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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주열 “우크라이나 침공, 경제 블록화…팬데믹 전 저물가 어렵다”

    이주열 “우크라이나 침공, 경제 블록화…팬데믹 전 저물가 어렵다”

    이주열 전 한국은행 총재는 28일 “각국 중앙은행들은 수요를 억제하고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기대심리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앞으로도 정책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 전 총재는 이날 서울 페어몬트 앰배서더 호텔에서 CFA(국제재무분석사) 한국협회 주최로 열린 한국 투자 콘퍼런스를 통해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잇따라 정책금리를 인상하고 최근 국제원자재 가격이 하락하면서 물가상승 압력이 다소 약화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글로벌 인플레이션은 앞으로도 상당 기간 높은 수준을 지속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 같이 예측했다. 다만 “추가 인상 폭과 그 지속 기간은 여건 변화에 따라 유동적으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 과정에서 주식, 채권을 중심으로 주요 자산 가격의 변동성은 더욱 확대될 수 있다”고 했다. 또한 “미·중 패권 경쟁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세계화’라는 탈냉전기의 국제질서가 소위 ‘신냉전’이라는 새로운 질서로 대체되고 있는 모습이다”라며 “세계 경제는 진영별로 블록화돼 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라고 전했다. 이 전 총재는 “기업 입장에서 보면 이 같은 블록화가 일부에게는 새로운 사업 기회가 될 수도 있겠지만, 그동안 글로벌 분업체계 아래에서 향유하던 많은 이점을 잃게 되는 것도 자명하다”며 “진영 간 대결이 격화되고 긴장감이 높아지는 과정에서 지정학적 리스크가 현실화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 우크라이나 사태 등 지정학적 리스크의 전개 양상에 따라 물가 상승세가 다시 가팔라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이 전 총재는 “향후 물가가 다소 안정되더라도 팬데믹 이전의 저물가 추세로 돌아가기는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라며 “현재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높은 인플레이션과 신냉전의 양상은 일시적인 것이 아닌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고착화할 수 있으며 앞으로 오랜 기간에 걸쳐 세계 경제와 국제금융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전 총재는 “이 같은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리스크가 현실화할 때 두려움으로 주저하기보다는 합리적이고 신속하게 대응하는 것”이라며 “사전에 철저하게 준비해 적기에 대응할 때 보다 훌륭한 성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 39년 전 어제는 핵 참화에서 운좋게 살아남은 날, 페트로프 덕분에!

    39년 전 어제는 핵 참화에서 운좋게 살아남은 날, 페트로프 덕분에!

    1983년 9월 26일(이하 현지시간) 스타니슬라프 페트로프(당시 44) 중령은 옛소련이 핵공격을 감지해 조기 경보를 발령하는 일급 비밀시설 세르푸코프-15 벙커에서 밤샘 당직 근무를 하고 있었다. 어쩌면 이날 지구와 인류에 핵 참화가 일어날 수도 있었다. 그런데 페트로프가 당직 사령이어서 참화를 모면할 수 있었다고 말할 수도 있다. 당시 누구도 이를 알지 못한 채 하루를 그냥 넘겼다. 이 사실이 처음 알려진 것은 16년이 지난 1999년 미국 일간 워싱턴 포스트(WP) 보도를 통해서였다. 워낙 널리 알려진 일인데 미국 일간 마이애미 헤럴드가 다시 상세히 소개해 옮긴다. “경보가 울렸다. 위성들은 미국 핵미사일이 날아온다고 파악했던 것이다. 하나 더, 하나 더, 모두 다섯 발의 미사일이 날아오는 것으로 표시됐다.” 즉각 보복 공격을 해야 한다고 상관에게 보고하는 것이 그의 임무였다. 그는 2013년 영국 BBC 뉴스에 “내가 할 일은 전화를 거는 것이었다. 하지만 난 움직일 수조차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미국과 옛소련 모두 냉전시대에는 날아오는 핵미사일을 감지하는 즉시 보복 공격을 가할 수 있도록 조기 경보 네트워크를 운용했다. 요즘 흔히 말하는 상호 확증 파괴(mutually assured destruction) 독트린이다. 보복으로 핵무력을 절멸시키겠다고 약속함으로써 적이 도발하지 못하게 막는 장치란 뜻이다.물론 조기 경보 시스템은 지금도 이용된다. 핵무기 발사를 탐지하고 반응할 수 있도록 레이더와 위성, 컴퓨터와 정교화된 커뮤니케이션을 포함한 조기 경보 시스템은 여전히 작동한다. 예를 들어 북극 일대에는 미국에서 발사된 핵미사일 정보를 수집하는 레이더 망이 조기 경보 회선들과 함께 깔려 있다고 캐나다 CBC 뉴스는 보도했다. 이 망 이름이 캐나다 록그룹 러시의 1984년 앨범 타이틀 곡 제목으로 쓰인 ‘Grace Under Pressure’였다. 지금은 진부한 느낌의 북부 경보 시스템으로 대체됐다. 첨단기술이 동원되긴 했지만 시스템은 늘 실수를 완벽히 거르지 못했다. 페트로프가 근무하던 1983년 가을은 미국과 옛소련의 긴장이 한층 고조됐을 때였다. 같은 달 옛소련 전투기가 대한항공 007편이 영공에 진입했다는 이유로 격추시켰다. 269명의 탑승객과 승무원 전원이 희생됐는데 래리 맥도널드(민주 조지아주) 하원의원 등 미국인 63명이 포함됐다고 AP 통신이 전했다.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 다음으로 냉전 위기가 고조됐던 해라고 미국 CNN은나중에 돌아봤다. 그런 판국에 페트로프의 모니터에 미국 핵미사일이 날아온다고 신호가 뜬 것이다. 그는 믿을 수가 없었다. 미국이 고작 다섯 발의 핵미사일로 싸움을 걸어온다고? 자살 행위라고 그는 생각했다. “사이렌이 울렸다. 몇초 가만히 앉아 있었다. 붉은 빛의 커다란 스크린에 빛이 깜박이며 ‘발사’란 단어가 깜박였다.” 1960년 10월 5일 미군이 주둔하던 그린란드 툴레 기지의 레이더 장비들도 비슷한 오작동이 있었다. 옛소련이 대규모 핵공격에 나섰다고 경보가 울린 것이라고 걱정 많은 과학자 연맹(Union of Concerned Scientists)이 2015년 보고했다. 당시 니키타 흐루쇼프가 유엔 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에 머무르고 있었는데 미국에 핵공격을 퍼붓는다는 것은 말이 안 됐다.그 공격이란 달이 뜨면서 레이더가 오작동을 일으켜 하늘에 온통 미사일인 것으로 보이게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것이 마지막 실수도 아니었다.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 때 미군 군함들이 쿠바로 가는 길을 봉쇄하자 옛소련 잠수함 함장은 전쟁이 시작됐다고 확신해 잠수하면서 핵 어뢰를 거의 발사할 뻔했다고 PBS 방송이 보도했다. 함께 탑승했던 세 장교 가운데 한 명은 찬성했는데 다른 한 명이 완강히 반대해 발사 명령을 철회했는데 만약 쐈더라면 미군 항공기가 격추돼 교전으로 이어질 뻔했다. 1979년에도 미군 사령부 여러 곳의 컴퓨터가 고장을 일으켜 2200기의 소련 탄도미사일이 날아와 몇 분 안에 명중될 것이라고 잘못 경고한 일이 있었다고 국립안보문서보관소가 보고했다. 미국은 레이더와 위성이 잘못된 경보임을 확인하기 전까지 핵무장 전폭기들을 준비했다. 다른 자그마한 결함도 3주 뒤에 눈에 띄었다. 그런데 이제 페트로프가 비슷한 딜레마에 직면했다. “뜨겁게 달궈진 팬 위에 앉아 있는 것 같았다.” 상관들에게 보고하면 “누구도 (보복 공격에) 반대하는 말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해서 그는 전화기와 인터콤을 괜히 만지작거리고 전자지도와 콘솔을 껐다켰다 했다. 나중에 다른 장교가 얌전히 앉아 할 일이나 하라고 소리를 질렀다. 결국 그는 자신이 잘못된 경보라고 확신하는 이 일을 상관들에게 보고하지 않기로 마음 먹었다. “난 강단 있게 즐거운 마음으로 지켜봤다. 사람들이 전쟁을 시작한다면 달랑 다섯 발로 시작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23분을 흘려 보냈고, 미사일은 날아와 때리지 않았다. 그제야 페트로프는 안도할 수 있었다. 그 해 11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소련의 침공을 막기 위해 핵공격 시뮬레이션을 포함해 대규모 합동 훈련인 에이블 아처(Able Archer) 작전을 실행했다고 스미소니언 매거진이 보도했다. 소련 지도자들은 이 훈련이 미국의 핵공격 빌미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두려워했다. 해서 활주로에 핵무장한 항공기들에 연료를 주입한 채 대기시켰다. 아무 일 없이 훈련이 끝나자 소련 군도 긴장을 풀었다. NATO는 에이블 아처 훈련이 정말로 전면적인 핵전쟁을 시작할 때와 얼마나 비슷한지 알아내지 못했다. 소련이 붕괴한 뒤에도 1995년 러시아는 레이더에서 이상 징후가 포착돼 고도의 경계에 들어간 일이 있는데 나중에 북극광(Northern Lights)을 연구하기 위한 노르웨이의 로켓이 발사된 것을 감지한 것으로 판명됐다고 프론트라인은 전했다. 페트로프는 무사히 전역해 모스크바 근교에서 여생을 즐기다 2017년 사망했다. 핵 참화를 피하게 만든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채였다고 미국 NPR은 전했다. 소련군 안에서도 그는 처음에는 잘했다고 칭찬받았지만 나중에 반복 적으로 불려가 추궁 당했다. 경보를 알리지 않았다는 이유가 아니라 당직일지에 잘못 기재했다는 이유로 공식 소환장을 받기도 했다. 나중에 경보가 잘못 뜬 이유로 태양이 구름 위로 솟아오를 때 생긴 빛이 반사돼 미사일 발사로 혼동했다는 것이 조사 결과였다. 30년 뒤 페트로프는 BBC 뉴스에 동료들이라면 그저 임무란 이유만으로 잘못된 경보를 그대로 보고했을 수도 있다고 믿는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도 스스로를 영웅으로 여기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게 내 일이었다. 내가 그날 밤 당직이어서 사람들은 운이 좋았다.” 오늘 우리는 또 기가 막히게 운 좋은 하루를 보내고 있다. 누군가 공언한 선제타격론도 기가 막히게 운 좋은 일들이 쌓이고 쌓여야 기적처럼 성공하는 전략 개념이란 점은 두 말할 나위 없다.
  • [서울광장] 바이든과 ‘날리면’ 사이/문소영 논설위원

