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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만으로 몰아 핏빛 바다로, 日 타이지 돌고래 도륙 5년 만에 재개

    만으로 몰아 핏빛 바다로, 日 타이지 돌고래 도륙 5년 만에 재개

    국제포경(고래잡이)이사회(IWC)의 전면 금지 초치에도 불구하고 지난 7월부터 상업 포경을 재개해 거센 국제적 반발을 불러일으킨 일본에서 다시 잔인한 돌고래 사냥이 시작됐다. 바닷가 마을 타이지(太地)의 돌고래 잡이는 지난 2009년 뤽 베송 감독이 제작에 참여한 다큐멘터리 영화 ‘더코브’(The cove)를 통해 그 잔인한 사냥 수법이 폭로돼 많은 지탄을 받았다. 조그만 만으로 돌고래떼를 유인해 얕은 개울에서 발버둥치는 돌고래들을 망치로 때리거나 칼로 도륙해 살코기를 얻는다. 피가 사방에 넘쳐난다. 도륙하지 않은 돌고래 일부는 아쿠아리움이나 해양 파크 같은 곳으로 팔려간다. 수천 년 전부터 행해져온 전통 축제라는 설명도 있지만 일부에서는 아주 최근에야 이 끔찍한 사냥이 시작됐으며 오랜 전통이란 얘기는 꾸며낸 것이라고 지적한다. 2014년을 마지막으로 타이지 돌고래 사냥 축제는 행해지지 않다가 올해 재개돼 지난 1일에는 한 마리의 돌고래도 잡지 못했지만 2일에는 리소 돌고래 다섯 마리가 죽임을 당했다고 영국 BBC가 현지 언론 보도를 인용해 전했다. 앞으로 여섯 달 가량 지속되는 이번 시즌 고래 사냥 쿼터에 따르면 1700 마리를 죽이거나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환경운동가들은 30분이면 질식사하든지 익사할 수 있다며 잔인한 사냥을 당장 그만 두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하지만 타이지 어민들은 주민들의 생계가 돌고래 거래에 의존하고 있어 그만 둘 수 없다며 맞서고 있다. 어민들은 돌고래와 고래 고기 수요가 갈수록 줄고 수은이 많이 축적돼 건강하지 못한 먹거리란 인식이 많이 자리 잡아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여기에다 돌고래를 사로잡아 해양 파크 등에 넘기면 살코기로 처분했을 때보다 더 높은 값을 쳐줘 포획을 멈출 수 없다고 설명한다. 반면 해양 파크 등은 타이지에서 잡힌 돌고래들을 구입하지 말란 압력을 강하게 받고 있다. IWC의 최후 통첩에 따르면 고래잡이는 사실상 1986년부터 전면 금지됐지만 일본은 그때부터 지금까지 연구용 포획이란 명분을 내세워 매년 수백 마리를 사냥해왔다고 방송은 전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신가영의 장호원 이야기] 소리에 둘러싸인 시간

    [신가영의 장호원 이야기] 소리에 둘러싸인 시간

    꼼짝없이 습기에 잠기고 열기에 갇혀 있던 무더운 여름. 월화수목금금금인 양 끝이 보이지 않던 무더위가 입추를 보내고 말복 지나니 어느 순간 변했다. 에어컨으로 견디던 하루였는데 선풍기도 가끔 꺼도 될 정도로 선선한 바람이 낯선 손님처럼 찾아왔다. 어쩌다 간간이 들리던 풀벌레 소리였는데 어두워지니 어느새 광장을 채운 촛불처럼 웅성거리며 온 마당을 채우고 있다. 무수한 풀벌레 소리에 둘러싸여 어둠을 바라보고 있는 순간은 시골생활 하며 얻은 가장 큰 아름다움이다.도시에선 늘 이어폰으로 음악 들으며 사는 것이 일상이었다. 시골에 내려오니 함께 살아가는 그들이 많고, 보이지 않는 그들이 많다 보니 소리에 민감해져 간다. 말을 할 수 없는 그들이기에 그들이 들려주는 소리를 자칫 놓치게 되면 곤란한 상황을 만나게 된다. 함께 사는 고양이가 평소와 다른 목소리를 내어 돌아보니 쥐를 물어온 것이다. 평소와 다른 목소리를 내어 돌아보면 길냥이가 들어와서 경계하는 것이었고 또 돌아보면 울타리를 벗어나 집에 들어온 강아지 때문에 그런 경우도 있었다. “깍깍!” 유난스런 물까치 소리에 나가 보니 유혈목이가 둥지를 침입해서 두 마리 물까치가 뱀을 쫓아내느라 소리치는 것이었다. 비 오기 전의 개구리 울음소리, 봄이 왔음을 알려 주는 꾀꼬리와 여름 문턱에서 들려주는 뻐꾸기 소리로 계절이 오고감을 일깨워 주기도 한다. 그중 제일 맘을 사로잡는 것은 밤공기를 가르는 풀벌레 소리가 아닐까 싶다. 가을을 재촉하기도 하지만 눈을 감고 듣다 보면 소리가 보여 주는 너른 광장을 만나게 된다. 밤하늘을 채우는 무수한 별이 거리에 따라 우리에게 와서 빛나는 순간이 달라지듯. 풀벌레들이 들려주는 높고 낮은 소리를 듣다 보면 하염없이 넓어져 가는 것을 느끼게 해준다. 가까이 눈길만 돌리면 만날 듯한 귀뚜라미의 선명한 소리, 풀섶에 앉아 열심히 날개를 부비고 있을 여치와 베짱이들이 내는 협주, 서로 메아리인 양 주고받다가 그 사이에 희미하게 물 흐르듯 흐르는 소리들. 더 작은 소리를 따라가다 보면 마을 어귀까지 다다를 듯하다. 그 소리 사이로 부스스 깨어나신 엄마 소리가 들린다. 엊그제 농사짓는 이웃에게 고추 열 근 사고 참깨 한 말 구하셨는데 그 거 손질 하시나 보다. 바스락바스락 마른 수건으로 부비는 소리. 밤이 깊어가니 정겹기만 하다.
  • 길냥이 돌본 79세 할머니에게 열흘만 교도소에서 지내시라고?

    길냥이 돌본 79세 할머니에게 열흘만 교도소에서 지내시라고?

    79세 미국 할머니가 이웃집 길냥이에게 먹이를 줬다는 이유로 열흘 구류를 살게 됐다. 오하이오주 쿠야호가 카운티의 가필드 하이츠에 사는 낸시 세굴라(사진)는 2015년부터 이웃들이 버린 고양이들을 거둬 보살폈다. 하지만 너무 많은 고양이들을 거둬 이런저런 생활의 불편을 초래해 이웃들의 원성을 샀다. 이웃들의 신고로 경찰이 충돌한 것만 지난 4년 동안 네 차례였다. 2015년 7월 떠돌이 동물에 먹이를 주는 것을 금지한 시 조례를 어긴 혐의로 기소됐다. 2017년 5월 주거지에서 고양이들에게 먹이를 주는 것과 관련해 여러 건의 법률 위반이 지적됐고, 2개월 뒤에는 소유지에 너무 많은 고양이를 기른다는 이유로 기소돼 보호관찰 처분을 받았다. 다음달에도 동물 쓰레기를 제대로 처분하지 않는다는 민원이 제기됐다. 카운티 법원은 그녀에게 오는 11일부터 열흘 동안 구류를 살라고 판결했다. 경찰은 페이스북에 성명을 내 “경찰도 동물보호소도 할머니를 체포하지 않았다. 다만 공중의 민원이 쏟아져 이를 전달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할머니는 지난주 심리 과정에 판사에게 고양이 먹이를 준 사실을 인정했고 판사는 열흘의 구류를 언도했다. 판결 내용을 전해들은 그녀는 클리블랜드의 폭스 8 방송과의 인터뷰를 통해 “난 고양이 사랑꾼일 뿐”이라고 말했다. 또 클리블랜드 닷컴과의 인터뷰를 통해선 “다 큰 고양이들은 여섯 마리인가 여덟 마리뿐인가 밖에 안되고 새끼들이 들락거리는데 떠나보낸 고양이들이 그립고 남편도 그립고 외롭기만 하다. 바깥의 고양이들이 내게 도움을 준 것뿐”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고양이들이 자꾸만 우리 집으로 넘어온다. 그래서 언짢아지면 먹을 것을 조금 준 것뿐”이라고 덧붙였다. 나아가 자신이 범죄를 저질렀다고 느낀 적은 없으며 이미 2000달러 이상을 벌금으로 냈다고도 했다. 할머니는 “내가 한 일에 견줘 너무 가혹한 처벌이다. 밖에는 더 나쁜 짓을 한 인간들도 많은데”라고 말했다. 아들 데이브 파블로프스키는 “어머니 말을 듣고 믿을 수가 없었다. 카운티 교도소에서 열흘이라니 믿기지가 않는다”면서 “그 교도소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사람들은 들었을 것이다. 우리 79세 어머니를 그런 곳에 정말 보내려는 거냐”고 되물었다. 할머니에게 하나의 가능성은 열려 있다. 제니퍼 웨일러 판사는 다른 형량이 가능한지 결정하기 위해 심리를 개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서다. 시 법무국장인 팀 라일리는 정부 관리들도 “동물과 반려동물에 대해 사람들이 애정을 갖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면서 “똑같이 느끼고 생각하지 않은 이들도 있다. 시 조례는 지키면서 말도 안되는 상황은 막는 묘안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할머니의 집에서 시 당국이 지금까지 수거한 고양이 수만 22마리에 이른다고 덧붙였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지방대 나와 지방中企 비정규직… ‘맨 끝 출발선’에 선 청춘들

