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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거노인 사랑잇기] (1부) 벼랑끝에 선 노인들 ①고령화의 그늘 ‘독거노인’

    [독거노인 사랑잇기] (1부) 벼랑끝에 선 노인들 ①고령화의 그늘 ‘독거노인’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 수준의 고령화를 보이면서 ‘독거노인’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전국의 65세 이상 노인 단독가구는 102만 1000가구에 이른다. 전체 가구의 6%를 차지하는 규모다. 이에 따른 문제가 점차 우리 사회의 시한폭탄처럼 되어가고 있다. 인구 고령화 못지않게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것.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20년 뒤에는 독거노인이 지금의 2배로 늘어나면서 10가구당 1가구가 노인 단독가구가 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우리가 독거노인들에게 관심을 갖고 그들을 돌볼 준비를 하지 않는다면 가까운 미래에 우리들이 독거노인이 돼 단절되고 고독하기 짝이 없는 삶을 살아야 한다. ●20년 뒤엔 독거노인 두배 늘어 통계청의 ‘장래가구추계’ 분석자료를 살펴보면 독거노인 수는 2010년 102만 1000가구에서 2020년 151만 2000가구로, 2030년에는 233만 8000가구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됐다. 전체 가구 가운데 노인 단독가구 비율도 2010년 6%이던 것이 2020년 8%, 2030년에는 11.8%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됐다. 65세 이상 노인 가운데 혼자 사는 노인 비율은 1994년 13.6%에서 2009년 20.1%로 16년 만에 7%포인트 가까이 늘어났다. 혼자 사는 노인이 급증한 데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인구고령화가 큰 영향을 미쳤다.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는 미국, 프랑스 등 선진국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8년 고령인구 비율이 14%에 도달해 ‘고령사회’가 되고 2028년에는 고령인구 비율이 20%로 ‘초고령사회’가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고령사회에서 초고령사회로 가는 데 불과 8년밖에 걸리지 않는다는 의미다. 하지만 프랑스는 39년, 미국은 21년, 이탈리아는 18년이 걸리는 것으로 분석됐다. 심지어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고령화 문제가 심각한 일본조차 12년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구 고령화와 더불어 심화된 핵가족화 현상도 독거노인의 증가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해 보건사회연구원이 중년층이 선호하는 거주 형태를 조사한 결과 베이비붐세대(46~55세)와 전후세대(56~59세)는 각각 93.2%, 92.8%가 ‘부부끼리 혹은 혼자 살고 싶다.’고 답했다. ‘자녀와 함께 살고 싶다.’고 답한 비율은 6%에 불과했다. 정경희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노년기에 부부끼리 생활하다가 배우자의 사망에 따라 독거의 형태로 전환되는 유형이 노년기의 주요 거주형태로 자리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절대 다수의 중년층이 부부끼리 혹은 혼자서 편안하게 여생을 보내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지만 실제 우리가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독거노인의 삶은 그리 안락하거나 안정돼 있지 않다. 2009년 11~12월 전국 65세 이상 노인 6745명에 대해 조사한 ‘2009년도 전국 노인학대 실태조사’ 자료에 따르면 독거노인 가운데 ‘친구가 없다.’고 답한 비율은 전체 조사 대상자의 41%에 달했다. ‘친구가 1명’이라는 응답자도 16.9%나 된 데 비해 ‘6명 이상’이라는 응답자 비율은 3.7%에 그쳤다. 독거노인 가운데 36%는 주2회 이상 단체활동에 참가하고 있었지만 전혀 참가하지 않는 비율도 25.8%에 달했다. 독거노인이 자녀와 접촉하는 빈도는 ‘주 1회 이상’이 69.5%로 가장 많았지만 8.6%는 3개월에 1회 이하로 접촉해 노인에 따라 편차가 매우 컸다. 독거노인들이 전체 노인에 비해 주변 인물이나 가족들로부터 제대로 부양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도 심각한 문제. 독거노인 가운데 정서적 부양을 받는 비율은 75.2%로 전체 노인의 79.7%에 비해 낮았다. 경제적인 도움을 받고 있는 비율도 84.2%로 전체노인의 91.4%보다 크게 낮은 수준이었다. 곽순헌 보건복지부 ‘독거노인 사랑잇기 TF’ 팀장은 “독거노인은 사회적인 관계가 취약해 정서적으로 고립될 수 있고, ‘고독사’할 가능성도 매우 높다.”면서 “전 사회적으로 돌봄문화를 확산시켜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강조했다. ●외로움에 몸서리치는 노인들 독거노인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등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2009년 통계청 사회조사에서 독거노인이 겪는 가장 큰 문제는 ‘경제적인 어려움’(43.6%)으로 나타났다. 독거노인 4명 가운데 3명은 전혀 노후 준비가 되어 있지 않고 미래에 자녀나 친지에게 의탁하는 것 외에는 대책이 없는 상태다. 독거노인 가운데 스스로 생활비를 마련하는 비율은 33.6%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자녀·친척(43.5%), 정부·사회단체(22.9%) 등에 의존하고 있다. 독거노인이 어려움을 겪는 또 다른 문제는 ‘건강’이다. 독거노인은 스스로 건강이 나쁘다고 생각하는 비율이 일반 노인보다 높다. 주변의 돌봄을 받지 못해 몸 건강이 좋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실제로 그렇다. 2008년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주관적인 건강상태를 조사한 결과, 독거노인의 61.8%가 “건강이 나쁘다.”고 답했다. 전체 노인 가운데 같은 응답 비율은 48.7%로 10%포인트 이상의 격차가 있었다. 반면 독거노인 가운데 “건강하다.”고 답한 비율은 12.8%로 전체노인(19.6%)보다 낮았다. 하지만 경제·건강문제는 일반 노인도 모두 중요한 문제로 인식하고 있어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독거노인과 일반 노인의 가장 큰 차이는 ‘외로움’이다. 2009년 통계청 사회조사에서 일반 노인의 4.4%가 외로움을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한 반면 독거노인은 9.5%가 외로움을 꼽았다. 외로움은 노인들의 만성적인 우울증과 직결될 수 있으며, 방치하면 자살로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문제다. 복지부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독거노인 돌봄서비스’를 도입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심지어 독거노인들은 식사를 하지 않거나 약을 챙겨 먹지 않아 몸이 좋지 않은데도 남의 도움을 거부하기도 한다. 자포자기의 상태에서 나타나는 ‘자기 방임’이다. 실제로 2009년 노인학대 실태조사에서 전체 노인의 자기 방임 경험률은 1.8%였지만 독거노인은 이의 2배에 가까운 3.2%로 집계됐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제 목소리 봉사, 작지만 큰 도움 되길”[동영상]

    “제 목소리 봉사, 작지만 큰 도움 되길”[동영상]

    “안녕하세요. 이덕홥니다. 독거노인종합지원센터에 전화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늘 건강하시고…. 좀 이상하죠? 마음에 안 드는데, 다른 톤으로 한번 더 합시다.” 지난달 24일 서울 동교동의 한 녹음실에서 귀에 익숙한 중년 남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국민탤런트’ 이덕화씨. 보건복지부의 독거노인 안부전화 사업인 ‘사랑잇는 전화’에 ‘목소리 봉사’로 기꺼이 참여하는 이씨를 만나 봉사에 참여하게 된 계기와 고령화에 대한 그의 생각들을 들어봤다. “부탁해요~.” 이덕화 이름 석 자를 들으면 그의 목소리가 자연스럽게 귓전에 울린다. 이씨가 이날 녹음실을 찾은 이유는 독거노인종합지원센터가 운영하는 콜센터의 안내멘트를 녹음하기 위해서다. 콜센터(1661-2129)로 전화를 걸어오는 노인들은 친숙한 그의 목소리와 함께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받게 된다. 이씨는 스스로를 “봉사라는 개념조차 몰랐던 사람”이라며 “내가 가진 작은 재능(목소리)을 나누는 것뿐”이라고 한껏 자신을 낮췄다. “연예인 봉사단체인 ‘100인 이사회’가 지난해 출범했는데, 그 무렵 최수종씨가 여기에 같이 동참하지 않겠느냐고 제의를 해왔어요. 솔직히 봉사의 참뜻도 모르고, 남의 일에 시선을 돌릴 경황도 없이 살아왔지만 봉사라는 게 굳이 거창하게 할 필요는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나눔행사에 제가 못 나갈 때는 다른 사람이 나가면 되고, 사람이 없으면 또 제가 하면 되고…. 독거노인 사업도 큰 부담감이나 가식 없이 있는 그대로 봉사하고 참여하기로 했습니다.” (사)좋은사회를 위한 100인 이사회는 대중문화예술인들이 주축이 된 연예인 나눔봉사단체다. 소외계층에 대한 봉사뿐만 아니라 공연 기부, 예술인 지원 등의 활동도 벌인다. 복지부 ‘독거노인 사랑잇기’ 사업의 후원단체이기도 하다. 인터뷰에 앞서 100인 이사회는 이씨가 이번 독거노인사랑잇기 사업의 홍보대사로 참여하는 것이 아님을 재차 강조했다. 대중의 사랑을 받는 연예인을 홍보대사로 ‘모시는’ 사회분위기 때문에 연예인이 ‘얼굴마담’으로만 여겨져서는 안 된다는 의미에서 한사코 이를 거절했다. “나눔의 의미도 모른다.”며 애써 자신을 낮췄지만 이번 ‘목소리 봉사’의 배경에는 노인세대를 바라보는 이씨의 애틋한 마음이 있었다. 30년 전, 자신이 타고 가던 오토바이가 버스와 충돌하는 대형 사고가 발생해 그가 생과 사의 고통을 겪었던 일은 잘 알려진 사실. 그 사고 때문에 전신이 망가져 무려 3년여 동안 병실에 누워 지내던 그는 당시 옆 병실에 입원 중이던 부친인 영화배우 고(故) 이예춘 옹의 임종을 바로 곁에서 지켜봐야 했다. 당시 아버지의 장례식을 치를 여유도, 능력도 없던 그에게 물심양면의 도움을 줬던 이들이 바로 선배 배우들이었다. “2년 전부터 한국 영화배우협회장을 맡고 있습니다. 전임인 배우 안성기씨만큼 제가 잘할 수 있을지도 고민스럽고, 부담도 됐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노인이 된 선배들에게 선친의 장례식 때 진 큰 빚을 조금이라도 갚는 일이라고 생각해 회장직을 맡았죠. 제가 부상으로 몸도 움직일 수 없을 때 선배들이 합심해서 장례를 치러 줬습니다. 그분들이 이제 다 노인이 되신 거죠. 요새 드라마 촬영장엘 가면 제가 최고령인데, 배우협회에 가면 제가 제일 어려요. 한국영화 초창기부터 활약했던 분들이 70세가 넘었는데, 이런 분들이 200여명이나 됩니다. 그분들 뵈면 한분, 한분 인사하느라 머리를 들 수가 없죠. 이런 모습이 고령화 사회의 한 단면 아니겠습니까.” 부친 세대 연기자들을 생각하는 그의 마음에 안타까움이 배어났다. 그런 그의 안타까움이 자연스레 노인들을 위한 봉사로 이어졌겠다 싶었다. “그런데 선배님들 생활이 그렇게 넉넉하지 않습니다. 이 분들 때문에 지금 한국영화가 있고, 드라마가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겉보기에 화려한 배우들의 노년이 이렇게 어려운데 다른 일반 노인들의 삶은 어떻겠습니까.” 선배 배우들의 소외된 현실을 털어놓으며 이씨는 “속이 상한다.”며 더욱 안타까워했다. 사실이 그랬다. 은막에서, 브라운관에서 화려한 모습만 보여줬지만 정작 자신들의 미래에는 투자할 수 없는 여건이었기 때문이다. 당시의 사회가 그랬고, 풍조 또한 그런 분위기였다는 것이다. “우리 선배 배우들은 자기 건강을 잘 안 돌봐서 그런지 단명하신 분이 꽤 많습니다. 그분들 보면 억울하고 속이 상합니다. 어떤 분은 배우협회에서 회비 얘기를 꺼내면 ‘10년 동안 출연 한번 한 영화가 없는데 어떻게 회비를 내냐.’고도 하십니다. 우리 선배들 중에는 가난한 독거노인과 생활이 크게 다르지 않은 분들도 많아요. 이렇게 어렵게 살다 돌아가신 분들 소식을 들으면 죄책감까지 느낍니다.” 선배 배우이자 부친인 이예춘 옹에 대한 안타까운 심정도 재차 전했다. ‘피아골’, ‘단종애사’, ‘살인마’ 등 300여편의 영화에 출연한 이 옹은 한국영화의 대표적인 성격파 배우로 당대를 풍미했다. “아버지는 제 옆 병실에서 돌아가셨습니다. 병실에 같이 앉아 있다가 들어가서 자겠다며 나가셨는데 갑자기 이상이 생기셨다고 어머니께서 말씀하시더군요. 그때 저는 걸을 수 없어서 벽을 짚고 아버지 병실까지 갔죠. 결국 돌아가셨지만 저는 당시 큰절로 아버지를 보내드리지도 못할 만큼 부상이 심각했습니다.” 그는 젊은 세대가 고령화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씨는 “젊은 배우들에게 ‘흔적도 없이 앞서 살아온 분들 때문에 우리가 여기까지 왔다’고 늘 강조한다.”면서 “혼자 살다가 고독사하는 노인들이 더 이상은 없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씨가 독거노인사랑잇기 사업에 참여할 수 있었던 또다른 이유는 바로 ‘목소리’ 때문이기도 하다. 중후함과 익살스러움을 동시에 가진 그만의 목소리는 어디에서 연유한 걸까. “제 아버지 목소리는 저보다 더 이상했어요(웃음). 외모도 변변치 않은 할리우드 배우들 중에는 스크린으로 보면 오히려 무게감이 있고 커 보이는 이들이 있어요. 이들의 공통점이 바로 목소리입니다. 저도 체격이 크진 않고, 인물도 뭐 별로지만 항상 목소리를 염두에 두고 연기생활을 했습니다. 이런 이유로 이렇게 목소리 녹음도 하게 됐고요.” 이제 앞으로 독거노인종합지원센터에 전화하는 전국의 노인들은 매일 이씨의 목소리를 듣게 된다. 이씨는 다시 한번 녹음된 자신의 목소리를 꼼꼼히 살펴 들은 후 녹음실을 나섰다. 그는 작은 봉사라고 했지만 그 울림은 결코 작지 않을 것이란 기대가 고개를 들었다. 그는 “작은 참여지만 이 사업에 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응원하며 예의 호방한 웃음을 웃었다. 안석기자 ccto@seoul.co.kr
  • 경기도내 결핵환자 3년새 524명 증가

