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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줄날줄] ‘미치광이 전략’과 한강/최광숙 논설위원

    [씨줄날줄] ‘미치광이 전략’과 한강/최광숙 논설위원

    2016년 12월 15일 중국이 미 해군 수중 드론을 나포했다. 그러자 오바마 행정부는 “공해상의 불법 나포이니 빨리 돌려달라”고 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달랐다. 트위터에 “중국이 그 드론을 가져가라”는 황당한 글을 올렸다. 중국이 5일 만에 드론을 미국에 반환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당선자가 대통령에 취임할 때까지 가지고 있다가는 일이 더 크게 벌어질 것 같아서 얼른 드론을 돌려주었다고 분석했다.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기존의 상식을 벗어난 막말과 행동으로 요상한 지도자로 비치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를 ‘고도로 잘 계산된 전략적 행동을 하는 뛰어난 협상가’(안세영 저, 도널드 트럼프와 어떻게 협상할 것인가)와 같은 치밀한 전략가로 보는 이들도 적지 않다. 트럼프는 최근 북 핵·미사일 폭주 국면에 연일 ‘폭풍 전의 고요’, ‘단 한 가지 수단만 작동’ 등 모호한 화법으로 대북 군사위협을 가하는 말폭탄을 쏟아내고 있다. 그의 특기는 기존의 판을 완전히 흔들면서 협상하는 것이다. 그중 하나가 자신을 미치광이로 보게 해 협상을 유리하게 이끈다는 ‘미치광이 전략’이다. 그는 이 전략으로 북한에 공포감을 갖도록 해 양보를 얻어 내려는 듯하다. 이미 우리나라도 그의 이런 전략에 말려들어 피하고 싶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에 마지못해 나서고 있다. 미치광이 이론은 닉슨 전 미 대통령이 1969년 베트남 전쟁 때 전 세계 주둔 미군에게 핵전쟁 경계령을 내린 다음 자신은 화가 나면 자제를 못 하고 핵 버튼을 누른다는 소문을 내 결국 북베트남을 배후 지원하던 소련을 협상 테이블로 나오게 했던 전략이다. 문제는 냉전시대의 당시와 지금은 다르다는 점이다. 특히 북한의 김정은은 이에 질세라 ‘벼랑 끝 전술’을 쓰고 있다. 두 사람 간의 위험한 ‘치킨게임’이 절정으로 치달으면서 세계 3차대전 얘기까지 나올 정도다. 소설가 한강이 최근 미국 뉴욕타임스에 이런 한반도 위기 상황을 걱정하며 전쟁 없이 평화적으로 해결돼야 한다는 글을 기고했다. 한국인 최초로 맨부커상을 수상한 작가의 글이 아니더라도 평화를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얘기다. 하지만 그가 6·25 전쟁을 강대국 간의 ‘대리전’으로 표현한 것을 놓고 ‘미국에 앞서 북한의 핵무기 위협을 언급했어야 했다’는 등의 논란이 일고 있다. 지금 그의 글을 놓고 논란을 벌일 때인가. 그건 바로 트럼프가 쳐놓은 덫에 걸리는 것이다. 트럼프는 저서 ‘거래의 기술’에서 “상대방의 관심을 불러일으켜 동요를 일으키게 해야 한다”고 했다.
  • ​“우리는 다시 달로 갈 것이다” …美부통령 공식 선언

    ​“우리는 다시 달로 갈 것이다” …美부통령 공식 선언

    트럼프 정부는 유인 우주비행의 우선 순위를 결정하고 우주에서의 미국의 지배력을 확고히 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우주 비행사를 달에 보내겠다고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이 선언했다. 지난 5일(현지시간) 새로 복원된 국가우주위원회(NSC) 첫 번째 회의에서 “우리는 미국의 우주 비행사를 다시 달에 보내 발자국과 국기를 남기고 미국인을 화성에 보내기 위한 기초를 다질 것”이라고 밝힌 펜스 부통령은 “달은 인류의 우주 탐사를 위해 우리의 우주 계획을 검토하는 데 있어 상업적-국제적 파트너십을 강화하기 위한 디딤돌이자 훈련장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펜스 부통령의 발언이 있기 하루 전인 4일은 마침 냉전시대의 우주경쟁을 개시한 구소련의 스푸트니크1이 우주비행을 시작한 지 60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펜스 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이 사실을 언급하면서 지금까지의 미국 우주정책이 방향성이 결여되었음에 유감을 표명했다. 그는 “지금까지 우리는 우주에서 선두를 지키기보다 너무 빈번히 표류했던 것이 사실”이라면서 “표류하면 뒤떨어진다는 것을 지난 60년 동안 우리는 충분히 경험했다”고 토로했다. 표류의 증거로 펜스가 내세운 것은 미항공우주국(NASA) 우주인들이 1972년 아폴로의 마지막 달 미션 이후로 저지구 궤도를 넘어섰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는 사실이다. 덧붙여 그는 2011년 스페이스 셔틀이 은퇴한 이후 미국 우주인을 국제 우주정거장에 보내는 데 러시아에 운임을 지불하고 있는 현실을 언급했다. 현재 운임은 우주인 1석당 7600만 달러로, 미국의 두 회사, 스페이스X와 보잉이 우주정거장까지 운행하는 우주 택시를 개발 중에 있으며, 내년에 운행을 시작할 예정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앞으로 NSC와 협력하여 일관성 있는 장기 우주전략을 수립할 것을 약속하며, 이 전략은 인류의 우주여행과 경제개발, 그리고 국가안보에 주안점을 두게 될 것이라고 밝힌 펜스 부통령은 “우리는 반세기 전에 달 착륙 경쟁에서 승리했다. 지금 우리는 21세기 우주경쟁에서도 승리할 것”이라는 말로 연설을 마쳤다. NSC는 조지 부시가 대통령이던 1990년대 초 활동을 중단했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후 6월 30일 행정명령으로 다시 복원시켰다. 이광식 칼럼니스트 joand999@naver.com
  • 美항공모함 이달 중순 동해서 탄도미사일 요격훈련

    美항공모함 이달 중순 동해서 탄도미사일 요격훈련

    미국의 핵추진 항공모함 등이 이달 중순께 동해상에 출동해 우리 해군과 고강도 연합훈련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군의 한 관계자는 1일 “원자력(핵) 추진 항공모함인 로널드 레이건호(CVN-76)를 위시한 항모강습단이 15일 전후로 동해에 출동하는 일정을 협의하고 있다”면서 “항모강습단은 동해에서 우리 해군과 고강도 연합훈련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에 출동하는 항모강습단은 이지스 구축함과 미사일 순양함,군수지원함,핵미사일을 탑재한 오하이오급(1만8천t급) 전략핵잠수함(SSBN) 등으로 구성된다. 항모강습단은 우리 해군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탄도미사일 탐지·추적·요격훈련(Link-Ex)을 강도 높게 실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태평양 괌을 포위사격하겠다고 위협한 이후 실제 괌까지 타격할 수 있는 비행능력을 보여준 북한의 탄도미사일을 탐지·추적·요격하는 훈련이다.이 가운데 작전 분야에 속하는 탄도미사일 요격은 상호 정보를 공유하는 가운데 시뮬레이션 방식으로 진행한다.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탑재한 북한 잠수함을 가정해 탐지 추적하는 훈련도 진행한다. 군 관계자는 “잠수함 탐지 추적 훈련도 실전 상황과 동일하게 진행될 것”이라며 “해상기동과 해상 실사격 훈련도 병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미 해군 7함대 소속인 레이건호는 일본 요코스카(橫須賀)에 배치된 제5항모강습단의 기함이다.길이 333m,배수량 10만2천t으로 축구장 3개 넓이의 갑판에 슈퍼호넷(F/A-18) 전투기,그라울러 전자전기(EA-18G),공중조기경보기(E-2C)를 비롯한 각종 항공기 80여 대를 탑재하고 다닌다. 오하이오급 핵잠수함은 냉전 당시 소련에 맞서기 위해 제작된 것으로 최대사거리 1만3천㎞인 SLBM ‘트라이던트 2D-5’ 24기를 탑재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씨줄날줄] 크림반도의 ‘푸틴 장벽’/최광숙 논설위원

    [씨줄날줄] 크림반도의 ‘푸틴 장벽’/최광숙 논설위원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2007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잊을 수가 없다. 사냥개에 물려 개를 무서워하는 것을 안 푸틴이 회담장에 시커먼 개를 풀어놓은 것도 모자라 호통을 치다가 다시 목소리를 깔고 강요하듯 말하는 등 거칠게 굴었기 때문이다.푸틴의 이런 행동은 다분히 의도적이었다. 회담 장소로 크림반도의 대통령 별장이 선택된 것도 마찬가지다. 메르켈이 호시탐탐 크림반도를 노리던 푸틴과 이에 반대하는 서방국가 간의 중재자로 나서자 푸틴은 일부러 메르켈을 크림반도로 불러들여 기를 죽이고자 한 것이었다. 우크라이나의 영토이던 크림반도는 지정학적 위치 탓에 수백년간 동·서 강대국들이 싸우는 각축장이 된 곳이다. 1854~56년 이곳에서는 러시아와 오스만제국(현 터키)·동맹국 간의 ‘크림전쟁’이 벌어졌다. 표면적인 원인은 종교 갈등이었지만 사실은 러시아의 남진 정책과 이를 저지하기 위한 유럽 각국의 견제였다. 러시아는 이 전쟁에서 패배했다. 이 전쟁이 낳은 두 명의 영웅이 있는데 한 사람은 ‘전쟁과 평화’를 쓴 러시아의 대문호인 레프 톨스토이다. 그는 20대에 러시아 포병장교로 참전했다. 또 한 사람은 오스만 측을 지원했던 영국군의 부상병들을 간호한 플로렌스 나이팅게일이다. 구소련은 여러 차례 전쟁을 통해 크림반도를 확보했으나 1954년 우크라이나 출신인 흐루쇼프가 크림반도를 우크라이나에 넘기면서 우크라이나 영토가 됐다. 하지만 유럽과 중동 지역에서 군사적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한 남진 정책상 러시아는 크림반도를 포기할 수 없었다. 게다가 러시아는 일 년 내내 기후가 온화해 겨울에도 얼지 않는 흑해의 항구가 필요했다. 러시아는 오랫동안 크림반도 남쪽의 세바스토폴항을 우크라이나로부터 장기 임차해 흑해함대를 주둔시켜 왔다. 그러다 2014년 러시아군은 무장병력을 투입해 크림반도를 점령했다. 크림의회는 주민투표를 통해 합병의 찬반을 물었는데 크림반도의 90%가 러시아계 주민이다 보니 압도적인 찬성으로 러시아와의 합병이 이뤄졌다. 이에 우크라이나는 물론 서방국가들은 ‘불법 영토 찬탈’이라며 크림반도의 합병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러시아가 크림반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 높이 2m, 길이 50㎞의 이른바 ‘푸틴 장벽’을 건설할 계획이라고 한다. 크림반도 지배권을 더 확실하게 장악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북핵 위기의 한반도만큼이나 크림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가 심상치 않다. 지구촌 여기저기서 어른거리는 냉전의 그림자가 걱정스럽다. 최광숙 논설위원 bori@seoul.co.kr
  • 크림반도 - 우크라이나 국경 50㎞ 길이 ‘푸틴장벽’ 세운다

