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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 월드리뷰] 카탈루냐 독립선언·극우 득세… 유럽 뒤흔든 ‘분열 도미노’

    [2017 월드리뷰] 카탈루냐 독립선언·극우 득세… 유럽 뒤흔든 ‘분열 도미노’

    유럽의 2017년은 ‘분열’과 ‘몰락’, ‘공포’라는 세 단어로 축약된다. 지난해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결정(브렉시트)으로 가뜩이나 유럽의 결속력이 약화된 상황에서 스페인과 이탈리아 등 개별 국가에서도 중앙정부의 간섭을 거부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중·동부유럽에서는 난민 포용을 반대하는 극우 정당들이 득세했고 서유럽에서는 전통적 다수당과 기성 정치인들이 정치적 타격을 입은 가운데 극단주의 단체의 테러도 기승을 부린 한 해였다.영국과 EU는 지난 8일(현지시간) 난항 끝에 브렉시트 1단계 협상을 타결했다. 영국은 ‘이혼 비용’으로 40년간 400억~550억 유로(약 50조~71조원)의 재정 분담금을 내기로 합의하는 등 EU와의 결별은 가시화되고 있다. 하지만 분열의 열기는 스페인 카탈루냐와 이탈리아, 스코틀랜드 등 유럽 곳곳으로 확산됐다. 카탈루냐는 지난 10월 1일 독립 주민 투표를 실시하고 독립을 선언했다. 스페인 정부는 카탈루냐 자치정부와 의회를 해산하는 강수로 맞섰다. 지난 21일 카탈루냐에서 새 의회 구성을 위한 조기 지방선거를 치렀지만 독립파가 승리해 정국 불안정만 가중됐다. 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디아주와 베네토주도 지난 10월 22일 주민투표로 자치권 강화에 대한 지지를 확인했다. 영국 스코틀랜드 자치정부도 브렉시트에 맞서 내년 말쯤 영국에서 독립하기 위한 주민 투표를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카탈루냐와 롬바르디아, 베네토 등은 모두 부유한 지역이다. 땀흘려 낸 세금을 별 혜택도 없이 중앙정부에 뺏겨야 한다는 불만이 자치권 확대 열망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본질은 EU에 주권을 침해당하고 있다며 EU 탈퇴를 선언한 영국과 유사하다. 유럽의 분열상은 독일에서도 확인된다. ‘유럽의 여왕’ 격인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지난 9월 총선에서 기독민주당·기독사회당 연합이 제1당 자리를 지키며 4연임에 성공했지만 아직 연정을 구성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제는 조기 퇴진 압박을 받고 있다. 대연정을 꾸려온 기민·기사당 연합과 사회민주당의 득표율이 저조한 틈을 타 반(反)EU 성향의 극우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제3당으로 부상했다. 이 밖에 오스트리아의 제바스티안 쿠르츠(31) 국민당 대표는 지난 18일 민주 선거로 선출된 세계 최연소 총리가 됐지만 극우 성향 자유당과 연정을 구성해 난민 문제를 두고 EU와의 갈등이 예고된다. 체코에서도 반(反)EU 노선을 표방한 안드레이 바비시 총리가 집권하는 등 극우 포퓰리즘은 아직 수그러들지 않았다.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에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요구하는 등 서방 세계의 결속력이 약화되는 상황에서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정부는 그 틈을 파고들어 동유럽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꾀하고 있다. ‘제2의 마거릿 대처’를 표방하며 지난해 7월 구원투수로 등판한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바람 잘 날 없는 한 해를 보내야 했다. 측근들의 잇단 퇴진과 골치 아픈 브렉시트 협상에 발목을 잡혀서다. 메이 총리는 지난 6월 8일 조기 총선으로 승부수를 띄웠으나 집권 보수당은 과반의석 확보에 실패했고 메이 총리의 당내 입지도 위협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유럽을 견인할 유일한 희망으로 꼽힌다. 기성 정치권의 개혁을 내건 마크롱은 지난 5월 7일 득표율 66%를 얻어 만 39세의 최연소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이 과정에서 프랑스의 좌우 양당 정치의 한 축이던 사회당은 처참히 몰락했다. 마크롱 대통령의 지지율은 ‘제왕적 대통령’ 논란이 불거지며 취임 100일 만인 8월 16일 36% 수준으로 추락했지만 넉달 만인 지난 19일 여론조사에서는 54%로 반등했다. 인기 하락과 노동계 총파업이라는 위기 상황에서도 마크롱 대통령이 노동시장 구조 개편과 테러방지법 개정, 정치개혁 입법안 등 굵직한 개혁법안들을 잇달아 성사시킨 점이 지지율 반등의 원인으로 꼽힌다. 유럽인들은 한 해 동안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 국가’(IS)와 그 추종자들의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테러 공포에 시달려야 했다. 영국에서는 지난 3월 22일 런던 국회의사당 인근 차량 및 흉기 테러(5명 사망)에 이어 5월 22일 맨체스터 공연장 폭탄 테러로 22명이 사망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도 8월 17일 연쇄 차량 돌진 테러가 발생해 16명이 사망하는 등 테러 위협은 여전하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행복 동행, 상생 특구] 中企 연2% 금리 ‘생큐’ 강서 대출

    [행복 동행, 상생 특구] 中企 연2% 금리 ‘생큐’ 강서 대출

    서울 강서구는 지역 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위해 새해 1월 2일부터 저금리로 자금을 지원하는 ‘중소기업·소상공인 육성기금 융자지원 사업’을 실시한다고 28일 밝혔다. 강서구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경영 안정화를 위해 시설자금, 운전자금, 기술개발자금을 지원한다”고 전했다.융자지원 규모는 30억원이다. 업체별 3억원(소상공인 5000만원)을 한도로, 신청현황·사업장 규모·여신기관 조회 결과 등을 감안해 조정한다. 연 2% 금리에 1년 거치 4년 균등분할 상환한다. 다음달 2~31일 구청 일자리경제과에 신청하면 된다. 지원 대상은 지역 내 공장 등록을 한 중소기업, 강서구에 본사가 있는 벤처기업과 이노비즈(기술혁신형 중소기업), 지역에 사업장을 두고 사업자등록을 한 소상공인이다. 구는 최저임금 인상액을 보전해 주는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 사업도 시작한다. 다음달 2일부터 4대 보험공단·고용노동부 홈페이지에서 온라인 접수하거나 각 동 주민센터를 찾아 직접 신청하면 된다. 노현송 강서구청장은 “이번 지원책이 경기침체와 노동시장 환경 변화 속에서 어려움을 겪는 지역 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펼쳐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새해 1분기 ‘취업문’ 더 좁아진다…1년 전보다 1천명 준 30만3천명

    올해 3분기까지 구인·채용 인원이 소폭 늘었지만 내년 1분기까지 기업의 채용 규모는 줄어들 거라는 전망이 나왔다. 고용노동부가 27일 발표한 2017년 하반기 직종별 노동력 조사에 따르면 올 4분기부터 내년 1분기까지 기업의 채용계획 인원은 30만 3000명으로 집계됐다. 전년 같은 기간 30만 4000명과 비교하면 1000명(0.3%) 정도 줄어든 수치다. 이번 조사는 5인 이상 사업장 3만 2000곳을 상대로 진행됐다. 조사일로부터 6개월 이내 채용이 계획된 경우를 의미하는 채용계획 인원은 2011년 하반기 30만 4000명에서 2013년 28만 8000명으로 줄었다가 지난해 30만명 규모로 늘었다. 내년 1분기까지 채용계획 인원은 제조업이 8만 8000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운수업(3만 3000명), 도·소매업(3만 2000명),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2만 6000명) 순이었다. 회사 규모별로는 300명 미만 중소기업이 27만명의 채용을 계획하고 있고 300명 이상 대기업은 3만 3000명으로 파악됐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중소기업은 1.6%(5000명) 정도 채용 계획 인원이 줄었고 대기업은 11.1%(3000명) 늘었다. 곽희경 고용부 노동시장조사과장은 “대기업의 경우 정보통신 관련직과 기계 관련직에서 채용 계획 인원이 가장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올 3분기 기업들의 실제 채용인원은 63만 6000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만 3000명(3.7%) 정도 늘어났다. 중소기업이 51만 2000명, 대기업은 12만 4000명을 채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적정 인력을 채용하지 못해 발생한 미충원 인원도 8만 5000명에 달했다. 기업들이 당초 구인에 나섰던 인원 규모 대비 11.7% 정도가 빈자리로 남은 것이다. 미충원율은 중소기업이 13.2%, 대기업은 5.1%로 집계됐다. 미충원 사유에 대해 기업들은 ‘임금 수준 등 근로조건이 구직자의 기대와 맞지 않았기 때문’(21.2%)이라고 응답했다. 박사급 등 직능 수준이 높은 인력을 필요로 하는 분야의 경우 ‘요구하는 학력·자격을 갖춘 지원자가 없기 때문’(42.3%)이라는 응답이 미충원 사유로 가장 많이 꼽혔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4차 산업혁명·고령화 맞춰 직업분류 체계 확 바꾼다

