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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남부기술교육원‧서울노동권익센터, 기술교육생 노동인권교육 협력 강화 MOU 체결

    서울남부기술교육원‧서울노동권익센터, 기술교육생 노동인권교육 협력 강화 MOU 체결

    서울특별시 남부기술교육원과 서울노동권익센터는 지난 13일 아름다운청년 전태일기념관에서 기술교육생 노동인권교육 협력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두 기관은 기술교육생 대상으로 노동인권교육의 확대 및 강화에 대한 필요성에 의견을 같이 하며, 집체형으로 진행되었던 노동인권 교육을 직종별로 특화하여 실시할 예정이다. 또한 취업한 수료생의 노동법률 상담 및 권리 구제 지원 등 법률 지원에 대해서도 서로 협력할 것을 약속했다. 이종만 서울특별시 남부기술교육원 원장은 “서울노동권익센터와 협력해 기술교육생 노동인권교육 등 노동교육분야 시장을 활성화할 것”이라며 “특히 노동존중특별시 서울시의 산하기관으로서, 취업을 준비하는 기술교육생에게 노동인권교육을 주도적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남신 서울노동권익센터 소장은 “노동인권교육은 노동존중 사회로 가는 데 있어 중요한 사업분야다. 서울노동권익센터는 일하는 서울시민의 사회경제적 권리 향상과 복지증진을 위해 법률 지원 및 관련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라며 ”오늘 협약 체결을 시작으로, 양 기관이 노동교육 활성화를 위해 서로 협력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서울특별시 남부기술교육원은 정규/심화과정 9개 학과(가구디자인, 그린자동차정비, 외식조리, 헤어디자인, 전기산업기사, 건물보수, 옻칠나전, 조경관리, 조리) 및 단기과정 2개 학과(바리스타, 요양보호사), 국비무료과정 3개 학과(보석디자인, 전기, 자동차정비)를 운영하고 있다. 또한 교육생 취업지원을 위해, 선배 멘토 초청 ‘취업멘토링’ 및 취업 역량 강화 교육과 기업체 면접 기회를 제공하는 ‘취업페스티벌’을 실시함으로써 교육생 취업률 향상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기술교육 및 모집 기간은 과정별로 상이하며, 입학안내 및 문의사항은 교육원 홈페이지 또는 서울특별시 남부기술교육원 교학부로 문의 가능하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이영실 서울시의원 “아동·부모·교사 모두가 주체가 되어 공보육 발전 이끌어야”

    이영실 서울시의원 “아동·부모·교사 모두가 주체가 되어 공보육 발전 이끌어야”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 이영실 의원(더불어민주당·중랑1)은 23일 서울시의회 제2대회의실에서 열린 ‘서울시 공보육의 공공성과 서비스 질, 향후과제는?’ 정책토론회를 주관하고 좌장을 맡았다. 이날 토론회는 김혜련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의 인사말을 시작으로 김송이 서울시여성가족재단 보육팀장과 최은영 충북대학교 아동복지학과 교수의 발제와 이한나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 정미경 서울시국공립어린이집연합회 부회장, 서진숙 공공운수노조 사회서비스공동사업단 단장, 변경옥 서울시 사회서비스혁신추진반장, 이미숙 서울시 보육담당관의 토론이 있었다. 토론회를 주관한 이영실 의원은 “국공립어린이집 1,000개소 확충 이후 서울시 보육정책의 성과 및 한계를 진단하고 미래 서울보육의 발전적 방향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이 자리를 마련했다”고 토론회 개최 이유를 밝혔다. 첫 번째 발제를 맡은 김송이 보육팀장은 “국공립어린이집 확충은 부모의 경제활동 참여를 높이고 일·가족 양립 및 아동발달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하며 앞으로의 남은 과제로 “지역균형성을 갖춘 확충 전략이 필요하고, 영유아기 전 연령을 포괄할 수 있는 국공립어린이집 확충·운영 지원방안과 보육교사의 노동환경 개선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 발제자인 최은영 교수는 “교사의 근무환경 개선, 업무경감을 통한 서비스 내실화, 직무설계 체계화 등의 지향을 갖고 품질향상을 위해 노력해야”하며 “사회서비스 품질을 높이고 이용자의 수요에 부응하는 선도모델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발표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이한나 활동가는 “아이가 우선이 되는 보육이 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아이들이 행복한 보육환경을 조성하고 투명한 운영으로 어린이집의 신뢰성을 높이며 교사의 자격 강화와 노동환경 개선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다음으로 정미경 부회장은 “학부모들의 보육걱정을 덜고 보육교직원의 처우가 보장되기 위해서는 국가의 책임 있는 보육을 기반으로 사회지원정책 마련과 현장의 의견청취, 기존 정책의 내실화 등이 선도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 토론자인 서진숙 단장은 “국공립어린이집에 대해 서울시와 보육현장에서 그 주체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고 보육의 공공성, 운영의 투명성, 교사 노동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아동인권을 전면으로 하는 보육정책의 프레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변경옥 사회서비스혁신추진반장은 “사회서비스원을 통해 직접 고용으로 안정적 일자리를 제공하고 보육환경을 개선하여 공보육의 신뢰도를 높이며 선도모델 확산 및 전문성 강화로 공보육 서비스의 질을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마지막 토론자인 이미숙 보육담당관은 “서울시 국공립어린이집 확충은 민관상생의 노력으로 만들어낸 결과물이며 앞으로 어린이집 운영 지원 및 교사의 근무여건을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는 “실질적인 품질·서비스 향상을 위해 오늘 나온 제안들이 서울시 보육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서울시의회가 주도적으로 견인차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는 의견이 나왔고 이에 김혜련 보건복지위원장(더불어민주당·서초1)은 “아이와 교사가 행복해야 공보육의 질이 높아질 것”이라며 “오늘 사회서비스원 및 공보육이 나가야할 방향에 대해 받은 큰 숙제를 서울시의회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다시 한번 고민하여 공보육이 한 발짝 더 진일보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좌장을 맡은 이영실 의원은 “공보육의 양적 확장에서 질적 향상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하기 위해서 보육정책에 대한 성과와 한계를 정확히 진단하는 것이 중요하고 이를 통해 서울시 보육정책을 한 단계 발전시킬 수 있다”며 “앞으로 국공립과 민간·가정 모두가 공공성이 확대될 수 있는 연구가 필요하고 보건복지위원회도 의회차원에서 보육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 의원은 “부모가 믿고 맡길 수 있는 보육, 아이가 행복한 보육이 될 수 있도록 오늘 토론회에서 나온 다양한 의견을 잘 수렴해서 보육정책에 반영 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라고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의견을 들을 수 있는 자리를 만들겠다”며 토론회를 마쳤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조희연 교육감 “사회가 젊은 세대를 가장 기피하는 업무로 내몰아”

    조희연 교육감 “사회가 젊은 세대를 가장 기피하는 업무로 내몰아”

    교육계·정치권 ‘나는 티슈 노동자입니다’ 호평정의당 “미래 착취하는 사회는 나아갈 수 없어”일부 업주들이 10대 노동자를 일회용품처럼 쓰다 쉽게 버리는 현실을 다룬 서울신문의 ‘10대 노동 리포트 : 나는 티슈 노동자입니다’ 시리즈 1회 보도 이후 교육계와 정치권 등이 뜨거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호진 정의당 대변인은 22일 논평에서 서울신문 보도를 인용하며 “10대 노동자들이 일상적으로 노동권을 침해당하고, 심지어 목숨까지 잃고 있지만 노동권의 사각지대에서 여전히 방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2017년 LG유플러스 고객센터에서 현장실습하던 학생이 사고로 사망한 사건과 같은해 11월 제주 생수공장에서 현장실습생이 사망한 사건 등을 언급하며 “학생들을 위험한 현장으로 내몰고, 관리는 거의 하지 않는 문제는 여전히 심각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나이가 어리다고 10대 노동자의 노동력까지 값싸게 취급하는 인식을 이제 바꿔야 한다. 미래를 착취하고 노동을 차별하는 사회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면서 “10대 노동자들과 특성화고 실습생들의 안타까운 희생이 더는 없도록 정치권이 제도적 개선책을 시급히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조희연 서울교육감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나는 티슈 노동자입니다’ 기사를 공유하며 “우리 사회는 가장 어려운 노동에 10대 청소년들을 내몰고 있다. 목숨 걸고 달리는 배달 라이더가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또, 최근 3년(2016~2018년)간 산업재해로 인정 받은 10대 노동자의 69%가 비정규직이었다는 보도 내용을 언급하며 “이 사실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고민하게 만든다. 얼마 전 죽은 현장실습 노동자도 가장 위험하고 기피하는 업무를 혼자 수행하고 있었다”고 말했다.조 교육감은 “미래세대는 말 그대로 우리 사회의 미래인데 갈수록 젊은 세대가 직업세계에서 가장 안전하지 않고 기피하는 일로 내몰린다”면서 “개선하기 위한 근원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서울신문은 ‘나는 티슈 노동자입니다’ 연재를 통해 공장과 음식점, 거리에서 일하는 10대 노동자가 일상적으로 겪는 노동권 침해를 고발해나갈 계획이다. 또, 노동에 대한 청소년들의 인식을 살펴보고 노동을 혐오하는 시선을 뛰어넘을 대안도 찾는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제보 부탁드립니다 서울신문은 10대 노동자들이 일하다가 겪는 갑질과 임금 미지급, 부당해고 등 부조리한 행태를 집중 취재하고 있습니다. 직접 당하셨거나 목격한 사례 등이 있다면 제보(dynamic@seoul.co.kr) 부탁드립니다. 제보해주신 분의 신원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집니다. 알려주신 내용은 끝까지 취재해 보도하겠습니다.
  • [단독] “숯불에 화상 입었는데 약 바르고 끝…산재는 얘기도 못 꺼내”

    [단독] “숯불에 화상 입었는데 약 바르고 끝…산재는 얘기도 못 꺼내”

