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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In&Out] 한일, 2021년 신냉전에 경쟁적 협력을/기미야 다다시 도쿄대 교수

    [글로벌 In&Out] 한일, 2021년 신냉전에 경쟁적 협력을/기미야 다다시 도쿄대 교수

    한국과 일본의 대조적인 코로나19 대응이 새해에도 지속되고 있다. 정부 주도로 유전자증폭검사(PCR)를 실시하고 확진자를 가려내려 애쓰는 한국과 달리 일본에서는 여전히 검사를 민간에 맡기고 희망해도 모두 검사를 받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이런 위기 속에 문재인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 총리의 지지율이 동반하락하고 있어 강제동원 갈등의 대담한 타협을 더욱 어렵게 한다. 한일관계사를 다시 한번 돌아보자. 우선 19세기 후반~20세기 전반의 역사에서 일본이 안보를 내세우며 한국을 식민지배했지만 한국의 자율적 발전 가능성을 빼앗았다는 사실은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게다가 서양 열강의 군사적 위협이라는 공통 과제에 직면해 ‘한일이 경쟁적으로 협력한다’는 선택지가 있었음에도 일본의 일방적 한국 지배로 귀결된 것은 한국 입장에서 보면 도의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배신일 수밖에 없다. 20세기 후반의 한일관계는 어떨까. 일본은 한국에서 일본으로 강제 이전된 경제적 가치의 원상회복을 위해 5억 달러를 제공함으로써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해결한다’는 청구권협정을 맺어 한국과 국교를 정상화했다. 설령 한국 내 일제 피해자들이 불완전하고 납득이 가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 합의는 존중돼야 한다. 또한 분단 상황에서 한국이 열세였던 북한과의 체제경쟁을 우위로 전환하는 데에도 일본의 일정한 역할이 있었다. 일본 사회는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전반의 역사를 너무 망각하고 있다. 반대로 한국 사회는 20세기 후반의 역사를 제대로 평가하려 하지 않는다. 두 시기의 역사를 균형 있게 다루는 것이 한일 쌍방에 필요하다. 한일이 직면한 강제동원 판결을 둘러싼 갈등의 배경에는 이처럼 균형을 잃은 양국의 역사 시각이 깔려 있다. 한일이 종래의 비대칭에서 대칭적 관계로 바뀐 현 상황에서도 그러한 영향이 엿보인다. 한국의 지속적 발전과 민주화에 따라 한일이 대칭적 관계로 변하면 양쪽 모두 경쟁의식이 높아지고 과거사 비중이 커져 타협이 더욱 어려워진다. 분단체제 극복이라는 구냉전 해체가 미흡한 채 맞은 미중 대립이라는 신냉전에 어떻게 대응할지가 한일의 최대 과제다. 그러나 신냉전에 대응하면서 과거사 대립에 빠져있을 여유는 없다. 그런데 한국은 구냉전 해체에만 관심이 있고 신냉전은 외면하는 눈치다. 역으로 일본은 신냉전 대응에만 집중하고 있다. 이런 차이가 외교를 둘러싼 한일 간의 대립에도 나타난다. 남북 분단체제 극복에는 미중뿐 아니라 일본의 협력도 필요하다. 그보다 한국의 대북정책과 가장 거리가 가까운 쪽은 미중이 아니라 일본이다. 일본 또한 신냉전을 받아들이고 그 제약하에서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포기할 게 아니라, 불이익을 최소화하는 상황을 한국과 함께 만들어 가야만 양국이 공통 이익을 얻는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그렇다면 한일 외교는 오히려 경쟁적이지만 협력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한일은 앞으로 경쟁이 심해질 것이다. 신냉전이란 공통 과제에 관해 협력이냐 대립이냐, 어느 선택이 더 효과적인지 지켜보면서 학습할 수 있다. 그러다 보면 협력이란 선택지의 중요성이 점점 커질 것으로 본다. 이러한 ‘경쟁적 협력’을 바탕으로 한일관계를 재정립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그러한 구상 속에서 현재의 한일 대립을 바라본다면 지금의 사상 최악이라는 한일관계를 타개할 지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균형 잡힌 역사인식과 그에 기초한 ‘선의의 경쟁’, 그리고 ‘경쟁적 협력’에 한일 모두 눈을 돌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한일은 미중 대립의 격화 속에서 오도 가도 못할 상황에 갇힐 가능성이 커진다. 그런 최악의 시나리오만은 피했으면 한다.
  • “日정부 먼저 수출규제 풀어야 한국도 관계 변화 여지 생겨”

    “日정부 먼저 수출규제 풀어야 한국도 관계 변화 여지 생겨”

    지난해 중국은 미국과의 전방위적 갈등 상황에서도 시진핑 국가주석이 한국 방문을 추진하는 등 한중 관계 개선 의지를 피력했다. 하지만 일본은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를 고수하며 강제징용 배상 문제 해결에 나서지 않는 등 냉각기를 이어 갔다. 서울신문은 일본 원로 지식인 다하라 소이치로와 마더융 중국 런민대 국제관계학원 교수를 만나 한중·한일 관계 전망을 살펴봤다.日대표 원로 지식인 다하라 소이치로 일본을 대표하는 원로 지식인 다하라 소이치로(87)는 꽉 막힌 한일 관계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일본 정부가 우선적으로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야 한국 정부도 변화의 여지를 모색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29일 도쿄의 한 호텔에서 서울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히고, 논란이 되고 있는 일본의 ‘자위대’ 명기 헌법 개정에 대해서는 미소 냉전 종식 이후 변화한 안보 지형을 감안해 전향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으며, 그 과정에서 한국 등 주변국에 양해를 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평론가이자 언론인, 방송 진행자로서 고령에도 왕성한 활동을 이어 가고 있는 그는 일본의 역대 총리들을 직접 만나 거침없는 조언과 고언을 해 온 것으로 유명하다. 아베 신조 전 총리가 2013년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돼 있는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했다가 이듬해 중단한 데는 그의 쓴소리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일 관계가 국교정상화 이후 최악이라고 하는데. “일본 정부는 징용공(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가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을 통해 100% 해결됐으며 여기에 한국도 동의했다고 주장하지만, 그것은 아니라고 본다. 1965년 당시 한국은 일본과의 경제협력이 급해 적극적인 문제 제기를 하기가 어려웠을 때다. 한일 간의 대등하고 미래지향적인 화해는 1998년 오부치·김대중 선언을 통해 비로소 이뤄진 것으로 나는 이해하고 있다.” -당장은 징용배상 갈등을 어떻게 봉합하느냐가 현안인데. “아베 정권이 2019년 한국에 경제제재를 한 것은 패착이었다. 외교 문제를 경제 수단으로 대응하니 한국이 화를 내는 건 당연하다. 우선 일본 정부가 수출규제를 풀어야 한다. 그래야 한국 정부의 대응에 변화의 여지가 생긴다. 한국도 좀더 전향적으로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피해자 중심주의는 충분히 이해하지만 경제문제를 포함해 좀더 다양한 부분을 헤아렸으면 한다.” -한일 관계는 늘 유동적이고 불안정한데. “한국인의 애국심이 과거 피식민지배에 대한 저항감과 연결돼 있다는 것은 일본으로서는 넘어서기 어려운 문제다. 과거 식민지배에 관한 한 일본은 한국 내 정서를 최대한 헤아리지 않으면 안 된다. 이를 바탕으로 관계 개선을 위한 지혜를 짜내야 한다. 서로 대화가 필요한 이유다. 그래서 나는 한국의 여야 정치인들과 많은 만남을 가져 왔다. 그들은 한결같이 한일 관계가 좋아져야 하며 거기에 기여하고 싶다고 한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유권자들 앞에서는 이를 적극적으로 내세우기가 어렵다고 말한다. 현실의 장벽이 그만큼 높은 것이다.” -한국에 비우호적인 시선이 최근 일본에서 부쩍 늘었다. “과거에 비해 자신감을 상실한 데 따른 것이다. 버블경제 붕괴 이후 경제적 위상이 내려온 게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한국, 중국을 비난하는 책이 많이 나오는 것도 여기에서 비롯되는 바가 크다. 역사 수정주의의 확산도 일부는 같은 맥락이다.” -코로나19 국면에서 일본 사회의 문제점이 대거 드러났는데. “현 상황에 맞지 않는 제도와 시스템들이 부각됐다. 긴급사태 선포가 다른 나라보다 상당히 늦어진 게 대표적이다. 그것은 일본 헌법이 긴급사태 조항을 인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긴급사태란 원래 다른 나라가 쳐들어왔을 때의 군사적 대응과 연관되는 것이다. 태평양전쟁 패전 이후 미국 주도로 일본 헌법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관련 부분이 배제됐다.” -아베 정권이 추진해 온 헌법 개정과 연결되는 대목인 것 같은데. “태평양전쟁 후 일본은 미국 주도의 헌법을 이용해 경제발전을 추구했고, 큰 성공을 거뒀다. 그러나 이는 미국이 ‘세계의 경찰’이던 시대에 가능했던 개념이다. 버락 오바마 정권 이후 미국은 그 역할을 접었다. 이에 따라 일본은 안보에서 ‘자립’을 요구받는 부분이 생겼고, 그런 맥락에서 헌법 개정이 필요한 상황이 됐다고 생각한다. 일본 스스로 주체적인 안보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본 국내에서는 현행 ‘평화헌법’(제9조에서 군대 보유 금지, 교전권 불인정 등을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붙여진 일본 헌법의 별칭)을 수호해야 한다는 견해도 강하다. “헌법에 긴급사태 조항을 추가하는 것이나 자위대의 존재에 대해 규정하는 것이 평화헌법을 수호한다는 이념적, 사상적 토대와 반드시 모순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평화를 지킨다는 절대적인 대전제하에 시대 흐름에 따른 적절한 변화와 변용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헌법을 개정하면 한국 등 주변국의 반발이 클 텐데. “현재 상황을 제대로 설명하고 이해를 구할 필요가 있다.” -미국에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는데. “분명한 것은 바이든 시대에도 미중 관계가 좋아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미국이 중국을 두려워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과거 미소 동서냉전과 달리 미중 간은 이데올로기의 대립이 아니다. 미국보다 중국과의 관계가 더 깊은 일본 기업도 많은 만큼 일본으로서는 균형을 잡아 가며 대응하는 수밖에 없다.” 글 사진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다하라 소이치로는 1934년 시가현 출생. 평론가이자 언론인, 방송 진행자로서 진보와 보수의 영역을 넘어 합리적인 이성과 보편적인 진리를 바탕으로 일본 사회에 자기 목소리를 전해 온 지식인이다. ‘전쟁을 경험한 마지막 세대’로서 일본이 다시 전쟁의 참화에 빠지지 않도록 평화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전후 일본정치의 총괄’, ‘일본의 전쟁’, ‘재생일본’ 등 저서가 있다.
  • [씨줄날줄] 백신 신냉전/황성기 논설위원

