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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라게 키우기/‘갑옷’속에 숨어 꼼지락 꼼지락

    몸을 활짝 펴 집게발을 드러내면 게와 같고,집게발을 움츠려 몸 속으로 집어넣으면 소라와 같은 소라게.등에 아름다운 색깔의 딱딱한 ‘갑옷’을 걸치고 있는 조그마한 모습이 귀여운 데다,강인한 생명력마저 지녀 키우기가 수월하기 때문에 신세대들의 애완동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소라게는 개·고양이 등 다른 애완동물과는 달리 냄새가 나지 않아 정말 깨끗해요.키워보니 힘도 별로 들지 않아 좋습니다.조그마한 것이 꼼지락꼼지락 살아움직이는 그 모습이 너무너무 깜찍해 깨물어주고 싶어요.” 소라게를 기른지 한달이 채 되지 않은 ‘왕초보’ 주인숙(43·가정주부)씨는 “초등학생인 딸이 사달라고 조르는 바람에 얼떨결에 구입해 딸과 함께 기르고 있는데,행동하는 모습이 귀여워 날이 갈수록 정이 새록새록 쌓여간다.”며 “특히 딸은 학교에서 돌아오면 엄마보다 소라게를 먼저 찾을 정도로 소라게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관찰하고 있어 교육적 효과도 기대된다.”고 말한다. 소라와 게의 중간쯤 되는 소라게는 육지 소라게와 바다 소라게로 나뉜다.애완용은 보통 육지 소라게로,원산지가 미국 플로리다 해안이다.해안가 출신이지만 헤엄을 칠줄 모르는 ‘맥주병’이어서 물에 빠지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한시도 소라게와 떨어지기가 싫다는 ‘소라게광’인 김택수(11·서울 강동구 대명초등학교 5년)군은 “소라게는 야행성이어서 낮에는 주로 잠을 자고 밤에만 활동한다.”며 “길들여진 소라게는 손바닥에 올려놓는 등 만져도 크게 상관없지만,어린 소라게의 경우 귀엽다고 너무 자주 만져주거나 억지로 집게발을 잡아 빼면 스트레스를 받아 죽을 수 있다.”고 충고한다. 소라게는 소라 등의 빈 껍데기 속에 들어가 생활하며,성장하면서 자기 몸에 알맞은 크기의 소라 껍데기로 바꾼다.잡식성이지만 사과·배·무·오이·당근 등의 야채를 좋아하는 편이다.몸의 크기는 3∼10㎝,평균 수명은 15∼25년.온도는 섭씨 20∼26도,습도는 70∼80% 안팎이 적당하다.가격은 크기에 따라 3000∼1만 5000원. “수조 속에 있는 나뭇가지 등을 따라 꼬물거리며 기어오르거나 입으로 물을 찍어 마시는 모습이깜찍하고 앙증맞아 잠시도 눈을 뗄 수가 없어요.” 물고기류를 키우려 했으나 잘 죽어 소라게를 키우게 됐다는 김정은(8·여·서울 강남구 도곡초등학교 1년)양은 “소라게의 깜찍하고 앙증맞은 모습이 눈에 아른거려 학교 수업이 지장을 받을 때가 많다.”고 너스레를 떤다. 육지 소라게를 구입하거나 정보를 원하면 ‘소라게닷컴(www.sorage.com)’,‘펫사모넷(http//pet35.net) ’,다음 카페의 ‘육지 소라게 세상(cafe.daum.net/thfkrp)’ 등을 찾으면 된다. 김규환기자 khkim@
  • 등대지기 하려면 고독과 친구돼야/소청도 등대원 김종환씨

    ‘외로운 사람이 등대를 찾는다.’라는 시구가 있다.그럼 등대지기는 어떨까. “등대는 낭만과는 거리가 먼 일터이자 삶의 현장일 뿐입니다.” 우리나라 최북단 등대인 인천시 옹진군 소청도 등대(항로표지관리소)의 등대원 김종환(金宗煥·46·기능 7등급)씨.그는 등대와 낭만을 결부시키는 것을 경계했다.낭만을 좇아 등대원이 된 사람은 2년을 버티지 못하고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김씨의 매형 이성배(55)씨도 등대원이다.현재 소청등대 소장이다.처남 매부가 팔미도·선미도에 이어 세번째 좁디좁은 공간에서 같이 근무하고 있는 것이다.옹진 관내 유인 등대가 4개에 불과하고 순환근무 주기가 2∼3년이기 때문에 등대원을 그만두지 않는 한 돌고돌아 다시 만나기 마련이다. 그런 김씨도 등대원이 된 데에는 어느 정도 감성이 작용한 것 같다고 했다.아니 숙명이었는지도 모르겠다고 했다.그는 지난 1982년 매형이 등대원으로 있는 소청도를 찾았다.경관이 뛰어나다는 소청 등대와의 첫 만남이었다.그는 이씨에게 등대원이 되는 방법을 물었고,만류하던이씨도 마침내 길잡이가 돼 줬다.87년 인천지방해운수산청에서 실시하는 공채를 거쳐 등대원이 됐다.김씨는 팔미도·소청도·선미도·부도 등대를 거쳐 지난 7월1일 소청등대에 다시 부임했다.91,97년에 이어 세번째다.그는 고독한 것은 사실이지만 고독에 ‘중독’되면 고독이라는 개념 자체가 무뎌진다고 한다. 등대원은 등대 옆 관사에서 생활한다.자식이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에는 관사에서 함께 기거하기도 하지만 취학 연령이 되면 섬을 떠난다.가족을 만날 수 있는 시간은 한달에 한번꼴인 휴가 때뿐이다.“한번은 휴가차 인천에 갔다가 푹풍 때문에 20일간 발이 묶였는데 그 고독한 등대가 너무 그리워 연안부두로 나가 바다 냄새를 맡았습니다.” 그래도 등대에서 유일한 낙은 사람보는 것이다.일과 후 문득 사람이 그리워지면 마을로 내려가 사람들과 어울린다.200여가구가 사는 소청도에서 김씨는 공무원이 아닌 이웃이다. 등대원들에게는 특이한 습관이 있다.같은 관사에 기거하지만 식사를 같이하지 않는다.이씨 역시 동료 등대원과 형제 이상으로친하게 지내지만 밥상만큼은 따로 차린다.한 집에 사는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밥을 따로 차려 먹는 ‘제주도식’이다.이씨는 “좁은 곳에서 같이 생활하는 독신끼리 너무 각박하지 않으냐고 말할 수 있겠지만 업무의 연속성과 서로 다른 식성 등을 배려한 것”이라고 말했다. 등대의 업무는 생각과는 달리 적지 않다.언뜻 보기에는 등댓불만 켜면 되는 것 같지만 일이 많다.축전지와 발전기 등 동력기관을 늘 점검해야 하고 구름·풍향·풍속·파고 등 기상상황을 하루에 다섯번씩 체크해 인천기상대와 인천항운항관리실에 통보한다.이 때문에 현대의 등대는 ‘디지털’ 등대다.컴퓨터는 물론 파고측정기,기상측정기,위성항법장치 등의 첨단장비를 갖추고 있다. 이씨는 자신의 직업을 천직으로 받아들인다.그러나 자식들이 등대원이 되겠다면 말리겠다고 한다. 그는 “평생 고독 속에 지내는 일을 자식에게 대물림하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소청도 글·사진 김학준기자 kimhj@
  • 이집이 맛있대요 / 양주 ‘원골전통순대국’

    우리의 대표적인 서민 음식 순대가 담백한 맛으로 바뀌고 있다.경기도 양주군 양주읍 유양리 ‘원골전통순대국’은 순대 특유의 느끼한 맛과 냄새를 없애 신세대의 취향에 맞추는 변화의 중심에 서 있다. 여주인 강문순(53)씨는 순대에 쓰이는 돼지고기와 사골은 매일 의정부 시장 등에서 직접 사온다.순대 속박이는 배추김치에다 당면·찹쌀·파·마늘·고추 등 15가지의 갖은양념이 들어간다.사골을 골 때의 불의 온도와 돼지고기 냄새를 없애는 비법은 강씨만의 비밀이다.강씨는 ‘모종의 식품 첨가물’을 쓴다고만 알려준다.강씨가 순댓국 집을 연 건 지난 96년.강씨는 양주별산대놀이 기능보유자였던 시아버지 유경성(작고)씨로부터 전통 순댓국 요리법을 전수받았다.“별산대놀이가 신명나게 펼쳐지던 날은 푸짐한 순댓국을 차려 놀이패와 구경꾼,동네 이웃들과 나눠 먹었지요.” 시아버지로부터 배운 순댓국 요리 비법에다 자신만의 노하우를 보태 순댓국 집을 차렸다.손님 가운데 멀리 경상도와 강원도에서 오는 이들도 많다.연극인 손진책씨와 탤런트 김유석씨 등도 자주 찾는다. 양주 한만교기자 mghann@
  • 세계인-우리는 이렇게 산다 / 美 몽고메리카운티의 반란 “술집도 담배는 안돼”

