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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빌딩 X 파일] 중구 ‘인권위원회’

    [빌딩 X 파일] 중구 ‘인권위원회’

    소공로에서 무교동으로 들어서면 ‘국가인권위원회’라는 간판이 걸린 흰색 건물이 금세 눈에 띈다. 이 건물의 정식 명칭은 ‘금세기 빌딩’으로 건물 주인은 학교법인 포항공대(81%)와 부산은행(19%) 등이다. 1987년 지하 4층·지상 13층·연면적 5640평으로 지어졌으며 포항제철(현 포스코)이 서울 강남구 삼성동으로 새 둥지를 트기 전까지 서울본사로 썼다. 이후 1994년 포항제철이 대주주인 신세계통신이 본사로 쓰다가 2002년 국가인권위원회가 탄생하면서 ‘인권위 건물’로 불리게 됐다. 인권위가 있어 각종 기자회견, 장애인들의 농성 등도 자주 열린다. 8층에 위치한 인권위 자료실도 가볼 만하다. 인권 관련 단행본 1만여권, 영상자료 700종, 각종 일간지, 인권 특화신문 등을 볼 수 있다. 고도근시 등 시각 장애인을 위한 독서확대기, 점자프린터 등도 갖춰져 있다. 한 달에 100여명이 방문해 비교적 한산한 편이다. 평일 오전 9시∼오후 6시, 토요일(1·3·5주)은 오전 9∼12시에 이용할 수 있으며 일요일은 쉰다. 문의 (02) 2125-9680. 이 건물에는 인권위(7∼13층) 외에도 부산은행 서울지점(1∼4층),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7층), 메트라이프생명(5층), 푸르덴셜생명(6층) 등이 입주해 있다.1층에는 ‘마띠마따’라는 테이크아웃 커피전문점이 지난해부터 입주했다. 지하 공간은 원래 사무실로 썼으나 2003년 식당을 들이기로 임대전략을 바꾸면서 사람들로 북적였다. 현재 김명자굴국밥, 서울스낵, 신해주냉면 등이 있다. 해장국을 2000∼3000원에 팔고 있어 오전부터 인근 회사원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점심시간에도 5000원 미만의 식사를 팔고 있어 인기가 꽤 높다. 건물 임대료는 평당 66만 3000원선으로 도심 건물인 점을 감안하면 비교적 저렴한 편이다. 입주율은 99.5%로 지하에 상가 24평을 빼고나면 모두 입주했다. 건물 관리업체인 동우사 조증환 팀장은 “서울광장이 조성된 뒤 전망이 좋아지고 주변에 건널목이 생겨나면서 접근성이 높아진 것이 공실률이 낮은 이유”라며 “특히 1층에 커피전문점이 생긴 뒤 우중충했던 건물분위기가 활기차게 바뀌었다.”고 말했다. 건물은 올해 안전진단을 받은 뒤 3년 뒤 리모델링을 할 예정이다. 김유영기자 carilips@seoul.co.kr
  • 마우이 갈까…오아후 갈까

    마우이 갈까…오아후 갈까

    펼쳐진 블루의 향연에, 눈이 시원해진다. 머릿속까지 파란 물이 들 것 같다. 에메랄드빛 바다와 그 속에 오염되지 않은 자연, 깊은 푸른 빛을 가진 하늘, 눈부신 햇살, 바다냄새를 가진 바람, 알록달록 시원한 알로하 셔츠, 빨간색 플루메리아를 머리에 꽂은 신비로운 폴리네시아 여인, 다양한 레저시설과 해양스포츠…. 하와이가 아니라면 어느 곳에서도 맛볼 수 없는 것들이다. 어디선가 앤디 윌리엄스의 ‘하와이언 웨딩송’이 흘러나와 준다면 더 이상 완벽할 수 없다. ■ 오픈카 타고 마우이 갈까 우선 마우이(Maui)의 지도를 한번 보자. 두 개의 섬이 맞닿아 있는 모습이 전성기의 엘리자베스 테일러 급 얼굴선에 가는 목선, 요염하게 오른쪽으로 몸을 살짝 비튼 여인의 상체 같지 않은가. 지도로도 아름다운 곳, 하늘에서 내려다 보면 파란 물빛이 사랑스러운 곳, 실제로 접하면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는 곳이 바로 마우이다. 미국의 10대 아름다운 지역의 하나로 선정됐다는 게 헛말이 아니라는 게 느껴진다. ●종합 리조트, 카아나팔리 빼어난 계곡과 산세로 ‘계곡의 섬’이라는 별명이 붙은 마우이는 세계적인 리조트와 골프코스, 해변이 모여 있는 관광 천국이다. 어딜 가나 숨막히는 볼거리를 제공한다. ‘뚜껑’이 열리는 오픈톱 렌터카를 타고 30번 도로를 따라 관광객의 휴양지로 각광받는 카아나팔리(Kaanapali)로 향한다. 옛 아시아 이주노동자에 의해 제당업이 발전했다가 40여년 전부터 본격적인 관광지로 개발돼 고급호텔 체인을 비롯해 대부분의 리조트가 모여 있다. 로맨틱하고 신비로운 바다를 끼고 골프장, 쇼핑센터, 포경산업 전시관인 웨일러스 빌리지(Whalers Village) 등이 줄지어 있는 이곳은 가히 와이키키의 라이벌이다. ●달을 보는 듯, 미래를 보는 듯 세계 최대의 휴화산인 할레아칼라(Haleakala) 분화구에서 마우이의 첫 태양을 맞았다. 새벽 3시부터 서둘러 30번·37번 도로를 번갈아 타고, 꼬불꼬불한 산길을 올라가 넓은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구름보다 높은 3055m 지점이라 날씨가 확실히 서늘하다. 두꺼운 점퍼가 그립다. 조금씩 해가 떠오른다. 구름이 많아 명확히 동그란 모습은 아니지만 예의 그 웅장함으로 주변을 물들인다. 처음 하와이에서 접한 바다의 다양한 푸른 빛과 대조되는 강렬한 레드다. 더 잘 보이는 곳을 찾아 돌아다니니 숨이 찬다. 산소 부족이거나, 숨막히는 장엄한 일출 탓이거나. 태양빛을 받아 분화구가 모습을 드러낸다. 태양이 너무 빨리 지나간다는 주민들의 불평에 섬의 신 마우이가 태양을 잡아 가두어 ‘태양의 집’이라 불린다는, 전설처럼 신비롭고 거대한 분화구(바닥까지 700여m에 이르기도 한다.) 주위에 크고 작은 분화구들이 주변에 모여 있다. 흡사 달의 표면과 같은, 지구가 아닌 듯하다. 스탠리 큐브릭이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촬영지로 선택했을 만큼 환상적이다. ●역사가 어우러진 곳 할레아칼라만큼 사람들의 시선을 붙잡는 곳이 마우이 서쪽,‘비를 내리는 곳’이라는 이아오밸리(Iao Valley)다. 하와이의 8개 섬을 통합한 카메하메하(Kamehameha)왕과 마우이 군사가 격전을 벌인 곳이다. 전쟁에서 목숨을 잃은 군사의 영혼들이 떠돌아 저녁 7시면 문을 닫는다는 설명이 곁들여졌다. 울창한 열대 우림, 현란한 산세, 바늘을 닮아 ‘이아오 니들’이라 부르는 뾰족한 봉우리 등은 늘 구름으로 덮여 약간은 음산하지만 아름다운 자연에 더욱 강하게 취한다. 계곡 아래에는 한국 이민 100주년(2003년)을 기념한 한국공원이 있어 친근하다.30번 도로를 타로 달리면 마우이 관광의 중심지이자 하와이 왕조시대의 수도 라하이나(Lahaina)를 만난다. 약 40년 전부터 ‘국립역사보호지역’으로 지정돼 도시 전체의 역사적 건물을 복원하는 데 힘쓰고 있다. 도시 중심의 가장 큰 밴연나무(보리수의 일종)는 나뭇가지가 땅으로 떨어지며 뿌리를 내려 마치 수십개의 나무가 심어진 모습이지만 실제로는 한몸이다. 무려 800평짜리 그늘을 만드는, 나무만으로도 자연 지붕을 가진 공원이 된다. ●마우이 노카 오이(마우이는 최고다) 31번 도로를 따라 ‘천국’이라는 뜻의 하나(Hana)를 향해 드라이브를 즐겨보자. 멋진 전망이 끝없이 펼쳐지는 최고의 해안도로다. 와일레아(Wailea) 앞바다의 초승달 모양의 섬 몰로키니(Molokini)에서 즐기는 스노클링은 해양스포츠의 천국 하와이에서도 손꼽히는 즐거움 중 하나다. ■ 렌터카 이렇게 빌리세요 렌터카로 돌아다녀도 헤매지 않을 수 있는 곳이 마우이다. 그만큼 도로망이 간결하다. 택시와 셔틀이 있긴 하지만 렌터카를 이용하는 것이 훨씬 자유로운 여행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이다. 대부분의 관광객이 렌터카를 이용한다. 공항을 벗어난 모든 관광객들이 향하는 곳이 있다. 졸졸 따라가면 알라모, 허츠, 달러 등 렌터카 회사 데스크가 나란히 나온다. 그곳에서 각 회사 셔틀버스로 사무실까지 이동한다. 하와이에서 차를 빌릴 때는 국내 운전면허증, 여권, 신용카드만 있으면 된다. 하와이에선 국제운전면허증이 필요없다. 현금으로 결제할 때 비싼 보증금을 내는 절차를 거쳐야 하므로 신용카드로 결제하는 게 좋다. 한국에서 미리 예약하고 가면 더 저렴하다. 알라모(www.alamo.co.kr) 한국사무소에서 예약하면 15∼20%정도 가격이 떨어진다. 종합보험에도 가입돼 있어 더욱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다. 크라이슬러 세브링급의 스포츠카를 하루 빌릴 경우 일반(자차보험)은 100달러선, 패키지(종합보험, 추가운전자 등)는 150달러선, 보험패키지(종합보험)는 110달러선 정도의 비용이 든다. 시내의 제한속도는 보통 25∼35마일(40∼60㎞), 프리웨이에서는 55마일(90㎞) 정도다. 관광객들에게도 과속 단속이 심하니 제한속도에서 5마일(8∼10㎞)을 넘기지 않는 게 좋다. ■ 바람타고 오아후 갈까 ‘하와이에 다녀왔다.’는 것이 정말 하와이에 간 것일까? 하와이는 하와이 제도의 가장 큰 섬인 빅 아일랜드의 본래 지명이고, 대부분의 관광객이 하와이를 처음 접하는 곳은 제도의 8개 섬 중 하나인 오아후(Oahu)다. 와이키키, 호놀룰루가 있고 전체인구의 80%가 모여 사는 곳이 바로 이곳이다. 오랜 비행으로 여행 전부터 피로가 몰려온다면 먼저 늘 바람이 부는 ‘누아누팔리(Nuuanu Pali·바람산)’에 들러보자. 안경까지 날려보낸다는 이곳에 오르면 호놀룰루 시가지가 내려다보이는 바람만큼 시원한 전망이 몸과 마음을 개운하게 한다. ●오아후의 역사에 젖고 하와이 정치, 경제, 사회의 중심지 오아후에는 주정부청사와 이올라니 궁전((Iolani Palace) 등 하와이의 역사적인 건물이 몰려 있다. 특히 ‘신성한 새’의 의미를 가진 이올라니 궁전은 놓치지 말아야 할 곳이다.1882년 지어진 미국의 유일한 궁전이거니와, 뒤쪽에 시원한 그늘을 드리우는 커다란 밴연나무나 야자수 사이사이 보이는 높다란 건물 등 주위의 조경도 뛰어나 기념촬영 장소로도 좋다. 유명한 진주만도 하와이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다.1941년 일본이 2시간 동안 90여척의 미군함을 공격해 태평양전쟁을 발발시킨 20세기 대사건의 현장이다. 이곳에 지어진 애리조나 기념관에는 당시의 사진, 기념물, 전사자의 명단 등이 전시돼 있다. 와이키키 주변의 칼라카우아(Kalakaua) 거리는 오아후의 오늘이다. 화려한 밤거리에 마냥 즐거운 젊은이, 흥겨운 힙합래퍼, 길거리 마사지사와 화가 등 하와이의 젊은 문화가 펼쳐진다. 면세점 DFS갤러리아, 세계 브랜드 상점들이 가득한 쇼핑천국이다. ●푸른 바다에 젖고 세계적인 해변 와이키키는 명성 그대로다. 시내를 바라보면 세계적인 호텔이 즐비하고, 푸른 바다는 한가롭게 일광욕을 하기에도, 좀더 먼 바다에서 서핑을 즐기기에도 그만이다.232m 높이의 다이아몬드 헤드(Diamond Head)는 오아후의 명소다. 길이 잘 닦여 새벽 산책삼아 올라가기 좋다. 새벽에 오른 정상에는 하루를 밝히는 벅찬 일출, 서서히 빛을 받으며 드러나는 와이키키, 깊은 파란색을 품은 하늘과 바다 등 자연의 선물이 준비돼 있다. 오아후 끝자락 하나우마 베이(Hanauma Bay)에서는 꼭 스노클링을 즐기자. 땡볕 아래 줄을 서서 입장권을 끊고,9분짜리 영화를 본 뒤 해변까지 걸어가는 과정이 무려 30분. 살짝 짜증나는 이 과정을 견디면 아름다운 해변이 반긴다. 산은 두팔로 해변을 감싼 듯 펼쳐져 있고, 바닷물은 세상 모든 블루톤을 표현한다. 바다 속에는 산호초와 수십종의 열대어가 코 앞에 어우러져 수중카메라를 갖고 있지 않으면 반드시 후회한다. 서핑 명소인 선셋 비치(Sunset Beach)가 있는 북쪽 해안에서는 집채만 한 파도에 대항하는 서핑광의 도전을 구경하자. ●폴리네시아 문화에 젖다 폴리네시아 민족의 생활상을 재현시켜 놓은 폴리네시안 민속촌은 관광객을 위한 종합선물세트다.5만여평의 넓은 부지에 사모아, 뉴질랜드(마오리), 피지, 하와이, 마르케사스, 타히티, 통가 등 남태평양 7개 제도의 모습을 생생하게 재연한다. 민속촌을 가로지르는 수로를 따라 펼쳐지는 민속춤 공연과 사모아 쇼는 강력추천. 특히 사모아 쇼는 나무 마찰로 불을 만들고, 작은 돌멩이 하나로 딱딱한 야자수 열매를 반으로 쪼개는, 원시의 모습 그대로다. 한국말도 곧잘 하는 연기자는 3분마다 폭소를 이끌어내기도 한다. 폴리네시아 민속촌이 낮에 보는 문화관광이라면 알리카이(Aliikai) 선셋 크루즈는 저녁 노을이 지는 선상에서 즐기는, 문화관광의 하이라이트다. 근사한 저녁 뷔페와 하와이안 밴드의 리듬감 있는 음악, 태평양 수평선을 따라 하와이 시내를 물들이는 일몰, 연이어 하나 둘 불이 켜지며 만들어내는 하와이의 야경은 이국의 낭만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 미리 알고 가세요 하얏트 리전시 와이키키는 대부분의 객실에서 멋진 해변을 볼 수 있다. 자체 운영하는 레스토랑 ‘차오메인(Ciao Mein)은 요리경연대회에서 수상한 맛있는 메뉴가 가득하다. 해변가 식당으로 유명한 셰라턴 와이키키를 비롯해 하와이 프린스 호텔, 퍼시픽비치 호텔 등이 추천 호텔. 마우이에서는 카아나팔리에 있는 하얏트 마우이, 웨스틴 마우이, 쉐라톤 마우이, 앰배서더 호텔, 마우이 메리어트 등을 추천할 만하다. 하와이의 한식당은 한국인 입맛에 맛는 요리를 제공한다. 호놀룰루 시내의 ‘신라원’(808-944-8700)은 갈비, 찌개, 냉면, 돌솥밥 등 한국의 거의 모든 음식이 준비돼 있다. 폴리네시아 민속촌 근처의 ‘레인보 캐슬’(808-293-9145)에서는 식당과 면세점을 함께 운영한다. 마우이의 유일한 한식당 ‘이사나’(808-874-5700)는 육류와 찌개류를 제공한다. 된장찌개와 김치찌개가 일품. 하와이 전문 여행사 블루하와이(www.bluehawaii.co.kr)는 마우이 3박, 오아후 1박 등 4박6일 일정의 ‘하얏트클럽 6일’ 상품을 내놓았다. 오아후·마우이의 하얏트 리전시 호텔 숙박, 루아우쇼와 몰로키니 스노클링이 포함돼 있다.220만∼242만원선이다.(02)319-0022. 하와이(오아후·마우이) 글 사진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뒷골목 맛세상] 인사동 맛집