    [씨줄날줄] 백신 신냉전/황성기 논설위원

    새해 초입부터 코로나19 백신 제3라운드가 뜨겁다. 코로나 발병 직후부터 시작된 백신 개발의 1라운드, 작년 하반기의 입도선매식 백신 확보 2라운드에 이어 누가 접종을 빨리, 그리고 많이 하느냐는 새로운 경쟁에 불이 붙었다. 백신 3라운드를 선두에서 견인하는 나라는 이스라엘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율리 에델스타인 보건부 장관은 지난 1일 북부 도시에서 100만명째 접종을 자축했다. 백신 확보에도 전투를 치르듯 속전속결이었던 이스라엘은 인구 930만명에 벌써 100만명을 넘겨 인구 대비 접종 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 인구 100명당 접종이 11.55명으로 접종 목표 550만명까지 그리 멀지 않았다. 이스라엘 내 60세 이상 고령자의 40% 이상이 2회 접종분 가운데 1차를 맞았다. 미국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세계 40여개국이 백신 접종 레이스에 들어갔다. 양으로만 따지면 지난 1일 기준 중국이 450만회로 1위, 미국(317만회) 2위, 영국(94만회)이 3위를 차지했다. 백신을 개발하는 미국·영국 세와 중국·러시아 세의 각축이 두드러진다. 미영이 압도적인 백신 시장에서 중국이 뒤를 쫓고 있으나 역부족이다. 중국은 지난 연말 자국의 시노백이 개발한 백신을 터키에 1차로 300만회분을 공급했다. 브라질 상파울루 주정부도 시노백 백신 1060만회분을 확보하는 등 중국산 백신을 계약한 국가는 파키스탄, 이집트 등 10여개국에 이른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나서 “코로나 백신을 공공재로서 개발도상국에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백신 임상시험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음으로써 불신을 자초한 게 백신 시장 선점에 불리하게 작용했다. ‘스푸트니크 V’ 백신을 내놓은 러시아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곧 접종을 한다고 한다. 하지만 러시아는 3상 임상시험 전에 당국이 백신을 승인해 국제적인 신뢰가 떨어지는 데다 생산시설조차 모자라 해외 판로 개척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중 갈등과 궤를 같이하는 백신의 신냉전은 올해 안으로 결판난다. 마지막 4라운드는 집단면역을 누가 빨리 달성하느냐의 경쟁이다. 이스라엘이 1등을 예약한 상태다.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 등 미영의 백신을 인구 이상으로 챙긴 국가들이 집단면역이란 결승점에 차례로 들어올 것이다. 한국도 3라운드까진 뒤처지긴 했으나 5600만명분을 확보한 만큼 4라운드에선 그리 나쁘지 않은 성적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 극복은 최빈국이나 개발도상국도 선진국과 비슷한 시기에 집단면역을 이뤄야 의미가 있다. 자국 이기주의에 따른 무한경쟁이나 줄세우기가 아닌 국제 공조와 협력이 절실하다. marry04@seoul.co.kr
  • 윤영관 “김여정, 북미협상 전면에 나서야”

    윤영관 “김여정, 북미협상 전면에 나서야”

    북 당대회서 자력갱생 노선 변화 주목美, 싱가포르 선언 존중 메시지 던져야바이든, 동맹 강조…미중 갈등 지속한미 군사 목표가 중국 아니라고 설득 북한이 5년 만에 당 대회를 열고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새로 출범하면서 올해 한반도 정세는 정초부터 요동칠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대북 제재·수해라는 ‘삼중고’ 속에서 북한이 군사 도발을 취할 수 있다는 비관론도 제기된다. 남북 대화의 불씨를 살려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재가동시켜야 하는 문재인 정부 입장에서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노무현 정부에서 초대 외교통상부 장관을 지낸 윤영관(69)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명예교수는 북한의 무력 도발을 억지하려면 바이든 정부가 북미 싱가포르 공동선언을 존중한다는 메시지를 선제적으로 보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을 대화로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대북 제재로 막혀 있는 남북 경제협력보다 코로나19 방역 협력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윤 교수와의 인터뷰는 31일 서울 중구 서울신문사에서 진행됐다. -북한이 이달 초순 당 대회에서 대내·대외 전략을 발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북한은 대북 제재, 코로나19, 수해 삼중고에 시달리고 경제적으로 힘든 상황이다. 통계에 의하면 지난 3년 동안 북한 경제가 15% 축소했다. 북한 정권의 핵심 지지층인 평양 주민들의 불만도 팽배하다고 한다. 당 대회에서 돌파구를 마련하지 않을까 싶다. 핵심 관전 포인트는 자력갱생 노선을 계속할 것인가, 아니면 변화를 줄 것인가이다. 자력갱생의 지속은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 상황과 지금의 상황이 다르기에 힘들 것이라고 본다. 그때는 시장화가 진행이 안 됐고 폐쇄적인 경제였다. 지금은 준시장경제, 준개방된 상황에서 제재와 같은 국제적 압박에 취약하다. 당 대회가 굉장히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 같다.” -북한이 자력갱생 노선을 버리고 개혁·개방에 나설 수 있을까. “북한에서는 1990년대 중반 이후 30년간 시장화가 확산·심화되고 개방화가 진행됐다. 지금 북한 경제는 무역 없이 버티기 힘들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원해서가 아니라 북한의 시장화와 개방화의 결과로 리더십 스타일을 바꿀 수밖에 없다. 전체주의적 절대권력자에서 한국의 박정희, 중국의 덩샤오핑과 같은 권위주의적인 개발독재자로의 변화를 요구받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가 북미 관계와 한반도 정세에 중장기적으로 어떤 함의를 주는지 중요하다.” -바이든 정부는 대북 정책에서 도널드 트럼프 정부와의 차별화를 시도할까. “바이든 당선인이 지난 3월 기고에서 북한 문제를 다루는 데 협상팀에 권한을 상당히 위임할 것이고, 동맹뿐만 아니라 중국과도 함께 노력하겠다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처럼 협상팀 간 조율이 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정상들이 만나는 건 지양하겠다는 기조는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가장 바람직한 건 톱다운(하향식)과 보텀업(상향식) 방식을 적절하게 조화시키는 것이다. 하향식만 고수하면 북미 간 협상에 굉장히 시간이 걸릴 수 있다. 북한의 2인자라고 알려진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협상 전면에 나서는 것도 바람직하다. 실질적 협상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미국도 협상하는 데 어려움에 봉착한다면 정상이 만날 수 있다는 여지를 줘야 한다.”-싱가포르선언 등 북미 간 합의는 어떻게 될까. “싱가포르선언은 북미 관계 개선의 기본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는 합의였다. 미국도 정부가 바뀌어도 존중했으면 좋겠다. 바이든 정부가 싱가포르선언을 존중한다, 북미 협상에 진지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는 메시지를 북한에 공개적이든 비공개적이든 먼저 보내는 것이 바람직하다. 바이든 정부는 올해 국내 문제가 산적하기에 외교 문제에 전념하기 힘들다. 외교 문제 중 북한 문제는 우선이 아닐 수 있다. 그러면 북한이 경제 문제 때문에 하루가 급한 상황에서 계속 인내해 줄 것인가, 도발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를 고려해야 한다. 북한도 조금 더 절제하고 신중하게 말하고, 미국도 유화 메시지를 보내 바이든 정부 시대 북미 관계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남북 협력에 속도를 내고 싶어 하는데 미국을 어떻게 설득해야 하나. “미국과 공조하면서 남북 관계를 풀어 나가려면 미국에 북핵 문제 접근법을 보완해야 한다고 충분히 설명·설득해야 한다. 북핵 문제를 해결하려면 제재라는 압박도 중요하지만 압박이라는 한 가지 수단만 가지고는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북한은 극심한 안보 불안감을 갖고 있다. 1990년대 초 냉전이 끝났을 때 대미 관계를 개선하려고 노력했지만 긍정적인 반응을 얻지 못 했다. 그런 상황에서 체재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핵 개발로 나아갔다. 안보 불안감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에 핵부터 폐기하라고 하면 북한이 받아들이기 어렵다. 북한의 안보 불안감을 해소하고 협상을 위한 정치적 분위기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정치적 포용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종전선언이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고,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남북미 3자 간 전문가위원회를 구성하는 것도 정치적 포용이 될 수 있다.” -문재인 정부는 종전선언을 비핵화 협상의 입구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북한 문제를 푸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이 대북 안전보장이다. 종전선언은 대북 안전보장의 초기 단계 중 한 방안이다. 종전선언 외에도 북미 연락사무소 개설, 평화협정, 북미 외교관계 개선 등 후속 조치가 있다. 한미 당국자들이 비핵화와 평화구축을 위한 공동의 로드맵을 작성해야 한다. 한미가 대북 안전보장 차원에서 종전선언을 할 때 북한에 무엇을 요구할 수 있는지, 다음 단계로 연락사무소 개설은 비핵화의 어느 단계에서 해야하는지 등을 담은 로드맵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선 한미가 우선 신뢰를 쌓아야 한다. 클린턴 정부 때 한미가 함께 했기에 한반도 평화 정착이 눈앞에 왔었지만, 조지 W 부시 정부 때는 한국 정부가 대북 포용정책을 추진했지만 북미 관계가 나빴기에 제대로 진행하기 어려웠다.”-남북 협력 어떻게 추진해야 하나. “우리가 국제적인 대북 제재 연대에서 이탈하는 건 어렵고 이에 금강산 관광 등 남북 경협을 재개하기 힘들다. 대북 정책에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제재 범위 바깥에 있는 협력 분야에 집중적으로 올인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남은 1년여 동안 보건의료, 코로나 방역에서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여 협력을 이끌어 낸다면 굉장히 중요한 업적으로 남을 것이다.” -바이든 정부가 출범하며 클린턴-김대중 정부 이후 20년 만에 한미 양국에 진보 정부가 들어섰다. 바이든 시대 한미관계는 어떻게 전개될까. “트럼프 정부 때와 전혀 다른 한미관계가 될 것 같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의 가치를 중시하지 않았기에 한미동맹 자체가 불안했던 측면이 있었다. 동맹관계를 거래적 관계로 바꿔나갔다. 방위비 분담금도 다섯 배 올려달라고 하지 않았나. 트럼프 정부 때는 돈에 대한 압박이 강했다면, 바이든 정부는 민주주의 동맹 외교, 가치 외교에 동참하라는 요청이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1998~2001년 김대중 정부와 클린턴 정부 간 협력이 잘됐었다. 빌 클린턴 대통령은 김대중 대통령에게 대북 정책과 관련해 당신이 운전수를 하면 나는 조수를 하겠다는 얘기를 했을 정도로 공조가 잘됐었다. 2000년 미국 대선에서 정권이 교체되지 않았다면 한반도와 동북아 상황이 상당히 바뀌었을 텐데 조지 W 부시 정부가 들어서면서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가 아쉽다. 20년 만에 다시 한 번 한미 간 공조가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문재인 정부에게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대북전단살포금지법(남북관계발전법)에 대해 미국 의원들이 비판하며 청문회까지 준비하고 있다. 한미 관계에 영향 미칠까. “우리 정부 입장에선 북한이 전단을 타격하겠다 위협을 했었고 타격이 현실화되면 양측 간 의도치 않은 무력 충돌로 비화할 수 있기에 접경 지역 주민의 안전을 고려했어야 했다.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이러한 어려움을 미국 당국자에게 충분히 설명을 해야 한다. 미국 내에선 문재인 정부가 진보 정부이기에 무조건 북한 편을 든다는 오해가 있는 것 같다. 아울러 미국은 북한 주민의 알 권리를 위해 북한에 정보 유입을 원하고 있는데, 가장 효과적인 유입 방법은 북한을 정치적으로 포용해서 외부 세계와의 접촉면을 늘려주는 것이다. 근본적인 조치를 취할 생각은 안하고 북한을 고립시켜 외부와의 연결고리가 전혀 없게 한 상태에서 압박만 하는 것은 효과가 아주 제한적이라는 점을 미국 측에 잘 설명해야 한다.” -노무현 정부에 이어 문재인 정부도 한미 동맹을 경시한다는 평가가 나오는데. “제가 보기엔 트럼프 정부와 문재인 정부가 보조를 잘 맞췄다. 우리 정부가 대미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는 국내정치적인 공방에서 비롯된 것 같다. 북핵 문제를 해결하고 남북 모두에게 좋은 해결책을 찾으려면 미국과 긴밀하게 협력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문제를 동맹이냐 자주냐 이분법적 논리로 보는 것은 대단히 부적절하다. 동맹과 자주는 동전의 양면이고 분리될 수 없는 문제인데 분리해서 생각해 정부 정책에 투영되면 엉뚱한 결과가 나온다.” -바이든 시대 미중 갈등 양상은. “바이든 정부 외교정책의 키워드는 민주주의, 동맹, 다자주의다. 트럼프 정부가 훼손한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민주주의 국가, 동맹 국가들과 연합해 중국, 러시아 등 권위주의 국가들이 불안정하게 만든 국제질서를 안정시키겠다는 노선이다. 반면 중국은 상승하는 경제력에 상응하는 정치군사적 영향력을 국제적으로 증대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중국은 아시아에서 패권국이 되기 위해 미국의 영향력을 밀어내려고 하는데 미국은 동북아 정치에 계속 개입하고 자국의 전략을 추구하려 할 것이다. 미중 경쟁이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동북아에서 계속 진행될 것 같다. 한국은 기본적으로 바이든 정부가 추진하는 민주주의 외교에 적극 동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국의 국가 정체성이 민주주의, 시장경제, 다자주의이기 때문이다. 다만 미국에 한국의 지정학적 특수성을 이해시켜야 한다. 한반도에서 강대국 간 충돌이 벌어질 때마다 재난이 있었다. 한국이 분단된 상황에서 반도의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고통을 받은 역사가 있기에 한국의 특수성을 반영해 일종의 맞춤형 동맹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미국을 설득해야 한다. 중국에게도 한미가 군사적 목표를 중국으로 설정하지 않는다는 점을 이해시키며 미국과 중국을 함께 아우르며 가야 한다.” -악화된 한일 관계 어떻게 개선해야 하나. “한일 관계를 개선할 것인지, 말 것인지에 대한 편익을 진지하게 분석했으면 좋겠다. 한일 관계가 지금 상태로 머물러 있으면 우리가 손해를 보는 측면이 있다. 일본은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선거에서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에 대해, 그리고 한국의 G7 가입에 대해 반대하지 않았나. 이런 식의 어려움이 한 두 개가 아니다. 바이든 정부도 한일 관계 개선하라는 요청을 할 것이다. 우리가 바이든 정부의 요청을 소홀히 했을 때 감수해야 할 비용도 있다. 이런 비용 측면과 이득 측면들을 비교 계산해 무엇이 국가이익인지 숙고해야 한다. 저는 미래지향적으로 한일 관계를 회복시키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한일 간 정경분리 원칙을 우리는 지켰는데 아베 신조 총리가 한국 수출 규제 조치를 취하며 먼저 깨서 한일 관계에 어려움이 생겼다. 다시 정경분리 원칙으로 돌아가 미래지향적 관점에서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 강제징용 배상 등 한일 간 현안에 법보다는 정치적인 접근을 할 필요가 있다. 우리 국내법과 일본의 국내법, 국제법이 부딪칠 때 정치적인 차원에서 해결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 정부가 피해자들에게 경제 배상은 해주되, 일본 정부가 도덕적인 책임을 인정하고 진실된 사과를 하는 게 정치적 타결의 방식이 될 수 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007의 영국’ 뒤통수 친 스파이… ‘소련 영웅’으로 죽다