    경기도내 결핵환자 3년새 524명 증가

    경기도 내 결핵 환자가 지난 3년간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가운데 10~20대와 70대 이상 노년층 비중이 여전히 많다. 1일 경기도2청에 따르면 결핵환자는 2008년 5187명에서 지난해 5711명으로 증가했다. ●70세 이상 노인도 증가 추세 연령별로는 지난해 발생한 결핵 환자 5711명 가운데 70세 이상 노인이 1132명이나 됐다. 이어 20~29세 913명, 10~19세 425명으로 청년층 결핵환자가 1338명이나 됐다. 특히 20~29세 환자는 2008년 907명, 2009년 942명으로 증가했다가 2010년 소폭 줄어들었을 뿐 지속적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또 70대 이상 노인의 경우 2008년 786명에서 2009년 808명, 2010년 1132명으로 오히려 늘었다. 이처럼 결핵환자가 증가하는 것은 청년층의 경우 PC방 이용이 잦은 연령층으로, 오염이 심한 밀폐된 공간에서 오래 지내는 데다, 특히 젊은 여성의 경우 심한 다이어트에 따른 체력 저하가 원인인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70세 이상은 가족과 떨어져 혼자 생활하는 홀몸 노인의 증가로, 건강관리에 소홀해 면역력이 떨어져 쉽게 감염되기 때문이다. 호흡기 질환인 결핵의 경우 좁고 밀폐된 공간에서 긴 시간을 보내거나 체력과 면역력이 저하됐을 때 잘 전염된다. 하지만 결핵환자의 경우 치료기간이 6개월 이상으로 장기간인 데다 매일 20알이 넘는 약을 복용해야 하는 어려움 때문에 치료를 중간에 포기하는 환자들이 늘고 있다. ●올부터 취약계층 결핵검진 확대 이에 따라 경기도2청은 올해부터 결핵 환자 접촉자와 취약계층에 대한 검진을 확대하는 등 결핵환자 조기발견 체계를 강화할 방침이다. 또 선진국의 경우처럼 민간의료기관에서 1대1 전담간호사를 확대 배치해 치료관리 체계를 촘촘하게 구축하고, 입원·치료비 지원 등으로 부담을 덜어 줄 계획이다. 경기도2청 보건위생담당관실 김인애 담당은 “결핵이 완치 가능한 전염병인 데도 불구하고, 치료 포기로 확산되고 있어 대책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한결핵협회 관계자는 “과거 결핵은 면역력이 갑자기 떨어지는 40대에서 크게 발병했지만 최근 추세가 바뀌고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한국 OECD 국가중 발병률 최고 결핵환자 증가세는 전국적인 현상으로, 2009년(2010년 자료는 집계 중)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회원국 중 인구 10만명당 발생률 90명, 사망률 8.3명으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연령별로는 60세 이상 노령층에서 신고 환자율이 인구 10만명당 166.3명으로 가장 높고, 20대 신고 신환자율이 10만명당 81.6명으로 뒤를 잇는 후진국형을 벗어나지 못했다. 장충식기자 jjang@seoul.co.kr
  • 경북 군위군, ㈜진로와 지역 홍보나서

    ‘삼국유사의 고장’ 경북 군위군이 소주 대표 브랜드인 ‘참이슬’을 통해 전국에 홍보된다. 장욱 군위군수는 28일 군청 회의실에서 ㈜진로(대표 윤종웅)와 홍보 마케팅 업무협약(MOU)을 교환했다. 자치단체가 소주업체와 손잡고 지역 홍보에 나선 것은 전국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그동안 진로는 보령머드축제 등 전국 자치단체가 개최하는 각종 축제를 ‘참이슬’ 병소주를 통해 홍보하는 정도에 그쳤다. 이날 협약에 따라 군위군은 군의 각종 홍보 인쇄물과 현수막에 진로 로고를 새겨 기업 이미지를 홍보하고, 진로는 1차로 ‘참이슬’ 병소주 300만병의 보조 상표(백라벨)에 군위군의 도시 브랜드인 ‘삼국유사의 고장 군위’ 홍보 문구를 넣어 전국에 유통시키기로 했다. 군위군 관계자는 “협약을 통해 많은 예산을 들이지 않고 군위를 전국에 홍보하게 됐다.”고 말했다. 진로 관계자는 “소주 보조상표를 통해 자치단체의 축제를 홍보한 결과 반응이 좋아 단순 축제를 벗어나 시·군 자체에 대한 홍보를 시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고려 후기의 고승으로 경북 경산에서 출생한 일연(1206∼1289) 스님은 노년에 어머니를 모시고 군위 인각사에 머물면서 삼국유사(국보 제306호)를 편찬(1281년)한 뒤 그곳에서 입적했다. 군위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청춘, 정의를 꺾다] “24살은 오전 7시12분… 청춘이여, 이제 시작이다”

    [청춘, 정의를 꺾다] “24살은 오전 7시12분… 청춘이여, 이제 시작이다”

    김난도 교수 책상 위에는 가지 않는 탁상시계가 있다. 고장 난 게 아니라 그가 일부러 건전지를 빼둔 것. 매년 생일이 되면 김 교수는 18분씩 앞으로 시곗바늘을 옮긴다. 사람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를 24시간에 비유하고, 한국인의 평균수명을 80살쯤 된다 치면, 1년은 24시간 가운데 고작 18분이다. 김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80살 가운데 24살은 24시간 중 아침 7시 12분에 해당한다. 어떤 사람은 일어났고, 어떤 사람은 아직 일어나지도 않았을 시간이다. 노년을 준비하는 60살은 저녁 6시다. 붉은 노을이 내려앉는 6시 이후에도 엄청나게 새로운 세상이 기다리는 것이다. 김 교수는 20대들을 향해 “아직 많이 남았다. 아침 7시에 일이 조금 늦어졌다고 하루 전체가 끝장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라고 힘주어 말한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굿모닝 닥터] 발기부전에 대한 오해

    아직도 많은 남성들이 나이 들면 당연히 발기부전이 온다고 여긴다. 물론 다 맞는 말이 아니다. 한 연구에 따르면 70대 남성 42%가 1주일에 1회 이상 성행위를 한다고 보고됐다. 국내에서도 많은 노년 부부들이 성에 관심이 많을뿐더러 지속적인 성생활을 원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노년에 들면 발기부전을 경험하는 환자가 느는 건 사실이다. 당뇨병·고혈압·심장병 등 발기부전의 원인 질환에 노출될 가능성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즉, 고령은 발기부전의 위험인자 중 하나일 뿐 이것이 항상 발기부전을 초래하는 것은 아니다. 이런 발기부전은 다양한 원인만큼 선택할 수 있는 치료법도 많다. 이 가운데 경구용 치료제는 자연발기와 유사하고, 사용이 간편해 모두에게 환영받고 있다.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발기부전 치료제를 ‘정력증강제’라고 인식한다는 점이다. 이런 약을 전문의의 진료나 처방 없이 단순한 정력 증강용으로 사용하다가는 뜻밖에 생명까지 위협하는 부작용을 경험할 수 있다. 인터넷 등을 통해 공급하는 수많은 약제들은 대부분 가짜로, 별 효과가 없거나 구토·설사·폐 손상·청색증·심장마비·근육 결림 등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발기부전을 치료하기 위한 방법은 많지만 일상적인 운동으로도 상당한 효과를 볼 수 있다. 운동을 하면 남성호르몬 분비가 촉진되고, 성욕이 왕성해지며, 고혈압과 비만을 예방해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회음부를 지속적으로 압박하는 자전거 타기, 승마나 장시간의 운전은 치료에 나쁜 영향을 끼치기 쉬우므로 조심해야 한다. 흡연과 과음도 마찬가지다. 발기부전 치료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전문의의 정확한 진단과 치료다. 따라서 성기능에 문제가 있다면 주저 없이 비뇨기과를 찾아야 한다. 이는 삶의 질과 관련된 문제로, 부끄럽다고 숨기기만 해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이형래 강동경희대병원 비뇨기과 교수
  • [책꽂이]

