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노동력
    2026-08-17
    검색기록 지우기
  • 그리
    2026-08-17
    검색기록 지우기
  • 7000만 달러
    2026-08-17
    검색기록 지우기
  • 흉기
    2026-08-17
    검색기록 지우기
  • 적자
    2026-08-17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4,167
  • [낮은소리] 화려한 은막뒤 ‘배곯는 스태프’

    [낮은소리] 화려한 은막뒤 ‘배곯는 스태프’

    “흥행에도 어느 정도 성공한 영화의 조명 스태프로 일했습니다. 혹독한 겨울에 사지가 덜덜 떨려서 수십도까지 오르는 열로 사경을 헤매는 일도 많을 만큼 고생했는데 아직도 잔금을 못 받았습니다.” “기획 시나리오 집필 제의를 받고 몇 달 동안 썼습니다. 영화사는 계약을 차일피일 미루다가 갑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엎었고, 고료 지급을 요구했지만 작품을 의뢰한 적이 없다는 대답뿐입니다.” 한국영화 조수연대회의가 지난해 6월 개설한 ‘영화인 신문고’에는 애달픈 사연이 넘쳐난다.‘관객 1000만 시대’를 만든 숨은 주역들인 이들이, 실제로는 최저생계비도 못 벌고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영화계에서 스태프들의 처우 문제가 수면 위에 오른 지는 오래됐지만, 개선의 속도는 한국사회의 어느 영역보다 더디다. 최근 조수연대회의가 한 영화사를 상대로 3억 4000여만원 상당의 채권가압류 신청을 내는 등 스태프들의 단합된 힘이 커가고 있지만 아직은 ‘낮은 소리’일 뿐이다. 영화를 향한 열정과 꿈을 저당잡힌 채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한국영화 스태프들의 현주소를 들여다본다. ●최저생계비도 못 버는 허울뿐인 프리랜서 7년동안 연출부를 거쳐 3편의 영화에서 조감독으로 일한 김모씨는 그동안의 총수입이 3000만원도 안 된다. 지금은 그나마의 벌이도 포기하고 시나리오를 쓰며 감독 데뷔를 준비중이다. 그는 “경제적인 문제로 떠나간 사람이 수없이 많다.”면서 “그래도 아직까지 남아있는 나는 행복한 편”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 영화공부를 하고 돌아왔지만 3년째 조감독으로 1000만원을 번 것이 전부라는 강모씨는 “부모님이 용돈을 쥐어주시면서 우시더라.”면서 “감독의 꿈만으로 버티기에는 너무 힘들다.”고 털어놓았다. 현재 영화 스태프들이 당면한 가장 시급한 문제는 생활이 불가능한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환경이다. 지난해 10월 국회 문화관광위에서 스태프 12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월 평균 61만 8000원을 벌었고 50만원 이하의 소득자도 47%에 달했다. 대부분 생계 유지가 어려워 부모나 배우자에게 의지하거나(39%) 아르바이트를 병행(36%)하고 있었다. 이에 비해 노동시간은 길었다. 하루 평균 13.9시간을 일했고 18시간 이상도 10%나 됐다. 불안정한 계약으로 그나마의 임금을 못 받는 경우도 많다. 임금 계약은 보통 ‘통계약’이라는 형태로 맺는다. 제작사가 각 파트 정상급(퍼스트급) 스태프들과만 계약을 맺으면, 퍼스트급이 이하 스태프들에게 분배하는 형식이다. 그러다 보니 돈을 받지 못해도 법적으로 대처하기가 힘들다. 촬영 종료 뒤 임금의 절반가량을 지급하는 관행 때문에 흥행에 실패한 영화의 경우에는 잔금을 떼이는 경우도 허다하다. 실제로 지난해 4월 ‘영화현장스태프의 근로조건개선과 전문성 향상을 위한 연구’공청회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조사대상자의 72%가 임금체불이나 미지급의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시간에 비례하지 않고 ‘작품 한 편당 얼마’식으로 임금을 지급하는 ‘작품당 계약’ 관행도 저임금을 촉발시키는 큰 원인이다. 한 영화가 기획에 들어가서 극장에 걸리기까지 보통 1∼3년이 걸린다. 캐스팅, 투자, 촬영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해 질질 끈다면 스태프들은 기약없이 노동력과 시간만 축내게 된다. ●‘영화 향한 열정’ 이용한 노동착취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현장에 인력이 넘쳐나는 이유는 뭘까. 감독으로 성공하리라는 꿈과 영화에 대한 애정 때문이다. 국감자료에서도 전직을 희망한 응답자는 21%에 불과했고, 전직을 원하지 않는 이유로 67%가 “영화가 좋아서”라고 대답했다.‘영화판’에서 일을 배우며 한단계씩 나아가야 하는 스태프들은 그렇기에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대부분 넘어간다. 소위 B급 영화사에서 조감독까지 했지만 지난해 A급 영화사로 옮겨 연출부 스태프로 일한 이모씨는 임금을 거의 받지 못했으면서도 “고급 인력과 친분을 갖게 되고 일을 배운 것으로 위안을 삼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를 제기했다가 기껏 쌓은 인맥을 잃을까 두렵다는 것. 하지만 조수연대회의의 자문을 맡고 있는 이종구 노무사는 “어느 사업장이나 돈을 버는 것과 일을 배우는 것이 함께 이루어지는데, 일을 배운다는 이유로 저임금을 받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열악한 환경을 딛고 감독으로 성공하는 경우는 확률적으로 드물다. 대부분 ‘죽도록’ 일만 하다가 젊은 시절을 허비한다.‘조폭 마누라2’의 장동현 조감독은 “제작비도 못 건지는 영화가 많다는 것은 잘 알지만 모든 희생을 스태프들에게만 떠넘기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면서 “자원봉사자가 아닌 만큼 전체 파이를 나누는 데 있어 일한 만큼의 몫을 받고자 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라고 주장했다.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 이상필 조수연대의장 더이상 한국영화 스태프들은 숨죽이고만 있지 않다. 조감독·제작부·촬영조수·조명조수 협회로 구성된 한국영화 조수연대회의(의장 이상필)는 ‘영화인 신문고’(filmunion.ivyro.net)에 접수된 22건의 체불임금 관련 사안에 대해 중재에 나섰고, 한 영화사를 상대로 3억 4000여만원의 채권가압류 신청을 냈다. 스태프들의 공식적인 첫 법적대응으로 기록될 ‘사건’을 이뤄낸 한국영화 조수연대회의의 이상필 의장은 “신문고에 올라온 사안의 진위를 가린 뒤 권고안을 제시하는 등 우선적으로 중재를 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면서 “하지만 ‘법대로 하라.’는 제작자들도 있어 법적 대응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번에 이들의 ‘레이더’에 걸린 영화사는 70% 정도 촬영이 진행된 뒤 영화를 엎었고, 임금을 거의 지불하지 않은 채 3년을 끌었다. 이 의장은 “그래도 이 영화사는 수입·배급사업을 하고 있어 가압류 신청이 가능했다.”면서 “신문고 안에는 제작사가 임금을 주지 않은 채 파산한 뒤 1년이 지나 법적으로 구제를 받을 수 없는 사안도 있었다.”며 안타까워했다. 당장 스태프들이 못 받은 임금을 챙겨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 의장은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위해 세가지 과제를 제시했다. 스태프들의 임금·고용·복지와 함께 제작시스템을 개선하는 일, 현장 영화인 재교육과 라이선스 제도화, 영화관련협회의 영화정보 공동 데이터베이스화 등이 그것이다.“투자자가 전권을 쥔 기형적인 영화산업구조와, 산업화과정에서 제대로 규정짓지 못한 채 굳어져온 관행이 원인인 만큼, 법에 의존하기보다는 영화계 스스로가 체질 개선을 해야 합니다.”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 “스태프도 근로자… 근기법 적용을” 한국영화 스태프들의 처우개선을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근로기준법을 적용시켜 노동자로 대우받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비정기적인 영화 일의 특수성 때문에 아직은 스태프들을 프리랜서로 보는 시각이 많아 당장 적용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현재 한국영화 조수연대회의는 영화 스태프들을 근로자로 인정받게 하기 위한 법적 대응 방안을 모색중이다. 현장에서 다쳤을 경우 산재보험을 청구한다든지, 회사가 부도날 경우 3개월치 임금을 보전해주는 체당금을 신청하는 등의 방법으로 ‘영화스태프는 근로자’라는 판례를 이끌어내겠다는 것. 박형섭 변호사는 “법적인 선례가 생긴다면 스태프들이 일한 만큼의 추가수당을 받고 노동시간을 조절하는 데 일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적 해결에는 시간이 걸리는 만큼 우선 영화인들이 자발적으로 ‘근로환경 규정’을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 현재 영화진흥위원회와 조수연대회의는 이 문제로 협상을 진행중이다. 영진위는 임금, 계약기간·방식, 노동시간의 기본틀과 함께 4대보험지원센터를 운영하는 내용의 ‘스태프 처우개선을 위한 권고안’을 제안한 한편, 조수연대회의는 연구원이 만드는 ‘선험적’인 권고안이 아닌 실질적인 주체인 스태프들이 적정수준을 제시하고 제작가협회와 협의한 뒤 영진위와 권고안을 논의하는 방식을 주장하고 있다. 조수연대회의 최진욱 사무국장은 “영진위가 국감의 결과물을 내는 데만 급급해하고 있다.”면서 “영화인 신문고에도 최소한의 비용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영진위 국내진흥부의 김보연씨는 “3년전부터 스태프의 처우개선을 위한 연구사업을 지원해왔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사업을 입안하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앞으로 진통이 예상되지만 3자가 협의해서 의견을 모아보자는 데는 이견이 없는 만큼 조만간 의미있는 결과물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지난주 제작가협회와 조수연대회의도 첫만남을 갖고, 새달초 영화인 근로환경과 제작시스템을 제고하기 위한 정책 세미나를 열기로 합의했다. 아직 갈 길은 멀지만 영화 스태프의 처우 개선을 위한 첫삽은 뜬 셈이다.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 [씨줄날줄] ‘노동생명’/육철수 논설위원

    향도효과(嚮導效果)라는 게 있다. 행군이나 구보때 맨 앞에서 대열의 보조를 맞추고 길잡이 역할을 하면 자기 페이스 조절이 가능해 오랜 시간 걷거나 달려도 피곤하지 않다는 뜻이다. 많은 지도자들이 지치지 않고 열정적으로 일하는 데는 일정부분 향도효과에 기인한다는 가설은 흥미롭다. 아홉 번이나 구청장을 해서 ‘직업이 구청장’이 된 정영섭(73) 서울 광진구청장은 공직자로서의 장수비결을 곧잘 ‘향도효과’에 비유한다. 그런 측면도 있겠으나, 그보다는 일을 사랑하고 행정가로서 탁월한 능력이 그를 오래도록 현직에 붙들어 놓은 요인일 것이다. 노동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노동생명표’는 정 구청장 같은 이에게는 해당사항 없겠지만 일반 직장인들에겐 심각하게 다가온다. 현재 25세인 남성 직장인의 ‘노동생명’(임금근로자가 앞으로 직장생활을 할 수 있는 평균기간)은 20.8년이라고 한다. 지금의 40∼50대는 운 좋으면 몇년은 더 버틸 수 있겠지만 20대는 45∼46세가 되었을 때 실직자가 무더기로 나온다는 얘기다. 이들이 ‘사오정’이 되어 새 직업을 찾을 경우 ‘노동기대여명’은 36.2년이 돼 61세까지는 그럭저럭 먹고 살 수 있다는 게 그나마 다행이다. 그렇더라도 한국 남성의 평균수명이 73.4세인데 40대에 퇴직한 뒤 새 돈벌이를 찾지 못한다면 국가적·사회적 노동력의 낭비가 너무 심할 것 같다. 사실 노동생명이란 개인이 하기 나름이며 천차만별일 것이다.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등 선출직 공직자들은 국민이 준 노동생명을 산다고 볼 수 있겠다. 시한부이지만 잘하면 얼마든지 노동생명을 연장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공무원들은 법적으로 일정 연령까지 노동생명이 보장된다. 고위직의 경우 퇴직 후에 2∼3년 더 노동생명을 늘리는 것은 식은 죽 먹기다. 능력과 노력만 있으면 노동생명에 제한이 없는 학자·의사·변호사·예술가들은 가장 복받은 노동생명을 이어가는 사람들이다. 젊은 퇴직자들이 쏟아지는 요즘,96세의 나이에도 왕성하게 활동 중인 세계적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와,70년째 소아과 의사로 일하는 경북대 의대 최정헌(93) 명예교수가 새삼 돋보인다. 보람된 삶과 가치 있는 노동의 의미를 이들은 일깨워주고 있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이젠 사람입국이다] 5. 사람을 가꾸는 유럽정부

