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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자와 차 한 잔] ‘당신, 연암’ 펴낸 문학박사 간호윤

    [저자와 차 한 잔] ‘당신, 연암’ 펴낸 문학박사 간호윤

    나직이 읊조려 본다. “당신, 연암” 열한 개 목소리가 메아리로 돌아온다. 말본새가 다 다르다. 청문회에 불려나온 증인이나 참고인이 각자의 처지에서 한 인간을 그려보는 것 같다. 쌍따옴표만 홀따옴표로 갈음한 연암 박지원(1737~1805)의 평전 ‘당신, 연암’(푸른역사 펴냄, 1만 5000원)을 쓴 간호윤(51)씨를 하늘색 맑았던 지난 11일 만났다. 오후 6시 만나 그날의 어스름을 배경으로 한참 차를 나눴다. ●저서엔 손자·청지기·부인 등 다양한 인물 등장 그의 책은 똑 청문회장을 옮긴 르포르타주다. 먼저 연암을 향해 수굿하지 않은 목소리를 내는 이들이다. 묫자리를 다투며 그의 죽음을 앞당기는 데 일조한 유한준, 소설을 끔찍히 경계해 많은 소설을 낸 그에게 자송문을 권할까 고민한 정조, ‘연암집’을 펴내 할아버지를 곤란하게 만들 수 없다는 손자 박규수가 등장한다. 다음으로 연암을 가장 가까이 지켜본 이들이다. 마님이 눈을 감은 다음 날 이승을 떴다는 기록이 전하는 청지기 김오복, “문 앞엔 빚쟁이가 기러기처럼 줄 섰고”란 남편의 글을 인용하면서도 애틋한 부부애를 전한 부인 이씨, 미물에도 다사로웠던 부친이 뜻밖에 ‘개를 키우지 마라’고 했던 이유를 되새기는 장남 박종채가 그들이다. 다음은 평생 우의를 나눈 벗들. 처남이자 ‘열하일기’를 국제정치적으로 접근할 정도로 깊이가 있었던 이재성, TV 드라마로 소개돼 낯익은 제자인 무사 백동수, 끼니를 거르는 게 일이었던 연암의 살림을 부축한 유언호 등이다. 마지막으로 ‘연암집’이 갑신정변을 일으켰다고 다소 뜨악한 주장을 남긴 연암과 저자다. 연암은 “나는 냄새나는 똥주머니로 이 땅에서 예순아홉 해를 산 조선의 삼류선비”라고 되뇌고, 저자는 “백지에 조선의 달빛 같은 글이 떨어진다.”며 평생의 사표로 삼은 옛 스승을 흠모한다. 책을 읽는 내내 연암의 불면증과 우울이 산마루에 걸린 달빛마냥 아프게 여겨졌는데 그러고 보니 저자가 연암을 빼닮았다. 노론 벽파로서 보장된 출셋길을 마다하고 과거 시험지에 시화만 그려 놓던 일이나 가난을 가학(家學)으로 삼은 점, 글 쓰는 것을 전쟁처럼 여겼던 것이 그렇다. ●이번 책이 벌써 열아홉 번째 순천향대 국문학과를 졸업해 고교 교사로 10년 일하다 뒤늦게 한국외국어대에서 석사를, 인하대에서 박사 학위를 땄다. 시간강사로 여러 대학을 나가는 틈틈이 경기 부천의 서재 ‘휴휴헌’에서 책을 쓰는데 이번이 열아홉 번째다. “학력이 변변찮아서인지 교수 임용에 낸 이력서만 100여통이 넘고, 어느 날은 부친 빈소의 병풍 뒤에서 이력서를 꾸민 아픔도 겪었어요. 한때 극단적인 생각도 했고요. 그러다 ‘논어’의 한 대목 ‘힘이 부족하다고? 예서 그만 두려는구나. 지금 네 스스로 선을 긋는구나’를 읽고 정신을 차렸지요.” 자신의 서가(書架) 대여섯 칸을 채울 만큼 연암을 다룬 저작들은 세상에 널렸다. “2005년에 ‘개를 키우지 마라’를 내면서 전공인 고소설만으로, 내 얘기만으로 연암을 얘기해선 안 되겠다, 그의 인물됨을 대중에게 쉽게 알려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생각을 곰삭여 책을 내게 됐습니다.” 지금은 178㎝에 80㎏ 나가지만 한창 공부할 때는 50㎏ 정도 나갔다고 한다. “어느 날 딸의 몸이 제 팔에 스치게 됐는데 소스라치게 놀라더군요. 그만큼 아비 노릇을 못했습니다.” 신선한 필체만으로 책의 가치를 가둘 순 없다. 쪽마다 오롯이 새겨야 할 우리말이 그득하다. 그 많은 말들을 어떻게 찾아내느냐고 묻자 “책에 글항아리란 표현이 있지 않습니까. 퍼뜩 생각이 떠오를 때마다 적어둡니다.”라고 답한다. 몇년 전 학회에서 “당신 논문은 학문 발전에 0.001%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험구를 들었다며 허허로이 웃은 그는 “평생 책을 낼 겁니다. 권세가들로부터 문둥이란 비난을 듣고도 ‘그래 난 문둥이다’라고 당당했던 그분처럼 뭇 사람들에 연암의 인간다움이 역병(疫病)처럼 돌게 만들었으면 합니다.”라고 덧붙였다. 글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사진 이호정기자 hojeong@seoul.co.kr
  • 방향없는 몸짓 어정쩡한 시선 그게 우리더라

    방향없는 몸짓 어정쩡한 시선 그게 우리더라

    “맞아요. 저 표정, 이것도 저것도 아닌 저 표정, 그게 어떤 연기나 쇼가 아니라 진짜 사람의 얼굴에서 나오는 표정이라고 봤습니다. 양가성을 가진 표정이지요.” 18일부터 11월 11일까지 서울 사간동 금호미술관에서 초대전을 앞두고 있는 오원배(59) 작가를 서울 필동 동국대 작업실에서 만났다. 학교 내 작업실인데 복층 공간이라 높이가 상당했다. 원래 보일러실 옆에 붙은 창고 같은 공간이었는데 우연한 기회에 차지하게 됐고, 학교에서 이리저리 손봐준 데다 사비까지 얹어서 작업실로 고쳐 쓰고 있다. 조금 퀴퀴한 냄새가 나는데도 “작업실을 오가려면 시간이 낭비되니까, 학교에 몸담고 있는 사람이라면 학교 안에 큰 작업실이 있는 게 꿈이에요. 저야 복받은 거죠.”라고 받아넘긴다. 이번 전시 제목은 ‘회화적 몸의 언어’. 몸의 언어를 내건 전시답게 그림 속 등장인물들의 동작은 아주 크고 다이내믹하다. 다만 뭔가 방향성은 없어 뵌다. 초점 없이 흐릿한 눈처럼, 어두운 굴 속을 더듬더듬 짚어 나가는 모습들이다. 무얼 찾아 나가나 싶어 표정을 살펴볼라치면, 그냥 중립적이다. 당황하거나 겁먹었다든지, 저기 멀리 어디선가 출구에서 나오는 빛을 발견했다든지 하는 표정이 아니라는 말이다. 온몸의 신경세포를 곤두세워 주변 상황을 더듬어 나가는 데만 몰두하는 표정들이다. 작가가 자살이냐, 반항이냐, 희망이냐를 두고 고민했던 알베르 카뮈에 대한 얘기를 들려주는 이유다. 또 작가의 작품을 두고 ‘실존’, ‘소외’ 같은 단어들이 따라붙는 이유다. ●700~1000호짜리 20점… 미술관 전관 채워 그림은 또 압도적으로 크다. 사실 금호미술관 전관을 다 쓰는 전시라는 말, 그리고 전시하는 작품 수가 20여점이라는 말을 듣고 고개를 갸웃했다. 워낙 대작을 많이 선보여 오기는 했지만, 그래도 어떻게 그 넓은 공간을 다 채우나 싶었다. 그런데 그림을 보면 답이 나온다. 그림 하나가 700~1000호다. 캔버스 두 개를 덧대어 만든 작품도 여럿이다. 젊었을 때야 신났더라도 나이 들면서는 은근 후회하지 않았냐 했더니 “이상하게도 대형 작업을 해야 속이 시원하다.”고 웃더니 “1980년대 프랑스 유학 때 아주 강렬한 대작들을 많이 봐서 그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한다. 또 대학에 자리잡은 작가다 보니 팔리는 작품이 아니라 정말 작품성 있는 그림을 선보여야 한다는 점도 작용했다고 한다. “앞으로 몇년간은 열심히 사다리를 오르내리겠는데, 더 나이가 들면 전동리프트를 사서 그걸로 오르내려야 할 것 같다.”며 웃는다. 그렇게 큰 캔버스 위에 그려놓다 보니 인물들은 “실제 인체의 3배 크기”라고 한다. ●“닳고 닳은 몽당 붓 거친 느낌 그림 맛 살지…” 또 작가는 몽당 붓을 선호한다. 아니 공사장에서 쓰는 붓도 제법 쓴다고 했다. 부드러운 붓으로는 뭔가 느낌이 살지 않는다고 했다. 거기다 직접 물감을 만들어 쓴다. “남들은 천연안료 쓰냐고 부러워하는데 내가 쓰는 건 다 화학약품”이라며 웃었다. 몸에 해로울 법도 한데 아직 별 이상이 없는 걸 보니 더 작업해도 될 것 같단다. 이번에는 독특한 공간도 선보인다. 그간 작업에서 배경이 주로 추상적인 공간이었다면, 이번엔 정밀한 기계식 공장의 풍경이 등장한다. 그것도 아주 빽빽하게 기계설비가 들어찬 공간이다. 인천 지역 공장 풍경에서 따왔다고 한다. “그림을 하는 사람이라 그런지, 우연한 기회에 공장을 견학할 기회가 생겼는데 그 분위기와 공간 분할 같은 것들이 시선을 붙잡아 끌었다.”고 했다. 기기묘묘한 철골구조와 요즘은 웬만한 공장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거대한 벨트 구동 기계들이 쭉 깔려 있다. 특유의 검은색 배경에 비하자면 밝아졌다고 할 수는 있겠지만, 기계류들이라서 그런지 쇳가루 냄새가 물씬 풍겨온다. 대작 외에도 틈틈이 그려온 드로잉 200여점도 한데 모아 전시한다. 대작을 보다, 이러다가 회고전을 어떻게 감당할 거냐고 농담 삼아 물어봤다. 그랬더니 의외의 대답이 나왔다.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 가운데 제자들이 많은데, 작품을 위해 이들을 찍어둔 사진을 함께 공개해 버리겠단다. 그림에서 보듯 당연히 인물들은 헐벗고 있다. 긴장하는 게 좋겠다. (02)720-5114. 글 사진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1년 전 소식 끊긴 부인, 알고 보니 싸늘한 미라로…