    ●우등생 자기주도 학습법(백종화 지음, 아주좋은날 펴냄) 엷은 귀로 조바심내는 부모는 무관심한 부모만 못하다. 아동학 박사인 저자는 아이를 땅속에서 성장하다가 4년이 지나서야 죽순으로 삐죽 솟는 대나무에 비유하면서 꾸준하게 즐기며 공부할 수 있는 마음가짐을 부모 스스로 갖출 것을 강조한다. 그리고 아이와 신뢰관계 갖기, 좌절하지 않도록 도움주기, 효과적으로 칭찬하기 등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습관을 갖도록 도울 수 있는 ‘자기주도 학습 5단계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1만 2000원. ●인도, 끓다(이재강 지음, 지식의숲 펴냄) 여행과 명상의 나라로만 알려져 있는 인도의 정치사회적 실체를 보여준다. 뭄바이 테러, 칸다말 학살 등을 직접 취재한 생생한 기록이 담겼다. 정치적 대립, 종교 갈등, 카스트제 차별 등 신비한 영적 이미지 안에 들어 있는 인도의 생생한 실체를 가감 없이 전달하고 있다. 인도가 신의 나라만이 아닌, 사람이 사는 나라임을 확인시켜준다. 1만 3500원. ●구글 완전 활용법(강재욱·김응석·신호승·양재봉 지음, 이지스퍼블리싱 펴냄) 외국어를 못해도 일본, 러시아, 중국, 미국의 사업 파트너와 번역 로봇을 통해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사내 인트라넷도 무료로 만들 수 있다. 웹사이트 만들기도 클릭 네번이면 충분하다. 외국 사이트 검색 기능도 척척이다. 제목 그대로 구글을 제대로 쓰는 법에 대한 설명서다. 1만 6000원. ●가위이야기(최정아 지음, 고즈윈 펴냄) 20년 동안 미용실에서 머리를 만져온 이가 쓴 산문집이다. 오랜 시간 한 직업에 천착한 이가 보여줄 수 있는 핍진함이 문장마다 서려 있다. 때로는 미용 가위의 입을 빌려, 때로는 매만져지는 머리카락을 빌려 삶과 사랑, 유년의 기억과 가족의 얘기를 풀어간다. 소박한 생활의 아름다움이 잔잔히 전달된다. 9500원. ●사랑을 디자인하다(김희성 지음, 금빛날개 펴냄) 군산대 산업디자인학과 교수이며 한국디자인산업 1세대인 저자가 쓴 자전적 소설이다. 청춘 시절에서 노년에 이르기까지 사랑의 여러 형태를 자신과 주변 이야기를 버무려 풀어간다. 40대에 문득 찾아온 사랑, 육촌 동생에게 품었던 연심, 교수와 제자의 사랑, 마도로스와의 사랑 등이 풋풋함과 금기의 영역을 넘나들며 펼쳐진다. 1만 5000원.
  • [보고 듣고 즐기세요]

    대중음악 ●어쿠스틱카페 내한공연 새달 5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쓰루 노리히로(바이올린·키보드), 나카무라 유리코(피아노), 마에다 요시히코(첼로) 등 3인으로 구성된 뉴에이지 연주그룹. 3만~10만원. (02)338-3513 ●2011년 김광석 다시 부르기 콘서트 새달 12일 오후 4시, 7시 30분 서울 대현동 이화여대 대강당. 고(故) 김광석을 그리워 하는 4CUS(박학기, 가인봉, 박승화, 이동은), 바비킴, 이적, 동물원, 유리상자, 나무자전거 등 수많은 선후배 동료 가수들이 그를 기억하고자 연 대규모 콘서트 서울 공연. 7만 7000원. 1544-1555 ●싸이의 소극장스탠드 10주년 한정판 새달 10~20일 서울 신수동 서강대 메리홀. 데뷔 이후 처음 소극장 공연에 도전하는 가수 싸이의 공연. 9만 9000원. (02)333-3753 국악·클래식 ●안숙선·김덕수의 ‘공감’(共感) 29일 오후 5시 인천 십정동 부평아트센터. 우리 시대 최고의 명창 안숙선(판소리)과 사물놀이를 세계에 알린 명인 김덕수의 협연. 2만 5000~3만원. (032)500-2000 ●2011 꿈의 숲 세시풍속전-사물광대 신년맞이 ‘떼이루’ 새달 3일 오후 3시 서울 번동 꿈의숲 아트센터 퍼포먼스홀. 김한복(징), 박안지(꽹과리), 신찬선(장고), 장현진(북)이 모인 ‘사물광대’는 1988년 김덕수패 사물놀이로부터 ‘사물광대’라는 이름을 부여받고 활동 시작. ‘떼이루’는 모이라는 뜻의 신라시대 방언. 1만원. (02)2289-5401 미술·전시 ●한글 디자인 명인전 새달 1일까지. 서울 인사동 토포하우스. 전각 작가 정병례·핸드백 디자이너 이건만·패션디자이너 이상봉·도예가 전병근이 한글 디자인을 이용한 ‘4인4색’의 작품 출품. (02)733-7555 ●인세인 박전 새달 20일까지. 서울 소격동 아라리오갤러리. 케이블 전선으로 회화적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신진작가 인세인 박(Insane Park)의 작품을 전시. (02)723-6190 연극·뮤지컬 ●연극 해님지고 달님안고 새달 10일부터 27일까지 서울 대학로 문화공간 이다2. 늙은 아버지와 단둘이 살아가는 아이가 아버지의 구속과 집착에서 벗어나 바깥세상으로 나가는 과정을 담았다. 2007년 국립극장 창작공모전에 당선된 동이향 작가의 작품이다. 2만 5000원.(02)762-0010 ●뮤지컬 미션 새달 2일부터 26일까지 서울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18세기 식민지 영토분쟁의 중심이었던 남아메리카를 배경으로 했다. 예수회 신부들이 아순시온 지역의 원주민 과라니족을 대상으로 선교활동 중 생기는 종교, 인종, 사상을 뛰어넘는 감동을 전하는 영화 미션을 뮤지컬화 한 작품. 6만~20만원. (02)525-1621 ●연극 늘근도둑이야기 새달 2일부터 26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학생에서부터 노년층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관객층을 아우르며 큰 호응을 이끌어 낸 차이무의 대표적인 레퍼토리 작품으로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최고의 시사코미디 연극. 3만 5000원. (02)762-0010
  • [길섶에서] 언어목록/주병철 논설위원

    지인이 느닷없이 물었다. 언어목록이 뭔지 아느냐고. 고개를 갸우뚱하니 다른 사람과 소통은 잘하느냐며 핀잔을 준다. 인터넷을 뒤져봤다. 언어목록의 사전적 의미는 가나다순, 또는 사용 문자의 목록을 뜻한다고 돼 있다. 하지만 지인이 말한 언어목록의 의미는 달랐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사람마다 각자가 자주 쓰는 독특한 언어 영역이 있단다. 그 영역이 그 사람만의 언어목록이라는 것. 그런데 계층별, 남녀노소별로 구사하는 언어 영역은 천차만별일 터. 기성세대의 언어목록에는 한자나 진부한 단어 등이 두드러지고, 젊은 세대는 ‘인터넷 용어’가 많을 게다. 연령대와 학력, 직업, 성별, 지역, 성격, 기호 등의 정보가 가득 담겨 있는 게 언어목록이란 얘기. 그래서 누구와 소통을 하려면 그 사람에 대한 언어목록을 꼭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는 지인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젊은 층과 대화할 때 노년층의 언어목록을 들이대서는 안 되는 것처럼. 소통에도 꽤 노력이 필요함을 일깨워준다. 주병철 논설위원 bcjoo@seoul.co.kr
  • 2명중 1명 “배우자 부모 가족 아니다” 제2차 가족실태조사

    2명중 1명 “배우자 부모 가족 아니다” 제2차 가족실태조사

    한국인 둘 가운데 한명은 시부모와 장인, 장모는 가족이 아니라고 인식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형제자매를 가족 범주에 포함시킬 수 없다고 생각하는 이들의 비율도 크게 증가했다. 현행 민법 제779조에 따르면 가족의 범위는 ‘배우자, 직계혈족 및 형제자매, 생계를 같이하는 직계혈족의 배우자, 배우자의 직계혈족 및 배우자의 형제자매’로 규정돼 있다. 여성가족부는 24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제2차 가족실태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10월 대구대학교가 전국 2500가구의 만 15세 이상 4754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이뤄졌다. 조사에 따르면 가족의 범위에 대한 인식이 눈에 띄게 달라졌다. 자신의 부모를 가족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77.6%로, 2005년 1차 조사 때의 92.8%에 비해 급감했다. 또 응답자의 50.5%만이 “배우자의 부모도 내 가족”이라고 대답했다. 5년 전인 2005년 1차 가족실태조사 때는 79.2%였다. 형제자매를 가족의 범주에 넣지 않는다는 답변도 5년새 크게 늘었다. 자신의 형제자매를 가족이라고 답한 이는 63.4%(1차 81.2%), 배우자의 형제자매를 가족으로 보는 경우는 29.6%(1차 54.0%)로 모두 급감했다. 여가부 이복실 청소년가족정책실장은 “핵가족화가 급격히 진행되면서 시동생이나 처형, 처남, 처제를 가족범위에 포함시키지 않는 등 가족의 범위를 좁게 인식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고 설명했다. 응답자의 72.7%는 노후를 누구와 지내고 싶은지를 묻는 질문에 ‘배우자와 단둘이’라고 답해 노후를 자녀에게 의존하려는 전통적 사고방식이 크게 달라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배우자와 단둘이 노년을 보내기를 희망하는 쪽은 남성(79.0%)이 여성(66.6%)보다 많았다. 행복의 조건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남녀 모두 건강(67.6%)과 돈(47.3%)을 우선적으로 꼽았다. 반면 세 번째 조건으로는 남성은 일(30.3%), 여성은 자녀(22.5%)라고 답해 가족 내 기존의 성별 역할이 여전히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노인질환 막고 건강하게 늙는 법

    노인질환 막고 건강하게 늙는 법

    누구나 노년(年)은 온다. 또 누구나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어한다. 모두가 꿈꾸는 무병장수(無病長壽)의 길, 방법은 없을까. 평균수명이 길어지면서 병 없이 사는 ‘건강 수명 늘리기’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늘어난 평균 수명만큼 치매, 암, 뇌졸중 같은 각종 노화 관련 질병의 고통을 겪는 노인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노인성 질환을 겪는 환자수는 최근 5년간 무려 2배의 증가율을 보였다. 최첨단의 현대 의학으로도 자연의 순리, 노화를 막을 길은 없다. 하지만 본인의 몸 상태를 알고, 적절한 관리를 할 경우 노인성질환의 속도를 늦추거나 합병증으로 인한 큰 질병을 예방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노화의 원인을 밝히고, 알맞은 건강요법을 찾아 외적인 관리를 병행하는 것이 관건이다. 무엇보다 일찍부터, 꾸준히 건강관리를 시작하는 것이 핵심이다. EBS ‘명의’는 21일 건강한 노년을 위한 길을 안내한다. 가정의학과 전문의 이덕철 교수를 통해 노인성 질환을 막고 건강하게 늙는 방법, 즉 노화방지의학에 대해 알아본다. 밤 9시 50분. 노화에 따른 변화는 살아온 흔적이자 세월의 무늬이다. 각자 살아온 방식이나 생활습관이 다르듯 노화로 인한 질병 역시 각기 다른 형태로 나타나기 마련이다. 환자에 따라 치료 방법이 다를 수밖에 없다. 노화로 인한 퇴행성 질환의 치료는 외과적인 수술로 단번에 해결되는 질병이 아니다. 변하는 몸 상태에 따라 그때 그때 처방과 관리를 달리한다. 노화방지의학 의사들을 ‘평생주치의’라고 말하는 이유다. 가정의학과 전문의 이덕철 교수는 환자의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 환자의 이야기를 빠짐없이 듣는데 열중하는 편이다. 가끔은 점심까지 거를 정도다. 그의 노력은 환자에 대한 맞춤형 관리 치료로 이어진다. 환자들의 평생 주치의를 자처하는 이 교수는 “젊어진다는 것은 단순히 신체적인 젊음만을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몸과 마음을 컨트롤 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삶을 더 긍정적으로 바꾸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한다. 즉, 자신의 신체나이에 입각해 건강한 삶을 더욱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도록 힘쓰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젊어지는 비결이라는 것. 이 교수는 ‘명의’에서 이에 대한 올바른 방법을 제시하며 노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면서도 건강한 노년을 영위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한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ℓ당 178원 저렴…통큰 마트 주유소