    [뒷골목 맛세상] 인사동 맛집

    인사동 학고재의 옆 골목을 따라 끝까지 들어가면 거기에서 경인미술관 후문에서 나오는 길과 만나게 된다. 별로 길지 않은 이 골목은 뜻밖에도 시골의 고즈넉한 고샅길 같아서, 어! 인사동 안에도 이렇게 정이 가는 골목이 있었나 하고 잠깐 놀라게 되는데, 바로 그렇듯 정이 가는 분위기 그대로 여느 손때 고운 살림집 같은 지리산(02-723-7213)이 있다. 얼핏 보면 지리산은 그냥 인사동 골목 안에 흔하디 흔한 한정식집의 하나에 불과할 뿐이다. 그리고 주인 되는 모경숙씨도, 나이에 비해 참 곱다며 지나치거나 어쩌다 손님들에게 건네는 밝은 미소가 인상적이다 하고 무심하게 넘길 뿐이다. 그러나 나로서는 지리산이나 주인 되는 이를 결코 무심하게 흘려 넘길 수가 없다. 1997년에 나는 청산(靑山)이라는 장편소설을 펴낸 적이 있다. 청산은 일종의 실명소설인 셈인데, 흔히 국선도(國仙道)를 수련하는 이라면 함부로 입밖에 소리 내어 들먹이는 것마저도 외경스럽게 여기는 이름으로, 바로 우리나라에 국선도를 있게 한 이다. 그이는 한때 물속에 들어가서 숨을 멈춘 채 십 몇 분을 있었다거나 혹은 불 속에 들어가서 견뎌낸다든가 하는 도무지 믿을 수 없는 신비적인 도력으로 유명한 이기도 하다. 국선도는 요즘 들어 어린 초등학생들마저도 모르는 이가 없는 국민적인 영웅 황우석교수가 오랜 기간 수련을 하고 있다고 하여 덩달아 유명해지고, 그런가 하면 일일연속극 같은 데서 주인공들이 국선도 수련을 하는 장면이 곧잘 나오기도 해서, 사람들의 눈이나 귀에 별로 생경한 단어는 아니다. 국선도는 단전호흡을 중요한 수련법으로 한다. 여기에서 단전호흡에 대하여 길게 늘여 설명할 수도 없고 또 그런 자리도 아니지만, 간단하게 한 마디로 하자면, 폐호흡이 아닌 단전이라고 불리는 아랫배호흡을 통해서 건강을 지키는 것은 물론 나아가 하늘 기운까지 얻는다는 호흡법이다. 마음을 호흡 하나에 모아 호흡 자체가 자신이 되고, 자신에게 불어오는 바람이 되고, 물소리가 되고, 새소리가 되고, 그렇게 마음과 호흡이 흔연히 하나가 되어 하늘에 있는 기운을 얻는다는 것이다. 하늘의 기운이란 선계(仙界)의 기운이기도 한데, 선계는 자신의 몸속에 있는 어떤 우주적인 세계라고 바꾸어 말해도 괜찮을 터이다. ●국선도의 전설 ‘청산’의 부인·동서가 운영 국선도와 함께 여러 신비적인 일화를 만들어냈던 청산은 1980년대 들어 어느날 문득 증발이라도 하듯이 세상에서 모습을 감추어버렸다. 그리고 한동안 국선도 주변에서는 청산이 마지막 단계의 수련을 위해 다시 산으로 들어갔다거나 혹은 죽었다거나, 혹은 마침내 신선이 되어 하늘에 올랐다는 등 뒷소문이 끊이지 않았다. 청산에 대한 뒷소문마저도 잠잠해질 무렵에 인사동 골목에는 슬며시 지리산이라는 한정식집이 문을 열었다. 그런 지리산을 드나드는 손님들 중에서 뭔가 여느 집과는 다른 점을 느낀 이가 있었다면, 그것은 무엇보다도 객석을 오가며 손님들 시중을 드는 이들이 모두 젊은데다가 저마다 얼굴빛이며 눈빛이 예사롭지 않게 맑고 푸르다는 점이었을 터이다. 그랬다. 그이들은 실제로 지리산 청학동 옆 골짜기에 있는 하동군 청암면 옥종리의 국선도 수련원에서 사범교육을 받고 있는 이들이었고, 주인 되는 모경숙씨는 다름 아닌 청산의 부인이었다. 뿐만 아니라 지리산에 나오는 한정식 차림의 갖가지 산채나물이며 야채들은 모두 지리산 수련원에서 사범교육을 받고 있는 이들이 국선도를 수행하는 틈틈이 기르거나 채집한 것들이었다. 얼굴빛이며 눈빛이 맑고 푸른 이들은, 청산이 증발이라도 하듯이 세상에서 모습을 감추어버린 후로, 청산의 동서가 되는 고장홍법사가 모경숙씨와 함께 국선도 장래를 위하여 지리산 골짜기에 수련원을 마련하고 전국의 도장에서 유능한 남녀들을 뽑아 들여 특별히 사범교육을 하고 있는 이들이었다. 이들은 얼마간의 기간을 두고 수를 반으로 나누어 반은 인사동 한정식집 지리산에서 주방이며 객실을 맡게 하고 나머지 반은 지리산에서 직접 국선도 수련을 하게 하는 식으로, 이를 테면 인사동 지리산에서는 세상의 가장 밑바닥에 몸을 두면서 세상살이의 공부를 하고 청학동 옆 골짜기의 지리산에서는 단전호흡에 몰두하게 하면서 세상 안팎의 공부를 함께 하는 셈이었다. 한편으로는 청산이 세상에서 모습을 감추어버린 후로 종로3가에 있는 백궁빌딩의 국선도 본원을 위시해서 전국에 있는 국선도 도장들이 한때 어쩔 수 없이 경영이 어려워졌는데, 인사동 지리산은 경영이 어려운 도장을 앞장서서 경제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뜻이 우선이었다. ●지리산 산채·야채 등 토속미 물씬한 한정식 지리산에는 1인분 1만 3000원의 지리산정식이 가장 대중적인 메뉴인데, 각종 모듬전에 시래기와 무나물·콩나물 하루나(평지·유채)를 모아내는 모듬나물, 배추보쌈, 더덕무침, 콩비지, 굴비, 된장국, 단호박찜, 두부김치, 봄나물 물김치, 새송이버섯, 두부와 들깨를 섞어 톳에 무친 톳무침, 돈나물, 청포무침, 고추장아찌, 우엉조림, 멸치생젓, 물김치, 총각김치, 배추김치 등 물경 30가지에 가까운 반찬이 상다리가 휘어질 정도로 나온다. 그러나 그렇듯 넘쳐나는 가짓수보다는 반찬 하나하나의 담백하고 깔끔한 맛이 먼저 돋보인다. 보다 소중한 자리라면 1인분 4만원의 코스 요리인 지리산 한정식이 있는데, 깨죽이며 호박죽같은 죽에서 시작하여 물김치, 야채샐러드, 잡채, 삼색전, 문어회, 꼬치구이, 키조개죽순볶음, 낙지볶음, 두부탕, 갈비찜, 삼색떡, 탕수육 등의 요리에 된장찌개며 굴비에 각종 밑반찬을 곁들인 식사가 나온다. 이밖에도 저녁의 술자리를 위한 안주로는 두부전골, 한방보쌈, 돼지갈비찜, 제주도 돼지족발, 암퇘지볶음, 홍어무침, 홍어회, 굴무침과 회, 조개탕, 녹두전, 감자전, 굴전, 해물전, 해물파전, 모듬전 등이 있는데, 저마다 1만원에서 2만원 안팎이다. 주류로는 시중에 판매되는 술 이외에도 지리산에서 내는 담근 술이 있는데, 칡주, 송이주, 돌사과주, 금귤주, 대추주, 홍매실주 등이 있다. 종로에서 오는 인사동길의 4거리 ‘질경이우리옷’과 ‘서호갤러리’ 사이의 골목에 얼마 전에 ‘여자만’(02-725-9829)이라는 약간 별스러운 이름의 맛집이 새롭게 문을 열었다. 얼핏 보기에 여자만 전용으로 출입하는 맛집인가 싶어 다시 한번 눈길을 돌리면, 간판 아래에 여자만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전남 고흥과 여수 사이에 위치한 만 이름이 여자만입니다. 고흥 며느리로서 남도음식을 정성껏 만들어보겠다는 일념으로 여자만으로 이름을 정했습니다. 물론 남자분도 들어오셔도 됩니다.(남자만!) 주인장은 산악인 박기성입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박기성 이미례 부부.) 산악인 박기성씨와 함께 여자만의 맛집 부부로 나오는 이미례씨는 일찍이 ‘수렁에서 건진 내 딸’을 찍은 영화감독이다. 왕년의 잘 나가던 영화감독이 뜬금없이 맛집 주인이 되어서 인사동에 나타난 것이다. 인생유전이라면 영화감독이 맛집 주인이 된 그 자체만으로도 드라마틱한 인생유전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한편으로 영화판의 저간의 사정을 들여다보면 아예 수긍을 못할 바도 아니다. 오히려 영화판의 이러저런 체면들을 훌훌 털고 생존경쟁의 치열한 삶 속으로 돌아온 그이의 어떤 용기가 눈에 부실 정도이다. 일찍이 동국대학교 영화과를 졸업하고 유현목 감독 밑에서 조감독 생활을 하며 영화인생이 된 이미례씨는 1984년 ‘수렁에서 건진 내 딸’로 데뷔한 이래 물망초·영심이 등 6편의 영화를 찍었다. 그리고 몇 해 전부터 이미 다음 작품을 시나리오까지 끝내고 제작자를 찾았으나, 거의 성사될 듯하다가 결렬되는 식이 서너 차례나 이어졌다. 그러다 보니 그이는 먹고 사는 일의 어려움은 물론이려니와 얼마 전부터 몸도 마음도 더 이상 가눌 수 없으리만큼 지친 상태에서 설상가상으로 우울증마저 찾아왔다. ●벌교꼬막 등 고흥에서 가져오는 풍성한 해산물 그이는 마침내 결단을 내렸다. 영화고 예술이고 간에 우선 살아남고 보자. 이를 테면 이미례씨의 여자만은 그이가 자신의 짧지 않은 생애를 담보로 하여 새롭게 다시 출발하는 자리이다. 그이는 맛집을 해서 돈을 벌면 어디에 쓸 것이냐는 농담 비슷한 질문에 기다리지 않고 대답했다. “물론 영화 만들어야죠.” 재료를 거의 대부분 이미례씨의 시댁이 있는 고흥에서 가져오는 여자만의 요리는 풍성한 해산물들이 우선 눈에 띈다. 피굴탕, 누룽지 해물탕, 매생이국, 벌교꼬막, 낙지볶음, 녹두해물부침, 황태구이, 버섯들깨탕 등의 술안주가 있고, 점심에는 5000원짜리 여자만정식이 있다. 이중에서 여자만이 특히 자랑하는 요리는 이미례씨가 시어머니에게 전수 받았다는 피굴탕이 있다. 피굴탕은 여자만에서 나오는 굴을 껍질 채 물에 데치듯 은은한 불로 삶아서 건져내어 속살을 까내고, 껍질 삶은 물을 앙금을 버리고 우윳빛 나는 윗물만을 국물로 사용하여 다시 속살을 넣고 대파며 깨소금을 넣어서 맑게 한소끔 끓여내는 식이다. 이를 테면 여느 굴탕과는 달리 껍질을 삶아서 국물로 사용하는데,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시원한 국물맛의 비법이 거기에 있는 모양이다. 피굴탕에 이어서 역시 자랑하는 누룽지해물탕은 누룽지를 넣고 끓이다가 찹쌀가루를 넣어 국물을 약간 걸죽하게 만들어 해물의 비린내를 없애고, 조갯살, 키조개, 깐새우, 오징어, 낙지, 홍합 등에 죽순이며 청경채 같은 야채를 넣어 끓여낸다. ■ 유기농 맛집 원조 ‘시천주’ 안국동 로터리에서 인사동으로 들어오는 초입에 있는 크라운베이커리 옆골목이나, 조금 내려와 가나아트스페이스 골목을 들어서면 뒤편 한정식 골목에 시천주(02-732-0276)라는 맛집이 있다. 동학의 시천주(侍天主)를 차음하여 ‘시와 술이 샘솟는 공간’이란 뜻으로 바꿔 쓰고 있는 시천주는 뜻밖에도 신시(神市)라는 유기농산물 유통단체인 녹색세상의 자매점이며 한편으로는 환경을 생각하는 모임인 ‘그린네트워크‘의 일원이다. 그렇듯이 시천주는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문을 연 유기농 맛집의 원조로 꼽히는데, 유기농쌀, 우리밀, 유기농 야채, 채소, 손수 담은 된장, 유정란, 유기농 차와 주스 등 모든 재료를 신시를 위시한 명동성당의 가톨릭센터 안에 매장이 있는 ’하늘 땅 물 벗‘이라는 유기농가게에서 구매한다. 현재 시천주의 운영을 맡고 있는 주정호씨 또한 일찍이 환경단체인 생태보전 시민모임, 생명의 숲 등에 관계하다 그만 지리산으로 들어가 노고단 산장에서 생태가이드를 하던 중,3년 전에 그린네트워크에 관계된 친구의 권유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저자거리로 내려온 환경운동가이다. 눈이 몹시 맑은 그이는 시천주에 관련되어 매스컴에 이름이 나는 등의 일이 많이 불편한 모양으로, 그만큼 시천주의 운영자가 되어 돈을 버는 따위의 세상일에는 서툴고 어눌한 기색이 역력하였다. 시천주의 메뉴는 담백한 채식 위주의 요리가 특징이다. 나물비빔밥과 된장국, 녹차냉면, 김치두부전골, 야채두부전골, 추억의 간장빠다밥이 있고, 술안주로는 해물부추전, 도토리묵무침, 떡잡채, 오색냉채, 골뱅이소면 등이 있다. 물론 삼계탕이며 불고기버섯전골 같은 육류도 없지 않다. 시천주가 자랑하는 것은 1인분 7000원의 나물비빔밥과 된장찌개다. 고사리, 콩나물, 도라지, 당근, 시금치, 상추, 호박 등의 나물에 유정란을 넣어 비벼먹게 되어 있는데, 미역줄기, 도라지오이무침, 두부부침, 시래기나물, 취나물, 무나물, 감자졸임, 멸치볶음, 배추김치, 야채샐러드 등의 풍성한 반찬에 맑은 된장국이 뒤따른다. 이밖에 시천주에서 자랑하는 술로는 강원도에서 담군 머루주와 경상도 악양 막걸리가 있다. 또한 식당의 한쪽에서는 유기농 제품인 우리밀 곰돌이, 우리밀 햇살콘, 싹낸 건빵 등의 과자류와 우리밀 밀가루, 부침가루, 한라산 고사리, 감골 표고버섯, 지리산 야생 수제차로 뽕잎차, 두충잎차, 구절초차, 산죽잎차, 연잎차 등을 판매하기도 한다.
  • [뒷골목 맛세상] 일산의 맛집들

    [뒷골목 맛세상] 일산의 맛집들

    신도시 중에서 일산만큼 행운이 뒤따른 도시는 다시없을 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가장 큰 행운은 사방에서 전통적인 마을들이 일산을 무슨 보금자리처럼 아우르고 있다는 점이다. 일산은 아파트 일색의 신도시에서 한 걸음만 밖으로 벗어나도 대뜸 예스러운 농촌 풍경이며 전통문화며 사람살이, 나아가 자연을 만날 수 있다. 그리하여 어느날 느닷없이 하늘에서 떨어지듯 행정가들의 손끝에서 얼렁뚱땅 만들어진 위성도시 일산은 도시로서의 황폐한 풍경에서 벗어나 흙이며 생명 같은 자연의 풍부함과 별다른 수고도 없이 가까워지는 것이다. 해방 전후 고양군의 군청이 을지로 6가 서울운동장 맞은편에 있을 때만 해도, 일산을 품에 안은 고양군은 서울의 사대문을 둘러싼 외곽지대인 지금의 서대문구며, 용산구, 마포구, 영등포구, 은평구, 성동구, 성북구 등의 일부분이 모두 제 땅이었다. 다시 말하면 불암산이며 무악재, 박석고개가 고양 땅이었던 것이다. 그 땅을 서울에 죄다 뺏기고 군청마저 원당으로 옮겨갈 무렵 일산은 고양군 중면 일산리로, 일산 쌀이라는 기름지고 감칠 맛 나는 쌀 생산지인가 하면, 또한 일산장이라는 꽤 큰 5일장이 열리는 농산물 집산지이기도 했다. ●도시와 농촌, 전통과 현대 어울린 행운의 도시 통일로와 경의선 철도가 사이좋게 달리는 일산 일대는 비산비야의 야산지대로 나지막한 구릉들이 잇달아 펼쳐져 있는데, 식민지 시대부터 과일과 채소의 재배지로 이름이 나 딸기며 포도, 배, 사과 같은 과수며 관상수, 화초, 고등채소 등을 가꾸는 전원마을이었다. 더군다나 고양군 일대가 오랫동안 군사작전지역으로 묶이는 바람에 이렇다할 공장들이 들어서지 않았던 것도 오늘의 일산에 행운을 안긴 원인이기도 했다. 일산에 신도시가 들어서서 인구가 급격히 유입되고 고양군이 고양시로 바뀌어 마침내는 시단위 인구에서 전국에서 두세 번째를 다투는 90만명에 가까운 대도시로 변했다. 그런 대도시 일산에 살면서도 주민들은 뜻밖에도 일산의 가장 큰 자랑으로 먼저 호수공원을 내세운다. 그리고 일산 주변의 풍성한 먹을거리와 볼거리들을 내세우기도 한다. 그렇다. 도시와 농촌, 전통과 현대, 혹은 문화와 자연이 사이좋게 어울린 일산 주변에 먹을거리와 볼거리가 풍성하지 않다면 그야말로 어불성설이다. 1970년대 혹은 1980년대에 서울에 살았던 젊은이들이라면, 누구나 한두번쯤은 저마다 주말이면 신촌역에서 경의선 기차를 타고 교외로 나들이를 간 적이 있을 터이다. 수색역을 지나고 능곡역을 지나서 마침내 백마역에 내리면 역 앞에 그대로 과수원이 펼쳐지고, 과수원 사이사이에 원두막이나 카페가 그림처럼 들어선 소위 카페촌이 있었다. 젊고 한껏 아름다운 남녀들은 곧장 과수원 안으로 스며들어 딸기철에는 딸기를, 포도철에는 포도를, 복숭아철에는 복숭아를 사먹으며 나들이 분위기에 취하고 갓 이루어진 사랑에 취했을 터이다. 당시의 백마역 카페촌은 지금은 풍동 애니골에 그대로 재현되어 분위기촌을 이루었다. 백마역에 카페촌이 있게 한 원조 화사랑을 위시해서, 규모에 있어서 세계 제일이라고 내세우는 가나안유황오리점, 한정식의 민속집, 카페 봉주르, 이천쌀밥의 토우, 돈가스전문점, 회먹는 날, 학골양푼갈비, 닭백숙의 장수마을, 소호레스토랑 등 미처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카페며 음식점 같은 먹을거리들이 애니골 안에 있다. 그런가 하면 화정동에는 패션거리 로데오거리를 중심으로 젊은이들의 취향을 살린 먹자골목이 들어서고, 라페스타라는 이름으로 더 유명한 롯데 극장가에 또한 퓨전식 먹자골목이, 밤가시 사거리에는 무려 40여 곳 가까운 일식골목이 저마다 특색을 이루며 형성되어 있다. 그뿐이랴. 자유로를 곧장 달려가면 몇분 지나지 않아 통일동산이며 군사분계선 철조망 너머로 한강 건너편에 북녘땅이 실향민의 눈길을 기다리고 있지 않으냐. ●경의선 열차타고 주말 나들이 즐기던 백마역 풍동 애니골의 화사랑(031-905-3835)은 명실공히 누구나 인정하는 애니골 분위기촌의 터줏대감이자 백마역 카페촌에서 일어난 온갖 사랑의 산 증인이다. 홍익대학교 미대 출신인 김원갑씨가 1970년대 백마역 앞에 카페 겸 작업실로 시작했던 화사랑은 일산이 신도시로 개발되어 백마역 앞 카페촌이 애니골로 옮겨와서 새로운 문화거리를 만들면서도 그대로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 그이는 과연 미대출신답게 통나무 일색으로 특색 있는 건물을 지어 얼핏 보기에는 중세시대의 요새 같은 중후한 분위기를 내고 있는데, 아직도 통나무집의 2층에 작업실을 마련하여 그림을 계속하고 있다. 화사랑은 300평에 350석의 대규모 공간으로, 실내에 들어서면 군데군데 벽난로의 참나무 불길이 타오르는 가운데, 중앙에 마련된 무대에서 김혁, 함철호, 정인수 달고나밴드 같은 낭만시대의 분위기가 남아 있는 가수들이 주로 70∼80년대 가요를 중심으로 추억의 음악을 선사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벽난로의 불길이 밝혀주는 흐릿하면서도 아련한 불빛 아래 이마를 맞댄 손님들은 주로 30대와 40대 언저리의 남녀이다. 어쩌면 그이들 또한 10년 혹은 20년 전에 경의선 열차를 타고 와서 시작했던 첫사랑의 추억여행을 하고 있는 중인지도 모른다. 아직은 모든 것이 다 서투르기만 하던 시절, 어쩌다 술이며 사랑에 취해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고 머뭇거리다가 아차 하는 순간에 막차를 놓쳐버린 후의 두려움과 설렘이 다시 한번 낡은 유행가 가락에서 살아오는 것일까. 화사랑은 먹거리 또한 어쩐지 옛날의 낭만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겨난다. 버섯전골, 불낙전골, 버섯불고기, 주꾸미삼겹살, 닭도리탕, 토종닭백숙 등이 있는데, 저마다 2만원 안팎으로 동동주 안주 삼아 공깃밥을 곁들이면 서너 명이서 너끈하게 즐길 수가 있다. 이밖에도 묵잡채, 해물파전, 감자전, 모듬전, 골뱅이무침 등 1만원 안팎으로 전통적인 메뉴가 다 있는데, 그중에서도 화사랑이 자랑하는 요리는 묵잡채로, 묵을 잘게 썰어 무말랭이처럼 말린 후에 피망이며 양파, 새송이버섯, 죽순, 부추 같은 야채와 돼지고기를 무말랭이 크기로 채 썰어 볶아낸다. ●옛날 낭만적 분위기 물신 풍겨나는 먹을거리 자유로 장항 인터체인지를 빠져나와 일산으로 들어오는 길에 SK주유소를 지나자마자 그대로 오른쪽으로 접어들어 좁은 굴다리를 지나는 길로 좌회전하여 가면 LG주유소가 나오고 50m쯤 전방에 모란각(031-906-9022)이라는 대형 입간판이 보인다. 여기가 바로 한때 귀순용사의 대명사로 불리던 김용씨가 주인인 모란각 본점이다. 모란각은 일산 시가지에서 오자면 호수공원 뒤편에 있어서 길 찾기에 다소 어렵지만, 대신 자유로를 오가는 차량들에서는 어디에서건 단연 눈에 뜨이는 장소에 위치해 있다. 그렇듯이 모란각을 찾는 손님들은 대부분이 실향민 출신으로 나이가 칠순이며 팔순을 넘어 거동이 불편한 이들이다. 그이들은 지팡이에 의지하거나 휠체어에 탄 노구를 이끌고 흡사 성지순례라도 하듯이 통일동산을 찾고, 이어 모란각을 찾는다. 모란각은 김용씨가 귀순자들 위주로 뜻을 모아 차린 소위 북한음식 전문점이다. 그이는 귀순자들의 누구보다도, 한 인간에게 체제가 뒤바뀐다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우며 정체성에 혼란을 가져오는가를 뼈저리게 느낀 모양이었다. 이를테면 사회주의체제에서 유소년기와 청년기를 거치며 형성된 가치관이며 사고력, 인간관이 어느날 자본주의체제로 뒤바뀌는데서 오는 가치며 사고의 혼란을 견뎌내는데, 그이는 자신의 소중한 시간을 몽땅 바쳐야 했던 것이다. ●성지순례 하듯 모란각 찾는 노년의 실향민들 이웃끼리 돈을 빌리는데 이자를 주고받거나 서로 간에 서류를 주고받는 법이 없이 살아왔던 근대식 북한에서, 남한에 내려와 소위 사업을 한답시고 모란각을 차린 이후 그이는 남에게 거저 뜯긴 돈이 10억, 서류라고 만들었지만 역시 뜯기고 만 돈이 10억, 또한 번연히 눈뜨고 사기 당한 돈이 몇 10억 하는 식으로, 현대식 남한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참으로 엄청난 수업료를 문 셈이었다. 전국의 대도시에는 거의 모란각 지점을 둔 소위 프랜차이즈사업의 회장인 그이는 정작 전셋집에 10년 가까이 된 승용차가 재산의 전부라면서 빙긋 웃었다. “내레 니북에서 내레올 때 달랑 옷 한 벌 가지고 왔수다.” 모란각의 주메뉴는 역시 평양냉면과 비빔냉면이다. 바로 이 평양냉면 한 그릇을 먹기 위하여 칠팔순의 실향민들은 노구를 이끌고 허위허위 모란각까지 찾아온다. 그이들이 먹는 평양냉면의 맛이 어찌 냉면 맛에서 끝나겠는가. 살아생전에는 밟아보지 못할 것만 같은 고향 그 자체의 맛, 스무 살 혹은 미처 스무 살도 못 되어 떠나온 후 어느 한번이라도 눈에 밟히지 않은 적이 없는 고향의 산과 들이며 거기에 아직도 살고 있는 부모형제들의 맛이 아니랴. 냉면에 이어 예부터 북한에 전해져 내려온 평양갈비온반, 뚝불고기, 털털이해장국, 명태식혜, 북한순대, 고구려갈비찜 등 다른 곳에서는 맛볼 수 없는 모란각 특유의 메뉴들이 별로 비싸지 않은 값으로 담백한 맛을 자랑하고 있다. ■온통 나비로 장식한 ‘나비공간’ 지하철 3호선 원당역에서 의정부와 벽제 방향으로 39번 국도를 따라 5분쯤 차를 달리면 낙타고개 못 미쳐 바로 국도변에 나비공간(031-968-0742)이라는 이색적인 카페가 있다. 나비공간은 이름 그대로 실내가 온통 나비로 뒤덮이다시피 하여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직업이 아예 나비수집가인 정영운씨와 박은자씨 부부가 1998년에 연 나비공간은 정영운씨가 고등학교부터 시작하여 중년에 이르기까지 나비수집에만 30년을 바친 대가를 이곳에 다 모아놓은 셈이다. 카페 나비공간의 내부를 장식한 나비들만도 수백 마리가 넘을 터인데, 커튼, 벽시계, 테이블, 액자에서부터 심지어는 창에 드리운 커튼에까지도 온통 나비로 장식되어 있다. 그런가 하면, 카페 옆에 다른 건물에 있는 나비전시관에는 임페리얼호랑나비, 부타이티스, 골리아스, 파라다이어호랑나비, 파필리아, 메리디오나리스, 버드윙, 부엉이나비, 나뭇잎나비등 세계 희귀나비 700여 종에 무려 5000 마리가 넘는 세계 각국의 나비들이 전시되어 있다. 또한 뜰 한쪽에는 나비사육장이 있어 직접 나비들을 기르기도 하는데,4월에서 9월까지는 언제라도 관람을 할 수 있어 알에서 애벌레가 되고 다시 번데기가 되어 이윽고 나비로 날아오르기까지 전과정을 살필 수가 있다. 문득 사는 일이 허방이라도 짚듯 사람을 휘청거리게 하거나 사람살이의 모든 관계가 부질없어지는 이라면 한번쯤 나비공간에 찾아와 나비가 연출해내는 환상의 시간 속에 빠져보는 것은 어떨까. 일찍이 장자(莊子)가 갈파하지 않았으랴.“내가 꿈속에서 나비가 되어 날아다니는 꿈을 꾸었으되, 꿈속의 나비가 나인 것인가, 아니면 내가 나비의 꿈속에 들어간 것인가.” 그렇듯 나비가 연출해내는 환상의 시간에 빠져 라벤더차나 페퍼민트차를 마시며 무심코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발견한다면, 장자가 어디 따로 있으랴. 비단 혼자서가 아니라 오랜만에 만난 이와 함께 나비공간의 시간을 좀더 감미롭게 간직하고 싶은 이라면, 나비공간이 자랑스럽게 내세우는 일본식 스테이크 오븐구이에 와인을 곁들이며 저녁 한때를 지내는 것도 무방할 터이다. 나비공간에는 나비공간 정식에서부터 피자, 돈가스 같은 양식과 커피며 레몬차, 솔잎차며 꿀대추차, 국화차며 각종 주스에 파티니, 블랙러시안, 칼루아밀크 같은 칵테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메뉴를 준비하고 있다. 이밖에도 나비를 이용한 상품을 개발하여 나비향수며 나비브로치에서부터 귀걸이며 핸드폰걸이, 열쇠걸이 등을 판매하기도 한다.
  • [뒷골목 맛세상] 공덕동 시장안의 인심

