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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길섶에서] 김삿갓 북한방랑기/심재억 문화부 차장

    동네를 채우고도 남아 들판까지 울려 퍼지던 마을스피커. 그 스피커의 ‘뚜뚜뚜∼땡’하는 시보(時報)보다 더 강렬하게 우리의 냉전의식을 자극한 것은 정오 5분전에 방송되는 ‘김삿갓 북한 방랑기’였다. 성우가 누군지는 모르지만 그 낯익은 목소리가 향토예비군가나 새마을노래와 겹쳐지면 들일하던 사람들 허리를 폈다.“자, 때됐다. 밥 먹고 하자.” 사시(巳時) 무렵 숨을 거둔 수라 할머니의 시신이 채 식기도 전에 스피커에서는 예의 김삿갓이 북한을 들먹였다. 외아들 일찍 잃고 두 손녀 키우느라 애면글면 손바닥 닳도록 땅을 일구던 노파의 죽음에 가슴 쓰린 사람들이 한마디씩을 보탰다.“우라질, 생때 거튼 사람 약 한첩 못 쓰고 죽는 판에 뭐? 북한 동포가 어째?” 그날 저녁 상갓집에서는 스피커를 관리하는 이장과 열받은 장정 몇이 티격태격하기도 했지만, 그런 불편함도 이내 한 안쓰러운 죽음에 묻히고 말았다. 마당 가운데 모깃불 연기 매캐한 상갓집에서 상주 없는 상을 치러야 했던 그 날 이후, 내게 김삿갓은 하나의 우울한 시그널이었다. 심재억 문화부 차장 jeshim@seoul.co.kr
  • [책꽂이]

    ●50일간의 유럽 미술관 체험1,2(이주헌 지음, 학고재 펴냄) 유럽 10개국의 주요 미술관 31곳에 대한 안내서. 각 미술관의 명화 설명과 함께, 생생한 체험이 녹아 있다. 지난 95년 나온 것에 10여년간 변화된 내용과 도판을 추가해 개정판으로 냈다. 각권 1만 5000원. ●성공한 CEO에서 위대한 인간으로(앤드루 카네기 지음, 박상은 옮김,21세기북스 펴냄) ‘강철왕’ 카네기가 사망한후 1년 뒤인 1920년 출간된 자서전. 카네기가 말년이 가까워지면서 쓴 이 책은 ‘성공’과 ‘나눔’에 대한 노하우와 지혜가 가득하다.1만 5000원. ●한시기행(심경호 지음, 이가서 펴냄) 우리 산하의 아름다움과 민족의 생활상을 노래한 한시 221수와, 그에 얽힌 이야기들을 소개한다. 단순히 대중적 취향에 맞춰 가볍게 써내려가기보다는 각 한시의 학문적 가치와 그 속에 배인 역사 현실을 반추해 시와 대중간 깊이 있는 대화의 장을 열고자 했다.2만 5000원. ●여성의 신비(베티 프리단 지음, 김현우 옮김, 이매진 펴냄) ‘여성다움’이란 이름으로 여성에게 신비하게 덧씌워진 고정된 역할과 이미지의 허구를 파헤친 책. 미디어조작자, 광고주, 사회·교육학자 등이 ‘여성의 신비’라는 이데올로기를 공모해 사회를 퇴행시키고 있다고 주장한다.1만 8000원. ●여행자의 로망백서(박사·이영석 지음, 북하우스 펴냄) 낯선 잠자리, 나이트라이프, 식도락, 냄새, 무인도, 환승비행장 등 여행에서 만나게 되는, 또는 여행전 꿈꾸게 되는 100가지 이야기를 ‘∼로망’이라는 이름으로 재기발랄하게 풀어놓았다.1만 2000원. ●잠재규칙(우쓰 지음, 도희진 옮김, 황매 펴냄) 중국 역사를 부패의 관점에서 살펴본 책. 역사상 중국의 지배체제를 부패의 전통을 고스란히 안고 있는 문제집단의 구조로 보는 가운데, 그 구조 속에 공개적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암암리에 통하는 ‘잠재규칙’이 있음을 파헤친다.1만 2000원. ●지식인의 책무(노암 촘스키 지음, 강주헌 옮김, 황소걸음 펴냄) 냉전 종식 이후에도 여전히 진실을 말하지 않고, 부와 권력에 장악된 미디어에 기대 프로파간다를 양성하는 ‘가짜 지식인’들의 작태를 비판하고, 진정한 지식인의 책무는 진실을 말하는 것이라고 역설한다.1만원.
  • [서울신문·KSDC 공동 국민 여론조사] “한·미동맹 더욱 강화해야” 41.6%

    [서울신문·KSDC 공동 국민 여론조사] “한·미동맹 더욱 강화해야” 41.6%

    이 여론조사는 서울신문 창간 101주년을 맞아 서울신문과 한국사회과학데이터센터(Korean Social science Data Center)가 지난 1일부터 이틀간 전국의 만 20세 이상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했다. 최근 북한의 핵 보유 선언과 함께 다시 6자 회담의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 국민들의 남북 관계와 한·미 관계, 통일 분야 등에 관한 인식을 알아보고자 하는 취지에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KSDC는 사회과학 연구에 필수적인 국내외 각종 통계 및 여론조사 자료를 분석하고 데이터베이스로 구축, 인터넷에서 제공하고 있다. 특히 전국 주요 대학의 정치·사회·행정학 교수 20여명이 전문 연구위원으로 참여해 단순 통계를 나열하는 수준에서 그치지 않고 입체적이고 전문적인 분석을 곁들이는 게 장점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번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이다. ■ 한·미 관계 광복 이후 50여년 불변의 안보 진리로 자리해온 ‘한·미 동맹’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인식이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다. 냉전 체제 붕괴와 한국의 민주화, 김대중 정부 이후 지속된 대북 인식 변화, 특히 노무현 정부 출범 전후 확산·고조된 반미(反美)의식과 북·미 조정자 역할론 등은 한·미 동맹 본질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키고 있다. 그러나 우리 국민들은 북한 핵문제의 교착, 서해 및 전방에서의 여전한 남북 대치 등 실질 안보 상황 인식과 정서적인 한민족관 등이 뒤섞여 혼란스러운 동맹관을 나타내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현상태로 충분´ 31.2% ‘우리의 안보를 위해 한·미 동맹은 어떻게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41.6%가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고 응답했다.31.2%가 ‘현재 상태면 충분하다.’고 했고 ‘한·미 동맹의 필요성이 약화되어 가고 있다.’는 응답은 18.3%에 불과했다. 눈에 띄는 현상은 20대와 30대의 의식차다.30대가 20대보다 미국에 대해 좀 더 비판적인 인식을 갖고 있음이 확인됐다.30대 가운데 ‘한·미 동맹이 강화돼야 한다.´는 쪽에 26.3%가 응답, 타 연령대에 비해 가장 낮은 비율로 응답했다.‘현재 상태면 충분하다.’는 다소 부정적 뉘앙스의 질문에도 39.5%,‘필요성이 약화돼가고 있다.’는 항목에 26.4%가 응답했다. 반면 20대는 ‘한·미 동맹을 강화해야 한다´는 항목에 40대 연령층과 같은 응답률(40.1%)을 보였고,‘필요성이 약화되고 있다.’는 항목에는 40대(21.9%)보다도 낮은 17.6%가 응답해 386 이후 세대의 새로운 대미 의식을 보여줬다. ●‘한·미 동맹 변함없이 유지´ 49.2% 현 정부 아래 한·미 동맹 관계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는 양극화 경향을 보이고 있다.49.2%가 ‘다소 오해가 있기는 하나 동맹관계는 변함없이 유지되고 있다.’고 평가했지만 나머지 절반 정도(43.2%)는 ‘한·미관계는 점점 악화되어 가고 있다.’(19.3%),‘동맹관계는 때때로 위태로워 보인다.’(23.9%)고 비관적 견해를 보였다. 그러나 30대(56.4%), 대학 재학 이상(50.0%), 호남지역(61.1%), 진보층(56.2%) 등 노무현 대통령의 전통적인 지지 계층에서는 ‘한·미 동맹은 변함없이 유지되고 있다.’는 낙관적인 견해가 훨씬 많았다. 저학력층(23.0%), 강원지역(31.5%), 블루칼라(27.0%), 이북출신층(32.0%) 등의 계층에서 ‘한·미 관계는 점점 악화돼 가고 있다.’는 비관적 견해가 상대적으로 높았다. ●‘북한편에 서야´ 21.3% 한·미 동맹에 대한 국민들의 의식은 한반도 전쟁 상황과 연계될 때 이중적 또는 모순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많은 국민들이 한·미 동맹을 한반도에서의 전쟁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로 인식하고 있지만, 실제 한반도 전쟁 발생시에는 한·미 동맹에서 이탈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미국이 북한과 전쟁을 할 경우, 우리나라는 어떠한 입장을 취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23.4%만이 ‘동맹으로서 미국 편에 서야 한다.’는 입장에 동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압도적인 다수인 69.1%가 ‘중립적인 입장을 취한다.’(47.8%)거나 심지어 ‘북한 편에 서야 한다.’(21.3%)고 응답했다. ‘우리의 안보를 위해 한·미 관계는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계층에서조차 ‘중립 입장’이 49.4%로 ‘미국 동조 입장’(33.9%)보다 훨씬 높게 나온 점이다. 한편, 동맹국으로 미국 편에 서야 한다는 입장에선 대학 재학 이상(25.7%), 화이트칼라(27.3%) 계층이 상대적으로 높았고 지역별로는 이북 출신이 42.8%로 가장 높았다. 이북 출신 응답자의 경우 북한 편에 서야 한다는 의견도 30.9%로 가장 높아 중립적 입장이 대세인 여론 분포도와 대조를 보였다. ●한반도 전쟁시 북한 대남 핵무기 사용은?-‘글쎄´ 우리 국민들이 한반도 전쟁시 기존의 한·미 동맹관과 배치되는 견해를 보이는 것은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란 낙관적 견해를 갖고 있는 것도 한 요인이다.‘미국과 북한이 전쟁을 할 경우, 북한이 남한을 대상으로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반드시 사용할 것’이라는 응답(19.6%)보다는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응답(31.3%)이 훨씬 높게 나왔다. 주목할 만한 것은 ‘필요에 따라 다를 것’이라는 응답이 45.5%로 가장 높게 나왔다는 점이다. 정리 김수정기자 crystal@seoul.co.kr ■ 통일 인식 ‘6공화국’부터 실질적으로 진전된 남북관계 개선은 김대중 정부에 들어서 급진전돼 금강산 관광과 남북 정상회담이 실현됐다. 노무현 정부도 기본적으로 김대중 정부의 포용정책을 계승하여 적극적인 대북관계 진전을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의 핵문제는 남북관계를 한때 경색시켰고, 올 들어 다시 북핵해결을 위한 남북간 특사 교환과 장관급회담이 열리는 등 대북 관계가 요동을 치고 있다. 이런 때 통일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은 어떻게 바뀌고 있을까. ●20대 통일관 양극단 현상 이번 KSDC 조사에서 국민들의 통일에 대한 관심은 대체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평소 통일에 얼마나 관심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 ‘관심이 있다.’는 응답이 54.5%(‘매우 관심 있다.’ 19.7%+‘다소 관심 있다.’ 34.8%)로 과반수를 넘었다.‘관심이 없다.’는 비율은 17.8%(‘전혀 관심 없다.’ 2.9%+‘별로 관심 없다.’ 14.9%)로 아주 낮았다. 연령별로는 20대가 ‘별로 관심이 없다.’(19.6%)거나 ‘그저 그렇다.’(32.6%)는 대답이 가장 많았고 ‘매우 관심이 있다.’는 답은 50대 이상(32.0%)에서 가장 많았다. ‘통일이 얼마나 빠르게 진행돼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조속히 이루어져야 한다.’며 적극적 통일관을 갖고 있는 응답자가 19.1%에 그쳤다. 반면 ‘많은 비용을 치르면서까지 서두를 필요는 없다.’는 실용적 통일관을 갖고 있는 응답자는 64.2%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특히 40대(67.8%)와 주부(68.1%), 고소득층(66.5%)에서 실용적 통일관에 대한 응답이 평균(64.2%)보다 많았다. 진보 계층(25.0%)조차도 실용적 통일관을 갖고 있는 응답자가 62.4%로 보수 성향(65.7%)과 크게 다르지 않다.‘꼭 통일을 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는 지극히 소극적인 통일관을 갖고 있는 사람도 15.1%라는 결코 적지 않은 비율이 나왔다. 20대의 경우 흥미로운 양극단 현상을 보이고 있다.‘어떠한 비용을 치르더라도 조속히 이루어져야 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20대에서는 23.1%로 평균(19.1%)보다 4.0%p 높게 나타났다. 그런데 ‘꼭 통일을 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는 응답에서도 20대는 20.7%로 나타나 평균(15.1%)보다 5.6%p나 높았다. 청년층의 경우 과도한 통일 열망의 소유자도 상대적으로 많지만, 분단의 역사가 길어질수록 한민족 의식이 역시 다른 세대에 비해 희박해지는 것으로 분석된다. ●‘20년 넘거나 안될 것’ 38% ‘남북 통일이 언제 이루어진다고 생각하느냐.’에 관해서는 ‘10년 이상 20년 이내’(‘10∼15년’ 21.3%+‘15∼20년’ 13.5%)라고 응답한 사람이 34.8%로 가장 많았다.‘10년 이내에 이루어질 것’이라는 견해는 19.2%(‘5년 이내’ 3.0%+‘5∼10년’ 16.2%)에 불과했다. ‘20년 이상 걸릴 것’이라는 응답은 25.1%였으며,‘통일이 안 될 것이다.’라는 응답도 13.2%나 되었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통일을 오랜 과정을 거쳐 점진적으로 이루어지는 과제로 생각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상에서 볼 때 통일에 관해서는 많은 국민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통일이 한국민에게 매우 시급한 과제이거나 다른 분야의 발전을 희생해서라도 이루어야 하는 과제로 인식하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리 박정경기자 olive@seoul.co.kr ■ 여론조사 총평 남북 분단상황 하의 한국 정치에서 남북한 관계가 차지하는 비중은 엄청나게 크다. 남북관계는 바로 정치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외교, 안보에도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이다. 서울신문은 창립 101주년을 맞이하여 남북관계 및 안보와 관련된 주요 사안들에 대한 국민의식을 점검해 봤다. 남북관계는 운명적으로 ‘양방향성’을 가지고 있다. 한쪽은 상호 협력 발전이고, 다른 한쪽은 상호 견제다. 대북지원, 경제협력 등은 협력 발전의 방향이며, 북핵 문제와 한·미동맹 관계 등은 상호 견제의 방향에서 다뤄야 할 문제이다. 이런 방향성은 북한에 대해 이중적인 태도를 갖게 한다.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북한에 대해 역사 문화적으로는 친밀감을 느끼면서도 정치적으로는 결코 신뢰할 수 없는 대상으로 생각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다수의 국민이 냉전적 산물인 ‘레드 콤플렉스(red complex)’에서 서서히 벗어나고 있다. 북한에 대한 주적 개념이 약화돼 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북한을 타도의 대상이 아니라 포용의 대상으로 간주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한국인들은 한·미 동맹 관계는 유지되고 강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미 동맹 관계가 한국 안보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하는 것 같다. 그리고 한·미 동맹을 기본 축으로 하는 안보체계 하에서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룩할 수 있었던 경험을 반영하는 것 같다. 대북 지원에 대해서는 다수의 국민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으나 북한 핵문제에 대해서는 시급한 해결을 원하고 있다.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서는 매우 조심스러운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또한 다수의 한국인들은 무조건 퍼주기식의 경제협력이 아닌 북한 인권의 장기적 개선과 연계돼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많은 국민이 미국과 북한 사이에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을 낮게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전쟁을 일으킬 가능성이 북한에 비해 높게 나타난다. 이는 이라크에 대한 미국의 침공에서 나타나듯이, 미국은 자국의 이익에 따라 언제든지 전쟁을 일으킬 수 있는 국가라는 각인된 이미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통일문제에 대해서는 대다수 국민이 높은 관심을 갖고 있으나 통일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점진적으로 접근해야 할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단시일내 과도한 부담을 지지 않는 통일정책을 선호하고 있다. 이남영 소장 nlee@ksdc.re.kr ■ 집필자 약력 ●이남영 교수 숙명여자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현). 한국사회과학데이터센터 소장. 미국 아이오와대학 정치학 박사 ●김형준 교수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교수(현). 한국사회과학데이터센터 부소장(현). 미국 아이오와대학 정치학 박사 ●이정진 박사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객원연구위원(현). 미국 남가주대학 정치학 박사 ●김규륜 박사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현). 미국 노스웨스턴대학 정치학 박사
  • [남북 화해·협력 인식] “北지원 가능한 많이” 42%

