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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야생 봄나물, 막 먹으면 탈?… 정답입니다

    야생 봄나물, 막 먹으면 탈?… 정답입니다

    하천·도로변 봄나물 ‘중금속’ 함유 깨끗이 씻어도 유해 성분 남아 박새·여로·동의나물 등 독초 식용으로 오인 쉬워 더욱 위험 향긋한 내음의 제철 봄나물은 영양소와 비타민이 풍부해 겨우내 떨어진 면역력을 강화하고 입맛도 돋우지만 함부로 캐서 먹다간 오히려 탈이 날 수 있다. 야산이나 등산로 주변에서 자라는 박새와 여로 등 독성이 있는 식물을 식용 나물로 오인하거나 잘못 섭취해 식중독이 발생한 사례가 최근 5년간 9건에 이른다. 도심 하천변이나 도로변에서 채취한 봄나물에는 중금속까지 들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봄나물을 채취할 때는 반드시 경험 있는 사람과 함께 가야 하며 봄나물을 닮은 독초를 식용으로 오인할 수 있으므로 확실하지 않은 것은 채취해선 안 된다”고 당부했다. ●독초 섭취 시 대변·구토·설사 증상 봄나물로 오인하기 쉬운 대표적인 독초는 박새와 여로, 동의나물, 삿갓나물 등이다. 식용 나물과 겉모습이 매우 흡사하지만 독성이 강한 식물이다. 여로는 자세히 봐야 구분할 수 있을 정도로 식용 나물인 원추리와 비슷하게 생겼다. 원추리 잎은 60~80㎝로 여로보다 길다. 끝이 둥글게 젖혀지고 흰빛이 도는 녹색이다. 반면 여로 잎은 길이 20~30㎝ 정도의 좁은 피침형이며 끝이 뾰족하고 아래로 갈수록 밑부분이 좁아진다. 여로는 민간에서 살충제로 쓸 정도로 독성이 강하다. 원추리도 성장할수록 독성분이 강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반드시 어린순만 채취해 밥상에 올려야 한다. 삿갓나물도 식용인 우산나물과 유사해 중독 사고가 자주 발생한다. 우산나물 잎은 한 줄기에 2~3개씩 달리며 잎이 양쪽으로 갈라지면서 자라지만, 삿갓나물은 가장자리가 갈라지지 않은 잎이 6~8장 둥그렇게 모여 자란다. 독초인 박새는 식용 나물인 산마늘과 헷갈리기 쉽다. 이 나물들은 우선 냄새로 구분한다. 산마늘은 마늘 냄새가 강하고 한 줄기에 2~3장의 잎이 달린다. 반면 박새는 마늘 냄새가 나지 않고 잎이 여러 장 촘촘하게 자라며 잎의 아랫부분이 줄기를 감싸고 있다. 또 잎의 가장자리에는 털이 나 있다. 산마늘은 해독제, 소화제로도 쓰이나 박새를 먹으면 피가 섞인 대변, 구토, 설사, 두통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두릅·냉이에도 미량의 독성 있어 독초인 동의나물과 식용인 곰취도 잎 모양이 유사하다. 두 식물 모두 잎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다. 곰취의 톱니는 거칠거나 날카롭고, 동의나물 톱니는 밋밋하거나 둔한 게 특징이다. 동의나물은 4~5월 꽃이 피기 때문에 이맘때쯤 꽃봉오리가 달렸다. 반면 곰취는 7~8월 꽃이 핀다. 따라서 잎 모양만으로 구분하기 어렵다면 꽃봉오리가 있는 닮은 식물을 피하면 된다. 식용 봄나물 중에도 미량이나마 독성분이 든 게 있다. 원추리순, 두릅, 냉이, 고사리, 다래순의 독성분을 제거하려면 반드시 끓는 물에 충분히 데치고 차가운 물에 2시간 이상 담근 후 먹는다. 달래, 돌나물, 씀바귀, 참나물, 취나물, 더덕 등 주로 생채로 먹는 봄나물도 조리 전 물에 담갔다가 흐르는 수돗물에 3회 이상 깨끗이 씻어 식중독균이나 잔류농약을 제거하고 먹어야 한다. 도시 하천변이나 도로 주변에서 캔 봄나물은 아무리 깨끗이 씻어도 중금속이 남을 수 있어 먹지 않는 게 좋다. 식약처가 지난해 4월 도로·하천변, 공단 주변, 공원과 유원지 등 오염 우려 지역에서 자라는 야생 봄나물을 채취해 중금속 오염도를 조사한 결과 9.8%에서 농산물 중금속 허용기준보다 높은 납과 카드뮴이 검출됐다. 주로 도로변과 하천변에서 채취한 봄나물에 중금속이 많았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에일리 ‘OST 여왕’ 3년째 집권… 올해는 ‘응팔’ ‘태후’ 싹쓸이

    에일리 ‘OST 여왕’ 3년째 집권… 올해는 ‘응팔’ ‘태후’ 싹쓸이

    에일리 5곡 히트 1위… 윤미래 2위 최근 3년간 가장 많은 드라마 삽입곡(OST)을 히트시킨 ‘OST의 여왕’은 가수 에일리였다. 10일 서울신문이 음악 서비스 지니에 의뢰해 2013년 1월~2016년 3월 음원스트리밍 기준으로 OST 흥행 차트 순위 톱 100을 분석한 결과 에일리는 2013년 KBS 수목드라마 ‘비밀’의 OST ‘눈물이 맘을 훔쳐서’ 등 총 5곡을 진입시키며 OST의 여왕에 등극했다. ‘태양의 후예’의 ‘ALWAYS’ 등을 비롯해 호소력 짙은 목소리를 자랑하는 보컬 윤미래는 총 4곡을 올려 2위를 차지했다. OST에 강한 여성 듀오 다비치와 여성들의 노래방 애창곡 ‘만약에’(‘쾌도 홍길동’ OST)를 부른 소녀시대 태연이 각각 3곡으로 공동 3위를 차지했다. 남자 가수는 나란히 세 곡씩을 올린 성시경, 케이윌, MC 더 맥스가 공동 1위를 차지했다. 감미로운 목소리로 드라마 OST에 단골 주자로 나서는 성시경은 2013년 OST 전체 1위를 차지한 ‘응답하라 1994’의 수록곡 ‘너에게’와 2014년 전체 순위 1위에 오른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주제곡 ‘너의 모든 순간’을 불렀다. 감미로운 목소리의 케이윌과 록 발라드에서 강세를 보여온 MC 더 맥스도 OST 강자로 꼽힌다. 국내 가요계에서 OST는 하나의 장르로 인식될 만큼 음원 차트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드라마 공화국’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TV 드라마가 워낙 대중적인 인기를 모으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일단 차트에 안착하면 장기 집권을 하기 때문에 웬만한 신곡에도 좀처럼 틈을 내주지 않는다. 특히 히트 드라마가 탄생할 경우 OST가 발표될 때마다 각종 음원 차트를 장악한다. 지난 3년 3개월 사이 최고 흥행한 OST는 2014년 성시경의 ‘너의 모든 순간’이며 2위는 지난해 오혁이 부른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응팔)의 ‘소녀’, 3위는 2015년 SBS 드라마 ‘냄새를 보는 소녀’에 수록된 로꼬·유주연의 ‘우연히 봄’이 차지했다. 4위는 이적이 부른 드라마 ‘응팔’의 ‘걱정말아요 그대’가, 5위는 2인조 밴드 어쿠스틱 콜라보의 ‘너무 보고 싶어’(KBS 드라마 ‘연애의 발견’ OST)였다. 올해 1분기 OST 시장은 드라마 ‘응답하라 1988’과 ‘태양의 후예’가 양분하고 있다. 이적이 부른 ‘걱정말아요 그대’가 1위인 것을 비롯해 10위권에 ‘응팔’ 수록곡 6곡이 올랐고, ‘태양의 후예’가 4곡을 채우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꼭 드라마 흥행이 OST 흥행과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 드라마 흥행과 별개로 노래의 힘으로 장기 집권한 경우도 적지 않다. 2015년 OST 종합 1위와 3위를 차지한 ‘우연히 봄’과 ‘너무 보고 싶어’가 대표적이다. 2013년 박효신이 부른 ‘It’s you’(‘미래의 선택’ OST)나 2014년 ‘너희들은 포위됐다’의 ‘나 왜 이래’도 시청률과는 별개로 인기를 끌었다. 가수들에게도 OST는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다. 따로 홍보 활동을 하지 않아도 흥행하면 짭짤한 수입이 보장되기 때문에 아이돌 가수부터 유명 가수까지 OST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인기 드라마의 경우 싱글 앨범을 여러 차례 나눠서 발표하는 방식이 대세다. ‘태양의 후예’는 윤미래, 엑소의 첸, 다비치, 거미, 케이윌, MC 더 맥스, 린 등이 부른 곡 등 9개의 싱글을 발표했다. KT 뮤직 시너지 사업본부 이상협 본부장은 “드라마 흥행과 스타 가수가 결합해 시너지가 난 경우엔 드라마 부가 상품인 OST도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차트에도 즉각 반영된다”면서 “드라마가 잊혀져도 그 노래의 감성과 음악성이 대중에게 계속 어필하기 때문에 장기간 꾸준히 인기를 얻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고속도로 보복 급제동은 범죄… “뒤차와 무조건 사고 납니다”

    고속도로 보복 급제동은 범죄… “뒤차와 무조건 사고 납니다”

    “어, 어, 어, 악! 제동거리가 너무 긴데, 큰일 나겠어요.” 시속 110㎞에서 온 힘을 다해 브레이크를 밟자 다듬이 방망이질 같은 진동이 발바닥으로 전해지면서 나도 모르게 괴성이 터져 나왔다. 조수석에 동승하고 있던 이지후(28) 한국교통안전교육센터 강사는 ‘난폭운전 체험’에 나선 기자의 이런 반응을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8년 차 카레이서다. 이 강사는 “40m 정도 밀려난 건데, 앞에 사람이나 차가 있었다면 아무리 운동신경이 좋은 사람이라도 사고를 피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난폭·보복 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의 위험성을 직접 체험하기 위해 지난 7일 경기 화성의 한국교통안전교육센터를 찾았다. 경찰이 지난 2월 15일부터 3월 말까지 실시한 난폭·보복 운전 집중단속 결과를 보면 급제동·급감속에 따른 입건이 전체의 42%를 차지해 가장 빈도가 높았다. 실제 도로와 같이 만들어진 약 4만㎡(1만 2000평) 규모의 교육장에서 오후 2시 대형차 ‘오피러스’(기아자동차·2003년식)를 타고 실험에 나섰다. 우선 물기가 없는 도로에서 급제동 체험을 했다. 출발선에서부터 250m 지점까지 시속 90㎞, 100㎞, 110㎞의 3가지 속도로 달린 뒤 급브레이크를 밟았다. 브레이크 지점은 흰색선으로 표시돼 있고 이 선부터 5m 간격으로 60m까지 콘컵(플라스틱 고깔)이 세워져 있어서 급제동으로 차가 얼마나 밀리는지 한눈에 알 수 있다. 시속 90㎞ 상태에서 급브레이크를 밟자 차는 급제동 지점으로부터 25m를 지나 멈춰 섰다. 그 안에 다른 차나 사람이 있었다면 영락없이 정면으로 충돌했을 것이다. 같은 방법으로 시속 100㎞에서 급제동한 뒤 거리를 확인해 보니 30m 정도가 나왔다. 110㎞로 속도를 올렸다가 급브레이크를 밟자 차체의 진동은 훨씬 강했는데, 40m 정도가 지나서 정지했을 때에는 브레이크 패드 타는 냄새가 차 안으로까지 스며들었다. 이 강사는 “고속으로 달리는 도로에서 보복운전을 하려고 다른 차 앞으로 급하게 끼어들어 브레이크를 밟는 경우가 있는데 뒷차 운전자의 반응속도가 아무리 빨라도 기본적인 차의 제동거리가 있기 때문에 사고 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젖은 도로는 더욱 위험했다. 스프링클러가 물을 잔뜩 뿌린 코스에서 진행됐는데 시속 90㎞에서는 제동거리가 25m로, 앞서 마른 도로와 비슷했지만 100㎞에서는 제동거리가 40m로, 110㎞에서는 55m로 각각 33%와 38% 늘어났다. 빙판길에서의 위험은 차원이 달랐다. 노면에 페인트를 칠하고 그 위에 물을 뿌리면 미끄러운 정도가 겨울철에 도로가 얼었을 때와 비슷해진다. 시속 30㎞로 가다가 난폭운전을 할 때처럼 오른쪽 차선으로 갑자기 끼어들기 위해 핸들을 급하게 틀었다. 바로 차체가 균형을 잃고 원을 그리며 빙그르 돌았다. 90도쯤 회전하자 조수석에 있던 이 강사가 사이드브레이크를 잡아 올렸다. 타이어와 도로가 마찰하면서 귀청이 찢어질 정도로 째지는 소리를 냈다. 이 강사는 “사이드브레이크를 안 잡으면 차가 뒤집어질 수도 있다”며 “실제 도로라면 차량이 가드레일을 받고 튕겨 나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강사는 “보복운전이 아니더라도 앞차가 급제동으로 갑자기 멈춰 서는 경우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평소 안전운전 교육장을 찾아 효율적인 비상시 브레이크 사용 요령 등을 익혀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운전대는 항상 3시와 9시 방향에 엄지손가락을 안으로 넣은 상태에서 정확히 쥐어야 비상시에 대응할 수 있습니다. 운전대의 위나 아래 부분에 손을 가볍게 얹고 가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러면 긴급한 상황에서 대응 능력이 크게 떨어지게 됩니다.” 민간 안전운전 교육기관인 이곳에서는 이날 10여명의 제약회사 영업직원들이 교육을 받았다. 교육은 4시간 코스로 비용은 1인당 10만원이다. 최소 교육인원이 10명이기 때문에 개인교육도 가능하지만 기업에서 주로 찾는다. 황원기(59) 한국교통안전교육센터 원장은 “제 아무리 운전을 잘하고 좋은 차를 타도 과속을 하다 브레이크를 밟으면 차가 밀려서 가는 것은 마찬가지”라며 “시속이 10㎞ 높아질수록 제동거리는 10m씩 늘어나기 때문에 운전 실력을 과신하고 격하게 운전하는 것은 자기 생명을 담보로 하는 매우 어리석은 일”이라고 말했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食蟲이 어때서!