    ‘007의 영국’ 뒤통수 친 스파이… ‘소련 영웅’으로 죽다

    MI6 소속으로 동료 정보 소련에 넘겨42년형 선고받고 수감… 5년 만에 탈옥한국전쟁 때 北포로… 공산주의로 전향푸틴 “빼어난 용기 지녔던 사람” 애도냉전시대 대표적인 이중간첩으로 알려진 조지 블레이크가 사망했다고 BBC가 러시아 매체를 인용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98세. 네덜란드 출신으로 스페인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블레이크는 영국 대외정보기관 MI6 소속으로 소비에트연방(소련) 공작원으로 활동한 전력으로 유명하다. 고인은 동유럽에서 활동하는 MI6 소속 대원 40여명 등 500명 이상의 서방 공작원 정보를 소련에 넘기며 냉전시대 서방의 정보작전에 큰 타격을 줬다. 또 동베를린으로 통하는 지하터널에 영국과 미국이 군사용 도청 장치를 설치한다는 기밀을 빼돌리기도 했다. 하지만 1961년 소련의 간첩이라는 사실이 발각되며 그는 종신형이나 다름없는 42년형을 받고 수감됐다가 1966년 탈옥해 러시아로 건너갔다. 수감된 지 5년 만에 일어난 그의 탈옥으로 영국 정부는 다시 한번 뒤통수를 맞은 셈이 됐다. 그는 러시아에서는 그레고리 이바노비치라는 이름을 갖고 첩보원 교육 등으로 여생을 보냈고, 옛 국가보안위원회(KGB) 중령 출신으로 연금도 받았다. 고인은 한국전쟁에 참여한 뒤 공산주의자로 전향한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주한 영국 대사관 부영사였던 그는 북한 인민군 포로로 3년간 잡혀 ‘자본론’ 등을 탐독했고, 당시 미군의 민간인 학살 등을 보고 전쟁에 환멸을 느끼고 전향했다. 그는 이에 대해 “만약 공산주의 체제가 승리한다면 전쟁이 종식될 것이고, 그것이 인류에게 더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힌 바 있다. 소련은 그를 ‘국민 영웅’으로 대접했지만, 영국에서는 평생 배신자로 인식됐다. 이에 대해 고인은 “나는 한 번도 거기(영국)에 속해 본 적이 없다“고 반박한 바 있다. 자신을 영국인으로 생각한 적이 없기 때문에 영국을 배신한 게 아니라는 의미였다. 이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탁월한 전문가이자 빼어난 용기를 지닌 사람”이라며 블레이크의 죽음을 애도했고, 영국 정부는 어떤 논평도 내놓지 않았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악명 높은 英 이중첩자 블레이크의 한국과 인연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악명 높은 英 이중첩자 블레이크의 한국과 인연

