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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줄날줄] 골목길 송사/최광숙 논설위원

    어릴적 놀이터는 골목길이었다. 게임기 하나 없어도 그곳에서 딱지치기, 구슬치기, 땅따먹기, 숨바꼭질을 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누구에게나 가슴속 사연을 품은 ‘골목길’이 있을 터. 시인 장만영은 학창시절에 오가던 골목길을 시 ‘정동골목’으로 추억했다. ‘얼마나 우쭐대며 다녔었냐/이 골목 정동 길을/해어진 교복을 입었지만/배움만이 나에겐 자랑이었다~/그후 20년 커다란 노목이 서 있는 이 골목/고색창연한 긴 기와담은/먼지 속에 예대로인데/지난날의 소녀들은 어디로 갔을까’ 골목길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아파트 대단지가 들어서면서 도시의 실핏줄 같던 골목길을 싹 밀어버렸다. 그러면서 아이들이 뛰노는 시끌벅적한 소리도 사라졌다. 그뿐인가. 가난했던 시절 골목길 담 너머로 오가던 이웃들 간의 ‘정’(情)도 사라졌다. 그 시절 골목길은 그냥 좁은 작은 길이 아닌, 주민들의 소통과 대화의 마당이었던 것이다. 삭막한 단절의 공간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생활공동체 공간, 골목길. 마구잡이 개발의 손길을 피해 도심 속에서 어렵사리 살아남은 골목길이 더욱 소중한 이유다. 요즘 서울을 비롯한 각 도시에서 골목길을 관광자원화해 내놓은 ‘골목투어’가 인기인 것도 사람 사는 냄새를 맡고 싶어서일 게다. 예쁜 한옥이 모여 있는 서울 종로구 북촌마을의 골목길이나 소설가 김원일이 쓴 ‘마당 깊은 집’의 배경이 됐다는 대구 진골목 등 전국의 유명한 골목길은 워낙 찾는 이들이 많아서 골목길을 누비며 설명해 주는 ‘골목길 해설사’도 있다. 최근 부산 등 전국에서 골목길 소송이 잇따르고 있다. 골목길 땅주인이 주민에게 통행료를 내놓으라는 황당한 소송을 걸어 주민들의 걱정이 태산이란다. 부산 사하구의 한 마을은 지난해 2월 골목길을 경매로 매입한 한 골목길 새 주인이 골목길에 인접한 30여 가구 주민들에게 주민 한 명당 매달 2만 3500원을 내라는 소송을 냈다. 대전의 경우 3년간의 통행료 249만원에다 가구당 매달 8만 9000원을 내라는 소송도 진행 중이다. 요즘 부동산 경매사이트에 매물로 나온 골목길이 수두룩하다고 한다. 이제 집을 사기 전에 진입로 골목길의 등기부등본도 떼 봐야 하는 세상이다. 1980년대 말 분당과 일산 등 신도시 건설이 한창일 때 강가의 쓸모없는 밭 주인이 밭에 찻길을 내주면서 덤프트럭 통행세를 받은 사례도 있다지만 골목길 송사는 참으로 낯설기만 하다. 골목길이 엄연히 사유지라고는 하나 골목길 송사를 보면서 대동강 물을 팔아먹었다는 봉이 김선달이 생각나는 것은 왜일까. 최광숙 논설위원 bori@seoul.co.kr
  • 라디오 국민DJ ‘별밤’으로 떠나다

    라디오 국민DJ ‘별밤’으로 떠나다

    국내 라디오 DJ계의 대부 이종환씨가 30일 폐암으로 별세했다. 76세. 2011년 폐암 진단을 받고 투병생활을 하던 이씨는 서울대병원에서 치료를 받다 열흘 전 서울 노원구 하계동 아파트 자택으로 옮겨 지냈다. 고인은 국내 포크음악이 뿌리내리는 데 산파 역할을 했다. 음악다방 디쉐네의 DJ로 활동하다 1964년 MBC 라디오 PD로 입사한 고인은 1970년대 ‘별이 빛나는 밤에’와 1980년대 ‘이종환의 밤의 디스크쇼’의 DJ로 맹활약하며 대중의 인기를 누렸다. 인기 라디오 프로그램 ‘여성시대’를 진행하는 등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그는 1989년 미국으로 떠나 미주 한인방송 사장까지 지냈다. 1992년 귀국해 MBC FM ‘이종환의 밤으로의 초대’로 국내 방송에 복귀했다. 이후 ‘이종환, 최유라의 지금은 라디오 시대’, ‘이종환의 음악살롱’ 등으로 명실상부한 최고 DJ로 명성을 이어갔다. 1996년에는 MBC가 20년간 라디오를 진행한 DJ에게 주는 골든마우스 상을 최초로 수상했다. 해박한 음악 지식과 특유의 소탈한 입담으로 전국의 청취자를 끌어모으며 김광한, 김기덕과 함께 ‘3대 DJ’로 불리기도 했다. 대중음악계에도 큰 족적을 남겼다. 1970년대 음악감상실 쉘부르를 만든 주인공. 1973년 듀오 쉐그린(이태원, 전언수)과 함께 종로 2가에 쉘부르를 열어 가난한 음악인들에게 무대를 마련해 주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쉐그린, 어니언스, 김세화, 남궁옥분, 신계행, 양하영 등의 스타를 배출해 가수들 사이에서는 ‘대장’으로 불렸다. 돌출 행동 등으로 시련도 있었다. 2002년 ‘지금은 라디오 시대’를 진행하면서 자신을 비난한 글을 올린 청취자에게 폭언을 해 DJ 자리를 내놨고, 이듬해 7월엔 MBC FM 4U ‘이종환의 음악살롱’에서 음주 방송을 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2005년 4월 tbs FM ‘이종환의 마이웨이’로 방송에 복귀한 그는 지난해 11월 건강을 이유로 방송을 떠났다. 한편 그의 별세 소식이 알려지자 방송·가요계는 종일 술렁거렸다. 그와 함께 1995~2002년 7년여간 라디오 프로그램(지금은 라디오 시대)을 함께 진행했던 방송인 최유라는 이날 오전 자신의 트위터에 “어렸을 적 참 무섭고 어려웠던 분이었다. 할아버지 냄새 날까 마이크 돌려놓고 방송하시던 분… 아프실 때도 모습 흉하다며 못 오게 하셨던 분”이라며 고인을 추모했다. 쉘부르의 맏형 격인 쉐그린의 이태원은 “쉘부르는 그에게 사업이 아니라 음악을 정말 사랑했기에 시작했던 일이었다”고 회상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장지는 충남 아산. 발인은 6월 1일 오전 6시 30분. 유족으로는 부인 성성례씨와 1남 3녀(한열·효열·효선·정열)가 있다. (02)2072-2010.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7년간 620건 발생… 부주의가 전체사고 70% 차지

    대학 내 위험물을 취급하는 실험실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해 우려된다. 29일 정부에 따르면 최근 7년간 전국의 대학 실험실에서 발생한 안전사고는 모두 620여건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2006년 이후 실험실 사고를 원인별로 분석한 결과 부주의가 전체 사고의 70%인 것으로 나타났다. 1999년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실험실 가건물에서 대형 폭발 사고가 발생해 대학원생 3명이 숨졌고, 같은 해 서울대 자연대 화학과 실험실에 유독가스가 유출돼 학생과 교수 등 100여명이 긴급 대피했다. 2004년에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항공우주공학 풍동실험실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해 1명이 숨졌다. 서울시 소방재난본부는 다음 달 19일까지 시내 대학 실험실 2404곳에 대한 소방안전대책을 점검한다. 실험실 내 소화기와 비상경보 설비, 인화성 물질 보관 용기 사용, 가스시설 관리 상태를 확인한다. 최근 3년간 서울에서 13건의 대학교 실험실 화재 사고가 발생해 2명이 다쳤다. 윤샘이나 기자 sam@seoul.co.kr [용어클릭] ■삼브롬화붕소 가스 무색 기체로 불쾌하고 자극적인 냄새가 난다. 흡입하면 폐렴과 폐부종, 중추신경계 기능 저하 등의 증상을 유발하며 발병 후 산소가 부족하면 수 시간 내로 사망할 수 있다. 섭취할 경우엔 입안과 식도, 위 등에 화상을 일으키고 실명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 성동일 겸손 발언 “난 욕먹지 않을 수준, 게다가 가격 대비…”

    성동일 겸손 발언 “난 욕먹지 않을 수준, 게다가 가격 대비…”

    배우 성동일이 겸손한 발언을 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지난 29일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 조선 호텔에서 진행된 영화 ‘미스터 고’(감독 김용화) 쇼케이스에서 성동일은 자신의 연기에 대해 “욕먹지 않을 수준”이라고 자평했다. 이날 성동일은 “주변에서 명품 배우라는 이야길 해준다”면서 “연기를 잘해서가 아니라 가격 대비 쓸 만한 배우이기 때문”이라고 겸손한 발언을 이어갔다. 이번 영화에서 성동일은 야구를 하는 고릴라를 팀에 영입하는 베테랑 에이전트 성충수 역을 맡았다. 성충수는 인간미나 의리는 고려하지 않고 프로의 세계를 움직이는 것은 오로지 돈이라는 철칙에 따라 행동하는 속물 근성 가득한 인물이다. 그러나 성동일 특유의 사람 냄새 묻어나는 연기가 더해지면서 악역임에도 결코 미워할 수만은 없는 캐릭터로 그려진다는 것이 영화사 측의 설명이다. 성동일 겸손 발언을 접한 팬들은 “성동일 겸손 발언, 그래도 연기는 명품”, “성동일 겸손 발언, 성품도 명품이네”, “성동일 겸손 발언, 팬들에게 사랑받는 이유” 등의 반응을 보였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서울시 녹조관리 “유비무환”

    올해 여름이 평년보다 더울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서울시가 한강 녹조대책을 대폭 강화했다. 시는 올여름 녹조로 인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한강조류 관리대책을 시행한다고 28일 밝혔다. 시는 먼저 기존 4단계이던 조류경보제(주의보→경보→대발생→해제)를 예비주의보로 시작하는 5단계로 바꿨다. 조류 발생 시 생기는 냄새물질인 지오스민과 2MIB가 10ng/ℓ 이상 측정될 경우 예비주의보가 발령된다. 시는 이를 통해 과거보다 1주일가량 녹조에 빨리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또 냄새물질 농도(10∼500ng/ℓ)에 따라 예비주의보→냄새주의보→냄새경보→냄새대발생 4단계로 발령되는 냄새경보제를 새로 만들어 수돗물 악취를 따로 관리한다. 단계별로 조류차단막 점검부터 분말활성탄 투입 등을 통해 대응하게 된다. 조류경보제 발령 기준도 기존 클로로필a와 남조류세포수가 동시에 2회 연속 기준치를 웃돌 때에서 동시에 1회 초과하는 경우로 강화했다. 한강 상류의 조류 모니터링 지점도 평상시 주 1회 3곳, 발생우려 땐 주 1회 7곳, 발생 땐 주 2회 이상 12곳으로 차차 늘린다. 서울시 도시안전실 정미선 수질대변인은 “지난해 폭염이 지속돼 2008년 7월 이후 4년 만에 한강에 조류주의보가 발령됐고 올해도 무더위가 예상돼 철저한 사전 대책이 필요하다”면서 “예방책을 통해 시민들이 수돗물에 대한 불안을 느끼지 않도록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잠실수중보 상류 구간에 15일간 조류주의보가 발령되는 등 2000년부터 현재까지 한강 서울구간에서 여섯 차례 조류주의보가 발령됐다. 김민희 기자 haru@seoul.co.kr
  • [사설] 조세피난처 간 4개 그룹 탈세의혹 규명하길

