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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을 다시본다] (18) 일본인이 그리는 일본의 미래

    [일본을 다시본다] (18) 일본인이 그리는 일본의 미래

    |도쿄 특별취재팀|일본인 특유의 엄살을 감안하더라도 많은 일본인들이 너무나 진지한 표정으로 “이대로 가다간 일본은 안된다.”고 하는 데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미래에의 비관은 엘리트층일수록 더 심하다. 미국의 케네디스쿨에서 유학 중인 아키(42·전 중소기업 이사)는 “미국에서 보면 영락없이 일본은 미국의 여자친구다. 남자친구가 하자는 대로 한다. 이렇게 해도 정말 괜찮은지 걱정이 든다.”고 꼬집는다. 그의 지적은 일본의 종속적인 대미관계를 비판한 것이지만, 외교를 비롯해 일본의 시스템 전반을 뜯어고치지 않으면 2류국가로의 추락은 시간문제라는 사고를 갖고 있는 일본인을 만나기란 어렵지 않다. 일본의 집권 자민당은 창당 50주년을 맞는 올 가을쯤 싱크탱크를 출범시킨다. 웬만한 대기업, 은행에 하나쯤 있는 게 싱크탱크인데 뭐 대단하냐고 하지만 관료집단에 정책을 의존해 온 일본 정치 풍토에서는 예사롭지 않은 시도이다. 경쟁이라도 하듯 제1야당 민주당도 비슷한 시기에 싱크탱크를 띄운다. 입법이나 정치활동에 자기의 정책을 관철시키는 것이 정당 본래의 임무인데도, 패전후 일본을 이끌어온 자민당 정치는 관료에 의한, 관료를 위한, 관료의 것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을 만큼 관료의존이 심각했다는 진단은 일본 정치인이라면 누구나 공유하는 것이다. 관료의 정보와 정책에 목을 매는 한심한 처지를 호소하는 일본 정치인의 자조인 셈이다. 스즈키 다카히로는 “가스미가세키(霞が關·중앙관청가)가 최대의 적”이라고 말한다. 스즈키는 아베 신조 자민당 간사장대리의 특명을 받고 지난해부터 싱크탱크 출범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인물이다. 오사카대학 교수 출신의 그는 도쿄재단을 만든 수완을 인정받은 일본의 싱크탱크 1인자이기도 하다. “정치가 행정을 컨트롤해야 하는데, 일본은 그렇지 않다.”고 비판하는 그는 정당과 싱크탱크, 행정이 합체화되어 있는 미국이 이상적인 모델이지만 거기까지는 바라지 않는다고 했다. 행정과 민간, 정치의 경계를 넘나들 수 없는 일본 시스템을 이들이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도록 바꾸는 게 그의 소망이다. 차기내각의 재무상으로 꼽히는 시오자키 야스히사 의원도 자민당 싱크탱크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 그는 지금의 일본을 이렇게 진단한다.“자본주의라고 하면서도 관료통제의 사회주의 경제를 해왔다.” 미국 유학파(하버드대학)인 그가 싱크탱크에 거는 기대가 높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는 “10∼20년 뒤의 동아시아가 어떻게 되어야 하는지, 큰 그림이 없다면 곤란하다.”면서 “한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이라든가, 일본 내 미군기지의 재편 같은 문제들은 미래의 밑그림이 없으면 불가능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일본의 핵무장에는 동의하진 않지만, 헌법 개정에는 찬성한다.70년대와 같은 고도 경제성장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만, 사람·돈·물건이 어떤 장애없이 오갈 수 있는 시스템은 필요하다고 믿는다. 또한 유엔에 내는 분담금이 가맹국 중 2위인 일본이 국제정치에서의 영향력은 30위라는 불균형도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덧붙인다. 일본의 추락을 걱정하기는 40대의 소장파인 고바야시 유타카 참의원 의원(자민당)도 마찬가지다.“일본이 선진국 중 가장 하위로 떨어지고, 중국이나 인도에도 추월당하지 않을까 걱정된다.”는 그는 강한 경제의 재구축이라는 기대를 미래 일본에 걸고 있다. 민주당에서 브레인으로 꼽히는 마쓰다 고지 의원(참의원)의 진단은 보다 가혹하다. 그는 “일본이란 나라 전체가 바뀌어야 한다.”면서 재정악화, 소자화(少子化)·고령화, 교육, 역사의 순으로 ‘위기의 일본’이 타개해야 할 문제로 꼽았다. 일본이 떠안고 있는 780조엔의 국채 및 지방채는 경기악화가 지속될 경우, 하이퍼 인플레의 뇌관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외교방식과 역사인식에도 통렬한 일침을 놓는다.“미국에는 3분의2 정도를, 나머지는 한국이나 아세안과 손잡아야 하는데, 고이즈미는 양다리를 모두 미국에만 걸치고 있어 너무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또한 “고이즈미는 역사인식 문제만 나오면 이상한 발언을 하는데, 개인적인 신조와 일국의 총리된 입장은 달라야 한다.”고 꼬집는다. 우정민영화 법안이 부결돼 지난 8일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가 중의원을 해산함에 따라 9월11일 치러질 총선은 패전 60년 이후 일본의 미래를 점쳐볼 수 있는 가늠자이다. 색깔이 비슷한 자민·민주당의 정권교체의 가능성보다는 전쟁을 모르는 전후 세대, 특히 30∼40대의 주류화 여부는 큰 관심거리다. 청년시절 80년대 거품경제의 단맛과 90년대 장기불황의 쓴맛을 두루 경험한 그들이 일본의 메인스트림으로 자리잡는다면 그들 선배가 이룩한 ‘재팬 넘버1’의 신화를 어떻게 재창조하려 들지가 최대 관전포인트이다. ■외무성 출신 하라다 다케오 |도쿄 특별취재팀| 지난 3월 외무성에서 잘 나가던 젊은 관료가 자리를 박차고 나온다.1971년생, 도쿄대 법대 출신. 고시출신인 그는 출세가 보장되는 코스인 북한반장을 끝으로 관직을 접는다. 대북 외교의 최일선을 떠나 민간인이 된 그는 ‘북한 외교의 진실’이란 책을 펴내 일본에서 화제를 불러 일으킨다. 책의 저자 하라다 다케오는 “동아시아가 ‘세련된 제국주의’의 격전장이 되고 있으나 일본은 그런 데 전혀 눈치조차 못채고 있다.”고 주장한다. ‘세련된 제국주의’에 대한 그의 정의는 이렇다.100년 전에는 군대를 보내 상대를 제압해 이익을 취했다면, 지금의 제국주의는 상대가 눈치채지 못하게 세련된 방법으로 이익을 챙긴다는 것이다. 북핵문제도 이런 맥락에서 봐야 한다고 그는 주장한다.“냉전구조가 무너진 뒤 동아시아, 북동아시아가 같은 큰 시장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면서 “겉으로는 북핵문제를 떠들고 있으나 미국은 부(富)가 어디에 있는지 눈을 돌려 군사·외교·문화 정책을 전개하고 있으나 일본만 뒤떨어져 있다.”고 말한다. 그는 “세련된 제국주의를 인식하고 최대한의 이익을 취하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점점 다른 나라의 기업에 빼앗겨서 일본은 점차 하락할 것”이라고 걱정한다. 따라서 일본은 새롭게 부(富)를 챙기기 위해서 무엇을 생각해야 하는지 자성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런 논리는 그의 책에서 북한의 희소광물에 주목해야 한다는 섬뜩한 주장으로 연결된다. 그는 “북한은 어디까지나 ‘사례연구’일 뿐”이라고 하지만 ‘세련된 제국주의’에 입각한 일본의 한반도 경제침략론으로 읽히는 그의 논리전개는 당돌하고, 우리로선 입맛이 쓰지 않을 수 없다. 이른바 고도경제성장의 단물을 누린 70년대생인 그는 일본 사회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옛 세대는 좋은 대학 나와서 좋은 회사에 들어가고 좋았다. 단독주택에 살고 아이 낳고, 그런 꿈이 있었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우수한 사람은 해외로 나가고 가서는 돌아오지 않는다. 경제가 안 좋아지고 정치의 수준도 떨어진다.‘내일 뭘 하지.’라는 그런 논의밖에 하지 않는 정치가 되어버렸다. 그런 악순환에 빠져 있다.” 그렇지만 그는 “우리 같은 70년대생들이 일본을 바꿀 수 있다.”며 자신만만하다.‘70년대생의 힘’, 그 실체는 있는가.“절대적으로 사람 숫자가 많다. 노동자도 많고, 시장에서 볼 때 소비자도 많다.”일본의 전후를 일궜던 베이붐세대(단카이세대)에 이은 제2의 베이붐 세대가 일본의 재약진을 이루겠다는 소리로 들린다. 일본의 향후 10년은 어떤 모습일지를 묻자 그는 또 ‘세련된 제국주의’를 꺼낸다.“뺏을까 뺏길까 하는 상황에서, 지금까지는 뺏는 주체였으나, 다른 나라에 빼앗기는 대상이 될 수 있다. 발상의 전환, 대담한 정책 즉 외교, 교육문제에 눈을 돌려야 하며 새로운 국가를 만드는 데 힘을 써야 한다. 지금 방향전환, 그 분기점에 와 있다.” marry04@seoul.co.kr ■취재 후기 2020년의 세계정세를 전망한 ‘지구의 미래를 그린다’는 지난 1월의 미 중앙정보국(CIA) 보고서. 중국의 국민총생산(GNP)이 일본을 웃돌고 “21세기는 중국·인도가 이끄는 세기가 될 것”이라고 중국의 위협을 경고하고 있다. 일본에 대해서는 ‘노화하는 대국’으로 정의,“중국에 대항하느냐, 영합하느냐의 선택에 몰릴 것”이라며 일본의 분발을 우회적으로 촉구하고 있다. 3개월 뒤, 일본 정부의 경제재정자문회의는 2030년의 미래상을 담은 ‘일본 21세기 비전’을 발표한다. 소자(少子)·고령화가 진행되어도 구조개혁에 힘쓰면 몇살이 되더라도 일이나 사회에 참가하는 ‘건강수명 80세 시대’의 실현할 수 있다는 낙관적 목표를 설정해 두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시대조류의 변화에 둔감한 채 있으면 되돌릴 수 없는 사태에 이른다.”는 경고도 잊지 않는다. 미지근한 물이 덥혀지면서 서서히 죽어가는 개구리처러 비극을 맞게 된다는 낙관과 비관이 교차하는 20년쯤 뒤 일본의 자화상이다. 일본에서 만난 차세대 정치인, 교수, 언론인들, 그들의 상당수는 지금의 일본에 답답해 하는 듯 보였다. 패전 이후 일궈온 제2의 경제대국, 그러나 세계에서 존경받지 못하고 배척받는 나라. 식민지배와 침략전쟁은 이미 사죄했으니 더 거론하지 말라는 신경질적인 반응. 공룡이 되어가는 중국의 압박과 유일한 동맹국 미국에 대한 지나친 의존. 그들은 패전 직후 전쟁 포기를 명문화한 헌법을 개정하는데서 질식할 듯한 일본의 상황을 돌파하는 열쇠를 찾고 있는 것은 아닐까. 헌법을 지키겠다는 좌파세력이 몰락한 토양에서 이윽고 시동이 걸린 개헌론. 개헌을 통해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겠다는 일본호의 향후 10년간은 우리가 결코 눈을 뗄 수 없는, 엄중한 압력이 아닐 수 없다. marry04@seoul.co.kr ●특별취재팀 한종태 국제부장(팀장), 황성기 사회부장, 이춘규 도쿄특파원, 주병철(경제부)·손원천 이언탁(사진부)차장, 안미현(산업부)·김상연 황장석(정치부)·유지혜(사회부)·정연호(사진부)기자 marry04@seoul.co.kr
  • 日 “유사시 韓·美에 앞서 北제압 능력검증”

    |도쿄 이춘규특파원|일본 정부는 18일부터 시작되는 중국과 러시아의 첫 합동군사훈련이 표면적인 발표와는 달리 한반도 유사시를 겨냥한 성격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17일 보도했다. 또 아사히신문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양국의 군사 협력 관계를 과시, 미국에 의한 일극지배를 견제하는 목적이 담겨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닛케이신문에 따르면 자위대의 한 간부는 “한반도 유사시 중국과 러시아군이 한·미 연합군에 앞서 북한을 제압할 능력이 있는지 여부가 이번 훈련에서 검증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 근거로 훈련의 중심이 될 공정부대와 상륙부대 전개훈련은 한·미연합군의 북진을 억제하는 작전이 주축이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중국과 러시아의 입장에서 볼 때 북한은 “한·미·일과 사이에 존재하는 완충지대”다. 두 나라는 이런 상황이 유지되기를 바라지만 만약 북한의 현 체제가 붕괴되는 사태가 일어날 경우 한국과 미국의 북진을 저지, 북한에 통제 가능한 새 정권을 수립할 시간을 벌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닛케이는 훈련이 끝난 후 러시아가 중거리폭격기 TU22M 백파이어 등의 신형무기를 중국에 넘겨줄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백파이어는 핵폭탄을 탑재할 수 있는 초음속 폭격기로 냉전시대에 일본과 유럽 국방당국이 두려워했던 항공기다.taein@seoul.co.kr
  • [일본을 다시본다] (16) 힘의 외교 추구