    지방대 나와 지방中企 비정규직… ‘맨 끝 출발선’에 선 청춘들

    “돈을 벌기 전에 빚부터 지고 시작하는 거죠.” 25살에 서울에서 경북 구미로 취직해 온 이시언(37)씨는 요즘 자신과 같은 경로로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후배들을 보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12년 전 처음 구미에 왔을 때는 회사에서 기숙사를 제공해 줘 가끔 승용차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외엔 큰 불편이 없었다. 하지만, 요즘 다른 지역에서 구미로 일하러 온 후배들은 당장 몸을 누일 공간부터 찾아야 한다. “야근 수당과 주말근무 수당을 다 합쳐도 월급이 200만원이 되지 않는데, 학자금 대출 상환에다 방값까지 내야 하는 후배들이 무슨 미래를 내다볼 수 있겠어요” ●“눈높이 낮추란 말 말고 지방中企 회생 지원을” 한때 전국 최대 공업생산 및 수출기지로 꼽혔던 구미 국가산업단지. 이곳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1990년대생들은 일자리를 구했다는 안도감을 느낄 틈도 없이 숙소 걱정부터 해야 한다. 구미산단에서 대기업이 빠져나가면서 규모가 큰 협력업체들도 대부분 구미를 떠났다. 근근이 연명하고 있는 2·3차 협력업체(벤더)를 비롯한 중소기업들은 신입 노동자들에게 기숙사를 제공할 여력이 없다. 한국산업단지공단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구미산단의 가동률은 전국 평균(76.9%)보다 크게 낮은 65.9%였다. 구미산단 가동률은 2010년 87.9%였지만 대기업이 해외로 공장을 옮기고 협력업체들도 썰물처럼 빠져나가며 2017년 70% 밑으로 떨어졌다. 가장 최근 통계인 지난 5월 가동률은 66.6%다. 구미산단의 위축이 도드라지긴 하지만 수도권 이외의 다른 지역 산단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이씨는 “청년들에게 눈높이를 낮춰 지방이나 중소기업으로 가라고 말만 하지 말고 지방 중소기업이 회생할 수 있도록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면서 “서울시에서 추진하는 공공기숙사가 지역 산단에도 건설돼 이제 막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지방 90년대생들의 부담을 줄여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쟁이 다양하고 치열해지면서 90년대생들의 출발선은 제각각이다. 서울의 명문대를 나와 대기업에 입사하거나 전문직을 가진 이들이 제1의 출발선을 차지하면 그 뒤로 무수히 많은 출발선이 그어진다. 그중에서도 지방대를 나와 지방의 중소기업에서 비정규직으로 출발하는 90년대생들은 출발 신호를 가장 늦게 듣고 뛰어야 하는 청춘들이다. 기성세대가 정해놓은 성공의 길을 해체하지 않는 한 이들이 제1의 출발선을 떠난 이들과 동등해지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4년제 지방대를 졸업한 김모(28)씨는 “대기업을 지원했을 때는 서류전형에서 거의 다 탈락했고 겨우 면접에 가도 대놓고 말은 하지 않았지만 ‘인(in) 서울’이 아니라는 학벌이 발목을 잡는 것을 느꼈다”면서 “지방대 출신의 취업문은 처음부터 아주 좁다”고 말했다. 이씨는 결국 중소기업에 취업했다. 이씨는 “이곳에서도 ‘서울대도 아니고, 서울에 있는 대학도 아니면 말을 하지 말라’는 무시를 당했다”면서 “그나마 나는 4년제를 나왔으니 망정이지 3년제 지방대를 나온 다른 동료에게는 일 처리가 조금만 미숙해도 ‘역시 전문대는 안 돼’라는 비웃음과 차별이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지방의 한 국립대를 나와 대기업 계열사에서 일하는 정모(28)씨는 “국립대를 나왔기 때문에 다른 지방대 출신보다는 사정이 나은 편”이라고 안도했다. 정씨는 “지방대 차별을 받지 않으려면 무조건 빨리 취업준비를 해야 한다는 게 학교 전체의 분위기였다”면서 “대기업 본사가 있는 수도권 진입을 향해 입학과 동시에 뛰었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대학을 졸업했지만, 서울에서 직장을 잡지 못해 지역으로 떠난 90년대생들에게도 ‘낙오자’ 낙인이 찍힌다. 2년간 서울 노량진에서 공무원시험을 준비했던 황모(24)씨는 “공무원시험 준비를 2년 동안 하다 보니 우울증이 왔다”면서 “나를 포함해 많은 친구들이 취업 경쟁에 지친 나머지 귀향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에 있는 대학에서 역사학을 전공한 뒤 고향인 목포의 한 중소기업에 취업한 윤모(26)씨는 “고향이라 푸근한 점도 있지만, ‘공부 잘해서 서울 간다고 으스대더니 별 볼일 없네’라는 비아냥이 견디기 힘들 때가 많다”고 토로했다. ●20~29세 비정규직 32.2%… “90년대생 평가들 공허해” 남들보다 일찍 사회생활을 시작한 고졸 출신 90년대생들의 현실은 더 버겁다. 스스로 선택한 길이지만 캄캄하기만 한 앞날을 바라볼수록 후회가 밀려온다. 특성화고를 졸업한 뒤 올해 초부터 간호조무사로 일하고 있는 이모(20)씨는 현장실습을 했던 30인 규모의 자동차부품 관련 업체에 취업한 경험이 있다. 이씨는 “회사에서 기술은 안 가르쳐주고 단순 업무만 시켰다”면서 “필요한 자격증은 사비를 들여 따야 했고 회사에 없는 공구도 사비를 들여 사야 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어 “영세업체에서 일하기 시작하면 계속 이런 곳만 전전한다는 걸 깨달았다”면서 “경력을 쌓아 조금 더 좋은 곳으로 옮기겠다는 꿈은 애초 실현되기 어려운 것이었으며, 영세업체의 경력은 아무 곳에도 인정해주지 않아 회사를 수십 번 옮겨도 경력직이 아니라 신입직 대우를 받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특성화고 졸업생 김모(21)씨도 “대학을 포기하고 남들보다 먼저 경험을 쌓겠다는 생각으로 특성화고를 졸업했지만, 보람보다는 인생에서 너무 많은 걸 잃어버렸다는 후회가 더 크다”며 한숨을 쉬었다. 지난해 8월 통계청이 발표한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기준 부가조사’를 보면 20~29세 임금근로자 347만여명 가운데 정규직은 235만여명(67.7%)이고 비정규직은 112만여명(32.3%)이다. 20대 비정규직 상당수는 하청업체에서 원청 정규직이 떠넘긴 위험한 일을 떠맡고 있다. 2016년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 숨진 김군(당시 19세)과 지난해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숨진 김용균(24세)씨도 90년대생이다. 이들의 가방에는 작업 중 겨우 끼니를 때울 컵라면이 담겨 있었다. 충남 대산의 석유화학 협력업체에서 일하는 20대 비정규직 이모(24)씨는 “90년대생을 놓고 이런저런 평가가 나오는데, 우리에겐 그 자체가 공허하게 들린다”고 말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 지방대 나와 지방中企 비정규직 ‘맨 끝 출발선’에 선 청춘들

    지방대 나와 지방中企 비정규직 ‘맨 끝 출발선’에 선 청춘들

    “돈을 벌기 전에 빚부터 지고 시작하는 거죠” 25살에 서울에서 경북 구미로 취직해 온 이시언(37)씨는 요즘 자신과 같은 경로로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후배들을 보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12년 전 처음 구미에 왔을 때는 회사에서 기숙사를 제공해 줘 가끔 승용차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외엔 큰 불편이 없었다. 하지만, 요즘 다른 지역에서 구미로 일하러 온 후배들은 당장 몸을 누일 공간부터 찾아야 한다. “야근 수당과 주말근무 수당을 다 합쳐도 월급이 200만원이 되지 않는데, 학자금 대출 상환에다 방값까지 내야 하는 후배들이 무슨 미래를 내다볼 수 있겠어요”●“눈높이 낮추란 말만 말고 지방中企 회생 지원 이뤄져야” 한때 전국 최대 공업생산 및 수출기지로 꼽혔던 구미 국가산업단지. 이곳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1990년대생들은 일자리를 구했다는 안도감을 느낄 틈도 없이 숙소 걱정부터 해야 한다. 구미산단에서 대기업이 빠져나가면서 규모가 큰 협력업체들도 대부분 구미를 떠났다. 근근이 연명하고 있는 2·3차 협력업체(벤더)를 비롯한 중소기업들은 신입 노동자들에게 기숙사를 제공할 여력이 없다. 한국산업단지공단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구미산단의 가동률은 전국 평균(76.9%)보다 크게 낮은 65.9%였다. 구미산단 가동률은 2010년 87.9%였지만 대기업이 해외로 공장을 옮기고 협력업체들도 썰물처럼 빠져나가며 2017년 70% 밑으로 떨어졌다. 가장 최근 통계인 지난 5월 가동률은 66.6%다. 구미산단의 위축이 도드라지긴 하지만 수도권 이외의 다른 지역 산단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이씨는 “청년들에게 눈높이를 낮춰 지방이나 중소기업으로 가라고 말만 하지 말고 지방 중소기업이 회생할 수 있도록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면서 “서울시에서 추진하는 공공기숙사가 지역 산단에도 건설돼 이제 막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지방 90년대생들의 부담을 줄여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쟁이 다양하고 치열해지면서 90년대생들의 출발선은 제각각이다. 서울의 명문대를 나와 대기업에 입사하거나 전문직을 가진 이들이 제1의 출발선을 차지하면 그 뒤로 무수히 많은 출발선이 그어진다. 그중에서도 지방대를 나와 지방의 중소기업에서 비정규직으로 출발하는 90년대생들은 출발 신호를 가장 늦게 듣고 뛰어야 하는 청춘들이다. 기성세대가 정해놓은 성공의 길을 해체하지 않는 한 이들이 제1의 출발선을 떠난 이들과 동등해지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4년제 지방대를 졸업한 김모(28)씨는 “대기업을 지원했을 때는 서류전형에서 거의 다 탈락했고 겨우 면접에 가도 대놓고 말은 하지 않았지만 ‘인(in) 서울’이 아니라는 학벌이 발목을 잡는 것을 느꼈다”면서 “지방대 출신의 취업문은 처음부터 아주 좁다”고 말했다. 이씨는 결국 중소기업에 취업했다. 이씨는 “이곳에서도 ‘서울대도 아니고, 서울에 있는 대학도 아니면 말을 하지 말라’는 무시를 당했다”면서 “그나마 나는 4년제를 나왔으니 망정이지 3년제 지방대를 나온 다른 동료에게는 일 처리가 조금만 미숙해도 ‘역시 전문대는 안돼’라는 비웃음과 차별이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지방의 한 국립대를 나와 대기업 계열사에서 일하는 정모(28)씨는 “국립대를 나왔기 때문에 다른 지방대 출신보다는 사정이 나은 편”이라고 안도했다. 정씨는 “지방대 차별을 받지 않으려면 무조건 빨리 취업준비를 해야 한다는 게 학교 전체의 분위기였다”면서 “대기업 본사가 있는 수도권 진입을 향해 입학과 동시에 뛰었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대학을 졸업했지만, 서울에서 직장을 잡지 못해 지역으로 떠난 90년대생들에게도 ‘낙오자’ 낙인이 찍힌다. 2년간 서울 노량진에서 공무원시험을 준비했던 황모(24)씨는 “공무원시험 준비를 2년 동안 하다 보니 우울증이 왔다”면서 “나를 포함해 많은 친구들이 취업 경쟁에 지친 나머지 귀향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에 있는 대학에서 역사학을 전공한 뒤 고향인 목포의 한 중소기업에 취업한 윤모(26)씨는 “고향이라 푸근한 점도 있지만, ‘공부 잘해서 서울 간다고 으스대더니 별 볼일 없네’라는 비아냥이 견디기 힘들 때가 많다”고 토로했다. ●20~29세 비정규직 32.2%… “90년대생 평가들 공허해” 남들보다 일찍 사회생활을 시작한 고졸 출신 90년대생들의 현실은 더 버겁다. 스스로 선택한 길이지만 캄캄하기만 한 앞날을 바라볼수록 후회가 밀려온다. 특성화고를 졸업한 뒤 올해 초부터 간호조무사로 일하고 있는 이모(20)씨는 현장실습을 했던 30인 규모의 자동차부품 관련 업체에 취업한 경험이 있다. 이씨는 “회사에서 기술은 안 가르쳐주고 단순 업무만 시켰다”면서 “필요한 자격증은 사비를 들여 따야 했고 회사에 없는 공구도 사비를 들여 사야 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어 “영세업체에서 일하기 시작하면 계속 이런 곳만 전전한다는 걸 깨달았다”면서 “경력을 쌓아 조금 더 좋은 곳으로 옮기겠다는 꿈은 애초 실현되기 어려운 것이었으며, 영세업체의 경력은 아무 곳에도 인정해주지 않아 회사를 수십 번 옮겨도 경력직이 아니라 신입직 대우를 받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특성화고 졸업생 김모(21)씨도 “대학을 포기하고 남들보다 먼저 경험을 쌓겠다는 생각으로 특성화고를 졸업했지만, 보람보다는 인생에서 너무 많은 걸 잃어버렸다는 후회가 더 크다”며 한숨을 쉬었다. 지난해 8월 통계청이 발표한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기준 부가조사’를 보면 20~29세 임금근로자 347만여명 가운데 정규직은 235만여명(67.7%)이고 비정규직은 112만여명(32.3%)이다. 20대 비정규직 상당수는 하청업체에서 원청 정규직이 떠넘긴 위험한 일을 떠맡고 있다. 2016년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 숨진 김군(당시 19세)과 지난해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숨진 김용균(24세)씨도 90년대생이다. 이들의 가방에는 작업 중 겨우 끼니를 때울 컵라면이 담겨 있었다. 충남 대산의 석유화학 협력업체에서 일하는 20대 비정규직 이모(24)씨는 “90년대생을 놓고 이런저런 평가가 나오는데, 우리에겐 그 자체가 공허하게 들린다”고 말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 [서울광장] ‘아버지 조희연’이었다면/황수정 논설위원

