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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多樂房] ‘마이크롭 앤 가솔린’

    [영화 多樂房] ‘마이크롭 앤 가솔린’

    미셸 공드리 감독의 십대 시절은 어땠을까. ‘이터널 선샤인’(2004), ‘수면의 과학’(2005), ‘무드 인디고’(2013) 등에 녹아 있는 사랑과 기억, 이별에 대한 남다른 감수성은 그의 청소년기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현실과 환상을 능란하게 교차시키고 기쁨과 슬픔을 동시에 느끼도록 만들 줄 아는 창작자로서 영감의 원천이 질풍노도의 시기에 숨어 있으리라는 짐작도 호기심에 저울추를 더한다. 공드리 감독의 자전적 성장영화 ‘마이크롭 앤 가솔린’은 이러한 영화팬들의 관심에 대한 동화 같은 인터뷰집이라 할 수 있다. 영화의 톤 앤드 매너는 순수하고 착한 두 주인공만큼 밝고 따사롭다. 작고 섬세한 예술가 타입의 다니엘은 가솔린 냄새가 솔솔 풍기는 괴짜 전학생 테오에게 처음부터 호감을 느끼고 둘은 곧 단짝이 된다. 손재주가 뛰어난 두 사람은 버려진 모터와 고철 등으로 자동차를 만들어 여름방학 동안의 로드 트립을 계획한다. 그들이 만들어 낸 ‘집으로 위장 가능한 자동차’는 영화가 선보이는 또 하나의 매력적인 캐릭터로서 시선을 사로잡는다. 잔디깎이 모터와 널빤지들이 자동차가 되고 이내 창문과 화분이 달린 집으로 변모하는 과정도 흥미진진하지만, 자동차의 생로병사와 이들의 우정이 유사한 바이오리듬을 그린다는 점에서 상징성을 지닌 오브제이기도 하다. 영화의 마력은 단연 다니엘과 테오라는 싱그러운 십대들로부터 나온다. 이들은 강한 개성을 갖고 있음에도 끓어오르는 에너지를 외부로 분출하기보다는 그저 자신들의 세계를 구축함으로써 성장해 가는 인물들이다. 가령 사춘기 청소년들이 종종 이유 없는 반항이나 일탈을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낸다면 이들은 그런 기재들을 외부의 자극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도구로만 사용한다. 두 사람의 로드 트립이 가출 성격을 띠고 있음에도 별로 위험하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이들은 세상에 대한 미움이나 분노가 아닌, 그 나이에 쟁취하기 어려운 ‘순전한 자유’를 위해 집을 나선다. 그러한 몸짓 자체가 성장으로 가는 여정에서는 유의미한 것이기에 어디서 멈추든 두 사람은 이미 목적을 달성한 것과 같다. 그러나 영화는 십대의 낭만이라는 이름으로 성장통이나 삶의 무거움을 무조건 덮어 버리려 하지 않는다. 이러한 태도는 영화 곳곳에 드러난다. 불면증이 있는 다니엘이 이른 아침 엄마와 아빠가 차례로 출근하는 소리를 들으며 몸을 뒤척이는 첫 장면에서는 열여섯 소년의 고독감이 슬쩍 묻어나고, 그토록 간절했던 첫사랑의 무상함을 느끼게 해 주는 쓸쓸한 장면도 등장하며, ‘죽음’의 실재적 경험 앞에 숙연해지는 모습도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드리 감독은 이런 삶의 무게들을 영화의 화사함과 쉴 새 없는 유머에 초연하게 녹여 낸다. 그것을 가볍게 여겨서가 아니라 십대라는 우리 생의 선물을 어둡게 포장하고 싶지 않아서였으리라. 그 따스한 배려와 감성의 온도가 참 고맙게 다가오는 작품이다. 15세 관람가. 31일 개봉. 윤성은 영화평론가
  • 흑돼지 너… 천연기념물이었어?

    흑돼지 너… 천연기념물이었어?

    도내서 키우는 모든 흑돼지가 아닌 축산진흥원 260마리만 ‘귀하신 몸’멸종 막으려 30년 전부터 5마리 교배 순수혈통 보존·증식 축사 만들어“맛은 좋은데 개량종보다 비계 많아요” ‘제주 흑돼지’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지 1년이 됐다. 지난해 3월 제주 흑돼지가 천연기념물 제550호로 지정됐다고 알려지자 국민들은 ‘지금까지 천연기념물을 먹었단 말이냐’, ‘제주 흑돼지 앞으로 못 먹는 거냐’며 혼란에 휩싸였다. 식용과 천연기념물 제주 흑돼지는 엄격히 구분된다. 지난 22일 한때 멸종 위기에 처했던 제주 흑돼지를 보존·번식하고 있는 제주 축산진흥원(이하 진흥원·제주시 축산마을길 13)을 찾았다. 진흥원엔 495㎡(150평) 규모의 돈사 두 곳에서 흑돼지 300여 마리가 사육되고 있다. 진흥원 입구에서 흑돼지 돈사까진 자동차로 10분 정도 걸렸다. 가는 곳곳에 방역 장비가 설치돼 있어 차량에 소독약품을 분사했다. 최근 충남 논산 축산 농가에서 발생한 구제역으로 진흥원도 비상이 걸렸다. 김대철 진흥원 행정지원담당(계장)은 “제주는 아직 구제역이 발생한 적은 없지만 천연기념물을 키우고 있는 만큼 방역을 철저히 하고 있다”고 했다. 방역복으로 갈아입고 돈사 안으로 들어갔다. 분비물 냄새가 엄습했다. 사육 공간은 울타리로 구분돼 있었다. 6㎡(2평) 안팎의 공간에 어린 흑돼지들이 10여 마리씩 나뒹굴고 있었다. 전날 태어난 새끼돼지 3마리가 어미 곁에서 곤히 자고 있었다. 다 큰 흑돼지들은 비좁은 공간에 칸별로 일렬로 늘어서 있었다.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냄새가 극심했다. 숨이 막혔다. 돈사 두 곳을 둘러보고 밖으로 나온 이후에도 한동안 어질어질했다. 김 계장은 “시설이 열악한 면은 있지만 일반 돼지 농가보다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다”고 했다. 제주 흑돼지는 2~3년의 준비 과정을 거쳐 지난해 3월 17일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도내 모든 흑돼지가 아니라 진흥원에서 키우는 260마리만 대상이다. 흑돼지는 과거 집집마다 화장실 아랫부분에 우리를 만들어 키웠다. 인분을 먹고 사는 돼지라 해서 ‘똥돼지’로 불렸다. 1983년 새마을운동의 일환으로 도내 화장실 개량 사업이 추진되면서 3년 만에 농가에서 대부분 자취를 감췄다. 진흥원은 흑돼지가 멸종될 것을 우려해 1986년 농가에서 흑돼지 5마리를 구해 와 순종 교배를 통한 순수 계통 번식을 시작했다. 김영훈 진흥원 과장은 “5마리에서 순수 개체를 증식한 뒤 흑돼지 형질이 온전하게 유지되고 순수 혈통을 보존하기에 적당하다고 판단하게 됐을 때가 260마리였다”면서 “260마리가 최소한의 개체수로 여겨져 그 수로 한정해 천연기념물로 지정했다”고 설명했다. 농가에선 돈이 되지 않아 토종 흑돼지를 키우려 하지 않는다. 다들 외래종과 교잡한 개량 흑돼지를 키운다. 순수 흑돼지는 한 번에 낳는 새끼 수가 개량돼지에 비해 적다. 개량돼지는 새끼돼지를 평균 10.7마리 낳는 데 반해 흑돼지는 5~6마리 출산한다. 사육 기간도 배 이상 길다. 개량돼지는 6개월 정도 키우면 100㎏이 되는데 흑돼지는 1년을 키워야 100㎏이 된다. 등의 지방층도 보통 40㎜로, 20㎜인 개량돼지에 비해 배 이상 두껍다. 김 과장은 “맛은 있는데 지방이 개량돼지에 비해 많아 소비자들이 선호하지 않는다”면서 “경제 논리에 밀려 흑돼지가 사라지게 됐다”고 전했다. 진흥원은 구제역 같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지난해 흑돼지 암수 개체별 체세포를 귀에서 떼어내 배양, 동결 보존했다. 올해는 생식세포도 채취해 동결 보존할 계획이다. 배서중 진흥원 수의사는 “체세포만 있어도 복원할 수 있지만 보다 안전하게 종을 보존 관리하기 위해 생식세포도 채취하려 한다”고 했다. 올 연말 ‘천연기념물 유전자원보존관’도 완공될 예정이다. 주충효 문화재청 천연기념물과 주무관은 “동물을 천연기념물로 지정해 관리하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북한, 일본뿐”이라며 “그중에서도 돼지를 문화재로 지정·관리하는 건 우리나라가 유일하다”고 했다. 제주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발암물질’ TCE 허용치 마련… 신규사업장 50으로 제한

    환경부는 발암성 화학물질로 국민 건강에 위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트리클로로에틸렌(TCE)에 대한 배출 허용기준을 마련했다고 28일 밝혔다. 개정된 대기환경보전법 시행규칙이 29일부터 시행되는 데 따른 것이다. TCE는 달콤한 냄새가 나는 무색의 액체로 기름 성분 추출이나 드라이클리닝 등 산업체의 세척 공정에 많이 사용한다. 과다 노출 시 중추신경 억제와 간·신장 손상, 호흡곤란 등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행규칙 개정에 따라 내년 1월 1일부터 TCE 배출시설을 신규 설치하는 사업장의 허용 배출량은 50 이하로 제한된다. 다만 올해 12월 31일 이전에 설치된 배출시설은 준비 기간을 감안해 2019년 12월 31일까지 한시적으로 85 이하를 인정하기로 했다. TCE의 배출 허용기준이 마련되면서 사람의 건강이나 동식물의 생육에 직간접으로 위해를 줄 수 있는 35종의 특정대기유해물질 중 배출 허용기준이 정해진 물질은 16종으로 늘어났다. 개정된 시행규칙은 또 대기오염물질 배출이 없는 밀폐된 진공 기반 시설을 배출시설에서 제외해 기업 부담을 완화했다. 세종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와우! 과학] 컴퓨터와 생명체가 결합한 ‘사이보그 쥐’ 탄생