    [일본을 다시본다] (16) 힘의 외교 추구

    |도쿄 특별취재팀|올해 일본 외교의 출발 소리는 요란했다.‘국민을 지키는 외교’‘선두에 서는 외교’‘주장하는 외교’‘저력있는 외교’. 이런 정책방향에 따라 일본은 연초부터 한국과 중국, 러시아, 타이완 등 주변국과 영토 분쟁을 불사했다. 역사교과서 채택과 야스쿠니신사 참배 등의 역사문제로 한국과 중국을 자극했다. 저력을 발휘, 선두에 서기 위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진출을 목표로 엔화를 쏟아부었다. 국제외교 무대에서도 일본 입장을 강력히 전개했다. 하지만 패전 60주년인 현재 일본외교는 6자회담에서, 유엔에서, 국제외교무대에서 더욱 고립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일본은 패전 이후 60년간 와신상담, 패전국의 멍에를 떨쳐내기 위해 때론 속내를 숨기며, 때론 정면으로 힘을 내세우는 외교전략을 펼쳤다. 특히 패전 60주년을 앞두고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에 진출, 강한 외교력을 행사하려는 의지가 무척 강했다. ●일본외교, 막다른 골목에 서 있다 하지만 일본외교는 점점 고립되는 양상이다. 후와 데쓰조 일본공산당 중앙위원회 의장은 일본외교가 막다른 골목에 서 있다고 표현한다. 한국·중국과의 관계는 물론 아시아 각 국들과 야스쿠니신사 참배나 과거사 문제 등으로 뒤틀려 있다고 진단한다. 즉 아시아 경시 외교로 인해 아시아에서 고립감만 깊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후와 의장은 “주변국과 평화적 관계를 설정하는 대전략을 가져야 한다.”고 일본외교의 방향 수정을 제시했다. 현재 일본외교는 이른바 아시아 전략이 없다는 비판을 듣는 만큼 “상대국이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지, 서로의 실정을 살피는 장기전략을 세워 (말만이 아닌) 행동으로 실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본 언론들도 여름 들어 ‘시련의 일본외교’,‘위기의 일본외교’라고 진단한다. 조셉 나이 미 하버드대 교수는 “일본은 미국이란 후원자가 있기는 하지만, 동남아 국가들과 적극적인 접촉·교류를 도모해야 한다.”면서 이들 국가와의 문화교류 등을 통한 외교기반 강화를 주문했다. 역시 하버드대 이리에 아키라(미국사) 교수는 일본이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들과 ‘장래에 대한 비전’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면서 3국간 관계개선을 위해서는 민간 레벨의 접촉이나 교류가 불가결한 요소라고 제시했다. ●일본, 그래도 힘의 외교는 한다 일본정부는 그럼에도 힘의 외교를 고집하는 양상이다. 지난달 발표된 통상백서는 일본이 동남아국가연합(ASEAN) 역내 국가의 경제통합을 주도하고, 자유무역협정(FTA)을 축으로 무역과 투자활성화를 뒷받침할 제반 규칙을 조성해 나갈 것을 주문하고 있다. 일본의 힘으로, 중국의 힘을 제어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백서는 중국 경제 부상의 위험성을 경고하며 일본 기업들에 아세안 국가 등으로 투자처를 다변화할 것을 강력히 주문했다.‘동아시아 투자의 일극집중(一極集中)’을 막아내야 할 사명이 일본기업에 있다는 것이다. 동아시아 패권을 중국에 양보할 수 없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 외교는 돈의 힘을 앞세웠다. 지난해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가 직접 나서 올해 내 상임이사국 진출 의사를 천명했고, 올해 엔화를 앞세워 아프리카, 중남미 등 표밭 공략에 집중했지만 최근 들어 점차 좌절로 굳어지는 양상이다. 마치무라 노부다카 외상 등이 거부권이 있는 상임이사국 진출 꿈을 접을 수도 있다고 밝힌 것도 이런 기류를 반영한다. ●미국편향 외교 치열한 논란 유발 일본외교의 미국 편향성은 심각한 수준으로 우려된다. 사가키바라 에이스케 게이오대 교수는 화제를 불러온 저서 ‘경제의 세계세력도’에서 “일본은 반(半)주권국가로서 미국의 충실한 파트너 역할을 하려고 한다.”면서 “미국의 경제가 정체, 군사비를 견디지 못할 상황이 오거나 동아시아 안전보장에서 손 떼는 상황이 오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면서 아시아 공동통화 등 아시아외교 강화를 주문했다. 도쿄대 대학원 후카가와 유키코 교수는 일본이 전후 경제·정치적으로 미국이나 아시아국가(중국) 중에서 어느 하나를 선택해야 할 운명이었다고 분석한다. 그런데 지금은 미국의 시대이고, 그래서 미국을 선택, 안보를 미국에 의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후카가와 교수는 “중국과 북한으로부터 심리적 압박을 받고 있는 일본은 지금 핵무장을 할 수 없으니 미국에 의지하지 않으면 안 된다.”면서 “중국이 해군을 늘리는데 이런 위험에서 지켜줄 힘은 미국밖에 없다. 그래서 (승전국)미국에 대해 복잡한 심경으로 의지하고 있는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taein@seoul.co.kr ■ 日주장 ‘미들파워’란 미들파워(middle power)라는 개념은 국가안보를 기준으로 한 것으로 ‘중급국가’로 번역되고 있다. 캐나다나 호주가 자신들의 외교를 표현하는 용어다. 일본에서는 소에야 교수가 ‘일본의 미들파워 외교’라는 저서에서 사용, 빠르게 퍼지면서 주목받고 있다. 소에야 교수는 국가들을 ‘슈퍼파워(초대국)’,‘그레이트파워(대국)’,‘미들파워’,‘스몰파워(소국)’라는 4개의 부류로 분류했다. 초대국은 현 시점에서 미국이 유일하고 냉전시대는 미국과 소련이었다고 분류한다. 국제정치의 기본적 질서를 구성하는 대국은 현재는 중국과 러시아를, 잠재적으로는 인도를 꼽았다. 인도는 국민 정서가 대국으로서의 발상을 하고 있고, 핵무기도 갖고 있어 독자적인 안보나 외교수행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대국은 아니지만 국제질서에 대해 일정 정도의 수정을 촉구하는 힘만을 가진, 독자적인 안보능력이 없는 나라인 미들파워로는 일본과 독일 등을 분류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영국과 프랑스는 대국과 미들파워의 중간단계로 분류했다. ■ 소에야 게이오大 교수 인터뷰|도쿄 특별취재팀|“일·미 안보조약이 일본안보의 요체이기 때문에 미국은 모든 일본외교의 기초입니다. 미국을 전제로 하지 않는 일본외교는 없습니다. 이것이야말로 일본을 어떻게 볼 것이냐는 논의의 시발점이 됩니다.” 게이오대학 법학부 소에야 요시히데 교수의 전공은 일본외교이다. 그는 요즘 들어 고민이 적지 않다. 일본외교가 올 한해 6자회담이나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 외교 등에서 고립돼 있다는 지적을 받기 때문이다. 도쿄시내 한 호텔에서 그를 만났다. ▶일본이 힘의 외교를 추구한다는 비판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일본내의 혁신세력이나 한국, 중국 등에서 보면 힘의 외교를 하고 있다고 비쳐질 것이다. 일본이 2차대전 패전 전에는 대국으로서 힘의 외교를 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전후는 다르다. 힘의 외교를 할 수 없게 됐다. 한국인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전후 일본외교는 미국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이 기본 스탠스다. ▶일본이 아시아 경시외교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은데. -대미관계가 일본외교의 기본전략이다. 좌, 우로부터 비판이 있지만 엄연한 현실이다. 우파들이 요구하는 미국으로부터의 외교적 독립은 미국측이 허락하지 않을 것이고, 좌파들이 요구하는 비무장 중립국도 현실성이 없다. 전후 일본의 불행은 대미의존이 지나치다는 점이다. 아시아 외교도 대미동맹을 전제로 전략을 짤 수밖에 없는 처지다. ▶주변국과 마찰의 원인은 무엇인가. -역사문제이다. 일본이 전전 대국으로서 힘의 외교를 했고, 그런 인식이 한국인들에게 지금도 남아 있다. 반성하지 않고, 역사를 잊고, 대국외교를 하려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 그래서 주변국민들의 두려움이 있는 것이다. 역사문제는 전략적인 문제로 충돌하는 경향이 강하다. 같은 입장을 가진 각 국의 시민단체들이 해결하면 빠르다. 일본의 역사문제 대응은 지금보다 더 전략적이어야 한다. ▶일본이 외교적으로 고립돼 있는데. -6자회담에서 일본이 납치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납치문제가 국내정치 문제이긴 하나, 외교가 국내정치와 별개일 수 없기 때문이다. 일본정부는 북핵문제 해결 얘기만 하려고 했다. 하지만 국내정치도 현실인데 어쩌겠나. ▶일본이 돈 외교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일본이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에 들어가려고 ‘와이로(뇌물) 외교’를 하는 것은 아니다. 빈곤타파와 인간안전보장을 위해 정부개발원조(ODA)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얘기는 비판을 위한 비판이다. 일본이 전후 60년간 평화외교를 했다는 사실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것은 ‘일본의 노력부족’에도 원인이 있다고 본다. ▶일본외교의 돌파구는 무엇인가. -일본 국내여론을 좌나 우로 일방통일은 못한다. 우로 하면 중국은 물론 미국도 반대한다. 따라서 일·미 동맹을 전제로 한국이나 동남아국가들과 상호 협력하는 ‘미들파워(중급국가) 외교’를 해야 한다. 특히 평화주의자들이 개헌론을 제기, 현실적 모순을 없애주면 5∼10년 뒤엔 일본외교가 움직이기 쉬워질 것이다. 평화주의자들의 개헌론은 우익들과는 다르다. 최소한의 부분만 고쳐도 좋다. taein@seoul.co.kr
  • [광복60-미래를 위한 제언] 한·일 두 학자가 보는 양국관계