    [서울광장] ‘아버지 조희연’이었다면/황수정 논설위원

    볼수록 이상한 싸움이다. 전국의 2358개 고등학교 중 자사고는 42개, 외고는 30개다. 지금 한창 도마에 올려져 목숨이 경각인 자사고와 외고는 그러니까 전체 고교의 딱 3%다. 진보 교육감들은 자사고와 외고를 전부 일반고로 만들어 다 죽어 가는 일반고를 기사회생시키겠다고 한다. 교육정책이 잔기침만 해도 쓰러져 눕고 보는 것이 이 땅의 학부모들이다. 그런데 이상하지 않나. 압도적 비율의 일반고 학부모들은 어째서 팔짱만 끼고 있을까. 왜 우레 박수를 쳐주지 않을까. 그 이유를 다급해진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스스로 증명했다. 자사고 폐지를 진두지휘하는 처지로서는 도무지 불이 붙지 않는 여론에 답답했을 만도 하다. 지난주 그는 “재벌의 자녀와 택시기사의 자녀가 한 곳에서 공부하는 섞임의 교육을 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사고·외고의 폐지를 공론에 부친 뒤 법을 고쳐 한꺼번에 없애자는 초강력 카드를 새로 꺼냈다. 재벌의 아들과 택시기사의 아들이 한 교실, 같은 책상에 나란히? 평등교육의 의지를 극단적으로 표현했겠으나 듣는 쪽에서는 안 듣느니만 못했다. 상상해 보자. ‘이재용(삼성전자 부회장)의 아들(미국 유학)’과 같은 교실에 내 아들이 있다면 날마다 짜릿하겠나. 같이만 앉혀 놓으면 해결될 일인가. 이게 문제다. 고교 체제를 개혁하겠다면서 자사고 폐지 이후의 계획서가 한 장 없다. 이재용의 아들과 내 아들을 같은 교실에 앉혀서는 어떤 내용으로 ‘좋은 일반고’를 만들겠다는 것인지 ‘어떻게’가 없다. 이러니 거의 전부를 차지하는 일반고들이 자사고 폐지 논란에 남의 일처럼 냉담한 것이다. “재벌 아들 말고 교육감 아들과 장관 아들부터 일반고 교실에 먼저 앉혀 보라”는 비아냥이 나오는 것이다. 두 아들을 모두 외고에 보냈던 조 교육감으로서는 본전도 못 찾은 이야기가 됐다. 하향 평준화 우려에 부랴부랴 내놓은 것이 ‘일반고 전성시대 2.0’ 계획이다. 일반고에 교육과정·진로 전문가를 양성하고 선택 과목을 늘려 학생 개성과 진로 개발을 돕겠다고 한다. 윤곽조차 더듬어지지 않는 흐리멍텅한 계획안이다. 일반고에서 지금 무엇이 갈급한지를 정말 모르는지 모른 척하는 건지 알 수가 없다. 빈사 상태의 일반고를 살리려는 처방은 없이 일반고로 전환하는 자사고에다 무려 20억원씩 몰아주겠다고 당근을 던진다. 엉뚱한 환자에다 영양주사를 놔주겠다는 꼴이다. 일반고를 살리겠다는 논의에 눈을 씻고 봐도 일반고는 없다. “내로남불 교육감들이 제 자식을 일반고에 보내 봤다면”을 전제로 “그랬다면 자사고 죽이기보다 일반고 살리기가 더 급했을 것”이라고 일반고 학부모들이 되레 화를 내고 있다. 교육정책을 정치이념과 공약의 도구로만 보느냐는 의심이 그래서 자꾸 나온다. 조 교육감한테서 “일반고는 비교과 활동 예산을 많이 줘도 오히려 싫어한다”는 말을 들은 적 있다. 학내 동아리 운영 등을 예산대로 집행하려면 그만큼 (교사들이) 바쁘게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다. 일반고를 무력증에 빠뜨린 책임은 우수 학생들을 선점한 자사고에만 있지 않다. 그 사실을 그는 잘 알고 있다. 보수 진영의 하향 평준화 공격을 뚝 멈추게 할 수 있는 해법도 너무 잘 알고 있다. 일반고의 교장과 교사들을 자사고의 교장과 교사들만큼 바쁘고 정성스럽게 움직이게 하면 상향 평준화도 장담할 수 있다. 일반고조차 입시학원으로 만들자는 거냐고 반박한다면 현실을 외면하지 말라고 대답하고 싶다. 침묵하는 압도적 다수의 일반고 학부모들이 장담컨대 같은 생각일 것이다. 진보 교육감들과 전교조가 가속 페달을 밟는 혁신학교가 학부모들에게 왜 지뢰로 통하는지 그 현실과 맥락이 같은 이야기다. 싫건 좋건 대학 진학이 현실의 목표인데, 토론·체험 학습에 시험은 외부 기관에서 알아서 보라는 ‘실험학교’에서 자식을 실험하고 싶은 강심장 부모는 없다. 자사고를 없애 공교육을 살리겠다면서 정작 공교육의 일선 현장에는 바람 한 점이 없다. 이런 아이러니가 없다. 자사고 교장들에게만 엄포를 놓을 게 아니라 무풍지대의 일반고 교장들도 똑같이 긴장시켜야 한다. 대입의 수시 전형이 80%인 현실이다. 조 교육감은 아들을 외고에 보내 본 아버지가 아니라, 일반고에 아들을 보낸 아버지들의 마음이 먼저 돼 보는 게 순서다. 당장 동아리, 독서 활동만이라도 자사고의 절반만이라도 흉내내는 일반고 대책을 내놓아 보라. 돌아앉았던 일반고 학부모들이 “자사고 폐지” 기립박수를 쳐줄 것이다. sjh@seoul.co.kr
  • 세종시 요직에 ‘이해찬 사람들’… 현직 시장은 힘도 못 쓴다?

    李대표 20년 보좌 ‘심복’이기에 가능 비서실장은 ‘시민주권모임’ 국장 출신 前실장, 李 돕겠다며 17일 만에 특보 사임 이춘희 시장 “필요해서 데려와” 해명 “정치세력이 자기 이익만 치중” 비판 ‘행정 명품도시’를 목표로 하는 세종시에서 측근 정치가 잇따라 이춘희 시장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25일 세종시에 따르면 시는 최근 ‘시정 3기 기반 다졌다’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냈다. 이 시장이 아니라 이강진 정무부시장 취임 1년 보도자료다. 충남도만 해도 정무부지사 취임 몇 주년 하는 보도자료를 내지 않는다. 더구나 내용도 “중국과 북한을 중심으로 대외협력에 보폭을 넓혔다”, “시민, 기관, 단체와 힘을 모아 행정수도 완성에 최선을 다하겠다” 등 누가 시장인지 모를 정도의 문구가 수두룩했다. 이는 이 부시장이 세종시가 지역구인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20여년간 보좌한 심복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7월 이 부시장이 취임하자 시 공무원 사이에서 시장보다 힘이 센 낙하산이 온다며 ‘옥상옥’이 될 것이라는 얘기가 파다했다. 이 시장이 재선한 지난해 7월 대외협력담당에서 시장 비서실장으로 옮긴 최종준씨도 이 대표 등이 이끌던 시민주권모임 사무국장 출신이다. 최 실장 전임 조상호 전 비서실장도 이 대표 보좌관 출신이다. 조 전 실장은 세종시에서 막무가내식 ‘인사 농단’까지 자행했지만 이 시장은 속수무책이었고, 이후로도 ‘이해찬 사람을 모시는(?)’는 인사 행태는 달라지지 않았다. 조 전 실장은 지난해 7월 세종시 정책특보(4급)로 임명된 지 17일 만에 사퇴해 시민들을 경악시켰다. 이 대표의 당권 도전을 돕겠다고 나간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시장을 도와 시민 삶의 질을 높이는 정책개발에 힘쓰겠다”는 그의 각오는 일순간 거짓이 됐다. 그는 2014년 7월 이 시장 첫 취임 후 비서실장으로 있다 이 대표 총선을 돕겠다며 2016년 1월 사직한 뒤 몇 달 후 다시 시장 비서실장으로 돌아왔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자 지역에서는 ‘이춘희 시장은 꼭두각시냐’는 비아냥이 나오고 있다. 이 시장은 서울신문에 “이 부시장과 조 전 실장은 내 선거도 함께했고 내가 정치적으로 필요해 데려온 사람들이다. 최 비서실장은 조 전 실장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육동일 충남대 자치행정학과 교수는 “세종시는 시청은 물론 시의회 등까지 민주당이 장악해 ‘이해찬 왕국’이 됐다”면서 “그러다 보니 독점적 형태 아래 인사 전횡이 판을 친다”고 지적했다. 이어 “외국의 행정도시(수도)와 달리 세종시는 자치권이 먼저 주어져 정치세력이 끼어들 여지가 크고 인사도 견제 없이 정치인의 이해관계에 따라 이뤄진다”면서 “국가균형발전이 목표인 세종시가 내부이익에 치중하며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처럼 기형적으로 커가고 있다”고 질타했다. 보람동 주민 김모(48)씨는 “시민들이 뽑은 시장이 공천권을 쥔 지역 국회의원만 쳐다본다”고 꼬집었다. 세종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 우리 냥이가 방화범이었어? 전기레인지 ‘안전장치’ 바람