    비영리 언론인 뉴스타파가 어제 조세피난처에 계좌를 둔 기업인 ‘2차 명단’을 발표했다. 국내 해운업계 1위인 한진해운의 최은영 회장을 비롯해 황용득 한화역사 사장, 조민호 전 SK증권 부회장, 이덕규 전 대우인터내셔널 이사 등 7명이다. 1차 때와 달리 한진, 한화, SK, 대우 등 내로라하는 국내 재벌 그룹 오너와 전·현 임원들이 연루돼 있어 더욱 충격적이다. 명단이 나오자 해당 그룹들은 회사와 무관하다고 선을 긋거나 합법적인 페이퍼컴퍼니(서류상 회사)라고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내역을 들여다보면 고약한 냄새가 난다. 황 사장은 영국령 쿡아일랜드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해 미국 호놀룰루의 아파트 두 채를 사고팔았다. 매매 대상이 아파트라는 점에서 사업상 투자로 보기도, 사실상의 매매 주체가 한화재팬(한화의 일본법인)이라는 점에서 개인의 치부로 보기도 석연찮은 구석이 있다. 남편 조수호 회장이 세상을 떠난 뒤 경영에 뛰어들어 대표적인 여성 경영인으로 자리매김한 최 회장도 미심쩍기는 마찬가지다. 해운업의 특성상 페이퍼컴퍼니가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왜 법인 명의가 아닌 사실상 개인 명의로 유령회사가 필요했는지, 그것도 왜 하필 조세피난처에 둬야 했는지 한진해운은 납득할 만한 해명을 전혀 내놓지 않고 있다. SK와 대우가 연관된 유령회사도 발행주식이 단 1주이고 연관 계열사가 ‘돈 세탁’ 사건 때마다 단골로 등장하는 금융과 종합상사라는 점에서 의심을 키운다. 연루자들과 해당 기업은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이다. 앞으로 3차, 4차 명단이 나올 때마다 비슷한 공방이 전개될 것이다. 따라서 국세청과 금융정보분석원(FIU), 검찰은 모든 수사력을 총동원해 이들 자금의 흐름을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이 돈이 오너 일가의 탈세나 축재, 그룹 비자금 조성 등에 쓰였다는 항간의 의혹을 눈덩이처럼 키울 것이다. CJ그룹 이재현 회장 일가의 비자금 조성 의혹 등으로 가뜩이나 재벌에 대한 불신 수위가 심각한 요즘이다. 동반성장위원회가 내놓은 73개 대기업의 동반성장평가지수에 따르면 현대백화점·CJ제일제당 등 절반가량이 평균 이하 점수를 받았다. 설사 조세피난처 계좌가 합법적인 절세로 판명나더라도 국내 중소기업과의 상생에는 소극적인 대기업들이 자신들의 잇속 챙기는 데는 너무나 적극적이었다는 비판만큼은 피하기 어렵게 됐다.
  • 불지말고 씹으세요 집중력이 높아져요

    불지말고 씹으세요 집중력이 높아져요

    잉글랜드 프로축구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은퇴 전에 마지막으로 씹었던 껌이 경매에서 39만 파운드(약 6억 6000만원)에 낙찰돼 눈길을 끌었다. 실제로 껌은 심리적인 안정과 집중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가 하면 양치질 대체효과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효과는 제한적이며, 지나치면 해가 되기도 한다. 영국 카디프대학 연구팀이 최근 ‘영국 심리학 저널’에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껌을 씹는 행동이 뇌 기능을 활성화시킨다. 연구팀은 대상자를 두 그룹으로 나눠 각각 30분간 1~9의 숫자를 듣고 기억하게 했다. 그 결과, 껌을 씹으면서 과제를 수행한 그룹이 더 빨리 숫자를 기억했으며, 정확도도 높았다. 또 일본 방사선의학종합연구소가 20~34세의 건강한 성인 17명을 대상으로 껌을 씹을 때와 씹지 않을 때의 뇌 상태를 자기공명영상(MRI)으로 관찰한 결과, 껌을 씹을 때의 반응속도가 493ms(1000분의1초)로 껌을 씹지 않을 때의 545ms보다 약 10% 빨랐다. 변욱 목동중앙치과병원장은 “껌을 씹으면 뇌의 혈류량이 늘어나 더 많은 산소가 공급되기 때문에 뇌 기능이 활성화되는 것”이라며 “침샘을 자극해 타액 분비도 촉진하는 등 잘만 씹으면 구강건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충치는 음식에 포함된 포도당 등을 섭취한 충치균이 이를 분해할 때 배출하는 산이 치아를 부식시키는 현상이다. 이런 충치균은 6탄당은 잘 분해하지만 분자구조가 다른 자일리톨의 5탄당은 분해하지 못한다. 이 때문에 당을 충분히 섭취하지 못한 충치균이 치아 표면에서 떨어져 나가면서 충치 예방효과를 보이는 것. 그러나 이런 효과는 어디까지나 제한적이어서 자일리톨껌만으로는 충치를 모두 예방할 수 없다. 껌의 입냄새 제거 효과도 다르지 않다. 입냄새의 주요 원인은 혀 위에 쌓인 세균으로, 이 세균이 단백질을 분해하면서 악취를 만든다. 따라서 입냄새를 없애려면 식후 바로 양치질을 하고 혓바닥을 잘 닦아줘야 한다. 껌을 씹으면 첨가된 향 때문에 입냄새가 일시적으로 약해지지만 근본적인 제거는 아니며, 설탕이 든 껌이 충치와 입냄새를 심하게 하기도 한다. 습관적으로 씹는 껌이 턱관절을 변형시킬 수도 있다. 껌을 오래, 자주 씹으면 음식을 씹을 때 작용하는 교근이 발달하는데, 이 때문에 아래턱의 뼈 성장이 촉진되면서 골격성 사각턱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따라서 껌은 턱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10분 정도만 씹고 버리는 게 좋다. 변 원장은 “심신이 긴장되거나 집중이 필요할 때, 양치질을 할 수 없을 때 무설탕 껌을 10분 정도 씹으면 도움이 되는 게 사실”이라면서 “하지만 이런 보조적 수단이 주는 효과는 제한적이며, 구강 건강을 위해서는 바른 양치질과 정기적인 검진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내 노래로 사랑의 추억 함께 나눠요”

    “내 노래로 사랑의 추억 함께 나눠요”

    “그렇게 목마르게 내가 쫓던 사랑은 사랑이라 부를 수도 없는 고작 그런 걸지도 몰라.” 싱어송라이터 ‘홍대 마녀’ 오지은(31)이 4년 만에 새 앨범을 들고 왔다. 사랑의 의미를 돌아볼 줄 아는, 몇 뼘이나 더 성숙해진 여인의 모습을 하고서다. 지난 13일 발표한 3집 앨범 타이틀곡(‘고작’)에다 그는 그렇게 높고 큰 줄만 알았던 사랑이 어쩌면 ‘고작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는 깨달음을 실었다. 영원할 것 같았던 사랑의 끝을 마주하며 사랑은 원래 이런 거라고, 사랑으로 상처받은 이들에게 던지는 위로다. 이번 앨범은 2집 앨범 이후 밴드(오지은과 늑대들) 활동과 에세이집 출간 등을 거친 뒤 꼭 4년이 걸려 내놓은 신작이다. 2007년 모금을 통해 혼자 힘으로 데뷔앨범을 발표했던 그녀는 20대 여성의 일상과 사랑을 솔직하게 그려낸 가사, 깊이 있는 목소리, 무대에서 내뿜는 카리스마로 두꺼운 마니아층을 확보했다. 지난 23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커피숍에서 만난 그녀는 “지난 1, 2집에서 다뤘던 사랑이라는 주제를 이제는 한번쯤 정리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래서일까. 사랑하면서 느끼는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현한 지난 앨범들과는 확실히 달라졌다. 지나간, 혹은 지나갈 사랑의 의미를 관조하듯 곱씹는다. 사랑은 그저 도화지의 작은 점이었던 나를 물들여 아름답게 해줬음을 깨닫고(‘네가 없었다면’),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 둘을 이어주는 것은 거짓말뿐임을 담담하게 말한다(‘사랑한다고 거짓을 말해줘’). 타이틀곡 ‘고작’은 1집의 ‘화(華)’, 2집의 ‘날 사랑하는 게 아니고’를 겪어낸 사람의 다음 이야기나 마찬가지다. “20대 때는 그때의 기분, 그날 있었던 일을 노래로 만들었어요. 하지만 서른에 접어드니 오랜 생각을 거쳐야 간신히 작은 결론에 이를 수 있게 됐어요. 지금까지는 현미경의 배율을 높이는 데만 몰두했다면 지금은 현미경을 치우고 실험실 밖으로 나갔다 들어오고 냄새도 맡고…. 다양한 시각으로 생각하게 된 거죠.” 사랑을 차분히 돌아보거나,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 본 노래들이 자연스럽게 이번 앨범에 실렸다. “내 이야기만 하는 가수이기는 싫었고, 이제는 누구의 이야기이든 상관없는 지점으로 가고 싶었다”고 했다. 신윤철, 이상순, 윤병주 등의 연주와 성진환(스윗소로우), 린, 정인, 이이언 등의 보컬이 더해져 사운드가 한층 더 깊고 풍부해졌다. 앨범의 기획과 작곡을 오롯이 혼자 해온 그녀에게 이들 뮤지션과의 협업은 그야말로 ‘선물’이었다. “일일이 설명해주지 않아도 내 마음을 읽어낸 듯한 풍성한 연주. 그것만으로도 모든 걸 다 이룬 느낌이었어요.” 1집 앨범의 정제되지 않은 야성, 무대 위에서의 독특한 몸짓 때문에 ‘홍대 마녀’라는 별명을 걸친 그가 이렇게 소탈하고 유쾌할 줄이야. 그런 그가 팬들에게 바라는 건 딱 하나다. “사랑을 해본 사람들이 제 노래를 듣고 공감하면 돼요. 맞아, 나도 그랬지 하구요.”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커버스토리] 활발한 사교·사회 참여 ‘골드 솔로’ 중추로 떴다

    [커버스토리] 활발한 사교·사회 참여 ‘골드 솔로’ 중추로 떴다

    “대한민국 1인 가구 453만명. 이제 혼자 사는 삶은 대세가 됐다.” 매주 금요일 밤 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는 방송인 노홍철의 이런 내레이션으로 시작된다. 이 프로그램은 혼자 사는 남성 연예인 5명의 일상을 보여 준다. 지난 17일 8.1%(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동시간대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시청자 게시판은 출연자들의 행동에 공감이 간다는 호평으로 가득하다. 음식물 쓰레기를 냄새 없이 모아 버리기 위해 냉동실에 넣어 두는 배우 김광규의 살림살이 노하우에 시청자들은 감탄을 표했다. 살림 잘하는 가수 데프콘이 결혼하라는 어머니의 구박에 시달리는 모습에서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는 시청자들도 많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혼자 사는 남자들에 대한 소재는 잘 안 나온 데다 이들의 실제 생활을 있는 그대로 보여 주기 때문에 시청자들이 많이 공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급증하는 1인 가구는 사회와 정치, 경제를 움직이는 거대한 집단으로 떠올랐다. 24일 통계청에 따르면 1인 가구는 이미 국내 전체 가구의 4분의1을 넘어섰다. 1990년 9.0%에서 지난해 25.3%로 늘었고 2035년에는 34.3%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통계청은 저출산과 만혼(晩婚), 이혼 등을 1인 가구 증가의 원인으로 분석했다. 우리나라는 1인 가구 증가 속도가 세계에서 유례가 없을 정도로 빠르다. 미국의 경우 1인 가구 비율이 17.1%(1970년)에서 26.7%(2010년)로 9.6% 포인트 느는 데 40년이 걸렸지만 우리나라는 불과 12년 만에 16.3% 포인트가 뛰었다. 1인 가구의 증가는 새로운 사회 현상을 만들어 내고 있다. 에릭 클라이넨버그 뉴욕대 교수는 ‘고잉 솔로, 싱글턴이 온다’라는 책에서 혼자 사는 사람들은 고독과 고립이 아닌 활발한 사교생활과 적극적인 시민사회 참여를 특징으로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고소득 독신자들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영향력이 앞으로 더 막강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KB금융경영연구소는 ‘솔로 이코노미 성장과 금융산업’이라는 보고서에서 “1인 가구 증가가 오래전부터 진행돼 온 유럽 및 미국의 경우 정부 정책 및 주택·식품 시장 등이 이미 1인 가구 증가에 맞춰 변화·발전 중이며, 국내는 싱글 및 1인 가구를 새로운 소비 주체로 인식하는 성장 초기 단계”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골드 미스, 골드 미스터로 불리는 고소득 미혼 남녀의 모습은 고학력·고소득자 등 일부의 모습일 뿐 독거 노인, 높은 이혼율 등이 1인 가구의 수를 증가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1인 가구 비율이 늘어나는 것은 막을 수 없는 사회적 현상이지만, 독거 노인 같은 빈곤층 1인 가구의 증가는 이와는 별개의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이탈리아 북부 이야기 Italy, eataly, italo③Emilia Romagna 에밀리아 로마냐주

