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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광장] 통합과 화합의 지름길, 관용/강동형 논설위원

    [서울광장] 통합과 화합의 지름길, 관용/강동형 논설위원

    통합과 화합이 정치권의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달 22일 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 이후 나타난 현상이다. 그만큼 정치권과 사회가 분열과 갈등을 겪고 있다는 방증이다. 많은 정치지도자가 통합과 화합을 외치고 있는 것을 보면 내년 총선과 차기 대선에서 주요 이슈로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통합과 화합을 위해서는 갈등부터 치료해야 한다. 우리 사회의 갈등 분야는 이념 갈등, 지역 갈등, 세대·계층 간 갈등, 노사 갈등 등을 꼽을 수 있다. 다행스러운 것은 대한민국에는 미국이나 유럽처럼 인종 갈등이 없다는 것이다. 러시아나 중국처럼 민족 갈등도 없다. 지역 갈등은 있지만 분리독립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여러 나라에서 겪고 있는 종교 갈등도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엔 세상에서 유일한 갈등이 내재해 있다. 남북 분단에서 파생하는 갈등이다. 동·서독이 통일되고, 소련이 해체되면서 냉전시대가 종언을 고했지만 우리 사회는 냉전시대의 편협한 이데올로기에 매몰돼 있다. 분단 상황은 정치권은 물론 우리 사회의 모든 이해집단을 적대적 진영으로 갈라 놓는다. 분단이 가져온 우리만의 독특한 현상이다. 진영의 논리에 빠져 상대의 목소리를 들으려 하지 않는다. 진영이라는 울타리 밖에서 두 진영을 바라보는 ‘경계인’은 설 자리가 없다. 2차 민중 총궐기대회를 놓고도 경찰과 민주노총은 상대를 향해 목에 핏대를 세우고 있다. 이런 식으로는 분열과 갈등을 줄일 수 없다. 정부에서도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분열과 갈등의 문제점을 잘 알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2009년 12월 대통령 직속 사회통합위원회를 설립했다. 그해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이 차례로 서거했고, 김수환 추기경이 선종했다. 넘치는 사회 분열과 갈등을 치유하기 위한 방편이었을 것이다. 해법도 비교적 정확하다. ‘사회통합이란 무엇인가’라는 제목의 홍보물에서 정책으로서 사회통합, 시스템으로서 사회통합, 문화로서 사회통합을 제시하고 있다. 정책으로서 사회통합은 일자리 창출과 대기업·중소기업 상생, 사회안전망 확대 등이다. 시스템으로서 사회통합은 정부와 시민단체, 민간 전문가를 시스템적으로 연결, 갈등을 예방한다는 것이다. 문화로서의 사회통합은 폭력이 아닌 대화 민주주의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 정부도 2013년 국민대통합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위원회의 설립 취지는 우리 사회에 내재한 상처와 갈등을 치유하고, 공존과 상생의 문화를 정착시킨다는 측면에서 전 정부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분열과 갈등의 악순환은 거듭되고 있다. 의지와 노력이 부족한 탓이다. 갈등 해소의 방법론은 다양할 수 있다. 초등학생도 이해할 수 있는 ‘존 허쉬가 들려주는 의사결정이론 이야기’라는 책에도 나와 있다. 이 책은 ‘죄수의 딜레마’로 잘 알려진 게임이론을 설명한다. 게임이론의 전제는 주고받는 것이다. 좀 험한 표현으로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다. 잘 이뤄진 게임은 상대가 한쪽 뺨을 때리면 맞은 사람도 한쪽 뺨만 때려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두 뺨을 때리는 데 익숙하다. 이는 상생 게임이 아니라 죽고 죽이는 전쟁이다. 게임 이론가들은 게임에서 상생하려면 틱포탯(tic for tat) 전략을 구사할 것을 조언한다. 이는 실험으로 검증됐다. 틱포탯 전략에는 몇 가지 규칙이 있다. 먼저 상대에게 협력해야 한다. 두 번째는 상대가 배신하면 보복한다. 그러나 보복을 하더라도 상대가 때린 것보다 약하게 때리고, 시간이 지나면 용서해야 한다. 규칙을 지키지 않은 사람이나 단체는 처음에는 이익을 챙길 수 있으나 결국에는 손해다. 게임 이론에서 중요한 변수는 관용이다. 우리의 정치 문화는 되로 받으면 말로 주는 데 익숙해 있다. 그러나 게임이론에서는 주고받는 것이 불공평하거나, 상대가 배신하면 양측 모두 손해라는 것을 보여 준다. 결국 여야 정치권은 국민으로부터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 틱포탯 전략은 남북 관계, 여야 관계 등에도 폭넓게 적용할 수 있다. 그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국회 비준은 그런 경우에 속한다. 정치권은 이제 싸울 만큼 싸웠다. 정치권은 관용 없이는 통합과 화합이 없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정치인들이 앞장서 통합과 화합이라는 새로운 정치 패러다임을 만들어 가길 기대한다. yunbin@seoul.co.kr
  • [글로벌 인사이트] 경제난·서방과 갈등·지지율 하락… 3각파도 맞은 위기의 ‘차르’

    [글로벌 인사이트] 경제난·서방과 갈등·지지율 하락… 3각파도 맞은 위기의 ‘차르’

    “터키는 테러 공범… 등 뒤에서 칼을 꽂았다.” 지난 25일 시리아 공습에 나선 러시아 군용기를 터키 공군이 격추시킨 직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 푸틴 측은 이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아들이 이슬람국가(IS)와 석유 사업에 대한 이해관계를 공유한다는 정보를 흘렸다. 격앙된 모습은 푸틴의 과거 어법과 다르다. 첫 대통령 임기 직후 발간된 푸틴의 어록집을 보면, 그는 러시아인의 두뇌 유출에 대해 “두뇌 유출이 있다는 것은 러시아에 두뇌가 있다는 좋은 출발”이라거나 미국의 미사일방어계획에 대해 “계란요리를 위해 집을 태우는 것과 같은 일”이라고 받아치는 여유를 보였었다. 격앙된 푸틴의 어조 이면엔 지나치게 확대된 러시아의 군사 전선, 회복 기미가 안 보이는 러시아 경제, 푸틴의 권위주의 통치에 대한 청년층의 피로감이 자리잡고 있다고 외신들은 평가했다. #1. 러시아 전투기가 터키에 의해 격추되면서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 척결에 앞장선다는 긍지에 큰 상처를 입은 러시아가 터키 제재 방안을 연일 쏟아내고 있다. 푸틴은 사망한 조종사 시신을 넘겨받았지만 내년 1월 1일부터 터키 노동자의 계약 연장 금지, 비자 면제협정 잠정 중단, 터키 상품 일부 수입금지, 터키 체류일정 포함된 여행상품 판매금지 등 강도 높은 제재 조치를 시행하기로 했다.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전화를 두 차례 거부한 푸틴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파리에서 열린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1)에서 다시 한 번 에르도안의 대화 요청을 거절하며 강경한 태도를 유지했다. #2. 지난해 러시아에 합병된 흑해 연안 크림반도의 250만 주민의 집과 상가에 정전 1주일 만인 29일 전기가 들어왔다. 촛불로 연명하던 상점들이 정상 영업에 나섰고, 흘러내린 음식을 덜어내 텅 빈 냉장고가 다시 가동됐고, 땔감으로 겨울을 나야 할지 모르는 우려를 덜게 됐다. 우크라이나 정부 결정에 따라 몇 차례 정전이 일어난 적이 있었지만, 이번 정전은 지난 22일 우크라이나의 극우 민족주의자들이 송전선을 절단하면서 일으킨 사태였다. 러시아의 크림 병합,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의 분리주의 운동 등은 여전히 푸틴의 골머리를 앓게 하는 이슈이다. 일련의 우크라이나 사태로 푸틴과 러시아는 서방 제재를 받고 있다. 푸틴은 옵서버 자격으로 참석하던 주요 7개국(G7)에도 초청받지 못하는 ‘국제 왕따’ 신세다. #3. 러시아 모스크바에 있는 터키 대사관 앞에서 분노한 러시아인들이 항의 시위를 벌이던 날 모스크바 주변을 대형 화물트럭이 에워쌌다. 지난 24일부터 간헐적인 시위에 나선 화물차 운전기사들이 대형트럭에 대한 도로세 부과 방침에 항의하는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푸틴. 1998년 국가부도(모라토리엄)를 선언했던 보리스 옐친 전 대통령의 뒤를 이어 48세에 러시아 대통령이 됐다. 한때 70%가 넘는 지지율을 유지하며 1999년부터 2008년까지 대통령을 지냈다. 2012년에 ‘차르’에 복귀한 그가 세 번째 대통령 임기에서 사면초가에 처할 줄을 누가 예상할 수 있었을까. 러시아 정보기관인 KGB 출신으로 자주 웃통을 벗고 근육질 상반신을 드러내며 ‘마초’ 성향을 거침없이 드러내던 그였지만, ‘63세의 푸틴’에게서 위태로움을 느끼는 시선도 많다. 외교와 내치, 두 측면 모두에서다. 예컨대 블룸버그 칼럼니스트 레오니드 베르시드스키는 “푸틴이 너무 많은 전선에 깊숙이 들어갔다”면서 “지금 푸틴의 러시아를 약하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국제사회에서) 소외되어 있는 것은 맞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에서 ‘EU 대 러시아’, 시리아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대 러시아’ 등 2개의 전선이 형성되면서 우국이 될 수 있었던 우크라이나와 터키까지 적으로 돌리는 것은 푸틴의 무리한 전선 확대 행위로 봐야 한다는게 베르시드스키의 평가이다. 모든 상황에 푸틴이 선제적으로, 주도적으로 개입한 것은 아니다. 푸틴 입장에서 보면 러시아 코앞의 우크라이나가 EU에 편입되는 상황을 방치하지 않으려다 우크라이나 사태에 개입을 하게 됐고, 시리아에 친서방 정권이 들어서기를 원하지 않았기에 바샤르 알아사드 현 정권을 지지한 것이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와 시리아 양쪽 전선 모두에서 호전적인 러시아의 행보는 최악의 경우 ‘신냉전’과 같은 파국을 부를 것이란 우려를 키우고 있다. 지금의 푸틴에게 따라주지 않는 것은 ‘경제’이고, 야속하게 변한 것은 ‘인기’이다. ‘경제’와 ‘인기’는 또 푸틴의 군사 전략을 바꿀 추동력으로 지목된다. 1999~2008년 푸틴의 러시아는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일원으로 고유가에 힘입어 장기호황 국면을 맞이했다. 2008년 초 러시아는 “에너지 자원개발 및 제조업 부문 수입대체 병행 전략을 발판으로 2020년까지 세계 5위 경제대국으로 부상한다”고 선포하기도 했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이후 저유가 국면은 러시아 경제를 할퀴었다. 2006년 7.4%, 2007년 8.1%이던 러시아의 경제성장률 추이는 2008년 5.6%로 주저앉은 뒤 2009년 -7.9%로 역성장했다. 이어 기저효과에도 불구하고 2010년 성장률은 4.3%에 그치다 2013년 1.3%로 떨어졌고 올해엔 마이너스 성장이 전망된다. 우크라이나 사태 개입과 같은 대외 강경책은 서방의 금수조치와 같은 경제적 부메랑으로 돌아왔고, 러시아 경기는 악화일로를 걷는 모습이다. 군사적으로 서방과 대치하지만, 경제적 부흥을 위해 서방과의 협력이 필수란 점은 푸틴이 처한 역설이다. 지난달 푸틴은 현지 투자전문회사가 주최한 투자포럼 ‘러시아가 부른다’에 참석해 “전반적으로 경제 위기가 정점에 달했다는 전문가 주장에 동의한다”면서 “2010년 2분기 이후 이어졌던 자본 유출이 멈췄고, 올해 3분기 순유입으로 돌아섰다”고 주장했다. 이어 푸틴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진 30억 달러의 차관을 갚도록 국제통화기금(IMF)이 우크라이나에 추가 차관을 제공하는 방안을 제안하라”고 재무부에 지시했다. IMF 지원이라는 서방식 처방이 긴요한 것이다. 지난해 서방이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를 했을 때 “히틀러도 러시아를 무너뜨리지 못했다”며 강경 발언으로 응수했지만, 이후 우크라이나에 가스공급을 재개하는 등 적절히 유화 정책을 펴는 이면에도 러시아의 경제적인 필요가 숨어 있다. 여기에 지난 25일 전투기 격추 뒤 푸틴이 선언한 터키에 대한 제재 조치가 실현될 가능성을 낮게 보는 관측 역시 러시아와 터키의 교역량이 현재 250억 달러에서 2020년 1000억 달러 규모로 급증할 것이란 낙관에서부터 비롯되고 있다. 2012년 3선을 위한 대선 당시 불길처럼 일어났던 부정투표 반대 시위에서부터 최근 화물기사 시위까지 시위가 극성인 러시아에서 4선을 위한 지지율을 유지하는 것 또한 푸틴의 당면 과제다. 1990년대 개방화 시기와 2000년대 경제 호황기에 성장해 이른바 ‘푸틴 세대’로 불리는 러시아 신세대에게 푸틴은 ‘과거로의 회귀’를 뜻했다고 박상남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는 설명했다. 박 교수는 “푸틴 세대는 민주주의를 장식으로 생각하고 자신들이 누릴 수 있는 자유를 더 중시하며, 국영 미디어 대신 인터넷으로 정보를 얻고 안정을 희구하기보다 자신의 의사를 표명하려는 경향을 지녔다”고 설명했다. 이어 “2000년대 푸틴은 옐친 집권기의 혼란을 극복하고 러시아를 재건한 지도자로 추앙받았지만, 세 번째 임기에 편법적으로 대통령이 되며 이제 권위주의 국가의 장기 집권자들 중 한 사람으로 전락했다”고 덧붙였다. 2012년 대선에서 푸틴은 자신의 반대 세력에 대해 “배후에 러시아를 약화시키려는 서방 세력이 있다”고 선거운동을 폈고, 실제 지난해 우크라이나 사태에 개입하며 내부 결속을 다져 반대 세력을 누그러뜨릴 수 있었다. 그러나 앞으로 계속 ‘서방 대 러시아’의 구도를 상정한다면 러시아 경제의 타격은 불가피해 민심 이반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신냉전 체제를 유도하며 미국과 마주 서는 패권국으로서 러시아의 위상을 지키는 길과 러시아에 우호적이지 않은 글로벌 경제 흐름 속에서 경제적 실리를 찾는 길의 기로에 푸틴이 서 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신뢰받는 군을 위하여] 첩보전쟁 시대 뻥뚫린 군사보안

