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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中·EU의 변화와 우리의 과제/임상규 과학기술부 차관

    최근 우리 경제를 둘러싼 환경에 두가지 큰 변화가 있었다.하나는 ‘세계의 공장’ 중국이 경제긴축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이고,다른 하나는 동구권 10개국의 가입으로 유럽연합(EU)이 미국에 버금가는 대규모 경제권으로 등장한 것이다. 이런 변화에 대해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을 줄이고 수출선을 다변화해야 한다.’거나,‘동구 유럽국가들을 전초기지로 삼아 유럽에 대한 수출을 확대해야 한다.’는 등 경제계를 중심으로 여러 가지 대책들이 논의되고 있다.그러나 이런 변화는 앞으로 우리나라가 더욱 치열한 국제 경쟁에 직면하게 될 것임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보다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우선,중국이 경제긴축정책을 표방하는 것은 단지 경기과열을 진정시키려는 소극적인 목적이 아니라,경제 구조를 튼튼히 해 지속적인 성장을 추구하려는 적극적인 성장정책의 일환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중국은 ‘세계의 공장’에 머무르지 않고 ‘세계의 기술·개발(R&D) 기지’로 발전해 나가려 하고 있으며,이미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고 있다.상하이에 입주해 있는 세계적인 기업의 R&D센터만 101개에 달하며,한 해 이공계 대학 입학정원이 100만명에 이를 정도로 인적 자원도 풍부하다.이를 바탕으로 중국은 IT,전자,철강,자동차 등 우리가 강점을 지니고 있는 분야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현재 3∼7년 정도인 우리와의 기술격차도 곧 만회할 것으로 예상된다.이런 사실은 앞으로 우리가 중국 내수시장에서뿐만 아니라 세계 시장에서 중국을 상대로 경쟁해야 함을 의미한다.즉 중국 경제의 긴축에 따른 당장의 수출 감소가 문제가 아니라 중국에 대한 우리의 기술경쟁력 우위를 어떻게 유지해 나갈 것인가가 보다 절실한 과제인 것이다. EU의 확대가 우리에게 요구하고 있는 변화도 마찬가지다.EU의 확대는 소비시장의 확대라는 측면도 있지만,그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유럽의 선진 기업들이 서구의 뛰어난 기술력과 동구의 값싼 노동력을 결합하여 전반적인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높은 임금과 경직된 노동시장 때문에 고전하던 유럽 기업들이 동구를 생산 거점으로 글로벌 생산체제를 구축한다면 우리의 기업들은 한층 치열한 경쟁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최고의 기술경쟁력을 갖추지 못하고서는 세계 무대에서 살아남기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과학기술 중심사회 구축을 최우선 과제로 국가 과학기술 체제 혁신과 차세대 성장동력 발굴에 매진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치열한 국제 경쟁에서 승리하고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과학기술 경쟁력을 높이는 것만이 가장 확실하고 유일한 해법인 것이다.중국이 80년대 초부터 추진해온 ‘科敎興國’전략을 통해 거대한 용으로 부활했듯이 우리나라도 과학기술에 대한 집중 투자를 통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특히,국가 규모나 자원적인 측면에서 불리한 우리로서는 연구개발의 효율성을 제고하여 한정된 자원의 최대의 효율을 얻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이를 위해서는 연구개발사업에 대한 종합 조정을 통해 중복투자를 방지하고 국가 전략적 목표에 따라 예산을 배분하는 시스템을 갖추어 나가야 할 것이다.도약이냐 후퇴냐의 기로에 서있는 우리로서는 모든 역량을 결집하여 미래를 준비하고 이러한 노력이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효율적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가장 절실한 과제이다. 임상규 과학기술부 차관˝
  • [조정래의 세상보기] 南과 北 두 정상의 역사적 책무

    한달 임금 단돈 56달러.1달러당 1200원으로 쳐도 6만 7200원밖에 안 된다.이건 수만리 밖 아프리카 어느 빈국의 이야기가 아니다.서울에서 백리가 조금 넘는가 어쩌는가 하는 개성 공업단지의 이야기다.남과 북이 평화통일을 이룩해나갈 긴 도정에서 상호신뢰의 첫 결실로 만든 것이 개성의 공업단지다.그리고,거기서 일할 북쪽 근로자들에게 지급할 임금을 남과 북은 한 달에 56달러로 합의한 것이다. 한 달 임금이 56달러…? 믿을 수가 없었다.560달러가 잘못 인쇄된 게 아닐까…? 그러나 모든 신문은 분명 56달러로 적고 있었다.그래서 더욱 믿을 수가 없었다.56달러,6만 7200원이면 남쪽 부자들이 일류호텔에서 아무 거리낌없이 먹어치우는 한끼 밥값도 아닌,그 절반밖에 안 되는 돈이다.그런 돈이 북쪽에서는 노동자들의 한 달 임금이라니.아니,북쪽 노동자들은 그 돈을 전부 갖는 것도 아닐 것이다.사회주의 경제구조 속에서 국가적 통제가 있을 게 아닌가. 그럼,정작 노동자들이 받는 돈은 얼마일까….그,답을 얻을 수 없는 의문 앞에서 가슴이 저리고 쓰라렸다.남쪽 사람 그 누구인들 이 사실 앞에서 마음이 편하랴.그런 돈에도 노동력을 팔아야 하는 사람들은 우리와 아무 상관도 없는 머나먼 나라 사람들이 아니라 5000년 동안 함께 살아온 우리의 동포다.그들은 우리와 말이 같고,풍습이 같고,생김이 같은 형제다.다만 역사 격랑기에 이데올로기의 선택이 달라 민족국가를 세우지 못하고 나뉘었을 뿐이다.우리는 확인하지 않았는가,지난 아시안게임 때.북쪽의 ‘이쁜이응원단’ 과 남쪽의 시민들이 처음의 생경함과 서먹함에서 벗어나 한집안 혈육 같은 정으로 어우러지는 데는 단 사흘이 걸리지 않았던 것을.50년이 넘도록 양쪽에서 쌓아올린 정치적 이념의 벽은 동포라는 혈족애 앞에서는 그리도 무력하게 무너지고 말았다.남쪽 총각은 응원단 버스를 향해 결혼하자고 외치며 이름이 뭐냐고 물었고,응원단 처녀는 곱고도 부끄럽게 웃으며 차창에 ‘순이’라고 썼다.북쪽 선수단 300여명을 남쪽 국민들의 세금으로 초청한 것이 화해와 화합의 작은 결실이었다면,남남북녀가 하나가 되고 싶어하는 그 지순한 감정의 교류는 민족 통일로 가는 넓고 큰 강이면서,우리가 왜 통일을 해야 하는가를 밝혀주는 너무 자명하고도 자연스러운 응답이다. 지금 개성 공단에 입주하고 싶어하는 남쪽 기업들의 경쟁은 치열하다.어림이지만,경쟁률이 1000대 1이 넘을 거라고 한다.이유는 간단하다.임금 56달러가 보장하는 막대한 이윤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의 조사에 따르면 앞으로 2∼3년 안에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85%가 중국으로 공장을 옮길 작정이라고 한다.중국은 땅이 넓은 만큼 지역에 따라 임금의 차이가 많지만,상하이를 비롯한 대도시들과 정밀 고급기술자들의 임금은 이미 600달러도 넘었다는 것이다.북쪽 임금 56달러의 10배다.그런데도 한국의 기업들은 서로 앞다퉈 중국으로 옮겨가려 하고 있다.왜냐하면 중국의 인건비가 계속 오르고 있지만 그래도 국내보다는 싸서 안정된 이익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전역의 평균 임금이 북쪽 임금 56달러의 5배라고 치자.그리고,앞으로 2∼3년 동안에 우리나라 중소기업 85%가 중국으로 옮겨가면 그 공장들에 채용될 중국 근로자들은 얼마일 것이며,그들에게 지급될 임금 총액은 도대체 얼마일까? 한두 해가 아니니 그 액수는 계산하기 어렵게 막대할 것이다. 이 대목에서 한 가지 공상을 하지 않을 수 없다.그 기업들을 중국이 아닌 북쪽으로 옮기면 어떨까? 그리되면 남과 북에 동시에 일어나는 경제적 실효가 얼마나 클지는 더 말할 것이 없다.북쪽에서는 엄청난 고용창출이 일어나게 되고,남쪽에서는 인건비 한 가지만으로도 5배의 이익을 얻게 된다.그뿐만 아니라 서로 말이 자유롭게 소통되어 작업능률이 배가 된다.또,손끝솜씨 뛰어난 같은 민족으로서 다른 나라 사람들에 비해 숙련속도가 빨라 생산력이 극대화된다.더 나아가 민족동질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상호신뢰를 뿌리깊게 할 수 있다.그건 다름아닌 통일의 대로를 닦아 나아가는 바탕이다. 그렇게 되려면 무슨 방법이 있을까.그건 간단하다.새로운 개성 공단을 10개쯤 더 만들어내면 된다.교통이 편리하고,북쪽 체제보장에 아무 탈이 없도록 서해안쪽에 5개쯤,그리고 동해안쪽에 5개쯤 새로 만들면 그 얼마나 좋겠는가.그 일의 성취는 북쪽의 경제난을 극복할 수 있는 첩경이 될 것이며,남쪽에서는 GNP가 2만달러로 도약하는 결정적인 탄력을 받게 될 것이다.그리고 그 경제협력은 서로의 통일비용을 줄여가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이 공상은 공상이기만 한가? 결코 그렇지 않다.6·15 공동선언이 나오기 직전까지 그런 일을 기대하는 것은 허황된 공상이었다.그러나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그 선언을 하는 것을 계기로 분단 한반도의 역사현실은 크게 달라졌다.갈등과 대결의 분단역사에서 화해와 협력의 통일역사로 대전환을 한 것이다.이 역사의 대전환은 그 누구도 뒤집을 수도 거역할 수도 없다.공상을 현실화시키는 것,그것이 뛰어난 정치술이다.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는 것,그것이 탁월한 정치능력이다. 6·15 공동선언까지가 어려웠지,그 길이 열렸으니 이제 못할 일이 무엇이 있는가.6·15 공동선언을 실현시켜 가기 위해서는 강철보다 강하고 바다보다 깊은 상호신뢰가 이루어져야 한다.서로에 대한 믿음이 확고해지는 것,그건 상호불가침조약을 체결하고,평화공존을 제도화하는 것이다.그리되면 새 개성공단은 단숨에 10개 아니라 20개도 생겨날 수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머지않아 탄핵의 사슬에서 벗어나게 될 것이다.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새롭게 시작하는 노무현 대통령을 맞이하는 첫 번째 일로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하기를 권고한다.통일민족사의 지평 위에서 두 정상이 마주앉아 상호불가침조약을 체결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중학생들까지도 다 안다.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주변 4강이 우리의 통일을 원치 않는다는 것을,그 해답의 열쇠는 ‘우리들 자신’이 쥐고 있으며,그 역사의 책무 앞에 두 정상은 서있다. 작가·동국대 석좌교수˝
  • [조정래의 세상보기] 南과 北 두 정상의 역사적 책무