    [와우! 과학] 컴퓨터와 생명체가 결합한 ‘사이보그 쥐’ 탄생

    일반 쥐는 물론 컴퓨터보다 미로를 더 빨리 탈출할 수 있는 이른바 ‘사이보그 쥐’가 탄생했다. 중국 저장대 판강 교수가 이끈 연구팀은 “사이보그 쥐를 만들어 동물의 지능과 컴퓨터의 지능을 융합한 ‘사이보그 지능’(Cyborg intelligence)이라는 새로운 개념의 가능성을 입증했다”고 24일 국제 학술지 플로스원(PLOS ONE) 최신호를 통해 밝혔다. 우리 인간을 비롯한 동물의 뇌와 컴퓨터의 뇌에 해당하는 CPU(중앙처리장치)는 각기 잘하고 못 하는 것이 있다. 이달초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 대결에서 이미 컴퓨터와 생명체의 각기 다른 장단점을 확인한 바 있다. 컴퓨터의 뇌는 숫자를 처리하거나 미리 정해진 절차를 고속으로 정리하기에 좋지만, 인간을 비롯한 동물의 뇌는 새로운 환경이나 상황에 맞게 대응하는 등 더 일반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적합하다. 사이보그 지능의 목적은 이런 두 가지 방식을 통합하는 것.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쥐 6마리를 대상으로 각기 다른 미로 14개를 통과하는 훈련을 시행했다. 이때 각 쥐는 ‘체감각피질’(somatosensory cortex·촉각과 위치 감각을 담당하는 부분)과 ‘내부전뇌다발’(medial forebrain bundle·보상 체계를 구성하는 부분)이라고 불리는 각 뇌 부위에 작은 전극이 삽입됐다. 이를 통해 ‘사이보그 쥐’가 완성된 것이다. 연구팀은 컴퓨터를 통해 쥐의 뇌에 삽입된 전극에 전기적 자극을 전달했다. 이 실험에서 각각의 쥐는 땅콩버터 냄새를 맡으면서 미로의 목표 지점까지 유도됐다. 미로 중에는 언덕길이나 터널, 계단 등 복잡한 장애물 요소가 포함된 것도 있었다. 연구팀은 각 쥐가 다닌 길과 전략, 소요 시간 등을 기록했다. 또한 연구팀은 14개의 미로를 각각 해결하기 위한 컴퓨터 알고리즘도 개발했다. 이들은 사이보그 쥐들이 미로를 탐색하는 동안 컴퓨터를 통해 각 쥐의 좌우 체감각피질을 자극했다. 이들 쥐는 대체로 각자의 생각대로 움직였는데 도움이 필요한 순간에는 컴퓨터 알고리즘이 효과를 발휘했다고 한다. 특히 이때 컴퓨터는 상황에 따라 사이보그 쥐에게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움직이도록 자극을 줬다. 그렇다고 해서 컴퓨터가 쥐들을 완벽하게 제어한 것이 아니라 방향 감각이나 전략을 개선하는 팁을 준 것일 뿐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이는 쥐들이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길도 자신 있게 가로지르도록 해, 막다른 길이나 같은 길을 반복하게 하는 것을 피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이들 쥐는 컴퓨터에서 받은 자극으로 미로를 빠져나오는 작업을 더 잘 수행할 수 있었다. 일반 쥐와 컴퓨터는 모두 작업을 완료하기 위해 거의 같은 단계를 진행해야 했지만, 사이보그 쥐는 그보다 적은 단계에서 미로를 탈출했다. 또 사이보그 쥐들은 미로 탈출에 걸린 시간은 물론 통과한 경로도 적었다. 게다가 계단 등 낯선 장애물 요소를 만났을 때 더욱 유연하게 대응했고, 동물적 본능과 지능으로 예상치 못한 문제를 푸는 능력도 갖고 있었다. 이런 지능 융합을 우리 인간에 적용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또 안전성이나 유효성, 개인정보 보호문제 등에 대해서도 신중한 검토가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기계가 인간을 넘어가고 있는 지금, 그 힘을 인간의 지식과 결합하지 않을 이유는 전혀 없다고 한다. 1997년 5월, 체스 세계챔피언 게리 카스파로프는 IBM의 딥블루에 역사적인 패배를 기록했다. 이는 ‘인류의 실수’(setback for humanity)로도 여겨지고 있지만, 이로 인해 카스파로프는 ‘어드밴스드 체스’(Advanced Chess)라는 새로운 체스를 고안해냈다. 이는 인간이 컴퓨터와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한 팀을 이뤄 협력하는 것이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지금 이 게임은 인간만이나 컴퓨터만의 체스보다 재미있고 도전적인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와 유사하게 현재 미군에서는 인간의 지능과 자율적 무기 시스템을 결합한 ‘켄타우루스 팀’(centaur teams)이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컴퓨터의 지식과 인간의 지식은 앞으로 이보다 밀접하게 연결돼 갈 것이다. 판강 교수팀이 쥐에게 시도한 것과 비슷한 시스템이 언젠가 우리 인간에게도 적용될 수 있다. 만일 그렇게 되면 미래의 사람들은 무선 칩을 통해 막대한 정보를 주고받는 그야말로 사이보그 인간이 돼 있을지도 모르겠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베트남여행]´영원한 봄의 도시´ 달랏, 베트남 마지막 황제의 여름궁전

    [베트남여행]´영원한 봄의 도시´ 달랏, 베트남 마지막 황제의 여름궁전

    인천공항에서 5시간 50분을 날아간 보잉 773-800 국적기는 베트남 호치민에 사뿐히 내려앉았다. 걸어서 5분 거리의 국내선 터미널에서 다시 표를 끊어 54인승 터보프로펠러 소형 비행기인 ATR-72를 타고 북동쪽으로 40분 여를 날아가니 ‘영원한 봄의 도시’ 별명을 품고 있는 달랏이 구름 아래로 보인다.  달랏은 베트남의 경제 수도인 호치민에서 북동쪽으로 305㎞ 떨어진 인구 30만명의 그리 크지 않은 도시다. 프랑스 식민지 시절 코친차이나 영토에 살던 많은 프랑스인들이 낯선 기후화 이국 생활로 인한 질병을 고치고 휴양하기 위해 1893년부터 개발된 고산 도시다. 평균 해발은 1500m다. 프랑스인들의 손으로 만들어진 인공도시인 까닭에 주택이나 도심지 건물, 산자락에 흩뿌려지듯 자리잡은 리조트까지 유럽 냄새를 짙게 풍긴다.  베트남 럼동주의 주도인 달랏의 기온은 연평균 섭씨 24도(최하 15도∼최고 29도)로 호치민에 견줘 10도 가까이 낮아 ‘영원한 봄의 도시’로 불린다. 특히 11월부터 5월까지는 쌀쌀함을 느낄 수 있는 섭씨 4도∼8도까지 떨어지기도 한다. 비슷한 위도의 다른 도시들과 비교하면 선선함은 달랏 최고의 장점이다. 이 때문에 이 곳에는 베트남의 마지막 왕조 응우옌의 마지막 황제인 바오다이가 ‘여름 궁전’을 지어 휴양을 즐기기도 했다.  바오다이는 1926년 재위에 올랐지만 1945년 호치민이 베트남민주공화국 독립을 선언하자 퇴위한 비운의 황제다. 시내 한 가운데 자리잡고 있는 달랏 팰리스 골프클럽은 1920년 바오다이의 명에 의해 세워져 100년 가까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베트남 최초의 골프장이다 새로 지어진 달랏공항에서 시내로 가기 위해 커다란 산을 넘다보면 이 곳이 강원도 깊숙한 곳의 조그만 도시에 온 것이 아닌가 하고 착각을 하게 된다. 구불구불한 구절양장의 길은 물론이고, 아름드리 소나무들이 온 산을 빽빽히 뒤덮고 있는 장관 때문이다. 이 때문에 달랏의 또 하나의 별명은 ‘수 천 그루 소나무의 도시’다. 선선한 기후 덕에 달랏은 베트남에서 유일하게 소나무가 자생하고 있는 도시다.  베트남이 세계 1, 2위를 다투고 있는 전략 수출 품목인 커피도 달랏에서 대량 재배되고 있다. 특히 세계은행(WB) 후원으로 설립된 커피연구소를 유치할 만큼 달랏은 베트남 커피 산지의 대명사다. 베트남의 다른 도시들보다 커피숍이 유독 자주 눈에 띠는 것도 이 때문이다.  커피와 더불어 달랏에서 손꼽히는 또 다른 대표 작물은 딸기와 꽃이다. 이 역시 기후 덕분이다. 또 신약연구에 유용하게 쓰이는 진귀한 약초 등 다양한 자원도 산재해 있는 덕에 세계의 유명한 제약업체들과 연구진이 잔뜩 눈독을 들이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달랏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 양천, 쓰레기에 파묻혀 산 노인 구출작전

    “아유, 처음에는 말도 못 했어요, 냄새가…. 그래도 물건을 드러내고, 도배·장판을 다시 하니 살 만해졌죠?” 23일 서울 양천구 신월1동 A(73) 할아버지 집에선 대청소가 진행됐다. 팔을 걷은 사람은 동주민센터 직원과 주민 등 17명. 구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방문복지팀이 할아버지 혼자 거주하는 집을 방문했다가 쓰레기가 엄청나게 쌓인 것을 보고 청소를 결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당장 청소를 해야 했지만 폐지를 주워 생활하는 할아버지는 “내 물건은 절대 못 건드린다”며 강하게 거부했다. 하지만 이렇게 폐지와 쓰레기 더미에서 생활을 계속하면 할아버지의 건강이 위협받는다는 생각에 방문복지팀은 시간이 날 때마다 할아버지를 찾아가 설득했다. 끈질긴 방문에 할아버지는 두 손을 들었고, 신월1동 주민센터와 동지역사회보장협의회는 청소에 돌입했다. 이틀 동안 물건을 나르고 벽지와 장판을 새로 단장했다. 봉사자 김강우씨는 “복지 사각지대에 있던 이웃을 이웃이 발견해서 이렇게 도울 수 있었다. 앞으로 깨끗한 환경에서 지내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할아버지를 향한 도움은 청소에 그치지 않았다. 할아버지는 2014년 치매 진단을 받았지만 제대로 치료를 못 하고 있었다. 살고 있는 낡은 집이 재산으로 인정돼 기초생활수급자 대상도 되지 않아 생활비는 늘 쪼들렸다. 구 관계자는 “한빛복지관 희망온돌 지역기금을 통해 생계비 30만원도 지원했다”고 말했다. 또 할아버지의 요청에 따라 공공근로일자리도 마련해 줬다. 김수영 양천구청장은 “기존 복지시스템이 놓치는 부분을 방문복지팀이 훌륭하게 메워 주고 있어 감사하다”면서 “주민들과 함께 복지 사각지대를 지워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미셸 공드리표 낭만동화 ‘마이크롭 앤 가솔린’ 31일 개봉

    미셸 공드리표 낭만동화 ‘마이크롭 앤 가솔린’ 31일 개봉

    영원한 몽상가 미셸 공드리 감독의 소년 성장기 ‘마이크롭 앤 가솔린’이 오는 31일 국내 개봉된다. 미셸 공드리 감독은 ‘수면의 과학’, ‘무드 인디고’, 그리고 최근 재개봉한 ‘이터널 션샤인’으로 국내에 두꺼운 팬층을 보유하고 있다. 마음에 깊은 잔상을 남기는 특유의 영상미와 현실과 환상의 경계에서 자신만의 세계를 그려내는 감독으로 유명하다. 미셸 공드리 감독의 신작 ‘마이크롭 앤 가솔린’은 그의 자전적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평범함을 거부하는 두 괴짜 소년 다니엘(마이크롭)과 테오(가솔린)는 첫 만남에 서로의 특별함을 알아보고 단짝이 된다. 여름방학을 맞이하면서 이들은 프랑스 전국을 누비는 로드 트립(자동차 여행)을 계획한다. 가진 건 고철상에서 주운 잔디 깎기 모터와 널빤지뿐이지만, 그럴싸한 시크릿 드림카가 완성된다. 이후 대책은 없고, 낭만만 있는 열여섯 두 소년이 좌충우돌 로드 트립을 시작된다. 사춘기 시절 누구나 하나쯤은 가진 고민을 두 주인공도 지니고 있다. 다니엘의 고민은 같은 반 친구 로라를 짝사랑하고 있는 것. 그녀 주위를 맴돌기도 하고 호기롭게 대시를 해보지만, 번번이 실패한다. 테오를 괴롭히는 고민은 고리타분한 아빠와 무신경한 엄마의 태도다. 이러한 고민을 안고 있는 이들의 여행은 과연 어떤 돌파구를 마련해 줄지 호기심을 자아낸다. 이 작품에서 단연 눈에 띄는 것은 두 주인공의 독특한 별명이다. ‘마이크롭’은 작다는 뜻으로 또래들보다 작은 키와 곱상한 외모를 가진 다니엘의 별명이다. 골동품점을 운영하는 아버지를 돕느라 몸에서 늘 가솔린 냄새가 풍기는 테오는 전학을 오자마자 ‘가솔린’이라는 별명을 얻는다. 자신의 마음을 그림을 통해 표출할 줄 아는 다니엘이 감수성 풍부한 소심한 예술가라면, 테오는 할 말은 해야 직성이 풀리는 자신만의 확고한 이상을 가진 꼬마 철학자다. 언뜻 보기엔 너무나 다른 둘이지만 바로 앞도 예측할 수 없는 다이나믹한 여정 속에서 마이크롭과 가솔린은 서로에게 의지하며 성장한다. 별명만큼이나 남다른 매력을 풍기는 다니엘과 테오의 흥미진진한 성장 드라마 ‘마이크롭 앤 가솔린’은 오는 3월 31일 개봉 된다. 사진 영상=안다미로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 [씨줄날줄] 전기차와 제주도/서동철 논설위원