    러 지배 쐐기박으려는 의도 美·유럽 인정 안 해 갈등 계속 러시아가 크림반도(크림공화국)와 우크라이나 사이에 이른바 ‘푸틴 장벽’을 건설할 계획이라고 타스 통신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러시아가 2014년 합병한 크림반도에 장벽을 건설, 크림반도의 지배권을 확실히 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러나 미국, 유럽 등에서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을 인정하지 않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러시아 연방보안국 크림지부는 크림반도 안보를 위해 우크라이나와의 국경에 높이 2m, 길이 50㎞의 장벽을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장벽은 크라스노페레코프스키 지역에 설치되며 장벽 건설엔 2억 루블(약 40억원)이 소요될 예정이다. 연방보안국은 시공권 입찰을 공시하면서 오는 연말까지 장벽을 완공하겠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의도는 장벽 건설을 통해 크림반도에 대한 러시아 지배를 기정 사실화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크림반도가 속했던 우크라이나는 물론 미국, 유럽 등은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을 인정하지 않고 있어 크림반도를 둘러싼 갈등은 더욱 악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6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만난 뒤 “프랑스는 우크라이나 기존의 국경선과 관련한 주권을 존중한다”며 합병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혔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도 합병을 비난하면서 대러시아 제재를 철회할 의사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크림반도는 냉전 시기 러시아에 속해 있다가 1954년 구소련 공산당 서기장인 니키타 흐루쇼프가 연방 일원이었던 우크라이나에 친선의 의미로 양도했다. 이후 우크라이나가 소련으로부터 분리 독립하면서 자치공화국이 됐다. 그러나 2014년 러시아군은 무장 병력을 투입해 크림반도를 점령했다. 크림 의회는 즉시 합병 찬반의사를 묻는 주민투표를 실시했고 90%가 넘는 압도적 찬성으로 합병이 이뤄졌다. 러시아계 주민들이 수적으로 압도적인 비율을 차지하고 있어 가능했다.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 [수요 에세이] 수소폭탄과 평창동계올림픽/김영목 전 코이카 이사장

    [수요 에세이] 수소폭탄과 평창동계올림픽/김영목 전 코이카 이사장

    올해 유엔총회는 오래 기억될 듯하다. 이번 총회에는 인류가 직면하고 있는 모든 문제들이 산더미처럼 몰려왔다. 분쟁으로 늘어만 가는 난민은 선진국들 내에 배타적 극우 정파에 대한 지지가 급증하는 배경이 되었고 갈수록 규모와 빈도가 잦아지는 재해는 개발 재원을 투입하는 해당 정부와 국제사회를 허탈하게 하고 있다.전 세계적으로 빈곤은 감소되고 경제와 기술은 진보했지만 내전, 테러, 질병, 박해, 불평등은 커졌고 고통받는 사람들도 늘어나고만 있다. 아프가니스탄, 시리아, 북아프리카 난민은 물론 최근 미얀마의 로힝야인 추방 문제, 또 예멘에서 계속되는 내전도 심각한 인도적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유엔은 지속가능개발목표(SDGS)의 실현을 위한 ‘보다 공평한 세계 2030’(Equitable World Vision2030)을 위한 각국 정부와 국제기관의 확대된 투자, 시민사회 및 기업들의 협력을 호소하고 있다. 여기 호응해 각국 정부, 국제 공여기관들은 물론 시민사회와 많은 글로벌 기업들도 저마다의 이니셔티브를 취하고 민관 파트너십에 의한 투자와 협력을 제창하고 있다. 게이츠재단의 질병 퇴치 기여는 잘 알려져 있으며 최근 불룸버그재단도 기후변화 대응 프로그램 이행을 위해 수억 달러를 유엔과 세계은행에 기탁하였다. 세계경제포럼 또한 민간기업에 대해 글로벌 과제 해결에 더욱 동참할 것을 촉구하고 경제적 진보를 유지해 오던 환경, 금융, 거버넌스 분야의 글로벌 시스템들이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우려 한다. 미국의 정치 리더십이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후퇴하고 있는 반면 미국과 글로벌 기업들의 기여와 참여는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유엔총회를 보는 우리의 눈과 귀를 지배하고 있는 것은 세계를 더 좋은 세상으로 만들자는 메시지가 아니고 폭언과 극에 달한 위협들이다. “늙다리 미치광이를 불로 다스리겠다”, “태평양에서 수소폭탄 실험을 하게 되지 않겠는가” 같은 폭탄성 위협이다. 반대편에서는 “완전 파괴 할 수 있다”, “그들은 오래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라고 한다. 유엔총회장이 마치 선전포고장처럼 되어 버린 건 한참 잘못된 일이다. 그간 핵무력을 완성하겠다고 날로 도발의 강도를 높여 온 북한이다. 빈말을 하지 않는다고 했으니 무슨 일을 벌일지 심히 우려스럽다. 철저한 대비와 치열한 외교가 필요한 시점이다. 대량살상무기인 수소폭탄 위협과 포용을 지향하는 지속가능개발은 양극단의 화두가 아닐 수 없다. 이 양극단의 화두가 올해 유엔총회에 기록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에 대해 대화와 평화, 민생을 위한 정책 전환을 강조했다. 또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제안했다. 고심 끝에 내놓은 메시지다. 현실은 북한에 대한 전면적 제재, 북한의 수소폭탄 위협, 어쩌면 그보다 더한 안보위기 속에 민생경제를 도모하며 평창동계올림픽도 치러야 하는 것이다. 참 고단한 대한민국이다. 겁나서 평창에 올 수 있겠냐는 나라도 있고 안전상 운항코스를 바꾸는 항공사들도 있다고 한다. 금융시장은 조금씩 피로해져 가는 기색이고 실물경제의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다. 국민들은 피곤하다. 북한의 부단한 위협은 우리 국력을 소모시키고 국제사회 기여도 어렵게 한다. 그러나 대한민국이 누구인가. 전쟁의 참화와 세계 최빈국에서 중견 강대국이 된 나라다. 모범적인 국가건설로 수많은 나라의 부러움을 사고 있고 그들은 우리에게 계속 도움을 요청한다. 세계는 늘 한국을 주목하고 기대를 보내 왔다. 국제무대에서 우리는 나름의 리더십이 있다. 북한도 세계 무대로 나와야 할 이유들이 있다. 북한은 국제적 인도 지원이 절실한 사회다. 1988년 서울올림픽은 미·소 냉전으로 빚어진 보이콧 올림픽을 하나로 다시 만든 기념비적 행사였다. 전쟁과 대결 속에서도 평화와 하나를 지향하는 올림픽 정신은 지켜져 왔으며, 거기에 올림픽의 존재 이유도 있다. 우리는 소프트웨어가 강한 나라다. 우리의 소프트웨어에 대한 국제적 공감은 또 하나의 안보자산이 될 수 있다. 유엔 헌장과 진정한 올림픽 정신, 그리고 소프트파워가 어느 올림픽보다 중요해진 평창 2018이다.
  • [씨줄날줄] ‘4연임’ 메르켈/김균미 수석논설위원

    [씨줄날줄] ‘4연임’ 메르켈/김균미 수석논설위원

    앙겔라 메르켈(63) 독일 총리가 4연임에 성공했다. 24일(현지시간) 치러진 독일 하원선거에서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중도우파 기독민주당·기독사회당 연합이 33.0%를 득표해 1위를 차지함으로써 4연임의 대기록을 세웠다. 메르켈 총리는 독일 최초의 여성 총리, 동독 출신의 첫 통일독일 총리, 전후 최연소 독일 총리에 이어 자신의 정치적 스승이자 통일 이후 16년간 집권했던 헬무트 콜 전 총리와 같은 반열에 오르게 됐다.메르켈 총리는 이날 저녁 투표가 끝난 뒤 개표 상황을 지켜보기 위해 선거본부를 찾았다. 난민 수용에 대한 역풍으로 예상보다 낮은 득표율로 연정 구성에 난관이 예상되는 그는 웃음기 가신 표정으로 단호하게 “유권자들의 걱정에 귀 기울이면서 좋은 정치를 통해 다시 지지를 얻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메르켈 총리는 영국의 마거릿 대처 전 총리와 함께 가장 강력한 여성 지도자로 꼽힌다. 냉전시대에 영국의 대처 총리(1979~1990년)가 있었다면 탈냉전, 아니 신(新)냉전시대에는 메르켈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국우선주의를 견제하고 블라디미르 푸틴의 러시아, 시진핑의 중국 사이에서 제대로 된 글로벌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지도자로 이미 자리하고 있다. 메르켈은 1954년 서독 함부르크에서 태어났다. 목사인 아버지가 동독 브란덴부르크주의 시골 마을인 템플린으로 이주하면서 동독에서 자랐다. 라이프치히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한 물리학 박사다. 베를린장벽이 무너진 1989년 11월 9일 평소처럼 사우나에 다녀왔던 메르켈, 이후 정치에 입문한 뒤 콜 전 총리에게 발탁돼 승승장구하며 2005년 총리직에까지 올랐다. 메르켈 총리 하면 큰 눈과 수줍음을 머금은 미소, 그리고 한결같은 헤어 스타일과 바지 정장이 떠오른다. 오랫동안 메르켈을 그려 온 독일의 한 정치만평가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처음에는 반쯤 감긴 졸린 듯한 눈에 불안함이 있었다면 이제는 합리성이 배어난다”고 할 정도로 지도자로서 경륜이 느껴진다. 흔히 메르켈의 리더십을 ‘무티(엄마) 리더십’이라 한다. 포용력과 안정감 때문이 아닐까 싶다. 침묵과 끈기, 단호함으로 요약되는 메르켈의 ‘조용한 카리스마’에 세계는 아직도 적응하고 있다. 이런 메르켈이 최근 독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란식 핵 협상을 제안하며 중재에 나설 뜻이 있다고 밝혀 관심을 모았었다. 그가 한반도와 남다른 인연을 맺게 될지 주목된다. 김균미 수석논설위원 kmkim@seoul.co.kr
  • [홍태경의 지구 이야기] 北 핵실험 측정치 서로 다른 이유는