    1년 전 소식 끊긴 부인, 알고 보니 싸늘한 미라로…

    부인으로부터 소식이 끊긴 건 1년 전이었다. 교도소에 갇혀 있는 남편은 애만 태우다 최근 외출을 허가받아 집으로 달려갔다. 그러나 그를 반긴 건 부인이 아니라 부인의 미라였다. 교도소에 수감된 남자가 간만에 외출해 미라가 된 부인을 발견한 황당한 일이 스페인에서 벌어졌다. 사건은 스페인 마드리드 지방의 시엠포수엘로스라는 곳에서 발생했다. 앙헬레스 페르난데스라는 여자가 지난해 9월부터 돌연 교도소에 수감돼 있는 남편에게 연락을 보내지 않기 시작했다. 처음엔 부인의 소식이 궁금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남자의 궁금증은 불안으로 변해갔다. 남자는 “부인이 이상하다. 확인해달라.”고 했지만 교도소 당국은 이를 무시했다. 1년 만에 외출이 허락된 남자는 단숨에 집으로 달려가 침대에 누워 있는 부인을 발견했다. 하지만 부인의 숨은 끊어진지 오래였고 이미 미라로 변한 상태였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그의 부인이 미라로 발견되기 전 이웃주민들도 경찰에 여러 번 확인 요청을 했었다. 집에서 이상한 냄새가 난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법원이 수색허가를 내주지 않는 바람에 경찰은 집에 들어가지 못했다. 법원은 여자가 평소 지저분해 냄새를 풍기고 다녔다는 증언을 듣고 수색허가를 내주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현지 언론은 “미라에게 폭행의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며 현재로서는 타살의 가능성이 배제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진= 안디노 해외통신원 손영식 voniss@naver.com
  • [열린세상] 불산 유출 공포와 정부 대책 /강대희 서울대 의대 예방의학 학장

    [열린세상] 불산 유출 공포와 정부 대책 /강대희 서울대 의대 예방의학 학장

    경북 구미시에서 발생한 불산 유출 사고의 파장이 걷잡을 수 없는 수준으로 번지고 있다. 사고 발생 후 보름 가까이 지났지만 피해자 숫자가 계속 불어나고 있다. 불산은 활성이 강해 반도체 등 첨단제품의 세정작업과 주석·납·크롬 등의 도금작업, 스테인리스강 표면처리 등에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불산은 공기와 접촉하면 연기를 내며 자극적인 냄새가 나는 유독성 가스다. 인체에 닿으면 피부와 점막을 심하게 부식시킬 수 있는 물질로, 특히 고농도로 흡입하면 강한 독성을 보여 신경조직 손상과 폐부종 등이 생겨 사망에 이를 수 있다. 하지만 특유의 유독성 냄새 때문에 유출 초기에 조기 대응이 가능하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번 사건은 조기 대응 부실이 얼마나 큰 피해를 가져올 수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환경 유해물질 유출에 의한 사고는 해당 물질의 노출 규모를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다. 초기에는 급성 고농도 노출 피해자에 대한 건강 장애를 평가하고, 지속적인 노출을 차단해 2차 피해 예방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유해물질의 물리·화학적 특성을 바탕으로 건강 피해의 규모를 예측하는 것도 병행돼야 한다. 이번 사건과 같이 환경 유해물질에 의한 건강 장애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우선 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환경성 질환의 특징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다. 특히 어린이나 노약자, 만성질환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 훨씬 피해가 커질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심각하게 대처해야 한다. 또한 환경성 질환은 노출이 중단되어도 발생된 건강 장애가 좋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개의 유해물질은 생물학적인 반감기(인체에 들어온 유해물질의 반이 체외로 빠져나갈 때까지 걸리는 시간)가 수주에서 수개월인 반면, 뼈에 흡수된 불산은 이 기간이 20년 가까이 된다. 따라서 장기간 노출에 의한 만성적인 건강 장애를 관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향후 대책 중 가장 시급한 것은 대기 중 불산 노출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여 조금이라도 유해 가능성이 남아 있다면 잠재적인 건강 피해자를 이주시키는 것이다. 환경 유해물질의 위해도 평가는 대상 물질의 독성 평가, 노출 규모 파악, 노출량과 피해 정도에 대한 양-반응관계 평가로 이루어진다. 이 세 가지 단계에 대한 치밀하고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두 번째는 노출 피해자에 대한 보호와 관리이다. 불산은 전신 독성을 일으키는 물질이다. 비염, 기관지염 등의 점막 손상에 의한 가벼운 건강 문제부터 폐부종, 신경조직 손상 등의 치명적인 건강 평가까지 체계적으로 시행되어야 한다. 당뇨, 고혈압 등의 만성질환을 가지고 있는 노인층에 대한 보다 심층적인 건강 평가와 관리도 병행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이번 사건은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위기관리의 총체적인 부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21년 전 같은 지역에서 유사한 사건이 발생하였다. 페놀 30t이 낙동강에 유출된 사건이다. 이 사고로 수돗물의 페놀 수치가 세계보건기구 허용치의 110배까지 올라갔다. 녹색연합에서는 낙동강 페놀 오염사건을 “1950년대 이후 발생한 대한민국 환경 10대 사건”중 1위로 선정하였다. 지난 20년간 우리 경제는 눈부신 성장을 거듭해 이제는 세계 10대 경제규모를 자랑한다. 하지만 자연재해나 인공 재난에 대한 위기관리는 오히려 뒤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한 시점에 왔다. 미국에서는 1980년에 유해물질의 환경 누출과 유해물질 매립지에 의한 건강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독성물질환경질환등록청을 설립했다. 현재는 환경 유해물질의 만성적인 건강장애 연구를 동시에 수행하기 위해 국립환경보건센터와 같이 운영하고 있다. 환경유해인자에 의한 건강문제는 단기간 고농도 노출에 의한 급성 건강장애뿐 아니라 장기간 저농도 노출에 의한 만성 장애가 오히려 더욱 큰 문제이다. 이제는 우리도 환경성 질환의 급성 역학 조사와 만성 역학 연구를 전담할 수 있는 기구의 설립이 시급히 필요하다. 범부처 간 협력은 필수적이다. 같은 실수를 사전 예방하기 위한 것이다.
  • [오늘의 눈] 오죽했으면 주민 스스로 피난길… 불산 늑장대책이 재앙 키웠다/김상화 사회2 부장

    [오늘의 눈] 오죽했으면 주민 스스로 피난길… 불산 늑장대책이 재앙 키웠다/김상화 사회2 부장

    경북 구미국가산업단지 4단지 화학공장에서 불화수소산(불산) 누출 사고가 8일로 13일째를 맞았다. 하지만 사태가 수습되기는 커녕 오히려 확산되고 있다. 이날 오전 만도 394명이 불산 가스 흡입으로 두통 등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아 피해주민 숫자가 3572명으로 늘었다. 기업체도 10여개 업체가 추가 피해를 신고해 전날 77개 업체 177억원에 비해 증가했다. 물론 사망 5명, 부상 18명 등 지금까지 발생한 전체 인적·물적 피해를 감안하면 피해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급기야 정부는 이날 피해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하기에 이르렀다. 이 같은 막대한 피해는 관계 기관들의 초동 대응 부실 등 총체적 문제 때문인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사고를 접수한 구미소방서 대원들은 안전 보호장구 없이 현장에 출동해 무방비로 불산에 노출됐다. 사고 현장 수습 과정도 문제였다. 불산을 중화하는 데는 물이 아닌 석회가 필요했다. 그러나 소방당국은 급한 나머지 물부터 뿌렸다. 물과 반응한 불산이 연기까지 뿜으면서 사태를 더 악화시켰다. 주민 대피령도 뒷북 대응에 급급했다. 지난달 27일 오후 3시 43분쯤 사고가 발생했지만 반경 1.3㎞ 이내 주민에게 대피령이 내려진 것은 5시간 가까이 지난 오후 8시 20분이었다. 이미 인근 주민들과 공장 직원들이 불산가스를 들이마신 뒤였다. 대피령 해제도 멋대로였다. 구미시는 사고 다음 날인 28일 오전 10시쯤 대피령을 해제했다. 사고 발생 8시간 만에 도착한 국립환경과학원의 ‘최첨단 화학물질분석 특수차량’이 엉뚱한 지점의 대기오염을 측정해 내놓은 ‘인체에 유해한 수준이 아니다.’라는 결과가 바탕이 됐다. 주민들은 당국의 말만 듣고 매캐한 냄새가 나는 마을로 돌아와 추석을 지냈다. 그러나 두통, 구토 증세 등을 호소하는 주민들은 계속 늘어났다. 주민들은 “이러다 다 죽겠다.”며 지난 6일 스스로 피난길에 올랐다. 중앙 정부도 ‘강 건너 불구경식’ 늑장 대응으로 일관해 화를 키웠다. 사고가 발생한 지 일주일이 지난 4일이 돼서야 관계 차관회의를 열고 정부합동조사단 파견을 결정했다. 그러는 사이 피해 주민은 크게 늘어났다. 농작물은 고사했으며, 가축은 이상 증세를 보였다. 불산 누출 사태는 당국의 안이한 대처가 주민에게는 2, 3차 피해를, 환경에는 재앙을 가져온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충격을 가늠하기 어려운 사태인 만큼 당국의 체계적인 대처가 필요한 시점이다. shkim@seoul.co.kr
  • 인종비하 발언·기숙사 선점… ‘교환학생’ 스트레스