    우리 냥이가 방화범이었어? 전기레인지 ‘안전장치’ 바람

    쿠쿠, 안전모드·LG, 14가지 장치부산 해운대구의 원룸에 사는 A(34)씨는 지난 18일 외출한 새 집에 불이 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창틈으로 연기가 나오는 것을 이웃이 보고 소방서에 신고를 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A씨가 키우던 고양이가 전기레인지 전원을 눌러 그 위에 있던 종이상자에 불이 옮겨붙은 것이었다. 24일 소방청에 따르면 국내에서 반려동물에 의해 발생한 화재는 지난해 20여건에 달했고, 올해 상반기에도 10여건에 이른다. 이 중에서 반려동물이 전기레인지를 작동시켜 발생한 화재는 최근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진 것만 해도 지난해 7월(대전·동두천)·8월(서울 송파구)·12월(대전)과 올해 3월(서울 관악구)·7월(광주·부산·서울 동대문구) 등의 사건이 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1000만명에 이르는 데다 전기레인지 연간 판매가 올해는 100만대에 달할 정도로 성장하며 생긴 일이다. 전기레인지의 전원은 인체에 흐르는 미세 전류를 감지하는 ‘터치 디스플레이’ 방식으로 켜지는데 고양이를 비롯한 반려동물이 발로 눌러도 작동이 된다. 심지어 고양이가 전원 근처의 물이나 음식물을 혀로 핥다가도 켜질 수 있다. 이런 위험 때문에 요즘 나오는 전기레인지에는 안전 장치들이 대거 설치돼 있다. 쿠쿠전자는 전기레인지에 아예 ‘냥이안전모드’라는 기능을 적용했다. 이를 설정해 놓으면 두 개의 버튼을 동시에 눌러야지만 전원이 들어가기 때문에 반려동물이 우연히 만져서는 작동이 안 된다. LG전자는 최대 14가지에 달하는 안전장치를 적용했다. 전원을 켰다가도 1분간 추가 조작이 없으면 자동으로 꺼지는 ‘전원자동 오프’ 기능이 있으며, ‘스마트 씽큐’ 기능을 이용해서는 스마트폰과 연동해 애플리케이션으로 외부에서도 전기레인지의 작동을 제어할 수 있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임창용 칼럼] 국민에게 친일파 낙인을 찍으려 하나

    [임창용 칼럼] 국민에게 친일파 낙인을 찍으려 하나

    엊그제 친구 예닐곱이 모인 술자리에서 난상토론이 펼쳐졌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의 ‘친일파’ 발언을 놓고서다. 지난 20일 조 수석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일제강점기 강제징용자에 대한 대법원의 배상 판결과 관련해 이를 부정, 비난, 왜곡, 매도하는 주장을 하는 사람을 마땅히 ‘친일파’라고 불러야 한다고 썼다. 이런 주장이 일본 정부의 입장과 같아서란 이유에서다. 1965년 체결된 한일 청구권 협정에도 불구하고 개인 청구권은 살아 있다는 취지의 2018년 대법원 판결에 대한 친구들의 생각은 엇갈렸다. 나를 포함한 대부분은 대법원 판결이 타당하고, 정부도 이를 무시해선 안 된다고 봤다. 반면 일부 친구들은 판결이 법리·인권 측면에선 맞을지 모르나 국제정치의 현실을 도외시했고, 국익 관점에서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판결의 타당성이나 우리 정부의 움직임과 별개로, 일본의 경제보복은 치졸하며 철회돼야 한다는 데는 의견이 일치했다. 판결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친구들은 조 수석의 글에 격분했다. 그의 친일파 정의대로라면 판결을 비판한 자신들도 친일파 범주에 들어간다고 봤기 때문이다. 스스로 친일파로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이들은 조 수석이 억지스런 흑백 논리로 친일파 낙인(烙印)찍기에 나섰다고 분개했다. 조 수석은 한일 갈등 표면화 후 연일 페북에 글을 올리며 대국민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일본의 보복에 맞서 국민적 통합을 이끌어 내야 한다는 신념의 소산일 수 있다. 개인적으론 그 취지와 진정성을 이해하고 싶다. 그러나 그의 친일파 규정과 같은 이분법적 논리는 외려 국민을 분열시키는 반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다. 그는 지난 18일에도 페북에 “경제전쟁이 발발했다”면서 “이러한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진보냐 보수냐, 좌냐 우냐가 아니라 애국이냐 이적이냐다”고 썼다. 국민을 애국자와 이적행위자로 갈라치기 하려는 게 아니라면 써선 안 되는 표현이었다. 조 수석의 친일파 규정이 위험해 보이는 것은 그 대상이 광범위할 수 있어서다. 그가 직접 지목하지는 않았지만, 그의 표적은 한일 갈등과 관련해 기사 댓글을 일본어판에 내는 방식으로 정부 정책을 비판한 특정 언론들로 보인다. 언론을 친일파라고 공격하는 것도 언론 자유 측면에서 부적절하지만, 차라리 해당 매체를 콕 찍어 공격했다면 문제는 덜 심각할 수도 있다. 한데 판결을 어떻게 보느냐란 기준으로 친일을 규정하고, 애국과 이적을 구분함으로써 낙인찍기의 전선을 국민으로까지 넓히는 결과로 이어졌다. 국민의 일부라도 조 수석의 친일파 구분을 낙인찍기로 받아들인다는 점은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다. 현 정부가 지금의 위기 상황에서 친일파 낙인찍기를 정략적으로 이용하려는 게 아닌가 하는 오해를 부를 수 있어서다. 이런 우려를 표명하는 것은 낙인이 역사적으로 권력집단의 지배 수단으로 위력을 발휘해 왔기 때문이다. 16, 17세기 유럽을 휩쓴 마녀사냥이 대표적이다. 신에 대한 사소한 부정이나 모독 행위만으로도 마녀 프레임에 걸리면 처형을 면키 어려웠다. 극적이면서 교훈적인 효과로 사람들을 현혹시켜 급속히 번졌는데 권력자들은 오랜 기간 이를 지배의 수단으로 이용했다. 진화적 관점에서 학자들은 낙인을 특정 집단을 배제해 종의 생존을 강화하려는 메커니즘으로 보기도 한다. 대한민국 사회에선 ‘빨갱이’ 낙인이 가장 치명적이었다. 분단 이후 누구든 ‘빨갱이 프레임’에 걸리면 사법적·사회적으로 가혹한 대가를 면치 못했다. 멀리는 1975년 인혁당 재건위 사건에서 가까이는 2013년 유우성 간첩 조작 사건까지 수많은 무고한 국민이 빨갱이 낙인이 찍혀 죽거나 고초를 겪었다. 역대 군사정권이 정치적 위기마다 대형 간첩 조작 사건을 터뜨려 국면 전환을 꾀했음은 다 알려진 사실이다. 이런 역사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조 수석이라 그의 이런 구분 짓기는 참 실망스럽다. 조 수석은 22일 페북에서도 “일부 정치인과 언론이 대법원 판결을 비방·매도하는 것은 무도(無道)하다”고 날을 세웠다. 노자의 ‘도덕경’ 첫 머리에 “도가도(道可道) 비상도(非常道) 명가명(名可名) 비상명(非常名)”이란 구절이 나온다. 도를 도라고 하면 이미 도가 아니고, 어떤 것에 이름을 붙이는 순간 이미 그것이 아니란 의미다. 누군가를 친일파로 규정하고 무도하다고 낙인찍는 순간 피해자는 평생 그 이미지에 갇혀 살지도 모른다. 하물며 피해자가 다수 국민이라면 어떻겠나. sdragon@seoul.co.kr
  • 72만원 샴페인에 바닷가재까지 호화판 파티 佛 환경장관 사임

    72만원 샴페인에 바닷가재까지 호화판 파티 佛 환경장관 사임

    하원 의장 시절 한 병에 550유로(약 72만원) 나가는 샴페인과 바닷가재 요리를 지인들에게 접대하는 등 공관에서 화려한 파티를 여러 차례 열었다는 의혹에 휩싸인 프랑수아 드 뤼지 프랑스 환경장관이 결국 물러났다. 드 뤼지 장관은 16일(현지시간) 페이스북에 “더는 장관직을 원활히 수행할 수 없게 돼 오늘 아침 총리에게 사의를 표했다”고 밝혔다. 사임 이유로 “내 가족을 표적으로 삼은 공격과 미디어들의 린치 행위 때문에 한 발짝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하원 의장으로 일할 때 호화 파티를 여러 차례 벌였으며 많은 돈을 들여 관사 아파트를 리모델링했다는 논란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호화 파티 개최 사실을 처음 보도한 탐사보도 매체 메디아파르(Mediapart)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0일 메디아파르의 보도에 따르면, 드 뤼지 장관은 2017~2018년 하원 의장 시절 부인의 지인과 자신의 친인척이 포함된 손님들을 의장 공관으로 불러 화려한 디너 파티를 여러 차례 열었다. 그의 아내인 세베린 드 뤼지가 주최한 파티가 상당 부분이었다. 세베린은 프랑스 패션 잡지 ‘갈라’의 기자다. 드 뤼지 장관은 만찬을 제공한 사실을 인정하고 하원 의장으로서 당연한 일이었다고 주장하면서 자신은 바닷가재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펄쩍 뛰었다. 그는 “안 좋아하고 안 먹는다. 각질류 생선은 질색”이라면서 “굴도 안 좋아하고 캐비어도 싫어한다. 샴페인은 내게 두통만 안길 뿐”이라고 변명했다.적으면 10명, 많으면 30명이 참석한 파티 비용은 모두 의장의 판공비에서 지출됐는데 의장 직무와는 관련성이 없는 그저 사교 모임 성격이 짙었다. 물러나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자 시베스 은디예 정부 대변인은 지난 10일 정례 브리핑을 통해 “드 뤼지 장관은 대통령과 총리의 신임을 받고 있다”고 반박했지만 결국 스스로 물러나는 길을 택했다. 프랑스 사회의 불평등을 규탄하는 노란 조끼 시위가 계속되는 가운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친기업 정책을 겨냥해 “부자들의 대통령”이란 비아냥이 비등한 가운데 이번 추문이 터져 정부는 더욱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고 영국 BBC가 전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개인적인 결정을 존중하겠다”고 밝혔다. 드 뤼지 장관의 전임자로 TV 진행자 겸 환경보호 운동가인 니콜라스 휼로는 마크롱 대통령과 정부가 자신의 계획을 충분히 뒷받침하지 못한다며 지난해 물러난 일이 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美 알래스카의 바다 얼음이 미친듯이 녹고 있어...주민 생계 위협해

    미국 알래스카 북부 해안의 바다 얼음이 모두 사라지고 있다고 지역 신문인 앵커리지데일리뉴스가 30일(현지시간) 전했다. 해수 온도 상승으로 따뜻해진 바닷물 때문에 예년보다 급속히 녹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알래스카 주민들은 과거 마을 뒤편 바닷가에서 잡던 물개를 지금은 80㎞ 이상 먼곳의 바다 얼음 위에서 잡아야 하는 등 생계의 위협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지역 주민은 “마치 ‘미친’ 것 처럼 바다 얼음이 녹아 버리고 있다”면서 “이제 수십㎞ 떨어진 곳에서 물개 등의 사냥이 가능해지면서 겨울철 식량 비축에 비상이 걸렸다”고 말했다. 릭 소먼 알래스카 페어뱅크스대학 기후변화대책연구소 연구원은 트위터 등에 “베링해협 북부와 처크치 일대가 사실상 ‘타는 듯한’ 기후로 변했다”고 전했다. 소먼 연구원은 이어 “지난주 알래스카의 해수면 온도는 1981~2010년의 연평균 보다 5도나 높은 15~18도에 치솟았다”면서 “이런 급격한 온도 상승은 멀리 북극해 쪽으로 번져가고 있으며, 이는 기후변화와 먹이사슬, 지역 생계와 산업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마다 빨라지는 해빙으로 인한 해수면 상승은 점점 바다 얼음을 줄어들게 하고 결국 해수면 온도를 다시 끌어올리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5년간 기록적인 수온 상승을 보인 알래스카 지역의 바다에서는 그만큼 바다 얼음의 두께와 양도 감소 중이다. 지난 3월에는 해수면 온도 상승으로 앨래스카 한 도시인 놈 지역의 빙산 일부인 거대한 얼음이 쪼개져 바다로 떨어졌다. 이로 인해 인근 금광 시설이 붕괴하면서 광산 인부 3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미 국립해양대기청은 해수면 상승이 베링해협과 알래스카 일대 바다에 미치는 영향 파악을 위해 올 여름 특별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할인·우대금리 실화‘냥’…펫팸족 금융 짭짤하구‘멍’

