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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저임금위원 27명 확정… 청년유니온·소상공인 포함

    내년 15%선 인상 vs 속도 조절론 주목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할 제11대 최저임금위원회 위원 27명이 확정되면서 위원회가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다. 고용노동부는 전체 위원 27명 가운데 임기가 끝난 노동자·사용자위원 각 9명, 공익위원 8명 등 최저임금위원회 위원 26명을 새로 위촉했다고 11일 밝혔다. 최저임금위원회는 공익·노동자·사용자위원 각 9명 등 모두 27명으로 구성된다. 이들은 오는 14일부터 향후 3년간 최저임금 심의·의결을 담당한다. 노동자·사용자위원은 양대 노총과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노사 양측으로부터 추천을 받아 구성된다. 노동자위원으로는 양대 노총을 포함해 비정규직과 청년 목소리를 대변하는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 김영민 청년유니온 사무처장이 위촉됐다. 사용자위원으로는 경총, 중소기업중앙회를 포함해 권순종·오세희 소상공인연합회 부회장, 정용주 경기도가구공업협동조합 이사장, 이경숙 뷰티콜라겐 대표이사 등이 위촉됐다. 노사를 중재하고 타협안을 제시하는 등 최저임금 결정의 키를 쥐고 있는 공익위원은 노동경제·노사관계 등 관련 분야의 전문가들로 채워졌다. 류장수 부경대 경제학부 교수, 강성태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주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 김혜진 세종대 경영학부 부교수, 오상봉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권혜자 한국고용정보원 연구위원, 백학영 강원대 사회복지학과 부교수, 박은정 인제대 공공인재학부 부교수 등 8명이다. 이들은 오는 17일 위촉장을 받고 첫 전원회의를 열어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논의를 시작한다.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은 공익위원 중 추천을 통해 선출하게 되고, 전체 위원 중 과반수 출석에 과반수 의결로 뽑힌다. 위원회는 다음달 29일까지 고용부 장관에게 심의안을 제출해야 하고, 고용부 장관은 8월 5일까지 내년도 최저임금을 고시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을 달성하려면 내년도 최저임금을 15% 정도 올려야 한다. 하지만 올해 역대 최대 인상으로 소상공인, 영세상인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여론도 만만치 않아 ‘속도 조절론’도 제기된다. 정기상여금 등을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할지에 대한 국회 논의가 사실상 중단된 터라 내년도 최저임금을 놓고 치열한 힘겨루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열정을 발판으로, 기술을 무기 삼아… 인생 이모작 나선 5060

    열정을 발판으로, 기술을 무기 삼아… 인생 이모작 나선 5060

    지난해 기준 주된 일자리 퇴직자(55~64세)는 440만명이다. 2013년 383만명에서 57만명 늘어난 수치다. 정부의 공식 통계에 잡히지 않은 수까지 감안하면 훨씬 더 많은 중장년층이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완전한 은퇴를 희망하는 퇴직자는 찾아보기 드물다. 지난해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55~79세 고령자 가운데 62.4%는 일하기를 원하고 있다. 다만 일을 그만두고 재취업을 준비하는 실업자 10명 중 3명(29.2%)은 퇴사 이후 1년 넘게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들을 위한 하나의 돌파구로 마련된 한국폴리텍대학을 소개한다.“20년 넘게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새로운 기술을 배우려니 힘듭니다. 나이를 먹어서인지 몇 번이나 다시 봐야 수업 내용이 이해되니까요. 그래도 기술을 배우고 나면 다시 일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생기네요.” 지난달 24일 인천 남구에 위치한 폴리텍대학 남인천캠퍼스에서 만난 김대규(53)씨는 복잡한 전기회로판을 들여다보면서 말했다. 김씨가 있던 교실에서는 50~60대 교육생 20여명이 전기회로를 연결하는 실습에 한창이었다. 회로가 정상적으로 연결된 이후 “삐삑” 하는 소리가 나면 자축하는 감탄사가 조용한 교실 안에 울려 퍼졌다.김씨는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외국계 통신회사에서 근무했다. 희망퇴직 이후 부푼 꿈을 안고 자영업을 시작했지만 1년 만에 운영이 어려워졌다. 김씨는 다시 기술을 배워야겠다고 마음먹은 뒤 올해 폴리텍대학 스마트전기과에 지원했다. 교육과정을 들으며 전기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시설관리 분야에 취직하면 나이와 관계없이 근무할 수 있다는 기대가 컸기 때문이다. 김씨는 “첫 수업 때만 해도 내가 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지만, 교육과정이 끝나는 6개월 뒤에는 일자리를 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생긴다”고 말했다. 김씨뿐 아니라 교실 안에서 수업을 듣는 교육생들은 강사의 말 한마디까지 모두 노트에 적을 정도로 열의에 찬 모습이었다. 신중년 과정 수업인 터라 모두 50대 이상인 이 반에는 23명의 교육생이 있다. 이들 가운데 18명은 지난 3월 치러진 전기기능사 필기시험에 합격했다. 인생에서 여러 번 취업의 문턱에서 좌절한 경험이 있는 교육생들의 남다른 열정은 다른 교실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특수용접학과 신중년 과정에서는 50대 12명, 60대 13명, 70대 1명이 교육을 받고 있다. 정창수(56)씨는 특수용접학과에서 성실하기로 유명하다. 오전 9시 수업시간 30분 전에 미리 도착해 장비를 챙기고, 실습도구를 가지런히 배치해 놓는다. 3개월 전까지만 해도 교단에서 역사과목을 가르치던 정씨는 “한 살이라도 어릴 때 기술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으로 퇴직 이후 곧바로 폴리텍대학에 입학했다. 정씨는 “주변에서는 만류했지만 아직까지는 생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내려놓기가 쉽지 않다”고 전했다. 이익환 남인천캠퍼스 교학처장은 “퇴직 이후에도 손에서 일을 놓을 수 없는 처지가 대부분”이라며 “다시 취업해야 하기 때문에 수업시간에도 다른 교육생들보다 더 열정적이고 간절한 모습이 그대로 드러난다”고 말했다. 한국노동연구원의 은퇴한 중장년층 고용 변화추이 패널조사에 따르면 은퇴 후 재취업한 중장년층은 2015년 2.8%로 2003년(1.5%)에 비해 늘었고, 은퇴하지 않고 취업한 중장년층도 72.3%로 2003년(60.5%)보다 급증했다. 반면 완전은퇴한 중장년층은 2003년 38.0%에서 2015년 24.9%로 대폭 줄었다. 하지만 기술 교육 이후 실제 취업까지 이어지는 과정은 순탄치만은 않다. 실제로 폴리텍대학 전체 직업훈련 과정(전체 교육생 4662명)의 취업률은 지난해 기준 75.3%지만, 만 45세 이상이 교육받는 베이비부머 과정의 취업률(교육생 1213명)은 57.0%다. 물론 2014년 베이비부머 과정의 취업률이 49.8%라는 점을 감안하면 해마다 사정이 나아지는 추세다. 교육생들도 상대적으로 많은 나이로 인해 취업이 쉽지 않다는 점을 체감하고 있다. 특수용접학과에서 교육받고 있는 조성구(61)씨는 “용접의 경우 하루 12시간 근무, 한 달에 4일 휴무 등 노동시간이나 업무 강도가 세다 보니 나이가 있는 사람을 원하지 않는 업체가 많다”고 말했다. 냉혹한 현실에도 나이의 벽을 뚫고 재취업에 성공한 졸업생들은 인생 이모작을 꾸려 나가고 있다. 서울정수캠퍼스에서 화장품 상품기획개발과정을 수료한 선효님(54·여)씨는 입학 전까지만 해도 화장품 제조판매 관리자로 일했다. 결혼과 육아로 인해 10년 넘게 경력이 단절된 상태였던 터라 직장생활에 적응하기도 벅찼지만, 폴리텍대학에서 마케팅과 기획을 배웠다. 선씨는 지난해 다른 업체로 재취업하면서 화장품 제조판매뿐 아니라 상품기획까지 업무 영역을 확장했다. 또 불과 2년 전까지 자신이 교육받았던 서울정수캠퍼스에서 강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선씨는 “다시 일자리를 찾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교육을 받으면서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글 사진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노동자 2000만명 넘는데… 학교 노동 교육은 ‘0시간’

    노동자 2000만명 넘는데… 학교 노동 교육은 ‘0시간’

