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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페인 국왕, 식민지였던 쿠바 첫 국빈 방문

    스페인 국왕, 식민지였던 쿠바 첫 국빈 방문

    펠리페 6세 스페인 국왕이 쿠바를 국빈 방문했다고 AP통신 등이 12일(현지시간) 전했다. 스페인 국왕이 옛 식민지 쿠바를 국빈 자격으로 방문한 것은 처음이다. 전날 오후 쿠바 아바나에 도착한 펠리페 6세 국왕과 레티시아 왕비는 이날 쿠바 독립영웅 호세 마르티 기념비에 헌화하며 공식 일정을 소화했다. 펠리페 6세 국왕 부부는 쿠바 내 기업계와 문화계 인사들을 차례로 만날 예정이다. 이번 방문은 쿠바 수도이자 스페인 정복자들에 의해 건설된 아바나 설립 500주년을 맞아 이뤄졌다. 스페인은 중국과 베네수엘라에 이은 쿠바의 세 번째 교역국으로, 이번 국왕 국빈 방문을 계기로 양국 관계 확대에 더욱 힘이 실리게 됐다. 스페인 제1당인 중도좌파 사회노동당이 연정을 구성하고 집권을 본격화하면 쿠바와의 관계는 더욱 정상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반대로 스페인 우파 진영은 국왕의 이번 국빈 방문을 비판하고 있다고 AP가 전했다. 2016년 펠리페 6세 국왕의 부친인 후안 카를로스 국왕이 피델 카스트로 장례식 참석을 위해 쿠바를 찾은 적이 있지만 공식 국빈 방문이 아니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2019 톨게이트 농성, 1979 김경숙의 눈물 보인다

    2019 톨게이트 농성, 1979 김경숙의 눈물 보인다

    YH무역 사장 회삿돈 빼돌리고 폐업 부당함 알리던 김경숙은 농성 중 숨져 40년 지났지만 노동 환경은 아직 열악 1970년대 노동운동 상징의 두 축 전태일·김경숙 열사 함께 기억되길“1970년대 노동운동은 전태일에서 시작해 김경숙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두 사람이 함께 기억됐으면 좋겠습니다.” 최순영(66) 전 YH무역 노동조합 지부장은 전태일 열사 49주기를 하루 앞둔 12일 경기 부천의 한 카페에서 서울신문과 인터뷰하며 이렇게 말했다. 민주노동당 비례대표로 17대 국회의원을 지낸 최 대표는 전태일기념관 추진위원장을 지냈으며, 김경숙 열사 기념사업회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김 열사는 유신정권 붕괴의 도화선이 됐던 1979년 ‘YH무역 사건’ 때 신민당사에서 추락 사망한 여성 노동자다. 노동운동과 무관한 삶을 살던 최 대표는 가발업체인 YH무역에 입사한 뒤 노동조합의 존재를 알게 됐다. 그는 “1966년 자본금 100만원으로 시작한 YH무역은 급성장했지만 노동자 임금은 그대로였다”면서 “하지만 사장은 1973년 10억원을 빼돌릴 정도로 착취 구조가 이어졌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YH무역 노동자들은 1979년 회사의 부당한 폐업 조치에 항의하기 위해 당시 신민당사를 점거했다. 최 대표는 “노동자들이 겪는 어려움은 언론을 통해 단 한 줄도 알려지지 않았던 시절이었다”며 “‘노조 탓에 회사가 망했다’는 이야기가 사실인 것처럼 퍼졌다. 억울함을 알리려고 농성을 계획했다”고 설명했다. 경찰 진압 과정에서 노조 조직차장이었던 김 열사가 숨진 것도 동료들은 뒤늦게 알았다. 최 대표는 “그 자리에 있었던 누구라도 희생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전태일과 김경숙은 가난했지만 주변 동료들의 어려움을 헤아리면서 살았다는 점에서 닮았다”며 “가 버린 사람의 뜻을 이어 가고 살려 내는 건 산 사람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전·김 열사가 떠난 지 40여년이 흐른 지금도 국내 노동 현실이 크게 바뀌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최 대표는 “빈부격차는 더 커졌고 노노 갈등까지 생겼다”며 “가난이 대물림되고 비정규직으로 살아야 하는 청년들은 희망마저 포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여성 노동자가 중심이 된 톨게이트 노조의 농성을 두고는 “1978년 2월 동일방직 여성노동자들이 경찰 앞에서 속옷만 입고 맞선 지 40년이 지났지만 비슷한 일이 또 일어났다”며 “쓸모없어지면 버린다는 태도는 달라진 게 없다”고 말했다. 김경숙 열사 기념사업회는 2014년부터 연말에 노동 현장에서 투쟁하는 여성 노동자들을 상대로 ‘김경숙상’을 시상하고 있다. 앞서 KTX 열차 승무지부 조합원들이 상을 받았다. 최 대표는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의 활동을 지원할 수 있도록 기념관 건립도 추진하려 한다”며 “영화나 드라마 등 대중문화를 통해서도 김 열사의 정신이 알려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힐러리 “존슨, 러시아 정치 개입 문건 비공개는 수치스러운 일”

    힐러리 “존슨, 러시아 정치 개입 문건 비공개는 수치스러운 일”

    2016년 미국 대통령선거 민주당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 전 미 국무장관이 영국 정치권에 쓴소리를 날렸다. 러시아가 영국 정치권에 개입했다는 내용이 담긴 문건을 아직 공개하지 않은 것에 대해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지적한 것이다. 가디언은 11일(현지시간) 클린턴 전 장관이 영국 정부가 러시아의 정치 개입 관련 문건 공개를 연기하기로 한 것에 대해 “치명적일 뿐 아니라 설명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해당 문건은 이미 영국 정보당국에 의해 승인받은 것으로 러시아가 2016년 영국의 브렉시트(유럽연합(EU) 탈퇴) 국민투표와 2017년 총선에 영향을 가하려 했던 정황이 담겨있다. 영국 정부는 지난달 17일 해당 문건의 최종본을 확인했으며 같은 달 말에 이를 공개할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의회 문건이 대중에 공개하기까지 6주는 걸린다면서 다음달 12일로 예정된 총선 전에 문건을 공개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클린턴 전 장관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존슨의 결정에 대해 “믿을 수 없을 만큼 놀라운 일”이라면서 “러시아가 자국 정치권에 개입했다는 문서를 갖고 있음에도 현 정부가 공개하지 않는다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총선 전에 대중에게 공개하는 대신 정보를 쥔 이들이 누구라고 생각하느냐”면서 “스스로 지배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임에 틀림없다”고 덧붙였다. 클린턴 전 장관은 또 “투표권을 가진 시민이라면 총선 전에 문건을 봐야 할 권리가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존슨 총리는 문건 공개를 막고 있다는 세간의 의혹에 대해 부정했다. 사지드 자비드 상원의원도 BBC와의 인터뷰에서 내용의 민감성을 고려했을 때 문건 공개 일정이 총선 이후로 연기된 것은 “완벽하게 정상적”이라며 존슨 총리의 결정을 두둔했다. 반면 노동당 측에서는 정치적 의도가 분명한 결정이라며 비판하는 입장이다. 도미닉 그리브 하원 정보보안위원장은 존슨 총리의 결정에 대해 “입이 쩍 벌어질 만큼 놀랐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간발의 차로 EU 탈퇴가 결정된 브렉시트 국민투표는 3년 넘게 지난 지금까지도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이달 초에는 존슨 총리의 오른팔이자 브렉시트를 둘러싼 혼란의 막후 책임자 중 한 사람인 도미닉 커밍스 총리 수석보좌관이 러시아 연계 의혹에 휩싸였었다. 옥스퍼드대에서 역사를 전공한 커밍스 보좌관은 졸업 후 1994년부터 3년간 러시아에 있었다. 노동당 예비내각 외무장관으로 거론되는 에밀리 손베리는 정부 내 내부고발자로부터 커밍스 보좌관과 관련한 제보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 스페인 올해 두 번째 치른 총선에서 극우 정당 약진 배경