    [신뢰받는 군을 위하여] 첩보전쟁 시대 뻥뚫린 군사보안

    지난해 10월 14일 동유럽의 한 국가에 파견된 국방과학연구소(ADD) 소속 책임연구원 박모씨는 사무실에 보관 중이던 비밀문서 송수신용 암호 장비가 없어진 것을 발견했다. 신고를 받은 국군기무사령부는 같은 해 11월 현지 보안 조사를 벌인 결과 박씨가 암호 장비를 보관한 사무실의 출입문을 제대로 잠그지 않고, 정기점검도 실시하지 않은 사실을 밝혀냈다. 이 장비는 대사관 등에서 본국에 팩스를 보낼 때 평문을 비문으로 바꿔주는 기계로, 이 사무실에서 이를 이용해 마지막 시험통신을 한 시점은 같은 해 6월로 드러났다. 정부 내 어느 누구도 4개월이 지나도록 이를 도난당한 사실 자체를 몰랐다. 기무사는 박씨를 중징계할 것을 건의했으나 ADD는 박씨가 과거 중요한 연구 업적이 있었다는 이유로 감봉 1개월의 처분만 내렸다. 무엇보다 이 장비를 도난당한 근본적 원인은 문제의 사무소가 들어선 건물이 해당 국가 정부청사였다는 점이다. 군은 주재국과 무기 도입 사업을 원활히 하기 위해 ADD 파견 사무실을 정부 건물 안에 설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국가의 정보기관이 냉전 시절부터 뛰어난 첩보 활동과 외국인 사찰 등으로 악명이 높았다는 사실을 간과했고, 결과적으로 이 같은 결정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안이한 판단으로 드러났다. ADD는 사건이 터지자 부랴부랴 우리 대사관 안으로 사무실을 옮겼지만 이미 암호가 유출됐을 가능성이 크고 아마추어 수준의 보안 의식만 노출시켰을 뿐이다. 전 세계적으로 적과 우방을 가리지 않고 치열한 첩보 전쟁이 벌어지고 있지만, 우리 군 당국의 보안 역량은 낙제점이라는 평가다. 군 당국은 일선 병사들의 보안 의식을 강조하며 가이드라인을 제정하지만 정작 중요한 기밀 유출 사고에는 둔감하고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는 지적이다. 보안 방첩 전담 기관인 국군기무사령부가 제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서도 회의론이 일고 있다. 군이 올해부터 전방 지역을 중심으로 병사들에게 수신용 공용 휴대전화를 지급해 보안 유출에 대한 우려도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29일 새정치민주연합 윤후덕 의원실에 따르면 육해공군 장병들이 기본적인 비밀 엄수 의무를 위반해 적발된 건수는 2012년 2470건에서 2013년 2520건, 지난해 3090건으로 늘었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2189건의 비밀 엄수 위반 사례가 적발됐다. 이 가운데 중요한 군사기밀을 누설해 적발된 사례도 2012년 17건, 2013년 18건, 지난해 25건, 올해 상반기 8건으로 나타났다. 군 당국은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군사기밀이 계속 유포되자 지난 9월 장병들의 SNS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배포했다고 밝혔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장병들은 페이스북에서 프로필을 작성할 때 공개 범위를 ‘특정인에게만 공개’하는 식으로 설정해야 한다. 사진 또한 영내 시설 등 군사보안을 해칠 수 있는 게시물은 올릴 수 없다. 하지만 정작 문제는 의무복무하는 병사들보다 고급 정보를 다루는 간부들의 해이한 정신 자세다. 지난 8월 22일 북한의 지뢰 포격 도발로 남북한의 군사적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해병대 박모 중위는 각군이 공유하는 육군 전술체계망(ATCIS) 화면에 나타난 미확인 비행체의 궤적을 휴대전화 카메라로 찍어 과시할 목적으로 민간인 친구에게 보냈다. 허씨는 이를 보수성향의 인터넷 게시판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에 올렸고 순식간에 인터넷을 통해 군의 작전 상황이 전국에 유포됐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보안 위반 사항을 감시해야 할 기무사령부도 기밀 유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사실이다.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은 2013년부터 중국에 우리 해군 함정과 관련된 3급 기밀 1건과 주변국 군사 동향이 담긴 26건의 문서를 넘긴 기무사 소속 손 모 소령에게 지난 25일 7년형을 선고했다. 손 소령은 중국 유학 중이던 2010년 알게 된 중국인 A와 교분을 쌓았고 3급 기밀을 자신이 직접 손으로 베낀 뒤 촬영해 휴대전화용 메모리(SD) 카드에 담아 전달했다. 손 소령은 중국 유학중 술집에서 폭행을 당하고 종업원들에게 협박을 받는 상황에서 A의 도움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 A가 의도적으로 그에게 접근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지난해 4월 북한 무인기가 우리 대공 경계망을 뚫고 청와대 상공까지 진입할 때 이 무인기가 찍은 사진이 한 유력 언론에 공개되자 국민들은 경악했다. 이 사진은 기무사와 국정원이 당시 조사 중으로 외부 유출을 엄연히 금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군 수뇌부는 이 사진이 버젓이 유력 언론에 보도되게 된 경위에 대해 명확히 밝히지 않아 군사 보안에 대해 ‘이중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는 지적이다.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은 “군의 가장 큰 문제는 사회적으로 요구되는 투명성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점”이라며 “자기 군 경력에 종지부를 찍을 정도의 심각한 처벌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국방부에 따르면 2011년부터 올해 6월까지 4년 6개월간 군사기밀 유출로 형사처벌을 받은 군 장병은 모두 38명이다. 이 중 최종적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장병은 1명도 없고 집행유예가 13명, 벌금 1명, 선고유예 1명, 무죄 1명, 불기소 10명 등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형사처벌 대신 비밀 엄수 의무 위반으로 징계를 받은 장병의 수는 2011년 1972명, 2012년 2197명, 2013년 2320명, 지난해 2796명, 올해는 6월까지 1975명으로 나타나 모두 1만 1260명이다. 이 가운데 병사는 4033명이 영창을, 5479명이 휴가 제한 조치를 받았고, 간부(1748명)의 대부분은 근신(1168명), 견책(343명), 징계유예(167명) 처분을 받아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이 남는다. 군 당국은 지난해 뒤늦게 군사 기밀을 탐지·수집 누설한 자가 금품이나 이익을 수수, 요구한 경우 형의 2분의1까지 가중처벌하겠다고 밝혔다. 이 밖에 군인 징계령을 개정해 기밀 유출 시 감경이나 유예를 금지하도록 보완했다고 밝혔으나 보안 사고를 줄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군이 수천억원을 들여 무기를 도입하는 데는 혈안인 반면 보안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보안 사고를 막으려는 노력에는 소홀한 것 같다”고 꼬집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러시아機 격추 터키 편드는 美… 反IS 전선 균열

    러시아機 격추 터키 편드는 美… 反IS 전선 균열

    터키가 24일(현지시간) 러시아 전투기를 격추하면서 시리아 사태를 둘러싼 국제 관계가 더욱 복잡하게 꼬였다. 프랑스 파리 테러 이후 극단적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를 향해 총공세를 퍼붓던 반(反)IS 전선에도 금이 갔다. 시리아 알아사드 정권 존속에 이견을 보이던 미국과 러시아의 반목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터키군은 성명에서 F16s 전투기가 남부 하타이주 야일라다 지역 영공을 침범한 러시아 수호이(Su)24 전투기에 5분 동안 10차례 경고했으나 응답이 없어 공격했다고 밝혔다. 유엔 주재 터키 대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긴급 서한을 보내 러시아 전투기 2대가 터키 영공을 1.15~1.36마일(약 1.8~2.2㎞), 17초 동안 침범했다고 밝혔다. 터키가 가입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동맹국이 러시아 전투기를 공격한 것은 냉전 이후 처음이다. 그동안 나토 동맹국인 미국과 프랑스 등이 IS 공습에 참여했지만, 나토 차원의 군사행동은 없었다. 워싱턴포스트는 터키의 러시아 공격으로 나토가 중동 사태에 원치 않게 개입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지그마어 가브리엘 독일 부총리도 “터키가 시리아 사태를 복잡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고 dpa 통신이 전했다. 러시아 조종사 2명이 비상 탈출했지만 1명은 자유시리아군(FSA) 소속인 투르크멘 반군이 사살했고, 1명은 시리아군이 구조했다. 구출 작전을 하던 러시아 헬기도 반군의 공격을 받았고, 러시아 해병대 1명이 사망했다. 러시아는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등 뒤에서 급습한 격”이라며 터키를 비난했다. 이어 “전투기가 터키에 위협을 주지 않았으며, 국경에서 4㎞ 떨어진 시리아 영토에서 격추됐다”면서 “이번 사건이 러시아와 터키의 관계에 심각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강한 어조로 경고했다. 러시아군은 시리아 라타키아에 정박 중인 순양함 모스크바함이 위협이 되는 어떤 목표물이든 파괴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25일로 예정된 터키 방문을 취소했다. 문제는 이번 사태가 단순히 터키와 러시아의 외교 분쟁에만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데 있다. 터키로 대변되는 나토 동맹, 나아가 미국 연합국과 러시아·이란·시리아 양 진영의 갈등으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터키의 요청으로 열린 나토 특별회의 후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동맹국인 터키를 지지한다면서도 사태가 확산되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같은 나토 동맹국인 미국도 터키 편을 들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터키는 영공을 보호할 권리가 있다”며 러시아에 책임을 돌렸다. 미국과 러시아는 시리아 사태 해법을 두고 갈등을 빚어 왔다. 미 연합국은 시리아 반군을 지원하며 알아사드 정권을 퇴출해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 러시아는 지난 9월 IS를 격퇴한다는 명목으로 공습을 시작했지만 IS 점령지보다는 반군 장악지역인 북서부를 주로 공습했다. 러시아와 이란 정상은 전날 양자 회담에서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을 축출해서는 안 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사건 발생 후 시리아 정부는 “시리아 영토에 대한 노골적 공격”이라며 터키를 비난했다. 터키와 러시아는 비난 수위를 높이는 한편 출구전략을 고민하고 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25일 “러시아와 긴장이 고조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고, 조만간 메브류트 차부쇼울루 터키 외무장관과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회동하기로 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알렉산드르 오를로프 주프랑스 러시아대사는 유럽1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는 터키, 프랑스, 미국 등과 연합해 IS와 싸울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핵공격에도 끄떡없는 초호화 ‘지하 아파트’ 팝니다

