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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해도 ‘30t 쓰레기 폭탄’ 맞은 불꽃축제

    올해도 ‘30t 쓰레기 폭탄’ 맞은 불꽃축제

    “불꽃축제를 하고 나면 청소 인원을 2배 이상 늘려도 12시간은 치워야 합니다. 쓰레기는 널브러져 있는데 신기하게 쓰레기통은 얼마 차지 않아요. 놀고 난 자리에 두고 가면 당연히 치울 거라고 생각하는 거겠죠.” 9일 오전 5시 30분 서울 여의도 한강시민공원에서 만난 환경미화원 박영길(69)씨는 기온이 8도까지 떨어진 쌀쌀한 날씨에도 맨손으로 쓰레기를 치우고 있었다. “어제저녁부터 쌀쌀해져서 그런지 컵라면 쓰레기가 많네요. 계속 치우다 보면 언젠가 끝이 나지 않겠어요.” 그는 애써 웃음을 지었다. 오전 6시, 한강공원에 새벽 운동을 나온 시민들도 당황한 표정이었다. 검은 비닐봉지 수십개가 바람에 날려 굴러다니고, 잔디밭에는 먹다 남은 맥주 페트병, 피자박스, 일회용 젓가락 등이 어지럽게 나뒹굴고 있었다. 내용물이 그대로 남은 라면 용기와 치킨박스, 사람들에게 밟혔는지 짓뭉개져 형체를 알 수 없는 음식물, 잔디에 뿌려진 음료수 때문에 퀴퀴한 냄새가 바람에 실려 돌아다녔다. 전날 오후 7시부터 1시 30분가량 열린 불꽃축제에는 100만명이 몰렸다. ‘쓰레기 되가져가기’ 클린캠페인이 열렸고, 행사를 주최한 한화에서도 자원봉사단을 꾸렸지만 공원에 버려지는 양심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아침 운동을 하러 나온 김모(42)씨는 혀를 차며 “불꽃놀이 사진이 블로그나 페이스북에 수없이 올라왔던데 그보다 쓰레기를 다시 가져가는 모습을 인증샷으로 올리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하룻밤에 이렇게 많이 먹고 또 그걸 이렇게 막 버릴 수 있다니 놀랍죠. 이런 사달이 날 줄 알고 대형 쓰레기망을 54개나 설치했는데 소용이 없네요. 숨바꼭질하듯 화단 여기저기를 샅샅이 뒤져 쓰레기를 찾아내는 수밖에요.” 미화원 김필성(66)씨가 손으로 화단 잡목 사이에 숨겨 놓듯 버린 음료수 캔과 치킨 다리를 꺼내며 말했다. 특히 담배꽁초는 사람들의 발에 밟혀 흙 속에 박혀 있는 경우가 많아 찾기조차 쉽지 않았다. 김씨는 “쓰레기통에 버리는 것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집게차로 한꺼번에 집어낼 수 있도록 한군데에 모아 놓기라도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부분은 쓰레기가 곳곳에 널려 있어 환경미화원들이 하나하나 허리를 굽혀 손으로 집어내야 했다. 화장실 변기에는 음식물 쓰레기가 많았다. 박모(54·여)씨는 악취를 견디다 못해 마스크를 썼다. “남들에겐 축제지만, 우리는 두세 배로 일하는 날이에요. 평소 주말엔 화장실 하나에 100ℓ 쓰레기봉투 2~3개면 되는데 오늘은 7개를 쓰네요.” 이날 여의도와 이촌지구 청소에는 30명의 기존 환경미화원뿐 아니라 다른 지구에서 근무하는 미화원 50명까지 동원됐다. 집게차도 1대에서 3대로 늘렸지만 ‘원효대교 남단~국회의사당’ 구간을 청소하는 데만 12시간이 넘게 걸렸다. 통상 30명이 9시간이면 마치는 일인 것을 감안하면 노동력과 시간이 3~4배는 더 투입된 셈이다. 이날 미화원들이 수거한 쓰레기는 30t으로 평소 주말(10t)의 3배였다. “청소를 다 한 게 아니라 이제 시작이에요. 재활용센터에서 음식물, 재활용, 일반 쓰레기로 일일이 분리해야 합니다. 최소 3~4일은 걸리죠. 누군가는 깨끗하게 하는 일을 해야 하지만 시민들도 조금만 도와줬으면 좋겠어요.” 환경미화원 장모(58·여)씨가 말했다. 글 사진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한국 ‘저성장 파고’ 이렇게 넘자] 좀비기업·부실채권 청산 없이 어설픈 부양책… 日저성장 키웠다

    [한국 ‘저성장 파고’ 이렇게 넘자] 좀비기업·부실채권 청산 없이 어설픈 부양책… 日저성장 키웠다

    일본의 20년 넘게 지속된 생산과 소비 위축은 노동의 질을 떨어뜨리고 생산성을 낮추는 등 노동시장마저 비틀거리게 했다. 지난 7월 실업률은 3.0%로, 전달(3.1%)보다 0.1% 포인트 하락, 21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런데도 소비 지출은 오히려 0.5% 줄었다. 고용이 늘면 소비 지출도 따라 느는 게 일반적이지만 일본에서는 오히려 줄었다. 늘어난 일자리 대부분이 저소득 비정규직인 요인이 컸다. 총무성 노동력조사에 따르면 가장 왕성하게 일해야 할 35~44세 근로자 1330만명 가운데 30%인 390만명이 비정규직이었다. 지난 10년 동안 비정규직은 30%나 늘었다. ●기업들 해외로… 제조업 줄어 일자리·생산성 뚝 2016년 1월, 유효구인배율은 1.28배로 일손 구하기가 어려워졌음을 뜻한다. 다른 나라에서는 이런 수치가 경제 회복의 신호지만 일본에서는 그렇지 못했다. 비정규직은 1.62배인데 정규직은 절반 수준인 0.8배였다. 정규직 자리는 여전히 적고, 이를 원하는 사람은 남아돈다는 의미다. “2013년 아베노믹스 이후 고용된 100만명도 저소득 비정규직이다. 실업률 하락도 단카이세대(베이비붐세대·1946~1949년생)의 퇴장으로 생산가능 인구가 줄며 생긴 현상”이라는 야마다 히사시 일본종합연구소 수석 이코노미스트 등의 적나라한 언급도 이런 상황을 지적한 것이다. 정규직·숙련공이 주니 생산성도 함께 추락했다. 지난 5월 비제조업 노동생산성 지수는 전년도 같은 기간과 비교해 1.8% 포인트 떨어졌다. 오랜 저성장은 ‘장인정신과 숙련공의 나라’ 일본을 흔들어댔다. 정규직 등 양질의 일자리는 줄고, 비정규직이 느니 근로자 전체 소득도 뒷걸음질 쳤다. 거기에 주요 기업들이 해외로 생산기지를 옮기면서 생긴 제조업 공동화는 생산 감소, 일자리 축소를 가속화시켰다. 1990년 일본 국내에서 만들어진 자동차는 1348만 7000여대였지만, 20년 뒤인 2010년에는 71%인 963만대에 불과했다. 2012~2015년 제조업부문 채용 증가율이 -1.7%가 된 것도 생산과 고용에 미친 제조업 공동화의 영향을 가늠케 했다. 정부의 잘못된 대응도 사태를 키웠다. 버블 붕괴 초기 진화에 실패한 채 미적거리면서 실수를 연발한 정부의 정책 실패는 상황을 악화시켰다. 거품이 꺼지기 시작한 1990년대 수요 부족을 일본 정부는 재정을 쏟아부어 메웠다. 자산 가치 폭락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난 부채를 갚느라 기업과 가계는 소비와 투자 여력이 없었고, 그 빈 공간을 정부가 재정투자로 메운 것이다. 그 과정에서 정부는 또 한번의 실수를 했다. 효율이 떨어지는 도로와 공항 등 사회기반시설(SOC)을 무더기로 지었다. 효율적인 재정투자와는 거리가 멀어 국가 생산성 제고에 별 도움을 주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48%(1991년)였던 중앙정부의 부채는 220%(2016년)로 5배 가까이 늘면서 정부의 정책 대응 공간을 좁혔다. 히라오카 히데유키 SBJ 집행임원은 “청산돼야 할 좀비기업과 부실 채권에 대한 어정쩡한 처리, 미진한 구조개혁 등이 뒷북 정책이 돼 버블 이후 수요 약화 및 생산성 둔화 등 공급력 저하를 가속화시켰다”고 지적했다. 또 “거품 붕괴로 인한 부채 정리에 20년이 걸렸다. 돈 벌어서 돈 갚는 데 쓰는 과정에서 생긴 수요 부족증을 벗어나는 데만도 긴 세월이 걸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의 과도한 가계 부채가 저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는 시각들도 이 같은 경험과 맥을 같이한다. 특히 경기 부양을 위한 정부의 어설픈 양적 완화정책이 버블을 부풀렸다는 점에서 한국의 저금리 기조 속에서 가계 부채 확대, 불경기 속에 부동산 가치 상승 등 현안들을 대응할 사려 깊은 정책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거품 붕괴 초기 일본 정부의 미진한 대응과 정책 실패는 두고두고 도마에 오르고 있다. “1989년 정점을 찍었던 주가가 다음해인 1990년부터 무너졌고, 자산가치 폭락이 이어졌지만, 당시는 이것이 무엇인지 얼마나 오래 갈지 파악하지 못한 채 ‘곧 괜찮아지겠지’라는 막연한 기대 속에서 적절한 대응책을 내놓지 못한 채 우왕좌왕했다”는 전직 일본은행의 한 관계자의 회고도 이런 상황을 보여 준다. 버블 붕괴와 그 후유증으로 갈팡질팡하던 1990년부터 10여년 동안이 국제화와 정보화라는 제3의 물결로 세계경제 패러다임이 확 달라진 시기였다는 점도 일본에는 타격이었다. 그 기간 글로벌 산업 패턴 변화와 정보화 혁명의 흐름을 타지 못해 새로운 경쟁력을 갖추는 데 뒤처졌던 것이다. 게이단렌 경제정책본부는 거품 경제가 꺼지며 일본이 저성장시대에 들어선 시점이 냉전 붕괴와 국제화 속에서 신흥국들이 약진하고, 선·후진국 간의 경쟁력 격차가 급격히 줄어든 시기였음을 지적했다. 과거 산업화, 고도 성장시대에 강점이던 일본식 시스템이 국제화, 정보화라는 근본적인 패러다임 변화에서는 더이상 작동하지 않게 된 것이다. 다른 경쟁국이 정보화에 박차를 가하고, 표준화로 글로벌 아웃소싱을 이뤄내며 경쟁력을 높일 때 일본은 자국 기업 간 하도급 체제 아래에서 국내 조달과 시장에 안주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아베 “더이상 뒤처질 수 없다” 4차산업 승부수 아베 신조 정부도 이런 문제의식에 기초해 기업·국가 혁신체제 구축, 신성장동력 발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가입 등을 통한 국제시장 개척을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지난 5월 말에는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loT), 자율주행, 드론 등을 ‘제4차 산업혁명’ 분야로 정하고 아베노믹스의 성장전략(骨太方針)에 포함시키는 승부수를 던졌다. 새로운 단계의 국제화와 AI 시대에 뒤처지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다니무라 다케시 히로시마 상공회의소 전무이사는 “인구 감소라는 구조적 문제 속에서 규제 개혁과 다양하게 일하는 방법의 도입 노력 등이 시간은 걸리지만 잠재 성장률 향상과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히가시타니 노리후미 주고쿠 경제연합회 상무이사는 “혁신 체제 구축 등 정부의 성장전략, 기업의 이노베이션 창출, 이를 가능케 하는 사회적·국가적 산업 생태계 구축 등을 통한 성장력 회복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금융 정책은 단기적인 경제순환에 영향을 줄 수 있지만 근본적인 경쟁력은 생산력을 올릴 신성장 동력에 달려 있다는 지적이다. ●“선제적 구조조정 없인, 日20년 한국 미래 될 수도” 일본의 경험과 재도약을 위한 몸부림은 인구 절벽 속에 저성장의 그림자와 맞닥뜨린 한국에도 타산지석의 의미 이상을 지닌다. 구조와 상황의 유사성에서 보듯 달라진 시대에 맞는 새로운 방식의 생산 체제와 선제적이며 근본적인 구조조정 없이는 일본의 지난 20년은 바로 한국의 미래가 될 수도 있는 까닭이다. 한국은 일본과 같은 원천기술이나 세계적으로 독보적인 소재·부품산업 같은 실력도 갖추지 못했다. 지난 20여년을 헤쳐 온 일본에는 한국의 20배 규모도 넘는 해외 자산을 보유한 재정적 여유도 있었다. 원천기술 없이 핵심 부품을 일본 등에서 수입한 뒤 조립해 파는 생산기술만으로는 더는 중국을 상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밑천이 달리고, 신흥개발국들에 추격당하는 어려움 속에서 성장 한계를 돌파하려면 새로운 성장동력의 발굴과 개발이 시급하다. 일본의 저성장 경험과 대책을 보다 근본적으로 조명하고 살펴봐야 할 이유다. 글 사진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ICT, 농부가 되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휴가지에서도 농사… 습도 조절까지 척척”

