈은 돈으로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06년 노벨평화상을 받은 방글라데시의 그라민 은행은 서민금융의 세계적인 모범 사례다. 우리도 미소금융, 햇살론, 바꿔드림론 등의 서민금융 제도가 있지만 대부분 은행과 같은 제1금융권에서 취급한다. 카드 값을 4~5일 연체하는 바람에 신용등급이 하락해 신규 대출이 금지된 서민들은 결국 사금융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게 된다. 지난해 말 대부업체에서 새로 대출된 돈이 8조 7175억원 규모다. A씨는 우리 사회에 사금융이 만연한 원인에 대해 고정된 직업이 없고, 소득이 일정하지 않으며, 소득 입증이 되지 않는 비정규직 노동자들 숫자가 늘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비정규직, 아르바이트, 일용직 노동자들은 원천적으로 은행을 이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고용 구조가 건전하면 사금융이 줄어든다.”고 말했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좌파들 애국가 못 부를 이유 있나”- 조지 오웰

    “좌파들 애국가 못 부를 이유 있나”- 조지 오웰

    “애국주의가 보수주의자들에게 일방적으로 점유되는 것이야말로 천부당만부당. 보통 사람들은 이미 사회주의에 경도”되어 있음에도 “노동자에게 조국은 없다.”고 말해서 문 앞에까지 온 지지자들을 되돌려 내보내는 좌파의 멍청함이다. 보통 사람들의 “가장 평범한 정서도 이해 못 하는 계몽된 좌파 지식인”보다는 “유니언 잭을 보고 가슴 뛰는 보통 사람”이 되라. ‘존 메이너드 케인스’(로버트 스키델스키 지음, 후마니타스 펴냄) 번역 등을 통해 영국 정치 경제사에 대한 수준 높은 얘기를 들려주고 있는 고세훈 고려대 공공행정학부 교수. 두 사람을 더 다루고 싶다 했다. ‘동물농장’과 ‘1984’로 유명한 세계적인 작가 조지 오웰(1903~1950), 그리고 우리에게 낯설지만 영국 노동당의 핵심 이론가인 리처드 토니(1880~1962)다. 케인스가 현대 세계를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라면 오늘날 한국의 현실에서 이 두 명의 삶은 참고할 부분이 많다는 뜻이다. 그 가운데 ‘조지 오웰-지식인에 관한 한 보고서’(한길사 펴냄)가 먼저 나왔다. 타이밍도 기막히다. 진보 논쟁이 한창이라서다. 오웰은 평생 외롭고 가난하게 살았다. “최초의 상업적 성공을 안겨 준 ‘동물농장’의 인세가 밀려들기 시작할 무렵 마지막 소설인 ‘1984’가 거둘 놀라울 성공을 미처 누리지 못한 채” 폐결핵으로 숨졌다. 외롭고 가난한 것보다 오웰을 더 괴롭힌 것은 사회주의에 대한 신념을 이해받지 못했다는 점이다. ‘동물농장’을 반공 우화로만 생각하는 세태에 슬퍼하기도 했다. 물론 소련을 비판한 것은 맞다. 2차대전 동맹국이라는 이유로 스탈린의 패악에 눈감고 심지어 아첨까지 하는 좌파 지식인들을 못 견뎌 했다. “거짓을 말하고 진리를 억압하는 것이 정치적 대의를 진전시키는 길이라는 사고”와 “독재 방식, 비밀경찰, 역사의 체계적 조작을, 자기 편인 한 수용할 태세를 완벽히 갖춘 상태”가 파시즘보다 더 무서운 유럽 위기의 뿌리라 봤다. “히틀러가 책을 불태웠다면 스탈린은 책을 다시 썼다.”는 엄연한 진실을 들여다보라는 것이다. 오웰이 보기에 “좌파 지식인이 스탈린을 숭앙”하는 꼴은 “글래스고 빈민가 아이들이 알 카포네를 숭배”하는 것과 똑같다. 1943년 11월부터 영국 노동당 내 좌파그룹 기관지 ‘트리뷴’에 소련 공산당을 극렬하게 비판하는 칼럼을 쓰는가 하면 소련에 아첨한 지식인들에게 아예 대놓고 “한번 창녀는 영원한 창녀”라고 쏘아붙이기도 했다. 1949년에는 소련 공산당의 선전 공세에 맞서기 위해 만들어진 영국 외무부의 정보조사처(IRD)에다 영국 내 공산당 비밀 당원과 동조자들 35명의 명단을 넘기기도 했다. 이런 전력들 때문에 오웰은 좌파로부터 혹독한 비판을 받았다. 노동계급을 동경했으나 자신의 출신 성분을 배반할 수 없어 결국 중간계층으로 되돌아갔고 그 뒤 비뚤어진 선입관으로 사회주의를 비난한 배신자로 취급받았다. 그의 생각을 이해해주는 든든한 후원자가 받쳐주지 않을 때면 그의 글과 책은 늘 인쇄가 미뤄지거나 거부당했다. 후대 좌파에게도 비판 대상이었다. 문화 연구로 유명한 마르크스주의 문화 이론가 레이먼드 윌리엄스도 오웰을 비판했다. 그럼에도 저자는 오웰이 ‘비판자들의 상상 이상으로 더 뿌리 깊은 신념을 지닌 사회주의자’였다고 본다. 실제 오웰은 평생 사회주의 혁명을 염원했다. 결혼 6개월 만에 ‘반(反)파쇼’를 위해 트로츠키 민병대원으로 스페인내전(1936~1939)에 참가, 목에 관통상을 입기도 했다. 전간기와 2차대전을 겪으면서 영국에서 사회주의혁명이 일어나는 것이 모든 문제의 궁극적 해결책이라 믿었다. 이를 위해 오웰은 영국 노동자들이 식민지 보유로 인한 이득을 포기하고 전반적인 생활 수준이 하락하는 것까지 감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도 산업국가의 모든 좌파 정당은 실제로는 가짜”라는 질타는 이런 맥락에서 나왔다. 서구 좌파들에게 ‘노동자 국제 연대 운운하면서 잘난 척 그만하고 식민지부터 먼저 포기해 보시지.’라고 말한 것이다. 저자가 오웰을 두고 “사회주의를 국제적 맥락에서 보려 했던, 제국주의 문제를 정직하게 대면하려 했던 마지막 사회주의자”라고, “이런 사정을 잘 아는 정직한 우파 지식인이나 정치인들이라면 오웰의 내부 고발 행위에 함부로 박수를 쳐댈 수 없을 것”이라 평하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책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은 ‘영국 전통에 뿌리 박은 사회주의’에 대한 얘기들이다. 오웰은 거창하고 어려운 이야기들을 늘어놓는 “남을 깔보는 중간 계급적 우월감이라는 최악의 흔적”을 지닌 좌파 엘리트 지식인들을 경멸했기에 노동자 스스로 결정하는 민주적 사회주의, 윤리적 사회주의를 주장했다. 이는 ‘좌파 애국주의’로 이어진다. 애국주의, 하면 벌써 좌파들은 눈꼬리가 올라간다. 그런 단어는 극우 맹동 세력, 반동분자나 쓰는 말 아니던가. 해서 애국가를 그토록 거부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오웰은 “애국주의가 보수주의자들에게 일방적으로 점유되는 것이야말로 천부당만부당”하다고 말한다. 그가 답답해한 것은 “보통 사람들은 이미 사회주의에 경도”되어 있음에도 “노동자에게 조국은 없다.”고 말해서 문 앞에까지 온 지지자들을 되돌려 보내는 좌파의 멍청함이다. 보통 사람들의 “가장 평범한 정서도 이해 못 하는 계몽된 좌파 지식인”보다는 “유니언 잭을 보고 가슴 뛰는 보통 사람”이 되라고 주문한다. 6장 ‘좌파 애국주의를 위하여’에 등장하는 “늙은 보수주의자의 뼈 위에 사회주의를 세울 수 있는 가능성”이란 말은 두고두고 음미해 볼 만한 묵직한 표현이다. 오해를 피하기 위해 마지막으로 사족 하나 붙이자면, 1949년 영국 정부에 공산당 동조자 35명의 명단을 넘긴 사건은 ‘세작질’이 아니다. 오웰은 명단만 넘긴 게 아니라 소련 공산당의 선전 선동에 맞설 수 있는 ‘진정한 영국의 사회주의자들’을 정부에 적극 추천하기도 했다. 전후 영국에서 미국과 같은 매카시즘 광풍이 몰아닥치지 않은 것은 오웰의 그런 세심한 배려 덕분이었다는 평가는 거기서 나온다. 이 평을 누가 했을까. 바로 크리스토퍼 히친스(1949~2011)다. 추악한 독재자들과 거래했다며 마더 테레사에게 독설을 퍼붓는 등 거칠고 직설적인 화법 때문에 여기저기서 희화화되곤 하는 바로 그 다혈질 좌파 히친스 말이다. 2만 4000원.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흔들리는 긴축 유럽] (하) 10년만에 한계 몰린 유로존

