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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업 ‘성과급’ 비중 높인다

    비정규직보호법 시행을 앞두고 기업들이 임금 체계 바꾸기에 나서고 있다. 다음달부터 기간제·파견근로자 사용에 제약을 받는 데다 정규직 근로자와의 임금 차별이 어렵게 된 것이 촉매제가 됐다. 또 기업은 차별로 인해 문제가 발생하면 노동위원회에 정당성을 입증해야 하는 의무까지 떠안아야 한다. 노동시장의 변화로 임금체계 개선은 불가피한 선택이 되고 있다. 13일 노동부에 따르면 최근 임금체계 개선에 대한 기업들의 문의 전화가 쏟아지고 있다. 하루 10여건에 이르는 날도 적지 않다. 임금 체계 개선을 바라는 대부분의 기업들은 고정급 비중을 줄이고 변동급 형태의 상여금 비중을 늘리는 방식을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함께 고과호봉제, 직능급제, 직무급제, 연봉제도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급격하게 임금 체계를 개선하는 것이 쉽지 않은 현실 때문에 고정급과 성과급을 연동시키는 형태의 임금 체계를 선택하는 예도 많다. 경영성과가 좋을 경우 근로자들은 기존 고정급 형태인 연공급(연공서열식)제도에서 누릴 수 없는 추가 임금을 기대할 수 있어 노사 양측이 만족할 수 있다. 앞서 지난달 30일 개설한 노동부 홈페이지 ‘임금체계 개선 가이드북’ 사이트의 접속 건수는 벌써 3000건을 훌쩍 넘었다. 노동부는 지난달 근로자 100인 이상 사업장에 임금체계 개선 안내 책자를 배포했다. 최근 중앙경제HR교육원이 실시하는 ‘직무성과 중심 임금체계’ 교육에는 전국에서 60여개 업체가 참여해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노동부는 “비정규직보호법 시행 등 노동 조건 변화 이외에 타이완 등 경쟁국에 비해 크게 높아지고 있는 단위노동비용 상승, 급속한 고령화까지 감안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노동 현장에서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는 것도 임금체계 개선 작업을 가속화할 요인으로 꼽힌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통계청 경제활동연구 부가조사를 분석한 결과, 올해 3월 현재 비정규직 근로자 수가 지난해 8월(845만명)에 비해 34만명 늘어난 879만명으로 집계됐다. 전체 임금근로자 1573만명의 55.8%에 해당하며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비정규직 숫자 577만명(36.7%)보다 무려 300만명 이상 많았다. 일부의 목소리이긴 하지만 노동계쪽에서도 임금체계 개선 필요성을 제기한다. 정이환 서울산업대 교수(교양학부)는 “비정규직보호법 시행을 계기로 학계, 경영계, 노동계가 임금체계의 기본적인 틀을 새로 짜는 데 함께 고민할 때가 됐다.”면서 “기존 연공급제도로는 기업 경쟁력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동구기자 yidonggu@seoul.co.kr
  • [오늘의 눈] 민주노총 이석행호 시험대 /이동구 사회부 차장

    이석행 민주노총위원장이 최근 ‘6월 투쟁’을 선언했다.27∼29일을 파업일로 정했다.“함부로 파업하지 않겠다. 준비 안된 싸움은 않겠다.”고 말한 지 6개월여만으로, 이슈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와 비정규직보호법 저지 등이다. 노동계는 이 위원장이 취임 때 장담했던 ‘현장에 기반을 둔 위력 있는 투쟁’이 될 것인지에 주목하고 있다. 노동계 인사는 “이 위원장이 그동안 불필요한 파업을 배제한다는 유화적인 태도를 보여왔던 만큼 6월 총력투쟁의 이유, 성과에 대해 관심이 크다.”고 말했다. 하지만 내막을 들여다 보면 이 위원장의 투쟁선언을 둘러싼 내·외부 사정은 복잡하다. 그는 취임초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내겠다며 현장대장정을 펼쳐왔지만 여전히 노선차이 등으로 내부 견제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민주노총 산하에서 최대의 투쟁력을 겸비한 금속노조마저도 이 위원장에 그리 호의적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이번 민노총의 총력투쟁이 이 위원장의 뜻이라기보다 강경투쟁을 주도하는 금속노조에 떠밀려 나온 것으로 비쳐지고 있다. 투쟁 이슈인 한·미FTA 반대, 비정규직보호법 저지 등은 민노총의 의도대로 관철될 가능성이 적어 보이는 것들이다. 이 위원장의 총력투쟁이 자칫 무리한 졸작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를 의식한 듯 이 위원장은 지난 9일 대학로에서 열린 ‘민주노총 6월 총력투쟁 선포대회’에서 참석 인원이 예상보다 훨씬 못미친다며 강도높은 불만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결의했으면 실천해야 한다. 다시 시작하자.”고 독려했다. 민주노총이 총력투쟁에 들어가기까지는 2주가량의 시간이 남아 있다. 이 위원장은 산하 조직들에 떠밀려 무모한 파업을 강행할지, 취임초 약속했던 의미없는 파업은 하지 않을지를 선택해야 한다. 새로운 노동운동을 주창하고 있는 민주노총 이 위원장이 어떤 지도력을 보일지 노동계뿐만 아니라 전국민이 지켜보고 있다. 이동구 사회부 차장 yidonggu@seoul.co.kr
  • 한국, OECD 노동감시 국가서 졸업

    선진국들의 모임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12일 오후 6시45분(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이사회를 열어 한국 노사관계 법 및 제도에 대한 모니터링(감시)을 종료하기로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우리나라가 OECD의 노동 분야 감시 대상에서 졸업함에 따라 노사관계 후진국이라는 딱지를 뗄 수 있게 됐다. 노동부 관계자는 “OECD가 노동 관련 법·제도를 선진화하기 위한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을 인정해 내린 결정”이라면서 “앞으로 국제 노동계에서 한국의 위상이 올라가고 국제 신인도 제고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현재 진행 중인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나 앞으로 예상되는 한·미FTA 재협상에서도 유리한 여건이 조성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내에서 3년간 유예된 복수노조 및 전임자 급여 제한 문제는 해결 과제로 남아 있다. 우문숙 민주노총 대변인은 “OECD의 감시를 받는 동안 민노총과 전교조 합법화 등 일부 진전이 있었지만 복수노조 허용 3년 유예, 공무원 노동기본권 확대 문제, 노조 활동을 이유로 한 조합원 구속 관행 등 여전히 감시를 받아야 할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OECD는 우리나라가 1996년 가입할 당시 노동 분야가 선진국 수준에 못미친다는 평가를 내렸다. 이에 우리 정부는 노사관계 법령을 국제적인 기준에 맞게 개정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가입했다. 정부는 지난해 ‘필수공익사업장 대체근로 허용과 필수업무유지 의무 부과’라는 단서를 달아 필수공익사업장에 대한 직권중재 폐지 등 노사관계 선진화 방안을 입법화했다. 이동구기자 yidonggu@seoul.co.kr
  • [사설] 6월 항쟁 정신 실현했는가