    권리 배워본 적 없는 노동자들 인권교육 받아본 알바 26% 이하 정규 교과 최저임금 등 안 가르쳐 대학생들 설문선 ‘이중적 인식’ “불쌍하다” 처우 향상 필요성 공감 노조엔 “본질 잃었다” 부정적1일은 128주년을 맞는 노동절이다. 열악한 노동조건을 개선하고 노동자의 지위를 향상시키기 위해 연대의식을 다지는 날이지만 한국 사회에서 노동자, 노동조합을 바라보는 시각은 곱지 않다. 노동자는 험한 일을 하는 블루칼라, 불쌍한 존재 정도로 인식되고,노조는 여전히 쇠파이프를 들고 집회를 열어 생떼를 쓰는 ‘빨갱이’로 매도된다. 노동절을 앞두고 서울신문은 신촌, 대학로 등에서 예비노동자가 될 대학생 68명에게 ‘노동자, 노동조합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졌고 포스트잇에 답을 적어 달라고 했다. 인터뷰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는 ‘사람(인간)’(38회) 그리고 ‘권리’(24회)였다. 노동자의 권리에 대해서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대답이 대다수였다. 권재상(26)씨는 “노동자는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하지만 대우받지 못하는 존재”라고 적었다. 권씨는 “노동자라고 하면 일반 직장인은 제외하고 불법 파견이나 공장에서 일하는 사회적 약자로 보는 경우가 많다”며 “꼭 필요한 존재지만 전혀 대우받지 못한 채 최하층에 머물러 있는 존재”라고 설명했다. 한상혁(25)씨는 ‘노동자는 나사다’라고 적으면서 “기업은 노동자들을 소모품이라고 생각한다. 일정한 나이가 넘으면 쫓아내는 모습을 보면 사용기한이 다 돼 버려지는 나사 같다”고 말했다. ‘노동자는 불쌍하다’고 적은 나슬기(23)씨는 “쌍용자동차 등 일자리를 잃고 집회에 나서야 하는 노조를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을(乙)’(5회), ‘나사’(4회), ‘노비’(3회), ‘불쌍하다’·‘개미’(각 2회) 등 노동자를 사회적 약자로 보는 단어도 자주 등장했다. 노조에 대해서는 ‘본질을 잃었다’, ‘노동자를 대표하지 않는다’, ‘필요악’, ‘바뀔 필요가 있다’, ‘불법’ 등 부정적인 답변이 많았다. 장정운(27)씨는 “전태일 열사나 1970년대 노동단체들의 투쟁은 전체 노동자 권익을 위한 것이었지만 지금 노조들이 하는 것은 자신들의 이익만을 위한 행동”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한국노동연구원이 발표한 노사관계 국민의식 조사(1000명 표본조사)에 따르면 국민은 노조의 역할에 대해 취약계층을 보호하거나(30.1%) 고용안정을 추구해야 한다(28.8%)고 봤다. 하지만 실제 노조의 활동은 ‘조합원의 노동조건 개선에 집중했다’(47.4%)는 평가가 절반 가까이 됐다. 반면 “노조가 최소한의 보호장치이자 꼭 필요한 권리”라는 대답도 있었다. 이정원(21)씨는 “노조가 없으면 권리를 누리기 힘들다”고 봤고 김경찬(24)씨는 “노조는 최소한의 보호장치”라고 말했다. 김씨는 “일부 노조를 두고 귀족노조라고도 하지만 이마저도 없는 곳에서는 최소한의 권리조차 누릴 수 없다”고 설명했다. 노동자와 노조에 대한 생각을 적은 68명의 대학생 가운데 중·고등학교에서 노동인권 교육을 받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실제로 2014년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전국 중·고등학생 4000명을 상대로 한 ‘청소년 아르바이트 실태조사’에 따르면 노동인권교육을 경험한 청소년들은 전체 응답자 가운데 16.2%(648명)에 불과하다. 2016년 여성가족부의 조사(26.5%), 2017년 광주시 청소년노동인권센터 조사(17.3%)에서도 관련 교육을 받았다고 응답한 경우는 10명 중 3명을 넘지 않았다. 중·고등학교 사회 과목 교과서 등 정규 교육과정에서 최저임금이나 노동법, 노사관계 등에 대한 교육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하종강 성공회대 노동아카데미 주임교수는 “모든 한자권 국가가 5월 1일을 ‘노동절’이라고 하지만 한국만 ‘근로자의 날’이라고 표기한다. 이처럼 노동이라는 단어 자체조차 꺼려하는 게 현실”이라면서 “이런 인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교육이다. 정규 교육에서 노동인권 분야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장은 “임금 노동자가 2000만명이 넘지만 노동자가 된 이후의 권리를 찾는 방법은 누구도 알려주지 않는다”며 “특히 화이트칼라 노동자들의 경우 노동자라는 인식보다는 경영 관리자라는 인식이 여전히 강하다. 노동자로서의 권리 찾기와 함께 스스로 노동자임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 사진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대학생 5명 중 1명 ‘졸업=백수’

    고등학교나 대학을 갓 졸업한 청년층의 실업 고통이 특히 심각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2일 한국노동연구원이 발간한 월간 노동리뷰의 ‘청년 졸업자 주요 고용지표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신규 졸업자 실업률은 15.9%를 기록했다. 신규 졸업자는 경제활동인구조사 연도와 졸업 연도가 같거나 한 해만 차이가 나는 청년이다. 이번 분석에서는 2016~2017년 학교를 졸업한 청년이다. 지난해 전체 청년층 실업률은 9.8%다. 보고서에 따르면 신규 졸업자는 2009년 99만 7000명에서 지난해 120만명으로 늘었고, 이 가운데 실업자는 8만 1000명에서 12만 5000명으로 증가했다. 이에 따라 실업률도 같은 기간 12.4%에서 15.9%로 폭증했다. 보고서는 “신규 졸업자는 학교에서 직장으로의 첫 이행기간을 거치는 만큼 (취업 경쟁에서) 큰 어려움에 직면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대학 졸업자의 경우 전체적으로는 11.2%의 실업률을 기록했고, 신규 졸업자는 18.3%로 집계됐다. 지난해 대학을 갓 졸업하고 직장을 구하려는 청년 5명 가운데 1명 정도가 취업하지 못한 셈이다. 이런 실업률은 전문대나 고등학교 졸업자보다 높은 수치다. 아울러 체감실업률은 전체 청년층의 경우 지난해 21.8%였지만 신규 졸업자는 33.6%를 기록했다. 체감실업률은 실업률 통계에 반영되지 않는 취업준비생과 주당 근로시간 36시간 미만자, 구직활동을 하진 않았지만 취업을 원하는 청년 등을 실업률에 포함하는 지표다. 신규 대학 졸업자의 체감실업률을 전공 계열별로 살펴보면 인문사회 40.2%, 공학 40.1%, 예체능 38.3% 등이다. 이 때문에 졸업 뒤 실업자가 되는 상황을 피하고자 학교 도서관 등에서 취업을 준비하는 졸업유예자도 매년 줄지 않고 있다. 교육부의 졸업유예제 운영 현황 전수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2월 기준 전국 197개 대학 가운데 130곳이 졸업유예제를 운영 중이고 졸업유예를 선택한 학생은 1만 5898명이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성희롱 전화 받고도 끊지 못해요” 중장년 서비스직 여성들의 #미투

    “성희롱 전화 받고도 끊지 못해요” 중장년 서비스직 여성들의 #미투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도입 필요” “고용·고객 응대 고려한 제도 정비”“고객이 언어적 성희롱을 하거나 폭언을 일삼아도 사측이 매출 저하 등을 우려해 노동자가 고소하는 것을 회유하는 일이 빈번하지만 이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이 없다.” 여성가족부가 20일 중장년 여성 비율이 높은 서비스직 현장 전문가들과 함께한 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 소통·공감 간담회에서 정미화 마트산업노동조합 서울본부장은 서비스업에서 발생하는 성희롱·성폭력 사건을 근절하기 위해 보다 강경한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친절’과 ‘고객만족’을 평가지표로 삼는 서비스직 특성상 고객 응대 과정에서 성희롱·성폭력 위험에 노출되기 쉽다. 2012년 한국노동연구원 조사에서 콜센터 가운데 성희롱 등 피해가 발생해도 오히려 고객에게 사과하거나 전화를 끊지 못하도록 하는 내부 방침이 있는 곳이 절반이 넘었다. 이경옥 전국서비스산업노조 사무처장은 “서비스업에 대한 다각적 실태조사가 필요할 뿐만 아니라 고객과의 문제가 발생하면 다산콜센터 사례처럼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해 성희롱·성폭력 사건 발생 즉시 고발 및 고소가 가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에 대해 정현백 여가부 장관은 “서비스업 노동자의 경우 고용 관계뿐만 아니라 고객 응대 과정에서 성희롱·성폭력 위험에 노출되는 등 이중고를 겪고 있다”면서 “같은 서비스업종이라도 업종, 사업장 규모, 업무장소 등에 따라 서로 다른 노동 여건을 고려해 법과 제도를 정비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과 마트산업노조, 요양서비스노조, 세종호텔노조, 학습지산업노조 대표자 등 직군별 현장 전문가들이 참석해 서비스 노동 현장에서 발생하는 성희롱·성폭력 고충을 설명하고 정부에 실질적인 대응방안 및 근절대책을 촉구했다. 지난해 11월 남녀고용평등법이 개정됨에 따라 오는 5월 29일부터 고객 등에 의한 성희롱에 대해 근로자가 고충 해소를 요청할 경우 사업주가 의무적으로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 네이버 노조 결성 계기로 다시 불붙은 ‘포괄임금제’ 논쟁

