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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 나눠주고 떠난 ‘옥탑방 할머니’

    다 나눠주고 떠난 ‘옥탑방 할머니’

    옥탑방 전세금 1500만원을 기부해 감동을 안겨 줬던 ‘옥탑방 할머니’ 김춘희(85·서울 신정동)씨가 육신까지 다른 사람들에게 나눠 주고 세상을 떠났다. 사랑의 장기기증 운동본부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어렵게 살면서 전 재산과 시신을 기증한 김춘희 할머니가 4일 타계했다고 밝혔다. 평소 천식을 앓던 김 할머니는 호흡곤란 증세로 지난달 서울 구로성심병원으로 이송됐지만 패혈성 쇼크와 급성 심근경색증으로 이날 오전 숨졌다. 김 할머니는 기초생활보장 급여로 생활하면서도 ‘기부 천사’로 불릴 정도로 평생 남을 도우며 살아왔다. 1945년 북한에서 홀로 월남해 식당과 공사장 등을 전전해 온 김 할머니는 충남 홍성의 한 보육원에서 10년 동안 고아들을 돌보기도 했다. 노년에 든 2006년에 250만원, 2007년 500만원을 이웃돕기 성금으로 서울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쾌척한 데 이어 자신이 살던 옥탑방 전세금 1500만원과 시신마저 별세 후 기증하기로 약정했다. 2008년 말에도 틈틈이 모은 돈을 기부하려던 것을 어려운 생활 여건을 아는 공동모금회가 만류할 정도였다. 김동수 서울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은 “김 할머니는 평생 나눔의 삶을 살았다. 고인의 뜻에 따라 할머니의 재산은 장애아동들과 홀로 사는 노인들을 위해 사용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김 할머니의 장례식은 3일장으로 치러지며, 시신은 6일 고려대 의대에 기증된다. 오이석기자 hot@seoul.co.kr
  • 서울 94세이상 노인 장수비결

    서울 94세이상 노인 장수비결

    94세 이상 초고령 장수 비결은 외향적인 성격과 규칙적인 식습관, 가족과의 동거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가 서울대 노화·고령사회연구소에 의뢰해 24일 발표한 ‘서울 100세인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에 사는 94세 이상 노인 대다수는 자신의 성격이 사교적이고 감정표현에 솔직하며 사회활동성이 높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 87명(남성 25명, 여성 62명) 가운데 자신의 성격이 사교적이라고 답한 비율은 남성의 80.0%, 여성의 69.4%였고, 감정 표현을 많이 한다고 답한 비율은 남성이 72.0%, 여성이 51.6%에 달했다. 우울증 의심 증세를 보이는 사람은 조사 대상 중 여성 4명(4.6%)에 그쳤다. 또 가족과 함께 살고 규칙적인 식생활을 하는 것도 장수의 비결인 것으로 나타났다. 동거가족형태를 보면 독거노인은 남자 3명(12.0%), 여자 5명(8.1%)에 불과했다. 주요 부양자는 며느리(30.0%), 아들(27.5%), 딸(20.0%), 배우자(12.5%) 순이었다. 그러나 주부양자 역시 이미 60~70대여서 건강상의 어려움과 함께 노년기를 자유롭게 보낼 수 없는 물리적·심리적 제약 때문에 부담스러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양자의 평균 연령은 63.6세였고, 월평균 소득이 100만원 미만인 경우가 38.8%에 이르는 등 경제적 부담도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남성의 88.0%, 여성의 75.8%가 식사를 매우 규칙적으로 한다고 답했다. 또 남성의 84.0%와 여성의 71.0%가 식사 때마다 거의 일정한 분량을 먹는 것으로 나타났다. 집에서의 식사 비중도 높았다. 외식을 하거나 음식을 배달해 먹는 경우는 남성이 월평균 2.3회, 여성은 0.9회에 불과했다. 농촌지역과 다른 서울지역의 특징도 일부 나타났다. 서울지역 초고령자는 교육수준이 지방에 비해 높은 반면 흡연율과 음주율은 지방보다 매우 낮았다. 가장 많은 질병은 남자의 경우 고혈압(56.0%), 골관련질환(44.0%), 전립선질환(24.0%) 순이었고, 여자는 골관련질환(44.6%), 고혈압(34.4%), 치매(21.3%) 등이었다. 이번 연구는 지난해 7~12월 방문조사를 통해 진행됐으며 연령범위는 94~103세, 평균연령은 96.9세였다. 시는 “이번 연구결과를 토대로 농촌지역을 중심으로 진행돼온 장수연구 및 정책을 개선해 ‘서울형 장수모델’을 개발할 것”이라며 “건강장수 10계명 선정, 초고령자의 건강체조 개발 등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젊은 國樂 ‘아리수’

    젊은 國樂 ‘아리수’

    국악의 인기는 예전만 못하다. 수요 계층도 주로 중·노년에 국한돼있다. 대중음악의 홍수 속에 살고 있는 젊은이들이 앞으로도 국악을 사랑할 수 있을지 국악계의 고민도 깊다. 하지만 여기, 국악의 인기를 되찾아 오겠다고 힘주어 말하는 다부진 젊은이들이 있다. 여성 소리꾼으로 구성된 퓨전 여성민요단 ‘아리-수(樹)’다. 대부분 20대다. 아리수는 1984년 창단된 ‘민요연구회’에서 시작했다. 1995년 ‘아라리요’로 이름을 바꿔 활동하다가 2005년 ‘아리랑’의 ‘아리’와 나무를 뜻하는 한자어 ‘수(樹)’를 따서 ‘아리수’로 이름을 다시 바꿨다. 실력은 이미 검증받았다. 지난해 11월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국악단체 20팀이 참가한 ‘천차만별 콘서트’에서 대상을 거머쥔 것이다. 천차만별 콘서트는 젊은 국악인과 국악단체들이 모여 단독공연을 하는 축제로, 국악인들의 실력과 가능성을 가늠해 볼 수 있는 리트머스 시험지다. 올 한 해 그 어떤 단체보다 아리수에게 기대가 모아지는 이유다. 이들의 가장 큰 매력은 ‘열려있다’는 점이다. 결코 ‘전통의 벽’에 갇히지 않는다. 창(唱)이 주된 특기이지만 변화에도 민감하다. 구수한 전통 국악에 화려한 현대 음악을 결합해 대중에게 가까이 다가선다. 왕규식 아리수 단장은 “젊은 국악인들은 전통 음악만이 아닌 대중 음악을 듣고 자랐다. 이미 몸 안에 여러 음악이 혼재돼 있다.”면서 “우리가 배운 전통을 다르게 표현하고자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고 강조한다. 아리수는 이런 정신으로 아카펠라를 시도했고 홍대 밴드와의 합동 공연도 실험했다. 축제에서 대상을 받은, 이른바 ‘뜨는’ 단체라고 해서 국악인들의 ‘지병’인 경제난을 피해갈 수는 없다. 공연료만으로는 팀을 꾸려나가기 어려워 대부분의 멤버들은 생계를 위해 다른 일을 하고 있다. 왕 단장은 “공연 수익만으로 음반 제작과 단독 공연 비용을 충당하기는 버거운 것이 현실”이라며 안타까워했다. 그래도 멤버들은 여전히 희망 차다. 2006년부터 아리수와 함께 해 온 남은선(26)씨는 “아리수 음악은 적막에 갇혀있는 나를 깨어나게 한다.”면서 “올해는 아리랑 나무가 우리의 흥을 거름 삼아 더 잘 자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녹록지 않은 여건 속에서도 아리수는 올해 본격적인 공연을 선보일 작정이다. 가장 큰 목표가 ‘소리극’이다. 현대인의 삶을 전통소리로 극화하는 것이다.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소리 없는 흥행… 소규모 영화들