    食蟲이 어때서!

    “징그럽게 벌레를 어떻게 먹어요?” 곤충을 먹는다고 하면 사람들은 기겁부터 한다. ‘곤충=혐오식품’이라는 뿌리 깊은 선입관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술안주로 즐겨 먹는 번데기도 사실은 곤충이다. ‘미래 식량’으로도 곤충은 수많은 장점을 갖고 있다. 사람들이 잘 몰라서 그렇지 식용 곤충으로 만든 파스타, 피자, 쿠키, 마카롱, 케이크는 물론 곤충한방차를 파는 곤충 카페나 곤충 요리 전문점도 이미 성업 중이다. 식품학계에서도 곤충은 ‘보물’로 친다. 고기보다 2~3배 높은 단백질과 키토산을 함유하고 있다. 경제·환경적 가치도 높다. 소 한 마리를 키우려면 1년 반 이상이 걸리지만, 곤충은 60~90일이면 출하가 된다. 소의 단백질 1㎏을 만드는 데 들어가는 수분이 1만 5400ℓ인 데 반해 곤충은 가장 많아 봐야 2800ℓ 정도다. 발생하는 환경오염도 적다. 소, 돼지, 닭처럼 가축 감염병에 걸릴 위험도 없고, 가축 혈액이나 분뇨로 인한 토양오염도 없다. 이산화탄소 배출도 가축에 비해 매우 적다. 이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식용 곤충을 섭취하는 인구는 19억명이 넘고, 약 1900여종이 먹거리로 활용되고 있다. 이런 장점 때문에 농림축산식품부도 현재 3000억원 규모인 국내 곤충산업을 2020년까지 5000억원으로 확대하는 ‘제2차 곤충산업 육성 5개년 계획(2016~2020)’을 추진 중이다. 남태헌 농식품부 창조농식품정책관은 “지난해 724개였던 국내 곤충사육 농가도 4년 뒤까지 1200개로 확대할 계획”이라며 “정부의 노력에 따라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곤충 식품과 사료가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는지 알아보기 위해 8일 경기 화성시 우정읍에서 16년째 운영 중인 곤충 농장 ‘크리켓팜’을 찾았다. 양재동 꽃시장에서 화훼 중개인을 하다 늦둥이 아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부족한 상황이 아쉬워 2000년 과감히 귀농했다는 김종희(59) 대표는 “요즘 정력에 좋은 식품으로 각광받는 굴보다 귀뚜라미가 더 맛있고 영양분이 풍부하다”며 “한 번 드셔 보시라”고 권했다. 쪄서 말린 귀뚜라미는 바삭바삭하고 고소했다. 담백하고 오래 씹으니 단맛도 났다. 풀 냄새가 많이 나는 볶은 메뚜기보다 고급스러운 느낌이었다. 귀뚜라미에는 근육 형성에 중요한 조단백질이 무려 64.4%(100g 기준) 함유된 반면, 탄수화물은 13.3%에 불과하다. 아연과 비타민 B1, B2, B6, D2, E와 마그네슘, 인, 칼슘 등 평소 섭취하기 어려운 영양 성분도 골고루 들어 있다. 다이어트 식품으로 제격인 셈이다. 식용 곤충인 갈색거저리 애벌레(밀웜)와 귀뚜라미가 한창 자라고 있는 사육장에는 은은한 귀뚜라미 울음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김 대표는 “왕귀뚜라미 소리가 치매에 걸린 어르신들의 집중력을 높여 주는 등 심리 치유에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요양병원에서 주문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체 개발한 별도의 곤충용 사료를 먹이고 있어서 예상과 달리 풀 냄새가 많이 나지 않았다. 김 대표는 네 가지 곡물을 배합해 곤충 사료를 만든다고 했다. 온도와 습도도 철저히 조절하고 있었다. 곤충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각 사육 박스에는 생육 단계별로 적정 수준의 귀뚜라미가 들어 있었다. 알로 태어난 귀뚜라미는 12일 만에 부화하고 60일 만에 성충이 된다. 생육 주기만 놓고 보면 1년에 최대 6번의 생산이 가능하다. 식용 밀웜의 생산은 3개월, 사료용으로 활용되는 슈퍼밀웜은 6개월 만에 가능하다. 2300㎡ 면적의 농장에서 연간 600만 마리의 귀뚜라미와 밀웜 3만t, 슈퍼밀웜 200만 마리가 생산된다. 김 대표는 “처음 시작했을 때는 국내에 사육기술이 전혀 없었다. 부화기술을 습득하기 위해 8년이 걸릴 정도였다”면서 “셀 수 없이 많은 실패를 거쳐 부화율을 높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높은 위생 환경에서 생산된 귀뚜라미와 밀웜은 다시 제조 공정을 거쳐 식품 및 개, 고양이, 고슴도치 등 애완동물의 영양간식으로 팔리고 있다. 홍학 사료는 국내 유명 동물원 등지에 납품될 예정이고, 해외시장 진출도 준비 중이다. 김 대표는 “아직 혐오감이 적지 않아 식품 시장은 크지 않고, 사료 시장은 크다”며 “홍보·마케팅만 제대로 된다면 현재 국내 애완동물 사료 시장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외국 업체들과의 경쟁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실제 김 대표는 귀뚜라미, 밀웜 사료의 판매를 위해 관상용 물고기 동호회를 찾아 제품의 특징과 영양학적 우수성 홍보에 주력했다. 동시에 애완용 파충류 수입 마니아들의 모임을 찾아다니며 제품을 적극 알리고, 홈페이지 구축에 공을 들여 인터넷 온라인 판매도 늘리는 등 지난 3년 동안 시장 개척에 누구보다 열성적으로 움직였다. 농장에서 나오자 근처에서 놀고 있던 다섯 마리의 개가 김 대표를 향해 일제히 꼬리를 흔들었다. 김 대표는 “내가 주는 귀뚜라미 사료가 맛있으니까, 동네 개들이 나만 보면 꼬리를 흔들고 난리도 아니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농장에서 생산된 귀뚜라미와 밀웜은 화성시 정남면에 있는 ‘네추럴프로’라는 제조 공장으로 옮겨져 애완동물 사료로 다시 탄생했다. 사료 제조 공장은 2013년부터 운영됐다. 곤충을 쪄서 말리는 과정은 원재료의 영양소 파괴가 거의 일어나지 않는 중적외선기계에서 이뤄졌다. 말려진 원료는 분쇄돼 고운 가루가 되고, 곡물 등 다른 재료와 배합된 뒤 성형-코팅-열 건조-계량-진공포장의 과정을 거쳐 완제품이 됐다. 공장에서는 젤리 형태의 장수풍뎅이 등 곤충용 사료도 생산되고 있었다. 김 대표는 “동물용 사료 개발의 핵심 기술은 배합비”라면서 “적정 배합비를 찾기 위해 애완동물의 배설물 성분 분석을 셀 수 없이 많이 했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까지 24개의 곤충 활용 식품 및 사료를 개발했다. 집에서 키우는 애완견의 배변 훈련에 사용한다는 보상용 사료인 ‘참 잘했어요’를 김 대표 몰래 한 줌 먹어 봤다. 은은하게 달고 고소한 맛의 비스킷과 비슷했다. 개들이 꼬리를 칠 만한 맛이었다. 사료의 판매는 아직 기대만큼 이뤄지지 않는다고 했다. 중소 농장과 제조업체들의 자체적 마케팅에는 한계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 분야의 선구자인 김 대표는 “공장 운영 4년째인 올해에 드디어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했다”며 “온·오프라인 판로를 개척하는 데 농정 당국이 조금 더 도움을 주면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애완동물을 키우지 않는 기자에게 최근 개발에 성공해 판매를 시작한 홍삼 성분이 들어간 개 사료인 ‘홍삼먹개’와 ‘참 잘했어요’, 그리고 곤충에 치즈를 넣은 추로스 모양의 ‘개껌’까지 챙겨 줬다. 주변의 개를 키우는 이들에게 입소문 좀 내 달라는 취지였다. 곤충 사료를 품에 안고 공장에서 나오자 주변에 엎드려 봄볕을 맞으며 졸고 있던 강아지 네 마리가 일제히 일어났다. 낯선 이를 보고도 짖기는커녕 꼬리를 흔들어 댔다. 시선은 개껌에 집중돼 있었다. 각각 개껌 하나씩을 물려 준 뒤에야 그곳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지난해부터 정부는 밀웜과 흰점박이꽃무지 애벌레, 장수풍뎅이 애벌레, 귀뚜라미를 식용 곤충으로 지정했다. 정부에서 안전성을 검증한 만큼 제조 공정에 대한 위생 규제가 다른 나라에 비해 까다로운 편이다. 곤충 식품을 먹으면서 ‘몸에 해로우면 어쩌지’라는 걱정은 안 해도 된다는 뜻이다. 김 대표는 “사료 시장은 마케팅, 식품 시장은 혐오감을 없애는 게 관건”이라며 “학교 등지에서 학생들이 체험학습을 통해 곤충 식품을 자연스레 접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 봄 통영, 백석의 달뜸과 한숨이 묻어 있는 곳