    네이버 노조 결성 계기로 다시 불붙은 ‘포괄임금제’ 논쟁

    국내 정보기술(IT) 업계에서 첫 노조를 만든 네이버를 계기로 ‘포괄임금제’ 논쟁이 불붙고 있다. 포괄임금제는 노사 간 약정으로 연장·야간 근로에 대한 수당을 급여에 포함시켜 일괄 지급하는 형태를 말한다. 최저임금, 근로시간 단축에 이어 노동정책 현안으로 떠올랐다.4일 재계에 따르면 앞서 네이버 노조는 지난 2일 “회사의 엄청난 성장에도 불구하고 포괄임금제라는 이름으로 정당한 노동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다”며 노조를 만들고 나섰다. 노동계는 “영업직이나 경비, IT 등 야근이 잦은 직종의 경우 포괄임금제가 사실상 임금 제약의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며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도 포괄임금제가 장시간 근로를 낳는 원인 중 하나라고 보고 규제 지침을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하지만 재계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시간당 임금을 따지는 것은 과거 굴뚝산업의 산물이자 구시대적 발상”이라고 맞서고 있다. 삼성전자, 현대차, 한화, SK, 효성, 현대상선 등 대부분의 대기업 사무직은 포괄임금제를 도입하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100인 이상 사업장 10곳 중 4곳이 포괄임금제를 시행 중이다. 최소한 일반 사무직 근로자는 근로시간 산정이 어렵지 않은 만큼 포괄임금 적용 대상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게 정부 기류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과도한 근무 강도를 호소하며 포괄임금제 폐지나 개선을 호소하는 이들이 적잖다. 예컨대 경기 화성에 있는 의약품 제조회사 사무직 A과장은 생산직 부서의 B대리보다 물량이 몰릴 때 월급을 더 적게 받는다. 똑같이 야근을 해도 A과장은 포괄임금 대상이라 야근 수당을 못 받지만 B대리는 시간 외 수당을 받기 때문이다. 서울 광진구의 의류제조사 디자이너로 근무하는 경력 10년차 김모 대리도 거의 매일 야근과 주말 근무를 하지만 야근 수당은커녕 심야 근무 때 택시비도 받지 못한다”고 하소연했다. 노동계 관계자는 “연장 근로가 아무리 길어지더라도 정해진 금액 이상을 받을 수 없는 포괄임금이 주로 저임금 계층의 ‘수당 후려치기’에 악용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면서 “사업장의 무분별한 포괄임금, 아니 포괄노예제도를 관리 감독할 촘촘한 가이드라인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재계는 악용 소지가 있다고 해서 포괄임금제를 규제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고 맞선다. 경영자총연합회(경총) 관계자는 “근로시간과 자율적 휴게시간의 구분이 힘든 만큼 포괄임금 규제강화보다는 올바른 근로시간 지도관리 지침을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미국 등 선진국도 산업구조가 복잡해지고 실제 근로시간 산정이 어렵다는 점 등을 감안해 연소득이 일정액을 넘으면 근로시간 규제에서 아예 빼주고 있다는 주장이다. 대표적인 예가 미국의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이다. 관리직, 행정직, 전문직, 컴퓨터직, 외근 영업직 근로자는 일정 수준 이상 임금을 받을 경우 최저임금이나 초과근로수당 등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임금을 시간이 아닌 생산성에 맞게 주자는 취지다. 이런 제도를 공직사회에 적용하면 ‘놀면서 연장수당을 챙기는’ 일부 공무원들의 관행도 막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밤샘 근무 대명사’ IT업계, 주 52시간 근무 7월 시행 앞두고 분주

    ‘밤샘 근무 대명사’ IT업계, 주 52시간 근무 7월 시행 앞두고 분주

    오는 7월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을 앞두고 정보기술(IT) 업계가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실험에 부산을 떨고 있다. ‘밤샘근무’의 대명사처럼 여겨졌던 IT 업계 안에서도 명암이 서로 엇갈린다. “업무 특성을 반영해 탄력 근로 등 유연근무제도를 대폭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영세업체엔 그림의 떡… 中과 경쟁 못해 KT의 위성·케이블 방송채널 자회사인 ‘skyTV’ 심정택(34) 영상감독은 지난해 6월부터 시행 중인 유연근무제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특례업종인 방송 분야는 내년 7월부터 주 52시간제가 시작되지만 이 회사는 ‘1일 8시간, 주 40시간’ 근무를 3개월 단위로 맞추는 제도를 일찌감치 도입했다. 심씨는 여섯 살 난 아들 유겸이의 어린이집 등원을 오롯이 챙긴다. 그는 “생방송을 진행하는 프로야구 편성·제작 업무 특성상 시즌 기간엔 오후 집중근무를 한다”면서 “대신 야구 비시즌이나 프로테니스 투어 때는 일을 아침 일찍 몰아서 하고 저녁 때 아들을 데리러 간다”고 말했다. 이어 “유연근무제는 단순히 출퇴근 시간을 바꾼 게 아니라 가족의 삶을 변하게 해 준 계기가 됐다”고 덧붙였다. 국내 1위 게임업체 넷마블은 지난달부터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했다. 협업을 위해 코어타임(오전 10시~오후 4시, 점심시간 포함)에는 반드시 근무하되 나머지 업무 시간을 자율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 일에 지장이 없고 월 근로시간만 맞추면 주 25시간만 근무해도 관계없는 셈이다. 살인적 야근으로 악명 높은 게임업계의 일하는 문화를 개선해 보자는 시도라는 것이다. 줄어드는 야근수당 등은 문제지만 초기 시행착오를 감수해서라도 ‘워라밸’을 맞추겠다는 게 회사 측 의지다. 음악 플랫폼 업체 지니뮤직 관계자는 “주 52시간제 사전 정착을 위해 ‘매주 수·금 정시 퇴근, 월 1회 오후 4시 조기 퇴근’을 직원들에게 적극 권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형 포털 업체들도 분주하다. ‘개별 유연근무제’를 도입한 카카오는 전날 야근을 오래 했다면 이튿날 대휴를 자유롭게 쓸 수 있다. 오버타임(시간외근무)이나 대휴 신청도 간단히 승인된다. 네이버는 책임근무제를 시행 중이다. 팀 협업이나 회의와 별개로 본인 능력만 된다면 주 40시간을 채우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포털 특성상 24시간 뉴스나 댓글 관리는 실시간 대응이 불가피하다. 주요 서비스 업데이트 등도 몰리는 시즌이 있다. 이 때문에 ‘매뉴얼’대로만 따라가기 힘들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목소리다. 규모가 작은 영세 업체일수록 이런 어려움은 더 크다. 한 게임업체 관계자는 “모바일 게임은 1~2년 안에 새 게임을 기획, 출시, 홍보까지 해야 하는 단기간 싸움”이라면서 “지금도 싼 인건비로 불법 복제하는 중국 업체와는 경쟁이 안 되다 보니 회사나 개발자나 서로 눈치 보며 야근으로 버티는 형국인데 주 52시간 근무는 그림의 떡”이라고 토로했다. ●제조업 노동자 급여 13% 감소할 듯 떨어지는 평균 급여나 인력 층원은 노사 양쪽 모두에 과제다. 한국노동연구원은 주 52시간 근무로 제조업 근로자 급여는 약 13%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연구개발(R&D)이나 제조업은 임시 숙련공을 구하는 것도 문제다. LG전자 관계자는 “에어컨 같은 계절 가전은 아무리 생산량을 미리 빼놔도 성수기에는 24시간 풀가동해도 물량을 맞추기 힘들다”면서 “임시 인력을 고용한다 한들 성수기 이후 인력 재배치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노동문화는 개선… 사각지대 안착 관건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주 52시간 근무제가 결국 근로문화 개선으로 이어지겠지만 사각지대에서 얼마나 빨리 안착하느냐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비즈카페] 경총 부회장 한달 공석 뒷말 무성