    전직 영국 해외정보부(MI6) 간부로 냉전시대 가장 악명 높은 이중첩자 중 한 명으로 손꼽힌 조지 블레이크가 러시아에서 세상을 등졌다고 영국 BBC가 러시아 언론들을 인용해 26일 전했다. 향년 98. 어느 도시에서 숨을 거뒀는지나 사인, 구체적 사망 정황 등은 소개하지 않았다. 그는 MI6 간부로 일하면서 동유럽에서 활약하던 40여명의 서방 요원들에 대한 극비 정보를 9년 넘게 옛 소련에 넘겼다. 돈을 받거나 매수당한 것은 아니고 공산주의가 옳다는 자신의 신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1960년 런던의 한 교도소에 수감됐다가 6년 뒤 탈출해 옛 소련으로 달아났다. 세르게이 이바노프 러시아 대외정보국(SVR) 대변인은 고인이 “우리 조국을 순수하게 사랑했다”고 밝혔다. 그는 1922년 11월 11일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태어났는데 본명이 조지 비하르였다. 아버지는 1차 세계대전 때 영국군과 싸운 스페인계 유대인으로 나중에 영국 국적을 취득했다. 본인은 2차 세계대전 때 네덜란드의 레지스탕스 운동에 가담했다가 영국령 지브롤터로 탈주했다. 1944년 영국 공군에 자원해 첩보부대 지휘관을 거쳐 1947년 영국 외무성에 들어갔다. 이 때 대학을 다니며 러시아어를 익혔다.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했을 때 서울 주재 영국 대사관에서 일하다 북한 인민군에 억류됐다. 당시 평양부터 압록강까지 끌려 다니며 칼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읽고 공산주의자가 됐다고 나중에 털어놓았다. 그는 미군 폭탄이 한국의 민가에 떨어지는 것을 보고 서방 편에서 공산주의와 싸우는 게 잘못됐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했다. 1953년 휴전 직후 영국으로 돌아왔는데 그의 내면에 일어난 변화를 감지하지 못한 MI6는 공군 첩보부대나 외무성 근무 전력, 유창한 러시아어 실력 등을 믿고 스카우트했다. 그의 매국 행동이 들통난 것은 폴란드 첩보요원 미카엘 골레니에프스키가 서방으로 정부(情婦)와 함께 망명하면서 영국 정보기관에서 암약하는 옛 소련의 첩자 명단을 폭로했기 때문이었다. 블레이크는 소환 명령을 받고 돌아와 체포됐다. 옛 소련에 정보를 넘겼다는 등 다섯 가지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1961년 5월에 블레이크는 42년형을 선고받았다. 1966년 10월 블레이크는 감옥에서 만난 아일랜드 테러리스트 숀 알폰스 버크의 도움으로 탈옥에 성공, 이듬해 1월 독일 함부르크로 달아나 그곳에서 국가보안위원회(KGB)의 도움으로 모스크바로 이동했다. 1974년부터 소련의 과학 아카데미 IMEMO에서 일하며 모스크바에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레고리 이바노비치라는 러시아 이름을 갖고 KGB 중령 출신으로 연금을 수령해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냉전시대 공로를 높이 평가해 2007년 블레이크에게 훈장을 수여했다.푸틴 대통령은 이날도 고인을 “탁월한 전문가이자 빼어난 용기를 지닌 사람”으로 평가하며 그의 죽음을 애도했다. 영국 정부는 한 번도 스스로를 영국인으로 여기지 않았다는 그의 사망 소식에 어떤 논평도 내놓지 않았다. 블레이크는 1990년 BBC 인터뷰를 통해 자신이 정보를 넘긴 서방세계 요원 숫자만 500명을 넘지만 자신의 행동 때문에 42명이 목숨을 잃었다는 MI6의 조사 결과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털어놓았다. BBC의 안보 전문기자 고든 코레라는 고인이 영국의 국익에 끼친 해악은 이루 말할 수가 없는데 첩보요원으로 스카우트된 과정, 옛 소련에 부역한 동기, 탈주나 망명 과정 모두 미심쩍은 것들이 많다고 했다. 코레라는 10년 전에 고인이 “내 동기가 일반적으로 납득되거나 말거나 하는 것은 더 이상 내게 중요하지 않다”고 아무렇지 않게 얘기하더라고 했다. 그에게 부분적으로 문제가 되는 일은 공산주의를 선택했지만 그것이 붕괴되고 소련이 해체되는 것을 생생하게 지켜본 것과 여전히 러시아에서 살아가고 있는데 KGB 계승자들이 여전히 자신을 영웅으로 바라본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1995년 블레이크의 웜우드 스크럽스 교도소 탈옥은 스티븐 프라이와 릭 마욜 주연의 연극 ‘셀 메이츠(Cell Mates)’의 중심 기둥이 됐다. 2015년 BBC 다큐멘터리 ‘모스크바의 스파이 스승(Masterspy of Moscow)’는 그를 “수수께끼 같은 매국노의 이상한 삶”이라고 일컬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한반도 정세 ‘한미일 vs 북중러’ 구도 강화 우려

    한반도 정세 ‘한미일 vs 북중러’ 구도 강화 우려

    北, 바이든 강경정책 땐 중러와 ‘제휴’중국과 러시아가 지난 22일 군용기 총 19대를 무더기로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에 진입시키며 연합훈련을 하는 등 군사적으로 더욱 밀착하는 모습이다. 내년 1월 출범할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에서도 미중 갈등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동북아에서 한미일과 북중러가 대립하는 신냉전 구도가 강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중국과 러시아 국방부는 22일 양국 공군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제2차 연합 공중 전략 훈련을 했다며 제3자를 겨냥한 훈련이 아니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훈련은 미국을 견제하기 위한 포석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이 이달 들어 한반도와 남중국해 상공에 수차례 정찰기를 띄우고, 동해 상공에 B1B 랜서 전략폭격기를 출격시켜 일본과 연합훈련을 한 데 따라 중러가 대응에 나섰다는 것이다. 중러 외교장관은 같은 날 전화통화에서 한목소리로 미국을 비난하고 전략적 협력을 강조했다. 중러 군용기의 KADIZ 진입에 대해 미국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미국은 최근의 도발적 공군 훈련에 대해 우리의 동맹인 한국의 우려를 강력히 지지한다”고 밝혔다고 미국의소리(VOA)가 23일 전했다. 미국은 이날 B1B 전략폭격기 2대와 KC135R 공중급유기 1대를 괌 앤더슨 공군기지에서 남중국해 상공으로 출격시켰다. 중러는 최근 들어 한미·미일 연합훈련 전후로 군용기를 KADIZ와 일본방공식별구역(JADIZ)에 진입시키며 한미일 삼국을 동시 압박해 왔다. 이에 동맹 중시를 표방한 바이든 정부가 한미일 공조를 강화하려 한다면 중러가 삼국을 겨냥해 군사적 행동을 늘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장은 “중국은 한국이 반중 전선에 참여하지 않는 한 한국과 대립하려 하지 않겠지만 이번 KADIZ 진입처럼 미국에 경도되지 말라는 경고의 메시지는 던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중 외교차관은 23일 화상회의를 하고 중국 군용기의 KADIZ 진입 등 상호 민감하게 여겨질 수 있는 사안에 대해 긴밀한 소통을 지속하기로 했다. 외교부는 전날 중국 측에 유감을 표명하고 재발 방지를 촉구한 바 있다. 문제는 북한이다. 바이든 정부가 북한에 유화적으로 나온다면 북한은 미국과 비핵화 협상을 재개하며 중러와의 관계는 현상 유지 수준에서 관리하려 하겠지만, 바이든 정부가 강경한 태도를 취한다면 중러와 밀착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은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미국이 협상할 만한 상대인지 관망하다가 미국과 관계 개선에 나설지, 중러와 전략적 제휴를 강화할지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KADIZ 진입하며 밀착 과시한 중러… 한미일 vs 북중러 구도 형성되나

    KADIZ 진입하며 밀착 과시한 중러… 한미일 vs 북중러 구도 형성되나

    중국과 러시아가 지난 22일 군용기 총 19대를 무더기로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에 진입시키며 연합훈련을 하는 등 군사적으로 더욱 밀착하는 모습이다. 내년 1월 출범할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에서도 미중 갈등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동북아에서 한미일과 북중러가 대립하는 신냉전 구도가 강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중국과 러시아 국방부는 22일 양국 공군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제2차 연합 공중 전략 훈련을 했다며 제3자를 겨냥한 훈련이 아니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훈련은 미국을 견제하기 위한 포석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이 이달 들어 한반도와 남중국해 상공에 수차례 정찰기를 띄우고, 동해 상공에 B1B 랜서 전략폭격기를 출격시켜 일본과 연합훈련을 한 데 따라 중러가 대응에 나섰다는 것이다. 중러 외교장관은 같은 날 전화통화에서 한목소리로 미국을 비난하고 전략적 협력을 강조했다. 중러 군용기의 KADIZ 진입에 대해 미국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미국은 최근의 도발적 공군 훈련에 대해 우리의 동맹인 한국의 우려를 강력히 지지한다”고 밝혔다고 미국의소리(VOA)가 23일 전했다. 미국은 이날 B1B 전략폭격기 2대와 KC135R 공중급유기 1대를 괌 앤더슨 공군기지에서 남중국해 상공으로 출격시켰다. 중러는 최근 들어 한미·미일 연합훈련 전후로 군용기를 KADIZ와 일본방공식별구역(JADIZ)에 진입시키며 한미일 삼국을 동시 압박해 왔다. 이에 동맹 중시를 표방한 바이든 정부가 한미일 공조를 강화하려 한다면 중러가 삼국을 겨냥해 군사적 행동을 늘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장은 “중국은 한국이 반중 전선에 참여하지 않는 한 한국과 대립하려 하지 않겠지만 이번 KADIZ 진입처럼 미국에 경도되지 말라는 경고의 메시지는 던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중 외교차관은 23일 화상회의를 하고 중국 군용기의 KADIZ 진입 등 상호 민감하게 여겨질 수 있는 사안에 대해 긴밀한 소통을 지속하기로 했다. 외교부는 전날 중국 측에 유감을 표명하고 재발 방지를 촉구한 바 있다. 문제는 북한이다. 바이든 정부가 북한에 유화적으로 나온다면 북한은 미국과 비핵화 협상을 재개하며 중러와의 관계는 현상 유지 수준에서 관리하려 하겠지만, 바이든 정부가 강경한 태도를 취한다면 중러와 밀착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은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미국이 협상할 만한 상대인지 관망하다가 미국과 관계 개선에 나설지, 중러와 전략적 제휴를 강화할지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팩트체크]북·중 국경서 韓 드라마 USB 보내도 처벌? ‘대북전단금지법’ 오해와 사실