    [씨줄날줄] 전기차와 제주도/서동철 논설위원

    전기차는 자동차의 미래이기도 하지만, 자동차의 과거이기도 하다. 오늘날 대부분의 자동차는 동력원으로 내연기관을 쓴다. 휘발유나 경유와 같은 화석연료를 실린더 내부에서 연소시켜 동력을 얻는 내연기관은 1860년을 전후해 본격적인 개발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전기 모터를 동력으로 쓰는 자동차는 이보다 빠른 1830년 안팎 등장한다. 전기 모터와 축전지 기술이 급속 진보한 데 따른 것이다. 1900년대 뉴욕에는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전기차가 더 많았다. 1897년에는 전기 택시도 공급되기 시작했다. 당연히 전기차 충전소도 여러 곳 들어섰다. ‘발명의 아버지’로 알려진 토머스 에디슨도 전기차 개발자로 나섰다. 프랑스에서는 1900년 전기자동차를 파리 소방차로 썼다. 독일의 페르디난트 포르셰는 1898년 전기차 ‘포르셰 P1’을 개발했다. 전기 모터 2개가 장착된 최고 시속 35㎞의 P1은 80㎞의 거리를 달릴 수 있었다고 한다. 전기차의 역사에서 기억해야 할 사람으로 니콜라 테슬라가 있다. 세르비아계 크로아티아 사람인 테슬라는 교류가 직류보다 전송 효율이 높다는 것을 증명한 인물이다. 교류가 이른바 ‘전류 전쟁’에서 승리한 것인데, 테슬라에게 패한 직류파의 대표가 에디슨이었다. 테슬라는 25개국에서 300개 남짓한 특허를 획득했다고 한다. 세계 전기차 업계의 선두 주자인 미국의 테슬라는 그의 이름을 딴 것이다. 전기차는 과거나 현재나 냄새와 소음이 없는 반면 차값은 비싼데도 주행거리는 짧다. 과거 전기차가 시장을 장악한 것은 내연기관 자동차의 불편함이 더 컸기 때문이다. 당시 내연기관 차는 오늘날과 달리 전기로 돌리는 시동 모터가 없었다. 차 밖에서 크랭크를 돌려 시동을 걸어야 했는데, 상당한 고역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런데 미국 전역에서 대형 유전이 개발되고 휘발유 값이 떨어지면서 내연기관 차와 전기차의 상황은 역전된다. 여기에 컨베어벨트를 이용한 대량 생산 방식으로 포드 자동차가 1908년 전기차의 4분의1 값으로 T형차를 내놓았다. 1911년에는 발전기와 결합한 시동 모터가 캐딜락 자동차부터 장착되기 시작했다. 유럽에서도 내연기관 자동차의 성능은 크게 향상된다. 전기차는 인기를 잃어 갔다. 상황은 바뀌어 전기차 시대가 다시 도래하고 있다. ‘세계 유일의 순수 전기차 축제’라는 ‘국제 전기자동차 엑스포’가 제주에서 열리고 있는 것은 흥미롭다. 제주도는 2030년까지 ‘탄소 없는 섬’(Carbon Free Island)으로 거듭난다는 원대한 계획을 세우고 있다. 엑스포는 세계 전기차 시장의 ‘테스트베드’로 시장을 선도해 간다는 의지에 따라 세 번째 마련됐다. 주행 거리는 길지 않아도 좋지만 탄소 배출은 전혀 없어야 하는 제주도의 미래 운행 환경에 전기차는 최적이다. 제주도가 전기차의 운행 천국에 그치지 말고, 개발 성지(聖地)로도 우뚝 섰으면 한다. 서동철 논설위원 dcsuh@seoul.co.kr
  • [김동률 교수의 1980’s 청춘의 재발견] 백마 화사랑, 녹슨 기차와의 추억

    [김동률 교수의 1980’s 청춘의 재발견] 백마 화사랑, 녹슨 기차와의 추억

    신촌역에서 늙은 철마를 타고 다다른 곳 주말이면 그림 발표회, 시낭송회, 학술세미나… 1980년대 기차 신촌역 바로 옆 낡은 건물에 ‘녹슨 기차와의 추억’이라는 허름한 술집이 있었다. 80년대 술집이란 게 대개 그랬지만 생맥주와 노가리, 땅콩 등을 팔았다. 접근성이 좋지 않은 그 집은 신촌 일대의 히피들로 겨우 명맥을 유지했다. 그러나 그 시절 청춘들의 해방구쯤으로 여겨지던 경의선 백마역의 카페 화사랑이 유명해지면서 그 술집은 사람들에게 꽤 알려지게 된다. 당시 연인들의 필수 탐방 코스로 유명했던 화사랑에 가려면 신촌역에서 교외선을 타야 했기 때문이다. 원래 화사랑은 어느 젊은 화가가 신촌에서 백마로 옮겨간 작업실이었다. 이후 그곳으로 친구들이 모여들어 이야기판, 술판, 노래판이 펼쳐지다가 급기야 ‘화사랑’이라는 술집이 생겨났다고 전해진다. 이미 입소문을 탄 탓에 당시 화사랑 인근에는 ‘썩은 사과’ 등등 요상한 이름의 크고 작은 카페, 막걸리집 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었다. 신촌역을 출발해 문산으로 향하는 경의선 교외선 기차는 수색을 지나고 능곡과 화전을 지나 한 시간이면 백마역에 닿게 된다. 방배동 카페골목, 동부이촌동 카페촌을 거쳐 신사동 가로수길, 강남역, 홍대입구, 이태원 등등 지금은 청춘들의 아지트가 다양하지만 80년대는 대학가를 제외하고는 화사랑 일대가 단연 인기였다. 기록은 70년대 말 서양화가 김원갑씨가 작업실을 물색하던 중 우연히 찾은 백마역 인근의 폐농가를 아틀리에로 삼은 것이 시초라고 전한다. 홍대, 중앙대 미대 출신 작가들이 주축을 이뤘다. 사람들이 몰리며 아르바이트하는 청춘들도 하나둘 몰려들게 된다. 그 속에 우리가 한때 사랑했던 한 사람이 있다. 그의 노래를 들으면 때로는 어깨가 들썩거리고 때로는 가슴이 촉촉해진다. ‘거꾸로 강을 거슬러 오르는 저 힘찬 연어들’ ‘라구요’의 강산에다. 지금처럼 애매하게 변하기 이전 시절의 그는 정말 우리가 좋아했던 가수다. 지방에서 올라온 그는 적응을 잘 못해 경희대 한의대를 그만두고 화사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다. 홀 서빙도 하면서 같이 어울려서 노래하고 지냈다. 언젠가 그는 화사랑이 자기 음악의 모태라고 밝힌 바 있다. 나도 그 시절 꽤 많이 화사랑을 찾았지만 유명해지기 전 그의 모습을 기억하진 못한다. 지금 생각하니 조금 마르고 유난히 노래를 잘 부르던 청년이 강산에가 아니었던가 추측할 뿐이다. 아, 그러고 보니 작고한 시인 김소진도 단골로 기억된다. 그랬다. 화사랑 일대는 지금의 홍대입구였다. 주말이면 그림 발표회가 열렸고 대학이 많지 않던 시절 이대, 연대 합동 시낭송회도 열렸다. 심지어 학술 세미나까지 열렸다는 기록도 있으니 그 당시 이 일대가 얼마나 명소인지 짐작이 가겠다. 그렇다고 해서 너무 많은 기대를 가지면 곤란하다. 프랑스 프로방스 지방을 배경으로 한 피사로나 모네의 그림 정도를 상상하면 큰 오산이다. 녹음이 짙은 계곡도, 양떼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는 구릉도 없다. 아베크족들이 사랑을 속삭일 최소한의 산책로나 욕망을 훔칠 만한 은폐 공간도 없다. 군데군데 물푸레나무가 무성하고 보리밭들이 눈에 띄지만 냄새나는 축사, 낡은 농가들이 전부인 소박한 시골 동네다. 풍경면에서 본다면 기대하고 찾았던 청춘들의 실망은 엄청났다. 다만 기차가 워낙 뜸하게 다니다 보니 선로 자갈길을 자박자박 소리 내어 걷는 것이 유일한 즐거움 정도였다. 그러나 교차점이 없는 평행 선로를 오래 걸으면 헤어지게 된다는 속설에 화들짝 놀라 철길 걷기를 그만두는 커플도 많았다. 그래서 화사랑에 가면 술 마시는 것 말고 달리 할 게 없다는 자조적인 말까지 나왔다. 이런 이유로 술집 ‘녹슨 기차와의 추억’은 대개 화사랑 일대 술집을 다녀와서 무언가 허전하고 아쉽다며 다시 한잔하는 분위기 탓에 구석구석 꽥꽥거리며 토하던 사람들이 많았다. 유난히 만취한 사람들이 몰렸던 조금은 괴이한 술집이었다. 더구나 자정이 가까워지면 고양의 열차 차고지로 돌아가는 지친 철마들의 구슬픈 기적소리가 이어져 긴 겨울밤에는 탁자에 머리를 처박고 흐느끼는 취객들도 많았다. 요즘과 달리 자동차가 귀하던 시절, 기차는 청춘들이 어디론가 떠나고 싶을 때 기대게 되는 좋은 탈출의 수단이었다. 80년대의 청춘은 낡은 기차와 함께했다. 그 중심에 비둘기호가 있다. 역이란 역은 모두 멈춰 서는 완행열차다. 속도가 매우 느려 간혹 날쌘 청년들은 달리는 열차에서 뛰어내리거나 올라타는 묘기를 부리기도 했다. 이 열차는 그 시절 더 고급인 통일호나 새마을호를 만나면 그 열차가 지나갈 때까지 역에 멈춰 서서 한참 동안 기다렸다. 싼 운임 내고 탄 설움을 톡톡히 지불해야 했던 것이다. 그러나 비록 느리고 허름하기 이를 데 없지만 이 열차가 꼭 필요한 사람들이 있었다. 열차에는 인근 도시 학교로 통학하던 여고생의 설렘과 재잘거림이 담겨 있었고 삶은 달걀과 푸성귀를 담은 광주리를 이고 아들딸 집으로 가던 어머니의 주름진 얼굴이 있었으며 오일장에 내다 팔 물건들을 담은 봇짐을 들고 새벽 첫차를 탄 장꾼들이 있었다. 비둘기호의 주인은 다름 아닌 그 시절 우리 이웃들이었다. 그러나 비둘기호는 경영논리에 의해 퇴출되었고 통일호마저 없어졌다. 기술발전과 경제논리가 기차간의 낯익은 풍경을 바꿔 놓았다. 그 옛날의 느린 기차를 타게 되면 생각나는 가수가 있다. 아그네스 발차다. 나나 무스쿠리와 함께 그리스가 낳은 세계적인 가수다. 아그네스 발차는 체칠리아 바르톨리와 함께 그야말로 독보적인 메조 소프라노다. 메조의 경우 소프라노의 그늘에 가려 애당초 유명해지기 쉽지 않은 영역이다. 그러나 놀랄 만한 가창력과 매력적인 중저음은 그녀의 명성을 공고히 하기에 충분했다. 아그네스 발차가 국내에서도 유명해진 것은 신경숙의 소설, ‘기차는 7시에 떠나네’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책의 서문에 발차의 노래 ‘기차는 8시에 떠나네’가 등장한다. 기차를 타고 전장으로 떠나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을 그린 노래는 멜랑콜리한 가사와 조화를 이루며 그녀를 세계인에게 알리는 계기가 됐다. 연전에 제작된 한국영화 ‘시라노 연애조작단’에도 그녀의 노래가 등장하면서 한국의 젊은 세대에게도 꽤 알려졌다. 세월은 모든 것을 변화시킨다. 사오 년 전에는 도시형 고속 열차인 청춘열차가 생기면서 경춘선 무궁화호도 사라졌다. 경의선 교외선과 더불어 청춘의 무질서가 허용되었던 마지막 해방구 열차가 사라진 것이다. 80년대 경춘선은 여객보다는 젊음을 실어 나르던 열차였다. 90년대 초 일산 신도시 개발로 화사랑 시대가 사라진 데 이어 그 옛날의 경춘선까지 사라졌다고 하니 강촌, 대성리의 추억이 한꺼번에 날아간 것 같아 마음이 허전하다. 80년대의 청춘은 녹슨 기차들과 함께 멀어져 갔다. 생애 최고의 화려한 날들이 과거에만 있다면 곤란하지만 그래도 삼등삼등 완행열차를 타고 다니던 그 시절이 좋았다. 80년대는 지금의 기성세대가 회고할 수 있는 가장 감미로운 마음의 고향이다. 그래서 오래 머물 곳은 아니라는 말을 우리는 애써 무시하고 싶어지는 것이다. 봄 오는 길목, 교외선 기차를 타고 백마로 향하던 스물 몇 살의 내가 오늘 문득 그립다. ‘아아, 젊음은 오래 거기 남아 있거라.”(윤동주의 시 ‘사랑스런 추억’에서) 서강대 MOT 대학원 교수(언론학·매체경영) yule21@empas.com
  • [창조경제혁신센터 1년 점검해 보니] 롯데 부산 창조경제혁신센터