    [흔들리는 긴축 유럽] (하) 10년만에 한계 몰린 유로존

    긴축재정으로 압축되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의 극약처방이 불신을 당했다. 그리스는 정부조차 구성하지 못하면서 국가 리더십이 표류하고 있다. 프랑스 재정긴축정책도 거부당했다. 유로화의 지도력이 위협받고 있다. 특히 올해는 2002년 1월 유로화가 통용된 지 꼭 10년째다. 출범 당시 장밋빛 전망과는 달리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회의적 시각이 많아지고 있다. 그리스 선거결과가 그리스의 유로존 퇴출이냐 존속이냐는 논란의 장을 마련했다. 유럽 지도자들은 “유로존 회원국은 영구적일 필요는 없다.”는 인식을 새로 갖게 됐다. 외르크 아스무센 유럽중앙은행(ECB) 집행이사는 8일(현지시간) 독일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그리스가 유로존에 남기를 원한다면, 긴축프로그램을 이행하는 것 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스 국민들도 유로존 퇴출 가능성을 의식하기는 마찬가지다. 아테네의 대학생 크레랴 아브게리노푸루(22)는 “다음 달에 다시 선거를 치르거나 유로존에서 탈퇴해도 상관없다. 국민들이 말하기 시작했다.”고 현지 신문이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그리스가 유로에서 퇴출되면 드라크마화(貨)를 다시 발행해야 한다.”고 말한다. 씨티그룹 선임 이코노미스트 윌렘 뷰이터는 “그리스는 강요받기보다는 자발적으로 탈퇴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리스 논란을 지켜보는 독일 국민들도 마음이 편치 않다. 이들은 그리스에 금융을 가장 많이 지원하면서도 비난을 받고, 저임금의 노동자들이 독일로 유입돼 일자리를 앗아가는 체제를 싫어한다. 지중해 연안국가들의 유로존 존속에 별다른 미련을 갖지 않는다는 뜻이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독일이 ‘올리브 벨트’(남유럽) 지원에 등을 돌려 유로존이 무너지고, 유럽 전반적으로 극우당이 세력을 잡으면서 사회민주주의 모델이 붕괴되는 것이다. 이 같은 위기는 단일 통화인 유로화에 대한 감독 부족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같은 화폐를 쓰면서 재정정책은 각국 마음대로였는 데다 재정운용은 정치상황을 의식해 방만했다. 일부 국가들은 유로화 신용을 바탕으로 저금리의 국채를 발행해 위기를 키웠다. 단일통화가 되는 바람에 환율정책을 펼 수 없었고, 환율 등락에 의한 위기 경보음도 사라졌다. 유로존과 유럽연합(EU)의 의사결정 구조에 대한 한계도 많이 지적된다.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 컬럼비아대학 교수는 “유로화 위기는 정치인들이 문제에 대한 통제력을 잃었기 때문”이라며 규제 강화가 해답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위기를 극복하고자 마련된 게 신재정협약이다. 균형재정을 위해 각국은 정부부채 규모를 국내총생산(GDP)의 60% 이내로 유지하며, 재정적자를 GDP의 0.5%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는 것이 신재정협약의 골자다. 내년 1월부터 발효된다. 영국과 체코는 서명하지 않았다. 하지만 신재정협약이 효과를 내지 못하면 갈림길에 봉착할 것으로 보인다. 신재정협약을 완화하든지 유로존과 EU 탈퇴를 선택하든지 해야 한다. 또 하나는 통합을 가속화해 EU 정부를 출범시키는 것이다. EU 정부는 미국의 연방정부와 주정부 관계처럼 모든 회원국의 채무를 보증하고, 필요한 곳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등 강력한 중앙기구 역할을 맡는다. 화폐와 정치, 재정이 통합되는 ‘유럽합중국’에 가까운 모양새다. 일각에선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한다. 그리스 퇴출은 스페인과 포르투갈에도 도미노처럼 번져 유로존 자체가 붕괴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기철기자 chuli@seoul.co.kr
  • [포토 다큐 줌인] 외국인 혐오증 위험수위… 안산 ‘국경 없는 마을’ 르포