    국내 대학 캠퍼스에서 외국인 교환학생들과 국내 학생들 간의 갈등이 잦아지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대학의 국제화 정도를 대학평가의 한 척도로 삼으면서 생긴 부작용이다. 대학들은 외국인 학생유치에는 신경을 기울이면서도 한국문화 교육이나 학생 간 교류, 문화이해에 대한 준비 등 사후관리는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현재 8만 9000명인 국내 외국인 유학생을 2020년까지 20만명으로 늘린다는 방침이다. 600명 이상의 교환학생을 유치한 서울 A대학에서는 최근 유럽권 교환학생들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다. 한국을 무시하는 듯한 행동과 수업 분위기를 해치는 태도 때문에 불만이 커지고 있어서다. 지난달 이 대학의 한 영어수업에서는 프랑스인 교환학생이 불어로 “한국인들 영어 발음이 너무 이상하다. 말할 때마다 냄새도 난다.”고 말하자 이를 알아들은 한국인 학생이 사과를 요구하면서 말다툼이 벌어졌다. 이날 이후 수업시간마다 한국학생들과 프랑스 학생들 간 냉기로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이 대학의 한 영어강사는 “교환학생이 들어오는 수업을 함께 듣는 국내 학생들의 불만이 많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에 있는 S대도 상황이 비슷하다. 외국인 유학생, 교환학생과 결연을 맺고 한국 적응을 돕는 동아리 학생들은 고압적인 태도를 보이는 일부 교환학생들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고충을 토로한다. 지난 1학기 독일에서 온 교환학생의 멘토로 활동한 한모(21)씨는 독일인 멘티의 노트필기와 과제를 대부분 떠맡아야 했다. 영어강의만 들었던 그의 멘티는 “한국인 교수의 영어발음을 이해할 수 없다.”며 대리출석을 요구하기도 했다. 한씨는 “‘한국대학은 술마시고 놀기 좋은 곳’이라는 인식 때문에 일부러 왔다는 교환학생들도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강의실과 캠퍼스 곳곳에서 교환학생과 국내학생들이 부딪히는 사례가 늘고 있지만, 대학들은 “학생들 간 개인적인 문제”라며 한발 물러서 있다. 교환학생들에 대한 한국문화 이해 프로그램은 한두시간에 걸쳐 K-POP을 소개하고 한복을 보여주는 의례적인 경우가 많고, 국내 학생들은 뒷전인 채 교환학생들에게 기숙사를 우선 배정하는 등의 문제로 오히려 갈등을 조장하는 식이다. 서울 한 대학의 국제교류처 관계자는 7일 “언어와 문화 장벽 때문에 어울리기 어려울 뿐 오히려 교환학생들이 국내학생들의 텃세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더 많다.”고 말했다. 교과부 관계자는 “유학생 유치·관리 역량 인증제를 통해 대학들이 외국인 학생 숫자만 무작정 늘릴 것이 아니라 양질의 교육프로그램으로 우수한 학생들을 유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윤샘이나기자 sam@seoul.co.kr
  • [커버스토리-영암 F1 코리아 그랑프리] “곡선 주로의 ‘배틀’은 F1의 클라이맥스”

    오늘도 그는 인터넷 사이트를 뒤적거린다. 흔히 F1으로 불리는 ‘포뮬러1’ 사이트다. 날씬하게 빠진 쿠페 타입의 경기용 자동차인 ‘머신’ 사진이나 이미지를 들춰 보면서 그는 F1을 처음 접했던 3년 전을 또렷하게 살려낸다. 이른 새벽, 점검을 위해 막 시동을 건 머신의 엔진 소리와 휘발유 냄새, 그리고 한낮 따가운 태양 아래 금방이라도 튀어나갈 듯 그르렁거리며 출발선에 선 12대의 머신. 앞서 가진 연습 주행 뒤 서킷 곳곳에서 묻어나는 매캐한 타이어 냄새, 이어 고막을 찢을 듯 천지를 뒤흔들며 쏜살같이 튀어나가는 머신 행렬. 컴퓨터 자판을 하나 두드릴 때마다 그는 F1 레이스의 한순간 한순간을 기억해 내며 온몸에 소름이 돋는 걸 느낀다. 30대 후반의 홍승욱씨. F1을 처음 접한 건 3년 전 전남 영암에서였다. 우연히 손에 들어온 티켓을 들고 한국에서 처음 열린 F1 코리아 그랑프리(KG)를 찾았다. 그는 두 번 놀랐다. 천지를 진동시키는 굉음에 놀랐고,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스피드에 또 놀랐다. 그러나 좋았다. 귀마개가 없으면 먹은 것을 전부 토해 낸다는 거대한 굉음, 눈이 차마 따라잡지 못하는 스피드였지만 그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쾌감, 혹은 카타르시스를 느꼈다.”고 털어놓는다. 경기에 나서는 드라이버는 24명. 그러나 이 적은 인원이 선사하는 장면은 그야말로 ‘종합선물세트’였다. F1은 복잡한 듯하지만 간단하고 쉬운 경기다. 누가 빨리 달려 결승선을 끊느냐가 관건이다. F1 레이스는 5.6㎞ 안팎의 서킷을 52~58바퀴 도는데 KG가 열리는 영암 서킷은 한 바퀴가 5.615㎞. 55바퀴를 돌아 총 308㎞의 레이스를 가장 먼저 마치는 드라이버가 포디엄(시상대) 맨 윗자리에 선다. 이 가운데 홍씨가 가장 즐기는 장면은 뭐니 뭐니 해도 ‘배틀’(Battle)이다. 주로 곡선 주로에서 순위를 가로채기 위해 머신들이 벌이는 자리다툼이다. 머신과 드라이버에게 가해지는 ‘G포스’를 감안하면 전투기 2대가 날개 끝을 맞대고 누가 빠른지 다투는 꼴이다. 홍씨는 “배틀과 추월(Overtaking)이야말로 F1을 즐길 만한 충분한 이유”라며 “머신이 그리드(출발선)를 떠나 다섯 번째 랩에 접어들 무렵이면 그날 승부는 사실상 결정된 것이나 다름없다. 지루할지도 모를 나머지 레이스의 판도를 뒤집는 극적인 요소가 바로 ‘배틀’”이라고 흥분했다. 한국에서의 세 번째 배틀이 일주일 뒤 막을 올린다. 홍씨의 심장도 덩달아 뛴다.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주민들 “소, 피 섞인 콧물… 우리 건강 누가 책임지나”

    주민들 “소, 피 섞인 콧물… 우리 건강 누가 책임지나”