    [창조경제혁신센터 1년 점검해 보니] 롯데 부산 창조경제혁신센터

    먼지 한 톨 없는 압축기에서 쭉 짜여져 나온 참기름이 한 병 한 병 담기면서 1871㎡ 크기의 공장 전체에 고소한 냄새가 가득 찼다. 16일 부산 강서구 낙동남로 승인식품에서 만난 감지영(33) 이사는 “원료만 4번 씻어 깨끗하게 만들어진 참기름과 들기름이 롯데홈쇼핑을 통해 전국에 팔리거나 일본으로 수출된다”고 말했다. 승인식품은 2014년까지만 해도 감 이사를 포함한 직원 5명에 매출 4억원을 올리는 소규모 참기름·들기름 제조업체에 불과했다. 어머니인 최순희(59) 대표가 만든 참기름의 품질에 누구보다 자신이 있었지만 지역의 작은 제조업체를 연결해주는 MD(상품기획자)를 찾는 일은 쉽지 않았다. 그에게 기회를 준 건 2014년 12월 롯데그룹이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이하 부산센터) 출범을 준비하며 진행한 첫 소싱박람회였다. 이날 승인식품의 참기름이 롯데홈쇼핑 MD에게 주목을 받았고 롯데홈쇼핑을 통해 두 달간 3800만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고 직원도 14명으로 늘렸다. 감 이사는 “부산센터의 도움을 받아 중국 등 해외 판매처를 확대해 올해 매출 50억원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롯데의 부산센터가 이날 출범 1년을 맞이했다. 롯데는 부산시와 함께 창업, 중소기업 등의 지원을 위해 2300억원의 펀드를 조성했고 지난해 3월 16일 해운대구에 부산센터를 열었다. 특히 롯데는 국내 1위 유통기업답게 수십년간 쌓아온 유통 노하우를 살려 지역의 알짜 중소기업을 발굴하고 이들에 롯데마트 등 주요 계열사의 유통 채널을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데 집중했다. 또 부산센터에 유통 전문가를 상주시켰고 중소기업들의 상품 기획에서 입점까지 전 과정에 상담을 제공했다. 그 결과 설립 첫해 센터의 지원을 받아 창업한 중소기업의 매출이 163억원을 달성하는 등 목표치 100억원을 상회하는 성과를 냈다. 또 승인식품과 같은 중소기업 67개를 지원했고 투자 유치 등 각 분야에 대한 1059건의 원스톱 상담 서비스도 제공했다. 부산센터의 혁신상품 인증을 받은 샤픈고트의 권익환(37) 대표는 차량용 도어가드 등을 만드는 사물인터넷 분야의 스타트업(신생 벤처) 기업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아이디어와 기술이 좋아도 스타트업 기업을 믿고 투자하려는 곳을 찾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샤픈고트는 지난해 3월 부채만 5억원에 달하는 등 큰 고비를 맞았다. 이런 상황에서 권 대표는 밑져야 본전이라는 심정으로 부산센터의 소싱박람회에 참여했다. 이때 샤픈고트의 제품력을 알아본 한 롯데마트 관계자의 도움으로 롯데마트에 직매입으로 물건을 납품할 수 있었다. 롯데마트에서 인정을 받자 투자하겠다는 업체가 등장해 제품을 대량 생산할 수 있게 됐고 그 결과 제품 가격을 절반으로 낮추는 등 가격 경쟁력도 갖출 수 있었다. 창업 초기까지만 해도 2700만원에 불과했던 샤픈고트의 한 해 매출이 올해 30억원을 이뤄낼 것으로 예상된다. 부산센터는 올해도 샤픈고트처럼 가능성 있는 스타트업 기업을 발굴해 스타 기업으로 집중 키울 방침이다. 또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도 중점 지원할 계획이다. 조홍근 센터장은 “아무리 제품력을 갖춘 중소기업이라 하더라도 해외 진출을 하기란 쉽지 않다”면서 “중국과 동남아에 진출한 롯데마트 등의 주요 계열사를 통해 상품을 알릴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올해 상반기 상하이, 하반기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에 혁신상품 전용 판매장을 설치할 예정이다. 부산센터 모델도 해외에 전파한다. 앞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해 온두라스 대통령과 인도 총리, 말레이시아 총리 등을 잇따라 만나 부산센터 소개에 앞장서기도 했다. 부산센터는 올해 상반기 안에 온두라스에 부산센터 모델을 수출할 계획이다. 부산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반려동물 행복 관악에 답 있다

    전국 반려동물 1000만 마리 시대를 맞아 서울 관악구가 동물 복지 실천으로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사회 만들기에 나선다. 첫 번째로 반려동물에 대한 교육 과정을 전국 최고의 수의사와 함께 만들었다. 관악구는 오는 30일부터 8주 동안 매주 수요일 관악구 평생학습관 5층 대회의실에서 서울대 동물병원 교수진과 수의사가 강사로 직접 나서는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행복한 삶’ 강좌를 연다고 15일 밝혔다. 강좌는 사람과 반려동물이 함께 사는 세상, 고양이의 삶, 우리 아이가 아파요, 반려동물의 올바른 영양학, 반려 특수동물들의 매력 등 현재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뿐 아니라 앞으로 기르고 싶은 이들의 흥미를 끌 만한 다채로운 내용으로 꾸며졌다. 유종필 관악구청장은 “반려동물과 함께 생활하는 인구는 점점 늘고 있지만 유기동물 발생, 아파트 등 공동주택지에서 동물 소음과 냄새 등으로 말미암은 이웃과의 다툼 등 문제점도 그만큼 늘고 있다”면서 “반려동물과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 이웃 등 모두의 삶의 질을 높이고자 마련된 무료 강좌이니 많은 관심을 바란다”고 말했다. 참여를 원하는 주민은 오는 29일까지 구청 평생학습관(02-879-5679)으로 신청하면 되며, 60명까지 선착순 마감 예정이다. 유 구청장은 이번 강좌에서 동물을 삶의 동반자로 여기는 반려동물 문화가 더욱 확산하기를 기대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국내여행 | 남쪽바다가 건네는 말①욕지도가 피었다

    국내여행 | 남쪽바다가 건네는 말①욕지도가 피었다

    육지는 섬을 꿈꾸고 섬은 육지를 그린다. 그렇게 남해를 사이에 두고 통영과 욕지도는 서로에게 꿈과 그리움으로 일렁인다. 둘 사이를 가르는 쪽빛 파도에 육지와 섬이 보내는 연서戀書가 실려 온다. 남쪽 바다가 수줍게 건네는 이야기를 가만히 들어 보자. 욕지 앞바다의 고등어 양식장. 동그란 양식장이 마치 꽃 모양 같다 욕지항의 모습. 작은 항구가 정겹 ●욕지도가 피었다 오랜 시간을 섬은 물고기와 사람을 그리워했다. 그래서일까. 섬 곳곳에 그리움에 지친 꽃 ‘동백’이 빨갛게 피었다. 지금 욕지도에는 물고기와 사람의 꿈이 퐁퐁 피어난다.이름에 품은 ‘알고자 하는 마음들’ 섬 이름이 제법 거창하다. 욕지欲知, ‘알고자 하거든’이라는 뜻이다. 이 섬에 머물기만 하면 저절로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까. 섬은 어리석은 육지 사람들을 이름으로 유혹한다. 욕지도의 지명은 ‘辱知蓮華藏頭尾問於世尊욕지연화장두미문어세존’이라는 불교 경전에서 유래한 것이다. ‘연화장극락세계를 알고자 하거든, 그 처음과 끝을 부처님께 물어보라’는 뜻이다. 욕지도와 함께 연화열도를 이루는 연화도, 두미도, 세존도 역시 같은 문구에서 유래했다. 극락을 찾고 싶은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통영의 삼덕항에서 출항한 배는 45분을 달린다. 곤리도, 추도, 두미도, 노대도와 같은 이름의 섬들을 밀어내며 달린다. 섬들이 가까워졌다가 이내 멀어진다. 