    [포토 다큐 줌인] 외국인 혐오증 위험수위… 안산 ‘국경 없는 마을’ 르포

    지난달 수원에서 조선족 오원춘의 여대생 살인사건이 발생한 후 조선족에 대한 비난 여론이 비등하고 있다. 사건의 여파는 오씨 개인을 넘어 조선족을 포함한 외국인 노동자 전체로 퍼져 나갔고 ‘제노포비아’(외국인 혐오증) 현상은 위험수위로 치닫고 있다. 두려움의 대상이 된 이들에 대한 소문과 진실을 확인하러 외국인 노동자가 가장 많이 거주하고 있는 경기도 안산시 원곡동 ‘국경 없는 마을’을 찾아가 봤다. 근처 반월·시화 국가산업단지의 외국인근로자들이 늘어나면서 조성된 이 마을에는 안산시 단원구 전체 인구의 10%에 달하는 3만 6000여명의 외국인이 살고 있다. 공단이 쉬는 일요일, 사람들로 북적이는 원곡동에서는 한국적인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한자와 알 수 없는 외국어가 적힌 간판들 사이에서 오히려 한글 간판이 이국적으로 보였다. 여러 국적의 외국인들로 붐비는 거리에서는 두려움 섞인 이질감마저 느껴졌다. 한국인들에게 여전히 이방인으로 불리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이해하기 위해 그들의 생활 속으로 더 깊이 들어가 봤다. 방글라데시의 설맞이 문화행사가 열린 안산시 화랑공원. 2000여명의 방글라데시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인파 속에서 녹색 조끼와 모자 차림의 외국인들이 눈에 들어왔다. 이들은 올해 3월 발족한 외국인자원순찰대다. 범죄예방과 외국인 정착지원 등 지역 내에서 감초 같은 역할을 하지만 이들에게 어떤 혜택도 주어지지 않는다. 순수한 자원봉사 활동이다. 나이지리아인 아군마두 마이클 오(46)에게 ‘순찰대 참여동기’를 묻자 “한국으로부터 많이 받았다. 다시 한국에 돌려줘야 한다.”며 서툰 한국말로 대답했다. 빙순호 안산단원경찰서 외사계장은 “일주일에 단 하루뿐인 휴일인데 열성적으로 순찰대에 참여하는 모습이 대견하다.”며 “체류심사 때 가산점 부여 같은 혜택이 주어졌으면 한다.”는 바람을 덧붙였다. 취재 중 알게 되어 방문한 인도네시아인 수코초(37)의 집. 그의 책상 위 달력에는 삐뚤빼뚤한 글씨로 한국어 수업 일정과 자원봉사 일정 등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방 한쪽에 놓인 아동복에 호기심을 보이자 “우리 아기 선물”이라면서 가족에게 보낼 선물꾸러미를 풀어놓는다. 축구를 좋아하는 아들을 위해 박지성 그림이 그려진 티셔츠와 축구화를, 아내에겐 멋스러운 한국 스타일의 구두를 준비했단다. 수초코는 밝은 표정으로 선물 자랑을 하면서도 연신 옷으로 얼굴을 가렸다. 아이들이 보고 싶다며 눈물을 훔치는 모습에서 예전 중동에서 일하던 우리네 아버지들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 며칠 동안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곳에서 접한 외국인 노동자들은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었다. 가족을 위해 타지에서 외롭게 돈을 벌고 있는 가장의 모습이 이들의 진짜 모습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들은 이방인이 아니라 자신들의 꿈이 있는 한국 사회에 동화되고 한국인을 닮아가고 싶어 했다. 2011년 안산 단원구의 범죄 발생 건수 총 1만 3670건 중 외국인 범죄는 458건으로 전체의 3.36%에 불과했다. 외국인 인구비율이 10%임을 감안하면 내국인보다 훨씬 낮은 사건 발생률이다. 그럼에도 이들은 항상 의심과 두려움 섞인 눈총에 시달리고 있다. 안디옥 교회의 정상엽 목사는 “공단의 중소기업들은 외국인노동자 없이는 절대 가동되지 않는다. 그만큼 우리 경제에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면서 “과거 우리 해외파견 노동자들과 비슷한 이들에게 포용과 자비를 베풀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취재를 마치고 돌아서는 길목의 문화공원 중앙에 놓인 커다란 돌 위에 ‘We are the One’(우리는 하나)이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짧은 단 한 줄의 이 글이야말로 외국인 노동자들이 한 공간에 살고 있는 그들을 왜곡된 시선으로 바라보는 한국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아닐까.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 성공회大서 첫 명예 신학박사 학위 받은 박형규 목사