    4차 산업혁명·고령화 맞춰 직업분류 체계 확 바꾼다

    4차 산업혁명과 저출산·고령화의 영향으로 새로운 직업이 늘어나면서 내년부터 직업분류 체계가 전면 개편된다. 직업 분류는 일자리 정보와 국가직무능력표준(NCS) 개발의 기초다.●간병인 등 돌봄서비스직 중분류 신설 고용노동부는 ‘한국고용직업분류 2018’을 개정·고시하고,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한다고 25일 밝혔다. 2002년 만들어진 한국고용직업분류는 통계청의 한국표준직업분류를 보완해 현장에서 직업을 이해하기 쉬운 구조로 설계됐다. 취업알선 서비스, 노동력 수급 통계 작성에 쓰이면서 고용 정책의 기본 틀 역할을 하고, 산업현장의 직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데 필요한 능력을 표준화한 NCS 개발의 기초가 된다. 2007년 대분류 7개, 중분류 24개, 소분류 139개, 세분류 429개에서 11년 동안 유지됐던 직업분류는 대분류 10개, 중분류 35개, 소분류 136개, 세분류 450개로 개편된다. 4차 산업혁명 등 정보기술(IT) 발전에 따른 관련 직업의 증가로 인해 ‘연구직 및 공학기술직’이 대분류에 신설되고, 고령화에 따라 수요가 늘어나는 ‘보건·의료직’은 중분류에서 대분류로 변경됐다. 실제 고용 정책 및 NCS 개발에 가장 많이 활용되는 중분류 기준은 노동시장의 수요가 증가하는 부분을 신설하거나 기존 직업 분류를 세분화했다. 연구직의 경우 인문·사회과학연구직, 자연·생명과학연구직, 정보통신 연구 개발직 및 공학기술직 등 5개 직업으로 세분화돼 중분류에 추가되고, 육아도우미·간병인 등 ‘돌봄 서비스직’은 신설됐다. 여가 및 여행 관련 직업이 증가하면서 ‘미용·숙박·여행·오락·스포츠 관련직’은 ▲미용·예식서비스직 ▲여행·숙박·오락서비스직 ▲스포츠·레크리에이션직으로 분할됐다. ●소·세분류에 데이터 전문가 등 추가 직무유형을 나눈 대·중분류의 변화 때문에 실제 직능수준을 기준으로 하는 소분류·세분류에서도 ‘데이터 전문가’, ‘반려동물 미용 및 관리 종사원’, ‘요양보호사 및 간병인’ 등 새로운 직업들이 추가되거나 기존 직업에서 이름을 바꿨다. 고용부는 내년부터 노동력 수급 통계, 워크넷(고용정보시스템) 등에 해당 직업분류를 차례로 적용하고, 신설되거나 변경된 직무에 대해 NCS 개발도 시작한다. 권혁태 고용부 고용서비스정책관은 “정보통신이나 공학 분야 등에서 기술이 통합되면서 일부 변경되거나 새로 신설된 직업이 반영됐다”며 “바뀐 직업 분류체계를 실제 현장에서 잘 활용할 수 있도록 교육 및 홍보를 강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김동연 “내년 3만弗 시대 걸맞은 질적성장 주력”

    김동연 “내년 3만弗 시대 걸맞은 질적성장 주력”

    핵심 키워드는 ‘혁신성장·일자리’ 노동시장 안정성 강화 정책 우선시 종교인 과세 일단 내년 시행이 중요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내년도 경제정책의 핵심 과제로 일자리 문제를 꼽았다. 장기적으로 반드시 해결해야 할 핵심 과제로는 저출산·고령화와 양극화 문제를 지목했다. 김 부총리는 2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재부 출입기자단과 가진 간담회에서 경제의 이중구조화, 성장의 질적인 측면, 소득 재분배 문제 등을 거론하면서 “양극화로 인한 구조적 문제 등은 우리의 도전 과제로 남아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주거·고용·건강 등 삶의 질은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에 어울리는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고 평가하면서 내년에 경제정책으로 가시적인 변화를 이끌겠다고 의지를 표명했다. 김 부총리는 “아무리 3%, 4% 성장을 이뤄도 허약한 사회 구조를 지니게 되면 경제의 역동성이 떨어진다”며 조세·재정 정책에서 재분배 기능을 강화하도록 정부가 정책적인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복지 지출을 확대하는 것은 양극화 해결책이기도 하지만 수혜 계층이 높은 한계 소비 성향을 가지고 있으므로 이로 인해 소비가 늘고 총수요가 증가하는 것도 기대할 수 있다고 김 부총리는 덧붙였다. 내주 발표할 내년도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은 혁신성장, 일자리, 중장기적 위협에 대한 적극적 대처에 초점을 맞췄다고 소개했다. 김 부총리는 “삶의 질의 가시적인 변화를 이끌고 사람 중심 경제를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데 가장 핵심적인 키워드가 일자리”라고 밝혔다. 김 부총리는 저출산, 고령화,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제고 등을 중요 과제로 꼽으면서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면 커다란 위험 요인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재인 정부가 추구하는 노동시장 개혁 방향을 ‘안정 유연 모델’이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노동·고용시장의 안정성이 너무 낮은 상태이므로 실업수당·실업급여·전직훈련 등 안전판을 강화하는 정책을 추진하되 일정한 단계에 이르면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끌어올리기 위한 사회적 대타협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종교인 과세와 관련해선 “일단 (종교인 소득 과세를) 내년 시행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앞으로 지속 보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납세 대상이 종교인이라는 특수성, 수용성 등을 봐서 보완할 수 있다는 정책적 고려를 감안해서 만든 점을 이해해 달라”면서 “앞으로 차관회의나 국무회의가 남아 있기 때문에 변화가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세종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시론] 경제정책 변화, 새 경제질서 출발 되길/조복현 한밭대 경제학과 교수

