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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신하지 않을 권리”…난관 절제한 여성에 비난 쇄도

    “임신하지 않을 권리”…난관 절제한 여성에 비난 쇄도

    “내가 이기적이라는 것을 알지만 모든 여성은 자신에게 적합한 삶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고 믿는다.” 이탈리아 피트니스 강사인 프란체스카 과치(28)는 5년 전 베로나의 한 병원에서 양측 난관 절제술을 받았다. 안젤리나 졸리처럼 가족력이 있어 절제한 것은 아니다. 과치는 임신하지 않기 위해 난관을 뗐다고 고백했다. 그는 “피임 기구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모든 관계에 임신의 공포가 따라다녔다. 결코 평온하거나 자유롭다고 느끼지 못했다. 아이들은 액세서리가 아니다. 아이에게 집중하고 온전히 나를 내주어야 한다. 내가 원하는 삶에서 아이를 위한 자리는 없었다”고 말했다. 과치의 고백에 SNS에는 비난의 댓글이 달렸다. 이기적이라는 댓글부터 문란한 성관계를 하고 싶냐는 모욕적인 글도 많이 달렸다. 과치는 “모든 결정에는 책임이 따른다”며 “내 결정을 후회하리라 생각하지 않지만 그런 일이 생긴다면 체외 수정을 통해 임신 및 출산하는 방법을 고려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탈리아의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인 합계출산율은 1.24명(2020년 기준)으로 38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우리나라를 다음으로 가장 낮다. 우리나라의 2021년 기준 합계출산율은 0.81명으로 집계됐다. 한국도 저출산 문제 심각하지만이성애자 청년들 사이 ‘4B’ 회자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OECD 회원국 가운데 꼴찌로 유일하게 0명대다. 2018년 0.98명, 첫 0명대로 떨어진 이후 한 차례도 1명대로 올라오지 못했다. 통계청은 2024년에는 0.7명대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 초등학교 1학년에 해당하는 학생은 2015년생 출생아 수는 약 43만명이다. 그렇지만 연애, 결혼, 출산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 비연애·비혼·비출산·비섹스를 줄여 부른 ‘4B’ 운동이 회자되기 시작했다. 실제 관련 통계에서도 이같은 움직임을 확인할 수 있다. 결혼정보회사 듀오의 지난해 12월 조사 ‘연애 시작이 어려운 이유’ 결과를 보면 연애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57.8%였다. 여성은 48%로 남성 67.6%에 비해 훨씬 낮았다. 마경희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이 주도해 쓴 보고서 ‘청년관점의 젠더갈등 진단과 포용국가를 위한 정책적 대응 방안 연구’를 보면 현재 연애하고 있지 않은 만19~34세 청년세대 중 ‘앞으로도 연애하지 않겠다’고 밝힌 사람은 21.4%에 달했다. 남성의 17.3%가 연애 의향이 없다고 밝힌 것과 달리 여성 중에 ‘그렇다’고 응답한 사람은 26.8%로 높은 편이었다. 인구보건복지협회의 2019년 20~30대 청년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를 보면 ‘결혼할 의향이 없다’는 여성은 57%인데 남성은 37.6%였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18년 ‘전국 출산력 및 가족보건·복지 실태조사’를 보면 ‘자녀가 꼭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만 20~44세 미혼 여성은 19.5%에 그쳤지만 남성의 33.6%는 ‘그렇다’고 답했다. 맞벌이 가구 여성의 가사 노동시간은 하루 평균 187분이지만 남성의 가사노동 시간은 54분에 그친다는 점도 이같은 현상을 심화시키는 이유로 지적된다. 여성이 혼자 돈을 벌어오는 가정에서도 여성은 남성보다 가사 노동시간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우리나라만의 현상은 아니다. 임신중단 권리는 미국 중간선거에도 영향을 끼쳤다. 공화당은 보수 성향 유권자들을 의식해 임신중단 허용 여부는 주 차원의 권한이라고 주장한 반면 민주당은 공화당이 연방의회 권력을 잡으면 임신중단 권리를 연방 차원에서 금지시킬 것이라면서 투표를 독려해 왔다. 미국 주요 방송사들이 이번 중간선거에 투표한 유권자들을 상대로 실시한 출구조사에서 27%가 임신중단 문제가 투표에 영향을 미친 핵심 요인이라고 답했다. 32%를 기록한 인플레이션에 뒤를 이어 두번째로 높은 비중이었다.난소암 예방적 수술로 알려져 난소암은 여성 생식기 암 중 사망률이 가장 높다. 5년 생존율만 비교해 봐도 유방암은 90%에 이르지만, 난소암은 44.2%에 불과하다. 난소암의 사망률이 높은 이유는 전이와 재발이 쉽기 때문이다. 대장과 위암 등의 경우 장기 내부에 암이 생겨 조기에 발견만 하면 전이 위험을 막을 수 있지만 난소는 겉 표면에 생겨 주변에 바로 복막이나 난관 등에 전이가 쉽다. 난소암을 예방하기 위한다면 미리 유전자 검사를 통해 위험도를 예측, 만일 위험도가 높을 경우 미리 난소와 난관을 절제하는 것이 제일 큰 예방법이라고 여기고 있다. 난소암은 가족력의 영향이 매우 크다. 특히 유전적 돌연변이 BRCA1, BRCA2를 가졌다면 유방암은 85%, 난소암에 걸릴 위험이 44% 높아진다. BRCA 검사를 받아야 하는 대상은 가족력이 있거나 본인이 난소암 또는 BRCA 변이 위험이 높은 유방암을 진단받았을 때다. 부모가 BRCA 변이를 가지고 있는 경우 자녀에게 변이가 유전될 확률은 50%다.
  • 울산 동구, 전국 첫 ‘최소 생활 노동시간 보장제’ 도입

    울산 동구, 전국 첫 ‘최소 생활 노동시간 보장제’ 도입

    울산 동구가 전국에서 처음으로 구청과 산하기관 노동자들에게 ‘최소 생활 노동시간’을 보장해준다. 동구는 내년부터 ‘최소 생활 노동시간 보장제’를 도입한다고 8일 밝혔다. 최소 생활 노동시간 보장제는 초단시간 노동자에게 주 15시간 이상 근무시간을 보장해 주휴수당, 연차수당, 실업급여 등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다. 동구는 이 제도 시행으로 구청과 산하기관에서 장애인 일자리 49명, 도서관 사서 도우미 4명 등 총 53명이 기존 주 14시간에서 내년 주 15시간 근무로 전환될 것으로 추산한다. 동구는 최소 생활 노동시간 보장제를 위해 연간 2억 2000만원 정도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분석했다. 정부 재정이 투입될 장애인일자리의 경우 보건복지부 동의를 구하고, 나머지 대상자는 구청 예산을 투입할 예정이다. 노동자가 근로시간을 1주 14시간 이하로 계약하면 근무 중에는 주휴수당과 연차휴가를 받지 못하고, 계약 종료 이후 실업급여도 받을 수 없다. 동구는 공공부문과 민간위탁 시설 등에서 일하는 노동자를 대상으로 특별한 사유를 제외하고는 1주 15시간 이상 근무하도록 할 계획이다. 김종훈 동구청장은 “최소 생활 노동시간 보장제 시행이 최소한의 생활임금을 보장하고 저임금 해소를 도울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유럽 주요국가의 근로시간 제도는

