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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명구의 문화로 세상읽기] 야만의 시대와 우리 안의 야만

    [강명구의 문화로 세상읽기] 야만의 시대와 우리 안의 야만

    탄핵 국면이 끝나고 국정 농단 세력은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 부역자에 대한 척결이 제대로 이루어질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상당수의 협력자가 자신의 행위를 부정하고, 고개를 치켜들면서 내가 무슨 잘못을 했는가, 말해 보라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촛불의 힘으로 지난 몇 년간 행해진 야만의 정치를 넘어서고 있음은 다행한 일이지만, 공정과 정의가 앞서고, 공동체 구성원들이 서로 존중하는 사회로 향해 나아갈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 정권을 교체하고, 대통령을 새로 뽑는다고 크게 달라지지 않을 듯하다. 기득권 동맹이 별달리 변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21세기 초엽을 사는 우리 모두의 마음에 깃든 욕망 역시 야만의 토양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선거는 유권자의 마음을 사는 게임이다. 여기에 조응해 정당과 후보들은 경제성장만이 우리의 살길이라는 발전주의적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공약을 살펴보면 앞으로 10년, 20년 뒤 한국 사회 공동체가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 고민을 찾아보기 어렵다. 정경유착의 핵심 사건인 삼성과 대기업의 수뢰도 한두 명 재벌 회장에 대한 처벌로 끝날 듯하다. 사법이 부패해서라기보다 우리 사회 전체가 그래도 위기에 빠진 경제를 살리는 건 재벌 아니냐는 분위기에 힘입어 삼성전자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업조차 정경유착과 전근대적 경영문화에 고착된 것은 아닌가. 경제가 성장하면 야만적 시장은 척결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은 없다. 정치체제와 정치인만을 탓할 수는 없다. 보통 사람인 우리(필자를 포함해) 역시 경제와 물질적 축적에 대해, 효율과 생산성, 노동의 유연성(사실은 불안정성), 그리고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아닌가. 고임금과 안정성을 보장받은 정규직들을 제외하고는 대다수의 삶이 불안정한 상태에 놓여 있다. 노동시장에서 능력과 성과주의가 어느새 우리의 마음에 정상 상태로 자리를 잡았다. 상위 10%가 하위 10%에 비해 5배 이상 소득을 올리는 불평등 분배(북유럽은 2배 정도)가 많은 사람을 좌절시키고 있다. 능력과 성과가 개인적 차이에 기인하기도 하지만, 사회적으로 불균등하게 분배된 자원임을 받아들일 여유가 우리 모두에게 없는 것 아닐까. 기회와 소득에서 최소한의 수혜밖에 받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해 절차적 공정만을 내세우는 것은 아닌지. 이런 우리들 마음의 습속이 시대적 야만을 부추기는 것은 아닌가 성찰할 필요가 있다. 성장 중심의 시장과 사회에서 사람들은 최소한의 자기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몸부림친다. 가진 자들은 때때로 군림하거나 경멸의 갑질도 마다하지 않는다. 반면 힘없는 보통 사람들은 나의 조그만 안전과 이해를 위해 다른 이들의 불행이나 불의에 눈감고자 한다. 블랙리스트 사태, 삼성과 국민연금의 공모 역시 많은 전문가가 부당한 권력에 순응했다. 많은 공무원과 기업인들이 불법적 부패행위에 협력하거나 눈감았다. 먹고살기 어려워서가 아니라 자기 보신을 위해서. 공정하고 정의로운 한국 사회는 법과 제도를 고친다는 것만으로 충분치 않다. 부패와 불법에 협력한 사람만을 처벌하는 것만으로 성취하기 어렵다. 생활 세계 안에서 자기 이해와 안전을 넘어서는 용기 있는 실천을 통해 한 발짝씩 다가가는 것 아닐까. “부자 되세요”부터 “대박 나세요”라는 구호들은 우리 사회의 물질적 욕망이 일상생활 안에 깊숙이 자리 잡았음을 잘 보여 준다. 물질적 성공만으로 좋은 삶의 모습을 규정할 때, 모든 사람은 경쟁의 소용돌이에 빠져들게 된다. 더불어 사는 사회도, 협력과 경쟁을 통해 더 많은 생산성의 가능성도 생각하기 어려워졌다. “죽기 아니면 살기”는 서로 불행하게 하고, 우리를 모두 소진시킨다. 이런 공동체의 마음의 흐름이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라는 기이한 구호를 신앙으로 만들고, 또 다른 야만의 토양이 되고 있는 것이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관계없이 우리 안의 야만적 욕망을 되돌아 볼 필요가 있는 것 아닐까 싶다.
  • 대졸 이상 실업자 50만명 첫 돌파

    대졸 이상 실업자 50만명 첫 돌파

    대졸 이상 실업자와 비경제활동인구가 분기 기준으로 사상 처음 50만명과 350만명을 넘어서는 것으로 조사됐다. 23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실업자는 116만 7000명으로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1.2%(1만 4200명) 증가했다. 분기 기준으로 대졸 이상 실업자가 50만 명을 돌파한 것은 최초다. 구직 활동을 하지만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실업자의 46.5%가 대학교 졸업 이상의 학력을 가진 고학력자라는 뜻이다. 교육 정도별 실업자 증감을 보면 고졸만 9.1% 감소했고 초졸 이하(14.7%), 대졸 이상(9.2%), 중졸(1.8%)은 모두 증가했다. 교육 정도별 실업률은 대졸 이상이 4.4%로 초졸 이하(5.3%) 다음으로 높았다. 고졸과 중졸의 실업률은 4.2%와 3.5%였다. 또 올해 1분기 비경제활동인구는 1655만 2000명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0.1%(1만 6500명) 감소했다. 비경제활동인구는 만 15세 인구 중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없거나 일을 할 능력이 있지만 일을 할 의사가 없는 사람들로 실업 통계에서 제외된다. 일자리가 없어 구직을 포기한 사람도 포함된다. 교육 정도별 비경제활동인구는 고졸이 591만 3000명으로 가장 많았고 대졸 이상 352만 8000명, 초졸 이하 372만 3000명, 중졸 338만 7000명이었다. 대졸 이상 비경제활동인구가 분기 기준으로 350만명을 넘은 것도 올해 1분기가 처음이다. 특히 대졸 이상 비경제활동인구는 지난해 1분기에 여러 학력 계층 가운데 유일하게 증가했다. 고졸(-0.9%)과 중졸(-0.3%), 초졸 이하(-1.0%) 비경제활동인구는 지난해 1분기보다 감소했지만, 대졸 이상은 2.4%(8만 3800명) 늘었다. 대졸 이상 계층에서 사회 통념상 ‘백수’로도 볼 수 있는 비경제활동인구와 실업자가 늘어나는 배경에는 원하는 일자리와 갈 수 있는 일자리의 불균형인 ‘노동수급 불일치’(mismatch, 미스매치), 임금 격차 확대 등이 자리 잡고 있다. 한국은행은 ‘주요국 노동시장의 미스매치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한국의 미스매치 정도가 심화되고 있다면서 연령대별로는 청년층에서, 교육 정도별로는 대졸 이상 고학력에서 뚜렷하다고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文 “색깔론까지 가세한 야당 후보 믿을 수 있나”

    文 “색깔론까지 가세한 야당 후보 믿을 수 있나”

    “호남표 얻으려고 한 손엔 DJ 정신, 보수표 받으려고 다른 손엔 색깔론”오늘 공식 선거운동 후 부산서 첫 유세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21일 자신을 둘러싼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회고록 논란과 주적(主敵) 논란 등 ‘색깔 논쟁’을 ‘진짜 안보 대통령’을 강조하는 것으로 맞섰다. 문 후보는 21일 인천 부평역에서 5000여명의 시민이 모인 가운데 유세전을 열고 “선거 때가 되니 또 색깔론, 종북몰이가 돌아왔다. 지긋지긋하다”며 “야당 후보까지 색깔론에 가세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 후보는 지난 19일 KBS 주최 대선 후보 TV 토론에서부터 안보가 이번 대선의 중점 사안이 되자 20일 강원·충청 유세에 이어 이날 인천 유세까지 ‘준비된 안보 대통령’임을 꾸준히 강조했다. 특히 인천 유세 현장에는 육군 3군 사령관 출신의 백군기 전 의원과 송영무 전 해군참모총장 등 예비역 장성들이 함께하며 문 후보의 안보론을 지원했다. 문 후보는 “한 손으로 김대중 정신을 말하면서 호남표를 받고자 하고, 다른 손으로 색깔론을 해 보수표를 받고자 하는 후보 믿을 수 있겠나”라면서 “군대도 안 갔다 온 사람들이 특전사 출신 저 문재인에게 안보 이야기 꺼내지도 마라”라고 말했다. 또 문 후보는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를 겨냥해 “국민의당이 바른정당뿐 아니라 자유한국당과도 연정할 수 있다는데 연정하든 협치하든 몸통 아닌 꼬리밖에 더 되겠나. 그게 진짜 정권 교체 맞나”라고 비판했다. 문 후보에 앞서 연설한 백 전 의원은 “국방백서에 주적이란 단어는 없다”면서 “지난 대선 때는 NLL(북방한계선), 이제는 주적으로 (공격)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국민주권선거대책위원회의 총괄본부장을 맡고 있는 송영길(인천 계양을) 의원도 “송(민순) (전) 장관이 또 어떻게 갖고 나와서 얘기하나. 항상 북한 핑계만 대는 부패하고 무능한 정권 연장시킬 수 있겠나”라고 문 후보를 지원했다. 문 후보는 인천 유세에 앞서 서울 용산구 한국여성단체협의회에서 열린 성 평등 정책 간담회에 참석해 “임기 내 단계적으로 ‘남녀 동수(同數) 내각’을 실현하겠다”며 성 평등 공약을 발표했다. 문 후보는 블라인드 채용제, 여성·청년 고용의무할당제 도입 등으로 여성의 노동시장 진입을 촉진시킬 계획이다. 또 문 후보는 이날 제50회 과학의 날을 맞아 페이스북을 통해 “과학기술의 혁신과 발전을 사람에게 투자해 이루겠다”며 과학기술정책을 발표했다. 그는 청년·여성·신규 과학기술인 육성을 위해 국가 연구개발 사업에 참여하는 학생 연구원의 고용계약 의무화, 4대보험 보장, 국가 지원의 ‘박사 후 연구지원 제도’를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이처럼 문 후보가 그동안 발표했던 정책들을 모아 300쪽 분량의 지방 공약을 별도로 한 공약집이 조만간 발표될 예정이다. 문 후보는 22일 부산에서 유세하며 이 자리에서 안희정 충남지사를 만날 예정이다. 초·재선 민주당 의원들로 구성된 ‘봄봄 유세단’이 24일부터 토론 준비에 집중할 문 후보를 대신해 호남을 시작으로 각 지역 소도시를 찾아 유세전을 펼칠 계획이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인생2막 주저하지 마세요

