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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광숙 칼럼] 문제는 ‘윤심’이 아니라 ‘개혁’이다/대기자

    [최광숙 칼럼] 문제는 ‘윤심’이 아니라 ‘개혁’이다/대기자

    요즘 국민의힘은 3·8전당대회를 앞두고 ‘윤심’(尹心) 논란으로 당대표 후보들이 이전투구를 벌이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승패를 좌우할 것이라는 내년 4월 총선을 진두지휘할 당대표를 뽑는 여당 전대가 ‘친윤’ 대 ‘비윤’ 구도로 전개되는 것을 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답답하다. 새 당대표가 ‘윤심’만 확보하면 다가오는 총선에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가 몇 달째 초유의 무역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와중에 고물가·고금리로 고통받는 서민들에게 ‘윤심’의 행방은 관심사가 아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저출산·고령화 소용돌이 속에서 급속히 성장동력을 잃어 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내 가족의 생계와 내 아이의 미래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친윤’ ‘비윤’ 운운은 마치 딴 나라 얘기 하는 것 같다. 국민은 무엇이 문제이고, 무엇을 해야 할지 잘 알고 있다. 바로 윤석열 대통령이 기치로 내건 노동·연금·교육 등 3대 개혁이다. 정규직·비정규직 이중구조로 된 노동시장을 완전히 뜯어고치지 않으면 우리 사회의 고질병인 양극화·불평등이 더 악화될 것이라는 것을 국민들은 말하지 않아도 안다. ‘조금 내고 더 받는’ 연금을 ‘더 내고 덜 받는’ 구조로 바꾸는 난제를 성공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면 다음 세대는 희망을 잃어버릴 것이다. 망국적인 사교육과 부실 덩어리 대학을 이대로 끌고 가면 한국의 앞날은 암울할 것이라는 것도 주지의 사실이다. 청년 세대의 절반 이상이 비정규직으로, 정규직의 월급 절반을 받으면서 일한다고 한다. 그런 이들에게 평생 정규직으로 안정적으로 살았던 기성세대들의 노후 연금까지 떠맡기는 것은 공정하지 않을뿐더러 그들에게 죄를 짓는 일이다. 이런 불공정하고 불평등한 상황을 타개하려면 ‘윤심’을 신주단지처럼 모시는 데만 골몰할 게 아니라 국가 미래를 위해 대대적으로 구조개혁에 나서는 모습을 집권 여당과 대통령실은 보여 줘야 한다. 개혁 추진 과정은 순탄치 않을 것이다. 기득권층의 반발에 하나같이 고통이 따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화물연대 파업에서 봤듯이 법과 원칙이 국민들의 지지를 얻으면서 민노총은 결국 파업을 철회했다. 개혁의 길이 험난하지만 설득의 리더십을 통해 국민의 이해를 구한다면 어려운 일도 아니고 선거의 악재로만 작용하는 것도 아니다. 영국의 전 총리 마거릿 대처(11년 재임)와 토니 블레어(10년 재임)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들은 각각 보수당과 노동당의 최장수 총리다. 이들이 오래 집권할 수 있었던 비결은 난관에도 불구하고 개혁을 과감하게 관철시켰기 때문이다. 개혁은 고통스럽지만, 희망의 실마리를 제시하면 국민은 결코 등을 돌리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영국병’을 고치는 데 성공한 대처는 노조의 강력한 반발에도 과감한 노동개혁을 통해 영국을 유럽의 강자로 부활시켰다. 블레어는 진보 진영이면서도 시대 변화에 발맞춘 노동개혁 등 노동당의 우클릭을 시도해 국민의 광범위한 지지를 받고 영국의 재도약 기틀을 마련했다. 반면 개혁으로 선거에서 낭패를 본 경우도 있었다. 독일의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가 그랬다. 그는 자신의 지지 기반인 노동계의 이익에 반하는 노동·복지 개혁으로 총선에서 앙겔라 메르켈이 이끄는 우파 기민당에 패했다. 하지만 선거에는 졌지만 후임 메르켈 정부는 슈뢰더가 추진한 노동개혁 성과 덕분에 독일을 유럽의 최강국으로 만들 수 있었다. 개혁은 삼키기 힘든 쓴 약이지만 결국 제대로 추진만 한다면 시간 차이가 있을 뿐 국가를 살리는 명약이 된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다음달 선출되는 여당 당대표가 이끌 내년 총선은 과감한 개혁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 슈뢰더는 ‘개혁하지 않으면 당신들은 재선돼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이 말은 지금 우리에게도 유효하다.
  • 돌발 상황 만난 ‘3+1 개혁’…대통령실, 다시 고삐 죈다

    돌발 상황 만난 ‘3+1 개혁’…대통령실, 다시 고삐 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집권 2년차를 ‘개혁 원년’으로 삼겠다며 내세운 ‘3+1’(노동·교육·연금+정부) 개혁이 최근 잇따른 돌발 상황으로 추진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대통령실은 공직사회를 독려하며 개혁 의지를 재차 강조하고 나섰다. 최근 암초를 만난 주요 개혁 현안은 연금과 정부개혁이다. 우선 지난 9일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가 핵심 사안인 모수개혁(보험료율 인상과 소득대체율 조정) 논의를 정부 몫으로 돌리며 연금개혁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관측이다. 정부가 오는 10월 국민연금 종합 운영 계획을 내놓은 뒤 재논의하겠다는 것이지만, 정치권이 연금개혁 논의에서 발을 뺀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내년 총선을 앞둔 상황 등을 고려하면 연금개혁의 타임 테이블도 선거 이후로 늦춰질 가능성이 높아지는 상황이다. 공직사회를 유연하고 민첩하게 바꾸고, 파격적인 인사·성과시스템을 도입하겠다는 정부개혁 역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 가결로 시작부터 난항에 부딪힌 모습이다. 당초 계획했던 국가재난안전시스템 마련 및 정부혁신전략회의도 순연되는 등 정부개혁 논의는 이 장관의 복귀와 맞물려 늦춰질 수밖에 없게 됐다. 지난해 말 화물연대 집단운송 거부 사태를 기점으로 시작된 노동개혁의 경우 노동계가 절치부심하듯 대규모 ‘춘투’를 예고하며 또다시 전운이 감돌고 있다. 정부는 초유의 ‘장관 탄핵소추 사태’에 대통령실과 국무조정실이 ‘차관 대행 체제’인 행안부를 측면지원하기로 하는 등 공직사회의 동요를 차단하고 나섰다. 대통령실은 이관섭 국정기획수석을 중심으로 각 비서관실이 행안부와 협력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헌법재판소가 가능한 한 빨리 탄핵안의 인용 여부를 결정하고, 이 장관이 업무에 복귀할 경우 정부개혁을 다시 본궤도에 올려놓겠다는 방침이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지난 7일 세종 국무회의 후 열린 ‘공무원과의 대화’에서 했던 발언을 12일 추가 공개하며 공직사회와의 스킨십을 재차 강조하는 모습이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기득권과 타협하면 바꿀 수 있는 것이 없다”, “산업현장에서 폭력과 협박에 터를 잡은 불법을 놔두면 그게 정부고, 국가냐”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자신 역시 검사로 26년 공직생활을 한 공무원 출신임을 언급하며 “정권이 바뀌면 혼란스럽기도 하지만 결국 여러분(직업 공무원)들이 우리 같은 선출직 공무원을 도와야 한다”는 취지로 역설하며 현장의 젊은 공무원에게 강한 신뢰를 보냈다고 한다. 정부는 이 밖에 대통령령 개정 등으로 추진할 수 있는 주요 과제를 선정하는 등 규제개혁 작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는 내년까지 대통령령 개정이 필요한 17개 과제와 국무총리령 등 개정으로 가능한 16개 과제 등 33개 과제의 정비를 우선 추진한다.
  • 고용부 “美, 노조 회계 열람 보장… 위반 땐 형사처벌”

    ILO “노조 자금 외부 통제 필요”직장 내 괴롭힘 국제 현안 떠올라 미국 정부가 노사 단체에서 제출한 회계보고서 정보를 공개하고 규정 위반을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정상적이고 합법적인 노조가 자금을 관리·사용할 수 있는 자유를 보장하되 재정 운영·관리에 대한 외부적 통제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9∼10일 이틀간 해외 공관과 국제기구에 파견된 고용노동관·파견관이 참석하는 연찬회에서 발표될 주요국 노동개혁 정책을 사전 공개했다. 고용부가 노조 회계 투명성 제고를 위해 노조들로부터 재정에 관한 장부·서류 등 비치·보존 의무 이행 여부를 보고받는 가운데 노동계는 이를 ‘노동 탄압’으로 규정하며 반발하고 있다. 앞서 정부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노조가 재정을 더 투명하게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의 ‘노사정보 보고 및 공개법’에 따르면 노사단체는 매년 회계연도 종료 시점으로부터 90일 이내에 회계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조합원은 소송을 통해 회계보고서 증명을 위한 장부·기록·계정 조사가 가능하다. 정부는 회계보고서를 공개하고 법의 규정 위반을 조사할 권한을 갖는다. 노조 임원과 근로자는 이해충돌 발생이 가능한 주식·채권 보유 정보를 노동부 장관에게 보고하도록 했다. 회계보고서 작성 등에 관한 규정을 고의로 위반하거나 권리 행사를 방해·저지하기 위해 조합원을 구속·강요·협박하면 형사 처벌 대상이 된다. ILO는 노조 재정 남용을 막고 자금의 잘못된 관리로부터 조합원들을 보호하기 위해 연간 회계보고서 제출 의무를 부과하거나 노조 활동이 조합원 규칙이나 법률에 반한다고 믿을 근거가 있는 경우 외부적 통제·검증을 할 수 있다고 인정하고 있다. 노조의 은행 계좌 동결은 노조 활동에 대한 심각한 간섭이지만, 회계장부 사용 전 노동부에서 도장을 찍고 페이지 번호를 매기도록 하는 법안은 사기 방지의 목적이므로 노조 권리의 침해가 아니라는 판단이다. ‘직장 내 괴롭힘’은 국제적 현안이다. 지난해 ILO·로이드선급재단·갤럽이 국제적 규모로 직장 내 괴롭힘과 폭력에 관해 첫 실태조사를 한 결과 5명 중 1명 이상이 직장 생활을 하며 폭력과 괴롭힘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권기섭 고용부 차관은 “고용·노동 관련 국제적인 기준과 주요 국가의 사례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정보 공유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 연금개혁 발 뺀 국회… 노동계 “예고된 실패”