    [남북 화해·협력 인식] “北지원 가능한 많이” 42%

    ■ 남북관계 국민들은 대북 지원에 대해 대체적으로는 관대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북의 인권에 대해 엄격한 일면을 드러내기도 했다. ‘체제와 상관없이 민족적 차원에서 북한에 대한 지원은 가능한 한 많이 해야 한다.’는 질문에 응답자 가운데 42.7%가 찬성했다. 하지만 반대한다는 응답도 33.9%로, 이 문제가 여전히 남남(南南) 갈등의 소지로 작용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스스로를 진보층으로 규정한 응답자 가운데 53.6%만이 전폭적인 대북지원에 찬성한 점은 특기할 만하다. 보수층에서는 38.3%가 찬성했다. 또한 국민 상당수는 북한의 인권 개선에 대한 어떤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민감한 문제이므로 현 단계에서는 거론하지 말아야 한다.’는 응답은 26.2%에 불과했다. 그러나 그 조치의 방식에 대해서는 상당히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공개적으로 북한에 압력을 넣어야 한다.’는 응답은 19.5%에 불과했다.47.1%는 ‘비공개적으로 북한의 해결을 촉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북한 인권문제가 궁극적으로는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이지만 북한의 민감한 반응을 고려해서 조용히 점진적으로 접근하자는 해석이 가능하다. 특히 학력이 높을수록 북한의 인권문제에 강경한 자세를 보인 점은 주목할 만하다. 국제화된 정보에 접근이 용이한 고학력자들이 국제사회의 일반적 인권 인식에 좀더 근접해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북의 인권에 가장 관대한 계층은 20대(34%), 블루칼라(38.6%)로, 이 문제를 거론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인권 문제와 남북경협을 연계해야 한다.´는 의견은 그래서는 안 된다는 답변보다 많았다. 연계 반대(26.2%)보다 연계 찬성(37.6%)이 10%p이상 높았다. 경제 협력은 무조건 퍼주기식이 아닌 북한 인권의 개선과 연계돼야 한다는 국민적 인식을 보여주는 수치이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북한에 특사를 파견해야 하느냐.´는 물음에는 46.5%가 동의했고 반대 의견은 22.5%에 불과했다. 핵 문제의 시급한 해결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반영된 것으로 간주된다. 특사 파견은 40대(52.4%) 남성(52.6%)에서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출신지별로 볼 때 대북 관계에 가장 우호적인 계층은 광주·전라지역 출신이었다. 대북 지원에서도 과반수가 넘는 58.4%의 찬성률을 보여 평균 찬성률 42.7%보다 현저히 높게 나타났고, 특사 파견에 대해서도 57.9%로 다른 지역보다 월등히 높았다. 호남권 응답자들의 이같은 태도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여겨진다. 조사 결과는 남북관계에 대한 국민 인식이 점진적으로 성숙되어 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 사회는 안정과 번영, 발전은 남북한 관계에 크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동시에 아직도 남북관계는 국민들에게 혼란스럽게 다가오고 있음도 드러낸다. 한편으로는 인도적 대북지원, 금강산관광이나 개성공단 등 긍정적 측면이 부각되고 있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북한핵·북한인권·탈북자처리 문제 등 부정적 측면이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조사 결과는 국민들이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민감성을 얼마나 잘 인식하고 있는가를 반영하고 있다.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서는 단기적 해결보다는 장기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국민들의 의식을 보여주는 측면이기도 하다. 국민 의식이 남북관계를 형성하는 여러 요소들에 대해 일관성을 유지하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남북 경협을 북의 인권문제와 연계해야 한다는 데 진보층의 43.6%가 동의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남한의 진보층이 대북 관계에 유연한 입장을 보일 것이라는 일반적 상식과는 다른 결과다. 한편으로는 대북 지원의 투명성이 대폭 향상될 경우 남한 국민들은 대북 지원문제에 보다 전향적 자세를 가질 것이라는 점도 유추해 볼 수 있다. 대북지원에 대한 응답결과를 연령별로 분석하면 여타 연령군은 평균 찬성률과 별 차이가 없지만,50대 이상의 응답자 중에서는 36.3%만이 동의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전체적 찬성률 42.7%보다 현저히 낮은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이는 50대 이상의 상대적 고령층이 북한체제에 대해서 지니고 있던 근본적 반감이 아직도 남아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정리 이지운기자 jj@seoul.co.kr ■ 안보분야 국민들의 대북 안보 의식이 냉전적 사고에서 포용적 시각으로 크게 바뀌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변화 기류는 북한을 상대로 한 ‘주적(主敵)개념’, 북한의 핵무기 보유, 한반도 전쟁 도발 가능성 등에 대한 국민 의식 조사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난다. 특히 다수 국민들은 북한보다 미국에 의한 전쟁 도발 가능성이 더 높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적개념 삭제 잘했다´ 35% 우선 북한을 우리의 적으로 명기했던 주적개념을 국방백서에서 삭제한 결정에 대해 ‘동의한다.’(35.4%)는 견해가 ‘반대한다.’(27.4%)는 응답보다 높다. 북한의 핵무기 보유에 대해서도 국민들의 대북 포용적 시각은 그대로 이어졌다.‘북한의 핵무기 보유가 북한의 자기 방어를 위한 것이다.’란 견해에 동의한 응답자는 38.8%로 ‘반대한다.’(32.9%)는 응답보다 다소 많았다. 이는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미국 민간 외교단체 초청연설에서 “북한 핵무기는 자기방어용”이라는 발언과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북한에 대한 포용적 시각이 대세를 이루면서 북한의 전쟁 도발 가능성은 매우 낮게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 핵무기는 자기방어용” 38% ‘북한의 전쟁 도발 가능성이 높다.’는 응답은 8.4%인 반면 68.9%는 ‘가능성이 낮다.’고 답했다. 특히 북한보다 미국에 의한 전쟁 도발 가능성을 높게 인식하고 있다는 흥미로운 결과도 나왔다. ‘미국의 전쟁 도발 가능성이 높다.’는 응답은 15.5%였던 반면 북한의 전쟁 도발 가능성은 8.4%로 7.1%p가 낮았다. 미국의 이라크 공격 등 일련의 패권주의에서 보듯이 미국은 자국의 이익에 따라 언제든지 전쟁을 일으킬 수 있는 국가라는 이미지가 국민들 사이에 고착화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분단 책임 미국도 적지 않아 남북 분단의 책임이 ‘북한’이라는 응답자가 36.2%로 가장 많았지만,‘미국’이라고 답한 사람도 24.4%나 됐다. 북한에 이어 2위였다. 미국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는 남북 분단의 책임문제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인식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미국의 책임 문제를 제기하는 응답자의 경우 연령별로는 20대(29.0%), 지역별로는 호남(30.7%), 이념적으로는 진보(30.6%) 계층에서 비교적 비율이 높았다. 국민들의 안보의식 변화에는 지난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채택한 6·15 남북 공동선언이 적잖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됐다. 공동선언 이후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가동 등 남북 경제 교류·협력이 대폭 확대돼 남북간 화해와 협력 분위기가 조성된 것으로 보는 시각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6·15 남북 공동선언의 남북관계 개선 기여 여부를 묻는 질문에 ‘기여했다.’가 44.5%로 ‘기여하지 못했다.’(33.8%)보다 높았다. 특히 그동안 정부의 대북 포용정책에 매우 부정적인 입장으로 비춰졌던 보수층에서도 ‘기여했다.’는 응답(40.8%)이 ‘기여하지 못했다.’(40.3%)와 거의 엇비슷하게 나타나 보수층의 의식도 달라지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정리 조승진기자 redtrain@seoul.co.kr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평화재향군인회’ 주도 표명렬씨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평화재향군인회’ 주도 표명렬씨

