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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린세상] 시민과 기업은 적일까, 동지일까/허만형 중앙대 행정학과 교수

    [열린세상] 시민과 기업은 적일까, 동지일까/허만형 중앙대 행정학과 교수

    시민과 기업은 적일까, 동지일까? 사회발전을 위해 답이 필요하다. 자본주의는 자본이 주인 역할을 하는 사상일까? 구석구석 살피지 않아도 한국 사회는 자본이 주인임을 알 수 있다. 자본의 힘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 정치권력을 물려주면 세습으로 비판받지만, 자본을 물려주면 오너 경영의 당위성으로 포장된다. 오너는 수천억원의 회사돈을 횡령하고도 국민경제에 악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불구속 기소되는 게 관행처럼 돼 있다. 그런 다음에는 기부를 약속하고 면죄부를 받고 풀려난다. 불행하게도 이게 한국적 자본주의이다. 재벌기업의 친가, 외가, 처가를 가리지 않고 2세, 3세까지 골목상권을 점령해도 시민들은 막을 방법이 없다. 대통령과 정치권이 나서자 겨우 빵가게, 순대, 청국장 등 사업 확장을 하려다 주춤하는 모습이다. 더불어 재벌을 향한 시민의 반감은 깊어 간다. 그 증거가 2011년 기업호감지수 조사 결과이다. 100점 만점에서 평균은 50.8이었다. 항목별로 보면 국제경쟁력은 82.8점으로 가장 높고, 생산성 향상은 66.6점으로 다음이었다. 기업의 국가경제 기여는 반신반의 수준인 50.9점이 나왔다. 사회적 책임은 낙제점이었다.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은 37.0점, 윤리경영 실천은 23.0점이었다. 현장의 목소리도 다르지 않다. 며칠 전 스마트폰 구입을 위해 전자 상가를 찾았다. 가게 주인은 애플과 삼성 제품을 가지고 고민하는 고객에게 이렇게 물었다. 국내기업이 미워서 외국산을 사려느냐고? 의아한 표정으로 쳐다보자 국내기업이 밉다고 외국산 스마트폰을 사는 사람도 많다는 말을 전해 주었다. 시민들의 마음이 기업에서 떠나는 증거이다. 무서운 얘기다. 월가 점령(Occupy Wall Street) 시위의 발원지이지만 자본주의 산실인 미국 기업은 한국과 다르다. 미국에서 살다 온 한 친구의 경험담이다. 그는 뜻하지 않은 입원진료 후 거액의 의료비를 감당할 수 없어 병원사회복지사를 찾았다. 이야기를 다 들은 그는 친구를 자료실로 안내해 책 한 권을 집어 들었다. “미국 기업은 돈을 벌면 어려운 사람을 위해 재단을 설립합니다. 누구에게나 위기가 닥칠 수 있지요. 백과사전 한 질 정도의 이 책에 재단 명단이 수록되어 있어요. 이렇게 많은 재단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요. 걱정 마세요.” 친구는 몇몇 재단의 도움으로 10만 달러에 이르는 거액의 의료비를 해결할 수 있었다. 참 부러운 얘기다. 미국 기업은 돈을 벌면 재단을 설립한다. 기업가의 재단설립이라면 빌 게이츠를 떠올리지만 작은 기업도 동참한다. 재단의 종류도 무수히 많다. 심장재단, 조산아재단, 장학재단, 아프리카재단 등등. 미국 기업의 친시민 정책은 재단설립이며, 재단을 기반으로 시민과 친구가 된다. 그래서 기업가는 존경받는다. 한국 기업은 돈을 벌면 정치권과 손잡을 비자금 만들기에 바쁘다. 미국 기업은 한 업종에 집중하지만 한국 기업은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사업을 확장한다. 마르크스는 자본주의의 위기 징후를 네 가지로 꼽았다. 성장 둔화와 경기침체의 장기화, 금융자본의 수익률 저하와 금융위기 출현, 불평등의 심화, 그리고 종국적으로는 자본주의가 성장에 걸림돌이 되는 것이다. 우리에게 이 네 가지 현상이 나타난다. 저성장 추세로서 지난해 성장률은 3.6%에 불과했다. 금융위기가 언제 닥칠지 아슬아슬하다. 양극화가 더 어울릴 정도로 불평등이 심각하다. 열심히 일해도 부자가 될 수 없다는 의식은 자본주의를 부정하는 현상과 다름없다. 모두 반기업 정서의 우회적 표현이자 시민과 기업이 소통하지 않고 멀어지게 되는 이유다. 건전한 자본주의는 시민의 노동력과 기업의 일자리 교환이라는 수평적 관계를 전제로 한다. 이윤창출의 결실을 기업이 독식하지도 않는다. 더 많은 이윤을 위해 기업이 시민의 생존영역까지 손길을 뻗지도 않는다. 과거 이 양자는 친구였지만 이제 재벌이 골목상권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시민은 기업을 친구로 여기지 않는다. 시민과 기업이 적으로 등을 돌리면 그 사회는 끝장이다. 기업의 통렬한 자기반성을 행동으로 보여 줘야 한다. 늦기 전에 서둘러야 할 일이다.
  • 장시간 근로개선 새달 본격 착수

    이명박 대통령이 장시간 근로 개선을 통한 일자리 창출 의지를 밝힌 가운데 정부가 새달부터 3만 5000여개 사업장에 대한 근로감독에 들어간다. 지난해 실시한 완성차 업체에 이어 식료품제조업, 1차금속제조업 등 근로시간이 길고 협력업체에 대한 파급력이 큰 업종이 집중 점검 대상이다. 장시간 근로 개선 등 현안과 관련한 특별감독을 크게 늘릴 계획이다. 고용노동부는 올해 사업장 근로감독 종합 시행계획을 수립해 새달 전국 47개 지방고용노동관서에 시달할 예정이라고 26일 밝혔다. 사업장 근로감독은 금품청산, 해고제한, 근로시간 및 휴가, 노사합의 등과 관련해 사업장의 법 위반 여부를 감독하는 것으로 올해는 근로시간 부분에 감독이 집중될 전망이다. 정부는 올해 감독대상 사업장이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인 3만 5000여곳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고용부의 지난해 사업체 노동력조사에 따르면 완성차업체의 1인당 근로시간이 연 2500시간으로 가장 길었고, 1차금속제조업은 연 2400시간, 식료품제조업은 연 2300시간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차금속 제조업은 제철업, 제강업, 강관업 등이 해당된다. 포스코가 지난해 말 4조 2교대제를 전면 도입하는 등 대기업의 경우 장시간 근로 개선이 이뤄지고 있지만 규모가 작은 협력업체의 경우 여전히 근로환경이 열악하다는 지적이다. 식료품제조업의 경우 빵, 아이스크림, 건강기능식품, 햄 제조 등이 속한 업종으로 교대제 도입 없이 주간 근무자가 8시간 근무 외에 별도 연장근로를 하거나 물량이 밀릴 경우에는 임시직을 활용해 24시간 근무를 실시하고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연간 근로시간과 함께 협력업체 등에 대한 파급력 등을 기준으로 집중점검 업종을 최종 선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제조업체나 정보기술(IT)업체, 병원·호텔·콘도 등 24시간 연속 운영업체, 운수업체, 대형마트 등 상대적으로 법정 근로시간 관리를 소홀히 하기 쉬운 업종에 대한 점검도 이뤄질 예정이다. 오일만기자 oilman@seoul.co.kr
  • 일자리 강국 서유럽의 해법