    국민연금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조정하는 ‘모수 개혁’을 논의해 온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가 뒤늦게 ‘구조개혁’ 논의로 방향으로 틀면서 국회 연금 개혁 논의가 원점으로 돌아갔다. 연금제도의 ‘틀’을 재설계하는 구조개혁이 장기적 관점에서는 맞지만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조정하는 민간자문위원회의 전문가 안을 기다리던 여야가 돌연 구조개혁으로 방향을 튼 것이다. 연금특위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김성주 의원은 9일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퇴직연금 등 노후소득 체계 전반에 대한 논의를 먼저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연금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조정 논의는 그 이후에 할 수 있다고도 했다. 김 의원은 “국회는 주로 구조에 대한 문제를 다루는 게 맞다”며 모수 개혁은 정부의 몫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국민의힘 간사인 강기윤 의원도 전날 회동 후 “구조개혁 부분을 먼저 충분히 논의하고 나서 (모수 개혁에 대해) 논의해도 늦지 않다”며 선(先) 구조개혁 후(後) 모수 개혁을 강조했다. 결국 국회는 구조개혁을 처음부터 다시 논의하고, 정부가 오는 10월까지 국민연금 종합 운영계획을 내는 ‘투 트랙’ 논의를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연금특위가 정부에 공을 넘기자 노동사회계에서는 “예고된 실패”라는 비판이 나왔다. 국민연금 가입자 단체인 양대 노총과 시민단체는 이날 잇따라 성명을 내고 새로운 사회적 합의 기구 설치를 요구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도 “연금 개혁을 구조개혁 논의부터 다시 하겠다는 말은 시급한 연금 개혁을 하지 않겠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며 “국민연금, 기초연금, 퇴직연금, 직역연금 등 모든 한국 사회 연금을 다 끌어모아 각각의 역할을 논의한다는 게 하루 이틀 만에 가능한 것인가”라고 했다.
  • 해외 저작권료 받은 황동혁 감독 “한달 20만원으로 버티던 때였다면…”

    해외 저작권료 받은 황동혁 감독 “한달 20만원으로 버티던 때였다면…”

    “첫 작품이 흥행이 잘 안 돼 빚을 내거나 한 달에 20만원으로 살던 시기에 이런 제도가 있었으면 많은 도움이 됐을 것이다.” 지난해 넷플릭스 공전의 히트작 ‘오징어 게임’을 연출한 황동혁 감독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저작권법 개정안 지지 선언회에 영상으로 참여, 스페인 넷플릭스 등에서 수집된 해외 저작권료를 전달받고 “창작자가 먹고살 만해야 ‘제2의 기생충’, ‘제2의 오징어 게임’이 나올 수 있는 것”이란 소감을 밝혔다. 차기작 준비 때문에 영상으로 소감을 전한 황 감독은 국회에 발의된 저작권법 개정안이 통과돼야 한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이날 지지 선언회는 법안을 발의한 국민의힘 성일종·황보승희 의원, 더불어민주당 유정주 의원, 한국영화감독조합이 공동 주최했다. 개정안의 취지는 영화·드라마 작가와 감독 등 영상 창작자도 저작물에서 발생한 수익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행법으로는 계약서에 별도의 특약이 없으면 창작자는 제작자에게 저작권 대부분을 넘긴 것으로 추정돼, 작품 상영 후 분배금을 받거나 해외에서 징수된 저작보상금을 받을 수 없다. 프랑스와 독일, 멕시코 등 영상물 저작 보상금을 징수하는 나라는 베른 협약에 따라 한국 감독들에게도 지급할 보상금을 적립해두고 있지만, 호혜 평등의 원칙에 따라 국내에서 수익이 송금되지 않기 때문에 국외에서 송금이 유입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유정주 의원은 “한국 법 제도가 영상저작권자의 권리를 인정하지 않아, 매년 40여개 국가에서 보상금 수백억원이 적립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우리 저작권법 개정안을 지지하는 해외 저작권 관리단체 DAMA(스페인)와 DAC(아르헨티나)가 자국에서 수집된 금액을 먼저 한국에 보내기로 하면서 황 감독을 포함한 영화·드라마 감독 500여명이 보상금을 나눠 받게 됐다. 2016년부터 2021년까지 스페인에서 수집된 보상금은 약 2억 426만원, 2021년부터 2022년까지 아르헨티나에서 수집된 보상금은 6400여만원이다. 액수는 작지만 상징적 의미가 작지 않다. 황 감독은 “계약서를 쓸 때 보면 항상 제작사에 ‘모든 권리를 넘긴다’고 돼 있어 당연히 그래야 하는 게 불문율인 줄 알았다”며 “국가 차원에서 (권리 보장을) 해야 모든 해당 주체에 법령이 제대로 전달, 실행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어느 나라나 요즈음 창작자가 안 나오는 게 제일 문제”라며, “창작자들이 먹고살 만하다는 인식이 있어야 좋은 인력이 몰려와 더 좋은 작품이 나온다. 눈앞만 보지 말고 생태계를 살린다는 마음으로 접근해 달라”고 호소했다. 함께 정산을 받은 임순례 감독은 “10, 20년 전에 할리우드 배우나 감독들은 영화가 재방, 삼방될 때마다 재방송료를 받아 평생 먹고 산다는 말을 듣고 정말 동화 같은 이야기라고 생각했다”며 “빠르게 변하는 영상제작 환경에서 1987년에 만든 저작권법이 아직도 적용되고 있는 점에 대해 ‘너무 소홀하게 하고 있었구나’ 싶다”고 털어놓았다. 한국영화감독조합의 윤제균 공동대표는 “(조합 소속) 500명 영화감독의 평균 연봉이 1800만원이고, 시나리오 작가는 평균 1000만원이다. 한 달에 100만원도 안 되는 돈으로 ‘케이 콘텐츠 강국’을 이뤄가고 있는 것”이라며 “시대 변화에 맞게 법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이날 오후 저작권법 개정에 관한 공청회를 열어 각계 의견을 청취했다. 창작자 측은 ‘을’의 권리를 보호하고 창작 의지를 북돋아 케이 콘텐츠를 계속 활성화하려면 공정한 보상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반대로 플랫폼 사업자 측에서는 헌법상 ‘계약의 자유’가 침해될 소지가 있고 궁극적으로는 국내 콘텐츠 산업의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반박했다. 김병인 한국시나리오작가조합 대표는 “과거 드라마 작가의 경우도 방송사로부터 받는 고료는 첫 방송에 관한 것이었고, 재방·삼방·사방을 하는 경우 각각 정해진 요율에 따라 보상을 받는 것이 당연한 관행이었다”며 “그런데 재방 개념이 없는 넷플릭스라는 새로운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기존의 비즈니스 관행이 완전히 파괴됐다. 시장에서 저작권을 사용한 만큼 사용료를 줘야 한다는 정신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에도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노동환 ㈜콘텐츠웨이브 정책협력팀장은 “국내 미디어 사업자들이 적자 구조로 어려운 상황인데 추가보상 청구권이 도입될 경우 국내 미디어 사업자가 해외로 (창작자들에게) 지불해야 할 비용의 수준이 높아진다”며 “글로벌 OTT는 보상제도가 없는 국가의 저작권법을 준거법으로 활용해 오히려 국내 OTT가 역차별받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해외 사례와 관련해서도 그는 “보상권 제도를 도입한 국가는 일부에 불과하다”며 “규제가 아닌 사적 계약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어 “유럽의회의 디지털 단일시장 저작권 지침에 따라 유럽연합 소속 27개국 모두 저작권법을 개정하고 있어 어떤 형태로든 보상권이 적용된다”며 “미국의 경우 작가 조합의 파업으로 정당한 보상을 받은 지 벌써 70년이 됐고, 지난해에만 넷플릭스가 작가들에게 지급한 보상이 1000억원을 넘는다”고 반박했다. 학계에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이규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보상 주체가) 영상물의 최종 공급자라는 표현에는 복제 등의 방식이 포함되므로 심지어 항공사, 비디오숍, PC방 등도 포함될 수 있다”며 “계약 당사자가 아닌 제3자에게 받는 구조가 되기 때문에 헌법상 영업의 자유 및 재산권 등 기본권을 침해하고 과잉금지 원칙에 반할 수 있다”고 신중론을 폈다. 반면 이해완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적 자치 원칙은 존중돼야 하지만, 임대차나 노동계약 등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계약의 자유를 제한하는 사례는 많다”며 “열악한 위치의 창작자를 보호하기 위해 일정한 예외를 만드는 것은 충분히 합헌적”이란 의견을 제시했다.
  • 제도·관행 개선 자문위에 이어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공론화