    인생2막 주저하지 마세요

    서울 강북구 번동에 거주하는 이모(55)씨는 최근 30년간 근무한 회사에서 퇴직했다. 50대 중반으로 아직 일할 열정은 넘친다. 재취업을 하려고 일을 찾아봤지만 구직 정보 찾기가 쉽지만은 않다. 인생 2막 준비에 막막함을 느낀다. 강북구가 중장년 구직자 및 퇴직예정자 20명을 대상으로 ‘2017년도 중장년 생애경력설계교육’을 올해 처음 실시한다고 20일 밝혔다. 다음달 12일 구청 4층 전산교육장에서 열린다. 구 관계자는 “퇴직한 중장년층들은 재취업의 의지는 굉장히 높다. 하지만 젊은이들보다 정보를 찾는 능력이 낮다 보니 힘들어하는 걸 자주 봤다”며 사업 취지를 설명했다. 교육 대상은 만 40~63세의 강북구민 중 중장년 재취업 희망자들이다. ▲퇴직 후 변화 관리 ▲구직서 준비·면접 ▲재무관리 등 3개 프로그램이 진행될 예정이다. 중장년 노동시장의 이해를 돕고 구직서류 준비 등을 제공해 취업자를 양성한다는 목표다. 교육 이후에는 대한상공회의소가 사후관리를 맡는다. 교육 수료생에게는 수료증 발급(실업급여 구직활동 증빙자료로 활용 가능), 참여자에 대한 직무별 동아리 구성 및 활동 지원, 일대일 개별 상담을 통한 취업 정보 제공 및 직업훈련 연계 등의 재취업 지원 활동이 이뤄진다. 수강생 모집기간은 오는 25~28일이다. 박겸수 강북구청장은 “대한상공회의소, KB금융 등의 전문 강사들이 참여해 수준 높은 강의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선착순 모집으로 조기 마감될 수 있으니 원하는 구민들은 지원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단독] [대선 후보에 바란다-3대 취약계층을 살리자] “자영업 ‘퇴로’ 만들고 근로자 재취업 도와야”

    자영업자에게는 ‘안전한 출구’를 마련해 주고, 임금 근로자에게는 ‘튼튼한 안전띠’를 만들어 주는 데서 자영업 문제의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그래야만 과포화 상태에 이른 자영업이 우리 경제의 선순환에 장애가 되는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류덕현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19일 “우리나라의 자영업자 비중이 유달리 높은 것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생계형 자영업자가 늘어난 데 큰 원인이 있다”며 “국제비교지수를 개발해 살펴본 결과 우리나라의 자영업 비중은 적정 규모를 30~40%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그는 “임금 근로자가 비슷한 노력과 비슷한 수입을 벌 수 있다면 굳이 자영업을 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병희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영세한 자영업자들이 다른 일자리로 이동 하려고 해도 시간을 내서 직업 교육을 받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주현 산업연구원 부원장은 “생계형 창업의 절반이 4년 후 폐업하는데, 정부가 그 부분에 과다하게 지원하는 것은 그야말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면서 “정부가 폐업을 유도할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생계형 창업을 부추기는 재정 지원을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장사가 잘 안돼서 문을 닫고 싶은 자영업자가 직장을 탐색하거나 재교육을 받을 수 있는 사회 안전망이 마련돼야 한다”며 “일시적으로 실업수당을 받으면서 재교육을 받고 다른 직장으로 연결되는 고리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금 근로자들이 퇴직 후 갈 곳이 없어 어쩔 수 없이 자영업을 택하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중요한 것은 임금근로자가 자영업 쪽으로 밀려나지 않도록 정부가 노동시장을 유연하게 하고 안정성 있게 만드는 작업이 필요하다”며 “자영업을 보호한답시고 대형마트 영업 규제와 같은 것을 만드는 것은 오히려 임금 근로자들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 기초연금 30만원…文 “소득 하위 70%까지” 安 “하위 50%까지”

    기초연금 30만원…文 “소득 하위 70%까지” 安 “하위 50%까지”

    재원 4조4000억 vs 3조6000억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18일 ‘어르신’ 공약을 앞다퉈 발표하며 보수 성향이 짙은 60대 이상 표심 잡기에 나섰다. 행정자치부 주민등록인구통계에 따르면 60대 이상 유권자는 전체 유권자 4명 중 1명(24.1%)꼴로, 역대 대선 중 최대 규모다. 실버투표층의 표심을 확실히 얻어야 대권이 가능해진 것이다. 이런 이유에서인지 두 후보 모두 당장 노인 표심을 잡기 위한 현금 지원에 노인 정책의 초점을 맞췄다. 65세 이상 노인에게 매달 20만원씩 지급하고 있는 기초연금을 30만원으로 올리겠다고 했다. 문 후보는 현재 기초연금을 받는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 안 후보는 이보다 적은 소득 하위 50% 노인에게만 30만원을 준다는 게 차이점이다. 보장 폭은 문 후보가 더 넓지만, 돈은 그만큼 더 든다. 한 해 기초연금을 지급하는 데 드는 재원은 현재 10조원으로, 문 후보 측은 공약을 이행하는 데 연평균 4조 4000억원이, 안 후보는 3조 6000억원이 더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문 후보는 기초연금을 차등 없이 지급하겠다고 했고 안 후보는 국민연금 가입 기간이 많을수록 기초연금이 깎이는 ‘국민연금-기초연금 연계’를 없애겠다고 해 실제로 들어갈 재원은 이보다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초연금이 늘어야 국민연금 평균 가입 기간이 16년 8개월(2016년 기준)에 불과한 현 노인 세대의 노후 생활이 안정되지만, 고령 인구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정책의 지속가능성이 관건이다. 재정건전성을 확보하면서 노후 빈곤을 해소하려면 노인이 노동시장에 머무는 시간을 늘려야 하는데 장기적 과제인 노인 일자리 창출 해법은 상대적으로 미약하다. 문 후보는 정부 사업으로 제공되는 노인 일자리를 현재 43만개에서 80만개로 두 배 늘리고 공공근로 일자리 수당을 현행 22만원에서 40만원으로 올리겠다고 밝혔다. 안 후보는 취업교육과 평생교육을 강화하고 노인 일자리를 68만 7000개로 늘리겠다고 했다. 일자리 수당은 30만원으로 올리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두 후보 모두 초고령화 시대에 대비한 새로운 노인 일자리 시스템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진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신 문 후보와 안 후보는 노인의 관심이 많은 건강 서비스 정책에 주력했다. 문 후보는 가벼운 치매 환자에게도 노인장기요양보험을 적용하고 치매 치료비가 일정액을 넘으면 환자에게 돌려주는 ‘치매 본인부담 상한제’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안 후보는 치매 간병비에 건강보험을 적용하고 현재 전체 노인의 7.5%에 불과한 노인장기요양보험 대상자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12%)으로 늘려 나가겠다고 밝혔다. 결국 보장성을 강화하겠다는 건데, 노인장기요양보험은 지난해 적자로 돌아섰고 2020년엔 적립금이 고갈될 전망이다. 보장성을 확대하려면 보험료 등을 올려야 한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성장 보는 눈 바꿔야 국가경제 산다] 노력해도 나아지지 않는 삶… 4050·자영업자 절망 크다

