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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동률 교수의 1980’s 청춘의 재발견] 홍콩 누아르에 바친다

    [김동률 교수의 1980’s 청춘의 재발견] 홍콩 누아르에 바친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마지막 장면을 기억하시는가. 택이 방에서 비디오로 영화를 보면서 어설픈 중국어로 주제가를 따라 부르는 장면이 등장한다. ‘영웅본색’의 주제가다. 생각만 해도 맘이 짠해지면서 젊은 그 시절을 생각게 하는 영화다. 돌이켜 보면 1980년대는 홍콩 누아르의 시대였다. 한국 영화가 대세인 지금과는 달리 80년대 극장가는 홍콩 영화가 넘쳐흘렀다. 그리고 그 중심에 ‘영웅본색’이 있었다. 학창 시절 공부했던 사자성어 네 글자 제목으로 우리를 홀리던 영화는 지독히도 어두웠다. 80년대 홍콩의 허무한 분위기를 반영하며 남성 간의 유대를 강조한 범죄영화들이 유독 많았다. 음산한 톤과 어둡고 우울한 느낌의 영상이 특징이다. 범죄와 파멸이 반복되는 지하 세계의 운명을 그려 보이는 자동차 브레이크의 파열음과 총소리가 뒤섞인 음향이 날카롭다. 희미한 담배 연기가 깔린 듯 스크린은 늘 어둡다. 살인청부업자, 형사 등을 주인공으로 비정하고 냉혹하게 범죄자들의 세계를 묘사했다. 스크린 곳곳에 바닥 삶의 고단한 냄새가 배어 있다. 사람들은 이를 두고 ‘홍콩 누아르’라고 불렀다. 암흑가의 범죄물을 다룬 영화 장르를 ‘필름 누아르’라고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80년대 홍콩 영화는 이처럼 대개 음울했다. ‘검다’는 뜻의 불어 ‘누아르’(Noir)를 알게 된 것은 과외의 소득이었다. 홍콩 누아르는 70년대 이 땅의 청소년들을 들뜨게 했던 이소룡 세대에게 새로운 시대가 왔음을 알리는 시그널과 같았다. 이소룡은 1973년에 죽었다. 하지만 미녀 여배우와의 섹스 도중 절정의 순간에 죽었다는 확인되지도 않은 야한 소문과 함께 그의 영화는 그 시절 한국 청소년들의 가슴에 불을 질렀다. 교실에는 ‘아뵹’ 소리를 지르며 쌍절곤을 들고 설쳐대던 소년들까지 등장한다. 그리고 이 같은 현상은 유하 감독의 ‘말죽거리 잔혹사’라는 영화로까지 발전된다. 영화는 70년대 말 유신 말기 고등학교를 다녔던 내성적인 현수라는 인물이 전학 간 학교에서 적응해 나가는 과정을 묘사하고 있다. 영화에서 주인공이 남성적인 정체성을 촉진하는 일종의 촉매로 ‘아뵹’이라는 요상한 기합 소리와 함께 이소룡의 절권도가 등장한다. 정무문, 당산대형, 용쟁호투 등등 주먹을 사용한 이소룡 영화가 기성세대의 치기 어린 십대를 사로잡았다면 총을 무기로 한 영화 ‘영웅본색’류의 홍콩 누아르는 기성세대의 이십대 청춘을 열광케 했다. 무협영화의 서슬 퍼런 칼싸움은 굉음과 함께 스펙터클한 총싸움으로 바뀌었다. 마치 발레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은 슬로모션의 총격신은 비장미를 더했다. 이 같은 누아르 영화의 본질은 의리였다. 수컷들의 우정과 의리, 그리고 거금이 등장하는 영화에는 곧잘 배신이 숨겨져 있었다. 할리우드 영화의 방정식을 고스란히 답습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영웅본색’도 의리와 배신, 그리고 파국이라는 전형적인 패턴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그러나 ‘영웅본색’을 두고 이 같은 플롯을 나열하는 것은 아무 의미도 없다. 기실 이소룡이 ‘아뵹’으로 70년대 십대들을 사로잡은 것과 같은 이치로 ‘영웅본색’은 주인공 주윤발의 스타일이 한몫한다. 검은 선글라스를 끼고 긴 버버리 코트를 입은 채 위조지폐로 담뱃불을 붙이던 바로 그 장면이다. 아, 또 있다. 틈만 나면 성냥개비를 이쑤시개처럼 씹어대던 그 모습은 또 어떠했던가? 무서울 만큼 냉정하고 장난기 가득한 유머를 지니면서도 짙은 페이소스가 넘치던 그는 극 중에서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한다. 워낙 강렬한 이미지를 남겼기에 사람들은 ‘영웅본색’과 주윤발을 동일시하게 되는 기이한 현상까지 빚게 된다. 이는 조금 앞서 등장한 할리우드 영화 대부를 말런 브랜도와 동일시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어 등장한 밀키스 광고가 그의 인기를 가늠케 한다. 단언컨대 그는 이 영화 한 편으로 1980년대 한국의 모든 남성에게 온갖 판타지의 대상이 됐다. 그리고 ‘영웅본색’이 80년대 청춘을 사로잡은 데는 배경 도시 홍콩이 한몫했다고 봐야 한다. 금융이 발달한 도시이며 바다를 끼고 있는 항구도시다. 낭만과 범죄가 동시에 가능한 최적의 도시가 홍콩이었다. 기억하시는가. 유년 시절 구슬치기를 하면서 멀리 보낼 때 홍콩 보낸다고 얘기하곤 했다. 지금에야 하루이틀 잠깐 쇼핑하러 다녀오는 땅이다. 하지만 먼 나라까지는 갈 생각도, 능력도 없던 80년대 홍콩은 이 땅에서 극소수 부유층들이나 다녀올 수 있는 꿈의 도시였다. 중국 땅이지만 오랜 세월 영국 지배를 받은 영향으로 가까이서 유럽의 풍취를 느낄 수 있어 더욱 인기였다. 그래서 치파오 차림의 제니퍼 존스와 윌리엄 홀든이 나왔던 영화 모정(Love is many splendored thing)의 무대인 리펄스 베이와 빅토리아 병원 뒤 늙은 느티나무는 가 보고 싶은 곳으로 손꼽혔다. 키 큰 느티나무는 한국인과 일본인들이 인증샷을 찍는 최고의 장소였다. ‘영웅본색’의 인기는 시대적인 분위기에도 힘입었다. 중국 반환을 앞둔 그 시기 홍콩은 암울했고 푸른빛 바다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함께 사람들을 스산하게 했다. 모두들 마음속에 영웅이 필요한 시대였다. 사람들은 ‘영웅본색’을 보면서 일종의 해방감을 경험하게 된다. 총격신과 의리적인 복수는 비현실적인 설정에도 불구하고 묘한 매력을 발산했다. 그리고 마침내 맞이하는 영웅의 비극적인 죽음은 현실을 잠깐 동안 잊게 하는 효과적인 기제가 됐다. 영화는 코믹한 이류 영화를 만들던 오우삼 감독을 일약 최고의 감독으로 만들었다. 첩혈쌍웅, 종횡사해, 첩혈속집, 영웅본색2 등을 연달아 내놓으면서 그는 홍콩 누아르 영화의 불패 신화를 지켜 나갔다. 지금이야 톰 크루즈, 니컬러스 케이지 등을 기용하며 세계적인 거물로 성장한 그를 두고 존 우(John Woo)나 우위썬으로 부르지만 기성세대에게 그는 오로지 ‘영웅본색’의 오우삼으로 기억된다. 나는 ‘영웅본색’을 생각하면 늘 80년대 중반 개봉한 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를 떠올리게 된다. 그리고 연결고리가 맞지 않아 이해되지 않던 그 영화가 3분의1 이상 잘려 나갔다는 사실을 민주화 이후 알고 잠깐 동안 절망했다. 세르조 레오네가 메가폰을 잡은 영화. 아마포라의 선율 위에 펼쳐지던 밑바닥 인생들의 진한 우정과 배반, 상처, 그리고 비극적인 결말에 우리는 망연자실해진다. 그리고 그것은 ‘영웅본색’과 자연스레 연결돼 있다. 그래서 할리우드 갱 영화에 오랫동안 익숙해져 있던 우리는 이어 등장한 홍콩 누아르에 큰 거부감 없이 열광하게 되는 것이다. 홍콩 누아르, 80년대 암흑세계를 다룬 그들과 울고 웃으며 우리들은 자랐다. 그 속에는 기쁜 우리 젊은 날을 사로잡았던 ‘영웅본색’의 핏빛 액션이 또렷히 자리잡고 있다. 그리고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가 얼마나 경제와 정치권력, 폭력과의 야합으로 만들어졌는가를 영화를 통해 어렴풋이 알게 된다. ‘영웅본색’, 80년대 이 땅의 뭇 남자들에게 성냥개비를 씹게 만들었던 영화와 함께 우리들의 이십대는 그렇게 흘러갔다. 서강대 MOT 대학원 교수(매체경영) yule21@empal.com ■편집자주: 격주 금요일자에 연재돼 온 ‘김동률 교수의 1980’s 청춘의 재발견’은 필자 사정으로 잠시 중단됩니다. 독자 여러분의 너그러운 이해를 바랍니다.
  • “구해줘서 고마워요” 사람 품에 안긴 곰에 얽힌 사연