    제도·관행 개선 자문위에 이어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공론화

    정부의 노동개혁 시계가 빨라지고 있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는 9일 특고·플랫폼종사자 보호와 5인 미만 사업장에서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 파견근로자 권익보호 등을 논의할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연구회’ 발족 및 첫 회의를 가졌다. 전날 노사관계 제도·관행 개선 자문단이 가동됐다. 연구회는 노동시장과 노동법 전문가 등 총 14명으로 구성됐다. 사회적 약자 보호 분과와 근로기준 현대화 분과와 논의 내용을 조율하고 종합하는 전원회의(9명)로 운영된다. 전원회의는 이철수 서울대 교수와 김덕호 경사노위 상임위원이 공동 좌장을 맡는다. 사회적 약자 보호 분과는 박귀천 이화여대 교수, 근로기준 현대화 분과는 조용만 건국대 교수가 각각 위원장으로 논의를 주도한다. 사회적 약자 보호 분과는 노무제공자가 보장받아야 할 사항에 대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한다. 지난해 기준 136만여명에 달하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와 플랫폼종사자에 대한 불공정한 대우 개선 방안을 다룬다. 새로운 고용형태종사자가 증가하고 있지만 노동법은 사용자를 특정하기 곤란하거나 종속관계가 명확하지 않아 법적용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공정거래법 등 경제법은 시장의 거래질서를 규율하는 것으로 개인의 권리를 보장하기에 한계가 있어 다양한 유형을 포괄하는 새로운 법·제도 마련이 필요해졌다. 근로기준 현대화 분과는 임금착취·고용불안·차별 등 논란을 빚고 있는 파견제도 개선을 비롯해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 등을 논의한다. 연구회는 지난 2일 발족한 상생임금위원회와 연계 논의 등을 통해 상반기 중 결과를 연구회(안)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다만 자문단에 이어 연구회 등 노동시장 개선 공론화기구에 노동계가 배제되면서 반발이 나온다. 김덕호 경사노위 상임위원은 “임금근로자 중심의 노동규범은 변화하고 있는 산업현장과 노동시장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노동계와 경영계가 참여해 협의할 수 있도록 경사노위는 사회적 대화의 문을 열어 놓을 것”라고 말했다. 한편 김문수 경사노위 김문수 위원장은 이날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의 대정부 공개토론 제안에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사노위에 참여하는 것이 우선”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대통령 자문과 고용·노동 정책 심의·협의가 가능한 경사노위가 법적으로 존재하고, 위원회는 20년 넘게 민주노총의 자리를 비워놓고 있다”며 “민주노총은 장외투쟁을 할 것이 아니라 미래세대를 위한 노동개혁 논의를 해주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은 지난 1999년 1월 경사노위 전신인 노사정위원회를 탈퇴했다.
  • “美 반대편에 베팅 말라” 바이든 대중 경고… 의원들 “USA” 합창

    “美 반대편에 베팅 말라” 바이든 대중 경고… 의원들 “USA” 합창

    의회의사당에서 73분간 임기 2번째 국정연설“중국이 주권을 위협한다면 행동할 것” 경고7차 핵실험 가능성 등에도 북한 언급 안 해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중국이 우리의 주권을 위협한다면, 우리는 나라를 지키기 위해 행동할 것”이라며 군사력 사용 가능성을 시사하며 중국에 경고했다. 중국의 고고도 정찰풍선 사태와 관련한 추가 도발을 막는 동시에, 미국 내 거센 반중 여론에 화답한 것으로 읽힌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DC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약 73분간 진행한 임기 2번째 국정연설에서 “나는 중국이 미국의 이익을 증진하고 세계를 이롭게 할 수 있는 지점에서 중국과 협력할 것을 약속한다. (중국은) 실수하지 말라”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오늘 우리는 수십 년 내에 중국 혹은 세계 다른 누구와의 경쟁에도 가장 강력한 위치에 있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시진핑(중국 국가 주석)과 자리를 바꾸고 싶어 하는 세계 지도자가 있냐. 한 명이라도 대봐라”며 사전 원고에는 없던 강경 표현도 썼다. 또 “미국을 상대로 베팅하는 것은 결코 좋은 베팅이 아니다”고 목소릴 높이자, 객석의 의원들은 “유에스에이”(USA)를 합창했다.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2차 세계대전에서 유럽이 겪었던 죽음과 파괴의 이미지를 불러일으키는 살인적인 공격이었다. 푸틴의 침공은 이 시대, 미국, 세계에 대한 시험이었다”고 규정했다. 이어 객석에 초대된 옥사나 마르카로바 주미우크라이나 대사를 향해 “우리는 얼마나 오래 걸리든 우크라이나에 함께 할 것”이라고 확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북한의 잦은 미사일 도발과 7차 핵실험 가능성에도 지난해에 이어 또 다시 북한을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또 지난해 러시아에 대응한 국가들을 열거하며 한국을 거명한 것과 달리 이번에는 한국도 언급하지 않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연단에 올라 공화당 소속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과 2차례 악수를 한 뒤 연설 첫머리에 그의 취임을 축하하며 협치를 강조했다. 하지만 공화당과 첨예하게 대립 중인 부채 한도 상향 문제를 거론하면서 전임자(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가 역대 누구보다 국가 채무를 늘렸다고 하자 공화당 의원들은 야유했고, “거짓말쟁이”라는 외침도 들렸다.곧 차기 대선 출마를 공식화할 예정인 바이든 대통령은 국내 현안 부문에서는 3.4% 실업률, 일자리 1200만개 창출, 유가 인하, 미국 중심의 공급망 강화 등 자신이 지난 2년간 이룬 경제적인 성과를 강조했다. 이어 중산층을 겨냥해 억만장자 소득세 신설과 노동계 표심을 고려해 노조 결성권리를 강조했다. 이날 객석에는 지난해 10월 자택에서 괴한의 공격을 당한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의 남편인 폴 펠로시, 경찰의 폭행으로 숨진 흑인 청년 타이어 니콜스의 부모, 로스앤젤레스 댄스 교습소 총기 난사범을 막은 브랜던 차이 등이 초대됐다. 바이든 대통령이 국정연설을 하는 동안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임명되는 ‘지정 생존자’에는 곧 이직할 것으로 알려진 마티 월시 노동부 장관이 지명됐다.
  • 화주 처벌 없앤 표준운임제 도입… 화물차 ‘번호판 장사’도 막는다

    화주 처벌 없앤 표준운임제 도입… 화물차 ‘번호판 장사’도 막는다

    화주·운송사 운임, 가이드라인만운송사·화물차주 간 계약은 강제시멘트·컨테이너 한정… 3년간 운영운송 실적 20% 미만 땐 번호판 회수일 못 받은 개인운송사업자에 부여화물연대 “기사들은 뭐 먹고 사나”노동계 반대·운수법 개정 등 난관 화물연대 총파업의 쟁점이던 ‘안전운임제’가 사라진다. 대신 화물운송 위탁 기업인 화주의 책임은 빼고 운송사와 화물차주 간 계약만 강제하는 ‘표준운임제’가 2025년까지 3년 일몰 조건으로 도입된다. 시멘트·컨테이너 품목 대상이다. 이른바 ‘번호판 장사’로 불리는 지입전문회사는 시장에서 퇴출당한다. 국토교통부는 6일 이런 내용을 담은 ‘화물운송산업 정상화 방안’을 마련해 당정 협의를 통해 발표했다. 지난해 말 일몰된 안전운임제는 화주·운송사·차주의 운임 기준을 강제했다. 화주와 운송사 간에는 ‘안전운송운임’을, 운송사와 차주 사이에는 ‘안전위탁운임’을 통해 규율했다. 이보다 낮은 운임을 지급하면 건당 5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이번에 도입하는 표준운임제에선 화주·운송사 간 운임 계약에 강제성을 없앴다. 대신 매년 가이드라인만 제시하기로 했다. 특히 화주는 과태료 대상에서 제외해 처벌 조항을 없앴다. 다만 운송사·차주 간 운임은 표준위탁운임을 통해 그대로 강제한다.운임 기준을 정하는 운임위원회 구성도 바꾼다. 이전에는 공익위원 4명과 화주 3명, 운송사 3명, 차주 3명으로 구성했는데, 운송사와 차주의 이해관계가 비슷해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비판이 많았다. 국토부는 공익위원을 6명으로 늘리고 화주 3명, 운송사 3명, 차주 2명으로 변경하기로 했다. 원가 산정 방식은 설문조사에 의존한 비과학적 방식이 아닌 납세액, 유가보조금 등 공적 자료를 활용해 객관성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화물연대 조합비·휴대전화 요금·세차비 등은 원가 산정 항목에서 제외된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말로만 안전운임이고 안전에 대한 실질적인 조치는 회피한 채 그때그때 집단적인 떼법 논리에 의해 시장 기능도 상실하고 임금 올리기의 악순환만 가져왔던 고리를 끊고자 한다”고 말했다. 당정은 60년 넘게 화물차 운송 시장에 악습으로 자리잡은 지입제 개선에도 나선다. 이를 위해 일감 없이 차주에게 번호판을 빌려주고 대가로 권리금 2000만~3000만원과 지입료 월 30만~40만원 등을 챙기는 지입전문회사를 근절하기로 했다. 운송 실적이 없거나 미미한 지입전문회사에 대해서는 감차 처분해 번호판을 뺏는다. 운송 실적 범위는 최소운송의무제로 강제하는 20% 이상이다. 현재 법인차 23만대 중 10만대 정도가 지입전문회사 차량일 것으로 추정된다. 회수한 번호판은 일감을 제대로 받지 못한 차주에게 개인운송사업자 허가를 내줘 부여한다. 사실상 개인택시와 같은 시스템이다. 운송 실적은 운송사와 차주 신고를 동시에 받아 교차 검증한다. 지입전문회사가 번호판 사용료와 차량 교체 비용을 요구해도 감차 등의 행정 처분을 받는다. 다만 지입료는 공식 계약서에 기재된다. 추후 개인운송사업자 허가 등이 누적되면 지입료는 하락하거나 폐지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정은 지입전문회사에 대한 세무조사도 요구했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지입회사가 차주에게 받은 번호판 대여료와 차량 교체 비용이 회계상 장부에 어떻게 기록되고 수익이 어디로 귀속됐느냐는 굉장히 중요하다”면서 “법인 수익으로 들어오지 않았다면 법인세를 탈루한 것이므로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화물차 교통안전도 강화한다. 현재 노선버스 등에 적용되는 운행기록장치(DTG) 제출 의무를 대형 화물차에도 부여해 차주 휴식 시간 준수와 과속 여부 등을 모니터링한다. 또 판스프링 등 화물 고정 장치를 불법 개조하면 사업허가·자격을 취소하고, 상해·사망사고 시에는 형사 처벌(5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한다. 표준운임제 도입과 지입제 개선을 위해서는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등 법 개정이 필요하다. 여야 대치 속에 야당 설득이 필수적이다. 여기에 지입전문업체는 지입제 개선 방안, 화물연대는 표준운임제를 거세게 반대하고 있어 적잖은 난관이 예상된다. 이영조 화물연대 서경지역본부 사무국장은 “화주에게 100만원 받던 걸 80만원 받아도 뭐라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화물차 기사들은 뭐 먹고 사느냐”고 항변했다.
  • 공휴일 폐지해 국방비 늘리려는 덴마크…시민 대규모 시위