    “바에서 담배를 못 피운다고요….”9일부터 메릴랜드 몽고메리 카운티의 술집에서 금연이 실시된다는 소식에 끽연자들은 아연실색했다.음식점에서의 금연을 말하는 게 아니냐고 의아해 할 정도다.공공건물이나 음식점에서의 금연은 오래 전부터 보편화했으나 최근 일부 지방정부와 시를 중심으로 술집과 카페에서 금연을 법제화하기 시작,논란이 일고 있다.술을 마실 때 담배가 ‘안주 이상’인 끽연자들에게는 한 마디로 ‘어불성설’이지만 담배 냄새를 역겨워하는 애주가들에게는 듣던 중 아주 반가운 소리다.업계의 반응은 제각각이다.법의 시행에 앞서 아예 금연을 선언한 재즈 바가 있는가 하면 벌금을 감수하고도 고객이 바라면 흡연을 허용할 수밖에 없다는 ‘배째라 업소’도 있다.그러나 현실은 ‘금연 술집’으로 가는 추세다.흡연자들 가운데 일부는 차제에 담배를 끊겠다며 반기기도 한다.그러나 대부분의 흡연자들은 담배를 허용하는 다른 지역의 술집으로 가겠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워싱턴 백문일특파원|게이더스버그에 사는 마크 필립스는“술을 마시면 담배가 생각나는 것은 아침에 일어났을 때 커피를 찾는 것과 다르지 않다.”며 “정부가 어떤 근거로 소비자들의 기호품까지 법으로 금지하는지 이해가 안간다.”고 말했다.그는 금연석과 흡연석을 구분하고 환풍장치를 달면 될 뿐 일방적으로 흡연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록빌 지역의 한 바를 자주 찾는다는 더스틴 샘손(39)은 “바에 가서 담배를 못 피우게 하면 초죽음이 될 만큼 술만 마시게 될 것”이라며 “결국 금연을 실시해도 건강에 좋지 않은 것은 똑같다.”고 말했다. 이런 논리라면 담배뿐 아니라 술도 금지하는 1920년대의 금주시대로 되돌아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카운티 내의 올드 타운인 베데스타 지역의 노라 모스크는 “옷에 담배 냄새를 묻히고 집에 가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며 “간접 흡연의 폐해는 입증된 지 오래됐다.”고 말했다.노라는 지역 내 술집을 좋아하지만 담배 냄새 때문에 상대적으로 멀리 있는 워싱턴 시내 고급호텔의 바를 이용했다고 덧붙였다.법안이 상정된 뒤 6∼8월의 여론조사 결과 몽고메리 카운티 주민 10명 가운데 9명은 금연에 찬성했다.일부 흡연가들은 담배를 끊을 수 있는 절호의 찬스라며 설문에서 금연법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흡연자들의 거센 반발 흡연자들의 감소에 따른 매출 손실이 클지,비흡연자의 방문에 따른 매출 증대가 클지는 미지수다.그러나 흡연을 허용해 온 업체들은 새로운 손님을 확보하기보다 담배를 피우는 기존 단골을 잃을 확률이 큰 게 뻔하지 않느냐는 반응이다. 베데스타에서 볼링장과 당구장 등을 갖춘 스포츠 바를 운영하는 매트 펄맨은 “뉴욕과 캘리포니아 식당들조차 금연법으로 매출이 5∼20%까지 줄었다.”며 “술집이나 카페의 경우 담배를 못 피우게 하면 식당보다 더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그는 식당보다 바의 고정비용 지출은 훨씬 높다고 덧붙였다. 반면 뉴저지의 식당들은 금연을 실시한 결과 매상이 크게 올랐다고 밝혔다.워싱턴 일대에 금연법을 확산시키려는 금연 활동가 안젤라 브래드베리는 “술집이나 카페의 매출이 금연 때문에영향을 받는다는 것은 단지 기우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흡연자들이 금연 술집을 피해 다른 카운티로 갈 수도 있으나 거꾸로 흡연때문에 다른 지역의 바나 카페를 찾던 고객들이 ‘금연 술집’으로 회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워싱턴 시내 북서지역의 조지타운에서 가장 오래된 재즈 바 ‘블루스 앨리’는 고객들이 내뿜는 담배연기로 늘 시야가 흐린 곳으로 유명했다. 120여명이 무대 주위에 앉아 쇼를 즐기는 이곳에서는 고객 1명이 담배를 피워도 누구든지 냄새를 맡을 수 있을 정도였다.그런 블루스 앨리가 6월에 금연을 선언했다. 매니저인 랠프 캐밀리는 “재즈 바와 담배연기는 뗄 수 없는 관계이지만 시대가 변했다.”고 말했다.지금은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들이 훨씬 많으며 술과 함께 식사를 제공하는 바에서는 흡연으로 인한 손실 요인이 커졌다고 말했다. 한때 재즈 바에선 시가를 물고 무대위로 오르는 게 흔한 일이었으나 지금은 추억이 되고 있다고 했다. 버지니아 알링턴 지역의 ‘클라렌돈 볼룸’은 힙합과 록 밴드로 유명한 댄스 클럽이다.주말 밤이면 여성들이 거의 속옷 차림의 드레스를 입고 입장하려고 줄지어 선 곳으로도 유명하다. 그러나 실내에선 또 다른 줄을 서야 한다.옥상에 있는 데크로 가기 위해서다.이유는 오직 담배를 피울 수 있다는 것. 담배를 피우지 않는 클럽 주인 피터 플러그는 “과연 댄스 클럽에서 금연이 통할 수 있을 까 망설였다.”고 했다.그러나 바닥이 가연성 합판으로 치장됐고 곳곳에 카펫이 깔려 화재시 큰 위험이 된데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85%가 관계없다고 말해 용기를 냈다고 했다. ●금연과 흡연을 혼합한 술집도 늘어 알링턴 지역의 술집과 식당을 겸하는 ‘위트로스 온 윌슨’은 밤 10시까지만 금연을 하고 그 이후는 흡연을 허용한다.매니저인 조너선 윌리엄스는 “흡연을 즐기는 고객을 무시할 수 없으며 특히 스포츠 바에서 금연은 금물이다.”라고 말했다. 윌리엄스는 고객들이 바에 들어서면 담배에 불을 붙이는 습관이 있지만 잠시만 참아달라고 하면 대부분 따른다고 말한다.밤 10시 이전이라도 식사하는 고객이 없으면 흡연을 탄력적으로 허용해 준다고 덧붙였다. 게이더스버그에의 선술집 ‘조스’의 종업원 조 맥그라이거는 이 지역에서는 금연이 유보됐지만 금연을 피할 수는 없을 것 같다며 “흡연지역과 금연지역을 분리하면 큰 불편이 없을 것 같은데 법으로 강요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금연하는 술집이나 클럽이 늘자 흡연가들은 일기예보를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다.메이슨 대학에 다니는 헤더 로즈는 “금연 여부에 신경쓰지 않으며 단지 클럽을 가기에 앞서 비가 오는지 여부를 확인한다.”고 말했다. 비가 오면 옥외나 테라스 등에서 담배를 피울 수 없기 때문에 미리 친구들과 e메일을 주고 받으며 날씨가 괜찮은 날짜를 잡는다는 것. 베데스타의 클래식 바인 토미 조는 금연지역인 실내공간을 줄이고 테라스나 실외 공간을 확보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mip@ ■몽고메리카운티 금연법 내일 시행 |워싱턴 백문일특파원|9일부터 메릴랜드 몽고메리 카운티의 모든 식당과 술집,카페 등에선 흡연이 금지된다.노천 식당이나 테라스 지역은 예외이며 관할권이 합쳐진 록빌과 게이더스버그 지역은 시행이 유보된다. 실내에서 담배를 피우다 적발된 고객이나 이를 허용한 업주에게는 각각 50달러씩의 벌금이 부과된다.계속 어길 때마다 최고 75달러씩 추가된다. 그러나 뉴욕시처럼 음식점을 상대로 한 금연 단속요원을 별도로 두지는 않는다.날짜를 정해 업체를 급습하지도 않는다.시민 자율권에 맡겨 신고가 있으면 업주에게 비공식적으로 전화를 건다.예컨대 “당신 업소에서 담배를 피우는 고객이 있다는 제보가 들어왔다.”는 식이다. 제보가 잇따르면 그제서야 카운티의 보건 공무원이 현장에 나간다.과연 실내에서 담배를 피우는 고객이 있는지,재떨이를 달라고 하면 주인은 주는지,담배를 피워선 안된다는 방침을 고객에게 알리는지 여부를 살핀다.그런 다음 벌금 여부를 정한다. 업주가 카운티 법을 무시하고 계속 흡연을 허용하면 3일간의 영업정지에 이어 음주판매 면허를 취소한다.식당을 찾은 고객들이 바깥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까지 규제할지 여부는 두고 보기로 했다.실내를 오가는 도중이나 테라스 등에서 재를 날리는 게 문제가 될 경우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몽고메리 카운티 의회는 한때 이웃의 담배연기가 자기 집으로 들어올 경우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법안을 상정했다가 논란이 되자 취소하기도 했다.몽고메리 지역은 흡연에 아주 강력하게 대처하기로 유명하다. 현재 캘리포니아·뉴욕·델라웨어·플로리다·애리조나 등의 주에선 유사한 금연법이 통과돼 시행에 들어갔다.보스턴·뉴욕·미네소타 등의 시에서는 식당 또는 술집에서의 흡연이 금지됐다. 업소들은 담배를 피우는 고객들의 발길이 줄어 매출이 감소할 경우 경쟁을 인위적으로 제한하게 된다며 위헌을 주장했지만 법원들은 각 주가 금연법을 제정할 수 있다고 기각했다. 유럽연합(EU)의 경우 직장뿐 아니라 술집에서 흡연을 금지하자는 논의가 있었으나 법을 정해 시행에 들어간 나라는 없다.아일랜드만 식당 등 공공장소에서 금연을 법제화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 [씨줄날줄] 토마토

    가짓과에는 유용한 식물들이 많다.가지는 물론이고 식탁에 자주 오르는 토마토·감자·고추 등이 가짓과에 속한다.한때 환금(換金) 작물의 총아였던 담배도 가짓과 식구 가운데 하나다. 토마토는 감자와 함께 안데스 산맥 고원지대가 원산지다.스페인이 잉카제국을 정복하면서 구대륙으로 전해진 것이다.감자가 전래 초기 나병을 옮긴다 해서 식용할 생각을 못했던 것처럼 토마토도 전래 초기 독이 있다고 잘못 알려져 식용할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하지만 요즘 서양요리 특히 이탈리아 요리는 토마토 케첩,토마토 소스,칠리 소스,토마토 주스 등 토마토를 빼놓고는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다. 우리나라엔 17세기쯤 들어와 있었지만 화초로 여겼지 먹으려 하지 않았다.토마토를 널리 먹게 된 것은 미국산 토마토 가공식품에 자극돼 소비가 크게 늘어난 60년대 무렵부터였다. 서양에선 주로 소스 등 가공 형태로 활용되는 반면 우리나라에선 생으로 먹는 경우가 많다. 토마토는 과일일까,채소일까.토마토를 생으로 먹는 우리나라에선 과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고,주로 과일가게에서 팔고 있다.반면 소스를 만들거나 식사에 곁들여 먹는 서양에선 채소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일본에서도 토마토는 대체로 채소가게에서 판다. 토마토의 ‘정체’에 대해서는 미국에서도 논쟁이 있었다고 한다.식물학자들은 과일이라고 주장하고,농무부에서는 채소라고 주장해 팽팽하게 맞섰다.일본 아사히신문사에서 펴낸 ‘먹을거리 문명고’의 저자 오쓰카 시게루는 “결국 미국 법원이 ‘토마토는 식사중 먹지,디저트로 먹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채소다.’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전한다.쓰임새를 중시하는 실용주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판결이다. 청와대에서 매주 토요일을 ‘토마토의 날’로 부르기로 했다.‘토요일마다 토론’한다는 뜻이라고 한다.첫 모임은 지난 4일이었고,이라크 파병 문제가 가장 많이 등장한 주제였다고 전해진다.토요일마다 토론하는 것과 토마토가 무슨 관계가 있으랴마는,빌려온 이름값을 하려면 날로 먹어도 맛있고 가공해서 이용해도 먹기 좋은 토마토 같은 토론,과일·채소 논쟁 같은 부질없는 논쟁보다는 실용주의적 판단이 승한 토론이 되기를 기대한다. 강석진 논설위원 sckang@
  • 메디컬 라운지 / 발냄새 제거 스프레이 출시