    [이젠 사람입국이다] 5. 사람을 가꾸는 유럽정부

    정부는 왜 존재하는가. 국가로부터 나는 어떤 혜택을 받는가. 원론적이고 현실과는 거리가 먼 물음처럼 들린다. 그러나 툰 얀센 네덜란드 교육문화과학부 성인교육담당국장은 명쾌하게 말한다.“시장이 제대로 작동되지 못하면 정부가 개입해야 한다. 특히 노동시장에서 퇴출된 실직자들의 재적응을 위한 효과적 지원이 필요하다. 국가와 지방정부가 그런 일을 하지 않으면 존재의 이유가 없다.”사람을 키우기 위해 정부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어떤 원칙으로 어떤 역할과 책임을 수행해야 하는지 분명히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재정지원보다 실직자 의욕을 높이는 데 초점 실직자를 대상으로 한 정부의 역할은 재정지원, 직업훈련에 그치지 않는다. 재취업하려는 사람들의 의욕을 북돋아 주고,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도록 자극을 주는 것도 정부의 몫이다.“정부의 역할은 ‘지원과 개입’보다 ‘자극(stimulate)’이 더 중요하다.”고 얀센 국장은 말한다. 시장경제체제의 운영원칙을 준수하는 정부의 역할을 강조한 것이다. 유럽 정부들은 노동시장의 재진입 기회를 주기 위해 다양한 직업훈련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특히 일과 학습을 연계해 삶의 가치를 실현하는 ‘평생학습’ 개념을 도입, 노동시장을 지속적으로 자극한다. 네덜란드 정부의 선행(先行)학습인증제(APL)는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힌다. 이 제도는 실직자들을 노동시장에 재진입시키기 위한 범국가 차원의 인적자원개발 프로그램으로 4단계로 실행된다. 노동시장의 수요 변화에 따라 인적자원을 재교육시켜 이들을 효과적으로 공급하는 메커니즘을 갖고 있다. 먼저 노동시장에서 요구하는 질적 수준에 대해 고용주와 취업희망자가 서로 합의한 뒤 이에 따른 구체적 프로그램들을 개발, 이를 6∼8개의 단위로 분류한다. 이 가운데 3,4개 단위를 이수하면 정부가 인증하는 자격증(diploma)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선행학습인증제는 인적자원의 질적 수준을 공인하는 기능을 하고 있으며, 사회구성원들이 노동시장에 재결합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자극을 준다. ●사람을 가꾸는 정부 유럽의 정부는 한마디로 ‘사람을 가꾸는 정부’이다. 노동시장의 수요와 인적자원의 공급을 양이 아니라 질적으로 균형을 맞추기 위해 전략적 인적자원개발 메커니즘을 작동시킨다. 노동시장의 요구에 따라 노동력의 질을 향상시켜 공급하는 인적자원 수급체계를 정부가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것이다. 네덜란드는 경제활동인구 400만명 가운데 120만명 정도가 노동시장에서 요구하는 질적 수준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현실을 인정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선택과 집중의 논리를 적용, 중소기업 출신 실직자들에게 보다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지원과 자극을 집중한다. 대기업에서 근무하다 실직한 경우 대부분 퇴직관리(outplacement)시스템 등을 통해 사회 재적응 훈련을 받을 기회가 있지만, 중소기업의 경우 재정능력뿐 아니라 프로그램도 없기 때문이다. 기업 차원에서 실직자들을 대상으로 한 효과적 조치들이 없기 때문에 정부가 그 공백을 메워야 한다는 발상이다. 정부가 언제, 누구를, 어떻게 지원해야 하는지 분명하다. 정부는 최소한의 역할을 하지만 효과적으로 일한다. 우리가 말로만 제시했던 ‘작지만 강한 정부’의 모델이 네덜란드다. 시장경제의 자율적 메커니즘을 준수하기 때문에 노동인력에 대한 지원은 원칙적으로 정부가 아니라 기업의 몫이다. 그러나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경우 정부는 최적의 선택으로 효율적인 기능을 한다. 한 예가 지방정부의 노동소득센터(CWI)이다. 지역사회에 기반을 둔 이 센터에서는 실직기간과 취업기회에 따라 실업자들을 1∼4등급으로 구분, 맞춤형 직업훈련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지원대상은 저학력자, 고령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경제활동인구의 노동시장 재진입을 위해서뿐 아니라 사회적 연대와 통합의 차원에서 지방정부가 적극 나서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은 집권세력의 이념적 성향을 넘어 대부분의 유럽정부들이 공유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정부가 기업을 독려하는 방법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세제정책이다. 네덜란드도 평생학습제도 초기에는 고용보험환급 등 세금감면 혜택을 주면서 정부가 주도했다가 지금은 이를 폐지하고 기업이 자율적으로 운영하도록 바꿨다. 하지만 평생학습 프로그램을 운용하고 있는 기업의 비율은 1993년 20% 수준에서 2000년에는 40% 정도로 오히려 2배 이상 늘었다. 정부의 지원정책이 단순한 재정지원에 그치지 않고 평생학습의 실질적 효과를 지속적으로 자극했기 때문이다. 유럽 정부들은 세제지원 혜택을 통한 개입보다는 시장의 자율 메커니즘을 통한 원활한 운영을 위해 독려하는 역할로 중심축을 옮기고 있다. ●다양한 평생학습제도 모색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구호가 보여주듯 유럽은 사회보장제도가 잘 갖춰져 있지만 각 정부들은 계속 새로운 실험들을 하며 거듭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네덜란드의 ‘개인교육계좌(Individual Learning Account)’이다. 일종의 개인교육연금 방식의 계좌인데, 소득의 일정 금액을 자기개발이나 학습활동을 위해 적립시킬 경우 세금감면 혜택을 주는 것이다. 시행 초기라 고학력자를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지만 점차 저학력·저소득층으로 대상을 확산시켜 나갈 계획이다. 이 개인교육계좌는 노동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국가차원의 인적자원개발 메커니즘이며, 국가 경쟁력 제고를 위한 경영전략이다. “평생학습은 자신을 닦는 것이다. 깨끗하고 좋은 물로 씻을 수 있는 사람이 있고, 빗물에라도 자신을 닦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다. 정부는 모든 사람들에게 자신을 닦을 수 있는 물을 제공해야 한다. 특히 빗물이 아니라 수돗물로 닦을 수 있도록 하고, 생수를 마시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수돗물이라도 마음껏 마실 수 있도록 하는 것, 그것이 바로 정부의 역할이다.”네덜란드 정부 관료가 마지막으로 던진 이 말이 오랫동안 귓가를 맴돈다. 헤이그 석철진 경희대 경영대학원 교수 경영패러다임센터 연구기획실장 cjsuk@khu.ac.kr ■ 영국의 ‘평생학습 지원제도’ |런던 장택동특파원|영국은 세계적으로 평생학습을 가장 강조하는 국가 가운데 하나다. 체계적으로 직원의 교육을 지원하는 조직에 인증을 해주는 IIP(Investors In People)는 영국 평생학습 시스템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기관이다. ●평생학습 강화하는 조직에 인증 부여 1990년 설립된 IIP는 영국 교육기술부의 예산으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이다.IIP의 인증을 받으려면 직원에 대한 교육 계획을 작성, 제출한 뒤 IIP의 자문을 받아 계획을 실행하고 인증기준을 통과해야 한다. 지금까지 IIP의 인증을 받은 기관은 3만 7000여개이고 인증을 준비하고 있는 기관이 2만 4000여개에 달한다. 이는 영국 전체 기관의 38%에 해당한다. 인증을 받은 곳은 대부분 기업이지만 지방자치단체, 학교 등 사람을 고용하는 조직이라면 IIP의 인증 대상이 된다. 개인은 인증 대상이 아니다.IIP는 세계로 진출하고 있다. 네덜란드, 뉴질랜드 등 20여개국에서 IIP제도를 도입, 시행 중이다. ●“교육 강화하면 수익도 증가” IIP인증을 받는다고 해서 특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다양한 긍정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조안 화이트 IIP 국제담당과장은 ▲직원에게 학습동기 부여 ▲직원들의 이직 방지 ▲고객만족 향상 ▲생산성 증가 ▲비용 절감 등의 장점이 있다고 소개했다. 지난 3년 동안 IIP인증을 받은 기업은 해마다 수익이 평균 7.16%씩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직원 1인당 1년에 505파운드(약 100만원)의 수익을 더 창출했다는 것이다. 반면 인증을 받지 않은 기업들은 수익이 평균 3.78% 늘어나는데 그쳤다. 디그비 존스 영국산업협회(CBI) 회장은 “IIP인증을 통해 직원들의 교육수준이 높아지고 경영의 질이 향상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기준 단순화, 의사결정 과정에 직원 참여 강조 지난해 11월 IIP는 새 인증기준을 발표했다.IIP는 시대의 흐름을 반영해 3년마다 인증기준을 재정비하고 있다. 새 기준에서는 인증과정을 이전의 4단계에서 ‘계획(plan)-행동(do)-평가(review)’ 3단계로 단순화했다. 계획단계에서는 조직 발전전략 수립과 이에 맞는 교육계획 작성, 균등한 교육기회 부여를 위한 조치 등을 점검한다. 행동단계에서는 경영진과 직원들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교육을 이끌고 참여하고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본다. 평가단계에서는 교육을 위한 투자의 효율성과 지속가능성을 살핀다. 특히 새 기준에서는 ‘직원들이 회사의 의사결정 과정에 얼마나 참여하는가.’를 평가항목에 추가했다. 화이트 과장은 “의사결정에 참여함으로써 직원들의 책임과 권한을 확대하고 학습동기를 자극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IIP인증이 중요한 것은 사람을 중시하고 배우려는 의지가 있는 사람이 배울 수 있도록 도와주기 때문”이라면서 “이는 정부와 기업, 직원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taecks@seoul.co.kr
  • 日군속명부 위안부 실명 첫 발견

    日군속명부 위안부 실명 첫 발견

    군속명부에서 ‘일본군 위안부’피해 생존자의 실명기록이 처음 발견됐다. 한국정신대연구소(소장 이성순) 강정숙 연구원은 국가기록원의 군인군속자료를 조사하던 중 일본군 위안부 피해 생존자의 실명기록을 군속명부에서 최초로 발견했다고 11일 밝혔다. 강 연구원은 군속명부에 나타난 김복동(金福童·79)할머니의 본적과 생년월일 등 신상이 정신대연구소의 ‘강제로 끌려간 조선인 군 위안부들’증언 2집(1997년 발간)에 실린 김 할머니의 증언과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군속명부는 1947년 9월 작성된 것으로 ‘제16군 사령부 동 직할부대 조선인 유수명부 제4과 남방반’이라고 적혀 있다. 그는 “위안부제도를 부인하는 일본 우익의 주장을 반박하고 일본 정부의 책임과 배상의 의무를 묻는 근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록에는 1945년 8월31일 당시 19세인 김 할머니가 남방군 제10 육군병원의 군속 가운데 가장 낮은 직급인 용인으로 채용된 것으로 나와 있다. 김 할머니는 15세에 끌려가 중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지에서 위안부 생활을 강요받았다. 강 연구원은 “전쟁이 끝난 시점에 왜 조선인 여성을 간호부로 고용했는지 의문”이라면서 “이것은 일본군 위안부 제도를 은폐하거나 마지막까지 조선의 여성노동력을 수탈하려는 일제의 의도로 해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효용기자 utility@seoul.co.kr
  • [성공시대] 어묵튀김 ‘가마보코’전문점