    이탈리아 북부 이야기 Italy, eataly, italo③Emilia Romagna 에밀리아 로마냐주

    Emilia Romagna 에밀리아 로마냐주 우아한 유네스코 도시들 이탈리아처럼 많은 유네스코 문화유산을 가진 나라는 없다. 그래서 그 타이틀마저 식상할 때가 있지만 막상 그 중요한 인류의 유산 앞에 서면 스스로가 얼마나 행운아인지를 알게 된다. 페라리보다 멋진 페라라에서, 손톱만한 유리조각들에 존경심을 품게 되었던 라벤나에서, 나는 무척 행운아였다. Unesco City 1 이상적인 르네상스 도시 페라라 Ferrara 포 강변에 자리한 페라라는 15~16세기에 막강한 세력을 자랑했던 에스테 공국의 보금자리로, 예술가들에 대한 활발한 후원으로 르네상스 문화의 중심지로 번성한 곳이다. 도시의 규모를 확대할 필요를 느낀 에스테 가문의 헤르쿨레스는 1492년 비아지오 로세티Biagio Rossetti에게 그 임무를 맡겼다. ‘유럽 최초의 근대 도시’의 탄생이었다. 그리고 500여 년의 시간이 흐른 후 1995년 페라라는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르네상스 시대의 도시계획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는 이유였다. 구불구불 휘어진 골목이 복잡하게 중첩되어 있는 중심지구와 북쪽의 확장된 주거지역은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도시의 삶을 유통하고 있었다. 헤르쿨레안 에디션Herculean Addition으로 불리는 확장된 주거지역에서 로세티가 세운 랜드마크는 디아만티궁Palazzo dei Diamanti은 벽면이 8,000개가 넘는 피라미드 모양의 대리석 포석으로 이뤄져 일명 다이아몬드궁으로도 불린다. 당시 유럽의 부자들이 이주하여 살기 시작했던 이 주변은 지금도 모두 부유한 주택지구다. 넓은 해자 때문에 마치 호수 위에 떠 있는 듯 보이는 에스텐성Castello Estense은 1385년부터 200년간 개축이 계속된 도시의 상징이었다. 난공불락의 요새처럼 보이는 이 성은 원래 도시의 북쪽을 수비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에스테 가문이 주거지를 이 성으로 옮기면서는 민중의 발란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는 역할을 했다. 어둡고 습한 지하 감옥이 아직도 남아있다. 거친 외관에 비해 내부는 점점 귀족의 화려한 생활을 보여주는 공간으로 탈바꿈해 나갔다. 회랑을 세우고 대리석 발코니, 정원을 만들었다. 부속 건물에는 놀이와 유희를 테마로 한 카밀로 필리피의 프레스코화가 귀족의 호사스런 취미를 보여준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 산 조지오 페라라 대성당 앞에는 상인들과 장을 보러 온 사람들도 빈틈이 없었다. 아랫부분의 로마네스크 양식과 윗부분의 고딕 양식이 조화를 이루는 대성당의 파사드만 겨우 볼 수 있었다. 도시 중심과 확장된 주거 지역이 어떻게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지를 가장 쉽게 확인하는 방법은 자전거 여행이다. 페라라는 인구당 자전거 보유 대수가 가장 많은 도시로도 유명하다. 평평한 지형 덕분이기도 하고, 자동차보다는 자전거가 더 편리한 도시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특히 자전거를 타고 9km 성벽 외곽을 따라 도시를 한 바퀴 도는 것이 페라라 사람들의 자전거 산책이다. 성 둘레에 커다란 나무를 심고 자전거 도로를 조성했기 때문이다. Unesco City 2 살아있는 모자이크 라벤나Ravenna 라벤나의 전성기는 페라라보다 1,000여 년은 더 거슬러 올라간다. 5세기부터 8세기 사이에 3번이나 수도(서로마 제국, 동고트, 비잔틴 제국)의 지휘를 누렸던 도시다. 그 영광의 흔적이 8개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남아 있고 그중에서 2개를 직접 볼 수 있었다. 초기 기독교시대의 보물로 꼽히는 바실리카 산 비탈레Basilica of San Vitale의 내부도 모자이크로 라벤나를 다시 탈환한 동로마 제국의 황제 유스티니안과 그의 부인 테오도라가 그려져 있다. 빛이 바래지 않은 모자이크화 속에서 황제와 여왕은 여전히 화려했고 여자들의 컬러풀한 의상도 그대로였다. 빛이 잘 드는 날이면 더욱더 찬란하게 빛난다고 했다. 이 세계문화유산에 영감을 받은 샤넬의 디자이너는 라벤나 스타일의 쥬얼리 제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갈라 플라치디아의 원형무덤Mauseleum of Galla Placidia을 설명하는 한 단어는 보석상자다. 평범하고 둔해 보이기까지 하는 내부와 달리 어두운 내부에는 찬란한 보석처럼 알알히 생생한 모자이크 그림들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금박 위에 반짝이는 유리들은 때론 별이고, 때론 꽃이고, 때론 사람이 된다. 프랭크 시나트라가 라벤나로 신혼여행을 왔다가 이곳의 모자이크를 보고 ‘나이트 & 데이’라는 곳을 작곡했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비잔틴 시대의 황실 판사들의 초상화를 비롯해 당시 사람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알 수 있는 모자이크들이 천장 전체를 덮고 있다. 물론 바닥도 돌 카펫, 즉 모자이크로 덮여 있었다. 라벤나 사람들이 가지는 모자이크에 대한 자부심은 대단하다. 일주일 동안 40시간을 수료하면 되는 모자이크 학교도 운영하고 있다. 골목어귀마다 붙어 있는 도로명 표지판을 모두 모자이크로 바꾸는 작업은 안나 피에타씨Anna Fietta의 지휘아래 이루어졌다. 그녀의 공방 겸 숍에서는 다양한 모자이크 작품과 재료들을 판매하고 있었다. 라벤나가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는 또 하나의 자부심은 중세 최고의 서사시인 <신곡>의 저자, 단테Dante Alighieri, 1265~1321다. 정치적인 이유로 고향 피렌체로 돌아가지 못하고 19년 동안 망명 생활을 했던 그는 쓸쓸하게 생을 마감했다. 그가 죽은 후에야 베네치아는 유골을 되찾으려 했지만 라벤나는 유골을 빼돌려 가면서 지켜냈다. ▶travie info 꼬는 것이 실력, 빠네 페라라레제 맛에 대한 선입견을 줄 수 있으므로 이 빵의 모양을 다른 동물이나 곤충에 비교하는 일은 삼가겠다. 사진에서 보이는 대로 사지가 꼬인 빵이다. 제빵사가 실력을 한껏 뽐내기 위해 만들기 시작했다는 이 빵은 1536년부터 귀족의 만찬 테이블에 오르기 시작해 지금까지도 ‘세계 최고의 빵’이라는 찬사를(이탈리아 사람들에게) 듣고 있다. 하지만 정말 맛있는 페라라 빵을 위해서는 이 지역의 물과 밀가루뿐 아니라 습도마저 필수라고 하니 본토에서만 그 맛을 느낄 수 있나 보다. 맛있는 빠네 페라라레제를 기본빵으로 제공하는 레스토랑 겸 식료품점 쿠시나 부테가Cusina Butega는 그릇의 소리만 듣고도 금이 간 것을 알아차리는 숙련된 종업원들만큼이나 자부심을 가져도 좋은 에밀리야 로마냐 음식을 제공한다. Cusina Butega | 주소 Corso Porta Reno 26/28 Ferrara 문의 +39 0532 209174 www.cusinaebutega.com 이탈리안의 점심식사, 피아디나 이탈리안의 일상적인 점심메뉴가 된 피아디나Piadina는 라벤나의 자랑이기도 하다. 얇고 평평한 밀가루 빵 위에 재료를 넣고 말아먹는 피아디아는 간단하게 끼니를 때울 수 있는 샌드위치와 비슷하다. 하지만 라벤나의 카페 까데뱅Ca’ de’ Ven에서 맛본 ‘원조’ 피아디나는 샌드위치 재료가 아니라 그 자체로 맛있는 빵이었다. 밀가루에 라드돼지기름를 듬뿍 넣어 만든 반죽을 팬에 구워 만들기 때문에 적당히 기름지면서도 쫄깃했다. 라벤나 관광청 사람들이 선택한 이 레스토랑은 15세기에 세워진 유서 깊은 건물에 어울리는 앤티크 선반과 서가, 에밀리아 로마냐 지역의 엄선된 와인 등으로 이 지역의 전통과 문화를 품위 있게 보여주는 곳이다. Ca’ de’ Ven | 주소 Via Corrado Ricci, 24-48100 Ravenna 문의 +39 0544 30163 www.cadeven.it ● 이탈리안 식탁의 기본 너무 흔해서 쉽게 먹는 김치가 사실은 상당한 정성의 산물이듯, 흔하게 먹었던 파스타가 사실은 상당한 인내심의 산물이었고, 빵이나 찍어 먹던 발사믹 식초에도 명품이 따로 있었다. 커피에도 역사가 있고, 치즈는 시간의 산물이다. 알고 먹으니 다른 맛. 더 진하고 고소하고 감사한 맛! Boun Giorno! Torino Caffe 토리노의 아침, 바로크 시대의 건축물이 많은 격자형 도시의 골목을 기웃거리다 110년 전부터 산 카를로 광장 귀퉁이에 자리잡은 카페 토리노에 들어갔다. 마롱 글라세Maron Glaces·설탕시럽을 입힌 밤와 잔두이야Ganduia·헤이즐넛초콜릿의 먹음직한 모양새에 넋을 잃고 있다가 문득 고개를 드니 천장 모서리에 이런 말이 새겨져 있었다. “a little too much is just enough for me.조금 넘치는 것이 내게는 충분한 것이다.” 그 순간 내게 든 생각은 ‘커피 한잔을 더 마셔도 좋겠다’는 것이었다. 그래, 결핍보다는 약간의 과잉을 ‘충분’의 기준으로 삼아 보자! 단테의 희곡에 나온다는 이 문장을 나는 이번 이탈리아 여행을 위한 계시로 받아들였다. 한결 죄책감 없는 마음으로 두 번째 커피를 위해 라바짜 카페Lavazza cafe 1호점을 찾아갔다. 110여 년 전 토리노에서 시작된 오랜 역사에도 불구하고 인상적이고 감각적인 커피 광고로 유명한 커피 브랜드답게 내부의 인테리어도 강렬했다. 그러나 그 현란함 속에서도 이탈리아 할머니들은 색 바랜 느낌이 아니었다. 토리노의 명물 커피라는 비체린Bicerin(에스프레소, 초콜릿, 뜨거운 우유거품을 층층이 섞은 커피)을 영접할 기회는 없었지만 충분히 족한 마음이 들었다. 내 노년의 어느 날, 아침 9시의 풍경이 저러하길. 그것은 카페인보다 진한 각성이었다. Caffe Torino | 주소 Piazza San Carlo 204 10100 Torino 문의 +39 011-5451118 슬로시티, 슬로치즈 브라 소믈리에도 만났고 바리스타도 만나 봤지만, 치즈감별사는 처음 만났다. 그 장소는 브라Bra였다. 이 도시를 설명하는 두 단어는 ‘슬로푸드’와 ‘슬로시티’다. 패스트푸드에 대항하여 일어나기 시작한 슬로푸드 운동의 세계연맹(1989년 결성) 본부가 브라에 설치됐다. 그리고 슬로푸드 운동의 연장선에서 브라는 슬로시티 1호(1999년)로 지정됐다. 대표적인 슬로푸드 치즈. 브라는 2년에 한 번씩 세계치즈축제가 개회되는 곳이기도 하다. 이 도시에서 1920년부터 3대째 치즈 숙성 사업을 이어오고 있는 지오리토Gilolto 가문의 피렌조Fiorenzo씨(사진 왼쪽)도 매번 이 축제에 참가해 엄성된 브라치즈를 내놓는다. 이 지역의 200여 가구가 생산하는 치즈를 감별하고, 특별한 치즈로 숙성해 내는 것이 그의 일. 서늘한 지하 저장고는 치즈 특유의 콤콤한 냄새가 진동했다. 최소한 6개월 이상 숙성시킨 치즈를 두로Duro라고 하고 1년 이상 주기적으로 올리브 오일을 덧발라가며 숙성시키는데 지오리토에서는 보통 3년 정도 숙성시킨 치즈를 유럽, 미국, 일본 등지에 수출하고 있다. 어떤 치즈들은 홍어로 치면 흑산도보다 진하다는 나주 홍어쯤 되는데, 그럴수록 마니아들은 더 환장하게 마련이다.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지오리토만의 독창적인 치즈는 브라취크braciuk였다. 질 좋은 치즈를 네비올로Nebbiolo, 바르베라Barbera 등 피에몬테 지역 품종의 포도껍질에 파묻어 적어도 3개월 이상 숙성시킨, 말하자면 ‘취한’ 치즈다. 그래서 이름도 취한drunken을 뜻하는 지역 방언인 ‘취크ciuk’다. 와인 향기와 함께 톡 쏘는 듯한 맛은 지금도 입 안에서 맴돈다. 피오렌조 지오리토Fiorenzo Giolito | 주소 Via Monte Grappa, 6-12042-Bra(CN) 문의 +39 0172 412920 www.giolitocheese.it 내가 만든 파스타 볼로냐 요리학교 ‘요리의 수도’라고도 불리는 볼로네제를 대표하는 메뉴는 미트소스라고 하면 이해가 쉬울 ‘볼로네제 소스 파스타’다. 소스의 비법까지야 배울 틈이 없었지만 파스타를 만들어 볼 기회는 있었다. 수많은 파스타 종류 중 도전할 종목은 토르텔리니Tortellini였다. 밀가루와 계란 30개만으로 치댄 반죽으로 피를 만들고 속을 채운 이 파스타는 그 생김새 때문에 비너스의 배꼽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처음에는 손가락의 한마디만큼 작은 토르텔리니를 만들기 시작했다. 어렵다기보다는 흥미를 잃기 쉬운 노동집약적 요리였다. 체험자들의 얼굴에 지겨운 기색이 비치자 곧 응용코스로 대형 토르텔리니 만들기가 시작됐다. 같은 요령이지만 물만두만큼 사이즈가 커지자 다시 속도가 붙었고 그만큼 식욕도 빠르게 상승했다. 체험을 끝내고 시원한 맥주 한잔으로 갈증을 푸는 동안 드디어 고기 육수에 끊여 낸 토르텔리니가 냄비째 나왔다. 3가지 이상의 파스타 요리가 나온다는 말에 양을 조절하려 했으나 자제하기 어려울 만큼 토르텔리니는 맛있었다. 볼로냐에서 가장 유명한 요리교실이자 레스토랑인 베키아Vecchia Scuola의 성공은 알레산드라 Alessandra Spisni씨의 명성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생파스타 실습을 책임지는 유쾌한 남자, 알렉산드로씨(사진)는 그녀의 동생이다. 전문가 코스부터 일주일 코스, 점심 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Vecchia Scuola Bolognese | 주소 via Galliera 11 40121 Bologna Italy 문의 +39 0516491576 www.lavecchiascuola.com 회장님의 식초 모데나 발사믹 모데나의 식초를 기준으로 한다면 이 세상 모든 식초는 인스턴트다. 포도 외에 어떤 첨가물도 들어가지 않는 전통방식의 발사믹 식초를 만드는 과정은 순전히 시간의 응축이기 때문이다. 10월에 수확하여 깨끗하게 씻은 포도를 으깬 후 만 하루 동안 푹 끊여낸 포도액은 저장고로 옮겨서 배럴에 담긴다. 큰 것부터 작은 것까지 순서대로 배열되어 있는 5~8개의 배럴들은 ‘가족’이라고 불린다. 그런 가족들이 한 서른 세트쯤 될까. 그리 넓지 않은 2층 저장고는 서늘하면서도 시큼한 공기로 채워져 있었다. 18세기부터 가족을 위해 만들기 시작한 식초는 이제 가문의 중요한 사업이 되었다. 같은 지역에서 생산되는 식초라고 해도 사용하는 저장통의 목재가 다르기 때문에 맛도 모두 다르다. 구멍이 뚫린 배럴에서 증발하고 숙성되면서 응축된 발사믹 식초가 한 단계씩 작은 통으로 옮겨지면서 증발을 계속하여 식탁에 오르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짧게는 12년, 길게는 수백년이다. 포도 원액들이 섞이므로 사실 아무도 그 정확한 연도를 알 수는 없다. 모 호텔 홍보담당자의 ‘카더라’ 통신에 의하면 모데나의 식초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그룹의 회장님이 먹는 식초다. 그러나 아무리 재벌이라고 해도 욕심껏 모데나의 식초를 구매할 수는 없다. 18세기부터 시작된 이 마을의 식초 담그기는 소규모의 가내 수공업으로만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우리가 방문했던 곳에서도 연간 생산량은 500~600병 정도라고 했다. 시간이라는 것에 맛이 있다면 모데나의 발사믹 식초와 비슷할지도 모르겠다. 시고, 달고, 진한 감칠맛. 마지막 몇 방울만 떨어뜨려도 샐러드를, 빵을, 치즈를 완전 다른 요리로 만드는 신의 한수 같은 맛 말이다. 품질인증(P.D.D)을 받은 모데나 전통 발사믹 식초의 가격은 100ml들이 한 병에 12년산 40유로, 25년산은 70유로다. 다른 식초와 비교하자면 고가지만, 그 오랜 시간으로 나누어 생각하자면 오히려 저렴하게 느껴진다. www.balsamico.it ●이방인처럼 쇼핑하고 이탈리안처럼 먹어라 할인과 세금 환급이라는 ‘이방인 쇼핑 특권’을 꼭 누려야 할 나라는 말할 것도 없이 이탈리아다. 아무래도 홈그라운드 브랜드들이 상대적으로 품목도 다양하고 사이즈 선택의 폭도 넓다. 디자이너 아웃렛 맥아더글렌의 장점이 두드러지는 곳도 이탈리아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살바토레 페라가모(피렌체), 프라다(밀라노), 불가리(로마), 돌체앤가바나(밀라노), 질샌더(밀라노), 베네통(트레비조) 등은 부연이 필요없는 브랜드다. 여행가방으로 유명한 브릭스(올지아테 코마스코), 여성 핸드백으로 유명한 코치넬리coccinelle(파르마), 남성복 브리오니(펜네)와 투스카니 스타일 패션 브랜드 고뗄리Gotelli(세라발레)는 이탈리아에서 꼭 노려야 하는 쇼핑리스트다. 의류와 보석뿐 아니라 향수, 화장품, 스포츠용품, 가정용품 브랜드들도 다양하게 입점해 있다. 동일 매장에서 154.94유로 이상을 지출하면 구입 금액에서 최대 15%를 다시 환급까지 받을 수 있으니 금상첨화다. 그리고 이탈리아에서 누려야 할 또 하나의 특권은 음식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이방인처럼 말고 이탈리안처럼 먹기를 권한다. 버거킹을 대신해 선택할 수 있는 간단한 요리도 그리 비싸지 않고, 와인 한잔을 곁들이는 것도 이탈리아이기에 꼭 누려야 할 호사다. 노벤타 디 피아베 Noventa di Piave Designer Outlet 펜디Fendi, 아르마니Armani 등의 제품이 비교적 원활하게 공급된다는 소문이 있는 곳으로 뉴욕의 패션 블로거들, 베니스 비엔날레의 작가들이 놓치지 않는 매장이다. 베니스에서 30분, 파도바에서 1시간 거리에 위치해 있으며 여름마다 음악 페스티벌 등의 문화행사도 개최한다. 주소 Via Marco Polo 1 30020 Noventa di Piave 문의 +39 0421 5741 찾아가기 베니스 트론체토 광장 앞에서 매일 오전 10시에 셔틀버스(왕복 15유로)가 출발한다. 산 도나 디 피아베San Dona di Piave에서도 왕복 버스를 운행한다. 세라발레 디자이너 아웃렛 Serravalle Designer Outlet 이탈리아 북동쪽 리구리아 해안 지역의 건축 양식에서 영감을 받은 이 쇼핑몰은 이탈리안의 감성을 잘 전달하는 쇼핑 공간이다. 유일하게 불가리가 입점해 있다는 점에서 불가리 마니아에게는 필수방문지로 꼽히는 곳. 베네통 매장의 규모도 크다. 밀라노에서 1시간, 제노바에서 30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 주소 Via Della Moda,1-15069 Serravalle Scrivia 문의 +39 0143 609000 www.mcarthurglen.it ●두 개의 시간이 만나다 일주일 동안 이탈리아 북부를 누볐다. 