    ㈜아주메딕스는 겨드랑이나 발에 기생하는 박테리아를 제거해 냄새를 없애는 신제품 ‘닥터 에스리 오더닉스 암핏 스프레이’(겨드랑이용)와 ‘오더닉스 풋 스프레이’(발용)를 출시했다. 회사측은 “짙은 향으로 냄새를 감추는 기존 제품과 달리 액취의 원인균을 죽여 냄새를 없앤 것이 이 제품의 특징”이라며 “땀 액취증의 증상 개선효과를 가진 조성물로 특허를 출원중”이라고 설명했다.문의(02)3471-2730.
  • 가을 전어/불포화지방 많아 맛좋고 몸에 좋고

    유선형의 날렵한 몸매에 노랗게 물이 오른 꼬랑지.푸들거리는 전어가 제철이다.전어는 사철 잡히지만 가을 전어가 맛있는 데는 이유가 있다. 조영제 부경대 생선회발전연구소장(식품생명공학부 교수)은 “가을 전어에는 지방 성분이 봄·여름보다 최고 3배나 높아진다.”고 말했다. 이를 뒷받침하듯 ‘가을 전어 대가리엔 깨가 서말’,‘전어 굽는 냄새에 집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봄 도다리 가을 전어’ 등 가을 전어를 예찬하는 속설도 많다. ●치매 예방·시력 향상에 도움 가을 전어를 비늘도 긁지 않고 굵은 소금을 뿌려 한 시간 가량 재웠다가 석쇠에 얹고 구우면 기름이 벅적거리는 고소한 냄새가 집안을 진동한다.구운 전어를 대가리부터 창자·꼬리까지 뼈째 씹어먹는다.이렇게 먹는 가을 전어가 얼마나 맛있으면 ‘며느리 친정 간 사이 문 걸어 잠그고 먹는다.’는 옛말이 있을까. 이렇듯 전어의 고소한 맛과 냄새는 몸에 좋은 불포화지방산의 함량이 높은 까닭이다.이런 냄새는 소고기나 돼지고기 등 육류를 구울 때 나는 냄새와 다르다.육류에는포화지방산이 높기 때문이다. 전어의 불포화지방산은 주로 DHA·EPA다.가을 전어 100g당 DHA는 607㎎,EPA는 1119㎎ 가량 들어 있다.가을 전어가 명태 등 흰살 생선에 비해 지방 함량이 높아 EPA와 DHA도 많다. DHA는 인간이 체내에서 생성할 수 없어 외부로부터 섭취해야만 한다.뇌와 망막·심장 등에서 작용하는데 기억과 학습능력 항상에 크게 관여한다.치매와 노망 예방에 좋고,시력 향상에도 작용한다.EPA 역시 혈전을 예방하고,뇌졸중 및 뇌혈관 예방에 효과를 발휘하는 지방산이다.DHA와 EPA가 동시에 작용하면 각종 생활습관병(성인병) 예방에 좋다고 한다. 맛과 함께 이로운 성분이 풍부한 전어는 ‘사는 사람들이 돈을 생각하지 않고 사 먹어 전어(錢魚)였다.’고 전해온다.고대 중국의 돈과 모양이 닮아 전어였다는 설,화살촉을 닮아 전어(箭魚)였다는 설도 있다. 이런 전어를 세계 최장수국 일본은 귀한 생선으로 대접했다.일본에선 전어를 ‘고노시로(魚祭)’로 불렀다.‘고기 어(魚)’에 ‘제사 제(祭)’가 붙은 것은 일본에선 제사나 축제때 전어를반드시 올렸기 때문. 한방에서는 전어가 50대 이후의 사람들에게 좋은 약으로 소개한다.김상호 규림한의원 원장은 “전어가 방광기능을 돕고,위를 보하고,장을 깨끗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며 “아침에 일어나 사지와 몸이 잘 붓고,팔·다리가 무거우며 소화가 잘 되지 않는 50대 이후 장노년층에게 좋은 약이 된다.”고 말했다. ●50대이후 장노년층엔 좋은 약 전어에는 필수 아미노산 8종의 함량이 풍부하다.전어 100g에는 이소류신이 837㎎,류신 1446㎎,라이신 1617㎎,메티오닌 600㎎,페닐알라닌 723㎎,트레오닌 752㎎,트립토판 214㎎,발린 963㎎이 있고,어린이에게 필요한 히스티딘이 506㎎이나 들어 있다.필수 아미노산은 인체에서 만들어지지 않아 섭취해야 한다. 기능성 성분인 타우린도 많다.타우린이 213㎎이다.혈중의 해로운 콜레스테롤은 감소하고,이로운 콜레스테롤을 늘리는 한편 중성 지방을 줄여 각종 생활습관병에 좋다.이런 가을 전어는 회로도 먹는다.전어는 모두 자연산이고,성질이 급하기 때문에 수족관에서 하루 이상 살려놓기가 어렵다.그래서 싱싱하다.전어를 뼈째로 썬 ‘세고시’로 먹는다면 전어회 맛을 안다고 할 수 있다.전어를 머리·지느러미·내장을 떼어내고 뼈째로 얇게 썰어 기름과 마늘을 두른 막장이나 파를 쫑쫑 썰어 넣어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 것이다.뼈가 약한 15㎝(2년생 정도)이내를 쓴다.뼈가 약하게 씹혀 거칠고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활어의 쫄깃한 맛을 강조하는 일반 생선회와는 좀 다르다. ●굽는 것보다 회로 먹어야 영양파괴 적어 조영제 교수는 “지방질 함량이 높은 전어를 구우면 맛은 좋아지지만 EPA·DHA,그리고 타우린·무기질 등이 유출된다.”며 “회로 먹어야 양양분과 기능성 성분을 모두 섭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어젓도 밥도둑이다.전어의 내장 가운데 완두콩 크기의 밤(위)으로 담그는 전어밤젓은 양이 적으면서 고소해 귀한 젓갈로 꼽힌다.전어 내장을 모아 담그는 전어속젓은 담근지 보름쯤 지나서 익는다.풋고추와 다진 마늘 등 갖은 양념을 무쳐 반찬으로 먹는다.새끼 전어로 담그는 전어 엽삭젓도 좋다. ■ 도움말 이두석 국립수산진흥원 식품위생과연구관 이기철기자 chuli@
  • “개정판 만드느라 새벽까지 잠 못자요”/‘한국민법학 태두’ 곽윤직 前서울법대 교수

    ‘한국민법학의 태두’에서 ‘곽서(郭書)’까지. 후암(厚巖) 곽윤직(郭潤直·78) 전 서울법대 교수를 부르는 호칭은 다양하다.그러나 이유는 단 하나.바로 60년대 중반부터 잇따라 내놓은 ‘민법총칙’,‘물권법’,‘채권총론’,‘채권각론’ 등 민법강의 시리즈의 탁월함이다.사법시험 준비생들 사이에 ‘바이블’로 통하다 요즘에는 간단히 ‘곽서’로 불린다. ●저서 ‘민법시리즈' 사시준비생 바이블 서울 용산구 후암동 자택으로 찾아갔다.현관에서는 커다란 시베리안 허스키 3마리가 먼저 반긴다.뒤따라 나온 곽 전 교수는 “저렇게 클 줄 몰랐는데…”라며 웃는다.자녀들이 다 분가해 적적한 마음을 달래려고 5년 전쯤 종자도 잘 모르고 새끼를 받아왔다고 한다.집안의 첫 느낌은 낡았다는 것이다.겸연쩍게 말을 붙이자 별일 아니라는 듯 40년된 집이란다.체면도 생각해서 널찍한 아파트로 옮기라는 말도 수없이 들었다.“살다보니 무슨 책이 어디에 있는지 손에 익었어요.이사가면 흐트러지는 게 귀찮더라고요.” 그래도 명절 때 잊지 않고 찾아주는 제자들덕에 적적하지는 않다고 한다.자주 찾아오는 제자들 이름을 물어보니 서성 전 대법관,윤재식 대법관,손지열 대법관 등 기라성 같은 법조인 이름이 쏟아져 나온다. 주말에는 손자 7명이 찾아와 시끌벅적해진다.이제 중학생이 돼서 많이 점잖아졌다고 자랑하는 얼굴은 영락없이 이웃집 할아버지다. 2층 서재를 둘러봤다.독일·스위스 민법 전집을 비롯해 판례공보 등 각종 잡지들이 빼곡히 차 있다.깔끔하게 정리된 가운데서도 고서점 같은 묵은 책 냄새가 물씬 풍긴다.책장을 보니 외국서적은 개정판마다 구입한 책도 여러 권 된다.“꼭 필요한데 웬만한 대학도서관에도 없어요.개정판이 나오면 호기심은 생기는데….” ●이공계 원했지만 낙방후 법학공부 1층 응접실로 내려와 근황을 물었다.곽 전 교수는 요즘도 ‘곽서’를 개정하느라 바쁘다.개정판을 11월까지는 마무리하려고 강행군 중이다.전날 상속법 부분을 연구하느라 새벽 4시까지 책을 뒤적였다.현역시절처럼 새벽에 책을 보는 것이 가장 편안하단다.밤늦게 책을 보다 보니 오전 11시쯤 늦게 일어난다.식사는 오후 1시쯤,밤 10시쯤 두번이다.이런 습관 때문에 담배도 여전히 하루 1갑이다.“줄인다고 줄인 게 1갑이에요.나 같은 사람에게 담배는 밤의 벗이지.” 건강 문제로 화제를 돌렸다.사실 인터뷰 약속을 잡으면서 약간 불안한 느낌을 받았다.전화상으로 발음이 부정확한 듯 했기 때문이다.“그때는 저녁시간이어서 의치를 빼고 있어서 그랬어요.”라며 환하게 웃는다.건강을 위해 별달리 관리하는 것도 없고 불편한 것도 없다고 한다.육류를 피하고 된장 같은 우리 음식이나 야채,생선을 즐긴다.암으로 오진받아 위절제 수술받은 것 빼고는 병원에 간 일도 별로 없다.한때 골프와 바둑을 즐겨 했다.그러나 열심히 하지는 않았다.골프는 소풍가는 기분으로 다녔고 바둑은 흥이 나는 대로 뒀다.승부에 집착하면 오락으로서의 가치가 떨어진다고 생각했기 때문. 스스로도 재미없게 살았다는 생각이 들어서인지 다시 태어나면 법학자는 안 되겠단다.“물건을 만들거나 건물을 짓거나 직접적으로 이익을 줄 수 있는,그런 일을 해보고 싶어요.추상적인 이론과 논리는 골치가 아파서….” 이 때문인지 자녀 가운데 법과 인연을 맺은 사람이 없다.1남3녀를 뒀는데 모두 평범한 직장인이다. 곽 전 교수와 민법학의 인연은 몇차례 고비가 있었다.일제 때 강제징집을 피하기 위해 이공계 공부를 하려 했다.결과는 색맹 때문에 낙방.어쩔 수 없이 법학을 공부하면서도 형법 쪽에 관심이 많았다.그러나 공부하면서 민법의 중요성을 깨달아 관심을 돌렸다. 강단에 선 것도 군 제대 뒤 주변사람의 권유 때문이었다.군복무 직후 고등고시 시험이 있었는데 사법과가 두달,행정과는 석달 남았더란다.그래도 행정과가 여유있다는 생각에 시험을 봤는데 2등으로 덜컥 붙어버렸다.외교관을 권유받았지만 강의나 하겠다며 학교로 되돌아 왔다.“그때 여유가 있어 사법과를 보거나 권유를 받아들였다면 지금과는 다르겠죠.” 강의는 ‘악명’높았다.학생들은 넘쳤지만 앞자리는 항상 텅 비었다.안 들을 수는 없고 듣자니 눈초리가 매서웠기 때문이다.학점도 박했다.“일부러 아주 못되게 굴었지요.어려운 질문만 골라서 하고 학생이 질문하면 질문수준이그것 밖에 안 되느냐고 야단치고….미워했던 학생들 많았을 겁니다.” ●“학점 짜게줘 미워하는 학생들 많았죠” 곽 전 교수가 스승으로 모시는 사람은 고 김증한 교수가 유일하다.김 교수 밑에서 배운 독일어와 독일법은 두고두고 밑천이었다.혹독했던 김 교수의 강의 밑에서 살아남은 학생은 그와 그의 친구 단 2명뿐이었다.그가 ‘곽서’에 매달리게 된 것도 같은 이유다.공부할 때는 일제가 30년대 들여놓은 법전을 봤고,강의할 때는 일본학자들 책 번역서 몇 가지가 전부인 현실이 못마땅했다.우리 손으로 책을 만들어 보자는 오기가 일었다.또 우리 실정에 맞는 판례연구를 해보자는 생각에 1977년 우리나라 최초 법학학회인 ‘민사판례연구회’를 조직했다.이 모임은 지금도 연구성과를 모아 1년에 책 한권씩 내고 있다. 문제는 교수양성체계의 부실함으로 모아졌다.“일본만 해도 대학 졸업 뒤 3년간 조수로 공부하고 나면 15년간 조교수 생활을 거칩니다.이 과정을 끝내야 교수가 되어서 강의를 맡고 학생을 지도합니다.적어도 18년간의 수련과정이 있다는 거지요.” 예전에는 책을 쓰면 내용을 하나라도 더 집어넣으려 했지만 이제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스위스식 교재가 우리에게 적합해요.학생들을 위한 개괄적인 책과 실무자·전문가를 위한 세부적인 책,이 두 종류면 됩니다.”그래도 하나라도 더 가르치고 싶은 욕심은 여전한가보다.“요즘 사람들 두껍거나 한자가 많이 들어간 책을 너무 싫어해요.” ●“대법관 인원 더 늘려야 합니다” 논란이 됐던 대법관 제청파문과 사법개혁에 대해 물었다.전혀 다른 개혁을 얘기했다.“대법관 수를 더 늘려야 합니다.독일만 해도 대법관격인 최고재판소 판사가 150명입니다.각기 전문분야별로 재판부를 구성해 사건심리를 하고 있습니다.” “합의부 배석판사 제도를 폐지하고 판사로서의 수련을 다른 방식으로 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합니다.” 법관의 전문성을 키워줘야 한다는 뜻이다.대법원 구성에 사회적 다양성을 반영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전국 법관이래야 2000명 안팎입니다.10년차 이상이라면 이미 개개인에 대한 평가가 있다고봐야 합니다.오히려 지금 같은 시스템이 철저한 능력에 의한 인사입니다.” 부인과 만나려 했으나 끝내 보이지 않았다.인터뷰를 마치고 일어서자 곽 전 교수는 “늙은이 얘기 너무 쓰지 말라.”며 다시 2층 서재로 발길을 돌렸다. 조태성기자 cho1904@
  • 전어 굽는 냄새 가을밤이 짧다/서해포구로 떠나는 맛기행