    ℓ당 178원 저렴…통큰 마트 주유소

    30대 직장인 장승민(서울 가락동)씨는 매달 한두번 경기 성남시 분당 처가에 갈 때마다 구미동 농협하나로클럽 구미점에서 장을 본다. 그곳 농산물의 품질이 월등히 좋아서가 아니다. 마트 주유소를 이용하기 위해서다. 장씨는 “기름값이 비싼 분당은 물론 송파구보다도 ℓ당 100원 정도 싸게 기름을 넣을 수 있다.”면서 “셀프 주유도 그리 어렵지 않아 돈을 쓰고도 번 느낌”이라고 말했다. 최근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치솟으면서 대형마트 주유소가 주목을 받고 있다. 주변 지역보다 ℓ당 최대 200원 가까이 저렴하게 기름을 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무폴’ 주유소 역시 값싼 제품을 무기로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그러나 마트 주유소가 주변 주유소와 상권을 황폐화시키면서 자칫 ‘통큰 주유소’ 논란을 촉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주변 상권 흡수 블랙홀 논란 우려 17일 한국석유공사와 정유업계 등에 따르면 전국의 마트 주유소는 10곳. 각각 ▲신세계 이마트(기흥·통영·포항·구미·군산) 5곳 ▲농협 하나로클럽(양재·성남·고양) 3곳 ▲롯데마트(수지·구미) 2곳 등이다. 이마트 주유소는 SK에너지, 롯데마트 주유소는 S-오일이 각각 제품을 공급한다. 하나로클럽 성남과 고양점은 농협 자체 상표 제품을, 양재점은 현대오일뱅크 제품을 취급한다. 이 가운데 농협하나로클럽 구미점 주유소의 경우 이날 일반휘발유 가격은 ℓ당 1788원, 경유는 1567원. 분당구 평균 가격인 휘발유 1954원, 경유 1745원보다 각각 166원, 178원이나 싸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입찰을 통해 저렴한 유류 제품을 사들이고, 임대료가 거의 안 든다는 게 장점”이라면서 “손해만 안 날 정도로 거의 원가에 판다.”고 말했다. 전국적으로도 마트 주유소는 인근 지역보다 ℓ당 ▲휘발유 13~166원 ▲경유 15~178원 싸게 판다. 휘발유 가격이 50원 이상 싼 마트 주유소도 8곳에 달한다. 마트 주유소의 판매 물량은 일반 주유소를 훌쩍 넘어선다. 지난해 12월 하나로클럽 구미점과 양재점 주유소의 유류제품 판매 물량은 각각 9000드럼(180만ℓ), 6000드럼(120만ℓ)에 달했다. 서울 지역 주유소 평균인 2000드럼의 각각 4.5배, 3배 수준이다. ●정부 무폴 주유소 정품검사·인가 방침 특정 정유사와 공급 계약을 맺지 않고 운영하는 일명 무폴 주유소도 주목받고 있다. 정유사 제휴 할인 등은 제공하지 못하지만 휘발유 등을 싸게 들여와 싸게 판다는 장점을 내세운다. 이날 무폴 주유소의 전국 휘발유값 평균은 ℓ당 1794.09원으로 GS칼텍스의 1832.41원 대비 38.32원이나 저렴했다. 마트 주유소와 무폴 주유소는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 13일 정부가 발표한 물가 대책에 특별시·광역시 내 대규모 점포·주유소 간 거리 제한 금지 조항이 포함된 덕분이다. 무폴 주유소에 대해서도 정품 휘발유 검사를 실시, 보증 마크를 인가할 방침이다. 그러나 반대 의견도 만만찮다. 마트 주유소가 고객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면서 인근 주유소뿐 아니라 지역 상권에 막대한 타격을 입힌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싼 기름값을 미끼로 고객을 끌어들이려는 ‘미끼상품 판매전략’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울산 남구와 전북 전주 등에서 마트 주유소 설립에 대해 지역 상인들은 물론 관할 관청이 반대 의사를 밝히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셀프 주유소의 확대 역시 노년층의 주유원 취업 확대라는 정부 정책과도 배치된다. 주유소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물가를 조금 낮췄다고 국민에게 생색을 내기 위해 중소 지역상인들의 생존권을 나 몰라라 하고 있는 셈”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무폴 주유소를 한달에 한번 정도 점검해서 가짜 휘발유 관행을 뿌리 뽑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충남, 올해 63개 경로당 조성

    충남도는 올해 63개를 비롯해 2014년까지 213개 경로당을 증·개축한 뒤 경로식당 등 ‘행복경로당 조성사업’을 펼친다고 16일 밝혔다. 우선 경로당에 다목적공간을 만들어 스포츠댄스, 생활체조, 노래교실, 마사지 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진료실을 갖춰 공중보건의와 간호사들이 목요일마다 찾아가 노인들의 건강상태를 살피도록 한다. 경로당에 ‘무료경로식당’을 설치하고 컴퓨터와 노년신문도 보급된다. 거동이 불편한 60세 이상 저소득 노인을 상대로 ‘식사배달사업’도 한다. 또 홀몸노인을 위해 이동빨래차와 목욕차도 운영한다. 가정에 경보시스템을 설치해 주는 ‘독거노인 응급안전 돌보미사업’도 서산시와 부여군 내 3600가구에서 올해 태안군을 추가해 4300가구로 확대한다. 농어촌지역 노인들이 밤에 교통사고를 당하지 않도록 야광조끼와 야광팔찌, 야광모자 등 교통안전장구를 제공하는 사업도 마련했다. 박남신 도 노인복지계장은 “농어촌에 홀로 사는 어르신이 급증해 이런 시책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대전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요미우리 잔류한 ‘영원의 풀스윙’ 오가사와라

    요미우리 잔류한 ‘영원의 풀스윙’ 오가사와라

    2010 시즌을 끝으로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었던 오가사와라 미치히로(요미우리)는 일본선수들 가운데 최고 연봉을 받는 선수다. 2006년 FA를 통해 니혼햄에서 요미우리 유니폼으로 갈아 입었던 오가사와라는 2010 시즌 이후 다시 FA 자격을 획득했지만 권리를 행사하지 않고 5,000만엔이 인상된 4억 3천만엔(2년)에 연봉 계약을 했다. 프로입단 15년만에 일본 최고 연봉선수가 된 오가사와라는 그의 환상적인 스윙만큼이나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는 선수다. 한때 이승엽(오릭스)의 동료로서 그리고 니혼햄 시절 멋들어진 그의 콧수염은 강한 카리스마를 느끼게 할만큼 매혹적인 이미지를 자랑했었다. 오가사와라는 현역선수들 가운데 통산 타율(2천타수 기준) 2위(.316), 또한 앞으로 11개의 안타만 더 생산하면 ‘명구회’ 입회자격의 기준이 되는 2천안타를 기록하게 된다. 이 기록은 부상이 없는한 4월중에 달성될 것이 유력하다. 오가사와라는 근래에 보기 드문 독특한 타법을 지닌 타자다. 어떻게 보면 현시대의 일본프로야구 기준에서는 ‘이단아’라고 불려도 틀린말이 아닐 정도다. 타격은 경기상황에 맞게, 또는 타자자신의 볼카운트 유불리 유무에 따라 달라지는게 보통이다. 개념이 애매모호한 ‘팀배팅’이란 것은 팀을 이롭게 하는 타격방법이지만 오가사와라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자신의 스윙을 가져간다. 그가 ‘미스터 풀스윙’이란 형식파괴의 별명을 얻을수 있었던 것도 보편적인 일본야구 문화를 감안하면 있을수 없는 타격방법이다. 베테랑 선수라면 그럴수도 있겠지만 오가사와라는 신인시절부터 남다른 면모가 있었다. 즉, 어떠한 상황에서도 자신의 스윙을 마음껏 하라는 스승의 가르침을 신인때부터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오가사와라가 니혼햄 파이터스에 입단했을 당시 이팀의 타격코치는 가토 히데지였다. 가토는 1975년 퍼시픽리그 MVP를 수상했던 강타자 출신으로 1970년대 한큐 브레이브스(현 오릭스 버팔로스)의 황금시대를 이끌었던 주역중 한명이다. 현역시절의 가토 역시 타석에서 온몸을 다 불사른다는 느낌이 들만큼 큰 스윙을 했던 선수다. 니혼햄 신인시절 오가사와라는 주로 2번타순에 들어서는 선수였지만 번트를 대지 않았던 선수로도 유명했다. 가토의 주문때문이었는데 일본야구의 스타일을 감안하면 선두타자 출루 후 2번타자에게 번트를 대게 하지 않는다는 것은 당시만 해도 흔한 일이 아니었다. 사회인야구를 거치며 늦게 프로에 데뷔한 오가사와라는 알루미늄 배트가 아닌 나무배트에 대한 적응이 유독 뒤떨어졌던 선수였다. 제대로 맞았다고 생각했던 타구가 생각보다 뻗어나가지 않자 고민에 쌓였고 그 과정에서 가토 코치의 지도는 오가사와라를 전혀 다른 타자로 탈바꿈시킨 장본인중에 한명이다. 오가사와라가 니혼햄에 입단 했을 당시 이팀에는 일본프로야구의 전설 오치아이 히로미츠(현 주니치 감독)가 노년기를 보내고 있었다. 말 만들기 좋아하는 일본답게 오치아이의 타격은 ‘신주타법’ 또는 큰 스윙의 궤적의 오치아이를 보고 ‘도어스윙’이라 칭했다. 도어스윙은 마치 빌딩의 큰 출입문을 여는것처럼 스윙궤적을 크게 가져가는 스타일을 일컫는다. 또한 오치아이는 타격준비자세도 매우 독특했다. 배트를 쥔 손을 앞으로 길게 빼면서 공을 기다렸는데 지금 오가사와라의 준비자세와도 매우 흡사하다. 항간에서는 당시 신인이었던 오가사와라가 대타자 오치아이의 영향을 받아 이러한 타격스타일을 고수했다고 하는데 명확히 확인할 방법은 없다. 다만 같은 팀에서 생활하다 보면 알게 모르게 보고 배우는 것이 있을거란 추측만 할 뿐이다. 현역시절 오치아이는 그의 독특한 타격폼으로 많은 선배들로부터 혹평을 받았었다. “오레류” 즉, 자기만의 독특한 타격스타일을 내세우며 주류 선수들과 거리를 두기도 했던 오치아이는 선수의 평가에 있어서 기록으로만 가치를 인정하는 것이 싫어 명구회 입회자격이 있음에도 거부한걸로 알려져 있다. 오가사와라의 독특한 타격스타일이 탄생하기까지 아마도 오치아이의 이러한 전례가 있었기 때문에 개성넘치는 타격스타일을 마음껏 발휘할수 있었지 않았나 싶다. 어디에나 선구자가 성공하면 그 다음부터는 비판이 사라지게 마련이다. 참고로 올 시즌부터 이승엽과 박찬호가 뛰게 될 오릭스의 코토 미츠타카도 소위 말하는 ‘신주타법’ 스타일이다. 타격은 정답이 없다. 여러가지 방법과 스타일은 있겠지만 그것은 ‘선수에게 가장 편한 자세가 정석’이란 귀결점의 한 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오가사와라는 비록 여타의 선수들과는 전혀 다른 극단적인 풀스윙을 하고 있지만 2000년대 최고타자가 됐기에 이것은 곧 정답이라 불려도 무방하다는 뜻이다. 올해부터 오가사와라는 3루 포지션을 버리고 1루수로 완전히 돌아선다. 와이프와 팬들에겐 한없이 공손하지만 타석에서 보여주는 그의 화끈한 스윙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일본의 어느 야구평론가는 오가사와라를 가리켜 ‘영원의 풀스윙’라 칭했다. 혼이 담긴 그의 스윙을 보노라면 매우 적절한, 그리고 그의 근성까지 더한다면 최고의 표현이 아닐까 싶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해외야구통신원 윤석구 http://hitting.kr/
  • [길섶에서] 100세 시대/김종면 논설위원