    유럽 주요국가의 근로시간 제도는

    “유럽 주요국가들이 노사 합의로 근로시간을 조정하는 것을 참고해 합리적이고 균형적인 방식으로 근로시간 제도를 바꿔나갈 수 있도록 노동시장 개혁을 추진하겠다.” 이정식 고용노동부장관은 7일 오전 서울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주한유럽상공회의소 초청 간담회에서 주한 유럽 기업인들에게 “새 정부는 미래지향적이고 지속가능한 노동시장을 위해 현장 실정에 맞지 않는 제도를 개편해 나갈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장관은 “기업이 노사간 신뢰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인사노무 시스템을 갖추고 현장 변화를 끌어낼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간담회에서 주한유럽상공회의소 측은 프랑스와 독일, 영국 등 유럽 주요국가들이 실시하고 있는 근로시간 제도를 소개했다. 이에 따르면 유럽 주요국들은 우리와 같은 ‘주 단위’ 규제 방식이 아니라 더 긴 기간을 기준으로 삼고 있으며 노사가 단체협약, 종업원대표 협의 등으로 합의를 통해 유연하게 노동시간 제도를 활용하고 있다. 기준 기간은 프랑스의 경우 12주, 영국은 17주, 독일은 24주로 운용하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에는 연속 12주를 기준으로 주당 평균 근로시간이 44시간을 초과할 수 없고, 독일은 최대 24시간을 기준으로 하루 평균 근로시간을 8시간 이내로 설정하되 하루에 2시간 이상 초과해 일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주 48시간제를 시행하는 영국은 17주 단위로 주당 노동시간 평균이 48시간을 넘지 않도록 관리한다. 현재 노동부는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미래노동시장 연구회를 중심으로 주단위로 관리하는 연장 근로시간을 노사합의를 거쳐 월단위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날 간담회에는 주한유럽상공회의소 회원사 대표이사와 임원 등 50여명이 참석했다.
  •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입법 취지 벗어나지 않을 것”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입법 취지 벗어나지 않을 것”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개정과 관련해 당초 입법 취지를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최근 기획재정부가 기업의 안전보건최고책임자도 경영책임자로 볼 수 있도록 시행령을 개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에 대해 쐐기를 박은 것이다. 이 장관은 3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가진 출입기자단 정책간담회에서 기재부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개정 방향을 노동부에 전달한 것과 관련해 “다양한 의견 가운데 하나일 뿐”이라고 일축하며 “누구나 의견을 제시할 수는 있지만 시행령은 모법의 입법 취지를 벗어날 수 없다”고 밝혔다. 중대재해처벌법의 취지에 맞도록 시행령을 마련하겠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 간담회에 배석한 노동부 고위 관계자는 “비전문가인 기재부가 우리에게 압박하는 식으로 얘기했다면 공무원 생활을 30년 한 입장에서 자존심 상하고 가만 있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시행령과 관련해 실무자의 의견을 물어본 것이어서 자존심이 상하는 정도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중대재해처벌법을 현장에 안착시켜 사고사망 만인률(1만명당 사망자수의 비율)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준으로 줄일 수 있도록 오는 10월중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을 마련하겠다는 계획도 언급했다. 그는 “법 시행으로 현장에서의 의식은 변화하고 있으며 법의 본래 취지가 제대로 나타날 수 있도록 현장에 안착시켜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이 장관은 대우조선해양 사태에서도 확인된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와 관련해서는 “조선업 주요 3사 대표이사와 협력사 협의회 대표들을 30일 만나 원하청 상생협의체를 제안했고 모두 이에 공감했다”면서 “협의체를 통해 실천적인 방안을 마련해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정부가 추진중인 근로시간 유연화에 대해서는 “주52시간의 틀을 유지하고 실노동시간을 줄이는 방향으로 가는 것은 확고하다”면서 “장시간 노동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유연화라고 하면 정리해고나 구조조정, 노동시간을 길게 가져가는 것으로 이해하지만, 사실은 바뀐 노동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한다는 의미로 나쁜 게 아니다”고 덧붙였다. 현재 노동부는 노사합의를 통해 주단위로 관리하는 연장 근로시간을 월단위로 관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전문가들로 운영되고 있는 미래노동시장 연구회도 개편 방향을 논의하고 있다. 이 장관은 “이중구조 개선방안을 포함해 노동자의 건강권 보호 등을 위해 실근로시간을 단축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 산업구조 급변으로 고용환경 달라져… 고용 통계 확충·내실화해야[차현진의 銀根한 이야기]

    산업구조 급변으로 고용환경 달라져… 고용 통계 확충·내실화해야[차현진의 銀根한 이야기]

    역대 미국 대통령 중에서 일자리를 가장 많이 늘린 사람은 빌 클린턴이다. 8년 재임 기간(1993~2001년) 중 1900만개나 늘려서 12년간(1933~1944년) 1500만개를 늘린 프랭클린 루스벨트를 능가했다. 그러면서도 물가는 안정됐기 때문에 미국 경제의 ‘대안정기’, 즉 태평성대를 열었다고 평가받는다. 하지만 공화당의 생각은 다르다. 1996년 제정된 ‘개인 책임 및 취업기회법’은 일하는 사람에게만 복지 혜택을 주도록 했다. 그래서 저소득층은 급여가 낮은 2~3개 일자리를 뛰어야 겨우 입에 풀칠을 했다. 결국 클린턴 시절의 일자리 증가는 착시효과라는 것이 공화당 주장이다. 이 주장이 맞는지 확인하려면 노동시간과 난이도, 급여 등을 감안한 표준화된 일자리로 고용을 측정해야 한다. 하지만 그것은 불가능하다. 배우자를 고를 때 신랑감과 신부감의 표준이 없는 것처럼 구인과 구직에서도 일자리의 표준은 없다. 그것이 일자리 통계의 어려움이다. 보통 경제통계를 ‘저량’(stock)과 ‘유량’(flow)으로 구분한다. 저량은 가계부채처럼 특정 시점에서 측정하고 유량은 자동차 통행량처럼 일정 기간 동안 측정한다. 일반적으로 유량통계는 측정하기가 더 어렵다. 저량은 노력만 하면 단순집계(예컨대 침수지역 피해액)도 가능하지만, 유량(침수지역 식수부족량)은 가정과 추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유량통계 중에서도 소득은 대개 감추려는 성향이 있어서 측정하기가 매우 어렵다. 19세기 중반까지 어떤 나라도 소득세를 도입하지 않은 것은 소득을 파악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돈줄 조여도 고용 사정 별로 안 나빠져 일자리도 소득만큼이나 측정이 곤란하다. 예를 들어 농어촌에서는 근로시간이 따로 정해지지 않아 취업과 실업의 구분이 애매하다. 가족이 운영하는 식당이나 가게에서 노는 듯 일하는 듯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대부분의 국가들이 처음에는 급여장부를 두고 고정급을 지급하는 공장과 회사만을 일자리 파악의 조사 대상으로 삼았다. 인구가 훨씬 많은 농업은 제외했다. 경제학자 필립스가 100년간의 자료를 모아 실업률(고용)과 명목임금(물가)의 관계를 밝혔지만, 비농업 부문만을 대상으로 조사한 것이라서 별로 주목받지 못했다. 이에 비해 경제학자 오쿤은 제조업과 서비스업이 전체 일자리의 80% 이상을 차지하게 된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실업률(고용)과 성장률 관계를 설명했는데, 겨우 15년 동안의 관찰이었음에도 훨씬 많은 주목을 받았다. 그래서 지금도 필립스의 연구는 ‘필립스 곡선’이라 낮춰 부르고 오쿤의 연구는 ‘오쿤의 법칙’이라 추앙한다. 나중에는 필립스 곡선도 경제현상을 잘 설명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경제정책을 운용할 때도 중요하게 다뤄졌다. 그런데 2000년대 이후 다시 의심받기 시작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계기였다. 많은 나라에서 돈을 무진장 풀었는데도 고용 변화가 미미하자 ‘유력한 용의자’인 필립스 곡선에서 답을 찾았다. 그것이 과거보다 평탄해졌다는 것이다.(오쿤의 법칙은 법칙이라서 좀처럼 의심하지 않는다.) 필립스 곡선의 평탄화는, 경기와 물가를 조절하는 통화정책이 고용과 무관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돈줄을 조여도 고용사정이 별로 나빠지지 않는다는 결론에 이른다. 중앙은행이 이를 인정하기도, 부정하기도 곤란하다. 그래서 필립스 곡선의 평탄화를 곧잘 떠들던 중앙은행들이 요즘에는 말을 아끼고 있다. 금리 인상이 고용에 미치는 효과에 대해 자신이 없다는 뜻이다. 고용 때문에 곤혹스러운 것은 중앙은행만이 아니다. 올 들어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2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는데, 실업률은 사상 최저 수준인 3.5%다. 생산과 고용이 따로 노는 현상을 전통적인 경제 이론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경제학자들과 정책 당국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필립스 곡선이 미덥지 않은 사람들은 ‘베버리지 곡선’에서 대안을 찾았다. 필립스 곡선이 물가·고용의 관계를 다루는 데 비해 베버리지 곡선은 구인·구직의 관계를 보여 준다. 즉 베버리지 곡선은 노동시장을 좀더 미시적으로 살피는 장점이 있다. 산업구조가 급격하게 바뀔 때는 기업들이 요구하는 노동자의 지식과 기술이 달라진다. 그러므로 중앙은행이 돈을 풀거나 기업이 임금을 높여도 ‘빈 일자리’(vacancy)가 줄어들지 않는다. 직업훈련을 통해 구인·구직의 짝짓기가 원활해져야 빈 일자리가 비로소 채워진다. 2010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피터 다이아몬드가 이렇게 설명한 뒤 각국 정부는 교육과 훈련에 비상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긱 이코노미 시대 경제상황 진단 곤란 하지만 베버리지 곡선으로 경기를 진단하는 데는 장애가 있다. 우선 우리나라는 통계가 부실하다. 고용 사정은 비교적 잘 파악된다. 통계청과 고용노동부가 매월 또는 반기별로 실업과 취업, 근로조건과 임금 등을 파악한다. 임금도 고용부가 사업체노동력조사, 근로실태조사, 노동비용조사 등을 통해 산업별, 성별, 학력별, 기업규모별 사정들을 잘 파악하고 있다. 그에 비해 빈 일자리, 즉 구인에 대해서는 믿을 만한 통계가 부족하다. 고용부, 통계청, 한국은행, 한국고용정보원 등 여러 기관의 자료들이 가공해서 활용되는데, 시원찮다. 최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금리 인상을 결정할 때도 베버리지 곡선이 언급됐지만, 빈 일자리에 대한 정보가 부실하다면 그런 논의는 공리공론(空理空論)이 되기 쉽다. 더 큰 문제는 베버리지 곡선마저도 낡은 개념일 수 있다는 점이다. 탄력근무제도를 통해 근무시간이 들쑥날쑥해진 가운데 틈틈이 오토바이로 배달하거나 대리기사로 뛰는 사람들도 등장했다. 이른바 ‘긱 이코노미’(gig economy) 시대다. 이렇게 근로 형태가 다양해지면 정원이나 빈 일자리라는 말이 애매해진다. 일은 있지만 자리가 사라지는 상황, 즉 일이 물이나 공기처럼 셀 수 없는 명사에 가까워지면서 기존 방법론으로는 경제상황을 진단하기 어렵다. ●산업화 시대 통계는 무용지물 될 수도 급변하는 세상에서 경제상황을 파악하려면 기준을 바꿔야 한다. 몇 년 전 미장원, 네일숍에서 신용카드 사용액이 크게 늘자 많은 사람들이 MZ세대(밀레니얼+Z세대, 1980~2000년대생)의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라고 짚었다. 알고 보니 반려동물 열풍이었다. 애완견·애완묘 가게가 보통 구청 보건과에 개업을 신고하는 바람에 이들 가게에서 쓴 신용카드 매출액이 미장원, 네일숍 등 기존 보건업소에서 쓴 것과 구별이 안 됐던 것이다. 산업화 시대에 만들어진 제조업 위주의 산업분류로는, 소비가 중시되는 시대의 흐름을 포착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보여 주는 사례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금 그 문제를 검토하고 있는데, 고용에 관해서도 똑같은 고민이 필요하다. 갈릴레오는 스스로 굴절망원경을 만들어서 목성의 위성 4개를 찾아냈다. 뉴턴은 반사망원경을 고안했다. 고용이라는 별을 관측하고 싶다면, 그것을 관측할 수 있는 망원경부터 만들어야 한다. 사회환경 변화에 맞추어 고용과 일자리를 다각적으로 파악하고 유연하게 해석해야 한다. 고용 통계의 확충과 내실화다. 산업화시대에 유용했던 취업자 수나 경제활동참가율 통계는, 소위 ‘N잡러’(여러 직업을 가진 사람)가 활개치는 긱 이코노미 시대에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어음부도율 통계가 그런 운명을 겪었다. 노동시장의 효율성 차원에서 구직과 구인의 짝짓기를 원활하게 만드는 제도적 노력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요컨대 외국의 이론을 그대로 가져와 필립스 곡선이나 베버리지 곡선의 변화만을 타령하면 좋은 경제 정책이 나올 수 없다. 객원논설위원·한국은행 자문역
  • 보여주기식 ‘가짜 노동’ 멈춰라