    [팩트체크]북·중 국경서 韓 드라마 USB 보내도 처벌? ‘대북전단금지법’ 오해와 사실

    3개월 뒤 대북전단 살포시 ‘3년 징역·벌금 3000만원’ 접경 지역에서의 대북전단 살포와 확성기 방송 등을 금지한 일명 ‘대북전단금지법’(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이 22일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대통령 재가를 거쳐 29일 관보에 게재되면 3개월 뒤 시행된다. 이 법을 위반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미국 의회와 유엔 등에서 표현의 자유에 대한 우려가 잇따르고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내정간섭”이라고 반발하는 가운데 쟁점들을 짚어봤다.북·중 국경 통해 한국드라마 UBS 보내도 처벌? “아니다” 탈북민 출신의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4일 국회에서 이 법이 통과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한 필리버스터 연설에서 “(이 법이) 북한 주민들이 좋아하는 초코파이와 한국 화장품이 북·중 국경을 통해 들어가는 것도 막는다”고 주장했다. 북·중 국경에서 한국 드라마가 담긴 보조기억장치(USB)를 전달해도 처벌받을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사실이 아니다. 그러나 법이 금지한 ‘전단 등’에 선전물·인쇄물·보조기억장치 등의 물품과 금전 또는 재산상의 이익이 들어 있고, ‘살포’ 행위에 ‘단순히 제3국을 거치는 전단 등의 이동을 포함한다’고 명시해 이 같은 오해가 나왔다. 통일부는 “이는 한국에서 살포된 전단이나 물품이 조류나 바람에 의해 제3국을 거쳐 북한에 들어가는 경우 규제할 수 있다는 뜻”이라며 “제3국에서 발생한 전단 및 물품 전달은 그 나라 법이 적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법 시행 전에 ‘전단 등 살포 규정 해석지침’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헌법상 ‘표현의 자유’ 침해? “공공복리 위해 제한 가능” 표현의 자유는 헌법이 보장한 개인의 기본권인 만큼 이를 법률로 제한한 것은 쟁점의 여지가 있다.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한변) 등 27개 시민단체는 이 법이 공포되면 곧바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및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미국 정치권 일각에서도 크리스 스미스 하원의원(공화당) 등이 공개 성명을 내며 우려를 표명했다. 다만 헌법에서도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법률로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무법인 이공의 양홍석 변호사는 “접경지역에서의 적대 행위는 여러 가지 충돌을 유발할 수 있고, 대북전단에서의 표현의 자유도 우리나라 영내 사람들이 아니라 북한 주민들을 상대로 하는 것이어서 현실적 위협이 존재하면 제한할 수 있다”고 말했다.北 대남전단 살포해도 속수무책? “법 효력 정지 가능” 반대로 북한이 남측을 향해 전단지를 살포할 경우 우리 측 대응 수단은 없는 것일까. 이 경우엔 대통령이 정할 수 있다. 남북관계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하거나 질서유지,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대통령은 남북합의서의 효력을 정지할 수 있다. 이 경우 대북전단 살포와 관련한 처벌 조항 역시 적용되지 않는다. 국제사회 관심...냉전시기 유럽도 ‘풍선전단’ 금지 한편 미국 정치권에서는 크리스 스미스 하원의원(공화당) 등이 공개 성명을 내는 등 북한 인권 및 표현의 자유를 두고 국제사회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미 의회가 대북전단금지법과 관련해 청문회까지 진행할 경우 외교적 문제로 비화할 가능성까지 나온다. 미 국무부는 법에 대한 직접적인 반대 입장을 드러내진 않았지만 국내 언론과의 질의 답변에서 북한으로의 자유로운 정보 유입이 계속 이뤄져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앞서 토마스 오헤아 킨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이 법안의 재검토 필요성을 언급하자 곧바로 “유감”을 표명하는 등 다소 감정적 대응도 있었던 정부는 국제사회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한 설득 작업에 나섰다. 통일부는 지난 17일 50여개국 주한 공관에 A4용지 두쪽 분량의 설명 자료를 배포했으며, 외교부는 미국 인권단체들의 우려가 제3국에서의 활동까지 규제한다는 오해에서 비롯됐다고 보고 이 부분을 중점 설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국경을 넘나드는 전단 규제와 관련한 해외 사례는 없을까. 1950~1960년대 냉전시기 유럽에서도 ‘풍선전단’으로 인한 비행 사고 등 주민 안전에 대한 위협과 국제 분쟁이 심화되자 허가 없이 풍선전단을 띄울 수 없도록 금지했다.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푸틴에게 나발니 독살하려 했냐 묻자 “우리가 했으면 끝냈을 것”

    푸틴에게 나발니 독살하려 했냐 묻자 “우리가 했으면 끝냈을 것”

    “(우리가) 그를 독살하려고 했으면 임무를 완수했을 것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7일(이하 현지시간) 화상으로 진행된 송년 기자회견 도중 내뱉은 말이라고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가 전했다. 물론 농담으로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정보기관 KGB 출신인 그가 국가 지도자로서 이런 끔찍한 말을 내뱉을 수 있는지 고개가 가로저어진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모스크바 관저를 떠나 소치 휴양지에서 지내고 있는 그는 4시간 30분이나 이어진 회견 내내 러시아 야권 지도자 가운데 그나마 대적할 만한 인물로 손꼽히는 알렉세이 나발니를 독살하려 했느냐는 취재진의 잇단 질문에 짜증난다는 반응을 보이며 나발니는 자신이 제1 타깃으로 삼을 만큼 “충분히 중요하지 않다”고 답했다. 지난 14일 미국 CNN은 영국 탐사보도 전문매체 ‘벨링캣(Bellingcat)’, 더인사이더, 독일 더슈피겔 등과 함께 각종 통화와 여행 기록, 서류 등을 공동 취재한 결과 지난 8월 나발니 독살 시도에 관여한 것으로 보이는 FSB 특수요원들의 신원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최소 8명으로 확인된 정보요원들이 한팀을 이뤄 나발니를 미행하고 독살을 시도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나발니는 지난 8월 국내선 항공편으로 시베리아 톰스크에서 모스크바로 이동하던 중 기내에서 갑자기 독극물 중독 증세를 보이다가 의식을 잃고 쓰러져 혼수상태에 빠졌다. 그는 옴스크 병원에 옮겨져 치료를 받고 사흘 뒤 독일 베를린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의식을 회복했으나 퇴원 후에도 현지에 계속 머물며 재활치료를 받고 있다. 독일, 프랑스, 스웨덴 연구소들은 나발니가 옛 소련 시절 개발된 신경작용제인 ‘노비촉’ 계열 독극물에 중독됐다고 발표했으나 러시아는 부인하고 있다. 아울러 러시아 수사당국은 근거 부족을 이유로 아직 나발니 중독 사건과 관련한 공식 수사를 개시하지 않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벨링캣 등의 특종 보도에 대해 자신의 위상을 깎아내리려고 계획된 일이라고 격하했다. “난 곧바로 그가 이 나라를 떠나 치료를 받게 한 사람”이라고 공치사를 했다. 그는 언제나 정적들 이름을 밝히지 않기로 유명한데 이날도 “베를린 환자”라고 했다. 이어 러시아 정부나 당국이 진상을 조사할 수 있도록 정보가 있는 사람들은 제발 정보를 넘겨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회견 내내 대부분은 말랑말랑한 문답들이었다. 3시간쯤 됐을 때 영국 BBC의 스티븐 로젠버그 특파원이 기자가 유창한 러시아어로 푸틴 대통령이 20년이나 집권했는데 이렇게 신냉전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서방과의 관계가 나빠진 것에 대해 조금이라도 책임을 느끼지 않느냐고 질문했다. “푸틴 대통령의 의도가 오해되는 건가? 그의 러시아는 크림반도를 합병하고 살즈베리 노비촉 독살 사건 같은 일을 저질렀다. 그런데도 그냥 덩치 큰 하얗고 보송보송한(white and fluffy) 토끼란 말인가?” 푸틴의 답은 “너네랑 비교해보라. 그래. 우리는 하얗고 보송보송해. 북대서양 조약기구(NATO)는 동쪽으로 확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하지만 너네는 그랬지. 누가 하얗고 보송보송하고, 누가 성마르고 공격적인 거야?”란 것이었다. 로젠버그는 “지금 나에게 물은 거냐? 이건 회견이고 기자가 질문하고 대통령이 답하는 거다”라고 대꾸했고, 푸틴 대통령은 “그래? 그럼 미안”이라고 말해 수습됐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원더우먼 1984, 우리 내면의 영웅 끌어내 더 나은 세상 만드는 인물”

    “원더우먼 1984, 우리 내면의 영웅 끌어내 더 나은 세상 만드는 인물”

    여성 ‘히어로’의 상징과도 같은 ‘원더우먼’이 3년여 만에 한층 화려해진 ‘원더우먼 1984’로 돌아왔다. 오는 23일 개봉을 앞두고 연출을 맡은 패티 젠킨슨 감독은 원더우먼에 대해 “오래전부터 존재했지만, 미래 지향적이고 내면의 영웅을 끄집어 내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인물”로 규정했다. 18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원더우먼 1984’ 기자간담회에서 젠킨스 감독과 주연 배우 갤 가돗은 인간애를 지난 원더우먼 캐릭터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갤 가돗·크리스 파인 커플 전편에 이어 다시 뭉쳐 영화는 미국과 소련의 냉전이 한창이던 1984년을 배경으로 원더우먼의 새로운 활약을 그린다. 갤 가돗 외에 크리스 파인, 크리스틴 위그, 페트로 파스탈이 출연했다. 원더우먼 역의 갤 가돗과 스티브 트레버 역의 크리스 파인은 전편에 이어 함께했다. 크리스틴 위그와 페트로 파스칼은 강력한 빌런 치타와 맥스 로드 역으로 등장했다. 원더우먼과 치타 두 명의 여성 캐릭터가 맞붙는 액션이 화려하다. 당초 올해 상반기 개봉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로 여러 차례 개봉을 연기했고 국내에선 오는 23일 극장에서 개봉한다. 우선 2017년 개봉한 ‘원더우먼’ 이후 약 3년 만에 신작을 선보이게 된 소감에 대해 젠킨스 감독은 “매우 좋았고, 제가 가장 편안하게 생각하는 촬영장이 된 것 같다”면서 “동료들과 많이 친해졌고, 스태프들과도 관계가 좋아 고향으로 돌아간 기분”이라고 말했다. 가돗도 “이 영화를 만들 때 스케일도 광대하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면서 “오랜 기간 매일매일 만나면서 함께 작업하기 때문에 (원더우먼의) 가족이 더 단단해졌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가돗은 “원더우먼은 그 무엇보다 굉장히 특별하며 내 인생을 바꿔놨다”면서 “처음 캐스팅됐을 때는 아마존의 전사이자 신인 이 공주님을 어떻게 사람들에게 공감 가는 캐릭터로 만들 수 있을지 고민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첫 번째 영화에서 이제 막 세상에 나왔던 원더우먼은 이번 편에서 더 성숙해졌고, 인간의 복잡성도 잘 이해하게 됐다”며 “(이번 편에서) 완벽하지 않고, 불안해하고, 연약한 원더우먼의 감정적인 부분을 연기했다는 점이 보람됐다”고 강조했다.●“슈퍼히어로가 악을 처단하면 선이 이긴다는 신념을 벗어나야” 이번 영화는 전편에 비해 스케일 자체도 커졌지만, 1980년대를 발랄하게 구현하고, 원더우먼이 두 빌런에 맞서 싸우는 화려한 액션 장면으로 볼거리를 제공한다. 기존 히어로무비와의 차별점에 대해 젠킨슨 감독은 “원더우먼은 아주 오래전부터 있었던 캐릭터이지만 미래의 캐릭터라는 게 좋았다”면서 “이제는 슈퍼히어로가 악을 처단하면 선이 이긴다는 신념을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훨씬 복잡한 구조가 현실에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원더우먼은 영웅이지만 우리들의 가슴에 있는 영웅을 끄집어내는 인물이며, 세상을 더 나은 공간으로 이끄는 인물이길 바랐다”면서 “이것이 우리가 추구하는 미래”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영화’라는 평이 있는데 그런 말을 들으면 너무나 기쁘다. 영화를 촬영하면서 지금 이 시대에 어울리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서 노력했다”며 “물론 코로나19 팬데믹이 없었다면 좋았겠지만 그로 인해 다른 시각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올해 참 힘든 한해였는데 영화가 조금이라도 즐거움을 드릴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풍요로운 1980년대 배경으로…CG 최대한 적게 쓰는 것 중시” 가돗은 감정을 지닌 히어로라는 점에 끌렸다고 한다. 그는 “원더우먼은 아마존의 전사이자 신인데 이러한 공주님을 어떻게 공감가는 캐릭터로 구현할까 고민했다”며 “완벽하지 않고 고민하고 연약하다. 무언가를 찾고 의구심이 들 때 보람을 찾는다. 이러한 순간들이야말로 (이 영화의) 가장 흥미로운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1984년을 시대적 배경으로 택한 이유에 대해 젠킨스 감독은 “각 시대가 시대정신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80년대를 가장 잘 표현한게 1984년 같았다. 80년대는 예술이 융성했고 풍요로웠다”며 “전작이 어두운 시대를 그렸다면, 이번엔 밝고 풍요로운 80년대를 가져와 분위기와 캐릭터를 반전시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강도높은 액션신을 소화한 가돗은 “감독님이 CG를 최대한 적게 쓰는 것을 중시해서 최대한 제가 해야 했다”며 “지상에서도 수중에서도 공중에서도 다 싸웠다. 영화 속 액션신을 보면 나도 놀랍다. 액션신이 독창적이고 새로웠다”고 만족해했다. 젠킨스 감독은 2017년 ‘원더우먼’으로 여성 감독으로서는 최초로 슈퍼히어로 영화를 연출했다. ‘원더우먼’은 여성 감독 최초의 미국 흥행 수익 4억 달러, 전세계 흥행 수익 8억 달러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이런 성공을 바탕으로 이번 편에는 전편의 제작비 1억 5000만 달러에 이어 2억 달러라는 거액의 제작비가 투입됐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초등학생도 아는 민주주의 이치”…정청래, 국민의힘에 한마디