    [성공시대] 어묵튀김 ‘가마보코’전문점

    한 애니메이션 제작자가 업계의 불황을 피해 서울 홍익대 정문앞에 일본식 어묵튀김인 가마보코 전문점을 열었다. 장사에는 ‘초짜’인 김동욱(34)씨는 처음에는 선뜻 용기가 나지 않아 무척 망설였지만 3개월과정의 창업스쿨을 거치면서 자신감을 얻었다. 대학 강사이자 공예가인 아내 강정아(32)씨까지 합류, 이들의 2평짜리 가게는 하루 매출액이 최고 40만원을 웃돈다. 지난해 11월 개점한 것을 고려하면 빠른 안착인데 비결은 입지선정이 주효한 덕이다. ●창업스쿨 거쳐 꼼꼼하게 상권분석 창업스쿨에서 ‘상술의 기초’를 다진 김씨는 입지에 따른 품목선정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깨달았다. 신촌과 이화여대 일대, 홍익대 앞 등 상권이 발달한 곳의 점포 매물을 꼼꼼하게 살폈다. 불황의 여파로 입지는 좋지만 매물로 나온 몇 군데가 눈에 들어왔다. 이 가운데서도 목이 좋은 홍익대 앞 액세서리 점포를 창업 1호점으로 정했다. 이어 창업스쿨에서 배운대로 상권분석에 들어갔으며 장사 품목으로 이 일대에서 팔지 않는 가마보코를 정했다. “장사아이템을 위해 창업박람회를 비롯해서 백화점 음식코너 등을 누볐어요. 초보자라서 ‘손맛이 필요없는 것’을 찾았는데 닭꼬치 등 몇 가지가 후보에 오르더군요. 프랜차이즈까지 생각해봤는데 직접 해보려고요. 요새 부쩍 인기를 끄는 어묵튀김에 이상하게도 관심이 쏠리더군요. 더군다나 이 일대에는 오뎅바와 어묵튀김 노점은 있지만 테이크아웃형 가게는 없거든요.”(김동욱) ●양질의 재료·유니폼 착용 등 차별화 주효 시설비 300만원과 보증금 1000만원, 권리금 8000만원 등 창업비용으로 모두 1억원 정도를 투자했다. 친지의 도움으로 인테리어와 시설비는 적게 들었지만 목이 좋은 장소라서 임대비용은 다소 많이 들어갔다. 대신 1000원짜리 가마보코가 하루 400개 이상 팔리면서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다. 전체 매출액에서 순이익이 차지하는 부분은 40%선. 하지만 고객의 대다수가 학생이라 방학기간에는 매출액이 다소 줄어든다. “가게 앞 노점에서 500원짜리 계란빵을 팔며 옆 가게에서는 800원짜리 크림빵을 내놓아 1000원짜리 어묵튀김은 가격경쟁력이 떨어지죠. 대신 좋은 재료를 쓰고 유니폼을 맞춰 입는 등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갖춘 차별화 전략을 내세우고 있습니다.”(강정아) 하지만 초짜에게 창업은 이론처럼 쉽지 않았다. 김씨가 어묵공장에서 가마보코 제조법을 직접 익히고 수차례 연습을 해봤지만 만드는 속도가 느렸다. 어묵만드는 솜씨가 서툴러서 오히려 손님들이 놀라기도 했다. 이런 미숙함은 시간이 지나자 차차 해결됐다. “대학시절에 아르바이트도 제대로 해본 적이 없어서 손님을 대하는 요령 등을 전혀 몰랐어요. 초창기에 남편을 도와주려고 잠시 합류했는데 아무리 작은 가게라도 쉽게 볼 수 없더군요. 해야 할 일이 많아 아예 동업자로 나섰어요.”(강정아) 애초에는 투잡스를 목표로 김동욱씨는 애니메이션을 병행하며 아내 강정아씨는 전공인 칠공예를 함께 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개점시간은 오후 1∼11시에 불과하지만 다음날 장사를 위해 새벽 3시까지 재료를 미리 준비해야 한다. 이 때문에 사생활이 많이 줄어들었다. 대신 이동 반경이 좁아서 노동력은 생각처럼 크게 소요되지 않아 다행이란다. ●자신감도 두둑한 밑천 “장사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은 ‘정말 성공할 수 있을까.’로 고민을 많이 하고 망설여요. 사실 그럴 시간에 아이템이나 가게 입지 등을 더 꼼꼼하게 알아보는 편이 나아요. 또 자신감을 가지고 큰 목소리로 손님을 대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저희들의 다음 목표는 새로운 메뉴를 개발해서 홍대앞의 명물 가게로 알려지는 것이죠.”(김동욱) 이유종기자 bell@seoul.co.kr
  • [씨줄날줄] 헤이하이쯔(黑孩子)/육철수 논설위원

    지난 6일 0시2분 중국 베이징의 한 산부인과에서는 13억번째 ‘중국 국민’이 고고성을 터뜨렸다. 공인받는 탄생인지라 중국의 국가적 축하와 언론보도는 대단했다. 세계인구(65억명) 5명 중 1명이 중국인이어서 지구촌의 눈길을 끌기에도 충분했다. 그러나 화려한 중국 인구사(人口史)의 이면에는 늘 어두운 그림자가 따라다닌다. 바로 ‘헤이하이쯔(黑孩子)’다. 산아제한정책 위반을 피하기 위해 호적에 오르지 못한 아이들을 뜻한다. 정책대로 한 자녀로 태어난 덕분에 호적에 당당히 올라 부모의 사랑 속에 자라는 ‘샤오황디(小皇帝)’는 그에 비하면 빛이다. 헤이하이쯔는 농촌에 많고, 남아선호에 밀린 여자 아이들이 대부분이다. 헤이하이쯔를 포함해 무호적 인구가 많아 중국의 실제 인구는 14억∼15억명으로 추산된다. 그래서 ‘13억번째 국민’이란 영광도 따지고 보면 엉뚱한 아기가 차지한 셈이다. 헤이하이쯔는 중국이 1980년 ‘한 자녀 갖기 운동’을 펼치면서 양산됐다. 도시에서는 아들·딸 가리지 않고 한 자녀밖에 가질 수 없고, 노동력이 필요한 농촌에서는 첫째가 딸이면 둘까지 낳도록 돼있다. 어기면 엄혹한 처벌이 따른다. 우선 벌금 1만위안(120만∼130만원)을 내야 하고, 직장에서 쫓겨난다. 중국의 농촌소득이 우리 돈으로 5만원 안팎이니 월급의 20배 이상의 벌금을 물리는 것이다. 셋을 낳으면 벌금이 두 배여서 아예 파산이다. 그러니 법외(法外) 자녀를 감히 호적에 올릴 수 없는 것이다. 헤이하이쯔가 3000만명인지 5000만명인지는 분명치 않다. 도시와 농촌간 거주지를 제한했던 때는 헤이하이쯔가 별 문제 아니었다. 그러나 시장경제의 여파로 최근 들어 연간 1억 2000만명의 농촌인구가 도시로 유입되면서 중국정부는 사회적 문제를 크게 걱정하는 모양이다. 중국식 표현을 빌리자면 도시에서 떠도는 농촌출신 빈민을 눙민궁(農民工)·망류(盲流)라고 한다. 이들 가운데는 80년대 태어나 성인이 되었을 헤이하이쯔가 적잖이 섞여있을 테고, 적(籍)이 없는 국민을 통제·보호하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2008년 올림픽을 앞둔 인구 초강대국 중국이 헤이하이쯔 등 인권문제를 어떻게 풀어갈지 궁금하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13억번째 중국인 출생

    |베이징 오일만특파원| 홍콩·마카오·타이완 인구를 제외한 중국의 본토 인구가 6일 13억명을 공식 돌파했다. 관영 신화통신은 이날 0시2분 베이징의 한 산부인과에서 남아 신생아가 탄생,13억번째 국민이 됐다고 보도했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30년전부터 ‘1가구 1자녀’의 산아제한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 중국인구의 13억명 돌파와 세계인구의 60억명 돌파가 각각 4년씩 늦춰졌다고 평가했다. 중국의 강력한 산아제한에도 불구, 중국은 전세계 인구의 20%를 차지하고 있으며 2000년대 이후 매년 1600만명씩 증가 추세에 있다. 중국 전문가들은 통계에 잡히지 않는 ‘헤이하이즈(黑孩子·미등록 자녀)’까지 합치면 실제 인구는 15억명을 넘어설 것으로 분석한다. 국가 산아제한위원회에 따르면 중국은 70년대 초,1쌍 부부의 평균 출산율이 5.8명에서 2000년 1.8명으로 급락, 저출산 국가에 진입했다. 하지만 강력한 산아제한 정책에 따른 ‘노령화 사회진입’문제는 심각하다. 중국의 노인인구(65세 이상) 비율이 현재 전체의 7%(8800만명)에서 2020년 11.8%,2050년 25%까지 급상승할 것으로 예측된다.“노령화 사회 대비책이 없을 경우 노동력 고갈로 이어져 경제성장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경고음이 곳곳에서 들리고 있다. 전통적인 남아 선호사상에 따른 남녀 성비의 극심한 불균형도 주요 현안이다.2000년 인구센서스 결과 남녀 성비는 이미 119.92에 달했고 광둥(廣東)성 등 일부 지역은 이미 130을 넘어섰다. 이 때문에 중국의 인구정책 전문가들은 최근 ‘산아제한의 실효성이 없고 각종 사회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며 1자녀 정책의 사실상 폐기를 건의,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oilman@seoul.co.kr
  • “이젠 사람입국이다” 피터 드러커교수 대담

    “이젠 사람입국이다” 피터 드러커교수 대담

    사람입국 신경쟁력특별위원회(위원장 문국현)는 피터 드러커 혁신상을 제정키로 하고 올 연말 첫 수상자를 선정·수상할 계획이라고 31일 밝혔다. 지식정보화 사회에서 국가나 기업, 사회발전의 새 원동력은 사람이며 새 동력을 확보하는 길이 평생학습을 통해 사람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드러커 혁신상은 성인교육·직원교육 등 평생학습 취지에 맞는 교육을 통해 사람의 경쟁력을 높인 기업이나 단체라면 어디나 받을 수 있다. 서울신문은 이에 동참,‘지식노동자’ 개념을 만들어낸 현대 경영학의 거두 피터 드러커 교수와의 대담을 시작으로 현지 취재를 통해 선진국의 평생학습을 통한 신경쟁력 창출 사례를 소개하는 신년기획 ‘이젠 사람입국이다’를 시작한다. 평생학습 체계를 구성하는 정부의 노력, 현장에서 이를 접목시키는 기업이나 단체들의 다양한 활동을 소개할 예정이다. 또 이를 통해 자신의 삶을 극적으로 변화시킨 성공 사례들도 소개된다. 드러커 교수와의 대담은 사람입국 신경쟁력특별위원회가 피터 드러커 혁신상 제정을 논의하기 위해 지난해말 드러커 교수를 만나는 과정을 동행 취재해 이뤄졌다. 드러커 교수는 “평생학습은 사람을 젊게 만든다.”며 특별위원회의 활동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드러커 교수는 “한국이 산업사회에 급속히 적응하느라 앞으로 사회적·정치적 혼란이 올 것”이라면서 “이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또 한국이 급속히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도 이민을 받아들인 경험이 없다는 점에서 미래 사회에 노동력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고령화 사회에 대비, 개인들은 퇴직 이후의 생활을 위해 직업 이외의 관심사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드러커 교수는 21세기 한국은 지식사회에 걸맞게 재벌형·집단형 기업체제에서 탈재벌 개별기업형, 개인형 기업체제로 가야한다고 덧붙였다. 지식사회에서는 노조가 쇠퇴할 수밖에 없으므로 탈노조 시대에 대비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그는 앞으로의 한국 경제의 발전은 중국과 인도 시장에서의 성공여부에 달려 있다고 전망했다. 또 한국 정부가 지식노동자를 위한 고용창출에 성공한다면 일본을 추월할 수도 있다면서 지식노동자에 대한 정부 차원의 관심을 촉구했다. 클레어몬트(미 캘리포니아주) 전경하특파원 lark3@seoul.co.kr
  •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 (49)구룡포와 과메기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 (49)구룡포와 과메기