    10대 산재 사고자의 69%가 비정규직 음식·숙박업 몰려… 배달사고 등 잦아 ‘교촌치킨’ 210건으로 사업장별 최다 근로공단 “사장 동의 없이도 산재 처리”“사장이 ‘2만원 줄 테니까 그냥 약 바르라’고 하더라구요.”대구의 한 고깃집에서 일하는 최연우(17·가명)군은 지난달 숯을 옮기던 중 떨어뜨려 팔과 다리에 2도 화상을 입고 손등이 찢어졌다. 당황하고 있으니 사장이 지폐를 줘 동네 약국에서 약을 사 발랐다. 최군은 나중에야 ‘산업재해로 신청하면 보상받을 수 있다’는 얘기를 주변에서 전해 들었다. 그는 “산재 처리가 되는 줄 꿈에도 몰랐다”면서 “화상 흉터가 평생 갈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최군처럼 음식점과 공장, 예식장, 미용실 등에서 일하다 다치는 청소년 노동자들이 적지 않다. 서울신문이 21일 이정미 정의당 의원실과 함께 최근 3년간 정부에 접수된 산재 신청 승인건을 전부 분석해 보니 매년 1000여명(3년간 3025명)의 청소년(19세 미만)이 노동 현장에서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현실에선 훨씬 많은 10대 노동자들이 다치고도 권리를 모르거나 사장의 만류 탓에 제대로 된 치료·보상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눈에 띄는 건 ‘위험의 외주화’다. 힘들고 위험한 일을 고용 지위가 불안한 노동자에게 떠넘기는 풍경은 10대 노동시장에서도 똑같이 나타났다. 업무 중 사고로 산재 승인을 받은 19세 미만 노동자를 전수 분석(고용 형태가 미분류된 19건 제외)해 보니 산재 사고자의 68.7%(2078건)가 비정규직으로 나타났다. 뷔페식당에서 일하다 지난해 9월 왼쪽 손에 2도 화상을 입은 김모(17)군이나 지난해 11월 치킨집에서 배달 일을 하다 두개골이 골절된 백모(18)군 모두 비정규직이었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은 “음식점이나 술집, 프랜차이즈 업체 일자리는 주로 대학생들이 차지하면서 10대들은 주말 웨딩홀, 전단지 배포 등 일용직이나 배달대행 등 플랫폼노동(스마트폰 앱 등을 매개로 제공하는 노무)을 한다”며 “산재 처리가 불가능한 특수고용 신분이 많다”고 말했다.업종별로는 음식·숙박업이 전체의 60.7%(1836명)로 가장 많았다. 이어 퀵서비스업(7.2%·218명), 도소매·소비자용품수리업(4.5%·135명), 육상화물취급업(1.8%·53명) 순이었다. 음식·숙박업에서는 10대 노동자들이 주로 조리 과정에서 화상을 입거나 서빙을 하다 뼈가 부러졌다. 음식·숙박업으로 분류된 치킨이나 피자, 중화요리 음식점에서 배달을 하다 사고를 당하는 10대도 많았다. 사업장별로는 배달 중심의 치킨업체가 많았다. 교촌치킨에서 일하다 다친 사례가 210건(프랜차이즈 업장 산재 포함)으로 최다였고 이랜드 외식사업부(72건), 굽네치킨(63건), 네네치킨(52건), BHC치킨(44건), 도미노피자(37건) 순이었다. 단일 사업장으로는 패밀리레스토랑 애슐리 등을 운영하는 이랜드 외식사업부에서 10대 산재가 가장 많았다. 교촌치킨 측은 “배달 건수가 많다 보니 다치는 일도 많은 것 같다”면서 “배달원들은 본사가 아닌 가맹점 소속이지만 산재보험을 들도록 권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해 7월 법령을 개정해 5명 미만의 농·임(벌목업 제외)·어업 외 모든 사업에 대해 산재보험을 적용하기로 했다. 소규모 개인 공사의 일용노동자나 편의점에서 시간제 아르바이트로 일하는 노동자도 산재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여전히 산재 얘기를 꺼내기 어렵다. 근로복지공단 관계자는 “사장의 동의 없이도 근로복지공단으로 접수하면 산재 처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해당 사업장이 산재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다면 사업주에게는 납부했어야 하는 보험료의 최대 5배까지 징수액이 부과되고 노동자는 가입 여부와 상관없이 산재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제보 부탁드립니다 서울신문은 10대 아르바이트 노동자나 현장 연수하는 특성화고 학생 등이 일하다가 겪는 갑질과 임금 미지급, 부당해고 등 부조리한 행태를 집중 취재하고 있습니다. 직접 당하셨거나 목격한 사례 등이 있다면 제보(dynamic@seoul.co.kr) 부탁드립니다. 제보해주신 분의 신원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집니다. 알려주신 내용은 끝까지 취재해 보도하겠습니다.
  • [단독] 10대 ‘티슈 노동자’ 밑바닥 청춘

    [단독] 10대 ‘티슈 노동자’ 밑바닥 청춘

    알바 청소년 절반 임금체불·욕설 등 피해…노동인권 사각지대에10대도 건물주를 꿈꾸는 나라에서 노동의 가치를 말하는 건 민망한 일이 됐다. 아이들은 경험을 통해 노동의 비루함을 배운다. 전국 20만 4000명의 청소년이 아르바이트 등의 형태로 일(만 15세 이상 19세 미만·지난 3월 기준)하고 있지만 일부 업주들에겐 뽑아 쓰고 버리면 그뿐인 만만한 존재다. 10대 스스로 “티슈 같은 인생”이라고 자조하는 이유다. 서울신문은 ‘10대 노동 리포트: 나는 티슈 노동자입니다’ 시리즈를 격일로 연재한다. 공장과 음식점, 거리에서 일하는 10대 노동자가 일상적으로 겪는 노동권 침해를 고발한다. 또 노동에 대한 청소년들의 인식을 살펴보고 노동을 혐오하는 시선을 뛰어넘을 대안도 찾는다. 첫 회에서는 청소년 노동자들이 일하는 현장의 살벌한 광경을 살펴봤다.매일 2.7명, 한 해 1000여명의 10대 노동자가 일터에서 다친다. 서울신문이 21일 이정미 정의당 의원실과 함께 정부 공식 문서를 분석해 발견한 청소년 노동 현장의 살풍경이다. 분석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2016~2018년)간 업무 중 사고를 당해 산재 승인을 받은 19세 미만 노동자는 3025명이었다. 산재를 당한 10대들의 68.7%는 비정규직이었고, 업종별로는 음식·숙박업(1836명·60.7%)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나마 제도를 알아 공식 보상받은 10대의 수만 이 정도다. 현실에서는 몇 배 많은 청소년들이 일하다 다치고도 제대로 된 보상조차 받지 못할 것으로 추정된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산재 중 21~42%가량이 은폐된다. 온갖 위법 행위와 갑질을 겪은 10대 노동자는 더 흔하다. 서울신문이 입수한 서울교육청의 ‘노동인권 실태조사’에 따르면 시내 중·고교생의 15.9%는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으며, 알바를 한 적이 있는 청소년의 절반(47.8%)은 노동인권을 침해당했다. 37.1%는 근로계약서조차 쓰지 않았고, 임금 체불(15.1%), 최저임금 미만의 임금 지급(12.4%), 초과근무수당 미지급(16.1%), 주휴수당 미지급(13.4%), 손님으로부터 욕설 및 폭언(17.9%) 등을 겪은 것으로 조사됐다. 10대들이 가장 많이 일하는 업종은 뷔페·웨딩홀 안내·서빙(46.4%), 음식점·패스트푸드점(41.0%), 전단지 돌리기(24.8%)였다. 편의점, 음식점, 주유소 등이 청소년 노동자의 전통적 일자리였지만 고용난 탓에 이마저도 20대와 중장년 알바생에게 빼앗겼고, 더 열악한 임금과 노동조건의 일터로 밀려났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은 “웨딩홀 뷔페나 배달 대행업체 등에서 10대를 개인사업자 형태로 고용하는 꼼수도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청소년을 ‘유령 노동자’로 고용해 보호법령이나 제도를 교묘히 피하려는 것이다. 10대 노동자를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은 달갑지 않다. ‘공부해야지 무슨 알바냐’, ‘자리 주는 것만으로 감지덕지해야지’라는 인식은 청년 노동자들을 착취와 위험으로 몰아넣는다. 이원희 노무사는 “10대들이 주로 일하는 소규모(5인 미만) 사업장은 근로기준법도 일부만 적용된다”고 말했다. 송하민 청소년유니온 위원장은 “10대들은 ‘근로 계약서 쓰고, 최저임금만 줘도 꿈의 일자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제보 부탁드립니다서울신문은 10대 노동자들이 일하다가 겪는 갑질과 임금 미지급, 부당해고 등 부조리한 행태를 집중 취재하고 있습니다. 직접 당하셨거나 목격한 사례 등이 있다면 제보(dynamic@seoul.co.kr) 부탁드립니다. 제보해주신 분의 신원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집니다. 알려주신 내용은 끝까지 취재해 보도하겠습니다.
  • 일회용으로 쓰고 버린 어른들… 아들은 고작 열여덟이었습니다