바다에 점점이 박힌 섬들을 눈으로 좇다 보면 어느새 욕지도다. 배에서 마주한 섬의 얼굴이 말쑥하다. 바다는 눈부시고 바람은 시원하다. 남해 바다에 고요히 떠 있는 섬에서 극락세계, 파라다이스를 구하는 것은 인간의 끈질긴 허영심이다. 인간이 던지는 초라한 질문에 섬은 말없이 스스로를 내어 준다. 그리고 아무리 초라하고 한심한 꿈일지라도 섬은 넉넉하게 그 마음을 품어 준다. 배가 도착하는 욕지항의 오목한 항구처럼 말이다. 비렁길 옆으로 해가 지고 있다 벼랑이어도 괜찮은 비렁길 벼랑을 뜻하는 비렁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비렁길은 절벽을 따라 이어진 옛길을 다듬은 곳이다. 이곳에는 후피향나무, 돈나무, 팔손이 등 육지에서는 보기 힘든 나무들이 자생하고 있다. 누가 심어 주고 가꾸어 주지 않았는데도 스스로 묵묵히 살아내는 나무들이 어여쁘다. 숲에서는 바다 냄새가 나고, 바다에서는 숲의 향이 풍긴다. 절벽 위의 고불고불한 길을 걷다 보면 어느새 출렁다리 앞이다. 출렁다리는 욕지도의 또 하나의 비경. 이름처럼 걸을 때마다 다리가 출렁인다. 한 걸음 내딛으면 출렁, 잦아들길 기다렸다가 한 걸음 내딛으면 다시 출렁, 걸음을 조심하게 만든다.출렁다리를 건너면 갑자기 시야가 확 트이는 전망이 눈앞에 펼쳐진다. 마당바위가 너르고, 바위 양쪽의 풍광이 시원하다. 마당바위의 끝으로는 그저 바다, 바다, 바다뿐이다. 탁 트인 바다 앞에 서자 버거웠던 것들이 사라락 사그라지는 것만 같다. 하늘이 붉어지고 바다도 붉어진다. 해질녘이다. 다시 하루 동안의 나와 화해하는 시간이다. 좌부랑개로 불리던 자부마을동백꽃이 욕지 바다를 향해 만개했다양식장에서 일하는 욕지도 주민 입 안에 생생한 고등어 놀던 바다 욕지도가 좋은 것을 고기가 먼저 알았다. 욕지도 인근 바다는 수온이 높고 잔잔한 대신 조류가 빨라 물이 깨끗하다. 인간보다 예민한 고기들이 몰리지 않을 이유가 없고, 고기가 몰리는 곳에 사람이 몰리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일제 강점기 시대, 가장 먼저 근대화가 이루어졌던 섬이 바로 욕지도다. 욕지도 바다에는 주야로 고깃배들이 몰렸다. 또 돈이 몰렸다. 욕지항 근처에 있는 자부마을의 옛 이름은 ‘좌부랑개’다. 그 옛날 좌부랑개의 골목마다에는 100여 개의 술집이 있어, 뱃사람들이 거친 하루를 달래던 노래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지금의 자부마을은 조용한 어촌이다. 그러나 골목길을 걷노라면 뱃사람의 호주머니를 가볍게 만들던 그 옛날의 니나노 가락이 고샅마다 들리는 것만 같다. 자부마을에 술집과 유곽은 사라졌지만 일제 강점기 시대의 흔적이 남아 있다. 바로 고등어 간독이다. 고등어 간독은 만주에서 전쟁 중이던 일본군에게 생선을 공급하기 위한 것으로, 아래로 땅을 판 후 그 안에 내장을 제거하고 살짝 말린 고등어를 소금과 함께 차곡차곡 쌓아 저장하던 곳이다. 욕지도 인근 바다에서 자연산 고등어가 한창 좋았던 시절까지도 된장독, 고추장독처럼 집집마다 있는 고등어 간독에다 고등어를 저장했었다. 그러나 이것도 고등어가 좋았던 시절 이야기다. 지금은 욕지도 인근의 수온이 상승해 자연산 고등어를 잡으려면 먼 바다로 나가야 한다. 욕지도 앞 바다에 고등어의 발길이 끊어지자 고등어 간독도 비었다. 빈 고등어 간독은 물이 차거나 야생동물이 빠지는 골칫거리가 되었다. 그렇게 집집마다 있던 고등어 간독은 고등어 좋았던 시절과 함께 하나둘씩 메워지거나 헐렸다. 최근에는 고등어 간독의 역사적 의미를 보존하고자 대형 간독의 복원이 한창이다. 다행히 고등어가 욕지 바다에서 놀던 시절을 추억할 수 있게 되었다. 욕지도 사람들은 욕지 바다를 떠난 고등어를 좇는 대신 기르기 시작했다. 고등어 양식 말이다. 욕지도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고등어 양식에 성공한 곳이다. 욕지도 바다 여기저기에 동그란 그물이 꽃처럼 피었다. 바로 내파성 가두리 양식장이다. 이곳에서 체포된 치어가 성어로 길러진다. 고등어는 배양기술이 없다. 치어를 체포해 기르는 방식으로만 양식이 가능하다. 그래서 내파성 가두리 양식장 옆에는 반드시 치어를 체포하기 위한 정치망이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 이곳 욕지도에서 고등어 양식이 가능한 이유는 치어 체포가 비교적 쉽고, 고등어가 겨울을 날 수 있을 정도로 수온이 따뜻하기 때문이다. 고등어 양식은 수질도 중요한데, 욕지도는 물길이 하루에 4번 바뀌므로 바다 속 부유물 제거가 용이함에 따라 항상 물이 맑고 깨끗하다. 가두리 어장 안에서 좁은 공간에 적응한 고등어는 수차 안에서도 생존 가능하다. 그래서 서울에서도 고등어 회 맛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그래도 수차보다는 바다에서 건진 고등어가 맛이 더 좋을 것이다. 욕지도에서 기른 고등어 회 맛을 안 볼 수 없다. 솜씨 좋게 손질된 고등어 회가 꽃잎처럼 접시 한 가득 담겨 온다. 붉은 살 한 점을 얼른 입에 넣는다. 살이 단단하고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눅진하게 배어 나오며 달다. 욕지 바다가 기른 맛이 참 생생하다. 깻잎에 쌈장과 생강을 넣고 쌈을 싸 먹으니 고등어의 기름진 고소한 맛과 깻잎의 청량한 향, 생강의 알싸한 맛이 씹을수록 한데 어우러져 일품이다. 입 안에 욕지 바다가 번진다. 할매 바리스타가 능숙하게 주문 받은 음료를 제조한다아기자기한 욕지도 할매바리스타 커피숍 고운 우리 섬 할매바리스타 욕지도가 부유한 어촌이던 시절, 통영에서 섬으로는 시집을 보내지 않았으나 욕지도만은 예외였다고 한다. 욕지도로 시집온 이야(언니를 뜻하는 통영 사투리)는 세월 따라 꽃다운 섬 할매가 되었다. 자부마을 항구에 아리따운 섬 할매들의 꿈이 자박자박 부풀었다. 욕지도 할매바리스타 이야기다. 다방커피와 커피믹스만 알던 섬 할매들이 이름마저 생소했을 바리스타의 꿈을 키웠다. 이를 위해 할매들과 커피 선생님은 6개월간 통영과 욕지도를 오가며 바리스타 교육을 받았다. 바리스타 과정을 수료한 12명의 할매들과 이사장, 총무를 포함한 총 14명은 ‘자부마을 섬마을 쉼터 생활협동조합’을 설립하고 욕지도 할매바리스타 커피숍을 차렸다. 의자와 테이블 몇 개로 소박하게 시작했던 욕지도 할매바리스타 커피숍은 지난해 4월 마을기업으로 지정되어 정부 지원을 받았다. 덕분에 지금은 꽤 근사한 커피숍이다.커피숍에 들어서자 손으로 쓴 메뉴판과 작지만 편안한 분위기의 공간이 여행자를 맞는다. 꼬불꼬불 파마머리에 얼굴이 고운 할매가 주문을 받는다. 뜨거운 라떼 한잔을 주문한다. 안쪽에서는 다른 할매가 먼저 주문받은 라떼를 내리고 있다. 조금 느려도 우유 거품을 능숙하게 뽑아낸다. 욕지도 할매바리스타 커피숍의 메뉴는 아메리카노, 라떼, 핫초코, 스무디. 여기에 향토음식인 빼떼기죽, 고구마라떼, 고구마 케이크 등 욕지도 특산물인 고구마를 이용한 메뉴가 더해졌다. 가격도 착하다. “심심했는데 언니들캉 동생들캉 여서 시간 보내는 기 제일로 좋다.” 아무래도 할매들은 느지막이 시작한 바리스타 일이 재미있기만한가 보다. 커피숍에 출근하기 위해 안하던 화장도 곱게 하신단다. 할매들은 자신들이 만드는 커피 중 어떤 커피가 가장 맛있는지가 슬며시 궁금해진다. “우리도 자주 마신다. 아무끼나 묵어도 다 맛나다.” 컵에 가득 담긴 라떼를 호로록 마시며 창밖을 바라본다. 고기가, 어부가, 노랫가락이 그득하던 항구에 향기가 차오른다. 커피에서 참 고운 맛이 난다.할매바리스타 경남 통영시 욕지면 욕지일주로 15 055 645 8121 아메리카노 2,500원, 빼데기죽 5,000원, 고구마라떼 3,500원 에디터 천소현 기자 글·사진 Travie writer 이윤정 취재협조 한국해양소년단 경남남부연맹 www.hanbada.or.kr,통영시 www.tongyeong.go.kr
  • 국내여행 | 남쪽바다가 건네는 말②통영이 진하다