    “초등학생도 아는 민주주의 이치”…정청래, 국민의힘에 한마디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민의힘을 향해 ‘다음 총선에서 다수당이 돼 개정안을 내라’고 15일 조언했다. 국민의힘이 고위공직자수사처법(공수처법) 및 국가정보원법(국정원법) 개정안의 국회 처리를 저지하자 이같이 말했다. 정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입법전쟁을 마치며’라는 제목의 글에서 “민주적 방식에 따라 공수처법 개정안, 국정원법 개정안 등이 표결처리 됐다. 총선에서 한 표라도, 한석이라도 더 얻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는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이어 “국회 표결방법이 다수결이기 때문”이라며 “이번에 통과된 법에 반대한다면 국민의힘은 다음 총선에서 다수당이 되어 개정안을 내면 된다”고 답을 냈다. 그는 “200석 얻은 정당이나 100석을 얻은 정당이나 표결권이 동등하게 주어진다면 굳이 과반수 의석을 얻기 위해 전력 질주를 할 필요가 없다”며 “소수 의견을 존중해야 하지만 소수가 다수의 결정을 막는 권한이 주어진다면 굳이 다수 의석을 확보할 필요가 없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초등학생도 아는 이 민주주의 이치를 입 아프게 설명해야 하는 현실이 서글프다”고 비아냥댔다. 또 정 의원은 “이번 개혁입법의 통과로 검찰, 경찰, 국정원의 권력기관 민주화가 견제와 균형의 토양 위에 우뚝 서길 기대한다. 반공, 수구, 냉전, 독재와 독점을 해체하고 새 시대 새 법치 실현의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며 “총선 때 민주당에 표를 던졌던 국민들께서 민주당에게 돌을 던지기 전에 입법을 마무리하게 돼서 다행”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 의원은 “답답하지만 참고 기다려주신 국민 여러분, 지지자 여러분들께 감사드린다. 이 모든 출발과 결과는 총선 때 민주당을 다수당으로 만들어 주신 국민 여러분 덕분이다”라고 인사했다. “뻔뻔한 XX”에 열 받은 정청래, 야당 의원들과 몸싸움 정 의원은 앞서 이번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 정국에서 국민의힘 의원들과 몸싸움까지 벌인 바 있다. 지난 10일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공수처 반대를 위한 피켓 시위를 벌이던 국민의힘 의원들 쪽에서 민주당 의원들을 향해 “뻔뻔한 XX”라고 욕설을 내뱉자, 본회의장으로 걸어 들어가던 정 의원이 “누가 뻔뻔한 XX래”라고 따지다 정동만 국민의힘 의원과 충돌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정 의원을 끌어안다시피 붙잡아 본회의장으로 이끌었지만, 정 의원은 포기할 수 없다는 듯 빠른 걸음으로 다시 돌아 나왔다. 정 의원은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에게 다가가 “당신이 시킨 거냐”고 거세게 항의했고, 주 원내대표는 “들어가서 얘기하자”고 말렸지만 정 의원은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주변에 있던 다른 국민의힘 의원들도 “당신 뻔뻔한 사람 아니냐”며 거듭 날을 세웠고, 팔을 잡고 몸통을 밀치는 가벼운 몸싸움이 벌어졌다. 김태흠 국민의힘 의원은 주 원내대표에게 다가서는 정 의원을 가로막았고, 배현진 의원도 가세해 정 의원에게 “부끄러운 줄 아시라”며 쏘아붙였다. 일부 의원들이 “감정 싸움할 필요는 없다”며 극구 말렸지만 여야 의원들은 공수처법 개정안 처리를 놓고 “야 OO”, “에이 밥맛”이라는 등의 거친 말을 내뱉었고 이에 긴장감은 고조됐다.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스파이 소설의 거장’ 英작가 존 러카레이 별세

    ‘스파이 소설의 거장’ 英작가 존 러카레이 별세

    스파이 소설의 거장인 영국 작가 존 러카레이가 별세했다고 가디언 등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89세. 유족은 고인이 전날 영국 남서부 콘월의 한 병원에서 폐렴으로 숨졌다고 밝혔다. 옥스퍼드대를 나온 고인은 MI5, MI6과 같은 영국 정보기관에서 활동한 전직 정보요원이다. 본명은 ‘데이비드 존 무어 콘월’이었지만, 첩보 활동 중에 실명으로 작품을 발표할 수 없어 ‘존 러카레이’라는 필명을 사용했다. 고인은 냉전시대의 이중간첩 등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일들을 토대로 소설을 집필해 독자들을 사로잡았다. 그의 대표작으로 서머싯 몸상, 에드거상 등을 휩쓸었던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도 외국 정보를 수집하는 MI6 소속으로 서독 대사관과 영사관에서 활동한 시기에 집필한 작품이었다. 영국 작가인 그레이엄 그린이 “내가 읽은 첩보 소설 중 최고”라고 극찬한 이 작품 외에도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스마일리의 사람들’, ‘스파이의 유산’ 등 20여편의 소설을 남겼다.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가 출간 다음해인 1964년 영화로 제작되는 등 그의 작품은 영화나 드라마로도 만들어져 큰 사랑을 받기도 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냉전시대 규정한 첩보물 작가 존 르 카레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냉전시대 규정한 첩보물 작가 존 르 카레

    냉전 시대 첩보물의 대가인 영국 작가 존 르 카레가 폐렴을 앓다 12일(현지시간) 89세를 일기로 눈을 감았다고 판권 대리인이 전했다. ‘땜장이, 재봉사, 군인, 스파이(Tinker, Tailor, Soldier, Spy)’로 유명한 고인은 “영국 문학의 거인으로 단연 오똑하고 냉전 시대를 규정하고 두려움없이 진실이 힘을 가짐을 말해왔다”고 커티슨 브라운 그룹의 최고경영자(CEO) 조니 겔러가 돌아봤다고 영국 BBC가 다음날 전했다. 잉글랜드 남서부 콘월 자택에서 사망했다. 15년 가까이 고인과 인연을 맺었다는 겔러는 “다시는 그와 같은 사람을 보지 못할 것”이라면서 “책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과 인간의 조건에 대해 관심있는 모두가 그의 죽음을 안타까워할 것이며 영국 문학의 위대한 표상, 위트 넘치고 친절하며 인간적이고 똑독한 사람을 잃었다. 난 친구이자 멘토, 영감을 잃었다”고 애석해 했다. 냉전이란 말을 만든 사람은 미국 언론인 월터 리프먼이지만 냉전 시대의 분위기를 실감나게 소설과 스크린으로 옮긴 이는 고인이었다. 본명이 데이비드 존 무어 콘웰인 그는 늘 빚에 쪼들리고 보험사기로 교도소까지 다녀온 부친에 대한 불만을 품고 어린 시절을 보냈다. 아버지가 종종 자취를 감춘 것은 영국 첩보활동을 하느라 그런 것이라는 내용의 습작을 다섯 살 때 썼을 정도로 소설을 쓰고 싶어했다. 스위스 베른대학에서 유럽어학을 수학한 뒤 옥스퍼드 링컨 칼리지에서 학위를 따고 이튼 칼리지에서 2년 동안 독일어를 가르쳤다. 1959년 영국 외무부로 자리를 옮겨 5년 동안 근무했다. 독일 본 주재 영국 대사관의 제2 서기관. 함부르크의 정치 영사 일을 하다 해외정보 담당 영국 정보부 MI6로 옮겼는데 1961년 요원의 신분을 유지하며 첫 소설 ‘죽은 자에게 걸려온 전화(Call For The Dead)’를 발표했다. 비밀요원으로서의 경력은 킴 필비 사건으로 막을 내렸는데 필비가 옛 소련과 영국의 이중스파이로 KGB에 영국 요원들의 신분을 노출시켰는데 그의 이름도 포함됐기 때문이었다. 1954년 앨리슨 앤 베로니카 샤프와 결혼, 세 아들을 낳았으나 1971년 이혼했다. 이듬해 편집자 출신 밸러리 제인 유스터스와 재혼, 아들 니컬러스를 뒀는데 니컬러스는 나중에 닉 하커웨이라는 필명으로 책을 썼다. 냉전 시대 독일을 무대로 이중간첩을 소재로 한 세 번째 소설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가 세계적으로 성공을 거두면서 전업 작가의 길에 들어섰다. 이 작품은 1963년 출간됐고, 2년 뒤 영화로 만들어졌다. 그 뒤 르 카레는 시대를 반영한 걸출한 스파이 소설들을 발표하며 스파이 스릴러를 쓰면서도 본격 작가로 대우받는 전범을 보여줬다. 누구보다 예민한 감각으로 냉전기의 시대 상황을 묘사하는 데 뛰어나다는 평가를 들었다. ‘거울전쟁(Looking Glass War, 1965)’과 ‘독일의 작은 도시(A Small Town in Germany, 1968)’를 내놓았다. 3부작의 첫 편 ‘땜장이, 재봉사, 군인, 스파이, 1974)’에 작가가 만들어낸 캐릭터 가운데 가장 매력적인 조지 스마일리가 등장하는데 약삭빠르지만 겸손해 잘 나서지 않는 정보원이다. 소련 첩보원 우두머리인 카를라와 겨루는데 ‘명예로운 남학생(The Honourable Schoolboy, 1977)’, 스마일리가 카를라를 서방으로 돌아서게 만드는 ‘스마일리의 사람들(Smiley‘s People, 1980)’로 이어진다. 영화에서 스마일리 역할은 알렉 기네스 몫이었다. 1983년 ‘북치는 어린 소녀(The Little Drummer Girl)’는 이스라엘 첩보부 모사드와 팔레스타인 테러리스트의 싸움을 그리고, 1986년에는 ‘완벽한 스파이(A Perfect Spy)’를 내놓았다. 말년에도 꾸준히 작품활동을 이어가 ‘나이트 매니저’ 등 25편의 작품을 남겼는데 대략 40개국 언어로 번역됐다. 2000년 영국 일간 타임스 인터뷰를 통해 독일 베를린에 파견돼 영국의 스파이 역할을 한 경험이 일부 작품을 집필할 때 도움을 줬다고 털어놓았다. 2003년에는 같은 매체를 통해 이라크 전쟁을 반대하며 토니 블레어 당시 영국 총리와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을 강력히 비판하는 칼럼을 발표해 화제를 일으키기도 했다.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를 비롯해 ‘러시아 하우스’, ‘테일러 오브 파나마’, ‘콘스탄트 가드너’ 등 10개 작품 정도가 영화로 만들어졌다. 타이프라이터를 쓰지 않고 오로지 손글씨로 작품을 써내려가는 것으로 유명하며 도시에서의 생활은 사흘이 한계라고 할 정도로 전원생활을 즐겼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김태년 “금도 넘은 국민의힘, 시대의 부적응자들”