    일자리 강국 서유럽의 해법

    청년실업이 전 세계의 고민으로 떠오르면서 독일, 네덜란드 등 유럽의 주요 일자리 강국들의 해법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실업률 50% 스페인 노동자 獨취직 추진 유럽에서는 일자리 양극화가 극명하다. 이달 유럽연합(EU)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독일은 지난해 11월 8.1%로 가장 낮은 청년 실업률을 기록했다. 오스트리아(8.3%), 네덜란드(8.6%)가 뒤를 이었다. 반면 스페인은 49.6%로, 청년층의 절반가량이 실업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EU 27개국 평균(9.8%)의 5배에 이른다. 그리스도 46.6%로 꼴찌에서 두번째다. ‘두 개의 유럽’이라 불릴 만큼 사정이 악화되자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최근 국가 간 노동력 이동을 자유롭게 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예를 들면, 실업률이 50%에 육박하는 스페인 청년들이 기업의 3분의1이 숙련노동자 부족을 호소하는 독일에서 일자리를 구하기 쉽도록 하는 것이다. 국경을 넘어선 직업훈련 제도 도입도 방안 중 하나로 검토되고 있다. 직업학교에서는 이론을 배우고, 회사에서는 자신이 원하는 직종의 기술을 실습하는 독일의 ‘아우스빌둥’(이원 직업교육 시스템)을 본 뜬 것으로, 전문가들도 이들 국가의 안정적인 고용 창출은 성공적인 직업훈련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클라우스 짐머만 독일 본대학교 경제학 교수는 “독일의 낮은 실업률과 숙련 노동자들이 받는 탄탄한 임금 전망은 아우스빌둥이 장래의 일자리를 보장하는 기술을 제공한다는 걸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獨 ‘아우스빌둥’ 345개 직종 체험 가능 독일이 아우스빌둥에 들이는 비용은 연간 108억 유로(약 15조 8000억원·2007년 기준).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0.4%에 해당한다. 아우스빌둥에서 다루는 직종은 지난해 기준으로 모두 345개. 이렇게 직업교육을 받은 학생수는 한 해 150만명(2010년 기준)에 이른다. 22세 이하 청년의 3분의2가 참여하는 셈이다. 통상 3년간 직업교육을 받고 나면 상공회의소에서 관리하는 졸업시험을 치르고 직종별로 발행하는 공인 증서 ‘게젤레’(전문가) 자격증을 받게 된다. 이후 공부를 계속하면 ‘마이스터’(장인) 증서를 받는데, 창업을 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받는 것이다. 네덜란드 정부는 청년들이 강제적으로 일하게 하는 ‘당근’을 쓴다. 1992년 도입된 청년보장법에 따라 6개월 이상 실직 상태에 있는 21세 이하 청년들은 정부가 보증하는 일자리를 최소 6개월 이상 제공받는다. 하지만 이 일자리를 한 번 거부하면 3개월간 실직급여 지급이 중단된다. 독일과 같은 견습제도를 운영 중인 오스트리아는 직업훈련의 사각지대에 있는 청년들도 배려한다. 2008년에는 정부가 3억 4000유로의 도제 지원금을 기업에 투입, 청년들의 직업훈련을 지원했다. 이서원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경기가 악화돼 기업들이 실습생 인원을 줄이면서 훈련을 받지 못하게 되거나 실습 과정에서 자격증을 취득하지 못한 학생들을 구제해주는 장치”라고 말했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제조업 7.7% ‘쑥쑥’ 건설업 -6.9% ‘뚝뚝’

    제조업 7.7% ‘쑥쑥’ 건설업 -6.9% ‘뚝뚝’

    1970~1980년대 산업화를 이끈 제조업이 지난해 7%대의 고성장을 이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철강, 자동차 등 전통 제조업에 의존한 채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지 못하다 보니 잠재성장률이 3%대로 떨어졌다는 암울한 분석도 나온다. ●경기 영향 덜 받는 IT 5.7% 24일 한국은행의 ‘경제활동별 국내총생산 현황’에 따르면 국내총생산을 구성하는 16개 업종 가운데 지난해 경제성장률 잠정치(3.8%)를 웃도는 성장을 보인 업종은 5개에 그쳤다. 마이너스 성장한 업종은 3개였다. 통계가 확정된 지난해 1~3분기 전체 경제성장률은 3.7%로 집계됐다. 한은이 추산한 지난해 전체 성장률보다 0.1% 포인트 낮다. 전년 동기 대비 업종별 성장률은 제조업이 7.7%로 가장 높았다. IT업(5.7%), 도소매·음식숙박업(5.4%), 보건·사회복지업(4.6%), 운수·보관업(4.1%) 등이 뒤를 이었다. 한은 관계자는 “수출 제조업 중심인 우리 경제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면서 “다소 둔화되고 있으나 제조업의 성장세는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건설업은 마이너스 6.9%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외환위기로 건설업 경기가 침체됐던 1999년 마이너스 7.1% 이후 가장 낮다. 건설 성장률은 2010년 4분기(마이너스 3.2%) 이후 4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행진이다. 농림어업의 성장률은 마이너스 3.4%였다. 기후변화와 구제역 피해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광업도 마이너스 2.8%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금융위기후 잠재성장률 3%대 한편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이 3%대로 떨어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이날 ‘잠재성장률의 위기’ 보고서에서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추정한 결과 198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했다.”고 밝혔다. 연구원이 추산한 잠재성장률은 1989~1997년 7.4%, 1998~2007년 4.7%, 2008~2012년 3.8%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잠재성장률 하락 원인으로 ▲투자 부진 ▲노동력 투입력 약화 ▲수출의 부가가치 파급효과 하락 ▲내수부문 취약 ▲신성장산업 출현 지연을 꼽았다. 보고서는 1970∼1980년대 주력산업인 철강, 기계, 전자, 자동차·조선 등이 아직도 주력산업의 역할을 하고 있고, 새로 부각되는 성장 산업을 찾아보기 어려운 것도 성장잠재력을 떨어뜨린 주요 원인이라고 평가했다. 주 위원 등은 “잠재성장률의 추가 하락을 막으려면 자본·노동을 확충하고 고부가가치화, 내수 발전, 신성장 산업 육성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오달란기자 dallan@seoul.co.kr
  • 中 요란한 춘제… 수십만 오토바이 귀성

    중국인들에게 가장 중요한 명절인 춘제(春節)를 맞아 중국 노동력의 근간인 농민공들의 이색 귀경 행렬이 화제다. 또 비교적 싼 인건비로 이들을 고용하던 기업과 가정이 춘제 이후 일터로 돌아오지 않을까봐 임금을 올려주거나 각종 보너스를 내놓는 풍경도 눈길을 끈다. 20일 중국 매체들에 따르면 광둥성에서는 설 특별 운송기간이 시작된 이달 8일 3000여명이 오토바이 귀향길에 오른 것을 시작으로 매일 수만명이 오토바이를 타고 국도를 이용해 고향을 찾고 있다. 춘제 때 기차 표를 구하기 쉽지 않은 데다 상대적으로 비용도 적게 들기 때문이다. 광둥성 교통 당국은 올해 춘제 기간 오토바이 귀향 농민공 수는 전년보다 30% 늘어난 40만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당국은 오토바이 행렬의 앞뒤로 순찰차를 배치해 특별 에스코트를 하는가 하면 경찰 헬기까지 투입해 이동 상황과 안전을 점검하고 있다. 집으로 가면 일터로 돌아오지 않는 농민공이 많아 춘제를 전후해 임금이 오르는 일도 많다. 상하이 지역 보모의 경우 이번 설을 앞두고 평균 월급이 7000위안(약 120만원)에서 8000위안으로 1000위안이 올랐다. 청두(成都)의 한 무역업체는 추첨을 통해 직원들에게 다양한 춘제 보너스를 지급했는데, ‘지각 허용 증서’가 가장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고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이 밖에 장기 휴가 증서, 춘제 귀성 항공권, 회사 대표 승용차를 귀성 때 이용할 수 있도록 한 특별 우대권, 데이트 비용을 지원하는 ‘데이트권’도 있다. 한편 신화통신에 따르면 농민공들이 고향에 남도록 지방정부가 적극적인 지원책을 펴는 데다 비싼 도시 물가까지 겹쳐 농민공들의 도시 귀환 비율은 매년 떨어지고 있다. 안후이성의 경우 지난해 외지로 나갔던 농민공의 10%가 고향에 눌러앉았다. 주현진기자 jhj@seoul.co.kr
  • “철강·시멘트·석유화학서 한국과 윈윈”

    “철강·시멘트·석유화학서 한국과 윈윈”

    “인도네시아는 자원대국의 강점을 토대로 지식기반의 경제시스템을 구축, 2025년 세계 10위 경제대국을 달성하는 목표를 갖고 있습니다.” 국제기구인 한·아세안 센터가 17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주최한 투자조사단 설명회에서 히마완 하리요가(48) 투자조정청 부청장(차관급)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가 휘청거리고 있지만 우리는 2010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6.1%, 지난해 6.7%, 올해는 7%대의 성장을 예상하고 있다.”며 역동적인 경제 성장을 강조했다. 하리요가 부청장은 “대통령 직속으로 투자조정청을 둘 정도로 우리의 투자 유치 의지는 어느 때보다 강력하다.”고 말했다. 그는 “인도네시아는 지난해 GDP 8000억 달러로 세계 17위 경제국”이라며 “13년 후인 2025년에 GDP 4조 5000억 달러를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을 자신하는 근거는. -인도네시아는 2억 5000만명의 인구를 바탕으로 동남아 최대의 내수시장을 갖고 있다. 2위인 태국의 GDP는 우리의 절반도 안 된다. →경제성장의 걸림돌은 무엇인가. -사실 빈부 격차가 심각하고 인프라 구축이 아직도 미비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전체 인구의 50%가 29세 이하, 60%가 39세 이하이다. 유럽이나 일본 등이 이미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었지만 우리는 ‘젊은 국가’로서 잠재적 노동력이 풍부하다. →인도네시아가 갖고 있는 투자계획은. -우리는 1단계로 빠른 승리(Quick Win) 전략을 세웠는데 손쉬운 것, 즉 우리의 광산과 천연자원 개발을 위해 최대한 투자를 많이 유치하고 두 번째로 인프라와 에너지 개발을 가속화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이를 위해 우리는 민관 파트너십 계획을 수립해 지난해 535억 달러 규모의 79개 인프라 구축 프로젝트 계획을 최종 발표했다. →한국과 인도네시아의 윈-윈 전략은. -우리가 현재 가장 필요한 것은 철강과 시멘트, 석유정제 석유화학의 발전이다. 최근 포스코가 동남아시아 허브 거점으로 인도네시아에 대규모 투자를 결정한 것은 참으로 고무적인 일이다. 자카르타 오일만기자 oilman@seoul.co.kr
  • 농가인구 비중 ‘전세계의 0.1%’… 작지만 강한 한국농업

