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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동 존중사회 실현하려면 비정규직 차별 해소 급선무”

    “노동 존중사회 실현하려면 비정규직 차별 해소 급선무”

    노사정위 ‘21세기 한국’ 토론회 문재인 정부가 공약으로 내건 ‘노동존중사회’ 실현을 위해서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 해소, 미조직 노동자의 노동조합 가입 확대, 노동시간 단축 등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경제사회발전 노사정위원회는 20일 한국사회학회와 공동으로 ‘21세기 한국의 노동과 사회발전’ 토론회를 열고 노동존중사회의 실현을 위한 과제와 대책에 대해 논의했다. 토론회에서 전문가, 경영계, 노동계가 참여해 논의한 내용은 향후 정부가 수립할 ‘노동존중사회 기본 계획’의 토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노동존중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로는 저임금과 근로빈곤의 해결, 비정규직 노동자의 격차 해소, 노조의 경영참가 등이 꼽혔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일에 대한 적절한 경제적 보상으로 저임금이나 근로빈곤이 해결돼야 한다”며 “일하는 사람이 고용주로부터 인격적으로 멸시당하고 푸대접을 받으면 노동은 기피와 경멸의 대상이 된다”고 진단했다. 특히 비정규직에 대해서는 “차별과 격차를 강화시키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며 “노동의 질 하락을 초래했고,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시켰다”고 봤다. 신 교수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규직 채용 확대, 노동시간 단축, 최저임금 현실화, 노조 조직률 제고, 노동 참여의 노사 관계 거버넌스 구축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도 청년과 고학력 여성의 고용률 제고, 최저임금 수준의 개선과 사각지대 해소, 비정규직 남용과 차별 해소, 실제 노동시간 단축 등을 노동존중사회의 실현을 위한 과제로 꼽았다. 노동에 대한 교육과 인식의 전환에 대한 지적도 쏟아졌다. 강성태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언젠가부터 법률 용어로 쓰고 있는 근로를 노동으로 바꾸는 것이 노동존중사회로 가는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노동계와 경영계는 상반된 의견을 보였다.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본부장은 “노동 중심의 임금·소득 주도 성장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를 위해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90% 노동자에 대한 노조 가입을 높이고, 노조할 권리에 대한 보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박재근 대한상의 기업환경조사본부장은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성장’이 가장 중요하다. 차별과 격차의 해소를 위해 과보호된 부문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봤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전태일기념관 개관… 49년 만에 그에게 보내는 화답”

    “전태일기념관 개관… 49년 만에 그에게 보내는 화답”

    “전태일기념관은 1969년 전태일 열사가 근로감독관에게 쓴 편지에 대해 49년 만에 보내는 화답입니다.”올 12월 전태일 노동복합시설 개관을 앞두고 박경환 서울시 노동정책담당관은 13일 서울시청 무교동청사에서 진행된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시는 최근 시설의 가로 14.4m, 세로 16m 대형 벽면에 전태일 열사가 자필로 쓴 편지를 새긴 금속 ‘커튼월’을 구현한다고 공개했다. 민중미술 작가인 임옥상 화가가 제안한 아이디어다. 커튼월은 커튼 구실을 하는 벽체로 열효율을 높이는 효과도 있다. 박 담당관은 “전 열사를 잘 모르는 시민들도 건물 외벽에 새겨진 글씨를 한 글자 한 글자 읽어 내려가다 보면 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1970년 11월 서울의 평화시장 앞 거리에서 22살 재단사였던 전 열사가 분신한 지 48년이 지났다. “노동자는 기계가 아니다”,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등 그가 남긴 외침 이후 많은 제도 발전이 있었지만, 노동을 존중하는 문화는 여전히 우리 생활 속에 완벽히 정착하지 못했다. 박 담당관은 “‘노동존중특별시’를 표방하는 시로서는 민간에서 하기 어려운 기념관 건립과 같은 사업을 해야겠다고 판단한 것”이라면서 “우리나라 노동 운동 역사에 길이 남을 사건의 발자취를 남기기 위해 전태일 노동복합시설 추진위원회에 속한 이수호 전태일재단 이사장 등 노동계 원로들로부터 많은 조언을 얻고 있다”고 했다. 임옥상 작가 역시 추진위원 중 한 명이다. 기념관 건립 구상은 2016년 9월 시작됐다. 지난 1년여 동안 적합한 부지를 기다렸다. 평화시장 일대의 청계천과 가까우면서도 지하철역에 인접한 곳을 찾았다. 시는 1962년 설계돼 하나은행 수표교점으로 쓰이다 1995년 증축된 건물을 지난해 3월 매입했다. 박 담당관은 “노동 운동이 태동한 산업화 시대의 역사를 담은 옛 건물”이라면서 “단순한 기념관이 아니라, 실제 노동자들이 권익 침해를 받을 경우 법률 상담이나 노동청 진정, 법원 소송 지원도 받을 수 있는 시설을 만들고자 한다”고 말했다. 시설 운영은 민간에 위탁할 계획이다. 지상 6층 중 5층에는 현재 경복궁역 인근에 있는 서울노동권익센터가 입주한다. 4층에는 노동자 건강증진센터와 노동허브가 들어서며, 1~3층이 전태일 열사 기념공간으로 꾸며진다. 연면적 1940.73㎡(약 587평)이며 사업비는 238억원이 투입됐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장기자랑 간호사로 드러난 ‘직장 갑질’… 지금도 하루 100건씩”

    “장기자랑 간호사로 드러난 ‘직장 갑질’… 지금도 하루 100건씩”

    석달 만에 SNS로 5500건 접수 “미투는 남·여보다 갑·을 문제…노동자 최소한의 권리 보호되길”야한 옷을 입고 선정적인 춤을 추는 장기자랑을 해야 했던 간호사와 직원들, 현금 대신 상품권으로 임금을 받은 외주제작사 직원 등 최근 한국 사회의 직장 내 갑질 문화가 잇따라 폭로되고 있다. 내부자가 아니라면 알 수 없었던 이야기들은 ‘직장갑질119’라는 시민단체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지난 9일 만난 박점규(비정규직없는세상만들기 집행위원) 직장갑질119 스태프는 인터뷰 중에도 제보자들 상담을 처리하느라 휴대전화와 노트북을 손에서 놓지 못했다. 직장갑질119에는 민주노총 법률원, 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등 기존 노동운동에 몸담았던 이들을 비롯해 변호사·노무사 등 241명이 참여하고 있다. 1998년 민주노총에서 일하면서 노동계에 처음 발을 들인 박 위원은 금속노조 등에서 있으면서도 유독 비정규직 문제에 매달렸다. 박 위원은 “비정규직뿐 아니라 일반 노동자에게 ‘노동조합’이 너무나 먼 존재였다. 노조를 만들기 힘든 직장인들도 쉽게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걸 느꼈다”며 직장갑질119의 탄생 배경을 설명했다. 촛불집회에서 보여준 공정한 세상을 향한 국민들의 열망도 이 단체를 결성하는 데 큰 계기가 됐다. 하지만 처음 해보는 시도였기 때문에 단체가 출범하기 직전까지만 해도 ‘과연 사람들이 오픈채팅방에 들어오기나 할까’라는 걱정이 앞섰다. 그의 우려와 달리 지난해 11월 만들어진 이 단체에는 지난 1월 말까지 카카오톡, 이메일, 페이스북 등을 통해 5478건의 갑질 사례가 접수됐다. 그는 “지금은 손이 모자랄 정도로 제보가 쏟아지고 있다”며 “지금도 하루 평균 90~100건의 제보가 들어온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관련 제보도 늘어나고 있다. 박 위원은 “자칫 무고나 명예훼손으로 맞고소당하거나 분란을 일으켰다는 이유로 2차 피해를 당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조심스러운 제보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 여직원이 성희롱 사실을 같은 회사에 다니던 연인에게 말해 연인이 이를 중단할 것을 회사에 요구했지만 두 사람 모두 해고당한 사연을 언급하면서 “안희정, 안태근 등 사회적으로 영향력 있는 인물과 달리 일반적인 회사의 상사나 사장 등 구성원들은 단순히 미투 운동만으로 쉽게 바뀌지 않는다”고 전했다. 그는 미투 운동에 대해 “남성과 여성의 문제보다 ‘갑과 을의 문제’로 봐야 한다”며 “한국 사회의 부당한 권력이 해체당하는 과정이자 불평등에 대한 반발과 저항의 과정”이라고 했다. 직장갑질119는 앞으로 직장 내 성희롱 관련 사건에 대해 여성 변호사들로 전담 대리인을 구성해 사회적으로 알리는 역할을 할 예정이다. 직장갑질119를 통해 만난 한림대 성심병원 간호사를 중심으로 병원 직원들은 노조를 조직하고, 외주제작사·보육교사 등 부당한 사례가 쏟아지는 분야에서는 온·오프라인 모임이 자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그는 “저희 단체가 일하는 사람들의 고통을 담아내고 해결할 수 있는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라며 “예컨대 추운 날 바깥에서 일하는 노동자에게는 방한용품을 지급하고, 황사가 오면 마스크 정도는 주는 등 일터에서 최소한의 권리가 보호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글 사진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佛·獨, 고용 창출·임금 보전 ‘지속적 당근책’