    스페인 올해 두 번째 치른 총선에서 극우 정당 약진 배경

    스페인에서 올해 두번째로 총선이 실시된 10일(현지시간) 중도좌파 성향 사회노동당(PSOE)이 과반 확보에 실패한 반면 극우 정당 복스가 돌풍을 일으켰다. 최근 재점화된 카탈루냐 분리독립 시위에 스페인의 안정을 바라는 다른 지역 유권자들이 ‘목소리’를 뜻하는 정당 복스에 몰린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4월 총선에서 연정 구성 실패로 7개월만에 실시된 이날 투표가 99.9% 진행된 결과 페드로 산체스 총리가 이끄는 PSOE이 120석을 확보하면서 제1당을 지키켰다고 AFP와 dpa통신이 보도했다. 그러나 과반(176석) 확보는커녕 4월 총선의 123석보다 3석이 줄면서 체면을 구겼다. PSOE의 라이벌인 중도 우파인 국민당(PP)은 88석으로 4월 총선의 66석에 비해 의석수가 늘어나면서 제2당의 위치를 굳혔다. 이번 선거에서 극우 성향의 복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4월 28일 치러진 총선에서 24석을 확보하면서 처음 원내에 진출한 복스는 이번에 52석을 얻으면서 제3당으로 도약했다. 산티아고 아바스칼(43) 복스 대표는 이날 마드리드에서 지지자들에게 “11개월 전만 해도 우리는 의원 한 명 없었지만 이제는 스페인 제3의 정치세력이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2013년 설립된 복스는 지난해 12월 안달루시아 지방의회 선거에서 12석을 차지한 이후 갈수록 세를 불려가고 있다. 특히 최근 재점화한 카탈루냐의 분리독립 추진 움직임에 대해 아비스칼 대표는 스페인이 중세 기도교도와 무어 이슬람 군대와의 전쟁을 빚댄 “재정복 운동”으로 불렀다. 카탈루냐 분리 독립과 이민 및 낙태 정책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취하지만 스페인의 유럽연합(EU) 탈퇴를 주장하지는 않는다. 반면 카탈루냐 분리를 주장하는 정당 3개는 23석을 확보했다. 유럽 극우 지도자들은 이날 소셜네트워크(SNS)에 잇따라 축하 메시지를 내보냈다. 마린 르펜 프랑스 국민연합(RN) 당대표는 트위터에 “복스가 오늘 스페인 총선에서 엄청난 진전을 보이고 있다”라며 “아바스칼 대표에게 축하를 보낸다. 그의 노력이 수년 만에 결실을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탈리아 극우정당 동맹의 마테오 살비니 대표와 네덜란드 자유당(PVV)의 헤이르트 빌더르스 대표 역시 아바스칼 대표와 함께 찍은 사진을 각각 올리며 축하의 뜻을 전했다. 이번 총선 결과는 스페인에서 우파와 좌파 간 끝없는 교착상태에 빠져 최소 수주에서 수개월간 새로운 정부를 구성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산체스 총리는 집권을 연장할 가능성이 커졌지만 급진좌파 성향으로 35석을 확보한 포데모스와 연정이 불가피해졌다. 지난 4월에는 사회당은 포데모스와의 각료 배분을 놓고 갈등을 빚다가 협상이 결국 결력되면서 11월 총선을 치르게 됐다. 산체스 총리는 포데모스에 이어 다른 좌파 성향의 군소 정당들 규합해야 연정 구성이 가능해지게 됐다. 포데모스 지도자 파블로 이글레시아스는 “총선은 우파의 힘을 더 강하게 했을 뿐”이라며 “스페인에서 극우를 저지하는 유일한 방법은 안정적인 정부를 구성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포데모스가 이번에는 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가능성이 높음을 의미한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배 침몰에도 ‘김정은 초상화’ 지켜”…北 충성 사례로 내부결속 올인

    “배 침몰에도 ‘김정은 초상화’ 지켜”…北 충성 사례로 내부결속 올인

    ‘수령에 대한 충실성을 신념화하자’노동신문 1면에 연일 충성 강조 논설하노이 노딜 이후 金 위신회복 박차“배가 침몰하려던 순간 김정은 초상화부터 챙긴 김명호 동무의 영웅적 소행은 가장 값 높은 삶이 무엇인지 깨우쳐줬다.” 북한이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노딜’ 협상 이후 떨어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위상을 회복하기 위해 당내 충성 사례를 연일 전파하며 내부 결속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1일 1면에 ‘수령에 대한 충실성을 신념화, 양심화, 도덕화, 생활화하자’ 제목의 사설을 실어 무역선 ‘장진강’호 기관장이자 당세포위원장(선박내 당책임자)인 50대 김명호의 사례를 언급했다. 장진강호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제재위원회가 지난 9월 공개한 보고서에서 불법적인 석탄 환적을 했다고 지목된 선박으로 알려져 있다. 신문에 따르면 김명호는 지난달 15일 항해에서 거센 풍랑을 만났다. 그는 배가 침몰하려던 찰나 선체 내부로 되돌아갔고, 김일성·김정일·김정은의 초상화부터 챙겼다. 38시간의 표류 끝에 기적적으로 구조됐으며, 초상화는 조금도 상하지 않은 채였다. 사설은 “김명호 동무처럼 수령 결사옹위 정신을 뼛속 깊이 쪼아 박고… 당세포를 우리 당을 맨 앞장에서 받드는 초석이 되고 성새, 방패가 되게 하여야 한다”고 강조했다.그러면서 당 및 근로단체 조직들에 ‘김명호 동무와 나’라는 주제로 모임을 갖고 그를 따라 배울 것을 주문했다. 신문은 앞서 지난 9일에도 ‘광란하는 날바다도 수령 결사옹위의 억센 의지를 꺾을 수 없다’ 기사를 게재해 김씨를 추켜세웠다. 신문은 “김명호 동무의 영웅적 소행은 우리 시대 인간들에게 가장 값 높은 삶이 어떤 것인가를 깨우쳐 줬다”면서 “영도자에 대한 충실성을 신념으로 간직한 정신력의 강자들이 이룬 일심단결의 성새를 깨뜨릴 힘은 이 세상에 없다”고 주장했다. 노동신문은 같은 날 1면 전면에 이례적으로 ‘맞받아나가는 공격 정신으로 혁명을 이끄시는 걸출한 영도자’라는 제목으로 논설을 게재했다. 논설은 “김정은 동지는 우리 혁명을 백승의 한 길로 줄기차게 이끄시는 공격형의 위인”이라면서 “우리 혁명이 엄혹한 난관에 부닥칠 때마다 굴함 없는 공격전으로 승리를 이룩할 수 있은 근본 비결은 인민의 충성의 마음이 변함이 없었던 덕분”이라고 언급했다. 남북 및 북미관계가 교착 상태인 가운데 나온 이번 기사들은 지난 2월 하노이 노딜 이후 떨어진 김 위원장의 위상을 높이는 작업의 연장선으로 해석됐다.일상적으로 강조해왔던 김 국무위원장에 대한 충성을 당 기관지 논설과 사설로 거듭 부각시켜 북한 지도부가 김명호를 내부 결속의 기회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은 지난 4월과 8월 한해 두 차례 최고인민회의를 열어 헌법을 개정하고 김 위원장의 권능을 대폭 강화했다. 지난달 17일에는 김 위원장이 백마를 타고 백두산을 등정한 사진을 전 주민이 접하는 주요 매체를 총동원해 전하며 ‘절대 충성’을 강조했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황성기 칼럼] 우리의 플랜B는 무엇인가