    농가인구 비중 ‘전세계의 0.1%’… 작지만 강한 한국농업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백척간두의 위기에 놓여 있다는 우리나라 농업이 전 세계 농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얼마일까. 16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전 세계 농가 인구 중 우리나라가 차지하는 비중은 0.1%다. 그러나 특정 품목의 경우 세계 10위권 내 생산량은 물론 수출실적도 기록하고 있다. 한·중 FTA 협상 논의에 앞서 민감품목으로 예외가 허용될 것으로 보이는 마늘은 2009년 기준 전 세계 생산량의 1.6%(35만 7000t)를 차지, 3위다. 하지만 중국이 전체 생산량의 80.6%를 차지하고 있고 2위인 인도가 4.8%다. 고추는 세계 생산량의 1.2%(35만t)를 차지했으며, 10위에 올라 있다. 중국이 51.7%로 세계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두 작물은 다른 작물에 비해 노동력이 많이 필요한 품목이다. 국내 생산 기반이 무너지지 않도록 노동력 절감 방안을 통한 국내 생산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이 필요하다. 쌀은 전 세계에서 6억 9000만t이 생산됐다. 우리나라는 650만t을 생산, 1.0%로 15위다. 아시아 각국이 식량안보 차원에서 쌀의 생산을 장려하고 있지만 중국·인도·인도네시아가 전 세계 생산의 57.6%를 차지하고 있고 다른 아시아 국가들이 10위권에 포진해 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가 체결한 FTA에서 쌀은 예외를 인정받아 왔다. 한·중 FTA에서도 같은 정책이 유지될 전망이다. 미국·타이완 등으로 수출되고 있는 배는 세계 생산량의 1.9%(42만t)로 5위다. 반면 미국은 배를 우리나라의 두 배 이상 생산한다. 우리나라 배의 경쟁력을 인정받은 것이다. 특히 미국은 전 세계에서 농축수산물의 수출 규모도 1위지만 수입 규모도 1위다. 생산품목에 따라 한·미 FTA가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배추 파동으로 배추는 미운 오리 대접을 받지만 우리나라는 전 세계 생산량의 4.4%를 차지, 4위다. 돼지고기는 85만t으로 세계 생산량의 0.8%, 18위에 해당한다. 반면 소고기는 세계 생산량의 0.4%에 그친다. 이에 따라 소고기는 전 세계 수입량의 2.4%를 수입했고, 12위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생명의 窓] 촌로들의 행복/성전 남해 용문사 주지

    [생명의 窓] 촌로들의 행복/성전 남해 용문사 주지

    겨울인데도 비가 온다. 좀처럼 눈이 오지 않는 이곳은 겨울이 파랗다. 겨울이 겨울 같지 않아 실망스럽기도 하지만 이 파란 겨울을 보는 것도 가끔은 즐거움이 되기도 한다. 사면이 바다인 이 섬에서 나는 시간만 나면 바다를 향해 걷는다. 어떤 때는 새벽 예불이 막 끝난 새벽에 걷기도 하고 어떤 때는 아침 공양을 마친 아침 시간이나 저녁 무렵에 걷기도 한다. 나의 걷기는 지속적이고 또한 규칙적이기도 하다. 걷다 보면 아침 바다를 만나기도 하고 저녁 별을 보기도 한다. 그 많은 풍경 가운데 내가 가장 많이 만난 풍경은 논밭에서 일하는 촌로들의 모습이다. 나는 그들의 일하는 모습을 보면서 노동이 어떻게 풍경이 되는가를 볼 수 있었다. 밀레의 ‘이삭 줍는 여인들’이 왜 명작이 될 수 있었는지 알 것만 같았다. 나는 그들을 그려 보고 싶었다. 그러나 내겐 그림을 그리는 재주가 없다. 손으로 그들을 그리지 못하는 대신 나는 눈으로, 마음으로 그들을 그렸다. 그들을 그리다 보면 어느새 내가 그들의 풍경 속으로 들어가 있는 것을 느낀다. 그 풍경 속에 있는 나를 보며 나는 내 삶의 미래가 어떨지 알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백장 스님은 하루 일하지 않으면 하루 먹지 말라고 했다. 스콧니어링은 노동력을 잃자 스스로 굶어 죽는 삶을 택했다. 이들에게 노동은 존재였고 삶이었다. 그것은 우주의 생명을 느끼는 가장 숭고한 의식이기도 했던 것만 같다. 가장 낮은 자세로 대지에 코를 갖다 대고 생명을 키우는 일은 우주의 생명을 가꾸는 일이기도 하다. 백장의 노동이 선이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시골의 촌로들은 선을 모른다. 그러나 그들은 일하며 즐겁다. 젊어서 농사는 고역이었으나 노년의 농사는 생존의 절박성을 떠나 있으므로 자유롭다. 시금치가 때아닌 고온과 비에 다 녹아내려도 발을 동동 구르지 않는다. 자연이 하는 일을 어쩔 수 있냐며 받아들인다. 원망이 수용으로 바뀌는 이 시간의 길이 사실은 수행이고 정진이다. 촌로들은 수행 아닌 수행을 통해 자유를 얻은 것이다. 거칠게 일해 오면서 그들은 마음속에 자연을 어머니처럼 받아들인 것이다. 이런 그들에게 노동은 숨을 쉬는 것과도 같다. 새벽 껌껌할 때도 논에 물을 대는 그들을 만난다. 어둠 속에서 걸어오는 그들은 놀람도 당혹도 없다. 깊고 긴 숨을 쉬는 사람처럼 그들은 어둠 속의 물체를 향해서도 자연스럽게 인사를 건넨다. “누굽니까? 어디 가십니꺼?” 그들의 음성이 어둠을 느리고 따듯하게 건너온다. 어둠을 뚫고 여리게 찾아오는 빛처럼. 숨을 쉬듯 일하는 그들은 건강하다. 땅을 일구고 생명을 키우는 힘을 지니고 있다. 그들은 인간의 힘을 내어 주고 어쩌면 우주의 힘을 받은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 그들은 자식들에게 자신의 삶을 의탁하지도 않는다. 자식이 없는 자리의 외로움을 대지가 다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대지는 이들에게 자식보다 더 큰 반려로 함께하고 있는 것이다. 노년엔 농사를 짓는 것이 최상의 행복이라는 말은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진실이다. 나는 그 진실을 지금 목전에서 만나고 있다. 인생이 점점 길어진다. 노년을 도시에서 배회하는 일은 서글프다. 저무는 생명을 일으켜 저 땅 위에 푸른 생명들을 키워 내는 일을 한다면 좋지 않겠는가. 농촌에 근거가 없다고 말하지 말라. 길은 찾으면 어디서나 발견할 수 있다. 일을 못한다고 말하지 말라. 일은 하면 몸에 배지 않겠는가. 가난을 두려워하지 말라. 욕심을 버릴 때 가난은 맑은 가난이 된다. 그것은 영혼을 키우는 가난이다. 오늘도 나는 바다로 난 길을 걷는다. 그 길은 넓은 마늘 밭을 끼고 있다. 파란 겨울이 눈에 푸르게 물이 든다. 일하는 노인이 손을 흔들며 소리친다. “스님, 바다 갑니꺼?” 그 음성이 바다보다 푸르게 다가온다. 나는 두 손을 모으고 합장한다. 그도 멋쩍어 어설프게 따라서 합장을 한다. 촌로는 내가 합장한 이유를 알고 있을까. 내가 부처처럼 빛나는 그의 기쁨이 부러워 합장하고 있다는 이 사실을.
  • 정치이슈+팝아트