    과연 ‘제2의 향군’으로 자리잡을까. 요즘 색다른 ‘색깔론’ 공방이 한창이다. 무대가 정치권이 아닌 전통 보수성향의 제대군인단체라는 점에서 초미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재향군인회(향군)와 가칭 평화재향군인회(평군). 향군은 50여년 역사를 간직한 700만 회원의 거대 조직이다. 반면 평군은 현재 인터넷상에서 회원을 모집 중이며 아직 공식적인 출범식은 하지 않은 상태. 향군은 최근 평군의 움직임에 대해 “반미·친북성향의 불법단체”로 규정하고 법적 대응까지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그러자 평군은 향군을 향해 “친일·군부독재에 의해 왜곡된 이권단체에 불과하다.”며 헌법소원까지 불사하겠다고 맞서고 있다. 아울러 우리나라의 군대는 일제 때의 시스템을 답습하고 있다며 개혁의 필요성을 대의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두 단체의 대립은 색깔론 시비로 이어지면서 점입가경이다. 향군은 최근 “불법단체 평군에 현혹되지 맙시다.”라는 호소문을 통해 “평군의 주장은 반미·친북성향의 허무맹랑한 논리에 불과하다.”며 (평군의)‘군비축소론’ 주장은 북한의 적화통일론에 동조하는 것이라고 색깔을 칠했다. 특히 평군 설립자인 표명렬(67·육사 18기) 예비역 준장의 선친이 남로당 간부와 빨치산 전력이 있다고 정면으로 비판했다. 평군측은 이를 마녀사냥이라며 오히려 향군이 평군의 탄생을 자초했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아이로니컬하게도 이상훈(육사 11기·예비역 대장) 현 향군회장과 표씨는 육사 선·후배이기도 하지만 현역시절 지휘관과 참모로 동고동락을 해 더욱 눈길을 끈다. 발화의 주인공인 표씨는 과연 어떤 인물일까. 지난주 경기도 남양주시 와부읍 도곡리 자택에서 표씨를 만났다. 평군은 오는 8월15일 광복 60주년에 맞춰 출정식을 갖고,9월17일(광복군 창설일)에 공식 출범할 예정이다. 준비상황을 물었다.“홈페이지에 매일 1000여명이 방문할 정도로 날로 반응이 좋아지고 있다. 두고 보라.”며 자신했다. 출정식 때에는 전국적으로 수만명이 참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현재의 향군이나 성우회 등은 사실상 극우라면서, 평군의 이념은 ‘건전보수’를 지향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우리 군은 일제의 잔재를 하루빨리 벗어던지고 정체성과 자부심을 새로이 가져야 할 때라고 역설했다. “향군은 냉전체제하에서 해왔던, 아직도 시대착오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군사정권의 이권에서 출발한 태생적 한계도 있지요. 그동안 누려온 기득권을 잃을까봐 걱정도 많이 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결국 향군은 국민의 혈세를 지원받고 있지 않습니까. 독점적 권리는 헌법에도 위배되는 것입니다.” 평군의 주요 지향점에 대해 ▲친일·군부독재 세력에 의해 왜곡 형성된 군대문화를 개혁하는 일에 앞장서고 ▲자주적 안보관을 국민의식 속에 확산시켜 동북아의 평화와 조국의 평화통일에 기여하며 ▲세계의 평화단체와 협력, 남북 제대군인간의 화해증진·군비축소 종용 등 평화정착 운동을 전개한다는 것 등이라고 역설했다. 이쯤에 이르러 그는 “군개혁의 핵심은 사관학교의 개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군 간부 양성의 요람인 사관학교의 훈육이 ‘일제의 굴레’에서 아직도 못 벗어나고 있다는 것. 육사의 경우 5·16 때 쿠데타를 찬성하는 시가행진에 가담한 뒤 오히려 일제화된 경향이 뚜렷해졌다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12·12 쿠데타 후 육사는 ‘하나회’로 인해 개혁이 더욱 후퇴했으며, 김영삼 정권 때에는 이같은 하나회를 치는 것을 군 개혁으로 착각하는 오류를 범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육사를 개혁하려고 해도 그동안 붙박이 교수들의 반발,2년마다 다른 부대로 전출가는 간부들의 냉소적 분위기, 동창생들의 반대 등으로 사실상 개혁은 어림도 없는 일로 간주돼 왔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육사 출신 장교들은 오로지 진급에만 관심을 갖는, 이른바 정치장교·정치군인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순수성을 잃은 지 오래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최근 전방 GP소초 총기난사 사건도 따지고 보면 일제식 교육풍토에서 비롯된다고 설명했다. 한 예로 사병들간에는 병장(분대장)이 유일한 공적인 명령을 내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간 사병끼리 서로 존비어를 써가며 욕지거리가 오고 가는 군대는 우리나라밖에 없다는 것. 이등병, 일병, 상병 등은 전쟁에 대비해 편의상 서열을 정해놓은 것이지 평상시에는 계급 구분이 없다는 논리를 폈다. 미국의 경우도 장교와 사병간에 서로 장난질까지 할 만큼 얼핏 보기엔 무질서한 것처럼 보이지만 결과적으로 세계를 움직이는 합리적인 군대가 아니냐고 반문했다. 게다가 우리나라 사병들은 상급 지휘관에게 잘 보이기 위해 사역작업에 자주 동원되다 보니 사병들의 불만이 늘 상존해 있다는 것이다. 화제를 바꿔 문제가 된 선친의 남로당 전력에 대해 물었다.“아버지는 일제 때 중앙고보에 다니던 중 사회주의운동에 가담했다가 종로경찰서에 붙잡혀 퇴학을 당했다.”고 털어놨다. 그래서 중앙고보에서 경성전기학교로 옮겨 졸업한 뒤 한국전력의 전신인 ‘남선전기’(남전)에 취업했다는 것. 남전의 군산지점에서 일하던 선친은 차별대우의 부당함을 알리는 데 앞장서다가 수배대상이 되자 만주로 도망을 갔다. 광복 직후 선친은 다시 남한으로 돌아와 남전 광주지점에서 근무하게 됐고, 이때부터 본격적인 남로당 활동에 가담했다. 이때 표씨는 광주 대성초등 3학년이었다. 6·25전쟁이 나자 선친은 전남지역 노동조합 책임자로 부역을 하게 된다. 유엔군의 인천상륙작전으로 인민군이 퇴각하자 선친 역시 백두대간을 따라 숨어서 월북길에 올랐다. 그러나 충북 영동경찰서에 붙잡혔다. 이어 대전형무소로 이감되던 중 영어실력을 인정받아 미군 고문관 역할을 하게 되면서 겨우 목숨을 유지한다.6·25가 끝나자 부역활동이 들통날까봐 표씨 선친은 고향인 완도로 내려가지 못하고 거지나 다름없이 떠돌이 생활을 하게 된다. 표씨가 아버지를 오랜만에 만난 것은 고등학교에 진학할 무렵. 아버지한테 6·25 당시 부역했던 기록이 분실돼 고향에서는 그저 ‘사상가’로만 인식돼 있다고 귀띔해주자 그때서야 고향에 내려와 농사지으며 살았다고 회고했다. 특히 박정희 전 대통령보다 먼저 새마을운동을 펼칠 정도로 고향생각을 많이 했다고 부연했다. 표씨 선친은 90년 4월 90세의 나이로 세상을 떴다. 표씨는 전남 완도 출신. 사범학교에 진학하라는 어머니의 권유를 뿌리치고 육사에 들어갔다. 생도시절 대대장 생도를 맡아 5·16 때 선배들의 강압에 못이겨 후배들과 함께 서울시청앞 시위에 가담했다.65년에는 맹호사단 기갑연대 11중대 부중대장으로 베트남전에 참전했다. 귀국 후에는 군개혁을 위해 나름대로 헌신하고자 전투병과에서 정훈으로 변경했다. 5·18 때에는 국방부 정신전력 연구팀장(대령)으로 광주파견 요원으로 차출됐다. 하지만 이때 신군부의 주문대로 보고서를 작성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3군단 정훈참모(중령 직급)로 좌천됐다. 이때 3군단장은 현 향군회장인 이상훈 중장이었다. 이어 표씨는 2군사령부 정훈참모로 자리를 옮겼고, 곧 이어 육본 정훈감으로 장군 진급을 했다. 표씨는 이때 군개혁과 관련된 로드맵을 작성하는 등 남다른 열의를 보이기도 했다.87년 전역 후에도 ‘개혁이 혁명보다 어렵다’는 저서를 통해 군 개혁을 설파했다. “남북한 제대군인이 만날 수 있도록 하고, 또 남북 합동으로 ‘6·25진혼곡’도 만들 생각입니다. 평군은 회비로 운영되며 이권사업과 정치적인 일체의 행위를 철저히 배제합니다. 평군의 목적은 뭐니뭐니해도 군 개혁이지요. 더 이상 ‘까라면 깔 것이지.’하는 식의 군대는 안됩니다.” 슬하의 1남1녀가 모두 결혼했으며, 아들 정훈씨는 현재 출판평론가로 활동 중이다. 표씨는 ‘맷돌에서 나온 온보리’ 철학을 거론하며 평군을 통해 군 개혁이 이루어지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는 지론을 거듭 강조했다. 글 김문기자 km@seoul.co.kr ■ 그가 걸어온 길 ▲1938년 전남 완도 출생 ▲58년 광주고 졸업, 육군사관학교에 입학. ▲62년 육사 18기 임관. ▲65년 중위 시절 베트남전 참전. ▲67년 전투병과에서 정훈병과로 변경. ▲79년 타이완 국방부 정치작전학교 수료. ▲80년 5월 국방부 정신전력 연구팀장으로 광주항쟁 현장 파견,3군단 정훈참모. ▲85년 2군 정훈참모에서 장성 진급. ▲87년 육군본부 정훈감으로 예편. ▲2003년 평화재향군인회 준비. ▲2005년 6월 평화재향군인회 발기 선언. ▲현재 군사평론가, 천주교인권위원회 위원, 민족문제연구소 지도위원 ■ 저서 개혁이 혁명보다 어렵다(2003년) 등.
  • [송두율칼럼] 추방된 자를 위한 변명