    한달 임금 단돈 56달러.1달러당 1200원으로 쳐도 6만 7200원밖에 안 된다.이건 수만리 밖 아프리카 어느 빈국의 이야기가 아니다.서울에서 백리가 조금 넘는가 어쩌는가 하는 개성 공업단지의 이야기다.남과 북이 평화통일을 이룩해나갈 긴 도정에서 상호신뢰의 첫 결실로 만든 것이 개성의 공업단지다.그리고,거기서 일할 북쪽 근로자들에게 지급할 임금을 남과 북은 한 달에 56달러로 합의한 것이다. 한 달 임금이 56달러…? 믿을 수가 없었다.560달러가 잘못 인쇄된 게 아닐까…? 그러나 모든 신문은 분명 56달러로 적고 있었다.그래서 더욱 믿을 수가 없었다.56달러,6만 7200원이면 남쪽 부자들이 일류호텔에서 아무 거리낌없이 먹어치우는 한끼 밥값도 아닌,그 절반밖에 안 되는 돈이다.그런 돈이 북쪽에서는 노동자들의 한 달 임금이라니.아니,북쪽 노동자들은 그 돈을 전부 갖는 것도 아닐 것이다.사회주의 경제구조 속에서 국가적 통제가 있을 게 아닌가. 그럼,정작 노동자들이 받는 돈은 얼마일까….그,답을 얻을 수 없는 의문 앞에서 가슴이 저리고 쓰라렸다.남쪽 사람 그 누구인들 이 사실 앞에서 마음이 편하랴.그런 돈에도 노동력을 팔아야 하는 사람들은 우리와 아무 상관도 없는 머나먼 나라 사람들이 아니라 5000년 동안 함께 살아온 우리의 동포다.그들은 우리와 말이 같고,풍습이 같고,생김이 같은 형제다.다만 역사 격랑기에 이데올로기의 선택이 달라 민족국가를 세우지 못하고 나뉘었을 뿐이다.우리는 확인하지 않았는가,지난 아시안게임 때.북쪽의 ‘이쁜이응원단’ 과 남쪽의 시민들이 처음의 생경함과 서먹함에서 벗어나 한집안 혈육 같은 정으로 어우러지는 데는 단 사흘이 걸리지 않았던 것을.50년이 넘도록 양쪽에서 쌓아올린 정치적 이념의 벽은 동포라는 혈족애 앞에서는 그리도 무력하게 무너지고 말았다.남쪽 총각은 응원단 버스를 향해 결혼하자고 외치며 이름이 뭐냐고 물었고,응원단 처녀는 곱고도 부끄럽게 웃으며 차창에 ‘순이’라고 썼다.북쪽 선수단 300여명을 남쪽 국민들의 세금으로 초청한 것이 화해와 화합의 작은 결실이었다면,남남북녀가 하나가 되고 싶어하는 그 지순한 감정의 교류는 민족 통일로 가는 넓고 큰 강이면서,우리가 왜 통일을 해야 하는가를 밝혀주는 너무 자명하고도 자연스러운 응답이다. 지금 개성 공단에 입주하고 싶어하는 남쪽 기업들의 경쟁은 치열하다.어림이지만,경쟁률이 1000대 1이 넘을 거라고 한다.이유는 간단하다.임금 56달러가 보장하는 막대한 이윤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의 조사에 따르면 앞으로 2∼3년 안에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85%가 중국으로 공장을 옮길 작정이라고 한다.중국은 땅이 넓은 만큼 지역에 따라 임금의 차이가 많지만,상하이를 비롯한 대도시들과 정밀 고급기술자들의 임금은 이미 600달러도 넘었다는 것이다.북쪽 임금 56달러의 10배다.그런데도 한국의 기업들은 서로 앞다퉈 중국으로 옮겨가려 하고 있다.왜냐하면 중국의 인건비가 계속 오르고 있지만 그래도 국내보다는 싸서 안정된 이익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전역의 평균 임금이 북쪽 임금 56달러의 5배라고 치자.그리고,앞으로 2∼3년 동안에 우리나라 중소기업 85%가 중국으로 옮겨가면 그 공장들에 채용될 중국 근로자들은 얼마일 것이며,그들에게 지급될 임금 총액은 도대체 얼마일까? 한두 해가 아니니 그 액수는 계산하기 어렵게 막대할 것이다. 이 대목에서 한 가지 공상을 하지 않을 수 없다.그 기업들을 중국이 아닌 북쪽으로 옮기면 어떨까? 그리되면 남과 북에 동시에 일어나는 경제적 실효가 얼마나 클지는 더 말할 것이 없다.북쪽에서는 엄청난 고용창출이 일어나게 되고,남쪽에서는 인건비 한 가지만으로도 5배의 이익을 얻게 된다.그뿐만 아니라 서로 말이 자유롭게 소통되어 작업능률이 배가 된다.또,손끝솜씨 뛰어난 같은 민족으로서 다른 나라 사람들에 비해 숙련속도가 빨라 생산력이 극대화된다.더 나아가 민족동질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상호신뢰를 뿌리깊게 할 수 있다.그건 다름아닌 통일의 대로를 닦아 나아가는 바탕이다. 그렇게 되려면 무슨 방법이 있을까.그건 간단하다.새로운 개성 공단을 10개쯤 더 만들어내면 된다.교통이 편리하고,북쪽 체제보장에 아무 탈이 없도록 서해안쪽에 5개쯤,그리고 동해안쪽에 5개쯤 새로 만들면 그 얼마나 좋겠는가.그 일의 성취는 북쪽의 경제난을 극복할 수 있는 첩경이 될 것이며,남쪽에서는 GNP가 2만달러로 도약하는 결정적인 탄력을 받게 될 것이다.그리고 그 경제협력은 서로의 통일비용을 줄여가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이 공상은 공상이기만 한가? 결코 그렇지 않다.6·15 공동선언이 나오기 직전까지 그런 일을 기대하는 것은 허황된 공상이었다.그러나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그 선언을 하는 것을 계기로 분단 한반도의 역사현실은 크게 달라졌다.갈등과 대결의 분단역사에서 화해와 협력의 통일역사로 대전환을 한 것이다.이 역사의 대전환은 그 누구도 뒤집을 수도 거역할 수도 없다.공상을 현실화시키는 것,그것이 뛰어난 정치술이다.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는 것,그것이 탁월한 정치능력이다. 6·15 공동선언까지가 어려웠지,그 길이 열렸으니 이제 못할 일이 무엇이 있는가.6·15 공동선언을 실현시켜 가기 위해서는 강철보다 강하고 바다보다 깊은 상호신뢰가 이루어져야 한다.서로에 대한 믿음이 확고해지는 것,그건 상호불가침조약을 체결하고,평화공존을 제도화하는 것이다.그리되면 새 개성공단은 단숨에 10개 아니라 20개도 생겨날 수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머지않아 탄핵의 사슬에서 벗어나게 될 것이다.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새롭게 시작하는 노무현 대통령을 맞이하는 첫 번째 일로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하기를 권고한다.통일민족사의 지평 위에서 두 정상이 마주앉아 상호불가침조약을 체결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중학생들까지도 다 안다.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주변 4강이 우리의 통일을 원치 않는다는 것을,그 해답의 열쇠는 ‘우리들 자신’이 쥐고 있으며,그 역사의 책무 앞에 두 정상은 서있다. 작가·동국대 석좌교수
  • 하루 의원도 月100만원 연금

    17대 국회의원 299명이 탄생한 상황에서 16대 국회의원 당선자가 다음주 나온다.주인공은 민주당의 안희옥(64) 비례대표 후보.그는 같은 당 박종완 의원이 6·5 충주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위해 의원직을 사퇴함에 따라 비례대표 의원직을 승계하게 된다.그의 남은 임기는 10여일. 단 한번 제대로 된 의정활동을 하지 못하고 국회 본회의장에 설 기회도 없지만 그는 내년부터 사망할 때까지 전직 의원,즉 헌정회원 자격으로 매월 100만원씩을 지급받게 된다.이 돈은 국고에서 나간다. ●16년간 1000억원 지급 전직 국회의원 모임인 헌정회의 허술한 품위유지비 지급 규정으로 적지 않은 국고가 새고 있다. 헌정회는 지난 1988년부터 매월 65세 이상 전직 국회의원들에게 ‘품위유지비’ 명목으로 일종의 생활보조금을 지급해 오고 있다.이 돈은 전액 정부 예산의 국고보조금 속에 계상돼 있다.시행 당시 20만원으로 시작해 몇 차례 인상돼 2001년부터 80만원을 지급해 오다 올들어 100만원으로 올렸다.전직 의원 1명당 연간 1200만원이 지급되는 것이다. 현재 이 품위유지비를 지급받는 전직 의원은 전체 헌정회원 894명 가운데 637명이다.이들 외에 이번 17대 총선에서 낙선 또는 불출마한 현역의원 중에도 65세 이상된 71명이 새달부터 매월 100만원씩 지급받게 된다.이에 따라 이들에게 지급될 국고지원액만도 연간 85억원에 이를 전망이다.16년간 지급된 총액만도 1000억원을 웃돌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이들 중에는 안 후보처럼 짧은 임기로 의정활동을 제대로 못한 인사나 심지어 범법자까지도 포함돼 있다.헌정회 정관에 선거무효나 당선무효 판결을 받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단 하루짜리 국회의원이더라도 품위유지비를 지급하도록 규정돼 있는 것이다.16대 국회에서 뒤늦게 의원직을 승계,의정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한 인사는 안씨를 포함,지난해 11월 이후 13명이나 된다. ●숨어 있는 전직 의원 연금 전직 의원들에게 이처럼 평생 생활보조금이 꼬박꼬박 지급되는 사실을 아는 국민은 많지 않다.국회의원들은 물론이고 국가재정을 편성,집행하는 기획예산처조차 실태파악이 제대로 안돼 있다.국회가 관련 규정을 숨겨 놓은 때문이다.국회법 등 관계법령 어디에도 관련 조항이 없다.다만 대한민국헌정회육성법 2조에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는 헌정회에…보조금을 교부할 수 있다.”고만 돼 있다.지급액이나 지급대상 등은 헌정회 정관에 규정돼 있고,이 정관은 헌정회 이사회의 의결로 개정할 수 있다.국회는 헌정회측이 지급액을 인상한 보조금 요구안을 제출하면 그대로 예산안에 반영하고 정부는 국고에서 이를 지급하는 관행이 이어져 오고 있다. 김재영 헌정회 사무총장은 6일 “당초 전직의원 가운데 생활이 어렵거나 병상에 계신 분들을 위해 도입된 제도”라며 “일본 등 40여개국이 의원연금제도를 시행하고 있으나 우리는 도입되지 않은 만큼 헌정회 차원의 생계보조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회원 894명 가운데 80세 이상이 141명,70세 이상이 322명으로 이들 대부분이 고령에 따른 노동력 상실과 질환으로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헌정회측은 4·15총선을 전후해 국회의원 특혜 논란이 확산되자 뒤늦게 정관을 개정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김 총장도 “턱없이 짧은 의정활동 등 문제점이 있는 만큼 재임기간을 대상기준에 포함하는 등의 보완책을 상반기 안에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진경호기자 jade@seoul.co.kr˝
  • NYT ‘중국을 위한 기도문’