    소리 없는 흥행… 소규모 영화들

    연말부터 올 초까지 영화계에는 ‘아바타’와 ‘전우치’ 등 블록버스터들의 공세가 계속됐다. 하지만 이런 ‘대작의 습격’ 속에서도 조용히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는 소규모 영화들이 있다. 이들 영화는 작품성 하나로 승부수를 띄운다. 그래서 영화계는 말한다. 이런 작품들 덕분에 소규모 영화들의 2010년 기상도는 ‘맑음’이라고. 상영관의 수적 열세에도 불구, 선전하고 있는 소규모 영화 몇 편을 소개한다. ●중·노년층의 반란(?):‘위대한 침묵’ 돌풍의 주역은 독일 영화 ‘위대한 침묵’. 수도사들의 조용한 일상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위대한 침묵’은 지난달 3일 개봉한 이래 4만명명의 관객을 넘어서며 소규모 영화 가운데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다. 애초에 ‘씨네코드 선재’에서 단관 개봉, 그것도 교차 상영(한 스크린에 여러 영화를 교대로 내거는 방식)으로 하루 두 차례밖에 상영할 수 없었던 상황을 고려하면 보기 드문 성적이다. 이런 열풍에 힘입어 영화는 지난달 24일부터 부산 롯데시네마 센텀시티로 상영관을 늘렸다. 이어 31일 서울 삼성동 메가박스 코엑스, CGV 압구정, CGV 구로 등으로, 지난주에는 CGV 대구까지 상영관을 넓혀 갔다. 단관 개봉으로 시작한 소규모 영화들이 채 한 달도 못 돼 막을 내리는 게 다반사지만 개봉 7주차가 지난 지금까지도 상영관이 확대되고 있다는 사실은 무척 이례적이다. 입소문을 타면서 아직도 상영관들이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는 후문이다. 영화의 인기 때문에 생겨난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있다. 문의전화가 쇄도하다 보니 배급사와 예매 사이트의 업무가 거의 마비될 지경이라고. 이 영화의 주요 관객층이 인터넷에 능숙지 못한 중·노년층이다 보니 전화 예매가 대거 몰렸던 탓이다. 이 영화를 배급한 ‘영화사 진진’ 관계자는 “화려한 시각적 효과에 물린 중·노년층 관람객들이 잔잔한 여운을 느끼기 위해 자주 찾고 있다.”면서 “5만명 이상의 관객 기록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니아층의 열광:‘친구 사이?’ 김조광수 감독이 연출한 ‘친구 사이?’도 작지만 의미 있는 성적을 거두고 있는 영화 가운데 하나다. 지난달 17일 개봉한 뒤 4200명이 넘는 관객들이 이 영화를 봤다. 20대 게이의 사랑에 관해 유쾌하게 접근하고 있는 이 영화는 서울 동숭동 하이퍼텍나다와 서울 저동 중앙시네마(구 인디스페이스)에서 아담하게 시작했다. 100여석이 넘는 작은 상영관인 데다 교차상영으로 하루 1~2차례 상영하는 게 전부였다. 상영 시간이 50분에 불과한 단편영화라는 한계도 있었고, 영상물등급위원회에서 청소년 관람 불가 판정을 받아 악재가 겹쳤다. 하지만 입소문을 타고 관객들이 서서히 모이기 시작했고 인천 주안동 영화공간주안을 비롯해 대전 아트시네마, 부산 대연동 국도&가람 예술관, 전주 디지털독립영화관 등으로 상영관을 확대, 3일 손익분기점을 넘어섰다. 7일에는 CGV 강변에서도 특별 상영회를 개최, 전석이 매진되는 성과를 달성했다. 영화의 인기 비결은 퀴어영화(동성애를 다루는 영화) 마니아 계층과 젊은 여성 관객들이 대거 몰렸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또 영화의 두 주인공인 이제훈과 서지후가 서울은 물론 지방까지 내려가 상영관을 찾아다니며 관객과 함께 대화를 나누려는 노력도 주효했다. 영화를 배급한 청년필름 관계자는 “배우가 상영관을 직접 찾아다니는 날엔 전석 매진을 기록하곤 한다.”면서 “멀티플렉스(복합상영관)에서도 조금씩 접촉이 이뤄지고 있는 만큼 상영관이 멀티플렉스로도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잔잔한 여운의 향연:‘천국의 속삭임’과 ‘웰컴’ 불의의 사고로 시각 장애인이 된 소년의 이야기를 다룬 이탈리아 영화 ‘천국의 속삭임’은 높은 감동 지수로 영화계에 회자됐던 작품. 지난달 17일 개봉한 뒤 영화사이트 맥스무비에서 ‘아바타’에 이어 관객 평점 2위에 올랐을 정도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영화 수입가가 비교적 비싼 편인 데다 교차상영으로 인해 아직 손익분기점을 돌파하진 못했지만 지금까지 7100명 관객을 동원하는 등 나름 선전했다는 평가다. 곧 막을 내릴 예정이지만 프랑스 영화 ‘웰컴’도 관객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지난달 10일 개봉된 뒤 서울에서 지방으로 서서히 개봉관이 늘어났고 손익분기점을 돌파했다. 쿠르드인 청년이 사랑하는 여인을 만나기 위해 수영을 배운다는 내용으로 7900명이 이 영화를 봤다. 영화를 배급한 실버스푼 관계자는 “예술 영화 안에서도 관객들이 선호하는 감독과 배우가 나온 영화와 그렇지 않은 영화의 흥행은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면서 “영화의 감독과 배우 모두 예술 영화계에서 잘 알려지지 않았음에도 이 정도 관객이 모인 것은 무척 이례적인 일”이라고 밝혔다. 중·소규모 영화 배급사인 ‘인디스토리’의 조게영 마케팅팀장은 “예술영화나 독립영화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고 특히 시사회 참석률이나 관객 성과도 상황이 나아지고 있다.”면서 “이런 분위기는 마케팅 여건이 열악한 중·소 규모 영화에 큰 용기를 줄 수 있다. 제2의 ‘워낭소리’가 탄생하지 말란 법은 없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저소득 은퇴자 연금보험료 50% 지원

    올해부터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됨에 따라 저소득 은퇴자에 대해 한시적으로 국민연금 보험료의 절반을 지원해 주는 방안이 마련된다. 베이비붐 세대는 한국전쟁 직후인 1955년부터 산아제한 정책이 도입되기 직전인 1963년 사이에 태어난 ‘출산붐 세대’로, 경제성장의 주역이다. 하지만 부모 부양과 자녀 양육이라는 이중 부담으로 노후준비가 부족해 사회적 배려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보건복지가족부는 전국적으로 712만명에 이르는 베이비붐 세대가 올해부터 은퇴를 시작하면서 사회·경제적 변혁이 예고됨에 따라 범정부 차원에서 선제적 대응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고 11일 밝혔다. 복지부는 먼저 차상위 계층 이하 저소득 은퇴자가 은퇴 이후 지역가입자로 재편될 경우 보험료의 50%를 지원해 노후 준비를 차질 없이 할 수 있도록 돕기로 했다. 또 베이비붐 세대 은퇴자들의 빈곤화를 막기 위해 국민연금과 기초노령연금의 역할을 분담하는 방안도 마련하기로 했다. 국민연금과 기초노령연금의 급여 수준이 낮아 이들에 대한 실질적이고 적정한 노후소득 보장이 어렵다는 점을 고려했다. 이와 함께 일정 수준 이상의 소득이 있는 사람의 연금액을 줄이는 재직자 노령연금의 수급 요건도 현행 연령별 지급에서 소득수준별 차등지급 방식으로 변경, 일하는 노인의 불이익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또 연금 수급 시점을 미루는 기간 만큼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연기연금제도’도 확대된다. 복지부는 연금 수급을 1년 연기할 때마다 6%를 증액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아울러 베이비붐 세대가 현재의 노년층보다 고학력으로 사회참여와 여가 욕구가 강한 점을 고려, 퇴직 후에도 계속 일을 하거나 사회참여가 가능한 여건을 만들어 나갈 방침이다.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베이비붐 세대의 고용연장, 은퇴 준비, 생활안정, 건강관리 방안을 보건복지가족부·노동부·국토해양부 등과 협의를 거쳐 2011년부터 시작되는 제2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에 반영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올해 중 연금 재구조화를 논의할 연금제도개선위원회가 국회에 구성될 전망이다. 오이석기자 hot@seoul.co.kr
  • [도시와 산] (41) 부산 해운대 장산