    내일은 ‘6·10항쟁’ 20돌이 되는 날이다.6월 항쟁의 의미는 정치적 민주화에 그치지 않는다. 경제·사회 모든 분야에서 민주주의를 실천해야 한다는 국민들의 함성이었다.20년이 지난 지금,6월 항쟁의 정신은 진정으로 실현되고 있는가. 아쉽게도 답변은 부정적이다. 우선 정치지도자들이 반성하고, 사회의 각 주체도 6월 항쟁 정신을 되살려 나라가 옳은 방향으로 가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 1987년 이래 우리 사회가 이룬 것은 절차적 민주주의였다. 대통령 직선제를 실시하고, 우여곡절을 겪긴 했지만 평화적 정권교체의 전통을 만들었다. 이제 한국에서 군부나 독재정권이 등장하는 일은 상상하기 어렵게 되었다. 권위주의, 정경유착, 정치부패도 줄어들었다. 하지만 민주주의는 대통령을 내 손으로 뽑고, 정치자금의 투명성을 높인다고 완성되는 게 아니다. 관용과 타협을 모르는 극한투쟁, 이념·지역으로 갈린 분열과 혼란상을 극복하지 못하고는 진정한 민주국가라고 할 수 없다. 또한 경제·사회적 양극화는 정치 민주화의 빛을 바래게 하는 요인이 되었다. 성장의 과실을 분배하는 통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음으로써 빈부격차가 커지고 있다. 중산층의 위축과 함께 노동계에서도 양극화 현상이 빚어졌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 근로자는 처우가 더욱 벌어졌고, 상대적 박탈감은 사회불안 요인이 되고 있다. 직장인, 학생, 육체 노동자, 그리고 주부까지 거리로 몰려 나와 민주화를 외쳤던 20년 전을 생각해 보자. 그런 동질성, 순수성이 다시 가슴에 불붙는다면 현재의 사회 모순을 얼마든지 헤쳐나갈 수 있다. 이미 기득권 계층이 되어 순수성을 잃은 386 정치세력, 시민운동단체, 노동세력은 각성해야 한다. 그들이 도덕성을 회복해야 다른 정치인, 기업인에게 큰 희생을 떳떳하게 요구할 힘이 생긴다. 잊혀져 가는 6월 항쟁 정신의 회복에는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 서울신문은 그때나 지금이나 본연의 임무를 다했는지를 반성하고, 각오를 다지고 있다.6월 항쟁 정신을 살려 성숙한 민주사회로 나아가는 데 앞장설 것임을 독자들께 약속 드린다.
  • 노동계가 또 다시 술렁인다

    산별교섭 첫해를 맞는 금속노조가 투쟁을 선언한 데 이어 상급단체인 민주노총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및 협상안 비준 반대, 비정규직보호법 시행저지, 최저임금안 쟁취 등을 투쟁 대상으로 한 총파업을 선언하는 등 올들어 안정세를 보여왔던 노사관계가 악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6일 노동부와 노동계에 따르면 올들어 지금까지 분규 발생 건수는 20건으로 최근 5년여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반면 지역·업종·사업장 단위의 노사화합 행사는 총 332건으로 최고 수준을 보이는 등 노사관계가 안정세를 보여 왔다.하지만 최근 산별교섭에 들어간 금속노조와 보건의료노조가 협상 요구안과 투쟁 일정 등을 공개하면서 분위기는 급변하고 있다. 금속노조는 산별교섭 요구안으로 사업장 결원에 대해 정규직 채용, 최저임금 93만 6320원 등을 내놓았다. 노조는 또 오는 25일부터 29일까지 한·미FTA저지를 위한 총파업과 함께 7월 중 2차 파업까지 벌인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에 대해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은 산별교섭에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상당기간 갈등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여기에 이석행 위원장이 현장 대장정 등으로 조직력을 복원한 민주노총도 6월 총투쟁을 선언하고 나서 노동계의 긴장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이에 앞서 타워크레인 노조는 지난 4일부터 전체 조합원 1500여명 가운데 1100여명이 파업에 들어갔다. 이동구기자 yidonggu@seoul.co.kr
  • [6월 항쟁 20주년 ‘그날의 함성’ 그 이후] (7) 한국민주주의 운동 토론회-지상중계 (하)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이사장 함세웅)가 4∼5일 이틀간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6월 민주항쟁 20주년 기념 학술토론회에서는 외국 학자들이 본 한국 민주주의에 대한 발표회가 참석자들로부터 큰 주목을 받았다. 에드워드 베이커 하버드대 옌칭연구소 자문위원과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 홀거 하이데 독일 브레멘대 명예 교수 등은 한국 민주주의 운동의 의미와 과제 등에 대해 발표했다. ●6월 항쟁은 민주주의 운동이자 근대화 운동 하이데 교수는 5일 ‘한국민주주의 운동에 대한 개인적 단상’이라는 기조 발제에서 “1986∼87년 민주화운동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것이 민주주의 운동인 동시에 근대화 운동이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하이데 교수는 ‘민주화와 근대화’라는 ‘발전의 양면성’을 통해 민주화 20년을 조망했다. 그는 “6월 항쟁은 더 많은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세력과 더 근대화된 사회를 원하는 세력이 힘을 합쳐 전두환 정권에 대항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진단하고 “이런 맥락에서 6·29선언은 민주화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던 권력 엘리트들의 전술적 후퇴였으며 동시에 근대화론자들의 부분적인 승리였다.”고 평가했다. 권력 엘리트 가운데 근대화론자들과 형식적 민주화를 요구하던 자유주의 정치세력이 6·29선언의 최대 수혜자가 됐다는 것이다. 반면 6·29선언 이후 실질적인 민주화를 위한 첫 단계로 민주노조를 건설하려던 노동자들은 즉각 극심한 탄압에 부딪쳤다고 꼬집었다. ●외환위기 민주주의 운동 취약점 드러나 하이데 교수는 “1997년 발생한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김대중 정부가 추진한 근대화의 범위를 통해 민주주의 운동의 취약점이 분명하게 드러났다.”고 말했다. 그가 지적하는 취약점은 노동계급운동 진영이 ‘민족주주의-보수주의자’와 ‘신보수주의자’ 사이에서 적절히 대응하기가 쉽지 않았다는 데 있다. 민족주의-보수주의자들은 한국 국가자본의 경쟁력을 위해 노동조건을 제한하려 했고, 신보수주의자들은 ‘시장’을 노동조건 문제의 해결 수단으로 내세우며 세계시장을 개방할 것을 촉구했다. 그러면서도 “신세대 사이에서는 신기술로 가능해진 기회를 활용해 전혀 새로운 운동이 싹텄다.”면서 “그 징후는 노무현 후보 당선과 탄핵을 물리치는 데 성공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한국 민주주의 도전 과제 많다’ 베이커 자문위원은 지난 4일 ‘한국 민주화에 대한 고찰과 결론’에 대한 기조발제에서 “한국 국민들은 유신반대운동, 광주항쟁,6월 항쟁 등을 자체적으로 잘 풀어왔고, 이제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국가”라며 한국 민주화 운동의 성과를 높이 평가했다. 하루키 교수는 ‘한국의 민주혁명 30년과 일본’을 주제로 한 기조강연에서 “광주 항쟁은 운동의 비폭력적 성격과 모순되지 않는 비폭력 운동의 혁명성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라면서 “6월 항쟁은 유신체제의 폐지를 얻어냈다.”고 평가했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손호철교수 ‘민주화 진영’ 비판 “민주화운동 출신 대통령과 정치인들이 최소한 겸손한 자세만 보였어도 지금과 같은 위기는 자초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손호철 서강대 교수는 5일 발표한 ‘한국 민주주의 20년, 성과와 한계 그리고 위기’를 통해 민주화 운동세력과 노무현 정권을 거세게 비판했다. 손 교수는 “민주화 20주년을 맞아 민주화운동과 민주주의는 심각한 위기, 어쩌면 최대 위기에 처해 있다.”며 도덕성 추락과 무능을 지목했다. 하지만 그는 “국민들에게 정말로 용서받을 수 없는 것은 바로 ‘오만과 독선’일 것”이라고 개탄했다. 손 교수는 “정통성을 과신한 김영삼 정권의 오만과 독선은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거치면서 오히려 증폭됐다.”면서 “이를 가장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청개구리마냥 자신의 노선을 고집하는 한편 오히려 국민을 비판하고 원망하는 노 대통령과 측근들”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노 대통령은 내용은 별로 없고 정책은 보수적이면서도 스타일만 급진적이어서 빈 수레만 요란한 개혁으로 잡음을 일으키고 기득권 세력의 불안감을 조성해 사회 갈등을 불필요하게 증폭시킨다.”고 주장했다. 그는 “민주화운동 진영이 그동안 절대적으로 누려왔던 도덕적 우위가 무너졌다.”면서 “대표적인 것이 각종 비리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와 정치권뿐 아니라 민주노총도 현장 지회는 말할 것도 없이 중앙지도부까지 비리에 연루될 정도니 할 말이 없다.”고 꼬집었다. 손 교수는 민주화운동 진영이 위기를 겪게 된 구조적인 원인으로 신자유주의를 꼽았다. 그는 “자유주의정권인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서민과 중산층의 정부를 표방했음에도 불구하고 신자유주의 정책을 펴면서 최악의 사회 양극화를 초래했다.”면서 “군사독재정권들보다 더 빈부 격차를 심화시킨 가장 반서민적인 정권이 되고 말았다.”고 밝혔다. 그는 “민주화운동 진영이 그동안 북한 인권문제와 민주주의에 침묵하는 이중성을 보인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면서 “북한 문제도 대중들이 민주화운동 진영의 진실성과 헌신을 의심하게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비정규직보호법 시행 앞두고 곳곳 마찰