    봄 통영, 백석의 달뜸과 한숨이 묻어 있는 곳

    길은, 어제의 기억과 오늘의 삶 사이에서 끝없이 이어졌다. 대처로 떠나는 자식의 발걸음이 잠시 떨리며 머뭇거렸음을, 옷고름 사이로 떨어진 어미의 눈물방울이 짭짜름했음을 동구밖 길은 아주 오래 기억했다. 동네를 감아 도는 그 길을 걸었다. 1930년대 중반 그 봄, 충렬사 돌층계에 주저앉으면 통영 앞바다가 훤히 펼쳐졌을 게다. 여황산자락 아래 게딱지처럼 다닥다닥 이어진 집들을 지난 눈 속에는 쉴 새 없이 고깃배가 오갔고, 부푼 꿈을 안고 오는 이, 또 다른 꿈을 이고 타향으로 떠나는 이가 엇갈리는 낡은 선창이 비쳤을 테다. 하지만 사랑을 잃은 사내에게는 아름다운 통영의 풍경도 오롯이 아름답기 어려웠으리라. 한참 나중에 호사가들이 통영을 일컬어 ‘한국의 베니스’ 운운하며 아름다운 풍광을 칭송했지만, 스물넷 평안도 출신의 청년시인 백석(1912~1995)에게는 실연의 상처가 훨씬 컸을 수밖에 없었다. 백석은 사랑을 위해 멀리 남쪽 바다까지 헛걸음을 반복해야 했다. 한 번은 사랑을 이루기 위해, 다른 두 번은 사랑을 기억하며 가슴 먹먹함을 달래기 위해 찾았다. 그러나 한 번 떠난 사랑이 돌아올 리는 없는 법. 통영을 다녀왔던 길은 그의 작품 속 중요한 지역의 하나로 자리매김시키는 것으로 갈무리됐다. ●삼도수군통제영 복판 여황산 끼고 돌아 백석의 발길로부터 80년의 시간이 흐른 봄, 통영을 찾았다. 그가 시 ‘통영1’에서 묘사한 것처럼 통영 여황로에는 마침 ‘김 냄새 나는 비’가 보슬보슬 내리고 있었다. 토요일 아침부터 차들은 쉴 새 없이 오가고 있었고, 타관의 학생들을 실은 수학여행 버스들은 줄을 지어 여황로 길을 지나고 있었다. 여황로는 174m의 야트막한 여황산(艅山)에서 비롯된 이름의 길이다. ‘여황’은 춘추전국시대 오나라의 임금이 아끼던 화려한 배로, 훌륭한 군세를 갖춘 큰 전선을 상징했다. 통영항을 가운데 두고 좌우로 산세를 펼치고 있는 삼도수군통제영의 복판에 자리잡은 산이니 딱 걸맞은 이름이다. 통영시 북쪽 여황산 아래쪽으로 4113m 이어지며 문화동, 북신동, 명정동 등을 감싸고 돈다. 통영은 현대문화예술의 보물창고와도 같다. 특히 여황로 하면 일단 백석을 첫손에 꼽을 수 있다. 여황로 충렬사 앞에는 백석의 시비가 세워져 있다. ‘통영2’라는 시다. 편의상 ‘통영1’, ‘통영2’라고 했지만 발표 당시 원래 제목은 모두 ‘통영’이었다. ‘통영2’는 그가 통영에 대해 쓴 시편 중 가장 길고 유려하며 음율을 잘 살렸다. 그는 ‘통영2’에서 이곳을 ‘자다가도 일어나 바다로 가고 싶은 곳’이라고 했다. 또 ‘난이라는 이는 명정(明井)골에 산다는데/…/내가 좋아하는 그이는 푸른 가지 붉게붉게 동백꽃 피는 철에 타관 시집을 갈 것만 같은데’라고 노래했다. 사랑의 완성을 목전에 두고 여황로 길가에 앉아 한껏 달떠서 혼자 히죽거리는 백석의 모습이 절로 떠오른다. 곧 깨지고 말 단꿈이었지만. 여기에 원체 아름다운 통영의 풍광까지 한눈에 들어왔으니 시인의 시심이 절로 우러났을 것임은 짐작되고도 남는다. ●백석 시비 앞 명정샘 박경리가 소설에 써 ‘난’과의 관계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백석의 고향은 평안북도 정주다. 막 문청을 벗고 등단해 시인이 된 그는 한 친구의 결혼식장에서 통영 출신의 이화고녀 졸업반이던 박경련을 만나고, 첫눈에 반해 사귄다. ‘난’이라는 애칭을 붙여줬다. 그는 박경련의 어머니를 만나 결혼 허락을 받기 위해 통영을 찾았지만 걸음이 엇갈려 만남이 어긋나게 됐다. 난의 집이 충렬사 근처인 명정동이었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그 사이 그의 직장(조선일보) 동료이자 친구였던 이가 난과 결혼을 해 버리고 말았다. 사랑과 친구를 함께 잃은 아픔 탓이었을까. 그는 그해 조선일보를 그만뒀다. 그리고 기생 자야(子夜·본명 김영한·역시 백석이 붙여준 애칭이다)를 만나 불 같은 사랑을 나눴고, 고향집 부모님의 성화에 다른 여인과 혼례를 치렀지만 다시 자야에게 돌아갔다. 1940년 자야마저도 떠나 고향땅인 신의주, 정주로 갔다. 그가 통영에 대해 직접 남긴 작품은 ‘통영 1, 2’ 외에 ‘남행시초2-통영’ 등 모두 세 편이다. 특히 ‘남행시초2-통영’ 시편 마지막에는 난의 외사촌 오빠인 ‘서병직씨에게’라고 적었다. 그를 통해 통영 장터며 선창 등을 둘러봤음을 알게 해준다. 백석이 들여다본 ‘푸르른 감로 같은 물이 솟는’ 명정골 명정샘은 지금도 여황로 시비 앞에 있었다. 충렬사 문화해설사인 옥복주(47)씨는 “일(日)정과 월(月)정 두 개의 샘이 있어 명정(日+月=明井)이 됐다.”면서 “1670년 만든 이후 몇 년 전까지 330년 넘도록 식수로 썼지만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다.”고 했다. 물은 여전히 맑지만 ‘오구작작 물을 긷는 처녀며 새악시들’(‘통영2’ 중)을 찾을 수는 없음이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명정골은 통영이 고향인 박경리(1926~2008)의 소설 ‘김약국의 딸들’의 문장 속에도 그 흔적을 흩뿌려 놓았다. 박경리는 명정골에 대해 ‘고을 안의 젊은 각시, 처녀들이 정화수를 길어내느라고 밤이 지새도록 지분내음을 풍기며 득실거린다.’고 했다. 박경리의 생가는 여황로 충렬사 주차장 맞은편 바로 곁의 좁은 골목길인 ‘토영 이야길’을 따라가면 있다. 하지만 현재 다른 이가 살고 있어 안을 들여다볼 수는 없다. 표지판을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남편과 사별한 시조시인 이영도(1916~1976)에게 20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무려 5000통의 연서를 보냈던 유부남 청마 유치환(1908~1967)의 사연이 남겨진 곳도 그리 멀지 않다. 유치환의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빛 하늘이 환히 내다보이는/ 우체국 창문 앞에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행복’ 중)고 노래했던 통영중앙우체국은 여황로에서 서문로를 따라 7~8분 남짓 내려오다가 세병로(청마거리) 오른쪽으로 접어든 뒤 3~4분쯤 걸어가면 있으니 그리 멀지 않다. ●지긋한 뱃사람도 시 한 구절 읊어 이른 아침 여황로 어귀에서 만난, 통영에서 나고 자랐다는 늙수그레한 중년의 김모(58)씨는 “그 사람들이야 먹고살만 하니까 그림도 그리고, 소설도 썼겠지, 우리 같은 사람들이야 뭐….”라고 퉁명스럽게 대꾸하면서도 유치환, 이영도의 ‘아름다운 불륜’이며, 시인 김춘수, 화가 김용주, 세계적 음악가 윤이상, 박경리 등 통영 출신 예술가의 이름들을 줄줄이 들먹였다. 흔히 돈을 잘 버는 동네에서 ‘강아지도 만 원짜리를 물고 다닌다.’고들 하는데, 통영이라면 ‘중늙은이 뱃사람도 시 한 구절, 소설 한 토막쯤 읊조린다.’는 말이 좋이 쓰일 법하다. 케이블카를 타고 후딱 오른 미륵산 정상에서 내려다보니 통영시내 쪽으로는 강구안길이며, 여황산이 보이고, 다도해 쪽으로 시선을 돌리니 한산도, 매물도, 그리고 멀리 대마도까지 한눈에 푹 안긴다. 산과 바다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는 것만으로도 과분할 만큼의 통영이다. 이곳의 길 위에서 시집 한 권, 소설 한 권 옆구리에 끼고 그 옛 기억과 향취까지 가져간다면 더욱 어울릴 법하다. ● 역사의 보고 통영의 길들 동피랑·서문까꾸막… 토박이말 길이름 천국 통영은 바다의 왜적들과의 싸움, 그리고 평화에 대한 바람으로 다져진 곳이다. 통영의 길을 걷는다는 것은 그 역사의 현장으로 뚜벅뚜벅 들어감을 의미한다. 임진왜란 직후인 1604년(선조 37)에 삼도수군통제영을 옮겨 세운 뒤 ‘통영’이라는 지명이 처음 쓰이기 시작했다. 통제영의 약칭에서 따왔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실제로 이순신 장군을 모시는 사당인 충렬사와 통제영의 일종의 객사 역할을 했던 세병관(洗兵館·세병로 27), 그리고 북포루(北樓) 등은 통영 출신 학생들의 단골 소풍 장소이고, 다른 지역 학생들에게는 수학여행 필수 방문지다. 길 이름 역시 이러한 역사의 기억에서 자유로울 리 없다. 세병로, 충렬로 등은 물론이고 통제영을 굳게 지키던 문들도 이름을 남겼다. 동문로(東門路)와 서문로(西門路)는 모두 옛 통영성의 4대문 가운데 하나였던 동문과 서문의 이름을 그대로 땄다. 두 문 모두 고갯마루의 정상쯤에 위치해 있었으니, 통영 토박이들의 말로 ‘동문까꾸막’(동문고개), ‘서문까꾸막’(서문고개)이라고 불렀던 길들이다. 북신로(北新路) 역시 통영성 북문 바깥에 새로 만들어진 마을길이라는 뜻이다. 또한 세병로와 여황로 사이를 잇는 갈림길인 운주길은 옛 통제영의 관아였던 운주당(運籌堂)에서 비롯된 이름이다. 남해안대로에서 갈래져 나온 원문마을길은 통제영 입구였던 원문성(轅門城)에서 따온 마을 이름을 달았다. 이 밖에 통영을 찾는 사람들이 빼놓지 않고 들르는 동피랑길은 정겨운 마을 벽화로 유명하다. ‘피랑’은 벼랑을 일컫는 통영 말이다. 통영시의 동쪽에 있는 야트막한 언덕배기로 통영시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을 자랑한다. 통영성과 동포루(東樓)의 유적이 있다. 사진=서울신문 포토라이브러리 통영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요리보고 조리보고 둘리와 함께 뚜벅뚜벅

    요리보고 조리보고 둘리와 함께 뚜벅뚜벅

    도봉구 우이천의 밤을 환하게 밝혀줄 ‘둘리와 친구들’ 등(燈) 특별전이 열린다. 구는 우이천에 만발한 벚꽃과 함께 즐길 수 있도록 둘리와 친구들 특별전을 오는 17일까지 번창교 주변에서 연다. 우이천은 둘리가 빙하에 갇혀 떠내려와 발견된 곳이다. 아기공룡 둘리 캐릭터의 등과 둘리의 친구들인 도우너, 고길동, 또치, 희동이, 마이콜 등 등 6개 작품을 번창교와 우이1교 사이 산책로와 징검다리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설치한다. 점등 시간은 매일 오후 7시~11시다. 벚꽃과 함께 둘리 사진촬영이 가능한 특별 ‘포토존’이다. 특히 9일에는 창2동 우이천로22길에서 ‘에코벚꽃축제’도 열릴 예정이다. 차 없는 거리에서 열리는 에코벚꽃축제에서는 축하공연, 서울스타노래자랑은 물론 한지공예, 비누·양초 만들기, 가훈 써주기 등 다양한 체험행사도 열린다. 이동진 구청장은 “벚꽃냄새 가득한 우이천에서 둘리와 친구들 등 전시도 구경하면서 행복한 봄을 즐기길 바란다”고 말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초반 강세’ 이재영 추월한 토박이 심재권… 팽팽한 표심

    ‘초반 강세’ 이재영 추월한 토박이 심재권… 팽팽한 표심

    7일 점심 무렵 서울 강동구 성내2동 안말어린이공원에 국수 삶는 냄새가 퍼져 나갔다. 주변 노인 70여명이 모여들었다. 국수 나눔 행사를 하는 송죽봉사회 회원들 사이에 빨강, 파랑 점퍼를 입은 사람들이 섞여 있었다. 새누리당 이재영 후보는 테이블을 돌며 “강동의 효자가 되겠습니다”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기호 2번 심재권’이 적힌 파랑 점퍼를 입은 선거운동원들은 국수와 김치를 직접 날랐다. ●이재영 “천호동서 더민주와 비겨야” 이 후보는 이날 출근길 인사 뒤, 지역 봉사현장을 집중 공략했다. 그가 천호동 강동종합사회복지관 2층 식당에 들어서자 30여명의 노인이 박수를 치며 반가워했다. 김모(80) 할머니는 “젊은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데 하나만 찍어야 해서 아쉽다. 몇 명쯤 찍어 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 후보 측은 “중산층 이상이 많이 거주하는 둔촌동은 여당세가 강하고 더민주 구청장이 있는 성내동 관공서 타운은 야당세가 강한데, 이곳 천호동에서 더민주와 비기기만 하면 승산이 있다”고 자신했다. ●심재권 강동을서 6번째 출마 이 지역에서만 6번째 출마한 심 의원은 현역 의원으로서 지역 예산을 많이 끌어왔다는 점을 적극 내세웠다. 천호시장에서 30년째 옷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김소진(65·여)씨는 “그래도 천호동에서 꾸준히 활동해 온 심재권 의원을 뽑겠다”고 지지를 밝혔다. 그러나 현역 의원에 대해 실망감을 드러낸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성내전통시장에서 만난 김현우(58·여)씨는 “여당은 찍기 싫은데 심 의원에게는 실망한 점이 많아서 누구를 뽑아야 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야당 열성파 “이번엔 강연재 찍겠다” 국민의당 강연재 후보는 기존 양당 정치에 피로감을 느끼는 야권 지지층을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그는 이날 안철수 공동대표와 함께 유세 차량을 타고 천호역과 둔촌동역 인근을 누볐다. 안 대표는 “마흔 살의 젊고 참신한 인재인 강 후보를 뽑아 달라”고 했다. 성내1동에 사는 박미옥(57·여)씨는 “야당 열성파라 지난 선거에서 심재권 의원을 뽑았는데 이번에는 강연재 후보를 찍을 생각”이라며 “처음이라 신선하고 욕심을 덜 내실 것 같다”고 했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 동반자살기도로 아들만 죽인 우울증 엄마, 살인죄일까

    우울증을 앓는 30대 여성이 세 살배기 아들과 함께 자살기도를 했다가 아들만 숨진 사건에 대해 경찰이 살인 혐의 적용 여부를 고심하고 있다. 지난달 15일 A(33)씨는 전북 전주시의 한 원룸에서 아들과 동반자살을 기도했다. A씨 남편이 아내와 연락이 닿지 않자 집으로 달려왔지만, 현관문은 연기 냄새만 날 뿐 굳게 잠겨 있었다. 경찰이 출동해 현관문을 강제로 열고 진입했을 때 안방에 있던 아들은 이미 숨진 상태였다. 거실에 바닥에 쓰려져 있던 A씨 역시 의식이 없는 상태였다. 병원으로 옮겨진 A씨는 일주일 뒤 의식을 되찾아 건강을 회복하자 정신병원에 입원했다. 그러나 경찰은 A씨에게 적용할 혐의를 고심하고 있다. A씨가 의사 결정을 할 수 없는 아들과 동반자살을 기도했다가 아들만 숨졌기 때문에 원칙적으로는 ‘살인’ 혐의를 적용해야 한다. 하지만 우울증을 앓는 A씨가 정신과 치료 경력이 있을 뿐 아니라 전에도 자살기도 전력이 있고, 가족들의 처벌 의사 여부도 고려해 판단해야 하기 때문에 결정을 하지 못하고 있다. A씨 역시 경찰 조사에서 “아이를 죽일 의도는 없었다”며 고의적인 살인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경찰은 6일 A씨에 대해 피의자 조사를 마치고, 이번 주 안에 어떤 혐의를 적용할지 판단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연기가 새나가지 못하게 창문을 막아놓은 정황과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아이가 자살기도로 숨진 점 등에 미뤄 살인 혐의를 적용하는 게 맞지만 안타까운 부분이 있어 피의자 조사를 마치고 어떤 혐의를 적용할지 판단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수요 에세이] 알파고, 그리고 지방행정/정재근 전 행정자치부 차관·행정평론가·시인