    공휴일 폐지해 국방비 늘리려는 덴마크…시민 대규모 시위

    공휴일을 폐지해 부족한 국방비 예산을 마련하겠다는 덴마크 정부에 항의해 최소 5만 명의 시민들이 광장에 운집했다. 이번 시위에는 지난 10년 사이 최대 인파가 몰렸다고 로이터 통신 등 외신은 5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날 수도 코펜하겐 국회의사당 앞에는 ‘대기도일’(Great Prayer Day) 폐지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모였고 이들은 각자 “공휴일에 손대지 말라”, “전쟁에 반대한다고 말하라”는 등의 목소리를 냈다. 루터교가 국교인 덴마크는 지난 1686년부터 매년 부활절 뒤 네 번째 금요일을 ‘대기도일’ 기념일로 지정해왔다. 사실상 수백 년 동안 주말을 낀 대기도일 연휴가 일종의 명절처럼 시민들에게 인식돼 왔던 것. 그런데 지난해 말 취임한 메테 프레데릭센 총리의 연립정부가 돌연 이날을 공휴일에서 제외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시민들이 대거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가 내세운 공휴일 폐지의 주요 사유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국방비 증액의 필요성이었다. 하지만 덴마크는 근로시간 제도 안에서도 매우 특이한 사례로 꼽힌다는 점에서 정부와 노동계 사이의 합의점을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는 것이 현지 매체들의 분석이다. 실제로 현행법상 법정 표준 노동시간 없는 덴마크는 사실상 표준 노동시간을 직업별·산업별 단체협약에 따라 규정해오고 있다. 덴마크 노사관계는 법률보다 노사자치에 의해 노사관계와 근로조건의 대부분이 결정되는데, 사회적 파트너 간에 합의된 요청 없이는 국가가 임금 등 고용조건을 직접 개입하지 않는다는 오랜 전통의 합의가 존재한다는 의미다. 즉, 노사 간 단체협약을 통한 자기 규율을 선호해 지금껏 국가의 제정법 입법은 노동법에서 매우 제한적인 역할을 하는데 그쳤던 것. 노사자치가 근로조건 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덴마크 정서상 휴일 폐지에 대한 법제화 움직임에 노동계의 강한 저항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정부의 물러서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도 만만치 않다. 덴마크 정부는 대기도일 폐지로 기대되는 45억 덴마크 크라운(6억 5400만 달러, 약 8156억 원)의 세수 증대분을 국방예산으로 가져다 쓰겠다는 방침이다. 또 국방비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수준에 맞춰 국내총생산(GDP)의 2%로 높이려는 목표를 3년 앞당겨 2030년까지 달성하겠다는 의지를 고수, 복지국가 모델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한 대대적인 개혁을 추진하겠다는 목소리를 높여왔다. 특히 의회에서 근소한 차이로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연립정부 역시 노동계의 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공휴일 축소 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집회를 주최한 노동조합과 야권, 학계에서는 크게 반발하는 분위기다. 노동자들이 근로시간이 늘어나는 것을 회피하려 할 것이기 때문에 공휴일 축소에 따른 세수 확대가 일시적 효과에 그칠 것이라는 반론이 오히려 힘을 얻고 있는 분위기다. 이날 시위에 참가한 한 시민은 “공유일 축소는 매우 부당한 것”이라면서 “이런 문제는 노동자들과 먼저 상의하는 것이 원칙이다. 정부에게 노동자들의 의지를 전하기 위해 시위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 ‘식인자본주의’ 표현이 무섭다고? 낸시 프레이저에 고개 끄덕일 것

    ‘식인자본주의’ 표현이 무섭다고? 낸시 프레이저에 고개 끄덕일 것

    표현이 매우 섬뜩하다. 지금 여기의 민주주의가 왜 이토록 엉망진창이 됐고, 좌절과 낙담을 낳게 됐는지 근본 원인을 식인자본주의에서 찾는다. ‘좌파의 길-식인 자본주의에 반대한다’(서해문집, 336쪽, 1만 9500원)를 쓴 낸시 프레이저는 미국 뉴욕 뉴스쿨의 철학·정치사회이론 교수다. 위르겐 하버마스의 공론장 이론을 계급과 젠더의 시각에서 비판적으로 재구성했다. 1990년대 존 롤스의 정의론이 분배에만 초점을 맞췄다고 비판하면서 여성운동, 흑인운동, 성소수자운동 등의 주장을 적극 수용해 ‘인정’을 중심에 놓는 새로운 정의론을 제시했다. 악셀 호네트와 벌인 논쟁의 기록 ‘분배냐 , 인정이냐?’를 펴내 주목받았다. 그 뒤 분배와 인정의 측면에서 불의를 시정하기 위해 반드시 만인의 동등한 참여가 보장돼야 한다는 삼차원 정의론으로 확장시켰다. 또 지구화 시대에 정치가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선 국민국가의 경계를 넘어서는 초국적인 공론장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구화 시대의 정의’에서 주장했다. 신자유주의의 대안을 찾는 과정에 힐러리 클린턴에 대한 ‘비판적 지지’ 식의 낡은 틀에 갇힌 여성운동을 겨냥해 성찰과 노선 전환을 촉구하기도 했다. 그 결실이 ‘전진하는 페미니즘’, ‘99% 페미니즘 선언’(공저)이었다. 사회운동과 좌파 정치 전반이 환골탈태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2020년 미국 대통령 선거 직전에 펴낸 팸플릿 ‘낡은 것은 가고 새것은 아직 오지 않은’을 통해 ‘진보적 신자유주의’는 극우 포퓰리즘이 발호하도록 만든 원흉이기에 결코 대안이 될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즉, 극우 포퓰리즘에 맞설 수 있는 것은 노동계급과 중간계급의 동맹에 바탕을 둔 ‘진보적 포퓰리즘’뿐이라고 했다. 또 노동운동, 여성운동, 생태운동, 흑인운동 등이 굳건한 동맹을 발전시켜야 할 근거를 ‘자본주의’라는 토대 자체에서 찾으려 했다.그리고 2010년대 이 섬뜩한 개념을 들고나왔다. 자본가 계급을 식인종이라 묘사하면서 이 집단이 우리 사회의 모든 것을 집어삼키고 있음을 보여줬다. 어디까지나 은유인데 자본주의 경제가 제 배를 채우기 위해 가족과 공동체, 생활 터전, 생태계의 피와 살을 다 빨아먹어 버리는 현실을 고발한다는 데 고개가 끄덕여진다. 기존의 자본주의 개념은 사적 소유, 시장 교환, 임금노동, 그리고 이윤을 위한 생산에 바탕을 둔 경제 시스템을 일컫는다. 그는 자연과 예속민으로부터 수탈한 부, 오랫동안 가치를 무시당해 온 다양한 형태의 돌봄 활동, 자본이 필요로 하면서도 동시에 감축하려 드는 공공재와 공공 권력, 노동 대중의 열의와 창의력 등 경제 외적 기능들을 포식하도록 북돋는 사회 질서를 뜻하도록 확장했다. 이 책은 우리의 시스템은 어떻게 민주주의, 돌봄, 지구를 먹어치우는가 묻고 우리는 이에 맞서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찾자고 목소리를 높인다. 신자유주의 이후 수많은 정치·사회 운동과 비판이론들이 위기에 처해 있다. 페미니즘, 성소수자 운동, 환경 및 생태운동, 노동운동 등 수많은 운동들이 각개약진하며 뒤엉켜 있고, 진보적 신자유주의와 페미니즘이 기묘하게 동거하거나 극우 포퓰리즘이 판을 치는 현상이 모두 하나의 근원, ‘식인 자본주의’ 자체의 모순으로 수렴된다는 저자의 주장은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그는 ‘정체성 정치’의 시대에 포괄적인 접근을 해야만 한다고 강조하는데 깊이있게 책을 읽은 이들끼리 진지하게 논의했으면 한다. 정의당 부설 정의정책연구소 부소장을 지낸 장석준은 옮긴이 후기에 프레이저보다 100년 전에 로자 룩셈부르크도 비슷한 개념을 설파한 바 있다며 미국의 생태사회주의자 제임스 오코너도 같은 맥락의 주장을 펼쳤으니 찬찬히 살펴볼 것을 권한다. 책을 읽기 전 창작과비평 2021년 겨울호에 실은 프레이저와 마르띤 모스께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대학 철학과 교수의 대담도 읽어보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https://magazine.changbi.com/q_posts/%ec%8b%9d%ec%9d%b8-%ec%9e%90%eb%b3%b8%ec%a3%bc%ec%9d%98%ec%9d%98-%eb%b6%80%ec%83%81/?board_id=3010
  • 법원, ‘먹튀 논란’ 한국와이퍼 제동...“합의 없는 해고 무효”