    “농작물이 모두 다 죽었습니다. 불산이 얼마나 독한지 아시겠죠.” 5일 오후 경북 구미시 산동면 봉산리. 지난달 27일 ㈜휴브글로벌에서 발생한 독성물질 불산 누출 사고의 직격탄을 맞은 현장이다. 사고 피해가 점점 확대돼 주민들의 건강 이상 증세가 심각한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고 각종 농작물과 가축 피해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이 마을은 사고 현장과 낮은 언덕을 경계로 불과 100여m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다. 마을 안으로 들어서자 푸른 색의 식물은 거의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였다. 마을 입구를 지키는 오래된 느티나무, 논밭에 있는 농작물은 잎이 바싹 말라 가고 있었다. 취재에 동행한 대구경북녹색연합 이재혁 운영위원장은 “이 마을에 있는 농작물은 다 말라 죽었다고 보면 된다.”며 “나뭇잎의 경우 불산이 표면에 흡착돼 타들어 간 것이다.”라고 말했다. 비닐하우스도 피해를 면하지 못했다. 비닐하우스 안에 있는 포도나무 잎사귀는 아예 갈색으로 변했다. 인근 고추와 멜론 등 다른 비닐하우스 작물들도 황폐화되기는 마찬가지였다. 고추는 허옇거나 갈색으로 얼룩덜룩 변했고 멜론은 줄기가 허옇게 마르면서 무게를 이기지 못해 땅에 떨어져 여기저기 나뒹굴었다. 이 위원장은 잎이 말라 죽은 포도나무를 가리키며 “불산이 이렇게 무섭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마을 곳곳에서는 정부합동조사단이 조사 활동을 하고 있었다. 국무총리실 안전환경정책관을 단장으로 하는 정부 재난합동조사단은 이날 구미시청에서 상황을 보고받은 뒤 사고 현장과 봉산리 마을 등을 조사했다. 이 위원장은 “정부 조사가 너무 늦었다.”고 지적했다. 그 이유로 주민 피해를 들었다. 이 위원장은 “가축들도 모두 이상 증세를 보이고 있다. 그런데 사람에게 피해가 없겠느냐.”고 반문했다. 실제로 사고 현장에서 200m 떨어진 축사에는 소 50여 마리가 있었는데 콧물과 침을 흘리는 등 이상 증세를 보였다. 주민들은 “소들은 대피하지 못하고 불산가스에 그대로 노출돼 사고 다음 날부터 피가 섞인 콧물을 흘리고 사료를 제대로 먹지 못하는 등 이상 증세를 보였다.”고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유해 안전 기준치만 가지고 안전하다고 판단해 주민들을 대피 하루 만에 마을로 복귀시켰는데 경솔한 처사였다. 지금이라도 주민들에 대한 정밀 건강 검진과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분개했다. 사고 이후 두 번째 현장을 찾았다는 이 위원장은 “아직도 퀴퀴한 냄새가 나서 목과 머리가 아프고 정신이 없을 정도”라며 “이는 농작물과 지붕 곳곳에 잔류 물질이 여전히 있다는 증거”라고 진단했다. 이 마을에는 주민 532명이 살고 있는데 이날도 마을회관 앞에서 상당수 주민들이 함께 식사를 하고 있었다. 또 불산 피해 지역이라는 주의 안내판조차 설치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피해를 당한 나무와 각 가정 텃밭에 심어진 배추 등 각종 작물도 아무런 조치 없이 방치돼 있었다. 이 위원장은 “마을 주민들을 인근 친인척 집이나 관공서 등으로 대피시켜야 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접근을 막기 위해 폴리스라인처럼 줄을 둘러 통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가축 분뇨도 등겨와 섞여 퇴비로 나가고 있다. 이것이 농작물에 사용되면 이를 먹는 다른 곳의 사람들도 불산의 피해를 보게 된다. 구미시 등에서 주민들에게 행동 요령을 가르쳐 주지 않아 이런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또 “불산은 인체의 반감기가 8년 정도 되는 것을 감안하면 지금부터 전문가들이 5~10년 정도 역학조사를 해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증상에 대해 예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미 한찬규기자 cghan@seoul.co.kr
  • 화엄사에 방화 추정 화재 국보 ‘각황전’ 소실될 뻔

    5일 새벽 전남 구례 화엄사에서 방화로 추정되는 불이 나 국보 제67호 각황전이 소실될 뻔했다. 대한불교조계종 화엄사 종무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2시 30분쯤 목조건물인 각황전 뒤쪽 문에 누군가 불을 질러 문 절반이 그을리는 피해를 입었다. 화엄사 측은 “이날 불은 아침 예불을 올리러 법당에 들어갔다가 시너 냄새를 맡은 우승 스님이 화재 현장을 발견했으며 청수물로 불을 꺼 큰 피해는 없었다.”고 밝혔다. 화엄사 측에 따르면 이날 등산복 차림을 한 건장한 체격의 한 남성이 신문지에 불을 붙이고 황급히 도망가는 장면이 각황전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에 찍혔다. 이번 방화 사건은 2008년 숭례문 방화 사건과 유사한 방식인 것으로 경찰과 문화재청은 보고 있다. 초기 대응 등이 빨랐던 점도 있지만 무엇보다 각황전이 방염 처리가 돼 있어 각황전을 불길에서 구해낸 것으로 보인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각황전은 2008년 1월에 다이메폭스Ⅲ라는 방염제를 써서 방염 처리를 했다. 방염 처리란 주로 목조문화재에 발화 혹은 착화를 막거나 지연시키는 약품을 뿌리는 일을 말한다. 경찰은 각황전 CCTV 정밀 분석에 나서는 한편 시간대별 출입 차량을 확인하고 있다. 또한 동종 전과자들을 상대로 수사하고 있다. 화엄사 측은 “소중한 민족의 문화유산인 각황전을 온전히 보존하지 못한 점을 깊이 참회하며 문화재 관계 당국과 협력해 문화재 보존을 위해 더욱 강화된 보완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구례 최종필기자 choijp@seoul.co.kr
  • ‘현대사회 질병’ 암·이혼·성폭행 등 콕콕 찌르듯 다뤄

    “그놈의 육포, 누가 맛있어서 씹는 줄 아니? 미워서, 지긋지긋하게 미워서 씹는다. 외로워서라고, 사람이 그리워서 씹는 거라고. 육포를 씹으면 사람냄새가 난다고 이년아.”(136쪽) 육포 사업을 하다가 망한 아버지는 광우병 파동 끝에 육포 공장에 목을 매달아 죽었고, 반지하 월세방으로 내려앉아 생활고에 떠밀린 엄마는 노래방 도우미를 나간다. 늘 술냄새를 풀풀 풍기며 한밤에 들어오는 엄마는 지긋지긋한 육포를 싸서 온다. 대형마트 식품 직원과 계산대 직원으로 만나 결혼한 아빠와 엄마의 데이트는 늦은 밤 근처 공원 벤치에서 캔맥주, 육포와 함께였다. 젊은 여자는 젊은 남자 앞에서 육포를 우적우적 씹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지만, 젊은 남자는 “씹어 봐요. 그저 입에 넣고 무심히 씹기만 하면 점점 단맛이 나거든요. 그러다 보면 나중엔 육포 중독자가 될 걸요.”라고 했단다. 박향의 소설집 ‘즐거운 게임’(산지니 펴냄)에 나오는 단편 ‘육포 냄새’다. 인생이 육포처럼 그저 꼭꼭 씹기만 하면 점점 단맛이 나면 좋으련만, 인생은 발 딛는 곳마다 지뢰밭이고 날마다 교통사고가 나는 곳이다. 고등학생인 나는 자살을 꿈꾸고, 엄마는 33평 아파트의 중산층에서 곤두박질쳤다. 엄마의 노래방 손님이 떨어뜨리고 간 휴대전화에서는 “내가 죽어서 당신 가슴에 평생 죄책감을 심어주겠다.”는 여자가 등장하기도 한다. 흔히 자살자를 독하다고 하지만, 하루하루를 충실하게 살아가는 독한 마음이 ‘우리’에게 있어 살 수 있는 것 같다. 압착 프레스가 무시무시한 속도로 내리꽂는 세상에서 맨정신으로 어떻게 살아가란 말이냐. 표제작 ‘즐거운 게임’은 더 가관이다. 파출부인 나는 민숙씨네 집에 일을 나간다. 민숙씨와 그녀의 남편은 각각 바람을 피운다. 그리고 스티커 사진이나 연애편지 등 바람의 흔적들을 여기저기 흘리고 다닌다. ‘나’의 남편과 비슷했다. 남편의 바람을 감지하고 추락하던 느낌을 받았던 ‘나’는 남편이 취중 운전을 하다가 먼저 죽어버려 더 잃을 것도 없었다. 그런 ‘나’를 두고 딸은 “죽은 남편 때문에 인생 전부를 지옥으로 만들지는 않는다구. 난 지금 즐거워.”라며 발악을 한다. 생계를 위해 때밀이로 나선 ‘나’의 앞에 남편의 애인 박윤서가 나타나기 전에는 말이다. 박윤서에게 ‘나’는 나름대로 복수를 한 뒤 가사 도우미로 나섰다. 그리고 ‘나’는 민숙씨의 빈집에서 거품 목욕을 즐기고 옷장을 뒤져 ‘야사시’한 슬립으로 갈아입고 나서 침대에 누워 있다. 읽는 내내 민숙씨나 그의 남편이 벌컥 아파트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면 어쩌나 조마조마한데, ‘나’는 한 술 더 뜬다. 내 몸이 내뿜는 열기에 과열된 전열기처럼 타오르기 전에 남자가 나를 발견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이다. 부산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1994년 등단한 19년차 소설가 박향의 단편소설들은 현대사회의 질병인 암, 불륜, 자폐증 소녀에 대한 성폭행, 이혼 등을 손가락으로 콕콕 찌른다. 박향의 소설 속의 가족은 더는 따뜻한 보금자리가 아니다. 해체돼 너덜거리는 가족 관계에서 홀로 상실과 외로움을 견디며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극심한 상실을 겪더라도, 산 사람은 살아야 하지 않는가? 하고 작가는 묻고 있다. 암 선고를 받고 절망하는 남편 앞에 정자은행을 통해 임신한 아내의 모습이 그렇고, 애인과 헤어졌으나 아이를 낳기로 한 여자나, 새엄마를 건사하느라 노처녀로 늙어가는 학교 체육선생이 떠나간 애인의 아내에게 희망의 빵을 건네는 모습이 그러하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음식물 쓰레기로 만든 가방 공개…세탁은?

    음식물 쓰레기로 만든 가방 공개…세탁은?

