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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해철, 선관위에 ‘혜경궁 김씨’ 트위터 계정 고발

    전해철, 선관위에 ‘혜경궁 김씨’ 트위터 계정 고발

    더불어민주당의 경기도지사 예비후보인 전해철 의원은 8일 자신과 문재인 대통령 등을 비방한 트위터 계정 주인이 같은 당 이재명 예비후보 부인 김혜경씨라는 의혹과 관련해 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에 고발했다고 밝혔다.전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08_hkkim’이란 계정의 트위터와 관련, “저에 대한 허위와 악의적인 비방이 있었는데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나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훨씬 더 패륜적인 내용이 담긴 트위터였다”면서 “그래서 법적 대처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던 차에 이재명 후보와 관련한 논란도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논란 종식을 위해 이 후보 측에 공동조사를 제안했는데 이를 거부한 것으로 보여 그 계정의 주인이 누구인지, 왜 그런 패륜적인 글을 썼는지 확인하려고 경기도선관위에 고발 조치를 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 트위터 계정이 긴급하게 삭제된 부분이 있다“면서 ”굉장히 오랜 기간 계정을 사용했기 때문에 계정 주인이나 삭제경위를 선관위에서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전 의원 측은 ‘노무현시체 뺏기지 않으려는 눈물…가상합니다’(2016년 12월 16일), ‘걱정 마 이재명 지지율이 절대 문어벙이한테는 안 갈 테니’(2016년 12월 31일) 등 ‘@08_hkkim’ 계정으로 올라온 트위터 내용을 참고 자료로 이날 배포했다. 또 참고자료에서 “@08_hkkim과 이 전 시장은 최소 2013년부터 서로 멘션(말)을 주고받는 모습을 보여준다”면서 “더 이상한 점은 일반인들이 알지 못하는 정보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는 듯한 모습이며 심지어는 짜고 치는 느낌도 든다”고 밝혔다. 앞서 ‘@08_hkkim’ 계정의 트위터 이용자는 지난 3일 전 의원을 향해 “전해철 때문에 경기 선거판이 아주 똥물이 됐다”라는 글을 올렸다. 이를 두고 이 계정의 주인이 이 후보의 아내인 김혜경 씨와 영문 이니셜이 같다는 점 등의 이유로 김씨가 아니냐는 의혹이 인터넷상에서 제기됐다. 이에 대해 이 후보는 지난 5일 페이스북 글에서 “지금 인터넷과 SNS상에서 제 아내를 향한 허위사실에 근거한 인신공격과 마녀사냥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아내는 SNS 계정이 없고 하지도 않는다. 아내에 대한 인신공격을 멈춰달라”고 반박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이재명 부부 괴롭힌 ‘혜경궁 김씨’ 논란의 진실은

    이재명 부부 괴롭힌 ‘혜경궁 김씨’ 논란의 진실은

    경기지사 출마를 선언한 이재명 전 성남시장이 부인 김혜경씨에 대한 인신공격을 멈춰달라고 호소했다.이 전 시장은 5일 페이스북에 “인터넷과 SNS 상에서 아내를 향한 허위사실에 근거한 도넘은 인신공격과 마녀사냥이 벌어지고 있다”며 이렇게 밝혔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는 이른바 ‘혜경궁 김씨’ 논란으로 뜨거웠다. ‘정의를 위하여(08_hkkim)’라는 트위터 계정을 쓰는 사람이 지난 대선 경선 때부터 최근까지 문재인 대통령 부부를 비난하고 경기지사 더불어민주당 경선 라이벌인 전해철 의원을 비방했는데, 이 사람이 김혜경씨로 추정된다는 해석이 퍼진 것이다. 계정 아이디가 김씨의 영문 이니셜과 같다는 게 근거가 됐다. 일부 네티즌들은 이 전 시장으로부터 고소를 당할까 두렵다며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혜경궁 김씨’라는 별칭으로 부르며 비판했다. 이에 대해 이 전 시장은 “아내는 블로그나 트위터, 페이스북은 물론 인스타그램 같은 SNS 계정이 없고 하지도 않는다. 잠시 쓰던 카스(카카오스토리)조차 오래 전에 포기했다. 이것이 팩트의 전부”라고 주장했다.일각에서 김씨가 인스타그램에서도 활동했다고 문제를 제기한 것에 대해 이 전 시장은 “지금 돌아다니는 인스타그램 계정은 대선 경선시 캠프 자원봉사자가 홍보용으로 시험삼아 만들었다 방치한 것으로 아내의 개인계정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 전 시장은 “아내가 몹시 힘들어 한다”며 비방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아내는 자기 이니셜을 넣은 익명계정을 만들어 누군가를 험하게 비방할 만큼 바보도, 나쁜 사람도 아니다”라며 “익명의 공간에서 아무 관련없는 계정에 ‘혜경궁김씨’라는 없던 이름까지 붙여가며 공격하는 것을 이제 멈춰달라”고 밝혔다. 이 전 시장은 김씨가 지난 대선에서 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와 봉사활동을 하고 누구보다 대선 승리를 기뻐했다는 이야기를 강조하기도 했다.앞서 경기지사 경선 경쟁자인 전해철 의원 측은 이 전 시장에게 문제의 트위터 계정을 함께 고발하자는 제안을 했다. 김현삼 전해철 경선캠프 대변인은 지난 4일 “문제의 트윗 계정의 실체를 공동으로 규명할 것을 제안한다”면서 “양측이 공동 명의로 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에 해당 트윗 계정을 고발하는 방법이 현실적이라고 판단한다. 이재명 예비 후보의 적극적인 협력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전 시장은 이 제안에는 답하지 않았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작지만 튄다, 튀니까 산다

    작지만 튄다, 튀니까 산다

    50평이하 소형… 매출 1년새 35% 증가 고양이 관련 등 시중에 드문 책 갖춰 인기 커피·맥주 파는 등 다양한 특색도 입소문 “아유 귀여워라. 이 그림 좀 봐.” 여고생 두 명이 그림책 표지를 보며 감탄을 연발하더니 스마트폰으로 연신 사진을 찍는다. 표지에 나온 고양이를 보고 키득키득 웃으며 이야기를 나눈다. 바깥에서 책방을 쳐다보던 외국인 두 명이 두리번거리다 쑥 들어온다. 출입구 오른쪽 벽의 ‘고양이 그림일기’(책공장더불어) 원화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감탄한다.기자가 지난달 30일 방문한 고양이 전문서점 ‘슈뢰딩거’는 평일인데도 사람들로 북적였다. 이곳은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공원 인근 낙산길 언덕에 자리한 40㎡(약 12평) 남짓한 소형서점이다. 고양이 전문서점답게 90% 이상이 모두 고양이 관련 서적이다. 서점에 들어서자마자 왼편에서 ‘고양이 오솔길’, ‘봄은 고양이로다’, ‘스프링 고양이’ 등이 반긴다. 김미정 대표가 봄을 맞아 고른 책이다. 벽면 칠판에는 ‘묘한쓰기살롱’, ‘냥이 굿즈 만들기’, ‘고양이 사진 잘 찍기’와 같은 소규모 강의 안내가 빼곡하다. 국내에서는 구하기 어려운 외국서적들을 비롯해 일본 등에서 사 온 고양이 소품 등이 가게 곳곳에 자리했다. 김 대표는 “알려지기까지 다소 고생했지만, 최근엔 단골이 많은 데다가 커피도 잘 팔려 운영에 큰 어려움이 없다. 소형서점이지만, 반려묘를 키우는 사람이 늘고 있어 앞으로도 운영을 크게 걱정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작지만 개성 있는 아이디어로 무장한 소형서점이 인기다. 중대형 서점과 달리 나름의 큐레이션(책을 골라 진열하는 일)을 자랑하고, 커피는 물론 맥주를 함께 파는 등 특색을 갖춘 곳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입소문이 나면서 지역 명소가 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서점 규모를 165㎡(약 50평) 이하면 소형, 그 이상이면 중대형 서점으로 부른다.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소형서점을 ‘동네서점’이라 부르기도 한다. 일반 출판물이 아닌 개인이나 소규모 출판사가 낸 서점을 다루는 소형서점을 ‘독립서점’이라 한다.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골목에 자리한 ‘유어마인드’는 업계에서 유명한 독립서점이다. 마당이 딸린 2층짜리 주택을 개조한 이 서점은 간판도 없어 초행자는 찾기 어려울 정도다. 그러나 33㎡(약 10평)짜리 서점은 항시 사람들로 붐빈다. ‘이런 곳을 도대체 어떻게 알고 오는 것일까’ 싶은 생각이 들지만, 입소문이 그만큼 무섭다. 5단 서가와 중간에 놓인 원형테이블에 ‘나라는 브랜드’, ‘IANN’, ‘두 면의 바다’, ‘그래서 그랬고 그랬어’, ‘해월리 산책’ 등이 진열됐는데, 일반 서점에서 구하기 어려운 책들이다. 이로 대표는 “80% 이상이 개인 혹은 ‘프레스 소집단’(소규모 출판사)으로 불리는 독립출판사가 낸 책들”이라고 설명했다. 이로 대표는 2010년 마포구 서교동에서 책방을 처음 냈다. 이후 독립출판서점들과 꾸준히 관계를 맺어 왔다. 그는 “시중에서 보기 어려운 책들을 갖췄다는 소문이 나면서 자연스레 소문이 났다. 그래서 서점규모에 비해 많은 사람이 찾는다”고 말했다. 소형서점의 인기는 통계로도 읽을 수 있다. 문체부의 2016년 출판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출판 관련 매출액 증감을 따져 보니 전년도보다 소형서점의 매출 증가율은 34.7%였고, 중대형은 8.0%에 그쳤다. 매출 감소율은 소형이 17.1%, 중대형이 16.4%였다. 소형서점 일부가 매출이 크게 늘었고, 반대로 떨어지는 비율도 더 높았다는 뜻으로 쉽게 말해 매출 양극화가 심하다는 이야기다. 종사자 규모별로 따졌을 때에도 1~2인 서점은 매출이 27.5% 늘었고, 3~4인은 12.2% 늘어 가장 많이 늘었다. 감소율 역시 1~2인이 19.9%, 3~4인이 14.3%로 가장 컸다.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는 이런 현상에 관해 “2014년 11월부터 개정된 출판문화산업진흥법 때문에 10% 이상 할인을 할 수 없도록 도서정가제가 강화되면서 소형서점이 늘었다. 여기에 독립출판물을 비롯해 북큐레이션 등의 문화가 확산하면서 개성 있는 서점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면서 “다양한 출판물이 유통된다는 점에서 분명히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경쟁이 치열해지면 소형서점의 미래는 담보하기 어렵다”고 했다. 소형서점을 운영하는 이들은 소형서점에 관해 ‘별다른 준비 없이 뛰어들었다가 망하기 딱 좋은’ 사업이라고 했다. 김미정 슈뢰딩거 대표는 “단순히 예쁜 책을 전시하는 공간으로선 성공하기 어렵다. 잘되는 곳을 따라하기보다 나름의 콘텐츠가 있어야 소형서점이라도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로 유어마인드 대표 역시 “요리나 건강을 비롯해 아직 전문화하지 못한 분야가 있는데, 그런 분야를 노려야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문 대통령 “사막가고 싶다” 한 마디에 깜짝체험 마련한 UAE