    [시론] 경제정책 변화, 새 경제질서 출발 되길/조복현 한밭대 경제학과 교수

    올 한 해 가장 큰 경제 분야의 화두는 새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 변화일 것이다. 이는 올해만이 아니라 외환위기 이후 지금까지 가장 큰 변화일 것이다. 지난 5월 새 정부가 출범한 뒤 새로운 경제정책 기조로 ‘사람 중심 경제’가 제시됐다. 외환위기 이후 계속돼 온 ‘이윤 중심 시장경제’가 ‘사람 중심 지속성장 경제’로 정책 방향이 크게 전환된 것이다. 새 정부가 경제정책 방향을 전환한 것은 그동안 시장경제가 저성장과 양극화 문제를 심화시켜 온바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고 인식했기 때문이다. 일자리 중심, 소득주도 성장, 공정경제, 혁신성장의 4축으로 구성되는 이 경제정책은 공정경쟁 질서의 기초 위에 한편으로는 가계의 소득 증가를 통해, 다른 한편으로는 중소기업 중심의 혁신을 통해 저성장과 양극화를 동시에 극복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우리 경제는 외환위기 이후 세계경제 사조의 흐름에 따라 시장경쟁 질서를 강조하면서 기업 위주의 경제 활동을 강화해 왔다. 많은 공기업들이 민영화됐고, 감세 등과 함께 정부 규제도 완화됐으며, 노동시장에는 파견, 임시 근로 등의 유연화가 증대됐다. 또 금융시장에서는 자금 중개보다 단기 자본 이득을 목표로 하는 거래가 더 활발해졌다. 시장의 효율성이 더 큰 성장과 형평을 가져다준다는 믿음으로 이러한 질서들이 옹호됐다. 그러나 우리 경제는 외환위기 이후 지속적인 저성장과 양극화의 문제가 심화돼 왔다. 위기 이후 매 10년마다 평균 경제성장률은 감소했으며, 잠재성장률도 함께 감소했다. 소득 분배는 계속 악화돼 최근에는 상위 10%의 소득 몫이 전체의 45%에 다다르는 수준에 이르렀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 대기업과 중소기업 근로자 사이의 임금 격차도 커졌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수출기업과 내수기업 사이의 영업이익 양극화도 심화됐다. 자유시장 경쟁은 승자와 패자를 구분하고 패자를 배제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데에는 뛰어난 능력을 보여 주었지만, 경제의 효율성을 증대시켜 성장을 촉진하고 합리적 분배를 가져다주는 데는 제대로 된 성과를 보여 주지 못했다. 자유시장이 경쟁과 배제를 통한 양극화의 심화만 가져다준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양극화가 시장경제의 수요와 공급에 악순환을 초래해 정상적인 성장에 부정적인 효과만을 미치게 된 것이다. 시장 중심의 경제질서가 여러 문제를 낳고 있음에도 그동안 새로운 정책 전환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새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 전환은 획기적인 변화라고 평가할 수 있다. 더욱이 그동안 강자와 약자 사이의 불공정 경쟁이 다반사였고 강자의 이익에 더 봉사하는 편향적 경제정책이 적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더욱 의미 있는 일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새로운 정책 방향이 경제활동 주체들의 사회적 합의와 공감 형성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소득주도 성장 정책에 대한 언론과 학계의 부정적 인식은 물론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방법에 대한 사회적 합의 부족,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자영업자와 영세기업들의 우려 등은 추진 동력을 약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당사자들의 합의와 지지가 없이는 성공하기 쉽지 않다. 또한 이 정책들이 정교함이나 세밀함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 추진되는 것도 상당한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문제에서 나타나는 혼란, 혁신성장과 4차산업 관련 정책에서 나타나는 구체성의 미흡 등과 같은 문제는 정책 추진의 일관성이나 신뢰의 형성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 현 정부의 새로운 경제정책 변화가 성공하고 또 그것이 우리 사회의 새로운 경제질서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정부가 좀더 적극적으로 사회적 합의와 공감 형성에 노력을 기울이고, 또 좀더 정교하게 정책 내용과 수단들을 가다듬어야 할 것이다. 경제정책 기조 변화가 시장경제에서 나타나는 경쟁과 배제를 극복하고 협력과 포용의 새로운 경제질서를 정착시키는 출발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 다시 사랑받는 마크롱

    국정과제 안착·글로벌 리더십 부각 지난 5월 취임 후 지지율이 반 토막 나며 흔들렸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에 대한 여론이 최근 극적으로 개선되고 있다고 AFP통신 등이 19일(현지시간) 전했다. 마크롱 대통령이 국내에서 노동시장 개편 등 주요 국정과제를 안착시키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집권 이후 국제사회에 생긴 ‘리더십 공백’을 유리하게 이용한 결과다. 이날 프랑스 여론조사기관 오독사의 조사 결과, 마크롱이 ‘좋은 대통령’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54%로 한 달 전보다 9% 포인트 급등했다. 특히 마크롱 대통령은 친시장 성향이 강한 자신에게 표를 주지 않은 좌파 성향 유권자들 사이에서도 호감도 45%를 기록해 인기가 급상승했다. 한 달 전보다 9% 포인트 뛴 수치다. 이 같은 상승세는 마크롱 대통령이 주요 국정과제로 내건 구상들을 집권 초 별다른 저항 없이 안착시킨 것이 주효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특유의 돌파력으로 노동시장 구조개편과 테러방지법 개정, 정치개혁 입법안 등 굵직한 법안들을 야당의 큰 반발 없이 통과시켰다. 마크롱 대통령이 국제사회의 새로운 리더임을 부각시킨 것도 긍정적 효과를 줬다. 트럼프 대통령이 기후변화 문제에서 손을 떼고, 중동에서 이스라엘 편을 노골적으로 들자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가 중동의 중재자이며 기후변화 문제의 글로벌 리더임을 강조하며 국제무대의 리더십 공백을 메웠다. 파리정치대학 파스칼 페리노 교수는 “(마크롱 대통령 집권 후) 프랑스가 유럽과 국제무대 전면에 다시 등장하고 있다는 인식이 모든 여론조사에서 확인된다. 프랑스인들이 프랑스를 다시 사랑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 10년후 취업자 늘어나도… 청년 고용은 녹록잖다

    10년후 취업자 늘어나도… 청년 고용은 녹록잖다

    만 15세 이상 취업자 190만명 증가 복지업 종사자 늘고 농림어업 줄어 “취업자 수 늘어도 좋은 일자리 부족” 저출산·고령화 사회에 접어들면서 2026년까지 만 15~64세 생산가능인구가 218만명 정도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에 따라 보건업과 사회복지서비스업 취업자 수가 늘어나는 반면 농업, 조선업, 섬유·의복 등 구조조정이 지속되고 있는 산업은 취업자 수가 줄어들 것으로 분석됐다.고용노동부는 19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2016~2026 중장기 인력수급 전망’을 보고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6∼2026년 만 15세 이상 인구는 207만명, 일할 의사와 능력이 있는 경제활동인구는 201만명, 취업자는 190만명 각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반면 한창 일할 나이인 만 15~64세 생산가능인구는 3648만명에서 3430만명으로 218만명이 줄어든다. 경제활동인구는 은퇴 시기 연장,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 증가 등으로 201만명 늘어난다. 남성의 경제활동인구는 94만명 정도 늘어나지만 여성은 107만명이 늘어나 경제활동 참가율 격차는 현재 21.8% 포인트에서 19.8% 포인트로 줄어들 것으로 분석됐다. 생산가능인구(만 15~64세)가 줄면서 은퇴자는 늘어나는 반면 신규 진입하는 인력의 증가폭은 작아 초과 수요(빈 일자리)도 발생할 것으로 예상됐다. 학력별로 고졸자는 113만명, 대졸자 10만명의 초과 수요가 발생하는 반면 전문대 졸업자(55만명), 대학원 졸업자(30만명)는 초과 공급(일자리 부족)이 발생할 것으로 나타났다. 분야별 취업자 수를 보면 보건 및 사회복지 서비스업(56만명)에서 취업자가 많이 늘어난다. 고용부는 “고령화로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면서 관련 산업의 취업자 수도 계속해서 증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전문·과학·기술서비스업(22만명), 제조업(22만명), 출판·영상·방송통신·정보서비스업(12만명) 등 산업 전반에서 취업자 수는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농림어업은 취업자 수가 현재보다 19만명 정도 줄어들 것으로 분석됐다. 조선업(4만명)을 비롯해 의복(3만명), 섬유(1만명), 가죽(1만명) 등 전통 제조업과 소비재 산업은 지속적인 구조조정으로 고용이 줄어들 전망이다. 신욱균 고용부 미래고용분석과장은 “취업자 수는 늘어나지만 좋은 일자리 부족으로 만 25~29세 청년 인구의 고용 상황이 쉽게 풀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고용부는 이번 분석 결과를 토대로 저출산·고령화에 대응한 효율적인 인력활용 방안, 산업·노동시장 구조 변화에 대응한 사회안전망 강화 등을 정책적 시사점으로 제시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생활비 안 받고 집 안 물려준다…부모·자식 경제적 독립 가속화