    [수요 에세이] 알파고, 그리고 지방행정/정재근 전 행정자치부 차관·행정평론가·시인

    1996년 어느 날 정부서울청사 19층 대회의실. 대통령 주재 학원폭력 근절 대책회의가 몇 분 남지 않았다. 그런데 현장 사례 발표와 정책 제언을 하기로 돼 있는 학원폭력 관련 재단 이사장이 보이지 않는다. 이사장의 행사 참석을 책임진 담당 사무관도 보이지 않는다. 등에서 식은땀이 난다. 아, 고향에서 군수 한번 해 보려고 내무부에 왔는데 이제 다 물 건너갔구나. 순간 담당 사무관이 누군가를 모시고 와서 이사장 자리로 안내한다. 행사가 잘 끝난 후 담당 사무관에게 물었다. “선배님, 도대체 온다 간다 말 한마디 없이 어떻게 된 겁니까. 저는 오늘 공무원 그만두는 줄 알았습니다”라고. 돌아온 대답이 하나의 선물이었다. “이사장 입장이 되어 보니 갑자기 제 아이 생각이 났어요. 그분은 대기업 해외법인장으로 일하다가 학교폭력에 아들을 여의고 재단을 세워 아이들을 위해 나선 터였답니다. ‘제 아들이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고 이를 견디다 못해 목숨을 끊었습니다’는 얘기를 여러 사람 앞에서 해야 한다고 가정하니 너무나 끔찍했습니다. 그래도 ‘이 문제를 정부가, 또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해결해 준다니 고마워서 회의에 참석하겠다’는 답변을 듣기는 했지만 막상 아침에 일어나니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무거운 마음으로 오고 있을 그분이 떠오르더군요. 내 마음도 이런데 그분은 얼마나 아플까. 그분의 모습이 눈앞에 스쳤습니다. 다급한 참에 곧장 후문으로 달려 내려갔습니다. 기다렸다가 모시고 안내한 뒤 다시 택시로 모셔다 드리고 오는 길입니다.” 1996년은 민선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이듬해로 정부 정책의 우선순위가 주민과 밀접한 민생 관련 이슈로 전환되기 시작한 때였다. 나의 공무원 생활은 그날 이전과 이후로 나뉘었다. 나도 저 선배처럼 주민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그들의 아픔을 헤아리고 어루만지는 행정을 펼치겠다는 마음을 품은 그 이후로 나는 ‘사람 냄새 물씬 나는 따뜻한 행정, 감성 행정, 감정 이입 행정, 인간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인문학적 행정’ 등으로 표현되는 나름의 행정 철학을 갖게 됐다. 2016년 3월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 인공지능(AI) 알파고와 인간 이세돌 간의 바둑 대결이 벌어지고 있다. 알파고는 어디에 있는지 보이지 않고 알파고 측의 아자황과 이세돌이 바둑판을 사이에 두고 앉아 있다. 무표정한 아자황은 모니터를 보고 있다가 알파고가 지시하는 착점에 그대로 바둑돌을 놓는다. 반면 이세돌의 표정은 찡그림, 한숨, 여유, 자신만만 등 시시각각 변한다. 우리도 이세돌의 표정에 따라 마음이 가벼워졌다가 갑자기 가슴이 답답해지곤 한다. 나는 대국을 보는 내내 행정을 생각했다. 정해진 바둑 규칙대로 알파고와 이세돌은 바둑을 두었고 이것은 주어진 법령을 집행하는 것, 즉 행정을 수행하는 과정과 비슷하다. 그러나 행정을 하는 방식은 확연히 다르다. 알파고는 주민에게 보이지 않고 아자황만 보인다. 또 아자황의 행정은 인간적인 매력이 없다. 알파고가 시키는 대로 무표정하게 일을 한다. 만일 20년 전의 그 선배가 알파고나 아자황처럼 당초 정해진 행사 계획대로 19층 행사장에서 기다렸다가 이사장을 안내했어도 행사는 무리 없이 끝났을지 모른다. 그러나 감동은 없었을 것이다. 한 주민의 아픈 마음을 헤아리고 한 후배 공무원의 인생을 바꿀 만큼 큰 감동을 주는 행정은 알파고처럼 타산적으로 계산하고 아자황처럼 주어진 규칙대로 집행하는 행정이 아니다. 이세돌처럼 고뇌하고 고민하면서 그의 모든 것을 주민에게 보여주는 행정이다. 인간이어서 인간의 나약함과 아픔을 이해할 수 있고, 그래서 인간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가슴 따뜻한 행정이어야 가능하다. 알파고의 등장으로 사라질지도 모르는 미래의 직업들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나는 세상이 아무리 바뀌어도 행정의 존재 이유가 주민 행복 창조에 있다면 주민과 직접 몸과 마음을 맞대고 이를 위해 노력하는 현장 행정, 지방행정은 점점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믿는다. 지방행정의 존재 이유는 AI로 결코 대체할 수 없는, 감성으로 다가가는 따뜻한 행정을 수행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 [현장 행정] ‘信의 행정’ 강서, 그 용기있는 도전

    [현장 행정] ‘信의 행정’ 강서, 그 용기있는 도전

    지난 4일 강서구 염창동 성우자동차정비공장. 기름 냄새와 페인트 냄새가 뒤섞이고 전동드릴 소리가 울리는 이곳에 자동차 정비와는 어울리지 않는 차림의 사람들이 나타났다. 매서운 눈초리로 구석구석을 누비는 이들은 강서 주민점검단이다. 바닥에 놓인 타이어를 들춰 보고 화학물질 냄새가 확 풍기는 도색부스도 들어가면서 안전이나 환경 문제가 없는지 꼼꼼히 확인했다. 이날 점검에 참여한 김순철(56·녹색환경감시단)씨는 “지정폐기물 보관 표시가 잘돼 있는지, 차량 도색 과정에서 나오는 유해물질을 잘 거르는지 등 확인할 것이 많다”면서 바닥부터 천장까지 샅샅이 훑었다. 주민점검단은 가양1동·등촌1동·염창동 준공업지역에 거주하는 주민 10명과 강서양천환경운동연합, 녹색강서환경감시단 등 환경단체로 구성돼 있다. 주민 2명을 포함한 4명이 한 조를 이뤄 지역 업체를 찾아 유해물질 배출과 방지시설 운영 실태, 소음, 분진 등 발생 여부를 점검했다. 상반기에는 행정지도 위주로 점검하고, 하반기엔 담당 공무원과 단속에 들어가 과태료 부과 등 행정처분도 할 예정이다. 이번 점검에 나선 오세희(57)씨는 “소음과 환경오염을 걱정했는데 현장을 보니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 느낄 수 있었다”면서 “잘못된 것을 찾으러 나왔는데 이웃을 이해하는 계기까지 됐다”고 말했다. 이것이 구가 주민이 전면에 나서는 행정을 펼치는 이유다. 노현송 구청장은 “관이 중간에 끼면서 오히려 공감과 소통을 이루는 데 방해가 되기도 한다는 것을 느낄 때가 있다. 특히 이웃 간 분쟁에서는 민원 당사자들이 직접 만나 의견을 교환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 연장선에서 활동을 시작한 것이 ‘갈등관리위원회’다. 2014년 설립 조례를 만들어 지난해부터 활동에 들어간 갈등관리위원회는 정책 집행 과정에서 일어나는 갈등을 심의, 조정하는 기구다. 전문가를 두고 분쟁 당사자들이 얼굴을 맞대면서 갈등을 풀어 나갈 수 있도록 했다. 복지, 주택·건축, 보건,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15명이 조정 전문가로 참여하고 있다. 또 지역 실정을 잘 아는 주민들이 곧 전문가라는 판단에서 안전감시단도 가동했다. 주민들이 주기적으로 순찰하면서 위험 요인을 발견하고 안전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고 봤다. 노 구청장은 “지역 전문가인 주민들이 구정에 참여하면 지역 특성에 맞는 구정을 펼치고 구정에 대한 신뢰도 키울 수 있다고 확신한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분야에서 지속적인 협력을 이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여경 기자 cyk@seoul.co.kr
  • 연분홍 수놓은 힐링 산길… 서해 절경의 파노라마

    연분홍 수놓은 힐링 산길… 서해 절경의 파노라마

    진달래 군락 30만㎡… 압도적 규모 자랑 코스 5개… 가족·연인 등산 나들이 인기 분재 전시·화전 만들기 등 체험행사 다양 초지진·전등사 등 주변 유적·명승도 볼만 진달래는 개나리와 함께 봄을 알리는 대표적인 나무다. 한국의 산 어디에서나 쉽게 볼 수 있을 만큼 널리 퍼져 있지만, 제대로 만끽하려면 군락지를 찾아야 한다. 연분홍색 진달래꽃은 집합될수록 강력하다. 흐드러지게 핀 진달래꽃 군락지는 봄날을 환희의 아우성으로 물들이기에 충분하다. 수도권에서 봄철 꽃축제의 백미 중 하나는 인천 강화도 고려산 진달래축제다. 문화재의 고장인 강화군은 축제가 많기로 유명하지만, 진달래축제만큼 관심을 끄는 것은 없다. 전국적으로도 명성이 퍼져 매년 이맘때면 무르익어 가는 봄의 정취를 맛보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올해로 8회째인 이 축제는 오는 12일부터 26일까지 고려산 일대에서 열린다. 다른 지역의 진달래축제가 대개 평지에서 개최되는 것에 비해 강화 진달래축제는 해발 436m 정상에서 열린다. 고려산 정상 앞 비탈에는 잡목이 없이 빽빽하게 들어선 진달래가 군락을 이룬다. 정상에서 능선 북사면을 따라 355봉까지 약 1㎞를 연분홍으로 물들인다. 마치 연분홍 안개가 피어오른 듯하다고 할까. 고도에서 꽃이 피기 때문에 더욱 진한 색깔의 잔달래를 감상할 수 있다. 특히 축제 기간에는 꽃의 색도나 크기가 절정을 이룬다. 도시의 복잡함과 스트레스로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꽃 감상뿐만 아니라 눈을 들어 북쪽으로 방향을 돌리면 북한 개성의 송악산이 선명한 자태를 드러낸다. 진달래 군락이 배치된 형상을 보면 장소에 따라 삼각형 또는 역삼각형을 이뤄 마치 사람이 일부러 심어 놓은 듯하다. 면적도 30만㎡에 달해 전국적으로 유명한 산에 있는 진달래 군락과 비교하면 규모에서 압도한다. 이러한 위용 덕분에 매년 축제 기간에 10만∼15만명이 다녀간다. 정상 능선에는 나무로 만들어진 등산로가 있어 이 길을 걸으며 편하게 진달래 군락을 감상할 수 있다. 꽃을 좀더 가까이서 보려면 등산로 곳곳에 조성된 샛길을 이용하면 된다. 이곳에는 포토존도 있어 추억을 담기에 안성맞춤이다. 때문에 연인과 가족이 함께하는 봄나들이 장소로 인기를 끌고 있다. ●19~21일 꽃 활짝 예상… 올해 20만명 찾을 듯 지난해 진달래축제에 참석했던 유모(36·인천 연수동)씨는 “400m가 넘는 고려산 천지를 분홍색으로 수놓은 듯해 울림이 컸다”면서 “올해도 가족과 함께 찾아가 지친 마음을 달래고 인근 관광지도 둘러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화군 관계자는 “고려산 진달래축제는 수도권 주민들이 쉽게 방문할 수 있는 거리에 있어 날이 갈수록 많은 사람이 찾고 있다”면서 “올해는 방문객이 20만명이 되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화도는 위도가 높아 다른 곳보다 진달래가 조금 늦게 피는데 올해는 오는 19∼21일쯤 꽃이 만개할 것으로 보인다. 진달래 군락지로 가는 코스는 다양하다. 대략 5가지로 분류된다. 1코스는 백련사~군락지, 2코스 청련사~군락지다. 또 3코스 고비고개~군락지, 4코스 적석사~군락지, 5코스 미꾸지고개~군락지다. 빠르고 편하게 오르려면 1코스를 택해야 한다. 48번 국도변에서 출발해 백련사를 거쳐 정상에 이르는 코스로, 축제 기간에 찾는 관광객들은 대개 이 길을 택한다. 대신 교통혼잡과 포장도로를 통해 산을 오르는 밋밋함을 감수해야 한다. 번잡함을 피하려면 2코스나 3코스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4코스와 5코스는 군락지까지 가는 길이 2배가량 길다. 고려산 진달래축제는 등산을 겸한다는 장점이 있다. 제대로 등산을 즐기려면 고촌4리에서 진달래 군락지로 오르는 길을 권하고 싶다. 마을회관부터 동네 길을 걷다가 인가가 드문 지점부터 시작되는 등산로를 통해 정상으로 오르면 된다. 그곳에서 진달래를 감상한 뒤 서쪽 낙조봉으로 이어지는 4㎞가량의 능선을 타면 색다른 묘미를 느낄 수 있다. 오솔길로 된 이 등산로는 주변 경관이 아기자기한 데다, 정상 군락지만은 못하지만 길 좌우에 진달래가 풍성하게 피어 있다. 능선을 오르내리는 경사 또한 적어 마치 둘레길을 걷는 듯한 느낌을 준다. 능선 중간에는 21기의 고인돌군(群)이 있어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이곳 고인돌은 우리나라 고인돌의 평균 고도보다 200여m 높은 곳에 있어 이채롭다. 옛날에는 기중기 같은 중장비가 없었는데 어떻게 수톤에 달하는 돌을 이곳으로 옮겼는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낙조봉에 오르면 교동도 일대의 강화 앞바다, 영종도 등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바다와 이어지는 한강, 임진강, 예성강 등도 한눈에 들어온다. 낙조봉에서 적석사 쪽으로 내려가면 우리나라 3대 낙조 조망대인 낙조대가 나온다. 동해안 정동진의 반대쪽에 있다고 해서 ‘정서진’으로도 불린다. 여기서 바라보는 서해 석양은 ‘강화 8경’ 가운데 으뜸으로 꼽힌다. ●4코스에 고인돌 21기… 국내 3대 낙조 조망대도 진달래축제와 관련된 부대 행사는 하점면 부근리에 있는 고인돌공원에서 열린다. 특히 이번부터는 행사의 주관을 민간에 위탁해 다채로운 행사를 예고하고 있다. 관련 프로그램으로는 진달래분재 전시, 진달래화전 만들기, 진달래 엽서전 등의 체험전과 아마추어 밴드를 중심으로 한 버스킹 페스티벌, 먹거리장터 등이 준비돼 있다. 강화도 농·특산물을 판매하는 부스도 운영된다. 강화군은 축제 기간에 교통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임시버스를 배치하고 임시주차장 9곳도 운영할 계획이다. 진달래축제를 찾은 김에 강화도에 산재한 볼거리와 먹거리를 섭렵하는 것도 또 다른 포인트다. 강화해안도로는 문화재를 끼고 형성돼 있어 드라이브 자체가 문화재 관람이다. 강화읍 대산리~길상면 섬암교 구간(21.1㎞)으로 조선 말 외적의 침입에 대비해 지은 덕진진, 초지진, 갑곶돈대, 용진진, 광성보, 연미정 등을 선을 잇듯이 연결한다. 강화읍 풍물시장은 할머니들이 산에서 캐온 봄나물과 각종 농작물이 풍성해 옛날 장터를 연상시킨다. 아르미애월드(불은면 삼성리)는 강화약쑥 테마공간으로 다양한 약쑥 제품을 팔고 약쑥을 이용한 체험장, 도자기체험실 등을 운영한다. ●석모도·초지리 매화마름 군락지도 찾아볼 만 최고(最古)의 절인 전등사와 보문사도 찾아볼 만하다. 전등사는 381년(고구려 소수림왕 11년)에 건립돼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절로 알려졌다. 보문사는 외포리 선착장에서 여객선으로 10여분 거리에 자리잡은 석모도에 있는데 우리나라 3대 기도성지로 꼽힌다. 강화갯벌은 독일·네덜란드 연안 갯벌과 함께 세계 5대 갯벌로 평가된다. 저어새, 노랑부리백로, 검은머리물떼새 등 세계적인 희귀 조류의 서식지다. 초지리 매화마름군락지는 국내에서 가장 작은 람사르습지(3000㎡)로 멸종 위기에 처한 매화마름을 보호하기 위해 한국내셔널트러스트가 조성했다. 볼거리의 궁합은 먹거리다. 강화도의 상징이 땅에서는 인삼, 순무라면 바다에서는 밴댕이다. 남쪽에서부터 연안을 따라 올라오는 밴댕이는 맛이 광어, 우럭에 뒤지지 않는 데다 값도 저렴하다. 갯벌장어는 갯벌을 막아서 만든 어장에서 생산된다. 흙냄새와 비린내가 거의 없는 데다 고소하고 담백한 맛은 양식장어와 비교할 수 없다. 자연산보다 맛이 있다는 평가도 있다. 육질과 맛을 비교할 때는 소금구이로 확인해야 한다. 김학준 기자 kimhj@seoul.co.kr
  • 해외여행 | 핀란드-명백히 아름다운 북위 67.8 레비Levi