    정치이슈+팝아트

    그 동네 유일한 한국인이다. 거기다 여성이다. 종교도 남편을 따르다 보니 유대교다. 이중 삼중의 소수자다. 뛰어난 프랑스 철학자 가운데 본국보다 알제리 출신이 많듯, 어쩌면 소수자로 변경에 사는 이들이야말로 가장 은밀한 정치적 주파수를 잡아낼 민감한 감수성을 지니고 있을지 모른다. 본인은 물론 자식들도 영주권만 받았을 뿐 국적을 완전히 바꾸지 않은 것은 그 감수성을 잃어버리지 않겠다는 결심일 수도 있겠다. 서울 종로구 신문로 성곡미술관에서 개인전 ‘폴리팝’(Polipop)전을 여는 천민정(38) 작가 얘기다. 천 작가는 미국 메릴랜드대 교수다. 지난해 가을 이화여대 교환교수로 6개월 머물다가 이번에 귀국길에 오를 예정이다. 폴리팝은 ‘폴리티컬 팝아트’(Political Pop Art)의 준말이다. “중국 작가들이 정치적인 내용을 팝아트와 결부시킨 작품들을 많이 선보였었지요. 그게 정치적 팝아트였습니다. 그걸 줄여서 폴리팝이란 새로운 용어를 만들었습니다.” 달달한 막대 사탕을 뜻하는 롤리팝(Lollipop)처럼, 정치적 이슈라 해서 어렵고 힘들게보다는 달달하니 먹기 좋게 만들어 주겠다는 뜻이다. 전시는 크게 세 부분으로 이뤄졌다. ‘오바마의 방’, ‘독도의 방’, ‘다이아몬드의 방’이다. 작품 하나하나가 모두 강렬한 원색을 아낌없이 쓰고 있다. 가령 ‘오바마의 방’ 입구에는 ‘우린 할 수 있어! 오바마와 나’란 제목의 작품이 걸려 있다. 2차대전 당시 미국은 팔뚝을 걷어올리고 둥그런 알통을 자랑하는 여성 노동자를 그린 포스터를 제작했다. 전쟁으로 남자들이 다 징집되는 바람에 노동력이 부족해지자 여성들을 공장으로 불러내고자 한 것. 그 포스터를 똑같이 패러디해서 한쪽에는 오바마를, 다른 한쪽에는 작가 자신을 그려넣었다. 인종적, 이념적 공세에 노출된 오바마에게 작가는 자신을 투영한 게 아닐까. 그래서 그 어떤 어려움도 이겨내겠다고 다짐하고 있는 건 아닐까. 3월 11일까지. 3000원. (02)737-7650.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Weekend inside] ‘은둔의 나라’ 미얀마… 화해손짓 보내는 국제사회 왜?

    [Weekend inside] ‘은둔의 나라’ 미얀마… 화해손짓 보내는 국제사회 왜?

    ‘아시아의 마지막 금맥을 캐라.’ ‘은둔의 나라’ 미얀마가 요란하게 긴 잠에서 깨면서 세계 각국이 기다렸다는 듯 ‘골드러시’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인권 탄압으로 악명 높던 미얀마 정권이 국가인권위원회를 만들고 정치범 300여명을 풀어주자 미국, 영국 등 국제 사회는 외무장관을 급파해 화해의 손짓을 건넸다. 북한과 함께 ‘가장 수수께끼 같은 나라’로 불리던 미얀마에 무슨 바람이 분 것일까. 또 ‘독재국’이라며 미얀마를 손가락질하던 서방은 왜 미얀마행 비행기에 서둘러 올라 탈까. 그 이면에는 미얀마 정국의 ‘키맨’인 탄 슈웨(79) 국가최고평의회 의장과 테인 세인(67) 대통령, 그리고 민주화의 상징 아웅산 수치(67)가 있다. ●“문제는 경제” 中 성장보며 자유시장에 눈 떠 국제 사회의 비판과 압력에도 꿈쩍 않던 미얀마 정권이 마음을 고쳐먹은 것은 결국 경제 때문이다. 1992년 군정 내부에서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쥔 탄 슈웨는 미국과 그 우방국의 경제 제재에도 이웃국인 중국의 지원에 의존하며 견뎌 왔다. 그러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821달러(약 94만원)에 불과하고 국민 3명 중 1명이 절대빈곤층으로 신음하는 등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운 상황에 내몰렸다. 중국의 성장을 보며 자유시장에 대한 욕구도 커졌다.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국제적 제재에서 벗어나는 것이 급선무였고 결국 미국 등이 마뜩잖게 보던 정치 현실을 뜯어고쳐야 했다. 전문가들은 탄 슈웨가 미얀마 정치·경제 개혁의 총지휘자라고 분석한다. 2010년 3월 모든 권력을 내놓고 무대 뒤로 퇴장했지만 막후에서 여전히 ‘상왕’ 노릇을 한다는 평가다. 탄 슈웨가 국제 사회의 마음을 얻으려면 우선 서방의 전폭적 지지를 받는 노벨평화상 수상자 수치의 마음을 사야 했다. 미얀마 주재 인도 대사를 지냈던 샨 사란은 타이베이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수치는 미얀마 정권의 정당성을 세계에 보여줄 수 있는 일종의 여권 같은 존재”라고 말했다. 수치의 영향력을 두려워한 탓에 지난 18년 동안 그를 괴롭혔던 탄 슈웨는 2010년 10월 가택연금 중인 수치를 풀어주면서 화해를 시도했다. 수치의 변화도 놀라웠다. 군사 정권의 들러리가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제도권 진입을 꺼리던 수치는 입장을 바꿔 “오는 4월 보궐선거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로써 원외투쟁과 게릴라전에 의존하던 미얀마 민주화운동이 원내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커졌다. 세인 대통령은 탄 슈웨와 수치 사이에서 ‘교각’ 역할을 했다. 군부 출신 중 깨끗하고 중립적인 인물로 평가받는 그는 지난해 3월 의회 투표를 거쳐 대통령이 된 뒤 줄곧 개혁적인 행보를 보였다. 지난 8월 수도 네피도로 수치를 초청한 그는 수치의 아버지인 미얀마 독립영웅 아웅산 장군을 칭송하는 등 극진히 대접했다. 수치는 그를 만난 뒤 “대통령의 개혁 약속을 의심 없이 진짜 받아들일 때가 됐다.”고 평가했다. 국제 사회는 미얀마가 정치 개혁 조짐을 보이자 ‘구애 모드’로 일제히 돌변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미얀마의 상황을 금광을 찾아 수많은 사람이 모여들었던 미국의 서부개척시대에 비유했다. 이 신문은 “지난 1년간 한국과 러시아, 중국, 일본 사업가들이 미얀마 호텔을 가득 메웠고 같은 기간 여행객 수가 배로 뛰었다.”고 덧붙였다. 정재완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무수한 자원과 인구를 가진 미얀마는 아시아의 마지막 황금시장”이라고 설명했다. 천연가스와 납, 아연 등 부존자원이 많고 금과 옥, 진주 등 보석류의 산지이기도 하다. 특히 전 세계 티크 목재의 80%, 루비의 99%가 이곳에서 생산된다. 게다가 인구가 6120만명가량으로, 값싼 노동력이 풍부하다. 중국, 인도 등 노동집약적 산업의 기지 역할을 했던 신흥국의 인건비가 상승하는 마당에 미얀마는 최적의 대체재가 될 수 있다. 일본무역진흥기구에 따르면 미얀마에서 근로자 한 명을 1년간 고용하는 비용은 고작 629달러(약 72만원)에 그친다. 중국과 인도, 동남아시아 국가를 잇는 지정학적 위치 덕에 더욱 주목받고 있다. ●군부 강경파 반발 막는 것이 개혁의 과제 큰 보폭으로 개혁작업을 추진 중인 미얀마를 불안하게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세인 정권 뒤에 숨어 있는 강경파 군부 인사들이 언제든 개혁에 딴죽을 걸 수 있기 때문이다. 수치도 최근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민주주의의 겉치장 뒤에 권력을 휘두르는 군부가 개혁에 얼마나 협조할지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미얀마에서는 2004년 킨 윤 당시 총리가 수치와 대화를 시도하는 등 개혁 작업을 벌이다 강경파에 밀려 숙청당한 전례가 있다. 정 연구원은 “집권세력과의 충돌을 최소화하는 범위 내에서 소수민족 문제 등 민주화 과제를 빨리 푸는 것이 세인 정부의 숙제”라고 말했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실버 채용’ 문여는 기업들 713만 은퇴 걱정 닫아줄까