    |워싱턴 백문일특파원|뉴욕타임스의 저명한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이 2일자로 중국의 긴축정책을 주제로,‘기도합시다.’라는 특이한 제목의 칼럼을 기고했다.중국경제의 위력을 역설적으로 웅변하는 이 칼럼에서 그는 각국의 주요 지도자들이 잠자리에 들기 전에 다음과 같은 기도문을 외워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중국의 지도자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이 건강하고 안정을 유지하도록 하소서.전 세계에 걸쳐 붕괴가 있기 전에 그가 착실하고 면밀하게 중국의 금융체제를 개혁하고 과다한 부실채권과 부패를 제거하도록 보살피소서.중국이 수입을 전격 중단하고 수출에만 열을 내는,침체에 빠지지 않고 과열된 중국경제를 냉각시키도록 그에게 지혜를 주옵소서.” 그는 중국의 값싼 노동력과 왕성한 원자재 수요,지난해에만 500억달러가 넘을 정도의 외자유치,부상하는 중산층 등 때문에 전 세계가 중국에 코가 꿰였다고 말했다.그럴수록 세계는 중국의 지체하는 불안정을 견디기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했다.만약 중국의 거품이 터지면 전 세계의 붕괴가 시작될 것이며 따라서 중국의 지도자들이 붕괴없이 경제를 진정시키도록 기원한다며 그의 기도를 이어갔다. “최근 수년간 중국의 지도자를 베이징의 ‘도살자들(Butchers)’로 부른 것을 용서하소서.그럴 의도가 없었으며 우리는 베이징의 ‘은행가들(Bankers)’로 말하려고 했나니,이는 그들의 경제가 아시아 전 지역의 성장을 부추기고 일본을 떠받치며 모든 곳으로부터의 수입을 빨아들이기 때문입니다.중국의 지도자들은 120살까지 살고 그들이 사는 동안 매년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9%의 성장을 누리도록 하소서.아멘.” 그는 노무라 연구소의 선임 경제학자 리처드 구를 인용,“중국 지도자들이 세계 경제의 균형을 잘 이해하고 있다.”는 시각이 있는 반면,“중국의 급성장은 지방 분권화와 지방정부의 경쟁적 외자유치에 기인했기 때문에 중앙정부가 이를 얼마나 통제할 지 분명치 않다.”는 분석도 있다고 말했다. mip@˝
  • [北 용천참사] 소학교학생 매몰 4일만에 극적 구조

    평안북도 용천역 대참사와 관련,북한의 복구 작업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재일본 조총련 기관지 인터넷 조선신보는 28일 용천소학교(초등학교)에서 학생 1명이 매몰 4일 만에 기적적으로 구조됐다고 전했다. 조선신보는 “지난 25일 폭발 사고 당시 가장 많은 인명피해를 내며 무너진 이 학교에서 이 학생을 구조해 냈다.”면서 구조된 직후 이 학생은 “배가 고파요.”라고 소리쳤다고 보도했다. 인근 중학교로 이동해 수업을 받고 있는 용천소학교(초등학교) 학생들은 친구들을 잃은 슬픔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하루 2만명이 동원된 복구작업 북한 중앙방송은 “피해복구 중앙지휘부가 3개월내 복구를 목표로 하루 2만명이 동원돼 복구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앙방송은 “사고 현장에 파였던 구덩이가 초보적으로 메워졌고 기본 철길이 복구돼 열차 운행이 정상화됐다.”면서 “강한 폭음과 폭풍으로 실명되거나 귀가 먹은 사람들이 많았다.”고 밝혔다.조선신보는 집을 잃은 주민들은 덜 부숴진 이웃의 집을 찾아 기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북한이 공식 밝힌 손실액은 3억 유로(약 4200억원)다. ●군의 일사불란한 모습 안보여 북한이 국제사회에 용천역 대참사 현장을 이례적으로 공개하면서도 북한 사회 노동력의 주력인 인민군의 복구 장면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 조선중앙방송이 자재 조달 전문가인 노두철 부총리가 총책임을 맡은 ‘용천피해복구 중앙지휘부’의 구성과 활동상을 소개하면서도 인민군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방송은 “평북 시·군과 공장·기업소 노동자를 총동원,복구작업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동국대 고유환 교수는 “인민군이 실제 복구 작업에 빠졌을 것 같지는 않다.”면서 “군 장비나,일사불란한 군대의 복구 장면이 외부 지원을 얻는데 도움을 주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북측이 병원의 참상을 구호단체에 공개하면서도 어른들이 아닌,어린이 부상자만 카메라에 담게 한 것도 같은 이유라는 설명이다. 또 하나는 실제 군이 투입되지 않았을 가능성이다.용천 참사로 김정일 체제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위기로 판단,인민군을 경계 태세 상태로 놔뒀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이와 함께 계속된 식량난과 경제난으로, 위용을 갖춘 군의 모습이 아니라 왜소한 북한 군대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것을 원치 않았으리라는 분석도 있다. 한편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매체들은 27일 현재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동정을 중국 방문 성과를 제외하고는 일절 보도하지 않고 있다. 평안북도 용천군 행정책임자인 이춘화 인민위원장(군수)도 언론매체에 전혀 언급되지 않고 있는데,사고 책임을 물어 해임됐거나 사고 당시 변을 당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김수정기자 crystal@˝
  • [발언대] ‘검은 사막’을 희망으로 바꾸자/임주훈 국립산림과학원 산불연구과

    숲이 울창해짐에 따라 산불에 의한 피해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2000년 동해안 산불로 2만 3794㏊,2002년 청양 예산 산불로 3095㏊의 산림이 한줌 재로 사라졌다. 산불로 인한 가장 큰 고통은 벌거벗은 광경을 바라보며 몇십 년을 살아야 하는 감성적 불편이다.숲의 골격을 갖추는 데 30년,먹이사슬의 체계가 확립되기까지 50년 정도를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산불 후에는 새까맣게 탄 나무들로 마치 ‘검은 사막’같은 느낌이다.2∼3년 지난 뒤에는 뼈가 보일 듯 하얀 흙살을 드러내 놓는다.산림을 소생시키기 위한 노력은 그야말로 고난의 길이다.대규모 산불이 발생하면 복구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만도 수백 명의 인력이 수개월에 걸친 조사를 수행하여야 한다. 이 와중에 일선에서는 장마철에 발생할 위험이 큰 산사태 방지용 응급복구에 분주하다.개울에는 사방댐을,작은 골짜기에는 돌쌓기(골막이)를 하고 산 사면에는 마대에 풀씨를 부착하여 흙을 담아 이용하는 ‘흙 마대 쌓기’를 하여 비로 인해 흙이 흘러내리는 것을 방지한다.장마철이 오기 전에 끝내야 한다는 화급성으로 인하여 군부대 장병까지 동원해 대규모 역사를 실시한다. 숲은 토양을 결속하여 빗물에 토양이 침식되는 것을 막아주며 빗물을 천천히 흘러내리게 하여 하천의 수위를 조절함으로써 하류에 있는 마을을 보호한다.그러나 산불이 발생하면 숲이 가지고 있는 이러한 환경 보호 기능이 급속히 약해져 산불 발생 후 1년차에는 ㏊당 3.4t의 토사가 유출된다.3∼4년 후에야 토사유출이 안정상태에 도달한다. 송이가 생산되었던 곳은 소나무 용기묘를 심는다.용기묘란 배양토를 담은 용기에 솔씨를 뿌려 키운 1년생 묘목이다.송이균환 보존을 위해 가능한 빨리 심어야 한다.입지 조건이 좋은 곳에는 경제성이 큰 나무를 심는데 묘목을 구하고 운반하는 일 또한 버겁다. 산불피해 면적이 크면 클수록 소요되는 묘목의 양도 많아 전국을 누비며 묘목을 구하는 전쟁을 치른다.이와 같이 산불피해지 복구 작업은 엄청난 비용과 시간,노동력이 필요하다.따라서 산불이 난 후에 복구에 노력을 기울이기보다는 산불이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지금까지는 입산통제,화기물질 휴대 금지 등 국민들의 행동을 규제하는 방향으로 산불예방을 위한 노력이 경주되어 왔다. 앞으로는 숲의 구조도 개선하여 산불 및 자연재해에 강한 숲으로 유도하여야 하고 마을이나 국도변,주요한 임분 주변에 내화수림대를 조성하는 등 임분 배치 기술도 증진시켜야 할 것이다. 임주훈 국립산림과학원 산불연구과˝
  • 유럽기업 ‘東歐는 기회의 땅’

    5월1일부터 유럽연합(EU)의 회원국이 15개국에서 25개국으로 늘어난다.확대되는 EU공동시장을 놓고 동·서유럽의 주요 기업들 사이에 각축전이 치열하다.동유럽지역에 대한 투자바람도 새롭게 일고 있다. 자동차와 휴대전화 등 제조업체들을 선두로 소프트웨어와 통신업체들이 앞다퉈 동유럽에서 생산기지를 개척하거나 아웃소싱을 하고 있다.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FT)는 27일 EU확대의 경제적 파장을 장·단점으로 나눠 집중적으로 다뤘다. ●옛 공산국가 성장잠재력 충분 서구의 다국적기업들이 EU 새 회원국이 되는 옛 공산권국가들의 성장 잠재력을 노리고 투자를 늘리고 있다.FT에 따르면 10개 새 회원국의 인구는 7400만명으로 8000만명인 독일과 맞먹는다.늘어날 구매력에 비해 승용차와 컴퓨터 등의 보유대수는 EU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친다. 장 르미에르 유럽부흥개발은행(EBRD)총재는 “투자자들에게 5월1일은 새로운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현재 8개 동유럽국가들에 대한 직접투자는 약 1100억달러로 기업들의 높은 관심을 반영한다.EBRD는 올해 이들 국가들에 대한 직접투자금액이 지난해 60억달러에서 150억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특히 그동안 제한됐던 통신과 건설,금융,농업,석유산업 등에 대한 투자를 늘릴 것으로 보인다. 현대자동차를 비롯,독일의 폴크스바겐 등 자동차업체들이 동유럽을 생산기지화하고 있다.자동차업체들의 진출은 자동차부품 등 관련 제조업체들의 동반진출을 촉진했다.특히 동구 생산공장들은 초기 단순 조립차원에서 벗어나 중·고가품을 생산하는 명실상부한 생산기지로 탈바꿈하고 있다.동유럽의 EU 신흥 회원국들은 콜센터와 소프트웨어 개발센터 등의 아웃소싱 대상지로 부상했으며 건강산업의 새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다. 현지인들이 500만개의 새 기업을 만드는 등 창업붐도 거세다. ●풍부하고 값싼 노동력이 장점 동유럽 시장의 장점은 무엇보다 우수하고 값싼 풍부한 노동력이다.인건비가 EU의 5분의1 수준이다.공산주의 붕괴이후 15년간 진행된 경제개혁으로 나름대로 경쟁력을 갖췄다는 점도 일조하고 있다.또 각국 정부는 투자 유치 차원에서 공산주의 체제의 잔재인 관료적 형식주의를 뜯어고치고,세금을 깎아주고 투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친기업적 정책을 펴고 있다. 유망 산업으로 농업과 식품가공업,건설업,금융업 등이 꼽힌다.농업과 식품가공업은 EU 공동 농업정책 실시로 시장이 개방되기 때문이고,건설업은 EU 자금지원으로 인프라 사업의 특수가 예상되는 까닭이다.금융업은 선진국의 앞선 경영 노하우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폴란드 체코,슬로바키아,헝가리 등은 엄청난 재정적자가 큰 문제다.정·관계에 만연돼 있는 부정부패와 열악한 인프라가 투자의 걸림돌이다. ●승자와 패자 단기적으로는 자금과 기술력에서 현지 기업들보다 앞선 서구의 다국적 기업들이 EU확대로 커진 옛동구권 시장을 선점하는데 유리할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특히 이들 국가들의 EU가입으로 자유화되는 통신·석유산업의 경우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이에 따라 서구 다국적기업들의 공격에 맞서 현지 기업들간 합병바람이 거세게 불 것으로 보인다. 김균미기자 kmkim@seoul.co.kr˝
  • [세계인-우리는 이렇게 산다] 통계로 본 일본의 고령화