    핵공격에도 끄떡없는 초호화 ‘지하 아파트’ 팝니다

    핵공격에도 끄떡없는 억만장자들을 위한 초호화 지하 아파트가 공개됐다. 최근 미국의 부동산업체 베스천 홀딩스는 조지아주 서배너 인근에 건설된 초호화 지하 벙커를 언론에 공개하고 판매에 나섰다. 우리 돈으로 무려 200억원의 가격표가 붙은 이 벙커는 핵공격과 테러, 각종 자연재해에 견딜 수 있게 14m 지하에 설계됐다. 물론 이 벙커는 잠시동안만 사람이 몸을 피해 머무르는 공간은 아니다. 생존에 필요한 기본 시설 외에도 영화관, 오락실, 의료센터, 교실까지 완비돼 있어 장기체류가 가능하는 것이 회사측의 설명. 또한 벙커는 총 4개의 아파트로 구성돼 있어 돈 많은 4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생활이 가능하다. 당초 이 벙커는 냉전시기 미군이 훈련 목적으로 사용해왔으나 3년 전 회사 측이 인수해 민간인을 위한 초호화 벙커로 탈바꿈시켰다. 베스천 홀딩스 대표 크리스 살라모네는 "핵무기와 테러리스트, 자연재해 등 점점 증가하고 있는 위험으로부터 우리 가족, 조직 등을 지키기 위해 건설했다" 면서 "세상 어디에도 없는 궁극의 안전을 제공할 수 있다" 고 밝혔다. 이어 "지하에 있을 뿐 5성급 호텔 시설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 면서 "정확한 위치는 안전상의 이유로 주인 외에는 공개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한편 소위 '지구종말' 을 대비한 벙커는 미국 외에도 있다. 지난 6월 캐나다 기업 비보스는 독일 로덴스타인 지역에 위치한 전체 면적 9만 3000천 평의 거대 복합시설이자 핵폭발, 생화학무기, 지진, 쓰나미 등 모든 자연재해와 공격에 버틸 수 있는 강력한 벙커를 공개한 바 있다. 이 초호화 벙커 역시 생존에 필요한 모든 설비는 물론 레스토랑, 수영장, 극장 등 각종 고급 편의시설도 완벽히 구비되어 있으며 아파트 가구당 면적은 약 70평이다.       실제 재난상황이 닥쳐오면 비보스사는 세계 각지로 헬리콥터를 파견해 입주민들을 수송해 오게 된다. 시설은 즉각 운영에 돌입할 수 있는 ‘턴키’ 상태이기 때문에 ‘상황’이 발생했을 때 바로 이용 가능하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커버스토리] 좌절된 ‘아랍의 봄’…IS 악마를 키웠다

    [커버스토리] 좌절된 ‘아랍의 봄’…IS 악마를 키웠다

    132명의 목숨을 앗아간 ‘11·13 파리 연쇄 테러’의 배후에는 이슬람국가(IS)가 자리한다.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를 자처하는 유럽 국적의 무슬림 젊은이들은 IS의 행동대원이 됐다. 국적과 종교를 묻고 가차없이 총격을 가했다. 몸에 두른 폭탄은 대량 살상을 불러왔다. 왜 이런 살상극이 벌어진 것일까. 이를 따져 보는 것은 IS에 대한 대응 못잖게 중요해졌다. 열심, 노력이란 뜻의 ‘지하드’(이슬람성전)는 이제 서구 기독교 국가에 이슬람 공포증을 유발한다. 애초 가치 중립적이었던 단어였지만 이젠 탈색됐다. 새롭게 도래한 갈등의 구도 속에서 새뮤얼 헌팅턴 하버드대 교수가 예언했던 문명 간 충돌이 현실화한 것이다. ‘지하디스트’도 원래 단일한 이념으로 철저하게 무장한 전사들은 아니었다. 파와즈 게르게스 런던 정경대 중동연구센터 소장은 “냉전이란 진영론이 쇠퇴하면서 적과 우군을 구분할 수 없는 상황이 만들어 낸 악마 같은 존재일 뿐”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자신의 책 ‘지하디스트의 여정’에서 “알카에다는 유기적 조직이 아니었을뿐더러 아랍인과 무슬림 주류의 지지를 받지 못했다”고 했다. 나아가 지하디스트들을 자멸시킬 절호의 기회는 2011년 ‘아랍의 봄’이었다고 말했다. 독재정권을 무너뜨린 시민 혁명은 “폭력만이 독재를 무너뜨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란 알카에다의 주장을 퇴색시키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서방이 민주 혁명 이후 찾아온 힘의 공백을 교묘히 이용하면서,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하던 비주류 소수 조직에 불과했던 지하디스트들이 오히려 급격히 세력을 팽창시켰다. ‘지하드’ 원래 뜻은 노력… 이슬라모포비아 유발 ●하디스에 집착하는 급진주의자들 무아마르 카다피 원수와 벤 알리 대통령이 2011년 실각한 리비아와 튀니지에서는 현재 ‘안사르 알샤리아’ 등 무장조직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 알제리 작가인 알리 말렉은 “무슬림이 전 세계를 정복해야 한다는 지하디스트들의 주장은 코란에 근거하지 않는다”고 단언한다. 이슬람 근본주의의 토대가 되는 샤리아법도 코란의 일부 구절에만 근거를 둘 뿐이란 것이다. 실제로 이슬람 근본주의자는 코란 대신 ‘하디스’라고 불리는 경전에 의존하고 있다. 이는 선지자 무함마드의 언행을 후대에 기록한 책이다. 예컨대 코란에서 무함마드는 침략에 대항하는 방어적 지하드만을 용인했고, 미래에 대한 예언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반면 하디스에서 무함마드는 무슬림의 세계 정복이란 미래를 예언하고 있다. 하디스는 무함마드 사후 옴미아드 왕조(661~750년) 시대에 처음 출현했다. 가디언, 뉴욕타임스 등 외신들은 1세대 지하디스트로 1970년대 이후 무장투쟁을 주도한 아프가니스탄의 무자헤딘과 1981년 이집트 대통령인 안와르 사다트의 암살을 주도했던 무장단체 ‘알지하드’ 등을 꼽았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소련과 전쟁을 벌인 무자헤딘은 서방의 지원을 받아 힘을 키웠다. 9·11테러의 총책인 오사마 빈라덴도 무자헤딘의 지도자였다. 1996년 아프가니스탄에 둥지를 튼 빈라덴은 알카에다를 출범시키며 2세대 지하디스트들을 이끌었다. 1996년부터 빈라덴 수하에서 온갖 궂은일을 도맡은 아부 잔달이 대표적인 2세대 지하디스트로 꼽힌다. 2000년 10월 예멘에서 50여명의 사상자를 낸 미 해군 구축함 콜호 폭파사건을 주도했다. 중동 문제 전문가들은 “소련과의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통해 과격해진 극단주의자들은 지하드에 중독된 상태였다”고 해석했다. ●IS·보코하람, 알카에다 계승한 ‘쌍둥이’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은 소련의 아프간 침략과 비슷한 ‘학습효과’를 불러왔다. 빈라덴을 숨기고 비호하던 아프간의 탈레반 정부도 미국의 공격을 받고 실각했다. 이후 주변국에선 이슬람 급진세력이 활개를 쳤다. 최근 IS 등 이슬람 극단주의 단체는 3세대라고 부를 수 있다. 이합집산하며 하나의 거대한 세력으로 힘을 불리고 있다. 이들은 결국 한 뿌리에서 비롯됐다. 중동의 IS와 아프리카의 보코하람을 비교해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나이지리아에 근거한 보코하람은 최근 IS에 충성을 맹세하기 전까지 IS와 ‘쌍둥이’ 행보를 보였다. 수니파 계열의 반정부 단체로 서구 문명과 사상, 기독교 등에 뿌리 깊은 증오심을 품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알카에다를 계승한 탓이다. 두 조직은 각기 ‘이슬람 제국 건설’을 목표로 세력을 확장했다.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에 인질 살해 장면 등을 공개하며 다른 무장 단체들의 기를 꺾고 자신들의 사기를 진작한 것도 닮았다. 시공을 초월하는 지하디스트들의 공통점을 대변한다.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는 “인터넷으로 소통하는 ‘외로운 늑대’들이 지하디스트가 되기 위한 준비를 갖추고 있을지 모른다”면서 “국제사회가 혼신의 힘을 다해 아랍권의 민주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유엔 수장 세 번째 방북… ‘빈손 귀환’ 전철 밟을 수도

    유엔 수장 세 번째 방북… ‘빈손 귀환’ 전철 밟을 수도

    유엔 대변인이 18일(현지시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북한 방문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공식 확인함에 따라 반 총장의 방북은 시기만 남은 것으로 보인다. 반 총장의 평양 방문이 성사될 경우 역대 유엔 수장으로서는 3번째다. 과거 두 명의 총장은 평양을 방문해 김일성 주석과 회담을 갖고 남북관계, 평화협정 그리고 핵 문제 등을 논의했다. 전례에 비춰볼 때 반 총장의 방북 때도 비슷한 의전과 비슷한 형식의 회담 등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을 최초로 방문한 유엔 사무총장은 오스트리아 출신인 쿠르트 발트하임 총장이다. 그는 1979년 5월 2~3일 평양을 방문해 당시 김일성 주석과 회담하고, 이어 5일엔 서울에서 박정희 대통령을 만났다. 남북한 모두 유엔에 가입하기 전이고, 동서 냉전과 그에 따른 남북 대치가 첨예할 때였다. 당시 주석궁에서 열린 회담에서는 유엔 측 4명이 배석했고 북측에서는 허염 북한 외무상 등 10명이 자리했다. 발트하임 총장은 김 주석과의 3시간에 걸친 회담에서 “한반도 문제 해결 과정에서 당사자인 한국을 제외하는 건 불가하다. 유엔 사무총장 자격으로 제3자로서 조력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주석도 발트하임 총장이 평양을 떠나기 전 마련된 오찬에서 “30년 이상 분단된 우리나라는 이제 조국의 통일이 한민족의 가장 큰 민족과업”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발트하임 총장도 한국에 와서는 박정희 대통령에게 “김일성이 ‘북한은 남침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고 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의 ‘유엔 옵서버 역할론’ 등 중재안은 같은 해 10월 박 대통령이 세상을 떠나면서 이뤄지지 못했다. 두 번째로 방문한 부트로스 부트로스갈리 총장은 북핵 위기가 고조되던 1993년 12월 24∼26일 판문점을 통해 북으로 넘어가 김 주석을 만났다. 그러나 당시는 기대만큼이나 실망도 컸다. 김 주석은 25일 부트로스갈리 총장과의 40분간 단독면담에서 “북한은 미국과 핵 문제에 관해 협의를 계속하고 있다. 유엔이 이 문제에 직접 개입할 필요가 없다”며 “유엔사령부를 해체하는 것이 유엔과 북한 간 비정상적인 관계를 바로잡는 길”이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북핵 문제 해결의 중재자 역할을 하러 갔다가 ‘유엔사부터 해체하라’는 공격을 받은 셈이다. 앞서 김영남 북한 정무원 부총리 겸 외교부장도 전날 만수대의사당에서 개최된 부트로스갈리 총장 환영 만찬사를 통해 ‘대화와 협상을 통한 핵 문제 해결’을 강조하기도 했지만 북한 측 입장만 일방적으로 전달하면서 ‘김빠진’ 방문이 됐다. 이렇듯 두 총장 모두 가시적인 성과를 얻는 데는 실패했다. 그 원인은 기본적으로 북한의 태도와 직결돼 있다. 북한은 여전히 정전협정의 평화협정 전환, 핵·미사일 문제 등은 북·미 간 해결 사안이란 인식이 강하다. 이 때문에 반 총장도 ‘빈손 회귀’가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반 총장이 전임자들과 달리 한국인이란 점에서 눈을 마주 보고 직접 소통한다면 핵·미사일, 인권 등 무거운 주제뿐만 아니라 다양한 연성 이슈들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기고] 한국전쟁의 역설, 이분들을 아시나요/유호근 청주대 정치학과 교수