    [서울광장] 바이든과 ‘날리면’ 사이/문소영 논설위원

    지난 주말에 ‘듣기평가’ 또는 ‘청력 테스트’에 도전했다. 미국을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1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을 만난 직후 한 발언을 각기 다른 방송사 버전으로 반복해 들었다. “국회에서 이××들이 승인 안 해 주면 ○○○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말하는 장면이다. 지난 22일 이 발언을 가장 먼저 보도한 MBC는 “국회에서 이××들이 승인 안 해 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냐”라고 자막 처리를 했다. 이른바 ‘핫 마이크’(Hot Mic)다. 해외에서 흔한데 대통령이나 정치인 등이 마이크가 켜진 줄 모르고 혼잣말 등으로 누군가를 욕하는 등 속마음을 드러내면 그것이 언론에 보도돼 논란이 되곤 한다. 윤 대통령이 그 경우에 노출된 것이다. ○○○은 헷갈리더라도 ‘이××들’과 ‘쪽팔려서’는 언제나 또렷하게 들렸다. 이 발언은 대통령실에서 별다른 대응이 없었기에 더 빠르게 퍼져 나갔다. 한덕수 총리는 이날 국회에서 “바이든 앞에서 한 말은 아니지 않으냐”며 반박했다. 외신도 ‘한국의 대통령이 미국 의회를 모욕했다’는 헤드라인을 내걸고 보도했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이 공개 해명한 것이 15시간 뒤다. 대응이 늦어도 너무 늦었다. 김 홍보수석은 문제의 그 발언을 다시 들어 달라고 요청하면서 ○○○이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면’이고, ‘국회에서 이××들’은 미국 의회가 아니라 한국의 야당 국회의원, 그러니까 더불어민주당을 지칭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즉 윤 대통령이 한국 민주당 국회의원 ××들이 (글로벌 펀드에 1억 달러 기부하기로 한 것을) ‘날리면’ 쪽팔려서 어떡하냐고 발언했다는 것이다. 미 의회 의원을 모욕해서는 안 되지만 정치적 파트너인 민주당 국회의원 169명을 적으로 돌리는 것은 괜찮다는 것인지 그 해명 그 자체가 참사로 판단됐다. 대통령의 순방 때 일화를 앞세워 국익을 훼손하는 일은 과거 역대 정부에서도 늘 있었다. 아들 부시 대통령은 2001년 김대중 전 대통령을 ‘이 사람’(this man)으로, 2003년 노무현 전 대통령을 ‘쉬운 사람’(easy man)으로 불렀는데, 한국민의 자존심을 상하게 했다며 당시 야당 의원들이 공격했다. 중국 초청을 받아 방문한 문재인 전 대통령이 몇 끼를 ‘혼밥’했는데, 시진핑 주석에게 홀대당했다며 난리였다. 현재 국민의힘이 야당일 때였다. 대통령 순방마다 바뀐 여야가 매번 “외교참사”니, “홀대”니 하면서 공격하면 어떤 대통령도 그 이미지가 훼손되지 않을 재간이 없다. 이런 점에서 국익 앞에서 여야의 신사협정이 필요하다. 신도 실수한다는데, 사람은 누구라도 실수할 수 있다. 그래서 실수보다 그 실수를 처리하는 방식이 더 중요하다. 만약 비속어가 섞인 발언이 보도된 시점에서 윤 대통령이 부적절한 발언이었음을 인정하고 깨끗하게 사과를 했더라면 어땠을까. 말실수 정도로 정리될 수 있지 않았을까. 바이든 대통령은 폭스뉴스 기자에게 혼잣말로 욕설을 하다가 핫마이크 됐는데, 빠르게 사과하면서 일단락이 났다. ‘대한민국의 국운이 꺾였나’ 하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요즘 적지 않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의 창업자 레이 달리오는 저서 ‘변화하는 세계질서‘’에서 네덜란드, 영국, 미국, 중국 등의 흥망성쇠를 다양한 지표로 분석했다. 한국은 이 흥망성쇠 6단계 중 어느 단계에 있을까. 단군 이래 최대의 부를 쌓았다는 주장을 20년 넘게 해오던 한국은 주요 10개국(G10) 언저리에서 정점을 통과하고 하락을 준비하고 있을지 모른다. 일본처럼 G2를 밟아 보지도 못했는데 말이다. 신냉전의 도래로 세계가 재편되는 시점에 한국의 주요 정치경제 리더들은 과연 어떤 생각들을 하고 있을까. 어쩌면 현실이 될 수 있는 ‘비속어 논란 진상조사’는 한국이 현재 처한 복합위기의 해결 순위에서 아주아주 낮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 [마감 후] 외교참사 논란과 체사레 보르자/이재연 정치부 차장

    [마감 후] 외교참사 논란과 체사레 보르자/이재연 정치부 차장

    윤석열 대통령의 첫 유엔총회 순방이 성과는커녕 막말 참사 논란으로 시끄럽다. 집권 첫해의 유엔 외교는 새 정부의 한반도 정책, 국제 평화·번영 및 공적개발원조(ODA) 분야에서의 한국 기여 등을 제안하고, 국익 최전선의 양자·다자 외교 경쟁이 다각도로 노출되는 만큼 정부로선 외교 성과를 앞세우기에도 맞춤한 자리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과 신냉전, 공급망 경쟁, 북한의 제7차 핵실험 가능성 등 그 어느 때보다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안보 환경이 버거운 시점에 윤 대통령의 이번 순방은 내실 여부보다 대통령의 말실수를 둘러싼 여야 정쟁으로 주객이 전도됐다. 역대 대통령들의 유엔 외교를 돌이켜 보면 저마다 기조연설과 양자 외교에 마치 도자기를 빚는 도공처럼 공을 들이고 외교안보 라인이 그림자처럼 수행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4년 유엔총회에서 탈북민 인권문제를 국제사회에 환기했고, ‘전시 여성에 대한 성폭력’을 거론하며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제기했다. 남북 대화에 의지를 보였던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8년 남북·북미 정상회담과 맞물려 “비핵화를 위한 과감한 조치들이 관련국 사이에서 실행되고 종전선언으로 이어질 것을 기대한다”고 연설하는 등 당시 시점에서 한반도 화해협력 기조를 극대화하려 애썼다. 현안을 둘러싼 국내 갈등에서 잠시 거리도 둘 수 있기에 정권 초반의 해외 순방은 지지율의 호재가 되곤 했다. 윤석열 대통령을 보자. 집권한 지 6개월이 채 안 됐고 해외 순방 역시 두 차례가 고작이지만, 순방 직후 국정 수행 지지율이 오히려 하락하는 기현상을 보이고 있다. 유독 해외 순방 때마다 악재가 겹친 건 우연일까. 첫 국제외교 데뷔전이었던 지난 6월 스페인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는 부인 김건희 여사의 민간 수행원이 알려지며 비선 논란이 일었다. 연이은 순방의 악재를 단순히 야당의 공격이나 언론의 경마식 보도 탓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대통령실 외교안보 라인이 어느 때보다 살얼음판을 걷듯 해야 하는 외교 전략을 놓고 목적 달성에 경도돼 행여 정교함을 결여한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정상회담은 양국이 동시 발표하는 외교 관계를 깨고 우리 쪽에서 한일 정상회담을 선(先)발표한 것을 놓고 일본 외교 당국자가 우리 쪽 핵심 관계자에 대해 “상대국과 조율 없이 치고 나가는 사례가 많은 것 같다”고 했다는 뒷얘기도 흘러나온다.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통령 접견 무산 등도 대통령실은 ‘상대국과 조율 중이거나 조율을 마친 사안’이라고 설명하지만 이 역시 미덥지 않다.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에 16세기 중부 이탈리아 사령관 체사레 보르자를 모델 삼아 “군주는 사자의 용맹과 여우의 교활함이 있어야 한다”고 썼다. 또 “군주의 최선의 요새는 인민들이 그를 미워하지 않는 것이다. 인민이 군주에게 호감을 품고 있다면 음모자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국정 지지율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국민만 보고 가겠다’고 한 윤 대통령이 외교안보 라인 경질 여부와 별개로 짚어 봐야 할 대목 같다. 국익과 직결되는 외교 사안을 놓고 물 만난 고기처럼 재빠르게 정쟁의 도구로 삼는 야당 역시 국민 눈엔 달갑지 않다.
  • 호주에 핵 잠수함을? 오커스 3국의 중국 견제에 中외교부 ‘발끈’