    [성장 보는 눈 바꿔야 국가경제 산다] 노력해도 나아지지 않는 삶… 4050·자영업자 절망 크다

    5년 전 회사를 그만둔 강모(44)씨는 퇴직금과 대출금 3억원을 몽땅 쏟아부어 서울 구로구에 반도체 부품 중개업체를 열었다. 직원은 자신과 부인, 처제 등 3명이 전부였지만 열심히 회사를 일구면 언젠가는 자리잡을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도무지 형편이 나아지지 않았다. 근근이 버텨 오던 강씨는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가 터지면서 더는 버틸 힘을 잃었다. 중국 거래처 납품이 힘들어지면서 한 달에 한 푼도 집으로 가져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강씨는 “남들이 아무리 ‘대한민국에서는 사다리가 사라진 지 오래’라고 말해도 이를 악물고 노력하면 언젠가는 좋은 날이 올 것이라고 처제에게 말했던 내 자신이 부끄럽다”고 힘없이 말했다.올해 ‘계층 상승 사다리 인식 조사’에서 가장 두드러진 대목은 우리 경제의 허리인 40~50대와 자영업자의 절망이 특히 심화됐다는 점이다. 자영업자는 현대경제연구원이 실시한 2013년과 2015년 조사에서 비정규직은 물론 정규직보다도 계층 사다리를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소득이 정해진 월급쟁이와 달리 자영업자는 사업이 잘될 경우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는 “노력해도 계층 상승이 어렵다”는 부정적 응답이 86.7%로 껑충 뛰었다. 정규직(82.6%)이나 비정규직(83.5%)을 크게 앞지른다. 2015년 조사 때는 자영업자의 부정적 응답(76.5%)이 정규직(83.2%)과 비정규직(86.4%)보다 월등히 낮았던 것과 극명하게 대조된다. 자신이 속한 계층이 “1년 전보다 하락했다”는 응답(17.8%)도 정규직(10.5%)과 비정규직(12.7%)보다 크게 높았다. 자영업자들의 좌절감이 커진 것은 은퇴한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를 중심으로 앞다퉈 창업에 나섰지만 ‘벌이’가 따라주지 않고 이는 ‘준비 안 된 노후’에 대한 불안감을 더 증폭시켰기 때문으로 현대경제연구원은 분석했다. 올 2월 기준 자영업자 수는 552만명이다. 지난해 같은 달보다 21만 3000명 늘었다. 2002년 이후 14년 만에 최대 증가 폭이다. 하지만 전체 자영업자 가운데 70%(395만명)가 종업원을 두지 않은 ‘나홀로 사장’이다. 이런 영세 자영업자는 고용시장에서 밀려나 ‘빚 내 창업’한 경우가 많다. 1인 자영업자의 가처분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액 비중은 2012년 28.3%에서 지난해 45.3%로 급증했다. 100만원을 벌면 거의 절반(45만 3000원)을 빚 갚는 데 쓰고 있는 것이다. 이는 40~50대의 계층 사다리 악화와도 무관치 않다. 40대 중 사다리가 끊겼다고 답변한 비율은 2013년 76.6%에서 2015년 81.8%로 늘어난 데 이어 올해는 86.1%까지 치솟았다. “열심히 노력하면 (비정규직 등) 나쁜 일자리에서 (정규직 등) 좋은 일자리로 옮겨 갈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도 대부분이 “그렇지 않다”(90.6%)고 답했다. 전체 평균 84.1%를 크게 웃돈다. “벤처·창업 활동을 통해 계층 상승을 이룰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도 40대는 모든 연령층 중 가장 많이 “아니오”(78.1%)라고 고개를 저었다. 50대 이상도 계층 상승에 대한 부정적 답변이 2013년 73.0%에서 올해 82.7%로 늘었다. 백다미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경기 침체 때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계층이 자영업자이다 보니 좌절감이 확산됐다”면서 “40대의 경우 구조조정과 고용 불안 등을 다른 연령층보다 빠르게 체감하면서 계층 사다리가 더 끊어졌다고 느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체 응답자의 80.2%는 “공부를 통한 계층 상승 가능성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답변했다. 특히 본격적으로 자녀를 교육하는 30대(81.9%)와 40대(84.1%)에서 이런 생각이 많았다. 그 이유는 “가정 형편과 관계없이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공평하지 않다”(69.4%)고 여기기 때문이다. 이렇듯 ‘개룡남’(개천에서 용이 된 사람)이 나오기 어렵다는 인식은 “소득 불평등이 교육 기회 불평등으로 이어져 경제성장을 가로막는다”(84.4%)는 우려로 이어졌다. 우리 사회의 공정성 정도를 점수로 매겨 달라는 질문에도 응답자들은 10점 만점에 4.4점만 줬다. 계층 상승(저소득층→중산층) 사다리 복구를 위해서라면 10명 중 6명(61.9%)은 “기꺼이 세금을 더 낼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2년 전(53.3%)보다 늘었다. 구체적인 액수로는 월 평균 3만 8000원의 세금을 더 내겠다고 밝혔다. 다음달 선출될 새 대통령에게도 ‘성장’(46.6%)보다 ‘분배’(53.4%)를 더 바랐다. 새 대통령이 계층 사다리 복원을 위해 가장 우선적으로 써야 할 정책에 대해서도 “고소득층 세금 확대를 위한 중산층·서민 복지 확대”(52.5%)를 가장 많이 꼽았다. 그 뒤는 “일자리 창출 통한 소득 증대”(26.8%), “사교육비·주거비·의료비 등 지출 부담 완화”(20.7%)가 차지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임금 상승률이 부동산과 금융 등 자산소득 증가율을 따라가지 못한 데다 노동시장에서도 승자 독식 현상이 나타나면서 계층 상승 사다리가 점차 붕괴되고 있다”며 “‘사다리 걷어차기’가 아닌 ‘끊어진 사다리 잇기’는 지금 우리 사회에서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결혼하면 손해 보는 한국 사회…“차라리 혼자 고양이 키우겠다”

    결혼하면 손해 보는 한국 사회…“차라리 혼자 고양이 키우겠다”

    직장인 이시내(28·여)씨는 스스로 비혼주의자라고 말한다. 결혼제도가 여자한테 불리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녀에게 결혼생활이란 감정노동의 연속이다. 직접 경험해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명절이면 마주하는 친척 어른들의 고된 얼굴만 봐도 짐작이 간다. 가족이란 집단에 들어서는 순간, 의무는 추가되고 자유는 박탈되는 모습을 숱하게 봐왔다. 그녀가 차라리 자아실현에 집중하기로 결심한 계기다. 주중엔 직장인으로서 역할에 충실하고, 주말엔 글쓰기나 영화 만들기 강좌를 듣는다. 애인은 없다. 주변에서 동성애자냐, 남혐주의자냐 핀잔주지만 내버려 둔다. 최근 청년들을 중심으로 비혼주의가 확산하고 있다. 결혼을 ‘못’ 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것이다. 연애는 해도 결혼이란 제도 속에 들어가진 않는다. 부모세대처럼 결혼이 필수란 인식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졸업이나 취업처럼 당연히 거쳐야 할 과정에 포함시키지 않는다. 대학을 졸업하면 학력이 증명되고, 취업에 성공하면 월급이 따라온다. 하지만 결혼은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다고 생각한다. 특히 여성들은 출산에 대한 압박이 크다. 출산휴가 같은 제도가 보장되더라도 몇 년씩 쉬고 사회에 복귀하면 동료들에 비해 뒤처질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실제 결혼을 택하지 않은 인구는 꾸준히 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를 보면 1인 가구가 27.2%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가구 유형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이다. 반면 과거 가장 보편적인 가구 형태였던 4인 가구는 급격히 줄었다. 1995년엔 31.7%였던 4인 가구가 지난해엔 18.8%에 불과했다. 결혼에 대한 인식 자체도 변하고 있다. 2016년 실시한 통계청 사회조사에 따르면 “결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51.9%인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 64.7%가 결혼이 필요하다고 답변했던 것과 비교해 점차 줄어드는 모양새다. 칼럼니스트 이진송씨는 한 발짝 더 나아간다. 결혼은 물론이고, 연애하지 않을 권리 또한 존중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 일환으로 2013년부터 비연애주의자들을 위한 독립잡지 ‘계간 홀로’를 발간하고 있다. 작년엔 ‘연애하지 않을 자유’라는 단행본도 냈다. 저자는 “연애 자체를 부정하는 건 아니다. 다만 타인의 시선에 떠밀려 억지로 연애하고 싶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연애하지 않는 사람을 어딘가 하자 있는 사람으로 간주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문제라는 것. 따라서 “연애도 하나의 스펙처럼 여기는 시선부터 달라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청년들이 이토록 결혼을 원치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불확실성의 시대’가 그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3월 청년실업률은 11.3%를 기록했다. 2개월 연속 두 자릿수를 찍었다. 불안한 노동시장 탓에 청년들의 삶 자체가 불투명해졌다. 취업난이 심각한 상황에서 결혼과 출산까지 고민할 여력이 없는 셈이다. 이 교수는 “특히 여성들이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기르기 너무 힘든 사회다. 차라리 ‘혼자서 고양이 키우는 게 낫다’고 말하는 여성들이 점차 느는 이유를 모두가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남성들이라고 다르지 않다. 가장이 된다는 것에 대한 근원적 두려움이 있다. 박세현(35·가명)씨는 “아버지가 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언젠가 직장을 그만두고 혼자 세계여행을 떠날 작정이다. 아이가 있는 기혼자에겐 불가능한 꿈이다. 신종호(35·가명)씨도 마찬가지다. 그는 ‘아버지를 가장 존경한다’는 상투적 표현을 싫어했다. 그러나 직장에서 마주하는 수많은 아버지들을 보며 부쩍 그 말에 공감하게 됐다. 아버지뻘 회사원들이 조직에서 위아래로 난타당하면서도 가정을 책임지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보자니 “아버지가 될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남성들이 결혼을 기피하는 현상 역시 “결국 경제적 문제가 가장 크다”고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해석했다. 불황으로 비정규직·저임금노동자 같은 질 낮은 일자리를 전전하는 남성들이 늘면서 가족부양에 대한 부담감도 자연스레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 이를 두고 김교수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실패란 점을 강조했다. 지금 청년들이 겪고 있는 경제적 어려움은 개인이 해결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문제란 뜻이다. 덧붙여 결혼과 출산을 강요하는 시대는 지나갔다면서 “비정상의 정상화가 이루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사회도 달라진 결혼 풍토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이 잇따르고 있다. 이진송씨는 “다양한 가족의 형태를 인정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뿐만 아니라 “규격화된 삶의 방식 역시 해체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프랑스는 이미 결혼제도의 다양화를 실현하고 있다. 1999년 동거 가구의 권리를 보장하는 ‘시민연대협약(PACS)’을 도입한 바 있다. 그 후로 혼외출산이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1993년 1.66명에 불과하던 출산율이 2014년엔 2.08명을 기록했다. 이는 혼외출산에 대한 국가의 제도적 뒷받침이 있었기에 가능한 결과다. 반면 우리나라는 현실과 제도간의 괴리가 크다. 가족의 형태는 점점 변화하는데 비혼·동거가구에 대한 제도적 지원은 미비한 상태다.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한 행복주택 입주 자격이 없으며 건강보험 피부양자 등록도 불가능하다. 동거부부 중 한 명이 위독할 경우 수술동의서에 사인할 수도 없다. 사각지대로 내몰리는 가구가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구조다. 법적 결혼을 전제로 한 저출산 대책과 복지정책이 시급히 개선돼야 하는 이유다. 청년들이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도록 만드는 한국사회, 이대로라면 비혼주의자들은 계속 늘어갈 수밖에 없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 결혼하면 손해 보는 한국 사회··· “차라리 혼자서 고양이 키우겠다”

