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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리 날리는 ‘동북아 금융허브’ 위기감

    정부가 3일 밝힌 외한자유화 일정과 금융인프라 구축 등은 참여정부가 공약사항으로 내세운 ‘동북아 허브’구상이 자칫 ‘공염불’로 끝날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 나왔다. 정부는 2003년 12월 우리나라 금융업종을 ‘동북아 허브’ 뿐 아니라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처럼 특정 금융업종이 발전된 금융허브로도 키우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세계적인 자산운용회사 피델리티가 들어온 것을 제외하곤 1년 6개월간 이렇다 할 유치실적이 없어 ‘동북아 허브’에 대한 국내외의 시각은 냉담하기만 했다. 특히 홍콩과 싱가포르의 벽을 넘기도 전에 중국 상하이가 국제금융도시로 급속히 성장, 비교우위가 있는 업종을 선택해 집중적으로 육성하지 않으면 한국은 ‘우물안 개구리’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때문에 외환거래 완전 자유화 시기를 1년 이상 앞당겨 금융인프라의 토대를 구축한 뒤 비교우위가 있는 금융분야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생각이다. 과거 산업발전을 위해 정부가 철강업종 등을 적극 지원한 맥락과 크게 다르지 않다. 문제는 홍콩이나 싱가포르와 비교해 우위가 있는 금융업종이 우리에게 있느냐는 것. 정부는 앞서 한국을 새로운 시장으로 변모시키든가 홍콩 등과 경쟁할 수 있는 국내기업을 키우는 방안을 생각했으나 현실적으로 시장을 먼저 키우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경쟁력을 갖춘 채권·구조조정·파생상품 분야와 자산운용업·투자은행·사모투자펀드(PEF) 등을 선도시장과 선도업종으로 각각 선정했다. 반면 국내 증권이나 보험업종 등은 자체 경쟁력이 떨어져 구조조정을 거쳐 투자은행으로 거듭나거나 선도업종의 발전에 따른 효과를 기대하는 후방산업으로 끌고 가겠다는 생각이다. 또한 홍콩과 싱가포르의 금융시장 규모가 우리의 10배 이상되는 점을 감안하면 외환시장 개방의 속도와 폭을 가속화할 수밖에 없다고 봤다. 이에 따라 시간이 걸리는 법개정에 앞서 당장 시행할 수 있는 외국환 관리규정을 고치기로 했으며 숱한 비난을 감수하고도 해외부동산 취득의 한도와 요건을 먼저 완화하기로 했다. 재정경제부의 고위관계자는 “허브시장 육성을 위한 금융인프라 구축이라는 ‘큰 그림’보다 유학자녀를 위한 해외송금 규제완화라는 ‘작은 그림’에만 집착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여론의 매’를 맞겠다는 각오지만 선진 금융업종으로 가기 위해서는 선택과 집중이 불가피하며 장기적으로는 국제적인 금융 네트워크를 짜는 발판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계가 국경의 벽을 허물고 해외에서 모은 투자자금을 해외에서 바로 투자하는 자본시장의 마지막 단계로 바뀌는 시점에서 국내시장에만 집착해서는 곤란하다는 지적이기도 하다. 그러나 외국인을 위한 거주 및 생활환경이 미비하고 금융 이외의 각종 규제가 산재한 상황에서 외환시장의 문만 활짝 열었다가 제2의 환란을 맞을 수도 있다는 우려도 없지 않다. 특히 외국인 투기자금의 횡포로 국내 금융기관과 기업들이 힘없이 무너진 전례를 감안할 때 동북아 허브도 좋지만 정치적 일정에 따라 서두르지 말고 피해방지를 위한 대비책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백문일기자 mip@seoul.co.kr ■ 금융허브 추진 주요내용 정부는 3일 금융인프라 구축, 선도 금융시장 육성, 국제적 네트워크 강화 등의 ‘금융허브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다음은 분야별 주요 내용이다. ●외환시장 규제완화 이달 중 해외부동산 취득 한도가 30만달러에서 50만달러로 완환된다. 유학용 송금도 현재 6개월 체류 기준에서 완화된다. 오는 2011년 끝날 외환거래 완전 자유화가 1년 이상 앞당겨지고 자본거래 허가제와 신고제가 단계적으로 폐지된다. ●기업 외환이동 규제완화 하반기부터 국내외 기업의 본사와 해외지사간 운전자금 대출이 1000만달러 한도에서 자유화된다. 지금까지는 건별로 신고해야 한다. 전년도 수출입 규모가 각각 1억달러 이상인 기업의 송금방식 수출의 경우 증빙서류를 당국에 내지 않아도 된다. ●금융규제 개편 업계·전문가 등으로 태스크포스팀을 구성, 연말까지 증권거래법·선물거래법·자산운용업법 등 자본시장 관련법률을 통합한다. 금융산업에 대한 조기경보시스템이 가동되며 금융회사별 전담검사역(RM)을 둬 금융회사의 리스크를 상시 점검한다. ●채권시장 활성화 국채의 원금과 이자를 분리해 따로 거래하는 국채 스트립제도가 도입된다. 내년부터 국내 비거주자의 원화채권 발행을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자유화하고 미국내 투자자들이 국내의 국채선물과 옵션을 직접 거래할 수 있도록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의 ‘면제증권’ 취득을 추진한다. 해외 신용평가회사들의 국내시장에 들어오도록 신용평가업 진입요건을 완화한다. ●파생상품 시장 활성화 한국자산관리공사(KAMCO)가 주축이 돼 외환위기 이후 축적된 구조조정 관련제도를 동북아 시장에 수출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선물시장의 위탁증거금을 차등화해 거래를 활성화하고 위탁증거금의 외화예탁도 도입한다. 반도체나 원유 등에 대한 선물상품을 개발한 ‘헤지(위험회피)’ 수단을 마련, 동북아내 리더십을 확보한다. ●자산운용업 경쟁력 강화 한국투자공사(KIC)를 활용, 자산을 외국자산운용사에 위탁할 때 일정 규모 이상의 국내인 고용을 의무화한다. 역외 펀드의 설립조건을 완화하고 퇴직연금이 기업연금으로 원활하게 전환되도록 세제지원 방안을 마련한다. ●사모투자펀드(PEF) 및 투자은행 활성화 PEF 설정 및 운영과 관련된 규제를 완화, 외국 PEF 업체들이 지역본부를 국내에 둘 수 있도록 한다. 증권업계의 구조조정과 대형화를 유도, 투자은행으로 키우고 대형 증권사들이 외국 금융기관과 전략적 제휴나 M&A(합병·인수)를 추진토록 지원한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데스크시각] 한국문화의 화려함,그 속사정은…/김성호 문화부장

    한국의 문화와 문화예술인들은 이제 더이상 한국에만 머물지 않는다. 대중문화든 순수예술이든 한국을 넘어 세계인들에 회자되는 한국문화와 문화예술인들은 일일이 예를 들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 우선 한류로 대변되는 대중음악과 드라마의 강세가 아시아권을 벗어나 세계인들의 관심을 높여가고 있고, 국제영화계에 돌풍을 일으킨 한국영화가 세계 영화인들의 눈길과 발길을 속속 한국으로 돌리게 만들고 있다. 세계 정상의 해외무용단에서 한국 출신의 무용수들이 맹활약하고 있음은 널리 알려진 일이다. 일본 대중음악계를 놀라게 만든 스타 보아만 하더라도 지난 2월 일본에서 발매를 시작한 첫 베스트앨범 ‘BEST OF SOUL’이 마침내 100만장 판매를 돌파했다. 올해 일본에서 발매된 여성가수의 작품으로 100만장 돌파는 보아가 처음인 만큼 일본인들이 호들갑을 떨 만하다. 일본 열도와 홍콩 등 아시아권을 휩쓸고 있는 ‘욘사마’‘뵨사마’ 열기는 식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지난달 29일 홍콩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크리스티 경매에서는 한국의 젊은 작가 13명의 작품 17점 가운데 14점이 호가로 낙찰되어 주목을 끌었다. 이에 앞서 지난달 21일 폐막된 제58회 칸영화제에서 비록 한국영화는 이렇다 할 상을 받지는 못했지만 영화제 필름마켓에서 한국영화에 쏟아진 관심은 어느 때보다 높았던 것으로 영화인들은 평가하고 있다. 그런데 해외에서 한국문화에 쏟아지는 찬사나 외형상의 성세와는 달리 최근 들려오는 국내 문화예술계의 상황은 썩 좋아보이지 않아 안타깝다. 한국이 주관하는 영화제며 도서전을 비롯한 각종 국제 규모의 행사가 삐걱거려 눈총을 받고 있고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한국 영화감독의 작품이 관객에게 외면당한다는 비보도 들린다. 당장 다음달 14∼23일로 예정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파행진행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집행부에 대한 불신으로 영화인들간 내홍이 불거진 이 영화제는 현상태로 봐선 조직위원장과 이사진은 물론, 실질적인 집행위원장도 없는 상태에서 양분된 채 비상체제로 진행해야 할 상황이다. 최근 영화제 사무국 프로그래머팀이 출품 섭외를 위해 지난 칸 국제영화제를 분주하게 뛰었지만 국내 영화계의 시선은 냉담하다. 적지 않은 영화감독과 배우들이 작품 출품이나 참가 거부를 선언했고 영화인회의와 영화감독협회 등 단체들도 ‘보이콧’에 나서 자칫 국제 망신을 당할 수도 있는 상태다. 부천영화제의 파행과 함께 3일부터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는 ‘2005 서울국제도서전’에 쏠리는 문화계 안팎의 시선도 곱지 않다. 명색이 국제도서전인데도 사실상 국내외 출판사간 저작권 거래가 거의 없어 국내 출판사끼리의 동네잔치로 치러질 전망이다. 독일에서 10월 열릴 프랑크푸르트도서전 본 행사에 앞서 진행된 한국 주빈국 행사도 현지에서 부실하게 진행돼 빈축을 샀다. 해외도서전 주빈국에 열을 올리기에 앞서 국내 출판산업 살리기에 우선 신경을 써야 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결국 바깥의 화려함보다는 안으로부터의 실속을 챙기고 기초를 먼저 다져야 한다는 충고에 힘이 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할리우드 영화 ‘스타워즈 에피소드Ⅲ-시스의 복수’가 개봉 첫 주말 전국 63만명을 동원하는 기염을 토했다는 사실에 얹혀 ‘단관개봉’을 선언하며 실험에 나섰던 김기덕 감독의 신작 ‘활’ 참패 소식이 씁쓸함을 더한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흥행이 다반사이고 개봉 전부터 화제가 됐던 작품이란 점에서 스타워즈의 국내 흥행성공은 썩 대단한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비슷한 시기,‘영화 개봉때 일단 스크린부터 확보하고 봐야 한다.’는 영화판의 관행에 딴죽을 걸고 고집을 밀어붙였던 한 감독의 자부심이 꺾인 것 같아 아쉬움에 앞서 걱정이 더한다. 국제무대에서 우리의 문화가 뻗어나가고 인정받음은 기분좋고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국제무대에서의 화려함 이면에 쌓여있는 국내 문화예술계의 근본적인 문제점들을 언제까지나 방관하고 있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김기덕 감독의 ‘단관개봉’ 참패를 보는 시선이 더 무거운 것이다. 김성호 문화부장 kimus@seoul.co.kr
  • 中, 증시부양 팔 걷었다