    [도시와 산] (41) 부산 해운대 장산

    해운대 신시가지에 인접한 장산(?山·634m)은 부산에서 금정산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산으로 부산사람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바다를 바라보며 가파르게 우뚝 솟은 전형적인 배산(背山)이자 진산(鎭山)인 장산은 특히 해운대 주민들에게는 앞마당이나 다름없다. 장산 마니아인 주민 김진헌(50·무역업)씨는 “집에서 20분만 걸어가면 장산 입구여서 매주 산행길에 오른다.”며 “등산 코스가 다양해 오를 때마다 지겹지 않고 마치 다른 산을 타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며 예찬론을 폈다. 이처럼 부산사람의 사랑을 흠뻑 받고 있는 장산은 산세와 기품이 마치 장군처럼 위풍당당하다. 그도 그럴 것이 태백산 끝자락에서 정기를 이어받아 기장군 장안면의 달음산에서 장산~남구의 금련산·황령산, 영도구의 봉래산에 이르는 금련산맥에서 가장 높게 치솟아 있기 때문이다. 장산에는 부산지역의 산에서 보기 드물게 5개의 폭포가 있다. 이 가운데 대표적인 게 양운(養雲)폭포이다. 암석단에 걸려 있는 이 폭포는 9m 높이에서 떨어지는 폭포수가 뿜어내는 하얀 물기둥과 함께 바위에 부딪혀 피어나는 물보라가 구름 같다고 해서 붙여졌다. 절벽을 타고 내리는 하얀 물줄기가 여러 갈래로 나뉘어 떨어지는 모습은 장관이다. 폭포 아래는 둘레 15m가 되는 푸른 소가 있는데 마치 가마솥처럼 생겼다고 해서 ‘가마소’로 불린다. ‘해운8경’ 중 3경에 속한다. ●장산에는 장산국이 있었다 장산에는 삼한시대 장산국(?山國)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동래부지’(1740년)에는 “옛 장산국은 대군 30명을 일으켜 가야국을 쳤다.”고 기록돼 있어 전체 인구가 100명 안팎인 아주 작은 소집단 부족국가로 장산을 삶의 터전으로 살았던 것으로 보인다. 장산국의 ‘장’자는 ‘거칠다.’는 의미와 ‘거친 복숭아’란 뜻을 지니고 있어 거칠산국으로도 불린다. 거친 복숭아는 돌복숭아로 표면 껍질에 가시가 많이 돋아 있다. ‘장산의 역사와 전설’의 저자인 김병섭씨는 “장산은 상산(上山·가장 높다는 뜻), 봉래산 (蓬萊山), 내산(萊山) 등으로도 불렸으며, 가시복숭아 나무가 많았다고 전해져 내려오고 있어 장산국이라는 이름은 돌복숭아가 많은 장산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장산(거칠산국)이 신라에 귀속된 이야기가 삼국사기에도 전해져 내려온다. 삼국사기에 따르면 신라 탈해왕(57~79) 때 이웃에 우시산국과 거칠산국이 있어 근심거리가 됐다. 당시 간(干·지방관리의 7관등 벼슬)의 벼슬을 가진 거도라는 관리가 있었는데 두 나라를 신라에 귀속시킬 생각으로 매년 한 차례 장토(현 기장지역) 들판에서 병사들로 하여금 말을 타고 달리게 하는 거짓놀이 마초(馬椒)를 하게 했다. 이웃의 우시산국과 거칠산국 사람들은 신라에서 의례적으로 하는 놀이로 생각하고 방심했다. 이 틈을 타 거도는 병마를 이끌고 두 나라를 쳐서 없애버렸다. 그러나 우시산국과 거칠산국은 신라에 완전히 예속되는 형태가 아니고 공물을 바치는 정도였고 부족국가로서의 영역과 자주성은 그대로 지속 영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이 일대 무덤에서 가야문화의 출토 유물이 많은 것으로 미뤄 신라문화와는 거리가 멀었다는 것을 입증해 주고 있다. 부산지역 향토사학자들은 “장산국은 지리상으로 가야와 신라의 중간에 있어 신라에 예속됐지만 가야문화의 영향을 받은 소국이었다고 판단되며 삼국시대 이전에 있었던 부족국가였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장산 정상에는 수만여평에 달하는 넓은 들판이 있는데 장자버들이라고 불리고 있다. 장산국이라고 불리는 부족국가 흔적이 발견된다. 장자가 이 부족 국가를 다스렸으며 지금 반송동 산 51의1 분지 일대가 장산국이 있었던 곳으로 추정된다. 무덤과 토기 엽전 등 유물이 출토됐다. 서기 79년(탈해왕 23년)에 장산국이 토벌돼 거칠산군으로 합병되자 장자는 왕족을 이끌고 산에서 내려와 장자터(현 두산·동국·LG아파트지역)에 자리를 잡고 살았다. 이후 새실마을(현 부흥고·대원아파트지역)을 거쳐 청사포 쪽으로 나갔는데 이후 행적은 확실치 않으나 일본으로 건너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장산의 기우소 선바위 장산에서는 비가 오지 않으면 제를 지내는 정갈하고도 신령스러운 기우소가 세 곳 있었다. 선바위(立岩) 기우소는 재송2동 세명아파트에서 10여분 가면 돌서렁이 나오고 거기서 급경사로 오르막을 20여분 오르면 도착한다. 동래부지에는 선바위에 기우소가 있다고 하고 그 선바위를 상산정 (上山頂)이라 했다. 높이는 11m이며 둘레가 세 사람의 팔짱이다. 밑에서 위로 올라갈수록 홀쭉하고, 맨 꼭대기에는 한 사람 정도 앉을 수 있다. 장산에 오르는 등산로는 송정동, 좌동, 우동, 재송동, 반송동 등에서 오르는 길과 이 길과 이어지는 다른 길들이 얼기설기 얽혀 31곳이나 된다. 대부분의 등산로는 2시간 정도면 정상에 오를 수 있어 아이부터 노년까지 많은 사람이 찾고 있다. 대표적인 코스는 대천공원을 이용해 중봉을 지나 정상에 오르는 길이다. 재송동 옥천사에 출발해 정상에 오른 뒤 중봉과 옥녀봉을 지나 대천공원으로 내려오면 왕복 5시간이면 충분하다. 산 입구에 있는 대천공원에는 공원의 상징 조형물, 야외공연장, 놀이터, 인공호수, 삼림욕장, 체육시설 등이 갖춰져 있어 밤에도 산책과 운동을 할 수 있다. 야외공연장은 10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사계절 내내 음악회와 시 낭송회 사진전 등 다채로운 문화행사가 열려 볼거리를 제공한다. 산행 뒤에 해운대 온천에서 몸을 풀 수 있는 것도 장산의 다른 매력이다. 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 ■ ‘고수레’ 진원지? 仙人과 결혼 ‘고씨할매설화’ 전승 주민들 매년 대보름에 제사 지내 명산에는 전설이나 설화 등 이야깃거리가 하나씩 있기 마련이다. 부산 해운대 장산에는 선인(仙人)과 혼인한 ‘고씨 할매 설화’가 전해진다. 아득한 옛날 장산 기슭 장자벌에 고씨 성을 가진 처녀가 홀어머니와 함께 토막집에서 살고 있었다. 어느 여름날 갑자기 소나기가 내리다가 그치더니 멀리 동쪽 하늘에 영롱한 무지개가 나타났다. 고씨 처녀는 그 아름다운 모습에 넋이 빠져 있었다. 그때 하늘에서 비단옷을 입은 선인이 나타나더니 무지개를 타고 곧장 고씨 처녀의 집 앞에 다가섰다. 선인은 목이 말라 물을 청했다. 고씨 처녀는 물그릇에 물을 떠주면서 부끄러워 얼굴을 돌려 외면했다. 물그릇 속에 비친 처녀의 얼굴은 옥처럼 빛나며 아름답기 그지없었으며 선인은 그만 매혹되고 말았다. 둘은 마을 사람들의 축복을 받으며 혼인을 치렀다. 이 부부는 장자벌의 땅을 일구고 행복하게 살았으며 아들 열명과 딸 열명이 태어났다. 세월이 흘러 모두 장성한 이들은 각자 안씨, 정씨, 박씨, 이씨, 김씨, 최씨 등으로 창성해 20곳의 마을에 흩어져 마을을 다스리게 됐으며 선인은 부족의 대족장이 됐다. 선인은 혼인한 지 60년이 되자 옥황상제의 부름을 받고 하늘나라로 올라갔다. 고씨 할매는 선인의 뒤를 이어 부족을 다스리는 대족장이 됐다. 선인에 대한 그리움을 이기지 못한 고씨 할매는 장산바위에 올라가 날마다 옥황상제께 남편의 귀환을 간절히 빌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고 숨졌다. 자식들은 고씨 할매가 숨진 곳에 큰 무덤을 만들어 안장하고 부족의 수호신으로 모시고 사당을 세우고 제사를 지내게 됐다. 이후 마을 사람들은 바깥에서 식사를 할 때면 먼저 밥 한 숟갈을 떠서 ‘고씨례(高氏禮)’라 소리지르며 음식을 던진 뒤에 식사하는 등 고씨 할매에게 예를 올렸다. 고수레의 어원 가운데 하나로 전해진다. 지금도 마을 주민들은 마을 뒷산의 사당에서 매년 정월 보름날에 고당 할매 제사를 지내고 있다. 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
  • 김 할머니 논쟁 무엇을 남겼나

    대법원의 무의미한 연명치료의 중단 결정에 따라 인공호흡기를 제거한 지 201일만인 10일 사망한 김 할머니는 우리 사회에 한 사람의 자연스러운 죽음 이상의 많은 의미와 과제를 남겼다. 김 할머니 사건은 법원에 ‘죽음의 방식에 대한 환자 본인의 선택권을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이 질문에 대해 지난해 5월 대법원은 “환자의 상태에 비춰볼 때 짧은 기간에 사망에 이를 것이 명백한 때 치료를 계속하는 것은 인간의 존엄성을 해치는 것이어서 환자의 의사를 추정해 치료를 중단할 수 있다.”고 답했다. 법원이 최초로 ‘무의미한 연명치료’의 중단을 인정한 것이다. 이 같은 법원의 결정은 연명치료 중단의 법제화 필요성을 우리 사회에 환기시켜, 이른바 ‘존엄사법’ 제정의 물꼬를 텄다. ●존엄사법 법제화 물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인공호흡기 부착 치료행위가 의학적으로 무의미하다고 판단되며 환자가 무의식 상태이지만 환자의 진정한 의사를 추정할 수 있다.”고 밝힌 법원의 1심 판결에 힘입어 지난해 1월 ‘존엄사법’(가칭)을 제정하라는 입법청원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2월 한나라당 신상진 의원은 ‘2명 이상의 의사가 말기상태로 진단, 의학적으로 회복 가능성이 없는 환자의 치료를 중단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존엄사법 제정안을 발의했다. 또 같은 당 김세연 의원도 지난해 6월 ‘자연사법’을 발의했다. 하지만 당장 이들 법안이 국회를 거쳐 법제화 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존엄사법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의료보험 등 사회복지제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법제화만 덜컥 이뤄지면 “‘가난때문에 치료를 중단’하는 것을 정당화시킨 것”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또 지난해 11월 헌법재판소는 ‘환자에게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할 권리를 국가가 나서서 법제화할 필요는 없다.’는 결정을 내렸다. 국가가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을 규정한 법률을 만들지 않아 환자의 행복추구권이 침해당했다고 김 할머니 측이 제기한 헌법소원에 대한 각하결정이었다. ●의료·복지체계 점검 계기 입법 부작위로 인한 기본권 침해 문제에 대한 헌재의 소극적인 태도를 재확인한 것에 불과하다는 해석이 지배적이지만, ‘고려장법’이라는 오해 때문에 노년층의 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국회의원들이 법안 처리에 나서는 것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그러나 김 할머니 사건은 우리 사회에서 금기시되던 ‘죽음’을 공론화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는 지적이다. 김 할머니 소송을 담당했던 신현호 의료소송전문 변호사는 “김 할머니는 한국 사회에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이라는 결과물만 준 것이 아니라, 존엄사법 시행에는 부족한 의료·복지 시스템에 대한 자각과 죽음에 대한 공개적 논의를 가능하게 했다.”고 말했다.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 [점프코리아 2010] 저출산, 대한민국 성장의 덫