    인간은 아무리 늙어도 심장이 뛰고 피가 돈다. 신체나이가 청년인 파파노인도 있다. 100세 시대가 곧 다가온다니 장수만세를 부르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살아지는 대로 사는 오래된 육체란 구차할 뿐. 건강한 정신이 똬리를 틀어야 온전한 노년의 삶을 살아낼 수 있다. 오늘 한 토막 뉴스가 나를 우울하게 한다. 노인 남성 열명 중 한명이 ‘봄’을 산 경험이 있다는 것이다. ‘배꼽 아래 검은 꽃’ 핀 노인이 크게 늘었다는 건 이미 구문이다. 본능 앞에 두손 드는 인간이란 얼마나 얄궂은 존재인가. 인생의 깔딱고개를 어떻게 넘어야 할까. 많은 이들이 고령화사회, 아니 고령사회를 말하지만 오래 사는 사람만 오래 산다. 여전히 대문 밖이 저승이다. 죽음을 기억하라. 왜 우리 사회에 이렇게 노인의 성(性)이 넘치는가. 세상에 누군가 있어 함께 온기를 나누며 늙어갈 수만 있다면…. 그대가 있어 한세상 잘 살다 갑니다, 그 정도 얘기하고 떠날 수 있으면 행복 아닌가. 비우면 채워지고 버리면 얻는다. 텅빈 충만으로 가는 길이다. 김종면 논설위원 jmkim@seoul.co.kr
  • [서울신문 2011 신춘문예-평론 당선작] ‘아비 되기’를 바라보는 이중의 시선-박민규 소설 다시 읽기/허진