    [홍태경의 지구 이야기] 北 핵실험 측정치 서로 다른 이유는

    지난 3일 우려했던 북한의 6차 핵실험이 있었다. 이번 핵실험은 역대 북한 핵실험 가운데 가장 큰 핵실험으로 평가되고 있다. 북한의 핵실험으로 발생한 강한 지진파는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 주요 지진 관측소에 기록됐다. 또 기상청과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의 자동 분석 시스템은 지진원의 규모와 위치를 1차적으로 확인했다.이후 정밀 분석을 통해 핵실험 여부와 개선된 규모값과 핵실험 위치가 결정됐다. 국내 지진 관측소 자료와 북한과 중국의 접경지를 따라 설치된 지진계 자료를 종합해 북한 핵실험의 정확한 위치가 결정된 것이다. 특히 핵실험장과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곳에서 측정된 지진파형 자료는 정확한 핵실험 위치를 계산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하지만 정부가 발표한 북한 핵실험 규모값이 미국이나 일본,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기구(CTBTO) 등 외국 전문 기관의 발표값과 차이가 나면서 국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핵실험 규모 차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지진 규모 산정 방식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지진 규모는 지진파형에 따라 다른 규모식을 사용한다. 하지만 측정 지역이나 거리에 관계없이 지진 규모값이 일정하게 계산될 수 있도록 각 규모식은 상호 교정되어 있다. 이런 교정에도 불구하고 지진 규모값은 다르게 측정될 수 있다. 가장 큰 원인은 지진파가 통과하는 매질의 불균질성이다. 국내 대부분의 관측소는 북한 핵실험장으로부터 수백㎞ 떨어져 있다. 지진파는 북한 핵실험장에서 국내 관측소들까지 동해 지각을 가로지른다. 한반도 내륙 지역의 지각 두께는 약 35㎞ 내외이지만 동해 연안의 지각 두께는 20㎞ 정도에 불과하다. 또 백두산을 포함해 한반도 북쪽 지역의 지각 구조는 매우 복잡하다. 이렇듯 불균질한 한반도 지각을 통과한 지진파는 많은 변형을 겪는다. 전파 경로에 따라 지진파의 진폭이 크게 차이 날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관측소별 지진 규모값이 달라지면서 정확한 추정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이에 반해 수천㎞ 떨어진 원거리 관측소에서 관측되는 지진파는 핵실험장 아래의 맨틀을 통해 전파되며 한반도 주변의 복잡한 지각구조에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다. 이런 까닭에 원거리에서는 북한 핵실험 규모를 안정적으로 결정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측정치에 차이를 보이는 또 다른 이유는 자연지진과 다른 핵실험의 특성 때문이다. 자연지진과 핵실험은 에너지 배출 과정이 다르다. 자연지진은 단층면을 경계로 양쪽 암반이 서로 비켜 나가면서 에너지가 발산된다. 반면 핵실험 에너지는 폭발에 의한 것이다. 핵실험은 자연지진에 비해 고주파수 에너지 구성비율이 높다. 우리가 활용하는 지진 규모식은 자연 지진의 규모를 측정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측정 거리별로 활용하는 지진파형과 진폭을 측정하는 주파수가 정교하게 결정돼 있다. 이에 따라 자연지진의 경우 어떤 거리에서 측정하더라도 일정한 규모값이 나온다. 자연지진에 맞춰 개발된 지진 규모식을 다른 에너지 분포를 보이는 핵실험 지진파형에 적용할 경우 측정 거리와 분석 지진파형에 따라 서로 다른 값으로 측정될 수 있다. 이런 현상은 핵실험 규모가 커질수록 좀더 확연히 드러난다. 그렇기 때문에 핵실험 규모 측정값이 달라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북한 핵실험에 대한 우리 정부의 측정값과 외국 주요 기관의 측정값 모두 의미 있는 과학적 분석 결과다. 핵실험 규모값 차이가 기관들의 분석 능력 차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란 말이다. 핵실험 규모값이 핵실험 성능과 폭발량 산정에 활용되면서 서로 다른 핵실험 규모값은 혼란을 야기시킨다. 현재 활용되고 있는 핵실험 규모값과 폭발량 간의 관계식은 냉전시대에 은밀히 행해지는 핵실험을 서로 감시하기 위해 개발된 것이다. 이것은 먼 거리 지진파형을 바탕으로 한 규모값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불필요한 국민적 혼란을 피하기 위해서도 이에 대한 보완책 마련이 필요하다.
  •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전술핵 재배치, 필요할까?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전술핵 재배치, 필요할까?

    북한의 6차 핵실험과 연이은 중장거리 탄도미사일(IRBM) 발사로 한반도 안보 위기가 고조되면서 주한미군 전술핵 재배치가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청와대와 여당은 전술핵 재배치는 있을 수 없다고 못박고 있지만, 일부 야당에서는 전술핵 재배치를 당론으로 채택하고 주한미군 전술핵 재배치와 독자적 핵무장론까지 제기하는 등 논란은 점차 확산되는 분위기다. 핵에는 핵으로 맞서야 한다는 전술핵 재배치 찬성 측의 주장과 복잡하게 꼬인 안보 위기 상황을 전술핵 재배치가 더 악화시킬 것이라는 반대 측 주장, 과연 어느 쪽이 옳을까? 실전용 핵무기의 공포 전술핵(Tactical nuclear weapon)은 명칭 그대로 전투에서 사용하기 위한 핵무기다. 전략핵(Strategic nuclear weapon)과 비교할 수 있는 명확한 분류 기준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지만, 위력이 너무 강력해 실제 사용 목적보다는 정치적 협상 카드로 인식되는 것이 전략핵이라면 실제 전쟁에서 사용될 수 있는 수준의 핵무기를 통상 전술핵무기라고 부른다. 이러한 전술핵무기가 한반도에 들어오기 시작한 것은 1950년대 말이었다. 핵무기 만능주의가 판을 치던 이 시기에 미군은 이른바 ‘펜토믹 사단(Pentomic Division)’이라는 개념을 만들어냈고, 당시 한국에 배치됐던 제7보병사단이 펜토믹 사단으로 개편되면서 대량의 핵무기가 반입됐다. 7사단에는 최대 4만t 위력의 핵탄두를 탑재한 어네스트 존(Honest John) 지대지 로켓과 1만5000t급 위력의 포탄을 날려 보낼 수 있는 M65 280㎜ 원자포를 보유한 포병부대가 있었다. 여기에 더해 전투기에서 투하하는 B61 핵폭탄부터 핵지뢰, 핵배낭, 심지어 무반동총처럼 보병이 들고 다니면서 발사할 수 있는 소형 전술핵무기 ‘데이비드 크로켓(David crockett)’까지 약 950기에 달하는 각종 핵무기가 한반도 곳곳에 배치됐다. 한반도 전역을 여러 번 초토화시키고도 남을 양의 핵무기는 북한을 상대로 강력한 억지력을 발휘했다. 당시 북한은 지금처럼 핵무기를 보유하지도, 유사시 대피할 대규모 지하 시설도 갖추지 못한 상태였다. 또한 핵무기 사용이 엄격히 금지된 현대 국제사회의 기류와 달리, 당시에는 전쟁이 발발하면 핵무기를 사용하는 것이 너무도 당연하다고 받아들여지던 시기였으므로 김일성은 여차하면 핵공격을 받을 수도 있다는 공포에 시달려야 했다. 이처럼 대량으로 운용되던 주한미군 전술핵무기는 냉전 붕괴와 함께 사라졌다. 소련과 구공산권이 붕괴되며 대규모 전면전 가능성이 크게 줄어들었고, 최첨단 재래식 전력만으로도 적을 제압할 수 있다는 걸프전의 교훈에 따라 주한미군이 더 이상 전술핵을 보유하고 있을 이유가 사실상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여기에 더해 1991년 발표된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은 주한미군에 더 이상 핵무기가 존재할 수 없도록 쐐기를 박았다. 이에 따라 1991년 11월 말까지 모든 전술핵무기가 철수되었다. 그로부터 16년이 지난 2017년, 북한이 6자 핵실험에 성공하자 철수했던 전술핵무기를 다시 배치해야 한다는 주장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득보다 실이 큰 전술핵 재배치 북한이 6차 핵실험에 성공하고 연달아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를 성공시키면서 우리나라도 자위적 차원에서 주한미군 전술핵 재배치를 추진해야 한다는 전술핵 재배치 주장은 군사적·정치적·외교적 측면에서 몇 가지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우선 군사적 측면에서 두 가지 문제점이 있다. 첫째는 주한미군 전술핵무기 재배치로는 ‘공포의 균형’ 달성이 어렵다는 점, 둘째는 전략무기를 전방에 배치하는 것은 용병술의 기본 원칙에 어긋난다는 점이다. 전술핵 재배치론의 핵심 키워드는 ‘핵에는 핵으로’다. 북핵에 대한 대응 방안으로 한국형 3축 체제(킬 체인·KAMD·KMPR)가 구상되고 있지만, 재래식 전력으로는 핵무기에 맞설 수 없으니 전술핵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이 같은 논리는 냉전 시기 상호확증파괴(MAD·Mutual Assured Destruction) 개념에 뿌리를 두고 있다. 상호확증파괴란 속된 말로 “너 죽고 나 죽자”이다. 적이 핵무기를 사용해 나를 공격하면 나도 핵무기를 사용할 것이며, 이로 인한 공멸(共滅)에 대한 공포가 ‘공포의 균형’을 달성해 물리적 충돌을 억제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 체제의 특수성을 고려해볼 때 주한미군 전술핵무기가 북한 지도부를 대상으로 ‘공포의 균형’을 달성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주체사상이 지배하는 종교적 병영국가인 북한에서 인민은 ‘생물학적 생명체’이기에 앞서 ‘사회적 생명체’이며, 수령의 통치이념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이자 도구로 인식된다. 과거 고난의 행군 시기 수백만 명의 인민이 아사할 때 김정일은 눈 하나 깜짝 않고 흑해산 캐비어와 보르도산 와인으로 최고급 만찬을 즐기며 방탕한 생활을 했다. 북한 지도부에게 있어 인민은 그저 수령 결사옹위를 위해 존재하는 총폭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는 ‘생명’을 가장 소중한 가치로 여기는 한국과 다르다. 북한이 천만 인구 서울에 1발의 핵무기를 떨어뜨려 수백만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을 때 한국 지도부가 받는 정치적 피해 수준, 그리고 한국이 250만 인구 평양에 1발의 핵무기를 사용해 수십만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을 때 북한 지도부가 받는 정치적 피해 수준은 다르다는 것이다. 즉, 핵무기가 사용되었을 때 남북한 양측이 입게 되는 정치적 피해 정도가 같지 않기 때문에 전술핵 재배치 카드가 북한의 핵 위협을 억제하는 공포의 균형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용병술 측면에서 고려했을 때도 전술핵 재배치는 적절하지 않다. 장기를 둘 때 차(車)와 포(包)를 졸(卒)의 자리에 두고 시작할 수 없는 것처럼 장거리 핵 투발 자산이 넘쳐나는 미군이 굳이 최전방 지역에 핵무기를 배치해야 할 이유가 없다.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이 “핵무기의 위치는 중요하지 않다”며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에 선을 그은 것이 이 때문이다. 오산과 군산기지에 핵무기가 재배치된다면 이는 필연적으로 북한의 집중적인 공격을 불러오게 된다. 북한은 자신들에 대한 핵무기 사용을 막기 위해 이들 기지에 대량의 미사일 공격을 감행할 것이고, 최악의 경우 핵공격을 할 수도 있다. 전술핵 재배치를 추진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정치·외교적 측면에서의 후폭풍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주한미군에 전술핵무기가 재배치되면 북한을 상대로 핵무기 폐기를 요구할 명분이 사라지게 된다. 북한이 1970년대부터 핵개발에 나섰던 것은 당시 주한미군에 대량으로 배치된 핵무기에 대한 공포 때문이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주한미군에 전술핵을 재배치하고 북한에 핵 포기를 요구하는 것은 북한의 더 큰 반발과 도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외교적 측면에서의 후폭풍은 더 크며, 이는 한국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 이상으로 몰아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의 반발 때문이다. 한국은 방어무기인 사드(THAAD) 배치 과정에서 중국의 극심한 반발을 경험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에 전략적 성격의 공격무기가 배치된다면 중국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군산기지에 배치된 F-16C/D 전투기들은 2020년대 초반부터 스텔스 전투기인 F-35A로 대체될 예정인데, 비슷한 시기 미 공군의 전술핵무기는 최신형 B61-12로 교체된다. 기존의 B61은 F-35A 전투기 내부 무장창에서 운용이 불가능하지만, 신형 B61-12는 F-35A의 내부 무장창에 탑재가 가능하다. 군산기지에서 베이징까지의 거리는 약 980㎞이고 F-35A 전투기의 전투행동반경은 약 1100㎞ 수준이다. 미국이 별도의 군사력 재배치 없이 언제든 베이징 상공에 은밀히 침투해 핵공격을 가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된다는 의미다. 방어무기인 사드조차 레이더 탐지거리를 문제 삼아 한국에 전방위 보복을 가했던 중국이다. 공격무기, 그것도 핵무기의 전진 배치는 한·중 관계 파탄을 넘어 자칫 세계대전의 단초를 제공할 수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한 것처럼 한·미 연합군은 북한을 재기 불능으로 만들 수 있는 압도적인 힘을 가지고 있다. 굳이 전술핵무기를 재배치하지 않더라도 한·미 양국 정상의 합의만 이루어진다면 김정은 정권은 오늘 밤에라도 제거될 수 있다. 즉, 북한 레짐 체인지는 한·미 양국 의지의 문제이지 능력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능력 보강을 위해 전술핵을 재배치할 필요는 없다는 말이다. 일찍이 손자는 상병벌모(上兵伐謀) 즉, 적의 의지를 꺾는 것이 최상의 용병술이라 강조했다. 이것을 현재의 북핵 위기에 대입해 보면 한국이 해야 할 일은 명확해진다. 김정은에게 “핵과 미사일은 체제생존·적화통일 달성의 수단이 될 수 없는 자살행위”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전략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모든 대북전략의 초점은 김정은에게 맞춰야 할 필요가 있다. 한·미 연합군은 김정은의 ‘의지’를 파괴할 수 있는 다양한 군사적 옵션을 이미 가지고 있다. 그런데 굳이 심각한 부작용을 감수하면서까지 전술핵 재배치를 추진할 필요가 있을까? 이일우 군사 전문 칼럼니스트(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finmil@nate.com
  • 러 폭격기-서방 전투기 1시간여 신경전