지도를 펼쳐 놓고 헤아려 보니 피에몬테, 베네토, 에밀리아 로마냐의 3개 주에 걸쳐 있는 11개의 도시와 마을이었다. 도시의 중심에서 중심부로, 재빠르게 우리를 이동시켜 준 이탈리아 열차 시스템을 충분히 활용한 덕택이다. 직접 타본 이딸로에는 두 가지 속도가 존재하고 있었다. 페라리를 닮았다는 명품 초고속 열차의 경쾌한 속도감이 밖으로 드러나는 것이라면, 그로 인해 한층 여유로워진 마음으로 풍경을 즐기거나 맥주를 마시는 것이 기차 안의 풍경이다. 마치 빠르게 달리는 기차가 외부의 시간을 흡수하여 내부로 전달해 주는 것이 아닌가 싶은, SF적 상상을 해보게 된다. 창밖을 보며 이런 공상을 펼치는 것도 기차 여행이 주는 쏠쏠한 재미일 것이다 . 시간의 경계를 넘나들 정도로 미래적이어서 그런지 이딸로의 경쟁 상대는 기차가 아니라 비행기다. 물론 종목은 속도가 아니라 서비스 경쟁이다. ‘격의 없는 매너’로 유명한 유럽 항공사 승무원이 아니라 상냥하고 또 예쁘기도 한 우리나라의 승무원이 연상되는, 그런 친절함을 위해 철저하게 서비스 교육을 한 덕택이다. 영어구사 능력도 모두 수준급이다. 그들의 서비스를 듬뿍 받을 수 있는 곳이 ‘까사 이딸로Casa Italo’다. 이딸로 전용 대기실이자 안내데스크 겸 예약센터인 이곳은 이딸로 특유의 컬러인 벨벳 레드와 실버가 어우러지는 우주적인 공간이다. 심플한 픽토그램과 벽면에 내장된 키오스크 들은 디자인, 성능, 서비스 등 모든 면에서 초고속 열차의 새로운 기준을 세우려는 진보적인 이딸로의 노력이 시각화된 결과물이다. <월페이퍼>가 주관한 2013년 디자인 어워드에서 ‘올해의 생활 향상’부분을 수상하기도 했다. 글·사진 천소현 기자 취재협조 이탈리아정부관광청 한국사무소 02-775-8806, 레일유럽 한국사무소 02-3789-6110, 맥아더글랜 한국사무소 02-553-0822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피에라 피지Piera Pizi 밀라노역 스페셜리스트 “여기 있는 서비스 직원들은 모두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고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았습니다. 지난 1년 동안 밀라노에 있는 2개의 역을 오가면서 총괄업무를 담당했는데 좋은 피드백을 많이 들었어요. 저는 예전에 호텔에서 일했었는데 이딸로의 서비스는 호텔에 못지 않습니다. 더 나아가 우리의 경쟁 상태는 항공사 승무의 수준의 친절과 서비스죠. 하지만 요금은 무척 합리적인 수준입니다. 시장 조사를 통해서 더 많은 승객들이 이딸로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거든요. 참! 이딸로 열차에서 제공되는 슬로푸드 스낵도 잊지 말고 맛보세요.” ●mini interview 찾아가기 밀라노(오전 10시, 오후 1시30분)와 토리노(오전 9시)에서 세라발레까지 셔틀버스를 운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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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청소식 ●강남구 22일 오후 2시 청담2문화센터에서 중장년층의 실업 해소를 위한 ‘중장년 맞춤형 취업특강’을 연다. 이번 특강엔 40세 이상 중장년 구직자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선착순 6명에 한해 1대1 심층 컨설팅 서비스도 제공한다. 일자리정책과 (02)3423-5582. ●강동구 오는 26일 오후 3시 구민회관 2층에서 홀로 사는 어르신을 위한 황혼미팅을 개최한다. 관내 주민 우선이며 모집인원은 40명이다. 어르신청소년과 (02)3425-5715. ●강북구 오는 24일까지 각 주소지 동주민센터에서 제3단계 공공근로사업 참여자를 모집한다. 만 18세 이상 구직등록자로 하루 6시간 주 5일 근무를 원칙으로 7~9월 동안 활동할 사람들을 뽑는다. 일자리추진팀 (02)901-7245. ●강서구 다음 달 3~23일 등촌중학교 등마루관에서 제1기 ‘희망드림 영시니어 아카데미’를 운영한다. 대상 자격은 45~65세 80명이다. 은퇴에 대한 새로운 이해와 행복한 노년의 준비 등 전문강사의 강의와 체험교육을 병행한다. 오는 31일까지 신청하면 된다. 복지지원과 (02)2600-5328. ●관악구 서울대 아시아연구소에서 주최하는 열린 강연 시리즈 ‘아시아 시대, 중심을 가다’ 4회차 강연이 23일 오후 4시 연구소 영원홀에서 열린다. 학계와 언론계, 문화계 관계자들이 대중문화 교류를 통한 연대를 주제로 토론을 벌인다. 아시아연구소 (02)880-2691. ●광진구 오는 31일까지 건국대 미래지식교육원에서 진행될 도시원예전문가 양성과정의 수강생 60명을 모집한다. 다음 달 11일부터 8월 27일까지 매주 화요일 오후 교육이 진행된다. 수강료 20만원 중 10만원은 구에서 지원한다. 교육지원과 (02)450-7537. ●구로구 주민과 예술가, 사회적 기업이 함께 만들어 가는 마을 장터인 ‘별별 시장’이 오는 24일부터 매월 넷째주 금요일 오후 5~9시 구로아트밸리예술극장 앞 구로근린공원에서 열린다. 벼룩시장과 아트마켓이 포함된 문화예술 한마당이다. 자치행정과 (02)860-2203. ●금천구 ‘2013 금천 취업박람회’가 23일 오후 1~5시 구청 12층 대강당에서 열린다. 현장 참가하는 25개 업체를 비롯해 60개 업체가 부스를 차려놓고 청장년 구직자와 1대1 면접을 한다. 면접 컨설팅 등 일자리 상담도 할 수 있다. 일자리정책과 (02)2627-2044. ●노원구 오는 31일까지 ‘2013년 노원 동양고전아카데미 제2기 수강생’을 모집한다. 아카데미는 6월부터 12주간 운영되며 신청은 선착순으로 구청 교육정보포털 인터넷 접수 및 방문접수 등이 가능하다. 천자문, 주역 등 동양고전을 배울 수 있으며 기초생활수급자, 장애 1~3급, 국가유공자는 수강료를 면제한다. 평생학습과 (02)2116-3995. ●도봉구 오는 25일 오후 1시 방학3동 발바닥공원에서 ‘발바닥공원 런닝맨’ 행사를 개최한다. 2명 이상 짝을 이뤄 지정된 포스트를 돌며 제기차기를 통한 공동체놀이와 손수건 천연염색해보기, 현미경으로 식물관찰하기, 환경영상을 보고 환경문제바로알기 등 활동을 한다. 지속가능발전팀 (02)2091-3205. ●동대문구 오는 25일 오후 1시 30분 구청 2층 다목적강당에서 교육뮤지컬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를 무료로 공연한다. 부모의 갈등 속에 한 어린이가 성장해 가는 과정을 보여주며 가족애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는 뮤지컬이다. 노인청소년과 (02)2127-4245. ●동작구 매주 수요일 오후 2시 노량진 사육신공원 단종충신역사관에서 한국 고전영화를 무료로 상영하는 열린 청춘극장을 운영한다. 22일 ‘야행’(1977년작, 김수용감독), 29일엔 ‘장마’(1979년작, 유현목감독)가 상영될 예정이다. 문화체육과. (02)820-9670. ●마포구 23~24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 지하철 5호선 마포역 근처 마포공영주차장에서 ‘마포나루길 농특산물 장터’를 개최한다. 마포와 가장 가까운 친환경농업지인 경기 김포에서 당일 수확한 채소와 전국 지역특산물 등 50여가지의 농특산물을 판매한다. 도화용강상권활성화추진단 (02)3153-6363. ●서대문구 23일 오후 7시 30분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마에스트로 정명훈과 서울시향이 함께하는 우리동네 음악회’가 열린다. 베토벤 교향곡 3번 ‘영웅’과 함께 해설을 곁들여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구성했다. 문화체육과 (02)330-1410. ●서초구 매월 22일을 행복한 불끄기의 날로 정하고 오후 8~9시 소등 행사를 벌인다. 참여를 원하는 구민은 매월 22일, 1시간 동안 자율적으로 전등을 끄면 된다. 기업환경과 (02)2155-6459. ●성동구 오는 25일 오전 10시부터 서울 왕십리광장에서 청소년 길거리 농구대회 ‘마지막 승부’를 연다. 만 9~16세, 만 17~24세의 청소년들이 참가해 3인1조 토너먼트로 진행한다. 참가 신청은 23일까지 하면 된다. 성동청소년수련관 (02)2296-3746. ●성북구 ‘새 생명 열린 음악회’가 오는 27일 오후 7시 구청 4층 아트홀에서 열린다. 무료다. 해금 연주가 차다슬과 3인조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 알 에스프레소, 재즈 기타리스트 하타 슈지, 마술사 토니 박 등이 공연을 펼친다. 한국새생명복지재단 (02)927-3040. ●송파구 다음 달 1~2일 오전 10시~오후 7시 올림픽공원 평화의문 광장(몽촌토성역)에서 북페스티벌 ‘함께 읽어요, 더 행복한 송파’ 행사를 개최한다. 90여개의 행사부스가 마련돼 도서할인전을 비롯해 도서체험 프로그램, 저자 사인회 등 다양한 행사가 진행된다. 독서문화팀 (02)2147-2377. ●양천구 오는 28일 오후 2시 양천해누리타운 해누리홀에서 5월 양천리더스 아카데미를 갖는다. 무료다. ‘쿠웨이트 박’으로 알려진 최주봉이 ‘신명나게 살자’란 주제로 강연을 펼칠 예정이다. 선착순 입장이다. 교육지원과 (02)2620-3113. ●영등포구 2013 열린예술극장 공연이 오는 25일 곳곳에서 열린다. 오후 4시 문래공원에서는 민속예능인 김삼의 전통춤 공연, 오후 5시 당산공원과 영등포공원에서는 이종우의 클라리넷 공연과 한국전통예술공연단 신의문의 전통 연희 공연이 펼쳐진다. 열린예술극장 (02)521-0362. ●용산구 23일 오후 7시 용산아트홀 대극장에서 클래식과 무용이 함께하는 ‘가족음악회’를 연다. 상명대 윈드오케스트라와 현대무용단이 나서 ‘해설이 있는 클래식’, ‘힐링&댄스’라는 주제로 클래식과 무용을 동시에 즐길 수 있도록 기획했다. 다문화출산팀 (02)2199-7172. ●은평구 오는 25일 오전 11시~오후 3시 지하철 6호선 역촌역 평화공원에서 중고물품을 교환, 판매하는 ‘은평구민 나눔장터’를 개최한다. 교복과 신발, 책 등 재사용 가능한 물품을 사거나 팔 수 있다. 참가비는 없지만 판매수익금의 10%는 기부해야 한다. 자원재활용팀 (02)351-7585. ●종로구 오는 24일부터 다음 달 21일까지 핵심 마을 일꾼 양성을 위한 2013 상반기 종로 마을 아카데미를 운영한다. 사단법인 희망제작소가 교육을 주관하며 지역자원 분석과 우수마을 탐방, 사업구상, 사업계획서 작성 등을 배울 수 있다. 23일까지 구청 홈페이지를 통한 접수하면 된다. 마을공동체지원팀 (02)2148-1483. ●중구 롯데백화점과 24~30일 명동 롯데백화점 본점 지하 1층 식품매장에서 ‘중구 자매결연 지자체와 함께하는 로컬푸드 박람회’를 연다. 전남 장성군과 전북 무주군 등 9개 시·군의 34개 농가와 업체가 우리 농산물을 시중보다 10% 이상 싸게 판다. 소비자보호팀 (02) 3396-5073. ●중랑구 22일 구청 뒤 봉수대공원에서 저소득 아동 60명을 초청해 그림그리기 대회를 연다. 이마트 상봉점과 묵동점 희망나눔봉사단 주최로 마련된 이번 행사에서 환경사랑과 에너지절약이란 주제로 열린다. 자원봉사센터 (02)2094-1615. ●경기 고양시 다음 달부터 긴급복지 지원사업이 확대 시행된다. 생계지원 소득기준은 최저생계비의 120%에서 150%로, 금융재산기준은 3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완화된다. 신청은 거주지 관할 구청에 할 수 있으며 4인 가족 기준 월 최고 104만 3000원 등을 지원받을 수 있다. 시민복지과 (031)8075-4367. 대중음악 ●유브이(UV) 소극장 버라이어티 콘서트 ‘까치와 하니’ 오는 24~25일 서울 마포구 인터파크아트센터 아트홀. 개그맨과 가수의 합성어인 ‘개가수’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낸 유브이의 첫 번째 소극장 공연. 무대와 객석과의 거리를 최대한 좁힌 가운데 블랙라이트쇼, 무대에 놓인 평상 위에서 벌이는 어쿠스틱 퍼포먼스 등 개그와 음악을 결합한 다양한 공연을 볼 수 있다. 지정석과 스탠딩석 6만 6000원. (02)1544-1555. ●안전지대 내한공연 오는 6월 1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 1982년에 데뷔해 일본 제이팝(J-POP)의 전설로 자리매김한 안전지대의 데뷔 30주년 기념 아시아투어의 첫 번째 무대. 일본에서의 히트곡과 한국에서 번안 또는 리메이크된 곡들을 안전지대 특유의 서정성과 감성을 극대화한 라이브연주로 들려준다. 9만 9000원~12만 1000원. (02)3143-5156. 전시 ●김재학 ‘김재학’전 오는 31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 선화랑. ‘장미그림’ 작가로 유명한 김재학(60) 화백이 장미 냄새 가득한 5월에 장미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마흔 다섯 번째 개인전. 꽃잎의 탱탱하고 보들보들한 기운을 그대로 살린 독특한 화법을 구사한다. 정밀 묘사를 추구하지만 절대 기계의 힘을 빌리지 않는다. ‘착한 손맛’인 셈이다. 극사실화의 진짜 같은 착시를 불러오면서도 묘한 서정적 감흥을 끌어낸다. (02)734-0458. ●정주영 ‘부분밖의 부분’전 다음 달 2일까지 서울 종로구 사간동 갤러리현대 본관. ‘산 그림’ 작가인 정주영(43)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단원 김홍도와 겸재 정선의 화풍을 재연했다. 쓸어내리는 듯한 붓터치로 표현된 화강암이 이목을 끈다. “정선이 그린 풍경을 답사하며 산을 통해 영감을 받았다”는 작가는 ‘전통에 대한 재해석’을 넘어, 풍경 안에서 폭을 넓혔다. 실경을 보고 그린 작품은 끊임없는 붓질로 겹겹의 층을 이루며 독특한 깊이감을 품는다. (02)2287-3591. ●최인선 ‘미술관 실내’전 다음달 20일까지 서울 강남구 신사동 예화랑. 최인선(49·홍익대 교수) 작가가 작품을 온통 화려한 원색으로 치장했다. 빨강, 파랑, 노랑, 녹색 등이 단박에 시선을 휘어잡는다. 경쾌한 리듬과 색의 변주를 담은 신작 50점이 나왔다. 작가의 서른여덟번째 개인전. 수직과 수평 구조를 오가며 입체와 평면, 배경과 기물을 뒤섞어 놨다. 온갖 색의 조합이 하늘과 바다의 수평선을 만들어내고 강렬한 공간을 연출한다. (02)542-0543. 공연 ●앙상블 바론 창단연주회 26일 서울 영등포구 영산아트홀. ‘앙상블 바론’은 바이올린 임경묵, 김동환, 비올라 전낙연, 첼로 임정묵, 더블베이스 서민수 등 음악적 귀족주의를 꿈꾸는 다섯 남자들의 음악세계를 표현하고자 결성됐다. 더블베이스가 함께한 현악 5중주곡만으로 구성된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전석 2만원. (02)581-5404. ●2013 임수정 전통춤판 ‘동동(動動)’ 오는 6월 4일 서울 서초구 국립국악원 우면당. 한국무용가로서는 드물게 악(樂), 가(歌), 무(舞)를 두루 섭렵한 임수정 경상대 민속무용학과 교수의 12번째 전통춤판. 북춤을 테마로 전국의 북춤 명인들이 모여 생동감 넘치는 무대가 펼쳐진다. 또 북춤의 명인이었던 임 교수의 스승 박병천 선생 6주기를 추모해 선생의 유작인 북춤의 예술세계를 조명한다. 전석 2만원. (02)927-5951. ●제19회 현대무용단-탐 레퍼토리공연 ‘끌리는 힘(focal point)’ 오는 24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삼성홀. 1980년 창단해 꾸준히 창작작업을 이어 온 현대무용단-탐이 수작으로 평가받는 작품들을 재공연하는 19번째 레퍼토리공연. 이번에는 2008년 정기공연에서 초연된 작품 ‘끌리는 힘’을 조은미 이화여대 무용과 교수의 안무로 다시 무대에 올린다. 전석 2만원. (02)3277-2584. ●뮤지컬 우모자(UMOJA) 오는 26까지 서울 중구 충무아트홀 대극장.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대표 뮤지컬 우모자가 내한공연 10주년을 기념해 다시 여는 공연. 원시 부족사회에서부터 아파르트헤이트(인종분리)의 세월을 지나 오늘에 이르기까지 남아공의 역사를 흑인음악과 춤의 일대기로 구성한 작품이다. 재즈, 스윙, 가스펠, R&B 등 호소력 짙은 흑인음악과 부족댄스, 스윙댄스, 힙합댄스 등 역동적인 춤이 2시간 동안 펼쳐진다. 해설자가 등장, 각 장면을 쉽게 설명해 관객들의 이해를 돕는다. 5만~13만원. (02)548-4480. 영화 ●사랑은 타이핑 중! 감독 레지스 로인사드. 출연 로망 뒤리스, 데보라 프랑소와, 니스 베조, 숀 벤슨 등. 1958년 타이핑이 최고의 인기 스포츠로 각광 받던 시절을 배경으로 스포츠광 보스와 독수리 타법 비서의 ‘타이핑 챔피언’을 향한 짜릿한 합숙훈련과 타이핑대회 과정을 담은 프랑스 영화. 속도감 넘치는 웰메이드 로맨틱 코미디로 1950년대의 우아하고 고전적인 의상들이 눈길을 끈다. 111분. 15세 관람가. 22일 개봉. ●분노의 질주:더 맥시멈 감독 저스틴 린. 출연 빈 디젤, 드웨인 존슨, 폴 워커, 미셀 로드리게즈 등. 억만 달러가 걸린 한탕에 성공한 뒤 정부의 추적을 피해 전 세계를 떠돌던 도미닉과 브라이언 앞에 정부 요원이 나타난다. 군 호송 차량을 습격하며 범죄를 일삼는 레이싱팀을 소탕하는 데 도움을 달라는 것. 도미닉은 최고의 운전 실력을 가진 특급 멤버들을 모은다. 130분. 15세 관람가. 22일 개봉. ●비포 미드나잇 감독 리처드 링클레이터. 출연 에단 호크, 줄리 델피, 시머스 데이비. 영화 ‘비포 선라이즈’(1995)와 ‘비포 선셋’(2004)에서 이어진 ‘비포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 전편의 빈과 파리에 이어 그리스의 해변 카르다밀리를 배경으로 베스트셀러 소설가가 된 제시와 환경 운동가가 된 셀린느의 더욱 깊고 성숙해진 사랑을 그린다. 108분. 청소년 관람불가. 22일 개봉. ●공각기동대 S.A.C Solid State Society 3D 감독 가미야마 겐지. 목소리 출연 다나카 아쓰코, 사카 오사무, 오쓰카 아키오. TV극장판의 3D 버전이다. 모든 것이 네트워크로 연결된 미래 도시, 군사독재정권 시아크 공화국의 테러리스트 13인이 자살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공각기동대’로 불리는 공안 9과는 사건의 열쇠를 쥔 해커를 찾아나선다. 원작 ‘공각기동대’를 연출한 오시이 마모루 감독은 가미야마 겐지 감독에 대해 “이렇게 클 줄 알았다면 싹을 미리 잘라버릴 걸 그랬다”는 농담 섞인 극찬을 전한 바 있다. 108분. 15세 관람가. 23일 개봉.
  • 아이와 어른의 경계, 중학생의 성장통