    젊은 디자이너가 음식물 쓰레기로 만든 가방을 제작, 공개해 눈길을 모으고 있다고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이 4일 보도했다 호얀 입(26)이라는 이름의 이 디자이너는 음식물 쓰레기를 가방 모양의 틀에 넣어 말린 뒤 이를 흐트러지지 않게 코팅했다. 큰 덩어리로 압축한 쓰레기가 아닌 작은 조각으로 만든 것을 이어 붙인 까닭에 시중에서 만들어지는 가방 디자인과 매우 흡사하다는 특징이 있다. 단추와 벨트, 블라우스 장식 역시 틀을 이용해 모양을 만들었으며, 재료로 사용한 음식물 쓰레기는 바짝 건조한 것이므로 냄새는 나지 않지만 특성상 물에 젖으면 풀어질 수 있다. 호얀 입이 독특한 소재를 이용해 패션용품을 제작한 이유는 음식물 쓰레기에 대한 사람들의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서라고. 그는 데일리메일과 한 인터뷰에서 “지속 가능성 있는 디자인이 이번 컬렉션의 주제”라며 “음식물 쓰레기를 가공하기 위해 많은 실험을 거쳤다.”고 설명했다. 이어 “빠르게 변하는 패션계의 유행 때문에 의류 쓰레기가 늘어나면서 이는 패션 산업의 문제점이 되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이러한 문제점을 지적할 수 있는 컬렉션을 이어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애완동물 25마리가 원룸에서…끔찍한 동거

    애완동물 25마리가 원룸에서…끔찍한 동거

    고양이 23마리와 개 1마리, 앵무새 1 마리, 사람 10명이 동시에 사는 작은 집의 적나라한 모습이 공개돼 충격을 주고 있다. 로스엔젤레스타임즈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 주 산타아나에 있는 방 두 개짜리의 작은 집에는 2세부터 17세 아이 8명을 포함해 고양이와 개 등 동물 25마리가 함께 살고 있다. 아이들 8명은 방 한 칸에서 공동생활을 해 왔으며, 주인부부 2명과 동물 25마리는 또 다른 방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악취를 숨기기 위해 쓴 암모니아수 냄새가 집 밖으로 지독하게 풍겨져 나오자 주민들이 신고를 거듭했고, 결국 산타아나 위생당국이 직접 현장에 나섰다. 동물 25마리 사는 방은 온갖 배설물과 쓰레기로 넘쳐났으며, 동물에게서 풍기는 악취와 암모니아수 냄새 등은 더운 날씨와 겹쳐 더욱 심해진 상태였다. 현장을 살핀 아동보호전문기관(Child Protective Service) 측은 지나치게 위생적이지 못한 환경이 아이들의 기관지 건강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 모두 대피하도록 지시했다. 현장에 있던 애완동물들은 극심한 영양실조 등에 시달리고 있어 인근 오렌지카운티의 동물보호소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현지 경찰은 집 주인이 곧 경찰에 붙잡혀 아동학대·동물학대 등의 혐의로 조사를 받을 것이라고 전했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냄새 고약한 은행열매? 이웃 보듬는 사랑열매!

    “애물단지 은행열매 사랑의 열매로 변신” 노란 단풍빛깔로 도심을 아름답게 물들이는 은행나무는 가을 정취를 물씬 풍긴다. 하지만, 열매가 익어 나무에서 떨어지면 심한 악취는 물론 행인들이 밟고 지나갈 때 자칫 미끄러져 넘어지거나 도로에 얼룩이 남는 등 도시미관을 해쳐 지자체마다 가을철 은행나무 관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부산 연제구(구청장 이위준)는 은행 열매 낙과로 말미암은 주민 불편을 없애기 위해 지난달 25일부터 오는 9일까지 구청 녹지인력 및 동 자원봉사단체 인력 등을 활용해 지역 내 은행나무 가로수 400그루를 대상으로 은행열매를 따고 있다, 구는 이를 통해 400여㎏(시가 240여만원)의 은행 열매를 채취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구는 채취한 은행열매를 사단법인 연제이웃사랑회에 기탁해 14일 연제구민체육대회 개최 때 알뜰 장터를 통해 판매하고 수익금 전액은 불우이웃돕기에 사용할 계획이다. 한편 개인이 은행 열매를 무단으로 채취하면 부산시 가로수 조성 및 관리 조례에 따라 과태료 등이 부과된다. 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
  • 글램핑-캠핑에 힘빼지 말고 글램핑하자!

    글램핑-캠핑에 힘빼지 말고 글램핑하자!

    ‘어른들의 소꿉놀이’라 불리는 캠핑. 좀더 편안하고 이것저것 다 챙겨주는 캠핑은 없을까? 정답은 바로 글램핑이다. 글램핑은 Glamorous Camping의 합성어로 화려하고 럭셔리한 캠핑을 말한다. 자, 이제 귀찮은 것 없이 먹고 놀 일만 남았다. 에디터 김명상 기자 K의 캠핑일기 난 아빠다. 아내에게는 휴식, 아이들에게는 풀과 나무 냄새, 맑은 공기를 쐬게 해주려고 캠핑을 시작했다. 캠핑장까지 3시간이 넘게 운전했다. 텐트를 치고 나면 발을 뻗을 새도 없이 준비해 온 요리를 한다. 맛있게 먹고 나면 쌓여 있는 설거지를 시작해야 한다. 내일은 또 몇 시간을 짐 꾸리고 차에 싣고, 운전하고 집에 도착하면 다시 장비 정리를 해야겠지. 아, 이제 캠핑은 또 다른 노동이 돼 버렸다. 나도 편하게 쉬고 싶은데. 고민하던 차에 지인이 번거로움 없는 글램핑에 대해 알려줬다. 식사와 숙소가 다 갖춰진 캠핑이라고? 그거 참 솔깃하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제주신라호텔 고급 아웃도어 트래블 제주신라호텔은 11월까지 ‘글램핑카바나’를 선보인다. 카바나 스타일의 대형 텐트는 4인이 누워도 충분한 소파침대, 운치 있는 턴테이블과 아늑한 분위기의 펜던트 조명, 풋스파 등으로 꾸며져 있다. 글램핑카바나는 총 8개 동의 텐트로 구성됐으며 무선 인터넷과 보드게임도 즐길 수 있다. 대형 텐트 밖으로 펼쳐지는 제주의 아름다운 풍경 역시 매력요소 중 하나다. 글램핑카바나 패키지에는 기본적으로 마운틴뷰 슈페리어 객실 1박이 포함돼 있으며, 런치 또는 디너 1회 선택이 가능하다. 식사때는 제주의 전통적인 맛과 해외 글램핑 인기 지역의 이국적인 맛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다. 바비큐 메뉴로는 바닷가재, 와규 꽃등심, 흑돼지 오겹살, 수제 소시지, 전복, 그릴야채, 군고구마 등이 준비되고 식사 메뉴로는 밥과 토마토 라멘이 마련된다. 가격 37만~52만원(세금, 봉사료 별도) 기간 11월30일까지(2박 이상 예약 상품) 문의 1588-1142, 064-735-5114 www.shilla.net/jeju 부산웨스틴조선호텔 호텔 가든에서 캠핑과 바비큐를 부산 웨스틴조선호텔은 올해 말까지 ‘캠핑 & 그릴Camping & Grill’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천장이 열리는 인디언 텐트(티피 텐트)를 도입해 텐트 안에서도 숯불 바비큐를 즐길 수 있고, 내부에 스노우피크의 IGT테이블과 캠핑용 키친웨어를 구비했다. 텐트는 모두 6개 동이 설치돼 있으며 전체 수용 가능한 인원은 35명이다. 캠핑 & 그릴에서는 바비큐에 필요한 모든 재료를 제공하며, 주재료에 따라 종류가 나뉜다. A코스는 바다장어, 쇠고기 립아이, 전복이 포함되고, B코스는 쇠고기 립아이, 해산물, C코스는 돼지 목살을 메인으로 제공한다. 코스별 가격은 1인 기준 각각 7만원, 6만원, 5만5,000원이다. 특히 계절별로 신선한 제철 재료를 주재료로 하는 코스 메뉴도 있다. 저녁 캠핑 & 그릴은 오후 6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이용 가능하며, 점심은 토·일요일 및 공휴일에 한해 오후 12시부터 오후 3시까지 즐길 수 있고 사전 예약제로 운영된다. 가격 계절코스 메뉴 10만원(세금, 봉사료 별도) 기간 올해 말까지 문의 051-749-7437 경주호텔현대 보문호와 가을의 낭만을 호텔현대(경주)는 다양한 캠핑 장비를 갖춘 프리미엄 텐트 5개 동을 선보이고 있다. 투숙객 대상으로만 진행되며 주말과 공휴일에는 점심과 저녁에 캠핑 및 바비큐를 이용할 수 있다. 글램핑 장소인 대규모 야외 잔디밭 테라스가든은 보문호와 인접해 가을의 낭만을 즐기기에 적합하다. 3인분 이상 주문 가능한 세트 메뉴는 떡갈비 스테이크, 흑돼지 삼겹살, 전복, 가리비 등으로 구성된 A세트와 고급 알등심, 미니안심스테이크, LA양념갈비 등으로 구성된 B세트다. 세트 메뉴에는 밑반찬, 야채, 각종 쌈, 양념장, 생수, 각종 반찬, 계절과일이 제공된다. 캠핑 & 바비큐 그릴 파티는 매일 오후 6시부터 밤 12시까지 이용할 수 있으며 토·일요일 및 공휴일에는 낮 12시에서 오후 3시까지 이용할 수 있다. 가격 1인 세트메뉴 A코스 7만원, B코스 6만원(세금 및 봉사료 포함), 캠핑 바비큐 1인 6~7만원, 객실 포함 23만원부터(세금, 봉사료 포함) 기간 연중 상시 운영 문의 054-779-7303 www.hyundaihotel.com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쉐라톤 그랜드워커힐 도심에서 자연을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은 ‘캠핑인더시티Camping in the City’ 프로모션을 가을부터 시행한다. 도심 속 자연에서 누리는 캠핑 체험을 주제로 했으며 한강 조망과 아차산의 숲 속 경관이 한눈에 보이는 리버파크에서 진행된다. 여기에 프리미엄 캠핑 장비를 활용하여 해산물과 육류를 비롯한 최고급 바비큐 요리를 즐길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사전 예약제로 운영되는 이 프로그램에는 프리미엄 텐트가 설치되며 숙박을 제외한 그릴 체험으로만 진행된다. 재료는 쇠고기 등심구이, 흑돼지 목살, 왕새우 구이, 소시지 등 다양하다. 또한 산림욕이 가능한 피톤치드 존에는 미니골프장이 설치되고, 텐트 안에는 보드게임 및 MP3 스피커가 구비된다. 가족과 연인을 위한 주말 나들이 장소로, 주중에는 바쁜 회사원을 위한 회식 장소로 추천된다. 또한 호텔에서 숙박을 하며 여유롭게 캠핑을 즐기고 싶은 고객을 위한 패키지도 선보일 예정이다. 가격 객실 타입 및 캠핑 재료에 따라 다름 기간 미정 문의 02-455-5000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위 기사는 기사콘텐츠 교류 제휴매체인 여행신문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에 관한 모든 법적인 권한과 책임은 여행신문에 있습니다.
  • [서울광장] 나로호, 그 성공을 넘어/진경호 논설위원