    러시아 장거리 폭격기와 서방 전투기들이 20일(현지시간) 발트해와 노르웨이해 상공에서 1시간 이상 근접 비행을 펼치며 신경전을 벌였다고 타스 통신이 전했다. 러시아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인 폴란드와 발트 3국 인접 지역에서 ‘자파드 2017’(서부 2017) 군사훈련을 실시하며 서방과 각을 세운 가운데 우발적 군사 충돌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는 21일 성명을 통해 “러시아 장거리 폭격기 투폴레프(Tu)22M3 2대가 전날 발트해 상공을 비행하던 도중 일정 구간에서 미국 공군 전투기 F15, 벨기에 공군 전투기 F16, 핀란드 공군 전폭기 F18, 스웨덴 공군 전투기 사브 JAS 39 등이 70분 동안 근접거리에서 경계 비행을 펼쳤다”고 밝혔다. 이어 “또 다른 Tu22M3 2대가 노르웨이해 상공을 비행할 때도 일부 구간에서 미국 공군 F16 전투기들이 27분 동안 경계 비행을 벌였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폭격기들의 비행은 서방의 우려를 고조시켰던 러시아·벨라루스의 연합군사훈련 ‘자파드’ 마지막 날에 이루어져 관련국들을 더욱 긴장케 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그러나 “발트해와 노르웨이해에서의 장거리 폭격기 비행은 정례 훈련의 일환”이라면서 “다른 나라 영공 침범 없이 상공 이용에 관한 국제규정을 철저히 준수하는 가운데 이루어졌다”고 강조했다.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18일 제72차 유엔총회에 불참하고 ‘자파드’ 훈련을 참관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북핵 위기가 고조되며 서방과 ‘신(新)냉전’ 구도가 심화되는 가운데 군사 대국 러시아의 존재감을 과시하려는 행보로 분석된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전문] 문재인 대통령 제72차 유엔 총회 기조연설

    [전문] 문재인 대통령 제72차 유엔 총회 기조연설

    문재인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UN) 총회 기조연설에서 “북한이 스스로 핵을 포기할 때까지 강도 높고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문 대통령은 이어 “북한이 스스로 평화의 길을 선택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평화는 스스로 선택할 때 온전하고 지속가능한 평화가 된다고 믿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문 대통령 기조연설 전문 먼저 이 자리를 빌려 9월 19일 멕시코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인해 희생당한 분들과 그 가족, 그리고 멕시코 국민과 정부에 우리 국민과 정부를 대표하여 심심한 위로의 뜻을 전합니다. 세계 평화와 안보에 기여해 온 모든 유엔 회원국과 유엔 직원들에게 존경과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미로슬라프 라이착 제72차 총회 의장의 취임을 축하합니다. 의장의 뛰어난 지도력으로 이번 유엔총회가 더욱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기를 기대합니다. 안토니우 구테헤스 사무총장의 성공을 기원합니다. 대한민국은 ‘분쟁의 사전예방’과 ‘평화의 지속화’를 추구하는 유엔의 목표를 적극 지지하며, 총장의 재임기간 동안 유엔이 평화와 인류공영에 이바지하는 더욱 강한 조직으로 거듭날 것으로 기대합니다. 의장, 사무총장, 그리고 각국 대표 여러분, 나는 오늘 이 연설을 준비하면서 유엔의 정신과 우리의 사명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유엔은 인류 지성이 만든 최고의 제도적 발명품입니다. 유엔은 ‘전쟁의 참화에서 다음 세대를 구하기’ 위해 탄생했고, 지난 70여년간 인류 앞에 제기되는 도전들에 쉼 없이 맞서 왔습니다. 국제사회에서 유엔의 역할과 기여는 갈수록 더욱 커질 것입니다. 초국경적 현안이 날로 증가하고 이제 그 어떤 이슈도 한두 나라의 힘으로는 해결할 수 없게 된 오늘날, 우리는 우리 앞의 모든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유엔정신을 더욱 전면적으로 실현해야 합니다. 나는 이를 위해, 여러분 모두가 유라시아 대륙이 시작되는 동쪽 끝 한반도와 한반도의 남쪽 나라 대한민국에 주목하기를 희망합니다. 나는 지난 겨울 대한민국의 촛불혁명이야말로 유엔정신이 빛나는 성취를 이룬 역사의 현장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촛불혁명은 협력과 연대의 힘으로 도전에 맞서며 인류가 소망하는 미래를 향해 나아갔습니다. 아마 미디어를 통해 목격했던 촛불혁명의 풍경을 기억하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거리를 가득 메운 수십만, 수백만의 불빛들, 노래와 춤과 그림이 어우러진 거리 곳곳에서 저마다 자유롭게 발언하고 평등하게 토론하는 사람들, 아이들과 손잡고 집회장을 찾는 부모들의 환한 표정, 집회가 끝난 거리에서 쓰레기를 치우는 청년들에게서 느껴지는 긍지, 그 모든 장면들이 바로 민주주의였고, 또 평화였습니다. 대한민국의 촛불혁명은 민주주의와 헌법을 회복하고자 하는 열망이 시민들의 집단지성으로 이어진 광장이었습니다. 유력한 대통령 후보였던 나 자신도 오직 시민의 한 사람으로 그 광장에 참여했습니다. 대한민국의 국민들은 가장 평화롭고 아름다운 방법으로 민주주의를 성취했습니다. 민주주의의 실체인 국민주권의 힘을 증명했고, 폭력보다 평화의 힘이 세상을 더 크게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습니다. 대한민국의 새 정부는 촛불혁명이 만든 정부입니다. 민주적인 선거라는 의미를 뛰어넘어, 국민들의 주인의식, 참여와 열망이 출범시킨 정부라는 뜻입니다. 나는 지금 그 정부를 대표해 이 자리에 서 있습니다. 나는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시작은 늦었지만 세계 민주주의에 새로운 희망을 보여줬다는 사실이 매우 기쁘고, 자랑스럽습니다. 이제 대한민국은 그 힘으로 국제사회가 당면한 현안을 해결하는데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자 합니다. 의장, 사무총장, 그리고 각국 대표 여러분, 대한민국과 유엔은 늘 함께해 왔습니다. 대한민국은 1948년 정부수립으로부터 한국전쟁, 전후재건의 과정까지 유엔으로부터 많은 지원을 받았습니다. 대한민국은 1991년에 이르러서야 유엔 회원국이 되었지만 불과 한세대 동안 그 어떤 나라보다 빠르게 회원국으로서 역할과 책임을 높여왔습니다. 1993년을 시작으로 평화유지활동(PKO)에 꾸준히 참여해 왔고, 올해는 유엔평화구축위원회(PBC) 의장국으로서 분쟁의 근본원인 해결에 중점을 두고 활동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지난 5년간 난민지원 규모를 15배 확대했고, 작년에는 유엔난민기구(UNHCR) ‘2000만불 공여국 클럽’에 합류하였습니다. 파리협정의 이행과 에너지정책의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으며,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와 녹색기후기금(GCF)를 통해 개도국의 기후변화 대응 지원에도 앞장서고 있습니다. 또한 우리 정부는 여성내각 30%를 달성함으로써 ‘2030 지속가능개발의제’의 양성평등 실천을 선도하고 있습니다. 유엔의 모든 분야에서 대한민국은 앞으로 더욱 기여를 높여나갈 것입니다. 특별히 나는 ‘사람을 근본으로’라는 이번 유엔총회의 주제가 대한민국 새 정부의 국정철학과 일치한다는 점을 매우 뜻깊게 생각합니다. 사람이 먼저다‘는 여러 해 동안 나의 정치철학을 표현하는 슬로건이었습니다. 새 정부의 모든 정책의 중심에 ’사람‘이 있습니다. 지금 우리 정부는 성장을 저해하고 사회통합을 해치는 경제 불평등 문제에 정면으로 맞서기 위해 경제 패러다임을 과감하게 전환하고 있습니다. 경제정책의 중심을 국민과 가계의 소득증가에 맞추고, 일자리가 주도하는 성장, 모든 국민이 공정한 기회와 성장의 혜택을 누리는 경제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는 이것을 ’사람중심 경제‘라고 부릅니다. 포용적 성장을 위해 우리가 시작한 이 담대한 노력은 국내에서만 그치지 않을 것입니다. 대한민국은 이러한 새로운 패러다임에 맞춰 개도국들의 지속가능한 개발을 지원할 것입니다. 의장, 사무총장, 그리고 각국 대표 여러분, 나는 전쟁 중에 피난지에서 태어났습니다. 내전이면서 국제전이기도 했던 그 전쟁은 수많은 사람들의 삶을 파괴했습니다. 3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고, 목숨을 건진 사람들도 온전한 삶을 빼앗겼습니다. 내 아버지도 그 중의 한 사람이었습니다. 잠시 피난한다고만 생각했던 내 아버지는 끝내 고향에 돌아가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습니다. 나 자신이 전쟁이 유린한 인권의 피해자인 이산가족입니다. 그 전쟁은 아직 완전히 끝나지 않았습니다. 세계적 냉전 구조의 산물이었던 그 전쟁은 냉전이 해체된 이후에도, 정전협정이 체결되고 64년이 지난 지금에도, 불안정한 정전체제와 동북아의 마지막 냉전 질서로 남아 있습니다. 북한 핵과 미사일 문제로 동북아의 긴장이 고조될수록 전쟁의 기억과 상처는 뚜렷해지고 평화를 갈망하는 심장은 고통스럽게 박동치는 곳, 그곳이 2017년 9월, 오늘의 한반도 대한민국입니다. 전쟁을 겪은 지구상 유일한 분단국가의 대통령인 나에게 평화는 삶의 소명이자 역사적 책무입니다. 나는 촛불혁명을 통해 전쟁과 갈등이 끊이지 않는 지구촌에 평화의 메시지를 던진 우리 국민들을 대표하고 있습니다. 또한 나에게는 인류 보편의 가치로서 온전한 일상이 보장되는 평화를 누릴 국민의 권리를 지켜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바로 이런 이유로 나는 북한이 스스로 평화의 길을 선택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평화는 스스로 선택할 때 온전하고 지속가능한 평화가 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나는 무엇보다 나의 이 같은 신념이 국제사회와 함께 하고 있다는 점에 감사를 표합니다. 최근 북한은 국제사회의 일치된 요구와 경고에도 불구하고 기어이 6차 핵실험과 미사일 도발을 감행함으로써 우리 모두에게 말할 수 없는 실망과 분노를 안겼습니다. 북한 핵실험 후 우리 정부는 북한으로 하여금 도발을 중단하게 하고 대화의 테이블로 이끌어내기 위해 더욱 강력한 제재와 압박이 필요하다는 점을 주변국과 국제사회에 적극적으로 밝혀왔습니다. 나는 유엔 안보리가 유례없이 신속하게, 그리고 무엇보다도 만장일치로, 이전의 결의보다 훨씬 더 강력한 내용으로 대북제재를 결의한 것을 높이 평가합니다. 북한 핵과 한반도 문제에 대해 국제사회가 함께 분노하며 한 목소리로 대응하고 있음을 분명하게 보여줬습니다.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로서 우리 정부의 입장에 대한 국제사회의 공감과 지지에 거듭 감사드립니다. 우리 정부와 국제사회는 북한이 유엔헌장의 의무와 약속을 정면으로 위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북핵 문제를 평화적인 방법으로 해결하기 위해 온 힘을 다해 가능한 모든 노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북핵 문제의 평화적, 외교적, 정치적 해결 원칙을 적시한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도 마찬가지입니다. 나는 세계 평화와 인류 공영을 위한 실천을 다짐하는 유엔총회의 자리에서 다시 한 번 북한과 국제사회에 천명합니다. 우리는 북한의 붕괴를 바라지 않습니다. 어떤 형태의 흡수통일이나 인위적인 통일도 추구하지 않을 것입니다. 북한이 이제라도 역사의 바른 편에 서는 결단을 내린다면, 우리는 국제사회와 함께 북한을 도울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북한은 이 모든 움직일 수 없는 사실들을 하루빨리 인정해야 합니다. 스스로를 고립과 몰락으로 이끄는 무모한 선택을 즉각 중단하고, 대화의 장으로 나와야 합니다. 나는 북한이 타국을 적대하는 정책을 버리고 핵무기를 검증 가능하게, 그리고 불가역적으로 포기할 것을 촉구합니다. 국제사회의 노력도 더욱 강화되어야 합니다. 북한이 스스로 핵을 포기할 때까지 강도 높고 단호하게 대응해야 합니다. 모든 나라들이 안보리 결의를 철저하게 이행하고, 북한이 추가도발하면 상응하는 새로운 조치를 모색해야 합니다. 안정적으로 상황을 관리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우리의 모든 노력은 전쟁을 막고 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것입니다. 그런 만큼 자칫 지나치게 긴장을 격화시키거나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로 평화가 파괴되는 일이 없도록 북핵문제를 둘러싼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평화는 분쟁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분쟁을 평화로운 방법으로 다루는 능력을 의미한다”는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의 말을 우리 모두 되새겨야 할 것입니다. 특별히 나는 안보리 이사국을 비롯한 유엔의 지도자들에게 기대하고 요청합니다. 북핵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유엔헌장이 말하고 있는 안보 공동체의 기본정신이 한반도와 동북아에서도 구현되어야 합니다. 동북아 안보의 기본 축과 다자주의가 지혜롭게 결합되어야 합니다. 다자주의 대화를 통해 세계 평화를 실현하고자 하는 유엔정신이 가장 절박하게 요청되는 곳이 바로 한반도입니다. 평화의 실현은 유엔의 출발이고, 과정이며, 목표입니다. 한반도에서 유엔의 보다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합니다. 도발과 제재가 갈수록 높아지는 악순환을 멈출 근본적인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야말로 오늘날 유엔에게 요구되는 가장 중요한 역할입니다. 나는 여러 차례 ’한반도 신(新)경제지도‘와 ’신(新)북방경제비전‘을 밝힌 바 있습니다. 한 축에서 동북아 경제공동체의 바탕을 다져나가고, 다른 한 축에서 다자간 안보협력을 구현할 때, 동북아의 진정한 평화와 번영을 시작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의장, 사무총장, 그리고 각국 대표 여러분, 올림픽은 서기 394년을 마지막으로 1,500년이나 역사에서 사라졌습니다. 이 올림픽을 다시 부활시킨 힘은 평화에 대한 갈구였습니다. 근대 올림픽의 역사는 분쟁의 한복판 발칸반도 아테네에서 열린 제1회 올림픽의 감동과 함께 시작되었습니다. 앞으로 5개월 후, 대한민국 평창에서 동계올림픽이 열립니다. 2018년 평창은 2020년 도쿄, 2022년 북경으로 이어지는 동북아 릴레이 올림픽의 문이 열리는 곳입니다. 나는 냉전과 미래, 대립과 협력이 공존하고 있는 동북아에서 내년부터 열리게 되는 이 릴레이 올림픽이 동북아의 평화와 경제협력을 증진하는 계기가 되기를 열망합니다. 대한민국은 이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여러분, 한 번 상상해 보십시오. 고작 100㎞를 달리면 한반도 분단과 대결의 상징인 휴전선과 만나는 도시 평창에 평화와 스포츠를 사랑하는 세계인들이 모입니다. 세계 각국의 정상들은 우의와 화합의 인사를 나눌 것입니다. 그 속에서 개회식장에 입장하는 북한 선수단, 뜨겁게 환영하는 남북 공동응원단, 세계인들의 환한 얼굴들을 상상하면 나는 가슴이 뜨거워집니다. 결코 불가능한 상상이 아닙니다. 그 상상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를 적극 환영하며, IOC와 함께 끝까지 노력할 것입니다. 나는 평창이 또 하나의 촛불이 되기를 염원합니다. 민주주의의 위기 앞에서 대한민국 국민들이 들었던 촛불처럼 평화의 위기 앞에서 평창이 평화의 빛을 밝히는 촛불이 될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나는 여러분과 유엔이 촛불이 되어 주시길 바랍니다. 평화와 동행하기 위해 마음을 모아 주시길 바랍니다. 오늘, 그 절박한 호소를 담아 세계 각국의 정상들을 평창으로 초청합니다. 여러분의 발걸음이 평화의 발걸음이 될 것입니다. 여러분, 내년 평창에서 만나기를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2017년 9월 21일 대한민국 대통령 문 재 인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文대통령, CNN 인터뷰서 “北 평창올림픽 참여, 평화 만들 계기”