    [기고] 한국전쟁의 역설, 이분들을 아시나요/유호근 청주대 정치학과 교수

    “조지프 던퍼드, 윌리엄 고트니, 해리 해리스, 피터 로스컴, 마이크 코프먼, 브라이언 싱어 등 이분들을 아십니까?” “금시초문인가요?” 조지프 던퍼드는 미국의 합참의장이고, 윌리엄 고트니는 미 북부군 및 북미 항공우주군 사령관이며, 해리 해리스는 미 태평양군 사령관이다. 또한 피터 로스컴은 공화당 소속, 마이크 코프먼은 민주당 소속의 미 연방 하원의원이다. 브라이언 싱어는 ‘엑스맨’을 감독한 미국의 영화감독이다. 즉 미군의 핵심 지휘부 인사, 미 연방하원의 중진 의원, 할리우드 영화계의 거장 등이 이들의 화려한 면면이다. 이 인물들의 한 가지 중요한 공통점이 있다. 바로 이들의 부친이 모두 한국전쟁 참전 용사라는 점이다. 아마도 이분들은 6·25 때 전투요원으로 참가했던 아버지로부터 전쟁 무용담을 비롯해 생사를 넘나드는 우여곡절의 한국에 관한 수많은 스토리를 성장 과정에서 접했을 터이다. 밥상머리 교육을 통해 한국이라는 나라가 이들의 가슴속에 자연스럽게 체화됐을 것이다. 아버지로부터 전해 들었던 전쟁으로 얼룩진 변방의 나라가 ‘한강의 기적’을 이룬 환골탈태한 새로운 나라로 등장했다는 것이 이들에게는 놀라운 일이었을지 모른다. 이분들의 마음속에 일찌감치 자리 잡았던 한국에 대한 측은지심이 또 다른 친근감으로, 매력으로 다가왔을지도 모를 일이다. 한국과 미국은 60여년의 동맹관계를 이어오면서 이제는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질적 전환을 이뤘다. 그 저변에는 인간적 유대와 교감이 동맹의 튼튼한 바탕이 됐다. 과거 북·중 동맹의 굳건함은 소위 ‘혁명 1세대’로서 한국전쟁을 같이했던 김일성, 마오쩌둥(毛澤東), 펑더화이(彭德懷) 등 북·중 수뇌부 간의 인간적 결속도 중요한 토대가 됐다. 오늘날 북·중 관계가 소원한 이유가 양측 엘리트 간의 인적 유대가 사라진 상황에서 냉철한 국익의 관점에서만 외교정책을 판단하고 결정하기 때문이라면 지나친 억측일까. 국익에 따른 외교의 냉혹함만이 존재하고 북·중 집권층 간의 교류와 소통이 별무하다면 북한이 배제된 21세기 버전의 ‘가쓰라·태프트 밀약’을 중국이 미국과 혹은 한국과 맺을 수도 있다는 점을 북한이 간과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한국전쟁은 세계적인 냉전 체제를 강화시켰고, 한반도 분단 체제를 고착화시켰다. 가족 간 생이별의 뼈아픈 고통을 강요했다. 아직도 한국전쟁의 상흔은 한국인들의 몸과 마음에 그대로 남아 있다. 그런데 상처에서 새살이 돋아나듯 한국전쟁의 고통과 상처가 우리의 새살로 환생하고 있다. 영국 더 타임스의 서울 특파원이었던 앤드루 새먼은 과거 신문 기고를 통해 6·25를 ‘한국의 보물’로 평가한 적이 있다. 그의 말대로 프랑스 ‘노르망디’의 상징성을 후세의 중요한 유산으로 기렸던 것처럼 한국전쟁을 새로운 창조의 시작으로 승화시키는 것일 수도 있다. 또 한국을 도와 전쟁을 함께했던 전우의 나라에 ‘결초보은의 외교’를 더욱 적극적으로 확장하는 것이다. 진심 어린 마음을 담은 보훈을 통한 공공외교를 수행하는 것이다. 어제 한국전쟁의 고통이 오늘 감사의 진심을 담은 ‘마음의 보훈외교’를 펼칠 수 있게 해 주는 터전이 된다면 한국의 또 다른 보물이다.
  • [씨줄날줄] 샤보프스키의 역사적 실언/구본영 논설고문

    오는 11월 9일. 냉전의 상징이었던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날이다. 1989년 그날 저녁, 뜻밖의 인물이 결정적 장면을 연출했다. 동독 공산당 신출내기 공보담당 정치국원이었던 귄터 샤보프스키였다. 여행 자유화 조치에 대한 동독 정권의 의중을 잘못 읽은 그가 기자회견장에서 얼떨결에 한 답변이 수많은 동독 주민을 베를린 장벽으로 몰려가게 하면서다. 지난 1일 베를린의 한 요양원에서 86세의 일기로 눈을 감은 샤보프스키. 일찍이 미국 작가 마크 트웨인은 공인들의 경솔한 언행을 경계했다. 즉 “입을 닫아 바보로 보이는 게 입을 열어 모든 의심을 해소하는 것보다 나을 수 있다”고. 그런 견지에서 샤보프스키는 그날 엄청난 실수를 했다. 붕괴 직전의 체제를 지키려 안간힘을 쓰던 동독 정권의 입장에서는…. 그는 여행 자유화 조치가 언제부터 시행되느냐는 기자들의 빗발치는 질문에 더듬거리며 답했다. “내가 알기로는, 음, 지금 당장.” 호네커 정권은 헝가리 국경을 통한 동독 주민들의 탈주극을 보면서 마지못해 여행법 개정안을 만든 뒤 시간을 끌 요량이었으나, 샤보프스키가 사고를 친 것이다. 그의 실언은 장벽 붕괴의 도화선이 됐고 이듬해 10월 3일 독일은 통일됐다. 물론 통독의 주역이 한두 명일 순 없다. 이른바 ‘서방정책’으로 경제력과 삶의 질 등 모든 부문에서 동독과의 격차를 벌린 콘라트 아데나워 서독 총리는 그 주춧돌을 놓았다. 동서독 간 교류 확대로 서독 체제의 우월성을 알게 한 빌리 브란트 총리의 ‘동방정책’도 통독의 밑거름이었다. 그 기반 위에서 헬무트 콜 총리는 옛소련 등 2차대전 승전국을 설득해 “통일 열차가 플랫폼에 도착하면 올라타야 한다”는 지론을 실현할 수 있었다. 기승전결의 논리로 보면 베를린 장벽을 부수고 투표로 서독과의 흡수통합을 결의한 이름 없는 동독 주민들이 최종 주역일지도 모르겠다. 통독을 앞당기는 데 샤보프스키도 ‘의도와 달리’ 큰 구실은 했다. 그가 나중에 동독 공산당에서 축출되고, 통독 후에는 서독으로 탈출하는 시민들을 사살하도록 명령한 죄목으로 옥살이까지 한 것을 보면. 하지만 영국 사학자 버터필드는 “역사적 사건에는 역사의 진로를 사람들이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돌리는 성질이 있다”고 했다. 그의 잠언에 비춰 보면 샤보프스키는 통독의 빛나는 조연이었음은 분명하다. 독일인들에게 각인된, 20세기 최고의 ‘아름다운 실언’과 함께 말이다. 올해로 독일 통일 25주년을 맞았지만, 한반도의 통일은 여전히 미완의 과제다. 주민들의 배를 곯리면서 핵무장에 여념이 없는 북한이나 이에 둔감한 우리 내부를 보면 통일의 길은 아득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어둠이 깊으면 새벽 또한 멀지 않다고 했다. 샤보프스키가 본의 아니게 예고한 역사의 격변이 한반도에 들이닥치기 전에 우리의 내실을 다질 때다. 구본영 논설고문 kby7@seoul.co.kr
  • 최경희 이대총장 미국 하버드대서 특강

    최경희 이대총장 미국 하버드대서 특강

    최경희(사진) 이화여자대학교 총장이 지난 2일 오후 4시30분(현지시간) 미국 하버드대학교에서 특강했다. 최 총장은 이날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 소재 하버드대학의 CGIS 사우스 빌딩 안 사이 오디토리움에서‘한국 대학들이 직면한 도전과 기회: 이화여대의 과거, 현재, 미래를 참고로 하여’를 주제로 강연했다. 이날 강연은 이 대학의 카터 에케르트, 윤세영 한국역사학 교수가 사회를 본 가운데 하버드대 학생과 교수들이 참석했다. 하버드대 한국학연구소 리더십포럼의 특별 연사로 초청돼 강연한 최 총장은 냉전 종식과 세계화 등장 이후 세계 여러 대학들이 글로벌 경쟁에 직면한 가운데 한국 대학 역시 전세계적 도전뿐 아니라, 국내 학령인구 감소에 대비, 교육의 우수성과 전문화로 대응하고 있는 현실에 대해 소개했다. 특히 1886년 설립후 129년의 역사 속에서 혁신으로 국내뿐 아니라 세계 여성을 위한 새로운 교육 수요 창출에 힘써온 이화여대의 역사를 살펴봄으로써 21세기 대학들이 습득해야 할 교훈과 국내외 도전을 극복하는 방법에 대해 고찰하고, 이화여대의 인류 공헌과 글로벌 우수성 제고를 위한 미래 비전을 제시하며 글로벌 경쟁을 위한 해결책으로 글로벌 협력을 강조했다. 최 총장이 이번 하버드대 특강 연사로 초청된 것은 이화여대와 하버드대 간의 특별한 인연에서 비롯됐다. 이화여대는 국내 대학 중 유일하게 하버드대와 서머스쿨 프로그램(EHSSP) 파트너로 선정돼 2006년부터 10년 연속 하버드대와 공동 여름 계절학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3일 하버드대 현지에서 10주년 기념식을 가질 예정이다. 국내 유일하게 하버드대 학생들과 학습 및 문화 교류를 할 수 있는 HCAP(Harvard College in Asia Program) 프로그램의 파트너로도 선정돼 2007년부터 공동 운영 중이다.하버드대 최초 여성 총장인 드루 길핀 파우스트 총장이 지난 2013년 ‘명예이화인’으로 선정돼 이화여대를 방문, 학생들을 대상으로 특강한 바 있다. 최 총장이 연사로 초청된 하버드대 한국학연구소의 특강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박근혜 대통령, 김대중 전 대통령, 캐슬린 스티븐스 전 주한미국대사 등의 유명 인사들이 연단에 섰던 고품격 학술의 장으로 알려져 있다. 최 총장은 지난달 30일부터 5박6일간 일정으로 미국을 방문 중이며, 하버드대 특강 외에 ‘2015 북미주 지회연합회 총회’ 방문 등 일정을 마치고 오는 4일 귀국한다. 이명선 전문기자 mslee@seoul.co.kr
  • [정현용 기자의 밀리터리 인사이드] ‘4만 군견’ 폭탄특공대·방패삽… 아군 위한 개발 맞나요?