    [황성기 칼럼] 우리의 플랜B는 무엇인가

    지금의 한반도 상황을 냉정히 정리하면 ‘북한과 미국의 비핵화 협상은 진전을 보기 어려운 단계에 진입했다’일 것이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그것이 팩트다. 서서히 닫히고 있는 협상의 문을 우리 힘으로는 도저히 제자리에 돌려놓기가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렀다. 북한이 대미 외교의 달인 김계관 외무성 고문, 대미 교섭을 맡았던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까지 총출동시켜 미국에 전달하고자 했던 말은 ‘연말 시한까지 새로운 셈법을 들고 만나자’다. 하지만 그들의 언설에 숨은 메시지는 협상에 소극적인 미국에 대한 원망, 우리는 할 만큼 했다는 알리바이에 더해 ‘시한 뒤’ 행동에 대한 경고에 더 무게가 실려 있음을 아는 사람은 다 안다. 북한은 2019년 말 이후 액션 플랜을 다 짜 놓았을 것이다. 북한식의 ‘새로운 길’이고 우리식으로 표현하면 플랜B다. 김계관, 김영철, 최룡해 다음으로 우리가 목도할 인물은 조선중앙TV에 직접 등장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다. 아무리 늦어도 2020년 1월 1일의 신년사에서는 우리와 미국, 국제사회가 경악할 북한의 화성15 개량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예고 등 플랜B를 각오해야 할지도 모른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내년 11월 재선 가도가 불투명해질수록 플랜B의 강도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연말까지는 한 달하고도 23일 남았다. 그 안에 극적으로 북미가 실무협상을 갖고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3차 정상회담 합의를 도출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0.1%의 가능성이 있어도 도전해 보는 게 외교이자 협상이 아닌가. 포기하기는 이르지만, 좋은 결과보다는 나쁜 결과의 확률이 높아진 지금은 북한의 새로운 길에 대비해 우리도 플랜B를 모색해야 한다. 두 차례 정상회담을 가진 지난해와 달리 올 한 해 남북 관계는 정확히 역주행했다.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북한의 대남 태도는 급변했다. 그들이 3월부터 최근까지 대남 비난의 소재로 삼은 것은 한미 연합훈련과 남한의 첨단무기 도입,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 등이다. 북한은 문재인 대통령의 8·15 경축사를 원색적으로 조롱해 말폭탄의 절정을 이루더니 금강산 내 남측 시설의 철거 및 북한식 개발 선언과 5월 이후 12차례 미사일·방사포 발사로 말에 행동도 따른다는 점을 8개월간 역력히 보여 줬다. 선미후남(先美後南), 통미봉남(通美封南)의 수준을 넘어선 북한의 대남 자세를 되돌리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북녘의 돼지가 전멸되는 위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아프리카돼지열병 공동방역 제안을 북한이 거부한 사실 하나만 보더라도 금강산에 이어 개성공단 내 남측 시설의 철거 선언도 초읽기에 들어간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든다. 이뿐만 아니다. 9·19 군사 분야 합의도 한미훈련과 F35A 도입 등을 구실로 파기할 공산이 크다.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해 남한 특사에게 북미 대화를 제안하면서 내건 조건인 ‘미국과 대화할 동안 핵·미사일 발사의 동결’ 또한 효력을 잃는다. 그렇게 되면 한반도가 2018년 1월 이전으로 돌아가게 된다. 보수 논객 사이에서는 한미일 핵 공유에 의한 핵무장과 한미동맹 강화를 우리가 취할 플랜B의 대표적인 수단으로 꼽는다. 보수의 단골 메뉴인 전술핵 재배치는 한반도가 전쟁으로 치닫던 2017년 문 대통령의 측근인 박선원 현 국정원장 특보도 제안한 바 있다. 그럴듯하지만 북핵을 견제하기 위해 남한 땅에서 없앴던 미국 핵을 들여오는 것은 하수 중의 하수다. 비용도 싸게 먹힌다는 그럴듯한 논리를 곁들이는데 한반도에서 핵전쟁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절대명제와는 거꾸로 가는 발상이다. 돌아가더라도 정도를 가는 수밖에 없다. 지난해 했던 것처럼 평양에 특사를 보내고, 문재인·김정은 핫라인을 다시 열어야 한다.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하지 않고 내년 11월 새로운 미국 대통령 탄생을 기다리며 웅크리고 있을 향후 1년 남북 대화를 복원해 우리 주도로 한반도 리스크를 관리하는 길 말고는 선택지가 없다. 내년에 닥칠 위기를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그렇다고 평창동계올림픽 같은 남북, 북미를 잇는 징검다리가 없다고 위축될 일도 아니다. 값진 합의를 담은 판문점선언과 평양선언이 있고, 싱가포르 공동성명이라는 역사적인 성과물이 있지 않은가. 한반도에서 두 번 다시 전쟁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2017년의 결기가 다시 필요한 때가 됐다.
  • 마이크로소프트 재팬, 주 나흘만 근무하게 했더니 생산성 쑥쑥