    [광복60-미래를 위한 제언] 한·일 두 학자가 보는 양국관계

    광복 60주년.1945년 8월15일에서 2005년 오늘 그 60년은 대한민국의 희망과 좌절, 격동, 전진의 대역사이기도 하다. 광복 60주년이 우리 대한민국에 주는 의미가 무엇인지, 지금 이 시기 한반도 평화는 어떤 모습으로 구체화돼야 하는지, 그리고 한국과 일본은 한반도 평화 구축이란 대전제 속에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가 두 나라 국민 모두에게 던져진 과제다. 이런 취지 아래 한·일 두 학자의 인터뷰를 통해 양국 관계의 미래를 위한 제언을 듣는다. 최상용 교수는 주일 한국대사를 지낸 대표적인 지일파(知日派)학자이며, 고하리 스스무 교수는 신진 지한파(知韓派) 학자로 평가받고 있다. 최 교수는 직접 인터뷰를, 고하리 교수는 e메일 인터뷰를 했다. ■ 주일대사 역임 최상용 고려대 교수 ▶광복 60주년이 갖는 의미를 정리하면. -우선 우리의 선택이 옳았다는 확신을 갖고 싶다.1945년 광복 이후 3년 의 군정을 거쳐 대한민국이 건국됐다. 우리는 자유를 기본 이념으로 하는 민주주의를 선택했고 그 기반 위에 산업화를, 산업화의 태내에서 자생적인 민주주의의 꽃을 피울 수 있었다. 동아시아에서 민주화된 시장경제를 구현한 나라는 한국과 일본뿐이다. 하지만 일본의 민주주의는 서구처럼 시민혁명에 의한 자생적 민주주의가 아니었다. 명치유신 이후 약 140년간 서구 민주주의를 학습해 왔다. 특히 제2차 세계대전 후 7년간의 미군의 점령정책이 일본의 민주화를 반석에 올려 놓았다. 이에 비해 대한민국은 분단과 전쟁, 독재, 수많은 희생, 반인권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피와 땀으로 민주주의를 쟁취했다. ▶광복 60년 이순(耳順)의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길은. -냉혹한 국제현실에서 자주의 역량을 갖춰야 한다. 자주는 대한민국 국민의 생명, 재산을 지킬 수 있는 안팎의 자원을 주체적으로 동원할 수 있는 역량이다. 냉전시대엔 서방의 맹주였던 미국이 있었고, 서방체제 안에 편입돼 있으면 안전했다. 이젠 달라졌다. 자주 역량을 발휘한 최근 두 사례가 있다.5년 전 6·15 남북정상회담은 바깥 세력에 의해 강제된 한반도 냉전을 우리 민족의 힘으로 풀어보려는 몸부림이었다. 자주적 역량의 표시로 이를 역사가 평가할 것이라고 본다. 지난 1년여 동안 정체된 6자회담을 이끌어내는 과정에서 우리의 역내 조정자 역할도 훌륭했다. 우리는 이제 ‘중견국가’로서의 역량을 갖춰 나가면서 자유와 자주를 기반으로 한반도 평화를 일궈 나가야 한다. ▶한·일관계의 현주소와 미래는. -1965년 국교 정상화 무렵 한·일국민간 교류는 연간 만 명이었다. 지금은 하루 만 명 이상이다. 이 현실을 무게 있게 받아들여야 한다.1998년 한·일 파트너십 정신은 일본의 식민통치에 대한 통절한 반성과 사과, 이를 토대로 미래지향적인 관계로 나갈 것, 그리고 일본 대중문화를 한국시장에 개방하는 것이 중심내용이었다. 우리와 일본의 문화산업의 격차를 우려해 많은 국민들이 반대했다. 나는 당시 문화 교류는 어떤 특정한 시기에서의 우열의 문제가 아니고, 과거 현재 미래를 잇는 끊임없는 서로 배우기의 과정이라고 판단하여 찬성했다. 그래서 지금 한류(韓流)가 있다. 한·일 과거사 논쟁에서 항상 먼저 어기는 쪽은 일본이다. 소위 망언인데,6자회담에서 화두가 된 ‘말 대 말’‘행동 대 행동’ 원칙을 기초로 일측에 대응하되, 한·일관계 협력을 위한 큰 틀을 유지하는 게 성숙한 자세가 아닌가 한다. ▶구체적으로 독도 문제 등이 나오면 민감할 수밖에 없는데. -독도는 실효 지배를 유지하고 내실화하면 된다. 독도는 우리의 천연기념물이다. 우리 정원을 가꾸듯 해야 한다. 관광객, 군인, 경찰이 대거 들어가는 것보다 천연기념물 관련 전문연구원을 상주시키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야스쿠니 신사참배와 관련해 우리가 문제 삼는 것은 신사에 합사돼 있는 A급 전범이다.A급 전범의 분사, 또는 제3의 추도시설 등 일본의 사려 깊은 조치를 기대하고 싶다. 이것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미국도 이 문제에 관심을 보이는 것이 당연하다. 패전국 일본의 A급 전범 판단을 한 당사자는 미국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너무 일본을 획일적으로 보는 경향에 대해선 경계할 필요가 있다. 일부 극우지도자들의 망언으로 일본 전체를 나쁘게 보면, 수많은 친구를 잃는 우를 범한다.4년 전 문제의 후소샤 교과서 채택률이 불과 0.039%였다는 사실을 잊을 수 없다. 그리고 한류에 마음을 열고 있는 수많은 일본인의 반응을 귀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우리는 평균적인 일본 국민에게 정서적으로 호감을 받을 수 있고 논리적으로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일본은 지난 베이징 6자회담에서 납치문제를 고집, 참가국의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았다. 한반도 평화를 위한 일본의 위치와 역할은. -이 지구상에서 비핵화의 주도권을 쥘 수 있는 나라는 선진국이면서 핵을 갖고 있지 않은 일본이다. 인류사상 최초의 피폭국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본은 이에 대한 문제의식도, 방법도, 의지도 없어 보인다. 전후 일본은 비핵3원칙을 바탕으로 핵무기를 만들 능력을 충분히 가졌으면서도 만들지 않고 있다. 그런 점은 높이 살 만하다. 이런 점에서 비핵 이니셔티브를 위한 정치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역사적으로 일본은 가해자이자 동시에 원폭을 맞은 피해자이다. 그러나 그 두개 고리가 따로따로 논다. 그 간격을 이을 수 있는 전략도 설명 책임도 없어 보인다. 사실 일본에서의 ‘납치 문제’는 우리나라의 독도 정도의 파괴력을 갖고 있어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6자회담은 목적이 한반도비핵화다. 피폭국가 일본은 최소한 비핵과제와 납치문제를 병행할 수 있는 전략이라도 보여야 한다. 일본은 이번 6자회담을 통해 대 아시아 외교를 소홀히 해 온 대가를 절실히 느꼈을 것이다. 미국과의 동맹에만 의존했던 안이함이 부른 화(禍)라고 할 것이다. 보통국가로의 변신을 시도하며 헌법을 바꾸려 하고, 자위대를 강화하려는 ‘전쟁가해국가’ 일본이 아무리 히로시마 원폭의 피해국임을 강조한다 해도 이웃나라가 선뜻 납득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김수정 기자 crystal@seoul.co.kr ■ 고하리 스스무 시즈오카현립대 교수 ▶지난 60년간의 한·일관계를 평가한다면. -엇갈림과 협력의 연속이었다고 생각한다. 이승만 시대에 한국인은 과거사 문제로 대일청구 의식을 강하게 했지만, 일본인은 한반도를 무관심·기피의 대상으로 했다. 박정희 시대에는 양국 정부가 양국간의 정치·경제적 협력을 모색했지만, 국민 차원에서는 상호 이해가 진행되지 않았다. 전두환·노태우 시대에는 일본인이 이문화로서의 한국에 관심을 갖게 된다. 김영삼·김대중 시대는 역사인식 문제로 갈등이 있는 한편 대중문화 교류가 비약적으로 진행되었다. 노무현 시대는 일본에서는 한류를 통해 호의적으로 한국을 보려 하지만, 한국에서는 외교갈등이란 부정적 측면에서 일본을 보려는 분위기가 있다. ▶역사문제를 둘러싼 양국의 갈등 해결방안은. -역사적 사실은 하나밖에 없기 때문에 양국간에 공동연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역사인식이나 역사적 사실에 대한 평가를 모두 일치시키는 것은 꽤 어렵다고 생각한다. 이토 히로부미를 검증할 때 한국에선 일제 식민지 지배를 실행한 장본인이라며 부정적 인물로 평가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일본에서는 입헌정치의 기초를 확립한 초대 총리라는 긍정적 측면을 평가한다. 양국 모두 ‘우리 민족은 우수하다.’는 자민족 중심주의적인 역사관을 가르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 ▶북한 핵문제 해결 방식은. -북한의 핵무기는 절대로 포기시키지 않으면 안된다는 의지가 양국 정부와 여론이 어느 정도인지 의문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일본여론은 핵문제보다 일본인 납치 문제를 우선하는 분위기가 있다. 한국에서는 대통령이 일본에 대해 ‘외교 전쟁도 불사한다.’라고 하는 한편, 핵보유에 관해서는 ‘북한의 주장에 일리가 있다.’라고까지 말한다. 양국 국민도 북한 핵문제에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 북한에 체제보증을 약속하는 한편으로, 모든 핵보유를 완전하게 포기시킨다고 하는 점에 일·한·미가 완전하게 일치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으면 안된다.3국이 대립해도 그걸 북한에 보여주면 안된다. 특히 한국은 북한이 다른 문제로 대일 공동대응을 제안해도 동조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남북한에 대한 일본 여론이 악화되면 예상되는 북한에 대한 경제협력도 이뤄지지 않게 된다. ▶동북아시아에서의 한·일 관계는. -10년 후를 생각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양국 지도자는 지금의 일밖에 생각하지 않는 행동이 많은 듯하다. 특히 중국과 미국 관계가 중요하다. 현재 일본은 ‘미국 중시-중국 경시’, 한국은 ‘미국 경시-중국 중시’의 경향이다. 일본은 좀 더 중국에, 반대로 한국은 좀 더 미국에, 정중한 외교를 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류와 한·일 문화교류의 공평성, 바람직한 미래를 위한 제언이 있다면. -지금까지 일본인 중에서 한국에 친근감을 느끼지 않는 핵심층은 중년의 여성이었지만, 욘사마 현상 덕분에 지금 중년 여성이 가장 한국에 친근감을 갖는 층이 되었다. 서울신문·도쿄신문 공동여론조사 결과 양국간의 외교관계가 악화되는데도 과반수의 일본인이 한류현상으로 인해 한국에 친근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만약 한류현상이 없었으면 올해 한·일관계는 더 악화되었을지도 모른다. 또 한국측이 경제효과, 국위선양 측면에서만 한류현상을 강조한다는 것이 일본에 전해지면 일본에서 한류현상이 식을 수 있다. 한국은 일본 등 외국 대중문화의 수용에도 적극적이어야 한다. ▶고이즈미 총리와 노무현 대통령, 양국 지도자가 한·일관계에 미치는 영향은. -두 지도자는 ‘국제 협조형의 애국심’보다 ‘배타적인 내셔널리즘(민족주의)’이 계속 대두되고 있는 점을 더 우려해야 한다. 고이즈미 총리도, 노 대통령도 말을 좋아하지만 내셔널리즘을 자극하거나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않게 신경써야 한다. 한·일간의 문제에 대해 부적절한 발언을 한 정부여당의 간부에게는 해임을 포함해 엄격하게 대처해야 한다. 외교관계가 악화되어도 문화교류나 자치체간 인적교류는 절대로 중단해선 안된다고 지도해야 한다. 일본에서 반한 감정이, 한국에서 반일 감정이 높아져도 양국에 이익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인식하고 행동해야 한다. ▶양국 갈등을 가져온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인가. -양국 쌍방에 다양한 원인과 배경이 있다. 한가지 들고 싶은 것은 언론 보도의 문제점이다. 양국 신문과 TV를 보고 있으면 자국민을 자극하는 도쿄발, 혹은 서울발의 보도가 너무 많다. 도쿄 이춘규특파원 taein@seoul.co.kr
  • [이현세 만화경] 고백이라면…

    [이현세 만화경] 고백이라면…

    나는 서른 살이 넘도록 연좌제에 시달려왔다. 태어나서부터 학교와 군생활에서는 물론이고 사회에 나와서도 해외여행조차 제대로 할 수 없는 지경이었으니 말하자면 나는 이 나라에서는 요주의 인물이요, 항상 감시추적과 도청으로부터 심적으로 자유롭지 못했다. 당연히 정보부에 대한 내 생각은 부정적이고 어두운 것이었으며 작가 생활 내내 영향을 주었다. 그런 내게 최근 터진 안기부 불법도청사건은 과거행위에 대한 필연적인 부메랑 같은 느낌이 들었다. 조금은 고소해하고 있었는데 국민들의 분노가 워낙 커서인지 현재의 국정원은 이례적으로 지난 과거의 불법도청에 대해 중간 진상발표를 하고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현 국정원 지휘부는 과거사에 대한 진정한 자기반성과 사과를 한다고 국민들에게 호소하고 있지만 대체적으로 국정원의 고해성사를 색깔 있는 시선으로 해석하는 분위기이다. 확실히 과거의 중앙정보부나 안기부 시절에는 정권 보위기관으로서의 폐해가 심각했고 지금의 국정원도 정권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과거 도청 책임자들의 체벌이라든지 X파일의 공개 따위에 대한 관심보다는 이 사건으로 인해 국정원의 부정적인 모습이 더욱 부각될 것이라는 것에 훨씬 더 걱정이 앞선다. “정보국이 불법 도청했다.” “직원이 모기업을 협박했다.” “지휘부의 직원 관리 소홀의 탓이다.”라는 사실들은 국정원도 통렬하게 반성해야겠지만 그 당시 정보 정치에 영합한 정치인들의 속셈과 불법도청의 지시주체와 수혜자들에게 더욱 큰 잘못이 있다. 그리고 이제야말로 국정원도 대오각성하고 국가와 국민에게로 되돌아올 책임이 있다. 세계의 모든 정보부는 음지에서 일한다. 냉전시대가 없어진 지금 모든 나라의 정보부는 대테러활동이나 사이버 안전, 또는 산업 스파이 사건에 몰두한다. 우리 국정원도 예외는 아니어서 최근 하이닉스 반도체 산업 스파이 사건을 적발해서 12조원의 국부유출을 막아낸 바가 있다. 미국의 워싱턴은 아버지가 생일 선물로 준 도끼를 시험해 볼 양으로 아버지가 아끼시는 벚나무를 잘라버렸다. 워싱턴은 질책과 야단을 무릅쓰고 아버지에게 잘못을 사과했고 이를 진정한 용기로 받아준 그의 아버지의 배려가 워싱턴을 미국의 초대 대통령으로 이끌었다. 과거의 정보부는 확실히 어둡고 공포스러운 곳이었다. 그러나 정보부에 누구보다 개인적인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 내 눈에도 작금의 도청 파문을 보면 한 마리의 악어를 수 많은 피라니아떼가 달려들어 도륙을 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여러 탐욕이 한 탐욕을 희생양으로 삼고 있는 것처럼…. 고와도 내 새끼지만 미워도 내 새끼다. 어쨌든 한 나라에 정보부는 있어야 하고 대한민국에 정보를 담당하는 조직은 있어야 한다. 과거의 잘못은 벌하되 지금의 젊고 힘찬 국정원 직원들의 사기를 꺾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세계는 각국간에 치열한 정보전쟁을 하고 있고 우리는 분단 현실과 대 테러위험, 국부유출을 막아야 하는 산적한 현안들이 놓여있다. 나는 차라리 이번 국정원이 과거시절의 잘못을 시인한 것을 용기 있는 고백이었다고 믿고 싶다. 그리고 앞으로 제발이지 그 어둡고 은밀한 지하세계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국가와 국민에게 봉사하는 밝고 신비로운 조직으로 거듭나길 간절히 바란다. 그래서 한국판 ‘007 시리즈’라도 탄생해서 세계 문화 콘텐츠 시장을 휩쓰는 날도 오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 6者 공동성명 초안에 담겨… 합의땐 4자회담 재부상