    할인·우대금리 실화‘냥’…펫팸족 금융 짭짤하구‘멍’

    30대 직장인 김모씨는 반려동물 ‘비숑’과 3년째 함께 살고 있다. 매달 사료와 병원비, 미용비 등을 합해 30만원이 넘는 비용이 통장에서 빠져나간다. 알레르기가 있어 사료와 간식을 꼼꼼히 따지고 병원을 다니다 보니 부담이 적지 않다. 나이가 들 때면 더 큰 비용이 들 것 같아 따로 적금통장도 만들었다. 김씨는 “출근하고 강아지가 외로움을 탈까 봐 유치원도 보내고 병원도 꼬박꼬박 다녀 비용이 꽤 들어간다”면서 “병원비를 비롯해 관련 지출을 줄일 수 있는 제휴 카드를 눈여겨보고 있다”고 말했다. 반려동물과 사는 가구가 1000만명 시대다.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생각하는 ‘펫팸족’(펫+패밀리)은 반려동물을 위한 소비를 아끼지 않는다. KB금융그룹에 따르면 한 달 동안 반려견을 위해 50만원 이상 쓰는 가구는 23.6%나 됐다. 반려견을 키우는 가구는 월평균 12만 8000원을, 반려묘 가정은 12만원을 쓴다. 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보험, 카드, 적금, 신탁 상품도 쏟아지고 있다. 여러 상품을 묶은 패키지도 적지 않고 가격대도 다양하다. 본인에게 맞는 상품을 고르면 적지 않은 돈을 절약할 수 있다. 신한카드는 최근 ‘펫케어 프리미엄 서비스’를 내놨다. 반려견의 병원비 보험과 애견용품 할인, 장례비까지 묶은 게 특징이다. 입원비는 1일 3만원씩 연간 7일까지, 수술비는 건당 10만원에 연 2회 지급한다. 제휴를 맺은 반려견 교육 프로그램이나 여행, 돌봄 서비스는 5%를 할인해준다. 장례비는 최대 20만원까지 보상이 된다. 우리카드는 월 4900원부터 1만 6500원까지 차등화한 3가지 ‘다이렉트 펫케어’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할인 쿠폰과 장례비(최대 20만원)을 지원하거나 반려견을 위한 미용품이나 장난감 등이 매달 ‘해피 박스’로 온다. 만 7세 반려견까지 지원되는 당뇨 치료비나 반려견 생일선물을 추가할 수도 있다. KB금융그룹은 동물병원과 반려동물 관련 업종을 할인해 주고 애완견 상해보험 서비스가 포함된 ‘KB국민 펫코노미카드’, 반려동물 주인이 사망하면 맡긴 돈을 새 주인에게 지원하는 ‘KB펫코노미신탁’ 등을 내놨다. KEB하나은행도 ‘펫사랑신탁’을 판매한다. 다만 신탁 상품은 운용 성과에 따라 원금 손실이 날 수 있는 점도 유의해야 하는 것이 좋다. 무료로 가입되는 반려동물 보험은 보장 범위가 단독 반려동물 보험보다 좁은 편이다. 반려동물의 나이도 고려해야 한다. 상품에 따라 생후 6개월이나 12개월 이상부터 만 7살이나 8살까지 보장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연한 사고로 인한 상해 등 일정 경우에만 치료비를 지원한다. 이 때문에 반려동물의 나이와 건강에 따라 제약 조건이 많은 보험보다 따로 목돈을 모으는 편이 나을 수도 있다. 반려동물 관련 예적금 상품도 다양하다. 신한은행의 ‘위드펫적금’은 매달 30만원까지 최대 1년 동안 최고 2.25% 금리를 준다. 동물 등록증이 있으면 금리를 우대해주고 반려동물의 치료비를 위해 중도 해지하면 약정 이자율을 받을 수 있다. KB국민은행의 ‘KB펫코노미적금’은 1년 최대 2.75% 금리를 받을 수 있고 만기 이자의 1%는 반려동물 보호를 위해 기부된다. 반려동물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도 풍성하다. KB국민카드는 고객에게 ‘스마트 오퍼링 서비스’로 반려동물과 함께 방문할 수 있는 카페나 음식점 등을 알려준다. 삼성카드는 커뮤니티 애플리케이션 ‘아지냥이’에서 반려동물 정보를 입력하면 매일 품종별 양육 꿀팁을 알려주고 ‘챗봇’으로 수의사가 상담하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 [이기철의 노답 인터뷰] “음식엔 시대상이 다 담겨있죠...소통 없는 먹방은 ‘푸드 포르노’”

    [이기철의 노답 인터뷰] “음식엔 시대상이 다 담겨있죠...소통 없는 먹방은 ‘푸드 포르노’”