    일회용으로 쓰고 버린 어른들… 아들은 고작 열여덟이었습니다

    특성화고 다니던 아이 잃은 두 아버지두 아버지가 있다. 50대 가장인 둘은 세상의 전부 같던 고교생 아들을 하루아침에 잃었다. 특성화고에 다니던 아들들은 각각 생수 공장과 뷔페식 식당에서 일하다 숨졌다. 두 아버지는 “막을 수 있는 사고였다”고 믿으며 지켜 주지 못한 자신의 무능을 탓한다. 해마다 2만~3만명의 특성화고 학생들이 현장실습 명목으로 사업장에 투입된다. 10대 노동자를 부품 취급하는 현장의 둔감함이 변하지 않는다면 언제든 반복될 비극이다. 아들을 먼저 보낸 아버지는 자책하며 수개월째 같은 질문을 던져 본다. 제대로 교육을 받았다면 사고를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회사 사장이나 동료, 상사, 교사 중 한 명이라도 ‘이건 학생이 할 일이 아니야’라고 말했다면 어땠을까. 집안 형편이 넉넉해 ‘장학금 준다’는 말에 특성화고 입학을 덜컥 결정하지 않아도 됐다면 아이는 죽지 않았을까. 지난 15일 제주도 양지공원 제2추모관 116실. 이상영(56)씨는 아들 민호군의 사진을 한 번 보고, 땅을 한 번 보고, 허공을 바라보다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직도 믿을 수가 없다”고 했다. 민호는 현장실습생으로 생수 공장에서 일하다 적재기계 벨트에 끼여 목숨을 잃었다. 2017년 11월, 고3인 18살 때 일이다. 민호군이 봉안된 자리에는 민호군 친척 형이 놓아둔 꿀물 음료 한 병이 있었다. 냉장고에 가득 넣어 두면 하루도 안 지나 없어질 정도로, 민호는 이 음료를 좋아했다. 아들을 위해 냉장고에 음료를 채우던 아버지의 즐거움은 사라졌다. 이씨는 “아이가 먼저 갔는데 무슨 기쁨이나 희망이 있겠느냐”고 했다. 광주지방고용노동청은 사고 이후 민호군이 일했던 업체를 특별감독했다. 근로기준법 등 위반 사안 680건이 적발됐다. 이 업체에는 민호군을 포함해 현장실습생 6명이 일했다. 민호군은 어른들도 위험해서 피하는 기계를 홀로 다루다 목숨을 잃었다. 이씨는 “옆구리를 기계 쇠기둥에 찍히는 등 사망 전 이미 2번이나 사고를 당했다”며 “당시 공장장에게 ‘한 사람만 더 붙여 달라’고 말했지만 회사 측은 ‘걱정하지 말라’며 계속 혼자 근무시켰다”고 말했다. 경험이 가장 없는 현장 실습생에게 사업장 안에서 가장 위험한 일을 맡겨 놓은 것이다. 업체와 맺은 ‘현장실습 표준협약서’는 허울뿐이었다. 문서상 실습 시간을 하루 7시간 이내로 제한했지만 실제로는 10시간 넘게 일했다. 이씨는 “협약서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휴지조각에 불과했다”고 말했다.김용만(58)씨도 2016년 5월 특성화고에 다녔던 아들을 잃었다. 지난 9일 경기 안양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씨는 약부터 챙겨 먹었다. 김씨는 아들 동균군이 떠난 뒤 우울증 약을 복용한다. 그는 “차라리 내 팔이 하나 잘렸으면 좋겠다”고 했다. 자식 잃은 고통에 비할 바가 아니기 때문이다. 컴퓨터를 전공한 동균군은 2015년 12월 프랜차이즈 식당으로 현장실습을 나갔다. 아버지는 아이를 함부로 부리는 상황에 대해 들은 뒤 좌절했다. 동균군은 이곳에서 ‘오전 마감 벌칙’을 자주 섰다. 김씨는 “오전 11시 출근인데 2시간 일찍 출근해 재료 준비를 해야 했고 퇴근하고 집에 오면 자정 무렵이었다”고 말했다. 현장실습 표준협약서는 이곳에서도 무용지물이었다. 동균군은 무엇이 불법인지조차 몰랐다. 다섯 달 동안 아이의 몸무게는 70㎏에서 45㎏으로 줄었다. 2016년 5월 경찰로부터 전화가 왔다. “경기 광주시에서 아드님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했다. 유서도 없었다. 김씨는 이유를 알기 위해 친구들을 만났다. 사내 벌칙 탓에 고통받았고, 현장실습을 그만두고 학교로 돌아가면 ‘그것도 못 참느냐’라는 비아냥과 꾸중을 들을까 봐 걱정했다는 것을 그제야 알았다. 동균군의 장례식장에는 학교 관계자 누구도 오지 않았다. 김씨는 부당한 노동시간과 업무지시, 괴롭힘, 욕설, 폭언 등을 학생들이 거부할 수 있도록 제대로 된 노동교육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직업계고에서는 노동·인권 교육이 필수 교육과목으로 들어가야 한다”며 “현장에서 부딪히는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진짜 교육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씨와 이씨는 올해 초부터 현장실습생 유가족 모임을 만들어 활동하고 있다. 유가족 모임은 오는 25일 광주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와 함께 간담회를 열고 현장실습 제도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인터뷰를 마칠 때쯤 아버지 김씨가 남긴 바람은 단 하나였다. “평생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 부모들이 더이상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글 사진 제주·안양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제보 부탁드립니다서울신문은 10대 노동자들이 일하다가 겪는 갑질과 임금 미지급, 부당해고 등 부조리한 행태를 집중 취재하고 있습니다. 직접 당하셨거나 목격한 사례 등이 있다면 제보(dynamic@seoul.co.kr) 부탁드립니다. 제보해주신 분의 신원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집니다. 알려주신 내용은 끝까지 취재해 보도하겠습니다.
  • 최저임금?주휴수당?휴게시간?… 세상에 나쁜 사장님은 많다