    중학생은 이상한 존재다. 열넷에서 열여섯. 당연한 말이지만 초등학생도, 고등학생도 아니다. 아동문학평론가 박숙경의 말을 빌리면 “아이와 어른의 경계에서 몸과 마음의 급격한 변화를 겪는 대상”이다. 창비가 50번째로 펴낸 청소년문학 ‘파란 아이’는 중학생을 위한 소설집이다. 공선옥, 구병모, 김려령, 배명훈, 이현, 전성태, 최나미 등 작가 7명이 중학생을 소재로 쓴 단편을 모았다. 좌충우돌 방황하는 청소년의 다종다기한 고민을 다룬다는 점에서 소설집이라는 형식은 적합한 선택이다. 표제작인 김려령의 ‘파란 아이’는 죽은 누나의 이름을 물려받은 소년이 자신의 진짜 이름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선우’의 입술은 익사한 누나처럼 파랗다. 딸을 잊지 못하는 엄마는 선우를 딸처럼 키운다. 죽음의 희미한 냄새가 동전의 뒷면처럼 성장의 통증과 맞물린다. 성적 정체성에 대한 혼란도 뒤섞인다. 이름에 대한 고민은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기도 하다. 작가들이 그리는 중학생은 평면적이지 않다. 중학생은 ‘남자 되기’에 몰입해 위태롭게 가슴을 부풀리는 나이(전성태 ‘졸업’)인 동시에 “외로움이 뭔지도, 아름다움이 뭔지도 알 나이”(공선옥 ‘아무도 모르게’)다. 우주에 전쟁이 터지든 말든 여자 친구의 뾰로통한 표정에 더욱 신경을 쓰고(배명훈 ‘푸른파 피망’) 부모의 보살핌을 떠나 홀로서기를 고민하기도(이현 ‘고양이의 날’) 한다. 자본주의의 비정한 논리(구병모 ‘화갑소녀전’)와 튀는 개인을 용납하지 않는 집단의 불합리(최나미 ‘덩어리’)를 조금씩 체득하는 것도 이때부터다. 중학생의 다채로운 고민을 그리면서도 작가들은 성장과 변화라는 열쇠말은 놓치지 않는다. 공선옥의 문장은 시나브로 열매 맺는 십대의 꽃봉오리를 예민하게 포착한다. “나는 아무도 모르게, 다른 아이가 되어 버렸다. 사람이 어제와 다른 사람이 되는 것은 그렇게 아무도 모르게 되는 것이다.” 9500원.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옷·국기로 만들어낸 권력, 그리고 욕망