    김태년 “금도 넘은 국민의힘, 시대의 부적응자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1일 국민의힘을 향해 “총선에서 참패한 야당이 극우단체와 짝지어 대통령 퇴진 운운하는 것은 총선불복 행위”라고 비판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공당인 제1야당이 극단적 막말과 대결정치로 정국불안을 부추기는 행태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김 원내대표의 이 같은 비판은 전날 국민의힘이 그동안 거리를 뒀던 보수계열 사회단체들과 ‘폭정종식 민주쟁취 비상시국연대’를 출범시킨 것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일방처리 등 상황에서 벼랑에 몰리자 문재인 정권 조기퇴진을 주장하며 범보수진영 정당·사회단체들과 손잡았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직함을 생략한 채 “문재인과 민주당 정권의 대한민국 헌정 파괴와 전체주의 독재국가 전환 시도가 점점 더 극성을 더해가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이 금도를 넘는 국민 분열의 정치공세로 수구냉전보수의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며 “엄중한 코로나 국난상황에서 힘을 보태기는커녕 무차별적인 정치공세로 대통령을 흔드는 것은 나라를 혼돈으로 몰아가는 무책임한 분열의 선동정치”고라 지적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어 “야당이 독재라고 외치는 문재인 정부는 민주주의지수, 세계언론자유지수에서 아시아 1위 국가로 평가받고 있다”며 “반문연대라는 미명 아래 모여 분열과 증오의 정치를 선동하며 국격을 훼손하는 정치인들은 시대의 부적응자들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김 원내대표는 그러면서 “지금 야당에 필요한 것은 반성과 성찰을 통해 분열과 증오의 정치를 접고 건전한 대안야당으로 거듭나는 것”이라며 “민생현장에서 코로나 국난극복과 미래 대전환을 함께 토의할 합리적 보수야당을 하루 빨리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더 자세한 이야기는 영상을 통해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정세균 “김대중 대통령은 내 아버지…그리움 사무쳐”

    정세균 “김대중 대통령은 내 아버지…그리움 사무쳐”

    김대중 대통령 노벨평화상 수상 20주년“늘 국민이 먼저, 그 정신 이어받겠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10일 김대중 전 대통령을 ‘아버지’라고 지칭하며 그리움을 표했다. 정 총리는 이날 김대중 전 대통령 노벨평화상 수상 20주년을 기념해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김대중 대통령님은 오늘의 저를 있게 하신 정치적 탯줄이자 아버지”라며 “25년 전 저에게 내미신 손이 지금의 정세균을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 총리는 “오늘따라 대통령님이 사무치게 보고 싶다”며 “늘 그러셨듯 환한 웃음으로 손잡아주시며 등 두드려 주실 것만 같다”고 말했다. 정 총리는 “2000년 12월 10일, 대통령님께서 우리나라 역사상 처음으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하던 그 날의 감동과 기쁨이 지금도 생생하다”며 “오슬로 시청 메인 홀은 햇볕 정책을 상징하는 노란 꽃들이 가득했다”고 회상했다. 아울러 “우리 교민들은 아리랑을 부르며 축하의 행진을 벌이고 전 세계에서 온 수많은 인사는 기립박수를 쳤다”며 “대통령님의 노벨평화상 수상은 진정 세계인 모두의 잔치였다”고 주장했다. 특히 정 총리는 “대통령님께서는 한평생 민주주의를 위해 살아오셨다. 당신의 목숨을 빼앗으려던 정적마저 용서하시고 냉전으로 전쟁의 기운이 감돌던 한반도에 평화의 씨앗을 심으셨다”고 김 전 대통령을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는 “대통령님은 자신을 녹여 민주주의의 첫 물방울을 만드셨습니다. 냉전의 얼음벽을 녹여 한반도 평화의 물방울을 만드셨습니다. 지역 차별과 증오, 이념 갈등의 엄혹함을 녹여 용서의 물방울을 만드셨습니다. 대통령께서 만드신 물방울이 모여 민주주의의 물꼬를 트고 마침내는 민주주의와 평화가 강물처럼 흐르는 대한민국을 만들 것입니다”라고 강조했다.정 총리는 “지난 20년 동안 우리는 김대중 대통령께서 만드신 남북 화합의 강물에 평화의 배를 띄우고 있다”며 “비록 지금 남북평화와 비핵화 대화의 시계가 잠시 멈춰 섰지만, 전쟁 없는 평화 한반도를 향한 우리의 항해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고도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정 총리는 “지금 많은 국민께서 코로나19와 혼탁한 정치에 힘겨워하고 있는데 이럴 때일수록 김대중 대통령님의 지혜로운 말씀이 간절히 필요하다. 김대중 대통령님은 늘 국민이 먼저였고 대통령님께 국민은 난관을 함께 이겨내는 동지였다. 그 정신을 이어받겠다”며 “국민 여러분께서 함께해 주시면 대한민국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도 반드시 이겨낼 것”이라고 역설했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문정인 “미중 대립 시 중국보다는 한미동맹에 관심 둬야”

    문정인 “미중 대립 시 중국보다는 한미동맹에 관심 둬야”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가 미중 대립 국면에선 전략적 파트너인 중국보다는 한미동맹에 더 관심을 둬야 한다고 10일 강조했다. 문정인 특보는 이날 연세대 백양누리 그랜드볼룸에서 개최된 ‘2020 한반도 평화정책 국제심포지엄’에서 미중 간 대립이 한국의 교역·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묻는 사회자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그는 “(미중 대립 시) 한국은 어려운 입장이 될 것”이라며 “미국은 한국의 유일한 동맹이라고 말할 수 있고, 중국은 전략적인 협력관계를 갖고 있어 중국도 필요하고 미국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전략적 파트너보다는 한미동맹에 대해 좀 더 관심을 둬야 할 것”이라며 “우리가 원하는 시나리오는 미국과 중국이 신냉전의 적대적 관계를 피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분노’ 안철수 “‘野 무력화’ 공수처법 만행, 朴탄핵보다 더 불행한 날”(종합)

    ‘분노’ 안철수 “‘野 무력화’ 공수처법 만행, 朴탄핵보다 더 불행한 날”(종합)

    安 “독재 불복종 강력 투쟁 총대 메겠다”“거꾸로 돌린 역사 수레바퀴에 압사할 것”“10월 유신같은 장기집권 꿈 꿔”“권력의 애완견 된 공수처가 영원히 지켜줄 수 있다 생각하나”“법치 유린, 민주주의 파괴, 국민 배신 대가 톡톡히 치르도록 내가 총대 멜 것”김태년 “공수처가 시대 요청·필연적 개혁”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야당의 거부권을 무력화시키는 내용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공수처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표결이 예정된 10일 “4년 전 대통령 탄핵 때보다 더 불행한 날로 기록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안 대표는 “의회민주주의 정신을 휴짓조각으로 만드는 만행”이라며 “야권은 스스로 혁신을 바탕으로 독재정권에 대한 불복종과 강력한 투쟁을 할 수밖에 없다. 그 총대를 메겠다”고 선언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공수처는 시대 요청에 따른 필연적 개혁”이라며 국회 본회의 강행 처리 의지를 재확인했다. “박근혜 탄핵 때보다 더 불행한 날”“의회민주주의 정신 휴짓조각 만들어” 안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문재인 정권은 권력기관의 장악과 야당의 무력화를 통해 10월 유신 같은 장기집권을 꿈꾸고 있다. 87년 이후 가장 심각하게 민주주의가 훼손된 날”이라며 이렇게 밝혔다. 안 대표는 여당이 말을 뒤집어 야당의 거부권을 무력화하는 법 개정에 대해 “현 정권은 거짓말의 화신”이라면서 “권력의 애완견이 된 공수처와 한 줌도 안 되는 정치 검사들이 당신들을 영원히 지켜줄 수 있다고 생각하나”라고 쏘아붙였다.“역사 수레바퀴 거꾸로 돌리는 자, 그 수레바퀴 깔려 압사할 운명 맞을 것” 국회는 이날 오후 2시 본회의를 열고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의 의결정족수를 현재 6명 이상(총 7인)의 찬성을 3분의 2(5명 이상)로 바꾸며 야당 추천위원의 비토권을 무력화한 공수처법 개정안을 처리한다. 안 대표는 “권불십년, 화무십일홍이라고 했다”며 “역사의 법정에서 민심의 심판이 내려질 날이 머지 않은데, 당신들은 남은 1년 반 동안 무능력과 위선 외에 무엇을 더 보여줄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리려는 자는 결국 그 수레바퀴에 깔려 압사할 운명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며 “법치를 유린하고,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나라다운 나라를 바랐던 국민들을 배신한 대가를 톡톡히 치르도록 하는 데 저 안철수가 총대를 메겠다”고 말했다.국회 공수처법 오늘 표결…野 필리버스터 국회는 새 임시국회 회기 첫날인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개정안을 표결한다.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에서 야당의 ‘비토권’을 무력화하는 내용의 공수처법 개정안은 전날 본회의에서 상정됐고, 정기국회 회기가 끝나는 밤 12시까지 국민의힘의 신청으로 필리버스터(의사진행방해)가 진행됐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공수처법이 통과되면 곧이어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을 경찰로 이관하는 내용의 국정원법 개정안을 상정해 의결을 시도할 방침이다. 국민의힘은 재차 필리버스터를 통해 저지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 경우 민주당은 진보정당과 무소속 의석의 협조를 얻어 5분의3(180석) 요건을 채워 무제한 토론을 24시간 만에 종결시키고 11일 표결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김태년 “공수처가 시대적 가치 만들 것”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오늘 공수처법을 처리하게 된다. 지난 1년간 숱한 진통과 저항이 있었던 공수처법이 오늘 또 하나의 관문을 통과한다”면서 “최고의 공정성과 균형으로 청렴 사회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개혁은 험난한 과정의 연속이지만 멈출 수 없다. 시대 요청에 따른 필연적 개혁”이라며 “공수처는 권력기관 개혁 그 이상의 시대적 가치를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이 국정원법 개정안과 대북 전단 살포 금지법 등에 대해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신청한 것에 대해선 “막는 이유를 알 수 없다”며 “지금이라도 냉전보수와 절벽보수에서 벗어나 개혁과 평화의 길에 동참하라”고 촉구했다.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책꽂이]