    “구해줘서 고마워요” 사람 품에 안긴 곰에 얽힌 사연

    밀렵꾼에게 붙잡혀 학대를 당하고 강제로 춤을 춰야 했던 어린 곰 한 마리가 구조된 뒤 미소를 되찾은 사연이 공개돼 감동을 전하고 있다. 지난해 초 인도 동물보호단체 ‘와일드라이프SOS 인디아’가 구조한 곰 ‘엘비스’가 최근 한 살 생일을 맞이했다고 동물전문 매체 더 도도가 밝혔다. 엘비스는 출생 직후 밀렵꾼들에게 붙잡힌 뒤 심각한 학대를 당했다. 구조 당시 생후 8주밖에 안 됐던 이 곰은 코뚜레를 한 채 나무에 묶여 있었고 이빨은 전부 빠져 있었다. 특히 엘비스는 구조대원이 접근하자 겁을 먹고 춤까지 췄다. 이는 밀렵꾼들이 곰을 서커스단에 팔아먹기 위해서 학대하며 춤을 가르쳤던 탓이었다. 그날 이후 엘비스는 이 단체의 아구라 곰 구조시설(ABRF)에 머물며 상처받은 몸과 마음을 치유했다. 심심할 때면 가장 좋아하는 장난감 중 하나인 공을 가지고 놀기도 한다 처음 이 시설에 왔을 때 수줍고 소심했던 엘비스. 다행히 활기를 되찾고 붙임성도 좋아 사육사를 비롯한 직원들에게도 인기가 많아졌다고 한다. 엘비스가 이렇게까지 변화할 수 있었던 것은 많은 사람의 세심한 노력 덕분이었다. 수시로 먹이를 주고 청소를 해주는 사육사나 건강을 점검하는 수의사가 엘비스의 울타리를 방문할 때는 특별한 한 가지를 꼭 했다. 그것은 바로 엘비스가 익숙한 냄새를 옷에 묻혀 겁을 먹지 않게 한 것이다. 이런 노력을 통해 엘비스도 점차 마음을 열었던 게 아닌가 싶다. 이를 통해 엘비스는 자신의 사육사와 강한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었다. 사육사 품에 안긴 엘비스의 모습에서는 왠지 모를 찡함마저 느껴진다. 사진=와일드라이프SOS 인디아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기고] 밥은 줘도 왜 삼태기 거름은 못 줄까/최옥 농협중앙회 서울지역본부장

    [기고] 밥은 줘도 왜 삼태기 거름은 못 줄까/최옥 농협중앙회 서울지역본부장

    어떤 일을 이루는 데 중요한 요인이 되는 것을 흔히 ‘밑거름’이라고 한다. 밑거름은 본래 씨를 뿌리거나 모종을 심기 전에 주는 거름을 뜻하는 것으로, 이른 봄에 뿌려 놓은 밑거름을 자양분으로 입하 즈음에 농작물이 쑥쑥 자라나기 시작한다. 우리 선조들은 거름을 매우 중요시 여겨 ‘한 사발의 밥은 남을 주어도 한 삼태기의 거름은 주지 않는다’고 했다. 최근 이런 거름 냄새를 도시에서도 맡을 수 있는 공간이 많이 생겼다. 농림축산식품부 ‘도시농업 현황’ 자료에 따르면 도시농업 참여자의 수는 2015년 기준 130만 9000명이다. 도시 텃밭 면적도 850㏊이다. 지방자치단체마다 도시농업 전문가 과정을 운영하고 도시농업 축제들을 진행하는 것만 보아도 도시농업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았음을 알 수 있다. 도시농업은 선진국에서 좀 더 활성화돼 있다. 도시 텃밭의 형태로 독일에는 클라인가르텐, 영국에는 얼로트먼트, 미국 뉴욕에는 옥상에 텃밭을 둔 빌딩인 루프가든이 있다. 백악관 안주인인 미셸 오바마가 키친가든에서 채소와 허브를 키우며 백악관 인근에 농민 장터를 개설한 일은 도시농업의 경제적 가치뿐만 아니라 교육·문화적 가치를 높게 인정한 것이다. 생활 수준이 높아질수록 좋은 먹거리를 찾는 인구는 늘어나게 되고, 농식품 산업 분야의 규모는 커진다. 농업이 선진국으로 가는 필요조건은 아니지만 농업이 발달하지 않은 선진국이 없는 것은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라는 우리 선조의 가르침처럼 농업이 모든 산업의 근간임을 보여 준다. 또한 모바일 기기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의 미디어 강박증에 시달리고 ‘속자생존’(速者生存) 논리에 지배당한 도시민이 휴대전화 대신 호미를 들고 이웃과 함께하는 모습은 그들이 농사의 느림과 땀을 통한 치유를 얼마나 원했던 것인가를 역설적으로 보여 준다. 봄에 씨앗을 뿌리고 가을에 내가 거두어 내는 농산물은 번개 같은 배송으로 받아 본 그것보다 훨씬 값질 것이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농촌 마을에 아기가 태어나면 기삿거리가 되는 세상에 살고 있다. 따라서 흙에서 자라나지 않은 젊은이들에게 막연히 ‘신토불이’(身土不二)식의 농업 사랑을 호소하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렇게 변화된 상황에서 국민에게 사랑받는 농업이 되기 위해서는 유소년 때부터 농업의 가치를 알리는 일이 중요하다. 우리 농산물의 맛과 우리 농업의 가치를 성장기부터 자주 접하게 하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실천해야 한다. 서울농협이 도시농업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어린이들이 농업에 친근감을 갖고 채소에 대한 거부감을 갖지 않도록 친환경 농업체험 교육장을 2009년부터 운영해 연간 5000명의 어린이에게 농업 체험 기회를 제공했다. 도시농업을 통해 손수 농산물을 가꾸어 본 어린이는 작물을 재배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고 우리 농업을 사랑하는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할 것이다. 아울러 도시민은 지친 심신을 회복함은 물론 농민의 마음을 더 많이 이해하게 될 것이다. 도시농업이 전 국민의 가슴에 농심(農心)을 채우는 밑거름이 되길 기대해 본다.
  • [달콤한 사이언스] 미식가는 수명 짧다?…‘맛·향 신경세포’ 활발하면 단명

    [달콤한 사이언스] 미식가는 수명 짧다?…‘맛·향 신경세포’ 활발하면 단명

    인슐린 유사물질↑… 노화 촉진 드라마 ‘대장금’을 보면 주인공 장금이 잠시 미각을 잃어 좌절하는 장면이 나온다. 만일 장금이 끝까지 미각을 되찾지 못했더라면 더 오래 살 수 있었을까? 다소 뜬금없어 보이는 이 질문에 답이 될 수 있는 재미있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음식의 영양소 외에 맛과 향도 수명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포스텍 생명과학과 이승재 교수팀은 맛과 냄새를 자극하는 감각신경 세포가 활발하게 작용하면 체내 인슐린 유사물질이 늘어나 노화 속도가 빨라지고 수명도 줄어든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규명했다고 2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유전학 분야 국제학술지 ‘유전자와 발달’ 최신호 표지논문으로 실렸다. 연구팀은 ‘예쁜꼬마선충’이라는 선형동물을 이용해 감각신경계가 맛과 향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관찰했다. 성충의 몸길이가 1㎜에 불과한 예쁜꼬마선충은 생체구조가 단순하고 수명이 3주일로 짧지만 노화 조절 유전자가 포유동물과 같고 유전자 조작이 쉬워 노화 연구에 많이 활용된다. 이 동물은 외부 환경의 변화에 따라 수명이 최대 50%까지 바뀐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지만, 어떤 요인이 수명에 영향을 미치는지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예쁜꼬마선충의 먹이인 대장균에서 감각신경에 자극을 주는 화학물질만을 추출해 주입한 결과 맛과 향을 감지하는 신경세포가 자극을 받으면 인슐린의 일종인 ‘INS6’라는 호르몬의 분비가 증가하는 것을 발견했다. 이 호르몬은 수명 연장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진 ‘FOXO’ 유전자의 활동을 둔화시켜 노화를 촉진하고 수명을 단축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에 더해 광(光)유전학 기술을 활용, 빛으로 맛과 향을 감지하는 신경세포를 자극할 경우에도 화학물질을 주입할 때와 같이 수명이 단축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교수는 “이번 연구는 노화와 수명 조절 연구에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광유전학 기술이 노화와 수명조절 기술로 활용될 수 있는 가능성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그물로 잡은 배스·블루길 하루 200㎏

    그물로 잡은 배스·블루길 하루 200㎏

    40㎝배스·손바닥만한 블루길에 다슬기·붕어·새우 등 자취 감춰 경기 양평 양서초등학교 인근 팔당호 남한강 유역에서 1일 오후 3척의 배가 고기를 잡고 있었다. 바닥에 수북한 어류는 생태계 교란 외래어종인 큰입배스(민물농어)와 블루길(파랑볼우럭)이었다. 물속에서 끌어올리는 그물에도 배스와 블루길이 가득했다. 큰 배스는 30~40㎝나 됐고, 블루길은 손바닥 크기 정도이지만 개체수가 상대적으로 많았다. 배에서는 비린내가 진동했다. 어부들은 망에 걸린 토종어류는 놓아줬는데 2~3마리가 채 안 됐다. 어망은 사흘 전에 설치한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팔당호에서 하루에 포획하는 외래어종이 200㎏을 넘는다고 어부들은 말했다. 잡은 고기들은 배를 따서 냉동창고에 보관한다. 한강유역환경청은 2013년부터 생태계를 교란하는 외래어종을 퇴치하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날 작업도 그 일환이었다. 생물 다양성을 보존하고 토종어류를 확보하기 위한 사업으로 주로 4월 말부터 7월까지 산란기에 진행한다. 1970년대 식용으로 들여온 배스와 블루길이 어부의 수입원인 다슬기와 붕어, 새우 등을 싹쓸이하며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 특히 팔당호의 상황은 심각했다. 국립생태원이 지난해 5월과 10월 팔당호 3개 지점에서 어류 분포 현황을 조사한 결과 교란어종인 배스와 블루길이 88.9%를 차지했다. 2013년 조사 당시 45.3%였던 교란어종이 2년 만에 2배나 늘었다. 붕어·누치·쏘가리 등 토종어류는 9종에 달하지만 현재 개체수는 11.1%에 불과하다. 어부 오인택(39)씨는 “5~6년 전만 해도 토종어류를 잡아 생활했는데 지금은 자망으로도 고기가 잡히지 않는다”면서 “어업을 포기하는 어부도 많아졌다”고 전했다. 한강청은 지난해부터 적극적인 포획전략을 펴고 있다. 5명의 지역 어민을 참여시키고 낚시나 작살 대신 어망이나 통발을 설치해 외래어종의 작은 치어까지 잡아낸다. 이 같은 방식으로 지난해 포획량이 전년 대비 117.4배 많은 50만 마리(7.7t)로 늘었고 수정란도 26만개를 제거했다. 올해는 70만 마리(10t)를 제거할 계획이다. 홍정기 한강청장은 “지난해부터 대량 포획을 하고 있고 치어나 알을 제거하는 방식까지 도입했다”며 “포획한 교란종은 겨울철 먹이가 부족한 참수리와 흰꼬리수리 등 멸종위기 야생생물의 먹이로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에는 액상비료로 만들어 팔당호 지역 농가에 공급하는 사업도 시범 실시했다. 번식력이 뛰어난 외래어종을 효율적으로 퇴치하기 위해서는 식용으로 소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내 하천에 외래어종의 천적이 없고 개체수가 날로 증가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외국에서는 배스와 블루길을 구이로 요리해 먹기도 한다. 하지만 팔당호 어부인 홍모씨는 “배스를 회로 먹어 보니 쏘가리와 식감이 비슷하고 블루길은 조림이 가능하다”면서도 “비린내와 흙냄새가 심하고 무엇보다 외래어종에 대한 거부감으로 식용화에 어려움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양평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별난영상] 세상에 이런 애완벌레가?…다족류 밀리패드