    생활비 안 받고 집 안 물려준다…부모·자식 경제적 독립 가속화

    266만명 최저임금도 못 받아… 10년새 41% 급증아동학대 3년 새 2배 급증부모와 자식의 경제적 독립이 가속화하면서 생활비를 스스로 해결하는 부모가 절반을 넘어섰다. 자신의 집을 자녀에게 물려주지 않겠다는 의향도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 최저임금이 지난 15년간 2.8배 인상됐지만 최저임금도 못 받는 근로자 비율 역시 2.8배 증가했다. 아동학대 발생률은 3년 사이 2배로 껑충 뛰었다. 가습기 살균제, 생리대 파동 등으로 문제가 된 화학물질이 연간 5억t가량 유통되고 있지만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은 이런 내용을 담은 ‘한국의 사회동향 2017’을 17일 공개했다. 사회동향은 국민 생활과 사회 변화를 쉽게 풀이한 종합 보고서로 총 11개 영역으로 구성돼 있으며 두 차례에 걸쳐 공표된다. 자식이 부모를 봉양하던 세태는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 자식에게 짐이 되기 싫어 스스로 노후를 준비하는 중장년층이 늘어나고 있어서다. 통계청의 조사 결과, 생활비를 스스로 마련하는 부모 비율은 2008년 46.6%에서 지난해 52.6%로 증가했다. 반면 자녀에게 생활비를 받는 부모는 같은 기간 52.9%에서 47.4%로 낮아졌다. 부모가 자녀와 동거하는 비율도 같은 기간 38.0%에서 29.2%로 줄었다. 주택을 소유한 만 60세 이상 인구 가운데 4명 중 1명(25.2%)은 집을 자녀에게 상속할 의향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2008년(12.7%)보다 2배가량 증가한 것이다. 대신 주택을 담보로 매달 연금을 받는 주택연금에 가입한 사람이 급증했다. 통계청은 우리나라 노동시장을 ‘최저임금 취약지대’라고 평가했다. 2002년 2275원이었던 최저임금은 올해 6470원으로 15년 동안 약 2.8배 인상됐다.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급여를 받고 일하는 근로자는 오히려 늘었다. 전체 근로자 중 최저임금 미만율은 2002~2003년 4.9%에서 2007년 이후 10~12%를 유지하다 2016년 13.6%로 높아졌다.최저임금위원회에 따르면 최저임금도 못 받는 근로자 수는 지난해 8월 기준 266만 4000명으로 추산된다. 2007년(189만 1000명)보다 40.9% 증가한 것이다. 김경용 통계청 통계분석실장은 “정부가 제시한 최저임금 가이드라인를 지키지 않는 사용주가 늘어난 것”이라면서 “경제 사정이 좋지 않았거나 최저임금 준수 여부를 제대로 관리 감독하지 않은 것이 원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청소년과 노인, 여성과 비정규직 근로자가 최저임금을 못 받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해 15~19세 근로자는 남자의 51.2%, 여자의 54.4%가 최저임금을 못 받았다. 60세 근로자의 최저임금 미만율은 남자 33.6%, 여성 51.3%였다. 정규직 중에 최저임금을 못 받는 근로자는 7.1%에 그쳤지만 비정규직은 이 비율이 26.9%였다. 비정규직 근로자 중에서도 재택근무를 하는 가내 근로자(62.2%)와 시간제근로자(41.2%)의 최저임금 미만율이 높은 편이었다. 2015년 기준 아동학대는 아동 10만명당 총 130.7건으로 2012년(66.1건)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유형별로는 두 가지 이상의 중복 학대가 45.6%로 가장 많았고 정서학대(17.5%), 방임(17.2%) 등이 뒤를 이었다. 거의 매일 아동학대가 발생하는 비율이 17.9%, 피해기간이 1년 이상인 경우가 20.9%에 이르는 등 피해 수준이 심각했다. 국내에 유통되는 화학물질의 종류는 4만여종이 넘고 매년 2000여종의 신규 화학물질이 새롭게 등장하고 있지만 금지 또는 제한물질로 지정된 것은 72종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화학물질 유통량은 1988년 1억 7540t에서 2014년 4억 9690t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환경부는 생활화학제품과 살생물제품을, 보건복지부와 식약처는 위생용품, 의약외품 등을 각각 분산 관리하면서 정보가 따로 제공돼 소비자 불편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종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시론] 꿈을 잃어가는 꿈산업 여성 스타일리스트들/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

    [시론] 꿈을 잃어가는 꿈산업 여성 스타일리스트들/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

    압축 성장을 한 한국의 동력은 무엇이었을까? 다른 나라들은 200여년 이상 걸린 산업화를 40여년 만에 해치운 한국의 성과는 1990년대까지 ‘한강의 기적’이라고 불렸다. 1990년대 말 외환위기 이후 그런 단어는 사라졌지만, 2017년 오늘 우리는 또 믿기 어려울 만큼 경이로운 소식을 접하고 있다. 방탄소년단이 해외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제 대중음악이든 드라마든 ‘한류’는 한국 대표 산업 중 하나로 자리잡는 듯하다.안타깝게도 기뻐만 할 수는 없는 것이 이 산업의 현실이다. 필자는 최근 전국여성노조 서울지부에서 한 ‘스타일리스트 어시스턴트 실태조사’에 함께했다. 연예인 스타일리스트는 담당 연예인의 활동 목적과 캐릭터에 따라 의복 등을 통해 적절한 이미지를 연출한다. 203명의 스타일리스트 또는 스타일리스트 어시스턴트가 참여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89.9%가 하루 평균 10시간 이상 일하며 92.1%가 월 100만원 이하 저임금을 받고 있었다. 10명 중 9명이 하루 10시간 이상 일하며 100만원도 안 되는 임금을 받고 있다. 이들은 노동자도 교육생도 아닌 모호한 위치에서 시키는 일은 모두 다 한다. 연출하려는 이미지와 스타일링 개념을 결정하는 것에서부터 옷감 구입과 의복 제작, 부속과 액세서리를 갖추는 일은 물론 광고 제작을 위한 자료 수집과 시안 작성, 그리고 촬영 현장에서 연예인들에게 스타일링하는 것까지. 또 이런 업무를 하기 위해 ‘동대문’과 의복제작실, 협찬사, 촬영 현장 등 곳곳을 돌아다녀야 한다. 이들 대부분은 돈이 없어 버스나 지하철을 타며 연예인 옷과 소품을 담은 옷가방을 운반한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로데오거리에서 큼지막한 여행가방을 두어 개씩 밀고 가는 이들이 있다면 스타일리스트 노동자라고 추측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일하는 이들이 이런 조건 속에서 일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답은 이들의 93.6%가 여성이며, 97.5%가 20대, 특히 20~25세 연령층이 78.3%에 이른다는 사실에 있다. ‘20대 초반 여성 일자리’라는 점이 스타일리스트 어시스턴트 노동조건을 규정하는 핵심 요인이다. 나이 어린 여성들이 몰리는 보조 일자리라는 인식이 이들을 초저임금과 초장시간 노동에 몰아넣는 관행을 지속시켜 온 것이다. 1960~1970년대 고 전태일 열사의 친구였던 청계 피복공장 소녀들을 생각해 보면 그때나 지금이나 젊은 여성에 대한 이런 부당한 노동 관행이 놀라운 발견도 아니다. 하루 12시간 이상 먼지 가득한 공장에서 ‘시다’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끼니조차 제대로 잇지 못한 채 일해야 했던 봉제공장의 여성 노동자들. 그들 역시 초저임금과 초장시간 노동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그리고 이런 나이 어린 여성들의 초과 노동은 대한민국이 세계적 수출국으로 성장하는 데 기여해 왔다. 그것이 의복이든 문화상품이든. 산업화 초기부터 현재까지 젊은 여성들이 저임금 노동력의 대명사가 된 이유는 노동시장에 있는 성과 연령이라는 차별 때문이다. 여성 그리고 나이가 어린 사람들은 기술과 지식, 숙련 등 직무수행 관련 요소에서 역량이 부족하고 가족부양 책임이 없으니 적은 임금을 줘도 된다는 암묵적 전제가 한국 노동시장 저변에서 강력한 힘을 발휘해 왔다. 그 결과는 여성과 젊은이에 대한 차별이다. 적절한 일과 일한 만큼의 보상, 인격적 대우에서 법적 기준에 미달하는 상황이 지속됐지만, 한국 사회에서 그것은 관행이 돼 왔다. 10대와 20대 여성들의 초저임금은 이런 성과 연령의 교차적 차별 관행이 낳은 결과다. 우리는 언제까지 젊은 여성의 땀과 눈물을 팔아 ‘발전국가’의 바퀴를 굴려 갈 것인가. “꿈으로 선택해서 하고 있는 일이지만 꿈만 아니면 정말 최악의 직업 같다”는 한 응답자의 말은 한국의 꿈산업이 젊은 여성의 꿈을 어떻게 앗아가고 있는지 짐작하게 한다. 화려한 스타산업의 이면에서는 밀린 월세와 교통비, 밥값을 걱정하는, ‘늘 몸살에 걸린 것 같은’ 아픈 몸과 마음으로 일하는 수많은 20대 여성들이 노동의 대가를 받지 못한 채 일하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 한·미 금리역전 가시권…1400조 가계빚 ‘빨간불’