    결혼하면 손해 보는 한국 사회··· “차라리 혼자서 고양이 키우겠다”

    이시내(28)씨는 스스로 비혼주의자라고 말한다. 결혼제도가 여자한테 불리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녀에게 결혼생활이란 감정노동의 연속이다. 직접 경험해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명절이면 마주하는 친척 어른들의 고된 얼굴만 봐도 짐작이 간다. 가족이란 집단에 들어서는 순간, 의무는 추가되고 자유는 박탈되는 모습을 숱하게 봐왔다. 그녀가 차라리 자아실현에 집중하기로 결심한 계기다. 주중엔 직장인으로서 역할에 충실하고, 주말엔 글쓰기나 영화 만들기 강좌를 듣는다. 애인은 없다. 주변에서 동성애자냐, 남혐주의자냐 핀잔주지만, 내버려 둔다. 최근 청년들을 중심으로 비혼주의가 확산되고 있다. 결혼을 ‘못’ 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것이다. 연애는 해도 결혼이란 제도 속에 들어가진 않는다. 부모세대처럼 결혼이 필수란 인식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졸업이나 취업처럼 당연히 거쳐야 할 과정에 포함시키지 않는다. 대학을 졸업하면 학력이 증명되고, 취업에 성공하면 월급이 따라온다. 하지만 결혼은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다고 생각한다. 특히 여성들은 출산에 대한 압박이 크다. 출산휴가 같은 제도가 보장되더라도 몇 년씩 쉬고 사회에 복귀하면 동료들에 비해 뒤처질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실제 결혼을 택하지 않은 인구는 꾸준히 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를 보면 1인 가구가 27.2%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가구 유형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이다. 반면 과거 가장 보편적인 가구 형태였던 4인 가구는 급격히 줄었다. 1995년엔 31.7%였던 4인 가구가 지난해엔 18.8%에 불과했다. 결혼에 대한 인식 자체도 변하고 있다. 2016년 실시한 통계청 사회조사에 따르면 “결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51.9%인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 64.7%가 결혼이 필요하다고 답변했던 것과 비교해 점차 줄어드는 모양새다. 칼럼니스트 이진송씨는 한 발짝 더 나아간다. 결혼은 물론이고, 연애하지 않을 권리 또한 존중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 일환으로 2013년부터 비연애주의자들을 휘한 독립잡지 ‘계간 홀로’를 발간하고 있다. 작년엔 ‘연애하지 않을 자유’라는 단행본도 냈다. 저자는 “연애 자체를 부정하는 건 아니다. 다만 타인의 시선에 떠밀려 억지로 연애하고 싶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연애하지 않는 사람을 어딘가 하자 있는 사람으로 간주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문제라는 것. 따라서 “연애도 하나의 스펙처럼 여기는 시선부터 달라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청년들이 이토록 결혼을 원치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불확실성의 시대’가 그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3월 청년실업률은 11.3%를 기록했다. 2개월 연속 두 자릿수를 찍었다. 불안한 노동시장 탓에 청년들의 삶 자체가 불투명해졌다. 취업난이 심각한 상황에서 결혼과 출산까지 고민할 여력이 없는 셈이다. 이 교수는 “특히 여성들이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기르기 너무 힘든 사회다. 차라리 ‘혼자서 고양이 키우는 게 낫다’고 말하는 여성들이 점차 느는 이유를 모두가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남성들이라고 다르지 않다. 가장이 된다는 것에 대한 근원적 두려움이 있다. 박성욱(35·가명)씨는 “아버지가 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언젠가 직장을 그만두고 혼자 세계여행을 떠날 작정이다. 아이가 있는 기혼자에겐 불가능한 꿈이다. 신진오(35·가명)씨도 마찬가지다. 그는 ‘아버지를 가장 존경한다’는 상투적 표현을 싫어했다. 그러나 직장에서 마주하는 수많은 아버지들을 보며 부쩍 그 말에 공감하게 됐다. 아버지뻘 회사원들이 조직에서 위아래로 난타당하면서도 가정을 책임지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보자니 “아버지가 될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남성들이 결혼을 기피하는 현상 역시 “결국 경제적 문제가 가장 크다”고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해석했다. 불황으로 비정규직·저임금노동자 같은 질 낮은 일자리를 전전하는 남성들이 늘면서 가족부양에 대한 부담감도 자연스레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 이를 두고 김교수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실패란 점을 강조했다. 지금 청년들이 겪고 있는 경제적 어려움은 개인이 해결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문제란 뜻이다. 덧붙여 결혼과 출산을 강요하는 시대는 지나갔다면서 “비정상의 정상화가 이루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사회도 달라진 결혼 풍토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이 잇따르고 있다. 이진송씨는 “다양한 가족의 형태를 인정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뿐만 아니라 “규격화된 삶의 방식 역시 해체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프랑스는 이미 결혼제도의 다양화를 실현하고 있다. 1999년 동거 가구의 권리를 보장하는 ‘시민연대협약(PACS)’을 도입한 바 있다. 그 후로 혼외출산이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1993년 1.66명에 불과하던 출산율이 2014년엔 2.08명을 기록했다. 이는 혼외출산에 대한 국가의 제도적 뒷받침이 있었기에 가능한 결과다. 반면 우리나라는 현실과 제도간의 괴리가 크다. 가족의 형태는 점점 변화하는데 비혼·동거가구에 대한 제도적 지원은 미비한 상태다.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한 행복주택 입주 자격이 없으며 건강보험 피부양자 등록도 불가능하다. 동거부부 중 한 명이 위독할 경우 수술동의서에 사인할 수도 없다. 사각지대로 내몰리는 가구가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구조다. 법적 결혼을 전제로 한 저출산 대책과 복지정책이 시급히 개선돼야 하는 이유다. 청년들이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도록 만드는 한국사회, 이대로라면 비혼주의자들은 계속 늘어갈 수밖에 없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 수출 호조에 제조업 일자리 4개월 만에 증가

    지난달 제조업 취업자 수가 수출 호조 등에 힘입어 4개월 만에 늘어났다. 10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3월 노동시장 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제조업 상시근로자 고용보험 피보험자(취업자) 수는 357만 6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000명(2.2%) 증가했다. 제조업 취업자는 2009년 10월 이후 7년 2개월 만인 지난해 12월 0.3% 감소했다. 이후 올 2월까지 3개월 연속 감소하다가 3월 들어 증가했다. 지난달 제조업종 고용시장 훈풍은 사상 최대 수출 실적을 달성한 기계와 화학제품 제조업 등이 주도했다. 기계 제조업은 지난해보다 8900명, 화학제품 제조업은 7800명이 늘었다. 식품 제조업은 전체 제조업 분야 중에서 가장 많은 1만 1000명이 늘었다. 반면 전자부품·컴퓨터·통신장비 제조업 취업자는 6400명 줄어 2014년 1월 이후 39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기타운송장비 제조업 취업자도 3만 8000명이나 감소했다. 서비스업은 보건복지(6만 6000명), 도·소매(6만 2000명), 숙박·음식(4만 6000명) 등을 중심으로 취업자 증가세가 유지됐다. 특히 보건복지업은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확대 영향으로 증가폭이 크게 확대됐다. 제조업과 서비스업을 합친 상시근로자 고용보험 피보험자 수는 1268만 2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33만 5000명(2.7%) 늘어났다. 사업장 규모별는 300인 미만 중소기업에서 25만 5000명, 300인 이상 대기업에서 8만명이 늘어 중소기업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글로벌 인사이트] “비정규직·초과 근무 문제 해결” 노동개혁 칼 빼든 아베