    |베이징 오일만특파원|중국 당국이 증권시장 개혁에 착수했다. 사회주의 체제 특성상 왜곡된 주식시장을 수요와 공급의 원칙에 따른 ‘시장의 법칙’으로 풀어간다는 구상이다. 중국 경제는 10여년간 9% 안팎의 고도성장을 지속하고 있지만 주가는 6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중국 당국은 연초부터 증시부양을 위해 증권거래세를 거래액의 0.1%로 절반을 내렸고 상업은행의 뮤추얼펀드 설립과 일부 보험사의 주식투자 허용 등 대대적인 부양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시장은 냉담했다. 중국의 주가 폭락 원인은 증시의 구조적인 한계 때문이다. 중국은 국유기업의 경영권 보호를 위해 발행 주식의 일정량을 비유통 주식으로 묶어놓고 있다. ●증권거래세 인하등 부양책 불구 시장 냉담 이 때문에 상푸린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CSRC) 주석은 최근 “그동안 법규에 묶여 유통되지 못했던 국영기업의 지분 매각을 점차적으로 확대 시행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유통·비유통의 이중구조 때문에 주가 체계가 왜곡되고 국유기업 개혁과 자본지장 국제화를 가로막고 있다는 진단이다. 상 주석은 1단계로 싼이충궁(三一重工) 등 4개 시범 국유주식의 전면 거래,2단계 적정한 시장가격 형성 체제 구축,3단계 지분 매각 대상 확대 및 증시 시장화 추진 등을 제시했다. 내부자 거래와 허위 공시 등에 강경 대처하는 법규를 마련, 증시 투명성도 높일 계획이다. 지난해 말 현재 1200여개 상장사의 주식은 총 7149억주. 이 가운데 비유통주식이 64%인 4543억주를 차지한다. 특히 국유기업의 주식이 전체 비유통 주식의 74%나 된다. 이런 상황에서 비유통 국유주식이 언젠가 시장에 쏟아져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투자자들을 압박, 증시를 장기침체로 몰아넣고 있다. 당국의 증시 부양책이 ‘약발’이 안 먹히는 이유다. ●“국영기업 주식 풀어 증시왜곡 막겠다” 상하이(上海)종합주가지수는 지난 16일 1999년 5월20일 이후 가장 낮은 1095.47을 기록했다. 최근에는 전국인민대표대회 재경위가 소액 투자자 보호를 골자로 하는 증권법 개정안을 발표했으나 시장은 오히려 곤두박질했다.2001년 6월 최고점의 절반 수준도 회복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증시 구조개혁을 들고나온 상 주석은 “이번 국영기업 지분 매각은 중국 자본시장의 핵심적인 조치로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이번 조치가 당장의 ‘공급 확대’로 단기 악재로 작용할 수도 있지만 잠재 매물을 해소한다는 의미에서 긍정적인 조치로 받아들여진다. 중국 증시의 불확실성이 제거되고 투명성이 높아질 경우 부동산 투자 과열을 일으켰던 자금들이 서서히 주식시장으로 복귀할 수 있다는 낙관론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숱한 부양책에도 미동하지 않았던 증시가 이번 조치에 어느 정도나 반응할지는 미지수다. oilman@seoul.co.kr
  • [“핵연료봉 인출” 북핵 새국면] 벼랑끝 타협·핵용인후 경제봉쇄 갈림길

    [“핵연료봉 인출” 북핵 새국면] 벼랑끝 타협·핵용인후 경제봉쇄 갈림길

    ■ 北·美 전략 전문가 진단 북한의 폐연료봉 인출 선언으로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 최악의 경우 미국이 북한의 핵 보유에 대해 물리적 타격을 하지 않고 사실상 용인하는 대신 경제봉쇄를 강화하는 전략을 택할지도 모른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이는 북한의 핵실험은 곧바로 미국의 선제공격으로 연결될 것이란 일각의 전망과는 다른 것이어서 주목된다. 장성민(세계와 동북아포럼 대표) 전 의원은 12일 기자에게 “미국은 북한이 협상용으로 폐연료봉 인출 선언을 했다는 것을 뻔히 알고 있기 때문에 쉽게 양보를 하지 않을 것이고, 특히 부시 행정부의 네오콘(신보수주의자)들은 과거 클린턴 행정부와는 성향이 전혀 달라 북한이 완전히 두손 들고 나오길 바라고 있다.”며 “미국의 반응이 북한의 기대에 못 미칠 경우 상황은 핵 재처리까지 흘러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장 전 의원은 “내가 알기로, 미국은 북한이 굳이 핵실험을 한다면 못이기는 척 용인한 뒤 정치·경제적으로 북한의 손발을 완전히 잘라 고사시키는 전략까지 각오하고 있다.”면서 “북한으로서는 핵실험을 하는 순간 협상카드도 날리고 중국을 포함해 국제사회 전체로부터도 완전히 고립되기 때문에 섣불리 도발을 하기 힘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김태효 교수도 “설령 6자회담이 재개되더라도 지금 분위기로는 다시 파행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이렇게 되면 북한은 차제에 핵 보유를 실현해 협상력을 실질적으로 높이려 할 것이고, 미국도 중국·러시아가 북한 편이라는 한계를 감안해 아예 핵보유를 용인하는 대신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 등으로 봉쇄하는 전략을 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의 ‘벼랑끝 위협’ 직후 극적 타협이 도출된 전례에 비춰 6자회담을 통해 정상화될 것이란 관측이 아직까진 우세한 편이다. 중앙대 국제대학원 김태현 교수는 “과거 북한은 대화에 나오기 전에 꼭 미사일 발사 등의 카드를 통해 몸값을 높였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이제부터는 중국이 본격적으로 중재 압력을 받으면서 적극적인 행보를 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편 김대중 전 대통령은 이날 한신대에서 행한 특별강연에서 “지금 한반도는 매우 불길한 위기국면으로 들어가고 있는 것 같다.”며 미국과 북한이 양자합의를 이룬 뒤 6자회담에서 실천을 담보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北주장 의문점 북한이 영변 5㎿원자로를 재가동한 시점은 2003년 2월로 파악됐고 가동 중단이 확인된 시점은 지난 3월 말쯤이다. 전문가들은 원자로 중단 이후 냉각시키는 데만 한달이 걸리고 연료봉 8000개를 꺼내는 작업에는 최소 두달이 걸린다고 판단하고 있다. 북한이 해리슨 선임연구원에게 “4월부터 연료봉 제거작업을 시작,3개월간 계속할 것”이라고 말한 데서 볼 수 있듯이 원자로 가동 중단시기가 4월 초를 전후한 시기라고 해도 다음 달은 돼야 끝날 것으로 예측된다. 따라서 북한이 지난 11일 영변의 5㎿ 원자로에서 폐연료봉 8000개를 꺼내는 작업을 완료했다고 발표해 인출속도가 단축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이와 관련,“인출작업을 최단기간 내 끝냈다.”고 언급해 그간 북한이 인출작업을 위해 상당한 속도를 내왔음을 시사했다. 서울대 원자력연구센터의 강정민 박사는 12일 “북한이 모방한 영국의 칼더 홀 원자로의 경우 연료봉 인출 속도가 하루 120개(0.75t) 정도지만 북한의 기술을 감안할 때 그보다 더딜 것으로 봤다.”면서 “북한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하루에 120개가 넘는 양을 뽑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폐연료봉 하나의 무게는 6.25㎏ 정도로 8000개는 50t 정도 된다. 북한의 발표가 사실이라면 ▲영변 원자로가 영국의 모델보다 더 개선된 것이거나 ▲피폭을 무릅쓰고 무리하게 작업을 강행했다는 얘기가 된다. 다른 한편으로는 북한이 작업을 완료하지 못한 채 최근 정세를 감안해 이미 끝낸 것처럼 발표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인출 이후에는 수조에 담가 냉각기를 거친다. 냉각이 끝나면 바로 재처리가 가능하다. 문제는 방사화학실험실의 재처리다. 북한측은 정상적인 가동조건에서 1년에 110t의 폐연료봉을 처리할 수 있다면서 2003년 1월부터 5개월 동안 연료봉 8000개를 재처리했다고 주장했었다. 통상 원자로 중단부터 재처리까지 9∼12개월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북한측 주장대로라면 인출한 연료봉을 재처리하는 데 6개월이면 가능하다는 추정이 나온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청와대 우려속 “차분히 대응” |타슈켄트 박정현특파원|청와대는 북한의 폐연료봉 인출 완료 주장에 대해 차분하게 대응한다는 방침에 따라 반응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노무현 대통령은 11일 실크로드의 교차점인 사마르칸드를 방문하고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타슈켄트에 남아 있던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으로부터 북한 외무성 발표와 관련한 공식 보고를 받았다고 김만수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노 대통령은 보고를 받고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노 대통령은 동포간담회에서 북한의 폐연료봉 인출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을 하지 않는 대신 북핵문제 해결의지와 통일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노 대통령은 “통일을 모두 소망하고 노력하지만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다.”면서 “천천히 할수록 무리한 비용이 들지 않고 부작용도 없이 잘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개성공단이 잘 되려면 국제적 협력을 거쳐야 하고, 이를 위해 북핵문제가 잘 풀려야 한다고 역설했다. 배석한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은 기자들에게 ‘걱정’ ‘우려’란 표현을 여러 차례 써가면서도 차분한 대응방침을 밝혔다. 반 장관은 “걱정이다. 가동중단한 지 40여일인데….”라면서 “그런 수순을 밟을 수 있다고 예상은 했지만 생각보다 빨리 진행됐다.”고 당혹감을 나타냈다. 반 장관은 “북한이 자꾸 이러니까 우리 정부로서도 우려스럽다.”면서 “관련국들이 북핵 문제에 관해 우려를 표명하고 있는 가운데 이런 일이 일어나니 걱정이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반 장관은 “공개적으로 저렇게 발표하는 것을 보면 협상을 재촉 혹은 압박하는 전략일 수도 있다.”고 분석하고 “너무 비관하거나 낙관할 것 없이 차분하게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jhpark@seoul.co.kr ■ 美·日 냉담… 中은 무반응 |워싱턴 이도운특파원·외신|북한의 핵 연료봉 인출 완료 발표에 대해 미국과 일본은 냉담한 반응 속에 북한의 핵 개발 계획 중단과 6자회담 조속 복귀를 촉구했다. ●미국 스콧 매클렐런 백악관 대변인은 11일(현지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언급할 것이 없다.”면서도 “북한의 도발적인 언행은 국제사회로부터 스스로를 더욱 고립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6자회담 참가국들이 북한의 행동을 우려하고 있다.”면서 “모든 참가국들이 6자회담으로 되돌아가기를 원하고 있으며, 미국도 북핵 문제를 6자회담을 통해 외교적으로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리처드 바우처 국무부 대변인도 “그들(북한)은 과거에도 비슷한 발표를 한 적이 있다.”며 무게를 두지 않으려고 애쓰는 모습이었다. 또 “북한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면서 “북한이 스스로를 고립시키지 말고 대화에 복귀, 건설적으로 돼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바우처 대변인은 이날 “유엔 안보리 회부가 반드시 문제 해결의 최선책이라고 할 수 없다.”,“미국은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해체)’라는 표현을 한동안 쓴 적이 없다.”고 밝히는 등 ‘대화 분위기 유도용’ 제스처도 이어나갔다. ●일본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는 “협상용 발언일 가능성도 있다.”며 여지를 두면서도 “6자회담에 조속히 복귀해 핵 계획을 포기하는 것이 북한에 가장 이익이란 것을 깨닫게 해야 한다.”고 반응했다. 일본 정부대변인 호소다 히로유키 관방장관은 12일 기자회견에서 “핵무기화를 완료했다는 등의 발표를 하고 있기 때문에 매우 심각하게 염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자민당의 한 간부는 이날 “북한에 상당히 구체적인 움직임이 있는 것 같다. 곧 모종의 움직임이 있을지 모른다.”고 사태 악화를 경계했다. ●중국 당국은 12일까지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은 채 사태를 관망하고 있다. 중국은 “북한 핵 개발에 대해 구체적인 정보를 갖고 있지 않다.”며 즉답을 회피해 왔다. 중국 외교부는 다만 북한의 발표가 나온 직후 로이터통신의 논평 요구에 “6자회담 당사국들이 회담 재개에 해가 되는 일을 하지 않기 바란다.”고 반응했다. 정부가 공식반응을 내놓지 않은 가운데 신화통신 등 관영매체들은 논평 없이 사실 보도에 치중했다. dawn@seoul.co.kr
  • [4·30재보선 표밭 민심] (4)충남 아산