    [비즈카페] 경총 부회장 한달 공석 뒷말 무성

    내정설이 파다하던 한국경영자총협회 상임부회장 자리가 한 달 가까이 공석입니다. 이 때문에 뒷말이 무성합니다. 정치권 개입 의혹,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갈등 등 차기 회장 선출 과정에서 논란이 컸던 만큼 ‘조직 안정’ 차원에서라도 지난 5일 손경식 회장 취임과 함께 부회장도 금세 선임될 것으로 봤으니까요.그렇다고 ‘최영기 내정설’이 꺼진 것은 아닙니다. 그가 참여정부 때 노동연구원장을 지내 청와대나 여당과 끈끈하다고 평가받기 때문입니다. 내정설이 워낙 파다했던 만큼 ‘어부최’(어차피 부회장은 최영기)라는 여론이 부담스러워 시간을 끌고 있는 것뿐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하지만 “이미 물 건너갔다”는 반론도 팽팽합니다. 모양새 갖추기로 보기에는 너무 장기 공석이라는 것이지요. 후자 쪽은 ‘내부 승진설’을 조심스럽게 얘기합니다. 이동응 경총 전무가 부회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데 이 전무나 다른 인사가 승진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근로시간 단축, 최저임금 등 산적한 현안에서 잡음 없이 업무를 이어 갈 수 있다는 기대감도 깔려 있습니다. 지금까지 상공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출신인 조남홍 부회장을 제외하고 4명의 부회장 중 3명이 내부에서 승진했습니다. 경총 내부에서는 손 회장의 업무 스타일에서 이유를 찾기도 합니다. 경기고 2학년 때 서울대 법대에 합격할 정도로 ‘신중한 수재’인 손 회장이 자신의 러닝메이트를 놓고 심사숙고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최 전 원장이나 내부 인사를 시킬 생각이면 이렇게 시간을 오래 끌지 않을 것”이라며 제3 인물 가능성을 거론했습니다. 경총 측은 “손 회장이 취임하자마자 대통령 해외 순방 동행 등 외부 일정이 많다 보니 늦어지는 것뿐”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습니다. 경총 부회장은 경총 회장 추천을 받아 전형위원들이 결정하거나 임시총회에서 결정합니다. 다음달 3일 손 회장과 전형위원 만남 때 논의가 이뤄질지도 모르겠습니다. 누가 낙점될지는 불확실하지만 1970년 경총이 생긴 이래 부회장직이 이렇게 세간의 관심을 끈 적이 없었다는 사실만큼은 확실해 보입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GM사태, 그때 우리와 닮아…노동자들의 삶은 파괴됐다”

    “GM사태, 그때 우리와 닮아…노동자들의 삶은 파괴됐다”

    “외국기업이 들어와 회사 특허 기술만 빼가고 열심히 일하던 사람들은 모두 쫓겨났어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윤을 빼돌려도 기업은 비난의 대상이 되지 않잖아요.”19일 만난 이상목(45) 금속노조 하이디스테크놀로지 지회장은 최근 한국 제너럴모터스(GM)의 군산공장 철수와 관련해 “사태 본질은 해외자본의 ‘먹튀’”라고 강조했다. 외국기업 먹튀의 대표적 사례로 꼽히는 하이디스에서 먹튀 전후 고통을 경험한 이 지회장은 “한국GM 사태가 남 일 같지가 않다”고 했다. 하이디스 노동자들이 겪었던 먹튀 때와 비슷한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이 지회장은 “군산공장 폐쇄는 자본철수 계획을 위한 시작점”이라고 말했다. 하이디스는 1989년 현대전자 평판 패널 디스플레이(LCD) 사업본부로 출발한 회사다. 2003년 중국 BOE에 팔려 2006년 부도 처리됐고 2008년 대만 이잉크 그룹으로 인수됐다. 3년 만에 하이디스를 부도처리한 BOE는 당시 하이디스 기술을 기반으로 현재 초박막액정표시장치(TFT-LCD) 업계의 선두주자가 됐다. 하지만 1719명이었던 하이디스 직원은 이잉크로 인수되던 당시 1167명으로 줄었고 2013년 희망퇴직과 정리해고로 2014년 337명이 됐다. 2015년 마지막 정리해고로 남아 있던 이 지회장을 포함해 노동자 전원이 일터를 잃었다. 하이디스는 현대그룹, GM은 대우그룹에서 출발했다. 외환위기 이후 달러 수급을 위해 외국 자본에 팔렸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 지회장은 “외환위기 전후 국내 알짜 기업을 인수한 해외자본은 온갖 방법으로 수익을 빼먹었고, 이후 수익성이 떨어지자 한국법인과 노동자들은 버려졌다”고 말했다. 하이디스는 이잉크에 인수된 이후 2014년 840억원 흑자를 기록하는 등 경영상 큰 이상이 없었지만, 노동자들은 해고되고 공장은 폐쇄됐다. 하이디스의 흑자는 현대전자 시절 개발한 광시야각(FFS) 핵심 기술 특허를 기반으로 이뤄낸 수익이다. 한국노동연구원의 ‘장기 노사분규 사례분석을 통한 시사점 도출’ 보고서는 “하이디스처럼 상당한 기술력을 갖고 있는 기업일수록 인수합병 이후 고용조정 대상이 될 수 있다. 후발주자인 외국기업은 기술을 빼간 후 경영정상화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외국 자본이 돈을 버는 동안 노동자들은 버려졌고, 그들의 삶은 무너졌다. “해고된 지 3년째인 이 지회장은 “아이들 교육에 문제가 생기고, 지인들 경조사조차 챙기기 어려워졌다. 모든 인간관계가 파괴됐다”고 말했다. 경제적 어려움보다 힘들었던 것은 무관심이었다. 그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단식과 고공농성뿐이었다”며 “당시 정부는 ‘노사 문제니 알아서 하라’며 방관했고 언론도 우리 이야기에 주목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해고는 무효’라며 제기한 민사 소송(1심)에서는 승소했지만, 회사는 30억원의 공탁금을 걸어 가집행 정지 신청을 했다. 법적으로 해고는 무효로 결론났지만 달라진 건 없었다. 결국 하이디스 노조는 2심 재판부가 제시한 강제 조정안을 지난달 받아들였다. ‘해고노동자에 대한 회사 보상과 민형사상 제기한 소송을 모두 취하한다’는 내용이었다. 이 지회장은 “우리 같은 노동자들이 또다시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며 정부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외환위기 이후부터 20년간 외국 기업으로부터 자본을 수혈하기 위해 각종 인센티브를 부여했다. 하지만 현재 그 기업들이 자리를 뜨려 하면서 우리가 처한 현실은 어떤지 돌아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 사진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한국GM 사태 본질은 외국자본의 먹튀”

    “한국GM 사태 본질은 외국자본의 먹튀”

    “외국기업이 들어와 회사 특허 기술만 빼가고 열심히 일하던 사람들은 모두 쫓겨났어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윤을 빼돌려도 기업은 비난의 대상이 되지 않잖아요.” 19일 만난 이상목(45) 금속노조 하이디스테크놀로지 지회장은 최근 한국 제너럴모터스(GM)의 군산공장 철수와 관련해 “사태 본질은 해외자본의 ‘먹튀’”라고 강조했다. 외국기업 먹튀의 대표적 사례로 꼽히는 하이디스에서 먹튀 전후 고통을 경험한 이 지회장은 “한국GM 사태가 남 일 같지가 않다”고 했다. 하이디스 노동자들이 겪었던 먹튀 때와 비슷한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이 지회장은 “군산공장 폐쇄는 자본철수 계획을 위한 시작”이라고 말했다. 하이디스는 1989년 현대전자 평판 패널 디스플레이(LCD) 사업본부로 출발한 회사다. 2003년 중국 BOE에 팔려 2006년 부도 처리됐고 2008년 대만 이잉크 그룹으로 인수됐다. 3년 만에 하이디스를 부도처리한 BOE는 당시 하이디스 기술을 기반으로 현재 초박막액정표시장치(TFT-LCD) 업계의 선두주자가 됐다. 하지만 1719명이었던 하이디스 직원은 이잉크로 인수되던 당시 1167명으로 줄었고 2013년 희망퇴직과 정리해고로 2014년 337명이 됐다. 2015년 마지막 정리해고로 남아 있던 이 지회장을 포함해 노동자 전원이 일터를 잃었다. 하이디스는 현대그룹, GM은 대우그룹에서 출발했다. 외환위기 이후 달러 수급을 위해 외국 자본에 팔렸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 지회장은 “외환위기 전후 국내 알짜 기업을 인수한 해외자본은 온갖 방법으로 수익을 빼먹었고, 이후 수익성이 떨어지자 한국법인과 노동자들은 버려졌다”고 말했다. 하이디스는 이잉크에 인수된 이후 2014년 840억원 흑자를 기록하는 등 경영상 큰 이상이 없었지만, 노동자들은 해고되고 공장은 폐쇄됐다. 하이디스의 흑자는 현대전자 시절 개발한 광시야각(FFS) 핵심 기술 특허를 기반으로 이뤄낸 수익이다. 한국노동연구원의 ‘장기 노사분규 사례분석을 통한 시사점 도출’ 보고서는 “하이디스처럼 상당한 기술력을 갖고 있는 기업일수록 인수합병 이후 고용조정 대상이 될 수 있다. 후발주자인 외국기업은 기술을 빼간 후 경영정상화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 지회장은 한국GM에 대해서도 “원가에 가까운 가격으로 본사에 물건을 팔고 차입금에는 높은 이자율을 물리는 등 방법은 다르지만 결론적으로는 먹튀가 이뤄진 것”이라고 봤다. 외국 자본이 돈을 버는 동안 노동자들은 버려졌고, 그들의 삶은 무너졌다. 해고된 지 3년째인 이 지회장은 “아이들 교육에 문제가 생기고, 지인들 경조사조차 챙기기 어려워졌다. 모든 인간관계가 파괴됐다”고 말했다. 경제적 어려움보다 힘들었던 것은 무관심이었다. 그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단식과 고공농성뿐이었다”며 “당시 정부는 ‘노사 문제니 알아서 하라’며 방관했고 언론도 우리 이야기에 주목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해고는 무효’라며 제기한 민사 소송(1심)에서는 승소했지만, 회사는 30억원의 공탁금을 걸어 가집행 정지 신청을 했다. 법적으로 해고는 무효로 결론났지만 달라진 건 없었다. 결국 하이디스 노조는 2심 재판부가 제시한 강제 조정안을 지난달 받아들였다. ‘해고노동자에 대한 회사 보상과 민형사상 제기한 소송을 모두 취하한다’는 내용이었다. 이 지회장은 “우리 같은 노동자들이 또다시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며 정부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외환위기 이후부터 20년간 외국 기업으로부터 자본을 수혈하기 위해 각종 인센티브를 부여했다. 하지만 현재 그 기업들이 자리를 뜨려 하면서 우리가 처한 현실은 어떤지 돌아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사진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핑계는 최저임금 인상… 밥값 폭등, 묻지마 횡포