    문 대통령 “사막가고 싶다” 한 마디에 깜짝체험 마련한 UAE

    아랍에미리트(UAE)를 국빈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극진한 환대를 받은 가운데 모하메드 왕세제의 배려로 특별한 사막투어에 나서 화제를 모았다. 청와대 공식 페이스북은 27일 문 대통령이 아부다비에서 170km 떨어진 신기루성 근처의 사막에서 약 2시간 동안 사막을 체험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막투어는 당초 방문 일정에 없었던 깜짝 이벤트였다. 문 대통령이 전날 정상회담에서 지나가는 말로 “사막에 가고 싶다”고 한 것을 마음에 뒀던 모하메드 왕세제는 26일 밤, 헬기 2대와 차량 수십여 대, 신기루성을 동원해 문 대통령을 사막으로 초대했다.문 대통령을 수행한 에너지 장관이 “아랍인들은 건강을 위해 맨발로 뜨거운 모래를 걷기도 한다”고 하자 문 대통령은 “그러면 한 번 해보죠”라며 신발과 양발을 벗고 뜨거운 모래 위를 5분 정도 걸었다. 문 대통령은 작은 모래언덕에 설치된 차양에서 매를 이용한 사냥과 사냥개 사냥을 구경했다. 특히 동물을 좋아하는 문 대통령은 매 사냥이 끝난 뒤 “내팔 위에 매를 직접 앉혀보고 싶다”고 자청했다. 날카로운 매 발톱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할 수 있는 가죽 토시를 왼팔에 찬 뒤 매를 가까이에서 관찰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신기루성에서 악기 연주를 들으며 새끼양 요리를 즐겼다. 에너지 장관은 “아랍에서는 귀한 손님이 왔을 때 동물을 훼손하지 않고 통째로 구워서 손님에게 내놓는다”면서 “우리가 손님에게 아무 것도 원하지 않고 우리 마음을 그대로 전달하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고양이, 출판시장 ‘야금야금’

    고양이, 출판시장 ‘야금야금’

    1인 가구 늘면서 고양이 인기 “공간·시간 면에서 개보다 선호”애완동물 관련 서적의 인기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책 구매가 크게 늘어나는 가운데 주제도 다양해지고 있다. 애완동물을 ‘키우는’ 동물만이 아닌, ‘함께 사는’ 동물로 보는 인식이 두드러지며 관련 출판 시장이 커지는 추세다. 특히 고양이 관련 서적의 판매량이 급증했는데 1인 가구 증가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26일 교보문고 집계에 따르면 교보문고 애완동물 관련 서적 판매량은 지난해 3만 6556권으로 2016년 2만 7636권에 비해 32.3% 증가했다. 이 중 고양이 관련 서적이 2016년 6887권에서 2017년 1만 2089권으로 175%로 늘면서 전체 판매량 증가를 이끌었다. 올해 1~2월을 따져 보니 개, 고양이, 기타 동물 서적 판매가 전년 대비 각각 18.3%, 25.4%, 5.7% 늘었다. 김지연 교보문고 모바일인터넷영업팀 MD는 “이런 추세대로라면 올해 애완동물 서적 판매량이 지난해보다 20% 이상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영섭 우송정보대 애완동물학부장은 이런 추세에 관해 “애완동물 숫자가 매년 늘어나고 있는데 최근 3년 동안 고양이 숫자가 가장 많이 늘었다. 이런 추세가 출판계에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동물을 잘 키우는 방법, 건강이나 미용 등에 대한 관심이 컸지만 최근에는 친구나 가족으로 대하는 방법에 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관련 서적의 주제도 다양해지고 있다. 지난달 출간한 고양이 책(아트북스), 강아지 책(아트북스)은 개와 고양이를 주제로 한 그림들만 모았다. ‘나는 냥이로소이다’(21세기북스)는 ‘국내 최초 고양이 저널리스트’를 내세워 고양이가 필자가 돼 쓴 에세이다. ‘행복하고 싶다면 고양이와 함께 사세요’(문학세계사)는 고양이를 통한 자기계발서로 눈길을 끌었다. 일본 아마존에서 3년 연속 관련 고양이 부문 최고 판매 기록을 보유한 책을 번역했다. 기혁 문학세계사 기획팀장은 “고양이를 키우는 인구가 급증하면서 독자층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라며 “고양이를 통한 자기계발이라는 시도가 특이해 관련 시장의 저변을 넓히고자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에는 고양이 전문 서적만 출간하는 곳도 등장했다. ‘야옹서가’가 발행한 고양이 에세이 ‘히끄네 집’은 인터넷 판매로만 1만 5000권이나 팔려 업계를 놀라게 했다. 고경원 야옹서가 대표는 “최근 1인 가구가 늘면서 고양이의 인기가 점점 커지고 있다. 넓은 공간을 요하고 산책을 비롯해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개와 달리 고양이는 공간도 클 필요가 없고 함께 시간을 많이 보내지 않아도 돼 1인 가구에 잘 맞는 애완동물”이라며 “지난해에는 2권을 출간했지만 올해는 5권 정도 책을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재선 대전과학기술대 애완동물과 학과장은 이런 추세에 관해 “애완동물이 포화상태에 이르기까지는 관련 시장이 계속 늘어나고 출판계도 이에 맞춰 비슷한 현상이 이어질 것”이라며 “지금까지 애완동물을 키우는 문화가 중심이었다면 함께 사는 방법이나 애완동물에 대한 배려, 그리고 이와 관련한 감정과 관련한 서적도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관악, 길고양이와 공존의 길

    관악, 길고양이와 공존의 길

    서울 관악구는 길고양이 보호단체 등과 함께 길고양이 화장실 21개를 오는 7월부터 설치한다고 19일 밝혔다.길고양이와 주민의 공존을 위한 사업으로 고양이 배설물의 악취 등을 줄이는 데 효과적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구 관계자는 “고양이는 배변할 때 보슬보슬한 흙이나 모래를 이용하는 습성이 있지만, 도시에 이런 공간이 점차 줄어들다 보니 도로, 마당 등 주민 생활 공간이 피해를 보게 된다”고 말했다. 이런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구는 길고양이 보호단체(길냥이와 동고동락) 등이 손을 잡았다. 앞서 지난해 12월부터 청룡동, 서림동에 길고양이 화장실을 시범 설치해 이용 상황을 모니터링 하고 있다. 구는 화장실 제작과 설치를, 보호단체 등은 화장실 모래 교체와 청결 관리 등을 책임진다.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 무심결에 독이 된 나의 행동…미안하다 멍냥아