    보여주기식 ‘가짜 노동’ 멈춰라

    가짜 노동 데니스 뇌르마르크 아네르스 포그 옌센 지음/이수영 옮김자음과모음/416쪽/1만 6800원 한 세기 전만 해도 미래를 장밋빛으로 보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100년쯤 뒤의 지구인, 그러니까 현재의 인류는 기술의 진보 덕에 평균 노동시간이 주 15시간에 불과할 것이고, 도로 침수를 걱정할 필요 없이 하늘을 나는 승용차로 일주일에 사흘 출근하고 나머지는 여가 활동으로 보낼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그럴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외려 주 40시간인 현재의 노동 시간을 더 늘려야 한다는 주장들이 심심찮게 나온다. 뭐가 잘못됐을까. ‘가짜 노동’은 현대 사회의 합리성과 신기술이 더 많은 노동을 창출하고 있는 역설을 짚은 책이다. 노동의 역사에서 인간은 재량 시간이 확보될 때마다 자신을 더 분주하게 만들 새로운 방법을 생각해 냈다. 노동을 신성시하고 게으름을 죄악시하는 종교적 분위기도 걸림돌이었다. 저자들은 무엇보다 ‘가짜 노동’을 주요인으로 꼽는다. ‘가짜 노동’은 무의미하다고 의심되는 일들을 말한다. 잡다한 회의, 금방 잊어버릴 프레젠테이션 등 나는 일하는 사람이라는 자존감을 유지하려고 하는 일은 모두 가짜 노동이다. 책은 당장 가짜 노동을 멈추고 노동 시장을 좀더 유연하게 만들자고 제안한다. 재량 시간을 보여주기식 노동에 쓰지 말고 나를 위한 시간으로 돌리자는 거다. 그러려면 먼저 현 상황에 대한 우리 모두의 성찰적 자세가 필요하다. 기본소득 같은 탄탄한 사회복지 그물망도 전제돼야 한다. 저자들은 “가짜 노동으로부터의 해방은 나 자신으로부터 시작된다”며 “가짜 노동에 할애하는 시간을 줄이고 ‘진짜 노동’에 나선다면 주 15시간 노동도 가능하다”고 말한다.
  • 부산 재난 필수업무종사자 코로나 이후 처우 더 악화

    코로나19로 부산 지역 ‘재난 필수업무종사자’ 수가 늘어났지만 임금과 처우는 더 열악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노동권익센터는 3일 발표한 ‘코로나19 시기 재난 필수업무종사자의 거시적 특성 분석’에서 이같이 밝혔다. 재난 필수업무종사자는 코로나19와 같은 재난이 발생한 경우 사회 기능 유지에 필요한 업무를 수행하면서 다른 사람의 사업을 위해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이다. 센터는 보건의료종사자, 가사·육아·돌봄·보건·사회복지 종사자, 배달·운전원, 청소·환경미화원 등 9개 직업이 이에 해당한다고 봤다. 분석 결과를 보면 부산 지역 재난 필수업무종사자 수는 29만 5000명으로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되기 전인 2019년 하반기보다 1만 8000명 늘었다. 이는 같은 기간 부산 지역 취업자 수 166만 4000명의 17.7%에 해당한다. 사회 각 분야의 대면 서비스가 중단 수준에 이르고 전자상거래가 증가하면서 간호와 요양, 돌봄, 운송 같은 업무의 수요가 더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임금은 오히려 후퇴했다. 필수업무종사자의 지난해 하반기 월평균 급여는 178만 4000원으로, 취업자 249만 5000원의 71.5%에 불과했다. 2018년부터 지난해 사이 취업자 급여는 5만원 올랐지만 필수업무종사자는 7만 4000원 떨어졌다. 임시직의 비중이 커 주당 근무시간이 2018년 38.7시간에서 지난해 34.4시간으로 줄어들어서다. 여성이 주로 일하는 필수업무에서 임시직 비율이 높았다. 가사·육아도우미는 상용직이 7.9%에 그쳤고 임시직 55.0%, 일용직 28.05%였다. 청소·환경미화원도 상용직은 26.31%였고, 임시직·일용직 비율이 69.7%였다. 부산노동권익센터 관계자는 “코로나19로 필수업무종사자의 중요성이 부각됐는데 임금과 노동시간은 줄어드는 역설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 [데스크 시각] 윤석열의 길, 오세훈의 길/이창구 사회2부장