    핑계는 최저임금 인상… 밥값 폭등, 묻지마 횡포

    설렁탕·찌개·햄버거 등 최대 14% 올라 “최저임금 계산 땐 0.66% 상승 적정” 외식업계 “영업비밀” 인상 근거 함구 일방적 메뉴판 교체에 소비자 분통연초부터 몰아닥친 주요 먹거리 가격 오름세가 좀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하지만 ‘왜 올리는지’ 이렇다할 설명은 없다. 깜깜이 인상에 소비자들의 분노와 시름만 깊어지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에 이르기까지 패스트푸드업체와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주요 메뉴 가격을 약 3~14% 올렸다. 한식 프랜차이즈 업체인 신선설농탕은 모든 제품의 가격을 1000원씩 일괄 인상했다. 대표 메뉴인 설농탕이 7000원에서 8000원으로 14.3%나 올랐다. 놀부부대찌개도 간판 메뉴인 놀부부대찌개를 7500원에서 7900원으로 인상하는 등 전체 찌개류 가격을 평균 5.3% 올렸다. 한국야쿠르트는 다음달 1일부터 야쿠르트(170원→180원)와 헬리코박터 프로젝트 윌(1300원→1400원) 가격을 올린다. 햄버거, 즉석밥, 냉동만두, 참치캔, 생수, 콜라 등은 이미 줄줄이 오른 상태다. 안 오른 먹거리를 찾기가 힘들 정도다. 문제는 인상 폭에 대한 근거가 불명확하다는 점이다. 업체들은 “인건비와 원재료값이 올라서”라고 입을 모은다. 올해부터 최저임금이 16.4% 오르면서 인건비 부담이 커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에 편승한 편법적 가격 인상을 차단하겠다”며 특별 물가조사 엄포를 놓자 업계는 일제히 “최저임금이 주된 원인이 아니다”라며 꼬리를 내리고 있다. 가격 인상의 ‘정당성’에 대한 소비자 불신이 깊어지는 이유다. 한국노동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국내 최저임금이 10% 인상됐을 때 전체 임금은 1% 정도 오르며 이에 따라 물가는 약 0.2~0.4%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최저임금 인상 폭을 감안하면 적정 물가 상승 폭은 약 0.66% 수준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주요 먹거리 인상률은 이를 훨씬 웃돈다. 물론 원재료값 등 다른 가격 요인이 있지만 제반 비용이 가격 인상 폭 결정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지는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다. 비슷한 품목이어도 업체별로 인상 폭이 많게는 두세 배 차이 나지만 이 또한 명쾌한 설명이 없다. 12년차 주부 임모씨는 “재료값이 하락해도 제품 가격은 인하하지 않으면서 비용 상승을 이유로 매번 가격을 올리면 소비자들은 일방적으로 따라야 하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임은경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사무총장은 “깜깜이 제품값 인상도 문제이지만 가격 인상 부담을 소비자에게 모두 전가하는 것도 문제”라면서 “물류시스템 개선, 공정 효율화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비용을 절감하려는 기업들의 노력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얼마 전 주력 제품 가격을 올린 한 외식업체에 인상 요인을 물었더니 맨 먼저 최저임금을 탓했다. “인건비가 올라서…”라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얼마나 부담이 커졌느냐는 질문에 “주요 원재료값도 올랐다”고 두루뭉술 빠져나갔다. “어떤 원재료가 얼마나 올랐느냐”고 물었더니 이번에는 “영업기밀”이란다. 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최근 가격을 올린 대부분의 외식·식품업체들의 반응은 비슷비슷하다. 패스트푸드업체 롯데리아는 지난해 말 불고기버거를 3400원에서 3500원으로, 새우버거를 3400원에서 3600원으로 각각 2.9%, 5.9% 올렸다. 뒤이어 KFC가 일부 품목의 가격을 100~800원 올리며 가격 인상에 동참했다. 맥도날드는 지난달 빅맥과 맥스파이시 상하이버거를 각각 4400원에서 4500원으로 올리는 등 27개 품목의 가격을 평균 4.01% 인상했다. 이달 버거킹도 일부 품목을 100원씩 인상했다. 설렁탕 가격을 14.3%나 올린 신선설농탕은 순사골국과 만두설농탕 가격도 각각 8000원에서 9000원으로 12.5% 올렸다. 앞서 식품업체인 오뚜기는 참치캔과 즉석밥 가격을 약 5% 올렸다. 그러자 CJ제일제당이 햇반, 스팸, 비비고 왕교자 등 주요 제품 가격을 6~7% 인상했다. 농심의 생수 브랜드 ‘백산수’와 코카콜라 등 음료 업체들도 출고가를 일제히 올렸다. 업체들이 가장 많이 드는 이유는 인건비와 원재료값 상승이다. 최저임금은 올해 1월 1일부터 시간당 6470원에서 7530원으로 16.4% 올랐다. 김윤성 통계청 물가동향과장은 “외식 물가는 인건비와 식재료비, 임차료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어느 하나의 원인으로 설명하긴 어렵지만 아직까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물가 상승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외식 물가는 전달에 이어 두 달 연속 2.8% 올랐다. 2016년 2월(2.9%) 이후 1년 11개월 만에 최고치다. 또 다른 ‘주범’으로 지목되는 원재료값은 되레 하락세다. 한국수입협회에 따르면 과자에 많이 쓰이는 원당 가격은 올 1월 기준 지난해 같은 달보다 20.8%나 떨어졌다. 같은 기간 밀(-4.69%)과 소고기(-3.81%) 가격도 하락했다. 다만 직전월과 비교하면 밀 1.0%, 원당 4.43%, 소고기 2.02% 등 소폭 상승했다. 임차료도 큰 폭으로 오르지 않았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가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의 임대가격지수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 가맹점주들이 지불해야 하는 평균 임차료는 전년 대비 약 0.4% 증가했다. 이런 지적에 외식·식품업체들은 “구체적인 가격 인상 요인이나 인상 폭 결정 요소는 영업상의 이유로 공개하기 어렵다”고 해명했다. 인상 요인만 있으면 너도나도 ‘일단 가격부터 올리고 보는’ 업계의 안이한 대처를 성토하는 목소리도 높다. 유통 및 생산비용 절감 등 다른 자구 노력은 뒷전인 채 손쉬운 가격 인상 카드만 쓴다는 것이다. 실제로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 BBQ와 교촌치킨은 지난해 인건비 상승 등을 이유로 ‘치킨값 인상’ 카드를 꺼내들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철회했다. 제품값 인상이 ‘고무줄’인 셈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식품업체 오리온은 2016년 제과업계가 잇달아 가격을 올리는 와중에도 주요 제품 가격을 동결하고 포카칩과 초코파이 중량을 각각 10%, 11.4% 늘려 화제가 됐다. 오리온 측은 “공장 효율화 작업과 재무구조 개선 등 지속적인 비용 절감 노력으로 가격 상승 요인을 자체 흡수했다”고 설명했다. 윤철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국장은 “기업의 궁극적인 목표가 이윤 추구라 하더라도 가격 인상 흐름에 편승해 손쉽게 이익을 높이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신제품 개발, 경영 효율화 등의 노력을 통해 원가 상승 부담의 소비자가격 전가를 최소화하는 모습을 보여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경우에는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식이 아닌 왜 올려야 하는지에 대한 납득할 만한 설명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래야 소비자들을 설득할 수 있고 불필요한 기업 불신 확산도 줄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 주52시간 근무 ‘그림의 떡’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 주52시간 근무 ‘그림의 떡’