    佛, 신규 채용 3년 이상 유지하고 대량실업 막으려 더 많은 지원금 獨, 근로 단축시 소득 상실분 보상 日, 중기 제도 도입 땐 특별장려금 1981년 당시 프랑스 총리였던 피에르 모르와는 “노동시간 단축은 실업에 대한 가장 효과적인 (대응) 수단이며 주 35시간을 적용해야 새로운 고용 창출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임금 삭감을 걱정한 노동계는 물론 기업들의 반발도 거셌다. 그 해 주 41시간이었던 노동시간은 1985년 39시간, 1997년 35시간제로 바뀌었다. 그 사이 사회당에서 보수당 등으로 정권이 계속 바뀌었지만 프랑스의 노동시간 단축 실험은 언제나 정부 주도로 지속됐다. 우리나라에서도 사회적 화두인 ‘워라밸’(Work & Life Balance·일과 삶의 조화)을 위한 근로시간 단축이 법제화되면서 기대 못지 않게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대기업은 생산성 하락을, 중소기업은 매출 감소를, 근로자들은 임금 삭감을 각각 걱정한다. 이미 근로시간 단축을 시행 중인 선진국은 이런 문제점을 어떻게 극복했을까. 프랑스 정부가 쓴 것은 지속적인 ‘당근책’이다. 노동시간의 15% 이상을 단축한 기업에는 첫 해 사회보장분담금 50%를, 이후 6년간은 40%를 지원해준다. 대신 ‘국민세금 퍼주기’가 되지 않도록 6개월 간 사업체 평균인력의 10%를 신규 채용하도록 했다. 늘어난 인력은 반드시 3년 넘게 유지하도록 조건를 달았다. 이른바 ‘로비앙법’이다. 1998년 로비앙법 이후 약 2만 5000명이 신규 고용되고 1만 7000명이 일자리를 유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프랑스의 대량 실업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에 프랑스 정부는 ‘오브리법’을 통해 5년간 개별 기업에 최대 5만 5000프랑(약 6200만원)을 풀었다. 근로시간을 더 빨리 단축하고 고용을 더 많이 창출할수록 돈을 더 줬다. 근로자가 회사와 계약한 근로시간을 초과해 일한 만큼의 시간을 자신의 계좌에 저축해 뒀다가 휴가나 휴식이 필요할 때 꺼내 쓰는 ‘근로시간 저축 계좌제’를 시행 중인 독일은 임금을 보전해주는 보완책을 쓰고 있다. 2009년 도입된 ‘조업단축 급여제도’다. 불가피한 기업의 근로단축 시 정부가 근로자의 소득상실분 일부를 보상해주는 것이다. 고용 안정과 기업 부담 완화를 노린 포석이다. 여기도 전제조건은 있다. 근로자 3분의1이상이 임금 손실에 영향을 받고, 기업 총 임금지급액이 10% 넘게 줄어야 한다. 이 경우 1년간 기존 임금의 60%를 나라가 지원해준다. 자녀가 있으면 기존 임금의 67%를 준다. 일본은 더 다양한 방법을 쓴다. 경제대국임에도 불구하고 선진국가에 견줘 장시간 근로문화가 잘 고쳐지지 않아서다. 우선 노동시간 단축에 대한 전문인력이 부족하다는 판단 아래 근로시간 단축 지원센터를 설립했다. 센터 소속 컨설턴트가 사업장을 방문해 현행 근로시간 제도와 연차·유급휴가 등의 실태를 진단해준다. 1990년대에는 근로시간 단축 적용이 유예된 중소기업이 자발적으로 먼저 단축하면 노력 정도에 따라 특별장려금을 달리 지급하기도 했다.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도 이런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면 근로시간 단축 조기 도입 중소기업에 대해 임금 손실 보조금을 지원하거나 30인 미만 영세사업장의 특별연장 근로 항구화 등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면서 “중소기업 인력 유입을 위한 직업계 고교 학생 비중 확대 등 성장 단계별 지원체계와 같은 구조적 문제 개선책도 병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책꽂이]

    나혜석, 글쓰는 여자의 탄생(나혜석 지음, 장영은 엮고 해설, 민음사 펴냄)한국 근대 페미니즘 작가 나혜석이 여성의 연애와 결혼, 근대 신여성의 직업관, 정치의식을 담은 글을 선별해 묶었다. 336쪽. 1만 2000원. 그 의견에는 동의합니다(이준석·손아람 지음, 강희진 엮음, 21세기북스 펴냄)용산 참사를 다룬 영화 ‘소수의견’의 원작 소설을 쓴 진보 작가 손아람과 이준석 바른미래당 서울 노원구병 지역위원장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인권 등 다양한 이슈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은 대담집. 320쪽. 1만 6000원. 복수의 심리학(스티븐 파인먼 지음, 이재경 옮김, 반니 펴냄)유인원들의 복수 행태부터 오늘날의 사이버 테러, 리벤지 포르노, 정치 보복 등 개인 및 가족, 직장, 사회와 국가 사이에서 행해진 복수의 사례를 살피고, 이를 통해 복수 충동에 담긴 인간의 본질적인 심리와 복수의 순기능 등을 짚는다. 272쪽. 1만 4500원. 유럽민중사(윌리엄 A 펠츠 지음, 장석준 옮김, 서해문집 펴냄)미국 시카고의 노동계급사연구소 이사이자 엘긴 커뮤니티 칼리지의 역사학 교수인 저자가 중세 이후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유럽의 민중사를 서술한 책. 488쪽. 2만원.
  • [In&Out] 문재인 대통령이 ‘불평등’을 정말로 해결하려면/최병천 민주연구원 연구위원

    [In&Out] 문재인 대통령이 ‘불평등’을 정말로 해결하려면/최병천 민주연구원 연구위원

    경제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미션은 불평등과 저성장 문제의 해결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여러 차례에 걸쳐 사회경제적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사회경제적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려면 좋은 의지와 함께 좋은 솔루션이 결합되어야 한다. 좋은 솔루션의 요건을 충족하려면 정밀하게 실태와 원인을 분석하고, 대안의 방향을 정하고, 예산 등의 정책수단을 포괄해야 한다.문재인 정부는 ‘소득 주도 성장론’을 전면에 내걸었다.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해결하려는 선의와 연결된 것이다. 소득 주도 성장론의 연장선에서 대선 이전부터 민주노총 등 노동계의 주장을 적극 수용했고 정부 출범 이후 국정과제에도 대폭 반영했다.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실시, 공공부문 81만개 일자리 창출,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노동시간 단축, 노사정대타협 모델 추구 등이 그렇다. 소득 주도 성장론과 일련의 정책 패키지는 정말로 한국의 사회경제적 불평등 해소를 이끌어 낼 수 있을까. 일련의 정책 패키지가 한국사회의 ‘불평등 구조’를 혁파하는 방향으로 진행된다면 불평등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불평등 구조는 미동도 하지 않을 수 있다. 불평등 문제의 실체에 접근해 해결하기 위해서도, 한국사회 불평등 구조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접근이 중요하다. 한국사회 불평등은 3중 구조를 이루고 있다. 첫째, 자본ㆍ노동 불평등이다. 둘째, 노동ㆍ노동 불평등이다. 셋째, 노동ㆍ비(非)노동 불평등이다. 첫째, 자본ㆍ노동 불평등은 오래된 담론이며 조직노동이 주로 제기하는 담론이다. 둘째, 노동ㆍ노동 불평등은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의미한다. 대기업ㆍ공공부문 정규직은 중심부 노동자이고 나머지 노동자들은 주변부 노동자이다. 한국노동연구원 박사들의 연구에 따르면 중심부 노동자는 대기업ㆍ공공부문 정규직인데 전체 노동자의 약 23%이고 주변부 노동자는 77% 규모이다. 셋째, 노동ㆍ비노동 불평등은 ‘노동자조차도 되지 못하는’ 민중들을 의미한다. 한국에서 취업과 빈곤의 관계를 연구한 논문들을 보면 취업자인데 빈곤가구인 경우는 8% 내외에 불과하다. 최저임금 미만자 중에 빈곤가구에 포함되는 경우는 약 30% 수준이며 저임금 노동자 중에서 소득하위 20%에 포함되는 비율은 약 21% 수준이다. 즉, 저임금 노동자만 되어도 ‘빈곤가구’에 해당하지 않는다. 빈곤=미취업자의 문제라고 단정적으로 생각해도 틀리지 않다. 그럼 이 중에서 뭐가 더 중요할까. 이에 대한 올바른 해답은 경제성장과 순방향으로 작동하되, 더 약자(弱者)인 사람의 편에 서야 한다는 것이다. 그게 바로 ‘평등ㆍ연대’의 철학적 본질이기 때문이다. 다르게 표현하면 하후상박(下厚上薄)의 원칙이다. 하층에 있는 사람에게는 후하게, 상층에 있는 사람에게는 박하게 대우하는 것이다. 강자는 누르고 약자를 도와준다는 억강부약(抑强扶弱)의 정신과도 연결된다. 그러자면 정책 타기팅과 우선순위를 분명히 해야 한다. 하후상박과 억강부약의 원칙에 입각해서 미취업자 → 주변부 노동자 → 중심부 노동자 → 자본의 순서로 더 중시해야 한다. 국정운영의 큰 방향을 ‘고용률 증대’로 잡아야 한다. 한국 고용률은 63%인데 독일 고용률 74%에 비하면 한참 떨어진다. 근로능력이 있는 미취업자의 ‘취업을 돕는’ 정책패키지를 획기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소득 주도 성장론은 임금노동자에 갇히지 말고 ‘미취업자의 소득증대 성장론’으로 확대 및 재해석할 필요가 있다.
  • 상여금 때문에… 끝내 접점 못찾은 최저임금위