    호주에 핵 잠수함을? 오커스 3국의 중국 견제에 中외교부 ‘발끈’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호주가 미국으로부터 관련 기술을 인수할 것으로 알려진 핵 잠수함 보유 시점을 예상보다 앞당겨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자 중국 외교부가 발끈했다.  중국 관영매체 관찰자망은 ‘인도·태평양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커짐에 따라 미국이 호주의 첫 번째 핵 추진 잠수함 배치 시점을 앞당기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면서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고 26일 보도했다.  중국 외교부는 지난 25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미국이 국제적인 핵무기 비확산 지지를 노골적으로 경멸하고 짓밟고 있다’면서 ‘미국의 행태는 핵 확산금지 조약과 안전보장협정 및 추가 의정서를 위반하는 것이라고 여러 차례 분명히 밝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는 앞서 지난 23일 미국이 중국의 군사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호주에 핵 추진 잠수함을 빠르면 2030년대 중반까지 공급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한 직후 나온 반응이다.  핵 추진 잠수함은 핵분열 원자로를 동력으로 사용한다는 점에서 재래식 잠수함보다 수중 작전 시간이 훨씬 길다. 이 때문에 핵무장을 하지 않은 국가에서 건조하는 것은 호주가 처음이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과 호주, 영국 고위 관리들이 미국이 호주에 첫 핵 추진 잠수함을 신속하게 공급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호주는 미국, 영국과 맺은 안보동맹 ‘오커스’(AUKUS) 협정에 따라 비핵국가 중에서는 처음으로 핵 잠수함 건조 사업을 추진해왔지만, 중국 군사력 증대를 이유로 몇 척의 핵 잠수함을 우선 공급받는 ‘임시’ 방안이 논의 중이라는 내용을 골자로 했다.  이에 대해 왕이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중국은 항상 세계 평화를 위한 공헌자이자 국제질서의 수호자, 재화의 공급자, 국제 사회의 갈등의 중재자였다”면서 “미국이 중국을 가상의 적으로 여기며 인도·태평양에서의 경쟁을 끊임없이 부각 시키며, 이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 미국이 중국을 보고, 세계를 인식하는 시각이 매우 편향돼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왕이 외교부장은 이어 “중국은 미국이 냉전적 사고에서 벗어나 호주를 이용해 중국을 봉쇄하려는 행위를 포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중국과 협력해 양국 정상의 중요한 합의를 구하고 상호 존중, 평화 공존이라는 강대국의 책임을 다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미국은 핵잠수함 생산 능력 향상을 위해 수십억 달러 규모의 투자 비용을 지출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호주의 첫 핵 추진 잠수함이 계획보다 앞당겨 인수될 전망이다.  바이든 정부는 2023년도 예산 중 약 7억 5천만 달러를 포함, 향후 총 24억 달러 규모를 지출해 잠수함 제조 계획을 실행할 방침이다. 단, 이번 방안은 공식적으로 승인되지 않았으며, 최종 승인은 내년 3월에 결정될 전망이다.
  • “작가, 새로운 세계 문 여는 열쇠와 같은 존재” 서울국제작가축제 개막

    “작가, 새로운 세계 문 여는 열쇠와 같은 존재” 서울국제작가축제 개막

    “작가는 삶과 정신의 지형도를 그리는 사람이자, 새로운 문을 여는 열쇠가 되는 사람입니다.” 올해로 11회를 맞이한 서울국제작가축제가 23일 서울생활문화센터 서교스퀘어에서 3년 만에 작가, 독자를 직접 만나며 개막했다. 서울국제작가축제는 한국문학과 세계문학이 서울을 무대로 쌍방향 교류하는 토대를 만들고 독자의 문학 향유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2006년부터 열린 글로벌 문학 축제다.곽효환 한국문학번역원장은 개막사에서 이번 축제 주제인 ‘월담: 이야기 너머’에 담긴 의미를 소개했다. 그는 “우리는 디지털혁명과 함께 자국 우선주의와 신냉전 등으로 인한 지역주의의 등장, 극단화된 개인주의로 인해 과거와 다른 장벽과 경계에 부딪히고 있다”며 “문학의 본령이 경계를 넘고 서로를 잇고 소통하는 것이라고 할 때 이번 주제는 온전한 일상 회복을 향하고 있는 동시에 낯선 길을 가고 있는 우리에게 많은 질문을 던지며 사유하는 시간을 갖게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문학은 한 시대와 집단의 삶과 정신의 지형도이자 결정체이며 작가는 그 삶과 정신의 지형도를 그리는 사람”이라며 “나아가 사람과 사람, 문화와 문화, 세계와 세계를 연결하고 마침내 새로운 문을 열어주는 열쇠가 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이번 축제는 서울생활문화센터 서교를 비롯해 커뮤니티 하우스 마실, 인천공항에서 열리며 9개국 35명(국내 23명)의 작가가 참여한다. 이날 개막 강연에는 아시아 여성 최초로 캐나다의 그리핀 시 문학상을 받은 김혜순 시인과 미국 언론·문학·음악 분야 최고의 권위를 가진 퓰리처상을 받은 포레스트 갠더(미국) 시인이 나섰다.두 시인은 각각 자신의 시학에 대해 쓴 에세이를 낭독했다. 김 시인은 “나에게는 자연 세계와 연결된 짐승으로의 몸이 있고, 이와 연결된 상상하는 몸이 있다. 이때, 일차적 경험과 이차적 경험, 혹은 감각적 경험과 상상적 경험이 상호작용한다”며 “상상적 경험은 지각 경험을 변용하며 시간이 나의 경험에 개입하면 감각 경험을 환원될 수 없는 모습으로 창발하며 나는 이것을 쓴다”고 말했다. 갠더는 “내 시적 언어는 인간적인 경험 속 명료함의 근본적 결핍에 기반한다고 말할 수 있다”며 “일상의 경험 안에서 나의 인식은 무뎌졌다가 예리해지기를 반복한다. 내 시 속에서 말들은 흐려지고, 소리와 음역, 리듬의 질감이 돼 어떤 의도를 향해 짜인다. 그리고 또 그 말을 관통해서 본다”고 설명했다.서로의 시에 대한 생각도 공유했다. 갠더는 “예술과 문학에는 사람들을 편안하게 위로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임무가 있는데, 익숙하지 않은 것, 설명되지 않은 것으로 우리를 이끄는 것”이라며 “김혜순 시의 궤도는 우리를 거칠게 다뤄 정신을 즐겁게 한다. 자신을 ‘여자 짐승’으로 묘사함으로써 인간과 인간이 아닌 존재를 나누고자 하는 서양식 구분법을 여지없이 깬다”고 평했다. 김혜순은 “갠더 시인의 글이 마치 내가 쓴 것처럼 동질성을 느꼈다”며 “특히 ‘상상된 가능성’이라는 말에 꽂혔다. 새로운 리얼리즘이라고 부를 수 있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세계작가축제는 오는 30일까지 계속된다.
  • 오로지 국익 ‘모두 다 동맹’ 진영 넘나들기[오일만의 글로벌 패권경쟁]

    오로지 국익 ‘모두 다 동맹’ 진영 넘나들기[오일만의 글로벌 패권경쟁]

    정치·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영향력이 커지는 인도의 ‘마이웨이 외교’ 노선은 미중러의 삼각 패권 게임에서 진영을 뛰어넘으며 빛을 발하고 있다. 국익과 실용주의를 앞세운 인도가 과거 전통적 비동맹 노선이 아닌 다양한 진영과 손을 잡는 ‘다자동맹’ 외교를 펼친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다양한 국제 위기 속에서 인도는 균형을 잃지 않기 위해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와도 관계를 지속하고, 앙숙 중국과도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인도는 반중(反中) 쿼드에선 미국·일본 정상과 악수하고, 상하이협력기구(SCO)에선 러시아·중국 정상과 손을 잡았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지난 몇 달간 보여 준 행보다. 최근 미국, 중국, 러시아 등 글로벌 강대국들이 치열한 패권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14억명의 ‘인구 대국’ 인도는 진영을 넘나드는 독특한 외교안보 전략을 선보이고 있다. 경제 등 여러 부문에서 중국 대신 ‘세계의 엔진’이 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엔진의 연료는 다자동맹이 될 전망이다. 글로벌 경쟁은 일종의 위험 분산 게임이라는 시각도 있다. 인도는 전 세계 파트너 사이에서 특정 국가를 고르지 않고 국익이란 잣대로 다자동맹 또는 ‘전부 다 동맹’이란 개념으로 접근하고 있다. 인도 특유의 실용주의 국익 극대화 전략인 것이다. 인도는 전통적으로 비동맹 외교 노선을 걸어왔다. 미국과 구소련이 주도하던 냉전시대 어느 편도 지지하지 않고 제3세계 국가의 목소리를 대변했다. 1955년 반둥회의를 계기로 촉발된 비동맹운동의 좌장 노릇을 하며 국제정치의 한 축을 담당했다. 인도는 급변하는 글로벌 정세에 맞춰 새로운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1997년에는 벵골만기술경제협력체(BIMSTEC) 설립을 주도하며 남아시아 지역 영향력 확대에 나섰다. BIMSTEC는 인도, 태국, 방글라데시, 미얀마, 스리랑카, 네팔, 부탄 등 벵골만에 인접한 7개국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인도는 중국, 러시아가 영향력 확대의 발판으로 삼고 있는 브릭스(BRICS), 상하이협력기구의 회원국이기도 하다. 동시에 ‘중국 견제’ 목적이 강한 안보 협의체 쿼드에도 미국, 일본, 호주와 함께 속했다. 지난 5월에는 미국이 주도한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참여를 선언하기도 했다. 또 이스라엘, 미국, 아랍에미리트(UAE) 간 협의체인 I2U2의 멤버이자 주요 20개국(G20) 회원국이다. 인도는 미국이 주도한 쿼드 회원국과의 군사 협력을 강화하면서도 미국의 제재 위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러시아제 첨단 방공미사일 S400을 도입하기도 했다. 경제 분야에서도 인도의 독자 행보는 거침이 없다. 인도는 미국과 서방의 압박 속에서도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확대 중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미국 등의 제재로 인해 판매에 어려움을 겪자 각국에 할인된 가격으로 원유 판매를 제안했고 인도가 흔쾌히 응한 것이다. 원유 수입의 80%를 수입에 의존하는 인도는 미국의 제재 동참이라는 ‘명분’보다는 국내 물가 안정이라는 ‘실리’를 택했다. 인도는 주요 7개국(G7)이 결정한 러시아산 원유가격 상한제 참여에도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 러시아는 과거부터 인도와 깊은 우호 관계를 이어온 데다 러시아산 무기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다는 현실적인 이유가 크다. 미국의 요청으로 인도가 IPEF에 몸을 담고 있지만, 그렇다고 미국의 목소리를 일방적으로 수용하지는 않는다. 인도는 ‘세계 최대 FTA’로 불리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의 경우 협상 초기에는 적극적으로 참여했지만, 2019년 11월 최종 타결 직전 불참을 선언했다. 조금이라도 국익이 침해될 경우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는 인도의 강력한 의지를 보인 것이다. 이런 행보를 통해 인도는 정치·경제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의 자체 집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인도의 GDP는 명목 기준으로 8547억 달러를 기록, 세계 5위 영국(8160억 달러)을 넘어섰다. 경제 전문가들은 인도의 GDP 규모가 2027년에는 4위 독일, 2029년에는 일본을 제치고 미국, 중국에 이은 세계 3위가 될 것으로 관측한다. 인도는 올해 2분기에 경제성장률 13.5%를 기록하며 무서운 질주를 이어 가고 있다. 인도는 주요 20개국에 속해 있지만, 이 중 가장 가난한 나라이며 주변 국가인 방글라데시(2362달러), 스리랑카(3699달러)보다도 1인당 소득이 낮다. 인도의 전체 가계소비 지출도 2조 달러로 세계 5위 소비시장이지만, 1인당 지출액은 1500달러에 불과하다. 비슷한 소비시장 규모를 가진 독일의 1인당 소비지출액이 2만 4000달러인 것을 감안하면 인도는 독일 구매력의 14분의1에 불과하다.
  • 중러 “달러 패권 맞서 독자 결제망 개발”