    1 아들은 아버지가 된다 ‘오감도’ 시 제2호에서 이상은 “나는왜드디어나와나의아버지와나의아버지의아버지와나의아버지의아버지의아버지노릇을한꺼번에하면서살아야하는것이냐”라고 토로했다. 이상의 토로는 세상의 모든 아들들이 한번쯤 맞닥뜨리게 되는 고민을 보여 준다. 그 고민은 ‘나도 언젠가 아버지가 된다’는 것이다. 아버지가 된다는 것은 단순히 자신을 닮은 자식을 낳아 기르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세상이 제시한 규범에 자신을 맞추고, 세상의 질서에 동화되어 가는 일련의 과정을 포괄한다. 그 과정에서 아들은 자아를 억압하고 순치하는 법을 배우게 되고, 자아가 찢기고 쪼개지고 일그러지는 고통을 경험하게 된다. 박민규의 소설은 그러한 ‘아비 되기’의 문제를 정면에서 다루고 있다. ‘아비 되기’의 관점에서 박민규 소설의 서사를 재배열하면, 세상에게 “닥쳐 개새끼야!”라는 말을 서슴지 않고 했던 ‘나’(‘고마워, 과연 너구리야’, 50쪽)가 학창 시절 여러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다가(‘그렇습니까? 기린입니다’) 맞벌이를 해서 “한국의 표준이라 봐도 무방한 34평 아파트”를 마련하고(‘코리언 스탠더즈’, 183쪽), 그 집을 팔아 자식들에게 돈을 마련해준 뒤(‘누런 강 배 한 척’) 요양원에 들어가 사랑했던 여인에게 “아버지… 일어나요, 예?”라는 말을 들으며 죽음을 맞이하는(‘낮잠’, 200쪽) 시간적 스펙트럼이 도출된다. 그 시간적 스펙트럼을 아비의 질서와 규율을 내면화하고, 그에 맞게 자아를 변형시키는 ‘아비 되기’의 과정이라고 불러도 좋을 것이다. 박민규의 소설은 그러한 ‘아비 되기’의 과정에서 분열되고 일그러지는 주체의 모습을 보여 준다. 박민규 소설의 인물들은 ‘아비 되기’에 대해 이중적인 입장을 취한다. 그들은 한편으로는 ‘아비 되기’를 받아들이고 아비로 살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아비의 세계를 부정하며 그 세계의 전복을 꿈꾼다. 박민규가 종종 구사하는 모순적인 문장은 그러한 분열의 징후를 보여 주는 단서이다. ⑴ 서늘한 창에 이마를 맞대고서 나는 빨리 고등학생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빨리 중년이 되고 노인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아니 빨리 핼리가 와 주기를 바랐다. 다행할수록, 삶은 얼마나 가혹한 것인가. 그래서 짧게, 나는 가혹해지고 싶었다. (‘핑퐁’, 95쪽) ⑵ 죽어간 이들의 진실을 보았고, 살아 진실을 논하는 자들의 거짓을 참아야 했었다. 변질과 변절, 변이와 변태…, 적도 동지도 사라진 세상 속에서 그는 홀로이 외롭고 외로웠다. 싸워야 하지만 싸울 수 없는 세계……, 다시 만난 세계는 그런 것이었다. (‘龍龍龍龍’, 108~109쪽) 인용문 중 굵게 표시한 부분은 하나의 문장 안에 모순되는 두 가지 내용이 담긴 경우이다. 여러 작품에서 박민규는 이러한 문장을 빈번하게 구사하는데, 이를 우리는 ‘아비 되기’를 바라보는 화자의 복잡다단한 심경과 관련해서 읽을 수 있다. 박민규 소설의 인물들이 아비가 되기를 바라거나 상징세계의 아비가 되었을 때, 그들 내면의 다른 쪽에서는 이를 거부하고 부정하는 에너지가 추동된다. 아비가 된다는 것은 박민규 식으로 말하면, “‘무슨 상사’라고밖에 말할 수 없는 직장”에서 “갸냘픈 표정으로 사무를 보는 일”이며(‘그렇습니까? 기린입니다’, 72쪽), “세상이 변하기보다는 직급이 변하길 바라는 사람이 되는 일”이기 때문이다(‘코리언 스탠다즈’, 184쪽). 그것은 한때 몸담았던 학생운동 판을 “운동권(運動圈)이란 단어가 있다.”고 낯설게 말하게 되는 것이며(‘코리언 스탠다즈’, 182쪽), 록 음악을 하던 청년이 남색(男色) 취향을 가진 부장의 추행을 “잠깐만 참으면 돼”라고 넘길 수 있게 되는 것이기도 하다(‘고마워, 과연 너구리야’, 62쪽). 요컨대 ‘아비 되기’는 아들의 자아가 찢기고 쪼개어져 아비의 문법에 맞게 재배치되는 손상 혹은 훼손의 과정이다. 박민규의 모순적 진술은 그러한 맥락 속에서 ‘아들의 세계’와 ‘아비의 세계’가 충돌한 끝에 생겨난 불가피한 결과라고 이해할 수 있다. 인용문 ⑴에서 ‘핑퐁’의 ‘나’는 중학생이다. 아직 성인의 세계에 진입하지 않은 이 중학생에게 중년이 되고 노년이 되는 일은 이중적인 의미를 지닌다. 그것은 또래집단이 행사하는 폭력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도 하지만, 어른이 된다는 점에서는 반갑지 않은 일이기도 하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이 소년에게 “무난한 옷을 입고… 무난한 취미를 가지고… 절대 남의 비위를 거스르지 않고… 바람직한 얼굴로 살아가”(87쪽)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소년은 “다행”한 삶을 오히려 “가혹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핑퐁’의 ‘나’가 아직 소년인 상태에서 ‘아비 되기’를 모순적인 진술로 표현했다면, ‘龍龍龍龍’의 이장록은 어른의 입장에서 ‘아비 되기’가 어떤 의미인지를 말해준다. 이장록은 대학 시절 민주화 운동을 하다가 징역 20년을 언도받고 복역을 마친 변호사이다. 이장록에게 세계는 “싸워야 하지만 싸울 수 없는”(109쪽) 곳이다. 아비가 되기 전 세계는 ‘싸워야 하는 곳’이었지만, 아비의 세계에 진입해 변형되고 일그러진 주체에게 세계는 ‘싸울 수 없는 곳’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그런 이유로 이장록은 그가 ‘지향했던 세계’와 ‘지금 사는 세계’의 간극을 “싸워야 하지만 싸울 수 없는 세계”라는 모순적인 어법으로 풀이할 수밖에 없다. 이상의 논의를 종합하면, 박민규의 소설에서 ‘아비 되기’는 아들이 ‘아버지’라는 상징의 옷을 덧입어 변형되고 일그러지는 일이며, “뜨고 싶은”(‘龍龍龍龍’, 115쪽) 일인 동시에 “할 일이 더 많아”지는(‘龍龍龍龍’, 115쪽) 모순적인 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2 아비 되기 : ‘잔존’하기 위해서 몸부림치기 박민규 소설의 인물들이 아비가 되는 과정에서 자아와 세계의 충돌을 경험한다고 할 때, 이 인물들은 두 가지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세상에 순응하든가, 혹은 거부하든가. 놀랍게도 박민규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대부분 순응을 선택한다. 그들은 일흔세 번이나 이력서를 낸 끝에 유원지의 직원이 되어 오리배를 관리하기도 하고(‘아, 하세요 펠리컨’), 취업을 하고 결혼을 해 고시원을 떠나 임대아파트에 입주하기도 한다(‘갑을고시원 체류기’). 또 운동권이던 선배가 수감생활을 하는 동안 선배의 애인과 결혼을 하는가 하면(‘코리언 스탠다즈’), 253명의 무고한 사람들에게 헤드록을 감행하다가 나중에는 순백의 얼굴을 가진 아이를 낳고 교회의 집사가 되기도 한다(‘헤드락’). 하지만 그 ‘순응’의 과정은 눈물겨운 것이어서, 그것은 ‘실존(實存)’이라는 말보다는 ‘생존(生存)’이나 ‘잔존(殘存)’이라는 말이 더 잘 어울리는 고단한 과정이다. 그러한 생존 혹은 잔존의 간난신고가 여실하게 드러난 작품이 있는데, 바로 ‘헤드락’이다. ‘헤드락’에서 ‘나’는 평화롭게 산책을 하다가 헐크 호건에게 린치를 당한다. 이 린치는 소설에서 ‘헤드락’으로 표현되는데, 여기에서 ‘헤드락’의 정체를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헤드락’의 정체를 파악하기 위해 잠시 ‘호두’로 우회하도록 하자. ‘헤드락’은 <호두나무 아래에서>와 <호두까기 인형>, <마지막 호두과자를 먹은 것은 언제였나?>, <다시 호두가 열린다면>이라는 네 개의 장(章)으로 구성되어 있다. 네 개의 장을 이루는 소제목은 모두 ‘호두’를 키워드로 삼고 있는데, 이 ‘호두’의 의미에 주목하는 것이 ‘헤드락’의 정체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호두가 인간의 ‘뇌’를 닮은 과실임을 기억하면서 다시 ‘헤드락’의 소제목을 따라가 보자. <호두나무 아래에서> 산책하기를 좋아하던 ‘나’는 헤드록을 당한 뒤 <호두까기 인형>이 된다. ‘인간’에서 ‘인형’으로 전락한 ‘나’는 <마지막 호두과자를 먹은 것은 언제였나?>를 생각하며, 다른 인간들의 ‘호두’를 파먹기 위해 고심한다. 그러나 소설의 마지막 장에서 ‘나’는 아이들의 이름으로 심은 나무를 보며, <다시 호두가 열린다면>이라는 긍정적인 삶의 의지를 갖는다. 이상의 서술로 미루어 보면, 인간의 뇌를 닮은 과실인 ‘호두’가 ‘헤드락’에서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어떤 것’에 대한 상징으로 쓰였음을 알 수 있다. 이제 다시 헤드락으로 돌아오자. 어 헤드락이네? 그리고 직장에서, 도처에서 나는 종종 습격의 풍경을 목격할 수 있었다. 헤드락 강좌, 헤드락 세미나, 헤드락 부흥회, 헤드락 워크샵, 헤드락 클리닉에 이르기까지 - 아무튼 헤드락도 이젠 한국의 보편적인 생활문화가 되었지만 나로선 쓴웃음의 대상일 뿐이었다. (‘헤드락’, 264쪽) 인용문을 보면 레슬링에서 상대의 ‘머리’를 붙잡아 ‘몸’을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기술인 헤드록이 아비의 세계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박민규는 소설의 다른 부분에서 “이 세계가 어느 정도 헤드락을 묵인하거나 권장한다”(262쪽)고 쓰기도 했는데, 이를 통해 우리는 헤드록이 아비의 세계가 아들에게 가하는 폭력, 혹은 아비의 세계에 진입하기 위해서 아들이 견뎌야 하는 통과의례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주목할 것은 ‘나’가 ‘헤드록의 세계’, 즉, 아비의 세계에 편입되기 위해 벌이는 눈물겨운 노력이다. ‘나’는 “미친 사람처럼”(258쪽) 운동을 하고, 식이요법을 병행하고, 충분한 수면과 영양제로 체력을 보충하는 과정을 통해 “폭력의 대상”에서 “폭력의 주체”(259쪽)로 다시 태어난다. 헤드록의 상처를 내장한 채, “건강”하고 “건장”한 “완전히 다른 생물”(259쪽)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이후 ‘나’는 결혼을 하고, 직장을 갖고, “순백의 얼굴”(263쪽)을 한 아이를 낳고, 심지어 교회의 집사가 되기도 하는데, 이것은 ‘나’가 아비의 세계에 무사히 안착했음을 의미한다. 이를 입증하듯 ‘나’는 다른 상대들에게 253번의 ‘헤드록 습격’을 감행하고, 마침내는 “헤드록의 쾌감 같은 것을 깨쳐나가기”(263쪽)에 이른다. 이처럼 박민규 소설의 인물은 한편으로는 아비의 질서에 상처받고, 분노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이를 반복, 재생산하는 상징 세계의 ‘아비’가 된다. ‘아비’가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인물을 우리는 박민규의 다른 소설에서도 찾을 수 있는데, 그 인물들은 ‘그렇습니까? 기린입니다’에서 아버지의 회사에 다녀온 뒤 ‘나의 산수’를 생각하게 된 고등학생, ‘갑을고시원 체류기’에서 여러 아르바이트를 전전한 끝에 취업과 결혼을 해 고시원을 떠나는 ‘나’, ‘아, 하세요 펠리컨’에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취업재수생, ‘누런 강 배 한 척’에서 이십구 년을 영업사원으로 근무한 끝에 자살여행을 떠나는 아버지 등으로 변주되어 나타난다. 3 아비부정 : ‘배제’된 자들의 세계 교란 박민규 소설의 인물들이 아비가 되기 위해 몸부림친다고 해서 박민규가 ‘아비 되기’를 긍정한다고 받아들이는 것은 곤란하다. 박민규의 인물들은 아비가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면서도 ‘아비 되기’에 대해 뿌리 깊은 반발심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반발심은 어른보다는 주로 소년에게서 잉태된다. ‘핑퐁’은 세상으로부터 ‘배제’당한 ‘못’과 ‘모아이’라는 두 중학생의 이야기이다. 소위 ‘왕따’인 이들은 치수 패거리에게 불려 다니며 매일 얻어맞는데, 맞으면서도 “그냥, 사는 게 이런 것 같다.”(12쪽)고 생각할 뿐, 저항을 시도하지 않는다. 대신에 그들은 폭력적인 세계에서 잔존하기 위해 탁구 치는 것을 선택한다. 이들에게 탁구는 “이상하리만치 경쾌한”(23쪽) 것이었고, “국경 따위 없는 거”(43쪽)였으며, “지루하지 않은”(186쪽) 유일한 것이다. 그러한 소설의 진술로 미루어 우리는 탁구가 폭력적이고 지루한 세계, 즉, 인종과 국경이라는 상징계적 질서(아비의 세계)에 대립되는 어떤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 ‘못’과 ‘모아이’는 탁구를 치면서 비로소 소심하나마 “이것이 나의 의견이다”(47쪽)라고 말할 수 있는 주체적인 에너지를 가질 수 있었고 “맞은 자리의 통증 같은 것이 땀과 함께 밖으로 빠져나가는”(23쪽) 해방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핑퐁’에서 박민규는 ‘탁구’와 ‘핑퐁’을 구분해서 사용한다. ‘탁구’가 대타자의 세계에서 배제당한 소년들이 즐기는 소심하지만 전복적인 오락이라면 ‘핑퐁’은 보다 중립적인 용어이다. 핑퐁은 “인류가 깜박해 버린 것과 절대 깜박하지 않을 것 간의 전쟁”(219쪽)으로 묘사되는데, 이는 탁구를 즐기는 자(못과 모아이)와 조건반사 훈련을 통해 연습한 자(쥐와 새)가 벌이는 한판 ‘대결’을 의미한다. 이 ‘핑퐁(대결)’의 결과 ‘탁구(유희)’를 즐겼던 못과 모아이가 승리하고, 이들은 인류의 ‘언인스톨’(전복)을 선택한다. 이 소설의 전복적인 성격을 이해하기 위해서 유사한 상황을 다른 방식으로 다루고 있는 이문열의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을 떠올려 보도록 하자. ‘핑퐁’은 두 가지 점에서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과 다른데, 우선 폭력적인 상황을 종식시키는 방법에 차이가 있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 ‘담임선생’이라는 상징세계 내의 합목적적인 권위를 빌려 엄석대의 만행과 폭력에 안녕을 고한다면, ‘핑퐁’에서는 상징계로부터 ‘배제’당한 못과 모아이의 선택(언인스톨)에 의해 인류의 폭력적인 삶이 종결된다. ‘핑퐁’과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은 결말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에서 교실이 결국 안정과 평온을 찾는 것과 달리, ‘핑퐁’에서는 인류가 생활을 지속해 왔던 모든 공간이 언인스톨되고 완전한 무(無)의 상태로 돌아간다. 이처럼 박민규의 ‘핑퐁’에는 이 세계의 문법이 아닌, ‘핑퐁’이라는 상상적 대결을 통해 아비의 세계를 뒤집어엎는 발칙함이 도사리고 있다. 허구적인 방법으로 상징계의 질서를 교란하는 경향은 ‘대왕오징어의 기습’에서도 일관되게 나타난다. ‘나’는 어렸을 때 잡지에서 몸길이가 150미터에 이르는 대왕오징어에 대한 기사를 접하고 호기심을 갖는다. 결국 그 기사는 오보인 것으로 판명이 나지만, ‘나’와 ‘B’는 각각 ‘대왕오징어로부터 인류를 지키겠다.’는 꿈과 ‘외로운 괴수전문가가 되겠다.’는 꿈을 키운다. 하지만 이들은 애초에 가졌던 꿈과는 달리 “해변의 모래알처럼 평범한 인류”(230쪽)가 되고, 대왕오징어에 대해서는 더 이상 관심을 갖지 않게 된다. 이쯤에서 이 소설의 키워드라고 할 수 있는 ‘대왕오징어’의 의미를 점검하도록 하자. 소설에 따르면 대왕오징어는 “심해에서만 활동하는”(219쪽) “신비의 대상”(219쪽)이고, 고등학생이 된 뒤(예비 성인)로 ‘나’의 관심에서 멀어진 것이기도 하다. 또 대왕오징어는 “순식간에 뭍으로 올라”(232쪽)와, “일시에 모든 것을 마비시”(232쪽)키는 파괴적인 에너지라고도 묘사된다. 그러한 단서를 통해 ‘대왕오징어’의 의미를 유추하면, ‘대왕오징어’가 상징계 너머에 있으면서 상징계의 질서를 교란하는 ‘괴수’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소설의 말미에서 대왕오징어는 사우나로 향하던 샐러리맨, 자녀의 도시락을 걱정하던 주부, 속도위반을 한 오토바이 운전자, 잡지 ‘사상계’를 버리기로 결심한 교육자 앞에 갑작스럽게 나타난다. 유년의 판타지 속에 존재했던 괴수가 장년의 현실 앞에 모습을 드러내 아비의 세계를 위협하고 교란하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러한 전복이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다는 데에 있다. 현실에서는 ‘핑퐁’을 통해 세계를 ‘언인스톨’할 수도 없고, ‘대왕오징어’가 나타나 일상의 공간을 교란해주지도 않는다. 아비의 세계는 견고하고, 그 세계의 진입 문턱은 갈수록 높아져만 간다. 설혹 그 세계에 진입한다 하더라도, 그 뒤에 기다리고 있는 것이 고통스러운 ‘잔존’의 과정이라는 것도 자명하다. 그렇다면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가. 다른 방법은 없는가. 그러한 상황에서 박민규의 가련한 주체가 떠올리는 방법이 바로 ‘죽음’이다. 4 경계에 선 아버지들 최근 발표한 소설집 ‘더블’에서 박민규는 ‘죽음’이라는 다소 묵직한 키워드를 들고 나왔다. ‘지구영웅전설’,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카스테라’, ‘핑퐁’ 등 지금까지 발표한 소설들에서 박민규가 보여 주었던 중요한 코드가 ‘유머’ 혹은 ‘블랙코미디’라는 점을 상기할 때, ‘죽음’이라는 테마가 다소 이질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간 박민규 소설의 유머 이면에 생(生)에 대한 씁쓸함, 분노, 반박, 체념이 복합적으로 깔려 있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박민규의 ‘죽음’이 마냥 낯설게 느껴지지만은 않는다. 말하자면 박민규의 소설은 지금까지 묶여 나온 작품집에서도 ‘죽음’의 징후를 내장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치’는 자살을 기도하는 사내와 그를 말리러 출동한 경찰관의 이야기이다. 사내의 신세한탄과 그에 대한 김 순경의 동조로 이루어진 소설의 서사는 역시나 ‘아비 되기’의 고단함을 생각하게 한다. ㈀ 노력해 봤냐고…… 그런 얘기 나한테 하지도 마. 나처럼 열심히 산 사람 있음 나와 보라 해! 손 다치기 전까지…… 나 백수 같은 놈 아니야. 그래, 별 볼일 없는 일거리지만…… 내가 얼마나 열심히 일했는지 알아? 월급 못 받은 적은 많아도 일 쉰 적은 한 번도 없었어. 응? (‘아치’, 262쪽) ㈁ 딸들 이제 시집보내야 돼. 곧 그럴 나이야. 이것들 공부시킨다고 돈도 별로 못 모았어. 줄줄이…… 이제 겁나. 요새 딸 시집보내려면 돈 얼마나 드는지 알아? 겁나 죽겠어. 그래, 또 대출받아야겠지. 그때 가서 옷을 벗든가, 퇴직금을 또 어떻게 하든가. (‘아치’, 263쪽) 인용문 ㈀과 ㈁은 각각 사내와 김 순경의 독백이다. 사내는 자신이 아비의 세계에 진입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다했음을 강변한다. 사내는 열심히 살았고, 별 볼일 없는 일거리에도 최선을 다했다. 이를 위무하고, 죽음의 의지를 철회하도록 종용하는 김 순경의 삶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아비’로 살기 위해 김 순경도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했다. 하지만 김 순경에게 돌아온 현실은 양로원에 갈 돈도 안 남은 답답한 상황뿐이다. 김 순경은 사내를 설득해 아치에서 내려오게 하지만, 설득의 근거가 빈약함을 스스로 잘 알고 있다. “오십 년을 더 살아도 여전히 이 아치에 뒤엉켜 있겠지”(269쪽)라는 자조 섞인 독백은 김 순경이 그 스스로에게도 살아야 하는 당위를 설득하지 못했음을 보여 준다. 그러한 속사정으로 김 순경은 “나도 한 번쯤, 이곳에서 뛰어도 좋겠다는 생각”(269쪽)을 하고, 검은 강물을 내려다본다. ‘누런 강, 배 한 척’은 중년의 가장(家長)이 치매에 걸린 아내와 자살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이다. 이십구 년을 같은 직장에서 성실하게 근무한 ‘나’는 “소소하고 뻔한, 괴롭고 슬픈 하루하루를 똑같은 속도로 더디게 견뎌야 하는 것”(65쪽)에 지쳐 “더는 살고 싶지 않다”(65쪽)고 생각한다. ‘나’는 자살을 결심하고 “지나온 수십 년과는 다른, 한 달”(68쪽)을 보내기 위해 아내와 여행을 떠난다. 이를테면 자살 여행인 셈이다. 하지만 자살을 결행하려는 순간 ‘나’와 아내에게 코미디 같은 일이 벌어진다. 성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마사지사가 중노인 두 명이 묵고 있는 호텔 방으로 찾아온 것이다. 다소 이상한 결정이었지만, ‘나’는 마사지를 받기로 결정하고, 아내에게 먼저 마사지를 받게 한다. 아 아내가 신음을 지른 것은 한참의 시간이 지난 후였다. 하마터면, 들고 있던 담배를 나는 떨어트릴 뻔했다. 수십 년 만에 들어 보는, 그런 성격의 신음이었다. 아…… 낮은 신음이 또다시 아내의 입에서 새 나왔다. (‘누런 강 배 한 척’, 74쪽) 이 소설의 백미(白眉)라고 할 수 있는 이 장면은 ‘나’에게 죽음의 가능성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상징의 세계에서 가장 확실하게 벗어나려는 순간 출현한 아내의 신음 소리는 상징계의 기표로는 포획되지 않는 ‘어떤 것’을 암시한다. 아내의 신음 소리는 “수십 년 만에 들어 보는, 그런 성격”(74쪽)의 것으로 묘사되는데, 이것은 ‘아비’, ‘남편’, ‘가장’, ‘영업사원’의 이름(상징)으로 살던 수십 년 동안 ‘나’가 미처 듣지 못했던 소리이다. 상징계의 질서와 영원한 안녕을 고하려는 순간, 돌연히 출연한 이 신음 소리가 ‘나’를 착란에 빠지게 하고, 확고했던 ‘나’의 자살 의지를 유예시킨다. 이 소설은 끝내 ‘나’가 자살을 결행했는지 여부를 말하지 않는다. 대신에 소설은 “냉장고에는 아직 한 캔의 맥주가 남아 있었다”(75쪽)라는 모호한 문장으로 종결된다. 박민규의 ‘죽음’이 가진 미덕이 여기에 있다. 박민규는 그의 소설에서 성급하게 ‘죽음’을 실현시키지 않는다. 대신에 그는 ‘삶’과 ‘죽음’의 ‘경계’를 다룬다. ‘아치’의 마지막 문장(“이제 아치를 내려선다”)과 ‘누런 강 배 한 척’의 마지막 문장(“냉장고에는 아직 한 캔의 맥주가 남아 있었다.”)은 그 자체로 화자가 죽음을 실행에 옮겼는지 여부를 말하지 않는다. 다만 그 두 문장은 화자가 죽음의 세계를 넘겨다보고 있음을 암시할 뿐이다. 하지만 우리는 박민규의 인물들이 이보다 앞서 삶의 순간을 되돌아보았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아치’의 경찰관은 죽겠다고 아치에 올라간 사내에게 “당신 진짜 이러면 안 돼.”(258쪽)라고 말했고, ‘누런 강 배 한 척’의 ‘나’는 “단 한 번이라도 삶을 즐긴 후 아내와 함께 죽고 싶었다.”(67쪽)고 생각하며 여행을 떠났다. 이처럼 박민규의 인물들은 삶의 순간에서 죽음을 동경하고, 죽음의 순간에서 다시 삶을 넘겨다보는 딜레마 속에 위치한다. 박민규 소설의 인물들에게서 나는 나와 내 아버지와 동료의 모습을 본다. 그들은 신용불량을 면하기 위해 대리 운전을 하고(‘별’), 차를 팔기 위해 고객의 택배 심부름을 마다하지 않으며(‘딜도가 우리 가정을 지켜줬어요’), 하늘에 떠 있는 직경 10킬로미터짜리 아스피린을 보고도 “자, 일해야지”라는 부장의 말에 “예”라고 대답한다(‘아스피린’). 또 그들은 12년간 용역 사원으로 근무한 끝에 마침내 괴물이 되어 버린 사내이기도 하다(‘루디’). 그래서 나는 박민규의 인물들이 손쉽게 죽음을 선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대신에 나는 그들이 삶의 긴장과 고통을 감내하면서 외롭고 고단한 곡예를 계속해주기를 바란다. 삶을 이어 나가는 일이 의미 있는 일이라는 것을 그의 소설을 읽으며 계속해서 확인하고 싶기 때문이다. <끝>
  • [서울광장]2011년 첫날 내다본 10년/육철수 논설위원