    [별난영상] 세상에 이런 애완벌레가?…다족류 밀리패드

    최근 영국 동영상 공유사이트 ‘라이브릭’(Liveleak.com)에는 태국에서 촬영된 것으로 보이는 거대 벌레의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남성의 애완벌레로 보이는 이 거대한 크기의 벌레는 다족류인 밀리패드(Milipede). 수백개의 다리를 가진 밀리패드가 남성의 손등을 기어오릅니다. 크기는 거의 남성의 팔뚝 길이만 합니다. ‘밀리패드’란 이름은 다리가 수백개 달려 있다고 밀리언(million: 백만)의 첫머리를 따서 붙여진 이름으로 우리나라에서 ‘노래기’라고 불리는 절지동물입니다. 외형은 지네와 비슷하지만 다른 동물을 잡아먹는 지네와 다르게 주로 채소 등을 먹는 초식성이며 귀여운 얼굴 형태를 가지고 있습니다. 사람을 쏘거나 물진 않지만 고약한 냄새를 풍기며 습한 곳을 좋아하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고 하네요. 애완동물로 밀리패드 한번 키워보는 건 쉽지 않겠죠? 사진·영상= Liveleak.com / Web News youtube 영상팀 seoultv@seoul.co.kr
  • [서동철 기자의 문화유산 이야기] 한양 가던 배 한 해에 66척 침몰 쌀 썩는 냄새에 운하 만들었지만…

    [서동철 기자의 문화유산 이야기] 한양 가던 배 한 해에 66척 침몰 쌀 썩는 냄새에 운하 만들었지만…

    충남 태안 마도 해역에서 발견된 고선박 마도 4호선은 조선시대 조운선이었다. ‘광흥창’(廣興倉)이라고 적힌 목간과 ‘내섬’(內贍)이라고 쓰인 분청사기 등 유물과 견고한 선박 구조로 미뤄 조선 초기 조운선으로 보인다는 것이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의 설명이다. ●태안 앞바다에서 분청사기 등 유물 발견 조운선이라면 삼남지방에서 걷은 세곡을 한양으로 나르던 배다. 60점 남짓한 목간에는 대부분 출발지인 나주와 종착지인 광흥창을 뜻하는 ‘나주광흥창’(州廣興倉)이 적혀 있었다. 해양문화재연구소는 이 배가 1410∼1420년 침몰한 것으로 추정했다. 잔해는 대부분 마도 북동쪽 해역의 수심 9∼15m 지점에 파묻혀 있었다. 태안은 삼국시대 중국을 오가는 수운의 요충지였다. 고려시대 태안에는 개경을 오가는 송나라의 사신이 머물다 가는 객관 안흥정이 자리잡은 국제항로의 일부이기도 했다. 안흥정에 관한 기록은 송나라 사람 서긍(1091~1153)의 ‘고려도경’에도 보인다. 안흥 해역은 조석 간만의 차가 크고 조류가 빨라 침몰 사고가 빈번했다. 통과하기 어렵다고 난행량(難行梁)이라 불릴 정도였다. 서긍도 이곳을 지나며 ‘격렬한 파도는 회오리치고, 들이치는 여울은 세찬 것이 매우 기괴한 모습이어서 무어라고 표현할 수가 없다’고 적었다. 침몰선과 수중 유물은 이 뱃길의 역사적 중요성을 확인시켜 준다. 발굴된 유물의 시대와 국적은 매우 다양하다. 고려자기는 11세기 해무리굽 청자부터 14세기 후반의 상감청자까지 질과 양에서 풍부하다. 조선시대 것도 15세기 분청사기와 17~18세기 백자가 다채롭다. 중국 것은 송·원 시대 청자, 15~16세기 명나라 시대 복건성 남쪽에서 만들어져 동남아시아로 많이 수출됐던 청화백자, 18~19세기 청나라 시대 백자가 망라되고 있다. ●뱃길 낯설고 화물 무거워 3분의1 침몰 난행량은 조운선에 더욱 두려운 뱃길이었다. 상선은 그래도 전문적인 뱃사람들이 익숙한 뱃길로 오가는 만큼 사고 위험이 덜했지만, 각 지역에서 징발된 세곡선의 일꾼들은 뱃길이 익숙지 않았고 화물도 무거웠으니 항해는 의도대로 되지 않았다. 조선시대 서해안에서 침몰한 세곡선의 규모는 상상을 초월한다. 태조 4년(1395)에는 경상도 조운선 16척이 가라앉았다. 태종 3년(1403)에는 5월에 경상도 조운선 34척이, 다시 6월에는 경상도 조운선 30척이 잇따라 피해를 입었다. 태종 14년(1414)에는 전라도 조운선 66척, 세조 원년(1455)에는 전라도 조운선 54척이 침몰했다. 많을 때는 전체 세곡선의 3분의1 가까이가 사고를 당했다는 것이다. 한강 하류의 교하와 강화도 앞 교동에서도 조운선이 침몰한 기록이 있지만, 대부분은 난행량과 안면도 서남쪽의 쌀썩은여였다. 쌀썩은여는 세곡선의 침몰로 쌀 썩는 냄새가 진동한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평안하게 번성한다’는 의미의 안흥(安興)이라는 지명이 태어난 것도 조운선의 안전을 빌고자 난행량을 안흥량으로 고친 결과라고 한다. 난행량을 피해 태안반도를 관통하는 운하를 파는 계획은 일찌감치 고려시대부터 추진됐다. 당시에도 세곡선의 잇따른 침몰이 국가재정을 크게 위협할 정도였으니 운하 건설까지 궁리한 것이다. 고려 인종 12년(1134) 군졸 수천 명을 풀어 운하 공사를 벌였고, 의종 8년(1154)에도 운하 개착 시도가 있었다. 공양왕 3년(1391) 공사를 재개했으나 화강암 암반이 나타나는 바람에 중단됐다. 태안반도 남쪽의 천수만과 북쪽의 가로림만을 잇는 굴포운하였다. 태안군 태안읍 인평리와 서산시 팔봉면 어송리를 연결하는 12㎞ 구간이다. 갯벌이 8㎞ 정도로 난공사 구간인 육지 부분은 4㎞ 정도다. 운하가 완성되면 천수만으로 진입한 세곡선은 쌀썩은여와 난행량을 모두 피해 북상할 수 있었다. 굴포운하는 조선시대에도 태종과 태조에 이어 세조까지 줄기차게 추진했지만 실패했다. ●안면도 인근 운하 만들어 ‘쌀썩은여’ 피해 가 대안은 태안군 소현면 송현리와 의항리를 잇는 의항 운하였다. 안흥에서 가까운 의항운하는 2㎞만 파면 난행량을 피할 수 있었다. 중종 32년(1537) 승려 5000명을 동원해 완성하지만, 토목기술의 한계로 둑이 계속 무너지는 바람에 다시 메워지고 말았다. 태안반도와 남쪽의 반도였던 안면도 사이에 운하를 파는 공사가 마지막 대안이었다. 북상하는 세곡선은 천수만으로 진입한 다음 안면도를 가로질러 다시 큰 바다로 나갈 수 있었다. 난행량 통과는 불가피했지만 쌀썩은여는 피해갈 수 있었다. 대(大)토목공사였던 안면운하 개착은 인조연간(1623~1649) 본격 추진되어 17세기 후반 마무리됐다. 서동철 논설위원 dcsuh@seoul.co.kr
  • [씨줄날줄] ‘불사조’ 법조 브로커/박홍환 논설위원