    옷·국기로 만들어낸 권력, 그리고 욕망

    2005년 어느 봄날, 아버지의 산소에 다녀왔다. 이튿날 방 구석에 아무렇게나 벗어놓은 옷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아버지 산소에서 자라던 ‘도독가시풀’이 붙어있었다. ‘죽음’의 쓰디쓴 냄새가 처음으로 코끝을 맴돌았다. 그 옷은 유년시절 돌아가신 아버지와 산소를 짝짓는 고리가 됐다. 얼마 뒤 거실에서 아내가 개켜놓은 빨래를 무심결에 툭 치고 갔다. 우르르~. 무너지는 옷들 사이에서 무언가 엿보였다. 사람의 몸을 떠나 형태를 상실한 옷은 죽음과 같았다. 술김이라 치부했지만 아른한 윤곽은 좀처럼 가시지 않았다. 작가 윤종석(42)은 한마디로 말할 수 없는 복잡함과 기묘함을 지녔다. 헌옷이나 스포츠 유니폼을 활용해 권총, 강아지, 화분, 별 등으로 자유자재로 바꾸어놓는 재주를 가졌다. 덕분에 ‘팝 아트’ 작가 대열에 당당히 합류했다. 벌써 데뷔 17년째. 관람객을 단박에 굴복시키는 재치와 해학, 욕망에 대한 싸늘한 시선은 이름 석자를 미술계에 각인시키기에 충분했다. 애초 대상은 옷이었다. 누군가의 살을 감싸고 피부에 달라붙었던 옷이 몸에서 떨어져 홀로 있을 때 어딘가 낯설어진다는 데 착안했다. 유령 같은 옷은 권력과 욕망이란 허구의 이미지로 가득했다. 캔버스에 옷의 질감을 살리기 위해 고민했다. 처음에는 붓, 이쑤시개, 전선피복 등으로 점을 찍어 그리다가 주사기에 마음이 끌렸다. 아크릴 물감을 가득 담은 링거를 호스로 연결해 천의 올을 하나씩 세어나가듯 화폭에 점을 찍었다. 옷은 살아 움직이는 듯 보였다. 작가는 “점은 가장 작은 표현의 수단”이라며 “어떤 군더더기도 걸치지 않으려 편집증적 고민을 늘어놓다 점찍는 것부터 다시 시작했다”고 말했다. 주변 큐레이터들은 그의 ‘주사기 기법’이 점묘법의 창시자인 프랑스 화가 조르주 쇠라보다 진일보한 독창적 기법이라고 평가한다. 도를 닦듯 손목을 끊임없이 움직여 고행 같은 동작을 반복한다. 덕분에 허리디스크를 선물로 얻었다. 작가는 “예술활동을 한다기보다 노동의 가치와 진실을 배우는 중”이라며 웃어넘겼다. 작업과정은 재현을 통한 재현이다. 옷을 접어 원하는 형태를 만들고 이를 사진에 담는다. 캔버스에 그려질 크기만큼 실사 출력한 뒤 이를 옆에 놓고 점을 찍어 작품을 완성한다. 여기까지 꼬박 20여일이 걸린다. 이런 식으로 화려한 꽃무늬 옷들은 개나 사자, 돼지나 양의 머리로 변신하고 월드컵 우승국가 선수들의 유니폼은 권총 모양으로 탈바꿈한다. 그런데 다분히 공격적이고 서늘한 긴장감이 감돈다. 작가는 “인간의 숨은 욕망과 권력을 드러내기 위한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그는 이제 옷을 접지 않는다. 천으로 가리고 덮어 작품을 만든다. 세계 각국의 국기로 덮은 탁자와 의자 등을 통해 ‘갑의 횡포’가 횡행하는 세상을 향해 경고한다. 다음 달 9일까지 서울 종로구 통의동 아트사이드갤러리에서 열리는 ‘우아한 세계’전에서다. 이번 개인전에선 회화 20여점과 부조 16점이 선보인다. 점점이 찍힌 캔버스 안에선 권력자의 근사한 의자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의 국기가 차례로 덮이거나, 형태가 고스란히 드러난 권총이 천에 싸여 의자에 놓인다. 권력은 결국 원탁 속에 숨은 해골로 귀결된다. ‘인생무상’이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일본인 61% “한국 김치 좋아한다”

    일본인 61% “한국 김치 좋아한다”

    한류의 영향으로 일본인들의 입맛이 바뀌고 있는 것일까. 과반수가 넘는 일본인이 한국의 김치를 좋아한다고 밝혀 눈길을 끈다. 최근 일본의 한 설문 회사 ‘리서치판넬’(Research Panel)은 일본 네티즌 1600여 명을 대상으로 “김치를 좋아합니까?”라는 설문을 시행했다. 그 결과 “김치를 좋아한다.”고 답한 네티즌은 61.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싫어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12.1%에 불과했으며, “좋아하지는 않지만 먹을 수 있다.”는 응답자도 24.7%나 됐다. 김치가 좋다고 응답한 사람들은 “김치볶음밥이나 김치찌개가 맛있다.”, “맥주와 잘 어울린다.”, “밥이나 삼겹살과 함께 먹으면 맛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반대로 김치가 싫다고 응답한 사람은 “매운 것을 못 먹기 때문”, “마늘 냄새가 사라지지 않는다.”라고 답했으며 “한국이 싫기 때문”이라고 응답한 사람도 일부 있었다. 인터넷뉴스팀
  • 금발의 종암동 데릴사위 ‘주부 9단’ 체험 삶의 현장