    [4·30재보선 표밭 민심] (4)충남 아산

    “뽑아주고 싶은 놈이 없당께. 이젠 그 놈이 다 그 놈이여.”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도시답게 절개와 지조를 높게 치는 충남 아산에서 21일 만난 주민들은 “이명수씨가 없어졌으니, 누굴 뽑아야 할지 고민”이라는 말을 가장 많이 했다. 여기에는 국회의원(16대 원철희 전 의원,17대 복기왕 전 의원)이든, 시장(2002년 이길영 전 시장)이든 ‘중도하차’가 계속되는 데 대한 허탈감도 짙게 묻어 있다. 이번에는 열린우리당 공천을 받은 이명수 전 충남부지사가 이중당적 문제로 후보 등록조차 하지 못하고 중도 포기했다. ●16·17대·시장도 ‘중도하차’ 이에 따라 ‘포스트 이명수’의 표심(票心)이 최대 변수라는 분석이 그럴싸하게 나돈다. 택시기사 김봉철(58)씨는 “이씨가 없는 자리를 임좌순 열린우리당 후보가 잘 메울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 방향성은 뚜렷하지 않아보였다. 온양 그랜드호텔 근처에서 노래방을 운영하는 최모(44)씨는 “이씨가 탈락한 것이 너무 화가 난다.”면서 “주변에선 대부분 아예 투표하지 않겠다는 얘기가 많다.”고 전했다. ‘동정표’를 말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주부 양모(53)씨는 “자민련은 이미 한물 갔고, 이씨 문제가 생기자마자 생전 지역에 살지도 않았던 임좌순씨를 불쑥 공천한 여당도 보기 싫다.”면서 “그럴 바에는 차라리 30년 동안 여섯번이나 출마해 모두 떨어져도 늘 지역에서 묵묵하게 일해온 한나라당 이진구씨를 밀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택시기사 박모(54)씨도 “여기 살면서, 밥도 먹고, 버스 타고, 목욕도 다닌 진짜 지역 사람을 한번 도와주자는 얘기가 많다.”고 설명했다. ●“아예 투표하지 않겠다” 냉담 반면 도곡면 족발집 앞에서 만난 이모(34)씨는 “이중 당적이 얄밉긴 하지만, 그렇다고 한나라당을 찍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주부 최모(43)씨는 “이중당적이 문제라면, 차라리 지역 국회의원도 했던 자민련 원철희씨를 뽑자는 말도 있다.”고 전했다.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혼전 속에서 한나라당은 “‘박근혜 효과’ 덕에 지지율이 31%로 치솟았는데 여당은 22%에 그쳤다.”고 밝혔다. 열린우리당 임좌순 후보측은 “초반에는 혼전양상이 있더라도 금방 안정세를 되찾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자민련 원철희 후보는 농협 중앙회장을 두번 역임한 경력을 되살려 표밭을 훑고 있다. 현대차 노조 출신인 민주노동당 김영환 후보는 지역 근로자를 적극 공략하고 있고, 정대철 전 의원 보좌관 출신인 무소속 서용석 후보는 다양한 실무경험과 이론의 조화를 강조하고 있다. 평화민주당 충남도지부장 직무대행을 맡았던 무소속 조병현 후보도 표심 공략에 힘쓰고 있다. 아산 박지연기자 anne02@seoul.co.kr
  • [4·30재보선 표밭 민심] (3) 공주·연기

    [4·30재보선 표밭 민심] (3) 공주·연기

    20일 오후 2시쯤 충남 연기군 조치원역 앞 네거리. 국회의원 재선거에 출마한 한 후보가 표를 호소하고 있었다. 그러나 청중은 고작 50여명. 그나마 대부분 후보 진영 사람들이었다. 근처를 지나던 주부 최모(51)씨는 “먹고 살기도 힘든디, 선거에 누가 관심이나 있남유.”라고 말한 뒤 발걸음을 옮겼다. 이날 오전 공주에서 마주친 유권자들의 반응도 비슷했다. 공주시장의 양수떡집 주인 박모(57)씨는 “아까도 무소속 정진석 후보와 한나라당 박상일 후보를 지지한다고 ‘높은 양반들’이 여러명 왔었는데, 썰렁한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재래시장에 유세차량이 들어와 혼잡해지자, 길거리를 지나가던 한 20대 여성은 “아휴, 짜증나.TV에서 보는데 왜 여기까지 온대요. 뭐라도 준답니까.”라며 종종걸음을 쳤다. ●복잡한 심경… 유세장 썰렁 공주·연기의 표심(票心)은 이렇게 겉으로는 냉담해 보였다. 그러나 “누굴 뽑아야 할지 모르겠다.”는 퉁명스러운 대답 속에는 훨씬 더 복잡한 심경이 담겨 있었다. 여당 후보자를 뽑아서 행정도시 건설을 원만하게 만드느냐, 아니면 지역을 대변할 ‘중부권 신당’쪽을 밀어주느냐의 갈래가 그것이다. 주부 오선숙(49)씨는 “워낙 경기가 어렵기 때문에 행정도시라도 차질없이 들어와야 한다.”면서 “그러니 여당을 안 찍을 수 없다.”고 말했다. 조치원역 앞에서 만난 최근식(32)씨는 “땅값, 집값이 뛴 사람이 많을 텐데 아무래도 여당을 외면하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열린우리당 이병령 후보는 이 점에 착안해 대전 유성구청장으로 일했던 행정 경험과 여당 후보 프리미엄을 동시에 강조하며 “힘을 실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반면 “아직 여당을 믿을 수 없다.”는 불안감도 만만치 않다. 공주시장에서 만난 노길우(75)씨는 “노무현 대통령이 한마디씩 ‘오버’를 할 때마다 뒷수습은 국민이 했다.”면서 “심대평 충남지사가 빨리 신당을 만들도록 지역 발전에 나설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전했다. 연기 조치원에서 몇대째 살고 있다는 이경구(48)씨는 “지역 정서가 흉흉해져서 행정도시를 반대하는 사람도 많아 여당 후보의 선전을 낙관하긴 힘들다.”고 말했다. ●지역발전·자존심 대결양상 이 때문에 무소속 정진석 후보는 심대평 지사와 함께 찍은 사진을 돌리며 “계백의 후손답게 충청의 자존심을 살리겠다.”고 자신하고 있다. 최근 자민련을 탈당한 류근찬 의원도 “정 후보가 당선되어야 신당 창당에 힘이 붙는다.”며 적극 지원하고 있어 판세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두 후보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한나라당 박상일 후보는 “오랫동안 한 정당에 머문 소신과 정의를 바탕으로 일하겠다.”며 당적을 바꾼 다른 후보자와의 차별성을 꾀하고 있다. 민주노동당으로 출마한 유근복 후보는 “농민 후보를 뽑아달라.”고, 자민련 조관식 후보는 국회 입법조사관으로 일했던 경험을 부각시키고 있다. 무소속 임관수 후보는 새로운 정치 문화를 열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공주·연기 박지연기자 anne02@seoul.co.kr
  • [일요영화]

    [일요영화]

    ●미술관 옆 동물원(SBS 오후 11시45분) ‘집으로’를 연출한 이정향 감독의 데뷔작. 심은하·안성기·이성재 주연. 연인에게 버림받은 뒤 세상을 비뚤게만 보는 한 남자와 짝사랑에 속앓이를 하는 한 여자의 사랑 이야기를 잔잔하게 그린 멜로물. 톡톡 튀는 대사와 다채롭고 산뜻한 배합의 영상미, 주연배우의 호연으로 빛이 났던 영화다. 특히 심은하의 빨간 재킷과 노란 우산, 미술관과 동물원의 아름다운 풍광 등 잊지 못할 장면들이 가득하다. 이 영화 덕분에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은 이용객이 몇 배로 늘었고, 연인들의 사계절 데이트코스로 자리잡았을 정도. 결혼 비디오 촬영기사인 춘희(심은하)는 결혼식 촬영 때마다 마주치는 보좌관인 인공(안성기)을 남몰래 사랑하는 스물 여섯 난 여자다. 그런 그녀의 방에 군인 철수(이성재)가 갑자기 들이닥친다. 제대 전 마지막 휴가를 함께 보내려고 애인인 다혜(송선미)가 살던 방을 찾은 것. 하지만 다혜는 이미 떠난 뒤였다. 철수는 다혜를 만나기 위해 그 방에 눌러 앉고, 춘희는 혼자만의 공간에 침범한 철수를 돌려 보내려 한다. 결국 철수는 다혜를 만나지만 그녀는 다른 사람과의 결혼을 앞두고 있는 상태. 춘희는 그런 그가 안쓰럽다. 춘희가 매일 밤 무엇인가를 끄적이고 있는 것을 본 철수는 춘희의 글을 훔쳐 읽는다. 그녀가 누군가를 혼자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챈 철수는 그녀의 사랑방식이 탐탁지 않다. 그녀의 사랑은 기다림만 있을 뿐, 어떤 진전도 없다. 철수는 그녀의 글 속으로 들어가 그녀의 사랑을 바꾸려 한다.108분.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꿈의 구장(EBS 오후 1시40분) 필 알든 로빈슨 감독의 98년작. 케빈 코스트너, 에이미 메디건, 제임스 얼 존스 주연.1919년 미국 월드시리즈 때 시카고 화이트삭스 팀 선수 8명이 승부 조작으로 추방당한 ‘블랙 삭스(Black Sox) 스캔들’을 패러디한 영화.1987년 미국 아이오와주.36살의 평범한 농부인 레이(케빈 코스트너)는 아내, 딸과 함께 옥수수밭을 일구며 조용하게 살고 있다. 어느날, 밭에서 일하던 그는 훗날 그의 인생을 변화시키는 환청을 듣게 된다. 그것은 자신의 옥수수밭에 야구장을 만들라는 계시였다. 레이는 야구장을 짓지만 주위의 시선은 냉담하다. 그러나 돌아가신 아버지의 우상이었던 맨발의 조(레이 리요타)와 시카고 화이트삭스팀 선수 8명이 그의 야구장에 나타나고 레이의 꿈은 점차 현실화되어 가는데….107분.
  • [의회]이성우 도봉구의장, 범구민 서명운동등 강력 추진

    [의회]이성우 도봉구의장, 범구민 서명운동등 강력 추진

    “방학역까지 경전철을 연장하기 위해 모든 힘을 기울일 생각입니다.” 지난달 28일 제149회 임시회에서 우이동∼신설동 경전철 노선연장을 위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한 서울 도봉구의회 이성우(쌍문2동) 의장의 의지는 단호했다. 이 의장은 “교통 정책과 같이 시민생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업결정을 수익성만을 고려해 선정하면 안된다.”면서 오는 4월말까지의 특위 활동을 통해 서울시를 상대로 ‘전면전’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이 의장은 1997년에도 비슷한 활동을 경험한 적이 있다. 이 의장은 “1997년에 추진됐던 ‘지하철12호선’ 사업이 ‘우이-신설 경전철’사업으로 변경됐다.”면서 “당시 노선결정 과정에서도 건설비용 등을 이유로 도봉지역이 제외될 것을 우려해 제2대 도봉구의회에서 방학역까지 연장할 것을 건의, 서울시 중기 교통종합계획에 반영된 바 있다.”고 말했다. 특위 위원장에는 추경숙의원(방학4동), 간사는 최홍순 의원(창1동)이 선출됐다. 특위 활동은 2단계로 진행될 예정이다. 우선 25일까지는 구의회 의원 전원이 쌍문동·방학동 등 해당 지역주민과 함께 동사무소 민원실에서 노선연장을 위한 범구민 서명운동을 펼친다. 서명운동은 방학동 도깨비시장과 도봉 지역 각 지하철역 등 거리에서도 진행된다. 서명운동이 마무리될 때에 맞춰 서울시의회 의원들, 이명박 서울시장, 도봉지역 국회의원인 유인태·김근태 의원 등을 만나 경전철 연장에 대해 협조를 구하기로 했다. 이 의장은 “비공식적으로 도봉지역 서울시의원과 유인태 의원과 접촉, 노선연장 건의에 대한 긍정적 답변을 얻었다.”고 말했다. 한편 이 의장은 광역자치단체인 서울시가 기초의회에 대해 냉담한 반응을 보이는 것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이 의장은 “특위 구성을 앞두고 서울시 관계부서에 노선결정에서 도봉 지역이 제외된 이유에 대해 설명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회신이 없었다.”면서 “지역 주민들의 대표인 기초의회 의원들에게도 이런 실정이니 일반 주민들에게는 더욱 냉담하지 않겠느냐.”며 한숨을 쉬었다. 고금석기자 kskoh@seoul.co.kr
  • 설 민심 ‘꽁꽁’…고개 못든 의원들