    마이크로소프트 재팬, 주 나흘만 근무하게 했더니 생산성 쑥쑥

    주 4일제 근무를 실험하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 재팬이 실험 기간 40% 가까이 판매 실적이 늘어나 한껏 고무돼 있다고 영국 BBC가 4일(현지시간) 전했다. 이 회사 정규직 직원들은 지난 8월 한달 동안 금요일마다 유급 특별휴가를 통해 일하지 않았다. 이 밖에도 회의 시간을 30분으로 줄였고, 직접 얼굴을 보고 대하는 회의보다 온라인 회의를 권장했다. 2017년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업의 4분의 1 가까이가 한달에 야근만 80시간 이상을, 그것도 때로는 보수를 지불하지 않고 직원들에게 강요한 것으로 나타난 일본에서 주 4일 근무제는 대단한 실험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의 ‘워크 라이프 초이스 챌린지’는 참여한 직원 가운데 92%가 좋았다고 답할 정도로 인기가 있었다. 한달 실험 결과 전기 소비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23%가 줄었고, 종이 소비량은 59%가 줄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겨울에 두 번째 챌린지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번에는 특별허가를 제안하지 않고 직원 각자가 알아서 “똑똑하게 쉬는” 방안을 선택하는 것이다. 반면 중국의 온라인 쇼핑 사이트 알리바바의 공동창업자 마윈은 하루 12시간은 일해야 한다며 지난 4월 “996” 패턴이란 것을 주창했다. 일하는 사람이 아침 9시부터 밤 9시까지 일주일에 6일 일하는 것은 “일종의 은총”이라고 말했다. 영국 노동당이 의뢰한 위원회는 지난 9월 보고서를 통해 주 4일제가 “현실적이지 않으며 몇몇이 원하는 것보다 짧은 시간 일하도록 강요 받는다면 대다수는 원하는 것보다 오랜 시간 일하도록 강요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 양의 작업량을 짜내려면 많은 일자리가 비정규직으로 채워질 것이며 오히려 자신의 시간을 갉아먹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英에 훈수 두는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음달 조기총선을 앞둔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와 나이절 패라지 브렉시트당 대표가 연합을 해야 한다는 등 ‘훈수’를 두는 듯한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가디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존슨 총리와 패라지 대표를 자신의 “친구”라고 부르며 “내가 보고 싶은 건 두 사람이 힘을 합치는 것”이라면서 “그것은 아주 좋은 일이 될 것이고,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세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31일에도 제러미 코빈 대표가 이끄는 영국 노동당이 총선에서 승리하면 “영국에 매우 안 좋은 일이 될 것”이라며 존슨 총리와 패라지 대표의 연대를 제안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영국이 ‘노딜’(합의 없는) 브렉시트를 감수하더라도 유럽연합(EU) 관세동맹에서 완전히 탈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존슨 총리는 지난 1일 노딜을 주장하는 브렉시트당과 손잡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에 패라지 대표 역시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존슨 총리의 브렉시트 합의안 저지를 위해 유세 총력전에 나서겠다고 각을 세웠다. 존슨 총리는 브렉시트 뒤 미국과 무역협정을 체결할 가능성에 관해 계속 언급하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현 브렉시트 합의안대로라면 무역협정을 맺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도 라디오에서 존슨 총리의 합의안을 두고 “완전히 말이 안 된다”면서 영국이 어떤 형태로든 관세동맹에 남아 있지 않고 유럽과 깨끗이 결별해야 미국이 무역협정을 체결할 수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그는 “당신(존슨)이 특정한 방법으로 그것(브렉시트)을 하면 우리는 영국과의 교역이 금지된다”면서 “우리는 EU보다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그건 아마 영국에 대단히 안 좋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코빈 노동당 대표는 이날 트위터에서 “트럼프는 친구 존슨이 당선되도록 영국 선거에 개입하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비운의 왕자’ 김평일 駐체코대사 곧 北귀국… 세대교체냐 숙청이냐 촉각

    ‘비운의 왕자’ 김평일 駐체코대사 곧 北귀국… 세대교체냐 숙청이냐 촉각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이복동생으로 후계자 경쟁에서 밀려나 30여년간 외국을 떠돈 ‘비운의 왕자’ 김평일(65) 주체코 북한대사가 곧 북한으로 귀국할 것이라고 국가정보원이 4일 밝혔다. 국정원은 이날 내곡동 국정원에서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평일 대사가 조만간 귀국할 것으로 보인다”며 “김평일 대사의 누나 김경진의 남편인 김광섭 주오스트리아 북한 대사도 교체돼 귀국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했다고 자유한국당 정보위 간사인 이은재 의원이 밝혔다. 이어 이 의원은 “현재 자리는 유지하고 있으나 내정이 된 것 아니겠나”고 덧붙였다. 김평일 대사는 김일성 전 북한 주석의 두번째 부인인 김성애의 아들로 김정일 전 위원장과는 이복 형제간이다. 남산고등중학교와 김일성종합대학 경제학부를 졸업했고 김일성 주석의 외모를 빼닮아 한때 김일성 주석을 계승할 유력 후보로 여겨졌다. 특히 김일성 주석이 노동당은 김정일 위원장에 맡기고 군은 김평일 대사에 맡기겠다고 했을 정도로 신임이 두터웠다. 군 경험이 없는 김정일 위원장과 달리 김평일 대사는 인민무력부 작전국 부국장 등을 지내 군부로부터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1970년대 김정일 전 위원장과 후계자 경쟁을 벌이다 밀려난 뒤로 김평일 대사는 1988년 헝가리에서 외교관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불가리아, 핀란드, 폴란드, 체코 등지를 거치며 30년 넘게 해외를 전전하며 사실상 유배생활을 해왔다. 1994년 김일성 주석의 장례식에 참석했지만, 북한 방송은 김평일 대사와 그의 어머니인 김성애의 모습을 삭제한 화면을 내보냈다. 2011년 김정일 전 위원장의 장례식에는 참석하지 못할 정도로 철저히 배제됐다. 김성애는 사망한 것으로 지난해 알려졌다. 30여년 만에 귀환하는 김평일 대사에 대해 숙청 대상이 될 가능성과 함께 세대교체의 일환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집권 이후 ‘실세’들이었던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을 처형하고 이복형인 김정남을 숙청하는 등 공포 정치를 펴왔는데, 김평일 대사도 가능성 있는 대상 중 하나로 꼽혔다. 유럽 탈북자 단체가 망명정부 수립을 추진하면서 김평일 대사를 옹립하려고 접촉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김평일 대사의 나이와 오랜 해외 생활을 근거로 세대교체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지난 4월 최고인민회의에서 김일성 주석의 동생인 김영주도 오랫동안 맡고 있던 최고위원회 상임위원회 명예부위원장직에서 소환되고 최고위원회 상임위원회 부위원장직들이 상대적으로 젊은 인물로 바뀌었는데 이번 인사 역시 외교분야의 세대교체를 완성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김평일 대사는 김정일 위원장의 견제로 대사관에서도 주변에 사람이 없는 굉장히 고독한 생활을 해왔다”며 “이번 소환으로 사실상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정 체제를 완성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도 “김정은 위원장이 외교라인의 세대 교체와 함께 자기 사람을 심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 [사설] “몇 달 내 좋은 결과 희망”, 말보다 행동이다

    북한이 설정한 미국과의 대화 시한이 두 달도 남지 않았다. 지난달 초순 스톡홀름 북미 실무협상이 결렬된 이후 북한은 김계관 외무성 고문,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등 최상층부의 인물을 총동원해 연말 시한을 강조하며 대미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들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친분을 강조하면서도 연말을 넘기려 한다면 ‘망상’이라며 미국의 양보를 촉구하는 한편 내년 이후 상황에 대한 경고도 잊지 않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북한의 시한 언급을 의식한 듯 지난 1일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노력하지만 진전이 너무 더뎠다면서 “몇 개월 안으로 좋은 결과를 얻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이 지난달 31일 초대형 방사포 두 발을 쏜 것과 관련해 “전에 해왔던 것과 일치하는 로켓”이라며 발사가 북미 대화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음을 시사했다. 북미 모두가 실무협상 재개와 비핵화 목표 달성에 의욕을 보이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말로만 상대의 양보를 촉구해서는 결론에 도달하기 어렵다. 연말까지 시간이 얼마 없는 만큼 남은 것은 다음 단계로 이행하기 위한 상호 양보다. 최소한 이달 안에 실무협상을 가지고 획기적인 진전을 이뤄 3차 북미 정상회담 합의를 이뤄야 하는 것이다. 북미가 장외에서 말로만 할 게 아니라 이제는 행동으로 결단할 때가 찾아왔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4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미국식 셈법’의 변경을 요구하며 “올해 말까지 기다려 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른바 ‘최고 존엄’의 발언을 최우선시하는 북한에서 북미 협상에 실질적인 진전이 없으면 시한의 변경은 생각하기 어렵다. 북한의 잇따른 장사포, 단거리 미사일 발사는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판을 깰 의도라면 모를까 협상의 문이 닫혀 가는 것을 북미 모두 팔짱만 끼고 보고 있으면 안 된다.
  • 잇단 압박에 트럼프 반응없자… 김정은, 文모친상 변수에도 도발