    [점프코리아 2010] 저출산, 대한민국 성장의 덫

    1970년대 초반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는 자녀 수)은 4명이었다. 남녀 두 사람이 결혼을 하면 식구 수가 3배(6명)로 불어나니 당시 우리 사회의 능력으로 이를 감당해 내기 힘들었다. 아들이든 딸이든 둘만 낳자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사회적 요구였다. 하지만 지금 와서 보면 고출산을 바탕으로 한 인적자본의 빠른 축적은 세계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고도성장의 원동력이 됐다. 하지만 2010년의 벽두에서 우리나라는 거꾸로 인구가 부족해 미래 성장동력이 꺼지는 상황을 염려하는 처지가 됐다. 인구규모 및 구성과 관련된 통계들은 비관적인 내용 일색이다. 지난해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1.22명으로 세계 최저수준이었다. 전 세계 평균 2.54명의 절반도 안 된다. 통계청은 이대로 가면 현재 세계 26위(4900만명)인 우리나라 인구 순위가 2050년 46위(4200만명)로 추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 2018년부터 전체 인구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합계출산율이 1명 수준을 유지할 경우 2300년 우리나라는 6만명의 초미니 국가가 된다. 이에 따른 내수 위축과 노동력 감소 등으로 잠재 성장률이 향후 10년 내 2%대로 주저앉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평균수명이 빠르게 늘고 있는 상황에서 고령층 부양에 따른 사회적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현재의 추세가 이어질 경우 2016년에는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14세 이하 인구를 초과하는 역전 현상이 일어난다. 올해 15명인 노년부양비(15~64세 인구 100명당 65세 이상 인구의 비율)는 2030년 38명으로 선진국(36명)을 추월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예산정책처는 2020년까지 사회보장 지출 확대로 총지출은 37% 증가하는 반면 총세입은 15%만 늘어 재정수지가 35조원 악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출산이 국가 경제력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김현숙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팀의 연구에 따르면 신생아 1명은 평생 12억 2000만원의 생산유발 효과를 내고 1.15명의 일자리를 창출한다. 이를 바탕으로 볼 때 합계출산율이 2008년 1.19명보다 5% 상승해 1.26명이 될 경우 영유아기 동안에만 9700억원의 생산과 3700여개의 일자리가 창출되는 셈이다. 특히 수출입 의존도를 낮추고 내수를 늘림으로써 경제구조를 고도화해야 하는 우리나라로서는 인구 정체야말로 성장의 발목을 잡는 덫이 될 수 있다. 임경묵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장기적으로 현재와 같은 수준의 저출산 문제를 해소하지 않고서는 성장 잠재력의 유지가 불가능하다.”면서 “부족한 출산·보육 기반시설과 과도한 사교육비 부담 등 저출산의 원인을 해소하지 않는다면 지금과 같은 희망 출산율과 실제 출산율의 괴리는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균 오이석기자 windsea@seoul.co.kr
  • 새해 연령대별 건강 포인트

    새해 연령대별 건강 포인트

    새해의 시작과 함께 온 가족의 건강을 기원하며, 이런 저런 계획을 세우게 된다. 금연·금주는 물론 나름의 운동 계획을 세우는 게 새해를 맞는 일반적인 풍경이다. 이 가운데 운동은 건강을 지키고 질병을 예방하는 가장 기본적인 투자다. 새해 가족들이 참고할만 한 건강 캘린더를 준비한다. 연령대별 건강 포인트를 짚었다. ●20∼30대 음주 교통사고 사망 최다 20∼30대에는 질병보다는 사고가 많다. 이 연령대의 사망 1위는 교통사고이며 특히 음주운전 사고가 많으므로 술을 마신 뒤에는 아예 운전을 하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 30대는 간질환 사망도 높은 편이다. 지나친 음주로 인한 알코올성 급성간염과 간경변, 바이러스성 급성간염, 간부전 등이 주요인이다. 이런 질환은 상당 부분 술이 원인임을 새겨둘 필요가 있다. 심장 및 뇌혈관 질환은 대부분 선천적 이상이나 돌연사의 경우 대부분 음주·흡연·스트레스 등이 원인이므로 절제된 생활을 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 시기에는 적어도 1∼3년에 한번씩 건강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혈액·대변검사와 흉부 X선검사, 갑상선검사 등은 매년 받는 것이 좋다. 일반적으로 이 시기에는 중병은 드물지만 성인병이 시작되는 시기이므로 조기검진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이 연령대는 신체적 기능이 정점에 올라 있어 강도 높은 운동도 잘 소화하는 만큼 체력 증진과 유지에 중점을 두고 운동을 하는 게 좋다. 20대는 하루 20∼30분씩 일주일에 3회 이상 조깅을 해 폐 기능과 순환계 기능을 키우거나 자전거 타기·농구·테니스 등도 좋다. 체력이 좋아 특별한 운동처방이 없어도 거의 모든 스포츠를 두루 섭렵할 수 있다. 그러나 30대는 체력이 떨어지는 시점이므로 무리하지 않아야 한다. 개인에 따라서는 성인병이 시작되거나 직업적인 스트레스가 강할 때이므로 체계적이고 규칙적인 운동을 시작해야 한다. 빨리 걷기나 가벼운 조깅을 매일 20∼30분씩 하다가 2개월쯤 후에 40∼50분 정도로 시간을 늘리는 것이 좋다. 일주일에 1∼2회 테니스·축구·배드민턴 등 구기운동을 함께 하거나 헬스클럽을 찾아 구체적으로 운동프로그램을 받아보는 것도 좋다. ●40대 정기검진으로 심장질환 예방 40대는 간과 심장질환이 늘어나는 시기다. 교통사고와 자살도 많은 편이지만 특히 간질환이 문제가 된다. 주요인은 지나친 음주다. 특히 40대가 되면 개인 음주량이 평생 가장 많아지는데, 이 상태에서는 뇌가 점점 알코올 저항성을 가져 나중에는 부분적으로 뇌의 작용이 억제되거나 멈추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 연령대에 가장 경계해야 할 질환은 고혈압·협심증·관상동맥질환 등 심장질환. 전체 사망률 1위에 올라 있으며 남성 발병률이 여성보다 무려 3∼4배나 높다. 특히 고혈압은 심장병은 물론 뇌졸중(중풍)의 직접적인 원인이며, 불행히도 95%가 선천성이어서 특별한 예방책이나 자각증상이 없다. 따라서 정기적인 검사와 치료를 통해 정상혈압을 유지하는 것이 상책이다. 최근 중장년층의 돌연사가 느는 주원인은 고지혈증·고혈압·흡연·당뇨 등이다. 협심증은 이들 위험요인 중 하나 또는 그 이상을 가진 경우에 생긴다. 원인이 2개 이상 복합되면 발생 가능성은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진다.따라서 40세 이후에는 1∼2년마다 건강검진을 받는 것이 안전하다. 40대는 왕성한 사회활동 때문에 운동하기가 어렵다. 평소 운동을 하지 않던 사람이라면 축구·농구 등 격한 운동은 피하는 게 좋다. 바람직한 운동은 조깅·자전거·수영 등 유산소운동과 근력 향상을 위한 웨이트 트레이닝 등이다. ●50대 가벼운 운동 심폐기능 강화 50대에는 특히 간질환 발생률이 높고, 뇌혈관질환도 급증한다. 대표적 질환은 뇌졸중으로, 50∼60대에 빈발하며 한번 발생하면 사망하거나 후유증이 심각하다. 이런 뇌졸중의 주요 원인은 고혈압·흡연·음주·당뇨·고지혈증·비만·스트레스 등으로 심장질환과 원인이 대부분 겹친다. 뇌졸중은 사전 감지가 어렵고 발생시 치료 예후가 나쁘므로 예방이 중요하다. 평소 바른 생활습관을 가지면 상당 부분 발병을 억제할 수 있다. 이 시기에는 또 직장·대장암도 잘 생기므로 50세 이후에는 매년 직장수지검사,장내시경검사를 하는 것이 좋다. 60대 이후에 급증하는 호흡기계 질환을 막으려면 반드시 금연을 해야 한다. 50대 이후에는 신체 기능이 급격히 약화돼 20대의 60∼70%에 그치며, 성인병이 증가하는 만큼 규칙적인 운동이 중요하다. 여성은 골다공증 예방을 위해 근력운동이 필요한 때다. 그러나 부상 위험이 따르므로 격렬한 운동은 피해야 한다. 근력운동은 아령 등을 이용하거나 자신의 체중을 이용한 운동이 바람직하다. 속보·자전거·등산·골프·수영 등은 심폐지구력을 강화해 준다. 일상적인 스트레칭으로 몸을 유연하게 하는 것도 좋다. ●60대 이후 5대 사망질환 주의 노년이 시작되는 이 시기에는 뇌혈관·기관지질환과 위암 등 장기간에 걸쳐 진행되는 질병이 많은 때이다. 특히 이 연령대에는 생활습관을 고쳐도 이미 진행 중인 각종 퇴화현상으로 질병 발병을 원천적으로 막기는 힘들다. 단, 5대 사망질환인 뇌혈관·기관지·위암·심장·간질환 중 위암과 심장질환은 예방과 조기 치료가 그나마 용이하므로 정기적인 위내시경 검사를 통한 위암 조기발견, 심장검사를 통한 심장질환 조기치료에 적극 나서야 한다. 이 연령대에 잘 생기는 대부분의 질환은 장기적인 신체 약화가 주요 원인인 만큼 질병을 피할 수 없다 하더라도 수명을 연장하기 위해서는 바른 생활습관이 특히 중요하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도움말 삼성서울병원 건강의학센터 최윤호·가정의학과 유준현 교수, 서울아산병원 스포츠건강의학센터 진영수 교수
  • 1~2월 고용시장 ‘3중 한파’