    최저임금?주휴수당?휴게시간?… 세상에 나쁜 사장님은 많다

    10대 알바생 5명 관찰기국내 구직시장은 ‘전쟁터’다. 그만큼 살벌하다는 얘기다. 치열한 각축장에서 10대만큼 만만한 존재도 없다. 서울교육청·여성가족부 등의 조사를 보면 10대 청소년 10명 중 2명은 아르바이트를 하고, 이 중 30% 이상은 임금체불, 산업재해, 저임금 등 노동권을 침해받는다. 노동하는 10대가 맞닥뜨린 현실은 정말 시궁창일까. 서울신문은 직접 확인하고자 현재 일하고 있거나 일자리를 구하는 10대 5명과 협업해 이들의 일상을 관찰, 기록했다. 기간은 3월 28일부터 4월 18일까지 3주간이다. 또 노동 전문가 3명에게서 이들이 인지하지 못한 채 겪은 부조리는 없었는지 분석했다. 현실은 어땠을까. 일지 형식으로 재구성했다.#김현우 - 공부 포기했어?… 도돌이표 같은 질문 3월 28일 “왜 여기서 고기를 굽고 있어. 공부는 포기했어?” 반주를 걸친 손님이 도돌이표 같은 질문을 또 던졌다. 처음엔 화가 났지만 이젠 그러려니 한다. 경북 구미에 사는 김현우(18·가명)군은 학교를 마치면 곧장 가게로 향했다. 인문계고에 다니는 현우가 알바를 시작한 건 애견미용학원 비용을 보태기 위해서다. 하교 시간은 오후 6시. 가게까지 걸어서 20분 정도 걸리는 터라 숨 돌릴 틈도 없다. 같은 시간 친구들 대부분은 학원으로 향한다. 가게에 도착해 손님 수대로 반찬을 세팅하고, 쉴 새 없이 그릇을 나르다 보면 퇴근시간이다. 월요일부터 금요일, 오후 6시 30분부터 10시 30분까지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다.<전문가 조언①> 3월 29일 ‘금요일이 없어졌으면 좋겠다.’ 현우는 속으로 생각했다. 평소보다 두 배는 많은 손님이 몰리기에 사장님은 웃지만, 알바생에겐 마(魔)의 요일이다. 그래도 이 고깃집 업주는 자애로운 편이다. 금요일엔 현우보다 한 살 어린 알바생을 1명 더 쓴다. 10개 남짓한 테이블을 치우고, 반찬을 담고, 고기 자르는 손놀림이 빨라진다. 다음주 월요일까지 내야 하는 학교 수행평가 따윈 생각할 틈이 없다. 근로계약서도 쓰고, 시급 8350원에 주휴수당까지 꼬박꼬박 챙겨 주는 이만한 알바 자리는 찾기 어렵다.② 주말마다 웨딩홀 뷔페를 다시 전전하긴 싫다. #이기문 - 80군데 연락해 어렵게 구한 주말 알바 3월 31일 광주에 사는 이기문(18·가명)군은 오전 10시 출근해 세숫대야만 한 기름통 3개에 튀김용 기름을 가득 채웠다. 대안학교에 다니는 기문이는 여행 자금을 모을 목적으로 주말마다 아르바이트를 한다. 오전 11시가 되자 팔 토시를 끼고, 얼굴에는 기름이 튈까 봐 알로에크림을 바른 채 기름통에 냉동 돈가스 135개를 넣고 튀겼다. 이곳에 오기 전 기문이는 80군데 넘는 가게에 연락을 돌려야 했다. 어렵게 구한 알바 자리다. 석 달간 정들었던 이곳도 오늘이 마지막이다. 매주 토·일요일마다 하루 7시간씩 근무하기로 하고 일을 시작했지만, 손님이 줄면서 지금은 하루 4시간 일한다. #박지연 - 주휴수당 안 주려고 퇴근시간 꼼수 4월 1일 광주의 한 국숫집에서 일하는 박지연(16·가명)양은 월급을 받아들고는 한참을 생각했다. 지난 2주간 일한 시간과 시급을 곱해보니 몇만원이 비었다. 한참을 고민하다 용기 내 “월급을 좀 덜 주신 것 같아요”라고 물었다. 사장은 “수습기간이라 처음 한 달은 시급 8000원이야”라고 대수롭지 않은 듯 말했다.③ 4월 2일 ‘망하지 않을 만큼만 장사가 됐으면 좋겠다.’ 학교를 마치고 오후 6시 가게로 출근한 지연이는 고되게 일하다 이 생각이 들었다. 장사가 잘되든, 안 되든 통장에 꽂히는 최저임금 수준 급여는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그는 이 식당의 전천후 일꾼이다. 반찬을 내어 가고, 주문받고 나서 그 내역을 포스기에 입력하고, 주방에 알린다. 덮밥 주문이면 밥을 퍼서 주방으로 전달하고, 덮밥 위 재료가 완성된 뒤에는 깨나 김가루 토핑을 뿌려 손님 상으로 가져가는 것도 지연이의 몫이다. 손님이 식사를 마치면 테이블도 치운다. 4월 4일 ‘주휴수당은 받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지연이는 “저는 그거 자격이 안 돼요”라고 했다. 지연이는 일을 시작한 지 일주일이 지나서야 근로계약서를 썼다. 근로계약서에는 퇴근시간이 오후 8시 30분~9시라고 돼 있다. 공식마감이 오후 8시 30분이고 뒷정리를 하면 9시쯤 끝나는데 사장은 지연이를 오후 8시 40분쯤에 보낼 때도 있다. 지연이는 “3시간씩 5일 일하면 주 15시간이 되기 때문에 사장이 일주일 1~2일은 일찍 보내려 한다”고 했다. 10~15분씩 더 일해도 출퇴근카드에 적혀 있는 퇴근시간은 8시 30분이다.④ 4월 5일 지난 주말 돈가스 가게를 그만둔 기문이는 일주일째 알바 사이트를 뒤지고 있다. “저희는 시급 6000원이에요. 그 이상은 못줘요.” 그나마 시급이라도 알려주는 이 편의점은 친절한 편이다. 공고에 ‘시급은 협의’라고 써 놓고는 막상 전화하면 협의가 아니라 통보하는 가게가 적지 않다.⑤ “이번 가게에서는 밥 먹는 시간을 30분 정도는 줬으면 좋겠어요.” 기문이가 내건 다음 알바의 조건에 주변 친구들은 “눈이 너무 높다”고 말했다.⑥ #김원우 - 용역업체 수수료 떼면 최저임금 안돼 4월 7일 김원우(18·가명)군은 지난 주말부터 일주일째 20군데 넘는 가게에 문자를 보냈다. 1년 전 학교를 그만둔 원우는 알바로 월세와 생활비를 충당해야 하기 때문에 그동안 웨딩홀 뷔페, 전단지, 택배 상하차 등 웬만한 아르바이트는 모두 섭렵했다. 원우는 “하루 8시간 일할 수 있고, 딱 최저임금만 받으면 된다”고 했다. 원우는 하루짜리 알바라도 하려고 웨딩홀 뷔페 알바 용역업체 사이트에 신청서를 냈다. 4월 9일 전날 밤늦게 용역업체에서 ‘4월 9일 오전 10시까지 OO호텔로 올 것’이라는 문자를 받았다. 오전 10시에 호텔에 도착하니 뷔페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지부터 묻는다. 원우는 “몇 번 일한 적이 있다”고 했고, 곧장 유니폼을 입고 연회장에서 식기와 냅킨을 테이블 위에 놓는 일을 시작했다. 정오부터 오후 3시까지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연회장 음식을 서빙하고, 다시 빈 그릇을 수거한다. 길었던 행사가 끝나니 다시 이전의 연회장 모습으로 되돌리는 작업이 시작됐다. 오후 6시 30분. 예정됐던 시간보다 30분이 초과됐지만, 일당은 8시간만 계산된다. 손목이 저리고, 발바닥은 불이 난 듯 화끈거리지만, 이 정도면 꽤 괜찮은 알바다. 시급 9000원짜리는 흔치 않다. #최보연 - 주유소 출근 3일간은 한 푼도 못 받아 4월 11일 최보연(17·가명)군이 8개월 넘게 일한 주유소를 그만둔지는 한 달 정도 지났다. 보연이는 일하던 주유소 사장을 노동청에 신고할지를 두고 고민하고 있다. 보연이는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하루 5시간씩 일했지만, 주휴수당을 받지 못했다. 또 첫 출근날부터 3일간은 아예 돈을 한 푼도 받지 못했다. 교육과 실습이라는 명목에서다.⑦ 4월 12일 보연이는 올해 초 학교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다가 주휴수당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주휴수당 말을 꺼내면 잘릴까 봐 사장에게 당장 말을 하지는 못했다. 받아야 할 것을 받지 못해 아까웠다. 일을 그만두고 최근 주유소 사장에게 문자를 보냈지만, 사장은 “네가 이해해 줬으면 좋겠다”는 답장만 보내고, 연락이 없다. 신고를 하자니 절차가 복잡할까 두렵다. 당연히 근로계약서는 쓰지 않았다. 4월 13일 원우는 운 좋게도 웨딩홀 뷔페 알바를 다시 구했다. 하는 일은 이전과 큰 차이가 없지만, 예식장 뷔페는 일반 행사 때와 달리 날라야 하는 접시가 압도적으로 많다. 오전 9시 출근해 모두 4번의 예식을 치르고 나면 어느덧 오후 6시다. 400석 규모의 뷔페에서 7명이 일했는데, 이 정도면 알바생을 꽤 많이 쓴 편이다. 일당은 최저임금에 딱 맞춘 6만 6800원. 여기서 용역업체가 2300원(임금의 3.3%)을 수수료로 떼고 원우에게는 6만 4500원이 입금된다. 결과적으로 최저임금도 받지 못한 셈이다. 4월 15일 원우는 여전히 구직 중이다. 몇 군데에서 연락이 왔지만 조건이 맞지 않았다. ‘수습 3개월간 시급의 90%만 지급’, ‘학생은 시급 7500원’ 등 대부분 10대라는 이유로 돈을 적게 주는 경우가 많았다. 원우는 “프랜차이즈 가맹점에서 일하고 싶다”고 했다. 프랜차이즈 가맹점은 근로계약서를 쓰고, 최저임금을 준다. 동네 작은 규모의 가게는 ‘근로계약서’라는 단어조차 꺼낼 수 없다. 하지만 프랜차이즈 알바 자리는 대학생들의 몫이 된 지 오래다. 그래서 원우는 하루라도 빨리 스무 살이 되고 싶다. 시급은 큰 차이가 없지만, 술집이나 호프집에서도 일할 수 있게 되면 야간에도 일할 수 있고, 알바 선택의 폭도 넓어진다. 4월 18일 지난 3주간 원우는 웨딩홀 뷔페 등 하루짜리 알바만 3번 했다.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일자리는 결국 구하지 못했다. 수습기간 한 달이 지난 지연이는 이제 최저임금을 받는다. 기문이는 30곳 넘게 전화를 돌린 끝에 이틀 전 면접을 보고 이날부터 피자집에서 일을 시작했다. 이번 피자집은 최저임금을 준다고 한다. 보연이는 노동청에 사장을 신고했다. 노동청 공무원이 불러서 나갔는데 사장도 나와 있었다고 한다. 보연이는 “사장을 직접 마주해야 해서 당황했다”며 “돈을 일부 돌려받았지만 사장과 분리해 조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우는 평소처럼 일을 한 뒤 업주와 회식을 했다. 현우는 “최저임금도, 근로계약서를 쓰는 것도 지금 사장님이 말해 줘 알게 됐다”면서 “세상에 나쁜 사장님만 있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어떻게 관찰했나 서울신문은 성인인 기자가 직접 체험할 수 없는 청소년 주요 구직 업종의 노동 실태를 취재하기 위해 기사에 등장하는 10대 5명(고교생 3명·학교 밖 청소년 2명)과 협업했다. 10대 섭외에는 특성화고연합회, 청소년 유니온, 특성화고노동조합, 알바노조, 청소년인권복지센터 내일, 하자센터, 즐거운교육상상 등 청소년 단체와 각 지역의 청소년노동인권센터, 교육청, 서울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등의 도움을 받았다. 10대 노동자 5명이 매일 업무 전후 전화와 메신저, 페이스북 메시지 등을 통해 전해 주는 업무 일지를 토대로 현실을 파악했다. 정리된 일지를 토대로 노동 전문가 3명(송태수 한국기술교육대 고용노동연수원 교수,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 이원희 노무사)에게 위법성 여부 등을 자문받았다. 아직도 노동현장에 있는 10대들에게 불이익이 갈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해 모두 익명 표기했다. ●제보 부탁드립니다서울신문은 10대 노동자들이 일하다가 겪는 갑질과 임금 미지급, 부당해고 등 부조리한 행태를 집중 취재하고 있습니다. 직접 당하셨거나 목격한 사례 등이 있다면 제보(dynamic@seoul.co.kr) 부탁드립니다. 제보해주신 분의 신원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집니다. 알려주신 내용은 끝까지 취재해 보도하겠습니다.
  • 일회용으로 쓰고 버린 어른들… 아들은 고작 열여덟이었습니다