    [뒷골목 맛세상] 공덕동 시장안의 인심

    서울 마포구 공덕동 시장 안에 간판도 없는 서너 평 남짓한 선술집이 있었다. 주로 시장 안의 상인들이 목이 마르면 선 자리에서 막걸리 한 사발이나 혹은 소주 한 병을 신김치나 술국을 안주 삼아 벌컥벌컥 마시고는 곧장 가게로 달려가는 곳이었다. 이 간판 없는 술집의 소중한 값어치를 소위 글쟁이들 중에서도 눈 밝은 어떤 이가 발견하였다. 1980년대 초였는데, 둥근 드럼통을 잘라 만든 술탁 3개가 전부인 그 선술집을 글쟁이들은 멍청이집이라고 불렀고, 술집 아주머니를 일러 멍청이아줌마라고 불렀다. 당시 40대 언저리의 멍청이아줌마는 글쟁이들의 그런 호칭을 전혀 개의하지 않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멍청이집과 멍청이아줌마는 글쟁이판은 물론 신문사 문화부의 문학이나 출판 담당 기자들이며 영화판이나 굿판 같은 딴따라판에서까지 꽤 유명한 집이 되고 말았다. ●간판조차 없었던 선술집 ‘멍청이집’ 글쟁이판에서 가장 먼저 멍청이집을 발견한 것은 당시에 공덕동 시장 가까운 골목에 있는 금성출판사의 주간이자 시인인 강민, 시인인 유제하, 이병희, 성귀영, 지금은 문학동네 발행인으로 있는 강태형, 시조시인 김원각, 작가 이채형 등 소위 ‘금성사단’이었다. 그 뒤로 나를 위시한 시인 이시영이며 윤재철, 윤중호, 김사인, 작가 윤후명, 김민숙, 김상렬에 이어 영화감독 이장호, 장선우 등이 줄을 섰다. 하루 종일 시장 상인들을 상대로 고작 잔술이나 팔던 버릇을 해서 워낙에 안주에 대한 개념이 없던 멍청이아줌마에게, 우리 같은 글쟁이들은 얼핏 상상이 안 되는 특별한 손님이었다. 적어도 글쟁이들이 드나들기 전에는 술국이나 신김치 이외에는 전혀 안주가 필요하지 않던 술집이어서 미리 준비한 안주가 없던 터라, 우리가 안주를 시키면 그때야 부랴부랴 시장에 있는 생선가게로 달려가고는 했는데, 안주감도 꼭 우리가 시키는 데 맞추어, 꽁치며 고등어, 생태, 오징어, 주꾸미, 낙지 등속을 사왔다. 그리고 나중에 계산을 할 때면 약간 더듬거리는 어눌한 말투로 미안한 듯 말했다. “저기, 꽁치나 고등어 같은 것은 탄불에 굽기만 했으니께, 기냥 생선가게에서 산 대루 주기만 하면 되구라우, 오징어하고 쭈꾸미는 양념값 오십원을 따로 보탰구먼이라우. 그렁께 쏘주 네 병에다가 이거저거 모다 합치먼, 오메, 삼천원이 넘는 갚소잉?” 멍청이아줌마의 술값은 으레 자신이 시장에서 사온 생선값에 양념값 얼마를 더하는 식이었고, 이런 계산법에서 바로 멍청이란 호칭이 만들어진 것이었다. 처음에는 우리 또한 이런 계산법에 서투른 나머지 차라리 멍청이아줌마의 계산에 얼마를 더하는 우리 식의 계산법이 따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1980년 당시에는 주꾸미며 낙지 같은 해산물을 양념을 발라 석쇠에 올려 연탄불에 구워먹는 소위 주꾸미양념구이나 낙지양념구이 같은 요리는 시중에 아직 개발되지 않고 있었는데, 엉뚱하게도 멍청이집에서 비롯되었다. 처음에 내가 낙지며 주꾸미를 양념에 발라 구이를 해먹겠다고 하자 멍청이 아줌마는 대뜸 손사래부터 쳤다.“오메, 우찌께 낙자나 쭈구미 같은 물것을 탄불에다 꾸어 잡순다요? 물것은 기냥 데쳐서 잡사야제, 탄불에 꾸먼 오그라들어 맛이 없을 거인디.” 멍청이 아줌마가 손사래를 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내가 숙수로 나섰는데, 우선 주꾸미를 생물로 한번 굽고 약간 꼬들꼬들해졌을 때 고추장이며 고춧가루에 설탕이며 파 마늘, 간장을 넣어 갠 양념장을 발라 탄불 위에 올려 불을 쏘이자마자 그대로 먹는 식의 주꾸미 양념구이가 만들어졌다. 그러자 다 만들어진 주꾸미양념구이를 한 점 맛본 멍청이아줌마가 큰소리를 냈다. “오메, 쭈꾸미가 우찌께 이런 맛이 다 난다요?” 멍청이아줌마는 주꾸미 한 점과 곁들여 당연히 우리가 따라주는 소주 한 잔도 곁들였는데, 그러다보면 에라, 모르겠다, 하고 아예 우리 자리에 퍼질러 앉아 함께 어울리며 술자리의 흥을 더하기도 하였다. 멍청이집에서는 이런 식으로 주꾸미에서 비롯해서 낙지까지 몇 가지 요리가 더 만들어졌는데, 이를테면 낙지를 살짝 데친 다음에 애호박을 채 썰어서 역시 살짝 데쳐내어 식초와 설탕 고주장, 고춧가루에 마늘이며 파 같은 갖은 양념을 하여 버무려 먹는 낙지회무침 같은 것이었다. ●글쟁이 술꾼들이 안주 개발하기도 멍청이아줌마로서는 파천황의 대사건이 일어난 것도 그 무렵이었다. 그날따라 일행이 많아서 모두 대여섯 명이 탁자에 둘러앉아 낙지연탄불구이며 낙지회무침을 위시해서 평소보다 많은 안주를 시켰는데, 어느 순간부터 멍청이아줌마가 좌불안석으로 우리 곁은 빙빙 돌더니 더 이상 못 참고 내 옆구리를 쿡 찔렀다. “술 잡숫는디, 죄송하제만이라우.” “예, 뭐 잘못된 것이라도 있는가요?” “그거이, 그거이.....” “말씀하세요.” “오메오메, 시방 술값이 만원이 넘었당께요.” 멍청이아줌마로서는 선술집을 시작한 후로 술값이 만원을 넘은 손님은 내가 처음이었던 것이다. 이 마음씨 좋고 정이 넘쳐나던 멍청이아줌마는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풍을 맞는 불행한 일을 당해 반신을 못 쓰게 되는 바람에 가게 문을 닫았고, 아울러 글쟁이들의 흥겨운 공덕동 시절도 시들해져 버렸다. 멍청이아줌마의 추억이 담겨 있는 공덕동 시장은 20년이 지난 오늘에 이르러서는 주변에 대형 빌딩들이 들어서는 바람에 대부분이 먹자골목으로 변했다. 지하철 5·6호선이 만나는 공덕역 5번 출구를 빠져나오면 우선 유명한 최대포집이 나오고, 거기서 비롯하여 마포골뱅이 골목, 마포오향족발이며 궁중족발, 소문난영양족발 같은 족발 골목, 마포할머니빈대떡이며 청학동부침개의 모듬전 골목 등이 이제 막 시장기를 느끼기 시작한 손님들의 걸음을 멈추게 할 터이다. 바로 마포할머니빈대떡 골목을 들어서서 10여 미터 시장 안으로 들어오면 수건만한 크기의 아크릴 간판에 전주식당(02-711-0238)이라고 써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전주식당은 4000원짜리 가정식백반이 유명한데, 가게방으로는 모자라서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노점에 앉아 불편하게 식사를 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마포 일대의 빌딩에 근무하는 샐러리맨들 사이에 점심 무렵이면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할 만큼 인기가 높다. ●가게방 모자라 노점서 식사해도 장사진 전주식당의 인기는 무엇보다도 전주출신인 주인 아주머니 김정자씨의 큰 손에 있다. 무슨 반찬이든지 접시에 수북수북 쌓이지 않으면 직성이 안 풀리는 그이가 가정식백반에 담아내는 반찬은 생굴무침, 조기구이, 고사리나물, 봄똥김치, 묵은김치, 고구마순, 시래기무침, 감자샐러드에 한번 맛보면 손님들이 누구나 빠져드는 청국장의 깊은 맛이 곁들인다. 그러나 전주식당의 참맛을 알려면 아무래도 저녁이 되기까지 기다려야 한다. 저녁이면 홍어삼합이며 홍어회, 아구찜을 파는데, 여기에서 비로소 주인 되는 이의 큰 손과 맛에다가 넉넉한 인심과 넘치는 정이 제대로 빛을 내는 것이다. 홍어삼합의 경우 커다란 대형 접시가 넘칠 정도로 전라도의 묵은김치며 돼지고기, 홍어가 가득히 나오는데, 네댓 명이 먹을 수 있는 양이 3만원이고, 서너 명이 먹을 수 있는 양은 2만원이다. 게다가 곁들여 나오는 홍어탕은 진한 맛이 일품인데, 두세 번 얼마든지 시켜도 된다. 홍어회며 아구찜도 같은 값인데, 양 또한 넘쳐날 정도인 것은 물론이다. 얼마 전에 환갑을 지난 김정자씨는 술자리가 어우러지면 어느 새 소주 한 병과 생선찌개를 들고 천연덕스럽게 손님자리에 끼어든다. “옛수, 요건 서비스요오.” 그리고 손님이 술을 권하면 기다렸다는 듯이 받아 마시고는 어느 새 술자리를 이끌어 나간다. 이를테면 그이는 천성적인 놀이꾼이자 신명꾼이다. 아니, 그이만이 아니다. 남편되는 칠순의 조과영씨마저도 어쩌다 가게에 들리면 기꺼이 손님들과 어울린다. 그렇게 부부가 신명이 오르면 김정자씨가 소리친다. “장사 때레치우고 노래방에나 갑시다아.” 지하철 5호선 마포역 1번 출구를 나와 용강동길로 접어들면 한화오벨리스크 뒤편이자 마포주차장 건너편 먹자골목 어귀에 주꾸미집(02-719-8393)이 있다. 무슨 옥호도 없이 간판이 그저 주꾸미집이다. 그런데 이 단순한 주꾸미집이라는 이름에 대한 주인 되는 이진숙씨의 생각이 뜻밖에 철학적이다. “이름을 뭘로 해야 주꾸미를 가장 잘 나타낼까 고민 많이 했제라우. 근디 주꾸미한테다가 벨 이름을 다 붙에봤자 주꾸미가 살아나덜 안해라우. 그래서 할 수 없이 기냥 주꾸미집이라고 했어라우. 그라고 낭께 주꾸미 파는 집서 주꾸미집처럼 잘 어울리는 이름이 달리 없더랑께요. 아자씨는 생각이 어쩌요?” 주꾸미집은 과연 주꾸미집답게 메뉴가 주꾸미숯불구이에다가 왕새우구이가 다다. 아니, 주꾸미숯불구이를 시키면 따라 나오는 해물된장이 더 있다.1인분에 8000원 하는 주꾸미숯불구이는 그 양이 만만치 않아서, 만일 양이 적은 사람이라면 혼자서 1인분을 다 먹기가 약간 부담스러울 정도이다. 양념한 주꾸미를 석쇠 위에 올려 숯불에 구워내는 식인데, 특이한 것은 무슨 상추나 배추 같은 야채에 싸서 먹는 것이 아니라 생김에 싸먹는다는 것이다. 마늘이며 고추를 곁들여서 주꾸미를 생김에 싸먹는데, 그것들이 입안에서 어울려드는 맛이란 뜻밖으로 환상적이다. 이따금씩 커다란 냉면사발 한 가득 얼음이 둥둥 뜬 동치미로 입가심을 하고 나면 아무리 배가 불러도 저절로 다시 주꾸미에 손이 간다. ●생김에 싸먹는 주꾸미구이 맛 환상적 저녁 무렵만 되면 손님이 붐비기 시작하는데, 달리 종업원을 두지 않고 주인 내외가 눈코 뜰 사이 없이 어지럽게 움직인다. 돈도 많이 버는데 종업원 좀 두지 그러냐는 질문에 바깥주인 되는 문태복씨가 엉뚱하게 메뉴판을 손짓해 보였다. “종업원을 두면 나야 펜하제만, 저걸 감당하지 못항께요.” 무슨 뜻인지, 하고 눈으로 묻자 그이는 뒷말을 이었다. “종업원 한 사람 두면 아메도 저 팔천원이 만원으로 올라갈 꺼이요. 안그러면 양이 적어지던가. 나가 주꾸미집을 하는 한 그짓은 못하겄소. 기냥 몸으로 때워야제.” 주인 내외가 고향인 전라남도 나주시 공산면을 떠나온 것은 1976년이었다. 원래 한 마을의 위아랫집에서 처녀총각으로 살았는데, 어쩌다가 밀밭이며 방앗간을 오가면서 정분이 났다. 결국 마을에 소문이 나는 바람에 처녀총각이 밤보따리를 싸고 말았다. 그리하여 서울이며 경기도 일대의 변두리를 전전하는 인생유전의 고생이 시작되었다. 내외는 부천 오정동, 약대동, 광명시 철산동, 서울의 왕십리 등 무려 25번을 이사한 끝에 마포 도화동에 대지 15평짜리 내 집을 마련할 수 있었다. 내외는 그때 하도 돈에 포한이 져서 큰딸 이름을 봉황이라고 지었는데, 한문이 봉우리 봉(峯)에 황금 할 때의 황(黃)이었다. 그러나 그렇게 돈에 포한이 진 주인 내외라지만, 표정은 구김살 하나 없이 밝은데, 거기에 대한 안주인의 대답이 또한 걸작이다. “우리 내외가 둘 다 워낙에 놀기롤 좋아헌단 말이요. 아무리 없이 살어도 노는 디라면 빠지지 않고 다니제라우. 글다본께 남들 눈에는 근심걱정 한나도 없는 사람으로 비치는 모양입디다.”
  • [클릭 이런업종에 도전] ①배달전문 레스토랑 ‘조이스’

    [클릭 이런업종에 도전] ①배달전문 레스토랑 ‘조이스’

    숯불가마 삼겹살 전문점 ‘돈드림’ 박창규(53)사장에게 불황은 남의 얘기다.‘죽은’ 점포를 살리는 리모델링 전문 프랜차이즈 사업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가맹점 모집에 나선 이후 벌써 20여개를 열었다.20년 넘게 고기유통을 해오던 그는 최근 2,3년간 음식점들이 장사가 잘되지 않자 리모델링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했다. 참숯불가마를 개발, 각 가맹점에 설치해 준 것이다. 시장에 눈길을 끄는 ‘뉴비즈니스’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들 신사업을 눈여겨보면 창업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첫 사례로 배달전문 패밀리 레스토랑 ‘조이스’를 소개한다. 그동안 치킨, 피자, 자장면 등 일부 업종에 국한됐던 배달전문업이 이제는 한식, 일식, 양식 등 외식업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틈새를 노리고 다양한 배달전문 업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추세에 따라 가장 최근에 나타난 것이 배달전문 패밀리 레스토랑이다. 스테이크, 갈비, 케밥, 훈제바비큐, 돼지안심 프라이드 등 대형 패밀리 레스토랑에서나 맛볼 수 있는 요리를 각 가정이나 사무실로 직접 배달해 주는 사업이다. 핫백에 진공 포장하여 따뜻한 상태로 제공되는 것이 특징이다. 대표적인 업체인 조이스(www.ijoys.com)는 100여 가지 메뉴를 10분 이내에 조리가 가능한 주방시스템을 도입, 배달업종의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는 모든 원부재료를 본사에서 반가공 상태로 각 가맹점에 공급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따라서 초보자도 닷새 정도의 조리 교육을 받으면 곧바로 시작할 수 있다. 메뉴는 주 고객층인 어린이의 입맛에 맞춰져 있다. 달콤하면서도 부드럽고 담백한 것이 특징이다. 패밀리 레스토랑에 견줘 맛에서는 뒤지지 않으면서도 가격이 40∼50% 정도 저렴하다. 기본 메뉴 외에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단체 급식용 세트메뉴도 있다. 창업비용은 10평 표준점포의 경우 임대보증금을 제외하고 약 3800만원 들어간다. 참숯불가마는 순간적으로 고기를 익혀 육즙이 살아있는 연한 고기를 구워낼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또 가마에서 고기를 구워내기에 각 테이블마다 숯을 피우지 않아도 돼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다. 창업비용도 숯가마 설치비 1000만원, 압력바비큐 전기구이기 300만원 등 총 1300만원으로 저렴하다. 창업 시장에 리모델링 붐이 일고 있다. 점포 내부를 조금 고쳐 업종 전환을 하거나, 경쟁력 있는 브랜드로 바꾸는 방식이다. 불황이 계속되면서 살아 남기 위해 뜨는 업종 중심으로 업종변경이 활발히 진행되는 것이다. 또 적은 비용을 들여 간단한 리모델링으로 매출증대를 모색하고 있다. 게다가 업종의 라이프 사이클이 갈수록 짧아지고 있는 점도 리모델링 창업 붐에 한몫하고 있다. ●뜨는 업종을 택해야 아무래도 성장기 업종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대표적인 것이 세숫대야 냉면·온면 전문점인 ‘장비왕냉면·왕온면’은 지난해 하반기에 등장, 빠르게 성장하는 추세다. 넓은 그릇에 냉면을 먹는다는 아이디어를 살렸다. 여름에는 냉면, 겨울에는 온면과 순대국밥을 팔아 계절을 타지 않도록 했다. 복고풍 바람을 타고 퓨전 포장마차도 뜨고 있다.‘피쉬&그릴’은 계절에 어울리는 다양한 안주메뉴를 개발해 인기를 끌고 있다. 소주에는 어묵과 꼬치가, 정종에는 생선구이 안주가, 그리고 맥주에는 모듬 소시지와 중국 사천식 해물면 안주가 잘 나간다. 웰빙 관련 업종 가운데는 향기관리업 에코미스트코리아는 점포나 사무실, 관공서, 전문매장, 사우나, 병원, 유치원 등에 자동향기분사기를 설치하고 이 자동향기분사기 속에 각 장소에 적합한 천연향을 내장해 매달 리필해주는 사업이다. 새로운 거래처를 뚫어 물건을 팔아야 수익이 나는 일반적인 영업과 달리 일단 거래처가 성립되면 최소 6개월에서 1년 정도는 매달 리필을 하기 때문에 시간이 갈수록 수익이 늘어난다는 점이 장점이다. 영업력만 발휘한다면 고수익도 가능하다. 여성창업 아이템으로도 적합하다. 최근 다이어트 건강식품인 저지방 요구르트 아이스크림도 인기몰이 중이다. 장사가 잘 안 되는 기존의 아이스크림 전문점은 요구르트 아이스크림 위주로 메뉴 구성을 바꾸고, 과당경쟁 상태에 있는 테이크아웃 커피 전문점 등이 업종변경을 모색하고 있다. ‘콤마치킨’은 쌀로 만든 파우더로 튀긴 라이스치킨을 개발, 매출부진에 허덕이는 치킨집과 호프집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매스티지’ 업종도 해볼 만하다. 품질은 명품급이지만 가격은 상대적으로 저렴해 대중의 소비심리를 잘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퓨전 스시 전문점, 스파게티 전문점, 베트남 쌀국수 전문점 등이 매스티지 붐을 이끄는 대표적인 업종이다. ‘스시락’은 고급 스시와 뉴욕 스타일의 롤, 일본식 김초밥, 우리나라의 전통 김밥을 접합한 독특한 형태의 퓨전 롤을 5000원∼1만원의 가격에 제공한다. 오피스빌딩가와 중산층 지역상권에서 업종전환용으로 선호되고 있다. 주택가 상권 점포로는 생활밀착형 사업이 좋다. 최근 어린이들의 천식 및 알레르기성 비염 환자가 늘어나고, 새집 증후군 등 환경·위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침대청소업도 뜨고 있다. 카페형 PC방은 전국의 2만 5000여개 PC방을 대체해 나가고 있는 리모델링 업종이다. ●업종 전환해 성공했어요 스파게티 전문점은 과거 중심상권 대형매장으로 운영되던 것이 지난해 초부터 대학가 20∼30평 규모의 소형 매장으로 시장 확대가 이뤄지고 있다. 별로 눈에 띄지 않는 2층 점포의 리모델링 사례가 많다. 김홍록(30)씨는 리모델링 창업에 성공한 케이스다. 호프집을 하다 망한 2층 25평 점포에 스파게티 전문점 ‘파스타리오’ 숭실대점을 열어 1년째인 현재 월 순익 800만원 정도를 벌고 있다. 투자한 창업비용은 1억 7000만원선. 직장생활을 3년 정도 한 그는 “직장에 인생을 걸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하루라도 빨리 독립해야겠다.”며 창업을 결심했다. “일본과 동남아 등에서도 스파게티가 인기 높아 우리나라도 성장기에 진입했다고 판단해 스파게티점을 열었다.”고 말했다. 서울 대치동에서 감성놀이학교 ‘위즈아일랜드’를 운영하고 있는 이철우(51) 원장은 자신의 오랜 경험을 살려 업종 전환에 성공한 사례다. 교직과 학원강사 경력 20년과 실제로 보습학원을 8년간 운영했던 그는 정부의 사교육 대책으로 학원이 타격을 받자 지난해 8월 위즈아일랜드에 가맹했다.“최근 몇년 사이에 창의력 관련 교육사업이 뜨고 있어 과감한 도전을 선택했다.”고 했다. 창업관련 전문가들은 “리모델링 창업시 경험을 살릴 수 있는 업종을 선택하고 기존의 시설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업종을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 [이집이 맛있대]경기 포천시 ‘갈비생각’