    [서울광장] 나로호, 그 성공을 넘어/진경호 논설위원

    지난 늦여름 찾은 인도의 풍경은 각종 경제지표들이 보여 주는 모습 그대로였다. 찬연한 궁전 타지마할에 어린 17세기 무굴제국의 영화(榮華)를 꿈꾸며 연평균 8%대의 고속성장을 이어 가고 있지만, 그 타지마할로 가는 길은 지난해 1인당 국민소득(GNP) 1474달러-우리의 1978년(1431달러) 수준과 비슷하다-가 말해 주듯 몹시 비루했다. 오토바이를 삼륜차로 개조해 택시로 쓰는 오토릭샤, 폐차를 모르는 녹슨 버스와 트럭, 사람이 페달을 밟아 끄는 사이클릭샤 등 온갖 탈것들이 그곳이 천국일 성물(聖物) 소떼와 뒤엉켜 굴러다녔다. 시끄럽고 더럽고 어수선했다. 6분마다 한 명씩, 1년이면 9만명의 아이들이 납치돼 농장으로 팔려 가거나 구걸에 동원된다더니, 아니나 다를까 관광객이다 싶으면 어김없이 구걸하는 어린 아이들이 에워쌌다. 3000년 넘게 수천 개의 신분으로 사람을 갈라 온 카스트 제도와 1990년대까지 무려 40년 가까이 이어져 온 허가경제 체제가 빚어낸 극심한 정치 부패도 여전한 듯했다. 지난해 매출 101억 달러로 인도를 대표하는 컨설팅 기업 TCS의 해외영업총괄본부장 시다르탄은 인터뷰 내내 모기업인 타타그룹과 자신들의 눈부신 성장을 힘줘 말했으나, ‘언제쯤 인도의 부패가 사라질 것으로 보느냐.’는 말미의 질문에 “다음 세대쯤이면 나아질까. 우리 세대엔 어렵다고 본다.”며 끝내 고개를 떨궜다. 대체 이 나라가 2050년이면 미국과 중국을 제치거나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경제대국이 될 것이라고 한 세계 유수의 이런저런 보고서들은 뭘 근거로 그런 큰소리를 쳤을까. 짧은 방문 일정 탓에 미처 보지 못했을 많은 답 가운데 하나를 인도 남동부 안드라프라데시 주(州) 스리하리코타에 있는 사티시 다완 우주센터에서 찾았다. 무장 병력이 삼엄한 경계를 펴고 있는 출입사무소를 두 곳이나 거쳐 들어선 로켓 발사 기지는 기대를 여지없이 끌어내리기에 충분할 만큼 초라했다. 컴퓨터와 각종 장비는 TV로 봤던 평양의 어느 연구 시설을 떠올리게 했다. 오래됐고 낡았다. 그러나 그런 기지에서 인도는 지난달 9일 프랑스와 일본의 상업위성을 실은 로켓을 쏘아 올렸다. 1975년 아리야바타 이후 벌써 100번째 위성로켓이다. 내년엔 아시아 최초로 화성에 무인 우주선을 보낸다는 야심찬 계획도 갖고 있다. 앞서 두 차례의 실패를 딛고 이달 말 위성로켓 나로호 발사 첫 성공을 목매어 기원하고 있는 우리로서는 그야말로 부럽기 짝이 없는 일이다. 인도가 이런 우주강국으로 자리한 배경엔 무엇보다 막대한 투자가 있다. 국민소득이 우리의 15분의1에 불과하지만 우주개발 예산은 연간 12억 달러로, 우리 1억 7100만 달러의 7배에 이른다. 돈을 쏟아부으니 결과가 다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돈이 전부가 아니다. 인도를 우주강국으로 만든 보다 근본적 이유는 저변, 즉 풍부한 과학기술 인력이다. 우리의 경우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인력 700명을 포함해 나라 전체의 우주개발 인력이 2000명 선에 불과하건만 인도는 인도우주개발기구(ISRO) 인력만 1만 6000여명이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인력의 36%가 인도인이고, 매년 전 세계에서 배출되는 이공계 인력의 5분의1을 중국과 인도가 맡고 있다. 인도 전역에 흩어져 있는 인도공과대학(IIT)을 중심으로 지금도 매년 수십만 명의 과학기술 인력이 쏟아진다. 우주가 밥 먹여 주는 시대다. 현재 우주개발 시장의 규모는 대략 3000억 달러로 이미 전 세계 휴대전화 시장 규모 2000억 달러를 넘어섰으나, 잠재적 가치를 따진다면 아직도 턱없이 작다. 후발 주자로서 뛰어들 여지가 얼마든 있다는 얘기다. 물론 지금처럼 보잘 것 없는 과학기술 인력 양성으론 요원하다. 인도 기술인력 수입으로 삼성전자 수원 공장에 카레 냄새가 진동하는 수준으로는 말이다. 나로호 3차 발사가 성공하든 실패하든 결국 사람이다. 과학기술 인력 양성, 차기 정부의 핵심 과제가 돼야 한다. jade@seoul.co.kr
  • 이리와, 멈춰 등 말귀 알아듣는 ‘희귀 흑거북’ 화제

    이리와, 멈춰 등 말귀 알아듣는 ‘희귀 흑거북’ 화제

    마치 훈련받은 개처럼 주인의 말귀를 알아듣는 희귀 거북이가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최근 신화통신 등 중국 언론에 따르면 현지 우한시의 한 공원에는 매일 같이 한 중년 남성이 검은색 거북이를 데리고 나와 개처럼 산책을 시키고 있다. 특히 이 거북은 주인아저씨가 말하는 몇몇 단어를 알아들을 수 있어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지역 방송을 통해 공개된 영상을 보면 이 남성은 자신의 애완동물 거북이에게 “이리와, 멈춰, 앞으로 가, 쉬어, 뒤돌아 가” 등의 말을 하는 데 이 거북은 주인이 시키는 대로 모두 척척 행동으로 보여 사람들을 놀라게 한다. 또한 이 거북은 먹처럼 짙은 검은색이 특징이라 중국에서는 모구이(먹거북)라고 불리고 몸에서 은은한 백단향이 나서 백단향 거북으로도 불리는 희귀 동물이라고 한다. 실제로 공원 내에서 거북이를 보러 모인 사람들에게 주인이 냄새를 맡게 하자 저마다 “백단향이다.”, “매우 좋은 향기가 난다.”면서 서로 냄새를 맡아보려고 한다. 이처럼 희귀하면서도 사람의 말귀를 알아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거북이를 15만 위안(약 2,600만 원)에 팔라는 사람도 있었지만, 주인 남성은 시원하게 거절했다고 한다. 그는 “거북이를 기르고 있는 이유는 동물도 마음이 있다는 것을 모두에게 알리고 싶었기 때문”이라면서 “인간은 항상 동물을 사랑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해당 영상 캡처 윤태희기자 th20022@seoul.co.kr
  • 부자의 경제학? 부채는 정치학!

    부자의 경제학? 부채는 정치학!