    잇단 압박에 트럼프 반응없자… 김정은, 文모친상 변수에도 도발

    美, 김계관·김영철·최룡해 성명에 무반응 연말 시한 회담 나서라는 전형적인 압박 김정은, 文대통령에게 최소한의 도리만 남북관계 전환 모멘텀 상당 기간 힘들 듯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 모친 강한옥 여사의 별세에 친서 형식의 조의문을 보낸 지 하루 만인 31일 발사체를 쏘아 올린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이달 초 비핵화 실무협상이 결렬된 뒤 북한은 김계관 외무성 고문(24일),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27일), 최룡해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 겸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29일) 등을 앞세워 대미 압박 성명·발언을 내놓았다. 곧이어 무력시위에 나선 것은 김 위원장이 공표한 ‘연말 시한’이 임박한 가운데 협상의 판을 깨지 않으면서도 미국을 압박하는 한편 미국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 데 대한 초조함을 드러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무력시위를 준비하던 중 ‘문 대통령 모친상’이라는 돌발 변수가 발생했을 뿐 조의문과의 연관성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무리라는 해석도 제기된다.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스톡홀름 결렬 이후 김계관, 김영철, 최룡해까지 최대 수준으로 압박했음에도 미국이 반응하지 않으니 행동에 나선 것”이라며 “조의문과의 연관성에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 문 대통령과 완전히 등 돌릴 생각은 없으며 최소한 도리만 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으로서는 계획된 발사 일정을 돌발 상황에 해당하는 문 대통령의 모친상이라고 변경할 만큼 여유가 없는 것”이라고 했다. 북한의 이런 행보가 처음은 아니다. 2009년 5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했을 때 북한은 조의문을 발표한 지 4시간 만에 2차 핵실험을 단행했다. 조의문으로 잠시나마 해빙 기대감이 고개를 들었지만, 북미 협상이 성과를 거두지 않는 한 꽉 막힌 남북 관계의 모멘텀은 쉽게 마련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도 북한의 무력시위 3시간 전 조의문 전달 사실을 공개하면서도 ‘(남북 관계 개선에 대한) 전향적 의사라고 해석하느냐’는 질문에 “다른 사안과 연관 지어 생각하는 것은 조금 무리”라고 했다. 조의문은 전날 오후 판문점에서 윤건영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에게 전달됐고, 윤 실장은 오후 9시 30분쯤 부산 남천성당 빈소에서 문 대통령에게 전했다. 조의문 전달자에 대해 청와대는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은 아니다”라고 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이해식 대변인은 “조의문을 보낸 지 하루가 채 지나지 않아 발사한 것은 매우 유감”이라고 했다. 자유한국당 전희경 대변인은 “북한의 패륜적 행태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고 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 김정은, 文대통령에 30일 밤 늦게 판문점 통해 조의문 보내와

    김정은, 文대통령에 30일 밤 늦게 판문점 통해 조의문 보내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모친 강한옥 여사의 별세에 전날 판문점을 통해 조전을 보내왔다고 청와대가 31일 밝혀 경색된 남북관계를 푸는 전기가 될지 주목된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후 춘추관 브리핑에서 “고(故) 강한옥 여사 별세에 대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30일 문재인 대통령 앞으로 조의문을 전달해왔다”며 “김 위원장은 조의문에서 강 여사 별세에 대해 깊은 추모와 애도의 뜻을 나타내고 문 대통령께 위로의 메시지를 전했다”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조의문은 전날 오후 판문점을 통해 전달받았고, 같은 날 밤늦은 시각에 빈소가 차려진 부산 남천성당에서 문 대통령에게 전달됐다는 것이 청와대의 설명이다. 조의문은 윤건영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이 북측으로부터 판문점에서 전달받았고, 윤 실장은 전날 밤 빈소를 찾아 문 대통령에게 직접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이 남측 인사에 대해 조의를 표한 것은 지난 6월 19일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가 별세한 이후 처음이다. 당시 김 위원장은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을 직접 보내 조의문과 조화를 전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측의 누구로부터 조의문을 전달받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구체적으로 말하지는 않겠다”면서 “김여정 부부장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조의문을 전달받으면서 남북 간 (현안과 관련한) 다른 얘기는 없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소통한 것은 지난 6월 30일 판문점 남북미 정상 접촉 이후 꼭 4개월 만이다. 특히 김 위원장의 조의를 계기로 중단된 남북 대화가 재개될지 관심을 끈다. 이 관계자는 ‘금강산 시설 철거 등 대남 강경 기조 속에서의 조의문 전달을 북한의 전향적 의사라고 해석하느냐’는 질문에는 “그것을 다른 사안과 연관 지어 생각하는 것은 조금 무리”라며 “김 위원장은 조의문에서 고인에 대한 깊은 위로와 애도의 뜻을 전했고 문 대통령께도 위로의 메시지를 전했다는 맥락에서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속보] 김정은, 어제 문 대통령 모친상에 조의문 보내

    [속보] 김정은, 어제 문 대통령 모친상에 조의문 보내

    30일 오후 판문점 통해 전달받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모친 강한옥 여사 별세에 조전을 보내왔다고 청와대가 31일 밝혔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후 춘추관 브리핑에서 “고 강한옥 여사 별세에 대해 김정은 위원장이 30일 문 대통령 앞으로 조의문을 전달해왔다”면서 “김정은 위원장은 조의문에서 강 여사 별세에 대해 깊은 추모와 애도의 뜻을 나타내고, 문 대통령께 위로의 메시지를 전했다”라고 말했다. 김정은 위원장의 조의문은 전날 오후 판문점을 통해 전달받았고, 같은 날 밤늦은 시각에 빈소가 차려진 부산 남천성당에서 문 대통령에게 전달됐다. 조의문은 윤건영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이 북측으로부터 판문점에서 전달받았고, 윤 실장은 전날 밤 빈소를 찾아 문 대통령에게 직접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 위원장이 남측 인사에 대해 조의를 표한 것은 지난 6월 19일 고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가 별세했을 때 이후 처음이다. 당시 김정은 위원장은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을 직접 보내 조의문과 조화를 전했다.최근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오랫동안 교착 상태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는 가운데 남북 관계 역시 냉랭해진 상황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문 대통령에게 조전을 보내옴에 따라 남북 관계가 숨통을 트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특히 오는 11월 25일 부산에서 열리는 ‘2019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김정은 위원장의 참석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어 더욱 관심이 모아진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英, 12·12 조기총선 격돌… “브렉시트 완수” vs “정권교체 기회”

    英, 12·12 조기총선 격돌… “브렉시트 완수” vs “정권교체 기회”