    |베이징 김수정특파원|지난 7일 13일 만에 휴회한 제4차 6자회담의 공동 성명 6개항 초안에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논의와 관련,“‘직접 당사자’끼리 별도의 포럼에서 협의해 나간다.”는 조항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8일 “한반도 비핵화와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은 궁극적으로 한반도의 냉전종식, 나아가 평화정착, 동북아의 평화구축을 위한 기틀이 될 회담”이라면서 “평화체제 구축 문제는 시급한 의제는 아니나 중장기적으로 논의할 중요한 문제”라고 밝혔다. 다른 당국자는 “한반도 평화구축이란 단어는 정전협정의 평화협정 체제로의 전환을,‘직접 당사자’란 표현은 남북한과 미국 중국 등 4개 나라를 뜻한다.”고 밝혔다. 이어 “별도의 포럼이란 6자회담의 틀 밖에서 협의체(회담)를 만들어 논의해 나가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북한과 미국 등 6자 회담 참가국 모두 이같은 해석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이번 회담에서 제4차 공동성명 초안이 평화적 핵활동 요구를 둘러싼 북·미간 이견으로 채택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향후 이 조항을 포함한 문건이 합의될 경우 98년 이후 중단된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남·북·미·중간 4자회담(2+2)이 한반도 안보 논의틀로 재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향후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 회담 진행 과정에서 이 문제를 위한 4자회담 논의 진행을 고리로 엮어 풀어가려 할 경우 난관이 예상된다. crystal@seoul.co.kr
  • [6자회담 휴회 결정] 中전문가 “美 결단 내려야” NYT “진전”… WP “후퇴”

    |도쿄 이춘규·베이징 오일만특파원 서울 장택동기자| 4차 6자회담이 결론을 내지 못한 채 휴회한 것에 대해 미·중·일의 언론과 전문가들은 아쉬움을 표시하면서도 아직 완전히 실망하기에는 이르다는 반응을 보였다. 중국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한반도 비핵화’ 실현은 북핵 타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미국이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중국 싱크탱크인 사회과학원 아태연구소 퍄오젠이(朴建一) 교수는 “북한은 쓸 카드를 다 썼기 때문에 미국의 변화가 관건”이라며 미국의 냉전적 사고 탈피를 강조했다. 중국 국무원 발전연구센터 산하 한반도연구센터 리둔추(李敦球) 주임도 “북한이 북·미 교착상태 타개를 위해 대미 협상용으로 ‘핵 카드’를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고 북한을 옹호했다. 칭화(淸華)대학 공공관리학원 추수룽(楚樹龍) 교수는 “이번 회담에서 북·미가 서로의 마지노선을 확인했기 때문에 냉각기(휴회)를 거쳐 타결점을 찾는 정상적인 단계를 밟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 언론의 반응은 엇갈렸다. 워싱턴포스트는 “새로운 돌파구를 열 것으로 기대됐던 이번 회담이 결국 교착상태에 빠졌다는 것은 6자회담의 후퇴를 보여준다.”면서 “이번 회담도 북한의 평화적 핵 이용 등 지난 회담들과 똑같은 문제 때문에 수렁에 빠지고 말았다.”고 평가했다. 반면 뉴욕타임스는 “휴회가 돌파구를 열기 위한 압력으로 작용할 것인지, 아니면 6자회담의 완전한 실패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면서도 “미 정부 관리들은 여전히 북한과 이견이 있긴 하지만 어느 정도 진전이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일본 언론은 휴회로 인해 회담이 동력을 잃을 가능성을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공동문건 합의 여부가 최종적으로 북한 최고지도부가 이번 회담에서 이뤄진 미국과의 양자접촉을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지적했다. 아사히신문은 당사국들이 결렬을 피하기 위한 차선책으로 휴회카드를 선택했다고 풀이했다.taein@seoul.co.kr
  • 계급간 타협이 ‘시장발전의 원동력’

    계급간 타협이 ‘시장발전의 원동력’

    마르크스와 베버. 흔히 자본주의의 ‘기원’을 따지다 보면 이들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마르크스는 생산력과 생산관계라는 경제 개념(궁핍)을, 베버는 프로테스탄트 윤리라는 문화 개념(절제)을 답으로 제시했다. 후대에 다양한 버전이 이어졌지만 큰 틀에서는 벗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이들 주장이 자본주의 기원과 발전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끊임없이 나왔다. 독일의 정치경제학자이자 네오마르크스주의자 하르트무트 엘젠한스의 목소리를 빌려 그 비판을 정리한 책이 나왔다. 바로 성균관대 사회과학부 이국영 교수의 ‘자본주의의 역설:계급균형과 대중시장’(양림 펴냄)이다. 책의 요지는 “자본주의가 불평등을 전제로 한 체제라는 생각은 역사적 사실과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외려 “평등해야 발달할 수 있는 게 바로 자본주의 체제”라고 정의한다. 우리의 상식과 근본적으로 궤를 달리한다. 방법은 비교정치학이다. ●계급‘차별’이 아니라 계급‘평등’이 자본주의의 원동력 ‘원조’ 자본주의 국가는 영국이다. 그렇다면 영국은 자본주의로 바뀔 당시 유럽 최고의 국가였을까. 아니었다. 오히려 식민지 개발에는 포르투갈과 스페인에, 생산기술이나 국가주도의 산업정책에서는 프랑스에 한참 뒤져 있었다. 그런데 어떻게 이들 모두를 추월했는가. 엘젠한스는 ‘계급간 균형’을 그 원인으로 짚는다. 다른 나라들은 지배계급이 강대했다. 그러다 보니 신분제를 바탕으로 피지배층을 잔인하게 착취할 수 있었다. 손쉽게 돈을 번 지배층은 사치와 향략으로 이를 탕진해버렸다. 포르투갈·스페인·프랑스가 재정흑자를 바탕으로 강력한 산업진흥정책을 폈다곤 하지만, 생산물은 지배계급을 위한 사치품뿐이었고 피지배계급은 소비력이 전혀 없었다. 자본의 축적이니, 시장이니 하는 개념 자체가 성립하지 못한 것이다. 그나마 혁명으로 이런 상황을 돌파한 프랑스는 자본주의의 길로 접어들었지만 그렇지 못했던 포르투갈·스페인은 3류국가로 전락해버렸다. 이에 반해 영국은 잇따른 역병과 전쟁 때문에 지배계급의 지배력이 크게 약화됐다. 피지배계급을 착취하려 들었다가는 국가 자체가 붕괴될 지경이었다. 이 때문에 피지배계급에게 양보를 거듭하는데 이것의 정점이 바로 명예혁명의 실체라는 설명이다. 착취 안 하고 임노동 계약을 맺는다는 것 자체가 지배계급으로서는 큰 양보라는 것. 간단히 생각해 보아도, 돈 있는 사람이야 권력을 끼고 앉아 땅이나 사고 매점매석하는 게 속 편하지, 애써 공장 지어서 뭘 만들고 노동자들과 씨름하는 게 나을 리 없다는 것이다. 즉, 자본주의는 자본가의 혹독한 착취(마르크스) 때문도 아니고, 유달리 종교적이고 근면성실한(베버) 유럽인의 특징 때문이 아니라 피지배계급과 지배계급간 타협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못 가진 자의 시기와 질투가 곧 성장엔진이다 기원에 대한 이런 설명은 자본주의 발달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우리나라의 성장주의자들은 분배니, 평등이니 하는 개념을 못마땅히 여기는 경향이 있다. 일부 보수언론의 칼럼에서는 이를 ‘못 가진 자들의 시기와 질투’로 매도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그러나 엘젠한스의 논리에 따르자면 ‘못 가진 자들의 시기와 질투’, 여기에 이은 계급간 갈등, 그리고 타협이야말로 자본주의 성장의 원동력이었다. 엘젠한스는 이 메커니즘을 ‘대중시장’이라 이름붙였다. 쉽게 말해 ‘노동자들이 월급 올려달라고 또 파업하네.’라고 말하는 것은 자본가 시각의 1차원적 논리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 임금 상승은 생산비를 늘리지만 동시에 그만큼 소비자의 구매력도 강화시킨다. 이런 신진대사가 일어나는 과정이 바로 대중시장인 것이다. 이는 박정희시대 고속성장의 원인에 대해서도 해명의 실마리를 던져준다. 박정희시대를 다른 나라와 비교한 국제비교연구 결과를 보면 고속성장에도 불구하고 분배는 그럭저럭 괜찮았던 것으로 나타난다. 보수주의자들은 성장 위주 정책 때문에 ‘떡고물’이 위에서 아래로 떨어졌다고 설명하지만, 엘젠한스 논리에서는 정반대다. 박정희시대 고속성장은 상대적으로 양호했던 소득분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냉전과 독재의 영향도 있었다.2차대전 이후 복지국가 정착과 함께 세계적 호황이 찾아왔다는 사실도 하나의 증거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 kr
  • [기고] 전력 협력 남북화해 가교역/윤맹현 한전 대외사업본부장

    개성(開城)이란 지명의 유래는 서기 9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왕건이 궁예를 몰아내고 왕위에 올라 국호를 고려라 정한 뒤 도읍지를 철원에서 송악으로 옮기며 ‘도읍지를 열었다.’는 의미로 개경(開京) 또는 개성(開城)이라 불렀다. 1100여년이 흐른 오늘 개성에는 남한 기업들이 진출해 공단이 조성됐다. 개성이 이름 그대로 남쪽을 맞이하는 ‘열린 도시’가 되고 있다. 개성공단 개발사업은 남측의 자본과 기술, 북측의 토지와 인력을 결합해 남북간 경제적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경제협력의 새로운 모델이다. 현재 시범단지 2만 8000평에 13개 업체 및 기관이 입주해 있으며, 오는 2007년까지 개성공단 1단계 100만평 부지가 추가 조성돼 300여개 기업이 입주할 예정이다. 물론 개성공단 개발사업이 본 궤도에 오르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전력공급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남북은 그동안 7차례 실무협상을 통해 안정적인 전력공급 방안을 논의, 지난해 12월 ‘개성공업지구 전력공급에 관한 협의서’를 체결했다. 이어 지난 3월에는 전력공급을 위한 배전 및 수전설비 건설이 마무리돼 분단 이후 57년만에 남한의 전기가 북한으로 흐르게 됐다. 현재 한국전력은 시범단지 13개 입주업체 및 기관에 1만 5000㎾의 전력을 공급하고 있다. 오는 2007년 본단지 개발에 맞춰 10만㎾의 송·변전설비 건설사업도 착실히 수행하고 있다. 또 지금은 입주업체에 대한 전력공급에만 주력하고 있지만 점차 서비스 체제도 개선해 입주업체들이 국제 경쟁력을 갖춘 제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특히 정부는 최근 북한이 핵을 폐기하면 200만㎾의 전력을 공급하겠다는 내용의 ‘중대 제안’을 내놓았다. 이는 경제협력을 통해 냉전의 마지막 장벽을 넘어 평화를 구축하겠다는 시도로 풀이된다. 따라서 전력분야 협력이 남북한 화해와 공동번영의 새로운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지금 진행중인 6자 회담이 결실을 맺어 남과 북이 전력분야에서 본격적인 교류와 협력을 시작할 날을 기대해 본다. 이를 위해 한전도 그동안 축적한 경험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대북 전력공급 사업을 차질없이 준비해 나갈 계획이다. 앞으로 넘어야할 과제들이 많이 남아 있지만 남북이 협력해 나간다면 개성공단 개발사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될 것이며, 나아가 전력분야 협력이 한반도 평화와 번영은 물론 동북아 지역의 안정을 위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전기가 흐르는 곳에 ‘평화의 빛’이 깃들기를 기대한다. 윤맹현 한전 대외사업본부장
  • 美우주여행 2년만에 재개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가 26일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플로리다주 케이프 커내버럴의 케네디 우주센터를 떠나 12일간의 우주항해를 시작했다. 우주왕복선의 발사는 2003년 2월 컬럼비아호 폭발사고 이후 2년 만이다. 이날 발사는 2년 반전 컬럼비아호의 발사때와 같은 시간인 오전 10시39분(한국시간 오후 11시39분)에 이뤄졌다. 여선장인 아일린 콜린스와 일본인 소이치 노구치 등 7명의 우주인을 태운 디스커버리호는 12일 동안 우주 비행을 통해 우주왕복선의 안전 성능을 시험하고 국제 우주정거장에 보급품과 장비를 전달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이날 발사 2분 만에 디스커버리호에서는 2개의 연료추진 로켓이 성공적으로 분리된 데 이어 발사 9분 만에 디스커버리호가 궤도에 진입했다. 디스커버리호는 발사 후 45시간이 지난 뒤 362㎞ 상공에서 지구궤도를 돌고 있는 국제우주정거장(ISS)과 도킹하고 12일 동안 우주공간에서 임무를 수행한 뒤 다음달 7일 오전 5시46분(현지시간) 귀환할 예정이다. 이 기간동안 디스커버리호는 우주실험실 컬럼버스의 조립을 위한 장비를 전달하고 2008년이면 수명을 다하는 허블망원경의 성능을 점검하게 된다. 앞서 디스커버리호는 지난 13일 오후 3시51분 발사될 예정이었으나 발사 2시간30분을 채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연료탱크 센서 고장이 발견돼 발사가 연기됐었다. 1984년 처음 등장한 디스커버리호는 이번이 31번째 비행이며 냉전 이후 평화적 우주개발이라는 목표 아래 시작된 우주정거장 개발계획에서 ‘화물선’ 역할을 맡아왔다.이석우기자 jun88@seoul.co.kr
  • [길섶에서] 김삿갓 북한방랑기/심재억 문화부 차장