    1월과 2월에 극심한 고용 한파가 예상된다. 공공 일자리 사업인 희망근로의 잠정 중단으로 중장년과 노년층 일자리가 사라지고 50만~60만명에 이르는 고교·대학 졸업생이 사회에 쏟아져 나오기 때문이다. 3일 기획재정부와 통계청 등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취업자 수 20만명 증가를 기대하고 있지만 고용 비수기인 1~2월에 정부 주도 일자리 공급이 대거 끊기는 데다 민간부문 채용마저 거의 없어 지난해 경제 위기에 버금가는 고용 대란이 우려되고 있다. 희망근로와 청년인턴 등이 마무리되면서 지난해 12월1일부터 23일까지 실업급여 신청자 수는 7만 1885명으로 한달전에 비해 37.3% 늘었다. 올 1월과 2월에 더욱 심각해질 가능성이 크다. 희망근로는 대상 인원을 지난해 25만명에서 올해 10만명으로 줄인 가운데 올 3월부터 6월까지 4개월간 실시하기로 해 1~2월은 공백기다. 이미 지난해 11월 희망근로 사업이 일부 종료되면서 취업자(2380만 6000명)가 전년 동월 대비 1만명 줄어 4개월 만에 감소세를 보였다. 올 1월과 2월에는 그 영향이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건설업 등에 주로 종사하는 일용직 근로자들의 겨울나기도 어렵다. 예산안이 국회에서 늦게 통과됨에 따라 도로·철도 건설 및 강 정비 등 사업이 차질을 빚어 연초 일용 근로자들의 일자리가 대폭 줄어들 수 밖에 없다. 대졸 청년들이 갈 곳도 지난해보다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올해 청년인턴의 경우 공공기관 1만 2000명, 중앙·지방정부 1만 7000여명, 중소기업 3만 7000명 등 6만 6000명을 운영했으나 대부분 정식 직원으로 채용되지 못한 채 회사를 나왔다. 특히 행정 인턴은 올해 7000명, 공공기관 인턴은 5000명 수준으로 줄어 인턴 자리 구하기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국가공무원 채용도 지난해 3291명에서 올해 2514명으로 23.6%(777명)가 줄었다. 기업들의 명예퇴직 바람도 연초 고용시장을 더욱 얼어붙게 할 전망이다. KT는 사상 최대 규모인 6000여명의 명예퇴직을 확정했으며 기업은행은 희망퇴직 등으로 구조조정을 했고 삼성화재는 희망퇴직 신청을 받은 상태다. 재정부 관계자는 “과거에는 국내총생산(GDP) 1% 성장 때 7만개 정도의 일자리가 늘었는데 최근에 5만개 정도로 줄어 노동 유연성을 높이는데 힘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태균기자 windsea@seoul.co.kr
  • 독자여러분 새해 “변·사·또”

      ‘강구연월(康衢煙月)’. 지식인들이 뽑은 새해 사자성어다. 분열·갈등을 해소하고 태평성대 새 시대가 열리길 염원하는 사회·정치적 의미가 크다. 반면 연말연시 건배사는 대개 개인적 소망을 담는다.   건강이나 사업번창등을 기원한다. 세태를 반영한다. 재미있고 유익할수록 인기가 높다. 연령에 따라 사용어는 다채롭다. ‘xx 위하여’는 이젠 고전에 속한다.  세대 가릴 것 없이 애용하는 ‘변사또’. ‘변함없는 사랑으로 또 만나세’란 뜻이다. ‘사우나’ 도 유행이다. ‘사랑과 우정을 나누자’의 축약어이다. ‘당나귀‘. ‘당신과 나의 귀한 만남을 위하여’란 표현도 있다. 노년층에 희망주는 스킨십 ‘9988’. ‘구십구세까지 팔팔하게 살자’란 의미이다.  ’애인 만들기’. 이젠 젊은이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은퇴한 한 노교수가 망연회에서 밝힌 새해 소망이다. 의외였지만 솔직하셨다. 정말 순수한 사랑을 할 수 있기 때문이란다. 또 병들지 않고 건강하게 살고 있다는 증명이다.거대 담론을 기대했던 70세 중반을 앞둔 은사의 주장에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이 자리에서 노교수의 건배사는 ‘세우자’ 였다. 남자는 기를 세워야 세파를 이길 수 있다고 의미심장한 덕담도 곁들였다. 고령화 시대 기대수명의 연장에 대한 바램을 담고 있다. ‘당신 멋져(당당하게 신나게 멋지게 져주며 살자)’도 괜찮은 것 같다. 한발 양보하는 자세는 아름답고 상대방의 기를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경인년 새해 독자여러분 “변·사·또”  호랑이의 기상 누리세요. 평생 싱싱한 건강과 빛나는 성취 가득하길 두 손 모아 기도 드립니다.    장상옥기자 007jang@seoul.co.kr
  • 꺼지지 않는 황혼의 性

    꺼지지 않는 황혼의 性

    서울에 사는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3명꼴로 월 1회 이상 성관계를 갖고, 6명 중 1명꼴로 성매매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응답자의 평균연령은 73.5세였다. 29일 서울시립대 산학협력단이 공개한 ‘노인의 성(性) 실태 설문조사’ 결과다. 이에 따르면 서울시내 노인 1000명 중 28.4%가 ‘월 1회 이상 성관계를 한다.’고 답했다. 1000명 기준으로 월 2회는 13.3%, 1회 10.2%, 3회 4.5%, 4회 2.7% 순이었다. 또 조사대상 노인 중 11.6%는 발기부전치료제를, 2.1%는 윤활제를 사용한다고 답했다. 노년기에 성매매한 경험이 있다고 답한 노인은 16.2%로, 이들의 성매매 횟수는 지난 2년간 5회 이하가 56.7%, 6∼10회 26%로 나타났다. 성병에 걸린 경험이 있는 노인은 10.3%였으며, 감염 경로는 성매매 65.2%, 이성친구 19.6%, 배우자 6.5% 순이었다. 한편 성관계를 갖는다고 대답한 노인 중 53.4%는 ‘성관계에 만족한다.’, 55.2%는 ‘충분한 횟수’라고 밝혔다. ‘애무에 흥분을 느낀다.’고 답한 노인도 68.8%로 파악돼 황혼의 성이 여전히 꺼지지 않은 불임을 증명했다. 성관계를 갖는 노인들의 최근 한 달간 성관계 대상은 배우자가 76.4%로 가장 많았다. 이어 이성친구 16.2%, 유흥업소 직원 1%, 성매매 여성 0.6% 등의 순이었다. 성관계 유무와 별도로 전체 조사대상 노인의 21.7%는 이성친구가 있다고 답했다. 이성을 만나는 장소는 복지관·경로당(51.3%)이 가장 많았다. 이어 모임·단체 13.1%, 공원 10.5%, 콜라텍 8.2%, 인터넷 1.3% 등의 순이었다. 조사대상 노인들은 동거에 대해 50%가 ‘가능하다.’고 답했다. 이번 조사는 서울시가 건전한 노인 성문화 확립을 위해 이뤄졌다. 25개 자치구에 거주하는 65세 이상 노인을 지역별 남녀·인구비례에 따라 할당표본을 추출한 뒤 1대1 면접을 통해 이뤄졌다. 응답자의 60.1%가 배우자가 있었고, 70%는 건강상태가 나쁘다고 답했다. 자녀와 동거하지 않는 노인도 66.5%에 달했다. 조사팀은 추후 노인 성 문제 해소방안으로 재혼, 동거, 이성친구 사귀기 등의 방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연구참여자인 김승용 백석대 교수는 “지난해 65세 이상 노인의 성병 증가율은 52.6%로 전체 연령대의 감소추세와 달랐다.”면서 “성교육을 받은 노인이 18.3%에 불과한 만큼 노인 성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상담과 강좌를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서울시 노인 4명 중 1명 ‘성관계’…16%는 성매매

    서울에 사는 노인들 가운데 28.4%가 월 1회 이상 성관계를 하며, 16.2%가 성매매 경험이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서울시는 최근 서울시립대 산학협력단과 함께 65세 이상 노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서울시 노인의 성’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이 같이 나왔다고 29일 밝혔다.이번 조사는 여자 570명, 남자 430명이 참여했다.  성관계를 한다고 대답한 노인들의 월 평균 성관계 횟수는 2회가 40.8%로 가장 많았고 1회가 31.3%로 뒤를 이었다. 이들의 53.4%가 성관계에 만족한다고 응답했다. 성관계 대상은 배우자가 76.4%, 이성 친구가 16.2%로 나타났다.  조사에 응한 노인 중 21.7%가 이성친구가 있다고 답했다.이성친구를 사귀는 곳은 복지관·경로당이 51.3%,각종 모임과 단체가 13.1% 였다.  성관계를 하는 노인의 11.6%는 발기부전치료제를, 2.1%는 윤활제를 사용한다고 답했다. ‘사용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81.8% 였다.  또 노년기에 성매매를 한 경험이 있다고 답한 노인은 16.2% 였다. 이들의 성매매 횟수는 지난 2년간 5회 이하인 경우가 56.7%, 6∼10회인 경우가 26%로 나타났다. 성매매 장소로는 모텔이 70.5%, 집창촌이 9.6%로 조사됐다. 노인들에게 성을 파는 사람들의 연령대는 40대(30.0%), 30대(20.7%), 50대 (20.0%), 60대(18.6%)로 골고루 분포했다.  1회 성매매시 지불하는 비용은 평균 6만원 정도였지만 최소 2000원에서 최대 20만원까지 다양한 응답이 나왔다. 시에 따르면 나이가 많은 여자 노인의 경우 2000~5000원에 성매매가 이뤄지고 있었다.  조사 결과, 성병에 걸린 경험이 있는 노인은 10.3% 였으며 감염 경로는 성매매(65.2%), 이성친구 (19.6%), 배우자(6.5%) 순이었다.  이처럼 노인들의 성생활이 활발함에도 불구하고 성교육을 받아본 적이 있는 노인은 18.3%에 그쳤다. 시 관계자는 “앞으로 체계화된 노인 성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어르신 상담센터’에서 성교육 상담과 강좌를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인터넷서울신문 맹수열기자 guns@seoul.co.kr
  • [Healthy Life] 불면증