    동지 무렵이면 춥다. 옷깃 여미는 추위가 계속되면 구룡포 과메기가 한층 그리워진다. 추운 겨울에 제격이다. 초고추장에 찍어 파와 마늘을 얹고 다시마로 싸 한 입에 털어넣은 뒤 소주 한잔 곁들이면 추위가 저만치 달아난다. 이 무렵, 포구에 사내들이 둘러앉아 무언가를 먹고 있다면 십중팔구 과메기다. 그만큼 과메기는 구룡포 특산품으로서 주소 성명이 분명하다. 구룡포는 서울 기준으로는 가장 먼 곳 중의 한 곳. 그러나 먼길 찾아온 만큼 제값을 하는게 또한 과메기다. 구룡포 읍내는 물론이고 영일만 해변 곳곳의 덕장에서 과메기들이 맛을 들이며 입맛을 돋우고 있다. 본디 관목청어를 관목(貫目)으로 줄여 부르다가 관목이 관메기로, 다시금 과메기 또는 과미기로 변하였다. 오늘날은 꽁치 과메기이지만 불과 얼마전까지만해도 과메기하면 단연 청어였다. 그래서 과메기의 역사적 진실에 한결 가깝게 다가가려면 청어부터 제대로 알아야한다. 젊은층에게는 청어의 각인된 이미지가 거의 없지만 노인들은 아직도 청어를 기억한다. 조선시대와 일제강점기 초기만해도 동·서·남해안을 막론하고 상당히 많이 잡혔다. 서해의 경우, 황금조기가 높은 지위를 누리기 전 ‘물고기의 임금’은 단연 청어였다. 푸른 등의 깔끔한 신사, 프록코트를 입은 것처럼 세련미를 풍기면서 해변으로 몰려와 알을 낳던 청어. 천청어(薦靑魚)라고 해서 왕실에도 진상했으며, 상인들이 많이 팔았다고 기록돼 있으니, 다수 어획되었음이 분명하다. 조선시대는 그야말로 ‘청어의 전성시대’였다. 사람들이 예전처럼 청어를 집안에서 먹는 일은 거의 없다. 동네마다 ‘비웃’이라 하여 말린 청어를 팔러 다니던 비웃장사꾼의 걸쭉한 목소리도 들을 수 없다. 그 대신 21세기 초반의 한국인들은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파는 수입 청어구이를 즐겨먹는다. 꽁치를 가공한 ‘신식 과메기’를 먹으면서, 예전에는 이 과메기를 청어로 만들었다는 사실조차 까마득히 잊혀져 가고 있다. 일식집 초밥에 섞인 ‘가스노코’가 청어알이란 사실을 아는 이도 많지 않다. 청어문화가 시쳇말로 ‘종을 쳤다.’는 증거다. 청어는 등어(동해안), 비웃, 구구대(서울), 고십청어(전남), 푸주치, 눈검쟁이(포함), 갈청어, 울산치(울산), 과목숙구기(경남·북) 등 지역에 따라 이름도 제각각이다. 성호 이익은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준다.“청어는 울산(蔚山) 장기 사이에 난다. 북도에서 처음으로 보이기 시작하여 강원도의 동해변을 따라 내려와 11월에 이곳에서 잡히는데, 남쪽으로 내려올수록 점점 작아진다. 어상(魚商)들이 멀리 서울로 수송하는데, 반드시 동지 전에 서울에 대어야 비싼 값을 받는다. 모든 연해에는 청어가 있다. 청어는 서남해를 경유하여 4월에 해주까지 와서는 더 북상하지 않고 멈춘다. 그러므로 어족이 이곳(영남)처럼 많은 곳이 없다.” 또 이순신의 ‘난중일기’를 보면, 청어를 잡아 군량미와 바꾸는 대목이 확인된다. 물물교환의 중심이었던 쌀과 바꿀 정도로 환전 가치를 인정받았다는 증거. 어획량에서도 절대적이었을 뿐더러 기름지고 크기도 커서 식량문제를 해결하는데 큰 도움을 주었다. 기름기도 많고 맛도 좋을 뿐더러 큼직하고 값도 싸 예로부터 가난한 선비들을 살찌게 한다는 의미의 비유어(肥儒魚)를 별명으로 얻기도 했다. 청어는 주로 말려서 유통되었다. 교통이 불편하고 유통 방식이 지극히 제한적인 조건 탓에 말린 청어를 두름으로 엮어 유통시킨 것. 건조품으로는 관목이 중요하다. 정약전은 관목청(貫目鯖)이라 하여 이렇게 말하고 있다.“모양은 청어와 같고, 두 눈이 뚫려 막히지 않았다. 맛은 청어보다 좋다. 이것으로 얼간포를 만들면 맛이 매우 좋다. 때문에 청어 얼간포를 관목청어라 부른다. 영남 바다에서 잡히는 놈이 가장 드물고 귀하다.”오늘날 구룡포 일대의 명물 과메기를 말함이다. 과메기는 배를 갈라 내장을 빼내고 뼈를 추린 편과메기, 내장까지 통째로 말린 통과메기로 구분된다.20마리를 한 두름으로 친다.12월 첫 추위가 시작되면서부터 이듬해 1월 초순까지는 주로 통과메기를 만들며, 설날에 맞추어 출하한다. 배지기라 부르는 편과메기는 11월 정도면 만들기 시작한다. 통과메기는 짚으로 엮어서 덕장에 걸쳐만 놓으면 작업이 끝이지만 편과메기는 상당히 복잡한 공정을 거쳐야 한다. 할복과 세척 등을 거쳐야 하므로 인건비도 그만큼 많이 든다.1두름에 통은 6000원, 편은 9000원 정도 하니, 노동력이 시가에 반영된 결과다. 사실 도시민들이 먹기에는 편과메기가 편하다. 따로 손볼 필요없이 젓가락만 움직이면 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통과메기를 먹으려면 상당한 수고를 감수해야 한다. 내장을 모두 발라내야 하기 때문이다. 편과메기는 취식의 편리성에 부합되게 근년에 개발된 것이다. 편과메기는 불과 3∼4일이면 상품이 되지만 통과메기는 무려 보름여를 말려야 한다. 과메기의 참맛을 즐기려는 이들은 전통적인 통과메기를 선호한다. 추운 날씨에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면서 내장의 즙이 살에 스며들어 오묘한 맛을 내기 때문. 덕장에서 눈을 맞아가면서 명태가 황태로 변신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래서 과메기를 아는 이들은 통짜를 즐기는 것이다. 과거에는 경주 감포나 영덕 강구 쪽에서도 과메기를 많이 엮었으나 오늘날은 구룡포에만 남아 있다. 왜 수많은 동네 중에서 구룡포가 과메기 명소로 떠올랐을까. 실제로 포구에 들어서니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답은 바로 겨울 바람의 힘이다. 동해로 삐죽 튀어나온 일명 ‘호랑이꼬리’쪽은 여간 춥지 않다. 같은 온도라도 바람으로 인하여 체감온도가 훨씬 낮다. 게다가 바람이 산을 넘어오면서 적절히 습한 기운을 품게 되고, 바람막이 산을 넘느라 적잖이 기세가 꺾여 구룡포쯤에 이르러서는 과메기 건조에 딱 들어맞는 기후조건을 만들어 준다.‘구룡포과메기’ 영어법인의 정재덕(66) 회장도 북서풍을 구룡포 과메기를 탄생시킨 주역으로 꼽는다. 여기에 온도, 습도가 더해져 과메기를 만드는 3대 조건이 된다. 상품화되어 전국으로 퍼진 지는 불과 10여년 안팎. 지역 상품이 전국 상품으로 확산된 좋은 모범 사례다. 물론 전국 상품은 먹기 편한 배지기가 주종이다. 꽁치로 과메기를 만든 역사 역시 10년이 채 안된다. 청어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구룡포 일대만큼 청어가 많이 잡히던 곳도 드물었다. 장기곶 가장 끝쪽인 구만리에 가면 까꾸리개란 갯마을이 있다. 그곳에서는 풍파가 심한 날, 청어가 뭍으로 밀려나는 경우가 허다해 그걸 까꾸리(갈고리의 방언)로 끌어들였다는 뜻에서 이런 이름이 지어졌다 하니, 청어의 자취가 지명에도 묻어 있는 셈이다. 그러나 같은 등푸른 생선인 꽁치가 대거 잡히면서 청어는 곧장 대체되었다. 꽁치도 국내산이 줄어들자 북태평양산 수입 꽁치를 쓰고 있다. 그런데 과메기로 먹기에는 국내산보다 기름기가 많은 수입 꽁치가 오히려 제격이다. 기름기가 많아 쫄깃하고 한결 구수한 맛이 나기 때문이다. 과메기에 ‘환장한’ 사람들은 앉은 자리에서 수십마리를 먹어 치운다. 과메기 같은 얼간 생선은 의학적으로도 대단히 몸에 좋다. 기름기가 많아 비만에 영향을 줄 것 같지만 불포화지방산이라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과메기를 담아 놓은 접시를 유심히 지켜 보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밑에 고인 기름들이 허옇게 엉겨붙는 소나 돼지기름과 달리 과메기 기름은 그대로다. 좋은 지방이라는 증거이다. 등푸른 생선이 바람과 만나 숙성되면서 빚어낸 오묘한 맛은 다른 설명이 필요없다. 지역의 역사와 문화, 자연 환경조건 등이 어우러져 그야말로 바닷가의 명품이 탄생된 것이니, 비록 청어의 문화사는 종막을 고했어도 과메기의 문화사가 보란 듯 그 자리를 지키고 있지 않은가. 이웃 일본만 하더라도 이같은 특산품은 전국적으로 소문이 나 철마다 주문이 쇄도한다. 그러나 한국인들의 생선문화관은 대단히 소극적이고 보수적이어서, 자신들이 먹던 것 말고는 꺼리거나 조심스러워 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수입 꽁치를 사다 생으로 구워파는 것보다 이같은 특산물로 특화시켜 보급한다면 수입은 물론 겨울 식탁도 한결 풍성하지 않을까. 다행히 초밥, 무침, 튀김, 구이, 회 등 다양한 요리가 개발되어 인터넷 등을 통해 전국의 식탁으로 한창 퍼져가는 중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과메기를 부산 사람들은 거의 먹지 않는 대신 대구 사람들은 무척 즐긴다. 필자를 안내한 국립 등대박물관의 대구 출신 이형기 박사는 “아마 부산은 대용 수산물이 풍부한 반면 내륙인 대구는 대용 어류가 없어 그런 선호도를 보이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 과메기가 구룡포 사람들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작년 기준 350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500여명의 주민들이 전업으로 이 일에 종사한다. 구룡포 28개동 대부분에서 과메기가 생산된다. 교통의 오지인 구룡포에 과메기마저 없다면 관광객들이 이처럼 많을 까닭이 없다. 아홉 마리 용이 승천한 포구라 하여 구룡포라 불린 곳. 한때 일본인들이 대거 유입돼 개척했던 포구. 그 구룡포가 과메기 한 가지로 전국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형산강 강물의 유입과 퇴적으로 갈대가 우거졌던 염습지에서 동해안 최대의 재래 어시장으로 변신한 포항 죽도시장에 가도 지금은 과메기 천지다. 이쯤 되면 포항을 상징하는 겨울철 제일의 특미로 과메기를 손꼽는다고 조금도 이상할 것은 없지 않겠는가.
  • 된서리 맞은 애견시장