    비정규직보호법 시행 앞두고 곳곳 마찰

    비정규직보호법이 다음달 1일 시행에 들어간다. 이에 맞춰 차별시정제도 등 정규직과 비정규직간 차별을 구분하는 기준도 마련됐다. 하지만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을 비롯한 노동자단체와 경영자총연합회 등의 사업자 등 노사 모두 여전히 불만이 많다. 노동자단체는 법 시행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사업주는 중소업체의 어려운 현실을 무시한 제도라며 볼멘 소리를 하고 있다. #사례1 최근 한 중견 유통업체는 비정규직 근로자들과의 재계약 과정에서 계약기간을 표시하지 않는 ‘0개월 계약’을 강요하는 등 갖가지 방법의 초단기 계약을 동원해 물의를 빚고 있다. 이 회사 노조원들이 노동부 해당지청에 제출한 근로감독 요청서에는 회사의 부당근로계약 사례가 12가지나 됐다. 대부분 시행을 앞두고 있는 비정규직보호법에 반하는 행태다. 유통 할인점에 근무하는 여성 비정규직을 대상으로 1주일 이내의 초단기 근로계약뿐 아니라 계약서의 계약기간 표기를 빈 칸으로 두는 ‘0개월 계약’도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사례 중에는 다음달 1일 비정규직보호법이 시행된다는 이유로 오는 30일 무더기 계약해지하기로 알려진 것도 있다. #사례2 공공 부문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인천지역의 몇몇 학교에서는 청소 업무를 맡고 있는 학교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계약을 해지하고 외주사에 용역을 주고 있다. 일부 대학병원에서는 정규직 전환 약속을 미루고 있고, 한 국책연구기관에서는 3년 이상된 연구원에게 계약해지(6개월 후)를 통보하는 등 민간 부문 못지않은 마찰을 보이고 있다. ●일부 사업주 계약해지 단행 곳곳에서 빚어지고 있는 마찰은 노사 모두가 예견했던 상황들이다. 특히 기간제근로자의 사용기간 제한과 파견대상업무 확대 등은 비정규직보호법이 시행돼도 상당기간 논란과 마찰이 예상되는 부분으로 꼽혀 왔다. 노동계는 비정규직보호법이 논의될 때부터 부작용을 들어 기간제근로자를 마구잡이식으로 사용하는 것을 반대해 왔다. 비정규직보호법이 오히려 비정규직을 양산할 수 있다며 사용 사유를 제한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었다. 하지만 경영계는 사용 사유를 제한할 경우 고용시장이 지나치게 경직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7월부터 시행되는 비정규직보호법도 기간제근로자의 사용(계약)기간만 명시토록 돼 있다. 그렇지만 일부 사업주들은 이를 명시하지 않거나 일방적으로 터무니없이 짧은 계약기간을 요구하면서 마찰이 빚어지고 있다. 노동계는 기간제한의 예외를 인정해 주기로 한 전문직 종사자들에 대한 특례 범위와 관련해서도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박사학위 소지자라 하더라도 근로 조건이 천차만별이고, 조교 종류도 학교조교, 행정조교 등으로 다양한데 이에 대한 구분 없이 일률적으로 특례 범위에 포함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로 인해 다른 근로자들이 평생 비정규직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오히려 커졌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파견근로자 부분도 노사 양측이 여전히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사용자측은 파견대상 업무 범위 조정이 미흡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노동계는 파견 허용 업종을 138개에서 191개로 지나치게 확대했다고 맞서고 있다. ●새달부터 2년 지나야 정규직화 노동부는 비정규직보호법 가운데 사용자나 근로자가 잘못 이해하는 부분이 많다는 입장이다. 대표적으로 기간제근로자의 정규직 전환 시점을 법 시행일인 다음달 1일로 오해하고 있는 점을 꼽는다. 기간제근로자의 사용기간은 2년으로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종전부터 기간제근로자를 사용해오던 경우는 다음달 1일부터 계산해 2년 뒤인 2009년 7월1일까지는 기간제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다. 따라서 법 시행일 이후 근로계약을 체결·갱신하거나 연장하는 시점부터 2년의 여유가 있다. 노동부는 비정규직 양산 우려에 대해 “사용자가 숙련된 기간제근로자를 해고하고 다른 근로자로 교체할 경우 생산성이 떨어지고 신규 채용에 따른 교육훈련 등 노무관리 비용의 증가로 비정규직을 전환,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단국대 신은종 교수는 “제도 정착까지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현재 상황은 기업들이 다소 과민 반응을 보이는 측면이 있다.”면서 “결국 생산성이나 이윤 측면에 따라 비정규직이 무기계약직이나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비율이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노동부, 노사교육 열 올려 노동부는 비정규직보호법 시행을 앞두고 불필요한 오해로 인한 마찰을 줄이기 위해 노사 양측을 대상으로 법령 및 하위 규정 설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차별시정제도 안내서와 홍보용 팸플릿 각 2만부씩을 배포하고 공공부문 및 300인 이상 사업장 관계자 2000여명을 교육할 예정이다. 이동구기자 yidonggu@seoul.co.kr
  • “차별 아님은 사업주가 입증해야”

    “차별 아님은 사업주가 입증해야”

    노동부가 내놓은 비정규직 근로자를 위한 차별시정제도에 대한 논란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노동계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고 반발하고 있고, 경영계는 기업의 어려움을 외면했다고 토로한다. 참여연대 등 일부 시민단체는 노동위원회의 고유권한 침해를 우려하기도 했다. 논란이 되는 주요 사항들을 일문일답으로 풀어본다. ▶차별신청의 영역은. -‘임금 및 그밖의’ 근로조건 등으로 한정했다. 그밖의 근로조건은 법정수당과 근로시간, 휴일·연장 수당 등이 포함된다. ▶사회보험과 연차휴가는. -사회보험과 법정가산수당 지급, 법정연차휴가 부여 등은 차별시정이 아닌 해당 법률로 처리될 사안이므로 제외됐다. ▶모든 차별이 시정 대상인가 -합리적인 차별은 인정된다. 노동생산성, 취업기간, 업무영역 및 책임에 따른 차별은 시정신청 대상에서 제외된다. ▶특수업종종사자도 시정 신청이 가능한가? -노동계가 광범위하게 비정규직으로 포함하고 있는 보험설계사 등 특수직종 종사자는 자격이 없다. 노조나 노동관련 단체도 신청이 금지된다. 오직 기간제·단시간·파견근로자 등 비정규근로자만이 ‘불리한 처우’를 당했을때 신청할 수 있다. ▶차별 유무에 대한 입증 책임은. -차별이 아님은 해당 사업주가 증명해야 한다. 그러나 비정규직 근로자는 신청 당시 차별의 구체적인 내용을 명시해야만 한다. ▶파견근로자의 시정책임은. -파견사업자와 원청 사업자 모두에게 책임이 부과된다. 파견사업주는 해고, 퇴직급여제도, 임금, 연장·야간 및 휴일근로, 연차유급휴가, 재해보상 등을 책임진다. 사업주는 근로시간, 연장근로 제한, 휴게·휴일, 유급휴가 대체 등의 책임이 있다. 이동구기자 yidonggu@seoul.co.kr
  • [한·미 FTA 협정문 공개] 범국본 “내주기 협상 증거 드러나”