    동네를 채우고도 남아 들판까지 울려 퍼지던 마을스피커. 그 스피커의 ‘뚜뚜뚜∼땡’하는 시보(時報)보다 더 강렬하게 우리의 냉전의식을 자극한 것은 정오 5분전에 방송되는 ‘김삿갓 북한 방랑기’였다. 성우가 누군지는 모르지만 그 낯익은 목소리가 향토예비군가나 새마을노래와 겹쳐지면 들일하던 사람들 허리를 폈다.“자, 때됐다. 밥 먹고 하자.” 사시(巳時) 무렵 숨을 거둔 수라 할머니의 시신이 채 식기도 전에 스피커에서는 예의 김삿갓이 북한을 들먹였다. 외아들 일찍 잃고 두 손녀 키우느라 애면글면 손바닥 닳도록 땅을 일구던 노파의 죽음에 가슴 쓰린 사람들이 한마디씩을 보탰다.“우라질, 생때 거튼 사람 약 한첩 못 쓰고 죽는 판에 뭐? 북한 동포가 어째?” 그날 저녁 상갓집에서는 스피커를 관리하는 이장과 열받은 장정 몇이 티격태격하기도 했지만, 그런 불편함도 이내 한 안쓰러운 죽음에 묻히고 말았다. 마당 가운데 모깃불 연기 매캐한 상갓집에서 상주 없는 상을 치러야 했던 그 날 이후, 내게 김삿갓은 하나의 우울한 시그널이었다. 심재억 문화부 차장 jeshim@seoul.co.kr
  • [책꽂이]

    ●50일간의 유럽 미술관 체험1,2(이주헌 지음, 학고재 펴냄) 유럽 10개국의 주요 미술관 31곳에 대한 안내서. 각 미술관의 명화 설명과 함께, 생생한 체험이 녹아 있다. 지난 95년 나온 것에 10여년간 변화된 내용과 도판을 추가해 개정판으로 냈다. 각권 1만 5000원. ●성공한 CEO에서 위대한 인간으로(앤드루 카네기 지음, 박상은 옮김,21세기북스 펴냄) ‘강철왕’ 카네기가 사망한후 1년 뒤인 1920년 출간된 자서전. 카네기가 말년이 가까워지면서 쓴 이 책은 ‘성공’과 ‘나눔’에 대한 노하우와 지혜가 가득하다.1만 5000원. ●한시기행(심경호 지음, 이가서 펴냄) 우리 산하의 아름다움과 민족의 생활상을 노래한 한시 221수와, 그에 얽힌 이야기들을 소개한다. 단순히 대중적 취향에 맞춰 가볍게 써내려가기보다는 각 한시의 학문적 가치와 그 속에 배인 역사 현실을 반추해 시와 대중간 깊이 있는 대화의 장을 열고자 했다.2만 5000원. ●여성의 신비(베티 프리단 지음, 김현우 옮김, 이매진 펴냄) ‘여성다움’이란 이름으로 여성에게 신비하게 덧씌워진 고정된 역할과 이미지의 허구를 파헤친 책. 미디어조작자, 광고주, 사회·교육학자 등이 ‘여성의 신비’라는 이데올로기를 공모해 사회를 퇴행시키고 있다고 주장한다.1만 8000원. ●여행자의 로망백서(박사·이영석 지음, 북하우스 펴냄) 낯선 잠자리, 나이트라이프, 식도락, 냄새, 무인도, 환승비행장 등 여행에서 만나게 되는, 또는 여행전 꿈꾸게 되는 100가지 이야기를 ‘∼로망’이라는 이름으로 재기발랄하게 풀어놓았다.1만 2000원. ●잠재규칙(우쓰 지음, 도희진 옮김, 황매 펴냄) 중국 역사를 부패의 관점에서 살펴본 책. 역사상 중국의 지배체제를 부패의 전통을 고스란히 안고 있는 문제집단의 구조로 보는 가운데, 그 구조 속에 공개적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암암리에 통하는 ‘잠재규칙’이 있음을 파헤친다.1만 2000원. ●지식인의 책무(노암 촘스키 지음, 강주헌 옮김, 황소걸음 펴냄) 냉전 종식 이후에도 여전히 진실을 말하지 않고, 부와 권력에 장악된 미디어에 기대 프로파간다를 양성하는 ‘가짜 지식인’들의 작태를 비판하고, 진정한 지식인의 책무는 진실을 말하는 것이라고 역설한다.1만원.
  • [서울신문·KSDC 공동 국민 여론조사] “한·미동맹 더욱 강화해야” 41.6%

    [서울신문·KSDC 공동 국민 여론조사] “한·미동맹 더욱 강화해야” 41.6%

    이 여론조사는 서울신문 창간 101주년을 맞아 서울신문과 한국사회과학데이터센터(Korean Social science Data Center)가 지난 1일부터 이틀간 전국의 만 20세 이상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했다. 최근 북한의 핵 보유 선언과 함께 다시 6자 회담의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 국민들의 남북 관계와 한·미 관계, 통일 분야 등에 관한 인식을 알아보고자 하는 취지에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KSDC는 사회과학 연구에 필수적인 국내외 각종 통계 및 여론조사 자료를 분석하고 데이터베이스로 구축, 인터넷에서 제공하고 있다. 특히 전국 주요 대학의 정치·사회·행정학 교수 20여명이 전문 연구위원으로 참여해 단순 통계를 나열하는 수준에서 그치지 않고 입체적이고 전문적인 분석을 곁들이는 게 장점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번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이다. ■ 한·미 관계 광복 이후 50여년 불변의 안보 진리로 자리해온 ‘한·미 동맹’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인식이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다. 냉전 체제 붕괴와 한국의 민주화, 김대중 정부 이후 지속된 대북 인식 변화, 특히 노무현 정부 출범 전후 확산·고조된 반미(反美)의식과 북·미 조정자 역할론 등은 한·미 동맹 본질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키고 있다. 그러나 우리 국민들은 북한 핵문제의 교착, 서해 및 전방에서의 여전한 남북 대치 등 실질 안보 상황 인식과 정서적인 한민족관 등이 뒤섞여 혼란스러운 동맹관을 나타내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현상태로 충분´ 31.2% ‘우리의 안보를 위해 한·미 동맹은 어떻게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41.6%가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고 응답했다.31.2%가 ‘현재 상태면 충분하다.’고 했고 ‘한·미 동맹의 필요성이 약화되어 가고 있다.’는 응답은 18.3%에 불과했다. 눈에 띄는 현상은 20대와 30대의 의식차다.30대가 20대보다 미국에 대해 좀 더 비판적인 인식을 갖고 있음이 확인됐다.30대 가운데 ‘한·미 동맹이 강화돼야 한다.´는 쪽에 26.3%가 응답, 타 연령대에 비해 가장 낮은 비율로 응답했다.‘현재 상태면 충분하다.’는 다소 부정적 뉘앙스의 질문에도 39.5%,‘필요성이 약화돼가고 있다.’는 항목에 26.4%가 응답했다. 반면 20대는 ‘한·미 동맹을 강화해야 한다´는 항목에 40대 연령층과 같은 응답률(40.1%)을 보였고,‘필요성이 약화되고 있다.’는 항목에는 40대(21.9%)보다도 낮은 17.6%가 응답해 386 이후 세대의 새로운 대미 의식을 보여줬다. ●‘한·미 동맹 변함없이 유지´ 49.2% 현 정부 아래 한·미 동맹 관계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는 양극화 경향을 보이고 있다.49.2%가 ‘다소 오해가 있기는 하나 동맹관계는 변함없이 유지되고 있다.’고 평가했지만 나머지 절반 정도(43.2%)는 ‘한·미관계는 점점 악화되어 가고 있다.’(19.3%),‘동맹관계는 때때로 위태로워 보인다.’(23.9%)고 비관적 견해를 보였다. 그러나 30대(56.4%), 대학 재학 이상(50.0%), 호남지역(61.1%), 진보층(56.2%) 등 노무현 대통령의 전통적인 지지 계층에서는 ‘한·미 동맹은 변함없이 유지되고 있다.’는 낙관적인 견해가 훨씬 많았다. 저학력층(23.0%), 강원지역(31.5%), 블루칼라(27.0%), 이북출신층(32.0%) 등의 계층에서 ‘한·미 관계는 점점 악화돼 가고 있다.’는 비관적 견해가 상대적으로 높았다. ●‘북한편에 서야´ 21.3% 한·미 동맹에 대한 국민들의 의식은 한반도 전쟁 상황과 연계될 때 이중적 또는 모순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많은 국민들이 한·미 동맹을 한반도에서의 전쟁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로 인식하고 있지만, 실제 한반도 전쟁 발생시에는 한·미 동맹에서 이탈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미국이 북한과 전쟁을 할 경우, 우리나라는 어떠한 입장을 취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23.4%만이 ‘동맹으로서 미국 편에 서야 한다.’는 입장에 동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압도적인 다수인 69.1%가 ‘중립적인 입장을 취한다.’(47.8%)거나 심지어 ‘북한 편에 서야 한다.’(21.3%)고 응답했다. ‘우리의 안보를 위해 한·미 관계는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계층에서조차 ‘중립 입장’이 49.4%로 ‘미국 동조 입장’(33.9%)보다 훨씬 높게 나온 점이다. 한편, 동맹국으로 미국 편에 서야 한다는 입장에선 대학 재학 이상(25.7%), 화이트칼라(27.3%) 계층이 상대적으로 높았고 지역별로는 이북 출신이 42.8%로 가장 높았다. 이북 출신 응답자의 경우 북한 편에 서야 한다는 의견도 30.9%로 가장 높아 중립적 입장이 대세인 여론 분포도와 대조를 보였다. ●한반도 전쟁시 북한 대남 핵무기 사용은?-‘글쎄´ 우리 국민들이 한반도 전쟁시 기존의 한·미 동맹관과 배치되는 견해를 보이는 것은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란 낙관적 견해를 갖고 있는 것도 한 요인이다.‘미국과 북한이 전쟁을 할 경우, 북한이 남한을 대상으로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반드시 사용할 것’이라는 응답(19.6%)보다는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응답(31.3%)이 훨씬 높게 나왔다. 주목할 만한 것은 ‘필요에 따라 다를 것’이라는 응답이 45.5%로 가장 높게 나왔다는 점이다. 정리 김수정기자 crystal@seoul.co.kr ■ 통일 인식 ‘6공화국’부터 실질적으로 진전된 남북관계 개선은 김대중 정부에 들어서 급진전돼 금강산 관광과 남북 정상회담이 실현됐다. 노무현 정부도 기본적으로 김대중 정부의 포용정책을 계승하여 적극적인 대북관계 진전을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의 핵문제는 남북관계를 한때 경색시켰고, 올 들어 다시 북핵해결을 위한 남북간 특사 교환과 장관급회담이 열리는 등 대북 관계가 요동을 치고 있다. 이런 때 통일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은 어떻게 바뀌고 있을까. ●20대 통일관 양극단 현상 이번 KSDC 조사에서 국민들의 통일에 대한 관심은 대체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평소 통일에 얼마나 관심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 ‘관심이 있다.’는 응답이 54.5%(‘매우 관심 있다.’ 19.7%+‘다소 관심 있다.’ 34.8%)로 과반수를 넘었다.‘관심이 없다.’는 비율은 17.8%(‘전혀 관심 없다.’ 2.9%+‘별로 관심 없다.’ 14.9%)로 아주 낮았다. 연령별로는 20대가 ‘별로 관심이 없다.’(19.6%)거나 ‘그저 그렇다.’(32.6%)는 대답이 가장 많았고 ‘매우 관심이 있다.’는 답은 50대 이상(32.0%)에서 가장 많았다. ‘통일이 얼마나 빠르게 진행돼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조속히 이루어져야 한다.’며 적극적 통일관을 갖고 있는 응답자가 19.1%에 그쳤다. 반면 ‘많은 비용을 치르면서까지 서두를 필요는 없다.’는 실용적 통일관을 갖고 있는 응답자는 64.2%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특히 40대(67.8%)와 주부(68.1%), 고소득층(66.5%)에서 실용적 통일관에 대한 응답이 평균(64.2%)보다 많았다. 진보 계층(25.0%)조차도 실용적 통일관을 갖고 있는 응답자가 62.4%로 보수 성향(65.7%)과 크게 다르지 않다.‘꼭 통일을 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는 지극히 소극적인 통일관을 갖고 있는 사람도 15.1%라는 결코 적지 않은 비율이 나왔다. 20대의 경우 흥미로운 양극단 현상을 보이고 있다.‘어떠한 비용을 치르더라도 조속히 이루어져야 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20대에서는 23.1%로 평균(19.1%)보다 4.0%p 높게 나타났다. 그런데 ‘꼭 통일을 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는 응답에서도 20대는 20.7%로 나타나 평균(15.1%)보다 5.6%p나 높았다. 청년층의 경우 과도한 통일 열망의 소유자도 상대적으로 많지만, 분단의 역사가 길어질수록 한민족 의식이 역시 다른 세대에 비해 희박해지는 것으로 분석된다. ●‘20년 넘거나 안될 것’ 38% ‘남북 통일이 언제 이루어진다고 생각하느냐.’에 관해서는 ‘10년 이상 20년 이내’(‘10∼15년’ 21.3%+‘15∼20년’ 13.5%)라고 응답한 사람이 34.8%로 가장 많았다.‘10년 이내에 이루어질 것’이라는 견해는 19.2%(‘5년 이내’ 3.0%+‘5∼10년’ 16.2%)에 불과했다. ‘20년 이상 걸릴 것’이라는 응답은 25.1%였으며,‘통일이 안 될 것이다.’라는 응답도 13.2%나 되었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통일을 오랜 과정을 거쳐 점진적으로 이루어지는 과제로 생각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상에서 볼 때 통일에 관해서는 많은 국민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통일이 한국민에게 매우 시급한 과제이거나 다른 분야의 발전을 희생해서라도 이루어야 하는 과제로 인식하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리 박정경기자 olive@seoul.co.kr ■ 여론조사 총평 남북 분단상황 하의 한국 정치에서 남북한 관계가 차지하는 비중은 엄청나게 크다. 남북관계는 바로 정치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외교, 안보에도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이다. 서울신문은 창립 101주년을 맞이하여 남북관계 및 안보와 관련된 주요 사안들에 대한 국민의식을 점검해 봤다. 남북관계는 운명적으로 ‘양방향성’을 가지고 있다. 한쪽은 상호 협력 발전이고, 다른 한쪽은 상호 견제다. 대북지원, 경제협력 등은 협력 발전의 방향이며, 북핵 문제와 한·미동맹 관계 등은 상호 견제의 방향에서 다뤄야 할 문제이다. 이런 방향성은 북한에 대해 이중적인 태도를 갖게 한다.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북한에 대해 역사 문화적으로는 친밀감을 느끼면서도 정치적으로는 결코 신뢰할 수 없는 대상으로 생각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다수의 국민이 냉전적 산물인 ‘레드 콤플렉스(red complex)’에서 서서히 벗어나고 있다. 북한에 대한 주적 개념이 약화돼 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북한을 타도의 대상이 아니라 포용의 대상으로 간주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한국인들은 한·미 동맹 관계는 유지되고 강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미 동맹 관계가 한국 안보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하는 것 같다. 그리고 한·미 동맹을 기본 축으로 하는 안보체계 하에서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룩할 수 있었던 경험을 반영하는 것 같다. 대북 지원에 대해서는 다수의 국민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으나 북한 핵문제에 대해서는 시급한 해결을 원하고 있다.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서는 매우 조심스러운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또한 다수의 한국인들은 무조건 퍼주기식의 경제협력이 아닌 북한 인권의 장기적 개선과 연계돼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많은 국민이 미국과 북한 사이에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을 낮게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전쟁을 일으킬 가능성이 북한에 비해 높게 나타난다. 이는 이라크에 대한 미국의 침공에서 나타나듯이, 미국은 자국의 이익에 따라 언제든지 전쟁을 일으킬 수 있는 국가라는 각인된 이미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통일문제에 대해서는 대다수 국민이 높은 관심을 갖고 있으나 통일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점진적으로 접근해야 할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단시일내 과도한 부담을 지지 않는 통일정책을 선호하고 있다. 이남영 소장 nlee@ksdc.re.kr ■ 집필자 약력 ●이남영 교수 숙명여자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현). 한국사회과학데이터센터 소장. 미국 아이오와대학 정치학 박사 ●김형준 교수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교수(현). 한국사회과학데이터센터 부소장(현). 미국 아이오와대학 정치학 박사 ●이정진 박사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객원연구위원(현). 미국 남가주대학 정치학 박사 ●김규륜 박사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현). 미국 노스웨스턴대학 정치학 박사
  • [남북 화해·협력 인식] “北지원 가능한 많이” 42%