    [씨줄날줄] ‘불사조’ 법조 브로커/박홍환 논설위원

    1980년대 초부터 10년간은 이른바 ‘조직폭력(조폭) 전성시대’라고 부를 만했다. 양은이파, 서방파, OB파 등 범호남 계열 3대 패밀리가 치열한 세력 싸움을 벌였고, 칠성파는 일본 야쿠자와 손을 잡고 부산을 평정했다. 대낮에 조폭 수십 명이 회칼과 야구배트를 들고 유혈 낭자한 패싸움을 벌이는가 하면 조폭들 간의 대표적인 보복 범죄인 ‘서진룸살롱 사건’ 등으로 온 사회가 조폭 공포에 휩싸였다. 결국 노태우 정부는 조폭 소탕령을 내렸고, 그 내용을 다룬 영화가 2011년 개봉한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이다. 부패한 세관 공무원에서 폭력조직에 합류한 최익현 역을 맡은 배우 최민식의 연기가 돋보인 영화다. 전화번호가 빼곡히 적혀 있는 너덜너덜한 수첩을 그는 “10억원짜리”라고 당당하게 얘기한다. 거기서 파친코 이권을 얻고, 구속 위기도 넘긴다. 수갑을 찬 채로 경찰관의 뺨을 날릴 수 있는 용기의 원천이기도 하다. 그 거액의 인맥 수첩을 만들기 위해 권력자의 가족들까지 철저하게 관리한다. 낯익은 장면이다. 2000년대 중반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두 명의 법조 브로커도 그랬다. 법조 브로커 윤상림씨는 중견 건설업체 회장실에서 처음 만났다. 다짜고짜 “동생” 하며 살갑게 맞은 그가 내민 명함에는 고문 직함이 적혀 있었다. 그는 법원장, 검사장을 비롯해 판검사 이름을 줄줄 꾀면서 “모두 잘 아는 사이”라고 말했다. 살짝 보여 준 수첩에는 이름과 전화번호가 빼곡했다. 주변 인사는 그가 형제 사이에 재산분쟁 중인 경기도의 한 골프장으로부터 20여건의 주말 부킹권을 넘겨받아 법조계 인사들에게 제공해 왔다고 귀띔했다. 하늘의 별 따기인 부킹권으로 판검사들을 관리해 왔다는 얘기다. 법조 브로커 김홍수씨에게서 직접 “판검사 60~70명에게 돈을 건넸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는 귀를 의심했다. 전화번호와 전달액 등을 적은 수첩이 있고, 차관급인 고법 부장판사도 있다고 했다. 수사 결과 일부는 사실로 드러났다. 고위 법관은 냄새 나는 법조 브로커인 줄 알면서도 김씨와의 만남을 지속했다. 김현웅 법무장관이 당시 이 사건 수사를 맡았던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의 부장검사였다. 이번엔 원정도박 혐의로 처벌받은 네이처리퍼블릭 정운호 대표 사건이 브로커에 의한 대형 법조비리 사건으로 비화하고 있다. 건설업자 이모씨가 수사선상에 올랐다. 검찰 간부 출신 유명 변호사와 동창이라는 이씨는 정 대표의 항소심을 맡았던 부장판사와 술자리도 갖고, 그 자리에서 사건 관련 얘기도 했다고 한다. 다른 사건 알선 혐의도 받고 있다니 그의 ‘수첩’ 또한 초미의 관심사가 될 듯하다. 그동안 다양한 법조 브로커 근절 방안이 발표됐지만 법조 브로커들은 ‘불사조’처럼 다시 등장하고 있다. 그들의 ‘관리’에 농락당하는 판검사들이 있는 한 법조 브로커는 사라지지 않는다. 박홍환 논설위원 stinger@seoul.co.kr
  • 지카, 발목 밑을 조심해

    국내 두 번째 감염자 완치·퇴원 필리핀 여행 중에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지카바이러스에 감염된 K(20)씨가 28일 퇴원했다. K씨는 전날 밤 서울대병원에 입원해 추가 검사를 받았으며 상태가 호전돼 이날 오후 퇴원했다. K씨는 귀국 후 헌혈을 하지 않아 혈액을 통한 추가 감염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질병관리본부는 함께 여행한 K씨의 형도 검사하고 있으나 현지에서 모기에 물린 기억이 없고 증상도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형제 외에 다른 동반 여행객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질병관리본부는 지카바이러스 산발적 발생 국가인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지역 방문자에게도 감염 주의 문자를 보내고, 의심 환자를 신고할 수 있도록 방문자 명단을 의료기관과 공유하겠다고 밝혔다. 지카바이러스 감염자가 들어와도 국내에서는 아직 바이러스 매개모기인 흰줄숲모기가 활동하지 않아 추가 감염 가능성은 작다. 질병관리본부는 흰줄숲모기의 유충 98마리를 잡아 지카바이러스와 뎅기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확인한 결과 바이러스는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브라질과 베트남 등 지카바이러스 유행 국가와 필리핀을 비롯한 산발적 발생 국가를 여행할 때는 밝은색의 긴소매 상의와 긴바지를 입는 게 안전하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모기는 사람의 체취를 맡고 몰려드는데, 숲모기는 특히 발냄새에 민감하다”면서 “긴소매만 입어서는 숲모기에 물리는 것을 막을 수 없으며, 긴바지를 입고 긴 양말을 신어 발목을 철저히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박나래, 제대로 ‘미(美)친’ 바이럴 영상 “약빨았나” 폭소

    박나래, 제대로 ‘미(美)친’ 바이럴 영상 “약빨았나” 폭소

    자칭 ‘미녀 개그우먼’ 박나래가 직업 정신을 제대로 살린 바이럴 영상이 화제다. 28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발냄새 팅커벨 박나래”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게시물 속 영상에서 광고 모델로 등장한 박나래는 ‘분장 전문 개그우먼’이란 수식어에 걸맞은 다양한 코믹 분장을 선보여 이목을 집중시켰다. 박나래는 각각 전 국가대표 ‘이봉주’를 연상시키는 마라톤 선수, 덮수룩한 모습의 야구선수, 노란 츄리닝을 입은 액션 소녀로 등장했다. 이들은 모두 더운 날씨에 바람이 통하지 않는 뜨거운 운동화 때문에 겪는 고충을 다소 오버스러운 액션으로 표현해 폭소를 자아냈다. 특히 열을 식히기 위해 입김을 불던 신발에서 불길이 치솟거나, 하늘로 던져버린 신발이 폭죽처럼 터지는 등 엽기적인 장면들이 네티즌의 시선을 끌었다. 영상을 접한 네티즌들은 “너무 웃긴다”, “약을 드럼통으로 빨았나”, “그 와중에 신발 예쁘다”, “이 언니 광고계 블루칩 등극”, “역시 믿고 보는 박나래” 등 뜨거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편 지난 25일 아웃도어 브랜드 ‘네파(NEPA)’는 공식 유튜브 채널에 “네파 워킹화 ‘프리워크’ _박나래 바이럴영상”이라는 제목으로 이 영상을 게시했다. 영상은 이틀만에 30만 뷰 이상을 돌파하는 등 네티즌 사이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이선목 인턴기자 tjsahr@seoul.co.kr
  • 국수의 신 시청률, ‘태양의 후예’ 시청자들은 어디에? 수목극 2위 출발..1위는

    국수의 신 시청률, ‘태양의 후예’ 시청자들은 어디에? 수목극 2위 출발..1위는

    38.8%라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막을 내린 ‘태양의 후예’ 후속 ‘국수의 신’ 시청률에 관심이 모아졌다. 28일 시청률 조사업체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27일 첫 방송된 KBS2 수목드라마 ‘마스터: 국수의 신’은 전국 시청률 7.6%를 기록했다. 동시간대 방송된 MBC ‘굿바이 미스터 블랙’은 8.7%를 기록하며 동시간대 1위를 차지했고 SBS ‘딴따라’는 7.2%를 기록했다. ‘굿바이 미스터 블랙’은 지난달 24일부터 방송을 시작 이후 한 달만에 시청률 정상에 오르게 됐다. 한편 이날 방송된 ‘국수의 신’ 1회에서는 어린 명이(천정명 분)가 성인이 되어 자신의 부모를 죽음으로 몰고 간 김길도(조재현 분)와 대면하는 장면이 방송됐다. 무명은 자신의 속내를 숨긴 채 복수의 대상인 김길도가 운영하는 국수 집 ‘궁락원’을 찾고, 이어 궁락원을 나서는 무명에게 “또 오십시오.”라며 인사하는 김길도를 향해 “그래, 꼭 올게. 너 죽이러” 라는 대사와 함께 좀 전과는 180도 달라진 싸늘한 눈빛을 보여주며 김길도와의 복수전쟁을 예고, 드라마의 강렬한 서막을 열었다. 이후 모든 것이 거짓이었던 김길도의 인생이 빠르게 그려졌으며, 자신의 부모를 죽이고 모든 것을 앗아간 김길도와 자신의 진짜 이름을 숨긴 채 보육원에서 지내던 무명 두 사람이 다시 운명적으로 마주치게 되는 모습, 그리고 그를 향한 복수의 칼날을 겨누는 무명의 모습이 폭풍전개로 이어지며 시청자들을 휘몰아갔다. ‘마스터 국수의 신’은 뒤틀린 욕망과 치명적인 사랑, 그 부딪침 속에서 시작되는 사람 냄새 가득한 인생 기를 담은 드라마로 매주 수, 목요일 오후 10시 전파를 탄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오스카상 유명 女배우, ‘배설물 세례’ 맞은 이유는?

    오스카상 유명 女배우, ‘배설물 세례’ 맞은 이유는?

    영국을 대표하는 여배우이자 두 번의 오스카상에 빛나는 엠마 톰슨이 한 농부로부터 ‘배설물 세례’를 받는 모습이 포착됐다.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의 27일자 보도에 따르면 현지시간으로 지난 27일 엠마 톰슨은 동생 소피와 함께 국제환경보호단체인 그린피스와 함께 하는 활동의 일환으로, 랭커셔의 한 농장에서 환경보호를 주제로 한 케이크 만들기 행사에 참가했다. 평소 환경보호운동에 관심을 보여 온 엠마 톰슨은 이날 역시 해당 농장 지대에서 셰일가스를 추출하려는 에너지회사의 움직임에 반대하기 위한 모임에 참석했는데, 엠마 톰슨을 비롯한 일부 활동 참가자들이 무단으로 농장에 들어간 것이 문제의 발단이 됐다. 케이크 만들기 행사가 열린 해당 농장은 영국의 셰일가스 개발 기업인 ‘카드릴라(Cuadrilla)’가 셰일가스 시추부지로 사들인 곳인데, 환경단체는 셰일가스를 채굴하는 과정에서 환경 피해가 발생한다며 강하게 반발해 왔다. 환경단체와 가스개발기업 간 갈등이 깊어지자 현지 법원은 2014년부터 환경단체에게 해당 부지에 접근하지 말 것을 명령한 바 있는데, 엠마 톰슨을 비롯한 활동 참가자들이 이를 어기고 무단으로 농장에 들어와 행사를 이어가자 농장 주인이 분노를 표출한 것.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이 농장 주인은 자신의 차량을 몰고 농장으로 들어온 뒤, 엠마 톰슨 및 주변 사람들을 향해 동물 배설물을 섞어 만든 거름을 분사하기 시작했다. 엠마 톰슨과 그녀의 동생이 가까스로 ‘거름 세례’를 피하는데 성공했지만 일대는 한동안 고약한 냄새에 휩싸여야 했다. 농장 주인은 사람들이 당황해하는 틈을 타 현장에서 빠져 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에 경찰은 엠마 톰슨에게 해당 현장에서의 모든 활동을 중단할 것을 요청했지만 법적 조치는 취하지 않았다. 한편 거름 세례도 마다하지 않는 않고 환경보호에 앞장서고 있는 엠마 톰슨은 최근 해양생물 남획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나체로 죽은 물고기를 들고 이색 화보를 촬영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엠마 톰슨은 영화 ‘해리포터’, ‘내니 맥피’ 시리즈 및 '러브 액추얼리' 등의 작품에 출연해 한국 관객에게도 익숙한 배우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국수의 신’ 천정명, 눈빛부터 달라졌다..강렬한 첫 등장 ‘폭풍 전개’