    여론조사선 보수당이 10%P 앞서지만 양쪽 모두 과반 불발 땐 노딜 가능성도 영국이 오는 12월 12일 조기 총선을 치르기로 하며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정국이 새로운 국면을 맞을지 주목된다. 브렉시트를 완수하겠다는 보리스 존슨 총리의 원대한 꿈이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29일(현지시간) BBC와 가디언 등은 영국 하원이 조기 총선을 개최한다는 내용의 단축 법안을 찬성 438표, 반대 20표로 통과시켰다고 전했다. 이번 법안 통과로 영국은 1923년 이래 처음으로 12월에 총선을 치르게 됐다. 법안이 이번 주 상원을 통과해 법적 효력이 생기면 의회는 5주간의 선거운동을 위해 다음주 해산하게 된다. 존슨은 이번 총선에서 과반(320석)을 달성해 브렉시트를 완수하겠다는 목표다. 현재 보수당(288석)은 연정을 이룬 민주연합당(10석)과 합쳐도 과반에 못 미쳐 브렉시트 관련 표결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셔야 했다. BBC가 공개한 지난 25일자 여론조사에서 보수당은 36%로 노동당(24%)보다 10% 포인트 앞서는 등 지표는 긍정적이다. 그러나 지지율만으로 승리를 점칠 수는 없다. 2017년 테리사 메이 전 총리는 지지율이 노동당을 20% 포인트 이상 앞서자 조기 총선을 감행했는데 오히려 과반을 잃었었다. 노동당(247석)은 이번 선거를 “정권 교체를 위한 일생일대의 기회”로 보고 있다. 노동당이 승리하면 EU 관세 동맹에 머무르는 방향으로 브렉시트 재협상을 시도한 뒤 제2 국민투표를 추진할 수 있어 브렉시트에 반대하는 야권 지지자들이 노동당에 표를 몰아 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18~34세 청년층 지지율이 두드러지는 노동당에 방학인 데다 해가 빨리 지는 12월이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어느 쪽도 과반을 달성하지 못하면 3년째 이어진 브렉시트 혼란이 지속되는 것은 물론 합의 없는 ‘노딜’ 브렉시트가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영국 언론들도 이번 선거에 대해 섣불리 예측하지 못하고 있다. BBC는 “(영국) 현대사에서 가장 예측하기 어려운 선거 중 하나가 될 것”이라며 “우리 정치를 완전히 바꾼 브렉시트가 선거 이슈를 압도하고 있다. 주요 정당들은 유권자들의 기존 정당 충성도에 의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 [서울광장] 단풍보다 먼저 온 연말/이지운 논설위원

    [서울광장] 단풍보다 먼저 온 연말/이지운 논설위원

    ‘모임’이 연말을 재촉하는 때다. 송년회가 11월 중순부터 시작된 지 오래긴 해도 올 연말은 훨씬 더 당겨진 느낌이다. 북의 메시지 덕분일 것이다. 연일 ‘연말’과 ‘시한’을 강조하고 있다. 연말이 단풍보다 먼저 왔다.  김계관 외무성 고문이 담화를 낼 때만 해도 그러려니 했다. 사흘 지나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까지 등장해 “미국이 정상 간 개인적 친분 관계를 내세워 시간 끌기를 하면서 이해 말을 넘겨 보려고 생각한다면 어리석은 망상”이라고 했다. 뒤이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나타나 선대(先代)의 일을 비판하며 금강산 시설을 철거하라고 지시했다. 묘한 장면들이다.  적어도 연말까지 북이 미국에 뭘 바라는지는 세상이 알고 있다. 경제 제재를 풀라는 것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어떤 전문가들은 북이 당장 바라는 건 제재 해제도 아닐 것이라 생각한다. ‘통치자금’ 해결이 더 시급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홍콩, 마카오 등에 묶인 통치자금을 쓸 수 없어 속태운 지 한참이다. 미 워싱턴포스트(WP)의 최근 보도도 이런 맥락에서 읽힌다. 2016년 8월 북한산 로켓 추진 수류탄 3만개가 이집트로 수송되다 미 정보기관에 적발돼 압수된 적이 있는데, 이후 북한이 이집트에 대금 지급을 압박했다는 내용이다. 이집트 외교부가 2017년 5월 작성했다는 보고서에서는 ‘북이 수류탄 수송의 구체 내용을 폭로하겠다고 위협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수류탄은 2300만 달러어치였다.  김정은 집권 초기 북한의 30대 귀(貴)청년들이 베이징에 출몰하곤 했다. 북 정권 요인들의 2세들인데, 당시 서방은 그들 부친의 생사를 궁금해할 때였다. 뒤에 장성철과 일련의 요인들이 포연 속에 사라진 배후에 이들이 있었으며, 사라진 자들의 일부는 이들의 부친이었다는 얘기도 있었다.  한동안 뜸하던 이들의 모습이 또 포착됐다. 이런저런 만남을 갖는 것이 당시에도 중국쪽 자금을 찾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다. 금강산 시설 철거 지시와 관련해 조태용 전 외교부 차관이 한 인터뷰에서 “북한이 금강산 개발에 참여할 투자자를 찾은 게 아닌가 싶다”고 한 게 오버랩된다. 조 전 차관은 “김정은이 필요로 하는 것은 북한 체제를 잘 통제할 수 있는 방식으로 돈이 들어오는 것”이라고도 했다. “김정은 입장에선 북한 주민들이 너무 잘살게 돼도 안 된다. (유일 독재) 체제를 약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시급하고 꼭 필요한 것은 경제 제재 해제가 아니라 통치자금 해제라는 얘기로 들린다.  김정은이 지난해 남북 평양공동선언에서도, 올 신년사에서도 금강산 개발을 자신 있게 언급한 것은 미국과 일정 부분 협의가 진행된 때문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한때 ‘통일사업꾼’ 사이에서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직접 투자 얘기까지 오갔다는 소문도 있었다. 금강산 시설 철거 지시로, 북은 ‘대체재’로의 선회 의사를 내비치려 한 것 같다. 단순히 금강산 투자 문제만은 아닐 것이다. 미국이 계속 외면한다면 남은 선택은 중국이라는 메시지도 주고 싶었을 것이다. 요약컨대, “‘교역, 무역’은 어쩔 수 없다하더라도, ‘돈’ 자체는 풀어줄 수 있지 않느냐”며 ‘우회로’를 따져 물은 것이다.  통치자금 해제라면 어려운 일만은 아니다. 전례가 있다. 과거 6자회담에 나오는 것을 조건으로 김정일의 자금을 마카오의 은행 방코델타아시아(BDA)에서 풀어준 적이 있다. 미국계 은행을 한 번 거쳐야 결제망으로 연결되는데, 당시 미국계 씨티은행이 기겁을 해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가져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의 작은 은행으로 송금했다 한다.  북은 미국과의 테이블을 걷어차기에는 온 길이 너무 길고, 투자도 많이 했다. 북은 미국과 테이블에 앉을 때 조명도 받고 대우도 받고 그랬다. 미국도 알고 있다. 그래서 태도를 바꿀 이유가 없다고 보고들 있다. 북한의 ‘연말 시한’ 협박이 공허하면서도 절박하게 들리는 이유들이다.  북은 ‘어떻게’ 해야 ‘약간’이라도 숨통을 틔울 수 있을지를 생각할 것이다. 미국에 대고 얘기했다지만, 그 ‘어떻게’는 우리와 무관치 않을 것이고, ‘약간’이라는 양 역시 그러할 것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미국이 북에 요구한 것으로 알려진 ‘영변+알파’가 북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과정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알파’는 ‘약간’의 문제를 해결하고 나아가 큰 것을 들어 올리는 레버리지가 될 수 있기에 북은 여기에 집중하고 있을 것이다. 큰 관심을 가져도 모자랄 일인데, 그저 연말이 다가온다. 새해는 어떻게 올는지. jj@seoul.co.kr
  • [글로벌 In&Out] 74년 전 ‘조선노동당 창건대회’의 진상/바실리 V 레베데프 고려대 사학과 석사