    |도쿄 이춘규특파원|일본이 실버(노인)대국이란 건 통계로도 증명된다.일본 통계국의 지난달 자료에 따르면 65세 이상 이른바 고령자는 1억 2759만명의 일본 인구중 무려 19.3%인 2459만명이나 된다. 일본인 5명 중 1명꼴로 고령자이며,이런 추세라면 2050년에는 고령자들이 전체 인구의 3분의1을 넘어선다.평균 수명도 남녀 모두 80세를 뛰어넘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고령자 중에서 남성은 1038만명,여성이 1421만명이다.아울러 75세이상 인구만 남성이 396만명,여성 684만명으로 이들만으로도 전체 인구의 8.5%인 1080만명에 이르는 ‘초고령화 사회’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가 짊어지고 있는 공적연금 부담액이 50조엔에 육박하고,오는 2025년에는 80조엔을 뛰어넘을 것으로 전망된다.일본사회 전체가 고령사회의 무거운 짐 때문에 시름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하지만 일본의 고령자들이 팔장만 끼고 있는 것은 아니다.스스로 일하며 사회의 짐이 되지 않기 위해 애쓰고 있다는 게 통계로 드러난다. 통계국 자료에 따르면 일본은 지난 2002년을 기준으로 65세 이상 고령자 중 노동력인구(취업자와 완전실업자로 분류되는 고령자의 합계)는 487만명으로 당시 전체 고령자중 노동력인구 비율이 남녀평균 20.7%로 세계 최고 수준으로 나타났다.같은 시기 미국의 고령자중 노동력인구 비율은 13.3%,영국은 8.7%로 발표됐다.또 비슷한 시점인 2001년의 경우 캐나다가 고령자의 노동력인구 비율이 6.0%,이탈리아가 3.5%,독일 2.8%,프랑스 1.3%라고 발표돼 일본 고령자들이 선진국 고령자 중에서도 가장 활발하게 노동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실증됐다. 물론 일본 자체만으로 놓고 볼 때 고령자 노동력인구 비율은 남성이 31.1%인데 반해 여성은 13.2%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 [세계인-우리는 이렇게 산다] 고령 노동력인구 500만육박 ‘실버 대국’ 일본

    이른바 ‘실버산업 대국’ 일본의 노인들은 지금 정력적으로 열도 구석구석을 누비고 있다.출근시간 도쿄시내 전철에선 정장의 노인들이 직장으로 향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종신고용제에서 구조조정 시대로 넘어가는 과도기임에도 불구하고 머리가 새하얀 원로급들이 회사의 중추역할을 맡고 있다.삼팔선,사오정,오륙도란 유행어가 난무하는 한국상황과 판이하다.특히 노인들 중에서도 65세이상 인구만 2400여만명이나 되고,이들 중 20% 가깝게 산업역군이나 농어민으로 왕성하게 활동하면서 ‘노인들의 힘’을 보여주고 있다. |도쿄 이춘규특파원|일본 현지에서 만나는 대부분 노년층들의 표정은 밝고 의욕이 넘친다.올초 한 일본신문이 60대로 한정한 ‘실버’들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에서도 90% 가깝게 ‘마음은 젊은이’라며 청춘을 자처했다.상당한 경제력도 있었고,노인이란 호칭에는 거부감을 드러냈다. 가정이나 사회에서 노인 취급받는 것도 싫어했다.그래서인지 일본 지하철·전철 등 대중교통에는 경로석을 설치한 예가 드물다. 노인문화의 선진국 일본에서는 ‘신(新)노인’이 뛰고 있다.신노인은 젊은세대들에게 짐으로 인식되는 구식노인과 대비되는 개념으로 사회에 적극 기여하는 진취적인 노인들을 지칭한다. 일본에서는 아직도 대다수 기업들이 60세가 정년이고,이후엔 65세까지 계약직으로 채용한다.이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각자 능력에 따라 맹렬하게 산업현장을 누빈다. 소규모 업체서도 마찬가지다.우리나이로 69세인 오가와 미키오는 전형적인 맹렬노인이다.지바(이승엽 선수의 프로약구 롯데마린스 본거지)에 사는 그는 새벽 4시에 일어나 전차로 약 40분 걸리는 도쿄시내 니혼바시의 포목점 ‘마루토미’로 간다.8년 전에 회사를 그만뒀다가 사장의 간곡한 요청에 따라 총지배인격으로 일하는 그는 젊은 점원들을 다그치며 해질 녘까지 판매,청소,점검 등으로 눈코 뜰 새 없다.내일 일을 생각하며 오후 9시30분에야 집에 도착하는 생활이 50년째다. 남부 구마모토현의 기쿠치시 공보담당관인 쓰루 게사토시(61)도 현해탄을 흰머리 휘날리며 넘나든다.그는 무비자가 된 한국의 수학여행단 유치를 위해 유창한 영어로 활동하는,노인축에끼는 것을 거부하는 맹렬 초년 노인이다. 이른바 구식 노인들도 독자적인 문화를 만들어 ‘생산적인 노년’을 보낸다.도쿄 도시마구 JR스가모역 인근에 있는 노인천국 스가모.스가모지역 시장통인 지조도오리는 ‘노인에 의한,노인을 위한,노인의 거리’다.190여개 각종 상점들이 800여m 길 양쪽에 빼곡히 늘어서 있다.서울 탑골공원과는 무언가가 다른 분위기다. 토요일이자 한국식으로 장날인 24일오후(4,14,24일이 장날) 스가모지역은 전국에서 밀려든 노인들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비가 내린 지난 14일에도 마찬가지였다.젊은이도,서양사람도 눈에 띄지만 붕어빵집 등 가게 주인과 손님 대부분이 노인들이다. 상가진흥조합과 도시마구청측의 노력으로 이 곳은 5년여 전부터 일본은 물론 세계적인 노인문제 해결의 명소가 됐다.소비·판매·친교의 장이다.한국서도 노인문제시찰단이 종종 이곳을 찾는다. 노인취급을 안 받으면서 ‘복고풍’의 추억에 젖고 싶은 고바야시(75·여·사이타마현) 등 할머니들이 주로 찾는 이 곳은 연간 9백만명의 실버들이 찾는다.장날에 날씨까지 좋으면 시골 노인들이 단체로 원정도 온다. 일본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퇴직 노인의 재교육과 이른바 취로사업 확충노력에 발벗고 나선다.인구 126만명의 가나가와현 가와사키시는 퇴직 남성 고령자들을 위한 시민아카데미를 개설했다.여성들은 문화센터나 자치회 등 활동공간이 많지만,고령 남성들을 위한 문화와 재교육 공간이 부족해서다. 지금은 남성은 물론 여성노인,젊은이들까지도 시민아카데미를 찾는다.거의 대학과 유사하게 운영되는 아카데미의 나카무라 다카아키 주임은 “수강생이 모두 1600여명인데 그 중에 대다수가 엘리트 할아버지들”이라면서 “이들은 2∼5년 수준 높은 역사·철학·환경·경제 공부를 하며 학점을 이수,졸업하고 재학중,졸업후 함께 지역활동을 하면서 보낸다.”고 소개했다. 도쿄 시내에서도 공원청소,화단정리,도서관 서고 정리,주차관리 요원들 중에는 70∼80대 노인들을 친근하게 만나 볼 수 있다.취로사업 형식이다.등·하교시간 통학로 교통정리 등 자원봉사 활동은 특히 노인들이 주류다.섬세한 지혜가 필요한 정밀가공 산업현장도 노인들의 주 활동무대다. 노인들의 재취업과 교육,자원봉사 활동을 위한 네트워크 구축도 매우 왕성하다.의외로 벤처기업 관리직도 경험 많은 노인들의 활발한 활동무대라는 게 호사카(68)의 귀띔이다. 하지만 실버 대국 일본에서도 극심한 자산 거품붕괴의 고통을 안겨준 ‘잃어버린 10년’을 거치면서 노인들의 삶도 과거보다는 힘들어지고 있는 것도 냉엄한 현실이긴 하다. taein@seoul.co.kr˝
  • 한국 설비투자율 美·日에 역전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설비투자 비율이 미국·일본 등 선진국에 역전당했다. 한창 왕성히 투자해야 할 ‘신흥시장국’이 선진국보다 투자를 덜 한다는 것은 심각한 성장잠재력 훼손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2일 개최한 ‘동북아경제의 산업 역동성과 경쟁력’이라는 주제의 국제회의에서 주제발표자로 나선 서중해 KDI 연구위원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대부분이 1990년대 이후 설비투자와 연구개발(R&D) 투자를 동시에 늘리고 있으나 한국만 유독 설비투자 비율이 급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1993년부터 97년까지 우리나라의 GDP대비 설비투자 비율은 13.8%로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았다.그러나 98년부터 2002년 사이에는 OECD 회원국 평균수준(11.1%)인 11.2%로 떨어졌다.같은 기간 미국은 9.3%→12.3%,일본은 12.6%→13.5%로 설비투자 비율을 끌어올리면서 우리나라를 추월했다. GDP대비 R&D 투자비율도 같은 기간동안 우리나라는 1.8%에서 1.9%로 증가하는데 그쳤다.스웨덴(2.5%→3.0%)은 물론 미국(1.8%→2.0%)의 증가속도에도 못미쳤다.서 연구위원은 “우리나라가 지식기반 경제로 이행하기 위해서는 신산업 투자 확대를 통한 성장동력 창출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급성장하는 중국의 산업경쟁력이 세계경제와의 통합과 경쟁 심화의 산물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중국 사회과학원 리우 지자오 교수는 “중국 산업경쟁력의 근원은 노동력과 외국인 직접투자(FDI)의 완벽한 결합에 기반하고 있다.”면서 “경제개혁과 문호 개방정책에 따른 경쟁 심화 및 세계경제와의 통합이 산업 발전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고 주장했다. 외국자본의 공략이 커지고 있는 우리나라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일본 도쿄대의 가즈유키 모토하시 교수는 일본경제의 문제점으로 고도기술 산업분야에서 대기업이 선점하고 있는 국가혁신시스템을 꼽았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경제전문가 “中企부실화 금융불안 유발 우려”