    법원, ‘먹튀 논란’ 한국와이퍼 제동...“합의 없는 해고 무효”

    법원이 청산절차를 밟는 중 노동자에게 대량 해고를 통보한 일본계 외투기업 한국와이퍼의 결정을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한국와이퍼가 지난달 16일 노동자 대부분에게 보낸 해고예고 통지서가 지난해 10월 노사가 아체결한 고용안정협약을 위반한다는 이유에서다. 1일 노동계 등에 따르면 수원지법 안산지원 민사10부(부장판사 남천규)는 지난달 30일 민주노총 전국금속노조가 한국와이퍼 주식회사를 상대로 낸 ‘단체협약위반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인용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한국와이퍼가 노조와의 합의 없이 조합원들을 해고해서는 안된다”고 판시했다. 경기 안산 반월시화산업단지에 있는 한국와이퍼는 자동차 부품 기업인 일본 덴소의 자회사로, 안산에서 30여년 넘게 운영됐다. 생산제품은 덴소코리아를 커져 현대자동차에 납품된다. 덴소코리아는 최근 경영에 어려움을 겪자 지난해 7월 주주총회를 열고 청산을 결정했다. 생산시설은 다른 자동차부품 제조업체인 디와이오토에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나, 고용승계는 약속하지 않고 있다. 덴소코리아는 올해 1월 8일 청산 절차가 시작된지 나흘만인 12일 관리직을 제외한 소속 노동자 209명에 해고 예정 통지서를 작성해 16일 발송했다. 노조는 이에 반발해 설비 반출을 막기 위해 공장에서 숙식하며 “회사가 고용안정협약을 지키지 않았다”며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앞서 지난해 10월 15일 노사는 ‘회사는 청산, 매각, 공장 이전의 경우 반드시 노조와 합의해야 한다’는 조항이 포함된 고용안정협약을 체결했고, 협약서에는 한국와이퍼 지분 61.75%를 가진 덴소와이퍼시스템즈도 서명했다. 재판부는 “(협약서의) ‘합의’는 단순히 의견수렴을 거치라는 뜻의 ‘협의’가 아닌 노조와 의견을 성실하게 교환해 노사 간 의견 합치를 보아 청산절차를 진행해야 한다는 뜻”이라며 “한국와이퍼는 청산 상황이 발생하는 경우 노조와 고용승계·보장에 대해 합의할 의무를 가진다”고 밝혔다.
  • ‘한파의 빈부 격차’ 사진 높이 평가… 거리감 있는 기획물 개선 필요

    ‘한파의 빈부 격차’ 사진 높이 평가… 거리감 있는 기획물 개선 필요

    ‘재난의 불평등’ 사진물 시의적절학폭위 기사 실제 정책 반영 뿌듯소유분산기업 어젠다 좋은 사례종이신문 장점 구현한 지면 많아기획기사 주제 공감성 고민해야기본에 충실하지 않은 기사 보여제목 적확하게… 기사와 부합해야 독자권익위원회가 31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9층 회의실에서 제158차 회의를 열고 1월 한 달간 본지에 실린 보도 내용을 점검했다. 회의에는 김영석(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명예교수) 위원장과 정일권(광운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김재희(김재희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허진재(한국갤럽 이사), 최승필(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재현(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대학원 석사과정) 위원이 참석했다. 위원들은 입을 모아 한파의 빈부 격차를 보여 준 사진을 포함해 그래픽과 편집 배치 등 시각적 요소를 높이 평가했다. 독자들에게 거리감이 있는 기획과 잘못된 제목 등은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내놨다. 다음은 위원들의 주요 의견이다.최승필 13일자 3면 ‘원전 2036년까지 34.6%로 ‘핵심 발전원’… 신재생도 30%대로’ 기사는 그래픽을 잘 그렸다. 에너지원별로 막대그래프를 비교할 수 있어서 그래픽을 보자마자 내용이 충분히 이해될 수 있었다. 30일자 소유분산기업 기사는 파란색 박스로 설명을 달아서 사람들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년’ 기사는 노동계와 재계의 입장을 비교해 문제점과 개선 방향을 다뤘는데 양 입장을 나눠 다룬 점은 의미가 있다. 20일자 책 코너에서는 최근 금리 폭등 상황에서 금리의 본질을 엿볼 수 있는 시의적절한 책을 소개했다. ●언론으로서 가야 할 방향 잘 제시 정일권 16일 학폭위 기사를 보면 우리가 기획기사 좋다고 한 것이 실제 정책에 반영된 게 보이니까 뿌듯하다. 소유분산기업도 좋은 사례인데 어젠다를 서울신문이 만들어 냈다. 따라가는 언론이 아니라 중요한 것을 콕 집어서 이야기했다는 점에서 자체적으로 의제를 개발하는 힘을 가진 언론으로서 가야 할 방향이란 차원과 연계된다. ‘선거제도 집중진단’ 시리즈를 통해 선거제도의 문제와 관련해 다양한 방식으로 여러 측면을 소개했다. 18일자 ‘박봉에 떠나는 기사들… 마을버스가 멈춰 섰다’는 일상생활과 밀접하지만 보도가 잘 안되는 것을 발굴해 냈다. 세상에 필요한 걸 찾아가서 하는 취재의 분량이 늘었으면 한다. 26일자 1면은 새로운 기술인 열화상 카메라를 이용해 직관적으로 문제를 이해하도록 하고 있어 언론의 사회적 영향력을 증대하는 좋은 사례라고 생각한다. 김재희 1월 기사를 보면 종이신문의 장점을 잘 구현한 지면들이 많았다. 신년기획은 거시적으로 톺아보고 지면이 잘 구성됐다고 생각한다. 1월 초 기사들은 거시적·체계적으로 초반에 틀을 제시하고 각론식으로 깊게 들어가는 구조를 취해 체계를 잘 잡았고 각계 전문가들의 분석과 기자들의 시선까지 들어가 있어 좋았다. 종이신문의 그래픽이 선명해지고 편집도 대체적으로 좋아졌다. 서울신문의 장점이 기억에 남는 시리즈가 하나씩 있다는 것인데 학폭위가 차별점이 있었고, 서울시교육감과 경기도교육감 인터뷰를 다루면서 학폭 이슈를 깊게 파고든 느낌이다. 허진재 26일자 1면을 보면서 잘 만들었다고 생각했다. 열화상 카메라로 재난의 불평등을 보여 준 사진이 기사를 읽지 않아도 백 마디 말보다 낫다는 것을 보여 줬다. 최강 한파에 난방비까지 시의적절했던 시기에 이성뿐만 아니라 감성까지 건드렸다. 그날 다른 신문사 분들을 만났는데 ‘오늘은 서울신문이 이겼다’고 했다. 신년 기획은 다른 신문과 달리 한 분야가 아니라 각 분야에 걸쳐 한국이 처한 상황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신문의 입장을 표명해서 차별화됐다. 외부 필진 글이 시의성과 정보 전달 면에서 부족했다고 말씀드리려 했는데 11일자 서정건 경희대 교수의 ‘한미동맹 강화 위한 미국 의회 이해하기’는 시의성 있는 주제로 정보와 조언까지 곁들인 좋은 칼럼이었다. 이재현 정치인들의 출판기념회와 관련해 북테크라 명명해 문제점을 잘 짚어 냈다. 서울신문의 어휘 선택이 유난히 센스 있고 젊고 트렌디한 느낌이라 다른 어휘 선택도 기대된다. 학폭위 10년 기획에 이어서 16~17일자 후속 기사를 보고 뿌듯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들 드라마 ‘더 글로리’만 언급하던데 서울신문이 차별화된 점이 좋아서 감동을 받았다. ●세상에 필요한 것 발굴 늘었으면 최승필 기사와 부합하지 않는 제목이 많이 나온다. 예를 들면 ‘공공기관 360개 이르면 내년 지방 이전’ 기사는 각 지방자치단체가 공공기관 이전을 원하고 있을 뿐 실제 이전이 결정된 게 아닌데 제목을 보는 순간 정부가 공공기관 정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13일자 ‘서울 주요대학 학부 등록금 동결 일부 대학원 인상… 재정난 메운다’ 기사의 경우 대학원 등록금으로 타개가 안 되고 매우 제한적인데 이게 제목으로 나온 부분도 지적하고 싶다. 정일권 서울신문이 좋아지면 좋아질수록 기본에 충실하지 않은 기사들이 거슬리게 느껴진다. 25일자 4면 ‘與 전대 3파전… 결심 굳힌 나경원 오늘 입장 발표’에선 나경원의 불출마 가능성이 상존한다고 썼는데 추측을 할 거면 합리적 근거를 대거나 소스가 없으면 왜 이렇게 추론하는지 설명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9일자 ‘당정, 부실대학 재산처분·통폐합 특혜로 퇴로 열어준다’를 보면 ‘특혜’라고 썼는데 기사에 보면 ‘특례’를 적용한다는 것이었다. 단순한 오기인지, 의도를 가졌던 건지 이런 것들이 기본에 충실하지 못한 기사로 보인다. 김재희 서울신문 법조 기사를 보면 자꾸 비전문적이거나 불성실한 기사들을 보게 된다. 3일자 2면 신상공개 실효성을 다룬 기사에서 법조항이 있으면 법조항을 다뤄야지 “경찰에 따르면”이라고 한 것은 경찰이 만든 법이 아닌데 잘못됐다고 본다. 성폭력 범죄는 2018년과 2020년에 형량이 개정됐는데 과거 판례를 쓰면서 벌금형밖에 안 나온다고 쓰면 맞지 않는다. 20일자 ‘끼리끼리 결혼, 한국선 남 얘기’는 흥미롭게 봤지만 보고서를 그대로 받아쓰지 말고 조금 더 문제의식을 확장시켜서 다른 관점을 제시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어 아쉽다. 허진재 16일자는 5면, 8면, 12면, 14면, 23면까지 5개 인터뷰가 나왔다. 월요일자라서 만들기 만만치 않을 수 있지만 과도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서울신문이 불가피하게 지방자치단체장 기사를 실을 수밖에 없다면 단순 홍보가 아니라 지역 축제 등의 뉴스거리를 가져다 붙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오타도 나올 수 있다. 오타를 봤다면 바로 수정돼야 하는데 온라인에서도 계속 수정되지 않는다. 좋은 신문이라면 고쳐야 하지 않을까. 조선일보나 동아일보가 뉴미디어 쪽에 포커스를 두는데 미디어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서울신문이 돼야 할 시점이다. 이재현 19일자 1면 ‘서울 청년 13만명, 스스로를 가두다’ 기사에서 심층 인터뷰를 했다는 한 취재원이 등장하는데 다른 언론에도 같이 나온다. 이걸 보고 나서 심층 인터뷰를 한 게 맞을까, 굳이 형식적으로 채운 게 아닐까 의심돼서 다소 실망했다. 19일자 2면 ‘에세이 써주는 MS ‘챗GPT’…美 학교선 벌써 골머리’ 기사는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다루지 않았더라. 2030 오피니언이 화요일마다 등장했는데 사라져서 젊은층의 오피니언을 볼 수 없게 됐다. ●위원회 의견 많이 반영해 보람 느껴 김영석 새해 들어 한 달 동안 어떤 발전이 있었나 보면 과거에 비해 확실히 지면 배치와 사진 선명도, 중간 제목 뽑는 것이 상당히 눈에 띄어 위원회 의견이 많이 반영됐구나 하는 보람을 느낀다. 삽화도 적절히 들어가서 보기가 좋았고, 오피니언도 시의적절한 주제 선정이나 그때그때 맞는 필자 선정이 좋았다. 예를 들어 27일자 임창용 논설위원의 ‘민주주의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는 기자가 무엇이고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는, 시의적절하고 신문 신뢰도를 높이는 기사였다. 소유분산기업 진단은 어젠다 세팅에 아주 좋았고 대통령이 얘기할 정도로 연계된 선례를 보여 줬다. 앞으로도 잠재적이지만 과감하게 제기 못 한 것을 찾아 이슈로 제기함으로써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역할을 했으면 한다. 제언을 붙이자면 주말판을 과감하게 개혁해 보면 어떨까 한다. 온라인 독자에 대해서도 냉철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 연초에 서울신문이 보여 준 혁신적인 모습이 몇 가지 있었는데 발전하길 바란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연계가 다른 곳에 비해 떨어지는데 연계를 과감하게 하는 쪽으로 발전했으면 싶다.
  • 포스코 노조 찾은 김문수 “노동계 세대교체 신호탄 기대”