    해외여행 | 핀란드-명백히 아름다운 북위 67.8 레비Levi

    명백히 아름다운 북위 67.8레비Levi 북부 핀란드, 이 혹한의 땅에 발을 디딘 가장 큰 목적은 오로라를 보는 것이었다. 핀란드 레비에서 보낸 나흘의 이야기는 밤과 낮으로 나뉜다. 겨울의 북극에서는 어둠의 기세가 등등하다. 낮은 맥을 못 춘다. 정오가 돼서야 동이 트고, 점심 식사 후 두 시간 가량 소요되는 일정 하나를 마치면 다시 어둠의 세계다. 밤은 온전히 오로라를 기다리는 시간으로 점철됐다. 지루하지 않았냐고? 전혀! 이곳에서 겪은 모든 일들에는 ‘난생처음’이라는 수식이 붙었기에 하나같이 소중했다. ●조용하고 아담한 스키 마을 레비Levi “어서 와, 이런 추위는 처음이지?” 감각을 자극하는 주변의 모든 환경이 말을 거는 것 같다. 도착한 날의 기온은 영하 31도. 예보에 따르면 기온은 점점 더 내려갈 예정이다. 상상 이상의 추위, 경험한 적 없는 냉기다. 이 정도의 날씨라면 추위, 냉기보다 더 가혹하고 거친 단어가 필요하다. 들숨에 들어오는 공기는 뾰족하게 날을 세워 폐부를 찔렀고 내뱉은 날숨은 공중으로 흩어지기 전 해마의 형태로 잠시 얼어붙는 듯했다. 내복, 바지, 스웨터, 양말 등 모두 두 겹씩 입었다. 몸 구석구석에 핫팩을 붙이고 옷 입는 시간만 대략 20분이 걸렸다. 장갑, 목도리, 모자까지 쓰고 나면 북극의 패션 테러리스트가 됐다. 거동이 불편할 정도로 감각은 둔해졌지만 그만큼 마음은 든든했다. 문제는 이렇게 대비해도 춥다는 것. 입김은 콧수염이나 눈썹에 붙어 고드름이 됐고, 안경도 얼어붙어 앞을 보기 힘들 정도였다. 발에 붙여둔 핫팩은 땅에서 올라오는 냉기를 이기지 못했고 외부 공기와 접촉한 핫팩은 얼고 부풀어 올라 아이스팩과 형태와 기능이 동일해졌다. 맨손으로 차 트렁크, 문고리 혹은 삼각대의 다리 부분을 잡으면 순간접착제를 바른 듯 살이 달라붙었다. 접촉한 것들과 분리되기 위해서는 살점이 뜯기는 고통을 감내해야 했다. 카메라도 걱정거리. 혹한에 배터리 방전 속도가 LTE급으로 빨라졌고, 입김이 닿은 카메라 뒤판은 얼음 알갱이로 뒤덮였다. 셔터가 올라갔다 얼어붙어 내려가지 않는 횟수도 빈번해졌다. 일행 중 한 사람의 셔터 릴리스 선은 꽁꽁 언 채로 두 동강이 났다. 전선이 냉각된 후 끊어지는 추위, 곁에서 직접 보지 않았다면 과장된 엄살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젠가 꼭 다시 가고 싶다. 지금부터의 이야기가 진짜다. 헬싱키에서 출발한 비행기는 두 시간을 날아 레비 인근의 키틸래 공항Kittila Airport에 도착했다. 키틸래 공항에서 북쪽으로 230여 킬로미터 떨어진 이발로 공항Ivalo Airport을 경유했으니, 헬싱키에서 직항으로 왔다면 약 한 시간 거리다. 공항에서 차로 20분 거리에 위치한 레비는 핀란드 최고의 스키리조트 마을로 명성이 자자하다. 멀지 않은 과거에는 젊은 사람들이 모두 도시로 떠나고 노인만 100명 남짓 남았던 시골 마을이었지만, 1964년 첫 번째 스키 슬로프를 개장한 이후 조용했던 마을은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이후 면세 지역으로 지정되면서 관광산업이 활성화됐고 현재, 전체 인구 약 5,000명 중 2,500여 명이 관광업에 종사하며 한 해 40만명의 여행자들을 맞는 관광지로 성장했다. 겨울에는 스키를 비롯해 허스키 썰매, 순록 썰매, 스노모빌 등 다양한 액티비티를, 여름에는 트레킹, 하이킹, 백야 골프 등을 즐길 수 있다. 핀란드 최대의 스키리조트라는 이름에 걸맞게 총 43개의 슬로프를 운영하고 있다. 리조트 전체 규모에 비해 레비 시내는 소박한 편이다. 레스토랑, 기념품 숍 등 필요한 것들이 적재적소에 정량으로 있어 과잉과 소모가 없는 편안한 느낌이다. 겨울 평균 기온은 영하 20도지만 우리가 머문 기간은 이상 기후로 훨씬 더 추웠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차갑고 고요한 밤의 이야기 꿈엔들 잊힐리야 오로라Aurora 태양이 발산하는 플라스마 중 극소량이 지구의 보호막을 뚫는다. 그리고는 지구 자기장의 영향으로 극지방으로 끌려들어와 대기권의 가장 바깥쪽 열권에서 방전되며 빛을 발하는 현상, 오로라다. 북극에서 발생한 오로라의 이름은 오로라 보리앨리스Aurora borealis 혹은 노던 라이츠Northern lights, 우리말로는 북극광, 그리고 이곳 핀란드에서는 여우불이라는 뜻의 레번툴레Revontulet다. 나에게 오로라는 평생을 꿈꿔 온 소망의 이름이다. 여기까지 왔지만 본다는 확신은 없었고 기대만 가득했다. 운이 따라야 볼 수 있다는 말을 여기저기서 들었다. 오로라를 예보하고 시간대별로 지수를 표기하는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해 실시간으로 체크했다. 내가 어쩔 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 포기하고 싶지도 않았다. 가이드는 날씨가 너무 추우면 오히려 보기 어렵다고 말했고, 오로라 지수를 너무 믿지 말라는 이야기도 전했다. 별이 수천개는 보이는 밤하늘이라야 오로라를 볼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행운을 빌어 주었다. ‘진인사 대천명’이라는 명제를 마음에 품었다. 해보는 데까지 해보고 안 되면 어쩔 수 없다. 도착 이틀째부터 영하 40도의 혹한에서 서너 시간씩 사흘을 버텼다. 일명 ‘뻗치기’를 감행했다. #first night 첫날밤, 가이드가 알려준 숲으로 향했다. 숙소인 레비 툰투리 호텔Spa Hotel Levi Tunturi에서 도보로 10분 거리, 작은 호수를 둘러싼 겨울 숲, 그 건너편에는 아담한 평원도 있었다. 가이드는 이곳이 인공광이 거의 없어 인근에서 오로라가 가장 잘 보이는 곳이라고 했다. 출발 전부터 꼼꼼하게 장비를 챙겼고, 어둠 속에서 촬영 방법을 연습했다. 준비한 것을 차근차근 재현할 차례였으나 혹한에 몸과 마음은 따로 놀았다. 장갑 속에 감춰둔 둔한 손의 감각으로는 어둠 속에서 초점을 맞추는 것부터 노출을 조절하는 일까지 뭐 하나 쉬운 게 없었다. 허둥거리며 모든 준비를 마쳤다. 이제 나타나기만 하면 된다. 한 시간쯤 지나자 하늘빛이 미세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일단 셔터를 눌렀다. 눈에 보이는 것보다 사진이 더 선명하게 보인다는 말을 들은 터였다. 아니나 다를까, 명민한 카메라는 하늘에서 색색의 빛줄기 수십 개가 쏟아져 내리는 순간을 잡아냈다. 오로라처럼 움직이진 않았지만 빛줄기는 계속 색을 바꾸고 있었다. 오로라인가 아닌가에 대한 의견이 분분했다. 오로라를 본 경험이 있는 동행인은 명백한 오로라라고 했다. 촬영은 두 시간가량 이어졌다. 이것이 오로라만큼 드문, 상층의 구름에서 떨어진 공기 중의 얼음 알갱이들이 달빛 혹은 주변의 인공광을 반사하며 일어나는 빛기둥light pole 현상이라는 사실은 서울에 와서야 알게 됐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second night 전날 촬영한 빛기둥을 오로라라고 믿었기에 둘째 날엔 더 대담해질 수 있었다. 오로라가 가장 잘 보인다는 숲을 버리고 조금 더 드라마틱한 장소를 찾아 도착한 곳은 레비 툰투리Levi Tunturi다. 산이라고 하기엔 낮고 동산이라 부르기엔 높은 해발 531m, 우리말로 ‘재’라고 표현하면 알맞은 이곳을 레비 사람들은 ‘레비 펠Levi Fell’이라고 부른다. 해질녘의 레비 펠은 겨울 왕국의 모습 그대로다. 핀란드 최고의 캐릭터인 무민을 쏙 빼닮은 스노 몬스터Snow Monster 수천 개가 핑크빛으로 물든 풍경은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웠다. 무민 마을에 잔치라도 벌어진 듯한 동화 같은 풍경은 어둠이 짙어질수록 엄숙하고 장엄한 정취를 덧입었다. 우주 깊은 곳에 떠다니는 외계행성에 발을 디딘 듯한 착각이 일 정도였다. 이곳에 오로라가 나타난다면 지상 최고의 오로라 사진을 얻을 수 있겠다며 기대했지만 하늘이 흐렸고, 날이 습했고, 재 마루에 멈춰 선 구름은 가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철수했다. #third night 마지막 밤까지 오로라를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과 조바심이 요동쳤다. 마음을 가다듬고 저녁 식사 자리로 향했다. 처음으로 해외에서 생일을 맞은 저녁상에는 초를 밝힌 작은 컵케이크와 서울에서 준비한 3분 미역국이 맑게 빛나고 있었다. 소박하지만 감동적인 생일상에 마음이 울컥해졌다. 오로라를 보게 해달라고 소원을 빌며 초를 불었다. 십분쯤 지났을까. 이미 퇴근한 가이드가 되돌아와 말했다. “지금 밖에 오로라가 있어. 앞으로 몇 시간 동안 볼 수 있을 거야.” 이런 걸 ‘기적’이라고 말하나. 밖으로 뛰쳐나갔다. 하늘을 보며 달려가다 뒷걸음치기를 반복했다. 오로라를 보는 순간, 인생 최고의 생일선물을 받았다는 감동에 가슴이 벅찼다. 수직으로 서서히 솟구쳐 창공으로 올라간 초록빛은 일렁이고 움직이고 너울너울 넘실대며 제 길을 갔다. 빛기둥을 보았던 숲으로 향했다. 멀리서 시작된 올챙이 형상의 초록빛은 별이 총총히 빛나는 검은 하늘을 가르고 번져 나가며 춤을 췄다. 설산을 넘는 북극의 요술 여우의 꼬리가 산꼭대기를 스칠 때 일어나는 스파크라는 핀란드 신화도, 어린 영가들이 춤을 출 때 일어나는 불빛이라는 그린란드의 신화도, 죽은 영혼들이 해골로 축구시합을 벌이는 광경이라는 이누이트족의 신화도, 모두 오롯이 믿어질 만큼 경이롭고 신비로웠다. 영하 40도의 혹한에도 춥지 않았다. 오로라는 땅 위의 사람들을 제대로 홀렸다. 확신했다. 언젠가 인생이 끝날 때 스쳐갈 나의 주마등에, 이 순간 눈앞에 펼쳐진 오로라의 춤이 선명히 새겨질 게다. ●청명하고 귀한 낮의 이야기 진짜 행운이함께 했나 봐! 네 시간, 하루 중 푸른 하늘과 흰 설원을 볼 수 있는 시간이다. 짧은 만큼 값지고 소중하니, 가능한 짜릿하게 즐겨야 한다. 방법은 여러 가지다. #first day 첫날은 이른 아침부터 부산하게 움직였다. 레비에서 차를 타고 북쪽으로 140km 떨어진 헤타Hetta로 향했다. 아침이지만 어두운 사위를 가르기 위해 상향등을 켜고 달려야 했다.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상향등이 눈을 비추면 별처럼 빛났다. 풍경은 화면 가득 노이즈가 반짝이는 오래된 필름 영화 속 한 장면을 보는 듯했다. 다행히 길이 미끄럽진 않았다. 녹아서 질퍽이는 습설이 아닌 건설인 까닭이다. 운전자와 겨울 레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에겐 축복의 눈이다. 일명 파우더 스노, 넘어져도 아프지 않고 포근하게 느껴질 질감이다. 가이드는 이동하는 동안 헤타에 대해 설명했다. 스칸디나비아 북쪽, 핀란드 북쪽, 러시아 콜라반도에 흩어져 살고 있는 유목민족인 사미족의 사미랜드, 헤타는 그곳으로 가는 관문이라 했다. 이 지역에 사는 주민의 20퍼센트는 사미인, 그중 8퍼센트가 사라져 가는 사미어를 쓰며 살아가고 있다고 했다. 헤타 펠 라플란드 방문자 센터Hetta Fell Lapland Visitor Center에서 사미 문화와 전통에 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사실, 헤타에 온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바로 순록 농장 방문. 우리에게 루돌프로 더 잘 알려진, 아름다운 뿔을 가진 순록을 만난다는 기대로 마음이 들떴다. 농장을 방문하는 것이니 무리 지어 움직이는 순록들을 만날 거라 기대했지만, 추운 겨울 동안은 대부분 주인이 만들어 둔 우리 안에서 지낸다고 한다. 아쉬움은 순록 썰매를 타는 것으로 달랬다. 운동장 한 바퀴 거리를 돌아보는 짧은 여정이었지만, 하얀 설원 위를 네 마리의 순록이 끄는 네 개의 썰매가 천천히 움직이는 풍경은 충분히 아름다웠다. 고개를 돌려 돌아보면, 뒤 썰매를 끄는 순록이 얼굴을 들이밀고 있었다. 힘이 넘치게 좋은데다 마음도 급해 앞 썰매를 제치고 싶다는 듯 씩씩거리며 콧김을 내뿜었다. 맑은 눈망울, 둔탁한 턱의 모양새는 소를 닮았다. 사미족에게 순록은 우리네 옛 시절의 소와 같은 의미다. 함께 살고 함께 일하다가 그 끝엔 고기, 가죽, 뿔까지 모든 것을 내주는 존재. 반려이자 삶의 밑천이다. #second day 노래가 절로 나왔다. 흰 눈 사이로 스노모빌을 타고 달리는 기분 상쾌도 하다. 일정 중 가장 신나는 경험을 꼽으라면, 단연 스노모빌 타고 달린 순간이라 답하겠다. 눈 덮인 구릉을 오르락내리락, 아름다운 숲길 사이를 쌩쌩, 드넓은 설원을 최고 시속 90km로 시원하게 달리는 것만큼 재밌는 일이 또 있을까. 삼십분을 줄기차게 달리다가 코스 중간에 있는 150년 된 전통 가옥에서 몸을 녹이고 되돌아오는 여정이다. 준비할 것은 운전면허증과 방한대책. 한국 운전면허증, 국제운전면허증 모두 제출 가능하다. 면허증을 제출하고 사인을 하고 나면 우주복 스타일의 두꺼운 방한복을 나눠준다. 거기에 투박한 방한 부츠를 신고, 복면과 헬멧을 차례로 쓰고 스노모빌 작동법을 간단히 익히면 준비완료. 가이드가 선두에 서고 차례로 질주를 시작한다. 추위는 솟구치는 아드레날린의 양에 정확히 비례했다. 바로 앞 스노모빌이 날려 보내는 눈가루는 헬멧에 붙은 바람막이 아크릴에 켜켜이 쌓여 시야를 가렸고, 얼굴을 싸맨 검은 복면은 본래의 색을 감추고 흰빛으로 반짝였다. 길을 잘못 들어 돌아 나오던 중 작은 전복사고가 있었다. 유턴하다 스노모빌과 함께 넘어졌는데, 다행히 폭신한 눈밭 위여서 다치진 않았다. 추위와 작은 사고에도 불구하고 아름답고 즐겁게만 기억되는 이유는 설원에서 마주한 일출 때문이다. 지평선에 걸린 동그란 해가 오메가를 만들었고, 하늘과 눈밭은 파스텔톤의 붉은빛으로 곱게 물들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핑크빛이 모여 스스로를 뽐내는 듯한 풍경은 더없이 우아했다. 더불어 한 달에 한 번 볼까 말까 한 선명한 일출을 만났으니 정말 운이 좋다는 가이드의 말에 위안을 얻었다. 어쩌면 이번 여행, 진짜 행운이 함께했는지도 모르겠다. #third day 3일 내내 허스키 썰매 타기 체험을 무척 기대했었다. 허스키는 달리기를 사랑하는 견종이다. 허스키 썰매에 올라 만끽하는 속도감, 스릴보다 본능에 충실하게 사는 허스키들은 얼마나 행복해 보이는지가 더 궁금했다. 설원을 누비는 허스키 사진을 볼 때마다, 내 집 전기장판 위에서 본능을 거세당한 채 살아가는 나의 허스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아쉽게도 허스키를 타고 달리는 2km의 여정은 취소됐다. 날씨가 너무 추워서다. 허스키 사파리는 11월부터 4월까지 운영하지만, 영하 35도 이하로 기온이 내려가면 운영하지 않는단다. 사람도 허스키도 빠른 속도로 달리기에 부담스러운 온도다. 농장 인근의 핀란드 말들과 허스키들을 둘러보는 것으로 일정을 대신했다. 탈것에 기대지 않고 온전히 스스로의 힘으로 설원을 누빌 차례다. 스노슈잉은 넓은 타원형에 그물을 덧댄 스노슈(설피)를 신고 눈밭을 걷는 트레킹 프로그램이다. 넓은 면적으로 체중이 분산돼 눈 속으로 빠지지 않기 때문에 20cm 깊이의 설원도 걸을 만하다. 추운 날씨였지만, 그간 움츠러든 몸을 움직여 피를 돌게 한다는 차원에서 해봄직하다. 걷다 보면 상쾌한 기분마저 든다. 일상으로 돌아온 후, 언뜻언뜻 생각나는 사소한 풍경들이 있다. 순록의 착한 눈매, 추위를 피해 들어선 핀란드 전통 가옥에서 마신 커피의 온기, 장작 타는 냄새. 문득 생각나는 사람들도 있다. 허스키 농장에서 노견 클로디를 바라보던 주인의 애정과 감사가 가득한 눈빛, 일부러 찾아와 오로라가 나타났다는 소식을 전한 가이드의 잔잔한 목소리와 차분한 말투. 모두, 불현듯 떠오르는 조각난 추억이지만 하나의 맥락으로 연결되어 같은 지점으로 향한다. 그 끝엔 평온이 있다. 혹한의 공기를 더없이 따뜻하게 데우는 평온을 찾아 꼭 다시 가리라. 그땐, 너와 함께.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travel info Finland Levi AIRLINE핀에어는 인천-헬싱키 구간을 주 7회(매일) 운항한다. 헬싱키까지 비행시간은 약 10시간. 레비로 가려면 헬싱키-키틸래 구간을 이용해야 한다. 핀에어를 이용할 때 기대되는 것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헬싱키 반타 공항의 편안함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선과 국제선 터미널이 같은 층에 있어 동선이 짧고 환승 절차가 효율적인 데다, 공항 곳곳에 탐나는 핀란드 디자인 제품과 캐릭터를 판매하는 숍, 아늑한 분위기의 레스토랑과 카페가 자리한 것도 큰 장점이다. 지루할 틈이 없는 공항이다. 2014년 새롭게 문을 연 핀에어 프리미엄 라운지는 6개의 독립된 샤워실, 핀란드식 사우나까지 갖추고 있어 장시간 비행에 지친 승객에게 온전한 휴식을 제공한다. 프리미엄 라운지는 핀에어 플러스 플래티넘Finair Plus Platinum, 골드 회원 및 원월드Oneworld 에메랄드, 사파이어 카드 소시자에 한해 이용이 가능하다. www.finnair.com Hotel 스파 호텔 레비 툰투리Spa Hotel Levi Tunturi레비 지역에 최초로 생긴 호텔이다. 1981년, 마당이 있는 11개의 라플란드 스타일의 통나무집으로 영업을 시작한 호텔은 5년 전 3층 규모의 건물을 증축해 성업 중이다. 패밀리, 스탠더드 트윈, 슈퍼리어 트윈, 주니어 스위트, 스위트 총 다섯 개의 룸 타입이 있으며 주니어 스위트, 스위트룸을 예약할 경우 방 안에서 핀란드 사우나를 이용할 수 있다. 호텔에서 운영하는 스파는 핀란드에서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17개의 실내 및 실외 풀이 있고, 9개의 사우나 시설을 완비했다. www.hotellilevitunturi.fi activity스노슈잉 en.lapinluontoelamys.kotisivukone.com허스키사파리 www.polarlightstours.fi스노모빌을 비롯해 레비를 즐기는 다양한 방법은 www.levi.fi에서 확인할 수 있다. Restaurant 아틱 레스토랑 스노 돔Arctic Restaurant Snow Dome특이한 경험을 해보고 싶은 호기심 많은 여행자라면, 호텔 레비 파노라마에서 운영하는 아틱 레스토랑 스노 돔으로 가볼 것을 권한다. 식기와 음식을 제외한 모든 것들이 얼음으로 만들어진 이곳은 올겨울 문을 열고 영업을 시작했다. 아티초크 수프와 순록 찜 요리가 맛있다. 애피타이저와 메인 요리는 스노돔 안에서, 아이스크림이 곁들여진 디저트는 따뜻한 호텔 내 식당으로 이동해 먹는다. www.golevi.fi/en/snowdome Tip오로라 촬영 팁 어두운 곳에서 초점을 맞출 땐 랜턴이 있으면 유용하다. 오로라만 촬영할 경우 초점거리를 무한대로 두면 되지만, 앞부분에 나무나 집이 있는 경우는 초점을 앞에 맞춰야 한다. 암흑 속에서 초점 맞추는 일에 많은 시간을 허비하지 않도록 랜턴을 챙겨 가자. 발밑에 폭신한 눈밭이 있다면 트라이포드는 최대한 땅에 닿도록 단단히 고정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촬영하는 동안 서서히 눈을 파고 들어가 완전히 흔들린 사진을 찍게 된다. 셔터 릴리스보다는 무선 동조기를 챙겨가는 게 편하다. 앞서 언급했듯, 전선이 끊어질 정도의 혹한을 견뎌야 한다. 오로라는 한번 생겨나면 두 시간 가량 지속된다. 적정 노출에 한해 다양한 셔터스피드로 촬영해 볼 것. 다른 느낌의 오로라 사진을 연출할 수 있다. 에디터 천소현 기자 글·사진 Travie writer 문유선 취재협조 핀에어 www.finnair.com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 방화대교 남단이 ‘숲’으로 바뀐대요