    국내여행 | 남쪽바다가 건네는 말②통영이 진하다

    통영은 진하다. 색이 진하고, 향이 진하고, 맛이 진하다.역사가 그러하고, 문화가 그러하고, 사람이 그러하다.좁은 골목에도 음악가와 화가의 삶이 얽혀 있고, 낡은 가옥에도 소설가와 시인의 인생이 묻어 있다. 얽히고 묻은 것들은 하나같이 묵직하다. 참 농밀하기도 하다. 그래서 통영의 여운은 오래도록 맴돈다.강구안. 멀리 동피랑과 나폴리 모텔이 보인다세병관의 서쪽 망루인 서포루동피랑의 상징인 벽화세병관 마루에 앉아 회상하다 통영 앞에는 어김없이 비경, 예향, 미항이라는 수식어가 달라붙는다. 수식어 대신 ‘동양의 나폴리’만으로도 불린다. 그러나 통영이 나폴리가 되기 이전에 통영은 이순신의 고장이다. 임진왜란 이후 왜군에 치가 떨린 조정은 전라도, 경상도, 충청도의 5개 수영을 아우르는 삼도수군통제영을 마련한다. 뼈아픈 치욕은 무너진 궁궐의 재건보다 먼저 삼도수군통제영을 설치하도록 했다.1604년에 설치된 삼도수군통제영은 300여 년간 경상, 전라, 충청의 삼도 수군을 지휘하던 본영이었다. 초대 통제사는 임진왜란 당시 초대 통제사인 이순신. 그의 한산도 진영이 최초의 통제영이었다. 이후 6대 통제사가 지금의 통영으로 통제영을 옮겼다.삼도수군통제영을 거닐어 본다. 차곡차곡 쌓인 시간이 발끝에서 단단하게 전해진다. 400년 넘게 닳은 돌층계 위로 겨울비가 흩날린다. 층계 끝의 문에는 지과문止戈問이라는 현판이 걸려 있다. 그칠 지止, 창 과戈, 즉 창을 거둔다는 뜻이다. 그런데 그칠 ‘지’자를 창 ‘과’자 밑으로 가져와 두 글자를 합치면 싸울 무武 가 된다. 이것은 평상시에는 창을 거두지만, 유사시에는 싸우기를 주저하지 않겠다는 무장의 기상이다.무장의 다짐은 지과문을 지나 세병관에도 고스란하다. 세병관이라는 이름은 두보의 시구 ‘만하세병挽河洗兵’에서 가져왔다. ‘하늘의 은하수로 피 묻은 병기를 씻는다挽河洗兵挽河洗兵挽河洗兵挽河洗兵挽河洗兵.’ 즉, 전쟁이 그치고 평화를 갈망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씻을 세洗의 삼수변을 제거하면 먼저 선先이 된다. 평상시에는 세병이나, 유사시에는 선병. 평화를 바라는 마음 중에도 전투를 유념한다. 세병관의 현판은 우리나라에서 제일 크단다. 목이 아프도록 현판을 올려다보다가 문득 깨달았다. 세병과 선병 모두 결국은 백성과 조국을 지극히 아끼는 마음인 것을.삼도수군통제영과 어우러진 통영 시내의 모습이 통영의 역사를 한눈에 보여 주는 듯하다 국보 305호 세병관은 정면 9칸, 측켠 5칸의 단층 팔작지붕으로 된 목조건물이다. 이는 우리나라 단일 면적의 목조건물로서는 가장 큰 규모이다. 세병관은 삼도수군통제영의 의전과 연회를 행했던 객사건물이었으나 일제시대에는 기둥 사이에 벽을 세우고 초등학교로 사용됐다. 긴 세월 동안 몇 차례의 보수는 있었을지언정 삼도수군통제영의 다른 건물들이 소실될 때에도 세병관은 당당하게 세월을 견뎌냈다.세병관의 마루로 올라선다. 동쪽 망루인 동포루와 서쪽 망루인 서포루, 북쪽 망루인 북포루가 좌청룡과 우백호, 북현무로서 세병관을 감싼다. 정면으로는 멀리 미륵산 자락이 너울대고, 세병관 뒤로는 여황산이다. 마루가 맑고 서늘하다. 세병관 마루에서 바라보는 통영시내는 겨울비로 흠뻑 젖었다. 삼도수군통제영의 기와 너머로 통영의 땅과 바다가 들어온다.통영이 다양한 분야의 예술인을 숱하게 잉태한 이유를 파헤치다 보니 삼도수군통제영이라는 답이 나온다. 무슨 말인고 하니, 삼도수군통제영으로부터 파생된 것들로 인해 통영의 문화가 풍부해졌기 때문이란 말이다. 통제영의 12공방은 임진왜란 당시 군수품을 자체 조달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조선시대 한양을 제외한 지방에서는 통영 12공방 장인의 수가 가장 많아서 1895년 폐영 당시 250명에 달했다고 한다. 숫자만 많은 것이 아니라 생산품 역시 최상품이었다. 그래서 조선시대에는 통영소반 위에 안주를 차리는 것으로 부를 과시했다고 한다. 통영에서는 버선 한 켤레, 빗 하나, 갓 끈 하나조차 허술하지 않으니 그 안목들이 오죽했을까.한편, 통제영 300년이라 함은, 통제사가 300년 동안 부임했다는 이야기다. 통제사는 조선시대 정2품의 벼슬이었다. 정2품의 양반이 통제사로 부임하면 통영으로 홀로 오는 것이 아니라 식솔들과 노비들을 모두 끌고 온다. 일년 반마다 새롭게 부임하는 통제사는 한양의 최신식 유행을 퍼트렸고, 이는 통영의 복색을 세련되게 만들었다.뿐만 아니라, 세병관에서 의전과 연회 때마다 연주되는 예악을 들음으로써 통영의 음악도 풍부해졌다. 예악은 궁궐이 있는 한양이 아니고서는 듣기 힘든 고급 음악이었다. ‘전라도 가서는 소리하지 말고, 경상도 가서는 춤추지 말라’고 했다. ‘통영 가서는 춤도 소리도 하지 말라’가 되겠다. 충청, 경상, 전라 수군이 모여 저마다 춤 한 사위, 노래 한 가락 읊조리는 곳이 삼도수군통제영이었기 때문이다. 춤과 소리를 잘할 수밖에 없다. 이 모든 것들은 오랜 시간을 들여 축적되고 융합되었고, 순간마다 땅은 비옥해졌다. 이후 이 땅은 윤이상, 박경리, 유치환, 김춘수, 전혁림 등과 같은 근사한 꽃들을 피워냈다.서호시장은 이른 아침부터 분주하다강구안 골목의 대표적인 조형물 ‘이중섭 물고기’강구안 골목의 오래된 가게 사이로 세련된 감각의 가게들이 함께 공존한다히히히 강구안, 정겨운 서호시장‘어, 나폴리 모텔이다.’ 통영의 강구안 해안가를 거닐다 중얼거렸다. 나폴리 모텔은 2009년 개봉한 홍상수 감독의 영화 <하하하>에서 남여 주인공이 우연히 만나는 장소다. <하하하>는 63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주목할 만한 시선’상을 받은 영화로, 영화의 배경인 통영의 매력이 가득 담긴 영화다. 강구안에서 나폴리 모텔을 보니 ‘하하하’가 아니라 ‘히히히’ 하는 웃음이 새어 나온다.이제 강구안은 늘상 웃음소리로 소란하다. 물론 영화 때문은 아니다. 오래된 강구안 골목에 사람이 몰리기 시작한 것이다. 원래 강구안은 바다가 육지로 들어온 항구를 일컫는다. 통영에서는 중앙동, 항남동 등의 일부 해안을 옛날부터 강구안이라고 불렀다.통영의 명동으로 불릴 정도로 번화했던 강구안이 통영여객선터미널의 이전으로 쇠락하는 것을 안타깝게 여긴 사람들은 골목재생사업을 시작했다. 덕분에 지금 강구안 골목에는 통영에서 가장 오래된 여관, 70년간 이어 온 돼지국밥집, 55년 동안 풀무소리 끊긴 적 없는 대장간, 30년 넘은 목욕탕들이 여전히 소곤댄다. 그 사이로 게스트하우스와 작은 카페들도 함께 살 비비며 공존한다. 골목 어딘가에는 화가 이중섭과 유치환 시인이 술잔을 기울이던 곳이 있을 것이다. 지금 강구안은 새벽 1시에 후루룩 먹는 우짜우동과 짜장을 섞은 요리 맛처럼 달큰하고 뜨뜻하다, 히히히.서호시장은 통영항 여객선터미널 건너편에 위치한다. 예전 서호만 터를 매립해 만든 새 땅에 자리한 시장이라 새터시장으로도 불린다. 이른 아침부터 서호시장은 활기가 넘친다. 굴이 좋은 계절이라 그런지 통통하고 뽀얀 굴이 곳곳에서 보인다. 볼락과 학꽁치가 지천이다. 시장 한 켠 방앗간에서는 아침부터 고소한 기름 짜는 냄새가 번지고, 과일이며 나물이며 바구니마다 수북하다. 부지런한 상인들은 새벽부터 좌판을 벌였을 것이다. 알뜰한 사람들은 조금 더 싱싱하고 조금 더 저렴한 물건을 찾아 시장 골목 여기저기를 누빈다. 새벽 조업을 마친 어부들은 뜨끈한 해장국으로 거친 속을 푼다.서호시장에는 시래기를 뭉근하게 끓인 시락국, 국물이 시원하고 맑은 물메기탕, 해장에 최고라는 졸복국 등 다양한 해장국 가게가 많다. 시장의 활기가 궁금하다면 아침에 갈 것. 오후가 되면 비교적 한산해진다.▶travel info 욕지도·통영FERRY욕지도 여행의 출발은 통영이다. 통영의 통영여객선터미널과 삼덕여객선터미널에서 여객선과 카페리가 운항한다. 소요시간은 통영여객선터미널에서 출발할 경우, 1시간 30분, 삼덕여객선터미널에서 출발할 경우 45분이다. 삼덕여객선터미널의 경우 통영 시내에서 차로 15분 거리 떨어져 있으므로 교통편에 따라서 터미널을 선택하는 것이 좋겠다.통영→연화도→욕지도 하루 5회 왕복운항 여객운임 편도 9,700원, 승용차 차량운임 편도 1만5,000~2만6,000원 삼덕→욕지도 하루 8회 왕복운항 여객운임 편도 7,600원, 승용차 차량운임 편도 1만8,000~2만4,000원FESTIVAL 욕지섬문화축제 욕지섬문화축제는 욕지도의 대표적인 축제다. 1992년부터 10월 중순경에 개최되는 이 축제는 120여 년 전 처음으로 사람들이 욕지도에 살기 시작한 것을 기념하는 축제다. 욕지도 특산물인 고구마와 고등어를 주제로 한 ‘GO(구마)GO(등어)페스티벌’과, 과거 어민들의 어선인 전마선을 체험할 수 있는 ‘전마선노젓기대회’와 같이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마련된다.STAY욕지도 옵타티오펜션 전 객실이 바다 전망이다. 일반형 객실 외에도 가족단위 여행객이 머물면 좋을 복층형 객실이 마련되어 있다. 복층형 객실의 2층 천장의 창을 통해 욕지도의 밤하늘을 감상할 수 있다. www.optatio.co.krrestaurant욕지도 늘푸른횟집 욕지도의 싱싱한 고등어 요리를 맛볼 수 있는 곳. 고등어회를 주문하면 어떻게 먹어야 맛있는지 친절히 설명해 준다. 고등어회뿐만 아니라 욕지도 고등어로 만든 고등어조림도 일품이다. 칼칼한 양념이 밥도둑이 따로 없다. 055 642 6777통영 통굴가 제철 굴을 코스로 즐길 수 있다. 가격에 따라 코스에 나오는 메뉴가 조금씩 다르다. 통통하고 맛이 진한 굴을 다양한 요리로 즐겨 보자. 055 645 2088통영 분소식당 겨울이면 제철 물메기탕이, 봄이면 도다리쑥국을 맛볼 수 있다. 시원한 국물과 씹을 필요가 없을 정도로 보드라운 물메기살을 호로록 맛보다 보면 어느새 속이 뻥 뚫린다. 졸복으로 만든 졸복해장국도 인기. 055 644 0495MUSEUM박경리 기념관 한국 현대문학의 거장. 박경리 선생은 통영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기념관 내부에는 선생의 친필 원고를 비롯하여 유품, 사진 자료를 전시하고 있다. 기념관 뒤쪽으로는 선생의 묘소가 자리한다. 경상남도 통영시 산양읍 산양중앙로 173 09:00~18:00, 매주 월요일, 법정공휴일 다음날 휴관 무료 055 650 2541~3 pkn.tongyeong.go.kr윤이상 기념공원 세계적인 음악가 윤이상을 기리기 위한 공원. 전시실과 카페 및 기념품숍, 각종 공연과 세미나와 같은 실내행사를 위한 메모리홀, 야외행사장인 경사광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전시실에는 윤이상의 생애와 함께 생전 사용하던 악기 및 친필 악보를 비롯하여 생전의 유품을 전시하고 있다. 경상남도 통영시 중앙로 27 도천테마공원 09:00~ 18:00 1월1일, 설날 및 추석연휴, 매주 목요일, 공휴일 다음날 휴관 무료(단, 공연 및 세미나는 별도) 055 644 1210 www.isangyunmemorial.com통영옻칠미술관 옻칠과 회화를 접목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옻나무에서 채취한 수액을 정제하고 안료를 배합하여 옻칠을 한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각도에 따라 다르게 빛나는 광채가 신비롭다.경상남도 통영시 용남면 용남해안로 36 10:00~18:00, 매주 월요일(월요일이 공휴일인 경우 다음날), 설날, 추석 휴관 어른 3,000원, 어린이 1,000원 055 649 5257 www.otchil.org에디터 천소현 기자 글·사진 Travie writer 이윤정 취재협조 한국해양소년단 경남남부연맹 www.hanbada.or.kr,통영시 www.tongyeong.go.kr
  • ‘진짜 사나이’ 나나, 거침없는 방귀로 반전 매력

    ‘진짜 사나이’ 나나, 거침없는 방귀로 반전 매력

    애프터스쿨 나나가 거침없는 방귀 분출로 털털한 매력을 보여줬다. 지난 13일 방송된 MBC 예능 프로그램 ‘진짜 사나이-여군특집4’에서는 국군의무학교에 입소한 8명의 멤버들(김영희, 김성은, 나나, 이채영, 공현주, 전효성, 차오루, 다현)이 의무 부사관으로서 훈련을 받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멤버들은 옹기종기 모여 앉아 20분간의 휴식 시간을 즐겼다. 왁자지껄하며 떠드는 멤버들과 달리 멍한 표정을 계속 짓는 나나의 모습에 김영희는 “임진아 교육생 또 멍합니다”라며 지적했다. 그러자 나나는 “아 방귀”라고 외치며 방귀를 뀌었다. 나나의 스스럼 없는 행동에 김영희는 믿기 어려운 듯 “뀌었습니까?”라고 재차 물었고, 다현 또한 당황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나나는 오히려 손 부채질을 하며 털털한 매력을 드러냈다. 한편 이날 방송에서 김성은은 멤버들에게 ‘고양이 자세’가 장운동에 특효라며 요가 자세를 추천했다. 그러자 멤버들 모두가 생활관에서 ‘고양이 자세’를 취하는 보기 드문 장면이 펼쳐졌다. 결국 김영희와 나나가 방귀를 뀌는 데 성공했고, 이 때문에 생활관은 소란스러워져 중대장이 급습하는 데 이르렀다. 중대장은 “문을 왜 열어 놓았느냐”고 물었고 이채영은 진지한 얼굴로 “제가 열었다. 냄새가 섞여서 피자 빵 냄새가 났다”고 답해 웃음을 자아냈다. 사진·영상=MBC 진짜사나이/네이버tv캐스트 영상팀 seoultv@seoul.co.kr ☞ <새영화> 윤여정-김고은 주연 ‘계춘할망’ 티저 예고편☞ 여자친구·트와이스, 소녀시대 ‘GEE’로 특급 콜라보 무대
  • [송혜민 기자의 월드 why] 시진핑 키워드로 꼽힌 ‘화장실 혁명’

    [송혜민 기자의 월드 why] 시진핑 키워드로 꼽힌 ‘화장실 혁명’