    상여금 때문에… 끝내 접점 못찾은 최저임금위

    고용부·국회 조만간 본격 논의 전문가TF 권고안도 변수 될 듯정기상여금을 최저임금에 포함할지 등 최저임금 제도 개편안을 두고 노사가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밤샘 논의를 벌였지만 합의 도출에 실패했다. 결국 고용노동부와 국회 주도로 결정해야 한다. 이후 결정된 산입범위 개편안을 두고 노동자 측이 반발하면 모처럼 재개된 사회적 대화 분위기가 중단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저임금위는 지난 6일 오후 2시부터 7일 오전 5시까지 서울 모처에서 비공개로 노·사·공익위원 2명씩 참가하는 마지막 소위원회를 열고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편 등을 논의했다. 밤샘 협상까지 벌였지만, 결국 합의에는 실패했다. 이로써 위원회 차원의 제도개선 논의는 끝났다. 위원회는 7일 제4차 전원회의를 열고 소위에서 도출한 안건을 의결하려고 했지만, 그럴 수가 없게 됐다. 최저임금위는 그간 논의 경과를 정부에 이송할 계획이다.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편의 핵심은 상여금을 최저임금에 포함하는 것이었다. 현재 최저임금에는 기본급·직무수당·직책수당 등 매달 1회 이상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되는 임금만 포함된다. 상여금과 연장·야간·휴일 근로수당 등은 포함되지 않는다. 정기상여금을 최저임금에 포함하면 사업주 입장에선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 경영계는 1년 내 지급된 모든 정기상여금 외에 식대·교통비 등 각종 고정수당도 모두 최저임금에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하는 한편, 노동계는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는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반감시킨다며 반대하고 있다. 공이 정부와 국회로 넘어온 만큼 조만간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국회가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두고 여야가 논의하면서 정부 입장을 고려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김삼화 바른미래당 의원은 최근 매달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현금성 임금을 최저임금에 산입하도록 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최저임금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아울러 정부는 전문가 태스크포스(TF) 권고안도 참고할 계획이다. 위원회는 지난해 12월 22일 제4차 제도개선위원회에서 18명으로 구성된 TF로부터 최저임금 제도개선안을 보고받았다. 1년간 매달 지급되는 상여금만 최저임금에 포함하고, 한 달이라도 상여금이 나오지 않을 경우 1년간 받은 상여금 전액이 최저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백민경 기자의 오만상~상] 근로시간 단축, 기자들은요?

    [백민경 기자의 오만상~상] 근로시간 단축, 기자들은요?

    근로시간 단축은 최근 기업 최대 관심사다. 주당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제한하는 법안이 지난달 2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서다. 68시간에서 16시간이나 줄었다. 더 일한 만큼의 근무시간을 저축해 놨다가 쉬고 싶을 때 꺼내 쓰는 독일의 ‘저축계좌제’까지는 아니더라도, 주당 37시간을 근로 기준으로 삼는 덴마크까지는 아니더라도 ‘저녁이 있는 삶’으로의 전환을 시도한다는 점에서 반갑다. ‘아버지의 술잔엔 눈물이 절반’이란 말처럼 ‘일이 곧 삶’이었던 우리네 가장들의 삶을, 가족과의 서먹함 속에 노는 법조차 잊어버린 노년의 막막함을 꼭 반복하지 않아도 될 것만 같아서 개인적으로 반가웠다. 그런데 갑자기 든 궁금증 하나. 그럼 기자처럼 저녁 시간 사람을 만나 술 한잔 기울이며 친분을 맺고 정보를 얻어야 하는 업종은 근로시간 환산을 어떻게 하고 어떻게 적용하는 걸까. 관계 기관인 대한상공회의소에 문의해 봤다. 기자들은 통상 ‘재량 근무제’에 해당한단다. 근로기준법상 업무 성격에 비춰 봤을 때 근로자 재량에 위임할 필요가 있는 업무인 경우 노사 합의를 통해 정한 시간을 근로시간으로 가늠한다는 것이다. 대표적 직종이 신상품, 신기술 연구개발 등의 업무부터 신문·방송 기자, 디자인 업무, 방송 프로그램 근로자들이다. 일일이 근로시간을 ‘카운트’하지 않고 근로자 재량에 맡긴다는 얘기다. 관심 부족인 것인지, 중이 제 머리를 못 깎는 것인지 이런 근로 규정들이 적용돼 있는지 모르는 근로자가 많다. 근로시간 단축을 둘러싸고 그간 기업과 노동계 간 ‘밀당’(밀고 당기기)도 모르는 이들이 적잖다. 사실 이번 법 통과에 안도하는 기업은 꽤 많다. 근로시간 단축에 관련된 대법원 판결이 조만간 나는데 2심까지는 14건 중 11건이 근로자 쪽에 유리했다. 결과적으로 대법원마저도 같은 결론을 내린다면 300인 미만 기업은 2년 뒤부터 적용되는 ‘단계별 시행’이라는 유예 조치 없이 바로 모든 기업에 적용될 수 있었다. 중소기업계가 요구했던 ‘노사 합의 시 주당 8시간의 추가 근무 가능’ 역시 이번 법안에 반영됐다. 근로자 주장도 일부 받아들여졌다. 그간 공휴일인 ‘빨간날’ 쉬면서도 노사협약이란 미명하에 연차를 내고 쉬어야 했던 일부 중소기업 근로자들이 정당하게 쉬거나 돈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물론 아직 보완에 대한 목소리도 높다. 기업들은 스마트폰 등 신제품 출시처럼 3∼6개월 동안 집중적으로 연구개발을 해야 하는 업종 특성을 고려해 최대 3개월까지 허용하는 탄력적 근로 시간제를 1년으로 확대해 달라고 주장한다. 이제 시작이다. 근로시간 단축을 우리네 삶에 제대로 정착시키려면 조금씩 틀을 바꿔 가야 한다. 정부는 사업체들과 머리를 맞대고 생산성 혁신을 할 수 있는 정책 프로그램을 만들어 기업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 기업도 ‘양보다 질’이 될 수 있는 근무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근로자도 마찬가지다. 재량근무제가 어떤 것인지, 빨간날 근무하면 얼마큼의 보수를 받아야 하는 것인지 알아야 권리를 찾을 수 있다.
  • 스웨덴식 워라밸 ‘라곰‘ 엿보기

    스웨덴식 워라밸 ‘라곰‘ 엿보기

    ‘워라밸’(Work & Life Balance·일과 삶의 조화), ‘소확행’(小確幸·작지만 확실한 행복) 등은 행복의 강도보다 빈도에 무게를 둔 신조어다. 화려한 성공이 아닌 인생의 가치를 작고 소박한 것에서 찾자는 삶의 자세를 의미하는데, 이런 경향을 설명하는 또 다른 키워드로 스웨덴식 라이프스타일을 지칭하는 ‘라곰’(lagom·적절하게)이 뜨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스웨덴인들의 소박한 삶을 소개하는 서적이 잇따라 출간되고 있다.남편과 두 아이, 고양이와 함께 영국 런던에서 영양 치료사로 일하는 스웨덴인 엘리자베스 칼손의 에세이집 ‘오늘도 라곰 라이프’(휴)는 제목에서부터 ‘라곰’을 내세웠다. 라곰은 과거 바이킹의 건배사 ‘라게트 옴’(구성원 모두를 위해)에서 온 말이다. 넘치지 않는 소박한 삶을 지향하고, 그런 과정에서 만족을 느끼는 삶의 자세를 뜻한다. 저자는 가족이 먹을 채소는 직접 기르고 어머니가 만들어 주신 양초로 매일 집 안을 밝히며 산다. 직장과 가정을 분리하고자 퇴근 시간이면 바로 컴퓨터를 끄고 사무실을 나가며, 이메일도 일절 받지 않는다. 저자는 “시간에 관한 라곰식 접근법은 당당하게 내 시간을 요구하는 데에 있다”며 “일하는 시간과 일하지 않는 시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더 효율적으로 살 수 있다”고 강조한다.‘스웨덴은 어떻게 원하는 삶을 사는가’(한빛비즈)는 라르스 다니엘손 전 주한 스웨덴대사와 30년간 스웨덴 사람들과 일해 온 박현정 주한 스웨덴대사관 공공외교실장이 10살짜리 꼬마, 정치에 도전하는 68세 할머니, 두 아이를 키우는 동갑 부부를 비롯한 15명의 스웨덴 사람들에 관해 이야기하며 스웨덴식 라곰 라이프를 알려 준다.지난달 출간한 ‘스웨덴 일기’(파피에)는 라디오 구성작가와 온라인 게임 시나리오작가로 일했던 나승위씨가 2009년 가족과 함께 스웨덴으로 이주한 뒤의 삶을 정치, 경제, 사회 등 여러 면에서 살핀 책이다. 철학 문제만큼 어려운 스웨덴 운전면허시험과 총알택시가 없는 교통문화를 비롯해 경쟁에서 벗어나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도록 노력하는 스웨덴식 교육 등에 대한 경험과 생각을 담았다. 스웨덴식 라이프스타일 저서의 잇따른 출간은 치열한 경쟁에 지친 한국인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영주 일생활균형재단 WLB연구소장은 “워라밸, 라곰의 부각은 일보다 자신의 삶을 소중히 하고 개성이 강한 2030세대가 사회 주요 노동계층으로 떠오르면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지금 가장 절실한 게 바로 휴식이라는 경향이 출판계에도 이어진 것”이라며 “베이비부머가 일선에서 물러나는 현상이 이어지면서 이런 라이프스타일에 관한 욕구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사설] ‘근로 단축’으로 느는 中企 부담 덜 대책 고민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어제 주당 법정 근로시간을 현행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최종 통과하면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근로시간이 가장 길다는 오명은 벗을 수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앞으로 근로 현장에서의 일주일은 휴일을 포함한 7일이다. 주 최대 노동시간은 평일 40시간과 연장근로 12시간을 더해 총 52시간으로 제한된다. 지금까지는 주당 최대 근로시간 52시간에 토·일요일 8시간씩 모두 16시간의 휴일 근로가 추가로 가능했다. 휴일 근로에 중복할증이 인정되지 않되 공무원들에게 적용됐던 공휴일 유급휴무 제도는 민간 기업으로 확대된다. 개정안이 시대적 당위성을 반영했다는 사실은 찬반 여부를 떠나 부정하기 어렵다. ‘저녁이 있는 삶’을 회복해 국민 생활의 질을 높이려면 이를 뒷받침할 제도적 장치는 절실했다. 이번 개정안이 국회에서 합의되기까지는 무려 5년이 걸렸다. 여야가 노동계와 재계의 요구를 절충해 합의점을 도출했다는 점은 긍정적 평가를 받을 만하다. 논란의 여지는 여전히 남았다. 당장 노동계는 휴일 근로의 연장·휴일수당 중복할증을 하지 않는 데 대해 강력히 반발한다. 휴일 근로에 200% 중복할증 수당을 지급하라는 것이 노동계의 입장이다. 하지만 한발만 물러서 현실을 본다면 노동계의 요구에는 무리가 많다. 근로시간이 갑자기 줄어들면 재계는 휴일 근로 가산 지급 등 비용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기존의 생산량을 유지하려면 신규 인력 채용은 불가피한 문제다. 노동계는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보전책으로 휴일 할증률 200%를 계속 고집한다는 인상이 짙다. 근로시간 단축은 반드시 일자리 나누기의 효과로 이어져야 한다. 그런 맥락에서 노동계의 양보 없는 주장은 설득력을 잃는다. 이제는 산업계의 충격을 최소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국회는 기업 규모별로 시간차를 두고 개정안을 적용하는 3단계 시행 방안을 마련했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중소기업들은 44만명 신규 고용에 8조 6000억원의 비용 부담을 져야 한다는 추산이 있다. 사실상 무제한 근로가 허용된 특례업종의 종사자들도 여전히 많다. 정부는 중소기업 부담과 근로 양극화를 최소화하도록 서둘러 추가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
  • [서울광장] 개운찮은 경총 회장 교체/안미현 부국장 겸 산업부장