    [한·미 FTA 협정문 공개] 범국본 “내주기 협상 증거 드러나”

    시민단체가 한·미FTA 협정문에 대한 국민 검증을 시작해 오는 6월 임시 국회 개회 직후 ‘종합 평가 보고서’를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한·미 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는 2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민주노총 9층 교육관에서 정부의 FTA 협정문 공개에 따른 기자회견을 갖고 이같이 밝혔다. 범국본은 “정부가 이미 한글 협정문 초안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국회 해당 상임위 의원들에게 조차도 공개하지 않았다.”면서 “한글본의 열람을 거부하고 심지어 존재 자체를 부인한 것은 의도적 정보 은폐 행위”라고 비난했다. 범국본은 또 “정부가 뒤늦게 공개한 협정문은 국민과 국회가 합의한 적 없는 월권적 거래의 산물이며 국민 대다수를 피해자로 만들 ‘내주기 협상’의 구체적 증거물”이라고 주장하고 “다음주부터 전문가를 통해 분야별 협상 결과를 평가하고 그 문제점을 제기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범국본은 28일 ‘지적재산권’ 분야에 대한 협상 결과 분석 발표를 시작으로 의약품 및 의료기기, 농업, 환경, 금융, 자동차 등 전분야에 걸친 국민 검증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범국본 관계자는 “울산대 백일 교수 등 학계·노동계·시민단체 전문가 58명을 임명하고 6월 임시국회에서 각 상임위 청문회 등 의정활동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중계석] “신자유주의 확산 민중이 대항하자”/김명인 인하대 교수

    “1987년은 부르주아민주혁명으로 규정지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형성된 부르주아민족국가는 신자유주의 드라이브에 의해 사실상 해체될 운명에 놓여 있다고 할 수 있다.” 6월민주항쟁 20주년을 맞아 열린 대토론회 ‘민주화 20년, 문화 20년 상상변주곡’의 여섯번째 토론회가 23일 서울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강당에서 개최됐다. 발제자로 나선 김명인 인하대 교수는 ‘다시 민중을 부른다’라는 발표문에서 1987년 6월항쟁 이후 20년을 한국이 신자유주의 세계체제로 편입되는 과정으로 분석하고 반신자유주의 운동을 펼치기 위해 민중 개념을 다시 복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신자유주의의 지배를 받는 사회에서 자본화되지 않는 모든 인간은 사회 밖으로 내몰린다.”며 “오늘날의 극단적 양극화와 불평등, 경쟁주의는 신자유주의 시장독재의 자연스러운 논리적 귀결”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신자유주의의 확산에 대항하기 위해 시민사회와 노동계급의 분발이 무엇보다 요구되는 상황”이라며 “반신자유주의 투쟁의 주체를 구성한다는 맥락에서 민중개념을 복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960년대 탄생해 1970,80년대에 발전한 ‘민중’ 개념은 노동자와 농민, 도시빈민 등을 아우르는 포괄적 개념이면서도 억압적인 사회체제를 극복하기 위한 주체로서의 가능성을 포함한 개념이기도 하다. 김 교수는 “1970∼80년대의 민중개념은 한국사회뿐만 아니라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 시장독재체제에 반대하는 지구상의 모든 지역 인민들을 아우를 수 있는 개념으로 상당한 적합성을 지닌다.”고 평가했다. 이어 “정규·비정규 노동자계급, 농민, 도시빈민, 이민자 등 신자유주의 시장독재체제의 희생자들이 민중이라는 이름으로 반신자유주의 연합을 이뤄 세계적 규모의 저항운동을 펼치는 것이 지금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최대치의 전망이고 희망”이라고 주장했다. 김명인 인하대 교수
  • [6월 항쟁 20주년 ‘그날의 함성’ 그 이후] (4) 연대성 위기의 그늘… 노동계도 양극화