    무심결에 독이 된 나의 행동…미안하다 멍냥아

    “레오, 너밖에 없구나” 서울시 동대문구에 위치한 작은 원룸. 직장에서 온종일 혼나 퇴근 후 속상한 마음에 울고 있던 김연성씨(28)에게 다가온 건 다름 아닌 김씨의 반려묘 레오였다. 평소 구석에 숨어 낯을 무척 가리던 녀석이었지만 이날따라 얼굴을 쓱 내민 채 김씨 옆에 얌전히 앉아있었다. 김씨가 반려묘 레오를 진정 ‘가족’이라고 느꼈던 순간이다. 김씨의 경우처럼 ‘1인 가구’에서 반려동물, 특히 고양이를 기르는 모습은 더 이상 낯선 것이 아니다. 집에서 혼자 과제를 할 때도, TV를 볼 때도 변치 않고 옆에서 툭 건드려주는 반려동물의 존재는 생각 이상의 큰 위로로 다가온다. 혼밥, 혼술에 지친 1인 가구 ‘독신러’들에게 반려동물은 이제 뗄 수 없는 가족인 것이다. 문제는 1인가구라는 특성상 반려동물들이 주인의 ‘잘못된 상식’에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려동물 훈련가 조재호씨(You&I Dogzone 반려견스쿨 대표)의 자문을 받아 내 친구 멍냥이들에게 행하는 나의 독 같은 행동은 과연 어떤 것들이 있을지 알아봤다. 잘못1. 고양이는 독립성이 강하지. 혼자 원룸에서도 잘 버틸거야! 고양이는 독립성이 강해 혼자 있어도 괜찮다는 생각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고양이도 혼자 있을 때 외로움을 느끼고 심한 경우 분리불안으로 인한 질병을 앓기도 한다. 고양이는 사람이 자신을 귀찮게 하는 것이 싫을 뿐 늘 혼자있는 것을 즐기진 않는다. 따라서 고양이도 강아지와 마찬가지로 분리불안을 느끼지 않도록 관찰하고 관리해주는 것이 필요하다.잘못2. 귀가하니 집안이 난장판! 버릇없는 멍냥이 훈육으로 다스려야지! 집에 돌아와 보니 반려동물이 집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은 경우가 있다. 하지만 반려동물의 말썽에 대한 일률적인 훈육은 금물이다. 주인과 함께 있을 때 벌인 말썽의 경우 훈육으로 고칠 수 있지만, 집을 비웠을 때 벌인 말썽의 경우 외로움의 표시일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반려동물의 행동이 외로움으로 인한 분리불안 때문이라면 강한 훈육이 오히려 악효과를 부를 수 있다. 반려동물과 주인의 신뢰관계가 깨질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오랜 외출 이후 발생한 반려동물의 말썽의 경우 훈육보다는 스킨십과 놀이를 통해 불안감을 낮추는 것이 좋다. 잘못3. 햇볕을 좋아하는 우리 냥이. 온종일 집을 환하게 유지해야지! 따뜻한 봄철 지붕 위는 고양이들의 차지다. 따스한 햇살을 받는 고양이들의 표정을 보고 있자면 마음이 편해진다. 이런 고양이들의 모습에 익숙해선지 고양이의 거처는 늘 밝은 환경을 유지해줘야 한다는 상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실제로 대부분의 고양이들은 좁고 어두운 곳을 선호한다. 만약 집이 너무 밝고 몸을 숨길 곳이 마땅치 않다면 고양이가 수면부족에 빠져 건강이 악화될 위험이 있다. 고양이에게 일광욕은 잠시 동안의 취미일 뿐, 어둠을 좋아한다는 것을 기억하자.잘못4. 혼자 오래 놔둔 우리 멍냥이, 격하게 끌어안아 줘야지! 퇴근과 함께 맞이한 감격의 재회! 오랜 시간 기다린 만큼 격하게 반려동물을 안아주는 것은 많은 사람들의 통과의례다. 그러나 외출 전후의 과도한 인사는 오히려 반려동물의 스트레스를 높일 수 있다. 과격한 인사가 반려동물에게는 주인이 외출한다는 신호로 각인돼 불안감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귀가 후 반갑더라도 반려동물이 진정한 후 차분히 쓰다듬어주는 것이 바람직한 순서다. 조재호 대표는 “1인가구의 경우 반려동물에게 적합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1인가구라는 형태 자체보다는 잘못된 상식을 바탕으로 한 그릇된 환경조성이 반려동물에게 독처럼 작용할 수 있다”고 그는 말한다. 특히 반려동물을 장시간 혼자 두거나, 좁은 집안에 가두는 것은 괴롭히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 그의 의견이다.남아메리카 페루에 거주중인 임수현씨(26)도 환경의 변화가 고양이의 변화로 이어진다는 것을 절실히 느낀 경우다. 과거 서울의 작은 원룸에서 고양이 3마리와 함께 살던 임씨는 올 초 페루에 위치한 아파트로 이주했다. 반려묘와 함께할 시간도 길어졌고, 아이들이 뛰놀 수 있는 공간도 넓어진 것이다. 그리고 이처럼 환경이 바뀌자 고양이들에게 변화가 생겼다는 게 임씨의 설명이다. “원룸에 살 때 고양이들이 침대 밑에 숨거나, 제가 집에 오면 보채는 등 성격이 좋지 않았죠. 그런데 페루로 오니까 고양이들이 180도 바뀌었어요. 한국에서는 외출한 저를 기다리며 늘 침대 밑에 있던 반려묘 소미가 밖으로 나와 뛰어노는 걸 보니 반려동물에게 환경의 중요성이 크다는 것을 느낍니다. 반려동물은 가족인 만큼 아이들에게 맞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요?”초보 집사들을 위한 멍냥이 분리불안 극복법 (출처: 펫닥) 1. 외출 시 멍냥이가 혼자서도 재밌게 놀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자 여러 개의 장난감을 구비해 가지고 놀 수 있도록 해주자. 혼자 있는 멍냥이의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다. 2. 산책과 놀이를 빼먹지 말자 고양이는 하루에 15분씩 2~3번 놀아주자. 강아지는 하루에 한 번 산책을 통해 체력을 소진시키자. 신나게 뛴 멍냥이가 숙면을 취할 것이다. 3.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멍냥이만의 장소를 마련해주자 멍냥이가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어둡고 안락한 장소를 만들어주자. 고양이의 경우 박스 하나면 OK 4. 새로운 친구를 만들어 주자 혼자 있는 시간이 긴 멍냥이를 위해 새로운 친구를 만들어주자. 그러나 갑작스런 합사로 인해 스트레스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합사는 자연스럽고 점진적으로 진행하자. 5. 무작정 혼내지 말자 주인의 부재로 스트레스를 받은 멍냥이들은 말썽을 부릴 수 있다. 그러나 귀가 후 집이 난장판으로 바뀌었다고 해서 무작정 혼낸다면 주인과 신뢰도가 깨질 수 있다. 잘못을 한 시점이 아닌 시간이 지난 후에 혼내는 것은 멍냥이들에게 혼란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눈 처음 봐요~’ 페럿의 눈 놀이

    ‘눈 처음 봐요~’ 페럿의 눈 놀이

    수북이 쌓인 눈 더미 사이를 껑충껑충 뛰어다니는 페럿의 사랑스러운 모습이 공개됐다. 아일랜드 중부 롱퍼드에서 지난 3일 촬영된 해당 영상에는 눈밭을 뛰어다니는 페럿의 모습이 담겨 있다. 영상을 보면, 눈 더미 속에 폭 파묻힌 페럿이 눈밭을 파헤치고 폴짝폴짝 뛰면서 온몸으로 즐거움을 표현하고 있다. 영상을 게재한 이는 “아침 식사를 마친 뒤 페럿과 함께 밖으로 나갔다. 눈을 처음 본 녀석은 매우 좋아했다. 하지만 녀석이 원하는 만큼 충분히 뛰놀지는 못했다”고 전했다.한편 서울동물원 자료에 따르면, 페럿은 식육목 족제비과의 동물로 유럽족제비를 길들였다고 알려졌으나 확실치는 않다. 근세 유럽에서는 토끼사냥이나 쥐를 없애기 위해 페럿을 사용했다. 19세기에 들어 냄새를 없애는 방법을 해결한 뒤, 애완동물로 길러지게 됐다. 활발한 성격으로 놀기를 좋아하는 녀석은 특히 쫓고 쫓기는 것을 좋아한다. 높은 곳에 올라가거나 터널을 돌아다니는 것, 사람 곁에 앉거나 비비는 것도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진 영상=ViralHog/유튜브 영상팀 seoultv@seoul.co.kr
  • 관악서 만난 ‘구사일생’ 길냥이 사진전

    관악서 만난 ‘구사일생’ 길냥이 사진전

    서울 관악구는 구청 2층 ‘갤러리관악’에서 길고양이 사진작가 김하연씨의 사진전 ‘구사일생’을 개최한다고 21일 밝혔다. 갤러리관악은 2011년 개관 이래 지역 예술인들의 다양한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이번 사진전은 겨우 목숨을 유지하며 살아가는 길고양이의 삶을 담아냈다. 김 작가는 “끈질긴 생명력을 가진 길고양이지만 도시에서는 내일을 기약하기 어렵다”며 “그들이 우리 곁에서 어떻게 견디며 사는지 이번 전시에서 보여 주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전은 오는 28일까지 평일 오전 10시~오후 6시에 열린다. 관람료는 무료.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 [오늘의 눈] 액티브X 없이 연말정산?… 말잔치만 무성/강국진 경제정책부