    [서울광장] 개운찮은 경총 회장 교체/안미현 부국장 겸 산업부장

    한국경영자총협회가 27일 임기 2년의 새 회장에 손경식 CJ그룹 회장을 선임했다. 1970년 한국경총이 출범한 이래 회장 선임이 이렇게 사회의 관심사가 된 적도 없었던 듯싶다. 매스컴을 타 봤자 ‘아무도 회장을 맡지 않으려 해 구인난을 겪고 있다’는 정도였다.그랬던 경총이 최근 일주일 새 재계를 넘어 정치권까지 흔들어 놓았다. 대구경총 회장이자 중소기업 출신인 박상희 미주철강 회장을 차기 회장으로 추대한다고 했다가 하루 만에 없던 일로 되돌리고 다시 새 회장을 공표한 것이다. 확인된 팩트(fact)는 크게 두 가지다. CJ그룹의 대관 담당 임원이 지인을 대동하고 더불어민주당 H의원을 만났다는 사실이다. H의원은 CJ 임원이 ‘손 회장을 차기 경총 회장으로 밀어 달라’고 요청했다고 주장하고, CJ 측은 “우리가 먼저 요청하지는 않았다”고 반박한다. 누가 먼저 제안했든 손 회장은 회장직을 마다하지 않았다. 물론 손 회장이나 CJ그룹은 억울할 수 있다. ‘판’을 짜놓은 정권의 요청을 거부하기 힘들었다면 말이다. 하지만 전(前) 정권에서 최순실에게 찍혀 그룹 오너 일가가 망명 아닌 망명을 떠나야 했던 수모를 겪은 게 CJ그룹이다. 청와대 경제수석에게 그 “떠나라”는 지시를 대리 전달받았던 사람도 다름 아닌 손 회장이다. 바뀐 정권에서 보란 듯이 설욕을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오십보백보인 구태 재연에 또다시 등장한 CJ의 존재에 뒷맛이 영 씁쓸하다. 또 한 가지 사실은 경총 상임부회장에 일찌감치 최영기 전 한국노동연구원장이 거론됐다는 점이다. 최 전 원장은 한 달쯤 전에 김영배 당시 경총 상임부회장을 찾아가 “14년이나 (부회장을) 했으니 물러나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고 한다. 최 전 원장이 스스로 경총행(行)을 원했는지 아니면 “당신이 가서 경총을 좀 평정해야 하지 않겠느냐”라는 정권 일각의 요청을 받아들인 건지는 알 수 없다. 이 두 가지 사실에 기반해 ‘경총 회장 파동’의 전말을 추론해 보면 이렇다. ‘손경식(회장)-최영기(부회장) 카드’를 희망하는 진영과 ‘박상희-김영배 카드’를 희망하는 진영이 서로 은밀히 경총 접수 모의를 꾸민다. 그리고 지난 19일 회장단 모임 때 각자의 패를 꺼내 보인다. 충돌한 두 진영은 대놓고 싸우면 시끄러워질 수 있으니 “다음에 다시 논의하자”며 헤어진다. 그런데 ‘박-김 진영’에서 마치 차기 회장이 내정된 것처럼 언론에 흘린다. 불의의 일격을 당한 ‘손-최 진영’은 우군을 총동원해 쿠데타 진압에 나선다. 결과는 성공. 경총이 누구를 회장으로 뽑든, 누구를 부회장으로 뽑든 그것은 경총 회원사가 알아서 할 일이다. 정권에 찍힌 게 부담스러워 친정부 혹은 친노동계 인사를 앉힌다면,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그 또한 경총의 선택이다. 그런데 이건 정치판이 따로 없다. 혹자는 “뭘 새삼스럽게…”라고 냉소한다. 하지만 그렇게 치부하고 넘어가기에는 근로시간 단축, 최저임금 산입 범위 조정 등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풀어야 할 민감한 현안이 너무 산적해 있다. 이날만 해도 국회 상임위는 법정 근로시간을 주당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는 데 합의했다. 본회의 절차가 남아 있기는 하지만 올 7월 1단계 시행이 현실화되는 양상이다. 첫 단추를 잘 꿰어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최장 근로시간 국가’라는 오명을 떼고 ‘저녁 있는 삶’으로 연착륙할 수 있다. 경총은 사용자 집단을 대변하는 단체다. 산업계 충격을 줄이기 위해 있는 힘껏 목소리를 내야 한다. 마주 앉은 노총은 월급봉투로 유탄이 튀지 않도록 있는 힘껏 맞설 것이다. 치열하게 맞붙고 싸우는 과정에서 건설적인 타협과 절충이 요구되는 것이지 경총이 노총화, 노총이 경총화될 필요는 없다. 아니 그래서도 안 된다. 각각의 존재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경총은 이번 파동의 책임을 물어 사무국을 징계할 모양이다. 공식 발표까지 기다리지 못한 언론의 조급증도 비판을 피하기 어렵지만 차기 회장 내정과 인터뷰 기사가 온라인에 도배를 하는 동안 수수방관한 회장단도 책임을 면키 어렵다. hyun@seoul.co.kr
  • 생채기 난 가리왕산 복원… ‘환경올림픽‘ 금빛 마무리를