    일회용으로 쓰고 버린 어른들… 아들은 고작 열여덟이었습니다

    특성화고 다니던 아이 잃은 두 아버지두 아버지가 있다. 50대 가장인 둘은 세상의 전부 같던 고교생 아들을 하루아침에 잃었다. 특성화고에 다니던 아들들은 각각 생수 공장과 뷔페식 식당에서 일하다 숨졌다. 두 아버지는 “막을 수 있는 사고였다”고 믿으며 지켜 주지 못한 자신의 무능을 탓한다. 해마다 2만~3만명의 특성화고 학생들이 현장실습 명목으로 사업장에 투입된다. 10대 노동자를 부품 취급하는 현장의 둔감함이 변하지 않는다면 언제든 반복될 비극이다. 아들을 먼저 보낸 아버지는 자책하며 수개월째 같은 질문을 던져 본다. 제대로 교육을 받았다면 사고를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회사 사장이나 동료, 상사, 교사 중 한 명이라도 ‘이건 학생이 할 일이 아니야’라고 말했다면 어땠을까. 집안 형편이 넉넉해 ‘장학금 준다’는 말에 특성화고 입학을 덜컥 결정하지 않아도 됐다면 아이는 죽지 않았을까. 지난 15일 제주도 양지공원 제2추모관 116실. 이상영(56)씨는 아들 민호군의 사진을 한 번 보고, 땅을 한 번 보고, 허공을 바라보다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직도 믿을 수가 없다”고 했다. 민호는 현장실습생으로 생수 공장에서 일하다 적재기계 벨트에 끼여 목숨을 잃었다. 2017년 11월, 고3인 18살 때 일이다. 민호군이 봉안된 자리에는 민호군 친척 형이 놓아둔 꿀물 음료 한 병이 있었다. 냉장고에 가득 넣어 두면 하루도 안 지나 없어질 정도로, 민호는 이 음료를 좋아했다. 아들을 위해 냉장고에 음료를 채우던 아버지의 즐거움은 사라졌다. 이씨는 “아이가 먼저 갔는데 무슨 기쁨이나 희망이 있겠느냐”고 했다. 광주지방고용노동청은 사고 이후 민호군이 일했던 업체를 특별감독했다. 근로기준법 등 위반 사안 680건이 적발됐다. 이 업체에는 민호군을 포함해 현장실습생 6명이 일했다. 민호군은 어른들도 위험해서 피하는 기계를 홀로 다루다 목숨을 잃었다. 이씨는 “옆구리를 기계 쇠기둥에 찍히는 등 사망 전 이미 2번이나 사고를 당했다”며 “당시 공장장에게 ‘한 사람만 더 붙여 달라’고 말했지만 회사 측은 ‘걱정하지 말라’며 계속 혼자 근무시켰다”고 말했다. 경험이 가장 없는 현장 실습생에게 사업장 안에서 가장 위험한 일을 맡겨 놓은 것이다. 업체와 맺은 ‘현장실습 표준협약서’는 허울뿐이었다. 문서상 실습 시간을 하루 7시간 이내로 제한했지만 실제로는 10시간 넘게 일했다. 이씨는 “협약서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휴지조각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김용만(58)씨도 2016년 5월 특성화고에 다녔던 아들을 잃었다. 지난 9일 경기 안양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씨는 약부터 챙겨 먹었다. 김씨는 아들 동균군이 떠난 뒤 우울증 약을 복용한다. 그는 “차라리 내 팔이 하나 잘렸으면 좋겠다”고 했다. 자식 잃은 고통에 비할 바가 아니기 때문이다. 컴퓨터를 전공한 동균군은 2015년 12월 프랜차이즈 식당으로 현장실습을 나갔다. 아버지는 아이를 함부로 부리는 상황에 대해 들은 뒤 좌절했다. 동균군은 이곳에서 ‘오전 마감 벌칙’을 자주 섰다. 김씨는 “오전 11시 출근인데 2시간 일찍 출근해 재료 준비를 해야 했고 퇴근하고 집에 오면 자정 무렵이었다”고 말했다. 현장실습 표준협약서는 이곳에서도 무용지물이었다. 동균군은 무엇이 불법인지조차 몰랐다. 다섯 달 동안 아이의 몸무게는 70㎏에서 45㎏으로 줄었다. 2016년 5월 경찰로부터 전화가 왔다. “경기 광주시에서 아드님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했다. 유서도 없었다. 김씨는 이유를 알기 위해 친구들을 만났다. 사내 벌칙 탓에 고통받았고, 현장실습을 그만두고 학교로 돌아가면 ‘그것도 못 참느냐’라는 비아냥과 꾸중을 들을까 봐 걱정했다는 것을 그제야 알았다. 동균군의 장례식장에는 학교 관계자 누구도 오지 않았다. 김씨는 부당한 노동시간과 업무지시, 괴롭힘, 욕설, 폭언 등을 학생들이 거부할 수 있도록 제대로 된 노동교육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직업계고에서는 노동·인권 교육이 필수 교육과목으로 들어가야 한다”며 “현장에서 부딪히는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진짜 교육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씨와 이씨는 올해 초부터 현장실습생 유가족 모임을 만들어 활동하고 있다. 유가족 모임은 오는 25일 광주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와 함께 간담회를 열고 현장실습 제도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인터뷰를 마칠 때쯤 아버지 김씨가 남긴 바람은 단 하나였다. “평생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 부모들이 더이상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글 사진 제주·안양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제보 부탁드립니다서울신문은 10대 노동자들이 일하다가 겪는 갑질과 임금 미지급, 부당해고 등 부조리한 행태를 집중 취재하고 있습니다. 직접 당하셨거나 목격한 사례 등이 있다면 제보(dynamic@seoul.co.kr) 부탁드립니다. 제보해주신 분의 신원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집니다. 알려주신 내용은 끝까지 취재해 보도하겠습니다.
  • 노조가 총무원장 고소…이번엔 조계종 노사갈등

    노조가 총무원장 고소…이번엔 조계종 노사갈등

    ‘노조가 총무원장을 고소하다니 어이가 없다’, ‘불교 종단도 이제 노사 관계를 정립해야’…. 요즘 조계종 총무원 언저리에서 흔한 대치의 말들이다. 일반인들은 불교 종단 노조며 총무원장 고소 소식에 고개를 갸우뚱할 터. 하지만 조계종단 초유의 노사관련 소송인 데다 그 중심에 총무원장이 있다는 점에서 사태가 복잡하게 확산되고 있어 주목된다. 사태는 민주노총 조계종지부(조계종노조)가 지난달 19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구제신청을 제기한 게 발단이다. 사용자 명의를 조계종 총무원장으로 명기해 사실상 조계종 총무원장을 고소한 것이다. 조계종노조가 요구한 안은 ▲부당노동행위를 즉시 중단하고 노동조합 교섭 요구 사실 공고문을 부착하고 단체교섭을 시행할 것 ▲노동조합 게시물을 반복적으로 삭제하는 행위를 근절할 것 ▲게시물 임의 삭제에 대한 재발 방지를 약속하는 공고문과 사건 판정문을 게시할 것 등이다.이에 따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해당 행위 불이행에 대한 답변서를 구제신청 10일 이내인 지난달 28일까지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부당노동행위에 해당,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총무원 측은 2일 “답변서 제출시한을 5일까지 연기해 줄 것을 요청해 현재 답변서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조계종노조는 총무원장 거취를 둘러싼 분규가 한참 확산되던 지난해 9월 창립한 단체로 현재 중앙종무기관과 산하기관 종무원 40여명이 가입해 있다. 전체 종무원들의 약 10%에 해당한다. 이와 관련, 총무원의 한 종무원은 “조계종노조가 이미 활동 중인 종무원조합과 별도로 독자 행동에 나서 소수의 노조와 대다수 종무원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밝혔다. 특히 노동권 등 사회문제에 중재자로 나서야 할 총무원장이 갈등의 중심에 서는 것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총무원의 다른 종무원은 “사태가 더 악화되기 전에 교역직 스님들과 노조, 대다수 재가종무원들이 동참하고 있는 종무원조합이 한발씩 양보해 대화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조계종노조 심원섭 위원장은 “지난해 9월 노조 설립 이후 노조에 대한 종단의 비공식적 대화는 있어 왔지만 공식적 응대는 일절 없는 상태였다”며 “구제신청은 형사고발보다는 대화를 통해 해결해 나가는 절차인 만큼 재가종무원의 노동권을 인정하고 지켜 달라는 호소로 봐 달라”고 귀띔했다. 사태가 확산되면서 지난달 28일 열린 조계종 중앙종회 임시회에서도 이와 관련한 열띤 논쟁이 벌어졌다. 종회 참석자들에 따르면 종회 의원들은 ‘사회의 다른 사업장과 달리 불교 종단은 불자들의 시주금으로 운영되는 특수한 곳인 만큼 엄정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과 ‘노동권 문제는 거스를 수 없는 기본권인 만큼 열린 마음으로 수용하자’는 의견이 엇갈렸다. 특히 일부 종회 의원은 직장폐쇄와 분담금 납부 거부까지 거론한 것으로 전해져 조계종 총무원의 대응이 주목된다. 이와 관련해 기획실장 오심 스님은 “불교종단과 그 수장인 총무원장은 사회의 일반 사업장, 사업주와는 다른 특수성을 갖는 만큼 현재로선 노조의 행동에 거부감을 갖는 구성원이 많은 게 사실”이라며 “노조와 기존 종무원조합, 교역직 스님들이 원만한 타협점을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생각나눔] “공무원노조법 폐지” “안 돼” 불붙은 논쟁

    [생각나눔] “공무원노조법 폐지” “안 돼” 불붙은 논쟁

    정부 “특수성 감안 완전 폐지는 어렵다” 文정부·與 개정안에 노조는 “기대 이하”공무원의 노동조합 활동 범위를 규정한 ‘공무원노조법’을 둘러싼 논쟁에 불이 붙었다. 공무원노조는 이 법을 폐지해 공무원도 일반 노동자처럼 노동3권(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을 보장해 줄 것을 요구한다. 하지만 정부는 공무원의 특수성을 감안해 완전한 폐지는 어렵다고 맞서고 있다.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공노총)은 2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무원의 노조 활동을 제약하는 공무원노조법을 폐지하고 일반 노동조합법과 일원화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기자회견을 주최한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도 “공무원의 노동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공무원노조법을 폐지하거나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무원노조법은 공무원에게 노조 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노무현 정부 시절 제정됐다. 공무원노조가 정부와 공무원 복리후생 증진 등을 교섭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그러나 국가에서 보수를 받으며 국민에게 봉사하는 공무원에게 일반 노동자가 누릴 수 있는 파업권 등 단체행동권까지 보장하지는 않았다. 공무원이 파업이나 태업 등 정부의 정상 운영을 방해하면 최대 5년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공무원의 ‘노조할 권리’를 폭넓게 보장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대통령직속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가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해 공무원·교원노조법 내용을 들여다보고 있다. 경사노위 공익위원들은 지난해 말 공무원의 노조 가입 직급 제한(6급 이하)을 없애고 소방관도 노조 결성을 허용하는 내용이 담긴 공익위원안을 내놨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를 바탕으로 공무원노조법 개정안을 지난 2월 발의했다. 하지만 공노총은 “(한 의원의 개정안은) 내용상 형편없다”고 비판했다. 이연월 공노총 위원장은 “노동 존중 사회를 이행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이 공무원노조법을 단계적으로라도 개선해 줄 것으로 기대했지만 그러지 않았다”면서 “공무원노조를 식물화하는 공무원노조법을 완전히 폐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는 공무원의 노조 활동을 확대하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공무원노조법 자체를 없애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노동자의 노동3권은 헌법에 명시돼 있다. 하지만 헌법 제33조 2항에는 공무원인 근로자는 ‘법률이 정하는 자에 한해’ 단결권 등을 가진다고 돼 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ILO 기준에도 공무원의 노조 활동을 제한할 수 있는 규정이 있다”면서 “(공무원노조법은) 헌법에 따라 만들어진 것이고 공무원의 실무적 특수성도 분명한 만큼 완전한 폐지는 어렵다”고 밝혔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28년 묵힌 ILO협약… 비준 땐 해고 노동자 노조 활동 보장