    [글로벌 인사이트] “비정규직·초과 근무 문제 해결” 노동개혁 칼 빼든 아베

    고령화·저성장기 동력 재점화 ‘동일노동 동일임금’ 차별 해소 최저임금 시간당 1만원 목표 중산층 늘려 내수 활성화 모색 아베 신조 정부가 일하는 방식의 근본적인 변혁을 위한 ‘종합처방’을 내놨다. 초과 근무시간의 상한선을 법으로 정해 어기면 처벌하고 동일노동에 동일임금 정책을 실시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을 줄여 나가면서 종국에는 비정규직을 모두 없애겠다는 계획이다. 산업시대의 일하는 방식을 털어내고 인구 감소시대, 인공지능(AI) 시대의 ‘21세기형 스마트워킹’의 틀을 만들어 나가겠다는 생각이다. 아베 총리가 의장을 맡은 정부산하 ‘일하는 방식 개혁실현회의’가 지난달 28일 내놓은 노동개혁안은 이런 내용을 담아 일하는 방식과 노동 관행의 근본적인 변화를 겨냥했다. ‘일하는 방식 개혁 실행계획’이란 이름으로 나온 이 같은 개혁 청사진에는 동일노동 동일임금 실현, 장시간 근로 해소 등 9개 분야의 내용을 담았다. 올해 안에 관련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2019년도 시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재택근무와 겸직 및 부업을 권장하고 이직 및 재취업을 쉽게 하는 등 미국 등과 같은 유연하고 유동성이 높은 노동시장을 만들어 나가겠다는 생각도 들어 있다. 종신 고용 및 하나의 직업으로 평생을 살아가는 단선적 노동 경력을 겸업과 부업이 일반화된 유동성이 큰 유연한 노동시장으로 대체하겠다는 생각이다. 여성 및 고령자도 노동시장에 쉽게 들어올 수 있게 하고 고령의 부모 등 가족을 돌보고자 회사를 그만두는 개호(노인 및 병약자 돌봄) 이직 및 사직을 줄여 나가겠다는 것도 주요 목표 중 하나다. 숙련된 일손을 보호·유지하기 위한 환경 조성에 방점을 뒀다. 유연하게 일하는 방식을 확산하고 정착시키기 위해 정보기술(IT)을 이용해 사무실이 아닌 집이나 제3의 장소에서도 일할 수 있는 ‘텔레워크’ 가이드라인도 마련하기로 했다. 시간당 급료 1000엔(약 9995원)을 목표로 한 최저임금의 지속적인 인상, 이직자 고용 기업에 대한 지원 확대 등 이직 및 재취업 지원 등 유연한 근로방식 확대, 재교육 기회 확충 및 취업빙하기 세대 지원 등 여성·청년의 사회참여 확대 등도 포함돼 있다. 기업이 이직자에게 시행하는 능력 개발 및 임금 인상에 대해 정부 지원을 늘리고 종합적인 직업 정보 제공 사이트도 신설한다. 최저 임금 인상, 비정규직 임금의 정규직과 동일 수준화 등을 통해 임금을 끌어올리고 일의 효율을 늘리면서 장기간 근로를 금지해 효율 증대와 함께 일자리를 더 늘려 나가겠다는 의도다. 현재 최저 시급 평균은 823엔이고 도쿄는 932엔이나 되지만 오키나와(714엔), 미야자키(715엔) 등 아직 710엔대인 지역이 수두룩하다. 부족한 인력은 고령자와 경력단절 여성의 사회 재진출, 재택근무 및 부업·겸업의 활성화를 통해 메워 나가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시도에는 지금까지의 관행과 근로 방식으로는 성장과 발전에 한계가 있다는 절박감이 깔려 있다. 고령화에 20년째 저성장의 늪에 빠진 채 가라앉는 성장동력을 다시 재점화, 재가동하기 위해 근로 방식의 개혁이 시급하다는 판단에서다. 일하는 방식의 개혁은 아베노믹스의 성장 전략의 주요한 축의 하나이기도 하다. 이를 통해 노동 생산성을 올리고 임금을 올려 중산층을 더 두껍게 늘려 나가겠다는 생각이다. 현재 노동인구의 40% 가까이 되는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전환되고 일자리 나눔 등으로 중산층이 늘면 소비와 수요 확대가 자연스럽게 따라 늘게 돼 경제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을 상정한 개혁 청사진이다. 아베 총리는 지난달 28일 회의에서 “일본의 일하는 방식을 바꿀 수 있는 역사적 한 걸음”이라면서 “법률이 통과되지 않으면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관련 법 개정을 서둘러 달라”고 관련 부처와 해당 장·차관들에게 확고한 의지를 전달했다. 개혁안의 큰 축을 이루는 비정규직 처우 개선과 관련, 정부 가이드라인 안(案)에는 기본급·각종 수당 등 임금뿐만 아니라 교육훈련 및 복리후생도 포함했다. 노동자가 불합리한 처우에 대해 시정을 요구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관련 법규 정비도 계획안에 포함된다. 파트타임노동법, 노동계약법, 노동자파견법 등 관련 3법의 개정도 추진 중이다. 성패는 노동자, 사용자, 정부 등이 사회적 합의 속에서 어느 정도의 속도로 실천해 나가느냐 여부다. 세부 실행계획에는 최저임금의 연간 3%선 인상, 보육사와 개호 직원의 처우 개선, 외국 인재 수용 등이 포함됐다. 아베 정부의 이 같은 개혁안에 시장과 전문가들은 구체성이 부족하지만 방향성에는 동감을 표시하고 있다. 인구 감소로 일손이 주는 상황에서 중소기업은 실행계획을 따르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일자리 상황의 지표인 유효구인배수(일을 찾는 사람 대비 일손을 원하는 기업의 배수)는 2월 말 기준으로 도쿄 2.04배, 후쿠이현은 1.89배 등 전국 평균 1.43배를 기록했다. 5개월 연속 전국 모든 행정단위에서 배 이상을 기록했다. 일손이 43%가량 모자란다는 것이다. 주요 기업의 단체로 사측을 대변하는 게이단렌의 사카키바라 사다유키 회장은 “정책 패키지가 망라돼 있다”면서도 잔업시간 상한선이 법안으로 구체화할 때 더 줄어들어서는 안 된다고 견제했다. 반면 노동조합을 대표하는 일본노동조합총연합회의 고즈 기오 회장은 “동일노동 동일임금 등에 대한 노사정 합의 도출은 중요한 첫걸음”이라면서도 “초과 근무 상한 시간이 너무 많다”고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고미네 다카오 호세대 교수는 “방향성은 평가하지만 노동시장의 유동성 심화 방안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산업기술총합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노동자 보호정책 등 법안 개정의 방향성 제시는 획기적이지만 노동생산성 제고를 위한 추진력은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In&Out] 근로시간 단축, 완충장치가 필요하다/김영배 한국경영자총협회 상임부회장

    [In&Out] 근로시간 단축, 완충장치가 필요하다/김영배 한국경영자총협회 상임부회장

    근로시간 단축이 다시금 우리 노동시장의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삶의 질 향상이라는 명분에 더해, 근로시간 총량을 제한하면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날 것이란 기대가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성장과 투자, 창업을 통해 일자리를 늘리는 정공법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지만, 그만큼 우리 일자리 상황이 시급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우리 실근로시간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매우 긴 편에 속한다. 이에 대해 많은 비판이 있어 왔지만, 장시간 근로가 ‘한강의 기적’이라고 불리는 단기 압축성장의 디딤돌이 된 것도 부인할 수 없다. 장시간 근로가 우리 경제의 취약점인 낮은 노동생산성과 부족한 유연성을 보완해 왔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시간당 노동생산성(31.8달러)은 OECD 35개국 중 29위로 미국 노동생산성(62.9달러)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2015년 기준). 이렇듯 낮은 생산성과 불경기로 제품에 대한 수요가 절반으로 줄어도 고용 조정이 불가능한 높은 고용 경직성하에서, 산출량을 조절하고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유력한 수단이 초과 근로였던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초과 근로는 근로자들이 추가 소득을 확보하는 수단으로 활용돼 왔다. 우리 근로자들, 특히 제조업 근로자들은 비교적 높은 임금 수준에도 불구하고 남성 외벌이 중심 가계, 높은 사교육비와 주거비, 노후대책 불안 등으로 오랜 시간 동안 일해서 소득을 높이고자 하는 성향이 있다. 이에 더해 미사용 연차휴가 보상, 국제노동기구(ILO) 권고보다 2배 높게 규정된 초과 근로 할증률 등 과도한 금전보상 제도가 장시간 근로를 유인하는 기제로 작용해 온 것 역시 현실이다. 이외에도 낮은 파트타임 근로자 비중이 우리 근로시간을 더욱 길어 보이게 한다는 점도 고려돼야 한다. 우리나라 파트타임 근로자 비중은 10.6%로 일본(22.7%), 영국(24.0%), 네덜란드(38.5%) 등과 비교해 크게 낮다. 파트타임 비중이 낮다는 것은 국제 비교 시 근로시간이 상대적으로 과대 계상됨을 의미한다. 이른바 ‘평균의 오류’이다. 간단하게 우리나라 파트타임 근로자 비중이 일본 수준이라고 추정하면, 전체 근로시간은 현재 2113시간(취업자 기준)에서 1940시간대로 줄어든다. 이렇듯 복합적 요인에 의해 정규직 위주로 장시간 근로가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 현실과 노사 부담을 고려하지 않은 근로시간 단축 입법은 경제 전반에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특히 만성적 인력난과 재정 여력이 취약한 중소·영세사업장은 초과 근로마저 과도하게 제약할 경우 생존기반 자체가 무너질 우려가 있다. 근로자들 역시 급격한 소득 감소를 감내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근로시간을 단축해도 생산량을 유지하고 근로자의 총소득을 유지할 수 있는 현실적 처방은 생산성 제고뿐이다. 기업은 설비와 인력의 최적 활용을 통해 효율성을 추구하고, 근로자는 업무 몰입도를 높여야 한다. 임금 체계 합리화도 필요하다. 단순한 근로시간이 아닌, 성과에 따른 보상이 가능한 임금 체계가 작동해야만 근로시간이 줄어들 수 있다. 작금의 어려운 고용 상황에서 조금씩이라도 근로시간과 초과 근로수당을 줄이고 그만큼 고용을 늘리는 방향으로 변화가 일어나는 것 역시 절실히 필요하지만, 이는 기업과 근로자의 선의가 뒷받침되어야 가능한 일이다. 우리 근로시간이 아직도 길고, 이를 줄여 나가야 함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시장에 급격한 충격을 주는 규제는 바람직하지 않다. 법정 근로시간 단축 시에는 한시적 특별연장근로 허용, 탄력적 근로시간제 확대 등 다양한 제도적 완충 장치가 필요하다. 노사정 대타협의 로드맵을 제쳐 두고 서둘러 강제하려다 산업현장의 갈등만 야기하는 실책은 곤란하다.
  • [단독] 구직활동 포기한 ‘청년 니트’ 60만명

