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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한매일 신춘문예/ 희곡부문 당선작 - 장난감 총

    변 혜 령 등장인물 - ♂ 정만석 (30대 초반) ♀ 나채연 (20대 후반) ♂ 박 PD (30대 초반) ♂ 이실장 (40대 중반) 무대 - 스튜디오가 갖추어진, 전형적인 성인 인터넷 방송국이다. 무대 중앙 (스튜디오) - 알록달록한 스테이지, 천장에는 커다란 컴퓨터 모니터가 매달려있고 벽면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을 통해 모니터의 글들이 관객에게 보여진다. 그밖의 공간 (사무실) - 커튼으로 무겁게 가려진 커다란 창문. 책상 위엔 노트북이 놓여져 있다. 바닥, 트라이포드 위에 놓인 카메라에선 작동중임을 알리는 빨간 시그널이 켜져있고 그 옆으론 여기저기 놓여진 방송용 소품 바구니.스테이지와 사무실은 분위기, 조명등이 확연히 다르다. 결국 하나의 공간이지만 이중 공간이다. 시끄러운 음악 소리와 함께 막이 오르면, 알록달록한 스테이지만 현란한 조명으로 반짝인다. 선정적인 속옷 차림으로 홀로 미친 듯이 춤추는 채연. 마치 애무라도 하듯 리드미컬하게 움직이는 손동작. 음악 소리 작아지면, 동작 멈추고 간드러지게 웃는 채연. 컴퓨터를 사람 대하듯, 요염하게 시선 보내며 대화한다. 천장에 매달린 모니터에 빠르게 떠오르는 자막들. 현재 인터넷에서 사용되어지는 언어들과 이모티콘, 기호들이 고스란히 스크린을 통해 보여진다. 글 올리는 접속 회원들의 아바타도 성격에 맞게 검정색 선글라스를 끼고 있거나 입혀져 있는 옷들이 선정적이다. 불끈:졸려염 아함~ @@ 무기:열심히 춤춘 당신, 벗어라~ (입 찢어져라 웃는 얼굴의 이모티콘 떠오른다.) 야수:벗어라~ 벗어라~ (양볼이 붉게 물든 얼굴의 이모티콘 떠오른다.)자막을 확인하고는, 거리낌 없이 상의를 벗어 던지는 채연. 채 연:아이~ 급하긴….저 나채연, 이름값 톡톡히 한다구요. 달래 PJ라 부르겠어 요? PJ가 뭐냐구요? 아잉~ 순진한 척은….포르노 쟈키의 약자! 다들 아시죠? 전요, 체질적으로 벗는 걸 즐기걸랑요. 안 벗겠다구 내숭떠는 년들, 그 년들은 프로두 아니에요. 몸매가 뭣 같으니까 그런 거지. 다시 떠오르는 자막들. 야 수:마저 벗어 줘~ 이잉~ ㅡ..ㅡ앗 싸:앗싸~ 나채연 홧팅~ *^^*채연, 마저 벗으려는데 무대 구석에서 불쑥등장하는 만석. 어깨에 커다란 가방을 메고 스테이지로 뛰어든다. 만 석:진아야. 이실장:저 미친놈 뭐야? 엉? 잡아와. 빨리! 박 PD, 끌고 들어가려는데 만석의 저항이 거세다. 엎치락뒤치락 격렬하게 버둥대는 두사람. 결국 이실장까지 합세해 스테이지 밖으로 만석을 끌어낸다. 달려가 카메라의 작동을 정지시키는 박 PD. 카메라가 정지되면, 무대조명이 전체적으로 밝아진다. 화가 머리끝까지 솟구친 이실장, 다짜고짜 만석에게 주먹부터 날린다. 주먹이 만석의 얼굴에 닿기 일보 직전, 버럭 소리지르는 만석. 만 석:그, 그마안~ 만석의 고함에 스틸 사진처럼 정지하는 사람들. 만석, 가쁜 숨 몰아쉬며 가방을 내려놓는다. 씨익 웃으며 뻗어 있는 이실장의 팔에 가방을 걸어 놓는 만석. 이실장을 건드리지 않고 날렵하게 빠져나온다. 만 석:이게 무슨 일이란 말입니까? 동방예의지국, 말 그대로 선비의 나라 대한민국! (음 넣어 부르며 방방 뛴다.) 오~ 필승 코리아~ 에서 백주 대낮에 말만 한 처녀가 옷을 벗습니다. 저요? (채연 가리킨다.) 아, 그야진아를 보고 반 가워서 뛰어들었습니다만, (눈 가늘게 뜨고 채연의 얼굴 살핀다.) 아닌가 봅니다. 자 그럼- 이실장 앞에서는 만석, 처음의 자세를 취한다. 만석, 조심스레 가방을 빼낸다. 만족한 웃음 웃으며 자세를 바로 잡다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만 석:어디더라? 오른쪽? 왼쪽? (어느 쪽이 맞을까 손가락으로 점쳐 보고는) 그렇지, 왼쪽. 만석이 왼쪽에 가방 메고 서면, 곧바로 주먹을 날리는 이실장. 샤샤샥 피하는 만석. 두사람을 번갈아 쳐다보는 채연. 박PD:의상 안 갈아입어? 부리나케 퇴장하는 채연. 이실장:저 새끼 뭐야? 엉? 뭐 하는 새낀데 남의 방송을 통째루 망가 먹어? 박 PD:(연신 카메라 장비 살피며 잔뜩 주눅든 소리로) 그러니까…그게요…회원수 준다고 김작가 짜르구…저 친구 저래뵈두 글발이 장난 아니거든요. 이실장:작가? 저런 띨빵진 놈이 작가란 말이야? 당장 다른 놈으로 갈아치워! 박 PD:웬만한 작가는 우리 방송국 안 와요. 성인 인터넷 방송…머시기 하잖아요? 이실장:머시기? 월급을 두 배나 주는데 멋이 뭐시기해? 거 배때기들 불렀구만? 박 PD:작가 출신은….그 뭣이냐 작가 주의에 입각해서 예술을 하려는…. 이실장:닥쳐! 너 지금 국민 교육헌장 읊어대냐? 무슨 주의? 이~입각? 예술이 밥 멕여주냐? 박 PD:실장님이 주신 돈으루다가 밥사먹죠. 갑자기 모니터에 떠오르는 회원들의 항의성 자막들. 야 수:모야? 모야아~~ 방송사고?? (칼 날리는 이모티콘이 주르르 떠오른다.) 조아조아:돈 물어내랏!!! 삐리리 사깃꾼!! (머리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이모티콘 떠오른다.) 무 기:당장 탈퇴할래~ 잉잉~ ㅜ ㅜ의상 갈아입고 등장하는 채연. 채 연:어떻게든 해봐. 항의가 빗발친다구. 이실장:재방 내보내. 빨리! 박 PD:사과 방송 자막 큐! 박PD가 장비를 만지면, 다시 스테이지로 가서 서는 채연. 재방 방송을 재연하기 시작한다. 리와인드 화면처럼 춤추고 옷벗고 간드러지게 웃음 웃고를 반복하는 채연. 스테이지밖에 있는 사람들은 채연의 재방송과는 무관하게 대화를 나눈다. 이실장:2부 방송 어쩔 거야? 엉? 이 십분 뒤잖아? 박 PD:(덥석 만석 끌어다 놓으며) 이, 이 친구가 쓸 겁니다. 만석, 소란을 떠는 사람들과는 무관하게 몽롱한 시선으로 채연만을 바라본다. 이실장, 신경질 부리려는데 휴대전화가 울린다. 요즘 유행하는 컬러링 벨소리다. 섹시한 여자 목소리로 “오우~ 어빠아~ 전화 받으세요~” 발신 번호 확인하고 180도로 태도 바뀌어 전화 받는 이실장 이실장:예. 예. 고의원님. 그간 평안하셨습니까? 그렇지 않아도 연락을 드리려 고…예? 지금 즉시 사업 기획서 가지고 찾아 뵙겠습니다. 의원님께서 벤 처 투자 건에 저희를 밀어만 주신다면, 분골쇄신! 의원님의 돈줄이 되어 드리겠습니다. 그럼요. 그렇고 말구요. (통화하며 퇴장) 박PD, 재빨리 만석을 노트북 앞에 끌어다 앉힌다. 박 PD:급하다. 급해. 글쓰란 말이다. 글! 만 석:글? (희미한 미소) 글! (여전히 채연만 바라보며) 처음…로미오와 줄리엣을 각색했다. 진아만의 줄리엣…로미오와의 첫날밤을…줄리엣에게 웨딩 드 레스를 입혔다…. 빠른 속도로 자판을 쳐 대는 만석. 장난감 총을 들고 등장하는 이실장. 만석이 대본 치는것을 보고는 화가 누그러진다. 이실장:(장난감 총 건네며) 방송에 써먹을 소품이다. 박 PD:(꼼꼼히 살펴보다) 키야~ 이거 진짜 총 같은데요? 이실장:세상 참 좋아졌다. 가짜가 진짜 찜쪄먹으니 원. 자판만 눌러 대던 만석, 쓰던 걸 멈추고 물끄러미 장난감 총을 바라본다. 총을 조심스럽게 책상 서랍에 넣는 박PD. 빤히 쳐다보는 만석. 박PD, 시선 느끼고 박 PD:다 썼어? 노트북으로 걸어가는 박PD와 이실장, 만석이 써 놓은 것을 읽는다. 이실장:로미오와 줄리엣? 새하얀 웨딩드레스? (몸짓 발짓 줄리엣 배역 흉내내며 새된 소리로) 벌써 가시렵니까? 겁에 질린 당신 귓전에 방금 울린 그 소리는 종달새가 아니라 나이팅게일의 울음소리랍니다. 로미오님, 정말이지 그 소리는 나이팅게일이었습니다. 박 PD:오~ 줄리엣. 나는 잡혀도 좋소. 사형을 당해도 좋소. 이대로 마냥 머물고 싶소. 죽음이여, 오려면 오라. 반갑게 맞아 주마. 줄리엣님의 소원이시다. 이실장:이따우를 대본이라고 쓴 거야? 이걸 엇따 써먹어? 엉? 박 PD:아후~~ 상상해 보세요. 삐리리의 글래머 줄리엣, 새하얀 드레스를 입고 서 있다. 헤헤- 그러니까요, 웨딩 드레스란게 안감을 다 뜯어내는 겁니다. 그 러면 속살이…흐흐흐. 거기다 갑자기 비를 뿌려 주는 겁니다. 완전한 영상 미 아닙니까? 하얀 색이 화면 가득, 비에 젖어 있기까지 하니까…거기서 끝나느냐? 말밥 아니죠. 클라이맥스에는 그 하얗고 순결한 웨딩드레스를 천천히, 천천히 벗는 겁니다. 마치, 마치 순결이, 순결이…헤헤헤. 이실장: 거 좋다. 빨리 방송 준비해. (퍼뜩) 그런데? 웨딩드레스가 우리 소품 중에 어딨어? 박 PD:그, 그게… 만 석:내가 가지고 있다. 웨딩드레스…진아가…줄리엣이 입었다…. 가방에서 부스럭부스럭 눈부시게 새하얀 웨딩드레스를 꺼내는 만석. 반색하며 달려가 뺏어 드는 박PD. 희희낙락하는 이실장. 박 PD:그거 보십쇼. 저놈아, 소품두 준비 안 하구 글쓰는 놈이 아닙니다. 똑부러지 는 놈이다 이겁니다. (폼나게 사인하며) 자- 방송 오분전. 스테이지 조명, 더욱더 천박하게 반짝인다. 그제야 동작을 멈추는 채연. 박PD와 이실장, 웨딩드레스의 안감을 무자비하게 뜯어낸다. 그러고는 채연에게 던져 준다. 재빨리 의상을 갈아입는 채연. 요란한 화장을 고친다. 화려하게 웨이브진 가발까지 벗으면, 긴 생머리가 가지런하다. 어느새 순결한 처녀의 이미지로 변신해 있다. 몽롱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만석. 또다시 채연을 진아로 착각한다. 만 석:진아? 진아야! 달려가 채연을 스테이지에서 끌고 내려오는 만석. 갑작스러운 만석의 행동에 넋빠져 보고만 있는 박PD와 이실장. 두사람, 속수무책으로 빙글빙글 돌아가는 스테이지 조명 아래 서 있다. 스테이지 밖의 조명은 전체적으로 어두우면서 몽환적이다. 채연은 스테이지에서 내려오자마자 진아로 변한다. 만 석:진아야. 진 아:오빠. 만 석:며칠만 있으면 결혼식이다. 우리 결혼식…이쁘다 드레스 입은 내색시…. 진아(채연):(주룩 눈물 흘린다.) 오빠…어쩌지…어쩌지? 우리… 할매목소리: 안 된다아~ 만석아~ 이놈~ 이놈시키~ 그년은 창녀여~ 만 석:하, 할매? 진아(채연):(슬피 울며 스스로 스테이지로 걸어간다.) 만 석:(멍하니 보기만 한다.) 진아야? 뭔 소리여 그거이 시방? 응? 진아가 스테이지에 올라서자마자 일순 천박한 조명이 요동치기 시작한다. 스테이지에 올라선 순간 채연으로 변하는 진아. 현란한 음악이 나오면, 스테이지에서 내려오는 이실장. 카메라 작동시키는 박PD. 요염한 포즈로 모니터 앞에서 춤을 추는 채연. 야수:나채연 결혼 하냐? (모니터에서 조그맣게 장송곡이 울려 퍼진다.) 불끈:키야아~ 의상 쥑인다! (눈알 튀어나오는 이모티콘이 떠오른다.) 터프게이:벗는 거보다 더 야시시? 그래두 벗어라!! 귀족:유부녀 돼두 출연하죠? 추카추카~ (장미꽃 다발 이모티콘 떠오른다.) 밝힘:벗어라! 벗어라! 음악 소리 작아지며 천천히 몸을 흔드는 채연. 위에서 가느다란 물줄기가 흘러 나온다. 온몸으로 물을 맞는 채연, 젖은 머리 쓸어 올리며 모니터 바라본다. 천천히 옷을 벗는 채연. 반라가 되자마자 확 꺼지는 스테이지 조명. 무대에는 만석만 홀로 서 있는 것 같다. 어두운 스테이지에서 사람들의 목소리만 들린다. 이실장:으흐흐 하하 으흐하하.좋았어. 아주 좋았어. 오늘 접속 회원 수가 근래 들어 최고야. 최고! 돈이 아주 다발로 굴러 들어오는구나 엉? 우히히히. 박 PD:앞으로 모바일과 연계한 성인 방송도 문제없겠어요. 사람들의 소리 들으며 서 있는 만석, 울상이다. 만 석:뭔가가 잘못된 모양입니다. 고향 친구 놈이 서울서 출세했답니다. 무지하게 커다란 방송국에 취직을 했다나요? 그래서…염치 불구하고 친구 놈한테 연락을 했습니다. 아주 반갑게 취직을 시켜준다지 뭡니까? 자그마치 이백. 구미가 당기는 게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뭐가 뭔지 모르겠습니다. 도통 헷갈립니다. 진아를 닮은 저 여자는 처음 본 순간부터 지금까지 속옷만 입고 있습니다. 나처럼…가난해서일까요? 추워 보입니다. 진아…나의 진아가 말입니다…(웃옷 벗더니) 덮어 줘야겠어…덮어줘야 돼…. 홀린 듯 비척이며 스테이지로 걸어가는 만석. 만석이 스테이지에 오르기도 전에 조명 밝아진다. 사람들, 우르르 만석에게 다가온다. 이실장:수고했어, 정작가. 내 한눈에 범상치 않은 작가다 싶었어. 이실장,만석의 어깨를 툭툭 쳐주고 퇴장. 과장되게 포옹하는 박 PD. 악수를 청하는 채연. 어리둥절해서 쳐다보는 만석. 덥석 손을 잡아 흔드는 채연. 만석을 잡아끌다시피 노트북 앞에 앉히는 박PD. 채연은 컴퓨터 앞에서 사람한테 하듯 요염하게 웃기도하고 대화를 나누기도 하며 방송 준비를 하고 있다. 박PD, 무대를 바쁘게 왔다갔다하며 만석만 재촉한다. 박 PD:땡기는 대로 써라. 그게 바로 작가의 상상력이라는 거다. 만 석:써? 뭐를, 박 PD:좋은 거 많잖아? 일곱난쟁이와 백설공주! 그거 조오타~ 일곱 명의 난쟁이와 백설공주가 벌이는 정사씬! 키야아~ 만 석:동화? 안데르센? 개구리왕자! 만석의 말이 끝나자마자 스테이지 조명이 천박하게 요동치기 시작한다. 소품 바구니에서 얼른 왕관을 찾아 쓰는 채연. 스테이지 중앙에 올라선다. 그와 동시에 카메라를 작동하는 박 PD. 큐 사인 보낸다. 또박또박 들려 오는 어린아이 해맑은 목소리. 꼬 마:(목소리만) 옛날 옛적, 어여쁜 공주님이 살았습니다. 아름다운 만큼 모든 사 랑을 한 몸에 받았던 공주는, 예쁜 황금 공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소품 바구니에서 황금 공을 꺼내 얼른 채연에게 던져 주는 박 PD. 아이의 목소리대로 연기하는 채연. 꼬 마:(목소리만) 어느 날, 공주는 황금 공을 가지고 놀다가 연못에 빠뜨리고 말았습니다. 놀란 공주가 엉엉 울고 있는데, 연못에서 개구리 한 마리가 나왔습니다. 기괴한 음악 흘러나오면, 흉측한 개구리 탈을 쓰고 등장하는 이실장. 손이며 발이며 개구리의 형상으로 분해 있다. 개구리라기보다는 기묘한 괴물 형상이다. 이상한 춤동작으로 채연에게 다가가 희롱하는 개구리. 그와 대조적으로 맑고 또렷한 꼬마의 내레이션이 계속 된다. 꼬 마:(목소리만) 공주님, 공주님, 울지 마세요. 제게 키스해주면 황금 공을 찾아 줄게요. 채연 위로 올라타는 개구리. 채연과 개구리, 이상한 신음 소리를 내며 엎치락뒤치락 뒤엉키기 시작한다. 점점 커지는 기괴한 음악. 그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어 대는 두사람. 두사람의 몸놀림 위에 더욱더 현란하고 천박하게 요동치는 조명. 스테이지 밖에서 아랑곳없이 글만 쓰던 만석, 천천히 고개를 든다. 그러고는 스테이지의 광경을 바라본다. 상황을 판단하지 못하는 만석, 바라만 보다가 웩웩거리며 토악질을 해댄다. 간신히 비척이며 일어서려는 순간, 스테이지 조명 꺼진다. 괴롭게 헐떡이는 만석, 스테이지가 어둠에 휩싸이자 풀썩 주저앉아 다시 웩웩거리기 시작한다. 만 석:이상…하다…이건 안데르센이 아니다…. 스테이지 조명 밝아진다. 그 위에서 이실장, 박PD, 채연은 흥겨운 분위기로 샴페인을 터트리고 있다. 이실장:우히히히. 좋아 좋아. 갈수록 퀄리티가 높아지는구만? 채 연:호호호. 실장님 기분 요즘 왔다네? 돈방석에 앉는 건 시간문제야. 그치? 나…출연료 좀 올려주라 응? 이실장:나채연이 너, 재계약 도장 찍었어? 박 PD:(바로 주머니에서 계약서 꺼내 머리 조아리며) 준비됐습니다. 계약서. 채 연:도장 없는데? 이실장:지장 찍어. 박 PD:(얼른 귓속말로) 그래도 계약선데 도장을 받으세요. 이실장:요 앞에 가서 이쁜거루다 하나 파라. (주머니에서 오천원짜리 꺼내 쥐어 준다.)힘없이 쳐다보다 돈 받아들고는 퇴장하는 채연. 둘러보다 널브러져있는 만석을 부축하는 이실장. 아무렇게나 만석의 주머니에 돈 봉투 찔러 넣어 주며, 이실장:앞으루두 잘해 보자구. 정작가. (퇴장) 박 PD:수고했다. 만석아. 만 석: 고향 사람들…니가 성공한 줄 안다. 박 PD:너, 돈벌구 싶댔지? 잘만 하면 돈버는 거 시간문제다. 만 석:돈? (절망적으로) 진아…. 박 PD:진아가 그렇게 됐다는 거, 나도 마음 아프다. 하지만, 다 잊고 살궁리를 해야지? 개처럼 벌어서 정승처럼 쓰랬다. 요즘 세상, 돈 있음 못할 거 없다. 만 석:다…잊어…? 박 PD:할매 호강시켜 드리고 싶다며? 그래서 불러 줬음 돈벌 궁리나 해 임마. 만 석:진아가…나를 버렸다. 세상이…. 박 PD:그러니까 너도 양심을 버리란 말이다. 그러면 사는 거 편해진다. 그러면 세 상에서 대우받고 잘살 수 있다. 만석을 쳐다보다가 퇴장하는 박 PD. 고개 숙여 흐느껴 우는 만석. 아련하게 진아의 목소리가, 채연의 목소리가 들려 온다. 진 아:오빠…만석 오빠…. 만 석:(벌떡 일어난다) 진아? 어딨어 진아야? 진 아:여기…. 소리나는 곳을 쳐다보면 어두운 스테이지에 진아의 실루엣이 보인다. 미친 듯이 스테이지로 달려가는 만석. 그러나 스테이지에 오르기도 전에 스테이지 조명이 밝아진다. 앉아 있는 진아, 청순함은 바래지고 채연이의 선정적인 분위기가 묻어 난다. 요동치는 조명. 조그만 테이블 들고 등장하는 이실장, 채연 앞에 놓고 앉는다. 양복 입고 촌티 나게 가르마 탄 머리를 올 백으로 넘겼다. 진아가 다녔던 단란 주점의 단골손님으로 분해 있다. 일순 스테이지가 단란 주점으로 변한다. 분주하게 등장하는 박PD, 시골 단란 주점 웨이터로 분해 있다. 쟁반에 양주와 잔을 받쳐들고 진아의 앞에 세팅하기 시작한다. 술 따르기 시작하는 진아. 허허거리며 진아를 더듬는 이실장. 진아가 몸을 빼내려 하자 돈 뭉치 꺼내 진아의 가슴팍에 넣어 주는 이실장. 만 석:(고함 지르려는데 숨이 턱턱 막힌다. 간신히 쥐어짜는 소리로) 진아야. (스테이지로 올라가려는데) 진 아:(일어서서 만석을 막아선다) 지쳤어. 만 석:우, 우리 결혼…. 진 아 :모르겠어? 나…술집 다니는 거 소문 다 났어. 만 석:괘, 괜찮다…. 진 아:(슬픈 표정이나, 모질게) 돌아가. 술취한 이실장, 비틀거리며 진아에게 다가와, 안 듯이 스테이지 쪽으로 끌고 간다. 따라가려는데 눈 부라리며 막아서는 박PD. 진아를 따라가려고 버둥거리는 만석. 박PD, 만석을 세차게 밀어 버린다. 그 힘에 바닥에 엎어지는 만석. 만석이 넘어지면서 스테이지 조명 꺼진다. 퇴장하는 사람들. 넘어진 채로 흐느껴 우는 만석. 만 석:진아야…. 도장 들고 등장하는 채연. 채 연:엎어져서 뭐하는 거야? 4부방송 써야지?등장하는 박PD. 채 연:(도장 내민다.) 오빠가 찍어. 박 PD:(계약서 보이며) 읽어는 봐야지? 고개 젓는 채연. 채연만 바라보던 만석, 계약서를 가로채 읽는다. 계약서를 박박 찢어발기는 만석. 박PD, 경악해서 말까지 더듬는다. 박 PD:너, 너? 이, 이, 이거? 기가 막혀 입까지 헤- 벌리는 박PD,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다가 더 이상 할 말을 잃는다. 한숨 쉬며 찢어진 종이를 주워 가지고 퇴장하는 박PD. 미친 듯이 깔깔대며 웃어대는 채연. 채 연:호호호호. 진짜 귀엽네 이 오빠? 박PD랑 이실장 찜쪄먹겠어? 만 석:도장 찍으면 어떻게 되는지 정말 모르는 거니, 진아야? 채 연:(담배 꺼내 문다.) 오년 뒤에 대 스타가 되는 거지. 만 석:거짓말. 채 연:인터넷에, 휴대폰에, PDA에 내 모습이 팍팍 뜰 거야. 앞으로. 만 석:다 거짓말이다. 