    된서리 맞은 애견시장

    애견시장이 몰락하고 있다. 한때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까지 호가하던 강아지 가격이 말만 잘하면 거저 얻을 정도로 땅에 떨어졌다. 애견 관련 인터넷사이트에서는 무료분양코너가 난무하고 있고, 다 성장한 덩치 큰 성인견은 거저 줘도 안가져간다. 강아지를 잘 키워달라는 글과 함께 개집과 먹이까지 제공하겠다고 애걸해도 찾는 이가 없다. 거리마다 버림받은 강아지가 부지기수인 실정이다. ●애완견 농장 절반 이상 문닫아 경기불황이 깊어지면서 인터넷 강아지직거래장터와 전국의 애완견센터, 애완견 농장 등 가릴 것 없이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애완견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초까지 미등록 견사를 포함한 국내 애완견 농장은 대략 1500여곳에 이르렀다. 그러나 1년새 500∼600여곳으로 줄었다. 업종 특성상 정부나 자치단체의 지원을 요구할 수도 없어 속절없이 문을 닫고 있다. 두달여 전에는 하남시 소재 모 애견농장 주인이 값하락으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어오다 농장에서 목을 매 자살하기도 했다. 가격을 살펴보면 그야말로 가관이다. 덩치가 클수록 가격편차가 심해 고깃값도 안된다. 맹도견으로 잘 알려진 리트리버의 경우 라브라도와 골든리트리버 등 2종으로 구분되지만 가격이 폭락한 대표적 케이스.2년여 전만 해도 중급 수준 새끼 마리당 가격이 70만∼120만원이었고 종견의 경우 300만원을 호가했으나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인터넷 장터에는 마리당 가격을 2만∼5만원에 책정해 매물로 내놓은 경우도 허다하다. 새끼 티를 벗으면 이마저 팔기조차 힘들다. 덩치가 진돗개보다 커, 새끼때 말고는 쳐다보는 사람이 드물다. 게다가 다산형으로 한번에 최소한 10마리 이상씩의 새끼를 낳는데다 한때 수익이 좋아, 부업으로 기르는 가정이 많은 바람에 공급이 넘쳤다. 빨리 새끼를 처분하지 못하면 어릴 때 맞혀야 하는 예방백신에다 먹잇값을 손해본다. 여기다 키우는 노동력까지 계산하면 적자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부르는게 값은 옛말 납작한 코로 인기를 끌던 시츄도 한물간지 오래다.2년여 전만 해도 암컷이 30만∼50만원, 수컷이 10만∼15만원 수준이었으나 이제는 암·수 가릴것 없이 2만∼5만원 정도에 팔린다. 종자가 좋을 경우 그나마 10만원대 가격을 유지하고 있지만 제때 팔리지 않으면 낭패를 본다. 시츄의 조상으로 알려진 중국산 페키니즈는 그나마 희귀해 20만원대 가격선을 유지했으나 이제는 같은 신세로 전락하고 있다. 썰매견으로 알려진 알래스카 말라뮤트나 시베리안허스키도 가격이 곤두박질치고 있다. 리트리버종보다는 새끼가격이 다소 살아 있는 편이지만 성인견은 인터넷 무료분양 코너의 한 부분을 차지하곤 한다. 무료분양에 자주 등장하는 애견 중 대표적으로 잉글리시코카를 들 수 있다. 아메리칸코카(일명 버프)가 국내에 본격 수입되면서 찾는 이가 없어 예방주사가격(1만∼2만원)만 주면 거저 얻을 수 있다. 아메리칸코카는 성격이 쾌활한데다 TV애완견프로에 자주 등장한 덕분에 최근까지도 인기를 끌었지만 옛말이다.‘희귀한 강아지는 무조건 돈이 된다.’는 애완견 농장주들의 신화도 산산조각이 나고 있다. 경기불황에도 불구, 최근까지도 중급 새끼 한마리당 70만∼100만원대를 유지하던 불테리어와 블랙러시아, 버니즈마운틴독, 카프카스, 보더콜리, 비숑프리제 등 일반인들에게 생소한 종자들도 이제는 사정이 크게 달라졌다. 가격을 종자에 따라 20만∼50만원대로 낮춰도 찾는 이가 없어 가격형성조차 힘들다. 상인이 부르는 게 가격이 아니라 소비자가 사는 게 가격인 셈이다. 그러나 품종이 최상급인 A급 종견들의 가격대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백만원대에서 1000만원을 넘어서기도 하지만 워낙 수량이 적어 예외다. ●애완견사이트 무료 분양코너만 인기 얼마전에는 애완견인터넷사이트로 인기몰이를 했던 ‘토토랜드’(www.totolandpet.co.kr)가 폐쇄됐고, 강아지직거래장터인 독트레이드(www.dogtrade.com)도 문을 걸어잠갔다. 지난 15일과 16일 이틀동안 애완견사이트인 도그짱(www.dog-zzang.co.kr)에는 말티즈, 슈나우저, 페키니즈, 시츄, 푸들 등 순종강아지를 그냥 주겠다는 9건의 글이 올랐다. 사정이 이러니 애완견들의 가격이 실제로 보신탕용 잡종견 고깃값보다 못한 경우가 많다. 개고기가격도 예년에 비해 많이 떨어진 수준이지만 그래도 애완견보다는 사정이 나은 편. 현재 보신탕용 개고기 산지가격은 1근에 4000원 수준으로 개 한마리(40근 기준) 가격은 15만∼20만원대를 그나마 유지하고 있다. 하남과 광주시 지역에는 1주일에 세번(화·목·토요일) 개 경매장이 열린다. 예년 같으면 순종강아지들의 각축장이었지만 이제는 팔지 못하는 다 큰 강아지들의 처분장이다. 길거리에 버리지 못해 그나마 처분에 나선 강아지들의 집산지가 돼버린 것이다. 애완견업계 종사자들은 불황이 계속되면서 경매장에 성견들의 출입이 잦아졌고, 일부는 싼맛에 보신탕으로 흘러드는 경우가 있다고 전하지만 확인되지는 않았다. 성남시 복정동에서 K애완견센터를 운영하는 김모(44)씨는 “대부분 적자를 보면서 경기가 나아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실정”이라며 “이같은 상태가 6개월 이상 더 지속되면 문을 닫아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성남 윤상돈기자 yoonsang@seoul.co.kr ■ 애완견농장 운영 김재훈사장 “강아지 새끼 낳는 게 무서워요.” 성남시 수정구 복정동에서 애완견농장을 운영하는 ‘베스트애견’ 김재훈(46) 사장은 현재의 애완견시장을 ‘비상사태’라고 표현했다. 수도권에서는 손가락에 꼽을 정도의 대규모 농장이지만 겨우 현상유지에 만족하고 있다. 현재 350마리 가량의 순종견을 보유하고 있다. 예년 같으면 강아지가 새끼를 배면 수익부터 계산했는데 이제는 반대로 한숨만 나온단다. “리트리버나 말라뮤트 같은 대형견들은 새끼 때부터 먹는 양이 많은데다 다산형이라 개먹이를 제때 대기도 힘든 실정.”이라며 “강아지를 사간 뒤 못키우겠다고 도로 가져올 때면 앞이 캄캄하다.”고 말했다. 반품 때 돈을 반환해 달라고 하지는 않지만 덩치가 커 다시 팔 수도 없고 먹이만 축내기 때문이다. 태어난지 7∼8개월 지나면 판매를 포기한다. 무료로 달라는 사람들에게 분양해주거나, 그도 힘들면 개 경매장으로 향한다. 그나마 경매장에서 팔리면 다행.2∼3차례 가지고 나갔다가 거저 건네주고 오거나 자동차 휘발유값도 안되는 1만∼2만원만 쥐고 올 때도 있다고 하소연한다. 경기가 좋았을 때는 광주시 소재 ‘안나의 집’ 등 사회복지시설에 강아지를 기증하고 집까지 지어준 주인공으로 칭송을 받았지만 요즘 김 사장의 얼굴엔 수심만 가득하다. 동네아이들이 찾아와 한 마리 달라고 조르면 못이기는 척 주곤 한다. 욕심부리고 가지고 있느니 차라리 좋아서 어쩔줄 모르는 아이들의 얼굴이나마 보겠다는 생각이다. 이 농장에는 여러 종류의 강아지를 한꺼번에 볼 수 있는 원형 우리를 설치해 주말이면 서울 등지에서 가족단위로 찾는 사람들이 많았고, 퇴계로 애완견센터에서도 새끼를 싸게 분양해 가는 도매상 역할도 맡고 있다. 그러나 김 사장은 생계수단으로 애완견을 키우는 영세 가정들이 걱정이다. 그는 “없는 살림에 전세금까지 빼내 종견을 사간 뒤 새끼를 팔아 아이들 학교까지 보내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최근 들어 전세금까지 날리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며 “업종 특성상 어디 가서 하소연도 할 수 없어 속앓이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기온이 뚝 떨어진 한겨울 저녁 밖에서 떨고 있는 강아지들을 보면 살아있는 생명에 대한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경시풍조가 도를 넘어선 것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고 했다. 성남 윤상돈기자 yoonsang@seoul.co.kr
  • “2050년엔 초중생 1명당 노인 3명”

    우리나라의 고령속도가 경쟁 상대국에 비해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국가발전 동력이 빨리 쇠퇴하게 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대통령 자문기구인 ‘고령화 및 미래사회위원회’ 김용익 위원장은 19일 발표된 ‘고령사회에 대비한 국가전략’이란 논문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논문에 따르면 노동력을 갖춘 20∼64세 연령층 대비 65세 이상 노인의 비율은 지난 2000년 11.4%에서 ▲2010년 14.7% ▲2020년 23.1% ▲2030년 38.5% ▲2040년 55.7% ▲2050년에는 67.5%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14세 이하 연령층은 출산율 저하로 2000년 21.1%에서 ▲2010년 17.2% ▲2020년 13.9% ▲2030년 12.4% ▲2040년 11.5% ▲2050년 10.5%로 줄어들게 된다. 즉,2050년이 되면 초·중학생 1명당 노인이 3명 이상되는 ‘노인국가’가 된다는 의미다. 김 위원장은 “오는 2017년을 정점으로 생산 가능인구가 감소하게 된다.”면서 “노인부양 부담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진상기자 jsr@seoul.co.kr
  •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47)시흥 소래염전과 소래포구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47)시흥 소래염전과 소래포구

    겨울의 을씨년스러움이 폐허의 소금밭을 뒤덮고 있다. 수인선 철길이 끊긴 지 오래 되어 잡초만 무성하다. 염부들이 떠난 폐염전이 고즈넉하다 못해 음산하기까지 하다. 무너져 내린 소금창고만이 얼마 전까지 소금을 만들었던 노동의 역사를 말해줄 뿐이다. 소금밭에는 갈대가 우거져 있고, 어디서 나타났는지 고라니 한 마리가 갈대 속으로 몸을 낮춘다. 염판에 깔던 옹기편만이 햇빛에 반짝거리며 화려했던 옛 시절을 말하고 있다. 누군가 ‘오백년 도읍지를 필마로 돌아드니 산천은 의구하되 인걸은 간 데 없고….’라고 했듯 오랜만에 둘러본 소래 풍경도 수상하다. 옛 염전을 둘러싼 외곽에는 아파트단지가 들어서기 시작해 머잖아 마지막 남은 이 소금밭으로 침공을 개시할 태세다.2004년 겨울. 소래는 이렇듯 불안정한 풍경으로 한 해를 보내고 있다. ●싸고 싱싱한 새우젓으로 소래포구 ‘북적북적’ 경인지역에서 자란 사람들은 누구나 기억하리라. 수원∼인천을 오가는 협궤열차를 타고 가자면 끝없이 펼쳐지던 군자와 소래의 염전을. 조개나 새우젓 따위를 광주리에 얹은 아낙들이 오르면 기차는 순식간에 어물전으로 돌변했다. 화성의 야목 같은 정거장에서도 맛, 굴 등을 준비한 아낙들이 올라타 ‘어물전’풍경에 또 다른 색을 덧칠하곤 했다. 사람들은 김장철이 되면 으레 소래포구로 나가 새우젓 등속을 준비했다. 마포새우젓이 명성을 다해 역사 뒤편으로 사라진 이후 소래포구가 그 역할을 이어 경인지방의 새우젓 물량을 감당해 오고 있다. 소래까지 오고가는 차비가 더 들 수도 있지만 싸고 싱싱한 맛에 멀다 않고 소래포구를 찾곤 한다. 수인선 열차는 낭만의 표상처럼 인식돼 연인들의 단골 데이트코스가 되기도 했다. 드넓은 염전지대를 거친 뒤, 왁자지껄한 포구를 지나서 갯냄새 물씬한 인천항에 당도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이 열차의 낭만성을 보증하고 남았다. 그러나 이제 염전도 사라지고, 기차도 없고 남은 것은 추억뿐이다. 시흥시 군자동에 있던 군자염전 터는 아파트단지로 바뀌었고 군자역만 남아 옛날을 말하고 있다. 남동염전 터는 인천시 남동구 남동공단에 편입돼 공장지대로 변했다. 시흥의 소래염전만이 어정쩡한 ‘대기발령’ 상태로 남아 있을 뿐이다. 소래염전터에서는 포동, 일명 새우개라 부르는 마을을 주목해야 한다. 큰 당나무들이 동산 위에 서 있고 당집도 남아 있어 예부터 마을신을 크게 모셨던 곳임을 알 수 있다. 해마다 배치기 신명에 고기잡이 풍어를 만끽하던 포동 당제는 끊긴 지 오래이고, 신성 공간이었던 당집 주변엔 온갖 영세 공장과 너저분한 쓰레기가 산더미를 이루고 있다. 당집 바로 옆 컨테이너박스에서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한가롭게 라면을 끓이고 있다. 소래포구가 각광을 받기 전에는 모든 배들이 새우개포구로 몰려들었다.1930년대까지만 해도 잘나갔던 새우개포구는 염전이 생기면서 막을 내렸고, 그 임무를 소래포구에 넘겨주었다. 즉, 포리포구는 소래철교의 부설과 더불어 그 명맥이 끊기게 된 것. ●소래염전터 서해안 ‘마지막 남은 허파’ 노인정에서 만난 이 마을 토박이 황구인옹은 “포동 사람들도 지금은 소래포구로 나가 장사들을 하는데, 그때는 소래에 집이나 있었나. 포동이 훨씬 컸지. 소래에 배 닿기 시작하면서 저렇게 커졌는데, 그게 불과 30년도 안돼. 월곶은 10년도 안됐고…. 포동에 배 없어진 건 소래다리를 놔서 염전다리 놓는 바람에 배가 못들어와 그렇게 됐어.”라며 이곳의 역사를 소개했다. 유흥가로 변한 월곶이나, 번화한 저잣거리 같은 소래포구나 모두 근래 생겨난 곳임이 황옹의 증언으로 확인된다. 시흥시 향토자료실 김낙기 위원은 “경기 서해안은 워낙 민감하게 변화를 거듭해 세심하게 보지 않으면 그 역사가 잘 보이지 않는다.”고 말한다. 마침 학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20세기 민중생활사연구단(단장 박현수)에서 이들 지역을 집중 조사하고 있어 조만간 지난 100년의 사라질 뻔한 역사가 복원돼 전모를 드러낼 전망이다. 소래염전은 경기 서해안의 ‘마지막 남은 허파’이다. 면적도 엄청나게 넓다. 생태환경공원을 꾸미자는 주장에서부터 토지분양으로 수익을 올리려는 소유주의 집요한 주장까지 가세, 이 땅의 용도가 쉬 정리되지 않고 있다. 시골포구였던 월곶도 번쩍이는 관광지로 변한 지 오래다. 소래염전마저 아파트용지로 내주고 만다면, 이곳 서해안은 얼마다 더 황량하고 복잡해질 것인가. 천만 다행인 것은 시흥시가 생태용도로 지켜나가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는 점이다. 경기 서해안에 이만한 땅은 이곳뿐이므로 소래염전의 운명에 관해 모두들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이들 폐염전은 불과 70여년 전만 해도 갯벌이었다. 소래염전이 1930년대, 군자염전은 그보다 조금 이른 1920년대 초반에 생겼다. 군자·소래염전은 한반도 최대의 염전이었다. 우리나라의 천일염 역사는 1907년 일본인이 중국인 기술자를 고용, 주안에 1정보 규모의 시험용 염전을 만든 데서 비롯되었다. 그러나 규모면에서는 이곳 염전들이 가히 압도적이다. 조용하던 이곳의 지역적 정체성과 단일성이 흔들리는 최초의 사건이 염전에서 시작됐다. 그때 중국인 노동자들이 대거 들어왔으며, 그 바람에 일본 대신 중국의 천일염 기술이 전파되었다.3·1운동이 났던 해, 중국 산둥성에서 중국노동자들이 몰려와 염전 공사를 도맡았고, 자본은 일본인이 댔다. 재미있는 것은 그 무렵 남한보다 일찍 염전 기술을 익힌 평안도 사람들이 집단으로 남하해 이곳에 ‘평안도촌’을 형성했다는 사실이다. 평안도촌은 군자역 주변 마을로,1922년 군자염전 축조사업 때 평안도 용강 등지의 사람들이 집단으로 이주해 오면서 취락으로 발전했으며, 당시 사람들은 이곳을 ‘피양촌’이라고 불렀다. 군자역 서북쪽 지역은 ‘웃피양촌’, 북쪽 지역은 ‘아래피양촌’으로 불렸다. 또 군자역 뒤는 군자염전 염부들이 이사와 사는 곳이라 하여 염전이민사나 염전사택으로 불리곤 했다. 오늘날 전철 4호선 군자역이 바로 이 지역으로, 평안아파트에 그 흔적이 아직도 남아 있다. 일제는 소금을 실어나르기 위해 이곳에 협궤열차를 부설했다. 민간이 부설한 철도로, 순전히 경제적 목적의 철도였다. 처음에는 경동철도라 불리다가 후대에 수인선으로 바뀌었으며, 소래포구의 철교도 경동철교에서 나중에 소래철교로 바뀌었다. 이런 사실을 아는 사람들도 수인선은 기억하지만 수려선은 까마득히 잊고 있다. 당시에는 수원과 여주 사이에도 경제철도가 있어 이곳의 소금이 인천·수원뿐 아니라 멀리 여주까지 공급되었고, 여주에서 좀 더 내륙까지 전해지는 파급효과를 보여 주었다. ●협궤열차도 소금 실어나르기 위해 생겨 이 철교 명칭을 둘러싸고 아직까지 인천시와 시흥시의 갈등이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인천시 남동구는 소래철교를 인근 소래포구와 연계한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철도청에 철교매각 요청서를 제출했다. 인천시가 문화재청에 근대문화유산 지정신청을 내고 지정예고를 공고하는 과정에서도 논란이 불거졌다. 인천시는 ‘인천 소래철교’, 시흥시는 그대로 ‘소래철교’를 주장한 것이다. 지자체 간의 문화관광수입 증대를 노린 어처구니없는 싸움이다. 이 철교는 남동구 논현동 소래포구와 시흥시 월곶동을 잇는 총연장 126.5m, 폭 2.4m 규모로, 전체 길이의 49%는 남동구,51%는 시흥시에 속한다. 이러니 철교를 두토막으로 잘라내지 않을 바에야 양측이 타협하여 공동의 문화유산으로 보듬어 나가야 하지 않을까. 소래·군자 일대는 천혜의 갯벌이 펼쳐졌던 곳으로 최고의 염전 적지였다. 일제는 눈치 빠르게도 이곳을 주목했다. 소금은 생필품으로만 중요한 게 아니라 화약제조용 군수품으로도 소중했기 때문이다. 소래와 군자의 소금은 인천으로 옮겨져 국내는 물론 일본과 멀리 만주로도 실려 나갔다. 일본인들은 오늘날 시흥시 옥구공원이 있는 옛 옥구도에 취락을 형성, 집단적으로 모여 살면서 신사까지 지었다. 그 후, 포동에 신촌이 형성되면서 충청도의 노동력들이 염전을 찾아 대거 몰려들었다. 시흥의 한적할 것 같던 바닷가가 중국인, 일본인, 그리고 국내 외지인들이 북적이는 곳으로 변모하기 시작한 것이다. 우리 ‘근대의 시작’은 이처럼 바닷가에서 먼저 시작되었다.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이곳에는 다시 새로운 인구가 유입되었다. 시흥의 평안도촌과 인연을 맺은 다수의 평안도 사람들이 인맥을 따라 오이도 인근에 정착하였다. 이들은 월남 이전부터 이곳 평안도촌의 존재를 잘 알고 있었으며, 그런 인연으로 전쟁통에 무리지어 이곳으로 흘러들어 온 것이다. 여기에다가 1980년대에는 호남인들이 다수 유입되기도 했다. 경기 서해안의 복잡다단한 인구 구성은 이런 단계를 거쳐서 중층적으로 이뤄졌다. ●인천·시흥시, 소래철교 명칭싸고 갈등 군자염전 터 남쪽으로 조금만 더 내려가면 오이도가 있어 이곳 바다풍경의 끝자락을 펼쳐보이고 있다. 말이 오이도지 더 이상 섬이 아니다. 신석기 패총이 무더기로 발굴된 곳이니, 선사시대 이래 인간이 터를 일구고 살아온 곳이다. 오이도 역시 새롭게 탄생했다. 예전의 오이도는 시화호 개발로 사라졌고, 갯벌을 매립한 곳에 계획도시가 들어섰다. 조개구이집 등 횟집이 즐비한 지금의 오이도에서 수인선의 정취를 느끼기란 쉽지 않다. 시화호가 그림처럼 펼쳐지고 방조제가 오이도에서 대부도 방아머리까지 연결되어 차량이 쉴새없이 오간다. 갯벌 가운에 말없이 졸고 있던 오이도는 간데없고 그 자리는 나들목 같은 분주함뿐이다. 수인선 협궤열차에 몸을 싣고 군자역쯤에서 하차하여 오이도로 걸어나가면서 굴을 따먹던 그때의 연인들은 모두 장년이 되어 버렸다. 수인선 협궤열차는 사라졌어도 그렇듯 풍성한 추억거리를 남겨 이 겨울을 좀 더 따스하게 감싸는 것이리라.
  • [임영숙 칼럼] 개성의 봄