    [남북 화해·협력 인식] “北지원 가능한 많이” 42%

    ■ 남북관계 국민들은 대북 지원에 대해 대체적으로는 관대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북의 인권에 대해 엄격한 일면을 드러내기도 했다. ‘체제와 상관없이 민족적 차원에서 북한에 대한 지원은 가능한 한 많이 해야 한다.’는 질문에 응답자 가운데 42.7%가 찬성했다. 하지만 반대한다는 응답도 33.9%로, 이 문제가 여전히 남남(南南) 갈등의 소지로 작용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스스로를 진보층으로 규정한 응답자 가운데 53.6%만이 전폭적인 대북지원에 찬성한 점은 특기할 만하다. 보수층에서는 38.3%가 찬성했다. 또한 국민 상당수는 북한의 인권 개선에 대한 어떤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민감한 문제이므로 현 단계에서는 거론하지 말아야 한다.’는 응답은 26.2%에 불과했다. 그러나 그 조치의 방식에 대해서는 상당히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공개적으로 북한에 압력을 넣어야 한다.’는 응답은 19.5%에 불과했다.47.1%는 ‘비공개적으로 북한의 해결을 촉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북한 인권문제가 궁극적으로는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이지만 북한의 민감한 반응을 고려해서 조용히 점진적으로 접근하자는 해석이 가능하다. 특히 학력이 높을수록 북한의 인권문제에 강경한 자세를 보인 점은 주목할 만하다. 국제화된 정보에 접근이 용이한 고학력자들이 국제사회의 일반적 인권 인식에 좀더 근접해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북의 인권에 가장 관대한 계층은 20대(34%), 블루칼라(38.6%)로, 이 문제를 거론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인권 문제와 남북경협을 연계해야 한다.´는 의견은 그래서는 안 된다는 답변보다 많았다. 연계 반대(26.2%)보다 연계 찬성(37.6%)이 10%p이상 높았다. 경제 협력은 무조건 퍼주기식이 아닌 북한 인권의 개선과 연계돼야 한다는 국민적 인식을 보여주는 수치이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북한에 특사를 파견해야 하느냐.´는 물음에는 46.5%가 동의했고 반대 의견은 22.5%에 불과했다. 핵 문제의 시급한 해결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반영된 것으로 간주된다. 특사 파견은 40대(52.4%) 남성(52.6%)에서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출신지별로 볼 때 대북 관계에 가장 우호적인 계층은 광주·전라지역 출신이었다. 대북 지원에서도 과반수가 넘는 58.4%의 찬성률을 보여 평균 찬성률 42.7%보다 현저히 높게 나타났고, 특사 파견에 대해서도 57.9%로 다른 지역보다 월등히 높았다. 호남권 응답자들의 이같은 태도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여겨진다. 조사 결과는 남북관계에 대한 국민 인식이 점진적으로 성숙되어 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 사회는 안정과 번영, 발전은 남북한 관계에 크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동시에 아직도 남북관계는 국민들에게 혼란스럽게 다가오고 있음도 드러낸다. 한편으로는 인도적 대북지원, 금강산관광이나 개성공단 등 긍정적 측면이 부각되고 있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북한핵·북한인권·탈북자처리 문제 등 부정적 측면이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조사 결과는 국민들이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민감성을 얼마나 잘 인식하고 있는가를 반영하고 있다.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서는 단기적 해결보다는 장기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국민들의 의식을 보여주는 측면이기도 하다. 국민 의식이 남북관계를 형성하는 여러 요소들에 대해 일관성을 유지하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남북 경협을 북의 인권문제와 연계해야 한다는 데 진보층의 43.6%가 동의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남한의 진보층이 대북 관계에 유연한 입장을 보일 것이라는 일반적 상식과는 다른 결과다. 한편으로는 대북 지원의 투명성이 대폭 향상될 경우 남한 국민들은 대북 지원문제에 보다 전향적 자세를 가질 것이라는 점도 유추해 볼 수 있다. 대북지원에 대한 응답결과를 연령별로 분석하면 여타 연령군은 평균 찬성률과 별 차이가 없지만,50대 이상의 응답자 중에서는 36.3%만이 동의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전체적 찬성률 42.7%보다 현저히 낮은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이는 50대 이상의 상대적 고령층이 북한체제에 대해서 지니고 있던 근본적 반감이 아직도 남아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정리 이지운기자 jj@seoul.co.kr ■ 안보분야 국민들의 대북 안보 의식이 냉전적 사고에서 포용적 시각으로 크게 바뀌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변화 기류는 북한을 상대로 한 ‘주적(主敵)개념’, 북한의 핵무기 보유, 한반도 전쟁 도발 가능성 등에 대한 국민 의식 조사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난다. 특히 다수 국민들은 북한보다 미국에 의한 전쟁 도발 가능성이 더 높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적개념 삭제 잘했다´ 35% 우선 북한을 우리의 적으로 명기했던 주적개념을 국방백서에서 삭제한 결정에 대해 ‘동의한다.’(35.4%)는 견해가 ‘반대한다.’(27.4%)는 응답보다 높다. 북한의 핵무기 보유에 대해서도 국민들의 대북 포용적 시각은 그대로 이어졌다.‘북한의 핵무기 보유가 북한의 자기 방어를 위한 것이다.’란 견해에 동의한 응답자는 38.8%로 ‘반대한다.’(32.9%)는 응답보다 다소 많았다. 이는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미국 민간 외교단체 초청연설에서 “북한 핵무기는 자기방어용”이라는 발언과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북한에 대한 포용적 시각이 대세를 이루면서 북한의 전쟁 도발 가능성은 매우 낮게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 핵무기는 자기방어용” 38% ‘북한의 전쟁 도발 가능성이 높다.’는 응답은 8.4%인 반면 68.9%는 ‘가능성이 낮다.’고 답했다. 특히 북한보다 미국에 의한 전쟁 도발 가능성을 높게 인식하고 있다는 흥미로운 결과도 나왔다. ‘미국의 전쟁 도발 가능성이 높다.’는 응답은 15.5%였던 반면 북한의 전쟁 도발 가능성은 8.4%로 7.1%p가 낮았다. 미국의 이라크 공격 등 일련의 패권주의에서 보듯이 미국은 자국의 이익에 따라 언제든지 전쟁을 일으킬 수 있는 국가라는 이미지가 국민들 사이에 고착화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분단 책임 미국도 적지 않아 남북 분단의 책임이 ‘북한’이라는 응답자가 36.2%로 가장 많았지만,‘미국’이라고 답한 사람도 24.4%나 됐다. 북한에 이어 2위였다. 미국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는 남북 분단의 책임문제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인식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미국의 책임 문제를 제기하는 응답자의 경우 연령별로는 20대(29.0%), 지역별로는 호남(30.7%), 이념적으로는 진보(30.6%) 계층에서 비교적 비율이 높았다. 국민들의 안보의식 변화에는 지난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채택한 6·15 남북 공동선언이 적잖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됐다. 공동선언 이후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가동 등 남북 경제 교류·협력이 대폭 확대돼 남북간 화해와 협력 분위기가 조성된 것으로 보는 시각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6·15 남북 공동선언의 남북관계 개선 기여 여부를 묻는 질문에 ‘기여했다.’가 44.5%로 ‘기여하지 못했다.’(33.8%)보다 높았다. 특히 그동안 정부의 대북 포용정책에 매우 부정적인 입장으로 비춰졌던 보수층에서도 ‘기여했다.’는 응답(40.8%)이 ‘기여하지 못했다.’(40.3%)와 거의 엇비슷하게 나타나 보수층의 의식도 달라지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정리 조승진기자 redtrain@seoul.co.kr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평화재향군인회’ 주도 표명렬씨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평화재향군인회’ 주도 표명렬씨