    [서울광장]2011년 첫날 내다본 10년/육철수 논설위원

    한달 전 스위스 취리히에서 열린 월드컵 개최지 발표를 밤늦도록 TV로 지켜보았다. 2018년엔 러시아, 2022년엔 카타르로 결정되자 아쉬움이 밀려왔다. 8년 뒤, 12년 뒤에나 있을 먼 훗날의 일인데 한국의 2022년대회 유치 실패는 국민들에게 적지 않은 실망을 안겼을 것 같다. 러시아와 카타르대표단이 환호하는 모습에서 양국 국민들이 가졌을 희망과 흥분을 엿볼 수 있었다. 월드컵 불발로 세계의 시선이 다른 데로 옮겨지고, 국민의 자부심과 경제효과 등 유·무형의 기회를 잃은 것 같아 미련이 많이 남았다. 그런데 가만히 따져 보니 2022년이면 내 나이가 환갑을 넘긴 60대 초반이다. 까짓것 뭐, 그때가 언제 올 줄도 모르는데 공연히 마음만 상했다고 여기며 애써 허탈함을 추슬렀다. 그래도 미래의 희망을 하나 더 갖는다는 것은 해당 국가나 국민에게 축복이고 행운이다. 적어도 월드컵이 열릴 때까지 그들의 마음은 풍요로울 테니까. 새해가 밝았다. 2010년 12월 31일과 2011년 1월 1일은 단 하루 상간. 시간상으론 평범한 어제와 오늘일 뿐이다. 인생을 여기까지 오게 해준 어느 하루도 소중하지 않은 날은 없다. 그래도 날짜마다 의미 부여에 따라 크게 다를 것이다. 오늘은 새해의 첫날이자 새 밀레니엄의 두 번째 10년을 시작하는 날이기도 하다. 지난해와 과거 10년을 돌아보고 올해의 계획과 10년 앞도 생각해 두어야 하는 시점이다. 일신(一新)을 다짐하며 각별한 느낌으로 오늘을 맞는 것도 그 때문이다. 되돌아 보니 40대 나이의 대부분과 50대 초반을 보낸 지난 10년은 말 그대로 화살보다 더 빨랐다. 가정과 직장에서 복잡다단한 일들이 많았고, 그중에서 역시 나이 먹는 게 가장 힘들었다. 시력은 뚝 떨어지고 흰 머리카락이 부쩍 늘어난 데다, 한겨울엔 내복 신세를 져야 할 만큼 노화가 진행 중이다. 그나마 다행인 게 마음은 아직 젊다. 돈 버는 일 빼고는 뭐든 해낼 수 있을 것 같다. 이룬 건 별로 없어도 엄혹한 ‘사오정(45세 정년)시대’에 용케 살아남은 것으로 위안을 삼는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하루·한달·한해를 설계하고 실천하기도 어려운 판에 10년 대계를 세우려니 머리가 좀 뻐근해진다. 몇년 뒤 정년을 맞을 테고 제2 인생을 준비해야 하는데 가진 재주가 별로 없어 고민이다. 더구나 최근 뉴스를 보면 베이비 붐 세대(1955~1963년생)의 정년퇴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고 한다. 노년에 먹고살려면 또 다른 인생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해야 할 것을 생각하니 긴장이 된다. 그래서인지 요즘엔 나이 60~70세에도 현장을 뛰는 어른들이 참 부럽다. 개인적인 노력에다 열정·지혜·경험이 남다르고, 무엇보다 강건한 체력이 뒤받쳐주니 선택 받은 사람들이다. 그뿐인가. 일해서 세금 내고, 국가·사회적 부양부담을 덜어주니 ‘노마지지’(馬之智)가 따로 없다. 아무래도 일찌감치 훌륭한 멘토라도 찾아 나서서 한수 단단히 배워 두어야 좋을 성싶다. 10년 앞을 살펴보니 나라에도 큰일이 적지 않다. 우선 헌법이 바뀌지 않으면 대통령 선거가 두 차례(2012·2017년) 있다. 민주화 이후 다섯번의 대선 가운데 두 차례만 적중한 신통찮은 투표실력이지만 권력과 나라의 변화에 대한 기대로 설렌다. 대통령을 잘 뽑으면 좋은 노년 일자리 정책이 나올지도 모르니까. 글머리에서 먼 미래의 월드컵 같은 국제행사 유치를 고대했던 것도 다 이유가 있다. 그때쯤이면 한창 제2 인생을 살고 있을 텐데, 월드컵을 계기로 나라경제가 번창하면 떡고물이라도 떨어질지 혹시 아는가. 새해를 맞아 현직에서 노익장을 발휘하는 분들은 오래오래 건강하시고 후학들이 닮고 싶은 역할모델이 되셨으면 한다. 같은 시대를 동고동락하는 베이비 부머들도 시시각각 닥쳐오는 정년퇴직에 주눅들지 말고 어깨를 쫙 펴시라. 다들 올해는 물론이고, 10년 뒤에도 인생을 활기차게 살아가는 모습으로 만났으면 한다. ycs@seoul.co.kr
  • [나눔을 실천하는 기업들] KT