    [송두율칼럼] 추방된 자를 위한 변명

    필자가 꼭 아홉 달 동안 갇혀 있었던 서울 구치소를 찾은 두 아들이 면회시간에 나에게 독거감방의 구조며 하루의 생활일정에 대해서 종종 물었다. 독일에서 낳고 자랐기 때문에 한국의 생활풍습도 낯설기도 했지만 전혀 예기치 못한 상황 속에서 긴장된 시간을 특수한 공간 속에서 보내고 있는 아버지의 생활환경이 더욱 궁금했을 것이다. ‘감옥의 탄생’이라는 부제가 붙은 ‘감시와 처벌’이라는 저술을 통해 근대에 있어서 앎과 힘이 어떻게 결합되었는지를 파헤친 미셸 푸코(M Foucault)조차도 프랑스의 감옥 안을 직접 들여다볼 수 없었다.1970년대 중반에 들어서서 처음으로 그는 미국 인디애나주의 아티카시에 있는 감옥의 내부를 직접 들여다볼 수 있었다. 사회학에서 이른바 ‘총체적 제도’라고 불리는 이러한 공간은 구치소나 교도소외에도 병원 특히 정신병원, 병영, 학교 등을 의미한다. 이 모든 제도들이 안고 있는 문제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심각하다는 사실은 일반적으로 잘 알려졌다. 법률위반행위나 그에 대한 혐의로 구속된 사람, 병자나 정신이상자, 군복무자, 학생들을 일반사회로부터 격리시켜 엄격한 규율을 통해서 통제하는 과정 중에는 인권유린사태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이는 내부로부터 또 다른 반항적인 폭력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이로 인해 가끔 세간을 놀라게 하는 엄청난 사건도 발생한다. 한국에서는 남미처럼 재소자의 대대적인 폭동은 없지만 군대나 학교 또는 재활원 같은 곳에서 발생하는 크고 작은 사건은 많다. 특히 규율과 통제는 기본적으로 몸을 매개로 해서 이루어지는데 고문과 체벌은 그의 대표적 예이다. 군사정권 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여러 가지로 재소자를 위한 조건들이 개선되었다고 하지만 구치소에는 아직도 징벌방이 따로 있다. 구치소내의 규정을 어기거나 폭력을 행사하는 재소자를 일정기간동안 이 방 속에 가두어 놓고 면회와 운동시간도 제한한다. 인적이나 물적으로 열악한 조건에서 교도관이 너무나 많은 재소자를 상대하다 보니 재소자 매 개인이 안고 있는 사연에 관심을 갖고 대화라도 나눌 수 있는 여유는 전혀 없다. 사회로부터 일단 배제되고 또 격리된 집단을 배려하기에는 여러 가지로 상황이 어렵다고 하지만, 이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이들에 대한 사회적 통념이다. 범죄자와 정신병자는 대개 ‘비정상’이나 ‘비이성적’ 존재이기 때문에 ‘정상적’인 사람들이 사는 사회로부터 격리 수용되는 것은 정당하며, 때로는 이들을 영원히 추방시켜도 된다는 주장이 있다. 이렇게 정상과 비정상, 이성적인 것과 비이성적인 것으로 나누어보는 이분법적 시각은 동성애자, 외국노동자 등에게도 적용된다. 특히 냉전적 사고구조 속에서 이른바 ‘빨갱이’를 죽여도 죄가 될 수 없다는 논리도 이러한 시각에서만 성립 가능하다. 이렇게 조건반사처럼 작동하는 선별과 배제의 논리는 주로 집단적 기억과 관습에 의존한다. 그러나 ‘정상’과 ‘비정상’을 구별하고 이를 학문적으로 뒷받침하는 법학이나 임상심리학과 같은 지식체계 없이는 그러한 배제의 구조도 견고하게 유지될 수 없다. 그러한 지식체계를 또 대중화시키는 정보매체가 지배하는 오늘날 그러한 배제에 대한 저항은 저항가요를 반복해서 부르는 식으로는 성공될 수 없다. 때로는 싸우는 대상이 하도 한심하기 때문에 싸우는 자신마저도 초라하게 느껴졌지만 그래도 전투적 자세를 취하지 않고서는 가령 감옥과 정신병원의 비인간적이며 폭력적인 구조와 싸울 수 없었다고 푸코는 술회한 적이 있다. 그는 또 진리라는 이름 밑에서 법이나 관습이 어떤 선을 그어 그 선을 넘어서서는 안 된다고 항상 우리에게 경고를 보내고 또 우리를 처벌하지만 그의 진정한 의도는 기존의 권력체계 유지에 있다고 고발한다. 생산적인 것은 어느 한 곳에 정착한 사람들의 것이 아니라 유목민의 것이다. 흐르는 물이 썩지 않는 것처럼 이제는 우리 자신도 과거의 관습과 법이 정한 테두리 밖으로 나와 오늘의 세계가 필요로 하는 보편적인 사회적 약속이 어떤 것인지를 우리 모두 생각해야 한다.
  • [씨줄날줄] 십자동맹/이목희 논설위원

    나치 독일이 침략전쟁을 정당화하는 데 이용했던 지정학(地政學)의 골치아픈 이론들을 접어두고 세계지도를 들여다보면 미래 국제정치의 모습이 대충은 그려진다.21세기 초강대국은 미국이고, 그를 따라갈 잠재력을 가진 나라는 중국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커가는 중국을 미국이 견제하는 것도 역학구도상 자연스럽다. 미국 지도자가 되어 중국 포위정책을 생각해보자. 중국의 동서남북으로 일본, 인도, 아세안, 러시아가 위치해 있다. 이들 4개축과 경제협력 및 군사동맹을 확실히 한다면 중국은 옴짝달싹 못하게 된다. 여기에 더해 한반도와 타이완, 옛 소련에서 떨어져 나온 CIS국가들, 그리고 중동까지 미국의 영향력에 있다면 중국으로서는 숨통이 막힐 것이다. 미국이 일본의 방위력 강화 지지에 이어 지난달 말 사이가 별로였던 인도와 군사협력조약을 맺은 배경이 무엇인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렇다고 가만히 앉아서 당할 중국이 아니다. 지난 4월 앙숙이던 인도와 화해를 선언, 친디아(Chindia) 구상을 과시했다. 어제는 후진타오 국가주석이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미국 독주에 제동을 걸자는 데 의기투합했다. 중국은 또 아세안 10개국과 자유무역협정(ACFTA)을 발효시킴으로써 18억을 남북으로 묶는, 최대 인구의 경제권 추진에 시동을 걸었다. 인도가 군사적으로 중국과 가까워지기는 어려워 보인다. 때문에 미국과 일본, 인도를 연결하는 가로축에 중국과 러시아의 세로축이 대항하는 모양새로 21세기 국제관계가 나아갈 가능성이 크다. 지리적으로 볼 때 십자동맹으로 부를 수 있겠다. 신라의 3국통일 직전 한반도가 전형적인 십자동맹의 시대였다. 신라와 당나라 가로연합이 고구려·백제의 세로연합을 패망시켰다.2차대전 이후 냉전시대 한반도도 십자동맹과 유사한 형태를 띠었다. 한·미·일 등 해양세력과 북한·중국·소련 등 대륙세력이 수직으로 대립해왔다. 지금 한반도는 변화의 용틀임을 하고 있다. 남북한 사이가 좋아지고, 한·중, 한·러 관계도 우호협력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한반도의 소(小)십자동맹은 깨지고 있는데 유라시아 대륙의 대(大)십자동맹이 태동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니, 잘 지켜보고 기민하게 대응해야 할 것이다. 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 [논술이 술술] 시사키워드/6자회담

    북핵 문제를 논의하는 6자회담이 1년 만에 재개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북한을 방문,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고 돌아온 정동영 통일부장관은 지난 17일 북한이 7월중에 6자회담에 복귀할 용의가 있다는 김 위원장의 발언을 전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확인하고 핵확산방지조약(NPT) 재가입까지 거론했다는 소식을 들고 왔다. 김 위원장의 이런 발언을 침체 상태에 빠진 북핵 협상이 진전될 기미로 볼 수 있을까. 이와 관련해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마무리짓기 위해 다음달 초순 북한을 방문할 것으로 보인다.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후 주석은 북한이 핵협상 복귀를 구체적으로 약속한다는 전제 아래 평양을 방문할 계획이라는 것이다. ●6자회담이란 6자회담은 남북,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한반도 주변 6개국이 모여 북핵 문제 논의하는 다자회담을 말한다. 중국의 중재로 열린 북·미·중 3자회담(2003년 4월23∼25일, 베이징)의 후속 회담이다.2003년 8월27일부터 중국 베이징에서 1차 회담이 열렸고 2004년 6월 3차 회담이 개최된 뒤 1년 동안 회담이 중단됐다. ●6자회담의 배경 6자회담은 북한의 핵개발을 막아 보자는 취지에서 추진됐다. 베일에 가려져 있던 북한 핵문제가 국제사회에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1993년부터였다.1993년 3월12일,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특별사찰을 거부하던 북한은 NPT 탈퇴를 선언해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다음해 제네바 기본합의에서 미국은 핵 개발을 중단하고 핵 사찰을 받는 대신 북한에 체제안전을 보장해 주고 경수로 발전소를 지어주며 중유를 공급해 주기로 해 일단락되는 듯했다. 그러나 2003년 1월10일 북한이 핵개발 계획을 전격 시인하면서 북핵 문제는 다시 강대국들의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플루토늄이 아니라 고농축 우라늄으로 핵 무기를 개발하고 있다는 협박성 공개였다. 북한은 IAEA 사찰단원을 추방하고 영변 핵시설을 재가동했다. 미국은 중유 공급을 전면 중단하고 완전 핵 포기를 요구하며 강경하게 맞섰다. 미국은 북한에 ‘선 핵포기, 후 대화’ 입장을 고수하고 있고 북한은 ‘선 북미 불가침조약 체결, 후 핵 문제 논의’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각국의 입장 ▲한국 반드시 대화와 협상을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돼야 하며 완전하며 검증 가능하고 되돌릴 수 없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북한이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와 같은 추가 조치를 하지 않는 ‘현상동결’ 후 적절한 때 원상회복, 즉 제네바합의 이전 및 농축우라늄 계획 발표 이전 상태로 복귀할 것을 제시했다. 정치협상은 미국이 주도하고 경제적 보상책임은 한국에 전가하려는 미국의 의도에 불만을 갖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북한 회담을 통해 제재조치를 해제하고 미국으로부터 불가침 약속을 받아내겠다는 목적을 갖고 있다. 대화의 상대를 미국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서면보장이나 집단적 안전보장은 거부하고 있다. 미국의 적대정책 포기와 법적 구속력을 갖춘 불가침조약의 체결을 핵포기의 선결조건으로 내건다. ▲미국 북한이 완전히 핵을 포기하면 관계 정상화를 목표로 한 양국간 현안들을 다룰 수 있다고 전제한다. 북한 핵 폐기의 진전에 따라 식량지원을 확대하고 에너지를 제공하며, 북한을 테러리스트 명단에서 삭제하는 등 3단계 로드맵을 제시했다. ▲중국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강조하면서 한반도의 비핵화, 북한의 안보우려 해소, 체제보장을 제시했다. 미국과 북한의 직접협상으로 북한에 대한 영향력 감소를 극복하려 한다. ▲러시아 한반도와의 안보적 연계성, 즉 러시아 동쪽 국경지역의 안정을 확보함으로써 동아시아 지역과의 정치경제적 협력관계를 발전시키려 한다. 북한에 대한 압력과 제재에는 반대한다. ▲일본 한국, 미국과 보조를 맞추고 있지만, 일본인 납치문제와 관련한 돌파구를 6자회담에서 마련하고자 하는 의도도 감추지 않는다. 교착 상태에 빠져 있는 북·일 수교회담을 조속히 마무리지어 발언권을 확대하려 한다. ●6자회담의 경과 ▲1차 회담(2003년 8월27일∼29일) 미국은 북한이 핵을 폐기하면 북한의 미사일 문제, 재래식 군사력 등도 협상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북한은 먼저 핵 포기를 요구하지 말고 원하는 조치를 동시에 취하자고 했다. 즉 대북지원, 미·북불가침조약 체결 등 미국이 취할 조치와 핵포기, 사찰허용 등을 동시에 하자는 것이다. 양측이 맞서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2차 회담(2004년 2월25일∼28일) 워킹그룹(실무회담) 설치,2·4분기내 3차회담 개최 등 7개항의 공동발표문을 채택했다. 북한이 ‘평화적 핵활동을 제외한 핵무기계획 폐기’ 주장을 제기했다. 요지는 군사적 목적의 핵활동을 폐기하되 평화적 핵활동은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미국은 이를 군사적 목적과 비 군사적 목적으로 세분화해 더 많은 보상을 따내려는 전략으로 받아들였다. 미국은 기존의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고 되돌이킬 수 없는 핵폐기)’로 맞섰다. ▲3차 회담(2004년 6월23일∼26일) 북측은 미국이 200만kw 에너지 지원 참여,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 경제제재와 봉쇄 해제 등의 보상방안을 받아들이면 핵무기 관련 시설물과 재처리 결과물을 포함한 핵동결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도 북이 모든 핵폐기 의사를 밝히고 핵동결에 착수하면 중유를 지원하고,3개월 후 폐기절차에 들어가면 ‘잠정적’ 대북 안보보장, 비핵 에너지 지원, 테러지원국 명단 제외 및 경제제재 해제 협의 등의 절차가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한반도는 냉전시대에서 탈피했다고 하나 여전히 위기의 지역이다. 위기의 원인은 사회주의의 붕괴로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북한의 생존전략과 미국의 패권주의가 충돌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와중에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주변국들은 한반도의 평화를 지지하면서도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자국의 이익을 추구하는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 결국 이런 주변국들의 움직임은 한반도 평화에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우리로서는 남북관계를 지속적으로 개선하려고 노력하면서 주변국들과의 관계를 원만하게 이끄는 외교정책을 수립해서 시행해 나가야 한다. 여전히 위협적인 국방력을 보유하고 있는 북한과 직접적인 대화를 시도하는 한편 주변국들의 지원과 도움을 이끌어내 평화를 정착시켜야 하는 것이다. 손성진기자 sonsj@seoul.co.kr
  • [코드로 읽는책] 한국전쟁/박태균 지음ㆍ남과 북 뭉치면 죽는다/서울대 행정대학원 통일정책연구팀 지음