    [Healthy Life] 불면증

    잠의 중요성은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다. 생명활동의 근간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잠을 통해 심신의 피로를 풀고, 에너지를 얻으며, 생명을 연장한다. 만약 사람에게서 잠을 빼앗는다면 버틸 수 있는 한계는 불과 며칠이다. 치명적이라는 암과도 비교할 바가 아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런 잠의 중요성을 체감하지 못한다. 너무 일상적이어서다. 잠의 소중함은 잠과 관련된 질환을 가진 사람들이 잘 안다. 그들은 “잠은 곧 생명”이라고 말한다. 이런 ‘잠의 병’ 불면증에 대해 고려대안산병원 호흡기내과 신철 교수로부터 듣는다. ●불면증이란 어떤 병증인가? 환자가 주관적으로 느끼기에 잠이 불충분하거나 비정상적인 상태가 있다. 이런 상태에서 잠들기 어렵거나, 수면 중 자주 깨거나, 한번 깨면 다시 잠들기 어렵거나, 잠이 부족하다고 느끼거나, 자도 개운치 않다고 느끼는 등의 현상이 복합적 혹은 단독으로 나타나는 상태를 불면증이라고 한다. 이런 기간이 1개월 미만이면 일시적 불면증, 6개월을 넘기면 만성적 불면증으로 본다. ●유형별로 구분해 달라 현재 가장 널리 사용되는 불면증 분류는 국제수면장애 분류와 미국 정신의학협회의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편람(DSM-IV)이다. DSM-IV 기준에 따르면 불면증은 일차성 불면증, 호흡 관련 수면장애, 일주기리듬 수면장애, 다른 정신질환 관련 불면증, 질병·약물로 인한 수면장애, 특정화 되지 않은 수면곤란증 등으로 나뉜다. 또 국제수면장애 분류는 일차성 불면증을 정신생리적 불면증, 특발성 불면증, 수면상태 오인 등으로 세분한다. 정신생리적 불면증은 심리적 원인에 의한 불면증을, 특발성 불면증은 수면과 각성상태를 조절하는 신경구조의 이상으로 어려서부터 충분한 수면을 못 취하는 상태다. 수면상태 오인은 의학적으로 이상이 없는데도 불면증을 호소하는 경우를 말한다. ●불면증은 왜 생기는가? 일차성 불면증은 스트레스 등 심리적 요인, 호흡 관련 수면장애는 수면무호흡증·코골이 등의 요인 때문에 잠을 못 이루는 상태를 말한다. 또 일주기리듬 수면장애는 수면 주기가 너무 빠르거나 늦어 잠들 시간에 잠을 못 드는 경우이며, 불안장애·우울증 등으로 인한 불면증도 있다. 그런가 하면 만성 폐질환·심부전·관절염·허리통증·외상 등이 원인인 경우도 있고, 중추신경 자극제나 기관지이완제·혈압약·코티코스테론 등을 복용할 때 나타나는 불면증도 있으며, 술·담배·커피나 하지불안증후군 등이 원인인 경우도 있다. ●각 유형의 증상은 무엇인가? 유형별로 특정하기는 어렵지만 대부분의 불면증 환자들은 강박적으로 잠 걱정을 많이 하며, 우울감을 호소하기도 한다. 또 만성적인 불안감이나 분노표출 장애도 많다. 이런 사람들은 불안·짜증·과민성·무력감 등 다양한 신체증상을 보이는 특징이 있다. ●불면증 유병률과 특징적 추이를 설명해 달라 미국의 경우 성인의 47% 정도가 불면증을 가졌으며, 세계적으로는 성인의 12%가 잠 문제를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국민들도 17% 정도가 주 3회 이상 불면 증상을 보이며, 나이가 들수록 이런 증상이 잦아지고 있다. 당연히 어린 아이도 불면증을 가지며, 남성보다 여성에게 많다. 특히 갱년기 여성 중에 불면증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은데 폐경 전 7∼10%이던 것이 폐경 후에는 15∼40%로 급증한다. 또 이런 불면증 유병률이 최근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것도 특징적인 추이라고 할 수 있다. ●진단은 어떻게 하나? 주관적인 증상인 불면증을 진단하기 위해서는 인터뷰, 자기기록 설문·수면일·야간 수면다원검사 등을 거친다. 인터뷰와 자기기록 설문을 통해 수면 양상·주간 증상·수면위생·약물 복용·의료기록 등을 점검하고, 정신과적 질환 여부 등을 확인한다. 수면일기는 자신의 수면 패턴을 기록하는 것으로, 잠들기까지 걸린 시간, 수면시간, 수면효율 등의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야간 수면다원검사는 전반적인 수면상태와 수면장애를 진단하는 데 필요하다. ●치료는 어떻게 이뤄지나? 치료는 인지행동치료·광치료·약물치료로 구분한다. 인지행동 치료는 자신의 수면 습관에 무슨 문제가 있으며, 바른 수면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를 인식하고 실천하게 하는 치료법이다. 이런 인지행동 치료는 다시 수면위생에 대한 이해, 수면제한 치료, 자극조절 치료, 이완치료 등으로 나뉜다. 바른 수면위생이란 기상시간을 일정하게 유지하고, 낮에 적절한 활동이나 운동을 하며, 가능한 한 낮잠을 피하는 것 등을 말한다. 대부분의 불면증 환자들은 부족한 잠을 보충하기 위해 자주 잠을 자려 하고, 잠자리에도 일찍 드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취침시간을 길게 잡으면 수면 농도와 효율이 떨어지므로 불면증 환자는 오히려 수면시간을 제한한다. 이를 수면제한 치료라고 한다. 자극조절 치료는 졸릴 때만 잠자리에 들게 하며, 침실은 오직 잠자리로만 이용하게 하는 치료법이다. 불면증 환자들은 스트레스에 민감해 자주 초조·불안감을 보이거나 잠에 대한 강박관념 때문에 잠들기가 더욱 어려워지는 악순환에 빠지기 쉽다. 이완요법은 이런 불안감을 완화시키는 치료법이다. 복식호흡법, 점진적 근육이완법, 이미지 트레이닝 등이 그것이다. 광치료는 일정한 강도의 빛을 필요한 때에 비춰 수면 주기를 조절하는 치료다. 노년기 불면증은 일찍 잠들어서 일찍 일어나는 위상 전진의 특징을 보이는데, 이때는 저녁시간에 빛을 쪼여 위상을 지연시킨다. 잠들기가 어렵거나 잠들었다가 바로 깨는 경우에는 아침에 광치료를 해 위상을 앞당기면 불면증이 호전된다. 약물치료는 원인에 따라 다르게 적용되는데, 일차성 불면증에는 주로 벤조디아제핀 계열, 비벤조디아제핀 계열, 항우울제, 항히스타민제 등이 사용된다. 그러나 약제는 내성이나 의존성이 생길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불면증 예방법을 소개해 달라 규칙적인 수면이 중요하며, 휴일에 부족한 잠을 보충한다며 늦잠을 자지 않아야 한다. 또 지나친 공복 상태만 아니라면 잠자리에 들기 직전에는 음식을 먹지 않아야 한다. 잠을 방해하는 카페인과 니코틴도 경계해야 하며, 낮 동안 적절한 운동이나 활동으로 신체를 피로하게 해 깊은 수면에 들 수 있게 하는 것도 좋다. 오후 늦은 시간의 낮잠도 금물이다. 참기 어렵다면 오후 2∼3시를 전후해 잠깐 눈을 붙이는 정도에 그쳐야 한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강서, 8개 맞춤형복지센터 세운다

    강서, 8개 맞춤형복지센터 세운다

    서울 강서구의 복지시스템이 주목받고 있다.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홀몸노인이나 장애인들을 지원하고, 자라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배우고 ‘끼’를 발산한 공간들이 하나둘 들어서면서 주민들의 삶의 질도 점차 높아가고 있다. 강서구는 2011년까지 아동, 청소년, 노인 등 세대를 분리한 복지시스템과 장애인, 치매노인 등을 위한 맞춤형 복지서비스 제공을 위한 8개 복지센터 건립계획을 16일 밝혔다. ●29일 영유아 플라자 들어서 구에 따르면 오는 22일 화곡1동 노인복지센터가, 29일에는 영유아 플라자가 각각 문을 열 예정이다. 이어 내년 4월에는 장애인자립장과 보훈복지회관이 건립된다. 장애인들이 자립의 꿈을 키울 수 있도록 작업장과 직업훈련 공간 등이 마련된다. 이뿐만이 아니다. 내년 6월에는 화곡6동 연지 노인복지센터가, 10월에는 화곡본동에 봉제산 노인복지센터 등이 잇따라 주민들을 찾는다. 마지막으로 2011년에는 지하철 9호선 차량기지 내에 노인종합복지시설이 들어선다. 앞서 지난 4월에는 화곡청소년 수련관이 문을 열었으며, 9월에는 화곡청소년 수련관과 염창동에 치매예방지원센터도 들어섰다. 지원센터는 이화여대 의료원에서 운영하며 치매검진은 물론 치료, 예방교육까지 맡고 있다. 강서구는 복지시설을 위한 건물과 운영 경비를 제공하고 실제 프로그램 운영은 이화여대 의료원 치매센터에 맡기는 등 선진 복지소프트웨어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김재현 구청장은 “잇따른 복지센터 건립은 강서 주민들의 삶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것”이라면서 “하드웨어적 건물뿐 아니라 진정 주민들이 원하고, 필요한 사회복지 기관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선진화된 프로그램을 도입하겠다.”고 강조했다. ●“주민들의 사랑방 될것” 가장 눈에 띄는 것은 30년 만에 지역에 들어서는 노인복지센터다. 모두 4곳에 들어선다. 소일거리가 없어 쓸쓸한 노년을 보냈던 지역 노인들이 활기차고 보람찬 삶을 살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셈이다. 오는 22일 강서구 화곡1동에 문을 여는 노인복지센터의 경우, 옛 화곡7동 주민센터를 리모델링한 것으로 3~5층이 노인복지 전문공간이다. 3층엔 상담실과 프로그램실, 4층 요가 스포츠댄스 등 건강증진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는 소강당, 5층엔 북카페와 컴퓨터실이 있는 사랑채와 전동안마기, 사이클 운동기구 등을 갖춘 건강증진실이 자리한다. 고상덕 가정복지과장은 “지역별, 세대별 거점 복지센터는 앞으로 강서 주민을 위한 특별한 공간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면서 “시설뿐 아니라 좋은 프로그램으로 진정 주민들의 사랑방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꾸미겠다.”고 말했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탐사보도-2009 마약리포트] “中서 마황 2만5000원어치 250억대 필로폰으로”