    포괄임금 적용 사무직도 예외 특례업종 5개 점진적 폐지 필요지난 13일 국무회의에서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의결되면서 오는 7월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 주 52시간제가 시행된다. 과로사회에서 벗어나기 위한 첫걸음인 근로시간 단축이 시행되지만, 일반 노동자들은 현장에서 전혀 변화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 주 52시간제가 적용되지 않거나 비켜간 곳이 많기 때문이다. 근로기준법 개정안에 따르면 300인 이상 기업 및 공공기관은 오는 7월 1일부터 주당 근로시간 52시간을 지켜야 한다. 50인 이상 299인 이하 기업은 2020년 1월 1일부터, 5인 이상 49인 이하 기업은 2021년 7월 1일부터 적용된다. 다만 5인 미만 기업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이 아니다. 2016년 통계청 전국 사업체 조사에 따르면 5인 미만 사업장 종사자는 570만 5551명으로 전체 노동자의 26.8%로 추정된다. 노동자 10명 중 3명은 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셈이다. 고용노동부의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에 따르면 2016년 총근로시간은 월평균 184.7시간(정규직 기준)이다. 사업장 규모별로는 5인 미만이 185.8시간, 5~29인은 182.2시간, 300인 이상은 182.5시간이다.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일과 삶의 균형)의 양극화를 막기 위해서라도 궁극적으로 근로시간과 관련해 적용 제외되는 일이 없도록 제도를 보완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근로시간 적용이 제외되는 특례업종으로 남은 육상운송업(노선버스 제외), 수상운송업, 항공운송업, 기타 운송관련 서비스업, 보건업 등 5개 업종도 무제한 노동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전망이다. 26개였던 특례업종이 5개로 줄었지만, 112만명의 노동자들은 여전히 주 52시간제를 적용받지 못한다. 오는 9월부터 11시간 연속 휴게시간 보장제가 시행되지만, 실질적 노동시간 단축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박준형 공공운수노조 정책국장은 “특례업종을 완전히 폐지하도록 하되 현재 남아 있는 업종에서 무제한 노동으로 인한 부작용을 없애기 위한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줄어드는 근로시간에 배제된 노동자는 이들뿐만이 아니다. 고정야근수당 등 초과근무 수당을 미리 산정해 월급에 포함해 지급하는 포괄임금제를 적용받는 사무실 노동자들도 주 52시간제와는 동떨어져 있다. 포괄임금제는 영업이나 운송, 경비 등 외근이 많고 근로시간 측정이 어려운 업종에서 시작됐지만 사무직 및 정보기술(IT) 등에서 무제한 노동을 강요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 2016년 한국노동연구원의 ‘포괄임금제 개선방안’에 따르면 전체 조사 대상 사업장(1570곳)의 30.1%(472곳)가 포괄임금제를 적용하고 있다. 이성기 고용부 차관은 최근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포괄임금제 지침을 마련하고 조만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아이 걱정되는 맞벌이 학부모 저녁 상담 이용하세요”

    “아이 걱정되는 맞벌이 학부모 저녁 상담 이용하세요”

    올해에는 맞벌이 부부가 자녀들의 학교 상담을 위해 휴가를 내지 않아도 되는 학교가 늘어날 전망이다.교육부는 14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와 함께 전국 초·중·고등학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저녁상담을 운영할 예정인 학교가 6511곳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상담주간 실시 예정인 전체 1만 655곳의 61.1%다. 지난해 6040곳(56.2%)에서 471곳(4.9%포인트)이 늘었다. 서울 강동구 신명초는 학교가 사전에 저녁상담 실시를 공지한 뒤 신청이 많은 날짜를 정해 오후 6시 이후 상담을 진행했다. 덕분에 이 학교에서는 지난해 낮 시간에 학교를 찾기 어려운 56명의 맞벌이 학부모가 저녁에 자녀의 담임 교사와 상담을 했다. 성북구 종암초는 매학기 집중 상담주간을 정해 오후 8시까지 학부모들이 상담을 할 수 있도록 했고, 충북 청주 미호중은 아예 전체 학부모 대상 학교설명회 및 총회를 저녁 6시 30분에 열었다. 교육부는 현재 전체 가구 중 맞벌이 가구가 절반 정도 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각 학교의 저녁상담 비율이 늘어나면 학교를 방문해 상담을 하기 위해 회사에 휴가를 내거나 휴가를 내지 못해 전화나 메신저 등으로 상담을 대신하는 학부모의 상담 기회가 늘어날 것으로 교육부는 기대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시설여건이나 안전문제 등으로 저녁상담이 곤란한 학교들도 학기 중 하루나 이틀이라도 저녁상담을 운영 할 수 있도록 하면 학부모들의 상담 참여가 더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지연 한국노동연구원 부원장은 “직장에서도 자녀교육과 돌봄을 위해 눈치보지 않고 돌봄휴가를 사용할 수 있도록 권장해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을 함께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 남성 성희롱 상담 13%… 여성만큼 괴롭다

    여성 17% “성희롱 상담 경험” “창구 확대·예방교육 필요” 미투 운동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남성도 여성만큼이나 직장 내 성희롱 상담 창구를 찾는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한국노동연구원의 ‘직장 내 괴롭힘 실태와 제도적 규율 방안’에 따르면 직장 내 상담창구가 있는 직장인 중 성희롱 관련 상담 경험이 있는 경우는 전체의 15.0%(170명)이다. 여성의 성희롱 상담 경험 비율은 전체(480명)의 17.5%였고, 남성의 경우 전체(665명)의 13.1%였다. 성별 격차는 4.4% 포인트다. 지난해 8월 온라인으로 진행된 실태조사에는 2500명이 참여했으며, 이 가운데 ‘현재 직장 내 직원을 위한 상담창구가 설치돼 있다’고 응답한 경우는 1135명이다. 이들이 사내 상담창구를 통해 주로 상담한 내용(복수응답)으로는 ‘스트레스 및 정서상 문제’가 36.1%로 가장 높았으며 ‘근로조건’ 33.0%, ‘인사평가, 경력’ 26.4%, ‘직장 내 괴롭힘’ 25.7%, ‘성희롱’ 15.0% 순이었다. 직종별로는 관리직(33.3%)의 상담 비율이 가장 높았고, 판매직(20.7%), 단순 노무직(16.7%), 사무직(14.7%)의 상담 건수가 높았다. 다만 사내 상담창구를 이용한 비율을 살펴보면 남성(70.8%)이 여성(61.0%)보다 10% 포인트 가까이 높았다. 보고서는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는 남녀 근로자 모두 해당된다”면서 “성희롱 피해 등 고충을 털어놓을 상담창구 확산과 예방교육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甲男세상, 乙女의 반격] 사적으로도 ‘아랫사람’ 착각… 남성중심 문화가 性문제 온상

    [甲男세상, 乙女의 반격] 사적으로도 ‘아랫사람’ 착각… 남성중심 문화가 性문제 온상

    # “제게 사과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당신도 제가 싫어하는 줄 모르면서 그랬을 것입니다.” 지난달 28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위력에 의한 성폭력 피해자임을 밝힌 여성 A씨는 가해자를 향해 이렇게 말했다. 전직 영화 스태프(제작진)였다고 밝힌 A씨는 평소 존경하던 감독과 일을 하면서 쌓은 신뢰 관계와 자신의 꿈인 영화를 포기할 수가 없어 성관계 요구에 응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결국 작품을 다 끝내지 못하고 감독과의 관계를 끊으며 영화계를 완전히 떠났고,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남몰래 자책과 트라우마를 안고 산다고 토로했다.A씨가 밝힌 것처럼 ‘가해자 스스로 자신이 가해자인 줄도 모를 수 있다’는 지적은 갑을·상하관계에서 일어나는 위력에 의한 성폭력의 경계가 얼마나 모호한지 잘 보여 준다. 권력 관계의 우위에 있는 가해자는 자신의 업무 및 지시 권한을 사적인 영역에서도 행사할 수 있는 것처럼 혼동하기 쉽다. ‘아랫사람’인 피해자는 부당함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기 쉽지 않고, 주변 동료들도 상사의 잘못을 묵인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경험이 쌓일수록 가해자는 스스로의 행동이 너무나 당연한 것이 되고 따라서 피해도 거듭된다. 꼭 성폭력 문제가 아니더라도 조직 안에서 상하구조가 뚜렷하고 일과 개인의 영역에 대한 분리가 잘 되지 않는 고질적인 노동문화는 자주 지적의 대상이 됐다. 장시간 노동과 잦은 야근과 회식, 밀착된 상하 관계일수록 업무로 맺어진 인간 관계가 조직 밖에서까지 종속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지난해 전국 30인 이상 규모 직장에 다니는 만 20세 이상, 50세 미만 근로자(공무원 제외) 2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직장 내 괴롭힘 피해를 당한 적이 있다는 근로자들이 1657명(66.3%)에 달했다. 특히 한 직장에서의 근속 기간이 길수록, 직장 규모가 클수록, 실패 허용도가 낮을수록, 회식이 잦고 회식 참여가 강제되는 경우일수록 직장 내 괴롭힘의 피해 경험 가능성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11일 “일터에서의 관계는 업무 범위에 관한 계약 관계임에도 실제 현장에선 사생활 침해 등 업무 이외의 종속적 관계를 요구하는 경우가 매우 많다”면서 “그나마 일반 직장은 노동법상 규제의 틀이라도 있지만, 문화·예술계 같은 조직은 특정 소수가 권력의 정점에 있는 구조가 오랫동안 지속되다 보니 종속 관계가 더욱 강해지고, 고용 관계에 대한 법적 보호도 받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김재희 변호사는 “상명하복 구조가 강한 조직에서 성폭력 문제가 발생하면 피해자는 가해자의 행위에 대해서만 문제를 제기하는 것인데 마치 윗사람에게 항명하는 것처럼 받아들여져 결국 조직의 문제로 불거지고, 피해자의 근태나 근무실적, 감정까지 평가·왜곡된다”고 꼬집었다. 활발한 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 운동을 계기로 남녀와 세대 간 성인지 감수성의 격차를 좁혀야 한다는 필요성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장 내 성희롱이나 성추행 사건들의 시발점이 되는 외모에 대한 평가, 가벼운 성적 표현, 과도한 사생활 간섭 등은 벌어진 인식의 차이 때문에 생기는 경우가 많다. 학생 때부터 성희롱 예방교육 등을 받으며 성폭력에 대한 문제의식이 높은 20, 30대들은 “아가씨같이 예쁘네”라는 표현 한마디에도 발끈할 수 있는 반면 40, 50대들은 “칭찬한 건데 예민하다”고 의아해한다. 관습적으로 굳어진 언행이 성폭력일 것이라고 생각조차 못하고 가볍게 반복하는 것이다. 여기에 조직 내 관계를 남녀 문제로 보지 않는 젊은 여성 직원들의 행동을 남성 상사들이 남녀 관계로 ‘착각’하는 순간 경계는 더욱 흐려진다. 친근함을 표시하기 위해 보낸 친절한 메시지와 ‘♡’(하트) 이모티콘,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노래방에서 함께 춤을 추거나 회식 자리에서의 ‘러브샷’과 같은 가벼운 스킨십 등을 젊은 여성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하는 것은 그가 남자라서가 아니라 단순히 상사와의 친밀한 관계를 위해서인데, ‘나를 좋아하는구나’라고 착각하면 곤란하다. 그런데도 실제로 성폭력 사건 관련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조차 피해자들의 친밀한 행동이 “상대방도 나를 좋아했다”는 가해자의 주장을 뒷받침하며 오히려 피해자에게 불리한 증거가 되곤 한다. 따라서 성폭력 사건을 다루는 직장 내 기구는 물론 수사기관이나 법원의 전담 부서에도 인력 배치 등을 통해 이 같은 감수성의 격차를 좁혀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서울의 한 성폭력전담부 법관은 “피해자에게 건네는 질문부터 여성 법관과 남성 법관의 차이가 분명히 있다”면서 “여성 판사가 성폭력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과 태도, 피해자의 행동을 이해하는 방식 등을 많이 배우게 돼 기계적으로라도 성비를 맞출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선 ‘딸을 가진 판사가 성폭력 사건에 더 엄격하다’는 우스갯소리도 전해진다. 그만큼 성폭력 사건을 얼마나 공감하며 접근하느냐가 곧 사건의 시작과 끝을 좌우할 만큼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In&Out] 문재인 대통령이 ‘불평등’을 정말로 해결하려면/최병천 민주연구원 연구위원