    [오늘의 눈] 액티브X 없이 연말정산?… 말잔치만 무성/강국진 경제정책부

    정부는 올해부턴 ‘액티브X’ 없이도 연말정산을 할 수 있다고 호언장담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얘기다. 액티브X는 사라졌을지 몰라도 그 자리를 ‘범용실행파일’(exe)이 대신했기 때문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12월 18일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액티브X 제거 추진 계획’을 보고하면서 국세청의 연말정산 서비스에서 우선적으로 액티브X를 없애겠다고 했다. 이틀 뒤 국세청은 “2017년도 연말정산부터 웹 표준 기술로 교체해 익스플로러 외에 크롬 사파리 등에서도 이용할 수 있도록 개선하겠다”고 강조했다. 과연 그럴까. 실제 연말정산을 해 보니 첫 화면에서부터 공인인증서와 함께 각종 프로그램을 설치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게다가 공인인증서를 설치하기 위해 은행 사이트에 들어가니 5개가 넘는 각종 액티브X를 설치하라고 했다. 결국 익스플로러를 열고 액티브X를 덕지덕지 설치할 수밖에 없었다. 국세청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이번 연말정산부터 액티브X를 모두 제거했다”면서 “(액티브X 대신 도입한) exe는 액티브X와 달리 모든 웹브라우저에서 사용 가능한 웹 표준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강제로 내려받아야 하는 점은 exe나 액티브X나 차이가 없다. 국세청은 “일부 컴퓨터에선 보안 설정 등 기술적 이유로 호환이 안 될 수 있다”고 하면서도 기본적으론 다양한 웹브라우저에서 호환이 된다는 걸 내세우고 있지만 이를 직접 사용하는 국민 입장에서는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 일부에서 “액티브X 대신 액티브Y가 등장했다”는 비아냥이 나오는 이유를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액티브X는 인터넷 익스플로러에서만 실행되는 윈도 응용프로그램이다. 익스플로러가 아닌 크롬이나 파이어폭스 같은 웹브라우저에선 사용할 수 없다. 마이크로소프트(MS)조차 보안에 취약하다는 이유로 액티브X를 사용하지 말라고 권고한다. 정부가 액티브X 퇴출에 적극적인 이유였다. 문제는 방식이다. 정부의 최종 목표는 액티브X 폐지일 수 없다. 유사 프로그램을 쓰는 환경이 반복된다면 ‘인터넷 갈라파고스’라는 오명을 벗을 수 없다. 눈에 보이는 실적에 집착할 게 아니라 더디게 가더라도 제대로 가는 게 중요하다. betulo@seoul.co.kr
  • 거위잡던 사냥꾼, 총맞고 하늘서 떨어진 거위에 ‘직격’

    거위잡던 사냥꾼, 총맞고 하늘서 떨어진 거위에 ‘직격’

    강에서 물새 사냥을 하던 사냥꾼이 총을 맞고 하늘에서 떨어진 거위에 머리를 맞는 황당한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4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CBS뉴스 등 현지언론은 메릴랜드주 마일즈강 인근에서 벌어진 희귀한 사고 사례를 보도했다. 사고는 지난 1일 오후 5시 경 사냥꾼인 로버트 메일해머(51)가 동료들고 함께 거위 사냥을 하던 중 벌어졌다. 이날 사냥꾼들의 표적이 된 것은 캐나다거위(Canada geese). 사냥 경험이 풍부한 메일해머는 무리를 지어 날아가는 캐나다거위를 향해 정확히 총을 발사하며 사냥 중이었다. 이때 갑자기 캐나다거위가 그대로 메일해머의 머리 위로 떨어져 그는 충격으로 의식을 잃었다. 보도에 따르면 곧바로 동료들에 의해 인근 대학병원으로 후송된 메일해머는 머리와 얼굴에 일부 부상을 입었으나 생명에 지장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메일랜드 자연자원국 측은 "매년 이 맘때 캐나다거위 수십만 마리가 북쪽으로 이동해 사냥이 활발하다"면서 "덩치가 큰 캐나다거위는 체중이 4.5 ~ 6.3㎏에 달해 18m 이상의 높이에서 사람 머리 위로 떨어지면 큰 화를 입을 수 있다"고 밝혔다.     현지언론은 "이번 사례처럼 사냥꾼이 하늘에서 떨어진 사냥감에 피해를 입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면서 "아마도 '거위의 복수'일 수도 있다"고 전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서동철 논설위원의 스토리가 있는 문화유산기행] 고려·조선 ‘왕들의 온천’ 병치료·사냥길에 찾아 세종때 온양 행궁 지어

    [서동철 논설위원의 스토리가 있는 문화유산기행] 고려·조선 ‘왕들의 온천’ 병치료·사냥길에 찾아 세종때 온양 행궁 지어

    고려시대 가장 각광받은 온천은 황해도 평주 온천이었다. 온정원(溫井院)이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진 온천이다. 고려는 오늘날의 개성인 송악에 도읍했다. 자연스럽게 역대 임금은 가까운 평주 온천을 자주 찾았다. 고려를 무너뜨린 조선의 왕들도 이 온천을 즐긴 것은 다르지 않았다. 태조 이성계는 즉위한 바로 그해에도 평주 온천에 갔다. 태조는 이후에도 해마다 평주 온천을 찾았다. 그러다 즉위 5년째를 맞은 1396년에는 ‘충청도 온천’으로 행선지를 바꾸었다. 온양(溫陽) 온천이다. 그런데 온양은 평주보다 멀다. 왕이 도성을 비우는 기간이 늘어나고, 비용도 더 많이 든다.태조의 온양 온천 행차를 두고 조선왕조실록에는 ‘간관 이정견(李廷堅) 등이 중지하기를 청했으나, 윤허하지 않으므로 대간에서 다시 연명(連名)으로 상소하여 그만두기를 청했는데, 임금이 말하기를, “온천에 가고자 함은 병을 치료하기 위함인데, 대간에서 애써서 말리는 것은 무슨 뜻이냐” 하고 마침내 거둥했다’는 대목이 보인다. ‘임금의 건강’이란 모든 것에 앞서는 명분이었다. 이후 태조는 다시 평주 온천으로 간다. 정종도 평주에 갔다. 이번에도 간관들은 극력 말렸다. 정종은 “내가 작은 병이 있어서 목욕하러 가는 것이지, 사냥을 위한 것은 아니다. 하물며, 사시(四時)의 사냥은 고전(古典)에 있는데, 나는 다만 1년에 한 번 나가는 것뿐”이라며 듣지 않았다.정종이 말한 사시, 즉 네 계절의 사냥이란 ‘봄에는 새끼 배지 않은 짐승을 사냥하고, 여름에는 곡물의 싹을 해치는 조수를 사냥하고, 가을에는 추격하고 물러나는 것을 익히는 사냥을 하고, 겨울에는 땅을 지키듯 영역을 침범하는 짐승을 사냥하니 다 농한기에 일을 익히는 것’이라는 ‘춘추좌전’의 가르침을 말한다. 견강부회도 이런 견강부회가 없다. 실제로 정종이 평주 온천에 머물다 해주로 사냥을 가려고 하자 조정 곳곳에서 반대 상소가 잇따랐다. 하지만 정종은 사냥을 강행한다. 이렇듯 조선 초기 왕의 온천욕이란 신병 치료를 구실로 사냥을 하기 위한 수단이었던 듯하다. 아버지 이성계를 닮아 무인(武人) 기질이 있던 태종 이방원은 좀더 노골적이었다. 1413년 태종실록에는 ‘임금이 풍해도로 가다가 광탄에서 머물렀다. 임금이 해주로 거둥하고자 하면서 핑계 삼아 평주 온천에서 목욕한다고 하였다’는 대목이 보인다. 황해도라는 이름은 1417년 풍해도에서 고친 것이다.그런데 풍질과 안질, 피부병에 시달렸던 세종은 온천수의 치료 효과에 기대를 걸었던 것 같다. 세종이 온수현(溫水縣)의 온양 온천에 처음 간 것은 즉위 15년인 1433년이었다. 세종은 효험이 있었다고 생각한 듯하다. 이후 도성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온천을 찾는 데 공력을 기울인다. 세종실록에는 ‘용비어천가’를 짓는 데도 참여했던 이사맹을 1434년 부평으로 보내 온천을 찾아보게 했다는 기록이 있다. 1438년에는 ‘경기 지방에서 온천을 찾는 사람에게는 후한 상을 주고 해당 읍의 칭호를 승격시킬 것’이라고 명하기도 한다. 하지만 도성에서 가까운 온천을 찾는 세종의 노력은 실패로 돌아갔다. 세종은 부평 사람들이 온천의 존재를 알고 있으면서도 신고하지 않는 것으로 생각했다. 세종은 1438년 10월 4일 ‘번거롭고 소요스러운 폐단이 있을까 염려하여 감춘다면 고을의 명칭을 깎아내려 그 죄를 징계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그만큼 임금 행차는 해당 고을 백성들에게는 환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결국 세종은 11월 8일 부평부(府)를 부평현(縣)으로 강등했다. 그만큼 온천이 절실했다. 세종실록 지리지에 나타난 전국의 온천은 31개에 이르지만 경기도와 전라도에는 없다. 반면 온양현은 1442년 온양군으로 승격한다. 온양에 본격적인 행궁(行宮)을 지은 것은 세종이다. 행궁이란 궁궐 밖에 지은 임금의 거처다. 25칸의 행각은 1433년 정월 완성됐다. 정청(正廳)을 중심으로 동·서 침전과 목욕시설인 상탕자(上湯子)와 차탕자(次湯子)를 두었다. 상탕자는 왕와 가족, 하탕자는 고위 수행원들이 사용했을 것으로 짐작한다. 정유재란 때 파괴된 온양행궁이 100칸 규모로 복원된 것은 1665년(현종 6년)이다. 이후 숙종과 영조, 정조가 다녀가면서 시설이 조금 더 늘어났을 것으로 보인다. 정조 때 그려진 ‘온양별궁전도’(溫陽別宮全圖)는 전성기의 모습을 보여준다. 고종시대에는 퇴락한 전각을 다시 세운 듯 함락당(涵堂) 16칸과 혜파정(惠波亭) 14칸을 신축한다.한말 일본인 자본인 온양온천주식회사는 온양행궁을 차지하고 1904년 일본식 온천여관인 온양관(溫陽館)을 짓는다. 행궁 시설의 상당 부분은 파괴했고, 상당 부분은 재활용했다. 장항선 철도를 부설한 경남철도로 주인이 바뀌어 온양관이 신정관(神井館)이라는 일종의 온천 리조트로 탈바꿈한 것은 1928년이다. 신혼여행지로 각광받기 시작한 계기다. 1953년 당시 교통부는 6·25전쟁으로 불탄 신정관 자리에 온양철도호텔을 세웠다. 이것이 1967년 민영화에 따라 온양관광호텔로 이름을 바꾸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지금 아산시는 현충사가 있는 이순신 장군의 고장이다. 퇴락하던 온양 온천은 수도권 전철 개통으로 옛 명성을 조금씩 되찾아가고 있다지만, 온양행궁의 역사는 잊혀지고 있다. 옛 행궁 건물은 이제 아무것도 남아 있는 것이 없다. 다만 호텔 귀퉁이에 두 개의 석물(石物)이 초라하게나마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이다. 그러니 온양행궁의 흔적이라도 찾아보려면 온양관광호텔로 가야 한다. 온양온천역에서 내리면 걸어서 10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호텔 정문으로 들어서면 왼쪽 주차장 너머에 작은 비각이 하나 보인다. 내부의 작은 비석이 신정비(神井碑)다. 세조가 온양에 머물 때 온천 옆에서 냉천을 발견하고 신정이라 이름 붙인 것을 기념해 1476년(성종 7년)에 세운 비석이라고 한다. 신정을 상징하는 그 왼쪽의 돌우물은 흙에 묻혀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호텔 오른쪽에는 영괴대(靈槐臺)가 있다. 사도세자가 1760년 영조를 따라왔을 때 무술을 연마하던 사장(射場)이다. 영조는 사도세자가 학문에 집중해 현명한 군주가 되기를 바랐다고 한다. 하지만 사도세자는 무술에 더 흥미를 느꼈고, 마음껏 화살을 날리던 온양행궁 시절을 가장 행복하게 회상하곤 했다고 한다. 정조는 뒤주에 갇혀 불행하게 죽은 아버지 사도세자를 기려 이곳에 회화나무 세 그루를 심고 단을 쌓아 영괴대라 이름했다. 그 옆에 친필로 ‘영괴대’라 쓴 비석을 세웠다. 아산 지역 사회는 온양행궁을 복원하는 것을 숙원 사업으로 여긴다. 행궁이 옛 모습을 찾으면 문화관광자원으로도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하지만 아직은 발굴조사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듯하다. 천문학적 예산이 필요한 호텔 이전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럴수록 호텔 측도 지금처럼 행궁 터를 무심하게 버려두기보다 일정 부분 정비하는 것이 영업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글 사진 dcsuh@seoul.co.kr
  • [유세미의 인생수업] 작심삼일도 열 번이면