    ‘먹방 시대’ 평론가 윤덕노씨가 말하는 ‘음식 문화’“먼 옛날에는 주방장, 즉 요리사는 나라를 다스리는 사람이었습니다. 현재의 장관이나 국무총리를 의미하는 재상(宰相)이라는 단어에 그 흔적이 남아 있지요. 한자 재(宰)를 보면 ‘집 면(?)’ 아래에 ‘매울 신(辛)’ 자로 이뤄져 있습니다. 상(相)자는 서로라는 뜻보다는 보좌하고 시중든다는 의미입니다. 원래 재상은 중국 주나라 때, 천관총재(天官? 宰)라는 벼슬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천관총재는 하늘에 제사를 지내고, 그 음식을 참석자들에게 골고루 나눠주는 역할을 했지요. 음식을 나눠주는 것이 현실적인 역할이었습니다.” 먹방, 쿡방이 공중파 방송이나 유튜브에서 대세로 자리잡은 요즘 음식문화 평론가는 무엇을 하며, 이를 어떻게 볼까. 25년간 신문기자 생활을 했던 윤덕노씨는 푸드 칼럼니스트나 음식 평론가라는 타이틀을 거부했다. 그는 자신이 음식 자체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고 음식에 얽힌 문화와 역사, 경제, 생활 등을 캐어 글을 쓰고 강연을 하니 음식문화 평론가로 불러달라고 했다. 최근 ‘음식으로 읽는 중국사’라는 책을 낸 그를 지난 8일 서울의 한 식당에서 만났다. 인터뷰 도중 음식 품평, 맛집 소개, 조리법 등에 대해 묻자 그는 아예 손을 내저었다. “中역사엔 요리사 출신 유명 재상 다수제사후 음식 골고루 나눠… 내치의 기본다른 씨족 장로들 초청 연회·우의… 외교나라 다스리는 것, 작은 생선 요리 비유”- 재상이 요리사였다고? 역사적 인물이 있나. “한고조 유방을 도운 개국공신 진평은 고향에서 제사를 주관하였습니다. 제사가 끝난 다음 음식을 나누었는데 아무도 불만이 없었다는 겁니다. 진평은 ‘내가 천하를 다스리면 고기를 다루는 것처럼 잘할 수 있을 것’이라 말했고, 나중엔 좌승상이 되었지요. 기원전 7세기 춘추전국시대 제나라 환공은 요리사 출신 역아를 재상으로 등용했습니다. 맹자는 ‘천하가 모두 역아의 맛을 따른다(天下期於易牙)’고 했을 정도로 당대 최고의 요리사였지요. 역아는 악정을 펼쳤고, 환공은 굶어 죽었다고 합니다. 상나라의 명재상 이윤도 요리사였다고 합니다. 귀족 집안의 하인이었던 이윤은 그 귀족의 딸이 탕왕에게 시집갈 때 가마솥과 도마를 메고 따라갔다고 전합니다. 탕왕에게 식사 시중을 들면서 맛있는 음식으로 왕도를 설명했다고 합니다. 이런 연유로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작은 생선을 요리하는 것과 같다(治大國若烹小鮮)’는 말도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 요리사의 역할과 정치 관계는. “요리사 역할은 씨족사회였던 고대를 생각하면 됩니다. 당시 가장 큰 행사는 하늘 또는 조상에게 제사를 지내는 것이었고, 다음은 그 음식으로 참석자들에게 골고루 배불리 먹게 나눠주는 것이었습니다. 획일적인 것이 아니라 아니라 참석자 개인 사정에 맞게 공평하게 나눠줘야 불만이 없겠죠? 이게 내치(內治)의 기본입니다. 한편으론 다른 씨족 장로들을 초청해 연회를 베풀고 우의를 다지는 것은 외치일 것입니다. 요리사가 공평하게 분배하지 못하면 내분, 연회가 흡족하지 못하면 전쟁의 빌미가 됐으리라 봅니다. 모든 사람이 불만이 없도록 골고루 먹을 것을 나눠 나라를 안정시키는 것이 재상이자 요리사의 역할이었던 겁니다. 요즘 말로 표현하면 데이비드 이스턴 시카고대 교수가 말한 ‘가치의 권위적 배분’이라 할 수 있겠지요. 국가 혹은 정부가 역할과 필요에 따라 가치를 균형 있게 나눠주는 것입니다.” “주은래-키신저 베이징 오리구이…수교 가속등소평, 레이건에 불도장… 외자유치 안간힘세계사 바꾼 후추, 명나라 쇠퇴 길로 유도”- 역사를 바꾼 음식은 어떤 게 있나. “1971년 7월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 특사인 헨리 키신저(96)가 중국 베이징을 비밀리에 방문했습니다. 그를 맞은 이는 저우언라이(周恩來) 총리였죠. 닉슨 대통령의 방중 형식을 놓고 두 사람의 대화는 이틀 연속 팽팽한 긴장 속에 진행됐습니다. 협상이 깨질 위기까지 내몰렸습니다. 으르렁거리던 두 사람의 대화가 점심으로 나온 베이징 오리구이로 대화 주제가 바뀌면서 부드러워졌습니다. 식사자리에서 저우언라이 총리가 키신저에게 밀전병에 오리구이를 싸주면서 먹는 법과 유래 등에 대해 설명해줬지요. 총리가 직접 식사 시중을 들어줬다고도 볼 수도 있겠지만, 두 사람은 적대관계 청산에 교감했던 거죠. 닉슨과 마오쩌둥 간의 역사적 정상회담에 수교까지 이어졌습니다. 오늘날 중국의 설계자인 덩샤오핑 역시 불도장(佛跳墻) 외교 만만찮습니다. 미중수교 이후 1984년 중국을 방문한 첫 미국 대통령인 로널드 레이건에게 불도장으로 접대했습니다. 불도장이 레이건 대통령과의 만찬에 나오면서 세계적으로 유명해졌지요. ‘스님이 깜짝 놀라 담장을 뛰어넘는다’는 불도장은 청나라 황제가 즐겼다고 알려졌지만 사실은 황제들은 구경도 못한 음식입니다. 이 음식이 탄생한 역사도 짧고, 자금성에서 멀리 떨어진 푸젠성(福建省) 금융기관 책임자가 상급 관청 감독관을 구워삶으려고 만든 지방 요리이기 때문입니다. 스님도 놀라는 스태미너 음식이라거나 황제도 먹었다는 것은 후대에 만들어진 마케팅 스토리입니다. 구워삶으려고 만든 불도장으로 중국이 미국을 극진히 대접한 것은 외자유치의 필요성 때문이겠지요.”- 세계사를 바꾼 음식으로 후추를 많이 꼽는다. “후추가 서양에선 대항해시대를 열고, 세계사를 바꿨지만 중국 역시 역사가 바뀌었습니다. 차·고구마·돼지고기 등도 있지만 후추는 명나라 흥망과 깊은 연관이 있지요. 14세기 말 중국의 후추는 100근당 은 20냥이었습니다만 15세기 중반에는 은 5냥으로 4분의 1 수준으로 폭락합니다. 유명한 정화함대는 비단과 도자기를 갖고 나가 후추와 같은 향신료와 상아 등을 들여왔습니다. 그때 들어온 후추가 명나라 초기의 국가재정을 튼튼하게 했습니다만 나중엔 정화함대 파견을 끝냈습니다. 그 이유에 대해 논란은 많지만 무역이권을 놓고 관료와 환관 세력의 대립이 있었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당시 명나라는 관원과 군인들에게 화폐 대신에 후추로 봉급을 지급했습니다만, 후추 가격이 폭락하면서 관료의 봉급이 앉은 자리에서 4분의 3이 증발한 겁니다. 후추로 인해 명나라가 쇠퇴의 길을 걸었지만, 부자가 아니면 꿈도 꾸지 못한 향신료를 일반 백성도 맛볼 수 있게 됐지요.” 1958년 서울에서 태어난 그는 성균관대를 졸업하고 1984년 매일경제신문에 기자로 들어갔다. 베이징 특파원과 사회부장·국제부장·중소기업부장 등을 거쳐 언론사에서 25년가량 있었다. 이후 ‘음식이 상식이다’, ‘붕어빵에도 족보가 있다’, ‘음식으로 읽는 중국사’, ‘장모님은 왜 씨암탉을 잡아주실까’, ‘전쟁사에서 건진 별미들’ 등과 같은 책을 냈다. 그는 “재미있어서 시작한 음식문화 연구는 흥미를 잃을 때까지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 “재미로 취미로 수집한 동서양 음식 스토리서시대상 발견…황제부터 거지까지 인간사 담겨”- 음식문화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처음에는 음식에 얽힌 스토리가 재미있어서 취미 삼아 자료를 수집했습니다. 자료를 모으다 보니 음식 스토리에 황제부터 거지까지 사람들 이야기가 무궁무진하게 담겨 있음을 알게 됐습니다. 문헌을 더 찾아보고 연구를 하다 보니 음식을 통해 기존에 배웠던 것만으로는 미처 보지 못했던 경제사와 정치사, 문화사, 생활사를 알 수 있게 되면서 음식문화 탐구에 더 빠져들게 된 것 같습니다. 특히 동양과 서양의 고전에 나오는 음식 관련 이야기나 에피소드가 당시 시대와 어떤 연관이 있는지를 관심을 갖고 연구하고 있습니다. 근대 이전까지 인간생활에 필수적인 의식주 가운데 식재료인 농림수산업과 먹는 것과 관련된 산업이 의류·패션이나 주택·토목건설보다 더 컸습니다. 농기구나 도자기 제조도 음식산업의 연장입니다. 이러니 음식 이야기를 보면 당시 시대상이 고스란히 다 보이는 겁니다.” - 음식 하나에 당시 생활사가 모두 담겼다고? “네, 그렇습니다. 우리가 요즘 먹는 배추김치 한 포기, 조선시대엔 얼마나 했을까요? 조선 초기엔 배추김치가 없었습니다만, 지금과 같은 재료로 배추김치를 담근다면 한 포기에 200만~300만원쯤 들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고려말에서 조선 초기의 문헌을 보면 배추는 거의 약으로 쓰이는 것이지 그냥 먹는 음식 재료가 아니었습니다. 종자는 중국에서 수입했고…. 정조 때 정약용의 경세유포를 보면 한양에 배추밭을 넓혀나가는 과정이 나옵니다. 배추의 부가가치가 그만큼 높았다는 것이죠. 그리고 젓갈에 필수적인 소금 한 가마와 쌀 한 가마를 맞바꿨다고 하는 기록이 나옵니다. 당시 소금은 천일염이 아닌 가마솥에 장작불을 지펴 물을 조려 만드는 자염이었습니다. 천일염은 조선후기에나 등장한 제조법입니다. 젓갈 특히 멸치젓은 서남해안에서 생산된 멸치를 서울까지 이동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니 서울이나 경기 이북 지역에선 주로 새우젓을 썼지요. 생강 역시 재배의 북방한계선이 전주였습니다. 지금은 지구온난화 등으로 좀 더 올라왔겠지만…. 배추김치는 최고의 음식을 먹고자 하는 욕망에 따라 최고급 재료가 대중화되는 과정에서 발달하고 진화한 음식입니다. 대중화된 게 일러야 18세기쯤일 겁니다. 이렇듯 우리의 김치 발달사에도 당시의 경제사, 생활사가 녹아있습니다.” “소통·감정 배제된 먹는 행위·맛만 강조 ‘먹방’‘푸드 포르노’ 비판… 사랑없는 성욕과 마찬가지감각적 ‘대리 만족’… 제작자 최소한 주의 필요”- 요즘 ‘먹방’ ‘쿡방’이 넘쳐난다. “음식 먹는 것을 보거나 요리하는 것을 보면서 대리 만족을 얻을 수 있고,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면 큰 문제가 될 것은 없다고 봅니다. 그러다 보니 24시간 먹방 쿡방이 나와서 식상하지만 그것은 시청자가 선택할 문제이지요. 다만, 일부 먹방의 경우 지나치게 먹는 행위, 감각적 행위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보니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생존이나 건강을 위해 먹는 것이 아니라 감각을 강조하고, 화면에 비쳐지는 것을 부각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컨대 식욕과 성욕은 인간의 본성이라는 부분에서는 본질적으로 비슷한데 성(sex)이 사랑의 감정 없이 오직 행위와 감각에만 초점이 맞춰진다면 저질 포르노가 되는 것처럼, 먹는다는 행위 역시 소통과 감정이 배제된 채 오직 먹는 행위와 맛만 강조한다면 포르노와 다를 게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이유로 ‘푸드 포르노’라는 말도 나온 것이겠지요. 포르노가 인간의 성적 욕망을 자극하듯, 식욕을 자극하는 먹방 역시 본능에 따르는 것입니다. 그런 프로그램 보기 싫으면 안 보면 되는 것 아니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제작자나 출연자들이 최소한의 주의는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아니면 비공개로 하던가.” “외식 조건?… 맛보다 분위기가 선택 조건시간·경제 여유…소통 가능 공간이면 충분”- 외식에서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제 개인 생각으로 외식의 선택 조건에서 형편없지 않다면 맛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때 그때 먹고 싶은 음식이 다르기 때문에 그 순간에 먹고 싶은 음식을 시간과 경제적 여유가 허용되는 범위에서 선택하면 됩니다. 외식에서 제일 중요한 조건은 누구와 어떤 분위기에서 먹느냐를 따지는 것이라고 봅니다. 외식은 비즈니스가 됐건 혹은 가족, 친지와의 즐거움을 위해서 먹건 먹는 음식 자체보다는 분위기, 근본적으로 소통이 중요하기 때문에 음식과 맛 자체보다는 때와 장소, 분위기를 따져서 외식하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베이징 특파원 시절 1인당 500달러짜리 전복 스테이크 요리를 먹은 적이 있습니다만 어려운 자리에서 어려운 사람들과 만나 어려운 이야기를 했으니, 지금 그 맛은 하나도 기억나지 않습니다. 반면에 시장통에서 아내와 같이 3000원짜리 칼국수를 먹으면서 낄낄거리고 웃으며 이야기했던 것이 더 기억에 남습니다.” - 집에서도 음식을 자주 하나. “가족이 먹는 음식은 만들 줄 알고 몇 가지 그럴듯한 요리도 만들 수 있지만 자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유는 기자생활을 할 때는 바빠서 음식 만들 시간이 없었고, 이후에는 재미로 음식은 만들지만,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고…, 또 다른 이유는 아내가 음식 만들기를 싫어하지 않는데다, 더 편하게 잘하기 때문에 굳이 제가 음식을 할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바꿔 말해 음식 만드는데 시간을 쓰는 것보다는 연구하고 글 쓰는데 더 시간을 투자하라는 것이 저와 아내의 생각입니다. 나중에 완전히 은퇴하면 그 때 가서 하고 싶으면 음식을 만들고…. 글·사진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박성민의 게임체인저] 수집하듯 무더기로 최고 수재 유치…인재전쟁은 ‘포로 늘리기’가 아니다