    경제연구소장과 교수 등 경제전문가들은 한계 중소기업의 부실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금융불안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전문가들은 21일 박승 한국은행 총재 주재로 열린 경제동향간담회에서 중소기업들이 중국 기업들의 부상,양질의 노동력 확보 애로 등으로 경쟁력을 잃고 있으며,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채산성도 악화되고 있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이는 한국경제의 신규 고용흡수력을 낮추고 있을 뿐 아니라 앞으로 금융불안을 유발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했다. 아울러 산업공동화가 아직은 심각한 단계가 아니지만 지금부터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한국경제의 대외경쟁력이 몇년 안에 크게 악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또 수출이 호조를 보이고 있으나 반도체 등 5대 품목이 전체 수출의 43%를 차지하고 있고 삼성 등 10대 기업의 비중도 43%에 이르는 등 품목과 업체의 편중도가 심한 만큼 수출과 내수의 균형적 성장에 노력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이와 함께 대기업 노동계가 일자리 독점을 해소하고 고임금을 자제해 경제난 해결에 동참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전문가들은 지금까지의 노동정책과 노동운동은 실업자보다는 취업자를 위한 것이었다고 규정하고 대기업 노조의 경직성은 청년층의 고용 위축과 중소 하청업체에 대한 임금억제로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이는 대기업-중소기업,모기업-하청기업,정규직-비정규직간의 격차를 더욱 확대하는 요인에도 해당된다고 전문가들은 밝혔다. 간담회에는 오상봉 산업연구원장,이원덕 한국노동연구원장,현오석 무역협회 무역연구소장,곽태원 서강대 교수,조하현 연세대 교수 등이 참석했다. 김태균기자 windsea@˝
  • 국회 진출 39명으로 본 ‘女風’ 현주소

    17대 국회는 ‘여풍(女風)’이 드센 ‘여성정치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그러나 승리의 축배를 들기엔 다소 미심쩍어 보인다는 게 여성들의 말이다.“최악의 위기에서 겨우 여성에게 내맡겨진 정치”라거나 “결국엔 여성들에게 모든 책임을 뒤집어 씌우고,끌어내릴 것이다.”라는 선거 전의 ‘음모론’은 조금씩 가라앉고 있음에도, 과연 이번 총선을 ‘진정한’ 여성의 승리라고 기뻐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이 여성들 사이에 여전히 오간다. 여성 39명의 국회 진출을 ‘여성의 시대’라고 과장하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자 ‘위험한 낙관’이라는 지적도 함께 나온다. ‘여성시대’,‘위기엔 여성의 힘이 필요하다’, ‘여성이 정치하면 맑아진다’는 세 화두로 새롭게 여성정치를 가늠해본다. ●여성시대가 열렸다? 여성의원 39명 탄생은 분명 반가운 일이다.13대 국회에서는 6명,14대 3명,15대 9명,16대 15명(5.9%)과 비교하면 단번에 39명(299명 중 13%)으로 늘어난 것은 괄목할 만한 숫자다. 여성의원이 이처럼 늘어난 것은 각 정당이 앞다퉈 여심을 잡기 위해 비례대표제에 지퍼식 공천을 선택하면서부터 예정됐던 일. 주부 서영숙(56·서울 은평구 갈현동)씨는 “옛날에는 아예 여자가 없었으니까 찍으려고 해도 못 찍었던 것이지.여자라도 똑똑하고,일 잘하면 찍어야지.왜 여자가 여자를 안 찍어?”라고 말했다. 혼란의 와중에서 야당을 이끈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와 민주당 추미애 선거대책본부장은 돋보이는 존재였다.그러나 ‘여성들의 시대를 개막할 전사’로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순간에서도 두 사람은 똑같이 여성계로부터 ‘가부장적인 남성문화의 보호를 받았다.’는 곱지않은 시선에 놓여야만 했다.더욱이 이들은 ‘감성을 자극한 정치행보’로 인해 적잖은 우려를 낳았다. 물론 대부분의 남성 정치인도 똑같이 감성코드와 이미지를 내세웠지만 여성들에 대해서는 이중적인 잣대를 가진 시각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는 큰 숙제로 남을 수밖에 없었다. “여성정치인에 대한 언론의 시선은 여전히 남성중심적”이라고 비난하는 김지현(29·대학강사)씨는 “똑같이 감성을 이용해도 남성 정치인에게는 인간적이 풍모로 비춰지지만 여성에게는 연약함이란 부정적인 측면으로 비춰지는 게 현실이다.우리 또래 여성의 눈에는 그런 면이 못마땅했다.”라고 지적했다. 40대 여성 정혜선(46·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씨는 “박근혜씨에게 아버지의 후광이라고 폄하하는 것,그것 자체가 여성비하다.남성정치인들도 후광이나 연고를 이용하지 않았느냐?”라고 물을 만큼 여성정치인에 대한 강렬한 기대를 내비쳤다. 여성들은 13%라는 여성의원의 숫자는 ‘여성정치시대’라고 놀랄 만큼 대단한 수치는 아니라고 말했다.남성보다 61만 2900명 더 많은 여성유권자(50.9%) 숫자로 단순비교해도 이는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다.국제의회연맹(IPU)의 2003년 자료에 따르면 여성의원의 비율은 스웨덴 45.3%,덴마크 38%,핀란드 36.5%,아시아권에서도 베트남 27.3%,중국 21.8%,파키스탄 21.1%,필리핀 17.8%이다. 동덕여대 김경애 교수는 “한 집단에서 목소리를 내고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30%는 차지해야 한다.임계수치가 유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30%만으로는 제대로 성 평등적인 정책수렴이 되지않는다는 판단도 나와 2000년 프랑스에서는 남녀동수법(PACS)’을 제정했다.남녀동수법안이란 모든 정당들이 경선의 입후보자 명단에 여성을 50% 포함하도록 하는 법률이다. 유엔은 양성 평등을 이룩하기 위해선 어떤 분야에서든 한 성(性)이 최소 30%는 돼야 한다고 권고했다. ●위기에는 여성이다? 이번 선거에서 3당 대변인의 역할이 모두 여성에게 맡겨졌다는 사실은 연일 화제를 불러왔다.그러나 이를 반기기보다 오히려 ‘위기타개용’이나 ‘유행’이라 우려하거나,“우리 정치풍토에서 여성은 결국 꽃일 수밖에 없는가.”란 탄식이 나오기도 했다. 특수한 상황에서 여성들이 가족을 살리거나,민족을 구한 것은 역사 속에서 현실로 존재했었다.그러나 위기상황에서 벗어난 순간 여성의 능력은 다시 가정에 국한됐고 여성은 권력의 주변부에 늘 머무를 수밖에 없었다는 전례가 여성사에 뚜렷하게 남아있다. 2차세계대전 당시의 예를 들면 남성이 전쟁터에 투입된 후 여성의 노동력이 군수물자인 탱크나 총을 만들어야만 했을 때,여성들은 ‘강한 존재’로 부각됐었다. 그러나 전쟁이 끝난 후 남성들이 사회로 복귀하면서 여성들에게는 기존의 이데올로기인 ‘모성’이 강조됐다.여성들은 해고됐고 일자리는 남성 노동자에게 돌아갔다.이런 역사적 맥락에서 볼 때,‘위기에는 여성’이란 부추김이 반갑기만한 것은 아니라고 한다. 그러나 한 가지,다시 가정으로 돌아가야만 했던 여성들에게서 여성노동자의 인권문제와 여성운동이 시작됐음은 간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연세대 김현미 교수는 “정치와 경제적 위기에 여성들의 힘을 이용하는 것은 정치적·역사적으로 습관화된 방식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비관적이지 않은 것은 월드컵 이후 우리 사회가 남성중심적·집단주의적인 마초문화에서 상호공존적·여성적 문화로 탈바꿈했다는 점에 있다.”라고 지적했다. ●여성이 하면 정치가 맑아진다? 여성계는 정치에 여성들의 숫자가 늘어야 함을 강조하면서 “여성이 참여하면 맑아진다.”고 강조했다.‘맑은정치여성네트워크’는 102명의 여성후보를 내세워 보다 적극적인 여성참여를 유도했다. 그러나 한정된 비례대표 국회의원 자리를 두고 여성들이 벌인 경쟁이 과연 남성과 달랐는가,또한 여성끼리 서로 ‘그녀가 승리해야 우리도 승리한다.’는 ‘자매애’가 강조됐는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견해가 많다.한 편에서는 ‘남성문화를 익힌 여성이 더 성공한다.’는 말이 오가는 만큼 여성이란 이유만으로는 절대로 맑은 정치를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성균관대의 정현백 교수는 “여성들이 벌이는 대리전쟁을 보면서 여성이 많이 진출하더라도 과거의 부끄러운 정치문화가 끊임없이 재생산될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예감을 느끼게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경애 교수는 “이전에도 선거운동원의 대부분은 여성이었다.여성이 정치에 참여하면 민주정치가 된다는 환상을 버려야 한다.이젠 어떤 여성이 정치에 참여해야 하는가,그것을 논의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 조현옥 대표는 “여성이 ‘원천적으로 도덕적’이라는 의미가 아니라 부정·부패의 뿌리인 남성들의 학연·지연 등 연고주의에서 훨씬 자유롭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다.여성이 부정·부패·폭력 정치의 대안세력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은 바로 여기서 출발한다.”고 말했다. 선거 전후의 과정이야 어쨌든 여성의원들이 당적을 떠나 ‘여성’이라는 공통분모로 힘을 합해야 한다는 것에는 모두 공감했다. 허남주기자 hhj@seoul.co.kr˝
  • 中企 ‘개성공단 신드롬’