    한·미 금리역전 가시권…1400조 가계빚 ‘빨간불’

    연준, 내년도 3차례 인상 예고한은 두 차례…자본유출 위기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는 13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어 정책금리를 기존 1.00∼1.25%에서 1.25∼1.50%로 0.25% 포인트 올렸다. 올 들어 지난 3월과 6월에 이어 세 번째다. 연준 위원들은 향후 금리 인상 전망을 담은 점도표에서 ‘내년 3회 인상’을 유지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에 따라 6년 5개월 만인 지난달 기준금리를 연 1.50%로 올린 우리나라와 같은 수준이 됐다. 한·미 모두 내년에 금리를 추가로 올릴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 향후 인상 시기와 횟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에도 우리 금융시장은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 예견된 일이었고, 내년에도 올해처럼 세 차례 인상을 예고하는 등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 신호를 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이 ‘매파’(통화긴축 선호)로 돌변할 가능성은 여전히 도사리고 있다. 걱정거리인 저물가가 해결되면 금리인상 속도를 끌어올릴 수 있다. 이 경우 채권 금리 상승에 따른 국내 시장금리와 대출금리 상승이 불가피하고, 14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 ‘폭탄’이 폭발할 위험이 커진다. 한국과 미국 기준금리 상단이 1.50%로 같아졌지만, 내년에는 역전될 가능성도 커 자본 유출 등 또 다른 충격이 우려된다.이날 미국은 경기회복에 자신감을 보였다.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1%에서 2.5%로 0.4% 포인트나 상향했다. 실업률 전망치는 기존 4.1%에서 3.9%로 낮췄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은 “이번 기준금리 인상은 지속적인 일자리 창출과 임금상승 등 노동시장이 견고할 것이라는 기대감”이라고 말했다. 연준은 ‘어두운 표정’도 내비쳤다. 물가 때문이다.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2%로 잡고 있지만 크게 밑돌고 있다. 연준은 올해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인플레이션이 1.5%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내년 전망치도 기존 1.9%를 유지했다. 옐런 의장은 “물가 부진을 주도하는 변수에 대한 이해가 불완전한 상태”라고 말했다. 연준이 내년 경제 전망을 낙관하면서도 기준금리 인상 횟수를 3회로 유지한 이유다. 보통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채권 금리와 달러 가치는 상승한다. 하지만 이날은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며 반대로 움직였다. 미 국채 10년물은 6.43bp(1bp=0.01%) 하락한 2.3433%에 거래를 마쳤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0.7% 떨어진 93.41을 기록했다. 국내 채권시장도 영향을 받아 국고채 금리가 일제히 하락했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날보다 0.02% 포인트 하락한 2.06%에 마감했다. 박옥희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경제의 견고한 성장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인플레이션과 임금상승률이 약해 연준의 긴축 속도에 대한 고민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물가와 임금 개선이 더디면 예상보다 금리 인상 속도가 완만해지면서 금융시장에 미치는 부담도 약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안심해선 안 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내년에는 FOMC에서 투표권을 행사하는 인사가 올해보다 ‘매파적’ 성향으로 대폭 변화하는 만큼 연준 스탠스를 지속적으로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직 경기 회복세가 뚜렷하지 않은 우리나라는 내년 기준금리 인상이 최대 두 차례에 그칠 전망이어서 미국과 역전 현상이 벌어지는 것도 걱정이다. 유광열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은 시장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미국이 자산 축소와 함께 내년에도 기준금리를 지속적으로 인상할 것으로 보이고, 유럽도 양적완화를 축소할 예정인 만큼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며 “가계부채와 외국인 자금유출, 금융사 외화유동성 등의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도록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美 기준금리 1.25~1.50%로 인상…내년 3차례 인상 시사(종합)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3일(현지시간) 기준금리 0.25%p 인상을 단행했다. 이에 따라 기준금리는 기존 1.00~1.25%에서 1.25%~1.50%로 올랐다. 올해 들어 3월과 6월에 이은 세 번째이자 마지막 인상이다. 이러한 미 기준금리의 순조로운 ‘정상화’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이어지는 증시 호조와 노동시장 호조, 산업투자 증가 등 전반적인 미국 경제의 자신감이 반영된 조치이다. 이로써 미 기준금리 상단이 한국은행 기준금리(1.50%)와 같아졌으며 내년 한ㆍ미 간 금리 역전 가능성도 가시권에 들어왔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 연준은 이날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거쳐 이런 내용의 기준금리 인상 결정을 발표했다. 12월 금리 인상을 거의 100% 확신하고 있던 시장의 관심은 이미 내년 금리의 인상 속도에 쏠리고 있다. 연준은 꾸준히 이달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해왔고, 내년 2월 차기 연준 의장에 취임하는 제롬 파월 현 연준 이사도 최근 인준청문회에서 “12월 금리 인상 여건이 뒷받침되고 있다”고 밝혔다. 연준은 내년 3차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는 연준의 지난 9월 전망치와 일치하는 것이다. 시장 일각에서는 연준의 새 이사에 ‘매파’(통화긴축 선호)로 평가받는 마빈 굿프렌드 카네기멜런대 교수가 지명됐고, 내년에는 FOMC 위원 일부도 매파 성향 인사도 바뀔 예정이어서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몇몇 연준 위원들은 노동시장이 20년래 최고의 호조를 보이긴 하지만, 물가상승 압력이 여전히 낮아 목표치(2%)에 미달하고 있다는 점에 우려를 나타냈다고 미 경제 전문 매체 ‘마켓워치’는 전했다. 연준은 장기 기준금리 전망도 2.8%로 기존과 동일하게 유지했다. 연준은 추후 경제 전망과 관련, 물가 상승률은 올해 1.7%에서 내년 1.9%를 거쳐 2019년과 2020년 2.0%로 소폭 올라갈 것으로 전망했다. 또 내년 국내총생산(GDP) 전망도 기존 2.1%에서 2.5%로 상향했다. 실업률은 올해 4.1%→내년ㆍ2019년 3.9%→2020년 4.0%로, 노동시장 호조세가 지속할 것으로 봤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미 기준금리 1.25~1.50%로 인상…내년 3차례 인상 시사