    미식가는 가을의 향기를 포구에서 맡는다.‘집 나간 며느리도 전어 굽는 냄새를 맡으면 집에 돌아온다.’고 할 만큼 맛이 뛰어난 전어가 한창인 충남 서천 홍원항엔 요즘 식도락가들의 발길이 분주하다. 태안 안면도에선 본격적인 대하철이 시작됐다.포구 일대 식당마다 화덕 위에선 대하가 발그스름하게 익어가고,구수한 대하구이를 안주로 소줏잔을 기울이는 나들이객의 얼굴에서는 가을의 풍성함이 읽힌다.예부터 그물에서 털어내기가 귀찮을 정도로 전어가 많이 났다는 홍원항,대하의 집산지인 안면도 백사장항을 찾았다. ●서천 홍원항 전어 서천군 서면 홍원리 홍원항.포구엔 전어 구이 냄새가 가득하다.포구에 닿기 훨씬 전부터 차창을 통해 스며드는 향기가 구수한 것이,길을 몰라도 냄새만 따라 오면 홍원항을 쉽게 찾을 것만 같다. 전어는 9월 말부터 11월까지 제 맛을 낸다.조선 후기의 실학자 서유구의 ‘임원경제지’엔 ‘가을 전어 대가리엔 참깨가 서말’이라는 문헌이 있다고 하니 가을 전어의 고소한 맛은 예부터 유명했던 것 같다. 그토록 뛰어난 맛에도 불구하고 전어는 워낙 많이 나는 탓에 오랫동안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치 못했다.서천 장항읍 인근의 한 어촌에서 자랐다는 서천시청 직원 조대현씨는 “어렸을 때부터 가장 흔한 먹거리가 전어였다.”며 “하지만 값이 너무 싸 그물에서 떼어내지도 않고 그대로 썩힐 때도 많았다.”고 되새긴다. 길이가 15∼30㎝에 이르는 전어는 주로 회와 회무침·구이로 먹는다.전어 특유의 고소한 맛과 향을 즐기려면 구이가 제격.전어 몸통 양쪽에 각각 3∼4 군데씩 칼집을 낸 뒤 소금을 살짝 뿌려 석쇠에 얹어 굽는다. 조씨가 시키는 대로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전어의 꼬리와 대가리를 잡았다.큰 뼈만 남기고 살을 잔뼈채 뜯어먹는데,예상 외로 뼈가 부드럽다.고소하면서도 담백해 웬만해선 질릴 것 같지 않다. 예전엔 모두 연탄이나 숯불 화덕에서 구웠지만 지금은 큰 식당의 경우 대부분 대형 오븐에서 굽는다.식당에서는 타지 않고 골고루 익어 더 맛있다고 하지만 직접 구워먹는 재미야 어디 화덕만 하겠는가.하지만 매년 가을 열리는 전어축제에선 야외에서 직접 구워먹는 재미를 맛볼 수 있다. 회는 내장과 큰 뼈를 발라내고 가늘게 썰어 접시에 담아 낸다.여기에 온갖 야채를 얹어 초고추장을 뿌려 섞으면 회무침이 된다.회와 회무침은 쫄깃하게 씹히는 맛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인기가 있다. 아예 뼈채 두툼하게 썰어낸 전어에 된장과 마늘을 곁들여 상추에 싸먹는 ‘뼈꼬시’를 찾은 이들도 많다. 홍원항엔 수십개의 횟집 등에서 전어를 낸다.값은 구이나 회·회무침 모두 1㎏에 각각 2만원 정도.1㎏이면 전어 13∼14마리가 올라온다. 수산물을 도소매하는 곳도 몇 군데 있다.이곳에 가면 전어 1㎏을 1만∼1만 5000원이면 살 수 있다.구워먹을 수 있도록 손질도 해준다. ●안면도 백사장항 대하 태안군 안면읍 창기리의 백사장 포구는 봄부터 늦가을까지 매일 수백척의 고깃배가 드나드는 어항.다양한 물고기가 잡히지만 그중 대하는 어획고가 연간 수십억원에 달하는 대표 어종이다. 대하는 포구에서 1시간 정도 나가 그물로 잡는다.폭 2m,길이 30∼40m의 그물을 수심 20∼30m의 바닥에 닿을 정도로 쳐 놓았다가1∼2시간 뒤 거둬들인다.새우는 모래속에 숨어 있다가 무리를 지어 이동하다가,또는 그물코가 바닥을 건드리면 놀라 튀어오르다가 그물에 걸려 잡힌다고 한다. 새벽에 나갔던 배는 점심 무렵부터 오후 내내 들어온다.정박한 어선에선 그물에 걸린 대하를 뜯어내는 선원들의 손놀림이 분주하다. “대하가 갈수록 안잡히네유.갯벌이 줄어들어 오염물질이 정화되지 않아 그런가봐유.뉴스에 보면 수온이 오른다는데,그것때문인 것도 같구유.” 30여년간 새우와 꽃게 등을 잡아왔다는 표기화(56)씨의 얼굴엔 근심이 가득하다.몇 년 전만 해도 새우철엔 하루 조업만 나가도 작은 배 한 척당 수백만원 수입은 거뜬했다고 한다.한 어선은 5000만원 어치를 잡아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고. 지금은 대하가 한창 크는 시기.15∼18㎝이던 대하는 10월 말쯤이면 다 자라 22∼27㎝에 이른다.백사장 포구엔 대하를 팔거나 음식으로 내는 횟집이나 포장마차가 70여군데 있다.요즘 자연산 대하 시세는 수협 위판가격이 1㎏ 4만원 선.크기가 작으면서 고른 것이 특징인 양식 대하는 2만 5000원 정도.양식 대하는 배 부위에 진흙이 묻어 있던 검은 자국이 있으므로 쉽게 구별할 수 있다. 횟집에선 자연산이든 양식 대하든 5000원 정도 더 받고 구이를 해준다.불판에 은박지를 깔고 소금을 두툼하게 깐 뒤 그 위에 대하를 얹어 구워 먹는다.요령이 단순해 어느 집에 들어가도 맛은 대동소이하다. ‘탁탁탁’ 소금이 튀는 소리를 들으며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새우를 까먹다 보면 훌쩍 길어진 가을밤이 짧게만 느껴진다. 서천·태안 글·사진 임창용기자 sdargon@ 푸짐한 전어·대하 축제 한창 서천 홍원항에서는 지난 달 27일부터 서천군 주최로 전어축제가 열리고 있다.10일까지.이번 축제에선 음식 행사로 요리장터 및 구이장터가 마련돼 전어회 및 무침,전어구이 등을 야외에서 맛볼 수 있다. 수산물 직거래장터에선 인근 어민들이 잡은 각종 수산물을 저렴하게 살 수 있으며,전어잡이 배에서 전어를 하역하는 작업도 구경할 수 있다.이밖에 맨 손으로 전어 잡기,비단 조개잡이,바다낚시 등 체험행사 코너도 상시 운영된다.행사기간중 토·일요일엔 사물놀이와 국악·민요 공연,전어회 썰기 대회,보컬그룹 공연,관광객 장기자랑 등 이벤트 행사도 열린다.서천군청 문화공보실(041-950-4018). 안면도 백사장항에서는 2일부터 16일까지 대하축제를 연다.다양한 대하요리를 맛보고,싱싱한 대하를 구입할 수 있다. 70여개의 횟집과 포장마차들은 물론,따로 마련된 먹거리 장터에서 대하 구이와 회를 맛볼 수 있다.대하 퍼포먼스 참여마당에선 대하 먹기 및 까기 대회,대하 경매가 상시 진행된다. 매일 저녁 7시30분 부터는 현숙,주현미,김세환,김국환,박일준,박상철,김태곤 등이 차례로 출연해 공연을 펼치고 전통 품바 및 배비장전,국악 한마당 등 민속공연도 이어진다.안면도 대하축제추진위원회(041-673-8966,011-431-0077). 가이드 ●가는 길 서해안고속도로 춘장대IC에서 빠져 우회전한 뒤 3.5㎞ 쯤 가면 비인 사거리가 나온다.이곳에서 우회전해 춘장대,동백나무숲,홍원항 방면으로 12㎞ 정도 가면 오른쪽으로 홍원항 진입로가 나온다. 천안∼논산고속도로 서논산IC에서 빠져 4번 국도와 617번 지방도,21번 국도, 607번 지방도를 따라 갈 수도 있다. 백사장항은 서해안고속도로 서산 또는 해미IC에서 빠져 서산과 태안을 거쳐 안면도로 들어오면 된다.태안에서 77번 국도를 타고 안면도로 들어오다 보면 안면대교가 나오고,다리를 지나 3분쯤 더 가면 오른쪽으로 백사장항 진입로가 나온다. ●숙박 홍원항 인근엔 숙박업소가 별로 없고,인근 도둔리 춘장대해수욕장 및 마량리 동백정 주변에 비취모텔(041-952-0077),에덴민박(041-952-1957) 등 여관과 민박이 많다. 안면도엔 최근 1년 남짓한 기간에 깔끔하면서도 전망 좋은 곳에 펜션이 많이 들어섰다. 안면도 북동쪽 황도마을의 ‘파아란펜션’(041-621-1181),안면도 송림지대 입구의 ‘마로니에펜션’(041-673-4433)이 묵을 만하다. ●가볼만한 곳 서천에선 요즘 한산면 신성리 금강 하구의 갈대밭이 가볼 만하다.6만여평의 강변에 빽빽하게 들어선 갈대가 해질녘이면 일몰과 어우러져 장관을 이룬다.영화 ‘JSA(공동경비구역)’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안면도는 항포구 어디를 가나 낚싯대를 드리운 강태공을 쉽게볼 수 있다.우럭,노래미,바닷장어 등이 잘 잡힌다. 항포구 인근 낚시점에 가면 그곳에서 잘 잡히는 어종 및 미끼,도구,낚싯배 등을 안내해준다. 서천군청 문화공보실(041-950-4224),태안군청 문화관광과(041-670-2544).
  • NYT ‘난타는 멋진 떨림’ 호평