    [ICT, 농부가 되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휴가지에서도 농사… 습도 조절까지 척척”

    지난달 20일 찾은 전남 화순군 도곡면의 파프리카 농장은 네덜란드 첨단 유리온실의 축소판 같았다. 보통 네덜란드 온실 한 개의 규모가 10㏊(약 3만평)에 이르는 데 비해 이 농장 온실의 크기는 1.3㏊(약 4000평)지만, 6m 높이의 유리벽이 농장을 둘러싸고 있고 온실 앞 컨테이너 건물 안에 첨단 환경제어시설이 구비돼 있는 모습은 네덜란드 스마트팜 못지않았다. 축구장 두 개를 합친 넓이였지만 일하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온실 앞 컨테이너 안에 첨단 환경제어시설 온실 앞에 마련된 사무실에 들어가야 사람을 구경할 수 있었다. 캐주얼한 옷차림의 농장주 정흥기(37) 대표가 큰 모니터 두 대를 들여다보며 적정 온도와 습도, 영양분 공급량 등을 설정하고 있었다. 농장 운영이 정보통신기술(ICT)과 접목된 까닭이다. 한낮에 온실 온도가 치솟으면 지붕 위 차양이 드리워지고 분무기에서 안개 같은 작은 물방울이 뿌려지면서 온도를 떨어트린다. 또한 유리지붕이 개방돼 온실 내 온도를 유지하고 환기를 시키는데 비가 올 경우 자동으로 지붕이 폐쇄된다. 영양분이 섞인 물(양액)은 온실 내 온습도와 계절 및 시간대에 따라 다르게 설정된 양과 농도로 파프리카 뿌리에 공급된다. 정 대표는 농장에 설치된 컴퓨터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온실 환경을 제어했으며,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통해 온실 내외부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 화면을 보며 농장 상황을 확인했다. 정 대표는 “일반 비닐하우스를 운영하신 아버지께서는 여름철에 비가 올까 봐 도보로 5분 거리에 있는 옆 동네도 가지 못 하셨다”며 “하지만 나는 인터넷만 연결되면 언제 어디서든지 농장을 관리할 수 있기에 1주일간 아이들을 데리고 멀리 휴가를 떠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컴퓨터 등으로 온실 환경·농장 상황 확인 이 농장은 정 대표를 포함해 6명이 관리하고 있었다. 이 농장에서는 파프리카 순을 치고 작물을 수확하는 데만 주로 사람의 손이 필요하다. 따라서 이들만으로도 1년 중 9개월간 쉼 없이 돌아가는 농장을 관리할 수 있다는 것이 정 대표의 설명이다. 나머지 3개월은 파종하고 줄기를 길러내기 위해 수확을 잠시 멈춘다. 귀농 이전에는 회사에 다녔다는 정 대표는 2014년 농업에 대한 아무런 지식과 노하우 없이 귀향해 파프리카 재배에 나섰다. 농사 초보였던 그는 자동화 설비를 적극 활용하고 농사 노하우를 부지런히 익혀 적용하면서 초기부터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농사 첫해인 2014년 초부터 다음해 초까지 1년간 파프리카를 평당 70㎏ 수확했는데 이는 한국 평균 수확량인 평당 약 50㎏보다 높은 수준이다. 정 대표는 “재배 환경을 효과적으로 제어하고 비교적 넓은 재배 지역을 적은 노동력으로 관리해 어느 정도 수익을 거둔 것 같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정 대표는 네덜란드의 스마트팜과 비교했을 때 아직 갈 길이 멀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온실을 설립할 때 네덜란드 업체 프리바의 스마트팜 설비를 도입했지만 이 설비를 제대로 다루는 데 2년이 걸렸다고 고백했다. 프리바 등 네덜란드 업체의 설비는 복잡한 만큼 값을 정교하게 조정할 수 있어 온실 환경을 재배에 최적인 상태에 정확히 맞출 수 있지만 한국 업체의 설비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 정 대표의 평가다. 그는 한 달에 두 번 농장을 방문해 설비 이용 방법과 농장 운영 노하우를 가르쳐 주는 사설 컨설팅 업체를 고용해 도움을 받고 있다. ●‘정교한’ 네덜란드 설비 다루는 데만 ‘2년’ 농사 노하우와 데이터가 충분히 축적되지 않은 점도 정 대표가 어려움을 겪는 요인 중 하나다. 한국은 특히 스마트팜 도입의 역사가 짧기 때문에 기존에 농사를 오랜 기간 지었던 사람이더라도 스마트팜 운영에 미숙할 수밖에 없다. 현재 ICT가 접목된 자동화 설비는 사람이 설정한 값대로 재배 환경을 유지하는 역할만 한다. 축적된 노하우와 데이터를 통해 재배에 최적인 값을 찾아내는 것은 사람의 몫이다. 이에 정 대표는 자신의 온실에서 온습도, 영양분 공급량 등 재배 환경에 따라 파프리카의 생장 속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데이터를 모으고 있으나 데이터 수집 장비도 거의 없는 상황에서 혼자 힘으로는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데이터 수집 역부족… 정부의 투자 절실” 투자비가 너무 많이 들어 스마트팜 설비를 더 도입하지 못하는 것도 정 대표의 고민거리다. 정 대표는 최근 파프리카가 심어져 있는 라인을 따라 자동으로 움직이는 적외선 카메라를 설치하고 싶어한다. 이 카메라로 24시간 원격으로 작물의 생장 정도, 병충해 감염 여부 등을 파악할 수 있다. 정 대표는 지난해 파프리카를 고사시키는 토마토반점위조바이러스(TSWV)가 온실 내부에 전염되는 것을 조기에 발견하지 못해 전년 대비 수확량이 57%로 급감하는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정 대표는 “온실 초기 투자금 40억원 중 82%를 설비를 담보로 대출받고 나머지는 자부담한 상황에서 추가 설비를 들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정 대표는 소규모 영농이 절대 다수인 우리나라 현실에서 스마트팜을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농가가 이러한 스마트팜 운영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정부가 도와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가 농사를 지을 의지와 자질이 있는 젊은 사람을 엄선해서 그들에게 확실히 투자한다면 스마트팜 보급이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재정이 열악한 농촌 지역의 지방자치단체 대신 중앙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지원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그는 스마트팜의 운영비를 낮출 수 있는 지열발전소를 건설하는 데 중앙정부가 전체 비용의 일부를 지원해 주는 대신 지자체가 나머지를 댈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지자체는 그 돈조차 지불할 여력이 없어 건설 프로젝트가 무산되기 일쑤라고 지적했다. 화순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대리운전·음식배달 서비스 등 SNS기반 ‘플랫폼 노동’ 확산…근로자들 신분 보장엔 ‘허점’