    6월 항쟁의 큰 축은 노동자였다.1987년 7∼9월 ‘노동자 대투쟁’의 열기는 작열하는 태양만큼이나 뜨거웠다. 비참한 노동 환경에서 숨죽이며 살아온 노동자들은 가슴에 쟁여 놓았던 울분을 한순간에 토해냈다.‘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절규였고, 그 절규로부터 한국 노동운동은 비로소 만개하기 시작했다. 20년이 지난 현재 노동운동은 거대한 세력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동시에 사회적으로 따돌림을 받고 있다. 현재의 노동운동은 ‘귀족 노동조합(노조)´ 논란과 함께 비정규직 노동자의 비참한 현실에서 한 발짝 물러서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비정규직으로 대표되는 불안정한 노동계층은 여전히 ‘인간답게 살고 싶다.’며 오늘도 절규한다. ●“노동운동으로 남은 것은 팍팍한 현실뿐” “20년전이나 지금이나 우리 삶은 더 물러설 곳 없는 벼랑입니다.” 1980년대 후반 노동 운동으로 해고된 뒤 줄곧 건설노동자로 살아온 사춘식(52)씨의 짙은 흑색 낯빛엔 지난 세월이 묻어났다.10일 경기 화성시 동탄신도시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만난 그는 흙먼지를 뒤집어 쓴 채 용접 작업을 하고 있었다. 사씨는 “노동운동하면 좀 나아질 줄 알았는데, 내 삶은 변함없이 팍팍하다.”며 담배를 피워 물었다. 그는 고아가 돼 중학교 이후 배움은 꿈도 꾸지 못했다.85년 일당 3300원에 밥값까지 제했던 회사 H프레스에서 위장취업 대학생을 만나 노동운동에 눈을 떴다. 밤마다 전태일을 읽었고, 근로기준법을 공부했다. 파업에 앞장선 후 그는 곧바로 해고됐다.86년에는 B냉방 하청업체에 재취업해 노조를 만들었다가 H프레스 전력이 탄로나 또 해고됐다. 그의 이름은 정보기관의 블랙리스트에 올랐고, 그 후 한번도 정규직장을 갖지 못했다. ‘굶어죽지 않으려고’ 건설현장으로 들어갔다.87년 여름 ‘노동자 대투쟁’ 때도 그는 건설현장 노동자로 참여했다. 한 달 일하고 두 달 쉬는 생활이 계속됐고, 외환위기 직후에는 일이 없어 1년간 공공근로를 해야 했다. 밥 먹는 게 힘에 부친 생활이었고, 그 생활은 2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어졌다. 노동운동이 힘을 키웠고 대기업 노동자들의 생활도 안정을 찾은 지금, 그는 “파업하고 내게 남은 건 잘린 인생”뿐이라고 했다. 그는 “과거 동료들이 만든 민주노총이지만 이젠 신뢰 안 한다.”고 불만을 쏟아냈다. “나 같은 ‘노가다’ 일하는 거 봐라. 비정규직도 이런 비정규직이 없다. 하루를 버티기 힘들던 20년전, 라면 한 젓가락 나눠 먹고 동료의 꺼진 연탄을 걱정하던 작은 사랑이 있었기에 우린 버틸 수 있었다. 우리를 돌아보지 않는 지금의 노동운동에는 ‘인간에 대한 사랑’이 없다.” 80년대말 동구권이 몰락하자 그렇게 열렬했던 ‘학출(위장 취업 대학생)들’은 모두 살길을 찾아 떠나갔다. 그에게 노동운동을 가르쳤던 그 대학생도 지금은 사업에 성공해 큰 돈을 벌었다고 한다. “얼마 전 그 친구를 만나 웃으며 말했다.‘너희들은 살 길 찾아가 사업하고 잘 살지만, 갈 곳 없어 남은 우리는 여전히 힘겹다.’고. 내 말에 친구가 그러더라.‘형, 더 이상 그때 마음 기대하지 마.’ 친구가 변할 걸까, 내가 변하지 못한 걸까.” 동탄신도시 건설현장에서 사씨가 맡은 일은 1개월짜리 단기계약이다.5월말이면 일이 끝난다. 이후 살길은 그도 아직 모른다. ●“이제 비정규직에 눈 돌릴 때” 자동화기계를 만드는 경기 군포의 한 ‘마치코바(영세 동네공장을 일컫는 일본식 표현)’에서 일하는 김종주(47)씨가 10시간이 넘는 하루 일을 마치고 짐을 정리했다. 그는 사춘식씨와 H프레스에서 해고된 ‘학출들’ 중 지금까지 현장에 남은 2명 중 한 사람이다. 경상도에서 대학 한 학기를 마친 84년 친구의 꾐(?)에 빠져 노동운동하러 안양으로 올라왔다. 그는 “일단 알게 된 이상 반란을 꿈꾸지 않을 수 없었다.”고 했고, 반란의 대가는 해고로 되돌아왔다. 한번 시작된 해고는 10번을 훌쩍 넘어섰고, 이젠 몇 번 해고당했는지 정확히 기억하지도 못하는 지경이 됐다. 노조 결성을 이유로 마지막 해고된 시점이 불과 3년전이다. 반복되는 해고로 승진이나 임금인상 같은 ‘호사’는 한번도 누려보지 못했다. 잘릴 때마다 앞이 캄캄했던 그가 끝내 현장을 지키는 이유는 뭘까.“그는 할 줄 아는 게 이것밖에 없어서….”라고 말끝을 흐렸다. 그는 영세공장을 전전하며 87년 당시보다 더 힘겨워진 현실을 온몸으로 겪어왔다. “97년 이후 힘 있는 대기업노조는 고용안정을 최소한 보장받았지만, 노조가 없는 영세사업장 노동자는 언제 잘릴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훨씬 심해졌다. 내가 거쳐 온 회사의 90%가 없어졌다.” 그는 “현재 노동운동이 비정규직 문제를 중심으로 힘을 모으지 않으면 아무리 외형적으로 성장하더라도 아무 소용없다.”면서 “공장에 있으면 절망할 틈이 없다.”고 말했다.“먹이사슬의 마지막 단계”인 ‘마치코바’에서 그는 오늘도 절망과 싸우고 있다. 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 전문가들 진단 “6월 항쟁 때는 사무직 노동자들이 거리로 나와 공장 노동자들과 함께 어깨 걸고 투쟁했지만, 지금은 노동자들도 직업에 따라 계급이 갈렸다. 노동자들이 목 매고 분신하며 만든 현실에 노동자 스스로 안주한 결과다.”(주봉희 민주노총 부위원장) 1987년 노동자 대투쟁 이후 민주노총의 도덕적 힘은 강했다. 그 힘을 바탕으로 국민들의 지지를 얻었고, 사회개혁의 주축 세력이 됐다.20년이 흐른 지금, 민주노총의 도덕적 힘은 급격히 약화됐다. 비리 혐의로 잇달아 구속된 노조 간부들 탓만은 아니다. 많은 이들이 꼽는 핵심 원인은 ‘연대성의 위기’다. 비정규직 노동자와의 범사회적 연대보다는 기업별 고용 안정에 주력하는 정규직 노조 위주의 운동 방식에 대한 일침이다. 은수미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87년 이전엔 자기 자신 취약계층이던 노동자들이 고용조건이 안정되면서 자기 주변을 포용하는 연대의 틀을 개발하는 데 소홀했다.”면서 “지금은 매우 심각한 위기 상황”이라고 단언했다. 한때 민주노총에서 비정규직 사업을 책임졌던 관계자는 “오늘날 비정규직이나 저임금, 여성, 불안정한 노동자의 삶은 6월 항쟁 당시 다수 노동자의 삶과 다르지 않다.”면서 “민주노총이 이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나서지 않으면 87년 노동자 대투쟁을 또 겪어야 할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KBS 비정규직노조 위원장 출신으로 올 1월 선거에서 당선된 주봉희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4개월도 안 돼 민주노총의 높은 벽을 실감하고 좌절했다.”면서 “민주노총은 낮은 사람들을 위한 대중조직이 아닌 정규직의 정파적 이해관계에 따라 색깔을 바꾸는 카멜레온 같은 조직으로 바뀌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한 노동계 인사는 “2.8%에 불과한 비정규직 조직률을 높이고 임원·대의원 비정규직 할당제 등을 통해 비정규직 노동자가 스스로 자기 세력화할 수 있도록 민주노총의 재정과 인력 대부분을 투여하겠다는 결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은수미 연구위원도 “수십억원에 이르는 현대차노조의 이월재정을 산별노조 재원으로 전환해 비정규직 재교육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써야 한다.”고 충고했다. 안기호(43) 전 현대자동차 사내하청노조 위원장은 “비정규직이 돼 보니 인간으로서 감내하기 어려운 모멸감과 고통을 겪게 되더라.”면서“정규직노조 중심의 민주노총이 몰매를 맞는 것은 비정규직 등 사회적 약자의 아픔을 외면했기 때문으로 운동의 방향을 근본적으로 재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규직·비정규직 노조 위원장을 모두 역임한 그의 주장이기에 울림이 크다. 노동운동의 중심 축이 비정규직 운동으로 과감하게 이동하지 않으면 머지않아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 ‘친기업’ 논란 차세대 경제참고서 노동계 시각 반영 새달 배포

    ‘기업 편향적’이라는 지적이 일면서 논란을 빚었던 고등학교 경제 교사용 참고서가 일부 내용이 추가돼 다음달쯤 일선 학교에 배포될 예정이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지난 2월 발간하려다 다시 검토하기로 한 ‘차세대 경제교과서 모형’ 수정 작업을 이달 말까지 모두 마치고 다음달부터 일선 학교에 배포할 계획이라고 8일 밝혔다. 수정될 부분은 민주노총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노동계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10가지의 읽기 자료를 부록 형태로 추가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읽기 자료에는 정부의 시장 개입을 설명하거나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등 주로 노동계의 시각이 반영됐다. 정부의 시장 개입을 설명하는 자료로는 ‘맨큐의 경제학’에서 ‘경우에 따라 정부가 시장성과를 개선할 수 있다.’는 내용,‘싱가포르의 주택정책 사례’ 등이 들어갔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자료로는 한겨레신문 기사(‘신뢰와 윤리의 기업경영 사례’)와 재정경제부와 유엔이 낸 자료(‘기업의 사회적 책임’) 등 4개가 포함됐다. 읽기 자료는 교과서발전 자문위원 4명에게 의뢰해 만들었다. 처음 이 책을 집필한 한국경제교육학회측에서는 당초 집필자가 만들지 않은 자료를 넣겠다는 교육부의 결정에 반대했지만, 해당 내용은 집필진의 의견이 아니라는 사실을 명시해 수록하는 데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교사만 자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교사용 참고서인 ‘차세대 경제교과서’가 이름 때문에 모든 학생들이 다 공부하는 교과서로 오해를 빚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표지에 ‘차세대 경제교과서 모형 연구’라는 사실을 명시하기로 했다. 김재천기자 patrick@seoul.co.kr
  • 통일염원 담은 아리랑 열창