    설 민심 ‘꽁꽁’…고개 못든 의원들

    설 연휴기간 지역구를 찾은 여야 의원들은 “서민들의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와 갈망 앞에서 고개를 들 수 없었다.”고 한 목소리로 말했다. 일부에서 지난 추석보다 형편이 나아진 듯한 분위기도 감지됐지만, 여전히 경기는 밑바닥이라는 평가다. 특히 충청권의 신행정수도이전, 호남권의 새만금사업, 영남권의 천성산공사 등 지역경제 회복과 밀접한 대형 국책사업을 놓고 지역 민심은 정치권에 강력한 추진을 요구했다. 여야는 이같은 매머드급 현안으로 험해진 설날 민심 달래기에 머리를 싸매기 시작했다. 열린우리당은 설 민생탐방 보고서를 만들고, 한나라당은 ‘나눔문화 정착을 위한 5대 입법’을 추진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의원님들, 경제를 살려 주오” 열린우리당 이인영(서울 구로갑) 의원은 재래시장 상인들로부터 “이렇게 장사 안되는 설은 처음이다.”는 하소연을 들었다. 일부 상인은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을 뽑아준 것이 후회스럽다.”는 발언까지 했다고 한다. 이 의원은 “과일·채소·방앗간 등 먹는 장사는 좀 살아났는데 옷·잡화 가게들은 아직도 몹시 힘들어했다.”고 전했다. 한나라당 김문수(경기 부천소사) 의원은 “작년보다 경기가 나아졌다는 상인은 한명도 없었다.”고 말했다. 같은당 김희정(부산 연제) 의원은 “대통령이 TV에 나오면 채널을 돌릴 정도로 민심이 악화됐다.”며 “재래시장에 가보니 경기가 안좋아 문을 닫거나 업종을 전환한 상점이 많았다.”고 말했다. ●충청, 신행정수도 플래카드 ‘도배’ 열린우리당 박병석(대전 서갑) 의원은 “행정수도 이전 후속대책을 여야 합의대로 2월에 끝내달라는 게 지역 여론”이라면서 “한나라당의 반대로 후속대책마저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높다.”고 민심을 전했다. 같은당 박상돈 의원도 “행정수도이전 후속대책을 충청도의 자존심과 연결시켜 지켜 보고 있다.”면서 “지역에 ‘신행정수도 계속돼야 한다.’는 플래카드가 도배되다시피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같은당 정청래(서울 마포을) 의원 역시 “고향 충남 금산에 내려가는 길에 ‘신행정수도는 원칙대로 추진돼야 한다.’는 플래카드가 가득한 걸 봤다.”고 민심을 전했다. ●호남,“새만금 계획대로 하자.” 열린우리당 장영달(전북 전주완산갑) 의원은 “새만금사업에 대해 정부를 원망하는 목소리가 많았다.”면서 “부안의 핵폐기장 선정문제에 이어 2014년 동계 올림픽도 강원도로 넘어간 데 대해 상대적 박탈감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부가 항소심에서 완벽하게 대응해서 법원의 결정 내용이 바뀌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최규성(전북 김제·완주) 의원도 “전라북도는 ‘계획대로 하자.’는 의견이 95% 이상인 것 같다.”고 말했다. ●영남,“도롱뇽보다 경제가 우선” 열린우리당 윤원호(비례대표) 의원은 “추석 때보다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에 대한 민심이 호전됐다.”면서 “경제가 어려워 사람 살기도 어려운데 도롱뇽 때문에 터널을 못 뚫는다는 것에 대한 비판과 불만이 많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김양수(경남 양산) 의원은 “지율 스님이 고생한 것은 잘 알고 있지만, 지역에선 냉담했고, 썰렁한 반응”이라면서 “정부 입장도 이해하지만 하루 빨리 공사가 시작되어야 형편없는 지역 경제가 살아나지 않겠느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다.”고 밝혔다. 같은당 최구식(경남 진주 갑) 의원도 “서울에선 어떨지 몰라도, 지역에선 당장 먹고 사는 문제가 급한데, 천성산 문제 같은 ‘고급 주제’를 꺼낼 분위기가 아니었다.”면서 “앞날에 대한 낙담, 정치에 대한 절망으로 지역 분위기가 내내 무거웠다.”고 말했다. 문소영 박록삼 박지연기자 symun@seoul.co.kr
  • [Doctor & Disease] 국립암센터 삶의 질 향상 연구과장 윤영호 박사

    [Doctor & Disease] 국립암센터 삶의 질 향상 연구과장 윤영호 박사

    “누구의 삶이든 나름대로 소중한 만큼 임종(臨終)도 품위를 갖출 필요가 있습니다. 아무런 정리나 준비없이, 예기치 않게 맞는 죽음처럼 소모적이고 허망한 게 또 있겠습니까? 그러니 이 문제를 생각해 보자는 겁니다.” 그는 누구든 자신의 죽음을 준비해야 하고, 그렇게 맞는 품위있는 죽음이야말로 세상에 태어난 모든 인간의 권리라고 말한다. 그런 관점에서 호스피스 완화의료를 ‘인간에 대한 예우이자 복지의 완성’이라고 역설하는 국립암센터 연구소 삶의 질 향상 연구과장 겸 완화의료 클리닉 윤영호(42) 박사. 그의 명함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의미있는 삶, 품위있는 죽음’. 그와 호스피스 완화의료를 주제로 얘기를 나눴다. 임종에 관심을 쏟아온 탓일까. 표정은 진지하고 따뜻했으나, 호스피스의 역할에 냉담한 우리의 실상을 두고는 무척 안타까워했다. ●심신 고통·영적 고통 최소화를 ▶호스피스 완화의료란 무엇인가. -치료가 별로 의미없는 말기암환자들이 진단부터 임종 때까지 겪게 될 심신의 고통은 물론 사회적·영적 고통을 최소화하기 위해 의사와 간호사, 사회사업사(복지사), 성직자, 자원봉사자 등이 나서 환자가 삶을 정리하고 안온한 죽음을 맞도록 돕는 의료행위를 말한다. 꼭 말기암에만 적용되는 건 아니지만 다른 질환은 ‘말기’ 진단을 내리기 어려워 주로 암에 적용한다. 이 제도가 왜 필요한가. -현재 우리나라의 암 사망자는 연간 6만4000명으로 1일 평균 175명에 이른다. 이 통계치를 개인 차원과 보건경제적 관점에서 보자. 개인 차원의 경우, 우리나라는 정서적으로나 사회 시스템상 아직도 가족 간병이 대부분이다. 이렇다 보니 말기암 환자 가족 중 절반은 직장을 그만둬야 하고, 또 절반 정도는 저축액을 모두 날리게 된다. 암 환자 한 명이 살림을 거덜낸다는 말이 과장이 아니다. 보건의료 관점에서도 말기암 환자의 사망 직전 1년간의 의료비 중 30∼40%가 숨지기 1달 전에 지출되는데, 내용을 보면 중환자실 입원비, 심폐소생술 등 무의미한 연명의료비가 압도적으로 많다. 만약 이런 의료비를 임종 관리에 쓴다면 사회적으로 엄청난 비용을 절감할 수 있으며, 환자도 편하게 자신의 삶을 정리할 수 있다. 우리나라 말기암 환자의 임종 직전 한달 평균 의료비가 170만원인데, 호스피스 서비스로 전환하면 40%를 절감할 수 있다는 보고도 있다. ●미국 호스피스제 환자 50%가 이용 ▶우리의 활용 실태는 어떤가. -미국의 경우 호스피스제가 법제화돼 있어 누구든 대상만 되면 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암환자의 50% 정도가 이를 이용하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종교 차원에서 제한적으로만 실시해 온 까닭에 전문인력이나 시설, 장비가 크게 부족해 고작 환자의 5%만이 이를 활용하고 있으며, 그나마 경제력이 없는 사람은 엄두를 못낸다. 윤 박사는 호스피스 완화의료를 활용할 의사를 가진 사람이 환자의 60%나 되지만 활용률이 낮은 것은 이 서비스를 죽음의 과정으로 보는 시각과 보험 대상이 아니라는 점 때문이라고 지적했다.“말기암은 통상 생존기간이 6개월 정도인데, 호스피스 완화의료를 이용한 절반 정도가 임종 2주 전에야 서비스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런 상태에서는 통증 때문에 환자가 자신의 삶을 정리할 여유를 못 갖습니다. 결국 호스피스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건데, 이런 건 의료인들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는 말을 이었다.“사람이란 죽음이 임박했음을 알면 가치관이 달라져 하고 싶은 일의 우선 순위도 당연히 바뀝니다. 그래서 이런 상황을 환자에게 잘 알리는 게 중요한데, 우리나라의 경우 말기암 환자의 96%가 자신의 상태를 정확하게 알고 싶어하는 것과는 반대로 고작 30%만이 의사를 통해 자신의 병을 알게 됩니다. 호스피스 역할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연명치료 대신 호스피스 선택권 줘야 ▶문제는 보험적용이 안돼 경제적 여유계층이나 서울 등 특정지역 거주자만 혜택을 볼 수 있다는 점인데…. -그래서 보험 적용 등 법제화가 필요하다. 말기암 환자에게 적용하는 연명치료 대신 호스피스 선택권을 준다면 항암치료에 따른 비용 부담도 줄일 수 있고, 장기적으로 보면 고가의 장비나 약제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건보재정 건전화에도 기여를 할 것으로 본다. 설령 약간의 재정 부담이 따르더라도 시행할 가치가 충분하다. 이 제도가 일부 계층이나 특정지역 거주자에게만 적용된다면 기회와 복지의 균등이라는 점에서 확실히 문제가 된다. 이 제도의 정착, 확산에 필요한 전제 조건은 무엇인가. -보험적용이 가능한 법제화다. 그래야 서비스의 질적 향상이 따르고, 지역이나 계층의 불균형도 해소된다. 그것이 이 제도가 정착되지 못한 이유라고 봐도 되나. -그렇다. 우리도 이제는 죽음의 품격에 대해 진지할 필요가 있다. 말기암 환자의 통증 조절은 삶의 질을 높이는 절대조건이다. 통증을 통제하지 못하면 그 후 환자의 삶은 무의미하다. 이런 점에서 국민의 절반이 아직도 모르고 있는 이 제도의 유용성과 죽음에 대한 터부의식을 넘어서 사회적 공론화가 필요하다. 그는 덧붙였다.“우리가 태어나 사는 것은 자신의 의지가 아니어서 불공평할 수 있지만 죽을 때만큼은 평등해야 하고, 또 최소한의 품위를 지킬 수 있어야 합니다. 이것은 분명히 국가의 몫이거니와 이해가 상충하지 않기 때문에 정부가 결심만 하면 되는 일입니다. 지난해 시범사업을 실시했지만 결과 분석과 논의를 거쳐야 해 시행시기를 말할 단계는 아닙니다.” 글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사진 이종원기자 jongwon@seoul.co.kr ■ 윤영호 박사는 ▲서울대의대 및 대학원(박사)▲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전임의▲한전 부속 한일병원 가정의학과장▲국제 호스피스연구학회 회원▲대한노인병학회, 대한암학회, 유럽완화의료협회, 아·태 호스피스네트워크 회원▲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 학술위원, 교육이사, 간행위원▲현, 국립암센터 진료지원센터 가정의학클리닉, 사회사업호스피스실장 겸 연구소 암역학관리연구부 삶의질향상 연구과장 ■ 호스피스의 역할 의료진이나 가족이 말기암 진단이 내려진 환자에게 이런 사실을 말하기는 쉽지 않다. 이런 사실 자체가 ‘죽음의 통고’인 경우가 많아 환자가 겪을 충격이 상상 이상으로 크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전문교육을 받은 호스피스 간호사들은 ‘마치 연인처럼’ 환자에게 다가간다. 이들은 환자의 남은 여생에 눈길을 두고, 기꺼이 환자의 ‘연인’이나 ‘친구’,‘혈육’이 되는 것이다. 그들은 마치 연인들이 사랑을 고백하듯 환자에게 사실을 고백한다. 이 경우 호스피스에게 적용되는 행동강령은 ‘진실을 전달하되 희망을!’이다. 환자에게 거짓된 희망을 줘 기회를 잃지 않도록 하며, 현실 속에서 여생의 목표를 찾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호스피스들은 계획된, 그러나 기계적이지 않은 접근법을 쓴다. 이들이 말기암 환자에게 ‘사실’을 전달하는 6단계의 첫 작업은 면담에 임하는 자세 가다듬기. 자세가 흐트러지지 않도록 마음을 다잡은 뒤 환자가 자신의 병증을 얼마나 알고 있는지, 또 얼마나 알고 싶어 하는지를 파악하고, 서로 정보를 교환한다. 이때 호스피스는 환자의 미세한 감정변화도 놓치지 않고 거기에 구체적으로 대응한다. 여기까지는 환자와 호스피스가 교감하고 신뢰를 구축하는 과정으로 아직 ‘사실’이 통고되지는 않은 단계. 이 과정이 마무리되면 호스피스는 다음 계획을 세워 환자와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한다. 미팅에 나선 남녀가 ‘애프터’를 신청하는 것과 흡사한 절차다. 이후 환자가 자신의 병증을 받아들일 준비가 됐다고 여겨지면 호스피스는 부드럽고 진지하게 ‘사실’을 고백하고 그의 든든한 의지처로 한 걸음 더 가깝게 다가선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사설] 새 이라크 건설, 세계가 도와야