    [글로벌 In&Out] 74년 전 ‘조선노동당 창건대회’의 진상/바실리 V 레베데프 고려대 사학과 석사

    지난 10일 북한은 조선노동당 창건 74주년을 맞아 다양한 기념행사를 진행했다. 이 공휴일은 1945년 10월 10에 열린 조선공산당 북조선 5도당원 및 열성자대회를 기념하는 날이다. 이 대회에서 북한 조선노동당의 전신인 조선공산당 북조선분국이 창설됐다. 김일성이 정식으로 북한 정계에 진출했다고 할 수 있는 역사적 사건이다. 조선노동당의 창건일이 10월 10일이라는 것은 북한 역사가들이 오랫동안 주장해 온 것이다. 일찍이 1964년에 출판된 북한 당사 교재는 북한 노동당 창당 대회를 다음과 같이 소개한다. “1945년 10월 10일부터 10월 13일에 걸쳐 조선공산당 북조선 조직위원회 창설을 위한 북조선 5도당 책임자 및 열성자대회가 소집되었다. 대회는 당 조직 문제에 관한 김일성 동지의 보고를 청취하고 조선공산당 북조선 조직위원회 창설에 대한 방침을 지지찬동하였다.” 또 김일성도 박헌영 같은 ‘우경항복주의자’들을 비판했다고 한다. 이런 주장을 세계 북한 전문가들이 받아들인다. 위키백과나 심지어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등에도 조선노동당의 창건일이 10월 10일로 표기됐다. 하지만 1990년대 새로운 자료가 발견되면서 조선노동당 창건일의 정확한 날짜와 그 진상이 밝혀졌다. 그 대회와 관련해 가장 기본적인 자료는 1945년 11월 5일 작성된 소련군 연해주군관구 정치부의 정보 요약이라는 문서다. 이 문서는 비교적 길지만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1945년 10월 13일 평양시에서 조선공산당 북조선 5도당 대회가 열렸으며 69명의 대표가 참석했다. 대회에서는 네우메이코프 소련군 대위의 ‘국제정세’, 오기섭의 ‘당과 공산주의자들의 임무’, 김일성의 ‘조직문제’, 김용범의 ‘지방위원회와 당 사업의 강화’, ‘북조선공산당 조직국 선거’ 등이 보고됐다. 상임위원회에서는 김일성과 오기섭 등 9명이 선출됐으며, 스탈린과 마오쩌둥이 명예위원으로 뽑혔다. 회의가 열리면서 먼저 조선공산당 서기장인 박헌영에게 인사를 보냈다. 오기섭은 조선 해방에서 소련군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조선이 부르주아민주주의 혁명 단계에 있으며, 당면 과제는 통일된 공화국을 창건하는 것이라고 했다. 오기섭은 조선이 사회주의 혁명의 단계로 넘어갔다는 좌경과 조선이 미국에 의해 해방됐다는 우경을 비판했고, 좌경이 가장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그다음으로 김일성이 보고했다. 김일성은 반일통일전선의 창설, 독립적인 조선의 창건, 혁명적 이론 공부 등을 노동자들에게 선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새로운 정부에는 노동자에서 자본가까지 각 계급의 대표자들이 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또 김일성은 “현재 서울에 조선공산당 중앙위원회가 있다. 박헌영 동지는 당내의 분파주의를 극복하고 공산당을 바른길로 지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일성은 오기섭처럼 좌우경 분자의 문제를 지적하면서 ‘조선에서 계급투쟁을 진행하고 사회주의 국가를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영 등 좌경 분자들’을 “일제의 앞잡이”라고 비난했다. 김일성은 북조선 모든 당조직 위원회의 선거 진행, 당규약 채택, 당증 제작, 북조선 전역 당대회 소집 등을 제안했다. 김일성의 제안은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마지막으로 보고한 김용범은 토지 문제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소련군이 10월 11일 발표한 북한의 무장조직 해산 명령에 따라 공산당 적위대라는 무장조직이 해산됐음을 확인했다. 대회는 공산당 조직국 일원 17명을 선출한 뒤 폐막했다. 문서에서 볼 수 있듯이 이 대회는 10월 13일 단 하루 동안 진행됐고, 김일성은 대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음에도 북한의 주장과 달리 박헌영을 비판한 것은 사실이 아니며 새로운 조선을 부르주아민주주의 단계에 있는 통일민주국가로 보고 있었다는 것이 확인된다.
  • “전교 회장·학교 홍보모델 도맡아” 탈북민 편견 깬 태훈씨네 10형제

    “전교 회장·학교 홍보모델 도맡아” 탈북민 편견 깬 태훈씨네 10형제

    “통일은 우리 집 열 명의 아이들이 추석과 설에 고향으로 돌아가 가족들을 만날 수 있게 되는 거죠.” ‘총각 엄마’ 김태훈(43)씨는 아직 결혼도 하지 않았지만 열 명의 아이들을 키우는 어엿한 부모다. 아이들은 그를 삼촌이라 부르고, 아침이면 십인분의 밥을 차려 내고 산 무더기 같은 빨랫감을 처리한다. 한 번 할 잔소리를 열 번 해야 하기 때문에 목이 쉬는 것도 예사다. 그가 탈북 청소년들의 엄마 같은 삼촌이 된 것은 2004년 사회초년생 시절 탈북민 사회정착 지원기관인 하나원에 봉사를 갔다가 하룡군을 만나면서였다. 돈 벌러 나간 엄마를 기다리는 외로운 소년으로부터 큰 위로를 받은 김씨는 어느새 열 명의 아이들이 함께 생활하는 그룹홈을 꾸리게 됐다. ‘조직생활이 맞지 않아 10여년 전에 회사를 그만뒀다’는 그는 반공 만화영화 ‘똘이장군’을 보고 자란 세대로 교련복을 입고 총검술도 배웠다. 하지만 막상 북에서 온 친구를 보자 충격이 크고 신선했다. 그는 “귀엽고 순진한 친구들이 저를 의지하고 아이들로부터 인정받는 것이 좋았다”며 베풀러 갔다 더 큰 위로를 받게 돼 그룹홈을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서울 성북구에 있는 그룹홈의 가장 큰 난관은 열 명의 아이들과 같이 살 집을 구하는 것이었다. 집 고치는 데는 일인자라고 자부할 정도로 실내가 낡은 것은 상관없지만, 이웃들의 멸시가 견디기 어려운 고통이다. 쓰레기나 주차 문제 등을 둘러싼 이웃들의 괴롭힘 탓에 새로운 집을 알아보고 있다. 몇 년 전부터 새롭게 추가된 김씨의 고민은 아이들의 자립이다. 몇 살이 되면 그룹홈을 떠나야 한다는 기준은 없지만 대학을 졸업한 탈북인들의 진로를 지역재생과 연관 지은 사업을 구상 중이다. 벌써 성공사례도 탄생했다. 지난해 8월 문을 열어 강원 철원 노동당사 근처 맛집으로 자리잡은 카페 ‘오픈더문’이다. 우리나라 최북단 카페란 별칭의 오픈더문은 미대를 졸업한 김씨가 전공을 살려 실내장식에 솜씨를 발휘했다. 이미 강원도지사, 철원군수 등이 찾을 정도로 명소가 됐다. 김씨는 “우리 집 아이들의 강점을 잘 살릴 수 있는 지역에서 탈북청년들과 재미난 일을 만들어 보려 한다”고 밝혔다. 대구의 시장과 성북구 청년 창업지대에서도 탈북청년들이 곧 식당 문을 연다. 그와 함께 크는 아이들은 모두 대안학교가 아닌 일반학교에 다닌다. 전교 학생회장에 선출될 정도로 성공적인 학교생활을 하고 있다. 중고생 자원봉사 대회에서 일등을 하거나 학교 홍보 모델이 되기도 해서 통일부와 하나원에서도 좋은 선례로 여긴다. 김씨는 “가족들이 이제 제 결혼은 포기하고 노후자금이나 만들라고 하는데 아이들과 같이하는 지금이 재미있고 즐거워서 노후 걱정은 안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걱정은 오로지 고향을 떠나온 아이들이 한국에서 탄탄하게 뿌리를 내리는 것과 이사 가지 않아도 되는 집을 마련하는 일이다. 글 사진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차기 英총리 노리는 코빈 대표 “존슨의 12월 조기 총선안 지지”