    미 기준금리 1.25~1.50%로 인상…내년 3차례 인상 시사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13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0.25%p 인상했다. 이에 따라 기준금리는 기존 1.00~1.25%에서 1.25%~1.50%로 올랐다. 올해 들어 세 번째 인상이자 마지막 인상이다.미 연준은 이날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거쳐 이런 내용의 기준금리 인상 결정을 발표했다. 지난 3월과 6월에 이어 세 번째 인상이다. 이로써 미 기준금리 상단이 한국은행 기준금리(1.50%)와 같아졌으며, 내년 한·미 간 금리 역전 가능성도 가시권에 들어왔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미 기준금리의 순조로운 ‘정상화’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이어지는 증시 호조와 노동시장 호조, 산업투자 증가 등 전반적인 미국 경제의 자신감이 반영된 조치로 풀이된다. 12월 금리 인상을 거의 100% 확신하고 있던 시장의 관심은 이미 내년 금리의 인상 속도에 쏠리고 있다. 연준은 꾸준히 이달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해왔고, 내년 2월 차기 연준 의장에 취임하는 제롬 파월 현 연준 이사도 최근 청문회에서 “12월 금리 인상 여건이 뒷받침되고 있다”고 밝혔다. 연준은 내년 3차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는 연준의 지난 9월 전망치와 일치하는 것이다. 시장 일각에서는 연준의 새 이사에 ‘매파’(통화긴축 선호)로 평가받는 마빈 굿프렌드 카네기멜런대 교수가 지명됐고, 내년에는 FOMC 위원 일부도 매파 성향 인사도 바뀔 예정이어서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몇몇 연준 위원들은 노동시장이 20년래 최고의 호조를 보이긴 하지만 물가상승 압력이 여전히 낮아 목표치(2%)에 미달하고 있다는 점에 우려를 나타냈다고 미 경제 전문 매체 ‘마켓워치’는 전했다. 연준은 장기 기준금리 전망도 2.8%로 기존과 동일하게 유지했다. 연준은 추후 경제 전망과 관련,물가 상승률은 올해 1.7%에서 내년 1.9%를 거쳐 2019년과 2020년 2.0%로 소폭 올라갈 것으로 전망했다. 또 내년 국내총생산(GDP) 전망도 기존 2.1%에서 2.5%로 상향했다. 실업률은 올해 4.1%→내년·2019년 3.9%→2020년 4.0%로,노동시장 호조세가 지속할 것으로 봤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내수시장 작아 갑을문화 양산”

    “내수시장 작아 갑을문화 양산”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이달 중 하도급 불공정거래를 막기 위한 종합대책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김 위원장은 11일 대구상공회의소에서 대구·경북 지역 기계·금속 제조업체 대표 등 13명을 만난 자리에서 “중소기업의 공정한 경쟁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하도급 법령을 개선하는 등 다각적으로 노력하고 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대기업의 중소기업의 기술 탈취 행위에 대해서 “중소벤처기업부 등과 협의해 내년 초 범정부 종합대책을 내놓겠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내수시장 규모의 한계 때문에 불공정한 갑을 문화가 싹튼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국내 내수시장은 1조 5000억 달러 규모로 대기업 2~3개면 시장이 포화된다”면서 “이런 상황에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전속구조가 만들어지기 쉽다”고 설명했다. 이를 극복하려면 중소기업이 독자적으로 거래선을 다변화하고 수출선을 확보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게 김 위원장의 생각이다. 중소기업계가 우려하는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현 정부 정책에 대해 김 위원장은 “노동시장 개혁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공정위가 염두에 두고 정부 정책의 조화로운 집행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달 들어 지방을 돌며 소상공인, 중소기업과 간담회를 연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에는 부산지방공정거래사무소에서 부산 지역 조선 기자재 제조업체 대표 등 8명과 간담회를 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4일에는 충청 및 광주 지역의 가맹점주와 제조 중소업체 대표들을 만났다. 세종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청년 취업준비 12개월로 늘고 근속 기간은 18개월로 짧아져

    청년 취업준비 12개월로 늘고 근속 기간은 18개월로 짧아져

    첫 직장 선택 신중 결정 영향 커 남성이 여성보다 4개월 더 걸려 퇴사 이유 ‘근로여건 불만족’ 51% 평균근속 10년 만에 3개월 줄어시간이 지날수록 15~29세 청년층의 취업준비기간은 늘어나고 첫 직장 근속기간은 짧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한국고용정보원의 고용동향브리프 11월호에 실린 ‘청년의 첫 직장과 잠재경제활동인구’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청년의 첫 취업 평균 소요기간은 12개월로 나타났다. 지난해보다 1개월 줄어든 것이다. 이정아 고용정보분석팀 부연구위원은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청년에게 첫 직장은 생애 경력 경로의 출발점이기 때문에 탐색 기간이 길어지더라도 신중하게 입직을 결정하는 경향이 있다”며 “기업이 경력이 없거나 부족한 청년을 필요로 하지 않는 영향도 있다”고 설명했다. 성별 첫 취업 소요기간은 남성이 14개월, 여성이 10개월로 격차가 컸다. 이 위원은 “청년 여성의 미취업기간은 장기화될 확률이 높아 원하는 임금 수준을 낮춰 입사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실제로 3년 이상 장기 미취업자 비율은 남성이 11.7%, 여성이 18.8%로 여성에서 높았다. 청년층의 첫 직장 근속기간은 점점 짧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청년층 첫 직장 근속기간은 2006년 21개월에서 2015년 18개월로 10년 만에 3개월이 줄었다. 첫 직장을 그만두는 사유로는 ‘근로여건 불만족’이 2004년 39.4%에서 올해 51.0%로 크게 상승했다. 이 위원은 “청년 고용 문제를 일자리 눈높이 문제로만 진단하기는 어렵다”면서 “청년에게 미리 근로조건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마찰을 줄이고 장기적으로는 근로조건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中企 월급, 대기업의 절반… 여전한 노동시장 임금격차

    8일 한국고용정보원의 고용동향브리프에 따르면 지난해 300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의 월급(정액급여·초과급여·성과급 포함)은 평균 251만원으로 300인 이상 사업장(495만 4000원)의 절반(50.7%)을 겨우 넘는 수준으로 나타났다. 노동시간을 고려해 시간당 임금으로 분석한 결과도 300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의 시간당 임금은 1만 4873원으로 300인 이상 사업장(2만 8746원)의 51.7%에 불과했다. 특히 300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5.8%는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임금을 받았다. 김수현 고용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최저임금 인상은 중소규모 사업장의 저임금 노동자의 임금을 증대시킬 것으로 예상하지만, 준수율 제고 등 시행 이후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서울광장] 변양균·조윤제의 ‘노동개혁 청구서’/박건승 논설위원