    성공회大서 첫 명예 신학박사 학위 받은 박형규 목사

    지난달 30일 성공회대학교가 문을 연 지 98년 만에 처음으로 명예 신학박사 학위를 수여했다. 신학과 창립 30주년을 겸해 이 대학이 기획한 명예 신학박사 학위의 수여자는 다름 아닌 박형규(89·전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 목사. 그는 군사독재의 서슬이 시퍼렇던 시절, 민주화운동에 몸담아 영혼을 살랐던 ‘길 위의 신학자’요 ‘실천하는 신앙인’으로 통한다. 현대사는 물론 한국 개신교회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독특한 목회자. 지난해 부인과 사별한 뒤 거처를 옮겨 살고 있는 경기 용인의 자택을 1일 오전 찾아 그간의 소회를 들었다. “내가 성공회 시설과 공간을 남달리 많이 활용했기 때문이겠지요.” 전날 학위를 받은 소감을 묻는 질문에 웃음 섞어 돌려준 대답. 덤덤한 반응과는 다르게 박 목사와 대한성공회의 관계는 골이 깊다. 그 유명한 서울 중구 오장동 서울제일교회 담임목사 시절, 학생이며 노동자들과 밤을 세워 민주화를 놓고 토론했던 곳이 성공회 수양관이고, 독재 권력의 손을 들게 한 1987년 6월항쟁기 민주헌법쟁취국민운동본부를 차린 곳이 성공회 주교좌성당이다. 그래서 성공회대는 그에게 학위를 준 배경을 이렇게 밝히고 있다. ‘불의와 폭력을 이겨낸 참 신앙인’ ●길위의 신학자, 실천하는 신앙인 “사실 처음부터 목사가 되려는 생각이 없었고 몸도 약할 뿐만 아니라 성정도 온순해 그 험한 목회를 감당할 수 없었던 사람입니다.” 그런 박 목사가 가시밭 같은 ‘목회의 길’을 택한 건 4·19혁명 때였다. 경무대(지금의 청와대) 근처 궁정동에서 피를 흘리고 쓰러지는 학생들을 보고 결심한 게 바로 ‘교회를 교회 되게 하는 일에 모든 것을 바치겠다.’는 다짐이었다. 그 결심과 다짐답게 박 목사는 문민정부가 탄생할 때까지 군사정권 시절 무려 6차례나 감옥에 끌려가는 고초를 겪었다. ●교회라면 구원의 말씀 가르쳐야 ‘나의 믿음은 길 위에 있다.’ 그의 회고록 제목은 남달랐던 ‘목회의 길’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그 실천하는 신앙인의 입장에서 요즘 신학생들은 어떻게 보일까. “신학생이라면 세상과 사회의 여러 문제를 신학적인 입장에서 판단하고 때로는 저항도 할 수 있어야지요. 하나님의 축복만 받고 편안하게 살 생각을 할 게 아니라 가난하고 약한 자의 편에 서는 게 당연합니다.” 예수님과 예언자들이 그랬듯이, 진정한 그리스도인은 불의에 무관심하지 않는다는 박 목사. 그래서 교회가 대형화되면 될수록 타락의 길로 들어설 수밖에 없고 ‘제 복’만을 찾아 교회를 드나드는 일그러진 신앙은 예수를 배반하는 으뜸의 지름길이란다. “근본적으로 구원이란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게 됐다고 자각하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깨달은 사람이 구원을 받는 것이지요. 교회라면 응당 사람들에게 그런 메시지를 하나님 말씀을 통해 가르쳐야 할 텐데….” 1950년대 서울 공덕교회 담임 시절 교인이 불어나자 “내 뜻대로 목회를 하지 못하겠다.”며 가족에게 거처도 알리지 않은 채 불쑥 속리산으로 떠났던 그다. 결국 4·19혁명 때 꽃다운 청춘들의 아까운 희생을 보고 돌아와 뼈에 새긴 ‘교회다운 교회’. 그는 1992년 은퇴할 때까지 그 원칙에서 조금의 오차도 용납하지 않았다. 도시산업선교회며 사회선교협의회를 설립해 약하고 가난한 자의 편에 늘상 섰던 ‘개혁과 실천의 목자’다. 그래서일까 함석헌 선생은 그에게 이런 별명을 붙여줬고 박 목사는 그 별명을 아주 좋아했단다. ‘하나님의 발길에 차인 사람’ ●하나님의 종 노릇 제대로 한 것인지… “글쎄요 돌이켜보면 원치 않았던 길을 갈 수 있었던 것도 결국 하나님이 정해 밀었던 까닭이 아닐까요. 하나님의 종 노릇을 제대로 한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자신과 함께했던 모든 양심 있는 사람, 그리고 자신의 험한 목회활동에 반발해 울면서 살다가 나중엔 자신보다 더한 투사가 됐던 아내에게 감사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헛된 목회의 삶은 아닌 것 같다고 말한다. 글 사진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외국인노동자 생산유발 효과 年10조원 시대

    외국인노동자 생산유발 효과 年10조원 시대

    외국인 노동자의 생산유발효과가 올해 처음으로 1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고용허가제가 처음 시작된 2005년의 17배를 넘는다. 외국인 근로자가 내국인 근로자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일부 주장도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조선족 오원춘씨의 엽기적인 살인사건과 19대 총선에서 당선된 필리핀 이주 여성 이자스민씨 등을 둘러싼 제노포비아(외국인 혐오증)가 확산되면서 경제·노동계는 이들의 한국 경제 기여도를 토대로 냉정한 평가가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22일 고용노동부의 용역보고서 ‘고용허가제 시행평가 및 제도개선 방안’에 따르면 외국인 노동자의 생산유발효과는 지난해 9조 9160억원이었다. 생산유발효과는 외국인 노동자가 직접 생산하거나 소비를 함으로써 다른 생산을 유발시킨 효과를 합한 것이다. 우리나라 국내 총생산(GDP)에서 아직 0.23% 정도를 차지하지만 고용허가제가 처음 시작된 2005년(5710억원)과 비교해서는 17.4배에 이른다. 올해는 10조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GDP에 기여하는 효과도 2005년 1943억원에서 지난해 3조 1463억원으로 16.2배 증가했다. 외국인고용자 수가 2005년 2만 351명에서 지난해 25만 1519명으로 12.4배 늘어난 것을 웃도는 성과다. 외국인노동자의 월 평균 임금은 2005년 73만 7000원에서 2010년 100만 8000원으로 증가한 후 지난해에는 99만 9000원으로 떨어졌다. 우리나라 고용주들은 외국인 근로자를 채용하는 이유로 66.6%가 ‘한국인 근로자를 구할 수가 없다’는 점을 들었다. 이어 외국인력 임금이 싸다(11.4%), 한국인 근로자의 이직이 잦다(8.9%) 순이었다. 특히 외국인근로자의 고용이 내국인 근로자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대답은 9%에 불과했다. 외국국적동포가 내국인 근로자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응답도 11.8%였다. 이를 토대로 용역보고서는 “그간 외국인 노동자의 고용증가와 내국인의 고용증가가 동시에 발생해 상호 보완적인 관계를 유지했다.”고 밝혔다. 반면 건설업의 경우 고용주의 23.8%가 조선족 등 외국국적동포의 고용이 내국인근로자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고 응답해 보완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또 불법체류자가 17만 4678명으로 전체 외국인 중 12.4%에 달해 과제로 남아 있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수입의 절반 이상을 본국으로 송금한다는 점도 국내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 부분이다. 경기도 안산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어느 집단이나 1000명 중 한명은 문제가 있기 마련인데 이로 인해 999명의 기여까지 폄하해서는 곤란하다.”면서 “많은 의견이 있겠지만 이미 필요에 의해 현장에서는 외국인 노동자가 식구처럼 된 지 오래”라고 설명했다. 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 정년차별에 두번 운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과학보조교사로 17년을 근무한 김모(55·여)씨는 올해 초 일방적인 해고 통보를 받았다. 김씨는 교장실을 찾아가 “정년이 60세인데 억울하다.”며 항의했다. 그러나 학교 측은 “60세 정년이란 말은 단지 권고사항일 뿐 정년 시기를 정하는 것은 학교장의 고유 권한”이라면서 “나이 많은 보조교사가 근무하면 젊은 선생님들이 일을 부탁하기도 불편하니 학교 측 입장도 이해해 달라.”고 달랬다. 비정규직 노동자가 공공기관인 학교에서까지 차별당하고 있다. 각 시·도교육청이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년을 60세로 권고하고 있지만 정작 권고안을 지키는 학교는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공공기관을 통해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섰지만 학교에서조차 비정규직 정년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17일 서울시교육청이 집계한 올 2월 말 기준 ‘학교회계직원의 정년현황’에 따르면 전체 공립학교(유치원~고등학교) 1080곳 가운데 55세를 비정규직 정년으로 정한 학교는 564개교로, 전체의 33.7%를 차지했다. 57세를 정년으로 삼는 학교는 339개교(31.3%)였다. 권고안대로 60세 정년을 지키는 곳은 309개교로 28.6%에 불과했다.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줘야 할 장기근속수당을 아끼려고 ‘퇴직 후 재고용’이라는 꼼수를 부리는 학교들도 있었다. 재취업한 노동자는 신규 근로자로 분류돼 장기근속수당을 주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과학보조교사로 근무하는 이모(55·여)씨는 학교가 정한 55세 정년을 1년 앞둔 54세에 정년퇴직을 한 뒤 다시 같은 학교에 재취업했다. 그렇게 하라는 학교 측의 제안을 거절할 수 없었다. 이씨는 “한 달에 7만원 정도인 장기근속수당을 포기해야 했지만 계속 일하게 해 주는 것에 감사해할 수밖에 없는 처지”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전문가들은 권고조항을 의무조항으로 바꿔야 한다고 지적한다. 곽승용 학교비정규직노조 정책국장은 “지금처럼 일선 교장에게 모든 인사권을 맡기면 학교 비정규직은 ‘필요할 때 쓰고, 어려우면 버리는’ 일회용 직군이 될 수밖에 없다.”면서 “교육청이 나서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실태를 관리하고 교육감이나 교육청이 이들을 직접 고용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명희진기자 mhj46@seoul.co.kr
  • “외국인이면 모두 범죄자냐… 편견 도넘어”