    생채기 난 가리왕산 복원… ‘환경올림픽‘ 금빛 마무리를

    강원도 산골마을 평창·강릉·정선을 뜨겁게 달궜던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 끝났다. 역대 최대 규모로 흥행 최고, 문화·정보통신기술(ICT)의 새로운 지평, 남북 단일팀으로 평화올림픽 실현 등 성공 올림픽으로 박수를 받으며 지난 25일 폐막됐다. 다음달 9~18일 동계패럴림픽이 남아 있지만, 이제는 대회 이후 과제가 무엇인지 짚어 볼 때다. 특히 올림픽의 5대(문화, 환경, 경제, 평화, ICT) 목표 가운데 우선했던 환경올림픽의 사후 관리가 뜨거운 감자로 남아 있다. 탄소 제로(0)를 목표로 실행한 환경올림픽 정책들은 어느 정도 정착됐다는 평가다. 하지만 정선 가리왕산 자연자원의 훼손과 복원은 두고두고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개최지역 주민들뿐 아니라 국민들은 훼손된 환경의 사후관리와 복원이 어떻게 이뤄질지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후손들에게 물려줄 자연환경의 복원과 관리는 올림픽 성공 이상으로 중요하기 때문이다.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일찍이 환경을 스포츠, 문화와 함께 올림픽의 3대 정신으로 선언했다. 2000년부터는 아예 올림픽 개최 희망 도시에 환경 관련 계획을 제출하도록 의무화했다. 1994년 노르웨이 동계릴레함메르대회 때부터 환경 올림픽이 적용되면서 환영받았고 2010년 캐나다 밴쿠버동계올림픽 때는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을 버려진 폐목재로 지어 모범이 됐다. 1992년 프랑스 알베르빌동계올림픽 때 주택지역 가까이와 희귀 습지에 경기장을 지어 최악의 환경오염과 자연파괴 행사라는 비난을 받으며 올림픽에서 환경이 주요 실천 덕목이 됐다. ●온실가스 전체 배출량의 25.4% 감축 27일 강원도와 평창조직위원회 등에 따르면 평창동계올림픽에서도 환경은 우선됐다. 평창조직위는 역대 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탄소 배출 제로를 실천했다고 자부한다. 올림픽을 계기로 청정 강원도가 녹색성장을 선도할 산업인프라도 구축했다고 평가한다. 자연환경 훼손이 아니라 지역의 자연환경을 더 친환경적으로 발전시키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환경올림픽을 위해 저탄소 올림픽을 실천했다. 건설·교통·숙박 등 다양한 분야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159만t은 자체 노력으로 감축하거나 외부로부터 배출권을 기부받아 상쇄시켜 제로화했다. 자체 감축은 경기장 건설에 친환경 자재를 사용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통해 전체 배출량의 25.4%인 40만 5000t을 줄였다. 평창 슬라이딩센터와 강릉 아이스아레나,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 등 신설된 6개의 경기장은 태양광과 지열 등 에너지 효율이 높은 건축물로 지어졌다. 경기장들은 설계부터 시공, 유지관리 등 전체 공정에서 자체 에너지 소모량의 12%를 감축하며 친환경 건축물 인증까지 받았다. 탄소배출권은 거래가 가능한 국내외 공공기관과 민간 기업 등을 통해 배출권을 기부받아 상쇄시키며 탄소 배출 제로화를 추진했다. 서울 상암 지역과 같이 1990년대까지 강릉 지역 비위생매립지로 사용되며 버려지다시피 한 터는 아이스아레나 등 주요 빙상경기장들이 들어선 올림픽파크로 변신했다. 환경올림픽의 취지에 꼭 맞아떨어지며 올림픽파크는 환경올림픽의 상징이 됐다. 가까이 경포호수와 경포대, 녹색도시체험 시설까지 있어 상징성은 배가됐다. 해발 1561m의 가리왕산 환경 훼손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정선 알파인스키장은 남녀 코스를 별도로 건설하려던 당초 계획을 접고 하나로 통합했고, 스타트 지점도 당초 중봉(해발 1420m)에서 하봉(1370m)으로 정하면서 산림 훼손을 33㏊에서 23㏊로 30% 줄이는 효과도 얻었다.●훼손된 가리왕산 산림 55% 복원 계획 우수한 식생과 동식물 서식처가 최대한 보전될 수 있도록 주목 등 주요 식생 군락지 7곳을 우회하며 건설했다. 훼손된 산림 면적의 2배 이상을 산림유전자보호구역으로 대체 지정(584㏊)하고 백두대간 훼손지역 대체림 조성과 경기장 진입도로 주변에는 경관림(500㏊)도 조성했다. 대회 이후 환경영향평가에 따라 산림의 55%는 다시 복원한다는 계획까지 약속했다. 서울~강릉 간 KTX 경강선과 평창 알펜시아 인터컨티넨탈호텔은 환경성적표지인 탄소발자국 인증을 마쳐 환경올림픽에 일조했다. 탄소발자국은 제품 및 서비스의 모든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이산화탄소 배출량으로 환산하는 제도다. KTX 경강선의 탄소 배출량은 승용차를 이용할 때보다 87%가 적고 알펜시아호텔도 일반 호텔보다 6%를 감축했다. KTX 경강선은 자가용 등 차량을 이용할 때와 비교해 6500t의 탄소 배출량 감축 효과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대회 기간 한전에서 무상 지원받은 전기차 152대를 투입해 환경올림픽을 실천했다. 이를 위해 올림픽 개최도시인 평창, 강릉, 정선 지역에는 27대의 전기자동차 충전기가 설치됐고 영동고속도로 휴게소 곳곳에는 환경부 주관으로 급속 전기차 충전기가 다른 고속도로보다 우선해 마련됐다. 맑은 물 공급을 위해 식수 전용 저수지(194만t)를 만들고 취수장과 정수장을 하루 4000t에서 1만t 용량으로 증설했다. 강릉 아이스아레나 등 2개 빙상경기장에는 빗물 재활용 시설과 절수형 수도꼭지를 설치했다. 생태계 회복을 위해 2012년부터 멸종 위기 1급인 장수하늘소, 산양, 멸종 위기 2급인 열목어, 구렁이 등 동물 4종에 대한 증식, 복원에 나섰다. 황기협 조직위 환경기획팀장은 “교통, 건설, 숙박 등 모든 곳에서 환경올림픽이 실천되는 데 최선을 다했다”며 “훼손된 산림 등의 복원에도 앞장서는 등 당초 환경올림픽 선언에 걸맞게 사후 관리에도 나서겠다”고 말했다. ●‘주목´ 등 수만 그루의 천연림 사라져 하지만 우려와 반론도 만만찮다. 천혜의 원시림으로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으로 보호받던 가리왕산이 동계올림픽 6일간, 패럴림픽 2일간의 알파인스키 올림픽 경기를 위해 돌이킬 수 없을 만큼 훼손됐다는 게 환경단체 등의 주장이다. 후손에게 물려줄 소중한 자연유산에 축구장 66배에 달하는 넓이의 깊은 생채기를 남겼다는 것이다. 알파인스키 경기가 펼쳐진 하봉부터 도착지점까지 폭 55m, 길이 2850m로 건설된 스키 슬로프는 2m 깊이로 흙의 맨살이 파이고 얼음으로 다져지며 만들어졌다. 수백년 동안 자리를 지켜 온 수만 그루의 천연림이 사라졌다. 주목 자생지 훼손뿐 아니라 사스레나무와 거제수가 자연스레 교배된 아름드리 왕사스레나무가 베어지고, 자생종으로 희귀종에 속하는 개벚지나무와 사시나무의 남한 최대 군락지도 크게 훼손됐다. 그나마 현지에 자생하는 주목과 신갈나무, 사스레나무 등 200여 그루는 이식 대상 수목으로 정해 옮겨놨다. 하지만 이마저도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대부분 고사해 복원을 약속한 정부의 생태 복원에 대한 의지에 회의를 갖게 한다. ●“가리왕산 복원 약속만이라도 지켜야” 스키장이 건설되기 전에 이미 구체적인 복원계획이 마련됐어야 하지만 올림픽 성공 개최에만 집중한 중앙정부와 강원도는 복원에 대해 관심을 두지 않았고, 건설 비용에 맞먹는 막대한 규모의 복원 예산에 대해서는 지금도 중앙정부와 강원도 모두 ‘나 몰라라’ 손사래를 치고 있다. 급기야 녹색연합 등 환경단체들은 평창동계올림픽 개막과 함께 “2018년 평창은 현대 올림픽 역사상 가장 참혹하고, 가장 반환경적인 올림픽 중 하나로 기록될 것이다. 그래서 최소한 가리왕산 복원 약속만이라도 지켜내야 한다”며 성명서까지 냈다. 정규석 녹색연합 정책팀장은 “1998년 나가노동계올림픽 대회를 열었던 일본은 대회를 위해 스키 슬로프를 건설하며 자연을 크게 훼손한 뒤 생태복원센터까지 만들어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복원작업에 나서고 있다”며 “이제는 우리나라도 가리왕산 등 자연자원의 복원과 함께 정부와 강원도가 펼쳐 온 각종 환경올림픽 정책들이 일회용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 줄 때”라고 말했다. 강릉·평창·정선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 [근로시간 주 52시간 시대] 민주당 중복할증·한국당 특례업종 한 발씩 양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의원들은 근로시간 단축 관련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5년 만에 처리되기까지 노사 양측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끈질기게 협상했다고 자평했다. 환노위원장인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7일 “26일 오전 10시에 (환노위 회의를) 시작해 27일 새벽 3시 50분까지 6차례나 정회했다”며 “노동계와 경제계에서 요구하는 사항이 너무나 첨예해 조정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개정안은 기존 3당 간사 합의안과 유사하다. 민주당은 휴일근로 중복 할증을 양보하는 대신 법정 공휴일 유급 휴무 제도 확대에 대해 자유한국당의 동의를 얻으면서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임이자 한국당 의원은 “(법정 공휴일 유급 휴무 제도에 대해) 한국당 원내대표가 설명한 적도 있어서 논의 당일 추가 안건으로 상정해 급물살을 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정애 민주당 의원은 “그동안 휴일 양극화로 힘들어했던 노동자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특히 특례업종 축소 규모도 논의 막바지에 좁혀졌다. 새벽까지 진행된 회의 도중 임 의원은 5개 특례업종만 남기는 안에 대해 논의하려고 김성태 원내대표와 전화 연락을 시도했지만 닿지 않아 아파트로 직접 사람을 보내기도 했다.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 [근로시간 주 52시간 시대] 재계 “산업현장 연착륙 고민 반영” 노동 “위법한 행정 지침에 면죄부”