    [데스크 시각] 윤석열의 길, 오세훈의 길/이창구 사회2부장

    문재인 정부는 말과 행동이 달랐다. 기회의 평등, 과정의 공정, 정의로운 결과라는 이상을 내걸었지만, 결과는 ‘내로남불’이었다. 비정규직 제로를 목표로 했지만 임기 동안 기간제근로자가 160만명 넘게 늘었다. 부동산 투기를 뿌리 뽑겠다고 했으나 부동산 가격이 폭등했고 세입자를 위한다는 대책은 오히려 전세난을 부추겼다. 문 전 대통령은 약자와 강자 사이에서 길을 잃었고, 기득권과 싸우는 척하면서 기득권이 된 정권 참여자들의 표리부동에 국민은 등을 돌렸다.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와 달리 사람을 헷갈리게 하지 않는다. 취임 직후 국민의힘 의원들을 대동하고 광주로 내려가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렀을 때 잠시 ‘이건 뭐지?’라고 생각했지만, 이후 행보를 보면 ‘윤석열의 길’은 단순하고 명확하다. ‘강자와의 동행’이 바로 그것이다. 강자와의 동행은 윤 정부가 최근 내놓은 세제개편안에서 잘 드러난다. 대기업을 위한 법인세 인하, 부동산 부자를 위한 다주택자 종합부동산세 중과 폐지, 부의 세습을 돕는 상속세 완화, 오너와 주식 부자를 위한 상장주식 대주주 양도세 완화가 망라돼 있다. 정부는 경제 형벌규정 개선팀을 꾸려 범죄를 저지른 기업가의 형벌을 감해 주는 방안을 찾고 있는 반면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의 파업에는 불법하청 구조 개선에 대한 고민 없이 엄벌 대책만 쏟아냈다. 노동시장 유연화, 탄력근로제 확대, 노동시간 증가, 최저임금 인상 억제, 공공부문 구조조정 및 민영화도 ‘윤석열의 길’ 위에 있다. 벌써 아득한 일이 됐지만, 대선 후보 시절 윤 대통령의 핵심 구호는 ‘약자와의 동행’이었다. 대통령 취임과 동시에 사장된 이 슬로건을 오세훈 서울시장이 6·1 지방선거에서 다시 꺼내 들었다. 윤 대통령과 달리 오 시장은 당선되자마자 즉시 이를 시정 목표로 정했다. 약자와의 동행지수(사다리지수)까지 개발해 예산 배정의 기준으로 삼겠다고 한다. 약자와의 동행 제1호 사업인 ‘안심소득’은 실행 단계에 접어들었다. 안심소득은 기준 중위소득 85% 이하(소득하위 약 3분의1)를 대상으로 기준 중위소득 85% 기준액과 가구소득 간 차액의 절반을 현금으로 지급하는 것이다. 서울시는 지난 11일 시범사업에 참여한 500가구에 처음으로 안심소득을 지급했다. 오 시장은 안심소득이 소득이나 자산 구분 없이 모두에게 똑같이 나눠 주는 기본소득에 비해 더 적은 비용으로 취약계층을 더 두텁게 돌볼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11년 전 무상급식 반대 투표를 강행해 ‘복지 전쟁’에서 보수 진영의 패퇴를 자초했던 오 시장이 대한민국 복지 패러다임의 전환을 시도하는 것은 놀라운 변화다. 그렇다고 오 시장의 모든 정책이 약자와의 동행을 추구한다고 보긴 어렵다. 용산 정비창 개발, 세운지구 개발, 창신동 쪽방촌 개발, 신통기획, 모아타운 등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져 나오는 재개발·재건축 플랜에는 개발로 인해 밀려나는 약자들에 대한 고민이 부족해 보인다. 박원순 전 시장의 과오를 바로잡겠다는 명분으로 추진되는 주민자치회 축소, 시민참여 조례 통폐합, 시민참여 예산제 축소 등은 풀뿌리 자치의 기반을 약화시킬 우려가 있다. 오 시장은 차기 대선 얘기가 나올 때마다 “사치스런 생각”이라고 손사래를 치지만 그가 여권의 유력한 차기 주자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4선 서울시장에 오른 이의 말과 행동, 정책은 서울시정을 넘어 대권을 겨냥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강자와의 동행을 택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취임 80일 만에 30% 밑으로 붕괴됐다. 오 시장이 강자와 약자 사이에서 길을 잃지 않길 바란다.
  • [속보] 권성동 “연금개혁 대타협 필요…52시간제, 국가가 제약해선 안돼”

    [속보] 권성동 “연금개혁 대타협 필요…52시간제, 국가가 제약해선 안돼”

    교섭단체 대표연설“文정부, 연금개혁도 시도 안 해”“강성노조 불법행위 엄단”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21일 연금 개혁 문제 관련해 “여야 협치를 넘어선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권 대행은 이날 오전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이제 연금 문제는 세대 갈등을 넘어 미래를 위협하는 뇌관이 되고 말았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연금개혁은 법령개정이 동반돼야 하기 때문에 행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할 수 없다. 여야의 긴밀한 협조 없이는 추진도, 성공도 어렵다”며 “우선 여론을 형성하고 수렴할 수 있는 투명한 논의 기구부터 출범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연금개혁의 필요성은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다. 그러나 표가 떨어질까 봐 두려워서 개혁에 대한 저항이 두려워서 지금까지 미루고 미뤄왔다”며 “특히 문재인 정부는 회피로 일관하면서 단 하나의 개혁도 시도조차 안 했다”고 말했다. 권 대행은 또 “노동 개혁도 연금 개혁만큼 중요하다”며 “주 52시간 근무제는 높은 고용 경직성의 대표적 사례”라고 주장했다. 그는 “정보기술(IT), 소프트웨어 같은 신산업 업종은 단시간에 집중적으로 성과를 내야 한다”며 “이런 업종까지 주 52시간제를 무차별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노동시간은 사용자와 근로자의 자발적 의지가 중요하다. 국가가 국민의 일할 자유, 경제적 자유를 제약해서는 안 된다”며 “국민이 갖고 있는 ‘시간의 권리’를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그러면서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노조 파업을 가리켜 “무엇보다 강성노조의 불법행위를 엄단해야 한다”며 “불법과 폭력에 대한 준엄한 법의 심판이 바로 공정과 상식의 회복”이라고 강조했다. 권 대행은 “교육 개혁 역시 우리 사회가 풀지 못한 오랜 과제”라며 반도체 등 첨단분야 정원 확대, 교육교부금 개편 등을 제안했다. 그는 또 “교육감 직선제에 대해 솔직하게 말해보자. 후보가 누군지도 모르고 찍는 경우도 많다”며 “시·도지사와 러닝메이트로 선출하는 방식과 임명제까지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 대행은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이 ‘정부 주도’였다면 윤석열 정부는 ‘민간 주도’”라며 “과감한 규제 개혁을 통해 자유로운 시장 질서를 회복하겠다”며 규제 개혁을 언급했다. 구체적으로 법인세 과표구간 단순화와 최고세율 22%로 인하, 상속세 ‘유산취득과세형’ 전환 및 공제 한도 상향,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 등 정책을 제안했다. 그는 “급증한 공무원 규모는 미래세대에게 큰 부담”이라며 “공공기관 구조조정 역시 미룰 수 없다”며 공공부문 개혁의 필요성도 주장했다.
  • 대우조선 하청 노사 임금인상 차 좁혔지만… ‘손배 소송’ 막판 진통