채 연:멀쩡하네? 안 미쳤어? (만석의 얼굴에 담배 연기 내뿜는다.) 맞아. 말 그대 로 노비 문서. 계약서라는 이름의 노비 문서. 만 석:(콜록거리며) 벗으라면 벗고, 춤추라면 춤추고. 꽃다운 나이 다 보내고 조 금 이라도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위약금 물어내야 한다…. 갑자기 스테이지로 뛰어 올라가는 채연. 스테이지 조명이 다시 강렬하게 비추어진다. 과거, 채연의 모습이므로 조명이 강렬할 뿐 천박하지는 않다. 채 연:안녕하세요? 접수 번호 445번 나채연이에요. (꾸벅) 세계적인 여배우가 되는게 제 꿈이랍니다. 36-24-38. 특기요? 뭐든 시켜만 주세요. 춤, 노래, 연기…(섹시하게 노래를 부르며 몸을 흔들어 댄다.) 라크 버진~ 우~ (갑 자기 노래를 뚝 그친다.) 네? 신음 소리요? 시나리오에 그런 내용은 없던데? 아니에요, 아니에요. 잘할 수 있어요. (리얼하게 신음 소리 내는) 오우~ 아~ 아~ 채연의 간드러진 신음 소리가 최고조를 이르면서 스테이지 조명 꺼진다. 멍하니 쳐다보는 만석. 일어서려는데, 온통 붉은 빛으로 스테이지 조명이 밝아진다. 스테이지 중앙에 섹시한 포즈로 누워 있는 채연. 그 앞에서 에로 영화 감독으로 분한 이실장이 확성기 들고 앉아 있다. 카메라 들고 설쳐대는 박PD, 에로 영화 촬영겸 조감독으로 분해 있다. 감독(이실장):(소리질러 댄다.) 야-야- 가슴팍 드러나게 팍팍 벗어제끼라니까? 채 연:(겁먹은 목소리로) 가, 감독님. 시나리오가, 내용이 달라요. 감독(이실장):니가 메멘토냐? 한말 또하구 또하구 되풀이하게? 퀄리티를 위해서 씬을 추가했다고 몇 번을 말해? 채 연:그, 그치만, 그치만…. 감독(이실장):니 한 몸 바쳐서 연기에 대한 열정을 불사르겠다며? 오디션 때 니 입으루다가 읊었냐? 안 읊었냐? 채 연:그때는 시나리오가 정상적이었구요…. 감독(이실장):그래서? 채 연:(결연히 일어선다.) 못 찍겠어요. 감독(이실장):(채연의 얼굴에 계약서 던진다.) 이건 엄연히 계약 위반이야. 알아? 채 연:파기할래요. 계약…. 조감독(박PD): 위약금 물어내야 될 건데? 자그마치 삼십배! 채 연:네에? 사, 사, 삼 십배? (스테이지 조명 꺼진다.)어두운 스테이지에서 채연의 신음 소리와 이실장의 목소리만 들린다. 감독(이실장):(소리만) 자-자- 좀더 섹쉬하게- 과감하게 리얼리티를 살려서, 그렇 지. 좀더, 더, 더…소리지르는 만석. 만 석:그만, 그만, 그만! (스테이지는 소리도 조명도 없이 조용해진다. - 스테이지 잠시 보고) 꿈을 꾸는 것만 같습니다. 악몽! 어른이 되어 갈수록 악몽이 늘어 만 갑니다. 그렇게 악몽을 꾸고나면 하나 둘 씩 너무나 많은 것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이젠 꿈이 무섭습니다. 꿈…나만의 꿈…(불현듯이) 진아를…찾아야 하는데…진아를…. 미친 듯이 스테이지로 달려가는 만석, 잠시 그 앞에서 주춤 선다. 두려운 얼굴로 스테이지를 바라보다천천히 올라선다. 스테이지에 올라서면, 조명이 밝아진다. 소품을 정리하면서 나지막이 노래를 부르고 있는 채연. 그 옆에 앉는 만석. 채 연:이 세상엔 뭐가 있는지 더 높이 날을 거야. 아무도 내 삶을 대신 살아 주 지 않아~ 애잔하게 채연을 바라보는 만석. 채연의 짙은 화장이 연민을 불러일으킨다. 후다닥 채연의 시뻘건 입술을 손으로 지우는 만석. 채 연:뭐, 뭐야? 태연하게 눈의 화장까지 벅벅 지우는 만석. 만 석:이쁘다. 진아야. 채 연:아우씨이~ 변태네 이 오빠? 세차게 만석을 밀어젖히는 채연. 풀썩 엎어지는 만석. 채 연:(거울 찾아 얼굴 본다.) 아우~ 씨바. 엉망이네. 만 석:미…안하다…. 채 연:그렇게 닮았어? 끄덕이는 만석. 거울 보면서 대충 화장기 지우고 스스로 머리를 반듯하게 묶는 채연. 보일 듯 말 듯 미소 짓는 만석. 일순 얼굴 마주보며 웃는 채연과 만석. 채 연:진아라는 사람, 오빠 애인이야? 어딨는데? 만 석:죽…었다. 인간은…환생한다.…그게…너다.…그렇지 진아야? 채 연:순정파네 이 오빠. 그런 사람이 이 바닥엔 뭐하러 기어 들어왔대? 하긴…직업에 귀천 없다잖아? 이왕 온거 빨랑 돈 벌구 이 바닥 떠. 그래야 오빠 두 알콩달콩 여우 같은 마누라랑 살지. 만 석:진아랑 결혼할 거다. 가방에서 옷을 꺼내 채연에게 건네주는 만석. 목위까지 단추가 달려 있는 얌전하고 고상한 원피스다. 만 석:입어 봐. 채 연:나 주는 거야? 돌아서서 옷을 갈아입는 채연. 흡족한 표정으로 패션쇼하듯 무대를 워킹 한다. 만 석:결혼하자. 채 연:나? 나랑? 실수한 거야. 작가 오빠. 남자들은 말이야, 나를 만지려고는 해 도…특히 결혼이란 말 따윈…안 해. 만 석:진아야…채 연:채연이라니까? 따라 해봐. 천천히. 나, 채, 연. 만 석:나, 채, 연, 결혼…하자. 채 연:첫눈에 반한 거야? 나한테? 만 석:그래. 진아는…채 연:프로포즈라…가능성 있어. 오빠는 에로 작가, 난 에로배우. 딱이다. 딱! 바쁘게 등장하는 박 PD, 채연보고 기겁한다. 박 PD:그 옷 입고 촬영할 거 아니지? 채 연:어때서? 박 PD:이미 써먹었잖아, 그 컨셉? 식상해.채 연:그건 웨딩드레스고 이건…. 박 PD:벗어. 그 옷은 아니야. 영상이 안 된다구. 오로지 자극적인 거 볼려고 돈 내는데. 채 연:믿어 봐. 사람들도 좋아할 거야. 박 PD:실시간 방송이라구. 항의가 빗발칠 거야. 만 석:(시계 보더니 퍼뜩) 카메라 앞에 서. (박 PD 흉내내) 방송 오분전. 박 PD와 만석, 실랑이 벌이는 몸짓. 컴퓨터 앞에 서는 채연. 기어이 박 PD를 뿌리치고 카메라 작동시키는 만석. 손가락으로 큐 사인 보내면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차분히 앉아 있는 채연. 채 연:안녕하세요? 불끈 님, 무기님, 조아조아님. 그 외에도 많이들 들어오셨네요. 순간 모니터에 빠르게 항의성 자막이 떠오른다. 무 기:벗는 게 최상의 정치!! (이빨 드러내는 이모티콘 떠오른다.) 노 예:안 벗는 년 프로도 아니라며? (화난 얼굴의 이모티콘 떠오른다.) 밝 힘:삐리리 웬일이니 웬일이니 웬일이니? 나채연 웬 내숭? 미스터빅:오늘, 전 회원 탈퇴의 날… (검은 장미의 이모티콘이 다발로 떠오른다.)떠오르는 자막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서 있는 채연. 안절부절못하는 만석에게 눈짓 보내는 박 PD. 씨근덕거리며 뛰어들어오는 이실장. 무대를 한바퀴 휘익 둘러본다. 이실장:어떤 새끼야? 누가 방송을 이따우로 하래 엉? 둘러보다 카메라 잡고 있는 만석에게 다짜고짜 주먹부터 날린다. 맞고만 있는 만석, 쓰러진다. 계속 짓밟아대는 이실장. 말릴 생각조차 하지못하는 박 PD. 이실장:개새끼. 누굴 망하게 하려고 작정했어. 말해 봐 새꺄. 계속되는 발길질과 주먹질. 당황한 채연, 다급해져서 원피스를 세로로 ‘부욱’ 소리나게 찢는다. 일순 무대에 스치는 적막. 모든 동작 정지하고 채연만 주목하는 사람들. 암전.조명 밝아지면, 바닥에 주저앉아 있는 만석. 코며 입이며 피가 엉겨 붙어 있다.손으로 만석의 입술에 묻은 피를 닦아주는 채연. 채연의 손길을 느끼며 시니컬하게 키들거리는 만석. 그런 만석을 바라보다 같이 키들거리는 채연. 영 불편하게 서 있는 박 PD. 박 PD:너…진아가 죽고나서는 정말 이상해졌다. 만 석 ; 아무 것도 모른다. 다들…. 박 PD:결혼할 여자가 술집나간거, 가슴 아프겠지. 자살한 건 더욱 충격일 테고. 하지만…. 만 석 ; 임신했었다. 진아…. 박 PD:뭐, 뭐라고. 너 사고 친 거야? 만 석:내 애…아니다. 박 PD:그러면 술집에서, 만 석:홀아버지 약값 벌겠다고 아무도 모르게 나간 거다. 박 PD:그런걸 동네 사람들한테 들켰으니…. 만 석:세상은 바뀐다는데, 휴대폰에서는, 인터넷에서는 성(性)을 판다는데…진아는…진아는 …. 채 연:원래가 순수한 건 깨지고 흠집 나는 거야. 현실이 그래. 현실이…. 박 PD:시간이 지나면 사랑도 사람도 잊혀진다. 만 석:움직이는 거라구? 사랑이? 광고가 떠들고 인스턴트가 판치고…나는 왜 움직이지 않을까….(채연 바라본다.) 진아는 남아 있는데, 여전히 움직이지 않는데…왜 모든 게 변할까…. 좋은 건…. 채 연:멋지다. 이 오빠, 맘에 들어. (박PD 보고, 자랑하듯) 나한테 결혼하쟀어. 박PD, 어이없게 쳐다본다. 만석에게 충동적으로 키스하는 진아. 때마침 등장하는 이실장. 이실장:어쭈구리? 눈까지 맞았어? 저 새끼 짜르라니까 너 뭐하는 놈이야? 채 연:벗을게.화끈하게 벗는다구. 회원수 안 줄어. 봤잖아? 옷 찢어서 반응 좋았 던 거. 처음부터 컨셉이 그거였어. 그거였다구. 이실장 ; 뭐야?박 PD:그, 그게, 그러니까…. 이실장:더듬지 말고 말해. 새꺄. 박 PD:마, 맞습니다. 고전적인 원피스에 갑자기 옷을 찢을 꺼라고 누가 상상을 하겠습니까? 이실장:그랬단 말이지? 다시 방송 시작해. 지금부터 내가 방송에 관여한다. 박 PD, 카메라를 손본다. 살며시 만석의 머리를 바닥에 편히 눕히는 채연. 아니꼽지만 참는 이실장. 채연, 카메라 앞에 선다. 차분하게 묶은 머리를 풀어헤친다. 카메라가 작동되면 이실장, 채연에게 인사 멘트하라고 사인 보낸다. 무시하고 음악에 맞춰 천천히 춤추는 채연. 이실장, 말하라고 계속 손짓해 댄다. 채연, 말없이 옷 벗는다. 잠든 것 같던 만석, 벌떡 일어나 채연만 뚫어져라 바라본다. 그러다가 소리 없이 서랍으로 간다. 장난감 총을 꺼내 드는 만석. 각자의 일에 몰두해 만석의 행동을 눈치채지 못하는 사람들. 만 석:소, 손들어! 이실장:또 뭐야? 만 석:쏘, 쏜다.이실장:저거 미친놈 아니야? 장난감 총 들고 설치면, 어쩔 건데? 박 PD:그만해. 만석아. 만 석:모두 카메라 앞에 서. 이실장:장난 하냐? 죽고 싶어서 환장을 했구만. 그래, 오랜만에 우리 빙신 춤 한 번 춰 보자. 엉. 이실장이 만석에게 다가가려 하자, 급하게 이실장을 안다시피 카메라 앞에 세우는 채연. 천천히 춤추며 이실장의 온몸을 애무하기 시작한다. 채 연:(귀에 대고) 속삭이는 컨셉이야. 저 총, 소품으로 쓰라며? 이실장:그래? 은근슬쩍 채연에게 몸을 밀착시키는 이실장, 기묘한 성적인 쾌감을 느낀다. 점점 더 노골적으로 채연의 몸을 더듬기 시작하는 이실장. 이제는 방송이라는 자각보다는 본능에 따르고 있다. 순간 모니터에 여러 개의 자막이 빠르게 떠오른다. 야 수:와- 새롭다!! 새로운 장르? 에로다큐? (두 눈 튀어나오는 이모티콘 떠 오른다.) 불 끈:앞서가는 삐리리! 오늘 방송 별 다섯 개! (별모양의 이모티콘이 주르르 떠오른다.) 터프게이: 에로 방송 대상 줘라~~ 무교동:리얼리티 짱이다! (엄지손가락 보이는 이모티콘 떠오른다.) 귀족:전국에 알려 회원수 늘려 주자!! 갑자기 쏟아지는 반응을 보고 입이 찢어져라 웃는 이실장. 이실장:와하하하. 이것 봐라? 반응이 이렇게 좋아? 박 PD:크, 클릭 수가 급증해요. 갑자기 폭주해서 접속이 안될 지경이에요. 이실장:그래 그래. 이 한 몸 바쳐서 한 밑천 땡겨 보자. 우히히. 좋았어. 아주 좋아. 클릭수. 만 석:(총구를 박 PD에게 겨누며) 카메라 앞에 서. 박 PD:너 정말 미쳤어? 이실장:들어와 새꺄. 대장이 벗는데 쫄병이 구경만 해? 울상이 되는 박 PD. 눈을 부라리는 이실장. 어쩔 수 없이 카메라 앞에 서는 박 PD. 스스로 옷을 벗는 이실장. 동물적인 본능과 자극에만 의존하고 있는 모습이다. 박 PD 역시 처음엔 어색하게 움직이지만, 차츰 채연의 동작에 동화된다. 점점 행위에 몰입하는 사람들. 한 몸이 되어 뭔가에 홀린 듯 같은 동작을 한다. 만 석:나는 너희들을 저주하지 못할 것이다. 너희들이 내게 행한 악은 너무 크고 내가 너희들한테 행한 악도 너무 커서 그것은 자발적인 것일 수 없다. (詩-이지도르 뒤카스) 자연스럽게 채연의 몸을 더듬는 이실장. 그 모습 바라보는 만석. 부들부들 떤다. 총까지 떨린다. 이실장을 겨냥하는 만석. 박PD, 장난감 총인지라 말리지 않고 피식 웃는다. 이실장:쏴. 쏘란 말이야 임마. 그래야 클릭수 늘어나지? 떨리는 오른손을 왼손으로 받쳐 잡는 만석. 침착성을 되찾는다. 만석, 다시 한번 이실장과 박PD, 채연을 차례로 바라본다. 아랑곳없이 채연의 옷을 벗기기 시작하는 이실장. 순간, 분노로 경련을 일으키는 만석,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방아쇠를 잡아당긴다. ‘탕-’ 찢어지는 듯 한 파열음. 겨냥이 빗나가 풀썩 힘없이 쓰러지는 박 PD. 시뻘건 피가 흥건히 번져 나온다. 놀라 만석을 바라보는 채연과 이실장. 만석, 총을 한 번 쳐다본다. 넋이 나가 풀썩 주저앉는 채연. 이실장, 갑자기 무릎꿇고 애걸복걸 빌기 시작한다. 비굴하기 짝이 없다. 이실장:저, 정선생, 아, 아니, 정작가님, 훌륭하신 작가 분이 이러시면 안되죠? 예? 진정하세요. 예술을 하신다는 분이 이러시면 아니 되십니다. 예? 잘못했어 요. 사,살려줘요, 응? 내가, 내가 다 사과할게. 응? 만 석:너희는 너희들의 길을, 나는 나의 길을 걸었으되 그 두 길은 모두 유사하 고 모두 삐뚤어진 길이었다. (詩- 이지도르 뒤카스) 무표정한 얼굴로 이실장을 바라보는 만석, 악마적인 미소 날린다. 그러고는 망설임 없이 방아쇠를 당긴다. 만석의 얼굴에 피 흩뿌리며 쓰러지는 이실장. 그제야 정신이 든 듯 만석을 쳐다보는 채연, 벌벌 떨고 있다. 총을 떨어뜨리는 만석. 털썩 주저앉는다. 아련하게 경찰 사이렌 소리 들려 온다. 채연, 놀라서 만석의 팔을 잡아끈다. 움직이지 않는 만석. 채 연:어, 어쩌지? 만 석:쉬고 싶다…. 채 연:무서워…도망치자. 응? 도망치자. 만 석:니 옆에서…잠들고 싶어 … 채 연:나, 난 아니야. 대 스타가 되는 게 꿈이야. 도망쳐야 돼! 만 석 ; 진아야…. 채 연:옆에 있어 줄게. 일어나. 만 석:(두 눈 감는다.) 채 연 ; 이대로 끝낼 수 없어! 긴박하게 경찰 사이렌 소리 들려 온다. 불안감에 싸여 도망 갈 곳을 찾아 무대를 미친 듯이 뛰어다니는 채연. 두껍게 덮여있는 창문 앞에 선다. 와락 커튼을 젖히는 채연, 힘들게 창문을 연다. 밖을 내려다보다 아찔한 현기증을 느낀다. 채 연:(주저앉으며) 토할 거 같아. 노, 높다. 주, 죽으면 어쩌지? 만 석:(비틀거리며 일어선다.) 같이 가 진아야. 채 연:주, 죽는 게 나을까? 아, 아니 잡히는 게? 만 석:이제는 안 놓친다. 점점 더 가깝게 들려 오는 사이렌 소리에 동요하는 채연. 채 연:여기서 끝내는 건 너무 억울해. 도망 쳐야 돼. 만 석:너만 있으면 된다. 사색이 되어 출입문을 바라보는 채연. 경찰들의 발자국 소리 들려 온다. 점점 울상이 되는 채연, 만석과 함께 창틀에 올라선다. 망설이던 채연, 만석을 의지하며 꼬옥 끌어 안는다. 다시 한번 절망스럽게 문을 바라보는 채연. 문 앞까지 경찰들의 발자국 소리 들린다. 뒤이어 들려 오는 확성기 목소리. 두 눈 질끈 감는 채연. 경관 목소리:너희들은 포위됐다. 손들고 순순히 자수해라. 셋을 세고 들어간다. 하 나, 두울, 세엣- 크게 문 부서지는 소음과 동시에 비명 지르며 뛰어 내리는 채연과 만석.“아악”하는 두사람의 비명이 찢어지듯 날카롭게 울려 퍼진다. 암전. 어두운 무대에 음악 흐른다. 뒤이어 흘러나오는 뉴스. 소 리:다음 뉴스. 오늘 새벽 인터넷 방송국 내에서 총격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사건 당시 비디오 자키로 촬영 중이던 나모 여인과 가해자 정모씨는 1층에서 도주하려다 추락, 병원에 이송됐으나 나모 여인은 혼수 상태에 빠졌습니다. 정모씨는 현재 약국에서 아스피린을 받아먹고 안정을 취하고 있는 가운데 각 정부 부처의 반응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문광부와 내무부는 서로 조사권을 주장, 부서간에 큰 충돌이 빚어지고 있습니다. 한편, 여성부에서도 관심을 표명하는 가운데…. 음악 흐르면서 막. ◆당선소감 이제 겨우 조그마한 목소리로 소리내어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저기요… 저 아직 죽지 않고 글써요….”그 이외에는 아무 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잠 속에서 꿈결처럼 당선 소식을 들었다.믿어지지 않아 텅 빈 머리로 조금 더 누워서 빈둥거렸다. 남들이 열 개를 가질 때 다섯 개를 가지면 만족한 것이 나라는 사람이었다.하지만,그 다섯 개를 가지지 못하면 미쳐 버리는 것 또한 나라는 사람의 습성이었다.글이라는 것이…,내게는 그 다섯 개였고 전부였다.기쁨을 나누면 배가되고,슬픔을 나누면 반으로 준다고 했던가? 책임감처럼 전화질을 해댔다.그러고는 곧 또다른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다. 앞으로 단명하지 말고 더욱더 좋은 글을 쓰라는 달콤한 채찍질이구나….더 많이 공부하고,겸손한 마음으로 글을 써야 하는 거구나….그 사실에 눈물 나도록 감사했다. 졸업하고 한번도 찾아뵙지 못한 오교수님,깊이깊이 고개숙여 고맙습니다. 부족한 글을 뽑아주신 심사위원님,정말 감사합니다.따뜻한 시선으로 바라 보아주신 큰아버님과 큰어머님,고맙습니다.당선 소식에 너무나 좋아한 윤환 오빠와 새언니,성희언니와 형부에게도 이 기쁨을 전합니다.선배라는 이름 하나만으로도 의지가 되고 도움이 되어 준 박수진 선배에게도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애정을 가지고 지켜 봐준 성예 경희 나연 미현 현철 정석 우석 석윤 재중 남헌이…,모두에게 고마운 마음뿐입니다. 변혜령 ●약력 71년 서울생 서울예대 극작과 졸업“우승컵 양보없다” ◆심사평 모더니즘의 기수였던 T S 엘리어트나 제임스 조이스는 모두 극을 최고의 예술장르로 여겼다. 그러나 정작 이들이 쓴 희곡들은 시나 소설만큼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한정된 시공간에서 살아있는 배우가 압축된 언어로 전달해야 하는 희곡은 무엇보다 입체적인 연극적 상상력을 요구하기 때문이다.문학지망생들에게 희곡은 그만큼 긴 시간의 수련이 필요한 장르다.이번 희곡 응모작들에서 눈에 띄는 것은 소재가 다양해졌다는 점이다.분단문제나 문명비판,지하철 노숙자나 재개발 문제를 둘러싼 사회문제와 가족관계 등을 골고루 다뤘다.식지 않은 월드컵의 열기도 느껴진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진부한 시각과 관념적인 글쓰기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많은 경우 서술적인 전개에 치우친 감이 없지 않다. 최종심의에 오른 작품은 ‘나난 가노란 말도 못다 고’와 ‘장난감 총’이다. ‘나난…’은 남편의 오랜 병수발을 한 아내가 남편이 잠시 숨을 멈추자 불효한 아들에 대한 분노로 먼저 세상을뜬다는 내용의 작품이다.상황 설정이 기발하고 반전의 묘미를 준다. 하지만 심사위원들은 ‘장난감 총’을 당선작으로 뽑는 데 이의가 없었다.성인 인터넷 방송국을 무대로 성과 양심이 매매되는 우리 사회의 비극적 단면을 드러낸 작가의식이 결코 가볍지 않다.다채로운 무대활용 기법,동시대적 언어감각,시종 극적 긴장을 이어가는 탄탄한 구성력이 자칫 무겁게만 느껴질 수 있는 희곡에 연극적 재미를 더해준다. 오래도록 우리 무대를 지키는 작가로 남길 바란다. 오태석 김미희
  • [씨줄날줄]개국 공신