    ‘국수의 신’ 천정명, 눈빛부터 달라졌다..강렬한 첫 등장 ‘폭풍 전개’

    배우 천정명이 ‘국수의 신’에서 강렬한 첫 등장으로 연기변신을 예고했다. 27일 첫 방송된 KBS 새 수목드라마 ‘마스터-국수의 신’은 천정명의 나래이션과 함께 시작, 어린 명이(천정명 분)가 성인이 되어 자신의 부모를 죽음으로 몰고 간 김길도(조재현 분)와 대면하는 장면이 방송됐다. 무명은 자신의 속내를 숨긴 채 복수의 대상인 김길도가 운영하는 국수 집 ‘궁락원’을 찾고, 이어 궁락원을 나서는 무명에게 “또 오십시오.”라며 인사하는 김길도를 향해 “그래, 꼭 올게. 너 죽이러” 라는 대사와 함께 좀 전과는 180도 달라진 싸늘한 눈빛을 보여주며 김길도와의 복수전쟁을 예고, 드라마의 강렬한 서막을 열었다. 이후 모든 것이 거짓이었던 김길도의 인생이 빠르게 그려졌으며, 자신의 부모를 죽이고 모든 것을 앗아간 김길도와 자신의 진짜 이름을 숨긴 채 보육원에서 지내던 무명 두 사람이 다시 운명적으로 마주치게 되는 모습, 그리고 그를 향한 복수의 칼날을 겨누는 무명의 모습이 폭풍전개로 이어지며 시청자들을 휘몰아갔다. 특히 ‘국수의 신’ 타이틀 롤을 맡은 천정명은 로맨스 물에서 강점을 보였던 전작들과 달리 복수극을 선택해 방송전부터 화제를 모았으며, 첫 회부터 강렬해진 모습으로 시청자들에게 단단히 눈도장을 찍었다. 여기에 막강한 내공을 지닌 조재현과의 앞으로의 대립과 연기 대결 또한 기대감을 높이는 포인트이며, 천정명과 이상엽, 정유미, 공승연 등 젊은 배우들과의 케미 역시 볼거리로 작용할 예정이다. 또,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은 김길도에게 한발한발 다가가는 무명의 복수와 함께 더욱 심화될 천정명의 연기 변신 역시 기대감이 더해지며 새롭게 시작하는 수목 극들 사이에서 ‘국수의 신’이 수목 극의 강자로 자리잡을 것인지 귀추가 주 목되고 있다. 한편, ‘마스터-국수의 신’은 뒤틀린 욕망과 치명적인 사랑, 그 부딪침 속에서 시작되는 사람 냄새 가득한 인생 기를 담은 드라마로 매주 수,목 오후 10시 KBS2TV를 통해 방송된다. 사진=‘국수의 신’ 캡처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新전원일기] 덜어내니 맛있는 빵…더했더니 행복한 삶