    [단독] 구직활동 포기한 ‘청년 니트’ 60만명

    사상 최악의 취업난이 이어지면서 구직활동을 포기한 청년이 6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15~29세 전체 청년층의 6.4%에 이르는 수준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상황이 단기간에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7일 한국노동연구원의 ‘최근 청년층 니트의 특징과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청년 니트’는 2008년 76만 2000명에서 지난해 93만 4000명으로 10년만에 17만명 이상 늘었다. 전체 15~29세 청년 중 니트가 차지하는 비율은 같은 기간 7.8%에서 9.9%로 높아졌다. ‘니트’(NEET)는 경제활동인구조사에서 학생도 아니고 취업자도 아니며 정규 교육기관이나 학원, 기관에 다니지 않으면서 가사나 육아도 하지 않는 미혼 15~29세 청년을 의미한다. 그나마 구직활동을 하는 ‘구직 니트’와 구직활동을 완전히 중단한 ‘비구직 니트’로 나뉜다. ●대졸 구직 포기자도 일상적 관찰 청년 니트 중에서 남성은 50만 9000명(10.8%), 여성은 42만 5000명(9.0%)으로 남성이 더 많았다. 연령별로는 ‘20대 후반’이 47만 2000명으로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특히 대졸 이상 고학력 니트가 2008년 27만 5000명에서 지난해 41만 1000명으로 급증했다. 특히 청년 니트 가운데 취업의욕이 꺾여 구직활동을 완전히 중단한 비구직 니트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일하지도, 교육받지도 않고 구직활동조차 하지 않는 비구직 니트는 60만 6000명으로 전체 청년의 6.4%를 차지했다. 남성이 33만 5000명, 여성이 27만 1000명이었다. 상대적으로 고학력인 대졸 비구직 니트도 23만 7000명에 이르렀다. 김종욱 노동연구원 연구원은 “지난해 대졸 이상 청년 인구 194만 8000명의 12.1%에 해당하는 규모로 고학력 청년 비구직 니트가 매우 일상적으로 관찰 가능한 수준임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문제는 이런 비구직 니트가 장기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6개월 이상 장기 비구직 니트 인원은 46만 8000명으로 전체 비구직 니트의 77.2%에 이르렀다. 고졸 이하 청년 비구직 니트는 인문계고 졸업자를 중심으로 증가하고 있다. 특성화고를 졸업한 비구직 니트는 2008년 10만 3000명으로 전체 고졸 비구직 니트의 53.5%를 차지했지만, 지난해는 인문계고를 졸업한 비구직 니트가 14만 1000명으로 59.7%나 됐다. 김 연구원은 “인문계 고졸 청년의 절대적인 숫자가 늘어났거나 상급학교로 진학하지 않으면 취업이 어려워 비경제활동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으로 추측해볼 수 있다”며 “우려할 만한 부분은 인문계 고졸 이하 비구직 니트 31%가 특별한 활동없이 ‘쉬고 있다’고 응답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부족한 능력 때문 아냐” 취업난 장기화 영향 구직 니트는 인문사회계열 대졸자 중심으로 늘어나고 있었다. 2008년 3만 1000명에 불과했던 인문사회계열 대졸자 구직 니트는 지난해 9만 4000명으로 3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전체 인문사회계열 졸업생의 11.5%였다. 2015년 기준으로 직장건강보험에 가입된 취업자가 39.3%에 불과한데다 1년 취업률이 68.2%에 그치는 등 인문사회계열의 노동시장 상황이 어렵기 때문에 구직 니트가 급증한 것으로 분석됐다. 김 연구원은 “청년 니트들이 경제활동에 참여하고 있지 못한 원인이 부족한 능력 때문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최고 수준의 대학진학률에 따라 고학력 노동 공급자들이 꾸준히 시장으로 공급되는 상황에서 장기화되는 경기 침체로 인해 이들이 고스란히 시장 밖에 적체되고 있는 모습이 관찰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In&Out] 미국 금리 인상과 트럼프노믹스/정규돈 국제금융센터 원장

    [In&Out] 미국 금리 인상과 트럼프노믹스/정규돈 국제금융센터 원장

    지난달 15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가 기준금리를 3개월 만에 전격 인상하자 주가는 상승하고 달러화는 약세를 나타냈다.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등은 금융시장이 마치 연준이 금리를 인하한 것처럼 움직였다고 평가했다. 시장이 금리 인상을 호재로 받아들인 이유는 연준이 점진적인 속도를 강조한 데에 따른 안도감도 있었지만 트럼프노믹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책)로 인해 미국 경제가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지난달 연준이 전망한 금리 인상 횟수는 지난해 12월에 발표한 것과 같이 2017년, 2018년에는 3회로 동일하지만 2019년에는 기존 3회에서 3.5회로 상향 조정됐다. 그런데도 미국 시장에서 갑자기 완만한 금리 인상이 부각된 것은 주요국의 통화정책 스탠스가 긴축으로 변화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유로존(ECB)은 이달부터 양적완화 규모를 줄이기로 결정했으며 9월에는 현재 -0.4%인 중앙은행 예치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중앙은행(BOJ)도 마이너스 정책금리의 한계에 대한 지적과 함께 미국과의 금리 격차가 확대되고 엔화 약세가 심화될 경우 장기금리 목표를 인상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렇다면 점진적 금리 인상은 호재인가. 금융위기 이후 주요 선진국들은 이례적인 저금리와 대규모 양적완화로 시장불안에 대응하며 자산가격을 부양시켰다. 금리 인상은 그간 인위적으로 금융시장 변동성을 억제하고, 불안해질 때마다 중앙은행에 대한 의존도를 과도하게 높였던 시스템을 정상 수준으로 되돌리자는 것이다. 다시 말해 시장의 방향을 결정하는 주된 요인이 이제 중앙은행이 아니라 원래대로 성장, 무역, 투자 등 경제 현상에 대한 기대로 넘어가게 됨을 의미하며 연준에서 트럼프의 경제정책으로 시장의 중요도가 변화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트럼프 당선 이후 미국의 주식 시가총액은 2조 3000억 달러(9%) 증가했다. 소비와 기업투자 심리가 크게 개선되었고 글로벌 대기업의 미국 내 투자도 확대됐다. 트럼프의 정책은 래퍼곡선을 근거로 한 레이건의 감세정책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경기 회복에 활력을 줄 것으로 기대되었고, 오바마 정권에서와 달리 공화당이 양원의 다수당을 차지하면서 의회에서의 추진력도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었다. 그러나 파이낸셜타임스 등에서 지적했듯이 트럼프노믹스의 실체는 아직 가늠하기 어렵다. 트럼프노믹스는 크게 보면 대외적으로는 보호무역주의, 반이민, 리쇼어링(해외이전 기업의 본국 이전), 대내적으로는 규제 완화, 세제 개혁, 인프라 투자 등 성장 친화적 정책들을 골자로 한다. 그런데 문제는 각 정책들이 상충된다는 점이다. 3월 미 통화정책회의(FOMC) 후 기자들이 재닛 옐런 연준 의장에게 트럼프 대통령과의 대립 구도에 대해 많은 질문을 했던 것도 확장적 재정정책과 저금리 유지가 어렵다는 견해 때문이다. 세계은행, 국제통화기금(IMF) 등은 세계경제 전망에서 트럼프의 정책을 상방과 하방 리스크가 모두 존재한다며 반영하지 않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예측 가능한 점진적 경로로 진행되면서 신흥국 등으로 외국인 자금 유입이 지속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통화정책의 정상화가 미국 경제의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전개되고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우호적 금융 여건이 이어지고 있을 때 산업 구조 개편을 추진한다면 미래의 경제 불확실성을 최소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해 7월 발간한 한국경제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이 기업 및 노동시장의 구조개혁에 성공할 경우 10년 내 국내총생산(GDP)이 추가로 3%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실물경제 회복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유입된 외국인 자금의 상당 부분이 되돌려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대비해야겠다.
  • [송혜민 기자의 월드 why] ‘97.3%’ 꿈의 일본 취업률, 좋기만 할까

    [송혜민 기자의 월드 why] ‘97.3%’ 꿈의 일본 취업률, 좋기만 할까

    지난해 일본의 대졸 취업률은 97.3%, 고졸 취업률은 97.7%를 기록했다. 졸업이 곧 취업인 셈이다. 구인난이 심각해지자 한국 청년을 비롯한 외국인 노동력 수입에도 적극적이다. 이는 한국무역협회가 주최한 일본 기업 채용박람회에 참가하는 일본 글로벌 기업이 35개사에서 올해 50개사로 늘어날 예정이라는 사실로도 짐작할 수 있다. 직장을 찾지 못해 3포, 5포를 넘어 N포세대에 이른 한국 젊은이들에게 일본의 취업률은 꿈같은 현실이 아닐 수 없다. 100%에 육박하는 취업률의 배경에는 무엇이 있을까.일본 출산율이 정점을 찍은 것은 1947~1949년 사이에 태어난 일본의 베이비붐 세대를 가리키는 ‘단카이 세대’가 고도성장을 이뤄 냈던 1973년이다. 당시 여성 1명이 평생 낳는 아이 수는 평균 2.14명이었다. 하지만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매년 발간하는 ‘월드 팩트북’에 따르면 지난해 추정치 기준 이 수치는 1.41명으로 떨어져 224개국 중 최하위권인 210위에 머물렀다. 출산율 저하의 원인은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 결혼율이 낮아지는 데다 만혼 현상이 더욱 뚜렷해지면서 둘째 아이 출산 감소로 이어졌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해 12월 22일자 보도에서 “경제적 이유로 출산을 꺼리는 가정이 적지 않다”면서 “고령자에게 초점이 맞춰진 사회보장예산을 출산 및 육아 분야로 재편성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아이를 낳지 않으니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돼 취업경쟁에 뛰어들 사람도 줄어들었다. 일본 고졸·대졸 취업률이 97%를 넘어선 주된 이유 중 하나로 출산율이 꼽히는 이유다. 일할 사람이 줄어들며 취업률은 97%를 넘어섰지만, 여기에는 ‘숫자의 함정’이 있다. 100%에 가까운 취업률에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자영업이 모두 포함돼 있는 것이다.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올해 일본의 생산가능인구는 2012년에 비해 72만명 줄어든 6556만명이다. 2030년에는 6180만명까지 줄어들 전망이다. 특히 2015년 조사에 따르면 취업률 집계에 포함된 사람 중 40.5%가 비정규직이다. 즉 100명 중 97명이 취업했다면 이 97명 중 약 39.3명은 비정규직으로 취업했다는 뜻이다. 일본 전체 노동자 중 비정규직 비중은 2003년 30.4%에서 2016년 37.5%로 확대됐다. 공격적인 ‘아베노믹스’로 경기가 회복되고 여성 일자리 늘리기 등 노동시장의 개혁으로 취업률은 높아진 것이 사실이다. 취업률 상당 부분이 거품이 아니냐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고용 및 소득 안정을 보장하는 양질의 취업 환경이 뒷받침돼야 한다. 아베 정부가 최저임금 1000엔, 비정규직 처우 개선 등을 정치적 카드로까지 쓸 만큼 집중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일각에서는 취업률이 높아졌으니 젊은층의 소득이 높아지고, 이것이 결혼율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일본의 결혼율은 출산율과 마찬가지로 꾸준히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결혼율 하락의 원인 중 하나로 고령화를 꼽는다. 고용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고령 부모의 생계까지 책임져야 하는 젊은층에게 결혼은 사치로 여겨질 수 있다. 일본은 2006년 초고령화 사회(65세 이상이 20% 이상인 사회)에 진입했다. 고령 인구가 많아진다는 것은 부양해야 할 인구가 많아진다는 뜻이다. 게다가 일본은 부모뿐만 아니라 형제에 대한 부양 의무까지 있다. 일본 민법 877조 제1항은 ‘직계 혈족 및 형제자매는 서로 부양할 의무가 있다’고 규정한다. 고령의 부모 혹은 빈부 격차가 심한 형제를 부양해야 하는 법적 의무를 지키기 위해 일부는 결혼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는 것이다. 뫼비우스의 띠처럼 무엇이 시작이라고 말하기 힘들 만큼 취업률과 출산율, 결혼율은 서로 맞물려 있다. 아베 총리는 2060년 이후에도 인구 1억명을 유지하겠다면서 표방한 ‘1억 총활약 사회 실현’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이를 위해 취업률을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노동자에 대한 사회보험료와 잔업수당 규정, 비정규직 처우 개선과 여성 일자리 확대 정책을 추진할 예정이다. 일본의 이 정책들의 효과가 구체적 수치로 내건 것처럼 여성 1인당 평균 출산 수를 1.8명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헬조선’이라는 비판과 자조가 넘쳐나는 국내 사정 또한 일본의 처지와 놀랍도록 비슷하기 때문이다. huimin0217@seoul.co.kr
  • [금요 포커스] 4차 산업혁명의 빛과 그림자/김진환 한국형사정책연구원장