    통일염원 담은 아리랑 열창

    ‘근로자의 날인 1일 경남 창원시에서 남북이 하나되는 통일의 함성이 울려퍼졌다.’ 민주노총·한국노총·북측 조선직업총동맹 등 남북 3개 노동단체가 참가하는 ‘5·1절 남북노동자통일대회’ 3일째인 이날 경남 창원종합운동장에서는 이번 대회의 본행사인 노동자 단합대회·통일축구경기·축하공연 등이 개최됐다. 단합 대회는 창원시민과 전국에서 모인 근로자 등 3000여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오후 3시30분쯤부터 3개 단체 공동 사회로 시작됐다. 주최측은 행사장을 일반 시민들이 자유롭게 입장할 수 있도록 개방했다. 72명으로 구성된 풍물단을 선두로 한반도기 기수단, 남북 노동자 대표단 등이 ‘우리민족끼리 조국통일’을 연호하면서 운동장으로 입장하고 공동 사회자들이 동시에 개회를 선언하면서 대회장 분위기가 고조됐다. 아리랑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한반도기가 게양되고 6·15 공동위 남북 대표 축사, 남북 3개 노동단체 위원장 대회사 등이 이어졌다. 이어 남북 3개 노동단체 대표는 5개 항의 ‘남북(북남) 노동자 선언문’을 한문단씩 낭독하며 창원 5·1절 행사가 겨레의 가슴 속에 통일애국의 불길을 지펴 올린 뜻깊은 통일축전이었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 남북 노동단체는 선언문에서 조국통일을 위해 한마음 한뜻으로 뭉쳐 6·15 공동선언을 철저히 실천해 나갈 것을 결의했다. 통일운동에 민족을 중시하는 입장을 견지하며 평화 수호에 앞장서고 남북노동자들의 연대와 협력을 발전시켜 나갈 것을 다짐했다. 단합대회에 이어 오후 4시쯤부터 남북 선수들이 섞인 연대팀과 단합팀의 통일축구 경기가 축포를 신호로 전·후반 각 45분씩 열렸다. 경기내내 관중들은 크고 작은 단일기를 흔들며 파도타기 응원을 하고 “통일”을 외치며 응원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시민 김경식(56)씨는 “보기 드문 뜻있는 행사인데 홍보부족으로 많은 시민들이 나오지 못한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축구시합에 이어 오후 6시쯤부터는 본부석 맞은편 특설무대에서 축포가 터지면서 흥겨운 축하공연이 열려 남북 노동자 대표단과 관중들이 노래를 따라 부르며 공연에 동참, 남북화합과 통일에 대한 마음을 되새겼다. 노동자 노래패·영산마루 타악공연·안치환 공연·민족춤패 공연·노래극단 희망새 공연·창원시립교향악단의 아리랑 연주에 이어 불꽃놀이를 끝으로 남북노동자대회 본행사는 막을 내렸다. 남북노동자대표단은 앞서 이날 오전 양산 솥발산에 있는 노동자 묘역을 참배했다. 남측에서 처음으로 열린 창원 5·1절 남북노동자통일대회에 참석한 북측 대표단 60명은 2일 오전 10시 김해공항을 통해 평양으로 돌아간다. ●서울 도심곳곳 노동절 행사 근로자의 날인 1일 민주노총·한국노총 등 노동계의 기념행사가 서울도심 곳곳에서 열렸다. 예년과 같은 물리적인 충돌은 없었다. 민주노총은 이날 오후 2시부터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1만명(경찰추산 6500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117회 5·1 노동절 기념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행사 이후 종로2가를 거쳐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까지 거리행진을 했다. 잠실 종합운동장에서는 한국노총 주최로 마라톤대회가 열려 이주노동자 400여명 등 2만여명이 참가했다. 이상수 노동부장관, 한명숙 전 국무총리, 정동영·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 오세훈 서울시장, 김문수 경기지사 등 정·관계 인사들도 대거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이상수 장관은 근로자들과 함께 5㎞ 구간을 완주했다. 서울 이동구·창원 강원식기자 kws@seoul.co.kr
  • [사설] 근로자의 고단한 삶을 생각한다

    오늘은 1535만 임금근로자들의 생일인 근로자의 날, 노동계의 용어로는 노동절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우리의 경제성적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상위권이라고 단언했지만 근로자들의 삶은 여전히 고단하기만 하다. 국민의 주머니로 들어오는 실질국민소득 증가율은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의 절반을 밑돌고 있다. 반면 조세 증가율은 지난해 14.1%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그 결과, 지난 10년 동안 중산층은 55.5%에서 43.7%로 줄고 빈곤층은 11.2%에서 20.1%로 두배 가까이 늘었다. 또 지난 4년 동안 서울지역 아파트값은 무려 74%나 폭등했다. 따라서 삶의 질을 나타내는 지니계수는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그렇다고 근로자들이 게으름을 피운 것은 아니다. 재계는 근로자들의 과도한 임금 요구가 기업의 발목을 잡는다지만 노동생산성(제조업 기준)은 임금인상률의 두배를 넘는 12%대를 기록하고 있다. 연간 근로시간도 2354시간으로 OECD 회원국 중 최고다. 특히 올 들어서는 1·4분기 중 노사분규는 모두 12건에 불과해 ‘춘투’(春鬪)가 사라졌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2454명이 산업재해로 사망하는 등 후진적인 산업재해 발생 건수는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2004년 7월부터 단계적으로 주5일제가 도입되고 두달 후에는 비정규직보호법이 시행되는 등 참여정부 들어 근로자를 위한 법적·제도적 보호망은 대폭 강화됐다. 마냥 치솟던 비정규직 근로자 비율은 2004년 37%를 정점으로 35% 내외에서 정체 상태를 보이고 있다. 실업률도 주요 선진국보다 월등히 낮은 3.5% 수준을 유지한다. 근로자들이 느끼는 체감지수와 사뭇 다른 수치다. 지표와 체감지수의 간극을 좁히는 일이 쉬운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포기해선 안 된다. 지금이라도 사용자와 근로자는 건강하게 공존하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
  • [기업하기 좋은 환경 만들자] (하) 노사상생의 문화를