    지난달 25일부터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 뉴빅토리극장에서 공연중인 한국의 창작 퍼포먼스 ‘난타’(영문제목 COOKIN)에 대해 뉴욕타임스가 1일 ‘멋진 떨림(good vibes)을 준다’고 평했다. 뉴욕타임스는 이 날자 ‘한국 음식점의 쿵후 주방’이라는 제목의 공연 리뷰에서 “정교하고 힘이 넘치면서 유쾌한 즐거움을 주는 이 공연은 음악이나 소동,마술보다는 ‘요리’가 매력”이라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는 이어 “요리사 4명이 1시간안에 결혼식 피로연 음식을 준비하는 주방으로 안내돼 음식냄새를 맡으며 록과 재즈음악,슬랩스틱 코미디,빗자루를 타고 벌이는 쿵후 시합과 재치있는 안무를 보게 된다”고 평했다.
  • “겉멋 부리려 하지말고 자기 마음을 그리세요”/동료에 그림 강습하는 韓銀 정영남 씨

    “그림에 속기(俗氣)가 들어가서는 안됩니다.겉멋 부리지 말고 자기 마음을 그림 속에 투명하게 담아내세요.그림이 천해지면 사람도 천해집니다.” 매주 목요일 저녁 서울 남대문 한국은행 별관에 묵향이 번지면 정영남(鄭永男·57)씨의 닳고닳은 잔소리가 시작된다.언제나 듣는 얘기지만 스승의 말은 제자들의 붓놀림에 힘을 더하는 효과가 있다. 정씨는 한은에서 문서관리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1973년에 은행에 들어왔으니 올해로 31년째다. 내년이면 정년이다.요즘은 대부분 문서가 전산으로 관리돼 업무가 많이 줄었지만 우리경제의 온갖 데이터가 축적돼 있는 한은에서 문서관리는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일이다. ●국전 수상경력·개인전 20여 차례나 정씨는 86년부터 행내 직원들에게 사군자,문인화 등 동양화를 가르쳐왔다. 매주 목요일 오후 7시부터 2∼3시간씩이다.지금까지 길러낸 제자가 200여명에 이르고 이 중 몇명은 굵직한 미술대회에서 입상을 하기도 했다. 그 자신이 화단에서 탄탄한 입지를 확보한 유명 화가다.국전 수상경력이 10여차례에이르고 개인전도 10여차례 가졌다.주로 흙냄새 나는 고향산천을 화폭에 담았다.진경산수(眞景山水)의 대가인 겸재(謙齋) 정선(鄭敾·1676∼1759)을 좇아 우리 산천과 그 안에 흐르는 생명력을 살려내는 게 평생의 숙제였다. 1994∼2001년에는 홍길동전,춘향전,구운몽,혈의누,정읍사,왕오천축국전 등 우리문학 우표 시리즈의 도안을 맡기도 했다.한은 미술자문위원으로서 수많은 은행내 예술작품의 가치평가 및 복원,새 미술품 구입 등에도 조언을 하고 있다. 정씨의 고향은 전북 전주.서당에 다니던 초등학교 2학년 때 처음 붓을 잡았다. “천자문을 떼고 소학·대학을 배울 때쯤 훈장님이 아이들에게 붓글씨와 사군자를 가르쳐주셨습니다.남다른 자질이 있다며 저한테 특히 많은 관심을 보이셨지요.그게 제 인생을 결정했습니다.” 한참 뒤에 안 사실이지만 당시 훈장은 현대서예의 대가 강암(剛菴) 송성용(宋成鏞·1913∼1999) 선생이었다.강암 선생은 고전기법에 충실하면서 현대적 아름다움이 담긴 ‘강암서체’를 창안한 것으로 유명하다. “대학(동국대 미술과)을 마친뒤 서울 장충동에 작은 화실을 냈지만 전혀 돈벌이가 안 됐습니다.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도 예술하는 사람들이 입에 풀칠하기는 참 어려웠습니다.” ●퇴직후에도 월연회 강습 계속할것 생업이 필요했던 정씨는 한은을 선택했다.낮에는 은행에서 일하고 밤에는 그림을 연마하는 생활이 계속됐고,차츰 수상경력도 쌓여갔다.그럴수록 동료들의 강습요청도 늘어갔다. “은행 일이나 제대로 하라는 주위의 눈총도 걱정되고 해서 많이 망설였습니다.하지만 계속되는 요청을 마냥 뿌리치기는 어려웠고,그 사람들이 갖고 있던 어릴 적 미술에 대한 꿈을 실현해 주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지금은 월연회(月硯會)라고 이름붙여진 ‘묵화반’이 86년 탄생했고,예상을 뛰어넘는 많은 사람들이 그의 제자로 들어왔다. 정씨는 그때나 지금이나 그다지 관대한 스승은 아니다.복습을 하지 않는 제자들에게는 가차없는 꾸지람이 꽂힌다.사군자→산수화→문인화로 이어지는 과정에도 철저하다.사군자의 첫 과정인 난초에서 대나무로 넘어가는 데 꼬박1년이 걸린다. 매주 강습에 참석하는 것을 전제로 했을 때 그런 것이어서 국화,매화까지 모두 마치려면 통상 4∼5년이 걸리게 된다. “동양화는 투명하고 담백합니다.1회성입니다.붓이 한번 지나간 자리에는 절대로 개칠이란 게 없습니다.매일 숫자와 씨름하는 은행 직원들에게 특히 동양화는 편안함과 마음의 평정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주어 좋습니다.” 내년 정년퇴직 뒤에도 월연회 강습은 계속된다.이미 제자들과 굳게 약속을 했다. 김태균기자 windsea@
  • 인디언문화 생활속으로

    할리우드 영화에서나 간간이 접해오던 인디언 문화가 생활 속으로 조용히 파고들고 있다.‘문명의 야만’을 질타하는 인디언의 지혜에서 삶의 대안을 찾으려는 움직임이,느리지만 꾸준히 문화계 곳곳에서 자리를 넓혀가고 있는 것이다. ●관련 책 줄잡아 40여권 출간 그 동선이 가장 두드러진 쪽은 아무래도 출판계.지난해부터 주요 출판사들이 경쟁하듯 인디언 문화와 관련한 책들을 속속 내놓고 있다.‘북아메리카 원주민’‘샤먼의 코트’‘시팅불’‘인디언의 전설,크레이지 호스’‘우르릉 천둥이 말하다’ 등 시중 서점에 나와 있는 인디언 책은 줄잡아 40여권.1971년 출간된 이후 전세계에서 500만부 넘게 팔려나간 명서 ‘나를 운디드니에 묻어주오’도 지난해 7월 재출간됐다. 인디언 수난사나 원주민 멸망사 일색에서 인디언식 명상쪽으로 초점이 빠르게 옮겨지고 있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체로키 부족의 영적 치료사 이름을 제목으로 삼은 ‘구르는 천둥’과 ‘우르릉 천둥이 말하다’를 비롯해 ‘지혜는 어떻게 오는가’‘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가대표적인 것들이다. 출판사 나무심는사람의 박시화 편집부 차장은 “인디언 문화는 ‘라즈니시’류의 단순한 명상서적에선 맛볼 수 없는 강인한 생명력을 느낄 수 있다.”면서 “경제불황의 늪에서 찾으려는 자기성찰 방식”이라고 인디언 출판붐을 해석했다. 인디언 관련 책들은 앞으로도 꾸준히 선보일 전망이다.새달 열린책들에서는 인디언 정신을 역설하는 내용의 신간 ‘지금은 자연과 대화할 때’를 펴낼 계획이다.나무심는사람들에서도 연말쯤 인디언 의학서를 출간한다. ●음반·패션에도 젊은층 반응 뜨거워 인디언 문화를 책으로 접해오던 많은 소비자들은 음반쪽으로도 귀를 열기 시작했다.뉴에이지·월드뮤직 전문 음반사인 알레스2뮤직은 지난해 12월 국내 최초로 인디언 음반(The Indian Road)을 출시해 짭짤한 재미를 봤다.단순한 플루트 연주와 인디언 원어 노래가 섞인 낯선 음반은 지금까지 1만여장이 팔렸다.비주류 음반치고는 기대 밖의 실적이다. 음반을 기획한 김영호씨는 “일부 지식인층 마니아들을 주로 겨냥했는데 뜻밖에 젊은층의 반응이 좋아 놀랐다.”면서 “11월쯤 북소리와 괴성 같은 인디언식 창법이 좀더 짙게 가미된 2집을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이 음반사는 2집 발매에 맞춰 국내 첫 인디언 콘서트를 열 계획으로 인디언 여성 플루트연주자 메리 영 블러드와 인디언 여가수 조앤 셰난도를 섭외중이다. 인디언 열풍은 패션쪽에서도 조용히 분다.최근 ‘웰빙(Well being)족’들을 중심으로 인디언의 전통민속품을 본뜬 ‘드림캐처’ 스타일이 새로운 패션 아이템으로 각광받는 추세다. ●인터넷서 인디언식 이름짓기 유행 민감한 젊은 네티즌들이 이런 흐름에서 빠질 리 없다.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인디언식 이름짓기가 그 하나.인터넷 해외 사이트에 접속해 ‘마늘냄새나는 스웨터’‘노르웨이의 연약한 자작나무’‘5월의 꽃 메리온’처럼 길고 재미있는 인디언 이름을 얻는 유행이 번지고 있다. ‘인디언 스타일’이 현대인들의 정신적 허기를 달래주는 신약(新藥)일 수 있다면 반가운 일이다.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없진 않다. 마니아 중심의 인디언 문화 모임을 운영하고 있는 인디언전문가 서정록(48)씨는 “자연과 인간의 가치를 동일시하고 공존공생의 삶을 중시하는 인디언 정신이 현대인들에게 충분히 위안이 될 것”이라면서 “그러나 요즘 쏟아지는 신간 가운데 인디언 문화를 오류없이 제대로 전달하는 건 소수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황수정기자 sjh@
  • 이집이 맛있대요/ 화성 토속집 ‘청국장 정식’