    [금요 포커스] 4차 산업혁명의 빛과 그림자/김진환 한국형사정책연구원장

    한때 세계 경제의 우등생이었던 한국은 지금 생산가능 인구, 소비, 고용, 투자가 모두 감소하는 4대 절벽에 직면해 있다고 전문가들이 진단하고 있다. 그러나 희망의 빛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바로 제4차 산업혁명의 물결이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본다. 한국 경제를 리셋할 수 있는 절호의 계기라고 말할 수 있는 제4차 산업혁명은 인공지능(AI), 로봇공학, 가상현실(VR), 사물인터넷(IoT), 3D프린팅, 나노바이오공학 등 10개 안팎의 기반기술과 여기서 파생되는 자율주행자동차, 드론, e커머스, 스마트 팩토리 등 수많은 상품·서비스로 구성되어 있다. 세계는 디지털 과학기술이라는 거대한 제4의 물결을 타고 산업과 사회 전체의 시스템이 급속히 변화되고 물질 중심 문명에서 무형의 데이터 중심 문명으로 진화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제 제4차 산업혁명은 이론이 아닌 전략의 문제가 됐다. 우리도 제4차 산업혁명의 흐름에 뒤처져서는 안 된다. 인공지능, 가상·증강현실, 자율주행자동차, 경량소재, 스마트시티 등 5대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삶의 질 향상에 연계된 정밀의료, 신약, 탄소자원화 등 기술개발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 아직 갈 길이 멀다. 다보스 포럼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제4차 산업혁명 적응도에서 전 세계 139개 중 25위로 평가되고 있다. 1위는 스위스, 2위는 싱가포르이고, 일본은 12위다. 정책결정자들이 전통적인 사고에 붙잡히거나 단기적 문제에 매몰되지 말고 미래를 만들어 가는 긴 안목의 전략적 사고로 새로운 디지털 세상에 과감하면서도 정교하게 대처해야 할 것이다. 제4차 산업혁명은 혁신과 파괴라는 두 얼굴을 지니고 있다. 과학기술의 발전은 공공의 이익이 아닌 특정집단의 이익을 위해 악용될 수 있고, 기계가 인간노동을 대체함에 따라 노동시장의 붕괴, 기술수준 차이에 따른 임금격차 확대, 중산층 축소로 인한 빈부격차 심화 등이 초래될 수 있다. 제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사회적 불평등의 심화는 사회갈등과 불안을 증폭하고 폭력성 범죄, 첨단과학기술을 악용한 조직범죄가 증가될 수 있다. 이에 국책연구기관인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은 2010년부터 사이버 범죄 등 첨단범죄의 흐름에 대응해 과학기술을 활용한 형사사법 제도의 선진화방안 연구 프로젝트를 가동하고 있다. 지능형 로봇 및 자율주행 자동차의 형사책임 문제와 인공지능 기술 활용방안, 범죄데이터를 분석해 범죄발생을 예측하는 시스템, 정확한 인과관계를 계산할 수 있는 수사지원 로봇, 피의자 신문을 보조하는 서비스 로봇 등이 다 연구 대상이다. 앞으론 재판 단계에서 증거조사에 포렌식 기법을 활용하고, 교정단계에서 순찰 로봇과 수용자처우 서비스 로봇 등이 도입될 수 있다. IBM사 왓슨과 같은 지능이 탑재된 로봇을 수용자들의 진료업무에 이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특히 목소리나 얼굴인식 기능이 적용된 드론 등을 활용하여 보호관찰을 시행할 때 인권보호에 더 친화적일 수 있다. 빛이 밝으면 그림자도 짙어지기 마련이다. 제4차 산업혁명이 인류에게 보다 편리하고 안전한 세상을 선물해 줄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있는가 하면 인간의 자유의사가 경시되고 사생활이 침해되는 촘촘한 감시망 속의 디스토피아적 미래가 올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2015년 유엔재래식무기협약회의에서는 인간의 통제를 벗어난 자동화 병기로봇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2040년경에는 범죄를 자행하는 인공지능 로봇이 인간 범죄자보다 더 많아질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레이 커즈와일은 기술이 인간지능을 초월하는 순간인 특이점(singularity)이 2045년에 온다고 예견한 바 있다. 이에 관해 스티븐 호킹도 인공지능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인공지능은 끊임없이 인간의 뇌를 모사한다. 인간의 감성까지 보유하거나 인간을 해치는 기술로 진화하기 전에 이를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 향후 기술의 발전을 활용하되 기술의 부작용은 억제할 수 있도록 형사정책분야의 대응이 더 적극적이고 선제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까닭이다.
  • [송혜민의 월드why] 日, 꿈의 취업률 97%…‘헬조선’보다 나을까?

    [송혜민의 월드why] 日, 꿈의 취업률 97%…‘헬조선’보다 나을까?

    지난해 일본의 대졸 취업률은 97.3%, 고졸 취업률은 97.7%를 기록했다. 졸업이 곧 취업인 셈이다. 구인난이 심각해지자 한국 청년을 비롯한 외국인 노동력 수입에도 적극적이다. 이는 한국무역협회가 주최한 일본기업 채용박람회에 참가하는 일본 글로벌 기업이 35개사에서 올해 50개사로 늘어날 예정이라는 사실로도 짐작할 수 있다. 직장을 찾지 못해 3포, 5포를 넘어 N포세대에 이른 한국 젊은이들에게 일본의 취업률은 꿈같은 현실이 아닐 수 없다. 100%에 육박하는 취업률의 배경에는 무엇이 있을까. ①출산율 저하 일본 출산율이 정점을 찍은 것은 1947~1949년 사이에 태어난 일본의 베이비 붐 세대를 가리키는 ‘단카이 세대’가 고도성장을 이뤄냈던 1973년이다. 당시 여성 1명이 평생 낳는 아이 수는 평균 2.14명이었다. 하지만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매년 발간하는 ‘월드 팩트북’에 따르면 지난해 추정치 기준, 이 수치는 1.41명으로 떨어져 224개국 중 최하위권인 210위에 머물렀다. 출산율 저하의 원인은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 결혼율이 낮아지는데다 만혼 현상이 더욱 뚜렷해지면서 둘째 아이 출산 감소로 이어졌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해 12월 22일자 보도에서 “경제적 이유로 출산을 꺼리는 가정이 적지 않다”면서 “고령자에게 초점이 맞춰진 사회보장예산을 출산 및 육아 분야로 재편성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아이를 낳지 않으니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되어 취업경쟁에 뛰어들 사람도 줄어들었다. 일본 고졸·대졸 취업률이 97%를 넘어선 주된 이유 중 하나로 출산율이 꼽히는 이유다. ②생산가능인구의 감소와 비정규직의 확대 일할 사람이 줄어들고 취업률은 97%를 넘어섰지만, 여기에는 ‘숫자의 함정’이 있다. 100%에 가까운 취업률에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자영업이 모두 포함돼 있는 것이다.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올해 일본의 생산가능인구는 2012년에 비해 72만 명 줄어든 6556만 명이다. 2030년에는 6180만 명까지 줄어들 전망이다. 특히 2015년 조사에 따르면 취업률 집계에 포함된 사람 중 40.5%가 비정규직이다. 즉 100명 중 97명이 취업했다면, 이 97명 중 약 39.3명은 비정규직으로 취업했다는 뜻이다. 일본 전체 노동자 중 비정규직 비중은 2003년 30.4%에서 2016년 37.5%로 확대됐다. 공격적인 ‘아베노믹스’로 경기가 회복되고 여성 일자리 늘리기 등 노동시장의 개혁으로 취업률은 높아진 것이 사실이다. 취업률 상당부분이 거품이 아니냐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고용 및 소득 안정을 보장하는 양질의 취업 환경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아베 정부가 최저임금 1000엔, 비정규직 처우 개선 등을 정치적 카드로까지 쓸 만큼 집중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③결혼율과 초고령화 사회 일각에서는 취업률이 높아졌으니 젊은 층의 소득이 높아지고, 이것이 결혼율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일본의 결혼율은 출산율과 마찬가지로 꾸준히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결혼율 하락의 원인 중 하나로 고령화를 꼽는다. 고용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고령 부모의 생계까지 책임져야 하는 젊은 층에게 결혼은 사치로 여겨질 수 있다. 일본은 2006년 초고령화 사회(65세 이상이 20% 이상인 사회)에 진입했다. 고령 인구가 많아진다는 것은 부양해야 할 인구가 많아진다는 뜻이다. 게다가 일본은 부모뿐만 아니라 형제에 대한 부양의 의무까지 있다. 일본 민법 877조 제1항은 ‘직계 혈족 및 형제자매는 서로 부양할 의무가 있다’고 규정한다. 고령의 부모 혹은 빈부 격차가 심한 형제를 부양해야 하는 법적 의무를 지키기 위해 일부는 결혼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는 것이다. 뫼비우스의 띠처럼, 무엇이 시작이라고 말하기 힘들 만큼 취업률과 출산율, 결혼율은 서로 맞물려 있다. 아베 총리는 2060년 이후에도 인구 1억 명을 유지하겠다면서 표방한 ‘1억 총활약 사회 실현’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이를 위해 취업률을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노동자에 대한 사회보험료와 잔업수당 규정, 비정규직 처우 개선과 여성 일자리 확대 등 정책을 추진할 예정이다. 일본의 이 정책들의 효과가 구체적 수치로 내건 것처럼 여성 1인당 평균 출산 수를 1.8명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헬조선’이라는 비판과 자조가 넘쳐나는 국내 사정 또한 일본의 처지와 놀랍도록 비슷하기 때문이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대학보다 취업”… 70% 못 미친 진학률