    ‘인재전쟁’(War for Talent). 1997년 맥킨지가 이 같은 제목으로 낸 보고서는 곧 닥쳐올 고급 인재 부족 현상을 예견해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고, 최근까지 후속 연구 및 관련 논쟁을 낳고 있다. 20여년이 흐르는 동안 인재전쟁을 반박하는 연구도 나왔다. 말콤 글래드웰은 미국 에너지기업 엔론의 2001년 도산 사례를 앞세워 반박 연구의 최전선에 섰다. 엔론엔 ‘최고의 수재’가 넘쳤지만, 엔론은 수재들의 업무 실패와 도덕적 약점을 인정하지 않다가 부실을 쌓고는 도산했다는 결론이다. 인재전쟁 보고서에서 간과한 이 같은 오작동 가능성에 새로운 세대의 특성과 성향, 기술·기업환경 변화까지 감안하면 ‘최상위 인재 확보가 능사’라던 20년 전 보고서의 결론을 지금 그대로 대입하는 것의 위험성을 알 수 있다. 지난 4월 29일 LG화학은 미국 법원 등에 SK이노베이션을 영업비밀 침해로 제소했다. 2017년부터 2년 동안 SK이노베이션이 차세대 전기차 프로젝트에 참여 중인 연구원을 비롯해 LG화학 직원 76명을 대거 스카우트했다고 주장했다. 정면 대응 방침을 밝힌 뒤 반소를 제기한 SK이노베이션은 자발적 이직일 뿐 기술 빼오기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이번엔 2012년으로 가보자. 현대차그룹이 현대오트론을 설립해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 진출할 때에도 다른 기업 인력을 끌어온 일이 있었다. 2011년 현대차 계열사 경력연구원 채용에 이어 2012년 현대오트론이 출범한 전후로 특히 LG전자에서의 이직이 많았다. 당시 LG전자 임직원 퇴사율은 25.6%에 달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 퇴사율은 9.8%에 불과했다. 정보기술(IT) 업계에선 ‘현대차 스카우트는 LG전자 침체와 맞물려 탄생한 작품’이란 비아냥이 나왔지만, 당시 현대차 측은 개인이 선택한 이직이라고 일축했다. 두 개의 장면은 한국 기업이 인재전쟁을 이해하는 방식을 드러낸다. 기술력을 지닌 핵심 인재부터 조직의 시스템을 구축할 관리형 인재까지 사업 목표에 맞춰 적절한 팀을 구성하는 일은 도외시한 채 과거 실적과 명성만 전해 듣고 수집하듯 무더기로 유치하는, 그것도 한국 기업들끼리의 쟁탈전에 국한된 전쟁이다. 모셔온 인재들은 새로운 조직의 기업문화, 사업시스템을 수정할 권한 없이 요구받은 업무를 쥐어짜듯 해낸다. 핵심 인재들의 뛰어난 역량은 단기적인 사업 목표를 달성하는 데 효과적이겠지만, 이 과정에서 비효율적인 조직문화나 구태적 시스템이 교정되는 일까지 기대하기는 어렵다. 인재전쟁에 들이는 노력과 자원의 측면에서 구글, 아마존, 시스코 같은 기업들이 뒤지지 않는다. 이들이 가진 무기가 천문학적인 인재 유치 비용뿐이라는 짐작은 오진이다. 구글은 독립적인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사업부나 회사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최고 인재의 자율성을 보장한다. 시스템적인 지원이 절실한 인재라면 전담팀을 구성해준다. 생애주기상 육아에 마음을 빼앗긴 여성 임원이라면 탄력적으로 근무할 수 있도록 업무 범위와 근로계약을 수정한다. 인재 유치 자체가 끝이 아니고, 인재에게 가용 자원을 더 배치해 그 인재로 인해 더 좋은 업무 시스템이 구성되는 단계에 이르러야 ‘해피엔딩’으로 보는 관점이다. ‘인재 포로 늘리기’를 넘어서 인재공급망, 인재 가치 분석, 미래 필요 인재 예측, 분석적 인사관리를 통해 인재 육성 사다리를 구축하고 채용된 인재와 기존의 인재 모두를 성장시키고 유지하는 게 지금 인재전쟁이란 말에 함축된 미션이다. 배화여대 교수
  • 애교부리며 다가온 길냥이 발로 차고 웃는 남성

    애교부리며 다가온 길냥이 발로 차고 웃는 남성

    애교를 부리며 다가온 길고양이를 발로 차고 즐거워하는 남성의 영상이 공분을 일으키고 있다. 26일 영국 미러, 데일리메일 등 외신은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공유된 고양이 학대 영상을 보도했다. 영상은 길고양이 한 마리가 한 남성에게 다가오는 모습으로 시작한다. 남성은 자신에게 다가온 고양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고양이는 사람 손길이 그리운 듯 얌전히 남성의 손길을 받는다. 하지만 남성의 꿍꿍이는 따로 있었다. 남성은 고양이의 머리를 만지며 고양이를 안심시키더니, 이내 발로 고양이를 세게 차버린다. 남성의 끔찍한 행동에 허공으로 날아간 고양이는 멀리 바닥에 떨어진다. 남성은 자신의 행동에 아랑곳하지 않고 오히려 즐겁다는 듯 웃는다. 길고양이를 잔인하게 학대하는 이 영상은 SNS에서 360만 번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하며 누리꾼들의 분노를 일으켰다. 영국 왕립동물학대방지협회(RSPCA)는 “SNS에 유포된 고양이 학대 영상을 확인했다”며 “고양이를 학대한 남성에 관한 정보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연락 바란다”고 전했다. 사진·영상=@Protect_Wldlife/트위터 영상부 seoultv@seoul.co.krPlease RT.Let‘s find this oxygen thief!!!! pic.twitter.com/E2V6aN3WYe— PROTECT ALL WILDLIFE (@Protect_Wldlife) 2019년 5월 25일
  • [씨줄날줄] ‘여자’ 경찰 말고 여자 ‘경찰’!/황수정 논설위원

    [씨줄날줄] ‘여자’ 경찰 말고 여자 ‘경찰’!/황수정 논설위원

    ‘여경 논란’이 뜨겁다. 서울 구로구 대림동에서 술 취한 남성을 제압하지 못한 여성 경찰관이 시민에게 도와달라고 요청하는 무기력한 모습이 동영상으로 공개되면서 삽시간에 ‘여경 무용론’이 퍼졌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여경을 없애라”는 요구까지 등장했다. 영상 속 여성 경찰관은 동료 남성 경찰관이 주취자들에게 뺨을 맞자 무전으로 다른 경찰관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비판이 쏟아진 것은 수갑을 채우는 대목. 여성 경찰관은 “남자분 한 명 빨리 나와 달라”고 외쳤고, 한 남성이 “(수갑을) 채워요?”라고 묻자 “빨리 채우세요”라며 다급한 목소리로 답했다. 민망한 비판들이 꼬리를 문다. “여경은 공무원 월급 받는 치안조무사냐?”, “대통령은 시장에 가면서도 기관총 경호원을 대동하면서 시민 치안은 여경한테 맡겨?” 등. ‘천조국(‘미국’을 뜻하는 인터넷 용어) 여경’도 유튜브에서 새삼 인기다. 건장한 흑인 남성을 제압하는 미국 여경의 단련된 모습에 “클래스(수준)가 다르다”는 비아냥이 섞인다. 여경 논란은 건드리면 터지는 화약고가 됐다. 지난해 10월에는 부산의 교통사고 현장에서 여경들이 “어떡해, 어떡해” 하며 발을 구르는 동영상이 인터넷을 달궜다. 전복된 차량 안의 부상자를 남자들이 구출했던 동영상은 엉뚱하게 성대결로 치달았다. 그때나 이번이나 경찰은 “매뉴얼대로 했으니 문제없다”고 해명한다. 하지만 반박의 목소리가 높아진다. “이번 일은 단순한 여혐(여성혐오) 논란이 아니라 경찰 신뢰의 문제”라는 지적이다. 경찰 2만명 증원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 2022년까지 여경 비율을 15%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정부 방침에 지난해 순경 공채에서는 여경 비율이 25%로 높아졌다. 이 비율이 당분간 유지될 것이라니 한편에서는 우려의 여론이 커지는 것이다. “여경 동료와의 순찰이 부담스럽다”는 남자 경찰관, “여경 혐오에 도매금으로 넘어가기 싫다”는 여자 경찰관. 이게 엄연한 현실이라면 숫자만 맞추려는 요령부득의 정책은 심각하게 돌아볼 문제다. 한국 여경 시험의 팔굽혀펴기 체력검사가 도마에 올랐다. 일본은 정자세 팔굽혀펴기 15회 이상 해야 합격인데, 우리는 무릎 대고 팔굽혀펴기 방식으로 10회가 과락이라는 것. 당장 어느 야당 의원은 여경의 체력 시험만이라도 아시아권의 보편적 수준으로 강화하자고 나섰다. 영 허튼소리로만 들리지 않는다. 구구한 불신에 노출되느니 그깟 팔굽혀펴기 제대로 하고 말겠다는 여경 지원자들이 많을 것 같다. “‘여자’ 경찰 말고 여자 ‘경찰’을 뽑으라”는 어느 네티즌의 훈수 한마디. 쾌도난마다.
  • [서울광장] 경기 진단, 실화인가/김성수 편집국 부국장

    [서울광장] 경기 진단, 실화인가/김성수 편집국 부국장

    최근 승차했던 택시의 80대 운전기사는 영업이 너무 안된다고 목소리부터 높였다. 택시를 한 지 20년이 넘었는데 요즘처럼 손님이 없었던 적은 처음이라고 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보다 더 어렵다는 것이다. 낮시간에는 강남역이나 홍대앞 등 북적이는 곳에서조차 손님을 찾아보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그만큼 살기가 어려우니 사람들이 택시비라도 아끼려는 게 아니겠느냐는 나름의 해석도 덧붙였다. 현재 경기가 어떤지 판단하는 일은 다분히 주관적이다. 자기가 지금 어떤 일을 하고 있느냐에 따라, 아니면 자기 소득이 얼마냐에 따라 느낌은 달라질 수 있다. 빈익빈 부익부가 더 심해졌다고 하니 가난한 사람은 더 어려워졌다고 느낄 수 있다. 고소득자는 경기가 어떤지는 신경을 안 쓰고 한결같이 돈을 펑펑 쓸 수도 있다. 또 어떤 통계를 잣대로 삼느냐에 따라 불황인지, 아니면 경기 과열 단계인지 판단이 엇갈릴 수도 있다. 하지만 보편적인 결론은 크게 다르지 않다.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경기를 토대로 본다면 사람들의 공감도는 더 높아진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 취임 2주년을 맞아 최근 내놓은 정부와 야당의 자료를 보면 결이 달라도 너무 다르다. 이게 같은 나라의 경제를 평가하는 자료인지 눈을 의심할 정도다. 한쪽은 자화자찬 일색이고, 다른 쪽은 외환위기 못지않은 경제위기가 곧 닥칠 것 같은 불안감을 부추긴다. 먼저 지난 9일 기획재정부가 낸 ‘문재인 정부 2주년, 경제부문 성과와 과제’. 39쪽에 달하는 자료 대부분이 장밋빛 분석으로 망라돼 있다. 총평으로는 ‘거시경제의 안정적 운용, 혁신 확산 분위기 조성 등 경제 패러다임 전환의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진단한다.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돌파, 30-50클럽(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인구 5000만명 이상) 세계 7번째 가입, 경제성장률 주요 선진국에 비해 양호, 수출 6000억 달러 돌파, 민간 소비 7년 만에 최대 수준 증가’ 등 희망적인 내용만 담고 있다. 이것만 보면 우리 경제는 아무 문제 없이 순항하고 있다. 반면 공교롭게도 같은 날 자유한국당이 펴낸 200쪽 분량의 백서 ‘문재인 정권 경제실정 징비록’을 보면 상황은 180도 다르다. 야당의 자료라는 걸 감안하더라도 문 정권의 경제정책 2년에 야멸차게 ‘F학점’을 주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폭의 마이너스 성장, 2018년 이후 고용 증가폭 과거에 비해 3분의1로 축소, 실업률 한국만 나 홀로 상승,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은 하락…’. 기재부의 현실 인식과는 달라도 너무나 다르다. 문 대통령이 지난 14일 중소기업인들과 만나서 한 발언도 생뚱맞다. 문 대통령은 “총체적으로 본다면 우리 경제는 성공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통계와 현장의 온도차가 있을 것”이라는 점은 인정했다. 그렇더라도 누가 어떤 근거로 적어 준 내용인지는 모르지만 현실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오죽 하면 점잖은 편으로 꼽히는 야당 인사 입에서조차 “달나라 사람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는 비아냥이 나왔을까. 자영업자를 포함한 대다수 서민들은 불황의 고통을 힘겹게 겪고 있다. 지방 도시에 가보면 도심 한복판에도 폐업을 해서 비어 있는 상가가 넘쳐난다. 서울도 작년 말 기준 상가 점포 8000개가 1년 새 문을 닫았다. 4월 실업률은 19년 만에 최고치다. 청년 4명 중 1명은 사실상 백수다.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1%대에 그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까지 나왔다. 물론 경제는 심리라는 말이 있듯 부정적인 측면만 부각해 불필요하게 위기론을 확산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현실이 어렵다면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대책을 마련하는 게 정부·여당의 의무다. 아무 근거 없이 막연히 경제가 좋아질 거라는 낙관론만 펴는 것은 무책임한 행위다. 더구나 이미 2년간의 실험으로 정책 효과가 없는 것으로 판명난 소득주도성장을 억지로 끌고 가겠다고 고집하는 것은 무모한 선택이다. 청와대가 워낙 그립을 강하게 쥐고 있기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경제 관료나 여당 내 핵심 참모들 중 누구도 속도조절을 말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앞으로 3년이 더 힘들 것 같다고 걱정하는 사람들도 많다. 망가진 경제를 다시 살리는 건 보통 일이 아니다. 더 늦기 전에 누군가는 ‘벌거벗은 임금님’을 용기 있게 외쳐야 할 때다. 11개월 뒤가 총선이다. sskim@seoul.co.kr
  • 드러나는 ‘석궁 주검’의 실체, 중세 무기 애호가들 극단의 선택