    자연경관이 수려하기로 유명한 중국 윈난성(云南省)을 여행할 때였다. 함께 여행하던 친구가 길거리의 공중화장실에 들어갔다 나온 뒤 ‘소감’을 밝히길, “취두부 느낌이 난다”고 했다. 소금에 절여 삭힌 취두부의 냄새는 고약하기로 유명하다. 그야말로 끔찍했다는 소리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계기로 일명 ‘취두부 느낌의 화장실’ 상당수가 철거되긴 했지만, 중국의 화장실은 여전히 개혁 대상이다. 최근에는 아예 ‘화장실 혁명’(?所革命)이라는 표현이 등장했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지난해 초 공식석상에서 언급하면서 ‘시진핑 키워드’로 꼽힌 이후 최근까지도 연일 관련 기사가 생산될 정도로 관심이 높다. 왜, 굳이, 개혁의 대상이 화장실이어야 하냐는 질문에 대한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바로 관광산업 걸림돌 제거다. ●문·칸막이 없는 화장실은 관광 사업 ‘장애물’ 여느 국가와 마찬가지로 외국 관광객 유치에 힘써 온 중국 입장에서, 화장실은 장애물 중 하나였다. 문이나 칸막이가 없는 것은 예사, 긴 도랑으로 배설물이 흘러가는 ‘레전드급 화장실’은 여전히 중국 화장실의 이미지를 대표한다. 현지에서는 중국이 주요 2개국(G2)대열에 들어선 만큼 전반적인 국가 이미지 개선이 시급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를 ‘관광 화장실 혁명’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중국 국무원신문판공실이 운영하는 뉴스사이트인 중국망의 8일자 보도에 따르면, 관광객 비중이 높은 중국 남부 하이난성(海南省)의 경우 ‘스산우’(十三五·2016~2020년 중국 중장기 경제전략을 담은 ‘13차 5개년 계획’) 기간 동안 총 1305개의 화장실을 새로 짓거나 보수해야 하는 임무가 생겼다. 당장 2017년까지 새로 건축되거나 개·보수되어야 할 화장실에 투입되는 자금만 4억 650만 위안(약 755억 원)이다. 하이난성이 실행해야 할 ‘화장실 혁명 4대 행동’은 ▲용지확보 및 용수(用水), 전기 문제 해결 등을 포함한 ‘건설 행동’ ▲관광객 편의 확보 및 만족도를 높이는 ‘기술 혁신 행동’ ▲국가 표준에 의거해 A급 화장실 유지를 위한 ‘관리 행동’ ▲사용자의 의식 개선을 위한 ‘문명 향상 행동’ 등이다. 천문학적인 규모의 예산과 행정적 지침을 총동원해 ‘후진국 화장실’ 이미지를 탈피하겠다는 노력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본격적인 중국의 노력은 시진핑 주석의 키워드 발표 이후부터 시작됐지만, 일부 도시에서는 2000년대 중후반에 들어서부터 화장실에 공을 들여왔다. ●대리석 바닥·옥 장식 천장 ‘초호화 화장실’ 등장 2009년, 중국 광둥성 광저우시 정부는 마치 금빛 황궁을 연상케 하는 초호화 공중화장실을 세웠다. ‘서유기’의 한 대목을 그린 18폭짜리 그림도 눈길을 사로잡았고, 바닥에는 최고급 대리석을, 문에는 금박을, 천장은 옥으로 장식했다. ‘6성급 화장실’이라는 별명이 생겼을 정도로 화려한 이곳을 짓는데 시 정부가 쓴 돈은 무려 800만 위안(약 15억원)에 달한다. 규모도 무시할 수 없다. 2007년 쓰촨성 충칭시에는 1000명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3000㎡(약 910평) 규모의 화장실이 등장한 바 있다. 충칭시는 당시 이곳을 ‘세계 최대 화장실’로 기네스기록 등재 신청을 요청했지만 현지에서는 “이런 것이 과연 자랑스러운 기록인가” 등의 의문과 비난이 제기되면서 등재가 무산되기도 했다. 초호화·대규모 화장실이 등장하면서 웃지 못할 해프닝도 발생했다. 2009년 장쑤성 난징시는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공자의 사당 내부에 40만 위안(약 7500만원)을 들여 호화 화장실을 만들었다. 내부에는 화려한 인테리어는 물론 에어컨과 대형 텔레비전, 고급 의자 등이 구비돼 있어 오픈 당시 국내외에서 큰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이 화장실의 ‘생명’은 오래가지 못했다. 이용객들이 고가의 화장실 장식품을 하나둘 가져가기 시작한 것이다. 급기야 2011년 말에는 화장실 유리창까지 도둑맞자 시 당국은 결국 화장실 철거를 결정했다. 결과적으로 화장실 혁명의 가장 크고 어려운 과제는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 즉 사용자의 의식 혁명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그간 일부 중국인들의 비위생적이고 무개념적인 화장실 사용 백태는 전 세계인들의 비난과 웃음거리가 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최근 등장한 것이 바로 충칭시 대로변에 세워진 공개 화장실이다. 밀폐된 공간 내에서의 비문명적인 행동을 규제하기 위해 등장한 이 화장실은 허리부터 허벅지까지 가려주는 작은 문을 열고 들어가 볼일을 봐야 한다. 불가피하게 여성은 사용할 수 없으며, 거리 미관을 위해 다양한 컬러의 무늬까지 칠해 놓았다. 중국 국가여유국(관광청)은 공중화장실을 몰상식하게 이용하는 사람들을 ‘블랙리스트’에 올리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이 불시에 공중화장실을 급습해 적발하고 과태료를 물게 한다는 계획인데, 문제는 ‘범행 현장에서 증거를 확보하는 일’이 녹록지 않다는 데 있다. 프랑스의 대문호인 빅토르 위고는 대표작 ‘레미제라블’에서 “인류의 역사는 곧 화장실의 역사다” 라고 했다. 국가를 막론하고 지저분한 화장실은 언제 어디서나 존재해왔다. 관광객뿐만 아니라 현지인들의 건강과 위생을 위해서라도, 중국의 화장실 혁명이 실효를 거두고 새로운 ‘역사’가 쓰여지길 기대해본다. huimin0217@seoul.co.kr
  • 눈동자만 굴려도 스트레스가 싹 풀려(연구)

    눈동자만 굴려도 스트레스가 싹 풀려(연구)

    물론 '스트레스 제로'의 삶을 살 수는 없다. 성적, 취업, 연애, 육아, 주거 등 고민과 걱정, 불안에 내몰릴 수밖에 없는 삶은 스트레스와 결코 떼기 어려운 환경이다. 최근 TV 한 인기 예능프로그램에서 ‘나쁜 기억을 지워드립니다’라는 코너를 마련한 것도 이같은 배경에서 비롯됐다. 스스로를 힘들게 하는 나쁜 기억이나 고민을 해결하는 '힐링법'에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기도 하다. 해외에서는 상담을 통한 나쁜 기억 혹은 트라우마 극복 방법 외에도, 상담과 비슷한 효과가 있으나 더욱 과학적인 방법으로 ‘안구운동’이 주목받고 있다. 일명 EMDR(Eye Movement Desensitization and Reprocessing)이라 부르는 이 치료법은 1987년 정신건강을 연구해온 미국 프랜신 샤피로 박사에 의해 개발된 것으로, 한국에서는 ‘안구운동 민감소실 및 재처리 요법’으로 불린다. 이 치료법은 나쁜 기억으로 분류되는 외상성 스트레스장애나 트라우마 같은 증상을 완화시키는 과학적 방법으로, 간단한 안구 동작만으로도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눈동자를 돌려 왼쪽을 바라봤다가 다시 오른쪽을 바라보는 간단한 동작을 25~30번 정도만 반복해도 부정적인 기억에 대한 심리적 압박이 줄어들고 평안한 일상생활로 돌아가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 원리는 다음과 같다. 전문가들은 안구를 움직이는 것이 수면 중 안구운동인 REM과 유사하다고 설명한다. 꿈을 꾸는 동안에는 꿈속의 일을 제어하는 것이 불가능 하지만, 꿈을 꾸는 동안의 REM 과정을 거친 뒤 꿈에서 깨어나면 꿈을 그저 꿈일 뿐인 것으로 치부하고 이를 떨쳐내는 것이 쉬워진다. 그것이 비록 기분 좋은 꿈이든, 악몽이든 상관없이 말이다. EMDR이 일종의 ‘작업기억’(Working Memory) 과 유사한 작용을 한다는 분석도 있다. 작업기억은 정보들을 일시적으로 보유하고 각종 인지적 과정을 계획하고 순서 지으며 실제로 수행하는 기억처리 과정이다. 눈동자를 움직이는 과정에 집중함으로써 나쁜 기억에 집중된 주의를 분산시키는 것이다. 영국 EMDR협회의 로빈 로지 박사는 “기억은 이전의 경험과 앞으로의 추측을 통해 만들어지는데, 이중 특히 나쁜 경험에 대한 기억은 뇌가 ‘재처리’ 과정을 거치지 못함으로 인해 자꾸만 기억이 되살아나거나 꿈을 통해 회상되기도 한다. 이것이 결국 트라우마로 자리잡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실제로 트라우마가 될 만한 사건을 겪은 사람의 뇌를 스캐닝해보면 소리나 감각, 냄새의 기억을 관장하는 뇌 부위가 보통사람에 비해 활성화 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EMDR 치료법을 통해 지나치게 활성화 되어 있는 나쁜 기억의 반응을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치료법은 영국 공공의료서비스인 NHS 또는 영국 국방부에서도 정신적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게 돕는 방법으로 인정받았다. 다만 전문가들은 EMDR 운동을 하는 과정에서 트라우마를 스스로 떠올려야 하는 과정 때문에 오히려 상태를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자가 치료보다는 전문가와 협력하는 것이 바람집하다고 설명했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전신화상 입은 개 버린 주인…입양해 ‘소방관 개’ 만든 주인

    전신화상 입은 개 버린 주인…입양해 ‘소방관 개’ 만든 주인

    화재 속에서 큰 화상을 입고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개는 막대한 치료비를 감당하지 못하는 주인으로부터 버림받게 됐다. 하지만 또다른 은인이 나타나 개를 입양해 삶을 이어갈 수 있도록 했다. 안락사될 위기에 빠졌다가 이제는 어엿한 소방관이 돼 화재예방 등 활약을 펼치는 견공 한 마리의 사연이 눈길을 끌고 있다. 허핑턴포스트 등 외신은 8일(현지시간) 소방대원들과 함께 화재예방에 힘쓰고 있는 견공 ‘제이크’의 곡절 많은 삶의 역정을 소개했다. 큰 상처를 입었던 제이크가 죽음의 위기를 넘기고 지금처럼 생활할 수 있는 것은 모두 그의 현재 주인인 소방관 윌리엄 린들러 덕분이다. 제이크가 생후 3주가 됐을 무렵, 제이크의 원래 주인이 살던 가정집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웃 주민이었던 린들러는 화재를 목격한 즉시 자기 집에서 소방장비를 챙겨 나와 화재현장으로 뛰어들었고, 집 안에서 어린 제이크를 구해 나올 수 있었다. 다행히 제이크는 목숨을 잃지는 않았지만 전신의 75%에 달하는 면적에 화상을 입었다. 시간이 흐른 뒤 린들러는 동물병원 의사로부터 “원래 주인 가족이 제이크를 버리기로 결정했다. 제이크를 살리고 보살피는데 필요한 치료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제이크를 포기하고 말았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 이에 린들러는 가족과의 상의 끝에 제이크를 입양했다. 이후로 린들러의 극진한 보살핌 덕분에 제이크는 다시 건강해질 수 있었다. 윌리엄은 제이크가 화상 환자 어린이들을 치료하는 심리치료견이 되기를 바랐었다. 화상을 입고도 다시 건강해진 제이크의 모습이 어린이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이크의 발랄(?)한 성격은 치료견에는 어울리지 않았다. 린들러는 “제이크는 한 자리에 오래 앉아있지 못하는 성격”이라고 말한다. 그 대신 제이크는 윌리엄과 함께 지역 학교를 방문, 어린이들의 화재예방 교육에 도움을 주고 있다. 더 나아가 지난해 12월에는 제이크가 소속된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하나한 시 소방서의 공식적 명예 소방대원이 됐다. 소방관 임명장에 귀여운 앞발 도장도 찍었다. 최근에는 방화흔적 탐지견(arson detection dog)으로서의 훈련 또한 받기 시작했다. 방화흔적 탐지견은 화재현장에서 인화물질 등의 냄새를 맡아 고의적 방화여부 수사에 도움을 주는 훈련된 견공들이다. 훈련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나면 제이크도 방화범 검거와 화재 예방에 기여할 예정이다. 사진=ⓒ페이스북 방승언 기자 earny@seoul.co.kr
  • “김무성·비박 다 죽여버려” 친박 윤상현 녹취록 파문

    “김무성·비박 다 죽여버려” 친박 윤상현 녹취록 파문

    윤 “취중… 공천 개입 의혹에 격분” 새누리당 친박근혜계 핵심인 윤상현 의원이 김무성 대표의 정치적 생명을 끊으라고 다그치는 내용이 담긴 녹취록이 8일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다. 이 녹취록에는 김 대표를 공천에서 탈락시키라고 주문하는 내용도 들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공천에 미치는 파문이 클 것으로 보인다. 이날 채널A가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윤 의원은 새누리당 김 대표가 ‘현역 의원 40명 물갈이’ 발언을 했다는 보도가 나온 지난달 27일 핵심 당직자로 추정되는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어 “김무성이 죽여버리게. 죽여버려 이 ××. (비박계) 다 죽여. 그래서 전화했어”라며 거침 없는 막말을 쏟아냈다. 윤 의원은 통화에서 “내가 당에서 가장 먼저 그런 XX부터 솎아내라고. 솎아내서 공천에서 떨어트려버려 한 거여”라며 김 대표를 공천에서 탈락시켜야 된다는 주장도 했다. 김 대표가 민감한 시기에 의도적으로 공천 살생부가 있는 것처럼 언론플레이를 해 친박계가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휩싸인 것에 대해 격분한 것으로 보인다. 윤 의원은 또 김 대표에 대해 “내일 쳐야 돼! 내일 공략해야 돼”라면서 현역 의원 40명 물갈이 리스트를 폭로한 정두언 의원과 상의하겠다고도 했다. 실제로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은 다음날 “3김 시대 음모정치 냄새가 난다”고 반발했고, 친박계 좌장격인 서청원 최고위원도 “이번에는 분명하게 명백하게 진상을 규명해야 된다”고 했다. 이에 김 대표는 긴급 최고위원회에서 “당 대표로서 국민과 당원에게 심려 끼쳐 드린 점에 대해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학용 대표 비서실장은 녹취록과 관련, 기자들에게 문자를 보내 “친박 핵심으로 불리는 윤상현 의원이 김무성 대표를 겨냥해서 차마 입에 담기 힘든 욕설을 언급했다는 언론보도를 접하고 내 귀를 의심할 지경”이라면서 “당 대표에 대한 증오 서린 욕설과 폭언을 서슴없이 하는 것에 대해 충격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총선 승리를 위해 당이 뭉쳐도 모자랄 판에 당 대표를 흔드는 것을 넘어 욕설에 폭언, 공천 탈락까지 운운하는 것은 도저히 용납해서는 안 되는 해당 행위”라며 당 윤리위원회의 엄중한 징계를 요구했다. 이날 녹취록이 공개되자 윤 의원은 기자들에게 문자를 보내 “절대 그런 일이 없고, 있지도 않은 일이 마치 사실인 것처럼 알려져 격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면서 “그날 저녁, 취중에 흥분한 상태에서 그러한 억울함을 토로하던 중 잘못된 말을 한 것 같다.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그 같은 실언으로 마음을 아프게 해 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우리동네 흥겨운 축제] 꽃잎이 살랑, 봄마중 떠난 내 마음도 살랑