    ‘실버 채용’ 문여는 기업들 713만 은퇴 걱정 닫아줄까

    실버사원(고령사원) 채용이 유통업체 등을 중심으로 국내 기업계에서 확산되고 있다. 전후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713만명)의 은퇴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기업들이 사회 공헌활동 차원에서 고령 노동력을 활용하기 위해 이들을 끌어안고 있는 셈이다. 최근에는 정부는 물론 일부 기업에서 현재 55세인 정년을 단계적으로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 또는 추진 중이어서 실버인력 취업이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9일 재계 등에 따르면 롯데마트는 다음달 전국 95개 매장별로 56∼60세 ‘시니어 사원’ 1000명을 공개 수시 채용하기로 했다. 롯데마트는 시니어 사원이라는 직군을 새로 만들어 1000명을 뽑아 이들을 만 70세까지 고용을 보장하는 무기계약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본인이 스스로 그만두지 않으면 최대 15년까지 회사를 다닐 수 있다. 4대 보험 적용을 받으나 일반 정규직과는 급여에서 차등을 둔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시니어 사원들은 매장 계산이나 온라인 쇼핑몰에서 고객이 주문한 상품을 배송지로 보낼 때 중간 역할을 하는 ‘온라인 피커’ 등의 업무를 담당할 예정”이라면서 “만 60세 이후부터는 매장에서 단순 지원업무 쪽으로 전환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들의 나이와 체력을 감안해 근무시간을 하루 6시간, 주당 30시간 이내로 정했다. 다른 기업들 역시 실버 채용에 적극 나서는 분위기다. 홈플러스는 지난 2008년부터 만 50~65세 남녀를 대상으로 수시 실버 채용을 실시, 모두 1800여명의 실버사원을 뽑았다. 현대오일뱅크 역시 지난해 실버 주유원 1000명과 고객자문단 200명을 채용하는 ‘워킹 실버’ 사업을 펼쳤다. 손민중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실버채용 확산을 위해 정부는 고령자 채용 기업에 대해 청년층 채용 못지않은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의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면서 “기업 역시 고령 사원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적합한 직무를 발굴하는 등의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실버채용 확대뿐 아니라 정년 연장에 대한 논의도 점차 뜨거워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말 국무회의를 통해 정년제 조사 사업장을 현행 300인 이상에서 100인 이상으로 늘리고, 60세 정년 미달사업장엔 단계적 연장을 권고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여기에 현재 시행 중인 임금피크제와 고용연장 지원금을 확대 운영하고, 희망퇴직자 등에게는 기업이 전직 교육을 의무화하도록 법을 고치기로 했다. 일부 기업에서도 임금피크제를 조건으로 정년 연장이 이뤄지고 있다. 포스코는 정년을 56세에서 58세로, GS칼텍스는 58세에서 60세로 연장했다. 홈플러스는 임금피크제 없이 정년을 55세에서 60세로 늘렸다. 그러나 경제단체들은 ‘기업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이유로 실버취업 확대와 정년 연장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대형마트와 달리 일반 기업은 직원 연령이 늘면 생산성이 떨어지는 구조여서 고령사원 채용 확대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면서 “정부가 강제적으로 시행하는 대신 기업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홍혜정·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서울광장] 투자 개념의 남북통일/이도운 논설위원

    [서울광장] 투자 개념의 남북통일/이도운 논설위원

    25.1%. 지난 26일 발표된 한국리서치의 여론조사 결과 ‘남북의 실질적인 통일이 대북정책의 목표가 돼야 한다.’고 말한 응답자의 비율이다. 74.5%는 우리의 대북정책 목표가 ‘평화적인 공존’이라고 답변했다. 쉽게 말하면 통일하지 말고 이대로 살자는 것이다. 통일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왜 이렇게 낮을까.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몇 가지 이유로 설명했다. 첫째는 세대적인 요인. 젊은 세대에게 북한은 돌아갈 고향이 아니라 골치 아픈 이웃이다. 끌어안아야 할 한 민족이 아니라 우리 땅에 포격을 해대는 적일 뿐이다. 둘째, 정치적인 이유. 그동안 여나 야나, 보수나 진보나 통일 문제를 너무나 많이 우려먹었다. 통일은 나와 관련된 민생 문제가 아니라 정치인들끼리나 떠드는 문제다. 셋째, 막대한 통일비용에 대한 두려움. 통일비용이 수백조원이다 수천조원이다 하는 보도를 보면서 경제적인 부담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넷째, 가능성에 대한 회의감. 통일은 남북이 아니라 한반도 주변 강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무력감이 작동하는 것 같다고 했다. 아주 어려운 문제는 기억 속에서 지워 버리려는 것이 인간의 심리라고 한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나도 지난 1년간 통일 문제를 생각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통일에 대한 우리 국민의 무관심은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올해 초 선진통일연대라는 조직을 만든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에게 왜 통일 운동을 하느냐고 물었다. 박 이사장은 스탠퍼드 대학에서 충격적인 경험을 했다고 털어놨다. 한반도 관련 비공개 세미나에서 미국의 저명한 학자가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청천강 이북은 중국에 넘겨야 한다.”는 주장을 했다고 한다. 박 이사장은 “당신 정말 큰일 날 사람”이라며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느냐.”고 반박했다. 그랬더니 그 학자는 “왜 말이 안 되느냐. 한국 사람들은 통일을 바라지 않지 않느냐. 내가 여기 여론조사 결과 다 갖고 있다.”고 다시 반박했다고 한다.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손을 잡고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고 노래를 불렀다. 그 노래는 통일을 명분의 문제로 보고 있다. 그러나 명분만으로 통일을 말할 수 있는 시대는 가고 있다. 명분을 뛰어넘을 새로운 통일의 논리가 필요하다. 그 가운데 하나가 투자 개념으로서의 통일이다. 통일이 우리에게 부담이 아니라 이익을 가져온다는 것이다. 안보 문제를 다루는 정부 고위관계자가 매우 재미있는 얘기를 해줬다. 그는 “통일 비용이 얼마다, 얼마다 하고 여기저기서 발표들 하지만 다 엉터리다. 우선 북한 주민의 소원이 ‘이밥에 고깃국 먹는 것’이라고 한다. 북한 주민 전체가 쌀밥에 고깃국 먹어도 그 비용이 얼마 안 된다. 우리 국내총생산(GDP)의 아주 작은 부분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낙후한 북한의 기반 시설을 새로 세우거나 현대화하는 비용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현재 북한의 땅값은 이론적으로 0원이다. 국가소유니까. 물론 평양을 비롯해서 일부 지방의 토지는 중국이 구입하기도 했다고도 한다. 그런데 북한에 대한 개발이 시작되면 땅값이 오른다. 한 평당 10만원이든, 100만원이든 오른다고 치자. 그걸 돈으로 환산하면 도대체 얼마냐. 또 북한이 개발되면 그 막대한 건설 장비와 인력은 모두 어디서 들어가겠느냐.”고 반문했다. 통일의 이익은 경제적인 차원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외교부의 고위 당국자는 미국이나 중국과의 관계에서 좀 더 대등하게 할 수 없는 중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가 북한 요인이라고 고백하기도 했다. 우리 사회는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이념 갈등, 지역주의, 고령화, 노동력 부족, 투자 부진, 양극화, 실업과 고용, 복지 확대… 이런 문제들이 내년 총선과 대선 과정에서 논란이 되겠지만, 해결책이 나오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 가운데 많은 부분은 통일을 통해 해소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큰 문제가 해결되면 작은 문제들은 저절로 해결되기도 하는 법이니까. dawn@seoul.co.kr
  • 내년 외국인 근로자 9000명 더 투입한다는데… 인력가뭄 제조업 ‘단비’ 될까

    내년 외국인 근로자 9000명 더 투입한다는데… 인력가뭄 제조업 ‘단비’ 될까

    내년 외국 인력 도입 규모가 5만 7000명으로 확정됐다. 이는 올해보다 9000여명 늘어난 규모지만, 중소기업들의 구인난이 심각해 쿼터가 너무 적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29일 외국인력정책위원회를 열고 ‘2012년도 외국 인력 도입계획’을 확정했다. 일반외국인(E-9) 도입쿼터는 5만 7000명으로 올해 4만 8000명보다 9000명 늘어났다. 확대된 9000명은 인력이 부족한 제조업에 우선 배정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체류기간 만료자 및 불법체류 비중 등을 고려한 대체 수요를 반영한 것”이라고 밝혔다. 취업기간이 만료되는 외국인 근로자 규모는 올해 3만 4000명에서 내년 6만 7000명으로 늘어나게 된다. 정부는 총 쿼터(5만 7000명) 중 1만 1000명을 성실·숙련 외국인근로자 또는 특별 한국어시험 합격자로 배정키로 했다. 고용허가제 취업기간(6년 또는 4년 10개월) 만료 후 귀국했다가 재입국하는 취업자가 신속히 입국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업종별로는 제조업(4만 9000명), 농·축산업(4500명), 어업(1750명)을 중심으로 배정됐고, 기업의 수요와 재입국자 도입 시기 등을 고려해 상반기에 60% 이상이 할당됐다. 인력부족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업종이나 지방 제조업의 경우, 인력난 해소를 위해 업종 및 지역의 사업장별 고용한도를 20% 상향해서 허용할 방침이다. 일반외국인 외에 총 체류인원으로 관리 중인 방문취업 동포(H-2) 규모는 건설·음식숙박업에 종사하는 취약계층의 일자리를 보호하기 위해 올해와 같은 30만 3000명으로 결정됐다. 한편 고용부가 이날 발표한 2011년 10월 기준 ‘직종별 사업체노동력조사’ 결과 구인과 구직 간 미스매치가 더 심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상용근로자 5인 이상 사업체 3만 1202개를 표본 추출해 조사한 결과 올해 3분기 중 적극적인 구인에도 불구하고 충원하지 못한 인원은 12만 5000명으로 전년 동기(10만 3000명)보다 19.9% 증가했다. 미충원율도 21.3%로 전년 동기(18.4%)보다 2.9% 포인트 증가했다. 특히 300인 미만 중소기업의 구인난이 심각했다. 300인 미만 규모 사업체의 미충원인원은 11만 7000명(전체의 93.8%), 미충원율은 24.0%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0.3%, 2.4% 포인트 증가했다. 300인 이상 규모 사업체의 미충원인원은 8000명, 미충원율은 7.9%로 전년 동기대비 각각 14.9%, 2.4% 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미충원 사유에 대해 사업체(5702개)들이 1순위로 응답한 것은 ‘근로조건이 구직자의 기대와 맞지 않기 때문’(24.3%)이었고, ‘구직자가 기피하는 직종이기 때문’(18.1%)이 그 다음으로 나타났다. 이채필 고용부 장관은 “중소기업이 숙련 외국인력을 활용할 수 있도록 재입국자 우대방안을 추진할 것”이라면서 “청년·중고령자와 중소기업 간 구인과 구직을 연계하는 등 미스매치 해소대책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황비웅기자 stylist@seoul.co.kr
  • “코리안 드림요? 오늘도 잘곳 없어 막막합니다”