    [이집이 맛있대]경기 포천시 ‘갈비생각’

    경기도 포천시 소흘읍 ‘갈비생각’에 가면 멍석만큼 크다 해서 ‘멍석대왕갈비’로 이름붙인 감칠맛 나는 돼지갈비를 맛볼 수 있다. 가로·세로 15㎝×25㎝인 멍석갈비는 갈비살에 다른 부위살을 이어 붙이지 않고, 전체가 갈비에 직접 이어진 100% 갈비살이다. 맛을 돋우는 1∼2㎝ 폭의 지방층이 살코기 사이에 4∼5군데 골고루 섞여 있다. 배·사과·파인애플·키위 등을 잘게 다져 썬 즙으로 고기의 향을 내고 육질을 부드럽게 만든 갈비에 버섯·고추·실파 등을 고명으로 얹어 낸다. 숯불에 지방층이 노릇노릇해질 때까지 구워 먹으면 돼지고기 냄새도 제거된 부드럽고 감칠맛 나는 특유의 갈비구이가 된다. ‘멍석대왕갈비’는 워낙 커서 성인들도 1인분으로 부족하지 않다. 가격은 500g 기준 1만 3200원.3∼4인 가족의 경우 5만원 남짓이면 멍석갈비와 냉면(비빔·물 5000원, 회 5500원), 누룽지밥(2000원)을 곁들여 한끼 나들이 외식이 가능하다. 주방장 오창옥(43)씨는 멍석갈비 맛의 첫째 비결은 “신선한 돼지고기를 골라 숙성시킨 후 과일즙 재료를 적당히 배합하는 것”이라며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것에 비해 훨씬 많은 과일을 쓰지만 배합비율은 영업비밀”이라고 말했다. 지난 97년 문을 연 갈비생각은 포천점이 본점이다. 소고기 양념왕갈비(7㎝×25㎝)도 소문났다.400g(2대)에 1만 7600원. 연건평 450평의 3층 목조 기와집으로 객석 400석과 충분한 주차공간이 있고,3층엔 이벤트가 펼쳐지는 노래방형 무대도 있다. 매달 첫째 주는 주 메뉴중 한가지를 선정해 50% 할인한다.5000여명의 고객에게 할인이벤트 정보를 휴대전화 메시지로 전해준다. 포천 한만교기자 mghann@seoul.co.kr
  • 매운맛 열풍… 전국이 ‘얼얼’

    매운맛 열풍… 전국이 ‘얼얼’

    ‘전국이 불바다?’ 매운맛 열풍이 전국을 강타하고 있다. 혀가 얼얼한 불닭을 시작으로 불삼겹, 불오징어, 불오뎅, 불냉면 등 음식메뉴에 온통 ‘불’자를 앞세우고 있다. 맵다는 뜻의 ‘불’자만 붙으면 아무 음식이나 잘 팔리니 너도나도 ‘불’자를 넣어 메뉴를 만들어 내고 있다. ●불닭요리가 매운 맛 주도 ‘불닭’으로 불리는 불닭요리는 지난해부터 맹위를 떨쳐 불황속 ‘대박음식’이라는 명성을 얻었다. 불닭체인점인 ‘홍초불닭’,‘신촌불닭’,‘원조불닭’ 등은 춘추전국시대를 맞고 있다.3∼4개에 머물던 체인점 수가 불과 2년여 만에 40여개로 늘어났다. 붉은 고추를 상징하는 붉을 ‘홍(紅)’과 매울 ‘신(辛’),‘불’자로 구성된 이들 체인점의 명칭은 맛만큼이나 자극적이다. 홍초와 신촌·원조불닭은 그나마 나은 편.‘열불닭’이라고 이름을 붙인 체인점이 있는가 하면,‘불타는 삼국지’도 있다. 화자가 들어가는 ‘화개장터’, 홍콩영화제목을 본딴 ‘닭불지존’, 불닭을 한자어로 그럴 듯하게 표기한 ‘화라계(活火鷄)’도 있다. 여기다 ‘앞차기불닭’과 ‘꼬장불닭’까지 점입가경이다. 한 업소 종업원은 “일부 매운맛 초심자들은 불닭을 시켜놓고 매운맛에 화들짝 놀라 젓가락을 집어던지며 화를 내기도 한다.”면서 “그러나 이런 손님들이 몇번 더 먹어보고 오히려 단골이 된다.”고 말했다. ●매운맛 열풍 모든 음식으로 불닭전문점들은 고추장소스를 이용해 불닭발과 불쭈꾸미, 불오징어를 만들어 메뉴를 다양화시키고 있다. 삼겹살집들은 고추장소스에 숙성시킨 ‘불삼겹’이란 메뉴를 내놓았다. 매운 양념에 돼지삼겹살과 오징어를 함께 재운 ‘오삼불고기’도 나왔다. 오뎅전문점들은 ‘불오뎅’을, 떡볶이집들은 ‘불떡볶이’를 만들어 승부를 걸고 있다. 냉면도 ‘불냉면’이 탄생, 매운맛 마니아들의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족발집도 매운소스에 족발을 삶거나, 기존 족발을 매운소스에 곁들여 먹는 ‘불족발’을 선보였다. 라면은 ‘빨개떡라면’으로, 닭날개요리인 버팔로윙은 ‘불날개’로 창씨개명(?)했다. 빨간 양념으로 구워낸 ‘불꽃게구이’는 신촌일대에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소시지는 ‘불소시지’로 이름을 바꾸고 매운맛과 동거에 들어갔다. 매운맛이 유행하면서 불닭 고추장소스를 직접 만드는 비법을 알려주는 요리학원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소스샘플만 가지고 가면 똑같은 소스제조기법을 알려주는 곳도 있다. 매운맛 열풍에 고추만 살맛났다. 국내 고추 소비량은 한해 18만t가량. 인스턴트 음식과 식생활 변화로 1인당 소비가 줄어 한동안 걱정거리였지만 이제는 오히려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매운맛 열풍놓고 해석 제각각 농협중앙회 식품연구소 최경근(43)팀장은 “속이 상하면 독한 소주를 삼키듯 불황속에 자극적인 음식을 찾는 것이 당연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매운맛 열풍을 반영하듯 고추장 소비도 많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김재휘(45) 중앙대학교 심리학과교수는 “매운맛도 음식의 다양화에 포함시킨다면 불황보다는 호황에 걸맞는다고 본다.”며 “그렇다면 불황이라고는 하지만 식생활수준은 과거에 비해 나아지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매운맛에 항암작용이 있다는 연구보고 때문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서울대와 영남대 등 일부대학 교수들은 고추의 매운 성분인 캡사이신이 암발생을 억제한다는 논문을 줄줄이 발표했다. 이는 자극적인 음식이 위점막을 손상시켜 결과적으로 위암 발생률을 높인다는 일반적 통설을 뒤집은 것이다. 특히 캡사이신이 많이 들어 있는 고추는 체내의 불필요한 지방을 분해시키는 데 작용한다고 해 매운 음식이 다이어트식품으로도 각광을 받고 있다고 한다. 일본에서 고추 다이어트 열풍이 불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글 사진 성남 윤상돈기자 yoonsang@seoul.co.kr
  • 꿩회·꿩파전·꿩산적…꿩따리 샤바라

    꿩회·꿩파전·꿩산적…꿩따리 샤바라

    ■ 춘천꿩농장서 꿩먹고 알먹고 우리의 가장 대표적인 겨울 전통 먹을거리가 꿩이다. 함박눈이라도 내릴라치면 덫을 놓고 불린 콩을 뿌려 꿩사냥을 했다. 이렇게 잡은 꿩으로 냉면과 만두 등 갖가지 별미도 만들어 먹었다. 꿩은 그 자태가 아름다운 만큼이나 맛도 일품이다. 담백하면서도 감칠 맛이 돈다. 육질은 부드러우면서 쫀득한 탄력이 있다. 꿩은 가슴살로 배·오이 등을 채 썰어 넣고 참기름을 조금 넣어 육회로도 먹었다. 쫄깃한 맛에서 ‘꿩 대신 닭’이란 표현이 왜 나왔는지 느껴진다. 옛날에 주로 혼례, 제사, 감사의 표시로 꿩이 쓰였다.‘있는 집’에선 치적제일(雉炙第一)이라 하여 제사에 빠지지 않았다. 정월 대보름엔 꿩알을 복란(福卵)이라며 귀하게 여겨 찾기도 했다. 나라님도 꿩의 맛을 즐겼다. 오죽하면 조선시대까지 매를 길러 꿩을 잡는 관청을 뒀겠는가. 조현진 봉래정 조리사는 “꿩은 겨울철 궁중의 보양식”이라며 “저지방 고단백 식품으로 다이어트나 성인병 예방에 좋다.”고 말했다. 이런 꿩 맛보기가 요즘엔 쉬워졌다. 꿩을 사육하는 까닭이다. 꿩은 사육된다고는 하지만 닭이나 오리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야성이 강하다. 소리에 민감하고 경계심이 무척 높다. 반면 병해에 강해 웬만한 조류독감에도 끄떡없다. 꿩 사육 농장인 강원도 춘천시 남산면 창촌리의 춘천꿩농장을 찾았다. 사방에 눈이 쌓이고 얼어붙은 산간마을의 겨울, 산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칼처럼 매섭다. 하지만 농장의 꿩들은 추위를 잊은 듯 재빠르고 활기찼다. 사육장 안으로 발자국소리를 죽이며 조심스럽게 들어섰지만 수백 수천마리의 꿩이 한꺼번에 푸드득거리며 날아올랐다. 먼지와 깃털, 정면으로 돌진하는 꿩 때문에 고개를 들 수 없을 정도였다. 주인 동영삼(50)씨는 “막무가내로 사육장에 들어서면 꿩이 정면으로 달려들어 발톱에 할퀴거나 다친다.”고 주의를 줬다.“닭은 먹이를 주면 달려들어 먹지만 꿩은 경계심을 품고 접근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들 꿩은 모두 부리가 몽땅하게 짧았다. 꿩은 성질이 거칠어 서로 싸우는 경우가 많아 생후 20∼30일 사이에 부리를 절단한 까닭이다.15년째 꿩을 기르는 그는 “꿩을 수십대째 순치시켜며 길들이려고 했지만 여전히 실패”라며 “닭이나 오리는 꿩과 비교하면 너무나 순해 ‘온실 속의 화초’”라고 말했다. 그는 꿩이 인삼밭을 찾으면 쑥대밭으로 만드는 걸 보고 꿩을 건강하게 기르기 위해 인삼과 목초액을 먹였다. 항생제는 전혀 먹이지 않는다. 꿩 전문식당을 운영하는 동씨 부인 정향순씨는 “꿩의 요리법은 닭과 비슷하지만 기름기가 없어 훨씬 더 담백하다.”며 “꿩의 감칠 맛을 살리려면 파·마늘 등 강한 향신료를 많이 넣지 않는 요리법이 좋다.”고 말했다. 꿩고기로 육수를 우려낼 땐 꿩 한 마리에 물((8ℓ), 생무(400g), 양파(200g), 마늘(3쪽)만 넣고 30여분간 푹 끓이면 된다고 설명했다. 육수는 식혔다가 냉면을 말거나 다른 음식을 만들 때 넣고, 살은 소금에 찍어 먹거나 칼국수·만두 등을 끓일 때 넣으면 된다. 그는 꿩에 인삼·대추 등을 넣고 삼계탕처럼 끓여 먹으면 겨울에 감기에 걸리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 닭백숙처럼 통마늘·대파 흰 부분을 넣고 닭보다 더 오래 익혀 먹는 꿩백숙도 좋단다. 정씨는 배추·무·호박·숙주나물·부추 등을 꿩고기와 다져 넣은 꿩만두도 빚어 판다. 꿩만두 1봉지(100알)에 3만원, 냉동 꿩고기(장끼·1㎏)는 2만원에 택배도 한다. 식당 메뉴는 꿩냉면(5000원), 꿩백숙, 육회(이상 2만 5000원), 꿩샤부샤부(3만 5000원·4인분) 등이 개발되어 있다. 문의(033)262-5335. ■ “겨울에 먹어야 제맛” 수컷 장끼의 자태는 고혹적이다. 목에는 흰 링을 찬 듯 하얀 목털을 둘렀다. 우리나라의 꿩에만 흰 테가 있다. 이 때문에 우리 꿩이 전세계 50여종의 꿩 가운데 가장 아름답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흰 테 위쪽은 녹색을 띤 푸른 빛이 나고, 아래쪽는 붉은 색이 감도는 보랏빛과 황색이다. 밤색 광택이 있는 청동색 몸에 흑색에서 황색까지의 갈색 빛깔로 얼룩져 있다. 긴 꼬리 깃은 짙은 밤색에 검은 마디가 있다. 예로부터 모자 등에 장식으로 많이 달았다. 암컷인 까투리는 꼬리가 짧으며 갈색으로 얼룩져 있다.‘꿩 대신 닭’,‘꿩 구워 먹은 소식(소식이 없음)’,‘꿩 잡아 먹은 자리(흔적이 없음)’,‘꿩 먹고 알 먹고’ 같은 우리 속담도 꿩의 맛과 관련이 있다. 장동민 하늘땅한의원장은 “봄 산란기를 앞두고 겨울은 꿩이 가장 맛있을 때”라며 “꿩고기는 몸에 좋은 오메가3지방산을 갖고 있으며, 소화흡수가 잘 되며 기력을 돋운다.”고 말했다. 춘천 글 이기철기자 chuli@seoul.co.kr 사진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 ‘새’맛찾아 전문점으로 서울 김포공항 옆 메이필드호텔의 한정식당에선 2월 말까지 겨울 특선 궁중보양식으로 꿩요리(5만 5000원)를 내놓고 있다(02-6090-5800). 꿩요리 특선 메뉴로는 꿩육회와 꿩완자전골·꿩만둣국·꿩산적(꼬치) 등이 코스로 나온다. 꿩완자전골은 야채와 꿩살로 완자를 빚어 육수에 끓이는 것으로, 여러가지 재료가 어우러진 깊고도 시원한 맛을 낸다. 옛날 궁중에선 이를 봉오리탕으로 불렀다. 봉래정의 단아한 전통한옥에서 겨울 궁중음식 꿩을 즐기는 맛이 그만이다. 한양대학교에서 성동교를 건너 화양로로 이어지는 곳에 있는 꿩 전문 음식점이다(02-468-0110). 12년 전에 문을 연 이 집의 가장 대표적인 메뉴는 꿩 한마리(3만 9000원·4인분). 꿩파전·꿩육회·꿩샤부샤부와 꿩만두, 꿩탕을 골고루 맛볼 수 있다. 금수강산의 꿩샤브샤브는 꿩 뼈를 우려낸 육수에 꿩앞가슴살을 얇게 저며 넣은 것이다. 여기에다 배추·호박·감자·쑥삭·버섯류 등 7∼8종의 야채가 풍성해 국물이 시원하면서도 감칠 맛이 깊다. 강화도에서 기른 꿩을 가져와 손님들이 보는 앞에서 잡아준다. 도심과 강남에서 별미를 즐기려는 고객들이 많이 찾는다. 꿩을 제대로 먹으려면 예약하는 것이 좋다. 그렇지 않으면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하다. 전국 제일의 꿩요리집이란 자부심이 가득한 식당이다(043-846-1757). 메뉴는 한 가지. 꿩 한마리(5만원)를 주문하면 꿩회·꿩생채·꿩산적(꼬치)·꿩불고기·꿩만두·꿩수제비매운탕이 차례로 나온다. 어른 두세 명이 푸근하게 먹을 수 있다. 꿩회는 꿩고기를 양념에 무치지 않고 생선회처럼 내고, 꿩생채는 꿩을 야채와 양념에 버무려 내온다. 안주인 박명자(56)씨는 꿩요리로 향토음식 기능보유자로 선정됐다. 한번 맛본 사람은 다시 찾는다. 위치는 충북 충주시 상모면 안보리, 수안보온천에서 월악산국립공원 미륵사지쪽으로 2.5㎞쯤 가야 한다. 의왕의 청계사로 가는 코스 중간에 있는 꿩고기 전문점. 꿩고기 칼국수와 꿩고기 꿩만둣국 각 5000원(031-426-2494). 얼큰해 닭도리탕과 비슷한 꿩탕(4만 5000원)과 담백한 꿩샤부샤부(5만원)는 꿩 한 마리로 푸짐하다. 모두 4인기준. 새로 지은 건물이 깨끗하다. 목장을 하던 주인 박종인씨가 25년 전에 황소 한 마리와 바꿔 심었다는 등나무가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에 변화를 준다. 대중교통 편이 불편한 곳이라 차편을 항시 대기시켜놓고 인덕원 전철역까지 교통편의를 제공해준다. 경기도 용인시 용인문예회관 근처의 금촌집은 꿩탕을 내놓는다(031-335-3808). 얼큰한 국물 맛이 꿩고기 속에 잘 배어든 꿩탕(한 마리 3만 5000원)은 이 집의 별미다. 봄철에는 국물 안에 넣은 달래향이 향긋하게 풍기며 입맛을 자극하다. 꿩구이(9000원·1인분)는 부드럽고 담백한 육질이 좋다. 뼈가 억세지만 뼈를 발라먹는 재미가 그만이다. 고기와 양파, 대파, 양송이버섯 등을 같이 굽는 냄새가 향긋하다. 이외에도 메추리구이·토끼탕과 토끼구이 등 다소 야성적인 메뉴를 내놓는다. 꿩요리에서 빠질 수 없는 음식이 냉면이다. 꿩과 김칫국의 조화로운 맛이 그만이다. 꿩 가슴살이나 날개살, 다리살을 발라내 국물에 띄우고, 뼈는 고아 육수를 내 김칫국이나 동치미국에 섞어 냉면국물을 만든다. 서울 강동구 고덕사거리 E마트를 끼고 우회전하는 평안도 오부자집(429-2515)에선 꿩냉면과 꿩만두를 낸다. 꿩육수를 진하게 맛보려면 3∼4명의 한 가족이 우선 꿩만두전골(1만 3000원·1인분)을 한 냄비 주문해 먹은 다음 꿩냉면(6000원)으로 시원하게 입가심하면 평안도 겨울 별미의 맛을 짐작할 수 있다. 이외에도 동두천의 터미널근처의 평남면옥(031-865-2413)도 꿩냉면(6000원)으로 이름이 높다.
  • [우리구 올해는] 성낙함 중구청장

    “세계적으로 ‘나눔의 시대’에 빠르게 접어들고 있습니다. 이런 변화에 발맞추지 못하면 경제성장을 이뤄도 사회불안만 커질 수밖에 없어요.” 성낙합 서울 중구청장은 ‘도심재생 프로그램’에 운명을 걸었다며 그 일환으로 사회안전망 구축 사업을 최우선으로 매듭짓겠다는 꿈을 밝혔다. 대한민국의 수도, 그 가운데서도 얼굴인 중구를 되살려놓음으로써 서울을 나라 안팎에서 누가 보기에도 번듯한 곳으로 만들겠다는 뜻이 숨어 있다. “가진 게 없다고 해서 떠나는 일이 없고, 반면 가진 이들이 들어와 살고 싶어하는 지역으로 가꿀 텝니다.” ●‘1직원 1가정 보살피기’ 운동 성 구청장은 실제 어렵게 살면서도 복지지원 혜택의 사각지대에 놓여 도움의 손길이 절실한 틈새계층 1570여가구를 대상으로 ‘1직원 1가정 보살피기’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직원들이 처음엔 반신반의했으나 차츰 가시화하자 늘어난 업무 속에서도 자부심에 생겨 뛰어준 덕택이라고 뽐낸다. 기업체, 주민 등 불우이웃과 결연을 주선하기도 한다. 결연자들은 1대1로 계좌당 매월 5만원을 돕는다. 현재 812구가구와 정기결연이 맺어졌다. “빈부격차가 심하면 돈 있는 사람은 대우를 못 받고, 가난한 이들은 처지를 비관하기 쉬워집니다. 돈의 흐름과도 뗄 수 없기 때문에 골고루 잘 살도록 하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하지요. 사회안전망 사업은 그들이 국가경제 회복 등 계기만 주어지면 얼른 자활하도록 기틀을 마련하는 기초작업이죠.” 정부의 손길이 닿지 않고, 자치단체로서는 더 버거울 사회안전망 사업에 뛰어든 중구는 금전적 지원이 아니라 정신적인 괴리감을 없애는 데 초점을 뒀다. 그래서 더 뜻깊게 여겨진다. ●‘도심재생 프로그램’ 풀가동 이를 바탕으로 13만 6000여 주민들이 중구민이라는 자부심을 가지도록 도심재생 사업을 펼친다. 때마침 청계천 복원으로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 동대문·남대문시장과 맞물려 오장동 냉면골목, 신당동 떡볶이골목, 장충동 족발골목 등 관광코스를 걸어서 돌아볼 수 있도록 접근성을 높일 참이다. 중구를 번듯한 ‘서울의 중심’으로 되돌려 놓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사례는 청소차량을 세차하지 않은 채 돌아다니지 못하도록 한 데서 엿보인다. 도로 보수에서 흔한 ‘땜질식’ 공사도 관내에서만큼은 없도록 조치했다. 지역개발은 말할 필요도 없다. 성 구청장은 이같은 결심을 되새기기 위해 집무실에 걸렸던 고층건물 사진을 신당동 일대 등 개발욕구가 강한 지역을 담은 것으로 바꾸기도 했다. 사업을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 미국 보스턴의 세계적인 도시설계 전문가에게 용역을 맡겨 오는 4월이면 중구의 지도를 바꿔놓을 밑그림이 나온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9일 TV 하이라이트]