    [In&Out] 문재인 대통령이 ‘불평등’을 정말로 해결하려면/최병천 민주연구원 연구위원

    경제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미션은 불평등과 저성장 문제의 해결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여러 차례에 걸쳐 사회경제적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사회경제적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려면 좋은 의지와 함께 좋은 솔루션이 결합되어야 한다. 좋은 솔루션의 요건을 충족하려면 정밀하게 실태와 원인을 분석하고, 대안의 방향을 정하고, 예산 등의 정책수단을 포괄해야 한다.문재인 정부는 ‘소득 주도 성장론’을 전면에 내걸었다.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해결하려는 선의와 연결된 것이다. 소득 주도 성장론의 연장선에서 대선 이전부터 민주노총 등 노동계의 주장을 적극 수용했고 정부 출범 이후 국정과제에도 대폭 반영했다.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실시, 공공부문 81만개 일자리 창출,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노동시간 단축, 노사정대타협 모델 추구 등이 그렇다. 소득 주도 성장론과 일련의 정책 패키지는 정말로 한국의 사회경제적 불평등 해소를 이끌어 낼 수 있을까. 일련의 정책 패키지가 한국사회의 ‘불평등 구조’를 혁파하는 방향으로 진행된다면 불평등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불평등 구조는 미동도 하지 않을 수 있다. 불평등 문제의 실체에 접근해 해결하기 위해서도, 한국사회 불평등 구조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접근이 중요하다. 한국사회 불평등은 3중 구조를 이루고 있다. 첫째, 자본ㆍ노동 불평등이다. 둘째, 노동ㆍ노동 불평등이다. 셋째, 노동ㆍ비(非)노동 불평등이다. 첫째, 자본ㆍ노동 불평등은 오래된 담론이며 조직노동이 주로 제기하는 담론이다. 둘째, 노동ㆍ노동 불평등은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의미한다. 대기업ㆍ공공부문 정규직은 중심부 노동자이고 나머지 노동자들은 주변부 노동자이다. 한국노동연구원 박사들의 연구에 따르면 중심부 노동자는 대기업ㆍ공공부문 정규직인데 전체 노동자의 약 23%이고 주변부 노동자는 77% 규모이다. 셋째, 노동ㆍ비노동 불평등은 ‘노동자조차도 되지 못하는’ 민중들을 의미한다. 한국에서 취업과 빈곤의 관계를 연구한 논문들을 보면 취업자인데 빈곤가구인 경우는 8% 내외에 불과하다. 최저임금 미만자 중에 빈곤가구에 포함되는 경우는 약 30% 수준이며 저임금 노동자 중에서 소득하위 20%에 포함되는 비율은 약 21% 수준이다. 즉, 저임금 노동자만 되어도 ‘빈곤가구’에 해당하지 않는다. 빈곤=미취업자의 문제라고 단정적으로 생각해도 틀리지 않다. 그럼 이 중에서 뭐가 더 중요할까. 이에 대한 올바른 해답은 경제성장과 순방향으로 작동하되, 더 약자(弱者)인 사람의 편에 서야 한다는 것이다. 그게 바로 ‘평등ㆍ연대’의 철학적 본질이기 때문이다. 다르게 표현하면 하후상박(下厚上薄)의 원칙이다. 하층에 있는 사람에게는 후하게, 상층에 있는 사람에게는 박하게 대우하는 것이다. 강자는 누르고 약자를 도와준다는 억강부약(抑强扶弱)의 정신과도 연결된다. 그러자면 정책 타기팅과 우선순위를 분명히 해야 한다. 하후상박과 억강부약의 원칙에 입각해서 미취업자 → 주변부 노동자 → 중심부 노동자 → 자본의 순서로 더 중시해야 한다. 국정운영의 큰 방향을 ‘고용률 증대’로 잡아야 한다. 한국 고용률은 63%인데 독일 고용률 74%에 비하면 한참 떨어진다. 근로능력이 있는 미취업자의 ‘취업을 돕는’ 정책패키지를 획기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소득 주도 성장론은 임금노동자에 갇히지 말고 ‘미취업자의 소득증대 성장론’으로 확대 및 재해석할 필요가 있다.
  • 은수미 “출마여부, 좀더 기다려달라”... 청와대비서관 사의

    은수미(55·사진) 청와대 여성가족비서관이 28일 사표를 제출했다. 은 비서관은 6·13 지방선거에서 성남시장 출마를 놓고 고심 중이다. 은 비서관은 이날 오후 트위터에 “오늘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면서 “더 헌신하고 더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6·13지방선거 출마 여부는)정리되는 대로 입장을 밝히겠다”면서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말했다. 은 비서관은 2005~2012년 한국노동연구원에 몸담는 등 오랜 세월 노동문제에 천착해 왔다. 민주통합당 비례대표로 19대 국회에 입성했지만, 20대 총선에서 성남 중원구에 출마했다가 고배를 마셨다. 은 비서관이 사표를 제출하면서 지방선거 출마 등을 이유로 최근 사직한 청와대 비서관급 이상 참모는 박수현 전 대변인과 문대림 전 제도개선비서관, 황태규 전 균형발전비서관 등 4명으로 늘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서울광장] 개운찮은 경총 회장 교체/안미현 부국장 겸 산업부장