    文대통령, CNN 인터뷰서 “北 평창올림픽 참여, 평화 만들 계기”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까지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가할 경우 남북 간에 결정적으로 평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21일 공개된 미국 CNN방송과 문 대통령의 인터뷰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이같이 말하며 “그렇게 만들기 위해서 지금 IOC(국제올림픽위원회)와 긴밀하게 협의하고 있고,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평창 동계올림픽은 1988년 서울 하계 올림픽 이후 30년 만에 열리는 올림픽”이라며 “1988년 서울 올림픽 당시 분단국가인 한국에서 열린 올림픽에 동·서 양 진영의 모든 국가가 참가했다”고 했다. 이어 “서울 올림픽은 동·서 양 진영의 화해, 그리고 냉전체제를 무너뜨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며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도 전 세계 인류의 평화와 화합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또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 이어서 2020년 도쿄에서 하계 올림픽이 열리고 2022년에 북경에서 동계올림픽이 열린다”면서 “2년 간격으로 한국, 중국, 일본에서 올림픽이 연이어서 열리게 되는데 이것을 동북아 지역의 평화와 협력을 만들어낼 수 있는 계기로 삼으면 좋겠다. 그런 통 큰 구상을 함께 해보자고 동북아 지역의 모든 지도자에게 제안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의 CNN 인터뷰는 지난 14일 청와대에서 진행됐다. 북한 핵 문제와 관련한 내용은 인터뷰 당일 보도됐지만, 평창 동계올림픽과 관련한 내용은 이날 처음 공개됐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문 대통령 “북한 참여하는 ‘평창 평화올림픽’ 성사시키겠다”

    문 대통령 “북한 참여하는 ‘평창 평화올림픽’ 성사시키겠다”

    문재인 대통령이 내년에 열리는 평창 동계올림픽을 북한이 참여하는 평화올림픽으로 성사시키겠다고 밝혔다.제72차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미국을 방문 중인 문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저녁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새클러 윙에서 열린 ‘평화올림픽을 위한 평창의 밤’ 행사에 참석해 “대한민국과 평창은 어렵지만 가치있는 도전에 나서려고 한다”면서 “그것은 북한이 참여하는 평화올림픽을 성사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금 긴장이 고조돼 있지만 그래서 더더욱 평화가 필요하다”며 “이런 시점에 남북한이 함께 한다면 세계에 화해와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여러 차례 남북이 함께 한 경험도 있다”고 강조하고 “올해만 해도 한국에서 열린 여자 아이스하키와 태권도 대회, 두 번에 걸쳐 북한이 참여했다. 그동안 남북 단일팀 구성, 남북선수단 동시 입장, 북한 응원단 참가 등 다양한 형태로 남북 스포츠교류가 있어왔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함께 인내심을 갖고 마지막까지 노력하겠다”며 “쉽지 않은 길이지만 대한민국이 가야만하는 길이다. 평화를 사랑하는 세계인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은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30년 만에 대한민국에서 열리는 뜻깊은 대회”라며 “한국 정부와 국민들이 각별한 마음으로 준비하고 있으며 대회 준비도 완벽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특히 “올림픽 안전도 걱정하지 말라. 한국은 테러로부터 가장 안전한 나라 중의 하나”라며 “지금까지 인종, 종교 등을 이유로 국제적인 테러사건이 한 번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또 “한국은 냉전시대에 치러진 88서울올림픽, 2002년 한일월드컵, 2003년 하계유니버시아드 대회, 2010년 G20 정상회의,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등 수많은 대규모 국제 행사를 완벽한 안전 속에서 성공적으로 치렀다”며 “평창올림픽은 대회 안전과 운영, 모든 면에서 가장 모범적인 올림픽이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표시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촛불혁명’을 거론하며 “무려 반 년 동안 1700만 명이 시위에 나섰지만 단 한명도 다치거나 체포되지 않았다. 그야말로 평화적인 축제였다”며 “우리 국민들의 놀라운 응집력과 열정, 높고 성숙한 민주의식이 있기 때문에 평창올림픽은 성공할 수밖에 없다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또 “세계가 경험하지 못한 최첨단 ICT 올림픽을 보게 될 것”이라며 “세계 최초로 구축된 5G 이동통신 시범망을 체험하고, 세계 최초로 제공되는 지상파 초고화질과 대화면 방송 서비스를 맛보는 멋진 경험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동계올림픽 역사상 가장 편안한 대회가 준비되고 있다”며 “주 경기장을 중심으로 모든 경기장이 30분 거리 안에 배치돼있고,여러분의 입국통로가 될 인천국제공항과 평창, 수도 서울과 평창 모두 1시간 대로 연결된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이 동계스포츠를 접하기 어려운 나라의 청소년을 평창에 초청하는 ‘드림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며 대만의 19살 청소년 짜오츠 군이 이 프로그램에 참여해 피겨스케이팅 세계 13위의 유망주로 성장한 사례를 소개했다. 문 대통령은 “내전의 고통 속에 있는 시리아를 비롯해 세계 75개국 1500여 명의 청소년들이 평창의 눈밭에서 우정을 나눴다”며 “장애 청소년 100여 명도 처음으로 눈을 보고 얼음을 만지며 겨울을 즐겼다”고 밝히고 “이 소중한 프로그램이 평창의 유산으로 남아 동계올림픽의 전통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정준모의 영화속 그림 이야기] 트럼보와 매카시즘 그리고 그 기시감