    17일 오후 1시 외국인 노동자들이 자주 찾는 경기 안산시 원곡동의 ‘다문화거리’는 평일 낮인데도 북적였다. 피부색과 용모가 제각각인 이들은 음식을 먹거나, 통화를 하거나, 쇼핑을 했다. 근무시간이 주간과 야간으로 나뉜 까닭에 야간 근무자들이 일찌감치 거리로 나온 것이다. 평소와 다름없다. 원곡동은 ‘외국인 범죄자 밀집지역’이라는 근거 없는 오명을 입증이라도 하듯 분주하고, 평온하고, 활달했다. ‘위험지역’이라는 느낌은 없었다. 지난 1일 발생한 엽기적인 수원 20대 여성 살인 사건 이후 ‘외국인 혐오증’(제노포비아)의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범죄만 일어나면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 무작정 외국인 범죄로 몰아가는 위험하기 짝이 없는 경향마저 나타나고 있다. 지난 16일 발생한 경기도 시흥의 토막살인 사건 때도 일부 누리꾼들은 안산과 가깝다는 이유만으로 외국인 범죄 가능성을 제기했을 정도다. 시흥 사건의 범인은 피해자의 남편이었다. 다문화거리에서 만난 외국인들은 ‘잠재적 범죄자’로 인식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호소했다. 파키스탄 출신으로 한국 국적을 취득한 모하메드(44)는 “똑같은 범죄를 저질러도 미국인은 봐주면서 우리 같은 약소국 출신에게는 심하게 대한다.”면서 “어디나 좋은 사람, 나쁜 사람이 섞여 있기 마련인데 왜 모든 외국인이 불편한 눈총을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항변했다. 인구수 대비 범죄자 통계를 보면 외국인 범죄율은 내국인보다 낮다. 지난 2010년 현재 국내 거주 중국인(조선족 포함)은 29만 9321명, 중국인 범죄자는 1만 654명으로 인구 대비 범죄자 비율은 3.55%다. 반면 같은 기간 내국인 범죄자는 193만 5262명으로 범죄자 비율은 4.03%에 달했다. 2010년 국내 체류 외국인의 인구 대비 범죄자 비율은 내국인의 절반 이하인 1.67%이다. 결국 외국인에 대한 무모한 혐오증이 그들을 ‘의식 속의 범죄자’의 범주에 넣고 있다는 지적이다. 조선족 밀집지역에서 만난 조선족들 역시 자신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국인들의 부정적인 인식이 여전하다며 불만을 털어놨다.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의 행정사무소에서 일하는 조선족 하모(40·여)씨는 “조선족들도 독거노인 돌보기 등 봉사활동에 힘쓰고 있지만 주목하는 사람은 드물다.”면서 “처벌받아 마땅한 나쁜 사람도 있지만 그런 사람과 우리는 별개”라고 선을 그었다. 배경헌기자 baenim@seoul.co.kr
  • “당선자 절대다수가 男… 다양성 아쉬워”

    “당선자 절대다수가 男… 다양성 아쉬워”