    대리운전·음식배달 서비스 등 SNS기반 ‘플랫폼 노동’ 확산…근로자들 신분 보장엔 ‘허점’

    전 세계적으로 ‘플랫폼 노동’이 확산되고 있다. 스마트폰 사용이 일상화되면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기반의 디지털 플랫폼에 소속돼 프리랜서 형태로 일하는 근로형태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일자리 혁명’으로 불리고 있지만 정작 근로자들은 저임금에 시달리거나 사회보험의 혜택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커 제도적 지원에 대한 논의가 시급하다. 5일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영국 하트퍼드셔대 비즈니스 스쿨이 지난 1월 설문조사한 결과 영국의 16~75세 생산가능인구의 10% 이상인 490만명이 구글, 페이스북 등 디지털 플랫폼을 기반으로 노동을 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독일은 14%, 네덜란드와 스웨덴은 각각 12%가 플랫폼 노동 경험이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플랫폼 노동이 확산되면서 대형 브랜드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유사 택시 서비스를 제공하는 ‘우버’, 유사 호텔서비스인 ‘에어비앤비’, 잔심부름을 대신 해주는 ‘스크래빗’, 음식 배달서비스업체 ‘딜리버루’ 등이 그것이다. 근로자들은 프리랜서 형태로 노동을 제공하고 중개업체로부터 소득을 얻는다. 이들은 근로자와 자영업자의 중간 지점에 있기 때문에 노동법 보호를 받지 못한다. 기업이 필요한 노동력을 돈을 주고 사는 형태이기 때문에 ‘해고’라는 개념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하트퍼드셔대 조사에 따르면 유럽 플랫폼 노동자 가운데 40% 이상의 연봉이 2800만원에 미치지 못했다. 한국에도 플랫폼 노동 관련 브랜드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대리운전 서비스 ‘카카오드라이버’, 음식 배달 서비스 ‘푸드플라이’, 잔심부름 업체 ‘띵동’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대형업체에 직접 고용된 인원 외 대부분의 배달서비스 종사자, 대리운전 기사, 보험설계사, 학습지 교사 등은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 불리는 프리랜서 근로자다. 이들 대다수가 세계적인 추세에 따라 디지털 플랫폼 노동자가 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플랫폼 노동이 본격적으로 자리잡기 전에 근로자에 대한 제도적 지원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동연구원이 지난달 412명의 대리기사를 조사한 결과 직장 산재보험에 가입한 비율은 4.1%(17명), 건강보험 가입자는 단 1명에 불과했다. 국민연금과 고용보험 가입자는 없었다. 박찬임 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단 하나의 업체에 전속돼 있을 때 산재 적용 특례를 해주는 현행 제도를 개선해 여러 업체에서 일할 때도 산재 적용을 해주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대리운전·음식배달 서비스 등 SNS기반 ‘플랫폼 노동’ 확산

    대리운전·음식배달 서비스 등 SNS기반 ‘플랫폼 노동’ 확산

    전 세계적으로 ‘플랫폼 노동’이 확산되고 있다. 스마트폰 사용이 일상화되면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기반의 디지털 플랫폼에 소속돼 프리랜서 형태로 일하는 근로형태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일자리 혁명’으로 불리고 있지만 정작 근로자들은 저임금에 시달리거나 사회보험의 혜택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커 제도적 지원에 대한 논의가 시급하다. 5일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영국 하트퍼드셔대 비즈니스 스쿨이 지난 1월 설문조사한 결과 영국의 16~75세 생산가능인구의 10% 이상인 490만명이 구글, 페이스북 등 디지털 플랫폼을 기반으로 노동을 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독일은 14%, 네덜란드와 스웨덴은 각각 12%가 플랫폼 노동 경험이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플랫폼 노동이 확산되면서 대형 브랜드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유사 택시 서비스를 제공하는 ‘우버’, 유사 호텔서비스인 ‘에어비앤비’, 잔심부름을 대신 해주는 ‘스크래빗’, 음식 배달서비스업체 ‘딜리버루’ 등이 그것이다. 근로자들은 프리랜서 형태로 노동을 제공하고 중개업체로부터 소득을 얻는다. 이들은 근로자와 자영업자의 중간 지점에 있기 때문에 노동법 보호를 받지 못한다. 기업이 필요한 노동력을 돈을 주고 사는 형태이기 때문에 ‘해고’라는 개념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하트퍼드셔대 조사에 따르면 유럽 플랫폼 노동자 가운데 40% 이상의 연봉이 2800만원에 미치지 못했다. 한국에도 플랫폼 노동 관련 브랜드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대리운전 서비스 ‘카카오드라이버’, 음식 배달 서비스 ‘푸드플라이’, 잔심부름 업체 ‘띵동’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대형업체에 직접 고용된 인원 외 대부분의 배달서비스 종사자, 대리운전 기사, 보험설계사, 학습지 교사 등은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 불리는 프리랜서 근로자다. 이들 대다수가 세계적인 추세에 따라 디지털 플랫폼 노동자가 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플랫폼 노동이 본격적으로 자리잡기 전에 근로자에 대한 제도적 지원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동연구원이 지난달 412명의 대리기사를 조사한 결과 직장 산재보험에 가입한 비율은 4.1%(17명), 건강보험 가입자는 단 1명에 불과했다. 국민연금과 고용보험 가입자는 없었다. 박찬임 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단 하나의 업체에 전속돼 있을 때 산재 적용 특례를 해주는 현행 제도를 개선해 여러 업체에서 일할 때도 산재 적용을 해주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北 배급제 완전 붕괴, 장사밑천 뺏길 때 체제에 반감”

    “北 배급제 완전 붕괴, 장사밑천 뺏길 때 체제에 반감”

     북한 내부에서 시장 활동 규제에 대한 반감과 배급제 붕괴에 따른 불만이 커지고 있다는 설문 조사 결과가 나왔다. 그동안 탈북자를 통해 북한 실상을 파악하는 설문 조사는 있었지만 감시와 통제가 엄격한 북한 거주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해외 기관의 설문조사 결과가 공개된 것은 이례적이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4일(현지시간) 북한 전문 웹사이트 ‘분단을 넘어’(beyond parallel)를 통해 공개한 보고서에서 “북한 주민들은 사회주의 낙원에 살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고있다”고 발표했다. CSIS는 설문조사 시기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지만 북한 내부에서 여러 차례 설문조사를 했던 단체에 위탁한 조사 결과라고 설명했다. 조사 대상자는 평양, 청진 등 9개 지역에 거주하는 28~80세 성인 36명(여자 16명)으로 노동자, 의사, 이발사 등 다양한 직업군이 포함됐다. 설문에 참여한 북한 주민 36명 모두가 ‘양질의 삶에 필요한만큼 배급을 받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답변했다. 이 가운데 한명은 “1990년대에는 충분히 배급받았지만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고 답변했다.  응답자들은 ‘북한 정부가 어떤 조치를 할때 체제에 대한 가장 강한 반감을 느끼나’는 질문에 장마당(시장) 통제와 간부의 뇌물수수, 강압적인 노동력 동원, 세금 외의 준조세 부담, 낮은 임금 등을 꼽?다.  한 응답자는 “장사 밑천을 보안서에 빼앗겼을 때”라고 답변했고, 다른 응답자는 “장사했다는 죄목으로 교화소에 가게 됐을 때”라고 말했다.  CSIS는 “많은 주민들이 2009년 11월 단행된 화폐 개혁 당시 북한 당국에 화가 많이 났다고 밝혔다”면서 “북한 주민의 입을 통해 북한 체제에 대한 불만이 표출됐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냉장고·세탁기 없이도 잘 살아요” 도심 주부의 ‘유기농 자급자족 삶’

    “냉장고·세탁기 없이도 잘 살아요” 도심 주부의 ‘유기농 자급자족 삶’

    궁극의 미니멀라이프/아즈마 가나코 지음/박승희 옮김/즐거운상상/200쪽/1만 2000원 4인 가족의 한 달 전기요금 500엔(약 5500원), 냉장고와 세탁기, 에어컨이 없고, 텃밭에 오골계, 메추리를 키우며 유기농 자급자족의 삶. 그런데 산골 오지가 아니다. 일본 도쿄도 아키루노시에 사는 30대 주부의 삶이다. 신간 ‘궁극의 미니멀라이프’는 일본 도쿄 교외의 오래된 집에서 생활하는 주부 아즈마 가나코가 쓴 책이다. 그는 세탁기와 청소기 대신 대야와 빗자루를 쓰고, 식료품은 필요한 양만 사 며칠 이내에 먹는다. 그래서 냉장고가 없다. 집에 있는 전자제품이라고는 전구 3개와 오디오, 선풍기, 컴퓨터, 유선전화기가 다다. 낮 시간에는 일을 하고, 해가 지면 잠자리에 든다. 물질 문명에 익숙한 우리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저자는 자신의 노동력으로 가사를 하는 이유를 ‘마음의 편안함’으로 돌린다. 도구가 너무 많으면 관리하기 힘들고, 오히려 스트레스의 원인이 된다고 말한다. 식자재는 텃밭을 가꾸고 오골계 두 마리를 길러서 채소와 달걀을 얻는다. 동네에 있는 상점에 들러 고기와 생선을 산다. 주로 소금이나 된장에 절이거나 말린 음식을 많이 만들어 ‘건강한 밥상’을 즐긴다. 그야말로 일본판 ‘삼시세끼’다. 저자가 추구하는 미니멀라이프의 핵심은 버리는 것이 아니라 사지 않는 것이다. 쓸모없는 물건을 구매해 집에 쌓아 두지 말고, 신중하게 생각해 필요한 물품만 사서 오랫동안 쓰자는 것이다. 지구에도 도움이 되는 삶이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시장님의 천박한 인권 감수성’ …아동노동착취가 지원?