    28년 묵힌 ILO협약… 비준 땐 해고 노동자 노조 활동 보장

    노동계 “조건 없이 신속하게 비준해야” 경영계 “노사 간 힘의 불균형 심화 우려” 경노사위, 새달 초까지 논의 연장키로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놓고 노사정의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조건 없는 비준을 주장하는 노동계와 비준 반대 입장인 경영계가 첨예하게 맞서는 가운데 올해까지 협약을 비준하겠다던 정부는 강 건너 불구경하는 모양새다.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시민사회단체는 28일 긴급공동행동을 구성하면서 “조건 없이 신속하게 협약을 비준해야 한다”고 밝혔다. 경총, 대한상의 등 경제 4단체는 “협약이 비준되면 노사 간 힘의 불균형이 심해진다”며 반대하고 있다. 이날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는 노사정 합의를 끌어내지 못하고 다음달 초까지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ILO 핵심협약은 탄력적 근로시간제와 함께 지난해부터 노사 관계의 최대 현안이었다. 한국 정부는 1991년 ILO에 가입했지만, 협약 비준을 뒤로 미뤘다. 아직 비준하지 않은 협약은 노동자들이 스스로 노동조합을 설립하고 가입해 단체교섭을 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고, 정치적 견해나 파업 참가 등을 이유로 한 강제노동을 금지하는 내용이다. 협약 내용은 기본적 노동권을 보장하는 것으로, 헌법에 명시된 노동3권(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과 큰 차이가 없다. 유럽연합(EU) 등은 한국이 199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할 때, 2006년과 2008년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국으로 출마할 때 등 고비마다 수차례 비준을 권고했으나, 우리 정부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공무원이나 해직자 단결권, 의무 군복무 등 노조법·공무원노조법·병역법 등이 협약 내용과 충돌한다는 이유에서다. 협약은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을 갖는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협약이 비준되면 특수고용노동자 등 약자들도 보호받을 수 있게 된다”면서 “28년간 미뤄오면서 노동인권 후진국이라는 꼬리표가 붙었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는 과거 정부와 달리 올해까지 협약 비준을 약속했다. 그러나 탄력근로제를 확대하면 비준하겠다는 식의 ‘빅딜’ 가능성이 나오며 초반부터 삐걱거렸다. 경영계는 “협약을 비준하면 노조 권한이 강화된다”며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를 처벌하는 제도를 폐지하고, 파업을 해도 사업장을 점거하는 것을 금지하는 한편 대체 근로를 인정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공익위원들은 경영계의 요구가 국제노동기준과 헌법상 노동3권 취지를 본질적으로 침해한다는 의견을 냈다. 노사정 합의 없는 공익위원 권고안이 국회로 넘어가면 협약 비준을 위한 관련 법 개정은 어려울 전망이다. 경사노위 노사관계제도·관행개선위원회 박수근 위원장은 “비준에 필요한 노동관계법 개정을 위한 노사 협의가 진행 중”이라며 “다음달 초까지 합의가 이뤄지도록 촉구하고 기다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경기도노동권익센터’ 개소...‘노동 존중받는 공정한 세상’ 첫 단추

    ‘경기도노동권익센터’ 개소...‘노동 존중받는 공정한 세상’ 첫 단추

    노동자의 권익 보호를 담당할 ‘경기도노동권익센터’가 22일 의정부시에 있는 경기도 북부청사 별관 3층에 문을 열고 업무를 시작했다. 이날 문을 연 ‘경기도노동권익센터’는 이재명 지사의 민선 7기 노동정책 비전인 ‘노동이 존중받는 공정한 세상’ 실현을 위한 핵심 공약사업 중 하나로, 도민들의 노동권 보호와 선도적 노동정책 발굴·확산을 위해 신설됐다. 경기도가 직접 운영하는 센터에는 센터장 1명과 직원 7명, 운영 지원 인력 2명 등 모두 10명이 근무한다. 센터는 앞으로 근로자 대상 노동교육, 노동법률 상담과 권리구제 컨설팅, 산업재해 근로자들의 신속한 보상 지원을 위한 상담, 체불임금 신고센터 운영, 노동권익 향상을 위한 상담 사례집 발간, 취약근로자 근로여건 개선 등의 업무를 담당한다. 경기도, 시·군, 노동단체를 연결하는 거점 기능도 수행하면서 각 기관·단체 간 역할 분담 및 협업을 도모한다.이밖에도 청소년, 외국인 등 도내 취약노동자들의 노동여건 개선 실태를 조사·모니터링하고 이를 토대로 한 맞춤형 지원정책을 발굴·연구·제안하는 등 노동권 사각지대를 해소하는데 힘을 쏟는다. 경기도는 센터에 공인노무사 등 전문인력을 둬 지원하고 홈페이지를 구축해 다양한 노동 관련 정보를 제공할 방침이다. 별관 1층에는 별도의 상담실을 운영, 상담자들이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화순 경기도 행정2부지사는 “노동자의 권익확대는 곧 우리 경제에도 좋은 영향을 끼칠 밑거름이다. 노동이 존중받는 공정한 경기도가 되도록 노동권익 증대와 노동 사각지대 최소화를 위한 다양한 정책과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 “배달·대리운전 등 앱 기사도 근로자” 국내 첫 플랫폼 노동연대 정식 출범

    배달대행앱, 콜택시앱, 대리운전앱 등 디지털 플랫폼 서비스를 바탕으로 일하는 노동자의 권리를 주장하는 국내 첫 ‘플랫폼 노동연대’가 정식 출범했다.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은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연대 출범 기자회견을 열고 “플랫폼 노동자도 사회 안전망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당사자들이 직접 목소리를 내겠다”고 밝혔다. ●노동권 사각지대 놓인 ‘플랫폼 노동자’ 플랫폼 노동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노동력을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예컨대 고객이 대리운전앱을 통해 서비스를 요청하면 개인사업자 격인 운전기사가 앱을 통해 이 정보를 보고 고객에게 직접 연락해 일하는 식이다. 플랫폼 노동자는 사용자에게 고용돼 일하는 게 아니어서 현행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닌 ‘자영업자’로 분류된다. 이 때문에 노동자들은 일감을 중계하는 배달앱, 대리운전앱 업체 등 플랫폼 운영자가 높은 수수료를 떼가도 노사협의나 파업 등 쟁의행위를 하기 어려웠다. 또 사회보험 혜택도 못 받는 등 노동권 사각지대에 있었다. 이성종 플랫폼노동연대 위원장은 “플랫폼 노동자는 일반적인 노동자처럼 특정 사업장에 하루 8시간 출퇴근하는 개념으로 일하지 못하는 비정형·비표준 노동자들”이라면서 “노동관계법의 적용을 못 받기 때문에 연대할 수 없는 노동자들이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 등 열악한 환경에서 일한다”고 주장했다. ●美·獨 등 노동자 30% 해당… 韓도 증가세 문제는 플랫폼 노동이 우리 사회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위원장은 “2016년 매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프랑스, 미국, 독일, 스웨덴 등에서 전체 노동자의 약 30%가 플랫폼 노동을 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한국도 플랫폼 노동의 규모가 점진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고용정보원과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은 2020년 미래 이슈 1위로 ‘플랫폼 노동의 증가’를 꼽기도 했다. 이 위원장은 “독일 등 일부 유럽 국가에서는 플랫폼 노동자의 노조 설립을 인정하고, 플랫폼 운영자를 노동법상 사용자로 보는 등 플랫폼 노동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다”면서 “한국에서도 정당한 수수료, 고용 안정, 안전한 노동 환경을 누릴 수 있도록 플랫폼 영역 노동자의 확성기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또 “정부와 기업은 4차 산업혁명에 따른 플랫폼 경제가 새로운 경제발전을 선도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정작 플랫폼 노동자들의 특수한 현실에 대한 관심은 적다”며 “이제는 당사자들이 나서서 부당한 상황을 알리고 제도를 개선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전태일 정신 새긴 ‘노동 1번지’

    전태일 정신 새긴 ‘노동 1번지’

    14.4mX16m 외벽에 친필 글씨 부착 옛 봉제공장 재현…노동권익센터도스스로 몸을 불사르며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내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말라”, “일요일은 쉬게 하라”고 외치며 정부에 근로기준법 준수를 주장하던 ‘바보’ 전태일(1948~1970)을 통해 노동과 인권의 가치를 되새기는 기념관이 문을 연다. 서울시는 전 열사 분신 장소인 청계천로 평화시장 근처 청계천 수표교 인근에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기념관’을 20일 사전에 일반 개방한다고 밝혔다. 4월 정식으로 개관한다. 서울시는 ‘노동존중 상징 시설’이자 사각지대 노동자를 실질적으로 지원하는 거점으로 만들 생각이다. 기념관은 지상 6층, 연면적 1920㎡(약 580평) 규모다. 정면에는 전 열사가 열악한 여공들의 근로조건을 개선해 달라며 1969년 10월 19일 노동청(현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에게 보낸 편지를 가로 14.4m, 세로 16m의 텍스트 패널로 디자인해 부착했다. 기념공간에는 유품과 함께 1960년대 봉제공장을 재현한 시민체험장을 마련했다. ‘전태일의 꿈, 그리고’를 주제로 한 상설전시를 비롯해 개관에 맞춘 첫 기획전시 ‘모범업체: 태일피복’과 ‘음악극 태일’ 등 기획공연을 통해 전 열사가 느꼈던 아픔과 희망을 잔잔히 들려줄 예정이다. 과거를 기억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재 노동자를 지원하기 위한 공간도 들어선다. 4층은 소규모 신생노동단체나 노동조합 미가입 노동자들의 공유공간 ‘노동허브’로, 서울시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노동단체 중 심사를 거쳐 입주할 수 있다. 5층엔 취약계층 노동자 복지 증진과 권익 보호를 위한 ‘서울노동권익센터’가 자리잡는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노사 합의만 하면 가능한 탄력근로제 “꼭두각시 노조 우려” vs “철저히 감시”