    입맛이 없거나 고향 할머니의 손맛이 그리울 때 생각나는 음식이 청국장.그러나 아무리 맛있어도 기본 반찬만 딸려 나온다면 왠지 헛헛한 느낌이 든다.회식을 하거나 귀한 손님을 접대할 때면 더더욱 그렇다.한 곳에서 33년째 3대가 영업하고 있는 경기도 화성시 동탄면 장지리 토속집에서 ‘청국장 정식’을 시키면 상다리가 휘어질 정도로 밑반찬이 나온다.생두부,홍어회무침,북어조림,버섯볶음,고등어 자반,도라지무침,물김치,고추볶음,각종 나물 등 22가지 반찬이 매일 한 가지도 빼놓지 않고 상에 오른다.가짓수도 많지만 모든 게 당일 아침에 신선한 재료로만 만들어지기 때문에 입맛을 더해준다.바이어 등에게 한국의 참맛을 보여주기 위해 이곳을 찾는 기업인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특히 이 집 청국장은 냄새는 심하지 않으면서 담백하게 감치는 맛이 일품이다.군불을 지핀 온돌방에 전통적인 방식으로 띄운 청국장에 소금만으로 간을 하는 게 맛의 노하우.고 박정희 전 대통령이 이곳의 청국장 맛을 보고 감탄해 자주 들러 더욱 유명해졌다. 청국장 정식은1인분에 8000원.큰 부담이 없기 때문에 주변 골프장에서 라운딩을 마친 골퍼들이 클럽하우스 대신 이 집을 찾아 골프장측으로부터 원성(?)을 사고 있다.돼지고기 수육과 낙지볶음,북어양념구이,초두부 등도 인기 품목.한 주전자에 1만원하는 토속주도 별미. 화성 김병철기자 kbchul@
  • [먹고 사는 이야기] 입냄새엔 토마토 주스를

    입냄새는 사람을 사회적 장애인으로 만든다.입냄새가 심한 사람은 손으로 입을 가리고 말을 하거나 다른 사람과의 대화를 두려워하는 까닭이다.입냄새는 상대방을 불쾌하게 하고 자신은 위축된다. 예전엔 입맞춤하기 전 단계로서 입냄새를 제거하는 정도였다.그러나 요샌 입냄새를 하나의 병으로 보고 치료를 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다. 입냄새의 원인은 대부분 치과질환이다.따라서 구취가 심할 경우 치과에 가는 것이 가장 좋다.실제로 잇몸병이 있거나 악화되면 고약한 냄새가 난다.입냄새를 일으키는 것은 공기를 싫어하는 혐기성 박테리아다.이 박테리아는 단백질을 너무 좋아한다.단백질 음식인 우유나 치즈 등의 유제품과 생선 등을 피하라고 권하고 싶다. 커피도 피하는 게 상책이다.커피는 산성이 강해 박테리아의 증식을 돕기 때문이다.술·고기·마늘·파와 함께 흡연도 입냄새를 일으키는 요인이다. 혀의 표면에 하얀 이끼처럼 끼여 있는 ‘설태’도 입냄새의 원인이다.설태는 위장이 좋지 않을 경우 자주 볼 수 있다.설태가 자주 끼면 입냄새뿐만아니라 위의 건강도 염려해 볼만하다.한의학에서는 위에 열이 많을 때 입냄새가 난다고 보아 위열을 식혀주는 처방으로 입냄새를 치료한다. 입냄새를 청소하는 데 침은 큰 도움이 된다.침은 입 안의 세균을 씻어내는 자정작용을 하는데, 침이 마를 경우 세균 증식으로 인해 입냄새가 날 가능성이 높아진다.열이 나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거나 과로할 때,코가 아니라 입으로 숨을 쉴 경우 입 안의 침이 마를 수 있다. 이럴 때 흔히 사용하는 게 껌이나 은단·구강청정제이다.효과는 일시적이다.습관적으로 사용할 경우 입이 건조해져 입냄새가 악화되거나 당분으로 치아가 손상될 수도 있다.장기적으로 의존하면 안되는 이유다. 섬유질이 풍부한 채소는 침샘을 자극해 입냄새를 없애준다.물과 주스를 자주 마시면 입 안을 촉촉하게 유지해 입냄새가 덜 나도록 한다.토마토 주스의 아놀린이라는 성분은 입냄새의 원인인 황화합물 분자를 깨뜨려 입냄새를 방지한다. 한의학에서는 생식기능과 입냄새를 연결시키기도 한다.월경 때나 임신 중인 여성이 호르몬의 분비 상태가 변해 입냄새가 나게 되는 경우가 해당된다.역시 신장기능을 강화하는 처방으로 좋은 효과를 거두고 있다. 이밖에 ‘동의보감’에서는 족도리풀(세신)의 즙을 내어 입에 머금었다 뱉거나,회향의 싹과 줄기를 국 끓여 먹거나 생식해도 좋다.또한 향유를 끓여 즙을 취해 양치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술마신 다음에 나는 입냄새에는 유자를 씹어먹거나 차로 마시면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 장동민 하늘땅한의원 원장
  • [건강칼럼] 어린이 천식

    세살난 남자아이 진영이는 꼭두새벽마다 얼굴이 벌겋게 달아 기침을 해대는가 하면 숨소리까지 거칠어 엄마 애를 태웠다.그러다 얼마전 가을이 시작됐다 싶을 때부터 증상이 심해져 엄마가 들쳐업고 병원을 찾았다.진찰 결과 병명은 천식이었다.갓 태어나서부터 증상을 보였다니 꽤 오래된 셈이다. 한방에서는 천식을 효천증(哮喘證)이라고 한다.목에서 가래소리가 나고(哮),호흡이 빠르다(喘)는 데서 붙여진 이름이다. 기침과 천명(쌕쌕거리는 숨소리),호흡곤란이 있으나 열이 없다는 점이 감기와 다른 점이다.전형적인 알레르기성 질환으로,집진드기와 애완동물 혹은 인형의 털,곰팡이 등이 기관지를 자극해 나타난다.더러는 유전적 요인이 작용하거나 대기오염,감기 후유증,소화기능 약화로 면역력이 떨어져 생길 수도 있다. 진영이처럼 천식이 심한 경우 우선 기침을 가라앉혀야 한다.기침에는 마황,행인,소자 등의 약재가 좋다.기침이 잦아들면 체력과 면역력을 기르기 위해 인삼,황기,맥문동 같은 약재를 처방해 치료한다.일반적으로는 가래가 끓는 천식에는마황·박하·백복령을,추위를 많이 탈 때는 백작약·오미자를,위장이 차고 소화력이 약해 쇠약해진 아이에게는 인삼·백출·진피 등을 처방한다.모든 알레르기 질환이 그렇듯 천식도 단기간에 완치되지 않고 자꾸 재발하기 때문에 꾸준한 치료가 중요하다.천식 환자가 있는 가정에서는 알레르기 원인물질을 없애야 한다.아파트에서는 청소와 환기를 자주하고 이불을 볕에 자주 말리면 집진드기의 서식을 막을 수 있다.밤중에 심한 기침에 시달릴 때는 목 옆에 가로로 걸쳐 있는 쇄골의 어깨쪽 끝에서 겨드랑이 쪽으로 3㎝쯤 되는 곳을 엄지손가락으로 꾹 눌러주거나 미지근한 물을 마시게 하면 다소 진정된다.또 기관지를 튼튼하게 하는 도라지·오이·파뿌리를 자주 먹이되,냄새가 나는 파뿌리는 레몬과 함께 끓인 물에 꿀을 타서 먹이면 된다. 중요한 것은 천식을 방치할 경우 어린 아이의 성격 형성에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증상을 키우는 경우가 많아 가능한 한 빨리 치료받는 것이 좋다는 점이다. 이정언 도원아이한의원장
  • 징그러운 뱀? 알고보면 깜찍!/애완용 뱀 키우기