    [임영숙 칼럼] 개성의 봄

    개성에 다녀왔다.15일 개성공단의 첫 제품 생산 기념식에 참석했다. 서울 경복궁에서 오전 8시 출발한 버스가 군사분계선과 북한의 임시 출입국사무소를 거쳐 리빙아트 개성공장에 도착한 것은 11시였다. 남북의 출입국사무소에서 소요된 시간을 빼면 서울에서 개성까지 채 두 시간도 안 걸린 셈이다. 북녁 땅이라 그동안 멀게 느껴진 것일 뿐 사실 개성은 서울에서 불과 70㎞ 거리에 있다. 개성 자남산여관에서 점심을 먹은 후 선죽교와 표충비를 둘러보고 다시 서울로 돌아온 시간은 오후 6시45분이었다. 누가 말했던가.‘아침 식사는 서울에서, 점심은 개성에서, 저녁은 다시 서울에서’라고…. 이웃 마실 다녀오듯 그렇게 가볍게 북한에 다녀왔다. 한나라당이 제기한 열린우리당 이철우 의원 전력시비로 무겁디 무거운 우리 국회를 생각하면 겨울비 내리던 개성이 더 상큼하게 여겨진다. 색깔시비로 어지러운 가운데 남북협력사업의 첫 결실이 이루어지는 포스트모던적 상황 속에서, 꼼수 정치의 너절함보다는 개성공단의 희망을 바라보고 싶어서일 게다. 개성공단은 남북 공동번영의 터전이다. 북한의 값싼 땅과 노동력, 그리고 남한의 자본과 기술력이 결합해 남북 모두에게 큰 경제적 이익을 안겨주게 된다. 그뿐이 아니다.6·25 당시 남침의 주공격로였던 개성이 평화지대로 바뀜으로써 한반도의 긴장완화 효과도 있다. 장기적으로는 남북 통일의 초석이 된다. 현대아산이 토지공사와 함께 개성시 봉동리와 판문군 일대 2000만평을 공단과 주거 및 관광지로 개발하는 이 사업은 오는 2012년 마무리된다. 그때까지 남쪽에 10만개, 북쪽에 73만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으로 한국은행은 분석했다. 완공 이후엔 남한 경제에 연간 24조 4000억원, 북한 경제에 연간 7000억원의 부가가치가 창출된다고 한다. 그러나 이같은 기대효과가 달성되려면 북한에 대한 미국의 경제제재 조치가 풀려야 한다. 미국은 북한산 제품에 대해 최고 수백%의 관세를 부과하고 유럽과 일본도 다른 나라에 비해 4∼5배 높은 관세를 물리고 있어 북한산 제품은 수출경쟁력이 없다. 이제 가동이 시작된 개성공단 시범단지의 생산품은 대부분 내수용이지만 오는 2007년부터 가동될 본 공단은 수출공단으로 자리잡아야 한다. 시범단지의 앞날도 미국의 전략물자 반출 제한으로 언제든 난관에 봉착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 정부는 이 문제들을 슬기롭게 해결해 나가야 한다. 싱가포르와의 자유무역협정(FTA)에서처럼 개성공단 제품도 한국산으로 인정해 특혜관세를 적용하도록 다른 나라들과의 FTA 체결 때 적극 노력해야 할 것이다. 전략물자를 엄격히 관리하면서 반출품목을 확대할 수 있도록 미국을 설득해야 한다. 무엇보다 북한이 6개월째 중단된 남북 당국간 대화를 재개하고 6자회담에 적극 나서 북핵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삼십몇년만에 가장 포근하다는 12월의 봄 같은 날씨 탓인가. 개성엔 벌써 봄이 온 것처럼 느껴졌다. 성을 연다는 개성의 지명 그대로 북한이 굳게 닫힌 문을 열고 국제사회로 나온다면 이 착각은 현실이 되지 않을까. 개성공단은 그 가능성에 희망을 갖게 했다. 이미 몇차례 방문한 바 있다는 한 중소기업인은 “개성 사람들의 옷차림과 표정이 달라졌다. 색깔이 밝아졌고 돈이 돈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귀경길 자유로를 달리는 버스 안에서 휴대전화 통화를 마친 다른 중소기업인이 큰소리로 말했다.“리빙아트 대박 터졌네. 냄비 사려는 아줌마들이 롯데백화점에 몰려와 번호표를 나누어주고 있대. 남의 일이라도 기분 좋은 일이야. 하긴 남의 일도 아니지. 우리 모두에게 좋은 일이니까.” 주필 ysi@seoul.co.kr
  • [유공자 가산점제도 전면 손질] 기고-최소한의 국가 배려 있어야

    [유공자 가산점제도 전면 손질] 기고-최소한의 국가 배려 있어야

    국가유공자 채용시험 가점제도는 나라를 위해 희생하고 공헌하는 과정에서 입은 신체의 상이 또는 가족의 사망에 따른 정신적·재정적 고통으로 일반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험준비가 미흡할 수밖에 없는 국가유공자 및 그 유가족에게 우선적으로 근로의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생활안정을 도모할 수 있게 하고 다시 한번 국가와 사회에 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주려는 목적을 가진 제도이다. 국가유공자 본인의 노동력 상실에 따라 도시가구 평균소득 이하의 수입으로 생활하는 대부분의 국가유공자와 그 유가족은 일반인과 다르게 국가의 특별한 보호가 필요하며, 취업에 있어서도 일반인과 같은 수준에서 경쟁하게 하는 것은 국가유공자와 그 유가족이 처한 상황에 비추어 힘든 진입장벽이라 할 것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32조 제6항에 ‘국가유공자·상이군경 및 전몰군경의 유가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우선적으로 근로의 기회를 부여받는다.’고 명시하였으므로 국가유공자에게 우선적 근로의 기회를 부여하는 것은 국가의 최소한의 책무이며, 특히 취업보호제도는 국가 재정여건상 부족한 보상금을 보전하여 국가유공자와 그 유가족의 영예로운 생활을 보장하는 국가의 중요한 정책수단이다. 한편, 국가유공자 가점제도는 특정기능이나 업무수행의 기본적 자질로서 요구되는 자격요건의 충족여부를 측정하는 자격시험에는 어떠한 경우에도 적용되지 않으며 다만 채용시험에만 적용되고 있다. 이번에 논란이 되고 있는 교원임용시험은 교원으로서의 자질을 검증하는 자격시험이 아니라 이미 교원자격을 가진 응시자를 대상으로 하여 국가에서 필요로 하는 적정인원을 채용하는 시험이다. 그러므로 국가유공자 및 그 유가족 중 교원자격을 가진 자에 한해 응시자격이 주어지며, 이들에 대해 자격요건상의 어떤 특혜도 주어지는 것으로 볼 수 없다. 또한, 교원임용시험의 국가유공자 가점제도는 국가유공자와 그 유가족의 영예로운 삶을 보장하고 국가유공자와 그 유가족의 국가에 대한 공헌에 보답하는 최소한의 정책적 배려라고 할 수 있으며, 현재 모든 공무원·공사기업체의 채용시험에서도 적용되고 있다. 교원의 전문성과 질은 교육과정과 자격시험과정 등의 재교육 과정의 내실화를 통해 충분히 확보할 수 있는 것이지, 채용시험을 통해 담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국가보훈처는 교원임용시험이 2∼3점 차이로 당락이 결정되는 상황에서 10% 가점은 과도하다는 민원과 특정과목의 경우 국가유공자만 합격하는 현상이 발생하는 등의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는 점을 고려하여 교원임용시험 국가유공자 가점은 2005년 2월 예정인 중등교사 합격자 발표 후 국가유공자 합격률 등을 면밀히 검토·분석할 방침이다. 만일,10% 가점이 일반인의 공무담임권을 지나치게 제한하고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모집인원 중 일정비율을 국가유공자로 선발하는 방안 등의 개선방안을 교육인적자원부 등 관계부처와 신중하게 협의하여 검토해나갈 예정이다. 백창기 보훈처 복지지원과장
  • [여성&남성] 부부공동재산제 오해와 편견