    방글라데시 출신의 한국인 마붑 알엄(35)씨에게 4·11총선은 가슴 벅찼다. 지난 1999년 한국에 온 지 12년 만의 첫 경험인 까닭에서다. 지난해 4월 한국으로 귀화했다.“국적만 한국인이지 피부는 검잖아요. 제가 투표소에 들어가면 사람들이 이상하게 쳐다보지 않을까 긴장했죠.” 경기도 분당의 한 투표소에 들어갈 때의 생각이다. ●공장 전전… 다큐감독·배우생활 알엄씨는 다큐멘터리 감독이자 영화배우다. 한국에 온 뒤 공장을 전전하면서 임금을 떼이는 등 갖은 고생을 했다. 이주노동자들이 처한 열악한 현실을 알려야겠다고 결심, 카메라를 들었다. 2004년 동료들과 함께 이주노동자방송(MWTV)을 세우고 이주노동자들의 삶을 다큐멘터리로 담아냈다. 2008년부터는 직접 영화에 출연했다. 이주노동자와 한국 여고생의 교감을 그려 화제가 된 영화 ‘반두비’, 태권도 사범과 이주노동자들의 우정을 그린 ‘로니를 찾아서’가 대표작이다. ●부러웠던 ‘투표 인증샷’ 찍어 올려 알엄씨는 11일 오후 1시쯤 설렘과 긴장 속에 ‘별 탈 없이’ 주권을 행사했다. 몇몇 유권자들이 ‘신기하다’는 듯 쳐다본 것 빼고는 아무 일도 없었다. 투표 인증샷도 찍어 페이스북에 올렸다. “남에게 보여 주려는 것이 아니라 저 스스로가 인증샷이라는 걸 가져 보고 싶었어요. 페이스북에 올리니 반응이 좋더라고요.”라며 웃었다. TV 토론회나 후보들의 유세는 제대로 챙겨 보지 못했다. 못내 안타까워하는 대목이다. 조만간 문을 열 ‘이주민 아트센터’ 준비에 매달려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배달되는 공보지를 꼼꼼히 읽고 인터넷으로 뉴스를 틈틈이 본 덕에 총선에서 화제가 된 후보나 반값등록금과 같은 주요 이슈를 파악할 수 있었다. 알엄씨는 기대가 많았던 만큼 아쉬움도 컸다. 이주민에게 개방적이면서 문화예술에 대한 지원을 공약하는 후보를 찾았었다. 소중한 한 표를 기꺼이 던질 각오였다. 그러나 그런 후보는 찾을 수 없었다. 또 당선자들 면면을 봐도 다양성이 부족했다. “당선자들 중 절대 다수가 남성들이었어요. 또 30대의 젊은 당선자도 찾기 어렵죠. 한국이 개방적인 나라라고 생각했는데 정치권에는 아직도 배타적인 부분이 남아 있는 것 같아요.” 다만 반가운 일이 생겼다. 부인할 수 없다. 새누리당의 비례대표로 출마한 이자스민(35)씨가 국회의원 배지를 단 것이다. 이주민의 국회 입성은 헌정 사상 처음이다. 알엄씨는 19대 국회가 이주민들과 한국인들이 소통할 수 있도록 애써 주기를 바란다. 먼저 지나치게 까다로운 귀화 요건을 사례로 들었다. “한국에서 크게 성공한 외국인 사업가나 결혼이민여성이 아니면 국적을 취득하는 데 오래 걸리는 것 같아요. 13년이나 살면서 한국을 사랑해 온 저도 3년이 걸렸거든요.” 알엄씨의 한국말은 막힘이 없었다. 김소라기자 sora@seoul.co.kr
  • [선택 2012 총선 D-2] ‘고래싸움’에 묻힌 군소정당 “우리도 있다”

    4·11 총선을 이틀 앞두고 군소 정당들도 존재감을 부각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 비례대표 정당투표를 통해 원내 1석이라도 진입하기 위한 치열한 선거전이 펼쳐졌다. ●국민생각 “기득권 양당체제 종식” 전통 보수성향의 표를 노리고 있는 국민생각 박세일 대표는 8일 대국민 호소 기자회견을 갖고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을 비판했다. 박 대표는 “이제 기득권 양당 체제는 종식돼야 한다.”면서 “거대 기득권 양당을 심판하고 새로운 정치의 소중한 싹 국민생각을 키워 달라.”고 밝혔다. 박 대표는 또 이날 서울 송파을(박계동)·경기 남양주(배일도)·인천 남동을(이원복) 등을 돌며 후보 지원에 나섰다. ●진보신당, 원내 진출 사활 18대 국회에서 1석의 소수정당이었던 진보신당은 이번에도 원내 진출을 목표로 주말 총력전을 벌였다. 진보신당 지도부는 거제에서 1박 2일 집중 유세를 통해 김한주 후보를 지원했다. 진보신당은 그동안 민주당과 통합진보당의 연대 속에서 진보정당으로서의 차별화를 강조하기 위한 선거전을 펼쳐 왔다. 홍세화 대표가 연일 서울 곳곳에서 길거리 콘서트를 열며 유권자들과의 스킨십을 늘렸고 청소노동자 출신으로 비례대표 1번을 받은 김순자 후보가 대학가 등을 잇따라 찾아 동료 청소노동자들의 연대감을 키우는 등 상징성을 보였다. ●대국민중심당, 노인층 공략 보수성향의 신당인 ‘가자!대국민중심당’은 노인일자리법 제정·노인복지청 신설 등 노인복지정책과 임신장려·자녀안심정책 등을 앞세워 “노인과 젊은 엄마들을 위한 정당에 투표를 해 달라.”며 틈새를 노렸다. 대국민중심당 지도부는 또 구천서 대표가 충북 출신임을 알리며 이 지역에서 바이크유세단과 함께 정당투표에서 지지해 줄 것을 호소하기도 했다. 청년당은 미국의 진보적 온라인 시민정치운동인 ‘커피파티’를 창시한 시민운동가 에나벨 박의 지지선언을 이끌어 내는 등 이념이나 정파를 떠나 20, 30대 청년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청년봉고유랑단’을 꾸려 그동안 수도권 등지를 다니며 정당 이미지를 알리는 데 주력했다. 허백윤기자 baikyoon@seoul.co.kr
  • 총선 후보들에게 ‘워킹맘 정책’ 물어보니…