    포스코 노조 찾은 김문수 “노동계 세대교체 신호탄 기대”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위원장은 27일 “포스코 노조가 노동계 세대교체의 신호탄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이날 포스코 노동조합 초청으로 경북 포항을 찾아 새 집행부와 가진 간담회에서 “포스코 노조의 새로운 도전에 응원과 격려를 보낸다”며 이렇게 말했다. 지난해 10월 4일 취임한 김 위원장이 단위사업장 노조를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12월 출범한 포스코 노조 제19대 집행부는 노조 구호를 ‘투쟁’에서 ‘단결’로 전환했다. 회사를 투쟁의 대상이 아닌 상생·협력의 동반자로 인식하겠다는 변화를 담은 것이라고 노조는 설명했다. 김성호 포스코 노조위원장은 “시대 흐름에 발맞춰 건강한 노사 문화의 길을 여는 데 경사노위의 지원을 기대한다”며 “김 위원장의 이번 방문이 포스코 노조가 추구하는 변화의 시작에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코 내 노조는 전체 조합원의 98.8%를 차지하는 한국노총 소속 포스코 노조(조합원 8200명)와 민주노총 소속 포스코지회(조합원 100여명)로 나뉜다. 포스코 노조는 1988년 6월, 포스코지회는 2018년 9월 각각 설립됐다. 최근 포스코지회가 민주노총 금속노조 탈퇴 문제를 놓고 논란이 인 바 있다.
  • [사설] 국정원 대공수사권 폐지, 누굴 위한 건가

    [사설] 국정원 대공수사권 폐지, 누굴 위한 건가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이 올해 말로 폐지된다. 2020년 12월 여당이던 더불어민주당이 국회에서 단독으로 통과시킨 개정 국정원법에 따른 것이다. 안보 수사에 공백이 우려된다는 반발로 3년 늦춰진 법이 내년부터 시행돼 경찰이 대공수사권을 독점한다. 민주당이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빼앗은 데는 이유가 없진 않다. 2013년의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 2014년의 보위부 직파 간첩 사건 등 국정원이 주도한 간첩 사건들에서 증거 조작 등이 드러나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이는 국정원 대공수사권 자체가 문제라서가 아니라 이를 오용한 것이 문제라고 하겠다. 수사권을 박탈하고 문재인 정권 내내 수사와 관련된 부서를 천덕꾸러기 취급한 결과가 지금 드러나고 있는 간첩들의 노동계 침투다. 국정원은 최근 북한 공작원과 접촉한 인사들이 민주노총 등에 침투해 북측 지령을 수령한 혐의로 민주노총 본부와 소속 전현직 간부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경남 창원 등지에서 진보 성향 정당의 조직에 침투한 것으로 보이는 지하조직에 대한 수사도 동시에 진행 중이다. 대공 수사에 깊숙이 관여한 국정원이나 경찰 관계자들은 직파 간첩보다는 간첩에 포섭됐거나 북한 사상에 동조하는 ‘자발적 간첩’이 횡행한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지난 정부를 거치면서 웬만한 북한 동조로는 처벌받지 않고, 대공 수사를 백안시하는 분위기마저 형성됐다. 특수한 남북 상황이 아니더라도 간첩을 보내거나 현지인들을 포섭해 제 구미에 맞게 쓰는 게 다수 국가들의 행태다. 북한으로서는 정치·사회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조합원 121만명의 민주노총 지도부를 포섭하는 것이 아주 매력적인 사안이었을 것이다. 북한이 핵으로 동족을 겁박하는 게 보이는 위협이라면 대한민국의 근간인 자유민주주의를 흔들려는 간첩 행위는 보이지 않는 리스크다. 눈에 안 보이는 위험에 대응하려면 대공 수사밖에 없다. 경찰이 부랴부랴 전국 56개 경찰서에 안보수사팀을 신설하고 전문인력을 채용했다. 그러나 수십년 대공 수사 경험과 해외 방첩망까지 지닌 국정원을 따라잡을 재간이 있는지는 의문이다. 정부·여당에서 대공수사권 이관을 보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국정원의 수사권 폐지에 박수 치며 환호할 이는 평양 지도부밖에 없다. 국정원의 존재 이유는 자유 대한민국을 지키는 데 있다. 국정원 대공수사권 폐지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마땅하다.
  • [사설] 국정원 대공수사권 폐지, 누굴 위한 건가

    [사설] 국정원 대공수사권 폐지, 누굴 위한 건가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이 올해 말로 폐지된다. 2020년 12월 여당이던 더불어민주당이 국회에서 단독으로 통과시킨 개정 국정원법에 따른 것이다. 안보 수사에 공백이 우려된다는 반발로 3년 늦춰진 법이 내년부터 시행돼 경찰이 대공수사권을 독점한다. 민주당이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빼앗은 데는 이유가 없진 않다. 2013년의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 2014년의 보위부 직파 간첩 사건 등 국정원이 주도한 간첩 사건들에서 증거 조작 등이 드러나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이는 국정원 대공수사권 자체가 문제라서가 아니라 이를 오용한 것이 문제라고 하겠다. 수사권을 박탈하고 문재인 정권 내내 수사와 관련된 부서를 천덕꾸러기 취급한 결과가 지금 드러나고 있는 간첩들의 노동계 침투다. 국정원은 최근 북한 공작원과 접촉한 인사들이 민주노총 등에 침투해 북측 지령을 수령한 혐의로 민주노총 본부와 소속 전현직 간부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경남 창원 등지에서 진보 성향 정당의 조직에 침투한 것으로 보이는 지하조직에 대한 수사도 동시에 진행 중이다. 대공 수사에 깊숙이 관여한 국정원이나 경찰 관계자들은 직파 간첩보다는 간첩에 포섭됐거나 북한 사상에 동조하는 ‘자발적 간첩’이 횡행한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지난 정부를 거치면서 웬만한 북한 동조로는 처벌받지 않고, 대공 수사를 백안시하는 분위기마저 형성됐다. 특수한 남북 상황이 아니더라도 간첩을 보내거나 현지인들을 포섭해 제 구미에 맞게 쓰는 게 다수 국가들의 행태다. 북한으로서는 정치·사회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조합원 121만명의 민주노총 지도부를 포섭하는 것이 아주 매력적인 사안이었을 것이다. 북한이 핵으로 동족을 겁박하는 게 보이는 위협이라면 대한민국의 근간인 자유민주주의를 흔들려는 간첩 행위는 보이지 않는 리스크다. 눈에 안 보이는 위험에 대응하려면 대공 수사밖에 없다. 경찰이 부랴부랴 전국 56개 경찰서에 안보수사팀을 신설하고 전문인력을 채용했다. 그러나 수십년 대공 수사 경험과 해외 방첩망까지 지닌 국정원을 따라잡을 재간이 있는지는 의문이다. 정부·여당에서 대공수사권 이관을 보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국정원의 수사권 폐지에 박수 치며 환호할 이는 평양 지도부밖에 없다. 국정원의 존재 이유는 자유 대한민국을 지키는 데 있다. 국정원 대공수사권 폐지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마땅하다.
  • 중대재해법 시행 1년 “형사처벌 강화한 산재 예방은 한계”