    이라크인들이 테러위협에도 굴하지 않고 총선에서 예상밖의 높은 투표율을 기록한 것은 놀라운 일이다. 투표를 방해하려는 저항세력의 테러로 수십명의 사망자를 낸 선거에서 60%내외의 투표율은 대단한 것이다. 오랜 압제와 전쟁으로 파괴된 국토를 재건하겠다는 결의가 높은 투표율로 나타난 것이다. 그런 만큼 이제는 이들의 염원이 조기에 이루어질 수 있도록 세계가 나서서 도와야 한다. 선거는 치렀지만, 남은 정치일정들을 보면 사실상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우선 오는 8월15일까지 헌법을 만들어 10월중에 국민투표에 회부해야 한다. 헌법이 채택되면 연말에 정식으로 새 정부와 의회를 구성하는 총선을 다시 실시해야 한다. 과연 어떤 형태의 새 나라를 만들지 민족·종교 제종파간 치열한 세다툼이 불보듯 뻔하다. 그 과정에서 또 얼마나 많은 인명이 희생될지 모를 일이다. 그동안 지도적 지위를 누려온 수니파들은 이번 선거로 하루아침에 시아파들에게 지도세력의 자리를 내주었다. 이번 선거에 냉담한 입장을 취한 수니파들의 협조를 이끌어내는 것도 새 이라크 건설의 지난한 과제다. 북쪽의 쿠르드족은 선거에 참여는 했지만 독립국가 건설이라는 다른 꿈을 키우고 있다. 이란 등 주변의 시아파국들은 벌써 새 이라크에 영향력을 행사할 채비를 차리고 있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복구지원이다. 국제사회는 경제지원 약속을 차질없이 이행해야 한다. 아르빌에 주둔중인 자이툰부대도 조만간 본격적인 대민 복구지원활동을 벌일 예정이다. 미군철수시기도 가능한 한 앞당기는 게 좋다. 치안력을 과감하게 이라크인들의 손에 넘겨나가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이라크인들 스스로 강한 재기의지를 보인 만큼 국제사회가 이들을 돕는 것은 당연한 도리다.
  • 시아파 ‘축제’ 수니파 ‘냉담’

    30일 반세기 만에 실시된 이라크 총선에서는 선거에 찬성하는 이슬람 시아파와 반대하는 수니파 주민들의 표정이 극명하게 나뉜 가운데 저항세력의 테러공격이 이어졌다. 이날 오전 7시(현지시간)부터 전국 5220개의 투표소에서 일제히 투표가 시작된 가운데 시아파 주민들이 많은 지역에서는 비교적 차분하게 투표가 진행됐다. 시아파의 성지인 나자프의 주민 모하메드 후세인은 “도시 전체가 축제 분위기”라고 AP통신에 말했다. 쿠르드 자치지역에서도 투표 행렬이 줄을 이었다. 가지 알 야와르 이라크 임시정부 대통령과 이야드 알라위 총리도 바그다드에서 투표를 마쳤다. 알라위 총리는 “이라크에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고 말했다. 집권이 확실시되는 시아파는 이라크 인구 2600만명의 60%를 차지하는 다수파이면서도 바트당 집권 30여년 동안 차별과 박해를 받아왔다. ●선관위 “잠정 투표율 72%” 반면 팔루자, 라마디, 사마라 등 수니파 거점도시들은 ‘유령도시’처럼 한산했다. 이들 도시에서는 순찰을 도는 미군들만 눈에 띌 뿐 투표소에서 주민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으며 간간이 폭발음이 들려 왔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조그비의 여론조사에서도 투표를 하겠다는 수니파는 9%에 불과했다. 당초 이라크 정부는 57% 정도의 투표율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수니파의 선거불참 선언과 잇따르는 테러에도 불구하고 오후들어 투표에 참여하는 유권자가 늘어나면서 높은 투표율을 기록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라크 선거관리위원회측은 오후 2시 현재 72%의 잠정투표율을 기록했고, 바그다드 인근에서는 최고 95%의 투표율을 보인 지역도 있다고 밝혔다. 유엔측 선거관리 고문인 칼로스 발렌주엘라도 예상보다 투표율이 높아질 것같다고 말했다. ●유권자 위장 투표소서 폭탄테러 30일 투표가 시작되자마자 바그다드를 중심으로 저항세력이 공격이 이어져 민간인 30명과 경찰관 6명 등 모두 36명이 숨지고 96명이 다쳤다고 이라크 내무부가 밝혔다. 테러범들은 유권자로 위장, 폭탄벨트를 두르고 투표소 안으로 들어가 터트리는 수법을 주로 이용했다. 바그다드 서부와 동부에서 8건의 자폭테러로 20여명이 목숨을 잃었고, 바그다드의 시아파 밀집지역인 사드르시티의 투표소에서는 포탄공격으로 4명이 숨졌다. 바그다드 주변 지역의 투표소에서는 수류탄 공격으로 3명이 숨졌고, 수니파 지역인 마하윌에서는 버스에서 폭발물이 터져 5명이 숨졌다. 이밖에 모술, 사마라, 바쿠바, 바스라 등지에서도 수십 차례의 폭발음이 들렸다고 주민들이 전했다. 아부 무사브 알 자르카위가 이끄는 알 카에다 이라크 지부는 웹사이트를 통해 자신들이 이날 테러를 주도했다고 주장했다. ●30만명 동원 경계 강화 이라크 정부는 29∼31일 사흘 동안을 임시 공휴일로 선포하고 국경 봉쇄, 공항 폐쇄, 야간 통행금지 등 치안대책을 실시하고 있다. 바그다드를 비롯한 대부분 도시에서는 상점들이 문을 닫았고 도로에는 바리케이드가 설치됐다. 또 정부는 다음달 8일 만료 예정이었던 비상사태를 한 달간 연장하기로 했다. 투표소 주변에는 경찰이 배치됐고 이라크 방위군이 외곽경계를 맡았으며 미군·이라크 정규군이 주요 도시에 2차 포위망을 구축하는 등 모두 30만명이 동원돼 경계활동을 펼쳤다. 장택동기자 외신 taecks@seoul.co.kr
  • [生生인터뷰] 장편소설 ‘비밀과 거짓말’ 낸 은희경

    [生生인터뷰] 장편소설 ‘비밀과 거짓말’ 낸 은희경

    무슨 일이 있었을까. 대체 어떤 사연이 있었던 걸까. 작가 은희경(46)이 변했다.‘마이너 리그’(2001년) 이후 4년 만에 들고 나온 장편소설 ‘비밀과 거짓말’(문학동네)은 독자들에게 책날개 쪽을 힐끔거리게 만든다.‘이 은희경이 그 은희경 맞아?’싶게 달라진 필법 때문이다. 냉소와 불온의 상상력을 장난기마저 넘치는 성장소설로 버무린 ‘새의 선물’이 꼭 10년 전 작품. 그러고 보면 강산이 한번 바뀔 시간이 갔다. 고개를 모로 비틀고 기성세대를 양껏 조롱하던 그 조소띤 어조, 느닷없는 사건들로 상식을 전복하는 의외성. 그런 ‘은희경의 것들’이 이번엔 보이지 않는다. ●다 쓴 원고 정리하는 데 6개월 27일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만난 작가는 “다 써놓은 원고를 정리해서 묶는 데만 6개월을 앓아야 했다.”고 했다.“세권에 나눠 쓸 이야기를 한권에 압축해 넣는다는 생각으로 썼다.”며 “다시는 이런 소설을 안 써야지 싶더라.”는 말을 보탰다. 새 소설의 핵심서사는 두 형제 영준과 영우의 갈등과 화해이다. 그러나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연대기적 사건들이 촘촘히 끼어들어 사연 많은 가족사로 몸집을 부풀려간다. 글을 늘이기로 작정하면 몇권짜리 대하소설로도 거뜬할, 다양한 소재의 튼실한 이야기 틀거리를 갖췄다. 고향을 떠나 살던 형제는 아버지의 죽음과 그가 남긴 유물을 찾는 과정에서 가족사의 비밀과 대면한다. 아버지의 유품인 북채와 집문서를 건네받은 형제를 통해 소설은 객관적 관찰자 시점으로 한 시대 사람들의 성장기록과 아픔을 하나둘 소환해낸다.“냉담과 냉소로 깜찍한 문제제기를 했던” 첫 장편 ‘새의 선물’과는 전혀 다른 향미의 성장소설인 셈이다. “소설을 쓰는 동안 ‘새의 선물’을 자주 겹쳐 생각하곤 했어요.(작가의 경험에 근거한)같은 배경으로 어떻게 달리 쓸 수 있을까…. 내용과 방식을 많이 확장시켰어요.10년 세월에 독자들도 성장했을 텐데 나 역시 그때 옷을 입고 있어선 안 된다는 생각에서였죠.” ●아버지 죽음후 두형제의 갈등과 화해 작가의 말대로, 별개의 소재로 세권의 책이 되고도 남았을 이야기가 신통하게 고리를 걸었다. 글쓰기 형식에 변화를 주려 한 작가의 의도가 여실하다. 집안의 비밀이 아버지의 죽음 이후 느닷없이 밝혀지는 과정은 다큐멘터리처럼, 두 형제의 골깊은 갈등은 이야기체로, 영화제작일을 하는 영진의 내면은 도회적 단문으로 다양하게 묘파했다. 고향(전북 고창)과 그 언저리에서 작가의 유년을 채운 인물들에 대한 애증은 어쩔 수 없이 또 녹아나왔다.“환경의 억압에 눌려 소심한 하급 공무원에 안주한 작중인물 영준에게 내 모습이 투사됐다.”고 고백한다.“지금까지는 내 얘기가 아닌 척 빙빙 돌려 말해왔지만 이젠 솔직한 육성 그대로에도 귀기울여 줄 독자가 있을 것 같다.”는 말에 10년 작가이력의 내공이 실렸다. ●아름답고 낯설고 허망한 소설 쓰고파 유년의 기억, 성장통(痛)에 유난히 집착해온 작가는 그러나 “이제 더는 성장소설을 쓰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선언하듯 말한다. 작가가 된 서른다섯까지의 기억을 지금까지의 작품들에 붙들고 있었다면, 앞으로는 작가가 된 이후의 이야기를 쓰겠다는 다짐이다. 영혼의 자양이 돼 준 성장기에 진 빚을 10년 만에야 다 갚았다. 이젠 어떤 글을 빚어야 할까.“아름답고 낯설고 허망한 소설을 쓰고 싶다.”는 알 듯 모를 듯 미망(迷妄)같은 희망을 풀어놓는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클릭 이슈] 환경운동연합 손전등 납품사건