    [서울광장] 변양균·조윤제의 ‘노동개혁 청구서’/박건승 논설위원

    작가 유시민은 지난 5월 정권 교체가 유력한 상황에서 청와대 밖의 ‘진보적 어용 지식인’ 1호를 선언한 적이 있다. 왜 입각설, 총리설을 일축하고 어용 지식인이 되겠다고 했을까. “참여정부 때는 편들어 주는 사람이 없어 힘들었던 게 아니고, 객관적으로 (평가)해 주는 지식인이 없어 힘들었다. 진보적 어용 지식인이 되겠다는 건 무조건 (문재인 정권을) 편들겠다는 소리가 아니고 팩트에 의거해 제대로 비판하고, 옹호하는 사람이 한 명쯤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대선에서 이기더라도 모든 건 다 그대로 있고 대통령만 바뀌는 현실에서 곱씹을 만한 대목이다. 노동개혁만큼 말 많은 분야는 없다. 개혁의 적정성과 시기, 처방전은 정권에 따라 제각각이다. 문 정권은 지난 9년간의 보수 정권과 달리 노동친화적이다. 이유야 여러 가지다. 노동계는 새 정권 창출에 공이 있음을 굳이 숨기지 않는다. 정부 인사라고 해도 드러내 놓고 노동개혁을 함부로 입에 올리지 못하는 이유다. 좀 심하게 말하면 정권의 힘을 업은 노동계로부터 찍힐 우려도 있다. 게다가 노무현 정부 때 노동계에 사사건건 발목이 잡힌 쓰라린 추억을 갖고 있는 문 정권이다. 어찌 감히 노동개혁을 마음에 품을 것인가. 그런 판에 얼마 전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현 정부의 지지부진한 노동개혁에 불을 지르고 나섰다. 작심이라도 한 듯 모든 개혁 중 노동개혁이 가장 우선이라고 치고 나왔다. 종신고용의 관행에서 벗어나고 투명한 해고가 가능하도록 근로기준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동시장의 금기(禁忌)를 깨뜨려 버린 셈이다. 조윤제 주미 대사는 얼마 전 출간한 ‘생존의 경제학’이란 책에서 한 술 더 떴다. 하위 2~3%인 저성과자는 기업이 해고할 수 있게 해 줘야 한다는 것이다. 혁신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므로 노동개혁도 각자도생하라고 했다. 노동계로서는 펄쩍 뛸 일이다. ‘촛불혁명 정부’를 도대체 뭐로 보고 노동개혁하라고 훈수 두느냐며 콧방귀를 뀌었다. 유시민, 변양균, 조윤제로 이어지는 진보적 어용 지식인의 ‘개혁 청구서’는 뭘 의미하는가. 유 작가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와 참여정부 말기에 복지부 장관을 맡아 뜻밖의 능력을 보여 줬다. 요즘도 ‘썰전’이란 프로그램을 보면 초심을 잃지 않고 분투하고 있는 듯하다. 변 전 실장은 행시 14회 출신으로 노 정부 때 기획예산처 장관을 지냈다. 문 대통령 대선 캠프에서는 초기 경제정책 설계자로 활약했다.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출신인 조 대사는 문 대선 캠프에서 ‘정책공간 국민성장’을 이끌며 경제 공약을 만드는 데 크게 기여했다. 세 사람 모두 새 정부 출범 이후에는 경제 관련 직책을 맡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변 전 실장이나 조 대사가 문 정부의 친노동 정책에 반역을 꾀했다고 보지는 않는다. 작가 유시민이 그랬던 것처럼 그들 역시 청와대 밖에 있지만 진보적 어용 지식인임을 믿기 때문이다. 모반이라기보다 충정으로 해석하고 싶다. 노동개혁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청와대 뒤에 숨는 것보다 훨씬 가치 있고 떳떳한 일이다. 누가 뭐래도 지금의 경제정책 밑그림을 그린 책임자들 아닌가. ‘냄비 속의 개구리’ 우화는 알면서도 자신이 그 개구리 이야기의 주인공일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은 드물다. 노동계가 특히 그렇다. 초기의 따스함과 평온함에 취하면 자신의 몸이 익어 죽게 된다는 것조차 의식하지 못할 수 있다. 민주노총 건설노조가 한강 다리 양방향을 1시간가량 점거해 시민들이 큰 피해를 봤는데도 그 심정을 이해해 주길 바란다고 말하면 그만인 사회다. ‘쇠사슬 파업’으로 생산라인 가동을 멈춰 세워도 남의 일일 뿐이다. 대통령 주재의 노사정 청와대회의쯤이야 귀에 들어올지 만무했다. 청와대 회동 불참을 선언한 민주노총에 누구 하나 태클을 걸거나 간섭하지 않았다. 보수정권이 노동개혁을 추진하면 야당이 노동계와 합세해 반대한다. 거꾸로 되는 일도 다반사다. 그래서 공무원들이 함부로 말도 못 꺼내는 것이 노동개혁이다. 이제 노동계도 진보적 지식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자. 그냥 두면 서서히 끓는 ‘냄비 속의 개구리’는 죽음을 맞이할지 모른다. ksp@seoul.co.kr
  • 기업 경기전망, 올해 1년 내내 ‘부정적’…외환위기 이후 처음

    기업 경기전망, 올해 1년 내내 ‘부정적’…외환위기 이후 처음

    올해 1년 내내 기업들이 경기를 ‘부정적’으로 전망했다. 1~12월 동안 부정적 전망이 계속된 것은 외환위기 이후 처음이다.28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에 따르면 지난 15~22일 600대 기업(매출기준)을 대상으로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12월 경기전망 지수가 96.5로 집계됐다. BSI는 해당 기간 경기가 나빠질 것으로 내다본 업체가 긍정적 전망 업체보다 많으면 100을 밑돌고, 지수가 낮을수록 부정적 전망이 강하다는 뜻이다. 이로써 경기전망 지수는 2016년 6월 이후 올해 12월까지 무려 19개월 연속 100을 밑돌았을 뿐 아니라, 1월부터 12월까지 올해 1년 내내 단 1개월도 100을 넘지 못하고 계속 부정적 전망이 우세했다. 한경연 관계자는 “한 해 동안 경기 전망지수가 한 번도 기준선(100)을 넘지 못한 것은 외환위기 당시 1997년, 1998년 이후 올해가 처음”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올해 연평균 BSI(93.5) 수준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88.7) 이후 가장 낮았다. 과거 경제 위기의 경우 기업 심리가 급격히 나빠져 연평균 BSI가 2~3년 100을 밑돌다가도 위기 극복과 함께 곧 회복됐지만, 최근에는 BSI가 장기 침체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게 한경연의 설명이다. 12월 BSI를 업종별로 보면 펄프·종이 및 가구(76.9), 음식류(96.2), 1차 금속 및 금속가공(81.3), 고무·플라스틱 및 비금속광물(85.0), 전자 및 통신장비(90.0) 등이 100에 미치지 못했다. 반면 전기·가스(133.3), 출판 및 기록물 제작(120.0), 방송·통신업(109.1) 등의 경우 긍정적 전망이 우세했다. 한경연 관계자는 “외환위기 당시보다 수출, 외환보유액, 국가신용등급 같은 거시지표는 개선됐지만, 구조개혁 등의 과제가 마무리되지 못한 상태”라며 “적극적 규제 완화,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개선 등을 통해 경제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시론] IMF 외환위기 정말 끝났나/이필상 국세행정개혁위원장·전 고려대 총장

    [시론] IMF 외환위기 정말 끝났나/이필상 국세행정개혁위원장·전 고려대 총장

    ‘경제의 6·25 동란’으로 불린 외환위기 발생 20년을 맞았다. 외환위기는 나라가 부도 위험에 처해 경제주권을 잃고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한 사상 초유의 경제위기였다. 당시 우리나라의 총외채는 1530억 달러였다. 그러나 외환보유액은 70억 달러에 불과했다. 국가부도 위기의 대가는 참혹했다. 30대 대기업집단 중 16개와 26개 주요 은행 중 16곳이 무너지는 경제 대지진이 일어났다. 중소기업과 자영업은 몰락했다. 10가구 중 4가구는 실직이나 부도를 경험했다. 1997년 우리 경제에 외환위기를 초래한 근본 원인은 대기업들의 문어발식 차입 경영이었다. 대기업들은 정경유착을 통해 저금리의 은행 자금을 자유롭게 차입했다. 무차별적으로 사업을 확장하며 시장을 독점했다. 그 결과 대기업들은 경쟁력이 낮고 몸집만 큰 빚더미 기업이 됐다. 30대 대기업집단의 부채비율은 400%였다. 1996년 김영삼 정부는 우리 경제를 과대 평가해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가입을 서두르고 가입 조건인 금융개방을 완전히 허용했다. 금융기관들이 단기외채를 마구잡이식으로 차입해 기업에 장기로 대출했다. 외국 자본이 상환 요청을 하면 언제든지 부도가 날 수 있는 살얼음판 경제였다. 이런 상태에서 태국과 필리핀 등에서 외국 자본이 유출되자 우리나라도 외환위기의 회오리에 휩싸였다. 국민은 내 손으로 외채를 갚겠다고 금 모으기 운동을 벌였다. 그리고 구조조정과 실업의 고통을 피눈물로 받아들였다. 정부는 168조원의 공적자금을 조성해 급한 불을 끄는 데 썼다. 그 결과 우리나라는 3년 8개월 만에 IMF로부터 받은 195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조기에 상환하고 부도 위기를 벗어났다. 한국은 국가부도 위기를 막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대기업 중심의 산업구조를 개혁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하는 데는 실패했다. 정부는 경제의 구조조정을 IMF의 요구에 따라 약육강식의 신자유주의 논리에 따라 추진했다. 그리하여 대기업 중심으로 산업구조가 더 양극화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 과정에서 외국 자본은 증권시장에 수시로 드나들며 이익을 챙겼다. 최근 상위 5개 대기업집단의 매출액이 전체 매출액의 56%를 넘었다. 당기 순이익의 70%는 대기업 몫이다. 중소기업은 절반이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한다. 자영업은 70%가 창업 후 5년 안에 쓰러진다. 경제가 창의적이고 균형적인 성장능력을 잃고 국제경쟁에서 밀려 스스로 무너지는 구조적 부실을 잉태했다. 외환위기가 산업 붕괴 위기로 형태를 바꿨다. 현재 우리 경제는 어떤 상황인가? 조선, 해운, 철강, 석유화학, 전기전자 등 주요 산업이 중국에 밀려 흔들리고 있다. 외환위기 이전 7%가 넘던 잠재성장률이 2%대로 떨어졌다. 경제가 고용창출 능력을 잃어 청년 체감실업률이 20%를 넘었다. 더욱이 가계부채가 1400조원을 돌파했다. 소득의 5분위 배율이 6배를 넘는 등 빈부격차를 불러왔다. 우리 경제가 외환위기를 다시 겪을 가능성은 작다. 외환보유액이 현재 3800억 달러를 넘어 단기외채의 3배가 넘는다. 더욱이 매년 1000억 달러 규모의 경상흑자가 발생한다. 최근 캐나다와 무제한 통화스와프를 체결해 외환위기의 방어벽까지 쌓았다. 그러나 산업이 무너지면 상황은 달라진다. 경제는 기업 부도와 실업을 쏟아내며 파국을 맞는다. 우리 경제는 산업 지도를 다시 그려야 한다. 산업 구조를 개혁하여 대기업들의 경제력 집중을 완화하고 규제를 과감하게 개혁하여 벤처기업과 중소기업의 창업과 투자가 활발하게 일어나는 기업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연구개발(R&D)을 국가적 사업으로 대폭 확대하여 신산업 발굴에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동시에 고용창출 능력을 높이고 분배 구조를 개선하여 소득 격차를 없애야 한다. 노동시장의 양극화를 개혁해 근로자들에게 공평한 기회를 주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20년 전 금 모으기 운동을 사회통합운동으로 재승화시켜야 한다. 그리하여 국민이 희망을 품고 경제의 도약에 함께 나서야 한다.
  • 제도개혁 완수 못한 아시아 국가들 1997 재연?… 다시 금융위기 경고음