    ‘토끼 사냥이 끝나면 사냥개는 삶아 잡아먹힌다(토사구팽·兎死狗烹).’ 100만 대군을 수족처럼 부렸던 한나라 명장 한신(韓信)이 천하 통일 후 여후(呂后)의 계략에 빠져 처형된 사례를 일컫는 고사다.한신은 처형 직전 ‘공은 세우기는 어려우나 무너지기는 쉬운 법’이라며 천하를 3등분해 하나를 차지하도록 권유했던 세객(說客) 괴통의 말을 듣지 않은 것을 뒤늦게 후회했다고 한다. 반면 장량(張良)은 ‘세치의 혀로 제왕의 군사(軍師)가 되어 열후의 반열에 올랐으니 더이상 무엇을 바라겠느냐.선계(仙界)에서 여생을 보낼까 한다.’며 논공행상을 마다하고 관직을 사임했다.월왕 구천(句踐)을 섬긴 범여(范^^)는 위업을 성취한 후 권력에서 멀어짐으로써 천수를 누렸지만 자리에 집착했던 문종(文種)은 결국 반역의 누명을 쓰고 목숨을 잃었던 일을 잊지 않았던 것이다. 지난 1993년 문민정부 출범 직후 재산공개 파문에 휩싸여 오명을 쓴 채 정치권을 떠나야 했던 한 원로 정치인도 뒤늦게 한신과 장량의 고사를 떠올리며 통한의 눈물을 흘렸다. 우리나라에서는 신라 때 중국의 제도를 모방해 공신에게 녹공을 지급했다는 기록이 있으나 제도적으로 갖춰진 것은 고려 태조 왕건 때다.개국에 공을세운 정도에 따라 3등급으로 분류돼 상이 하사됐다.공신당의 벽에 화상이 보관된 1등,2등 공신은 훈전(勳田)이 세습됐을 뿐 아니라 자자손손 관직에 등용됐다.조선조에서는 태조 이성계를 도와 개국에 공을 세운 개국공신을 비롯해 영조에 이르기까지 모두 28종의 공신이 배출됐다.하지만 광해조에 책봉된 4차례의 공신이 인조 반정 이후 삭제되는 등 권력투쟁의 결과에 따라 첨삭도 적지 않았다. 개국공신들의 명암은 몇해전 방영된 TV사극물 ‘용의 눈물’이나 지금 방영 중인 ‘제국의 아침’에서도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왕권과 신권의 다툼에서 신권의 편에 섰던 공신들은 훗날 역신으로 몰려 참화를 면치 못했다. 민주당 노무현 후보의 대통령 당선과 함께 자천,타천으로 ‘노당’에 속하는 인물들이 급부상하고 있다.조선조의 기준에 따르면 정국(靖國)공신쯤 된다고 하겠다.‘토사구팽’까지는 아니더라도 ‘권력은칼 끝에 묻은 꿀을 빠는 것과 같다.’고 했던 옛 성현의 말씀을 한번 되새겨 보는 것은 어떨까. 우득정 논설위원 djwootk@
  • [男男女女] 남자와 쇼핑