    25일은 한국전쟁이 발발한 지 55주년이다. 최근 평양에선 6·15 남북공동선언 5주년을 기념하는 행사가 성대히 개최되고, 남북 장관급회담이 열리는 등 남북 화해무드가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전쟁을 현대적 시각에서 재조명보고, 남북관계를 새롭게 짚어보는 두 권의 책이 나왔다. ● 한국전쟁/박태균 지음 먼저 ‘한국전쟁’(박태균 지음, 책과함께 펴냄,1만 6800원)은 한국전쟁의 의문과 쟁점을 역사학자 특유의 시각으로 파헤친 한국전쟁사다. 한국전쟁에 관한 기존의 저서들은 대부분 외국 학자나 국내의 정치·사회학자가 쓴 것임에 비추어 이 책은 현재 활발하게 한국 현대사의 진실과 의혹을 규명하는 작업을 하고 있는 역사학자가 썼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저자는 우선 전쟁 이해 당사자들이 한국전쟁에 대해 ‘성공’이라고 자평하는 것과 달리 역사적으로 ‘실패의 연속과정’이라고 해석한다. 전쟁 당사자인 남한과 북한은 물론 미국 중국 등 모든 국가가 실패한 전쟁이라는 의미다. 냉전의 대리전 양상을 띤 한국전쟁은 여전히 끝나지 않은 채 한반도의 분단을 고착화하고 있는데도 여전히 권력이 이야기하는 대로, 이데올로기 가득한 시선으로만 바라 보고 있다고 비판한다. 전쟁의 원인에 대해서는 기존의 내적기원론과 외적기원론을 비판하는 한편 대안을 모색한다. 외세가 분단을 강요하기는 했지만, 분단을 유지시키려는 내부적 힘이 있었기에 분단이 60년째 깨지지 않고 있다고 분석한다. 전쟁 과정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시하고 그에 대한 답을 논리적으로 제시한다. 전쟁이 왜 하필 50년 6월에 시작되었는지, 전쟁이 왜 모두의 실패였는지, 중부전선을 형성하고 2년이나 전쟁이 계속된 이유가 무엇인지 등 한국전쟁에 대한 의문과 쟁점을 총 망라했다. 이 과정에서 중국이 참전하는 과정, 인해전술 주장의 허구성, 남과 북에 대한 선택권을 준 포로교환의 문제점 등 색다른 시각도 눈에 띈다. ● 남과 북 뭉치면 죽는다/서울대 행정대학원 통일정책연구팀 지음 ‘남과 북 뭉치면 죽는다’(서울대 행정대학원 통일정책연구팀 지음, 랜덤하우스중앙 펴냄,1만 5000원)는 제목에서 볼 수 있듯 도발적 시각으로 남북관계를 짚었다. 책은 ‘남과 북은 한민족이 아니다.’란 선언으로 시작된다. 반세기 동안 분단과 서로 다른 체제 아래서의 경험은 이미 남북한 주민들이 공유할 수 있는 감정의 선을 넘어선 장벽을 만들어놓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통일독일의 현주소를 그 근거로 들이민다. 한때 세계 최고의 경제대국이었던 서독은 동독을 흡수통일한 이후, 천문학적 금액을 동독 경제부흥에 쏟아부었지만, 결과는 참담하다는 것이다. 한때 세계2위에 달하던 국가경쟁력은 15위로 급락했고,1인당 GNP도 1만달러 이상 감소했다. 그런데 오히려 독일보다 더욱 불리한 여건에 있는 우리가 대책없는 통일을 밀어붙일 경우 그 대가는 혹독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막연한 민족 감정을 기반한 한건주의식 통일정책은 지양하고,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에 입각해 세계속에 북한을 이끌어내고, 이를 통한 변화를 유도하는 통일정책이 가장 현실적인 통일방법이라고 역설한다.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美U2기 서남亞서 추락

    미 공군의 U2 정찰기가 지난 21일(현지시간) 밤늦게 서남아시아의 한 지역에 추락해 조종사 한 명이 사망했다고 이라크 바그다드에 있는 미 중부사령부가 22일 밝혔다. 중부사령부는 간단한 성명을 통해 자유의 지속 작전을 수행하고 기지로 귀환하던 이 정찰기가 21일 밤 9시30분쯤 추락했다고 발표했다. 통상 이 자유의 지속 작전은 아프가니스탄을 무대로 한 미군 작전을 의미한다. 그러나 성명은 사고 원인이나 정확한 추락 지점과 경위를 밝히지 않았다. 데이비드 스몰 중부사령부 대변인은 “주권 국가의 민감성” 때문에 사고 지점을 밝힐 수 없다고 말했으며 다른 대변인도 “수색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지난 1955년 실전 배치된 U2 정찰기는 날개만 30.5m에 이르며 27㎞ 상공에서도 정찰 업무를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조종사는 반드시 우주복을 입어야 한다. 냉전시대 맹위를 떨쳐 옛 소련 군시설을 촬영하거나 터키 등에서 비밀 임무를 수행했다. 추락 사고 중 가장 유명했던 것은 60년 5월 옛 소련 영공을 정찰하다 지대공 미사일에 격추돼 조종사가 체포됐고 이로 말미암아 파리에서 열릴 예정이던 미국과 옛 소련, 영국과 프랑스의 정상회담이 연기됐던 일이다.62년 10월 쿠바 위기때 옛 소련 미사일을 촬영한 것도 이 정찰기였다.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北 6자복귀 어렵게 만들수도”

    |워싱턴 이도운특파원|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지난 13일 탈북자인 강철환씨를 백악관으로 초청해 면담한 것이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어렵게 만들 수도 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부시 대통령 자신도 강씨에게 인정했듯이 이런 만남은 억압적인 국가의 지도자들을 분명히 화나게 할 것”이라면서 “김정일을 다자간 협상으로 복귀시키려고 설득하려는 시도를 어렵게 만들거나 심지어는 탈선시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신문은 부시 대통령이 최근 외국의 저명한 반체제 인사들을 직접 만나 해당국들의 인권유린을 부각시키기 시작했다면서 “이것은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냉전시대 소련의 반체제 인사들을 만났던 사례를 모델로 삼은 것으로 무척 상징적이지만 잠재적으로 위험한 접근법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신문은 이어 부시 대통령은 강씨 외에도 최근 베네수엘라 정부의 최고 정적으로 꼽히는 인물을 백악관에서 만났고, 지난달 모스크바 방문길에는 러시아의 인권운동가를 만나기도 했다고 밝혔다. 워싱턴포스트는 “부시 대통령이 강씨를 만난 것은 미국이 관타나모 수용소 시설에서 발생한 인권유린에 대한 국제적 비난을 받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며, 그가 지난 1월 취임사에서 (일부 국가의)억압에 대한 투쟁을 지원하겠다고 밝힌 것의 후속행동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에게 강씨의 책을 읽어볼 것을 권유했던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은 부시와 강씨의 만남은 “미국 대통령이 그들의 운명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는 것, 그들의 개인적인 운명뿐 아니라 그들의 운명을 그렇게 만든 상황들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는 신호를 보낸다.”고 말했다.dawn@seoul.co.kr
  • 北 연신 “민족공조” 구호 교류확대 제의엔 난색