    [新전원일기] 덜어내니 맛있는 빵…더했더니 행복한 삶

    나를 이곳으로 이끈 것은 ‘함께 나누는 삶’에 대한 그리움이었다. 글을 쓰다 보면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만 간다. 고독 속에서 나를 발견하기도 하지만 고독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기도 한다. 공동체적 삶에 대한 막연한 동경을 안고 살아왔다. ‘내 마음의 월든’을 가슴 깊숙이 품고 살아가면서도 막상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랐다. 도시 아닌 곳에서 살아갈 자신이 없었던 것이다. 나는 풀무학교와 생활협동조합(풀무학교가 만든 생협) 그리고 마을공동체가 아름다운 조화를 이룬 ‘홍동마을’을 마음속 롤모델로 삼고 있었다. ‘귀농 희망 1순위 마을’로 주목받으며 농촌 공동체의 대표적 성공 사례로 꼽히는 홍동마을은 워낙 귀농 희망 인구가 많아 새로운 귀농인에게 나눠 줄 농가가 부족할 지경이라고 한다. 나는 이 홍동마을 공동체의 정겨운 사랑방인 ‘갓골 작은 가게’를 우선 찾아가기로 마음먹었다. 풀무학교의 건립이념인 ‘더불어 사는 평민’이라는 아름다운 글귀를 가슴속에 깊이 간직하고서. 풀무학교 생협이 운영하는 갓골 작은 가게로 들어가기 전 ‘그물코 출판사’와 ‘느티나무 헌책방’에 들러 숨을 골랐다. 누구라도 편안한 마음으로 드나들 수 있는 무인 헌책방은 마치 카페처럼 아늑한 분위기로 책 읽는 시간의 고즈넉함을 느낄 수 있었다. 낡은 피아노 한 대와 창가에 비치는 나무그네의 흔들림이 마음을 가라앉혀 주었다. 갓골 작은 가게에 들어가기도 전에 향긋한 빵 냄새가 풍겨오기 시작했다. 오순도순 모여 빵을 굽고 포장하는 모습이 유리칸막이 너머로 보였다. 내가 약속 시간보다 일찍 도착했기에 모두들 당황하시는 것 같아 ‘금요일이라 차가 막힐 것 같아 일찍 왔다’고 말씀드리고 빵과 커피를 주문해 자리에 앉아 기다렸다. 지역 농부들이 직접 생산한 통밀과 팥으로 만든 빵 한 조각을 입에 넣는 순간, 향긋한 풍미에 눈이 번쩍 뜨였다. 통밀로 자연 발효시킨 빵이 이렇게 맛있다는 것, 갓 구운 빵의 향취란 이런 것이구나 하는 깨달음으로 ‘지금은 한 조각만 먹어야지’라는 처음의 결심을 버리고 팥빵 한 개를 다 먹어버렸다. 이 팥빵을 만든 사람은 누구일까 궁금해지는, ‘그 사람의 삶과 그 사람의 정성’을 생각하게 만드는 정감 어린 맛이었다. # 그 동네 빵맛엔 특별함이 있다 이 놀라운 팥빵을 만드신 분은 바로 장은경(38)씨. 서울에서 일러스트 일을 하던 그는 5년 전 풀무학교 전공부에 입학, 귀농수업을 받고 갓골 작은 가게에서 빵을 만들어 왔다. “1958년에 설립된 풀무학교는 고등부와 전공부로 나뉘는데, 전공부는 귀농을 꿈꾸시는 분들에게 큰 도움이 되는 입문 과정이에요. 오전에는 인문학, 글쓰기, 농업이론 등을 배우고 오후에는 농사를 실습해요. 원래 서울 쌍문동에 살았는데, 쌍문동 바로 옆 창동에 뉴타운 바람이 불면서 경전철이 들어온다더라, 집값이 오른다더라, 말이 많았죠. 쌍문동의 오래된 옛날마을 정서를 참 좋아했는데 뉴타운 열기로 인심이 급변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아팠어요. 더이상 도시에서 살아가기 힘들겠다 싶던 그때, 지인의 소개로 풀무학교 입학희망자 방문기간에 참여하게 되면서 이곳에 정착했지요.” 풀무학교 전공부 선생님들이 지금까지도 인생의 멘토라고 소개하는 은경씨는 재료비를 아끼지 않고 팥을 듬뿍듬뿍 넣어 손님들의 사랑을 받는 빵을 만든다. 장정우(25)씨는 내가 맨 처음 갓골 작은 가게에 발을 들였을 때 가장 먼저 환하게 웃음을 지으며 맞아 주신 분이다. 빵을 만든 지 햇수로 4년차다. “저는 이 마을에서 초·중·고교를 나왔고 대학은 서울로 갔어요. 제대한 후 고민 끝에 고향에 정착했습니다. 아버지는 제가 초등학교 때 이곳으로 귀농을 하셨지요. 3개월 정도는 아르바이트로 일하다가 생협 이사분들이 빵을 만들어 보지 않겠냐고 권유하셔서 빵 만들기에 도전한 뒤 이곳에서 일하게 되었습니다.” 그는 지난해 7월 갓골 작은 가게의 인테리어를 전면 보수할 때 공동체적인 삶의 보람을 느꼈다고 한다. “원래는 생협에서 유통하는 제품들을 주로 판매했는데, 마을 사람들이 도란도란 이야기도 나누고 차도 한 잔 마실 수 있는 공간이 되면 좋겠다는 의견이 많아서 마을 사람들과 함께 보수공사를 했어요. 마을의 목수 어른도 도와주시고, 저희가 이 벽도 다 허물고 다시 칠한 거예요.” # 마을이 내가 되고, 내가 마을이 되는 곳 현재 이곳에서는 10명 정도의 인원이 교대로 근무하면서 생협으로서의 업무와 빵집으로서의 일을 함께 하고 있다. 생협이기에 ‘사장’이라는 개념이 따로 없다. 몽골 출신의 따와(30)씨는 한국에 귀화해 마을에 정착한 후 결혼도 홍동마을에서 했다. 섬세한 손길로 정성스레 빵을 포장하는 그의 모습에서 갓골 작은 가게가 다양한 미래의 꿈을 꾸는 청년들에게 ‘열린 기회’를 제공하는 일자리라는 느낌을 받았다. 도시에서의 틀에 박힌 삶을 뛰어넘어 자신만의 실험적인 삶을 꿈꾸는 이들에게 이곳은 많은 영감을 줄 것이다. 정우씨는 ‘신생 단체도 많고 1인 기업도 많다’고 귀띔해 준다. 은경씨는 이곳이 마을 사람들을 두루 사귀기 좋은 곳, 귀농 준비를 시작하기 좋은 곳이라고 이야기한다. 빵이 워낙 맛있어서 깜짝 놀랐다고 말하며 특별한 비결을 물으니, 은경씨는 “이것저것 더해서 얻은 맛이 아니라 웬만한 건 빼서 얻은 빵맛”이라고 알려준다. 버터나 우유는 물론 흰 설탕도 들어가지 않는다. 보존료, 유화제, 인공향을 쓰지 않고 팥이나 견과류, 통밀도 대부분 지역 농산물을 쓴다. 팥빵뿐 아니라 딸기잼이 들어간 맘모스빵, 치아바타나 바게트도 인기 메뉴다. 정우씨는 동네 사랑방의 역할을 넘어서 생협으로서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화요일마다 빵 만드는 법을 연구하고 생협으로서 해야 하는 역할을 점검할 시간을 갖고 있어요. 조합에서 ‘이것은 좋은 제품이다’라고 합의한 것들만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생협에서 운영하는 갓골 작은 가게의 연매출은 2억원에서 3억원 정도를 오르락내리락하고, 수익금은 시설 리모델링 등 이 지역 발전에 재투자하는 방향으로 쓰이고 있다고 한다. 현대인들이 도시 생활 속에서 끊임없이 불안을 느끼는 이유는 ‘자신이 원하는 삶’과 ‘자신이 하고 있는 일’ 사이에서 균형감각을 찾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직업과 지향이 다른 경우 많은 사람이 갈등한다. 나는 갓골마을 사람들을 보며 따스한 평화로움을 느꼈다. ‘지금 하고 있는 일’과 ‘지금 꿈꾸는 삶’이 일치하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은경씨는 귀농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말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를 경제 활동으로 한정한다면 행복을 느끼기 어렵지요. 여기 와서 참 좋았던 점은 직장에 목매지 않아도 충분히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점이에요. 직업이 삶의 전부는 아니니까요. 직업이 없으면 죽는다는 강박, 백수를 보면 무능하다고 생각하는 시선이 문제가 아닐까요. 이곳엔 김치나 쌀이 떨어지면 두말없이 그 부족함을 채워 주는 이웃이 있어요. 마을공동체가 사람들을 보호해 주는 거죠.” 정말 그렇다. 돈을 벌지 않으면 생존의 밧줄이 끊겨 버린다는 생각이 새로운 상상력을 가로막는다. 경제적인 생존에 집착하느라 사람다운 삶의 방식을 잊어버리는 것이 불안의 핵심이다. 불안의 원인을 해결하지 못하고 불안의 진통제로 ‘소비’를 늘리는 것이 고민의 악순환을 낳는다. ‘돈을 벌면 문제가 해결된다’고 믿는 근시안이 삶을 더욱 팍팍하게 만든다. 은경씨는 이상과 현실의 차이로 고민하는 분들을 위해 친구 이야기를 들려줬다. “친구가 ‘글을 쓰고 싶다’고 해서 (제가) 제안을 했어요. 직장 다니며 글쓰기는 힘드니까, 우리 마을로 오면 내가 먹이고 재워 주겠다. 마음껏 글쓰라고요. 그랬더니 친구가 ‘먹이고 재워 주는 것’만으로는 삶을 유지할 수 없다고 하더군요. 도시에서 누리는 여러 이점을 포기하기 어려웠던 거죠.” 그 친구는 얼마나 소중한 기회를 놓쳐 버린 걸까. ‘먹고 자는 것’만 해결되면 나머지 시간엔 창조적인 삶을 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아깝게 놓쳐 버린 것이다. 스트레스를 ‘소비’로 풀 때, 예컨대 옷장에 옷이 가득하면서도 옷을 산다든지, 각종 엔터테인먼트를 소비함으로써 ‘지친 자신에게 선물을 준다’는 위안에 빠질 때, ‘지금, 여기서도 바로 행복해질 수 있는 기회들’을 속속 놓치는 것은 아닌지. 도시 생활에 익숙했던 은경씨를 홍동마을에 정착하게 한 것은 바로 풀무학교의 아름다운 인연이었다. “저에겐 풀무학교 전공부가 ‘비빌 언덕’이 되어 주었죠. 힘들 때마다 기댈 버팀목이 있다는 것이 좋았어요. 외로움을 많이 타는 성격이지만 이곳에 살면서 조금씩 외로움이 옅어졌어요.” 옅어진 외로움만큼이나 그녀의 얼굴에는 밝아진 미소가 피어올랐다. 여기에서만은 나는 혼자가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을 품게 해주는 곳이야말로 진정한 마음의 고향일 테니. # 책으로 본 귀농, 직접 부딪혀 본 귀농… 소비하는 인간을 넘어, 생산하는 인간이 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정우씨는 귀농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조언한다. “저도 글로는 귀농 성공 사례들을 많이 봤습니다. 귀농의 역사나 이론을 다룬 책들이 많지요. 하지만 어떤 책보다도 하나의 살아 있는 사례를 직접 보는 게 가장 효과적입니다. 친구들에게 귀농의 장점을 이야기했는데 쉽지 않더군요. 저도 모르게 책으로 읽은 지식을 말하게 되더라고요. 그때 결심했습니다. 하나의 성공적인 사례를 제 자신이 직접 보여 주자고.” 도시에서는 수많은 사람을 만나도 좀처럼 서로 속내를 알 수 없지만 이곳에서는 한 사람 한 사람의 개별적인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좋다는 정우씨의 눈빛이 해맑게 빛났다. ‘나’라는 존재가 ‘수천 수만 중의 일분자’가 아닌 ‘이 마을 누구에게나 의미 있는 소중한 한 사람’이 된다는 것이야말로 ‘나’를 확장시키는 내면의 지름길이 아닐까. 왜 우리는 취직을 해야만 ‘나의 일’이 생긴다고 믿게 되었을까. 자연과 함께하는 삶을 배우기 시작한다면, ‘나 혼자 이 도시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강박으로부터 조금씩 자유로워지면 일상 속에서 삶의 향기를 바꾸는 첫걸음을 내디딜 수 있지 않을까. 라이너 마리아 릴케는 이렇게 말했다. “단지 한 걸음이면, 나의 깊은 고난은 복락이 될 것이다.” 정말 딱 한 걸음이면 충분하다. 당신과 내가 삶의 향기를 바꿀 수 있는 일상 속 실천을 시작하는 것. 올바른 먹거리를 찾는 일에서부터 시작해 조금씩 ‘소비의 중독’으로부터 우리의 영혼을 정화시켜 보면 어떨까. 무언가를 돈 주고 사는 것이 아니라 어딘가에서 누군가와 함께 살아 내는 몸짓을 통해서만 우리 삶은 바뀔 수 있다. 소비의 굴레, 의존의 사슬로부터 우리 영혼을 구원해 내는 기나긴 혁명의 여정은 이곳에서 시작되고 있었다. ■글쓴이 작가 정여울 2013년 제3회 전숙희문학상. 주요 작품으로 ‘공부할 권리’, ‘내가 사랑한 유럽top10’, ‘그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 등.
  • 에콰도르 지진현장서 7명 목숨 구하고 숨진 구조견

    지난 16일(이하 현지시간) 에콰도르 서부 해안을 강타한 지진으로 수많은 피해자가 발생한 가운데 구조작업 중이던 개가 세상을 떠나 안타까움을 주고있다. 지난 22일 이바나 소방대 측은 이번 지진의 최대 피해지인 페데르날레스에서 구조작업 중이던 래브라도종 데이코(4)가 탈진으로 숨졌다고 발표했다. 지금까지 사망자만 654명이 발생할 만큼 비극적인 사고 현장에서 데이코의 죽음이 사람못지 않게 추모받는 이유는 7명을 살리고 숨졌기 때문이다. 소방대 소속의 구조견인 데이코는 돌무더기에 갇혀 구조를 기다리던 사람들을 냄새로 찾아내는 임무를 수행했다. 지진이 일어난 직후부터 참사현장에 투입된 데이코는 밤낮을 쉬지않고 구조작업에 나섰다가 결국 탈진으로 숨졌다. 소방대 측은 "데이코가 자신의 임무를 성실히 수행하다 세상을 떠났다"면서 "영웅적인 데이코의 희생에 경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한편 70년 만의 최악의 재난으로 평가되는 이번 에콰도르 지진은 7.8의 강진 이후 700여 차례의 여진이 이어져 현재까지 654명이 숨지고 1만 6601명이 다쳤다. 사고 수습에 나선 라파엘 코레아 에콰도르 대통령은 "이번 강진으로 30억 달러가 넘는 재산피해가 발생해 복구작업에 몇 년이 걸릴 것"이라면서 "수많은 희생자들을 추모하고자 8일 간의 국가 애도기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자치단체장 25시] 서산 땅길·바닷길·하늘길… 주민 행복길 만든 ‘마당발 행정’

    [자치단체장 25시] 서산 땅길·바닷길·하늘길… 주민 행복길 만든 ‘마당발 행정’