    중소 제조업계에 개성공단 신드롬이 확산되고 있다. 현대아산 등은 1만평 규모의 시범공단에 10개가량의 우량 중소기업을 유치할 계획이지만,희망업체가 100개를 웃돈다.토지이용료나 임금,세금 등이 한국은 물론 중국보다 훨씬 낮기 때문이다. ●입주는 바늘구멍 뚫기 800만평 규모의 개성공단 가운데 1단계로 조성되는 100만평에는 대략 250개 기업의 입주가 가능하다.하지만 원하는 기업은 중소기업 위주로 1600개에 달한다. 1만평 규모의 시범공단이 성공적으로 가동되면 대기업들까지 가세할 전망이다.개성공단 입주를 희망하는 업체들은 대부분 섬유,의류,신발,봉제 등 노동집약적 업종이다.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들 중에도 개성공단 입주를 원하는 곳이 있다. ●토지이용료 싸고 노동숙련도 높아 이번에 북측과 토지임차료에 대해 합의함에 따라 토지공급가가 평당 15만원대로 확정됐다.또 임금은 7만원대(인상률 연 5%이내)가 될 것으로 현대아산은 전망하고 있다. 이에 비해 경기도 시화공단(500만평 규모) 토지공급가는 100만원,평균임금은 100만원이다.또 중국의 북경개발구(2800만평)는 토지공급가가 평당 30만원,급여 30만원으로 개성공단보다 비싸다.게다가 개성공단의 인력은 별도의 통역이 필요없어 생산성 향상과 직결될 수 있다.노동력도 숙련도가 높은 편이다. 현대아산은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 1단계로 100만평 규모의 공단 부지 공사를 시작하고,연말을 전후해 1만여평의 시범공단 입주를 시작할 계획이다. ●손실 보전책등 안전장치 마련을 개성공단 성공의 관건은 대북관계의 안정성이다.북핵문제 등 유동적인 사안들이 많기 때문이다.최악의 경우에는 기업들이 살기 위해 진출한 개성공단에 발목을 잡힐 수도 있다.북측의 일관된 자세도 중요하다.과거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공사 때에도 북측이 당초 약속을 지키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다는 게 현지 진출업체 관계자의 얘기다.전력이나 용수 등 기본적인 인프라가 부족하고 생산제품이 미국 등으로 수출이 안 된다는 것도 약점이다.현대아산 관계자는 “개성공단이 성공하려면 시범공장이 안착해 각종 우려를 씻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또 진출기업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보험 상품 개발과 정치적 변수에 따른 손실 보전 등의 안전장치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성곤기자 sunggone@˝
  • [세상에 이런일이] ‘약발’은커녕…

    |리우데자네이루 연합|브라질 법원은 최근 발기부전 치료제인 비아그라 등 의약품을 공짜로 나눠 주고 유권자들의 표를 산 혐의를 받고 있는 하원의원에 대해 의원직 박탈 결정을 내렸다. 브라질 피아우이주 선거법원은 1일 안토니오 호세 데 모라에스 소우자 의원에 대해 매표(買票) 혐의로 유죄를 인정하고 의원직 박탈을 선고하는 한편 2만 1000레알의 벌금을 부과했다.소우자 의원은 선거전이 펼쳐지던 지난 2002년 8월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모자,옷 등을 입은 선거운동원을 통해 선거구에서 비아그라를 비롯한 무료 의약품을 나눠주는 것이 적발돼 기소됐다.법원은 당시 선거에서 2위로 낙선한 후보에게 의원직 승계를 명령했고,의원직을 박탈당한 소우자 의원은 항소의사를 밝혔다. 한편 브라질에서는 상대적으로 빈곤한 북동부 지방을 중심으로 정치인들이 식량에서 의약품,노동력 등 모든 것을 제공하면서 유권자들의 표를 사는 행위가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 [시론] 청년실업 진단과 해법/이병희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단기적인 일자리 제공에 치중했던 청년 실업대책은 경력개발을 통해 취업능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 지난 2월 청년 실업률이 9.1%(46만명)에 이르러 3년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통계상의 실업자 말고도 개인적으로 취업을 준비하거나 학원을 다니는 비경제활동인구가 30만명에 이르고 있으며,특별한 활동없이 놀고 있다는 비경제활동인구 또한 30만명이나 돼 현실에서 체감하는 실업문제는 지표상 실업률보다 훨씬 심각한 수준이다. 근로생애 초기에 경험하는 실업은 청년에게 깊은 절망감을 안겨 줄 뿐만 아니라 국가적인 차원에서도 인적자원의 개발과 활용의 결정적인 실패를 가져와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약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청년실업 문제가 중소기업의 인력난과 병존한다는 사실은 청년실업이 경기회복의 지연에 따른 일자리 부족에만 기인하는 것이 아님을 시사한다.경제위기 이후 경력중시형 노동력 수요로의 변화와 교육·노동시장간 괴리에 따른 인력수급의 불일치에 의해 발생하는 구조적인 문제인 것이다. 우선 경제성장 속도의 둔화에 따른 고용창출력의 감소가 전반적으로 노동수요를 감소시키고 있음을 지적할 수 있다.그뿐만 아니라 경제위기 이후 청년층이 선호하는 대기업의 고임금 일자리가 크게 감소했으며,신규 채용도 줄었다.또 기업이 상시 고용조정을 추진하면서 경력직 채용을 선호하는 것도 청년실업을 야기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이처럼 노동수요가 구조적으로 변화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학교교육은 노동시장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제도적인 지체가 발생하고 있다.지난 8년간 대졸자수가 18만명이나 증가했으나 산업현장에서 활용될 수 있는 경력을 충분히 갖추지 못한 채 노동시장으로 진입하고 있다. 이처럼 노동시장의 수요와 괴리된 고학력화 추세는 구인과 구직의 눈높이 차이를 구조적으로 재생산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한편 노동시장의 양극화 또한 청년실업을 야기하는 중요 원인이다.중소기업과 대기업간의 생산성 격차는 계속 확대되고 있으며,이러한 격차가 임금과 근로조건의 격차를 심화시키고 있다.기업별 격차의 확대는 청년층의 대기업 선호현상을 부추겨,대기업 진입을 희망하는 청년층의 대기실업을 가져오고 있다. 경기 회복과 그에 따른 일자리 창출이 청년실업 문제를 완화할 수 있지만,인력수급의 양적·질적 불일치를 야기하는 구조적인 문제점을 고치지 않고서는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다. 따라서 단기적으로는 청년 실업률 수준에 따라 실업대책을 탄력적으로 추진하는 한편으로 구조적이고 예방적인 관점에서 고용정책만이 아니라 산업정책,교육정책과 연계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우선 단기적인 일자리 제공에 치중했던 청년 실업대책은 경력개발을 통해 취업능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또한 고졸 이하의 저학력 실업자가 청년실업자의 과반수를 웃도는 만큼,대졸자에 편중된 청년실업 대책을 시정해야 할 것이다.나아가 직업안정기관과 학교내 취업정보실 등의 직업지도 기능을 강화해 청년 구직자의 특성과 능력에 맞는 취업지원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학교로부터 노동시장으로의 성공적인 진입을 위한 정책에 역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주요 선진국에서도 청년층 고실업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교육과 노동시장의 연계를 강화하는데 역점을 두고 있다.특히 교육의 노동시장 성과를 공개하는 것은 학교교육이 산업수요에 부응해 이루어지도록 유도하고,학생들이 직업전망에 기초해 진학을 결정하는데도 도움을 줄 것이다. 이병희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 [정동주 역사문화 에세이 달빛의 역사 문화의 새벽] (25)이걸이 저걸이 갓걸이(下)

    [정동주 역사문화 에세이 달빛의 역사 문화의 새벽] (25)이걸이 저걸이 갓걸이(下)