    일반적으로 여자는 쇼핑을 좋아하고,남자는 쇼핑을 싫어한다.그러면 부부사이의 쇼핑 문화는 어떻게 될까. 신혼일 때 남편은 “두 시간 뒤에 입구에 차를 대놓을 테니까 늦지 말고 내려와.”라며 아내를 홀로 쇼핑센터에 떨어뜨려 놓고 휑하니 사라진다.또는“1시간 동안만 쇼핑하는 거다.”라고 약속을 받고 쇼핑백을 들고 마지못해쫓아다닌다.그러다 신혼 시절이 끝나면 아내 쪽에서 먼저 “친구랑 쇼핑할거야.”라고 ‘남편 사절’을 외친다.처음에는 참던 남편이 어느 순간부터짜증을 내고,끝내 부부싸움으로 발전하는 악순환을 익히 경험했기 때문이다. 여자들은 궁금해한다.남자들이 왜 그렇게 쇼핑을 싫어할까.남자들도 의아해한다.왜 여자들은 쇼핑에 물불을 안가리는가. 연애시절에는 타협점이 생긴다.타협이라기보다 사랑에 눈 먼 남자들의 일방적인 양보에 가깝다.남자들은 자신의 눈에 별 차이가 없는 귀고리를,여자 친구가 이것저것 착용하며 1시간은 족히 머뭇거리다가,결국 “맘에 드는 것이없네.”하고 돌아서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여자들은그런 남자 친구의속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돈 굳었다.’고 의기양양해하며 앞서간다. 남자들이 무엇보다 경악을 금치 못하는 일은,그렇게 다리 품을 팔아 고른물건을,집에 돌아와 이리저리 살펴보고는 “너무 비싼 걸 샀나? 딴 걸로 바꿔야겠다.”라고 아내가 말할 때다.남자들은 이렇게 묻는다.“돈도 돈이지만,시간이 아깝지 않느냐.”고.남자의 쇼핑 방식은 대부분 이렇다.구두를 사야겠다고 마음 먹으면,아무 신발가게에나 들어가 메이커를 가리지 않고 사서신고 나온다.상점에 들어가서 나올 때까지 아마 5분이 채 안 걸릴 것이다. 일부에서는 이런 남자와 여자의 차이를 수렵시대에 새겨진 유전자 탓으로돌리기도 한다.그 시절 사냥이란 돌도끼 외에 별다른 도구가 없고,주력도 마땅치 않던 남자의 조상들에게 ‘시간과의 전쟁’이었을 것이다.토끼·노루·사슴 등의 주력과 인간의 주력을 비교해 보라.사냥감이 정해지면 인간은 죽을 힘을 다해 쫓아가 돌도끼를 던져야만 간신히 잡을 수 있지 않았을까.남자들에게 시간이란 곧 절박한 생존의 문제였을 것이다. 반면 채집과 저장·분배를 관장한 여자들은 사냥한 짐승을 부위별로 비교해 등급을 매기고,다른 가족과 배급할 양을 공평하게 나누는 일이 중요했을 것이다.시간을 다투기보다 정확한 판단이 우선이었다.구석기 시대의 ‘쫓아가는 문화’와 ‘비교하는 문화’가 현대인들의 쇼핑 문화를 결정한다는,그럴듯한 가설이다. 남자 중에도 쇼핑을 좋아하는 이가 있다.‘게이’다.미국 여자들은,여자와정말 죽이 잘맞는 남자가 ‘게이’라고 말한다.게이는 질투심 많은 여자 친구들과 달리 똑부러진 조언도 잘한다는 평가다.한국에서도 마찬가지 같다.커밍아웃이 자유로운 미국과 달리 한국의 문화에서 그들을 만날 일이 거의 없어서 문제지만 말이다. 문소영기자 symun@
  • K-리그/ 성남 ‘매직넘버’ 2