    [여성&남성] 부부공동재산제 오해와 편견

    ‘뒤웅박의 끈처럼 남편에게 매인 것이 여자의 팔자’라는 속담처럼 여성의 경제활동은 폄하되기 일쑤다. ‘돈이 곧 힘’이라는 등식이 성립하는 사회이지만 돈 많은 여성에 대한 시선은 곱지만은 않다. 나아가 경제적 주체로서 여성에 대한 시각은 노골적인 비하로 이어질 때가 많다. ●명의자만 재산처분 가능 그렇다면 탁월한 이브의 재테크 혹은 내조로 아담이 사과를 수확했다면 사과는 누구의 것일까. ‘부부 공동재산제’란 가정 경제의 공동주체인 부부의 수확은 두 사람이 공유해야 한다는 상식에 다름아니다. 남편이 돈을 벌어오고 주부는 소비만 하면 된다는 인식으로는 실질적인 부부간의 경제적 평등권은 멀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부부별산제를 취하고 있는 현행 민법에서는 부부라도 명의자만 재산처분이 가능하다. 즉, 배우자가 이혼하기 전 재산을 감추면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 이혼과 함께 빈곤의 나락으로 추락하는 여성을 주변에서 찾아 보기 어렵지 않다. 최근 이혼한 40대 여성 황모씨는 하루아침에 막막한 신세가 됐다. 남편이 자신의 명의로 되어 있던 아파트를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몰래 바꿔 놓은 것. 황씨는 유일한 재산이 사라진 상태에서 재산분할 청구도, 위자료나 양육비도 해결하지 못한 채 두 아이의 양육만 떠맡게 됐다. 이미혜 현실요법전문가는 “굳이 이혼을 전제하지 않더라도 부부간의 실질적인 평등은 서로의 노동력과 가치를 인정하는 데서 만들어진다.”고 강조했다. 두 사람의 이름으로 하면 세금을 더 많이 내는 것은 아닐까하는 걱정도 있다. 하지만 오히려 세금 감면의 효과를 본다. 주택 매매로 양도소득세가 발생해도 세율이 낮아진다. 양도차익이 1억원일 때 세율은 최고 36%가 적용되지만 부부 명의라면 양도차익이 5000만원으로 나눠져 세율도 27%로 낮아진다. 배우자가 사망해도 전체 재산에 대한 상속이 아니라 일부에 대한 상속세만 내면 된다. 또 부부간 증여는 3억원까지 공제가 된다. 부부간에 6억원짜리 아파트의 절반을 증여한다면 증여세를 내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등기 전 취득한 아파트 분양권도 절반을 증여하게 되면 취득세와 등록세를 낼 필요가 없는 이점이 있다. 또 부부가 함께 지분을 나누고 있더라도 남편 혹은 부인이 서로 동의하면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는 데도 어려움이 없다. 대출이자에 대한 소득공제도 똑같이 받을 수 있다. 친구나 친척들로부터 부탁받은 보증 요청도 피할 수 있다. 부부의 공동명의인 탓에 일방적인 담보 제공이나 처분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부부간 애정-신뢰쌓기’ 가능 실질적으로 함께 이룩한 재산을 공동명의로 등기하면서 부부간의 신뢰를 쌓을 수 있다. 아침에 눈 뜨자마자 시작하는 전업주부의 일은 가사노동부터 육아·교육노동까지 일생동안 계속된다. 2001년 여성부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정에서 생산되는 무보수 가사노동의 총 부가가치는 143조원에서 169조원으로 GDP의 30.0∼35.4%를 차지한다. 김정혜 서울 여성의전화 인권센터장은 “평등한 가정문화는 남편과 아내가 서로를 가계경제의 생산주체로 인식하는 데서 출발한다.”고 말했다. 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 “사오정·오륙도 퇴출 불황탈출 해법 안된다”

    “사오정·오륙도 퇴출 불황탈출 해법 안된다”

    ‘사오정(45세면 정년), 오륙도(56세에도 남아 있으면 도둑)’란 말을 퇴출시키자.’내수침체 장기화, 고유가, 약달러 등 악재가 겹치면서 기업들이 너나 없이 ‘사람 자르기’에 몰두하고 있는 가운데 나이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사람을 내보내서는 안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LG경제연구원은 28일 ‘정년퇴직을 퇴직시키자’는 연구보고서를 통해 “한국사회는 현재 7% 수준인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이 2050년 30%로 급증하는 등 급속도로 고령화가 진행 중이다.”면서 “하지만 생산가능인구 중 25∼49세 연령층이 2007년 이후 감소세에 들어가는데다 15∼24세 연령층은 이미 92년부터 줄고 있는 등 노동력 감소현상도 동시에 진행돼 기업인사 관행에 대수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우수한 청년 구직자들이 줄을 선 지금이야 정년을 연장하면서까지 나이 많은 임직원을 붙잡을 필요를 못 느끼겠지만 이같은 ‘공급초과’ 상황을 언제까지 즐길 수만은 없다고 지적했다. 사람과 함께 그가 가진 기술, 경험, 인적 네트워크를 동시에 잃게 되는 ‘정년퇴직’ 정책을 다시 고려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우리 기업들도 고령자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기업문화 철폐, 유연한 업무환경 조성, 단계적 은퇴 등으로 대표되는 ‘연령경영’과 여성노동력 활용 증대 등을 통해 고령화 시대에 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 미국의 에어로스페이스는 정규직 3400명 가운데 50%를 50세 이상 고령자로 확충해 우수인재의 유출을 방지했고,CVS는 아예 정년을 철폐해 생산성과 매출을 끌어올렸다.ARO, 딜로이트 컨설팅은 재택근무나 업무시간·공간 조정을 통해 고령인력을 받아들이고 있다. 지난해 7월 미 가전업체가 컴퓨터 활용능력이 떨어지는 50세 이상 직원을 강등시켰다는 이유로 제소당했고, 유럽에서는 2006년부터 직장 내에서의 연령차별이 법으로 금지되는 등 외부환경도 ‘오륙도’들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류길상기자 ukelvin@seoul.co.kr
  • [고령 취업자 안전관리 허술] 김용달 한국산업안전공단이사장

    [고령 취업자 안전관리 허술] 김용달 한국산업안전공단이사장

    “근로자의 건강증진책은 단순히 질병의 치료·예방뿐만 아니라 기업이나 개인차원에서 성장 잠재력이 충분히 발휘되도록 지원해야 합니다.” 한국산업안전공단 김용달 이사장은 22일 “우리나라도 고령화사회로 급진전되는 과정에서 고용형태도 다양화돼 기업경영과 노동정책에 새로운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기업과 사회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건강한 노동력 확보가 중요하고 이는 개인영역에서 사회적·제도적 영역으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선진국에서는 1970년대 후반부터 기업체 의료비 상승이 부담으로 작용되면서 건강증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은 1980년대 이후 노동인구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중·고령 근로자 건강증진운동(SHP)을 추진하다 1988년부터는 전체 근로자를 대상으로 종합 건강증진운동(THP)으로 전환했다. 또한 유럽연합국가(EU)에서는 룩셈부르크 선언을 통해 ‘근로자 건강과 복지를 향상시키기 위해 사업주·근로자·사회가 하나로 결합하여 노력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사업장 건강증진운동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 김 이사장은 “최근 고혈압, 당뇨 등 개인의 기초질환이 작업여건과 관련돼 악화되는 뇌·심혈관질환, 불안전한 작업조건에 의한 근골격계질환 등이 급증하는 추세”라며 “작업관련성 질환은 산업구조 다양화와 고령 근로자 증가로 심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따라 산업안전공단은 근로자의 건강을 보호하고 쾌적한 작업환경 조성을 위해 ‘클린(Clean)사업장 조성지원’을 비롯, 뇌·심혈관질환·근골격계질환 예방과 근로자 건강증진 프로그램 보급 등의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산업안전보건 정책이 시설 위주의 관리방식인 물리적 접근방식으로 이뤄져온 게 사실”이라며 “앞으로는 근로자의 직무스트레스 등 심리상태까지 감안한 복합적인 정책으로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유진상기자 jsr@seoul.co.kr
  • [세계인-우리는 이렇게 산다] 佛 ‘공정무역’ 제품 쓰기 운동