    [우리동네 흥겨운 축제] 꽃잎이 살랑, 봄마중 떠난 내 마음도 살랑

    ‘섬진강을 따라 매화여행을 떠나 보자.’ 봄의 전령사인 매화가 하얀 눈송이처럼 온 세상에 흩날리는 제19회 광양 매화축제가 18일부터 27일까지 10일간 펼쳐진다. 바짝 마른 밤색 나뭇가지에 물이 올라 연둣빛 새순이 막 돋아나기 시작할 무렵에 전라도 섬진강 매화마을에서는 매화가 하얀 꽃망울을 하나둘 터뜨려 오는 20일쯤 절정을 이룬다. 특히 축제장인 다압면 섬진마을은 3월 중순쯤부터 말 그대로 매화의 하얀 꽃잎들이 바람에 날려 함박눈이 내린 듯 온 마을을 뒤덮으니 ‘설국’이 따로 없다. 이 마을 언덕에 올라가면 하얀 매화꽃 너머로 푸른 물고기의 은빛 비늘처럼 펄떡거리는 섬진강의 물결이 더해져 평생 잊을 수 없는 봄날이 펼쳐지게 된다. 섬진강 매화축제는 전국에서 가장 빨리 열리는 봄꽃 축제로 유명하다. 춥고 긴 겨울을 이겨내고 열리는 전국 첫 꽃축제이다 보니 서울 등 수도권에서까지 찾아온 상춘객들로 북적댄다. 매년 100만명 이상이 찾아오는 전국의 대표 꽃축제로 자리잡았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전남도 대표 축제로 선정됐다. 김휘석 광양매화축제위원회 위원장은 “새봄을 맞아 매년 전국에서 100만명 이상의 사람들이 찾아올 것”이라며 “평화·화해·행운·관용·인내 등 5가지 뜻이 있는 매화에 심취하는 축제가 되도록 심혈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다압면에 매화가 심어진 시기는 일제강점기인 1931년이다. 광양 출신인 김오천씨가 16살인 1918년부터 일본 규슈 탄광인 다가와시에서 13년 동안 광부로 일한 뒤 고향으로 돌아오면서 매실 묘목 5000그루를 가져와 심은 게 계기가 됐다. 1988년 작고한 김씨는 일본에서 매실이 좋은 것을 알았던 터라 매화나무 확대에 지속적으로 정성을 쏟았다. 7㏊의 산비탈 농장 청매실농원을 가꾸는 홍쌍리 여사가 큰며느리다. 빛 광(光), 햇볕 양(陽)의 광양은 일조량이 많아 제주도를 제외하고 전국에서 가장 먼저 매화가 피고, 먼저 매실을 수확하는 곳이다. 5월 말이면 매실이 나온다. 매실의 장점이 알려지면서 700여명의 주민도 매화 심기에 합세했다. 2000년 드라마 ‘허준’의 영향으로 매실이 국민적으로 인기를 끌자 재배량이 급속히 증가했다. 2011년까지 거의 매년 매화를 심었다. 재배 면적이 늘어나면서 광양은 지난해 1만여t을 생산하는 등 전국 최고 매실 수확량을 자랑하고 있다. ‘광양 매화’는 2006년부터 두 차례에 걸쳐 북한 개성공단에 500여 그루를 심어 남북에서 함께 피우는 꽃이라는 상징성도 있다. 축제장인 매화단지는 500㏊에서 15만 그루 이상의 홍매화, 백매화가 만개해 붉고 하얀 세상을 느끼게 한다. 조선의 선비들이 사랑한 매화 향기가 가슴속까지 파고들어 몸과 마음에 힐링감도 선사한다. 매화마을은 그 아름다운 풍경 덕분에 영화와 드라마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꽃길을 걸으며 영화 ‘취화선’, 드라마 ‘다모’의 기억을 꺼내보는 것도 매화축제의 즐거움이다. 2500여개의 장독이 놓인 장독대와 청매실농원 뒤 왕대숲은 사진과 영상으로 누구나 한 번쯤 접해 봤을 풍경으로 또 다른 아름다움을 준다. 광양시는 올해 19번째인 전국의 대표적인 봄꽃 축제를 위해 준비 작업에 한창이다. 올해 광양 매화축제는 쾌적한 잔치 분위기 조성을 위해 다양한 변화를 시도했다. 꽃구경을 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교통지도, 화장실 등 편의시설 확충과 안내서비스에 주력하고 있다. 혼잡을 피하고자 다양한 공연 및 행사를 진상면, 진월면, 광양읍, 중마동, 금호동 등에서 분산 개최한다. 인근 지자체와 화합 행사도 마련했다. 개막 첫날인 18일에는 구례군과 하동군, 광양시 주민 300여명이 참여하는 ‘용지 큰줄다리기 영호남 화합행사’가 남도대교에서 열린다. 이를 통해 영호남이 함께하는 대동축제로 거듭난다는 방침이다. 이날 읍내에 있는 문화예술회관에서는 ‘신춘음악회와 ‘제6회 남해성 판소리 경연대회’도 열린다. 19일과 20일에는 ‘여수·순천·광양시립예술단 교류공연’ 등으로 축제를 광역화하는 등 이웃 도시 간 상생 협력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또 추억의 교복체험, 엽서를 써서 부치면 1년 후에 배달되는 느림보 우체통, 궁중 한복체험 등 새로운 체험행사도 준비했다. 총 43개 각종 공연과 전시, 체험행사 등 축제 콘셉트에 맞는 행사들로 꾸며졌다. 전국 사진 촬영대회도 열린다. 올해부터는 주차 회전율을 높이고 집중화되는 차량을 분산시키고자 처음으로 매화주차장이 유료화된다. 단 주차장 이용료(중·소형 3000원, 대형 1만원)만큼의 쿠폰으로 되돌려줘 축제장 내 지정 음식점이나 특산품 구입 시 사용 가능하도록 했다. 매화주차장을 제외한 나머지 주차장은 모두 무료로 개방된다. 주말에는 교통체증 해소와 관광객들에게 교통편의를 제공하고자 광양읍에서 중마동을 거쳐 행사장과 망덕포구에서 축제장까지 오가는 셔틀버스도 운행한다. 시는 매년 반복돼 관광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 노점상, 야시장(품바) 등 불법행위를 원천 차단하고자 관계부서 합동 불법행위 단속반을 운영하기로 했다. 환경 정비와 화장실 청결관리 등 깨끗한 축제 만들기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정현복 시장은 “매화축제 덕분에 매실 농가들의 판로 개척에도 도움이 된다”며 “영호남 화합의 중심지에서 열리는 축제인 만큼 국민 통합과 화합에 기여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주요 관광지와 연계한 1박2일 체류형 축제를 위한 프로그램도 개발했다. ●느랭이골 빛축제 등 관광지와 연계 느랭이골 자연리조트(광양시 다압면 신원리 산125)에서는 오는 12일부터 광양선샤인 빛축제(부제 동화의 나라)가 열린다. 리조트 내 조형물과 나무에 1430만개의 LED 전구를 감아 화려하게 밤을 수놓는 빛의 향연이다. 일몰 시각부터 밤 10시까지 색다른 화려함을 감상할 수 있다. 또 매화축제 기간에 오후 6시부터 밤 11시까지 이순신대교 야간 점등이 이뤄진다. 특히 시는 홈페이지와 SNS를 통해 ‘1박2일 광양 여행코스’를 소개해 보고 먹고 머무는 충분한 여행이 되도록 세심한 안내도 하고 있다. 남해 바다와 인근 지자체들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구봉산 전망대, 재첩·벚굴과 연계한 진월 망덕포구, 광양 불고기 특화거리 등이 자세히 기재돼 있다. 축제 관련 전화 응대 시에도 광양 여행코스를 추천해 주는 등 체류형 관광객 유치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캠핑족 맞이를 위해 축제장 인근 메아리 캠핑장과 백학동 캠핑장, 백운산 자연휴양림도 예약 접수를 시작했다. 인근 민박업소도 봄꽃 손님을 맞이할 준비를 마쳤다. 또 광양읍에 있는 호텔부루나는 깔끔해서 가족단위 투숙객들이 묵기 좋도록 꾸며져 있다. ●재첩·벚굴·숯불고기 ‘맛난 여행’ 꽃놀이도 식후경이라 매화꽃 구경을 하느라 고파진 배는 광양의 유명 음식으로 달래면 된다. 재첩회는 비빔밥의 일종으로 재첩을 매콤새콤한 양념으로 버무린 뒤 밥에 올려 비벼 먹는다. 재첩의 육즙과 양념의 조화가 봄 미각을 깨운다. 재첩국은 시원하고 맑은 국물로 여행자의 고된 피로를 녹인다. 섬진강과 광양만이 만나는 곳에서 나는 광양 재첩은 굵기가 큰 것으로도 유명하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광양에서만 채취되는 벚굴도 유명하다. 벚굴은 봄철 섬진강 하류에서만 자라기 때문에 매화축제에 들르면 반드시 먹어 봐야 하는 별미다. 1~4월이 제철인 벚굴은 강 속에서 먹이를 먹으려고 입을 벌리고 있을 때 벚나무에 벚꽃이 핀 것처럼 하얗고 아름답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크기도 일반 굴에 비해 보통 10배가 크다. 모두 자연산이다. 이런 재첩과 벚굴은 진월면 망덕포구 일대 횟집타운과 다압면 인근 식당에서 맛볼 수 있다. 축제장을 벗어나 광양 시내로 들어오면 입에 살살 녹는 불고기 굽는 냄새가 진동한다. 광양불고기는 얇게 썬 고기에 양념을 즉석에서 버무리고 청동화로에 참숯을 피워 구리 석쇠에 구워낸 지역 대표음식이다. 부드러운 육질과 풍부한 육즙에 젓가락을 놓을 수 없다. 광양읍 서천변 불고기 특화거리 일대 식당이 모두 유명하다. 글 사진 광양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中 “5자 접촉에 개방적 태도”

    中 “5자 접촉에 개방적 태도”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8일 한반도의 현재 상황에 대해 “화약 냄새가 가득하다”고 진단하면서 긴장 완화를 위해 중국은 5자 접촉 등에 대해 개방적인 태도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은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왕 부장은 이날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기자회견에서 “한반도 문제를 대화 테이블로 복귀시키는 데 도움만 된다면 우리는 각국이 제기한 3자, 4자, 나아가 5자 접촉까지를 포함해 모든 것에 개방적인 태도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제안한 북한을 제외한 5자회담에 대해서도 검토해 볼 수 있다는 뜻을 밝힌 셈이다. 왕 부장은 이어 “단순히 제재를 맹신하는 것은 무책임한 태도이기 때문에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 협상의 병행 추진을 제안했다”면서 “두 가지는 병행논의가 가능하며 단계별로 추진하고 전면적으로 계획을 세워 해결하는 것이 공평하고 합리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채택한 대북 제재결의안에 대해 “중국은 대북결의안 2270호를 충실하게 집행할 책임과 능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왕 부장은 “지금의 한반도 정세는 ‘검을 뽑고 활시위를 당겨놓은’(劍拔弩張·검발노장) 상황으로 화약 냄새가 가득하다”면서 “중국은 한반도 안정 파괴로 인한 중국의 안보 이익 훼손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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