    [정현용 기자의 밀리터리 인사이드] ‘4만 군견’ 폭탄특공대·방패삽… 아군 위한 개발 맞나요?

    인류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라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돌을 갈아 창을 만들고 나무를 다듬어 몽둥이를 만든 이후로 끊임없이 신무기를 개발해 남의 영토를 침략하거나 국토를 지키려고도 했죠. 무기의 성능을 개량해 더 많은 인원을 살상하고자 하는 욕구는 끝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모든 무기가 주목받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일부는 세상에 나오기도 전에 ‘실패’ 딱지가 붙었고, 일부는 어렵게 빛을 봤으나 볼품없는 성능 때문에 조롱거리가 되기도 했습니다. 최첨단 무기를 동경하는 분들이 많겠지만, 전 이번에 세상의 웃음거리가 된 무기를 보여 드리려 합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도 있잖아요. 한번 들여다볼까요. 2차 세계대전은 신무기의 각축장이라고 불릴 정도로 수많은 무기가 쏟아진 전쟁이었습니다. 미국, 영국, 소련을 주축으로 한 연합군과 나치 독일은 상대 병사를 더 많이, 효과적으로 살상하기 위한 무기 개발에 힘을 쏟았는데요. 지금의 시각으로 보면 황당한 무기도 참 많았습니다. 잘 알려진 것 중 하나가 ‘개폭탄’(antitank dog)입니다. ●개에 폭탄을 매달아 전차에 돌진시켰더니 소련군은 독일과의 전쟁 초기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해 구형 전차로 독일에 맞서야 했습니다. 빠른 속도로 진격하는 독일의 신형 전차에 속수무책으로 당했죠. 소련군은 ‘맨몸’으로 대항하다 연이은 패배로 후퇴를 거듭하게 됩니다. 그래서 고민 끝에 군견을 훈련시켜 자살 특공대로 활용하기로 했습니다. 개 4만 마리를 활용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이었는데요. 시한폭탄을 두른 개를 적 전차에 돌진시키는 단순한 방식이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투입해 본 결과 독일 전차로 달려가기는커녕 소련 전차로 돌진해 폭사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디젤(중유)을 사용하는 소련 전차를 이용해 훈련한 개들이 가솔린(휘발유)을 사용하는 독일 전차 대신 익숙한 냄새를 풍기는 소련 전차로 달려왔기 때문이죠. 놀란 소련군은 불쌍한 개를 더 희생시키는 대신 이 계획을 즉시 폐기했습니다. 미국과 영국 등 연합군은 프랑스로 대규모 병력을 상륙시키는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준비했습니다. 독일은 스페인부터 벨기에까지 해안 높은 지역에 수많은 콘크리트 벙커를 짓고 대포와 기관총을 촘촘하게 설치해 대비했죠. 영국군도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콘크리트 벙커를 파괴할 방법을 구상하게 됩니다. 그래서 나온 무기가 ‘판잰드럼’입니다. 판잰드럼은 바퀴 모양의 구조물에 로켓을 달아 추진력으로 스스로 굴러가게 하는 기상천외한 무기였습니다. 여기에 폭약을 실으면 적이 있는 고지로 바퀴가 저절로 굴러가 폭발하게 한다는 복안이었죠. 그런데 결과는 뜻밖이었습니다. 로켓의 추진력이 약해 예상보다 속도가 느렸고, 추진력을 강화하자 로켓이 바퀴에서 분리돼 튀어나가 버렸습니다. 또 평지에서는 그나마 제대로 굴러갔지만 돌이 가득한 고지에서는 제멋대로 굴러가 오히려 바다 쪽으로 되돌아오는 아찔한 상황도 연출됐습니다. 1t 무게의 폭발물을 실은 구조물이 굴러오는 재난을 상상하기도 싫었던 연합군은 개발 계획을 포기합니다. 1차 세계대전에서는 적의 총탄을 방어하는 황당한 ‘삽’도 등장했는데요. 바로 캐나다군의 ‘맥아담 방패삽’입니다. 평소에는 병사의 개인 삽으로 사용하다가 유사시 적과 조우하면 총에 끼울 수 있도록 구멍을 냈습니다. 그런데 손바닥만 한 삽의 크기로는 총탄을 막을 수 없었고, 세기의 조롱거리가 되고 말았죠. 스스로를 ‘천재 전략가’라고 치켜세웠다가 결국 패망한 나치 독일의 히틀러는 대형 무기를 선호했습니다. 무기를 좋은 정치 선전 도구로 여겼던 그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무기로 적을 단번에 제압하길 원했습니다. 히틀러뿐만 아니라 당시 군 전문가들도 무기의 크기와 공격력이 비례한다고 믿었습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마우스 전차’와 ‘구스타프 열차포’입니다. 구스타프 열차포는 구경 800㎜에 포신 길이만 32.5m, 전체 길이 47.3m, 너비 7.1m, 높이 11.6m, 무게 1350t의 거대한 모습이었습니다. 2500명이 철로를 설치해 길을 터야 했고, 250명이 포를 조작해 4.8t이나 되는 포탄을 하루 14번만 쏠 수 있었죠. 프랑스 침공 당시 요새인 마지노선을 공격하려고 구상했지만, 개발이 늦어져 소련 요새 공격인 세바스토폴 전투에 딱 한 번 사용했을 뿐입니다. 결국 연합군의 손에 들어가기 전에 독일군 스스로 파괴했죠. ●박물관 전시물이 된 최대 시속 20㎞ 괴물전차 1942년 히틀러는 연합군 전차가 절대로 파괴하지 못할 ‘괴물 전차’를 제작하도록 지시합니다. 전세가 이미 연합군 쪽으로 기운 1943년 11월 개발된 것이 8호 전차 ‘마우스’입니다. 총중량 188t, 전면장갑 200㎜, 포탑장갑 240㎜로 괴물 그 자체였습니다. 구경 128㎜ 주포와 75㎜ 부포를 갖춰 화력도 강력했는데 문제가 있었습니다. 너무 무거워 속도가 시속 20㎞에 불과했던 것이죠. 시제품 2대가 있었지만 독일은 제대로 사용하지도 못하고 전차를 폭파했습니다. 그런데 소련이 폭파된 전차를 노획해 세상에 알려지게 됐죠. 냉전 시대에도 황당한 작전이 있었는데요. 바로 ‘도청 고양이 작전’입니다. 미국의 중앙정보국(CIA)은 고양이의 몸속에 실제로 도청 장치를 삽입해 대화 내용을 엿듣는 방식을 고안해 냈습니다. 당시에는 도청 장치 크기가 지금처럼 작지 않았기 때문에 고양이에게는 큰 고통이었을 겁니다. 고양이가 배가 고프면 현장을 이탈하는 문제가 부각되자 식욕을 억제하는 수술까지 했다고 합니다. 여러 난관이 있었지만 CIA는 결국 고양이를 현장에 투입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런데 결과는 허무했습니다. 고양이가 자동차에 치여 죽었기 때문이죠. 고양이 몸속의 도청 장치가 탄로날까봐 CIA는 즉시 고양이 사체를 회수했고, 그것으로 프로젝트는 끝이었습니다. 배우 이병헌이 출연한 영화 ‘지아이조2’에 등장하는 ‘신의 지팡이’ 위성 공격 시스템도 실제로 1980년대 미국이 진행했던 프로젝트입니다. 길이 6m, 무게 100kg의 텅스텐(중석)탄을 시속 1만 1000㎞로 지상으로 쏘는 방식이었습니다. 그런데 핵미사일보다 위력이 떨어지는 데다 탄도미사일 생산 사격보다 훨씬 많은 예산이 들어 포기했습니다. ●“적군을 게이로 만들자” 황당 발상의 결말은 1990년대 이후 많은 사람들에게 웃음을 준 황당 무기로는 ‘게이 폭탄’이 있습니다. 1994년 미 공군 소속인 오하이오주 라이트연구소는 적진에 ‘아프로디시악’이라는 물질이 가득한 폭탄을 투하해 적군들이 서로 참을 수 없는 성적 흥분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게이 폭탄을 생각해 내게 됩니다. 아프로디시악은 일종의 최음제로, 적진에 투하해 남성 위주로 구성된 적군을 동성애에 빠지게 하고 최종적으로 전의를 상실시킬 의도로 개발했습니다. 연구소는 이 ‘안전한 비살상 무기’를 사용하면 사랑에 굶주린 군인들이 총을 놓고 동성 연인에게 푹 빠질 것으로 확신했습니다. 연구소는 상부에 무려 70억원의 예산을 요청했는데요. 시작도 하기 전에 효과에 의문을 가진 정부가 예산 지원을 하지 않아 자동 폐기됐습니다. 적군은 물론 아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데다 일반인이 최음제에 노출된다면 상상하기도 싫은 일이 생기겠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뻔만 이 무기는 황당한 발명자에게 상을 주는 2007년 ‘이그노벨상’ 평화상 부문에 선정돼 세상에 실체를 드러냈고, 전 세계의 웃음거리가 됩니다. “전쟁을 막아 전 세계에 평화를 안겨 줄 수 있다”는 것이 선정 이유였죠. 라이트연구소 일부 연구진은 적군에게 땀·방귀·입냄새를 유발해 냄새로 숨어 있는 병사를 찾아내고 적진의 사기까지 떨어뜨리는 특수 폭탄도 개발했지만 마찬가지로 상부로부터 외면당했다고 하니 정말 노력이 가상하다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junghy77@seoul.co.kr
  • 재탕·베끼기로 눈먼 용역 나눠 먹기