    과연 ‘제2의 향군’으로 자리잡을까. 요즘 색다른 ‘색깔론’ 공방이 한창이다. 무대가 정치권이 아닌 전통 보수성향의 제대군인단체라는 점에서 초미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재향군인회(향군)와 가칭 평화재향군인회(평군). 향군은 50여년 역사를 간직한 700만 회원의 거대 조직이다. 반면 평군은 현재 인터넷상에서 회원을 모집 중이며 아직 공식적인 출범식은 하지 않은 상태. 향군은 최근 평군의 움직임에 대해 “반미·친북성향의 불법단체”로 규정하고 법적 대응까지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그러자 평군은 향군을 향해 “친일·군부독재에 의해 왜곡된 이권단체에 불과하다.”며 헌법소원까지 불사하겠다고 맞서고 있다. 아울러 우리나라의 군대는 일제 때의 시스템을 답습하고 있다며 개혁의 필요성을 대의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두 단체의 대립은 색깔론 시비로 이어지면서 점입가경이다. 향군은 최근 “불법단체 평군에 현혹되지 맙시다.”라는 호소문을 통해 “평군의 주장은 반미·친북성향의 허무맹랑한 논리에 불과하다.”며 (평군의)‘군비축소론’ 주장은 북한의 적화통일론에 동조하는 것이라고 색깔을 칠했다. 특히 평군 설립자인 표명렬(67·육사 18기) 예비역 준장의 선친이 남로당 간부와 빨치산 전력이 있다고 정면으로 비판했다. 평군측은 이를 마녀사냥이라며 오히려 향군이 평군의 탄생을 자초했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아이로니컬하게도 이상훈(육사 11기·예비역 대장) 현 향군회장과 표씨는 육사 선·후배이기도 하지만 현역시절 지휘관과 참모로 동고동락을 해 더욱 눈길을 끈다. 발화의 주인공인 표씨는 과연 어떤 인물일까. 지난주 경기도 남양주시 와부읍 도곡리 자택에서 표씨를 만났다. 평군은 오는 8월15일 광복 60주년에 맞춰 출정식을 갖고,9월17일(광복군 창설일)에 공식 출범할 예정이다. 준비상황을 물었다.“홈페이지에 매일 1000여명이 방문할 정도로 날로 반응이 좋아지고 있다. 두고 보라.”며 자신했다. 출정식 때에는 전국적으로 수만명이 참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현재의 향군이나 성우회 등은 사실상 극우라면서, 평군의 이념은 ‘건전보수’를 지향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우리 군은 일제의 잔재를 하루빨리 벗어던지고 정체성과 자부심을 새로이 가져야 할 때라고 역설했다. “향군은 냉전체제하에서 해왔던, 아직도 시대착오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군사정권의 이권에서 출발한 태생적 한계도 있지요. 그동안 누려온 기득권을 잃을까봐 걱정도 많이 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결국 향군은 국민의 혈세를 지원받고 있지 않습니까. 독점적 권리는 헌법에도 위배되는 것입니다.” 평군의 주요 지향점에 대해 ▲친일·군부독재 세력에 의해 왜곡 형성된 군대문화를 개혁하는 일에 앞장서고 ▲자주적 안보관을 국민의식 속에 확산시켜 동북아의 평화와 조국의 평화통일에 기여하며 ▲세계의 평화단체와 협력, 남북 제대군인간의 화해증진·군비축소 종용 등 평화정착 운동을 전개한다는 것 등이라고 역설했다. 이쯤에 이르러 그는 “군개혁의 핵심은 사관학교의 개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군 간부 양성의 요람인 사관학교의 훈육이 ‘일제의 굴레’에서 아직도 못 벗어나고 있다는 것. 육사의 경우 5·16 때 쿠데타를 찬성하는 시가행진에 가담한 뒤 오히려 일제화된 경향이 뚜렷해졌다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12·12 쿠데타 후 육사는 ‘하나회’로 인해 개혁이 더욱 후퇴했으며, 김영삼 정권 때에는 이같은 하나회를 치는 것을 군 개혁으로 착각하는 오류를 범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육사를 개혁하려고 해도 그동안 붙박이 교수들의 반발,2년마다 다른 부대로 전출가는 간부들의 냉소적 분위기, 동창생들의 반대 등으로 사실상 개혁은 어림도 없는 일로 간주돼 왔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육사 출신 장교들은 오로지 진급에만 관심을 갖는, 이른바 정치장교·정치군인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순수성을 잃은 지 오래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최근 전방 GP소초 총기난사 사건도 따지고 보면 일제식 교육풍토에서 비롯된다고 설명했다. 한 예로 사병들간에는 병장(분대장)이 유일한 공적인 명령을 내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간 사병끼리 서로 존비어를 써가며 욕지거리가 오고 가는 군대는 우리나라밖에 없다는 것. 이등병, 일병, 상병 등은 전쟁에 대비해 편의상 서열을 정해놓은 것이지 평상시에는 계급 구분이 없다는 논리를 폈다. 미국의 경우도 장교와 사병간에 서로 장난질까지 할 만큼 얼핏 보기엔 무질서한 것처럼 보이지만 결과적으로 세계를 움직이는 합리적인 군대가 아니냐고 반문했다. 게다가 우리나라 사병들은 상급 지휘관에게 잘 보이기 위해 사역작업에 자주 동원되다 보니 사병들의 불만이 늘 상존해 있다는 것이다. 화제를 바꿔 문제가 된 선친의 남로당 전력에 대해 물었다.“아버지는 일제 때 중앙고보에 다니던 중 사회주의운동에 가담했다가 종로경찰서에 붙잡혀 퇴학을 당했다.”고 털어놨다. 그래서 중앙고보에서 경성전기학교로 옮겨 졸업한 뒤 한국전력의 전신인 ‘남선전기’(남전)에 취업했다는 것. 남전의 군산지점에서 일하던 선친은 차별대우의 부당함을 알리는 데 앞장서다가 수배대상이 되자 만주로 도망을 갔다. 광복 직후 선친은 다시 남한으로 돌아와 남전 광주지점에서 근무하게 됐고, 이때부터 본격적인 남로당 활동에 가담했다. 이때 표씨는 광주 대성초등 3학년이었다. 6·25전쟁이 나자 선친은 전남지역 노동조합 책임자로 부역을 하게 된다. 유엔군의 인천상륙작전으로 인민군이 퇴각하자 선친 역시 백두대간을 따라 숨어서 월북길에 올랐다. 그러나 충북 영동경찰서에 붙잡혔다. 이어 대전형무소로 이감되던 중 영어실력을 인정받아 미군 고문관 역할을 하게 되면서 겨우 목숨을 유지한다.6·25가 끝나자 부역활동이 들통날까봐 표씨 선친은 고향인 완도로 내려가지 못하고 거지나 다름없이 떠돌이 생활을 하게 된다. 표씨가 아버지를 오랜만에 만난 것은 고등학교에 진학할 무렵. 아버지한테 6·25 당시 부역했던 기록이 분실돼 고향에서는 그저 ‘사상가’로만 인식돼 있다고 귀띔해주자 그때서야 고향에 내려와 농사지으며 살았다고 회고했다. 특히 박정희 전 대통령보다 먼저 새마을운동을 펼칠 정도로 고향생각을 많이 했다고 부연했다. 표씨 선친은 90년 4월 90세의 나이로 세상을 떴다. 표씨는 전남 완도 출신. 사범학교에 진학하라는 어머니의 권유를 뿌리치고 육사에 들어갔다. 생도시절 대대장 생도를 맡아 5·16 때 선배들의 강압에 못이겨 후배들과 함께 서울시청앞 시위에 가담했다.65년에는 맹호사단 기갑연대 11중대 부중대장으로 베트남전에 참전했다. 귀국 후에는 군개혁을 위해 나름대로 헌신하고자 전투병과에서 정훈으로 변경했다. 5·18 때에는 국방부 정신전력 연구팀장(대령)으로 광주파견 요원으로 차출됐다. 하지만 이때 신군부의 주문대로 보고서를 작성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3군단 정훈참모(중령 직급)로 좌천됐다. 이때 3군단장은 현 향군회장인 이상훈 중장이었다. 이어 표씨는 2군사령부 정훈참모로 자리를 옮겼고, 곧 이어 육본 정훈감으로 장군 진급을 했다. 표씨는 이때 군개혁과 관련된 로드맵을 작성하는 등 남다른 열의를 보이기도 했다.87년 전역 후에도 ‘개혁이 혁명보다 어렵다’는 저서를 통해 군 개혁을 설파했다. “남북한 제대군인이 만날 수 있도록 하고, 또 남북 합동으로 ‘6·25진혼곡’도 만들 생각입니다. 평군은 회비로 운영되며 이권사업과 정치적인 일체의 행위를 철저히 배제합니다. 평군의 목적은 뭐니뭐니해도 군 개혁이지요. 더 이상 ‘까라면 깔 것이지.’하는 식의 군대는 안됩니다.” 슬하의 1남1녀가 모두 결혼했으며, 아들 정훈씨는 현재 출판평론가로 활동 중이다. 표씨는 ‘맷돌에서 나온 온보리’ 철학을 거론하며 평군을 통해 군 개혁이 이루어지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는 지론을 거듭 강조했다. 글 김문기자 km@seoul.co.kr ■ 그가 걸어온 길 ▲1938년 전남 완도 출생 ▲58년 광주고 졸업, 육군사관학교에 입학. ▲62년 육사 18기 임관. ▲65년 중위 시절 베트남전 참전. ▲67년 전투병과에서 정훈병과로 변경. ▲79년 타이완 국방부 정치작전학교 수료. ▲80년 5월 국방부 정신전력 연구팀장으로 광주항쟁 현장 파견,3군단 정훈참모. ▲85년 2군 정훈참모에서 장성 진급. ▲87년 육군본부 정훈감으로 예편. ▲2003년 평화재향군인회 준비. ▲2005년 6월 평화재향군인회 발기 선언. ▲현재 군사평론가, 천주교인권위원회 위원, 민족문제연구소 지도위원 ■ 저서 개혁이 혁명보다 어렵다(2003년) 등.
  • [송두율칼럼] 추방된 자를 위한 변명

    [송두율칼럼] 추방된 자를 위한 변명

    필자가 꼭 아홉 달 동안 갇혀 있었던 서울 구치소를 찾은 두 아들이 면회시간에 나에게 독거감방의 구조며 하루의 생활일정에 대해서 종종 물었다. 독일에서 낳고 자랐기 때문에 한국의 생활풍습도 낯설기도 했지만 전혀 예기치 못한 상황 속에서 긴장된 시간을 특수한 공간 속에서 보내고 있는 아버지의 생활환경이 더욱 궁금했을 것이다. ‘감옥의 탄생’이라는 부제가 붙은 ‘감시와 처벌’이라는 저술을 통해 근대에 있어서 앎과 힘이 어떻게 결합되었는지를 파헤친 미셸 푸코(M Foucault)조차도 프랑스의 감옥 안을 직접 들여다볼 수 없었다.1970년대 중반에 들어서서 처음으로 그는 미국 인디애나주의 아티카시에 있는 감옥의 내부를 직접 들여다볼 수 있었다. 사회학에서 이른바 ‘총체적 제도’라고 불리는 이러한 공간은 구치소나 교도소외에도 병원 특히 정신병원, 병영, 학교 등을 의미한다. 이 모든 제도들이 안고 있는 문제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심각하다는 사실은 일반적으로 잘 알려졌다. 법률위반행위나 그에 대한 혐의로 구속된 사람, 병자나 정신이상자, 군복무자, 학생들을 일반사회로부터 격리시켜 엄격한 규율을 통해서 통제하는 과정 중에는 인권유린사태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이는 내부로부터 또 다른 반항적인 폭력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이로 인해 가끔 세간을 놀라게 하는 엄청난 사건도 발생한다. 한국에서는 남미처럼 재소자의 대대적인 폭동은 없지만 군대나 학교 또는 재활원 같은 곳에서 발생하는 크고 작은 사건은 많다. 특히 규율과 통제는 기본적으로 몸을 매개로 해서 이루어지는데 고문과 체벌은 그의 대표적 예이다. 군사정권 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여러 가지로 재소자를 위한 조건들이 개선되었다고 하지만 구치소에는 아직도 징벌방이 따로 있다. 구치소내의 규정을 어기거나 폭력을 행사하는 재소자를 일정기간동안 이 방 속에 가두어 놓고 면회와 운동시간도 제한한다. 인적이나 물적으로 열악한 조건에서 교도관이 너무나 많은 재소자를 상대하다 보니 재소자 매 개인이 안고 있는 사연에 관심을 갖고 대화라도 나눌 수 있는 여유는 전혀 없다. 사회로부터 일단 배제되고 또 격리된 집단을 배려하기에는 여러 가지로 상황이 어렵다고 하지만, 이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이들에 대한 사회적 통념이다. 범죄자와 정신병자는 대개 ‘비정상’이나 ‘비이성적’ 존재이기 때문에 ‘정상적’인 사람들이 사는 사회로부터 격리 수용되는 것은 정당하며, 때로는 이들을 영원히 추방시켜도 된다는 주장이 있다. 이렇게 정상과 비정상, 이성적인 것과 비이성적인 것으로 나누어보는 이분법적 시각은 동성애자, 외국노동자 등에게도 적용된다. 특히 냉전적 사고구조 속에서 이른바 ‘빨갱이’를 죽여도 죄가 될 수 없다는 논리도 이러한 시각에서만 성립 가능하다. 이렇게 조건반사처럼 작동하는 선별과 배제의 논리는 주로 집단적 기억과 관습에 의존한다. 그러나 ‘정상’과 ‘비정상’을 구별하고 이를 학문적으로 뒷받침하는 법학이나 임상심리학과 같은 지식체계 없이는 그러한 배제의 구조도 견고하게 유지될 수 없다. 그러한 지식체계를 또 대중화시키는 정보매체가 지배하는 오늘날 그러한 배제에 대한 저항은 저항가요를 반복해서 부르는 식으로는 성공될 수 없다. 때로는 싸우는 대상이 하도 한심하기 때문에 싸우는 자신마저도 초라하게 느껴졌지만 그래도 전투적 자세를 취하지 않고서는 가령 감옥과 정신병원의 비인간적이며 폭력적인 구조와 싸울 수 없었다고 푸코는 술회한 적이 있다. 그는 또 진리라는 이름 밑에서 법이나 관습이 어떤 선을 그어 그 선을 넘어서서는 안 된다고 항상 우리에게 경고를 보내고 또 우리를 처벌하지만 그의 진정한 의도는 기존의 권력체계 유지에 있다고 고발한다. 생산적인 것은 어느 한 곳에 정착한 사람들의 것이 아니라 유목민의 것이다. 흐르는 물이 썩지 않는 것처럼 이제는 우리 자신도 과거의 관습과 법이 정한 테두리 밖으로 나와 오늘의 세계가 필요로 하는 보편적인 사회적 약속이 어떤 것인지를 우리 모두 생각해야 한다.
  • [씨줄날줄] 십자동맹/이목희 논설위원

    나치 독일이 침략전쟁을 정당화하는 데 이용했던 지정학(地政學)의 골치아픈 이론들을 접어두고 세계지도를 들여다보면 미래 국제정치의 모습이 대충은 그려진다.21세기 초강대국은 미국이고, 그를 따라갈 잠재력을 가진 나라는 중국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커가는 중국을 미국이 견제하는 것도 역학구도상 자연스럽다. 미국 지도자가 되어 중국 포위정책을 생각해보자. 중국의 동서남북으로 일본, 인도, 아세안, 러시아가 위치해 있다. 이들 4개축과 경제협력 및 군사동맹을 확실히 한다면 중국은 옴짝달싹 못하게 된다. 여기에 더해 한반도와 타이완, 옛 소련에서 떨어져 나온 CIS국가들, 그리고 중동까지 미국의 영향력에 있다면 중국으로서는 숨통이 막힐 것이다. 미국이 일본의 방위력 강화 지지에 이어 지난달 말 사이가 별로였던 인도와 군사협력조약을 맺은 배경이 무엇인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렇다고 가만히 앉아서 당할 중국이 아니다. 지난 4월 앙숙이던 인도와 화해를 선언, 친디아(Chindia) 구상을 과시했다. 어제는 후진타오 국가주석이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미국 독주에 제동을 걸자는 데 의기투합했다. 중국은 또 아세안 10개국과 자유무역협정(ACFTA)을 발효시킴으로써 18억을 남북으로 묶는, 최대 인구의 경제권 추진에 시동을 걸었다. 인도가 군사적으로 중국과 가까워지기는 어려워 보인다. 때문에 미국과 일본, 인도를 연결하는 가로축에 중국과 러시아의 세로축이 대항하는 모양새로 21세기 국제관계가 나아갈 가능성이 크다. 지리적으로 볼 때 십자동맹으로 부를 수 있겠다. 신라의 3국통일 직전 한반도가 전형적인 십자동맹의 시대였다. 신라와 당나라 가로연합이 고구려·백제의 세로연합을 패망시켰다.2차대전 이후 냉전시대 한반도도 십자동맹과 유사한 형태를 띠었다. 한·미·일 등 해양세력과 북한·중국·소련 등 대륙세력이 수직으로 대립해왔다. 지금 한반도는 변화의 용틀임을 하고 있다. 남북한 사이가 좋아지고, 한·중, 한·러 관계도 우호협력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한반도의 소(小)십자동맹은 깨지고 있는데 유라시아 대륙의 대(大)십자동맹이 태동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니, 잘 지켜보고 기민하게 대응해야 할 것이다. 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 [논술이 술술] 시사키워드/6자회담