    [유세미의 인생수업] 작심삼일도 열 번이면

    지난 연말부터 부산스러웠다. 올해가 되기 전 모든 계획이 완료되지 않으면 가중처벌을 받기라도 하듯 비장하게 거시적인 계획이 세워지고 세부적인 실천 사항으로 옮겨 갔다. 너무하다 싶을 만큼 비싼 다이어리를 사고 컴퓨터 바탕화면에 열 개의 조항이 띄워졌다. 한마디로 연말 내내 지지고 볶았다. 선우씨 가족의 올해 목표 세우기 이야기다. 남편을 꼭 닮아 아들딸은 계획 세우기를 좋아한다. 게다가 올해는 쌍둥이 아들딸이 고3이라 천하의 상전 둘을 모시게 됐다. 아이들도 고난의 한 해가 될 것이라는 무거운 마음에 하든 안 하든 일단 공부 계획은 빽빽하게 세우고 보자는 모양새다. 거기다 딸은 다이어트 계획도 모질게 세웠다. 방학이 끝나기 전 기필코 브이라인을 쟁취하리라. 그러나 유전적으로 똥그란 얼굴인데…. 딸애의 비장한 표정은 웃음이 터져 나올 지경이었으나 그녀는 자식에 대한 예의상 웃지는 않았다. 남편도 아이들에게 질세라 책상 앞에 앉아 몇 날 며칠 진지하게 계획을 세웠다. 남편의 ‘올해의 목표’는 20년째 행사다. 그러나 목표는 목표일 뿐 한 달이 지나면 실천하지 못하는 이유가 오만 가지쯤 생기고, 3개월이 넘으면 그해의 목표가 무엇이었는지조차 가물가물해지는 과정을 거친다. 그래도 지치지 않고 또 세우는 거 보면 목표 자체가 취미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아무튼 관심은 없었으나 너무 요란해서 저절로 알게 된 남편의 올해 목표는 수영하기와 중국어다. 모두들 미리 시작하면 약간 신뢰성이 있었겠으나 유감스럽게도 마지막 날까지 꽉 채워 놀고 먹고 하더니 드디어 1월 2일 액션! 그러나 계획한 대로 세상일이 척척 돌아가면 무슨 걱정이겠는가. 고3 아들은 아침부터 밤 10시까지 하루종일 스케줄이 짜여 있는 숨막히는 학원으로 뛰쳐들어갔으나 일주일 반짝하더니 감기몸살로 몸져눕고 말았다. 공부를 갑자기 늘린 부작용인 듯했다. 남편의 새벽수영은 ‘몸이 마음 같지 않아서’ 사흘 만에 환불했다. 중국어는 온라인으로 한다는데 언제 하는 건지 미스터리다. 딸애의 다이어트도 만만치 않다. 탄수화물 금단현상인지 뱃속이 허해서인지 짜증이 늘었다. 하루에 몇 번씩 체중계를 오르내리며 거울을 들여다본다. 음식 보기를 돌같이 하라는 계명이 고통이다. 점심에 먹을 수 있는 분량이 김밥 3개란다. ‘그 집은 김밥을 얇게 썰어서’라는 이유로 김밥이 반 줄 되더니 떡볶이에 순대까지 곁들인다. 그래 먹어라 먹어.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선우씨도 한 달 30만원씩 생활비를 줄여 보자는 욕심을 냈다. 일 년을 몰래 모아 수능 끝나는 아이들에게 수고했다며 가까운 이웃 나라로라도 여행 보내는 것이 그녀의 서프라이즈 계획이다. 쇼핑 횟수를 확 줄이고 고양이 간식도 바꿨다. 말린 연어 대신 멸치를 주니 이 냥이 하는 짓 좀 보게. 멸치를 앞발로 탁 차버리고 교만한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본다. ‘무슨 짓이얏! 길고양이들이 어떻게 사는지 보여 줘? 누굴 닮아서 감사를 몰라?!’ 그래도 다들 꾸역꾸역 다시 시작한다. 아들의 비장한 뒷모습은 다시 학원으로 향하고, 딸은 공부와 다이어트 계획을 수정했다. 남편이야 흠… 이번에는 스쿼시에 도전한단다. 계획만 세우고 달력 한 장을 넘겨야 하는 이 대목에서 지금껏 별거 안 했어도 괜찮다. 어떤 계획을 세웠는지 다시 한번 들추기에 좋은 시기다. 지금부터 다시 시작해도 넉넉하다. 아직 한 달도 지나지 않았다. 작심삼일도 그렇게 두 번 세 번 포기하지 않고 채워 나가면 어느새 내가 원했던 그 지점이 코앞에 와 있을 터이다. 작심삼일도 열 번이면 공든 탑을 쌓는다.
  • 호날두 피 흘리자 ‘거울 왕자’로, 팬들의 비아냥 온당한가?

    호날두 피 흘리자 ‘거울 왕자’로, 팬들의 비아냥 온당한가?

    “피 흘리는 호날두가 묻는다. ‘거울아 거울아, 아직도 내가 여기서 제일 잘 생겼니?’라고”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가 오랜 골 침묵을 깨고 22일(한국시간) 데포르티보와의 프리메라리가 20라운드 홈 경기에서 두 골을 뽑아냈는데 언론과 팬들은 후반 39분 호날두의 이날 두 번째 득점 장면에서 흔히 보기 힘든 장면에 오히려 눈길이 집중됐다. 6분 전 왼발 슈팅으로 43일 만에 득점을 기록한 호날두는 다이빙 헤딩 슛으로 데포르티보의 골망을 흔들어 멀티 득점을 기록하며 7-1 왼승에 기여했다. 호날두는 헤딩 슛 과정에 상대 수비수 파비앙 샤르에게 걷어 차이는 바람에 눈썹 부근이 찢어져 한동안 일어나지 못하다 그라운드에 들어온 팀 의료진에게 응급 처치를 받은 뒤 주치의와 함께 걸어나왔다. 그는 주치의에게 뭔가를 요구했고, 주치의가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건네자 스마트폰에 자신의 얼굴을 비춰 들여다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당연히 팬들은 거울을 찾아 얼굴을 비쳐보는 호날두의 모습을 두고 옥신각신했다. 로이터통신은 “피 흘리는 호날두가 묻는다. ‘거울아 거울아, 아직도 내가 여기서 제일 잘 생겼니?’라고” 제목의 기사를 통해 “호날두가 자신의 이미지에 대한 집착을 새로운 수준으로 끌어올렸다”고 표현했다. BBC 해설위원들은 이 장면을 보고 웃음을 터뜨리며 “별걸 다 본다”고 비꼬았고, 스포츠사이트 벤치워머는 “가장 호날두다운 순간”이라고 말했다. 한 위원은 “그라운드에 있을 때도 거울 속 자신을 응시하곤 한다“고 비아냥댔다. 스카이스포츠의 라리가 트위터 계정은 얼굴을 확인한 후 고개를 저은 호날두의 사진과 함께 “팀이 7-1로 이겼지만 경기 후 셀피가 엉망이 됐을 때”라고 설명을 붙여 놀려 먹었다. 하지만 나중에 두세 바늘만 꿰매는 것으로 확인됐지만 그의 부상은 간단치 않은 것으로 보였기 때문에 이런 비아냥이 지나치다는 옹호론도 만만찮다. 애덤 맥콜라 같은 이는 “호날두가 얼굴의 상처를 점검한 게 뭐가 잘못됐다는 것인지 난 이해할 수가 없다. 누가 날 좀 가르쳐봐라”고 감쌌다. 그런데 이런 비아냥을 자초한 것은 호날두 자신이란 반론도 제기된다. 지난 2011년 호날두는 경기 도중 팬들의 야유가 쏟아진 데 대해 “사람들은 내가 돈 많고 잘 생기고 훌륭한 선수여서 질투한다. 달리 설명할 도리가 없다”고 말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패딩 점퍼 모자, 길냥이 겨울집으로 딱!