    [탐사보도-2009 마약리포트] “中서 마황 2만5000원어치 250억대 필로폰으로”

    중국산 ‘필로폰’(히로뽕)이 넘쳐난다. 유흥가나 집창촌을 벗어나 주택가, 길거리 등 일상생활 공간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투약층도 과거 유흥업소 종사자나 일부 연예인, 고위층 자녀들에서 가정주부·회사원·의사·변호사·교수 등 전 계층으로 확대됐다. 10대부터 60대 이상 노년층까지 연령을 가리지 않고, 투약 장소도 클럽·DVD방·PC방·유흥업소·공원·여관(모텔)·심야 고속도로 휴게소·가정집 등 다양하다. ●선양·단둥 등 조선족 많은 농촌서 제조 중국산 필로폰은 선양·단둥·다롄·하얼빈 등 조선족들이 많이 사는 농촌지역에서 주로 밀조된다. 이들 지역은 1990년대 국내에서 치러진 ‘마약과의 전쟁’을 피해 중국으로 건너간 한국인 제조책들이 비법을 전수한 곳이다. 국내에는 마약제조기술책, 연결책, 구입책, 밀반입책, 유통책, 판매책 등의 경로를 거쳐 밀반입돼 유통된다. 서울 지역의 한 판매책은 “대구 등 지역별 판매책들이 유통책에게 약을 받아 그들이 관리하는 판매책들에게 나눠준다.”며 “판매책은 철저한 점조직으로 운영된다. 물건을 받는 상선(윗사람) 한 명만 알 뿐 다른 사람들은 모른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한 명의 판매책 밑에는 여러 명의 소매 판매책이 있다. 최종 구매자까지 최소 3단계 이상을 거친다. 유통 과정이 갈수록 은밀해지고, 단속됐을 경우 도마뱀 꼬리자르듯 할 수 있다.”고 전했다. 유통책은 보통 판매책 5~10명에게 필로폰을 대고, 판매책들은 적게는 10~50명, 많게는 100~300명의 투약자를 관리한다. ●중국산 순도 낮아 2~3배 더 투약 가격은 지역마다 다르다. 인슐린 주사기 한 대(마약계통에서는 ‘고사바리’, ‘환사키’로 통함)에 들어가는 양은 보통 1g이다. 이 기준으로 인천 30만원, 서울·부산 각 100만원 등에 판매된다. 최종 소비자들의 1회 투약분인 0.03g은 통상 10만원에 거래된다. 단속이 심해지면 가격은 오른다. 인천 지역의 한 판매책은 “마약 판매 기준가격은 없다. 여유 있는 사람이나 초짜, 어리숙한 이들에게는 비싸게 판다.”고 했다. 중국인 제조자들은 양을 늘리기 위해 필로폰에 백반 등 비슷한 이물질을 섞는다. 국내 반입 필로폰의 순도가 떨어지는 이유다. 이들은 최상품인 ‘북한산’ 필로폰을 구입해 이물질을 섞기도 한다. 한 판매책은 “국내 유통 필로폰은 80~90%가 저순도의 중국산”이라며 “과거 한국과 일본에서 만든 것에 비해 순도가 40% 정도밖에 안 된다. 때문에 요즘은 한 번 투약할 때 0.03g이 아닌 0.07~0.1g 정도를 한다.”고 귀띔했다. 오리지널 북한산은 중국, 홍콩 등을 거쳐 국내에 유입된다. 중국산의 2배 가격에 거래된다. 경찰 관계자는 “삼합회 등 중국 폭력조직이 전문적으로 밀반입시키는 것으로 보인다. 책이나 인형 같은데 넣어오다 적발되곤 한다.”고 했다. 한 판매책은 “웃돈을 준다 해도 북한산은 구하기 어렵다. 마약계통에 오래 몸담은 이들만 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상품’ 북한산 값은 중국산의 2배 국내에서도 필로폰 제조는 가능하다. 필로폰은 마황(한약재)에서 각성제 성분인 에페드린을 추출해 만든다. 한 판매책은 “마약 제조법은 외국 인터넷 사이트에 자세히 나와 있다. 대학 화공학과 정도의 지식만 갖추면 만들 수 있다. 제조 과정에서 나는 냄새만 차단하면 경찰에 적발되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이어 “외국인 제조책들이 원료물질을 구입해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으로 밀수출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국내 판매책들이 중국으로 넘어가 제조한다. 중국이나 타이완에서는 마황을 쉽게 구할 수 있어서다. 한 판매책은 “판매책 3~4명이 중국으로 건너가 원료를 구입, 제조한다.”며 “중국에서 마황 2만 5000원어치를 사면 250억원어치의 필로폰을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마약 50g 이상을 소지하면 사형이지만 형식일 뿐 1000만원 정도 주면 풀려난다.”고 덧붙였다. 탐사보도팀
  • [탐사보도-2009 마약리포트] 서울 - 최대 시장, 부산 - 진원지, 인천 - 블랙홀

    국내에서 마약 3대 도시로 꼽히는 곳이 서울, 인천, 부산이다. 이들 도시의 마약 투약실태는 아찔할 정도로 위험한 수위다. 수사당국과 학계 등 전문가들은 “이미 마약이 대중화·상용화 단계로 접어든 것”으로 진단했다. ●서울, 436개 동마다 판매책 최소 1명 서울은 최고의 마약 소비도시다. 마약 판매상들은 “서울 436개동에 최소 1명의 판매책들이 활동하며, 전 연령층에 각종 마약류를 공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 판매책은 “유흥·오락업소 밀집지역을 중심으로 많이 유포된다. 장안동에 특히 많다.”며 “동네마다 포진한 판매책들은 ‘부산에서 누가 몇 그램 구해 왔다, 중국에서 택배로 물건 받았다.’는 등의 정보를 서로 주고받으며 암약한다.”고 했다. 경찰 관계자는 “중년층은 서울 생활권인 하남시 미사리 등 라이브카페에서, 청소년들은 DVD방에서 엑스터시를 흡입하다가 단속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부산, 필로폰 주종… 보따리상 싼값 공급 부산은 ‘마약 진원지’라는 오명에 걸맞게 필로폰이 퍼져 있다. 연산동, 광복동, 남포동 등 전역에 확산돼 있다. 유흥업소에서만 투약하던 건 옛말이다. 가정집, 길거리 등 어디서든 하고, 돈만 있으면 누구나 쉽게 구할 수 있다. 한 지역 판매책은 “10년 전만 해도 오락실에서도 손님들에게 권할 정도였다. 그만큼 투약 경험자들이 많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수많은 보따리상들이 공항만을 통해 지속적으로 밀반입하고 있어 가격도 싸고 구하기도 쉽다.”고 말했다. 다른 판매책은 “업소 웨이터나 아가씨들에게 문의하면 판매책과 어렵지 않게 연결된다.”고 주장했다. 한 판매책은 “부산 210개동에서 동마다 최소 1명씩이 암약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 마약류 거래 부산보다 많아 부산과 쌍벽을 이루는 곳이 인천이다. 부산은 ‘필로폰’이 주종을 이루는 반면 인천은 필로폰뿐 아니라 러미라·S정 같은 마약 대체 약물과 대마도 만연해 있다. 한 지역 판매책은 “마약 저변층을 봤을 땐 부산보다 인천 시장이 더 크다. 중고생부터 노년층까지 두루 한다.”고 말했다. 이어 “러미라 등 마약 대체 약물과 고기(대마의 은어)를 전국에서 가장 많이 한다.”며 “인천은 모든 마약류를 흡수하는 블랙홀”이라고 소개했다. 탐사보도팀
  • [음반리뷰] 名 피아니스트 알프레트 브렌델 마지막 앨범

    [음반리뷰] 名 피아니스트 알프레트 브렌델 마지막 앨범

    그는 결코 화려한 사람이 아니었다. 눈부신 스포트라이트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조차 말한다. “나는 음악적인 가정에서 태어나지 않았다. 기억력이 세밀하지 않아 피아노를 빨리 연주하지 못한다. 악보를 즉각적으로 읽어 내는 신통력도 없다.” 하지만 피아노 역사에서 그의 발자취는 위대하다. ‘20세기 최고의 피아니스트’란 수식어가 항상 그를 따라다닌다. 명(名) 피아니스트 알프레트 브렌델(78)의 마지막 앨범이 유니버셜 뮤직에서 발매됐다. 두 장으로 구성된 음반의 첫 장에는 지난해 12월18일에 있었던 빈 필과의 마지막 협연 실황이, 두 번째 장에는 같은 달 14일 독일 하노버에서 열린 마지막 독주회가 담겼다.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9번과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13번이 실렸다. 그처럼 작곡가 정신을 잘 이해한 피아니스트가 또 있을까. 끊임없는 탐구 정신과 신중함, 여유 있는 음색으로 곡의 핵심을 파고든다. 이성일 음악 칼럼니스트는 말한다. “그의 연주에는 특별한 고결함 외에 작곡가와의 직관적이고 예지적인 소통 능력이 있다. 이 덕분에 우리는 작곡가의 생각을 그대로 전달받을 수 있다.” 특히 그의 모차르트는 독보적이다. 밝고 경쾌한 모차르트의 리듬을 이토록 진지하게 연주할 수 있는 연주자는 드물다. 영국의 지휘자 네빌 마리너와 함께한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들은 그를 ‘가장 위대한 모차르트 피아니스트’ 반열에 올려놓은 명반 중에 명반이다. 기분 탓일까. ‘거장의 퇴장 음반’이란 상징성 때문인지 왠지 쓸쓸함도 배어 있다. 물론 노년의 연주인 만큼 전성기 때보다 건반 터치(타건)가 흐려진 탓일 수도 있다. 하지만 보다 큰 이유는 더 이상 그를 공연장에서 볼 수 없다는 청자(聽者)의 아쉬움이 투영됐기 때문일 게다. “그는 혜성처럼 등장하지도 않았다. 평생 성실한 자세로 연구하며 정진했다. 우리가 향유할 수 있는 음악을 충분히, 그것도 최고 수준으로 남겨줬다. 전 세계 음악 애호가는 그를 언제나 존경할 것이다.” 이성일 칼럼니스트의 말이다.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정책진단] 여성 단시간근로제 정착되려면