    제도개혁 완수 못한 아시아 국가들 1997 재연?… 다시 금융위기 경고음

    1997년 태국발 금융위기가 아시아를 강타한 지 20년이 흘렀다. 진앙지인 태국을 비롯해 직격탄을 맞았던 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는 과거의 위기를 극복한 듯 보인다. 그러나 이는 수치상에 불과할 뿐 근본적인 제도 개혁은 이뤄지지 않아 또 다른 위기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내년부터 미국 등 주요국이 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면서 아시아 국가들은 다시 한번 시험대에 올라 있다.지난 20일(현지시간) 태국은 글로벌 시장을 깜짝 놀라게 했다. 태국 통계청은 2017년 경제성장률이 수출 호조와 중국 관광객 유입에 힘입어 시장의 예상(3.5%)을 웃도는 3.9%를 기록하고, 내년에도 3.6%~4.6%의 성장이 전망된다고 이날 발표했다. 부동산 회사들이 해외 채무 상환 불능을 선언하고, 바트화 가치와 주가가 폭락하던 20년 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태국 말고도 1997년 금융위기의 주인공이었던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한국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변신했다. 수치가 말해 준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1996년 387억 달러에 불과했던 태국의 외환보유고는 2017년 5월 기준 1840억 달러로 약 5배 불어났다. 인도네시아는 183억 달러에서 1250억 달러로 약 7배, 말레이시아는 270억 달러에서 980억 달러로 약 4배, 한국은 332억 달러에서 3785억 달러로 약 11배 늘어났다. 1996년 1조 달러를 밑돌던 아시아의 외환보유액 합계는 전 세계 보유액의 절반인 6조 달러(약 6510조원)를 넘어섰다. 금융위기의 원인 중 하나였던 경상수지 적자도 해소돼 인도네시아를 제외한 3개국이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섰다.●길은 달랐지만 ‘리더십’이 가른 성패 20년 동안 각국은 어떻게 위기를 극복했을까.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한 태국과 인도네시아, 한국은 호된 정공법을 택했고 독자적으로 자구 노력에 나선 말레이시아는 우회로를 선택했다. IMF는 ▲거시경제지표 개선 ▲금융부문 구조조정 ▲자본·무역 자유화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과 구조조정 ▲노동시장 유연화 등 대대적인 체질 개선을 요구했다. 태국은 정부 예산을 삭감했다. 부실은행 4개를 국유화하는 한편 91개 파이낸스사 중 56개를 퇴출시켰다. 공기업 구조조정과 민영화를 추진했다. 한국도 비슷한 경로를 택했다. ‘모범생’ 태국과 한국에 비해 인도네시아는 ‘열등생’이었다. 외채가 막대했고 30여년간 철권통치를 해온 수하르토 대통령의 측근들이 정치와 경제를 쥐락펴락하고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인도네시아는 경제 회복이 더디다는 이유로 IMF와의 합의 사항을 한 차례 일방적으로 파기하며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결국 외환위기 극복에 실패한 수하르토 대통령은 98년 학생과 노동자 시위로 32년 만에 물러나게 된다. 이 같은 ‘리더십 리스크’로 인해 인도네시아는 아직도 20년 전의 위기에서 성공적으로 회복하지 못했다. 2015년에는 외환위기 ‘5대 취약국’에 속하기도 했다. 인도네시아의 비마 유디스티라 이코노미스트는 중국국제TV방송(CGTN)에 “금융위기 이전 경제성장이 10%일 때 기업들은 30% 성장했는데, 지금은 기업들의 성장세도 5% 이하”라고 말했다. 말레이시아가 선택한 길은 독특하다. IMF가 요구한 이행 사항과 정반대의 해법을 취했다. 외환위기를 맞아 변동환율제를 택한 다른 나라들과 달리 오히려 고정환율제도를 채택하고 단기 자금의 해외 유출을 통제했다. 다른 나라들은 긴축정책을 펴느라 금리를 인상했지만 말레이시아는 거꾸로 경기 부양을 하기 위해 금리를 낮추고 정부 지출을 늘려 부도 위기에 놓인 은행과 기업들을 지원했다. 전적으로 당시 17년째 권좌에 앉아 있던 마하티르 모하마드 총리 때문이었다. 국수주의적 성향이었던 마하티르 총리는 외환위기 자체를 미국이나 거물 투자가 조지 소로스 같은 서방측의 음모로 규정했다. 당시 전문가들은 말레이시아 경제가 붕괴할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말레이시아 역시 위기를 극복했다. ●전문가 “아시아 개혁 필요성 잊었다” 어쨌거나 당시 환란의 피해국들은 일견 금융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한 듯 보이지만 좀더 근본적인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고 경제 전문 칼럼니스트 윌리엄 페섹은 주장한다. 그는 지난 7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기고한 글을 통해 “IMF의 개혁 각본에 따른 아시아 국가들은 대미 수출을 강화해 5%대의 성장률을 회복했지만 국내총생산(GDP)이 회복되자 좀더 중요한 개혁의 필요성을 잊었다”고 분석했다. 금융위기 이전보다 금융 시스템이나 경제의 투명성이 개선됐지만 수출 의존적 경제구조의 탈피, 생산성과 혁신 증대, 교역관계의 다변화, 부패근절 같은 좀더 근본적인 개혁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아시아 국가들은 임금인상 없는 GDP 증가의 늪에 빠졌다고 페섹은 지적한다. 한국(2만 7000달러)을 제외하고 1인당 GDP가 6000달러인 태국, 4000달러인 말레이시아 등 한국(2만 7000달러)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중진국 함정’에서 허덕이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들의 기준금리 인상이 예측되고 있어 아시아 신흥국 시장에서 자본 유출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갑작스런 해외 자본 유출로 위기를 맞았던 1997년 상황이 재연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영국 중앙은행은 이달 초 10년 만에 기준금리를 올렸고,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의 다음달 금리 인상이 확실시되는 데 이어 내년에도 3~4차례 금리 인상 관측이 나온다. 유럽중앙은행(ECB)도 내년 하반기 양적완화를 중단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아시아 국가들은 20년 만에 다시 한번 기로에 서게 된 셈이다. 어느 나라가 착실히 제도 개혁을 해 왔는지 곧 드러나려 하고 있다. 김민희 기자 haru@seoul.co.kr 강신 기자 xin@seoul.co.kr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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