    드러나는 ‘석궁 주검’의 실체, 중세 무기 애호가들 극단의 선택

    기이한 사건의 실체가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지난 11일(이하 현지시간) 저녁 독일 남부 바이에른(바바리아)주 파사우 근교 호텔 객실에서 석궁 화살이 몸에 꽂힌 채 발견된 세 남녀 사건 얘기다. 숨진 여성의 북부 비팅겐 아파트에서 이틀 뒤 다른 여성 시신 두 구가 더 발견돼 충격을 더하고 있다. 영국 BBC의 14일 보도를 중심으로 사건 개요를 정리해본다. 먼저 파사우 근교 호텔에서다. 53세 남성 토르스텐 W와 33세 여성 커스틴 E, 30세 여성 파리나 C가 폭풍우가 몰아치던 10일 밤 10시쯤 사흘 동안 투숙하겠다며 체크인을 했다. 남성은 수염을 가슴에까지 늘어뜨렸고, 두 여성은 모두 검정색 옷차림이었다. 남성은 두 여성이 딸들이 아니라고 말했다. 이들은 저녁을 들지 못했다며 스낵류와 코카콜라, 생수 등을 구입했고, 다음날 조식을 주문하지도 않았다. 일행은 미심쩍은 눈치를 던지는 직원들을 애써 무시하며 객실로 빨리 올라가려고만 들었다. 11일 저녁 호텔 직원 둘이 객실 안에서 세 사람이 석궁 화살이 몸에 꽂힌 채 숨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토르스텐과 커스틴은 손을 맞잡고 침대에 누운 채 석궁 화살에 가슴이 관통된 상태였다. 둘은 라인란트팔츠주 출신이다. 파리나는 목에 화살이 관통된 채 바닥에 누워 숨져 있었다. 두 대의 현대식 석궁이 옆에 놓여 있었고, 가방 안에는 세 번째 석궁이 있었다. 싸운 흔적도 없었고, 외부 침입의 흔적도 없었다. 유언장 둘이 발견됐다. 셋 모두 승마 기술과 함께 중세 무기를 다룰 줄 알아야 하는 국제 마상 창시합(jousting) 리그(IJL)의 홈페이지에 회원으로 이름이 올라가 있었다. 하지만 IJL 대변인은 과거에 등재됐을 뿐 자신은 그들을 알지 못한다고 주장했다.파사우에서 650㎞나 떨어진 비팅겐의 파리나 소유 아파트에서 두 여성의 시신이 발견됐는데 35세 초등학교 교사와 라인란트팔츠주 출신으로 부모와 다툰 뒤 가출한 것으로 알려진 19세 여성이었다. 35세 여교사는 파리나의 룸메이트였다. 이들이 어떻게 목숨을 잃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석궁에 당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이웃 주민이 파사우 사건 보도를 보고 아파트를 살펴보니 우편함에 우편물이 수북하고 아파트 안에서 이상한 냄새가 난다며 경찰에 신고해 주검들을 발견하게 됐다. 이웃들은 제과점에서 일한 파리나가 바깥 출입을 거의 하지 않고 늘 검은 옷을 입고 있어 고딕 추종자로 추정되며 이상한 여자라고 생각했다고 입을 모았다. 사망자 다섯 모두 독일인이다. 셋이 호텔에 주차한 흰색 트럭에는 석궁 사냥 클럽에 가입했음을 알려주는 스티커가 부착돼 있었는데 독일에서는 석궁 사냥이 불법이지만 18세 이상의 성인은 쉽게 석궁을 살 수 있다고 방송은 전했다. 현지 타블로이드 빌트는 토르스텐이 서부 하켄부르크란 작은 마을에서 단도나 장검, 도끼 등을 파는 중세용품 가게를 운영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슈피겔 온라인은 135만명을 회원으로 거느리고 있는 독일사격연맹(DSB)에 속한 석궁 동호인들이 3000명 정도 된다고 보도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독일 호텔 ‘석궁 주검’ 가운데 한 여성 집에서 여자 시신 두 구

    독일 호텔 ‘석궁 주검’ 가운데 한 여성 집에서 여자 시신 두 구

    독일 바이에른(바바리아)주 남동부 파사우의 한 호텔 객실에서 석궁 화살에 맞아 숨진 것으로 보이는 세 구의 주검이 발견된 지 이틀 만에 현지 경찰이 숨진 여성의 집을 수색하다 여자 시신 두 구를 더 발견했다. 현지 일간 메르쿠르(Merkur)의 보도를 중심으로 한 영국 BBC의 13일(이하 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53세 남성과 30세 여성, 33세 여성 세 사람이 폭풍우가 몰아치던 밤 10시쯤 사흘 동안 투숙하겠다며 파사우 호텔에 체크인을 했다. 남성은 수염을 가슴에까지 늘어뜨렸고, 두 여성은 모두 검정색 옷차림이었다. 남성은 두 여성이 딸들이 아니라고 말했다. 이들은 저녁 식사를 못했다며 스낵류와 코카콜라, 생수 등을 구입했고, 다음날 조식을 주문하지 않았다. 일행은 한사코 객실로 빨리 올라가려고만 들었다. 호텔 직원 둘이 객실 안에서 세 사람이 석궁 화살이 몸에 꽂힌 채 숨져 있는 것을 11일 저녁 발견했다. 53세 남성과 33세 여성은 손을 맞잡고 침대에 누운 채였고 몸에는 여러 발의 화살이 꽂혀 있었고, 30세 여성은 바닥에 피범벅인 채로 누워 있었다. 남성의 머리에는 두 개의 화살이 관통돼 있었고, 30세 여성은 화살이 가슴을 관통했다. 두 개의 석궁이 옆에 놓여 있었고, 가방 안에는 세 번째 석궁이 있었다. 싸운 흔적도 없었고, 외부 침입의 흔적도 없었다. 그런데 13일 북부 니더작센주의 비팅겐에 있는 30세 여성의 집에서 주검 두 구가 추가로 발견된 것이다. 파사우와 비팅겐은 660㎞ 떨어져 있다. 비팅겐 사망 사건에 대해선 알려진 바가 거의 없는데 피해 여성 중 한 명이 30세 여성의 자매인 것으로 알려졌고 지난 3월에 이 집에 전입 신고가 돼 있었다는 정도만 알려졌다. 이웃들은 이 여성이 바깥 출입을 거의 하지 않고 늘 검은 옷을 입고 있어 이상한 여자라고 생각했다고 입을 모았다. 사망자 다섯 모두 독일인이다. 이들이 호텔에 주차한 흰색 트럭에는 석궁 사냥 클럽에 가입했음을 알려주는 스티커가 부착돼 있었는데 독일에서는 석궁 사냥이 불법이라고 방송은 전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김초엽 작가의 과학을 펼치다] 밖에서 산다고… ‘길냥이’가 집고양이보다 불행할까

    [김초엽 작가의 과학을 펼치다] 밖에서 산다고… ‘길냥이’가 집고양이보다 불행할까

    일본 후쿠오카 근교의 아이노시마는 ‘고양이 섬’으로 불린다. 최근 이색 여행지로도 알려져 관광객들도 쉽게 갈 수 있다. 페리를 타고 작은 섬에 도착하자마자 선착장 주위를 어슬렁거리는 고양이들이 보인다. 섬의 고양이들은 주민들이 아침에 모아 버리는 생선 폐기물을 먹으러 몰려들었다가, 오후 내내 그늘에 드러누워 낮잠을 청한다. 어촌 마을에서 수많은 길고양이들과 거주민들이 자연스레 어울려 살아가는 풍경을 보면, 길고양이 먹이주기를 둘러싼 논쟁이 끊이지 않는 우리 사회를 떠올리게 된다. 고양이들은 언제부터 인간과 함께, 인간 주위에 살게 됐을까. 집 안팎의 고양이들과 불편 없이 함께 살아가는 방법이 있을까. 저자는 아이노시마섬에서 7년간 길고양이 생태를 연구한 동물생태학자다. 저자는 책을 통해 고양이가 인간과 함께 살게 된 과정과 길에서 살아가는 고양이들의 출생과 번식, 죽음까지의 생애를 소개한다. 인간이 가까이했던 많은 동물들 중에서도 고양이는 유독 그 야생성과 본능을 오랫동안 유지해 온 것이 독특하다. 독립적이고 인간에게 잘 길들지 않는 습성 때문에 인위적인 번식이 어려웠고 고양이의 조상 ‘리비아 고양이’에서 그리 달라지지 않은 모습을 가졌다. 한평생을 실내에서 살아가는 집고양이들과 달리 도시와 마을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길고양이들은 특히 그 야생성이 두드러진다. 길고양이의 삶은 집고양이에 비해 불행할까. 저자가 지켜본 길고양이들의 일생이 아주 험난한 것은 분명하다. 태어나서 무사히 성묘가 되는 것도 쉽지 않은 데다가 다른 고양이들과의 치열한 번식 경쟁이 이어진다. 그러나 저자는 야생에서 자유롭게, 짧지만 강렬하게 살아가는 길고양이들을 관찰하면서 어느 한쪽이 행복하다고 단정 지을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다. 먹이가 풍부하고 거주 밀도가 높지 않아 고양이들이 살아가기 좋은 섬과 달리, 도시에서는 고양이와 인간의 관계가 보다 복잡하다. 저자는 인터넷과 미디어를 통해 고양이가 그 어느 때보다도 사랑받고 있는 시대에 매년 수많은 고양이들이 인간의 손에 살처분되는 모순적인 현실을 지적한다. 고양이와 인간이 평화롭게 살아갈 방법이 있을까. 저자는 많은 도시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는 ‘지역 고양이 활동’을 소개한다. 이는 주민들이 그 지역의 길고양이 개체가 더이상 증가하지 않도록 중성화 수술을 해 주며 물과 먹이를 주는 등 공동으로 보살피는 활동을 말한다. 살처분이라는 극단적인 해결책 대신 도시의 작은 동물들과 공생을 모색하려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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