    성남이 ‘매직넘버’를 2로 줄이며 정규리그 2연패에 바짝 다가섰다. 성남 일화는 3일 전북 현대와의 프로축구 정규리그 홈경기에서 2-0으로 이기고 승점 43을 기록,2위와의 격차를 7점으로 벌렸다.플레이오프 없이 우승팀을 가리는 올시즌 경기방식으로 인해 성남은 남은 3경기중 2경기만 이기면 승점 49로 자력우승을 달성한다.더구나 이는 2위 수원 삼성(승점 36)이 남은 4경기를 모두 이겨 승점 48을 기록한다는 전제여서 성남은 사실상 1승만 추가해도 우승할 가능성이 높다. 성남은 또 부천 SK,부산 아이콘스,포항 스틸러스 등 중하위권 팀들과 경기를 남겨 울산 현대,안양 LG 등 중상위권 그룹과 혼전을 펼쳐야 할 수원보다 승수 사냥이 한결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성남은 후반 16분 김대의가 만든 결정적 찬스를 샤샤가 골로 연결해 지루한 공방에 종지부를 찍었다. 주도권을 잡은 성남은 13분 뒤 김현수가 머리로 쐐기골을 넣어 2골차 승리를 확정했다. 박해옥기자 hop@
  • [씨줄날줄] 지미 카터

    올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된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은 1976년 대통령선거 당시 막판까지 ‘지미 누구?’라는 말을 사방에서 들어야 했고,1981년 1월 백악관을 나설 때는 반 세기 만의 첫 재선 실패 현직대통령(직접선출)이란 명찰을 달고 있어야 했다.대통령제를 창출하고 대통령학을 고도로 발달시킨 미국에서 카터는 실패한 대통령의 명백한 사례로 연구되어 왔다.그로부터 21년 뒤 카터는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뜻밖의 부상이나 권토중래가 아니다.어느 곳보다 퇴임 대통령에 대한 관심이 많은 미국에서 10년 전쯤부터 카터를 ‘가장 성공한 퇴임 대통령’으로 눈여겨 보는 학자와 국민들이 수두룩했다. 이같은 ‘후 명성’은 오로지 카터 전 대통령 스스로의 작품이다. 닉슨까지 살아 있을 때도 카터는 닉슨,포드,레이건,부시 등을 제치고 가장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전임 대통령이었다.이유는,현직 때 얻지 못한 인기를 뒤늦게 얻고 싶어서,같은 당 출신의 후배 대통령에게 영향력을 발휘하고 싶어서 카터가 언론과 국민에게 어필하는 일을 만든 것이 아니라,하고 싶은 일이 있었고,그 일을 진정으로 하다 보니 언론이 주목하지 않을 수 없었고,국민들이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카터 전 대통령의 ‘하고 싶은 일’은 국제 분쟁의 평화적 해결,그리고 못사는 사람을 실질적으로 도와주는 것이다.이것은 재선 실패 5년 후 대외활동을 재개하면서 급조한 것이 아니라 조지아 주지사,대통령 직을 수행할 때부터 분명히 드러난 카터의 성향이자 지향이다.정치가,대통령 가운데 가장 파랗고,맑은 눈을 가진 그를 두고 목사가 될 양반이 정치를 하고 있다는 비아냥이 지금도 이어지지만,카터는 정치력보다는 신념의 힘이 넘치는 정치가다.본인 스스로 일반 대중에 강한 인상을 주는 정치가의 ‘마력적’ 리더십에 문제가 있음을 인정하는데,정치가 카터를 통해 우리는 정치에서의 신념과 리더십의 조화,혹은 부조화의 문제를 본다. 그러나 리더십의 마력은 정치력이 쇠할 때 사라지지만 신념의 힘은 정치판을 초월한다.이것이 카터 전 대통령이 노벨상을 타게 된 이유다.몇달 전 정치적 천성이 몇십 배 앞선 클린턴 전 대통령의 몇백만 달러 방송 스카우트설이 2단짜리 뉴스가 됐을 때 뉴욕타임스와 타임은 카터의 쿠바 방문을 커버스토리로 실었던 것이다. 김재영 논설위원 kjykjy@
  • 아시안게임/ 한⇔일 2위 싸움 이제부터

    한국과 일본의 종합 2위 싸움이 본격화됐다.한국이 지난 주말 예상보다 빨리 일본을 제치고 2위로 뛰쳐 오르며 두나라의 각축은 대회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한국은 당초 일본 추월의 D데이를 10일로 잡았다.일본의 금밭인 수영 유도육상 결승전이 대부분 10일 이전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은 지난 5일 사격과 보디빌딩 수영 체조 등에서 금 7개를 추가,2개를 보태는데 그친 일본을 3개차로 따돌렸다. 6일에는 한국(금 32,은 37,동 45)이 일본(금 28,은 42,동 36)과의 금메달수 차이를 4개로 늘렸다. 5일의 2위 자리바꿈에 원동력을 제공한 것은 사격이었다.강승균 남형진(이상 상무) 최병우(KT)가 출전한 남자 소총 복사팀이 아시아신기록(1782점)을 세우며 우승한데 이어 남자 더블트랩에서도 정윤균 김병준(이상 상무) 박정환(창원시청)이 우승하는 등 남녀를 통틀어 사격에서만 3개의 금을 거둬들였다. 반면 일본은 믿었던 수영에서 중국의 초강세에 밀려 전체 43개의 금메달 가운데 15개 정도를 가져가는데 그칠 전망이다.일본은 6일까지 수영34개 종목에서 금메달 13개를 따는데 그쳤다.한국이 1개를 가져갔고 나머지는 중국이 휩쓸었다.다만 유도에서 남녀 합계 16개 금 가운데 7개를 가져가 그런대로 체면을 세웠다. 그러나 일본은 잠시나마 한국을 다시 한번 앞지를 것으로 보인다.일본이 우리보다 상대적 강세를 보이는 육상이 7일부터 레이스에 들어가기 때문이다.일본은 육상 45개의 금메달 가운데 10개 정도를 딸 것으로 예상된다.또 일본은 전통무술인 공수도에서 전체 11체급 중 7체급을 석권한다는 시나리오를 짜놓았다. 하지만 수영과 육상 유도 공수도를 빼고 나면 확실한 메달밭이 없어 고민에 빠져 있다.한국이 아직 메달의 주인공이 가려지지 않은 태권도(16종목) 양궁(4종목) 등에서 금사냥을 벼르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7일부터 금사냥이 재개되는 레슬링을 비롯,정구 볼링 축구 야구 등도 한국에 금을 더해줄 희망의 종목들이다. 유홍종 한국 선수단장은 “한국이 80∼83개의 금메달을 딸 것 같다.”면서 “그러나 일본은 예상보다 적은 60여개의 금을 수확하는데 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 단장은 일본 부진의 이유를 중국의 예상밖 선전에서 찾으며 중국이 목표치 이상인 170개 이상의 금메달을 휩쓸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부산 박해옥기자 hop@
  • 아시안게임/ 북한 최은심 48㎏급 5위에 그쳐

    북한의 첫 금메달 주인공으로 기대를 모은 최은심의 메달 사냥이 좌절됐다. 최은심은 부경대체육관에서 열린 여자 48㎏급 경기에서 인상 85㎏,용상 97.5㎏을 들어 합계 182.5㎏으로 12명의 참가 선수 가운데 5위에 머물렀다.금메달은 중국의 리주오,은메달은 미얀마의 카이티윈이 차지했다. 두 선수는 모두 합계 200.0㎏을 들어올렸고 시기차에서도 같아 결국 체중이 가벼운 리주오가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리주오와 카이티윈은 인상(90㎏)과 합계(200㎏)에서 나란히 세계타이기록을 세웠다.
  • 본 조비 8집 ‘Bounce’ 발매, 여유와 부드러움… 원숙미 ‘물씬’

    ‘이쁜이 메탈’ 존 본 조비(리드 보컬)가 데이비드 브라이언(건반),티코 토레스(드럼),리치 샘보라(기타),알렉 존 서치(베이스·탈퇴)와 함께 지난 83년 만든 그룹 ‘본 조비’가 가장 많이 듣는 빈정거림이다.실제로 본 조비의 음악은 ‘헤비하지 않은 메탈’로 친숙한 멜로디와 적당히 타협하는 듯한 비트,서투른 초기의 연주 탓에 ‘아이돌 메탈’이라는 비아냥이 따라다녔다.80년대에 중고교를 다닌 세대라면 그의 음악을 이론이 아니라 몸으로 기억할 것이다.야간 자율학습이 끝난 밤 버스를 기다리면서 음반가게에서 틀어주는 본 조비를 들어보지 않은 중고생이 얼마나 있을까. 본 조비의 8집 ‘Bounce’는 여전히 본 조비다운 영악한 음악스타일을 고수한다는 느낌을 준다.메탈 팬들은 자신을 메탈의 세계로 이끈 본 조비의 소심한 음악에 ‘치를 떨면서도’포근한 향수에 잠길 듯하다. ‘9·11 테러’의 영향을 받아 만든 1번 트랙 ‘Undivided’는 세계인의 단합과 일치를 노래했다.‘Everyday’는 하루하루 주어진 날들에 최선을 다해 살자는 메시지를담았고, 기존의 팝메탈적인 분위기는 유지하지만 더욱 여유있고 부드러워진 느낌이고 보면 역시 나이는 속일 수 없음을 깨닫게 한다. ‘Bounce’는 CD와 카세트마다 고유번호가 있다.이 번호가 있으면 본 조비의 공식 팬사이트(www.bonjovi.com)에서 ‘아메리칸 XS’의 멤버로 등록,본조비 콘서트 티켓을 공식 발매 전에 구입할 수 있는 등 혜택을 받는다. 채수범기자 lokavid@
  • 英 라이언 항공 ‘싼게 비지떡’

    “라이언 항공은 좌석을 미리 배정하지 않기 때문에 비행기에 오른 순간 여러분은 (좋은 좌석 주변에서)스크럼을 짜야 할 겁니다.” 파격적인 항공요금 할인을 통해 급성장하고 있는 라이언 항공을 향해 한 BBC 방송 직원이 던진 비아냥이다.직원들 사이에 얼마나 원성이 자자했던지 기사 옆에 직원의 ‘한마디’를 달아놓았다. BBC 방송은 최근 영국의 사회단체 ‘항공 이용객 위원회(AUC)’가 지난해 4월부터 1년 동안 영국에 국제선을 운항한 120개 항공사의 탑승객 불만사항 5415건 중 라이언 항공이 77건으로 3위를 차지했다며 이 회사의 서비스 수준을 집중적으로 성토했다.영국에서 항공기 고객들의 불만 내역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영국 최대 항공사인 브리티시 항공이 117건으로 1위,에어 프랑스가 110건으로 2위를 차지했다. 라이언 항공은 5년 전부터 인기를 얻은 네덜란드 KLM의 할인요금 항공사인버즈(BUZZ),고(GO),이지제트(EASYJET)와 함께 할인 항공선업계를 선도해왔다.지난해 런던발 프랑크푸르트행 노선은 브리티시 항공의 경우 722달러를 받았지만 더블린에서 출발하는 라이언 항공은 294달러면 충분했다.규모가 작은 2류 공항을 이용하고 기내식 비용과 음료수 제공을 없애 운임을 내렸다. 그러나 ‘싼 게 비지떡’이라고 고객들의 불만이 터져나오기 시작한 것이다.이지제트는 42건으로 5위,마이트래블은 39건으로 8위를 차지했고 대부분의 염가노선 항공사들이 상위에 포진됐다. AUC는 “승객들이 다치거나 출발이 지연돼 시간을 허비하고 짐을 잃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항공사들이 각별한 주의를 기울인다는 어떤 증거도 찾아볼 수 없었다.”고 개탄했다. 이언 해머 의장은 “전화나 인터넷 예약 때 특히 일이 잘못되는 경우가 많다.”며 승객의 이름이 잘못 기입돼 있거나 분실한 티켓을 새로 발급해 주지 않고 출발 시간을 갑자기 변경하는 일 등이 그 예라고 했다. 이에 대해 라이언 항공 마이클 카울리 국장은 “서비스 수준이 낮다고 불평하는데 이는 조사기간 동안 우리 비행기를 이용한 1100만명 가운데 77명에 불과한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그는 AUC가 간과한 수수료나 공항이용료 같은 요소들이야말로 서비스 개선의 발목을 잡는 주범이라고 반박했다. 임병선기자bsnim@
  • 책/ 개와 인간의 문화사-그림속 ‘개’로 본 서양문화

    인간의 손에 길들어 인간의 가장 가까운 곳에 거처를 마련한 동물,세월이 흐르면서 거꾸로 지배자인 인간에게 은밀하게 영향을 준 동물,프랑스 여배우 브리지트 바르도가 번번이 우리에게 식용(食用)시비를 거는 동물.개는 과연 인류역사의 어느 지점에서 끼어들어 인간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어온 걸까. 헬무트 브라케르트,코라 판 클레펜스 등 독일인 독문학자 둘이 쓴 ‘시와 그림을 통해서 본 개와 인간의 문화사’(최상안·김정희 옮김)는 시와 그림속에 나타난 개의 자취를 더듬는 것으로 서양문화사 전반을 이해하려 했다.이 작업에 동원된 텍스트의 양과 깊이가 무엇보다 놀랍다.선사시대 벽화,고대 유물들,중세의 그림과 서사시,우화를 비롯해 페트라르카 같은 중세작가들,세르반테스·셰익스피어·괴테·모파상·하이네 등의 근현대 작가들이 개에 관해 쓴 다양한 문학작품이 숨고를 겨를 없이 지적 호기심을 부추긴다. 책에 따르면,인간이 개와 우정을 쌓은 최초의 동기는 사냥이란 지극히 현실적 목적이었다.사냥꾼을 가리키는 그리스어 ‘키네게테스’(Kynegetes)는 ‘개를 데리고 다니는 사람’이란 뜻.개가 묘사된 그림도 서기전 8000∼7000년부터 있어왔다. 개와 인간 역사의 공통분모를 집어내는 과정 곳곳에서 티치아노 고야 르느와르 모네 루벤스 등 대가들의 작품을 감상하는 재미만도 쏠쏠하다.백의.1만 5000원. 황수정기자 sjh@
  • 월드컵/스페인 선수들 “심판 존중해야”