    [정준모의 영화속 그림 이야기] 트럼보와 매카시즘 그리고 그 기시감

    근래 북핵 다음으로 가장 뜨거운 단어가 ‘블랙리스트’가 아닐까. 전 정부에서 비롯된 블랙리스트가 이제 전전 정부로 거슬러 올라가고 있다. 소위 ‘요주의인물’이라는 뜻의 블랙리스트가 우리 사회 대중문화예술계를 망라한다는 것은 문화예술의 힘이 대단하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한편으로는 문화예술계가 과도하게 정치화됐다는 의미이기도 하겠다. 블랙리스트의 면면에 영향력도 인지도도, 예술적 성과도 부족한 사람들이 포함돼 있는 것을 보면 어떤 정신 나간 이가 이런 리스트를 만들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대명천지에 있어서는 안 될 이런 이야기는 이미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존재했다. 시초는 민주주의의 상징인 미국 할리우드에서 1940~50년대 있었던 블랙리스트 사건이다. 정치적인 신념을 가지고 공산당에 가입했거나 특정 정치사회적 이슈에 대해 진보 성향을 내비쳤던 연예산업 종사자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활동을 제한당했다. 유명 극작가와 배우, 감독, 영화 음악가가 모두 대상이었다. 1·2차 세계대전 중에 미국과 구소련은 동맹이었지만 전쟁이 끝나면서 세계는 미국의 자본주의와 소련의 사회주의로 나뉘어 냉전이 본격화했다. 미국은 ‘공산주의의 위협을 막기 위해’, 소련은 ‘제국주의의 침략에 맞서’ 자기 진영의 결속과 단속을 시작했다. 외부로는 냉전이, 내부에서는 경제공황 때문에 생긴 정치적 위기를 타개할 묘책이 필요했다. 이때 홀연히 조지프 매카시가 등장해 미국 정부 내에 공산주의자들이 도사리고 있다고 폭로하면서 회오리바람을 일으켰다. 사실 1930년대 이전부터 소련과 동맹이었던 탓에 많은 이들이 공산당원이었고, 공무원 중에도 사회주의자들이 꽤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공산당을 척결해야 한다는 매카시 열풍은 곧 할리우드에도 몰아쳤다. 공산주의자를 색출한다며 1937년 임시로 만들어졌던 미 하원비미활동위원회(HUAC)를 1945년 상임위로 격상시켰고 1947년 본격적으로 영화인들을 불러 청문회를 열었다. 위원회는 청문회를 통해 극작가 아서 밀러나 배우 찰리 채플린 등 324명을 리스트에 올려 영화계에서 퇴출시켰고 이후 1만여명을 실업자로 만들었다. 당대 최고 극작가였던 달톤 트럼보도 소환을 피할 수 없었다. 많은 영화인들이 청문회에 나와 동료들을 ‘고자질’했지만 트럼보를 포함한 10명은 증언을 거부해 이들을 ‘할리우드 텐’이라 부른다. 이들은 1960년대 초까지 영화계를 떠나야 했는데 트럼보는 자신의 이름을 감추고 B급 영화사의 ‘고스트 작가’가 되어 밥을 벌어먹어야 했다. 그가 11개의 가명으로 쓴 시나리오 중에 ‘로마의 휴일’(1953), ‘더 브레이브 원’(1956)이 오스카상을 받았다. 1960년 스탠리 큐브릭이 감독을 맡고 커크 더글러스가 출연한 영화 ‘스파르타쿠스’를 통해 그는 얼굴과 이름을 다시 알렸다. 영화 ‘트럼보’는 트럼보(브라이언 크랜스톤)가 겪었던 할리우드 블랙리스트 사건을 그의 일대기를 통해서 보여 준다. 재능 있는 많은 사람이 이념 때문에 아니 이념을 빙자한 정치적인 이해관계 때문에 희생되어야 했던 역사적 비극을 상기시켜 준다. 영화에서 트럼보는 순진한 공산주의자처럼 보이지만 실제 그는 “모든 시나리오 작가는 자신의 방식으로 전쟁에 종사하며 문학적 게릴라전을 벌인다”며 선전을 위해 영화를 사용하지 않는 것은 “투쟁을 완전히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선언할 정도로 열렬한 공산주의자였다는 설도 있다.정치적 입장이 어떠했던 간에 트럼보를 돕는 친구들도 많았다. 특히 당대 최고의 갱스터 배우이자 미술품 컬렉터였던 에드워드 G 로빈슨은 지금은 파리 로댕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자신의 애장품인 고흐의 ‘탕기영감의 초상’을 팔아 소송비용을 건네준다. 몽마르트르의 클로젤가에서 물감과 캔버스를 팔던 화방주인으로 어려운 화가들에게 재료를 공짜로 주기도 하고 때론 그림으로도 받았던 줄리앙 프랑수아 탕기는 인상파 화가들에게는 은인이었다. 그의 화방에는 피사로, 모네, 르누아르, 세잔, 고흐, 고갱 등의 그림이 걸려 있어 컬렉터들에게 소개됐다. 동생 테오를 통해 탕기를 알게 된 고흐를 유독 아꼈는데 고흐도 그를 좋아해 3점의 탕기 초상을 그렸다. 로빈슨이 소장했던 그림은 3번째 것으로 탕기영감 뒤로 후지산과 벚꽃나무 그리고 우타카와 카가와 구니사다의 일본기녀가 새겨진 우키요에가 가득 들어차 있다. 배경이나 탕기의 재킷을 보면 이제 자연의 색을 버리고 고흐 특유의 원색을 대담하게 구사함으로써 변화를 꾀하는 동시에 사실 묘사가 아니라 표현주의적인 화풍으로 변화해가는 과정을 보여 준다. 이렇듯 귀한 작품을 소장했던 로빈슨은 루마니아 출신의 유대계 미국인으로 흑인노동자들의 권익보호를 요구하며 1930~40년대 문화, 교육 및 종교단체와 전쟁 구제 관련 850개 이상의 단체에 25만 달러 이상을 기부한 자선가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 중 11개 단체가 공산당과 관련이 있다고 알려지면서 청문회에 소환됐지만 무혐의로 밝혀졌다. 사실 그는 자선가이기 전에 1953년 자신의 소장품 40점을 가지고 뉴욕 근대미술관(MoMA)에서 전시를 열 정도로 매우 중요한 미술품 컬렉터였다. 아끼던 그림을 팔아 거액의 소송비용을 전했던 로빈슨을 트럼보는 후에 당시 소극적으로 처신했다며 힐난했다. 동료들이 실업자가 되어 고통받는 그 척박한 시대에 그가 아무렇지 않게 활동했다는 이유로. 로빈슨은 트럼보에게 “너는 영화에 얼굴이 안 나오지만 나는 배우야. 다른 사람의 이름을 빌려도 나를 숨길 수는 없었다”고 강변한다. 사실 같은 상황과 생각이라도 처지에 따라 처신은 달라질 수밖에 없는 법이다. 누가 로빈슨을 비난할 수 있을까. 6·25 전쟁 때 서울수복 후 피난 못 갔던 사람들을 비도강파라 해서 부역했다고 몰아세운 일이 문득 떠오른다. 욕하면서 배운다고 매카시즘의 적폐인 정적 말살과 인권탄압의 방법을 새로운 정적이나 다른 진영 사람들을 때려잡는데 써서는 안 될 것이다. 문득 요즘 세상 돌아가는 것을 보니 기시감이 들어 하는 말이다.
  • 핵전쟁서 인류 구한 페트로프 별세

    핵전쟁서 인류 구한 페트로프 별세

    인류를 핵전쟁에서 구해낸 영웅이 쓸쓸히 스러졌다. 냉전이 최고조에 이르던 34년 전 미국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날아오고 있다는 잘못된 경보를 냉철히 판단해 인류를 핵재앙에서 건져낸 스타니슬라프 페트로프 옛 소련 방공군 중령이 지난 5월 19일 홀로 지내던 모스크바 외곽 프리야지노의 자택에서 77세를 일기로 세상을 뜬 사실이 지난 18일(현지시간)에야 뒤늦게 알려졌다.  그의 업적을 세상에 알려 온 독일의 영화감독 카를 슈마허가 지난 7일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전화를 걸었는데 아들 드미트리가 아버지의 죽음을 전해 한참 지나서야 세상에 알려졌다.  문제의 1983년 9월 26일 새벽, 페트로프는 모스크바 외곽의 비밀 벙커에서 당직 중이었다. 미국의 미사일 기지를 감시하던 위성과 컴퓨터에서 갑자기 경보가 발령됐다. 미니트맨 다섯 기가 소련 영공을 향해 날아온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뭔가 이상했다. 미국이 선제공격을 감행했다면 미사일을 다섯 발만 쏠 리가 없었다. 또 지상 레이더는 별다른 위험을 감지하지 못했다.  하지만 경보가 맞다면 조국의 존망이 자신의 손끝에 달려 있었다. 당시 미국과 소련의 관계는 최악이었다.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은 소련을 ‘악의 제국’이라고 부르며 군비 경쟁에 박차를 가했다. 불과 3주 전 소련군이 영공에 진입한 대한항공 007편을 격추시켜 미국인 60여명 등 탑승자 269명이 몰살하는 참사가 빚어졌다.  페트로프는 5분 남짓 정보를 종합한 끝에 경보가 잘못됐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는 2013년 BBC와의 인터뷰를 통해 “직감에 따른 결정이었다. 확률을 반반으로 봤다”고 털어놓았다.  그가 옳았다. 해당 경보는 위성이 구름에 반사된 햇빛을 미사일로 오인한 탓에 잘못 발령된 것이었다. 그러나 페트로프는 상부에 보고하지 않은 책임을 추궁당해 조기 전역했다. 실제론 바짝 얼어 있는 간부들이 보복 핵 공격을 지시할 것이라고 판단해 보고하지 않은 터였다. 소련군은 경보 시스템에 오류가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길 바라지 않아 그의 업적은 연방 해체 뒤에야 세상에 알려졌다.  그는 페테르 안토니가 만든 다큐멘터리 영화 ‘세상을 구한 남자’를 통해 “그저 할 일을 했을 뿐이다. 그 장소에 마침 내가 있었을 뿐”이라고 담담하게 밝혔다. 심지어 10년을 함께 산 아내조차 1983년 자신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모른 채 세상을 떠나게 했다.  페트로프는 BBC 인터뷰에서 “손을 뻗어 전화기를 들고 상부에 보고하면 그뿐이었다. 그러나 움직일 수 없었다”며 “뜨거운 프라이팬에 앉아 있는 느낌이었다”고 긴박했던 당시를 돌아봤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인류를 핵전쟁에서 구한 페트로프 전 중령, 나홀로 죽음 맞다