    재탕·베끼기로 눈먼 용역 나눠 먹기

    19대 국회 첫해인 2012년부터 3년간 18개 상임위원회에서 발주한 133건의 연구용역을 살펴보면 과거 국회 상임위에 제출된 같은 제목, 같은 내용의 용역보고서가 상임위만 바꿔 다시 제출되거나 같은 주제의 연구용역이 다시 발주된 사례 등이 발견됐다. 2012년 국회 정보위원회가 발주한 ‘대북포용정책의 개념과 쟁점 그리고 발전방향’이라는 제목의 연구용역은 2009년 7월 같은 제목의 보고서가 당시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 이미 제출됐다. 2009년과 2012년 보고서의 목차는 모두 ▲포용정책의 개념적 고찰 ▲탈냉전기 한국의 대북포용정책 ▲대북포용정책 평가▲구조적 포용 등의 내용을 똑같이 담고 있다. 경남대 산학협력단이 수행한 연구로, 수행자인 A교수가 대북포용정책을 주제로 쓴 연구를 바탕으로 수정·보완했다는 설명이지만 사실상 ‘재탕’이나 다름없는 연구용역에 세금을 썼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명을 듣기 위해 A교수에게 통화를 시도했지만, 세미나 일정 등을 이유로 연락이 닿지 않았다. 2013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연구용역 ‘한국노동자의 임금실태와 임금정책 방향’도 2005년 같은 제목의 논문에서 수치와 통계 등을 바꿔 제출됐다. 이 연구의 표절률은 43%로 나타났다. 국방위원회에서는 2013년과 2014년 ‘창조경제와 KFX사업 추진방향’이라는 같은 제목의 연구용역 보고서가 각각 제출되기도 했다. 용역 금액은 각각 500만원이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2013년 12월 제출된 ‘인터넷 상황하에서 융복합 교육의 이론과 방법론’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는 같은 연구자가 2012년 11월 미래창조과학부에 제출한 연구용역 보고서 ‘국제기준에 적합한 디지털포렌식 기술교육의 표준모델 개발’와 결론 부분이 글자 하나 다르지 않고 똑같다. 교문위에 제출된 보고서에서 “그동안 포렌식 수사관의 교육과 양성은…”으로 시작하는 결론 부분 8문장은 미래부에 제출된 보고서에서 똑같이 되풀이된 것으로 확인됐다. 제목과 주제는 다른 연구용역이지만 피감기관에 제출된 결과보고서가 그대로 감사 기관인 국회 상임위에 제출된 것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이 연구의 표절률은 64%였다. 국회 운영위원회가 2012년 12월 발주한 ‘지방 재정건전성 제고방안 연구’는 경기개발연구원의 ‘사전적 지방재정관리제도 선진화 방안 연구’와 표절률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경기개발연구원의 ‘지방재정관리제도의 과정별 건전화 방안’ 연구의 표를 그대로 쓰면서 인용 표시가 빠졌고, 경기개발연구원이 외국 문서를 번역한 내용을 재인용하면서도 이 같은 사실을 누락했다. 이 연구의 표절률은 71%였다. 연구를 수행한 B교수는 “기억이 정확하지 않지만 통상적인 과제가 아니었고 짧은 기간에 해야 하는 연구였다”면서 “조달청을 통해 입찰을 하는 대형 과제나 다른 연구진이 함께 참여하는 식의 연구 과제가 아니었다”고 답했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에 2012년 제출된 ‘국민건강 증진을 위한 생활체육 활성화 방안’ 보고서에서 ‘선진국의 생활체육 추진체계’ 부분은 경원대 석사학위 논문인 ‘지방자치 단체의 생활체육 실태와 발전 방안에 관한 연구’의 ‘외국 사례’ 부분이 그대로 실리기도 했다. 김희수 카피킬러 대표는 “결론 부분이 같거나 개조식을 서술식으로 바꾼 것, 석사 논문을 표절한 연구 등은 연구윤리상 문제가 크다”면서 “단순히 수치만으로 표절 여부를 판단할 수는 없지만, 국회 상임위와 사무처의 정책용역은 보수적으로 평가해도 다른 연구에 비해 표절률이 높다”고 말했다. 이 같은 실태에 대해 국회가 피감기관인 행정부의 ‘부실 연구용역’을 질타하는 사이 자신들이 표절·재탕 보고서의 ‘사각지대’가 됐다는 말이 나온다. 국회사무처도 상임위 소관이라는 이유로 연구용역의 발주와 공개, 활용 방안 등에 손을 놓고 있다. 수도권의 한 초선 의원실 관계자는 “행정부였다면 이미 예산 삭감 사유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위원은 “상임위 연구용역은 의원들의 일상적인 정책 네트워크 관리와 현안 대응 측면 등에서 순기능을 할 수 있지만, 역기능으로 보면 ‘나눠 먹기식’이 될 수 있다”면서 “연구용역에 들어가는 세금이 순기능을 하려면 용역발주 시작부터 과정의 투명성이 보장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단독] 재탕·베끼기로 눈먼 용역 나눠 먹기

    [단독] 재탕·베끼기로 눈먼 용역 나눠 먹기

    19대 국회 첫해인 2012년부터 3년간 18개 상임위원회에서 발주한 133건의 연구용역을 살펴보면 과거 국회 상임위에 제출된 같은 제목, 같은 내용의 용역보고서가 상임위만 바꿔 다시 제출되거나 같은 주제의 연구용역이 다시 발주된 사례 등이 발견됐다. 2012년 국회 정보위원회가 발주한 ‘대북포용정책의 개념과 쟁점 그리고 발전방향’이라는 제목의 연구용역은 2009년 7월 같은 제목의 보고서가 당시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 이미 제출됐다. 2009년과 2012년 보고서의 목차는 모두 ▲포용정책의 개념적 고찰 ▲탈냉전기 한국의 대북포용정책 ▲대북포용정책 평가▲구조적 포용 등의 내용을 똑같이 담고 있다. 경남대 산학협력단이 수행한 연구로, 수행자인 A교수가 대북포용정책을 주제로 쓴 연구를 바탕으로 수정·보완했다는 설명이지만 사실상 ‘재탕’이나 다름없는 연구용역에 세금을 썼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명을 듣기 위해 A교수에게 통화를 시도했지만, 세미나 일정 등을 이유로 연락이 닿지 않았다. 2013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연구용역 ‘한국노동자의 임금실태와 임금정책 방향’도 2005년 같은 제목의 논문에서 수치와 통계 등을 바꿔 제출됐다. 이 연구의 표절률은 43%로 나타났다. 국방위원회에서는 2013년과 2014년 ‘창조경제와 KFX사업 추진방향’이라는 같은 제목의 연구용역 보고서가 각각 제출되기도 했다. 용역 금액은 각각 500만원이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2013년 12월 제출된 ‘인터넷 상황하에서 융복합 교육의 이론과 방법론’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는 같은 연구자가 2012년 11월 미래창조과학부에 제출한 연구용역 보고서 ‘국제기준에 적합한 디지털포렌식 기술교육의 표준모델 개발’와 결론 부분이 글자 하나 다르지 않고 똑같다. 교문위에 제출된 보고서에서 “그동안 포렌식 수사관의 교육과 양성은…”으로 시작하는 결론 부분 8문장은 미래부에 제출된 보고서에서 똑같이 되풀이된 것으로 확인됐다. 제목과 주제는 다른 연구용역이지만 피감기관에 제출된 결과보고서가 그대로 감사 기관인 국회 상임위에 제출된 것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이 연구의 표절률은 64%였다. 국회 운영위원회가 2012년 12월 발주한 ‘지방 재정건전성 제고방안 연구’는 경기개발연구원의 ‘사전적 지방재정관리제도 선진화 방안 연구’와 표절률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경기개발연구원의 ‘지방재정관리제도의 과정별 건전화 방안’ 연구의 표를 그대로 쓰면서 인용 표시가 빠졌고, 경기개발연구원이 외국 문서를 번역한 내용을 재인용하면서도 이 같은 사실을 누락했다. 이 연구의 표절률은 71%였다. 연구를 수행한 B교수는 “기억이 정확하지 않지만 통상적인 과제가 아니었고 짧은 기간에 해야 하는 연구였다”면서 “조달청을 통해 입찰을 하는 대형 과제나 다른 연구진이 함께 참여하는 식의 연구 과제가 아니었다”고 답했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에 2012년 제출된 ‘국민건강 증진을 위한 생활체육 활성화 방안’ 보고서에서 ‘선진국의 생활체육 추진체계’ 부분은 경원대 석사학위 논문인 ‘지방자치 단체의 생활체육 실태와 발전 방안에 관한 연구’의 ‘외국 사례’ 부분이 그대로 실리기도 했다. 김희수 카피킬러 대표는 “결론 부분이 같거나 개조식을 서술식으로 바꾼 것, 석사 논문을 표절한 연구 등은 연구윤리상 문제가 크다”면서 “단순히 수치만으로 표절 여부를 판단할 수는 없지만, 국회 상임위와 사무처의 정책용역은 보수적으로 평가해도 다른 연구에 비해 표절률이 높다”고 말했다. 이 같은 실태에 대해 국회가 피감기관인 행정부의 ‘부실 연구용역’을 질타하는 사이 자신들이 표절·재탕 보고서의 ‘사각지대’가 됐다는 말이 나온다. 국회사무처도 상임위 소관이라는 이유로 연구용역의 발주와 공개, 활용 방안 등에 손을 놓고 있다. 수도권의 한 초선 의원실 관계자는 “행정부였다면 이미 예산 삭감 사유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위원은 “상임위 연구용역은 의원들의 일상적인 정책 네트워크 관리와 현안 대응 측면 등에서 순기능을 할 수 있지만, 역기능으로 보면 ‘나눠 먹기식’이 될 수 있다”면서 “연구용역에 들어가는 세금이 순기능을 하려면 용역발주 시작부터 과정의 투명성이 보장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해외 전문가가 본 전쟁 가능한 일본의 ‘전투 능력’은?- BBC

    해외 전문가가 본 전쟁 가능한 일본의 ‘전투 능력’은?- BBC

    ‘전쟁 가능 국가’가 된 일본의 움직임이 주변국은 물론 자국 내에서도 큰 우려와 반발을 낳고 있다. 그렇다면 일본의 실질적 전쟁 수행 능력은 어느 정도이며, 일본이 먼저 전쟁을 일으킬 가능성은 얼마나 클까? BBC 기고가이자 아시아 군사 분석가인 프란츠 스테판 가디는 15일(현지시간) BBC 온라인 페이지에 이 두 가지 문제를 간략히 분석한 기사를 게재했다. 그 중 일부를 발췌해 소개한다. -자위대에 대한 그 동안의 인식 먼저 가디는 자위대가 그 동안 단 한 번도 전투적 행동을 취한 적 없는 ‘경험부족’의 상태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50년대 처음 창설된 자위대는 이후로 단 한 번도 군사적 능력을 증명할 일이 없었다. 더욱이 전후 일본 사회 전반에 깔린 강한 반전 정서로 인해 창립 초기에는 자위대 제복을 입었다는 이유만으로 주민들에게 돌팔매질을 당하는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한다. 이런 자위대의 입지가 조금이나마 격상된 것은 냉전 후 1990년대에 들어서의 일이지만 이 역시 전투를 통한 것은 아니었다. 당시 일본은 미국의 동맹국으로서 이라크 전 초기에 자위대를 파병해 비전투 활동만을 벌이며 이미지를 쇄신했다. 이후로도 지진이나 원전 사고 등에서 구조 임무를 주로 수행해 전투부대보다는 구조병력에 가깝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나약한 부대는 아니다 이런 자위대지만 그 힘을 우습게 볼 수만은 없다고 가디는 지적한다. 그는 먼저 철저한 계획수립과 세부사항을 중시하는 일본 특유의 문화가 첨단 기술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오늘날의 전쟁에 적합하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자위대와 매년 연합 훈련을 실시하는 미 해군, 육군, 해병대는 자위대의 섬세한 작전수행에 감탄을 표하기도 한다고 그는 전한다. 그에 따르면 또한 자위대는 아시아 전반에 비추어 크게 뒤떨어지지 않는 첨단 병기들도 소유하고 있다. 4세대 주력전차와 신형 무인정찰기를 보유했으며, 조만간 5세대 전투기도 도입할 예정이다. 더 나아가 해상자위대의 경우 인접한 중국의 인민해방군 해군과 비교, 경험이나 기술, 훈련도 측면에서 뛰어나다고 가디는 분석하고 있다. 또한 고도로 훈련받은 해상자위군 특수부대 ‘특별경비대’의 존재 역시 자위대의 강점 중 하나로 언급했다. -그렇지만 안심해도 좋다? 그러나 아직 남아있는 법적인 제한, 그리고 문화·재정적 한계는 자위대를 ‘이빨 빠진 호랑이’로 만들고 있다고 그는 전했다. 우선 수정된 헌법에서도 일본은 폭격기나 항공모함, 장거리 탄도미사일 등 ‘공격적 무기’ 도입이나 개발을 금지하고 있다. 가까운 미래에 이들을 도입할 계획도 없다. 가디는 이러한 무기의 부재는 전쟁수행능력을 크게 감소시키는 부분이라고 말한다. 또한 자위대가 비록 발전해 왔으나 아직도 인력자원 확보 측면이 크게 제한되고 있다는 점을 그는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자위대는 아직도 ‘학교 중퇴자’나 ‘촌사람’ 만으로 구성된다는 소문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가디는 이러한 이유들로 인해 자위대에는 타국을 공격하는 것은 물론, 장기적으로는 자국을 방어할 능력도 없는 상태라고 주장했다. 그는 “만약 댜오위다오(센카쿠) 분쟁으로 중국이 일본을 침공한다면, 일본은 늘 상정했던 시나리오인 만큼 초기에는 잘 막아낼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결국 공격적 무기의 부족, 인력부족 등의 한계로 인해 장기적으로 국방을 미국에 의존하게 될 것”이라고 정리했다. 이어서 그는 “일본과 미국은 서로가 공격받았을 때 자동으로 참전해야 한다고 명시한 조약을 맺어놓은 바 없다”며 “(따라서) 중국이 일본 본토를 침공하거나 북한이 도쿄에 핵미사일을 발사하지 않는 이상, 일본이 타국에 먼저 총구를 겨눌 가능성은 높지않아 보인다”고 분석했다. 사진=ⓒ포토리아 방승언 기자 earny@seoul.co.kr
  • “일본, 이제 전쟁 가능하지만 전투 능력 부실” - BBC