    [나눔을 실천하는 기업들] KT

    KT는 정보통신기술(ICT)을 기반으로 한 회사답게 정보와 소통으로부터 소외된 이들을 위한 사회공헌활동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KT의 대표적인 사회공헌활동은 청각장애인을 지원하는 ‘소리찾기 사업’이다. 2003년부터 시작한 소리찾기 사업을 통해 지난해까지 119명이 인공와우 이식수술을 지원받고 161명이 디지털 보청기를 제공받았다. KT는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500만원의 수술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청각장애인들을 소리찾기 사업을 통해 지원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뇌간이식수술까지 확대 지원했다. 귀의 청신경에 자극을 주는 방식인 인공와우와 달리 뇌간이식수술은 뇌에서 청각을 담당하는 뇌간에 직접 전기자극을 주는 방식이다. KT는 올해 뇌간이식수술 3명, 인공와우수술 6명, 디지털 보청기 10명 등 19명을 선정해 수술비와 함께 2년간 재활치료비를 지원했다. 이와 함께 KT는 전 국민의 정보기술(IT) 활용도 증대를 위해 2007년부터 IT 서포터스를 운영하고 있다. 올해는 장애인, 농어민, 장·노년층, 저소득층 등 4대 정보 소외계층을 위한 IT 교육과 함께 다문화가정에 대한 지원활동을 강화했다. 인터넷이나 컴퓨터 프로그램 활용뿐만 아니라 한국어를 비롯해 생활지식, 문화 등 다양한 주제로 교육내용을 확대했다. IT 서포터스는 지금까지 개인과 단체 등을 대상으로 20만 7000여회에 이르는 IT 나눔활동을 펼쳐 왔으며 수혜자는 약 144만명에 달한다. 지난 3월부터 스마트폰 확산에 따른 정보격차를 해소하고 누구나 쉽고 편리하게 스마트폰을 이용할 수 있도록 스마트폰 아카데미를 운영해 스마트폰 강의를 제공하고 있다. 신진호기자 sayho@seoul.co.kr
  • “먹이로 성장조절… ‘하프독’ 수명 연장”

    “먹이로 성장조절… ‘하프독’ 수명 연장”

    “연구만 15년째에요. 강아지가 안 좋았으면 못 했죠.” 굳은 표정으로 말하던 이창민(43)씨가 “아빠한테 뽀뽀.”라면서 ‘팔불출’로 변했다. 26일 오후 2시 서울 신사동의 한 동물병원. 이씨가 ‘하프독(Half Dog)’ 2마리를 안고 걸어 나왔다. 그의 손 안에는 요크셔테리어 두 마리가 담겨 있었다. 영락없는 ‘강아지’로 보였지만, 여덟살·열세살 된 엄연한 ‘개’였다. 무게는 각각 850g·1.5㎏으로 성견(3㎏)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사람으로 따지면 쉰살·여든살이 된 장년·노년인 셈이다. 이씨의 설명에 따르면 ‘하프독’은 다 성장해도 일반 개 크기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외국의 ‘티컵독(Teacup Dog)’과 유사하지만, 종을 개량하지 않고 그가 처방한 식단만으로 성장을 멈추게 한 것이 특징이다. 그는 “한방 약재를 써 기존의 티컵독의 수명이 짧은 단점을 극복한 것이 하프독의 최대 장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씨의 기술이 아직 공식적으로 승인을 받은 것은 아니다. 이씨가 처음 하프독 연구에 뛰어든 것은 1995년. 그때부터 15년간 이씨의 연구가 이어졌다. 아무도 그의 하프독 연구 ‘욕심’을 꺾지 못했다. 그는 결국 2005년 하프독 개발에 성공했다. 그는 “나의 처방식으로 원래 크기의 반 이상으로 성장한 강아지가 있다면 전액 환불하겠다.”면서 “앞으로 하프독을 수출하게 될 것”이라 말하며 밝게 웃었다. 김양진·김진아기자 ky0295@seoul.co.kr
  • [고전 톡톡 다시 읽기] (45) 이탁오의 ‘분서’

    세상에는 두 종류의 책이 있다. 위험한 책과 위험하지 않은 책. ‘분서’는 전자에 속하는 책이다. 태워버려야 할 정도로 위험한 책, 분서(焚書)! “읽는 사람에 따라 질책과 원한이 생길 수도 있겠기에, 이 책이 응당 불살라지고 내버려질 운명”임을 예감한 이지(李贄·1527~1602)는 자신의 문집에 ‘분서’라는 쇼킹한 제목을 붙였다. 하지만 ‘분서’는 불태워지는 대신 불처럼 번져나갔고, 불타오르듯이 읽혔다. ●위험하지만 절박한… 낯선 배움의 여정 이지. 중국 명나라 말기의 사상가로, 호는 ‘탁오’(卓吾)다. 대체로 이탁오 앞에는 ‘중국 사상계의 이단아’, ‘명대 최고의 사상범’ 같은 극단적인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이탁오는 당대(當代) 지식인들의 도그마가 되어버린 주자학적 질서에서 발생한 하나의 균열이었다. “내가 지금 음식을 갈망하는 것처럼 도(道)를 추구한다면 공자와 노자를 가릴 여유가 있겠느냐.”던 이탁오는, 굶주린 자가 밥을 구하는 절박함으로 기존의 영토를 떠나 낯선 배움의 여정을 시작한다. “나는 어려서부터 성인의 가르침이 담긴 책을 읽었지만 그 내용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고, 공자를 존경했지만 공자에게 어떤 존경할 만한 점이 있는지 알지 못했다. 그야말로 난쟁이가 광대놀음을 구경하다가 사람들이 잘한다고 소리치면 따라서 잘한다고 소리지르는 격이었다. 나이 오십 이전의 나는 정말로 한 마리의 개에 불과했다. 앞의 개가 그림자를 보고 짖으면 나도 따라서 짖어댔던 것이다. 만약 남들이 짖는 까닭을 물어오면 그저 벙어리처럼 쑥스럽게 웃기나 할 따름이었다. 오호라! 나는 오늘에서야 우리 공자를 이해했고 더 이상 예전처럼 따라 짖지는 않게 되었다. 예전의 난쟁이가 노년에 이르러 마침내 어른으로 성장한 것이다.”<‘속분서’ 중 ‘성교소인’(聖敎小引)> 이탁오의 집안은 원래 대외무역을 하던 상인 집안이었지만, 조부 덕분에 글을 배울 수 있었다. 그는 과거시험을 통해 관리가 된 26세부터 53세까지 중국 각지를 전전한다. 그러던 어느 날, 보통 사람들 같으면 더 높은 관직에 오르려고 발버둥치면서 안정된 노후대책을 모색할 나이에 출가를 결심한다. 이유인즉, ‘진짜 공부’를 하겠다는 것. 그는 선언한다. “나는 한 마리의 개”였노라고! 이보다 더 파격적이고 용감한 자기선언이 또 있었던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이가 들어갈수록 자신의 앎과 신념을 더 견고하게 다지게 마련이다. 그런데 이탁오는 50이 넘은 나이에 자신이 믿었던 세계가 허상일 수도 있음을 보았고, 자신이 한 마리 개였음을 자각했다. 몰랐다면 모를까, 알고도 계속 개처럼 살 수야 없지 않은가. 그는 미련 없이 자기 자리를 떠난다. ●사욕 속 ‘본래의 성’을 되묻다 송·명대 이학(理學)의 출발점은 천리(天理)다. 그것은 ‘그런 것’이면서 ‘그래야 하는 것’이며, 만물에 내재해 있으면서도 만물을 초월해서 존재하는 법칙이다. 그리고 이 법칙이자 자연으로서의 이(理)가 인간에게 내면화된 것이 본성(性)이다. 이 본성은 기질에 따라 치우치거나 탁해지게 되는데, 이때 ‘사욕’(私慾)이 발생한다. 예컨대, 먹고 입고 자는 등의 행위는 ‘본래의 성’에 속하는 것이지만 거기에 어떤 잉여가 더해지면, 즉 더 좋은 걸 먹거나 입고 싶어 하게 되면, 그것은 사욕으로 변질되고 만다. 성리학의 핵심적 문제의식은, 이 ‘사욕’을 어떻게 극복하고 ‘본래의 성’을 되찾을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탁오는 이 기본구도를 깨고 나간다. 그는 천리가 아니라 온갖 욕망으로 들끓는 일상에서 시작한다. 과연 ‘사욕’이 개입되지 않은 도리가 따로 존재할 수 있는가. 도리와 법칙을 추구하는 것은 사욕이 아니라고 할 수 있는가. 그는 ‘도리 vs 사욕’이라는 이분법적 틀 안에서 그것을 재정의하는 대신 그와 같은 틀 자체를 부정하면서 자신의 사유를 밀어붙인다. 여기에는 당시 지식인들의 위선과 자기 기만에 대한 이탁오의 깊은 혐오가 깔려 있다. 이탁오는 자신의 ‘참된’ 도리로 지식인들의 ‘거짓’ 도리를 비난하는 대신, 현실적 욕망의 지평에서 ‘도리’ 자체를 근본적으로 되묻는 것이다. 지식인들이 내세우는 ‘도리’는 어쩌면 자신들의 위선을 정당화하기 위한 도구가 아닐까. 그들의 도리가 백성들의 사욕보다 더 가치 있다고 할 수 있을까. ‘도리’라는 명분이 도리어 지식인들의 탐욕을 가능케 하는 것은 아닐까. 이탁오는 묻는다. 현실적으로 작동하는 욕망의 자리가 아니라면 대체 어디서 사유를 시작할 것이며, 어디서 도를 구할 것인가, 라고. 인간에게 의지처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또 삶에 대한 의지의 반영이라는 점에서 보면, 재물과 여색을 탐하는 자의 욕망이나 도를 탐하는 자의 욕망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그것을 실체화하고 거기에 집착하는 한에서는 똑같이 즐겁고 똑같이 괴롭다. 그러니 문제는 욕망을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욕망 ‘안에서’, 그 뜨거운 불구덩이 속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분서’ 곳곳에서 이탁오는 자신의 욕망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잘살고 싶어서 관리가 되었고, 그러다 더 잘살아 보려고 출가했을 뿐이다. 처자식을 열심히 먹여 살리고 싶었던 것도 이탁오고, 그러다가 다 내버리고 도망쳐 나온 것도 이탁오다. 그의 비난자들이 말한 것처럼 초탈해서 처자식을 버린 것도 아니고, 무슨 선기(禪機)가 있어서 부러 기행(奇行)을 일삼는 것도 아니다. 자신의 욕망에 솔직할 수 있는 자만이 자신을 떠날 수도 있다! ●개로 살 것인가, 자유로운 존재가 될 것인가 불온한 사상으로 지식인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던 이탁오는 명 말의 부패한 권력자들에게 목에 걸린 가시 같은 존재였다. 일종의 ‘사상범’으로 관에 압송되어 가는 도중에 잠시 머물던 옥사에서 그는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제자가 남긴 글에 따르면, 옥중에서도 평상시처럼 책을 읽고 시를 짓다가 ‘아무것도 바랄 게 없다.’는 말을 남기고는 덤덤하게 세상을 하직했다고 한다. 생을 마감하는 순간까지도 빛나는 최강 ‘포스’. 추측컨대, 죽음마저도 스스로 결단하고자 했을 것이다. ‘분서’는 무엇보다도, 자기 자신을 자유로운 인간으로 조형하고자 했던 한 인간의 불균질적인 사유의 조각들이다. 절실한 배움의 관계가 사라져가고, 지식은 지배와 계급 관계를 더욱 공고하게 만드는 권력으로 기능하는 우리 시대에, 그의 물음은 더욱 더 사무치게 와 닿는다. 개로 살아갈 것인가, 자유로운 존재가 될 것인가. 채운 수유+너머 강원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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