    ‘시장님의 천박한 인권 감수성’ …아동노동착취가 지원?

    불우한 소년들에게 일을 하라며 지원을 하고 있는 시장이 고발을 당하게 됐다. 미성년 노동을 부추기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과테말라 산루이스의 시장 카를로스 아리아사. 가정 형편이 어려운 소년소녀에게 특별히 관심이 많다는 그는 지난 26일(현지시간) 소년 18명을 시청으로 불렀다. 부름을 받은 소년들에게 아리아사 시장은 구두닦이에 필요한 도구를 담은 상자를 선물했다. 구두라도 닦아 경제적 형편이 어려운 가정을 도우라는 취지였다. 아리아사 시장은 그러면서 시가 운영하는 시장에서 소년들이 구두를 닦을 수 있도록 자리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아리아사 시장은 "노동은 신성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법이 정한 테두리 안에서 일한다면 누구나 신의 도움과 축복을 받을 것"이라고 소년들을 격려했다. 시는 전달식 사진을 찍어 언론에 돌리는 등 시장의 활동을 크게 홍보했다. 하지만 상황은 의도와 다르게 전개됐다. 이제 채 10살도 돼보이지 않는 어린아이가 힘겹게 구두닦이통을 들고 있는 모습이 사진을 통해 공개되면서 아동착취를 부추긴다는 논란에 불이 붙은 것. 당장 인권보호단체들은 아리아사 시장을 성토하고 나섰다. 과테말라의 인궈단체 페낫의 코디네이터 레니나 가르시아는 "아리아사 시장이 행동이 과연 올바른 것인지 법률적 검토를 하고 있다"며 "아동노동을 부추긴 것으로 판단되면 형사고발도 불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가르시아는 "아이들이 일을 한다고 빈곤의 문제가 과연 해결되겠느냐"고 반문하며 "아이들에게 일을 하라는 건 노동력을 착취당하라고 하는 것과 다를 게 없다"고 지적했다. 과테말라 인권위원회 역시 아리아사 시장에게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관계자는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공부를 하기 위한 장학금"이라면서 "구두닦이통을 내주고 일을 하러 나가라는 건 옳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아리아사 시장은 "물고기를 잡는 법을 알려주기 위해 도구를 지원하는 게 왜 나쁘냐"며 맞받아 논란은 증폭되고 있다. 과테말라 노동부에 따르면 과테말라에서 학교에 가지 못하고 일을 하는 14세 이하 어린이는 85만 명에 이른다. 일부 비정부기구(NGO)는 "일하는 어린이가 공식통계보다 훨씬 많다"며 "최소한 100만 명이 생계를 위해 노동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
  • 고령화 日… 유급 간병휴직 2년도

    일본의 3대 은행 가운데 하나인 미즈호 파이낸셜 그룹이 개호(介護·노인 및 환자 돌봄) 휴직을 2년까지 인정하고 그 기간 동안 일정한 수당을 인정하기로 했다. 미즈호 그룹은 또 직원들의 유급 휴가를 최대 240일까지 시효 소멸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고 아사히신문이 28일 전했다. 부모나 배우자 간병을 위해 직장을 그만두는 ‘개호 이직’을 ‘제로’로 해 유능한 인재의 유출을 막고, 안정적인 직장 분위기를 유지하기 위해서다. 특히 유급 휴가를 개호 목적으로 사용할 경우 한 해 최대 240일까지 시한을 소멸시키지 않고 쌓아 적립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앞으로 있을 수도 있는 간병을 대비해 휴가를 적립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미즈호 그룹의 직원들은 개호 휴직 2년에, 유급 휴직 240일을 합쳐 최대 3년간을 회사로부터 일정 임금을 받으며 쉴 수 있게 됐다. 일본에서 일하는 방식을 바꿔 생산성을 올리기 위해 재택근무 확대 등 다양한 근무 형태가 확산되고 있는 셈이다. 그동안 미즈호 그룹에서는 지금까지 최장 1년간 개호 휴직을 인정했었다. 그러나 금전적 보상은 없었고 지난해 실제로 활용한 사례는 3만 6500명의 직원 가운데 9명뿐이었다. 한편 아베 신조 정부는 27일 총리 관저에서 아베 총리 주재로 ‘근로 방식 개혁 실현 회의’의 첫 회의를 주재했다. 총리는 회의에서 ‘외국 인재 유입’, ‘비정규직 처우 개선’, ‘시간 외 노동의 상한 규제의 방향’ 등 9항목을 검토해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는 회의에서 “올해 안에 구체적 방안을 담은 실행 계획을 책정해 속도감 있게 국회에 관련 법안을 제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하는 방식의 개혁은 (아베노믹스의) 제3의 화살, 구조 개혁의 기둥이라면서 구체적으로 실현시키겠다는 의욕을 보였다. 재택 근무, 근무 시간의 자유 선택, 휴직의 활성화 등 유연한 근로 형태를 수용해 생산성을 높여 나가겠다는 것이다. 이날 회의에서는 노동력 부족에 따른 외국인의 수용 확대 등이 논의됐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이 전했다. 인구와 노동력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성장력 유지를 위해 외국인 노동력에 기대하는 의견도 많지만 반면 치안 악화 및 범죄 증가, 외국인 집단거주지의 우범화 등을 우려하는 의견도 많았다고 언론들이 전했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조선 불황에 울산 빈 일자리 49% 감소

    조선 불황에 울산 빈 일자리 49% 감소

    조선업 불황의 여파로 울산 지역의 빈 일자리 수가 전국에서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빈 일자리 수는 구인활동을 하고 있고 한 달 이내에 일을 시작할 수 있는 일자리 수를 의미한다. 반면 공공기관 이전 혜택을 본 강원, 전북, 경북 등은 고용이 호조세를 나타낸 것으로 분석됐다. 22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4월 지역별 사업체 노동력 조사’ 자료에 따르면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세종시만 지난해와 비교해 빈 일자리 수가 40.7% 증가했고, 나머지 지역은 모두 감소했다. 특히 조선업 구조조정 지역인 울산은 빈 일자리 수가 49.0% 감소해 전국에서 가장 큰 폭의 감소세를 보였다. 지난해와 비교해 사업체 종사자 수가 늘어난 곳은 강원(3.5%), 전북(2.6%), 경북(2.5%) 순으로 나타났다. 최근 1년간 공공기관이 이들 지역으로 이전한 효과를 본 것으로 분석된다. 강원 지역에는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도로교통공단, 국립공원관리공단 등이 이전했고 국민연금공단과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등은 전북으로 옮겼다. 한국축산검역본부, 한국전력기술, 경북도청 등은 경북으로 이전한 바 있다. 조선업 불황 영향을 받은 울산(0.8%)과 경남(1.8%)은 사업체 종사자 수의 증가율이 가장 낮았다. 특히 현대중공업이 있는 울산 동구는 종사자 수가 1000명 감소했다.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이 있는 경남 거제시도 300명이 줄었다. 종사자 수가 가장 많은 자치구는 서울 강남구로 61만 9000명에 달했고 서초구와 중구가 뒤를 이었다. 시 중에서는 경기 성남시가 35만 6000명으로 가장 많고, 이어 창원시, 경기 수원시 순이었다. 사업체 종사자의 노동 이동은 전북(4.3%), 대전(4.0%), 광주(3.9%) 순으로 높았다. 건설업 종사자 비중이 높거나, 공공기관 이전 공사로 건설업 종사자가 일시적으로 증가한 지역에서 노동 이동이 활발했던 것으로 분석됐다. 고용부 관계자는 “경기가 둔화하면서 대부분 지역에서 구인이 줄어드는 등 고용시장이 별로 좋지 않다”고 말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홍수 발생한 北 함경북도 식량가격 2배 급등

    홍수 피해가 발생한 북한 함경북도 지역의 식량 가격이 수해 이전의 두 배 정도 올랐다고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이 22일 보도했다. RFA에 따르면 “회령시와 온성군 남양지구의 쌀과 옥수수 가격이 (수해 이전인) 지난 8월 말의 1㎏당 각각 4300원, 1000원대에서 현재 약 8000원, 2000원으로 올랐다”고 밝혔다. 쌀값이 오르면서 다른 물건 가격도 덩달아 상승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대북 소식에 밝은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는 RFA에 “(해당 지역의) 교통마비 현상이 매우 심하다. 철도와 자동차 길이 거의 막힌 상태이기 때문에 매일 소비해야 하는 식량이 잘 유통되지 않아 가격이 올랐다”면서 “수해가 발생한 지 약 20일이 지났지만 여전히 노동력과 장비 부족 등으로 피해 복구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앞으로 식량뿐 아니라 물 부족과 위생 문제 등도 확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유엔 산하 식량농업기구(FAO)는 북한의 올해 쌀수확량이 240만t으로 지난해보다 50만t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RFA는 FAO가 최근 공개한 보고서를 인용해 “올해 북한의 주요 곡창지대 날씨가 전반적으로 좋았다”고 전했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생활정책 Q&A] 사고 1년 6개월 뒤 장애판정 땐 장애연금 받아