    이번 6·15공동선언 5주년 민족통일대축전을 통해 북쪽이 ‘우리 민족끼리’를 강조하는 태도가 좀 유별나 보인다. 우리 민족끼리는 ‘민족 공조’를 강조하는 북한식 표현으로, 예전부터 자주 사용됐기에 사실 새삼스러울 것은 없다. 다만 이번에는 사용 빈도와 강도가 과거와는 다르게 느껴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지적이다. 이런 까닭에 16일 일정이 종반으로 치달으면서 행사에 임하는 남북간의 당초 기대치나 시각 차이도 분명해지는 양상이다. ●경협·이산가족문제 논의조차 못해 사실 북은 이번 행사를 통해 실질적인 민족 교류협력 논의 제의에 ‘적극적’ 화답은 하지 않았다. 정동영 장관의 ▲냉전지대 해소 ▲경협 활성화 ▲이산가족 문제 해결 등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교류·협력 제안들은 별다른 논의과정을 거치지 못했다. 북측이 우리측의 정치인 교류 요구에 난색을 표한 것도 단적인 한 예라 할 수 있다. 점진적인 정치교류 확대를 주장하는 남측과 구호성으로 비치는 민족공조를 강조하는 북측의 입장은 내내 평행선을 달렸다고 한다. ‘우리 민족끼리’가 때로 미국을 의식한 ‘외세 차단’ 구호에 더 가깝게 들리게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간 북측이 미국과의 대립각이 정점에 있을 때마다 유난히 민족공조를 강조해 온 점 등도 이런 현상을 부추긴다. ●南, 核·정상회담 성과 기대 사실 남쪽에는 내심 이보다 더한 목표가 있었다. 북핵 해법이나 6자회담 복귀 또는 정상회담 여부 확인 등에서 분명한 성과를 바라는 여론도 많았다. 정동영 장관은 이날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의 단독 면담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구두 메시지를 포함 몇 가지 제안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다. 단지 남측 당국은 이번 축전이 당초 민간 교류·기념행사에 당국이 참관하는 형태인 탓에 당초부터 조심스럽게 접근했던 것으로 보인다. 한 당국자는 “적극적으로 북쪽의 의사를 타진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귀띔하기도 했다. 정부 관계자들은 “이번 회동이 남북간 본격적 협상이 아닌 만큼 분위기 조성에 좀 더 치중했다.”고 설명해 왔다. 이지운기자 jj@seoul.co.kr
  • [논술이 술술] 시사 키워드/동북아균형자론

    [논술이 술술] 시사 키워드/동북아균형자론

    리처드 롤리스 미국 국방부 동아시아 태평양 담당 부차관보가 지난달 31일 홍석현 주미 대사를 만난 자리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주창하고 있는 동북아균형자론과 한·미동맹은 양립될 수 없는 개념”이라고 말했다. 그는 “만일 동맹을 바꾸고 싶다면 언제든지 말하라. 하고 싶은 대로 해주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이 이른바 ‘동북아균형자론’을 불만스럽게 여기고 있음을 보여주는 발언이다. 동북아균형자론이란 쉽게 말해 우리나라가 한반도 주변의 역학 관계 속에서 주도권을 잡고 능동적인 역할을 해나가겠다는 것이다. 한반도는 19세기말 이후 지정학적으로 열강의 각축장이 되었고 한국은 미국과 중국, 일본의 틈바구니에 끼여 수동적인 자세를 취해온 것이 사실이다. 균형자론은 미국이나 일본 등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주관적으로 일을 처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균형자가 되려면 먼저 주변 국가에 충분한 영향력을 줄 수 있는 강대국다운 국력이 있어야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언급 노무현 대통령이 동북아균형자론을 제시한 것은 지난 2월 25일 취임 2주년 국정연설에서였다. 노 대통령은 “동북아의 균형자로서 동북아의 평화를 굳건히 지킬 것”이라고 언급한데 이어 지난 3월8일 공사 졸업식에서도 비슷한 발언을 했다. 노 대통령은 국방 3원칙으로 ▲동북아 균형자로서의 군의 역할 ▲자주국방역량 강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들었다. 이어 “우리의 의지와 관계 없이 동북아의 분쟁에 휘말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3월22일 육군3사관학교 졸업식에서도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균형자 역할을 해나갈 것”이라면서 “따질 것은 따지고 협력할 것은 협력하면서 주권국가로서의 권한과 책임을 다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NSC의 설명 개념 정의를 놓고 설왕설래하고 있지만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공식 자료는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전환기적 시대 상황에서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역할이 부족할 경우 역사는 언제나 우리에게 시련을 안겨주었다. 동북아균형자론은 한·미동맹을 기초로 추진될 것이다. 무력이나 힘에 의존하지 않고, 과거 우리가 종속적 변수였던 상황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역할을 찾아 나가자는 것이다. 연성국력(soft power·교육 학문 예술 과학 기술 등 문화와 정치 외교 분야에서 나오는 국력)도 우리의 소중한 외교자산이다. 우리의 역사적·도덕적인 힘이 국경을 넘어 보편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군사력이나 경제력에 있어서는 초강대국들에 미치지 못하지만, 뜻을 같이하는 나라들과 협력하고, 세계 여론의 지지를 받으며 평화를 유지하려고 노력한다면, 그것이 바로 균형자 역할을 할 기반이 된다. ●동북아균형자론에 대한 비판 한나라당 박진 의원은 “동북아균형자론이 한·미동맹의 신뢰를 깨고 훼손시켰고 일본과의 공조도 어렵게 만들었으며 한국을 국제사회에서 고립시키고 소외시켰다.”고 비난했다. 박 의원은 “남북통일 과정에서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 발생할 때 과연 한국에 대해 안보공약을 지킬 수 있는 나라가 어디인지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같은 당 유기준 의원도 “현실적으로 균형자를 할 힘이 없는데도 마치 힘이 있는 나라가 일방적으로 선언하는 독트린 형태로 균형자론을 주장했고,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현실성이 없는 선언을 했다.”고 말했다. 참여연대는 “미국 위주의 일방적 동맹 재편 시도에 대해 독립적인 목소리를 낸 점은 긍정적”이라면서도 “균형자라는 용어가 냉전적 발상이고, 한·미 동맹에 기초한 동북아균형자 역할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비판했다. ●삼각동맹 탈피 논란 동북아균형자론에서 등장하는 것이 ‘남방 3각’ ‘북방 3각’이다. 비판하는 쪽에서는 한·미·일의 남방 3각 동맹을 탈피해서 중·러·북의 북방 3각에 편입하겠다는 뜻이냐고 따지고 있다. 실제 노 대통령은 “한국이 남방 3각동맹의 한 축을 담당했던 동북아 질서는 냉전시대에 만들어졌던 것”이라면서 “우리가 언제까지 그 틀에 갇혀 있을 수는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여당의 옹호론과 청와대의 해명 열린우리당 이원영 의원은 동북아균형자론을 “열강의 이해관계에 의해 휘둘리지 않고 주체적이고 자주적으로 민족의 미래를 설계해 나가겠다는 적극적 의지의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당 송영길 의원은 “냉전시대 공동의 적을 기초로 한 군사동맹의 성격인 한·미동맹의 성격 변화는 불가피하다.”면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법치주의, 인간의 기본권 실현 등을 위한 가치동맹적 지역평화 구축자, 조정자로서의 역할로 발전해 가야 한다.”고 말했다. 윤태영 청와대 제1부속실장은 동북아균형자론이 한ㆍ미 동맹과 배치된다는 비판에 대해 “오히려 철저하게 한ㆍ미 동맹 토대 위에서 동북아균형자를 강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노 대통령이 지난 3월6일 ‘대원군 선택’을 논하면서 우리가 개방을 하든 쇄국을 하든 아무런 의미가 없었던 것이 아니었는가 하는 문제를 제기했으며 이는 바로 우리 스스로의 선택이 운명을 바꾸는 데 아무런 역할을 할 수 없었던 부끄러운 역사에 대한 반성이었다.”고 했다. ●어떻게 봐야 하나 최근 동북아시아는 다시금 세력 각축장이 되고 있다. 중국은 거대 경제대국으로 팽창하고 있으며 일본은 역사왜곡과 독도 문제 등을 일으키며 군사대국을 지향하고 있다. 북한은 핵을 무기로 역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 이런 틈바구니에서 한국의 외교적 대응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과거의 아픈 역사를 돌이켜 볼 때 더 이상 강대국들의 손아귀에서 놀아나지 않고 주체적인 역할을 해야 할 필요가 있고 이것이 동북아균형자론의 요체다. 그러나 국제 관계는 힘은 약한데도 의지만 있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경제력은 괄목할 만큼 성장했다고 하지만 종합적인 국력은 강대국에 미치지 못함은 부인할 수 없다. 정부·여당도 밝히고 있듯이 한·미동맹은 깨기 어렵다. 그렇다면 한·미동맹과 동북아균형자론이 양립할 수 있는지는 따져 볼 필요가 있다. 기본 기조는 유지하되 다시 한번 개념을 정리하거나 수정하는 방안이 검토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참여연대는 실질적인 ‘통합의 독트린’이 되기 위해서는 ▲동북아 평화형성전략 공론화 ▲평화적 개입원칙 천명 ▲국가경계를 넘어선 지역 협력안보 강조 ▲동북아 균형자가 아닌 평화교량자 역할 표방 등이 보완돼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손성진 기자 sonsj@seoul.co.kr
  • [서울광장] 盧·부시, 北실체 놓고 언쟁말라/이목희 논설위원

    [서울광장] 盧·부시, 北실체 놓고 언쟁말라/이목희 논설위원

    양국 정상은 북한의 이중성(二重性)을 인정하는 바탕위에서 대화를 진행시켜야 한다. 가진 정보를 모두 교환하되 한쪽으로 치우쳐선 안 된다. 김일성이 1994년 사망하자 정부는 정보부족으로 당황스러워 했다. 일부 국내전문가들은 “대인기피증이 심한 김정일 체제가 오래가지 못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그때 미국이 김정일 정보파일 책자를 선심쓰듯 우리 정부에 건넸다. 고급정보와 함께 심도있는 심리분석이 포함되어 있었다고 한다.‘김정일이 리더십이 있고, 활달하며, 영민한 측면이 있다.’는 내용도 있었다. 인공위성, 정찰기, 통신감청을 통한 군사정보 수집에서 미국이 한국보다 단연 앞선다. 하지만 한국은 인적 첩보 수집에서 낫다고 여겨 왔다. 특히 북한은 같은 민족이다. 심리분석은 우리가 당연히 우위에 있다고 생각했는데 꼭 그렇지 않음을 알았다고 당시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회고했다. 최근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면담했던 정부 고위당국자는 비슷한 언급을 했다. 부시가 북한에 대해 막힘없이 얘기하더라는 것이다. 메모도 없이 현안을 빠짐없이 거론하며 상대에게 끼어들 틈조차 주지 않더라고 말했다. 소련의 붕괴로 냉전이 종식된 뒤 한국과 미국 정상은 북한, 특히 김정일을 어떻게 볼지를 놓고 설전을 벌이곤 했다. 북핵 위기가 불거지고는 더욱 심해졌다. 김영삼(YS)·김대중(DJ) 전 대통령이 “북한과 김정일은 내가 더 잘 안다.”는 자부심 때문에 미국과의 관계에서 도리어 곤경을 겪었다고 분석하는 전문가들이 있다. YS는 “북한을 다루는 일은 우리에게 배우라.”고 매번 강조해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을 곤혹스럽게 했다고 로버트 갈루치 전 미 국무부 핵대사가 ‘북핵 위기의 전말’이라는 저서에서 소개했다.DJ는 2001년 전화회담에서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자신만큼 한반도의 역동성과 북한의 실체를 모른다는 식으로 대화를 풀어나갔다. 부시 대통령은 수화기를 막고 배석한 미 당국자에게 “자기가 뭔데”라며 기분나빠 했다는 것이다. YS는 재임 당시 “북한에 양보하거나 타협하지 말라.”고 미국측에 요구했다. 반면 DJ는 “북한을 달래는 것이 옳다.”며 햇볕정책을 강조했다. 한국이 가진 대북 정보가 달라진 때문이 아닐 것이다. 같은 정보라도 지도자에 따라 판단이 180도 바뀜을 보여주고 있다. 그 점은 미국도 마찬가지다. 클린턴 행정부는 김정일 정권을 대화상대로 인정하려는 분위기가 강했다. 부시쪽은 타도대상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오랜 시간 정보업무를 다뤘던 인사는 이런 말을 했다.“최고지도자가 가진 선입견에 맞춰 가공되고, 변형되는 것이 정보의 속성이다.” 북핵 위기 이후 한국은 YS-DJ-노무현 대통령으로 정권이 이어져 왔다. 미국은 클린턴에 이어 부시가 집권했다. 한국이 대북 강경에서 온건으로 흐른데 비해 미국은 거꾸로였다.DJ와 클린턴의 궁합이 맞았을 뿐,YS-클린턴,DJ·노 대통령-부시의 조합은 껄끄러움을 보였다. 11일 워싱턴에서 한·미 정상회담이 열린다. 노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은 서로가 가진 대북 정보를 교환하며 상대를 설득하려할 것이다. 정보의 우열은 짧은 시간 안에 가리기 힘들다. 판단과 주장이 있을 뿐이다. 서로 “내가 옳다.”고 강요해선 정상회담은 성공하지 못한다. 북한이 시간을 끌면서 끝내 핵무장을 할지, 보상이 적정하면 핵을 포기할지는 김정일 스스로도 모를 수 있다. 한·미 정상이 김정일과 북한의 주관적인 심리 상태를 놓고 신경전을 벌일 이유는 없다고 본다. 양국 정상은 북한의 이중성(二重性)을 인정하는 바탕위에서 대화를 진행시켜야 한다. 가진 정보를 모두 교환하되 한쪽으로 치우쳐선 안 된다. 북한이 이른 시일안에 6자회담에 복귀했을 때의 시나리오와 함께 시간을 끌거나, 핵상황을 악화시킬 때의 대응책을 함께 협의해야 한다. 공식발표와는 별개로 큰 틀의 대응수순에 공감대를 이룩해야 한·미 관계가 정상적으로 굴러간다. 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 후임 주한 미대사 거물급 오나