    패딩 점퍼 모자, 길냥이 겨울집으로 딱!

    오래된 패딩 점퍼의 모자를 재활용해 한겨울 길고양이들의 집으로 보급하는 ‘후드하우스’ 캠페인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이 캠페인을 맨 처음 착안한 회사는 제일기획이다. 해마다 길고양이들이 추위를 피해 자동차 엔진룸이나 아파트 전력실 등에 들어갔다가 사고를 당하는 것을 보고 동물보호단체와 애묘인 등의 의견을 수렴해 후드하우스를 고안했다고 한다. 대형마트도 힘을 보탰다. 이마트는 사회적기업 굿윌스토어와 함께 패딩 후드 2000여개를 확보했다. 이마트와 스타필드 매장에 홍보 포스터를 붙이고 길고양이용 사료를 사는 고객에게 후드하우스를 무료로 나눠 주기도 했다. 제일기획 관계자는 “유튜브 등에 올라간 캠페인 영상이 조회수 60만건을 넘어섰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언급 횟수도 1만 3000건을 넘겼다”면서 “얼마 전 서울 여의도공원 등에 후드하우스를 추가로 설치했다”고 전했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커버스토리] ‘차관필패 과장필승 ’ 당선의 법칙?… 출사표 던지려 사표 던진다

    [커버스토리] ‘차관필패 과장필승 ’ 당선의 법칙?… 출사표 던지려 사표 던진다

     요즘 중앙부처 1급 공무원 A실장은 30년가량 몸담았던 직장에 사표를 내야 할지 고민이 많다. 공무원 정년은 60세지만 실질직으로 50대 초·중반에 실·국장으로 승진하면 사실상 더 이상 올라갈 자리는 없다. 자치단체장이 돼 전문성을 발휘하며 새 출발을 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부처 직원들도 ‘인사적체 해소를 위해 용퇴해 달라’고 바라는 것 같아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압박감도 느껴진다. 선거법상 지방선거 출마를 위한 공직자 사퇴 시한은 오는 3월 12일이어서 아직 시간적 여유는 있다. 안정을 최우선 가치로 추구하는 공무원 성향 상 정당에서 전략공천을 약속하는 등 확실한 조치를 해주기 전까지는 움직이지 않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미 지난해 말부터 공무원들이 하나둘 사표를 내며 선거전에 뛰어드는 것을 보면 ‘이미 늦은 것 아닌가’라는 불안감도 든다.  이 시기 정부 고위공무원이라면 누구나 A실장과 같은 고민을 하게 된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뒤 처음으로 치러지는 지방선거이다보니 대통령의 인기에 편승해 여당과 보조를 맞추면 손쉽게 당선될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 큰 반면, 자칫 후보 등록은 고사하고 당내 경선도 통과하지 못해 ‘공직에서 옷만 벗는’ 최악의 사태를 맞을 수도 있다. 지방선거를 앞둔 공직 사회 이모저모를 살펴봤다. #부지사, 부시장, 기획관리실장 등 경력 무기로 주민 신뢰 앞서  애초 지방선거라는 것이 과거 내무부(행정안전부)에서 직접 파견하던 지역 단체장을 주민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단체장의 일 자체가 원래 공무원의 역할이었다. 이 때문에 지방선거는 단연 ‘공무원에게 유리한 선거’라고 할 수 있다.  지금도 지방자치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에서는 학연이나 지연 등에 근거한 해당 연고지에 행정부지사나 행정부시장, 기획관리실장 등을 파견한다.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에서도 각 지자체 경제부지사로 활발하게 진출한다. 이들은 중앙과 지역 간 네트워크를 연결해주고 개인적으로도 풍부한 행정 경험을 쌓을 수 있다.  지방공무원도 마찬가지다. 지자체 1급 공무원은 부시장이나 부지사, 시·도 부교육감 등 ‘2인자’로 일한다. 선거법 위반 등으로 공석이 된 지방자치단체장 권한을 대행하기도 한다. 인구 5만명 안팎인 군 지역에서 지자체 과장은 성공한 인물이자 선망의 대상으로 여겨진다. 자연스레 해당 공무원은 지역 여론을 만들어내고 이끌어가는 리더 역할을 맡게 된다.  최창렬 용인대 정치학과 교수는 “지방선거에서는 ‘행정고시 출신’ 또는 ‘지자체 실·국장 출신’이라는 프로필이 지역 주민들에게 다른 어떤 것보다도 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면서 “후보 개인에 대한 역량을 입증하고 ‘앞으로 무리 없이 지방행정이 이어져갈 것’이라는 신뢰감을 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지방선거에서 공무원이 선전하는 현상은 지역 국회의원의 냉엄한 공천 현실을 반영한 결과라는 분석도 있다. 국회의원 입장에서는 향후 자신과 지역구 의원 자리를 두고 경쟁할 수도 있는 단체장 자리에 강력한 카리스마를 가진 ‘호랑이 새끼’를 앉히고 싶을 리 만무하다. 이 때문에 사법고시 출신 법조인이나 지역에서 산전수전을 겪은 야생 정치인보다는 상대적으로 ‘말을 잘 듣고 온순한’ 공무원 출신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는 “행정 경험이 풍부한 엘리트 공무원일수록 현역 정치인들과 투쟁하기보다는 공존을 통해 상생하려는 성향이 강하다”면서 “자신의 잠재적 경쟁자를 키우기 꺼려하는 정치인들에게 공무원은 상당히 좋은 대안”이라고 말했다.  #관가에서는 ‘차관 필패·과장 필승’ 법칙 회자  이와 관련, 관가에서는 ‘차관 필패·과장 필승’ 법칙이 거론된다. 일반인 예상과 달리 차관으로 상징되는 고위공무원이 출마하면 대부분 선거에서 진다는 것이 관가의 정설이다. 50대 중후반 이상인 이들은 주로 도지사나 주요도시의 시장 등 중량감 있는 자리를 원하는데, 이 경우 지역에서는 ‘충분히 출세하신 분이 뭐가 아쉬어서 이 자리를 또 노리냐’, ‘고위공무원 출신답게 고개가 너무 뻣뻣하다’는 비아냥이 나온다고 한다.  중앙부처 고위관계자는 “아무래도 차관 출신은 지방 토착 후보에 비해 선거운동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고 지역 기반이 약하다”면서 “장관은 TV 등을 통해 많이 봤지만 차관은 누가 누구인지 일반인은 잘 모른다. 차관 인지도가 생각보다 높지 않다는 점도 단점”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부처나 지자체 과장으로 상징되는 비(非)고위공무원이 지방선거에서는 선전한다는 평가다. 주로 군수나 군소시장 후보로 지원하는데, 자신의 처지를 정확히 판단해 지역주민에게 겸손하고 친화적 모습을 보여준다. 이들은 대부분 40대 후반이나 50대 초반으로 한 두 번 선거에 떨어져도 포기하지 않고 재도전해 결국 단체장 자리를 거머쥐는 경우가 많다.  충청지역 지자체 관계자는 “서기관이던 부서 선배가 지방선거에 출마하고자 2~3년 전부터 주말마다 자신의 고향에 내려가 주민들과 스킨십을 다졌고 1년 전부터는 손으로 직접 편지를 써서 당과 지역 유력인사들에게 전달하는 등 눈물겨운 노력을 보였다”면서 “결국 충청 지역에 군수 후보로 출마해 단번에 당선됐고 재선에까지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공직사회 인사적체 해소에도 기여  공직사회에서는 공무원들의 지방선거 출마를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공직 분야의 외연을 넓히는 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중앙부처의 극심한 인사적체 해소에도 어느 정도 기여한다. 다만 일부에서는 지방선거가 지역 공직사회를 분열시키고 수십년간 행정 경험을 다져 온 전문가들이 한꺼번에 줄사퇴하는 현상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내놓는다.  2010년 5회 지방선거 당시 서울지역 구청장 선거 출마를 고민했던 전직 서울시 고위공무원은 “4년간 구청장 급여를 단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으더라도 다음 선거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는 계산이 나온 뒤 홀가분하게 구청장 도전을 포기했다”면서 “다른 후보들은 어떻게 자금을 만들어 지방선거에 도전하는 지 궁금하기는 하다”고 말했다.  김대건 강원대 행정학과 교수는 “지방선거에서 반대 진영 후보자를 지원했다가 인사상 불이익을 받는 공무원들이 많은데 이는 지자체 인사권이 지자체장에게 광범위하게 위임돼 있기 때문”이라면서 “이런 악습은 제도 개선으로는 소용이 없다. 지방선거에 대한 공직사회의 근본적인 의식변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김유민의 노견일기] 아들의 모든 것이었던 해모와의 이별