    상의 “특례업종 축소해 기업 부담” 양대 노총 휴일수당 유지에 반발 노사정 대화에 악영향 끼칠 전망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27일 주당 법정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는 등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처리하자 재계와 노동계의 반응은 엇갈렸다. 재계는 “일부 부작용의 해소가 필요하지만 원칙적으로는 환영한다”는 뜻을 밝혔지만, 노동계는 “근로기준법 개악일 뿐”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박재근 대한상의 기업환경조사본부장은 “근로시간 단축 법안이 통과돼 산업 현장에서 불확실성이 해소된 점은 다행”이라면서 “다만 공휴일 유급제의 민간기업 적용, 특례업종 축소(26종→5종) 등으로 기업의 부담이 늘어난 것도 사실인 만큼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연착륙을 위한 추가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경영자총협회도 엇비슷한 입장이다. 개정안 발표 직후 경총은 “오랜 시간을 끌어 온 대법원 판결과 입법의 지연에 따른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산업 현장의 연착륙에 대한 고민이 반영된 것”이라고 논평했다. 단 공휴일 유급화와 특례업종의 축소는 보완 입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우려의 목소리는 중소기업이나 영세상인으로 갈수록 높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황은 180도 다르다. 개정안은 휴일에도 쉬기 어려운 서비스업 종사자나 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에 상대적 박탈감과 비용 부담만 안길 것”이라면서 “구조적이고 만성적인 인력난에 빠진 중소기업들의 현실을 국회의원들이 몰라도 너무 모른다”고 토로했다. 노동계는 휴일 근무수당을 현행처럼 150% 유지하는 것은 “법원의 판례와 배치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양대 노총이 반대 뜻을 밝힘에 따라 노사정 대화에도 악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민주노총은 이날 환노위 회의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근로기준법 개악에 반대한다”고 반발했다. 민주노총은 그동안 휴일근로에 대한 중복할증(200%) 적용을 주장해 왔다. 한국노총도 여의도 본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번 여야 합의안은 위법한 행정지침에 면죄부를 주는 것”이라면서 “주 40시간을 초과한 휴일 노동은 연장 노동에도 포함돼 중복가산수당을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에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말했다. 유영규 기자 whoami@seoul.co.kr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근로시간 주 52시간 시대] 민간 中企·영세업체도 관공서처럼 공휴일에 유급휴무 적용

    [근로시간 주 52시간 시대] 민간 中企·영세업체도 관공서처럼 공휴일에 유급휴무 적용

    5인 미만 사업장 558만명은 소외 운송업 등 ‘특례업종‘ 5종만 유지 “단축안 준수 등 추가대책 내놔야”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27일 주 법정 근로시간을 최장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두 번째 장시간 노동국이라는 오명을 벗어나기 위한 첫걸음을 뗀 것이다. 전문가들은 법적으로 근로시간 단축은 이뤄 냈지만, 현실에 반영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인 만큼 일할 땐 일하고, 쉴 땐 쉬는 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후속 조치를 잘 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선 1주일 최장 근로시간이 52시간으로 명시된다. 현행 근로기준법에 따라 주당 근로시간은 최장 40시간에 노사 합의 시 12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 또 고용노동부는 주 단위를 평일 5일로만 해석하고, 토·일요일은 법정근로시간 계산에서 제외해 휴일 근로로 각 8시간씩 더해 최장 68시간 근로가 가능했다. 앞으로는 1주일 단위에 토·일요일을 포함해 휴일 근로를 없앤 만큼 주 근로시간이 52시간이 된다. 다만 산업계 입장을 고려해 기업 규모별로 단계적으로 적용한다. 이 과정에서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 558만명이 단축 대상에서 제외돼 논란이 일고 있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노동계와 경영계 측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돼 타협을 이뤄 내기 어려웠는데, 국회에서 합의점을 찾아낸 건 굉장히 잘한 일”이라며 “공무원에게만 적용됐던 공휴일을 민간에 확대한 부분과 특례업종을 대폭 줄인 것은 노동계에서도 반길 만한 타협안”이라고 말했다. 관공서에 적용되는 공휴일 규정이 민간에 확산됨에 따라 중소기업과 영세업체 노동자들도 공휴일에 유급휴일을 적용받을 수 있게 됐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유급휴일을 주휴일(일요일)과 노동절만으로 규정하고 있다. 대기업은 노사 합의로 공휴일을 휴일로 지정하지만, 중소기업은 그렇지 못한 곳이 많아 설·추석 연휴에도 개인 연차를 쓰고 쉬어야 하는 경우가 있었다. 아울러 사실상 ‘무제한 노동’이 가능한 근로시간 특례업종도 26개에서 5개로 대폭 줄였다.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사회적 합의 논의는 지난 대선 때부터 있었다. 그러나 경제계는 생산성 저하를, 노동계는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추가근무 수당 감소를 걱정하면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추가 대책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노동시간 단축으로 생산성에 타격을 받게 될 중소기업 지원은 어떻게 할 것인지, 임금이 줄어드는 노동자들에 대한 지원은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장은 “사업장이 근로시간 단축안을 잘 지킬 수 있도록 정부 감독과 지침이 충실하게 나와야 한다”며 “노동계 역시 이번 타협안이 한계를 갖고 있더라도 보다 중요한 최저임금 인상과 비정규직 문제 등을 고려해 대안을 찾는 게 중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지 않아 향후 대책 등에 대해 말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며 “개정안이 통과되면 이에 따라 행정해석을 새로 만들고, 사업장에 내릴 지침 등도 만들어 차질 없이 진행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근로시간 주당 68→52시간 단축…장시간 근로 철퇴될까

    근로시간 주당 68→52시간 단축…장시간 근로 철퇴될까

    주당 법정 근로시간이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되면서 장시간 근로 관행에 제동이 걸릴 지 주목된다. 하지만 노동계가 요구하는 휴일근로를 할 경우 200% 중복할증 수당 지급은 받아들여지지 않아 반발이 크다.27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에 따르면 2016년 우리나라 노동자의 1인당 연평균 노동시간은 2069시간으로 OECD 평균(1764시간)보다 305시간 더 많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1주일에 40시간, 1일에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가운데 40시간을 법정 근로시간이다. 이와 별도로 노사 당자사가 합의했을 경우 1주 12시간 연장근로 및 휴일근로가 가능하다고 돼 있어 법적으로 주당 근로시간 한도는 총 52시간에 달한다. 하지만 주무부처는 고용노동부는 2000년 9월 “연장근로시간에는 휴일근로시간이 포함되지 않는다”는 내용의 행정해석을 제시했다. 이는 휴일을 ‘근로일’에서 제외해 토·일요일 8시간씩 총 16시간의 초과근무를 허용하는 것으로, 이에 따라 주당 근로시간 한도를 68시간까지 인정해왔다.이에 노동계는 줄곧 주당 근로시간 한도를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여야 한다고 요구하면서 고용부 행정해석을 폐기하고 근로기준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환경노동위는 또 주당 근로시간 제한 규정에서 제외하는 ‘특례업종’을 기존 26종에서 육상운송업·수상운송업·항공운송업·기타운송서비스업·보건업 등 5종으로 대폭 줄였다. 의료·운수 등 대부분의 공익성 사업들에서 근로시간을 제한하면 국민 생활에 지장을 주기 때문에 연장근로 제한에서 제외하는 ‘근로시간 특례업종’으로 지정해왔다. 특히 집배 노동의 근로시간은 연간 2869시간, 버스 운전기사의 1일 평균 노동시간은 11.7시간에 각각 달해, 과로에 따른 사망사고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됐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환노위는 휴일근무수당의 지급 기준을 현행 통상임금의 150%로 정했다. 그동안 산업계는 고용부의 행정해석에 따라 8시간 이하의 휴일근로에 대해 150%의 수당을 지급하고 8시간 이상의 휴일근로에 대해서는 200%의 수당을 지급했다. 현행 행정해석은 “연장근로시간에는 휴일근로시간이 포함되지 않는다”고 규정해 연장근로와 휴일근로를 별개로 보고 있다. 따라서 근로자가 1주일 중 근무일에 40시간을 근무한 뒤 휴일에 근로(8시간 이내)했다면 휴일근로수당 50%만 가산하면 된다는 게 행정해석의 핵심 내용이다.반면 노동계는 근로기준법상 주당 법정 근로시간이 40시간인 점을 들어 근무일에 40시간을 근무한 뒤 휴일에 근로하면 휴일수당(50%)과 근로수당(50%)을 합쳐 200%의 중복할증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노동계는 이 같은 요구 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강하게 반발하면서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강훈중 한국노총 대변인은 “주 40시간을 초과하는 휴일근무에는 연장·휴일노동수당을 중복 지급해야 한다”면서 “그래야 장시간 과로 노동으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할 수 있고 장시간 노동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강 대변인은 또 “5인 미만 사업장까지 근로기준법상 노동시간 제한을 확대하지 못한 것도 문제가 있다”면서 “영세 사업장에서 노동자 보호 대책이 빠졌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이번 합의는 여야가 노동계의 요구를 무시한 처사”라며 “대책을 마련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日, 잔업수당 없는 ‘재량노동제 입법’ 저지 시위