    [생활정책 Q&A] 사고 1년 6개월 뒤 장애판정 땐 장애연금 받아

    질병을 얻거나 사고를 당해 신체적·정신적 장애를 입었다면 장애연금을 받을 수 있다. 장애로 인한 노동력 손실 정도에 따라 장애 등급(1~4급)이 결정되며 등급에 따라 받을 수 있는 급여도 다르다. 장애 1급은 기본연금액의 100%를 연금으로 받을 수 있으며 장애 4급은 기본연금의 225%에 해당하는 일시금을 받을 수 있다. 장애연금에 대한 궁금증을 문답으로 풀었다. Q. 교통사고로 장애를 입었는데 장애연금을 신청할 수 있나. A. 국민연금에 가입해 보험료를 내던 중 사고를 당했다면 사고와 관련한 장애가 완치된 이후 또는 첫 진료일로부터 1년 6개월이 지나고서 장애등급을 받았을 때 장애연금을 받을 수 있다. 오는 11월 30일부터는 현재 국민연금에 가입한 상태가 아니더라도 연금보험료를 낸 이력이 국민연금법 개정안의 ‘연금보험료 납부요건’을 충족하면 장애연금을 받을 수 있다. Q. 처음 장애 심사를 받았을 땐 등급 인정을 받지 못했는데, 상태가 악화했다면 장애연금을 받을 수 있나. A. 첫 심사 이후 장애가 악화했다면 장애등급 재심사를 신청해 등급 인정 시 장애연금을 받을 수 있다. Q. 산재보험에서 보상을 받았는데 장애연금도 받을 수 있나. A. 산재보험과 장애연금 모두 국가가 운영하는 공적보험이기 때문에 동일한 사유로 산업재해보상법상 보상을 받으면 국민연금 장애연금(또는 유족연금)은 2분의1 감액된 금액만 받을 수 있다. Q. 암으로 투병 중인데 장애연금을 받을 수 있나. A. 암으로 장애연금을 받으려면 국민연금 가입 중에 암 최초 진단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11월 30일부터는 국민연금 가입 중에 암이 발생하지 않아도 장애연금을 받을 수 있다. 암 환자는 최초 진료일로부터 1년 6개월이 지난 시점에 장애등급 판정을 받아 장애연금을 받을 수 있으며 말기 환자는 초진일로부터 6개월이 지난 시점에 장애 등급을 판정하고 판정 결과 장애 1등급에 해당하며 앞으로 호전될 가능성이 없으면 그 시점부터 장애연금을 받을 수 있다. Q. 장애등급 4급으로 장애일시보상금을 받았는데 노령연금도 받을 수 있나. A. 장애 4급으로 장애일시금을 받았어도 노령연금을 신청할 수 있다. 하지만 장애연금 지급 사유 발생일로부터 67개월이 지나기 전에 노령연금 수급 연령이 됐다면 둘 중 하나를 선택해 받아야 한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기아차 멕시코 공장 준공식 가보니…두마리 토끼 잡을까

    기아차 멕시코 공장 준공식 가보니…두마리 토끼 잡을까

     “멕시코 공장은 혁신적 디자인과 세계 최고 품질의 자동차를 생산해, 멕시코 시장뿐 아니라 세계 각국에 수출할 계획입니다.”  7일(현지시간) 멕시코 누에보레온주 페스케리아시에서 열린 기아차 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환영사에서 이렇게 밝히며 북미 및 중남미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이날 오전 미국 텍사스주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멕시코 북동부 누에보레온에 있는 멕시코의 제3의 도시 몬테레이 도심에서 자동차로 1시간쯤 떨어져 있는 페스케리아에 자리잡은 대규모 기아차 공장에 도착하자 정 회장을 비롯, 한국과 멕시코 양국에서 준공식에 참석하기 위해 공장을 찾은 인파로 북적였다.  기아차는 이날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의 생산 및 수출 주요 거점으로 급부상한 멕시코에 중국, 유럽, 미국에 이은 네 번째 해외 공장을 완공하고, 멕시코의 새 시장 개척과 미주 지역 공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해 본격적으로 나섰다. 일본과 미국, 유럽 자동차업체들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멕시코에 처음으로 세워진 기아차 공장이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준공식에는 정 회장과 일데폰소 구아하르도 비야레알 멕시코 경제부 장관, 하이메 로드리게스 칼데론 누에보레온 주지사, 미구엘 앙헬 로사노 뭉기아 페스케리아 시장 등 멕시코 정·관계 인사들과 전비호 주멕시코 대사, 이형근 기아차 부회장 등 기아차 임직원, 협력사 임직원, 멕시코 딜러 등 500여명이 참석했다. 정 회장은 공장 건설에 도움을 준 멕시코 정부 관계자들에게 감사를 전한 뒤 “멕시코 공장 준공식을 계기로 한국과 멕시코 양국 간 경제협력 관계가 더욱 돈독해지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에 비야레알 장관은 축사에서 “한국 속담인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기아차를 나타내는 문장이 아닐까 생각한다”며 “한국은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수 있는 나라이고, 이것이 전 세계를 연결할 수 있는 원동력이다. 기아차가 20년 후에도 많이 발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기아차는 2014년 8월 멕시코 공장 건설을 위한 투자 계약을 체결하고 같은 해 10월 40만대 규모의 공장 건설에 착공, 올해 5월부터 준중형차 K3(현지명 포르테) 생산을 시작으로 공장 가동을 시작했다. 335만㎡(약 101만평) 부지에 프레스와 차체, 도장, 의장공장 등 완성차 생산설비와 품질센터, 조립교육센터, 주행시험장 등 부대시설을 포함해 총 건평 20만㎡(약 6만평) 규모로 완공됐다. 특히 이 공장은 자동화 첨단 설비, 부품 공급 시스템 및 물류 인프라 개선 등 기아차의 공장 건설 노하우를 총동원한 것은 물론, 다양한 신기술 및 신공법을 적용해 최첨단 완성차 제조 환경을 구축한 것이 특징이다. 공장 인근 165만㎡(약 50만평) 부지에는 부품 협력사 10여개가 함께 진출해 최적의 물류 환경을 조성, 효율적 부품 공급 체계를 갖췄다. 기아차는 이 공장에서 올해 말까지 K3 10만대를 생산할 예정이며, 프라이드 후속(현지명 리오)의 현지화 모델 등을 추가해 연간 40만대까지 생산량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기아차 관계자는 “세계적 수준의 멕시코 공장의 시간당 생산대수는 68대로, 53초당 1대꼴로 K3을 생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아차의 멕시코 공장 설립은 글로벌 생존 및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전략적 선택의 결과라는 평가다. 멕시코 자동차 판매 시장은 2015년 기준 135만대로 중남미 2위로, 2020년에는 내수 175만대로 예상돼 잠재력이 매우 큰 시장으로 평가 받는다. 멕시코는 또 연간 자동차 생산량 340만대 수준으로 세계 7위, 중남미 1위의 자동차 생산국이자 세계 6위의 자동차 부품 제조 국가로 성장했다. 현재 닛산·GM·폭스바겐 등 일본과 미국, 유럽 업체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며 7월 현재 94%의 시장을 점유하고 있다. GM·포드·닛산·MBW 등은 이미 멕시코 공장을 가동 중이고 도요타 등도 새 공장 건설 계획을 발표, 시장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뒤늦게 뛰어든 기아차는 공장에서 생산되는 물량은 물론, 현지 생산량의 최대 10%에 달하는 국내 수출 물량도 현지 투자에 따라 무관세 혜택을 받게 돼 글로벌 업체들과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게 됐다. 박우열 멕시코 공장 구매실장(상무)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북미·남미 국가들과의 다양한 무역협정(FTA)을 통해 글로벌 시장 접근성이 뛰어난데다가 양질의 저렴한 노동력과 최고의 물류 기반 시설을 갖춘 멕시코 공장의 입지를 살려, 생산량의 20%는 멕시코 현지에서 판매하고 나머지 80%는 미주 지역을 중심으로 전 세계 80여개 국가에 수출할 예정”이라며 “올해 멕시코 시장에서 5만 5000대 판매, 시장 점유율 3.5%가 목표”라고 밝혔다.  페스케리아(멕시코)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비즈 in 비즈] 한류만 바라보다 ‘큰손’ 동남아 놓칠라

    [비즈 in 비즈] 한류만 바라보다 ‘큰손’ 동남아 놓칠라

    지난주 출장 일정으로 태국과 베트남을 다녀왔습니다. 4박 5일 동안 태국 방콕과 라용주(州), 베트남의 하노이와 하이즈엉 등을 방문했습니다. 하루에 4시간 이상씩 버스로 이동한 탓에 현지 분위기를 체험할 기회는 많지 않았지만, 도로 위의 자동차는 지겹도록 볼 수 있었습니다. 한류열풍이 어느 곳보다 높다는 동남아 도로 위에선 현대·기아차는 찾아보기가 힘들었습니다. 대신 도요타나 혼다, 닛산 등의 일본제 자동차가 거리를 점령하고 있었습니다. 실제 동남아 자동차 시장에서 일본 완성차 업체들의 점유율은 80%를 넘습니다. 이들이 단순히 영업을 잘해서 동남아 시장을 석권한 것일까요. 태국에 거주하고 있는 교민은 “일본 완성차 업체들은 1960년대부터 이곳에 생산공장을 건설하고 지역 주민들과 함께 성장하는 정책을 쓴다”면서 “2011년 대홍수가 났을 때 혼다가 수백억원의 손실을 감수하고 침수된 신차를 전량 폐기하기로 결정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말했습니다. 당시 혼다 태국 법인은 이 같은 손실을 감수한 배경에 대해 “수십년 동안 태국이 우리에게 준 수익에 비하면 이 같은 재해는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실제로 한류열풍이 사상 최고인 지금도 동남아에서 국가 선호도를 조사하면 여전히 한국은 일본에 밀린다는 것이 현지 교민의 말입니다. 태국과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들이 한류에 열광하고 있지만 수십년간 쌓아온 일본 기업의 신뢰를 넘기엔 우리나라 기업들이 아직 부족하다는 뜻일 겁니다. 동남아는 글로벌시장에서 가장 성장 가능성이 높은 시장으로 꼽힙니다. 베트남의 경우 전체 인구의 평균 연령이 28세에 불과할 정도로 젊은 나라입니다.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노동인구를 앞세워 베트남은 삼성전자를 비롯한 글로벌기업들의 생산기지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습니다. 이들 역시 수십년 안에 중국과 같은 거대 소비시장의 ‘큰손’으로 떠오를 날이 머지않았다는 말입니다. 국내 기업들 역시 동남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지만 현지에서 느껴지는 한국 기업들의 시장 공략은 한류열풍에 기댄 마케팅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국내 기업들이 동남아 국가를 단순히 값싼 노동력의 생산공장이 아니라 ‘미래시장’으로서 전략적이고 장기적인 접근을 하지 않는다면 한류열풍이 사그라지면서 한국산 제품들도 같이 사라질지도 모릅니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 “청년 일자리 고충에 책임감… 창업·직업훈련에 집중투자”