    [김유민의 노견일기] 아들의 모든 것이었던 해모와의 이별

    서울에서 초등학교를 갓 졸업한 아들이 파주로 이사 가는 날을 손꼽아 기다린 것은 자신이 좋아하는 동물을 키울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었습니다. 헤이리에 집을 짓기로 결정한 직후 아들은 그동안 책으로만 익히고 연정을 키워 온 수많은 애완견 중에서 어떤 견종을 택할 것인가로 며칠 밤을 새우곤 했습니다.아들은 정원이 있는 헤이리로 이사한 뒤 초등학교 6년 동안 저축했던 통장을 깨 블루멀 콜리를 분양받았습니다. 영리해서 자신의 말을 가장 잘 알아들을 수 있을 것은 물론, 목양견으로 많은 운동량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운동을 좋아하는 자신과 매일 함께 뛸 수 있다고 여긴 것입니다. 하지만 행복은 잠깐이었습니다. 1개월 뒤 희귀견을 노린 누군가에 의해 헤이리의 다른 집 애완견 2마리와 함께 도난당한 것입니다. 결국 녀석을 되찾는 것은 실패했고 다시 같은 부모의 형제를 데려왔습니다. 그러나 이 행복도 잠시였습니다. 장염으로 세상과 이별한 것입니다. 연거푸 슬픔을 당한 아들의 성화로 다시 저희 식구가 된 애완견이 해모였습니다. 해모는 아들의 바람대로 우리 식구의 일원으로 잘 적응했습니다. 아들은 중학교 방과 후 시간의 대부분을 해모와 함께했습니다. 아들이 서울로 돌아간 고등학교 시절부터 해모는 순전히 저의 동반자가 되었습니다. 해모의 생활 방식도 바뀔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들과는 뛰는 운동이었다면 저와는 걷는 산책으로 바뀌었습니다. 아들과는 함께하는 시간이 많았다면 저와는 각자 홀로 지내야 하는 하는 시간이 대부분이었습니다. 할 일이 적지 않은 제가 해모에게 내줄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서재 밖에서 나를 또는 먼 산을 묵묵히 바라보던, 또 저희 가족의 공간인 모티프원을 오가는 사람들을 대하는 해모를 보면서 사람에게서도 발견하기 어려운 선한 성정들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해모와 함께한 11년간은 그야말로 희로애락의 연속이었습니다. 몇 번의 가출로 온 가족이 애를 태웠고, 두 번의 심장사상충으로 죽음의 문턱에서 생환했습니다. 출판사 웅진이 낸 자연 생태전집의 반려동물 주인공으로 뽑혀서 해모의 일생이 ‘소중한 우리 가족, 해모’라는 동화책으로 나오기도 했습니다. 모두 객지로 나가있는 아이들이 오랜만에 집으로 전화라도 하면 해모의 안부를 묻는 것이 제일 먼저였습니다. 저는 아프리카에서 근무 중인 딸, 영국에서 공부 중인 아들 등 함께 모일 수 없는 처지를 생각해 해모가 함께하는 가족의 그림을 그려 보내주기도 했습니다. 대형견은 소형견보다 대체적으로 수명이 짧습니다. 해모도 10살을 넘기고부터는 활발했던 운동성이 둔화되고, 산책을 달가워하지 않았습니다. 11살이 되어서는 노화 현상이 더욱 뚜렸해졌습니다. 급기야 작년 7월에 들어서는 뒷다리의 힘이 빠져 일어서는 것조차 힘들어하곤 했습니다. 해모와의 마지막 산책은 8월 1일 저녁이었습니다. 헤이리 한 바퀴를 뛰어도는 기력은 온데간데없고, 밤나무골 한 바퀴를 도는데도 힘겨워했습니다. 마침내 2일 오전, 마당 한 바퀴를 도는 것을 끝으로 오후부터 앓아 누웠습니다. 3일에는 좋아하던 통조림 오리고기조차도 먹지 못했습니다. 첫째 딸이 서울에서 급히 와 해모를 차에 태워 단골병원으로 떠났습니다. 그리고 50분 뒤 해모는 11년간의 소풍을 마치고 하늘나라로 떠났습니다. 다음 날 늦은 오후, 해모는 한 줌의 재로 제게 돌아왔습니다.해모는 특히 아들의 모든 것이다시피 했습니다. 아들이 군 복무 중인 터라 해모가 천수를 다했다는 것을 알리지 않았습니다. 군에 매인 몸이라 해모가 떠났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상심이 너무 클까봐 걱정됐습니다. 우리 가족은 유골을 보관해뒀다가 휴가 나온 아들과 함께 해모의 장례를 치렀습니다. 장례를 치른 뒤에도 해모의 유품을 바로 정리할 수 없었습니다. 4일 뒤에야 해모의 물통과 밥통을 거두었습니다. 해모가 남긴 온전한 사료, 심장사상충 및 회충약, 북어포와 간식, 방석 등은 대형견을 키우는 이웃에게 전했습니다. 그리고 냉장고 속의 통조림은 길냥이에게 주었습니다. 서재에서 글을 쓰다가 눈을 들면 해모가 늘 앉아 나를 바라보던 자리가 있습니다. 그 자리가 있던 서재 밖 발코니가 너무 휑하게 느껴져서 한동안 블라인드를 내려놓았습니다. 어느 날 오랜만에 블라인드를 올렸더니 해모가 있던 그 자리는 고양이 차지가 되어 있었습니다. 해모가 있었을 때는 얼씬도 않던 고양이들의 휴식처가 된 것입니다.지금도 발코니를 차지하고 서재를 들여다보는 고양이들이 해모와의 기억을 더욱 생생하게 들추어내곤 합니다. 목숨을 다한 나무가 동물과 곤충들의 먹이와 둥지가 되어 소멸되어가는 과정을 지켜보았습니다. 처음에는 슬프고 끔찍하게 느껴졌던 그 소멸의 모습이 점점 더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 그것은 썩어가는 것이 아니라 사후에도 자신을 빛내는 일이었습니다. - 해모의 가족, 헤이리마을 이안수 선생님으로부터 (해모의 이야기 전편 ▶소중한 가족, 해모의 노년)한국에서는 해마다 약 8만 2000마리의 유기동물이 생겨납니다. “한 국가의 위대함과 도덕적 진보는 그 나라의 동물들이 받는 대우로 짐작할 수 있다”는 간디의 말이 틀리지 않다고 믿습니다. 그것은 법과 제도, 시민의식과 양심 어느 하나 빠짐없이 절실하게 필요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어떠한 생명이, 그것이 비록 나약하고 말 못하는 동물이라 할지라도 주어진 삶을 온전히 살다 갈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노견일기를 씁니다. 반려동물의 죽음은 슬픔을 표현하는 것조차 어렵고, 그래서 외로울 때가 많습니다. 세상의 모든 슬픔을 유난이라고는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에게 늙은 반려동물과 함께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요? 오랜 시간 동물과 함께 했던, 또는 하고 있는 반려인들의 사진과 사연을 기다립니다. 소중한 이야기들은 y_mint@naver.com 로 보내주세요.
  • [씨줄날줄] 홍 대표의 ‘폴더 인사’/서동철 논설위원

    [씨줄날줄] 홍 대표의 ‘폴더 인사’/서동철 논설위원

    외교란 자존심을 지키면서 실리를 챙겨야 하는 초(超)고난이도 기술이다. 흥미로운 것은 실리를 잃었어도 자존심을 살렸다면 그런대로 본전은 되찾지만, 반대로 아무리 실리를 챙겼어도 조금이라도 자존심을 잃어버렸다면 누구도 성공한 외교라고 평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가도 그렇고, 정당도 마찬가지다.일본을 방문했던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난타를 당하고 있다. 아베 신조 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고개를 깊이 숙여 인사하는 사진이 공개됐기 때문이다. 홍 대표는 ‘폴더 인사’라는 비아냥이 뒤따를 만큼 상체를 접은 반면 아베는 아랫사람을 치하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 주었다. 물론 홍 대표가 아베에 대한 존경심의 표현으로 그렇게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홍 대표는 나리타 공항으로 일본에 들어가면서 사전 조율을 거쳐 외국인의 필수 입국 절차인 지문 채취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경남지사 시절 오사카 공항으로 일본에 입국하다가 지문 채취를 놓고 한동안 승강이를 벌인 적도 있다. 그러니 ‘폴더 인사’ 논란은 외교적 미숙 때문이라고 해도 할 말이 없게 됐다. 다른 나라도 아닌 일본이고, 다른 사람도 아닌 아베 총리다. 그럼에도 긴장감 없이 ‘문제적 장면’을 연출한 것이니, 스스로를 탓해야지 남탓할 일이 아니다. 더구나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두고 ‘알현, 조공외교’라고 비꼬았던 뒤끝이 아닌가. 더불어민주당에 반격할 절호의 기회를 제공한 것은 ‘외교적 미숙’과 더불어 ‘정치적 미숙’을 드러낸 것이 아닌가 싶다. 2017년의 한·일 관계는 임진왜란 직전인 1590년의 조·왜(朝·倭) 관계와 한 치도 달라진 것이 없다. 조선은 그해 봄 왜국에 통신사를 보냈다. 정사(正使) 황윤길과 부사(副使) 김성일이 돌아와 일본의 조선 침략 가능성을 두고 서로 엇갈린 보고를 했던 바로 그 통신사행이다. 일본에서도 김성일과 서장관(書狀官) 허성은 관백(關白) 도요토미 히데요시에게 인사하는 예법을 두고 논쟁을 벌였다. 허성은 관백이 사실상의 일본 국왕이라는 점에서 정하배(庭下拜)를 주장했다. 반면 김성일은 관백이 일왕의 신하라는 논리에서 영외배(楹外拜)를 관철시켰다. 정하배는 사신이 뜰 아래서, 영외배는 계단 위 같은 높이에서 배례하는 것이다. 우리는 일왕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고 있으니 일본 총리를 국가원수로 인정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1590년 당시 일왕과 관백의 관계도 다르지 않았다. 오늘날 외교에서 기개를 보여 주는 것은 만용인지 몰라도 국민의 자존심을 훼손했다는 비판은 겸허하게 수용해야 한다. 서동철 논설위원 dcsuh@seoul.co.kr
  • [서울광장] 구조조정 안 하겠다는 것인가/안미현 부국장 겸 산업부장