    전래동화 속의 뱀은 약한 이를 위협하는 존재이고,기독교에서 뱀은 사악한 동물이다. 간사하고 저주받은 동물로만 여겨진 뱀.이런 뱀이 외관이 아름답고 먹이를 자주 먹지 않아 기르기 쉬운 애완동물로 10∼20대 사이에 탄탄한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다. “왜 뱀이 징그럽고 교활한 동물이라는 고정관념이 생겼는지 모르겠어요.우리 ‘스넥’(스트라이프 킹스네이크)은 눈이 마주치면 흠칫 놀라는 게 얼마나 귀여운데요.” 뱀을 사육한 지 한달을 갓 넘긴 오정훈(16·고2)군의 말이다. 정훈군이 이런 말을 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뱀을 키우겠다는 ‘선포’를 한 뒤 가족의 반대가 상당히 심했기 때문이다.반대에 부딪히는 것은 뱀을 키우기 위해 한번씩은 거쳐야 할 관문인 듯하다. 밴디드 킹스네이크를 구입한 지 3개월 됐다는 신은혜(15·고1)양은 “뱀을 데려오기만 하면 버려버리겠다고 하신 부모님도 지금은 아주 싫어하지는 않으세요.화려하고 멋진 것이 관상용으로는 제격이라 가끔은 집에 온 손님에게 자랑도 하시죠.”라며 활짝 웃어보인다. 애완동물로기르는 뱀은 캘리포니아 킹스네이크,알비노 콘스네이크,밀크스네이크,그린스네이크 등 40여종류.가격은 5만원에서 30만원까지 다양하다.유체의 크기는 40∼50㎝,성체가 되기까지 2∼4년이 걸리며,길이 1∼1.8m,지름 3∼4㎝ 정도로 커진다.그러나 생각만큼 큰 공간을 차지하지는 않아 뱀 전체 길이의 절반 정도 되는 사육장이면 충분하다. 첫날밤은 동물에게도 중요한 법.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하루쯤 사육장을 검은 천으로 완전히 가려 안정을 주는 것이 좋다.먹이는 먹이용 쥐, 미꾸라지, 물고기 등이며,간혹 종에 따라 곤충을 먹기도 한다.사육장의 온도는 28∼30℃를 유지한다.통풍이 잘 돼 서늘하도록 해주어야 피부병에 걸리지 않는다.뱀이 몸을 완전히 담글 수 있는 물그릇과 은신처가 필요하다.튼튼한 잠금장치는 필수.자칫하면 뱀이 탈출을 시도할 수 있다.수입종은 모두 독이 없다.1m 이상 크기의 뱀에 물렸을 경우에는 약품으로 소독만 해주면 된다. 단순히 호기심으로 뱀을 기르는 것은 피하고,자신이 기르는 뱀이 쥐를 먹는다는 것에 대해 혐오감을갖지 않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렙타일클럽(www.reptileclub.net)의 오성진 대표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가진 선입견처럼 뱀은 거북하고 징그러운 존재가 아니다.오히려 일주일에 한번 먹고 자체에서 풍기는 냄새도 없어 가장 기르기 쉬운 애완동물 중 하나”라고 말했다.이어 “만약 뱀을 키우기 어렵게 됐다면 공원,산 등에 내버리는 것보다 직거래 판매를 하거나 애완동물 매장에 기증을 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최여경기자 kid@
  • [마당] 중랑천을 달리다

    한 10여 년쯤 전에 “아직도 강북에 사십니까?”라는 농담이 유행한 적이 있었다.그때 그 말을 농담으로 듣지 말고 강남으로 이사를 했어야 했다.이제는 강남으로 이사를 하고 싶어도 이사를 할 수 없다.내가 사는 노원구의 아파트를 팔아서는 강남으로 가기는 도저히 불가능한 것이다. 추석 연휴 마지막 날,‘매미’가 물러간 직후 자전거를 타고 중랑천으로 나갔다.오랜만에 맑은 하늘을 볼 수 있었다.많은 비가 와서인지 중랑천의 물은 눈으로 보기에는 그런대로 맑았고,중랑천을 따라 양안에 개설된 자전거도로를 따라 남녀노소를 불문한 수많은 주민들이 자전거,인라인 스케이트,달리기,걷기 등을 즐기며 휴일을 보내고 있었다.낚시를 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올해 들어서 동부간선도로를 타고 운전을 하다보면,나름대로 멋진 광경을 많이 보게 된다.봄에는 둔치에 유채꽃이 장관을 이룬다.상류 쪽에는 노란 개나리가 길게 이어져 봄을 맞이하는 눈을 화들짝 놀라게 한다.초여름에는 밀밭이 전개되더니 7월을 지나서는 해바라기 노란 꽃이 몇 ㎞에 걸쳐 이어진다.해가 뉘엿뉘엿 지는 저녁 무렵,중간중간에 있는 농구장과 같은 체육시설에는 사람들이 빼곡해서,여유의 활기를 보는 것 같아 운전 중에도 기분이 좋다.게다가 월릉교를 지나고 나면-이 무렵부터 상습 정체 구간인데-북한산의 제법 웅장한 산줄기가 석양빛을 반사하며 시야를 가득 채운다. 중랑천은 양주군에서 발원하여 의정부를 지나 남류하여 도봉구,노원구,중랑구,동대문구 등을 지나 청계천을 품고 한강으로 흘러드는 하천으로 서울시에 있는 한강 지류 중에는 가장 크다.길이 약 20㎞.최대 너비 150m.유역 면적 288㎢.경기와 서울의 경계 부분은 서원천(書院川),도봉구 창동(倉洞) 부근은 한내(漢川)라 한다.동대문구 이문동 부근부터 중랑천이라 한다.청계천 외에 당현천,도봉천,우이천,묵동천,면목천 등의 지류가 있다.중랑천 유역에 사는 인구는 줄잡아 300만명이나 된다. 중랑천을 따라 자전거를 타면서 여러 가지를 생각한다.대치동에 사는 고등학교 동창 녀석.얼마 전 만났더니 맑은 양재천을 따라 조깅을 한다 어쩐다,아파트가 8억원이나 한다 어쩐다,술도 줄이고 금연을 했다나,어쩐다나. 자전거에서 내려 담배 한 대 피우면서 마침 대를 드리우고 있는 낚시꾼 옆으로 가서 말을 건다.“좀 나옵니까?” 낚시꾼은 대답 없이 살림망을 들어 전리품을 보여준다.전차표를 갓 벗어난 붕어 서너마리.“먹습니까?”“먹긴,손맛이나 보는 거지.”“미끼는요?”“여긴 지렁이가 잘 들어요.” 그럼,그래야지.동물성 미끼를 써야 오염이 안 되지.손맛 많이 보라는 인사를 하며 자전거에 올라탄다. 하류로 가면서 강폭도 넓어지고 사람들도 많아진다.하지만 한양대학교가 건너다 보이는 지점에 오면 자전거도로는 끝이 난다.더 넓고 쾌적한 한강 둔치와는 단절되어 있는 것이다.그 단절은 강남에 대한 강북 사람의 경제적·문화적 단절 같이 느껴지기도 한다.물론 그런 생각 자체가 중랑천변에 사는 사람들의 콤플렉스겠지.그렇거나 말거나 나는 새로 복원되는 청계천에 자전거도로가 생겨서-중·고교 시절 자전거로 등하교를 했던 것처럼-사무실이 있는 인사동까지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퇴근해서친구들과 술 한잔 마시고-지하철에서 술 냄새 풍기지 말고-쉬엄쉬엄 천변을 따라 자전거를 타고 귀가했으면 좋겠다. 하 응 백 문학평론가
  • 고된 삶을 엮으니 詩가 되고…/수팅 시집 ‘상수리 나무에게’

    “나는 한 시간 정도의 오후 휴식시간을 이용하여 냄새나는 공장 담벼락에 축축한 시멘트 포대를 몇장 깔고 벽돌을 베고 누워 ‘아도르노의 미학평론’을 마저 읽을 수 있었다.”(154쪽) 중국의 대표적 여성시인 수팅(舒)의 시집 ‘상수리나무에게’(시평사 펴냄)가 국내 처음으로 번역 출간됐다.계간 ‘시평’지가 ‘아시아시인선’시리즈 첫 기획으로 내놓은 수팅의 작품은 두가지 의미에서 인상적이다. 먼저 시인이 겪어온 신산한 삶.중학교 2학년을 중퇴한 이후 미장공 전구공 납땜공 등 노동자로 살아오면서 “한밤중까지 야근을 할 때면 별들이 실명한 눈동자처럼 창백하고 무력해 보였다.”고 기억하는 힘든 시절 틈틈이 쓴 59편의 시들은 고르게 높은 수준을 보여준다.그 힘은 개인적 체험에 매몰되지 않고 보편적 정서로 승화하고 있는 데서 나온다. 또 시인이 추구한 인간의 가치는 계급성을 강조하는 사상적 통제에도 눌리지 않았다.노동현장의 ‘작업라인’을 노래한 뒤 어느 시 잡지 편집자로부터 “우울하고 난삽하여 청년 여공의 정서에 적합하지 않다.”고 비난받은 시 ‘조국이여,내 사랑하는 조국이여’가 대표적인 예.시가 끊임없이 비판의 도마에 오르는 등,여공이면서도 호화생활을 잊지못하는 자산계급으로 오해받을 정도로 그는 인간의 감정에 충실했다.고통의 직접적인 토로보다는 누구나 공감할 서정적 무늬를 수놓으면서 현실을 따뜻하게 응시한다. “…하이데거 표현대로 ‘가슴이나 머리가 아닌 온몸으로 동시에 쓴 시’… 중국 문학비평가인 류짜이푸(劉再復)가 말한 것처럼 ‘작품과 인간이 일치하는’시…수팅의 시가 그런 시”라는 번역자인 중문학자 김태성씨의 평가는 과장되게 들리지 않는다. 이종수기자
  • [화제의 사이트] betterlife.pe.kr

    회사원 최미향(27·여)씨는 괴롭다.모처럼 쉬는 날 따뜻한 밥 한끼를 챙겨먹으려 해도 입에 맞는 반찬 한가지 제대로 만들 줄을 모른다.욕실 바닥에 낀 물때를 없애려고 낑낑거려봐도 힘만 들고 표가 나지 않는다. 이렇게 집안일이 힘들 때는 결혼 3년차 주부 박순금씨가 운영하는 ‘생활의 지혜’(betterlife.pe.kr)를 클릭해 보자.박씨가 좌충우돌하며 겪은 경험담으로 엮은 ‘주부 매뉴얼’이 준비돼 있고,베테랑 주부들이 심심찮게 ‘훈수’를 두기 때문에 꼭 필요한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다. 맛깔나게 요리하고 깔끔하게 세탁하는 방법은 기본이다.비좁은 전셋집이 넓어 보이도록 방을 꾸미는 인테리어 방법,건강에 좋은 먹거리를 소개한 코너는 알뜰 주부의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다. 가장 큰 장점은 사례별로 자세하게 살림 노하우를 알려 주는 것이다.귤을 오래 보관하려면 약한 소금물에 1∼2분 정도 담갔다가 꺼내면 되고,하수구 냄새를 막으려면 배수관 입구에 항상 물이 고이도록 하라는 설명은 책에서는 찾기 힘든 ‘생활의 지혜’다. 누군가 ‘오렌지 껍질을 제대로 벗기는 방법을 알려 달라.’는 글을 올렸더니 ‘뜨거운 물에 살짝 담갔다가 빼내면 된다.’,‘몸통에 흠집을 내 세로로 벗기면 쉽다.’는 식으로 저마다의 노하우가 속속 올라오는 것도 특징이다. 사이트를 운영하는 박씨는 “사소하더라도 실생활에 꼭 필요한 정보를 올려 살림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도 쉽게 따라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박지연 기자 anne02@
  • 명절모습 바꾸는 사람들 / “차례 꼭 큰집에서 지내야 하나요”