    제러미 코빈 영국 노동당 대표가 보리스 존슨 총리의 조기 총선안을 지지하기로 하면서, 영국은 4년 만에 세 번째 총선을 치르게 됐다. 가디언, BBC 등 보도에 따르면 29일(현지시간) 코빈 대표는 유럽연합(EU)이 브렉시트 3개월 연기를 승인했기 때문에 노동당이 조기 총선을 치를 준비가 됐다고 발표했다. 그는 노동당 그림자(예비) 내각에 “나는 우리 당이 선거를 치를 준비가 돼 있으며, 조기 총선 지지는 ‘노딜’(합의 없는) 브렉시트가 없다는 조건하에 가능하다고 일관되게 말해 왔다”면서 “EU가 연기를 확정한 이상 우리는 진정한 변화를 위해 우리나라가 지금껏 봐 왔던 것 중 가장 야심 차고 급진적인 선거운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코빈 대표는 총리직을 가져올 수 있을 거라 보고 있다. 전날 영국 하원은 존슨 총리가 상정한 조기 총선 동의안에 대해 표결을 했지만 노동당이 기권하면서 찬성 299표, 반대 70표로 의결에 필요한 전체 의석 3분의2(434석) 찬성을 얻지 못했다. 세 번째 부결에도 불구하고 존슨 총리는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12월 12일 총선을 개최한다’는 내용의 ‘단축 법안’(short bill)을 다시 상정하겠다고 밝혔다. 존슨 총리는 총선을 통해 노딜 브렉시트 찬성론자들로 압도적 과반 의석을 채우겠다는 야심을 갖고 있다. 앞서 자유민주당과 스코틀랜드국민당 등이 원칙적으로 동의했기 때문에, 노동당의 동참으로 영국은 오는 12월 조기 총선을 치르게 됐다. 영국이 12월에 총선을 치르는 것은 1923년 이후 처음이다. 각 당이 유불리를 따지고 있어 정확한 선거일은 토론을 거쳐 수정안으로 정해진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사설] 김영철까지 등장시킨 北, 유연하게 美와 협상해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어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 명의로 낸 담화에서 “미국이 자기 대통령과 우리 국무위원회 위원장의 개인적 친분 관계를 내세워 시간 끌기를 하면서 올해 말을 무난히 넘겨 보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어리석은 망상”이라면서 “최근 미국이 우리의 인내심과 아량을 오판하면서 대조선 적대시 정책에 더욱 발광적으로 매달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김계관 외무성 고문이 담화에서 “미국이 이번 연말을 지혜롭게 넘기는지 보겠다”고 압박한 것과 맥을 같이한다. 북한이 지난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배제된 김영철을 다시 내세운 것은 이례적이다. 지난해 싱가포르부터 북미 정상회담 협상을 주도했던 김영철은 권력집단 재편 과정에서 당 통일전선부장을 장금철에게 넘겨주고 당 부위원장 보직만 맡았고, 대미협상 주도권도 외무성으로 넘겼다. 초기 북미 협상을 이끌었던 김영철 아태평화위 위원장을 내세운 이유는 정상 간 친분으로 떠받치던 북미 간 관계의 근본적 개선 필요성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 시한을 연말로 못박았던 북한으로선 이달 초 스웨덴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이 결렬되자 미국을 지속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70여년을 이어 온 북미의 적대관계가 하루아침에 극복될 수는 없다. 협상 당사국 간 의지와 인내에 주변 상황의 도움까지 보태져야 성과가 나올 수 있다. 문제는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다. 미국 민주당 주도로 트럼프 대통령 탄핵 정국이 시작됐고 내년 말에 미국 대선이 예정된 상황이어서 트럼프 행정부가 유연성을 발휘할 여지도 넓어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도 스웨덴 실무협상 결렬 뒤 북한 대표인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가 미국이 준비가 안 되면 끔찍한 사변이 벌어질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뒤로 이어지는 북한 고위 당국자들의 엄포는 미국과 대화의 동력을 유지하기에는 적절하지 않다. 책임 공방의 자제와 유연한 접근을 통한 협상의 접점을 모색해야 한다. 협상력을 키우려는 욕심이 지나쳐 판 자체를 깨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 “당 중앙위, 나와 손발 못 맞춰” 김정은, 의료기구공장서 질책

    “당 중앙위, 나와 손발 못 맞춰” 김정은, 의료기구공장서 질책

    최근 민생·경제 행보 중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현대화 공사가 진행 중인 평안북도 의료기구 공장을 찾아 공사 결함을 지적하고 담당 노동당 관계자들을 질책했다. 조선중앙통신은 27일 “김정은 동지가 새로 개건 중인 묘향산의료기구 공장을 현지지도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노동당 중앙위원회 관계자들이 자신과 손발을 맞추지 못하고 있다고 ‘심각히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개건 현대화 상무(TF)에 동원된 당 중앙위원회 일꾼(간부)들과 설계일꾼들이 제때에 당 중앙에 보고하고 마감 공사를 질적으로 할 수 있도록 기능공들을 보장하기 위한 대책을 세워야겠는데 가만히 앉아 구경이나 했다”고 질책했다. 이어 “기능공 노력(노동력)을 추가 동원시키는 문제까지 내가 현지에 나와 직접 요해(파악)하고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안 되게끔 일들을 무책임하게 하고 앉아 있는가”라고도 했다. 외부 벽체 타일면의 평탄도가 맞지 않고 미장면이 고르지 못하다며 세부 사항도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8월에도 이곳을 방문해 ‘마구간을 방불케 한다’고 지적했었다. 이날 시찰에는 김여정·조용원 노동당 제1부부장, 리정남·홍영성·현송월·장성호 등 당 간부 등이 동행했다. 다만 최근 금강산 및 양덕군 온천관광지구 시찰에 동행했던 부인 리설주 여사는 보이지 않았다.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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