    [서울광장] 개운찮은 경총 회장 교체/안미현 부국장 겸 산업부장

    한국경영자총협회가 27일 임기 2년의 새 회장에 손경식 CJ그룹 회장을 선임했다. 1970년 한국경총이 출범한 이래 회장 선임이 이렇게 사회의 관심사가 된 적도 없었던 듯싶다. 매스컴을 타 봤자 ‘아무도 회장을 맡지 않으려 해 구인난을 겪고 있다’는 정도였다.그랬던 경총이 최근 일주일 새 재계를 넘어 정치권까지 흔들어 놓았다. 대구경총 회장이자 중소기업 출신인 박상희 미주철강 회장을 차기 회장으로 추대한다고 했다가 하루 만에 없던 일로 되돌리고 다시 새 회장을 공표한 것이다. 확인된 팩트(fact)는 크게 두 가지다. CJ그룹의 대관 담당 임원이 지인을 대동하고 더불어민주당 H의원을 만났다는 사실이다. H의원은 CJ 임원이 ‘손 회장을 차기 경총 회장으로 밀어 달라’고 요청했다고 주장하고, CJ 측은 “우리가 먼저 요청하지는 않았다”고 반박한다. 누가 먼저 제안했든 손 회장은 회장직을 마다하지 않았다. 물론 손 회장이나 CJ그룹은 억울할 수 있다. ‘판’을 짜놓은 정권의 요청을 거부하기 힘들었다면 말이다. 하지만 전(前) 정권에서 최순실에게 찍혀 그룹 오너 일가가 망명 아닌 망명을 떠나야 했던 수모를 겪은 게 CJ그룹이다. 청와대 경제수석에게 그 “떠나라”는 지시를 대리 전달받았던 사람도 다름 아닌 손 회장이다. 바뀐 정권에서 보란 듯이 설욕을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오십보백보인 구태 재연에 또다시 등장한 CJ의 존재에 뒷맛이 영 씁쓸하다. 또 한 가지 사실은 경총 상임부회장에 일찌감치 최영기 전 한국노동연구원장이 거론됐다는 점이다. 최 전 원장은 한 달쯤 전에 김영배 당시 경총 상임부회장을 찾아가 “14년이나 (부회장을) 했으니 물러나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고 한다. 최 전 원장이 스스로 경총행(行)을 원했는지 아니면 “당신이 가서 경총을 좀 평정해야 하지 않겠느냐”라는 정권 일각의 요청을 받아들인 건지는 알 수 없다. 이 두 가지 사실에 기반해 ‘경총 회장 파동’의 전말을 추론해 보면 이렇다. ‘손경식(회장)-최영기(부회장) 카드’를 희망하는 진영과 ‘박상희-김영배 카드’를 희망하는 진영이 서로 은밀히 경총 접수 모의를 꾸민다. 그리고 지난 19일 회장단 모임 때 각자의 패를 꺼내 보인다. 충돌한 두 진영은 대놓고 싸우면 시끄러워질 수 있으니 “다음에 다시 논의하자”며 헤어진다. 그런데 ‘박-김 진영’에서 마치 차기 회장이 내정된 것처럼 언론에 흘린다. 불의의 일격을 당한 ‘손-최 진영’은 우군을 총동원해 쿠데타 진압에 나선다. 결과는 성공. 경총이 누구를 회장으로 뽑든, 누구를 부회장으로 뽑든 그것은 경총 회원사가 알아서 할 일이다. 정권에 찍힌 게 부담스러워 친정부 혹은 친노동계 인사를 앉힌다면,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그 또한 경총의 선택이다. 그런데 이건 정치판이 따로 없다. 혹자는 “뭘 새삼스럽게…”라고 냉소한다. 하지만 그렇게 치부하고 넘어가기에는 근로시간 단축, 최저임금 산입 범위 조정 등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풀어야 할 민감한 현안이 너무 산적해 있다. 이날만 해도 국회 상임위는 법정 근로시간을 주당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는 데 합의했다. 본회의 절차가 남아 있기는 하지만 올 7월 1단계 시행이 현실화되는 양상이다. 첫 단추를 잘 꿰어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최장 근로시간 국가’라는 오명을 떼고 ‘저녁 있는 삶’으로 연착륙할 수 있다. 경총은 사용자 집단을 대변하는 단체다. 산업계 충격을 줄이기 위해 있는 힘껏 목소리를 내야 한다. 마주 앉은 노총은 월급봉투로 유탄이 튀지 않도록 있는 힘껏 맞설 것이다. 치열하게 맞붙고 싸우는 과정에서 건설적인 타협과 절충이 요구되는 것이지 경총이 노총화, 노총이 경총화될 필요는 없다. 아니 그래서도 안 된다. 각각의 존재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경총은 이번 파동의 책임을 물어 사무국을 징계할 모양이다. 공식 발표까지 기다리지 못한 언론의 조급증도 비판을 피하기 어렵지만 차기 회장 내정과 인터뷰 기사가 온라인에 도배를 하는 동안 수수방관한 회장단도 책임을 면키 어렵다. hyun@seoul.co.kr
  • 경총 새 회장 선임 과정 ‘보이지 않는 손’ 개입했나

    전형위 “27일 회장 선임 마무리할 것” 차기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 선임을 둘러싼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여권의 핵심 국회의원이 차기 경총 회장과 상임 부회장 선임 과정에 깊숙이 개입했다는 주장이 나오는 등 내분이 깊어지는 양상이다. 경총은 이르면 27일 전형위원회를 열고 회장 선임을 마무리 짓기로 했다. 23일 재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소속 H 의원이 주요 그룹 관계자들을 만나 임기 만료된 박병원 경총 회장의 후임으로 재계 원로인 손경식 CJ그룹 회장이 선임됐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H 의원은 경총 상임 부회장에는 최영기 전 한국노동연구원장을 추천한 것으로 전해졌다. 상임 부회장은 노동계와의 협상 등 경총 실무를 책임지는 자리다. 그동안 경총은 14년간 ‘장수’한 김영배 상임 부회장이 문재인 정부를 향해 “세금으로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임시방편”이라고 직격탄을 날리면서 정권과 껄끄러운 관계를 유지해 왔다. 김 부회장은 전날 경총 정기총회에서 물러났다. 일각에서는 김 부회장이 같은 TK(대구·경북)이자 중소기업인(미주철강 회장) 출신인 박상희 대구경총 회장을 차기 경총 회장으로 추대함으로써 연임을 시도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박 회장이 ‘내정자’ 신분으로 언론과 인터뷰하면서 “김 부회장을 연임시킬 생각”이라고 말한 게 이런 관측에 힘을 보탰다. 그러자 H 의원 측이 부랴부랴 움직이며 ‘박상희 경총 회장 내정’을 없던 일로 되돌렸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정부가 눈엣가시였던 김 부회장을 아웃시키고 그 자리에 (친노동계인) 최 전 원장을 앉히려 했으며 (정권과 연결고리가 깊은) H 의원이 총대를 멘 것이라는 주장이 나돈다”고 전했다. H 의원은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행정관을 지낸 친노친문계 인사다. 초선이기는 하지만 문재인 대선 캠프에서 중책을 맡았고 지금도 청와대와 통하는 핵심 의원 중 한 명으로 꼽힌다. 하지만 H 의원은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아는 지인이 CJ측 임원을 소개해 주며 서로 잘 도우면 좋겠다고 하길래 ‘알았다’고 대답한 것 뿐”이라면서 “경총 회장 선임에 개입한 적도 없고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전했다. 박복규 전형위원장은 “정치권 개입은 들어본 적 없다”면서 “오래 끌수록 잡음만 커질 수 있는 만큼 27일 회장 선임을 매듭지을 것”이라고 말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기업 44% “최저임금 인상 부담 그래도 가야 할 길, 버텨보겠다”

    기업 44% “최저임금 인상 부담 그래도 가야 할 길, 버텨보겠다”

    ‘기업 죽어간다’ 주장과 거리“채용 축소·감원 불가피” 18%최저임금이 7530원으로 오른 지 한 달이 지났다. 국내 기업 120곳에 물었더니 “고용이나 복지를 줄이지 않고 일단 버텨 볼 것”이라는 응답이 절반 가까이 됐다. 이런 응답은 대기업(47.5%)뿐 아니라 중소기업(42.5%)도 40%가 넘었다. ‘최저임금 때문에 당장 기업들이 죽어나고 있다’는 일각의 주장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조사 결과다. 물론 최저임금 급등(16.4%)에 따른 충격을 호소하는 목소리는 컸다. 영세업체 근로자는 사회보장제도로 구제하고 대기업 납품단가 후려치기 조사를 강화하는 등 충격 완화책을 꾸준히 병행해 달라는 주문도 많았다. 4일 서울신문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국내 기업 120곳(중견·대기업 40곳, 중소기업 80곳)을 대상으로 ‘최저임금 인상, 그 후 한 달’을 설문조사한 결과 44.2%가 “부담스러운 건 사실이지만 언젠가는 가야 할 길인 만큼 일단 버텨 보겠다”고 응답했다. “상여금이나 수당 등을 기본급으로 넣어 임금을 조정했거나 조정할 생각”이라는 응답은 30.0%였다. 상대적으로 연봉이 더 높은 대기업(37.5%)이 중소기업(26.3%)보다 이 응답 비율이 높았다. “감원 및 신규채용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응답은 중소기업(17.5%)이 대기업(10.0%)보다 많았다. 평균은 15.0%다. 기업들은 충격 완화책으로 ‘중소기업 세제 혜택 및 인건비 지원’(32.5%)을 첫손에 꼽았다. 이어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28.3%), ‘하도급업체 단가 인하 요구 제재 및 납품단가 인상’(20.0%), ‘상가 등 임대료 인하’(10.0%)을 호소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영세업체는 최저임금 적용 대상에서 제외해 주고 해당 근로자는 사회보장제도로 구제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면서 “획일적으로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말고 일본처럼 업종별, 미국처럼 지역별로 차등 적용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성미 한국노동연구원 전문위원은 “아직 한 달밖에 안 돼 효과를 논하기에는 이르지만 오른 임금이 소득 증가와 소비 진작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정부의 보완 노력과 기업의 인내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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