    [책꽂이]

    대한민국 인사혁명(이창길 지음, 나무와숲 펴냄) 한국 인사 현실에 대한 진단과 대안.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인 저자는 1945년 해방 이후부터 시작된 계급과 경력 중심의 인사 체계는 지금도 잔존한다고 말한다. 이들이 조직의 명령에 묵묵히 복종하는 조직인이 아니라 건강한 교양과 정신을 갖춘 조직시민이 돼야 한다고 밝힌다. 320쪽. 1만 8000원.안타고니즘(지상현 지음, 다돌책방 펴냄) 길항작용을 뜻하는 안타고니즘으로 한국과 중국, 일본의 문화심리학을 분석했다. 한중일의 미술품, 건축물, 옷과 장신구, 축제, 문화현상을 언급하며 문화와 문화를 만드는 공동체의 심리, 역사와 사회는 서로 밀고 당김으로써 만들어졌다고 주장한다. 360쪽. 6만 5000원.두렵고 황홀한 역사(바트 어만 지음, 허형은 옮김, 갈라파고스 펴냄) 소크라테스와 플라톤, 아우구스티누스를 거쳐 사후 세계의 역사를 조명한 저작. 초기 기독교 역사를 연구해 온 저자는 기독교도 대부분이 믿는 ‘천국과 지옥’이라는 사후 세계관이 성서에 기반한 개념이 아님을 논증한다. 서로 경합하는 다양한 사후 세계관 관점들은 사회, 문화, 정치적 필요에 따라 채택돼 왔다. 464쪽. 2만 1000원.감염병과 사회(프랭크 M 스노든 지음, 이미경 옮김, 문학사상 펴냄) 감염병과 사회 변화와의 연관성을 두루 살펴본 탐구서. 페스트 시대부터 오늘날까지 질병이 의학과 공중보건에 영향을 미친 과정과 예술과 종교, 지성사, 전쟁에 변화를 가한 과정도 설명한다. 한국어판 머리말에는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이야기도 추가로 다뤘다. 856쪽. 2만 7000원.능력주의와 불평등(홍세화 지음, 교육공동체벗 펴냄) 한국 사회를 지배하는 능력주의를 분석했다. 저자는 입시 경쟁 교육, 학력·학벌 차별, 노동 통제와 양극화, 엘리트 특권 의식 등의 근간에는 능력주의 체제와 이데올로기가 있다고 말한다. ‘개인의 능력에 따라 차별하는 것이 공정하다’는 능력주의의 논리와 작동 방식, 해악을 다양한 각도에서 짚었다. 228쪽. 1만 4000원.코끼리에게 말을 거는 법(공상철 지음, 돌베개 펴냄) 코로나19 이후 신냉전 시대의 중국을 톺아본 저작. 숭실대 중어중문학과 교수인 저자는 중국의 금융자본주의 체제 진입은 필연적이며,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로 압축될 신냉전 시대에 중국을 정확히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300쪽. 1만 6000원.
  • [고든 정의 TECH+] 러시아의 CPU 자력갱생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고든 정의 TECH+] 러시아의 CPU 자력갱생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냉전 시절 구소련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 세력에 맞서기 위해 과학기술 개발에 온 힘을 쏟았습니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IT 분야에서는 서방측을 따라잡기는커녕 자꾸만 격차가 벌어졌습니다. 중앙집권적 관료들의 지배를 받는 구소련의 IT 기구들은 자유로운 연구와 창업이 보장된 서방의 IT 혁신을 따라잡을 수 없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구소련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해결책은 서방의 기술을 복제해 CPU를 만드는 것입니다. 구소련의 과학자들은 역설계 기술을 통해 인텔, IBM 등 서방 제조사의 CPU를 복제한 해적판 CPU를 만들었습니다. 물론 소프트웨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구소련이 붕괴되고 라이선스 없이 마음대로 서방측 기술을 사용할 수 없게 되자 새로운 대안이 필요했습니다. 1992년 모스크바 물리기술 대학의 스핀 오프 기업으로 설립된 MCST(Moscow Center of SPARC Technologies)는 이름처럼 미국 IT 기업인 Sun(나중에 오라클에 인수)이 개발한 SPARC 계열 CPU를 연구하고 개발하기 위해 설립됐습니다. 하지만 이 회사는 또 다른 서방측 프로세서 기술에도 주목했습니다. 바로 VLIW(Very long instruction word) 기반 아키텍처입니다. VLIW는 동시에 여러 명령어를 처리할 수 있는 기술로 주목받았으나 사실 주류에 해당하는 x86이나 ARM 아키텍처에 밀려 큰 힘을 쓰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특수 목적의 임베디드 프로세서나 일부 GPU에 사용되고 있을 뿐입니다. 그런 VLIW 아키텍처가 러시아에서 부흥한 이유는 서방측의 제재에 맞서 러시아산 x86 호환 프로세서가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MCST가 개발한 엘브루스(Elbrus) CPU는 내부적으로는 VLIW로 돌아가지만 x86 명령어를 번역하는 방법으로 x86 기반 윈도우나 리눅스 운영체제를 구동할 수 있습니다. 이는 일종의 VLIW 방식 CPU였던 인텔 아이테니엄(Itanium)이나 지금은 사라진 저전력 x86 호환 프로세서인 트랜스메타의 크루소(Crusoe)와 같은 방식입니다. 엘브루스 CPU의 최신 버전은 2018년 말 생산을 시작한 엘브루스-8SV(Elbrus-8SV)로 대만 TSMC의 28nm 공정으로 제조한 8코어 CPU입니다. 27.8억개의 트랜지스터를 집적한 나름 큰 프로세서로 4채널 DDR4 2400 메모리와 16MB L3 캐시 메모리, 1.5GHz 클럭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론적 연산 능력은 단정밀도에서 576GFLOPS이지만, x86 명령어를 처리하는 경우 성능이 하락한다는 점을 감안해야 합니다. 실제적인 성능은 서방측 최신 x86 CPU는 물론 ARM 기반 고성능 프로세서에 크게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러시아 입장에서는 서방의 제재에도 x86 호환 CPU를 자체 공급할 수 있다는 사실이 더 중요할 것입니다. 최근 러시아 연방 산업 통상부는 32코어 고성능 엘브루스 CPU를 개발하기 위해 75억 루블(1092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러시아 입장에서는 상당한 거금을 들여 신형 CPU를 개발하는 것으로 2025년까지 현재 서방측 서버 CPU를 넘볼 수 있는 프로세서를 개발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32코어 엘브루스 CPU는 7nm 미세 공정을 사용하며 DDR5 및 PCIe 5.0 같은 최신 기술을 적용할 예정입니다. 계획대로만 된다면 엘브루스 CPU는 미국 이외의 국가에서 제조하는 x86 호환 CPU 가운데 가장 강력한 성능을 지닌 CPU가 될 것입니다. 하지만 러시아가 서방측 제재를 뚫고 순조롭게 차세대 CPU를 개발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가장 큰 문제는 러시아는 자체 반도체 제조 시설이 매우 낙후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엘브루스의 경우 90nm 공정을 사용한 엘브루스 2S 시리즈까지는 어떻게든 러시아 자체 팹을 사용했으나 그 이하 미세 공정을 러시아 내에서 확보할 방법이 없어 결국 TSMC에 위탁 생산을 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7nm 미세 공정은 현재 러시아 사정을 생각할 때 5년이 아니라 10년 후에도 가능할지 의문스러운 수준으로 결국 TSMC 같은 외국 제조사의 힘을 빌려야 합니다. 미국 등 서방측이 이 부분까지 제재할 경우 러시아의 CPU 자력갱생은 상당한 어려움에 처할 것입니다. 물론 DDR5 같은 최신 메모리 역시 한국 등 다른 나라에서 전량 수입해야 하는 처지입니다. 하지만 러시아 입장에서는 하나라도 더 자체 생산하는 편이 안전하기 때문에 32코어 엘브루스 프로세서 개발 계획을 철회하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러시아 역시 서방측이 CPU에 백도어를 숨겨두지 않았을까 걱정하고 있기 때문에 설령 위탁생산을 하더라도 군용 및 정부용 컴퓨터에는 자체 설계 CPU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사실 경제 논리로 생각하면 러시아도 다른 나라처럼 인텔이나 AMD CPU를 사용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입니다. 좁은 러시아 내수 시장을 위해 소량 생산되는 만큼 성능이 낮다고 가격을 낮출 수도 없습니다. 가성비가 낮은 만큼 엘브루스 CPU는 미국제 CPU를 사용할 수 없는 피치 못할 사정이 있고 혹시 러시아가 심었을지도 모르는 백도어가 걱정되지 않는 국가가 아니라면 도입할 가능성도 희박합니다. 수출로 활로를 뚫어 경제성을 확보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이죠. 그러나 경제 논리를 대신할 러시아의 정치적 사정이 있는 만큼 세상에서 가장 기이한 x86 호환 CPU인 엘브루스의 진화는 당분간 계속될 것입니다. 고든 정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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