    “코리안 드림요? 오늘도 잘곳 없어 막막합니다”

    지난 2009년 어업취업비자로 제주도의 양식장에 취업한 네팔인 다이아 딤(29). 3년간 열심히 일해 목돈을 모아 귀국, 개인 사업을 차리는 꿈을 갖고 있다. 그러나 1년 6개월 동안 일한 양식장과의 계약이 끝나 최근 기숙사를 나왔다. 재취업까지 머물 곳이 마땅찮았다. 따로 방을 구할 수도 없었다. 겨울 추위를 몸으로 맞다 수소문 끝에 전남 여수에 있는 외국인 노동자 쉼터를 찾았다. 가까스로 한뎃잠을 면할 수 있었다. 딤은 “외국인 노동자들은 직장을 잃으면 집도 동시에 잃는 경우가 많아 직장을 구하는 동안 갈 곳이 없다.”면서 “다른 친구들의 공장 기숙사에 숨어들어 잠만 자고 나오거나 모아둔 돈을 쪼개 값싼 모텔방을 전전한다.”고 말했다. 박용환 쉼터 소장은 “최근 쉼터에 부산, 목포 등에서 생활하다 잠잘 곳을 찾아 여수까지 온 네팔, 말레이시아, 태국 출신 외국인 노동자들이 몰리고 있다.”고 전했다.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한국에 왔지만 노숙자 신세로 떠도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적지 않다. 불안정한 주거 환경 속에서 지인의 집에 머물거나 간혹 노숙인 시설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정부가 외국인 노동자의 주거문제를 외면하는 사이 교회, 시민단체 등에서 쉼터를 마련해 두고 있지만, 이마저도 전국 20~30곳에 불과하다. 노숙인상담보호센터인 영등포햇살보금자리 관계자는 “중국동포와 외국인들이 가끔 와서 잠시 머물다 가곤 한다.”고 말했다. 다문화 시대에 등장한 ‘다문화 홈리스’다. 중국동포 박동춘(49·가명)씨는 전국을 떠돌며 공장일을 하다 지난해 9월 뇌출혈로 쓰러졌다. 8개월간 병원 신세를 지다 교회 쉼터와 친구집 등에 신세를 졌지만 마음이 무겁다. 노숙인 쉼터의 문도 두드렸지만 ‘외국인이라 받아줄 수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천신만고 끝에 지난달 가리봉동 중국동포교회 쉼터에 자리 잡은 박씨는 “여기에서도 나가야 한다면 난 그저 죽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해성 목사는 “이따금 경찰이나 공무원 등이 갈 곳 없는 중국동포를 데려오기도 하고, 이주노동자 지원단체 등에서 이곳을 소개해 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상당수 외국인 노동자들이 홈리스로 전락하는 것은 저임금과 고용불안, 제도상의 허점 때문이다. 이재산 서울외국인노동자센터 사무처장은 “이직을 3회로 제한하고 이를 초과하면 체류자격을 박탈하는 고용허가제는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를 양산시키고 빈곤을 심화시킨다.”고 지적했다. 산업재해를 당하면 보험혜택도 받지 못해 고용주로부터 외면받는 실정이다. 정부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주거문제에 대해 깊은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이주 노동자들의 주거는 노사가 해결할 문제”라고 선을 분명히 그었다. 지자체나 민간에서 운영하는 외국인 노동자 쉼터에 재정을 지원하는 수준이다. 노숙인 쉼터 등 노숙인 지원시설도 외국인에 대한 지원 근거가 없다. 때문에 산업재해를 당해 치료와 요양이 필요하거나 돈이 없어 집을 마련하지 못하는 이들이 갈 수 있는 곳은 교회나 시민단체 등에서 운영하는 쉼터뿐이다. 김해성 목사는 “고용허가제를 통해 ‘노동력’을 수입했을 뿐 ‘사람’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면서 “갈 곳 없는 이주 노동자들의 주거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지원을 늘려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오는 18일은 세계 이주민의 날이다. 윤샘이나·김소라기자 sora@seoul.co.kr
  • [지방시대] 정주여건과 주택의 개념/장희순 강원대 부동산학과 교수

    [지방시대] 정주여건과 주택의 개념/장희순 강원대 부동산학과 교수

    지난달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인구변화로 1인가구가 늘어나는 등 사회환경 개념이 바뀌고 기본적으로 주택 개념이 바뀐 만큼, 시대에 따라 주택정책의 개념도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전환에 대한 사고가 집권 초기에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주택사정은 실로 다양하다. 수도권은 수도권 나름대로, 지방도시는 지방도시 나름대로 제각각이다. 지방도시는 주택이 남아돌아서, 반면에 서울은 주택이 모자라서 문제다. 이처럼 지역 간 주택문제의 불균형은 심각하다. 더욱 심각한 것은 지방도시 중에서도 과소 지역이다. 대도시 위주의 개발정책은 대도시로의 자본과 노동력, 정책 집중현상을 가져왔고, 농·산촌 지역은 지속적인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심각한 지역쇠퇴의 길을 걷고 있다. 지난 1975년 전국인구 대비 농·산촌 인구 비율은 48.9%였으나, 2010년 현재 농·산촌 인구는 18% 수준이다. 지역별로는 전체 1407개 읍·면 가운데 4000명 미만의 읍·면지역은 882개(62.7%)이며, 2000명 미만의 초소형 읍·면지역도 354개(25.2%)에 달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이러한 양적 과소화보다 더 심각한 것이 인구의 고령화 현상이다. 농·산촌 지역의 65세 이상 고령자의 비중은 35.3%로 초고령사회 기준인 20%를 훨씬 초과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임에도 주택 관련 정책은 대부분 도시지역의 문제에만 국한되어 있고, 농·산촌 지역의 정주여건을 둘러싼 문제에 대해서는 거의 방치하고 있는 상태다. 특히,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악화가 현실화되면서 농·산촌 정주여건의 개선을 기대하기는 더욱 어려운 실정이다. 현재 중앙정부에서 농·산촌을 살리기 위한 여러 가지 정책들을 시행하고 있지만, 정작 그 지역에서 오랫동안 살고 있는 지역주민을 위한 정주여건 향상에는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주목할 것은, 그런데도 이 과소 지역 주민의 정주 의사가 매우 높다는 사실이다. 강원도 내 과소 지역을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해당 지역에서 계속 거주하겠다는 응답자가 전체의 92.6%로 조사되어 압도적으로 높은 정주 의사를 보였다. 반면, 노인전용주택이나 시설로 이주를 희망하는 주민은 겨우 0.2%에 불과했고, 도시중심부로의 이주희망자는 1.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지속적인 정주에 필수적인 지원으로는 통원 등 외출 시의 교통편 서비스가 35.6%로 가장 높았고, 재해 발생 시 피난책이 16.3%, 안부 확인이나 안전 확인이 12.9%, 방문 등에 따른 대화상대 지원이 9.3%로 나타났다. 그리고 일상생활에서의 만족도는 이웃주민과의 친밀도가 가장 중요하다고 나타났으며, 경제적 여건 및 생활형편에 대한 것은 가장 낮은 항목으로 조사됐다. 주택문제와 관련된 우리 모두의 관심사는 서울·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다. 서울의 주택문제가 곧 대한민국의 주택문제인 것처럼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지방도시 과소 지역의 주거환경 및 정주여건은 열악해도 그곳에 계속 머물고 싶은 욕망과 실제 만족도는 대도시보다 매우 높다. 이렇게 보면 정주여건을 둘러싼 과제는 정부가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지만, 결국은 그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해결해야 할 과제다. 주택의 개념도 사람에 의해 정해지기 때문이다.
  • [사설] 미신고 장애인 시설 더 촘촘히 감시하라