    아베 “재량노동자 근무시간 적어” 거짓 발언으로 드러나 반발 심화 “재량노동제 중단하라.” “밤마다 잔업을 강요하지 말라.” 휴일인 지난 25일 일본 도쿄 최대 번화가 중 하나인 신주쿠에서 수백명의 시민이 가두행진 시위를 벌였다. 차도까지 일부 점거한 시위대는 손팻말과 플래카드 등을 들고 아베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재량노동제 적용 대상 확대’가 원래 입법 취지와 달리 근로환경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위대 중에는 야당인 입헌민주당의 나가쓰마 아키라 대표대행도 있었다. 우에니시 미쓰코 호세이대 교수는 “대부분 사람들이 (노동을 선택할) 재량이 없고, 업무를 고를 수 없기 때문에 실제로는 장시간 노동이 증가할 것”이라고 시위대에 입법 저지를 호소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일하는 방식’의 개혁을 정권의 주요 시정 목표로 내건 가운데 곳곳에서 반대 목소리가 분출하고 있다. 아베 정부는 재량노동 대상 업무의 확대를 비롯해 초과근무시간 상한 규제,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 등의 입법을 서두르고 있다. 재량노동제는 초과근무를 하더라도 일한 시간에 비례해 수당을 주는 것이 아니라 미리 정해 놓은 임금만을 지급하는 제도다. 정부는 수당을 더 벌기 위해 불필요하게 일하는 시간을 늘리는 노동 관행을 없애고 노동자의 자율성을 높인다는 뜻에서 제도의 확대를 추진하고 있으나 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는 “결국 수당 없는 노동시간만 늘어나게 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의 ‘거짓 데이터’ 사건까지 터졌다. 아베 총리는 지난달 “재량노동제 노동자의 근무시간이 일반 노동자보다 짧다는 데이터가 있다”고 국회에서 말했으나 실제로 그런 데이터는 없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아베 총리가 발언을 철회하고 사과를 했지만, 정부가 여론을 호도하려 했다는 비판까지 더해지면서 반발 수위만 높이는 꼴이 됐다. 실제로 25일 신주쿠 시위에 나온 도쿄도의 정보기술(IT) 회사 직원 다카하시 사토시(25)는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부적절한 데이터를 둘러싼 정부의 대응에 의문을 느껴 시위에 나왔다고 말했다. 사토시는 “이미 재량노동제로 근무하고 있는 주변 사람들을 보면 장시간 노동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도 정부가 상황을 호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마이니치신문은 지난 24~25일 전국의 유권자 570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재량노동제 적용 대상 확대에 반대한다는 의견이 전체 응답의 57%로, 찬성 응답(18%)을 압도했다고 26일자에서 보도했다. 아베 내각을 지지하는 계층에서조차 46%가 “반대”라고 답했다. 여론이 악화하자 후생노동성은 제도 확대 등 시행시기를 당초 예정보다 1년 늦춰 2020년 4월로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나, 야당은 법안 제출 자체를 포기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김태균 기자 windsea@seoul.co.kr
  • 경총 새 회장 선임 과정 ‘보이지 않는 손’ 개입했나

    전형위 “27일 회장 선임 마무리할 것” 차기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 선임을 둘러싼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여권의 핵심 국회의원이 차기 경총 회장과 상임 부회장 선임 과정에 깊숙이 개입했다는 주장이 나오는 등 내분이 깊어지는 양상이다. 경총은 이르면 27일 전형위원회를 열고 회장 선임을 마무리 짓기로 했다. 23일 재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소속 H 의원이 주요 그룹 관계자들을 만나 임기 만료된 박병원 경총 회장의 후임으로 재계 원로인 손경식 CJ그룹 회장이 선임됐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H 의원은 경총 상임 부회장에는 최영기 전 한국노동연구원장을 추천한 것으로 전해졌다. 상임 부회장은 노동계와의 협상 등 경총 실무를 책임지는 자리다. 그동안 경총은 14년간 ‘장수’한 김영배 상임 부회장이 문재인 정부를 향해 “세금으로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임시방편”이라고 직격탄을 날리면서 정권과 껄끄러운 관계를 유지해 왔다. 김 부회장은 전날 경총 정기총회에서 물러났다. 일각에서는 김 부회장이 같은 TK(대구·경북)이자 중소기업인(미주철강 회장) 출신인 박상희 대구경총 회장을 차기 경총 회장으로 추대함으로써 연임을 시도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박 회장이 ‘내정자’ 신분으로 언론과 인터뷰하면서 “김 부회장을 연임시킬 생각”이라고 말한 게 이런 관측에 힘을 보탰다. 그러자 H 의원 측이 부랴부랴 움직이며 ‘박상희 경총 회장 내정’을 없던 일로 되돌렸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정부가 눈엣가시였던 김 부회장을 아웃시키고 그 자리에 (친노동계인) 최 전 원장을 앉히려 했으며 (정권과 연결고리가 깊은) H 의원이 총대를 멘 것이라는 주장이 나돈다”고 전했다. H 의원은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행정관을 지낸 친노친문계 인사다. 초선이기는 하지만 문재인 대선 캠프에서 중책을 맡았고 지금도 청와대와 통하는 핵심 의원 중 한 명으로 꼽힌다. 하지만 H 의원은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아는 지인이 CJ측 임원을 소개해 주며 서로 잘 도우면 좋겠다고 하길래 ‘알았다’고 대답한 것 뿐”이라면서 “경총 회장 선임에 개입한 적도 없고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전했다. 박복규 전형위원장은 “정치권 개입은 들어본 적 없다”면서 “오래 끌수록 잡음만 커질 수 있는 만큼 27일 회장 선임을 매듭지을 것”이라고 말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논설위원의 사람 이슈 다보기] “보유세 높여야 집값 잡는다, 부동산 돈벌이는 꿈도 못 꾸도록”

    [논설위원의 사람 이슈 다보기] “보유세 높여야 집값 잡는다, 부동산 돈벌이는 꿈도 못 꾸도록”