    러시아·중국 주도의 ‘반미연합체’로 평가되는 상하이협력기구(SCO) 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달러 패권에 맞설 SCO 회원국 간의 독자적 국제 결제망 개발을 제안했다. 지난 16일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열린 SCO 정상회의에서 시 주석은 “지역 통화(회원국의 화폐) 화폐를 이용한 국제 지불과 결제 시스템 개발을 강화하고 SCO 개발은행 창립을 추진, 지역경제 통합을 촉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착수한 대러 금융 제재는 물론 향후 중국에 가해질 금융 제재에 대비, 달러·유로화가 아닌 위안화·루블 등의 통화로 SCO 회원국 간에 결제를 할 수 있게 하자는 제안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서방의 금융 제재로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에서 퇴출되자 자국 최대 국책은행인 스베르방크를 통해 SWIFT를 대체할 독자적 결제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 또 중국의 독자적 국제 위안화 결제 시스템인 국경간위안화지급시스템(CIPS)도 허용했다. 이미 중러가 독자적 결제 시스템을 바탕으로 양국 통화를 활용한 결제 비중을 높이는 가운데 이에 동참할 국가를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2001년 출범한 정치·경제·안보 협의체인 SCO의 회원국은 중국, 러시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 인도, 파키스탄 등 8개국이었으나 ‘옵서버’ 이란이 이번 회의를 통해 사실상 정회원으로 추가됐다. 중러 주도의 국제 결제망을 전 세계 인구의 41%,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24%를 차지하는 SCO 회원국으로 확대시켜 ‘달러 패권’에 맞서겠다는 전략이다. SCO 정상회의는 시 주석의 제안을 받아들여 공동성명인 ‘사마르칸트 선언’을 통해 “SCO 국가들의 통화를 상호 교역 결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점진적으로 늘린다”고 공식화했다. 미중러 삼각 경쟁은 어제오늘의 이야기는 아니다. 2차 세계대전 후 미소 냉전이 한창이던 1960년대 후반부터 공산 진영인 중러는 국경 전쟁을 벌이며 갈등을 증폭시켰다. 이 틈을 타 미국은 1979년 중국과 전격적인 수교를 단행하면서 중국을 끌어들여 소련을 견제하는 ‘세력 균형 전략’을 펼쳐 냉전을 승리로 이끌었다. 냉전 이후 미국이 일극 패권국이 되면서 중국과 러시아가 손을 잡고 미국에 맞서는 새로운 패권 구도가 형성된 것이다. 승리에 도취한 미국은 어느 날 문득 중국과 러시아의 달라진 모습을 알아챘다. 중국은 더이상 미국이 주도하는 글로벌 경제체제에서 저임금으로 지탱하는 ‘세계의 공장’이 아니라 미래 산업의 기술 표준과 통상 규칙을 제시할 정도의 기술 강국으로 거듭나 있었다. 러시아도 구소련 해체 뒤 만신창이 국가가 더이상 아니다. 체첸 전쟁, 조지아(그루지야) 전쟁을 거쳐 크림반도 합병과 시리아 개입에서 보여 준 대국으로서의 군사력을 자랑했고, 가스·석유 등 자원 강국으로서의 외교적 역량 등을 보이면서 유라시아의 또 다른 거인으로 재등장했다. 이런 중국과 러시아는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면서 더이상 미국의 압력(제재)과 요구에 개의치 않고 있다. 2011년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였던 두 나라 관계를 ‘전면적인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격상시킴으로써 최고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 “하나의 中 존중” 외친 바이든… 英·佛과 ‘中 견제’ 릴레이 회담

    “하나의 中 존중” 외친 바이든… 英·佛과 ‘中 견제’ 릴레이 회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패권 갈등 중인 중국을 향해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꺼내 들었다. 네 번째 ‘대만 방어’ 발언에 반발하는 베이징을 달래고자 “‘하나의 중국’ 원칙을 여전히 존중한다”고 천명하면서도 영국·프랑스 정상들을 만나서는 ‘중국의 도전’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77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우리는 갈등이나 냉전을 추구하지 않는다. 미국과 경쟁국 가운데 하나를 택하라고 요구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대만이 중국의 일부)라는 ‘하나의 중국’ 원칙에 전념하고 있다. (중국과 대만 가운데)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현상 변경(대만에 대한 흡수통일 혹은 대만 독립)에 반대한다”며 “미국은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증진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8일 CBS 방송 인터뷰에서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면 미군이 직접 개입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 취임 이후 네 번째 ‘대만 방어’ 언급이다. 외교가에서는 ‘중국을 견제하려는 의도된 실언’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이번 유엔총회 연설은 대만 방어 언급에 대한 베이징의 반발을 수습하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에 대한 견제 행보도 잊지 않았다. 이날 백악관은 보도자료를 통해 “바이든 대통령이 뉴욕에서 리즈 트러스 신임 영국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잇따라 회담을 했다”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러스 총리를 만나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서거를 위로하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러시아의 편에 선) 중국의 도전에 긴밀히 협조하기로 했다. 마크롱 대통령도 만나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하고 중국이 제기하는 인도·태평양 역내 위협을 함께 논의했다. 이에 대해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2일 정례 브리핑에서 바이든의 연설에 대해 “미국 측이 중미 3개 공동성명(수교 성명 등) 등 처음으로 돌아가 신중하고 적절하게 대만 문제를 처리해 중미 관계의 정치적 기반을 지키길 희망한다”고 답했다. 이런 상황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21일 베이징에서 열린 국방·군 개혁 행사에서 “과거 성공적인 경험을 전 분야에 적용해 전투 준비에 집중하라”고 지시했다.일반적인 군 기강 점검 주문으로 볼 수 있지만 ‘대만과의 통일 전쟁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도 가능하다.
  • “바이든도 시진핑도 모두 우리 편”...인도 모디 총리의 ‘마이웨이’ 전술