    “청년 일자리 고충에 책임감… 창업·직업훈련에 집중투자”

    황교안 국무총리는 5일 “내년엔 일자리 분야 예산을 대폭 확대해 집행하고 고용 성과를 높일 수 있는 창업 지원, 직업훈련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겠다”고 말했다. 황 총리는 이날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청년 일자리를 주제로 간담회를 열어 “올해 7월 청년실업률이 9.2%에 달하고, 일자리를 잡기 힘든 현실에 좌절감을 느끼는 청년들도 많아 책임감을 느낀다”며 이같이 밝혔다. 간담회에는 취업이나 창업을 준비하는 청년 40여명과 기업 관계자 등 60여명이 참석했다. 황 총리는 이어 “청년들의 교육·훈련과 채용이 연계될 수 있도록 대학과 기업이 공동으로 학생을 선발·교육해 채용하는 ‘사회 맞춤형 교육과정’을 확대하겠다”며 “교육 현장과 산업 현장에 국가직무능력표준(NCS)을 정착시켜 학벌과 스펙이 아닌 실력과 능력 중심의 채용을 확산해 창업교육·사업화·성장 등 창업의 전 과정을 패키지로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황 총리는 또 “중소기업도 청년들이 일하고 싶은 직장이 될 수 있도록 근무 환경을 개선하고 지원을 확대하겠다”며 “특히 청년들이 ‘열정페이’(청년들의 열정을 빌미로 노동력을 착취하는 행태)에 시달리지 않고 일을 통해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근무 여건을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청년 일자리 창출의 여력을 높이려면 우리 경제와 노동시장의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며 “정부는 조속한 시일 내에 노동개혁 입법을 완결하고 규제개혁을 통해 사물인터넷(IoT), 가상현실(VR) 등 유망산업의 일자리도 만들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송한수 기자 onekor@seoul.co.kr
  • [김욱동 창문을 열며] 농장과 공장사이

    [김욱동 창문을 열며] 농장과 공장사이

    우리말에 “‘어’ 다르고 ‘아’ 다르다”는 말이 있듯이 어떤 낱말은 모음 하나 차이로 뜻이 크게 달라진다. 자음도 마찬가지다. 가령 ‘농장’과 ‘공장’은 자음 ‘ㄱ’과 ‘ㄴ’밖에 다르지 않은데도 의미에서는 엄청난 차이가 난다. 사전에서는 농장을 농사지을 땅과 농기구·가축·노동력 따위를 갖추고 농업을 경영하는 곳이라고 정의한다. 밀 농장, 돼지 농장이니 하는 곳이 바로 그것이다. 공장은 원료나 재료를 가공해 물건을 만들어 내는 설비를 갖춘 곳이다. 한마디로 농장이 살아 있는 식물이나 동물을 기르는 곳이라면 공장은 생명이 없는 물건을 만들어 내는 곳이다. 최근 애완용 강아지를 대량 공급하는 이른바 ‘강아지 공장’에 대해 정부가 전수조사에 착수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강아지 공장의 동물 학대 문제가 논란이 되자 실태를 파악하겠다는 것이다. 얼마 전 농림축산식품부는 20마리 이상을 키우는 전국의 개 번식장 4천여 곳에 대해 석 달 동안 실태 조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농식품부는 조사에서 미신고 영업 같은 위법 행위가 발견되면 계도를 거쳐 벌금이나 과태료 부과 등 행정 조치를 취할 방침이라고 한다. 정부의 이번 조치는 얼마 전 방영된 한 공중파 TV 프로그램이 계기가 됐다. 전남의 한 개 번식장에서 개를 강제로 임신시키고, 수의사도 아닌 농장주가 마구잡이로 제왕절개를 하는 장면이 방송된 것이다. 이후 동물보호단체 등이 ‘강아지 공장 철폐 서명 운동’을 주도했고 무려 30만명 이상이 동참했다. 사정이 이 정도라면 강아지를 사육하는 ‘농장’이 아니라 차라리 만들어내는 ‘공장’이라고 불러야 마땅하다. 도대체 왜 강아지 공장이 생겨났을까. 두말할 나위 없이 소비자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인형이 어린이들이 갖고 노는 장난감이라면 강아지는 이제 어른들에게 반려동물로 사랑을 받는다. 최근 들어 우리나라에서도 반려동물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면서 길거리나 공원에 개를 데리고 산책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반려동물 인구가 무려 1천만명에 이른다. 한때는 보신탕용으로 개를 사육하더니 이제는 반려동물로 개를 사육하는 것이다. 반려용 개를 기르는 사람이 많다 보니 공급이 달리고, 공급이 달리다 보니 무리하게 공장에서 강아지를 생산해내는 것이다. 이왕 ‘강아지 공장’이라는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만 서양에서 개를 비롯한 동물을 생명체가 아닌 기계로 처음 간주한 사람은 다름 아닌 프랑스의 철학자 르네 데카르트였다. 근대 철학의 아버지인 데카르트는 소나 개 같은 동물한테는 인간과는 달리 영혼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의 이분법적 논리에 따르면 영혼이 없는 동물은 기계와 다름없다. 소는 우유를 만드는 기계일 뿐이고, 소가 ‘음매’ 하고 소리 내어 우는 것은 기계가 기능 장애를 일으켜 ‘끼익’ 하고 소리를 내는 것이다. 데카르트의 논리대로 한다면 개는 생명을 지닌 존재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인간의 친구가 되어 주는 인형 같은 존재일 뿐이다. 그러니 그의 관점에서 보면 강아지를 공장에서 만들어 내는 것은 하나도 이상하지 않고 오히려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만약 데카르트가 지금 문제가 된 ‘강아지 공장’ 이야기를 듣는다면, 기계를 공장에서 생산하지 그러면 농장에서 생산하느냐고 되레 따져 물을지도 모른다. 데카르트의 반대편에는 “신은 죽었다”고 부르짖은 19세기의 이단아 니체가 서 있다. 니체가 이탈리아 투린 지방을 여행할 때다. 호텔 문을 막 나선 니체는 마부가 채찍으로 말을 때리는 모습을 목격한다. 아무 말 없이 말에게 다가가 목덜미를 잡고 눈물을 흘린다. 그러더니 갑자기 땅바닥에 나뒹군다. 니체의 전기 작가들은 이 순간부터 니체가 정신착란을 일으키기 시작했다고 지적한다.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아마 마부한테 채찍을 맞는 말을 보고 눈물을 흘릴 리 없기 때문이다. 인류는 이제 데카르트 편에, 아니면 니체 편에 설 것인가 하는 갈림길에 놓여 있다. 하루가 다르게 지구상에서 생물이 사라지는 지금 답은 명약관화하다. 그 어느 때보다 생물 다양성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할 때다. 20대 국회의원들이 동물 보호를 넘어 동물 복지를 내세운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하니 여간 다행스럽지 않다.
  • [고전으로 여는 아침] 플라톤의 결혼 장려 법안/박경귀 국민대통합위원회 국민통합기획단장

    [고전으로 여는 아침] 플라톤의 결혼 장려 법안/박경귀 국민대통합위원회 국민통합기획단장

    출산율 저하와 고령화가 동반되면 경제활동 인구와 노동력의 감소로 인해 국민총생산이 위축된다. 게다가 고령 미취업자를 부양해야 할 청장년들의 어깨도 무거워진다. 현대 의학의 발달과 식생활의 개선으로 평균 기대 수명은 길어졌지만, 취업난과 자녀 양육의 어려움 때문에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면서 빚어지는 현상이다. 고대에는 어느 사회나 평균 수명은 낮았지만, 높은 출산율 덕택에 사회 전체적으로 젊은 연령대의 인구를 적정하게 유지할 수 있었다. 그래서 젊은이들에게 결혼을 장려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었다. 기원전 4세기 그리스 사회는 한때 낮은 출산율이 심각한 문제였던 모양이다. 27년간 지속된 펠로폰네소스전쟁(BC 431~404)의 여파로 수많은 청장년들이 전쟁터에서 목숨을 잃어서였는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플라톤(BC 427~347)은 대화편 ‘법률’에서 어떻게 하면 청년들의 결혼을 촉진시킬 수 있을지 고민했다. 그는 당시로는 매우 급진적인 결혼 장려 법안을 입안하고 이를 채택할 것을 권고했다. “개인은 30세가 되면 35세까지는 혼인을 할 것. 법에 복종하는 자는 벌을 받지 않고 자유로울 것이나, 반대로 불복하는 자는 해마다 얼마의 벌금으로 내게 하라. 독신 생활이 자신에게 이득과 편함을 가져다주리라고 생각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다. 또한 그 나라에서 젊은 연배의 사람들이 자신들보다 연장인 사람들을 그때마다 존경해 주는 그런 면도 누리지 못하게 하라.” 결혼을 못 한 청년들은 미혼도 억울한데, 벌금을 물고 불명예의 처벌까지 받는다면 부당하다고 여겼을 터. 플라톤은 왜 이렇게 터무니없어 보이는 법안을 입안했을까. 그런데 그의 입법 취지는 매우 설득적이다. “결혼을 통해 자녀를 낳는 일이 유한한 생명을 가진 인간이 영원히 사는 불사에 참여하는 경건한 일이며, 이런 책무를 수행하는 자만이 존경과 명예를 누릴 자격이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인류가 어떤 본성에 의해 불사성(不死性·athanasia)에 참여하는 방식이 결혼이며, 또한 모든 인간은 이에 대한 온갖 욕구를 선천적으로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플라톤은 후손을 낳는 것이 영생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신성한 의미를 부여했다. 플라톤의 결혼 장려 법안은 설득(peitho)과 강제력(bia)을 병행하고 있다. 플라톤의 이런 설득적 법안을 ‘이중적인 형식의 법’이라고 일컫는다. 플라톤의 법안은 이렇듯 꽤 진정성은 있었다. 하지만 이를 실행한 국가가 있었는지는 기록으로 확인되지 않는다. 어떻게 하면 청년들이 결혼에 적극적이게 만들 수 있을지 우리 사회도 고민이 깊다. 그래도 인구안정처 신설은 단견일 듯싶다. 강제력은 쓸 수 없는 노릇이고 호소력 있는 설득적 정책은 없을까.
  • 한국·북한·일본의 ‘경계인’ 재일조선인, 또 다른 이름 자이니치의 삶과 역사