    중대재해법 시행 1년 “형사처벌 강화한 산재 예방은 한계”

    수사가 장기화되면서 형사처벌을 강화해 산업재해를 예방하겠다는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법)의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진단이 나왔다. 전형배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6일 중대재해법 시행 1년을 맞아 고용노동부가 개최한 토론회에서 “지난 1년간 경영계는 안전보건경영체계 구축 노력보다 법률을 지킬 수 없다는 집단적 의사표시를, 노동계는 처벌 수준 강화를, 행정적으로는 감독관이 사후적 수사에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투입하는 부작용이 발생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특히 “수사가 장기화되고 재판이 지연되면서 형사처벌 수준을 높여 산재를 예방하려는 철학은 현실성이 떨어지게 됐다”고 직격했다. 전 교수는 “산업안전보건법으로 일반 중대재해를 처벌하고, 중대재해법은 상습·반복, 다수 사망사고를 가중처벌하는 등 산업안전법령 체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지난해 1월 27일 중대재해법이 시행됐지만 2022년 산업현장에서 발생한 사고사망자는 644명으로 전년보다 39명 감소하는 데 그쳤다. 더욱이 법 적용대상인 50인 이상 사업장은 오히려 8명이 늘면서 실효성 논란이 대두됐다. 수사에 착수한 229건에 대한 사건처리율도 22.7%(52건)에 불과해 수사가 장기화되고 있다. 기소 송치된 34건 중 28건이 유해·위험요인 확인·개선하는 절차 마련 및 점검 의무 위반으로 나타나 현장에서의 안전불감증이 여전한 것으로 지적됐다. 김성룡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중대재해법은 어렵고 복잡한 수사영역으로 수사 장기화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현장에서는 처벌을 피하기 위해 로펌이나 고문변호사 고용 등을 통해 수사에 대처하는 방법을 배우거나, 무조건 혐의를 부인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근로자의 안전과 생명을 대가로 한 이익은 허용할 수 없다는 원칙 위에 경제적 제재의 방법을 검토하는 것을 백안시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권기섭 고용부 차관은 “내년 50인 미만 기업에 대한 법 적용을 앞두고 법 이행 및 집행과정에서 나타난 한계와 문제점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며 “중대재해처벌법령 개선 TF 논의를 거쳐 상반기 중 개선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勞 “법 도입에도 596명 사망… 그래도 완화?”

    勞 “법 도입에도 596명 사망… 그래도 완화?”

    사업장들 안전 의식 높아졌지만CEO 면책 급급 실질 예방 미흡“중소사업장 사각 위험 더 심화”자율 예방으로 정책 후퇴에 우려 “사고 전에는 신호수가 없었는데 이젠 배치했더라고요. 사람이 죽어야 바뀌니 참….” 지난 18일 경기도의 한 사업장에서 만난 50대 노동자 A씨는 “지난해 사망 사고 때도 일하고 있었다. 안전불감증 때문에 죽은 사람만 억울하다”며 안타까워했다. A씨는 사고 뒤 그물망도 치고 ‘추락 위험’, ‘낙석 위험’ 등 주의하라는 간판도 곳곳에 생겼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고 당시 다들 ‘여기 있어야 하나, 다른 데 가야 하나’ 마음고생을 심하게 했다. 작업이 중단됐는데 언제까지 참아 달라는 얘기도 못 듣고 정상화될 때까지 버텨야 했다”고 말했다. 노동계는 지난해 1월 27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후 대규모 사업장을 중심으로 안전 의식이 높아지고 있지만 최고경영자(CEO) 처벌을 피하는 데만 급급한 나머지 실질적인 사고 예방이 뒷전으로 밀렸다고 우려했다. 법 시행 후에도 여전히 떨어지고, 부딪히고, 무너지거나 화재·폭발로 596명의 노동자가 일터에서 목숨을 잃은 건 법이 잘못돼서가 아니라 제대로 적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노동계는 강조한다.중대재해전문가넷 공동대표인 권영국 변호사는 25일 “판례를 쌓아 가면서 보완 작업이 이뤄져야 하는데 사실상 법을 적용하지 않겠다는 신호만 보내 중대재해처벌법은 ‘종이호랑이’가 됐다”고 비판했다. 민주노총 건설노조도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중대재해처벌법을 제대로 적용한 적도 없으면서 온갖 통계에 부정적 의미를 부여해 법 제도의 취지를 폄훼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건설노조가 지난 6~8일 노동자 7543명에게 ‘최근 1년 사이 건설현장의 안전 사항이 달라졌는지’를 물었더니 “그렇다”는 응답은 21.6%에 그쳤다. 노조는 법 시행 직전인 지난해 1월 17~18일에도 노동자 7573명에게 같은 질문을 던졌는데 “달라졌다”는 응답은 41.3%로 올해보다 19.7% 포인트 높았다. 법 시행 후 오히려 긴장감이 떨어진 것이다. 한창수 민주노총 경기본부 노동안전부장은 “현장에서 안전을 향상시키는 핵심 요소는 안전시설 투자와 인력 충원인데 둘 다 금전적 투자를 필요로 해 CEO가 아니면 바꿀 수 없는 요소”라며 “그러나 현재 중대재해처벌법은 경영책임자 범위를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아 실제 돈줄을 쥔 책임자와 수사받는 대상이 일치하지 않으니 기업들이 경각심을 갖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기업들이 법 시행 이후 공동대표 체제로 바꾸고 안전보건최고책임자(CSO) 직무를 새로 선임한 대표에게 맡기는 일도 벌어졌다. 지난해 9월과 10월 연이어 사망 사고가 발생한 현대비앤지스틸도 법이 시행된 지 얼마 안 돼 공동대표 체제로 전환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사업장의 80%에 달하는 50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내년 1월까지 법 적용이 유예되는 등 빈틈이 많다는 지적이 나오는데도 자율 예방 쪽으로 중대재해 정책이 바뀌는 부분도 우려된다. 지난해 중대재해로 인한 사망자 60.2%(388명)는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했다. 민주노총 경남본부 김병훈 노동안전보건국장은 “위험을 처음부터 100% 관리할 순 없다. 노동자가 위험하다고 알렸는데도 개선 조치가 없어 사고가 났다면 책임지는 구조로 가야 한다”면서 “가장 위험한 작업장부터 해결책을 내놓아야 하는데 현행법은 5인 미만 사업장에선 적용하지 않고 50인 미만 사업장에선 유예해 거꾸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 개정을 한다면 처벌을 완화하는 쪽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노동자를 보호하는 쪽으로 가야 사각지대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중대재해법 도입해도 600명 사망…완화 땐 ‘사각지대 위험’ 커진다