    여성노동자회와 전국여성노동조합은 4·11 총선에 출마한 후보들을 대상으로 여성노동자에 대한 정책 질의서를 전달한뒤 각 후보가 보내온 답변을 분석해 5일 공개했다. 질의서는 ▲공공 분야 일자리 ▲여성 비정규직 ▲고용상 여성차별 등 3개 분야에서 이들 단체가 제안하는 21개 정책 항목으로 구성됐다. 정책 질의에 후보 131명(민주통합당 63명, 통합진보당 25명, 새누리당 24명, 진보신당 5명, 무소속 11명, 정통민주당 1명, 녹색당 1명)이 답변을 보냈다. 후보들은 이들 단체가 제안한 정책 중 육아정책에 가장 높은 찬성률을 보였다. 여성 임원 할당제에는 가장 낮은 찬성률을 보였다.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의 출산 전·후 휴가 및 육아휴직 사용 보장’은 찬성률이 95.4%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아버지 육아휴직 활성화를 위한 아버지 영아육아휴가제 도입’이 94.6%의 찬성률로 뒤를 이었다. 저출산과 육아, 보육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른 가운데 후보들 사이에서도 어느 정도 이에 대한 공감대가 이뤄진 것이라고 이들 단체는 분석했다. 반면 ‘공공부문 및 기업·민간부문 여성 임원 할당제 도입’ 항목은 찬성률이 75%에 그쳤다. 이들 단체는 “할당제에 대한 역차별 논란 때문에 가장 낮은 찬성률을 보인 것 같다.”면서도 “우리나라는 4급 이상 여성공무원이 중앙 부처는 7.4%, 지방은 4.9%에 그치는 등 여성의 과소대표성이 문제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공공부문 여성 비정규직 100% 정규직 전환’은 83.1%, ‘직장 내 성희롱 발생 시 여성노동자의 작업거부권 법제화’는 84.6%의 후보가 찬성해 상대적으로 찬성률이 낮았다. 한편 제시한 21개 정책에 대해 모두 찬성한다고 응답한 후보는 전체의 66.4%인 87명이었다. 정당별로는 진보신당의 경우 질의서에 답변한 후보 5명 전원이 모두 찬성 의견을 표했다. 통합진보당은 96%(25명), 민주당은 66.7%(42명)가 모든 항목에 찬성했으며, 새누리당이 29.2%(7명)로 가장 낮았다. 김소라기자 sora@seoul.co.kr
  • 아파도 부당해도 잘릴까봐 쉬지도 못해… 관리자에 뒷돈도

    아파도 부당해도 잘릴까봐 쉬지도 못해… 관리자에 뒷돈도

    노인들이 다시 노동시장에 뛰어들어 주로 찾게 되는 일자리는 제한적이다. 남성은 대체로 경비·주차관리, 여성은 청소·가사도우미·베이비시터 등이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고령자 취업 알선센터에서 소개해주는 일자리도 이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하루 7~8시간을 일해도 월급은 100만원 내외에 그칠 만큼 노동조건이 좋지 않다. 서울의 한 고령자취업알선센터 측은 “고령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직종은 한계가 있다.”면서 “지자체에서 노인 일자리를 만들고 있지만, 노동시장에서는 노인들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더 나은 근로조건을 원해도 나이가 걸림돌이다. 정년을 1년이라도 더 보장받으려는 과정에서 보다 나은 근로조건을 포기하는 것이다. 대학의 청소 노동자들은 65~70세가 정년인데, 일부 대학에서는 정년을 보장받는 대신 임금을 동결하는 식으로 단체교섭을 벌이고 있다. 고려대에서 청소 일을 하는 윤명순(64·여)씨는 “70세까지만 정년이 보장돼도 가슴이 안 벌렁거린다고들 한다.”고 털어놓았다. 노인들은 그나마 해고를 당하지 않기 위해 발버둥친다. 쇠약한 몸을 이끌고 일을 하다 보면 몸이 성할 날이 없지만, 가정 형편 때문에 아프다고 휴가를 내지도 못한 채 참고 일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경기도의 한 자활회사에서 간병인으로 일하는 이모(54·여)씨는 “함께 일하는 동료 중 허리가 아파도 해고가 두려워 꾹 참고 일했던 언니가 있는데, 쉬지도 못하고 일하다 허리디스크를 얻고 결국 해고당했다.”고 전했다. 심지어 일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뒷돈’을 대야 하는 경우도 있다. 서울 지하철의 한 청소노동자는 “지하철에서 청소 일을 하는 노인들 사이에서는 재활용품을 수집해 번 돈을 모아 한 달에 한 번씩 고용주 측인 청소용역회사 관리자 및 관계자들에게 대접하는 것이 관행처럼 자리잡았다.”고 말했다. 노인들은 일터에서 부적절한 대우를 받아도 문제 제기보다 참고 일해야 하는 처지다. 목소리를 높였다가 해고당하면 더 이상 갈 곳이 없기 때문이다. 이한선 지부장은 “부당한 일을 당한 노인들에게 자초지종을 물어도 대부분 그저 웃기만 한다.”면서 “대부분이 쫓겨나지 않으려면 하라는 대로 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특히 자신들을 ‘막장’이라고 여기는 노인들의 자포자기 자세도 근로 조건의 개선을 막는 데 한몫하고 있다. 김미정 민주노총 정책국장은 “노인들은 민주노총에 전화를 걸어와도 해결을 해달라 하지 않고 푸념을 늘어놓는 경우가 많다.”면서 “자신이 겪은 문제를 밖으로 꺼내는 것 자체를 비참하게 생각하고 신세 한탄만 할 뿐 문제 삼지 않으려 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노인들은 노동조합의 보호망에서도 소외돼 있다. 고용노동부의 ‘2010년 전국 노동조합 조직현황’에 따르면 30~99명 사업장의 2.4%, 30인 미만 사업장의 0.1%만 노조가 조직돼 있으며 비정규직 노조 조직률은 2010년 1.9%에서 지난해 1.7%로 줄었다. 김유선 노동사회연구소 소장은 “노인 일자리는 대부분 영세업체이거나 비정규직 일자리라는 점에서 보호해 줄 노조도 거의 없다.”면서 “부당한 일을 겪어도 개인적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소라·명희진·배경헌기자 mhj46@seoul.co.kr
  • 아웅산 수치 92% 득표 전망 돌풍… ‘미얀마의 봄’ 훈풍