    [세계인-우리는 이렇게 산다] 佛 ‘공정무역’ 제품 쓰기 운동

    프랑스의 소비자들 사이에선 요즘 ‘코메르스 에퀴타블(Commerce Equitable)’이란 단어가 유행한다. 영어로 하면 페어 트레이드(Fair Trade), 우리말로는 ‘공정무역’ 정도로 번역할 수 있다. 소비자들은 물건의 가격보다는 제품이 생산된 과정과 자신의 소비가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를 생각하면서 물건을 구입한다. 때로는 기존 제품에 비해 조금 비싸지만 영세한 생산자들에게 돌아갈 적절한 보상을 생각하며 기꺼이 제품을 구입한다. |파리 함혜리특파원|이들이 선택하는 제품은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아시아 등 제 3세계에서 농민들이 땀 흘려 재배한 농산품과 가내수공업 제품들. 커피, 카카오, 쌀, 차, 꿀 등 농산품에서 최근에는 면 의류, 목재 장식품, 도자기, 장신구 등으로 제품의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환경과 건강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함께 잘 살기 위한 공정무역은 특히 파리지역의 젊은 중산층 소비자와 보보스(부르주아 보헤미안)들 사이에서 눈에 띄게 확산되는 추세다. ●생산자에 대한 적절한 대가 지불 파리 서남쪽의 오퇴이 지역에 있는 대형 유통업체 까르푸의 매장을 각종 식료품과 공산품들이 가득 메우고 있다. 이 중 한 구석에 놓인 진열대에서는 공정무역을 통해 생산된 커피와 카카오, 쌀, 꿀, 말린 과일 등이 판매되고 있다. 사람들은 포장지를 자세히 들여다 보며 이들 제품이 생산된 과정과 유통경로 등을 읽어본 뒤 흐뭇한 표정으로 장바구니에 물건을 담는다. 에콰도르에서 생산된 커피를 선택한 소비자 엘레나는 “공신력 있는 인증기관들이 인증하고 있기 때문에 제품의 품질이 믿을 만하고 무엇보다 생산자들의 땀과 노력, 그리고 자연의 가치에 대해 정당한 값을 지불한다는 취지가 맘에 들어 공정무역 상품들을 구입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엘레나가 산 커피는 250g에 2.46유로. 유명 메이커의 제품보다 0.2유로(300원) 비싸다. 하지만 제품가격 중 유통비와 세금, 중간상인의 몫 등을 제외하고 실제로 생산자에게 돌아가는 이익은 유명 메이커 제품이 0.15유로에 불과한데 비해 공정무역 제품은 이보다 4배가 넘는 0.62유로나 돌아간다. 공정무역은 다국적 기업이 제3세계의 천연자원을 헐값에 매점매석하고 노동력을 착취하는 기존 무역질서를 바꾸자는 취지에서 서구의 시민운동 단체를 중심으로 시작됐다. 스위스와 영국은 공정무역이 이미 오래 전에 뿌리를 내렸지만 프랑스에는 최근 건강과 환경, 지속가능한 발전에 대한 의식이 중시되면서 대중적인 소비형태로 자리잡고 있다. ●소비자들의 의식 확산추세 생산자와 소비자간 직접 거래, 적절한 가격, 투명한 거래방식, 질 좋은 제품을 생산한다는 것을 기본원칙으로 하는 공정무역은 무엇보다 소비자들이 연대감을 갖고 동참해야 이뤄질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프랑스는 공정무역을 위한 공감대가 무르익어가고 있는 편이다. 여론조사기관인 IPSOS 조사에 따르면 공정무역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은 지난 2000년 9%에 불과했으나 2004년에는 56%로 크게 증가했다. 가난한 개발도상국과 잘 사는 선진공업국간의 경제적 격차 및 이에 수반되는 불균형 해소를 위해 적절한 가격을 지불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는 프랑스인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윤리적인 소비생활을 강조하는 보보스들의 문화에서는 공정무역은 필수 아이템으로 꼽힌다. 소비자들의 수요가 확산되면서 이들 제품만을 전문으로 판매하는 매장이 150여곳이나 생겼고 대형 유통업체들도 앞다퉈 참여하고 있다. 공정무역 운동의 취지에 맞춘 제품이라는 것을 인증하는 ‘MAX HAVELAAR’ 마크가 부착된 상품을 판매하는 상점은 5년전에 비해 2배나 늘어 4500여곳이나 된다.MAX HAVELAAR 인증마크가 부착된 제품의 판매는 2000년 600만유로에서 2001년 1200만유로,2002년 2200만유로,2003년에는 3200만유로로 신장세를 보였다. 까르푸의 오퇴이 매장에서는 지난 8월부터 특별 매대를 설치해 제3세계의 농산품들을 판매하고 있다. 오퇴이 매장의 식품담당 매니저 스테판 바레르는 “단순하게 소비를 하는 것보다 물건을 사는 행위 자체를 통해 누군가를 도와줄 수 있다는 것에 소비자들은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면서 “알려지지 않은 상품이지만 품질이 좋기 때문에 찾는 사람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소비자들은 점점 더 환경과 안전성, 품질에 민감해 지고 있으며 중간상인, 지나친 광고·홍보비, 유통비 등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전통적인 구매활동에 대한 대안으로 공정무역 운동에 기꺼이 동참한다.”고 밝혔다. ●작은 행동이 사회를 변화시킨다 공정무역을 통한 상품을 구입하는 사람들이 상품의 맛과 영양성분, 가격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바로 구매가 갖는 의미다. 공정무역이 기부나 자선과 다른 점은 생산자들에게 발전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다. 공정무역을 일구는 사람들은 무역을 통해 남반구와 북반구의 빈부차이를 해소할 수 있다고 믿는다. 제3세계의 소상공인들이 생산한 제품을 직접 구입해 판매하는 비영리단체 ‘아르티장 뒤 몽드’의 말리카는 “무역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고 지속적으로 건강과 환경에 좋은 생산·유통·소비 체제를 구축하는 생산자와 소비자의 공동사업”이라며 “남북문제 해결을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투명하게 해결해 나가는 새로운 방식의 대안무역”이라고 강조했다. 아프리카 아시아 중남미의 45개국에 있는 120여개 생산자 협회와 직거래를 하고 있는 ‘아르티장 뒤 몽드’는 원칙적으로 주문할 때 제품가격의 50%를 선불하고 물건을 받을 때 나머지를 지불한다. 원자재 시장가격의 변동에 상관없이 주문할 때 가격의 절반을 미리 지불하기 때문에 생산자들은 최저가격을 보장받은 상황에서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 이곳에서는 커피, 차, 쌀, 꿀 등 농산품뿐 아니라 손뜨개 양모 스웨터, 비단 머플러, 목각 제품 등 1500종의 제품을 판매하고 있으며 기존의 무역관행에 따른 생산자의 불이익을 소비자들이 의식하도록 교육하고, 공정한 무역을 실현하는 데 동참하도록 독려하는 일도 한다.‘아르티장 뒤 몽드’의 사업에 동참하고 있는 자원봉사자는 4500명에 이른다. ‘아르티장 뒤 몽드’와 같이 공정무역제품을 발굴하고 생산을 지원하는 단체는 옥스팜,Equal exchange,Tradecraft,TWIN 등이 있다. ‘아르티장 뒤 몽드’를 찾은 이자벨은 아들에게 크리스마스에 선물할 나무장난감을 구입한 뒤 “나의 작은 행동이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뿌듯하다.”고 말했다. lotus@seoul.co.kr ■ ”생산자 삶의질 향상이 궁극적 목적-‘공정무역연대’ 이자벨 플루샤르 회장 |파리 함혜리특파원|“중요한 것은 의식과 행동의 변화다. 소비자가 주축이 된 공정무역이 종래의 불공평한 무역관행을 통째로 바꿀 수는 없지만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지렛대 역할을 할 것이다.” 20일 파리 근교 생드니에서 열린 시민연대포럼 행사장에서 만난 이자벨 플루샤르(35) ‘공정무역을 위한 시민연대’(PPCE) 회장은 “영세한 생산자들이 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공평한 기회를 제공하는 공정무역은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필수적인 요소”라며 “모든 시민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PPCE는 공정거래운동에 관여하는 수입상, 전문 판매점, 인증기관, 시민단체 등이 모여 만든 비영리단체이다. 공정무역의 목적은. -세계화와 자유무역 체제가 진행되면서 국제무역은 ‘선진국’ 이익에 편중된 불평등한 교역조건이 형성됐다. 자연히 제3세계의 영세한 생산자들은 설 땅을 잃게 됐고 가난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이런 문제를 안고 있는 일반적 국제무역에 대한 대안으로 생겨난 게 공정무역이다. 이를 통해 생산자의 인권을 보호하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 궁극적인 목적이다. 어떤 방식으로 거래가 이뤄지나. -수입상이나 인증기관이 현지의 생산자와 직접 협상을 통해 최저가격을 보장하고, 장기 거래관계를 맺는다. 생산자들은 안정된 거래선을 확보할 수 있어 노동에 대한 적절한 보상을 받을 수 있으며 소비자들은 믿을 수 있는 품질의 제품을 구입함으로써 직접 생산자들을 지원하게 된다. 소비자 가격이 기존 대기업 제품에 비해 비싸질 텐데. -대량생산을 하지 않기 때문에 가격이 조금 비싼 것은 사실이다. 대신 공정무역 제품을 생산하는 사람들에게 돌아가는 이익은 크게 늘어난다. 예컨대 커피의 경우 공정무역을 통해 생산자들의 이익은 30% 이상이 많아진다. 공정무역 규모는. -아직은 전체 무역거래에 비해 비중이 극히 미미하다.2003년 세계무역 규모가 7조 2740억달러였지만 공정무역은 2억 6000만달러로 0.0036%에 불과했다. 중요한 것은 소비자 개개인의 행동과 의식의 변화다. 최근 프랑스에서 공정무역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는 이유는. -광우병, 유전자 조작 농산품 등의 문제로 안전한 먹을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환경보존도 중시되고 있다. 공정무역의 대상이 되는 제품들은 대량생산을 위한 기존의 재배방식(화학비료, 유전자 조작 등)에 의존하지 않고 전통적 방식으로 생산하기 때문에 안전하며 품질이 좋아 이같은 소비자들의 요구에 부합한다. 젊은 소비자들 사이에 자신의 소비에 의미를 부여하려는 경향이 확산되고 있는 것도 주요 원인이다. lotus@seoul.co.kr
  • ‘발톱’ 숨긴 美 통상전략

    100년도 지난 얘기다.1889년 미 워싱턴에서 범아메리카 회의가 열렸다. 당시 미 국무장관 내정자인 제임스 블레인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브라질이 남반구에서 가진 영향력은 미국이 북반구에 미치는 것과 같다.” 미국은 이후 50년간 브라질을 ‘세계적인 강대국’으로 부르며 협력관계(?)를 유지했다.2차대전 이후 브라질 수출입의 절반은 미국이 차지했다. 워싱턴 정가에선 소련의 브라질 접근을 차단하기 위해 아마존 열대우림을 지나는 ‘대륙횡단철도’를 건설해야 한다는 황당한 ‘아이디어’까지 등장했다. 1963년 후아오 굴라토 좌파정권이 미군 지원의 군사 쿠데타로 무너지자 백악관은 ‘민주주의의 진전’으로 평가했다. 이어 자본과 공산품을 브라질에 쏟아붓고 브라질로부터는 1차산품을 얻었다. 이른바 ‘종속경제’다. 노동당 출신인 현 룰라 좌파정권이 개혁을 추진하지만 한번 덫에 걸린 브라질 경제의 회복은 더디기만 하다. 지난 6월 미 의회 산하 ‘미·중 경제안보재검토위원회’는 색다른 보고서를 냈다. 중국이 아시아에서 무역투자를 늘리고 정치적 영향력을 증강시킨다며 미국은 대중(對中) 관계를 전면 재검토하고 ‘실질적’ 대응 방안을 강구하라고 촉구했다. 중국의 통화체제를 변동환율제로 바꾸는 것이 그 출발점이 돼야 한다고도 말했다. 중국과 브라질은 모건 스탠리가 명명한 ‘브릭스(Brics)’의 멤버다. 자원과 노동력이 풍부해 인도, 러시아와 함께 세계가 주목할 국가군으로 분류했다. 그러나 단순한 동경의 대상이 아니라 이들을 통제권에 둬야 한다는 모종의 ‘암수(暗數)’가 내포됐다. 윌슨의 ‘민족자결주의’는 식민지 국가의 독립심을 고취시켰다고 한다. 그러나 경제적 측면에선 미국이 선점한 ‘시장’을 유럽 등 경쟁국에 내놓지 않겠다는 일방적 선언으로 풀이된다. 과거 브라질에 그랬듯이 미국은 중국 등의 브릭스에 ‘윌슨식’ 접근법을 취하고 있다. 모건 스탠리는 사실상 미 국익을 대변하는 월가의 첨병이다. 의회는 말할 것도 없다. 자유무역을 내세우는 친기업 성향의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재선됐다. 하지만 밑바탕에는 늘 19세기의 ‘시장 약탈전’이 꿈틀댄다. 중국에는 환율 문제로, 브라질에는 국제통화기금(IMF)을 우회한 차관 문제로 이미 개입 중이다. 중국은 연말 복수통화 바스켓 제도로 전환할 계획이다. 브라질도 IMF의 정책 권고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중국과 브라질이 호락호락 당할 성싶지는 않지만 ‘미소’로 시작해 ‘발톱’으로 끝나는 게 미국이다. 그만큼 집요하고 끈덕지다. 우리도 친미, 반미를 뛰어넘는 이성적 변별력이 필요할 때다. mip@seoul.co.kr
  • [열린세상] 수출 2000억 달러 시대를 넘어서/현오석 한국무역협회 무역연구소장

    1960년대 초 대외지향적 성장전략을 채택한 이래 우리 수출은 세계사에서 유례없는 높은 신장세를 거듭하여 마침내 2000억달러 시대를 열었다. 불과 40년만에 수출이 1억달러에서 2000억달러로 2000배 증가라는 기념비적인 기록을 세웠다. 우리와 같이 1964년 1억달러였던 아이슬란드가 24억달러,1977년 100억달러였던 스페인이 1510억달러,1995년 1000억달러였던 싱가포르가 1441억달러인 것을 감안하면 우리 수출의 성과를 쉽게 짐작할 만하다. 이러한 수출 성과는 그동안 세계경제 환경이 우리에게 유리하게 작용한 탓도 있었지만 정부 기업가 근로자가 합심하여 노력한 결과다. 첫째, 정부의 미래에 대해 비전 제시와 강력한 리더십을 들 수 있다.1960년대 초 경제개발5개년계획 수립이 우리 정부의 미래에 대한 비전 제시였다면 이의 일관성있는 경제정책 추진은 강력한 리더십이라 하겠다. 둘째, 기업가정신이다. 기업가정신이란 자원의 제약과 실패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도전 정신을 발휘하여 새로운 사업을 일으키는 기업가의 의지를 말한다. 이는 오늘날 반도체 조선 철강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부상시킨 원동력이 되었다. 미국의 미래학자 존 네이스비츠 교수는 한국의 기업가정신을 경제성장의 가장 큰 원동력이라고 평가했다. 셋째, 근로자의 성장에 대한 의지와 양질의 노동력이다. 잘 살아보겠다는 의지는 중동지역 건설현장 진출과 독일 광산현장 및 의료분야 진출 등의 예로 나타났고, 높은 교육열과 교육투자로 양질의 노동력을 보유함으로써 경쟁국보다 비교우위에 설 수 있었다. 이러한 원동력을 바탕으로 수출은 우리 경제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해왔다. 앞으로도 수출은 내수 부진을 보완하여 경제성장의 버팀목이 될 것이며 국민소득 2만달러 달성의 관건이 될 것이다. 그러나 향후 대내외 여건이 순조롭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이며, 당장 내년도 수출환경이 어둡다. 고유가와 세계경기 둔화 및 정보기술(IT)경기 하강, 여기에다 중국의 금리인상과 원화절상 등으로 수출에 많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이같은 대내외 환경을 극복하려면 다음과 같은 수출산업의 경쟁력 강화가 필수적이다. 첫째, 수출산업을 고도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부품소재산업을 적극 육성하고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는 10대 성장산업을 차질없이 추진해 나가고 수출을 주도할 세계 일류상품을 개발해야 한다. 둘째, 무역인프라를 확충해야 한다. 공항 항만 등 거점시설과 물류센터 등 배후단지 조성을 통해 동북아 물류중심지를 건설하고 전자무역 활성화를 위해 전체 무역절차를 포괄하는 종합적인 ‘e-Trade’ 연계시스템을 조기에 구축해야 한다. 또 무역전문인력과 전시산업도 무역인프라의 중요한 요소인 만큼 적극 육성할 필요가 있다. 셋째, 상품수출과 서비스수출이 결합된 복합무역을 추진해야 한다. 기존의 상품수출에서 벗어나 물류 관광 금융 등 서비스산업 전반에 걸쳐 경쟁력을 제고함으로써 상품과 서비스 수출을 동시에 늘려나가야 한다. 넷째, 개방 확대를 통해 수출시장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필요가 있다. 일본 아세안 미국 멕시코 등과 같이 거점 및 시장확대 효과가 큰 지역을 중심으로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대상국을 확대하고 농업 제조업 서비스 등 산업 전반에 걸친 구조조정을 통해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또 중국의 산업발전과 연계된 보완적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부품소재·IT분야의 한·일간 기술협력을 추진함으로써 동북아 지역협력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 지난날 수출시장에 시련도 많았지만 우리는 이를 거뜬히 극복했다.80년대 후반 노사분규와 97년말 외환위기, 그리고 2001년 IT버블 붕괴와 같은 온갖 어려움을 헤치고 수출 2000억달러 시대를 열었다. 앞으로도 이같은 시련과 어려움을 무난히 극복한다면 2009∼2010년 수출 4000억달러 달성은 물론,10년 후 수출 5000억달러, 세계 6∼7위 수출대국의 ‘꿈’도 이루어질 것이다. 현오석 한국무역협회 무역연구소장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