    금발의 종암동 데릴사위 ‘주부 9단’ 체험 삶의 현장

    ‘금발의 데릴사위가 주부 역할에 푹 빠졌어요.’ 최근 생활 체험수기 공모전과 한국어 말하기 대회에서 잇따라 상을 받은 ‘금발의 미국인’ 크리스 존슨(25)이 스스로 데릴사위와 주부 9단을 자처해 눈길을 모은다. 그는 장모와 팔짱을 끼고 마트에 다니는 것이 익숙하다고 한다. 존슨은 17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상금이 꽤 짭짤해서 장인·장모께 레스토랑에서 스테이크를 쐈다”고 유창한 한국어로 말했다. 그는 지난 7일 법무부의 ‘재한외국인 생활 체험수기 공모전’에서 장려상을 탄 데 이어 15일 경희대 국제교육원에서 연 ‘외국인 한국어 말하기 대회’에서 특별상을 받았다. 그의 수상이 독특한 것은 주부와 데릴사위로서의 삶이 글과 말에 녹아 있어서다. 신혼 6개월에 접어든 새신랑 존슨은 일상의 경험을 말과 글로 옮겨 많은 이들의 공감을 샀다. 그는 서울 성북구 종암동의 한 빌라에서 처가와 아랫집·윗집으로 지내며, 마케팅회사에 다니는 부인 노선미(30)씨를 대신해 집안 살림을 하고 있다. 존슨은 “처음에는 나름대로 걸레질을 열심히 했는데 아내가 더 박박 닦으라고 타박해 힘들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집안에서 신발을 신고 생활하는 미국인과 맨발로 생활하는 한국인은 깨끗함의 기준이 달랐다는 얘기다. 이런 촌극을 빚으며 여섯 달을 지내다 보니 살림의 지혜도 늘어 주부 티가 팍팍 난다. 그는 “걸레를 뜨거운 물로 빨면 묻은 먼지도 빨리 떨어지고 바닥도 더 깨끗이 닦인다”면서 “쓰레기봉투를 그냥 밖에 내놓으면 고양이들이 봉투를 찢어서 냄새가 나니까 테이프를 둘둘 감아 붙여서 버려야 한다”며 집안 살림의 팁을 소개했다. ‘종암동 데릴사위’로 불리는 그는 “장을 보면서 야채를 더 달라고 할 때, 장모님은 그 야채를 먼저 봉투에 담으며 고맙다고 선수를 친다”며 장모와의 돈독한 정을 드러냈다. 그는 일주일에 두 번 이상 장모를 초대해 서양 음식을 대접한다. 그는 “한 번은 맥앤치즈라는 서양음식을 만들어 드렸더니 장모님이 ‘우리 사위가 해 준 맥앤치즈가 얼마나 맛있는지 아느냐’며 동네방네 자랑을 하셔서 좀 우쭐해졌다”고 말했다. 존슨은 ‘한국인보다도 한국 문화를 더 사랑하는 외국인’이라고 믿는다. 특히 콩국수와 미숫가루, 선식 등 미국에서는 구경도 못한 우리나라 곡물 음식을 좋아한다. 한국어 매력에도 푹 빠져 있다. 그는 “한국어에는 ‘깨가 쏟아지다’와 같이 아름다운 속뜻이 담긴 표현이 많다. 또 문법이 틀리기 쉽다. 매끄러우면서 진심이 담긴 글을 쓰고 싶어서 신문을 매일 읽고 학습지로 한자도 배우면서 실력을 키우는 중”이라고 했다. 한국 문화가 좋아서 한국학과 한국의 경제를 공부하고 싶다는 존슨은 집안 살림을 하면서도 편집·번역 회사에서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다. 국내 대학원에 들어갈 준비도 하고 있다. 그는 “욕심이 많은 사람이라 한국을 더 많이 알고 한글로 글도 잘 쓰는 ‘주부 9단’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헤어진 지 불과 이틀 만에 다시 만난 조기출 일행의 행색은 꿰다 만 산적같이 꾀죄죄하게 육탈이 된 것은 물론이었고, 모두 쥐 뜯어먹은 송곳 자루같이 남루했다. 꿩 구워 먹은 자리에는 재라도 남아 있지만, 그들은 육탈은 물론이고 손에 쥔 것이라곤 흙먼지뿐이었다. “이런 작변이 있나. 어쩌다가 이토록 몰골 숭한 꼴을 당하였소? 이틀 전만 하여도 허우대들 멀쩡하지 않았소.” “적변을 당했습니다.” 먼저 잠들었던 일행이 나중 온 일행들을 미지근한 온기가 남아 있는 아랫목으로 잡아끌어 앉히고 물을 떠다 먹이며 야단을 떨었으나 봉노 안의 부산스러움은 좀처럼 가라앉을 기미가 아니었다. 나중 돌아온 일행의 수효를 눈대중으로 점고하던 정한조가 조기출을 똑바로 바라보며 무거운 입을 열었다. “일행 중에 두 사람은 어디로 갔습니까?” “……” “이런 낭패가 있나. 두 사람 목숨이 창졸지간에 모두 거덜났더란 말이오?” “한 사람은 그 자리에서 적당의 칼을 맞고 숨을 거뒀습니다. 시신조차 산적들이 거두어 갔습니다. 한 사람은 혼비백산하여 산비알로 튀었는데 어디로 줄행랑을 놓았는지 도무지 행방이 묘연했습니다. 잠시 찾아 헤매긴 하였으나 찾지 못했습니다.” 여기저기에서 구들장이 꺼져라 하고 한숨 소리가 터져나왔다. “도대체 어느 어름에서 적변을 당했다는 것입니까?” “내성 경내를 금방 벗어나 상주길로 접어들어 반나절도 못 간 백주 대로였습니다. 해가 나절가웃이나 기울었을까요. 그때라면, 백주 대낮이나 다름없지요.” “백주 대낮인데도 아무런 대책 없이 몽땅 털렸더란 말이오?” “복물은 물론이고 장두전이며 전내기 짚신까지. 육승포 외골 전대에 감추었던 150냥을 몽땅 털리고 사람 목숨까지 거덜내고 말았습니다. 전대를 빼앗기지 않으려 했다간 적당들이 배를 가르고 창자라도 꺼내갈 기세였습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저희들에게는 아무 소용이 없을 신표하며 물미장까지 빼앗아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150냥이면, 한양 변두리에 가서도 기와집 두 채 값입니다. 그런데 그들에게는 소용없을 성부른 물미장까지?” “예.” 조기출 일행은 샛재 숫막에서 정한조 일행과 같은 날 발행했지만, 복물짐이 비교적 단출했던 탓으로 내성에는 하루 먼저 당도하였다. 그러나 한시라도 빨리 길을 줄일 욕심으로 내성에서 사처를 잡지 않고 내처 상주길로 접어들기로 하였다. 해가 질 때쯤이면 맞춤한 숫막을 찾아들어 하룻밤을 유숙할 작정이었다. 내리고 있는 진눈깨비가 언제 그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 진눈깨비가 내리면 습기 먹은 건어물이나 미역 짐이 더욱 무거워지기 때문에 촌각을 다투어 길을 줄이는 것이 상책이었다. 열불 나게 길을 줄이는 중에 중화참이 지나고 나자, 극성스럽던 진눈깨비가 씻은 듯이 긋고 난 다음 촘촘한 봄 햇살이 자드락 가득히 넘쳐나고 있었다. 일행의 발걸음도 햇살과 함께 한결 가벼워지고 농담까지 나누며 산코숭이를 돌아가고 있었다. 일행이 산코숭이를 돌아가려는 그 참에 난데없는 일행과 만나게 되었다. 쓰개치마로 얼굴을 가린 스무 살 안팎의 남색짜리 새색시와 코에서 흙냄새가 풍기는 늙은이였다. 보아하니 꼬락서니는 뭣하나 명색 신행길이 분명했다. 대낮이라 하나 허리가 매화나무 등걸처럼 휜 늙은 노인네 한 사람과 나이 불과해서 이팔로 입에서 젖비린내조차 가시지 못한 어린 각시가 작반하여 행로가 한적한 산중길을 더듬다간 어떤 봉변을 당할지 몰랐다. 그래서 조기출 일행이 자청하여 작반을 청하게 되었다. 늙은이도 퍽이나 다행스러웠던지 일행을 향하여 행수가 어느 분이신지 과람하다며 몇 번이나 허리를 조아려 체면을 차렸다. 너무나 한적한 터에 내려쪼이는 햇살 아래로 일행을 할끔할끔 눈짓하며 장금장금 걸음을 떼어놓는 각시에게 모두 시선을 빼앗기게 되었고, 쓰개치마 사이로 보이는 용모를 훔쳐보자 하니, 산중 아낙네치고는 이목구비가 뚜렷하여 밉상이 아니었다. 일행은 예법에 어긋나는 행동을 두려워할 겨를도 없이 마치 도깨비에 홀린 것처럼 신행길을 바싹 따라붙어 농을 걸기도 하였다. “허릿매가 잘록하여 색탐깨나 하게 생겼는걸.” 신부는 일행들이 언죽번죽 걸어오는 농염한 희롱에도 이렇다 할 대꾸가 없었다. 그러나 싫다는 기색은 보이지 않아서 산골 계집치고는 때를 벗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어허, 저 엉덩이 보게나. 교태와 고혹함이 가히 현종을 모신 양귀비일세.” “예끼, 이 사람. 하찮은 산골 각시를 감히 어따 빗대나.” “양기가 명치끝까지 차올랐으니, 추물인들 서시로 보일 수밖에.” 늙은이가 뒤따라야 할 신행길에 난데없는 행상꾼들이 언죽번죽 걸쭉하게 내뱉으며 뒤따르는 형국이 되고 말았다.
  • 아침 뷔페 식당 매출 높이려면 ‘구운 베이컨 냄새’를 퍼트려라