    ‘페널티킥 신경쓰이네.’ 4강진출을 위해 22일 한국과 한판승부를 벌이는 스페인이 페널티킥에 부쩍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한국과의 경기에서 스페인이 페널티킥을 허용할 것이라는 근거없는 우려때문이다. 스페인 훈련캠프가 있는 울산 서부구장에서 만난 스페인 취재진들은 한국이 잇따라 페널티킥을 얻어낸 사실을 거론했다. 지난 10일 미국전과 18일 이탈리아전에서 페널티킥 기회를 잡았듯 스페인전에서도같은 상황이 되풀이되지 않겠느냐는 비아냥이었다.이들은 한국이 4경기를 치르면서 2차례 페널티킥 찬스를 잡은 것은 ‘홈 어드밴티지’로밖에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스페인의 한 기자는 “미국과의 경기에서는 이을용이,이탈리아전에서는 안정환이 페널티킥을 실축하지 않았느냐.”면서 “스페인전에서도 한국팀은 또 실축할 것”이라고 ‘뼈있는 농담’을 내뱉었다. 한국이 포르투갈과 이탈리아 등 내로라하는 강팀을 모두 꺾고 ‘유럽킬러’로 급부상하자 스페인 역시 한국의 4강 진출 제물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의 표출이 아닐수 없다.스페인기자들은 실제로 19·20일 가진 스페인팀의 기자회견에서 “심판의 편파판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집중적으로 퍼붓는 엉뚱한 모습을 이틀연속 연출했다. 그러나 스페인 언론이 불필요한 신경전에 몰두하는 동안 스페인선수들은 오히려당당한 모습을 보여 묘한 대조를 이뤘다. 20일 기자회견장에 나온 스페인의 간판 미드필더 가이스타 멘디에타는 심판의 편파판정 시비에 “결코 그렇지 않다.”고 강조했다.그러면서 “선수의 임무는 경기를 하는 것이고 심판의 몫은 판단을 하는 것으로 이에 왈가왈부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해 이번 대회에서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운 진정한 스타로서의 자신감을 보였다. 울산 김성수 박준석기자 sskim@
  • [오늘의 눈] 회계법인 ‘기업감시자’로 거듭나야

    미국에서 요즘 '부실회계신드롬'이 심상치 않다. 세계 5대 회계법인 '아서앤더슨'이 에너지거래 기업인 엔론사 분식회계와 관련해 문을 닫을 처지에 놓였다. 지난 15일 휴스턴 연방지법으로부터 유죄평결을 받고 관련업무를 전면 중단하겠다며 파산선언을 한 상태다. 엔론-아서앤더슨 사태는 자본주의의 꽃이라는 나라에서 분식회계, 부실감사, 대정부 로비,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 등 후진국에서나 있을 법한 비리가 공생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아서앤더슨의 연루로 미국 주가는 더욱 곤두박질치고 있다. 미국증시의 파장으로 유럽·아시아권도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엔론-아서앤더슨과 같은, 기억하고 싶지 않은 '부실회계의 과거'는 우리에게도 있었다. 사상 최대의 규모인 41조원대의 분식회계를 주도한 대우그룹이 한국판 엔론이라면 연간 150억원의 감사 수수료를 받고 분식회계를 묵인한 산동회계법인은 바로 '한국판 아서앤더슨'이다. 엔론사가 파산했듯, 대우그룹은 1999년 해체의 길로 들어섰다. 산동도 2000년 9월 영업정지를 당하면서 공중분해되는 대가를 치렀다. 당시 외환위기로 국가신용등급마저 몇 단계나 더 떨어진 우리나라로서는 대외신인도에 치명타를 입은 최악의 사태였다. 물론 이를 계기로 '회사 돈을 뒤로 빼돌리는' 기업의 고질적인 관행을 고치고, 회계법인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강화하는 조치가 잇따랐다. 얼마 전에는 분식회계사도 배상책임을 져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와 회계법인의 사회적·경제적 책무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회계법인과 기업과의 공생관계가 과연 투명해졌는지는 의문이다. 기업을 감시해야 할 회계법인이 기업들로부터 컨설팅 등 사업을 더 수주하는 관행도 여전하다. '쥐한테 생선을 얻어먹은 고양이가 쥐를 잘 잡겠느냐””는 비아냥이 나오는 현실이다. 회계법인은 더 이상 '공인된 장사꾼'이 아닌 '기업의 감시자'로 거듭나야 할 때다. 엔론-아서앤더슨 사태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당국도 필요한 조치를 동원해 회계법인이 공정하게 감사하도록 규제를 강화해야 할 것이다. 주병철 경제팀 기자
  • 야생동물 ‘시·군 수렵’ 전환

    강원도와 충청도,전라도,경상도를 돌아가며 4년에 한번씩 사냥이 허용되던 ‘도(道)순환 수렵제’가 ‘시·군 수렵제’로 바뀐다. 환경부는 10일 지난 1992년부터 시행해 온 ‘도순환 수렵제도’를 폐지하고 대신 사냥거리가 풍부하고 행정기반이잘 갖춰진 시·군에 사냥터를 개설하도록 하는 시·군 수렵제를 오는 11월부터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는 도순환 수렵제 때문에 사냥이 허용된 지역과 멀리떨어진 사냥꾼들이 상습적으로 밀렵을 하는가 하면 멧돼지와 까치 등 유해조수의 개체수 조절이 어렵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환경부는 각 도마다 2∼3개 시·군에 사냥터를개설하면 밀렵과 유해조수 농작물 피해가 줄게 될 것으로기대했다. 류길상기자 ukelvin@
  • [오늘의 눈] 장군들의 해외 나들이

    요즘 군 수뇌부가 시급한 현안이나 뚜렷한 목적도 없이줄지어 해외 순방길에 나서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차기전투기(FX) 사업과 관련,기종 및 엔진 선정결과에 대한 시민단체 등의 반발이 누그러들지 않고 있고,실탄 분실사건을 숨겼던 해병대사령부는 구타를 못 견딘 사병이 분신 자살을 기도,중태에 빠졌음에도 이를 은폐하려 했다는의혹을 받고 있는 등 어수선한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닌데고위 장성들의 한가로운 외국행이 웬 말이냐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군 내부에서조차 “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한국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외국에 나가면 ‘대접’받을 수 있기 때문이 아니냐.”는 비아냥이 나오고 있다. 해외 나들이의 스타트는 김동신(金東信) 국방장관이 끊었다.김 장관은 FX사업으로 여론이 들끓던 지난 7∼13일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를 다녀왔다.국방부는 이 나라들과방산협력 체제를 다지고 돌아왔다고 자평했다. 이어 이남신(李南信) 합동참모본부 의장이 지난 17일부터 터키·프랑스·독일을 방문하고 26일 돌아왔다.‘남북한관계진전에 따른 (국제적인) 공감대 형성 및 대테러공조’가 방문취지라는데 별로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이철우(李哲雨) 해병대사령관도 17∼24일 영국과 스웨덴을 방문하고 귀국했다.장정길(張正吉) 해군참모총장도 러시아·독일·이탈리아 등 3개국을 순방하기 위해 24일 출국했다.김판규(金判圭) 육군총장은 다음달 12∼20일 러시아와 이탈리아를 방문한다. 수행원만 5~6여명에 이르는 대장급 장군들의 해외 순방은 통상 2년 임기중 1∼2차례 이뤄진다는 점에 비춰볼 때 분명히 ‘출국 러시’다.현재 3성 장군의 경우 주요 보직 인사가 지난달 이뤄졌기 때문에 해외 출장자가 없지만 소장급 이하 장성은 20여명이 외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군 당국은 “군사외교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는 데따른 자연스러운 해외순방”이라면서 “6월에는 월드컵이열리고 가을부터는 대선 정국이라 어수선할 테니 지금밖에는 시간이 없지 않으냐.”고 해명하고 있으나 며칠 간격으로 한국군 장성들을 접대해야 하는 독일이나 이탈리아 군인들이 어떻게 느낄지 사뭇 궁금하다. 김경운 정치팀 기자 kkwoon@
  • [2002 길섶에서] 시치미 달기

    고려 시대 귀족사회에선 매 사냥이 유행했다.사냥 모임이 열리면 비슷비슷하게 생긴 매들이 많아 주인을 식별하기어렵기 때문에 ‘꼬리표’를 달았다.이 꼬리표를 시치미라고 부른다.시치미를 떼면 주인을 알 수 없기에 ‘시치미뗀다’는 말이 ‘알고도 모른 체 한다’는 뜻으로 발전했다. 유럽에서도 프랑스의 앙리4세가 1595년 사냥중 금속띠를달아둔 매를 잃어버렸는데 하루 뒤 2160㎞가 떨어진 몰타에서 발견됐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현대판 시치미도 있다.철새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다리에금속 고리를 부착해 새를 추적한다.이동경로,번식지,생존율 등 다양한 기초자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판 시치미(꼬리표)도 있다.일부 후보들이 부정적 이미지가 내장돼 있는 ‘좌파적 정권’,‘좌파’,‘급진세력’ 따위의 ‘시치미’를 여기저기 붙이고 다닌다.시간이흐른 뒤 ‘시치미달다’라는 말이 생겨남직도 하다.‘모르면서도 아는 체하다’는 뜻이 될지 ‘비열한 정치 공세’의 뜻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강석진 논설위원
  • 盧風 잠재우기 가세/ 野 “”노무현·DJ 닮은 꼴””

    한나라당 남경필(南景弼) 대변인이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노무현(盧武鉉) 후보의 저격수를 자임하고 나섰다.남 대변인은 이날 당 3역회의에서‘노 후보=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라는 등식을 만들기위해 안간힘을 썼다.‘상황인식’‘말바꾸기’‘뒤집어 씌우기’등이 닮아 노 후보는 김 대통령의 ‘장학생’이라는 주장이다. 먼저 남 대변인은 노 후보가 89년 현대중공업 파업현장에서 “법은 정당할 때 지키고 정당하지 않을 때 지키지 않아야 한다는 발언을 했다.”고 지적한 뒤 “이는 김대통령이 총선시민연대 활동 당시 ‘법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발언과 흡사하다.”고 주장했다.‘현상’에 대한 인식이 비슷하다는 설명이다. 이어 남 대변인은 김 대통령이 옷로비의혹사건 당시 ‘마녀사냥’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과 노무현 후보가 88년국회 대정부 질문후 대응방식을 비교,수법이 같다고 지적했다.남 대변인은 당시 재벌해체·토지개혁 발언이 언론에서 문제가 되자 “(노 후보는) 특정 문구만을 떼내 사상검증을 하려는극우언론의 극우적 수법이며,매카시적 수법이라고 주장했다.”고 말했다.그러나 ‘말로만 하지 말고 악법은 국민의 손으로 척결해야 한다.’‘재벌 주식을 정부가 매수해 노동자에게 분배하자.’는 등 “(노 후보의)과거 발언을 종합할 때 매카시즘 운운한 것은 마녀사냥이라고 말한 김대통령의 표현과 수법이 같지 않느냐.”는 반문이다. 남 대변인은 또 “한나라당은 노 후보에게 색깔론을 제기한 적이 없는데도 (노후보가) 이를 한나라당식 수법이라고 했다.”면서 “이는 김 대통령이 즐겨 사용하는 ‘뒤집어 씌우기 수법’이라고 공격했다.논리의 허구성 여부를 떠나 노풍(盧風)에 대한 한나라당의 초조함이 읽혀지는 대목이다. 강동형기자 yunbin@
  • [세기의 게이트] (10)슈타지 간첩 사건