    [서울광장] 구조조정 안 하겠다는 것인가/안미현 부국장 겸 산업부장

    정부가 얼마 전 ‘기업 구조조정 원칙’을 발표했다. 크게 세 가지다. 정부가 나서지 않고 가급적 시장에 맡기겠다는 것, 사후적 처방이 아닌 선제적 대응을 강화하겠다는 것, 금융논리뿐만 아니라 산업적 측면도 고려하겠다는 것이다. 구구절절 옳은 얘기다. 시장에 맡기면 국민세금(공적자금)이 덜 들게 된다. 선제 대응이 이뤄지면 허둥지둥 불 끄기에 급급하지 않아도 된다. 산업적 측면 고려는 국가경제를 생각할 때 당연한 얘기다. 그런데 자세히 뜯어보면 여기저기 상충된다. 시장논리에 충실하면서 어떻게 산업적 측면을 고려하겠다는 것인가. 시장은 철저히 그 기업의 회생 가능성을 따진다. 긴급 수혈을 해서 살아날 만하다고 판단되면 살린다. 회생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판단되면 가차 없이 버린다. 그 기업이 그동안 국가경제에 얼마나 기여했고 앞으로 또 얼마나 기여할지는 중요치 않다. 시장은 ‘피 같은 내 돈’을 더 넣을 가치가 있는지 없는지만 따진다. 이를 현 정부 경제팀이 모를 리 없다. 그럼에도 이런 발표를 한 것은 아마도 ‘한진해운 트라우마’ 때문일 것이다. 국내 1위의 해운선사를 정리한 데 따른 비판이 커지자 ‘산업적 측면 고려’라는 고육지책 표현을 쓴 것이리라. 설사 구조조정을 철저히 시장원리로 하겠다고 공언해도 내부적으로는 국가경제를 고려할 수밖에 없는 게 정부다. 누가 경제 지휘봉을 잡느냐에 따라 무게중심이 달라질 수는 있겠지만 경제논리냐 국가경제냐는 근본적으로 무 자르듯 떼어 생각할 수 없는 문제다. 하지만 그렇다고 마이크 잡고 세상에 떠들 얘기는 아니다. 잘못하면 좀비기업에 더 극렬한 저항의 빌미를 줄 수 있고, 정부 스스로 족쇄를 차는 일이 될 수 있다. 안 그래도 ‘빽 있고 힘 있는 지역’의 기업은 살고, 그렇지 않은 기업은 죽는다는 피해의식 때문에 가뜩이나 구조조정이 쉽지 않은 마당에 정부가 버티기 명분으로 악용될 수 있는 명제를 공개적으로 던진 것은 아무리 봐도 악수다. 구조조정을 자본시장에 맡기겠다는 것도 듣기 좋은 소리다. 지금의 인력 풀(pool)과 투입하겠다는 실탄(1조원) 규모 등으로 볼 때 구조조정 집도의로 나서기에는 역부족이다. 부실채권 시장의 플레이어(선수)들을 늘리고 키우는 것은 분명히 바람직하고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큰 덩치를 수술하기는 아직 깜냥이 안 된다. 시장에 먼저 들어와 뛰고 있는 유암코나 우리F&I같은 선수들도 덩치 큰 기업은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구조조정 전문가가 빈약한 것도 걱정스럽다. 현 정부 경제팀의 주요 멤버들은 대학 교수 출신이다. 아무리 경제학적 지식과 구조조정 이론이 해박하더라도 현실과 실제는 다르다. 부실 기업이나 부실징후 기업들은 이해관계가 매우 복잡하다. 이런 기업을 수술하려면 때로는 윽박도 하고 때로는 달래기도 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 때 구조조정 최첨병인 산업은행 회장으로 발탁된 홍기택 중앙대 교수는 이런 기업의 오너들을 아예 안 만나 버렸다. 딴에는 불필요한 오해에 휩쓸리지 않고 공정하게 하겠다는 의지 차원이었는지 모르지만 이 무렵 “구조조정이 되는 게 없다”는 불만이 팽배했던 점을 현 경제팀 멤버들이 유념했으면 싶다. 논의 피를 뽑지 않으면 이미 시들기 시작한 벼는 물론이거니와 멀쩡했던 벼조차 종국에는 다같이 죽게 된다. 발등의 불인 조선·해운업뿐만 아니라 제조업 쪽에서도 심상찮은 얘기가 들린다. 외환위기 때보다 훨씬 복잡해지긴 했지만 구조조정 원칙은 간단하다. 살아날 가능성이 있으면 살리고 그렇지 않으면 버리는 것이다. 그리고 살림으로써 이득을 보는 쪽이 ‘비용’을 대는 것이다. 대주주든, 채권단이든, 기업사냥꾼이든 말이다. 이 원칙에서 벗어나야 한다면 이 또한 원칙 파기로 인해 혜택을 보는 쪽이 상응하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 고용 때문이든, 지역경제 때문이든, 국가산업 때문이든 말이다. 누구 말마따나 판돈은 한 푼도 내지 않고 과실만 챙기려는 세력은 애저녁에 발을 못 붙이게 해야 한다. ‘구조조정을 안 하겠다는 것 아닌가’라는 걱정이 부디 쓸데없는 기우이길…. hyun@seoul.co.kr
  • [이현정 기자의 소리통] SNS 마녀사냥과 시인의 비극

    [이현정 기자의 소리통] SNS 마녀사냥과 시인의 비극

    한 사람의 일상이 무너지고 가슴에 주홍글씨가 새겨지기까지 걸린 시간은 단 사흘이었다. 그는 ‘2014년 동료들이 뽑은 올해의 젊은 시인상’, 2015년 시작작품상을 받은 촉망받는 시인이었다.모든 일은 지난해 10월 19일 트위터에 “미성년자인 저는 지난해 저보다 스무 살 많은 시인에게 성희롱을 당했습니다. 박진성 시인임을 밝힙니다”란 글이 올라오면서 시작됐다. 또 다른 이의 비슷한 폭로성 글이 꼬리를 물었다. 국내 일부 언론은 10월 21일 시인의 실명과 얼굴을 공개했다. 해명할 기회는 주지 않았다. 마녀사냥이 시작됐고 시인은 물론 가족의 삶까지 무참히 파괴됐다. 집 앞 피켓 시위가 이어졌다. 그는 고통의 기억을 자신의 블로그에 이렇게 기록했다. “창문 바깥으로 수십 명의 사람이 웅성대는 소리가 들렸고 몰래 열어 본 창틈으로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피켓을 들고 있는 게 보였다. 저 집에 범죄자가 산대. 흉악한 범죄자가.” 검찰은 지난 9월 이 사건에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온라인 유목민은 낙인찍기를 멈추지 않았다. ‘자살하고 싶지 않으세요’라며 도를 넘는 악성 글을 올린 이도 있었다. “잘못된 사실을 바로잡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던 시인은 지난 2일 “지쳤다. 제가 저의 결백을 밝힐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라는 걸 이제야 알았다”며 극단적 시도를 했다. 자제력을 잃고 폭주하는 일명 악플러들은 SNS 공간에 사람을 전시하고 발가벗겨 포르노적으로 소비하고서 결국 파괴한다. ‘통신망으로 연결된 가상 사회의 구성원’이란 공동체적 의미를 갖는 단어 ‘네티즌’은 이들에게 어울리지 않는다. 그저 승냥이떼와 같은 고립된 개인의 ‘무리’이며 목소리가 아닌 ‘소음’일 뿐이다. 때론 정의를 표방하나 인간애와 공존하지 않는 정의를 우린 정의라 부르지 않는다. 악성 댓글에 멍든 이들이 심각한 고통을 호소하고 있지만 별다른 대책은 없다. 세계와 관계 맺기를 하며 고유명사로 살아온 시인이 한순간 ‘성범죄자’란 일반명사가 돼 갈가리 찢기고 존재가 거처할 곳을 잃었을 때 마주했을 그 고통의 무게를 짐작한다. 극단적 시도를 하기 전 “단 하나의 눈동자만 있어도 견딜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지쳤다”고 한 그의 말이 묵직한 돌덩어리로 남았다. 피투성이가 되더라도 그가 자신이 선 땅을 딛고 다시 한번 바깥을 향하길 바란다. 온갖 억측과 싸워 앞으로 살아갈 생과 맞바꾸려 했을 만큼 절실히 바란 진실을 찾고 길을 찾길 바란다. 자살로는 결코 결백을 입증하지도 그 무엇을 이룰 수도 없다. 그저 비난하던 이들을 지극히 짧은 시간 모래알처럼 흩어지게 할 뿐이다. 지난해 3월 학내에 거짓 대자보를 붙여 교수에게 성추행 누명을 씌워 죽음에 이르게 한 제자는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교수는 이 세상에 없다. 가족에게는 더한 고통이 기다리고 있다. SNS를 떠도는 과다한 정보는 거짓과 진실의 경계마저 모호하게 만들어 때론 거짓마저 진실로 둔갑시킨다. 직접 돌을 던지진 않았으되 심정적으로 동조한 모두를 공범으로 만든다. 더 많은 정보가 꼭 진리로 귀결되진 않는다는 점도 기억해야 할 대목이다. hjle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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