    “바이든도 시진핑도 모두 우리 편”...인도 모디 총리의 ‘마이웨이’ 전술

    정치·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영향력이 커지는 인도의 ‘마이웨이 외교’ 노선은 미중러의 삼각 패권 게임에서 진영을 뛰어넘으며 빛을 발하고 있다. 국익과 실용주의를 앞세운 인도가 과거 전통적 비동맹 노선이 아닌 다양한 진영과 손을 잡는 ‘다자동맹’ 외교를 펼친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다양한 국제 위기 속에서 인도는 균형을 잃지 않기 위해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와도 관계를 지속하고, 앙숙 중국과도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인도는 반중(反中) 쿼드에선 미국·일본 정상과 악수하고, 상하이협력기구(SCO)에선 러시아·중국 정상과 손을 잡았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지난 몇 달간 보여 준 행보다. 최근 미국, 중국, 러시아 등 글로벌 강대국들이 치열한 패권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14억명의 ‘인구 대국’ 인도는 진영을 넘나드는 독특한 외교안보 전략을 선보이고 있다. 경제 등 여러 부문에서 중국 대신 ‘세계의 엔진’이 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엔진의 연료는 다자동맹이 될 전망이다. 글로벌 경쟁은 일종의 위험 분산 게임이라는 시각도 있다. 인도는 전 세계 파트너 사이에서 특정 국가를 고르지 않고 국익이란 잣대로 다자동맹 또는 ‘전부 다 동맹’이란 개념으로 접근하고 있다. 인도 특유의 실용주의 국익 극대화 전략인 것이다. 인도는 전통적으로 비동맹 외교 노선을 걸어왔다. 미국과 구소련이 주도하던 냉전시대 어느 편도 지지하지 않고 제3세계 국가의 목소리를 대변했다. 1955년 반둥회의를 계기로 촉발된 비동맹운동의 좌장 노릇을 하며 국제정치의 한 축을 담당했다. 인도는 급변하는 글로벌 정세에 맞춰 새로운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1997년에는 벵골만기술경제협력체(BIMSTEC) 설립을 주도하며 남아시아 지역 영향력 확대에 나섰다. BIMSTEC는 인도, 태국, 방글라데시, 미얀마, 스리랑카, 네팔, 부탄 등 벵골만에 인접한 7개국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인도는 중국, 러시아가 영향력 확대의 발판으로 삼고 있는 브릭스(BRICS), 상하이협력기구의 회원국이기도 하다. 동시에 ‘중국 견제’ 목적이 강한 안보 협의체 쿼드에도 미국, 일본, 호주와 함께 속했다. 지난 5월에는 미국이 주도한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참여를 선언하기도 했다. 또 이스라엘, 미국, 아랍에미리트(UAE) 간 협의체인 I2U2의 멤버이자 주요 20개국(G20) 회원국이다. 인도가 가입한 국제 협의체의 성격을 보면 폭넓은 스펙트럼을 띠고 있다. 1962년 국경 문제로 중국과 전쟁을 치른 인도는 2020년 다시 중국과 군사적으로 충돌하면서 급격하게 관계가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이달 초 러시아와 중국 등이 참여한 다국적 군사훈련 ‘보스토크(동방) 2022’ 훈련에 군병력을 파견했다. 안보와 국익을 위해서라면 앙숙이라도 언제든지 손을 잡을 수 있다는 인도식 실용주의의 단면을 보여 준 것이다. 인도는 미국이 주도한 쿼드 회원국과의 군사 협력을 강화하면서도 미국의 제재 위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러시아제 첨단 방공미사일 S400을 도입하기도 했다.1분기 GDP 세계 5위…7년 후 일본 추월 경제 분야에서도 인도의 독자 행보는 거침이 없다. 인도는 미국과 서방의 압박 속에서도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확대 중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미국 등의 제재로 인해 판매에 어려움을 겪자 각국에 할인된 가격으로 원유 판매를 제안했고 인도가 흔쾌히 응한 것이다. 원유 수입의 80%를 수입에 의존하는 인도는 미국의 제재 동참이라는 ‘명분’보다는 국내 물가 안정이라는 ‘실리’를 택했다. 인도는 주요 7개국(G7)이 결정한 러시아산 원유가격 상한제 참여에도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 러시아는 과거부터 인도와 깊은 우호 관계를 이어온 데다 러시아산 무기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다는 현실적인 이유가 크다. 미국의 요청으로 인도가 IPEF에 몸을 담고 있지만, 그렇다고 미국의 목소리를 일방적으로 수용하지는 않는다. 인도는 ‘세계 최대 FTA’로 불리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의 경우 협상 초기에는 적극적으로 참여했지만, 2019년 11월 최종 타결 직전 불참을 선언했다. 조금이라도 국익이 침해될 경우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는 인도의 강력한 의지를 보인 것이다. 이런 행보를 통해 인도는 정치·경제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의 자체 집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인도의 GDP는 명목 기준으로 8547억 달러를 기록, 세계 5위 영국(8160억 달러)을 넘어섰다. 경제 전문가들은 인도의 GDP 규모가 2027년에는 4위 독일, 2029년에는 일본을 제치고 미국, 중국에 이은 세계 3위가 될 것으로 관측한다. 인도는 올해 2분기에 경제성장률 13.5%를 기록하며 무서운 질주를 이어 가고 있다. 인도는 주요 20개국에 속해 있지만, 이 중 가장 가난한 나라이며 주변 국가인 방글라데시(2362달러), 스리랑카(3699달러)보다도 1인당 소득이 낮다. 인도의 전체 가계소비 지출도 2조 달러로 세계 5위 소비시장이지만, 1인당 지출액은 1500달러에 불과하다. 비슷한 소비시장 규모를 가진 독일의 1인당 소비지출액이 2만 4000달러인 것을 감안하면 인도는 독일 구매력의 14분의1에 불과하다. 중러 “달러 패권 맞서 독자적 국제 결제망 개발하자”...반미 연합전선, 사마르칸트 선언러시아·중국 주도의 ‘반미 연합체’로 평가되는 상하이협력기구(SCO) 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달러 패권에 맞설 SCO 회원국 간의 독자적 국제 결제망 개발을 제안했다. 지난 16일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열린 SCO 정상회의에서 시 주석은 “지역 통화(회원국의 화폐) 화폐를 이용한 국제 지불과 결제 시스템 개발을 강화하고 SCO 개발은행 창립을 추진, 지역경제 통합을 촉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착수한 대러 금융 제재는 물론 향후 중국에 가해질 금융 제재에 대비, 달러·유로화가 아닌 위안화·루블 등의 통화로 SCO 회원국 간에 결제를 할 수 있게 하자는 제안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서방의 금융 제재로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에서 퇴출되자 자국 최대 국책은행인 스베르방크를 통해 SWIFT를 대체할 독자적 결제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 또 중국의 독자적 국제 위안화 결제 시스템인 국경간위안화지급시스템(CIPS)도 허용했다. 이미 중러가 독자적 결제 시스템을 바탕으로 양국 통화를 활용한 결제 비중을 높이는 가운데 이에 동참할 국가를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2001년 출범한 정치·경제·안보 협의체인 SCO의 회원국은 중국, 러시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 인도, 파키스탄 등 8개국이었으나 ‘옵서버’ 이란이 이번 회의를 통해 사실상 정회원으로 추가됐다. 중러 주도의 국제 결제망을 전 세계 인구의 41%,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24%를 차지하는 SCO 회원국으로 확대시켜 ‘달러 패권’에 맞서겠다는 전략이다. SCO 정상회의는 시 주석의 제안을 받아들여 공동성명인 ‘사마르칸트 선언’을 통해 “SCO 국가들의 통화를 상호 교역 결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점진적으로 늘린다”고 공식화했다.신냉전 빨려드는 미중러 삼각 경쟁 미중러 삼각 경쟁은 어제오늘의 이야기는 아니다. 2차 세계대전 후 미소 냉전이 한창이던 1960년대 후반부터 공산 진영인 중러는 국경 전쟁을 벌이며 갈등을 증폭시켰다. 이 틈을 타 미국은 1979년 중국과 전격적인 수교를 단행하면서 중국을 끌어들여 소련을 견제하는 ‘세력 균형 전략’을 펼쳐 냉전을 승리로 이끌었다. 냉전 이후 미국이 일극 패권국이 되면서 중국과 러시아가 손을 잡고 미국에 맞서는 새로운 패권 구도가 형성된 것이다. 승리에 도취한 미국은 어느 날 문득 중국과 러시아의 달라진 모습을 알아챘다. 중국은 더이상 미국이 주도하는 글로벌 경제체제에서 저임금으로 지탱하는 ‘세계의 공장’이 아니라 미래 산업의 기술 표준과 통상 규칙을 제시할 정도의 기술 강국으로 거듭나 있었다. 러시아도 구소련 해체 뒤 만신창이 국가가 더이상 아니다. 체첸 전쟁, 조지아(그루지야) 전쟁을 거쳐 크림반도 합병과 시리아 개입에서 보여 준 대국으로서의 군사력을 자랑했고, 가스·석유 등 자원 강국으로서의 외교적 역량 등을 보이면서 유라시아의 또 다른 거인으로 재등장했다. 이런 중국과 러시아는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면서 더이상 미국의 압력(제재)과 요구에 개의치 않고 있다. 2011년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였던 두 나라 관계를 ‘전면적인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격상시킴으로써 최고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러시아가 크림반도 편입으로 경제제재를 받고 있던 2014년 5월엔 두 정상이 4000억 달러 규모의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30년간 도입하는 계약을 체결했고, 2015년 5월엔 시진핑의 실크로드 경제벨트 건설과 푸틴의 유라시아 경제연합을 서로 연계하며 전면적 협력 관계가 됐다. 중러는 북핵과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시리아 문제 등 거의 모든 주요 현안에서 한목소리를 내며 미국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 [문화마당] ‘미술과 건축을 위한 진열창 갤러리’ 40주년의 의미/최나욱 건축가·작가

    [문화마당] ‘미술과 건축을 위한 진열창 갤러리’ 40주년의 의미/최나욱 건축가·작가

    뉴욕에 위치한 비영리 전시공간 ‘미술과 건축을 위한 스토어프런트’가 설립 40주년을 맞이했다. 숫자놀음에 그치는 평범한 기념행사라고 할 수 있겠지만, 이곳의 40주년은 다른 사건들과 맞물리며 의미를 확장한다. 우선 뉴욕이라는 현재 세계 최고 대도시의 태동기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40년 전 뉴욕은 냉전과 석유파동이 끝나고 가파르게 도시 개발을 하고 있었다. 한쪽에서 고층 빌딩이 무지막지하게 올라가는 동안 철거 중인 건물에는 각종 이민자와 예술가들이 들어섰다(힙합이 등장한 것도 이 무렵이다). 건물의 진열창을 뜻하는 ‘스토어프런트’는 공사 중 널려 있는 임시 공간 중 하나였다.이제는 명실상부 최고 대도시인 뉴욕이 ‘대도시’ 개념을 구축해 가는 시기이기도 했다. 대도시는 자급자족이 아니라 물류의 이동을 통해 형성되는 곳으로, 뉴욕의 정체성은 그곳에서 나고 자라지 않은 사람들의 산물이었다. 네덜란드 건축가 렘 콜하스가 쓴 ‘정신착란의 뉴욕’이 바로 1977년에 출간된 책이다(당시 뉴욕을 아무 규범도 없는 무정부 상태로 묘사한다). 스토어프런트의 설립자 박경은 한국전쟁 이후 도미한 이민자 출신이다. 오늘날 예술에서 당연하게 언급하는 ‘공공성’이 대두된 것도 이 무렵이다. 대도시를 개발하는 거대 자본 앞에서 사적인 삶을 영위할 수 없던 예술가들은 예술을 어느 엘리트 집단의 소유물이 아닌 공공의 지평에서 다루기를 목표한다. 이러한 이들이 모여 만든 스토어프런트는 개관 이후 줄곧 공공성을 주제로 삼았고, 이번 40주년을 맞아 여는 전시 또한 (갤러리의 핵심 멤버였던) 비토 아콘치의 공공성에 관한 에세이로부터 출발한다.인접 분야로 여겨지는 ‘건축과 미술’이 관계 맺던 방식도 돌아볼 만하다. 도시 개발과 함께 최고의 호황을 달리던 건축은 철학을 짝꿍 삼아 담론을 발전시켰고, 상대적으로 미술은 들러리처럼 여겨졌다. 쿠퍼 유니언을 만든 존 헤이덕, 건축 및 도시 연구소를 만든 피터 아이젠먼처럼 철학 이론에 근거를 두는 당대 ‘뉴욕 파이브’를 위시한 건축가들이 대표적인 예시다. 이 와중에 스토어프런트는 보여지는 현실에 뛰어들기 위해 건축과 미술이라는 새로운 짝을 찾은 것이다. 건축사와 미술사 각각에서 ‘미술과 건축을 위한 스토어프런트’를 빼놓을 수 없는 까닭이다. 이 갤러리가 건축 공간을 다루는 방식 또한 각별하다. 명확한 프로그램을 갖춰야 마땅한 시기였던 만큼 전시 공간이란 무릇 ‘화이트큐브’여야 했는데, 스토어프런트는 비좁은 진열창에 전시장을 차리고는 바로 앞의 거리를 제 면적으로 활용한다. 대도시를 상징하는 또 다른 프로그램인 클럽과 마찬가지로 사람들은 건물 안에 들어서는 게 아니라 문밖에 줄을 서 외부 공간을 이용하는 것이다. 필지 하나하나 부동산을 계산하던 시기 중 과연 이민자와 예술가만 할 수 있는 발상이다. 설립자 박경과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했던 건축가 전진홍은 “한국 포장마차의 유전자를 가지고 계신 거야”라고 농담한다.모쪼록 40년이 지나 뉴욕은 개발 시기를 기억할 수 없는 안정된 대도시가 됐고, 스토어프런트는 혁신보다는 기념비적인 갤러리가 됐다. 설립자 박경은 내년 베니스비엔날레 건축전의 한국관 감독으로 선정돼 전시를 준비하고 있다. 개발 진행 시기 ‘살아남기’를 토대로 공공성을 고민하던 박경은 이 비엔날레 전시에서 개발 이후인 오늘날 ‘함께 살기’를 중요한 문제로 삼는다.
  • 바이든 “푸틴, 유럽에 핵 위협… 유엔헌장 뻔뻔하게 위배”