    대우조선 하청 노사 임금인상 차 좁혔지만… ‘손배 소송’ 막판 진통

    노조 5% 사측 4.5% 인상 접점 찾아내년 10% 인상안 놓고 조정 계속원·하청, 점거농성 소송 취하 거부“주주손해 배임” “취하 사례 많아”23일 휴가시즌 전 타결 기대감도올해 임금 인상 폭과 관련해 노사가 이견을 좁히면서 해결 조짐을 보였던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노동조합 파업사태가 손해배상 소송 취하 문제로 막판 진통을 겪고 있다. 노조는 20일 밤샘 노사 협상에서 임금 인상 문제와는 별도로 파업 행위와 관련해 제기된 손해배상 청구를 취소해 달라고 요구했으나 원·하청 측이 거부하면서 성과없이 회의가 종료됐다. 원청 측은 피해 규모가 크고 이해관계가 얽혀있어 소 청구 취하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소송을 취하하면 주주에게 손해를 끼쳐 배임죄로 처벌받을 가능성이 있어 꺼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청 역시 원청과 비교해 피해 규모는 작으나 파업 장기화로 손실이 큰 만큼 물러설 수 없다고 맞섰다. 노사는 21일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아 요구안을 좁혀가는 과정을 진행할 계획이지만 양측이 팽팽하게 맞서 해결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날 대우조선 하청업체 노사에 따르면 민주노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는 협상에서 당초 요구한 올해 임금 30% 인상안을 올해 5%, 내년 10% 인상으로 인상폭과 시기를 조정해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협력업체는 올해 근로자 임금을 평균 4.5% 인상했다. 노조의 조정안과 사측의 4.5% 인상안 등을 놓고 노사는 합의점 도출을 위해 논의와 조정을 계속했다. 협력업체 협상팀 관계자는 “내년 임금 인상은 올해 경영 성과와 내년 경영 전망 등을 보고 판단해야 해 지금 협상에서 내년 인상분을 합의할 순 없다고 노조 측에 설명했다”고 밝혔다. 노조 전임자 지정과 노조사무실 제공 등 노조활동 보장 등에 대해서도 노사의 의견이 근접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청지회 관계자는 “지난 15일부터 이어진 협상을 통해 임금 인상 폭 등에 상당 부분 의견 접근이 이루어졌다”며 “쟁점 사항에 대한 이견만 조율되면 곧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에 따라 이르면 21일이나 22일 중에 최종 합의에 이를 가능성도 엿보인다. 협상장 안팎에서는 대우조선이 2주간 휴가를 시작하는 오는 23일 전에는 하청업체 노사 협상을 통해 파업사태가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하청업체 노사 대표는 이날도 오전과 오후에 걸쳐 협상을 갖고 노조 요구 쟁점에 대한 이견을 조율한 끝에 합의에 상당 부분 근접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아 있는 쟁점은 임금 인상 외에 회사 손실 손해배상 소송 문제다. 대우조선 측은 하청업체 노조의 대우조선 내 도크(선박 건조 작업장)와 선박 등 시설물 점거농성 등에 따른 손실액이 6000억원이 넘고, 매일 매출 손실 260억원과 고정비 손실 60억원이 발생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노조 측은 대우조선의 민·형사상 소 청구를 취하해 달라는 요구안을 사측에 제시했다. 그러나 이날 밤샘 협상에서 원·하청업체는 소취하 청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거부해 진통이 이어졌다. 법조계에서는 경영진이 손배소를 취하할 경우 주주에게 손해를 끼쳐 ‘배임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의견과, 노사 합의 과정에서 손배소를 취하하는 사례가 많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전날에 이어 이틀 연속 대우조선을 방문해 노사를 따로 만났으나 이 문제를 풀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조선 사례가 재발하지 않기 위해서는 원청회사가 하청노동자들에 대한 사용자 책임을 지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직장갑질119는 이날 “원청회사는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임금, 노동시간, 복지, 직장 내 괴롭힘 등 모든 노동조건을 좌지우지하는 무소불위의 권한을 갖고 있다”며 “‘갑질 중의 갑질’을 막으려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에 원청 등 특수관계인을 포함하고, 하청노동자의 사용자 책임을 부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서울광장] 또 다른 정년 연장에 앞서/이동구 편집국 에디터

    [서울광장] 또 다른 정년 연장에 앞서/이동구 편집국 에디터

    “임금피크제는 정당한 제도인가.” 정년을 60세로 의무화하면서 2015년부터 시행됐던 임금피크제가 최근 대법원의 판결로 유효성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임금피크제는 정당한지, 그렇지 않다면 대상자들에 대한 보상 여부는 어떻게 될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특히 곧 임금피크제에 편입될 연령대의 직장인들과 사측은 임금피크제의 존속 여부에 촉각을 곧추세울 수밖에 없다. 대법원은 지난 5월 한국전자기술연구원의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가 “합리적 이유 없는 연령차별 행위로 무효”라고 판결했다. 제도가 도입된 후 똑같은 일을 하면서도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임금이 줄어든 임금피크 대상 근로자들을 중심으로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창원에서는 근로자들이 집단소송을 제기하는 등 소송 움직임도 현실화하고 있다. 반면 지난 6월 16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부는 KT 전현직 직원 1300명이 임금피크제로 깎인 임금을 돌려 달라는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한 달도 안 돼 임금피크제가 유효하다는 정반대의 판단이 나온 것이다. 같은 제도를 두고 법원의 판단이 엇갈리고 있으니 기업과 근로자들 모두가 어리둥절 할 수밖에. 특히 정부나 관련 기업들도 이렇다 할 방침을 내놓지 못하고 있으니 임금피크제 대상 근로자와 사측은 속이 탄다. 소송을 추진해야 하는 것인지, 좀더 지켜봐야 하는 것인지 착잡하기만 하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 초기부터 임금피크제 유효성이라는 폭발성 강한 이슈를 만났지만, 이를 잘 해결한다면 향후 노사정 관계를 완만히 끌고 갈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 반대로 노동시장의 불안정을 부추기는 불쏘시개가 될 수 있는 만큼 노사정 관계의 감자라고도 할 수 있다. 더구나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과 윤 대통령이 노동정책에서 엇박자를 노출하며 불안감은 가중되고 있다. 연장 근로시간을 월 단위로 바꾸고 임금체계에서 성과급 비중을 늘리겠다는 이 장관의 노동정책 추진 방향에 대해 윤 대통령이 “아직 정부 공식 입장으로 발표된 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후 지금까지 이렇다 할 정부의 노동정책이 보이지 않고 있으니 노동단체들은 “현 정부가 친기업, 반노동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비판하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이를 지켜보는 노동자와 사측 모두 조마조마한 심정이 아닐 수 없다. 노동정책의 핵심은 고용안정이라고 할 수 있다. 윤석열 정부가 기업의 각종 규제를 줄여 주고 노동시간을 유연화하려는 것도 투자를 늘리고 일자리를 늘리기 위한 것임을 의심하지 않는다. 하지만 고용안정 못지않게 노동자의 권익보장 또한 중요하다. 적정 근로 시간과 휴식 보장, 임금차별 등 각종 불공정 요소 개선에 결코 무관심할 수 없다. 이는 사회와 경제 안정에 중요한 요소다. 임금피크제 논란은 10여년 전 불거졌던 통상임금 논쟁과 유사하다. 당시 임금인상 소급분이 통상임금이냐 아니냐를 두고 노사가 대립했다. 대법원은 2013년 12월 소정근로시간의 시간당 임금보다 연장·야간·휴일 근로수당의 시간당 임금이 더 커야 하므로 임금인상 소급분을 통상임금에 포함해야 한다는 판결로 논쟁을 매듭지었다. 기업 부담은 늘어났지만 노사가 새로운 기준에 맞춘 임금 산정으로 갈등을 크게 줄였다. 임금피크제의 유효성을 둘러싼 혼선은 빨리 매듭지어져야 한다. 근로자나 기업이 법원의 판단만 지켜보게 놔둘 것이 아니라 정부가 명확한 기준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더구나 우리 사회는 급격한 고령화로 생산 가능 인구의 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만큼 현재의 정년 기준을 또다시 상향해야 할 시점이 머지않아 올 것이다. 명쾌하고 진일보한 임금피크제 논란의 해법을 제시한다면 조만간 닥치게 될 추가적인 정년 연장의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 주52시간 근무제, 임금체계 개편 작업 착수