    한·미 정상회담이 1주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공석중인 주한 미국대사에 거물급이 내정될 것이라는 등 갖가지 추측이 나돌고 있다. 후임 인선이 2개월가량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인물로는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 러시아 대사, 리처드 바우처 국무부 대변인, 미키 캔터 전 상무장관 등 3명 정도인 것으로 전해진다. 버시바우 주러대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대사를 지냈으며 탈냉전 이후 유럽안보체제와 대량살상무기(WMD) 문제 전문가로 러시아통으로 꼽힌다. 바우처 대변인은 지난 3월 “개인적인 소문들에 대해서는 어떤 할 말도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캔터 전 장관은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인맥으로 통상분야 전문가이다. 그러나 한 정부 당국자는 “거론되는 3명도 개인 사정이 있어 조율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미 행정부 내에서도 아직 구체적으로 이름이 거명되지는 않고 있다고 한다. 전임 힐 대사의 이임 즈음에 거론됐던 더글러스 팔 전 미국·타이완협회장, 리처드 크리스텐슨 주아프가니스탄 공사, 마이클 그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 리처드 롤리스 국방부 아태담당 부차관보 등의 이름은 수면 아래로 들어간 상태다. 이지운기자 jj@seoul.co.kr
  • [열린세상] 경제적 민주주의를 이야기하자/정해구 성공회대 정치학 교수

    외환위기 이후 우리 사회에서 가장 급속하게 이루어진 변화는 사회 양극화가 아닌가 싶다. 중산층이 무너지면서 우리 사회는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로 급속히 재편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신자유주의적 세계화가 모든 것을 지배하는 지금, 우리 사회는 매일같이 경쟁과 효율성을 강조한다. 물론 그것은 발전과 성장을 가져온다. 그러나 그것만을 강조할 때 우리 사회는 경쟁에서의 승리자와 패배한 자로 나뉘며, 전자는 높은 대가를 받는 반면 후자는 형편없는 대우를 받는 결과로 이어진다. 다시 말해 경쟁과 양극화는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것이다. 우리 사회의 불평등은 어느 정도일까?통계청이 발표한 지니계수를 살펴 보면, 외환위기 이전에는 2.8∼2.9 사이에 머물렀으나 외환위기 이후에는 3.0∼3.2 사이를 기록하고 있다. 그리고 그 수치는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있다. 그 수치가 높을수록 불평등의 정도가 높음을 의미하는 지니계수는 사회 불평등을 확인할 수 있는 대표적인 지표 중의 하나다. 또 일전에 발표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올 1·4분기 도시가구의 소득 5분위배율(하위 20%계층의 소득에 대한 상위 20%계층의 소득 배율)은 5.87이었다. 이러한 소득 격차는 이같은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82년 이후 가장 큰 격차라고 한다. 나아가 소득 5분위배율의 대상을 도시 가구가 아니라 전국 가구로 확대하면 그것은 8.22에 달한다고 한다. 하위 20%계층이 100원의 소득을 올린다면 상위 20%계층은 822원의 소득을 올리고 있는 것이 지금 우리 사회 불평등의 실상인 것이다. 일반인들이 우리 사회의 불평등 정도를 가장 직접적으로 느끼는 것 중의 하나가 부동산문제인데, 그 불평등의 정도 역시 매우 심각하다. 한 조사에 따르면 종합소득세 상위 10%계층이 전국 부동산의 74%를 가진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다시 말해 우리 국민의 90%는 겨우 26%의 부동산을 가진 채 살아남기 위해 필사적으로 버둥거리고 있는 것이다. 지금도 양극화가 확대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확대될 것으로 보이는 사회, 그런 사회가 바로 우리 사회다. 그런 사회가 과연 ‘좋은 사회’인가? 가진 자로서는 매우 살기 좋은 사회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가지지 못한 자에게 그런 사회는 결코 좋은 사회가 아니다. 그런데도 ‘분배’나 ‘복지’ 이야기만 나오면 ‘좌파’로 몰아붙이는 것이 우리 사회다. 그러나 사회 양극화가 이처럼 심화되고 있는 이 때, 분배와 복지를 이야기하지 않는다면 언제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있단 말인가. 그 어느 때보다 지금이야말로 분배와 복지, 즉 경제적 민주주의를 이야기해야 할 때다. 지금까지 경제적 민주주의와 관련된 용어와 담론들은 우리에게 좀 멀게 느껴졌다. 그것은 과거 우리가 추구해 왔던 민주화가 주로 정치적 민주주의에 치중되어 있었고, 경제적 민주주의와 관련된 용어와 담론은 냉전 반공주의가 지배하는 분위기 속에서 행여 오해받을지도 모른다는 피해의식 때문이었다. 또 그간 사회 양극화가 덜 피부에 와닿은 탓이기도 하다. 그러나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의 추세 속에서 사회 양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지금, 이제 우리 사회 민주주의 진전의 핵심은 경제적 민주주의라 할 수 있다. 문제는 사회 양극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그리고 경제적 민주주의를 진전시키기 위해 누가 나설 것인가이다. 누구보다 먼저 가지지 못한 당사자들이 그러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 그것은 불가피한 일인 동시에 인간답게 살 권리의 주장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들의 목소리만으로 문제가 해결될 것 같지 않다는 데 사태의 심각성이 있다. 그렇다면 누가 나서야 되는 것일까?국가, 적어도 그 국가가 민주적 국가라면 바로 그 국가가 나서야 된다. 구체적으로 말해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이 사회 양극화 해소와 경제적 민주주의를 위해 나서야 하는 것이다. 정해구 성공회대 정치학 교수
  • [토요영화]

    [토요영화]

    ●위대한 샤프트(EBS 오후 11시40분) 1963년 시드니 포이티에가 흑인으로서는 사상 처음으로 영화 ‘들에 핀 백합’을 통해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그러나 미국 영화에서 흑인 배우가 본격적인 주연으로 자리잡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검은 더티 해리’로 불리는 ‘위대한 샤프트’는 1970년대 대표적인 ‘블랙스플로레이션’ 영화로 흑인이 백인을 보조하는 역할이 아닌, 당당한 영웅으로 떠오르게 하는 물꼬를 튼 작품이다. 흑인 관객을 위해 만들어졌지만, 백인 관객들로부터도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 냈다.60∼70년대 흑인 인권운동이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이기도 하다. 또 아이작 헤이스의 주제 음악도 유명하다. 연출을 맡은 고든 파크스도 할리우드 사상 처음으로 메이저 스튜디오에서 작업한 감독으로 기록됐다. 파크스와 주인공 리처드 라운트리는 2000년 새뮤얼 잭슨 주연으로 리메이크된 동명 영화에 카메오로 출연했다. 뉴욕 할렘가의 사립탐정 존 샤프트(리처드 라운트리)는 암흑가 두목 범피(모제스 건)로부터 납치된 딸을 찾아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흑인에게 완전한 신뢰를 얻지 못하는 샤프트는 오히려 뉴욕 경찰조직 내에서는 상당히 인정을 받고 있는 인물. 그는 이 사건의 배후에 백인 갱조직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1971년작.110분.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K-19(KBS2 오후 11시5분)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전 부인으로도 유명한 캐슬린 비글로가 연출한 작품.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는 여 감독 가운데 첫 손에 꼽힌다.1990년 제이미 리 커티스가 여자 경찰로 나왔던 ‘블루 스틸’이 기존과는 다른 능동적인 여성 액션을 그려 호평을 받았다.1991년에는 페트릭 스웨이즈와 키아누 리브스가 열연을 펼쳤던 ‘폭풍 속으로’를 통해 수많은 팬들을 확보했으나 SF ‘스트레인지 데이즈’(1995)가 흥행에 실패하며 주춤했다.‘K-19’도 물량 공세에 비해 흥행과 비평에서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제조 과정부터 사고가 많아 ‘과부제조기’라는 별명이 붙었던 실존 핵잠수함의 실화를 그렸다.1961년 냉전 시대. 소련 최초의 핵잠수함 K-19이 출항한다. 항해 도중 노르웨이 해안 근처에서 원자로 냉각기가 고장난다. 인근에 나토 기지가 있기 때문에 원자로가 폭발하면 자칫 3차 세계대전이 일어날 수도 있는 극한 상황. 함장 알렉시 보스트리코브(해리슨 포드)와 부함장 미카일 폴레닌(리암 니슨)은 어떻게든 이 위기를 극복하려 하는데….2002년작,131분.
  • [사설] 유럽 정치통합 계속돼야 한다

    프랑스에서 실시된 유럽헌법 찬반 국민투표가 부결된 것은 우리에게도 아쉬운 소식이다. 많은 학자들은 남북이 독일통일보다는 유럽통합을 모델로 단계적 통합을 모색하라고 충고하고 있다. 냉전 기운이 사라지지 않은 동북아가 나아갈 바를 유럽대륙이 보여주고 있다는 설명인데, 유럽의 정치통합이 주춤거리면 남북통일이 멀어보인다. 유럽연합(EU)이 경제통합을 넘어 단일헌법 제정 등 정치통합으로 나아간다면 국제질서는 크게 바뀐다. 유일 초강대국 미국에 맞설 힘을 지닌 세력이 탄생한다. 세계질서의 다원성과 균형을 위해서는 EU가 통합된 힘을 발휘하는 게 바람직하다. 한반도 문제에서도 마찬가지다. 지금 EU는 인도적 대북 지원에 앞장서고 있으며,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의 일원이다. 개별국가라면 그렇게 하기 힘들 것이다.EU는 지금보다 통합이 진전됐을 때 한반도 긴장완화에 더 역할을 할 수 있게 된다. 프랑스 국민들은 멀리 봤어야 했다. 동유럽 노동력 유입에 대한 반감, 개별국가 정체성 상실 우려가 이해는 간다. 하지만 프랑스는 지난 60년간 유럽통합을 주도했던 나라다. 통합의 대의를 인정한다면 약간의 불이익은 넘어서는 모습을 보여줘야 했다. 통합유럽은 경제·통상과 외교·군사 측면에서 개별국가의 이기심을 모아놓은 집단이 되어선 안 된다. 세계와 함께 공동선을 추구하는 모범이 되어야 한다. 이번 프랑스 국민투표 부결로 진통은 겪겠지만, 유럽공동체의 장도가 중단되진 않을 것이다. 앞으로 국민투표가 예정된 영국·네덜란드에서 좋은 결과를 기대하며, 재협상이나 재투표를 통해 프랑스도 유럽 단일헌법 대열에 동참하길 바란다.
  • 남북 저작물 합법적 유통 ‘첫발’