    지난 11일 오후 3시 30분쯤 찾은 충남 서산시장 집무실. ‘환황해권 물류거점도시 영상 시사회’를 앞두고 이완섭(59) 시장과 영상 제작 업체 관계자들이 벽면의 대형 TV 앞 의자에 빙 둘러앉았다. 곧 시사회가 열렸고 4분여의 영상에는 대산공단 등 서산의 현재와 미래 발전상이 담겼다. 한 차례 상영이 끝나자 이 시장은 “다시 한번 돌려 보라”고 했다. 시장의 지적은 이때부터 쏟아졌다. “화면이 역동적이지 않다”, “‘해 뜨는 서산’이란 자막이 너무 작고, 배경 화면도 어울리지 않는다”, “‘투모로(tomorrow) 서산’이 혹시 콩글리시 아니냐. 영문을 많이 넣으면 노인과 아이들이 알 수 있겠느냐”, “성우 목소리도 또렷하지 않다” 등 끊임이 없다. 제작자들은 쩔쩔맸다. 이 시장은 “한번 더 보자”고 세 번째 상영을 주문했다. 이어 “촌스럽지 않고 임팩트 있게 영상을 만들어 달라”며 말을 맺었다. 시사회는 시장의 꼼꼼한 지적이 이어지면서 상영 시간의 10배인 40여분 만에야 끝났다. 이 대목에서도 서산을 제대로 알리려는 이 시장의 열정이 드러났다. 그는 “중앙 공무원으로 일하다 고향에 내려와 시장이 되니 낙후된 게 한둘이 아니었다”며 “시민들이 가장 원하는 게 지역 발전과 주민들 삶의 질 향상에 있음을 알고 온 힘을 쏟았다”고 말했다. 방에 매일 활동계획표를 붙여 놓고 각오를 다졌다고 한다. ●대산~당진 고속도로 2022년 완공 예정 먼저 교통망 확충에 나섰다. 이 시장은 “서산은 성장 자원이 풍부한데 핏줄인 교통망이 가장 큰 장애였다”며 “시장으로 일하면서 ‘땅길’ ‘바닷길’ ‘하늘길’을 내는 문제를 모두 풀었다”고 자랑했다. 그는 서산의 지형이 햇병아리를 닮았다며 머리에 대산석유화학단지, 목에 자동차 전문 산업단지, 날개 부분에 해미공항이 있는데 대산~당진 고속도로가 지난 2월 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면서 막혀 있던 뇌 동맥이 뻥 뚫리게 됐다고 했다. 17만여명 서산시민의 숙원인 이 길은 2005부터 두 번의 시도 끝에 10년 만에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했다. 2022년 완공되면 대산단지 등이 서해안·당진~대전고속도로와 이어진다. 이 시장은 “서산 발전의 중추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내년 대산항~중국 룽옌항 여객선 취항 대산항과 중국 룽옌항 사이 뱃길을 내는 일도 착착 진행 중이다. 이 시장은 “당초 쾌속선을 취항시키려고 했는데 세월호 사고로 안전 문제가 터지면서 카페리로 바뀌었다”면서 “오는 8월 배 종류를 선정하고 내년 3월 취항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339㎞로, 중국을 잇는 뱃길로는 국내 항구 중 최단거리다. ●해미 공군비행장을 민간 공항으로 활용도 해미 공군비행장을 민간 공항으로 쓰는 문제도 순조롭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월 제5차 공항 개발 중장기 종합 계획에 이를 반영했다. 이 시장은 “두 가지 모두 중국 관광객을 유치하는 데 대단히 중요한 교통수단”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인맥 행정의 성과라고 했다. 이 시장은 “지자체장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제대로 하려면 중앙부처 인맥이 없으면 안 된다”면서 “돈이 없는 사업은 구상에 머문다”고 말했다. 그의 중앙 인맥은 7급 공무원에 합격하면서 쌓였다. 서산 해미중·공주고를 나와 군 복무를 끝낸 뒤 시험에 바로 합격했다. 처음에 대전철도청으로 발령이 났지만 얼마 안 가 총무처로 옮겼다. 2009년 서산 부시장을 제외하면 총무처와 내무부가 합쳐진 지금의 행정자치부에서 잔뼈가 굵었다. 28년 공직 생활 중 대부분을 인사와 조직관리 부서에 있었다. 2011년 고위 공무원으로 퇴직해 그해 10월 서산시장 보궐선거에 당선됐고, 2014년 재선에 성공했다. 이 시장은 “직원들이 예산을 따려고 중앙부처에 갈 때는 직접 편지를 써 들려 보냈다. 그러면 무시를 안 당하고 성과도 좋았다”고 말했다. 시장도 뻔질나게 중앙부처를 찾는다. “시장이 솔선수범하지 않으면 직원들이 쉽게 피로감을 느낍니다.” 직원을 ‘식구’나 ‘가족’이라고 부르는 그는 “시청 내 공동체가 견고해야 직원들이 즐겁게 일하고 맘껏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며 수요일마다 가정의 날을 운영하고 가끔 ‘끼 발산 대회’도 연다고 했다. 해마다 사자성어를 제시해 각오를 다지기도 한다. 지난해는 초부득삼(初不得三·처음 실패한 일도 세 번째는 성공한다), 올해는 일념통천(一念通天·온 마음을 쏟으면 하늘에 통한다)을 내걸고 직원들이 업무에 최선을 다하도록 독려한다. 인프라 구축에만 올인하는 것은 아니다. 틈만 나면 시청 앞 동부시장에 들러 서민들 생활과 물가를 살핀다. 출퇴근할 때 택시도 자주 이용한다. 이 시장은 “서민을 살피는 것도 중요한 시정의 하나”라며 “시민들이 어찌 사는지, 지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곳곳을 알아보려고 페이스북 등을 하며 시민과 호흡하려고 애쓴다”고 했다. 이날 오후 2시쯤 이 시장은 점퍼로 갈아입고 성연면 오사리 나눔하우스 입주식 현장을 찾았다. 그는 관용차에 동승한 기자에게 “지금의 우리나라를 있게 한 어르신들인데 힘들게 살게 해서야 되겠느냐”고 되물었다. 나눔하우스는 어려운 주민에게 집을 지어 주는 봉사활동이다. 시가 주선해 지역 대기업 현대파워텍이 자금을 대고 전기기술 등을 가진 시민들로 구성된 베이비부머봉사단이 지었다. 이번이 4호 집으로 임길래(83) 할머니가 입주한다. 현장에 도착하자 주민 등 80여명이 박수로 시장을 맞았다. 한 주민은 “이렇게 좋은 일 해 줘서 고맙다”고 반겼다. 이 시장은 “이런 데 오면 기분이 좋다. 사람 냄새 물씬 나고…”라며 임 할머니의 두 손을 꼭 잡았다. 그는 할머니의 어깨를 도닥거리면서 시루떡 앞으로 가 함께 떡을 썰었다. 영락없이 잔칫집 분위기다. 이 시장은 “서산을 유커(중국인 관광객) 등이 인근 태안, 보령도 찾으면서 머무는 국제 관광 도시로 키워야 한다”며 “그래서 뱃길과 하늘길을 뚫지만 면세점과 대형병원, 명문대학 유치도 필요하다”고 결의를 다졌다. 글 사진 서산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 [씨줄날줄] 음주운전 처벌 기준/임창용 논설위원

    [씨줄날줄] 음주운전 처벌 기준/임창용 논설위원

    얼마 전 대법원에서 국민적 공분을 샀던 ‘크림빵 뺑소니’ 사건에 대한 확정판결이 있었다. 피고는 지난해 1월 새벽 청주의 한 도로에서 만삭 아내를 위해 크림빵을 사들고 귀가하던 남성을 치고 달아났었다. 사망자의 안타까운 사연은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대법원은 피고에 대해 징역 3년 실형을 확정했다. 피고는 사고 전 소주 4병을 마셨다고 자백했다. 다만 이를 증명할 근거 부족으로 음주운전 혐의는 무죄로 결론 나 아쉬움을 남겼다. 이 사건은 운전자가 술을 마시는 순간 자동차가 도로 위의 흉기로 돌변한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 줬다. 한국교통연구원 등의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전체 사망 교통사고 중 음주사고가 15%를 차지한다. 미국에선 교통사고 사망자의 3분의1이 음주운전 때문이라는 통계도 있다. 그래서 각국에선 음주운전자에 대한 처벌 기준을 강화하는 추세다. 서구에서 단속 기준이 가장 강한 나라는 스웨덴이다. 1990년 처음으로 혈중 알코올 농도 단속 기준을 0.05%에서 0.02%로 대폭 강화했다. 러시아와 폴란드도 마찬가지다. 일본은 2002년 0.03%로 기준치를 낮췄다. 상당수 국가에선 아직 우리나라와 같은 0.05%를 적용하고 있다. 다만 청소년이나 사업용 운전자에 대해선 더 낮은 기준치를 적용하는 나라들이 많다. 독일이나 캐나다에선 청소년은 수치와 관계없이 술 냄새만 나도 단속된다. 0.00%여도 처벌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미국은 21세 이하인 운전자는 알코올 농도가 0.02% 이상이면 처벌받는다. 이들 나라에선 버스·화물차 등 사업용 운전자도 0.00~0.03%의 엄격한 잣대를 적용받는다. 대형 음주운전 사고를 예방하려는 취지다. 처벌 수위도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다. 벌금과 구금 등 형사처벌과 운전면허 행정처분을 병과하고 있다. 다만 처벌 방식에 따라 강화 효과가 다르게 나타나고 있어 면밀한 연구의 뒷받침이 필요하다. 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의 사례조사 및 분석에 따르면 형사처벌보다는 행정처분이, 형사처벌에서 구금형보다는 벌금형이 효과가 높다는 의견도 있다. 북유럽의 몇몇 나라에선 알코올 수치가 같더라도 개인의 수입에 비례해 벌금을 부과한다. 검찰과 경찰이 어제 상습 음주운전자의 차량을 몰수하는 등 음주운전 처벌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음주 차량 동승자, 음주운전을 예상하면서도 술을 판 식당 주인까지도 처벌 대상이다. 집행 과정에서 재산권 침해나 여러 대의 차량 소유자와의 형평성 문제 등 논란도 예상된다. 그러나 음주운전과 관련해 동승자(일본)나 주류 판매자(미국, 일본), 차량 제공자(핀란드)에 대한 처벌은 이미 다수의 나라에서 하고 있다. 정교하고 강력한 실천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다. 차제에 음주 단속 기준을 강화하거나, 소득에 따라 벌금을 달리 부과하는 북유럽 방식도 도입했으면 한다. 임창용 논설위원 sdragon@seoul.co.kr
  • 질병의 판도라 상자…세계는 모기와 전쟁 중