    아웅산 수치 92% 득표 전망 돌풍… ‘미얀마의 봄’ 훈풍

    미얀마에도 봄은 오는가. 지난해 3월 초대 민선 대통령으로 취임한 테인 세인이 1962년 군부 쿠데타가 일어난 지 50년만인 오는 4월1일 보궐선거를 통해 ‘민주주의 실험’을 한다. 이달 초에는 노조결성·파업을 합법화했으며, 1월에는 거물급 반체제 인사 300여명을 석방하고 소수민족 반군과 평화협상을 일부 타결짓는 등 개혁에 박차를 가하면서 민주화의 훈풍이 불고 있다.  지난 14일 미얀마의 옛 수도 양곤 시내의 야당 민주국민연맹(NLD) 사무실. 책상에 다소곳이 앉아 있는 아웅산 수치(66) 여사의 얼굴에는 기쁨의 눈물이 흘렀다. 민주화를 위해 평생을 몸바쳐온 그녀가 보궐선거를 위해 처음으로 TV·라디오 선거유세 방송에 나서는 감격적인 자리였다. 수치 여사는 “사람들이 두려움에서 자유롭지 못하면 민주주의는 발전하지 않는다.”면서 “오직 법치 아래서만 국민들이 진짜 자유의 맛을 느낄 수 있다.”고 사자후를 토했다. 그러면서 “모든 억압적 법률을 철폐되고 국민을 보호할 수 있는 법을 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NLD에 배정된 15분 동안 정치·사법 개혁을 강력히 촉구해 유권자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양곤 인근의 빈민촌 카우무에 출마하는 수치 여사는 유권자 사전조사 결과 92%의 놀라운 득표율을 기록할 전망이라고 현지신문 세븐데이 뉴스가 최근 보도했다.  이번 보궐선거는 상·하원 의원 48명을 새로 선출한다. 19개 정당과 치열한 경합을 벌이는 수치 여사의 NLD는 젊은 층을 대거 수혈해 35석 이상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김해용 미얀마 주재 한국대사는 “전체적으로는 여야가 백중세로 전망이 나온다.”면서 “양곤, 만달레이 등 대도시 지역은 NLD 등 야권이 우세하고, 농촌 지역에서는 여당의 지지층이 두텁다.”고 현지 상황을 전했다.  NLD가 대승하더라도 의회의 역학관계는 크게 변하지 않는다. 친군부 세력이 2010년 11월 총선에서 485석의 하원 의석 90% 가까이 차지했다. 당시 NLD 등이 군부가 가택연금 중이던 수치 여사의 출마를 금지시켜 총선 보이콧했기 때문이다. 선거 직후 수치 여사를 풀어주고 세인 대통령이 개혁조치를 잇따라 발표하면서 지난 1월 보선 출마를 선언했다. 특히 미얀마 정부는 선거의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동남아시아연합(아세안)에 5명의 투표참관단 파견을 요청하는 한편, 10개 회원국에 의원 2명과 언론인 3명을 투표 현장을 참관하도록 공식 초청했다.  미얀마는 지난 9일 노조 결성과 파업도 합법화했다. 미얀마 정부는 “노조 결성과 파업을 허용하는 노동법이 9일부터 시행됐다”면서 “노동법을 위반하는 고용주와 노동자들은 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개정된 노동법에 따르면 노동자들은 30명 이상의 회원을 확보할 경우 노조를 결성할 수 있고, 파업 참가 인원과 파업 기간 등을 14일 이전에 통보하면 파업도 벌일 수 있다.  서구에서 경제제재 해제의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는 반체제 인사 석방, 소수민족 반군과의 관계개선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해 3월 민간 정부 출범 이후 발빠르게 반체제 인사들을 석방했으나 거물급 인사들을 석방하지 않아 기대 이하라는 혹평을 받았다. 이에 따라 세인 대통령은 올초 특별사면을 통해 전직 총리와 학생 민주화 운동 지도자, 소수민족 반군 지도자 등 거물급 반체제 인사 300여명을 석방했다. 석방된 반체제 인사로는 군사정권 시절 총리를 지낸 킨 뉸, 1988년 학생 시위를 주도한 민 코 나잉, 소수민족 샨족 지도자인 쿤 툰 우 등이 포함됐다. 이와 관련,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민주화를 향한 “상당한 조치”라고 밝혔고, 수치 여사도 “긍정적 신호”라고 평가했다.  미얀마 정부는 소수민족 반군과의 평화협상도 일부 타결지으며 관계개선에 나서고 있다. 미얀마 정부 대표단은 지난 1월 최대 세력을 보유한 소수민족 반군 가운데 하나인 카렌민족연합(KNU)과 평화협상을 이끌어냈다. 미얀마 국민의 40%를 차지하는 소수민족들은 미얀마가 1948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이래 민주화와 자치권 등을 요구하며 정부와 끊임없이 마찰을 빚고 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선택 2012 총선 D-16] 박근혜 울산 방문 ‘勞心 공략’

    [선택 2012 총선 D-16] 박근혜 울산 방문 ‘勞心 공략’

    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2007년 17대 대선 후보 경선 이후 5년 만인 25일 울산을 찾았다. 울산 지역구 6곳 중 5곳을 차지하고 있지만, 이번 총선에서는 의석 이탈 가능성이 매우 높은 곳의 하나로 꼽히는 지역이다. 대기업 노조가 활성화한 곳으로, 사회 분위기와 맞물려 진보 성향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데다 야권이 단일화 과정을 거쳐 1대1구도를 형성했기 때문이다. 이날 울산 방문은 마침, 민주통합당 한명숙 대표와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가 기자회견을 열고 야권연대 복원을 공식 선언한 것에 맞추어졌다. 박 위원장은 전날 대구·경북(TK)에 이어 울산까지 연달아 ‘텃밭’을 방문하며 안방 단속에 나섰다. 박 위원장은 울산 중구에서 4선에 도전하는 정갑윤 후보 지원을 위해 중구 우정동에 위치한 태화시장을 방문해 상인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이 지역은 4번째 도전하는 민주통합당 송철호 후보와 진보신당 이향희 후보, 무소속 유태일·변영태 예비후보 등 모두 5명이 도전한다. 지역 내에서 가장 높은 경쟁률이 예상되는 곳으로 벌써부터 치열한 신경전이 펼쳐지고 있다. 오후에는 울산 남구 신정동에 위치한 울산박물관을 관람했다. 박 위원장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직접 참가한 울산공업센터 조성 기공식 영상자료를 관람하고 산업화에 기여한 산업명장들과 악수를 나누기도 했다. 방명록에는 ‘대한민국의 산업화를 이끌어 온 울산이 앞으로도 새로운 미래 산업의 견인차가 될 것입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박 위원장은 이어 야당 지역구인 북구에 위치한 화봉시장에서 새누리당 박대동 후보와 함께 상인들을 만나며 표밭을 다졌다. 박 위원장은 화봉시장을 둘러본 뒤 기자들과 즉석 간담회를 갖고 “노동계의 가장 큰 현안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비정규직 문제”라면서 “2015년까지 공공부문에서 솔선수범하는 차원에서 공기업 등은 상시적이고 지속적인 일에 대해서는 전부 정규직으로 전환할 것이라는 확고한 실천의지를 갖고 있다.”며 노동자들의 표심을 공략했다. 황비웅기자 stylist@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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