    [기업하기 좋은 환경 만들자] (하) 노사상생의 문화를

    지난달 14일 저녁 서울 영등포2가 민주노총 근처 음식점에서는 노동부와 민주노총 ‘수뇌부’의 합동 술자리가 벌어졌다. 이상수 노동부 장관이 차관, 국실장 10여명과 함께 민주노총을 방문,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을 비롯한 산별대표 20여명과 간담회를 갖고 나서 마련한 뒤풀이였다. 민주노총은 장기분규 사업장 해결에 정부가 적극 나설 것 등을 요청하고 노동부도 과격한 시위는 자제할 것을 요청하는 등 웃음꽃 속에 소주잔이 오갔다. 실제로 노동부는 이후 이젠텍, 우진산업 등 10여건의 장기분규의 중재에 나서 지난 20일 현대하이스코의 분규타결 등을 유도해 냈다. ●올 1분기 노사분규 12건… 매년 감소세 연초까지만 해도 올해 노-정, 노-사간 분위기는 어느 때보다도 냉랭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어 다양한 노동계의 요구가 분출될 가능성이 높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민감한 현안들이 많다는 것 등이 이유였다. 하지만 실제 상황은 전혀 그렇지 않다. 올 1·4분기 노사분규는 12건으로 2005년 23건,2006년 19건에 비해 급격히 줄었다. 분규에 따른 근로손실도 4만 2000시간으로 지난해 8만 4000시간의 절반이다. 현대중공업(3월22일), 포스코(3월23일) 등 올들어 지금까지 93건의 노사화합 선언이 이뤄졌다. 노동부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는 너무 미미해 집계도 안했던 수치”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대한항공 노조는 25일 서울 공항동 본사에서 열린 올해 임금교섭에서 사측에 전권을 일임했다. 노조는 “노사가 하나가 돼 회사가 치열한 세계 항공시장에서 최고가 될 수 있도록 힘을 보태려는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노동계 “빨간 머리띠를 함부로 안 맨다” 여기에는 민주노총의 변화된 행보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는 ‘총파업은 하지 않겠다.’‘빨간 머리띠를 함부로 안 맨다.’‘항의성 파업 대신 촛불집회를 갖자.’ 등 이석행 위원장의 최근 발언에서 확인된다. 노동부 관계자는 “지금과 같은 노-사-정 화합 무드는 1987년 민주화 항쟁 이후 처음인 것 같다.”고 했다. 이렇게 분위기가 무르익었을 때 해묵은 정책적 과제들을 들춰내 노사 상생의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노사정위원회 우종호 전문위원은 “노사정 대화 채널이 어느 때보다도 넓게 열려 있는 이 참에 임금제도, 단체교섭제도 등 그동안 단기 현안에 묻혀 하지 못했던 논의들을 협상 테이블로 끄집어 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노총·경총 등 상층부의 변화와 결의만으로 현장이 바뀌는 것은 아닌 만큼 실질적인 노사상생의 기틀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경영계의 ‘식스(6) 시그마’처럼 노사간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노사간 대화의 노력은 표면적으로 노동계가 더 적극적이다. 민주노총은 지난달 말 삼성·LG 등 4대 그룹 총수와의 면담을 제안했다. 민주노총 우문숙 대변인은 “산별교섭에 대한 협조를 요청하고 제조업 공동화 등 한국경제가 안고 있는 문제를 함께 고민해 보자는 뜻”이라고 배경을 설명한 뒤 “이런 노동계의 노력에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호응할 때 노사간 신뢰구축을 통한 상생의 길이 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영계 “고용·복지 등 갈등 적은 것부터 해결” 이에 대해 경영계는 다소 소극적인 편이다. 큰 틀의 논의보다는 실천 가능한 것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이동응 전무는 “노사화합을 구축하려면 노사간에 거대담론을 다루기보다는 교육훈련·고용복지 등 갈등의 가능성이 적은 것부터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려는 노력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균기자 windsea@seoul.co.kr
  • 언론노조 회계부정 의혹 제기 왜?

    전임 집행부 당시 발생한 수억원에 달하는 회계비리 의혹으로 내홍을 겪고 있는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 사태가 내부 갈등으로 비화되고 있다. 이준안 언론노조 위원장은 23일 서울중앙지검에 고발과 진정의 형식으로 사무처 직원의 회계부정 의혹에 대해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중앙지검은 이 사건을 조사부에 배당했다. 이에 따라 수사결과에 따라서는 언론계에 미치는 후폭풍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이번 사건에 대해 언론계에서는 “언젠가는 터질 줄 알았다.”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언론계 내부풍토는 ‘돈’ 문제에 관한 한 관여하지 않으려는 특성이 있는데다,1만 8000여명의 조합원들도 구체적으로 자신들의 조합비가 어떻게 쓰여지고 있는지 그 관심도가 다른 분야의 노조원들에 비해 덜하다. 여기에다 언론노조 내부의 감사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부정의 싹을 키웠다는 지적이 있다. 내부감사가 있긴 하지만 전문가가 아닌데다 외부감사를 받지 않기 때문에 일부 실무자의 적당한 부정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그러면 회계부정 의혹이 왜 ‘지금’ 공론화됐을까. 현재까지 제기된 의혹은 ▲언론노련 시절부터 20년 가까이 근무한 부장급 간부 A씨가 3억 3000만원을 횡령해 일부를 개인용도로 유용했고,▲1억 5000여만원의 사용처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1억 5000여만원 가운데 일부는 정치자금으로 제공됐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전국 125개 언론사의 산별노조인 언론노조의 연간 예산은 각 지부에서 받은 조합비 12억여원에 이른다. 올 3월 출범한 제4기 언론노조는 출범 직후 전임 집행부에 대한 회계감사에 착수했다. 이에 대해 전임 집행부측은 크게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 집행부는 회계감사에서 예산·결산 자료와 사무실내 회계장부의 차이를 발견했고, 비공식적으로 실사를 했으나 도저히 납득할 수 없어 구 집행부에 입증을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2∼3기를 이끈 신학림 전 위원장과 이 위원장이 만나 처리방향 등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4월 초부터 현 집행부 내부에서 공론화 목소리가 커졌고, 결국 지난 20일 중앙집행위원회에서 이 문제를 공식적으로 논의했다. 언론계에서는 이번 회계부정 의혹사건의 공론화 배경을 신·구 집행부간 노선 차이에서 보는 시각도 있다. 1∼3기 집행부와 다른 노선을 견지하고 있는 4기 집행부가 ‘과거와의 단절’ 첫 번째 카드로 회계부정 의혹사건을 꺼내들었다는 해석이다. 앞서 특정방송사 노조의 지원을 받은 이 위원장은 위원장 선거 때 전임 집행부의 후원을 등에 업은 상대후보를 누르고 신승했었다.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신·구 집행부간 갈등이 본격화되면 언론노동계의 분열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의 추이가 주목된다. 한편 신 전 위원장은 이날 ‘언론노조 조합비 운영실태와 관련한 입장’이라는 제목의 성명서에서 “총체적인 책임자로서 머리 숙여 사죄한다.”면서 “하지만 집행부가 조합비를 횡령하거나 유용한 사실은 없는 만큼 조합내 기구를 통한 소명기회를 주기 바란다.”고 밝혔다.박홍환 홍희경기자 stinger@seoul.co.kr
  • “이사자리 줄이기 해법을 찾습니다”

    “이사자리 줄이기 해법을 찾습니다”