    ‘위대한 보통 사람의 시대’를 선포했던 노태우 정권 이래 대한민국 중산층의 기준 가운데 하나는 내 집 마련의 꿈, 중형 아파트다. “내 집이라지만 안방만 내 것이고 거실, 건넌방, 주방은 은행 거”라는 농담,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말이다. 이 중산층의 기본조건에 요즘엔 ‘가계부채’라는, 무시무시한 뉘앙스의 단어가 붙어 있다. 이는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사태 이후 미국에서 벌어진 논란을 떠올리게 한다. ‘월스트리트의 탐욕’이 문제시되자, 시장경제론자들은 돈 없는 주제에 왜 빚내서 집을 샀느냐며 ‘대중들의 탐욕’이 더 문제라고 맞받아쳤다. 그러니까 잘나갈 때는 모든 게 월스트리트 천재들이 개발한 최첨단 금융기법 덕이지만, 문제가 생기면 아무 생각 없이 유행을 따른 ‘너희들’의 탐욕 탓인 게다. 그런데 이거 남 얘기가 아니다. 가계부채 문제 해법이란 결국 열심히 돈 벌어다 그 돈 은행에 가져다 바친 죄밖에 없는 ‘우리’를 ‘능력도 없는 주제에 빚만 잔뜩 진 멍청한 대중’으로 규정한 뒤 더 가혹한 조건으로 돈을 갚거나 가진 물건을 내놓도록 하는 작업이니까. ‘부채인간’(마우리치오 라자라토 지음, 허경·양진성 옮김, 메디치 펴냄)은 이 문제를 다룬다. 유럽 각국의 재정위기 와중에 220여쪽의 짧은 분량의 책을 내놓은 심정은 애써 묻지 않아도 짐작된다. 근본적 질문을 던지는 정치 팸플릿으로 읽히길 원한다는 것이다. 재정위기를 겪는 각국에 긴축재정을 요구하는 것은 사실상 벌거벗고 죽으라는 말과 다를 바 없다는, 채권국의 이익을 위해 채무국만 일방적으로 희생시키지 말라는, 채무국 국민을 놀고먹는 베짱이나 부도덕한 인간으로 취급하지 말라는 분노와 항의의 뜻이 담겨 있다. 이 정도면 정치 팸플릿으로서 충분히 예상 가능한 범주다. 그럼에도 이 책이 특별히 눈에 띄는 것은 저자가 프랑스 현대철학 전공자라는 점이다. 그래서 저자가 끌어다 대는 인물은 청년 마르크스에다 니체, 푸코, 들뢰즈, 가타리 같은 프랑스 현대철학 쪽이다. 엥? 늘 알쏭달쏭한 ‘설’(說)이나 풀어대는 프랑스 현대철학이? 하지만 이런 접근 자체가 아주 놀랍다거나 새로운 것은 아니다. 니체를 깊이 파고든 고병권 박사의 ‘화폐, 마법의 사중주’(그린비 펴냄), 영국 케임브리지대 사회학과 교수 제프리 잉햄의 ‘돈의 본성’(삼천리 펴냄)도 비슷한 논리를 전개하고 있다. 막스 베버 등 독일 사회학의 전통을 깊이 있게 소개해 온 김덕영 박사가 내년쯤 꼼꼼한 해제를 달아 선보일 게오르그 짐멜의 ‘돈의 철학’(도서출판 길 출간 예정)을 기다려 봐도 좋다. 이들 논의의 가장 큰 공통점을 뽑자면 화폐가 원활한 경제생활에 필요한 중립적 도구에 불과하다는 주장을 부정한다는 데 있다. 이건 주류경제학이 상정하는 개인주의에 대한 비판에 연결된다. 주류경제학자들은 원시시대 물물교환의 필요성이 있었고 이게 누적되다 보니 자연스레 화폐가 등장했다는 입장에 선다. 그래서 그들은 고고학자가 파낸 패총 앞에서 주워든 조개껍데기로 성호를 그으며 “태초에 교환과 화폐와 시장경제가 있었나니, 아멘.”이라고 읊조린다. 화폐가 있는 곳이라면 시장경제가 존재했으리라는, 그래서 시장경제는 인간의 자연적 본성에 가장 잘 어울린다는 주장도 빼놓지 않는다. 반면 철학이나 사회학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이들은 교환의 필요성보다는 미래에 대한 약속이라는 사회의 권력관계에서 화폐가 생겨났다고 본다. 그러니까 ‘지배자의 권리-피지배자의 의무’는 곧 ‘채권-채무’ 관계이고 이 채무를 객관적으로 표시해 둔 것이 바로 화폐라는 것이다. 거칠게 말해 생선 10마리와 사과 50개의 교환을 좀 더 편리하게 하려고 조개껍질 10개를 쓰는 게 아니라 “너는 나에게 생선 10마리를 빚졌다.”는 채무자의 책임을 기록해 두기 위해 조개껍질 10개를 썼다는 것이다. 화폐를 단순한 교환도구로 여기는 주류경제학적 관점에 대해 이들은 문화인류학적 연구 성과가 충분치 않던 시절 애덤 스미스를 비롯한 고전경제학자들이 제멋대로 추론한 것을 아직까지 진실로 믿고 있다고 비판한다. 여기에서도 의문이 생긴다. 말 안 들으면 두들겨 패면 되지 귀찮게시리 왜 채무를 갚으라는 방식을 썼을까. “부채는 단순한 경제적 장치에 그치지 않으며 피통치자 행동의 불확실성을 줄이고자 하는 통치의 안전기술 중 하나”란다. 즉 채권-채무관계란 “부채를 상환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냄으로써 미래를 담보”로 잡는 행위다. 이를 통해 “현재의 행동과 미래의 행동 사이의 균형을 예측, 계산, 측정”할 수 있다. 이는 곧 윤리의 문제로 도약한다. “도덕성, 의식, 기억을 갖춘 일종의 주체성 구성에 관한 윤리-정치적 과정의 존재”가 있고 나서야 비로소 채무자, 그러니까 ‘호모 데비토르’(Homo Debitor·부채인간)가 탄생한다. 그러니까 빚졌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이에 대해 수치심을 느끼며,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돈을 벌고 허리띠를 졸라매 그 돈을 갚아 나갈 것인지 계획을 세우고, 중간에 딴생각 품지 않고 오랜 기간 열심히 노동에 매진하는 이들을 모범적이고 착실한 인간으로 만들어내는 과정 자체가 이미 하나의 권력작용인 셈이다. 그래서 “복지국가에 대한 신자유주의 프로그램의 전략적 과정” 1단계는 “사회적 권리를 사회부채에 의해 점진적으로 대체시키는 작업”이다. 결혼해서 아이 낳고 집 사고 교육시킬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각종 사회보장 제도에 대한 끊임없는 공격과 방해작업이다. ‘이건희 아들에게까지 공짜 밥 먹일 필요가 있겠느냐.’거나 ‘복지 전달 체계에 문제가 있다.’면서 복지수급자를 사기꾼으로 은근히 몰아가는 전략 같은 것이 대표적이다. 그다음 단계가 이 “사회적 부채를 사적 부채로 전환”하는 것이다. 이제 국가 지원은 없으니 각 개인은 자신의 신용도에 따라 대출받아 해결해야 한다. 이는 국민으로서 행복하게 살 “권리를 가진 자들을 채무자로 변환”하는 작업이다. 니체, 푸코, 들뢰즈의 말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아도 이쯤이면 그들의 냄새를 충분히 맡을 수 있을 것이다. 멀리 갈 것 없이 지난 우리 10년을 되돌아봐도 된다. ‘부자되세요’를 외치면서 펀드니 연금이니 뭐니 해봤지만 남은 것은 “대다수 국민의 채무자화, 주식배당에서의 소액주주화”뿐이다. 그렇기에 저자는 “우리의 지갑을 짓누르고 우리의 주체성을 조종하며 포맷하는” 부채사회를 물리치기 위해서는 우선 “돈을 상환하지 못하는 것은 경제적 문제가 아니라 권력장치의 문제임을 기억”하고 “우리를 가두고 있는 담론 및 부채의 도덕으로부터 빠져”나오는 것에서부터 시작하자고 제안한다. 1만 2000원.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인간은 왜 그토록 탐하는가…흔적없이, 희미한 냄새만 남기고 사라지는 ‘나프탈렌’ 인생인데”

    “인간은 왜 그토록 탐하는가…흔적없이, 희미한 냄새만 남기고 사라지는 ‘나프탈렌’ 인생인데”