    남북 저작물 합법적 유통 ‘첫발’

    지난 5∼7일 개성에선 작지만 의미 있는 회담이 하나 진행됐다. 회담에선 북측 장편소설 ‘황진이’를 영화화하는 계약과 남측에서 무단 출판됐던 소설 ‘림꺽정’ 저작권료에 대한 보상 합의가 이루어졌다. 이 내용은 며칠 뒤 서울에서 발표됐지만, 언론에서 짤막하게 요지만 보도했기 때문에 크게 주목받지는 못했다. 그러나 이 행사는, 그동안 냉전이란 미명 아래 남북 양측간 무법 내지는 편법적으로 처리되었던 저작권이 본격적으로 법의 적용을 받는 자리였다. 또 이후 남북간에도 국내 및 국제법적 저작권의 테두리 안에서 모든 지식상품을 생산 판매해야 함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이에 따라 당장 북한측이 저작권을 소유한 책·음반·영화 등을 사용중이거나 사용할 계획인 업체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이미 사용한 업체도 보상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남북한 저작권 문제의 실상과 문제점, 업체들의 입장, 앞으로의 전망을 짚어본다. ●북한 저작물 생산, 유통의 실상 이번에 개성 회담을 주선한 사단법인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경문협)에 따르면 남한에서 생산 유통중인 북한 저작물은 확인된 것만 해도 수백건에 이른다. 도서는 소설류나 고전, 역사물이 주종을 이루고 있고, 학술서적도 많다. 고전이나 역사 분야의 경우 북한이 국책 편찬사업 차원에서 접근했기 때문에 남한쪽보다 양적·질적으로 연구가 잘 돼 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남측에서 이미 출판돼 유통된 ‘고려사’‘림꺽정’‘황진이’ 등 몇몇 책은 수차례에 걸쳐 출판되기도 했으며,1개 출판사가 20∼30종씩 낸 곳도 있다.‘고려사’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관심을 가질 정도로 북한에서도 주목을 받았는데, 북에서 출판도 되기 전 남측에서 무단 출판돼 북한쪽 항의가 특히 거센 저작물이다.‘이조왕조실록’은 여광출판사가 100만달러란 거액을 주고 출판권을 따내기도 했다. 영화, 음악도 마찬가지.N사에선 한때 수백건의 북한 음악·영화 파일을 인터넷을 통해 유통시켰으나, 지금은 음악만 일부 사용하고 있다. 음반·연예사업을 하는 Y엔터테인먼트는 ‘반갑습니다’‘휘파람’ 등 남쪽에서 유행한 북한 노래를 무단사용해 보상 협의가 진행될 전망이다. ●지금까지 나온 북한 저작물 90%는 불법 문제는 이렇게 유통되어 온 북한 저작물 중 90% 이상이 불법 생산된 것이라는 점이다. 대부분 중국 옌볜 지역 출판사 등을 통해 출판 계약을 맺거나, 옌볜대 또는 주립도서관, 서점에 비치된 저작물을 불법 복사한 것이 많다. 겉표지만 바꿔 그대로 출판된 책들도 많다. 지금까지 북한 저작물을 들여다 유통시키려면 저자가 북한에 있을 경우 자체적으로 저작권 계약을 맺고 그 증빙서류를 통일원에 제출, 승인을 얻어야 했다. 하지만 이같은 공식 절차를 밟은 경우는 10여건에 불과하다. 통일원 승인을 얻은 경우도 북한측에서 계약의 실효성을 인정하지 않고, 보상을 요구하는 사례도 있다. 불법 생산, 유통된 저작물에 대해 경문협은 북한측의 의뢰를 받아 보상 협의를 이끌어내고 있다. 지난 개성 회담에서 도서출판 사계절(대표 강맑실)이 ‘림꺽정’ 출판에 대한 보상금을 지불하기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사계절은 1985년부터 지금까지 20년간 출판된 ‘림꺽정’ 저작권료로 15만달러를 지불하기로 했으며, 대신 북쪽 작가 홍석중은 더 이상 저작권료 지불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기로 했다. ●일부 업체 억울하다는 입장.‘상호주의 위배’ 불만도 자체적으로 저작권 계약을 맺고 저작물을 들여왔으나, 그 실효성을 인정받지 못한 출판사들은 억울하고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소설 ‘황진이’를 계간 ‘통일문학’에 3차례 나누어 싣고, 단행본으로도 두 차례 출판한 대운서적 김주팔 대표는 “이미 2003년 북한 나진에서 북한 조선수출입사 사장과 계약을 맺고 돈까지 지불했다. 저자인 홍석중씨도 여기 동의한 근거자료도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또 “돈이 제대로 저자에게 전달됐는지는 모르겠으나, 계약엔 아무런 하자가 없었다.”며 “국제적 쟁의로 가도 이길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반갑습니다’ 등을 무단사용했던 Y엔터테인먼트 측도 이미 법원에 사용료를 공탁해 놓았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상호주의 문제도 불거지고 있다. 북측의 남쪽 저작물 무단 사용에 대해선 책임을 묻지 않고 남쪽 업체들의 책임만 묻는다는 불만이다. 한 출판사 대표는 “남쪽 출판사는 대부분 영세해 보상할 능력도 없는데 일방적 희생을 강요한다.”며 “북측의 남쪽 방송프로그램이나 가요 사용 등에 대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경문협 관계자는 “남북의 경제 격차가 엄청나게 벌어져 있는 상황에서 지나치게 엄격한 상호주의를 요구하는 건 남북화해와 교류에 도움이 안 된다.”는 입장이다. 독일 통일 전 서독이 동독에 배려를 아끼지 않았듯 북한 저작권문제도 그렇게 풀어야 한다는 논리다. 그는 북한측도 최근에야 남쪽 출판사들이 대부분 영세하다는 것을 알고, 과거에 생산·유통된 저작물에 대한 보상 요구에 신중을 기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 저작물 유통 활성화할 듯 이같은 보상협의가 진행되면서 북한 저작물의 무단 생산과 유통은 크게 수그러들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북한 저작권사무국의 확인을 꼭 거쳐야 하고, 이를 통일부에 제출하고 승인을 얻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불법적으로 책이나 음반을 복사해 유통시킬 수는 있겠지만 북측의 저작권 행사 의지가 큰 만큼 단속될 위험이 커졌다. 반면 정상적 절차를 밟은 저작물 생산은 크게 활성화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북한 저작물을 내고 싶지만 중국을 통해 계약을 맺기가 번거로웠고, 그렇다고 불법적으로 내기는 내키지 않아했던 업체들이 꽤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출판사 보리의 경우 ‘열하일기’‘박지원작품집’ 등을 낸 데 이어 북한측의 저작물인 조선고전선집에 속한 100권을 모두 내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으며, 몇몇 다른 출판사에서도 출판을 희망하고 있다. 또 사계절, 실천문학, 문학동네 등에서도 역사·고전물 출판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북측은 개성회담에서 경문협에 70여종의 저작물 목록을 제시하고 출판 계약을 중개해줄 것을 의뢰하기도 했다. 음반도 대중음악작가연대에서 ‘심장에 남는 사람’‘토장의 노래’ 등 북측의 노래 12곡을 묶은 음반을 준비 중이다.‘심장에 남는 사람’은 정주영체육관 개관시 기념공연에서 조영남이 불러 주목을 받은 노래이고,‘토장의 노래’는 요즘 인기 절정의 ‘어머나’와 비슷한 분위기의 트로트로, 음반이 나올 경우 상당한 관심을 모을 것으로 제작자측은 내다보고 있다. 이밖에도 세계적 수준으로 평가받는 북한 국립교향악단의 클래식 음악 연주 음반 제작을 준비하는 곳도 있다.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독도분쟁 시발점은 미국인 시볼드”

    “독도분쟁 시발점은 미국인 시볼드”

    독도문제는 한·일간 역사적 문제가 아니라 미국의 문제라는 분석이 나왔다. 다음 주 발간될 계간지 ‘역사비평’ 여름호에 실릴 ‘독도분쟁의 시발과 윌리엄 시볼드’를 기고한 목포대 정병준 교수의 주장이다. 정 교수는 이 글에서 1952년 미·일간에 체결된 샌프란시스코 조약의 배후에 있는 미국의 외교관 ‘윌리엄 시볼드’를 조명했다. 알려졌다시피 이 조약은 일본의 패전처리 문제를 다룬 조약. 당연히 일본이 강점한 영토의 반환문제가 포함되어 있고 독도도 그 가운데 하나였다. 회담 초기에 한국령이었던 독도는 회담이 진전되면서 일본령으로 바뀐다. 여기에는 독도를 레이더기지로 쓰자는 시볼드의 주장이 받아들여졌다는 게 정 교수의 주장이다. 시볼드는 맥아더의 극우 반공주의 노선 덕분에 벼락 출세한 외교관이다. 전후 일본 처리를 두고 미국내에선 두가지 목소리가 있었다. 일본을 철저히 개혁하자는 ‘중국통’ 인사들과 그러면 빨갱이들만 이롭게 한다는 ‘일본통’ 인사들간 대립이었다. 맥아더는 ‘일본통’쪽을 채택했다. 그랬기에 ‘대위’에 불과했던 시볼드를 외교관으로 발탁했다. 미 국무부조차 적절치 않은 인사라고 지적했지만 맥아더는 굽히지 않았다. 정 교수는 ‘맥아더 장학생’ 시볼드가 큰 영향력은 없었다고 봤다. 그러나 미국에게 큰 의미가 없었던 한국 문제에는 시볼드가 개입할 여지가 많았다. 그는 일본계 여자와 결혼하고 일본에서 법률회사를 운영한 경험이 있을 만큼 지일파 인사였다. 그는 일본의 이익을 적극 옹호했다. 전범추방·재벌해체에 반대하고 공산주의자 석방을 비판하는 등 일본 극우주의자들의 논리를 그대로 받아들였다. 동시에 소련에 억류된 일본군 포로의 인권문제를 적극적으로 제기했다. 여기에는 냉전과 매카시즘 영향도 있었다. 이런 상황을 종합할 때 정 교수는 대다수 한국인들의 생각과 달리 독도문제는 ‘역사’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의 문제라고 결론지었다. 일본이 독도문제만 나오면 국제사법재판소에 가자고 주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이 독도문제에 중립을 표시하는 것도 “독도문제가 한일관계뿐 아니라 한·미, 미·일관계를 폭발시킬 뇌관”임을 알게 된 결과라고 평가했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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