    주52시간 근무제, 임금체계 개편 작업 착수

    정부가 주52시간 근무제와 임금체계를 개편하기 위한 본격 작업에 착수했다. 고용노동부는 18일 노동시장 개혁의 우선 추진과제로 꼽은 근로시간과 임금체계를 논의할 미래노동시장 연구회를 발족했다고 밝혔다. 학계 전문가 12명으로 구성된 연구회는 향후 4개월간 논의를 거쳐 구체적인 개선방안과 정책 제언을 마련해 정부에 제시한다. 연구회 참여자는 경영학과 경제학, 법학, 사회복지학 교수들로 이뤄졌다. 권순원 숙명여대·이상민 한양대 교수(경영학), 박철성 한양대·엄상민 경희대·이정민 서울대 교수(경제학과), 권혁 부산대·김기선 충남대·송강직 동아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 김상호 경상대·전윤구 경기대 교수(법학과), 김인아 한양대 교수(보건대학원), 정승국 중앙승가대학교 교수(사회복지학과) 등이다. 노동부는 근로시간 제도와 임금체계에 대한 전문성을 갖추고 있으면서 인사 조직과 노동법 등에 정통한 인사를 위주로 선발했다고 밝혔다. 보건 분야 전문가들의 참여는 연장근로에 따른 근로자의 건강권 보호 대책을 논의하기 위한 것이라고 노동부는 설명했다. 앞서 이정식 고용노동부장관은 지난달 23일 주 단위로 관리하는 연장근로 시간을 노사합의에 따라 월단위로 관리하고 임금체계를 직무성과 중심으로 개편하는 내용을 담은 ‘노동시장 개혁 추진방향’을 발표한 바 있다. 연구회 발족은 그 후속조치다. 이 장관은 이날 로얄호텔서울에서 열린 첫번째 회의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격차로 나타나는 우리 노동시장의 이중구조와 양극화로는 현재의 사회·경제 위기를 헤쳐나갈 수 없다”면서 “경직적인 근로시간 제도는 근로자들과 기업의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으며 과도한 연공성 위주의 임금체계는 공정한 보상을 요구하는 근로자들의 의욕을 떨으뜨리고 기업에는 과도한 부담을 지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본 근로조건이면서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인 근로시간 제도와 임금쳬계를 우선 고쳐나가면서 국민이 공감하는 과제와 방식으로 중단없는 개혁을 이어나가겠다”고 밝혔다.
  • “최저임금부터 재해보상금까지 차별… 외국인 선원 특례 없애야”[우리 삶을 바꾼 변론]

    “최저임금부터 재해보상금까지 차별… 외국인 선원 특례 없애야”[우리 삶을 바꾼 변론]

    한때 한국 원양어선은 ‘현대판 노예선’이라 불리며 악명을 떨쳤다. 외국인 선원은 열악한 숙식 환경에서 임금도 제대로 받지 못하며 한국인 선장과 선원 등에게 폭언·학대에 시달렸다. 2011년 인도네시아 선원 32명이 집단 탈출한 사조오양 소속 ‘오양 75호 사건’을 계기로 정부가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10년이 지난 지금도 외국인 선원의 현실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주노동자 일터 가운데서도 어선은 가장 환경이 열악한 인권 사각지대로 꼽힌다. 어업의 특성상 일터가 바다 위에 고립돼 있고 고용허가제보다 더 차별적인 선원법의 적용을 받는다는 점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2월 서울행정법원에서 외국인 선원에게 한국인 선원과 동일한 임금 기준으로 재해보상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국적에 따른 선원 임금 차별을 문제로 인정한 첫 사례다. 지난 13일 서울 강남구 법무법인 화우 사무실에서 외국인 선원 재해보상금 소송을 대리한 이현서(변시 5회·화우공익재단) 변호사를 만났다. 인도네시아 출신 A(37)씨는 선원취업(E10) 비자를 받아 한국에 왔다. 2018년 3월부터 35t 규모의 어선에서 근무한 그는 며칠씩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 어획 작업을 했다. 그러다 그해 12월 사고가 났다. 경북 경주시 감포항 해상에서 그물을 걷어 올리다가 오른손이 기계에 빨려 들어갔다. 손가락과 손등뼈가 부서져 분쇄골절과 압궤손상 진단을 받은 A씨는 이듬해 4월까지 일을 쉬어야 했다. A씨는 이주노동자지원센터의 도움을 받아 재해보상금을 신청했다. 수협은 그에게 상병급여 186만원과 장해급여 1365만원을 지급했다. 한국인 선원이 받는 보상금보다 훨씬 적었다. 수협이 보상금 산정 기준이 되는 임금을 한국인과 외국인 선원에게 다르게 적용한 탓이다. 매년 해양수산부 고시로 최저임금과 통상임금, 승선평균임금이 결정되는 한국인 선원과 달리 외국인 선원은 ‘적용 특례’ 규정을 두고 임금을 달리한 데서 문제가 시작된 것이다. 이 변호사는 선원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선원넷) 소속 김종철·박영아 변호사와 함께 A씨를 만났다. 외국인 선원 노동 실태를 조사하면서 문제의식을 공유하게 한 동료들이었다. 선원넷 변호인단은 A씨를 대리해 지난해 1월 수협을 상대로 상병·장해급여 일부 부지급 처분 취소소송을 냈다. ‘외국인 선원 최저임금’이 아니라 ‘한국인 선원의 재해보상 시 적용되는 통상임금·승선평균임금’을 기준으로 상병·장해급여를 다시 지급하라는 취지였다. “선원넷에서 활동하다 보면 임금 문제가 계속 나와요. 기본적으로 임금 체불이 많고 기술력·노동시간을 따져도 한국인과 임금 차이가 너무 커요. 결국 외국인 선원에 대해서만 최저임금을 더 낮게 정해 차별하는 외국인 적용 특례를 없애야 바꿀 수 있습니다.” ●“모든 게 외국인 선원에 불리한 특례” 기존 재판 중에 외국인 특례의 적용 범위를 문제 삼아 외국인 선원이 승소한 사례가 있긴 했다. 하지만 이 변호사 등은 특혜 자체의 위법성을 따져 보자고 목표를 세웠다. 변론의 초점은 한국인과 외국인 선원 간 임금 격차의 부당성을 지적하는 데 있었다. 해수부가 고시한 2020년 선원 최저임금은 221만원, 반면 외국인 선원 최저임금은 그보다 35만원 적은 186만원이다. 특례에 따라 수협과 선주 단체(전국해상선원노동조합연맹)가 외국인 선원에겐 육상근로자 최저임금의 96%만 지급하자고 협의했기 때문이다. 한국인 선원은 최저임금에 생산수당을 추가로 받지만 외국인 선원은 최저임금도 못 받는 점을 고려하면 실질적인 임금 격차는 더 커진다. 이 변호사는 “선원법도 국적을 이유로 차별적 처우를 금지하는 근로기준법 6조를 준용하고 있다”면서 “최저임금 외국인 특례는 외국인 선원에 대한 균등한 처우를 막는 차별이기 때문에 위법하다”고 강조했다. 게다가 외국인 선원은 쏙 빠진 채 선주와 수협끼리 임금 기준을 협의하는 절차도 문제로 지적된다. 재해를 당해도 외국인 선원은 무조건 수협과 선주가 정한 임금 기준으로 보상금이 정해진다. 한국인 선원의 경우 해수부가 고시한 ‘재해보상 시 적용하는 임금 기준’(통상임금·승선평균임금)에 따라 상병급여와 장해급여를 받는 것과 다르다. 2020년 기준 통상임금 산정을 위한 월 고정급 최저액은 261만원, 승선평균임금은 458만원으로 고시됐다. 외국인 선원 특례는 최저임금에 대해서만 명시됐고 보상금 기준이 되는 통상·평균임금과 관련해서는 별다른 규정이 없다. 그런데도 수협은 외국인 선원의 보상금 산정 때도 임의로 특례를 적용하고 있다. 이 변호사는 변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명백한 차별이라 법리적으로 더 다툴 여지가 없다”고 자신했지만 법정에서 “차별이 정당하다”는 취지의 주장을 펴는 수협의 모습에 힘이 빠졌다고 했다. “수협은 재판에서 외국인 선원을 차별할 만한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주장했어요. 이주민은 한국인보다 기술력도 떨어지고 언어 문제도 있고 숙식을 더 챙겨야 하고 휴어기 때도 한국인과 달리 월급을 줘야 한다면서요. 그 자체로 차별적 인식을 드러내는 주장인 데다 외국인 선원의 노동 현실을 모르고 하는 말이죠”●법원 “선원 임금체계 보완 필요” 재판부는 선원넷 변호인단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특히 “최저임금이란 일에 대한 정당한 보수의 최저선을 정한 것”이라며 “위임의 한계를 일탈해 외국인 선원에 대해서만 단체협약으로 최저임금을 정하도록 한 것을 허용할 수는 없다”고 판단한 대목은 변호인단이 재판 내내 강조했던 대목이다. 재판부는 “현재 대한민국에 적용되는 관련 국제규범 및 해양업 규모, 외국인 선원 종사자 비중에 비춰 보면 선원 최저임금 등 관련 규정 체계에 대한 전반적인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특례를 폐지해 동일한 노동을 하는 선원이 국적에 관계없이 동일한 임금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궁극적으로 선원법이 공공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고용허가제(E9)로 입국한 이주노동자는 국가가 관리하는 반면 선원법 적용을 받는 외국인 선원은 해수부의 위탁을 받은 수협에서 관리해 더 열악한 환경에 놓일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1년 동안 섬 밖으로 한 번도 나가지 못한 선원도 봤고 이탈 보증금을 없애라고 했더니 아예 본국에서 올 때 거액의 보증금을 내고 오게 하는 꼼수를 부린다거나 선원들이 도망가지 못하게 선착장에서 출도를 감시하는 사례도 있었어요. 외국인 선원 대다수가 한 번쯤은 여권이나 신분증, 통장을 수협에 빼앗긴 경험이 있는데 국제사회에선 인신매매로 규정하는 문제죠” 인권 유린이 비일비재해도 외국인 선원 고용 및 관리 주체가 해수부 위탁을 받은 수협, 즉 민간의 조합이다 보니 이윤 창출에만 골몰하는 우려가 있다. 고립된 채 해상에서 일하는 외국인 선원이 도움을 받기란 쉽지 않다. 공익 변호사로서 이주민·난민 사건을 주로 맡아 온 이 변호사는 이주민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각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 사회는 이주민을 도구로만 여겨요. 이주여성은 저출생을 해결하는 수단, 이주노동자는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한 수단으로 말이죠. 난민 정책도 난민이 한국에 얼마나 쓸모가 있는지 증명하는 방식으로 가고 있어요. 우리의 필요로 쓰되 우리를 귀찮게 해서는 안 되는 존재, 이주민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도 바뀌어야 하지만 무엇보다 그 인식을 만든 정부의 관점부터 바뀌어야 해요.” 
  • 尹 “노동력 부족 산업에 외국인 수혈…임금체계 유연화”