    바이든 “푸틴, 유럽에 핵 위협… 유엔헌장 뻔뻔하게 위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군 동원령과 핵무기 사용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서방을 위협하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강하게 규탄하고 나섰다. 바이든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열린 제77차 유엔총회 일반토의 연설에서 “핵전쟁은 승자가 없는 전쟁이며, 결코 일어나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모두의 자멸을 불러올 핵 전쟁은 어떠한 경우에도 없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다른 정상들이 통상 주어진 15분간 연설을 한데 반해 바이든 대통령은 거의 2배에 달하는 29분간 연설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한 남자가 선택한 ‘불필요한’ 전쟁을 경험했다”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했다. 그는 “유엔헌장 원칙을 지키는 것은 모든 책임 있는 유엔 회원국의 임무”라면서 “러시아는 유엔 상임이사국이면서도 뻔뻔하게 유엔 헌장의 핵심 교리를 위배했다”고 비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올해 세계는 시험(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직면했지만 우리는 주저하지 않고 자유와 주권을 택했다”며 “우리는 유엔헌장을 채택한 모든 회원국이 따라야 하는 원칙을 선택했고 우크라이나와 함께 했다”고 설명했다. 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핵무기비확산조약(NPT)을 무시하고 유럽에 핵 위협을 가한 것과 연계해 NPT 체제의 위협으로 북한을 지목하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북한과 진지하고 지속적인 외교를 시작하려는 우리 노력에도 북한은 지속해서 유엔 제재를 노골적으로 위반하고 있다”며 “세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든 모든 국가가 외교를 통해 핵 비확산 체제를 강화하는데 전념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이에 앞서 그는 “중국은 전례가 없는 규모의 핵무기를 불투명한 방식으로 비축하고 있어 우려스럽다”며 중국의 무력 증강도 견제했다. 다만 경제 분야에서 “미국은 (중국을 포함한) 어떤 나라와도 냉전을 원치 않는다”며 미중 간에 선택을 강요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전날 유엔총회 일반토의에서도 주요국 정상들은 이구동성으로 우크라이나 전쟁 중단을 촉구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우리가 2월 24일(우크라이나 전쟁 개시일)부터 목격한 것은 제국주의와 식민 시대의 복귀”라며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우리의 집단 안보를 깨뜨렸다. 러시아가 패권국이 아니라면 누가 패권국이겠는가”라고 비난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전쟁으로 비롯된 글로벌 에너지 대란을 경고하며 “핵 무력 과시와 원전 안전 위협으로 지구촌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고 러시아를 비판했다.
  • 이희원 서울시의원 ‘제23회 세계지식포럼‘ 참석

    이희원 서울시의원 ‘제23회 세계지식포럼‘ 참석

    서울특별시의회 교육위원회 이희원 의원(국민의힘, 동작4)이 20일 장충아레나에서 열린 ‘제23회 세계지식포럼’ 개막식에 참석했다. 이번 제23회 세계지식포럼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 글로벌 공급망 재편, 커지는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 등의 위기를 극복하고 더 나은 세계로 향하는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초과회복 : 글로벌 번영과 자유의 재건’을 주제로 20일부터 23일까지 진행된다. 이 의원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신냉전 대결 구도, 가파른 물가 상승과 코로나19 과정에서의 공급망 교란, 기후·에너지·식량 위기 등 전 세계적으로 불확실한 상황들이 촉발되고 있다”며, “질병과 경제,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서로 지식과 지혜를 모은다면 불확실한 상황들을 회복하고 그 이상으로 번영을 꾀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덧붙여 이 의원은 “세계적 차원뿐만 아니라 지역적 차원에서도 불확실한 상황, 경제적 어려움, 질병 등으로 고통받고 있는 분들이 많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지식·정보들을 모으고 활용해 초과회복하는 ‘회복도시 행복 서울시’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 “맥도날드가 돌아왔다!” 우크라이나서 영업 재개…러시아는?

    “맥도날드가 돌아왔다!” 우크라이나서 영업 재개…러시아는?

    지난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이 200일을 훌쩍 넘긴 가운데, 수도 키이우에서 영업을 중단했던 맥도날드가 다시 햄버거 배달에 나선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유럽판 등 외신의 19일(이하 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이날 맥도날드의 우크라이나 홍보 관계자는 페이스북을 통해 “9월 20일 키이우 내 매장 3곳의 영업을 재개한다”고 전했다. 홍보 관계자인 알레샤 무지리는 “일주일에 걸쳐 키이우에서 7개 점포가 문을 열 예정이다. 이후 서부지역에서 두 달간 차례로 점포 영업이 재개될 것”이라면서 “현재는 배달 서비스인 맥딜리버리만 가능하며, 매장 운영이나 맥드라이브(차량 픽업) 등의 서비스는 10월부터 제공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매장은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운영될 계획이지만, 공습경보 등이 발령되면 안전을 위해 임시 폐장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맥도날드 측은 우크라이나 내의 모든 매장을 재개장할 준비가 될 때까지, 스페인의 배달업체와 협력해 맥딜리버리 서비스를 우선 제공할 것으로 알려졌다. 맥도날드는 지난 2월 전쟁이 시작된 직후 우크라이나 내 매장 190곳을 모두 잠정 폐쇄했지만, 약 1만 명의 직원에게는 임금을 계속 지급해왔다. 맥도날드의 영업 재개 소식이 알리는 SNS 게시물에는 이를 환영하는 우크라이나 시민들의 댓글이 가득 달렸다. 이와 더불어 최근 우크라이나가 동북부 전선에서 러시아군을 몰아내고 제2도시 하르키우 영토를 수복하는 등 낭보가 이어지자, 현지 주민 사이에서는 일상 회복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는 분위기다. 한편, 미국의 대표적인 패스트푸드 체인인 맥도날드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에서 정반대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맥도날드는 개전 직후인 지난 3월 러시아 내에서 사업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맥도날드는 1990년 당시에 옛 소련의 모스크바에 첫 지점을 내면서 냉전 시대 종말을 알린 대표적인 브랜드였고, 전쟁 직전까지 현지 매장은 약 850개, 고용 인원도 6만 2000명에 달했다. 하지만 지난 5월 15일 맥도날드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인도주의적 위기와 예측할 수 없는 운영 환경으로 러시아에서 사업을 더는 지속할 수 없고, 현지 법인을 운영하는 것이 맥도날드의 가치에도 맞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공식적으로 사업 철수 의사를 밝혔다. 이후 맥도날드는 전체 매장 중 84%에 달하는 직영매장을 새 기업에 매각한다고 전했다. 맥도날드의 사업 철수 소식이 전해지자, 모스크바 등 대도시의 맥도날드 매장 앞은 ‘마지막 맥도날드'를 먹기 위해 몰려든 러시아 시민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기도 했다. 당시 로이터는 “맥도날드의 퇴장은 미국 자본주의의 상징으로서 러시아에서 사업을 시작한 미국 기업 역사의 한 챕터를 끝낸 것과 같다”고 평가했다.
  • [서울광장] 3연임 시진핑, 마오쩌둥 시대로 회귀하나/오일만 논설위원