    “일본, 이제 전쟁 가능하지만 전투 능력 부실” - BBC

    ‘전쟁 가능 국가’가 된 일본의 움직임이 주변국은 물론 자국 내에서도 큰 우려와 반발을 낳고 있다. 그렇다면 일본의 실질적 전쟁 수행 능력은 어느 정도이며, 일본이 먼저 전쟁을 일으킬 가능성은 얼마나 클까? BBC 기고가이자 아시아 군사 분석가인 프란츠 스테판 가디는 15일(현지시간) BBC 온라인 페이지에 이 두 가지 문제를 간략히 분석한 기사를 게재했다. 그 중 일부를 발췌해 소개한다. -자위대에 대한 그 동안의 인식 먼저 가디는 자위대가 그 동안 단 한 번도 전투적 행동을 취한 적 없는 ‘경험부족’의 상태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50년대 처음 창설된 자위대는 이후로 단 한 번도 군사적 능력을 증명할 일이 없었다. 더욱이 전후 일본 사회 전반에 깔린 강한 반전 정서로 인해 창립 초기에는 자위대 제복을 입었다는 이유만으로 주민들에게 돌팔매질을 당하는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한다. 이런 자위대의 입지가 조금이나마 격상된 것은 냉전 후 1990년대에 들어서의 일이지만 이 역시 전투를 통한 것은 아니었다. 당시 일본은 미국의 동맹국으로서 이라크 전 초기에 자위대를 파병해 비전투 활동만을 벌이며 이미지를 쇄신했다. 이후로도 지진이나 원전 사고 등에서 구조 임무를 주로 수행해 전투부대보다는 구조병력에 가깝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나약한 부대는 아니다 이런 자위대지만 그 힘을 우습게 볼 수만은 없다고 가디는 지적한다. 그는 먼저 철저한 계획수립과 세부사항을 중시하는 일본 특유의 문화가 첨단 기술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오늘날의 전쟁에 적합하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자위대와 매년 연합 훈련을 실시하는 미 해군, 육군, 해병대는 자위대의 섬세한 작전수행에 감탄을 표하기도 한다고 그는 전한다. 그에 따르면 또한 자위대는 아시아 전반에 비추어 크게 뒤떨어지지 않는 첨단 병기들도 소유하고 있다. 4세대 주력전차와 신형 무인정찰기를 보유했으며, 조만간 5세대 전투기도 도입할 예정이다. 더 나아가 해상자위대의 경우 인접한 중국의 인민해방군 해군과 비교, 경험이나 기술, 훈련도 측면에서 뛰어나다고 가디는 분석하고 있다. 또한 고도로 훈련받은 해상자위군 특수부대 ‘특별경비대’의 존재 역시 자위대의 강점 중 하나로 언급했다. -그렇지만 안심해도 좋다? 그러나 아직 남아있는 법적인 제한, 그리고 문화·재정적 한계는 자위대를 ‘이빨 빠진 호랑이’로 만들고 있다고 그는 전했다. 우선 수정된 헌법에서도 일본은 폭격기나 항공모함, 장거리 탄도미사일 등 ‘공격적 무기’ 도입이나 개발을 금지하고 있다. 가까운 미래에 이들을 도입할 계획도 없다. 가디는 이러한 무기의 부재는 전쟁수행능력을 크게 감소시키는 부분이라고 말한다. 또한 자위대가 비록 발전해 왔으나 아직도 인력자원 확보 측면이 크게 제한되고 있다는 점을 그는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자위대는 아직도 ‘학교 중퇴자’나 ‘촌사람’ 만으로 구성된다는 소문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가디는 이러한 이유들로 인해 자위대에는 타국을 공격하는 것은 물론, 장기적으로는 자국을 방어할 능력도 없는 상태라고 주장했다. 그는 “만약 댜오위다오(센카쿠) 분쟁으로 중국이 일본을 침공한다면, 일본은 늘 상정했던 시나리오인 만큼 초기에는 잘 막아낼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결국 공격적 무기의 부족, 인력부족 등의 한계로 인해 장기적으로 국방을 미국에 의존하게 될 것”이라고 정리했다. 이어서 그는 “일본과 미국은 서로가 공격받았을 때 자동으로 참전해야 한다고 명시한 조약을 맺어놓은 바 없다”며 “(따라서) 중국이 일본 본토를 침공하거나 북한이 도쿄에 핵미사일을 발사하지 않는 이상, 일본이 타국에 먼저 총구를 겨눌 가능성은 낮다”고 주장했다. 사진=ⓒ포토리아 방승언 기자 earny@seoul.co.kr
  • 독일 통해 그려 보는 우리의 통일

    독일 통해 그려 보는 우리의 통일

    독일 통일 과정과 우리나라의 통일 노력을 비교하면서 미래 우리의 통일 모습을 그려 볼 수 있는 특별전이 열린다. 광복 70년과 독일 통일 25년을 기념해 대한민국역사박물관과 독일 연방기관인 동독사회주의통일당독재청산재단이 13일부터 12월 13일까지 서울 종로구 역사박물관 1층에서 공동 개최하는 ‘독일-한국 교류 특별전’이다. 특별전은 ‘자유와 평화, 그리고 통일: 독일에서 한국의 통일을 보다’라는 주제로 진행된다. 1961년 베를린에 설치됐던 독일 분단의 상징인 베를린장벽의 실물을 비롯해 서독과 동독에서 제작된 체제 선전 포스터, 동독 비밀경찰이 국민을 감시하기 위해 사용한 물품, 동독의 열악한 생활상을 보여주는 각종 물품 등 다양한 유물들이 준비됐다. 자유를 찾아 서독으로 탈출하는 동독인들의 처절한 모습을 담은 사진들과 통일을 환호하는 베를린 시민들의 모습을 담은 영상을 통해 독일 통일의 감동도 느낄 수 있다. 분단 이후 70년간의 남북한 교류 및 대치 상황을 보여주는 각종 문서들과 사진, 유물들도 함께 전시된다. 전시는 3부로 구성됐다. 각 부에서는 독일과 한국의 상황을 비교 전시했다. 1부에선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배한 독일이 연합국에 의해 분할 점령된 뒤 동서독으로 분단돼 대치하며 수도였던 베를린에 장벽이 설치되는 과정을 다룬다. 한반도의 분단 과정도 자세히 소개돼 있다. 2부에선 동서 냉전의 데탕트(긴장 완화)를 맞아 서독이 동독과의 관계를 개선하면서 상호 교류가 활발해지고 이 과정에서 동독인들의 자유에 대한 갈망이 심화되는 과정을 담는다. 한국의 화해와 공존 노력, 북한의 핵 개발과 무력 도발로 인한 남북 관계 표류 등도 보여준다. 3부에선 1980년대 미국 대통령 로널드 레이건의 공산권 압박과 소련의 개혁개방 분위기 속에서 동독인들이 베를린장벽을 무너뜨린 후 동서독 국민의 통일 열망과 주변 관련국들의 협력으로 독일이 통일을 이룩하게 되는 과정을 되살린다. 김왕식 역사박물관장은 “특별전을 통해 독일 통일이 자유와 평화에 대한 국민들의 뜨거운 염원과 관련 주변 당사국들의 협력을 이끌어낸 독일의 지혜로운 외교정책을 통해 이뤄졌다는 점을 느낄 수 있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北 모욕 말라” 中 관영언론의 이례적 사설

    중국 관영 언론이 이례적으로 북한을 조롱하는 자국민들을 향해 “북한을 모욕하지 마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류윈산(劉雲山)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의 방북을 계기로 형성된 ‘북·중 관계 정상화’ 분위기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중국의 외교 입장을 대변하는 관영 환구시보는 12일 사설에서 “북한을 가장 적대시하는 한국 미국 일본에서나 있을 법한 대북 비난이 중국 인터넷에도 등장하고 있다”면서 “북한을 조롱한다고 자신의 존엄이 높아지는 것이 아니며 이런 태도가 중국인들을 대변한다고 볼 수도 없다”고 밝혔다. 북한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 열병식 이후 중국 인터넷에선 “북한군의 가장 큰 임무는 열병식이고 두 번째가 휴전선 경계근무다. 그다음은 해상에서 중국 어민을 상대로 강도질하고 접경지역에서 중국 농민을 살해하는 것이다” 등의 조롱이 이어졌다. 이 매체는 특히 “중국과 북한 사이에 핵 문제를 둘러싼 이견이 있지만, 이것이 북한을 모욕할 이유는 되지 않는다”면서 “북한이 곤경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원인의 상당 부분은 동북아가 여전히 냉전을 탈피하지 못한 데 있고 계속되는 한·미 연합훈련에 북한이 얼마나 초조해하는지도 이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북한이 핵 보유로 모든 문제를 일거에 해결하려는 것은 실정에 맞지 않는 일이지만, 그렇다고 북한을 ‘괴물’로 바라보고 모든 것을 (북한이) 자초한 일로 보는 것은 단견이며 편견”이라고 덧붙였다. 환구시보는 또 “외부 세계는 북한이 안심하고 국가 전략을 바꿀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글로벌 인사이트] 슈퍼리치들, 인류의 꿈 민간 ‘우주여행 시대’를 연다