    방화대교 남단이 ‘숲’으로 바뀐대요

    오는 5월 방화대교 남단 육갑문 주변이 버려진 황무지에서 푸른 숲으로 바뀐다. 서울 강서구는 방화동 53-11 일대를 숲과 공원으로 조성하는 ‘숲 복원 및 생활체육시설 확충 공사’를 5월에 준공한다고 4일 밝혔다. 방화대교 남단에는 건설폐기물업체가 밀집해 있어 덤프트럭, 건설기계 등이 자주 통행해 날림 먼지가 발생한다. 관리 소홀로 퀴퀴한 냄새가 나고 침출수 등도 생기는 열악한 환경에 놓여 있었다. 강서구는 오랜 기간 이 지역의 환경 개선을 위해 서울시와 지속적으로 협의해 왔으나 절반 이상이 사유지인 터라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따라 국·공유지를 우선 대상으로 삼아 숲과 공원을 조성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이번 공사를 진행했다. 사업비 3억여원을 투입해 이 지역에 잣나무와 회양목 등 4500그루를 심고 정자 형태의 쉼터, 족구장 등 체육시설을 설치한다. 구는 방화대교 남단 환경 개선 사업의 일환으로 오는 7일 기업환경실천단과 함께 육갑문 주변 숲 가꾸기 식목 행사를 연다. 기업환경실천단은 지역 내 18개 환경 관련 기업체로 구성돼 있다. 구와 실천단은 조팝나무, 화살나무, 영산홍 등 2500그루를 심을 예정이다. 구는 이번 식목 행사를 숲 조성의 장기적인 기회로 만들기 위해 나무와 관리자를 일대일로 매칭해 관리하는 나무 돌보미 협약도 체결한다. 노현송 구청장은 “방화대교 남단 육갑문 주변의 환경을 개선하는 일은 지역 주민들의 오랜 숙원이었다”면서 “이번 공사 이후에도 나은 환경을 유지해 주민들이 자주 찾는 명소가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최여경 기자 cyk@seoul.co.kr
  • 해외여행 | 스리랑카-코끼리의 나라에서 일어나는 일