    [서울광장] 3연임 시진핑, 마오쩌둥 시대로 회귀하나/오일만 논설위원

    이변은 없어 보인다. 다음달 16일 중국의 제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확정되는 시진핑(69)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은 이미 4년 전에 종결된 사안이다. 2018년 헌법 개정으로 국가주석 3기 연임(매 임기 5년) 금지 규정을 삭제함으로써 시 주석의 장기집권 길을 열어 놓았다. 국제사회의 시선은 집권 연장이 아니라 20차 당대회 이후 중국의 정치 시스템은 물론 장기적인 전략·전술적 변화 여부에 쏠려 있다. 마오쩌둥은 1인 독재의 길을 닦았고, 덩샤오핑은 이를 막기 위한 집단지도체제 시스템을 고안했다. 시 주석의 집권 연장으로 덩샤오핑 집권 시 작동했던 정치 시스템이 소멸되면서 자연스레 마오쩌둥 시대의 색채를 가미한 새로운 지도체제와 의사결정, 권력 운용 방식이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 시 주석의 3연임은 중국 정치 권력구도와 운영체제의 일대 전환점이다. 홍콩 언론들은 집단지도체제를 유명무실하게 만드는 1인 독주의 ‘집중통일 영도체제’가 공식화할 가능성을 제기한다. 마오쩌둥 시대의 ‘무소불위 1인 통치’에 버금갈 정도로 시 주석의 권력이 강화되는 구도가 예상된다. 권력 내부의 변동도 관전 포인트다. 내년 3월 임기가 끝나는 ‘2인자’ 리커창 국무원 총리가 권력 3위인 전인대 상무위원장으로 옮길 가능성과 공청단(공산주의청년단)파의 차세대 주자인 후춘화 부총리가 총리 자리를 물려받을지, 천민얼 충칭 당서기와 리창 상하이 당서기, 딩쉐샹 중앙 판공청 주임 등 시 주석의 측근들이 정치국 상무위원회에 얼마나 진출할지 등이 최대 관심사다. 1인 독재의 길을 걸었던 마오쩌둥 시대에도 파벌을 안배해 온 전통이 유지될지 지켜봐야 한다. ‘대국굴기’,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강조해 온 시 주석의 집권 3기는 필연적으로 미중 신냉전의 심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도다. 이 과정에서 시 주석은 ‘대만 통일’의 기치를 내걸고 장기집권의 명분을 삼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자신의 장기집권 통치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동시에 ‘대만 통일’을 통해 중국 내 민족주의 정서를 기반으로 최대한의 정치적 결집을 이끌어 내려는 계산이다. 중국 통일을 최대 과업으로 삼을 경우 강력한 중화민족주의를 토대로 마오쩌둥 시대의 배타적 대미 투쟁 노선이 부활할 가능성이 크다. 미중 경쟁이 체제·이념 대립기를 거쳐 10년 내 최고조의 대결 구도로 확산되면 군사적 충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대만 침공 예상 시점으로 2027년 중국 인민해방군 건군 100주년이나 2049년 신중국 건국 100주년 등의 가능성을 제기한다. 시 주석의 국내 통치는 대미 항전을 내걸면서 체제·이념을 강화할 것이다. 모두가 함께 잘살자는 ‘공동부유’(共同富裕)와 무역ㆍ내수를 동시에 발전시키는 ‘쌍순환’(雙循環) 전략이 전면에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2020년 전 세계 신흥 억만장자의 절반 이상이 중국에서 나왔지만, 인구 14억명 가운데 6억명의 월수입이 1000위안(약 18만원)밖에 안 될 정도다. 빈부격차로 따지면 세계 선두그룹이다. 시 주석은 이를 방치하면 공산당 일당체제가 붕괴할 수밖에 없다는 상황 인식이 강하다. 중국 사회에 만연한 각종 불평등을 줄이면서 인민들의 지지 기반을 넓히는 것이 체제를 유지하는 데 급선무다. 쌍순환 전략은 사실 미국의 공급망 재편 구상에 맞서 자급자족이 가능한 경제구조를 만들자는 배수진의 의미가 담겨 있다. 미국 주도의 글로벌 경제 재편 과정에서 장기적으로 살아남기 위한 경제·과학 기술의 ‘홀로서기’ 전략인 것이다. 시진핑 3기 집권기는 미중 간 치킨게임 양상의 대결 구도가 보다 격렬해지는 시기일 것이다. 그 엄혹한 여파가 시도 때도 없이 한반도에 덮치게 되는 위기의 시간이지만, 이를 기회로 반전시키는 것 역시 우리의 몫이다.
  • 떠날 때도 영국 그 자체였다

    떠날 때도 영국 그 자체였다

    영국 최장 재위(70년) 군주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던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장례식이 19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웨스트민스터사원에서 엄수됐다. 웨스트민스터사원은 여왕이 즉위 1년여 만인 1953년 대관식을 치른 장소이자 1947년 남편 필립공과 결혼식을 올린 역사 깊은 곳이다.이날 오전 11시 55분 웨스트민스터사원에는 ‘마지막 임무’라는 뜻의 ‘라스트 포스트’ 나팔 연주가 울려 퍼졌다. 묵직한 연주가 끝나자 그들의 퀸을 보내는 ‘2분간의 묵념’이 이어졌다. 군인도, 경찰관도, 행인도 잠시 서서 눈을 감았다. 장례식 당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돼 영국 전역의 기업·영업장이 문을 닫았고, 런던 증시도 휴장했다. 여왕을 배웅하기 위해 영국이 잠시 멈춰 섰다. 윈스턴 처칠 전 총리 서거 이후 57년 만에 국장으로 거행된 이날 ‘세기의 장례식’에는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 세계 주요국 정상과 왕족 500명을 포함한 2000명이 참석했다. 런던에는 수백만명이 장례 행렬을 직접 보기 위해 운집했다.영국 메트로폴리탄 경찰은 이날 “단일 이벤트로는 2012 런던올림픽과 지난 6월 플래티넘 주빌리(여왕 즉위 70주년 기념행사)보다 큰 보안 작전”이라고 밝혔고, 일간지 더 타임스는 “사상 최대 규모의 정상회담”이라고 전했다. 나흘간 웨스트민스터홀에서 30만명의 일반인 참배를 마친 여왕의 관은 약 5분 거리인 웨스트민스터사원으로 옮겨지면서 영면을 향한 마지막 여정에 최종적으로 올랐다. 장례식에 앞서 웨스트민스터사원에서는 여왕의 96년 생애를 기리며 1분에 한 차례씩 96차례 종소리가 울렸다. 장례식을 집전한 데이비드 호일 웨스트민스터사원 사제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결혼하고 대관식을 올린 이곳에 우리는 그의 죽음을 슬퍼하고, 그의 긴 생애와 헌신을 추모하며, 그를 주님의 자비로운 품속으로 보내기 위해 전 세계에서 모였다”고 말했다. 이날 장례식에서는 캔터베리 대주교가 설교하고,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가 성경을 봉독했다.9월 중순의 새벽 날씨가 비교적 쌀쌀했지만, 조문객 상당수는 전날 밤부터 런던에 도착했다. 해가 뜨기도 전부터 운구 행렬을 직접 볼 수 있는 곳을 차지하기 위해 먼저 자리를 잡기도 했다. 런던에서 약 100㎞ 떨어진 베리세인트에드먼드에서 하루 전에 런던에 도착했다는 한 형제는 BBC방송에 “자리 잡기가 (런던 최대 축구 경기장인) 웸블리 스타디움의 VIP석을 구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장례식은 왕실 백파이프 연주자가 여왕의 영면을 기원하는 자장가를 연주하는 것을 끝으로 정오를 조금 넘겨 막을 내렸다. 이후 여왕의 관은 장례 행렬과 함께 웨스트민스터사원을 떠나 웰링턴아치까지 런던 중심을 약 2㎞ 행진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74세 큰아들 찰스 3세 국왕과 왕실 인사들이 비통한 표정으로 뒤를 따랐다. 이후 여왕의 관은 윈저성의 세인트조지교회 지하 납골당에 안장됐다. 평생의 반려자인 남편 필립공의 옆자리였다. 1952년 만 25세의 나이로 국왕에 즉위한 여왕은 ‘해가 지지 않는 제국’으로 불렸던 영국 식민지들의 독립, 전후의 궁핍, 냉전과 공산주의 몰락, 유럽연합(EU)의 창설과 영국의 탈퇴 등 역사의 격변을 두루 겪었다. 군주제의 존립이 위태로울 수 있는 상황에서 여왕은 평생 헌신하겠다는 약속을 지키면서 신중한 언행과 검소한 생활 태도로 세계인의 사랑과 존경을 받았다. 11일간의 장례 일정 동안 영국 전역은 물론 전 세계에서 추모 열기가 이어졌을 정도다. 왕위를 계승한 찰스 3세는 내년 대관식을 열 예정이다. 여왕 서거를 계기로 군주제 폐지 논의, 영국의 식민지였던 영연방 일각의 탈퇴 주장이 잇따를 조짐을 보여 찰스 3세 국왕이 만만찮은 도전을 어떻게 헤쳐 나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오영훈 도지사 “트라우마 회복지표 개발”… 제주4·3의 세계화 천명

    오영훈 도지사 “트라우마 회복지표 개발”… 제주4·3의 세계화 천명

    제주도가 제주4·3의 세계화를 위해 트라우마 회복지표(TRI)’를 개발하고 역사적 비극을 평화로 승화시켜 치유해가는 세계적 선도 사례를 만든다. 오영훈 제주특별자치도지사가 16일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17회 제주포럼 폐막 세션에서 ‘제주선언문’을 통해 4·3의 세계화를 천명하고, 생명의 존엄성과 평화·인권정신이 살아 있는 ‘지구촌 생명공동체’로 함께 나아갈 것을 제안하며 이같이 밝혔다. 오 지사는 “지난 70여 년간 역사적 비극을 딛고 제주도민이 한마음 한뜻으로 승화시켜온 화해·상생, 그리고 평화·인권이라는 정신을 인류의 보편적 가치로 확산시키기 위해 제주4·3을 과거사 해결의 모범사례로 구현하고자 한다”며 “이는 제주4·3이 정의로운 해결로 나아가는 새로운 미래이자 희망이 넘치는 내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발되는 트라우마 회복 지표를 세계보건기구(WHO)와 유엔(UN) 글로벌지수에 등재, 세계의 과거사 나라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가폭력과 과거사 문제로 인한 트라우마의 회복과 관련된 국제적인 표준지표가 아직까지 없는 만큼 정의·화해·회복 등 치유까지 아우르는 트라우마 회복지표는 세계 첫 사례가 될 전망이다. 특히 4·3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도록 다각적인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오 지사는 “4·3 기록물들은 학살된 희생자와 역사적 진실을 담은 기록물일 뿐 아니라, 미래세대를 위한 화해와 상생의 기록물이자 세계평화를 이끌 연대와 협력의 기록이 될 것”이라며 “제주4·3을 세계적 선도모델로 만들어 나가는 작업을 통해 밝고 희망이 넘치는 4·3의 미래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전했다. 이날 ‘한국의 과거사 해결과 제주4·3 그리고 국제연대-평화와 공존을 위한 노력’ 주제의 제주포럼 폐막세션에서 미국 출신의 에퍼제시 교수(경희대)가 “4·3 75주년을 앞둔 지금, 미국이 4·3시기 제주 유혈사태의 책임에 대해 도민에게 공식 사과할 때가 됐다”며 미국의 책임문제를 거론했다. 에퍼제시 교수는 “제주에서 미군의 ‘보이지 않는 손’은 방아쇠를 당기지 않는 대신 한국인들의 손에 위력적인 자동소총을 쥐여주고, 한라산의 피신처를 찾아 무장대를 쓸어버리기 위해 정찰기를 띄웠다”며 “대량학살 소식이 한반도나 외국으로 나가지 않도록 제주 섬을 해상 봉쇄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주 섬은 트루먼 독트린과 봉쇄전략의 시험 무대가 된 최초의 전쟁터 가운데 하나였다”며 “그 시험 무대는 한국인의 피로 쓰였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학을 비롯한 대부분 냉전 역사에서 4·3의 ‘부재’(不在)를 지적하면서 “전 세계의 학자와 예술가, 활동가, 학생, 그리고 뜻있는 시민이 4·3의 역사를 배우고, 평화와 정의를 위한 그들의 투쟁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살펴볼 수 있도록 4·3의 ‘세계화’가 이뤄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 [사설] 윤 대통령 3개국 순방, 가치·경제외교 기반 늘려라