    한국·북한·일본의 ‘경계인’ 재일조선인, 또 다른 이름 자이니치의 삶과 역사

    자이니치의 정신사/윤건차 지음/박진우 외 옮김/한겨레출판/ 928쪽/4만 5000원 재일조선인, 재일한국인, 재일동포, 재일교포 등의 용어가 일정한 정치성과 이데올로기성을 띠고 있는 반면 1970년대 후반부터 쓰이기 시작한 ‘자이니치’(在日)는 단지 ‘일본에 있다’는 뜻의 보통명사다. 한국, 북한, 일본 세 나라 어디에도 온전히 속하지 않는 경계인의 정체성을 내포하고 있다. ‘자이니치의 정신사’는 자이니치 2세이자 한·일 현대사상사 연구가인 윤건차 일본 가나가와 대학 명예교수가 온 삶을 걸고 쓴 역작으로, 자이니치의 삶과 역사에 대한 모든 것을 담고 있다. 엄밀히 말하면 재일조선인은 1945년 8월 15일 이후 일본에 잔류한 조선인을 의미하는 역사적 용어다. 하지만 그 출발은 근대 일본의 조선 침략과 식민지배이다. 1911년 2527명에 불과하던 재일조선인은 1945년 해방 당시 230만명으로 늘었다. 생계를 위해 밀항한 이부터 일본 본토의 노동력을 채우기 위해 강제 연행된 이까지 다양했다. 이들은 해방 이후 귀환을 서둘렀지만 결과적으로 60만~70만명이 일본에 남게 됐다. 저자의 경우 1930년 도일한 부모 밑에서 1944년 12월 태어나 다섯 살 무렵 귀환하려다 한국전쟁 발발로 무산돼 일본에 머물게 됐다. 이처럼 많은 재일조선인들은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시대의 격랑에 휩쓸려 내몰려지곤 했다. 책은 한국과 북한, 그리고 일본이라는 세 국가의 틈바구니에서 자이니치가 자신들의 아이덴티티를 구축하기 위해 어떻게 신음하고 고뇌해 왔으며 일본 사회에서 자신들의 지위를 확보하기 위해 어떻게 고군분투해 왔는지를 파헤치고 있다. 저자는 각종 학술자료와 200명이 넘는 사람들과의 인터뷰, 저자 본인의 이야기를 통해 자이니치의 역사를 총체적으로 다룬다. 책의 제목에는 ‘정신사’를 내세웠지만 내용은 재일조선인의 사상·정신의 문제에 그치지 않고 자이니치가 가지는 의미를 역사·정치·사회·문화·문학의 문제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고 깊이 있게 다루고 있다. 식민지 시기의 조선인, 해방 이후 점령 공간의 재일조선인, 조총련의 탄생과 민족갈등, 북한의 귀국사업과 한일조약에 이어 자이니치의 사상·사회운동사와 재일 문단, 자이니치와 결혼한 일본인 아내의 삶 등 여성·젠더 문제까지 다뤘다. 저자는 “일본 사회의 뿌리 깊은 차별적 체질과 남북 분단의 현실 앞에서 절대적 소수자인 자이니치의 문제는 여전히 미완의 이야기일 뿐”이라고 되뇐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국내 이자수익 2배 주는 베트남…금융, ‘포스트 차이나’에 홀렸다

    국내 이자수익 2배 주는 베트남…금융, ‘포스트 차이나’에 홀렸다

    # 베트남의 한국계 신발 생산공장에 근무하는 스물일곱 레티야타오는 최근 아버지 수술 문제로 쉽사리 잠에 들지 못했다. 월 500만동(49만원) 급여로는 5000만동에 이르는 수술비가 딴 나라 얘기만 같았다. 근근이 모았던 돈은 지난해 결혼을 하며 거의 써버렸다. 사채 시장도 알아봤지만 연이자가 50%가 넘어 엄두를 낼 수 없었다. 그러던 중 회사 노조 사무실에서 신한베트남은행 ‘현지근로자대출’(LEL·Loyal Employee Loan)을 알게 됐다. 급여의 10배까지 대출할 수 있고 24개월까지 나눠서 갚을 수 있는 조건이었다. 은행 방문 없이 월급날 자동 상환되는 점도 편리했다. 레티야타오는 대출을 받아 아버지 수술비에 보탤 수 있었다. # “호찌민에 가 보면 베트남에 투자를 안 할 수 없다. 여기저기서 땅을 파고 있고 세련된 건물들이 들어서고 있다.” 유망한 기업에 중·장기적으로 투자하기로 정평이 난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의 말이다. 그가 이번엔 베트남에 꽂혔다. 메리츠자산운용은 베트남 주식과 국공채 등에 분산 투자해 장기적으로 고수익을 추구하는 ‘메리츠베트남증권투자신탁’(메리츠베트남펀드)을 새달 5일부터 9일까지 판매한다. 10년간 환매하지 못하는 폐쇄형 구조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 신한·우리銀 잇단 진출 국내 금융사들이 베트남으로 몰려가고 있다. 국내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해외로 눈 돌린 지는 오래지만 유난히 ‘베트남 구애’는 끈질기고 뜨겁다. 신한은행은 지난 7월 베트남에 15번째 점포인 고밥지점을 열었다. 신한은행 베트남법인은 HSBC 등 글로벌 은행을 제치고 베트남 외국계 은행 중 순이익 기준 1위다. 간판 상품은 레티야타오도 이용한 LEL이다. LEL이란 은행이 거래 업체 중 유망기업과 협약을 맺고 노조를 통해 직원들에게 싼 금리로 대출을 해 주는 것이다. 은행 입장에서는 금리는 낮아도 현지에서 기반을 다지고 미래 고객을 선점한다는 이점이 있다. 신뢰는 실적으로 되돌아오고 있다. 신한은행은 이미 베트남 44곳 기업과 협약을 맺었고 대출 건수는 1만 7219건(2270만 달러)에 이른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신한은행 베트남 현지법인은 565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이런 신한의 아성에 우리은행이 도전장을 냈다. 우리은행은 지난 2일 베트남 법인 설립을 위한 가인가를 획득했다. 앞으로 외국계 기업으로 베트남 은행들과 경쟁하게 된다. 신용카드 시장 진출은 물론 모바일 플랫폼인 위비뱅크 마케팅도 한층 확대할 계획이다. BNK금융그룹 부산은행은 지방은행 가운데 최초로 지난 18일 베트남 호찌민에 지점을 열었다. ●증권업계 13곳 영업… 현지 기업 한국 상장추진도 증권업계도 잇따라 베트남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3월 말 기준 8개 증권사와 4개 자산운용사가 베트남에 진출해 있다. 현지법인과 사무소를 합쳐 모두 13곳이 영업 중이다. 중국(20개)과 홍콩(15개)에 이은 세 번째 규모다. 다른 해외 지점들은 줄어들고 있지만 베트남은 반대로 성장 추세다. 2008년 진출한 한국투자증권은 베트남에 진출한 증권사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2010년 현지 소형 증권사였던 EPS증권 지분 49%를 인수해 합작법인 KIS베트남을 설립했다. 2014년 지분을 92%까지 늘렸고 10위권 증권사로 키워냈다. 신한금융투자는 최근 베트남 시장에 뛰어들었다. 지난 2월 현지 증권사인 남안증권 지분을 100% 인수하는 방법으로 현지법인을 공식 출범했다. 호찌민에 현지법인을 세운 미래에셋증권은 30여명의 인력을 통해 5400억여원의 고객자산을 굴리고 있다. 현지 투자기회 발굴뿐 아니라 베트남 기업의 한국 상장 추진 등으로 업무 영역을 넓힐 예정이다. 자산운용사 중에서는 한국투자신탁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등이 현지 사무소를 두고 있다. ●최대 7% 성장률·저렴한 인건비 큰 매력 국내 금융사들의 유별난 베트남 사랑은 왜일까. 가장 큰 이유는 ‘성장성’에 있다. 금융권 속성상 돈이 되는 곳에 몰리는 것이다. 베트남은 최근 연평균 5~7%씩 성장하고 있다. 성장 속도가 빠른 데다 우리의 주요 수출시장이기도 하다. 중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7000달러 안팎인데 베트남은 2000달러 수준이다. 성장 가능성이 아직도 많이 남았다는 의미다. 김두언 하나금융투자 선임연구원은 “인건비도 중국의 3분의1 수준인 데다 도시화율이 30%밖에 안 돼서 앞으로 개발 가능성이 엄청나다”고 진단했다. 올해 투자자문사에서 자산운용사로 간판을 바꿔 단 피데스자산운용은 베트남 현지 사무소를 만든 지 벌써 10년째다. 2년 전 호찌민 사무소 근무를 시작한 김광혁 피데스자산운용 상무는 “불과 2년 사이에도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면서 “베트남 증권시장은 이제 막 커가는 시장으로 선진화 작업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고 앞으로도 꾸준한 성장이 예상돼 박스권에 갇힌 한국 증시의 대안으로 삼을 수 있다”고 기대했다. 이자 이익도 짭짤하다. 지난해 국내 은행권의 순이자마진(NIM)은 1.5% 수준이다. 반면 베트남(2.8%)은 2배 가까운 이득을 가져다 주고 있어 집중 공략대상이라는 게 은행권의 설명이다. 이행호 신한지주 글로벌전략팀 부부장은 “현지 은행의 연체율이 4~5%대인데 반해 신한 LEL대출 연체율은 0.4% 정도”라며 “특히 (베트남의) 금융거래 인구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정치 안정·외국인에게 개방적인 정책도 이점 정치·사회상도 우리나라와 ‘코드’가 맞다는 게 베트남 진출 금융사들의 얘기다. 공산당 1당 독재국이긴 하지만 집단지도 체제를 유지하는 까닭에 정책 변동성이 작은 것은 우리보다 더 강점이라고 한다. 외국인에게 호의적인 것은 물론 ‘한류’ 덕분에 한국에 대한 정서도 긍정적이다. 반중국 정서가 강한 것과는 대조된다. 베트남 증권당국은 지난해 말 베트남 기업 지분의 외국인 보유한도를 49%에서 100%로 올리기로 했다. 앞으로 5년간 500개 국영기업을 민영화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풍부한 노동력과 저렴한 인건비도 매력적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인구의 60%가 15~40세로 기업경영상 유리하고 여성 노동인력도 많다”면서 “우리나라와 비슷한 유교문화, 가족중심적 사고방식으로 한국 기업이 조기정착하는 데 유리하다”고 전했다. 금융이 낙후된 점도 우리에게는 희소식이다. 이행호 부부장은 “현지 금융과 비교해 한국 금융이 선진 시스템을 보유해 경쟁에서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 외국자본 절반이 한국돈… 불안정성 대비해야 ‘포스트 차이나’로서의 가능성을 점치는 의견도 적잖다. 우선 중국과 가까워 부품 조달에 유리하고 남중국해, 남태평양, 인도양에 접해 있어 물류 측면에서도 편리하다. 지난 10년간 중국에 투자하고 의지한 한국 입장에서는 중국의 성장 모멘텀이 깨진 상황에서 베트남을 대체 투자처로 바라볼 수 있다. 하지만 우려의 시선도 있다. 김두언 선임연구원은 “증시도, 환율도 다 좋은데 베트남에 들어간 돈 절반 가까이가 한국 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 영국 등은 정치적으로 꺼리고 일본은 이미 인도네시아에 자리를 잡았다”면서 “한국이 일시에 돈을 빼면 위기를 맞을 수 있는 만큼 금융시장 불안정성이 존재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송혜민 기자의 월드 why] 샥스핀·곰 발바닥 요리, ‘탐욕’이 만든 산해진미