    노사 합의만 하면 가능한 탄력근로제 “꼭두각시 노조 우려” vs “철저히 감시”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를 놓고 정부와 민주노총이 각을 세웠다. 13일 고용노동부가 정부세종청사에서 지난해 노동시간 단축 현황과 탄력근로제 개편 내용을 설명하자 민주노총은 “노동계가 제기한 문제에 대해 궁색한 변명으로 일관했다”며 “이번 개악의 주역이 누구인지 의심케 한다”고 비판했다. 앞서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가 합의한 탄력근로제 6개월 확대 방안은 청년·여성·비정규직 대표 3명이 본위원회에 불참하면서 의결이 무산돼 논의 결과만 국회로 넘어갔다. 탄력근로제 주요 쟁점 3가지를 짚어봤다. ●꼭두각시 근로자 대표 선출 가능성 개별 사업장에서 탄력근로제 도입은 노사가 합의하면 가능하다. 현행법에서는 사용자와 근로자 대표가 합의하게 돼 있다. 그러나 노조가 없는 사업장에선 사용자가 선출한 ‘꼭두각시’ 대표가 탄력근로제 합의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에 대해 고용부는 “사용자가 멋대로 선출한 근로자 대표는 근로기준법 해석 지침에서 요구하는 ‘근로자의 과반수를 대표하는 자’라는 자격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미조직 사업장을 중심으로 근로자 대표 자격을 자세히 파악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민주노총은 “지금껏 영세사업장 노동자의 노동권이 제대로 보호받지 못한 것이 고용부의 의지가 없어서 그런 것이 아니지 않느냐”면서 “(이들을 보호하겠다는 고용부의 해명은) 따져 볼 필요조차 없다. 어디까지나 고용부의 (립서비스용) 희망사항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11시간 연속 휴식 보장 예외조항 경사노위는 탄력근로제를 도입한 사업장이 반드시 근로일 사이에 최소 11시간의 연속 휴식 기간을 보장하도록 했다. 그러나 사업장마다 특수 수요에 대비하고자 노사가 합의하면 예외를 두기로 했다. 일부 영세사업장에서 예외 조항을 남용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고용부는 “불가피한 경우로 한정한다. 주요 선진국 사례를 참고해 (예외 사유를) 구체화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민주노총은 “노조가 있는 일부 민주노총 사업장에서조차 탄력근로제 오남용에 대한 통제·감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근로일별 근로시간 사전 확정 탄력근로제를 도입하려면 전체 단위 기간에 대해 주별 근로시간을 미리 정해야 한다. 근로일별 근로시간도 2주 전에 통보해야 한다. 민주노총은 “초과 노동 여부는 전적으로 노동자의 자유 의사에 따라야 하는데 사실상 사용자 마음대로 주별 노동시간을 바꿔 개별 통보할 수 있게 해 노동시간 불안정성이 높아졌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고용부는 “일본과 독일 등 주요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한국의 근로시간 사전 확정 요건이 엄격하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라면서 “일별 근로시간을 사전 확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세종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자치광장] 전태일, 청계천에서 다시 피어나다/강병호 서울시 노동민생정책관

    [자치광장] 전태일, 청계천에서 다시 피어나다/강병호 서울시 노동민생정책관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1970년 스물두 살 나이로 노동자들의 열악한 처우와 현실을 호소하고 스스로 불꽃으로 변한 전태일 열사가 49년 만에 청계천에서 다시 살아난다. 서울시는 청계천 수표교 인근에 열사의 정신을 기린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기념관’을 완공, 오는 20일부터 한 달 정도 시범 운영을 거쳐 4월 말 정식 개관한다. 평화시장 앞 전태일기념상, 전태일다리와는 걸어서 10여분 거리로, 정식 개관하면 이 일대는 대한민국 노동역사를 상징하는 지역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전태일기념관은 15년 전부터 건립 움직임은 있었지만 부지 및 건립비용 확보와 당시 정부의 무관심 등으로 답보상태를 거듭했다. 이를 방관할 수 없었던 박원순 시장은 2017년 기념관 조성 계획을 발표했고, 마침내 올해 봄 개관한다. 전태일기념관은 사회양극화와 불평등이 만연한 현시대에 꼭 필요한 ‘사랑·연대·행동’의 전태일 정신을 확산하고 노동의 진정한 의미를 되살려 노동존중사회를 조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내부는 열사의 글, 유품 전시실과 1970년대 청계천 봉제다락방을 재연한 체험공간으로 꾸며진다. 안국동에 있는 ‘서울노동권익센터’도 이곳으로 옮긴다. 기념관의 또 다른 의미는 건물 외벽에 조성되는 가로 14.4m, 세로 16m 대형 금속 커튼월에서도 찾을 수 있다. 열사가 당시 근로감독관에게 보낸 편지를 새긴 것인데, 하루 15시간 일한 일당이 커피 한 잔 값인 50원밖에 되지 않았던 어린 여공들의 처우를 개선해 달라는 내용이다. 이 글에는 열두어 살 여공들의 고달픈 삶에서 불합리를 직시하고, 사회모순과 노동현실을 뜨거운 가슴으로 저항한 열사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2년 전 가이 라이더 국제노동기구(ILO) 사무총장은 박 시장과 함께 전태일기념상을 찾아 붉은 장미를 헌화하고, 다시 서울을 방문하면 완공된 기념관을 찾겠다고 약속했다. 올해는 ILO 창립 100주년의 해다. 그의 약속대로 한국노동운동 상징과 세계노동운동 수장의 만남이 또 한 번 성사되길 바란다. 그리고 가난하고 힘없는 노동자를 위해 헌신한 전태일 정신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지금, 청계천 봄꽃처럼 다시금 피어날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도 기다려 본다.
  • “이동노동자 쉼터·장애인 전용 산부인과… 강동, 약자 품는 도시로”

    “이동노동자 쉼터·장애인 전용 산부인과… 강동, 약자 품는 도시로”

    “워낙 굴곡을 많이 겪어 어려움이 있어도 이를 딛고 올라가는 게 인생이라 생각합니다. 시련이 있어도 주민과의 약속을 꼭 지켜 강동의 미래를 바꾸는 성공한 구청장이 되겠습니다.” 지난해 당선 이후 이정훈 강동구청장은 구 직영 노동권익센터 건립, 구민안전보험 도입, 중고교 무상교복 지원 등 ‘서울시 자치구 최초’란 수식어를 단 다양한 정책들로 주민들의 삶의 질을 끌어올리는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으며 구정 활동에 오롯이 집중하지 못했다. 지난달 27일 집무실에서 만난 이 구청장은 “저를 선택해주신 구민들께 재판받는 모습을 보여줘 부끄럽고 죄송했다. 작은 실수가 확대된 측면이 있으나 제 잘못이니 누굴 원망하지 않고 1심 판결(지난달 20일 벌금 80만원 선고)로 억울함은 어느 정도 소명이 됐다”며 “이제 흔들림 없이 민선 7기 마스터플랜을 펼쳐 나가겠다”고 힘줘 말했다.-지난해 구정 활동 가운데 성과를 꼽는다면. “공약사항으로 추진해온 노동권익센터가 오는 6월 정식 개소한다. 강동의 경제적 성장과 더불어 인간의 존엄과 노동의 가치가 인정받는 공동체를 구현하기 위해 꼭 필요한 시설이다. 위탁으로 운영되는 서울시나 다른 자치구와 달리 구 직영으로 운영하면서 노동 취약계층을 보호하고 이들의 권익을 높이는 데 주력할 예정이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지원, 보호를 아우르는 종합행정기관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감정노동자의 정신건강 돌봄, 고충 상담 등을 통해 서울 동부권 노동자들을 위한 거점으로 자리잡게 하겠다. 지난해 10월에는 서울시 최초로 교복 지원 조례를 제정해 고교 신입생 3800여명에게 구입비를 지원했다. 구민들이 사고를 당했을 때 최대 1000만원까지 보상해주는 구민안전보험을 서울 자치구 처음으로 도입한 것도 큰 성과다.” -노동권익센터가 내세우는 가치와 맞닿는 새 사업도 추진한다는데.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처음으로 구 직영으로 퀵서비스·택배·대리운전기사 등 이동노동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쉼터를 오는 6월 길동에 마련할 계획이다. 대리운전기사의 하루 평균 근무 시간 3분의 1(9시간 가운데 3.42시간)이 대기 시간으로, 은행이나 편의점 등을 이용한다는 연구(서울노동권익센터)에서 보듯이 이동노동자들은 법과 제도, 조직 보호를 받지 못하는 노동 사각지대에 있다. 이동노동자들에게 휴식도 하게 하고 생활 고충, 노동법, 복지 서비스 등에 대한 상담과 정보도 주며 삶의 질을 높여 드리고 싶다. 서울시에 특별교부금을 신청한 상태다.”-주거도시에서 경제자립도시로 도약을 준비하는 동시에 계층별 복지시스템을 촘촘히 갖춰나가는 모양새가 눈에 띈다. “제가 정치인으로 첫발을 뗄 때 사회적 약자들을 제도 안에 보듬어 안겠다고 결심했다. 시의원 시절에는 행정을 견제하고 감시하는 역할에 충실했지만, 구청장이 되면서는 보육, 장애인, 취약계층 등 다양한 계층을 아우르는 복지 네트워크를 직접 짤 수 있어 큰 보람을 느낀다. 강동은 재정자립도가 높지 않아 살림이 어렵지만 재건축, 재개발 등으로 2022년 인구 55만명 시대를 맞으며 중산층 대거 유입, 상업·업무단지 개발 등으로 경제적 발전을 앞두고 있다. 이 때문에 성장과 분배가 선순환되는 구조를 만들려면 미리 복지시스템을 탄탄히 마련해야 한다는 기조로 준비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올해 새롭게 추진하는 정책이 있다면. “서울 자치구 최초로 장애인 전용 산부인과를 설치하려 한다. 산부인과 병동이 공실로 방치된 경우가 많아 이를 장애인 전용으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장애인전용체육센터를 구 차원에서 처음 설립할 계획도 갖고 있다. 새로 건립할 강동구 동물복지센터 지하에 장애인들이 재활치료를 할 수 있는 수영장 등을 조성해 장애인 전용 체육센터로 만들려고 한다.” -강동의 미래 경제를 이끌 고덕비즈밸리, 강동일반산업단지 조성 등은 어떻게 돼 가나. “고덕비즈밸리와 강동일반산업단지는 약 20조원의 경제 유발 효과, 11만여명의 고용 유발 효과를 일으킬 것으로 기대된다. 고덕비즈밸리는 최근 매출 500억원 이상을 올리는 알짜 중소기업들이 입주를 신청하는 등 기업 유치가 순조롭다. 오는 4월에는 세계적인 가구 기업 이케아가 입주 계약을 할 예정이다. 하반기 산업단지로 지정될 게 확실시되는 강동일반산업단지도 200여개의 엔지니어링, 지식산업 기업이 입주할 수 있도록 유치에 주력하고 있다. 이와 함께 천호대로변 상업지역을 복합 개발해 양재대로를 따라 성장의 축을 연결하는 작업도 펼친다.”-천호대로변 상업지역 복합 개발은 어떻게 구상하고 있나. “상반기에 천호대로변을 서울 동부 교통·고용, 업무·상업의 중심지로 육성하기 위한 용역 연구 결과가 나온다. 현재 35층이 최고층인 층고를 50층 이상으로 완화하고 용적률에서도 인센티브를 주면서 대기업, 스타트업 등을 다양하게 유치할 계획이다. 청년들이 꿈을 설계할 수 있는 건물들도 다수 지어 올리고 청년주택도 역세권에 조성해 삶과 일을 함께할 수 있는 공간들을 활성화하려 한다.” -서울시에 바라는 점은. “주민들의 편의와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일이라면 결정 권한을 과감하게 자치구에 넘겨줬으면 한다. 한 예가 마을버스 노선 조정 권한이다. 현재는 시내버스와 마을버스의 정류소가 4개 이상 겹치면 노선 인가가 나지 않는다. 하지만 차가 다니는 길과 사람이 다니는 곳이 정해져 있는 만큼 이를 피하기 어렵다. 특히 강동은 앞으로 인구가 최대 60만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다양한 노선 개발이 필수적이다. 그때마다 서울시 인가를 받기는 어렵지 않겠나.”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고등학생도 파업·노동인권 배운다