    질병의 판도라 상자…세계는 모기와 전쟁 중

    1999년 6월 여름 미국 뉴욕 퀸스 북쪽 지역 주민들은 조깅을 하다 공원과 공터에서 죽은 까마귀 떼를 발견했다. 아직 숨이 붙은 까마귀도 비틀거리며 날지 못했다. 사람들은 까마귀의 떼죽음에 의문을 갖긴 했지만, 인간과는 관계 없는 일이라며 안도했다. 축축한 더위가 이어지고 여름이 길어지면서 새는 점점 많이 죽어 나갔다. 그해 8월 말 퀸스 플러싱병원에 신경계 질환으로 보이는 노인 2명이 입원했다. 고열, 전신 쇠약감, 심각한 의식 장애 증상을 보였다. 의료진은 뇌염으로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조류와 인간 사이에 질병이 전이될 가능성은 없다고 했지만, 62명의 환자가 추가로 생겼고 이 가운데 59명이 입원해 7명이 사망했다. 인간 뇌염 환자가 사망하고 새들이 떼죽음을 당하는 시점에 모기가 급증하고 있었다. 문제의 바이러스 연구에 참여했던 과학자들은 9월 기자회견장에서 “현재 확산 중인 병원균은 웨스트나일바이러스”라고 최종 진단을 내렸다. 웨스트나일열은 빨간집모기가 매개하는 바이러스성 질환으로 39도 이상의 고열과 두통이 생기고, 중증은 뇌염으로 악화한다. 사람뿐만 아니라 말, 다람쥐, 까마귀, 까치 등도 감염된다. 특히 미국 까마귀는 치사율이 높으며 기이하게도 환자 발생 전에 까마귀 떼죽음 현상이 나타났다. 이 병은 아프리카 등 감염병 다발국도 아닌 미국에서 2000년 21명, 2001년 66명, 2003년 9862명으로 감염자가 빠르게 번져 큰 충격을 안겼다. 1937년 아프리카에서 처음 보고된 웨스트나일바이러스가 어떻게 2000년대 미국에서 유행할 수 있었을까. 바이러스에 감염된 철새가 도래했거나 항공기·선박에 감염된 모기가 무임 승차했을 가능성 등 여러 가설이 제기됐으나 결론은 나지 않았다. 모기 매개 질병은 환자를 격리해도 모기가 활동하면서 지속적으로 바이러스를 확산시킬 수 있어 통제가 더 어렵다. 뎅기열의 경우 1970년대 미국 기업이 재생 타이어를 만들려고 아시아와 일본에서 타이어를 잔뜩 수입하면서 물이 가득 찬 타이어 더미에 매개체인 흰줄숲모기가 함께 실려와 전 세계 곳곳으로 전파됐다. 게다가 지구온난화로 해충의 여과기 역할을 하는 추운 겨울이 짧아진 탓에 모기의 번식 속도가 빨라진 것은 물론 사냥터도 넓어졌다. 우리나라도 중국에서 북한을 거쳐 들어온 중국얼룩날개모기 때문에 경기 북부를 중심으로 ‘삼일열 말라리아’가 확산하고 있다. 최근 출현한 지카바이러스와 웨스트나일바이러스, 오래전 위력이 입증된 말라리아와 뎅기열, 일본뇌염 등 모기가 옮기는 질환은 매우 다양하며 치명적이기까지 하다. 세계보건기구(WHO) 조사에 따르면 말라리아만 해도 연간 최대 3억명이 발생해 이 가운데 100만명이 목숨을 잃고 있다. 타이거모기는 황열 등 열대 질병을 포함해 30종 이상의 다양한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다. 감염 질병이 가득 든 판도라의 상자다. 전 세계가 모기 침략에 대비해 대응 전략은 짜고 있지만, 모기는 개체수를 줄일 순 있어도 박멸은 사실상 어렵다. 모기를 죽이려고 살충제를 대량 살포하는 순간 생태계가 파괴된다. 개인이 할 수 있는 건 집 근처 물웅덩이 등 모기 서식지를 없애고 모기장을 치고 자며 야외 활동 시 기피제를 뿌리는 정도다. 신이현 질병관리본부 질병매개곤충과 보건연구관은 “모기의 능력이 아무리 강해도 개체수가 적으면 질병을 옮길 수 없다”며 “모기의 천적을 이용하는 방식 등으로 매개체 밀도를 적정 수준으로 유지해 주는 환경 방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모기는 이산화탄소와 사람의 체취에 민감하다. 그래서 모기를 잡을 때는 냄새가 나는 유인제를 사용하거나 이산화탄소로 응축해 만든 드라이아이스를 쓴다. 피부 표면 온도가 낮은 사람보다는 높은 사람을 더 잘 무니 몸에 열이 많다면 긴 소매 옷을 입고 외출하는 것도 모기를 피하는 좋은 방법이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아시아 첫 펜싱金’ 출신 감독, 음주운전 조사 중… “벌써 네 번째”

    ‘아시아 첫 펜싱金’ 출신 감독, 음주운전 조사 중… “벌써 네 번째”

    지난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아시아 선수로는 첫 펜싱 금메달을 땄던 경력이 있는 펜싱 감독이 음주운전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서울동부지검 형사5부(부장 주용완)는 음주운전 혐의(도로교통법 위반)로 김모(45)씨를 수사 중이며, 지난 22일 그를 불러 조사했다고 24일 밝혔다. 김씨는 지난 12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먹자골목에서 술을 마시고 인근 골프연습장 주차장에 세워둔 차량을 몰고 골목길에서 약 200m 주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김씨는 우측 사이드미러로 골목을 걷던 이모(33)씨의 팔꿈치를 쳐 이씨와 시비를 벌였고, 김씨에게 술 냄새를 맡은 이씨가 경찰에 신고했다. 앞서 김씨는 2004년과 2007년, 2011년 세 차례 음주운전을 한 전력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는 혐의를 시인하면서 “당초 음주운전할 생각은 없었지만 대리운전 기사가 오지 않아 차를 몰고 대로 변으로 나가려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드니올림픽에서 아시아 및 한국 최초로 펜싱 금메달을 따낸 김씨는 현재 로러스 펜싱클럽 감독과 대한펜싱협회 도핑이사 등을 맡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불운한 엄마의 행복한 아기를 위한 동화

    불운한 엄마의 행복한 아기를 위한 동화

    실비아 플라스 동화집/실비아 플라스 지음/오현아 옮김/마음산책/128쪽/1만 5000원 실비아 플라스는 늘 비슷한 프레임으로 소비된다. ‘불운한 삶으로 가스 오븐에 머리를 처박고 자살한 여류 시인’. 이 참혹한 결말이 플라스를 지금껏 향유하게 만든 동력이라면 너무 지독한 굴레일까. 그가 사후 출간된 책으로는 처음이자 유일하게 퓰리처상을 받은 작가라는 문학적 성취를 이뤘다 해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렇게 ‘뻔하게’ 소비됐던 플라스의 새로운 얼굴을 만날 수 있는 책이 나왔다. 그가 태어날 아이를 고대하며 1958~1959년 쓴 동화 3편을 엮은 ‘실비아 플라스 동화집’이다. 서른의 플라스가 죽던 1963년 겨울, 영국은 100년 만에 가장 혹독한 추위에 휩싸였다. 두 살 딸과 9개월 아들은 추위 때문에 자주 아팠다. 집에는 전화도 없었다. 당시 남편 테드 휴스의 불륜으로 별거 중이었던 플라스는 극심한 우울증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부엌 오븐의 가스를 틀고 죽기 전 플라스는 아이들이 자는 방에 가스가 새 나갈까 문틈을 젖은 수건과 옷가지로 틀어막았다. 아이들이 깨면 먹을 간식까지 챙겨 뒀다. 이렇게 가없는 사랑으로 플라스는 아이들에게 들려줄 이야기를 지었다. 세 편의 동화는 입안에 달큰하게 고이는 버터처럼 따스하고 진한 풍미를 낸다. 시대를 대표하는 시인답게 절묘한 묘사가 빛나고 이미지는 애니메이션처럼 선명하다. 말맛을 살린 문장들은 때론 시의 운율처럼 딱딱 맞아떨어지며 매끄럽게 읽힌다. 뒤에 함께 실린 원문을 보면 시인의 이런 노력이 확인된다. 구연동화를 들려주듯 한껏 즐겁게 부풀린 이야기는 신비하고 아름다운 세계로 아이들을 이끈다. ‘언제 어디서나 어울리는’ 정장 하나가 갖고 싶은 일곱 형제의 막내 맥스. 우연과 우연이 겹치며 마침내 겨자색 정장 하나가 손에 들어왔을 때 뛸 듯 기쁜 아이의 마음은 내 마음 같다(이 옷만 입을 거야). 마을에서 가장 맛있는 냄새가 풍기는 체리 아줌마의 부엌은 냉장고, 세탁기, 토스터 등의 반란으로 위기를 맞는다. 부엌을 관장하는 소금 요정과 후추 요정은 다른 부엌 친구들의 일을 해 보고 싶다는 이들의 소원을 들어줄 수밖에 없다(체리 아줌마의 부엌). 마지막 ‘침대 이야기’는 잠들기 전 아이의 침대에서 읽어 주면 까르륵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을, 시로 쓰인 동화다. 역자의 말은 이 동화 속에 깃든 힘을 일깨워 준다. “유년 시절, 잠자리에서 듣던 어머니의 이야기만큼 우리의 영혼에 깊이 아로새겨지는 것이 또 있을까요. 졸음에 겨운 어머니의 나른한 목소리에서, 그리고 그 목소리를 타고 펼쳐지는 상상의 세계에서 우리는 현실을 살아 낼 수 있는 힘을 배우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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