    아침 뷔페 식당 매출 높이려면 ‘구운 베이컨 냄새’를 퍼트려라

    ‘밑지고 판다’는 말은 세계 3대 거짓말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사람들 또한 ‘더 좋은 음식을 파는 것’, ‘손님들의 웃는 모습을 보는 것’, ‘유명한 레스토랑이 돼서 명성을 얻는 것’ 등 저마다의 목표를 내세우지만 근본은 ‘더 많은 이윤을 남기는 것’이다. 당연히 손님이 주문을 하도록 해야 한다. 레스토랑은 과연 손님에게 어떤 꼼수(?)를 쓰고 있을까. 레스토랑에 앉아 메뉴판을 받아든 사람은 갈등에 빠지게 된다. ‘코스 요리’를 먹을 것인가, 단품을 시킬 것인가. 비싼 요리를 먹고 자기만족을 찾을 것인가, 싼 음식으로 실속을 택할 것인가. 채소가 들어간 음식을 고를 것인가, 스테이크를 선택할 것인가. 혹시 음식을 먹는 내내 앞사람이 시킨 음식이 먹고 싶어지는 것은 아닐까. 하찮은 고민이 계속해서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대부분의 메뉴판은 사람들이 고민해서 선택할 수 있는 종류를 크게 웃도는, 훨씬 많은 음식들을 열거하고 있다. 하지만 메뉴가 한 가지뿐이어서 다른 선택이 불가능한 식당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사람은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 왜 사람들은 자신이 무엇을 먹고 싶은지 알지 못하는 것일까. 심리학자이자 마케팅 전문가인 하워드 모스코비츠는 1980년대 식품회사 ‘캠벨’의 의뢰를 받아 실험을 진행했다. 당시까지 식품업계에서는 음식 전문가들을 모아 ‘어떤 음식을 원하는지’를 물어본 뒤 이에 맞춰 음식을 개발했다. 하지만 모스코비츠는 파스타소스 시제품 45가지를 만든 다음, 각 지역을 돌아다니며 시식회를 가졌다. 이를 통해 모스코비츠는 소비자들이 파스타소스에 대해 ‘전통적인 맛’, ‘강하고 매운맛’, ‘씹는 맛’ 등 3가지 취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렇게 탄생한 파스타소스가 스테디셀러인 ‘프레고’다. 모스코비츠는 이 실험을 통해 사람들이 실제 맛을 보기 전에는 자신이 선호하는 맛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다는 것을 발견했고 “마음은 혀가 뭘 원하는지 알지 못한다”는 말을 남겼다. 베스트셀러 ‘아웃라이어’로 유명한 말콤 글래드웰은 커피회사 ‘네스카페’와 일하면서 모스코비츠와 비슷한 과정을 겪었다. 대다수의 미국인은 “어떤 커피를 좋아하는가”라는 질문에 “진하고, 그윽하며 강하게 볶은 것”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실제로 그런 커피를 즐겨 마시는 사람들은 25%가량에 불과했다. 대부분 우유를 넣은 연한 커피를 더 좋아했다. 음식에 대한 사람의 선택과 판단력이 자신의 취향보다는 동경이나 주변 사람의 선택, 광고문구로 흐려진다는 것이다. 많은 학자들이 ‘선택’은 사람에게 마음의 짐을 준다고 설명한다. 이는 곧 실패할 가능성이 적은 ‘뷔페’나 ‘코스 메뉴’에 대한 선호로 이어진다. 브라이언 완싱크 미 코넬대 소비자행동학과 교수는 아예 이 분야를 집중적으로 파헤쳐 ‘메뉴 심리학’으로 불리는 학문을 개척했다. 메뉴 심리학자들은 과학과 심리학으로 레스토랑 업계의 통념을 깨고 매출 향상을 도왔다. 대표적인 것이 레스토랑 업계에서 메뉴판의 오른쪽 윗부분을 일컫는 ‘스위트 스팟’이다. 사람들이 메뉴판을 볼 때 오른쪽 윗부분을 가장 오랫동안 바라보기 때문에 이 부분에 비싼 음식을 올려놓으면 이윤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실제 적외선 시선 추적기를 사용해 실험한 결과 사람들은 책을 읽는 것과 마찬가지로 메뉴판을 왼쪽에서 시작해 오른쪽으로 읽었다. 완싱크 교수는 영국일간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왼쪽 상단에서 시작해, Z자 모양으로 훑어나가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메뉴의 위치보다는 굵은 글씨체나 눈에 띄는 색깔의 그림, 박스 안의 메뉴가 눈길을 더 끌고 오래 머무르게 한다”고 설명했다. ‘요리의 이름’ 역시 중요한 세일즈 포인트다. 실험심리학자인 찰스 스펜스 옥스퍼드대 교수는 “이탈리아어와 같은 이국적인 이름을 붙이면, 사람들이 그 음식을 더 정통이라고 평가하게 마련”이라며 “고급스럽고, 무언가를 상상할 수 있는 표현은 사람들의 관심을 더 끌 수 있다”고 설명했다. 메뉴판은 이름을 통해 사람들을 속인다. ‘살짝 뿌린’이라는 것은 사실은 맛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뜻이고, ‘손수 만들었다’(수제)는 것은 고급 레스토랑에서는 당연한 얘기에 불과하다. 손님들의 호기심을 노리고 낯선 단어를 음식 이름에 사용하기도 한다. 이는 손님이 웨이터에게 음식에 대해 질문하도록 하고, 결국 레스토랑의 의도대로 손님이 주문하도록 하는 데 유리한 방법이다. ‘소리’와 ‘향기’ 역시 마케팅 수단이 될 수 있다. 클래식 음악은 값비싼 와인의 판매와 고급 레스토랑의 전체 매출을 높인다. 느린 음악과 라벤더향은 사람들로 하여금 레스토랑에 더 오래 앉아 있게 만들고, 79~90dB(데시벨)의 팝음악은 콜라와 셰이크 같은 소프트 드링크 매출을 올린다. 존 에드워즈 본머스대 교수는 “실험 결과 아침 뷔페 식당의 매출을 높이려면 구운 베이컨 냄새를 식당 전체에 퍼트리면 되고, 식당의 회전율을 빠르게 하려면 삶은 양배추 냄새로 가득 채우면 된다”고 설명했다. ‘지렛대 효과’로 불리는 음식의 메뉴판 위치도 큰 힘을 발휘한다. ‘팔고자 하는 음식’을 ‘비싼 음식’에 붙여서 배치하는 것이 전형적이다. 예를 들어 10만원짜리 해산물 요리가 레스토랑에서 가장 비싼 요리라면 레스토랑 주인은 그 옆에 가격 이윤이 높은 5만원짜리 ‘특선요리’를 배치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실제 ‘특선요리’가 보잘 것 없더라도 ‘지렛대’ 역할을 하는 해산물 요리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과 ‘특선’이라는 이름이 손님들의 선택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때문이다. 세트 메뉴가 각광 받는 것 역시 단품에 비해 가격과 메뉴의 다양성이 보장되기 때문에 손님들의 만족도가 높아지는 덕이다. 경험으로 이를 알고 있는 레스토랑 주인들은 세트메뉴를 어김없이 메뉴판의 맨 앞 쪽에 배치한다. 메뉴판에는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 모두가 만족하는 ‘승자의 게임’이 숨어 있는 셈이다.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곽개천의 점잖은 언사에 찌그러진 바라지 문을 열었던 궐자가 한순간 머뭇거리는가 하였더니, 내친김이란 듯 걸찍하게 내뱉었다. “이놈 봐라, 대살지게 생겼다 해서 제법 고시랑거리는군. 난장 박살을 내주기 전에 썩 비켜나라, 이놈.” “함자가 뉘신데 언사가 그토록 고약하시오?” “혓바닥을 뽑아버릴 놈들. 보면 몰라서 묻고 있느냐. 눈깔은 뒀다가 동냥을 보냈나, 꽁무니에 박고 지내나. 보아하니 비킬 데 없는 행상꾼들이 분명한데, 언죽번죽 제법 할퀴고 드는군. 정말 회술레를 돌려야 정신을 차리겠나?” “어디서 온 사람들인지는 모르겠으나 초저녁부터 주찬을 질탕하게 차리고 앉아 술판들 벌이고 있구려.” 점잖게 타이르는 말에 오히려 기분이 상한 궐자가 메줏덩이만 한 주먹을 뭉쳐 내려칠 시늉을 하며, “엇따. 이놈 봐라, 네놈들은 안 처먹어도 배부른 생불이더냐?” “내게 무슨 대단한 도량이나 있는 줄 아시오? 여차하면 발길질도 마다하지 않는 성미니 대중없는 헛소리 집어치우시오. 댁이나 나나 죽고 나면 모두가 여섯 자 아니겠소. 자칫 완력을 뽐내다 보면 평생 신세 망치는 일이 생길지 누가 알겠소.” “어허, 기침에 재채기가 겹친다더니. 말본새 한번 피마 씹구멍같이 잘도 실룩거리네. 결기를 자랑만 하지 말고 어디 한번 소매를 걷어붙이고 대들어 봐.” 어육지변을 만들겠다고 땅땅 벼르는 중에 곽개천은 냉큼 둘러댈 말구멍을 찾지 못하자, 얼굴이 원숭이 볼기짝이 되어 안절부절이었다. 그는 봉노에 둘러앉은 패거리들의 얼굴에서 문득 살기를 느꼈다. 분명 일손을 놓고 장삿길로 나선 도부꾼들이나, 장시를 배회하며 일손을 찾는 차인꾼들은 아니었다. 장시를 배회하는 무뢰배들이라 하더라도 감히 원상들을 상대하여 그런 막말을 할 수는 없었다. 완력 한 가지로 막 살아가는 부류거나 추쇄당하고 있는 살범이 아니라면, 지난날 포수 생활 할 적에 어디선가 한두 번 마주친 듯한 얼굴도 있었다. 더 이상 대거리를 주고받다간 난리 북새통을 겪을 것이었다. 그때, 윤기호가 곽개천의 괴춤을 잡아끌며 말했다. “걸레는 닦을수록 더러워지는 법, 더 이상 비위짱 사나운 꼴 보기 전에 그만 돌아섭시다. 내성 술청 거리에 색주가가 한두 군데입니까. 내가 업어다 난장 맞힌 꼴이 되었소.” 곽개천 일행이 그들을 상대하여 완력을 겨루기로 한다면 결코 불리할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임방을 코앞에 둔 내성에서 분란을 일으킨다면 까닭이야 어디에 있던, 풍속을 어지럽힌 죄로 징치를 당하게 될 것이었다. 속내를 좀더 알고 보면 그 왈짜들 역시 형세가 불리한 곽개천의 사정을 익히 꿰고 있었기에 시비를 걸어온 것인지도 몰랐다. 한때, 보부상의 우두머리에게 장시의 풍속 단속권을 부여한 적이 있었으나, 스스로 작폐를 저지르는 경우 구성원의 우두머리와 접장을 처벌했었다. 그러나 장시의 질서가 워낙 어지럽게 되자 단속권 자체가 유야무야되고 말았다. 무뢰배와 도부꾼들이 물밀듯이 장시로 몰려들어 풍속을 어지럽혀 놓았기 때문이었다. 괴춤을 뒤져보았자, 냄새나고 성가신 불알 두 쪽밖에 가진 것이 없는 왈짜들을 상대로 세력 다툼을 벌인다면 우세 당하는 쪽은 곽개천 일행일 수밖에 없었다. 머쓱해서 술청에서 물러서고 마는데, 잔뜩 기대했던 김청도가 일행의 뒤를 따르며 혼잣소리를 하였다. “검은 구름에 학 지나가듯 잠시 희다 말았군.” 일행의 떨떠름한 기색을 모를 리 없는 윤기호가 냉큼 발명하였다. “행중에 이런 수치가 없습니다. 누구를 원망하고 누구를 허물하겠습니까. 공연히 본데없는 것들 상종했다가 살풍경한 꼴을 당했습니다. 모두 엄포에 불과하지만 제 불찰이 큽니다.” 배고령이 맞장구쳤다. “모두가 부질없는 짓입니다. 당초부터 떡전을 찾거나 도방에 둘러앉아 막걸리 추렴이나 할 생각을 가졌더라면 그 발칙한 놈들에게 우세는 당하지 않았을 테지요.” “우리 행중에게 색주가 출입은 분수에 넘치는 일이어서 그런 수치를 당한 게야. 그만 도방으로 들자구. 휘진 몸둥이들 이끌고 색주가 전전해 보았자 골병만 깊이 들 뿐이지.” 곽개천이 딱 부러지게 일갈하자 모두 입도 뻥긋하지 못하고 술청 거리를 벗어났다.
  • ‘보은’의 짜장면

    ‘보은’의 짜장면

    “와, 짜장면이다. 잘 먹겠습니다.” 12일 서울 광진구 광장동에 있는 나섬공동체. 다문화가족과 외국인 노동자를 돕는 이 단체의 25평(82.6㎡) 남짓한 식당 안에 달콤한 짜장면 냄새가 퍼지자 그곳에 모인 사람들의 얼굴에도 웃음이 번진다. 나섬공동체가 주최한 제18회 다문화어울림한마당 행사에 참가한 몽골, 인도, 이란, 필리핀, 중국, 베트남 등 6개국 이주민과 내국인들은 이날 점심으로 짜장면 대접을 받았다. 서울차이나타운개발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에서 ‘보은(報恩)의 짜장면’이란 이름으로 500인분을 나눠 준 것. 1997년 발족해 국내 화교를 포함한 장기거주 외국인을 위한 영주권제도 도입 운동을 했고 최근에는 경기 고양시 일산에 차이나타운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추진위는 2007년부터 7년째 이곳을 찾아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명동에서 중국음식점 ‘행화촌’을 운영하는 장상청 사장이 이날은 가게 문을 닫고 직원 4명과 함께 즉석에서 뽑은 쫄깃한 면발을 선보인다. 추진위로부터 재료비만 지원받는데, 그나마 7년째 동결된 가격으로 ‘재능기부’를 하고 있다. 장 사장은 “짜장면이 필요한 다른 곳이 있다면 언제든 불러만 달라”고 말했다. 양필승 추진위 공동위원장은 “다문화가정의 원조격인 화교들이 영주권 제도 도입을 이뤄낸 것에 대해 한국 사회에 감사하다는 의미에서 다문화가족 후배들에게 보은의 짜장면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글 사진 김민희 기자 haru@seoul.co.kr
  • [포토 다큐 줌인] 전통소금 ‘자염’ 생산현장을 가다

    [포토 다큐 줌인] 전통소금 ‘자염’ 생산현장을 가다

    영화 ‘식객: 김치전쟁’에서 배우 김정은은 염전을 찾아가 말한다. “최고의 소금을 원한다. 전통방식 그대로의….” 직접 갯벌에 나가 삽질을 하고, 써레질을 한다. 그리고 갯벌 흙에서 스며나온 바닷물을 장작불에 끓인다. 크고 넓적한 ‘가마솥’에서 하얀 결정체가 생겨난다. 자염(煮鹽)이다. 끓여 만든 소금이다. 아직은 낯설다. 하지만 100년 전만 해도 조상들의 유일한 소금제조법이었다. 염전에서 만드는 천일제염법은 일제강점기에 들어왔다. 전국 갯벌마다 천일염전이 생겨났다. 자연스럽게 전통자염은 사양길에 들어섰다. 그러면서 1950년대쯤 사실상 명맥이 끊겼다. 그런 전통자염이 다시 태어났다. 충남 태안군 근흥면 영농조합법인 ‘소금 굽는 사람들’에 의해서다. 법인은 50년 만에 전통자염방식을 되살렸다. 2001년의 일이다. 쉽지 않았다. 별다른 기록이 없었기 때문이다. 옛날 자염을 만들었던 어르신들을 찾아다니며 한마디 한마디 들어 전통 방식을 복원했다. 태안은 본래 품질 좋은 자염의 생산지로 이름이 높았었다. 전통방식을 찾는 데 힘쓴 사람 가운데 한명인 정낙추(62) 법인사장은 드넓은 갯벌로 안내하면서 “자염을 만들려면 흙, 갯벌이 가장 중요하지요”라며 자염 만드는 법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모든 갯벌이 자염 생산에 적합한 것은 아니다. 모래가 20% 이하인 데다 조금 때 7~8일간 바닷물이 들어오지 않은 갯벌이라야 최적지라고 했다. 조석간만의 차가 가장 작은 ‘조금(潮)’동안에 말린 갯벌 흙은 사나흘이 지나면 소금 꽃을 피운다. 이후 조수간만의 차가 가장 큰 사리 때 소금기 가득한 흙알갱이 사이로 바닷물이 스미면서 흙의 염분이 높아진다. 정 사장은 “바로 이 갯벌 흙에 자염의 신비한 효능과 맛의 비밀이 숨어 있다”고 강조했다. 갯벌 흙에서 걸러진 바닷물을 대형 가마에 붓고 끓이기 시작한다. ‘밤잠을 떨치고 장작 여덟 짐은 태워야 소금이 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정성을 들이는 작업이다. 가마에서는 수증기가 증발하면서 간장을 달이는 듯한 구수한 냄새를 풍긴다. 이어 소금이 나타난다. 괄지 않은 불로 무려 10시간이다. 바닷물이 끓는 불순물을 거품과 함께 걸러내는 일도 만만찮다. 그런 후에야 비로소 순도 높고, 염도 낮은 명품 자염이 탄생하는 것이다. 땀의 결실이다. 실제 자염은 천일염에 비해 칼슘이 1.5배, 유리아미노산이 5배나 많은 반면 염분은 상대적으로 적다. 때문에 김치를 담글 때 유산균 개체수를 증식시키는 효과가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특별한 소금인 것이다. 갓 만들어진 소금을 찍어 맛을 봤다. 짠맛의 ‘격조’랄까. 달랐다. 또 입자도 곱고 이물질이 전혀 섞이지 않은 까닭에 백색의 분말가루가 묻어나는 것 같다. 11년차 소금쟁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한 이인재(45)씨는 “같은 김치를 절여도 김치 맛이 완연히 다르다”며 “최근 자염의 뛰어난 성분과 효능이 널리 알려지면서 김장철을 중심으로 판매량이 늘 것”이라고 자랑했다. 이씨는 “과정이 까다로운 탓에 대량 생산이 어렵다”고 말했다. 살아 있는 갯벌과 바닷물, 전통을 지키려는 사람들의 열정, 자연과 인간이 빚어낸 천연 조미료가 자염인 것이다. 조상들의 삶의 지혜가 묻어나는 소금이다. 글 사진 안주영 기자 jy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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