    해외여행 | 스리랑카-코끼리의 나라에서 일어나는 일

    스리랑카는 세상에서 가장 사랑받는 코끼리들이 사는 나라였다. 그러나 개발이라는 이름 아래 코끼리와 인간의 관계는 비극으로 치달았다. 상처 주고 상처 받는, 죽고 죽이는, 그 악업의 고리를 끊을 해결책은 아직도 막막하다. 실론티와 불교 그리고 코끼리의 나라 90년대 초, ‘실론티’라는 제품이 국내에 처음 나왔다. 약간 쓰고 떫은맛의 홍차를 단숨에 좋아하게 만들었던 음료였다. 뚜껑을 따면 독특한 차 향기가 코를 자극하고, 기분 좋게 씁쓸하고 달콤한 맛이 혀를 즐겁게 했다. 액체를 마시면서 ‘실론’이 도대체 어디일까 궁금해 찾아본 기억이 난다. 실론은 지금은 ‘스리랑카’ 라고 불리는 섬나라의 옛 이름이다. 15세기부터 전 세계의 바다로 진출한 포르투갈이 1505년 이 섬에 도착해 실론Ceilao이라는 명칭을 붙였다. 1815년 영국이 실론을 지배하게 되면서 1867년부터 내륙 산악지대에서 차를 재배하기 시작했다. 차 재배에 적합한 기후와 지형에서 생산된 실론티는 고급차의 대명사가 됐다.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후 차 산업은 부침을 겪었지만 스리랑카는 지금도 세계 4위의 차 생산국이다. 사람들은 스리랑카를 ‘인도양의 진주’, ‘인도 대륙이 흘린 눈물방울’로 비유한다. 남한의 3분의 2 면적에 2,000만 인구가 사는 이 나라는 차 외에 다른 두 가지로도 유명하다. 바로 소승불교와 코끼리다. 기원전 3세기에 인도로부터 전파된 불교는 지금까지도 스리랑카의 주류 종교다. 인구의 70%가 불교 신도다. 10세기 이후 발상지인 인도에서는 불교가 쇠퇴하고 힌두교가 득세한 반면, 스리랑카는 소승불교의 진수를 면면히 보존하고 있는 종주국이다. 오래전부터 스리랑카 승려들은 태국, 미얀마, 라오스 등 여러 동남아시아 국가들에 불교의 전통을 전파했다. 오늘날 인도의 고대 불교 사원들은 폐허가 되어 관광객과 순례자들만 찾아가는 쓸쓸한 곳으로 남았지만, 스리랑카의 오래된 불교 사원들은 아직도 신도들로 붐빈다. 매일 승려들이 주재하는 종교 의식이 열린다. 사원을 찾아 꽃과 음식을 정성스럽게 바치고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하는 신도들의 모습은 진지하고 숭고하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스리랑카는 코끼리의 나라이기도 하다. 불교는 코끼리를 신성시한다. 석가모니는 인간으로 태어나기 전 여러 전생을 거쳤는데, 그중 하나가 코끼리였다. 어머니인 마야부인은 싯다르타석가모니의 속명를 낳기 전 자궁 속으로 흰 코끼리가 들어오는 태몽을 꾸기도 했다. 코끼리는 불교 사원과 부처의 수호신이면서, 스리랑카 건축과 미술의 가장 흔한 소재이다. 종교 행사의 맨 앞장에 서는 동물도 코끼리다. 해마다 지역별로 열리는 페라헤라Perahera 축제 행렬의 선두는 좋은 천으로 만든 옷을 입고 점잖게 걷는 코끼리의 차지다. 그토록 사랑받는 동물이라 그런지 스리랑카의 단위 면적당 코끼리 밀도는 어느 국가보다도 높다. 현재 약 6,000마리의 야생코끼리가 국립공원과 민가 주변의 숲에서 노닐고 있다. 같은 소승불교를 믿는 라오스나 미얀마에선 좀 다르다. 코끼리를 일꾼으로 부린다. 그곳의 코끼리들은 산악 벌목 현장에서 베어낸 통나무를 끌고 내려오는 고된 일을 해야 한다. 반면 스리랑카의 코끼리는 유유자적, 먹이를 먹으며 숲과 들판을 어슬렁거린다. 개발에서 시작된 비극 다큐멘터리 제작차 스리랑카의 내륙을 지나던 중 도로에서 50m쯤 떨어진 들판에서 코끼리 3마리가 나뭇가지를 훑으며 이파리를 먹는 모습을 보았다. 늦은 밤 숲을 관통하는 도로에선 길을 건너는 코끼리 가족을 여러 번 마주쳤다. 그럴 때면 스리랑카 운전사는 자동차를 멈추고 거대한 동물이 지나기를 기다렸다. 혹시라도 새끼를 거느린 어미를 자극할까 봐서다. 자동차에 위협을 느낀 어미나 성난 수컷 코끼리가 자동차를 공격하고 짓밟아서 탑승자가 사망하는 일이 자주 생긴다고 한다. 코끼리의 습격은 민가나 경작지에서 더 많이 일어난다. 스리랑카에선 매년 코끼리에 밟혀 죽는 사람이 60~70여 명에 달한다. 밭에서 일하다가, 밤에 집으로 돌아오다가 코끼리와 잘못 마주쳐 변을 당하는 것이다. 옛날 우리 조상들에게 가장 비참하게 죽는 일이 호랑이한테 잡혀 먹히는 호환虎患이었다면, 21세기 스리랑카에선 상환象患이 가장 끔찍한 죽음이다. 코끼리는 인가를 습격해 집을 부수기도 한다. 취재팀이 방문한 지방의 양곡상 주인은 집에 설치해 둔 CCTV에 찍힌 코끼리를 보여 줬다. 대낮에 열어 놓은 대문으로 코끼리 한 마리가 성큼성큼 걸어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이 침입자는 주인이 소리를 지르자 뒷마당으로 가서 짖어대는 개의 집을 부셔 버리고 내뺐다. 사람이 다치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다. 그 양곡상 주인은 인근에 국제공항이 들어선 이후부터 코끼리의 침입이 잦아졌다고 말했다. 스리랑카엔 몇년 전부터 개발붐이 일고 있다. 코끼리 서식지인 정글을 밀어 버리고 그 자리에 공항과 크리켓 경기장, 신규 주택지를 조성했다. 살 곳과 먹이를 잃은 코끼리들은 경작지와 민가를 습격했다. 코코넛야자나무를 머리로 박아 쓰러뜨린 뒤 잎을 훑어 먹고, 논밭을 짓밟고 다니며 벼와 토마토를 먹어치우기 시작했다. 식성이 좋은 코끼리는 하루 200kg의 식물을 먹는다. 코끼리 한두 마리가 경작지를 휩쓸고 지나가면 몇 달 농사를 한순간에 망쳐 버리는 셈이다. 내가 만난 코끼리 피해지역 농부들은 농사를 거의 포기한 상태였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자 농민들도 반격에 나섰다. 코끼리를 쫓기 위해 함정을 파고, 고압 전기선을 설치했다. 가장 잔인한 퇴치법은 호박폭탄이다. 코끼리가 좋아하는 둥근 호박의 윗부분을 칼로 오려내고 속에다 폭발물을 집어넣는다. 그걸 농민들이 밭에 뿌려 두면 코끼리는 폭탄이 든 줄도 모르고 큰 호박을 코로 집어 한 입에 우적 씹는다. 그 순간 폭탄이 터지면서 턱과 입이 찢겨 나간다. 당장 죽지 않은 코끼리는 쓰러져서 며칠간 먹지도 마시지도 못한 채 고통스러워하다가 숨이 끊어진다. 이 밖에도 여러 가지 방식으로 매년 100마리 이상의 야생코끼리가 죽어 간다. 정글을 없애고 개발이 계속되는 한 코끼리와 인간이 서로 죽이고 죽는 비극의 악순환은 끊이지 않을 테다. 사람과 동물 사이에 생긴 그 악업의 고리를 어떻게 끊을지, 해결책은 아직 막막한 실정이다. 오늘도 버려지고 죽어 가는 코끼리 스리랑카에는 코끼리 고아원과 임시보호 센터가 몇 곳 있다. 고아원은 말 그대로 어미를 잃은 새끼 코끼리를 거둬 키우는 곳이다. 임시보호 센터는 고아 코끼리가 국립공원이나 밀림으로 돌려보내질 때까지 야생에 적응하도록 돌봐 주는 곳이다. 인간과의 갈등으로 희생되는 코끼리가 많아질수록 인간의 손길을 기다리는 어린 짐승도 늘어난다. 고아 코끼리가 가장 많은 곳이 스리랑카 정부가 운영하는 피네왈라Pinnewala 고아원이다. 이곳엔 약 60마리의 코끼리가 살고 있다. 코끼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찾아와 어린 새끼에게 우유를 주고 먹이를 먹이는 체험을 할 수도 있다. 어미의 젖을 먹고 자라지 못한 아기 코끼리들은 관광객이 든 우유병을 순식간에 비우고 더 달라고 보챈다. 어느 정도 배가 부른 녀석들은 다른 새끼의 등 위에 올라타고 장난을 친다. 코끼리와 인간의 분쟁을 취재하던 중, 어느 마을에서 코끼리 한 마리가 죽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달려가 보니 야자나무 옆에 어린 코끼리 한 마리가 쓰러져 있는 것이 보였다. 다 자라지 않았는데도 누워 있는 몸집은 커다란 바위처럼 육중했다. 허공으로 뻗은 네 다리는 단단한 기둥 같았다. 새벽에 누군가가 설치해 놓은 전기선에 감전된 것 같다고 주민들이 알려 줬다. 코끼리의 사체를 처음 봤기에 가슴이 저렸다. 코끼리의 감은 눈에는 물기가 서려 있었다. 밤새 맺힌 이슬인지, 아니면 고통스럽게 죽어 가며 흘린 눈물인지 알 수 없었다. 냄새를 맡은 독수리와 까마귀들이 하늘을 까맣게 덮은 채 맴돌고 있었다. 에디터 고서령 기자 글·사진 손현철 KBS 다큐멘터리 프로듀서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 [서울 핫 플레이스] 구로 심도림 역세권지구

    [서울 핫 플레이스] 구로 심도림 역세권지구

    기계가 돌아가며 내는 날카로운 쇳소리와 뿌연 연기가 뒤덮인 곳. 또는 서울 도심에서 인천으로 가는 이들이 뒤섞이는 서남권의 교통 요충지.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과 함께 떠오르는 이미지다. 1970~80년대 이곳은 한국타이어와 대성연탄, 삼영·조흥 화학, 종근당, 동일제강, 애경유지 등 대형 공장이 자리잡은 공업단지였다. 연탄, 의약품, 세제 등 생필품이 이곳에서 제조됐다. 여기서 생산된 연탄은 당시 서울 주민의 난방을 30% 정도 해결해 주었다. 공업을 주도한 곳이지만 고무냄새와 검은 연기가 뒤덮여 오염의 원천이라는 오명을 썼다. 이곳에 주거하던 이는 대부분 가난한 근로자들이었다. 공장 가동이 끊긴 밤이면 도시는 적막에 휩싸였다. 신도림역세권개발이 진행된 지 10여년, 이곳은 공연, 쇼핑, 휴식이 어우러진 문화의 중심지로 변모했다. 1997년에는 공장들이 지방으로 이전하고 2000년 11월 신도림 역세권지구단위계획 구역으로 지정돼 도시 재생사업에 들어갔다. 대규모 주거단지가 생기면서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한국타이어 부지에는 대우 푸르지오 주상복합이, 조흥화학과 삼영화학 터에는 동아아파트가 섰다. 종근당과 동일제강, 기아특수강 자리에는 각각 대림아파트, 롯데아파트, 신도림 태영아파트가 자리하면서 신도림동은 구로구 최고의 주거단지로 발전했다. 이어 애경백화점(애경유지), 테크노마트(기아산업), 대성디큐브시티(대성연탄) 등 상업복합단지도 들어서면서 서남권의 복합문화단지의 위용을 떨치고 있다. ●공연에서 쇼핑까지… 문화욕구, 한곳에서 푼다 서울 여의도에서 경인로를 따라 서남쪽으로 내려오면서 구로구로 진입하는 순간 독특한 외양의 고층건물을 맞닥뜨린다. 옛 대성연탄 부지에 들어선 대성디큐브시티다. 2007년 첫 삽을 뜨고서 2011년 지상 51층짜리 건물 두 개 동으로 완공됐다. 총면적 3만 5228㎡에 백화점, 호텔, 뮤지컬 공연장, 영화관 등이 입주하자 한자리에서 문화 욕구를 충족시키는 명소로 부상했다. 디큐브시티를 찾는 이들을 가장 먼저 맞는 건 신도림역 디큐브 광장이다. 8410㎡ 규모의 광장은 부채꼴 모양으로, 10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벤치와 곳곳에 선탠용 데크가 있어 편안한 휴식이 가능하다. 가운데 광장은 공연 무대로도 활용한다. 야외활동을 하기 좋은 봄부터 가을까지, 이곳에선 다양한 공연이 열려 신도림역을 오가는 시민들과 디큐브시티를 찾는 이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한다. 광장과 디큐브시티 주변에는 공원이 펼쳐져 있다. 대성산업은 신도림역 광장과 도림천 등을 공원으로 만들어 구로구에 기부채납했다. 광장 옆에 계절별로 다른 꽃을 감상할 수 있는 꽃 모양 공원, 도림천 구간에 만든 수변공원, 3655㎡ 공간에 조성한 문화공원이 있다. 디큐브시티는 한번 들어가면 하루가 훅 지나가는 복합문화공간이다. 현대백화점, 유니클로와 자라 등 해외 SPA(다품종 대량공급) 브랜드, 프랜차이즈 외식업체와 커피숍이 즐비한 식당가, 뮤지컬 명작이 끊임없이 올라가는 디큐브아트센터, 영화를 즐길 수 있는 롯데시네마, 아이들의 천국 애플키즈클럽 등이 포진해 있다. 현재 공연 중인 뮤지컬을 보기 위해 디큐브시티를 찾은 손은영(33·서울 등촌동)씨는 “몇년 전만 해도 신도림동은 공장이 많은 곳이라는 이미지였지 문화생활하기 위해 찾는 곳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면서 “처음 공연을 보러 이곳에 왔을 때 넓고 쾌적한 환경에 놀랐고, 디큐브시티 안에서 쇼핑부터 식사까지 모두 해결할 수 있어서 놀랐다”고 말했다. ●휴대전화 구매 성지… 전자메카 용산을 넘보다 경부선·경인선 철도를 사이에 두고 디큐브시티와 마주 보는 신도림테크노마트는 대형 전자상가로 조성됐다. 두 건물은 철로로 양분돼 있어 신도림역을 이용하지 않으면 지역을 넘나드는 게 불가능했다. 디큐브시티가 들어선 뒤 조성된 지하보도는 두 복합쇼핑몰을 이으면서 거대한 상업벨트를 완성했다. 옛 기아자동차 터에 있는 총면적 3만 849㎡ 규모의 테크노마트는 최근 ‘휴대전화 구매의 성지’로 부상했다. 9층에 자리한 이동통신 매장은 전자제품의 메카였던 용산의 아성을 위협한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최신 스마트폰을 전국에서 가장 싸게 살 수 있는 덕분이다. 속을 들여다보면 다소 부정적인 의미도 존재한다. 단말기통신유통법(단통법)에 따라 이동통신사가 공시한 단말기 지원금 이외에 덤으로 보조금을 주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인터넷에는 ▲최신 모델을 사려고 할 때 들를 것 ▲사려는 모델과 시세를 명확히 파악하고 갈 것 ▲당일 개통할 것 등 저렴한 구매를 위한 조언들이 많다. 미리 확인하면 불법을 저지르지 않고도 비교적 낮은 가격대로 최신 휴대전화를 구입할 수 있다. 물론 테크노마트가 휴대전화를 구매하기 위해서만 가는 곳은 아니다. 테크노마트에도 의류매장과 전자제품 상가, 식당가, 멀티플렉스 극장 CGV 등이 있다. 큰 공간에 여유 있게 자리잡은 웨딩홀도 테크노마트의 강점이다. 7·8·11층에 자리한 예식장은 널찍한 데다 인테리어도 차분하고 고급스러워 예비신부들이 선호하는 곳으로 꼽힌다. 예식비는 꽃과 연주를 포함한 대관료가 100만원 정도. 피로연 식사는 1인당 4만~5만원 선으로, 맛있기로 소문난 뷔페업체가 음식을 제공해 맛에 대한 평가가 꽤 좋다. 신전처럼 꾸민 야외 예식장 ‘베네치아 가든’은 색다른 결혼식을 올리기에 안성맞춤이다. ●‘지옥철’ 신도림역, 문화공간으로 변신 중 신도림역도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매일 7만 5000여명이 오가는 신도림역의 지상과 지하에 문화공간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테크노마트 방향 지하연결 통로에 있는 ‘신도림예술공간 고리’는 예술적 재능과 아이디어를 나누고 싶은 사람을 잇는 문화플랫폼을 지향한다. 방음장치를 한 종합음악연습실은 드럼, 앰프, 신시사이저 등을 구비해 각종 음악 동호회가 연습하거나 음악수업을 진행할 수 있다. 거울벽을 설치하고 탈의실도 갖춘 연습실은 연극, 무용 등을 위한 장소다. 세미나실과 다목적홀 등에는 각각 토론, 강연, 발표, 전시 등이 가능하다. 대관료는 시설에 따라 1만 1000원(2시간)에서 5만 5000원 정도다. 앰프 스피커, 조명 등 기타 장치들도 1만원 선에서 빌릴 수 있다. ‘고리’를 운영하는 서울프린지네트워크는 정기적으로 볼거리를 제공한다. 매월 셋째 주 토요일에는 ‘오픈 마이크’를 연다. 다양한 음악가의 예술적 감성을 가까이서 느낄 수 있는 기회다. ‘고리영화방’에서는 매달 주제를 정해 영화를 상영한다. ‘거장의 플라멩코’를 주제로 잡은 4월에는 ‘플라멩코 무용극 카르맨’(6일), ‘마법사를 사랑하라!’(20일), ‘피의 결혼식’(27일)을 준비했다. 27일에는 영화 상영 후 플라멩코 공연을 한다. 다양한 프로그램은 ‘고리’의 홈페이지(www.artgori.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5월에 건축한 신도림역사 2·3층도 지역 공동체를 위한 장소로 변화를 모색 중이다. 철로의 동서를 연결하기 위해 선상 역사를 만들면서 2층 244㎡, 3층 336㎡가 생겼다. 구와 코레일은 주민사랑방, 북카페 등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지역예술가들이 작품활동을 하고 작품을 제작해 전시·판매하는 문화예술공간도 구상 중이다. 구 관계자는 “신도림 선상 역사 안에 문화·예술 공간을 마련해 지역의 문화 커뮤니티를 활성화하고 주민들에게는 문화예술을 향유할 기회를 제공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테크노마트에서 대림역 방향으로 나오면 닭갈비, 숯불고기, 곱창 등 식당이 즐비한 주막거리와 여의도 벚꽃축제가 부럽지 않은 거리공원도 만날 수 있다. 최여경 기자 cyk@seoul.co.kr
  • 흡연부스 왜 안가…캠퍼스 담배전쟁