    [사설] 윤 대통령 3개국 순방, 가치·경제외교 기반 늘려라

    윤석열 대통령이 18일부터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장례식 참석과 유엔총회 기조연설, 캐나다 방문 등의 일정으로 순방외교에 나선다. 지난 6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 참석에 이은 두 번째 해외 방문이다. 19일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에 참석한 뒤 미국 뉴욕으로 이동해 유엔총회 기조연설과 한미, 한일 정상회담 등에 이어 23일 캐나다에서 쥐스탱 트뤼도 총리와 만나는 5박 7일의 숨가쁜 일정이다. 이번 순방은 핵심 가치를 공유하는 우방국과의 연대를 강화하고 경제 외교의 기반을 확대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에 참석하는 지도자들과 연쇄 회동을 갖고 유엔총회에선 보편적 가치를 기반으로 하는 국제질서를 강조한다. 윤 대통령은 국제 현안 해결에 적극 기여하는 글로벌 리더로서 대한민국의 위상을 각인시키길 바란다. 북한의 핵 위협이 상시화·고도화하는 상황에서 대북 비핵화 로드맵인 ‘담대한 구상’을 국제사회에 설명하고 북한에 비핵화를 압박해야 한다. 북한과 국제사회의 호응을 이끌어 내려면 보다 정교하고 구체적인 액션플랜이 필요하다. 신냉전의 냉엄한 기류 속에서 국익을 수호하는 것이 대통령의 중요한 임무다. 한국산 전기차 차별 논란을 일으킨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 현안들도 윤 대통령 앞에 놓여 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윤 대통령은 전기차 문제가 한국 기업의 이해를 떠나 한미 동맹의 신뢰 문제라는 점을 인식시키고 우리 기업의 피해가 없도록 해야 한다. 윤 대통령은 유엔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도 정상회담을 갖는다. 2년 10개월 만의 양국 정상회담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한일 최대 현안인 강제동원 배상 문제의 물꼬를 터야 한다. 캐나다는 내년 한·캐나다 수교 60주년을 맞는 전통적 우방이자 한국전쟁 참가국으로 민주주의 가치를 지켜낸 인연도 깊다. 세계 제2위의 광물자원 공급국이자 2차 전지와 전기차의 핵심 광물인 리튬 등의 생산국인 만큼 안정적 공급망 구축이 중요하다. 핵심 광물 공급망 다변화를 통해 과도한 중국 의존을 탈피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새로운 규범과 질서가 만들어지는 격변의 시대에 실질적 성과가 절박한 상황이다. 윤 대통령의 이번 순방에 거는 국민들의 기대가 크다. 유연한 경제안보와 가치 외교를 조화롭게 결합해 국익을 극대화하는 실용 외교를 당부한다.
  • “제발 전쟁을 멈추세요”...우크라 작가 올가 그레벤니크의 외침

    “제발 전쟁을 멈추세요”...우크라 작가 올가 그레벤니크의 외침

    “그들 생각에 울면서 기도한다. 마치 내 두 손이 절단되었는데 절단된 손의 통증을 계속 그대로 느끼는 것과 같다. 내가 이 일기를 적는 이유는 “전쟁 그만!”이라고 외치기 위해서다. 전쟁에는 승리자가 없다. 우리 한 사람 한 사람 마음 속에 커다란 구멍만 남는다.” ‘전쟁일기’를 국내서 출판한 우크라이나 작가 올가 그레벤니크(35)가 15일 오후 3시 20분 제주 서귀포시 중문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17회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 문화세션 ‘폭력에 저항하는 부드럽지만 강력한 힘’에서 온라인 영상으로 제주도민들과 만나 ‘책 속의 외침’처럼 전쟁의 참혹한 실상을 알리며 눈시울을 붉혔다. 좌장을 맡은 김동현 제주민예총 이사장은 “그레벤니크는 불가리아로 피난 온 지 반 년이 지났다”면서 “갑작스런 전쟁 앞에서 망연자실하며 남편과 헤어져 떠나왔다”고 급박했을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레벤니크는 실시간 영상을 통해 “전쟁이 일어나도 선량하고 착한 사람들이 승리한다. 증오와 미움이 있다면 실패할 것이고 패배할 것”이라며 전쟁을 멈추라고 호소했다. 그는 “매일 밤을 마지막 날처럼 살았고 모든 것을 앗아가 버린 나머지 지하실 생활을 하고 바퀴벌레가 된 듯 비참한 기분 속에서도 그림을 그리고 SNS에 글을 올리며 희망의 메시지를 보냈다”고 전했다. 이어 “전쟁은 ‘상실’을 가르친다. 그러나 물질적인 것은 의미가 없다. 사람간의 소통이 얼마나 소중한 지 깨달았다”며 사랑과 소통만이 삶의 의미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이날 좌담에 직접 참석한 또 다른 우크라이나 출신 올레나 시둘축(더펠로우십코리아방송인) 영화배우는 “지난 2월 이유도 없이 세상이 바뀌었다”면서 “아버지와 오빠, 친구들이 전쟁에 참전했다. 뉴스에 나오지 않는 파괴된 도시 이야기들을 그들에게 듣는다”고 말했다. 한국에 온 지 7년 된 그는 “자유의 가치와 평화의 가치를 실현하는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전쟁이 일상이 되어선 안되며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제주포럼 주제처럼 갈등을 넘어 평화로 나아가길 바란다”고 희망했다. 김숨 작가도 자신의 책 ‘떠도는 땅’에 나오는 강제 이주한 고려인들의 삶을 언급하며 “아직도 국적을 회복하지 못하고 무국적자로 떠돌고 있는 사람만 4만명이 넘는다”고 전했다. 그는 제국주의 시대에도 그랬듯 우크라이나 전쟁을 맞는 지금도 그 고통이 대물림되고 있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나의 삶이 너의 삶과 연결돼 있다”며 연대의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창작오페라 ‘순이삼촌’ 예술총감독인 강혜명씨는 “제주가 아름다운 이유는 그 아름다운 자연 속에 아픔을 품고 있기 때문”이라며 “제주 4·3사건을 언급하며 그 과거의 비극에 살을 붙이고 피를 돌게하는 작업이 문화예술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참석자에게 ‘역사는 기록되지만 예술은 기억된다’는 명언을 떼창하게 유도하기도 했다.이에 앞서 이날 오전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개회사를 통해 “코로나19의 교훈은 뒤로 한 채 지구촌 곳곳에서 패권을 둘러싼 갈등이 폭발하고 있다. 그야말로 ‘신냉전’ 시대라고 명명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우려하면서도 “이번 제주포럼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고, 주목받아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새로운 평화와 번영을 향한 인류 공동체를 만들 해법을 함께 모색하자”고 제안했다. 오 지사는 지난해 제주포럼에서 영상으로 참여했던 故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의 제언이자 가르침을 이날 개회사 말미에 이렇게 읽어 내려갔다. “과도한 군비 지출 대신 코로나19와 같은 문제 해결에 국제사회 자원을 투입해야 하며, 인류는 국제질서를 재편함으로써 전 세계 모든 시민들이 안전한 삶을 영유하고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삶을 지향해야 한다.”
  • [나우뉴스] “여왕 장례식 오지마!” 英 왕실이 극구 거부한 ‘5명’ 누구?

    [나우뉴스] “여왕 장례식 오지마!” 英 왕실이 극구 거부한 ‘5명’ 누구?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국장(國葬)에 일반 시민 75만 명 이상과 세계 주요국 정상‧중요 인물 2000여 명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부고장을 받지 못한 국가의 지도자들이 있다. 현재까지 유럽 왕가의 구성원과 미국 대통령, 영연방 수장들, 윤석열 한국 대통령 등이 부고장을 받았고, 동시에 참석 의사도 밝혔다. 그러나 영국 데일리메일의 13일 보도에 따르면, 영국 왕실은 일부 국가 지도자들의 여왕 국장 참석을 막으려고 일부러 부고장을 보내지 않았다. 여기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알렉산더 루카센코 벨라루스 대통령,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군 총사령관 등이 포함돼 있다.푸틴 대통령은 지난 2월 뚜렷한 이유 없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무고한 생명을 앗아간 인물이다. 푸틴이 시작한 전쟁은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전 세계 공급망을 마비시키고 물가 불안정을 일으켰다. 루카센코 대통령은 이런 푸틴을 적극적으로 옹호하고, 용병을 지원하는 등 푸틴의 침략 전쟁을 도운 인물이다. 민 아웅 훌라잉 총사령관은 지난해 2월 군사 쿠테타로 미얀마를 통치하고 있다. 이후 영국은 미얀마에서 외교관 대부분을 철수시키는 등 미얀마 군사정권과 사실상 외교관계를 단절했다. 이밖에 알리 호세인 하메네이 이란 최고 지도자,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 등에게도 부고장을 보내진 않았지만, 이란 대사급의 장례식 참석에 대해서는 논의할 여지가 남아있다고 데일리메일은 보도했다. 영국 왕실 소식통은 데일리메일과 한 인터뷰에서 “러시아‧벨라루스 대통령 및 미얀마 지도자에게는 여왕의 장례식 부고장을 보내지 않았다. 다만, 이란은 최고지도자와 대통령을 제외한 대사급 인물의 참석에 대해 고려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푸틴 대통령은 ‘초대받지 못한 손님’이 될 것이라고 직감한 듯 일찌감치 장례식 불참을 선언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장례식에 대해선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아 불참이 예상된다. 셰이크 모하메드 빈 라쉬드 알마크툼 두바이 국왕도 아직 참석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한편,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국장은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확연해진 신냉전 상황을 보여줄 것으로 예상된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20세기 초 서구 제국주의의 유산이자, 서방 사회 중심의 세계 질서를 상징하는 인물이다. 반면 푸틴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은 서방 국가를 무너뜨리는 ‘공동 목표’로 끈끈한 관계를 이어가는 비서방 국가의 중심이다. 이에 따라 여왕의 국장에 참석하는 각각의 국가 지도자들이 앞으로 전개될 신냉전 시대의 새로운 전선을 보여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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