    ●한류체감 프로젝트 ‘아이러브 코리아’(MBC 오전 9시) 첫번째 한류 열풍지는 타이완. 현재 이곳은 2004년 대한민국 최고 드라마로 선정된 ‘대장금’이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현지 ‘대장금’의 인기 정도와 인기있는 한류 스타, 타이완 현지인들의 한국 노래자랑을 통해서 한국의 위상을 점검해 본다. ●신약특집(YTN 오후 8시30분) 미국과 스웨덴, 스위스, 독일 등의 현지 취재를 통해 선진국의 거대 제약사들이 수조원의 천문학적인 개발비용을 들여 신약개발에 나서고 있는 ‘총성없는 전쟁’의 현주소를 생생한 화면과 함께 소개한다. 불치병 치료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신약’의 개발과 임상시험 과정 등을 살펴본다. ●휴먼다큐 ‘가족’(EBS 오전 10시20분) 우리나라의 또 다른 소외계층인 혼혈가족 요셉이네. 파키스탄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요한, 요셉이네 가족이 살아가는 행복한 이야기를 통해 이들도 우리 사회의 이웃임을 깨닫고, 또 이들을 바라보는 시각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다. ●맛 대 맛 스페셜(SBS 오전 10시30분) 2004년 총결산편으로, 계절별로 나눠 맛의 향연을 펼친다. 최고의 맛을 만드는 장인들, 산지에서 올라온 최고의 재료들이 스튜디오에 쏟아진다. 봄 음식으로는 조개구이 대 조기구이, 된장찌개 대 김치찌개, 물냉면 대 비빔냉면, 꽃게 대 대게, 마산아귀찜 대 해물 누룽지탕 등이 소개된다. ●최고의 스펀지(KBS2 오후 4시50분) 홍록기 홍지호 권진영 김창렬 김학도 홍경민 이지현이 출연한다.‘스펀지 연구소’코너 에서는 신데렐라의 비밀, 진실을 알지 못할 때에 더욱 아름다울 수 있는 신데렐라의 속 이야기를 살핀다. 아름답기만 했던 그 이야기 속에 숨겨진 무서운 비밀은 무엇일까. ●명주기행, 술익는 마을(KBS1 오전 10시) 우리 술은 이제 우리 농촌이 새롭게 찾아야 할 과제이다. 우리만의 독특한 누룩 제조법, 이미 찾기 어려워진 전통술의 발효비법, 술과 사람들의 이야기, 그리고 술에 담긴 먹을거리의 철학들. 명절을 맞아 우리 술문화의 원형을 찾아 보고, 우리의 술 안에 들어있는 문화 흔적을 살펴본다.
  • 전철타고 떠나는 천안삼거리 여행

    전철타고 떠나는 천안삼거리 여행

    ●서울~천안 수도권 전철 20일 개통 천안을 아시나요? 과거급제 꿈을 품은 남도 사람들이 서울을 향해 가던 중, 잠깐 천안 삼거리 능수버들 아래 땀을 씻고 갔던 곳이지요. 그후 기차가 주요한 교통수단이던 시절에는 그 유명한 호두과자를 사기위해 지폐 두어장을 들고 기다리던 곳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자동차가 일반화된 후 천안은 지나가는 곳이 됐습니다. 그러나 1월20일, 오늘 충남 천안까지 전철이 개통되면서 천안은 새로워졌습니다.2300원짜리 전철 표 한장이면 서울에서 천안나들이가 가능합니다. 민족의 아픈 역사가 고스란히 숨쉬는 역사교실, 천안을 가볼까요. 숨어있는 맛도 다양한 ‘맛있는 도시’ 천안을 추천합니다. 천안 글 사진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와~~~ 맛나는 천안 ●천안명물 호두과자 고속도로 휴게소 어디든 있는 호두과자의 원조는 역시 천안에 있다.70여년 역사의 구성동 천안소방서옆 학화 할머니 호두과자(www.hodoo1934.com,041-567-3370)가 효시. 가게에 들어서면 맛있는 호두과자 냄새가 코끝을 간지럽힌다. 부드럽고 고소한 뒷맛을 여운으로 남기는 호두과자는 씹히는 호두의 크기가 틀리고, 흰팥의 껍질을 제거해 쓰는 흰색 소는 기품이 느껴질 정도로 적당한 단맛이다. 천안역에서 택시로 2000원 거리. ●오리의 모든 것 다양한 오리 요리를 코스로 즐기는 신토불이는 천안에서 유명한 집이다. 한 가족이 배불리 먹을 수 있는 금상첨화 정식(4인·5만 9000원)은 생오리로스구이, 오리훈제 바비큐, 양념꽃게장, 오리양념주물럭, 영양죽에 이어 후식으로 팥빙수까지 나온다. 맛깔스러운 백김치와 밑반찬들은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다. 얇게 저민 식초에 절인 무에 싸 먹는 오리로스는 아작아작 씹히는 무와 담백한 오리고기의 조화가 절묘하고, 훈제로스는 머스터드 소스에 찍어 입에 넣으면 그냥 녹는다. 서산에서 직접 가져온 꽃게장은 꽉 찬 게살과 양념 고추장의 조화가 일품이다. 본점(584-4477)은 직산역에서 택시를 타고 양당리 신토불이로 가면된다.4000원 정도. 천안분점은(553-5292)은 천안역에서 택시를 타고 새터마을 신토불이로 가자면 된다.4500원정도. ●순대의 본고장을 찾아 순대는 ‘병천’이 원조다. 병천에서도 원조를 찾는다면 충남집(564-1079)이다. 당면 마늘 양파 등과 돼지피를 살짝 섞어 만든 속을 깨끗하게 씻은 창자에 꾹꾹 눌러 넣은 다음 푹 쪄낸 순대는 보기만 해도 먹음직하다. 또 돼지사골에 생강 마늘 양파 등 특유의 재료를 넣고 은근한 불과 센불을 교대로 24시간 이상 곤 국물에 순대와 머릿고기 등을 담아내는 순댓국은 천안을 찾으면 반드시 맛봐야 한다. 순댓국 특유의 냄새는 전혀 없다.40년이 넘게 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충남집은 김치부터 순대까지 전통방식을 고집하고 있다. 순대 한 접시 5000원, 순댓국은 4000원. 천안역에서 병천행 버스는 많다.30분 정도 소요.950원. 대부분 독립기념관을 거쳐 병천의원 앞이 종점이다. 종점에 내려 걸어가면 3분. ●장금이 솜씨도 맛보세요 ‘메밀총떡’ 들어보셨나요. 천안 유창동에 있는 봉평장터(556-6272)가 자신있게 내놓는 별미다. 다진 고기와 호박 배추 당근 등 갖은 야채를 볶은 다음 얇게 부친 메밀에 넣고 말아 놓았다. 아작아작 씹히는 야채와 고기, 쫄깃쫄깃한 메밀의 맛이 잘 어울린다.4개에 4000원. 막국수도 특이하다. 커다란 냉면 그릇 하나에 고추장 다대기가 올려져있는 메밀 국수 사리와 아무것도 없는 메밀사리, 두개가 가지런히 담겨있다. 일단 다대기에 면을 비벼 먹는다. 다대기의 매콤달콤함을 입안 가득 느끼고 그 다음에 시원한 육수를 부어 나머지 면을 먹는다. 시원하고 산뜻한 육수와 약간 남아있는 다대기가 어우러져 정말 깔끔한 맛을 느낄 수 있다.5000원. 천안역에서 택시를 타고 유장동 천성중학교 맞은편으로 가자고 하면된다.15분 정도 걸리고 3000원 정도 나온다. ●너희가 돼지를 알아 신부동의 고기(563-9233)는 정말 맛있는 돼지고기를 먹을 수 있는 집이다.‘가브리살’과 ‘볼살’전문점. 돼지 등심의 안쪽을 일컫는 가브리살은 한마리에 300g, 말 그대로 돼지 볼살은 한쪽에 100g씩 200g밖에 나오지 않는 귀한 부위다. 비계가 전혀 없는 돼지 살코기인 볼살(7000원)은 입에서 살살 녹는다. 가브리살(8000원)은 쫄깃쫄깃하고 고소한 맛이 최고. 날치알을 얹은 알밥(2000원)은 된장찌개와 함께 식사로 든든하다. 천안역이나 두정역에서 택시를 타고 신부동 갤러리아 주차장 맞은편 제일은행 앞에 내리면 된다.2000원. ●떡볶이도 천안에선 달라 ‘떡볶이 맛이 그렇지 뭐.’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신안동 떡볶기 나라(562-2677)로 가봐야 한다. 테이블이 5개뿐, 젊은이들이 줄을 서 기다리고 있다. 쫄깃한 떡과 진한 국물맛이 ‘끝내준다’. 아주 매콤하면서 뒷맛은 달콤하다. 떡볶이 2500원. 천안역에서 신부동 국민은행 뒤 먹자골목으로 가자고 하면 된다.2000원정도. 힐튼장 여관옆에 있다. ●이탈리아의 맛을 천안에서 천안 봉명동에 있는 쿠치나(578-5556)는 이탈리아 정통요리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주인이자 주방장인 이종철(47)씨가 직접 식재료를 사고 음식을 만든다. 해산물샐러드(1만 5000원), 안심스테이크(3만 2000원), 해산물 스파게티(1만 4000원)가 주메뉴. 천안역에서 서부역쪽 출구로 나와 택시를 타고 봉명동 전자랜드로 가자고 하면 된다.2000원. ●맘씨좋은 아저씨가 만들어주는 초밥 맛있는 초밥을 무한정 먹을 수 있는 곳이 쌍용동 스시 이찌방(572-9288)이다. 오후 1시30분까지는 어른 1만 5000원이면 각종 초밥과 우동, 캘리포니아롤 등을 실컷 먹는다. 저녁에는 어른 3만원 천안역에서 서부역쪽 출구로 나와 택시를 타고 쌍용동 컨벤션센터로 가면 된다.3000원정도. ●세계의 꼬치요리도 천안에서∼ 다양한 꼬치요리를 맛볼 수 있는 두정동 화투(563-5292). 멕시코 타코(1만 5000원), 도리쿠시 야키(1만 2000원) 등 세계 각국의 꼬치를 만날 수 있다. 특히 멕시코 타코는 베이컨, 피망, 소고기 등을 꼬치에 구워 토르티야에 살사 머스터드 등 소스를 발라 싸서 먹는다. 천안역에서 택시로 두정동 부경아파트 정문 앞에 내리면 된다.3500원정도. ■ 야~~~ 신나는 천안 ●민족의 혼을 느끼고 일제 강점기의 항일 투쟁사와 아픈 민족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있는 독립기념관과 유관순열사 사적지가 있다. 독립기념관을 가는 버스는 천안역에서 320,350,410번 등 12개가 있다.20분 거리,950원. “엄마 저거 뭐야?”하는 아이의 물음에 눈길을 들어보니 어마어마하게 높은 탑이 눈을 끈다. 가까이 가보니 무려 높이가 51m나 되는 겨레의 탑이다. 수덕사 대웅전을 본떠서 지은 겨레의 집은 높이 45m, 길이 126m로 웅장하다. 겨레의 집 뒤편에 있는 전시관으로 가보자. 시대별·주제별로 근대민족운동관, 일제침략관,3·1운동관 등 7개관으로 나뉘어져 있다. 자세히 보려면 4시간이나 걸린다. 어른 2000원, 어린이 700원.(041)560-0114. 유관순열사 사적지는 1919년 3월1일 3000여 군중과 함께 만세를 불렀던 아우내장터에서 300m 떨어져 있다. 유관순열사기념관(564-1223)으로 들어간다. 기념관에서는 열사의 삶을 그린 다큐멘터리와 아우내만세운동을 묘사한 부조물 등을 볼 수 있다. 기념관 뒤편으로 유관순 열사 생가도 있다. 입장료 무료. 천안역에서 병천가는 버스를 타면된다. 병천순대마을에서 걸어서 15분.950원. ●온천행궁(溫泉行宮)의 본고향 유명한 온천도 많지만 온양온천은 조선의 왕들에게 사랑을 받았던 곳이란 점에서 남다르다. 천안역에서 90,91번 버스로 35분 정도 가면 온양온천역에 도착.1450원. 그중에서도 온양관광호텔(540-1201)이 유명하다. 어른 5000원, 어린이 3000원. 온양온천역에서 걸어서 5분. 이밖에도 태조산 각원사(561-3545)는 거대한 청동대불로 유명하다. 높이 15m, 귀의 길이만도 175㎝,60t 무게의 청동좌불 미소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또한 인근 태조산 조각공원(550-2522)도 인기다. 산책로와 정상 전망대, 눈썰매장까지 갖추고 있어 아이들이 있다면 들러볼 만하다. 버스가 1시간에 한대씩 다니므로 택시가 낫다. 천안역에서 4500원 거리. 천안시는 매주 일요일 한 차례씩 무료 순환관광버스를 운행한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천안역광장을 출발, 우정박물관~태조산조각공원~각원사~유관순열사 유적지~조병옥 박사 생가~ 독립기념관 등을 도는 코스. 천안시 문화관광과 (041-550-2032).
  • 버스타고 ‘신의 걸작품’ 금강산 겨울여행

    버스타고 ‘신의 걸작품’ 금강산 겨울여행

    ‘누구의 주제런가 맑고 고운 산/그리운 만이천봉 말은 없어도/…/수수 만년 아름다운 산 못가본지 그 몇 해/오늘에야 찾을 날 왔나/금강산은 부른다.’ 고귀함이 묻어나는 금강산(金剛山), 녹음이 깔리는 봉래산(蓬萊産), 단풍으로 물든 풍악산(楓嶽山), 깎아지른 듯한 바위가 앙상한 뼈와 같은 개골산(皆骨山), 눈 덮인 설봉산(雪峰山)…. 때마다 철마다 모습과 이름을 바꿔가며 아름다움을 과시하는 금강산. 특히 겨울이 아름답다는 이곳을 살짝 맛보고 왔습니다. 오색찬란한 화려함은 없지만 봉우리의 자태가 빼어나고, 얼어붙은 폭포의 웅장함에 넋이 나가 돌아오고 싶지 않았습니다. 새해 첫 여행으로 겨울에 더욱 아름다운 금강산이 어떨까요. 지금 바로 비무장지대를 거쳐 출발합니다. ●보이지 않는 남북의 선을 넘어 오후 4시.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에 있는 남측출입국관리소(CIQ)에서 간단한 출국 수속을 마쳤다.(한 나라의 땅인데도 ‘출국’이라니, 왠지 서글프다.) 비무장지대를 건너, 북녘을 향한다. 비무장지대의 임시도로로 33인승 미니 버스가 신나게 달렸다. 금강통문과 남방한계선을 지나 출발한 지 15분만에 군사분계선을 넘는다. 이제부터 북한이다. 함께한 ‘관광조장(관광가이드)’에게는 2003년 9월에 육로관광이 시작된 후 오늘까지 452번째로 넘는 군사분계선이란다. 아무리 주위를 둘러보아도 우리민족을 갈라놓은 선은 없다. 그저 도로 구석에 철책도 아닌 녹슬어버린 표지 하나가 군사분계선을 나타내며 민족을 갈라놓고 있을 뿐이다. 북방한계선을 지나 구서통문에 차가 멈췄다. 겨울 찬바람에 빨갛게 언 볼과 오래된 듯한 군복의 북한군인 두 명이 버스에 올라 “모두 몇 명입네까.” 짧게 한마디 묻고는 내려버린다. 통관 절차다. 도로 옆 연두색 철책은 관광지역과 북측 마을의 경계다. 철책 너머로 북측 마을에 북한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거나 걸어가는 모습이 보이지만 갈 수는 없다. 개발되지 않은 모습이 오히려 정겹다. 고성 통일전망대를 떠난 지 45분만에 금강산에 도착했다. 정말 가까워졌다. 배로 무려 4시간이 걸린 길을 이렇게 단숨에 달려오다니. 벅찬 감흥을 가슴에 담고 북녘에서의 첫날은 지나간다. ●신의 걸작, 계절의 명산 개골산 둘째날 아침 8시30분에 금강산의 구룡연으로 출발했다. 금강산에서만 볼 수 있다는 미인송. 옆으로 늘어진 소나무가 아니라 하늘로 쭉쭉 뻗은 자태가 미인처럼 아름다워 미인송이라 이름 붙였다. 미인송 숲을 빠져나와 10여분만에 도착한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산행을 시작한다. 북한 해설원의 낭랑한 목소리가 들린다.“한반도의 3대 폭포중 하나인 구룡폭포와 선녀들이 목욕을 했다는 상팔담을 볼 수 있으며 산행시간은 왕복 4시간입네다.” 맑은 공기가 가득한 계곡을 따라 걷는다. 고개를 들어 산을 바라보니 겨울 금강산을 개골산(皆骨山)이라고 부르는 이유를 알겠다. 흙이라고 눈 씻고 찾아볼 수 없는 산. 그래서 인간의 뼈처럼 허연 속살을 드러내고 있는 바위산. 그것이 개골산이다. 커다란 바위를 깎고 다듬어 만들어 놓은 신의 걸작품이라고밖에 표현할 말이 없다. 그 바위에 자라고 있는 ‘배지하늘솔’. 땅을 배신하고 하늘을 향하는 소나무란 뜻으로 바위를 뚫고 자라고 있다. 신기하다 신기해. 어찌 저렇게 단단한 바위덩어리에 생명이 자라고 있을까. ●아름다운 금강산을 눈에 가득 담으시라요 30분 정도 걸어가 도착한 양지대에서 여자 해설원이 말한다. “저 앞에는 거북선 모양의 거북선바위, 뒤에는 개구리 바위예요. 선생, 거기가 아니고 저기라요. 이쪽 보시라요.” 말투는 약간 퉁명스럽지만 정감이 느껴져 “원래 북측 여성동무들은 다 예쁩네까.”하고 묻자 “심한 농하면 안됩네다.”하고 정색이다.“죄송합니다.” 꼬리를 확 내리고 다시 걷는다. 삼록수는 추운 날씨에 얼어버렸다. 산삼과 녹용이 흘러내린다는데…. 마시지 못해 아쉽다. 땀으로 젖은 머리는 금세 얼어버린다. 진한 에메랄드빛부터 연한 옥빛까지 다양한 초록이 어우러진 유명한 옥류동계곡도 얼음으로 변해있어 물빛의 아름다움은 감상할 수 없다. 대신 굽이굽이 계곡을 돌아설 때마다 펼쳐지는 금강산의 비경을 눈에 담는다. 이래서 금강산을 느끼려면 사계절을 와야 한다는 건가. 1시간을 걷자 나타난 웅장한 비룡폭포. 얼어버린 그 모습이 마치 하늘에서 던진 번개가 그대로 굳어버린 것 같다. 중간중간 비석에 김일성교시를 적어 놓은 ‘표식비’와 봉우리마다 전설이 얽혀있는 바위들이 즐비하다.15분을 더 걸어 관폭정에 도착했다. 구룡폭포를 볼 수 있도록 만들어놓은 정자다. 북측안내원들이 “수고하셨습네다. 여기가 조선의 3대 폭포중 하나인 구룡폭포입네다.”라며 설명한다. 이곳에서 파는 차 한잔에 1달러. 따뜻한 차를 마시며 얼어버린 웅장한 폭포를 감상하는데 ‘쩌억!쩍!’ 소리가 들린다. 계곡에서 얼음이 갈라지는 소리다. 깊고 깊은 금강산, 이곳 아니면 또 어디서 들을 수 있을까. 언 몸을 잠시 녹이고 선녀와 나무꾼의 전설을 가진 상팔담으로 향했다. 가파른 절벽을 향하는 길에 ‘아휴, 다리야. 그냥 갈걸.’하는 후회가 간절하다. 도대체 뭐가 있기에 이 무거운 몸을 이끌고 오르려 했나.30분을 올라 도착한 구룡대. 아까의 후회는 사라진다. 커다란 바위로 발아래 계곡에 비록 얼어있지만 멋진 소와 담이 한눈에 들어온다. ●온천에 몸을 담그고, 피로를 풀고 내려오는 길에 점심을 먹으러 목란관에 들렀다. 아침에 10달러를 내고 산 표(식권)를 건네며 주문을 하는데 북한여성이 “여기는 무조건 냉면이라요.”라며 돌아간다. 추어탕, 비빔밥을 먹을 수 있다고 하더니만. 10분,20분이 지나도 음식이 나오지 않는다. 인내의 한계를 느껴 냉면 언제 나오냐며 불평하자 “참고 기다리시라요.” 한마디하고 돌아간다.30분만에 나온 물냉면, 육수는 심심하고 면발은 그럭저럭이다. 양념이 적은 북한음식은 입맛에 잘 안 맞는다. 저녁에는 물이 좋다는 금강산 온천에 몸을 담근다. 반짝이는 별을 보며 향긋한 미인송의 냄새를 맡으며 금강산의 정기를 맨몸으로 느끼는 노천온천이야말로 최고다. 피로가 가시며 여유가 생긴다. 금강산에는 음기가 강해 한달에 한번씩 남탕과 여탕을 바꾸는데 오늘이 그날이란다. 내가 몸을 담그고 있는 곳이 어제는 여탕이었다! ●만물상을 품에 안고 셋째날은 만물상코스다. 미니 버스를 타고 구불구불 미인송이 가득한 길을 간다. 마치 옛날 대관령을 오르는 것 같다. 내금강과 외금강을 연결하는 온정고개는 모두 106굽이, 이중 만물상까지가 모두 77굽이다. 온정각에서 떠난지 30분만에 주차장에 도착한다. 왕복 2시간 코스. 구룡연과 다르게 가파른 길이 이어진다. 깎아지른 절벽과 솟구쳐 오른 봉우리, 그 위에 아슬아슬 올라선 바위들. 토끼 호랑이 거북이는 기본이고 독수리 곰 허수아비 등 저마다 이름을 가진 바위들이 펼쳐져 ‘만물상’답다. 삼선암 귀면암 절부암을 지나 30분을 오르니 안심대. 탄성이 절로 나온다. 발아래는 수길 낭떠러지이고 그만큼 또 위로 봉우리들이 솟았다. 울퉁불퉁 근육질 남자의 벗은 몸처럼 아릅답고, 힘이 느껴진다. 금강산을 보지 않고 산세를 논하는 것은 허무하다고 했던가. 역시 민족의 명산이란 칭송이 아깝지 않은 산이다. 철사다리를 의지하며 천선대에 오르자 눈 앞에 펼쳐지는 만물상에 또 한번 놀란다. 나도 모르게 조물주에게 경의를 표하게 된다. 만물상을 한눈에 볼 수 있다는 망향대까지 오르고 싶지만 일정이 여의치 않다. 그림같은 만물상을 가슴에 담은 채 발길을 돌렸다. 주차장에서 북한해설원들이 따뜻한 두부와 막걸리를 판다.5달러. 산행 뒤에 마시면 더욱 시원한 막걸리 한잔과 함께 금강산 일정이 끝났다. 몇 해전, 여름 금강산에서 “반드시 겨울에 오리라!”던 꿈을 이뤘더니, 또다른 욕심이 생긴다. 금강산은 바로 그런 민족의 산이다.‘언젠가 내 다시 너를 품으러 오마. 좀 더 자유롭게….’ ● 이렇게 가세요 금강산 관광 선택의 폭이 좀 넓어졌다.2박3일,1박2일, 당일 등 세가지의 형태로 진행중이다. 당일은 2월말까지 토요일만 출발하며 1인당 12만원.1박2일은 매주 토, 일요일 출발 1인당 20만원,2박3일은 매일 출발한다.29만원. 단 교예공연(25달러), 온천욕(12달러)과 식사(중·석식, 보통 10달러)비용은 별도 부담. 또한 통일부에 방북승인신청 등을 해야 하므로 출발일 기준 10일 전에 현대아산 영업부나 금강산관광에 예약해야 한다.(02)3669-3000,www.mtkumgang.com 글 사진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9일 TV 하이라이트]