    이사 정족수가 15명이 넘는 일부 공기업들이 비상임 이사를 줄이기 위한 ‘솔로몬의 지혜’찾기에 나섰다. 지난 4월1일 시행된 ‘공기업관리법’에 따라 전체 이사수를 15명 이하로 낮춰야 하기 때문이다. 방만하게 운영되는 공기업 경영에 제동을 걸기 위한 것이다. 각 부처 산하 공기업에 따르면 산업인력관리공단(노동부·16명), 한국원자력문화재단(산자부·25명), 한국마사회(농림부·16명), 건강보험심사평가원(17명), 건강보험공단(이상 복지부·18명) 등이 공기업관리법 시행과 함께 관리·감독권을 쥔 기획예산처로부터 인원수 조정을 통보받았다. 이들은 설립 때부터 근거법률과 정관을 통해 이사회 규모를 명시했고 학계, 재계, 의료계, 노동계, 시민단체 등 사회각계 대표들이 비상임이사(사외이사)로 등재돼 활동해 왔다. ●이익집단 대변 비상임이사 감원 골치 하지만 이들 공기업 중 일부는 골머리를 앓지 않아도 된다. 전체 직원 규모가 60명에 불과한 원자력문화재단은 정관에 25인으로 돼 있지만 15명으로 이사회를 꾸려와 정관만 고치면 된다.1명이 초과하는 마사회도 지난 3월 말로 비상임이사 1명이 임기만료로 사직해 고민을 덜게 됐다. 그러나 건보공단 등 나머지 공기업은 1∼3명이 초과해 머리를 짜내야 한다. 기획예산처는 우선 임원초과 공기업에 대해 현직 이사진의 잔여임기를 보장한 채 임기(3년)가 만료되는 순으로 숫자를 줄인다는 방침이다. 물론 감원대상은 비상임이사다. 하지만 비상임이사가 노동자·소비자·사용자 단체 등 이익집단을 대변해 조정이 쉽지 않다. 합의에 의한 구조조정이 아닌, 임기만료에 따른 무작위 구조조정은 해당 단체의 반발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인력관리공단은 16명 이사 중 12명, 건보공단은 18명 중 12명, 심평원은 17명 중 13명이 비상임 이사다. 건보공단의 경우, 임기만료순으로 18인의 이사진을 줄이면 오는 7월부터 차례로 수협중앙회, 중소기업협동조합, 한국노동조합총연맹측 인사가 이사직에서 물러난다. 건보공단의 고위인사는 “단적으로 노동계 추천 2명의 이사 중 민주노총측 인사만 남게 돼 한노총측이 이의를 제기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합리적 해결방안을 찾고 있다.”고 토로했다. 건보공단 혁신기획실 관계자도 “결국 올 7월까지 묘수를 찾아야 하는데 진도가 나가지 않아 고민”이라고 밝혔다. ●“저마다 쿼터 고집… 험로 예상” 일단 해당 공기업은 설립법과 정관을 개정해 상위법인 공기업관리법에 맞춘다는 계획이다. 정관개정은 이사회 합의를 끌어내 재적이사 과반수 출석에 과반수 찬성으로, 설립법 개정은 관할 부처와 협의하면 된다. 그러나 쉬운 문제가 아니다. 한 공기업 담당자는 “서로 자신들의 쿼터를 내놓으려 하지 않을 것으로 보여 험로가 예상된다.”며 “내부 합의가 어려우면 상위 부처나 기획예산처가 나서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못박았다. 또 다른 담당자도 “산하 기관이 실제로 할 수 있는 건 없다. 설립근거법을 국회의원 발의로 새로 만드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라고 제안했다. 반면 해당 부처의 본부장급 인사는 “대안을 찾고 있지만 무엇보다 공기업 내부의 의견개진이 중요하다.”면서 “아직 이렇다할 의견이 올라온 바 없고 지금 이사 숫자는 최대한 재직 가능한 수이므로 설립법이나 정관개정도 필요치 않다.”고 이견을 드러냈다. 인력관리공단은 대표성이 있는 노동계, 경영계, 학계 등은 그대로 두고 기타 부문에서 한 명의 이사를 줄일 가능성이 높다. 건보공단은 관계공무원 쿼터(4명), 심평원은 의학관련단체(5인)와 건보공단(3인) 쿼터가 다수를 차지해 이 분야가 구조조정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와 관련, 기획예산처 공공혁신본부에서는 상위법령인 공기업관리법과 하위의 해당 공기업 설립법간 충돌을 피하는 방안을 찾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 입장은 표명하지 않았다. 이동구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용어 클릭 ●비상임이사란 유가증권상장규정에서 ‘이사로서 상무에 종사하지 않는 자’(동규정 제2조 12호)를 ‘사외이사’로 규정하듯 공기업경영구조개선 및 민영화에 관한 법률에서는 이를 ‘비상임이사’(동법률 제9조)라 지칭한다. 이들은 전문성과 독립성을 바탕으로 이사회에 올라온 안건을 법률적·재무적·경제적 기술 등을 동원해 처리한다. 통상 직무수당(월 200만원 안팎)과 출석수당이 지급되는데 최근에는 이사회 참석에 따라 회당 30만∼50만원의 출석수당만 주는 추세다.
  • [사설] 비정규직법 시행령 더 손질해야

    노동부가 정규직 전환 예외직종을 변호사, 의사, 박사학위자 등 16개 직종으로 하고 파견대상 업무를 현행 138개에서 187개로 늘리는 내용의 비정규직 보호법 시행령안을 입법예고했다. 기간제 부문에선 고용의 안정성을, 파견제 부문에선 고용의 유연성을 보다 강화한 내용으로 평가된다. 재계와 노동계의 이해가 첨예하게 맞부닥쳐 온 상황에서 노동부가 나름대로 고심한 흔적이 엿보인다. 노동부는 2년을 근무한 뒤에도 계속 비정규직 형태로 남을 수 있는 16개 직종으로 변호사와 의사, 한의사, 약사, 공인회계사, 세무사 등을 선정했다. 고학력자나 고소득자는 굳이 법으로 보호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노동부 설명이다. 그러나 이들 직종에 ‘박사학위자’라는 모호한 개념을 넣어, 대학 시간강사와 연구원 등을 법의 사각지대에 방치한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정부는 박사급 시간강사나 연구원을 비정규직법 대상에 포함할 경우 오히려 이들의 고용 불안정을 키울 우려가 있다고 본 듯하다. 그러나 그런 논리라면 석사급 시간강사나 연구원과 형평이 맞지 않다. 법 시행을 앞두고 상당수 석사급 강사와 연구원의 집단 퇴출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이들을 보호할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본다. 이번 시행령에 대해 그동안 파견업종의 대폭적인 확대를 기대했던 사측은 고용 유연성을 무시한 법안이라며 볼멘소리다. 반면 노동계는 파견업종 확대로 자칫 정규직의 지위마저 흔들릴 것이라 주장한다. 그러나 새로 포함된 파견업종이 직업운동선수와 화가 등 대부분 전문성을 요구하는 직업이라는 점에서 노측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재계 또한 고용 유연성만을 고집해선 안 된다고 본다. 개방시대를 맞아 노사가 윈-윈하려면 생산성 향상으로 파이를 키우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 국가기반시설 지정 ‘백지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29개 주요 민간 산업시설을 국가기반시설로 지정하려던 정부의 방침이 백지화됐다. 행정자치부는 지난 1월26일 공포된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이 7월27일부터 시행됨에 따라 구체적인 시행령을 마련하기 위해 부처 의견 수렴에 들어갔다고 17일 밝혔다. 행자부가 의견 수렴을 요청한 시행령 개정안에 따르면, 분야별 국가기반시설 지정 기준으로 에너지·정보통신·교통수송·금융·보건의료·원자력·환경·식용수 등 8개 분야를 제시했다.(표 참조) 당초 산업부문을 포함시켰으나 노동계의 거센 반발에 따라 제외시켰다.조덕현기자 hyoun@seoul.co.kr
  • [사설] 원청업체 책임 물은 의미있는 판결

    오는 7월1일 비정규직 보호법 시행을 앞두고 노동계와 재계의 기싸움이 치열하다. 법망을 최대한 피해 기업 운신의 폭을 넓히려는 재계와 법적 규제를 통해 근로자 보호의 수준을 높이려는 노동계 사이에 한치 양보 없는 신경전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 9일 재계의 친노동정책 비판과 노동계의 맞대응도 비정규직보호 3법의 시행령 개정과 특수고용직근로자 보호방안 마련 과정에서 유리한 입지를 선점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됐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서울고법과 대구고법의 항소심 판결은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고 본다. 재판부는 현대중공업 하청업체 근로자 부당해고 사건과 대구경북건설노조 단체협약 강요 및 노조비 징수 사건에 대해 이례적으로 원청업체의 책임을 물었다. 노동계약 당사자는 아니지만 하청업체 근로자에 대해 지휘·감독권을 행사한 만큼 하청업체와 함께 중첩적인 사용자 지위에 있다고 판시한 것이다.‘법 따로, 현실 따로’인 하도급 구조에서 형식적인 법리보다 실질적인 내용을 근거로 원청업체에 사용자로서의 책임을 물은 이번 판결은 비정규직 보호의 주요 기준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비정규직 보호의 기본정신은 비정규직을 ‘취약근로자’로 규정한 2002년 7월의 노사정합의문에 뚜렷이 명시돼 있다. 비정규직의 늪에 빠지면 정규직으로 탈출할 가능성은 10%에 불과하다. 그래서 비정규직은 가난의 대물림으로 귀결된다. 정부는 고용 안정과 고용 유연성이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후속입법에 만전을 기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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