    [클릭 이슈] 환경운동연합 손전등 납품사건

    국내 환경운동의 대표주자 최열(56)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가 ‘도전의 시기’를 맞았다. 안팎에서 불거진 일련의 사건 때문이다. 환경운동 현장 지킴이로 1980년대 초부터 다져온 굳건한 위상이 급격히 흔들릴 정도는 아니지만 여파가 심상찮아 보인다.20여년간 유지해온 ‘최열 아성(牙城)’에 미세한 균열이 생기는 조짐이다. ●“기업구매 협조” 보도로 타격 요즘 최 대표는 적잖은 내상을 입었다. 이달 중순, 한국방송(KBS)이 내보낸 ‘기업상대로 장사하는 환경단체’란 보도 탓이다. 그가 이사장으로 있는 환경운동연합 산하 에코생활협동조합이 기업과 여러 단체에 자가발전 손전등 등을 판매하면서 최 대표 명의의 구매협조 공문을 발송한 것이 빌미가 됐다. 환경단체들이 포스코와 한국수력원자력 등을 상대로 환경훼손 논란을 제기한 뒤여서 시기상 “업체들이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으로 보도됐다. 파문이 일자 최 대표는 “시민단체를 향한 도덕적 자기점검의 요구를 수용한다.”면서 에코생협 이사장 직을 전격 사퇴했다. 하지만 사태가 이것으로 끝난 건 아니다. 최 대표는 25일 KBS측에 정연주 사장 면담요청 공문을 발송하는 등 ‘반격’에 나섰다. 최근 기자와 두 차례 만난 자리에서도 “가만히 넘어가지는 않겠다.KBS를 항의방문해 정정보도를 요구하고 수용되지 않으면 후속조치에 들어갈 것”이라며 단단히 벼르기도 했다.“공갈이나 협박도 없었고 물건을 강매하거나 돈을 챙긴 것도 아니다. 비상근으로 활동하다보니 누구에게 판 건지도 몰랐다.”고도 항변했다. 특히 포스코나 한수원에는 구매협조 공문을 보낸 사실조차 없어 “왜곡된 보도”라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사정은 최 대표에게 우호적이지만은 않다. 시민단체 내부에서도 비판 여론이 가시지 않고 있어서다.“경위야 어떻든 ‘환경의 상품화’ 문제는 좀 더 진지하게 논의돼야 할 문제”라거나 “기업과의 선긋기가 한층 강화돼야 하는데 (최 대표는)그런 거리두기에 다소 둔감한 것 아니냐.”는 지적들이다. 물론 그의 생각은 다르다.“선진국 환경단체도 친환경제품을 판매한다. 기업을 꼭 (환경단체의)감시대상으로만 봐야 하는 건 아니다.”고 반박한다.‘손전등 파문’이 앞으로 시민단체의 영리행위와 범위 등을 둘러싼 논란으로 번질 가능성도 엿보인다. ●내부 반발로 리더십 위기 내부 파열음은 최 대표에게 더 큰 ‘위기’다. 지난달 초 환경운동 진영에선 이런 위기를 드러내는 하나의 ‘상징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젊은 활동가들이 최 대표를 비롯한 지휘부와 협의없이 광화문 시민광장 바닥에 주저앉는 농성에 전격 돌입한 것이다. 최 대표 등 7∼8명의 환경단체 대표들이 정부 개발정책에 반대하며 1주일간 진행하던 농성을 뾰족한 명분없이 ‘흐지부지’ 접은 직후였다. 한 관계자는 이를 “일종의 하극상”으로 규정했다.“환경비상시국에서 지율 스님이나 새만금 삼보일배 등 종교지도자들의 목숨을 건 행동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의 자기 헌신적 모습이 없었다.‘보여주기식’ 농성에 그친 지휘부에 대한 반발”이라는 것이다. 환경운동 진영이 총체적 위기에 빠졌지만 이를 뚫고 나갈 전략이나 비전이 없다는 자탄도 나온다. 관계자는 “정부와 관계설정도 교착상태에 빠졌고 여론도 냉담하다. 지난 10여년간 (최 대표가 주도해 온)성장동력이 이제는 바뀌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수직적 의사결정 구조와 ‘회사원식’의 느슨한 운동방식 등 ‘내부 정화’가 필요하다는 여론도 높다.“배우면서 닮는다고, 환경단체가 정부를 상대로 싸우면서 관료화됐다.”는 자기비판도 오래 전부터 제기됐다. ●최열 “끊임없는 콘텐츠 개발 필요” 그러나 최 대표의 반응은 냉담했다.“(판을 다시 짜야 한다는 주장은)일부의 의견일 뿐”이라는 것이다.“운동은 관념만으론 안되고 입으로 하는 것도 아니다. 끊임없이 실천하고 창의적 콘텐츠를 개발해야 한다. 그것은 (지휘부가 아니라)활동가들의 몫”이라고 일침을 놓기도 했다. 눈높이가 달라도 한참 다르다. 환경단체의 향후 활동방향 설정 등 현안과 맞물려 ‘최열 리더십’ 논란이 불가피한 대목이다. 박은호기자 unopark@seoul.co.kr
  •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 (54) 가고시마에서 만난 마지막 사무라이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 (54) 가고시마에서 만난 마지막 사무라이