    ●결정!맛 대 맛(SBS 오전 10시50분) 야들야들 명태살과 매콤새콤한 양념, 쫄깃한 면발에 백김치로 속살을 채운 북한식 만두의 조화 명태회 비빔냉면과 만두. 아삭아삭한 김치를 썰어서 고소하게 부친 녹두전과 얼음 둥둥 띄운 시원한 국물에 잘 만 국수의 진미가 입맛을 돋우는 김치말이 국수와 녹두전의 맛대결을 보여준다. ●인사이드 월드(YTN 오후 1시25분) 노동자, 농민을 위해 일하고 있는 인도의 MKSS는 지역주민이 정부를 상대로 투쟁하기 위해 만든 조직이다.MKSS는 투명한 선거를 위해 입후보자들의 모든 정보를 수집하고 공개한다. 세계 곳곳을 둘러보며 진정한 민주주의의 확립이 어디까지 왔는지 알아본다. ●청소년 원탁토론(EBS 오후 8시10분) 청소년들의 낮은 독서율을 높이기 위해 교육부에서는 2007학년도 고등학교 입학생부터 교과별 독서활동을 학생부에 기록하도록 했다. 평가를 통해서라도 청소년들의 낮은 독서율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독서능력은 평가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반대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한강수 타령(MBC 오후 7시55분) 가영과 준호는 둘이서 자주 가던 학교 근처의 식당에서 함께 밥을 먹는다. 신률과 왜 헤어졌냐고 묻는 준호에게 가영은 신률이 좋은 사람이지만 편하지가 않았다고 말한다. 나영은 오디션에 합격하고, 소식을 들은 강수는 기뻐한다. 가영은 팀장에게 마지막 원고를 넘기며 사직서도 함께 낸다. ●부모님 전상서(KBS2 오후 7시55분) 옥화는 안 교감이 창수를 집에 들이는 것도 못마땅하고 애들을 스키장에 딸려 보내는 것도 미덥지 않기만 하다. 성미는 영화를 보겠다며 무작정 나서는데, 누구 하나 영화를 같이 봐 줄 사람이 없어 혼자 걷던 중, 채영과 형표가 차에서 내리는 장면을 목격한다. ●광복 60년 특별기획‘KBS 영상실록’(KBS1 오후 11시) 광복 60년을 맞이하여 1945년 이후 연도별로 영상 자료를 분류하여 환희와 감격, 슬픔을 주었던 사건과 당시 서민들의 삶을 보여준다. 영상, 또한 히트 가요·유행어·영화 등의 풍속을 보여주는 영상을 중심으로 해마다 벌어진 사회적 변천을 정리해 본다.
  • [MD의 훈수] ‘웰빙채소’

    [MD의 훈수] ‘웰빙채소’

    국내에서 샐러드는 아직 대중화된 음식은 아니지만, 일본만 하더라도 식사 때마다 식탁 위에 오를 만큼 영양학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웰빙 붐을 타고 이를 즐기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기존의 샐러드 재료는 물론 ‘새싹 채소’까지 인기를 끌고 있다. 샐러드는 야채에 드레싱을 버무려 애피타이저(전채)로 먹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최근 들어서는 과일이나 데친 닭고기·쇠고기·감자·고구마 등을 추가로 넣어 식사 대용으로도 즐긴다. 특히 샐러드는 영양학적으로 신체에 많은 도움을 준다. 산성식품인 육류를 먹을 때 알칼리성인 채소를 곁들이면 소화·흡수에 도움이 되고 비타민까지 섭취할 수 있어 균형잡힌 식생활을 할 수 있다. 야채는 열량이 낮은 데다 조금만 먹어도 포만감을 주는 덕분에 드레싱만 주의한다면 다이어트식으로도 효과적이다. ●브로콜리의 비타민C, 레몬의 두배 가장 인기 있는 샐러드 야채는 브로콜리. 브로콜리는 큰 꽃봉오리와 줄기를 작게 조각낸 다음 살짝 데쳐서 드레싱이나 초고추장을 찍어 먹으면 좋다. 비타민C가 레몬의 2배, 콜리 플라워의 3배, 양배추의 4배, 그린 아스파라거스의 13배, 양상추의 27배나 들어있다. 카로틴과 칼슘·철분도 풍부해 영양가가 높은 녹황색 채소로 인기를 얻고 있다. 가격은 100g당 440∼498원. ●콜리 플라워는 봄까지 제철 브로콜리가 돌연변이를 일으켜 하얗게 된 것으로, 가을부터 이듬해 봄까지가 제철이어서 요즘 먹으면 제격이다. 하얀색이 주류이나 자주색이나 오렌지색, 녹색도 있다. 비타민이 풍부한데, 콜리 플라워 100g에는 하루에 필요한 비타민 C가 들어있다. 비타민 B(E)·B(F)는 물론 식이섬유의 함유량도 양배추나 배추보다 많다. 조각내 살짝 데쳐 먹거나, 데친 후 버터에 볶아 먹는다. 떫은 맛이 나므로 익혀 먹는 것이 좋다. 그라탕이나 스튜, 카레에 넣거나 프라이나 피클을 해도 좋다. 믹서로 갈아 수프에 넣기도 한다. 가격은 100g 기준 498원이다. ●양상추 찢을 땐 ‘손’으로… 비타민A·C, 칼슘, 철분을 함유하고 있는 양상추는 손으로 찢어 찬물에 담가 놓았다가 마요네즈 등의 드레싱을 쳐서 먹는 간편 야채식. 칼로 자르면 자른 부분이 쉽게 변색되므로 손으로 찢어야 한다. 잎은 부드럽고 광택이 있는 것, 녹색이 진한 것일수록 맛이 좋고 영양가도 높다. 값은 한 통 기준 1240∼1380원. ●양배추는 잎채소중 당질 가장 풍부 양배추는 일년 내내 먹을 수 있고 엽채류 중 단맛을 내는 당질이 가장 풍부하다. 비타민C나 아미노산, 칼슘을 많이 함유하고 있으며 위장에 좋은 것으로 알려진 비타민U는 양배추 특유의 영양소여서 더욱 인기를 끌고 있다. 날것으로 얇게 채를 썰어 마요네즈 등의 드레싱에 버무려 먹거나 살짝 데쳐서 쌈으로 먹기도 한다. 살짝 볶아 고기 요리에 곁들이기도 하고, 고기 속을 만들어 양배추말이 쌈을 해 먹기도 한다. 가격은 한 통에 750원대이다. ●파프리카, 색깔 고와 장식에도 쓰여 유럽산 고추인 파프리카는 피망과 비슷한 모양이지만 피망보다 크고 과육이 두꺼우며 단맛이 난다. 빨강·주황·노란색이 주종이며, 자주·흰색 등도 있는데 주황색과 빨간색의 당도가 조금 더 높다. 색깔이 고와 요리 장식 등에 자주 쓰인다. 조각을 내어 마요네즈 등의 드레싱에 버무려 먹거나 갈아서 주스를 만들어 먹기도 한다. 열량이 낮으며 비타민C·A가 풍부하고 칼륨도 들어 있다. 가격은 한 봉(2개들이)에 1950원대. ●새싹채소는 냉면등에 곁들여도 좋아 새싹채소는 무순, 브로콜리의 씨에서 틔운 어린 싹만 골라 씨껍질을 제거한 샐러드용 채소. 씹을 때 아삭아삭한 데다 맛이 상큼해 영양뿐 아니라 식욕을 돋우는 데도 그만이다. 브로콜리 싹, 적양배추 싹, 무의 싹, 알팔파 싹, 메밀 싹, 로메인, 청경채 등의 새싹채소를 선보이고 있다. 샐러드로 그냥 먹거나 비빔밥, 냉면 등에 곁들여도 좋다. 믹서에 갈아 주스를 만들면 많은 양을 한 번에 섭취할 수 있다. 새싹채소는 열이 많아 쉽게 무르기 때문에 싱싱한 상품으로 고른다. 종류에 따라 2250∼2850원 선이다.
  • [이사람] 28일 개원하는 중국문화원 주잉제 원장

    [이사람] 28일 개원하는 중국문화원 주잉제 원장

    주잉제(朱英杰)는 중국 정부가 서울에 문을 여는 주한 중국문화원의 초대 원장이다. 문화원은 28일 개원식을 갖는다. 하지만 그는 이미 지난해 6월부터 원장 발령을 받고 서울에서 개설 준비를 해왔다. “중국어는 물론 중의학, 중국 요리, 서예도 무료로 배울 수 있어요. 요리 강습을 위해 베이징 일류 요리사가 올테니까 기대하십시오. 관광 및 교역 정보 등 중국 관련 정보도 제공됩니다. 강의는 물론 내년 초부터 시작하고요. 중국문화원 인터넷 사이트(www.cccseoul.org)를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1년반 동안 몰두해온 개설 준비를 마친 주 원장은 어느덧 문화원을 알리는 ‘중국 문화의 전도사’로서 여념이 없었다. 서울 종로구 내자동 서울경찰청 옆 지상 6층 지하 1층의 검은색 건물. 입구에 다가가면 정문 옆 벽에 새겨넣은 공자·맹자·노자·장자 등 중국 전통의 네 현자의 모습과 중국문화센터란 뜻의 ‘중국문화중심(中國文化中心)’이란 한자 현판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 곳이 이집트, 프랑스, 몰타에 이어 세계에서 네번째로 문을 여는 중국문화원이다. 지난 2000년 당시 주룽지(朱鎔基) 총리가 김대중 대통령에게 먼저 개설을 제의해 이뤄진 중국 정부의 야심찬 중국 알리기 계획의 산물이다.2년여 전 중국 정부가 기존 건물을 40억원에 사들인 뒤 30여억원을 들여 중국식으로 단장했다. 아담한 정원을 포함하면 600평 규모다. “문화원 입구를 지키고 있는 사자 석상은 베이징 자금성 정문의 사자상을 그대로 축소해 만든 것입니다. 문화원 안의 가구들도 국보급 명·청 시대 고가구를 원형 그대로 재현했습니다.” 주 원장의 설명이다. 사자상과 가구들은 중국에서 공수해 왔고 기술자들도 서울에 와서 10개월 가까이 내부 장식을 다듬었다. 현판 ‘중국문화중심’은 마오쩌둥(毛澤東)의 친필. 마오가 이전에 따로 쓴 중국 문화와 중심을 합쳐서 만든 것이다. “지하 120석 규모의 공연장에선 매주 2∼3차례 중국 영화가 상영되거나 공연이 열리게 됩니다.50여평 규모의 2층 전시실에선 내년 초 개관 기념 윈난(雲南)성 그림전시회를 열 계획입니다.” 3층은 강의실,4층은 중국에서 가져온 1만 5000권의 장서가 빽빽하게 꽂혀 있는 도서관이 자리하고 있다.7층에 마련된 중국 요리 실습실이 무엇보다 눈에 들어왔다. 천장의 중국식 초롱의 은은한 빛이 중국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주 원장이 직접 아이디어를 내고 내부장식의 세세한 부분까지 챙겼다고 한다. 그는 “중국 문화의 정수에 푹 빠지도록 해주고 싶었다.”고 말한다. 28일을 개원일로 잡은 것도 중국인 특유의 관념을 보여준다.“중국인들은 짝수를 좋아합니다. 특히 8자는 ‘재화가 늘고 융성한다.’는 함의를 지녔죠.” 중국인들에게 28일은 8이 2개인 날, 즉 8이 겹치는 날로 해석되기도 한다.2004년 12월도 짝수다. 길일을 택한 셈이다. 문화원 개설·운영의 모든 것을 도맡아 처리하고 초대 원장까지 된 것은 그가 한국을 잘 알고 이해하는 중국 문화부의 대표적 한국통이란 점과 무관치 않다. 게다가 그는 음악과 문화에 정통한 예술인 출신이다. 그는 평양음악무용대학 82학번인 북한 유학생 출신이다. 고교 졸업 후 고향 헤이룽장성 가무단에서 5년 동안 연주 활동을 하다 1981년 랴오닝(遼寧)성 선양(瀋陽) 음악대학에 입학,25살의 늦깎이 대학생으로 평양 유학길을 떠난다.“김일성종합대학에서 1년 동안 한국말을 배운 뒤 4년 동안 평양음악무용대학에서 호른을 전공했지요. 어려서부터 악기 다루는 걸 좋아해서 음악가가 되고 싶었어요.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보니 문화부 북한담당관으로 일하라고 하더군요.” 그후 1989년부터 4년 동안 평양 중국대사관 문화관을 지냈다. 문화원 원장을 발령받기 직전까지 문화부의 아시아과 과장으로 중국과 남북한 문화교류를 총괄해왔다. 얼후, 피리, 양금 등 전통 중국 악기는 물론 빠우란 중국 소수민족 악기에도 능통하다. 주 원장은 호른을 전공했고, 스트라우스의 콘체르토와 모차르트의 콘체르토 3번을 가장 좋아한다.“조선 사람들은 노래와 춤을 좋아하고 민족적 특징과 자부심이 강하죠. 북한의 왕재산 악단이나 피바다 가극단 등이 중국에서 많은 사랑과 호응을 받고 있습니다. 한국적 전통에 서구적인 것을 결합한 점이 어필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10년 가까이 북한에 있는 동안 예술인들이 각별한 대우를 받고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어쨌든 한반도는 그에게 ‘또 하나의 고향’이다. 그만큼 떼려야 뗄 수 없는 인연으로 얽혀 있다.“아내 자오원(趙文)과 만난 것도 평양 유학 시절이고, 아이도 ‘평양산(産)’”이라고 자랑한다. 부인 자오원은 베이징의 중국음악대에서 한국과 일본음악사를 강의하고 있다.“연세대에서 6개월간 유학했는데, 한국말을 저보다 더 유창하게 합니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아들 원카이(元凱)도 한국말을 배우고 있단다.“런민대학 부속중학 1학년인 원카이는 학교에서 제2 외국어로 한국어를 선택해 배우고 있답니다. 한류 열풍에 영향을 받은 것 같기도 하고….” 주 원장은 한류 열풍이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낙관했다. 한국 드라마 덕택에 많은 중국인들이 한국에 와 보고 싶어한다는 것이다.“한국 드라마는 중국과 달리 일상생활과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다루고 있어요. 배우들의 연기도 호소력이 있고요.” 그의 고향은 한국동포들이 많이 사는 헤이룽장(黑龍江)성. 그 탓에 어려서부터 주위에는 자연스럽게 한국 친구가 많았다.“음악선생님들은 대부분 조선족이었죠. 제가 처음 호른을 배운 분도 조선족이었어요.” 주 원장은 왕희지체에 심취해 있을 정도로 서예 실력도 프로급이다. 북한에 있을 때는 옥류관 냉면을 좋아했는데, 서울에 와선 고추·양파·버섯을 잘게 썰어 넣고 푹 끓인 된장찌개에 백세주가 그의 기호식품일 정도로 한국화돼 있다. 독립문 근처 아파트에서 혼자 사는 그는 가족들과 떨어져 있는 것 말고는 서울이 “고향집처럼 편안하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한국적인 것들이 사라져가는 것 같아 아쉽다. 아름다운 한국말을 지키려는 노력이 부족한 것 아닌지 모르겠다.”며 따끔한 한마디도 빼놓지 않았다. 이석우기자 swlee@seoul.co.kr
  • [주말화제] 주5일제­-웰빙열풍…요리 남성 급증

    [주말화제] 주5일제­-웰빙열풍…요리 남성 급증

    “가족에게 따뜻한 음식 접시를 내미는 순간의 기쁨과 행복을 아내에게만 양보할 수는 없죠.” LCD부품 제조업체에 근무하는 박주환(36·서울 서대문구 홍제동)씨는 주말이면 부인 이경재(34)씨와 두 아들 하림(7)·찬(4)군에게 떡볶이며 잔치국수를 만들어 준다. 생선조림이나 배추겉절이처럼 손맛이 중요한 음식도 척척이다. 박씨는 “단순히 음식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가족과 뭔가를 같이 한다는 느낌이 너무 좋다.”면서 “‘맛있다’는 말 한마디면 피곤이 싹 풀린다.”고 환하게 웃었다. 주5일제 근무와 웰빙열풍을 타고 주말요리사로 변신하는 남성이 늘고 있다. 인터넷 요리동호회와 요리학원에도 남성이 두 배 이상 급증했다. 맞벌이하는 어머니를 대신해 중학생 때부터 자주 음식을 만들었다는 박씨는 “어머니의 손맛을 아내에게 강요하기보다는 직접 그 맛을 아이들에게 전해주고 싶었다.”면서 “요리를 함께 하며 대화를 많이 한 덕인지 결혼생활 8년 동안 부부싸움을 한 것은 손에 꼽을 정도”라고 자랑했다. ●30대부터 60대까지 손맛으로 행복 만끽 인터넷에서 조리법을 알아내 새로운 요리도 시도한다. 같은 요리라도 가족 입맛에 맞게 변형하다 보면 ‘나만의 비법’을 얻게 된다는 것.“아빠가 해주는 치즈떡볶이가 세상에서 제일 맛있다.”는 큰아들 하림이를 위한 ‘아빠표 크림소스 스파게티’도 개발하고 있다. 부인 이씨는 “엄마가 열번 해주는 것보다 아빠가 한번 해주는 것을 아이들이 더 좋아한다.”고 말했다. 경희대 홍보팀에 근무하는 김광순(32·동대문구 회기동)씨는 ‘국수의 달인’이다. 결혼 초 ‘설거지를 하느니 차라리 요리를 하는 것이 낫겠다.’라는 생각으로 주방을 드나들었다. 이젠 명절 때마다 음식 장만을 맡을 정도로 실력파가 됐다. 스파게티에서 냉면까지 국수 종류라면 동서양을 가리지 않고 뭐든 자신있다는 김씨의 주특기는 김치말이 국수다. 동호회에 가입하거나 학원을 다니며 더욱 적극적으로 요리를 배우는 남성도 많다. 제주랜드여행사에서 경영이사로 일하는 허강호(40·강동구 천호동)씨는 지난 7월 집 근처 요리학원에 등록했다. 한식 과정은 이미 마쳤고, 지금은 양식을 배우고 있다. 특기는 오징어볶음과 잡채. 허씨는 “요리는 같은 재료와 조건으로도 천가지 맛을 내는 것이 매력적”이라면서 “여성만 요리를 해야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잘라 말했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의 의료장비 기사로 일한 권규소(62·노원구 중계동)씨는 부엌에 얼씬도 하지 않던 전형적인 한국 남성이었다. 그러나 4년 전 퇴직하면서 “뭔가 보람있는 일을 하고 싶어” 요리학원에 등록한 뒤 한식·중식·일식 등 조리사 자격증 7개를 따낸 프로 요리사가 됐다. 권씨는 “미국에 유학중인 큰아들 부부가 올 때면 한 상 차려주는 것이 낙”이라면서 “시아버지가 ‘바치는’ 밥상에 며느리가 감동할 때면 나도 덩달아 행복하다.”고 좋아했다. ●요리 동호회에 학원 수강까지 회원이 10만명을 넘는 인터넷 요리사이트 푸드나라(www.foodnara.com)는 남성 회원이 20%대에서 최근 40%로 급증했다. 웹기획자 김소은(30·여)씨는 “초기 남성회원은 주로 자신이 경험한 맛집을 소개하는 정도였지만 최근에는 자신만의 요리비법을 공유할 정도로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면서 “기혼 남성이 늘고 있는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한솔요리학원의 안정호(35) 과장은 “지난해 20%에 그치던 남성 수강생이 최근 40% 정도로 늘었다.”면서 “주5일제와 웰빙 열풍, 경기 불안 등으로 퇴근 후 수강하는 직장인도 많다.”고 밝혔다.2년째 요리 동호회 ‘386 쿠킹클럽’에서 활동하고 있는 최명성(35)씨는 “핵심멤버 200명 가운데 남자가 절반이 넘는다.”면서 “가장 기본적인 욕구인 식욕을 해결하고 가족과 친지에게 고맙다는 말을 듣는 것이 가장 큰 기쁨”이라고 ‘요리의 즐거움’을 설명했다. 이효용 이재훈기자 utility@seoul.co.kr
  • [뒷골목 맛세상] 인천의 음식특화거리