    장애인 시설의 인권침해가 영화 ‘도가니’ 이상의 충격을 주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민관합동조사반을 꾸려 지난 10월부터 장애인 시설 104곳의 실태 조사를 한 결과 26곳에서 인권침해가 확인됐다. 장애인 시설 4곳 중 1곳에서 인권침해가 있었다는 얘기다. 인권침해 내용도 폭행, 학대, 성추행 등과 같은 일은 다반사고, 심지어 김칫독에 구더기가 득실대는 등 위생관리라는 말조차 쓰기 어려운 열악한 환경에 방치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통기한이 지난 식재료를 쓰는 곳도 다섯 군데나 됐다고 하니 장애인 인권침해의 심각성에 울분을 토하지 않을 수 없다. 충북 청원군 한 안식원의 김칫독에는 구더기가 득실댔지만 이 시설은 최근까지 ‘따뜻한 시설’로 홍보하며 후원금과 쌀을 기부받았다고 하니 후안무치가 따로 없다. 다른 시설은 새벽 기도 시간 등 하루 두 차례 간식 외에는 밥도 굶기면서 노동력을 착취했다. 방안에 감금해 창밖으로 용변을 처리해야 하는, 상상도 못할 일도 벌어졌다고 한다. 장애인 시설이 이처럼 인권 사각지대로 전락한 데에는 당국의 관리·감독 부실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그간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 등이 있었던 만큼 장애인 시설에 있는 장애인들의 참담한 생활상을 당국이 모를 리 만무다. 당국이 제 할 일을 다 못한 것이다. 정부는 궁극적으로 장애인 시설에 의존하는 잘못된 사회복지 정책에서 탈피해 자립생활 지원으로 방향을 틀어야 할 것이다. 그러기에는 많은 시간과 예산이 필요하다면 우선 사회적 약자의 인권을 유린하는 시설 운영자에 대해 보다 엄격히 처벌해 사고 재발부터 막아야 한다. 앞에서는 사회복지가처럼 행세하고, 뒤로는 장애인을 내세워 돈벌이하느라 그들의 인권을 유린하는 시설 운영자는 퇴출해야 마땅하다. 이번 조사에서 보듯 폐쇄적으로 운영돼 상대적으로 사건 은폐가 쉬운, 미신고 시설을 더욱 촘촘히 감시하는 것도 시급하고 절실한 과제다.
  • 53세 은퇴후 ‘늙은 남편’ 당신의 대책은?

    53세 은퇴후 ‘늙은 남편’ 당신의 대책은?

    100세 시대는 인류가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시대다. 삶이 길어진다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삶의 방식과 유형,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면에서 시스템 변화가 예상된다. 이 같은 변화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기획재정부·교육과학기술부 등 12개 정부기관은 8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역동적인 100세 사회 어떻게 만들어야 하나?’라는 주제로 종합 콘퍼런스를 열었다. 다음은 주요 내용. 평균수명은 길어지고 정년은 빨라지면서 은퇴한 남성들이 가족들과 생활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조기정년 등으로 평균 은퇴 연령이 53세이고 2009년 평균 기대수명이 남자가 77세라는 점을 감안하면 은퇴 후 24년을 가족을 중심으로 생활하게 된다. 이 기간은 앞으로 더욱 길어질 전망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여성의 72%가 나이 든 남편을 부담스러워한다. 가사와 자녀 양육을 함께하지 않고 일만 해온 남성들이 은퇴 이후 가족 안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는 은퇴증후군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최인희 연구위원은 “남성의 가족귀환을 위한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남성들이 갈등 없이 가족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하는 가사적응 훈련프로그램을 개발·운영해야 하고 이들의 지역사회 참여 확산을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노년기 은퇴 남성들이 생산적으로 노년을 살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와 같은 저출산·고령화 추세가 지속되면 경제활동인구는 2022년 2688만명으로 정점에 달하고 이후 2030년 2604만명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연령과 학력, 생산성 등을 감안해 노동력 규모를 추정하면 2018년부터 노동력 증가율이 1% 이하로 낮아지고 2020년대 중반에는 마이너스 성장을 하게 된다. 이를 늦추거나 반전시킬 수 있는 방안으로 한국고용정보연구원 박명수 선임연구위원은 ▲여성 경제활동참가율 제고 ▲고령인력 적극 활용 ▲청년층 경제활동참여 제고 ▲이민을 통한 인력공급 증대 등을 제시했다. 우리나라의 여성 경제활동참가율은 2010년 기준 54.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61.8%에 미치지 못하고 덴마크(76.1%)보다는 21.6% 포인트나 낮다. 선진국들은 20~29세 인구 중 학생비율이 우리나라보다 높지만 이들의 경제활동참가율도 높다는 점에서 청년층 인력 활용을 늘릴 여지가 충분하다. 고령층의 경제활동참가율은 고령화와 함께 자연적으로 높아지겠지만 직업훈련 등을 통해 이들의 노동생산성이 하락하지 않도록 하는 인적관리방안이 필요하다. 인구 고령화에 따른 만성질환 유병률 상승과 이에 따른 의료비 급증을 막으려면 병이 들기 전에 미리 예방하는 건강관리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보건사회연구원 김남순 연구위원은 “예방적 건강관리체계의 실행 계획이 추상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했다. 김 연구위원은 호주의 SNAP를 모범 사례로 들었다. SNAP는 1차 의료를 담당하는 의사 중심으로 흡연·영양·술·신체활동 등을 관리하는 프로그램이다. 그는 “건강생활 실천에 대한 상담 및 교육과 치료를 통합해 서비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시했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부산 세계개발원조총회] “여성이 개발원조 새 패러다임의 중심”

    ‘새로운 개발원조 패러다임의 중심은 여성’ 세계 160여개국 3000여명이 참석한 부산 세계개발원조총회 둘째날인 30일, 참가자들의 시선은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에게 쏠렸다. ●클린턴 “女 교육 등 행동 나서야” 미얀마 방문에 앞서 부산을 방문한 클린턴 장관은 오전 개회식에 이어 김금래 여성가족부 장관 등과 ‘개발 성과를 위한 양성평등 제고 및 여성의 역량 강화’를 주제로 한 ‘양성평등에 대한 특별세션’을 주도했다. 이 자리에서는 여성의 교육과 고용·보건 등에 투자한 국가들이 눈에 띄는 경제성장을 이뤘다는 통계를 토대로 보다 많은 원조 자금을 여성의 역량강화에 투입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클린턴 장관은 특별세션 개회사에서 “이제는 개발원조 프로그램에 여성과 여아의 발전이라는 의제를 반드시 반영해 남녀가 동등한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며 “더 많은 여성이 교육을 받고 기업 활동을 위한 소액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이제는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요르단 왕비, 女소외 상황개선 촉구 앞서 알 압둘라 라니아 요르단 왕비도 개회식 기조연설에서 “여성은 전 세계 노동력의 40%를 차지하며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중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음에도 많은 경우 소외되거나 피해를 입고 있다.”면서 원조효과 제고를 위한 상황 개선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개회식 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등과 함께한 오찬에서 “한국이 무상원조를 받던 시절 식량과 의약품 등이 부산항을 통해 들어왔다.”며 “그러나 이제 이 항구는 세계에서 5대 수출 항구이자 원조를 주는 항구로 바뀌었다.”고 강조했다. 부산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강성대국 원년?… 흉흉한 北