    온천욕을 즐기고, 골프 치는 곳으로 우리에게 제법 알려진 일본 규슈의 최남단 가고시마. 지난해 12월에는 노무현 대통령과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가 한·일 정상회담을 가진 장소로 널리 알려졌다. 그런데 정작 노 대통령이 바라보던 가고시마 해변이 일본 근대사는 물론이고 한·일 관계사의 엄청난 비밀을 안고 있음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임진왜란 때 일본에 끌려와 도공의 가업을 이어온 심수관은 인구에 회자되지만, 정작 한반도 식민화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한 사나이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모른 척한다. 오늘도 검푸른 바다로 요동치는 현해탄 언저리 규슈 곳곳에는 바다를 통한 한반도 침략의 징후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고 있다. 오늘의 바다 이야기는 사이고 다카모리(西鄕隆盛·1827∼1877)라는 가고시마 출신의 한 근대 인물에 할애하고자 한다. ●메이지유신 기념해 만든 ‘레이메이칸’ 가고시마 시내의 야트마한 언덕 같은 시로야마(城山)를 오르면 지금도 뿜어져 나오는 활화산 ‘사쿠라지마’가 한눈에 들어온다. 참으로 웅장한 화산섬. 시로야마는 사이고가 마지막으로 자결한 ‘신성한’ 곳으로 널리 알려져 그가 최후를 맞이한 동굴은 흡사 성지처럼 순례하러 찾아오는 일본인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시로야마 바로 밑은 이 일대의 문화 중심지. 데루쿠니 신사를 비롯하여 현립 박물관, 도서관, 미술관이 모여 있다. 사이고의 동상과 그가 속했던 사쓰마번의 번주들 동상이 서 있고, 그 인근에 심상치 않은 건물이 하나 있으니, 바로 레이메이칸(黎明館)이다. 역사 자료센터인 레이메이칸은 메이지 100년에 해당하는 1968년을 기념하여 1983년에 개관한 종합박물관이다. 여명이 밝아오듯 일본 메이지유신의 첫 장이 열렸음을 기념하는 곳이다. 정원에 세워진 ‘죽마고우들’ 동상에서 범상치 않은 인물군을 만나게 된다. 사이고는 물론이고 오쿠보 도시미치(大久保利通) 같은 메이지유신의 주역들이 한데 어울려 있다. 사이고는 사쓰마번 출신으로 메이지유신의 1등 공신이다. 어떤 의미에서 1868년의 유신혁명은 사이고의 혁명이었다고 해도 지나침이 없다. 일본의 오늘은 메이지유신이 없었더라면 불가능했을 것이니, 일본 근·현대사에서 그가 차지하는 위상은 가히 절대적이다. 명문이 아닌 하급 무사 출신이었던 사이고를 알려면 먼저 사쓰마번을 이해해야 한다. 사쓰마는 번주인 시마즈씨(島津氏)의 개화 조치로 일찍부터 외래 문물을 받아들여 부국강병을 모색했다. 막부의 쇄국에도 불구하고 오키나와를 창구로 해상활동을 하고, 부단히 해외정보를 접하였다. 종자도 등을 통하여 포르투갈의 선진 무기들이 들어오는 등 각종 문물이 쉼없이 유입됐다. 중앙 정부가 요구해 오는 재정지출과 부역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번의 재정개혁을 성공시켰으며, 에도 말기에는 진보적인 의식을 가진 군주가 등장, 유신을 향한 에너지를 축적했다. 사이고 같은 인물은 이같은 현명한 군주들을 만남으로써 뜻을 펼 수 있었다. 메이지유신에서 사이고나 오쿠보 등 가고시마 출신 인사들이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이런 배경을 갖는다. ●한반도를 정복하라 ‘정한론’ 대두 유신혁명사에서 결정적인 의미를 지닌 것은 그 유명한 사초(薩長)연합이다. 오늘의 가고시마를 지배했던 사쓰마번과 시모노세키 근처의 조슈번이 극적인 연합을 이뤄낸 것이다. 사초연합군이 붕괴에 직면한 막부정권을 타도하기 위한 조서를 손에 쥔 바로 그 날, 쇼군이 자진해서 3세기에 걸쳐 이어온 정권을 포기한다. 이로써 일본에서 봉건적 막부체제가 종언을 고하고, 근대의 시작인 메이지시대가 열리게 된다. 그런데 한반도 정벌을 둘러싼 인식차이로 인하여 심각한 내전이 발생한다. 일찍이 정한론을 제창한 이는 기도 다카요시(木戶孝允). 그는 조슈번의 명문으로 비밀리에 사쓰마번과 막부 타도의 밀약을 맺은 자로, 사이고·오쿠보와 더불어 ‘유신 3걸’로 불린다. 그는 한말 대원군 시절, 조선 정부에 사절을 파견한 뒤 냉담했던 조선정부의 반응에 격분해 “실로 하늘을 함께 할 수 없는 도적들이다. 반드시 이들을 처버려야 한다.”고 선언한다.“기선 군함도 필요없고 다만 무사들이 가벼운 배를 타고 해협을 횡단하도록 허락하기만 하면 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들이 주창한 한국 침략론은 드디어 사이고가 이끈 대사파견론, 즉 자신이 한반도 사절로 가서 최후의 담판을 짓겠노라는 정한론으로 발전하고, 이 정한론은 정부 수뇌부들 사이에서 격렬한 논쟁을 일으킨다. 결말은 사이고를 비롯하여 그를 지지하는 친구 이타키가 다시스케(板垣退助) 등 여러 사람들의 사직으로 일단락되거니와 그 여파는 사가(佐賀), 구마모토(熊本), 하기(萩)의 반란, 그리고 사이고가 주동이 된 세이난(西南戰爭·1877년)으로 발화되었다. 정한론은 두말 할 것도 없이 막부 체제가 끝나면서 일거리가 없어진 무사출신 낭인집단들의 반발을 해외로 돌리려는 의도에서 나왔다. 외압이 강해지는 조건에서 일본과 가장 가깝고, 열강의 입김이 아직 충분히 미치지 않는 한국은 누가 보더라도 입맛 당기는 대상이 아닐 수 없었다. 한국은 그들의 눈에 오로지 침략의 대상으로만 비쳤을 뿐이었다. ●日역사의 위대한 2명, 도요토미와 사이고 정한론을 주장한 사이고 일파는 이와쿠라 도모미, 오쿠보 도시미치 등의 반대론에 패하여 하야했으나, 반대파들도 정한 자체를 반대한 것은 아니었으니 그들의 생각이 사이고 등의 정한론과 근본적으로 대립했던 것은 아니다. 다만 시기나 방법, 또 정한 주도권에 대한 반대에 불과했다. 오쿠보는 그의 유신혁명 동지이며 사이고의 출생지로부터 멀지 않은 곳에서 태어난 친구이자 동지였음을 기억하자. 사이고 등의 하야 후 약 반년이 지난 1874년 4월, 일본은 타이완에 출병했으며, 곧이어 1876년에는 강화도 수호조약이 체결되어 한국은 일본에 개항하게 되며, 이로써 구멍 뚫린 댐처럼 식민화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정한론 반대를 둘러싼 논쟁이 어디까지나 내부 시기조율에 불과했음을 알 수 있는 사실이다. 삿포로 농학교를 나와 미국 신학교를 졸업하고, 일본 지식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으며, 한국 무교회주의자 김교신과 함석헌도 감화를 받은 우치무라 간조(內村鑑三)의 영문판 인물일본사(1894년 간행)를 펴보면 첫 장을 사이고가 장식한다.“일본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2명을 고르라고 한다면, 망설이지 않고 도요토미 히데요시와 사이고의 이름을 들 것이다. 둘 다 대륙 방면에 야망을 품고, 세계를 활동무대로 여겼다.” 그는 이어 “가장 위대한 인물이 세상을 떠났다. 그가 마지막 사무라이지 않을까.”라고까지 했다. 오늘도 수많은 한국 관광객들이 들이닥치는 규슈에서 ‘사이고’를 생각함은 매우 지난한 일일 수 있다. 그러나 분명히 일본 메이지유신의 시작과 완결은 모두 가고시마라는, 변방 중의 변방 바닷가에서 이루어졌다. 레이메이칸 전시실에는 재미있는 그림이 하나 걸려 있으니 정한회의도, 즉 ‘한반도 침략대책회의’란 그림이 그것이다. 앞에서 거론한 인물은 물론이고 이토 히로부미도 함께 그려져 있으니, 그도 한반도에서 가까운 조슈번 출신이다. ●사이고, 日선 영웅이나 우리에겐… 규슈는 본디 왜구들의 본거지였다. 왜구는 우리나라는 물론 중국과 오키나와 일대를 무대로 활약하던 일군의 해상세력이었으니, 그들의 후손이 결국은 메이지유신도 성공시켰고, 끝내는 한반도 침략도 해치운 셈이다. 그들은 뿌리깊은 해상세력이었다. 중세의 국제 무역항이었던 하카다(博多)가 있는 후쿠오카에서 흑룡회 같은 대륙 낭인집단을 결성, 조선 일대와 만주 벌판을 누볐으며, 끝내 명성황후를 무참하게 난도질하고 시간(屍姦)까지 하기에 이르렀다. 일본이 섬이라면, 규슈는 섬 중의 또 다른 섬이다. 여말선초의 왜구로부터 임진왜란, 근세의 한반도 침략에 이르기까지 규슈 곳곳이 연관되지 않은 곳이 없다. 지금도 가고시마 시내의 유신기념관인 후루사토칸의 복판에 늠름하게 서 있는 이도 사이고다. 도쿄에 있는 우에노공원의 개를 끌고 서있는 동상도 바로 사이고다.1898년 동상이 세워질 당시, 제막식에는 전국 각지에서 사이고의 덕을 기리려는 사람들이 무리지어 모여들었다고 한다. 가고시마 시내에는 사쓰마 번주의 그림 같은 정원이 나오고, 슈우세이칸(集成館)이 세워져 있어 해외로부터 바다를 통한 근대를 모색했던 그들의 온갖 ‘실험’들이 형상화되거나 유물로 전시돼 있다. 가고시마 해변을 따라서 조금만 내려가면 지란(知覽)이 나오고 250여년 전에 조성된 무사마을을 만나게 된다. 이 마을은 일찍이 오키나와와 해상교역을 하던 출구였다. 지란에는 일제시대에 오키나와 바다로 출격했던 가미카제들의 흔적이 밴 곳이다. 가고시마현의 기리시마에 오르면 가라쿠니다케(韓國岳)가 있다. 정상에서 바다 건너 멀리 한반도가 보일 정도로 높다고 하여 한국악이라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한반도 바다의 관해겠지만, 달리보면 한반도 침략의 대망을 키운 곳 아니겠는가. ●고통스럽지만 미워할 수만은 없는 가고시마 해변에서 마지막 사무라이를 떠올리면서 한반도와 일본 간의 바닷길에는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이 산적해 있음을 새삼 깨닫는다. 고통스럽지만 정작 정한론의 고장인 가고시마를 미워할 수만은 없음은 웬일일까. 일찍이 바다를 통한 부국강병의 길을 찾아내 이를 실천한 변방 사람들의 선진적 해양관에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어서일 것이다. 게다가 가고시마 남방 60㎞ 지점에 떠있는 야쿠시마처럼 세계자연유산으로 등록된 천혜의 비경을 훼손없이 간직한 그들의 바다자연을 아끼는 의지에도 또한 예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취재협조:한국학술진흥재단 21세기 민중생활사연구단
  • [토요영화]

    [토요영화]

    ●살인광 시대(EBS 오후 11시50분) ‘코미디의 왕’ 찰리 채플린이 프랑스의 유명한 연쇄살인마 이야기를 대공황 시대로 옮겨와 현대 자본주의 비판을 시도했다.1947년작. 당시 흉흉했던 매카시즘의 광풍에 휘말려 채플린이 1952년 미국에서 추방당하는 계기를 만든 작품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비평가들은 ‘채플린 특유의 감상주의가 제거된, 명확하고 심오한 비관주의 코미디’라고 호평했지만 관객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채플린 영화 중 최초로 흥행에 실패했다. 은행원 베르두는 불황 탓에 30년이나 일해온 직장에서 해고당한다. 실업자가 된 베르두는 돈 많은 과부들과 결혼한 뒤 살해해 재산을 빼앗는 새 사업을 시작하기로 결심한다. 그는 증거를 남기지 않는 살해용 독약 처방을 알아내고, 실험을 위해 거리를 방황하는 젊은 여자를 집에 데려온다. 베르두는 그러나 오히려 그녀에게 감동해 돈을 줘서 돌려보내는 등 시행착오를 계속하는데….119분. 채수범기자 lokavid@seoul.co.kr ●안녕!유에프오(KBS2 오후 11시15분) 버스 안에서 자신이 녹음한 가짜 방송을 트는 것이 낙인 버스 운전기사와 시각장애인의 사랑 이야기. 이범수 이은주 봉태규 출연. 김진민 감독의 2004년작. 선천성 시각장애인 경우는 밤마다 막차 버스를 타면서 ‘박상현과 뛰뛰빵빵’이라는 라디오 방송을 듣는다. 그런데 사실 ‘박상현과‘은 버스 운전기사 상현이 직접 녹음한 가짜 방송. 둘은 우연한 계기로 가까워지게 되지만 상현은 본의 아니게 자신의 정체를 계속 숨기게 된다.103분.
  • [성공시대]외국어 자동번역 프로 개발 ‘엘엔아이 소프트’ 임종남 사장

    [성공시대]외국어 자동번역 프로 개발 ‘엘엔아이 소프트’ 임종남 사장

    지난 98년 10월 ‘엘엔아이 소프트’라는 생소한 회사가 영·한 자동번역 소프트웨어인 ‘인가이드’를 출시했을 때 시장의 반응은 대단했다. ●번역된 내용 프린트·전송할 수 있어 실력이 모자라 영어 번역에 애를 먹던 수험생은 물론 무역회사원, 영문소설 애호가 등에게는 마치 ‘신이 내린 선물’과도 같았다. 영어 문장을 입력시키면 곧바로 내용이 한글로 풀어져 컴퓨터 화면에 뜨는 신기한 프로그램이었기 때문이다. 번역된 내용을 프린트하거나 전송할 수도 있다. 컴퓨터가 모든 것을 거의 해결해 주는 첨단시대인 만큼 언젠가는 세상에 모습을 드러낼 것이었지만 개발 과정에는 한 개인의 눈물겨운 사연이 숨겨져 있다. 엘엔아이 소프트 대표 임종남(45)씨. 지난 83년 인하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한 뒤 동아출판사, 한국컴퓨터은행 등에서 근무했지만 직장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했다. 학창 시절부터 컴퓨터에 관심이 많고 프로그램 개발에 일가견이 있었지만,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직장업무에 접목시킬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집 날리고 지인들에 손 내밀고… 결국 “직장은 내가 갈 길이 아니다.”라고 판단한 임씨는 87년 회사를 그만두고 대학 동문 등과 동업 형식으로 서울 여의도에 조그만 사무실을 차렸다. 곧 컴퓨터 프로그램 개발용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출시했으나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여기서 손을 뗀 임씨는 전부터 관심이 있던 번역 소프트웨어를 독자적으로 개발키로 하고 사업자 등록 없이 연구를 시작했다. 직원 5명이 개발을 보조했지만 언어영역을 전산화하는 작업은 풀릴 듯하면서도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와 같았다. 특별한 자금 없이 개발을 시작하면서 1년 안에 끝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작업 기간은 계속 길어만 갔다. 1년 반 동안의 연구는 실패였고, 또다시 1년 반 동안 밤잠까지 줄여가며 기술 개발에 전력투구했지만 역시 소득이 없었다. 이후에도 1년 반, 모두 4년 반이 아무런 성과없이 흘러간 뒤 ‘길을 잘못 들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상황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외길이었다. 직장인 시절 인천 주안동에 사두었던 조그만 건물과 간석동 32평짜리 아파트는 남의 소유로 넘어갔고, 자신은 원룸에 거처하는 신세가 됐다. 그래도 직원들의 봉급은 안 줄 수가 없어 친척이나 지인들에게 수없이 손을 내밀기도 했다. 임씨는 “수년간 단돈 10원도 수익을 내지 못했으니 상황이 오죽했겠느냐.”며 당시의 어려운 상황을 들려줬다. ●6년 반 한우물 판 끝에 실용화 ‘이번에는 진짜 마지막’이라는 절박한 심정에서 또 다시 2년을 투자, 현재의 기술을 찾아내 실용화를 이룬 순간 그의 뇌리에 떠오른 것은 원룸으로 이사갈 때 자기 방에서 소리없이 흐느끼던 중학생 딸이었다. 고난 끝에 출시한 번역 소프트웨어는 대성공이었다. 시장에서 번역의 완성도가 높다는 평가가 이어졌고, 이를 토대로 2년 뒤 거꾸로 한글을 영어로 번역하는 한·영 자동번역 CD인 ‘한가이드’를 출시했다. 이어 영·한 또는 한·영 양방향 자동번역이 가능한 ‘젠투웨이’까지 출시되자 ‘영어를 잘 모르는 사람도 외국인과 채팅까지 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라는 등의 호평에 힘입어 제품은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임씨는 이러한 자동번역 시스템의 정확도가 80%를 넘는다고 강조한다. 한글 주어와 술어를 명확하게 입력시키면 정확한 영어 문장이 뜬다는 것.“정확도 80%는 웬만한 영어 전문가를 능가하는 수준으로 보면 됩니다.” ●영·한, 일·한 양방향 번역 척척 임씨는 지난해 국어와 일본어 양방향 자동번역기인 ‘바이트랜스’(가격 33만원)도 시장에 내놓았다. 일본어는 국어와 어순이 똑같아 다른 외국어보다 쉽기 때문에 자동번역기의 정확도 또한 영어보다 우수하다. 한·중 자동번역기 개발도 완료돼 내년 상반기에 시판될 전망이다. 임씨는 이밖에 번역 포털 웹 사이트인 ‘투앤투닷컴(www.toandto.com)’을 운영하고 있는데 연간 이용객이 50만명을 웃돈다. 서버용 번역기를 컴퓨터에 설치해 주기도 한다. 이같이 다양한 제품이 모두 호평을 받아 지난해 40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는 6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임씨는 “제조업과 물류 소프트웨어, 문화사업 등 다른 산업과의 교류도 활발히 추진해 정보통신의 특화 분야를 개척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인천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 백용덕 원주부시장 직위해제