    [송혜민 기자의 월드 why] 샥스핀·곰 발바닥 요리, ‘탐욕’이 만든 산해진미

    샥스핀과 송로버섯 논란이 거세다. 서민의 전기 누진세를 논하는 정치인들의 식탁은 풍요로움 그 자체였다. 샥스핀과 송로버섯이 식탁에 오른 요리의 재료로 쓰였다는 소식이 전 국민의 분노를 자아낸 것은 그 희소가치와 무시무시한 가격 탓이 크지만, 여기에는 보다 복잡한 ‘인류의 문제’가 숨어 있다. 음식은 인류의 역사와 궤를 함께해 왔다. 보다 더 감미롭고 독특한 식감 혹은 불로장생을 원하는 인류의 욕심은 무분별한 사냥으로 이어졌고 결국 숱한 동식물이 멸종됐거나 멸종 위기에 처했다. 샥스핀이 식탁에 오른 것을 단순히 가격 때문이라고만 비난하는 것은 반쪽짜리 지적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동시에 일부 사람들은 ´달콤한’ 각종 음식 때문에 다양한 착취에 시달리기도 한다. 음식과 탐욕, 동물, 그리고 인간의 복잡한 관계는 어쩌면 떼려야 뗄 수 없는 샴쌍둥이를 떠오르게 한다. 식구가 많은 집에서 더 많은 음식이 소비되는 것은 당연지사다. 식탁에 오르는 음식과 관련한 주제에 중국이 항상 앞서는 이유다. 항간에는 중국이 좋아하면 씨가 마른다는 말이 있다. 중국에서는 포유동물인 천산갑의 비늘이 종기나 월경불순, 지혈 등에 효과적이라고 믿어 무분별하게 사냥이 이어졌다.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은 공식적으로 천산갑을 가장 심각한 위기 종으로 분류했지만 ‘천산갑 사랑’은 쉬이 사그라지지 않았다. ●인간의 탐욕으로 죽어 가는 동물들 곰 요리, 특히 곰 발바닥 요리는 예로부터 ‘산해진미’로 분류돼 중국인들의 사랑을 듬뿍 받아 왔다. 실제 맹자가 “곰 발바닥도 먹고 싶고 물고기도 먹고 싶지만, 하나를 고르라면 곰 발바닥을 먹겠다”라고 말했을 정도로 진미(眞味)라는 것. 하지만 지나친 ‘곰 발바닥 사랑’은 결국 밀렵과 밀거래로 이어졌고, 중국은 야생 흑곰을 국가 2급 보호동물로 지정해 ‘강제 보호’를 시작해야 했다. 역시 중국이 멸종위기 동물로 보호하는 야생 호랑이는 특히 정력에 효능이 있고, 호랑이 뼈로 만든 술은 독특한 풍미를 자랑한다는 소문이 돌면서 현재까지도 꾸준히 밀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에 문제가 된 상어 지느러미 즉 샥스핀도 중국의 고급 식재료료 취급되며 상어의 지나친 포획을 야기, 결국 상어 역시 멸종위기에 몰렸다. 중국이 좋아하면 씨가 마른다는 항설이 사실로 입증된 셈이다. 탐욕으로 동물을 멸종시키고 있는 곳이 비단 중국뿐일까. 일본에서는 고래가, 동남아시아에서는 원숭이와 오랑우탄이, 한국에서는 토종 구렁이 등이 무분별한 밀렵과 사냥으로 멸종위기에 놓여 있다. 먹을 것을 향한 인간의 욕망으로 끔찍한 현실에 처한 것은 동물뿐만이 아니다. 대표적으로 초콜릿과 커피는 현대 인류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식품으로 꼽히지만 여기에는 남녀노소를 불문한 세계 최하위 계층의 눈물이 섞여 있다. ●초콜릿·커피… 착취되는 인간의 노동 달콤한 초콜릿이 17세기 이후 서유럽에서 인기를 모으면서 카카오 열매 수요가 급증했다. 이를 주목한 에스파냐 상인들은 카카오를 전문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농장을 만들려던 중 베네수엘라를 찾았고, 원주민과 아프리카로부터 데려온 흑인 노예 등 값싼 노동력으로 카카오 플랜테이션을 만들었다. 당시 이곳에 투입된 흑인 노예만 20만명에 이른다. 커피도 만만치 않다. 말 그대로 ‘밥 먹듯’ 사 마시는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숍의 아메리카노 한 잔 가격은 평균 약 4000원인데, 이 중 소규모 커피 농가에 돌아가는 몫은 고작 0.5%인 20원 정도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이를 유통하는 다국적 기업과 중간거래상들이 가져간다. 불공정한 무역거래의 표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본주의는 음식에 대한 인간의 탐욕에 거름이 됐고, 무럭무럭 자라난 식탐은 힘의 논리와 거리가 먼 사람들에게 독이 됐다. ●‘식탐’이 만든 전쟁 이미 전 세계에서는 밀렵 및 야생동물 불법 포획과의 전쟁이 한창이다. 멸종위기 동물을 죽여 밀수출·밀반입해 돈을 버는 사람들과 이를 적발하려는 각국과 단체의 노력도 끊이지 않는다. 하얏트와 힐튼, 메리어트 등 유명 호텔 체인은 샥스핀 요리를 금지하겠다고 밝혔고,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역시 “정부 공식 행사에서 샥스핀을 금지한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인간이 식탐을 채우는 과정에서 동물들이 멸종하는 것도 모자라 채취 과정에서 발생하는 동물 학대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멧새의 일종인 ‘오르톨랑’을 두고 동물보호단체와 요리사들 간에 ‘전쟁’이 인 바 있다. 프랑스 전통 미식으로 꼽히는 오르톨랑 요리는 무분별한 포획으로 개체가 부족해지자 프랑스 당국이 1999년부터 오툴랑 식용을 금지했다. 하지만 2014년 프랑스 요리사들은 개체수가 상당 부분 회복됐다고 여기고 오르톨랑 식용을 허용하자고 주장했다. 동물보호단체가 이를 반대한 것은 개체수 보호뿐만 아니라 잔인한 요리 방법 때문이다. 오르톨랑의 시력을 잃게 한 뒤 새장에 가둬 모이를 먹이고, 앞이 보이지 않아 평소보다 많이 먹어 살이 오른 오르톨랑을 잡아먹는 것이다. 미식가들은 요리된 오르톨랑의 머리만 남기고 몸통을 통째로 먹는다. ‘불화의 사과’라는 속담이 있다. 그리스 신화에서 유래한 음식 관련 속담인데, ‘분쟁의 씨앗’을 뜻한다. 별미를 맛보고 싶은 혹은 부(富)를 자랑하고픈 인간의 욕심은 결국 인간과 동물 사이에서 ‘불화의 사과’가 되고 말았다. 분쟁의 씨앗은 결국 독을 품은 열매로 자랄 것이다. 그리고 이 전쟁이 끝나지 않는다면 독이 든 열매를 먹는 것은 결국 인간이 될 것이라는 사실은 불 보듯 뻔하다. huimin021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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