    강성대국 원년?… 흉흉한 北

    북한이 내년을 ‘강성대국 원년’으로 선전하는 데 활용하기 위해 평양시의 아파트 건설을 서두르면서 부실공사로 인한 붕괴 우려가 커져 주민들이 아파트 입주를 꺼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은 또 물자 확보를 위한 증산경쟁 운동과 함께 ‘김일성·김정일 부자’에 대한 선물상납 운동도 전개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9일 대북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강성대국 진입 선전용 성격의 평양시 아파트와 류경호텔(지하 4층·지상 101층)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3000가구 규모의 평양 만수대지구 아파트는 3~4개월 만에 골조공사를 완료해 붕괴 우려가 제기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아파트를 배정받게 될 주민들이 입주를 꺼리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북측은 또 ‘함남의 불길’이라는 새로운 노력동원을 통해 전력(희천발전소), 화학(2·8비날론), 광업(단천 마그네사이트) 등 기간산업 부문의 증산을 독려하고 있다. 북한은 특히 평양시 토목공사에 필요한 노동력 확보에 대학생들을 강제동원하고 있으며 행사용 물자조달에 필요한 자금 마련에도 부심하고 있다고 소식통은 밝혔다. 공기(工期) 단축을 위한 ‘속도전식’ 작업과 열악한 작업환경으로 인해 공사 현장에 동원된 대학생 가운데 200여명이 각종 사고로 숨졌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특히 부모가 골재를 상납한 ‘있는 집’ 대학생은 노동을 면제해 주고 집에서 쉬도록 편의를 봐주는 등 동원된 대학생들 간에도 차별대우가 이뤄지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북한은 또 내년 대규모 국제행사를 준비하고 있으며, 올 들어 각종 행사를 위한 준비위원회를 구성하고 구체적인 준비절차에 돌입했다. ‘주체사상 세계대회’ 개최를 위해 외국의 장관급 이상 인사를 초청대상으로 물색하고 있다. 내년 고(故) 김일성 주석 탄생 100주년을 계기로 이 대회를 통해 체제선전과 함께 대내 결속을 다지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내년에 예술인 등이 참가하는 ‘친선예술축전’을 계획하고 국가별로 책임자를 임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외 친북단체들은 축전에 참가할 방북 희망자 모집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측은 지난 4월 공식 매체를 통해 내년 4월15일 김 주석 생일에 ‘국제친선모임’과 ‘통일지지 세계대회’, ‘주체사상 세계대회’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보도한 바있다. 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출생지라고 주장하는 ‘백두 밀영’에서 ‘김정일 찬양 국제대회’도 개최할 계획이다.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1) 데이트 강간을 위한 ‘악마의 술잔’ 한모금에 블랙아웃…24시간내 검사 못하면 미제사건 2) 죽음의 性도착증 ‘자기 색정사’ 혼절직전의 성적 쾌감 탐닉…‘질식에 중독되다’ 3) 친구와 함께 차안에서 아내에 몹쓸짓 한 남편 …사고로 위장한 최악의 선택 4) 살해당한 아내의 눈속에 담긴 죽음의 비밀… 흔해서 더 잔인한 위장 살인의 실체는 5) 강간 후 살해된 여성, 그리고 부검의 반전 죽을 때까지 여성이고 싶었던 여성의 사연 6) 천안 母女살인범, 현장에서 대변만 보지 않았더라도… ‘미세증거물’ 속에 숨은 사건의 진상 7) 정자가 수상한 정액…씨없는 발바리’ 과학수사 얕봤다가 정관수술까지 한 연쇄 성폭행범 8) 변태성욕 30대 살인마의 아주 특별한 핏자국 혈흔속 性염색체의 오묘한 비밀 9) “그날 조폭은 왜 하필 남진의 허벅지를 찔렀나?”… 칼잡이는 당신의 ‘치명적 급소’를 노린다 10) 소변 참으며 물 마시던 20대女, 갑자기 몸을 뒤틀며… 생명을 앗아가는 ‘죽음의 물’ 11) 자살한 40대 노래방 여주인, 살인범은 알고 있었다 생활반응이 알려준 사건의 진실 12) 불탄 시신의 마지막 호흡이 범인을 지목하다 화재사망 속 숨어있는 타살흔적 증거는 13) 車 운전석에서 질식해 숨진 그녀의 주먹쥔 양팔 14) 백골로 발견된 미모의 20대女, 성형수술만 안 했어도… 가련한 여성의 한 풀어준 그것 15) 무참히 살해된 20대女…6년만에 살인범 잡고보니… 274만개의 눈이 잡은 연쇄살인범의 정체 16) 이태원 옷집 주인 살인사건…20대 여성이 지목한 범인은? 찢어진 장부의 증언 17) 물속에서 떠오른 그녀의 흰손…토막살인범 잡고보니 바다에서 건진 시신 신원찾기 18) 헤어드라이어로 조강지처 살해한 50대의 계략… 몸에 남은 ‘전류반’은 못 숨겼네 19) 자살이라 보기엔 너무 폭력적인 죽음…왜? 가해자·피해자는 하나였다 20) 아파트 침대 밑 女 시신 2구…잔인한 ‘진실게임’ 결과는? 누명 벗겨준 거짓말 탐지기 21) 자다가 갑자기 세상을 뜨는 젊은 남자들…누구의 저주인가? 청장년 급사증후군의 비밀 22) 70% 부패한 시신 유일한 증거는 ‘어금니’ 억울한 죽음 단서 된 치아 23) 살인현장에 남은 별무늬 운동화 자국의 비밀 60대 노인의 치밀한 트릭 24) 택시 안에서 숨진 20대 직장女 살인범은 과연… 돈 버리고 납치한 이상한 택시 강도 25) 그녀가 남긴 담배꽁초 감식결과 놀라운 사실이 살인 현장에 남은 립스틱의 반전 26) 목졸리고 훼손된 60대 시신… 그것은 범인의 속임수였다 ‘파란 옷’ 입었던 살인마 27) 40대 여인 유일 목격자 경비 최면 걸자 법최면이 일러준 범인의 얼굴 28) 소리없이 사라진 30대 새댁, 알고보니 들짐승이… 부러진 다리뼈가 범인을 지목하다 29) 살인자가 남기고 간 화장품 향기, 그것은 ‘트릭’이었다 강릉 40대女 살인사건의 전말 30) 동거女 잔혹하게 살해한 30대, 시신이 물속에서 떠오르자… 살인후 물속으로 던진 사건 그후 31) 최악의 女연쇄살인범 김선자, 5명 독살과 비참한 최후 청산염으로 가족, 친구 무차별 살해
  • [서울광장] 58개띠 들개 된다/임태순 논설위원

    [서울광장] 58개띠 들개 된다/임태순 논설위원

    농작물은 주인 발소리를 듣고 자란다고 한다. 주인이 부지런히 김을 매고 잡초를 뽑아주면 작물도 잘 자라 수확이 풍성해진다는 것이다. 어느 자리에서 “58개띠 들개된다.”는 말을 들었다. 1958년에 태어난 집안 형님이 주말이 되면 서울 근교 텃밭에 나가 농작물을 기르며, 동갑내기 친구들도 농사를 짓기 위해 여기저기 땅을 알아보고 있다는 것이다. 개띠들이 들판에서 활개를 치니 들개고, 들개들 때문에 곧 농지값도 치솟을 것이라고 너스레를 떤다. 1955년부터 1963년 사이에 태어난 700여만명에 이르는 베이비 부머들의 퇴직행렬이 시작되면서 이들의 불안한 노후가 사회문제화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58개띠들의 ‘귀농’(歸農) 의사는 사회적으로 의미있게 받아들여진다. 58개띠들은 베이비 부머 세대 가운데서도 독특하다. 교육적으로는 중학교 무시험, 고교 평준화 등 큰 변화를 겪었고 사회적으로는 가난의 상징인 보릿고개를 겪으면서 부모님 손에 이끌려 서울로 와 콩나물 교실에서 공부하면서 서울을 만원으로 만들었다. 압축 성장에 힘입어 손쉽게 직장을 잡았으나 40세에는 IMF 외환위기의 직격탄을 맞아 휘청거렸다. 한마디로 58개띠는 경제 개발로 대변되는 한국 현대사를 온몸으로 맞보면서, 농경사회를 징검다리 삼아 산업사회로 진입한 과도기 세대라고 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어린 시절 집안일을 도우면서 농사를 접해 본 경험이 있는 만큼 흙과 친숙한 마지막 세대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근면은 몸에 배어 있으니 58개띠는 농사와 여러모로 궁합이 맞는다. 귀농이나 시골에 살려는 귀촌(歸村)은 도시생활보다 장점이 많다. 우선 경제적으로 부담이 적다. 농촌에 살면 의식주 등 생활비가 훨씬 적게 든다. 또 욕심 안 내고 소일거리로 농사를 지으면 큰돈도 들지 않는다. 얼마 되지 않는 퇴직금에 집을 팔아 자영업을 하는 것보다 안전성이 높다. 정보화사회로 전환되면서 농촌의 정주 여건이 높아진 것도 매력적이다. 디지털망이 구축돼 있어 인터넷, 스마트폰 등을 자유자재로 이용할 수 있으니 교육, 문화적으로도 뒤지지 않는다. 베이비 부머들의 탈도시 행렬은 이미 시작되고 있다. 귀농자가 가장 많은 경남의 경우 9월 현재 지난해(535가구)보다 1.3배 많은 1251가구가 귀농대열에 합류했다. 농도(農道)인 전남은 지난 한해 768가구가 귀농했으나 올 상반기에만 697가구에 이르러 연간목표 1500가구를 채울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제주도 낙향자에 힘입어 토박이 비율이 2000년 60.9%에서 지난해에는 72.9%로 12% 포인트 높아졌다. 농촌이 도시에 비해 안정성이 높은 것에 대해선 선진국도 공감하고 있다. 미국의 많은 학자들이 농촌경제가 금융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도시와 달리 흔들리지 않는 것에 주목하고 있으며, 일본도 귀농자가 늘어 취농설명회가 성황을 이루고 있다. 그래서 농촌(rural)의 르네상스, ‘루럴상스’시대라는 말이 회자될 정도다. 통계청의 2010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58개띠생은 전국적으로 75만 910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절반 가까운 36만 4901명이 서울 등 수도권에, 82%에 이르는 61만 8378명이 읍이나 면이 아닌 도시의 동(洞)에 살고 있다. 귀농대상자가 최소 36만명에서 62만명에 가깝다는 이야기다. 이들 중 상당수가 귀농하면 수도권과 농촌은 상생(相生)하게 된다. 수도권은 인구 집중이 완화돼 주택·도로 등의 문제를 해결하게 되고, 고사할 지경의 농촌은 신규 인력 유입으로 활력을 찾게 된다. 58개띠는 교사·의사·상사원·기업인 등 다양한 전문직종 종사자에 세계화·국제화에 눈뜬 사람도 적지 않다. 50대는 90까지 산다는 최근 보도도 있는 만큼 향후 15~20년간 노동력 제공도 가능하다. 다양한 사회경험을 잘 엮어주면 농수산물 상품화, 판로개척, 인터넷 직거래 등 여러 부문에서 시너지효과를 거둘 수 있다. 58개띠의 이도향촌(離都向村) 행렬은 농촌을 살리고 루럴상스시대를 알리는 희망버스가 되기에 충분하다. stsl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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