    [정책진단] 여성 단시간근로제 정착되려면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한 일자리 마련에 정부가 발벗고 나섰다. 단시간 근로제·시차출퇴근제·재택근무제 등 유연근무, 이른바 ‘퍼플 잡(Purple Job)’ 확산운동이다. 저출산 방지대책으로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를 늘리며, 출산·육아에 친화적인 기업환경을 만들자는 것이다. 유연근무는 일자리 나누기를 통한 일자리 창출효과가 있어 선진국에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 가운데 핵심은 단시간 근로제다. 단시간 근로가 청년이나 노년층의 취업난 해소에도 기여할 수 있겠지만 주요 대상은 여성이 될 전망이다. 외국도 그렇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 CD) 회원국의 2006년 기준 단시간 근로 비율은 남녀 평균 16.1%다. 여성만을 보면 26.4%다. 단시간 근로 비율이 높은 네덜란드는 전체 비중이 35.5%고 여성은 59.7%다. 우리나라는 남녀 평균 비율은 8.8%, 여성은 12.3%로 단시간 근로 비중이 외국에 비해 낮은 편이다. 네덜란드는 노·사·정이 대타협한 ‘바세나르협약’과 국가의 재정적 지원으로 단시간 근로제가 성공적으로 정착된 나라로 평가받는다. 네덜란드 정부는 단시간 근로자에게 전일제 근로자와 같은 사회보장과 노동법 적용을 할 수 있는 정책을 개발했다. 1997년부터는 근로자가 원하면 어느 회사든 단시간 근무를 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근로시간이 다르다는 이유로 근로계약 체결·연장·해지 시에 불이익을 주지 못한다. 근로시간에 비례해 줄어든 임금은 정부가 일정 부분을 보조, 근로자가 재정적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배려했다. 특징적인 점은 네덜란드는 OECD의 아동보육지원점수(-5∼5점)에서 0.3으로 낮은 점수를 받았다.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높은 스웨덴, 덴마크, 핀란드 등 북유럽 3국은 여성의 단시간 근로비율은 낮은 반면 아동보육 지원점수가 높다. 즉 기혼여성에게 단시간근로와 보육정책이 대안으로 선택되고 있는 셈이다. 일본은 2002년 노사정이 일자리나누기(워크셰어링)를 합의했다. 현재 근로시간만 짧을 뿐 일의 내용과 책임, 시간당 기본급과 상여금·퇴직금 산정방식, 근무 평가 등이 전일제 근로자와 같은 단시간 정사원제가 정착돼 있다. 정부는 기업에 다양한 형태로 단시간 근로 지원금을 지원한다. 이강성 삼육대 경영학 교수는 “야간·주말·공휴일 또는 평일 단시간 근무 등 다양한 방식의 단시간 근무제와 동등한 처우로 단시간 정사원제는 차별의 문제가 아니라 선택의 문제가 됐다.”고 진단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유연근무제 확대는 오히려 여성 고용의 질을 저하시킬 뿐”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임은주 여성부장은 “단시간 근로근무가 가능한 직무의 개발과 인사와 근무평가 등 단시간 근로에 맞는 소프트웨어 지원이 안 된 상태에서는 정부의 정책은 시기상조”라고 평가했다. 임 부장은 “현재도 육아휴직이나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 등은 도입돼 있지만 실제 이용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어 활성화되지 않은 상태”라고 지적했다. 일단 정부는 여성부를 시작으로 공공부문부터 단시간 근로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고용보험, 건강보험, 국민연금 등 사회보험제도를 개선해 단시간 근로자를 위한 사회안전망을 강화하고 인사·노무 관리제도 매뉴얼 개발과 컨설팅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남녀고용평등 및 일·가정 양립지원에 관한 법률’은 정규직 근로자가 단시간 근로자로 전환하는 내용을 규정하고 있다. 1주 근무시간이 15시간 이상 30시간을 넘지 않는 범위이며 단시간근로 기간은 1년이다. 근로시간 단축이 끝나면 해당 근로자를 같은 업무 또는 같은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는 직무에 복귀시켜야 한다. 단시간 근로는 현재 병원을 중심으로 도입 논의가 활발하다. 대형 병원에서 환자들이 몰리는 오전 시간대만 일한다든지 야간 전담반을 만드는 것이다. 서울 강동 소재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이 야간 전담 간호사를 따로 채용했고, 다른 간호사는 오전·오후 교대근무한다. 한국노동연구원 산하 고성과작업장혁신센터(KOWIN)는 청주의료원과 협약을 맺고 단시간근로모형을 개발했다. KOWIN은 단시간 근로가 간호직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 착안, 원무직 등 전 업종을 대상으로 유연한 근무제도 마련을 시도했다. 프로젝트 결과 간호관리료 산정방식, 간호등급, 단시간 간호사 인력정보망 등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됐다. 단시간 근로는 관련 기업에 대한 각종 법과 제도가 완비되어야 하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국민은행은 은행권에서 처음으로 1주일에 20시간 근무하는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를 지난 7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급여는 정상근무 대비 57% 수준이며 평가는 전일제 근무직원과 다르게 하지만 복지후생·성과급·자기계발 등은 전일제 직원과 동일하다. 지금까지 신청자는 3명뿐이다. 시행기간이 짧았다는 점도 있지만 낯설기 때문이다. 단시간 근로모형을 개발 중인 KOWIN의 전신은 뉴패러다임센터다. 단시간 근로의 활성화는 일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하는 일이다. 단시간 근로하면 비정규직에 나쁜 일자리가 연상되는 것, 출퇴근 시간을 같이해 장시간 일해야 근무하는 것으로 생각하게 하는 기업의식과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저출산에 고개숙인 자본주의

    치열한 대학 입시 경쟁과 부동산값 폭등, 실질임금 하락으로 살아가는 게 여간 힘들지 않다는 당신. 이놈의 경쟁이 치열해진게 한없이 폭증하는 인구 때문이라고 보는가. 이 때문에 차마 내가 낄 틈이 없다고 느끼는가. 그래서 사람이 조금이라도 줄어들기를 바라는가. 착각이다. 지금의 우리 사회 주류인 베이비 붐 세대는 모른다. 저출산 문제가 얼마나 큰 재앙을 몰고 올지를. 미국의 인구 문제 전문가이자 ‘뉴 아메리카 재단’의 선임 연구원 필립 롱맨은 자신의 책 ‘텅빈 요람’(민음인 펴냄)에서 이렇게 경고한다. 저출산·고령화 문제가 얼마나 큰 파괴력을 지녔는지 조목조목 역설하는 그는 역사학, 인구 통계학, 경제학, 생물학, 여성학, 역학 등 다양한 분야를 총동원하며 종합적인 시각을 제시한다. 그는 묻는다. 체제적 약점을 복지 정책에 의존하고 있는 자본주의가 고령화 사회를 배겨낼 수 있을까. 날이 갈수록 높아지는 의료비와 연금이 그 비용들을 견뎌낼 수 있을까. 롱맨은 “현대 사회의 토대를 이루는 두 가지 신념 체계인 자본주의와 자유는 인구가 계속 증가할 것이란 확신 위에서야 가능한 이데올로기다. 지금과 같은 저출산·고령화가 지속된다면 체제 자체가 흔들리게 된다.”고 분석한다. 과학 기술로도 이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고 고개를 젓는다. 롱맨은 기술의 발달이 생산성을 개선해 노동력의 부족분을 메울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은 순진한 믿음에 불과하다고 일축한다. 자본주의와 기술 진보에 맹목적 신뢰를 하고 있는 우파 경제학, 복지 정책으로 삶의 질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좌파 경제학 모두 저출산 문제 앞에서는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근본적인 사고의 전환이 없다면 지구촌의 미래는 어둡다고 롱맨은 말한다. 그가 내놓는 대안은 간단하다. 적당한 출산율과 튼튼한 가정, 보다 생산적인 고령화에 희망을 건다. 치밀한 분석력에 비하면 대안은 상대적으로 ‘진부’하다. 이 석학조차 뚜렷한 대안이 없는 듯 해 미래가 더 암울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눈길을 끈다. “18세 이하 자녀를 둔 부모에게 근로소득세를 감면해주고 아이를 낳은 부모에게 실질적인 배당금을 보장해야 한다. 첨단 의료와 중증 질환 치료에 투자하는 비용을 줄이고 운동 장려와 식생활 개선으로 건강한 노년 생활을 유도, 건강 보험의 재정적 부담을 감소시켜야 한다.” 1만 4000원.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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