    “대학보다 취업”… 70% 못 미친 진학률

    69.8%… 16년 만에 70% 미만 백수 늘면서 대학 교육에 회의적 대졸 임금 7.9%↓ 감소폭 최대 고졸자 취업은 6년새 8%P 증가2000년 충남 천안의 A사립대에 입학해 2004년 졸업한 김모(36)씨는 ‘캠퍼스의 낭만’이라고 할 만한 추억이 없다. 학교 수업은 주 2~3일로 몰아넣고 2학년 때부터 서울 노량진 고시촌에서 9급 공무원 시험에 매달렸다. 2007년 지방공무원 시험에 합격했다. 시간으로는 7년, 대학등록금과 학원비를 합쳐 돈으로는 약 7000만원을 낭비했다고 김씨는 후회한다. 그는 “변변치 않은 대학 졸업장에 연연하지 않고 고등학교만 나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편이 훨씬 나았을 것”이라면서 “올해 초등학교에 들어간 딸은 원치 않으면 굳이 대학에 보내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높은 교육열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인 대학 진학률이 16년 만에 70% 아래로 떨어졌다. 대학 졸업장이 번듯한 직장을 보장해주던 시절이 끝나고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청년 백수’가 늘어나면서 대학 교육을 회의적으로 보는 사람이 늘었다는 뜻이다. 대졸 구직자는 많은데 양질의 일자리는 부족하다 보니 노동시장에서는 대졸자가 받는 임금이 고졸자 등에 비해 큰 폭으로 감소하는 경향도 나타났다. 통계청이 23일 발표한 ‘2016년 한국의 사회지표’에 따르면 지난해 고교 졸업자 60만 7598명 가운데 69.8%(42만 3997명)가 대학에 진학했다. 대학 진학률이 70%를 밑돈 것은 2000년(68.0%) 이후 처음이다. 1980년 27.2%로 낮았던 진학률은 1990~2005년 50% 포인트 가까이 크게 상승해 2008년 83.8%로 최고치를 찍은 뒤 점차 감소하고 있다. 윤연옥 통계청 사회통계기획과장은 “마이스터고 등 직업계 특성화 고등학교 정책이 활성화되면서 고졸자 취업이 늘어난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고교 졸업자의 취업률은 지난해 33.9%로 2010년(25.9%)보다 8.0% 포인트 증가했다. 특성화고뿐 아니라 일반고에서도 취업자가 늘고 있다. 지난해 특성화고 출신 취업자는 4만 6756만명으로 2011년보다 57.1% 늘었는데, 같은 기간 일반고 출신 취업자(지난해 9623명)는 106.2%나 늘었다. 박윤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대학이 상대적으로 고교에 비해 취업 성과가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대학 진학 대신 취업을 선택하는 학생들이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노동시장에서도 ‘대졸 메리트’가 사라지고 있다. 통계청 사회지표에 수록된 ‘교육수준별 임금수준’을 보면 2015년 대졸의 시간당 임금은 1만 7201원으로 전년(1만 8669원)보다 7.9% 감소했다. 대졸 임금이 감소한 것은 2009년 이후 처음이다. 대졸 임금 감소폭은 전문대졸(-6.7%), 고졸(-5.5%), 중졸 이하(-3.9%), 대학원졸(-2.8%)보다 컸다. 박 연구위원은 “대졸 구직자는 많은데 이들이 갈 수 있는 일자리가 부족하다 보니 노동시장의 수요 공급에 따라 임금이 낮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종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경총 “근로시간 단축법안, 중소·영세기업에 더 타격”

    경총 “근로시간 단축법안, 중소·영세기업에 더 타격”

    김영배 한국경영자총협회 상임부회장은 23일 국회에서 논의 중인 ‘근로시간 단축 법안’에 대해 “노사정 대타협 정신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부회장은 이날 경총포럼 인사말에서 “2015년 노사정 대타협은 2012년부터 3년간 수차례 합의 실패를 경험한 후 치열한 논의와 상호 양보를 통해 어렵사리 도출한 성과”라면서 “현재 국회에서 논의되는 방향은 합의 전 노동계가 요구했던 내용과 사실상 동일하다”고 지적했다. 김 부회장은 “이는 노사정이 2014년 12월부터 노동시장의 불확실성을 줄이고 서로 조금씩 양보해 청년들의 일자리를 창출해보자며 120여 차례 머리를 맞대 도출한 노사정 대타협을 국회가 거꾸로 돌리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지난 20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소위는 2019년 1월부터 300인 이상 기업, 2021년 1월부터 300인 미만 기업에서 1주일 근로시간 한도가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16시간 줄어드는 ‘정무적 합의안’을 도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회장은 기업과 근로자 모두 ‘추가 근로’가 유용한 측면이 있었기 때문에 2015년 노사정이 1주 근로시간 한도를 5~8년에 걸쳐 68시간→60시간→52시간으로 단계적으로 줄여가기로 했고, 1주 8시간의 특별연장근로 허용에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김 부회장은 “국회는 법을 통과시키면 그뿐이지만 임금감소와 추가 고용의 부담은 고스란히 노사가 떠안는다”고 지적했다. 김 부회장은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방식의 근로시간 단축은 대기업보다 중소·영세 기업에 더 타격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 인용 이후 조기 대선체제에 돌입하면서 각종 선거정책이 쏟아지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공공부문 성과연봉제 폐지, 근로자 이사제, 근로시간 단축, 재벌개혁 등 각종 정책공약이 남발되고 있어 매우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사설] 포퓰리즘 우려되는 저소득 청년 300만원 지원

    정부가 어제 ‘청년고용대책 보완 방안’을 내놓았다. 대책 아닌 보완이라 했지만 현 정부 들어 열 번째 청년실업 대책이다. 취업을 하지 못한 고졸 이하 저학력·저소득 청년 5000명에게 한 사람당 최대 연 300만원을 생계비로 지원하고 고교 졸업 후 즉시 창업에 나설 수 있도록 입대를 연기할 수 있도록 해 준다는 것이다. 정부가 또다시 백화점식 보완 방안을 내놓은 것은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청년실업률은 지난해 9.8%까지 치솟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20대 고용률은 지난해 11월 이후 4개월째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청년층(15~29세) 장기실업자와 구직단념자는 지난달 36만 2000명으로 전년보다 1만 1600명이 늘었다. 청년실신(청년실업+신용불량),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어) 등 자포자기한 청춘들이 우글대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청년 일자리 대책을 통해 정책 체감도를 높이겠다고 하고 있지만 정작 청년들은 고용 상황이 나아졌다고 느끼지 못하고 있다. 청년수당은 서울시와 성남시에서 이미 시행 중이다. 정부는 돈을 나눠 주는 지자체의 정책에 반대했었다. 이번 300만원 지급 정책에 대해서는 “지자체 청년수당과는 목적 자체가 다르다. 구직활동을 열심히 하는 사람이 대상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엄정한 심사를 거치지 않으면 또 하나의 포퓰리즘적인 정책이 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의 대책이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것은 경기 침체와 대내외적 불확실성으로 기업이 투자와 채용을 꺼렸기 때문이다. 사실 정부의 일자리 창출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민간기업에서처럼 연봉 수천만원짜리 일자리를 만들어 낼 수는 없는 것이다. 정부의 청년 일자리 대책은 따지고 보면 각종 지원 등 보조수단 성격이 짙다. 정부가 지난해 청년 일자리 예산으로 2조 1000억원을 쏟아부었지만 고용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도가 낮은 것도 이런 까닭이다. 결국 청년 일자리 문제의 해법은 민간에 있다. 문제는 경제다. 현재 우리 경제는 고용 없는 성장에서 고용 축소형 성장으로 접어드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눈앞에 닥친 4차 산업혁명도 기존 일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노동시장이 구조적 변화에 직면한 것이다. 지금처럼 땜질식 처방으로는 어림없다. 청년들에게 몇 푼 안 되는 돈을 나눠 줄 게 아니라 노동시장의 변화에 맞춰 일자리 정책을 새롭게 개발해야 한다. 고기 잡는 법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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