    [뒷골목 맛세상] 인천의 음식특화거리

    1980년대 초였다.30대 중반으로 나이가 어슷비슷한 문인들 다섯 명이 소문 없이 작은 모임을 만들었다. 한 달에 한 번 번갈아 서로 살고 있는 곳을 찾아가 하루를 지내며 즐겁게 먹고 마시는 모임이었다. 마침 살고 있는 곳이 저마다 달라 찾아다니며 놀기에는 적격이어서, 선인(先人)들이 흔히 즐기던 세족(洗足)의 분위기를 본 뜬 느낌이 없지 않았다. 이제 와서 구태여 면면을 밝히기가 어딘지 모르게 쑥스럽지만, 문학평론가 최원식이 인천에, 소설가 김성동이 대전에, 시인 이동순이 청주에, 시인 이시영이 서울에 그리고 나는 경기도 팔탄의 월문리라는 곳에 거처를 마련하고 있었다. 소문 없는 작은 모임이지만 이름도 없지 않아 명이회(明夷會)였다. 명이는 지혜로운 최원식이 주역의 64괘 중 지화명이(地火明夷)란 괘에서 따온 이름이었는데, 한 마디로 암흑시대를 뜻하는 괘였다. 아니, 암흑시대라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암흑시대를 슬기롭게 살아남을까를 가르치는 괘라고 해도 좋았다. 명이괘는 태양이 지하에 잠겨 암흑이 오는 상(象)이며, 성인(聖人)의 밝은 덕이 지하에 묻히는 상이기도 했다. 또한 암군(暗君)이 위에 있어 지혜로운 현인들이 상하고 해를 입는 암군시대이기도 했다. 그리하여 이 시대에는 어떤 간난노고가 닥치더라도 애오라지 바른 도를 굳게 지켜, 결코 경거망동하는 일이 없기를 가르치고 있었다. 비단 지혜로운 최원식 뿐만 아니라 나머지 네 명에게도, 전두환씨가 대통령이 되어 서슬 푸르게 날뛰던 80년대란, 글을 쓰는 일은 물론 제 정신을 지니고 하루하루 살아내기마저 힘든 암군시대가 분명하였다. 그랬다. 우리뿐만 아니라 이 땅의 지식인들에게는 광주에서의 참혹한 학살을 나 몰라라 한 채, 눈 감고, 귀 막고, 입에 재갈을 물려, 스스로 자폐증 환자가 되어 살아간다는 것은 그야말로 삶 자체가 치욕스러운 암군시대임에 분명하였다. 어쩌면 명이회란 한 달에 한 번 서로 얼굴을 맞대고 서로의 자폐증을 치유하고자 한 나름대로의 몸부림이었는지도 몰랐다. ●20년 넘게 아구와 다른 생선인줄 알아 당시의 정황을 부연하기 위하여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여기에 ‘꽃 피는 봄날’이라는 자작시 한 편을 인용하고 싶다. ‘어머니, 당신이 손수 물 주어 기르신 앵두나무, 사과나무, 배나무는 이 봄에도 어김없이 꽃을 피웠습니다. 밤이면 더욱 눈부신 저 꽃무더기들은, 어머니, 어찌 당신 혼자 오셔서 꽃 피우셨겠어요. 오늘밤 저렇게 많은 넋들이 함께 몰려와 잠든 자식을 깨워 눈부시게 할 때, 아직까지 미치지도 죽지도 않은 자식을, 어머니, 단 한번만 기뻐해주세요.’ 명이회의 모임이 어언 최원식의 인천에 이르러, 그날도 우리 다섯 명은 인천의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먹고 마신 끝에 대취하였다. 그리고 새벽녘에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에 깨어보니 최원식, 이시영, 나 이렇게 셋이서 무슨 은행건물의 계단에 쓰러져 자고 있는 것이었다. 아마도 다섯 중에서 김성동과 이동순이 어디에선가 먼저 떨어져 나가고 셋이서 다시 술집을 전전한 끝에 인사불성이 되어 은행건물의 계단을 베개 삼아 그대로 잠이 든 모양이었다. 마침 추위가 닥친 무렵이라 취중에서도 셋은 서로 몸을 꼭 껴안아 체온을 아끼는 자세였다. 그런 우리를 출근길에 나선 직장인들이며 학생들이 바쁜 걸음의 와중에도 멈추어 서서 힐끔거렸고, 몇몇 여학생들은 유리알 구르듯 명랑한 목소리로 깔깔깔, 드러내놓고 웃음을 터뜨려댔다. 우리로서는 어찌 일말의 자괴가 없을 수 있으랴. 최원식이 먼저 입을 열었다. “사람이…. 이렇게까지 가면 안 되는데….”. 이시영이 뒤를 이었다.“갈 데까지 간 모양이여.” 나도 한 마디 덧붙였다.“그래도 앓던 이가 빠진 것처럼 가슴 한 쪽이 시원하기는 하네.” 짧은 자괴 끝에 최원식이 말머리를 돌렸다.“어디 가서 해장은 해야지?” 최원식이 골목길을 한참 헤매더니 마침내 허름한 음식점의 문을 밀치고 들어갔다. 그리고 처음 보는 기이한 생선매운탕으로 해장을 했다. 새벽까지 이어진 술끝이어서, 해장을 하자마자 머리 속의 명정(酩酊)은 물론 뱃속의 욕지기도 다시 맹렬하게 살아올라왔다. 그런 명정과 욕지기의 와중에서도 처음 대하는 생선매운탕의 맛이 참으로 시원하고 개운했다. 내가 생선 이름을 물어보자 최원식은 물텀벙이 하고 무심하게 대답했다. 그날 아침의 물텀벙이탕은 나의 기억 속에 무슨 꿈결에서처럼 아련하면서도 선명하게 그 맛이 각인되어 남았다. 그런 내가 물텀벙이가 아구에 대한 인천식 사투리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불과 얼마 전이었다. 그동안 나는 물텀벙이와 아구를 전혀 종류가 다른 생선으로 잘못 알고 지낸 것이었다. 나로서는 20년이 훌쩍 넘도록 둘을 다르게 알고 있었다는 것이 숫제 불가사의할 지경이었다. 비록 인천은 아니지만 서울에서도 한 달에 두어 번 꼴로 즐겨 찾던 요리가 아구였던 것이다. 인하대학교 어름에 있는 용현동 네거리의 물텀벙이거리는 시쳇말로 음식특화거리의 하나이다. 인천에는 물텀벙이거리 외에도 화평동의 냉면거리, 인현동의 삼치거리, 차이나타운의 밴댕이회거리 등의 음식특화거리가 있는데, 인천시에서 10여 년 전부터 적잖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모양이었다. ‘성진물텀벙’은 오늘날 용현동 네거리의 물텀벙이거리가 있게 한 원조이다. 구관(032-883-6690)과 신관(032-883-1771)이 한 건물에 나란히 있는데,1970년 1월 전병찬, 우금련 부부가 현재의 구관 자리에 비가 줄줄 새는 움막집을 월세로 얻어 인천에서는 처음으로 물텀벙이탕을 시작한 것이었다. 원래 신포동에서 왕대포집을 하다가 부부가 다 사람이 좋아서 외상만 잔뜩 주는 바람에 밑천까지 들어먹는 식으로 쫄딱 망하고, 우연히 물텀벙이에 생각이 돌아 까짓것하고 막가는 심정에서 시작한 물텀벙이탕이었다. 당시에 인천사람들은 물텀벙이 자체를 흉물스럽게 여겨 누구 하나 거들떠보지 않아, 그야말로 연안부두 바닥에 흔하게 굴러다니며 자칫 발에 걸리적거리는 천덕꾸러기가 물텀벙이였다. 물텀벙이라는 이름 자체도 어부들이 아무짝에 쓸모없이 흉물스럽기만 한 고기가 그물에 걸리면 당장 작살로 찍어서 바다에 버렸는데, 텀벙 하고 물에 빠지는 소리를 그대로 이름 삼아 물텀벙이라고 부른 것이었다. ●생김새 흉측해 연안부두의 천덕꾸러기 처음에는 물텀벙이탕을 작은 양은냄비 하나에 200원부터 시작하였는데, 무엇보다도 싸고 양이 많은데다가 막걸리에 곁들이는 술안주로는 그만이어서, 주로 연안부두의 부두노동자들로부터 입소문이 퍼졌다. 급기야 입소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퍼져 너나없이 사람들이 몰려드는 바람에 물텀벙이탕을 처음으로 시작한 이 벤처 부부는 3년 만에 움막집을 헐고 이층집을 지을 정도로 떼돈을 벌었다. 그러자 이 부부의 성공에 힘입어 용현동 네거리 일대에 하나 둘 물텀벙이탕 집들이 늘어나게 되고, 마침내 물텀벙이거리까지 이루게 되었다. 물텀벙이탕은 한 마리에 4,5kg 나가는 큰 놈을 굵직굵직하게 잘라 바닥에 안치고, 미더덕이며 새우 같은 해물에 콩나물, 미나리, 쑥갓, 깻잎, 냉이, 목이버섯, 호박 등의 갖은 야채를 넣은 다음에 번줄이라고 부르는 말린 밴댕이를 고와낸 육수를 부어 끓여내는데, 한 입 뜨자마자 그 시원하고 개운한 입맛은 20여 년 전의 어느 날 아침에 무슨 꿈결에서처럼 아련하면서도 선명하게 각인된 기억이 당장에 살아오는 듯한 기분이었다. 물텀벙이는 탕과 찜의 값이 같아 특대 4만원, 대 3만 5000원, 중 3만원, 소 2만 5000원인데, 특대며 대는 너댓 명이, 중은 서너 명이, 소는 두세 명이 족히 먹을 수 있는 양이다. 또한 탕과 찜은 각각 고기며 야채를 먹은 다음에 고소한 국물에 공깃밥을 볶아먹거나 쫄면을 넣어 쫄깃한 면발을 즐길 수도 있다. 동인천역 부근의 화평동 냉면거리는 철로의 굴다리에서 중앙시장 입구를 마주한 송월동 방면으로 들어오면서 시작된다. 소위 세숫대야냉면으로 더 알려진 냉면거리는 역시 인천시의 음식특화거리 중의 한 곳이다. 삼미소문난냉면, 웃터골냉면, 냉면천국, 화평냉면, 할머니냉면, 동그라미냉면, 일미냉면, 고향냉면, 옛날우리냉면, 아저씨냉면, 기와집냉면, 왔다냉면 등이 한꺼번에 몰려 있다. ‘삼미소문난냉면’(032-777-4861)은 화평동에 소위 냉면거리가 있게 한 원조 격으로 알려졌다.1980년 김중훈, 김현금 부부가 시작한 냉면집은 처음에는 백반도 함께 팔았는데, 둘 다 300원으로 값이 같았다. ●예나 지금이나 음식 인심 변함없어 동인천역 일대는 원래 동일방적, 이천전기, 대성목재, 동아제분, 대우중공업, 인천제철 등 큰 공장이 많아서 퇴근 무렵이면 젊은 남녀 노동자들이 우루루, 식당으로 몰려왔는데, 한창 젊은 나이의 노동자들은 너나없이 냉면 한 그릇이나 밥 한 그릇으로는 성에 차지 않았다. 그리하여 한결같이 하는 말은 ‘아줌마 냉면사리 하나 더 줘요.’ 아니면 ‘아저씨, 밥 한 그릇 더 줘요.’였다. 마음씨 좋은 부부는 밥그릇이야 그렇다 치고, 냉면그릇은 아예 그릇 자체를 바꾸어버렸다. 보통 냉면집보다 두 배는 커서 2ℓ의 물이 들어가고도 공간이 남는 커다란 양푼이었는데, 그러자 언제부터인가 손님들 사이에 소문이 돌아 냉면 자체가 숫제 세숫대야냉면이 되어버렸다. 물론 세숫대야냉면으로도 양이 모자라 하면 얼마든지 먹게끔 냉면사리를 시쳇말로 리필을 했다. 이들 부부가 20년이 훨씬 넘게 냉면을 팔면서 가장 많이 리필을 한 이는 일곱 번으로 기억하고 있다. 부부는 이 모든 것이 배고픈 시절의 이야기라면서 껄껄 웃었는데, 요즈음은 대부분이 세숫대야냉면 한 그릇을 비우는데도 벅차 하지만 이따금씩 세 번쯤 리필을 하는 이도 없지 않다고 했다. 세숫대야냉면이 소문이 나면서 주변에 하나 둘씩 냉면집들이 생겨나고,10여 년 전부터는 음식특화거리로 지정되면서 아예 골목 자체가 냉면거리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삼미소문난냉면도 더 이상 백반은 중단한 채 냉면 하나만으로 메뉴를 고정시켰다. 그동안 냉면 값은 14년 전의 300원에서 3500원으로 껑충 뛰었지만, 냉면의 맛이나 양은 변함이 없다. 그렇듯이 손님들 또한 20년이 넘는 단골손님들이 수두룩하다. ■ 한 접시 5000원 ‘입맛대로’ 인천역 부근의 차이나타운 한 쪽에도 음식특화거리 중의 하나인 밴댕이회거리가 있다. 목포밴댕이, 제1호밴댕이, 수원집, 서산밴댕이, 터줏골밴댕이, 충남식당, 도은식당, 원조밴댕이, 포장마차밴댕이, 연화밴댕이 등이 처마를 나란히 한 채 사이좋게 늘어서 있다. 이중에서 ‘원조밴댕이’(010-0698-5023)가 이곳에 밴댕이회거리가 들어서게 한 원조 격인데,40여 년 전부터 가게를 시작한 모양이었다. 원래는 김완순씨가 주인이었는데 나이가 일흔이 넘어 일을 그만 두면서 딸인 한이정씨가 가게를 맡고 있다. 밴댕이회는 5월에 가장 많이 잡히면서 제철을 이루지만, 그 외에도 멸치나 전어잡이 등에 잡어로 함께 잡히기 때문에 철이 없이 아무 때나 밴댕이회의 고소한 맛을 즐길 수가 있다. 밴댕이회거리에는 밴댕이회만 있는 것은 아니어서, 밴댕이회, 전어회, 오징어회, 병어회, 준치회 등이 한 접시에 5000원씩인데, 저마다 입에 감치는 맛이 달라서 밴댕이회 외에도 두세 가지를 함께 곁들여 술안주로 삼으면 하루저녁이 내내 즐거우리라. 이들은 횟감 이외에도 같은 값에 구이로 내놓아서 회를 싫어하는 사람도 역시 즐거울 수가 있다.
  • 행복한 우리집…“홈파티 해봐요”

    행복한 우리집…“홈파티 해봐요”