    흡연부스 왜 안가…캠퍼스 담배전쟁

    대학, 흡연구역 재정비 나서 ‘금연 장학금’ 도입하기도 “학교 안에만 들어오면 간접흡연의 연속이에요. 담배를 피울 권리보다는 담배 연기로부터 보호받을 권리가 우선 아닌가요?” 31일 서울 광진구 건국대에서 만난 정지훈(24·동물생명과학부 3학년)씨는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흡연 장소가 동물생명과학관 입구와 불과 20여m 거리에 있어 비흡연자도 담배 연기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탓이다. 정씨의 불평에도 동물생명과학관 주변에서는 3~4명이 모여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신학기를 맞아 대학가에서 또다시 ‘흡연과의 전쟁’이 시작됐다.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라 대학 건물 내에서는 담배를 못 피우지만 실외에서는 법적 규제가 없다 보니 흡연자와 비흡연자 사이에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비흡연자 사이에선 ‘흡연충’(흡연+벌레)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건국대 총학생회가 지난주 학생 116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80%가 간접흡연으로 피해를 봤다고 답했다. 박우주 건국대 총학생회장은 “교내에 흡연구역과 금연구역이 동시에 표시된 곳이 있어 학생 간에 갈등이 생기는 경우가 있다”며 “흡연구역을 재정비해 올여름에는 두 곳에 흡연 부스를 설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담배를 둘러싼 캠퍼스 내 갈등이 심해지자 대학들은 이런저런 대책들을 내놓고 있다. 한양대는 지난 15일 서울캠퍼스 신소재공학관 뒤편 등 세 곳에 10여명이 들어갈 수 있는 흡연 부스를 설치했다. 설치비가 1대당 3000만원에 이른다. 고려대도 안암캠퍼스에서 흡연 부스 2곳을 운영 중이고, 중앙대도 서울캠퍼스에 흡연 부스 한 곳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흡연 부스도 담배 연기를 둘러싼 학내 갈등을 말끔히 해결하지는 못한다. 적잖은 사람들이 흡연 부스 옆 바깥에서 담배를 피우기 때문이다. 한 흡연자 학생은 “사방이 꽉 막힌 부스 안에서 담배를 피우면 냄새가 옷에 배는 것은 물론이고 너무 답답하다”며 “재떨이 등 내부 시설도 너무 지저분해 부스 안에 들어가기가 꺼려진다”고 했다. 금연을 하면 장학금을 주는 학교도 있다. 삼육대는 ‘금연 성공 장학금’ 제도를 운용 중이다. 주 2회 니코틴 및 일산화탄소 검사 등을 통해 12주 동안 금연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 장학금 20만원을 지급한다. 지난해까지 900여명이 도전해 404명이 금연에 성공했다. 충북 제천의 세명대에도 금연 장학금 제도가 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시진핑 언론 통제’ 반기 든 中기자들

    인터넷엔 또 퇴진 요구 공개 서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언론 통제와 검열 정책에 반기를 드는 중국 기자들이 늘고 있다. 30일 홍콩 명보에 따르면 중국 광둥성에서 발행되는 진보 성향의 일간지 남방도시보(南方都市報)의 간판 기자이자 문화면 편집자인 위사오레이(余少?)는 지난 29일 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 “당신들의 성(姓)을 따를 수 없다”고 적힌 사직서를 올렸다. 이는 시 주석이 지난 2월 인민일보, 신화통신, 중국중앙텔레비전(CCTV)을 방문해 “언론매체는 공산당의 성을 따라야 한다”고 지시한 것에 공개적으로 반기를 든 것이다. 이 신문에서 16년 동안 일한 위사오레이는 웨이보를 통해 “더이상 무릎을 꿇고 비굴하게 살지 않겠다. 이 봄에 나는 당신들과 끝장을 내겠다. 나이가 드니 계속 무릎을 꿇고 있지 못하겠다. 이젠 자세를 바꿔 보려 한다”고 밝혔다. 텅쉰재경의 해직 기자 장자룽은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으로 덜 민감한 문화 담당 기자가 공개 사직서를 내며 저항할 정도로 중국 언론은 당의 선전기계가 됐다”고 말했다. 누리꾼들은 “권력의 냄새나 맡는 언론인 가운데 보기 드문 기개를 가진 기자”라고 위사오레이를 칭찬했다. 그의 사직서와 댓글은 웨이보에서 곧바로 삭제됐다. 남방도시보는 지난달 시 주석의 언론사 방문을 보도하며 엉뚱한 사진을 올려 당국의 언론 통제에 ‘간접 항의’했다. 고의 제작사고로 간부들이 모두 중징계를 받았다. 남방도시보의 자매지인 남방주말 기자들은 2014년 신년 사설이 당국에 의해 삭제되자 파업에 나서기도 했다. 이달 초 신화통신의 전직 기자는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기간에 인터넷을 통해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의 언론 통제와 비리를 고발하는 공개서한을 관련 기관에 보냈다. 유명 파워블로거 런즈창 전 화위안그룹 회장은 관영 매체의 시 주석에 대한 ‘충성 맹세’를 비판했다. 한편 지난 4일 신장위구르자치구 정부가 운영하는 인터넷 매체 ‘무계신문’(無界新聞)에 시 주석 퇴진 요구 서한이 실린 데 이어 이날 미국에 서버를 둔 중화권 매체 명경신문망(明鏡新聞網)에도 그의 퇴진을 요구하는 공개서한이 게시됐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아이들 영양식 챙겨준 곱창집 부부 서초서 10년간 1억 7000만원 기부

    “항상 저희에게 사랑과 관심을 베풀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얼마 전 서울 서초구 보건소에 익명의 감사 카드와 카네이션이 도착했다. 지역아동센터에 다니는 2명의 초등학생이 영양식품을 챙겨 준 후원자와 보건소 직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 것. 서초구는 지역아동센터와 공부방을 대상으로 ‘건강충전 영양 꾸러미’ 사업을 하고 있다. 균형 잡힌 식사를 하기 어려운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성장 발달에 필요한 식품 및 간식을 주 3회 배달해 주는 것이다. 서초동에서 곱창가게를 운영하는 김승자(58·여)씨는 10년 넘게 온정을 이어 온 대표 후원자 중 한 명이다. 김씨는 30일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는 데 도움이 된다니 뿌듯하다”고 웃으며 말했다. 20여년 전 서초동에 터를 잡은 김씨는 연기와 냄새가 많이 나는 곱창가게 특성상 주변 주민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 마음을 지역의 어려운 이웃들에 대한 사랑으로 갚고자 2005년 남편과 기부를 결심했다. 이후 한 해도 빠짐없이 기부해 총 1억 7000여만원의 후원금을 전달했다.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구에서도 ‘통합 건강증진 프로그램’을 진행해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 “공항에 폭발물” “경찰 살해” 장난 아닌 장난전화 늘었다

    “공항에 폭발물” “경찰 살해” 장난 아닌 장난전화 늘었다

    “호텔에서 불이 났어요. 연기도 심하고, 타는 냄새에 질식할 것 같아요. 마약을 맞아서 정신 없는데, 급해요. 빨리 도와주세요.” 지난해 12월 9일 새벽 2시 119상황실에 다급한 목소리의 신고 전화가 걸려 왔다. 소방서는 경찰청에 바로 협조를 구했고, 소방 차량과 함께 30여명의 대원이 서울 관악구 A호텔로 출동했다. 하지만 불이 난 흔적은 없었고 마약을 투약했다는 것도 거짓이었다. 허위 전화에 신고자는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구속됐다. 경찰서나 소방서에 허위 신고를 해 처벌받은 사람이 2년 새 4배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허위 신고 건수는 절반 이하로 줄었지만, 당국의 강력한 대응으로 사법 처리는 반대로 급증한 것이다. 30일 경찰청에 따르면 허위 신고 건수는 2013년 7504건에서 지난해 2927건으로 감소했지만, 같은 기간 허위 전화 처벌 건수는 188건에서 759건으로 4배가 됐다. 이는 전체 허위 신고자 가운데 처벌을 받은 비율이 같은 기간 24.5%에서 93.4%로 높아진 데 따른 것이다. 지난해의 경우 허위 신고자 100명 중 처벌을 받지 않은 사람이 7명도 안 됐다는 얘기다.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이날 “허위 신고의 건수는 줄었지만 수위는 크게 높아져 실제 출동해 허탕을 치는 경우는 줄지 않고 있다”며 “허위 전화로 출동하는 경우 인력·장비의 손실이 커 민사소송을 하기도 하지만 지난해 최대 배상액은 29만원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29만원 배상을 판결받은 사례는 지난해 10월 여동생이 마사지 업소에서 휴대전화기까지 빼앗기고 강금당한 채 성매매를 강요받고 있다는 한 남성의 신고였다. 경찰이 휴대전화 위치 추적까지 하며 수사했지만 거짓 신고였다. 지난 5일 밤 11시 25분에는 지하철 8호선 석촌역을 폭파시키겠다는 신고가 112상황실에 접수돼 출동했지만 취객의 장난 전화였다. 지난달 15일 새벽 5시 15분에는 부산경찰청에 쳐들어가 경찰들을 죽이고 자살하겠다는 신고가 들어왔으나 역시 거짓이었다. 지난 15일에는 “제주공항 1층 여객대합실 정문 앞에 폭발물이 있다”고 서울지방경찰청 112상황실에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낸 20대 여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대구 성서경찰서는 지난해 12월 1년 동안 271차례나 허위 신고를 한 40대 남성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로 구속했다. 허위 신고는 경범죄처벌법에 따라 60만원 이하의 벌금 또는 구류·과료에 처해진다. 상습적인 장난 등 수위가 높으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된다.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소방서에 걸려온 허위 신고 1건으로 소방차가 출동하면 평균 2만 6617원의 비용이 든다. 인천공항경찰대 관계자는 “현장을 봉쇄하는 등 공항의 다른 업무에도 지장이 생기기 때문에 간접적 손실은 더욱 크다”고 전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순찰차에서 음독자살?…60대 주취자 농약 마시고 숨져 관리 허술 지적

    술을 마시고 도로에서 소란을 벌이다 파출소로 연행되던 60대가 경찰 순찰차 안에서 농약을 마시고 숨진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경찰이 연행자 관리를 허술하게 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31일 경남 밀양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월 8일 오후 2시쯤 “도로에 사람이 쓰러져 있다”는 신고를 받고 밀양경찰서 소속 경찰관 2명이 출동해 술냄새를 풍기며 자신의 차량 옆에서 소란을 피우고 있던 A(67)씨를 연행했다. 경찰은 A씨에게 음주측정을 하려고 했으나 설 성묘 차량이 몰려 파출소로 데리고 가 음주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A씨를 순찰차 뒷좌석에 태웠다. 경찰관 2명은 앞좌석에 탔다. 파출소에 도착해 A씨를 내리게 하려고 뒷좌석 쪽으로 다가간 경찰은 A씨가 뚜껑이 열린 농약병을 들고 있는 것을 보고 급히 병원 응급실로 이송했다. A씨는 병원 몇 군데를 돌며 치료를 받았으나 며칠 뒤 숨졌다. 경찰은 사건 당일 A씨 차에서 유서와 농약병이 발견된 점으로 미뤄 경찰이 출동하기 전에 이미 A씨가 농약을 마신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당시 현장에 출동했던 경찰관은 “A씨를 연행할 당시에는 음독 사실을 몰랐고 음주 운전만 의심해 몸수색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경찰에 따르면 숨진 A씨는 평소 지병과 우울증이 있었고 가족들과 자주 다퉜으며 평소에도 “나가서 죽겠다”는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단독 음독자살로 결론 내리고 시신 부검을 하지 않아 A씨가 농약을 몇 시쯤 몇 차례에 걸쳐 얼마나 마셨는지는 알 수 없는 상태다. 밀양경찰서는 당시 출동 경찰관들에 대해 지난 30일 징계위원회를 열어 해당 경찰관 1명은 감봉 1개월, 다른 1명은 불문경고 처분을 내렸다. 경찰은 “출동한 경찰관이 순찰차 뒷자리에 같이 타지 않아 피의자 관리를 소홀하게 한 것으로 판단해 징계했으며 신체검색에 대해서는 A씨가 임의동행 상태여서 할 필요가 없었던 것으로 보고 책임을 묻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밀양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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