    전국 공무원노조 총파업과 관련해 강원도 원주시 백용덕 부시장이 전격 직위해제됐다. 김기열 원주시장은 25일 원주시가 공무원 파업 가담자가 도내에서 가장 많은 데 대한 지휘 책임을 물어 백 부시장을 직위해제했다고 밝혔다. 김 시장은 앞서 강원도청을 방문, 김진선 지사를 면담하고 지난 15일 전국 공무원 총파업 당시 원주시 소속 공무원 가담자가 가장 많았던 점에 대해 사과하고 이같은 뜻을 전했다. 또 시 공무원의 파업가담자 가운데 일과시간 내에 복귀하고 개전의 정이 뚜렷한 단순 가담자에 대해서는 최대한 선처해줄 것을 건의했다. 그러나 이와 관련, 공무원들 내부에서는 미묘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시청 공무원들은 이번 조치에 대해 말을 아끼면서도 총파업에 많은 인원이 참가해 어떤 식으로든 징계가 불가피하지만 수장이 책임을 져야 하는 것 아니냐며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원주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지하상가 경기 ‘한겨울’… 끝없는 추락

    지하상가 경기 ‘한겨울’… 끝없는 추락

    국내 최대의 ‘지하조직’, 지하도 상가의 나락은 어디인가? 서울 및 수도권의 지하상가가 경기불황과 임대료 인상 등으로 인해 끝 모르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불황에 너나없다 지난 4일 오후 2시 서울 명동 지하도 상가에서 안경점 ‘리갈안경’을 운영하는 서양평(45)씨의 어깨는 축처져 있었다.“안경점 운영 16년만에 이런 불경기는 처음”이라는 서씨는 “이 상태로 지속되면 종업원조차 해고해야 할 판”이라며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 “매출이 40%이상 감소했다.”는 서씨는 “한국 손님들에게 안경을 파는 것은 진작에 포기했다.”고 말했다. 대신 서씨는 일본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발행되는 관광가이드북에 광고를 게재해 근근이 버텨간다는 것이다. 같은 날 오후 3시 새서울 지하도 상가의 분위기는 더욱 가라앉아 있었다. 예전에는 지하철 1∼2호선 시청역,2호선 을지로입구역 등과 연결돼 유동인구가 제법 많았지만 지난 5월 서울광장 옆에 횡단보도가 생기면서 유동인구가 절반 이하로 줄었다는 것이 상인들의 하소연이다. 새서울 지하도 상가 번영회장 김삼택(65)씨는 “사람은 지나가지도 않는데 임대료만 200% 올랐다.”며 “이명박 서울시장은 시청 바로 밑 지하상가는 안중에도 없을 것”이라며 울분을 토했다. ●‘나홀로 상가’는 초토화 이곳 상인들은 지난 9월 사무용 기기를 판매하던 상인A씨가 생계를 비관, 자살한 것으로 소문이 나자 서울시와 서울시시설관리공단을 성토하는 조문 형식의 글을 집단으로 가게에 붙이기도 했다. 유동인구가 많아 그나마 ‘선전’중이라는 강남역 지하도상가나 동대문 지하도상가 등도 전반적인 지하상가 침체를 피해가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박경주(40·인형 도매상)씨는 “지나는 사람이 없어 가게까지 비게 된 신당·종로4가 지하도 상가보다 나은 것을 그나마 위안으로 삼는다.”고 말했다. 강남역 지하도상가 김대웅(45)씨는 “그나마 다른 곳보다는 사정이 좋겠지만 이곳도 매출이 20∼30% 떨어진 상태”라며 “예년에 비해 권리금도 30∼40% 빠졌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상황이 가장 심각한 곳은 지하철역과 연결되지 못한 이른바 ‘나홀로 상가’. 유동인구를 상가로 유인할 요인이 적어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방산 지하도 상가에서 기념품 도매상을 하고 있는 장화녀(63·여)씨는 “오전 7시에 문을 열어 오후 5시가 넘도록 개시도 못했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지하상가는 ‘총체적 난국’ 이같이 지하도 상가가 극심한 침체의 늪으로 떨어지게 된 것은 전반적인 경기침체와 관련이 깊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신창호 선임연구위원은 “전반적으로 경기가 가라앉은 것이지 지하도 상가만 어렵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지하도 상인들의 생각은 다르다. 방산 지하도 상가에서 도자기 도매상을 하는 강태근(60)씨는 “그나마 지상상권에서 장사를 하는 사람들은 우리보다 나을 것이라는 게 상인들의 공통된 생각”이라고 반박했다. 지하도 상가에 대해 행정당국이나 전문가 집단 누구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무작정 오른 임대료도 문제다. 명동 지하도 상가 번영회장 조광철(60)씨는 “올해 우리 상가 임대료는 평균 252% 올랐다.”며 “상가 운영 실태에 대한 파악도 없이 무작정 지상부지 가격의 절반으로 임대료를 책정하는 것이 합리적인지를 묻는 소송을 제기했다.”고 말했다. 새서울·방산 지하도 상가처럼 지하도를 대체하는 횡단보도가 생겨 유동인구가 줄어들면 상가에 영향을 크게 미치게 된다. 품질·서비스 수준을 인근 백화점이나 대형매장 수준으로 높이지 못하고 유동인구에만 의존한 상인들의 노력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있다. 고금석기자 kskoh@seoul.co.kr ■부평역 지하상가 유동인구 적극 흡수… 상인­市 손발 척척 인천 부평역 지하상가는 상가 보증금 수준이 서울 주요 상가보다 높게 형성돼 있을 만큼 잘 버텨내는 곳 중의 하나이다. 물론 매출이 20% 정도 주는 등 어려움을 겪기는 다른 지하상가와 매한가지이다. 국철과 인천지하철 1호선의 환승역인 부평역과 바로 맞닿아 있다. 또 부평역 지하상가를 중심으로 민자역사·대아·부평중앙·신부평로 지하상가 등 4개 상가가 연결돼있다. 직선거리만 600m, 총연장 약 2.5㎞에 점포수만 1300여개에 이른다. 상가로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한 셈이다. 부평역 지하상가는 상가를 중심으로 유동인구를 흡입할 수 있는 입지를 갖추고 있다. 환승역이라는 이점 이외에도 경기도·서울·공항 등으로 향하는 버스의 주요 승하차 지점인 관계로 인천에서는 유동인구가 가장 많다. 재래시장인 부평시장과도 지리적으로 인접해 있다. 특히 지상에는 횡단보도가 없어 역을 이용하려면 상가를 지나야만 한다. 이 때문에 이 지역을 지나는 사람은 지상보다는 지하상가를 이용하게 된다. 또 다른 성공요인은 상인들과 시당국이 서로를 파트너로 인정한 것에 있다. 서울의 경우 민간이 지하도 상가를 건설하면 20년동안 무상사용한 뒤 이를 기부채납 형식으로 시에 반납한다. 이후 상인들은 서울시 시설관리공단과 직접 계약을 맺는 방식으로 상가를 운영한다. 상가 개·보수는 전적으로 공단의 몫이지만 비용은 임대료 인상으로 전가됐다. 하지만 부평역 상가의 경우 기부채납 후 상인을 주축으로 한 관리법인인 부평역지하상가를 설립,65억원을 들여 상가 개·보수를 실시해 이 비용만큼 무상사용기간(11년 7개월)을 얻어냈다. 김세훈 회장은 “임대료나 관리비 인상폭이 합리적으로 결정됐다.”며 “무상사용기간이 지나도 재계약할 수 있는 근거가 조례에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및 각 지역에서 견학을 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종식 관리부장은 “앞으로는 백화점 및 대형상가와 경쟁하기 위해 상가 차원에서 종업원 서비스 교육 등을 세워 실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금석기자 kskoh@seoul.co.kr ■외국 사례와 불황타개 대책 “우리도 상인들만큼이나 속이 타들어갑니다.” 서울시 시설관리공단 정국진 과장의 말이다. 나름대로 대안을 찾고 있지만 난국을 타개할 만한 뾰족한 수가 없다는 것이다. 현재 공단은 지하도 상가 활성화 방안을 찾는 중이다. 최근 일부 상인들을 대상으로 상가 특성화에 대해 설문조사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토대로 내년까지는 상가별 특화전략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유동인구 유인방안을 찾기 위해 9∼10월에는 강남지역 상가에서 음악회 등 공연을 시범적으로 열기도 했다. 정과장은 “이번 공연의 반응이 좋은 것으로 나타나면 다른 상가에도 확대하고 공연을 상설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연차별로 상가를 개·보수하고 지하철역이나 대형 백화점·시장 등과 연결하는 방안도 찾고 있다. 상인들의 서비스 수준을 높이기 위해 서비스교육 프로그램 등을 진행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일부 상인들과는 일본 등 해외 지하도 상가를 함께 시찰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같은 방안에 대해 상인들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 임대료 인상문제를 비롯, 모든 사안에 대해 이미 상인들의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다.A 지하상가의 한 상인은 “상가가 너무 어두워 조명을 좀 밝게 하자고 해도, 외부에 돋보이는 광고판을 붙이려 해도 규정을 들어 반대만 하니 누가 공단을 믿을 수 있겠느냐.”고 질타했다. 상인들은 싱가포르, 일본 등에서는 지하도 상가가 지상에 뒤지지 않을 만큼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국토가 좁고 사계절 내내 무더운 싱가포르는 지하공간의 활용도가 높다. 특히 싱가포르의 ‘선택 시티몰’은 냉방시설이나 에스컬레이터 등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고 시청, 푸난 전자상가 등과 연결돼 있다는 것이다. 일본 오사카의 ‘크리스타 나가호리’·‘디아모르 오사카’ 등은 지역 관광명소로도 유명하다. 이들 상가는 안내표시가 4개 국어로 쓰여져있고 장애인용 음성신호기까지 갖출 정도다. 디아모르 오사카 상가의 경우는 명품을 주로 판매하는 대형점포들을 포진, 백화점과 경쟁하고 있다. 고금석기자 kskoh@seoul.co.kr
  • [국제플러스] “中, 양안회담 제의에 시큰둥”

    |홍콩 연합|홍콩 신문들은 11일 천수이볜(陳水扁) 타이완 총통이 10일 국경절 담화에서 밝힌 양안대화 제의에 대해 중국이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홍콩의 친중국계 신문인 대공보(大公報)는 이날 중국 학자들의 말을 인용해 천 총통이 비록 양안 긴장완화를 시도하고 있으나 담화 내용을 자세히 보면 실질적인 내용이 없다고 평가했다.흔히 중국의 입장을 대변하는 이 신문은 천 총통이 ‘92홍콩회담’을 기초로 양안대화를 하자고 제의했으나 ‘92공식’(共識)의 개념을 바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하지 않는다면서 중국 학자들이 냉담하게 반응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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