    [글로벌 인사이트] 슈퍼리치들, 인류의 꿈 민간 ‘우주여행 시대’를 연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우주에서 여러분과 기자회견할 날을 기대한다.” 요즘 인기를 끄는 미국 할리우드의 우주공상과학 영화에 나오는 명대사가 아니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 제프 베저스가 지난달 15일 새로운 우주개발 계획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마치며 한 말이다. 5개월 전 무인우주선 ‘뉴셰퍼드’의 첫 시험비행 성공에 고무된 베저스는 이날 로켓 제조 및 발사 시설 건립 등에 2억 달러(약 2363억원)를 투자하고 5년 내에 로켓을 우주로 쏘아 올리겠다고 호언장담했다. 그가 2000년 세운 우주개발 전문회사 블루오리진은 이를 위해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의 케네디 우주센터에 있는 36번 발사시설을 임대했다. 목성 탐사 우주선 파이어니어 10호 등이 발사됐던 이곳은 수십 년 만에 묵은 먼지를 털어낼 기회를 맞았다. 우주산업의 주도권이 정부에서 민간으로 넘어간 지 오래다. 사실 우주개발은 냉전시대 체제 경쟁의 산물이었다. 46년 전 소련보다 먼저 달 탐사에 성공한 이후 미국에서 우주개발은 정치적 추동력을 급격히 상실했다. 1969년 아폴로 우주인 닐 암스트롱이 달에 첫발을 디딘 이래 미국의 우주탐사에 대한 열정은 조금씩 사그라지고, 유인 우주선 개발도 지지부진한 궤도를 그려 왔다. 당시의 추진력이 지속됐다면 지금쯤 화성에 인류의 발자국이 새겨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2010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화성 탐사를 비롯한 우주선 관련 예산을 대폭 삭감하자 암스트롱은 “끔찍한 (결정)”이라고 비난했지만, 전문가들은 민간 영역의 활성화가 우주여행이라는 인류의 오랜 꿈을 실현할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특히 막대한 부를 주체하기 어려운 억만장자들이 앞다퉈 뛰어들면서 우주여행의 꿈도 가까워지고 있다. 2002년 ‘스페이스X’를 세워 민간 우주개발 경쟁에 본격적으로 불을 댕긴 일론 머스크는 한 인터뷰에서 자신이 우주산업에 뛰어든 것에 대해 “아폴로가 우주여행에 대한 기대를 충족해 주지 않은 것에 대한 실망이 계기가 됐다”며 “후세에 더 나은 미래를 물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베저스 또한 “우주 탐사의 새로운 시대를 여는 것에 대해 전율을 느낀다”고 말했다. 우주여행의 상업화와 대중화를 위해 천문학적인 돈과 열정을 쏟아붓는 부호는 10여명 정도다. 돈이 돈을 버는 지경이라 이들은 더 많은 현금을 축적하는 것에 의미를 두기보다 자자손손 남을 업적을 쌓고자 우주로 시선을 돌렸다고 분석된다. 베저스와 머스크 외에 ‘괴짜 부호’로 통하는 영국 버진그룹의 리처드 브랜슨 회장도 민간 우주여행 전문회사인 ‘버진 갤럭틱’을 운영 중이다. 이 회사는 6인용 ‘스페이스십2’라는 여행용 우주선을 2~3년 내 띄우는 것이 목표다. 25만 달러(약 2억 9000여만원)짜리 여행상품에 이미 700명의 부자가 예약을 마쳤다.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 창업자 폴 앨런이 2011년 세운 스트라토런치시스템스도 우주여행을 목표로 초대형 비행기 Roc을 개발 중이다. Roc은 우주선을 싣고 이륙해 9000m 상공에서 우주로 발사한 다음 지상으로 귀환한다는 개념이다. 공중발사는 지상에서 로켓을 쏘아 올리는 것보다 경제적이어서 우주여행의 값을 낮출 수 있는 것으로 기대된다. ‘우주여행의 민주화’를 위한 또 하나의 방법은 로켓 재활용이다. 우주선 발사에만 1억 달러의 돈이 드는데 재활용 로켓을 쓰면 그 비용이 10분의1로 줄어든다. 머스크의 스페이스X는 재활용 가능한 로켓 ‘팰콘9’을 개발해 시험 비행을 거듭하고 있다. 구글 공동 설립자 래리 페이지는 ‘우주광산’ 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탐사 및 채굴 기업인 ‘플래니터리 리소시스’에는 페이지 외에 영화 ‘아바타’로 유명한 제임스 캐머런 감독, 에릭 슈밋 구글 회장 등도 투자자로 이름을 올렸다. 최근 소행성 탐사선 ‘A3R’을 개발해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성능 실험에 들어가기도 했다. 아직 인류를 우주에 보내지는 못했지만 민간 우주기업들은 나사나 미 국방부와 계약을 맺고 ISS의 우주인들에게 필요한 물자를 공급하거나 인공위성을 띄우는 임무를 수행하며 수익을 내고 있다. 우주기지에 쌓인 먼지를 털고 관련 산업에서 고용 창출 효과가 일어나면서 우주산업은 ‘블루오션’으로 각광받았다. 미국 각주에서 이들 기업을 유치하려는 경쟁이 뜨겁게 일어났다. 뉴멕시코, 플로리다, 캘리포니아, 텍사스, 버지니아주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주는 억만장자들이 운영하는 기업에 각종 세제 혜택을 부여하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무인 우주선의 시험 비행 실패 사례가 증가하면서 회의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 6월 ISS 우주인들에게 식료품과 우주복, 실험장비 등 화물을 전달할 예정이었던 스페이스X의 팰콘9이 발사 직후 폭발하면서 의구심은 더욱 짙어졌다. 앞서 지난해 10월에는 버진 갤럭틱의 유인 우주선 ‘스페이스십2’가 시험 비행 중 폭발해 조종사 1명이 사망했으며 또 다른 민간 우주개발사 오비탈사이언스의 무인 우주화물선도 추락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이에 따라 부호들의 괴짜 취미에 서민들만 피해를 보는 게 아니냐는 불만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최근 영국 일간 가디언은 자국 부호 브랜슨이 우주개발의 본거지로 삼고 있는 뉴멕시코 지역 르포 기사를 통해 상위 1% 부자들의 우주여행을 위해 지역 경제가 얼마나 손해를 입고 있는지를 꼬집었다. 뉴멕시코주 당국은 버진 갤럭틱을 위해 첫 민간 우주공항인 ‘스페이스포트 아메리카’를 2011년 열었다. 버진 갤럭틱은 시설이 완공되면 2020년까지 연간 수익 10억 달러, 직원 수가 5000명이 넘을 것이라는 장밋빛 미래를 제시했고 당국은 기꺼이 2억 5000만 달러(약 2856억원)를 쏟아부었다. 하지만 연이은 시험비행 실패로 우주여행의 기약이 없어지면서 스페이스포트는 개점휴업 상태다. 스페이스X를 비롯한 민간 우주기업 3곳이 입주해 있지만 적자가 한 해 50만 달러에 이른다. 납세자의 주머니를 털어 기지를 건설했던 주 정부는 구멍 난 재정을 메우기 위해 급기야 세금 인상까지 단행했다. 조지 무뇨스 주상원 의원은 스페이스포트를 ‘돈 먹는 하마’로 언급하며 “이제 (주 정부가) 손을 털고 나오기에는 너무 늦었다”고 개탄했다. 뉴멕시코주는 지난 2월부터 스페이스포트 매각을 위한 법안을 검토 중이다. 박상숙 기자 alex@seoul.co.kr
  • [씨줄날줄] 북·중 관계의 3중 딜레마/오일만 논설위원

    북한과 중국의 관계는 참으로 묘하다. 1961년 조·중 우호조약을 통해 군사 원조까지 약속한 혈맹국 사이였지만 냉전 이후 양국 사이는 냉탕과 온탕을 반복하며 애증의 관계를 지속해 왔다. 이런 측면에서 양국 관계는 기본적으로 상호협력과 갈등이 언제든지 나타날 수 있는 ‘죄수의 딜레마’ 게임과 유사하다. 동북아 외교 전문가인 글렌 스나이더 박사는 북·중 관계를 ‘허세’ 게임의 틀에서 해석했다. 그는 북한의 ‘벼랑 끝 외교’는 일종의 허세이고, 이런 허세의 본질을 ‘응석받이’로 명명했다. 북한의 반복적인 벼랑 끝 전술을 추적해 보면 최종적으로 후원국인 중국으로부터의 방기(放棄)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술책이라는 주장이다. 북한이 도발과 분쟁의 수위를 높일수록 북한의 전략적 가치를 주목하는 중국이 발을 빼지 못한다는 의미다.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미 국무부의 외교 전문에서도 중국 외교부의 고위 관리들이 북한에 대해 “국제적 관심을 받고자 하는 응석받이”라고 비난한 대목이 여러 차례 목격된다. 앞으로도 핵과 미사일을 매개체로 중국을 묶어 두려는 패턴이 반복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 2001년 9·11 테러 이후 미·중 관계가 급진전하는 상황에서 북한이 2차 북핵 위기를 초래했던 사실이나 2006년 초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에 중국이 암묵적으로 공조하는 상황에서 7월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10월 핵실험을 감행한 것도 비슷한 이유다. 2009년 4월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한 안보리 의장 규탄 성명에 중국이 찬성한 직후인 5월 2차 핵실험을 감행했던 것이나 2013년 12월 친중파 핵심인 장성택을 처형한 것 역시 중국을 향한 일종의 경고라는 해석이 많았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등극 이후 중국 대외관계의 핵심이 된 ‘신형대국관계’는 북·중 관계를 더욱 복잡하게 한다. 책임 있는 대국을 지향하는 만큼 천안함 폭침이나 연평도 사건처럼 북한을 일방적으로 두둔할 수 없는 입장이다. 북핵 해결을 위한 ‘중국의 역할’에 대한 부담도 크다. 북한 정권을 유지하면서 남북한 세력 균형과 미국의 대중 포위 전략을 깨야 하는 3중 딜레마에 직면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0일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식을 계기로 북·중 관계가 다시 복원되고 있다. 2013년 2월 3차 핵실험 이후 급속하게 냉각된 지 2년 10개월 만이다. 김정은 제1비서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친서를 갖고 대표단을 이끌고 온 류윈산 상무위원에게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총비서가 남긴 최대의 외교 유산은 중·조 우의”라고 화답했다. 전통계승·미래지향·선린우호·협력강화라는 16자 방침도 제시됐다. 중국이 ‘책임 있는 대국’의 역할을 자처한 만큼 북·중 관계 복원이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에 좋은 방향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오일만 논설위원 oilman@seoul.co.kr
  • 독일 통일 과정-한국 통일 노력 특별전

    독일 통일 과정-한국 통일 노력 특별전

     독일 통일 과정과 우리나라의 통일 노력을 비교하면서 미래 우리의 통일 모습을 그려볼 수 있는 특별전이 열린다. 광복 70년과 독일 통일 25년을 기념해 대한민국역사박물관과 독일 연방기관인 동독사회주의통일당독재청산재단이 13일부터 12월 13일까지 서울 종로구 역사박물관 1층에서 공동 개최하는 ‘독일-한국 교류 특별전’이다.  특별전은 ‘자유와 평화, 그리고 통일: 독일에서 한국의 통일을 보다’라는 주제로 진행된다. 1961년 베를린에 설치됐던 독일 분단의 상징인 베를린장벽의 실물을 비롯해 서독과 동독에서 제작된 체제 선전 포스터, 동독 비밀경찰이 국민을 감시하기 위해 사용한 물품, 동독의 열악한 생활상을 보여주는 각종 물품 등 다양한 유물들이 준비됐다. 자유를 찾아 서독으로 탈출하는 동독인들의 처절한 모습을 담은 사진들과 통일을 환호하는 베를린 시민들의 모습을 담은 영상을 통해 독일 통일의 감동도 느낄 수 있다. 분단 이후 70년간 남북한 교류 및 대치 상황을 보여주는 각종 문서들과 사진, 유물들도 함께 전시된다.  전시는 3부로 구성됐다. 각 부에서는 독일과 한국의 상황을 비교 전시했다. 1부에선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배한 독일이 연합국에 의해 분할 점령된 뒤 동서독으로 분단돼 대치하며 수도였던 베를린에 장벽이 설치되는 과정을 다룬다. 한반도의 분단 과정도 자세히 소개돼 있다.  2부에선 동서 냉전의 데탕트(긴장 완화)를 맞아 서독이 동독과의 관계를 개선하면서 상호 교류가 활발해지고 이 과정에서 동독인들의 자유에 대한 갈망이 심화되는 과정을 담는다. 한국의 화해와 공존 노력, 북한의 핵 개발과 무력 도발로 인한 남북 관계 표류 등도 보여준다. 3부에선 1980년대 미국 대통령 로널드 레이건의 공산권 압박과 소련의 개혁개방 분위기 속에서 동독인들이 베를린장벽을 무너뜨린 후 동서독 국민의 통일 열망과 주변 관련국들의 협력으로 독일이 통일을 이룩하게 되는 과정을 되살린다. 김왕식 역사박물관장은 “특별전을 통해 독일 통일이 자유와 평화에 대한 국민들의 뜨거운 염원과 관련 주변 당사국들의 협력을 이끌어낸 독일의 지혜로운 외교정책을 통해 이뤄졌다는 점을 느낄 수 있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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