    진주농민항쟁이 일어난 19세기 후반을 ‘민중의 시대’라고 부른다.진주지방농민들이 일으킨 항쟁은 ‘민중의 시대’를 알리는 서곡이었다.1862년 2월18일의 진주농민항쟁을 시작으로 하여 1894년 동학농민혁명에 이르는 32년 동안 조선전역에 걸쳐 70여 차례의 농민항쟁이 들불처럼 타올랐었다. 그래서 진주농민항쟁을 동학혁명의 씨앗이라고도 하며,성리학 이념에 봉사한 유생들의 허망한 정치실패를 입증한 피와 박해의 증거라고도 부른다. ‘이걸이 저걸이 갓걸이’라는 류계춘 원작의 이 노래는 농민항쟁이 일어난 지역마다의 중요한 쟁점에 따라 약간씩 노랫말이 바뀌는데,그것은 그 지역 농민들에게 공통된 분노와 모순을 첨예하게 드러냄으로써 농민들의 결집을 강화시키고 투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기도 했다.류계춘 선생의 세상을 읽어내는 통찰력이 또 한번 돋보이는 부분이기도 하다. 아무튼 19세기 후반은 풍양 조씨와 안동김씨 세도정치로 인한 사회 질서의 문란이 극점에서 폭발하기 직전이었다.여기에다 조선왕조의 조세제도 핵심인 삼정(三政)의 실패가 겹쳐 조선은 국가로서의 통제력을 상실하여 가난한 민중의 삶은 참담했다. ●민중 오랜 착취와 압박에 신음 순조,헌종,철종년간 조선사회의 모순은 이미 깊어져 있었고,봉건제도 붕괴 과정에서 민중은 오랜 착취와 압박으로 신음했다.지옥같은 학정의 세월 한 가운데서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횃불이 맨 먼저 진주에서 타올랐다. 그 혁명의 전주곡인 나팔소리를 맨 처음 낸 나팔수가 류계춘 선생이었던 것이다.왜 그는 혁명의 나팔소리인 ‘이걸이 저걸이 갓걸이’라는 노래를 지어 퍼뜨렸을까? 조선왕조 조세제도인 삼정(三政)은 전정(田政),군정(軍政),환곡(還穀)을 말한다. 전정은 토지세,군정은 병역의무와 관련된 세금,환곡은 봄철의 식량부족과 파종기 종자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국가에서 곡식을 빌려주었다가 가을 수확 때 이자를 붙여 되돌려 받는 제도였음은 일반 상식이다. 이 같은 국가 조세제도의 골격인 삼정제도가 오랜 모순으로 폐단이 커지자 이에 따른 구체적인 폐해는 농민들의 부담으로 귀결되었다. 국가가 필요로 하는 노동력과 세금은 결국 가장 낮은 계층인 농민들의 육신과 농사 지은 곡식,베틀로 짠 포목이기 때문이다.양반 사대부는 병역의 의무도 없었고,부역 등 노동력을 바쳐야 할 필요도 없었으며,아무리 재산이 많더라도 세금 낼 까닭이 없었기 때문에 국가가 어려울수록 항상 고통받는 것은 농민들뿐이었다.끊임없이 늘어만가는 삼정폐해에 따른 부담은 농민들을 살아갈 수 없도록 만들고 있었다. 전정 즉 토지세 모순은 전 국토를 쑥대밭으로 만든 임진왜란,정묘 병자호란으로 더욱 심각해졌다.오랜 전쟁 때문에 많은 토지가 황폐해진데다 양반,관리,토호들이 고의적으로 토지대장에 등록하지 않고 숨겨둔 토지와,세금을 안내는 면제토지가 늘어나자 국가의 조세수입은 그만큼 줄어들었다. 그렇게 줄어든 세금을 모두 농민들에게 부담시켰으니 농민들의 삶은 고통뿐이었다.여기에다 관청에 근무하는 관리들이 개인적으로 탕진해버린 공금을 채워넣기 위하여 도결(都結)이라는 이름의 세금을 만들어 마음대로 부과하여 거둬들였다. ●일부 농민들 세도가에 붙어 병역기피 군정,즉 병역의무와 관련된 세금은 군포(軍布)라는 이름의 베를 징수하는 것이다.그런데 양반,아전,관노(官奴)는 병역이 면제된데다 정치기강이 문란해지자 일부 농민들도 세도있는 양반가문에 붙어서 병역을 기피하는 폐단이 생겼다. 환곡제도는 앞의 두 제도보다 더 심했다.아예 고리대(高利貸)로 변질되어 지방관청 관리들의 탐욕을 키우는 가장 악질적인 농민수탈 방법이었다.처음부터 월급이 없는 아전들은 농민을 착취하고 공금과 관청곡식을 횡령착복하는 협잡을 하도록 되어 있었다. 얼마만큼의 부정부패를 국가가 공식적으로 묵인해 주고 있었던 것이다.이 얄궂은 제도는 오늘날 공무원들의 부정부패를 심판할 때 일정액수 이하의 금액을 뇌물로 받거나 횡령했을 때 이른바 ‘통상적인 떡값 또는 관례’라 하여 면죄부를 주는 원류가 되었다. 이같은 모순이 계속되다 보니 탐관오리의 간악한 작폐로 인하여 농민의 생활은 눈뜨고 볼 수 없는 참상으로 변했고,고통에 허덕일 수밖에 없었다. 국가의 재정은 고갈되고,착취를 견디다 못한 농민들은 고향을 버리고 도망하여 유민이 되기도 했다.유민들 중에는 장길산처럼 도둑떼로 변질되기도 했고,깊은 산중 절간에 찾아가서 절 머슴이나 승려가 되기도 했다.살아남기 위하여 긴급피난한 농민들이 사찰로 몰려들어 승려가 되는 것은 한 때 커다란 유행이었다.실제로 한때 승려 숫자가 조선 인민의 10분의 1이 된적이 있었을 정도였다. ●한때 조선인민 10분의1 승려 되기도 아무튼 참을 수 없는 정도까지 불만이 쌓이자 농민들은 필연적으로 정부에 항거하는 태도를 취할 수밖에 없었다.이래도 죽고,저래도 죽을 바엔 할말이나 해보고 죽자는 공감대가 조선의 모든 농민들 가슴에 자리잡기 시작한 것이다. 이같은 전 국가적 모순에 저항의 횃불을 맨 처음 쳐든 것이 진주지방 농민들이었다.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은 조선 어느 지방보다 진주지방의 모순이 더 크고,착취가 심했기 때문이었다. 진주는 진주목사가 다스리는 행정관청 외에 경상우도 병마절도사가 다스리는 군사기관인 병영까지 있어서 관리와 아전의 숫자가 그만큼 많았다.아전 숫자가 많다는 것은 곧 농민들을 수탈하는 정도가 그만큼 극심하다는 뜻이다. 또한 향교와 서당이 많아서 향교의 교생(校生),서원의 원생(院生)은 모든 의무에서 면제되는데,그 면제액만큼 농민들의 부담은 늘어났다. ●농민들 존재 양반의 ‘갓걸이’ 에 비유 ‘이걸이 저걸이 갓걸이’에서 모든 힘없는 농민들 숫자는 곧 양반들의 갓을 걸어두는 ‘걸이’,즉 양반을 위해 존재하는 목숨없는 말뚝이나 갓 걸어두는 도구에 불과하다는 지독하고도 절묘한 은유인 것이다. 1862년 이전 류계춘 선생은 이 같은 진주목과 병영아전들의 혹독한 수탈에 대하여 여러해 동안 문제제기를 했었다.해당 관청에 진정서를 내거나 고발장을 접수시키기도 하면서 폐단을 고쳐달라고 애원했다. 그러자 아전들은 류계춘선생을 온갖 방법으로 박해하고 괴롭혔다.구속시켜 매질을 하기도 했다.이런 선생을 지켜보던 진주지방 농민들은 자신들의 억울함을 대변하는 선생에게 직·간접적인 지지를 보내면서 격려해주었다. 그러는 사이에 농민수탈은 더욱 심해졌다.농민들은 최후의 방법을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류계춘 선생이 농민의 대표자로 뽑혔다.그때부터 선생은 최후의 결전을 준비해 나갔다.먼저 농민들을 결속시키고 투쟁력을 높이기 위해서 노래를 만들어 퍼뜨렸다. 그런 다음 몇 가지 방법을 고안하여 농민들을 결속시키는 일에 착수했다. 농민들에게 가장 악랄한 아전으로 알려진 자와 양반으로서 가장 탐학과 착취가 심한 자들을 선정하여 그들의 구체적인 비리내용과 이름을 적은 일종의 전단을 만들어 사방에다 붙이고 뿌렸다.모두 한글로 적었기 때문에 이를 언방(諺榜)이라 했다.농민들이 더 이상 참기만해서는 안되는 이유,구체적으로 어떤 인물이 왜 농민의 적이 될 수밖에 없는지를 소상하게 적어서 비밀리에 돌려 읽히는 회문(回文),거사 날짜가 정해지면 각자의 임무를 차질없이 수행하겠다는 맹세를 하는 통문(通文)등 방법으로 농민들과 조직 책임자를 정하고 준비했다. 마침내 1862년 2월 18일 이른 아침부터 농민들은 미리 정해진 시간과 장소에서 봉기를 시작하여 약속된 장터나 공공 집회장소로 집결했다. 머리에 흰 수건을 두르고 손에는 몽둥이와 농기구를 들고,‘이걸이 저걸이 갓걸이’를 소리높여 부르면서 농민시위대를 만들어 갔고 시위대의 규모가 순식간에 홍수처럼 불어났다.겁을 먹고 숨어있던 자,반대하던 자,피신해있던 자들까지도 농민시위대의 함성과 노랫소리에 이끌려 합류했다. 이렇게 결집된 농민들은 진주성문을 열고 들어가 우병사 백낙신,진주목사 홍병원으로부터 항복을 받고,악질 관리로 손꼽히던 권준범,김희순을 불태워 죽였다. 그리고 자진해산하기까지의 4일동안 농민들의 원성을 산 토호들과 양반,부패관리들을 응징하고 끝났다.누구의 강압이나 회유에 의해서가 아니라 농민들 스스로 정한 목적에 따라 자진해산한 것이다. 그리고 류계춘 선생과 동지들 또한 스스로 관청에 나가 진실을 밝히면서 잘못된 제도를 폐지할 것을 요구했다.그러나 그 대답은 반역죄에 따른 참수형이었다.그들이 죽은 뒤 조선의 농민들은 32년간의 긴 기간에 걸쳐 정부에 책임을 물었고,동학농민혁명으로 승화되었다. 선생이 떠난지 140여년이 지난 오늘날 한국의 농민과 농업은 여전히 고난에 처해있다.선생의 초라한 무덤이 자꾸 오늘날 한국 농업의 상징처럼 다가온다.
  • [정동주 역사문화 에세이 달빛의 역사 문화의 새벽] (25)이걸이 저걸이 갓걸이(下)