    청소노동자 사례 통해 파업 이해 돕고 산재 때 배상 권익·성희롱 대응책 담아 노동자 노동권 행사 부정적 인식 개선 고등학생들이 교육과정에서 파업의 의미와 노동인권을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게 됐다. 노동자들의 노동권 행사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교육을 통해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서울교육청은 13일 ‘고등학교 교육과정 연계 노동인권 지도자료’를 개발해 서울 지역 전체 336개 고등학교(일반고 256교, 특성화고 80교)에 배포한다고 밝혔다. 학교 교사가 정식 교육과정 중에 노동권을 가르칠 수 있는 자료가 제작돼 일선 학교에 배포된 것은 처음이다. 자료는 파업권과 노사협상 등 노동권의 개념을 배울 수 있는 일반고용 교재와 현장실습 등 노동 현장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내용이 부각된 특성화고용 교재로 각각 제작됐다. 분량은 230여쪽에 이른다. 일반고와 특성화고 자료 모두에 담긴 ‘협상의 기술을 발휘하라’ 부문을 보면 학생들이 서로 노동자와 사용자(기업) 측으로 나뉘어 임금 및 단체 협상을 하고 협상 결렬 시에는 파업(노동자)과 직장폐쇄(사용자) 등 각자가 취할 수 있는 행동을 연구하는 내용이 들어갔다. 대학교 청소노동자들의 파업에 학생들이 연대해 함께 합의를 이끌어낸 사례를 통해 파업의 의미와 필요성을 이해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학교생활 중에 현장실습에 나서는 특성화고 학생들을 위해 산업재해를 당했을 때 배상을 받는 방법이나 1일 7시간 이내로 근무하고 휴식시간을 보장받아야 하는 등의 노동자 권익 및 사용자 의무를 자세하게 제시했다. 또 현장실습 안전사고에 대한 학생들의 인식 강화를 위해 자동차 부품 제조업 현장에서 프레스에 몸이 끼는 사례 등 업종별로 구체적인 산업재해 사례가 함께 제시됐다. 현장에서 당장 활용할 수 있는 내용도 담겼다. 회사 대표가 직원들에게 음란한 사진을 모바일 메신저로 전송해 직장 내 성희롱으로 인정된 사례 등을 제시하고, 이 같은 피해를 입었을 때 국가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하거나 지방고용노동관서에 고소하는 방법 등 대응책이 나온다. 아르바이트를 하고도 임금을 받지 못했을 때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제기하는 방법도 있다.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이번 자료는 교사들이 사회과목 등 일반 교과 수업에서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제작됐다”면서 “학교 현장에서 교육과정과 연계된 노동인권교육의 활성화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 박창진 “땅콩회항 전말 담은 수기는 노동권 자각의 과정”

    박창진 “땅콩회항 전말 담은 수기는 노동권 자각의 과정”

    “제가 책을 낼 거라고는 감히 상상도 못했습니다. 이 사회가 평범한 사람에게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요구하는 게 아닌가 합니다. 평범한 사람의 이야기지만 누군가에게는 이정표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박창진(48) 공공운수노조 대한항공 직원연대지부장이 ‘땅콩 회항’ 사건 전말을 담은 수기 ‘플라이 백’(FLY BACK·메디치미디어)을 펴냈다. 1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박 지부장은 “지난 4년여 동안 제가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노동자로서의 노동권에 관해 의식을 자각하는 과정을 담았다”고 말했다. 책 출간이 처음인 그는 “고통스럽기도 했지만, 글 쓰는 과정이 치유가 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5월 대한항공 경영 정상화 및 갑질 근절 시위를 주도한 일을 계기로 같은 해 7월 직원연대노조를 출범해 초대 지부장직을 맡고 있다. 박 지부장에 따르면 500명으로 시작한 노조는 사측의 와해 공작으로 많은 수가 빠져나가고 지금 300여명만 남았다. 그는 “입사 4년차 여승무원이 휴가를 한 번도 가지 못하거나, 경력직 승무원이 인사노무팀에 휴가에 대해 문의했다가 ‘비행 가서 놀면서 무슨 휴가를 또 가느냐’는 답을 들었다고 한다”며 사측의 불합리한 경영 행태를 꼬집었다. 또한 박 지부장은 “제1노조(일반노조)가 소속 조합원들이 직원연대로 이동하는 것을 막으려고 온라인에 명단을 공표했다. 명예훼손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소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현장 행정] “성내시장 살려 강리단길의 꿈 꼭 이룰겁니다”

    [현장 행정] “성내시장 살려 강리단길의 꿈 꼭 이룰겁니다”

    “시장을 다닐 때마다 ‘밥 좀 먹게 해달라’는 상인들의 말씀에 가슴이 아픕니다. 전통시장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빈 상가를 문화센터, 북카페, 유모차 대여소 등으로 활용하는 등 더 많은 주민이 시장을 찾을 방안을 찾겠습니다. 성내시장 인근의 강풀만화거리까지 연계해 즐길 콘텐츠가 풍성한 명소 ‘강리단길’로 키우려 합니다.” 이정훈 서울 강동구청장은 ‘시장 마니아’다. 주말에도 가족, 지인들과 시장을 찾아 장을 보며 상인들의 형편을 살뜰히 살핀다. 설, 추석에 두 달치 월급을 전통시장에서 쓸 정도로 시장을 들르면 빈손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성내동 성내전통시장을 찾은 지난달 29일에도 점포를 한 곳도 빼놓지 않고 다니며 상인들의 호소에 귀를 기울인 그는 “민선 7기 공약 가운데 하나인 전통시장 환경 개선 사업, 문화관광형 시장 육성, 시장 고유 브랜드 개발 등에 힘을 쏟아 강동의 시장을 서울의 명품시장으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이 구청장이 이날 찾은 성내시장은 400m도 채 안 되는 거리에 강풀만화거리(1㎞ 구간, 13만 2376㎡ 규모)를 두고 있다. 웹툰 작가 강풀의 대표작 ‘바보’, ‘순정만화’ 등의 주인공들이 골목마다 정겨운 벽화로 자리해 있는 강풀만화거리는 거점 장소인 승룡이네집(카페, 만화방, 입주 작가 작업실 등으로 이뤄진 커뮤니티센터), 벽화 해설 투어 프로그램, 아기자기한 맛집과 공방 등으로 지난 5년간 4만명 이상이 다녀갈 정도로 활기를 띠고 있다. 구는 이곳을 인근의 성내시장, 주꾸미 특화골목, 청년 창업 공간인 엔젤공방들과 연계한 문화거리, 일명 ‘강리단길’로 키울 예정이다. 이 구청장은 “오는 3월 말 강풀만화거리 활성화를 위한 종합계획 수립 연구용역 결과가 나오면 강리단길 추진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며 “현재 예술가 창작존을 만들어 청년 예술가들이 창작 활동도 하고 거주도 할 수 있는 임대주택 건립 방안을 SH공사와 논의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대규모 산업·상업 시설이 없는 지역 특성상 강동구에서는 10인 미만으로 운영되는 영세사업체가 2만 8425개로 전체 사업체(3만 268개)의 94%를 차지한다. 이 구청장은 6월 천호동에 개소하는 노동권익센터 소상공인팀을 통해 영세사업체 인력과 소상공인들의 근무 환경을 개선하고 노동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안전망도 구축한다. “노동권익센터는 비정규직, 여성, 청소년, 장애인, 외국인 등 노동 취약계층과 자영업자, 영세사업자 등 구민 모두를 아우릅니다. 불합리한 여건에 대해 언제든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시스템, 노동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는 환경을 이루겠습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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