    북핵 문제를 논의하는 6자회담이 1년 만에 재개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북한을 방문,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고 돌아온 정동영 통일부장관은 지난 17일 북한이 7월중에 6자회담에 복귀할 용의가 있다는 김 위원장의 발언을 전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확인하고 핵확산방지조약(NPT) 재가입까지 거론했다는 소식을 들고 왔다. 김 위원장의 이런 발언을 침체 상태에 빠진 북핵 협상이 진전될 기미로 볼 수 있을까. 이와 관련해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마무리짓기 위해 다음달 초순 북한을 방문할 것으로 보인다.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후 주석은 북한이 핵협상 복귀를 구체적으로 약속한다는 전제 아래 평양을 방문할 계획이라는 것이다. ●6자회담이란 6자회담은 남북,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한반도 주변 6개국이 모여 북핵 문제 논의하는 다자회담을 말한다. 중국의 중재로 열린 북·미·중 3자회담(2003년 4월23∼25일, 베이징)의 후속 회담이다.2003년 8월27일부터 중국 베이징에서 1차 회담이 열렸고 2004년 6월 3차 회담이 개최된 뒤 1년 동안 회담이 중단됐다. ●6자회담의 배경 6자회담은 북한의 핵개발을 막아 보자는 취지에서 추진됐다. 베일에 가려져 있던 북한 핵문제가 국제사회에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1993년부터였다.1993년 3월12일,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특별사찰을 거부하던 북한은 NPT 탈퇴를 선언해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다음해 제네바 기본합의에서 미국은 핵 개발을 중단하고 핵 사찰을 받는 대신 북한에 체제안전을 보장해 주고 경수로 발전소를 지어주며 중유를 공급해 주기로 해 일단락되는 듯했다. 그러나 2003년 1월10일 북한이 핵개발 계획을 전격 시인하면서 북핵 문제는 다시 강대국들의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플루토늄이 아니라 고농축 우라늄으로 핵 무기를 개발하고 있다는 협박성 공개였다. 북한은 IAEA 사찰단원을 추방하고 영변 핵시설을 재가동했다. 미국은 중유 공급을 전면 중단하고 완전 핵 포기를 요구하며 강경하게 맞섰다. 미국은 북한에 ‘선 핵포기, 후 대화’ 입장을 고수하고 있고 북한은 ‘선 북미 불가침조약 체결, 후 핵 문제 논의’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각국의 입장 ▲한국 반드시 대화와 협상을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돼야 하며 완전하며 검증 가능하고 되돌릴 수 없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북한이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와 같은 추가 조치를 하지 않는 ‘현상동결’ 후 적절한 때 원상회복, 즉 제네바합의 이전 및 농축우라늄 계획 발표 이전 상태로 복귀할 것을 제시했다. 정치협상은 미국이 주도하고 경제적 보상책임은 한국에 전가하려는 미국의 의도에 불만을 갖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북한 회담을 통해 제재조치를 해제하고 미국으로부터 불가침 약속을 받아내겠다는 목적을 갖고 있다. 대화의 상대를 미국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서면보장이나 집단적 안전보장은 거부하고 있다. 미국의 적대정책 포기와 법적 구속력을 갖춘 불가침조약의 체결을 핵포기의 선결조건으로 내건다. ▲미국 북한이 완전히 핵을 포기하면 관계 정상화를 목표로 한 양국간 현안들을 다룰 수 있다고 전제한다. 북한 핵 폐기의 진전에 따라 식량지원을 확대하고 에너지를 제공하며, 북한을 테러리스트 명단에서 삭제하는 등 3단계 로드맵을 제시했다. ▲중국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강조하면서 한반도의 비핵화, 북한의 안보우려 해소, 체제보장을 제시했다. 미국과 북한의 직접협상으로 북한에 대한 영향력 감소를 극복하려 한다. ▲러시아 한반도와의 안보적 연계성, 즉 러시아 동쪽 국경지역의 안정을 확보함으로써 동아시아 지역과의 정치경제적 협력관계를 발전시키려 한다. 북한에 대한 압력과 제재에는 반대한다. ▲일본 한국, 미국과 보조를 맞추고 있지만, 일본인 납치문제와 관련한 돌파구를 6자회담에서 마련하고자 하는 의도도 감추지 않는다. 교착 상태에 빠져 있는 북·일 수교회담을 조속히 마무리지어 발언권을 확대하려 한다. ●6자회담의 경과 ▲1차 회담(2003년 8월27일∼29일) 미국은 북한이 핵을 폐기하면 북한의 미사일 문제, 재래식 군사력 등도 협상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북한은 먼저 핵 포기를 요구하지 말고 원하는 조치를 동시에 취하자고 했다. 즉 대북지원, 미·북불가침조약 체결 등 미국이 취할 조치와 핵포기, 사찰허용 등을 동시에 하자는 것이다. 양측이 맞서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2차 회담(2004년 2월25일∼28일) 워킹그룹(실무회담) 설치,2·4분기내 3차회담 개최 등 7개항의 공동발표문을 채택했다. 북한이 ‘평화적 핵활동을 제외한 핵무기계획 폐기’ 주장을 제기했다. 요지는 군사적 목적의 핵활동을 폐기하되 평화적 핵활동은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미국은 이를 군사적 목적과 비 군사적 목적으로 세분화해 더 많은 보상을 따내려는 전략으로 받아들였다. 미국은 기존의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고 되돌이킬 수 없는 핵폐기)’로 맞섰다. ▲3차 회담(2004년 6월23일∼26일) 북측은 미국이 200만kw 에너지 지원 참여,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 경제제재와 봉쇄 해제 등의 보상방안을 받아들이면 핵무기 관련 시설물과 재처리 결과물을 포함한 핵동결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도 북이 모든 핵폐기 의사를 밝히고 핵동결에 착수하면 중유를 지원하고,3개월 후 폐기절차에 들어가면 ‘잠정적’ 대북 안보보장, 비핵 에너지 지원, 테러지원국 명단 제외 및 경제제재 해제 협의 등의 절차가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한반도는 냉전시대에서 탈피했다고 하나 여전히 위기의 지역이다. 위기의 원인은 사회주의의 붕괴로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북한의 생존전략과 미국의 패권주의가 충돌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와중에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주변국들은 한반도의 평화를 지지하면서도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자국의 이익을 추구하는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 결국 이런 주변국들의 움직임은 한반도 평화에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우리로서는 남북관계를 지속적으로 개선하려고 노력하면서 주변국들과의 관계를 원만하게 이끄는 외교정책을 수립해서 시행해 나가야 한다. 여전히 위협적인 국방력을 보유하고 있는 북한과 직접적인 대화를 시도하는 한편 주변국들의 지원과 도움을 이끌어내 평화를 정착시켜야 하는 것이다. 손성진기자 sonsj@seoul.co.kr
  • [코드로 읽는책] 한국전쟁/박태균 지음ㆍ남과 북 뭉치면 죽는다/서울대 행정대학원 통일정책연구팀 지음

    25일은 한국전쟁이 발발한 지 55주년이다. 최근 평양에선 6·15 남북공동선언 5주년을 기념하는 행사가 성대히 개최되고, 남북 장관급회담이 열리는 등 남북 화해무드가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전쟁을 현대적 시각에서 재조명보고, 남북관계를 새롭게 짚어보는 두 권의 책이 나왔다. ● 한국전쟁/박태균 지음 먼저 ‘한국전쟁’(박태균 지음, 책과함께 펴냄,1만 6800원)은 한국전쟁의 의문과 쟁점을 역사학자 특유의 시각으로 파헤친 한국전쟁사다. 한국전쟁에 관한 기존의 저서들은 대부분 외국 학자나 국내의 정치·사회학자가 쓴 것임에 비추어 이 책은 현재 활발하게 한국 현대사의 진실과 의혹을 규명하는 작업을 하고 있는 역사학자가 썼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저자는 우선 전쟁 이해 당사자들이 한국전쟁에 대해 ‘성공’이라고 자평하는 것과 달리 역사적으로 ‘실패의 연속과정’이라고 해석한다. 전쟁 당사자인 남한과 북한은 물론 미국 중국 등 모든 국가가 실패한 전쟁이라는 의미다. 냉전의 대리전 양상을 띤 한국전쟁은 여전히 끝나지 않은 채 한반도의 분단을 고착화하고 있는데도 여전히 권력이 이야기하는 대로, 이데올로기 가득한 시선으로만 바라 보고 있다고 비판한다. 전쟁의 원인에 대해서는 기존의 내적기원론과 외적기원론을 비판하는 한편 대안을 모색한다. 외세가 분단을 강요하기는 했지만, 분단을 유지시키려는 내부적 힘이 있었기에 분단이 60년째 깨지지 않고 있다고 분석한다. 전쟁 과정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시하고 그에 대한 답을 논리적으로 제시한다. 전쟁이 왜 하필 50년 6월에 시작되었는지, 전쟁이 왜 모두의 실패였는지, 중부전선을 형성하고 2년이나 전쟁이 계속된 이유가 무엇인지 등 한국전쟁에 대한 의문과 쟁점을 총 망라했다. 이 과정에서 중국이 참전하는 과정, 인해전술 주장의 허구성, 남과 북에 대한 선택권을 준 포로교환의 문제점 등 색다른 시각도 눈에 띈다. ● 남과 북 뭉치면 죽는다/서울대 행정대학원 통일정책연구팀 지음 ‘남과 북 뭉치면 죽는다’(서울대 행정대학원 통일정책연구팀 지음, 랜덤하우스중앙 펴냄,1만 5000원)는 제목에서 볼 수 있듯 도발적 시각으로 남북관계를 짚었다. 책은 ‘남과 북은 한민족이 아니다.’란 선언으로 시작된다. 반세기 동안 분단과 서로 다른 체제 아래서의 경험은 이미 남북한 주민들이 공유할 수 있는 감정의 선을 넘어선 장벽을 만들어놓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통일독일의 현주소를 그 근거로 들이민다. 한때 세계 최고의 경제대국이었던 서독은 동독을 흡수통일한 이후, 천문학적 금액을 동독 경제부흥에 쏟아부었지만, 결과는 참담하다는 것이다. 한때 세계2위에 달하던 국가경쟁력은 15위로 급락했고,1인당 GNP도 1만달러 이상 감소했다. 그런데 오히려 독일보다 더욱 불리한 여건에 있는 우리가 대책없는 통일을 밀어붙일 경우 그 대가는 혹독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막연한 민족 감정을 기반한 한건주의식 통일정책은 지양하고,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에 입각해 세계속에 북한을 이끌어내고, 이를 통한 변화를 유도하는 통일정책이 가장 현실적인 통일방법이라고 역설한다.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美U2기 서남亞서 추락

    미 공군의 U2 정찰기가 지난 21일(현지시간) 밤늦게 서남아시아의 한 지역에 추락해 조종사 한 명이 사망했다고 이라크 바그다드에 있는 미 중부사령부가 22일 밝혔다. 중부사령부는 간단한 성명을 통해 자유의 지속 작전을 수행하고 기지로 귀환하던 이 정찰기가 21일 밤 9시30분쯤 추락했다고 발표했다. 통상 이 자유의 지속 작전은 아프가니스탄을 무대로 한 미군 작전을 의미한다. 그러나 성명은 사고 원인이나 정확한 추락 지점과 경위를 밝히지 않았다. 데이비드 스몰 중부사령부 대변인은 “주권 국가의 민감성” 때문에 사고 지점을 밝힐 수 없다고 말했으며 다른 대변인도 “수색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지난 1955년 실전 배치된 U2 정찰기는 날개만 30.5m에 이르며 27㎞ 상공에서도 정찰 업무를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조종사는 반드시 우주복을 입어야 한다. 냉전시대 맹위를 떨쳐 옛 소련 군시설을 촬영하거나 터키 등에서 비밀 임무를 수행했다. 추락 사고 중 가장 유명했던 것은 60년 5월 옛 소련 영공을 정찰하다 지대공 미사일에 격추돼 조종사가 체포됐고 이로 말미암아 파리에서 열릴 예정이던 미국과 옛 소련, 영국과 프랑스의 정상회담이 연기됐던 일이다.62년 10월 쿠바 위기때 옛 소련 미사일을 촬영한 것도 이 정찰기였다.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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