    박건승 위원이 만났습니다 - 박승 前 한국은행 총재 한국 경제 상황이 몹시 어수선하다. 말 그대로 ‘어지럽게 얽힌 삼 가닥’이다. 청년 일자리 창출과 최저임금 후유증 최소화, 서울 강남 집값 잡기 등 난제만 두께를 더하고 있다. 대외 경제 여건은 최악이다. 지난 14일 경제계 원로인 박승(82) 전 한국은행 총재를 찾았다. 인터뷰는 서울 종로구 평창동 박 전 총재 자택 인근의 한 호텔에서 두 시간가량 직설적 토크 방식으로 이뤄졌다.▶소득주도 성장론은 방향이 맞는 건가. -당위적이고 불가피하다. 10여년 전만 해도 한국은 경제성장률 5% 안팎의 활력이 넘치는 고성장 국가였다. 지난 10년간 보수 정권이 박정희 정권 시절의 수출 주도형 대기업 ‘낙수 효과 정책’을 이어 온 것이 패착이다. 경제성장은 수출이 주도하고, 수출은 대기업이 하고, 정부는 대기업에 특혜를 주는 성장 방식이었다. 시대가 바뀌었다. 이런 성장 방식은 1997년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더이상 통하지 않고 있다. 중국이 본격적으로 세계경제에 등장하면서 한국 수출이 경제성장을 끌어갈 주도력을 상실했다. 수출 증가율은 2014년에 -8%, 2015년 -6%, 2017년엔 13%였다. 3년치만 보면 증가율 제로다. 수출주도 성장이 불가능한 다른 이유는 대기업이 국내 투자를 기피한다는 점이다. 10대 기업들은 500조원 넘게 사내 유보금을 갖고 있다. 예전에는 노동집약 산업 위주여서 투자하면 바로 고용이 늘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기업이 돈을 벌어도 가계로 전달되지 않는다. 정부가 소득주도 성장 정책을 통해 기업이 번 돈을 가계로 순환시켜 줘야 하는 이유다. 그러려면 법인세 인상이 필요하다. 정부가 돈을 더 걷어서 건물을 짓고 도로나 복지시설도 확충하고 일자리를 만드는 등 기업들을 대신해서 투자를 해 주는 역할이 필요하다. 이런 방식으로 정부가 가계에 소득을 이전해 주면 가계 소비가 늘고 내수가 살아나고, 결과적으로 기업소득도 늘어날 것이다. 2016년에 기업소득이 전년보다 21% 늘어 최고치를 경신했는데 가계 실질소득은 0.4% 감소했다. 수출에서 내수 주도로, 낙수에서 분수효과 정책으로 패러다임을 바꾸지 않으면 경제 활력은 더 떨어질 것이다. ▶그런데 왜 적잖은 국민들이 소득주도 성장론에 공감하지 못할까. -공감을 못 얻고 있다고 보지 않는다. 다만 새로운 시도이기 때문에 국민들에게 생소하게 보일 뿐이다. 국민들이 알고 있는 소득주도 성장은 수요 측면의 성장정책이다. 그러나 이게 전부가 아니다. 공급 측면의 성장정책이 나와야 한다. 기업의 생산성 향상과 국제경쟁력 강화, 기업의 활력을 불어넣는 정책 말이다. 정부가 일자리 창출에 발벗고 나서는 것은 잘하는 일이지만, 그것을 정부만 해서는 안 된다. 기업이 같이 해야 한다. 노동개혁과 규제혁파를 통해 기업에도 힘을 실어 줘야 한다. 그간 수요적인 측면만 부각하고 공급 쪽의 정책에 소홀한 것은 정부 책임이 크다. ▶‘친노(親勞) 정부’의 한계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재벌개혁이 필요하듯 노동개혁도 필요하다. 똑같은 잣대가 적용돼야 한다. 현재 노동운동은 대기업의 정규직 노동자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저임금 비노조의 노동자들의 복지향상은 뒷전이다. 노동계가 과거 보수 정권에서는 투쟁을 통해 목적을 달성했다면 진보 정권에서는 협력을 통해 목적을 이뤄야 한다. 국내 노동자 3분의1이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저임금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를 해결하려면 고소득 정규직 노동자가 기득권을 가져서는 안 된다. 임금인상도 자제하고 해고도 어느 정도 용인해야 고용이 늘어난다.(박 전 총재는 노동개혁을 언급할 진중한 표현을 쓰려 노력했지만 내용은 단호했다.) ▶최저임금 대폭 인상 후유증에 대한 생각은. -최저임금 인상은 소득정책 과제 중 핵심 정책이다. 가계 성장을 늘려서, 소득을 늘려서 성장을 촉진하는 것엔 이견이 없다. 과거와 달리 임금이 큰 폭으로 오르면 필연적으로 불만과 저항이 있기 마련이다. 지금 과정은 ‘가야 하는 변화에 따른 일시적인 불편’이라고 본다. 올해 16.4% 올린 것은 다소 과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분을 기업에 보조금으로 주는 방식은 원칙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 눈먼 돈이 되기 십상이고 받을 사람에게 꼭 가는지도 의문이다. ▶요즘 강남 집값은 경제 논리로는 도저히 설명이 안 되는데. -부동산 파장은 근본 문제가 해결되지 않기 때문에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으로 보면 된다. 근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혁명에 가까운 발상의 전환’과 노력이 따라야 한다. 부동산이란 개인에게는 편익수단이어야 하는데, 한국에서는 이재(理財) 수단이 돼 버렸다. 국가는 경기 안정 수단이 돼야 할 부동산을 경기 부양 수단으로 생각하고 있다. 지난 50년 새 물가가 30배 올랐는데 땅값은 3600배 올랐다. 여기에 한국인의 비리와 좌절, 금수저·흙수저가 모두 녹아들어 있다. 한국 경제 성장은 ‘빈곤화 성장’이다. ‘경제는 성장하는데 국민은 가난해지는’ 주범이 부동산이다. 지난 4년간 가계소득은 9% 오르는 데 그친 반면 집값은 22%, 전셋값은 52% 뛰었다. 부동산 보유과세(재산세+종부세)가 미국은 1.5%, 일본이 1.2%인데 한국은 0.15%다. 미국의 10분의 1이다. 하지만 거래세는 높다. 사고파는 것은 못하게 하고, 갖고 있는 것에는 지나치게 보호를 한다. 보유세를 3~4배 올리고 거래세를 대폭 낮추는 게 맞다. 아예 부동산 자체를 돈벌이 수단으로 꿈도 못 꾸도록 만들어야 한다. ▶ 증세에 대해서는. -당연히 해야 한다. 담세율을 높여야 한다. 2007년에는 21%였는데 지난해는 20%로 오히려 줄었다. 선진국은 통상 25% 선이다. 지난해 국민부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34%인 데 반해 한국은 26%다. 우리가 앞으로 복지를 늘리려면 증세는 불가피하다. 현 정부에 바라는 것은 임기 중 ‘복지·세금 5년 로드맵’을 만들라는 점이다. 정부가 전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현재 세수가 어떻고, 얼마가 모자란지, 얼마를 증세할 건지 로드맵을 마련해 국가를 경영했으면 좋겠다. 담세율은 20%에서 23%까지는 올리는 게 맞다고 본다. 구체적으로는 법인세·소득세·종합부동산세, 그리고 필요하다면 부가가치세까지 올려야 한다. 서민도 동참해야 한다는 얘기다. ▶미국과 달리 한국은 법인세를 올려 기업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국은 올해 법인세 최고세율을 35%에서 21%로 내렸고 한국은 22%에서 25%로 올렸다. 한국은 실효세율이 18%이지만 미국은 21%다. 아직도 우리는 미국보다 실효세율이 낮다. 근본적으로 다른 점은 미국은 법인세를 내리면 국내 투자가 늘어나서 고용이 증가한다. 반면에 한국은 국내 투자경쟁력이 없기 때문에 대기업이 유보금을 쌓고도 국내 투자를 안 한다. 그래서 법인세를 낮춰줘도 투자와 고용이 늘어난다고 볼 수 없다. 이것은 풍토의 문제다. 미국은 기업들이 국내투자를 하기 때문에 해외투자금액은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미국은 미국에 투자해서 돈을 번다. 한국은 한국에 투자해서 돈을 버는 곳이 아니다. ▶정부에 꼭 주문하고 싶은 정책이 있다면. -교육이 과거에는 계층 상승의 사다리 역할을 했지만 지금은 ‘계층 상속의 수단’이 되고 말았다. 통계를 보니까 고소득층의 교육비 지출이 저소득층의 8배나 된다. 고소득층이 출세 여건의 기회를 독과점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정부에 제안하고 싶은 것은 저소득 자녀, 예컨대 소득순위 3분의1 이하 자녀가 수능 전국 순위 상위 30% 안에 들면 대학 4년간 학비 전액을 국가가 부담하라는 것이다. ksp@seoul.co.kr ■ 박승 前 총재는 한국경제 중도 실용주의자…‘J노믹스’ 비판적 지지자 박승 전 총재는 한국 경제의 대표적 중도 실용주의자다. 1961년 서울대 상대를 나와 1974년 미국 뉴욕주립대에서 ‘노동력 잉여 후진국에서 외자의 경제개발 효과’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노태우·김영삼 정부 때 대통령 경제수석과 건설부 장관, 대한주택공사 이사장을 맡았다. 부동산 문제 등 실물경제를 꿰뚫는 통찰력이 뛰어나다. 김대중 정부에선 한국경제학회 회장과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민간위원장, 금융통화위원회 의장을 역임했다. DJ·참여정부에 걸쳐 4년 동안 한국은행 총재로 일했다. 지난해 5월 대선에선 당시 문재인 대통령 후보의 싱크탱크 자문위원장을 맡았다. ‘제이(J) 노믹스’에 관한 한 ‘비판적 지지자’로 분류된다.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할 말은 하겠다는 소신이다. 1970년대 후반엔 서울신문 논설위원으로 필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1970년대 중반 월간지 ‘세대’에 서울신문 편집국장 출신인 남재희씨, 김학준(당시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씨와 함께 고정칼럼을 내보낸 적이 있었는데, 이것이 훗날 서울신문과 결연(結緣)한 계기가 됐다. 정치 부문은 남재희 전 편집국장이, 경제는 박승(중앙대 경제학과) 교수가 맡았다. 중앙대 경제학부의 명예교수로 남아 제자들과 함께하고 있다.
  • 메르켈 후계자에 ‘미니 메르켈 ’

    메르켈 후계자에 ‘미니 메르켈 ’

    메르켈에서 ‘미니 메르켈’로.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19일(현지시간) 자신이 이끄는 기독민주당 사무총장에 최측근인 안네그레트 크람프카렌바우어(56) 자를란트 주총리를 낙점하며 사실상 후계구도 준비에 돌입했다. 크람프카렌바우어 주총리는 ‘미니 메르켈’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좌우 진영 모두를 통합할 수 있는 여성 정치인으로 꼽힌다. 이번 발탁은 메르켈 총리가 자신에게 비판적인 당내 보수파를 견제하고 특유의 ‘중도 정치’ 유산을 이어 가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독일 일간 디 벨트는 크람프카렌바우어가 건강 문제로 사퇴하는 페터 타우버 현 사무총장에 이어 오는 26일 당 회의에서 정식으로 사무총장으로 선출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그는 사무총장직을 수락하며 “독일 역사상 가장 어려운 정치적 시기지만 우리 당의 정강정책 혁신을 주도하겠다”고 강조했다. 1962년 자를란트에서 태어난 크람프카렌바우어는 1981년 기민당에 입당해 청년 당원으로 활동했다. 1999년 자를란트 주의원으로 당선된 뒤 지역 정치 활동에 매진해 2011년부터 자를란트주 최초의 여성 총리를 맡고 있다. 기민당 사무총장이 되면 중앙 정계의 경력이 보태지면서 전국적 인물로 부상할 기회를 잡았다. 이번 사무총장직 선임은 메르켈 총리가 대내외적으로 자신의 후계자를 선포한 것으로 평가된다. 메르켈 총리도 앞서 1998년 기민당 첫 여성 사무총장을 거쳐 2000년 당수 자리를 거머쥐었고 2005년 정권교체를 통해 연방총리로 선임됐다. 프랑스와 인접한 자를란트주는 독일 연방 16개주 가운데 3개의 도시주(베를린, 브레멘, 함부르크)를 제외하고는 인구와 면적이 가장 작은 주로 꼽힌다. 무엇보다 주요 산업인 석탄과 철강업이 쇠퇴하면서 옛 서독 지역에서는 소득 수준이 가장 낮다. 동독 베를린 인근에서 자란 메르켈 총리와 마찬가지로 독일 중앙 정계에서 변방 출신이라는 정서적 동질감도 있다. 기업활동의 자유를 중시하는 기민당 내 보수 우파는 그동안 사회민주당과의 대연정을 세 차례나 구성하며 비정규직 축소 등 좌파 의제를 수용한 메르켈 총리에 대한 반감이 높았다. 이에 따라 당내 대표적 보수파인 옌스 스판 재무차관을 사무총장으로 지지하는 목소리도 높은 편이다. 크람프카렌바우어는 전형적인 중도 성향 정치인이자 좌우 양쪽 진영의 의견을 경청하는 통합론자로 꼽힌다. 평소 최저 임금제도와 노동자의 권리를 옹호해 왔으며 자를란트 주총리 재직 시에도 재정 적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동계를 설득해 긴축 재정을 관철한 업적이 있다. 그는 2015년 메르켈 총리의 난민 100만명 수용 정책을 옹호하면서도 난민 국적 심사를 엄격히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한쪽으로 치우지지 않는 중도적인 입장을 견지해 왔다. 최근 각 정당 지지율에 대한 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도 우파 기민·기사당 연합(32%)에 이어 극우 성향의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16%를 차지해 사민당(15.5%)을 제쳤다. 독일 사회의 우경화 추세에 대처하기 위해서도 중도 성향 후계자가 시급하다는 메르켈 총리의 인식을 반영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2005년부터 독일을 이끈 메르켈 총리가 크람프카렌바우어를 지명한 것은 당내 지도부에 신선한 피를 주입하고 후계를 준비해야 한다는 거센 압력 때문”이라며 “메르켈 총리가 당내 보수세력으로부터 자신의 정치적 유산을 보호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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