    “……인색한 놈, 같이 자자고 하면 난리 나겠다.”(115쪽) 이혼한 지 수십 년 만에 전 부인(남편)이, 혹은 헤어진 지 오래된 과거의 애인이 느닷없이 찾아와 ‘나, 좀, 안아주라.’고 요구하면 당신은 어찌할 것인가. 정년퇴임을 몇 개월 남기지 않은 백용현 교수는 말기암으로 죽어가는 첫 번째 부인 손화자가 찾아와 안아달라고 하자, 머뭇거렸다. 외로움을 서로 나누자는 것이었는데 말이다. 손화자는 “나 간다. 삐쳐서 이제 안 올지도 모른다.”하고 표표히 떠나 버렸다. 65살이 되는 늙은 남자는 자궁암으로 살 날이 며칠 남지 않았다는 과거의 부인을 안아주지 않았다. 그것은 도덕의 문제였을까, 관행의 문제였을까, 아니면 소설에 쓰여있는 대로 한 줌의 권력을 이용해 여제자들을 성희롱하며 늙은 여자와는 동침해 보지 않았던 백용현의 결벽증이었을까. 200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12년차 소설가 백가흠(38)의 첫 번째 장편소설 ‘나프탈렌’은 늙어간다는 것이 무엇인지, 인생은 무엇으로 구성되는지, 사랑이 소유욕과는 어떻게 다른 것인지, 죽는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집요하게 질문하고 있다. 희미한 냄새를 남기고 흔적 없이 사라지는 나프탈렌이야말로 빈손으로 태어나 빈손으로 가는 인간의 삶과 닮았나 보다. 백가흠은 각각의 인간이 타인과 구체적으로 관계를 맺어가는 방식을 전면에 드러내 놓고 이런 거창한 철학적 문제를 물어보기 때문에 지루하거나 머리가 복잡하지 않은 채 이런 고민을 해 볼 수 있다. 이야기꾼이다. 소설의 주된 공간은 전주 만공산(萬空山) 하늘수련원이다. 만 가지가 비어 있는 산기슭으로 모여든 사람들은 육체와 마음의 병으로 허허롭게 비어 있다. 비어서 채울 수 있거나, 채우려고 비워 버리거나 해야 한다. 주요한 인물은 폐암 말기 선고를 받고 하늘수련원에 요양 온 이양자와 그녀의 엄마 김덕이 여사, 백용현과 그의 첫째 부인 손화자, 백용현이 욕망하는 20대 중반인 조교 공민지, 공민지의 여동생으로 이양자의 남편이자 지방대학교수인 민진홍의 불륜 파트너이자 맹랑하게도 이양자를 찾아와 남편을 양보해 달라고 요구하는 공민정 등이다. 탈북해 자본주의 속에서 악착같이 살아가는 최영래의 비중도 무시할 수 없다. 이들 중 주인공은 아무래도 소설의 시작과 끝을 결정한 김덕이 여사다. ‘작은 엄마’의 딸로 태어나, 자신이 낳은 딸에게도 같은 운명을 물려주게 된 김덕이 여사는 30살이나 많은 유부남의 곁을 과감히 떠나면서 운명을 개척했다. 말기 폐암으로 죽어가는 딸을 지극정성으로 살려놓는 대신 자신이 죽음을 떠맡는다. 불완전한 삶을 온전하게 만든 소설 속 유일한 인물이다. 노망난 친어머니의 죽음이나 첫사랑이라고 믿었던 여인의 죽음 앞에서 느닷없이 정신을 무너뜨리는 완고하고 억센 사람들의 모습은 ‘물질’에 목적을 둔 사람들의 삶이 얼마나 허망한지를 각성시킨다. 미처 중요하다고 깨닫기도 전에 떠나버리는 사람들 앞에서 살아가야 할 많은 시간은 부담일 뿐이다. ‘잘해 줄 걸’이라고 후회한들 되돌이킬 수 없다. 타인이 소멸한다는 것, 죽는다는 것은 멈춰버린 시간 안에 자신을 가두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탐했던 물질의 정체를 밝혀보게 된다. 돈이거나, 섹스, 떠나 버린 사랑, 젊은 육체 등이다. 백가흠은 작가의 말에서 “네 보물이 있는 그곳에는 네 마음도 있느니라.”고 했다. 소설가를 꿈꾸던 시절 ‘마음이 가난’하고 ‘낮은 자’를 위해 소설을 쓰겠다고 했던 그는, 용케도 마음이 가난한 자들을 찾아내고 위로하고, 화해로 이끌어 냈다. 등장 인물들의 이야기가 겹쳐지고 시간의 흐름이 뒤섞이지만 어려움 없이 과거와 현재를 구별해낼 수 있다. 늙음이 자신과는 관련없는 일로 생각하는 젊은이들에게 38살의 작가는, 당신들, 잘살고 있는 것이냐고 묻는다.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는지.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서울광장] 박근혜 후보에게 주는 세가지 고언(苦言)/이도운 논설위원

    [서울광장] 박근혜 후보에게 주는 세가지 고언(苦言)/이도운 논설위원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가 며칠 전 인사차 서울신문을 방문했다. 논설위원실에도 들러 잠시 환담했다. 이런저런 악재에 시달리는 시점이었지만, 박 후보의 표정은 밝아보였다. 예전보다 의상도 젊어진 것 같고, 화장도 세련돼 보였다. 후보가 된 뒤 이미지에 신경을 많이 쓸 것이라고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문재인·김두관 등과 마찬가지로 박근혜도 만나서 얘기해 보면 호감을 갖게 만드는 정치인인 것 같다. 환담 당시에 몇 가지 ‘쓴소리’를 전해주고 싶었지만, 시간이 많지 않았다. 글로 대신한다. 첫째, 박 후보 캠프에서 내심 안철수 후보를 과소평가할 수는 있겠지만, ‘안철수 현상’까지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대선 출마를 공식선언한 뒤 안 후보의 지지율이 다시 상승하고 있다. 상승세를 계속 유지하면 문재인 민주당 후보와의 단일화를 거쳐 대통령에 당선될 수도 있다. 반대로, 안 후보는 혹독한 검증 과정을 버티지 못하고 낙마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안철수가 가더라도 안철수 현상은 남을 것이다. 국민과 동떨어져 부패와 비효율을 양산하는 정치권에 대한 분노, 극심한 양극화와 특권층의 권력 독과점 때문에 아무리 노력해도 성공할 수 없다는 좌절감, 이런 것들이 안철수 현상을 만든 요인이다. 박 후보가 이런 현상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지 못한다면 설사 대선에서 승리하더라도 국정을 이끌어 가는 데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둘째, 이 나라의 주권자는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이고, 권력은 ‘공주’의 것이 아니라 국민의 것이라는 사실을 명심해 달라는 것이다. 그것이 대한민국 헌법 1장 1조의 내용이다. 야당에서는 박 후보를 ‘수첩 공주’, ‘유신 공주’라고 부른다. 비아냥거리는 것이지만, 박 후보가 전직 대통령의 딸이기 때문에 ‘공주’라는 호칭을 붙이는 것 같다. 그런데, 박 후보는 실제로 다른 정치인들과 비교하면 가장 공주처럼, 혹은 ‘주군’처럼 행동하는 듯하다. 박 후보의 역사관과 ‘불통’을 둘러싼 논란도 결국은 내 뜻이 더 중요하고, 내 말이 더 중요하다는 박 후보의 ‘공주 의식’에서 출발한 것인지 모른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박 후보의 뜻이 아니라 국민 다수의 뜻이다. 국민이 박 후보를 위해 역사관을 바꿀 수는 없다. 대통령이 되려면 박 후보가 국민의 역사관을 따르는 수밖에 없다. 또 국민이 박 후보의 말에 경청하기를 기대하기에 앞서 박 후보가 먼저 국민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셋째, 박 후보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을 다시 한번 돌아보기 바란다. 최근 들어 박 후보 주변에서 갖가지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5년 전 이명박 대통령 후보의 캠프에 가담했던 사람들 대부분이 ‘가치’가 아니라 ‘이해관계’ 때문에 모인 동업자라는 말이 있었다. 현재 박 후보의 캠프는 얼마나 다를까. 대통령의 최측근은 늘 가족이었다. 긴 하루를 마치고 돌아가 쉴 곳은 결국 가족의 품이기 때문이다. 작년 5월 초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오사마 빈라덴 생포 혹은 사살 작전을 놓고 참모들의 의견이 모아지지 않아 고심했다. 결론 없는 회의를 마친 오바마는 가족들과 저녁식사를 하고, 두 딸을 재우면서 마음을 추스른 뒤 집무실로 돌아가 미국의 국가 위신과 자신의 재선이 걸린 작전을 승인했다고 한다. 박 후보에게는 그런 일화를 기대할 수 없다. 그래서 주변의 참모들이 더 중요하다. 물론 참모가 가족을 대신할 수는 없다. 그래도 음모와 술수, 탐욕의 냄새가 나는 사람들이 아니라 소신, 청렴, 솔직함이 살아 있는 인물들이 박 후보의 주변에 더 많아져야 한다. 최근 들어 지지율이 떨어졌다지만 박 후보는 여전히 유력한 차기 대통령 후보다. 문·안 두 후보가 대표하는 진보·중도세력과 마찬가지로 박 후보가 대표하는 보수세력도 소중한 대한민국의 구성원이다. 박 후보가 좀 더 큰 책임감을 갖고 보다 새롭고 정교해진 정책, 역사관, 소통 방식, 인사 등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dawn@seoul.co.kr
  • 먹기 시작하면 못 멈추는 ‘초콜릿 중독’ 원인 찾았다

    많은 사람들은 피로하거나 스트레스가 심할 때 이를 감소시켜주고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 초콜릿을 자주 섭취한다. 효과는 있지만 한번 먹기 시작하면 멈출 수 없는 일종의 ‘초콜릿 중독’ 현상이 나타나기도 하는데, 미국 연구팀이 초콜릿 중독의 원인을 최초로 밝혀냈다. 미국 미시건대 알렉산드라 디펠리시안토니오 교수 연구팀은 초콜릿을 먹은 생쥐의 뇌를 관찰한 결과 아편과 같은 자연환각물질인 엔케팔린의 분비가 뇌에서 급격하게 늘어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엔케팔린이 초콜릿을 먹는 행위를 중단할 수 없게 만든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운동신경 또는 비만인 사람들이 음식을 볼 때, 약물 중독자가 약의 냄새를 맡을 때 반응하는 뇌의 신선조체 영역을 인위적으로 자극한 쥐에게 초콜릿을 줬다. 그 결과 신선조체를 자극받은 쥐는 그렇지 않은 쥐보다 초콜릿을 2배 이상 많이 먹었다. 뿐만 아니라 통증을 완화시키거나 엔케팔린 분비 역시 급격히 상승했다. 반면 초콜릿 섭취를 줄이자 엔케팔린 분비량도 점차 줄어들었다. 디펠리시안토니오 교수는 “엔케팔린은 사람에서 나타나는 중독 또는 과식 현상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엔케팔린이 초콜릿을 더 좋아하도록 만든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이런 환각물질들로 인해 음식을 더 먹고 싶은 충동이 일어나는 것은 확실하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는 커런트 바이올로지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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