    중대재해법 도입해도 600명 사망…완화 땐 ‘사각지대 위험’ 커진다

    “사고 전에는 신호수가 없었는데 지금은 신호수를 배치했더라고요. 사람이 죽어야 바뀌니 참….” 지난 18일 경기도의 한 사업장에서 만난 50대 노동자 A씨는 “지난해 사망 사고가 났을 때도 일을 하고 있었다”며 “안전불감증 때문에 죽은 사람들만 억울하다”며 안타까워했다. A씨는 사고가 난 뒤로 그물망도 치고 ‘추락 위험’, ‘낙석 위험’ 등 주의하라는 간판도 곳곳에 생겼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고 당시 다들 ‘여기 있어야 하나, 다른 데 가야 하나’ 마음고생을 심하게 했다”며 “작업이 중단됐는데 언제까지 참아달라는 얘기도 못 듣고 정상화될 때까지 버터야 했다”고 말했다. 노동계는 지난해 1월 27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후 대규모 사업장을 중심으로 안전 의식이 높아지고 있지만 최고경영자(CEO) 처벌을 피하는 데만 급급한 나머지 실질적인 사고 예방이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고 우려했다. 법 시행 후에도 여전히 떨어지고, 부딪히고, 무너지고 또는 화재나 폭발로 600명 가까운 노동자가 일터에서 목숨을 잃은 건 법이 잘못돼서가 아니라 제대로 적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노동계는 강조한다.중대재해전문가넷 공동대표인 권영국 변호사는 25일 “판례를 쌓아가면서 보완 작업이 이뤄져야 하는데 최근 1년 동안 사실상 법을 적용하지 않겠다는 신호만 보내면서 중대재해처벌법은 ‘종이호랑이’가 됐다”고 비판했다. 민주노총 건설노조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중대재해처벌법을 제대로 시행한 적도 없으면서 온갖 통계에 부정적 의미를 부여해 법 제도의 취지를 폄훼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건설노조가 지난 6~8일 노동자 7543명을 대상으로 ‘최근 1년 사이 건설현장의 안전 사항이 달라졌는지’를 물었을 때 “그렇다”는 응답은 21.6%에 그쳤다. 노조는 이 법 시행 직전인 지난해 1월 17~18일에도 노동자 7573명을 대상으로 같은 질문을 던졌는데 당시 “달라졌다”는 응답은 41.3%로 올해보다 19.7% 포인트 높았다. 법 시행 후 오히려 긴장감이 떨어졌다는 얘기다. 한창수 민주노총 경기본부 노동안전부장은 “현장에서 안전을 향상시키는 핵심 요소는 안전시설 투자와 인력 충원인데 둘 다 금전적 투자가 필요한 일이라 경영책임자가 아니면 바꿀 수 없는 요소”라며 “그러나 현재 중대재해처벌법은 경영책임자 범위를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아 실제 돈줄을 쥔 책임자와 수사받는 대상이 일치하지 않으니 기업들이 경각심을 갖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기업들이 법 시행 이후 공동대표 체제로 바꾸고 안전보건최고책임자(CSO) 직무를 새로 선임한 대표에게 맡기는 일도 벌어졌다. 지난해 9월과 10월 연이어 사망 사고가 발생한 현대비앤지스틸도 법이 시행된 지 얼마 안 돼 공동대표 체제로 전환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사업장의 80%에 달하는 50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내년 1월까지 법 적용이 유예되는 등 빈틈이 많다는 지적이 나오는 데도 자율 예방 쪽으로 중대재해 정책이 바뀌는 부분도 우려되는 지점으로 꼽힌다. 지난해 중대재해로 인한 사망자 60.2%(388명)는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했다. 민주노총 경남본부 김병훈 노동안전보건국장은 “위험을 처음부터 100% 관리할 순 없다. 노동자가 위험하다고 알렸는데도 개선 조치가 없어 사고가 났다면 책임지는 구조로 가야 한다”면서 “가장 위험한 작업장부터 해결책을 내놓아야 하는데 현행법은 5인 미만 사업장에선 적용을 안 하고 50인 미만 사업장에선 유예해 거꾸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 개정을 한다면 처벌을 완화하는 쪽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노동자를 보호하는 쪽으로 개정해야 사각지대 위험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간첩단 수사 나선 국정원…공안정국 조성되나

    간첩단 수사 나선 국정원…공안정국 조성되나

    설 연휴 직전인 지난 18일 국가정보원과 경찰은 서울 중구 민주노총 본부 사무실과 영등포구 보건의료노조 사무실 등 10여곳을 동시에 압수수색했다. 민주노총 전·현직 간부 4명이 캄보디아, 베트남, 중국 등에서 북한 공작원과 접촉했다는 정황을 포착했다는 게 국정원과 경찰의 설명이다. 국정원은 이들이 2016~2019년 베트남 등 해외에서 북한 공작원과 접선한 이후 지령을 받고 반정부 활동을 한 것으로 의심한다. 이들이 북한에서 공작금을 받았을 가능성에 대한 수사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1월 강제수사에 나선 제주의 ‘ㅎㄱㅎ’(한길회), 경남 창원의 ‘자주통일 민중전위’에 이어 북한 공작원을 해외에서 접촉한 사실이 또 드러나면서 이른바 ‘간첩단’ 수사가 확대되는 모습이다. 다만 국정원이 전면에 나서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한 것 자체가 “다른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020년 국정원법 개정으로 국정원의 대공 수사권은 2024년부터 사라진다. 국정원이 맡았던 대공 수사는 경찰이 맡게 된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검거된 국보법 위반 사범 571명 중 439명(77%)을 경찰이, 108명(19%)을 국정원이 검거했다. 하지만 경찰 내부에서도 인력 충원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국정원이 다시 대공 수사권을 가져가는 것에 대해 큰 불만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권도 국정원의 대공 수사권 복원에 힘을 싣는 분위기다. 압수수색 이후 여권을 중심으로 ‘대공 업무의 전문성과 비밀 유지 필요성 등을 고려하면 국정원의 대공 수사권이 필수’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9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광주·전남 현장 비대위 회의에서 “이번 기회에 대공 수사 역량을 총동원해 사회 곳곳에 은닉하고 있는 간첩 세력들을 발본색원해야 한다”며 “국정원의 대공 수사권을 경찰로 이관하는 것은 재고돼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성일종 정책위의장도 “국가 보위의 최첨단 노하우를 가진 국정원의 손발을 자른 책임을 민주당은 져야 한다”고 말했다.대공 수사권 복원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국정원이 그동안 ‘묵혀둔 사건’에 대한 수사를 강도 높게 이어갈 가능성도 크다. 실제로 국정원은 지난해 대공 방첩 전담 조직을 확대했는데 신설 수준에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수년간 내사 단계에 있었던 사건들의 ‘단서’를 확보하고 수사에 대비해 조직을 재정비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사건도 동남아 등에서 북한 공작원과 접촉한 뒤 별도의 지하조직을 결성했다는 점에서 제주·창원 사건과 큰 줄기는 같을 가능성이 크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신(新)공안정국’이 조성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 19일 민주노총에 대한 압수수색 이후 노동계와 시민단체들은 “공안 통치 부활”이라며 일제히 반발했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압수수색 당시 건물 밖에서 “공안 탄압 중단하라”는 구호를 외치면서 거세게 항의했으며, 수사관들이 압수수색을 마치고 건물을 나설 때도 “윤석열 정부 규탄한다”고 외쳤다.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조합원 1명에 대한 압수수색을 위해 경찰 700여명이 동원된 점을 거론하면서 “대통령의 사주를 받고 국정원이 메가폰을 잡은 한편의 쇼”라면서 “무능과 무책임으로 망가진 외교와 민생, 여당의 자중지란을 덮기 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국노총도 입장문을 통해 “노동조합 회계에 큰 비리나 있는 것처럼 호들갑을 떨며 근거도 없이 노조를 부패집단으로 매도하더니, 이번에는 공안사건까지 터뜨리며 노조를 빨갱이 집단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검찰과 공권력 과잉의 시대”라고 비판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과 참여연대 등으로 구성된 국정원감시네트워크는 “국정원이 대공 수사권을 유지하겠다고 시위에 나선 셈”이라고 지적했다. 참여연대·전국농민회총연맹 등 시민단체들도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법치주의를 내세워 시민단체 등 반대편을 종북세력, 부정부패 세력으로 낙인찍으려 한다”며 탄압 중단을 촉구했다.
  • 프랑스가 멈췄다… 연금개혁 저지 총파업에 대중교통·학교 올스톱

    프랑스가 멈췄다… 연금개혁 저지 총파업에 대중교통·학교 올스톱

    ‘64세는 노(No).’ 수도 파리 등 프랑스 거리에서 정부의 연금개혁안에 반발하는 대규모 파업 시위가 19일(현지시간) 시작됐다. ‘연금을 받으려면 더 오래 일하라’는 연금개혁을 거부하는 파업으로 지하철, 기차, 비행기 등 대중교통은 물론 일선 학교 운영까지 멈췄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프랑스 주요 8개 노동조합이 총파업 동원령을 내리면서 현지 경찰 추산 최소 55만~최대 75만명이 시위에 나설 것으로 추산된다. 현행 62세에서 64세로의 정년 연장안에 반대하는 노조들이 12년 만에 연합 전선을 구축했다. 파리교통공사(RATP)의 파업으로 파리 지하철은 2개 무인 노선만 운영되는 등 일대 지하철, 버스, 트램이 대부분 운행을 멈췄다. 이날 오전 파리 북역에서는 아직 운행 중인 통근 열차를 타기 위해 시민들이 몰리면서 혼잡이 빚어졌다. 프랑스 철도공사(SNCF)는 초고속 열차 테제베(TGV) 3~5대 중 1대만 운영하고, 테르(TER) 등 지방 열차는 거의 운행하지 않았다. 일부 국제선 항공편도 중단돼 샤를드골국제공항에 이어 두 번째로 규모가 큰 오를리공항에서도 파업으로 항공편 5대 중 1대가 취소됐다. 초등학교 교사의 70%가 파업에 동참할 것으로 예상되며 프랑스 초등학교 3분의1가량이 하루 동안 전면 휴교할 예정이다. 프랑스전력공사(EDF)는 이날 오전 전력 생산량을 7000㎿ 줄였고, 프랑스 토탈에너지사의 정유 운송도 하루 동안 중단됐다. 공영 라디오 방송국인 프랑스인포와 프랑스인터는 뉴스 대신 음악으로 방송 시간을 채웠고, 프랑스2 방송은 재방송을 내보냈다. 강성 노조인 노동총동맹(CGT)과 온건노조 노동민주동맹(CFDT) 등 프랑스 주요 8개 노조가 거리에서 ‘64세는 노’를 외쳤다. 로이터통신은 “64세 연금 거부” 시위라고 소개했다. 프랑스 노동계는 전국 200개 이상의 지역에서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을 포함해 100만명 이상의 시위자가 집결할 것으로 기대하며 장기 파업도 불사한다는 방침이다. 노동계는 부유세를 걷거나 기업의 연금 기여액을 늘리는 등 대체 수단 마련 없이 노동기간 연장은 가혹한 처사라고 주장한다. 연금개혁에 반대하는 여론이 약 3분의2로 더 높다. 프랑스 정부는 2018년 말 유류세 인상 방침에 반대하며 시작된 ‘노란 조끼’ 시위 때처럼 폭력 사태가 빚어질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정부는 연금 제도 적자를 피하기 위해서는 연금 수령 개시 시점(정년)을 현행 62세에서 2030년까지 64세로 높이는 개혁안 시행을 멈출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오는 23일 국무회의 심의, 의회 상정 등의 수순을 거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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