    성냥팔이 소녀가 그토록 부러워한 것이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우아하게 춤추던 모습이었을까. 소녀가 본 것은 아빠 엄마와 함께 약간의 장식을 한 크리스마스 트리 옆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즐거워하는 가족의 모습이었다. 안팎으로 가라앉은 분위기지만 “파티는 무슨…”이라고 말한다면 마음은 더욱 쓸쓸해진다. 꼭 거창하지 않아도 좋다. 가족끼리, 마음맞는 친구들끼리 2004년을 보내며 작은 만남, 즐거운 잔치를 벌여보자.Let’s Party! 홈파티?!…. 이름 때문일까, 대부분의 주부들은 겁부터 낸다. 영화에 최면이 걸린 걸까, 로맨틱한 사교모임에 대한 환상탓일까? 서울 압구정동에서 노아홈쿠킹클라스를 운영하는 김은경씨는 “좋아하는 사람을 초대해 따끈한 밥 한 그릇에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도란도란 나누면 이 또한 훌륭한 홈파티”라고 말했다. 김은경씨 가족은 이달 초 조촐한 가족 송년 파티를 가졌다. 쿠킹클라스를 운영하는 자신과 인테리어 회사를 운영하는 남편 최명수(42)씨는 연말이면 너무나 바쁘게 지내는 탓에 함께 식탁에 앉은 날이 거의 없단다. 그래서 조금은 이르게 가족 송년회의 날을 잡았다. 가족이라야 이들 부부와 두 아들 현식(중1), 동식(초등4년)으로 4식구다. 김은경씨가 자신의 집인 서울 압구정동 미성아파트에서 연 연말 가족 홈파티를 살짝 들여다봤다. 음식은 요리 선생인 김은경씨가 맡았다. 그는 전날 시장을 보고, 돼지고기를 사와 재웠다.“남편에겐요,1주일전부터 일찍 들어오라고 특별히 당부했습니다. 아이들에겐 저녁 학원을 하루 쉬도록 했고요.” 거의 매일 거래처 사람들을 만나는 남편, 학원에서 공부하는 아이들…. 식구가 고작 4명인 단출한 가족이지만 한자리에 모여 저녁 식사하기 쉽지 않았다. 요리 선생인 그도 음식 준비로 고민이 됐단다.“매일 보는 식구끼리의 파티지만 조금은 특별한 음식을 생각하다가 아이들과 남편이 즐기는 양식으로 준비했습니다.”고 털어놨다. 그가 준비한 음식은 브로콜리 수프와 크리스마스 샐러드, 베이컨을 입힌 로스트 포크 3가지 코스였다.“찬 겨울이어서 따뜻한 수프와 겨울 분위기의 샐러드, 그리고 고기를 준비했지요.”라고 말했다. 고기먹는 중간에 마실 입가심용 와인도 한 병 준비했다. 음식 이외도 준비한 것은 꼬마 양초와 테이블 러너, 그리고 몇가지 소품이었다. 그는 “작은 화분에 빨간 장미와 열매, 초록색 호랑가시를 엮어 장식소품을 만들지요. 연말에 어울리는 색깔이 따뜻한 느낌의 빨간색과 초록색이잖아요. 눈을 상징하는 흰색은 너무 많구요.”라고 설명했다.“음식을 덜어먹어야 하기 때문에 테이블 센터피스를 낮게 만들었어요.”라고 덧붙였다. 그는 식탁을 가로질러 편 테이블 러너는 1회용 종이로 된 것을 샀다.“연말 가족파티가 1년에 한 차례인데요, 내년에는 새로운 분위기를 내기 위해 한번 쓰고 버리는 것이 좋지요. 가격도 훨씬 싸고.”라며 종이 테이블 러너를 산 이유를 설명했다. 오후 6시30분.‘딩동’ 벨이 울리면서 남편이 들어왔다. 김씨는 식탁의 양초에 불을 붙였다. 허전한 것 같은 테이블세팅도 살아났다. 식탁 조명이 부족한 분위기를 돋워 안온하게 연출됐다. 조금 더 일찍 들어와 홈파티를 기대하던 아이들의 얼굴이 활짝 펴졌다. 식구들이 식탁에 앉자 김씨는 수프와 샐러드, 로스트 포크를 한꺼번에 차려 내왔다. 남편 최명수씨는 “평소 집에서 먹어보지 못한 음식들”이라며 눈이 휘둥그레졌다. 남편이 샐러드와 로스트 포크를 조심스레 잘라 애들 접시에 덜어줬다. 김은경씨도 부엌일을 하지 않고 가족 송년파티에 합류했다. 맛을 본 두 현식·동식군은 “우리 엄마 최고!”라고 엄지손가락을 세워보였다. 부부는 와인으로 건배를 했다. 캐럴이 잔잔하게 깔렸다. 김은경씨 가족의 송년 파티는 이렇게 무르익어 갔다. 김은경씨는 “홈파티에서 어른들이 계실 경우 색다른 음식보다는 어른들이 즐기는 음식에서 조금만 변화를 주는 것이 좋다.”고 제안했다. 그는 “어른들을 위한 음식으론 재료 고유의 맛이 나는 것을 선택하면 무난하다.”고 덧붙였다. 어른들이 안 계신 부부간의 파티 메뉴는 파격적인 음식으로 분위기를 바꿔보는 것도 감각적이라고 말했다. ■ 특별한 파티 테이블 ‘그때 그때 달라요~’ 올 겨울은 작은 소품이라도 직접 만들어 우리집만의 특별한 파티 테이블을 연출해보는 것도 좋겠다. 먼저 색상을 정하고 그릇과 소품을 매치시킨다. 크리스마스 하면 떠오르는 강렬한 느낌의 빨강과 초록, 고풍스럽고 세련된 느낌의 골드와 실버, 부드러운 파스텔 중 한가지를 메인 색상으로 선택하고 어울리는 초와 리본장식, 트리 등을 이용해 평소와는 다른 분위기를 연출해보자. ■ 도움말 이지현 푸드스타일리스트(jihyun612@nate.com) ●style1 초록을 중심색으로 선택했다. 테이블을 초록 벨벳천으로 덮고 골드 라인이 들어간 식기와 별 장식으로 심플하면서도 세련된 테이블을 연출했다. 나뭇가지를 엮어 끝부분에 금색구슬을 달아 테이블 중간을 장식했다. ●style2 빨강·초록을 기본으로 한 아이와 함께 하는 크리스마스 테이블. 체크무늬의 화려한 테이블보에 예쁜 그림이 있는 그릇을 사용하고 눈송이로 이름표를 만들어 행복이 넘치는 가족의 분위기를 돋운다. ●style3 명랑하고 즐거운 분위기의 아이들을 위한 파티를 꾸몄다. 테이블보는 예쁜 색상의 비닐로 음식을 쏟아도 쉽게 닦을 수 있고, 테이블보와 보색의 플라스틱 제품 접시를 이용해 활기찬 느낌을 준다. 곳곳에 장난감을 두어 아기자기하면서 자유롭게 놀 수 있도록 했다. ●style4 톤다운된 금색 테이블보로 차분한 분위기를 낸다. 쉽게 마련할 수 있는 음식과 질그릇들로 편하게 즐기는 연말파티 분위기를 연출한다. ■강추!! 파티 풀코스 요리 ●브로콜리 수프 재료 브로콜리 350g, 당근 ¼개, 셀러리 1대, 양파½개, 버터 1큰술, 닭육수·생크림 2컵씩, 우유 1컵 만드는 법(1)야채를 적당히 썰어 버터에 볶다 닭육수를 넣어 끓인다.(2)식혀서 믹서에 곱게 간다.(3)다시 끓이다가 우유를 넣고 마지막에 생크림을 넣어 끓여준다. ●크리스마스 샐러드 재료 샐러드 야채 적당량, 자몽·아보카도 1개씩, 오렌지 2개, 새우 5∼6마리, 올리브오일 6큰술, 레드와인식초 2큰술, 마늘 1작은술, 양겨자(디존머스터드) 1작은술, 후추 약간, 설탕·물 4큰술씩 만드는 법(1)야채는 깨끗이 씻어 손질하고 오렌지는 껍질을 벗겨 두고 자몽과 알맹이만 손질한다.(2)아보카도는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다.(3)새우는 끓는 물에 레몬즙을 넣어 데친 후 껍질을 벗겨 손질한다.(4)설탕물을 끓이다 (3)과 오렌지 껍질을 넣고 5분정도 끓인다. 판에 붙지 않게 펼쳐서 식힌다. ●베이컨을 입힌 돼지고기 재료 안심(돼지) 1㎏,고기 재울 소스(간장 ½컵, 우스터소스 2큰술, 씨겨자 3큰술, 파인애플주스 ½컵, 꿀 2큰술, 와인·마늘 2큰술씩, 넛맥(육두구) 1작은술)크랜베리소스(크랜베리소스 1컵, 포도주 2큰술, 설탕 1큰술, 레몬(1개))버터 약간, 베이컨 10장 만드는 법(1)고기 재울 소스 재료를 모두 섞은 다음 돼지고기를 8시간가량 잰다.(2)고기에 베이컨을 싼다.(3)포일에 싸서 오븐에서 200도 예열하여 1시간을 굽고, 포일을 벗겨 30분간 굽는다.(4)곁들일 소스 재료를 섞어 살짝 볶는다. 익은 돼지고기를 크랜베리소스와 함께 곁들여 낸다. ■이런 송년회 어때요 한해가 간다. 며칠 남지 않은 달력을 보면 마음은 더욱 분주해진다. 묵은 해를 보내는 마음이 아쉽다. 그래서 송년회를 계획하지만, 장소 찾기가 쉽지 않다. 접근성과 메뉴, 분위기 등 고려할 점이 많은 까닭이다. 서울신문 주말매거진 We팀이 연말 송년회하기 좋은 음식점을 골라봤다. ■ 품격있는 분위기 송년회 ●워킹온더클라우드(789-5904) 63빌딩의 59층에 위치한 이곳은 서울의 전경을 한눈에 내려다보면서 한 해의 의미를 되새기는 최적의 장소다. 식사와 주류 공간이 구별돼 있다. 한 번에 색다른 분위기로 먹고 마실 수 있는 곳이다. 창가로 향한 연인석 의자가 높은 것이 특징. 메뉴는 안심 스테이크·바닷가재구이·달팽이 요리 등이 7만∼8만원. 와인바에는 프랑스·이탈리아·칠레·캘리포니아 와인 300여종을 갖추고 있다. 이밖에 서울 삼성동 무역센터 트레이드타워 52층 마르코폴로(559-7620)는 테이블이 창가에 바짝 붙어있어 식사 내내 창공에 뜬 느낌이다. 음식은 아시아와 지중해 요리를 낸다.6만∼8만원. 서울 삼청동 초입의 더레스토랑(735-8441)은 소스와 향을 중시하는 프랑스 요리와 재료 고유의 맛을 살리는 이탈리아 음식을 낸다. 코스도 있지만 원하는 대로 코스를 구성할 수도 있다. 저녁 세트는 5만 5000원부터. ■ 어른을 모시는 효도 송년회 ●필경재(445-2115) 서울 수서동의 이곳은 조선 성종때 건립돼 500년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정부가 전통건조물 1호로 지정할 정도로 기품이 가득하다. 필경재는 ‘반드시 어른을 공경할 줄 아는 자세를 지니고 살라.’는 뜻이다. 음식은 임금께 올리던 수라상을 재연한 궁중요리를 내고 있다. 식사는 14가지 코스의 미정식(3만 5000원)부터 19가지의 수라정식(15만원)까지다. 자연의 멋을 즐기는 어른들을 모시기에 적당하다. 또 역삼동 차병원사거리옆 휴먼터치빌 2층의 한미리(569-7166)는 방짜 유기와 백자 그릇으로 궁중정찬을 낸다. 연회석은 60명까지 수용할 수 있다.2만 9000원부터. 신라호텔의 팔선(2230-3366)은 어른들이 즐기는 중식을 낸다. 상어지느러미·사슴힘줄·잉어부레 등을 넣은 불도장(6만원)과 술취한 새우요리(취하요리·7만원)도 인기다. 가족 3대가 함께할 땐 문정동 로데오거리 근처의 유빙(403-6400)도 추천할 만하다. 게 전문점으로 1㎏(왕게 10만원·대게 8만원)이면 두명이 적당하다. 네명이 1.8㎏를 골랐다면 18만원으로 다른 비용은 추가되지 않는다. ■ 왁자 경쾌한 회식 송년회 ●오크룸(317-3234) 밀레니엄 서울힐튼 로비층에 있으며 도심 속에서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저녁에 바비큐 특히 샐러리맨들이 즐기는 삼겹살도 나온다. 오후 6시부턴 2만 4000원에 바비큐와 생맥주를 무제한 즐길 수 있다. 인도식 닭고기·독일식 소시지구이 등과 함께 과일·야채 샐러드가 준비돼 있다. 생맥주를 비롯해 각국의 맥주와 칵테일도 여러 종류가 나온다. 이와함께 대학로 이화4거리 홍대 디자인대학원건물 1층의 쟈르디노(741-1300)는 대학로의 명랑한 분위기속에서 여유와 실속을 챙길 수 있는 뷔페다. 저녁 5시30분부터 1만 6000원에 뷔페와 함께 생맥주와 탄산 음료를 무한정 제공한다. 학동사거리의 영동고교옆 무등산(518-4001)은 꽃등심이 그만이다. 불판에 올리기만 해도 젓가락과 소주잔이 분주하게 오가는 곳이다. 물냉면으로 마무리해도 좋다. ■알뜰 파티인테리어 비법 ‘창고를 뒤져 재활용하라.’ 디자이너 이광희씨가 연말연시와 크리스마스 파티 인테리어를 위해 들려준 조언은 다락방에서 먼지 쌓인 재고품을 활용하라는 것. 인테리어 유행은 때마다 바뀌니 옛날에 갖고 있던 물건을 조금씩 변신시키라는 것이다. ●무게있는 붉은색으로 통일 빨강과 초록의 조화는 크리스마스가 있는 연말 분위기를 한층 돋운다. 이씨가 올 연말파티를 위해 제안한 인테리어 테마도 ‘무게가 있는 붉은색’이다. 동대문시장에서 싸게 구입한 붉은 벨벳으로 커튼, 식탁 등을 바꾼다. 지난해에 사용했던 장식용 공을 붉은 벨벳으로 싼 뒤 초록 리본을 묶거나, 문방구에서 산 금색 은색 스프레이를 뿌려주는 것도 좋다. 재탄생한 공은 커튼에 달아주거나 식탁 위에 놓아두면 훌륭한 소품이 된다. 특별히 깃털이나 열매 등을 놓으면 따뜻하고 우아한 분위기도 낼 수 있다. 다채로운 비즈(beeds)도 평범한 소품을 화려하고 비싼 장식품으로 변모시키는 훌륭한 아이템. 집안에 있던 곰인형 등에 풀로 붙여주면 금세 빛나는 성탄 장식품으로 변신한다. ●향기·광섬유 트리 인기 저렴하게 구입한 트리 장식 하나로도 분위기가 확 달라진다. 올해는 패브릭과 광섬유로 만든 제품이 인기. 특히 패브릭으로 만든 미니 트리(4800원)는 좋은 향기까지 뿜어낸다. 여러가지 오묘한 빛깔을 내는 광섬유 제품 역시 파티 분위기 내는 데 한몫한다. 대형 할인점에서 파는 광섬유 대형집(3만 9600원), 광섬유 미니장식 트리(7400원), 미니 솔침 광섬유 트리(5800원) 등으로 집안 분위기를 확 밝힐 수 있다. 글 WE팀 chuli@seoul.co.kr 사진 강성남기자 snk@seoulco.kr·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 [뒷골목 맛세상] 안성의 요리 명가

    [뒷골목 맛세상] 안성의 요리 명가

    경부고속도로 안성톨게이트를 빠져나와 시내로 향하다 보면 중앙대학교 안성 캠퍼스 정문과 나란히 안성맞춤 박물관이 나온다. 박물관에는 바로 ‘안성맞춤’이란 단어를 고유명사에서 보통명사로 바뀌게 한 안성유기의 역사며 제작방법에서부터 수저와 그릇 같은 반상기, 제기, 불구(佛具), 징이며 꽹과리 같은 악기에 이르기까지 각종 유기들이 전시되어 있다. 흔히 놋쇠라고 부르는 유기는 만드는 기법에 따라 방짜유기와 주물유기로 나누어지는데, 나로서는 놋쇠를 불에 달구어 일일이 메질을 되풀이하며 얇게 늘려 형태를 잡아가는 기법으로 만들어진 방짜유기에 예사롭지 않은 관심이 갔다. 하나하나 손으로 빚어낸 섬세하면서도 정교한 모양도 모양이지만, 어딘가 보이지 않는 깊은 공간에서 새나오는 것 같은 은은하면서도 황홀한 빛은 흡사 무슨 향기로운 생명이라도 깃들어 있는 것처럼 여겨져 자칫 바라보기마저 외경스러운 기분이었다. 그럴지도 몰랐다. 소위 많은 명품들이 그렇듯이 안성유기 또한 그것을 만든 이들의 장인정신(匠人精神)이 낱낱의 작품 속에서 하나의 생명체로 아직까지 살아 숨쉬고 있을지도 몰랐다. 안성에서 살아 숨쉬는 장인정신은 비단 유기에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이번 맛세상에서 만난 요리에서도 어렵잖게 장인정신을 느낄 수 있었다. 대저 요리에 있어서 장인정신이란 무엇인가. 요리 하나 하나에 자신의 생명까지 불어넣을 정도로 몰두하여 마침내 자신의 삶과 요리가 기꺼이 한 몸이 되는 경지가 아니랴. 장자(莊子)의 양생주(養生主)에는 ‘포정’의 이야기가 나온다. 포정은 숙수 혹은 주방장 같은 요리사를 일컫는 말로, 옛날에는 직업으로 이름을 삼는 일이 흔했다. 포정이 양나라 혜왕 문혜군(文惠君)을 위해 소를 잡는데, 그 손을 놀리는 것이나 어깨로 받치는 것이나 발로 딛는 것이나 무릎을 굽히는 것이나 쓱쓱 칼질하는 품이 지극히 자연스럽고 흐름마저 음률에 맞지 않은 것이 없었다. 문혜군이 그 재주를 감탄하자 포정이 말했다. “제가 좋아하는 것은 도(道)입니다. 도는 재주에 앞서지요. 처음 제가 소를 잡을 때는 눈에 보이는 것은 소뿐이었습니다. 그러다가 3년이 지난 뒤에는 소가 보이지 않았고, 지금은 오직 마음으로 일할 뿐 눈으로 보지는 않습니다. 곧 손발이나 눈 따위 감각기관은 멈춰버리고 마음만이 작용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소 몸뚱이의 자연스러운 이치를 따릅니다. 뼈와 살이 붙어있는 큰 틈바구니를 젖힐 때나 뼈마디가 이어져 있는 큰 구멍에 칼을 넣는 일들은 모두 자연의 이치를 따라 갈라갑니다. 그래서 제 재주는 뼈와 살이 맺힌 곳에서도 아직 한번도 칼이 다치지 않도록 하지요. 하물며 큰 뼈에 부딪치는 일이 있겠습니까. 솜씨 있는 포정은 일년에 한번 칼을 바꾸는데 그것은 살을 베기 때문이요, 보통 포정은 한 달에 한 번 칼을 바꾸는데 그것은 뼈에 부딪혀 칼을 부러뜨리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제 칼은 이제 19년이나 지났고 잡은 소의 수가 수천 마리에 이르는 데도, 칼날이 지금 막 새로 숫돌에 간 것과 다름이 없습니다. 뼈마디에는 틈이 있고, 저의 칼날에는 두께가 없습니다. 두께가 없는 것을 틈이 있는 곳에 집어넣기 때문에, 넓고 넓어 칼날을 휘둘러도 반드시 여유가 있습니다. 그래서 19년이나 지난 칼인데도 막 숫돌에서 새로 간 것 같지요. 그러나 지금도 막상 뼈와 심줄이 한데 얽힌 곳을 만났을 때는 저도 그 다루기 어려움을 알고 두려워하며 조심합니다. 눈길을 집중하고 몸놀림을 천천히 하며 칼놀림 또한 매우 미묘하게 합니다. 마침내 뼈와 살이 쩍 갈라지면 마치 흙덩이가 땅에 철썩 떨어지는 것 같은데, 그때에야 저는 흐뭇한 마음으로 칼을 닦아 품에 간직합니다.” 문혜군은 무릎을 치며 감탄한다.“훌륭하구나! 포정의 말을 듣고 나는 비로소 양생법을 깨우쳤도다!” ‘안일옥’(031-675-2486)은 옛날의 안성장에서부터 비롯하여 80년이 넘게 소위 쇠전머리 장국밥의 입맛을 대물림해오는 3대 전통의 명가다. 예부터 안성장은 유기뿐만이 아니라 소를 사고파는 우시장 또한 유명하여 전국에서 다섯 번째 안에 드는 큰 장으로 발전되었는데, 바로 안성장에서 떠돌이 장돌뱅이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던 장국밥이 안일옥에서 그대로 이어져 오고 있는 것이다. 이미 작고한 1대의 이성례에서 비롯하여 2대의 이양귀비(87세),3대의 우미경(42세)에 이르면서, 요리에 몰두하여 마침내 자신의 삶과 요리가 기꺼이 한 몸이 되는 도의 경지는 더욱 깊어졌으리라. 한 가지에만 전념하여 80년,3대를 이어간다는 것은 안으로 흐르는 장인정신이 없이는 전혀 불가능할 터이다. 벌써 아흔에 가까운 이양귀비 할머니는 더 이상 식당일에 관여하지 않지만,3대의 우미경은 날마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주방에서 손수 요리를 다루고 있다. 어찌 며느리 우미경뿐이랴. 이양귀비의 3남 6녀의 자녀들은 이미 작고한 장남 김종선이 송탄에 안일옥 분점을 낸 것을 필두로,2남 김종안이 도기동 쇠전머리에 새집을 지어 장터국밥집을 열 준비를 하고 있고,3남 김종열이 안일옥 본점을 맡고 있다. 4녀 김종숙이 평택에,5녀 김종금은 안일옥 본관 바로 옆에 별관을 열어 약간 색다른 메뉴로 보신탕이며 삼계탕을 선보이고 있다. 이만하면 가히 요리만으로 명가다운 집안을 이룬 셈이다. 이중에서 3남이면서도 안일옥의 전통을 내리 이어받은 김종열은 아내 우미경을 도와 허드렛일을 마다하지 않으면서도, 일찍이 중앙대학교 식품영양학과에서 석사과정을 마치고 거기에서 외식산업경영에 대한 강의를 하기도 하는 둥, 경험과 학문을 모두 아우르고 있다. 그런가 하면 아직 중학생인 아들 김형우를 시흥에 있는 조리과학고등학교에 입학시켜, 미리부터 4대를 이을 준비도 하고 있다. 안일옥의 메뉴는 일찍이 쇠전머리 장국밥에서 발전하여, 해장국(4000원)부터 설렁탕(5000원), 곰탕(5000원), 내장곰탕(5500원), 갈비탕(5500원), 꼬리곰탕(1만원), 도가니탕(1만원), 족탕(1만 2000원), 안성맞춤우탕(1만 5000원), 소머리수육(1만 5000원), 도가니수육(2만원), 모듬수육(2만 5000원), 꼬리수육(3만 5000원), 족수육(4만원)으로 다양하여졌다. 만일 모처럼 외식에 나섰거나 몸이 허약해서 보양식을 찾는 중이라면 약간 무리하다 싶은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기꺼이 안성맞춤우탕을 권하겠다. 안일옥에서 특별히 만들어낸 메뉴인 안성맞춤우탕에는 한 그릇 가득히 우족을 위시해서 꼬리, 도가니, 갈비, 소머리고기가 다양하게 들어 있는데, 맛도 맛이지만 양 또한 넘쳐나서 비싸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 ‘우정집’(031-675-4029)은 냉면전문집이다. 그리고 과연 냉면전문집답게 메뉴는 냉면과 비빔냉면 딱 둘뿐이다. 흔히 냉면과 함께 팔기 마련인 수육마저도 없으며 소주나 맥주 같은 주류도 없이 다만 냉면뿐인 것이다. 혹시 종교적인 이유에서 술을 팔지 않는 것인가 하고 물어보았더니, 술을 팔다 보면 술꾼들 때문에 냉면이 좋아 찾아오는 단골손님들에게 누가 될까 싶어서 팔지 않는다는 단순한 대답이었다. 수육의 경우는 자칫 수육을 그날 팔지 않으면 냉장고에 넣어 보관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다음날은 수육의 고유한 맛을 잃어버릴 터이고, 그런 수육을 차마 손님들에게 내놓을 수가 없어서 아예 포기를 했다는 것이었다. 우정집의 주인 배석윤은 황해도 출신으로 갓 스물 무렵에 서울 수표동의 유명한 음식점 경희장의 주방에서 요리사로서의 첫 수업을 쌓아 경력 40년이 훌쩍 넘은 소위 요리의 장인이다. 그이가 안성에 터를 잡은 것은 1968년 당시 미화장이라는 안성에서 가장 큰 음식점 주방장으로 내려오면서부터였다. 미화장이 없어지자 그이는 바로 미화장 앞에 터를 잡아 1975년에 냉면전문집을 열었다. 그런 그이가 요즈음 들어 애오라지 하는 일이란 전혀 자신을 밖으로 드러내지 않는 일이다. 그이는 나와의 인터뷰마저도 아내 복경순과 이미 대학의 외식산업과를 나와 전문요리사가 되어있는 아들 배승태에게 맞긴 채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그렇듯이 우정집은 이미 경기도 지정업소며 모범업소로 선발되었지만 어디에도 인정서 따위는 보이지 않고, 붙은 것은 냉면과 비빔냉면 각각 5000원이라고 적힌 메뉴판이 전부였다. 우정집에서 생각 없이 냉면을 먹다 말고, 나는 자칫 입에 문 냉면 몇 올마저도 목구멍으로 흘려 넘기기가 불현듯 외경스러운 기분이었다. 세상에 이런 이도 있는 것일까. 전문요리사출신인 아들마저 아버지의 길은 옆에서 보아내기만 해도 너무 고달프고 힘들어 도저히 뒤따르지 못하겠다며 그만 포기하고만 길을 걷는 이. 길이 깊어지다 못해 이제는 애오라지 자신을 세상에서 숨기려 드는 이. 그렇게 장인정신 깊어지면 안으로 갈무리되어 어디론가 또 다른 공간으로 스며들어가는 것일까. 그리하여 어느 날 눈 밝은 이를 만나면 은은하면서도 황홀한 빛을 내어 무슨 향기로운 생명체로 다시 새나오는 것일까. 안성교육청 앞에 숨어있는 ‘향교식당’(031-675-4288)이라는 4000원짜리 가정식백반집도 나로서는 장인정신이 빛난다고 주장하고 싶다. 이 집은 기실 안성 부근에 작업실이 있는 내가 일주일에 한번 꼴로 들르는 단골집이다. 어떤 날은 향교식당의 백반을 먹다 말고 자칫 심약해진 나머지 눈물마저 글썽일 때가 없지 않다. 나를 그렇듯 심약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보다도 반찬 하나하나에 스며있는 이 집 주인의 선의(善意)이다. 누군가는 한갓 가정식백반에서 장인정신 운운하는 나를 너무 싸구려라며 비난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하는 수 없다. 구태여 한 마디 변명하자면, 손님에 대한 선의가 없이 어떻게 장인정신이 우러날 수 있으랴, 되물을 수밖에. 시어머니 오은자와 며느리 서강열이 사이좋게 솜씨를 내는 향교식당 4000원짜리 백반의 반찬은 가짓수가 무려 16가지가 된다. 돼지불고기, 꽁치조림, 청국장찌개, 고추버섯볶음, 소고기장졸임, 미역쌈, 무장아찌, 시금치, 오이소박이, 어묵볶음, 오이노각, 김, 깻잎장아찌, 멸치땅콩볶음, 콩나물, 깍두기…. 반찬들의 어느 하나 고부의 정성이며 선의가 깃들지 않은 것이 없지만, 김같이 사소한 것도 쉽게 사서 쓰는 일이 없이 일일이 품을 팔아 들기름에 구워내는 식이다. 뿐이랴, 부족하면 얼마든지 더 시켜서 양껏 밥을 먹고 나면, 한 양푼 가득히 갓 끓여낸 누룽지탕을 다시 가져다준다. ● 설렁탕 역사는 수백년 설렁탕이 조선시대 선농단과 왕실소유 토지인 직전에서 해마다 봄이면 거행된 왕의 친경행사에서 유래한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상식이다. 친경행사에서 왕이 선농제라는 일종의 풍년제를 올린 후 제사에 쓴 소를 재료로, 문무백관이며 인근의 백성들까지 두루 나눠먹게 하기 위하여 솥 가득히 끓여낸 음식이 바로 설렁탕이라는 식이다. 이 설렁탕은 원래 선농탕이 변한 것이다. 이후 민간에서는 요리법이 차츰 발달하여, 우선 사골을 넣고 10시간 정도 끓인 다음에 소머리, 양지고기를 넣고 다시 3시간 정도 끓여서 고기만을 건져낸 다음에 부위별로 썰어내고, 뼈는 다시 푹 고아서 손님에게 내게 되었다. 설렁탕에 반해 곰탕은 사골 같은 뼈는 쓰지 않고 주로 내장 위조로 푹 고아서 말 그대로 곰탕을 만들어낸다. 해장국은 선지에 우거지를 넣어서 고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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