    독일 통일 직후인 1990년 10월7일 서독 정보부에서 고위관리를 지낸 클라우스 쿠론이 동독을 위해 스파이 활동을계속 해왔다고 서독 정보기관에 자수했다.독일 검찰은 쿠론의 제보에 따라 동독을 위해 스파이 활동을 해온 간첩혐의자 8명을 체포했다.이와 함께 정부·의회의 고위 관계자 수십명이 옛 동독 첩보기관 슈타지에 협력한 것으로 거론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쿠론의 자수는 지금까지도 의혹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는 ‘슈타지 망령’의 시작에 불과했다.슈타지에 협력한 서독 혐의자들에 대한 보도가 끊임없이 이어졌고 슈타지 협력자를 색출하기 위한 사냥이 시작됐다. 수많은 의혹들이 제기된 데 비해 협력자 색출 작업은 큰성과를 거두지 못했다.옛 동독의 마지막 총리를 지낸 로타르 드 메지에르 등 옛 동독 정치인들 몇명이 슈타지에 협력한 사실이 드러나 물러났고 슈피겔지의 국방담당 디테름슈뢰더 기자가 슈타지에 협력해온 것으로 밝혀진 정도다. 슈타지는 공작원을 포섭하기 위해 공갈·협박에서부터 돈과 여인 제공까지 모든 수단을 동원했다. 옛 동독 출신 국민들로부터 철저한 색출과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독일은 “법이 복수를 위한 도구로이용되어서는 안된다.”며 슈타지 관련 문제를 신중하게다뤘다. 슈타지가 통일 직전 비밀문서들을 대부분 파괴했지만 막대한 양이 통일 독일로 넘겨졌다.이를 철저히 분석하면 슈타지에 협력했던 사람들을 좀더 찾아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비밀문서에는 슈타지에 협력한 사람들에 대한내용 외에도 서독 정치인들의 전화도청 기록이 들어 있었다.이 기록들이 공개되면 슈타지에의 협력 여부와 관계없이 많은 정치인들의 비리가 드러날 판이었다.정치권은 슈타지 비밀문서의 공개에 반대했다. 1999년 12월 독일정보당국은 슈타지 협력자 1만 5000명에대한 내용을 담은 ‘자기(마그네틱) 테이프’의 암호를 해독하는 데 성공함으로써 또한번 슈타지 협력자 색출 문제가 이슈로 떠올랐다. 슈타지가 남긴 비밀문서를 관리해 온‘가우크위원회’는 암호 해독 내용을 내무부로 넘겼고 12개의 조사 위원회가 새로 구성됐으나 이후 별 진전이이뤄지지 않고 있다. 사실 ‘슈타지 파문’은 개인적 비리나 부패와는 다른 성격을 띠고 있다.돈이나 성 향응을 받고 동독을 위해 첩보활동을 한 서독인들은 비리가 적용되겠지만 동독 공작원들로서는 법에 따른 공무 처리였다.독일로서도 이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다. 공소시효 등의 이유로 슈타지 파문은 이제 독일인들의 뇌리에서도 거의 잊혀지고 있다.통일 당시 슈타지 총책임자였던 에리히 밀케는 1993년 6년형을 선고받았고 2000년 5월 자신이 갖고 있던 슈타지의 비밀을 무덤 속으로 안고갔다. 유세진기자 yujin@
  • [김성호기자가 본 종교 만화경] 목사들의 축구대회

    지난 6일 해인사에서 거행된 조계종 혜암 종정 영결식 내내 해인사 호법(護法)스님들은 큰 곤욕을 치러야 했다.각정당 대표를 포함해 이례적으로 대거 참석한 정치인들을조금이라도 더 가까이서 취재하려 식장으로 밀려드는 보도진들을 결사적으로 막아내는 스님들의 모습은 안쓰러울 정도였다. 보도진의 몸싸움 못지않게 줄줄이 이어진 정치인들의 조사(弔辭) 대결도 팽팽했다.혜암 스님과의 개인적인 인연이나 공적인 만남을 강조하면서 읽어내린 이들의 감동적인(?) 조사는 신도들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영결식장이 마치 정치인들의 웅변대회장으로 변한 느낌이 들 정도였으니까. 2시간여의 의식이 끝나고 조계종 큰 스님들부터 각 종단대표,정치인 등 각계 인사들의 분향과 헌화가 이어지면서마음 한 켠에 밀려드는 허전함을 떨칠 수가 없었다.그토록 무성하던 종교간 화해·교류의 목소리가 무색할 만큼 개신교·천주교계 인사는 단 한 사람도 없었다.성탄절과 석탄일 축하 메시지를 주고받던 흐뭇한 나눔과,‘종교간 대화와 화합’ 운운은 다 어디로 갔는지…. 이날 개신교 천주교 인사들의 영결식 불참을 종교간 의식의 차이에서 오는 결과로 치부하기엔 ‘빈 자리’가 너무컸다.정치인들의 모습을 지켜보던 한 신도의 “정치는 역시 ‘문상정치’가 최고”라는 비아냥이 그냥 지나칠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다.상가의 손님은 신분의 귀천을 떠나모두가 반갑다고 한다.개신교 천주교 인사들은 순수한 차원이든,의례적이든 이런 생각을 터럭만큼이라도 해보았을까. 목사님 신부님들이 오는 21일 서강대에서 축구대회를 연다고 한다.‘2002년 그리스도인 일치기도 주간’을 맞아개신교 천주교 한국정교회 기독교한국루터회가 초교파적으로 마련한 단합행사다.‘(수신)제가 후 치국 평천하’라고 했으니 집안의 화합이 급할 것이다.이 땅의 기독교 내분과 갈등이 하루이틀의 문제였던가.우리 종교계의 가장 큰문제점이 신·구교간,개신교간 갈등이라고도 하는 마당에남의 상가 조문은 철없는 기대일 수도 있겠다. 혜암 종정은 대한민국 불교의 장자종단이라는 조계종단에서 이판,사판을 떠나 명실상부한 정상이었다.55년법랍에한 순간도 흐트러지지 않았던 자세는 비단 불교계만의 숭앙대상은 아닐 것이다.그런 점에서 종정의 영결식장에서기독교 인사들의 현신은 남다른 것이었을 터인데….거듭생각해도 아쉬움이 많이 남는 자리였다. 김성호기자 kimus@
  • 대한매일 신춘문예 소설부문 당선작/ 강물의 대화-정다일(2)