    진주농민항쟁이 일어난 19세기 후반을 ‘민중의 시대’라고 부른다.진주지방농민들이 일으킨 항쟁은 ‘민중의 시대’를 알리는 서곡이었다.1862년 2월18일의 진주농민항쟁을 시작으로 하여 1894년 동학농민혁명에 이르는 32년 동안 조선전역에 걸쳐 70여 차례의 농민항쟁이 들불처럼 타올랐었다. 그래서 진주농민항쟁을 동학혁명의 씨앗이라고도 하며,성리학 이념에 봉사한 유생들의 허망한 정치실패를 입증한 피와 박해의 증거라고도 부른다. ‘이걸이 저걸이 갓걸이’라는 류계춘 원작의 이 노래는 농민항쟁이 일어난 지역마다의 중요한 쟁점에 따라 약간씩 노랫말이 바뀌는데,그것은 그 지역 농민들에게 공통된 분노와 모순을 첨예하게 드러냄으로써 농민들의 결집을 강화시키고 투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기도 했다.류계춘 선생의 세상을 읽어내는 통찰력이 또 한번 돋보이는 부분이기도 하다. 아무튼 19세기 후반은 풍양 조씨와 안동김씨 세도정치로 인한 사회 질서의 문란이 극점에서 폭발하기 직전이었다.여기에다 조선왕조의 조세제도 핵심인 삼정(三政)의 실패가 겹쳐 조선은 국가로서의 통제력을 상실하여 가난한 민중의 삶은 참담했다. ●민중 오랜 착취와 압박에 신음 순조,헌종,철종년간 조선사회의 모순은 이미 깊어져 있었고,봉건제도 붕괴 과정에서 민중은 오랜 착취와 압박으로 신음했다.지옥같은 학정의 세월 한 가운데서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횃불이 맨 먼저 진주에서 타올랐다. 그 혁명의 전주곡인 나팔소리를 맨 처음 낸 나팔수가 류계춘 선생이었던 것이다.왜 그는 혁명의 나팔소리인 ‘이걸이 저걸이 갓걸이’라는 노래를 지어 퍼뜨렸을까? 조선왕조 조세제도인 삼정(三政)은 전정(田政),군정(軍政),환곡(還穀)을 말한다. 전정은 토지세,군정은 병역의무와 관련된 세금,환곡은 봄철의 식량부족과 파종기 종자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국가에서 곡식을 빌려주었다가 가을 수확 때 이자를 붙여 되돌려 받는 제도였음은 일반 상식이다. 이 같은 국가 조세제도의 골격인 삼정제도가 오랜 모순으로 폐단이 커지자 이에 따른 구체적인 폐해는 농민들의 부담으로 귀결되었다. 국가가 필요로 하는 노동력과 세금은 결국 가장 낮은 계층인 농민들의 육신과 농사 지은 곡식,베틀로 짠 포목이기 때문이다.양반 사대부는 병역의 의무도 없었고,부역 등 노동력을 바쳐야 할 필요도 없었으며,아무리 재산이 많더라도 세금 낼 까닭이 없었기 때문에 국가가 어려울수록 항상 고통받는 것은 농민들뿐이었다.끊임없이 늘어만가는 삼정폐해에 따른 부담은 농민들을 살아갈 수 없도록 만들고 있었다. 전정 즉 토지세 모순은 전 국토를 쑥대밭으로 만든 임진왜란,정묘 병자호란으로 더욱 심각해졌다.오랜 전쟁 때문에 많은 토지가 황폐해진데다 양반,관리,토호들이 고의적으로 토지대장에 등록하지 않고 숨겨둔 토지와,세금을 안내는 면제토지가 늘어나자 국가의 조세수입은 그만큼 줄어들었다. 그렇게 줄어든 세금을 모두 농민들에게 부담시켰으니 농민들의 삶은 고통뿐이었다.여기에다 관청에 근무하는 관리들이 개인적으로 탕진해버린 공금을 채워넣기 위하여 도결(都結)이라는 이름의 세금을 만들어 마음대로 부과하여 거둬들였다. ●일부 농민들 세도가에 붙어 병역기피 군정,즉 병역의무와 관련된 세금은 군포(軍布)라는 이름의 베를 징수하는 것이다.그런데 양반,아전,관노(官奴)는 병역이 면제된데다 정치기강이 문란해지자 일부 농민들도 세도있는 양반가문에 붙어서 병역을 기피하는 폐단이 생겼다. 환곡제도는 앞의 두 제도보다 더 심했다.아예 고리대(高利貸)로 변질되어 지방관청 관리들의 탐욕을 키우는 가장 악질적인 농민수탈 방법이었다.처음부터 월급이 없는 아전들은 농민을 착취하고 공금과 관청곡식을 횡령착복하는 협잡을 하도록 되어 있었다. 얼마만큼의 부정부패를 국가가 공식적으로 묵인해 주고 있었던 것이다.이 얄궂은 제도는 오늘날 공무원들의 부정부패를 심판할 때 일정액수 이하의 금액을 뇌물로 받거나 횡령했을 때 이른바 ‘통상적인 떡값 또는 관례’라 하여 면죄부를 주는 원류가 되었다. 이같은 모순이 계속되다 보니 탐관오리의 간악한 작폐로 인하여 농민의 생활은 눈뜨고 볼 수 없는 참상으로 변했고,고통에 허덕일 수밖에 없었다. 국가의 재정은 고갈되고,착취를 견디다 못한 농민들은 고향을 버리고 도망하여 유민이 되기도 했다.유민들 중에는 장길산처럼 도둑떼로 변질되기도 했고,깊은 산중 절간에 찾아가서 절 머슴이나 승려가 되기도 했다.살아남기 위하여 긴급피난한 농민들이 사찰로 몰려들어 승려가 되는 것은 한 때 커다란 유행이었다.실제로 한때 승려 숫자가 조선 인민의 10분의 1이 된적이 있었을 정도였다. ●한때 조선인민 10분의1 승려 되기도 아무튼 참을 수 없는 정도까지 불만이 쌓이자 농민들은 필연적으로 정부에 항거하는 태도를 취할 수밖에 없었다.이래도 죽고,저래도 죽을 바엔 할말이나 해보고 죽자는 공감대가 조선의 모든 농민들 가슴에 자리잡기 시작한 것이다. 이같은 전 국가적 모순에 저항의 횃불을 맨 처음 쳐든 것이 진주지방 농민들이었다.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은 조선 어느 지방보다 진주지방의 모순이 더 크고,착취가 심했기 때문이었다. 진주는 진주목사가 다스리는 행정관청 외에 경상우도 병마절도사가 다스리는 군사기관인 병영까지 있어서 관리와 아전의 숫자가 그만큼 많았다.아전 숫자가 많다는 것은 곧 농민들을 수탈하는 정도가 그만큼 극심하다는 뜻이다. 또한 향교와 서당이 많아서 향교의 교생(校生),서원의 원생(院生)은 모든 의무에서 면제되는데,그 면제액만큼 농민들의 부담은 늘어났다. ●농민들 존재 양반의 ‘갓걸이’ 에 비유 ‘이걸이 저걸이 갓걸이’에서 모든 힘없는 농민들 숫자는 곧 양반들의 갓을 걸어두는 ‘걸이’,즉 양반을 위해 존재하는 목숨없는 말뚝이나 갓 걸어두는 도구에 불과하다는 지독하고도 절묘한 은유인 것이다. 1862년 이전 류계춘 선생은 이 같은 진주목과 병영아전들의 혹독한 수탈에 대하여 여러해 동안 문제제기를 했었다.해당 관청에 진정서를 내거나 고발장을 접수시키기도 하면서 폐단을 고쳐달라고 애원했다. 그러자 아전들은 류계춘선생을 온갖 방법으로 박해하고 괴롭혔다.구속시켜 매질을 하기도 했다.이런 선생을 지켜보던 진주지방 농민들은 자신들의 억울함을 대변하는 선생에게 직·간접적인 지지를 보내면서 격려해주었다. 그러는 사이에 농민수탈은 더욱 심해졌다.농민들은 최후의 방법을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류계춘 선생이 농민의 대표자로 뽑혔다.그때부터 선생은 최후의 결전을 준비해 나갔다.먼저 농민들을 결속시키고 투쟁력을 높이기 위해서 노래를 만들어 퍼뜨렸다. 그런 다음 몇 가지 방법을 고안하여 농민들을 결속시키는 일에 착수했다. 농민들에게 가장 악랄한 아전으로 알려진 자와 양반으로서 가장 탐학과 착취가 심한 자들을 선정하여 그들의 구체적인 비리내용과 이름을 적은 일종의 전단을 만들어 사방에다 붙이고 뿌렸다.모두 한글로 적었기 때문에 이를 언방(諺榜)이라 했다.농민들이 더 이상 참기만해서는 안되는 이유,구체적으로 어떤 인물이 왜 농민의 적이 될 수밖에 없는지를 소상하게 적어서 비밀리에 돌려 읽히는 회문(回文),거사 날짜가 정해지면 각자의 임무를 차질없이 수행하겠다는 맹세를 하는 통문(通文)등 방법으로 농민들과 조직 책임자를 정하고 준비했다. 마침내 1862년 2월 18일 이른 아침부터 농민들은 미리 정해진 시간과 장소에서 봉기를 시작하여 약속된 장터나 공공 집회장소로 집결했다. 머리에 흰 수건을 두르고 손에는 몽둥이와 농기구를 들고,‘이걸이 저걸이 갓걸이’를 소리높여 부르면서 농민시위대를 만들어 갔고 시위대의 규모가 순식간에 홍수처럼 불어났다.겁을 먹고 숨어있던 자,반대하던 자,피신해있던 자들까지도 농민시위대의 함성과 노랫소리에 이끌려 합류했다. 이렇게 결집된 농민들은 진주성문을 열고 들어가 우병사 백낙신,진주목사 홍병원으로부터 항복을 받고,악질 관리로 손꼽히던 권준범,김희순을 불태워 죽였다. 그리고 자진해산하기까지의 4일동안 농민들의 원성을 산 토호들과 양반,부패관리들을 응징하고 끝났다.누구의 강압이나 회유에 의해서가 아니라 농민들 스스로 정한 목적에 따라 자진해산한 것이다. 그리고 류계춘 선생과 동지들 또한 스스로 관청에 나가 진실을 밝히면서 잘못된 제도를 폐지할 것을 요구했다.그러나 그 대답은 반역죄에 따른 참수형이었다.그들이 죽은 뒤 조선의 농민들은 32년간의 긴 기간에 걸쳐 정부에 책임을 물었고,동학농민혁명으로 승화되었다. 선생이 떠난지 140여년이 지난 오늘날 한국의 농민과 농업은 여전히 고난에 처해있다.선생의 초라한 무덤이 자꾸 오늘날 한국 농업의 상징처럼 다가온다.˝
  • 고졸숙련공 ‘3월 엑소더스’ 비상

    입학시즌인 3월이 되면 삼성전자 수원·기흥사업장,삼성전기 수원사업장 등 주요 제조업체의 생산라인은 ‘홍역’을 치른다.고교 졸업후 곧바로 수출전선에 뛰어든 고졸직원들이 몇년간 모은 돈으로 학사모를 쓰기 위해 현장을 떠나기 때문이다.반도체 라인 생산직은 교육·훈련에만 3∼6개월이 필요하기 때문에 수년간 숙련된 노동력이 한꺼번에 빠져나가면 생산성에도 타격을 입게 된다. 삼성전기는 직원들의 ‘3월 엑소더스’를 막기 위해 공장 내에 마련된 강의동에서 대학 과정을 이수,정식 학위를 딸 수 있는 사내대학 ‘드림캠퍼스’를 개설했다고 18일 밝혔다. 수원 본사에 성균관대 기술경영학과(테크노MBA)·아주대 전자공학과 석사과정과 장안대 영어통역과 등 4개 학과의 전문학사과정이 개설되고 대전사업장에는 충청대 중국어통역학과·컴퓨터그래픽학과,부산사업장에는 경남정보대학 관광영어학과 등 전문학사과정이 개설돼 올해 320명의 신입생을 맞았다.드림캠퍼스 학생들은 4학기 동안 일반 대학과 마찬가지로 전공 외에 언어와 문학,한국사 등 교양과정을 포함,총 80학점(석사과정은 전공 24학점,논문 6학점)을 이수하면 학위를 따게 된다.학비 33%(석사과정은 40%)를 감면받고,교재구입비 50만원이 지급되며,성적 우수자는 장학금도 받을 수 있다. 드림캠퍼스 과정인 장안대 영어통역학과에 입학한 DM사업부 민슬기(19)씨는 “친구들보다 1년 늦긴 하지만 회사에 다니면서 정식 학사 학위를 딸 수 있어 너무 기쁘다.”면서 “영어실력을 닦아 졸업하면 해외영업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도 지난 89년 설립된 사내 반도체 공과대학이 지난 2001년 교육인적자원부로부터 정식인가를 받았다.올해 1호 박사가 탄생하는 등 지금까지 전문학사,석·박사 526명을 배출,직원 재교육에 한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학비는 무료다. 류길상기자˝
  • [씨줄날줄] 新문명충돌론/이기동 논설위원

    냉전 이후 세계질서 분석틀 중 최대 논란거리를 제공한 이론은 단연 하버드대 새뮤얼 헌팅턴 교수의 ‘문명충돌론’.동서로 양분돼온 세계질서가 서구와 이슬람,중국의 3대 문명축으로 크게 나누어져 갈등과 충돌을 빚는다는 일면 단순명쾌한 논리다.전쟁의 주동인도 이전처럼 이념이나 계급이 아니라 종교에서 비롯된 문명간 갈등이라는 것이다. 중동의 유혈충돌,9·11테러 이후 미국이 주도하는 테러와의 전쟁은 기독교 대 이슬람 문명충돌론을 설파한 헌팅턴교수의 혜안을 가늠케 한다.하지만 정작 헌팅턴교수 자신은 테러와의 전쟁을 문명충돌이 아니라 문명 대(對) 야만의 충돌로 해석한다.테러세력들이 이슬람문명을 대표하는 게 아니라 일부 극단적이고 야만적인 이슬람을 대변할 뿐이라는 이유에서다. 문명충돌론의 최대 약점은 서구문명 우월론에 기초하고 있다는 점.서구우월주의와 반이슬람,신 황화론(黃禍論)이 근저에 자리하고 있다.그가 5월 출간예정인 새 저서 ‘우리는 누구인가,미국의 정체성에 대한 도전들’에서 히스패닉계 이민을 미국의 정체성에 대한 최대 위협이라고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히스패닉계와 앵글로 기독교계가 미국을 두개의 민족,문화,언어로 나눈다는 주장은 차라리 백인우월주의자의 선동구호를 연상시킨다. 영국의 주간 이코노미스트가 그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는 글을 실어 또 한번 화제다.히스패닉계가 법치주의와 인권중시의 미국문화를 외면하고 고유언어,문화,가치관을 고집함으로써 미국문화에 이질적 요인이 된다는 그의 주장은 지나친 논리비약.이탈리아계,아일랜드계,유대인이 미국의 주류사회에 편입된 현실에서 굳이 3700만명의 히스패닉계만 동화가 안 된 채 위협세력으로 남는다는 논리적 근거를 헌팅턴은 제시하지 못한다. 대서양을 건너온 이민은 괜찮고 멕시코국경의 리오그란데강을 건너온 이민은 그냥 안 된다는 것이다.미국은 어차피 이민자들의 나라.1200만명의 미국내 불법노동자들 중 절반이 히스패닉계다.이들의 값싼 노동력이 없으면 미국경제는 당장 제대로 돌아가지 못한다.노교수의 혜안이 흐려진 것인가.200만명의 재미 한인동포들도 히스패닉계보다 더 나은 대우를 기대하기는 힘든 처지인데.여러 모로 우려되는 신문명충돌론이다. 이기동 논설위원 yeek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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