    인류를 핵전쟁에서 구한 페트로프 전 중령, 나홀로 죽음 맞다

    냉전이 한창이던 1983년 9월 26일 새벽, 스타니슬라프 페트로프 옛소련 방공군 중령은 모스크바 외곽의 비밀 군사기지에서 당직 근무 중이었다. 미국의 미사일 기지를 감시하던 위성과 컴퓨터에서 갑자기 경보가 발령됐다. 미군이 미니트맨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다섯 기를 발사했다고 표시돼 있었다.짧은 시간 페트로프의 머릿속에는 수많은 생각이 교차했다. 그가 보기에 이 경보는 위성과 컴퓨터의 오류로 인한 것 같았다. 미국이 소련을 선제공격한다면 미사일을 고작 다섯 발만 쏠 리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또 자국 영토의 지상 레이더망에 날아오고 있는 미사일에 대한 경보도 없었다. 하지만 경보가 사실이라면 조국의 존망이 자신의 손끝에 달려 있었다. 당시 미국과 소련의 관계는 40년을 이어온 냉전 기간 최고조의 긴장 관계였다.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은 소련을 “악의 제국”이라고 일컬으며 군비 경쟁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었다. 불과 3주 전에는 소련군이 영공에 잘못 진입한 대한항공 007편을 격추시켜 미국 상원의원을 포함한 탑승자 269명이 몰살하는 참사까지 벌어졌던 터였다. 페트로프는 5분 남짓 시끄럽게 울리는 경보 속에서 여러 정보를 차분히 종합한 끝에 경보가 잘못됐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는 상부에도 이를 보고하지 않았다. 바짝 긴장해 있던 군 간부들이 일제히 보복 핵공격을 지시할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그가 오판한 것이었다면 몇분 뒤 미국의 첫 미사일이 소련 땅에 첫 폭발을 일으킬 긴박한 순간이었다. 23분 뒤였다면 모든 것이 파괴돼 “내가 오판했다는 것을 입증할 모든 증거들이 사라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는 2013년 BBC와 인터뷰를 통해 “직감에 따른 결정이었다. 확률은 50대 50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의 직관은 옳았다. 해당 경보는 위성이 구름에 반사된 햇빛을 적 미사일로 오인한 탓에 발령된 것이었다. 절체절명의 극한 상황에서 냉철한 판단을 내려 핵전쟁을 막아낸 페트로프는 상부에 이를 보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책임을 추궁당한 뒤 조기 전역됐다. 소련이 해체될 때까지 그의 업적은 세상에 알려지지도 않았다. 그렇게 인류를 핵전쟁의 위기에서 구해낸 페트로프가 지난 5월 19일 홀로 지내던 모스크바 외곽 프리야지노의 자택에서 숨을 거둔 사실이 뒤늦게 지난 18일(현지시간) 알려졌다. 77세. 평소 그의 업적을 세상에 알려온 독일의 평화운동가 겸 영화감독인 칼 슈마허가 지난 7일 페트로프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전화를 걸었는데 아들 드미트리가 대신 받아 아버지의 죽음을 알렸다. 슈마허는 온라인 등에 알렸고 보름 뒤에야 미국 일간 뉴욕 타임스(NYT) 등이 이 소식을 전했다. 페트로프는 2014년 자신을 소재로 슈마허가 제작하고 배우 케빈 코스트너가 내레이션을 맡은 다큐멘터리 영화 ‘세상을 구한 남자’를 통해 “그건 내 일이었다. 난 그저 내 할 일을 했을 뿐이다. 그 장소에 마침 내가 있었을 뿐이며 그게 전부”라고 담담하게 밝혔다. 심지어 10년을 함께 산 아내조차 자신이 어떤 일을 했는지 모른 채 세상을 떠났다고 덧붙였다. 페트로프는 2013년 BBC 인터뷰를 통해 “내가 할 일은 손을 뻗어 전화기를 들고 상부에 보고하는 것이 전부였다. 그러나 움직일 수 없었다”며 “마치 뜨거운 프라이팬에 앉아 있는 느낌이었다. 엄청난 압박감에 자리에서 일어설 수조차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돌이켰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文대통령, 뉴욕 도착 직후 유엔 구테흐스 사무총장 만나

    文대통령, 뉴욕 도착 직후 유엔 구테흐스 사무총장 만나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각) 첫 일정으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사무총장을 만났다.문 대통령은 뉴욕 도착 직후 유엔사무국으로 이동해 구테흐스 사무총장을 만나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공조 방안 등을 놓고 의견을 교환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1일 유엔 안보리가 대북제재 결의 2375호를 이례적으로 이른 시간에 만장일치로 채택한 것을 높게 평가한다”면서 “북핵 문제가 평화적 방식으로 근원적·포괄적으로 조속히 해결될 수 있도록 유엔사무총장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북핵 문제의 심각성과 엄중함에 비추어 국제사회의 단호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안보리 결의 이행을 위한 유엔 차원의 협력과 함께 대화를 통해 북핵 문제가 조속히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도록 우리 정부와의 긴밀한 협력 아래 가능한 노력을 해 나가겠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국제사회가 직면한 분쟁,테러,빈곤 등 다양한 문제에 대응하는 구테흐스 사무총장의 리더십을 높게 평가한다. 한국은 지속가능 개발, 기후변화 등 다양한 글로벌 이슈의 대응에 유엔·국제사회와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문 대통령이 1991년 남북한 유엔 동시가입 이후 한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취임 첫해 유엔총회에 참석했음을 언급하고 “한·유엔 협력 강화를 위한 한국 정부의 의지로 이해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 “한국이 높아진 위상과 국력에 걸맞게 유엔 차원에서도 그 역할과 기여를 확대하고 있는 만큼 유엔은 평화·개발·인권 등 모든 분야에서 한국과 긴밀히 협력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은 “서울올림픽이 동서 냉전시기에 평화와 화합의 계기를 마련했듯 내년 2월 평창동계올림픽도 평화를 증진하는 의미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과 올림픽 정신을 구현하는 올림픽으로 성공할 수 있게 관심을 가져달라”고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괴질’ 쿠바 美대사관 폐쇄 검토… 음파공격 받았나

    쿠바 “FBI 보내 조사하라” 반발 국교 정상화 2년 만에 위기 미국이 쿠바와 국교를 정상화한 지 2년 만에 대사관을 폐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쿠바 수도 아바나에 있는 미 대사관 직원들이 괴질과 뇌 손상, 청력 손실 등 증상을 호소하고 있어서다. 미 정부가 이를 쿠바 정부의 ‘비밀스러운 공격’이라고 여기면서 양국 관계도 급격히 악화하고 있다. 17일(현지시각) AP통신 등에 따르면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이날 CBS방송 인터뷰에서 아바나 대사관 폐쇄 여부에 대해 “현재 이를 평가하고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틸러슨 장관은 이어 “특정한 개인들이 고통받는 피해에 관련한 매우 심각한 문제“라며 ”우리는 그 사람들 가운데 일부를 집으로 데려왔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아바나 주재 미 대사관 직원들은 지난해 가을부터 청력 손실·두통·균형·균형 상실 등의 증상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21명의 직원들이 이 같은 증상을 보였고, 2명의 아바나 주재 캐나다 대사관 직원들도 비슷한 증상을 호소했다. 미 정부는 지난 2월 직접 쿠바 정부에 이 문제를 공식적으로 항의하고, 지난 5월에는 워싱턴 주재 쿠바 외교관 2명에 대해 보복성 추방 조치를 취했으나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가장 최근 환자도 지난달 발생했다. 조사를 진행한 미 정보당국은 ‘비밀스러운 음파무기’를 통한 건강 공격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쿠바 정부는 미국의 이 같은 의혹 제기를 전면 부인하면서 자국 외교관 추방을 “부당하고 근거 없는 조치”라고 비난했다.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은 심지어 미측에 “미 연방수사국(FBI)을 아바나에 보내 조사하라”는 파격 제안까지 했다. 미 의회에서는 아바나 대사관을 폐쇄하라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미국이 아바나 대사관을 폐쇄한다면 1961년 국교를 단절한 이후 54년 만인 2015년 7월 대사관을 재개한 지 2년 만에 다시 문을 닫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 괴질환 때문에 대사관 문을 닫게 된다면 냉전 시대로 돌아가는 가장 극적 조치가 될 것이라고 뉴욕타임스는 분석했다.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 [우리 이웃 접경지역 : 생태 환경과 발전 방안] “멸종 위기종 천국 DMZ…생태계 활용한 지역 살리기 무궁무진”

    [우리 이웃 접경지역 : 생태 환경과 발전 방안] “멸종 위기종 천국 DMZ…생태계 활용한 지역 살리기 무궁무진”