    “지낼만 하다 안 하다 그런 구분을 버렸습니다.그저 내마지막 정처(定處)이려니 하는 거지요.한 십 년이 돼 가나요.처음엔 묵정밭에 흑염소를 치며 그럭저럭 살았습니다. 이젠 세상과 대화하는 방법을 잊었다하는 게 옳겠지요.그동안 내 대화상대라는 것이 강물이거나 그 물결이거나 그아래 조약돌이거나 그 사이 물고기들이었으니….” 나도 이곳에서 강물과 대화하던 시절이 있었다.어둑어둑산줄기와 물줄기를 덮어먹는 어둠이 밀려드는 저녁이면 나는 강으로 내려갔다.그곳에서 어린 나는 밤새 내 곁을 스치며 흘러가는 강물을,몇날 며칠 강물에 씻겨도 사라지지않는 알 수 없는 그리움을,그리고 쿨럭쿨럭 마른기침에 몸을 뒤척이며 깨어나는 강의 새벽을,그것들에 홀로 사무쳐밤을 새워 울어야 하는 소쩍이의 서러움 따위를 생각했다. 매일 저녁 강에 나가 새롭게 흘러온 강물을 만났다.나는그 저녁 무렵을 좋아했다.저 강 양편의 산줄기 밑자락으로거뭇거뭇 이내가 밀려들고, 강 수면으로 하루살이가 발버둥을 치고,물고기가 뛰어오르는 시간.나는 그 시간이면늘어딘 가로 떠나고 싶어 강에 나가 종이배를 띄우고는 했다. 어떤 날은 내 고무신까지 띄워 보냈기에 어머니가 미탄 장에 가서 사온 신발을 내 발에 억지로 꿰어맞출 때까지나는 맨발이었다.그 무렵 나는 눈치챘다.이내가 곧 어둠이되어 강을 덮어먹는 먹장구름처럼 밀려들 때면 이 강의 저녁을 견디는 일이란 참으로 고단한 짓이라는 것을. 그 날,그러니까 어머니 곁에서 아예 사라지겠다고 처음으로 훌쩍강을 등지던 시간도 저녁쯤이었다. “나는 이 집에서 태어났고,어머니는 이 개자리집이 마지막 거처였습니다.” 술잔을 들다 우뚝 멈춘 그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어머니는 개자리집에서 젊은 시절부터 강을 오르내리는뗏꾼들을 상대로 주막을 열었다. 뗏목은 아우라지를 지나조양강을 거쳐 밤이나 낮이나 떠내려왔다. 뗏꾼들은 험한황새여울을 지나가기 위해 무당소에 이르면 강변에 뗏목을 댔고, 개자리주막으로 올라와 술을 청했다.좋은 시절이었다. 강은 늘 사람들로 북적였고, 마루 밑의 개도 낮술에취해 어슬렁거리다 잠들었다 했을 정도로 흥청거렸다. 뗏목의 끝물이었다. 궁궐떼는 물론이고 서까래떼도 보기어려웠던 뗏목 막바지였다.하루종일 지켜봐야 겨우 부동떼나 화목떼 서너 바닥 내려가면 그만이었다. 그동안 나귀에봇짐을 싣고 부지런히 강마을을 찾아 강을 오르내리던 한남정네가 그 어름에 이 짓도 마지막이라며 개자리주막을스쳐갔다. 칠족령을 넘어 상류의 강마을 찾아간다는 그 남정네는 이튿날 믿지 못할 강바람 같은 기약 하나를 떨구고갔다.이번에는 기어코 이 강의 최상류 오대산 우통수까지다녀오겠다고 했다.그리고 한세월 개자리에서 등 붙이고살겠다고 했다.하지만,아무리 먼 길이라 해도 한 달포면우통수를 돌았을 터이고,또 한 달이면 강을 되짚어 내려왔을 시간이 흘렀건만 코끝도 보이지 않았다.남정네는 징용끌려가 감감무소식인 남정네들만큼이나 돌아올 줄 몰랐다. 그렇게 1년이 지나고,2년이 지났다.강에는 날마다 남정네의 소식을 묻는 물푸레나무 나뭇잎배가 띄워졌다. 3년으로 접어들던 어느 보름달 밝은 밤이었다.마루 밑 누렁이가 달을 베어 물고 컹컹 짖어댔다.한 사내가 절퉁절퉁몸을 심하게 기우뚱거리며 마당으로 들어섰다. 마루에 털푸석 주저앉은 사내가 다짜고짜 청했던 물 한 대접을 들이붓고는 엉금엉금 기다시피 문지방을 넘었다.사내야 그 남정네가 맞건만 그 좋던 풍채는 다 어디에 떼어먹히고,머리는 쑥대머리요,걸친 것이라곤 어느 집 똥수세미요,다리 한짝은 뒤틀린 싸릿가지 모양으로 배배 꼬였다. 반딧불에 글을 읽어도 좋았을 눈빛이었건만 꾸물꾸물 진물이 배어나는눈자위엔 쉬파리만 닝닝대며 꼬여들었다. 이 강의 시원이우통수가 아닌 검용소란 말이여? 밤낮 알 수 없는 말만 중얼거렸다.정성이 지극했음인지,남정네는 일년을 반 토막낸그 여름에 훠이훠이 강을 오르내릴 수 있을 정도로 기력을회복했다.그런 그가 가을 무청을 엮어 뒤꼍 바람벽에 주렁주렁 시래기를 매달아놓고는 또 길을 나서겠다고 말했다. 고향 청풍에 다녀오겠다는 남정네의 말은 아직 색깔 하나변하지 않았던 무청처럼 시퍼렇게 당찬 것이 믿을 만했다. 내 맘에는 그래도 느이 아부지가 첨부텀 끝까정 애오라지내 남정네였다야.니는 느이 아부지를 그래 빼다박았으면서두 성정은 으째 그리두 다른지….어머니의 이야기는 늘 그사람을 내 아버지로 오금박아 두는 것을 잊지 않았다. 어머니는 그 남정네와의 언약을 무당소 깊은 강 밑에 갈무리해두었다.하지만 그뿐이었다.강바람을 타고 오르내린 소식몇 점이 무당소를 회오리쳐대다가는 떠내려갔을 뿐이다. 한 뗏꾼의 영혼을 달래기 위해 무당소 앞에서 굿을 하던무당이 굿판에 도취되어 스스로 물 속으로 걸어 들어가 사라져버렸다는 무당소.어머니는 밤을 낮 삼아 무당소 기슭에 넋을 놓고 주질러앉았고,속절없이 흘러가는 강물만 하염없었다.강물은 어머니의 돌팔매질로 시퍼렇게 멍이 들었다.한바탕 회오리바람 같은 푸념이 지나가고 나면 어머니는 뗏목아라리를 부르며 강을 쓰다듬었고 자신을 위로했다. 눈물로 사귄 정은 오래도록 가지만, 금전으로 사귄 정은잠시 잠깐이라네.우리 맺은 언약이 강물에 흘러갔나니. 구시월 막바지에 서리맞은 국화라.나를 보세요,함께 갑시다. 그믐 초승달이 뜨도록 놀다 가세요.무당소 황새여울에 떼를 띄워놓았네.무당소 개자리집아 술상 차려 놓게나. 내가 흥얼거리던 뗏목아라리를 따라 부르던 그의 눈빛이먹먹해져 있다. “충주댐 아랫마을에 살았던 때가 있었지요. 저녁이면 버릇처럼 충주호에 낚싯대를 담갔습니다.간혹 낚시를 따라온어머니가 이 아라리를 불렀지요.아버지가 부르던 소리라며.호수에 수장된 어머니와 나의 고향이 낚싯바늘을 물어줄리도 없었건만,우리는 낚싯대를 드리우고 흘러간 뗏목아라리를 부르곤 했습니다.그러던 어느 날,나는 끔찍한 선물을받았습니다.” 그의 낚싯대에 걸려 올라온 것은 뱀장어였다. 그가 어린시절을 보냈던 강에는 뱀장어가 많이 살았다. 하지만 고향남태평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충주호에 갇힌 뱀장어는 사람 팔뚝만큼이나 살이 뒤룩뒤룩 올라 있었다. 그 날, 그는낚싯대를 꺾어버렸다.그 뒤부터 밤이면 지붕 위 허공 어디에선가 강물 흐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곳에선 살찐 뱀장어가 뒤척였다. 강에서 살던 뱀장어는 알을 낳을 때가 되면 무려 3,000㎞나 떨어진,자신이 태어났던 태평양 먼바다로 헤엄쳐 가야한다.뱀장어는 자신의 알이 다른 물고기에게 잡아먹히지않도록 하기 위해서 칠흑의 어두운 그믐날에 마지막 사랑을 나누고 최후를 맞이한다.다시 태어난 뱀장어 치어 댓닢뱀장어는 바다 물결에 실려 한반도까지 오며 실뱀장어로바뀌어 봄이면 서해와 남해로 흘러드는 강을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이것이 뱀장어가 가고 싶은 길이다.하지만 이땅의 강은 이미 뱀장어의 강이 아니다.하구둑이나 수중보가 가로막고 길을 터주지 않는 것이다. 나는 빈 주전자를 들어 그에게 흔들어 보인다. 술잔을 오래도록 들여다보며 생각에 잠겼던 그가 빈 주전자에 옥수수 막걸리를 가득 채워 들어온다. 오래도록 말없이 천장을바라보던 그가 입을 연다. “이 강물에 어머니를 잃고, 나는 정처 없는 떠돌이가 되었지요. 길에서 가장 두려운 것은 길을 잃는 일입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길을 잃을 때 길의 본질을 만나게 됩니다. 나는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백척간두의 순간에머무르고자 했습니다.잃어버린 길을 잇기 위해 동강으로들어왔다고 하면 그대의 궁금증이 조금 풀릴는지요.” 그에게 나는 묻고 싶었다.그 낭떠러지의 허공이 가난하게떠난 자들이 누릴 수 있는 여백이 되는지를,그 여백은 정처를 정하면 충만해지는지를.하지만 나는 말로 만들어내지못한다. “내 어린 시절의 강에는 뱀장어보다 열목어(熱目魚)가많았습니다.” 눈에 열이 많아 그 열을 식히기 위해 물이 더 찬 상류로상류로 올라가야만 하는 물고기.어린 내 친구들은 그 물고기를 엿메기라 불렀다.우리는 싸리나무 낚싯대로 고등어만한 열목어를 낚아 올리고는 했다.그 엿메기를 잡는 날은최고의 낚시꾼이 되었다.개울 한가운데 바위 위에 앉아 열목어를 낚아채다 보면 낭창낭창한 싸리나무 낚싯대가 부러지기도 했고,물고기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물 속으로 풍덩빠지기도 했다.그래서 물고기를 잡다가 열목어도 잡지 못하고 물에 빠지면 엿메기를 잡았냐며 놀려대기도 했다. 어린 내가 어찌 열목어의 열을 이해할 수 있었겠는가. 살다보면 세상에는 열을 올려야 하는 일들이 얼마나 많다는 것을, 그래서 저 처음으로 거슬러 올라야 한다는 것을 어찌알았겠는가. 나는 이 강의 개자리집에 돌아와서야 내 눈에식혀야 할 열이 참으로 많이 박혀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대의 바짓가랑이에 휩쓸려온 바람에는 저 먼 북태평양 베링해의 냄새가 묻어 있습니다.연어를 만나기 위해 남대천에 가본 적이 있는지요. 10월의 남대천에는 베링해를떠나온 연어가 산란절식(産卵節食)으로 상류로 거슬러 오릅니다. 섬세한 지도를 그릴 줄 아는 그들은 자신이 태어난 강의 냄새를 떠올리고,밤하늘의 별을 보고 방향을 가늠해낸답니다.그대는 무엇을 나침반 삼아 이곳까지 왔는지,그대는 어느 시절 어느 세월을 휘돌아 여기까지 거슬러 왔는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는 혼잣말처럼 말했다. 어쩌면 내 대답을 듣기 위해 청한 물음이 아닐 수 있다.나는 길을 나서기 전, 나침반으로동서남북을 가늠해보고 지도를 펼쳐 길의 처음과 끝을 짚어보며 준비의 시간을 갖지 못했다.어디서 휘어져 산모롱이를 돌아나가고 어디서 굽이쳐 흐르는 강물을 건너야 하는지를 살피지 못했다.길에 서 본 사람이라면 알 수 있다. 낯선 길에서 깃들 곳을 찾는다는 것이 얼마나힘겨운가를,얼마나 서러운가를…. 한강 하류에 사는 동안 나는 아침이면 어김없이 출근을해 저녁이나 밤이면 집으로 돌아왔으며, 일요일이면 밀린빚을 청산하듯 하루종일 잠을 잤으며, 우리 가족은 살강스러운 것은 아니었지만 그런 대로 지낼 만한 사이였다. 그도시에서의 20여 년은 그렇게 짜지도 맵지도 않은 적당한즐거움과 적당한 상실감으로 흘려보낸 시간들이었다.그 시간이 얼마나 밍밍한 시간,아니 세월이었는지를 나는 알려고 하지 않았다. 이곳 개자리로부터 나는 철저히 도망치려했으며 깨끗이 잊고 싶어했다. 아내의 부탁을 나는 기꺼이받아들였다. 아내가 딸 나나의 교육을 위해 불현듯 캐나다로 이민을 떠나겠다고 말하기 전까지는 그랬다. 베링해의 물결은 지금이 아니라 이후의 이야기가 될 것이다.아내는 5년 전 캐나다로 떠난 처형네를 찾아갈 것이다. 처형네 세탁소에서 한 3년 다림질을 하다 보면 이 땅에서의 기억은 다 증발될 것이다.아내는 나의 옛날을 다 증발시키고 싶어한다.나나를 위해 내일만을 생각하며 모든 것을 잊고 살 수는 없는거야? 아내는 나의 정처를 모른다. 아내는 지금 나에게 연락할 수 없다.이곳은 핸드폰 불통지역이다. “어딜 가나 적응하려 애쓰는 건 정신보다 몸이 먼저지요. 하지만 상처를 만나 먼저 시름에 겨워하는 것은 정신이 아닐는지요.그 중에서도 가장 무서운 것은 그물에 걸리지 않는 강물처럼 소리소문 없이 빠져나가는 시간이더군요.” 어머니는 나이 마흔을 넘겨서야 얻은 자식 때문이었는지멍울은 조금씩 가시는 듯했다.뗏목이 사라지고,남정네가사라진 강에서 돌아온 어머니는 산자락 비탈밭을 일구기시작했다.이 일대 밭은 모두 어머니가 화전으로 일구어냈다.밤이면 산비탈에선 파란 도깨비불이 일었다.큰물이 지는 여름이면 무당소에서는 어디서 나타났는지 밤새 꾸르릉꾸르릉 이무기 우는 소리가 강을 흔들어댔다. 한낮에도 산그늘이 지는 무당소 뼝대에서는 뻐꾸기가 무섭다며 뻐버꾸뻐꾹 울어댔다. 뻐꾸기가 우는 여름이면 어머니는 말했다. 세월처럼 무서븐 게 없다드니 참말이네. 내가 중학교 진학을 위해 이곳을 떠나면서부터 어머니는허물어지기 시작했다.밭은 하나둘 묵정밭으로 변해갔고,개자리집에는 머리 풀어헤친 귀신이 산다는 소문으로 흉흉했다.아랫마을 사람들도 발길을 끊었다.밤이면 승냥이처럼울어대는 어머니의 곡성이 강을 타고 내려가 아랫마을을하얗게 흔들어 깨우곤 했다.나는 고등학교 진학을 위해 더먼 곳으로 떠났고, 어머니는 머리를 풀어헤치고 무당소로걸어 들어갔다. “강이 꽝꽝 얼었어요. 누치도 잡고, 보고 싶다던 무당소밑바닥도 실컷 봐요.…,먼저 나갑니다.” 마당에서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는 밤새워 술 마신 티가묻어 있지 않다.나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다시 이불 속으로묻는다.이제 몇 시간 남지 않았다.아내는 내가 돌아가지않아도 나나의 손을 잡고 예정된 시간에 공항으로 나갈 것이다.나는 이불 속에서 머리를 흔들어본다.머릿속은 끊임없이 윙윙 울리고 있다.겨울 하늘 높이 날아올라 팽팽하게당겨진 연줄이 우는 소리 같다. 어젯밤 그는 말했다.밤새 강이 얼 것이며,날이 새면 누치를 잡으러 가자고.요즘도 1월이면 무당소는 물론이고 1㎞상류까지 얼어붙는다고 했다.이 강줄기를 타고 올라오는누치는 100마리쯤이 한꺼번에 떼를 지어 몰려올 때도 있다.지난 겨울엔 강바닥이 시커멓게 보일 정도로 엄청난 누치떼가 올라왔다.겨울이 되면 찬물에 산란하기 위해 상류로올라오는 것이다.얼음썰매를 타고 누치를 찾아 강을 오르내리며 이마에 땀이 배어날 시간이 흘러갈 즘이면 강바닥을 뒤집는 누치떼를 만날 수 있다.도끼와 작살을 움켜쥐고얼음 위를 질주하며 누치떼를 쫓다보면 놈들은 숨을 헐떡이며 꼼짝도 못하고 강바닥에 엎드려 있다.누치는 얼음장아래 찬물에서 쫌만 움직여도 곧바로 뼈 가운데로 얼음이생겨 오래 달릴 수가 없어요.누치가 꼼짝도 못하고 가만히서 있을 때 도끼로 얼음을 깨고, 작살로 단방에 찔러야 합니다. 그리고, 그는 또 무엇인가를 이야기했다. 그렇다,북진나루. 나는 방문을 활짝 열어젖힌다.그는 마당에 없다.저 아래 무당소에서 움직이는 그가 조약돌처럼 작게 보인다. 개자리에 앉은 내 몸도 이제는 보호색을 띠어 강변의 자갈밭을 닮아있지 않던가요.그의 말처럼 그는 개자리에 앉아 조약돌을 닮아가고 있다. 나는 어젯밤 그가 고향 이야기를 할 때,그도 어쩌면 슬픔하나를 갈무리해두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그는 어머니를생각하면 먼저 가슴이 먹먹해져 온다고 말했다.충주댐이막히면서 청풍의 절반쯤은 물에 잠겼지요.하지만 남한강뱃길이 있던 시절엔 제천의 중심이었습니다.서울에서 올라온 돛단배들은 소금에 절인 바닷물고기며 온갖 물건들을그득그득 싣고 북진나루로 들어왔지요.배가 들어오는 날이면 봇짐장수였던 우리 아버지는 서울 물건들을 사서 나귀에 싣고 남한강 강마을을 찾아 길을 떠났습니다.그 강물에아버지를 빼앗겨버린 우리 어머니…, 어머니는 돌아가시기며칠 전에야 말했지요. 동강에 한번 가보자.느 아부지 여즉 거서 잘 살고 있는지? 강은 정말 꽝꽝 얼어붙었다.그는 누치를 찾아 상류로 더올라갔는지 보이지 않는다.군데군데 얼음구멍을 낸 흔적이보인다. 얼음은 유리처럼 맑아 무당소의 강바닥이 훤히 들여다보인다.물고기의 비늘이 얼핏 물 밖의 햇살을 받아내며 반짝 물살을 뒤집는다.그 물고기는 어머니의 하얀 버선을 닮았다.그토록 보고싶었던 무당소의 강바닥.하지만 어제의 그 강물은 이미 떠나고,얼음장 밑으로는 오늘 지금의강물이 흐르고 있다. 나는 거울처럼 맑은 강물 위에 내 얼굴을 댔다.어머니의유품 중 유일하게 지금까지 나를 쫓아온 댓돌만한 거울이그랬듯 얼음거울 역시 나를 다 비추지 못한다.하지만 나는알고 있다. 아무리 비춰 보아도 내 안에는 내가 없다는 것을.어린 시절의 내 강물은 이미 다 빠져나가고,내 몸은 메말라 있다는 것을. 나는 몸을 뒤집어 무당소에 눕는다.하늘은 눈이 시리도록푸르다.그곳에서 깨알같던 점 하나가 점점 커지며 검은 불덩이로 변해 무당소로 떨어지고 있었다.내 이마를 향해 내리꽂히고 있다.내 몸은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못하고 뻣뻣하게 굳어간다.곤두박질치던 그것은 무당소 바위벼랑에 다다른 순간,다시 파랗게 얼어붙은 하늘로 솟구친다.교미 중인 검독수리 한 쌍이다.어머니는 무당소로 스스로 걸어 들어가던 그 해 겨울,내게 말했다.언제 청풍 북진나루에 가보거라.느이 아부지 거서 여적 잘 살고 있는지? 나는 비틀걸음으로 상류로 오른다.
  • 교원정년 혼선빚은 野

    교원정년 연장안 처리 문제를 둘러싸고 한나라당이 극심한혼선을 빚고 있다. 한나라당은 당초 ‘29일 본회의 처리 강행’에서 ‘회기내처리’로 당론이 후퇴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가자 26일 오후 예정에 없던 총재단간담회를 부랴부랴 소집했다.간담회직후 장광근(張光根)수석부대변인은 “29일 처리 당론에는변함이 없다”고 전제한 뒤 “다만 여당이 28일 법사위 상정을 물리적으로 저지하면 29일 본회의 처리를 유보하되,회기 내에는 반드시 통과시키기로 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같은 발표는 최근 ‘29일 본회의 처리 강행’과‘회기내 처리’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던 당론을 어정쩡하게뒤섞어 놓은 것이어서 ‘수권 정당’을 자임하는 거대 야당의 책임감을 무색케 한다는 지적이다. 또 이날 간담회에서는 심지어 총재단 사이에서도 교원정년연장을 둘러싼 ‘교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여실히 드러났다.이부영(李富榮)부총재는 “학부모들의 반발이 대단하다”면서 “당론을 심사숙고해야 한다”고 제동을 걸었다.일부 부총재는 “당의 정확한 논리를 모르겠다”며 당3역에게 설명을 요구하는 등 당의 균열상을 고스란히노출했다. 특히 이 부총재와 김덕룡(金德龍)·김원웅(金元雄)·김홍신(金洪信)·서상섭(徐相燮)·김영춘(金榮春) 의원 등 당내개혁성향 의원을 중심으로 자유투표 주장이 폭넓게 확산되고 있어 당 지도부도 곤혹스러운 입장이다.최근 당 안팎에서 “외유중인 이회창(李會昌)총재의 한마디에 주요 정책의당론이 좌지우지 된다면 1인보스 중심의 ‘3김식’ 정치행태와 다를 것이 뭐냐”는 비아냥이 나도는 것도 이같은 기류와 무관치 않다. 박찬구기자 ck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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