    尹 “노동력 부족 산업에 외국인 수혈…임금체계 유연화”

    윤 대통령은 15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의 업무보고 뒤 “노동력 부족 산업에 외국인 근로자를 수혈하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게 임금 체계를 유연화하라”고 지시했다고 이재명 부대변인이 브리핑에서 전했다. 윤 대통령은 특히 “근로시간에 대한 노사의 자율적 선택권을 확대해 노동시간의 이중 구조를 개선하는 데 힘써달라”면서 “노사 현안은 대화와 타협을 통한 자율적 해결을 지향하되,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노사를 불문하고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하게 대응하라”고 당부했다. 이어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을 적용해 일자리의 수요와 공급이 잘 매칭되도록 고용서비스를 고도화해야 한다”고 주문하는 한편 “생산가능 인구의 감소 등에 따라 노동력이 부족한 산업 부문의 경우 외국인 근로자가 수혈돼 산업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아울러 “고용노동부가 정책을 추진하면서 근로자의 안전과 건강 확보에 만전을 기하고 산업 현장의 안전사고 예방과 교육에 힘써달라”며 “특히 소통에 자유롭지 않은 외국인 근로자 안전에 각별히 신경 써달라”고 강조했다. 이날 고용노동부 업무보고는 배석자 없이 이정식 장관이 단독으로 1시간가량 진행했다.
  • ‘판교 오징어배의 부활?’ IT업계 노동자 “尹정부 노동시간 유연제 반대”

    ‘판교 오징어배의 부활?’ IT업계 노동자 “尹정부 노동시간 유연제 반대”

    IT업계 노동시간 유연화 국회 토론회 개최 IT업계 노동자들이 윤석열 정부의 노동시간 유연화 정책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다. 아울러 실질적인 노동 환경 변화를 위해선 포괄임금제 폐지가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고 했다.오세윤 화학섬유노조 IT위원회 위원장 겸 네이버지회 지회장은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노동시간 유연화 정책 대응 토론회’에서 “노동자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노동시간 유연화 정책에 반대한다”며 “IT업계에서 장시간 노동을 가능하게 하는 포괄임금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IT위원회엔 현재 네이버를 비롯해 카카오, 넥슨, 스마일게이트, 한글과컴퓨터, 웹젠, 포스코ICT, LIG 넥스원, SK하이닉스, ASML 코리아, 씨디 네트웍스 등 80여개 법인 1만 2000여명 조합원이 참여하고 있다. 앞서 윤석열 정부는 110대 국정과제에 ‘스타트업·전문직의 근로시간 규제완화’를 담은 데 이어 고용노동부와 문화체육관광부, 중소벤처기업부 등 관계부처를 통해 노동시간 유연성 확대를 화두로 꺼내고 있다. 지난 1일에는 박보균 문체부 장관이 게임업계 대표들을 만난 자리에서 “주52시간제의 합리적인 운영을 위해 지혜롭게 대처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IT업계에선 현실과 맞지 않는 이야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오 위원장은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유연화 정책에 따르면, 이번 주는 매일 2시간 자고 다음 주는 14시간을 자라는 이야기”라면서 “사람은 기계가 아니며, 잠을 몰아서 잘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IT위원회가 IT업계 노동자 183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90.6%가 노동시간 유연화에 대해 ‘건강을 해칠 수 있으므로 반대한다’고 답했다. 나머지 9.4%만이 ‘원한다면 몰아서 일할 권리를 줘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300인 미만 사업장으로 한정하면 94.6%가 반대했다. 대신 포괄임금제 폐지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포괄임금제는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 연장, 야간, 휴일근로 등을 밀 정해 예정된 수당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다시 말해 아무리 많은 연장근무를 하더라도 정해진 금액만 받아야 하는 것이다. IT위원회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96.4%가 포괄임금제가 폐지되어야 한다고 답했다. IT위원회는 “IT산업은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글로벌 기업과 경쟁해야 한다”면서 “창의적 아이디어는 충분한 휴식과 안정성에서 나온다. 따라서 과거처럼 노동의 ‘양’을 늘리는 것이 아닌 같은 시간이라도 효율적으로 일하는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 중 최우선 과제는 포괄임금제 폐지”라며 “포괄임금제는 ‘공짜 추가 노동’이 가능하기에 언제나 양을 늘리는 손쉬운 선택으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IT위원회는 근로자 대표 제도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IT위원회는 “노동조합이 없는 사업장은 근로자대표가 있다 하더라도 노동자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제도가 변경되는 것을 막기 어렵다”며 “제도가 원래의 목적에 맞게 동작할 수 있게, ‘직접·비밀 투표를 통한 선출’, ‘노사 합의 내역과 과정의 공개’ 등 구체적인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 “재택근무 확산에 여성 가사활동 늘고 수면 줄어… 성별 분업 강화”

    “재택근무 확산에 여성 가사활동 늘고 수면 줄어… 성별 분업 강화”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보편화된 재택근무·유연근무제가 전통적인 성 역할 강화에 일조한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라 나왔다. 재택근무제는 남성보다 여성에게 가사노동시간 증가, 수면시간 감소에 미치는 영향이 컸다. 최근 발간된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여정연) 학술지 ‘여성연구’ 제113호에 실린 논문 ‘재택근무제도 사용이 근로자의 시간 사용에 미치는 성별효과 연구’에 따르면 재택근무자의 가사시간 변화를 묻는 질문(10점 척도)에 남성은 5.38, 여성은 6.00으로 나타났다. 남녀 모두 가사활동 시간이 증가했는데, 여성의 증가폭이 조금 더 컸다는 의미다. 남성 재택근무자의 92%가 가사노동시간에 변화가 없었던 반면, 여성 재택근무자의 37%는 가사노동시간이 늘었다고 응답했다. 수면시간 변화는 남성 5.08, 여성 4.89였다. 연구를 수행한 김지현(연세대 행정학과 박사과정)씨는 “여성에게는 재택근무가 가사 및 돌봄을 수행하기 용이한 환경을 제공하는 조건으로 활용되고 있다”며 “여성 재택근무자가 수면시간을 줄이는 것은 수면이 다른 활동에 비해 후순위의 영역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씨는 여성들의 가사 부담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배우자 출산휴가 확대 및 육아휴직 쿼터제 도입 등을 제언했다. 유연근무제 또한 노동시장의 성별 양상을 뚜렷히 반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정연의 ‘젠더리뷰’ 여름호 ‘통계로 보는 여성: 여성근로자의 일·생활 균형, 현실과 전망’에 따르면 2015~2021년 유연근무제 활용률은 상용, 임시, 일용 근로자 순으로 집계됐다. 상용근로자 중에서는 지난해 기준 남성(22.3%) 비중이 여성(19.7%)보다 더 높고, 임시 근로자에서는 여성(7.6%)이 남성(6.7%)보다 더 높았다. 연구진은 “특히 유연근무제 활용률이 늘어나기 시작한 2018년에는 300인 이상 기업규모에 종사하는 남성 임금근로자들의 참여율이 확연히 높아졌다”며 “여성은 주로 비정규직, 저임금, 서비스직, 중소기업 등에 종사하는 상황을 감안하면 유연근무제의 성별 양상은 노동시장의 이중 구조를 나타낸다”고 덧붙였다.
  • 고물가 쇼크에… ‘국민고통지수’ 최고치 찍었다