    한반도의 허리를 가르는 비무장지대 DMZ는 정전협정 이후 60년 이상의 시간 동안 사람에게는 금단의 땅이 되어 그 결과 세상 어디에도 없는 독특한 야생의 공간이 되었다. DMZ 내부 출입이 허용되지 않아 실제 DMZ 내부의 야생 동식물 분포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그 주변인 민통선 지역과 접경지역에서 실시된 많은 생태조사 결과를 유추해 보면 DMZ 접경지역은 생물다양성의 보고임이 틀림없다.2016년 환경부의 의뢰로 국립생태원은 1974년 이후부터 약 40여년 동안 20여회 DMZ 인접지역에서 실시되었던 생태조사 결과를 종합하여 보고서를 발간하였다. 이 결과에 따르면 전국토의 1.6%에 불과한 DMZ 접경지역은 한반도에 분포 서식하는 전체 생물종의 약 20%(4,873종)가 서식하는 곳이다. 특히 이제 다른 곳에서는 보기 힘든 멸종위기종들이 이곳에 더 많이 몰려 있다.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종의 41%, 특히 멸종위기 조류의 경우 70% 이상이 이곳 DMZ 접경지역에서 관찰되었다. 생물종의 다양성만이 아니다. 서해에서 동해까지 갯벌, 하천, 습지, 초지, 산림 등 다양한 지형과 서식처가 단절되지 않고 연결된 핵심 생태축으로 생태계 다양성 또한 매우 높다. ●‘생물다양성의 보고’ 그 이상의 가치 한반도 DMZ 접경지역의 생태환경은 생물다양성의 보고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세계 냉전사의 마지막 현장으로 가장 첨예한 대립의 공간인 DMZ는 역설적으로 가장 평화롭고 생태적인 공간의 상징이 되었다. 60년이 넘는 시간의 암울한 군사적 긴장이 만들어 낸, 세상 어디에도 없는 격리된 야생의 공간이다. 긴장과 대치가 만든 가장 평화로운 자연이라는 역설적인 상황 때문에 오래전부터 DMZ를 평화적으로 활용하여 군사적 대치 지점이 아닌 소통과 화합의 장으로 바꿔 나가자는 논의와 정책 구상이 이루어져 왔다.1960년대 월남 파병과 1968년 북한군 특수부대의 청와대 기습사건, 일명 김신조 사건을 계기로 중무장된 DMZ는 반대로 긴장을 완화시키는 비정치적 평화협력 공간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1990년을 전후하여 독일이 통일되고 소련과 동유럽 공산 체제가 붕괴되면서 한반도 통일에 대한 기대감도 커져 DMZ의 평화지대화 또는 자연공원화가 제안되었다. 실제로 1992년 세계자연보전연맹은 DMZ의 판문점 동쪽과 동부산악지역에 대규모의 국제자연공원 조성을 제안하기도 했고, 김영삼 정부도 DMZ의 자연공원화를 북한에 제의하기도 했다. 김대중 정부 들어 남북 화해 모드가 급진전되고, 개성공단, 금강산관광 등 교류협력이 활발해지면서 DMZ 생태환경 보전 협력을 통해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기여하고 동시에 DMZ 생태환경과 역사문화 자원들을 활용하여 접경지역 관광을 활성화하려는 논의가 증대되었다. 이러한 논의는 남북 관계가 계속 악화되는 상황에서도 변함없이 이루어져 DMZ 접경지역의 평화와 생태에 대한 관심을 지속적으로 이끌었다. DMZ 접경지역의 생태환경 가치는 한반도 평화를 위한 다양한 논의의 역사와 함께한다. 또한 한국전쟁 이후 전국에서 압축적으로 일어난 산업화와 국토개발 대신 군사지역이기 때문에 뜻하지 않게 얻게 된 청정한 자연환경은 지역 주민들의 삶과 함께한다. 접경지역에서 평화, 생태, 지역 발전은 항상 함께 따라다니는 말이 되었다. 그래서 남북의 협력과 평화 촉진, DMZ 접경지역의 생태보전과 지역의 지속 가능한 발전 목표를 동시에 이루기 위한 방안 속에서 접경지역의 생태환경 가치가 논의되어 왔다. ●한반도 평화 구축 위한 대화의 시작점 그러면 이러한 논의들은 어떻게 구체화되어 왔을까? DMZ의 생태환경 가치를 보전하고 활용하여 남북 협력과 지역발전을 도모하는 방안으로서 대표적인 논의는 평화공원 또는 생태평화공원 논의다. 세계적으로 대립과 갈등이 큰 접경지역에는 다양한 유형의 협력공간 모델이 시도되어 왔다. 평화공원은 경제특구와 함께 대표적인 접경지역 협력공간 모델이라 할 수 있는데 세계 곳곳에 그 협력체계와 공간적 특성에 따라 다양한 유형의 접경 평화공원이 존재한다. 세계자연보전연맹은 접경지역의 이러한 평화공원을 ‘생물다양성과 자연자원, 그리고 연계된 문화자원을 보호 유지하면서 평화와 협력을 촉진하는 접경보호지역’으로 정의한다. 2007년 세계자연보전연맹은 세계에 227곳 약 463만㎢ 면적의 평화공원이 분포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한반도 DMZ는 세계 곳곳에 분포하는 접경 대립 지역과는 다른 독특한 특성을 가지고 있어 일반적인 접경보호지역 평화공원 접근이 어렵다. 무엇보다 한반도 DMZ는 국가와 국가 간의 항구적인 접경이 아니라 통일을 희망하는 분단된 국가 내 잠정적 접경이며 정치·군사적 대립이 전례 없이 첨예한 곳이다. 또한 보통 접경지역에서 자원과 영토선 분쟁이 대립 갈등의 주원인인 반면 한반도 DMZ의 경우 반대로 체제와 이념갈등의 결과가 DMZ인 만큼 DMZ에 어떤 변화가 생기기 위해서는 남북 관계의 큰 진전과 정치적 문제 해결이 전제되어야 한다. 이러한 전제가 이루어질 경우, DMZ의 생물다양성은 남북 관계 발전과 한반도 평화 구축을 위한 대화의 시작점이자 간접적인 협력 매개체로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제 남북관계의 큰 진전과 정치적 문제 해결이라는 전제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당장은 북한과 함께 DMZ 접경지역의 생태환경을 보전하고 협력하는 일을 하지 못하더라도 우선 남한의 접경지역에서 지속 가능발전 차원으로 먼저 시작해야 한다. 이것은 한반도의 DMZ와 유사한 상황에 있던 구 동서독 접경선이 통일 이후 그뤼네스반트(그린벨트)로 보전·관리되어 온 일련의 과정으로부터도 잘 알 수 있다. 독일의 그뤼네스반트는 통일 이후 DMZ의 미래 전망과 발전 방향을 보여 준다. 총 1393㎞ 길이에 50~200m 정도의 폭으로 한반도 DMZ보다 더 가느다란 띠인 독일 그뤼네스반트는 그 주변지역으로는 1개의 국립공원과 3개의 생물권보전지역, 130개가 넘는 자연보전지역이 모자이크처럼 걸쳐 있어 풍부한 생물다양성을 보유하고 있다. 독일은 이 벨트를 따라서 대규모 생물다양성 보전사업을 장기적으로 추진하기도 하고, 그뤼네스반트를 체험하는 관광모델 사업을 통해 지역을 활성화시키고 지속 가능 발전을 실천하고 있다. 이러한 일들은 독일 통일 이후 현재까지 약 25년에 걸쳐 서서히 일어난 변화로 통일 이전에는 이 접경선에 대한 보전과 활용을 논의하지 않았고, 갑작스러운 통일로 인해 초기에는 많은 혼란을 겪었다. 이러한 독일의 경험은 통일 이전에 우리가 무엇을 전망하고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를 알려 준다.●우선 남한 접경지역에서 출발을 DMZ는 그 자체가 거대한 평화기념공원이다. 당장은 군사적으로 민감한 DMZ를 포함하지 않더라도 주변 지역 곳곳에 생물권보전지역, 지질공원 등을 만들어 지역자원 보전과 공동체 활성화를 도모하고 자칫 개발과 보전의 갈등이 심화될 수 있는 이 지역의 인식과 역량을 높이는 일이 지금부터 잘 준비되어야 한다. 2012년 환경부가 유네스코에 제출했던 DMZ 생물권보전지역 지정 신청과 이후 지금까지 꾸준히 진행된 지역주민 교육은 이러한 맥락에서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다. 이제 다시 유보되었던 생물권보전지역 지정을 재개하고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지속 가능 발전을 위한 인식과 사업을 구체화하려는 움직임은 매우 긍정적이다. DMZ의 생물다양성을 보전하고 지속 가능한 지역 발전을 위한 단계적이고 실천적인 준비는 예측 불가능한 남북 관계의 변화 속에서도 꾸준히 이루어져야 한다. 이것은 언제라도 남북 관계가 개선되고 정치적 문제 해결이 이루어졌을 때, DMZ의 생물다양성이 그 관계를 더욱 발전시키고 평화구축을 가속화시킬 수 있는 매개로서 기능을 공고히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중요하다. 박은진 국립생태원 융합연구실장
  • [이경형 칼럼] 전술핵 검토 전에 할 일 많다

    [이경형 칼럼] 전술핵 검토 전에 할 일 많다

    한반도 비핵화의 목표는 살아 있지만, 그 실현은 요원하다. 지난 12일 유엔 안보리에서 통과된 반쪽짜리 대북 제재 결의안이 그것을 말해 주고 있다. 북한의 연간 수출품 90%를 차단하는 내용의 강력한 제재라고는 하나 중국과 러시아의 제동으로 대북 원유 수출을 30% 줄이는 선에서 그쳤다. 북한은 중거리탄도미사일(IRBM)·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연속적으로 발사하고 6차 핵실험 성공으로 사실상 핵 완성 단계에 와 있다. 실전 배치도 시간문제다. 북한은 기존 핵 보유국들이 인정하든 안 하든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행세할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북한이 안보리 제재안에 ‘전면 배격’ 운운하며 대미 위협을 계속하는 것을 보면 가까운 시일 내에 추가 도발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 상황에서 한반도 비핵화는 이미 깨진 그릇이다. 북핵 폐기를 위한 압박 수단은 장기 모드로 전환할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도 ‘깨진 그릇’의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당장 미군 전술핵 재배치를 추진하자든가 핵무장을 준비하자는 것이 아니다. 이에 앞서 할 일이 있다. 중국에 본질적인 질문을 던져 보는 것이 먼저다. 중국은 핵을 보유한 북한을 포기할 것인지, 아니면 북핵 폐기를 포기할 것인지 대답해야 한다. 만약 전자라면 키신저 박사의 조언처럼 미국과 동아시아의 전략 균형 차원에서 한반도에서 주한미군 철수 문제까지도 협상 테이블에 올릴 수 있다. 한반도 평화체제를 위한 큰 그림의 대화가 필수적이다. 이런 상황이 전개되면 한국이 북·미 대화나 미·중 대화에 적극적인 역할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중국이 후자를 택한다면 미국과의 패권 경쟁에서 핵을 가진 북한을 ‘전략적 자산’으로 간주하는 전통적인 입장을 고수하는 것이다. 한국은 불가피하게 한·미 동맹에 올인하고, 동북아 정세는 한·미·일 대 북·중·러의 신냉전 구도로 급속히 전환될 것이다. 동아시아에서 핵 보유의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는 중국이 북한과 핵보유 지위를 나누겠다면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화를 누구도 말릴 명분은 없는 것이다. 한국의 사드 배치를 두고 경제 보복을 가속화하고 있는 중국은 한·미 양국에서 거론되고 있는 전술핵 재배치가 실제 이뤄지면 더 펄펄 뛸 것이다. 설사 전술핵이 재배치된다 해도 북핵이 폐기되면 사드와 함께 동시에 철수된다는 것을 한·미·중 간에 조율할 필요가 있다. 중국은 지금도 쌍중단, 쌍궤병행을 주장하고 있다. 북핵 중단과 한·미 연합훈련 동시 중단,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와 북·미 평화협정체제 협상을 병행 추진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 북핵 중단은 동결이고, 북핵 동결은 핵 보유를 묵인하는 것이다. 전술핵 재배치 등 ‘공포의 균형’ 전략 추진에 앞서 한·미 양국과 국제사회는 할 일이 많다. 우선 안보리 제재안을 엄격히 집행하고 감시하는 일이다. 미국과의 절충안을 끌어낸 중국이나 러시아의 책무가 크다. 미국이 유엔 대북 제재의 미이행 국가를 겨냥해 독자 제재를 밀어붙이는 것도 중요하다. 미국은 한반도 주변에 전략자산의 순환·상시 배치로 북한을 압박하고, 한국 정부는 재래식 무기의 확충에 더 많은 돈을 투입해야 한다. 전술핵무기 재배치는 미국의 세계 핵전략 수정, 중국의 반발, 한반도 핵 대결의 고착화, 비핵화 목표의 후퇴 등 아직은 고려할 사항이 많다. 전직 고위 외교관의 지적처럼 대북 선제타격 등 군사적 옵션은 피하면서도 준군사적으로 압박하는 방법도 있다. 2010년부터 한국도 훈련에 참가하고 있는 대량살상무기(WMD)확산방지구상(PSI·Proliferation Security Initiative)을 활용, 대북 해상 봉쇄 작전을 펴는 방법도 옵션의 하나가 될 수 있다. 이번 안보리 제재안에도 금지 물품 적재 정보가 있을 때, 공해상에서 해당 선박을 검색할 수 있다고 돼 있다. 한국 외교 역량으로 한반도 주변 강국들로부터 ‘북핵 불용’의 진정성을 끌어낸다면 대북 압박 수단은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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