    명절증후군이란 ‘특별하고,유별난’ 여성들만의 이야기는 아니다.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의 여성들은 명절을 앞두고 감기와 몸살이 겹치기도 하고,두통에 우울해지기도 한다.명절연휴 동안 이어지는 부엌일에 대한 부담은 물론 철저한 남녀불평등이 명절문화 속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명절풍습은 그전보다 간소화됐고,형식적인 측면에서도 많이 달라졌다.“추석에는 남자들이 설거지하는 거래.”라고 말하며 팔을 걷어붙이는 남자들도 늘고 있고,전통을 고집하셨던 어르신들도 요즘엔 “성현도 시속(時俗)을 따르라 했다.”며 앞장서서 명절문화를 바꿔가기도 한다. ‘함께 웃는 명절’로 나아가야 한다는 공감대는 형성됐다.다만 그 실천방법이 문제다.한국여성단체협의회 은방희 회장은 “평등하고 즐거운 명절문화는 건강한 가정과도 직결된다.남성의 의식변화와 함께 여성들의 보다 적극적인 노력이 있어야 명절문화를 바꿔나갈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새로운 명절을 만들기 위해 어떻게 할까.곳곳에서 시작된 명절개혁을 몇 가족을 통해 알아본다. ●상경하는 형, 차례준비하는 동생 심종철(40·경남은행 대치지점 과장)씨 가족은 올 추석은 서울에서 차례를 지내기로 했다.마산의 큰형 가족이 서울로 올라오고,서울의 작은형 가족과 함께 차례를 준비하기로 한 것이다. “손님처럼 내려가기만 하다가 이렇게 직접 차례준비를 하니까 기분이 다릅니다.더욱이 우리가 시골로 내려가면 아내의 경우 서울의 친정은 마음뿐 명절에는 아예 갈 수도 없었는데 이번에는 오랜만에 아내와 함께 오후에는 처가에도 인사드리러 갈 겁니다.”심씨는 오랜만에 아내에게 빚을 갚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심씨의 부인 오숙희(38·서울 강동구 둔촌동)씨에게 “시골가는 것보다 차례준비가 더 힘들지 않겠느냐.”고 묻자,손사래를 쳤다.“천만에요.늘 형님이 모두 준비하신 것이 미안했는데 오랜만에 형님 가족들을 제가 대접한다는 생각이에요.물론 조상님 대접도 그렇고요.”심씨는 아내와 형수 구영숙(39·서울 송파구 가락동)씨와 함께 오랜만에 슈퍼나들이를 했다. “큰형님이 많이 변하셨어요.그전에는 당연히 맏형 책임이고,도리라고 생각하시더니 오히려 ‘내려오는 길이 막히니 우리가 서울가는 게 동생들을 배려하는 것이 되겠다.’고 생각을 바꾸셨어요.저도 오랜만에 아들 노릇,동생 노릇하는 것 같습니다.” 오랜만에 3형제가 만나니 서울인근 나들이 계획도 짜야겠다는 그는 “14시간씩 걸리는 자동차를 타는 스트레스가 없어지니 어린 시절의 명절처럼 설렌다.”고 말했다. ●시아버지는 제기 닦고 남편은 메밀전 부쳐 권희은(29·전남 여수시 문수동)씨는 강원도 인제까지 12시간을 달려가는 명절 나들이가 떠들썩한 분위기 때문에 돌아오는 길에는 늘 허무했다는 생각이 들었다.“남자들이야 ‘고향에 온 보람’을 한아름 안고 흐뭇하게 떠나지만 여자들은 빨리 집에 가서 누울 생각만 하게 마련이잖아요.” 그러나 특별한 이벤트인 ‘롤링 노트(rolling note)’를 제안한 뒤 명절이 기다려진다.“대학시절 MT 가서 선배가 후배에게,후배가 선배에게 서로 하고 싶은 말을 썼던 롤링페이퍼에서 벤치마킹했어요.아버님 노트부터 제 딸아이 것까지 8권을 마련해서 온가족이 이야기를 남기기로 했어요.첫해에 남자들은 시큰둥한 반응이었지만 저는 아버님과 아주버님,남편의 노트에 명절 음식장만에 함께 참여해줄 것을 호소했지요.그러자 다음 명절부터 서서히 달라지기 시작했어요.” 최근에는 남편형제가 메밀전을 부치는가 하면 뒷짐을 지고 있던 시아버지가 제기를 닦으면서,“그럼,힘들 때는 서로 도와야지.”라고 이야기할 정도로 달라졌다고 한다.롤링 노트는 서로 격려와 사랑을 듬뿍 담은 이 집안의 보물로 자리매김했다. 결혼 9년차의 안미숙(40·부산 사상구 감전2동)씨는 ‘생각만 해도 몸서리치는 명절’이 아니라 손꼽아 기다려지는 명절을 만들기 위해서는 의식이 바뀌어야 하지만, 여성들의 의식이 먼저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충남 논산의 시댁에 갈 때는 평소 부산에서 생선 값이 쌀 때 미리 준비해 둔 것을 갖고 갑니다.그리고 음식은 조금씩만 준비하고,일할 때도 속으로는 힘들지만 꾹꾹 참고 하다가 결국 화내고 마는 악순환대신 ‘도련님,저것 좀 갖다주세요.’‘아버님,이건 어떻게 하나요?’라고 식구들을 동참시켜요.참,남자들이 얼마나 꼼꼼하게 일하는지 아세요? ‘감히 어른에게…’이런 생각을 하는 여성이라면 명절증후군,평생 못 벗어나요.” 생각만 바꾸면 명절이야말로 가족의 화목을 다지는 가장 좋은 계기가 된다고 안씨는 자신했다. 젊은 세대들만 명절이 달라져야 한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주부경력 30년이 넘었건만 명절이면 아직도 가벼운 두통이 느껴진다는 이홍화(60·서울 동대문구 청량리2동)씨는 지난해부터 명절마다 두 며느리 중 한 사람은 친정나들이를 하는 ‘명절 개혁’을 했다. “큰며느리는 전업주부고,둘째는 직장을 다녀요.그런데 동서가 있는데도 명절에 자신만 일하니 큰며느리가 기분이 좋았을리 없지요.게다가 재작년 추석 저녁에 전을 부치던 큰며느리가 둘째네가 오자 일어서다 그만 뜨거운 프라이팬에 손을 데게 됐어요.큰 사고는 아니었지만 며느리는 울음을 터뜨렸고,가족들 마음이 모두 편치 않았어요.가만히 생각해보니 손에 물 한방울 묻히지 않고 키웠을 외동딸을 심성이 무던하다는 것만 믿고 제가 너무 많은 일을 시킨 것은 아닌가 자책도 들었고,그렇다고 직장에서 일하다 허둥지둥 달려온 작은애를 야단칠 일도 아니고….결국 명절이 달라져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지요.” 이씨는 명절준비 합리화대책을 세웠고,작년 설날에는 큰아들 가족을 일찌감치 처갓집에 보낸 후 장보기부터 둘째네와 함께 시작했다.물론 음식양도 반만 준비했고,‘여자들’이 일하는 대신 ‘가족’이 함께 일하니 한결 쉬워졌다고 한다. “그리고 옥상에서 가족이 함께 달맞이 행사도 하고 손주들에게 추억을 많이 만들어주려고 합니다.아이들의 명절 추억이란 것이 고작 손님들로부터 용돈받은 것이라는 일기를 본 후 추억을 만들어주는 할머니가 되기로 했어요.” ●아들마다 돌아가며 제사 모시기도 올 가을에 딸이 결혼한다는 송재원(53·경기 고양시 덕양구 성사동)씨는 형제가 돌아가면서 제사를 모시는 것이 귀성전쟁에서 벗어나는 비결이라고 말했다. “새벽 3시에 출발할 때는 아침에 시댁에 도착해서 큰동서를 도와 음식장만할 계획이었지요.하지만 아침도 굶고,점심도 굶으면서 16시간을 길에서시달린 뒤 저녁 어둑어둑해서야 도착했죠.우린 우리대로 짜증이 났고 맏동서는 거드는 손 하나없이 음식을 만드느라 늘 힘이 들었죠.”처음에는 제사는 맏이의 의무이자 권리라는 유교적 관습을 바꾸기가 쉽지 않았지만 지방마다,가정마다 풍습이 다른 만큼 얼마든지 개선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단다.그래서 추석 차례는 며칠 앞서서 지내고,설날은 양력 1월1일에 차례를 지내는 것으로 바꿨다. “그래도 반드시 장남의 집에서 제사를 모셔야 한다는 생각만은 벗기가 어려웠어요.그런데 아버님께서 ‘어디서 지내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정성이 들어가면 되지.’라고 결론을 내려주셔서,아들마다 돌아가면서 제사를 모시게 됐어요.망자(亡者)는 음식냄새 따라 온다는 말이 있기도 하고,또 음식장만을 소홀히 하는 게 싫어서 모두 모여서 음식을 장만하는데 이젠 손이 척척 맞아요.어느 한 사람에게만 책임을 강요하는 것이 과연 조상님이 원하는 방식일까 싶어요.”‘상놈 명절지내듯 한다.’고 비웃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고 염려하면서,송씨는 “옛것을 그대로만 지켜야 한다고 고집한다면 개선해서 지속시킬 수 있는 미풍양속도 그나마 사라지고 말지도 몰라요.”라고 기성 세대가 생각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1년에 7번이나 제사를 모시느라 제례와 명절맞이 준비로 젊음을 다 보냈다는 권정순(58·강원도 횡성군 횡성읍)씨는 3년 전부터 제례 풍습을 완전히 바꿨다. “저희 집안에서는 반드시 약주와 송화와 삼색다식을 만들어 제사를 지내왔어요.그런데 제가 절편과 육류 등 제수를 대폭 줄였고,몇 가지씩 담던 김치도 나박김치 하나로 줄였어요.또 모든 일은 당번제로 했지요.제사에 참가하는 사람이 어른 아이 모두 41명인데 설거지 당번을 젊은 층에서 아들,딸,며느리를 구분하지 않고 3년에 한 번씩 하도록 했고,향을 사르는 것도 나이순으로 위에서 아래로 남녀차별없이 하는 등 현대화하는 방식을 택한 것이지요.그대신 추석에는 송편을 빚고,설날 전에는 만두를 함께 빚는데 아무리 바빠도 모두들 참석하려고 멀리에서 달려옵니다.” 그는 “간소하게 하려고 했던 당초 계획과 달리 먼 친척들까지 참여하게 돼 모이는 숫자가 더 늘어난다.”고 말하면서도 “제수는 줄어도 정성과 기쁨은 오히려 두 배로 늘었다.”고 말했다. 허남주기자 hh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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