    고물가 쇼크에… ‘국민고통지수’ 최고치 찍었다

    가파른 물가 상승으로 올 1분기 국민고통지수가 최고치를 찍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올 1분기 국민고통지수가 10.6을 기록해 확장실업률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15년 1분기부터 분기별 지수를 산출해 온 이래 가장 높았다고 5일 밝혔다. 미국 경제학자 아서 오쿤이 고안한 지수인 국민고통지수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확장실업률을 더해 구한다. 확장실업률은 실업자에 시간 관련 추가 취업 가능자(노동시간이 주 36시간 미만이면서 추가 취업을 희망하고 추가 취업이 가능한 사람)를 더한 수를 실업자로 본다. 국민고통지수는 그간 분기별로 등락을 거듭하며 2020년까지는 10 아래에 머물렀으나 코로나19에 따른 봉쇄 조치 등으로 지난해 1분기에는 확장실업률이 9.1%로 정점을 찍으며 10.5까지 치솟았다. 이후 지난해 3분기에는 확장실업률이 6.6%로 낮아지면서 9.1로 떨어졌다. 4분기부터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소비자 물가 급등이 이어지며 국민고통지수가 9.8로 높아졌다가 올 1분기 인플레이션이 고공행진을 거듭하며 10.6까지 올랐다. 이는 그간 국민고통지수 평균치(7.7)의 1.38배다. 한경연은 소비자 물가가 아직 생산자 물가에 비해 완만한 상승세를 보이는 건 기업들이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원가 부담을 감내하고 있어서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이 이어지면 기업들의 원가 부담 흡수 여력이 약해져 소비자 물가도 생산자 물가처럼 가파른 상승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특히 국민고통지수 상승이 민간 소비에 미치는 영향을 따져 본 결과 전년 동기 대비 국민고통지수 증가율이 1% 포인트 높아지면 민간소비 증가율은 0.13% 포인트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고통지수가 오르면 가계의 구매 여력이 위축되는 것이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국민고통지수가 높아지면 소비 위축 등 경제 악영향으로 실업이 증가해 지수가 다시 높아지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며 “부족한 재정 여력 등으로 거시 정책 운용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기업의 활력을 높이는 식으로 경제의 총공급 능력을 확충해 물가를 안정시키고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 민주노총, 주말 서울 도심 4만 9000명 집회

    민주노총, 주말 서울 도심 4만 9000명 집회

    민주노총이 지난 2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에서 개최한 ‘7·2 전국 노동자대회’에 참여한 참가자들이 임금·노동시간 후퇴 중단, 비정규직 철폐, 차별 없는 노동권 쟁취 등을 요구하고 있다. 4만 9000여명의 조합원이 참석한 이날 집회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민주노총이 주도한 첫 대규모 집회로 집회 도중 경찰과 참가자 간 큰 충돌은 없었다. 일부 노조원은 집회 뒤 용산 대통령실이 위치한 삼각지역까지 3개 차로(버스 전용차선 제외)로 행진했다. 이로 인해 서울시청~삼각지, 서대문~광화문, 세종로~종로 방면 등에서 극심한 교통 정체가 발생했다. 뉴시스
  • 주말 서울 도심서 4만 9000명 집회

    주말 서울 도심서 4만 9000명 집회

    서울 도심에서 약 5만명이 참가한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폭염 속에서 큰 충돌 없이 집회는 끝났지만 행진 과정에서 소음과 교통 정체를 유발해 시민들이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민주노총은 지난 2일 서울광장에서 4만 9000여명이 모인 가운데 ‘7·2 전국노동자대회’를 열고 임금·노동시간 후퇴 중단, 비정규직 철폐, 차별 없는 노동권 쟁취 등을 요구했다. 이날 집회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민주노총이 주도하는 첫 대규모 집회였다. 낮 최고기온이 34도에 이르면서 집회 참가자들은 땀을 뻘뻘 흘리며 모자와 수건으로 얼굴과 목을 가린 채 얼음물을 들이켰다. 참가자들은 “물가 폭등 못살겠다. 윤석열 정부가 책임져라”, “노동자는 죽어난다”, “노동개혁 저지하라” 등의 구호를 연신 외쳤다. 민주노총은 오후 4시 30분쯤 용산 대통령실이 위치한 삼각지역 방향으로 행진을 시작했다. 약 2만 6000명의 노조원은 숭례문∼서울역∼삼각지, 대한문∼서울역∼삼각지, 서울광장∼서울역∼삼각지 등으로 경로를 나눠 3개 차로(버스 전용차선 제외)로 행진했다. 이로 인해 주말 서울 도심에선 극심한 차량 정체가 이어졌다. 경찰에 따르면 서울시청∼삼각지, 서대문∼광화문, 세종로∼종로 방면에서 특히 교통 정체가 심했다.
  • 폭염에도 민주노총 5만명 집결…尹정부 출범 후 첫 대규모 집회 개최

    폭염에도 민주노총 5만명 집결…尹정부 출범 후 첫 대규모 집회 개최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특보가 발표된 2일 서울 도심에서 ‘찜통 더위’를 아랑곳하지 않고 5만명에 가까운 인원이 참가한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노동계에 따르면 민주노총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일대에서 ‘7·2 전국노동자대회’를 개최했다. 오후 12시쯤 민주노총 산하조직인 공공운수노조, 건설노조, 서비스연맹 등이 을지로 일대에서 사전집회를 진행했고, 오후 3시 25분쯤 사전집회 인원을 포함해 전국 각지에서 집결한 노조원 약 4만 9000명이 세종대로 일대로 집결해 본집회를 시작했다. 참가자들은 임금·노동시간 후퇴 중단, 비정규직 철폐, 차별 없는 노동권 쟁취 등을 요구했다. 이날 오후 3시쯤 서울 중구의 체감온도는 33.5도까지 치솟았다. 노조원들은 챙이 넓은 모자를 쓰고, 주최 측이 나눠준 수건으로 얼굴과 목을 감싼 채 시위에 참여했다.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대회사에서 “대우조선 하청 노동자들은 임금이 30% 삭감됐고,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들은 배달 오토바이 위에 목숨을 걸고 있다”며 “우리의 투쟁이 희망”이라고 외쳤다. 노조원들은 “물가 폭등 못살겠다. 윤석열 정부가 책임져라”, “노동개혁 저지하라” 등 구호를 연신 외쳤다. 이날 집회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민주노총이 주도하는 첫 대규모 집회였다. 경찰은 충돌에 대비해 서울광장, 숭례문, 서울역, 삼각지 일대 경비를 강화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동원된 경찰 부대는 총 120개, 총동원 인력은 1만명 이상이다. 현재까지 집회를 진행하는 노조원들과 경찰 간 큰 충돌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본집회가 끝나면 약 2만 6000명이 삼각지까지 이동한다. 이들은 ▲숭례문∼서울역∼삼각지 ▲대한문∼서울역∼삼각지 ▲서울광장∼서울역∼삼각지 등으로 경로를 나눠 3개 차로(버스 전용차선 제외)를 사용해 오후 4시 30분부터 오후 6시 30분까지 행진한다. 서울 도심에서의 대규모 집회 여파로 일대에는 극심한 교통 정체가 빚어졌다. 서울시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40분 기준 도심 차량 통행 속도는 시속 9.5㎞, 서울시 전체 평균도 시속 19.5㎞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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